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앙이다”…바다가 27년째 땅으로 뱉어낸 용·문어 레고의 경고 2. 청년들에게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는 게 꼭 좋은 나라일까 3. "원전을 지속하는 것은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 4. “윤석열의 철지난 신자유주의가 국민들을 옥죄고 있다” 5. 균형 잃은 생태계, 박쥐 개체수가 줄면 유아 사망률 증가 6.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결국 원전으로 유턴 7. 온난화와 잦은 대형 산불, 물고 물리는 악순환 가속 8. 동대구역 50년 가로수길 훼손 최소화…엑스코선 건설 '녹색 변수
9. 지긋지긋한 폭염 씻어갈 큰 비 온다...20~21일 최대 250㎜ 10. 분단 확연한 한반도의 밤…북한에서 빛나는 두 지역은?11. GDP 맹신…청년들의 삶은 ‘한도 초과 12. 고래 vs. 군사주의, 기후를 구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13. 동물자유연대, 개 식용 종식 공로 WDA '골든 독 어워즈' 수상
“재앙이다”…바다가 27년째 땅으로 뱉어낸 용·문어 레고의 경고
레고 480만개 유출된 97년 2월 이후
바다가 인류에게 끝없이 하고 있는 말
1997년 2월13일 영국 남서쪽 끝자락인 랜드스 엔드에서 약 32㎞ 떨어진 해상에서 화물선 도쿄 익스프레스가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면서 약 480만개의 레고 조각이 바다로 유출됐다. 그중 일부가 해안가로 돌아오고 있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Lego Lost At Sea’
지난 6월말 해양 생물학자인 헤일리 하드스태프는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콘월의 포트링클 해변을 산책하다가 ‘용’을 발견했다. 검은색 플라스틱 레고 조각이었다. 위턱은 사라지고 없었다. 콘월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해변에서 레고 조각을 발견하곤 했다. 어릴 땐 신기했다.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두고 가는지. 비밀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2월13일, 영국 남서쪽 끝자락인 랜드스 엔드 약 32㎞ 앞바다에서 화물선 도쿄 익스프레스가 거대한 파도에 휩쓸렸다. 한쪽으로 60도까지 기울었다 제자리를 찾았지만 화물 컨테이너 62개가 바닷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사라진 컨테이너 1개엔 약 480만개의 레고 조각이 있었다. 그중 ‘용’은 3만3427개였다. 6월말 하드스태프가 발견한 ‘용’은 27년 만에 돌아온 3만3427개 중 하나였다. 장난감 관련 가장 큰 환경 재앙으로 꼽히는 이 사건은 ‘대규모 레고 유출 사건’으로 불린다.
트레이시 윌리엄스는 2010년께 콘월로 이사했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처음 해변에서 레고 조각을 하나 발견했을 때 13년이 지나서도 발견되다니 정말 놀랍다고 생각했다”며 “1990년대 후반엔 아이들이 해변에서 발견한 ‘용’을 양동이에 가득 담아 팔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2013년 10월 그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었다. ‘바디에 잃어버린 레고(Lego Lost at Sea)'였다. 2014년 비비시(BBC)가 보도한 뒤 수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어디서, 어떤 레고 조각이 발견됐는지 기록하고 추적했다. ‘Adrift: 바다에 잃어버린 레고의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책도 나왔다.
1997년 2월13일 영국 남서쪽 끝자락인 랜드스 엔드에서 약 32㎞ 떨어진 해상에서 화물선 도쿄 익스프레스가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면서 약 480만개의 레고 조각이 바다로 유출됐다. 그중 일부가 해안가로 돌아오고 있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Lego Lost At Sea’
27년이 지난 지금도 레고 조각은 해안가로 밀려온다. 영국·웨일스·아일랜드·벨기에·프랑스·네덜란드 해안 등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컨테이너에 514개만 있던 녹색 ‘용’, 4200개뿐이던 검은 ‘문어’ 등이 희귀템으로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지만, 학자들의 관심은 다른 데 있다. 레고 조각들은 어디까지 퍼졌을까.
1992년 1월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약 2만8800개의 플라스틱 장난감들이 바다로 쏟아졌다. 주로 노란색 고무 오리, 파란색 거북이, 빨간색 비버, 초록색 개구리로 이루어진 ‘프렌들리 플로티즈(Friendly Floatees)'라는 장난감들이었다. 이 사건은 ‘프렌들리 플로티즈 유출사건(Friendly Floatees Spill)'이라 이름 붙었다. 이 장난감들은 해류와 바람을 타고 이동했다. 해양학자들이 해류의 흐름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됐다. 동시에 바다에서 플라스틱이 얼마나 오래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도 됐다.
1997년 2월13일 영국 남서쪽 끝자락인 랜드스 엔드에서 약 32㎞ 떨어진 해상에서 화물선 도쿄 익스프레스가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면서 약 480만개의 레고 조각이 바다로 유출됐다. 그중 일부가 해안가로 돌아오고 있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Lego Lost At Sea’
1992년 사건을 추적한 것으로 유명한 해양학자 커티스 에브스마이어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해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철 노선과 같다. 해류는 어떤 것이라 해도, 어디로든지 데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레고 조각들은 수세기 동안 바다를 돌아다닐 수 있다. 에브스마이어 박사는 “레고 사건의 가장 큰 교훈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물건들이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철제 컨테이너 안에 있어도 마찬가지다”라며 “이런 사고는 어쩌다 한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런 사고는 늘 일어난다. 레고 조각 480만개는 바다 동물들에게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조각들이다. 에브스마이어 박사는 1997년 유출 사고 직후 레고사로부터 목록과 샘플을 받았다. 욕조에서 부력을 시험했는데 절반만 떠올랐다. 이들은 계속 바다 속에 머물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해양 및 환경 생화학 교수인 앤드루 터너는 뉴욕타임스에 “해저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플라스틱이 너무나 많고,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들이 언제 해안으로 떠밀려 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청년들에게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는 게 꼭 좋은 나라일까
탄소중립, 탈(脫)성장을 넘어 탈(脫)인구를 고민할 시간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이 삼성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개최된 기후정의행진에서는 3만 명이 모여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발 앞서 8월 29일에 헌법재판소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국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느긋하게 손 놓고 기다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지금 당장 전면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느냐'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가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편하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원인과 특성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의사가 치료하기 전에 정밀 진단을 통해 발병 원인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아픈 환자를 살려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에 검진도 안 하고 덜컥 수술부터 하자는 의사는 아무래도 돌팔이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법 중에는 회귀분석과 분해분석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설명하는 원인으로 인구, 소득, 기술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주로 고려된다.
