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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5.1.20~

by 이성근 2025. 1. 20.

1. 앰네스티 선정 '최악의 평가 기업' 명단에 현대차가 들어간 이유 2. 후쿠시마오염수 '입틀막'정부, 문제는 어용학자들 3. 자연, 저절로 그러하니, 그냥 놔두라 4.무안이 키운 의구심, 가덕도신공항 진짜 괜찮나? 5.가덕도신공항 동서(東西)’ 방향 활주로의 의문점

6. 인류, 잃게 될라 별 헤는 밤’  7. 민주주의와 자연의 역습  8. 말채나무: 꽃이 떠나간 겨울정원의 매력  9. 여전한 기후위기, 다시 1월 10. 지구 온난화 가속화가 LA 산불·뉴욕 폭설 불렀다"  11. '플라스틱 생산감축' 시위 해외 활동가들 "한 달 넘게 출국금지 중"

12. "가덕도 신공항 조류충돌 위험, 무안공항 최대 24613. ‘생물량 0.01%’ 인간이 남긴 흔적, 지구 모든 생물보다 많다14. 헌재 기후소송은 반쪽짜리?···기후위기 시대 헌법의 역할은  15. 가덕도신공항 논쟁을 지켜보면서

16. 유럽에선 태양광이 석탄 넘어섰다작년 첫 역전  17.  NASA도 놀란 이례적 산불, "한국 산불 미래 보는 듯"   18. 국내 첫 바다 위 공항'1.2km 활주로' 안전성 논란

 

앰네스티 선정 '최악의 평가 기업' 명단에 현대차가 들어간 이유

공급망 실사 전기차 제조과정을 통해 본 공급망 실사 원리

최악의 평가 기업' 명단에 현대차가

"세계 2위의 전기차 제조업체 BYD90점 만점에 11점을 기록하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도 BYD와 비슷하게 의미 있는 인권 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를 수행했다는 정보를 거의 또는 전혀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오직 BYD, 현대자동차, 미쓰비시자동차만 국제앰네스티 조사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3가지 질문이 생겨난다.

도대체 어떤 자료에 실린 얘기일까?

현대차는 무슨 연유로 여기에 이름을 올렸을까?

'인권 실사'라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오늘 <인사이드경제>는 이 3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풀어가 보도록 하겠다.

국제 엠네스티가 발간한 <Recharge of Rights(권리를 충전하라)>에 실린 최악의 평가 기업. 출처 : 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

우선 첫 번째 질문부터 시작해본다. 답은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지난해 펴낸 <Recharge for Rights(권리를 충전하라)> 책자이다. 이 책자 전문은 PDF 파일로 앰네스티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며(관련자료 바로가기), 위 그림은 서두에 실린 이미지이다.

대충만 살펴봐도 앰네스티가 뭔가 기준을 갖고 자동차산업 기업들을 평가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최악의 평가 기업(THE WORST PERFORMERS)' 명단에 BYD, 미쓰비시자동차와 함께 한국 자동차시장 최대 점유율을 가진 현대차가 포함되었다.

'공급망'에서 '인권 실사'

앰네스티 홈페이지에 나온 설명을 인용하면 "주요 전기차 제조업체 13개가 공개한 인권 실사 정책과 관행을 국제기준에 맞춰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점수표로 발표"한 자료이다. 단순히 문헌으로 기록된 정책만 살핀 것이 아니라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광물 채굴과정에서 실제로 인권 실사를 이행하고 있는지도 들여다본 것이다.

공급망에서 왜 인권 실사를 하는 것인지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자.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이와 유사한 내용을 예전에 다룬 바 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에서 이 지역 기업들이 '노동권'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이다(관련 기사 : 'ILO협약 비준 불량국' 미국이 무역협정에서 노동권 꺼내든 이유).

IPEF 공급망 협정에서 '노동권'이 의미하는 것은 ILO 핵심협약 10, 그리고 최저임금·노동시간 관련 권리를 의미했다. '인권 실사'에서 노동권은 '인권(human rights)' 중 핵심에 해당한다. '실사(due diligence)'는 말 그대로 세심하게 조사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급망(supply chain)'은 대체 어디까지를 의미할까? 통상적으로 자동차산업과 같은 제조업에서 공급망이라 하면 부품을 만들고 납품하는 관계를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로는 원료를 채굴하고 제련하는 광업 단계까지를 포함한다. 간단히 말해 자동차 한 대 생산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과정이 공급망에 포섭된다고 할 수 있다.

 

배터리·모터 등 전기차 부품 원료 채굴도 포함

내연기관차의 핵심부품이 엔진이라면, 전기차의 핵심부품은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엔진과 주요 부품의 소재는 대부분 주철, 비철금속, 알루미늄합금이지만, 배터리의 경우 양극재에는 니켈·망간·코발트가 들어가고 음극재에는 흑연 등 소재가 사용된다. 리튬이온을 활용하기 때문에 리튬 자원도 상당히 필요하다.

, 내연기관차는 거의 사용하지 않던 소재·원료를 대규모로 채굴하기 때문에 전기차 공급망은 기존과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문제는 이들 소재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극악한 아동노동·강제노동이 활용되고 있으며, 채굴과정 또한 환경파괴를 수반한다는 보고가 국제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엠네스티가 발간한 <목숨을 건 코발트 채굴> 표지. 출처 : 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

이번에 보고서를 발표한 국제 앰네스티는 2016년 코발트 채굴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조사한 자료 <목숨을 건 코발트 채굴>을 발표한 바 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가는 코발트, 문제는 이 자원이 희소하다는 점인데 가장 많은 코발트 원석이 채굴되는 곳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DRC)이라는 나라이다.

배터리 원료 대부분이 중금속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은 대부분 영세한 광부들이 채굴에 나서고 있는데, 기업 소유 광산이 버려질 경우 그곳에서 버려진 돌무더기와 같은 부산물에서 코발트를 찾아내는 일이 진행된다. 원석을 씻고 고르는 과정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가 담당한다. 작은 굴에 들어가 코발트를 찾는 작업도 벌어지는데 여기에도 몸집이 작은 어린이들이 투입된다.

코발트가 포함된 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중금속 폐질환'이라는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코발트 입자를 흡입할 경우에도 폐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며, 피부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원소 주기율표. 원소번호상 망간(Mn)25, 코발트(Co)27, 니켈(Ni)28번으로 모두 중금속에 해당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우리가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배운 주기율표에 따르면,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자를 얻기 위해 활용되는 리튬(Li)은 원자번호 3번으로 매우 가벼운 물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양극재에 쓰이는 니켈(Ni), 망간(Mn), 코발트(Co) 모두 원자번호 20번대의 중금속에 해당한다.

채굴·생산과정이 인체에 미칠 영향은?

그동안 리튬이온배터리 하면 주로 휴대폰, 노트북에 사용되는 작은 용량의 것이었지만, 전기차 생산이 폭증하면서 대용량 배터리 생산이 폭증하고 있다. 코발트 채굴 단계에서도 심각한 폐질환이 유발되는데,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노동자 인체가 이들 중금속에 장기 노출될 경우 어떤 해악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험이나 연구·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중금속은 아니지만 리튬 채굴과정은 엄청난 물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생산을 위해 전세계 곳곳에서 리튬 광산 찾겠다고 난리인데,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차 만든다는 미명 아래 엄청난 환경파괴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이유 때문에 탄소배출 제로의 사회로 이행을 미뤄야 하는 것일까? 그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질문이다. 애초에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조건 속에서 원료 채굴과 배터리 생산 및 전기차 제조가 이뤄지도록 만들면 되는 일이다. 이윤에 눈이 먼 기업의 탐욕을 이유로 우리의 미래를 희생시킬 이유가 없다.

공급망 실사 원리의 등장

바로 이런 이유에서 '공급망 실사'라고 하는 원리가 전세계 산업·무역 질서에 도입되는 추세다. 원료 채굴 단계에서 최종 조립 과정까지, 그리고 제품이 소비되고 A/S 및 재활용이 이뤄지는 모든 과정, 즉 공급망에서 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리가 도입되면 응당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법이다. 그렇다면 공급망 실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공급망의 우두머리, 즉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이윤을 벌어들이는 당사자가 공급망 실사 의무를 떠안아야 한다.

전기차 공급망이라면 응당 최종 조립을 담당하는 완성차 제조사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국제 앰네스티의 공급망 실사 보고서가 13개의 전기차 제조사를 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 프레시안

 

후쿠시마오염수 '입틀막'정부, 문제는 어용학자들

일본 후쿠시마핵오염수 해양투기가 14개월이 넘었다. 이 문제에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 입장을 우리 정부가 대변하고 반대의견을 '괴담' 운운하며 입틀막했다.

문제는 이러한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막연한 맹신, 나아가 과학적 이름의 포장을 통해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소위 친원전 전문가들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원전의 안전신화', '방사선 안전론'을 퍼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이들이 나서 "문제가 없다"고 선전하는 상황이 계속돼 일반 시민들은 그렇게 믿어 버리는 상황이다.

이에 '원전안전신화''방사선안전론'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대한민국은 내란 대통령 탄핵정국이지만 지구 차원에서 보면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야말로 지구생태계에 대한 '내란' 행위다. 일본 정부는 생태계 내란 주범, 소위 친원전 어용학자들은 '내란 주요임무 종사자'라 할 것이다.

미국 주니어대 교수를 역임한 생물무기화학의 권위자인 오치아이 에이치로(落合栄一郞)<방사능은 인류를 멸망시킨다(放射能人類ぼす)>(2017)에서 원전의 안전신화, 나아가 방사능안전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소개했다.

과거 핵무기의 악()을 불식시키고 핵이용기술의 계속과 그 경제효과 유지를 위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미 대통령을 비롯해 원자력 기업군에 의해 선전되었다. 그 기술의 기초는 원폭 이외 또 하나 군사용 원자력잠수함의 개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핵분열의 열을 발전에 이용한다는 평화적 이용은 원리적으로는 핵분열 제어에 바탕을 두지만 이 제어는 매우 어렵기에 원자로는 사고위험이 상존하며, 그 때문에 중첩해 안전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원자력발전은 안전하다고 하는 신화를 국민에게 침투시켜왔다. 1978315일자 일본 후쿠시마민우(福島民友)의 기사를 보면 이 시기의 원전반대운동은 철저히 무시하고, 원전의 안전성을 과대선전해 시민을 납득시키려 했는데 그러한 분위기는 전력회사로 하여금 안전대책을 소홀하게 했고, 그 결말이 후쿠시마원전사고이며 현재 재가동과 관련해 충분한 안전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는데 이런 것은 범죄에 상당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실제로 사고가 난 후쿠시마원전의 원자로인 비등수형(BWR)의 개발회사인 GE에서는 개발 당시 몇몇 기술자로부터 구조적 결함이나 미비점이 지적돼왔지만 그러한 기술자들은 회사로부터 해고돼왔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경우 매우 높은 쓰나미의 위험성이 기술자로부터 지적됐지만 고위 간부급에서 무시됐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일본을 포함한 구미(歐美) 측 원자력산업은 소련과 달리 자기들의 원자로(BWR, PWR)는 절대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선전했지만 이 신화는 후쿠시마원전사고에서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그 이전 미국 스리마일섬원전(TMI)사고는 그렇게 자랑하던 비등수형(PWR) 원자로에서 일어난 것이다.

원전은 구조의 복잡함으로 인해 원리적으로 제어가 어려워 본래 매우 위험한 것이기에 사고는 가끔 일어났지만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 원전안전신화는 완전 거짓이다. 그 전형적인 예가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원전사고다. 이것은 핵분열반응이 제어되지 않아서 발생한 핵폭발로 인한 중대사고다. 당시 정치적으로 냉전상태에 있었음에도 즉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관할 하에서 방사능의 영향은 공식적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도, 후쿠시마·후쿠이원전 등이 있는 지자체도 후쿠시마사고 처리를 IAEA 관할 하에 두는 데 동의했으며 이에 따라 원전에 불편한 정보의 은폐가 의무화됐다고 한다.

체르노빌사고는 옛 소련체제가 붕괴 위기에 있을 때 일어난 것이기도 해 옛 소련 정부는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에 편승해 IAEA가 관여해 사후처리를 IAEA 관리하에 두게 했는데 그때 나온 것이 '사고 후의 건강이상은 방사능 그 자체의 영향이 아니라 방사능을 두려워하는 스트레스에 기인한다'라고 하는 설명이었다. 방사능의 물리적 또는 생리적 악영향을 완전 부정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후쿠시마에서도 그러한 거짓의 목소리가 크다. 원전주의자들은 "웃으며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방사능의 악영향은 없다"라며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이는 방사능의 영향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정하는 태도이지만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약간의 과학적 포장을 해 방사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도록 하는 조직적 운동을 이어간다.

원자로에 사용하는 연료(우라늄, 플루토늄)와 반응은 원폭과 마찬가지로 운전 결과 방사성 물질을 대량 만든다. 100kW 원자로를 1년간 운전하면 히로시마원폭 100발 분량의 방사성물질이 나온다. 일본에 있는 50기 정도의 원전이 지난 40년 간 가동해 어느 정도 대량의 죽음의 재를 만들어냈는지는 이에 바탕을 두면 추산이 가능할 것이다. 이들 방사성물질은 원폭에서의 죽음의 재와 마찬가지 작용을 한다. 이러한 핵분열에 따른 방사성물질의 영향을 핵마피아는 어떻게 취급해 왔을까?

방사능은 생체 내 분자를 파괴해 암, 기타 질병 등 생리적 장애를 일으킨다. 방사능은 본래 생명과 공존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핵마피아 측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기에 방사능의 부()의 영향을 은폐하려고 필사적이다. 인류 전체가 이 기본적 진실을 인식한다면 원폭·원전과 같이 방사성물질을 만들어내는 장치는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를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핵마피아는 방사선에 부수되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는 그 방호를 깃발로 내세운 조직들을 만들어왔다. 1928X선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IXRPC(국제X·라듐보호위원회)는 히로시마원폭을 제조한 맨하탄 프로젝트 조직에서 파생된 NCRP(미국방사선방호측정위원회)와 손잡고 1950ICRP로 조직을 대체했다. 원폭병 치료 목적이 아닌 원폭이 인간에 미친 영향 조사를 위해 발족한 ABCC(원폭상해조사위원회)가 원폭피폭자에 관한 데이터를 끌어모았다. 이 데이터는 1950년 이후부터 축적돼, 2차대전 당시 피해자는 대상에 들어가 있지 않다. 이것이 RERF(방사선영향연구소)로 이어졌고 그 위에 유엔의 권위를 빌린 UNCSEAR(유엔방사선영향 과학위원회)가 있으며, 이와 함께 핵산업 전체를 조망하며 호위하는 IAEA가 있다. 이들 관련 조직에 연결된 인맥과 기업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현재 세계 대부분 국가는 방사선의 안전기준으로 ICRP가 설정한 것을 따르고 있다. ICRP가 인간의 생명보다도 핵산업의 이익우선을 염두에 두고 그 안전기준을 설정해왔음은 그들이 내세운 안전기준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허용선량 수준이 1954년에는 '가능한 한 낮게', 1956년에는 '실현가능하며 가능한 낮게', 1965년에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낮은 수준', 1973년에는 '그다지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와 같이 그들의 허용기준에 과학적 근거는 없다. 비용편익의 값을 가능한 낮춰야만 하는 경제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명이나 건강하게 사는 것을 희생하는 비용도 포함은 되지만 매우 과소평가되고 있다. 가령 10만 명에 1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은 허용해도 좋다고 하여 사람 1명의 목숨에 값을 매기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 사실을 은폐해 어떻게든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논의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데 목숨을 건다. 그 근본으로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게 될 영향(흡수선량)을 우선 인체 전체에 미치는 방사선에서 나오는 에너지값(물리량)으로 표현한다. 이는 J/kg으로 표시되고 이를 Gy(그레이)로 정의한다. 1Gy=1J/kg이다.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같은 에너지값이라도 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 팩터 Wr(방사선가중계수)Gy로 곱해 WrXGy=Sv(시버트)로 정의하고 이를 등가선량(상당선량)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값의 단위가 애매모호하다.

