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후재앙 ‘1.5도 마지노선’ 첫 붕괴…작년 지구 가장 뜨거웠다 2. 2024년 평균기온 14.5도…역시나 가장 더운 해였다 3. "환경부는 이미 내란상태... 세종보는 탄핵 최전선" 4. ‘공원 속 공연장’ 짓겠다더니 실제론 ‘옹벽 속 부산콘서트홀’ 5. 50년 묶였던 부산 원도심 고도 제한 확 풀린다 6. 기후위기가 남긴 잿빛 지옥 7. 시골에 웬 공항이냐는 그 말
8. 경기도 전국 첫 ‘기후보험’ 시행…폭염·한파 건강 피해 지원 9. 재난급 빌딩풍 市 용역 남발했지만…해법 내놓은 게 없다10. 구덕운동장, 골리앗들로부터 어떻게 지켜 냈을까 11. F1963
12. 윤석열이 전국에 심어 놓은 재앙의 불씨, 생명 위태롭다 13. 부산시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반대 토론회 14. 퐁피두 부산' 성공, 독보적인 설계가 열쇠
기후재앙 ‘1.5도 마지노선’ 첫 붕괴…작년 지구 가장 뜨거웠다
지구 기온 15.1도…산업화 이전보다 1.6도 올라
2023년·2024년 2년 연속 ‘가장 뜨거운 해’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팰리세이드 산불’이 확산하는 가운데 소방 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이런 초대형 산불의 배경에 ‘수문기후(대기 중 물의 존재와 운동에 관한 것) 채찍질’이라는 현상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변화로 대기가 물을 빨아들였다가 내뿜는 ‘대기 스펀지’ 효과가 커지면서 홍수와 가뭄을 오가는 극단적 날씨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AFP/연합뉴스
‘기후 재앙을 막는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1.5도 선'이 지난해 처음으로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15.1도로,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에 견줘 1.6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간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견줘 1.5도를 넘은 건 사상 처음으로,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파리협정의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2024년은 또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는데, 산업화 이전 대비 1.48도가 올랐던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더운 해'였다. 지난해 지구 기온은 평년(1991~2020년) 평균보다는 0.72도 높은 수준이며, 2023년보다는 0.12도 오른 것이다. 가장 더운 날은 7월22일로, 이날 지구 기온은 17.16도까지 올랐다.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15.1도로,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에 견줘 1.6도 상승했다. 지난해와 2023년의 월별 기온을 이은 붉은 선이 1940년 이래 모든 해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제공
1967년 이후 연평균 지구 기온(왼쪽)과 1850년 이후 5년씩 평균한 지구 기온 변화 추이.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제공
바다 온도도 역대 최고였다. 지난해 극지방을 제외한 해수면의 연평균 온도는 20.87도로 역대 최고였다. 1991~2020년 평균보다 0.51도 높았다. 북대서양과 인도양, 서태평양 등 주요 해역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탓이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해 (지구 온도를 끌어올린) 엘니뇨 현상이 끝나고 적도 동부 태평양이 더 중립적인 조건으로 바뀌었음에도 (과거와 달리) 많은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도 최고치를 경신해 이산화탄소는 422ppm, 메탄은 1897ppb를 기록했다. 각각 2.9ppm, 3ppb 증가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선임 기후과학자 개빈 슈밋은 영국 가디언에 “해수면이 지금보다 수십미터나 높았던 300만년 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3도 높았을 뿐이었다”며 “우리는 불과 150년 만에 플라이오세 수준의 온난화에 절반쯤 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2024년 지구 기온이 1.5도를 넘겼다고 당장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10~20년 이상의 장기 측정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박기용기자
2024년 평균기온 14.5도…역시나 가장 더운 해였다
기상청 2024년 기후분석 결과
해수면 온도도 18.6도로 가장 높아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이 사상 처음 14도를 넘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해수면 온도도 18도를 넘어 최근 10년 중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더웠던 이유는 한반도 주변 고기압의 발달과 높은 해수면 온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연 기후분석 결과’를 보면, 2024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4.5도로 전국에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높았다. 종전 기록이었던 2023년 13.7도보다 0.8도, 평년(1991~2020년 평균)보다 2도가량 높았다.
한해 평균기온이 14도를 넘은 건 2024년이 처음인데, 이는 지난해 열두 달 각각의 월 평균기온이 모두 평년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2월, 4월, 6월, 8월, 9월 등 다섯개 달의 평균기온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여름철 고온이 이례적으로 9월까지 이어지면서, 9월 기온은 24.7도로 평년보다 4.2도나 높아 제일 큰 편차를 보였다. 서울은 1948년 이후 76년 만에 9월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간 열대야 일수 역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열대야가 9월까지 이어지면서 연간 열대야 일수는 역대 제일 긴 24.5일로 평년(6.6일)의 3.7배나 많았다.
2024년 고온에 영향을 준 주요 기후 인자들. 기상청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8.6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17.3도)보다 1.3도나 높았다. 이는 기상청이 해수면 온도를 집계해 평균치를 내기 시작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역시 9월에 유독 두드러졌는데, 9월 평균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평균인 24.2도보다 3.2도 높은 27.4도를 기록해 다른 달에 견줘 편차가 가장 컸다. 해역별로 살펴보면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16.5도로 최근 10년 평균(14.7도)보다 1.8도 높아 다른 해역에 비해 편차가 가장 컸다.
기상청은 이처럼 지난해 우리나라를 뜨겁게 만드는 데 기여한 주요 기후학적 원인으로 “높은 해수면 온도와 티베트고기압, 북태평양고기압 등 고기압의 발달”을 꼽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뿐 아니라 북서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연중 평년보다 높았다. 이는 바다를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공기를 뜨겁게 만들었고, 기온 상승에 영향을 주는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을 더욱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북인도양에서도 해수면 온도가 높아 대류권 상부에 티베트고기압이 발달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까지 확장하거나 우리나라 동쪽 고기압을 유도했다고도 풀이했다.
우리나라 주변 2024년 해수면 온도(왼쪽)와 이를 평년(1991~2020년)과 견준 편차를 보여주는 분포도. 기상청·미국 해양대기청
한편 지난해 연 강수량은 1414.6㎜로 평년(1193.2~1444㎜)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비가 언제 많이 오고 또는 적게 오는지 등의 양상이 평년과 달랐다. 일반적으로 2월은 비가 적게 오는(평년 강수량 35.7㎜) 시기인데, 지난해에는 그 287%인 102.6㎜나 왔다. 2월 강수량 기록 가운데에서는 역대 3번째다. 이는 우리나라 동쪽에서 발달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다습한 남풍이 불면서 생긴 현상이다.
