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후 재난에 무기력한 '검사의 나라' 2. 점점 사라지는 가을 내년에도 푹푹 찐다 3. 낙동강 횡단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 통과…내년 3월 착공 목표 4. 미국·체코 이중 청구서…원전 수출 잭팟은 없다
5. 자연복원, 한국과 유럽 엇갈린 길 6. 50년 뒤 한국 인구 3600만으로 준다...절반은 65살 이상 7.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8. 이거 가짜 뉴스 아냐?…배추 한포기 ‘2만원’ 9. 민주당 기후의원모임, 금융위에 기후공시 의무 시행 촉구 10. 쏟아지는 ‘원전 르네상스론’…대박 시작인가, 환상인가 11. 비 부르는 ‘습섬 효과’…대도시 12. 케이블카 "보문산 개발은 예산·행정력 낭비... 즉각 중단하라“ 13. 오대산 산죽(山竹)의 몰락… 원시림이 보내는 ‘흑색 경보’ 14. 폭염에 벼멸구…황금들녘 ‘기후재난’ 몸살
15. "걸리면 둘 중 한명은 죽을 수도"…코로나19 다음 사람 잡는 '넥스트 팬데믹' 16. 크리스마스 트리도 멸종할 수 있다?17. 동물 서식지 안전할까?" 쓰레기 늘어나는 국립공원 18. 여수서 발견 한국특산종 섬진달래, 학명 ‘태혀니’로 명명
19. 사람, 지구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20. “침팬지, 고릴라도 인권 부여” 스페인 정부, 입법 추진 21. 부산 원도심 고도제한 완화 착수 22. 내 평범한 일상이 우리 모두의 위험이 된다면? 23. 파크골프장 500홀 더 짓고, 매년 생활체육 축제 연다
2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25. 지구 환경 지표 9개 중 6개 기준 넘어… "7번째 지표도 임계점 근접" 26. 온난화 주범 플라스틱, 온실가스 연 19억톤 뿜는다 27. ‘플라스틱 생산 감축’ 거북이걸음…중국·인도·산유국 반대 목소리 28. 거꾸로 간 정부 일회용품 규제…멀어진 ‘플라스틱 제로’ 제주 29. 세계는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자는데…한국은 구체적 전략도 없어 30. “폐어구에 연간 4천억 피해”…조업 중 유실 어구 신고제 도입 31. 한국과 세계의 시간, 앞으로 5년 32. 중장기 전력설비 확충 계획 공청회, 저지 활동가 연행 33. 부산 낙동강 하구 1호 국가도시공원 시민추진본부 출범 34. 올해 포도 색깔이... 큰일 났습니다 35. 지구파괴 주범은 인간 아닌 자본주의다
기후 재난에 무기력한 '검사의 나라'
'2026 기후 지방선거', 유능한 정치란?
추석이 사라지고 '하석'이 왔다. 추석 연휴 내내 폭염이 이어졌다. 잠자리가 날고 코스모스가 피어있어야 할 추석이 올해는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봄이 사라지고 여름이 길어졌다고 느꼈는데, 이번 추석을 통해서 사람들은 가을도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깨닫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우리의 문제는 그 깨달음이 정확히 '거기'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날씨가 덥거나 춥다는 것, 그래서 세상이 이상해졌다고 말하고 마음속으로 어서 이 폭염이 물러가기만을 바라는 것, 그러다 좀 시원해지면 역시 가을이 왔구나 하고 잊어버리는 것, 그것이다.
날씨는 날씨, 폭염은 폭염일 뿐이다. 뉴스들도 모두 그렇다. 폭염에 이어지는 뉴스들은 '이 더위는 언제 가실까, 비가 오면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에 멈춘다. 한 발 더 나아간 뉴스들은 '열돔 현상'에 대해 소개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 더위의 원인에 대해 조금 이해한다. 우리가 이상한 온실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열돔 현상은 올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때그때 뉴스를 듣고, 또 잊어버리고, 몇 년 지나면 또 그것인가 한다. 그러나 사회가 어떤 일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깨달음의 깊이에 따라서 대처 방식도 달라진다.
인간은 힘이 세다
기후란 너무 엄청난 일이라서, 인간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예전 우리는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고 했다. 풍년과 흉년을 결정하는 것은 날씨와 농부의 노력인데, 그것만은 나라님도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면 타당한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흉년에 구제할 방도를 찾고, 농사짓는 법을 가르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은 누구도 가난을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후도 마찬가지다. 기후를 인간이 어쩔 수 있겠냐고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기후 위기를 만든 것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 생물종이 지구의 기후를 바꾸겠냐 싶지만, 결국 인간은 해냈다. 자연적으로는 1천년 동안 바뀌지 않을 온도를 100년 만에 올린 것이다. 이 어려운 걸 해낸 인간이 또 뭘 못하겠는가.
더 희망적인 가까운 사례도 있다. 한때 우리는 프레온가스로 오존층이 파괴되어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는 것을 걱정했다. 인간은 1989년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고, 프레온가스 사용량을 99% 줄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고 2060년대가 되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추석에 날씨가 뜨거운 걸 인간이 어쩌란 말이냐고 주저앉아서, 그저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비가 오고 나면 잊어버리는 사회는, 사실 기후가 아니라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대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다른 사회는 어떤가?
기후가 바꾼 선거들
기후 변화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일이다. 폭염과 홍수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종종 경험하는 기후 재앙이다. 가뭄과 산불은 지중해의 여러 나라들과 호주를 덮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나라에서는 탄소세를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유통을 중지시키기도 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선거의 판도가 바뀌기도 한다. 지난 2021년에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는 사민당과 기민당이 각각 206석, 196석을 차지한 가운데, 녹색당이 무려 118석을 차지했다. 녹색당은 그전에도 50여 석을 차지했지만, 지역구 당선자는 한명 뿐이었다. 연동형 선거제도에 따라서 비례대표에서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는 16개 지역구에서 당선자가 나왔다. '주류' 정당이 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기후가 정치의 주류 의제로 선택받았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호주 총선은 말 그대로 '기후 총선'이었다. 2019년 가을에 시작한 산불이 이듬해 봄까지 이어졌고, 불에 탄 지역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에 해당했다. 수십 명의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야생동물 5억 마리가 숨졌다. 대형 산불은 환경 재앙에 머물지 않고, 경제와 민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택보험료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기후 재난이 잦은 곳의 관광수입도 크게 줄었다. 많은 연구 결과들은 호주 산불의 원인이 기후 변화에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치러진 총선 결과는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노동당의 승리였다.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 여성들이 총선 판도를 바꿨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사와 기소로는 해결할 수 없는 기후재난
윤석열 정부 들어 우리도 많은 기후 재난을 겪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침수가 일어났고, 반지하에 살던 이웃들이 빠져나오지 못했고, 지하차도에 갇혀 사람이 죽었다. 우리의 대응은 어땠나? 방수벽을 높였고, 사고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법에 나와 있는 대로 잘못을 따지고 나쁜 놈을 찾아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이다. 과연 그렇게 해서 기후 재난에 대비할 수 있을까?
검사들은 나라가 망할 때도 대책이 있다고 한다. 망하게 한 놈을 잡아내면 된다는 식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기후악당'이다. 우리가 추석이 아닌 하석을 보내게 된 여러 원인 제공자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인데, 그렇다면 그 기후악당의 우두머리를 수사하고 기소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는가?
검사들은 구조와 시스템을 볼 수 없거나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그들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다. 특별히 누가 고의적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어떤 일이 벌어졌다면, 그들은 누구든 찾아내려고 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불기소로 사건을 종결하면 그만이다. 그런 경우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검사는 많지 않다. 그런 검사는 칼질을 잘 해야 하는 검찰에서 유능한 검사가 아니다. 결국 검사들은 법에 나와 있는 잘잘못이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를 비판하는 쪽의 입장도 상황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무능'의 범주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일회성 정치적 공세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침수되는 주택들을 보고도 퇴근하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정 책임자로서의 태도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날씨가 덥다고 대통령을 탓하면 되겠나?'는 소리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게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탓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기후위기가 심한데도 정부가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란 원래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키케로가 말한 것처럼 공화정이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의 행위가 공적 이익에 부합하게 되는 체계'다. 폭염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이다. 소위 진보적 정치인들이라면, 한편으로는 노동의 권리와 인권을,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말해야 하는 순간이 지금이다.
전기요금 차등제에 대처하는 방법
그럼 이 '하석'을 맞아 무엇에 대해 말할 것인가? 사람들이 평소에 잘 생각하지 않고 있는 전기요금에 대해 말할 때다.
에어컨 없이는 추석도 지내기 어려운 때다. 그런데 이제 곧 전기요금 차등제가 실시된다. 분산에너지법이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026년에 본격 시행되면서, 사는 지역에 따라, 또 그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진다.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은 적게 내고, 적게 생산하는 곳은 많이 내야 한다.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자립율이 100% 이상인 지역은 부산과 인천, 울산, 세종,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 등 9곳이다. 경기도는 61%, 전북은 68.7%, 제주는 79.7%로 양호한 편이다. 반면 서울은 8.9%, 대전 2.9%, 광주 8.4%, 충북 9.4%, 대구 15.4%다. 그동안 에너지는 지방에서 열심히 생산해서 대도시로 날랐다. 그러면서도 같은 요금을 냈다. 어디는 열심히 생산해서 싼값에 보내주기만 했는데, 이제 그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이유는 국토불균형을 해소하고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지자체들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의 문제는 사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쪽에서 집중적으로 고민을 해야 할 텐데, 대도시는 쓰기만 하고 고민을 안 한다. 지금 보듯이 대도시들은 쓰레기 문제조차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들지 않을 정도니, 에너지는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이렇게 에너지 생산과 전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모두 지방에 전가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만든 제도이기도 하다.
2026 기후지방선거는 벌써 시작
희망적인 것은,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시점이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전기요금 문제는 나라님도 구제 못하는 가난 같은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장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서 전력 자립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지, 또 민간사업자나 다른 지자체들과의 협력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가 되었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서 이제 전기 요금도 지역별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시대가 온다. 기후 대응에 유능한 지자체장을 뽑은 지역은 청정에너지로 무더위를 식힐 수 있을 것이고, 기후에 관심도 없고 무능한 단체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폭염 때마다 대책을 세우느라 부산을 떨 것이다. 그때 그 주민들은 이렇게 대응을 잘하니 훌륭하다고 박수를 칠까, 아니면 왜 우리만 이렇게 어려움을 겪느냐고 가슴을 칠까?
2026년 기후 지방선거는 이미 시작되었다. 산업부는 지자체들이 내년부터 이런 대책을 미리 세울 수 있도록 '분산에너지 특구'를 공모해서 선정한다. 여기서는 민간 발전 사업자가 전기공급 독점 사업자인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저렴하게 전력을 팔 수 있다. 특구로 선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예산과 금융지원도 이뤄진다. 전기요금이 싸지면 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도 당연히 유리하다.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
맹자가 말했다. 좋은 정치란 사람을 업어서 개울을 건너 주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다. 추석에 폭염을 맞으면, 위정자는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다. 하다못해 예전에는 기우제라도 지냈다. 사람이 뭐라도 하려고 한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은 어쩌고 있을까?
야당은 정부의 무능을 탓할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단순하고 일회적인 정치공세다. 다수당인 야당이 국회에서 기후대응 입법과 정책을 선도하고, 야당의 지자체장들이 분산에너지법 대응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 한국, 어쩌면 이것은 날씨에 국한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너무 뜨겁고 너무 차갑기만 하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 세상의 삶은 지구의 생태계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데, 우리는 이편이 아니면 저편이다. 기후 위기란 있거나 없거나 하고, 대비를 하거나 안 하거나 선택하면 되는 그런 일이 아니다. 이쪽 편을 찍으면 다 해결되고, 저쪽 편을 찍으면 그저 다 포기하고 손 놓고 있으면 되는 그런 일도 아니다.
올해 겨울은 매우 추워서 국민들은 또 난방비 고지서 받아보기를 두려워 할 것이고, 봄에는 여기저기 산불이 창궐할 것이고, 내년 여름이면 또 홍수와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작년 추석도 더웠었나?' 할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런 정도의 방식으로는 우리는 다른 문제에도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관후 정치학자 | 프레시안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올가을 한반도는 9월 중순에도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는 기현상인 '가을 폭염'을 겪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같은 늦깎이 무더위가 한 철 겪고 끝날 이례적인 현상이 아닌 한반도의 '기후 뉴노멀'이 될 가능성을 점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장기적 변화의 첫걸음일 수 있다는 것.
지난 19일 기상청이 제주를 제외한 전국 62지점의 기온을 분석한 결과, 전국 평균 기온이 27.6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 지방은 대부분 평균기온 29도를 넘기며 가을 중순에도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했다.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를 뜻하는 평년 기온이 같은 날 기준 19.9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7.7도나 오른 셈이다.
기상청은 앞서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중첩되며 생긴 열돔 현상 때문에 폭염이 발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티베트 고기압은 여름 고압대 중 하나로, 동남아에 부는 여름철 계절풍이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태평양 아열대 해상에서 발달하는 기단으로, 한반도에 습고 덥한 날씨를 가져오는 주원인이다.
이처럼 덥고 습한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가을엔 한반도 상공을 이중으로 덮었다. 그 결과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에 갇혔고, 느닷없는 '가을 폭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같은 가을 폭염이 매년 발생할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고기압의 중첩이라는 이례적인 현상을 넘어, 지구온난화에 의한 한반도의 근본적인 기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인 UNIST(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폭염연구센터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폭염 발생 열흘 전부터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10일에도 폭염 확률을 예측해 "연휴 기간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9월 폭염일수 비교 /사진=폭염연구센터 제공(기상청 자료)
또 "가을 폭염을 9월 폭염으로 정의한다면, 평년 발생 일수는 0.2일이지만, 올해 폭염 일수는 전국적으로 평균 6일이었다"며 "북태평양 고기압, 티베트 고기압의 지속적인 발달 아래 아주 이례적으로 발생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태평양 고기압은 평균적으로 8월 말~9월 초에 쇠퇴하고 오호츠크 고기압이 강화되면서 북쪽의 차가운 공기의 영향을 받아야 하는데,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계속해서 세력을 유지했다"며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9월까지 세력이 강했던 원인은 추후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국내 폭염일수가 평년(11.8일)에 비해 최근 15.8일로 늘어났는데, 앞으로도 올해같이 가을 폭염일수가 계속 높게 나타난다면 평균 폭염일수도 점점 증가할 것이고 이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머니투데이
낙동강 횡단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 통과…내년 3월 착공 목표
서부선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낙동강 횡단 교량 사업 중 마지막 퍼즐인 엄궁대교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부산시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의 엄궁대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됐다고 22일 밝혔다. 엄궁대교는 낙동강을 횡단해 사상구 엄궁동과 강서구 에코델타시티를 연결하는 길이 3.0㎞ 교량이다.
시는 엄궁대교 건설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함에 따라 국가유산청의 국가지정유산 현상변경 심의 절차를 거친 다음 내년 3월부터 착공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총 사업비는 345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다리는 문화재보호구역인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를 횡단하기 때문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국가유산청의 국가지정유산 현상변경 심의를 통과해야 착공할 수 있다.
시는 이에따라 2021년부터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시에 겨울 철새 보호, 멸종 위기종 대체 서식지 보호 등을 사유로 두 차례 보완을 요구하면서 협의가 길어졌다.
시는 약 3년에 걸쳐 겨울·여름 철새 등 현지 조사를 시행하고,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겨울 철새 활동 보장, 대체서식지 확대 등의 환경영향 저감 방안을 담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마련해 지난 13일 제출했고,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최종 통과 회신을 받았다.
낙동강 횡단 3개 교량 중 대저대교, 장낙대교는 지난 7월 국가지정 유산 현상변경 승인을 받고 착공만을 앞두고 있다. 엄궁대교까지 착공에 다가서면서 서부산권 교통난을 해소하고, 부산과 경남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교통망 완성이 한층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엄궁대교는 동·서부산 균형발전, 부산이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중요한 기반 시설이다. 서부산권의 만성적 교통 정체로 큰 불편함을 겪는 시민을 위해 낙동강 횡단 교량의 마지막 퍼즐인 엄궁대교 착공이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서울신문
미국·체코 이중 청구서…원전 수출 잭팟은 없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사용료 협상서 “바라카 때만큼 달라”
‘체코 현지기업 60% 참여’ 더해지면 ‘밑지는 수출’ 우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수주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체코를 방문해 “잘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달리, 지식재산권(지재권) 분쟁 중인 미국 웨스팅하우스-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합의가 계속 지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웨스팅하우스에 치러야 할 ‘대가’를 고려하면 원전 수출이 정부와 여당에서 얘기하는 ‘잭팟’ 수준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쪽 말을 들어보면, 한수원의 체코·폴란드사업실 원전수출협력팀은 지재권 관련 합의 상황을 묻는 말에 “합의 사항이 없다”고 지난 20일 답했다. 웨스팅하우스 미국 본사 관계자도 한겨레의 전자우편 질문에 이달 초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국제 중재와 소송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재 결정 등이 내년 하반기 이전에 내려지긴 어렵다”고도 부연했는데, 내년 3월 예정된 체코 원전 최종 계약 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때 규모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한국은 기술 자립을 주장해 (금액에 관한) 의견 차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체코가 한국에 체코 현지기업의 원전 건설 참여율 60%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에 합의금까지 지급하면 결국 한국 몫으로 돌아올 게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야권 추산으로, 한국 몫이 총 6조6천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바라카 원전 때 예산 186억달러 중 11%가량인 20억달러의 기자재 비용이 웨스팅하우스에 돌아갔고(원전 업계 분석), 체코 현지기업과 인력 등에 돌아갈 건설비를 최대 60%로 가정한 금액이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체코 현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한수원은 체코 기업과 70개 이상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저희가 목표로 하는 체코 기업의 60% 참여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경우 체코 원전 2기 건설비 4천억코루나 중 남은 29%인 1160억코루나(약 6조6천억원)가 한국의 몫이 된다. 지난해 한국 총수출액(845조원가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게다가 체코 자체 상황도 한국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체코 정부가 원전 2기 건설비로 책정한 4천억코루나는 올해 체코 전체 예산의 17%, 국방 예산의 3배에 해당한다”며 “내년 총선을 앞둔 체코 정부로선 여론을 고려해 최종 계약에서 한국에 많은 수익을 주는 결정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에 지재권 분쟁이 앞으로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전 관련 핵심 국제특허가 한수원에 없어, 웨스팅하우스에 매번 막대한 기술자문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에너지·전기공학과)는 “한국이 완전한 기술자립을 주장하려면 원자로 압력용기 등 핵심부품에 대한 국제특허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기술 개량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실익이 있는 수출이라면) 기술사용료와 기자재 조달 금액 등 협상 조건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 외교에 대해 ‘덤핑’ ‘급조’ 운운하며 훼방 놓기에 급급하다”는 반발했다. ‘현지 기업 60% 참여’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국내 기업의 현지 자회사들도 ‘현지화’에 포함되며, 현지화는 체코의 희망과 달리 원전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에서 가능한 것”이라며 “내년 3월 최종계약 때 결정될 사안이며 협상할 문제”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자연복원, 한국과 유럽 엇갈린 길
6년 후인 2030년까지 육지와 바다 면적의 최소 20%를 복원하고, 2050년까지 복원이 필요한 모든 생태계를 복원한다’. 지난 7월13일 유럽연합(EU) 의회가 최종 통과시킨 ‘EU 자연복원법’의 핵심 내용이다.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처음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를 설정한 이 법안은 EU 집행위가 2020년 제시한 탄소중립 정책 패키지인 그린딜의 일부다.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EU가 내놓은 야심찬 정책이기도 하다.