먼저 아래 그림은 분해분석의 결과이며, 한국과 지자체의 온실가스 배출 특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막대 그래프가 실제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증가 추세였던 한국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배출량을 줄였다가 반등한 뒤, 2018년을 정점으로 다시 억제해왔던 과거의 변동을 드러내고 있다. 이때 인구 요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간씩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인구 증가를 넘어서는 수준의 비약적인 팽창 요인이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러한 온실가스 폭증의 추세를 완화시킨 수단이 기술이라는 집약도였다. 한마디로 한국은 늘어난 인구로 인한 약간의 증가와 소득 증대로 인한 대폭 증가의 압력이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전환이라는 집약도 개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그나마 억제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진상현, 2024, "광역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 요인 탐색", 지방정부연구. <한국 온실가스 배출 요인의 분해분석 결과> ⓒ진상현
이러한 분해분석의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인구가 아닌 소득이 가져온 부정적 영향이고, 이를 기술 개발로 해결해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그렇게 단순한 사항이 아니며, 오랜 역사적 논쟁과도 관련이 되어져 있다. 즉, 1970년대에 환경오염을 고발했던 생태학자인 베리 커머너는 당시 유행했던 인구폭발론과 산아제한 정책에 반대하며, 환경오염은 인구나 경제성장보다는 기술이 중요하고, 시스템과 기술의 전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변했었다. 그렇지만 같은 시기에 생물학자인 폴 에를리히와 환경과학자인 존 홀드렌은 인구가 핵심적인 원인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물론 인구, 소득, 기술 중에서 어떤 요인이 중요한가에 대한 결론은 아직까지도 내려지지 않았으며, 이는 논쟁적인 주제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론이 아닌 현실은 오히려 숨겨진 진실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분해분석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인구가 중요하지 않았으며, 소득과 기술이 강하게 대립하는 구조적 특성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인구는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요인일까? 같은 시기의 패널 데이터를 이용해서 동일하게 세 가지 요인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는 전혀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인구, 소득, 집약도의 영향력 가운데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인구가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힘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 있었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은 분석기법의 차이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분해분석은 2010년을 출발점으로, 즉 그 당시의 대한민국을 당연하게 주어진 전제 조건으로 가정한다. 그리고 이후 2019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감했던 원인을 인구, 소득, 기술로 설명해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이라는 도시 구조가 주어졌다는 가정하에, 인구가 만 명 정도 늘어난다고 해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지하철 교통망, 아파트 중심의 주택 구조, 폐기물 처리 시스템 같은 기반시설을 이미 갖춘 도시에서는, 그 정도의 인구변화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공장 폐쇄 혹은 경기 부양으로 인한 상점 활성화 같은 영향은 오히려 큰 편이며, 산업구조의 변화 및 고효율 전등의 보급 같은 기술 요인의 상쇄 효과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회귀분석은 2010년의 출발점을 주어진 불변 조건으로 가정하지 않고, 같은 시기에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같은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의 차이를 인구, 소득, 기술 요인으로 설명하는 분석기법이다. 따라서 분석 결과는 경제성장이나 집약도 보다도 사람들의 숫자가 배출량을 가장 잘 설명한다는 상반된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즉,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서는 커머너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았으며, 인구가 중요한 요인임이 밝혀진 것일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향후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는 소득 변수를 통제하려는 '탈(脫)성장' 논의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철학 및 이론적 근거가 탄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창자들의 입장도 천차만별로 상이한 실정이다. 즉, 반(反)성장, 제로 성장, 정상상태 경제 등의 개념들이 혼재된 상태이다. 물론 논의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반면에 이제는 인구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인구가 늘어나는게 바람직할 것인지, 아니면 감소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분해분석은 2010년을 불변의 전제 조건으로 가정한 상태에서만 인구의 효과가 작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인 IPCC에서 제시했듯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모든 영역과 모든 시스템의 전환이 요구된다면, 지금은 당연하게 간주되는 전제 조건을 무시하고 백지상태에서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즉, 인구의 변화까지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국 사회가 '탈(脫)인구' 정책 기조로의 전환을 선언하려면, 먼저 다른 사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세부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경제성장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탈성장 논의와의 결합이 가능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이나 경기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소멸 지역의 충격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장기적 인구 감소 기조하에 경제 시스템의 빈 공간을 이민자들로 메꾸는 게 바람직한지, 그리고 한국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현재 한국에서 탈성장주의자들이 등장하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탄소중립을 위한 탈인구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학술적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벌써 기후 출산 거부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한국 사회의 고질적 저출산 문제가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젊은 세대들이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각종 환경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미래세대를 만들지 않겠다는 상황이다. 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목소리가 드러나고 있으며,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이들의 견해가 표출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기후 출산 거부는 논의 이전에 이미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저출산 문제를 수십 년째 해결하겠다면서도 실패를 반복하는 정부의 인구 증가라는 정책적 환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 사회의 적정 인구를 고민하고 이주민들과의 조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사회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청년들에게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는 게 꼭 좋은 나라일까?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 |
"원전을 지속하는 것은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
[지금 필요한 기후·에너지 인터뷰②] 녹색연합X조천호 대기과학자와의 만남
인류가 만든 기후위기, 인류가 막을 수 있다
매년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이미 망한 게 아닐까?" 우려된다면 주목하라. 과거 '지구는 지구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던 조천호 박사에게, 만약 그가 지구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물었다. '모든 생명을 멸종시킨다' 혹은 '그래도 인류를 믿어본다'는 선택지에 조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현 인류를 믿죠. 끝나는 그 순간까지는 희망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6500만 년 전, 공룡 입장에서 소행성이 떨어진 건 어쩔 수가 없었죠. 그런데 기후위기는 우리가 일으킨 일입니다. 우리가 바꿔버리면 되는 거예요. 우리에게는 자본도, 기술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희망은 있습니다."
IPCC 6차 보고서는 이미 수 년 전, 우리의 능력으로 충분히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있고, 대응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 박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기득권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전환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에서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이유를 물었다. 조 박사는 "우리가 살아온 방식대로 열심히 살아가게 된다면 결국 우리가 만들어 온 세상은 무너질 수 밖에 없어요. 즉, 문명의 기반이 된 화석연료로부터 에너지전환을 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죠"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과 세계의 에너지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변화와 행동은 과연 무엇일까.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은 다음과 같다.
- 우리나라의 기후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에너지 정책은 있지만 '기후' 단어를 붙이는 건 조금 이상합니다. 기후대응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거든요. 정부의 대응은 '그냥 원전으로 해결한다'는 것뿐입니다. 지난 8월, 정부는 호남 지역에 향후 7년간 신재생에너지 발전 허가를 제한하고, 용인에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새로 건설한다고 발표했어요. 이와 함께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풀어 자연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 세계는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악속했는데요, 한국의 대응은 어떠한가요?
"작년 전 세계가 모인 COP28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를 현재보다 3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은 2배 늘린다'고 결론 내렸죠. 그러나 작년 전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비율이 30%를 돌파할 때 대한민국은 10%도 안 되는 상황이에요. 우리는 3배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함께 늘린다?
전세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로는 부족하다면서 원전과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거듭 밝히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연되고, 전력계통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상극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상극이라고 말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재생에너지는 분산적으로 공급되며 태양과 바람 등 자연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변동성'이 특징입니다.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함께 사용하죠. 그런데 원전은 한 번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쉽게 껐다 켜기가 어려운 '경직성'이에요. 그래서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 함께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전력망은 항상 일정한 전압으로 유지해야 되기에, 특성이 다른 두 전력원을 운영하면 항상 재생에너지를 끄는 문제가 생겨요.
