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백산국립공원, 함백산·매봉산 환경저해시설 철거 2. 원전 르네상스? 세계 원전산업은 이미 오래전 사양길 3. "코로나보다 100배 더 위험" 조류독감 감염 호랑이 등 집단 폐사 4. 여섯번째 대멸종이 올까 5. 전쟁, 군사주의, 우주산업이 파괴하는 삶, 생명, 생태, 민주주의 6. "앙상한 가지만…다 먹어치운다" 600개 알 낳는데 또 번식 7. 美 토지은행이 빈집 인수, 고쳐 팔거나 철거 후 녹지 조성
8. 낙동강 유역 주민 코에서 ‘녹조 독소’ 검출···4대강오염, 시민 건강 위협하는 사회재난 됐다 9. 부산시, 벡스코 제3전시장 설계 경제성 검토 10. 불꽃놀이에 가려진 ‘조류 대학살’…미국선 화약 대신 드론 조명쇼 11. 새를 사랑한 영국인 박사가 한국 법정에서 겪은 일
1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13. 버티는 강원도, 기름 부은 대통령 14.. 100년 넘게 산 팽나무 83본, 국내 최대규모 "보존 시급 (오래된 미래 이전)" 15. . “배로 1시간인데 걸어서 10시간”…브라질, ‘역대 최저 수위’ 아마존강 바닥 판다 16. 기후지옥·초지능 시대, 인간은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17. 기후 변화에 덩굴 증식…대책은?
태백산국립공원, 함백산·매봉산 환경저해시설 철거
국립공원공단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가 자연 생태계 보고를 위해 함백산과 매봉산 일원의 환경저해시설을 철거했다.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는 공원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함백산 정상부에 오랫동안 방치됐던 군 초소(옛 육군 통신중계초소)와 방풍벽을 군부대와 협력해 정리했다.또 매봉산 바람의 언덕 일원 공원 경계 지역의 사용하지 않는 구조물도 제거했다.
앞으로 본래의 식생과 자연경관으로 복원, 쾌적한 국립공원 탐방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삭선규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은 "지속적인 공원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태백산국립공원이 가진 본래의 식생과 자연경관으로의 복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관계기관 및 지역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자연생태계 보호와 공원환경 개선 활동을 지속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전 르네상스? 세계 원전산업은 이미 오래전 사양길
2022년 10월1일(현지시각), 영국 남서부 서머싯주의 힝클리포인트 시(C)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 모습. 영국이 20여년 만에 새로 짓는 힝클리포인트 시 원전 1호기의 준공 시점은 애초 계획됐던 2027년에서 2030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힝클리포인트/AP 연합뉴스
최근 국내에서 ‘원자력발전 회귀국’으로 언급되는 스웨덴이 마지막으로 신규 원전을 가동한 건 1985년이다. 스웨덴은 2022년 국가 에너지 정책의 목표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100% (원전을 포함한) 탈화석’으로 변경한 ‘티도협정’을 체결했지만, 40여년간 원전을 새로 지은 경험이 없다.
지금까지 7기의 원전을 폐쇄했고 6기를 가동 중일 뿐이다. 외려 원전의 전력생산 비중은 2004년 50.4%에서 2021년 30.8%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스웨덴 정부의 최근 ‘원전 회귀’를 두고 “스웨덴에 더 이상 자체 원전 산업이 없다는 사실을 무시한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과 11년 뒤인 “2035년까지 2.5GW 규모(원전 2기에 해당)로, 다시 2045년까지 10기를 짓겠다면서, 정확한 구성과 부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웨덴 정부가 임명한 기후정책위원회도 “신규 원전이 가장 빨리 전력 생산을 시작하는 시기는 2035년께”라며 “탄소중립에 필요한 시간의 절반이 이미 지났을 때”라고 짚었다. 스웨덴의 현 우파 연립정부의 ‘원전 회귀’ 정책이 현실적이지 않은데다,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19일 공개된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NISR) 2024’ 중 스웨덴 관련 부분이다. 보고서는 세계원자력협회(WNA)가 내는 ‘세계원전실적보고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세계원자로현황’과 함께, 전 세계 원전 현황을 정리한 주요 문건 중 하나로 꼽힌다. 내용이 방대하고 장기 시계열로 정리돼 산업 흐름을 보기에 적합하다.
국제 에너지·핵 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슈나이더 등 유럽의 에너지·기후 전문가들이 독일 녹색당 계열 하인리히뵐재단·맥아더재단 등과 함께 해마다 발간한다. 보고서에 언급된 스웨덴 상황은 최근 유럽 일부 국가 중심의 ‘원전 회귀’ 흐름에 다분히 정치적 배경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발간된 ‘세계원전산업현황보고서 2024’의 표지.
보고서를 보면, 옛 소련의 세계 최초 상업원전인 ‘오브닌스크’가 가동된 1954년 이후 올해 7월까지 전 세계에서 계획됐거나 건설됐던 원전이 807기에 이른다. 한데 이 가운데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사례가 11.5%인 93건이다. 충분히 검토·계획된 것도 10건 중 1건꼴로 무산된 것이다.
그러나 세계원자력협회 같은 기관은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원전의 미래 수요를 최대한 부풀린다. 예컨대 이 협회는 지난 8월 기준으로 전 세계 원전 현황을 ‘가동 중’(439기), ‘건설 중’(64기), ‘계획된’(88기) 등으로 집계했는데, ‘제안된’(proposed) 원전은 무려 344기로 집계했다.
협회 스스로도 ‘제안된’의 분류 기준을 “특정 프로그램 또는 부지 제안, 시기가 매우 불확실함”이라 설명할 정도인데, 최근의 ‘원전 회귀’ 전망은 이런 장밋빛 기대에 주로 기댄다. 국내 보수언론과 정부·여당도 이 불확실한 수치를 앞세워 “원전 르네상스”라 호도한다.
일례로 폴란드는 1980년대 원전 건설 계획을 세웠을 뿐 원전 운용 경험이 전혀 없지만, 협회에서 분류한 ‘제안된’ 원전이 무려 26기에 달한다. 세계 5위의 원전 보유국인 우리나라보다 많다. 보고서는, 폴란드 정부가 2008년부터 원전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거품을 걷어내면, 세계 원전 산업은 이미 오래 전 사양길에 접어들었음이 확인된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 7월1일 현재 전 세계 32개국에서 장기가동중단(Long-Term Outage) 원전을 제외한 총 408기 원자로가 가동 중인데, 이는 2023년보다 1기가 많을 뿐, 2002년보다 30기가 적고 1989년보다 10기가 적다.
발전량으로도 정점은 2006년(2660TWh)이었다. 2012년 이후 반등 흐름이 있지만 거의 중국 덕으로,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원전 발전량은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돌아간다.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비중도 수십 년간 지속해서 줄고 있다.
1996년 17.5%에서 지난해 9.1%로 떨어졌다. 원전 비중이 준 건 재생에너지 때문으로, 정작 세계 원전 발전량을 지탱한 중국도 원전보다 재생에너지를 더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지난해 중국 전체 발전설비의 절반이 재생에너지(1472GW)인 반면, 원전은 2% 수준인 57GW에 그쳤다.
슬로바키아 보후니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우리나라는 체코를 시작으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여러 국가들에 ‘원전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흐름은 새로 가동되는 원전과 수명을 다해 폐쇄되는 원전 개수의 비교로도 확인된다. 세계 원전 산업은 크게 두 번의 전성기를 맞는데, 26기의 원전이 새로 가동된 1974년과, 33기씩이 가동된 1984년과 1985년이다. 신규 원전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급속히 줄어 1990년 처음 신규 원전 수(11기)가 페쇄 원전 수(12기)보다 적어져 2003년 이후 꾸준히 순감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최근에도 이어진다. 2004~2023년 20년 동안 신규 원전이 102기였던 반면, 폐쇄 원전은 104기였다. 게다가 신규 원전 가운데 49기가 중국 것이라, 중국을 제외하면 이 기간 세계적으로 51기의 원전이 순감했다. 지난 5년(2019~2023년)만 놓고 봐도 신규 원전은 27기였지만, 폐쇄 원전은 39기로 12기가 순감했다.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동안 수출 실적이 없었던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었다.
국내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의 신규 원전 시장은 사실상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다. 지난 7월1일 기준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이 59기인데, 이 가운데 20기를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지에서 러시아가 짓고 있다. 나머지 39기 가운데 37기는 각국이 자국 기술로 짓는 원전이며(이중 23기가 중국), 남은 2기를 프랑스가 영국에 짓고 있다. 요컨데 세계 원전 산업은 전성기였던 1970~1980년대 이후 꾸준히 사양길이고, 그나마도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원전에는 심각한 공사 지연 사례들이 허다하다. 지난해 결국 브라질 정부가 포기하고 만 앙그라 3호기가 대표적이다. 1984년에 시작된 건설 프로젝트가 30년째 이어오다 지난해 4월 다시 중단됐다. 독일 지멘스가 설계했는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멘스가 원전 사업을 철수하면서 프랑스 전력공사(EDF)로 넘어갔다. 이후 브라질 정부 재원만으론 감당이 안 돼 국제 민자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2027년 준공할 계획이었다.
‘세계원전산업현황보고서 2024’는 이 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사례는 앙그라 3호기만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59기의 원전 중 40%인 23기의 공기가 지연됐고 이중 7기는 그 기간이 10년을 넘어간다. 일본의 시마네 3호기와 프랑스 플라망빌 3호기는 각각 2006년, 2007년에 공사가 시작됐고, 슬로바키아 모흐비체 4호기는 1987년에 시작됐다.
이란 부셰르 2호기의 건설은 무려 1976년에 시작됐다가 40년 동안 중단된 뒤 2019년에야 재개됐다. 지난해 5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핀란드의 ‘유럽 최대’ 올킬루오토 3호기도 건설이 시작된 건 18년 전인 2005년이었다. 한 번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국가 차원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원전은 중대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 규제가 늘면서 공사기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원전 산업 쇠락의 핵심에는 이런 고질적인 경제성 문제가 있다.
이처럼 보고서에서 드러난 현실을 종합하면,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채택됐던 ‘2050년까지 원전용량 3배 확대’ 선언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선언엔 한국을 비롯, 미국·영국·프랑스 등 22개국이 서명했는데, 한국만 놓고 봐도 2020년 현재 23.25GW인 용량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리려면 1.4GW급 원전을 해마다 1개 이상씩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최근 원전 신규 물량의 60%를 중국이 짓고 있는데, 이 중국조차도 지난 5년 동안 1년에 1기씩밖에 준공하지 못했다. 현재 일부 국가들이 내놓고 있는 원전 증설 계획은 그야말로 희망 수준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코로나보다 100배 더 위험" 조류독감 감염 호랑이 등 집단 폐사
H5N1 바이러스 검출
직접 접촉 동물원 직원 감염 우려도
베트남의 여러 동물원에서 수용하고 있던 50마리 가까운 호랑이·사자·표범이 최근 집단 폐사한 가운데 일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A형(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뚜오이쩨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망고 가든' 동물원과 롱안성 '미 뀐' 동물원에서 호랑이 44마리, 사자 3마리, 표범 1마리가 죽었다.
두 동물원에서 폐사한 동물들을 검사한 결과 일부에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망고 가든 동물원에서는 호랑이 17마리와 표범 1마리가 죽었다. 폐사한 호랑이들은 죽기 전에 피로·쇠약 등의 증세를 보였다.
