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주주의가 없다면 기후대응도 없다 2. 25년간 8경원 피해”…기후변화 충격 영향 전망 3. "기후변화 마지노선 '1.5℃', 2040년 전에 깨진다"...AI, 기후위기 경고 4. 韓 해수면 35년간 10.7㎝ 상승...기후변화 영향 상승속도 빨라져 5. 환경 단체들은 왜 키움 증권의 투자를 문제 삼고 나섰을까
6. 尹 탄핵', '정권교체'만으로는 우리 삶이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7. 현대백화점, 기후변화에 맞춰 패션 전방위적 판매 전략 수정
8. 가로수와 길고양이, 도시의 또 다른 이웃들 9. 기부자들이 변했다 “인건비 충분히 쓰세요!” 10. 환경재단의 그린보트 논쟁 11. 우리 숲의 진실(홍석환 외)
12. 찾는 이 없고, 돈 안 돼…부산 도시재생 거점시설 10곳 공실 13. 생태계 훼손' vs '상권 활성화' 창원시, 케이블카 설치 여부 고심
14. 난개발 우려에도 황령산 전망대 내년 첫삽 15. ‘가습기 살균제’ 애경·SK 유죄 파기…“그많은 사람은 어떻게 죽었나” 16. 기후위기 '주범'이 재생에너지 리더로?…중국 뛰는데 한국은 '노란불' 17. 남태령 연대'와 식량주권, 그리고 민주주의
18‘기후위기’라는 핑계 19. 여객기에 치명적인 '버드 스트라이크'…"최근 6년간 10건 발생" 20. 김해공항도 6년간 조류충돌 147건…새 퇴치작전 안간힘
민주주의가 없다면 기후대응도 없다
기후소송 헌법소원 선고 전날인 지난 8월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구인 중 한명인 한제아양이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김영원 기자
비상계엄의 밤, 12월3일에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뉴스를 보고 놀란 것도 있지만,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을 확인하고 팀에서 계획 중이었던 보도자료와 보고서, 기자회견 일정들을 모두 취소하고 미뤄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집회·출판의 자유의 제한과, 이를 위반한 자는 처단한다는 전례 없는 처벌 문구로 공포된 포고령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곧장 통과시켰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결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뒤늦게 해제한 새벽 4시가 훌쩍 넘어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다음날 팀원들이 몇주간 준비했던 신규 화석연료 사업의 문제점을 다투는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배포는 취소됐고, 결국 그날 진행되지 못했다. 계엄이 그날 해제되지 못했다면 이 글마저도 계엄사의 통제를 받았겠다.
내가 배운 헌법은 대통령이 포고령으로 그날 밤 한순간에 앗아간 시민들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싸워온 투쟁의 산물이다. 거대한 국가 권력이 너무 쉽게도 주권자의 기본권을 짓밟아왔기에, 그 힘을 제한해온 역사다. 그렇게 지금의 헌법하에서 권력기구인 3부(행정부, 국회, 법원)의 권한과 책무를 명시해 상호 견제하고 있고, 행정부와 국회 대표자의 권한은 주권자의 직접 투표로 선거를 통해 부여된다. 그렇게 우린 1987년 이후 자유 민주주의를 공고히 발전시켜왔다.
여느 시민사회 단체들이 그렇듯 기후솔루션은 이런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기반을 바탕으로 기후위기를 ‘1.5도 이내’로 막고자 한다. 연구·보고서를 출판하고, 기후위기를 악화하는 정책 결정에 대해 결사·집회·시위를 하기도 한다. 너무 일상화되서 당연한 일이지만, 이 당연한 일들은 사실 ‘우리가 노력해서 권력 기관들이 헌법과 법에 따라 보장된 권한을 활용하게끔 한다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깊은 믿음이 깔려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그렇게 한국은 국제 사회에 기후 정책을 공표하고 발전시켜오지 않았나. 십수년 전, 보수 정부에서 처음 ‘녹색 성장’의 이름으로 기후 정책을 공표하고, 이를 국회에서 법제화했다. 시간이 지나 지난 정부에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21대 국회에선 탄소 중립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동아시아에서 제일 처음으로 신규 석탄 발전에 대한 금융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고, 중국과 일본이 뒤따라오게 만들었다. 지난 8월에는 현행법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 헌법재판소가 미래 세대의 손을 들어주며, 국회에는 입법 개선 과제를, 정부에는 2031년 이후 감축 목표 설정 과제를 넘겼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 대통령의 연설을 봤다. 결국은 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탄핵과 예산 삭감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헌법은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권과 정부 예산을 심의·확정·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남발하거나, ‘예산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면 그 권한을 다시 가져올 수 있는 건 투표로 국회에 그 권한을 맡긴 국민들일 테다. 대통령은 그런 권한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적 없다. 그렇기에 국회의 권한을 행정부 수반이 앗아가려 했던 이번 비상계엄은 삼권 분립의 심각한 훼손이기도 하다.
이번 비상계엄을 거치며, 지난 몇년 새 국가 권력에 의한 자유(기본권)의 과도한 제한이 이번뿐이었는지 고민한다. 지난 몇년간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나 스스로 검열하게 하고 결국 포기하게 만든 힘이 결국 우리가 계엄의 밤 목도했던 것과 같은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위협은 결국 기본권의 위협이다. 기본권의 위협은 결국 기후 대응의 위협이다. 우리가 이 싸움에 연대하는 이유다.
오동재 | 기후솔루션 연구원/한겨레
25년간 8경원 피해”…기후변화 충격 영향 전망
10년간 최대 위험은 기후 변화
금융권, ESG 경영 강화로 대응
AXA그룹의 글로벌 위험 인식 조사 결과. [사진 = AXA손해보험]
기후 변화가 오는 2050년까지 매년 전 세계에 최대 8경500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AXA손해보험은 ‘2024 미래 위험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전문가들이 10년간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위험 요인으로 기후 변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고 13일 밝혔다. 기후 변화를 주요 위험 요AXA그룹의 글로벌 위험 인식 조사 결과소로 뽑은 일반 대중의 77%는 일상생활에서 기후 변화를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2024 AXA Future Risks Report’는 올해로 11회차를 맞이했다. 보고서는 2014년 처음 발간된 후 매년 글로벌 리스크와 관련된 유용한 인사이트를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해오고 있다. 보고서는 인류가 당면한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전문가와 대중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 리스크를 예측하고 관련 의사결정 및 대응책 마련을 지원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50개국 3000명 이상 전문가 및 15개국 만 18세 이상 일반 대중 2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담았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는 AXA 내부 인사, 보험업계 종사자, AXA그룹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상호 협력해 온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기후변화’는 코로나 팬데믹이 도래한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 이후 올해까지 6회째 꾸준히 1위로 선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메리카·아프리카·유럽·아시아 등 지역을 막론하고 대중과 전문가 모두 기후변화를 가장 큰 잠재적 미래 위험으로 꼽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반 대중은 기후변화로 인한 오염을, 전문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천연자원 및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2050년까지 매년 전 세계 경제에 19조달러(한화 약 2경7000조원)에서 59조달러(약 8경5000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변화 위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금융권은 탈석탄 금융 선언, 탄소 저감 활동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AXA그룹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인사이트 외에도, 세계가 직면한 위험 해결책 마련 및 적극적인 대응에서의 보험사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중 91%, 일반 대중의 72%가 ‘기존 및 신흥 리스크 대응에 있어 보험사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스 브랑켄 AXA손해보험 대표이사는 “중요한 것을 보호함으로써 인류의 진보를 위해 행동한다는 AXA의 목적처럼 보험사가 사회에서 이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 이번 보고서의 결과에 공감한다”며 “세계가 이제는 서로 연결된 복수의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며 그 여파를 서로 강화하는 다중위기(polycrisis)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위험을 기회로 전환하는 솔루션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XA그룹은 지난 2017년 새로운 석탄 채굴 사업과 오일샌드에 대한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해 6월에는 탄소중립화 촉진과 탈탄소화 전환 목표를 발표했다. AXA손해보험도 지난 10월 임직원 대상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기후 위기에 대한 임직원의 이해도를 높였다.
신한은행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금융 정책서를 수립하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기반 여신 시스템을 구축했다. 교보생명도 환경부와 함께 ‘지구하다’ 페스티벌을 열었다.
한국보험신문
"기후변화 마지노선 '1.5℃', 2040년 전에 깨진다"...AI, 기후위기 경고
美콜로라도주립대 연구팀 "온난화 임곗값, 예상보다 더 빨리 도달" 분석
34개 조사지역중 31곳 2040년 상승폭 2.0℃ 초과..."생태계 위험 가중"
AI가 세계 기온이 이전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일부지역은 2040에 산업화 이전 대비 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IOP퍼블리싱
올해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AI(인공지능)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마지노선으로 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상승폭 1.5℃가 2040년 이전에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기후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지난달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62도 높은 것으로 분석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구 기후 모델과 최신 AI을 통합해 세계 각지의 기후변화를 예측한 결과 세계 기온 상승폭이 2040년 이전에 파리협약 제한선인 1.5℃를 넘는 등 당초 예상보다 지구온도가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 여름 사상 초유의 폭염이 지구촌 전체를 강타하며 기후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을 AI가 재입증한 셈이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엘리자베스 반스 교수팀은 11일 과학 저널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서 AI 기반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 기법으로 10개 지구 기후모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온난화 임곗값이 예상보다 더 빨리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의 중요성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기후변화 속도와 규모 예측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특정 지역 온도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등 임곗값에 도달할 때까지 남은 시간 예측 등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10가지 지구 기후 모델과 관측 자료를 통합하고, 여기에 첨단 AI 기반 전이 학습 기법을 적용해 세계 34개 지역의 기온 상승 추정치를 개선해 보다 정확한 예측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전이 학습이란 인공 지능이 한 가지 작업 또는 데이터 집합에서 얻은 결과를 다른 관련 작업 또는 다른 데이터 집합에서 모델 성능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는 최신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법이다.
지구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거위 한 마리가 가뭄으로 말라붙은 헝가리 벨렌체이토호 바닥을 거닐고 있다. 사진=AP
분석 결과 세계 34개 지역 전체의 기온 상승 폭이 오는 2040년 또는 그 이전에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34개 지역 중 31개 지역은 2040년까지 상승 폭이 2.0℃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중 26개 지역은 2060년까지 3.0℃ 이상 기온이 치솟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남아시아와 지중해, 중부 유럽,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단계별 임곗값에 더 빨리 도달해 취약한 생태계와 지역 사회에 대한 위험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스탠퍼드대 노아 디펜보 교수는 "이 연구에서 AI를 활용해 지역별 기온이 온난화 임곗값에 도달하는 시기를 더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을 모색했다"며 "지구 기온 상승뿐 아니라 지역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변화에도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韓 해수면 35년간 10.7㎝ 상승...기후변화 영향 상승속도 빨라져
해수부 국립해양조사원 해수면 상황 조사 결과..동해-서해-남해順
해수온도 상승 이어 기후위기 주요 지표...해양생태계 파괴 현실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로 국내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진=Deeper Blue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빙하가 녹아내리며 우리나라의 해수면이 지난 35년간 무려 10센티미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며 최근 지구온도 상승폭이 커지고 있어 국내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리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바닷물 온도 상승에 이어 해수면까지 높아지며 해양 생태계 변화 내지는 파괴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가 오르며 해수면 상승이 가팔라지고 있다. 해수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안 해수면 높이는 지난 35년간 평균 매년 3.06㎜씩 높아져 총 10.7㎝가량 상승했다.
해수면 상승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분류돼 해양조사원이2009년부터 매년 상승치를 산정, 발표하고 있다. 과거 30년 이상 관측자료가 축적된 연안 21개 관측소 수집 자료를 바탕으로한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 35년간 우리나라 해역별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는 울릉도를 포함한 동해안이 연 3.46㎜로 가장 높았다. 서해안은 연 3.20㎜, 남해안은 연 2.74㎜ 올랐다. 관측 지점별로 보면 울릉도가 연 5.11㎜로 가장 높았고 포항, 군산, 보령, 속초 등이 뒤를 이었다.
해수면 상승은 최근들어 그 보폭이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거 10년간(2004~2013년) 약 2.8㎝ 상승(연 2.79㎜)한 것에 비해 최근 10년간(2014~2023년) 약 3.9㎝(연 3.88㎜) 올라 같은 기간 대비 최근 10년간 1.1㎝가량 더 높아졌다. 10년만에 약 40% 가량 해수면이 높아진 것이다.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며 침수 등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1일 전북 군산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0월과 11월 해수면이 상승하는 대조기에 폭풍해일 경보가 겹치며 선유도, 개야도, 무녀도, 비안도 등에서 해안도로와 항만 시설, 주차장까지 바닷물이 차올랐다는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최근 35년간 주요 연안 해수면 상승 추이. 사진=해양수산부
더 큰 문제는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어종 분포의 변화와 서식지 파괴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수온도와 해수면 상승으로 특정 어종의 감소를 초래해 어획량의 급격한 변동을 야기하며 수산업계가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후 위기 속에서 어민 직면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 사회와 어촌 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대응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정부는 국민의 삶의 터전인 연안을 기후변화로부터 지키고 재해로부터 안전한 연안을 만들기 위해 제3차 연안정비 기본계획 수정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어 "기후변화감시예측법에 따라 해양·극지의 환경과 생태계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감시·예측 체계를 구축하는 등 앞으로도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환경 단체들은 왜 키움 증권의 투자를 문제 삼고 나섰을까
삼척블루파워,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소로 기후위기 악화의 상징
키움증권, 6개 증권사 중 유일하게 탈석탄 선언 없이 회사채 발행 지속
재무적 손실 가능성과 기후위기 대응 역행 지적
한국 환경 단체들이 한 증권사를 집중 성토했다. 이들은 화석 연료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국내 최후의 석탄발전 사업인 삼척블루파워에 대해 증권사 한 곳이 끝내 회사채 발행의 손을 못 떼고 있다. 키움증권이 문제의 장본인이다.
키움증권만 발행 중단에 동참하면 이 사업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재무 안정성 약화로 이어져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키움 증권이 마지막 생명줄을 잡고 있는 셈이다.
석탄발전 중단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공통의 가치가 이뤄낸 합의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순간이 될 수 있어 키움증권의 결단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동해삼척기후위기비상행동, 강릉시민행동, 기후환경연대와 함께 20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을 지속하는 키움증권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계약 중단을 요구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키움증권과 정부 및 국회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먼저 모기업인 포스코 그룹을 비롯한 관련 기업과 산업은행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 그리고 정부와 국회는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소가 지역사회 및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재무적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운영중단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키움증권은 탈석탄금융을 선언하고, 삼척블루파워와 총액인수 계약연장 및 신규계약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기업이 무너지는 문제가 아니다. 환경 문제의 상징적인 개발 사업인 삼척 블루파워는 더 이상 사업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 환경 단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국은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에서 벗어나려면 화석 연료에 쏟아 붓고 있는 자금을 지금부터라도 철수시켜야 한다.