실효선량당량(實效線量當量)이라는 개념도 있다. 이는 방사선이 각 인체 장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계수(Wt)를 곱한 것의 전 장기·조직에 대한 총계이다. Wt는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사망자수(각 장기당 사망률)로 나눠 나온 것이다. 이들은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정의이기는 하지만 Gy, Sv의 정의 그 자체가 방사능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의 실질을 표현하지 못한다. 방사선이 외부에서 와서 모든 세포에 작용한다고 가정하지만 현실은 세포 모두에 한꺼번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위에 보다 많은 방사선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에 방사선 피해를 입은 부위의 세포는 이러한 계산값보다도 훨씬 많은 파괴를 받게 될 것이고 그 부위의 생리적 변화는 전체에 한꺼번에 작용하는 경우보다 훨씬 심각해진다. 그런데 ICRP는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사망원인()의 통계값에서 방사선량을 각 장기로 나눈 수치만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내부피폭도 고려한다고 하여 예탁선량값도 논의돼 상세한 계산에 바탕을 두어 대량의 환산수치(Bq값을 평생에 걸친 Sv값으로 변환하는 계수)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계산을 위해서는 각종 방사성물질의 생물적 반감기(연령에 의한 차이 등도 포함해)를 가정하고 있지만 방사성물질의 체외로의 배출은 반감기를 가정할 수 있는 정도의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가정을 바탕으로 산출된 대량의 수치는 실제상 큰 의미가 있는 수치가 아닌 데다, 대부분의 경우 과소평가 된다. 방사성물질의 배설은 대부분의 경우 잠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신속하게 배설되는 부분도 있기에 그 뒤 남는 부분은 배설이 매우 늦어지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오염수가 방류되기 시작한 모습. AFP=연합뉴스

이러한 다양한 수치가 정의돼 있지만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값은 Bq값 뿐이다. 또 선원(線源)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기(X선 발생장치 등)에서 나오는 Gy값는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에 방출된 선원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개인에 미치는 선량(Gy, Sv)은 공간선량과 그 개인의 조사기간에서의 행동에서 추측될 뿐이다.

공간선량은 지상 1m에서의 값으로 정의되고 있지만 인간은 지상 1m의 장소에서만 방사선을 받는 게 아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훨씬 낮은 위치에서 조사(照射)된다. 방사선원이 지상 또는 지중에 있는 경우에는 지상 밀착(5cm)의 선량률은 1m에서의 값보다 몇배 큰 것이 보통이다. 어린이들이 야외에서 노는 장소에는 지장 밀착에서부터 지상 50cm 정도의 선량이 문제가 된다.

가장 기본적인 선량을 낮게 보이게 하는 방법은 공간선량 모니터 그 자체에 손을 대, 실제보다 낮게 표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개인이나 조직이 실제로 모니터 주변에서 선량을 측정해 모니터 표시의 수치와 비교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50% 정도 낮게 표시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모니터 근처는 제염을 열심히 해 선량이 낮게 나오도록 하고 있지만 조금만 떨어지면 선량은 높아진다.

특히 내부피폭량이 되면 현재는 의미 있는 수치를 얻는 수단이 거의 없다. 방사선량에 대해 다양한 수치(당량, 실효, 예탁 등)를 정의해 어떻게 하든 과학적으로 가장하고 그 위에 보통 시민이 어느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돼 있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드는 모양새다. 사람들은 수치를 보여주면 '과학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방사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관련된 수치(선량) 그 자체는 추측치 역()을 내지 않는다. 따라서 그것에 반론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원자력 측의 과학자·전문가는 이러한 ICRP의 이론이나 수치를 과학적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시민에게는 권위 있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오치아이 교수는 또한 이처럼 방사선의 건강장애 사실을 말하는 과학자를 철저하게 배척해왔다고 폭로한다. 현재 가장 기본적인 문제의 하나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권력을 가진 측의 범죄적 행위를 폭로하는 사람(소위 공익제보자, 내부고발자)은 어떤 형태든지 배척·말소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예 가운데 원자력 방사선 관계에서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비근한 예로 교토대 원자로실험소에 속하는 소위 '구마토리(熊取)6인조'가 있다. 교토대 원자로실험소 소속으로 반원전을 일관되게 연구한 연구자들로 고이데 히로아키(所出裕章), 이마나가 데쓰지(今中哲二) 6명을 말한다. 이들은 원전의 위험성,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평생 사회적 발언을 해왔다. 이들은 대학교수로서의 통상 승진코스로부터 멀어지고 퇴임할 때까지 조교수에 머물렀다. 진지한 과학자라도 다소 과격한 발언을 하면 연구비도 받을 수 없게 되고 제 소리를 낼 수 없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원폭·원전개발 과정에서 건강장애 문제를 인식하게 된 어느 과학자가 그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하면 그들은 "지금 당장 위험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계속 부정(否定)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표했다. 이런 태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을 은폐를 위해서는 사실을 말하고 공표하는 과학자로부터 연구를 포함해 사실을 알 기회를 빼앗아 버려 공개적으로 발표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과학자를 핍박해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사도록 획책할 수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 중에도 이러한 일을 당한 사람이 많다. 1965년 토마스 맨큐소(T. Mancuso) 피츠버그대 교수는 AEC(원자력에너지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핵무기산업 노동자 50만 명을 대상으로 저선량방사선의 영향을 연구하는 팀을 지휘하게 됐다. 그 결과 1970년에 워싱턴주립대의 역학자가 발견한 핸포드의 플루토늄제조소 노동자 중 암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결론에 대해 반론하는 것을 거부했다. AEC1977년에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그러나 그는 과학적 진실을 왜곡하기를 거부했다.

엘레스터 스턴갈라스(E. Sterngalass) 박사의 사례는 이러하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은 대기권핵폭발실험의 금지협약 성립에 한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핵실험이 행해질 때 미국 국내에서 신생아 사망률이 상승한 사실을 밝혀내 발표했다. 스턴갈라스 박사는 197911월 펜실베이니아 주도 해리스버그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결과를 발표하도록 초대됐다. 그는 스리마일섬사고원전 주변의 기초지자체에서 신생아 사망률이 급상승한 사실, 또 그 영향이 멀리 피츠버그 주변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발표의 결과 일어난 사실을 그의 저서 <비밀의 방사성 강하물>(1972, 1981)에서 인용한다.

"주요한 뉴스네트워크의 TV 카메라가 갖추고 있었고, 뉴스 기자 몇 사람은 기자회견 뒤에 나를 인터뷰했다. 그러나 그날 밤, 다음날도 피츠버그 지방판에도, 전국 TV 뉴스에도 신생아 사망률의 증가라고 하는 나의 발표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라디오에서 정말 짧은 보도는 조금 있었지만 피츠버그, 필라델피아에서는 이 기자회견이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해리스버그를 둘러싼 '철의 장막'이 내려져 저선량방사선으로 인한 심각한 영향에 대한 뉴스를 미국 전국, 세계로부터 차단한 것 같았다. 원자력에 관계하는 산업, 군부, 주 및 국가 정부 등이 이러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

그 뒤 미디어나 행정 측은 발표내용을 오류라고 주장하며 이 발표자의 인격을 폄훼하는 듯한 공작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늑대소년'에 비유하기까지 했다(NYT, 2014). 그러나 그가 내세운 것과 그 결론의 정당함을 지적하는 연구자도 있어 권력 측이 데이터를 조작해 차이가 확실히 나지 않도록 공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람도 나왔다. 그러나 '스리마일섬사고에서 중대한 건강장애는 없었다'라고 하는 공식견해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벨라루시 고메리의과대학장이던 유리 반다제프스키(Y. I. Bandazhevsky) 교수의 사례는 가혹하다. 그는 체르노빌사고의 피폭문제 연구에 많은 공헌을 했다. 세슘137에 의한 내부피폭의 실태를 피폭희생자 사후 해부로 각 장기의 방사능(Bq)을 측정해 사인과의 인과관계를 검증했다. 내부피폭을 직접적, 실체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결과이다. 그 결과는 '저선량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심리적인(공포에 의한 스트레스) '이라는 권력의 주장을 정면 부정했다. 이로 인해 그는 의대 학장시 입학 관련 수뢰를 받았다는 엉터리 혐의로 인해 1999년부터 8년간 투옥됐다.

시마조노 스스무(島薗進)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만들어진 방사선 안전론>(2013)에서 방사선 건강영향을 둘러싼 과학자·전문가의 책임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사고 당시 방사선의 건강영향을 둘러싼 정보에 대한 일본 <국회사고조사보고서>'리스크를 어떻게 전했는가'가 큰 문제라고 하면서 그것을 '정부나 전력회사' 측의 문제로 보았다. 그러나 시마조노 교수는 실제 방사선의 건강리스크에 관한 정보 제시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것은 그 영역의 전문가라고 하는 과학자들이었으며 피해지역 주민이나 일반 시민으로부터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불신을 계속 불러온 것 또한 이들 전문과학자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을 '어용학자'라고 말한다. 원자력공학 등 원자로의 안전성이나 에너지문제에 관해 원자력이 우수하다고 말해온 과학자 전문가를 가리키는 것임과 동시에 방사선의 건강영향에 관한 과학자·전문가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으로 시마조노 교수는 야마시타 슌이치(山下俊一)를 든다. 야마시타에 대한 불신은 방사선의 건강영향에 관한 과학자·전문가에 대한 불신을 상징하는 것이 됐다고 그는 지적한다.

야마시타는 후쿠시마현 방사선건강리스크관리 어드바이저, 후쿠시마의대 부학장, 후쿠시마현 현민 건강관리조사의 중심인물으로 수상 관저의 원자력재해전문가그룹의 일원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아 사고후 방사선피폭대책 입안에 큰 역할을 해왔으나 방사선피해와 관련해 실언을 많이 했다. 그는 사고 직후 후쿠시마현내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계속했는데 그것이 인터넷이나 자료 등을 통해 널리 퍼졌다(고발된 의사-야마시타 슌이치 교수, 그의 발언기록(1) DAYS JAPAN 911, 201110).

"방사선의 영향은 실은 방긋방긋 웃고 있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습니다. 인상을 찌그리고 있는 사람에게 옵니다. 웃음이 여러분 모든 분의 방사선공포증을 제거해줍니다. 앞으로 후쿠시마라고 하는 이름은 세계에 널리 알려집니다. 후쿠시마, 후쿠시마, 후쿠시마. 몇 번이라도 후쿠시마……"(2011320)

"과학적으로 말하면 환경 오염의 농도, 마이크로시버트(mSv)510, 20이라고 하는 레벨에서 밖에 나가도 좋은가 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어제도 이와키시에서 답이 나왔어요. 지금, 이와키시에서 밖에 나가 놀아도 좋습니까. '점점 놀아도 좋아요'라고 답했습니다. 후쿠시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염려할 것 없습니다."(321)

그런데도 야마시타는 책임 있는 지위에 계속 있었다. 방사선건강영향이나 핵의학 전문가 중에 그를 비판하는 사람은 적고, 오히려 대부분 그의 입장을 지지하는 과학자가 많았다. 20119월 그가 '아사히 암()대상'을 수상한 것 또한 많은 전문과학자가 원전사고 후 야마시타의 활동을 사실상 지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가사키대 홈페이지에는 그의 수상 이유가 다음과 같이 나온다(20121114).

'방사선과 건강리스크의 최전선에서의 글로벌한 연구실적이 평가된다. 또한 올해 3월에 발생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현지에서 저선량만성방사선피폭에 의한 발암리스크의 평가와 장기에 걸친 현민 건강관리 프로젝트에서 건강리스크를 조사연구하는 동시에 새로운 방사선의료과학 체제 만들기의 중심적 존재로 주목된다.'

야마시타와 같이 '전선량방사선에 의한 피폭리스크는 100mSv/년 이하에서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고 '아이들이라 해도 20mSv/년이라면 허용될 수 있을 정도로 낮다'는 입장의 과학자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러한 입장에 서는 과학자집단은 어떻게 해서 형성됐을까에 대해 시마조노 교수는 20113월부터 4월에 걸쳐 나름의 자료조사를 계속해왔다고 한다.

시마조노 교수는 가장 도움이 된 책으로 과학기술사전문가였던 나카가와 야스오(中川保雄) 고베대 교양학부 교수의 <방사선피폭의 역사(放射線被曝歴史)>(1991)를 든다. 이 책은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UNSCEAR(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가 핵개발의 이익에 따른 입장에서 방사선방호기금을 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어 그 방향에서의 정보를 권위 있는 것으로 제시해 온 역사를 밝히고 있는데 특히 이들 기구 소속 전문가가 비판적인 과학자의 견해를 배제하는 입장에 서온 사실도 폭로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의 상세한 자료조사를 거친 것으로 1990년경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동향을 밝히고 있지만 일본 과학자의 역할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시마조노 교수는 일본의 전력중앙연구소,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 나가사키대학 의학부 등의 동향을 추적한 결과 일본의 관련 분야의 과학자·전문가는 결국은 ICRP 이상으로 낙관론에 경도돼 그러한 입장에서의 발언을 계속 반복해오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양심적인 외국 과학자들은 강조한다. 은퇴해 권력으로부터의 영향을 받을 염려 적은 과학자, 그리고 그러한 과학자나 환자를 만나 관찰할 기회가 많은 의사들이 용기를 갖고 발언해 원전마피아 측이 은페한 진실을 파내 거짓을 드러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인이 이러한 진실을 시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작금과 같은 현실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인들이 용기를 갖고 행하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이는 일본에 한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문제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프레시안

 

자연, 저절로 그러하니, 그냥 놔두라

자연은 마을 최고의 보물이자 최대의 자산

바닷물과 민물 만나 어족 풍부한 창포만

갯벌 매립하려는 개발업자들이 갈등 조장

제주 광평리 복원도 천혜의 자연자원 덕분

마을도 사람도 자연스러워야 잘 살게 된다

산과 강과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율티마을의 보물같은 자연 갯벌

율티마을은 창포만 갯벌에 둘러싸여 있다. 창포만 갯벌이라는 자연이 감싸고 있다. 그래서 만으로 둘러싸인 율티마을 앞바다는 마치 알프스 빙하호수처럼 평화로운 호수로 착시가 생길 정도다.

율티마을 자연환경의 절정이자 정점, 창포만은 1482758규모로 남부해안 최대 규모의 갯벌이다. 창원시의 서남단, 마산합포구의 진전, 진북, 진동 연안을 아우른다. 이만하면 율티마을은 가히 천혜의 지리적 입지와 생태적 환경을 갖춘 축복받은 어촌마을이라 할만하다. 다만, 그동안 물고기와 조개를 잡아 먹고사는 데 매달리느라, 그 소중한 의미와 값진 가치를 챙겨보거나 따져볼 여유가 없었을 뿐.

진전천과 창포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이라 멸종위기종 기수갈고둥등 다양한 법정보호종 생물이 서식하는 율티마을 갯벌

율티마을 최고 보물, 최대 자산은 창포만 갯벌

율티리를 비롯해 근곡리, 이명리, 창포리 일대를 아우르는 창포(진전) 갯벌은 국가 갯벌생태계 정점조사구간이다. 면적 1519310로 창원시 내 연안습지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해안용도구역으로 어업활동보호구역, 군사활동구역, 환경생태계 관리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율티마을은 진전면 여양리 여항산에서 발원한 연장 18.3의 진전천과 창포바다가 만나는 기수(汽水, brackish water, briny water) 지역에 위치한다. 기수지역이란 바닷물이 민물과 섞이는 지역을 말한다. 바닷물(해수)보다는 소금이 적고 민물(담수)보다는 소금이 많은 물을 기수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영양물질은 강 쪽이 많으며, 갑각류나 물고기들(특히 치어 때)의 직접적인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류는 바다 쪽이 많다. 이 둘이 만나는 이런 기수환경은 물고기들이 성장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경남환경재단은 아예 창포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해양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보전하려고 애쓰고 있다. 율티마을은 물론, 인근 창포리, 이명리, 시락리 등 어촌계를 중심으로 창포만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힘과 뜻을 모으고 있다. 다만, 창포만 갯벌을 매립해 돈을 벌고 싶은 일부 탐욕스러운 부동산개발업자들이 대놓고 훼방을 놓고 주민끼리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수지역에 자리잡은 율티마을의 기수습지 갯벌에도 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다. 이같은 기수지역의 중요성을 잘 아는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진전천 살리기 등의 활동으로 갯벌 생태계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사라졌던 '잘피'가 돌아오고 법정보호종 '갯게', 멸종위기 2'기수갈고둥'이 발견됐다.