실제로 원전이 확대되면 재생에너지가 오히려 위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우, 2024년 예산 중 원전이 1500% 증가한 반면, 재생에너지는 40% 이상 줄었습니다."
"오늘날 기후위기를 극복한다는 건 에너지와 물질이 순환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지구는 유한하기에, 에너지와 물질이 순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든 세상은 에너지와 자원을 끊임없이 고갈시키고, 온실가스와 오염먼지, 쓰레기를 계속 쌓아두고 있습니다.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재생되는 에너지가 아니죠. 자연으로 순환되지 않는 인간의 세상은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핵폐기물 : 원전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핵폐기물이 된다. 특히 고준위핵폐기물은 10만 년 이상 생태계와 격리해 안전하게 처분해야 하나, 전세계에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 재생에너지가 원전에 비해 더 저렴한가요?
"네, 전세계의 어떤 자료에서도요. 가장 최근 자료인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전소 건설 중 풍력과 태양광 건설이 가장 경제적인 상황(LCOE*기준)입니다. 반면 2023년 기준으로 원전이 가장 싼 나라는 대한민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단 세 곳 뿐입니다. 대한민국이 굉장히 특이한 상황이라는 거죠. 하지만 2027년이 되었을 때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태양광이 가장 쌀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LCOE : 발전소 건설부터 폐기까지 발전 설비의 전 수명주기 동안의 비용
▲ 2023.10. 네이처 논문 중 The momentum of the solar energy transitionⓒ 네이처 논문 인용, 번역(녹색연합)
- 화석연료도, 원전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공급이 충분할까요?
"많은 이들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공급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시나리오 K-map*에 의하면 한국은 현재 사용하는 전력의 3배를 태양광으로, 2배를 풍력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우리보다 위도가 15도 높아 태양광 효율이 낮은데도(태양광은 저위도로 갈수록 효율이 좋다), 이미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풍력 자원이 약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World Bank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해상 풍력은 굉장히 좋은 여건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서울과 비슷한 면적의 땅을 골프장으로 쓰고 있거든요. 땅이 없고, 환경이 부족하고, 이것저것 따질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부족하다고 말하는 건, 안 하겠다는 거니까요."
-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한다면, 우리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야 합니다. 그러면 수만 명의 노동자가 직업을 잃게 될 텐데, 만약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면 필요한 노동력은 기존 발전소의 약 2.8배*에 달합니다. 또한 2050년까지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약 200만 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탄화력발전이나 원전의 경우 소수의 인력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만,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전국에 골고루 퍼져야 합니다. 이는 오늘날 직면한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요. 기존의 중앙집중식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지역의 자연을 통해 만들어지기에 그 이익을 반드시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기본소득의 한 형태를 만들 수도 있죠. 그래서 재생에너지로 단순한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협력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330정의로운전환을위한충남노동자행진 탈석탄과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시민들ⓒ 녹색연합
앞서 조 박사는 '원전을 지속하는 것은 불평등한 현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에 지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전과 같은 중앙집중형 발전 구조는 지역 공동체와 환경을 파괴하고, 생산된 전기는 도심과 산업계에서 주로 소비하는 불평등한 구조를 만든다.
- 세계의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추세는 어떻게 되나요?
"2023년도 한 해 간, 전세계에서 새로 지어진 원전은 약 5.5GW입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약 537GW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풍력 117GW, 태양광 420GW) 신규 건설되는 재생에너지에 비해 원전의 비율은 약 1/100이라는 거죠.
또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기후위기를 막지 않아 3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는 경우에도, 태양광은 750%, 풍력은 450%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결국 미래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유 외에도, 발전단가가 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것이라고 IPCC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유하고 협력하는 세상으로의 전환
- 우리 사회에서 에너지전환을 비롯해 기후위기 대응을 가로막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에너지 전환은 제도가 바뀌어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제도는 정치에서 만들죠.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건, 우리 정치가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시민들이 더욱 목소리내며 압박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시민의 힘으로 정치 자체를 바꾸어 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할 수 없기에 시민단체에 가입해 동료 시민들과 함께 이 일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 박사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전환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지구 환경과 공동체를 희생시키며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지구의 환경과, 공동체의 협력의 가치를 지키면서 경제를 꾸려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 전환이라는 트렌드가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윤석열의 철지난 신자유주의가 국민들을 옥죄고 있다”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자신이 지금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책은 1979년에 출간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라고 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대통령 예비후보가 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택할 자유를 통해 배운 자유경쟁시장의 철학이 지금도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책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또 이 책이 밝히는 원칙에 따라 검사의 직무를 수행해왔다고 답했다.
"프리드먼의 책을 이렇게 보면 거기에 다 나와요, 이런 거는 단속하면은 안 된다. 왜냐하면 단속이란 것은 퀄리티 기준을 딱 잘라줘가지고 이것보다 떨어지는 것은 전부 형사적으로 단속하라는 건데, 프리드먼은 그 아래도 완전히 정말 먹으면 은 사람이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 그러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이거야. (…) 이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철학도 밝혔다.
"게임 같은 거 하나 개발하려고 그러면 정말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주 100시간, 한 120시간 일해야 된다는 거야. 그리고 한 2주 바짝 하고 그다음에 노는 거지"
2022년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취임사에서 '자유'를 무려 서른다섯 번이나 외쳤다. 국민에게 부정식품을 먹을 자유를 보장하고 한 주에 120시간 일할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말이었다.
사회·경제 에세이와 국내 유명인사들의 평전을 써온 이경식 작가는 신작 <인물로 보는 대한민국>의 서론에서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신자유주의 가치관이 "전 세계에서 철지난 옛날이야기로 치부되는데도 강경하기만 하다"고 비판한다. 이미 한국은 1997년 성급한 경제자유화로 외환위기를 겪었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급속하게 심화했음을 경험했는데도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국민들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찬양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누구인가. 1980년대 경제 불황이 찾아오자 정부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국민의 생활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보수주의 이론의 토대를 제공한 인물이다. 그의 영향을 받은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는 감세, 규제 완화, 노동조합 개혁, 민영화 등을 시대정신으로 여겼고, 이런 흐름은 최소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대세로 이어졌다.
이 작가는 밀턴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와 이를 원칙으로 운영한 작은 정부를 이렇게 해석한다. "감세는 부자의 세금을 덜어주는 것이고, 규제 완화는 기업이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온갖 법률적·구조적 장애물을 치워주는 것이며, 노동조합 개혁은 최대치 이익 추구에 방해가 되는 노동조합을 탄압해서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고, 민영화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경영하던 사업을 민간의 경쟁에 맡겨서 마음껏 수익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발상은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기업의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ESG 경영이 자리 잡은 지금의 세상에서 전혀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한다.
자유주의 시장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취임 44일 만에 초고속으로 몰락하고 끝내 사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고소득층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깎아 영국 경제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겠다면서 파격적 감세안을 내세워 집권 보수당 대표에 당선됐다. 감세 정책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인 결과,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고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했다.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도 20%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이 사건을 두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트러스 총리는 영국인을 실험실에 갇힌 쥐로 만들어 이데올로기 실험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 이 이데올로기 실험은 세계 자유시장주의 이념에도 '죽음의 키스'를 남겼다."