방역 당국이 호랑이 2마리의 부검을 실시한 결과 폐렴으로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동물원 측은 전염을 막기 위해 호랑이 우리를 소독하고 격리했다.미 뀐 동물원에선 호랑이 27마리와 사자 3마리가 폐사했다. 이 중 호랑이 3마리는 지난달 초 망고 가든 동물원에서 적합한 검역 증서 없이 사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방역 요원들을 이들 동물원에 투입, 현장을 검사하고 폐사 동물들의 사체 처리에 착수했다. 특히 망고 가든 동물원 직원 30명과 미 뀐 동물원 직원 3명이 죽은 동물들과 직접 접촉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H5N1이 인간으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치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들 중 호흡기 질환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5N1은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에서는 간혹 H5N1 감염으로 인간이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선 조류독감에 감염된 젖소와 접촉한 사람에게서 바이러스 양성이 확인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조류 독감이 코로나19보다 100배 더 위협적이라는 전문가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피츠버그의 조류독감 연구원인 쿠치푸디 박사는 "H5N1 조류 독감은 지난 수십 년동안 가장 위협적인 바이러스였다"면서 "조만간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그는 "H5N1 바이러스가 이미 전 세계 종에서 검출된 바 있다"면서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포유류 숙주를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고 있다"고 말했다.
H5N1 조류 독감은 2020년 새로운 변종이 발견된 이후 야생 조류는 물론 농장의 가금류 등에 영향을 미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이후 H5N1에 감염된 사람들 중 약 52%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여섯번째 대멸종이 올까
산업혁명 이후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로 많은 생물종이 사라지면서 현재 ‘여섯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앞서 5건의 대멸종 가운데 널리 알려진 건 아마도 6600만년 전 공룡을 비롯해 전체 생물종의 70%가 사라진 다섯번째 대멸종으로, 거대한 소행성 충돌이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체 생물종의 90%가 사라진 최악의 대멸종은 2억5200만년 전 있었던 세번째 사건인 ‘페름기 대멸종’으로 이 사건을 전후해 고생대와 중생대로 나누었을 정도다. 페름기 대멸종의 원인은 오늘날 시베리아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지속된 화산 폭발로 분출된 엄청난 온실가스(이산화탄소와 메탄)로 인한 급격한 지구온난화 때문일 것이라는 게 유력한 가설이지만 ‘과연 그 정도로 최악의 대멸종이 일어났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하다.
페름기 말기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적도의 해수면 온도의 편차가 커짐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위 왼쪽은 산업혁명 이전 이산화탄소 농도일 때 온도 편차이고 오늘날 농도는 페름기 말 격변의 시작점(위 가운데)과 비슷한 상태다. 페름기 말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배가 됐을 때(위 오른쪽) 이미 대다수 종이 사라졌다. 아래는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며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와 해수면 온도 편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사이언스 제공
지난달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페름기 대멸종의 과정을 재구성한 시뮬레이션 연구가 실렸는데 결론이 놀랍다. 화산 폭발과 대규모 산불 등으로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배가 되면서 극단적인 기후가 빈번해지며 불과 10만년 사이에 생물종 대다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구의 생물량이 급감하며 대기 이산화탄소가 급증해 농도가 10배가 되면서 지구는 완전히 딴 세상이 되어 버렸다.
논문에 따르면 페름기 대멸종이 시작되기 전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10ppm으로 공교롭게도 오늘날 수치와 비슷하다. 그런데 화산 폭발 등으로 수만년 만에 두배가 되면서 ‘티핑포인트’, 즉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을 넘어섰고 그 뒤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그나마 연명하던 종들도 대다수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때 큰 역할을 한 것이 엘니뇨로 기온 상승뿐 아니라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를 일으킨 결과 먼저 육상 생물이 멸종했고 뒤이어 해양 생물도 수온 상승과 산소 부족을 못 견디고 사라졌다. 연구자들은 뱀장어처럼 생긴 해양 동물의 화석화된 치아인 ‘코노돈트’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 변화를 분석해 당시 해수면 온도 변화를 재구성했다.
결국 화산 폭발로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10배가 되면서 그 여파로 대량 멸종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두배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초강력 엘니뇨 발생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견디지 못해 생물 대다수가 죽고 사체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재흡수되지 못하면서 대기 농도가 10배가 된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고 지난 250년 사이 50%가 늘어 지금은 420ppm을 넘어섰다. 지금 속도도 방치하면 2100년 무렵 두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페름기 대멸종 때보다 거의 100배나 빠른 속도다. 다만 온실가스 발생 원인은 당시 화산 폭발이고 지금은 인류의 활동이라는 점이 다르다. 만일 티핑포인트를 넘어 진짜 여섯번째 대멸종이 일어난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크게 줄어든) 육지 대부분은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엘니뇨의 힘이 세져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더 심한 무더위에 시달리다 보니 탄소중립이라는 다소 무덤덤한 용어에 담긴 절실함을 새삼 깨닫는다./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한겨레
전쟁, 군사주의, 우주산업이 파괴하는 삶, 생명, 생태, 민주주의
[우주산업-군사화-기후위기의 위협적 상관관계]
근래 논산 양촌면에 갔던 일이 잊히지 않는다. 양촌면은 확산탄 공장이 지어진 곳이다. 그리고 확산탄은 확산탄금지협약(CCM)에 의해 생산 및 사용이 금지된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다. 공장 앞에서 일행들과 함께 반대 시민대책위 측의 설명을 들었다. 설명이 시작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공장 쪽으로부터 쿵,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겁에 질린 얼굴로 우리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공장은 낮은 풀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풀숲에 앉았던 새들 또한 경악하듯 날아올랐다. 굉음은 그 뒤로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 번 더 울렸다. 우리는 거기에 고작 30분 머물렀을 뿐이었다. 대책위 활동가는 위협적인 건 이뿐이 아니라는 듯, 크게 흔들리는 기색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안전 적재 범위를 완전히 초과한 과적의 화약을 실은 대형트럭이 하루에도 몇 번씩 공장을 드나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루 약 430kg의 화약류가 반입된다는 것이었다. 폭발하게 되면 마을 하나를 날리고도 남는 양이었다.
확산탄금지협약에는 현재 123개국이 가입해 있다. 확산탄으로 인한 사상자의 95%가 민간인이며 이 중 71%가 어린이다. 현재 군산 양촌리 일대에 공장을 짓는 기업은 KDi인데, 이 뿌리를 더듬어 가보면 그곳엔 한화가 있다.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 한화에 대해 유럽의 몇 나라는 투자를 전면 금지했고 한화와의 태양광사업 또한 중단했다. 그러자 한화는 2020년 11월 2일, 확산탄 사업을 그룹 사업에서 떼어냈다. 매각의 형태를 띠었지만 확산탄 사업의 주체인, KDi의 대표이사에는 한화그룹의 전 임원 이름이 올라 있다.
한화는 현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사용되는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있기도 하다. 그 무기들이 ‘비인도적’ 무기인지, 혹은 금지협약에 의해 제한받는 무기인지는 살필 필요가 없다. 팔레스타인에서 이 학살로 희생당한 이들의 70% 이상이 여성, 어린이, 노인이기 때문이다. 법이나 협약까지 갈 필요가 없는 참담한 상황인 것이다. 이를 안다면 이 일이 계속되어도 된다고 생각할 이는 누구도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6년 동안 수탈과 착취와 폭력으로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의 삶을 불구화해왔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살아가던 너무 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원치 않게 사라졌다. 자신들이 살아가던 바로 그곳에 감금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은, 그 수십 년간의 폭력이 미진하기라도 했다는 듯 더욱 극단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지의 광장과 거리와 학교,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학살과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와 행진이 이어졌지만 이스라엘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학살 뒤에는 무기를 생산하고 유통해 돈을 버는 기업이 있고, 그 기업을 비호하는 국가가 있다.
그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한화이며, 그 국가 중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과 미국이다. 한국은 분단된 국가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남북 간 긴장이라는 조건 속에 있는데, 그 조건을 군사력 강화와 확대 담론 형성과 실행, 미국의 국방 기술 및 우주 군사화 원조에 교활하게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성리의 사드 포대 배치를 예로 들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이 자신들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해 자랑하면서 두 나라 간의 군사적 긴장도가 극도로 높아졌을 때, 미국은 한국 정부에 사드 포대 배치 압력을 넣었다. 한국 정부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과 도발을 강조하며 지체없이 사드 포대를 배치했다. 2017년이었고, 그해 미국의 거대 군수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무려 510억 달러(한화로 약 68조)였다. 사드 덕분이었다. 미국과 한국, 록히드마틴이 이처럼 돈 놀음을 하고 힘 자랑을 할 때 다른 한쪽에는 처참하게 뭉개지는 얼굴이 있었다. 소성리라는 지역과, 그곳에서 삶을 짓던 여성, 노인, 농민의 얼굴 말이다. 소성리의 원주민들과 소성리라는 땅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식민 및 식민지가 되었다.
이제 제주로 가볼까. 제주에도 어김없이 한화가 있다. 2023년 7월 한화시스템은 제주도정과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고, 천억 원가량을 투입해 옛 탐라대학 부지에 한화우주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SAR 위성 등 소형위성들을 조립, 시험하는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한화시스템과 함께 ‘방산 3사’로 불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를 개발, 시험하고,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에 의지해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이로 인한 이윤을 독식한다. 한국 정부와 한화는 이 모든 프로젝트를 항공·우주·방산을 아우르는 최첨단 혁신 사업이라 선전하지만 사실상 이는 미국이 우주 공간을 빠르게 독점하도록 돕기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주 공간 독점은 군사력 독점과 힘의 통제를 의미한다. 현재 군사기술의 대부분은 위성에 기대고 있으며 이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학살에 쓴 AI 표식 및 추적 시스템인 '라벤더(Lavender)', '더 가스펠(The Gospel)', '아빠 어디야(Where’s Daddy?)' 역시 위성에 의존한다. 이들이 '목표물'을 인간 병사에게 '추천'하고 병사가 이를 승인하면 즉시 폭격이 이루어진다.
참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참혹은 한화시스템이 들어설 예정인 제주의 주민, 누리호 발사 시험이 이뤄진 전남 고흥의 주민들에게도 쏟아진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 모든 프로젝트에 동의한 적이 없다. 발사체가 비상하고 발사체 개발과 시험을 위한 공장이 지어질 때 파괴되는 무수한 삶들이 있다. 땅과 바다에 기대어 사는 인간/비인간 동물의 모든 삶들. 한국과 한화(한국화약)에게는 이 삶들 역시 죽도록 내버려두어도 되는 삶이다. 그들이 생산, 판매한 무기가 표적 삼고 폭격하는 삶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바꾸어 말해 전쟁으로 희생되는 이는 학살과 전쟁의 현장에 이들뿐만이 아니라는 의미다. 무기 공장 및 위성 시스템과 같은 전쟁 기반 시설이 밀고 들어간 지역에 사는 주민들 역시 전쟁의 피해자다. 그리고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피해의 영역은 ‘힘에 의한 평화’라는 폭력적이고 모순적인 논리를 등에 업은 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 미국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22일(현지시간) 스타링크 통신위성 7차 발사분 60기를 싣고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대를 이륙하고 있다.ⓒ케네디 우주센터 UPI=연합뉴스
전쟁 및 군사적 긴장,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군수산업과 우주산업은 기후위기와 기후괴이화를 가속화하기도 한다. 군대와 군사활동, 전쟁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를 국가 순위로 환산한다면 세계 4위다. 중국과 미국, 인도 다음으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안보'라는 미명 하에 제한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의한 통계일 뿐이다. 우주산업의 경우, 산업을 운용하는 동안 천문학적인 양의 탄소와 질소산화물 등을 배출한다. 한국의 첫 군사정찰 위성인 팰컨 9 발사체는 발사 후 1분 동안 자동차 14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질소산화물을 내뿜었다. 1회 발사 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은 336톤으로, 자동차로 지구 70바퀴를 돌 때의 양과 같았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한화를 소환해볼까. 한화그룹은 한편에선 무기 생산과 유통, 우주군사기술 개발 및 시험 사업을 하고 다른 한편에선 한화솔루션이라는 계열사를 기반으로 태양광발전에 박차를 가한다.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사업이자 숱한 목숨을 박탈하는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 기후위기 국면에 급부상한 유망 사업인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업은 다시 인간과 비인간 동물, 생태계에 대한 대규모 착취와 폭력에 다시금 고스란히 투자될 것이다.