EU의 자연복원법 제정 취지는 훼손된 자연을 회복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별개 문제가 아니며 훼손된 생태계를 그냥 두고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도 EU 자연복원법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연기반 해법에 따른 생태계 복원을 탄소중립 달성의 중요한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EU가 이처럼 생태계 복원을 통한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에 힘쓰려 하는 것과 정반대로 한국에서는 육상, 해상 생태계의 훼손을 가속화하는 묻지마 개발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제주·가덕도·새만금 신공항 등은 모두 자연을 훼손해 탄소 흡수원을 없애는 데다 장기적으로 대량의 탄소 배출을 유발함으로써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증진에 역행하는 사업들이다.
자연복원법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생물다양성 위기·기후위기 대응과 한국의 대응이 수준과 방향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유독 더 큰 격차가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댐과 보, 하굿둑 등 인공 장애물과 관련된 하천 정책이다.
과거 유럽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하천의 자연성을 훼손하고, 수질이 오염되도록 만드는 동시에 회복탄력성을 잃게 하는 댐, 보, 둑 등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졌고, 현재도 많은 수가 남아 있다. 하지만 EU는 자연복원법에서 “2030년까지 2만5000㎞ 길이 이상의 하천을 자유로이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철거가 필요”한 인공 장애물, 즉 댐, 보, 둑 등을 확인하고 철거하도록 정했다. 철거에서 제외될 수 있는 인공 장애물은 재생에너지 발전, 내륙 항해, 용수 공급, 홍수 방지 등의 용도로 필요성이 인정된 경우에 한정했다. ‘하천의 자연적 연결성 및 범람원의 자연적 기능 복원’이라는 EU의 정책 목표에서 자연성을 회복한 하천이 기후위기·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잣대를 한국의 하천과 하구 곳곳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는 댐과 보, 둑에 적용할 경우 철거를 피할 수 있는 인공 장애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수 방지, 용수 공급, 생물다양성 증진 중 어떤 기능도 갖고 있지 않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살아남을 보는 하나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존하는 댐, 보 등을 없애도 모자랄 판에 환경부가 올해 발표한 것은 4대강 보 존치와 신규 댐 후보지 발표였다. 다른 나라의 앞서가는 정책을 따라가지는 못할망정 기후위기를 가속화함과 동시에 생물다양성도 훼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증진, 탄소중립처럼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는 목표들조차 한국 정부에는 서류상 미사여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https://www.youtube.com/watch?v=WE_gCSyY0EY&t=4994s
지구의 벗 유럽 활동가가 들려주는 EU 자연복원법 애드보커시🌎
EU 자연복원법은 무엇일까? 유럽 활동가에게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50년 뒤 한국 인구 3600만으로 준다...절반은 65살 이상
통계청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앞으로 약 50년 동안 세계인구가 25% 늘어나고 한국은 31% 줄어들 거란 통계가 나왔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한국 인구 순위는 30계단 내려갈 전망이다. 2072년에 이르면 한국은 생산연령인구가 유소년과 노인 등을 부양하는 부담 수준이 세계에서 3위에 이를 것으로도 예상됐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을 보면, 올해 81억6천만명으로 추정되는 세계인구는 48년 뒤인 2072년 102억2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에 견줘 25.2%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에 한국 인구는 올해 5200만명에서 지속 감소해 2072년에는 3600만명으로, 올해 대비 30.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인구는 유엔(UN)의 세계인구전망을, 한국인구는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활용한 전망치다.
세계 인구는 늘고 한국 인구는 줄어드는 결과, 세계 인구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감소할 예정이다. 지난 1970년엔 세계 인구에서 한국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0.9%였지만, 올해 0.6%를 거쳐 2072년엔 0.4%까지 작아지게 된다.
세계에서 한국의 인구 순위는 올해 29위에서 2072년 59위로 내려갈 전망이다. 남한과 북한을 합친 인구(2024년 7800만명→2072년 5900만명) 순위 역시 올해 20위에서 2072년 40위로 내려앉게 된다. 올해 2600만명인 북한 인구는 2032년까진 증가하지만, 그 뒤부터는 감소세로 전환해 2072년 23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인구 변화와 함께 인구 구조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올해 유소년(15살 미만) 인구 비중은 24.7%이고 생산연령인구(15∼64살)는 65.1%, 고령인구(65살 이상)는 10.2%로 추정된다. 그러나 2072년에 이르면 유소년 인구 비중은 18.2%로, 생산연령인구는 61.5%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대로 고령인구는 10.1%포인트 늘어 20.3%를 차지하게 된다. 모든 대륙에서 유소년 인구 구성비는 적어지고, 고령인구 구성비는 커진다.
한국은 이런 변화가 더 급격하다. 올해 한국 인구 가운데 유소년 인구는 10.6%, 생산연령인구는 70.2%, 고령인구는 19.2%다. 이후 2072년에 이르면 유소년 인구 비중은 6.6%에 그치게 되고,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45.8%로 올해 대비 24.4%포인트나 감소하게 된다. 반면에 고령인구 구성비는 28.5%포인트 늘어 47.7%로 커진다. 2072년엔 한국 인구의 절반이 65살 이상이 되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사회의 부양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세계의 총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유소년 인구와 고령인구 수) 2024년 53.7명에서 2072년 62.7명으로 1.2배 늘어난다. 같은 기간 한국의 총부양비는 2024년 42.5명에서 2072년 118.5명으로 2.8배 늘어난다. 2072년 한국의 총부양비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2072년 한국보다 총부양비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홍콩(170.9명), 푸에르토리코(134.6명) 정도 뿐이다.
한편, 올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14억5천만명)는 2072년(16억8천만명)에도 인구 순위 1위 국가에 머무를 전망이다. 인구순위 2위 국가인 중국은 올해 14억2천만명에서 2072년 9억7천만명으로 인구가 줄어들 전망이지만, 2072년에도 인구순위 2위 자리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4∼2072년 인구가 지속 감소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53개국으로 나타났다. 유럽 50개국 중 26개국은 인구가 계속 감소할 전망이다. 또 일본, 중국, 타이완, 이탈리아 등도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한편 북한, 브라질 등 72개국은 2024∼2072년 인구가 증가하다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되고, 아프리카 50개국을 비롯한 96개국은 같은 기간 인구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전강수의 경세제민] 불로소득 시대 희년 정신이 필요하다
▲ 현대인들도 희년 정신에 따라서 토지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옳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모습 ⓒ 픽사베이
구약성서 레위기 25장에는 희년(Jubilee) 규정이 담겨 있다. 7년 주기의 안식년을 7번 지내고 맞이하는 해를 가리킨다. 5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희년이 되면, 모든 사람은 자기 가족이 처음에 분배받아 보유했던(그러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매각하거나 방치했던) 자기 땅을 무조건 회복한다.
그와 더불어, 가난해져서 다른 가족의 머슴이 되었던 사람들도 희년의 나팔이 불리면 무조건 자기 가족에게 돌아간다. 사람들이 희년을 '자유와 해방의 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평등했던 사회상태가 점차 불평등해지더라도 50년째에는 원래의 상태로 완전히 리셋된다.
현대사회에 적용해야 할 희년 정신
레위기를 제외하고도 구약성서는 곳곳에서 모든 사람이 토지에 대한 권리(토지권)를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고대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땅을 정복한 후 그 땅을 지파별·가족별로 균등하게 분배했고, 그렇게 성취된 평등한 토지분배 상태를 영구히 지속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의무를 저버리고 토지 겸병(둘 이상의 것을 하나로 합치어 가짐)에 몰두했을 때 예언자들이 등장해 지주들을 맹렬하게 비난했고 그들의 행위가 국가 멸망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래전 중동 지역의 조그만 민족에게 적용되었던 낡아빠진 규례가 복잡한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는 현대사회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중대한 원리가 들어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그것은 평등지권(平等地權)의 원리, 즉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토지와 자연자원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지권을 말하면 사회주의 사회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원리는 사회주의와는 크게 다르다. 노력과 비용을 들여 만드는 생산물은 만든 사람에게 절대적·배타적 권리를 보장하는 사유재산제와 아무 모순 없이 결합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 조지스트(Georgist: 19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를 따르는 사람)인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는 두 원리가 결합한 사회를 사회주의와 구별하여 지공주의(地公主義) 사회라고 부른다.
생산물과는 달리, 토지와 자연자원에 대해서는 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권리를 보장해야 할까. 우선, 토지와 자연자원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누구도 토지와 자연자원을 만들지 않았고 앞으로 만들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토지와 자연자원이 자산이 되면 가치를 갖는데 그것은 소유자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만든다. 그러므로 고대 이스라엘 민족과 마찬가지로, 현대인들도 희년 정신에 따라 토지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옳다(토지와 같은 성질을 갖는 자연자원과 환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류는 토지에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자연자원과 환경은 아직도 사유제 적용의 범위 밖에 놓여있는 부분이 많지만, 세계 곳곳에서 자연자원을 사유화하고 환경을 독점적으로 이용하려고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토지와 자연자원의 사유화가 초래한 비극
▲ 지난 2021년 12월 11일 오후 창원 성산아트홀 건너편 도로에서 열린 경남민중대회의 모습. ⓒ 윤성효
천부자원으로 주어진 토지와 자연자원을 개인이 사유화해서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생산과 생활을 위해 토지와 자연자원이 꼭 필요하지만 권리는 없는 사람들은 소유자들에게 사용의 대가, 즉 지대를 납부해야만 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달하면 토지와 자연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지대도 증가한다. 토지와 자연자원의 자산가치 또한 상승한다. 따라서 토지와 자연자원의 소유자들은 아무런 노력과 희생도 하지 않으면서 불로소득을 얻게 되는데, 그 불로소득은 날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토지와 자연자원의 소유자들이 얻는 불로소득은 어디에서 올까. 그것은 토지와 자연자원에 대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면서도 생산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다수의 대중에게서 추출(extract)된다. 부가 추출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토지와 자연자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부담하는 비싼 임대료, 높은 집값, 비싼 이자, 만만찮은 유틸리티 비용 등을 생각해보라. 앤드류 세이어(Andrew Sayer)의 책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여문책)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여러 선진국에서 확인되는 불평등 확대의 배경에는 불로소득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결과는 금융 위기와 기후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위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연히 정립했어야 할 간단한 사회구성 원리 하나를 무시한 대가가 막대함을 알 수 있다. 영국과 미국 등도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이 원리를 무시한 정도가 유독 심하다.
토지공개념 정신을 헌법에 담고 있음에도 토지와 부동산을 마음껏 끌어모아 거기서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행위를 사실상 방치해왔다. 그 결과 주기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발발했고, 땅값과 부동산값은 선진국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토지와 부동산의 집중 정도는 엄청나게 높아졌고, 토지와 부동산을 집중한 소수의 부자들은 투기 광풍이 불 때마다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겼다.
불평등과 지역적 양극화, 가계부채 폭증, 기업의 지대추구 경향,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 지역에 창의적인 사람이 들어와 활기를 불어넣고 나면 가게 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려서 활성화의 주역들이 밀려나는 현상), 거시경제 불안정성 증폭, 부동산 관련 공기업 직원들과 관료들의 부정부패 등은 모두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세금으로 평등한 토지권과 자연권을 보장해야
▲ 세계 지도속의 한국. 이러다가는 한국이 지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 위키미디어 공용
대증적 해법이나 이기심에 부응하는 방안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진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 원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토지권과 자연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률을 만들거나 고쳐야 한다.
여기서 세금은 압도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미 사유화된 토지와 자연자원을 몰수해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세 제도를 활용하면 의외로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토지와 자연자원(그리고 환경 사용)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해서 토지권과 자연권을 과다행사하는 행위를 저지하고, 거기서 생기는 세수로 그 권리들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눠 지급하면 된다.
이것은 평등한 토지권과 자연권을 보장하는 현대적 방법이다. 사실, 이 방법은 10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출되어 온 정책 대안이다. 공유부 기본소득,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 기본소득 연계형 탄소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합계출산율이 0.7대로 떨어지고 결혼 기피 경향이 완연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음을 방증한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간단한 원리 하나를 방기하면, 무시무시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민국 자본주의가 이처럼 심각한 상태에 놓였음에도 지금 한국의 정치권은 한가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 여당은 법인세·종부세·상속세 등을 줄여서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느라고 여념이 없고, 앞장서서 이를 저지해야 할 더불어민주당은 대권 플랜 운운하며 중산층의 마음을 잡는다는 핑계로 정부 여당에 맞장구치느라고 정신이 없다. 꼭 그렇게 해야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의 정무적 판단이 도대체 어떤 정치학에서 나왔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조국혁신당과 사회민주당 등 소수 정당이 거대 양당의 감세 경쟁에 반대해서 약간의 희망을 안겨주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알 수가 없다. 위기의 시대에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국민과 함께 위기 극복에 나서는 유력 정치인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이다.
#희년
이거 가짜 뉴스 아냐?…배추 한포기 ‘2만원’
폭우·폭염 영향으로 작황 타격
폭염으로 채솟값이 치솟은 가운데, 일부 대형마트에서 한 포기에 2만원이 넘는 배추가 등장해 화제다.
2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40922 하나로마트 배춧값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하나로마트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2000원으로 표기되어있다. 작성자는 “지금 하나로만 배추(가) 비싼 게 아니고 시장이고 마트고 다 비싸다”며 “날이 너무 뜨거워서 배추 모종을 심는 족족 다 타죽어서 모종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올해 김장 비싸서 못할 것 같다”고 적었다.
하나로마트 쪽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는 배추는 크게 농협경제지주 공급 배추가 있고, 지역농협 자체 구매 배추가 있다. 경제지주 공급 배추는 권장판매 가격을 준수해야 하는데, 자체 구매 배추는 지역농협에서 마진을 붙여서 판매가를 설정한다”며 “현재 이슈화되는 배추는 지역농협이 자체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배추 가격은 한가위 직후 급등하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보면, 연휴 직전인 13일 8002원이었던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은 19일 9337원으로 치솟아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20일에는 가격이 다소 내려가 8989원이었다. 지난해(5509원)와 비교하면 63.16%가 올랐고, 평년(7039원)과 비교해도 27.7% 오른 가격이다. 한 하나로마트에서 파는 배추 가격과 차이가 있지만 평년보다 가격이 많이 오른 셈이다.
올여름 폭우와 장기간 이어진 폭염으로 ‘고랭지 배추’ 작황이 타격을 입은 것이 배춧값 폭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9월 중순까지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씨 탓에 강원 산간 지방의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하는 ‘고랭지 배추’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출하되는 가을배추 물량이 풀릴 경우, 김장철 배추 가격이 지금보다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민주당 기후의원모임, 금융위에 기후공시 의무 시행 촉구
2026년부터 기후공시 도입 의무화, 여야 정치권 모두 팔 걷어
▲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과 그린피스·녹색전환연구소·경제개혁연구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기후공시 의무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니엄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시점이 불확실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이 시민단체들과 함께 2026년 의무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녹색전환연구소·그린피스·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경제개혁연구소 등 4개 단체는 비상과 함께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내 기후공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과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와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ESG 공시'로 불립니다.
올해 4월 금융위원회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여러 지속가능성 정보 중 기후 부문 공시, 즉 기후공시부터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그러나 ▲공시 시점(2026년 이후) ▲공시 위치(법정공시 또는 자율공시) ▲스코프3 포함 여부 등 기후공시 내 세부사항 상당수는 여전히 확정되지 못했습니다.