▲인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 ⓒ일송북
신자유주의를 이끌었던 서구사회에서도 신자유주의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판국에 윤 정부는 철지난 깃발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건전재정'이라는 이름하에 재정적자를 일으키고, 노조를 "강성 기득권"이라며 공격의 대상으로 삼으며, 국가 주요 R&D 예산을 줄이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를 방임하는 등 신자유주의의 나쁜 모습들만 재현하고 있다는 게 이 작가의 지적이다.
이 작가는 윤 정부를 비판하는 단락에서 윤 대통령의 퇴행적 행보에 눈감지 못하는 시민에게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친다.
"불편함을 감수할 수 없다면, 혹은 감수할 순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문제는 무엇일까? 그 문제를 바로잡을 의지가 우리에게 있는가? 그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지금 우리가(혹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 가운데 어떤 것들을 어떤 순서로, 또 어떤 조합으로 동원해야 할까."
박상혁 기자 |
균형 잃은 생태계, 박쥐 개체수가 줄면 유아 사망률 증가
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인간에게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충격적인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자 뉴욕판에 시카고 대학의 환경 경제학자 에얄 프랭크(Eyal Frank)가 「Science」 저널에 게재한 연구 논문을 인용해 「박쥐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할 때 유아사망률이 증가한다」는 헤드라인 기사를 실었다.
▲ 시카고 대학의 환경 경제학자 에얄 프랭크(Eyal Frank)의 논문이 실린 사이언즈 저널, 그는 생태계 파괴의 경제적 충격; 생태적 해충 통제를 하지 못해서 들어가는 비용이란 논문을 통해 박쥐의 개체수가 줄면 유아 사망률이 늘어난다는 통계학적 접근을 시도해 생태계 파괴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연계성을 고찰했다.
이 신문이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해충이나 곤충을 먹이로 삼는 박쥐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대량으로 개체수가 감소하면, 해충이나 곤충의 개체수가 늘어나 농부들은 작물 보호를 위해 더 많은 농약을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 유아 사망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 논문의 저자인 프랭크 박사는 미국의 여러 카운티(우리나라 군 단위에 해당)의 농민들은 박쥐 개체수가 감소했을 때 농약 사용을 31% 이상으로 늘렸다. 이렇게 농약 사용이 늘어난 지역에서의 유아 사망률이 얼추 8%가량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1년 동안 흰 코 증후군에 의해 크게 줄어든 박쥐의 개체수로 인해 245개 카운티에서 1,334명의 유아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프랭크 박사는 박쥐의 흰 코 증후군 검출에 대한 카운티 수준(county-level)의 데이터와 농부들이 사용한 농약 그리고 유아 사망자수를 포함한 다양한 건강 지표를 분석했다.
이밖에 박쥐 개체 수 감소 이외에 유아 사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를테면 실직 상태 혹은 약물 과용 등과 같은 여러 요인을 시험했지만 유아 사망 증가와 관련된 연계성을 찾지 못했다.
북미에서는 동면하는 동물을 공격하는 균류에 의해 발생하는 흰 코 증후군으로 3종류의 박쥐들이 대량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2천 년 대 중반에 처음으로 북미 북동쪽에서 사는 박쥐들의 코, 귀와 날개에 흰 솜털이 돋아나 앓다가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 균류는 옷, 구두 그리고 장비에 붙어 살 수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과학자들은 아마 유럽으로부터 북미에 도착했다고 믿고 있다. 그때부터 흰 코 증후군을 가진 박쥐들이 미국의 40개 주와 캐나다 9개 지방에서 확인돼 연구원들은 박쥐가 그 질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경제학자인 프랭크 박사는 미국 지질청(地質廳)에 있는 데이터를 일부 다운로드를 받긴 했지만 웹 사이트에 다른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박쥐와 흰 코 증후군에 관해 글을 읽었다.
생태학에 대해 훈련을 받은 덕에 그는 박쥐가 곤충 개체수를 조절하고 수분(受粉)을 매개하는 중요한 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박쥐의 농업적 가치는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흰 코 증후군의 공격을 받아 박쥐개체수가 감소한 카운티에서는 유아사망률이 높아질 뿐 아니라 토지 임대비율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프랭크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인간에게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면서 “예를 들어 인도에서 독수리가 한 마리씩 죽어나가면서 독수리가 처리하지 못한 가축 사체가 개울이나 강에서 그대로 썩어 물을 오염시키고, 야생 들개의 개체수가 확연히 늘어나, 수인성 질병과 광견병이 퍼져 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한편 비영리 ‘국제 박쥐 보존 그룹’의 수석 과학자인 위니프레드 프리크(Winifred Frick)은 크게 볼 때, 북미에 사는 박쥐 종의 52%가 향후 15년간 서식지 상실, 기후변화와 풍력 터빈과의 충돌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심각한 소멸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생물학자들은 이 동물이 해충 개체수를 통제함으로써 인간에게 중요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박쥐의 서비스는 일반대중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왔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 생식 전염병학자인 카르멘 메서리안(Carmen Messerlian)은 이 연구결과가 “획기적인 것”이라면서 “과학자들이 생태계 파괴에 따른 인과관계를 꼬집어 말하고 있지 않지만, 점점 더 많은 연구 기관들이 우리 환경에서 차지하는 독성 화학물질이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 대멸종은 운석의 충돌에 의한 급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다양성과 얽히고설켜 상생하는 생태계가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파괴되면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이 논문은 보여주고 있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결국 원전으로 유턴
원안위 “안전성 확인” 의결
8년 만에 허가…한수원, 착공
대통령실 “원전 생태계 복원”
완공 땐 울진에만 원전 10기
환경단체 “위험 기하급수적”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된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이 허가됐다. 대통령실은 원전산업 재도약 계기라며 환영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곧바로 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환경단체는 원전 밀집에 따른 사고 위험을 우려하며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어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2016년 건설 허가를 신청한 지 8년 만이다. 한수원은 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이후 8년3개월 만에 새 원전을 짓게 됐다.
신한울 3·4호기는 전기 출력 1400㎿(메가와트) 용량의 가압경수로형 원전(APR1400)이다. 현재 운영 중인 새울 1·2호기, 신한울 1·2호기와 같은 설계의 원전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의 상징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부터 추진돼 발전사업 허가까지 났던 신한울 3·4호기는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백지화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2022년 7월 원전 건설사업 재개를 선언하면서 재심사에 들어갔다.
울진군 북면에 들어서는 신한울 3·4호기는 공사비로 약 11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한수원은 13일부터 기초굴착공사를 시작해 신한울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원안위의 건설 허가가 정부와 업계의 예상보다 빨리 나와 완공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 “고사 직전까지 갔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전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원전 26기가 운영 중이다. 건설 막바지인 새울 3·4호기와 신한울 3·4호기까지 향후 투입되면 전국에서 가동될 원전 수는 30기로 늘어난다. 울진에만 10기가 들어선다.