삼척블루파워는 대한민국에서 건설 중인 마지막 석탄발전소로 연간 1282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사업이다.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을 공동 주간했던 6개의 증권사 중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은 탈석탄 선언을 이유로 2025년 이후 발행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유일하게 탈석탄 선언 없이 앞으로도 삼척블루파워의 가동을 돕는 회사채 발행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척블루파워는 가동 초기부터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인해 송전 제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발전소 가동률은 0%에 그쳐 막대한 재무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업의 경제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투자금 회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2024년 ESG 추진팀 신설을 발표하며 신뢰 회복을 강조했으나 탈석탄 선언조차 없이 석탄화력발전소 자금 조달을 지속하려는 행보는 ESG 경영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삼척블루파워에 투자 계획이 없음을 밝힌 점과도 대비된다.
이미 국내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은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투자 의사가 없어 최근 몇 년간 채권 대부분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삼척블루파워의 채권 인수는 고수익을 미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 위험을 전가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 사업은 국내외에서 강화되는 탈석탄 금융의 흐름과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사례다. 국민연금은 최근 석탄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정책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탄소중립 계획이 없는 기업에 대해 투자 제한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키움증권에 대해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을 즉각 중단하고 탈석탄금융을 선언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또 “기후위기 대응이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인 만큼 한국의 완전한 탈석탄의 시작은 최후의 석탄발전소 사업을 중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으며 석탄발전의 종료에서 정책적, 사회적 목소리를 모아나가는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철우 기자 butyou@m-economynews.com
尹 탄핵', '정권교체'만으로는 우리 삶이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유난히 추운 지난 주말, 그것도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우리는 역사적인 투쟁을 만들어냈다.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이 폭력, 위헌 경찰에 막힌 남태령 고개에서, 광화문 탄핵 촉구 집회를 마친 시민들과 농민들이 만났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한 투쟁으로 약 32시간(!) 대치 끝에 막힌 길을 기어코 뚫어냈다.
경찰의 벽을 돌파했다는 결과보다도 벅차오르게 만든 것은 소중한 주말 이틀 동안 함께 투쟁해 온 시간 그 자체였다. 대중교통이 끊기는 야간에도, 다음 날 아침에도 2030 여성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합류했고,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세대와 지역, 계층을 가로지르는 연대가 이어졌다. 평소 섞일 수 없어 보이던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발언하고 지지했다. 현장에 오지 못한 이들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현장에 물품으로 연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직도 시민의 집회 권리를 탄압하며 내란 우두머리를 지키는 국가권력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고, 앞으로도 소중한 감각으로 남을(남길 바라는) 장면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우리는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고 구속하라고 외쳤다. 내란 우두머리와 그 세력을 단죄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만으로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당장 시계를 비상계엄 이전, 12월 2일로 돌려보면 그 이유가 자명해진다. 그때도 여전히 검찰이 권력을 남용하고, 반대하는 자의 입을 틀어막으며, 방송을 장악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억압하는 세계였다. 재벌과 부자 감세 속에서 공공서비스는 줄어들고, 개인과 자영업자의 부채는 늘어나던 세계였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번에 상기시켜 주었듯, 기득권의 이해를 건드리는 정책에 거부권을 남용하는 세계였다.
광장에서 쏟아져나온 각자의 부정의와 차별 경험을 들어보면, 새로운 세계는 단지 정권이 교체된 세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거대 양당 간 정권 교체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시민들이 거리에 모여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정권 교체를 이뤄낸 경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추세를 변화시키지 못한 저출생과 높은 자살률, 노인빈곤율 등은 정권의 변화만으로는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사회개혁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대선과 총선을 압도했던 민주당은 5년 만에 윤석열에게 정권을 넘겨야만 했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위해, 승리의 광장 민주주의가 일상으로 뻗어나가고 뿌리내리길 원한다. 그것은 우리가 학교와 직장 등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고, 공적인 공간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터에서 아프면 눈치 보지 않고 쉬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아프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또 아파도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유급 병가와 상병수당을 도입하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을 탄핵한다고 장애인의 권리가 저절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외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고, 여성 혐오 없이 윤석열 탄핵을 외치자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의 발언이 일상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민주주의다. 또한 "여러 형태의 박탈 행위와 차별대우로 고통을 받고 … 이름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무관심 속에 몸을 맡기고 살아오고" 있는, 데이비드 소로의 표현을 빌리면 '조용한 절망', 알린스키가 '조직화된 비관심', 또는 '조직화된 비참여'라고 부르는 형태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가 공적 공간에서 타자에게 받아들여지고 응답받는 게 민주주의다(사울 D. 알린스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아직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 부산 집회에서 스스로를 '술집 여자'라 소개한 여성의 발언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죽어가는 쿠팡 노동자, 성매매 여성들의 삶의 터전 파괴, 동덕여대 사건,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 여성을 향한 데이트 폭력, 차별금지법, 이주 노동자 아이들 차별, 지역 혐오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완벽하지 못한 것이며, 탄핵이 되고 무사히 지금의 고비를 넘어가더라도 끝이고, 해결이고, 완성으로 여기지 말아달라고 했다.
일상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것은 광장의 민주주의처럼 극적이지 않고, 지난한 과정이다. 광장에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었듯, 일상의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과정에도 함께이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 공동체를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는 진보정당이다. 선거 때마다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 생각하는 것을 선택한 사람이 많다. 지금의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진보정당들을 살펴보고 자신의 생각과 잘 맞는 정당에 가입 또는 후원해 보길 권한다.
두 번째는 노동조합이다. 나의 이해관계, 노동자로서의 권익과 직접 관련이 있으면서, 직장 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내가 속한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없더라도 일하는 지역의 지역본부를 찾으면 친절히 상담해 줄 것이다.
세 번째 추천하고 싶은 것은 시민사회단체다. 관심 있는 사회적 이슈가 있다면, 그와 관련한 시민사회단체에 가입해 볼 수 있다. 이들은 나의 현업이 바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좀처럼 신경 쓰지 못하는 사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후원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안이 묻히지 않고 개선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끔 시간을 내 직접 참여한다면 현장의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비슷한 가치와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조직에 의견을 보탤 수 있다. 참고로 덧붙이면, 정당,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후원을 통해 세액공제 혹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안 되는 곳도 있다).
이번 내란 사태를 보며 공기 같던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면, 좀 더 공고한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광장의 승리를 일상으로 확장하고 싶다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공동체에 참여해 보자./시민건강연구소 /
현대백화점, 기후변화에 맞춰 패션 전방위적 판매 전략 수정
협력사 20곳 참여 기후변화TF 발족..."협업 통한 기후위기 극복"
현대백화점이 기후위기에 따른 패선시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후변화TF를 발족했다.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기후변화로 인한 패션시장의 전방위적 판매 전략 수정을 위해 협력사들과 함께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띄웠다.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이 길어지는 등 패션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계절별로 세분화해 아이템의 생산·판로·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코오롱FnC, 하이라이트브랜즈, 데무 등 15개 패션 협력사와 한국패션산업협회, 현대백화점 패션 바이어 관계자 20여명이 참여하는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고 23일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기후변화 TF를 통해 ▲길어진 여름 대응 방안 마련 ▲ 간절기 상품 특별 세일 추가 진행 ▲ 계절에 맞는 신제품 출고일 변경 여부 등 전방위적인 판매 전략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통상 백화점에는 봄은 1월, 여름은 3월, 가을은 7월, 겨울은 9월부터 해당 계절에 맞는 아이템이 입고된다. 재고 소진을 위해 진행하는 시즌별 세일 시점도 봄(3월 말), 여름(6월 말), 가을 (9월 말), 겨울(11월 중순) 모두 수십 년째 관행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올 11월 중순까지 고온 현상이 이어지다 짧은 가을 후 곧바로 겨울로 접어든 탓에 기존 계절 구분과 시차가 더 벌어졌다.
TF는 여름시즌은 초여름, 한여름, 늦여름 등으로 세분화해 시점별 날씨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다시 세울 계획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는 현상 등을 반영해 시즌별 패션 상품 운영 계획을 재정립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각자의 영역에서 고민이나 벤치마킹 포인트를 교류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합심해 극복해 나가자는 게 이번 TF의 가장 중요한 취지"라며 "백화점의 강점을 살려 날씨 변화에 따른 판매 현황을 비롯한 유용한 데이터를 협력사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blueconomy.co.kr/ 청색경제뉴스
가로수와 길고양이, 도시의 또 다른 이웃들
수많은 논문이 '~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는 문구의 클리셰로 끝을 맺는다. 진부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문학적 고찰의 대상, 즉 인간의 삶과 사회를 구성하는 대상이 많다는 증언이기도 하다. 나 역시 야심차게 인문학적 고찰을 수행해볼까 한다. 나의 시선은 전통적인 인문학(人文學)의 대상의 주변, 인간 너머(more-than-human)에 있다. 인간이 닦은 도로가에 늘어선 ‘가로수’에, 인간이 쌓은 담벼락 위 총총총 떼지어 있는 ‘털찐 참새’에, 인간이 계획한 골목의 터줏대감이 된 ‘길고양이’에 닿는다. 이 존재들은 도시에서 인간과 함께 살며 인간의 삶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의 삶과 사회를 구성하는 도시의 생물들, 그들과 맺는 친밀한 관계. 이것이 내 인문학적 고찰의 대상이다.
수목원에서 사계절을 보내기 전까지 나는 원래 동식물과 같은 인간 너머 생명체에 큰 흥미가 없었다. 소싯적 공룡 이름을 줄줄이 외우는 영재도 아니였고 자연 다큐멘터리보다는 만화를 선호했으며 동네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귀여움보다는 두려움에 몸부림을 치던 어린이였다. 전형적인 90년대생 아파트키즈인 나는 자연 관찰자나 생명 애호가의 자질을 타고나지도 않았기에 주변 생물에 무관심한 채로 자라났다. 다만 아파트 풀밭이나 공원에 휴식하는 것을 좋아했고 인간이 꽃피운 역사와 문화에는 지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대학에서 조경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조경학과에서 식물에 대해 배우게 되었지만 그것은 공간을 위한 ‘재료’, 회화로 치자면 물감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을 목전에 두고 천리포수목원에서 10개월을 보내면서 나는 인간 너머의 존재들을 발견했고 그 존재가 가진 힘을 실감했다. 생명의 한 주기를 따라가면서 보잘 것 없던 마른 가지에서 잎눈과 꽃눈이 올라오고 마침내 봉우리가 터지고 또 그 활력이 다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은 경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비인간의 활력이 언제나 마냥 반갑지는 않았으니 여름철 화단을 무자비하게 식민화하는 잡초 제국과의 끝도 없는 소모전, 식물을 가뭄으로 말려죽이고 장마로 익사시키는 날씨의 폭정은 정원에서의 나날을 긴장의 연속으로 만들었다. 식물을 위시한 생물들은 나름의 힘을 발휘해 압도적일만큼 다채로운 감각을 선사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천리포의 정원에서 돌아온 뒤, 도시 역시 인간 너머의 존재들로 복작거린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얼핏 생명이 없는 삭막한 세상처럼 보이지만 도시의 틈새마다 자리잡은 생물 종을 세어본다면 수목원에 못지 않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정원만큼 다른 생물의 존재가 부각되지 않는다. 가령 가로수는 도시의 길을 따라 편재하지만 수목원에 터를 잡은 나무를 보듯 가로수를 주시하는 상황은 흔치 않다. 왜 가로수는 잘 보이지 않을까? 반대로 우리는 언제 어떻게 가로수가 존재함을 보거나 느낄까? 이렇듯 인간 지각의 배경과 전경을 오가는 비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물었고, 가로수를 중심으로 도시의 비인간을 감각하는 문제를 탐구한 결과가 내 석사학위논문 “도시 가로수의 경험에 대한 환경미학적 연구”이다.
심층인터뷰를 통해 가로수에 대한 경험들을 수집한 뒤, 미학(Aesthetics)의 관점에서 경험의 감각적 차원을 두텁게 기술해 인간과 가로수의 마주침을 설명하는 감각적 어휘(aesthetic vocabulary)를 발견했다. 낙엽 지는 가로수 아래를 걸을 때 ‘공기랑 낙엽 냄새랑 몸에 닿는 촉감이 구분될 수 없이 섞여 들어오는’ 공감각적 체험, 사각전정된 나무를 보고 ‘깍둑썰기로 다져져 … 각이 져 있으니까 고체 같이 무거운 양감이 느껴져’ 답답했던 기억, ‘시야에 걸리는 흐물흐물한 덩어리’ 혹은 ‘멀리서 수채화 정도의 물 탄 느낌의’ 나무를 멍하게 바라보는 경험은 가로수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질감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가로수 연구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도시의 비인간 존재들은 배경처럼 보이지 않다가 때때로 전경으로 나와 인간의 시선과 신체를 흔든다.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감각은 인간이 세계와 연결되고 그를 넘어선 존재들과 얽히는 첫 번째 경험이다’. 그의 말을 빌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감각은 도시민이 인간을 넘어선 도시의 존재들과 얽히는 첫 번째 경험이다. 그러므로 감각적 경험은 인간 너머의 생물에 대한 존재론적 환기이다. 그리고 한 존재에 대한 환기는 연관된 다른 존재에 대한 환기로 이어진다. 내 후속 연구가 탐조(birding)와 길고양이로 나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가로수에 대한 발견은 그를 통로 삼아 이동하는 딱다구리 같은 도시의 새와 탐조인(birder)에 대한 발견으로, 다음으로 작은 새를 사냥하는 길고양이에 대한 발견으로, 나아가 고양이와 먹이 경쟁을 하는 너구리, 비둘기, 까치 그리고 인간 케어테이커의 존재에 대한 발견으로 이어졌다. 즉 인간 너머 생명체에 대한 발견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비인간이 형성하는 도시의 독특한 생명망, 즉 도시 생태에 대한 존재론적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집에서 몸을 맞대고 살아가는 가족과 마찬가지로 비인간 생명체들은 도시에서 곁을 맞대고 살아가는 친족(kinship)이다. 미우나 고우나 말이다. 이들과의 관계는 구체적으로 존재하지만 가족관계증명서에 적힌 것처럼 명시적이지 않다. 내 연구와 같은 비인간 존재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기후 변화가 심화되는 요즘, 나는 인문학이 인간 너머의 존재론적 각성을 통해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를 비롯한 신진 연구자들은 인간 중심 인문학의 클리셰를 비트는 인류세의 인문학을 전개하고 있다. 수년 후에는 '인간 너머 존재'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조차도 클리셰(혹은 뉴노멀)이 되기를 바란다.