반대로 원래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인 8월의 강수량은 87.3㎜로 평년(282.6㎜) 대비 30.7% 수준밖에 되지 않아 역대 두 번째로 적었다. 기상청은 “지난해 8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 상공을 덮으며 고기압권에서 비가 적게 내렸다”고 설명했다. 2월 강수량이 8월 강수량보다 많았던 것은 1973년 이래 처음이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환경부는 이미 내란상태... 세종보는 탄핵 최전선“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윤석열 정부 들어서 환경부는 금강·영산강 보처리 결정을 순식간에 허물었다. 문재인 정부는 4년여에 걸쳐 5개 보의 수문을 열고 과학적인 모니터링 작업을 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19년 9월부터 57차례 이상의 회의를 하면서 세종보 해체 등의 방안을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결정을 불과 15일만에 뒤집었다.
임 실장은 "이뿐만이 아니라 환경부는 기업들을 배불리기 위해 각종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설악산 케이블카, 새만금·가덕도 신공항 등 생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개발사업들을 서슴지 않고 추진해왔다"면서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뒤에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환경부는 계속 내란상태였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4대강 16개 보 중 유일하게 열린 세종보의 수문마저 닫겠다는 윤석열 환경부의 선언을 '비상계엄'의 무게로 받아들였단다. 환경부가 담수를 개시한다고 알려진 2024년 5월 1일을 이틀 앞둔 4월 29일, 그는 세종보 상류 500m 지점의 하천부지인 이곳에 들어왔다. 그는 수문이 닫히면 곧바로 잠기는 곳에서 다음날인 30일부터 본격적인 농성에 돌입했다.
"이곳에서 수장될 각오입니다."
임 실장이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항상 되뇌이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날, 국회 앞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았던 시민의 심정도 이처럼 절박하지 않았을까.
"내란은 계속 진행 중... 환경부도 내란 동조세력“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 김병기관련사진보기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철조망이 쳐진 한남동 관저에서 버티고 있다. 경호처는 합법적인 체포 영장을 무력으로 막아서고 있다. 임 실장은 "사실상 윤석열의 내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환경부도 마찬가지"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 환경부는 14개 댐 건설을 위한 낙동강 유역 수자원관리 계획 공청회를 강행했어요. 금강 유역 공청회처럼 경찰을 무대 앞에 배치하고, 주민들이 앉아야할 자리를 경찰로 채웠어요. 자기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국민으로 보지 않는 윤석열과 다를 바 없는 폭거였죠.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국무위원인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반성은커녕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있어요. 윤석열처럼 직무를 정지해야 합니다."
임 실장은 "지금이라도 우리를 강으로 내몬 윤석열을 심판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이곳도 지켜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세종보는 4대강에 있는 16개 보 중의 하나가 아니라 장기간 개방을 하면 다시 이처럼 강이 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보인데 이곳이 닫힌다면 4대강이 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물밑으로 잠기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은 우리나라 물 정책 정상화의 교두보이자 최전선"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에게 세종보 농성장은 윤석열 탄핵의 최전선이다.
253일 천막농성... "전 아직 멀쩡합니다“
농성장에선 수시로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 회의도 열린다. 금강, 낙동강, 영산강을 담당하는 활동가들과 온라인 줌회의도 한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그간 사무실에서 해왔던 정기 회의를 이곳에서 한다. 각종 보도자료와 규탄 결의문이 이곳에서 작성되고, '생명 위령제' '4대강 규탄대회' 등의 행사 계획과 결정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세종보 사안뿐만 아니라 이들 단체들이 해왔던 다양한 사업들이 회의 테이블에 올려진다.
"대전의 보문산 케이블카 문제나 무분별한 하천 준설사업에 대해서도 대처를 하고 있죠. 최근에는 대전시가 비만 오면 물에 잠기고 물 빠지면 펄밭으로 변하는 하천변에 야구장과 물놀이장을 만드는 계획도 백지화시켰습니다."
이곳에서 농성을 하면서 세종보 재가동만 막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에게 '그동안 농성을 하면서 이곳을 지켜야만 하는 이유 중 새롭게 추가된 목록이 있냐'고 물었다.
"이 텐트의 지퍼를 열고 나가면 많은 생명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 중 가장 마음에 가는 건 저희가 처음 천막을 쳤을 때 태어났던 알입니다. 바로 앞쪽의 자갈밭에서 부화된 생명들,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들이죠. 알로 만났던 그 친구들이 어른이 돼서 지금 천막 앞을 걸어다니고 있어요. 4월이면 또 산란을 하겠죠. 이곳이 수몰이 되지 않는다면 계속 생명의 터전으로 남을겁니다. 이곳을 지켜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임 실장은 마지막으로 "지금껏 이곳을 지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지금 제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매일매일 확인하고 있는 생명들과 이곳을 찾아주셨던 수많은 동지들"이라면서 "올해에도 모든 이들과 함께 생명이 공존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겠다"고 소망했다./ 김병기 오마이뉴스
‘공원 속 공연장’ 짓겠다더니 실제론 ‘옹벽 속 부산콘서트홀’
부산시민공원 내 클래식 공연장
옹벽·철제 난간으로 단절 느낌
지하 출입로 만드는 과정서 조성
공원과 조화보다 공연장에 초점
설계 심의서 조경 자문 제한적
공모 단계부터 공원 관점으로
부산시민공원에 들어선 ‘부산콘서트홀’이 높은 옹벽과 펜스 등으로 공원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민공원 귀퉁이를 잘라내 지은 부산콘서트홀이 ‘공원 속 공연장’의 특색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수준 높은 공연장을 만드는 데 집중했을 뿐, 어떤 공연장이 더 나은 시민공원을 만들 수 있는지 세심하게 다루는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의 대표 공원인 부산시민공원만큼은 각종 개발 행위에 공원 전문가의 참여 폭을 넓혀 ‘공원다운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1월 〈부산일보〉 취재진이 지역 건축사 A 씨,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과 찾은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콘서트홀. 공원 내 산책로에서 바라본 콘서트홀은 마치 벽이 세워져 다른 공간으로 구분 지어진 모습이었다. 옹벽 앞에는 철제 난간이 설치돼 단절된 느낌을 더했다.
건축사 A 씨는 “공원과의 동시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치 공원과 하나인 것으로 보이게끔 하는 것이 공원 연계성을 갖춘 건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한다면 부산콘서트홀의 옹벽 구간은 절반 정도 낮추거나 조경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원과의 조화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옹벽 구조는 지하출입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사 측은 “지형의 고저차가 있다보니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조경 등을 개선할 수 있다면 아쉬운 부분들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을 주관한 부산도시공사는 설계 지침에 공원을 고려한 내용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설계 지침에 따르면 공모작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 중 12점을 옥외공간 및 조경 계획 분야에 대한 평가로 배점하고, △주변 시설과의 연계성 및 환경 계획 △야외시설(공연장) 및 옥외공간 계획 △조경 및 공원 계획과의 조화 등을 평가항목으로 뒀다.
그러나 설계안을 뜯어고치고 검토하는 과정은 ‘공원’보다 ‘수준 높은 공연장’에 방점이 찍혔다. 총 18명으로 구성된 설계자문위원회에 토목·조경 전문가는 2명. 두 차례 열린 소위원회엔 10명 내외가 참석했는데, 토목 전문가 1명만 한 번 참석했을 뿐이었고 대부분 공연장 운영, 음악지휘자 등 전문가들이 주로 참석했다.