정부는 추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는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새롭게 건설하고, 2035년부터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발전에 본격적으로 투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 지역에 10기의 핵발전소가 건설되는 것은 유례가 없다”며 “다수호기의 위험성은 후쿠시마 핵사고 당시 1~4호기 연쇄반응으로 일어난 폭발사고로 확인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주민들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건설 허가를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변인희 녹색연합 활동가는 “2기를 추가하면 초고압 송전탑을 새로 세워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야 하는데 ‘밀양 송전탑’ 같은 사태를 또다시 만들 건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온난화와 잦은 대형 산불, 물고 물리는 악순환 가속
지난해 여름 캐나다 북서부에서 동부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들이 내뿜은 탄소가 멕시코 위쪽 북미대륙 전체를 휘감고 대서양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지난해 5월에 캐나다에서 발생한 전례없는 대형 산불로 대기 중에 방출된 탄소량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량 사용하는 주요국들의 연간 탄소 방출량과 맞먹을 정도로 많았다는 사실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지난달 28일 <네이처>에 실린 이들의 연구논문은 그해 캐나다의 기온이 관측기록이 남아 있는 1980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따뜻하고 건조했으며, 지구 삼림면적의 약 8.5%를 차지하는 캐나다 삼림면적의 5%를 태워버린 그 대형 산불의 발생이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더 따뜻해지고 더 길어진 가뭄으로 더 건조해진 대기가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대형 산불이 날씨를 더욱 뜨겁고 건조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인도의 연간 탄소배출량과 맞먹은 캐나다 산불
NASA의 자료에 따르면 서부 브리티시 콜롬비아에서 퀘벡과 동부 대서양지역에 이르는 1800만 헥타(한국 국토면적의 약 1.8배)의 광대한 숲을 태워버린 캐나다의 지난해 산불 피해면적은 지난 40년간의 평균 산불 피해면적의 8배가 넘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연구팀은 유럽 우주국(ESA)이 지구 대기의 미세먼지나 가스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구궤도 위성 센티넬 5P에 실어 보낸 관측기구 TROPOMI를 활용해 2023년 5~9월의 캐나다 산불이 뿜어낸 연기에 포함된 일산화탄소를 관측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냈다. 그것은 약 6억 4700만 톤으로, 2022년도의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하는 탄소 배출량 1, 2위 국들인 중국, 미국에 이은 3위 인도의 배출량과 거의 같았다. 기준이 좀 다르지만,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의 자료를 인용한 CNN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6억 7000만 톤으로 세계 13위, 1인당 배출량은 6위였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가 찍은 2023년 5월의 캐나다 동부 노바 스코샤의 산불. 지난해 유별난 고온 건조 기후 속에 발생한 산불로 캐나다 삼림의 5%가 불에 탔다. 노바 스코샤 산불 연기가 북미 대륙 동부 대서양 일대로 흘러나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NASA
산불 건수 늘고 대형화하는 원인은 지구 온난화
산불은 해가 갈수록 발생 건수와 피해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피해면적도 확대되고 있다. 나사의 연구팀은 지난해의 캐나다 산불이 전례없이 격심했던 이유로 적어도 1980년 이후 가장 따뜻하고 건조했던 날씨를 꼽았다. 온난화가스의 61%가 발생한 캐나다 북서지역의 기온은 그 지역 5~9월 평균기온보다 섭씨 2.6도가 높았다. 강수량은 예년보다 평균 8센티나 적었다. 예년보다 훨씬 높았던 기온과 적은 강수량으로 숲은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가 돼 있었고, 일단 불이 붙으면 무제한 확산될 조건이 만들어져 있었다.
2003~2023년 기간에 대형 산불들이 발생한 곳. 2024년 8월 22일
2023년 캐나다 산불까지 5년간 빈발한 대형 산불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특히 최근 5년간 대형 산불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2019년 말과 2020년 초 남반구 호주의 여름철에 남동부 온대림의 23%를 태워버린 ‘검은 여름’(Black Summer)이 발생했다. 뉴사우스웨일스가 불타고 난 뒤 시베리아에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나 영국 국토면적보다 더 큰 면적의 땅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2021년 북미주 북서부에 대형 산불을 일으킬 수 있는 열돔이 형성됐다. 캐나다 도시 리턴이 불타 없어지기 전 섭씨 49.6도의 기록적인 고온이 관측됐다. 2023년에 1980년 이후 단일 산불로는 유럽연합 최대의 산불이 그리스 알렉산드로폴리 인근에서 일어나 950평방킬로미터 이상을 불태웠다. 그해 5월에서 10월 사이에 최악의 캐나다 산불들이 일어났다. 수천 건의 산불이 일어났고, 그들 중 많은 산불들이 몇 주 또는 몇 개월씩 인간의 통제불능 상태로 방치됐다. 대서양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남쪽 국경에서 북극의 보퍼트 해까지 두루 일어난 산불 면적과 확산 속도 모두 전례없는 규모였다. <이코노미스트>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그때 이산화탄소의 누적 배출량 18억 톤은 캐나다가 화석연료를 태워 내뿜은 온실가스의 연간 배출량의 3배였다.
산불로 둘러싸인 포르투갈 북부의 도시 세베르 두 부가 주변 언덕에서 화재가 맹위를 떨치면서 강한 바람과 함께 연기 구름이 떠다니고 있다.2024.9.17.AP.연합뉴스
대형산불 빈발과 온난화의 상관관계
학술지 <네이처 에콜로지 & 에볼루션>이 지난 6월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03년 이후 발생한 최악의 산불 7건 가운데 6건이 2018년 이후에 일어났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인 ‘세계기후 애트리뷰션’은 이런 대형 산불과 지구 온난화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들은 기후변화와 기후 이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기후모델을 통해, 예컨대 호주의 ‘검은 여름’ 산불은 그것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도 30% 이상 높은 기후상태에서 발생했다는 걸 알아냈다. 2020년의 시베리아 산불은 그때의 이상 열파가 덮치지 않았다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산불이었다. 2023년의 캐나다 산불도 예년보다 발생 가능성이 약 3배는 더 높은 조건 속에서 일어났다고 지난 8월 국제학술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산불 발생건수, 지속기간, 피해면적이 늘고 있다
더 길어진 건조기간, 더 뜨거워진 날씨가 결합하면 더 파괴적인 대형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바싹 마른 숲에 화재를 가라앉힐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그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건조기 전에 많은 비가 내려 수풀이 번성해지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건조기에 대량의 연료를 공급하는 결과가 돼 그 가능성을 더 높인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2022년 학술지 <리뷰 오브 지오피직스>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글로벌 차원에서 산불 화재기간은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14일(27%) 더 늘어났다. 이에 따르면 같은 기간에 초대형 산불이 일어날 조건이 갖춰진 날들은 10일(54%) 더 늘었다. 그 중에서도 지역적으로 지중해와 아마존 그리고 북미대륙의 태평양 연안 숲들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화재가 발생하기 좋은 날씨가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화재가 일어나는 지표면적의 약 70%는 아프리카에 분포한다. 그 대부분은 방목지를 재생하거나 농사지을 땅을 마련하기 위해 사바나 지역에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결과다. 그런데 이들 사바나 지역 들불은 줄어들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사람들이 불을 적게 지르기 때문이고 또 부분적으로는 일부 사바나 지역에서 날씨가 습윤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전체 화재(산불, 들불) 건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서 기후변동에 회의적인 사람들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광대한 사바나지역 화재를 제외하면 전혀 다른 흐름이 드러난다. 숲(삼림) 화재(산불)는 증가 추세고, 특히 북극해 연변 지역의 산불 증가가 두드러진다. 북극해 연변지역의 산불 면적은 1960년대와 1990년대 사이에 2배로 늘었다.