당초 금융위는 기후공시를 시작으로 ESG 공시를 2025년부터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작년 10월 연기됐습니다. 이후 금융위는 기후공시 도입 시점은 추후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이 가운데 경제계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기후공시 도입 시기를 2029년 이후로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법적 부담이 큰 법정공시가 아닌 자율공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비상 등 금융위에 기후공시 2026년 시행 촉구
이에 비상과 4개 단체는 금융위를 향해 ① 2026년부터 기후공시 의무 시행 ② 법정공시 추진 ③ 스코프3 정보 공시 내용 포함 ④ 공시 의무화 대상은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제출 법인으로 하되 자산 2조 원 이상 법인부터 단계적 확대 등의 내용을 촉구했습니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은 "기후위기 심화로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책임있는 행동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이어 "최근 국제사회에서 기업의 기후공시 기준을 통일하고 있다"며 "공시 활동 확대를 위한 조치가 이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EU) 2025년 ▲미국 2026년 ▲중국 2026년 ▲싱가포르 2026년 등 주요국은 늦어도 2026년부터 기후공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박 의원은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외면하고 있다"며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그러면서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공시기준 의무화 시기, 의무화 대상, 보고 방식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수년째 침묵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 주요국은 앞다퉈 ESG 등 지속가능성 공시를 수립해 발효를 예고한 상황이다.ⓒ 한국회계기준원
정보 투명성·경쟁력 제고 필요…"ESG 로드맵 나와야"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사무국장은 투자자 관점에서 기후공시 도입의 필요성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등 120개 투자 단체가 올해 5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 ESG 공시기준을 2025년 도입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국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ESG 공시 제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 세계 경제가 기후경제·ESG경제·지속가능한경제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습니다.이어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인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은 이러한 대전환 시대에서 기업 공시 능력이 그 초석이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후공시 도입 시점을 주요국보다 뒤로 늦추거나 대상을 축소할 경우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이 국장은 우려했습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부소장)는 금융위에 관련 로드맵 수립을 촉구했습니다. 금융위는 2021년부터 ESG 공시가 평가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 변호사는 "(현재까지도)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된 바 없다"며 "다른 주요국에 비해 매우 후진적인 행태"라고 꼬집었습니다. 2027년 이후로 기후공시 도입을 고려하는 일본의 경우도 관련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로드맵을 수립 중인 것과 비교됩니다.지 변호사는 "(일본은) 매 회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국 기업들이 시행 시기 전까지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며 "(한국 금융위의 현 대응이) 국내 기업과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기후공시 의무 도입 앞당겨야
기후공시 도입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당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기후공시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지난 20일 열린 '지속가능성 의무공시 제도화 토론회'를 공동개최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개회사에서 "유럽·미국·일본 등이 기후위기 대응을 산업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면서 이 문제를 보는 관점이 바뀐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이어 김 의원은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지 않아 생기는 리스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기업에서 커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단,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서울 도봉갑) 또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기후공시와 관련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토로회에 참석한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 부장은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2025년과 2026년에 의무공시를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때 한국도 국제흐름에 발맞춰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그는 현 공시 시점이 이미 늦었다고 지적하면서 공시 시점을 미루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윤원섭(dnjstjqw2710)
쏟아지는 ‘원전 르네상스론’…대박 시작인가, 환상인가
HERI 이슈 ‘원전 르네상스론’ 긴급점검
탈원전 국가들, 원전 활용 잇단 선회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큰 전환점
탄소중립·AI 전력수요 대처 현실론도
건설비 급증·경제성 상실…회의론 우세
UAE 수주 때도 “1천조 시장” 헛물켜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원전의 10배
“체코 원전 24조 수주 잭팟…세계는 원전 르네상스”
‘원전 르네상스(부흥)론’이 요란하다.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24조 잭팟’ 축포에 이어 원전 르네상스론이 쏟아지고 있다.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0일 현지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서 “한국과 체코가 ‘팀 체코리아’가 되어 ‘원전 르네상스’를 함께 이뤄나가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잭팟론은 덤핑·적자 수주 우려에 이어 한국 원전 모델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이 재차 불거지며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이다. 반면 원전 르네상스론은 스위스·이탈리아 등 기존 ‘탈원전’ 국가의 잇따른 신규 원전 추진과 맞물리며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원전은 이미 경제성을 상실해 르네상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이 많다. 독일·대만·스페인 등의 탈원전 정책에는 변함이 없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세계 에너지시장 흐름은 더욱 강화하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론은 대박의 시작일까? 아니면 환상일까?
원전 확대론 러시
스위스 에너지부 장관은 8월 말 “에너지 공급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가능하게 할 원자력법 개정안을 올해 말까지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했고, 201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확정했다. 이탈리아의 환경에너지부 장관도 지난 7월 “10년 내 가동을 목표로 소형모듈원전(SMR) 투자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며 “2050년까지 원전이 전체 전력의 11% 이상을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1987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결정한 데 이어 1990년 마지막 원전 가동을 멈춘 ‘탈원전 1호국’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보다 앞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원전을 1개만 남기고 모두 폐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전 비중을 15%에서 25%로 높이고, 2050년까지 최대 8기의 원전을 더 짓기로 했다. 원전이 전체 전력의 70%를 차지하는 프랑스는 2021년 기후변화 대응을 이유로 신규 원전 14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노후 원전을 폐쇄해 원전 비중을 50%로 낮추겠다고 한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스웨덴도 2023년 우파 정부 주도로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재래식 원전과 다수의 소형모듈원전 건설 방침을 밝혔다. 1980년 국민투표에서 단계적 원전 폐기를 결정한 뒤 12개의 원자로 중 6기를 폐쇄한 탈원전 정책을 43년 만에 포기했다. 벨기에는 2003년 탈원전 선언으로 2025년까지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뒤집고, 2022년 원전을 10년 더 가동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2022년 현재 1기인 원전을 3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원전 확대론이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7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해 원전 투자 확대의 길을 열었다.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에 맞는 친환경 산업분류 체계로, 기업의 투자지침서 역할을 한다. 지난해 12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미국·일본 등 22개국은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2010년 대비 3배로 늘리기로 결의했다. 올해 3월에는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원자력 정상회의’가 열렸다. 미국·중국 등 30여개국은 공동성명에서 기존 원자로 수명 연장, 원전 투자금 조달 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전환점
원전은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이어지며 가동 중단과 폐기, 신규 건설 포기 등 탈원전의 거센 태풍에 직면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에 따른 에너지 안보 불안이 겹치면서 발전 비용이 싸고, 좁은 면적에서 대규모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날씨와 밤낮에 상관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이 ‘구원투수’로 급부상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못한 현실도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몸값을 올렸다. 인공지능(AI) 등의 발달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 전망도 원전에 힘을 싣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원전의 안전한 가동 연장은 청정 에너지원의 대규모 확보를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은 “과거 부정적이었던 원전에 대한 인식이 최근 몇년 사이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해 역전됐다”고 평가했다.
아직 불확실한 탈원전 포기
하지만 원전으로 돌아서는 유럽 국가들의 내부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탈원전 철회를 단정 짓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스위스 에너지부 장관의 신규 원전 추진 발언은 연립내각 전체의 의사로 보기 힘들다. 스위스는 내각제이지만, 총리는 큰 권한이 없고, 각료들이 모두 동등한 위치에 있는 집단지도체제이다. 에너지부 장관은 원전에 찬성하는 우파 스위스국민당 소속이다. 또 스위스는 국가의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서 결정한다. 탈원전은 2017년 국민투표에서 결정됐다. 올해 6월 국민투표에서도 원전을 대체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는 태양광전기법안이 찬성 69%로 가결됐다.
이탈리아의 원전 재추진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시절에 국민투표까지 시행했으나, 국민의 90% 이상이 반대해 무산됐다. 현재의 원전 재추진 정책은 2022년 집권한 우파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의 최대 환경단체인 레감비엔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탈원전 포기에 회의적이다. 프랑스의 신규 원전 추진도 공수표가 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번째 원전 공사를 2028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임기는 2027년으로 끝난다. 원전의 운명은 차기 정부의 손에 달린 셈이다.
르네상스 회의론
원전이 에너지 위기 해결의 ‘구원투수’로 급부상하면서, 향후 원전 활용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1980년대 이전과 같은 원전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원전 르네상스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원전 사고 위험성, 방사성 폐기물 처리 어려움 같은 안전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기준 강화 등으로 원전 건설비가 대폭 증가하고, 공사가 지연되면서 원전 건설은 경제성을 이미 상실했다”며 “앞으로 미국과 서유럽에서 신규 원전시장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럽의 주요 원전건설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잇달아 좌초하고 있다. 일본의 히타치제작소는 영국 중부 앵글시섬에 원전 2기를 짓다가 공사비가 30조원 이상으로 급증하자 2019년 포기했다. 히타치는 이 사업으로 3조원의 손실을 보았다. 미쓰비시중공업도 2013년 수주한 튀르키예 시노프 원전 4기 건설의 비용이 2배로 급증하자, 2019년 두 손을 들었다.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EDF)가 짓는 영국 힝클리 포인트 시(C) 원전도 완공 목표가 2025년에서 2030년으로 미뤄지고 건설비가 2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파티흐 비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조차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연합 내 원전 인프라 붕괴 등을 이유로 “(원전 르네상스는) 확실히 늦은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경제성 상실로 원전 사업을 포기한 미국의 지이(GE), 일본의 히타치·미쓰비시·도시바, 독일의 지멘스가 신규 원전 사업에 다시 뛰어들지 않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외국계 에너지기업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 기업들은 원전 기술과 핵심 인력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지만, 원전 사업 중단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원전 르네상스가 맞다면 그들이 왜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원전 투자 확대의 기대를 낳은 유럽연합 그린 택소노미가 확정된 이후 전세계 에너지시장 흐름도 회의론에 힘을 싣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6월 발표한 ‘2024 세계 에너지 투자’를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듬해인 2023년 재생에너지 투자는 7350억달러로, 원전의 660억달러를 압도했다. 올해 원전의 투자 전망은 78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8% 증가가 예상되지만, 재생에너지도 7710억달러로 늘어나 10배 전후의 격차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세계 발전시장 비중도 2020년 재생에너지가 11.7%로, 원전의 10%를 처음 앞지른 이후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재생에너지가 15.9%로, 원전의 9.1%보다 6.8%포인트 많다. 오는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 33.3%, 원전 9.4%로 격차가 23.9%포인트에 이를 전망이다.
각국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하는 소형모듈원전의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여러 국가가 소형모듈원전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대량 생산 시스템 구축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해 개발 비용이 늘어나, 투자자들이 소형모듈원전 기술의 실현 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지난해와 올해 준공한 보글 원전 3·4호기와 핀란드가 지난해 4월 가동에 들어간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를 2022년 이후 원전 르네상스와 직접 연결짓는 한국 보수언론의 보도는 전형적인 아전인수 격의 부풀리기라고 할 수 있다. 보글 3·4호기는 2012년 사업을 시작해 2016년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건설비가 2배로 폭증하고 투자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하면서 7~8년 늦어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글 원전이 ‘원전 부흥’의 시작이 아니라, 미국의 마지막 대형 원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킬루오토 3호기도 애초 2009년에 완료됐지만, 각종 기술 결함 등으로 가동이 14년 늦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원전 전 주기 협력 협약식과 터빈 블레이드 서명식을 마친 뒤에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와 서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기회와 위기의 공존
한국은 26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프랑스·중국·러시아에 이은 원전 5위 국가다. 건설 중인 울산 울주군의 새울 3·4호기와 윤석열 정부가 최근 건설을 재개한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까지 완료되면 총 30기로 늘어난다. 한국은 뛰어난 원전 건설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프랑스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원전 활용론의 부상은 한국 원전산업계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한국이 경쟁국과 달리 원전 건설에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원전 10기 수출과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목표로 내세웠다. 보수언론은 체코를 시작으로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앞서간다. 체코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 뒤 “현지 기업의 60% 참여”를 요구했다. 에너지업계의 한 임원은 “체코 원전의 계약금액이 24조원이라고 해도, 체코 요구를 수용하면 순수하게 한국에 돌아올 몫은 10조원 정도”라며 “공사 기간 10년을 감안하면 연간 순수출 효과가 1조원 정도로, 올해 수출 목표 6800억달러(한화 920조원)의 0.1%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원전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 효과와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체코 사업의 경제적 가치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보다 크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원전 르네상스론에 취해서 김칫국부터 마시다가는 또 다른 위험을 낳을 수 있다. 일부 보수언론은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맞춰 “2035년까지 1600조 원전시장이 열린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수주 직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보수언론은 “1천조 원전시장 열렸다”,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건설을 추진하는 400기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축배를 들었지만, 결과는 헛물만 들이켠 꼴이 됐다.
한국의 선택
에너지 전문기관들은 원전 르네상스론에 취해 원전에만 ‘올인’하고, 시급한 과제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소홀히 하는 것은 가장 경계한다. 에너지전환포럼이 최근 발표한 ‘재생에너지 혁명 현황과 시사점’을 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8.7%에 불과하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유럽연합, 중국, 미국은 각각 34.3%, 22.2%, 20.1%로, 한국의 2~4배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한데 현실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지는 형국이다. 정부는 송배전 투자 차질로 전력망 운용에 어려움이 가중되자, 지난 5월 호남·충청·제주에서 태양광·풍력 발전의 전력망 접속을 제한하며 사실상 신규 투자를 막았다. 기후위기 대응 엔지오(NGO)인 푸른아시아의 이인형 전문위원은 언론 기고에서 “한국이 원전 르네상스론에 취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불장난과 같다”며 “외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알이100(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 이행을 충족하지 못하면, 주요 품목의 수출이 3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경고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지난 7년간 극과 극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가운데 원전 신규 건설 백지화, 원전 공사 중단, 수명 연장 철회 등 탈원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지상주의’에 빠져 재생에너지는 뒷전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 정부가 원전에 너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윤 정부는 너무 급가속하는 셈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 정책이 이념과 정치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위험하고, 미래와 후손을 생각해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는 “전세계가 원전을 필요악으로 보고 있어 앞으로 일정 부분 시장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도 수익성 확보를 전제로 원전 산업의 기회를 살릴 필요가 있지만, 과도한 원전 르네상스론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 정책이 ‘탈원전’과 ‘원전 올인’ 중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조화를 찾아야 하고, 태양광에 이어 풍력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비 부르는 ‘습섬 효과’…대도시엔 사람도, 눈물도 많은 탓인가요
전 세계 1056개 도시 조사한 결과
60% 이상이 주변보다 강수량 많아
기후변화로 20년간 습섬효과 2배↑
전 세계 1056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해당 도시의 60% 이상이 주변 농촌 지역보다 연간 강수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인구가 밀집돼 있는 도시는 주변 농촌 지역보다 기온이 높다. 밀집된 인구와 건물, 붐비는 차량, 거리를 뒤덮고 있는 포장도로 등이 어우러져 기온을 높인다. 이를 ‘열섬’(heat islands) 효과라고 한다. 보통 100만명 이상 인구가 사는 도시는 기온이 주변보다 약 3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도시의 이런 특성은 기온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습도, 즉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못해 실제 기온보다 체감온도가 더 높아진다.
미국 오스틴텍사스대 연구진이 전 세계 1056개 도시(반경 5km 이상)의 2001~2020년 위성 데이터를 토대로 강수량 실태를 분석한 결과, 해당 도시의 60% 이상이 주변 농촌 지역(도시 반경의 1∼3배)보다 연간 강수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도시의 이런 강수량 특성을 ‘습섬’(wet islands) 효과로 명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습섬 효과는 지난 20년 동안 거의 2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도시의 강수량을 주변 지역과 비교해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층빌딩이 만드는 상승기류가 비 유발
연구진은 조사 결과 더 덥고 습한 지역일수록 건조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도시와 주변 지역의 강수량 차이가 더 컸다고 밝혔다. 예컨대 베트남의 호치민,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는 주변 농촌 지역보다 연간 강수량이 200mm 이상 많았다.
대륙별로는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도시에서 습섬 효과가 가장 컸다. 습섬 효과를 보이는 도시의 비율이 각각 85%, 71%였다. 습섬 효과가 가장 낮은 곳은 아시아로 59%였다.
연구진은 특히 습한 지역에서 도시와 주변 지역 간의 강수량 차이가 조사 기간 중 연평균 37mm에서 67mm로 거의 2배로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는 기후변화에 기인한 지구온난화와 급속한 도시화가 어우러지면서 공기 중 수증기의 양이 전체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조한 지역에선 강수량 차이에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도시에 비를 더 많이 내리게 하는 몇가지 이유 중 특히 도심 고층빌딩 숲의 역할을 지적했다. 고층빌딩 숲은 바람의 속도를 막거나 늦출 뿐 아니라 공기를 도심으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논문 공동저자인 종리앙 양 교수는 “건물이 바람 속도를 늦춰 수렴 효과를 더욱 키우고, 이로 인해 공기의 상향 운동이 더 강하게 일어난다”며 “이런 상향 운동은 수증기의 응축과 구름 형성을 촉진해 비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여러 도시 환경 요인 중 강수량과 가장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인구라고 강조했다. 인구가 많을수록 더 조밀하고 더 높은 도시가 만들어질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도 더 많아져 결국 기온을 더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습섬 효과는 도시가 클수록 더 큰 경향을 보였다. 습섬 효과를 보인 도시의 비율이 인구 상위 도시 절반에선 67%, 하위 도시 절반에선 58%였다.
저지대나 계곡 도시는 주변보다 강수량 더 적어
열섬 효과도 강수량에 영향을 미쳤다. 둘 사이의 관계가 유의미하게 관련된 인구 2만명 이상의 271개 도시의 경우, 도시 표면 열섬이 1도 증가할 때마다 도시의 연간 강수량이 주변 지역보다 24.7mm 더 많았다.
산악이나 해안 같은 자연 지형도 강수량에 영향을 끼쳤다. 연간 강수량이 주변 농촌보다 200mm 이상 더 많은 17개 도시 중 10개는 해안도시였다. 산악지대에선 도시와 주변 지역의 강수량 차이가 적었다.
계절별로는 여름과 겨울보다는 봄과 가을에 습섬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으며, 강수량 차이는 여름과 겨울이 더 컸다.