공원 연계성 보완 주문이 나온 적도 있었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2019년 시공사 입찰 방식을 평가하는 건설기술심의에서 조경 분야 전문가가 입찰 제안서 내용에 △시민공원에 조성되는 건축물로서 공원과의 연결성 강조 △식재를 통한 외부 공간의 연결 추가 사항 등을 작성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공사 입찰 심의에서도 조경 전문가가 추가적 공원 연계 계획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지하출입로의 옹벽 높이 수정 등 기존 설계 내용을 크게 바꾸는 역할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부산시 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도 ‘공원 보전’ 관점이 축소됐다. 당초 위원회는 콘서트홀 준공 전까지 대체 주차장을 조성하고 지상 주차장을 제외하라는 의견을 냈다. 도시공원위원회가 낸 사실상 유일한 조건이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준공 전까지 주차장 설계 용역을 착수하는 것으로 지난해 3월 변경됐다.
업계에서는 공모 과정에서 충분히 공원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발주 단계에서 조경가와 설계사가 파트너를 이뤄 공모를 하도록 한다든지, 총괄건축가처럼 공원 마스터플래너를 정해 공원 내 건물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식 등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공원에 공연장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면, 공원 기능을 보존하며 유휴 공간을 더 많이 남겨야 한다”며 “앞으로는 공원에 더 이상 건축물을 짓지 않는 게 바람직하고, 검토하더라도 형식에 그치지 않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수”라고 조언했다.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꽉 찬 공원’ 수직 증축 시도 우려
시설물 면적 법적 제한 40% 근접
연면적 늘리려 2층 이상 올릴 수도
부산시민공원 내에 건축된 ‘부산콘서트홀’이 높은 경사와 담장, 펜스 등으로 인해 공원과 연계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민공원은 시설물 부지 면적이 공원 전체의 39.84%에 달한다. 공원도시법상 법적 제한인 40%에 거의 도달한 ‘꽉 찬 공원’이다. 부산콘서트홀처럼 공원부지 위에 새로 건물을 짓는 방식의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직 증축을 통해 연면적을 넓히려는 시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시민공원 내 시민사랑채를 없애고 그 자리에 부산독립운동기념관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부산독립운동기념관 조성사업 제안·제한공모 당선 설계안에서 계획된 기념관의 연면적은 2345.68㎡로, 기존 시민사랑채 연면적(2075.5㎡)보다 13% 증가했다. 시민사랑채는 1층인데, 설계안은 2층 짜리로 수직으로 증축된 것이다.
시는 설계공모 지침서에 면적으로의 확장이 불가능하니 연면적 15% 이내의 ‘수직 증축’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공원 시설률 상한을 육박한 상황에서도 수직 상향을 통해 시민공원 내 시설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앞으로도 시민공원 시설의 수직 증축 가능성은 열려 있다. 부산시는 시민공원의 장기적인 관리 계획인 ‘시민공원 명품화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데,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 수준이어서 수직 증축을 제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공원여가정책과 관계자는 공원 내 추가 시설 도입과 수직 증축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럽다. 앞으로 많은 시민들이 공원에 뭘 넣어야 한다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느냐”며 “뚜렷한 목적성과 명분이 있다면 수직 증축도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공원 보전에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최근 시가 명품화 사업 등 공원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는데, 공원 개발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까 우려스럽다. 가장 중요한 건 시의 의지다”라고 말했다.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50년 묶였던 부산 원도심 고도 제한 확 풀린다
부산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
서·동구 산복도로 대폭 완화
수정 1·2지구는 북항 연계 보류
부산 원도심 산복도로 일원 고도지구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2030년 부산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이 발표됐다. 12일 부산 서구에서 중구를 거쳐 동구까지 이어지는 망양로 일대의 산복도로 고도지구 제한 완화 대상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50년 넘게 부산 원도심과 산복도로 일대 개발을 묶어놨던 고도 제한이 대폭 완화된다. 북항 재개발 사업과 연계되는 수정 1·2지구는 이번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돼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2030년 부산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과 관련해 지자체와 주민 등 각계 의견을 수렴, 재정비안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변경된 재정비안은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다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
당초 시는 지난해 9월 원도심이나 문화재 주변 지역 등에 지정된 고도지구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의 재정비안을 공개한 바 있다. 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재정비안을 다시 마련하게 됐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했던 원도심 산복도로(동구 망양로~서구 해돋이로)의 고도지구 높이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시는 이와 관련해 ‘경관 및 건축계획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조화로운 개발을 위해 건축물 높이와 배치, 주요 조망점 확보 등을 지침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고도지구 높이 제한 ‘완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고도 제한 해제 효과가 기대된다. 시는 해당 지구에서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추진될 경우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하되 규제 완화와 빠른 사업 추진에 적극 나선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 원도심 내 기초의회 의원들은 “1972년 설정된 원도심 고도 제한 규정이 현재 도시환경 여건과 전혀 맞지 않다”며 “노후 주택과 빈집 증가, 인구 소멸까지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규제 철폐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수정 1·2지구는 지난해 계획했던 대로 이번 규제 완화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북항 재개발 수정 축 일원 개발사업과 연계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또 다대 먹거리타운 일원 미지정 지역의 용도지역 추가 지정 등 변경된 내용도 재정비안에 담겼다. 지난해 시가 발표했던 노후 아파트 재건축 활성화 방안, 공공·민간 종합병원 용도지역 상향, 희망더함주택 규제 완화 등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기후위기가 남긴 잿빛 지옥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바닷가 거주 지역인 퍼시픽팰리세이즈가 11일 산불로 폐허가 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광경을 전에는 본 적이 없다.” 최근 종종 발생하는 이상 기후 현상을 가리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대형 산불 또한 이 표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캘리포니아의 화재 시즌은 대체로 여름에서 늦가을 무렵이었다. 그러나 건기가 길어지면서, 1년 내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지난 7일 퍼시픽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산불은 역대 최악의 피해를 입히며 지금 이 시점에도 번져 나가고 있다.
산불 자체는 캘리포니아에 전혀 새로운 재난이 아니다. 원주민 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작은 불을 놓아 산림을 관리해 왔다는 기록도 있고, 기후가 건조하고 바람이 거세 크고 작은 화재는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현상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그 뒤에는 분명히 기후 변화의 영향이 숨어 있다.