9월 18일, 포르투갈 아게다에서 계속되는 산불. 7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당했으며, 그 중 2명은 중태다. 이 화재는 아베이루, 포르투, 빌라레알, 비제우 지구에서 발생하여 수십 채의 주택을 파괴하고 도로와 고속도로를 막았다. 2024.9.18. EPA 연합뉴스
기온 1.5~2도로 억제하면 대형산불 2배, 3~4도면 4배로
적도 사바나지역의 산불(들불)로 방출된 탄소가스는 다음해에 그 땅에 새로운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금방 다시 흡수된다. 큰 나무들로 이뤄진 숲이 불타면 방출된 탄소를 다시 흡수하는데는 수십년 또는 수백년이 걸린다. 사바나의 풀과 작은 나무(관목)들과 달리 큰 나무(교목)와 숲을 재생시키는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북극해 연변지역의 삼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수준을 심각하게 높인다. 북극해 연변지역의 산불로 침엽수림이 불탄 뒤 활엽수림으로 재생될 경우 탄소 흡수량이 조금 더 늘어날 수 있고, 숲이 불타면 눈위를 덮어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는 나뭇잎들이 사라져 일시적으로 대기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그 효과는 미미해지거나 마이너스가 될 수 있고, 븍극해 연변지역에 대량 매장돼 있는 토탄이 함께 불탈 경우 탄소배출이 급증할 수도 있다.
알래스카의 북극해 연변지역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예년 수준으로 낮추려면 2030년까지 해마다 알래스카 주의 현재 소방 예산의 5배가 넘는 약 7억 달러를 투입해야 한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이대로 가면 대형산불 부르는 고온 건조상태 일상화
기후모델 연구 결과들은 앞으로 기온이 올라갈 경우 화재지속 기간도 계속 늘어날 것임을 보여 준다. 지구 대기온도를 유엔이 파리 협정 등을 통해 지금 계획하고 있는 대로 섭씨 1.5~2도 이내 상승으로 억제할 수 있다면 대형산불이 일어나는 날 수는 2배 약간 넘는 수준에서 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섭씨 3~4도로 올라가면 그런 날 수는 4배로 늘어난다. 지금 추진 중인 기후정책들대로 간다면 지구 대기온도는 섭씨 2.2도에서 3.4도 사이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50년쯤에는 캐나다 산불과 같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줄 초대형 산불이 캐나다뿐만 아니라 알래스카, 인도네시아, 호주 등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고온 건조 상태가 화재발생 시즌에는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의 삼림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대형 산불로 탄소 흡수력이 떨어지면 온난화가 가속될 수 있고, 그것은 다시 더 큰 산불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드론이 찍은 브라질리아의 부르레 마르크스 공원 산불. 2024.9.17. 로이터 연합뉴스
삼림이 흡수한 탄소량은 화석연료로 방출된 양의 절반
한편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11개국 연구팀들이 함께 진행한 삼림의 탄소 흡수량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 전체 삼림의 탄소 흡수량은 30년 전부터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열대지역 등에서 삼림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한편으로 식목이나 삼림재생 등의 노력도 이뤄져 비슷한 흡수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장차 기후변동이 불러 올 산불이나 가뭄으로 탄소 흡수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닛케이> 8월 19일)
위 연구에서 1990년에서 2019년까지 30년간 나무나 삼림의 토양에 축적된 탄소량의 변화를 계산한 결과 1990년대와 2000년대의 각 10년간 삼림이 축적한 탄소량을 1년간의 평균치로 환산하면 모두 약 36억 톤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삼림의 종류마다 탄소 흡수량이 크게 차이가 났는데, 불법 벌목 등의 삼림파괴가 심각한 열대지역 원시림에서는 30년간 31%가 줄었으며, 러시아와 북미, 북유럽 등의 한랭지대 삼림에서는 36%가 줄었다. 대규모 식림이 이뤄진 온대지역에서는 탄소 흡수량이 30년간 30% 늘었으며, 열대지방에서도 재생된 삼림에서는 29%가 늘어 한랭지역 등의 감소분을 상쇄했다.
3년간 800만 헥타 삼림이 불타고 20년마다 2배로
1990년부터 30년간 삼림이 흡수한 탄소량은 같은 기간에 화석연료 사용으로 방출된 탄소량의 약 절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앞으로 청년기 삼림이 노년기로 접어드는 등의 변화로 탄소 흡수량은 줄어든다. 삼림파괴는 토양이 비축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만드는데, 특히 열대지방에서는 흡수량의 3분의 2에 상당하는 대량의 탄소가 삼림파괴로 다시 방출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 싱크탱크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2022년까지 3년간 평균 한국 국토면적의 약 5분의 4에 해당하는 800만 헥타의 삼림이 불타 없어졌으며, 그 소실면적은 20년마다 2배 가까이 늘고 있다.
한랭지대에서도 기후변동에 따른 산불 등의 영향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막기 위해 유럽에서는 삼림보호로 온난화 가스를 줄이면서도 목재를 활용하는 ‘기후 스마트’(climate smart) 농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동대구역 50년 가로수길 훼손 최소화…엑스코선 건설 '녹색 변수
동대구로 히말라야시다 훼손 최소화 조건
입찰 참여 업체들 설계 과정에서 난항 예상
동대구로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 주변으로 차량들이 통행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 엑스코선 건설공사를 두고 지역 건설 3사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동대구역 중앙 녹지공간에 자리 잡은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가 변수로 떠올랐다. 대구시가 훼손 최소화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설계 과정에서 더 친환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쪽이 우세할 전망이다.
지난 5일 대구교통공사는 엑스코선 건설공사 1공구 입찰을 희망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지난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re-Qualification) 신청서를 제출한 HS화성, 서한, 진흥기업 컨소시엄 3곳이 참석했다. 태왕이앤씨가 진흥기업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지역 건설 3사의 경쟁이 뜨거웠다.