율티마을은 지질학적으로 의미와 가치가 높은 진동층(鎭東層) 위에 놓여 있다. 이 지층은 경상분지 밀양소분지에 분포하는 중생대 백악기 경상 누층군 하양층군의 최상부 지층이다. 진동층 내에는 사층리, 연흔, 건열, 생흔 화석 등 다양한 퇴적 구조들이 보존돼 있고, 특히 한국의 백악기 지층 중 가장 대표적인 공룡 발자국의 산출 지층으로 알려져 있다.

창원시 진동면 고현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 진동층

한라산아래첫마을 메밀식당’, 한라산의 자연 덕분

서귀포 광평리의 자연도 제주도의 지리와 역사만큼 심상치 않다. '‘한라산아래첫마을'이라는 줄 서는 메밀식당으로 유명하다. 마을의 특징과 가치를 상징하는 천혜의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광평리를 포함한 안덕면은 해발고도 200~600m의 수많은 오름군집을 이루고 있는 한라산 자락에 펼쳐져있다. 광평리 등 북쪽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의 경사도는 2~15%대로 비교적 완만해 마을을 이루고 정주하기에 좋은 자연환경이었다.

선사시대 이전으로 더 거슬러올라가면, 신생대 제4, 120만 년 전부터 제주도 4~5단계의 화산분출로 형성된 화산암 구릉 지형이다. 제주도 지하 최하부에 기반암이 분포하고 그 상부에는 모래와 진흙으로 구성된 미고결 퇴적층과 현무암질 화산쇄설물의 서귀포층, 용암류가 피복하는 제주도의 전형적인 지질구조를 보여준다.

광평리 메밀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마을 뒷산 '고배기동산'을 산책 삼아 즐겨 찾는다. 옛날에 '고백'이라는 화전민이 살았다 하여 '고백이 동산'이라 불린다. 가벼운 트레킹코스, 힐링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어 삼림욕이나 휴식을 하기에 적합한 자연공간이다. 마을 곳곳의 오름군집도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전해진다.

삼신왕이라는 왕이 이 산의 봉우리에 깊이 파진 '배리창'이라는 곳에 들어가 삼일간 쉬고 기도하다가 돌아갔다 하여 '왕이메'라 불렀다는 '왕이메오름', 그 서쪽에 이어진 '괴수치오름''돔박이오름', 대비라는 선녀가 하늘에서 이 산에 내려와 사방을 두루 살펴보고 놀다간 일이 있다고 유래된 '족은대비악', 꼭대기 주변에 돌무더기가 서 있다고 이름 붙여진 '돌오름' 등이 줄을 지어 광평리의 독특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의 이색적인 자연자원, 자연이 내린 용천수는 광평리를 비롯한 제주도 마을의 식수원이었다. 빗물이 지하로 스며든 후에 대수층을 따라 흐르다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솟아나는 물이 용천수다. 제주도의 여러 마을들은 자연스레 식수원인 용천수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용천수의 용출량은 그 마을의 인구수 등 규모를 결정하는 근거이자 기준이 되었다.

광평리 용천수에 주민들은 생명을 의지했다. 뱃남동네 인근 지역 거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하기 위해 돌로 주위를 쌓아 식수 물량을 많이 확보했던 데서 유래된 현재 가축급수원 '담단물', 감나무가 유난히 많아 '감나물', 몸이라는 해초가 바다에 떠 있는것 같다는 '몸튼물' 등이 광평리 마을을 먹여살렸다. 특히, 계곡 하천 가운데 물웅덩이로 물 위에 떠있는 행기(놋그릇)를 건지려다 주인이 빠져 죽었다는 옛이야기가 전승되는 '행기소'도 광평리 마을의 소중한 식수원이었다.

과연 '한라산아래첫마을'이라는 브랜드에 함축된 이러한 천혜의 자연자원과 경관과 입지를 갖지 않았다면 광평리같은 외지고 작은 산골의 메밀식당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 300여년 전에 '조가'들이 50여 호를 이룬 화전민촌 '조가웨' 마을로 세워졌다 4.3사건으로 소실된 '잃어버린 마을'1963년에 다시 복원되어 오늘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한라산 1,100m 고지에 자리잡은 한라산아래첫마을서귀포 광평리

강정마을의 투쟁, 마을의 자연을 지키고 싶었을 뿐

광평리, 제주도뿐 아니라, 한국의 농산어촌 마을마다 자연은 자랑할만한 최고의 보물이자 자산이다. 서귀포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그토록 반대했던 이유도 다 보물같은 자원이자 자산인 자연을 지키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마을의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는 환경부가 자연환경보전법 제42조에서 자연생태 우수마을을 따로 정하고 있을 정도다. 이 법에 따르면 환경부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생태·경관보전지역 안의 마을이나 밖의 지역으로서 생태적 기능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을 생태마을로 지정할 수 있다.

'자연생태우수마을'은 한마디로, 자연환경 및 경관이 잘 보전되어 있는 마을이거나,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자연환경 및 경관이 잘 보성된 마을로 정의된다. 생태·경관보전지역 등 우수한 생태지역을 포함한 지역, 또는 숲·습지·철새도래지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또 마을공원 등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 ·식물 서식지 등 경관을 갖춘 지역이라야 한다.

따라서 마을주민들의 생활양식도 친환경이라야 한다. 취락구조, 건축물 등이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태양열 등 신재쟁 청정에너지와 돌담, 흙벽, 나무 등 친환경건축재를 사용해야 한다. 무공해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오수처리시설도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이렇게 지정된 생태마을에 대해서 공공시설 등 해당 지역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의 설치 및 주민소득증대 방안을 우선적으로 강구·시행하여야 한다. 이후, 도시개발 등으로 생태적 기능과 수려한 자연경관 등이 크게 훼손된 경우에는 생태마을의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아울러, 자연형 하천 조성, 녹화, 생태연못, 생태공원 등 오염된 지역이나 생태계가 훼손된 지역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복원한 효과과 우수한 마을은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로 따로 지정한다.

보석같은 바다, , 하늘에 둘러싸인 서귀포 강정마을

자연이 저절로 그러하듯, 인간도 저절로 그러해야

'자연(自然)''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를 뜻한다. 한마디로 '스스로 그러함'이 곧 자연이다. 특히, 한국의 마을에서는 자연이 전통적으로 '풍수지리(風水地理)'라는 방법론으로써 마을에 적용되고 체화되었다.

구체적으로 땅의 기운, 지기(地氣)에 대해 음양과 오행, 주역의 논리로 체계화한 것이 풍수지리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전통지리라고도 칭할 수 있는 풍수지리는 19세기까지 실학자들의 지리관, 동학 같은 개벽사상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 미신으로 격하, 왜곡되면서 봉건시대의 속신으로 폄하되고 무시된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풍수지리는 우리 조상들이 일찍부터 자연 속에서 삶을 영위하려고 통찰하고 지각한 지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농경을 시작하면서 작물의 재배와 성장과 직결되는 땅의 성격과 분포의 차이를 기의 차이로 이해함으로써 이론적 토대를 갖추게 되었다.

여기에 춘추전국시대 이후 기의 변화와 동정을 음양으로 파악하는 방법론까지 접목되며 학문적인 차원의 풍수지리서로까지 발전했다. ··바람 등의 기후현상, 토양, 수분, 지형, 생태계내 물질순환 등 일체의 자연현상을 기의 작용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풍수지리는 본질적으로 땅에 인간이 어떻게 잘 조화해 살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땅은 좋고 나쁜 것이 없고 스스로 그러한 모양, 자연상태로 존재할 뿐이다. 그러한 땅에는, 또는 자연에는 인간이 조화해서 살아야 하므로 인간이 조화로운 땅의 기를 느껴서 마을이나 주택의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문명은 인간을 점차 자연에서 멀어지게 했을 뿐이다. 풍수지리는 땅이 살아야, 자연이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다는 논리에 다름 아니다. 마을도 마찬가지다. 마을도, 마을사람도 저절로 그러해야, 자연스러워야, 잘 살 수 있다.

정기석 마을연구소(Commne Lab) 소장, 창원 율티권역 앵커조직 센터장 , 詩人

 

무안이 키운 의구심, 가덕도신공항 진짜 괜찮나?

종단안전구역 국토부 기준, 국제 기준 못 미쳐

활주로 연장엔 부지 조성비로만 10+α 들어

아파트 10층 높이 활주로, “항공모함 같다

지난해 1월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마이크 든 사람). photo 뉴시스

지난해 12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국토교통부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무안공항 착륙 직전 조류충돌을 당한 항공기가 가까스로 동체착륙에 성공하고도 활주로 남단 264m 지점의 둔덕 아래에 콘크리트로 매립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들이받고 폭발하면서 179명이 사망한 대형참사가 나면서다. 국토부는 당초 참사를 초래한 높이 2m, 4m에 달하는 둔덕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고, 둔덕으로 인한 참사가 명백해진 다음에도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고 변명하는 데 급급했다.

자연히 국토부가 오는 2029년 말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를 믿어도 되느냐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오락가락 불신 자초한 국토부

2002년 부산 김해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여객기의 김해 돗대산 추락사고로 조성 논의가 본격화된 가덕도신공항은 그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각종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가덕도에 들어서는 공항 입지와 활주로 방향 등이 수차례 변경되길 거듭하면서 공항 건설에 최적지인가 하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 것도 이미 오래전이다. 이 와중에 중심을 잡아야 할 국토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한 입장을 바꾸면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가덕도신공항의 개항시기 및 활주로 위치가 이리저리 옮겨간 것은 가장 큰 문제다. 국토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세계 3대 공항설계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가덕도신공항은 불가하다고 했다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김해신공항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돌연 힘을 실었다.

이후 2022년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때 가덕도 동쪽에 온전한 인공섬 형태의 국내 최초 100% 해상공항(E)을 조성하기로 했다가, 돌연 이듬해인 20233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간보고회 때는 가덕도 연대봉과 국수봉 사이의 육해상에 걸친 공항(D)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입장이 바뀐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육해상에 걸친 현재의 기본계획안은 당초 국토부가 부등침하 우려가 크고 여유부지가 없어 장래 확장 시 제약요소가 많다고 스스로 지적했던 안이다.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때 여객터미널의 남측에 두기로 했던 활주로의 위치 역시 기본계획안에서는 여객터미널 북측으로 바뀌었다.

국토교통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아야 할 국토부가 고깃집 불판 뒤집듯 입장이 바뀐 것은 당초 2030년 유치를 목표로 했던 부산엑스포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이라는 정치권의 압박에 쫓기면서다. 결국 “20356월에나 완공 가능하다던 국토부의 입장은 돌연 “2029년 말 완공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바뀌었고, 이 같은 입장은 202311월 부산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다음에도 아직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까지 터지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지, ‘선거 공항으로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놓친 점은 없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소 600m 확보해야 국제 기준 충족

우선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문제가 불거진 활주로 종단안전구역과 관련해 가덕도신공항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의 권고에 따르면 활주로 양 끝단에서 300m 이상의 종단안전구역을 확보해야 한다. 국토부 권고 기준(240m)보다 60m 더 길다.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3500m로 건설될 예정인 만큼, 활주로 양 끝단으로 최소 600m(300m ×2)만큼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경우 가덕도신공항이 바다를 매립해야 할 활주로 및 종단안전구역의 길이는 최소 4100m에 달한다. 그만큼 바다를 매립해야 할 길이도 길어지고 해상매립비 부담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해상에 들어서는 가덕도신공항의 특성상 종단안전구역을 300m 이상으로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착륙하는 항공기가 자칫 바다에 수장될 위험마저 있다. 가덕도신공항 활주로가 바다를 향해 돌출된 만큼,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바다 위에 떠있는 항공모함 위를 뜨고 내리는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다를 향해 돌출된 이 같은 형태의 활주로는 국내에는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해군 목포비행장(구 목포공항)이 유일하다. 이마저 가덕도신공항은 잔잔한 내해가 아닌 외해(外海)를 향해 돌출돼 있다. 만에 하나 로컬라이저 등 계기착륙장치의 도움을 못 받고 기상악화로 시정확보가 어려울 경우, 착륙하는 비행기가 활주로 끝단에 충돌해 수장될 위험마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중 활주로 끝 방파제와 부딪혀 동체가 처참히 훼손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photo 뉴시스

샌프란시스코공항 아시아나 사고의 교훈

실제로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는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바다로 뻗어있는 활주로 끝 방파제에 동체를 부딪히면서 꼬리날개가 떨어져나가며 두 동강 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공항은 내해(內海)인 샌프란시스코만() 쪽으로 뻗은 4개의 교차활주로를 가지고 있는데, 4개 활주로의 한쪽 끝단은 모두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한데 당시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기 조종사가 계기착륙장치의 도움을 못 받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고도를 낮추며 활주로 끝단에 동체 일부가 부딪힌 것이다. 당시 중국인 승객 3명이 죽고 187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벌어져 아시아나항공은 국토부로부터 해당 노선에 45일간 운항중지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사고는 활주로 동서 양 끝단 모두가 바다로 뻗어있는 가덕도신공항에서도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항기가 뜨고 내리는 국내 민간공항 가운데 활주로 양 끝단 모두가 바다를 향해 나 있는 공항은 전무하다. 경기만()의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인천공항만 해도 활주로 양 끝단에서 바다까지 각각 2의 충분한 거리가 있어서 사실상 내륙에 있는 공항과 진배없다는 평가다. 무안공항도 해안가 공항이지만 활주로 양 끝단에서 바다까지 남쪽은 1, 북쪽은 2씩 충분한 거리가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활주로가 들어서는 해수면 위 해발고도(AMSL)가 아파트 10층 높이와 맞먹는 31.5m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서편 가덕수도(水道)’를 통과해 국내 최대 컨테이너항만인 부산신항과 마산항, 거제 삼성중공업(조선소) 등으로 드나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박(24000TEU, 최대 높이 76m)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는 사전타당성조사 때 검토된 ‘E’(15m)은 물론 기본계획 중간발표 때 밝힌 계획고(25m)보다 높다.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인천공항(7m)은 물론 인공섬 위에 조성한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5m), 나고야 주부공항(4m)보다 월등히 높다. 해상매립 공항인 홍콩과 마카오공항도 각각 8.5m6m에 그친다. 조종사들로서도 바다 위에 툭 튀어나온 아파트 10층 높이(31.5m) 활주로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안공항 사고 이후에는 비상시 활주로 폐쇄를 막기 위해 가덕도신공항에 활주로 1본을 추가 확충하고 활주로 폭도 더 늘려야 한다”(김광일 부산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박완수 경남지사가 두 개 이상의 활주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예정된 가덕도신공항 활주로 폭은 45m로 무안공항과 동일하고, 김해공항(60m)보다 좁다. 이를 인천공항(60m)이나 김포공항(60m)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단 국토부나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측은 활주로 길이와 폭(3500×45m)은 기준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무안공항 사고로 활주로 길이와 폭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 해상매립비가 더 들어갈 것은 명약관화하다.

가덕도 인근 해상은 최대 30m의 깊은 수심에다 대규모 연약지반(최대 심도 40m)이라 바다를 메우는 해상매립이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활주로 길이와 폭을 추가로 늘리고, 종단안전구역까지 추가로 확보하려면 추가 해상매립도 필요하다.

이 경우 공사비는 폭증하고 공사기간 역시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오는 2029년 말까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국토부가 추산한 사업비는 3500m 활주로 1본 기준으로 약 134900억원이다. 이 중 해상매립 등 부지조성비는 10조원 이상이다. 10조원을 바다에 쏟아붓는 셈이다. 여기에 활주로 1본이 추가되면 사업비는 갑절로 늘어난다.

이명박 정부 때 동남권신공항 입지선정에 관여했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무안공항과 비교되지 않는 포퓰리즘 사업의 대명사가 가덕도신공항이라며 아무리 표가 무섭다고 해도 김해공항의 보조공항 역할밖에 못할 활주로 1본짜리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15조원 이상을 퍼붓는 것이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냐고 지적했다.