박소영 서울대 통합설계ᐧ미학연구실 박사과정/thebutter
기부자들이 변했다 “인건비 충분히 쓰세요!”
인건비와 간접비
“저는 스타트업 창업과 경영을 통해 몇 가지 배움을 얻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인재의 중요성이에요. 조직이 성과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영리뿐 아니라 비영리에도 해당하는 얘기지요.”
김강석 블루홀(現 크래프톤) 공동창업자는 지난 1일 더버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랑의열매에 10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비영리 인재와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IP1 기금’에 36억원을 출연한 고액기부자다.
비영리단체의 인건비에 대한 기부자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비영리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력이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고, 숙련된 인력을 고용하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 일부 기부자들이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자원봉사자’로 오해했던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 인건비라는 ‘그물’
종종 이렇게 말하는 기부자들이 있다. “내가 낸 기부금이 사업비로만 100% 쓰이면 좋겠고 인건비로는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 인건비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부대 비용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건비는 사업의 부수적인 비용이 아니다. 공익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다.
인건비는 비영리 예산의 전 영역에 그물처럼 펼쳐져 있다. 덜어내서 생각할 수도 떼어낼 수도 없다. 비영리의 예산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국세청은 공익법인의 사업비용을 ▶사업수행비용 ▶일반관리비용 ▶모금비용으로 구분 하는데, 세 카테고리 안에 모두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아동을 돕기 위해 현지에 가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주는 월급은 ‘사업수행비용’에 속하는 인건비다. 현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진행하는 사람에게 주는 인건비도 ‘사업수행비용’으로 처리된다. 모금 전략을 짜거나 실행하는 모금부서 직원들에게 주는 인건비는 ‘모금비용’에 해당한다. 단체의 예산을 관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재무팀, 인사나 채용을 주관하는 인사팀 직원에게 주는 인건비는 ‘일반관리비용’으로 들어간다.
정호윤 월드비전 경영본부장은 “비영리의 모든 사업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 이뤄진다”며 “내부의 다양한 직원들, 외부의 파트너들, 이들이 각자 하는 여러 일들이 모여서 효율적이고 전문성 있는 사업으로 디자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비영리 직원들을 ‘비용’으로 보지말고 단체의 '자산'으로 봐야한다"면서 “비영리 사업의 성과가 사람의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면 직원들에게 쓰는 돈은 ‘지출’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간접비 깎기
앞에서 설명한 비영리의 세 가지 예산 가운데 사업수행비용을 제외한 두 가지 항목, 즉 일반관리비용과 모금비용을 간접비(오버헤드・overhead)라고 부른다. 사업 현장에 직접적으로 쓰이는 돈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다.
우리나라의 간접비 비율은 대체로 예산의 10~30% 수준에서 정해진다. 기부자가 간접비 비율을 정해주거나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비영리단체가 자체적으로 예산 구조를 짜고 간접비 수준을 정한 뒤 기부자에게 근거를 설명한다.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기부자는 간접비를 깎으려고 하고 비영리는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간접비는 나쁜 돈일까?
간접비의 한 축을 차지하는 ‘일반관리비용'은 단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돈이다. 행정 인력 비용, 사무실 임대료, 공과금, 사무용품, 시스템 관리비 등을 포함한다. 단체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만들어내는 필수적인 비용이다. ‘모금비용’은 사업에 필요한 기부금을 유치하는데 드는 경비다. 모금을 기획하거나 실행하고, 후원자와 기부자를 관리하는 데 쓰인다.
만약 간접비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반관리비용이 부족하면 관리 기능이 부실해지고 사고의 위험성이 커진다. 기부금 사용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모금비용이 부족하면 단체의 자생력과 독립성이 약해져 재정적으로 불안해진다. 기부자에게 보내는 성과보고서 작성과 발송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부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모든 상황이 한꺼번에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간접비는 단체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게 하면서도 기부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투명성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필수 경비”라고 말했다.
# 기부자의 각성
최근 인건비나 간접비에 관대한 기부자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 IT 창업자 출신 고액기부자들이 중심에 있다. 이들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기부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영리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정윤 사랑의열매 나눔사업본부장은 “IT나 플랫폼 기업 창업자들은 기부금의 쓰임보다 당초 달성하고자 했던 사업의 성과를 잘 만들어냈는지에 관심이 많다”면서 “김강석 기부자와 김봉진(배달의민족 창업자) 기부자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김미경 JYP CSR 팀장은 “4년째 월드비전과 해외 환아 치료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비영리단체와 함께 일하는 기업들이 인건비・간접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사회공헌 사업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의열매는 지난 2013년 배분기관에 대한 간접비 기준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이정윤 본부장은 “기부자와 기업의 요구가 이런 방향으로 바뀌다 보니 배분 시스템도 함께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성과가 잘 나올 수 있게 인건비나 간접비 부분은 최대한 다 잡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황신애 이사는 “인건비와 간접비를 높이면 분명 투명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단체들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사업과 운영 예산을 배정했는지 스스로 잘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시원 기자 siwon@thebutter.org 더버터(https://www.thebutter.org)
환경재단의 그린보트 논쟁
김한민작가의 한겨레 21 기사를 읽었을 때, 이런 기사는 있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저도 2018년에 크게 할인을 받고 블라디보스토크행 그린보트를 탄 적이 있는 터라, 왜 크루즈의 환경문제에 둔감했을까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여러 발언자들의 소리가 격해지고, 언론들이 삐딱하게 인용하고, 단체들이 성명까지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그래서 몇 가지를 바로잡고, 또 다른 시각도 있음을 기록해 두려고 한다,
우선 기사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은 환경(대기)오염이고, 이 때문에 세계는 크루즈 사업을 폐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김작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는 크루즈를 ‘환경을 오염하는 관광 방식’으로 규정해 입항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5년까지 전면 폐지하기로 선언했다(2023년)”고 인용했다. 하지만 참고문헌으로 제시된 그 기사의 링크를 따라들어가 전체를 읽어보면 마지막 부분은 이렇다.
<대변인은 "암스테르담은 인기 있는 크루즈 여행지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크루즈 관광은 계속해서 도시에 중요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크루즈 관광객들이 이를 환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기사의 맥락을 정리해 본다면, 암스텔담시는 기존 시설의 용량부족과 오버 투어리즘의 문제 때문에 기항지를 항구 바깥으로 바꾼 것이지 대기오염 때문에 크루즈를 폐기한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또한 김한민작가은 “크루즈선은 탄소배출량이 ㎞당 약 712㎏으로, 보잉747이나 카페리선의 3배”라고 썼다. 하지만 김작가가 기사 처음에 제시했듯이 '크루즈선은 이동 수단이 아니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리조트‘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동수단인 비행기가 내뿜는 탄소와 여행 방법으로써 크루즈의 탄소배출량을 ㎞당으로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다.
비교하려면 크루즈 여행과 비행기 여행의 탄소 배출량이 짝을 이뤄야 한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서 여행지에서 발생시키는 탄소량을 포함해서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잉 747의 탑승인원이 500명 수준인데, 수천 명이 타는 크루즈와 그대로 비교하는 것도 공평하지 않다.
김한민작가가 기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내용은 가디언의 영상자료다. 가디언에 따르면, ”평균적인 크루즈선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비행기의 4배이고, 하루당 미세먼지 배출은 자동차 100만 대와 맞먹으며,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의 경우 유럽에서 운항하는 218척의 크루즈선이 유럽 전역의 승용차(약 2억6천만 대)보다 약 4배 많은 양을 배출한다.“
하지만 이 영상을 살펴보면, 첫 나레이션이 ”에코투어리즘이 크르주 사업을 강타하고 있다.”로 시작한다. 크루즈의 비용이 일반 여행의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용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그들의 요구가 환경친화적이기를 바라고 회사들도 혁신을 시도하고 있음을 소개하는 기사다. 환경오염 때문에 크루즈가 폐기되고 있다는 뉘앙스는 아니다. 인용되는 바르셀로나시의 경우도 오버 투어리즘을 방지하기 위해 막고 있다고 설명된다.
가디언의 기사는 과감하게 수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 기사에는 과학적인 증거나 탄소발자국의 계산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기사의 초점이 크루즈선의 환경성 강화 소개에 있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를 다소 과장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를들어 영상에서 나레이터는 크루즈 1척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자동차 100만대라고 말하지만, 화면에서 제시하기로는 10만대로 표시되어 있을 정도로 허술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는 위 자료들만으로는 확인키 어렵고, 전문가 등이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크루즈선은 전 세계 상선 대수의 단 1%에 불과하지만, 쓰레기(고형폐기물) 발생량은 25%나 차지한다.”는 내용도 무리하다. 상선들은 선박을 조종하는 소수가 탑승하지만, 리조트인 쿠르즈는 수백 배의 인원이 탑승하므로 쓰레기 양은 많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른 자료들도 의문이 드는 지점이 많다. ’탄소배출량이 비행기의 3배‘라는 텔레그레프의 기사도 확인하려고 했는데, 개인정보를 요구하다가 결국 돈을 지불하라고 해서 작업을 중단했다. 이 또한 주어진 몇 문장을 가지고 유추할 때 깊이 있는 분석이 제시될 것 같지는 않았다.
둘째 김한민작가와 여러 스피커들 그리고 단체들은 의도적으로 환경재단을 환경단체로 분류하고, 환경운동으로서 크로즈의 부족함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재단은 스스로를 환경단체라고 주장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환경재단 홈페이지에 나온 그들의 정체성은 “환경재단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이다. ’문화와 교육을 통해 환경인식을 높이고 대안을 찾겠다‘는 것이 환경재단의 미션으로 보인다. 또한 그린보트를 환경운동이라고 주장한 내용도 찾지 못했다.
환경단체와 환경운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환경재단이 이러저러해야한다고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환경단체처럼 기업과 정부와 싸우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만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양성과 상호부조를 원리로 하는 생태적 사고와 거리가 멀다.
제가 활동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도 환경단체가 아니다. 저 역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퇴임하며 25년 환경운동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렇지만 제가 지금 하는 일이 환경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환경단체가 아닐뿐이지. 환경이라는 단어가 환경단체들에게만 독점될 수 없고, 환경 사업을 하는 많은 업체들, 환경정책을 다루는 정부기관들도 사용한다고 뭐라할 수 없다.
셋째 그린워싱. 아마 두 가지의 의미일텐데,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것’과 ‘그린보트가 반환경적이다’라는 의미로 쓰일 것이다.
그런데 홍보자료 등을 보니 그린보트의 경우는 기업의 후원이 따로 표기되어 있지 않다. 어떤 보상을 주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기업이 그린보트를 후원하고 녹색기업으로 포장될 것 같지 않다. 이번 사안으로는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남는 것은 “그린보트가 반환경적이다”라는 것인데, 환경재단은 보도자료에서 ‘그린보트가 환경 부하가 크고 취지와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여행 자체가 대단히 그린하다고 주장한 게 아니라면 워싱을 붙이는 게 이상해진다. 또 대체하기 위해 숲 조성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하니 다른 어느 기업에 비교해 특별히 부도덕하다고 매질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어쩄든 그들은 2,500명이 7박 8일 동안 참여하는 ‘바다위 지구학교’를 하고 싶어하고, 환경의 부하가 적지 않은 것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논의는 그린워싱 여부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수준이나 효과가 의미가 있는지를 평가 하는 것이 맞겠다.
여기서 김한민작가가 크게 영감을 얻었다는 김종철선생님의 글도 잠깐 소개한다. 김종철선생님은 크레타 툰베리가 풍력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것을 칭찬하면서, “어떤 환경단체가 주관하는 주요 연례행사 중에는 (자동차 수백만 대분의 대기오염물질을 뿜는) 크루즈선을 타면서 진행하는 선상 토론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자신의 애초 목적에 충실한 운동인지, 조직을 유지·확대하기 위한 비즈니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종철선생은 “환경을 지키려는 운동을 하면 할수록 환경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역설적인 논리를 감수해야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면서, 인용하기 어려운 정도의 매우 극단적인 해법까지 들고 있다. 김작가가 김종철선생을 존경하는 것은 존중하지만 환경운동이 그런 식이어야만 한다는 것은 곤란하고, 그렇게해서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걸로 보이지 않는다.
넷째 설국열차. 김한민작가는 “일반인과 노동자는 배 밑부분에서 잤고, 유명 인사들은 상위층의 고급객실에 묵으며 양주와 스테이크를 즐겼다.”는 구절을 썼다. 사실 이 부분은 논점이 아니라고 본다. 배의 구조상 누군가는 갑판 아래 선실을 써야 하고, 누군가는 그 위를 써야 한다. 그렇다면 그 기준이 요금인 게 그리 불합리한가?
당연히 저는 갑판 아래, 창도 없는 선실을 썼는데 감수성이 둔해서 그런지 위와같은 느낌은 전혀 갖지 못했다. 침실에서는 잠자는 시간에만 있었고, 강의를 듣거나,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다른 공간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다시 기회가 있더라도 저는 더 많은 돈을 들여 창문과 발코니를 탐내지 않을 것 같다. 그 돈이면 누구를 돕거나 나무를 사서 심겠다.
무엇보다 설국열차는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워져서 착취당하는 구조라면, 그린보트는 자신이 선택하고 비용까지 치루며 탑승한 것이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읽는 이를 흥분시키는 이런 구절은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섯째 녹색열차. 그린보트 논의는 여러 파생 논쟁을 불러오고 있는데, 어느 감독님은 녹색열차를 제안했다. 채식을 하고, 일회용이 없으며, 환경부하를 크게 줄인 행사를 구상한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추진하길 바란다.
그렇지만 환경재단의 사업 대상은 녹색열차에 탈 사람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업계획을 작성해서 좋은 사업이니 꼭 하라고 환경재단을 강요할 수는 없다.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방법과 대상은 이미 무한히 넓어지고 있다. 환경재단의 방식을 싫어할 수는 있으나 그들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얼마 전 어느 단체는 전기와 휴대폰 등을 공급하지 않는 자연캠프를 진행했고,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큰 호응이 있었다고 들었다. 또 제가 존경하는 어느 활동가는 지역으로 내려가 스스로 먹고 사는 것을 모두 해결하고 조용히 생을 정리하겠다고 한다. 모두 훌륭하고 큰 영감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곤란하다.