평균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지구상의 많은 지역이 한층 더 건조해지고 있다. 기온이 1~2도 오르는 것만으로도 증발량이 크게 늘고, 토양수분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강우 양상 역시 불규칙해져 미국 서부에서는 예전처럼 겨울마다 고른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 때로는 극단적 폭우가 내리고, 그 후 잠시 초목이 무성해지면 뒤이은 긴 가뭄으로 식물들이 완전히 말라 ‘화약고’ 상태가 된다. 작은 불씨 하나가 삽시간에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번 산불을 거대하게 키운 샌타애나풍(Santa Ana Wind)은 내륙의 고지대에 발달된 차가운 고기압에서 남부 캘리포니아 연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일컫는다. 이 지역에서 가을·겨울철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후현상으로 순간 최대 풍속이 무려 시속 160㎞에 이르러 산불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현상은 비교적 온도가 낮고 습한 경우와 온도가 높고 건조한 경우로 나뉘는데 온난화와 더불어 후자인 “더운 샌타애나 바람”이 상대적으로 더 빈번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더 더워진 대기와 바람과 결합해 화재 위험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산불은 기후 변화의 결과일 뿐 아니라, 동시에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기도 한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거대한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던 숲과 초목이 단 며칠 만에 이산화탄소(CO₂)로 대기에 방출된다. 한 시즌에 발생하는 산불의 배출량이 중소규모 국가의 연간 탄소배출량에 맞먹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약 6.5억톤의 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했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배출량의 4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그해 이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 나라는 중국, 미국, 그리고 인도뿐이었다.
산불이 닥치면 집과 도로, 전력망, 상하수도 시설, 심지어 통신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피해 범위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된다. 이번 산불에 의한 경제적 피해는 무려 200조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그렇다면 이는 동일본 대지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하비 등과 함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피해는 역시 사람에게 발생한다. 질식·화상에 의한 사망뿐 아니라, 연기로 인해 천식과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가 급증하기도 한다.
이번 화재가 발생하고 지인으로부터 사진이 한 장 보내져 왔다. 그의 집이 불에 타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온 삶의 터전과 켜켜이 쌓여 있는 삶의 기록이 불에 타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내게 경고한다. 기후 위기는 이미 내 곁에 와 있고, 그 피해는 지금 현실로서 전개되고 있다고. 불길은 금세 더 거세져 나의 집과 삶,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까지 태워버릴 것이라고.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한겨레
시골에 웬 공항이냐는 그 말
지난해 말, 청주국제공항을 이용해 일본에 다녀왔다. 청주에서 나리타국제공항을 잇는 항공편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예매해놓고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았다. 내가 사는 괴산에서 청주공항까지 자동차로 40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폭설로 비행기는 4시간이나 지연되었고 청주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였다. 그러나 문제는 없었다. 공항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를 타고 금세 집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청주국제공항에 국외 항공편이 없었을 때는 어땠을까? 괴산에서 청주까지 가서 다시 공항버스로 갈아타고 네다섯 시간을 들여 인천까지 가야 했다.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는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할 때면 방법이 없어 하루 전에 공항으로 가 근처 호텔에 묵기도 했다. 귀국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비행기가 지연되어 버스가 끊기는 늦은 시간에 도착하기라도 하면 또 호텔 신세를 져야 한다. 업무상 출장이나 나홀로 여행이라면 불편을 감수하겠지만 연로한 부모님이나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을 계획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지방 공항을 출도착으로 하는 국제 항공편이 생겼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비록 아시아 몇개 도시에 불과하지만 청주국제공항에 국외 항공편이 증편되면서 주변에 가족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늘어났다.
지난 연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는 이런 우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아마도 그들 중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무안공항을 이용해 외국여행에 나섰을 것이다. 멀리 인천까지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값싸고 편리하게 여행하는 길이 열렸으니 누군가는 생일 같은 특별한 기념일을 맞아, 혹은 방학을 이용해 뜻깊은 여행을 계획했을 것이다.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혹은 어린 자녀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시간들은 잊지 못할 추억이었을 테다. 그 소중한 기억들을 앗아간 참사의 순간은 먹먹하고 가슴이 아프다.
예기치 않은 사고 이후 지방 공항을 비난하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자본의 논리로 전국에 남발되는 공항 건설 공약이나, 개항 뒤 이용객이 없어 국민 세금만 낭비되는 ‘유령 공항’의 현실을 안다. 그러나 한해 육지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행객이 1400만명이고, 외국 여행객이 2천만명이 넘는 대한민국에서 항공은 더 이상 특수 운송수단이 아니라 대중적 교통수단이다. 불필요한 곳에 남발되는 국제공항 건설은 문제지만 지방에서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 교통정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지방 중소도시 주민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대중교통의 부재다. 우리나라는 전국 교통망이 자동차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방의 모든 교통은 서울로 향하게 되어 있다. 괴산 같은 농촌 마을은 물론이거니와 중소 도시들도 철도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빈약하기 짝이 없어, 예컨대 지방에서 지방 도시로의 이동은 자차 이용 외엔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도시인들이 은퇴 뒤 지방이나 시골로 귀향하는 걸 꺼리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늙어갈수록 장거리 자가운전은 피하고 싶은 일인데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선 가까운 동네도, 먼 지역도 가기 힘든 시골 생활은 이주를 고민하게 만든다. 대중교통의 부재는 지방을 기피하게 만들고 지역 소외를 부추기는 이유가 된다. 버스, 지하철, 철도, 나아가서 항공 같은 대중교통은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복지’다. 시골에 사는 우리도 교통복지를 누릴 권리가 있다. ‘사람도 없는’ 시골에 웬 공항이냐는 비아냥보다는 지역 간 이동을 균등하게 고려한 합리적이고 촘촘한 대중교통의 대안이 필요하다.
제주항공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보낸다.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한겨레
경기도 전국 첫 ‘기후보험’ 시행…폭염·한파 건강 피해 지원
3월부터 도민 자동가입 방식 운영
경기도민은 누구나 기후로 인한 폭염·한파 등으로 건강 피해를 보면, 보험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경기도는 3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기후보험’을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보험은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자동가입 방식으로 운영되며 △온열질환·한랭질환 진단비(연 1회 10만원) △감염병 진단비(사고당 10만원) △기상특보 관련 4주 이상 상해시 사고위로금(사고당 30만원) 등을 정액 지원한다.
또 시·군 보건소의 방문건강관리사업 대상인 기후취약계층 16만여명은 △온열질환·한랭질환 입원비(5일 한도 10만원) △기상특보 시 의료기관 교통비(2만원) △기후재해 시 구급차 이·후송비(사고당 50만원 한도) △기후재해로 인한 정신적 피해 지원(회당10만원)을 추가로 보장받을 수 있다.
경기도 제공
기후보험은 1년 단위 계약으로 2025년 3월1일부터 시행되며, 경기도 자체 예산 약 34억 원을 투입한다. 앞서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8월 ‘민선 8기 후반기 중점과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한 기후보험 가입 지원을 약속한 이후 예산 확보, 관련 조례 개정 등 기후보험 지원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해왔다고 경기도는 밝혔다.
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좀 더 두터운 지원으로 건강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너지국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적극적인 공공재로 기후보험은 기후위기 시대에 필수적인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는 1월 중 공개 입찰을 통해 보험사를 모집하는 등 보험 계약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재난급 빌딩풍 市 용역 남발했지만…해법 내놓은 게 없다
해운대 초고층 빌딩 밀집지 위험…市, 이미 4년 전 관련 용역 진행
부산시가 고층 건물 사이에서 바람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빌딩풍’ 문제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연구용역 추진했다가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과거 유사한 용역을 진행해 예방기술을 제안받고도 실제 대책 마련까지 이어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용역만 남발하며 대처에 한발 늦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빌딩풍’이 신종 재난 수준에 이르렀으나 부산시의 대응책 마련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빌딩풍이 많이 부는 해운대구 센텀시티 고층 건물 밀집지역. 전민철 기자
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빌딩풍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했으나 선정되지 않았다고 13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당시 공모사업에 자료를 제출하고 발표까지 했으나, 행안부로부터 사업 보완 요청을 받았다. 행안부가 올해 도시 강풍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계획해 내용이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결국 연구용역은 불발됐다.