소수이긴 하지만 주변 농촌보다 강수량이 적은 도시도 있다. 주변 지역보다 지대가 낮은 곳이나 계곡에 위치한 도시에서 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진은 미국 시애틀, 일본 교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사례로 들었다.
연구진은 도시의 연간 강수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포장도로로 뒤덮인 땅에 비가 내리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갑작스런 홍수를 촉발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는 도시를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강수량이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데브 니요기 교수는 “예컨대 홍수에 취약한 습한 도시는 홍수를 억제하기 위한 조처를 취할 수 있고, 건조한 도시는 비를 늘리는 방식으로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73/pnas.2311496121
Global scale assessment of urban precipitation anomalie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보문산 개발은 예산·행정력 낭비... 즉각 중단하라"
대전시, 민자 유치 실패 후 TF구성 공영개발 추진.... 환경단체 "민생이나 챙겨라“
▲ 대전시가 추진하는 보문산 케이블카(전망타워) 조성 사업 예시도.ⓒ 대전시
대전 보문산 개발 사업인 '보물산 프로젝트'에 민자 유치가 어렵게 되자 대전시가 시비를 투입해 개발을 추진하자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대전시의 공영개발을 위한 TF구성을 맹비난하고 나선 것.
대전시는 지난 13일 신속하고 차질 없는 보물산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전담 TF를 구성, 첫 회의를 열었다. 이 TF는 대전시 문화예술관광국장을 팀장으로 6개 관련 부서와 대전도시공사가 참여, 30명 규모로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서 TF팀은 민선 8기 내 보물산 프로젝트의 가시적 성과 달성 방안 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보문산 개발에 반대해 온 대전지역 환경단체들은 혈세와 행정력 낭비를 중단하고 민생을 돌보라고 요구했다.23일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공동 성명을 내 "민자 유치에 실패한 '고물산프로젝트'에 시비 1200억 원을 쏟아붓겠다는 이장우 시장을 규탄한다"며 "대전시는 시 재정을 축내고 민생을 외면하는 보문산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성명서의 첫 문장은 "이장우 시장이 구멍 난 배를 타고 대양을 건너려 하고 있다"고 시작했다. 1500억 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보문산에 케이블카와 고층타워를 설치하겠다던 대전시의 계획이 무산됐는데, 이를 포기하지 않고 공영개발로 계속 추진하는 것에 대한 평가다.
▲ 지난 6월 14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열린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NCCD)의 '제2차 보문산 난개발 중단 촉구 고함기도회'(자료사진).ⓒ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들은 "보물산프로젝트 민간사업자 공모가 실패로 끝났다. 이는 이장우 시장의 보문산 개발계획이 아무런 사업성이 없는 허무맹랑한 계획이었음을 증명한다"며 "이러한 결과는 전국 40여 곳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케이블카 사례에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이장우 시장은 시 재정 투입을 공언하면서 30명 규모의 TF를 구성해 민선 8기 내 가시적 성과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며 "무슨 시정이 게임인가, 시장 마음대로 배팅하고, 실패하면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마구잡이 개발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예산뿐만이 아니라 30여명의 시와 도시공사 관계자를 개발 TF에 투입했다고 한다. 혈세 낭비를 넘어 행정력까지 낭비되고 있다"며 "과연 대전시에는 시급하고 중요한 민생 현안이 그토록 없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코앞에 닥친 기후 재난, 삶을 파탄 내는 전세사기 피해 등 시민을 위한 공공성 확보에는 왜 이런 강한 의지를 가지고 행정력을 투입하지 않는가"라고 꼬집고 "시를 개인 사유물로 생각하면서 정작 민생은 뒷전에 두고, 임기 내 성과 내기에 혈안이 된 이장우 시장의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끝으로 "이제는 중구청은 물론, 보문산 인근 주민들조차 보문산 관광활성화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의 임기 내에 책임지지도 못할 사업을 시장 개인의 고집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이장우 시장은 마구잡이 보문산 개발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장재완(jjang153) 오마이뉴스
오대산 산죽(山竹)의 몰락… 원시림이 보내는 ‘흑색 경보’
▲ 평창 오대산 일대 군락지를 이루고 있던 산죽(조릿대)들이 대규모로 고사해 죽은 가지들만 황량하게 남아 있는 모습. 오대산 일대 산죽들은 2022년 무렵부터 차례로 고사, 수분을 잃고 줄기와 잎 모두 하얗게 뜬 채 말라 죽어가고 있다. 최우은
극한 기후 위기에 한반도 백두대간의 허리 역할을 하는 평창 오대산 원시림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2일 오대산 국립공원사무소와 월정사 한강시원지체험관, 전문가와 지역 주민 등을 종합 취재한 결과 오대산 줄기를 따라 푸른 군락지를 이뤘던 산죽(조릿대)의 고사 현상이 최근 2년간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오대산 정상부까지 넓은 면적에 퍼져 있던 산죽은 2022년 초부터 고사하기 시작해 현재는 월정사 부근 등에서만 소량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정상으로 갈수록 하천 주변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집단군락지의 산죽들이 검게 변하거나 아예 물기가 없어 하얗게 말라죽은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산죽은 백두대간 오대산이 기후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지를 알려주는 지표종인데, 집단 고사 현상은 그만큼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대산 일대를 답사한 생태복원학의 권위자 김귀곤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나무가 죽는다는 것은 심각한 기후변화를 알리는 경고성 신호”라면서 “산죽 고사는 식생의 구조가 깨지고 자연에 교란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대대적인 모니터링과 실증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도 죽어가는 산죽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2022년부터 대나무가 죽기 전에 피운다고 알려진 산죽꽃도 대규모로 피어났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정원대 평창 향토사학자는 “150㎝까지도 자라는 산죽이 재작년부터 새까맣게 죽었다. 체감상 90%는 고사했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엉겅퀴나 자연산 곤드레, 백령동굴 쪽 동강할미꽃도 많이 사라졌는데 기후 위기 때문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라고 답답해했다.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는 식물학자 자문을 받는 등 진단에 들어갔지만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다. 산죽 군락이 몇 년 후 재생되는 현상도 있는 만큼 ‘휴면기’ 가능성 등을 포함한 총체적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대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산죽 고사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대부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원인을 찾고 있으나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지형근 한강시원지체험관 관장은 “대나무가 100년에 한 번 피운다는 꽃이 2년 전 피어난 후 산죽 대부분이 죽었다. 기후 위기로 추정만 하고 있는 만큼 기본 실태조사부터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 김여진·김진형
폭염에 벼멸구…황금들녘 ‘기후재난’ 몸살
전종덕 의원, 농진청 자료 분석…수확 앞 전남·충남 등 피해
일조량 부족·폭우·병해충 재해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기후”
잠기고 쓰러지고…타들어가는 농심 한 농민이 23일 전남 해남군 문내면의 농경지에서 지난 주말 쏟아진 호우로 인해 수해를 입은 벼를 살펴보고 있다(위 사진). 지난 20∼21일 255.5㎜의 폭우가 쏟아진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의 논에서 한 농민이 23일 넘어져 있는 벼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확을 앞둔 들판을 ‘벼멸구’가 휩쓸고 있다. 황금색으로 일렁여야 할 들녘 곳곳에는 하얗게 말라죽은 벼가 늘어나고 있다. 벼멸구는 벼 줄기에 구멍을 뚫고 즙을 빨아 고사시킨다.
전남지역 벼멸구 밀도는 ‘벼 20주당 300마리’를 넘어섰다. 4단계로 분류하는 병해충 예찰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다. 벼멸구 창궐은 ‘폭염’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벼멸구는 기온이 내려가면 활동이 뜸해지는데 올해는 최근까지도 번식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 재난’으로 농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재해 수준의 병해충이 발생하는가 하면 이상기온, 일조량 감소, 우박 등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전남도는 23일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도내 벼멸구 피해 면적은 1만9603㏊로 전체 벼 재배면적(14만8000㏊)의 13.3%에 달한다. 지난해 피해면적(675㏊)의 29배나 된다.
벼멸구 피해는 전국적이다. 진보당 전종덕 국회의원실이 농촌진흥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6일 기준 전남을 비롯해 전북(1200㏊), 충남(2274㏊), 충북, 경북, 경남에서 벼멸구가 발생했다.
한국에서 월동하지 못하는 벼멸구 창궐은 폭염이 원인으로 꼽힌다. 벼멸구는 통상 7월쯤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국내로 유입된다. 한 세대가 27일 정도를 살며 알을 낳아 번식한다. 최저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면 활동성이 떨어져 그동안 국내에서 2세대 정도 번식했다.
하지만 올해는 9월 들어서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으면서 3세대까지 번식이 이어져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벼멸구가 계속 번식을 이어갔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남에서는 이상기후로 올해 정부로부터 농업재해로 인정받은 농작물 피해만 6건이나 된다. 1만5091농가가 축구장 1만4127개에 해당하는 1만87㏊에서 피해를 봤다. 복구비로만 211억원이 지급됐다.
지난 2월 일조량 감소와 겨울 폭우로 마늘과 멜론, 딸기 등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꽃이 피는 시기인 3월에는 갑작스러운 저온과 고온이 반복됐다. 매실은 냉해를 입었고 무안과 신안의 양파는 생육이 불량했다. 5월에는 때아닌 집중호우로 수확을 앞둔 보리와 밀, 귀리 등이 쓰러졌다. 같은 달 우박과 강풍으로 사과와 키위 등도 큰 피해를 입었다. 폭염으로 인해 전남 재배면적(378㏊)의 38%에 이르는 135㏊에서 잎·줄기 마름 피해가 발생한 인삼도 농작물 재해로 인정돼 25일까지 피해조사가 진행된다.
윤영석 전남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고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로 인해 농업 피해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재해보험 등을 통해 ‘재해성 병충해’ 등도 보상하는 제도 등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걸리면 둘 중 한명은 죽을 수도"…코로나19 다음 사람 잡는 '넥스트 팬데믹’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AP연합뉴스
올 여름 재유행했던 코로나19가 3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류 인플루엔자(조류독감)이 ‘넥스트 팬데믹’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국내에서도 나왔다.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조류독감의 감염대상이 고양이·돼지·소 등 포유류로 감염 확대되고 다시 사람이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조류 인플루엔자 간담회에서 "조류인플루엔자는 아직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최근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 감염 사례가 잦아졌다"며 "학계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코로나19 다음으로 찾아올 팬데믹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닭·오리·칠면조·야생조류 등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다. 그간 조류에서 가금류(오리·닭 등)와 야생 조류, 포유류까지는 감염된 사례는 있었으나 사람에게까지는 잘 전파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 바이러스가 사람까지 감염시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H5N1'은 A형 인플루엔자의 변이종으로, 지금까지 300종 이상의 조류와 40종 이상의 포유류를 감염시켰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H5N1'에 감염된 소·가금류에서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만 총 14건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초부터 지난 4월 초까지 세계 23개국에서 889건의 인간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그중 463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52%에 달한다. 이처럼 치사율이 높은 만큼 우려도 크다. 로버트 레드필드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전염될 때 사망률은 코로나 19와 비교해 “아마도 25%에서 50% 사이의 사망률로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는 건 시간문제”라고도 우려했다.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의 주요 증상은 결막염을 비롯해 발열·기침·인후통·근육통 등 전형적인 인플루엔자 유사증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폐렴, 급성호흡기부전 등 중증 호흡기 질환, 구역·구토·설사를 수반한 소화기 증상,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재갑 교수는 “향후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선된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기술의 개발·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충분한 물량을 비축하는 등 사전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울경제 김수호기자
크리스마스 트리도 멸종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높은 산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특유의 기품 있는 외양과 안정적인 형태로 전 세계인들에게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는 구상나무.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기도 한 구상나무로 이뤄진 숲이 지난 100년 동안 한라산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나무는 영어 이름과 학명에도 코리아(Korea)라는 단어가 들어갈 만큼 우리나라, 특히 한라산 등 남부 지방의 높은 산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숲 면적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등급 위기(EN) 단계로도 지정된 구상나무.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한라산에 분포한 구상나무 숲이 1918년 1168.4헥타르(ha)에서 2021년 606헥타르로 48.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고유종이기도 한 구상나무로 이뤄진 숲이 지난 100년 동안 한라산에서 절반 가까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의 고지도(古地圖)와 항공사진을 분석하고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구상나무 숲의 감소 현상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연구부는 성판악 등사로 중심의 동사면이 502.2헥타르로 가장 큰 감소를 보였고, 영실 일대(서사면)와 큰두레왓 일대(북사면)도 각각 58.0헥타르, 40.7헥타르씩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까지 한라산 구상나무 숲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했던 진달래밭 일대에서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가장 큰 면적 변화가 초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부터는 영실 일대에서 연평균 감소율이 높아졌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1900년대에 연평균 0.24~0.50%의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감소율이 급증했다. 기온 상승, 태풍, 가뭄 등 이상기후가 구상나무 숲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1900년대에 연평균 0.24~0.50%의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감소율이 급증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제공)
연구부는 “2006년 이후에는 연평균 감소율이 1.37~1.99%로 급증해 구상나무 숲의 쇠퇴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제주 지역의 온도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러한 기후변화의 압력이 한라산의 아고산 침엽수림의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부 관계자는 “성판악 1700~1900m 해발 고도에서 2012년과 2013년 대규모 고사가 일어났었다”며, “2012년 유독 잦았던 태풍과 이듬해 초여름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연달아 나타나면서 먼저 뿌리가 흔들리고 마르는 등 고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구상나무 숲 감소 원인을 기후변화라고 확정해 얘기할 순 없지만, 고도가 낮은 곳으로부터 위쪽으로 올라가는 형태로 고사가 진행되고 있어 기후변화의 영향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 전문위원 최진우 박사는 “기후가 따뜻해지면 특별한 조건 아래 적응해왔던 침엽수들은 분포 범위와 회복력이 줄어들고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한라산 외에도 지리산, 덕유산 등 아고산 지역, 특히 춥고 바람이 세고 눈이 많이 내리던 지역에 잘 적응해 살았던 침엽수들은 기상 조건이 안 맞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동물 서식지 안전할까?" 쓰레기 늘어나는 국립공원
전국 국립공원에 최근 5년간 5,180톤의 쓰레기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이 다시 늘면서 쓰레기 역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투기 적발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이 최근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559톤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083톤, 2020년 935톤, 2021년 831톤, 2022년 885톤, 2023년 887톤이다.
국립공원별 쓰레기 발생량은 지리산이 734톤으로 가장 많았고, 북한산 526톤, 한려해상 407톤, 덕유산 398톤 순이었다.
쓰레기 유형별로는 생활폐기물 382톤, 재활용가능자원 114톤, 음식물류폐기물 33톤 이었으며 페트병, 캔 등 재활용가능자원 쓰레기와 음식물류폐기물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쓰레기 무단투기 적발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2019년 11건, 2020년 4건, 2021년 8건, 2022년 22건, 2023년 294건이었으며 2024년 8월말은 140건에 달했다.
임이자 의원은 “전국 국립공원에서 많은 양의 쓰레기 발생으로 탄소 흡수원인 국립공원의 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쓰레기 발생 저감과 무단투기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과 탐방객들의 환경 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홍보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 임이자 의원실)/뉴스펭귄
여수서 발견 한국특산종 섬진달래, 학명 ‘태혀니’로 명명
2015년 여수 섬에서 발견, 최근 일본종과 다른 특성 확인
우리나라 식물분류학 선구자 고 정태현 교수 이름 따 명명
한국 특산종으로 밝혀진 여수의 섬진달래.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의 선구자인 하은 정태현 교수의 이름을 따 ‘태혀니’로 명명됐다. 국립수목원 제공
한국특산종 섬진달래의 학명이 ‘태혀니’(Rhododendron tyaihyonii)로 명명됐다. 로드댄드론(Rhododendron)은 진달래속, 태혀니(tyaihyonii)는 하은 정태현(1882~1971) 전 성균관대 교수의 이름이다. 정 교수는 일제강점기 한반도 자생식물의 한글 이름을 체계화한 조선식물향명집, 우리나라 첫 식물도감인 한국식물도감의 저자로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의 선구자로 꼽힌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지난 2015년 전남 여수의 한 무인도에서 발견한 섬진달래의 학명을 태혀니로 명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여수 섬진달래는 키 1~2m 안팎, 타원형 잎에 노란색을 띠는 흰색 꽃이 특징이다. 발견 당시 이 섬진달래는 생김새가 일본 혼슈 지역 섬진달래(Rhododendron keiskei var. hypoglaucum)와 유사해 같은 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국립수목원·창원대·성균관대·충북대·일본 교토대가 협력 연구를 통해 잎 뒷면의 표면구조(섬모)가 일본 혼슈지역 섬진달래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한반도 고유의 특산 신종으로 등록했다. 국립수목원 등은 이 연구 논문을 조만간 발간되는 학술지에 실으면서 여수의 섬진달래 학명을 ‘진달래속 태혀니’로 이름 붙였다. 손동찬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 연구과 박사는 “여수 섬진달래가 한반도 특산 신종으로 밝혀져 식물의 학명과 기원과 관련한 국제적 논의에서 우리 식물의 고유성을 알리고 우리나라 생물주권을 선언하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정태현 교수님은 국내 생물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상이 ‘하은 생물학상’일 정도로 우리나라 식물분류학계에 남긴 업적이 뚜렷한 분”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자생식물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연구와 보존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람, 지구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보도블록 틈새를 따라 자라며 개화 중인 애기땅빈대.
올해 여름은 너무 더웠다. 집에서 20분 남짓인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한 날도 손에 꼽을 정도다. 밤에도 식지 않은 건물 외벽의 열기와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전해지는 아스팔트 열풍의 소용돌이가 그대로 몸을 휘감는 길을 걸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말부터 기온이 낮아져서 이번 주 모처럼 걸어서 출근을 시작했다. 폭염을 지난 탓인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떨어진 가로수 잎들이 많이 보인다. 뜨거웠던 염천의 여름 내내 그늘 한쪽 없이 온전히 달구어진 보도블록 틈새에서도 잘 자란 풀들이 눈에 띈다. 애기땅빈대와 개미자리다. 크기가 작고 꽃도 잘 보이지 않지만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환경 적응력이 큰 식물로 자주 회자되는 종들이다.