이 자리에서 대구시가 업체들에게 설계 과정에서 요구한 조건은 ▷환승역 3곳의 구조 슬림화 ▷동대구역 고가교 보강 공사 ▷동대구역 중앙 녹지공간(히말라야 시다) 훼손 최소화 등 3가지다. 특히 히말라야시다 훼손 최소화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구로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히말라야시다 가로수는 지난 1970년 조성됐다. 350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도심 속 녹지 공간을 형성하며 대구의 대표적인 명물로 자리 잡았다. 3호선과 마찬가지로 지상철 형태인 엑스코선은 히말라야시다 가로수길과 노선이 겹친 탓에 공사가 시작되면 나무들의 훼손이 불가피하고 일부는 옮겨심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내년 2월 7일까지 기본 설계안을 담은 최종입찰서를 제출해야 하는 업체들은 앞으로 5개월간 친환경적이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입찰에 참여한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환승역 구조 슬림화와 동대구역 고가교 보강 공사는 그렇게 어려운 조건이 아니다. 반면 나무 훼손 최소화 조건은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설계 과정에서 묘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구민수 기자 msg@imaeil.com
지긋지긋한 폭염 씻어갈 큰 비 온다...20~21일 최대 250㎜
20∼21일 전국적으로 장마 때처럼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비가 그친 뒤 더위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9일 정례 예보브리핑을 통해 20일부터 본격적인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21일까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 예보했다.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던 티베트고기압이 점차 약화됨에 따라 북쪽의 찬공기가 내려오고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북진해오며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 와 두 세력이 충돌해 일시적으로 정체전선과 비슷한 기압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20∼21일 예상 총 강수량은 강원 동해안, 강원 산지 100∼200㎜(최대 250㎜ 이상), 북부 제외 제주 50∼150㎜(중산간과 산지 최대 250㎜ 이상), 충북, 경북 북부 50∼100㎜(최대 150㎜ 이상), 부산·울산·경남 30∼100㎜(부산·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최대 150㎜ 이상), 수도권, 서해5도, 강원 내륙, 충남권, 호남, 대구와 경북 남부, 울릉도, 독도, 제주 북부 30~80㎜ 등이다.
분단 확연한 한반도의 밤…북한에서 빛나는 두 지역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한반도 야경. 2024년 1월24일 촬영한 사진이다. NASA 제공
자연이 만든 한반도는 하나이지만, 사람들이 그은 경계선의 남쪽과 북쪽 땅 모습은 딴판이다. 그 차이를 가장 확연하게 드러내는 건 역설적으로 해가 지고 난 뒤의 한반도다.
고도 400km 상공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올해 촬영한 한반도의 밤 사진이 공개됐다.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지구관측 사진 공유 웹사이트 지구관측소를 통해 공개된 이 사진은 올해 1월24일 밤 10시 무렵 우주정거장의 한 우주비행사가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 인공조명이 넓은 지역에 걸쳐 밝게 빛나는 남쪽과 거의 전역이 암흑으로 뒤덮인 북쪽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도시 조명이 가장 크고 밝게 빛나는 곳은 서울(인구 967만명)을 포함한 수도권이다. 북한에서는 2개 지역만이 빛나고 있다. 왼쪽의 넓은 지역은 평양(인구 316만명)이고, 오른쪽의 아주 작은 흰색 점은 온천휴양지로 유명한 평안남도 양덕이다.
서울 바로 북쪽에서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르고 있는 얇은 빛 줄기는 길이 250km, 폭 4km의 비무장지대(DMZ)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한반도 야경. 2014년 1월30일 촬영한 사진이다. NASA 제공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나사가 공개한 한반도의 밤 사진도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 사진 역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당시 1인당 전력소비량은 남한이 1만162킬로와트시, 북한이 739킬로와트시였다.
우주에서 본 야간 조명 사진은 해당 지역의 경제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은 20여년간 지구관측위성 사진에 나타난 야간 조명의 밝기와 크기 변화를 토대로 경제 성장률을 추정하는 연구를 진행해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야간조명의 10% 증가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국내총생산(GDP)의 2.4% 증가를, 권위주의 국가에선 국내총생산의 2.9~3.4% 증가를 반영한다. 연구진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조명과 경제성장률의 차이가 더 큰 것은 경제 지표를 부풀리는 경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GDP 맹신…청년들의 삶은 ‘한도 초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 스타광장에서 청년의 날을 앞두고 GDP 맹신의 부작용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 스타광장에서 청년의 날을 앞두고 GDP 맹신의 부작용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활동가들은 사회가 GDP 중심의 경제 체제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라며 너비 1.8m, 길이 5m의 청구서를 내밀었다.
이들은 GDP 중심으로 인해 세대 간 기후 불평등 가속화, 폭염으로 인한 전기 요금 부담 폭등, 행복지수 OECD 최하위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이를 규탄했다.
이번 퍼포먼스에 참여한 김규리씨는 “양적 팽창 우선주의로 인해 노동의 가치는 떨어지고 생계를 위한 경쟁만이 남았다. 게다가 개발이란 명목하에 지구의 자원은 끝없이 사용되고 있다”며 “기후 위기를 일으킨 팽창 논리는 인류가 지켜온 중요한 가치들을 소외시키고 청년을 포함한 현대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래 vs. 군사주의, 기후를 구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우주산업-군사화-기후위기의 위협적 상관관계] ②
미군은 세계에서 석유 제품의 최대 소비국이자 온실가스의 최대 배출국으로 유명하다. 미군의 탄소 배출량은 "100개 이상의 국가의 배출량을 합친 것"을 넘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0년대 말까지 최소 절반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미 국방부는 완전 전기 운송수단을 사용하고, 트럭, 선박, 항공기를 바이오 연료로 전환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 현재의 기후위기를 완화하기에 충분할까?
새로운 배출량 절반 감축 계획이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있은 것은 국방부가 여전히 탄소를 격리하고 산소를 생성하는 지구 생태계를 계속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래·돌고래보전협회(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고래류가 기후 재앙을 지연시키고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놀라운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감축 계획은 고래의 멸종에 대한 국방부의 지속적인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이 사안은 거의 주목받지 않았다.
펜타곤이 지구의 고유한 재생력을 제약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고래와 돌고래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연중 바다에서 실시되는 전 방위적인 군사 훈련의 결과이며, 이는 우리에게 재앙적인 환경의 임계점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고래와 돌고래에게 닥친 또 다른 급박한 위험은 현재 설치되고 있는 우주 전쟁 관련 기반시설이다. 이 새로운 기반시설은 이른바 "스마트 해양(smart ocean)"의 발전, 로켓 발사대, 미사일 추적 기지 및 기타 위성 기반 전투의 요소들로 구성돼있다. 2022년 미국 국방 예산에서 우주 전쟁 기술에 투입되는 수십억 달러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가능성을 나타낸다면, 이러한 기술의 사용으로 인한 해양 생물 파괴는 더욱 가속화되어 지구의 생물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고래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쉽고 효과적인 탄소 격리 방법
먼저 우리는 기후 재앙을 완화하는 데 왜 고래가 필수적인지, 그리고 왜 고래의 개체수를 회복하는 것이 해양 생태계의 피해를 늦추고 심지어는 해양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지 이해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고래의 중요성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계간지 <금융 및 개발>(Finance & Development)에 실린 기사마저도 강조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 세계 고래 개체 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기사는 "고래를 보호하면 탄소 포집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 기관에서도 고래의 건강을 기후 위기에 대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래는 바다에서 연간 2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하는 놀라운 역할을 한다. 브라운대학교 왓슨연구소의 전쟁비용 프로젝트(Costs of War Project)의 논문을 인용한 그리스트(Grist, 기후 정의 분야를 다루는 미국의 온라인 독립 언론 매체)의 기사에 따르면, 이는 2001년부터 2017년까지 16년 동안 미군이 배출한 12억 톤의 탄소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놀라운 양이다.