앞서 시는 2021년 이미 빌딩풍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해 2023년 마쳤다. 이 용역은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대응기술 개발’이라는 명칭으로 추진돼 해운대구 초고층 빌딩 밀집지의 바람을 관측하고 예방기술을 제안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해운대구 달맞이길 시작점은 1분 평균 최대 풍속이 초속 41.97m에 달하며, 태풍 상륙 때 내륙에 비해 최대 4배 이상 강한 바람이 분다.
그러나 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한 대응책은 추진되지 않았다. 용역 연구팀은 방풍 펜스 설치 등을 제안했으나, 시는 신뢰도가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는 여러 방향에서 부는 바람을 방풍 펜스만으로 막기에는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지난해 빌딩풍 관련 연구용역을 한 차례 더 추진한 것이다.
문제는 빌딩풍이 이미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태풍 때마다 빌딩풍 피해 우려가 크다. 특히 해운대구 엘시티 일대는 2023년 태풍 ‘카눈’ 상륙 당시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39m, 2022년 태풍 ‘난마돌’ 때는 초속 63m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태풍으로 인한 강풍에 50대 여성이 넘어지며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최근 엘시티 소공원 일대 수목이 대거 고사한 원인으로 염분과 함께 강한 빌딩풍이 꼽히기도 했다.
이처럼 빌딩풍이 신종 재난으로 평가받는 수준이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시의 대처가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초 용역 추진 시점으로부터 4년이 흘렀는데도, 다시 비슷한 용역을 되풀이하려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시는 행안부의 도시 강풍 용역으로 기존 추진 사업이 불발되자, 자체 용역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는 빌딩풍은 재난이 아닌 ‘강풍’으로 분류되며, 행안부 용역의 실증 장소로 해운대 초고층 빌딩 밀집지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종전에 진행한 용역에서 제안된 대책과 관련해 용역업체에 여러 차례 기술적 검증 등을 문의했으나 신뢰할 만한 답변이 없어 실제 대책 마련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며 “빌딩풍 피해 발생 때 실시간 출동하고, 풍속·풍향계를 설치해 관측하면서 경보 또는 주의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다.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구덕운동장, 골리앗들로부터 어떻게 지켜 냈을까
난개발 막고 도심 공원 사수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활약
‘도시를 지킨 힘’ 백서로 출간
지난해 8월 7일에 열린 구덕운동장 시민촛불집회에서 주민들이 부산시장과 서구청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제공
“주민협의회 활동은 여기까지지만, 비슷한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가 또 뭉쳐야죠.”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가 시민운동을 통해 난개발을 막고 도심 공원을 지켜낸 경험을 아카이브화한 <도시를 지킨 힘>(효민디앤피)이 출간됐다.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복합재개발 사업은 당초 국토교통부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사업 신청 후보지 중 최우선지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8월 발표 결과 탈락해 아파트 건설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책은 주민협의회가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서구청 같은 골리앗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도시를 지킨 방법과 참고자료를 담은 시민운동 백서로, ‘시민운동의 교과서’라고 부를 만하다.
책은 1부 구덕운동장 재개발 논란 점화, 2부 주민 자치 활동 태동기, 3부 구덕운동장 시민운동 확산, 4부 공공재 사유화 공론화, 5부 구덕운동장 시민운동 전국 확산, 6부 민주주의의 힘 주민소환제, 7부 시민들의 목소리 등 총 216쪽으로 구성됐다. 그동안의 경과는 물론이고 관련 사진, 표물, 포스터, 가상 조감도, 집회 시나리오, 보도자료, 신문과 방송 기사까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집대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주민협의회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하게 잘 활용한 결과로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시민운동은 온라인에서 시작했다. 서구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서다방’ 회원들은 지난해 1월 자발적으로 구덕운동장 재개발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를 시작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온라인에서 모인 이들은 오프라인 주민 홍보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체육공원 일대를 걸으며 SNS 인증샷을 올리는 ‘구덕댕댕 밤산책’처럼 눈길을 끄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서구 최대 카카오톡 채널인 ‘우리는 하나다! 대신동♡’도 부산 항일학생운동 알리기와 3·1운동 행사를 이끌어 오던 임병율 씨를 중심으로 주민협의회를 결성했다. 그러자 구덕운동장을 지키기 위한 아이디어가 단톡방 채팅창을 통해 쏟아졌다. 주민협의회 인스타그램에서는 영화 ‘파묘’를 패러디한 ‘파면’과 민희진 신드롬에 현실을 빗대 ‘맞다이로 들어와 구덕재개발’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를 넣은 포스터가 화제를 낳았다. 웹툰 형식의 ‘너의 구덕은’이라는 카드뉴스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아파트 난립 가상 조감도를 만들어 큰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주민협의회 회원들의 재능 기부로 만든 창작물은 다른 커뮤니티 공유와 언론사 보도로 이어져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가 시민운동을 통해 도심 공원을 지켜낸 사례를 아카이브화한 ‘도시를 지킨 힘’이 출간됐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제공
시민운동이 확산되면서 언론 보도도 봇물을 이뤘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보도된 신문 기사는 건수가 가장 많았던 <부산일보> 32건을 비롯해 총 306건, 방송 보도는 78건에 달했다. 이 책 말미에는 보도자료 작성법 및 언론사 기자 접촉 방법까지 상세히 소개했다. 시민운동의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8월 7일에 열린 구덕운동장 시민촛불집회였다. 구덕운동장 앞 광장에 모인 주민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부산시장과 서구청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책에는 어깨띠나 현수막 작성 요령 같은 깨알 정보도 담겼다.
이 책을 엮은 주민협의회 김성일 씨는 “초창기부터 기록을 잘 남기자고 서로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구덕운동장을 지켰다는 사실만 알고 그 과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이 책이 시민운동의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도시를 지킨 힘>은 오프라인 서점은 남포문고와 영광도서에서, 온라인 서점에서는 전자출판을 통해 15일부터 판매된다.
<도시를 지킨 힘>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F1963
Factory1963은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동에 있다. ‘고려제강의 모태인 수영공장’으로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면서 대한민국 근대화의 산업시설로서 경제를 견인하고 고용을 통해 사회적 공헌을 하였던 공장이었다. 고려제강, 부산시, 부산문화재단은 201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등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을 민·관의 협업을 통해 추진하여 왔다. 2016년 6월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지역의 오랜 산업자산을 재계획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였다.
오래된 공장의 원형을 잘 보전하면서 문화공장으로 재생시켰다는 점에서 2018년 한국건축가협회에서 마련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2024년 F1963은 지역의 산업과 함께 해온 공장 터를 그린과 예술이 공존하는 친환경 열린 정원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부산시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되었다.