20234월 부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안을 중간 발표하는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관계자. 사전타당성조사안(왼쪽)과 활주로 위치가 바뀌어 있다. photo 뉴시스

국제선·국내선·군공항 분리의 여파

무안공항과 같은 국제선과 국내선의 분리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3500m 활주로 1본으로 지어지는 가덕도신공항은 개항 초 김해공항의 국제선만 일단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무안국제공항과 광주공항과의 관계처럼 국제선은 가덕도신공항, 국내선과 군공항은 김해공항을 사용하는 분리가 이뤄지면 활주로 이용빈도는 일시적으로 김해공항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군 공중기동정찰사령부가 주둔하는 김해공항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시증원물자를 실은 C-130 등 군 수송기가 뜨고 내리는 곳인데, B747 등 각종 항공기 중()정비가 가능한 대한항공 테크센터가 있어 군공항이 가덕도로 이전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

무안공항에서 보듯 이 같은 공백을 새떼들이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낙동강 하구(河口)가 남해와 만나는 곳에 자리한 가덕도는 국내 주요 철새도래지 중 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에 따르면, 낙동강 하구에 있는 김해공항은 2019~20248월까지 조류충돌 건수가 147건을 기록해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14개 공항 중 1위를 차지했다.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바닷가나 강 하구의 습지들은 철새들의 주요 이동 루트라며 그나마 바다에 있는 가덕도신공항은 김해공항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라고 했다.

가덕도신공항으로 국제선만 가져가기로 하면서 활주로 북측 산악지형으로 위험한 공항이란 평가를 받았던 김해공항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길도 없어졌다. 김해공항의 북측 산악지형 문제는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제시했던 북서방향(14/32) 3200m 추가 활주로 건설이착륙 활주로 분리로 천문학적 사업비가 드는 신공항 건설 없이도 해결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해공항은 기존 활주로 2본에 더해 총 3본의 활주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도 불구하고 김해공항을 존치하면, 김해공항을 뜨고 내리는 비행기는 북측 산악지형 문제에 더해 가덕도신공항을 오가는 비행기와 공역중첩 문제까지 떠안고 이착륙을 해야 할 판이다.

여야 정치권 야합한 선거 공항

가덕도신공항이 무안공항과 마찬가지로 정치 공항이란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1993년 목포공항(현 해군 목포비행장)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해남 추락사고 이후 조성 논의가 시작된 무안공항과 같이 가덕도신공항은 2002년 김해공항으로 향하던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여객기가 김해 돗대산에 추락하는 사고로 조성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지적한 해상매립비용 과다 의견을 수용해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신설해 확장하는 안을 최종 선택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최초 부산시장으로 선출된 오거돈 전 시장은 가덕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김해공항 확장안을 끝내 폐기시키기에 이르렀다. 이후 시청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전 시장이 낙마하면서 치러진 2021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여야가 표를 얻을 요량으로 국회에서 가덕도신공항 조성을 특별법으로 못박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까지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주도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는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도 전원 가세했다.

여야 정치권의 야합으로 부활한 가덕도신공항은 2022년 대선 때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모두 대선 공약에 담기에 이르렀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부산 지역 대선공약으로 가덕도신공항 조기 건설을 내걸었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가덕도신공항을 2029년까지 개항하고 연계 교통망을 확충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내걸었다. 윤 대통령은 가덕도를 직접 찾아간 적은 없으나, 부산 방문 때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와 연계해 가덕도신공항을 언급한 바 있다.

조기대선 시 또 대선 공약 나올 듯

부산엑스포 전 개항을 지상목표로 했던 가덕도신공항은 정작 202311월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서 2029년 말까지 서둘러 개항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지난해 4월에는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확장공사를 완료하면서 김해공항의 연간 여객수용능력도 기존 630만명에서 830만명으로 대폭 늘어났다.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해공항 포화는 출입국과 보안검색 인력 추가투입으로 병목현상만 풀어도 해결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라는 중대한 여건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는 2029년 말 개항이라는 목표를 바꾸지 않고 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정이란 지적은 지난해 10월 가덕도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착공 전 기본 및 실시설계 행정절차에 15개월 이상 소요되고, 앞으로 진행될 주민들의 토지수용 및 어업권 보상과 이주대책 또한 쉽지 않은 과제라며 졸속추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1214)과 직무정지로 현 정부 내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평가다. 정작 국토부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 엿새 뒤인 지난해 1220일에도 해양수산부·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등 관계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적기 개항을 약속했다. 정작 적기 개항을 약속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가덕도신공항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 60일 이내에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또 한 번 대선공약으로 입방아에 오를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조기대선 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가 유력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가덕도신공항 2029년 개항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월에도 가덕도신공항 예정부지인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았다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피습당한 바 있다. 다만 여기에 지난해 1229일 터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어떤 작용을 할지는 조기대선 시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주간조선 이동훈 기자

가증스러운 것들  제주항공참사 유가족들의 아픔을 언급하며 엉터리 가덕신공항, 참사를 내장하고 있는 가덕신공항을 빨리 착공하라는 짓거리를  지역 한 언론은 또 성실히 보도했다. 상대적으로 공항반대 연대체의 기자회견은 거의 싣지 않으면서 ....

가덕도신공항 동서(東西)’ 방향 활주로의 의문점

정남북방향(18/36)으로 나란히 뻗어있는 부산 김해공항 활주로 2. 왼쪽이 폭 45m, 오른쪽이 폭 60m 활주로다. photo 뉴시스

전문가들은 가덕도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동서방향(11/29) 활주로 역시 다시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인근 공항들은 대부분 남북방향의 활주로를 가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가까운 부산 김해공항은 정남북방향(18/36) 활주로고, 경남 창원의 해군 진해(덕산)비행장 역시 정남북방향(18/36) 활주로다. 울산공항도 정남북방향(18/36), 대구공항은 북서방향(13/31)으로 머리를 두고 있다. 김해공항 개항 전에 사용했던 부산 수영비행장(옛 부산국제공항)도 수영강을 따라 북서방향(14/32)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한데 가덕도신공항은 특이하게도 동서에 가까운 11/29방향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가덕도 인근에 동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동풍(東風)이 많다는 점을 근거로 활주로를 동서방향으로 배치했다는 것이 국토교통부 측의 설명이다. 실제 20224월 국토부가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최종보고서는 가덕도 기상관측소의 풍향 분석자료를 근거로 가덕 지역의 바람이 가장 강하며, 동풍이 우세풍으로 나타나는 특이점을 보인다동서방향의 활주로 배치가 바람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중간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오염된 자료 기초한 활주로 방향

비행기는 이착륙 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맞바람을 이용해 뜨고 내려야 한다. 맞바람을 이용해 착륙하면 공기저항으로 인해 착륙 시 활주거리 역시 그만큼 짧아진다. 만약 북서풍이 우세풍일 경우 활주로는 맞바람을 이용해 뜨고 내릴 수 있게 북서방향 또는 남북방향으로 놓이는 것이 정공법이다.

정작 동서방향 활주로의 근거가 됐던 가덕도 기상관측소의 풍향 관측자료는 관측기기 이상으로 오류가 생긴 탓에 오염된자료로 확인됐다. 20209월 한반도에 상륙해 남해안과 동해안을 강타한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관측장비가 고장나면서 엉뚱한 바람방향이 기록된 것이 기상청에 의해 확인되면서다.

해당 기록계에는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2020년과 이듬해인 2021년에만 유독 동풍이 많이 기록됐는데,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한 해는 모두 북서풍이 강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마이삭내습 이전에 기록된 기존 데이터 및 주변 기상관측소(부산·거제·장목)에서 측정한 바람방향과도 차이가 나는 이례적인 바람방향은 2022년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최종보고서 작성 때도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시 보고서는 통상 북서풍이 우세풍이라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북반구 중위도(위도 30~60) 지역에 위치해 편서풍이 주로 부는 한반도의 입지나 부산의 위도(북위 35)를 놓고 봤을 때도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로 국내 공항은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막론하고 대개 북서 또는 남북방향으로 활주로가 놓여 있다. 국내 최대 공항인 인천공항의 활주로 4본 모두 북서방향(15/33, 16/34)으로 뻗어있고, 김포공항(14/32), 양양공항(15/33), 여수공항(17/35), 울산공항(18/36), 군산공항(18/36), 무안공항(01/19)이 북서 또는 남북방향에 가깝다.

동서 또는 북동방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원주(횡성)공항(03/21), 광주공항(04/22), 사천공항(06/24), 청주공항(06/24), 제주공항(07/25), 포항경주공항(10/28) 정도다. 이 중 제주공항을 제외한 모든 공항은 지형지물에 의한 엄폐가 필수적인 군공항으로 시작해 민항기능을 추가한 민군 겸용 공항이다.

특히 동서방향 활주로로 인해 이착륙 시 측풍(옆바람)으로 비행기가 휘청이는 문제가 심각한 제주공항은 현재 보조활주로로 쓰는 구()활주로(13/31)는 북서방향이다. 이에 신공항 조성을 추진 중인 제주 제2공항은 남북방향(01/19)으로 활주로 방향이 결정됐다. 대한항공이 비행교육장으로 쓰는 제주 정석비행장의 제1활주로(01/19)와 같은 방향이다. 심지어 북한 평양 순안공항도 각각 남북방향(17/35, 01/19) 활주로 2본을 갖추고 있다.

부산과 바람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 규슈 지방의 주요 공항들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과 가장 가까운 일본 쓰시마섬에 있는 쓰시마공항도 북서방향(14/32)이고, 나가사키(14/32), 후쿠오카(16/34), 가고시마(16/34), 기타큐슈(18/36), 오이타(01/19), 이키(02/20) 등 대부분 공항 활주로가 북서 또는 남북방향으로 놓여 있다. 규슈 지역에 위치한 공항 중 동서 또는 북동방향으로 머리를 둔 공항은 구마모토(07/25), 미야자키(09/27), 사가(11/29) 정도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활주로만 동서에 가까운 방향으로 놓이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남북방향이나 북서방향 활주로는 인근 공항과의 관제권 충돌과 군의 비행절차 간섭 등의 우려로 애초부터 배제된 것으로 알려진다. 가덕도신공항은 주변으로 김해공항과 해군 진해비행장이 있다. 가덕도신공항에서 김해공항까지는 직선거리로 21, 진해비행장까지는 17에 불과하다. 무안공항과 해군 목포비행장(구 목포공항) 간의 25보다 더 짧다. 가덕도신공항 개항 후에도 국내선과 군공항으로 존치 예정인 김해공항은 정남북방향(18/36)으로 각각 3200m, 2744m 길이의 활주로 2본이 놓여 있고, 해군 진해비행장도 길이 1148m의 활주로가 정남북방향(18/36)으로 놓여 있다.

김해공항ㆍ진해비행장과 공역 중첩

가덕도 동측과 남측에는 군 훈련 공역도 설정돼 있다. 이로 인해 가덕도신공항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새떼와의 충돌은 물론 주변 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와 공역중첩으로 인한 충돌마저 염려되는 상황이다.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안에는 김해공항과 진해비행장의 계기절차 조정 시 비행절차 수립가능이란 국방부와 협의조건이 달렸다. 해군 진해기지사령관을 지낸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전 국가보훈처장)진해비행장을 가덕도신공항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을 편 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28일부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부지조성공사 기본설계에 들어갔다활주로 길이와 폭, 방향(11/29) 등은 턴키 사업자가 검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만큼 발주기관의 지시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동훈 기자

 

인류, 잃게 될라 별 헤는 밤

칠레 아타카마 사막 파라날 천문대근처에 대규모 산업단지 건설발표

2020년 촬영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 소재 파라날 천문대와 은하수. 파라날 천문대 상공은 전 세계에서 광해가 가장 적은 곳이어서 천문 관측에 매우 유리하다.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사막 깊숙이 자리잡은 천문대

해발 2635위치 광해적어 전 세계서 별 보기 가장 좋아

미국 기업 칠레 현지 자회사

인공조명·먼지·난기류 뿜는  축구장 4200개 규모 공장 계획

16개국 운영 유럽남방천문대

청정하늘 위협, 관측력 저하이례적 성명 내고 이전 촉구

숨이 턱 막힌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의 모습을 설명할 언어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빨갛고, 노랗고, 하얀 빛을 뿜는 은하수의 아름다움은 그만큼 압도적이다. 따지고 보면 별과 가스, 먼지의 집합체일 뿐이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은하수는 예술 작품이 된다. 이 사진을 찍은 곳은 칠레 북부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의 파라날 천문대 상공이다. 파라날 천문대는 해발 2635산 위에 서 있는데, 이곳은 전 세계에서 별을 보기 가장 좋다. ‘광해(光害)’가 지극히 적은 곳이라는 뜻이다.

광해가 뭘까. 지상에서 발산되는 강력한 인공조명 때문에 하늘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별을 볼 수 없게 되는 현상이다. 천문 연구에는 가장 치명적인 장애물이다. 자동차 전조등 앞에서 반딧불이를 보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국내에도 강원 안반데기처럼 주변이 어두워 별 관측 명소로 유명한 곳이 있기는 하지만, 파라날 천문대 주변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수준의 광해 해방 지역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파라날 천문대 위 아름다운 별빛을 인공조명이 삼킬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최정상급 별 관측 능력 보유

1999년 세워진 파라날 천문대에는 동체 내부에 지름 8.2짜리 주경(거울)을 갖춘 거대 망원경(VLT)’ 4기가 갖춰져 있다. VLT는 파라날 천문대의 핵심 장비인데, 이유는 주경 크기가 세계 최정상급이라서다. 주경이 크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많이 모을 수 있다. 원거리 천체 관측이 쉬워진다. 다른 망원경으로는 잡아내기 어려웠던 우주 현상을 관측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그런 성과가 나왔다.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이 파라날 천문대를 통해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 포착한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현재는 VLT보다 큰 초대형 망원경(ELT)’을 파라날 천문대에 추가로 들여놓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이런 고성능 망원경이 하필 파라날 천문대로 모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23년 영국 왕립천문학회 발표를 보면 전 세계 주요 천문대 28곳 가운데 파라날 천문대는 광해가 가장 적은 곳으로 꼽혔다. 사막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인구 밀도가 적고, 이 때문에 공장이나 주택, 상점, 도로 등에서 방출되는 인공조명과도 멀리 떨어져 있다. 한마디로 밤하늘이 칠흑같이 어둡다. 망원경으로 약한 별빛을 잡아내기에 딱 좋다는 뜻이다.

칠레 소재 파라날 천문대. 주변이 사막이어서 인구 밀도가 적고 이 때문에 인공조명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산업단지 생기면 치명상불가피

하지만 최근 천문학계에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엄청나게 강한 인공조명 덩어리가 파라날 천문대 지척에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파라날 천문대를 운영하는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이달 초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지난달 말 미국 전력기업의 칠레 현지 자회사인 AES 안데스가 대규모 산업단지 건설안을 공개했다이 계획은 파라날 천문대 위 청정 하늘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난기류, 특히 광해가 천문 관측 능력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산업단지는 파라날 천문대에서 5~11떨어진 곳에 건설될 예정이다. 천체 관측을 방해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파라날 천문대를 비롯한 고성능 망원경은 도시 불빛과 대개 100이상 떨어져 있다. 산업단지 규모는 축구장 4200개와 맞먹는 3000(헥타르)에 이른다. 암모니아와 수소 생산 공장, 발전소 등이 빽빽이 들어선다. 이런 대규모 산업단지는 건설 과정은 물론 완공되고 나서도 강한 인공조명을 뿜는다.