애기땅빈대는 키가 큰 아주까리나 포인세티아와 같은 대극과(科) 식물이지만 이름에서 직감되는 것처럼 잎과 줄기가 작고, 땅에 바짝 붙어서 자라는 식물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고, 특히 도심 콘크리트 바닥과 보도블록 틈새에서도 잘 자란다. 척박한 양분과 데일 정도로 뜨겁게 달구어진 벽돌 바닥에 붙어서 자라는 애기땅빈대의 생명력에 경탄할 수밖에 없다.
보도블록 틈새에서 개화하는 개미자리. 성언창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제공
개미자리도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식물이다. 작고 조밀하게 자라는 식물체가 마치 이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카네이션과 패랭이꽃과 같은 석죽과에 속하고 엄연히 꽃이 피는 식물이다. 도심 콘크리트 바닥 틈새를 초록색으로 메우며 자라는 모습이 신기해서인지 SNS에 사진이 자주 공유되기도 한다. 보기에도 좋고, 잡초성도 작은 친근한 종이라 왠지 쓰임새가 많을 듯하다.
이름에도 들어 있듯이 빈대와 개미처럼 작고 하찮을 듯한 식물들이 좁고 뜨거운 보도블록 틈새에서 꿋꿋한 녹색성장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놀랍고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들 식물이 뜨겁고 척박한 도심, 사람의 발길에 밟혀 죽기 쉬운 틈새를 비집고 살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키 큰 식물이 적응하기 곤란한 곳이고, 양분이 많고 환경이 좋은 곳보다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생육공간에 조성되는 환경이 거기에 적합한 생물들을 선택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기후변화가 요즘처럼 예측범위를 넘어 극한으로 진행한다면 인류는 생존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렇게 환경이 바뀐 지구가 생존 가능한 종들을 선택한다면 사람은 거기에 포함될 수 있을까? 이 작은 식물들을 보며 문득 떠올린 불안한 질문들이다.
서효원 식물학 박사/한국
“침팬지, 고릴라도 인권 부여” 스페인 정부, 입법 추진
스페인에서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 등 대형 유인원에게 ‘인권’을 부여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대형 유인원에게 인권을 부여해 비윤리적인 실험과 연구에서 보호하겠다며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동물복지법의 후속 조치다.
현재 사회권리부에서 법률 초안을 만들고 있다. 법안에는 대형 유인원의 소유와 관리 조건 및 쇼 등 상업적 이용 금지 등이 담긴다.스페인 정부는 대형 유인원이 유전적으로는 물론 학습과 의사소통 등 인지 능력 측면에서 인간과 가깝다며 이를 법률 추진의 이유로 들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부산 원도심 고도제한 완화 착수
중구 영주시민아파트 등 16곳, 市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 마련
부산시가 원도심권의 숙원인 고도제한 완화(국제신문 지난 5월 10일 자 1면 등 보도) 입장을 공식화했다. 또 시내 주거환경개선사업지와 문화재가 있던 역사문화환경보전지의 고도제한도 완화하는 등 대대적인 규제 정비에 나섰다.
부산 원도심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시는 25일 ‘2030년 부산도시 관리계획 재정비안’을 공개하고 26일부터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선다. 재정비안은 지난 5월 시가 발표한 장기 도시계획 규제 전면 개편안의 후속 조치다. 이 계획은 이미 수립된 ‘2040년 부산도시기본계획’의 하위 계획으로, 도시의 장기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5년마다 재정비한다.
이번 고도제한 완화 및 폐지 지역은 원도심권과 문화재 주변이다. 대상지는 총 16곳으로, 이 중 부산진성지구는 4곳, 서대신3지구는 2곳이다. 특히 노면이하로 고도가 제한됐던 원도심권 4개 지구(수정1~3지구·서대신지구)는 해안조망 및 도시경관 변화 양상 등을 이유로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수정1·2지구는 ‘북항재개발 연계 수정축 일원 개발사업’의 시행 시기와 연계해 향후 해제 시기를 결정한다. 중구에서는 영주시민아파트가 고도제한 완화 대상에 들어갔다. 경제성 문제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난항을 겪던 이곳은 주택 노후화 등 안전의 시급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됐다. 이 밖에도 ▷고신대학1지구 3층 이하→12m 이하 ▷서대신3지구 12m 이하→20m이하로 변경한다. 가야지구는 정비사업에 한해 인접 아파트의 해발고도로 제한 높이가 정해진다.
문화유산 등이 있어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충렬사 남측 안락1·3지구(21m 이하→ 27m 이하) ▷수영사적공원(10m 이하 고도제한 해제) ▷부산진성 일원(10m 이하→ 12m 이하)로 바뀐다.
시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곳도 향후 도시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고도제한 해제 및 완화를 검토할 방침이다. 임원섭 시 도시계획국장은 “도시여건 변화에 따라 불필요해진 규제를 완화해 재정비안을 마련했다”며 “도시관리계획의 합리적인 정비 방안을 계속해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내 평범한 일상이 우리 모두의 위험이 된다면?
버스, 지하철을 타거나 도심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작은 손선풍기를 들고 얼굴에 바람을 쐬는 이들을 본다. 이 찜통더위에 ‘오죽하면’ 싶기도 하고, 과거에 비하면 ‘온갖 게 다 나오네’ 싶기도 한데, 마음 한 켠에선 안타까움이 치솟는다.
한편, 이번 추석 명절에도 전국적 이동 인구가 많았다.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의 총 이동 인구는 약 3700만 명으로 예상되었고, 하루 평균 약 600만 명 이상이었다.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도 많이 이용하지만 자동차 이용 역시 많았다. 추석 당일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동차 이동 시간은 평소의 두 배인 9.5시간으로 예상됐는데, 실제로는 10~11시간 걸렸다.
또, 평소는 물론 명절 같은 때가 오면 택배 이용이 많다. 문 앞까지 배달해 주기에 매우 편리하다. 택배를 보내는 사람은 예전처럼 선물 꾸러미를 들고 가가호호 방문할 필요가 없어 일이 간편해진 면도 있다.
뭐 특별한 것도 아닌 일상사를 몇 가지 들추는 까닭은, 이러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본의 아니게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개인적 합리성과 사회적 비합리성의 충돌이다. 왜 그런가?
‘6차 대멸종’을 예고하는 손선풍기, 자동차, 택배의 편리함
손선풍기를 들고 다니면 당장은 시원한데, 계속해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전기가 계속 든다. 이제는 집집마다 필수품처럼 되어버린 선풍기, 에어컨, 제습기, 공기 정화기, 식기 세척기, 냉장고, 냉동고, 김치냉장고, 스타일러, 심지어 AI(…) 역시 마찬가지다. 온갖 가전제품 목록이 길어질수록 전기가 모자라 핵발전소 추진 세력이 힘을 얻는다. 한편, 가전제품 부품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자신도 모르게 우리는 매 주일 신용카드 1장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주변 어디를 둘러 봐도 플라스틱이 안 들어간 게 별로 없다. 편리함의 대가다. 더 중요한 점은 아무리 선풍기, 에어컨, 제습기, 공기 정화기를 써도 이 찜통더위나 미세먼지의 역습을 막을 수 없다는 것! 오히려 그렇게 개인들이 합리적 선택을 할수록 사회 전체, 지구 전체는 더 비합리적 방향으로 치닫는다. 핵은 ‘완벽한 죽음’의 표상이고, 이젠 기후위기를 넘어 ‘6차 대멸종’이 거듭 경고된다. 사라지는 벌과 멸종위기 종을 보시라.
자동차는 어떤가? 나 역시 예외가 아닌데, 집집마다 편리함, 신속함, 쾌적함, 익명성 등에 설득당해 자동차를 몬다. 개인의 자유롭고도 합리적인 선택! 그러나 많은 개인들이 합리적 선택을 해서 한꺼번에 거리로 나오면 본의 아니게 ‘교통 체증’과 ‘공기 오염’ 등 사회적 비합리성이 생긴다. 사회 전체적으로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건강 폐해가 심해진다. 전국 곳곳에 자동차 도로를 만들고 확장하느라 산천을 파헤치고 논밭을 없애는 것은 단순한 낭비를 넘어, 건강한 살림살이의 토대 자체를 파괴하는 자살 행위이기도 하다. 또, 자동차 배기가스 속엔 대부분 수증기,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등 온실가스가 많고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도 나온다. 차가 달리면 타이어가 닳는데, 이게 초미세 가루가 되어 코와 폐로 침투한다.
편리한 택배 역시 비슷하다. 각자의 휴대폰이나 PC로 검색, 결제, 주문함으로써 전국 곳곳의 지인에게 선물 배달을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하는 것은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다. 나 역시 그런 택배를 많이 보내기도, 받기도 한다. 어디건 택배차가 가가호호 방문하는 건 좋지만 배기가스를 온 동네에 뿜어댄다. 택배 포장을 뜯으면, 테이프가 지나치게 많고 박스 역시 양이 엄청나다. 때로는 플라스틱 소재도 많고 뽁뽁이나 비닐도 많다. 원룸 촌이 있는 동네를 지나다 보면 곳곳에 배달 음식이 남긴 쓰레기도 산더미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 한다 해도 과연 이 넘쳐나는 쓰레기를 어디서 어떻게 처리할까 싶다. 생각할수록 정신이 아득하다. 그래서 아예 ‘생각’ 자체를 지운다. 편리의 대가는 이렇게 무겁고도 무섭다.
최대 명절 추석인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 나들목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서울 시내 구간이 이동하는 차량으로 혼잡한 모습이다. 현재 고속도로는 성묘객과 귀경객 등 이동하는 차량이 많아 곳곳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2024.9.17. 연합뉴스
불편함 감수하고 나 개인의 합리성 포기하기가 첫 번째 해법
개인적 합리성과 사회적 비합리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논리적으로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사회적 비합리성을 초래하는 개인적 합리성을 절제하거나 포기하는 것, 둘째는 개인적 합리성이 유발하기 쉬운 사회적 비합리성을 교정하거나 예방하는 것, 셋째는 이 둘의 결합으로, 개인적 합리성에 조심스레 접근하면서도 사회적 합리성이 높은 대안을 찾는 것이다.
첫째 방법(사회적 비합리성을 초래하는 개인적 합리성을 절제하거나 포기하기)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찜통더위에 대한 (손)선풍기, 에어컨, 제습기, 공기청정기 같은 해법들은 전기도 많이 쓰고 플라스틱도 남용하며, 문제의 원인은 해결하지 못하면서 당장 나만 편하게 살려 하는 것이다. 선풍기나 에어컨 등은 지구 온난화(이제는, 지구 열탕화)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해법이다. 이는 사회적이고 생태적인 문제를 개인적 상품 구매로 해결하려는 걸 일컫는다. “뒷일은 나 몰라!” 식 태도를 가진 자본 입장에서는 지구 온난화(열탕화)가 새 시장 개척의 기회다. 그러나 불행히도, 위 해법들은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되고, 내 집 이외의 공간에 더 많은 열을 뿜어대며, 결과적으로 지구 열탕화(‘찜통 지구’)를 부채질한다. 처음엔 선풍기 하나만 해도 시원했지만, 나중엔 방마다 에어컨을 켜도 소용없는 때가 온다. 이런 연관성을 꿰뚫어본다면 우리는 ‘차라리’ 포기하거나 절제하는 식으로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불편함 혹 귀찮음을 감수하는 힘을 키우는 게 관건이다.
나의 경우, 이번 더위에도 일반 선풍기만 썼다. 에어컨이나 제습기, 공기청정기는 없다. 에어컨 없이 견디려 한다. 너무 더워 힘들 때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반신욕을 반복한다. 아침저녁으로 해가 약할 때 텃밭 일을 조금씩 하고 ‘차라리’ 땀을 흠뻑 흘리고 비누 없이 물 샤워만 해도 천국이다. 머리를 감고 말릴 때도 책받침이나 손부채를 쓴다. 땀에 쩔은 옷이나 수건, 양말은 샤워하면서 발로 철벅철벅 세탁한다. 손빨래 아닌, 발빨래! 세탁기는 한꺼번에 많이 할 때만 쓴다. 발빨래로 한 옷이나 수건을 강한 햇살에 말리면 까슬까슬해 좋다. 따끈따끈한 햇살이 태양광발전(3KW)으로 가정용 전기를 자급시켜 주고 빨래까지 말려 낸다.
무더위 속에서 지난 12일 오후 총수요 기준 최대전력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사진은 13일 오후 서울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들이 작동하는 모습. 2024.8.13. 연합뉴스
“조금 먹고 조금 싸자!”로 사회적 비합리성 교정하기
두 번째 방법(개인적 합리성으로 인한 사회적 비합리성을 교정하거나 예방하기)은 앞서 말한 자동차의 예를 들면 쉬울 듯하다. 자동차 쏠림으로 인한 ‘교통체증’ 및 ‘공기 오염’을 줄이려면 맨 먼저 대중교통 내지 공공교통(버스, 철도, 전철)을 대폭 개선(요금, 전용차로, 서비스 등)하면 된다. 가능하면 그 에너지도 모두 청정재생가능에너지(RE100)로 전환하면 좋겠다. 동시에 안전한 자전거 도로와 샤워 시설까지 잘 만들어 통학이나 출퇴근 시에 자전거를 대폭 활용하게 한다. 또, 프랑스 파리나 덴마크 코펜하겐의 ‘15분 도시’ 내지 ‘컴팩트 도시’처럼 걷거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중요한 볼일을 다 보게 도시계획을 다시 짠다. 인구 집중의 상징인 (서울 같은) 초거대도시보다 균형 잡힌 전원도시를 읍면 단위로 만들어 인구를 분산하는 것도 시급하다. 만일 명절 때의 차량 쏠림을 구조적으로 분산하려면 명절 연휴 기간을 (민주적 합의로) 최대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방법은 결국 민주주의로 풀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그만큼 성숙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택배나 포장 등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를 사회적 합리성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박스 테이프나 포장 재료를 자연소재로 만들도록 법제화하거나, 읍면 단위로 재활용센터를 크게 만들어 체계적으로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소재를 처음부터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함과 동시에 대체물을 개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와 비슷하게, 지구 열탕화를 저지하기 위한 국가적, 세계적 노력을 전면 강화해야 한다. 6대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를 방출하는 모든 사업장과 가정이 더 이상 방출 못하게 ‘비상 대책’이 절박하다. 국회도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잠시나마 푸른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기억을 되살려 보시라. “코로나 때 죽었던 ‘경제’를 걱정하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제’는 왜 하나? 생존과 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경제는 과감히 버려야 산다! 인류의 집단 생존을 위해선 근대 이후 당연시해 온 편리함, 신속함, 있어 보임, 가성비, 이기심 등의 가치 대신 돌봄, 나눔, 아름다움, 버림, 어울림, 자유로움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이 좋겠다. 이 모두, 사회적 합리성을 고양하는 밑거름이다. 그래서 나는 외친다. “조금 먹고 조금 싸자!” 그리하여 “모두 건강하게 살자!”
읍면에 살면서 발견한 개인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조화
셋째는 개인적 합리성을 극도로 조심스레 접근하면서도 사회적 합리성이 높은 대안을 찾는 것인데, 앞서 말한 좋은 아이디어를 종합적으로 실천(조화)하면 된다. 흔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겠느냐, 사회가 변해야지…’ 하는데, 이는 반만 옳다. 개인과 사회가 ‘같이’ 변해야 하니까! 물론, 이 둘의 조화를 이루는 가장 좋은 출발점은 자본주의 합리성을 넘어서는 것(탈자본)이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니고 나만 깨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되 하나씩 깊어져야 한다.
나의 경우, 택배로 오는 박스들은 (테이프를 떼어내고) 납작하게 만들어 텃밭의 풀을 멀칭용으로 덮어주는 식으로 재활용한다. 비가 오거나 오래 되면 박스 종이들이 삭아서 흙으로 돌아간다. 또, 생태화장실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분리해서 받아 잘 삭힌 뒤 텃밭에 거름으로 쓰는 것도 나의 비법이다. 개인적으로도 물과 전기를 절약해 좋지만, 사회적으로 수질 오염 예방과 흙 생태계 회복에도 좋다. 만일 ‘밥이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되는’ 이런 모델을 사회 전반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개인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퇴직 이후 나와 아내는 굳이 도시 공간에 살 필요가 없어 읍면 지역으로 이사했다. 삶의 질이 높아 개인적 합리성에 걸맞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니 사회적 합리성도 높아진다. 빗물을 받아 텃밭에 재활용하고, 몇 가지 야채라도 자급하니 기분도 좋다. 지역에서 (돈 안 되는) 인문학 모임은 여럿 하지만, (돈 되는 일이라도) 대중교통이 닿지 않으면 절제하고 포기한다.
1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공공재활용센터에 추석 연휴 기간 나온 스티로폼이 가득 쌓여 있다. 2024.9.18. 연합뉴스
“사랑과 보살핌, 헌신과 희생”으로 지구에서 가족처럼 살기
얼마 전에 나는 <한겨레>에 ‘기후 산재’의 사례들을 고발하고 성찰하는 칼럼(“기후재앙과 죽음의 행렬”)을 썼는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폭염노동 방지법’이 통과되었다 한다. 오는 26일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데, 때늦은 감이 있지만 사회적 합리성 차원에서 다행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조치는 8월 말 헌재가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기후소송’인데, 보다 구체적으로, 2030년 이후에도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기 위한 범국가적 비상조치를 하는 것이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에 다시 고삐를 채우고 마침내 ‘탈자본’의 길을 열 방법은 없을까? 결코 쉽진 않지만, 이것만이 자본의 합리성을 넘어서는 길, 그리하여 개인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충돌을 넘어서는 길이다. 이는 또한 근대의 계몽 철학이 낳은 ‘도구적 합리성’을 극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흔히 우리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식의 맹세를 해왔다. 알고 보면 조국도 민족도, 나아가 사회나 세계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족이 되면 온갖 문제가 풀린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마치 <아빠의 바이올린>에서 성공한 바이올리니스트 마히르가 아내 수나에게 고백하듯, “가족은 서로 다른 음으로 이뤄진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서로 다른 음들이 조화를 이루려면 “사랑과 보살핌과 헌신과 희생”이 긴요하다. 개인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충돌을 넘어, 사람과 지구가 한 가족으로 사는 길은 진정한 “사랑과 보살핌, 헌신과 희생”을 실천하는 것이다.