2016년 공간 리모델링시 정원을 함께 구상하였고, 지역민들에게 부지를 환원해야겠다는 창업주의 의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어느날 학생들의 통학 통로로서, 동네 사람들의 산책 힐링공간으로 그리고 시민들의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50만명/년이 방문하는 도심의 공유플랫폼이 되었다.
총 3개 주제로 정원이 구성되어 있다. 입구 쪽으로 들어가면 초록 이파리가 하늘로 쭉쭉 뻗어 있는 대나무 숲 ‘소리길’이 보이는데 곧고 유연한 속성을 닮은 대나무 숲길은 와이어 공장의 추억을 가진 ‘F1963’과 잘 어울린다. 입구를 지나 건물 외부 쪽으로 산책하다 보면 폐수처리장에서 생태정원으로 변신한 ‘달빛가든’을 만날 수 있다. 하늘과 작은 연꽃 정원이 어우러지는 공간에 놓인 돌을 이용한 미술작품은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다. 그리고 느티나무의 그늘과 단풍을 즐길 수 있으며 깊어지는 사계절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단풍가든’은 작은 공간이지만 번잡한 도심과 단절되는 여유로움을 느껴볼 수 있다.
F1963의 단풍가든
정원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예술전문 F1963도서관, F1963 스퀘어,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석천홀, 공연에술교육공간 GMC(Gum Nanse Music Center)이 있다. 그리고 디자인 기반 콘텐츠 전시를 위한 현대 모터스 스튜디오외에도 테라로사, Yes24 서점, 프라하 993, 화수목 가든센터 등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인근 주민에게 정원을 개방함으로써 지역 기업의 사회 환원과 상생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F1963’은 문화 공간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아름답고 잘 가꾸어진 정원으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져 많은 시민이 찾게 되는 명소가 될 것이다. 이번 부산 제1호 민간정원 선정을 계기로 일상에서 이미 조성된 정원의 아름다움과 효용을 공유하는 정원문화가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이 100개 이상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박형준 시장-
F1963의 화수목 가든센터
다른 사례로 경남 김해지역의 롯데는 신규단지를 조성하면서 호텔앤리조트와 함께 대규모 정원형 테마 공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 테마 공원은 8만6천㎡ 면적으로 기업의 사회환원이라는 측면에서 경남도로부터 2024년 '푸른 경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차문화정원, 놀이정원, 잔디마당, 로맨틱 가든, 워터프라자, 이벤트 가든 등 다양한 테마형 시설과 정원을 시민들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또한 가야국 수로왕릉과 허황옥의 역사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장군차를 심은 숲과 '명월산고교(明月山高橋)'를 테마로 한 연못도 조성되어 있다.
경상남도 김해의 정원형 테마공원
우리보다 앞서 산업시설을 공원(Industrial Park)이나 문화·전시공원으로 조성한 사례는 많다. 1975년 개장한 미국 시애틀 Gaswork Park을 시작으로 독일 루르지역의 철강, 석탄광산 및 공업지대 53개소를 산업공원(Industrial Park)이라는 이름으로 변모시켰으며 ‘route Industriekultur’라는 이름으로 관광·문화벨트화 하였다. 1989년 피터라츠(Peter Latz)가 추억공감이라는 컨셉으로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Duisburg-Nord park를 건립하였다. 1994년 탄광을 변모시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Zollverein park, 1997년 도살장을 개조한 파리 라빌레트공원( la Villette park) 그리고 화력발전소를 개조하여 2000년 개장한 런던의 테이트 모던 박물관(Tate Modern Museum), 2021년 개장한 배터시 화력발전소(Battersea Power Station), 고가철도를 변모시킨 뉴욕의 하이라인이 있다. 국내에도 정수장을 변신시킨 선유도공원, 석탄광산의 삼탄아트마인, 고가도로의 서울로 7017 등과 같은 사례들은 본래의 기능이 쇠퇴한 인프라 시설들의 복원·재생·창조라는 컨셉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시킨 모범 사례들이다.
파리의 라빌레트공원
배터시 화력발전소(Battersea Power Station)
프랑스 남부 아를(Arles)에는 고흐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도시의 곳곳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도시 전체가 미술관처럼 고흐 작품의 배경이 된 곳에 작품 설명과 함께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다. 고갱과 헤어진 후 귀를 자르는 등 정신병이 심해져 생 마리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있는 동안 앞뜰의 화초들과 창밖의 모습을 그린 ‘아를 병원의 정원(Garden on the Hospital in Arles, 1889년)’이라는 작품이 있다. 아를 병원의 정원이 있었던 곳은 지금 문화센터로 이용되고 있고, 130년 전 고흐가 그린 그림을 재현하였다. 작지만 스토리가 있는 고흐의 정원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작은 정원 사례로 볼 수 있다.
아를 병원의 정원(Garden on the Hospital in Arles)의 안내판
그림을 재현한 고흐의 정원
도시의 공간들은 진화하면서 쇠퇴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능을 요구받기도 한다. 앞으로 폐산업시설에 대한 사회적 전환요구도 계속될 것이고, 도시재생은 우리에게 주어진 끝나지 않는 숙제가 될 것이다. 공공의 경직성을 조금 버리고 민간의 창의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F1963이나 정원형 테마공원 같이 스토리가 있는 정원·공원모델들이 만들어질 기회는 많다.
민간정원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정원이라는 장소가 시민들과 공유된다면, 정원문화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법적으로 ‘민간정원’의 지정기준이나 평가기준과 같이 역사성·특수성, 조성 및 관리상태, 안전위생, 정원의 활용도, 지원협력여부, 문화적 파급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한 지정이 필요하다. 특히 지정 시 장소와 지속성, 컨텐츠, 스토리텔링이 있는 정원의 지정이 필요하고, 추가적으로 사후평가도 중요한 변수가 되어야 한다.