여섯째. 태도. 20일 환경재단을 방문했던 이들 중 누군가는 “재단 출입구에 환영한다는 글귀를 써 놓은 게 기괴했고, 젊은이라고 표현한 게 싫어서 화를 냈다 등을 포스팅했다.” 마치 환경재단 관계자들을 징그러운 벌레처럼 그렸는데, 이런 포스팅을 수십 명이 포워딩하며 좋아했다. 싫으면 지워달라거나 고쳐달라고 하면 될 것이지, 자신들은 그들에게 비수를 날리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심기까지 살폈어야 한다는 것일까?
이들의 분노가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선을 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라면. 선박의 연료 문제를 적극 개선하고 그린보트를 진행하겠다. 많은 이들이 일정을 조정해 신청했을 텐데, 이들과의 약속을 버리는 것이 제일 걸린다. 대신 크루즈의 환경문제들, 기껏해야 유황, 질소, 그을음 등은 적극 대응해서 해결할 일이다. 기술적인 해법이 얼마든지 나올수 있다. 그리고 환경재단은 이런 초보적인 환경오염을 해결하지 않고 논란에 휩쓸린 것에 대해, 큰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으로서 반성해야 한다.
저는 환경재단에 무슨 직책이 있지도 않고, 제가 속한 단체들이 환경재단과 협력하는 일도 없다. 그러니 지금 글은 환경재단을 옹호하려고 쓴 게 아니라 재단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침착함을, 균형감각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성명에 참여한 단체 명단을 보니, 제가 좋아하는 단체들과 후원하는 단체들이 여럿 있다. 저는 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에게 내용을 충분히 봤는지, 환경재단을 비판하는 것이 지금 시기에 그렇게 중요한지 돌아보자고 묻고 싶다. 단체들은 먼저 상황을 균형있게 파악하고 필요한 정도의 역량만 그리고 방법만 쓰기를 바란다,
끝으로 '그럼 당신은 환경재단이 없어졌으면 좋겠는가?'라고 묻고싶다. 그러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인가? 저는 이런 질문에 용감하게 답하지 못하겠다.
크루즈 1대가 승용차 100만 대에 해당하는 매연을 내뿜는다는 영상인데(자막), 정착 화면에는 10만대로 나오고 있다. 김작가의 기사 곳곳에 들어있는 수치들은 상호 모순되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환경재단에 대한 논란이 좀 더 근거 있고 차분하게 진행되어야 하겠다 /염형철
Hanmin Kim
염형철님의 “그린보트” 옹호글은 논란의 초점을 흐리고 있고,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지적들이 사실과 다르고, “침착함, 균형감각을 요청한다”면서 오히려 사실관계나 논의를 왜곡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몇가지 잘못된 지적에 대해서만 답한다.
첫째, 암스텔담 관련 기사는 기사 제목 자체가 나의 인용구 그대로 “환경을 오염하는 관광 방식(A polluting form of tourism)”이다. 염형철님이 인용한 뒷부분은, 기사의 원래 취지가 실은 다른 방향에 있었음을 증명하긴 커녕, 국제 크루즈선 연합 단체의 대변인(spokesperson for the international cruise lines association)의 말로, 통상 기자가 기사를 쓰면 양 측의 의견을 싣는 것이 상례라서 들어가는 이해관계자의 멘트로 보인다. 즉, 기사의 포커스는 자명히 크루즈 산업의 환경문제에 대한 암스텔담시의 전격적인 대응인데, 마치 내가 전체 맥락에서 인용구를 떼내 임의로 사용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중요한 건, 암스텔담을 비롯한 여러 항구의 규제 추세와 시민들의 반발이라는 사실 그 자체이다. 이는 수많은 다른 기사들에서 보도하고 있으니, 조금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다.
가디언 영상에 대한 얘기도 위 기사와 비슷하다. 명확히 크루즈의 반환경성이 초점인 컨텐츠이다. “크루즈 1대가 승용차 100만 대” 부분은 본인이 캡쳐한 화면 자막에도 정확히 “1 million”(1백만)이라고 나오지 않는가? 화면 인포그래픽에 0이 하나 빠진 걸 가지고, 마치 기사 전체가 “허술”한 것처럼 말하는 것이야말로 곤란하다. 100만대 관련 기사는 쉽게 찾을 수 있고, 출저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면 출저 관련자 연락처도 있다.
https://en.nabu.de/topics/traffic/cruiseships.html....
크루즈선은 실질적으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리조트에 가깝지만, 동시에 이동수단으로 분류되는 '기형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운송과 관광 양쪽 모두 비교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운송 수단 비교 이외에도, 관광 방식의 범주로도 비교한 연구도 함께 인용했다 ("크루즈선 관광객의 평균 탄소발자국이 지상 관광객보다 8배 많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게 어느모로 비교해봐도, 환경 영향이 굉장히 큰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크루즈선은 전 세계 상선 대수의 단 1%에 불과하지만, 쓰레기(고형폐기물) 발생량은 25%나 차지한다”는 내가 글자 그대로 인용한 연구 논문에서 증거하고 있다. 크루즈선이 상선 등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은 승객을 태우는 점 자체, 또 고급 호텔급 선상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쓰레기량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대체 무슨 논지인가?
그 외에도 크루즈 관련 기사와 자료는 매우 많다. 염형철 님은 “김작가의 기사 곳곳에 들어있는 수치들은 상호 모순되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이것들이 뭔지, 본인이야말로 구체적으로 수치를 들어 반박하지 않으면서, 마치 내 글에 문제가 많은 것처럼 흘리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본인이 지향하는 “근거 있고 차분하게 진행하는” 논의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며, 거꾸로 근거없이 의구심을 심는 무책임한 얘기다.
둘째, 환경재단이 언제부터 환경단체가 아니었나? 염형철님이 인용한 대로 “환경재단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실천공동체”이고, ’문화와 교육을 통해 환경인식을 높이고 대안을 찾겠다‘는 것을 미션으로 하며, 명실공히 “공익재단 법인”이다. 그러니, 이를 합하면 환경단체가 아니고 대체 뭐란 말인가? 필요할 때만 환경단체고, 불리할 때는 아니란 말인가? 심지어 100번 양보해, 이 단체만을 위해 특별히 “환경관련재단”이란 새로운 범주를 하나 만들어준다 하더라도, 만약 저런 미션을 내세운다면, 내 기고를 비롯한 비판들은 100%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실천공동체”라면서 이렇게 많은 시민/시민단체들이 비판을 하는데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셋째, 그린워싱은 글에서 말하는 의미를 포함, 소위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그린”이 아닌 걸 “그린”으로 둔갑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환경재단이 12월 20일에 올린 입장문에는 그린보트의 환경 부하를 일부 인정하는 부분이 있긴 있다. 즉, 이 “일부 인정”은, 지난 약 15-20년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딱 3일 전에, 그것도 이렇게 많은 비판이 쏟아진 후에나 이뤄졌다. 염형철님께서 내 글을 독해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그 입장문의 전문을 보면, 오히려 인정은 아주 작은 부분이고, 합리화와 변명이 훨씬 많다. 게다가 바로 다음달 또 출항한다. 이런 상황인데 “인정을 했으니 이제 워싱을 붙이기 이상하다”니… 대체 무슨 논리인가? (게다가, 염형철님은 김종철의 제안들을 “매우 극단적 해법”이라고 단정했는데,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이는 또다른 긴 토론을 필요로 할 것이다.)
설국열차라는 비유, 녹색열차라는 제안 등에 대한 멘트는 글이 너무 길어지고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왜 녹색당에서 이를 "부자들의 환경주의"라고 논평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해보길 바란다. 또, 아무도 “녹색열차”를 “강요”한 적은 없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선의의 제안을 갑자기 “강요”로 프레임하는 것이, 과연 염형철님이 지향한다는, “근거 있고 차분하게 진행하는” 논의인가?
"그린보트" 논란의 가장 중요한 초점 중 하나는, 이런 논쟁을 크루즈 산업과 벌여도 모자란 판에 환경단체(혹은 그렇게 원하신다면, “문화와 교육을 통해 환경인식을 높이고 대안을 찾는 환경관련재단”)을 상대로 벌여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환경재단이 시민은 빼고, “기업과 함께하는 실천공동체”인지, 혹은 "공익"재단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하나의 기업인지, 지금 어디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있는지, 그부분부터 돌아봐야할 것이다.
내 생각에 환경재단은 시민들을 교육할 곳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환경교육을 받아야 할 곳이 되었다.
다음은 위 글 관련 보고서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인용하는 대목이다.
"Q: 보고서에 따르면 중형 크루즈선은 매일 최대 150톤의 연료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100만 대의 자동차만큼 많은 미립자를 배출합니다. 맞나요?
A: 맞습니다. 그 이유는 엔진이 24시간 내내 가동되기 때문입니다. 항구에 있다 하더라도 엔진을 계속 가동해야 합니다. 운송 수단일 뿐만 아니라 호텔 시설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선상에는 스파, 레스토랑이 있으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중형 도시에 필요한 에너지와 거의 같습니다."
https://www.cbc.ca/.../a-cruise-ship-s-emissions-are-the..
황충연-염대표님의 침착한 분석에 한표를 얻져봅니다. 그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손가락으로 밥먹어야하는 상황이 올 것같아요. 그것도 생쌀을 씹어야하는ㅜㅜ
Mason Young Jin Kim-피스앤그린보트 2회, 그린보트 1회, 리더십과정, 에코샵 등 담당자로 일년 반 정도 일했던 김영진이라고 합니다. 염선생님과 알고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이전 환경운동연합 활동부터 응원한 바 있습니다. 5-6년 삭힌 기억을 더듬어 이 상황에 대한 염선생님 글이 적절한 논의의 시작점으로 생각이 되어 글을 남깁니다.
0. 결론적으론 김한민작가가 비판을 하고 싶었으면 더 적절한 자료조사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빵빵 터지고 여러 환경단체에 공유되며 낙인 찍힌건 본인들 펀딩에도 악영향을 미칠거라 생각합니다. 대중의 실망감을 애매한 수치로 이끌고 있는 사실, 없는 사실 다 끌어다 쓴건 좀 무리수였다 생각합니다.
1. 그러나 김한민 작가가 제시한 수치에 대한 과학적, 논리적인 비판은 환경재단 측에서 작성했어야 합니다. 본인들이 크루즈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이 배가 갖고있는 잠재적인 대기오염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인지하고 그것을 토대로 어떻게 상쇄할 것인지 과학적으로 접근 및 대응했어야합니다. 그러나 환경재단의 대응을 보면 이 부분이 아에 없습니다. 이를 생각해봐주십시오.
환경재단은 김소희 의원이 새로 차리기 전 기후변화센터를 운영했고 미세먼지 센터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정도 대응역량은 유지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제가 다니던 시절에도 그렇고 재단은 직원들의 과학적, 분석적인 역량강화보다는 광고나 캐치프레이즈, 프로파간다수준의 공익접근영향력에 집중하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그것에 대해 늘 물음표가 컸습니다.
재단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수준은 그 이상의 과학적 분석능력를 요구하는데, 그것에 대한 내부역량강화에 관심이 없고, 직원들은 재단을 다니면서도 환경아젠다에 대해 떳떳히 아는 바가 없어 말할 수 없기에 그것에 대한 회의감으로 힘들어하고 퇴사하는 직원이 많습니다. 그 수를 생각해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2. 환경재단의 역할이 그정도니까 차라리 재단법인을 빼고 환경재단도 빼고 명칭부터 그린커뮤니케이션즈 정도로 임팩트 비즈니스로 운영함이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시민사회 원로가 좋은일한다고 펀딩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건 기업 대 기업으로 “환경광고행위”를 집행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이 사회에 그 역할이 필요함을 공감하고, 그게 다른 환경단체들의 요구 대응에도 적절하다 생각합니다.
3. 그린보트 사업 이외에도 그동안 환경재단이 밟아왔던 사업에 대해서도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환경위기시계사업도 제대로 된 통계조사가 이루어지고 매년 발표하는지, 인용하는 이는 많지만 어떤 근거로 내세우고 펀딩을 받는지. 이전에 했던 에코샵에서 일어난 일들도 전 기억하고 있습니다.
호주에 온지 6년이 넘어가도 이때 야근하고 내려가던 숭례문 풍경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염 선생님과 주변분들께서 풍부한 경험도 있으시고 좋은 역량이 있으시니 현 재단이 갖고 있는 고질병들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시면 한국의 환경문제 대응에 더욱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김영진
염형철=김해숙선생님. 저는 그냥 염형철입니다. 꼰대이면 꼰대인 것이지, 제가 김선생님께 꼰대가 아닌것처럼 보인다고 꼰대를 탈출 수는 없겠죠. 여튼 이런 식으로 말을 시작하다니 유감이네요. 그리고 저는 근본주의자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거나, 실용주의자들이 더 성의를 보여야한다는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틀렸으면 고쳐서 논리를 다듬을 것이지, 기사 한번 확인하면 드러날 실수를 감춰주자구요?
또한 저는 어른의 자세를 가질 생각 없고 그건 청년활동가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독립한 주체들을 제가 어리게 취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자신들이 만난 사람을 그렇게 혐오하고 비하하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닙니다. 이런 메시지를 퍼나르며 즐거워하는 이들과도 저는 교류하고 싶지 않구요.
마지막으로 기사에 딸린 김종철선생님의 해법을 보세요. 김선생님은 심오한 뭔가를 터득할 수있을지 몰라도 저는 너무나 끔찍한 주장이라고 봅니다.
생태운동을 하면서 생명을 도구로 인식하는 이런 위험한 주장은 꺼내지도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김선생님께 부탁드리는 것은 제 글에 문제가 있으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모호하고 추상적의 논의로 얼버무릴 일이 아닙니다.
김해숙=염형철 모호하고 추상적?
염선생 눈에는 세상이 그렇게 합리와 논리로만 돌아가는 곳으로 보이는가보군요. 본인의 글도 그렇게 합리와 논리와 중립을 견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읽는 이에게 그렇게 전달되지 않으니 반박의 글을 덧붙인 것입니다.
염선생은 씨세퍼드 친구들 혹은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에게 균형감을 가지라고 촉구하는데 제겐 염선생 글 자체가 균형감이 없어 보여 한 마디 얹은 것입니다. '크루즈 그린 워싱 보트'에 대해 비판의 시각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염선생의 태도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환경재단의 사업에 환경관련단체가 문제제기를 할 때에는 무조건 gogo가 아니라, 멈춰서서 자기 사업의 무엇이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는지 겸허히 볼 수 없냐고 묻는 겁니다. 그런 면이 염선생의 글에도 환경재단의 대응에도 보이지 않아서 문제제기를 하는 겁니다.