작은 고민은 소박한 해결의 시작이다. 더 깊고 체계적인 고민은 더 큰 해결의 문을 연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책임감에 기초한 민주주의가 더 깊어지고 확장돼야 한다. 이런 고민과 실천의 사회적 축적이 없다면 우리는 본의 아니게 마치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자멸할지 모른다. ‘나부터’ 귀찮음이나 불편함에 대한 감수력을 키우는 일과 동시에, 사회와 지구 전체를 생각하는 ‘성찰적 합리성’(돌봄과 나눔)을 드높이고 실천하는 일이 매 순간 절실하게 느껴진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시민언론 민들레
파크골프장 500홀 더 짓고, 매년 생활체육 축제 연다
부산시, 1차 시민행복회의 개최
특광역시 최대 파크골프장 조성
생활스포츠시설 확충 전략 추진
2026년까지 총 2237억 원 투입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 붐’을 타고 부산 전역에 파크골프장을 500홀을 더 지어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많은 700홀까지 늘리는 등 부산이 ‘파크골프 성지’로 거듭난다. 탁구, 축구, 파크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등 5대 인기 종목을 중심으로 한 전국 단위 생활스포츠 대회도 매년 5월 부산에서 연다. 부산시는 15분 도시 정책과 연계해 도보 생활권 내에 스포츠 인프라를 대거 확충해 부산을 ‘생활체육 천국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시가 2026년까지 파크골프장 306홀, 테니스장 112면, 지역 거점형 종합 체육시설을 신설하는 등 생활체육 기반을 확충하기로 25일 밝혔다. 이날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에서 시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시는 25일 부산시체육회관에서 제1차 시민행복부산회의를 열고 생활체육 분야 추진 실적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시민행복부산회의는 민선 8기 후반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속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박형준 시장은 첫 주제를 생활체육 활성화로 잡았다.
시는 ‘보는 재미 넘어 하는 재미, 부산은 스포츠 다(多)’를 슬로건으로 생활 스포츠시설 확충과 환경 조성, 저변 확대 등 3개 전략, 9개 과제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국비 233억 원과 시비 1121억 원, 구·군비 883억 원 등 총 2237억 원을 투입한다.
시는 생활 스포츠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부산 전역에 노년층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파크골프장 500홀을 신설하고 테니스장, 풋살장, 클라이밍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등을 추가로 조성한다.
현재 부산에는 파크골프장 14곳(225홀)이 운영되고 있는데, 시는 내년 24곳(228홀)을 새로 짓는 등 2026년까지 44곳(531홀)으로 늘린다. 장기적으로는 특광역시 중 최대인 700홀 규모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청장년층에 선호도가 높은 테니스장도 신설과 개보수를 통해 현재 198면에서 추가로 112면을 조성한다.
또 국민체육센터, 멀티콤플렉스 스포츠센터, 어르신 복합힐링파크 등 지역 거점형 종합 체육시설을 신설하고 국제 클라이밍장, 스쿼시장, 반다비 체육센터 등을 건립한다. 강변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등 시민들이 생활스포츠를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강변이나 해변에 인접한 도시철도 역사에 물품 보관함과 탈의실 등 편의시설과 강습 기능을 갖춘 ‘러너스테이션’을 설치한다.
시는 매년 5월을 ‘생활체육 축제의 달’로 지정해 전국의 스포츠 동호인들이 부산에 모여 대회를 치르고 교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탁구, 축구, 파크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등 5대 인기 종목 대회를 열어 전국 대표 생활스포츠 축전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낙동강변 철인 3종 경기, 전국 3 대 3 함상농구대회 같은 부산의 자연과 관광 자원을 활용한 특화 스포츠 행사도 발굴한다.
생활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으랏차차 생활체육포털’ 통합 예약시스템과 전문체육인 재능기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스포츠용품 구매와 스포츠시설 등록에 사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 참여 인센티브제도(튼튼머니)를 확대한다. 시니어 전문체육인, 운동선수, 전 체육 교사 등이 강사로 참여하는 스포츠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박 시장은 “15분 생활권 내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을 부산 전역에 걸쳐 계속해서 늘려나가고 시민 누구나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생활 체육대회·아카데미를 추진해 시민이 체감하고 직접 즐기는 ‘생활체육 천국 도시’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wideneye@busan.com)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 난개발로 인해 나무들이 처참히 잘려나가고 있다. 자료사진. ⓒ 최병성
잠재적 산업 스파이쯤으로 간주하는 것일까? 헌법보다 더 근엄한 그 어떠한 보위가 필요한 영업활동을 하길래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에 속하는 알권리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뭉개려 드는지? 전천후 방패막이처럼 들이대는 영업비밀! 우리나라도 선진국인데 이제 좀 그만하지 싶다.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살기 충분했던 곳을 파헤치고 무엇인가를 조성한다는데 그게 어떤 성격의 사업인지, 어느 곳에 조성할 요량인지, 그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이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므로.
이를테면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을 벌일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는데, 그 일정 규모란 것이 뒷산에 나무 몇 그루를 베거나, 근처에 작은 시설이 하나 들어서거나 하는 정도가 아니다. 작게는 5000㎡이지만 크게는 축구장 100개 이상의 규모이거나, 지도가 바뀔 지경이거나, 지형이 크게 변모하면서 거대 시설이 들어서거나, 없던 도로가 널찍하게 뚫리거나 하는 규모다.
그 과정에서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물질을 심각하게 내뿜거나 온실가스를 펑펑 쏟아내거나 하는 등의 사안이다. 그런데 삽을 뜨기 전까지는 개발사업 예정지였다는 사실을 전혀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는 것에 분개한다면 정당한 분노와 항변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면 명백한 법 위반이다. 환경영향평가법에 "환경영향평가 등의 대상이 되는 계획 또는 사업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 제공을 함으로써 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에 주민들이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분명히 법에 따라 개발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그렇다면 법에서 제시하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행위만 했을 것이다. 법에서 말한 것처럼 충분한 정보제공을 통해 주민들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원활한 참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아닐 것이다.
형식적으로 개발사업에 대해 일간신문과 지역신문 귀퉁이 어딘가에 환경영향평가서 열람 방법을 공고하고, 열람 또한 관내 해당 장소에 가서 직접 열람하는 수밖에 없으니, 그 많은 양을 한장 한장 펼쳐가며 읽어내야만 그 사업이 어디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벌어지는 사업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게 과연 충분한 정보제공일까?
디지털 시대에 해당 게시 장소를 직접 방문하여 대체로 1000페이지 넘는 방대한 평가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살펴봐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낡은 행정을 전통을 존중하는 것과 일치시키는 억지처럼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인가?
온라인으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 운영 지침에 따라 인터넷 사이트에 환경영향평가서 등의 정보를 등록, 공개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군사상의 기밀 보호 등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그리고 평가서 등에 해당 사업의 특별한 영업비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 사유가 타당한 경우에 한해 비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작동은 다르다.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사업은 평가서가 공개되고 있지 않다.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인데, 평가가 진행 중인 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 반려되거나 취하된 사업 역시 원문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
환경영향평가가 다 끝난 다음에야 평가서 내용을 볼 수 있다면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다.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대한 의견 수렴 기회 자체가 차단되는 것이다.
게다가 평가서 원문은 저작권 정책에 따라 열람 및 인쇄만 가능하고, 원문 제공 동의 사업만 내려받을 수 있어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또한 영업비밀이란 사유로 사업자는 비공개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 사유가 타당한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신뢰할 만한 기준이 없다.
공적 자산인 자연환경을 개발하는 행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자료에 저작권이란 명분을 붙이는 것도 문제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저작권에서 말하는 지식재산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공공의 지식으로서의 위상을 지녀야 하지만 간과되고 있다.
환경부 장관이 환경영향평가서를 협의('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가 '협의, 조건부 협의, 재검토'란 용어로 바뀌어 조금 혼동된다)할 때, 검토를 위해 전문기관, 이를테면 한국환경연구원,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의견을 듣는데, 이들 전문기관이 어떠한 의견을 냈는지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사업이나 제주제2공항건설사업에 대해 검토기관들은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냈지만, 환경부 장관은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냈다. 검토기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환경부 독단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를 통해 검토기관의 검토 의견을 전달받기 전에 소송으로 문제제기하고 승소하기 전에는 검토기관 의견을 일반인들이 확인할 수 없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 난개발사업을 인해 쓰러지고 망가진 멸종위기종들과 그들의 서식처가 묘지가 되지 않도록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녹색연합
먼저 정보 공개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서는 환경영향평가 실시 전 단계에서 소통의 기능과 환경영향평가 내용에 대한 기록으로 사업에 대한 정보, 환경 현황, 영향 예측 및 평가 등 전반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인허가 행정기관이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환경부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동등하게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
환경정보의 공개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올바른 판단을 유도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각 결정이 내려지는 단계마다 그 결정 사항에 대해 공개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될 때 과정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가능해진다.
자연환경 현황 조사의 경우 기초 조사 데이터를 포함해 조사 결과를 상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사를 위한 측정 기계 설치 장소, 환경영향과 경관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자료도 함께 공개하면서 정보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비공개 정보를 최소화하도록 비공개 사유나 타당성에 대해 신뢰할 만한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비공개되는 정보도 사업자의 자의적인 요청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 관련 기준을 수립하는 별도의 상설위원회를 두어 결정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도 지방자치단체 등에 특정 정보 공개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한 정보공개심의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정보공개에 관한 기준 수립 등을 심의 조정하기 위하여 상설위원회인 정보공개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알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법률에서 명확히 뒷받침하도록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임성희 오마이뉴스
환경영향평가법개정 서명하러가기! https://bit.ly/3TcetKM
지구 환경 지표 9개 중 6개 기준 넘어… "7번째 지표도 임계점 근접"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2024년 행성경계 진단 결과 발표
▲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가 지구 환경 건강을 전반적으로 연구한 '2024년 행성경계 진단 현황' 결과 보고서를 2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Planetary Health Check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이 현 추세대로 이어질 경우 지구 환경이 더는 인간이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인류가 지구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생존하기 위한 주요 지표 9가지 중 6가지가 이미 안전 기준 한계치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최신 연구 결과, 7번째 지표 역시 임계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4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연구소는 '행성경계(Planetary Boundaries)'를 기반으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인류가 지속가능하게 생존하기 위해서 지구 환경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찾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지구 환경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건강검진을 한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지구위험한계선'으로도 불립니다.
행성경계는 크게 9가지 지표로 구성돼 있습니다.
① 기후변화 ② 생물권 보전(생물다양성) ③ 영양화(질소·인의 변화) ④ 새로운 물질 ⑤ 토지 이용 변화 ⑥ 담수 이용 변화 ⑦ 해양산성화 ⑧ 대기질(에어로졸) ⑨ 오존층 변화 순입니다.
2023년 연구 당시 3가지(해양산성화·대기질·오존층 변화)를 제외한 남은 지표들은 모두 안전 한계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올해 분석에서는 해양산성화 지표도 곧 한계를 넘을 것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행성경계? 인류에게 보내는 지구 건강 지표"
물론 당장 인류가 지구에서 더는 살기 어려워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소는 행성경계 지표가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신호'라고 설명합니다. 캐서린 리처드슨 코펜하겐대 생물해양학과 교수는 지구를 고혈압 환자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그는 작년에 연구소와 함께 행성경계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그는 "고혈압 상태가 계속되면 심장마비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며 "지표를 한계치 밑으로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구에게 심장마비 같은 재난이 닥치지 않기 위해 인류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행성경계 개념을 처음 제시한 환경학자이자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인 요한 록스트롬은 이번 연구에 대해 "전반적인 진단 결과, 환자인 지구는 매우 위독한 상태"라고 우려했습니다.
록스트롬 소장은 지구 환경을 둘러싼 지표 상당수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어 그는 "행성경계 지표 상당수가 고위험 구역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2024년 지구 환경을 전반적으로 측정한 결과, 9개 지표 중 6개는 안전 수준을 뜻하는 행성경계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PIK 제공, 그리니엄 번역
행성경계 지표 9개 중 6개 '안전 기준' 넘어
연구소는 각 기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지반으로 지구 환경을 전반적으로 검진했습니다. 이후 그 결과를 시각화로 표현했습니다. 녹색인 영역은 아직 양호하다는 뜻입니다. 노란색부터 주황색 영역은 행성경계를 넘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붉은색부터 보라색으로 색이 짙어지는 영역은 고위험 구역에 해당합니다. 연구소는 "이 영역에 돌입했다는 뜻은 지구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① 기후변화는 고위험 구역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23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9ppm(100만 분의 1)을 기록했습니다. 산업화 이전(280ppm)과 비교해 50% 넘게 증가한 겁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② 생물다양성도 고위험 구역에 진입한 지 오래입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종(種)의 유전적 다양성 손실이 커졌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지난 150년간 동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10% 이상이 손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구소는 "해양생태계 내 다양성은 아직 다루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③ 영양화도 고위험 구역에 머물고 있습니다. 농업에서 과도한 비료 사용으로 인해 토지·해양 내 질소와 인이 급증했단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컨대 이 영양분이 과잉 공급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해 어패류가 질식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구소는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질소·인 과다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④ 새로운 물질 지표 역시 고위험 구역에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방사성폐기물·화학물질 등을 말합니다. 연구진은 "새로운 물질로 인한 환경영향이 아직 어느 정도일지 파악이 안 된다"면서 "정량적인 수치 파악이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단, 이들 물질이 환경에 분명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⑤ 토지 이용 변화는 삼림 면적과 관련돼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삼림벌채로 인해 4억 2000만㏊(헥타르) 규모의 삼림이 사라졌습니다. 현재 고위험 구역에 근접한 상황입니다.
⑥ 담수 이용 변화 역시 비슷한 상태입니다. 연구진은 담수를 크게 2가지로 구분합니다. 토양·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 저수지 등에 있는 물입니다. 두 담수 모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양산성화' 안전 기준 침범 임박… "지표 역전 필요"
연구소는 ⑦ 해양산성화 지표가 조만간 안전 한계선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관은 "해양산성화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북극해와 남극해 등에서도 산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해양에 흡수되며 산성도가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산성화가 높아지면 해양의 탄소흡수능력은 떨어질뿐더러,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9개 지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하나로도 임계점을 벗어나면 연쇄효과로 다른 지표들 역시 무너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습니다.
