1. 정원 열풍 거품에 가려진 돌봄의 미학 2. 환경단체가 홍수·산불 예방 훼방꾼? 끔찍한 <중앙>의 궤변 3. 일본도 댐 허무니 녹조 대신 '장어와 은어'‥"댐 철거는 세계적 흐름“ 4. 동해에 '포악 상어' 증가‥"난류성 어종 따라 이동 추정“
5. 윤석열 공약 '국립공원 케이블카', 尹 파면날 환경부 장관이 '규제 완화' 보고 6. "활엽수 전부 베고 도로 내는 산림청, 대형 산불 부추긴다" 7. 산불을 막는 건강한 산림, 벌채에 대한 맹목적 오해와 진실
8. 명장공원 공사 올스톱…주민 “토사 쏟아질라” 민원 9. "국립공원 케이블카, 윤석열과 함께 사라져야“ 10. 질병청, '참진드기' 활동 시작... "조심 또 조심!" 당부 11. 가덕신공항 살리자고 ‘김해공항 폐쇄’ 추진 파장 12.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본 이재명의 ‘K-이니셔티브’
13. 산에는 나무를 심지 말자! 14. “산림정책, 이제야말로 자본주의를 넘어서자” 15. 산불 복구는 어떻게… ‘강원 옥계의 실험’에 답이 있다 16. 美 조림 원칙은 ‘Let it grow’… 호주·스페인도 자연 복원 우선 17. 국립공원에도 임도? “생태계 보전 위해 최소한의 길만 내야”
18. 기후변화 임계점 넘어섰나…온난화 늦춰주던 바다에서 '이상 신호' 감지 19. “일본산 농수축산물 10개 중 1개 꼴로 세슘 검출” 20. 6.3 대선 공약에 모습 감추는 제주 제2공항 ...
정원 열풍 거품에 가려진 돌봄의 미학
법률로 국가정원을 지정하고 예산까지 배정할 정도로 정원 열풍이 거세다. 사진은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울산광역시 제공
2013년 개최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정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증폭되고 있다. 정원 열풍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니다. 열풍 앞에 붙일 수식어로 ‘대중적’과 ‘사회적’뿐 아니라 ‘국가적’을 골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도시 거주자 대부분의 일상에는 정원이 없지만,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원이 호출되고 때로는 산업이나 정책까지 정원과 동행하는 이례적인 정원 현상. 근대 도시의 성립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정원이, 도시의 수장고 한구석에 곱게 모셔두었던 정원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격리와 통제로 모든 일상이 움츠러들었던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정원은 건강과 안전, 위로와 치유의 상징 공간으로 떠올랐다. 트렌디한 이미지 상품의 하나로 정원이 소비되는 현상도 이제 낯설지 않다. 경쟁적으로 정원박람회를 열고 있는 도시가 급증해 그 수를 세기조차 어렵다. 서른곳 넘는 지자체가 ‘정원도시’를 선언했다. 조경 담당 부서의 이름을 ‘정원도시국’으로 바꾼 서울시는 ‘어딜가든 서울가든’이라는 슬로건까지 내걸었다. 정원을 공원, 선형 녹지, 입체 녹지, 둘레길, 하천변, 도시 재생지 모두를 포괄하는 우산 개념으로 삼은 것이다. 모든 게 정원이어서 정원이 아무것도 아닌, 정원의 시대.
정원을 법률과 제도로 지정하고 국가 예산을 배정하는 유례없는 사업도 펼쳐지고 있다. 산림청이 지원하는 국가정원과 지방정원이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정원 프로젝트를 지역 발전 전략의 한 축으로 삼는 흐름도 확산되고 있다. 물론 정원이 도시의 기반 공간으로 주목받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정원은 사색과 휴식의 장이고,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가 교감하는 공간이다. 정원은 또한 신체의 모든 감각으로 미적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며,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장소다. 잘 디자인된 정원은 지역의 정체성을 담는 문화적 장으로 성장할 수 있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녹색 인프라가 될 수도 있다.
‘정원도시’를 선언한 서울시가 내세운 슬로건, ‘어딜가든 서울가든’. 서울시 자료 갈무리
하지만 과열된 정원 현상을 되짚어 보면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난맥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정원이 표피적으로만 소비되는 양상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일부 정원박람회와 정원도시 프로젝트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도시 브랜딩 전략에 가깝다. 단기간에 화려한 경관을 꾸미는 데 치중하면서 지역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정원이 저비용 포퓰리즘 공간 정치의 단골 메뉴로 동원되는 사례, 무분별한 개발 사업에 정원이라는 이름의 녹색 면죄부가 발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동시대 도시가 직면한 기후 변화, 도시 쇠퇴, 공간 불평등 심화 같은 복합적 난제들이 정원의 낭만으로 너무 쉽게 포장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 도시를 들썩이게 하는 정원 열풍의 속도와 방향은 정원의 본질적 의미를 되묻게 한다. 이러한 물음에 로버트 포그 해리슨의 정원 이론서 ‘정원을 말하다’(나무도시, 2012)는 ‘돌봄’(care)이라는 응답을 제시한다. 해리슨은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가 ‘캉디드’를 끝맺으며 던진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는 언명에서 출발해 역사와 문학을 가로지르며 우리는 왜 정원을 가꾸어야 하는지 논구한다.
해리슨에 따르면, 정원은 인간의 조건, 다시 말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소양을 배양하는 장이다. 인간 존재의 기반으로서 정원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은 ‘돌봄’의 윤리와 미학이다. 인류의 첫 정원인 에덴에서 추방된 이후에도 우리가 늘 잃어버린 낙원의 회복을 꿈꾸며 정원과 관계를 맺어온 것은 결국 흙을 일구고 생명의 성장과 죽음을 염려하며 살피는 돌봄의 실천 행위다. 해리슨의 돌봄의 정원론은 빠른 속도로 꾸미고 이미지로 휘발되는 최근 정원들의 공허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해버대셔스 홀, 1945년 5월 8일’, 엘리엇 호지킨 작. 런던 대공습으로 파괴된 도심의 폐허에 생겨난 야생의 정원. 위키미디어 코먼스
봄의 시작을 알리며 출간된 올리비아 랭의 ‘정원의 기쁨과 슬픔’(어크로스, 2025)을 관통하는 주제도 돌봄의 시간이다. 2020년, 팬데믹의 한복판을 통과하며 생애 처음 정원 있는 집으로 이사한 랭은 폐허처럼 버려진 오래된 정원을 새로 가꿔나가며 우울하고 고독한 시절의 삶을 돌본다. 그가 돌본 “정원의 시간은 (…)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면서 가끔은 아예 멈추기도 하고, 부패와 비옥함이 길고 구불구불한 나선처럼 말려서 항상 순환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내 정원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공동의 낙원을 찾아”(영어판 부제) “시간을 거스르는 정원”(원제)을 가꿔나간 한 작가의 회고록일 뿐 아니라, 배제와 공존이 교차하고 추방과 해방이 동거하는 모순의 정원 개념을 섬세하게 탐구한 이론서이기도 하다. 랭은 존 밀턴의 ‘실낙원’, 윌리엄 모리스의 ‘에코토피아 뉴스’, 데릭 자먼의 ‘현대 자연’을 입체적으로 오가며 정원의 희망과 상실, 그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한다. 그는 또한 정원 풍경의 이면에 감춰진 특권 계급과 정치의 실상을 들춘다. 화려하고 장엄한 대정원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동원됐던 노예 노동의 참혹함, 회화 속 이상적 풍경을 모방하기 위해서라면 “인간 역시 옮겨 심을 수 있다”는 배제의 논리 위에 세워진 풍경화식 정원의 폭력성. 뒷날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도시공원 양식의 모델이 된 영국식 정원의 목가적 풍경은 농지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공유지에 울타리를 쳐 사유지로 만들고 기존 마을까지 몰아낸 폭압적 ‘인클로저’의 산물이다.
정원에 대한 랭의 사유는 도시의 또 다른 거주자인 비인간 생명체로 확장된다. 대공습으로 황폐화된 런던 도심을 스스로 점령한 잡초의 야생 정원에서 그는 의도적 실천을 넘어서는 자기 돌봄의 힘과 미학을 발견한다. “아무도 계획하거나 심지 않았지만 도시의 폐허에 생겨난 이 호화로운 정원”은 “파괴된 곳을 비극의 현장에서 더욱 비옥하고 가능성이 요동치는 곳으로 바꾸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옮긴다. “모두의 정원이라는 그 이단적인 꿈. 그것을 가지고 나가서 씨앗을 털자.”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공원의 위로’ 저자/ 한겨레
환경단체가 홍수·산불 예방 훼방꾼? 끔찍한 <중앙>의 궤변
▲지난 9일 <중앙일보> 지면과 온라인판에 실린 '산불과 물난리를 대하는 환경단체의 태도'란 제목의 기사 ⓒ 중앙일보PDF
전제가 틀리면 그 값은 거짓이고 궤변이다. 무분별한 하천 준설과 임도 난립, 세종보 재가동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싸잡아 비판한 지난 9일자 <중앙일보> '산불과 물난리를 대하는 환경단체의 태도' 칼럼(로컬 프리즘)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하천을 준설하면 무조건 홍수가 예방되나? 산불 진화가 어려웠던 건 임도가 없어서였을까? <중앙> 칼럼은 환경단체를 훼방꾼인양 몰아붙이면서 정작 그 전제가 되는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하천 준설] 대전 3대 하천의 재퇴적... 밑빠진 독에 물붓기
▲불무교 상류를 준설중인 모습 ⓒ 이경호
<중앙> 김방현 대전총국장이 환경단체를 비판하는 데 제일 먼저 쓰인 소재는 대전시의 대전천·유등천·갑천 등 3대 하천 준설사업이다. 대전시는 190억 원을 투입, 총 20.7㎞ 유역에서 25t 트럭 3만7000대 분량의 퇴적토 50만4000㎥를 퍼내고 있다. 김 국장은 "(이는) 통수 단면(물그릇)을 확보,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적시했다. 대전시 입장이기도 하다.
김 국장은 "대전시가 일방적인 준설로 하천 생태를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환경단체 입장을 전하면서도, 또 "환경단체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난리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한다, 도대체 어쩌자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그가 대전 지역 환경단체 홈페이지에 떠있는 보도자료만 봤다면 환경단체들이 무슨 말을 하는 지는 확인할 수 있다.
김 국장과 대전시는 하천 준설이 홍수 예방의 만병통치약인양 주장하지만,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그동안 준설의 효과와 경제성 등을 면밀하게 검증해왔다. 두 단체는 지난해 10월 23일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퇴적되는 효과 없는 준설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효과 없는 준설의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은 대전시가 2024년 4월~8월에 총 42억을 들인 3대 하천의 대규모 준설사업이다. 당시 대전시는 홍수 예방을 내세워 6개 지역에 118,643㎥의 모래와 자갈을 준설했다. 하지만 그 전 해보다 적은 강수량에도 3대 하천 둔치는 모두 잠겼고, 준설 구간의 교량은 통제됐다. 심지어 유등교는 교각이 침하돼 붕괴 직전까지 갔다.
두 단체는 "6개 지역 현장답사 결과, 모든 지역에서 재퇴적 현상이 준설 이전에 버금갈 정도의 넓은 면적에서 발생했다"면서 "만년교 하류 지역은 수백m에 달하는 길이의 모래와 자갈톱이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렇듯 대전의 3대 하천은 토사가 쌓이는 지형과 깎이는 지형, 흐르는 지형이 균형을 이루며 준설 여부와 상관없이 '평형 하상'이 유지되는 곳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도 재퇴적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두 단체는 이곳의 준설이 홍수 예방의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강우 시에 물길을 막아 수위 상승을 유발하는 구조물에 주목했다. 크고 작은 보 등 대전 3대 하천에 건설된 총 61개의횡단 구조물들이다. 여기에 교각을 더하면 그 수효는 훨씬 많다. 결국 이들은 "아무리 준설을 하더라도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횡단구조물 철거가 없다면 준설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다른 해법을 내놨다.