자연을 다룬다는 사람들이 시시비비만 따지고 문제제기 하는 쪽의 의견은 완전 묵살하는 것은 반자연적인 태도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인 제가 보기에 다분히 그렇다는 얘깁니닷.
이명옥-문제로 제기된 2019년 그린보트를 저도 탔습니다. 오마이뉴스 <삽질> 기대평 이벤트에 당첨이 됐었거든요 난생 처음 타본 크루즈인데다.이태리 크루즈라 춤 배우고 성악이며 오페라 공연 보고 타이뻬이 국립박물관 가보고 엄청 좋았는데 제가 탔던 57000톤급 네오 로만티카호가 환경 오염 물질을 엄청 내뿜는 연료를 사용했다고 해서 많이 미안했네요. 김한민 기자 기사를 읽고 그린보트 행사 중단을 촉구하는데 개인 연대 서명도 했고요. 그런데 펙트 체크를 해봐야 하는 것이었네요.
최명희-하마터면 균형감각을 잃을 뻔 했습니다. 나는 궁금한게 이때까지 가만있다가 왜 이제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가입니다. 우리나라 환경단체들이 권력 쟁탈전을 벌인 걸로 보입니다. 선박 전문가들도 반대 의견을 올리고 있더군요. 15년이나 침묵했던 이유를 듣고 싶고요. 시위대를 모집한다는 말도 있던데 가능한 일인가요?
염형철=최명희 권력 쟁탈전 같은 것은 아닙니다. 크루즈의 환경성에 대해, 또 환경프로그램이라면서 크루즈를 운영한다는 게 맞냐고 하는 건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어요. 좀 더 논의가 될 것 같으니 살펴보세요
홍석환 환경합니다 ]
씨셰퍼드코리아, 김한민 작가의 한겨레21 기고로 시작된 '그린보트'의 논쟁이 2막으로 접어든 듯 하다. 첫 논쟁은 환경재단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일부 게스트가 동행을 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전달했고, 일부 예약자의 취소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환경재단은 이 과정에서 나름 심기가 불편해졌을 것이다. 이후, 크루즈가 뭐가 문제냐는 환경재단의 궤변과 이를 옹호하는 발언들이 나오며, 크루즈의 문제와 환경활동에 대한 본질적 생각들을 고민하는 발언들이 강한 대립의 단계로 들어섰다.
2막은, 씨셰퍼드코리아와, 또 다른 해양환경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인 핫핑크돌핀스 등 몇몇 단체 활동가들의 환경재단 방문으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 환경합니다 ]
[ Sea Shepherd Korea 외, 환경재단 방문을 환영합니다 ]
핫핑크돌핀스 한 활동가분께서 환경재단 방문 후 올린 이 사진....좀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환경재단이 Sea Shepherd Korea를 자극하고, 이 싸움을 키워보자라고 결심을 한 문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이 사진은 개인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큰 충격으로 남을 듯 하다.
이후 그린보트는 엄청난 적자사업(이전 사업에서는 무려 6억 원이나 적자였다)이라 공개하면서 돈벌이 수단이라는 비난을 피하며, 전선의 확대 의도를 내비쳤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또 한번의 악수가 되지 않았나 한다. 환경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단체 활동가분들은 늘 예산에 허덕인다. 단체는 활동가들을 위한 차비나 식대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함에, 개인은 어떻게든 스스로 활동비를 마련해보고자 언제나 한숨을 쉬는 이들에게 이 거대 '적자예산'이 어떻게 비춰질까?
우리는 크루즈여행 2천명을 위해 6억 정도의 적자는 감수할 수 있다. 다른 부분에서 모두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비춰지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이 6억 원을 보충할까? 재단의 자산이 너무 많기에 괜찮은건가? 역시, 환경계의 거부인가. 기부금의 블랙홀이 된 환경재단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부익부 빈익빈은 이 동네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 환경합니다 ]
환경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과연 나는 '환경'을 하고 있는가? '환경'을 공부하고, '환경'을 가르치면서, '환경'이라는 이름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 아주 소극적으로 뭔가 하는 척 하면서자기 위안을 삼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비행기가 탄소를 대거 내뿜는다는 것을 얘기하면서도 때가 되면 비행기를 타고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도 가고 패션산업의 환경문제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얘기하면서도
계절이 바뀌면 새 옷들을 사고 에너지가 어쩌구 얘기하면서도 겨울에는 따뜻하다 못해 뜨끈한 집을 위해 난방을 한다. 이런 행동들에는 늘 반성과 함께 자기변명이 따른다. 어쩔 수 없다는 자기변명들이다.
혹여, 이런 생각도 해 본다. 내게도 동행제의가 왔다면? (선 내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1주일간 머물면서 다양한 환경관련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많은 사람들에 그동안 주장해왔던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면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겠나~~)라는 제의가 말이다.
시간이 되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듯 싶다. 크루즈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을 터이니 말이다. 아마도, 승선을 결정한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이었지 싶다.
게스트로 확정된 이후 이 사태가 일어났다면?
몇 가지 선택지가 보인다.
- 열심히 자기변명을 만들며 승선했다.
- 별 시덥지 않은 얘기하며 무시하면서 승선했다.
- 조용히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취소했다.
- 스스로 자기반성을 공개하며 취소했다.
[ 환경합니다 ] 라고 하는, 소위 '공인'이라고 하는 이들에 바라는 것은 아마도 마지막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리고, 환경재단에 기대했던 선택지는, (지극히 동상이몽일지는 모르겠으나)환경을 하는, 동료로서의 연대의식이 비치는 정중한 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여러 단체들과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한 (반드시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공개적 토론회 정도도 가능했을 법 싶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분들에 환경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할 방법도 강구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조롱과 비아냥으로 점철된 저런 문구가 아니라.
내년, 크루즈가 출항한 이후에도 이 논란은 이어질 듯 하다. 이미 신뢰를 되찾기에는 큰 금이 간 듯 하다. 협력은 아니더라도 극단적 대립으로 가지 않기를 바래본다. 가뜩이나 폭삭 망한 환경하는 지형에서 말이다. 정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 환경하는 ] 집단이나 개인 은 맞으니./ 홍석환
우리 숲의 진실
산림녹화에 성공?나무를 심어서 숲이 되었을까?
데이터를 보면, 나무를 심긴 정말 많이 심었다.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무려 78%만큼 심었다.
그런데 식재시기와 나무의 나이를 살펴보면, 차이가 10년 정도 벌어진다. 녹화에 성공했으면, 파란색 그래프처럼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숲의 나이는 빨간색 그래프이다.
심은 시기보다, 나무의 나이가 10살 적다. 결론은, 우리 숲은 심은 나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심은 나무는 다 죽고, 다시 자연림이 나타난 것이다.
결국, 산림녹화는 자연림의 이입을 10년 늦춘 행위였을 뿐이다.현재, 자연림의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거짓말은 좀 그만 하자....녹화에 성공한게 아니고,녹화에 완전 실패한 나라다.그리고, 지금도 실패는 계속되고 있다/ 홍석환 페이스북
산림경영의 허상
산림경영에는 국비만 연간 약 8,00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지방비까지 합하면 1조 5,000억 원 정도가 되겠다. 매년 관행적으로 투입되는 최소 비용이다. 40년을 경영한다고 하면, 60조 원이 된다. 이 예산의 투입을 통해 얻는 효과는 많다.
대략 아래의 효과를 볼 수 있다.
1. 온도급등
2. 숲의 탄소배출량 급증
3. 생물다양성 파괴
4. 홍수 및 산사태 급증
5. 산불 등 재난 증대
6. 토사유출급증으로 인한 수질오염
..........
그래서, 고가의 목재라도 수확할까? 아니다. 오히려 그대로 둔 숲보다 싸구려 나무를 길러낸다. 72만원짜리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1억이 넘는 돈을 투입하는 행위.이걸 정당한 산림경영이라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산림청이 아닐 수 없다. 마르지않는 돈줄.. 세금.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기관이다. #산림청 #산림경영 #목재
탄소흡수량 증진사업의 실체
30년이 늙은 숲?산림청 탄소흡수량 증진사업의 실체다.
효과는 -80% (플러스 아니고 마이너스 80%)
1. 탄소흡수사업시행
30년이 되는 시점에서 자연림인 참나무림을 베어내고, 편백나무나 소나무를 심게 되면, 30년 후, ha당 약 162 CO2톤을 고정할 수 있다. 세금지출 약 3천만 원이 필요하다.
2. 자연그대로
반면, 그대로 자연의 상수리나무숲을 두게되면, 30년 후, ha당 약 722 CO2톤을 고정할 수 있다. 세금지출은 없다.
3. 조림지를 자연림으로
편백나무림과 같은 조림지를 베어내고, 그대로 두면?
30년 후, ha당 약 355 CO2톤을 고정할 수 있다. 사업을 하지 않을 경우는 327 CO2톤의 고정할 수 있다. 거기서 거기다. 다만, 이후부터는 저장량이 급증한다.
60년이 지나면 약 400 CO2톤의 추가 고정이 가능하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탄소저장량을 1/4로 줄이는 사업. 이게 산림청이 벌이는 탄소흡수량 증진사업이다. 탄소의 대기방출량 증진사업일 뿐이다. 세금을 버리고, 탄소도 허무하게 날리는 사업.산림청의 사업은 늘 이렇다.
(주)지금 산림청이 하고있는것과 정반대로, 식재한 침엽수를 제거하고 참나무류 자연림으로 자연 스스로 복원되게하면 30년 후 부터는 탄소를 더 많이 흡수, 저장하게된다. 소나무재선충 등에 의한 활엽수림으로의 전환은 과도하게 배출된 탄소의 흡수량을 극대화하는 자연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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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데이터 출처는 산림청 [국가표준] 이다. 같은 데이터로 어떻게 저런 사업을 만들었는지?대체 농해수위 위원들은 왜 이러는지?
탄소 고정은 광합성 과정이고광합성량은 이파리 표면적이 결정한다.
어린 나무 1000그루보다 큰 나무 한그루가 탄소고정량이 많다.
21.9.3 숲의 탄소저장능력은 언제까지? 그리고 그 능력이 최고에 이르는 시점은 언제일까? 산림청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했다. 숲을 봤더니, 반전이 일어난다. 70년 이상의 숲에서 탄소저장량이 어린 숲보다 훨씬 많아진다.
.숲을 봐 보자!!
전 세계 탄소흡수 및 저장 실증데이터를 모두 모아 분석한 Pregitzer & Euskirchen (2004)의 연구결과이다. 실증데이타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열대지방은 실증데이터가 부족하여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아한대와 온대 숲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전체 숲에 축적되어 탄소를 고정시키는 총량을 시기별로 정리한 것인데, 축적된 생체량뿐만 아니라 토양 유기물과 토양탄소, 죽은 나뭇가지 등을 모두 분석한 결과는 아한대지역의 경우에는 최종인 E구간(200년 이상)이 되면 총 축적량이 줄어든다. 물론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일단 실증데이터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음을 말한다.
반면, 온대지역에서는 탄소축적량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D구간 (70년 이상 구간) 부터 그래프의 기울기가 커진다. 시간별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다.
200년 이후 어떻게 변할지는 실증데이터가 없어 알 수 없으나, 그래프 기울기를 보면 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온대지역에서 숲의 탄소저장능력이 최대가 되는 시점은 최소 200년이 넘는 숲이라는 사실이 실증데이터로 명확해진다. .
우리나라가 지구상에서 온대지역에 속하는게 맞다면 30년이 늙은 숲이라는 산림청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늙은 숲이 많아 심각해진다는 산림청의 억지와는 달리, 우리는 70년 이상의 숲을 실제로 분석할 곳 조차 없는 어린 숲밖에 없는 나라이다. 전세계 200년 이상의 숲까지 측정한 데이터를 부정할 수 있는 그 어떤 근거도 없다.
이런 데이터를 부정하려면 우리나라 산림청은 최소한 100년 이상은 숲을 보호해야 하는 처지다. 지금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저장에 훨씬 유리한 숲을 그대로 두고, 100년 후에나 검증해보는게 과학적이지 않은가?
24.11.11
40년이 넘는 오래된 숲이 20년이 안된 어린 숲보다 탄소흡수량이 더 많다.숲이 탄소를 더 많이 흡수/저장하려면 최소 150년은 그대로 두어야한다.기후재난시대, 재난을 완화할 가장 쉬운 방법은 숲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예산도 필요없다.
Österreichischer Waldbericht 2023 오스트리아정부에서 발행하는 산림보고서
찾는 이 없고, 돈 안 돼…부산 도시재생 거점시설 10곳 공실
산복도로 르네상스와 행복마을
- 市, 카페·전망대 등 95곳 운영
- 한시적 개방 시설도 14곳 달해
- 활성화 방안 찾을 재정비 절실
원도심을 중심으로 주민을 위한 재생사업으로 추진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도시재생 거점시설 중 10곳이 공실 또는 미운영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수익이 저조하거나 이용객 부족으로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도시재생 거점시설의 내실 있는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서구 도시재생 거점시설 전차플라워카페(왼쪽)와 동구 까꼬막카페. 두 시설은 각각 8000만 원과 1억7000만 원을 들여 조성했으나 현재 공실이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지난 10월 말부터 지난 16일까지 부산 각 구·군과 도시재생 거점시설 운영 실태를 합동점검한 결과 총 95곳 중 공실(미운영)이 10곳에 이른다고 25일 밝혔다. 공실은 아니지만 프로그램 운영 때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시설은 총 14곳으로 조사됐다.
도시재생 거점시설의 공실은 대부분 원도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군별 공실 시설은 ▷동구 5곳 ▷부산진구 서구 각 2곳 ▷영도구 1곳이다. 정상 운영이 힘들어 특정 시기에만 개방하는 곳도 원도심에 집중됐다. 지역별로 ▷동구 4곳 ▷남구 2곳 ▷중구 영도구 강서구 사하구 해운대구 사상구 북구 서구 각 1곳이다.