이 부당한 흐름과 참혹한 장면들을 우리, 바라만 봐도 되는 것일까. 이 땅과 바다 위에서 모든 것을 나누어 얻어 써야 할 인간/비인간 동물과 숲과 나무의 삶이, 군사주의와 자본주의 및 식민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쟁기술과 무기, 항공, 우주산업에 의해 송두리째 뿌리 뽑히는 걸 바라만 봐도 되는 것일까.
희음 멸종반란 활동가 | 프레시안
"앙상한 가지만…다 먹어치운다" 600개 알 낳는데 또 번식
〈앵커〉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여름처럼 더웠던 날씨 때문에 해충도 크게 늘었습니다. 나뭇잎을 모조리 갉아 먹어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많습니다.
〈기자〉다닥다닥 나뭇잎에 붙어 있는 애벌레.외래종인 미국흰불나방의 유충으로 집단으로 서식하며 활엽수 잎을 갉아 먹습니다.본래의 형태를 잃고 잎맥만 남겨진 나뭇잎을 보면 유충의 먹성을 알 수 있습니다.
유충이 발생한 벚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원주시 문막읍 일대 가로수와 산책로까지 멀쩡한 벚나무를 찾아보기 힘들 지경입니다. 유충이 생기기 시작한 지난 7월 주민이 지자체에 신고했지만 번식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신고 주민 : (7월에) 읍사무소와 원주시 수목 관리하는 부서에 전화를 드려서 '방제가 시급합니다'라고 정확히 말씀드렸죠. 지금 상황으로 보면 방제가 됐을까라는 의구심도 들고….]유충이 극성을 부리는 건 무더운 가을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보통 6~8월 사이 두 번 정도 부화하는데 높은 기온 탓에 한 번 더 부화하게 된 겁니다.
[박용환/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 가을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평소에는 2세대에서 끝나던 애들이 한 번 더 번식할 수 있는 기후 조건이 맞춰진 거죠.]전문가들은 유충이 더 크기 전 방제를 실시해 성충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희숙/나무의사 : 한 마리 성충이 600개 내지 700개 정도 알을 산란을 하는데 지금 이 시간에 방제하지 않으면 어마무시하게 내년에 유충이 발생이 되죠. 대발생을 예고할 수 있습니다.]국립산림과학원은 올해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가 지난해보다 15%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SBS 8뉴스
美 토지은행이 빈집 인수, 고쳐 팔거나 철거 후 녹지 조성
부산 빈집 팬데믹 <5> 미시간주 플린트시의 버려진 부동산 대처 사례
- 1950, 60년대 대표 공업도시 80년대 러스트벨트 쇠락으로 인구급감, 빈집도 크게 늘어
- 미국 최초로 설립된 토지은행 빈집 일부 확보, 리모델링 후 ‘생산적으로’ 쓸 주인에 팔거나
- 폐허 된 구조물 철거해 공터로 주민 활용할 수 있는 공간 변신
1950, 1960년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함께 러스트벨트 공업 도시로 대표되던 미시간주 플린트시는 1980년대 러스트벨트의 몰락과 함께 인구 절벽을 맞았다. 전성기인 1960년대 약 20만 명에 달했던 플린트시의 인구는 1990년대 14만 명대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약 8만 명을 기록했다. 지속적 인구 유출에 빈집이 걷잡을 수 없이 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곳에는 2004년 미국 최초의 토지은행인 ‘기네스카운티 토지은행’이 설립된다. 토지은행은 시내 빈집이나 공터 등 빈 부동산을 인수해 신속하게 새 주인을 찾아주며 이곳을 ‘가치 있는 재산’으로 바꾸는 데 주력한다.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에 자리한 기네스카운티 토지은행이 ‘클린앤그린 (Clean and Green)’ 프로그램으로 빈집 자리에 녹지·정원을 조성한 모습. 박수빈 기자
■3년 방치 빈 부동산 새 주인 찾는다
부동산 소유자가 재산세를 3년 이상 내지 않으면, 기네스카운티는 해당 부동산을 공공경매로 넘긴다. 토지은행은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기 전 그중 일부를 먼저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부동산은 공공경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된다. 경매에서 팔리지 않은 부동산도 토지은행 소유로 돌아간다. 기네스카운티 토지은행은 이런 세금 압류(Tax-foreclosure)제도를 통해 빈 부동산을 신속하게 확보해 관리한다.
토지은행은 이렇게 인수한 빈집을 리모델링한 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철거 이후 녹지·공원을 조성할 주민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새 주인을 구한다. 2004년 설립 이후 토지은행은 지난해까지 208개의 빈집을 리모델링했고, 9991개의 빈 부동산을 생산적인 용도로 재활용했다. 토지은행 크리스티나 켈리 지역활성화·기획 국장은 “토지은행의 역할은 빈 부동산을 다시 ‘생산적인 주인’의 손에 쥐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집과 연결된 땅을 100달러(한화 약 13만 원) 미만으로 구매해 마당을 넓힐 수도 있고, 땅을 사는 게 부담스럽다면 매년 1달러(한화 약 1300원)를 지불하고 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버려진 집’을 ‘기회의 땅’으로
토지은행은 빈집을 철거해 공터로 만든다. 이는 일대의 치안 문제를 개선하고, 화재나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필수적 노력이다. 방치된 빈집에서 청소년 비행, 마약, 방화 등 범죄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누군가가 빈집 내부의 전선을 잘라가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 빈집은 자연발화에도 취약해진다. 화재로 손상된 건물은 붕괴의 위험이 산재하고, 오래전 지어진 건물에는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부산 원도심권 통학로 주변 빈집 정비에 지자체와 교육청, 경찰이 매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토지은행은 20년간 9000여 개의 빈집 등 폐허 구조물을 철거했다. 적극적인 철거 사업으로 지난달 기준 토지은행 소유의 부동산 약 1만4500개 중 공터가 1만여 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철거 후 공터가 된 토지는 지역 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주민은 이곳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후 차고나 창고를 지어 마당처럼 활용하거나, 새 집을 짓는다. 특히 주민이 모여 공터에 녹지나 정원을 조성하는 ‘클린앤그린(Clean and Green) 프로그램’은 기네스카운티 토지은행을 대표하는 핵심 사업이다.
■지역 주민 모여 빈집을 정원으로
토지은행은 적극적인 주민 참여가 있어야만 빈집 정비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토지은행의 대표 사업 ‘클린앤그린 프로그램’의 주체가 지역 주민이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주민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2004년 토지은행이 설립되자마자 추진됐다. 주민이 직접 빈집이나 공터에 녹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토지은행이 빈 부동산을 연계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주민의 커뮤니티가 빈 부동산을 녹지로 활용하겠다는 제안서를 토지은행에 제출하면, 토지은행은 사업 대상자를 선정한 후 싼값에 토지를 제공한다.
이들은 황폐해진 땅의 쓰레기를 치우고 3주에 한 번 잔디를 깎는다. 정비가 마무리되면 꽃을 심거나, 벤치를 설치하기도 한다. 지난달까지 9000명 이상의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올해도 65개 그룹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년간 이들이 정비한 빈 부동산은 모두 33만 개가 넘고, 이 가치는 155만 달러(한화 약 20억6000만 원)에 달한다. 정원으로 바뀐 녹지에서는 아이들이 벤치 위에 앉아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클린앤그린 프로그램은 플린트시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토지은행 멜리사 허틀레인 기획·커뮤니티프로그램 부국장은 “클린앤그린 프로그램은 ‘깨진 유리창 이론’의 반대 효과를 가져왔다. 폐가와는 달리 깨끗하게 정돈된 정원에서는 범죄를 저지르기 어렵기 마련이다”며 “이러한 차이를 누구보다 실감하는 것은 주민이다. 앞으로도 토지은행은 더 많은 빈집을 녹지로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플린트=박수빈 기자 sue922@kookje.co.k
낙동강 유역 주민 코에서 ‘녹조 독소’ 검출···4대강오염, 시민 건강 위협하는 사회재난 됐다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민간 전문가, 야당 국회의원 등이 7일 서울 종로구 서울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열린 ‘사람 콧속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1차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낙동강 유역 주민들의 신체에서 녹조 독소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하천 오염과 독소의 공기 중 확산이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재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의원과 보건복지위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조 독소의 인체 유입 연구 1차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22명의 낙동강 주변 주민 중 11명에게서 녹조 독소인 유해 남세균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날 발표는 계명대 동산병원과 부경대가 지난 8월20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낙동강 주변에 사는 성인 102명을 대상으로 ‘공기 중 녹조 독소가 비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행한 조사를 근거로 한다. 전체 102명 중 22명의 비강과 비인두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녹조 독소 가운데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됐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이번에 녹조 독소가 검출된 11명은 낙동강 권역에 거주하는 어민 5명, 농민 1명, 주민 1명, 현장을 조사해온 대학 교수 1명, 환경단체 활동가 3명 등이다. 11명 중에는 재채기를 호소하는 이들이 8명으로 집계됐고, 콧물(6명), 코막힘(5명), 후비루(4명), 후각 이상(1명)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이하 증상 여부 복수응답 가능). 눈 가려움증, 이상 눈물 분비 등 눈 증상을 호소하는 대상자는 5명 있었고, 피부 가려움, 피부 따가움, 이상 발진 등 피부 증상을 호소하는 이는 4명이었다. 두통을 호소하는 이는 3명, 열감은 1명, 호흡곤란은 1명이었다.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대상자 급성기 증상 ⓒ 환경운동연합
대구 달성군 낙동강변의 물이 녹조로 짙은 연두색을 보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연구 책임자인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는 “에어로졸 형태의 남세균이나 독소가 호흡을 통해 코로 들어올 경우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은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4대강 녹조로 공기 중으로 퍼진 유해 남세균이 인체에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4대강사업에 따른 녹조 재앙이 국민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녹조의 사회재난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낙동강네트워크 등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오전 경남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낙동강 녹조 독소 공동조사 요구는 철저히 외면한 채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만 주장하고 있다”며 “국회 청문회를 열어 녹조 문제에 대한 근원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newstapa.org/article/u4464
뉴스타파 -4대강 녹색 독, 콧속에 스며들다
녹조 독소가 공기 중으로 확산,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 학계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 대학과 오리건주립대학 연구팀은 2022년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에어로졸 속의 남세균 독소가 기도 상피세포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마이애미 의대의 한 전문가는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 파키슨병 같은 질환 유발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녹조 에어로졸을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경향
부산시, 벡스코 제3전시장 설계 경제성 검토
벡스코 제3전시장 조감도
부산시는 10~31일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을 위해 ‘설계의 경제성 등 검토’를 수행한다고 7일 밝혔다. 건설기술진흥법은 공사비 100억원 이상인 건설공사의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하는 경우 ‘설계의 경제성 등 검토’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각 분야 전문가로 검토 조직(8~20명)을 구성하고 설계 내용에 대한 경제성 및 현장 적용의 타당성을 기능별, 대안별로 검토한다.