[세종보 재가동] 30억 보수 예산 낭비? '고물보' 존재 자체가 낭비
세종보의 현재 모습
김 국장은 "환경단체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비아냥대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금강 세종보 상류에 텐트를 치고 '세종보를 가동하면 수질이 오염된다'며 농성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30억원을 들여 세종보를 수리했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농성하자 보 가동을 미루고 있다."
세종보 상류에서 1년 가까이 천막농성을 벌이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 몽니를 부려서 세금 30억 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투다. 하지만 세종보는 지난 정권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해체하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2062년까지 세종보 해체에 따른 비용은 친수효과와 홍수조절 편익 등을 포함해서 총 331억 원인데, 편익 비용은 972억 원이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등이 최첨단 전도식가동보라고 홍보했던 세종보는 매년 고장이 나서 '고물보' '좀비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12년 완공 이후 6년 동안 수리비만도 100억 원이 넘게 들었고, 이 때문에 소수력 발전소 가동률도 30%를 밑돌아서 애물단지로 전락했었다.
이런 세종보 해체비용은 114억원 정도이다. 윤석열 정부는 해체비용의 30% 이상을 들여 세종보를 수리했지만, 최근 수문 시험 가동 때에도 보에 쌓인 퇴적물과 누수 등을 점검하기 위해 대형 크레인을 투입하고 잠수부까지 동원해서 정비 공사를 벌였다. 보수 공사 이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보가 이 지경인데, 김 국장은 누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부터 2017년 11월까지 세종보가 가동됐을 때, 지역 주민들은 악취와 소수력 발전소 진동, 소음에 시달려왔다. 여름에는 하루살이 등이 기승을 부려 창문을 열 수조차 없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또 수문을 닫으면 다시 창궐할 녹조에는 청산가리 6600배의 독성을 가진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을 내포하고 있다.
김 국장은 30억원의 보수 비용만 언급할 게 아니라 세종보 보수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세종보 해체의 경제적 가치와 함께 세종시민들의 건강권, 행복추구권도 염두에 둬야 했다.
[산불] 임도로 산불을 잡는다? 위성 사진을 봐라
김 국장은 칼럼에서 "(환경단체는) 임도를 만들면 산림이 훼손되고 산사태 위험이 증가한다고 한다, 반면 산림 전문가들은 임도를 개설해야 산불을 효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임도의 효용성을 주장했다.
"지난달 경남 산청 지리산 산불 현장에서는 험준한 산세에 진입로가 없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 2건은 임도 여부가 신속한 진화 여부를 갈랐다. 울주군 화장산은 폭 3m짜리 임도가 있어 밤에도 불을 끌 수 있었다. 반면 임도가 없는 울주군 대운산은 128시간 만에야 불을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임상섭 산림청장도 지난 8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지역이 일부 포함된 산청과 하동지역 산불 진화 때 보존 위주의 정책으로 애를 먹었다"고 밝히면서 임도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산불 피해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험한 산악 지형과 국립공원 내 임도가 없어 야간 진화대 투입이 어려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기후재난연구소는 지난 9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산불의 책임을 임도 부족으로 떠넘기는 관료들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산불 지역에 대한 현장 조사와 산불피해 정도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인공위성인 SENTINEL-2 위성영상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임도가 없는 지역과 임도가 있는 지역에 대한 비교분석 증거들이다.
산청산불로 인해 피해당한 지리산국립공원 내부(공원 내부 중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의 모습)
위의 사진은 드론으로 찍은 지리산국립공원 산불피해 지역이다. 김 국장의 말대로 '험준한 산세로 진입로가 없는' 지역인데, 산불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아래 사진은 기후재난연구소가 공개한 SENTINEL-2 위성영상 분석 결과인데, 임도가 조성되어 있고 숲가꾸기가 진행된 자양리, 외공리 일대의 피해 강도가 가장 강했으며, 국립공원 내부의 피해는 가장 약했다.(붉은 점선이 국립공원 경계)
임도가 조성되어 있고 숲가꾸기가 진행되어있는 자양리, 외공리 일대의 피해 강도가 가장 강했으며, 반대로 국립공원 내부의 피해는 가장 약했다 (붉은 점선이 국립공원 경계)
경북산불지역 임도주변 피해모습
기후재난연구소는 "산림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임도 조성 및 숲가꾸기를 진행한 국립공원 바깥 지역의 산불피해 현장은 끔찍했다"라며 "모두 불탄 산림 한가운데에 임도가 뚜렷하게 보이는데, 산불피해 강도는 지리산국립공원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기후재난연구소는 국립공원 내에서 산불이 약화된 원인은 불이 번지지 않는 활엽수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소나무림 하부에 소위 탈 것을 줄이는 사업이 진행돼서 불이 하늘로 치솟아 대형산불로 연결되는 수관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임도가 많은 국립공원 외부에서부터 강력하게 확산하던 산불이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로 들어오면서 힘을 잃고 꺼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국장은 산불을 예방하려면 임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후재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산림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김 국장의 칼럼에 대한 촌평을 마치며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이렇다. 극한 홍수와 괴물 산불 등의 국가적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김 국장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재난적 상황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식이 문제다. 하천 준설과 임도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효과가 별로 없다는 객관적 증거와 반론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금 몽니를 부리는 게 아니라 국가를 대신해 현장을 직접 조사하면서 과학적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하천을 준설하면 홍수를 예방할 수 있고, 임도만 건설하면 산불에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민의 혈세를 탕진하다가 정작 재난이 닥쳤을 때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할까 두렵다. <중앙>의 칼럼이 끔찍한 이유이다./ 오마이뉴스 김병기
일본도 댐 허무니 녹조 대신 '장어와 은어'‥"댐 철거는 세계적 흐름“
10여 년 전,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일본 최초로 댐 철거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댐 철거 비용이 건설 비용보다 4배 이상 더 드는 걸로 추산됐는데요. 그럼에도 왜 댐을 허무는 선택을 했을까요.
리포트-일본 규슈 구마모토를 가로지르는 구마강. 청록빛을 띠는 강이 세차게 흐릅니다.
폭이 좁아지는 구간엔 여울도 생겼습니다 강바닥이 보일 만큼 청명한 구마강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뿌옇고, 악취까지 풍기던 곳이었습니다. 수력 발전용으로 지은 아라세댐이 반세기 동안 물길을 막으면서, 여름만 되면 녹조가 창궐했기 때문입니다. 봄이면 먹이를 찾아 상류로 거슬러 갔던 이 지역 특산품 은어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츠루 쇼코/주민] "이 정도 크기의 은어가 강이 까맣게 보일 정도로 많이 보였는데요‥ (댐 건설) 10년 뒤부터 은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은어잡이들이 사라졌습니다."
하류지역엔 과거엔 없었던 홍수 피해도 반복됐습니다. 마침、 댐 수명이 다해 가동 연장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자 구마모토현은 지난 2012년 아라세댐을 전격 철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에서의 첫 댐 철거였습니다.
원래 이곳에는 높이 25m, 길이 200m에 달하는 댐이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지금은 모두 철거된 모습이고요. 부서진 댐의 단면만 남아 있습니다. 6년 만에 마무리된 댐 해체 공사.
곧 거대한 모래톱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은어와 장어 등 회유어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무라카미 키미토시/구마모토현 기업국 공무과장]
"강물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유수역에 서식하는 생물의 서식지도 함께 복원됐고요. 댐 건설 전과 같이 모래톱도 다시 형성됐습니다."
철거에 투입된 예산은 우리 돈으로 1천200억 원가량. 건설비의 4배 이상 큰 금액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철거를 단행한 건 유지하는 것보다 더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시노하라 료타/구마모토현립대학 교수]
"댐을 짓는다는 것은 강을 절단하는 것이고, 강물은 사람으로 치면 혈액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이로울지, 트레이드오프(상충관계)라 하죠."
미국은 지난해까지 2천여 개에 달하는 댐을 허물었고 2018년엔 무려 111개의 댐을 철거했습니다. 유럽 역시 2022년에만 325개의 댐이 해체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50년 넘는 노후 댐들이 많습니다. 이미 수질오염 등으로 20년 넘게 가동되지 못하는 댐도 있습니다. 과거 설계된 용량으로 현재의 집중호우와 홍수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받는 댐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철거 대신 앞으로 십 수 개의 댐을 더 짓겠다는 정책을 내놨습니다./MBC뉴스 차현진
동해에 '포악 상어' 증가‥"난류성 어종 따라 이동 추정“
요즘 우리 동해에서 상어가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길이가 무려 3미터가 넘는 청상아리도 올해 처음으로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동해에서 잡힌 상어는 40여 마리로, 1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왜 이렇게 많아진 건지, 상어 뱃속을 보면 답이 나온다고 합니다.
리포트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상어가 바닥에 누워있습니다. 성격이 포악해 사람도 공격할 수 있는 청상아리입니다.
지난 8일 경북 울진 백석항 5.49km 해상, 비교적 육지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물에 걸려 발견됐습니다. 청상아리는 몸 길이가 최대 5~6m까지 자라기도 하는데요.이 개체는 이렇게, 제 키보다 훨씬 큰 3m입니다.
동해에서는 최근 상어의 출몰 빈도가 크게 늘었습니다. 2023년에 어선 그물에 걸려 발견됐던 상어는 15마리.지난해는 44마리로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3대 포악 상어 비율이 늘어난 게 특징입니다.청상아리와 백상아리, 청새리 비율이 2023년 53.3%에서 지난해 63.6%까지 증가한 겁니다.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가 뭘까.
답을 찾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1년 동안 동해에서 잡힌 상어 가운데 모두 28마리를 해부해 봤습니다.
먼저 청새리상어의 위에서 소화된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아열대와 온대 바다에 서식하는 어류 '부시리'의 유전자가 41% 비율로 검출됐습니다.다음으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민달고기'도 25%가 나왔습니다.
청상아리의 경우는 '황어' 유전자가 58%, '민달고기'도 26%가 나와 뒤를 이었습니다.
[이선길/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
"난류성 어종들이 동해 쪽으로 많이 북상하게 되고, 그러한 어류들을 먹기 위해서 연안으로 동해 쪽으로 많이 올라오는 것으로 그렇게 추정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대 기록을 갈아치운 동해의 표층 수온은 평년보다 1.7도 이상 오른 18.84도.이런 고수온 추세가 이어진다면 상어 출몰이 더욱 많아질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MBC뉴스 이준호
윤석열 공약 '국립공원 케이블카', 尹 파면날 환경부 장관이 '규제 완화' 보고
환경부가 오랫동안 논란이 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에 대해서 사실상 규제 완화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M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국립공원 케이블카는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당시 내세웠던 지역구 공약이기도 한데요.
리포트-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 국내 국립공원 관련 사안들에 대한 최고 심의 기구인 국립공원위원회에 환경부가 제출한 보고서입니다.환경부 장관 명의로 돼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통한 우수한 자연환경을 향유하려는 국민 요구가 늘었고, 지역소멸 대응 등을 위해서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기존 국립공원 케이블카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돼 있습니다.여기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목한 정책은 2010년 국립공원위원회의 '국립공원 삭도설치 기본방침'입니다.
이 방침은 케이블카 난립을 막고 심도 있는 검토를 위해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시범사업으로 선정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 사실상 규제로 작동했습니다.환경부는 이뿐 아니라, 주요 봉우리는 피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하도록 하는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사실상 규제 해소 시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전 국립공원위원]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앞으로도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는 잣대인데, 그 방침을 전면적으로 재수정한다는 것 자체가 명확한 어떤 변경 사유도 없을뿐더러…"
국립공원 케이블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습니다.설악산 케이블카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재임 기간 강원도에 추가 케이블카도 약속했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강원도 원주시 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완섭 환경부 장관도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환경부 보고서에 실린 국립공원 내 추진 중인 케이블카 사업 중에는 정확히 김 장관이 출마했던 지역구의 치악산 케이블카도 포함돼 있습니다.