파라날 천문대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16개국이 참여한 ESO가 운영하지만, 소재지인 칠레 정부와도 운영 과정에서 협의를 한다. ESO어두운 하늘은 국경을 넘어 모든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자연 유산이라며 산업단지 건설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과학계가 지역 개발 등 사회적 문제가 얽힌 현안에 대해 이처럼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드물다. 인공조명 발생으로 인한 파라날 천문대의 기능 저하가 매우 심각한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칠레 정부와 산업단지 건설 기업인 AES 안데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경향

민주주의와 자연의 역습

모든 동료시민들에게 안녕하시냐고 묻고 싶다. 어떻게 해가 바뀌었는지, 새해에는 무슨 계획을 세워야 할지 도무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로 2025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123일 밤에 시작된 계엄 선포와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수습은 43일째인 오늘까지 지지부진한 채, 윤석열 체포라는 중간 고비를 넘었을 뿐이다. 광장에서는 희망과 실망이 오가고 운동 차원에서는 포스트 윤석열 시대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거대 양당은 이를 관망하면서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기를 지켜보는 게 어느덧 지루하면서도 터질 게 터졌고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한 상태로 가기보다는 한국 민주주의의 전화위복이 될 거라는 기대가 더 높다. 무엇보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더욱 불안한 일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나 태평양 건너 일이지만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캘리포니아의 산불 소식이다. 자연과 인간이 대규모로 충돌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재난으로 이어지는데도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비교적 단순하고 사회적 관심과 논의 역시 미흡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점점 크고 복잡해지는 글로벌 사회체제의 함정을 고발한 위험사회라는 사회학 개념은 인간의 힘이 자연을 움직이는 인류세라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통합한 개념으로 발전했다. 그런데도 지구적 위험이자 인류적 재난은 일회적인 사고, 불행한 사건, 특정한 누군가의 책임으로 여겨지거나 인간사회의 불평등이 반영된 것으로 축소되기도 한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천재와 인재가 합쳐진 사고다. 항공기가 자기 몸집보다 10배 큰 새 떼와 충돌하면서 엔진 고장을 일으킨 게 1차 사고원인이다. 이밖에 정비 불량, 콘크리트 둔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사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정비나 둔덕에 책임이 있는 기업,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게 정해진 수순이다. 직접 원인을 제공한 새 떼에 대한 대책 역시 감시인력 부족, 첨단 자외선 감지기 등 장비 부족의 문제로 환원된다. 공항 주변에 철새 도래지가 4곳이나 있어 애초에 공항으로 적합하지 않은 데다 겨울에는 철새가 대규모로 서식한다는 사실은 가장 근본적임에도 주변 정보로 취급된다. 그래서 새로 짓는 8곳의 공항에는 인력과 장비를 더 늘리자는 인간적처방이 난무한다.

우리 모두 지역마다 공항이 필요한 걸 안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공항은 지역민의 자존심만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물류를 담당한다. 용지 확보 문제로 바다와 가까운 빈 땅으로 가야 하는 것도 인정한다. 문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어있지만 수많은 생명, 자연이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이번 참사에서 확인했듯 인간이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자연은 인간의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새 떼는 예고 없이 날아오르고 기후위기로 달라진 생태환경은 그들의 움직임을 더욱 종잡을 수 없게 한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호주 산불, 캐나다 산불을 뛰어넘는 역대급 재난이다. 태평양 연안의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드가 전소됐고 로스앤젤레스의 심장인 할리우드, 베벌리힐스까지 소개령이 내려졌다. 어느 셀럽의 집이 불타고 다른 착한 셀럽들이 이재민을 위해 거액을 기부했다는 한가한 소식을 전할 때가 아니다. 부자들은 사설 소방관을 동원해 자기 집만 보호한다는 점에서 재난의 부익부 빈익빈을 지적하지만 모두 불탄 가운데 멀쩡한 집은 결코 괜찮지 않다. 천사의 땅 로스앤젤레스가 지옥으로 변하는 가운데 갈수록 건조해진 기후, 강해진 북동풍(이 바람의 이름은 샌타애나), 부족한 용수, 노후한 기반시설 등이 작용한 복합재난에 기후 채찍질이란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자연은 인간사회의 복잡한 정치와 계급을 후려친다.

이런 재난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우리에게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묻고 싶다. 오늘, 한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되었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의 역사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인간의 문명이 사라지지 않는 한 권력과 정의를 둘러싼 갈등과 투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의 역습도 시작됐다. 자연재난은 늘 있었지만 인간이 원인을 제공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는 인류세의 재난은 성격도 규모도 다르다. 그 위험과 한계를 인식하면서 인간사회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이를 생태민주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포스트 윤석열 시대를 준비한다면 이런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항공기로 돌진하는 새 떼를 막을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한윤정 생태문명원 공동대표/ 경향

 

말채나무: 꽃이 떠나간 겨울정원의 매력

천리포수목원 겨울정원의 풍경. 산책로를 따라 말채나무가 심어져 있다. 천리포수목원 제공

사회초년생 시절 기자로 일하면서 익힌 습관 중에 지금까지도 유용하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얘기되는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는 감각이다. 예를 들어 봄에 피는 벚꽃은 아름답지만 너무 당연해서 조금 심심하다. 여러 지자체가 경쟁하듯 조성한 벚나무 가로수길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가을벚나무는 어떨까? 가을철 수목원을 찾은 많은 탐방객이 개화한 가을벚나무를 보며 기후변화를 걱정하지만, 사실 기후변화와는 상관없이 가을에도 꽃을 피워서 가을벚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다. 나무의 독보적인 특성을 발견하고 나면 그 나무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수목원의 계절도 마찬가지다. 한겨울 붉어지는 열매, 깊게 패이거나 벗겨지며 저마다의 특성을 드러내는 수피, 나무 전체의 수형. 흔히 볼 것 없는계절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겨울은 추울수록 아름다운 나무의 특성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시기다. 그중에서도 겨우내 알록달록한 색채의 가지로 정원을 밝히는 말채나무는 단연 겨울정원의 주인공으로 꼽을 만하다.

말채나무는 층층나무과의 낙엽활엽수다. 봄에 돋는 뾰족한 타원형의 잎은 마주나는데, 4~5쌍의 잎맥이 나란히 나 있어 가지런한 인상을 준다. 5~6월 긴 수술이 돋보이는 흰꽃은 마치 푸른 잎 위에 흰 레이스를 수놓은 것 같은 독특한 질감을 준다. 꿀은 나비의 먹이가 되고, 열매는 새들의 먹이가 된다. 숲속에서는 빽빽한 말채나무 가지들이 소동물들의 은신처가 되어준다고 하니 다방면으로 미덕이 많은 나무다.

말채나무의 매력은 일년생 가지에 있다. 탄력이 좋고 잘 꺾어지지 않아 예로부터 말을 길들이는 채찍으로 썼다고 해 말채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말채나무가 정원수로 각광받는 이유도 그해 자란 어린 가지들이 겨울철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등 다채로운 색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정원수로 주로 사용되는 흰말채나무와 노랑말채나무는 열매가 흰색이지만, 흰말채나무는 붉고 주황색의 줄기를, 노랑말채나무는 노란색의 줄기를 가졌다. 붉은말채나무는 붉은 가지와 검은 열매를 가진 것으로 구분한다. 천리포수목원은 1973년 미국의 한 육묘장에서 최초로 흰말채나무를 들여온 이후 지금까지 28분류군의 말채나무를 정원수로 관리하고 있다.

2024년 한해의 마지막 금요일, 양손 가득 갈퀴와 삽, 전정가위를 든 가드너들이 겨울정원으로 모여들었다. 수목원 한가운데 자리한 351평 규모의 겨울정원 산책로를 따라 흰말채나무, 노랑말채나무, 붉은말채나무가 나란히 줄을 서 있다. 가드너들은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화단에 쌓인 말채나무 낙엽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그 위로 수십포대 분량의 바크(땅을 덮어주는 나무껍질 등의 천연 재료)를 깔아주었다. 시들었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말채나무 가지들은 잘라주고, 좁은 길을 따라 부산물을 모두 나르고 나서야 겨울정원을 정비하는 하루 업무가 마무리됐다.

낙엽이 쌓인 모습도 자연스럽고 예쁜데 굳이 치워줘야 할까?’라는 의문은 금세 풀렸다. 낙엽보다 훨씬 짙은 고동색의 바크가 화려한 말채나무 가지와 어우러져 더욱 극명한 색상의 대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원의 전체적인 채도가 한껏 올라간 느낌이었다. 가지만으로는 자칫 허전할 수 있는 말채나무 아래에는 겨울에도 선명한 색을 유지하는 흑맥문동과 오시멘시스사초를 심어 풍성한 볼거리를 더했다.

천리포수목원 겨울정원의 설경. 산책로를 따라 말채나무가 심어 있다. 천리포수목원 제공

천리포수목원의 겨울정원은 과거 씨앗밭’(묘포장)이라고 불리던 공간에, 겨울에 아름다운 식물을 수집해 심은 것부터 시작되었다. 2018년 척박한 토양을 개량하고, 겨울정원에 어울리는 식물을 추가로 심는 작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말채나무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납매, 가지 끝에서 세갈래로 갈라져 독특한 수형을 보여주는 삼지닥나무, 독특한 생김새의 꽃을 피우는 풍년화 등 다양한 겨울 식물들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당연한 계절에 당연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겨울정원의 매력인데, 그 아름다움이 부각되도록 식물의 장점과 미덕을 찾아주는 건 가드너의 역할이다.

겨울정원에서 큰 연못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 작은 나무 벤치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인 표찰이 있다. “이 벤치는 1982531일에 씨앗으로 도입해 자란 말채나무로 제작한 벤치입니다. 2020년 태풍 마이삭의 피해를 받아 도복되어 고사하였습니다.” 태풍에 쓰러졌던 나무의 그루터기는 아직 남아있고, 잘린 나무의 한 귀퉁이에서는 새로운 말채나무 가지가 5년째 돋아 몸통을 키워 나가고 있다. 태풍이 휩쓰는 무더운 여름도,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는 혹독한 겨울도 당연한 듯 이겨낸다. 수목원의 말채나무가 보여주는 자연의 마법이다.

황금비 | 천리포수목원 나무의사

 

여전한 기후위기, 다시 1

1월이다. 매년 초 12에서 다시 1로 돌아가는 달력을 보면 설레기도 한다. 아마 시간이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새로운 마음으로 올해의 목표도 정하고, 계획도 세운다. 연말 휴가 이후 다시 출근한 사무실에서 새롭게 다가올 1년의 업무를 그려본다. 그간 바빠서 얘기를 못 나눴던 동료나 지인들과도 만나고 새해 다짐들도 나눈다. 그러다 보면 지난해 지나왔던 어려움이나 나의 실수들은 이제 뒤로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업이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보니, 매년 1로 되돌아가는 달력의 숫자처럼 기후위기 문제도 조금이라도 리셋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본다.

물론 상상일 뿐이다. 이런 상상이 무색하게 새해 벽두부터 기후위기는 연초부터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산불은 1만채 넘는 주택을 태우고 20명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해액은 2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도 한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건조해진 대기와 가뭄이 산불을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2024년 평균온도가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었다는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의 발표가 있었다. 2023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는데, 그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파리협정에서 전지구적 평균 온도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숫자가 이제 잠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엘에이 산불의 피해는 그렇게 단기간에 뜨거워진 지구가 만들어낸 불확실한 기후의 한 단면일 테다.

잔인하게도 시간의 흐름과 기후위기의 강도는 정비례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그 강도가 약해지지도, 지금 정도 수준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하는 한 말이다. 기후위기의 강도가 약해지거나 더 세지지 않는 건 인류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만 상상해볼 수 있을 지점이다. 그 전까지는 우리가 기후 문제를 신경 쓰건 잊고 살건, 시간이 흐를수록 기후위기의 강도는 높아진다.

시간과 정비례하는 기후위기의 과학과는 달리 인간의 기후대응은 상반된 경향을 보인다. 기후대응 노력은 시간이 흐른다고 정비례해서 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경영 뉴스에서 보이는 사이클(경기순환)에 가깝다. 가파른 속도로 기후 대응의 강도가 세지는 시기가 있지만, 때로 약해지기도 하고 어떤 시기는 역행하기까지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탄소중립 선언과 그린()딜 정책이 화두였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가 기후 대응의 호황기였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엘엔지(LNG) 확장, 트럼프 당선 이후 줄 이은 은행들의 기후동맹 탈퇴로 이어지는 3년은 불황기다. 기후·환경에 관심을 둔 시민들이 느끼는 좌절감이나 무력감은 아마 기후위기의 강도와 기후대응 노력 주기의 불일치에서 오는 것일 수 있겠다.

2025년 초입에서 바라본 기후위기의 강도는 전례 없이 세고, 앞으로도 강해질 예정이다. 한편 이에 맞서야 하는 기후대응 노력은 역행에 가까운 듯하다. 지금이 불황의 초입에 불과한지, 한복판인지, 끝물에 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한가지 유념할 게 있다. 기후 대응의 주기는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고,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4년 전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탄소중립 선언은 국내외 시민들의 노력과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 순간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기후대응의 호황은 더 강하고 길게 유지 될 수도, 불황은 약하고 짧게 끝나 버릴 수도 있다. 불황이 오래 지속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가는 변화들에 따라서 쉬이 끝나게 될 수도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오동재 | 기후솔루션 연구원

2030년 동서고가도로 철거... 그럼 대체 도로는? [햄구실 Ep.13] 2024.01.11 -

 https://youtube.com/watch?v=JO3eAftHQEk&si=x1QOsEKDC4dC4y4P

 

지구 온난화 가속화가 LA 산불·뉴욕 폭설 불렀다

GIST 등 국내외연구진, 대기순환체제변화 메커니즘 발견

"북반구 대기순환 증폭, 이상기후현상 더 빈번·극심해질 것" 경고

북반구 겨울(12-1-2) 대류권 상층부(200-hPa) 대기 대순환 강화 패턴 및 지표 강수 패턴 변화.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가뭄, 폭우, 한파와 같은 극한 기상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환경·에너지공학부 윤진호 교수 연구팀이 한-미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겨울철 북반구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기의 대규모 흐름이 미래 온난기후에서 점증적으로 증폭되는 현상과 핵심 메커니즘을 발견해 미래 기후변화가 겨울철 대기 대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 산림파괴 등 온난화로 인한 변화가 왜 특정 지역에서 극한 기상·기후 현상을 더 집중적으로 일으키는지에 대한 근본적 인과관계를 밝힘으로써 앞으로의 기후 전개 양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전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전지구기후모델 실험을 활용해 해수면 온도 상승과 북극의 해빙 감소가 겨울철 대기의 대규모 흐름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적도 서태평양의 온난화로 인한 대류 시스템의 강화를 지목했다. 또 겨울철 대기의 대규모 흐름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중위도 서풍의 강화와 북쪽으로의 확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강화된 서풍이 적도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파동에너지를 북동쪽으로 전파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며 여기에 북극의 해빙 감소가 약하지만 서로 보완적인 영향을 더해 전체적인 북반구 대기 대순환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증폭된 대기 순환은 특히 북미지역의 겨울철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미국 서부지역에는 고기압을, 동부지역에는 기압골을 발달시켜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국 서부지역의 산불·가뭄과 동부지역의 극심한 폭설·혹한 등 이상기후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진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자들이 제시한 대기 순환 변화의 주요 메커니즘을 하나로 통합해 최근 관찰된 대기 순환 증폭 현상과 역학적인 인과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미래에는 더욱 극심해져 심각한 기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가 지도하고 이주은 박사과정생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해양극지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 및 중견연구사업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신기후체제대응 환경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유타주립대학교 신유왕교수, 서울대학교 손석우 교수·김대현 교수, 세종대학교 정지훈 교수, KAIST 김형준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로서 기상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기후와 대기과학'에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뉴시스] 배상현 기자

 

'플라스틱 생산감축' 시위 해외 활동가들 "한 달 넘게 출국금지 중

부산 '플라스틱 협약' 기간 중 원료 운반선 올라 시위 후 출국금지돼

지난 20241130일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활동가들이 한국에 있는 플라스틱 원료 운반선의 돛대에 올라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관련사진보기

한국에 있는 플라스틱 원료 운반선에 승선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활동가들이 한 달 넘게 출국금지를 당한 채 한국에서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부산에서 열리던 지난 202411,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운반하는 탱커선에 올라 시위를 벌였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를 보면, '활동가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제목의 서명 제안 글이 지난 20241224일부터 게시돼 있다. 출국금지를 당한 활동가 5명은 서명 제안 글에서 자신들에 대한 법적 절차를 조속히 완료할 것을 요청하기 위해 서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당시 시위를 벌인 활동가 4명과 그린피스의 캠페인 선박 '그린피스 워리어호'의 선장 1명 등 5명은 시위 이후 현재까지 한국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상태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측은 "현재 활동가들은 구속 상태는 아니며,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검토 중"이라고 <소리의숲>에 전했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영국독일멕시코를 비롯한 국적의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활동가 4명은 정부간협상위원회 종료를 이틀 앞둔 지난 20241130, 충남 서산의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화학 물질을 운반하는 탱커선 돛대에 올랐다. 이들은 돛대에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Strong Plastics Treaty)' 문구가 담긴 배너를 설치했다.

이들이 이같은 시위에 나선 이유는 회의에 참여 중인 각국 대표들에게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강력히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정부간협상위원회는 175여 개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친 규칙을 만드는 회의다. 이번 5차 회의는 지난 20241125일부터 12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렸다.