“정원을 꾸리면서 느끼는 창조의 기쁨과 창조자로서의 우월감이 그것이다. 사람들을 한 뙈기 땅을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바꾸어 놓는다. 여름을 기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색과 향기를 창조 해낼 수도 있다. 작은 꽃밭, 몇 평 안 되는 헐벗은 땅을 갖가지 색채 의 물결이 넘쳐 나는 천국의 작은 정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정원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라펜트
윤석열이 전국에 심어 놓은 재앙의 불씨, 생명 위태롭다
윤석열과 함께 탄핵되어야 할 정책 ② 생명·안전 위협하는 에너지정책
대통령 선거에서 원전 최강국을 약속한 윤석열 후보는 당선 이후 어퍼컷을 날리듯 지난 정부가 약속했던 탈원전 정책 기조를 백지화했다. 다시 한 번 도약을 외치며 집권 내내 핵발전 부흥 잔치를 벌였다. 건설 중이던 핵발전소는 완공되었고, 신규 핵발전 사업을 추가하는 전력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수명이 다해 낡아진 핵발전소의 가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핵발전소 해외 수출 수주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하고, 대형발전소뿐만 아니라 소형원자로를 곳곳에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일부는 부풀려진 것이고, 또 일부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원전 강국을 향한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그 질주 아래 짓밟히는 생명과 안전은 고려되지 않았다. 윤석열과 함께 탄핵 되어야 할 정책 중 원전강국, 핵발전 확대 정책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핵발전이 반생명 반환경과 나란히 지칭되는 이유
죽음과 재앙. 핵무기에 반대하고 핵발전에 반대하는 이유다. 핵 옹호론자는 핵발전은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미화하지만, 핵은 결코 평화적으로 이용될 수 없다. 언제든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여 핵무기 원료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발전 과정이나 핵폐기물 처리가 결코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일인들 안전을 100% 장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위험의 정도가 일반 사고와는 견줄 수 없다는 점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재앙의 범위과 강도, 파장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이미 우리는 그 참담한 결과를 십여 년 전 후쿠시마 핵발전사고를 통해서, 40년 전 체르노빌 핵발전 사고를 통해서 목격했다. 40년 전 사고의 여파로 체르노빌은 지금도 범접할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남아 있고, 후쿠시마의 녹아내린 핵연료는 그 잔해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핵오염수는 지금도 쌓이고 방류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를 묵인한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 공범이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큰 사고 없이 운영되고 있는 핵발전소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동되는 동안 액체와 기체로 방사성물질이 배출된다. 뿐만 아니라, 쓰고 남은 핵연료는 핵폐기물이 되는데, 고준위핵폐기물이라 불리는 이 쓰레기는 방사능 농도와 열발생률이 높아 1미터 앞에 17초만 서 있어도 사망에 이르게 되는 그 자체로 재앙의 물질이다.
10만 년 이상을 격리해야 하는 위험독성물질이라, 미국, 독일 등 대부분의 핵발전 국가들은 핵폐기물을 최종 처분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핵발전소 내에 위태롭게 임시저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포항환경운동연합, 포항YWCA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신규핵발전사업, 함께 아웃되어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경북 울진에 핵발전소 2기 추가 건설이 허가되었다. 신한울 3,4호기다. 이 발전소가 준공되면 울진에만 10기의 핵발전소가 들어선다. 한 지역에 발전소, 그것도 핵발전소가 밀집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지역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에너지 다소비 도시와 산업지역을 위해 특정 지역에 발전소를 짓고 발전하고 송전하는 시스템은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지역에서 생산한다는 정의로운 에너지정책과 상충된다.
게다가 현재 울진이 소재한 동해안 지역은 전력망 포화 문제로 새로 건설되는 발전소들의 가동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발전과 송전을 하려면 초고압송전망을 새로 건설할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의 반대로 녹록지 않거니와 대규모 발전과 장거리 송전이라는 중앙집중식 공급방식이라 명분도 없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연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며 또 다시 핵발전 2기를 추가로 더 짓겠다고 했다. 애초 계획은 신한울 3,4호기에 더해 3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었는데, 여야 합의를 위해 2기로 축소한 모양이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지역별 형평성을 고려한 분산된 에너지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핵발전을 빠르게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평소 "원전 산업 정상화를 넘어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 지원을 펼칠 것"을 강조해 온 대로 소형모듈원자로를 포함한 원전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여전히 경주중이었다.
작은 원전이라고 괜찮은 것이 아니다
마치 소형모듈원자로는 핵발전의 여러 단점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소형모듈원자로는 규모가 작을 뿐 핵발전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관련 계획 중 일부는 부풀려졌다고 말한 것은 체코원전 수주가 마치 다 된 밥인 것처럼 이야기했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그렇고, 일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을 두고 한 말이다.
원전 찬성 및 추진론자들은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의 장점으로 소규모라서 부지 찾기에 어렵지 않아 전력이 필요한 곳 이곳저곳에 들여놓고 발전하면 되는 것처럼 말한다. 냉각재 펌프를 비롯한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의 주요 기기가 일체화된 300MW 이하의 원자로라 건설기간도 짧고, 공장에서 기자재들을 각각 생산해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라 간단해 전력이 필요한 도시 곳곳에 배치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은 개발과 상용화가 매우 불확실한 사업이다. 수십 년간 지연되어 오고, 실질적 성과와 실적이 없었던 국제적 성적표가 이를 증명한다. 소형모듈원자로 선도기업이었던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자로 프로젝트도 무산되었고, 웨스팅하우스는 건설과정에서 기업이 파산했다.
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는 크기만 작을 뿐 핵발전이 갖는 위험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고장으로 인한 사고의 돌이킬 수 없는 방대함, 처리할 곳 없는 독성 핵폐기물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핵발전으로 인한 방사성 오염이 자명한데, 작다는 이유로 이를 환영할 지역이 과연 있을까? 게다가 규모의 경제조차 뒷받침하지 못해 사업성도 없다.
핵발전이 저렴하다는 착시
핵발전은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핵발전이 경제적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 이유는 통계 때문인데, 이 통계는 의도된 것이거나 '세상에는 세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는데,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고 했던 (영국 총리 벤자민 디즈레일리의 말을 마크 트웨인이 인용한 말) 바로 그 통계에 속한다.
핵발전이 저렴했던 이유는 정부의 각종 지원 때문이고, 핵폐기물 처분 비용이 적정하게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사고 비용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누락된 비용은 추후 우리들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 사고만 셈하더라도 방사능 피해, 피난민 지원, 장기 관리 비용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혈될 수밖에 없다.
일본도 처음에는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의 비용을 약 203조 (23조 4천억 엔, 2023년 정부기준)-최대 826조 (81조 엔, 2019년 민간기준)으로 추산했지만, 11년이 지난 2022년 이미 100조원 이상을 사용했음에도 녹아내린 원자로 잔해조차 수습하지 못한 상황이다.
핵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약 1조 6200억원까지만 배상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액을 596조2천억원으로 산정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중대 사고로 수백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면 국가가 책임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이 떠안게 되어 있다. (녹색연합과 김대경 아시아개발은행 컨설턴트의 인터뷰 내용)
세계원전동향보고서에서도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발전원 별 균등화발전단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태양광발전의 단가(노란색)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반해, 핵발전 (보라색 곡선)의 발전단가는 오르고 있다. 균등화발전단가(LCOE)란 건설비, 연료비, 운영비 등을 전력 생산량으로 나누는 발전단가와 달리, 환경/사회적 비용을 포함하여 발전소 전체 수명주기(건설~폐기)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평균화한 단위 비용을 말한다.
▲.재생에너지와 전통적 발전원 사이의 비용 변화 (2009~2024년 LCOE / 단위: 달러/MWh). 핵발전(보라색) 123->182 (49% 상승), 석탄화력(검정색) 111->118 (7% 상승), 복합 가스(분홍색) 83->76 (8% 하락), 대규모 태양광(노란색) 359->61 (83% 하락), 육상풍력(하늘색) 135->50 (63% 하락)출처 : 세계원전산업동향
핵발전은 우라늄 연료를 채굴, 정련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운영 및 폐기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을 배출한다. 운영과정 중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용납할 수 있다면 대단히 일면적 관점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무탄소 전원이 강조되고 기후위기 대응이 말뿐이라도 강조된 것은 핵발전을 옹호하기 위한 논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기후위기 운운한 것은 원전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하며 원전 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입발림이었다. 윤석열과 함께 시도된 핵발전 확대 정책은 그의 퇴출과 함께 단죄되어야 한다.