기술자문회의나 설계심의회의를 하기 전 실시하며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에 대한 검토는 각 1회 이상 실시한다. 10일, 17일, 24일, 31일 등 4차례 워크숍을 통해 최적안을 선정한다.
벡스코 제3전시장은 2025~2028년 2600억원을 투입해 짓는 지하 1층, 지상 4층(전체면적 5만8725㎡)짜리 건축물이다. 설계금액만 64억원이다.
‘설계에 대한 경제성 등 검토’는 예산 절감 효과와 시설물의 기능 향상, 구조적 안전 및 품질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부산 시행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북측진입도로(장낙대교) 건설사업의 경우 ‘설계에 대한 경제성 등 검토’를 통해 124억원의 예산 절감 성과를 거뒀다.
임원섭 부산시 도시공간계획국장은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사업에 이어 연말까지 엄궁대교 건설공사, 서부산 행정복합타운 건립사업, 대저대교 건설공사 등 각종 대형사업에도 ‘설계의 경제성 등 검토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경향
불꽃놀이에 가려진 ‘조류 대학살’…미국선 화약 대신 드론 조명쇼
올해도 10만발 이상의 화려한 불꽃을 쏘아 올린 ‘2024 서울세계불꽃축제’가 100만명 이상 시민 관람 속에 치러진 가운데, 해마다 지적돼 온 ‘불꽃놀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금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들의 이동 경로 교란, 초미세먼지 농도의 급증 등을 고려할 때 불꽃 축제를 대체할 만한 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7일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불꽃놀이는 발사포에 화약을 채워놓고 불을 붙여 폭발력으로 화약을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강렬한 불빛과 굉음이 발생하고, 이산화탄소, 산화질소 등 화학물질과 스트론튬, 구리 등 중금속도 함께 배출된다. 플라스틱 탄피가 낱낱이 분해돼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강이나 땅에 스며들기도 한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선 10만발 이상의 불꽃이 쓰인 걸로 알려졌다.
야간에 길 잃은 새들, 다시 못 날고 죽기도
이런 대규모 불꽃 축제 이후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생태계 교란’이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관리센터 재활관리사는 이날 한겨레에 “새들은 체온 유지·기압 등의 이유로 야간에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꽃축제가 열리는 야간에 갑자기 강한 빛이 발산되고 소음으로 진동이 발생하면 교란으로 새들이 이동 경로를 벗어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재활관리사는 “갑작스러운 교란으로 다른 장소에 불시착한 새들은 에너지가 고갈돼 다시 못 날고 폐사하는 경우도 있어, 단순히 새들의 이동 경로 훼손뿐만 아니라 개체 건강이나 생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 1월 이탈리아 로마 기차역 인근 길에서 발견된 새 사체. 동물보호단체 국제동물보호기구(OIPA)는 새해맞이 로마에서 열린 불꽃놀이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동물보호기구 엑스(X) 갈무리
실제 2021년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 뒤 수백마리의 새 사체가 길에서 발견되기도 했으며, 당시 동물보호단체들은 ‘불꽃놀이로 대학살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초미세먼지 평균 10배로 급증
화학물질과 중금속 배출로 인한 초미세먼지 농도의 급증 또한 불꽃 축제가 피해갈 수 없는 부작용이다. 지난달 신복자 서울시의회 의원이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6일 불꽃축제가 시작된 뒤 서울 영등포구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점점 높아지다가 밤 10시께 서울 평균 수치(31㎍/㎥)의 10배가량인 302㎍/㎥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축제 장소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약 3㎞ 떨어진 서울 영등포구 도시대기측정소에서 관측된 결과다.
해외에선 불꽃놀이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호주 커틴대학교 연구진이 호주연방과학원(CSIRO)이 발행하는 학술지 ‘태평양 보존생물학(Pacific Conservation Biology)’에 게재한 연구를 보면, 연구진은 스페인 발렌시아 등에서 열린 불꽃축제가 환경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뒤 중금속 등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소음을 덜 일으키는 ‘드론 조명 쇼’ 등을 불꽃축제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유타주, 콜로라도주 등은 대기 오염과 화재 위험 등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독립기념일마다 열리던 대규모 불꽃놀이를 ‘드론 쇼’로 대체하기도 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단순히 인간의 유희를 위해 축제를 하던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등 행정기관에서 불꽃축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자료부터 수집하고 연구 결과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끝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쓰레기 수거함이 쓰레기로 가득찼다. 연합뉴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새를 사랑한 영국인 박사가 한국 법정에서 겪은 일
26년째 한국살이... '새와 생명의 터' 대표 나일 무어스 박사 인터뷰
▲ 나일무어스 박사가 2019년 1월 북한 서해보를 탐조 중인 모습. ⓒ Bernhard Seliger
"전곡역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철도 노선은 한탄강 위를 지나갑니다. 정확한 지점(남서쪽을 바라보면서)은 버드 코리아, 연천 카운티, 랜드 아우라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팀이 공동으로 습지 공원 조성을 추진해 온 곳입니다. 그 공원이 이후 연천 지역의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일 무어스 박사는 야생조류와 서식지 보존 단체인 '새와 생명의 터' 대표다. 위의 글은 나일 무어스 박사를 만나기 며칠 전 그가 보내온 문자 내용이다. 연천역 전역前驛에 있는 전곡역은 2023년 12월 1호선 동두천에서 연천 연장 구간이 개통되면서 전철역이 되었다.
전곡역이 가까워지자 밖을 두리번거리다 얼핏 강을 보았다. 저 강인가? 하는 순간 강은 우리 시야를 벗어났다. 통역을 해주신 시러큐스대학교 유이지운 교수와 전곡역에 내려 그의 숙소까지 10여 분을 걸었다. 한때 군인이 많았던 동네, IMF 때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 상권이 무너지자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났고 나이 드신 분들만 고향을 지키고 있다.
"현재 산재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하나하나 대응해서 투쟁하고 있어요. 우리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에요. 우리는 사회, 경제, 생태공간성, 이 세 가지 기본 원칙에 집중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나일 무어스 박사는 미리 준비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생태공간성(Biosphere)은 생물과 무생물을 포괄해 생명을 생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의 균형 같은 것들을 고려하는 개념이다. 대기권 내에 생명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 범위가 아주 넓다.
"보통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보면 먼저 개발 목표가 있고 그 밑에 다른 지향점들이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그것과 달리 생태 공간에 기반을 두고 그 위에 사회를 건설하고 사회 위에 경제를 고려하는 거예요. 거꾸로죠."
야생성 회복 생태복원 프로젝트
▲ 연천군 생태복원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시민과 함께 하는 비전플랜 워크숍 ⓒ 연천군
연천군은 '새와 생명의 터', '새와 생명의 터 연천지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팀'과 공동으로 연천군 전곡 지역에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 연천군이 생물 다양성 조사를 하면서 호사비오리, 흰목물떼새, 큰부리큰기러기, 수달을 복원 목표 종으로 정하고 생태습지 복원을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올해 1월에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팀에서 전곡 한탄강을 대상지로 대학원 환경설계 수업을 진행했고 비전플랜을 수립하였다. 8월에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팀이 연천을 방문해 심포지엄과 비전플랜 워크 세션에서 전문가와 학생, 지역주민 등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는 나일 무어스 박사와 함께 '비전플랜 워크 세션'에 함께 참여했다. 발표자와 주민, 활동가들이 중간중간 질의응답을 했고 전문가들은 주민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복원'보다 '야생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주민의 말에 모두 공감하기도 했다.
"기후 위기나 생물다양성 위기는 인간의 개발 활동으로 인해서 완전히 파괴된 어떤 결과물이에요. 우리가 연구하는 환경 디자인, 환경 설계, 생태 계획, 생태디자인 분야는 어떻게 하면 여기에 가해지는 온갖 피해와 압력들을 줄이면서 파괴된 에코 시스템을 되살릴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학문 영역입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생태공간성이라는 개념은 유네스코에서도 사용하고 있는데, 그들 역시 이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생태 공간성 회복 지역으로 연천군 전체가 지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생물권보전지역
나일 무어스 박사가 말한 생태공간성 회복 지역은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s)을 말한다. 2019년 연천 임진강 지역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면서 지속 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대상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육상, 연안 또는 해양 생태계"다.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Biological Diversity CBD)은 보전과 생물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으로 얻어지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1992년 5월 유엔환경개발 회의에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는 1994년 10월 3일에 이 협약에 가입하였고 현재 가입국은 총 196개국이다. 협약안에는 일정 정도의 생태구역을 지정해서 보호해야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토양, 땅, 또는 바다, 해양자원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그 구역을 30%까지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태 지정구역이라는 것은 고도의 생태 다양성과 인간의 교류, 모든 활동들, 문화 역사까지 포함해서 사회적인 어떤 효과들을 창출해 내는 장소를 말하는 거예요. 세 가지 유형의 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생태 다양성을 위해서 반드시 보존해야 되는 지역을 핵심구역(core zone)이라고 합니다. 임진강, 한탄강, 차탄천이 여기에 속하죠. 두 번째 완충구역(buffer zone)은 생태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들입니다. 세 번째는 협력구역(Transition area)으로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인데요. 지금 연천이 전환지역으로서는 대표적인 예인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회, 경제, 생태공간성이라는 세 가지의 기본 원칙 아래 한탄강 전곡 구간을 자연 상태에 가깝게 되돌려 놓기 위해 수질 개선과 서식지 복원, 환경 개선, 주민의 이익 증대 등,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를 실현하고 국내외의 모범 사례를 만드는 일이다. 지역 생태복원 사업은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분야이지만 외국에서는 활성화되어 있다. 이 사업을 성과 있게 만들어내고 그 성과를 토대로 다른 지역의 풀뿌리 생태복원운동을 확산해가는 것이 목표다.
연천군의 변화, 어떻게 이루어졌나
2012년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되던 DMZ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이 주민들의 반대로 유보되었다. 연천군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주민교육사업을 진행했고, 주민들은 자연자원을 이용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 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반 주민공동체를 만들었고 그중 두 곳은 창업에 성공하여 사업을 하고 있다. 연천군의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은 주민들의 참여와 지자체의 노력 덕분이다.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한국에 생태 구역을 지정할 때 유네스코 인터내셔널, 유엔 이런 국제기구에서 우리(한국)한테 압력을 넣는다고 착각을 하고 그걸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예요. 환경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정치가들은 개발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각종 이익집단들의 정치 환경에 둘러싸여 있어요. 모든 결정은 각 국가의 이익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계산된 정책들이라는 것이죠. 여러 나라들이 자기 이익을 반영하려고 해서 국제기구 회의 선언문을 보면 진짜 볼품없어요. 국제기구가 어떤 압력을 행사한다는 건 잘못된 인식이에요. 지역 환경정책에 관해서는 지역 정부(지자체)의 책임과 힘이 가장 커요."