활동가들 "법적 절차 조속히 완료해 달라"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알애쉬옌스샘과 선장 헤티 등 5명은 자신들의 조속한 출국 허가를 위한 서명을 제안하는 글에서 "(시위 이후) 우리는 2일 정도 구금됐고, 현재 한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사 기간 동안 무기한 출국이 정지됐다""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선장인 헤티도 출국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건을 관할하는 검사와 판사에게 조사의 빠른 결론을 요청하기 위해, 또는 최소한 재판 때까지 출국 허가를 허용해 우리 5명이 가능한 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조사에 협조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플라스틱 오염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자랑스럽게 내는 동시에 인류를 보호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제5차 회의의 최대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감축이 협약에 포함될 것이냐였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협상이 6일 차로 접어들며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각국이 생산감축을 비롯한 주요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이들이 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오마이뉴스

환경부, 국립생태원장에 4대강 찬성학자 임명, 탄핵 정국 알박기?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전경. 4대강사업에 적극적인 찬성 논리를 제공했던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가국립생태원 차기 원장에 임명됐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정권이 혼란한 시기에 부적절한 인사로 알박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환경부는 오는 23일자로 이 교수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차기 원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21일 취재결과 확인됐다. 국립생태원은 국내 생태계 조사·연구·복원과 환경영향평가 협의상의 검토 기능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당초 이창석 교수와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이 차기 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19월 취임한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의 임기는 지난해 만료됐으나 현재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창석 교수와 이상돈 교수는 모두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추진하고, 실행하는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찬동했던 인물이다. 이창석 교수는 4대강사업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4대강 찬동 A급 인사로 꼽기도 했다.

이창석 교수는 4대강사업을 강행하던 2009616일 정부 정책브리핑 사이트에 기고한 ‘4대강 살리기는 환경 살리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필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훼손된 하천 복원 프로젝트라고 본다고 썼다.

환경단체들은 국립생태원장 임명은커녕 후보로 거론된 것조차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립생태원은 환경부가 개발주체들과 협의하는 환경영향평가 관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검토 의견을 제출하는 주요 기관 중 하나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에조차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있어 거수기 역할을 해줄 인사를 생태원장에 앉혀 개발사업 등 허가 문제를 손쉽게 좌우하는것 아니냐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 환경부 정책 전반의 신뢰성에 의문이드는 상황에서 4대강사업 찬동인사를 국립생태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수 없는 만행이라며 곡학아세의 전형을 보였던 이들이 무슨 양심으로 생태위기 문제와 그 해법을 거론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생태지평은 논평에서 현재 환경부가 할 일은 윤석열 정부의 모든 환경정책에 대한반성과 성찰, 그리고 청산을 준비하는 것뿐이라며 기후대응댐도, 4대강 파괴도, 수많은 환경파괴적 개발도, 산하 기관장 인사도 모두 청산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생태지평은 또 정권말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시기에 알박기 수준의 기관장 인사를 진행할 때인가라며 지금 환경부는 인사 문제를 포함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부재라는 혼란한 상황에서 국내 자연생태계 정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립생태원 원장 임명이 강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향

 

트럼프, 두 번째 파리협정 탈퇴유엔 기후협약도 떠날까

화석연료 생산 장려, 에너지 관련 규제 철폐 등

전세계 기후대응 흔들릴 것영향 제한적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의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퍼레이드에서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 등 화석연료생산·소비를 부추기는 여러 행정명령들에 서명을 하고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것은 두번째로, 이번엔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체제를 완전히 떠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국후퇴가 전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파리협정 재탈퇴의 배경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규제에서 벗어나 화석연료 생산을늘리겠다는 의도가 있다. 20(현지시각) 트럼프는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와 천연자원을 위한 미국 에너지 해방행정명령에도 서명했는데, 여기엔 화석연료생산 장려, 에너지 생산·사용에 부담을 주는 각종 규제들의 철폐, ‘전기차 확대정책의 폐지 등이 담겼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지구 기온 상승폭을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5년마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 등을 요구한다. 파리협정 탈퇴 서류가 곧바로 유엔에 제출되면, 미국은 당장 내년 1월부터 협정의 의무를 지지 않게 된다. 이번엔 협정 탈퇴를 넘어 유엔 기후변화협약 자체에서 완전히 떠나는 방안까지 얘기된다. ‘

트럼프 공약집으로 불리는 미국 보수성향 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2025’에 관련 언급이 나온다. 이 경우엔 미국이 유엔 기후체제에 복귀하는 것이 한층어려워질 전망이다. 파리협정은 미국 상원의 비준 없이 가입했지만,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비준을 거친 터라 복귀할 때에도 같은 절차가 필요할 수 있어서다.

미국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로버트 스타빈스 교수는 최근 공개한 글에서 조약 비준에 상원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미 비준된 조약을 끝내는 데 상원의 관여는 의무가 아니며 헌법에도 언급이 없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전례도 있다고 썼다. 다만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전세계 기후위기 대응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리협정 전문가인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연방국가라 주지사들이 권한을 갖는다. 재생에너지를 중시하는 시장의 흐름도 유지될이라며 협정 탈퇴의 실질적 효과는 트럼프가 기대하는 것만큼 나타나지 않을 수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24개 주지사가 참여한 미국기후연합’, 5천여명 지역 정치인들이 서약한 아메리카 이즈 올 인’, 350개 미국 도시 연합체 기후시장들같은 단체들은 지난해 11월 공동 성명에서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기후 대응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지역은 전체 미국 인구의 63%를 포괄한다. 반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이 이탈할 경우 가뜩이나각국의 이해관계에 치여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전세계적 기후 대응 협력이 더 흔들릴 것이란 우려 역시 여전하다. 실제로 지난해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구축해온 각종 탈탄소연합체에서 잇따라 탈퇴하고 있다./ 한겨레 박기용,조계완기자

 

새만금신공항 조류 충돌 위험도, 무안공항 610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예측 결과

새만금신공항 백지화행동 신공항 강행은 대참사 예고

새만금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610배에 달한다는 환경단체의 분석이나왔다. 사진은 새만금신공항 부지 인근 군산공항에서 촬영된 항공기와 조류의 교차장면.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제공

새만금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610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12·29 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을 비롯한 국내 16개 공항과 새만금신공항의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기재된 조류 충돌 예상 횟수·기체 손실 가능성 등을 비교한 수치다.

21일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신공항은 현재 운영 중인 전국 모든 공항뿐 아니라 신규로 추진 중인가덕도신공항, 제주제2공항, 흑산공항을 통틀어 조류 충돌 위험도가 가장 높다면서 새만금신공항을 비롯한 신규공항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개한 20219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공항 15곳과 장소가 기재되지 않은 1곳의 조류충돌 위험 예측 결과가 담겨있다.

자료를 보면, 새만금신공항의 연간 예상되는 조류 충돌횟수’(Total Potentially Dangerous Strikes, TPDS)는 최소 9.4회에서 최대 43회에 달했다. 항공기 운행이 많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는 각각 2.9, 2.8, 제주는1.6회였고, 조류 충돌이 참사 초기 원인으로 지목되는 무안공항의 경우 0.07회에 그쳤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는 조류 충돌로 인한 기체 손실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총 위험’(Total Risk, TR)도 공개했다. 전략영향평가서가 작성될 시점까지 국내에서는 조류충돌로 인한 치명적 기체 손실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으므로 이 위험도는 영국 기준으로 계산됐다. 이 수치에서 새만금신공항의 조류 충돌 총 위험도는 최소 0.01071서 최대 0.04873으로 추정됐다. 이는 참사가 일어난 무안(0.00008)보다 최소134~610배 높은 결과다.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국토부는 전략영향평가서에 군산공항은 18222년에 한 번 치명적인 충돌 발생이 예상된다계획지구(새만금신공항) 및 군산공항과 가장 유사한 조류의 서식 환경과 규모를 보이는 무안공항은 12221년으로 군산공항과 유사하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치명적 사고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된 무안에서 지난1229일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신공항부지에 포함된 수라갯벌은 (조류 충돌시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큰기러기 무리 가운데 2000~4000마리의 잠자리라고 설명했다.국토교통부 제공

김지은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위원장은 새만금신공항의 조류 충돌 총 위험도(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국내 전체 16곳 공항과 비교하면 9~40배나 높다충돌 사고 예측 범위를 공항중심점 반경 513로 확대할 경우 10~43배나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기존 조류 충돌 총 위험도를공항중심점 반경 5, 고도 1300m를 기준으로 작성했으나 새만금신공항의 경우 최악의 조건을 적용해 반경 513등 두 가지 상황으로 수치를 계산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지금 신규로 (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신공항, 가덕도신공항, 제주제2공항, 흑산공항, 백령도공항, 울릉공항의 입지는 모두 철새도래지이며 새들의 삶터라면서 국토부가 이번 참사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조류 충돌 위험성이 치명적으로 높은 새만금신공항 건설을 강행한다면, 이는 또 하나 의 돌이킬 수 없는 대참사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이 21일 오전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류 충돌 위험도가 높은 신공항 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제공

이들 설명을 들어보면,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인 수라갯벌은 13안에 만경강 하류, 동진강, 옥녀봉, 옥구저수지, 옥녀저수지, 금강하구, 장항해변, 유부도, 새만금호, 월명호수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철새가 계절마다 찾아오는조류 서식지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1급 저어새의 번식지 3곳이 이곳에 있다. 지난해 발표된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는 새만금신공항 계획지구 반경 13와 그 주변에서 확인된 조류를 총 315종으로 밝히고있다. 이 가운데 59, 24만 마리가 법정보호종이였다. 한겨레 김지숙기자

시들어버린 제주의 푸른 겨울’···“온몸으로 맞서도 이젠 한계

이주노동자들이 지난해 125일 제주시 한경면 양배추 밭에서 양배추 수확 작업을하고 있다. 제주|권도현 기자

제주 겨울은 푸르다. 수확이 끝나 황량한 육지논밭과 달리 제주 밭에선 겨우내 채소가 자란다. 월동(越冬), 겨울을 살아 넘긴다는 그 이름처럼 무·당근·양배추 등 월동채소들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적당한 추위를 견디며 영글어 간다.

푸른 밤, 바다, 야자수로 유명한 제주는 국내 겨울철 신선채소의 약 80%를 공급하는생산 기지다. 다른 지역 농민들이 쉬어가는 11~2월은 제주의 농번기다. 겨울에도 채소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건 제주 농사 덕이다. “겨울엔 우리가 전 국민을 먹여 살리는 거지.” 수확이 한창인 지난해 122~6일 경향신문이 만난 제주 농민들은 오랜자부심을 내비쳤다.

근심도 컸다. 지난해에는 제주에 폭염과 가뭄, 긴 가을장마가 찾아왔다. 심지어 11첫눈 폭설이 전국 곳곳을 마비시킨 그때 제주엔 내리 비가 내렸다. 내려선 좋을게 없는, 예상에 없던 비였다. 농민들은 더 이상 날씨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했. 변덕스럽고 고온다습한 날씨는 작물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준다. 채소와 과일은썩거나, 웃자라고 터지거나 벌레에게 뜯어먹혔다.

긴 가을 장마로 침수 피해를 입은 박용규씨의 제주시 한경면 밭의 양배추들이 지난해124일 썩어 하얗게 시들어 있다. 제주|권도현 기자

20~30여년 농사를 지어온 농민 10여명은 매해 몸으로 기후 변화를 느껴왔지만 이번처럼 유난스러운 것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눈치껏 파종 시기를 늦추는 등 어떻게든 날씨에 적응해보려고 노력한다. 이들 마음엔 언젠가 임시방편이 통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라는 불안이 자라고 있었다. 경향신문은 제주 각지를 찾아 서로 다른 작물을 기르는 농민들의 고민을 들었다. 이곳 기후위기는 관용어가 아니라 실제 위기,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벌레 먹거나 터지거나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밭에서 강순희씨(58)가 겉잎에 구멍이 송송 난 양배추 속을 뒤적이자 숨어 있던 벌레가 움찔하며 꿈틀댔다.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유충)였다.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아열대 지역이 원산인 이 해충은 5년 전쯤 제주에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제 터전인 양 기승을 부렸다. 12월 날이 추워지면 잠잠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따뜻한 날씨 때문에 벌레 기세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비료를 주러 왔다가도 벌레 잡느라 시간이 다 간다니까.” 강씨가 잡은 애벌레를 발로 밟아 죽이며 말했다. 30년차 농부이자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강씨와 남편 김만호씨(59)는 벌레를 일일이 손으로 잡아내고 있었다. 친환경 방제약으로는 죽지 않아서다. 친환경 농사를 20년 넘게 지어온 부부도 12월이 넘어서까지 벌레를 잡는 일은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양배추 속이 알차게 차오르지 않아 이 시기 뿌리지 않던 추가 비료를 줘가며 노심초사하는 와중에 벌레와 사투까지 벌여야 하니 부부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제주시 구좌읍에서 유기농 양배추 농사를 짓는 강순희씨의 양배추에 열대거세미나방의 에벌레가 꿈틀대고 있다. 제주|권도현 기자

관행농업(慣行農業·화학비료와 합성 농약을 사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관행적인 농업)로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밭 37000(12.23)에서 양배추 농사를 짓는 박용규(57)올해 친환경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농작물 농약은 치료 약이 없고 예방약뿐이라며 농약을 평년보다 두세 번 더 뿌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고산리 박씨 밭에선 조생종 양배추 수확이 이뤄지고 있었다. 보통 8월 중순 파종해12월 거두어들인다. ‘고산평야라 불릴 정도로 끝없이 뻗은 밭 곳곳에 양배추를 담은포대가 보였다. 언뜻 잘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이 양배추들은 온전한 한 포기 상태상품으로 팔지 못한다. 한여름 이상고온에 비까지 많이 오자 양배추가 성장을 멈출시기에도 자라며 터져버린 탓이다.

박씨는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다 보니 상품성이 많이 떨어져 아예 즙이나 샐러드 등가공용으로만 팔게 됐다고 씁쓸히 말했다. 가공용 가격은 상품 양배추의 60~70% 준이다. 8월 말~10월 초에 심어 무더위를 견디는 기간이 적었던 중생·만생종은 작황이 괜찮다는 게 그나마 박씨의 위안이다. 그는 시세가 안 나 손해 본 적은 있어도이렇게 농사를 망쳐본 건 처음이라며 이건 사람 힘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 더 속상하다고 했다.

박용규씨가 지난해 124일 제주시 한경면 양배추 밭에서 침수로 썩거나 과성장으로터진 양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제주|권도현 기자

기후위기 시대에 농사를 짓는다는 건 예측이 불가능한 날씨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시장·마트에서 흔히 보는 예쁜 꼴의 농작물을 길러내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박씨와 함께방문한 고산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선 콜라비를 크기별로 선별하고 있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라간 콜라비 중 600~800g쯤이 등급으로 분류돼 상자에 담겼다. 반면 880g이 넘는 콜라비는 비품이라고 쓰인 박스로 떨어졌다. 너무 커버려 울퉁불퉁해진 콜라비들이다. 비품 상자가 수북했다. 콜라비는 월동채소다. 차가운 겨울을 더 견디다 1월부터 수확에 들어가야 한다. 양배추처럼 콜라비도 웃자라는 바람에 농가들이 수확을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이렇게 커버린 기형과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예전엔 전체의 10% 정도였다면이번엔 체감상 30~40%가 비품이라고 했다.

농약 치고 하우스 짓고

평생 농사를 지어 온 농민들은 적응하려 애쓰고 있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30년넘게 밭작물을 길러온 김형자씨(60)20여년을 해온 친환경 농사를 2년 전 관행농업으로 전환했다. 검질(잡초의 제주 방언) 매는 일을 해야 하는 등 품은 훨씬 들면서 수확량이 적은 친환경 농법을 더는 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체력적으로도 나이가있으니 힘들고 폐작될 확률도 높거든요.” 김씨가 말했다. 변화를 꾀했지만 1500(0.50) 밭의 40%가 길어진 가을장마에 침수돼버렸다. 주력 작물인 브로콜리 밭 하나는 흑색의 작은 점이 생기는 검은무늬병이 돌았다. 9~10월 기온이 높고 비가 자주 내린 탓이다. “겉으로 보면 밭이 파래서 잘 모르겠죠?