[
최재홍 변호사/법무법인 자연]
"윤석열 정부가 헌법적으로 문제가 발생을 해버린 이 시점에,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건데 너무 급박하게 이거를 진행하는…"
환경부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지침이 만들어진 지 오래됐고 시범사업이 언제 종료될지 알 수 없다"며 "변화된 사항을 반영해 합리적인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 내내 검토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정치와는 관련이 없으며 정책적 필요성 때문에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MBC뉴스 김민욱
"활엽수 전부 베고 도로 내는 산림청, 대형 산불 부추긴다"
[토론회] 대형산불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기후위기 쟁점
"임도(산 내 도로)가 부족해서 불을 못 끈다? 임도 주변 다 탔다. 주변에 탈 게(활엽수, 낙엽) 많아 불이 번진다? 이런 덴 다 산림청 숲가꾸기로 소나무만 남은 곳이다."
지난 3월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남긴 경북 산불 피해 지역인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산 자락의 사진을 보며 지난 12일 홍석환 부산대학교 교수(조경학과)가 말했다. 드론으로 촬영된 사진엔 산 능선과 골짝을 굽이쳐 넘나드는 긴 임도만 하얗게 남았고, 그 주변의 넓은 소나무 밭은 이쑤시개처럼 뼈대만 남은 소나무들이 모두 검게 탄 채 빼곡히 들어 차 있었다.
홍 교수는 이어 2023년 강릉 산불과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불 사진을 스크린에 띄웠다. 두 지역은 도심지를 끼고 있어 도로 밀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산불 피해는 도로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지역의 산림, 건물 대부분을 태웠다.
"온갖 도로가 있는데도 다 태웠다. 산림청은 임도가 있어야 인력이 투입돼 불을 끈다는데, 도로가 어떻게 있어야 끈다는 것인가? 골프장(강릉)을 확대해 보면 더 심하게 다 탔다. 골프장엔 탈 것도 없다. 현장은 대형 산불 예방에 도로가 필요 없다고 답을 주지 않느냐."
▲지난 4월 4일 드론으로 찍은 경남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인근 산 중턱의 산불 피해 현장 모습. ⓒ정정환(지리산사람들)
지난 12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전법회관에서 열린 '대형산불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기후위기 쟁점 토론회'에서 산림청의 산불 예방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산림청은 '산불방지 기반 시설 확충' 명목으로 임도 늘리기와 소나무림만 남기는 숲가꾸기를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데, 이 방식이 대형산불 확산을 더 부추긴다는 것이다.
"솎아 베어진 숲, 바싹 마르고 강풍 유도... 산불 취약"
발제자로 나선 홍 교수는 산림청의 주장과 반대되는 현장 피해 사진을 십수 장 제시하며 "모두 임도 주변으로 대형산불이 번지고, 숲 가꾸기 지역의 피해 정도가 극심하며, 임도가 없는 산 지대나 숲가꾸기가 개입되지 않는 국립공원, 활엽수림·혼합림(활엽수, 침엽수가 섞인 숲) 지대에선 불 확산이 멈추는 걸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특히 숲가꾸기와 관련해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나무 밀도가 낮은 숲은 밀도가 높은 숲보다 풍속이 최대 20배까지 빨라진다"며 "산림청 분석을 봐도, 조성림(인위적으로 만든 숲)의 강수 유출량이 비 조성림보다 훨씬 높다. 숲이 바싹 마른다"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또 이번 산불 피해 지역에서 불에 녹아내린 대형 비석 사진을 보여줬다. 수관화(나무 위까지 가지·잎이 탐)까지 진행되는 대형 산불의 경우 숲 내부 온도는 섭씨 800~1000도(℃)에 달한다. 홍 교수는 "임도 인근의 비석 사진인데, 여기에 진화인력을 어떻게 투입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산림청은 "한국의 임도 밀도는 헥타르당(ha) 당 4.1미터(m)"라며 "일본(24.1m/ha), 오스트리아(50.5m/ha), 독일(54.0m/ha)에 비해 밀도가 적다"라고 주장하나, 홍 교수는 "서로 다른 도로 기준으로 밀도를 구하면 의미 없는데, 그렇게 임도가 적다고 구한 것"이라며 "도로 기준을 동일하게 하면 일본의 2배가 넘고, 오스트리아의 1.5배 수준"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온대성 기후인 한국엔 활엽수림이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다"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단순 소나무림을 이번 산불 대형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홍 교수는 "느티나무 같은 활엽수는 방화수 역할을 하나 소나무는 송진으로 인해 불이 확 붙더라"며 "불길은 나무 사이를 지날 때 많이 약해지는데 소나무는 화약고나 마찬가지였다"라고 증언한 낙산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낙산사는 2005년 양양산불로 전소된 적이 있다.
▲27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야간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린피스도 산불 연구 중... "단순 소나무 숲, 산불 대형화 취약"
그린피스가 진행 중인 산불 모델링 연구 중간 결과도 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연구 모델링에 따라 구현된 천연 혼합림과 단순 경제림(소나무 숲)의 산불 확산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면, 화재 초기엔 혼합림에서 불이 더 빨리 번지는 듯하나, 30분 후에 혼합림에선 불이 크게 확산하지 않고 경제림에서 거세게 확산했고 60분이 지나면 경제림은 나무 꼭대기까지 모두 타버리고 2시간 후 전소됐다. 혼합림은 화재가 국소적으로 번지다가 점차 약해지면서 꺼졌다.
그린피스는 2023년 강릉산불을 계기로 나무 종류와 산불 위험성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지난해 초 폴란드 소재 대학 연구진에게 관련 연구를 위탁했다. 최태영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아직 완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중간 결과라 조심스럽지만, 혼합림의 산불 저항성을 유의미하게 볼 수 있어 제한적으로 공개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장영환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림연구소 사무국장은 토론에서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한 건 맞으나, 활엽수는 낙엽이 매 많아 불이 꺼졌다 해도 낙엽층에서 재발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산불 초기 대응에 있어선 재발화 등을 확인해야 하니 꼭 임도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 위성사진으로 전체 사찰림의 산불 피해 현황을 자체 분석한 결과 "침엽수림이 48%, 혼효림(침엽수와 활엽수가 혼합되어 있는 산림)이 20%, 활엽수림이 30%를 차지했다"며 "소나무만 거의 다 탔다는 의견은 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침엽수냐, 활엽수냐, 이런 수종으로 마치 우리가 산불 대응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 해석하고 있지 않은가"라면서 비효율적인 산불 대응 지휘 체계가 주요 쟁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월 25일 청송·영덕으로의 산불 확산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으나 13명의 피해자가 희생됐다"며 "지자체, 산림청, 행정안전부 등이 과연 어떻게 대응했는지, 대응시스템에 심각한 하자가 무엇이었는지를 집중해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산림청의 산불 예방 숲가꾸기는 (한국과 기후가 다른) 미국 캘리포니아 고온건조 지역의 오래된 침엽수 숲의 산불 방지 전략인데, 한국에 여과 없이 들어와 굳어졌다"면서 "야생동물, 곤충은 어디서 살라는 것이냐? 은신, 먹이, 토양 유기물 공급 등을 모두 고려하는 생태계를 어떻게 이뤄낼지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손가영 기자 | 프레시안
산불을 막는 건강한 산림, 벌채에 대한 맹목적 오해와 진실

적당한 벌채가 진행된 벌채지 전경 모습. AFoCO 제공
여러 학설이 있지만, 자연이 지구에서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환경수용력(Carrying Capacity)은 약 10억 명 정도다. 그런데 현재 세계 인구는 약 80억 명으로, 지구의 수용 능력치를 무려 8배나 초과했다.
산업사회 이후 인류는 자연과 공존할 수 없는 규모로 급속히 양적 성장을 했고, 200년 전부터는 필수 소비재 생산을 위해 인공림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산림 복원 정책이 성공한 이후 보전산지(77%)와 준보전산지(23%)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보전산지는 목재, 버섯, 산양삼 등 생산 목적의 임업용 산림(50%), 그리고 국립공원, 공원, 산림유전자보호림 등 절대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용 산지(27%)로 구분된다.
그런데, 지난 1970년대부터 조성했던 숲에서 최근 벌채가 시작되자 일부 언론과 환경단체가 비판 목소리를 쏟아냈다. 소식을 접한 일부 국민들은 ‘산림 당국이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 숲을 망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벌채는 오히려 숲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이상적 산림 경영 활동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벌채와 관련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가 원유 다음 많이 수입하는 원자재가 바로 목재다. 국내 자급률이 16%에 불과해 매년 목재와 목제품 3,000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가구나 건축자재뿐만 아니라 매일 사용하는 종이와 휴지도 원료는 나무다. 어느 누구도 벌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제열대목재기구(iTTO)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열대지역에서 세계 4위 목재 수입국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벌채하지 않는 것이 지구를 위한 것’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다.

겉보기에는 굵은 나무지만, 벌채해 보니, 정작 안이 훤히 비어있다. AFoCO 제공
둘째, 벌채 행위가 과연 산림의 종 다양성에 역행하는가? 예전에는 봄이면 산에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쉽지 않다. 왜일까? 진달래는 양수(陽樹)여서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자란다. 굳이 진달래를 사례로 드는 이유는 ‘숲 가꾸기나 벌채가 생물 다양성을 해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숲이 우거져 빛이 들어가지 않으면 햇빛을 좋아하는 진달래 같은 양수와 관목, 식물 생태계는 설 자리를 잃는다. 또 화강편마암으로 구성된 우리 산은 경사도가 높고 사질 토양이 우세해 나무가 오랫동안 잘 자랄 수 없는 생육환경 구조다. 실제로 50년생 이상 나무를 베어보면 속이 훤히 비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연유이다.
1980년대 미국 ‘긴점박이올빼미 보전 운동’도 좋은 사례다. 당시 미국 북서부 산림을 벌채하던 중 시민·환경단체가 “긴점박이올빼미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며 반발했고, 논쟁 끝에 벌채가 중단됐다. 그런데 20년 후 환경 전문가들이 조사하다 ‘보전지역보다 벌채 지역에 오히려 긴점박이올빼미가 훨씬 많이 분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벌채 지역에 햇빛이 들자 풀이 잘 자라 설치류가 늘어났고, 설치류를 잡아먹는 올빼미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숲 가꾸기를 통한 동물서식지 관리에 관한 정책적인 시사점이 있는 대목이다.