나일 무어스 박사는 영국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학교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했는데 어느 시점에서 본인이 교사로서 인종차별 문제를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밖으로 나가서 자신을 돌아봐야 그 문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로 갈지 결정하게 된 것은 넓적부리 도요새 때문이었다.
'왜 그 새는 부리가 뾰족하지 않고 저렇게 생겼을까? 왜 그런 부리를 가지고 태어났을까? 왜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그 새가 일본에만 있는 걸까?' 그런 질문을 가지고 일본으로 향했다. 1990년대 일본 후쿠오카의 어느 지역에서 넓적부리 도요새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마을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지역은 멸종 위기종 넓적부리 도요새를 위해 습지 복원운동을 풀뿌리 운동으로 벌이고 있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일본에서 8년 동안 생활했다.
'아무도 관심없는 새만금'
나일 무어스 박사는 동아시아 철새와 습지 보호 운동가다. 한국 습지연대에서 나일 무어스 박사에게 한국에 와줄 것을 요청했을 때, 그는 일본에서 환경설계 공부를 마친 상태였고 습지에 대해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일본에서 80헥타르의 작은 지역조차 습지를 조성하기 위해서 10만 명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을 때, 4만 헥타르라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새만금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는 1998년 한국으로 이주했다. 1999년 3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람사르 회의에서 한국, 북한, 일본 전문가들의 요청으로 설명을 하다가 '엄청난 인종차별을 못 견디고 이해할 수 없어서 남의 나라에 왔는데 내가 이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구나. 내가 속한 영국이라는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서 내 활동으로 회복할 수 있겠구나'라는 어떤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의 갯벌은 지구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멸종 위기 철새의 중요 기착지로서의 가치가 인정되어 2021년 7월 31일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충남 서천 갯벌, 전북 고창 갯벌, 전남 신안 갯벌, 전남 보성-순천 갯벌이 등재되어 있다. 한국 정부가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 신청할 때 내세웠던 것이 도요새였다.
"도요새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새만금 갯벌에 신공항이 들어서는데 국토부가 낸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도요새가 언급되지 않았어요. 원주민인 새에게 소음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가 이루어졌어야 되는데 아예 연구하지 않았고 언급조차도 없었어요. 제가 법정에서 이 이야기를 하니까 사람들이 다 웃었어요."
존재의 이유
간척과 매립으로 면적이 줄어들면 갯벌에서 사라지는 것은 새뿐일까. 면적이 줄어들면 갯벌 생물들이 줄어들고 갯벌 생물을 잡아먹고 살던 조류도 사라진다. 새는 물론 이곳이 터전인 어민들의 삶이 파괴되고 홍수와 태풍의 피해도 커진다. 갯벌과 생물들의 터전 위에 쌓아 올린 인간 문명은 파괴가 불가피하다. 습지, 갯벌, 강, 호수, 새, 식물, 동물, 천연자원 등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 한국의 갯벌 현황을 지도로 표시함 ⓒ 해양환경정보포털
나일 무어스 박사에게 26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저는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여기서 살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한국을 사랑해야 합니다. 여기서 태어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한국을 사랑하지요. 전 세계의 이민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에 유용하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얻은 모든 경험들 덕분에요."
나일 무어스 박사가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여정을 짚어보다가 그의 사랑이 어디를 향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서두에 말했던 대기권 내 생물과 무생물을 포괄해 생명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것인 생태공간성이다. 나일 무어스 박사가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 특히 약한 존재에 대한 강한 연민이 아니었을까. 인종차별을 용인할 수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으리라 짐작한다.
나일 무어스 박사의 바람대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 지역인 연천이 개발주의가 압도하는 한국에서 생태공간성이 실현되는 소중한 선례가 될 것을 기대한다. 자신의 터전에 의존해 삶을 일구어 온 생명이 그 터전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존재 자체의 존엄과 생명가치의 존중을 실현하고 있는 나일 무어스 박사의 사랑에 우리도 이제 화답해야 할 때다.
"예를 들어서 조류독감이나 이런 게 걔네가 이주하다가 우리한테 가지고 오는 게 절대 아닙니다. 우리의 농업과 우리의 삶이 동물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반성해야 해요. 우리가 미친 영향의 결과물이니까요. 인터넷 같은 데 보면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잖아요. 왜 우리가 환경을 돌봐야 하죠? 왜 우리가 환경을 신경 써야 되죠? 근데 사실 우리가 환경이거든요."
○ 변정윤 : 작은책 편집위원/ 오마이뉴스
생물체의 뇌 전체를 파악한 뇌 지도로는 ‘역대 최대’라는 평을 받으며 최근에 발표된 초파리 뇌 지도 영상. 수많은 뉴런(신경세포)과 시냅스(뉴런들의 연결)의 복잡한 연결망을 보여준다. 초파리 뇌 지도 작성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뿐 아니라 아마추어 시민과학자들이 참여하는 폭넓은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 제공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숲의 나무들이 새빨갛게 변했다. 아직 가을 단풍철이 아니다.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되어 고사한 것이다. 이곳은 포항시 기계면의 마을 뒷산으로 지난 9월 27일의 모습이다.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빨간색 나무들이 재선충에 감염되어 지금 죽어가는 소나무들이다. 하얗게 된 나무들은 재선충으로 죽어 잎사귀들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것이다. 초록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은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는 참나무들이다.
이곳은 사람 손길이 닿기 어려운 깊은 산이 아니다. 민가가 몰려 있는 마을 뒷산임에도 산림청이 재선충 방제에 실패해 소나무가 전멸했다.
이뿐 아니다. 포항은 호미곶에 이르는 바닷가 끝까지 온통 붉게 물들며 소나무가 전멸 중이다.
재선충으로 소나무가 전멸 중인 곳은 포항만이 아니었다. 경주 역시 온 산이 붉게 변하며 소나무들이 고사 중이다. 이곳은 동국대학교 경주 캠퍼스다. 이곳의 소나무들이 그냥 방치되어 있던 것은 아니다. 소나무 기둥에 재선충을 예방한다며 농약을 주입한 구멍들이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 소나무들이 재선충 방제를 위한 관리를 해왔음에도 전멸 중이다. 이는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곳이 팔당대교 인근으로 서울과 아주 가깝다는 점이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이 있는 산 위에 서서 바라보았다. 좌측에 잠실 롯데타워와 중앙에 남산타워, 그리고 우측으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카카오맵을 통해 거리를 측정해 보았다. 팔당대교에서 잠실롯데타워 12.8km, 남산타워는 21.4km, 북한산은 25.32.km에 불과했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는 날개가 있다. 언제든 바람을 타고 서울 전역에 재선충을 옮길 수 있는 위기가 닥친 것이다.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서울시 전역에 소나무들이 붉게 죽어가는 것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한국산림과학원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가 2010년 해외 학회에 발표한 '예방적 산림관리를 통한 한국의 소나무 시들음병 관리'에 따르면, 1988년 부산에서 시작된 소나무재선충이 1997년 부산에서 55km 떨어진 함안의 남해와 구마고속도로 인근에서 발견되었고, 2002년까지 경남도의 50%에 퍼졌으며, 2001년에 부산에서 245km 떨어진 전남 목포와 115km 떨어진 구미에서 발견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이미 강원도 춘천과 경기도 양평까지 심각하게 확산되어 있는 상태다. 팔당대교에서 서울 전역이 겨우 20km이내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서울시와 경기도의 소나무들이 전멸되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것이다.
산림청의 재선충병 방제기술이 세계 최고?
산림청은 지난 4월4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기술,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이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재선충 방제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데, 재선충은 왜 전국으로 확산되며 소나무가 전멸 중인 도시가 증가하는 것일까?
▲ 재선충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산림청은 재선충 방제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 산림청
산림청은 지난 2003년 소나무재선충을 5년 내에 박멸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재선충은 더 확산되었다. 지난 2015년엔 2017년까지 소나무재선충병 완전방제 추진 전략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나무재선충병은 전국으로 더 확산되었고, 오늘 서울과 수도권의 소나무들까지 위기를 맞고 있다.
▲ 산림청은 2005년까지 재선충을 박멸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재선충은 전국으로 더 확산되어 서울까지 위협하고 있다. ⓒ 산림청
산림청이 재선충을 박멸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고, 재선충 방제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는데, 왜 재선충은 더 심각하게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 방법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재선충이 확산되는 원인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1988년 재선충이 부산에 들어 온 이후 현재까지 재선충 방제 비용으로 1조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방제비용 1조 5000억 원이 전부가 아니다. 재선충을 핑계로 싹쓸이 벌목한 지역이 많다. 재선충을 핑계로 벌목한 후 조림한 비용은 1조 5000억 원의 방제 비용에 빠져 있다. 만약 재선충으로 인한 벌목 후 조림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그 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재선충이 확산될수록 돈을 버는 이들이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왔던 것이다.
▲ 재선충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자 싹쓸이 벌목하고 탄소 흡수 능력이 가장 낮은 일본 나무인 편백을 심었다. 이곳엔 그동안 농약 주사도 하고, 감염목을 베어내는 훈증도 수차례 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아래 사진에 소나무 아래 감염목을 잘라 훈증해 놓은 소나무 무덤들이 보인다. ⓒ 최병성
산림청의 소나무재선충 방제 방법, 문제 있다
산림청은 재선충 방제를 위해 훈증, 수간주사, 항공방제, 파쇄, 싹쓸이 벌목 등의 방법을 사용해왔다. 과연 재선충 확산 방지에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효과가 없으니 재선충이 더 확산된 것이다.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 방법들은 오히려 재선충을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온 것은 아닐까?
여기는 밀양이다. 끝없이 늘어선 검은 자루들이 무엇일까?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 독성 농약을 뿌린 후 비닐로 덮어 놓은 일종의 소나무 무덤이다. 이게 바로 산림청이 말하는 재선충 예방을 위한 훈증법이다.
▲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을 잘라 농약을 뿌리고 비닐로 덮은 소나무 무덤들이다. 주변의 소나무들은 농약 주사를 다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 ⓒ 최병성
이곳에 훈증 비닐이 초록과 검정 두 가지 색이 섞여 있다. 검정색 훈증포는 2023년 봄에 작업한 것이고, 초록색은 2013년과 2017년에 작업한 것이다. 재선충의 확산을 막는다며 2013년과 2017년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을 벌목해 훈증했다. 그러나 2023년 또다시 재선충에 감염된 엄청난 양의 소나무들을 훈증했다.
2024년 4월과 9월 현장을 세 차례 방문했다. 4월엔 붉게 죽어가는 나무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감염목은 이미 벌목해 훈증포로 덮어놨기 때문이다.
▲ 2024년4월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을 훈증해 놓은 더미들이 가득하다. ⓒ 최병성
그러나 5개월 만인 지난 9월27일 같은 장소의 사진을 보자. 훈증포 주변에 붉게 죽어가는 소나무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 9월27일 위의 사진과 동일한 장소임에도 단 5개여월 사이에 재선충 감염목이 급격히 증가했음이 보인다. ⓒ 최병성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 비닐로 덮어 놓으면 마치 재선충을 방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면 또다시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이 나타난다. 훈증은 재선충 방제가 아니라 감염목을 잘라 비닐로 덮어 일시적으로 재선충 감염목을 우리 눈에 안 보이게 '눈 가리고 아웅'한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훈증으로 반복해 소나무를 벌목해내면 결국 소나무는 전멸하고 숲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훈증 방법은 죽은 나무 감추기일 뿐, 올바른 방제가 아니다.