공실인 시설 대부분은 이용자가 없거나 수익이 저조한 탓에 운영이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동구 ‘까꼬막 게스트하우스’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차시설이 없는 점이,‘ 이중섭전망대’는 프로그램 운영 부실 등이 공실 사유로 분석됐다. 부산진구 ‘범천창업공간’은 떨어지는 접근성으로 이용자가 없었고, 서구 ‘전차플라워카페’는 수익이 저조한 데다 현재 수탁자도 없다. 영도구 ‘해돋이전망대’ 역시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탁자가 운영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시설 조성에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갔다. 복권기금 사업비가 일부 투입된 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비와 구비를 들여 조성했다. 특히 이중섭전망대는 토지까지 사들여 건립에 3억5000여만 원이 들었다. 해돋이전망대 조성에는 약 3억 원 투입됐다. 이 밖에도 공실 시설 대부분이 1억~2억 원의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공실 10곳 모두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조성한 시설로 확인됐다. 산복도로 르네상스는 시가 2010년부터 10년간 약 1500억 원을 들인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사업이다. 동구 이바구길과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대부분 시설이 자생력이 부족해 지원 없이 장기적으로 버티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정 프로그램 운영 때만 개방하는 시설 또한 수익성과 이용자가 적다. 남구 ‘양달행복센터’는 수익이 낮아 공모사업에 의존해 운영한다. 중구 ‘산복어울센터’도 게스트하우스 이용이 저조했다. 대부분 체험과 교육 등 공모 사업을 통한 특정 프로그램이 가동할 때만 개방해 적게는 2개월만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한시 개방 시설 14곳 중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조성한 곳은 5곳이다.
시는 점검 결과를 구에 통보한 뒤 시설 활성화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 시 관계자는 “대부분 시설이 민간 수탁 운영이라 건립비 외 추가로 들어간 예산은 거의 없었다”며 “공실 등 활용하지 못하는 시설은 관할 구·군과 논의해 활성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생태계 훼손' vs '상권 활성화' 창원시, 케이블카 설치 여부 고심
타당성 검토 용역 내년 1월 연기
입지·경제성 등 따져 추진 결정
환경단체 반대·주변 상인회 환영
경남 창원시가 ‘마산만·장복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 추진 여부를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설치 타당성을 따지는 용역 결과 발표를 내년으로 미루면서다. 지역에선 상권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목소리와 생태계 보존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이 맞서는 터라 시가 어떤 결과를 내놓지 귀추가 주목된다.
창원시가 ‘마산만·장복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 용역 결과를 내년 1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도내 다른 지역에서 운영 중인 ‘사천바다케이블카’. 국제신문 DB
창원시는 지역 내 관광케이블카 입지와 노선, 경제성을 살피는 연구 용역 결과 발표를 내년 1월로 연기했다고 25일 밝혔다.이는 홍남표 창원시장의 공약 사업으로, 청정하고 수려한 해안선(300㎞)을 조망하는 상시 관광시설을 구축한 뒤 관광특구 지정과 연계, 글로벌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추진됐다.
9700만 원을 들여 지난해 9월 엔지니어링 기업 ㈜유신에 의뢰해 연구 용역에 착수한 시는 애초 지난 7월 이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지난 5월에는 중간보고회를 열고 삭도(케이블카) 공학 전문가, 다른 케이블카 운영사 관계자 등 9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을 위촉하기도 했다.
그러나 4개월가량 한 차례 연기한 지난달까지도 최종 보고서를 내지 못했고, 이번에 다시 내용을 보완하기로 했다.시 관계자는 “여러 의견이 상충하는 예민한 사업이다 보니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전반적인 논리를 다듬는 작업에 시간이 다소 지체되고 있다”며 “내년 1월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황에 따라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아직 공청회 개최 여부와 그 시기 등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주민과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검토하는 절차를 거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설치 장소로는 2곳이 거론된다. 시는 마산만을 바라보는 마산합포구 월영동·가포동 일대의 돝섬유람선터미널~돝섬~가포순환로 2.8㎞ 구간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또 진해구 태복동 일원인 진해구민회관 체육관~장복산정상 1.2㎞ 구간도 검토 중이다. 사업비는 105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시는 용역을 통해 이들 노선에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추진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할 계획이다.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행정 당국과 달리 민간에선 자체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만큼 유치에 적극적이다.
‘창원 미래 100년 관광포럼’은 지난달 24일 경남은행 3층 진해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진해 관광 경제회복 케이블카 유치 공청회’를 열어 내부에서 조사한 경제 효과 등을 발표했다. 마산지역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천태문 마산어시장상인회장은 “관광 인프라가 구축되면 어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식으로든 유치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지역 환경단체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민영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안상수 전 시장 시절 ‘장복산공원 벚꽃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다 경제성 문제로 폐기됐다”며 “일부 이익 단체 의견을 들어 혈세를 투입해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다시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용구 기자 raw720@kookje.co.kr
기후도시 부산] ⑤ 기후테크 전환…"가덕도, 탄소중립 섬으로“
국제환경규제 대응 재생 에너지 확대, 녹색기술 전환 지원 강화 필요
"공항·항만·철도 '트라이포트' 지속가능한 분산 에너지 구축해야“
부산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로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21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2023년 부산의 전력 자립률은 174%로 지방자치단체 중 최상위로 분류되지만, 원자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이 97% 이상을 차지하고 친환경 에너지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부산은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하는 'RE100', 무탄소 에너지 100%인 CF100 등 국제사회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부산시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강서구 미음·국제물류산업단지 내 700개 기업 지붕 등 유휴공간에 총 380㎿ 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사업이 민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7년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면 부산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 2.4%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22만t을 감축할 수 있다.사하구 다대포, 해운대구 청사포, 기장군 앞바다 등에서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파괴와 주민 건강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어민 등의 반발에 부딪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탄소중립 달성과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공론화를 통해 갈등을 조율하는 숙의민주주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은 조선, 자동차, 기계, 전자 등 탄소를 배출하는 제조업 비율이 높은 산업 구조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은 편이다.이에 따라 화석연료 기반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친환경 미래 첨단산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 에너지 대전환과 친환경 기술 개발, 녹색금융을 연계하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기후테크산업을 선도하겠다는 목표 아래 탄소 저감기술(기후테크) 육성, 부산형 분산에너지 특화모델 추진 등 5대 전략과 15개 과제를 2030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분산에너지[부산연구원 제공]
시는 에코델타시티와 인근 산업단지(강동, 명지, 대저2, 구랑, 송정, 미음, 생곡, 녹산, 화전, 신호, 지사동) 약 1천600만평 규모를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역에 공급하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해 분산에너지사업자가 수소연료전지, 집단에너지, 태양광 등으로 전력과 열원을 공급하도록 할 예정이다.
에코델타시티에 친환경 에너지를 제공하는 그린데이터센터 집적단지를 조성하고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블록체인·해양 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등 혁신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기후테크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부산형 분산에너지 특화모델 실증사업으로 블록체인 활용 항만 탄소중립 플랫폼 구축, 산업단지 에너지자급자족형 모델 구축, 전력중개거래 가상발전소(VPP) 육성 등을 추진한다.
부산시는 기후산업 기업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융합 플랫폼을 구축해 무탄소에너지 기술개발, 저성장 제조업의 기후테크 업종 전환, 정책금융, 창업 등을 지원한다.
BNK금융그룹, 기술보증기금과 손잡고 전국 최초로 기후테크 기업의 금융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부산시가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을 계기로 세계에서 주목받는 탄소중립 선도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돼 주목받고 있다.
가덕도 트라이포트 탄소중립 도시 개념도[부산연구원 제공]
남호석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선도도시 조성 방안으로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서는 가덕도를 탄소배출이 없는 '탄소중립(넷제로) 섬'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가덕도에는 2029년 말 가덕도신공항이 개항된다.
신공항에 인접한 눌차·두문·천성 지구에는 989만㎡ 규모로 공항 지원시설, 국제업무시설, 지식산업센터, 해양 관광거점,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 물류단지 등 공항복합도시 건립이 추진된다.
남 위원은 "가덕도에 신공항과 부산항 신항, 철도 등 트라이포트와 동북아 물류 플랫폼이 조성되고 있다"며 "대규모 에너지가 공급되는 가덕도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는 수소 혼합 연소,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석 부산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거점을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이 중요해졌다"며 "대한민국 제2 도시인 부산은 쾌적한 환경을 갖춘 그린 스마트 도시로 전환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과 기후테크산업을 연계해야 글로벌 녹색성장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 글로벌 허브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중립도시'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부산시의 전략과 정책을 점검하는 '기후도시 부산' 기획 기사를 5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공부할 책
「The Politics of Street Trees」 영문 원서 28챕터, 432쪽 분량
*[책 소개](https://www.taylorfrancis.com/.../politics-street-trees...) / 도서 PDF 제공
Part 1: 가로수와 정치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관점
Part 2: 가로수의 가치와 정책 및 관리, 정치경제학적 관점 탐구
Part 3: 지역사회 참여, 시민행동 및 거버넌스에 대한 사례 연구
기간 : 2025년 1월~3월 (총 5회)
첫 모임 : 2025년 1월 8일(수) 오후 15시~17시
장소 : 온/오프라인 (참여자 선호에 따라 결정)
지도 : 박소영(서울대학교 조경학과 박사과정)
주관 : 가로수시민연대, 서울환경연합, 정의로운시선
후원 : 파타고니아
신청하기 : [https://tally.so/r/wM8pG8]
난개발 우려에도 황령산 전망대 내년 첫삽
사업자, 시 실시계획 인가 앞둬
부산진구청과 ‘공공기여’ 협상
사업비 2조 2000억 투입 전망
360도 전망 가능한 관광시설
서면과 ‘로프웨이’ 연결도 관심
대원플러스가 추진하는 118m 높이의 황령산 봉수전망대 조감도. 대원플러스 제공
부산의 중심인 황령산 정상에 봉수전망대와 케이블카 등을 조성하는 개발 사업이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갈 전망인데 환경 훼손 우려를 딛고 부산의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황령산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대원플러스는 부산시로부터 실시계획의 인가·고시를 앞두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개발 사업의 최종 승인 단계인 실시계획인가가 조만간 마무리되면 대원플러스는 봉수전망대와 케이블카 관련 시설에 대한 공사를 곧바로 시작할 방침이다.
황령산 유원지는 2008년 스노우캐슬 사업 시행자의 부도로 영업이 중단되면서 16년째 흉물로 방치됐다. 대원플러스는 전체 사업비 2조 2000여억 원을 투입해 황령산 유원지 일대를 부산 관광의 랜드마크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봉수전망대와 케이블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스노우캐슬 자리에 세계적 수준의 복합리조트도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부산시와 대원플러스는 2021년 8월 황령산 유원지 조성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부산시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업무 협약 이후에도 3년 넘게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건 부산진구청과 사업 시행자가 진입도로 신규 개설·확충 등 공공기여에 관한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 크다.
대원플러스 관계자는 “시와는 협의가 잘 돼 진구청과도 공공기여에 관한 논의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업이 지체되는 동안 막대한 이자를 감당해야 했다. 승인 이후에는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원플러스는 높이 118m의 봉수전망대를 세운 뒤 이곳에 랜드마크 실내외 전망 공간과 관광테마형 푸드코트, 봉수뮤지엄, 미디어아트 시설, 야외 펍 등 관광 콘텐츠를 채워 넣을 방침이다. 해발 높이가 427m인 황령산 정상에 봉수전망대가 들어선다면 부산의 가장 높은 곳에서 부산 전역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전망대의 설계는 공공건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승효상 건축가가 맡았다.
서면에서 황령산으로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케이블카 형태인 ‘로프웨이’도 도입한다.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과 전망대를 잇는 539m 길이의 교통수단이다. 시작 지점인 황령산 레포츠공원 인근에는 서면관광센터, 종점부에는 황령산관광센터가 지어진다. 대원플러스는 539m 길이의 1단계 케이블카 설치 이후, 황령산관광센터에서 남구 스노우캐슬을 잇는 2단계 케이블카(2.4km)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 남산타워는 매년 1052만 명을 불러들이고 있는데, 관광 콘텐츠가 부족한 황령산은 88만 명에 그치고 있다. 대원플러스는 황령산 전망대를 찾는 관광객이 매년 490만 명 이상일 것으로 기대한다.
대원플러스 관계자는 “가덕신공항이 건립되더라도 황령산 봉수전망대와 같은 킬러 콘텐츠가 없다면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을 찾을 이유가 없다”며 “제조업이 날로 쇠퇴하고 있고 내수는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황령산 유원지 관광 개발을 통해 부산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가습기 살균제’ 애경·SK 유죄 파기…“그많은 사람은 어떻게 죽었나”
울분 터뜨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유족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관련 대법원 판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부인 잃은 유족 김태종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법원 판결을 내린 판사님에게 나는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도 6개월만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을 사용해보라고. 그러고 나서 죽나 안 죽나 한 번 보라고.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나도 생각하지만 참으로 억울하고 답답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4년 전 아내를 떠나보낸 김태종씨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말을 이어갔다. 26일 대법원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한 에스케이(SK)케미칼, 애경 등 기업의 전직 대표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던 2심 판결을 뒤집자 피해자, 유족, 환경단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대법원이 이들에게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며 “그러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죽인 죗값은 누가 받아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김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참으로 가슴 아프고 속이 아프고 울분이 차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옥시 다음으로 제일 큰 피해를 낸 게 애경산업이고 에스케이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고 광고했다는 점에서 원죄를 지닌 기업”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무죄란다. 그럼 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죽은 건가. 자연사한 건가. 우리는 (제품을) 돈 주고 사서 쓴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두 자녀를 포함해 4명의 가족 모두 중증 천식으로 고통받고 있는 김선미씨는 이번 판결로 “아이들한테 사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 같다”며 흐느끼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엄마를 잘못 만나 평생 아플 아이들”이라며 “대법이 무죄라 하였으니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는 누구한테 가서 아이들의 아픔을 보상받아야 하고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날 각 회사에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해 98명에게 폐 질환·천식을 앓게 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에스케이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의 취지를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의 대리를 맡은 최새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가습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의 피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그만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며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기후위기 '주범'이 재생에너지 리더로?…중국 뛰는데 한국은 '노란불’
내년 놓치면 기회 없다"…2025년이 기후 골든타임인 이유 셋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그래픽=윤선정
2025년이 한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이란 진단이 나온다. 한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최상위법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내년 중 진행돼야 하고, 2035년 국가 탄소배출 감축 목표(NDC) 역시 내년 중 설정돼서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인 배출권거래제가 2026부터 2030년간 어떻게 운영될 지도 2025년 확정된다. 내년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놓쳐서 안 되는 시기인 이유를 이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1. 국회로 넘어온 공, 시한은 2026년 2월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국회가 2026년 2월까지 마쳐야 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다. 이 법 중 헌법에 맞지 않는 조항이 2026년 2월까지만 유효하다는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 법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와 '2050년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고만 하고, 2031~2049년의 정량적 감축 목표는 명시하지 않은 게 청구인인 미래세대의 기본권(환경권)을 침해한 거라 봤다.