셋째, 인공림은 필요할까? 인공림은 천연림에 비해 목재 생산량이 3~5배나 더 많다. 인공림이 없다면 천연림에서 불법 벌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천연림을 위해서도 일정 비율의 인공림은 필요하다. 이런 연유로 국제사회도 ‘재조림을 위한 벌채’를 비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사유림 비중(63%)이 매우 높고 대부분 임업용 산지다. 그래서 “개발 제한은 사유권 침해”라는 산주들의 불만과 산림의 환경 공익적 기능을 강조하는 개발 제한 정책이 충돌한다. 돈이 되는 송이버섯 재배를 위해 소나무를 선호하는 산주와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조림을 자제하려는 의견도 서로 맞선다. 여기에, 벌채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적 인식까지 산림 정책 현장은 이상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적당한 벌채가 진행된 벌채지 전경 모습. AFoCO 제공
넷째, 일부 언론은 벌채 전 울창한 숲과 벌채 후 황량해진 사진을 비교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무는 벌채하더라도 뿌리의 토양지지력이 수 년간 유지된다. “벌채 때문에 산사태에 노출됐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또 조림 후 3년, 5년이 지나면 다시 안정된 숲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아울러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돼 벌채 전보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지고 산사태 등 재해로부터도 더욱 안정화된다. 산에 어린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토양의 물 함수율도 높아지고 초식동물의 서식 환경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일으킨 경북 지역 산불도 적절한 숲가꾸기를 통한 산불에 강한 숲과 임도망이 구축되어 있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UN기후변화협상이 인정하고 있는 ‘산림 탄소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수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나무 무게는 대략 50% 정도의 탄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성장량의 3.67배(이산화탄소 분자량 44/ 탄소분자량 12)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한다. 그래서 뿌리를 포함한 나무 1톤당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1.83톤(3.67톤X0.5)으로 계산된다.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 고성군의 한 미벌채 임야. AFoCO 제공
기후변화협상은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근거로 대응해야 한다.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일부 언론과 시민·환경 단체는 수많은 연구와 논의, 협상 끝에 인정된 국제 산림 탄소 메커니즘조차 부정한다. 우리는 벌채를 둘러싼 진실을 여러 시각에서 살펴보고 또 현재와 미래를 모두 고려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무엇이 숲을 위한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이 숲과 인간을 위한 것인지’를 숙고하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다른 나라에서는 열대림을 농지 또는 다른 용도로 전용(轉用)하려고 벌채하려 할 때에만 ‘벌채 금지’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처럼 재조림(再造林)을 위한 벌채를 금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열대지역의 산림은 토심(土深), 토양의 비옥도, 햇빛 등 생산 여건이 좋아 농업 생산성이 높다. 이 지역 국가는 대부분 저개발국이거나 개발도상국이다 보니, 지역민들이 생계를 위해 벌채해(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끊임없이 농지로 전용하고 있다. 나무를 베어낸 땅에 옥수수, 커피, 콩, 밀, 사탕수수, 감자 농장 등을 세워 먹거리나 가축 사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1㎏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5~10㎏의 사료와 곡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80억 인구가 어떻게 자연과 공존해 나갈 수 있을까? 사실 해답을 찾기 쉽지 않다.
지난 200년 동안 일부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산림을 전용해 농업을 발전시켰고, 이 식량과 사료 농업을 기반으로 축산업 선진국이 됐다. 이후 세계 곡물 시장, 축산물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금도 그 영향력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왜 미국 시카고가 세계 곡물시장의 허브가 됐을까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그런데 온대·한대지역보다 토지 생산성이 높은 열대 지역 산림이 농지로 전환돼 농산물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세계 곡물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다면 누가 열대림 보전의 주체가 돼야 하고 열대림 보전을 위한 책임과 비용은 누가 지불해야 하는가?
열대림에서 산림 보전 및 벌채는 기후변화의 핵심 이슈이기도 하지만, 무역 등 80억 인구의 먹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아주 복잡한 문제다. 개도국의 생존권 문제 및 세계 식량 주도권과 연결돼 있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은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공존하면서 산림 보전과 이용에 대해 균형 있게 논의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갈지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 나라와 같이 재조림, 또는 숲 가꾸기를 위한 벌채에 대한 더 이상의 오해가 없어야 하는 이유다.
32대 산림청장 역임 후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4대 사무총장으로 선출돼 현재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의 15개 회원국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 Rabo은행, 영국의 CAM(자연자산투자운용사)와 산림탄소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산림탄소프로젝트 자금원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HSBC은행 등이 있다. 국내의 유한양행, KT&G, 이마트 등과 함께 해외나무심기 등도 펼치고 있다.
논문으로는 <인도네시아 산업 조림과 산림탄소조림 투자환경 및 경제성 비교 분석>, 저서로는 <북한 산림 복원> 등이 있다./한국일보
명장공원 공사 올스톱…주민 “토사 쏟아질라” 민원
시공사 삼정기업 기업회생 영향…市 “선 안전조치 후 구상권 청구”
6명이 숨진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화재 참사의 시공사인 삼정기업의 기업 회생 절차가 개시(국제신문 지난달 25일 자 10면 보도)된 가운데 그 여파로 삼정기업이 시공하는 ‘해운대 명장공원’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공사가 멈추면서 인근 주민은 여름철 장마 때 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에 떤다.
15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일대 명장공원 조성 공사 현장. 공사 현장 바로 맞은편에 중학교와 어린이보호구역이 있다. 이원준 기자
15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삼정기업 컨소시엄이 추진하던 ‘명장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의 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비슷한 시기 법원이 삼정기업의 기업회생 개시 결정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생 절차에 돌입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화재 참사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는 지난 2월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명장공원 조성 사업은 2020년부터 추진한 민간특례사업이다. 시행사가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한 뒤 기부채납하는 대신 나머지 부지에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다. 해운대구 반여동 일대에 조성하는 명장공원은 부산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삼정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정상시티파크’가 사업 시행자로, 부지 78만㎡ 중 88% 면적에 공원을, 나머지 부지에 아파트를 조성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공원 조성 공사가 갑작스레 중단되면서 재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공정률은 0.5%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미 벌목을 일부 진행했다. 이에 인근 주민은 “토사 유출 등 여름철 재해 발생이 우려된다”며 해운대구 등에 민원을 제기한다.
취재진이 이날 방문한 공사 현장에는 입구부터 흙더미가 가득 쌓여 있었다. 경사까지 있어 많은 비가 오면 토사가 쏟아질 가능성이 커 보였다. 특히 공사장 입구 바로 맞은편에는 중학교가 있고 일대 도로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위험성이 더 커 보였다.
시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민간사업인 만큼 삼정기업의 안전 계획 수립에 따른 조치를 염두에 둔다. 그러나 기업회생 절차 중이라 자금 사용을 위해 법원의 결정이 필요하다. 이에 우선 시 기금으로 먼저 안전조치를 한 뒤 추후 삼정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안도 검토한다.
시 관계자는 “먼저 안전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실제 재해가 우려되는 만큼 5월 중 그물망 설치나 침사지 정비 등 안전조치 방안을 결정한 뒤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기업회생에 들어간 부산지역 중견건설업체 두곳과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지 사상, 명장공원
"국립공원 케이블카, 윤석열과 함께 사라져야"
정혜경 진보당 의원 논평... 환경부 '국립공원 케이블카 규제 완화' 보고서 관련
윤석열정부 때 지리산을 비롯한 일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된 가운데, 정혜경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은 15일 낸 논평을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만 남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이제는 윤석열과 함께 사라져야 할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정혜경 의원실은 지난 4일 환경부가 국립공원위원회에 '국립공원 케이블카 규제 완화'를 담은 보고서를 밀어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날은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끝나던 날까지, 윤석열표 개발사업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석열은 대선 공약으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을 '무조건 추진'하겠다며 케이블카 사업을 강행했다. 지난 40여 년간 환경문제와 자연보전을 고려하여 단 한 차례도 허용되지 않았던 사업을 밀어붙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윤석열이 밀어붙인 정책은 탄핵과 함께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했다. 특히 생물다양성 보전과 보호지역 확대라는 시대적 책임을 뒤집으면서까지 강행한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은 추진 근거를 잃었다"라며 "환경부가 이야기하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강변과 달리, 정치적 명분도 절차적 정당성도 재정적 타당성도 갖추지 못한 사업에는 정치적 이해관계만이 남아있을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립공원 규제 완화 논의는 전면적인 국립공원의 난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 정 의원은 "설악산 외에도 그동안 지자체에서 추진됐던 10여 곳의 케이블카 사업이 재추진될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지난 총선에서 강원도 원주을 지역구에서 낙선한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공약한 바 있던 '치악산 케이블카' 역시 이번 환경부 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했다.
정혜경 의원은 "환경부는 보고서에 따라 향후 케이블카 난립을 막기 위해 마련된 '국립공원 삭도설치 기본방침'과 주요 봉우리를 보호해 왔던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윤석열과 함께 국립공원 난개발 역시 사라져야만 한다"라고 했다.
경남도와 산청군은 지리산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리산권역 시민·환경단체들은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질병청, '참진드기' 활동 시작... "조심 또 조심!" 당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매개 참진드기 감시 14일부터 착수... 9월 가장 높은 밀도 보여
▲발생단계별 참진드기 모습 ⓒ 질병관리청관련사진보기
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이 14일부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아래 SFTS)을 매개하는 '참진드기'에 대한 감시에 착수했다.질병관리청(아래 질병청)은 이날 오전 "SFTS 감염 위험이 높은 계절이 다가옴에 따라 주요 매개체인 참진드기 발생 감시를 시작한다"고 발표하면서 봄철 야외활동 시 긴소매 옷·긴바지 착용, 벌레기피제 사용 등 진드기 예방수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참진드기는 유충, 약충, 성충 단계에서 각기 다른 숙주에 기생하여 흡혈하는 습성을 가진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4~5월)부터 약충이 활동을 시작해 여름철(6~7월)에는 성충이 산란을 하고, 가을철(9~11월)에는 주로 유충이 발생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수 ⓒ 질병관리청
특히 질병청은 "SFTS는 주로 4~11월에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에 물린 후 5~14일 이내 고열, 소화기증상(오심,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SFTS는 국내 첫 환자가 보고된 2013년 이후 2024년까지 총 2065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381명이 사망해 18.5%의 치명률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각별한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국내에서는 SFTS를 매개하는 참진드기는 작은소피참진드기, 개피참진드기, 일본참진드기, 뭉뚝참진드기 등으로 이 중에 '작은소피참진드기'가 가장 많이 서식한다.
▲SFTS 매개 참진드기A:작은소피참진드기, B:개피참진드기, C:일본참진드기, D:뭉뚝참진드기 ⓒ 질병관리청
이에 질병청은 '2025년 참진드기 감시 사업'으로 질병관리청 질병대응센터(호남, 경북, 경남)와 보건환경연구원(부산, 인천, 광주, 세종, 전남, 경남, 강원, 전북),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 거점센터가 협업하여 전국 23개 지점(붙임 1)에서 매월 수행하고 있다. 감시 사업을 통해 수집된 참진드기 밀도와 병원체 검출에 대한 정보는 감염병포탈을 통해 제공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봄철 야외활동으로 인하여 참진드기와의 접촉 빈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농작업 및 야외활동 시 풀밭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 긴 소매의 옷과 긴 바지를 착용하기, 그리고 야외활동 후에는 작업복 등을 세탁해주고, 반드시 몸을 씻고 참진드기가 몸에 붙어있는지를 확인하는 등 진드기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지 청장은 "몸에 붙은 참진드기를 발견할 경우, 주둥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2차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안전한 제거 및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전했다.
▲2025년 SFTS 매개 참진드기 발생 감시지점 ⓒ 질병관리청
유창재(karma50) 오마이뉴스
가덕신공항 살리자고 ‘김해공항 폐쇄’ 추진 파장
더불어민주당 정책 기구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에서 김해국제공항 기능을 가덕신공항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안이 실현될 경우 김해국제공항은 문을 닫게 된다. 15일 김해국제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직인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미래성장위)가 부산·울산·경남(PK) 대선 공약으로 ‘김해국제공항 폐쇄·이전’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공항 여객 기능을 가덕신공항으로 흡수시켜 가덕신공항 일원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십 년간 계획이 뒤집혀 온 가덕신공항 유치 사업이 이제 막 첫 삽을 뜬 이때, 김해공항 폐쇄라는 돌발 변수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공약으로 확정하기 전까지 사업 경과와 지역 민심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경제 공약 싱크탱크 미래성장위 핵심 관계자는 15일 “가덕신공항을 물류 중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김해공항 기능을 가덕신공항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래성장위는 민주당이 대권주자의 집권 이후 정책 발굴을 담당하는 당 싱크탱크 기구다. 이재명 예비후보의 당 대표 재임 시절 발족됐다. 사실당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당 기구로 알려져 있다.