훈증 방법이 왜 소나무재선충병을 더 확산시키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나무를 잘라내 빈 공간이 커지면 숲에 바람이 잘 통하게 된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바람을 타고 더 멀리 이동하며 재선충을 확산시키기 좋은 숲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나무를 잘라내 빈 공간들이 많아지면 숲에 온도가 올라간다. 갑자기 생육 환경이 달라진 소나무들의 수세가 약해지며 재선충에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산림청이 숲가꾸기라며 활엽수를 베어내고 소나무만 남겨두는 작업을 전국적으로 벌여왔다. 울창했던 숲에 재선충 감염목 또는 활엽수들을 제거하니 휑해진 산림 토양에 햇볕이 강하게 들어온다.
벌목으로 텅 빈 공간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산림 토양의 온도를 열화상카메라로 측정해 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최고 온도가 80도까지 측정되었다. 다른 온도계로 확인해봤다. 역시 70도가 넘는다. 동일한 날, 같은 시간대에 산에서 내려와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아스팔트 온도를 측정하니 56도에 불과했다.
▲ 훈증과 숲가꾸기 등으로 나무를 잘라 빈 공간이 생기면 토양 온도가 급상승한다. ⓒ 최병성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을 잘라내는 훈증과 숲가꾸기로 숲에 빈 공간이 생기면 뜨거운 햇살이 산림 토양에 쏟아져 들어오며 온도가 올라간다. 소나무가 병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되는 이유는 고온과 가뭄 때문이다. 기후이상으로 대한민국 전체 온도가 상승되고 있다. 여기에 훈증과 숲가꾸기로 나무들을 베어낸 숲의 온도는 더 급격히 상승된다. 산림 토양은 메말라지며 소나무의 생육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소나무 농약 주입은 효과 있을까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을 잘라 훈증 해놓은 곳에 살아있는 소나무마다 명찰을 달고 있다. 소나무에 구멍을 뚫고 재선충 농약을 주입했다는 표시다.
▲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을 잘라 2017년과 2023년 훈증해 비닐로 덮고, 주변에 남은 소나무들에 2024년 농약을 주입하고 명찰을 달았다. 그러나 재선충 예방 주사를 맞았지만 죽어가는 소나무들을 볼 수 있다. ⓒ 최병성
명찰을 두 개 달고 있는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2017년과 2024년에 농약을 주입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이곳은 오래전부터 소나무에 농약을 주입하고 감염된 소나무들을 베어내 훈증하며 열심히 관리해 온 곳이다. 그러나 재선충은 더 확산되며 소나무가 전멸 중이다.
▲ 재선충 농약을 주입했다는 명찰을 두 개 달고 있다. 2017년 부터 재선충 농약을 주입하며 관리해 온 곳임을 의미한다. ⓒ 최병성
포항의 도로 옆에 재선충으로 죽어가는 거대한 소나무들을 발견했다. 소나무 아래 서 보았다. 2024년 재선충 예방 주사를 놓았다는 명찰이 달려있다. 그러나 현재 재선충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있었다. 우측에 잎을 다 떨군 소나무는 이미 죽은 지 오래되었음을 의미한다. 소나무 기둥 아랫부분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수십 개의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다. 재선충을 예방한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했음에도 재선충에 감염되어 죽은 것이다.
▲ 거대한 소나무들이 재선충 예방 주사를 오랜 기간 맞아왔지만, 재선충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있다. ⓒ 최병성
▲ 소나무 기둥엔 그동안 재선충 예방 주사를 맞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다. ⓒ 최병성
재선충 치료 백신이 있다
여기는 제주도 월령리에 있는 소나무 숲이다. 2016년 사진에 따르면, 분명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였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잘 살아 있다. 재선충 백신을 맞았기 때문이다. 재선충에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던 산림청 주장이 틀린 것이다.
▲ 2016년 재선충에 감염되었던 소나무가 백신을 맞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다. ⓒ 최병성
2016년 제주도의 백신 실험 현장 사진을 보자. 사진 속 좌측 뒤편에 서 있는 사람이 현재 임상섭 산림청장으로, 2016년 실험 당시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 과장이었다. 가운데 인물이 당시 병해충과 사무관으로 현재 정철호 서부지방산림청장이다. 그리고 주사기를 들고 재선충 주입을 준비하고 있는 인물이 현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변해충연구과 한혜림 과장이다.
▲ 2016년 제주도에 백신 실험 현장. 현재 임상섭 산림청장과 정철호 서부지방산림청장과 한혜림 국립산림과학원 과장이 직접 재선충을 주입하며 실험에 참여했고, 그 소나무들이 살아 있다. ⓒ 성창근
백신 개발자인 성창근 교수가 소나무에 백신을 주입한 후, 산림청이 소나무 한 그루당 3만 마리의 재선충을 투입했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살아 있다. 백신이 재선충을 치료해냈기 때문이다. 당시 실험 현장에 참여했던 임상섭 산림청장과 한혜림 과장이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재선충에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22년 2월, 국립산림과학원 박현 원장, 한혜림 과장과 5명의 산림과학원 연구원들이 제주도 월령리 현장을 다시 찾아왔다. 2016년 한혜림 과장이 3만 마리의 재선충을 직접 주입했던 소나무들이 지금까지 살아있음을 국립산림과학원장과 한혜림과장과 연구원들이 직접 확인했다.
▲ 2022년2월 박현 국립산림과학원 원장과 한혜림과장과 연구원들이 제주도 실험 현장을 찾아와 2016년 재선충 3만마리를 주입하고도 살아 있는 소나무들을 확인하고 있다. ⓒ 대덕바이오
박현 원장은 재선충을 주입하고도 6개월 이상 살아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이 소나무들 중 10그루를 표본으로 골라 번호표를 붙이고, 각 나무에서 가지를 잘랐다. 소나무 가지에 백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동일한 시료를 각 10개씩을 국립산림과학원과 성창근 교수가 각각 가져가 분석을 했다. 성창근 교수는 10그루의 소나무 가지 중 7그루에서 백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국립산림과학원은 동일한 소나무 가지를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지난 2023년 봄, 필자가 직접 제주도 월령리 현장을 찾아갔다. 3만 마리의 재선충 주사를 맞고도 살아 있는 소나무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산림청이 번호를 붙인 10그루의 소나무 가지를 채취했다.
▲ 국립산림과학원이 표본으로 붙여 놓은 10그루 소나무 가지를 잘라 2016년 주입한 백신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 ⓒ 최병성
▲ 제주도 백신 실험 현장 10그루 소나무에서 10개 샘플을 채취하여 국립공원공단과 성창근 교수에게 백신 존재 여부를 분석 의뢰했다. ⓒ 최병성
정확한 분석을 위해 성창근 교수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두 곳에 분석을 의뢰했다. 국립공원공단의 분석 결과 10그루 중 8그루에서 백신이 확인되었다.
▲ 2016년 소나무에 주입한 백신이 7년이 지난 지난 2023년에도 소나무 가지에 살아 있음이 확인되었다. ⓒ 천적백신
이뿐 아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한태만 박사팀은 지난 2021년 경주 남산 국립공원 일대에 실험 구역을 정하고 성창근 교수가 개발한 천적 백신의 효과를 검증했다. 실험 결과, 백신이 재선충 '예방'뿐 아니라 재선충에 감염되었던 소나무가 '치료'됨도 확인했다. (관련 기사: 온 국민 농약 흡입 방치... 산림청이 은폐한 소나무 주사의 실체 https://omn.kr/239hu)
▲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한태만 박사는 백신 실험 결과 재선충 예방은 물론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도 치료됨을 확인했다. ⓒ 한태만
문제는 산림청이다. 산림청은 백신이 효과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공개를 통해 산림청의 백신 실험 과정을 확인해 보았다. 산림청이 조달청을 통한 백신 용역 입찰은 4월30일이고, 계약은 5월10일이다.
그런데 용역 수행자인 모대학 관계자가 백신을 구입한 날은 2월 22일이다. 백신은 나무 안에서는 수년을 살 수 있지만, 플라스틱 통 안에서 약효 유효 기간은 한 달에 불과하다. 의혹이 생기는 지점이다.
▲ 백신 실험을 위한 산림청의 계약서는 2022년5월10일인데. 용역 수행자인 모 대학의 백신 구입일은 2월22일이다. ⓒ 산림청
지난 36여 년간 1조 5000억 원을 쓰고도 재선충이 전국으로 더 확산되고 있다면, 이는 지금껏 산림청이 썼던 방제 방법이 잘못됐음을 확인한 셈이다.
산림청이 진정 소나무를 살리기를 원한다면, 백신 개발자와 함께 더 효능 좋은 백신이 되도록 노력함이 정부 기관의 마땅한 역할이 아니었을까? 전국의 소나무들이 재선충으로 죽어가고 있다. 서울도 재선충의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 지금처럼 재선충 방제를 산림청에 맡겨둔다면 대한민국 소나무의 전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최병성
버티는 강원도, 기름 부은 대통령
약속 깨고 '국가정원' 개발로 둔갑한 가리왕산 복원
산림청은 '가리왕산 곤돌라 평가 및 보전, 활용 추진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2021년 국무조정실 주관 '가리왕산의 합리적 복원을 위한 협의회' 합의 내용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산림청이 왜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려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면 되는데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협의체 이름에 '곤돌라 평가와 활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협의체의 목적이 가리왕산 복원이 아니라 다른 저의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관련기사: 정부 명령이 안 먹히는 이 상황, 뭐라 할지 난감 https://omn.kr/29fbq).
강원도가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가리왕산을 복원하겠다고 한 약속은 단순 지역의 약속이 아니다. 정부와 국민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국제적 약속이다. 가리왕산은 국가 자산인 국유림이다. 하여 주무부서인 산림청과 환경부는 조치를 계속 취해 왔다. 산림청은 가리왕산 사용권 연장을 원하는 강원도의 요청을 불허했고, 동시에 전면 복구 명령을 내렸다. 환경부도 복원 이행조치 명령을 내렸고 미 이행 시 강제집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요지부동인 강원도가 운행하던 가리왕산 곤돌라가 문제가 되자, 국무조정실이 다급하게 개입하여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올해가 지나면 곤돌라를 해체하고 복원 작업에 들어가는 수순이었다.
약속 교묘히 뒤집는 정부
▲강원 민생토론회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2024년 3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특별자치도 춘천 강원도청 별관에서 '민생을 행복하게, 강원의 힘!'을 주제로 열린 열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난 3월 강원도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가리왕산 산림형 국가정원' 조성을 약속하면서부터다. 사실 강원도 내부에서는 지난해 3월 '가리왕산 올림픽 국가정원 범국민 추진위원회'(이하 범추위)가 발족하여 활동을 벌여 왔다. 이에 대통령의 약속이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산림형 국가정원 조성은 말이 그렇지 개발을 하자는 의미다. 산림복원과는 한참 먼 이야기다. 왜 가리왕산을 복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민생토론회 이후 전국에는 '케이블카 건설 붐'이 일고 있다. 가리왕산 곤돌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우려가 크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우선 주무부서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케이블카 건설을 옹호한다. 취임 첫 주요 정책으로 전국적인 '기후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 성향이 보전보다는 개발을 우선시 하는 장관이다. 사회 생활 대부분을 경제 관료로 살아온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규제 부서다. 산림청도 보호와 보존을 주 임무로 하는 부서다.