2050년 배출량을 '0'으로 둔 단순한 선형 감축안을 거론하는 측도 있지만, 한국의 국제적인 위치와 주요국이 수행하는 탄소 감축 경로 설정 방식을 고려하면 더 정교한 방안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204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수준을 1990년 대비 90%로 하겠다는 새 목표를 발표했는데, 이는 EU 기후변화 과학자문위원회가 '규범적으로 줄여야 하는 양'과 '기술적으로 줄일 수 있는 양'의 시나리오 수천 개의 교집합으로 찾은 수치다. 국회가 전문가 그룹 등의 자문,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토대로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란 의미다.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 낸 플랜1.5의 윤세종 기후헌법소원 공동대리인단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기준과 과학적 사실에 맞춰 대한민국이 마땅히 져야 할 몫을 탄소중립기본법에 반영하라는 게 헌재의 판결인데, 이 '마땅한 몫' 산출엔 과학적 계산이 필요하다"며 "전체 지구에서 감축해야 할 탄소배출량 중 한국의 배출량, 경제 수준 등의 분석 없는 목표 설정은 안 된다"고 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주요 조항/그래픽=이지혜
2. 국제사회, 내년 2035년 NDC 제출
더불어 2025년은 한국을 포함한 198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이 2035년 국가 탄소배출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하는 해다.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은 5년마다 '상향'한 목표를 설정한다. 내년 2월까지, 늦어도 내년 말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30)까지 제출이 이뤄진다.
이미 내년 COP 의장국 브라질, 영국, 아랍에미리트가 2035년 NDC를 발표했다. 특히 영국은 2035년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81%로 2030년 NDC(1990년 대비 68% 감축) 보다 올려 잡아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았다. NDC 발표로 내년엔 기후가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 NDC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간 COP29과 달리 COP30은 '큰 장'이 될 것"이라 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2~13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한국을 포함한 98개국과 12개 국제기관이 출석해 열린 '기후 청문회' 결과가 내년 초께 정부의 책임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기후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 ICJ의 의견은 강제성은 없지만 전세계 2000건 이상의 기후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이처는 이 청문회를 '게임체인저'라 불렀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원 별 배출량/그래픽=윤선정
3. 2026~2030년 배출권거래제 세부계획, 내년 중 확정
정부가 2026년부터 5년간의 배출권거래제를 어떻게 운영할 지를 정하는 시기 역시 내년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한 뒤, 할당량 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시장에 팔고,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도록 해 민간의 자발적 탄소감축을 유인하는 제도다. 한국 정부는 2015년 채택했다. 현재 685개 기업이 적용 대상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73.5%를 커버한다. 이 제도가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면 높은 커버리지를 감안할 때 강력한 감축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배출량 대비 많은 할당량, 배출권의 낮은 가격 등으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배출권거래제 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되는데, 정부가 2026부터 2030년까지 이 제도를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큰 틀(기본계획)을 올해 말 내놓은 뒤 각 기업들에게 할당되는 배출권 수량 등을 담은 '할당계획'을 내년 6월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공짜'로 주어지는 배출권이 대부분(90%)이었는데, 이 '공짜 배출권' 비중이 얼마나 줄어드느냐가 관건이다. 할당계획은 2030년까지 5년간 고정돼 적용되므로, 이 계획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2030년 NDC 달성 가능성과 직결된다.
유승직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내년은 2030년·2050년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내년을 놓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회를 다시 갖는 게 불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경제주체가 장기적 투자 결정과 탄소저감을 위한 기술 채택 등을 할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 등을 통해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며 "기후 문제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인만큼 적극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후는 산업"…'트럼프 2.0 시대' 기후정치 고차방정식
EU의그린산업 정책 주요 이정표/그래픽=이지혜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이 초래할 국제사회 '기후리더십' 변화는 한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변수다. 특히 미국이 기후 관련 산업에서 이탈한 자리를 유럽과 중국이 채우는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이 분야의 역동성이 커질 수 있다. '기후위기 부정론자' 트럼프의 재등장이 오히려 유럽·중국 등 주요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산업의 측면에서 가속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린산업' 정책 강화하는 EU…"유럽 산업 새 원동력은 녹색 혁명"
유럽연합(EU)은 미국의 공백을 역내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를 공공연히 내놓는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몬 탈리아피에트라 수석연구원이 트럼프 당선 직후 "트럼프 복귀는 EU의 기후 및 에너지 전략 실행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며 "(EU가) 기후 리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쓴 정책 브리핑이 이런 시각을 대표한다.
EU는 '취임 100일 내 새로운 청정산업딜 제시'를 공약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두번째 임기(~2029년)를 시작한 이번달에도 일관된 신호를 보냈다. EU 집행위 '2인자' 격인 테레사 리베라 녹색전환·경쟁 분야 총괄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16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기후 정책 철회가 다른 곳들의 청정 산업 육성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했다.
유럽은 탄소배출 저감 '능력'을 산업경쟁력과 연관시킨 지 오래다. '그린산업'을 키워 역내 수요와 일자리를 늘리려 한다. EU는 2019년 말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유럽 그린딜'을 발표한 후 이 일환으로 지난해 초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다. 성장동력 확보, 에너지 위기 대비 등을 위한 것으로, 반년 일찍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으로도 해석됐다.
제도로도 경쟁우위를 강화하려 한다. 온실가스 배출에 무는 사실상의 관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그린딜의 일환으로 도입했고, 기후공시가 포함된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ESRS)의 채택을 2025년 회계연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제품 전주기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요구하는 일종의 인증인 에코디자인 규정도 지난 7월 발효했다.
한편으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 역시 최근 몇년새 급격히 커졌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그린산업'을 키워야 할 동기가 커지고 있는 것. 리베라 부집행위원장이 폴리티코에 "유럽에서 산업의 새로운 황금기를 만들기 위한 두가지 주요 원동력은 녹색 혁명과 디지털 혁명 "이러한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배경이다.
2019~2024년 중국 재생에너지 설비용량/그래픽=이지혜
◇재생에너지 선도국 된 중국…유럽, 중국 뛰는데 한국은?
중국의 역할도 국제사회의 공통 관심사다.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사무총장은 지난달 15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중 "우리는 중국의 지속적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라며 "중국이 나서 강력하고 새로운 기후 목표를 세우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영국 BBC도 COP29 후 "향후 4년 동안 미국의 부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가 진정한 기후 리더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자연스러운 후계자는 중국"이라 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유로 선진국의 기후재정 공여 의무를 지지 않을 거라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에너지전환과 국제사회 협력은 꾸준히 강조한다. 영국 기후 연구단체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웬 화 자원보호환경보호부 부국장은 COP29 한 행사에서 에너지전환이 중국에게 "근본적인" 것이라 했다.
이런 입장은 대대적인 투자로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폭증한 중국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중국의 누적 태양광(770GW)과 풍력발전(480GW) 설치용량은 1250GW로 2030년 목표 1200GW를 이미 넘겼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의 절반을 중국이 만들 거라 본다.
주요국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이탈하면서 기후변화 산업 전체 규모가 축소할 때 중국이 자국 기업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중국의 에너지전환 속도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은 유럽의 대응을 보고 움직일 수 있는데, 유럽이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약속의 강도를 유지할 경우 중국이 협조할 수 있다"고 했다.
주요국에서 기후가 산업정책화 된 상황은 한국도 이 흐름을 한국이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지난달 26일 정부가 연 COP29 결과 발표 대국민 포럼 패널 토론에서 "기후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각국의 산업·일자리·경제·무역정책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며 "올해엔 세계 각국의 선거로 기후변화 대응이 후퇴했지만 주요국 산업정책은 방향을 이어갈 것"이라 했다. 이어 그는 "산업전환 정책 등 우리의 대책은 다른나라 보다 너무 비어 있다"며 "트럼프 당선에 맞추기 보다 우리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경제 중심에 '기후'…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국가 된 中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쿠부치 사막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네이멍구자치구 정부 홈페이지
#중국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에 위치한 쿠부치 사막의 모래 언덕 위에는 약 20만개의 태양광 패널이 일렬로 배치돼 마치 질주하는 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네이멍구에 있는 준마(駿馬) 태양광 발전소가 연출한 이런 모습을 이 지역의 문화적 상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중국이 청정(재생)에너지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속도를 보여준다. -CNN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자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발전국'.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타이틀을 동시에 가진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탄을 소비하는 나라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내뿜는 기후위기의 '주범'이다. 그러나 전기차가 신차의 절반을 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가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중국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기존 계획보다 6년 일찍 목표에 도달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중국 재생에너지(수력 포함) 누적 설비용량은 1730기가와트(GW)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해, 전체 에너지 설비의 약 54.7%를 차지했다. 올해 7~9월 3분기 설비용량은 210만GW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 전체 설비의 86%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탄소배출량이 이미 정점을 찍었거나 조만간 정점을 찍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의 기후과학·정책플랫폼 카본브리프는 자체 조사를 통해 중국의 탄소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올해 초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2030년 이후부터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카본브리프의 조사가 맞다면 이를 7년이나 조기 달성한 것이다.
중국 네이멍구 태양광 발전 기지 항공사진 /사진=네이멍구자치구 정부 홈페이지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수년 전부터 추진된 전방위적 정책에 기인한다. 중국은 지난 2020년 탄소 순(net)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206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산업 구조 전환, 재생에너지 투자, 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를 비롯해 공업정보화부, 주택도시농촌개발부, 교통부, 국가에너지청, 국가데이터관리국 등 6개 부처는 지난 10월31일 '재생에너지 대체 활동 적극 실시에 관한 지도의견'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촉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내년 재생에너지 목표 소비량을 표준석탄 환산 기준 11억톤(t) 이상으로 설정했다.
팬데믹은 결과적으로 기후산업 육성을 촉진했다. CNN은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인프라 투자 둔화로 시멘트, 철과 같은 중공업 자재 수요는 둔화하고,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제조 관련 수요가 급증하는 등 중국 경제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라 짚었다. 또 중국의 경제 정책이 기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미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국가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2024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비중/그래픽=이지혜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특히 태양광과 풍력에 집중돼 있다. CNN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의 3분의 2(약 339GW)를 건설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주택 수의 거의 2배에 달하는 2억500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 당국의 공식 통계 기준 올해 3분기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설비용량은 처음으로 200GW 이상에 달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설비용량은 1250GW(태양광 770GW, 풍력 480GW)로 2030년 목표치 1200GW를 이미 넘어섰다.
둥완청(董万成) 국가에너지국 발전기획부 부국장에 따르면 신장과 허베이 등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가속화되고 있다. 간쑤·랴오닝·헤이룽장 등에서는 중앙 집중식 풍력 프로젝트가, 윈난·칭하이·네이멍구·산둥 등에서는 중앙 집중식 태양광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머니투데이
남태령 연대'와 식량주권, 그리고 민주주의
식량주권은 사회개혁과 민주주의의 중요한 구성 요소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에서 트랙터와 시민들이 경찰 버스를 지나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시대를 끝내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를 밝히고 있다. 그동안 어려움을 견뎌 온 농민들이 사회 개혁을 요구하며 트랙터를 이끌고 지난 16일 서울로 행진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끝끝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경찰은 21일 남태령에서 이들의 행진을 가로막았다. 차벽을 세우고 트랙터를 고립시키며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고립되지 않았다. 남태령에서의 대치 상황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촛불과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남태령으로 모여들었다. 농민들이 외롭지 않도록,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외친 감동적인 연대의 순간이었다. 이 연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도 시민이라 외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투쟁에 함께 하는 물결로도 이어졌다.
연대는 서로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농민들이 겪고 있는 농업 소득 감소, 생계 불안정, 농업 관련 자재비 증가 등의 어려움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고민하게 한다. 우리는 농업 정책과 식량 주권의 방향성을 어떻게 재설정해야 할까? 오늘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동기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메릴린 스텍클리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은 최근 아이티의 변화된 식량 주권 정책이 과거 접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주목하였다(☞논문 바로가기: 건강, 농업, 성평등을 위한 식량 주권: 아이티의 급진적 의의).
연구진은 2010년 대지진 이후 사회 재건 과정에 있는 아이티의 새로운 식량 주권 정책과 기존 식량 안보 중심 정책과의 차이를 비교했다. 주요 분석 자료는 아이티 정부가 2018년에 채택한 '식량 주권, 안보 및 영양 정책'(PSNSSANH)과 지진 이후 발표된 다른 정책 문서들 간 비교로 구성되었다. 연구진은 식량 주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농업, 건강, 영양, 성평등 정책이 통합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지 탐구하였다.
연구 결과, PSNSSANH는 농업 현대화와 수출 위주의 기존 시장 중심적 접근과 크게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정책은 소규모 농민과 전통 음식을 중심으로 농업 정책을 재구성하고, 관세를 인상해 국내 식량 생산을 보호하며, 전통 식단 복원을 통해 건강과 영양을 개선하고자 한다. 특히, 이전과 달리 여성 유통업자들을 식량 시스템의 핵심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이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또한, 농업 생산 과정에서의 식품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 지원과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PSNSSANH가 단편적인 시장 중심 접근을 넘어, 농업과 건강, 영양, 무역, 성평등을 통합적으로 다루고, 농민과 여성의 권리와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식량 주권이 단순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 농민 보호, 생태적 지속 가능성, 건강 형평성, 여성 농업인의 권리 강화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민주적인 개념임을 시사한다.
즉, 식량 주권은 농업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 개혁과 민주주의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것이다. 이 사실은 남태령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연대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농민들의 투쟁과 시민들의 연대는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식량과 농업, 나아가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방향성을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재구성해가야 한다.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근간인 식량과 농업 체계에서의 민주, 평등, 지속 가능성이 고려되지 않으면 온전히 구현될 수 없다. 오늘날 시민들의 연대가 이러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한 여정의 위대한 시작이길 희망한다.
*서지 정보
Steckley, M., Steckley, J., Osna, W., Civil, M., & Sider, S. (2023). Food sovereignty for health, agriculture, nutrition, and gender equity: Radical implications for Haiti. Development Policy Review, 41(6), e12711.
김지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 프레시안
‘기후위기’라는 핑계
원고 청탁을 받고 고민했다. ‘기후위기라는 핑계’라니, 무척이나 민감한 주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자칫 잘못 말했다가는 기후변화 부정론쯤으로 읽히기 쉬운 주제였다. 그럼에도 글을 써보리라 마음먹은 건, 농촌과 기후위기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생긴 마음 한편의 ‘의문’ 때문이었다.