하나하나 보면 다 못 쓰게 됐어요.” 김씨가 작은 점이 박힌 브로콜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8월 말에서 9월 초에 심은 브로콜리는 거의 수확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브로콜리 전국 생산량의 70%는 제주에서 나는데, 다른 농가들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애월(제주시 애월읍)하고, 고산은 검은무늬병 피해가 더 심하대요.”

남편과 둘이서 쉬는 날 없이 일궈온 밭은 김씨에게 삶 그 자체다. 브로콜리는 고마운작물이다. 마늘 농사를 했을 땐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생활했다는 그는 학자금 대출을 껴서라도 아들 둘을 대학 보낼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브로콜리 농사 덕분이었다고 했다. 그 귀한 작물이 병에, 수해에 망가지는 것을 보면 김씨는 가슴이 능착하다(덜컹하다의 제주 방언언)”고 했다. 뼈 주사를 맞을 정도로 허리가 좋지 않은 데다가 날씨 마저 종잡을 수 없게 된 요즘이지만 그래도 김씨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브로콜리 농사를 짓는 김형자씨가 긴 가을 장마로 침수돼 죽은브로콜리를 지난해 125일 살펴보고 있다./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브로콜리 농사를 짓는 김형자씨의 브로콜리가 검은무늬병으로인해 군데군데 검게 변해 있다. 서귀포|권도현 기자

전국 당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제주 당근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주에서도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에서 친환경 당근 농사를 지어온 김병수씨(55)는 비닐하우스를 알아보는 중이다. 노지(露地·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이 없는 맨땅) 농사를 고집한 지 25년 만에 먹은 결심이다. “하우스는 토양을 쉬지 않고 계속 쓰니 땅을 혹사하는 농법이라 여태까지 반대해왔다는 그는 노지는 이제 안정성이 너무 떨어져서 하우스 아니면 안 되겠더라고 말한다. 7월 중순에 씨를 뿌린 당근은 뜨거운 햇볕에 싹이 소위 말해 녹아버렸다’. 당근은 파종 후 물을 충분히 머금으면 5~10일쯤 뒤 발아한다. 예전에는 씨를 심으면 어김없이비가 내렸다.

선배 농부들은 당근에 물 주지 마라. 내리는 비 맞고 싹이 나야 당근이 예뻐진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씨 뿌리는 7~8월에 가뭄을 겪는다. 밤에 지열이 떨어지지 않아 뿌리가 상하고 기껏 틔운 싹도 타버렸다. “다들 스프링클러 설치하고 지하수 끌어다가 밭에 물을 뿌리는데, 이곳저곳에서 다 끌어다 쓰니 물이 안 나와요. 이걸 어떻게 해야하죠?”

김씨는 당근이 녹아버린 땅에 다시 씨앗을 뿌렸다. 당근 밭 1만평(3.31) 중 재파종한 면적이 3500(1.16ha)에 달했다. 이미 당근 파종 시기가 지난 8월 중순이었지만 씨앗을 뿌린 건 혹시나하는 마음에서였다. 당근 수확철은 12월 중순이지만, 김씨는 아직 당근들이 채 크지 않아 오는 1월 말이 되어서야 거둘 것 같다고 했다. 지금 김씨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친환경 당근 농사를 짓는 김병수씨(가 지난해 123일 당근밭을살펴보고 있다. 평년에는 12월 중순부터 수확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여름 무더위로 올1월 말이 되어서야 수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제주|권도현 기자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지만, 하늘 농사에만 의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기후변화 때문이다. 땅이 지나치게 뜨겁거나 비가 안 오다가 한꺼번에 오는 일이 최근4~5년 사이에 빈번해졌다. 주변에서 친환경을 포기하는 농가도 늘었다. 씁쓸하지만 계속 농사를 지으려면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씨는 이웃 농가의 비닐하우스 한구석에서 루콜라를 키워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래도 제 하우스에는 난방은 하지 않을생각입니다. 멀칭(mulching·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땅을 짚이나 비닐 따위로 덮는 일)등에 필요한 농사 부자재도 재활용 가능 소재를 쓰려고 하고요.” 김씨가 말했다. 환경부담을 줄이는 농사를 고민하고 있지만 그는 기후위기 시대에 한 농가의 노력만으론역부족임을 절실히 느낀다고 했다.

아열대의 제주, 작물 바꾸면 그만?

지구온난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가 2022년발표한 시나리오별 아열대기후대 변동 예측 결과자료를 보면, 기후변화로 제주·남해안 등 한국 국토의 11%는 이미 아열대 기후권에 속한다. 월평균 기온 10도 이상이 8개월 이상인 지역이 아열대 기후권에 해당한다.

연구소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상 온실가스 감축을 잘하지 못한 경우(SSP5-8.5)2050년대에 전국의 55.9%, 중간 정도로 감축을 진행(SSP2-4.5)하더라도 54.9%가 아열대 기후대에 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SSP2-4.5 시나리오(사회 발전 속도가 중간이고 온실가스 감축도 중간 정도로 진행될경우)에 따른 아열대기후대 변동 지도 그래픽.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경우 2030년대엔 29%, 2050년대엔 54.9%, 2070대엔 68.6%, 2090년대엔 80.9%의 한국 면적이 아열대기후대에 속할 것으로 예측했.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제공

예견된 미래에 혹자는 월동작물은 내륙에서 기르고, 제주는 아열대 식물을 기르면 되지 않나라고 쉽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당장 매년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겐 와닿지 않는 얘기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사회적농장을 운영하는 한태호씨는 여름이 서늘한 원도 고랭지와 겨울이 따뜻한 제주도 해안가는 대체하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한씨그 두 산지가 바뀔 정도로 기후가 변하면 그땐 우리나라 농업 기반이 다 무너진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온난화는 단순히 더워지는 게 아니다. 폭염이나 한파 등 극한 날씨를 동반한다. 주 월동채소의 핵심은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날씨다. 한씨는 전라도 해남이따뜻하다지만 육지는 영하 6~8도까지도 금방 떨어진다그런 추위에서 월동 무는다 죽어버린다고 설명했다. 작물 변경도 쉬운 일이 아니다. 농산물은 상품이되 공산품이 아니다. 김병수씨는 작물 하나를 파악하는 데 10년은 걸린다고 했다. 온도, 토양상태, 파종시기 등의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생산이 잘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찾아 나가야 한다. 김씨는 공산품처럼 원하는 스펙(품질)을 찍어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했다. 생산자로서의농민은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작물 인기가 좋아서 생산량이 넘쳐버리면 가격 폭락을 면치 못하고, 이번처럼 작황이좋지 않으면 가격이 오르더라도 외국산이 대량으로 들어올 위험이 크다. 지난해 초 ()사과 파동때 정부가 대체품으로 오렌지, 파인애플, 바나나, 망고 등 수입 과일을 직접 수입해 시장에 풀었던 것처럼 외부요인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박용규씨는 농사를 망쳐도 건진 만큼은 수확해 팔아야 하는데, ‘()양배추가 되면외국산으로 가격을 눌러버리니 농민들은 오도 가도 못한다고 했다. 내륙으로 운반하는 물류비가 추가로 드는 제주 농가들은 가격 경쟁에서 더 취약하다.

제주도 지역별 주요 농작물 재배 현황 지도

제주에서는 농부의 거주 지역에 따라 농작물의 종류가 결정된다. 화산지형인 제주는 토질이 지역별로 다른데, 그에 맞는 작물이 정해져 있다. 제주 남쪽인 효돈·위미·남원 등에선 노지감귤과 만감류를, 서쪽인 고산·대정·안덕에서는 양배추, 마늘, 양파 등을, 북부인 애월·조천 등에선 잎채소와 시설원예를, 동쪽인 김녕·구좌·성산에선 당근, , 감자 등 뿌리채소를 주로 한다.

월동 무 주산지인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25년째 무 농사를 짓는 강동훈씨(64)무만하지 말고 당근도 병행해볼까,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씨는 무 농사 규모가 큰 성산에서 너도나도 당근을 하게 되면 (당근 생산량이 늘고 가격은 떨어지면서) 당근 당근 주산지인 구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섣불리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5년째 월동 무 농사를 짓고 있는 강동훈씨가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병이 들고 터져버린 무를 지난해 122일 살펴보고 있다. 제주|권도현 기자

제주도와 생산자 단체들은 제주 농산물의 과소·과대 생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려 지난해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를 개소했다. 고광덕 수급관리센터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적정 생산을 농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1년을 망치면 고스란히 개인이 농사 빚을 떠안는 구조 속에서 농민들은 저마다 이만큼은 농사를 지어야 한다라는 절박함이 있다그 균형을맞추는 게 숙제라고 했다. 제주에서 귤나무가 사라진다면머지않은 미래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품종 개발과 아열대 작물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망고·용과·파파야 등 아열대 작목유전자 58종을 보유했다. 연구소 온실에서 과수를 기른다. 한현희 연구관은 기존의채소가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이상기상에대처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 둘 다 안 되면 아열대 작물을 기르는 수순으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2일 제주 제주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비닐하우스에서 파파야가 자라고 있다./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망고를 재배하는 김성일씨가 꽃을 틔운 망고나무를 지난해 125일 살펴보고 있다. 서귀포|권도현 기자

아열대 작물 농사의 단점은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산 과일과경쟁해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판로를 뚫는 일도 쉽지 않다. 제주에서는 농가들이 바나나 등 다양한 열대 과일을 도입하려 했지만, 지금은 산남(제주에서 한라산 남쪽을부르는 말) 지방의 망고 정도만 남았다. 망고는 열대 과일 중에서도 특히 난방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다. 지난달 5일 김성일씨(54)의 서귀포시 안덕면 망고 하우스에 들어서자 후끈한 기운이 몸을 감쌌다. 25도로맞춰진 온실에는 아직 이파리만 달린 낮은 나무들 사이로 암갈색·초록색의 알갱이처럼 보이는 꽃을 틔운 망고나무 하나가 보였다. 1월 초에야 꽃을 피워야 할 나무가 홀로 한달 앞서 꽃을 틔운 탓에 김씨는 수정을 도울 벌통 하나를 부랴부랴 구해와야 했다.

열대 환경을 맞춰주기 위해 앞으로도 난방은 계속 훈훈하게 둬야 한다. 여름에는제습기를 돌리기도 한다. 그는 몇천만원을 난방비로 따로 예금해두는 편이라고 했다. 제반 비용이 많이 들지만 여태까지 김씨가 망고를 유지해온 것은 그만큼 가격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는 잘 자라주기만 하면 꽃대 하나에 2~3만원짜리라고 설명했다. 한 그루에서 망고 50~60개가 열린다. 망고 농가가 늘어나면서 가격 보장이 어려워질 거란 생각에 그는 더 늦기 전에 작목을 바꿔봐야 하나 고민도 된다고 했다. 김씨는 샤인머스캣 가격이 망가졌듯 망고도 그럴 수 있는 거다라며 기후위기로 농사의 불확실성도 높아지니 더 잘 판단해야겠더라고 했다. 예전엔 제주에서 돈 되는 작물을 꼽으라면 단연 감귤이었다.

한때 대학 나무라고 불렸다. 대학까지 자식 교육이 거뜬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았다. 주산지인 한라산 남쪽서귀포 일대 주민들의 소득이 북쪽 주민들의 소득보다 높았다.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귤밭에서 지난해 125일 농민이 귤을 수확하고 있다. 서귀포|권도현 기자

다만 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포도, 국내산 딸기·사과 등 겨울에 먹을 수 있는 과일·과채류가 늘면서 명성은 빛이 바래졌다. 이상기후로 감귤 피해는 늘고, 온난화로 감귤재배한계선은 전남·경남 일부까지 올라갔다. 이젠 제주의 많은 농가들이 노지 감귤 재배를 줄이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레드향·천혜향 같은 고급 만감류를 키운다. 김윤천씨(58)는 서귀포시 남원읍 비닐하우스에서 레드향·천혜향 농사를 짓는다. 노지에서 감귤 농사도 짓지만 크게 하진 않는다. 김씨네 비닐하우스는 몇년 전부터 폭염으로 열매가 갈라지는 열과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껍질이 얇은 레드향의 피해가 크다.

저희는 그나마 나아요. 해안가보다 1~2도 낮은 중산간 부락에 있거든요. 아래쪽 해안가 부락은 전멸이에요. 순박한 농부들은 다들 내가 뭘 잘못했나라며 자신을 탓해. 근데 제주 전체가 열과 피해를 입고 있거든요. 그건 재난이죠.”

앞서 제주에선 만감류인 한라봉이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하자 한라봉을 베어내고레드향을 심은 농가가 많았다. 매년 계속되는 폭염 피해로 이번엔 레드향에서 천혜향으로 갈아타는 농가가 주변에 늘고 있단다. 김씨는 조만간 천혜향 가격이 떨어질 수있다고 우려했다. 김씨는 이상기후 피해를 개인 농가가 오롯이 감당하는 구조로는 제주 농사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단순히 농민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닌 제주의 풍경이바뀌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씨가 되물었다. “제주의 봄 하면 유채꽃이 떠오르죠. 제주로 신혼여행을 온 사람이라면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던 때가 있었죠. 지금은 어떤가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유채기름 등을 목적으로 한 제주의 유채 재배 면적은 1~2에 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유채 농가를 지원하던 국가 보조금이 폐지됐고, 유채기름은 외국산 카놀라유 등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2022년 재배면적은 95로 줄었다. 김씨는 제주 농업은 관광업과 연계되어 있다귤과 유채를 키우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게 단순히 농업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콩과 메밀을 키우는 두 친구

농부는 생산자이자 사업가이면서도 땅에서 먹을거리를 길러내는 사람이다. 제주에서만난 농민들은 피해에 속상해하면서도 덤덤히 어쩌겠어, 계속 농사는 지을 건데라고 입을 모았다. 기후위기 시대의 농사를 지탱하는 건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지키는 농민들이었다. 같은 초등학교·중학교를 나오고 제주대학교 86학학번 동기인 고성효씨(58)와 조영재씨(57)는 여전히 차로 4분 거리에 살며 농사를 짓는다. 안덕에서 식량 작물인 메밀과콩나물 콩을 이모작으로 재배한다.

제주는 콩나물 콩 전국 생산량의 80% 이상을, 메밀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상기후로 콩농사와 메밀농사는 갈수록 팍팍해진다. 특히 지난해 가을은 고온다습한기온 탓에 수확을 앞둔 콩에 곰팡이균이 번졌고, 꼬투리 안에서 콩이 싹을 틔우는 수발아 현상까지 생겼다. 기후위기 피해에도 둘은 농사를 접을 생각은 없다. 고씨는 농사일을 하는데 지금은의무감이 더 크다자긍심도 있고, 잘 살아내고 있구나 싶어서 후회도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농민들이 각자 지구온난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데 곧 한계에 이를 것이라며 기후가 덜 변화되게 하려면 시민과 정부가 같이 가줘야 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제주도연맹 부의장인 조씨는 고씨와 함께 농민 운동에 활발히참여해왔다. 그동안 농민 운동에서는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인한 농가 소득 감소정도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지만, 최근에는 기후위기 대응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단다.

매년 이상기후로 농가에서 수확을 못하는데 우리가 계속 날씨 탓만 할 수는 없잖아요. 정부에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기후위기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어요.”

제주의 농민들은 예측 불가능한 날씨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감당하며, 대책을 마련하려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농민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들의 농사가 기후위기에 무너지는 순간, 우리 겨울 먹거리도 사라진다. 제주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국의 농촌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콩밭에서 지난해 123일 농민이 밭을 갈아엎고 있다. 귀포|권도현 기자

전지현 기자

"가덕도 신공항 조류충돌 위험, 무안공항 최대 246"

정부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환경·시민단체는 조류 충돌 위험을 거론하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부산환경회의,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는 22일 부산광역시의회 브리핑실에서 "위험도 무안공항 최대 246배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하라"고 말했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했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거론되는 가운데, 가덕도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서 가깝고 일본으로 가는 철새의 이동 경로이기에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부산환경회의 등 단체는 "아직 제주항공 참사의 사고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착륙 과정에서 벌어진 조류 충돌이 참사의 주요한 최초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라며 "항공기 착륙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과 항공기 양쪽 엔진에서 발견된 조류 깃털, 조종사의 조류 충돌이라는 교신 내용이 유력한 증거다"라고 주장했다.