오마이뉴스 임성희(maydaygreenkorea)
부산시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반대 토론회
"부산시립미술관, 1900년대 근대 집중 세계적 아시아 미술관으로“
세계적 미술관'에 대한 정확한 정의부터 추진해야
[부산=뉴시스] 원동화 기자 =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 반대 시민·사회 문화대책위원회 등 14개 부산시민단체는 16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5층 혁신홀에서 '퐁피두 부산분관 유치 무엇이 문제인가?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2025.01.16. dhwon@newsis.com
부산시가 세계적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며 프랑스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립미술관을 부산과 대한민국, 아시아의 1900년대 전시에 집중해 ‘세계적인 아시아 미술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 반대 시민·사회 문화대책위원회 등 14개 부산시민단체는 16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퐁피두 부산분관 유치 무엇이 문제인가?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발제는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 '퐁피두 분관 유치, 약인가, 독인가', 남송우 전 부산문화재단 대표가 '퐁피두 분관 유치를 위한 비밀협정서를 파헤친다', 옥영식 미술평론가는 '퐁피두 분관 유치와 부산 지역 문화정책, 그 진단과 대안',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이기대의 자연환경과 퐁피두 분관 건립, 예술공간 조성의 문제점'에 대해서 발표했다.
정준모 전 학예실장은 '세계적인 미술관'의 정의부터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인 미술관이 소장품이 많은 미술관인지, 건물이 멋진 미술관인지, 매우 지역적인 미술관인지 정의가 돼 있지 않다"며 "박물관학에서 말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은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독창적인 특별한, 유별난 미술관'인데 부산시가 세계적인 미술관을 원한다면 부산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역할을 먼저 명확하게 하는 일을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산시가 추진하려는 세계적인 미술관은 박물관학 측면에서는 엄밀히 말하면 미술박물관이 아니라 전시관으로 분류되는데, 자체 소장 없이 퐁피두 미술관의 소장품을 대여 또는 대출을 받아 전시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부산시가 세계적인 미술관이 가지고 싶다면 부산현대미술관은 미래 세대를 위한 동시대 작가들의 미술품을 수집·보존하고 부산시립미술관은 부산의 근대 미술관으로 성격을 잡고 부산과 대한민국, 아시아의 1900년대~1980년대 미술에 집중해서 전시와 컬렉션을 이어간다면 최소한 세계적인 아시아 미술에 정통한 미술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퐁피두센터 분관 건립 예산 1000억원을 가지고 기금을 만들어서 1년에 100억원씩 작품을 구매하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부산=뉴시스] 이기대공원 세계적미술관 조감도. (사진=부산시 제공) 2024.10.31. photo@newsis.com
남송우 전 대표는 부산시와 퐁피두센터가 맺은 업무협약(MOU)에 대해서 지적했다. 예술인들과 협의 과정이 없었던 점, 모든 비용과 책임은 부산시가 부담한다는 점, 양해각서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작성되고 해석상 이견이 있는 경우 영문본을 우선하는 등 한국어가 빠진 ‘굴욕적인’ 협약이라고 비판했다.
옥영식 미술평론가는 "외세문화 의존적 발상을 통해서 부산 문화의 수준과 격을 높인다는 것은 허구에 가까운 문화 논리에 불과하다"며 "차라리 시립미술관을 부산 미술의 역사성을 고려한 근대미술의 상설 기능 중심, 현대미술관은 원래 비엔날레 전용관으로 건립한 만큼 바다미술제를 수용한 '부산 국제 전시관'으로 통합해 부산비엔날레와 바다미술제의 연구와 아카이브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발제에 이어 열린 토론에는 서세욱 전 목요예술회장을 좌장으로 발제자와 성백 시각예술가, 박경효 그림책 작가, 왕빛나 한국미술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한편 부산시는 사업비 1081억원을 투입해 2031년 부산 남구 이기대 공원 내에 퐁피두센터 분관을 유치를 추진 중이다. 전체면적은 1만5000㎡ 규모이며, 전시실, 창작스튜디오, 공연장, 교육실, 수장고로 구성된다
뉴시스 dhwon@newsis.com
'퐁피두 부산' 성공, 독보적인 설계가 열쇠
부산에는 ‘부산 미술계’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서울 출생으로, 한 번도 ‘서울 미술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부산의 한 미술대학에 근무하면서부터 ‘부산 미술계’라는 말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부산 미술계’라는 ‘계(system)’가 최근 퐁피두 부산 유치를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가 퐁피두 부산 찬반 논란을 보는 시각은 분명하다. 이것은 폐쇄계(closed system)와 개방계(open system)의 대립이고, 분명한 것은 서울은 절대 폐쇄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에는 있고, 부산에는 없는 것이 많아질수록 부산은 만년 지방 도시가 될 것이다.
폐쇄계는 1000억 원 넘는 부산시 예산이 해외 미술관 건립과 운영에 사용되는 것을 반대하고, 이 정도 큰 규모의 예산이면 부산 지역 미술관 또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미술작가들에게 사용되어 ‘부산 미술계’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개방계는 부산시에 글로벌 미술관 브랜드를 유치함으로써, 부산시의 국제적 위상과 인지도를 높여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바라는 입장이다.
찬반의 논점이 서로 다르다. 반대하는 시각은 부산의 지역 미술계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고, 찬성 입장은 부산시의 입장에서 문화 인프라 부족을 문제로 보는 것이다.
필자의 시각에서 글로벌 미술관 브랜드의 유치는 부산시의 건축문화 경쟁력을 향상할 기회이고, 성공적 유치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것은 독보적인 건축 설계에 있다.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하면서 건축물의 구조체가 겉으로 드러나도록 하여,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하이테크 건축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두 건축가는 모두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스페인에 있는 퐁피두 빌바오 역시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프랭크 게리가 설계하여, 독보적인 건축으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대표 사례가 되었다.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의 건축 설계도 인천공항을 설계했던 세계적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맡았다.
퐁피두 부산 역시도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독보적인 미술관을 설계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파리 퐁피두 센터와 퐁피두 빌바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 상당수는 미술관의 소장품 관람보다는 미술관 건축물 자체를 관람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다고 할 수 있다. 퐁피두의 브랜드 상징은 미술품이 아닌 미술관 건축물 자체다.
퐁피두라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지역 미술계의 영역이면서도 도시 건축문화의 영역이다. 따라서 퐁피두 부산 건립을 위한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은 ‘부산 미술계’와 직결되는 부산시 문화체육국 예산과 더불어, 도시계획국의 예산을 모두 합쳐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두 부처의 예산 비중 설정이 곧 퐁피두 부산 찬반 논란을 해결하는 주요 방안이 될 것이다./ 이성복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