농업·농촌은 ‘기후악당’인가
얼마 전, 한 기후위기 대응 단체에 언론인 몇몇이 모였다.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이 열린 자리였다. 주제는 ‘메탄’이었다. 온실가스 효과가 많게는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는 메탄을 줄여야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메탄 발생의 주된 요인은 농축산업이다. 축산업이 메탄 발생의 원인 중 하나라는 건 이제 상식이다. 문제는 벼농사다. 벼농사를 지을 때 물을 가두는 과정에서 땅속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메탄을 발생시키므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최 측의 발표가 이어졌다. 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농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는 꽤 됐다. 몇 해 전부터 국내 지자체 등에서도 생장 기간이 짧아 담수 기간을 줄인 벼 품종인 ‘빠르미’를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물었다. 벼농사의 메탄 발생량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벼농사가 친환경에 기여하는 부분은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런 논의를 진전시키려면 언론인보다는 농민을 대상으로 토론회 자리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닌지 말이다. 발표자는 농민과의 교감 부족 등을 수긍하면서도 농업 부문 온실가스를 줄여야 세계적 흐름에 발맞출 수 있음을 다시금 강조했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중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다. 이 중 벼 재배가 31.8%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가축의 장내 발효(29.1%), 분뇨 처리(25.8%) 순이다. 벼 재배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보다 3.6% 하락했다. 벼 재배면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 통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 가운데 벼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이다. 에너지 분야(75.7%)나 산업 공정 및 제품 사용(18.5%)과 비교할 때 턱없이 작다. 벼농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은 폐기물 매립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보다도 작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벼농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중이 10% 정도이지만 한국의 벼농사는 1%에 불과하다. 이웃한 일본도 비슷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전 세계 평균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의 벼농사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가 이토록 큰 이유는 뭘까. 비교적 소농이 많고 경지면적이 적어 농기계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적은 점, 기후 특성상 이기작이 불가능한 점 등 때문일 것이라 추측하지만 이에 관한 정확한 연구를 찾지 못했다.
벼농사는 친환경 기능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벼농사가 그 자체로 친환경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능은 논에 물을 가둬놓음으로써 생겨난다. 우선 홍수를 조절한다. 비가 많이 올 때 전국의 논은 웬만한 댐 수십 개가 감당할 분량의 물을 가둬둔다. 논물은 그 자체로 깨끗한 지하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논에 가둔 물의 절반 정도는 지하로 들어가서 정수된 지하수가 된다. 논에 있는 물이 증발할 때마다 주위의 열을 빼앗으면서 여름철에 더위를 식혀주는 기능도 한다.
이런 이야기가 새로운 것도 아니다. 1990년대 대학 시절에 농촌활동을 나갔을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벼농사의 오래된 순기능을 무시한 채 ‘농업의 온실가스 감축’만을 강조하는 것이 농촌사회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농업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과도한 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고 비닐 등 농자재 폐기물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이 농민과 농촌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2023년 양곡관리법 논쟁이 한창일 때 일부 학자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벼농사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느냐는 주장을 펼쳤다. 기후위기 대응에 걸림돌이 되는 벼농사에 예산을 지원하지 말고 쌀을 수입해서 먹자는 주장이었다. 정부가 쌀이 남아도는 현상만을 보고 양곡관리법을 거부했듯이, 일부 학자들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이라는 숫자만 보고 벼농사 포기를 언급한 셈이다. 이런 학자들이 다른 산업에도 같은 주장을 펼칠 수 있을까.
농민과 농촌이야말로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다. 사진은 2024년 가을 벼멸구 피해 현장. ⓒ전라남도청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농민
정말 심각한 이야기는 따로 있다. 농민과 농촌이야말로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라는 명백한 현실이, 사회적 논의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2024년은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해였다. 연초의 사과, 총선 직전의 대파, 여름의 배추, 가을의 벼멸구 피해가 이어지면서 먹거리 문제가 정국을 지배했다. 언론은 연일 ‘금사과’, ‘금배추’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며 보도를 쏟아냈지만, 농민의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수급 불안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이를 생산하는 농민의 목소리가 빠져 있었다. 정부 대책도 마찬가지였다. 가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 정부가 농산물 수급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납품단가 지원, 둘째 할인 지원, 셋째 과일 직수입이었다. 유통업체와 마트에 돈을 지원해서 물가를 떨어뜨리고, 모자란 과일은 외국에서 수입해 온다는 대책이었다. 농사를 망쳐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농민을 위한 대책은 찾기 어려웠다.
기후위기에 속수무책인 농민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이 농작물 재해보험이다. 그러나 이상 기후로 인한 병충해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보상 대상이 아닌 데다 자기부담률이 너무 높아(통상 20%) 사실상 궤멸적 피해를 보아야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발아 출현율(싹이 튼 상태)이 50% 이상 되어야만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제주도 당근밭처럼 이상고온으로 싹도 제대로 틔우지 못한 농가는 아예 보험 가입조차 어려워졌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문제는 또 어떤가. 올해 유통구조 개혁의 적기였다. 농산물 수급 불안으로 가락시장 도매시장 법인과 경매제의 문제점 등이 부각되면서 비로소 주요 언론에서도 유통구조 개혁 문제를 공론화했다. 농민도 소비자도 모두 울리는 유통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이 왔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유통구조를 개혁하겠다는 말은 무성했으나, 문제의 도매시장 법인도 참여하는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말고 실제로 어떤 개혁이 이루어졌는지 모르겠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모두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을 서두르라고 요구했는데 농식품부 측은 “올해 수급불안은 일조량 부족, 긴 폭염 등에 기인했다”라며 기후위기 탓을 했다. 이쯤 되면 기후위기는 손쉬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기후위기와 농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보여준 인물이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다. 그는 지난 4월 “기후변화가 심할 때 생산자 보호를 위해 지금 같은 정책을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가 (농산물) 수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정부가 국내 농가를 보호해야 하느냐’라는 의문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일부 언론은 이 총재가 ‘불편한 진실’을 말했다고 썼다.
누가 들으면 한국이 해외 농산물을 일절 수입하지 않는 나라라고 오해할 만한 발언이다. 이미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수입 농산물에 대거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이런 정책 방향은계속 확대일로(擴大一路)다. 게다가 이창용 총재가 결정적으로 간과한 문제가 있다. 다른 나라의 농업 역시 기후위기로 인한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사과, 오렌지, 바나나, 망고 등 과일은 물론 쌀, 밀, 양파, 커피 등 주요 농산물이 세계적으로 연이은 흉작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 5월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위기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식량 수출을 제한한 국가가 20개국이 넘는다.
농산물 할인 지원은 정부가 농산물 수급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세계 주요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자국 농가 보호’
세계 주요국은 기후위기에 맞서 ‘자국 농가 보호’에 힘쓰고 있다. 중국은 식용곡물의 완전 자급과 농지 총량 보전, 중앙과 지방 간 식량비축 체계의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식량안보 보장법’을 2024년 6월부터 시행했다. 식량 소비량 증가, 기후위기로 인한 흉작 등으로 2000년 93.6%였던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65.8%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기존 농업법(Farm Bill)을 ‘농업·식품·국가안보법(Farm, Food, and National Security Act of2024)’이라는 이름으로 개정하고 농가 보호를 위해 390억 달러(약 54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은 최근 25년 만에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을 대폭 개정했다. 농민 감소와 기후위기라는 현실 속에 ‘식량안보’를 확보하겠다는 게 이 법의 목표다. 일본의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농산물 등의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국산 농산물과 식자재의 생산 및 소비를 확대한다’라는 내용이었다. ‘농산물 가격 안정’만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우리나라 정책 당국자들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국가 기후위기 적응강화 대책’이라는 게 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국가적 계획을 수립하는, 꽤 중요한 정책이다. 2025년까지 적용되는 제3차 대책의 농업 분야 항목을 살펴보니 스마트 농업 시설과 재해보험을 확대하고, 안정적 수급체계를 마련하고 재해복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골자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대책’과 ‘지당하신 말씀’을 섞어 놓은 듯한 계획이 현장 농가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상고온으로 올가을까지 이어졌던 벼멸구 피해 대응은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였다. 벼멸구를 물리치는 가장 효율적인 방제 방법은 볏대 아랫부분까지 약제가 들어갈 수 있도록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다. 하지만 드론을 띄워 공중에서 살포하는 방제가 널리 퍼지면서 약제가 벼 밑동까지 미치지 못해 사태가 악화됐다. 이미 피해가 번질 대로 번진 뒤에야 사람이 손수 방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적어도 벼멸구 피해의 경우 기후위기라는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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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사람의 한 걸음’이 절실하다
올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기후위기가 여성농민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점이다. 여성농민은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밭을 일구는 일이 많다. 직사광선과 지열에 그대로 노출된 채 농사를 짓는 여성농민은 여름철 온열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에 매우 취약하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2024년 8월 여성농민 6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 90.8%는 기후변화로 인해 노동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97.8%는 온열질환 등 육체적 피해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우울감 등 정신적 고통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87.3%였다. 흉작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는 노동시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농민의 건강을 해친다는 이야기다.
이는 결국 농민의 농사 이탈을 가속한다. 폭우와 폭염, 병충해가 잇따르는 여름철 농업이 특히 심각하다. 강원도 내 고랭지 배추의 경우 2000년에는 재배면적이 약 1만㏊였으나 2023년에는 5242㏊로 반토막 났다. 탄저병 피해가 빈번하고 기계화가 어려운 고추도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농사 이탈 문제를 단순히 고령화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2024년 초 유럽에서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 독일에서는 트랙터 수천 대가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집결했고, 프랑스에서는 수도 파리로 향하는 간선도로가 농민들에 의해 점령됐다. 벨기에 농민들은 유럽의 주요 무역항구를 봉쇄했다. 시위의 원인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었다. 유럽연합이 농약, 살충제 사용을 규제하고 농업용 경유 면세 혜택을 축소하고 휴경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농민들이 탄소 감축 정책의희생양이 되었다는 분노가 폭발했다. 식량 공급 불안을 해외 농산물 수입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도 농민들의 울분에 기름을 끼얹었다.
유럽의 농민 시위는 아무리 올바른 길이라도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걸어가기 어렵다는 걸 일깨운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것 자체로 환경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유럽의 농민들은 정부와 사회의 일방통행에 분노를 느꼈다. 이미 1990년대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공론화하면서 치열한 사회적 토론을 거쳐온 유럽의 현실이 이럴진대 하물며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한국은 어떻겠는가. 기후위기 대응이야말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욱 절실한 것 아닐까.
시사인기자
여객기에 치명적인 '버드 스트라이크'…"최근 6년간 10건 발생"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서는 최근 6년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10차례나 발생해, 전국 14개 공항 중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한국공항공사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건수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10건이었다. 이 기간 무안공항을 오간 항공기는 1만1004편으로, 발생률은 0.09% 수준이다. 이는 김포(0.018%), 제주(0.0113%) 등 타 주요 공항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절대적인 충돌 건수가 적어 유의미한 통계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무안공항 주변은 조류의 먹이활동이 용이한 서남해안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고, 영산호 등 주요 철새 서식지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국내 공항의 조류 충돌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108건이었던 사고 건수는 코로나로 인해 항공기 운행 편수가 크게 감소한 2020년 76건으로 줄어들었다가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 독일, 2030 재생 발전 목표 80%는 무난히 달성 될 듯
* 호주, 2030 82%, 일본 2035 80%인데, 2030 21.6%가 목표인 나라는?
김해공항도 6년간 조류충돌 147건…새 퇴치작전 안간힘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최다 발생
- 공항공사·공군 전담팀 24시간 근무
- 무안공항 사고로 평소보다 긴장감
- 비행기 이착륙 때 폭음기로 조류 퇴치
- 철새도래지 인접…인력 확충 목소리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지목되면서 철새도래지를 인근에 둔 김해공항에도 긴장감이 돈다. 김해공항은 지방공항 중 조류충돌 사고가 가장 잦아 평소에도 애를 먹어온 터라 군 등 관계기관이 안전 확보에 끈을 바짝 조인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조류퇴치반이 최근 가스와 음성을 활용한 자동 조류퇴치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공군 제공
30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김해공항 조류퇴치팀은 평소보다 높은 긴장감 속에 활동에 나섰다. 지난 29일 무안공항에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이 일어난 영향이다. 민간공항이자 군공항인 김해공항에서는 한국공항공사와 공군(제5공중기동비행단)이 각각 조류퇴치팀을 운영한다. 비행단 관계자는 “장병들에게 평소 해오던 임무라도 전날 참사가 있었으니 더 긴장감을 갖고 집중하라고 주문했다”며 “유사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원래 하던 임무라도 되돌아보고 검토했다”고 전했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조류퇴치반이 최근 엽총으로 김해공항 활주로에 있는 조류를 쫓아내고 있다. 공군 제공
김해공항은 유독 이번 참사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전국 공항 상당수는 철새 도래지 이동구역에 자리해 조류 충돌의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김해공항은 조류 충돌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와 조류 충돌 건수는 147건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14개 지방공항에서 발생한 전체 사고(650건)의 22.6%로 가장 많다.
김해공항 인근에는 을숙도와 김해 화포천 등 철새 도래지가 있다. 특히 여름 철새인 백로와 왜가리 등이 공항 근방을 자주 비행한다. 이들 철새는 무리 지어 움직이는 데다 비행 속도도 느리다. 이들 새는 하루 평균 500마리, 많을 때는 1000마리 이상 김해공항 인근을 날아다닌다. 참사가 일어난 무안공항 역시 주변에 철새 도래지 3곳(현경면·운남면, 무안·목포 해안, 무안 저수지)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해공항 조류퇴치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해공항 활주로 2개를 12명으로 구성된 조류퇴치팀이 3조 2교대로 24시간 관리한다. 이들은 엽총과 공포총, 폭음발사기, 경보기 등 장비를 사용해 조류를 내쫓는다. 공군 조류퇴치반은 20여 명의 병력이 군용 항공기 이착륙 시 5인 1조로 조류 퇴치 활동을 벌인다. 김해공항과 공군은 조류 퇴치를 위해 무선 자동폭음기를 함께 사용한다.
한국공항공사 김해공항은 이날 간부회의를 열고 조류충돌 등 공항 안전 관리, 사고 예방책을 논의했다. 또 공항 이착륙 관제탑을 현장 점검했다.
남창희 김해공항장은 “전날 참사가 발생했으니, 우리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앞으로 현장 시설 점검을 더 강화할 예정”이라며 “한국공항공사 본사 직원들은 현재 다 무안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는데, 우리 공항은 운행 편수가 많다 보니 파견은 못 갔다. 직원끼리 뭉쳐 김해공항 안전과 서비스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백창훈 기자 hun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