⑧ 대기질과 ⑨ 오존층 파괴 지표는 안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기질 지표는 지난해 연구진이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올해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안전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반대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 주저자 겸 연구소 소속인 보리스 삭셰프스키 박사는 행성경계 지표 상당수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에 그는 지표를 안전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한편, 연구소는 올해부터 행성경계와 관련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올해 보고서는 지난해 말 수립된 과학자 파트너십 'PB사이언스'에 수행됐습니다. 연구소는 인공지능(AI)·위성데이터·토착지식 등 여러 기술과 정보를 행성경계 연구에 결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원섭(dnjstjqw2710)오마이뉴스
온난화 주범 플라스틱, 온실가스 연 19억톤 뿜는다
지난 6월 울산 에스케이지오센트릭 석유화학공장에서 1차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장의 파이프라인을 타고 흐르며 매일 84만배럴의 원유가 가공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데다 저렴하고 생산하기도 쉽다. 인간이 만든 물질인 플라스틱이 탄생 100년도 안 되어 온 지구를 뒤덮게 된 이유다. 온갖 것으로 성형하기 쉽단 이유로 인간은 플라스틱에 중독됐고, 기업은 시커먼 원유를 일단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로 만들어놓고 본다.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자’는 구호만으로는 지구를 지켜내기 어려운 이유다. 생산-소비-폐기·재활용으로 이어진 플라스틱의 전체 생애주기
지난 6월 찾아간 울산 남구 에스케이(SK)지오센트릭 석유화학공장. 거대한 공장 곳곳에 삐죽삐죽 솟아 있는 각기 다른 크기의 석유 저장 및 정유 처리 탑과 굴뚝들. 그 시설 사이를 미로처럼 연결한 파이프의 끝단인 제품 출하동 안에서 마치 정미소에서 갓 찧은 쌀 같은 흰색 알갱이들이 빈 포대 속으로 쏟아진다. 플라스틱의 재료 ‘폴리머’다. 원유 가공 과정에서 어떤 촉매를 만나느냐에 따라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분류되는 폴리머는 일회용 포장재부터 기계 부품 등 무엇이든 만드는 ‘만능 소재’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60만톤(2023년 기준)의 폴리머가 생산된다. 폴리머의 원재료는 끈적하고 검은 ‘석유’다. 폴리머 생산은 공장 바로 옆,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외항에 300m 길이의 거대 유조선이 이틀에 한번꼴로 100만~200만배럴 분량의 원유를 부려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세계에서 실려 온 원유는 정유공장 증류탑으로 보내 끓인다. 끓는점이 낮은 순서로 성분을 분리하고, 고온에서 분해하고, 급랭, 압축, 분리정제, 합성 등의 과정을 거쳐 폴리머를 만든다. 이 과정은 미로처럼 얽힌 밀폐된 파이프라인 안에서 이뤄져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다. 에스케이에너지 생산관리실 전길배 선임 엔지니어는 “플라스틱 생산 공정을 외부에서 볼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환경 오염이고, 유출 사고”라고 말했다. 매일 84만배럴의 원유가 가공되는데도, 공장 안에선 기름 냄새조차 맡을 수 없었다. 플라스틱 제조 기술이 ‘현대판 연금술’이라 불리는 까닭을 역설하는 듯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이 ‘연금술’을 통해 플라스틱 산업을 일궈왔다. 지난해 한국의 플라스틱(폴리머) 생산량은 1451만톤으로 중국,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4위다. 생산량의 60%(950만여톤)를 수출한다. “원유를 플라스틱으로 가공할 경우 (휘발유, 경유 등으로) 정유해서 파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4배”여서 “‘산업의 쌀’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소재 산업”(김평중 석유화학협회 대외협력본부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플라스틱은 원료 추출(석유 시추)부터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플라스틱의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19억톤(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으로,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국가 배출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울산 에스케이지오센트릭 석유화학공장에서 생산된 폴리머. 김정수 선임기자
특히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 세계적 환경 커뮤니케이션센터인 ‘그리드-아렌달’은 지난 2월 내놓은 ‘플라스틱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플라스틱 전체 생애주기 가운데 생산 단계에서 온실가스 85%가 배출된다고 밝혔다. 원유 정제부터 나프타 분해, 폴리머 중합 등 제조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총생산량의 75%를 2040년까지 감축해야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산을 줄이지 않고서는 플라스틱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와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플라스틱 생산량이 오히려 비약적으로 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실제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제1차 플라스틱 생산량이 11억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국제 협약’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러시아, 이란 등 주요 산유국과, 중국 등 석유화학산업의 비중이 큰 나라들의 반대에 부딪쳐 진도를 빼지 못한다. 이들은 생산을 줄이지 말고 폐기물 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버틴다.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기 위한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린다. 한데 회의 개최국인 한국은 정작 어중간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칙적으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 규제 수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이 없다. 플라스틱이 포함된 석유화학제품은 한국 주력 산업 9대 품목 가운데 5번째로 생산액이 많다. 석유화학제품 가운데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수출입 실적 비율은 50.2%(2023년, 금액 기준)다. 플라스틱 수출이 경제성장의 주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어 정부도 생산 감축에 나서길 꺼리는 것이다.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 추이(왼쪽)와 플라스틱 수명주기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비중.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전반적인 감축보다는 일회용품 생산을 줄이겠단 태도다. 김 본부장은 “플라스틱의 60%가 (가구·자동차·가전제품 등) 내구재로 공급되는데, 경량화하고 내구성이 강화되면 오히려 환경 오염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생산은 지속하면서 재활용과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쪽에 방점을 찍는다. 폐플라스틱을 재료로 한 ‘재활용’ 산업이나 내열성이나 고강도 고기능성 플라스틱을 생산해, 일회용품 생산 감축으로 줄어든 이익을 대체하겠단 전략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 폐플라스틱이 9%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되는데, 거기서 원유를 재추출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단체 등에선 플라스틱 규제가 “일회용품 규제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생산 단계에서 적극적 감축을 이뤄야 이후 단계에 악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한국을 포함해 19개국 시민 1만9천명에게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2%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구체적으론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세운 파리협약이나 자연 보호 지역을 30% 이상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운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같은 방식이 제기된다. 플라스틱 생산에 대해서도 전지구적으로 생산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각국이 이를 이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플라스틱 협약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4)에서 르완다와 페루는 “2040년까지 15년 동안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량을 40%로 감축하자”(40X40)는 제안(‘북극성’)을 내놨다.
다만 구체적 진전이 있으려면 “과잉 생산에서 과잉 소비로 이어지는 가속페달을 늦추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은 “이제는 주로 일회용품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퇴출·대체 정책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세’ 같은 수단을 동원한 1차 폴리머 감산 정책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플라스틱 생산 감축’ 거북이걸음…중국·인도·산유국 반대 목소리
플라스틱 국제 협약 11월 부산서 마지막 5차회의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회원들이 플라스틱 협약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가 종료된 뒤인 4월1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앞에 두고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적힌 말풍선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오타와에 도착한 순간부터 석유화학업계의 영향력은 분명했습니다. 공항과 도시 곳곳에 광고가 게시됐고, 업계 대표들이 (플라스틱협약 협상 회의) 행사장 주변에 포진해 있었습니다. 회의 때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유럽 내 한 국가의 정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시민단체 사람과 한번 회의할 때 석유화학업계 대표와 다섯번 회의한다고 말했죠.”
지난 4월 세계 170여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플라스틱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 4차 회의(INC-4)에 참석했던 델핀 레비 알바레스 국제환경법센터(CIEL) 석유화학 캠페인 코디네이터가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플라스틱협약 협상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체 생애주기를 다루는 협약을 체결하기로 한 2022년 유엔환경총회 결의에 따라 협약문을 성안하는 회의다. 알바레스의 말은 ‘업계’의 영향력에 따라 이 협약문에 생산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은 담기기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실제 협상 회의에서 석유화학업계와 이해가 일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산유국들은 협약이 플라스틱이 생산된 이후 폐기 과정에서 환경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많은 나라들이 협약문에 ‘1차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를 담자고 주장했지만, 산유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도 여기에 반대했다.
한국은 처음에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하는 ‘높은 야망 연합’(HAC)에 참여하며 강력한 협약을 촉구하는 대열에 섰다. 하지만 실제 협약문 협상이 시작되자 감축 목표 설정과 일률적인 규제 조항 신설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국가별 자율적 조치를 강조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에 대해 “연간 생산 규모 세계 4위의 석유화학산업 생산국”으로서의 지위를 언급하며 “국내 산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재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 설정 등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간 협상위원회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다섯번째 협상 회의에서 협약문을 완성해 내년에 소집될 외교전권회의에 넘겨야 한다. 부산에서 모두가 만족할 협약문이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는 높지 않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부산 회의를 성공시키려면 산유국과 강한 규제를 주장하는 그룹 양쪽 모두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논리로 중간 그룹 국가들을 규합해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데, 회의를 주최하는 한국이 이런 국제적 정치력을 갖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거꾸로 간 정부 일회용품 규제…멀어진 ‘플라스틱 제로’ 제주
‘다회용컵 보증금제’로 재사용 앞서간 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 철회에 동력 잃어
지난 7월16일 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성준(31)씨가 다회용컵 반납기 사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어르신들께 ‘재사용’ 컵에 대해 설명해드릴 때 잘 못 알아들으시면 ‘제주도에 있는 스타벅스랑 같은 컵이라서 거기서도 반납 가능해요’라고 했거든요. 그러면 불만을 누그러뜨리셨는데 이제는….”
지난 7월16일 찾은 제주도 우도에 있는 박성준(31)씨의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려면 1천원의 보증금을 추가해 다회용컵에 음료를 받아야 했다. 매장 안이나 우도 항구에 설치되어 있는 다회용컵 회수 기기에 컵을 반납하면 1천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반납한 컵은 회수·세척 업체를 거쳐 다시 카페로 돌아온다.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쓰는 것은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기 위해 가공을 거쳐야 하는 일회용품과 달리, 한번 만들어진 제품을 같은 용도로 ‘재사용’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21년 환경부·한국공항공사·스타벅스·에스케이(SK)텔레콤 등과 협약을 맺고 도내 스타벅스 매장 등에서 ‘다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일회용컵에 보증금(300원)을 매기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2022년 12월 제주·세종에서 우선 시행했는데, 제주도는 자체적으로 민간과의 협약을 통해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 제도를 먼저 시도한 것이다. 2022년 8월부터는 사업을 우도에까지 확장해, 올해 9월 현재 우도 내 카페 19곳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소비하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일회용’으로, 그중 단 9%만이 재활용될 뿐 대부분 매립·소각되면서 어마어마한 탄소를 배출한다. 그린피스의 ‘2023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은 19㎏이었는데, 생수 페트병 109개(1.6㎏), 일회용 플라스틱컵 102개(1.4㎏),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5.3㎏) 등이다.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 전체(441만톤)의 20%에 해당한다.
인구는 70만명이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한해 1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도는 플라스틱이 포함된 생활계 폐기물 발생량이 전국 평균보다 2배가량 많다. 제주도가 ‘청정 제주’를 앞세우며 정부가 추진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넘어 민간이 주도하는 다회용컵 보증금제까지 적극적으로 시행했던 이유다.
제주 우도 내 카페 ‘달그리안’ 한편에 테이크아웃 때 쓰일 다회용컵들이 쌓여 있다. 정봉비 기자
‘2023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그린피스, 2023)
다회용컵 보증금제의 최대 걸림돌은 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등 소비자들의 ‘불편’이다. 정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의무화를 추진할 때에는 이런 불편을 무마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어차피 보증금을 냈다가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용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다 환경친화적이라는 명분까지 있는 다회용컵을 쓰는 게 차라리 더 낫기 때문이다.
박씨 역시 “정부의 정책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도 한다” 등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설득했다. 시범사업 결과 2021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00만여개의 일회용컵 사용을 줄였고, 올해 컵 회수율은 83%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환경부가 전국 의무화를 앞두고 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사실상 철회해버리면서, 힘겹게 만들어온 동력도 함께 사라졌다. 다회용컵 보증금제 사업의 실무를 맡았던 에스케이 출연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는 올해 5월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행복커넥트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떨어지면서 우리도 고객들에게 다회용컵을 쓰라고 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정부의 홍보 효과가 사라지며 컵 보증금제가 필수에서 선택이 되어버린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선도지역 모니터링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실시하는 매장이 전체 참여 매장 446곳 가운데 422곳(이행률 94.6%)에 이르렀고, 반환율도 78.3%에 달했으나 전국 의무화 철회 뒤 지속적으로 떨어져 올해 8월엔 전체 504곳 가운데 226곳(이행률 44.8%)만이 제도를 실시하고, 반환율도 5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본섬과 달리 우도에서는 다행히 행복커넥트의 뒤를 이어 ‘더그리트’라는 업체가 다회용컵 보증금제 사업을 시행하는 중이다. 이전엔 컵 세척을 제주 본섬에서 했어야 했지만, 지금은 제주도청이 우도 안에 소유하고 있는 세척장을 활용해 제작·공급·회수·세척 등 전 과정이 우도 안에서 이뤄진다.
방인환 더그리트 제주 총괄은 “일회용컵 한개의 납품가가 100~150원인데, 다회용컵의 경우 사용료·세척료 포함해 150원 정도로 사실 비용 측면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주도의 지원 정책으로 컵 한개당 100원 정도의 비용을 지원받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보다 관건은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느냐에 달렸는데, 방 총괄은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하고 일관된 정책”이 아쉽다고 짚었다.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소비자들의 불편·편견을 줄이고 재사용을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도에서 또 다른 카페를 운영하는 박아무개(34)씨는 “일회용컵을 사용할 땐 하루에 8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3개를 매일같이 버렸는데 (다회용컵 사용으로) 그 양이 다 줄어들었다”며 “우도에서 잘 정착돼 전국적으로도 확장되길 바랐는데, 정책의 후퇴로 허탈해진 것이 사실”이라 말했다.
제주 시내 한 스타벅스에 일회용컵 반납기기와 다회용컵 반납기기가 나란히 서 있던 모습. 다회용컵 반납기기는 행복커넥트의 사업 철수로 8월부터 그 모습을 감췄다. 정봉비 기자
제주도에서 다회용컵 보증금제가 후퇴한 사례를 보며,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 정책을 더욱 확고하게 펴야 한다고 주문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결국 환경을 위해서는 다회용컵 보증금제로 가야 하는데, 일회용컵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사업 모델이 정착할 수 없다”고 짚었다.
국내 최초의 ‘리필스테이션’(재사용) 상점인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는 “이젠 몇만명이 오는 잠실야구장에서도 일회용기가 아닌 재사용 용기를 쓰는 등 우리 사회와 기업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본다. 문제는 정부의 확실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다회용품이 소비자 불편이라는 불리함을 안은 채 시장에서 일회용품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사용 정착을 목표로 제도를 만들고, 일회용품 규제와 다회용품 사용 지원을 병행해야만 플라스틱 소비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글·사진 정봉비 기자, 윤연정 기자 bee@hani.co.kr
세계는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자는데…한국은 구체적 전략도 없어
EU, 10여개 규제 항목 구체적 명시
규제의 시작은 그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들에선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추세다. 유럽연합은 2019년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에서 “일회용 플라스틱”(SUP: single-use plastic)을 “전체 또는 일부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생산자에게 반환하여 리필하거나 원래의 용도와 같은 용도로 재사용되도록 고안, 설계 또는 시판되지 않은 제품”으로 정의하고, 음료용 컵, 음료용기 등 이에 해당하는 10여개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유럽연합 의회가 지난 4월 통과시킨 ‘포장재 및 포장 폐기물 규정 합의안’(PPWR)은 ‘지침’이 아닌 ‘규제’로서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 감축을 의무화하고, 과일·채소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등을 2030년부터 전면 금지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이에 보조를 맞춰 자국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독일은 ‘포장재법’으로 일회용 음료용기 보증금제를 확대했고,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령’을 통해 플라스틱 빨대·식기류 판매를 금지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식품포장재와 음료컵을 사용하도록 했다. 프랑스도 2020년 관련 법을 제정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량 감축,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포장 금지 등 204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전면 퇴출시키기 위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했다. 유럽연합 밖에서도 뉴질랜드는 2022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6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특정 품목들을 지정해가며 판매와 제조를 금지하고 있고,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극심한 인도는 2022년부터 플라스틱 포장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19종의 제조·판매 등을 제한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시행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품’이란 규정이 너무 큰데다 구체적인 감축 전략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2년 11월 환경부가 종이컵,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등 특정 품목들을 집어 규제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으나, 지난해 전국 의무화를 철회하면서 그마저도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그린피스의 ‘2023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비닐봉투, 플라스틱 포장재, 플라스틱 컵 등 대표적인 일회용 플라스틱 9종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강한 규제’의 대상인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컵, 스티로폼 용기, 플라스틱 식기류 3종이 ‘규제’,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용기 2종이 ‘약한 규제’에 해당했을 뿐이다. 반면 유럽연합은 9종 가운데 3종을 ‘강한 규제’로, 4종을 ‘규제’로 다스리고 있었다. 캐나다와 독일도 3~4종의 일회용 플라스틱에 ‘강한 규제’ 정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용철 충남대 교수는 한겨레에 “우리나라 정책은 ‘일회용품’을 업종별로 관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일회용 플라스틱’에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품목들까지 따져서 생산·판매 금지 등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폐어구에 연간 4천억 피해”…조업 중 유실 어구 신고제 도입
지난해 11월 초 폐어구로 고통받고 있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발견됐다. 지난 1월 낚시줄 일부를 끊어냈지만, 여전히 입과 꼬리에 낚시도구들이 얽혀있는 상태다. 제주돌고래 긴급구조단 제공
정부가 해양 쓰레기 주범인 폐어구 발생을 줄이기 위해 어선에 폐어구 처리 장소 등을 기록·보관토록 하고, 조업 중 유실된 어구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어구 실명제와 어구 보증금제 시행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어구로 인해 우리의 바다가 신음하고 있다”며 “어구의 전 주기 관리를 통해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 해양 신산업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폐어구 발생 예방을 위한 어구순환관리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총리가 발표한 어구순환관리 대책엔 어선에 어구 적재량·설치량·폐어구 처리장소 등을 기록·보관케 하는 내용이 담겼다. 어구의 해상 불법투기와 육상 무단방치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조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조업 중 유실된 어구의 신고제를 도입하고, 유실어구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어구보증금제 활성화, 폐어구 회수 촉진 포인트제 도입, 수거시설 확충 등 어업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폐어구 회수율을 높일 보상체계와 인프라 구축도 추진된다.
정부는 바닷속에 버려지거나 유실된 폐어구가 해상 발생 쓰레기(연간 5만톤)의 76%인 3만8천톤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폐어구는 물고기 등 해양생물이 걸려 폐사하는 ‘유령 어업’을 야기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연간 4천억원가량의 수산업 피해도 발생시킨다.
한 총리는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어업인뿐만 아니라 유엔(UN) 등 국제기구·지역사회·환경단체·민간기업 등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추가적인 개선사항 발굴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한국과 세계의 시간, 앞으로 5년
“향후 5년은 이후 50년 동안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놔둘 것인지를 가를 것이다.”
이 말은, 지난 7월18일 재선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5년의 새 임기 비전을 밝힌 ‘유럽의 선택’에 나온 말이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공직자들이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말하는 건 늘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2024년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 사는 내게 그의 이 말은 섬뜩한 느낌이 들게 한다. 향후 5년 동안 유럽연합이, 세계가 만들어갈 시간과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시간 격차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유럽의 선택’에서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유럽의 지속가능한 번영과 경쟁력을 위한 새로운 계획’이다. 청정산업협약(Clean Industry Deal)을 구축해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데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한다. 당장 유럽 정부들과 공공기관 사업에서 기후친화적 철강을 사용해 공공영역이 선도하는 대규모 그린 철강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역을 시멘트, 알루미늄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에서 생산되는 철강의 35% 정도가 공공부문이 집행하는 건설 분야에 사용된다. 따라서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 철강 수출 4위 국가다. 유럽연합은 유럽연합 내 사용하는 철강의 절반 정도를 유럽연합 외부에서 수입하고 있고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주 수출국도 유럽연합이다.
이미 고지되어 있던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는 2026년 1월부터 적용되며 철강, 알루미늄 등 6개 제품부터 시작해 확대된다. 우리나라 수출에 탄소 장벽이 세워지는 건 비단 유럽만이 아니다. 당장 미국 의회는 올해 안에 ‘청정경쟁법’(CCA)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찬성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25년부터 철강, 알루미늄, 화학제품 등 12개 품목의 수입품이 미국 국내 제품 탄소집약도 기준을 초과할 때 배출량 기준 부담금이 부과된다.