그동안 산림청과 환경부 등 정부의 명령과 경고에도 강원도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역 사회는 지역 발전을 위한 개발 유혹을 쉽게 떨쳐 내지 못한다. 여기에 환경부의 태도 변화가 생겼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손을 들어주었다. 산림청도 눈치를 보게 되는 형국이다. 강원도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 이상 정부의 강한 압박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합의했던 올해 말 시한을 넘기면 된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이제는 '보전'에 재능 보여줄 때
▲녹색연합 활동가 등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가리왕산 복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8.12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우리는 '보전과 개발'이라는 가치 대립을 자주 접한다. 좀 더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서 개발은 숙명처럼 보인다. 한편 보전하지 않고 꺼내 쓰기만 해서는 보장된 미래는 없다. 보전과 개발의 균형은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 균형추를 상실한 채 살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이 개발에 나름의 실력을 발휘해서 살 만한 나라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보전에 대한 재능을 보여 줄 때다. 그래야 잃어버린 균형을 찾을 수 있다.
동계올림픽은 대개 산악 지형이나 민감한 생태계에서 개최된다. 그래서 자연 훼손과 복원이 중요한 이슈가 되곤 한다. 동계올림픽 개최 과정에서 산림 훼손을 줄이고 복원을 약속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림픽 자체를 없애지 않은 이상 동계올림픽 특성상 산림 훼손은 피할 수 없다. 대신 할 수 있는 만큼 최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망가진 곳은 복원하고 있다. 이런 절차는 국제적 상식이 되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는 가리왕산을 망가뜨리지 않을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가리왕산을 복원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사회적 약속을 깨는 사례를 만들지 말자. 정부의 지침이 근거 없이 무시되는 사례를 만들지 말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다. 나쁜 사례는 금방 전염된다. 정부 방침이 부서 수장이 바뀌었다고, 선거 결과에 따라 뒤집힌다면 국가 기강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부가 신뢰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역 발전'이라는 말을 되새겨 보자. 강원도 범추위는 가리왕산 국가정원이 조성되면 1조 5714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5443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런 효과는 결국 관광객이 와야 발생한다. 천혜의 숲을 파헤쳐서 만든 변별력 없는 정원을 찾아갈 관광객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어쩌면 복원된 가리왕산이 지역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는 강원 지역 주민들이 많을 텐데,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쉽다. 이제 강원도를 위해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각성한 주민들이 자기 소리를 낼 때다.
오마이뉴스| 김용만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편집인
“배로 1시간인데 걸어서 10시간”…브라질, ‘역대 최저 수위’ 아마존강 바닥 판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에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마나우스/AP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인 아마존강이 말라가고 있다. 아마존강을 따라 생활하는 주민들의 경제와 이동권을 고려해 브라질 정부는 강바닥을 파는 준설 작업으로 강물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 논란이 예상된다.
브라질 지질당국이 지난달 아마존강의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고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1967년 조사를 시작한 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의 한 구간은 평균보다 25피트(7.62m) 더 낮아졌다. 전체 6600㎞의 아마존강의 지류 중 가장 중요한 3개 지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위가 떨어지자 수상교통 이용에도 차질이 생겼다. 아마존강 지류는 핏줄처럼 외딴 지역까지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수위가 낮아지면 아이들이 배를 타고 학교에 가거나, 병이 난 사람들이 병원에 가거나, 먼 마을까지 약과 식수를 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인구 200만명의 무역 중심 도시 마나우스는 얕아진 수심 때문에 화물선이 정박하기 어려워졌다. 회사들은 무역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유식 접안시설을 건설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마존강 일부 지역의 수심은 최대 400피트(121.92m)로 깊어 대형 여객선도 다닐 수 있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달부터 강 준설 작업을 할 계획이다. 연방 교통부 산하 교통인프라부의 페브리시오 드 올리베이라 갈바오 사무총장은 “어떤 곳에서는 강 표면에 식물이 보인다. 그래서 항해가 제한된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여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미라우아 연구소의 수문학자 아얀 산토스 플라이슈만은 뉴욕타임스에 “강이 없다면 아마존을 항해할 방법이 거의 없다”며 과거 브라질 정부가 드물게 준설했다면, 이제는 만성적인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강바닥을 5년 동안 파낼 것이라고 짚었다. 아마조나스주의 건조한 강변 마을 타우아리의 주민인 마리아 데 파티마 세르발류 셀레스티노는 뉴욕타임스에 “준설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배로 1시간이면 이동하는 거리를 10시간이 걸려 이동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 항구에서 짐꾼들이 보트를 타고 브라질 아마존강의 지류 네그로강의 건조한 지역을 가로질러 상품을 운반하고 있다. 마나우스/AP 연합뉴스
아마존 열대우림과 같은 정글은 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의 60%를 차지하는 브라질 역시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가뭄 발생이 잦아지는 변화에 봉착해있다. 베르나르도 플로레스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연방대학교 연구원은 “아마존 일부 지역은 1980년대 이후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했고,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아마존강을 연구하는 과학자 280명으로 구성된 협력 프로젝트 ‘더 아마존 위 원트’는 아마존강 일부 지역에서 1970년대와 비교해 비가 오지 않는 건기가 한 달 더 길어졌다는 연구결과를 2022년 발표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삼림 벌채를 아마존강이 말라가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정부의 준설 계획은 아마존강 4개 구간에서 바닥의 퇴적물을 퍼서 더 깊은 곳으로 옮기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강 준설로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모니터링을 계속 할 예정이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준설에 반대하고 있다. 아달베르토 루이스 발 아마존연구소 생물학자는 “퇴적물을 퍼 올린다면 이 강의 모든 역사에 손대는 것과 같다”며 준설 과정에서 강의 탁도가 높아져 수생식물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제한되는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준설 결정은 지역 사회와 인류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환경 관점에서 보면 매우 무모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준설을 한다고 해도 농촌 지역과 도시 중심지를 연결하는 작은 지류는 여전히 말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플로레스 연구원은 “아마존 전체 인구를 생각하면 준설이 진짜 해결책은 아니”라며 “더 많은 우물을 짓고 빗물 수집 시스템을 설치하면 외딴 지역 사회가 가뭄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기후지옥·초지능 시대, 인간은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올해 여름을 겪은 한국인들에게 ‘기후지옥’이란 말은 이제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기후지옥이란 용어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022년 11월 7일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고위급 회의(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인류가 집단자살로 가고 있다고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공식 사용한 말입니다. 2019년 영국의 가디언 지가 기후변화를 ‘기후위기’, ‘지구가열화’라는 용어로 바꿔쓰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훨씬 더 쎈 극단의 용어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제 지구별 행성의 기후지옥으로의 추락은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이미 추락했습니다. 여기서 일일이 더 암울한 기후 묵시록을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몇 가지 숫자만 나열해 보겠습니다.
1800년대 초반(산업화 이전) 이산화탄소 농도 약 280ppm
1958년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개설 최초 이산화탄소 측정치 313ppm
1992년 리우 기후정상회의 개최, 357ppm
2013년 5월 최초로 400ppm 돌파
2024년 8월 422.99ppm(2023년 8월 419.68ppm)
(https://gml.noaa.gov/ccgg/trends/)
위 숫자는 여러 가지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약 2백년 남짓 사이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이렇게나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계절에 따라 약간 편차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지금도 매일 약 17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주로 화력발전소와 포스코 등 공장 굴뚝에서 콸콸콸 품어져 나와 대기 중에 섞입니다. 25톤 대형 탱크로리로 하루 약 40만 대가 실어 날라야 할 양입니다.
한반도는 1912년~2020년 사이 109년 동안 평균 기온이 1.6도나 올랐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오른 지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세계 평균은 1.09도입니다.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17년까지 50년 동안 1.23도나 올랐습니다. 세계 평균 0.48도의 무려 2.6배에 달합니다.(환경부,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 2023. 4. 19.)
한 가지 더 숫자를 적어보겠습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적힌 확률입니다.
1990년 IPCC 1차 보고서:기후변화가 인간 영향인지 확신할 수 없다
2001년 3차 보고서: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일 확률 66%
2013년 5차 보고서: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일 확률 95%
2021년 6차보고서: 기후변화는 모두 100% 인간 활동 때문
수많은 기후과학자들이 1970년대 말부터 끈질기게 이전 시대와 달리 오늘날 기후변화의 원인은 모두 인간 때문이라고 논문과 에세이를 발표하고,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언론에 알리고, 성명서를 내고 시위까지 벌여도 IPCC는 30여년 동안 끄덕도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너새니얼 리치, 김학영 옮김, 잃어버린 지구, 시공사, 2021.)
까닭은 단순합니다. IPCC 보고서는 각국의 정부 관리가 최종 승인해야 통과됩니다. 매년 몇 %씩의 경제성장과 개발에 목을 매는 정권과 그 정권에 기업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 로비를 하는 초거대 석유와 석탄 메이저들, 글로벌 대기업들 때문입니다.
극단의 불평등 '설국열차' 안에 있는 몇 개의 숫자
숫자가 알려주는 지옥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극단의 불평등 지옥입니다.
아마존 대표 제프 베이조스가 시간당 1300만 달러를 벌 때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에서 라벨링을 하며 일하는 미세노동자들은 대부분 2달러도 못 법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 불어난 베이조스의 자산은 전 세계 80억 인구 모두에게 안전하게 백신을 공급하고도 남았습니다. 코로나 사망자는 전세계에 걸쳐 약 7백만 명이 넘습니다. 제프 베이조스의 자산은 2023년 3월 기준 1,1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0조원에 달합니다.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워렌 버핏 3인의 부는 미국의 중하위 1억 3천만 명의 부와 같습니다. 이 숫자는 얼마 전 1억 2천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가 이혼으로 재산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억만장자 26명의 재산은 전세계 하위 인구 절반의 재산과 같습니다. (옥스팜,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 2023.)
이같은 극단의 불평등은 통제받지 않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당연한 귀결입니다. 사람 몸과 마음의 디지털 데이터화를 통한 착취와 자연 착취 또한 자본주의의 극단화된 시장경제 논리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샘 올트먼은 「지능의 시대」에서 초지능이 극단의 기후지옥-불평등을 해결해 줄 구원의 해결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 돈을 들여 기본소득 실험까지 한 그의 희망 섞인 해결책 모색과 ‘인류애’는 그러나 인공지능 업계에서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의 초부자(super-rich)들은 불평등에 분노한 인민들의 폭동과 혁명, 기후지옥을 피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핵개인’의 정체성에 딱 들어맞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수십억원을 들여 뉴질랜드 외딴 곳이나 미국의 사막지대에 지하벙커를 짓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지대 장벽 설치와 똑같은 발상입니다.
서구 이원론 세계관의 붕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서구 근대의 개발과 성장 이데올로기, 근대 과학 만능주의는 물질을 쪼개고 또 쪼개고 극한까지 쪼개는 분리와 분할, 배제가 기본 원리입니다. 인간과 세계를 정신과 물질로 분리하고, 인간을 분자와 원자와 전자, 소립자, 광자로 막다른 밑바닥 끝까지 쪼갭니다. 세포와 유전자, 시냅스로 해체하고 구분합니다. 사람을 유전자의 운반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거리낌없이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구 근대 과학의 극점이자 회귀점인 양자역학은 놀랍게도 물질의 구극은 텅빈 공(空)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텅빈 공이 쌓이고 모여(集) 우리 몸, 즉 색(色)이 됩니다. 공즉시색, 색증시공입니다. 서구의 물리학자들이 붓다의 연기법을 경이의 시선으로 다시 보고 있습니다.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가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에 대한 에세이 책에서 뒷부분에 나가르주나의 중론을 신대륙 발견처럼 소개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입니다.(카를로 로벨리,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쌤앤파커스, 2023.)