계획이 실현되면 가덕신공항에서 국내·국제선이 모두 운영되며 김해공항의 여객 기능은 가덕신공항으로 흡수된다. 현재 활주로 1본 설립 계획으로 첫 삽을 뜬 가덕신공항에는 김해공항 부지 매각금을 투입해 활주로를 확장하겠다는 그림이다.
문제는 김해공항 폐쇄가 가덕신공항 활성화 계획의 전제라는 점이다. 미래성장위 측은 가덕신공항의 경제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 ‘김해공항 폐쇄’ 안을 도출해냈다. 국내선은 김해공항, 국제선은 가덕신공항으로 분리 운영 시 가덕신공항과 김해공항 모두 ‘반쪽 공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활주로 1본 건립을 계획으로 진행 중인 가덕신공항에 제2 활주로를 추가하기 위해 설계 변경을 할 경우 가덕신공한 건립 시간표만 늦추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다고 현 공사를 그대로 진행하되 구체적 예산 확보나 일정 없이 향후 추가로 제2 활주로를 짓겠다는 애매한 계획만으로 김해공항을 폐쇄할 경우, 제2 활주로 건설만 하세월이 되고 부산은 활주로 1본만으로 하늘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게다가 부산 시내에서 접근성이 편리한 김해공항 폐쇄로 서울·제주 등 국내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부산시당 측은 “아직 검토 단계로 공약화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 예비후보의 정책과 공약 발굴을 담당하는 미래성장위에서 ‘김해공항 폐쇄’ 안을 무게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보궐선거 특성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당 정책기구 논의를 거친 정책들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보수·진보 진영 대권주자를 통틀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예비후보의 당 정책기구에서 거론됐다는 점만으로 지역 사회에 파장이 커진다.
수십 년간 6번의 정부 용역 과제 검토, 2번의 백지화 등 숱한 고비를 거쳐 지역 주민들의 염원으로 일궈낸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또다시 엎어질까 우려 목소리가 커진다. 가덕신공항은 활주로 1본·2029년 개항을 목표로 이미 건립 첫 삽을 떴다. 이 가운데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은 오히려 공기를 늘리고 정치적 논란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대선 공약으로 ‘김해국제공항 폐쇄·이전’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며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는 민주당 조직이지 이재명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공항에 대한 시민 접근성 우려도 제기된다. 수도권에서 인천국제공항 개항 당시에도 국내선과 국제선 분리 운영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나왔으나 현재는 양 공항 모두 이용객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당초 국토부에서도 국내선은 김해공항, 국제선은 가덕신공항으로 투-에어포트 전략을 내놓은 것도 접근성을 감안한 계획이었다. 대안 없는 김해공항 폐쇄 시 국내외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관광 도시 부산에서 바로 도심으로 이어지는 김해공항이 폐쇄되면 당장 접근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논란이 커지면서 가덕신공항 건설이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결과적으로 지역 공항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가덕신공항은 활주로 1본을 목표로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성장위 측은 “김해공항 폐쇄의 전제는 가덕신공항 활주로 확장”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아직 실현 가능성이 검토되지 않은 상황이다. 가덕신공항 활주로 확장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부산 지역 내 운영 활주로는 단 1개만 남게 된다. 부산 지역민 이동망 자체가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래성장위 측은 “부산 지역에서 이중 공항은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가덕신공항 개항 후 김해공항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가덕신공항을 확실히 발전시키고 남는 김해공항 부지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부산의 발전 가능성을 키우는 일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본 이재명의 ‘K-이니셔티브’
조기대선 국면이 시작됐다. 이구동성으로 ‘이재명의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가장 강력한 대통령선거 후보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11일 기자회견을 하고 이른바 ‘K-이니셔티브 비전’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환영할 일이다. 물론 치열한 대선 경쟁의 ‘이니셔티브’를 잡으려는 ‘이니셔티브 비전’이겠지만, 혐오와 존재부정의 ‘네거티브 정치’를 ‘포지티브 정치’로 바꾸어, 비전 및 정책 경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이재명의 ‘K-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
4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전 대표는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퍼스트 무버'로 거듭날 것”이라고 선언했다(이하 <디지털경제(2025/04/11)>를 중심으로 기자회견문 등 참조). 초점은 ‘퍼스트 무버’에 있다. ‘추격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70년의 위대한 성취를 넘어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를 개척하겠다”며 의지를 다진다. 선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진단한다. “향후 5년은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시기”이며 “양적 성장에만 매달리던 기능 중심 사회의 한계에서 벗어나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를 고심하며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가치 중심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강력한 대선 후보 이재명은 “위기에서 더욱 빛나는 대한민국”을 상찬하며, 특별히 ‘대한민국 4대 강국’의 비전을 제시한다. 첫째 전략적 눈높이로 세계정세에 대응하며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하는 ‘외교 강국’, 둘째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주도하고 첨단 산업을 선도하는 ’경제 강국‘, 셋째 충돌하는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며 ‘사회적 대타협’으로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민주주의 강국’, 넷째 K-민주주의와 K-컬처 콘텐츠, K-과학기술과 K-브랜드까지 세계문명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강국’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더해 “먹사니즘의 토대 위에 한계를 뛰어넘어 신세계를 설계하는 잘사니즘, 변화 적응을 넘어 그 변화를 주도하는 영향력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라며, 이번 대선을 대한민국이 새 희망의 미래를 여는 '레벨업'의 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또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은 약육강식의 세계질서와 인공지능 첨단과학 시대조차 극복하며 ‘세계의 표준’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다짐의 다짐을 거듭했다. “‘K-이니셔티브’의 새 시대를 열겠다”며 야심 찬 포부를 펼쳤다.
포스트성장시대, ‘경제성장 K-이니셔티브’는 가능한가?
잠재적 국가지도자 이재명의 ‘K-이니셔티브’와 ‘퍼스트 무버’의 야심과 포부는 정녕 환영할 일이다. 19세기 ‘부국강병론’의 21세기 버전으로 보이는 ‘4대 강국론’도 대중정치 지도자로서 당연한 수사법이다. 그러나, ‘포스트성장시대’의 『축소되는 세계』(앨런 말라흐)의 현실에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 많은 소득과 더 많은 소비를 전제로 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잘사니즘’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더욱이 ‘잘 사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없는 상태에서 ‘질적 성장’이란 무엇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축소되는 세계』의 저자는 주장한다. “인구도, 도시도, 경제도, 미래도, 지금 세계는 모든 것이 축소되고 있다.” 사실 오늘 전지구적 대혼돈과 극단주의의 발흥과 약육강식의 ‘네거티브 생명정치’의 배후에 ‘성장의 종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깝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멀리는 산업혁명 300여 년, 성장을 거듭해온 산업·자본주의문명이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패권국가 미국은 그런대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도 일본도 사실은 저성장, 제로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제 미국도 기존의 경제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말이다.
요컨대 포스트성장시대가 분명한 현실에서 ‘경제성장 K-이니셔티브’가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해 12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4~26년중 2%, 2030년대에는 1% 초중반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747성장론’이나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이 아니라면, 극적인 경제성장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거꾸로, 포스트성장시대에 걸맞은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정부의 지방소멸 대응정책에서 ’성찰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한다며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1조씩 1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지만, (출산정책이 그러하듯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처음부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국토연구원이 제시하고 있는 지방소멸 대책도 그간의 투입 중심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지역경제 모니터링을 위한 지역활력지수 개발 및 활용방안』, 2022). 요컨대 급진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8월 한국NGO학회와 전북생명평화포럼이 공동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제안된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생명생성 패러다임‘으로의 전환도 그 중 하나이다.
(확률은 높지 않지만 ‘대박’의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실용주의자’ 이재명이면 충분히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 개척 및 시베리아-캄차카 개발과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와 북한과의 새로운 지정학적 연횡 가능성이 그것이다(민들레, '문명전환국가 대한민국이 온다' 참조))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아니라 바둑을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
“(AI 시대에는)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바둑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바둑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협업해야 합니다. 인간은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은데, 인공지능이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조선비즈, 2025/4/11)
이재명 전 대표의 K-이니셔티브를 곱씹고 있자니, 동시에 이세돌 관련 기사가 떠오른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천재 바둑기사이자, 2016년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둔 ‘유일한 인간’으로 알려진 이세돌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로 임용이 되어 올해 3월부터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세돌은 인공지능과의 세기적 바둑 대결 이후 바둑기사를 그만두고 보드게임 작가로 활동해왔다. 그 경험을 토대로 강단에 선 이세돌이 주장한다. “바둑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틀을 발명하는 것이 결정적이라는 뜻일 것이다. 강력한 대선 후보 이재명이 이야기하는 K-이니셔티브도 ‘판을 주도하는 대한민국’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그러나 이재명의 ‘대한민국 4대 강국론’이 ‘바둑을 만들 수 있는 사람’,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사람’ 이야기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가 K-이니셔티브를 통해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의지는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니즘’과 ‘잘사니즘’을 보면 대중정치인 이재명은 분명 생명정치의 핵심을 일부 간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강국론과 성장론은 그가 ‘고정관념’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혹 그것이 선거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이 진정 “스스로의 눈으로 세계를 읽어내는 힘을 길러야 하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판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1980년대, 1990년대 민주화운동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586세대와 686세대가 주류인 민주당의 ‘세대 경험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란세력 척결론’으로는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중도전략의 문제가 아니다(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 힘' 주류의 낡은 이념정치와 반민주성은 논외로 한다.).
대전환 이니셔티브(Great Transition Initiative)
파국과 혼돈의 시대, ‘또 다른’ K-이니셔티브가 절실하다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지켜 보아온 글로벌 전환운동 네트워크가 있다. 이름에 ‘이니셔티브’가 들어가 있다. 'Great Transition Initiative'(https://www.greattransition.org/)라는 단체가 그것이다. ‘대전환 이니셔티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1995년 ‘글로벌 시나리오 그룹(GSG)’으로 출발해 2002년 공식적으로 창립되었다. 이니셔티브(intiative)의 뜻 그대로 전지구적 대전환 담론을 선도하고, 그 전망과 구상을 구체화해왔다.
‘전환적 이니셔티브’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말이다. ‘파국과 혼돈의 시대’라는 현실 인식은 물론 최근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마저도 소수의 관찰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주관적인 시각’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이 전 지구적인 대혼돈을 격발하고 있다. 계몽과 합리의 문명 시대가 끝나고 야만적 양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한 듯 보인다. 정말 그렇다면, 물론 살아남는 게 먼저다. 그런 점에서 생명정치의 강력한 행위자로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결정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 수는 없다.
예컨대 앞서 언급했던 북극항로 및 시베리아 개발은 예측 불가능한 기후격변과 기후재앙을 전제로 한다. 어느 누군가, 어느 지역, 어느 나라의 생태적 파국을 전제로 한다는 말이다. 그 대상이 한반도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난카이 대지진의 경고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더욱이 수천만 명의 이재민과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예측될 정도로 지진의 규모가 크다면, 한반도도 물리적 피해와 난민의 대규모 유입 등 재앙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한다는 ‘극단적 상황’과 “문명의 종말을 준비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예사롭지 않다(YTN, 2025/04/11, 『종말을 준비하는 사람들(마크 오코널)』 참조).
현실적으로는 포스트성장시대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지속불가능한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상하는 ‘경제성장 K-이니셔티브’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과 세계에 대한 상상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말이다. 전환적 세계관과 인간관에 대한 탐구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생명생성의 패러다임’과 비근대적 문명전환국가의 실험과 실현을 먼 미래 일로 미룰 수 없다는 말이다.