지난달 29일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계는 제1차 탄소중립정책협의회에서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홀딩스 전무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와 미국의 청정경쟁법 등에 대응하려면 연간 370만톤의 그린수소와 4.5기가와트의 무탄소 전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차질 없는 공급을 요구했다. 기후친화적 철강은 철강 생산 단계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을 사용해 생산되는 제품을 말한다. 그러니 재생에너지 전력이 당장 대규모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총 전력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9% 정도다. 전세계 기준으로나 유럽연합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이미 30%를 넘어섰다. 유럽연합 전체적으로 태양광발전만 2023년보다 2024년 20%가량이 늘어났고 풍력발전도 9.5%가 늘었다.(영국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 ‘유럽연합 전력보고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전환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올해 5월 정부가 공개한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우리나라는 2038년이 되어야 2024년 현재 세계 평균과 비슷한 재생에너지 비중 32.9%에 도달한다고 한다.(정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이미 세계 평균과 15년의 격차가 나 있는데, 정부는 향후 15년 동안에도 굼벵이 걸음으로 가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큰일이다. 지금까지 현 정부가 보여온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인식이나 대처를 보건대 이 정부에서 뚜렷한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시민들이 문제의식을 확산하고 정부가 대책을 수립하도록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및 정부 탄소중립계획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에서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고 2026년 2월28일까지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현재 2030년까지밖에 없는 탄소중립계획을 2050년까지 확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어차피 법을 바꾸어야 하니 2025년 1년 동안 정부의 에너지 전환 계획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정부에 기대할 바가 없으니 국회와 전문가, 시민들이 대책을 논의할 기구부터 만들어보자.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중장기 전력설비 확충 계획 공청회 연다…'최대 3기' 신규 원전 향방은
제11차 전기본 수립 공청회…"2038년 원전 기수 정부가 판단"
야권, 원전 추가건설 부정적…신재생에너지 비율 확대 목소리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입장 발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0
중장기 전력수급 계획을 다루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되면서 신규 원전 관련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전기본은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 및 이에 따른 전력설비 확충을 위해 2년 주기로 수립되는 약 15년 장기 계획이다.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지난 5월31일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는데, 기존 발전소 건설·폐지 계획 및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을 모두 반영했을 때 오는 2038년까지 10.6기가와트(GW)의 신규 전력공급 설비 건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대형원전은 2037년 이후에야 도입이 가능하다. 이를 고려해 2036년까지 부족 설비물량 6.2GW는 열병합(LNG)·무탄소·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통해 확보하고 2037년부터는 대형원전을 통해 필요물량을 확보한다는 것이 11차 전기본 상의 계획이다.
4.4GW는 용량 1400메가와트(㎿) 급인 APR 1400 노형을 기준으로 신규 대형 원전을 최대 3기까지 지을 수 있는 분량이다.
총괄위원회는 지난 5월 실무안 공개 당시 "2038년까지의 건설 기수는 부지확보 등 추진일정, 소요 비용 등을 고려해 정부가 판단한다"면서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전기본은 이후 국회에 보고돼야 하는데 과반을 차지하는 야권이 원전 추가 건설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세종=뉴시스] 새울2호기 모습. (사진=새울원전 제공) 2024.09.26.
이번 공청회에서는 원전 기수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비율 등 전원 구성도 논의될 전망이다. 환경단체들은 11차 전기본에서 설정한 전원 구성 목표 중 2030년 21.6%로 설정된 재생에너지 목표로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나 2050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다른 나라들보다 현저히 낮은 신·재생에너지 비율, 기후위기 등을 고려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보급 계획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5월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한 뒤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기후변화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모은 뒤 전기본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이르면 연내에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여동준 기자(yeodj@newsis.com)
※11차 전기본 공청회에서 전기본 백지화를 요구한 활동가 총 17명이 연행되었습니다. 공유드립니다. 11차 전기본 공청회대응과정에서 부산참가자 강언주, 원세현, 정수희 연행되었습니다.
부산 낙동강 하구 1호 국가도시공원 시민추진본부 출범
26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범시민추진본부 출범식이 열려 참석자들이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낙동강하구 일대를 전국 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는 데 힘을 모으기 위한 범시민추진본부가 출범했다.
부산시와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범시민추진본부는 26일 오후 연제구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국내 1호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한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범시민추진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범시민추진본부는 부산 시민의 염원인 낙동강하구의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촉구하기 위해 학계와 종교계, 정재계, 시민사회를 아울러 92명이 참여해 꾸려졌다.
범시민추진본부는 이날 “낙동강하구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대형 공원을 조성해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 생태문화거점을 만들고자 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부산시는 지난 7월 을숙도생태공원 약 321만㎡, 강서구 맥도생태공원 약 237만㎡를 포함한 559만㎡를 시 도시공원으로 지정(부산일보 지난 8월 13일 자 3면 보도)하면서 1호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시는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일대에 더해 맥도 155만㎡, 기타 85만㎡를 포함한 총 798만㎡(약 242만 평)가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범시민추진본부는 국가도시공원 지정 요건을 시유지 200만㎡로 줄이는 법령 개정을 촉구하고 범시민 궐기대회를 여는 등 시민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범시민추진본부 상임공동대표인 박성환 100만평공원 상임의장은 “미래세대에게 ‘푸른 도시 부산’을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도록 공원녹지법 개정을 비롯해 유치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국가도시공원이 되려면 해당 부지가 도시공원이어야 하고, 부지 중 300만㎡ 이상이 지자체 소유여야 하지만 부산 대상지 중 시유지는 237만㎡로 신청 조건에 조금 부족하다./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올해 포도 색깔이... 큰일 났습니다
충남 전역 농작물에서 고온피해 속출... 배추, 무, 밤, 사과, 고추, 포도 등 전부 비상
▲ 충남 청양의 포도 농가.
요즘 농촌은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최근 고온 현상으로 논에서는 때아닌 벼멸구가 창궐해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고온 피해는 벼농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유난히 무더운 날씨가 지속된 올해는 배추와 무, 밤, 사과, 고추, 포도 등 피해 품종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농작물에서 고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0년 이상 농사를 지은 베테랑 농민들조차 "갈수록 농사 짓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충남 예산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올해는 너무 더워서 사과 농사도 잘 안됐다. 농사 짓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지는 그의 토로다.
"만생종 후지(부사) 사과 품종의 경우, 지난해보다도 작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봄에는 사과꽃이 냉해 피해를 입었다. 때문에 사과가 많이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봄에는 일부 나무에서 사과꽃이 거의 피지 않았다. 당연히 수확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사과 생산지로 유명함)에서 후지 사과 품종을 재배하는 것은 더 이상은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내 나이가 칠십 넷이다. 다른 일을 찾기도 어렵다."
그러면서 "날씨가 갈수록 덥고 기후변화가 심하다. 온난화 현상이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A씨는 "올해는 사과뿐 아니라 무와 배추 농사도 망쳤다. 김장 배추는 8월 20일 경에 심고, 무는 9월 초에 심었다"며 "추석 당일까지도 열대야 현상이 벌어지더니 결국 고온 현상으로 배추와 무가 모두 죽었다"라고 전했다.
무·배추는 죽고 밤은 쭉정이... "이런 경우 처음"
▲ 충남 서천, 이상기후로 여물지 못한 밤송이가 낙과했다.ⓒ 독자제공
밤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 역시도 울상이다. 올해는 밤벌레(복숭아명나방)로 인한 피해가 유독 커서 큰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밤 품종 중 하나인 옥광밤은 9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고온현상으로 밤송이와 밤의 낙과과 계속되고 있고 쭉정이도 늘었다.
서천에서 옥광밤 농사를 짓고 있는 B씨는 "올해는 쭉정이 밤이 유난히 많다. 7월에는 비가 많이 왔다. 이후로 8~9월까지 가뭄이 이어졌다. 가뭄 때문에 낙과(밤이 떨어지는 현상)가 계속됐다"라며 "알이 차지 않은 쭉정이 밤이 송이째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밤도 알맹이가 작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고온현상이 계속된 탓이 아닐까 싶다. 이뿐만아니라 해충 피해도 크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방제를 했는데도 복숭아명나방, 일명 밤벌레가 많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40년 동안 밤농사를 지었지만 올해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옥광밤은 고급품종이다. 수매가도 일반 밤보다 2000원 정도 비싸다. 시중에서는 1kg당 1만 원이 넘는다.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검게 익었어야 할 포도는... 붉은 채로 짓물러
▲ 고온에 짓물러 버린 포도. 충남 청양군의 한 포도농가.
포도 농가들도 고온 피해와 해충 피해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청양에서 캠벨얼리 품종의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C씨는 "보통 8월 7일께부터는 밤에 약간 서늘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고온현상이 지속됐다"면서 "그로 인해 포도가 검게 익어야 하는데 착색이 잘 안되서 붉은빛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도가 덜 익어서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낮에도 기온이 높아서 포도 알맹이가 화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게다가 올해는 담배거세미나방 피해도 크다. 지난해까지도 보이지 않던 해충이다. 포도 잎을 갉아 먹는데, 잎이 없으면 포도가 잘 익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 충남 청양의 한 포도농가. 담배거세나방이 포도잎을 갉아 먹었다.
▲ 충남 청양군의 한 포도 농가. 포도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 담배거세나방의 모습.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고추밭에서는 탄저병이 창궐하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충남도당 조직홍보국장도 예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김 국장은 "고추 탄저병은 매년 발생하고 있다. 고추밭은 농약을 자주 쳐야(줘야) 하는데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농업관련 기관에서 고온 현상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변화를 면밀하게 예측하고 고온에 맞는 농작물 재배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작물 재배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충남 예산의 한 고추밭. 탄저병 피해를 입었다.ⓒ 김종대
"충남도농업기술원, 아열대 작물 재배 연구 중"
충남도농업기술원도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 작물 재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도농업기술원 스마트원예과 관계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보통은 8월 15일을 기점으로 야간에 온도가 많이 낮아진다. 하지만 올해는 9월초 중반까지도 야간에 더웠다"며 "고온현상이 발생하면 작물의 수정이 잘 안되고, 벌레(해충)도 급속도로 번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경우, 한번에 대책을 세우기는 어렵다"라면서도 "농촌진흥청에서도 작물 재배 적지(적합지역) 연구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충남도농업기술원에서도 현재 아열대 작물과 채소 등 우리 지역에서 재배 가능한 작물이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라며 "현재 30여 종의 아열대 작물 유전자원을 노지에 심고 연구를 하고 있다. (일부 작물은) 하우스를 통해서도 적응성 검사를 하고 있다.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재환(fanterm5@hanmail.net)
시민들 "지금 이 순간 지구의 온도는 오르고 있다“
지구파괴 주범은 인간 아닌 자본주의다
올해 한국은 이상기후, 특히 극심한 무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많은 이들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지속적인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오늘날의 지구는 이미 생태균형을 잃었고 자체 정화능력을 상실했다. 환경문제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환경이 파괴된다면 머지않아 인류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생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오늘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 인류적 과제이다.
사냥꾼과 화전민이 환경보호 절박성 이해할 수 있을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주로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는 환경보호운동이다. 대부분의 환경보호단체는 사람들의 선의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에게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지 말자거나 과소비를 줄이자는 식으로 호소하는 것이다. 이런 운동은 분명히 올바르고 또 필요한 것이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환경파괴를 막을 수 없다.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존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심각한 생존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환경보호가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멸종위기 동물을 몰래 사냥해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멸종위기 동물을 사냥하지 않으면 자신과 가족이 굶어죽을 수도 있다면, 그가 환경보호를 위해 사냥을 그만 둘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아마존 지역의 밀림이 파괴되고 있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토지 소유의 불평등으로 인해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빈농들이 생존을 위해 숲으로 들어가 화전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아마존 밀림을 파괴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 역시 환경을 보호하자는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못할 것이다.
극심한 생존 불안은 자신(혹은 가족)의 생존에만 몰두하게 강요함으로써 공동체의 운명이나 인류의 안녕 등에는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해주는 사회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북유럽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버거운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선의에 호소하는 방식의 환경 보호운동으로는 환경파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해양투기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9.5. 연합뉴스
환경파괴 일으키는 ‘과시적 소비’, ‘과시적 소비’ 부르는 불평등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슬로우 라이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간 불평등과 서열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과소비를 줄이자거나 슬로우 라이프를 하자는 주장이 널리 퍼지기 힘들다. 오늘날의 한국처럼 치열한 개인 간 경쟁의 결과 개인 간 서열이 매겨지는 사회에서 소비는 경쟁에서의 승리 혹은 서열을 상징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남들보다 더 비싸고 좋은 옷과 장신구를 소유하는 것, 남들보다 더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남들보다 더 비싸고 좋은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 등은 자신의 서열이 남들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자신의 서열이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소비를 ‘과시적 소비’라고 한다. 연구들에 의하면 불평등과 과시적 소비는 정비례한다. 집단 간 불평등, 개인 간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시적 소비를 자제하자는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못할 것이다. 불평등한 서열사회에서 과시적 소비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의 낮은 서열을 인정하는 것이고 남들한테 무시당하면서 사는 인생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평등이 심하면 과시적 소비가 증가하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불필요한 생산 – 평등한 사회라면 필요하지 않은 생산 - 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된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환경파괴를 막을 수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적 이윤 추구와 욕망 억제하는 사회개혁 절실
진정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싶다면 개인의 기본적인 생존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사회,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사회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자본주의 제도는 인류의 생산력 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통속적으로 말해 인류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주의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즉 이윤추구를 본성으로 하는 독점자본가들에 의한 제국주의적 침략전쟁과 식민지 약탈, 자본주의 공해산업 등이야말로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제도를 개혁해야만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개인적 이윤 추구가 환경보호와는 양립할 수 없어서다. 자본주의는 모두가 개인의 이익, 이윤을 추구하는 것에 기초하는 사회제도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자본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이지 환경이 아니다. 일본의 독점자본가들이 후쿠시마의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자본가들은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한 환경을 계속 파괴할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 정부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독점자본가들은 각종 정부 규제를 약화시킴으로써 마음껏 환경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 이윤추구는 자본가의 본성이므로 무수히 많은 개별적인 자본가들이 각자 이윤을 추구하고 그 결과 환경이 오염되는 거대한 흐름을 멈춰 세우기란 불가능하다.
개인주의적인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돈에 대한 욕망에 지배당하는 개인들 역시 돈을 더 많이 벌 수만 있다면 환경파괴를 감내할 것이다. 환경보호는 사람들이 개인주의적인 욕망, 특히 돈에 대한 욕망에서 해방되어 공동체나 인류의 행복을 염원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자본가의 이윤 추구 동기와 개인들의 돈에 대한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고 강화하는 자본주의 제도가 지속되는 한 환경파괴는 막을 수 없다.
환경 파괴 부르는 자본주의의 과잉생산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은 환경보호와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래야만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 되었으니, 앞으로도 스마트폰과 자동차 생산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를 주기적으로 신형으로 바꿔야만 할까?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를 자주 바꾸지 않고 오래 쓰면 쓸수록 환경은 덜 파괴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를 오래 쓰는 것을 자본가들이 달가워할 리 없다. 자본가들은 사람들이 신형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사고 싶게끔 부추기고 자극한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계속 불필요한 욕망을 자극하고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불필요한 생산을 되풀이해야만 존속할 수 있는 사회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지구가 완전히 거덜나는 그날까지 환경파괴를 멈출 수 없는 사회제도이다. 할리우드의 공상과학 영화들에 자주 등장하는, 자원이 완전히 고갈된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서는 미래 인류의 모습이 바로 자본주의의 미래인 것이다.
과잉생산에 이은 폐기 처분으로 절정에 이르는 환경 파괴
자원을 낭비하는 자본주의 제도는 환경보호와 양립할 수 없다. 자본주의는 무정부적으로 생산을 한다. 즉 자본주의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요에 맞춰 계획적으로 생산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별 자본가들이 각자 알아서 생산을 한 결과 사회적으로는 생산과 수요가 일치하지 않는 과잉생산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칫솔이 잘 팔리거나 잘 팔릴 것 같으면 여러 자본가들이 칫솔을 경쟁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에서는 칫솔이 과잉생산된다.
미국의 농업자본가들이 식량을 필요 이상으로 과잉생산한다고 해서 그 식량을 배고픈 사람들이나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않듯이, 필요 이상으로 과잉생산된 생산물은 폐기 처분된다. 이런 식으로 자본주의는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상품을 과잉생산하고 다른 편으로는 그것을 끊임없이 폐기 처분한다. 자본주의에 고유한 무정부적이고 무분별한 과잉생산과 그로 인한 낭비는 환경파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인간 미워 말고 자본주의 너머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오늘날 독점자본가들이나 자본주의 나라의 학자들은 환경파괴의 원인을 순수한 기술적 문제에 귀결시키면서 환경문제의 사회정치적 성격을 부인한다. 한 마디로 환경파괴는 과학기술 발전, 생산력 발전이 초래하는 불가피한 결과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또한 환경파괴의 주범을 인간 일반으로 왜곡하여 인간 증오를 부추기기도 한다.
미국 영화나 일본 만화 등에는 인간이 지구를 파괴한다면서 인간을 지구를 좀먹는 바이러스로 묘사하거나 인간을 전멸시켜야만 지구가 살아날 수 있다고 떠들어대는 인물들이 빈번히 등장한다. 독점자본가들과 그 하수인들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말고 아이도 낳지 말아야 하며 나아가 전쟁과 전염병으로 가난하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을 없애야만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인간 일반이 아니라 반환경적인 자본주의 제도이다. 만일 자본주의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계속 부인한다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22세기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날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지속적인 경제 위기와 심각한 환경 위기는 인류에게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시민언론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