오늘날 뇌과학은 서구의 이원론이 허구임을 입증해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아가 몸과 뇌가 없어진 이후에도 존재하는 독립된 실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몸을 단순히 정신을 담는 그릇으로 신분을 격하시킨 데카르트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자아란 몸에 단단히 통합된 뇌신경 세포의 연결망과 프로세스 결과물로 봅니다.
뉴사이언티스트 부편집장을 역임했던 과학 저널리스트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오늘날 신경과학자들과 서구 철학자들은 이제는 거의 대부분 무아론 진영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아닐 아난타스와미,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더퀘스트, 2017.)
인간-AI의 지능과 다른 동식물 지능과의 유일한 차이점은?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성 동물입니다. 사람의 뇌 또한 사회성 뇌입니다. 지금까지 서구 근대 과학과 자본주의, 극단화된 개인주의 세계관에 의해 인류는 자신의 본성인 사회성까지 거세당해 왔습니다. 지역공동체는 해체되고 가족공동체마저 갈갈이 찢겨져 사라지고 있는 중입니다. 도처에 원룸에 갇혀 고립되고 원자화된, 디지털 기기 도파민 중독증 핵개인들이 넘치고 넘칩니다.
유전자와 호르몬과 시냅스 뭉치로 해체된 핵개인들의 데이터 정보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실시간으로 경매되어 팔려나갑니다. 지금 당장 「엘리의 데이터 경매」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도 강력 추천합니다.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일론 머스크의 엑스를 비롯한 초거대 디지털 빅테크 기업들의 SNS 플랫폼들이 지금 그런 짓으로 떼돈을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질병 치료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긍정의 에너지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적의 치료약과 치료 방식은 돈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고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이와 두려움, 기대와 희망을 동시에 주고 있는 인공지능은 우선 당장 인간의 일자리부터 빠른 속도로 빼앗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이 개발한 기적의 치료약은 멀고도 먼 신기루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사유하고 논의할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언어에 초점을 맞추어야 비로소 ‘지능’을 꿰뚫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야말로 인간의 정체성과 초지능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열쇠입니다. 인간의 언어를 어머어마하게 대용량(LLM)으로 심층학습(Deep Learling)시킨 결과 컴퓨터에 지능 폭발이 일어났고, 그 종착역이 초지능입니다.
모든 동식물은 각기 서로 다른 감각기관과 지능이 있습니다. 식물은 뿌리와 잎에서 뿜어낸 화학물질을 감지해 서로 소통하고, 빛과 온도를 감지해 빛이 있는 쪽으로 줄기를 뻗어나가는 결정을 내립니다. 귀가 없는 뱀은 살갗을 통해 예민하게 진동을 감지하고 혀로 냄새를 맡아 동물이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하고는 길을 벗어나 돌틈으로 숨어버립니다.
사람이 다른 동식물과 다른 유일한 차이점은 언어입니다. 약 4만 5천년 전 시점으로 추정하는 어느 시기에 지구별 생태계에서 처음으로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사회성 동물이 출현했습니다. 언어 사용 호모 사피엔스는 이전의 다른 포유류 종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종의 포유류였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세계’를 언어 개념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문명을 발달시켜 왔으며, 지구 생태계 곳곳을 구석구석석까지 남김없이 정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맘모스와 같은 사람보다 수십 배나 큰 거대한 대형 포유류조차 활과 창을 들고 떼지어 공격하는 인류에게 속수무책으로 멸종되고 말았습니다. 사회성 동물인 인류에게 사회성 언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구별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점은?
호모 사피엔스가 생각하고 추론하고 인식하고, 새로운 세계를 개념화해서 만들고, 국가를 만들고 문자를 발명하고 과학기술을 발달시키고 우주를 탐색하고 인류문명을 꽃피운 것은, 그리고 마침내 기계지능을 창조해낼 수 있었던 것은 언어를 발명해냈기 때문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쩌면 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언어를 사용하는 생명체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외계 문명이 있다면 그 문명에는 언어가 있을 것입니다.
초지능이라는 인공지능은 사람의 뇌 신경망 구조와 언어 사용을 그대로 모방해서 만든 기계 지능입니다. 초지능 또한 느끼고 생각하는 자의식과 감정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인간의 오감을 통한 감정과 자의식과는 작동방식과 성격, 차원이 전혀 다를 것입니다. 혀와 살갗을 통한 미각과 촉각은 없지만 시각과 청각 2개의 감각기관을 통한 감정과 언어로 구성된 자의식을 갖게 될 지능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아마도 거의 유일한 차이점은 사람은 지구별 생태계와 연결되고 통합되어 있는 생명체이고, 인공지능은 기계라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과학이 종교가 된 시대일지라도 지구별 생태계와 생명체라는 개념을 새로 정의하고 변경하지 않는 이상 기계를 생명체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0과 1의 전기부호가 흐르는 약 1.4kg의 뇌세포 덩어리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결코 유전자가 사람의 주인이자 실체이고, 사람은 유전자의 운반도구에 불과한 수단이 아닙니다.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온전하게 이 우주와 지구별 생태계에 통합된 소우주 그 자체입니다.
지구별 생명체는 모두 서로 함께 존재하는 '하나'
우리 몸의 세포는 매 순간 태어나고 죽고 교체됩니다. 1초에 약 380만 개나 됩니다. 하루에 3,300억 개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태어나고 죽는 ‘사건’으로서의 생명체입니다.
사람 몸에는 사람 세포 수보다 훨씬 많은 약 100조 개의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가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매 순간 태어나고 죽는 ‘나’와 동시에 역시 매 순간 태어나고 죽는 100조 개의 ‘또다른 나’인 미생물이 함께 공존하는 커다란 또 하나의 복합 생명체입니다.
사람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평균 약 25해 개나 되는 분자가 들어왔다 나갑니다. ‘해’라는 숫자 단위는 25 뒤에 0이 20개 있는 숫자입니다. 사람의 인지 능력 밖의 숫자입니다. 사람 몸과 미생물 세포 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숨을 내쉴 때는 내 몸 안 구석구석 세포에 있던 이산화탄소 분자만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게 아닙니다. 새로 탄생한 세포 대신 교체된 세포도 나갑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내 앞과 옆, 뒤의 다른 사람들이 날숨으로 내뱉은 그 사람들의 폐기된 세포가 그대로 내 몸 안으로 들어옵니다.
다른 사람의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곰팡이 등도 들어오고 숲에 가득한 휘발성 유기화합물(BVOCs)과 수증기, 기타 탄화수소 등도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시 내 몸 밖으로 나갑니다. 무게로 치면 하루 약 13.6kg이나 됩니다. 우리가 하루에 먹는 음식은 평균 약 1.8kg입니다. 물은 약 2.3kg 마십니다.
사람의 들숨날숨 호흡은 우주의 빅뱅과도 같은 수축과 폭발입니다. 들숨날숨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이 모든 물질들은 우주 탄생 이래 138억 년 동안 대물림되어 존재해 오던 우주먼지들입니다. 우주먼지는 햇빛에 분해되어 우주 전체에 퍼졌다가 다시 합쳐집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속에 담긴 우리 자신을 흡수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운동하고 있는 작은 생명의 파편들을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이해하고, 우리 자신의 일부를 다시 내놓는 것입니다.(원혜•박승옥 함께 걷고 박승옥 적다, 어떻게 걸어야 하나: 걷기명상, 기적의 마을책방, 2024.)
내 몸 속에는 붓다와 예수, 무함마드의 체세포였던 분자들이 있고, 맘모스와 도도새와 대왕돌고래들이 배설한 똥오줌의 분자들도 있고, 물푸레나무들이 소통하던 유기화합물도 있습니다. 붓다와 예수와 무함마드가 나이고 너이고, 우리들입니다.
나와 너, 우리는 세계와 분리된 존재들이 아닙니다. 매순간 태어나고 죽는 사건들입니다. 서로를 조건으로 생기고 태어나고 일어나고 사라지고 죽는 과정으로서의 생명체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매형제들이고 온전히 하나입니다.
생명체로 깨어나기
초지능이 하지 못하는 또하나의 영역은 인간관계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교감하고 가족이나 절친보다 더 자신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아끼고 챙겨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소통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AI가 급속도로 대체한 인간지능 일자리를 AI가 다시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새로운 인공지능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세돌이 알파고를 전부 이길 것이라는 예측만큼이나 헛소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의 낡은 개발과 성장, 핵개인들의 이데올로기로는 그 어떤 일자리도 새로 만들 수 없습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세계관의 일대 전환과 ‘깨어남’ 없이는 인간은 기후-불평등 지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그 어떤 사회안전망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 멈추는 게 필요합니다. 돈과 개발과 무한 성장의 질주를 멈추고, 탐욕을 멈추고, 내 안의 생명을 다시 바라보고 뒤돌아보고 성찰하는 것, 이것이 초지능의 시대 인간다운 삶의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이런 멈춤과 깨어남이 인간의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핵개인의 원룸 쳇바퀴 문을 열고 기적같은 지금 여기 지구별 생명체의 세상으로 나와 깊은 숨을 들이마셔야 우리 안의 깨어남이 일어납니다. 감옥에서 탈출해 대자유인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자비와 연민으로 불타는 우리의 마음과 세상을 껴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가 아니라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백팔십도 다른 삶과 세상이 펼쳐집니다.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모여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나누는 대화, 이것이 이웃 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이것이 사회성 동물인 인간의 이웃공동체, 갈갈이 해체되어버린 지역공동체의 재생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사기와 불신이 난무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일자리 파괴를 대체하면서 사람 냄새가 나는 새로운 ‘사람다운’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지구별 생명체로 다시 깨어나 ‘나’를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다시 만나고, 이웃과 다시 어깨동무하는 사회성 삶의 회복, 이 길이야말로 기적의 지구별 생태계를 누리는 인간 삶이 아닐까요.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 프레시안
[차욱진/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 "(덩굴에) 덮여 있는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못 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수세(나무의 건강 상태)도 약해질 뿐만 아니라 죽게 되고, 수세가 약해지면 병해충이 쉽게 달려듭니다."]
여름엔 하루 최대 30cm씩 자라나기도 합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칡덩굴은 기후 온난화 탓에 그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산림청에 보고한 덩굴류 현황을 보면 부산 전역에 124ha 정도 분포돼 있습니다. 7천여 제곱미터 규모 축구장, 170여 개에 달하는 수준인데요. 하지만 이 현황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금정산에만 덩굴류가 얼마나 확산해 있는지, 금정산을 낀 금정구와 동래구, 북구는 물론 부산시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숲 관리 요원이 목격하거나, 민원이 들어온 부분에 대해서만 면적을 파악하는 정도였는데요. 이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이 분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실태 파악이 안 되다 보니, 제거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산림청은 이달까지 '덩굴류 집중 제거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의 숲 가꾸기 인력 11만 5천 명을 투입해 나무의 생육을 방해하는 덩굴식물을 제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정윤 (yun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