‘문명전환 K-이니셔티브’, 연결을 시작하다
한 가지 확인해둘 것이 있다. 이런 주장은 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민주당과 대선 후보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거의 없거니와, 관건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약하더라도 확실한 ‘문명전환 K-이니셔티브’다. 이재명의 K-이니셔티브와 공존하면서 언젠가 경합할 수도 있는, 또 다른 K-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다. 스스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번 조기대선 국면에서 문명전환정치는 특별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연결은 언제든지 시작할 수는 있다. 최근 남도(南道)에서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경험하고 목격하고 있다. 전북생명평화포럼의 ‘생명평화 전북특별자치도’를 위한 공론장 만들기도 주목할 일이고, ‘생태적 문명전환의 일꾼 양성’을 목표로 6개월간의 시범교육과정은 준비하고 있는 ‘사랑어린 순천(順天) 에코칼리지’(준)도 의미심장하다. 특히 ‘순천 에코칼리지’(준)는 지난해 순천 시의회를 통과한 ’생태문명 실천조례‘에 의거해 준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문명전환 K-이니셔티브‘의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문화되었지만, 2022년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생태문명전환조례’를 제정한 전북도의 ‘문명전환 K-이니셔티브’도 여전히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이니셔티브’들이 땅속줄기처럼 곳곳에서 생성되고 연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순천에서 만난 ‘말랑버스’도 그중 하나이다. 19세기 중후반 동학 초기 도인들이 모여 집중 공부모임을 연 개접(開接)처럼, 2천년 전 초대교회 시절 마가의 다락방처럼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이들이 3박 4일 동안 땅의 생태학을 공부했다. 그들은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또 시공간을 태동시킬 것이다.
아직은 미약하다. 하지만, 미약하면 미약한 대로 ‘연결’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연결’은 ‘연합(혹은 연대)’과 다르다. 연합이 위로부터의 배치라면, 연결은 (아래로부터와 또 다르게) 가까이 있는 것들과의 접속이며, 혹은 아직 감지되지 않지 않은 접속들을 드러내는 일이다. 연결의 연결을 이어가는 것이다. 분명 ‘연합’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연결’이 중요해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조기 대선국면과 생명정치와 관련해 작은 모임도 시작됐다.
분명 ‘이재명의 시간’이 오고 있다. ‘K-이니셔티브’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삶과 사회와 문명이 생성되는 ’전환의 시간‘도 분명 진행 중이다.
주요섭 (사)밝은마을 생명사상연구소대표/ 시민언론 민들레
이정○ (lo**) 윤석열과 국힘당에게는 무얼하라고 할 건가요? 생명정치든, K이니셔티브등 이상적인 사회상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있는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K-생태 이니셔티브를 시작하기도 전에 반란세력들이 준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능성 있는 생태문명의 전환을 이룰 자 이재명이 탄생하기도 전에 밑바닥부터 잘못 이루어진 역사의 현장에 우리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생명을 경시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그들에게도 한 말씀을 빼놓지 않았다면 더욱 좋은 말씀이 되었을 겁니다.
박영○ (ey**) 베끼기만 하다가 10년 전으로 추락한 처지에 이게 가능한 일인가? 기개는 좋다만 인프라도 교육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괜히 헛소리는 아닐까? 국민 하나 하나가 정신부터 차려야 할걸! 그렇다고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은 아니고~
이상○ (sa**) 뭐 이것 저것 아는 것은 많아서 온갖 것들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핵심이 뭔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슴.
산에는 나무를 심지 말자!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생태기반적응’(Ecosystem-based Adaptation).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인 ‘기후위기’라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비용효율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추구하는 바는 “기후변화영향으로부터 발생하는 직접적인 위험을 생태계 시스템을 통해 줄이거나 해소하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결국 인간이 초래했지만 첨단의 과학기술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오히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위기의 완화를 위해 다시 자연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노력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이 할 일은 자연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곳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곳을 방해하지 않는 것과, 자연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곳을 복원하여 자연시스템이 다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비용의 절약과 기능의 최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너무나 합리적 방법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이 방법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자연 스스로의 시스템이 잘 작용되는 곳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 대표적인 곳이 숲과 하천이다. 지면의 한계상 이 글에서는 숲에 한정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인위적으로 산에 나무를 심은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80%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산에 나무를 인위적으로 심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식재한 면적이 무려 국토의 절반에 가까우니,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낸 ‘엄청난’ 결과임이 분명하다. 산림청은 이 ‘엄청난’ 사실을 우리나라의 근면성실한 국민이 만들어낸 기적이라 홍보하기에 지금도 여념이 없다. 벌거벗은 산을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열심히 노력하여 푸르게 만든 유일한 나라라고 말이다.
그러나 ‘엄청난’ 결과의 의미는 반드시 좋은 쪽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과연 나무를 심어서 우리 산이 푸르게 변했을까?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지금까지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반드시 그 과정을 따라가야만 한다. 지금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단편적인 답 대신 과정을 추적해보자. 나무를 심어서 우리 산이 푸르게 변했다면 지금 우리나라 산림은 모두 인위적으로 조성된 식재림이 차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국토의 절반에 나무를 심었으니, 당연히 우리 산림은 모두 조림한 곳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80% 이상은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낸 숲이다. 인위적으로 조림한 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한국전쟁 이후 거의 모든 숲이 황폐화되었음을 감안할 때, 식재한 숲의 대부분은 스스로 자라난 나무들에 밀려 도태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20%밖에 남아있지 않은 조림지 또한 스스로는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거의 대부분 조림지는 자연이 스스로 길러내는 나무들을 지속적으로 사람이 잘라주어야만 겨우 유지되는 반쪽짜리 숲일 뿐이다. 이 과정이 ‘숲가꾸기’라는 사업으로 포장되어 있다. 꽤 아름다운 이름으로 포장된 이 사업은 주어진 환경조건에서 가장 적합하게 자랄 수 있는 나무들이 스스로 싹을 틔워 건강하게 자리잡은 것을 잘라내어 자연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나무를 억지로 유지시킨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스스로 자라나는 나무를 잘라주어도 자연은 제 힘으로 그 토지에 가장 적합한 나무들을 더 빠르게 길러내는 능력을 보인다. 그렇게 인공조림된 숲은 자연의 힘에 빠르게 밀려나게 된다.
산림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산림에서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의 평균수령은 불과 40년 전후에 그치고 있다. 30~40년 나이의 수림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9%에 달하고 40~50년 나이의 수림대가 33%를 차지한다. 50년 이상 나이의 수림대는 전체 산림의 5%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조림은 언제 주로 진행되었을까? 50년 이상의 나이를 보여야 하는 숲인, 1973년 이전까지 식재된 면적은 국토산림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무려 전체 산림면적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30~40년 나이의 수림대가 되었을, 1984~1993년의 10년 사이에 식재된 면적은 불과 7%에 불과하다. 산에 나무를 식재한 시기와 현재 숲의 나이가 전혀 맞지 않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실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 불일치하는 수치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푸르러진 우리 숲은 인위적인 식재에 의해 조성된 숲이 아니라, 자연 스스로 자라나 형성되었다는 설명 뿐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전환 역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거의 모든 난방과 취사에너지가 나무에 의존했던 시기는 전후 1960년대 급진적으로 변화된다. 시골을 제외하면 나무를 구할 수도 없었기에 도시의 에너지원으로 연탄이 빠르게 자리잡았으며, 또다시 1980년대 후반부터 전국이 석유와 천연가스로 대체된다. 도시는 지금은 향수가 된, 30여 년 동안을 함께 한 연탄이라는 에너지 과도기가 있었지만, 시골은 나무에서 곧장 석유로 전환된다. 1980년대 시골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추억을 소환해 보길 바란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골에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된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의 핵심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늘이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반대급부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 배출된 탄소를 빠르게 흡수하는 자연환경의 전환기회를 맞았다. 그 이전까지 숲과 인접한 가구 대부분이 나무를 난방연료로 사용하던 것에서 벗어나게 되니 자연스레 숲에서 자라는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도 되었고, 이러한 에너지 전환이 시작되면서 우리 숲은 드디어 인위적 간섭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풍성하게 만들어왔던 것이다.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거의 모든 지역의 에너지가 바뀐, 이 시점은 지금 현재 우리 숲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들의 나이와 일치한다. 나무를 심어서 숲이 푸르러진 것이 아니라, 나무를 더이상 베지 않아서 자연이 스스로 숲을 푸르게 만들어준 것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숲이 빠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한 일은 무엇일까? 나무를 심어주었다는 것은 앞선 통계에서와 같이 맞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한 일은 “숲을 그대로 둔 것” 밖에는 없다. 자연 스스로 해법을 만든 것이다. 돈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이 알아서 일을 해 준 것이다. 그게 자연(自然)이다. 숲의 자연갱신을 유도하면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면서,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나무들이 자라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훨씬 건강한 숲이 만들어진다. 자연이 스스로 만든 숲은 온갖 병충해에도 강하게 견딜 수 있으며, 산불에도, 건조에도, 폭우에도 강하다. 아울러 인위적으로 심고 가꾸는 숲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저장하게 된다. Nature에 게재된 Lewis 등(2019)의 연구에 의하면 자연림은 식재림에 비해 무려 42배나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고 결론 내렸다. 생물다양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높아진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천연갱신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왜일까?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벌채를 할 경우 반드시 조림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뜻 베었으니 심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자연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무를 자른 주변에 자연 스스로 어린 나무들이 다시 잘 자라니 굳이 심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긁어 부스럼이 되기 때문이다. 심는다고 숲을 교란시키고, 다시 심은 나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자연 스스로 길러내는 훨씬 건강한 나무를 잘라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산불지역도 마찬가지다.
위 법률에서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데, 자연적으로 산림이 조성되는 경우에는 조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벌채 후 3년 이내에 일정 정도 어린나무가 자라게 되면 조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기간을 기다리게 되면 거의 모든 숲에서는 어린 나무가 밀생하게 된다. 그러니 조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반적 관행으로 벌채 후 곧바로 조림하게 된다. 정부에서 조림비용의 90%, 상황에 따라 100%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조림 후 모든 관리비용 또한 정부의 세금으로 지원이 되니, 산주는 조림을 하지 않으면 마치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산주에게 돌려주는 지원을 못 받는 것으로 착각되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후위기시대 최고의 해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연기반해법’과 ‘생태기반적응’의 개념으로 가보자. 숲은 그대로 두면 (훼손된 숲이라 하더라도, 심지어 산불에 의해 모든 생명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숲이라 하더라도) 자연 스스로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숲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은 자연의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이며,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얻는 혜택을 너무나 많이 줄이게 된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되돌릴 수 없는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방법은 자연의 힘을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산에는 나무를 심지 말자! 자연 스스로가 최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람이 나무를 심을 수 없는 너덜바위 위에서도 자연은 스스로 높은 밀도의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낸다. 가치지기를 하지 않아도 곧게 자라며,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밀도를 조절하여 크게 자란다. ⓒ홍석환
사람이 나무를 심을 수 없는 너덜바위 위에서도 자연은 스스로 높은 밀도의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낸다. 가치지기를 하지 않아도 곧게 자라며,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밀도를 조절하여 크게 자란다.
오래된, 상처입은 나무는 쓸모없는 나무가 아니다. 또 다른 숲의 구성원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더 풍성한 공간으로의 변화를 유도한다.
숲가꾸기를 통해 어린 나무들을 모조리 잘라낸 소나무숲이다.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숲은 재난재해에 취약해진다.
20년 전, 화마에 휩쓸린 숲에 나무를 심고, 지속적으로 관리한 숲은 또다시 산불에 모두 불탔다. 불과 며칠 전 불탄 숲 아래에서 자연이 스스로 길러내는 나무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그대로 두면 자연 스스로 가장 빠르게 최적의 숲을 만들어 제 기능을 할 것이다.
오래된 숲은 스스로 각자의 영역을 만들며 숲을 건강하게 유지한다.