항공기의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해, 이들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항공기 특성상, 조류 충돌 위험은 안전에 직결되는 항목이다"라며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널리 알려진 2009년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US 에어웨이즈 사고, 2022년 청주공항에서 벌어진 공군 F-35A 동체 착륙 사고가 대표적인 조류 충돌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두 사고에 대해, 이들은 "모두 다행히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국 US 에어웨이즈 사고는 다행히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하여 탑승객 전원이 생존했지만, 결국 항공기는 폐기되었고, 2022년 공군 F-35A 사고의 경우, 사고 조사 결과 10kg짜리 독수리가 충돌하여 기체 격벽까지 뚫고 들어가 내부 장비를 동시다발적으로 파손시킨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부산환경회의 등 단체는 "조류 충돌의 위험성으로 신규공항 건설 과정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을 검토하는 것은 생태 환경적 측면 뿐만 아니라, 항공기 안전에서도 중요하다"라며 "조류 충돌 위험은 새의 크기와 무게, 군집 정도, 서식 정도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까치와 중대백로,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이 충돌 가능성 '높음'으로 평가되어 있고, 가창오리와 고방오리, 꼬마물떼새, 댕기흰죽지, 물수리, 바다비오리, 쇠기러기, 원앙, 큰기러기, 혹부리오리, 흰죽지 등이 위험도 '고위험'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TPDS)의 경우, 가덕도 신공항은 최소 4.79998에서 최대 14.74003로 무안공항 0.06의 약 80~246배 정도라는 것이다.

가덕도. 최병성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이들은 "김해공항 TPDS 2.534475와 가덕도 신공항의 최소 TPDS 4.79998만을 비교하여 '안전한 공항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하고 있다"라며 "조류 충돌 예상 횟수의 최소값을 일방적으로 비교하여 억지로 안전성을 논의하는 것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계획이 얼마나 엉터리, 짜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 대해 이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서 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가덕도는 한반도와 일본 서남부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 경로에 있다"라며 "가을에는 남쪽이나 남동쪽으로 봄에는 북쪽이나 북동쪽으로 계절에 따라 이동 경향이 확인되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2022년 환경운동연합 가덕생명조사단 조사에 따르면, 42시간 동안 약 6400마리의 철새가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예정지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이 조류학자 나일 무어스 박사와 함께 2024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역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가덕도 최남단에 깔대기처럼 새들이 밀집하여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맹금류처럼 솟구쳐 날아오르는 조류 종들은 바람을 타고 상승하여 바다를 건너기 때문에, 활주로 예정지 북쪽 연대봉을 이용해 비행고도를 확보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새들이 '이동 병목' 지점에 밀집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등 단체는 "제주항공 참사는, 그동안 공항 건설 과정에서 무시했던 조류 충돌 위험성을 새삼 우리에게 일깨워준 사고였다"라며 "이러한 교훈을 무시한 채, 검증되지 않는 경제성만을 쫓아 대규모 토목공사를 강행한다면, 그 피해는 우리 시민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부산환경회의,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는 22일 부산광역시의회 브리핑실에서 위험도 무안공항 최대 246배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하라고 했다./ 윤성효 오마이뉴스

 

생물량 0.01%’ 인간이 남긴 흔적, 지구 모든 생물보다 많다

지구 포유류의 생물량 분포. 네모 하나가 100t이며 가운데 검은 네모는 인류, 회색은 가축, 초록은 육상 포유류, 파랑은 해양 포유류를 가리킨다. 그린스푼 외 (2023) PNAS 제공.

지구 포유류의 생물량 분포는 지구의 주인이 야생동물이 아니라 인류와 가축임을 보여준다. 이타이 라버 제공.

지구에 사는 야생포유류 종류별 생물량 비교. 발굽 동물, 설치류, 코끼리류 등 상위 10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린스푼 외 (2023) PNAS 제공.

 

헌재 기후소송은 반쪽짜리?···기후위기 시대 헌법의 역할은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에서 헌법을 좁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헌재는 국가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은 부분만 위헌이라 판단하면서, 2030년까지의 목표가 충분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 세대를 위해선 헌법이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개헌까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 홀에서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세미나는 총 3회 중 첫 회로, 기후위기와 민주주의 위기, 개헌의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발제를 맡은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헌법 전문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적시해 놓고서도 헌법을 좁게 해석해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난해 8월 헌재에서 있었던 기후소송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당시 헌재는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4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1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2030년 이후 구체적인 감축량을 정하지 않아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승소라는 평가가 나왔다.

헌재는 그러나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31항이 불충분하다는 주장은 기각했다. 국가가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지를 보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기준으로 보면 탄소중리법 81항은 위반에 해당하나, 31항은 이를 어겼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한 교수는 미래 세대를 고려하지 않은 생까기 판결’”이라면서 최소한의 조치가 있는지를 볼 게 아니라 현 정책이 차세대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까지 판단했어야 했다고 했다. 독일은 2021년 기후소송에서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 배출 55% 감축조항도 위헌이라 봤다. 감축 목표가 충분하지 않아 미래 세대의 생명권, 안전권, 재샌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우리들의 자손을 헌법에 적은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한국 헌법의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헌법 제119조나 제127조처럼 기업 중심의 경제질서와 성장만을 강조하는 조항이 기후 대응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연을 주체로 인정하는 헌법 조항을 넣어 개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위원장은 “‘자연은 총체적인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에콰도르 헌법처럼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자연을 대상화하지 않는 시각이 헌법에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은 개헌과 별개로 기후 시민의회 같은 것을 실제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대응에 관한 기초 정책 예산들에 대한 심의 거부권을 갖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조기 대선 과정에서 어떤 개헌이 필요한지 후보들이 책임있게 얘기하고 충분한 토의를 한 다음에 1~2년 사이에 시민 개헌안을 국회와 함께 사회적 논의를 해 두 단계의 전면 개헌으로 가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경향

 

가덕도신공항 논쟁을 지켜보면서

제주항공 참사 이후 공항 안전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수도권 중심적 지방공항 발목 잡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반대를 하려면 기술적인 분석이나 사실 확인이 선행돼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미 해소된 묵은 문제를 꺼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다.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제정할 때는 정치적 야합으로 몰아가더니,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때는 경제성을 빌미 삼았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로는 해상공항의 안전성을 문제 삼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정말 정치적 야합으로 탄생한 비경제적이고 위험한 공항인가?

2002년으로 돌아가 보자. 베이징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선회 비행 중 김해공항 북측의 돗대산에 충돌했다. 129명이 사망한 대참사였다. ‘김해공항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대통령이 동남권신공항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지시함으로써 논의가 시작됐다. 수도권의 시각에서 지방공항은 예산 낭비였고, 부산과 대구의 문제를 동남권신공항 건설로 한데 묶어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진행은 더뎌졌고 지방공항 이용객의 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동안 남부권 항공 수요는 급증했다. 2005년 김해공항 국제선 여객은 200만 명이었지만, 2018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정부 예측보다 7년 앞선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가덕과 밀양을 두고 입지 타당성 평가를 실시했다. 하지만 안전성과 확장성, 그리고 24시간 공항 운영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는 당연한 요구는 무시한 채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반쪽짜리 결론을 냈다. 확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었다. 결국 해상공항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김해공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입지는 가덕도밖에 없었다.

건설 전문가들도 해상공항이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륙보다 해상공항이 안전하다고도 한다. 세계 10대 물류 공항 중 8개가 해상이나 해안에 있다. 유독 수도권에서만큼은 부산 앞바다만 위험해 보이는지 가덕도신공항은 아니라고 한다.

세계 최초 해상공항인 일본 나가사키공항이 건설된 지 올해로 50년이다. 그간 건설 공법은 발전했고, 항행 안전시설은 첨단화됐다. 가덕도신공항은 설계 단계부터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디지털 트윈을 접목할 것이고, 운영 단계에서는 최고 수준의 활주로 운영 등급을 적용할 계획이다. 가덕도신공항이 안전하게 건설돼 다시는 돗대산 사고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제는 그만 발목을 놓아주기 바란다.

정헌영 부산대 명예교수 /중앙

유럽에선 태양광이 석탄 넘어섰다작년 첫 역전

출처: 엠버의 보고서 ‘2025년 유럽전기검토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태양광발전량이 처음으로 석탄발전량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최근 ‘2025년 유럽전기검토보고서를 내어, 지난해 유럽연합에서 생산된 전력에서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11%로 석탄발전의 10%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비애트리스 페트로비치는 영국 신문 가디언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그는 석탄은 전기를 생산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지만 대기를 가장 더럽힌다태양광이 이젠 떠오르는 별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유럽연합의 태양광발전량이 338기가와트(GW)에 이르렀다며, 현재 추이가 유지되면 2025년 목표인 400기가와트 발전, 2030년 목표인 750기가와트 발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서 깨끗한 에너지 사용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에너지는 합쳐서 지난해 유럽연합 전체 전력량에서 29%를 차지했고, 수력발전과 핵에너지도 2022년 이후 오름세에 있다. 지난해 태양광발전의 증가 원인은 기록적인 태양광 패널 설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면 석탄발전은 유럽에서 2007년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이제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석탄발전을 하는 17개 나라 중 16곳에서 석탄발전의 비중이 감소했다. 석탄발전이 여전히 많은 독일에선 석탄발전의 비중이 17% 줄었고, 폴란드에선 8% 줄었다. 석탄과 함께 대표적인 화석연료로 꼽히는 천연가스도 26개 나라 중 14곳에서 사용량이 감소했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에너지연구자 그레고리 네메트는 풍력과 태양광발전이 거의 모든 나라에서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에선 여전히 석탄 사용이 늘고 있고 미국에선 천연가스 사용이 늘고 있다유럽은 재생에너지가 제공하는 적정한 가격과 안보, 깨끗한 대기 등 모든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깨끗한 에너지의 지속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배터리와 스마트미터 등 클린 유연성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

 

NASA도 놀란 이례적 산불, "한국 산불 미래 보는 듯

고급 주택들이 늘어선 주택가 뒷산이 불타고 있습니다.산등성이를 뒤덮은 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아래로 내려옵니다. 분화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리듯 집과 건물을 하나하나 집어삼킵니다. 불꽃이 회오리바람처럼 회전하며 하늘로 솟구쳐 오릅니다. 강력한 산불에서 나타나는 불 회오리 현상이 산불의 위력을 말해줍니다.

자욱한 연기와 불길을 뚫고 진화용 헬리콥터들이 물을 뿌립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에 불길은 더 많은 시가지를 불태웠습니다. 태풍급 강풍이 불타는 나무를 뒤흔들어 무수히 많은 불씨를 날려 보냅니다. 이 불씨가 주변 건물은 물론 멀리 떨어진 건물까지 날아가 불을 붙입니다.불길에 휩싸인 집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립니다.

소방관들이 사투를 벌이지만, 시가지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불길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영화 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가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도 불길에 휩싸였고, 미국 항공우주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도 불탈 뻔했습니다.

NASA를 화상 연결해 상황이 어떤지 물었습니다.[제임스 크로포드/NASA 선임연구원]

"NASA 제트추진연구소 시설은 무사합니다. 그러나 주변까지 불이 번져 많은 연구원과 근무자들이 집을 잃었고 대피해야 했습니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30명 가까이 숨지고 불에 탄 건물과 주택은 15천 채가 넘었습니다.

불길이 집어삼킨 건물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역사상 2번째로 파괴적인 산불입니다.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뒤 촬영한 화재 현장입니다.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주택들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우리 돈으로 수십에서 수백억 원이나 되는 집들이 있던 곳입니다.

화면 왼쪽은 산불이 나기 전에 촬영된 영상, 오른쪽은 산불이 난 뒤의 모습입니다.파란 하늘 아래 그림 같은 집과 정원이 있던 주택가가 전쟁터의 폐허처럼 변했습니다.불길은 바닷가에 바짝 붙은 주택까지 다 태운 뒤 태평양에 이르러서야 진군을 멈췄습니다.NASA 연구진은 이번 산불이 정말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크로포드/NASA 선임연구원]"산불이 대도시로 번져 집과 건물을 이 정도로 파괴한 건 처음입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캘리포니아는 기록적인 산불로 유명하지만, 이번 LA 산불은 기존 산불과 달랐습니다.우선 LA 산불은 그동안 산불이 거의 나지 않던 시기에 발생했습니다.지난 10년간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를 보면, 여름에 집중되고 1월부터 4월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1월에 큰 산불이 났습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기후 급반전현상이 지목됐습니다. 기후 급반전은 짧은 시간에 기후가 정반대로 요동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난해 2LA에는 500mm 가까운 비가 내려 평균치를 4배 이상 뛰어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식물이 많이 자랐죠.

그러나 5월부터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기록적 가뭄이 나타났습니다. 많은 비에 무성하게 자랐던 식물이 가뭄으로 말라 죽어 땔감이 가득 쌓였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 지구온난화가 기후 급변의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지난해 초 동태평양의 바다가 뜨거워지는 엘니뇨 현상이 폭우를 퍼부었고 여름부터는 엘니뇨와 반대인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 가뭄이 시작됐습니다. 지구온난화는 가뭄을 더 심하게 만듭니다. 여기다 각종 개발로 사람들의 거주지가 산불 위험 지역과 가까워진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란 설명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해는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면적 모두 기록적으로 적었습니다.피해 면적이 123ha2022년에 비하면 200분의 1 수준입니다.지난해는 봄, 가을에 비가 자주 왔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이 겨울부터 급변하고 있습니다.

[정지훈/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땅속에 있는 수분이 많이 말라 있는 상태입니다. 산불의 재료가 되는 연료들은 굉장히 많고요."

다행히 아직 큰 산불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 언제든 대형 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고 말합니다.

[정지훈/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다음 달 산불 위험도 상당히 높은 상태입니다. 지난 30년간 기준으로 (산불위험도가) 10위 정도 되거든요."

건조한 날씨는 초여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큰 산불은 대부분 봄에 났지만, 여름에도 산불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밀양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여름인 6월에 큰 산불이 나 축구장 1,000개 면적이 불탔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산불이 연중 발생하고, 대형화할 위험을 키우는 배경입니다.

[정지훈/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크게 증가하는 지역 중에 하나고요. 우리나라에서 산불이 증가하는 주요인은 온도(상승)입니다."

유엔 기후변화보고서는 20-3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산불 위험이 시나리오에 따라 50%에서 2배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과거 경험에만 의존한 대응방식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정지훈/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LA 산불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 우리나라의 산불 변화가 나타날 방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것 같아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좀 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를 해야 됩니다."

LA 산불의 비극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MBC 뉴스

 

국내 첫 바다 위 공항'1.2km 활주로' 안전성 논란

2028년 개항이 목표인 '울릉' 공항에 취항하게 될 항공기가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짧은 활주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028년 개항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울릉공항입니다.현재 공정률은 59%로 바다 위 활주로를 떠받치는 거대 콘크리트 구조물, '케이슨' 설치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하늘에서 보면 공항 윤곽이 드러나는데, 항공기가 뜨고 내릴 활주로는 길이 1,200m, 150m로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으로 짧은 활주로가 지목되면서, 울릉공항 활주로 길이를 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재작년 국토교통부가 소형공항인 울릉공항에 취항할 항공기 기종을 기존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확대한 상황.

취항이 유력한 ATR사의 ATR-72와 엠브레어사의 E190 이착륙 거리를 보면, 최대 중량 이착륙 시 필요 활주로 길이는 ATR-72가 이륙 때 1,300m, 착륙 때 915m이고 엠브레이사 E190이 이륙과 착륙 각각 1,615m1,215m입니다.

활주로 길이가 1,200m인 울릉공항에 두 기종을 도입하려면 연료나 짐, 승객수 등을 줄여야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울릉군은 활주로 길이를 600m 연장하고 종단안전구역을 2배 늘여달라고 부산지방항공청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활주로 연장에 따른 전체 공사비가 기존 공사비의 2배로 예상되고 깊은 수심 등으로 시공 가능성도 관건입니다.

[김석태/부산지방항공청 공항시설과장 : 조금만 벗어나면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거든요. 시공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 또 막대한 사업비가 필요한데 그런 사업비 확보가 가능하냐?]

전문가들은 현재 활주로 길이에 80인승 비행기가 운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항공기 활주로 이탈을 막는 방지시스템 도입도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이근영/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교수 : 1,200m 활주로는 80인승 기준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에는 길이가 좀 부족합니다. 안정적 항공사 운영을 위해서도 1,500m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내 최초의 바다 위 공항이 울릉공항 개항이 어느덧 3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항공운항 안전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TBC 남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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