2019년 강릉산불의 자연복원 모습이다. 산불 이후에도 자연은 스스로 매우 빠르게 숲을 복원할 능력이 있다. 죽은 나무는 2차피해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쓰러지면서 새로 자라나는 나무의 양분이 된다. 이러한 자연의 능력은 인간이 심고 가꾸는 것과 비교할 수조차 없이 효율적이면서도 신속하게 발휘된다.
나무를 심어서 숲을 만들어야 할 곳은 산림이 아니라 인위적 간섭에 의해 자연 스스로가 역할을 할 수 없는 도심이다.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hong@pusan.ac.kr)/조경논단
“산림정책, 이제야말로 자본주의를 넘어서자”
최악의 산불이 영남을 휩쓸고 지나간 뒤, 정치권은 산림정책 점검으로 분주하다. 임도 확장과 진화헬기 보강 등 산림청(청장 임상섭)이 주장하는 대책에 국회의원들도 관심을 집중하며 예산 지원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산림청의 현 산림정책에 충분한 예산이 갖춰지기만 하면 해마다 광역화·상시화되고 있는 산불은 진정될 수 있는 걸까.
산림청의 산림정책을 뿌리부터 뒤집어 보는 성격의 토론이 열렸다. 지난 11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200여명의 전문가·시민이 온·오프라인상에 모인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긴급집담회’다. 산림의 이용과 효율을 중시하는 산림청의 산림정책은 지난 30년 동안 환경과 가치를 중시하는 환경·시민단체들의 목소리와 팽팽히 대립해 왔다. 이번 초대형 산불 사태를 계기로 산림청을 향한 민간의 비판이 한층 강하게 응집하는 모습이다.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산불 사태의 성격을 ‘인재’라 규정했다. 기후위기는 산불 피해 확산의 보조요인일 뿐, 핵심요인은 그릇된 산림정책이며 산림청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참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는 임도 확장, 진화헬기 보강, 숲 가꾸기 사업 등 산림청이 산불 대응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임도가 있다고 산불을 진화할 수 없으며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것 △지상진화대원과의 공조가 없으면 헬기 일변도의 진화 전략은 무의미하다는 것 △작은 나무와 수풀을 정리하고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 일색의 숲을 만든 ‘숲 가꾸기 사업’이 대형 산불을 초래했다는 것을 구체적인 피해 현장 사진들로 증명해 보였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 역시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피해액의 7배(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지원됐음에도 산불 피해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먼 동네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좀더 힘 있는 목소리로 정부 시스템을 바꿔 놓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 것”이라고 현 산림정책이 크게 잘못돼 있음을 주장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민간 전문가와 시민들이 지난 11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긴급집담회’를 열고 산림청의 산림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대형 산불 사태를 맞아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을 결성해 산림정책 전환을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교수는 특히 산림의 식생 관리 문제에 보다 꼼꼼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산림청이 추구하는 산림의 ‘임업 생산 공급가치’는 연간 8조원이지만, 간과하고 있는 공익적 가치는 259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259조원의 가치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교목층·아교목층·관목층·초본층의 4층 구조가 온전히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으로 이것이 훼손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산불 진화 이후 ‘긴급벌채-조림사업’으로 이어지는 수습 대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산불 이후 자연복원을 하는 데 산림청은 100년이 걸린다고 말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식생 체계는 20년이면 가능하다. 그 20년 동안 토양은 계속 깎여 나가지만 이후부턴 쌓이기 시작해 40년 정도면 완성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새로울 것 없는 해묵은 지적임에도 산림정책이 30년째 조금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임도, 사방댐, 숲 가꾸기 등 산림 정책사업 이권에 형성돼 있는 이른바 ‘산림 카르텔’로 꼽힌다. 참가자들은 이번 산불 사태를 계기로 이제야말로 이 카르텔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1996년부터 이어온 산림정책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시민들이 의지를 모아야 이번 산불로 죽어간 생명들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산불 진화와 관련해선 그 책임을 산림청에 맡겨 둬선 안된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됐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산불 진화는 전문성·전문인력을 가진 산림청이 맡아야 한다’는 산림청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산림청이 산불을 관장하는 서구 선진국은 우리나라와 지리 여건이 판이하며, 진화에 실질적으로 기능을 하는 인력 역시 산림청보단 소방청에 있다는 게 골자다. 그는 “임도·헬기 부족, 기후변화를 논할 계재가 아니다. 산불재난은 ‘누가 할 건가’가 아니라 ‘누가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며, 답은 소방청이라 본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원주소방서 소방공무원은 “우리가 직면한 재난은 이미 산불이 아니라 산불로 시작된 ‘광역적 화재’다. 산불에만 갇히지 말고 산림의 체계를 바꾸는 고민, 마을 화재 방호대책 등 광역적 화재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집담회를 기점으로 산림정책 전환을 위한 본격 공동행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이라는 이름의 조직으로 향후 성명과 기자회견, 후속 집담회 등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14일 첫 성명에서 △산림청이 산불 책임을 지고 피해 주민과 국민에게 사죄할 것 △피해림 긴급벌채 계획을 중단하고 숲 가꾸기, 임도 사업을 재고할 것 △정부와 국회가 긴급벌채·조림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피해 주민 지원에 우선 집중할 것 △민관합동조사단을 중심으로 진단과 대책 마련을 추진할 것 △대선 후보와 국회의원들이 산불 쟁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할 것을 요구하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산불 복구는 어떻게… ‘강원 옥계의 실험’에 답이 있다
인공 조림·자연 복구 동시에 진행
14일 오후 드론을 띄워 지난 2019년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의 한 산지를 찍은 모습. 6년이 지난 현재 왼쪽 아래로는 자연 복원된 참나무들과 2019년 산불 당시 불길을 피한 소나무들이 숲
14일 오후 드론을 띄워 지난 2019년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의 한 산지를 찍은 모습. 6년이 지난 현재 왼쪽 아래로는 자연 복원된 참나무들과 2019년 산불 당시 불길을 피한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반면 나머지 인공 조림된 구역에 있는 소나무 묘목들은 대부분 어른 무릎 높이까지도 자라지 못했고, 말라 죽은 경우도 많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한 산지. 비포장 임도(林道)를 따라 50m쯤 올라가니 산 경사지 곳곳에 꽂혀 있는 흰 막대기가 보였다. 2019년 4월 발생한 산불로 일대 소나무림(林)이 불타자 이듬해 산림청이 소나무를 조림하면서 ‘복구 완료’의 뜻으로 흔적을 남긴 것이다. 5년이 지났지만 말라 죽은 묘목이 대부분이었고, 죽지 않은 소나무는 키가 어른 무릎 높이까지도 자라지 못했다. 오히려 묘목들 사이 자연 발아한 오리나무가 3m 정도 크게 자라 있었다.
산불은 ‘복원’이라는 숙제를 남긴다. 우리나라는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화마의 상흔을 빠르게 지울 수 있는 인공조림 방식을 주로 택해왔다. 땅을 갈아엎은 뒤 생장이 빠른 소나무 묘목을 심어 복원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올봄 영남 산불을 계기로 이런 복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을 특정 수종으로 채우는 것이 오히려 산 생태계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옥계면은 2019년 산불 이후 ‘인공조림’과 ‘자연복구’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강원 영동 지방은 봄철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진 서풍(西風) 때문에 가뜩이나 건조도가 높은데, 그중에서도 옥계면은 분지 지형이라 특히 더 건조하다. 2000년대 이후 피해 면적이 100ha(헥타르·약 1㎢) 이상인 대형 산불만 4차례 발생했다. 첫 산불인 2004년 현내리·낙풍리 일대 430ha(약 4.3㎢)가 불탔고, 민둥산에 소나무를 심었다. 2017년 산계리·현내리·낙풍리에 또 산불이 나면서 13년간 키운 소나무를 비롯해 160ha(약 1.6㎢)가 잿더미가 됐다.
불과 2년 후인 2019년에는 마을 4곳에 1033㏊(10㎢)가 불타는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다시 소나무림이 잿더미가 되자 ‘인공조림’과 ‘자연복구’를 둘러싸고 의견이 충돌했다. 산림청은 피해 지역 한쪽은 인공조림을, 다른 한쪽은 자연복구를 하기로 했다. 두 사례를 비교해 향후 산불 피해 복구 모델을 발전시키자는 취지였다.
14일 찾은 옥계면은 조림지보다 자연복구를 택한 곳에 초록 잎 달린 4~5m 키의 나무들이 무성했다. 굴참나무, 오리나무, 싸리나무, 생강나무 등 봄을 맞아 막 잎이 나기 시작한 참나무들이었다. 소나무림이 없어진 후 그늘이 사라지자 땅속에서 잠자던 씨앗들이 햇빛을 받아 자연 발아한 것이다. 활엽수인 산수유 조림지에서도 씨를 뿌린 적 없는 다른 참나무들이 더 빠르게 생장하면서 고사한 산수유가 많았다. ‘자연 경쟁’에서 인공조림된 산수유가 진 셈이다.
옥계 산불후 인공조림(왼쪽)과 자연복구(오른쪽)을를 동시에 하고 있는 현장 모습. 2024년 5월 사진이다./독자 제
자연복구는 인공조림보다 장점이 많은 복원 방식으로 평가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 발생 20년 후 숲과 토양 회복력 평가에서 자연복구 지역의 토양 유기물과 양분 회복 속도가 인공조림 지역보다 각각 1.5배, 1.3배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조림은 땅을 갈아엎는 과정에서 지반을 잡고 있던 나무 뿌리들을 제거하기 때문에 홍수로 인한 산사태 위험도 커진다.
산림청이 소나무를 주로 식재해온 것은 한국전쟁 이후 척박했던 토양 환경과 겨울철 한랭건조한 한반도의 기후 등이 고려된 결과다. 소나무가 건축재·가구재로서 가치가 높고, 송이버섯을 키울 수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선호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비료 사용으로 땅이 비옥해졌고, 온난화 여파로 2070년이면 강원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소나무 생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 산불이 난 땅에서는 소나무림을 다시 만들어도 송이균이 자라지 못해 송이버섯 수확도 기대하기 어렵다.
임치홍 서울여대 생물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인공조림을 하더라도 소나무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기후·생태 변화를 고려해 수종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기자 blue@chosun.com
美 조림 원칙은 ‘Let it grow’… 호주·스페인도 자연 복원 우선
인공 조림은 극단적 피해지에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게 원칙
14일 오후 드론을 띄워 지난 2019년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의 한 산지를 찍은 모습. 6년이 지난 현재 왼쪽 아래로는 자연 복원된 참나무들과 2019년 산불 당시 불길을 피한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굴참나무, 오리나무, 싸리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4~5m가량 커져 있었다. 반면 나머지 인공 조림된 구역에 있는 소나무 묘목들은 대부분 어른 무릎 높이까지도 자라지 못했고, 말라 죽은 경우도 많다./박상현 기자
해외 국가들은 대형 산불이 발생한 숲을 회복시킬 때 큰 숲일수록 자연 복구 방식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기록상 가장 파괴적인 산불이 발생했던 2020년 한 해에만 400만 에이커(약 1만6000㎢) 이상이 불탔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전체 면적의 약 4%다.
과거 미국은 산불 이후 소나무 등을 심는 인공조림 방식을 택했다. 최근 미국 산림청은 자연 복원을 중심으로 하는 ‘렛 잇 그로(Let it grow)’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인공조림이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해칠 수 있고, 다음 산불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산불 피해 지역이 넓으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호주는 2019~2020년 6개월 동안 이어진 ‘블랙 서머(Black Summer)’ 산불로 약 1800만헥타르(18만㎢)의 산림이 소실됐다. 호주 정부와 산림 연구소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연 회복 우선 방침을 따랐다. 당시 서식지 대부분이 불타면서 호주에 사는 코알라 약 6만마리가 죽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호주 정부는 코알라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코알라의 서식지를 회복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도 자연 복원을 기본으로 설계됐다. 산불로 파괴된 숲과 건강한 숲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 코알라의 서식지를 넓혀주는 것이다. 이런 대책을 추진한 이후 일부 산불 피해 지역은 1년 만에 자생종의 80% 이상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산불이 발생하는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산불 복구 작업을 할 때 정부의 최소 개입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토착종의 자연 복원을 유도하고, 인공조림은 극단적인 피해지에 한해서 최소한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과거 조림 정책 실패를 겪은 뒤 자연 복원 중심으로 산불 대응 정책을 바꿨다. 2017년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에서 발생한 산불의 확산 속도는 소방의 역량보다 최대 9배 빨랐다. 이 국가들이 경제적 목적으로 기름기가 많아 불길이 쉽게 번질 수 있는 유칼립투스 숲을 넓게 조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국립공원에도 임도? “생태계 보전 위해 최소한의 길만 내야”
지난달 27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상의리 주왕산 국립공원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가 산불 진화를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뉴스1
지난달 말 발생한 경북 산불이 청송 주왕산국립공원까지 삼키면서 일각에선 국립공원 안에도 임도(林道)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도는 산불이 나면 소방차가 들어가 불을 끌 수 있는 숲속 길이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와 경관 보전이 목적인 국립공원에 화재 진압을 위한 임도를 낸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14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주왕산국립공원 전체 면적(1만610ha·헥타르)의 약 3분의 1인 3260ha가 불탔다. 여의도 면적(290ha)의 약 11배가 휩쓸려 간 것이다. 불탄 면적 대부분은 소나무가 있던 천연림이었다. 복원 작업은 자연 복구로 이뤄질 예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국립공원은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심해 인공 조림은 어렵다”고 했다.
각국 주요 국립공원이 임도를 제한하는 것은 서식지를 단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간 이동이 활발하지 않은 소형 포유류, 양서·파충류, 곤충 등은 도로·벌채 등 인공 구조물에 민감해 생태 연결성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도를 통해 외부 차량이 자주 드나들게 되면 외래 식물종이나 병원균이 들어올 가능성도 커진다.
호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은 봄철 우리나라 백두대간 동쪽처럼 고온 건조한 바람이 자주 불어 산불 위험이 큰 지역에 있다. 이곳에선 임도 대신 산불에 견디는 힘이 강한 활엽수 위주로 일종의 방화벽을 세워 산불을 대비하고 있다. 산불이 나면 소방차가 진입해 불을 끄는 속도보다 불씨가 산을 태우는 속도가 더 빠르기에 타는 면적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임도 대신 헬기 착륙장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드론과 고지대 산불 감시탑, 인공지능(AI) 산불 감시 시스템을 통해 불씨가 보이면 헬기를 출동시켜 초기 진압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스페인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과 프랑스 메르캉투르 국립공원도 임도 대신 헬기를 통한 공중 진화와 드론·위성을 통한 산불 조기 감지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임도는 주로 임업을 위해 닦는 도로라서 국립공원 안에서는 원칙적으로 제한 대상이다. 국립공원 대부분이 탐방객을 위한 최소한의 길만 내는 이유다.
박상현 기자 bl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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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논단]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원도시인가 - 뉴스 - 환경과조경
지난달 28일 산림청과 건축공간연구원은 국내 정원도시 정책 및 계획 현황과 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2024 정원도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발표에 참여한 서울시와 정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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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lak.co.kr/m/news/view.php?id=19905
[조경논단] 손에 잡히는 정원도시 - 뉴스 - 환경과조경
유행처럼 확산되는 정원도시 추진 소식을 접할 때마다, 반가움만큼이나 한켠으로 살짝 피로감도 든다. 섬세한 전략 없이 홍보용으로 지르고 보자는 태도나, 적은 예산으로 손쉽게 따라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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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임계점 넘어섰나…온난화 늦춰주던 바다에서 '이상 신호' 감지
최근 볼리비아에서 때아닌 폭우로 홍수가 나 50여 명이 숨지고, 중국 북부 지역은 폭설에 파묻혔습니다. 이런 이상 기상 현상이 세계 곳곳에 잇따르고 있는데요. 바다가 해온 온난화 완충 역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기자〉볼리비아 북동부, 마을 하나가 온통 물에 잠겼습니다주민들은 배를 타고, 노를 저어 이동하고 있습니다.
[마야 페랄타/볼리비아 수해민 : 매일 물이 차오르면서 우리는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농작물도 모두 물에 잠겨 버렸고, 가축들은 간신히 물 위로 머리를 내밀고 목숨을 건졌지만 먹을 게 없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례적 폭우로 홍수가 나면서 볼리비아에서는 숨진 사람만 50여 명, 피해 가구는 30만 가구가 넘습니다.
중국 북부에는 때아닌 폭설이 쏟아졌습니다. 소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을 뒤집어썼고, 차량도 눈 속에 파묻혔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15cm 이상의 적설이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세계 곳곳에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잦아진 건,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바다가 많은 열을 흡수하며 기후 변화를 늦추는 역할을 해줬는데, 최근에는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배출하는 대표적 온실가스, 이산화탄소의 30%는 해양에 흡수됩니다. 특히 해류가 바닷속 깊이 내려가는 북대서양에 많은 양이 녹아 들어갑니다.그런데 최근 서울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2050년쯤에는 이 북대서양에 더 이상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물은 따뜻할수록, 염분의 농도가 낮을수록 가벼운데요.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오르고, 빙하가 녹은 물이 섞이며 염분 농도가 떨어지면 물이 가벼워지는데, 그러면 심해로 가라앉지 않고 안정화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해수면에 점점 차면서, 이산화탄소를 더 이상은 흡수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결국 온난화 속도가 더 빨라지는 악순환을 맞게 됩니다.
[국종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기후 변화가 기후 변화 임계점을 넘어가게 되면은 우리가 점진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급격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해양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상 기후가 앞으론 더 급격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SBS 뉴스
“일본산 농수축산물 10개 중 1개 꼴로 세슘 검출”
환경운동연합, 일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 보고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4년 됐지만 오염이어져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2024년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실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일본산 농수축산물 식품 10개 중 1개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CS-134, CS-137)이 검출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환경단체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염이 지속되고 있다며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대폭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7일 ‘2024년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 실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자국 농수축산 식품 총 4만5413건을 검사한 결과 4258건에서 세슘137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본 전 지역의 식품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방사성물질의 검출률이 9.4%인 것으로, 말하자면 식품 10개 가운데 1개는 방사성물질에 오염됐다는 뜻이다. 우라늄 원료의 핵분열로 생기는 방사성물질인 세슘137 등 세슘 동위원소가 인체에 대량으로 침투할 경우 불임 및 전신마비, 백내장, 각종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반적으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14년 동안 일본 농수축산물에선 높은 오염이 확인되고 있으며, 방사성물질 검출률도 지난해를 포함해 최근 5년간 큰 변동이 없다고 환경운동연합은 밝혔다. 먼저 자연에서 살아가는 야생조수의 경우 방사성물질 검출률이 23.6%(7679건 중 1809건 검출)로 가장 높았다. 멧돼지고기에선 1만4000㏃/㎏, 흑곰고기에선 530㏃/㎏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1베크렐(㏃)은 1초에 1개의 방사선이 나온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식품 내 방사성 세슘의 권고 기준을 1㎏당 100베크렐로 설정하고 있다. 사람이 키우는 축산물의 경우 검출률은 1.4%(7114건 중 100건 검출)로 비교적 낮았지만, 소고기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120㏃/㎏가 검출되는 등 방사성 세슘의 검출 농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다.
전체 농산물 대상 검출률은 12.2%(1만2448건 중 1647건)로, 즐겨 먹는 두릅나무류(250㏃/㎏)와 죽순(200㏃/㎏), 고비나물(480㏃/㎏) 등 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향버섯은 1000㏃/㎏, 누에고치버섯은 440㏃/㎏이었다. 특히 큰비비추잎, 고사리, 밤, 완두콩 등 산나물이 아닌 재배 식물에서도 방사성 세슘 검출이 늘어나고 그 최고값도 높아졌다는 것이 올해 주목할 점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후쿠시마 현내의 방사능 제염토를 재활용하여 농지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수산물의 경우 검사 대상 중 4.1%(1만466건 중 595건)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이중 우리나라 정부가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은 370건이었다. 수입금지 지역에서 수산물의 방사성물질 검출률은 4.2%로, 수입허용 지역(0.3%)보다 14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일본 해협에서 잡히는 해수어인 눈연어의 오염도는 66㏃/㎏로 후쿠시마 어협의 기준치(50㏃/㎏)를 초과했고, 검출률도 55%에 달했다. 이처럼 “특정 어종에서 방사성 세슘의 농도와 검출률의 급격한 증가는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환경운동연합은 밝혔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후생노동성 발표와 달리 도쿄신문이 자체 조사한 버섯 오염도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 정부는 안전이 아니라 식품 유통과 수출을 위해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 대한 수산물 수입규제를 넘어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를 통해 시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일본산 농수산물과 식품 수입액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지난해 ‘농림수산물·식품 수출 실적’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지난해 일본 농수산물과 식품 수입액은 총 911억엔(약 9057억원)으로 전년보다 19.8%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한국 등이 금지한 후쿠시마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6.3 대선 공약에 모습 감추는 제주 제2공항 ... "갈등 해소는?"
제주도와 민주당, 공약 과제 등에서 '제2공항' 제외
국민의힘은 추진으로 반영 ... 반대 단체 반발 이어져
6월3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제주도와 도내 정당들이 선거에 제주 관련 공약을 반영시키기 위해 과제 등을 전달했다. 다만 이 중 제주도가 전달한 과제 등에 제2공항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 23개의 지역 현안 과제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제주신항만 사업과 행정체제 개편 관련 내용, 우주산업 클러스터, 미래항공 선도도시, 디지털 헬스케어, 공공기관 이전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번 23개 정책과제에는 제주도내에서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제2공항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 제2공항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추진 일정 등이 나와 있고,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 때문에 좀 더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사업들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제2공항 조감도.
민주당은 4.3의 완전한 해결과 1차 산업 육성, 제주신항 건설 등을 언급했고, 여기에 제2공항 관련 내용은 빠졌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제주4.3에 대한 지원 등에 더해 제2공항 건설과 신항만 건설 등을 공약으로 반영해줄 것을 중앙당에 전했다.
이처럼 제주도와 민주당 차원에선 제2공항 관련 내용이 빠졌고, 국민의힘에선 제2공항의 추진 내용이 반영된 것이 알려지면서 제2공항 반대 측에선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제2공항이 제주도내 최대 현안이자 최대 갈등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 등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17일 성명을 내고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제주 최대의 현안은 10년을 끌어온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둘러싼 갈등 문제"라며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제주도당, 그리고 제주도정이 건의한 공약 어디에서도 제2공항 문제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도와 민주당 제주도당을 향해선 "제2공항에 대한 언급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며 "집권을 바라보는 정당과 그 정당에 소속된 도지사가 지역 최대의 현안에 대해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국민의힘 제주도당을 향해선 "제2공항 강행을 대선 지역공약안으로 제출했다고 한다"며 "제주도민의 의사도, 전문가들의 검토 의견도 철저하게 묵살하고 제2공항을 강행했던 내란주범 윤석열의 뒤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란을 방조한 위헌정당의 하수인답게 자치의 본령인 도민의 자기결정권에 대해서조차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는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해체하는 것이 답"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빗나가고 있는 수요예측과 경제성, 조류충돌 위험성, 지하수 및 생태계 영향 등의 환경성과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한 검증과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은 제주 제2공항 갈등의 해결을 바라는 제주도민의 최소한의 요구"라며 "지역의 모든 정치권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소모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와 같은 최소한의 요구라도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욕망이 집결하는 그곳의 풍경
〈대치동〉조장훈 지음 사계절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