지구의 생명을 유지하는 고래의 중요한 역할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래가 탄소를 격리하는 것은 모든 해양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유기체인 식물성 플랑크톤과의 공생 관계 때문에 가능하다.
고래가 탄소를 격리하는 것은 먹이를 먹기 위해 심해로 잠수했다가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올라올 때 발생하는 피스톤 같은 고래의 움직임을 통해 가능하다. "고래 펌프(whale pump)"라고 불리는 이 움직임을 통해 고래는 자신의 배설물을 거대한 물기둥처럼 수면 위로 밀어 올린다. 이를 통해 심해의 필수 영양분이 수면으로 올라오게 되고, 수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햇빛을 받아 번성·번식하며 광합성을 통해 탄소 격리와 산소 생성을 촉진되는 것이다. 대기 중 산소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방식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으로부터 나온다. 이 미세한 해양 생물체 덕분에 바다는 진정한 지구의 허파로 기능하는 것이다.
결국 고래가 많다는 것은 더 많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의미하며, 이는 더 많은 산소와 더 많은 탄소 포집을 가능하게 한다. 앞서 인용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 및 개발>에 실린 기사의 저자들(국제통화기금 역량 개발 연구소(Institute for Capacity Development)의 랠프 차미(Ralph Chami)와 세나 오즈토순(Sena Oztosun), 노트르담 대학의 토머스 코시마노(Thomas Cosimano) 교수와 듀크 대학의 코넬 풀렌캠프(Connel Fullenkamp) 교수)은 "고래의 활동"을 통해 세계의 "식물성 플랑크톤 생산성"을 1%만 높일 수 있다면, "연간 탄소 수억 톤을 추가로 포집할 수 있으며 이는 다 자란 나무 20억 그루에 해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죽은 후에도 고래 사체는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한다. 매년 고래 사체는 몸 안에 갇혀 있던 19만 톤의 탄소를 해저로 운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피알(NPR)의 <TED 라디오 아워>(TED Radio Hour)에 출연하기도 했던 스리랑카의 해양 생물학자 아샤 드 보스(Asha de Vos)는 이것이 연간 8만 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량과 같다고 설명한다. 해저에서 이 탄소는 심해 생태계를 지탱하고 해양 퇴적물에 흡수된다.
▲향유고래는 지구상에 존재한 동물 중 뇌가 가장 큰 동물이다. 향유고래가 복잡한 협동 행동을 할 수 있으면서도 의사소통 체계는 매우 단순해 보인다는 점은 연구자들에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Amanda Cotton and Project CET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하늘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잘못된 해결책
한편, 전 세계에서는 자연 생태계 한가운데에 건설할 대형 "탄소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rbon capture)" 발전소가 민간 부문에 의해 계획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발전소는 아이슬란드에서 2021년에 가동을 시작했는데, 이 발전소의 이름은 공교롭게 고래류의 일종(범고래, killer whale의 학명이 Orcinus orca다.)과 같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뜻하는 아이슬란드어 "오르카(orka)"에서 유래한 "오르카(Orca)"다.
고래에 의해 상당 부분이 해양에 격리되는 일평균 약 550만 톤의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오르카 발전소가 포획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하루에 10톤에 불과하다. 오르카 발전소의 상대적으로 미약한 성공은 찬사를 받고 있지만, 고래로 인한 효과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3월 제안했고, 같은 해 11월 ‘인프라투자와 일자리 법’이란 이름으로 통과됐다. 바이든 정부 초기 최대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일부 진보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의 미진함을 들어 반대하기도 했다.)에는 전국에 4개의 대형 직접공기포집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35억 달러가 배정돼있다. 그러나 바다의 진짜 '오르카'를 보호하고 재생하는 데는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기후위기에서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가 있다면 그것은 고래와 식물성 플랑크톤이며, 직접공기포집 시설이 아니고 미군은 더군다나 아닐 것이다. 살만한 행성을 만들기 위한 핵심 과제는 고래와 해양 보존을 최우선순위로 삼는 것임이 분명하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선 마을을 파괴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미국 예산은 언제나 그 무엇보다, 심지어 맑은 공기보다도 국방부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2021년 12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준비 소위원회의 "작전에너지를 통한 물류 문제 해결 방안(군사 분야에서의 작전에너지operational energy란 군사 작전을 위한 군사력 및 무기 플랫폼의 훈련, 이동,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작전에너지는 전술 전력체계, 발전기 및 무기 플랫폼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포함한다. 출처: 미국 연방 법전 제10편 군대 제2924조)"에 관한 청문회에서 조지아주 하원의원 오스틴 스콧은 "배출량과 기타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마땅히 걱정해야 한다. 우리는 환경 보호 임무를 더 잘 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면 그 전투에서 이겨야한다"라고 발언했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마을을 파괴해야 한다"는 이러한 논리가 국방부에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연중 실시되는 수백 건의 해군 연습으로 매년 수만 마리의 고래가 피해를 입고 죽는다. 또한 매년 미국 국방부가 개입된 군사훈련의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워 게임(war games)"이라 부르지만, 바다 생물에게는 전혀 게임이 아니다. 미 국방부 문서는 알래스카만(Gulf of Alaska)에서의 군사 훈련으로 인해 매년 13,744마리의 고래와 돌고래가 "부수적 포획(incidental takes, 부수적 포획이란 물리적으로 동물을 포획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합법적인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동물에 대한 상해, 사살, 사냥, 사격, 포획, 감금 등의 행위를 포괄한다. 출처: 미국 멸종위기종 보호법, Endangered Species Act)"으로 인해 합법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 피해는 태평양의 마리아나 제도(Mariana Islands) 주변 해역에서만도 더욱 심각하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26종에 달하는 40만 마리 이상의 고래류가 군사 연습 중 "포획"으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무수히 많은 해군의 정례 연습 중 두 가지 예에 불과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런 에코사이드 행위는 기후재앙을 완화하는 바다의 역량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한 미국 핵 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SSN 761·6천t급).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함은 지난 23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2023.2.26 [미 태평양함대 소셜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소나의 위험성
사실 고래에게 가장 치명적인 요소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데 사용되는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수중 음파 탐지기를 뜻한다)다. 고래는 치명적인 소나 음파를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의 기사에 따르면 고래는 소나를 피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수백 마일을 헤엄쳐서 ... 심지어는 해변에 스스로 몸을 던지기도 한다." 기사에 따르면 부검 결과를 통해 고래가 소나 음파를 피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급격한 수심의 변화로 인해 이들의 눈과 귀에서 출혈이 발견되었다.
고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낮은 수준의 소나 음파도 이들의 행동 변화를 유발하여 고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네이처>(Nature)에 실린 논문은 해상 기동 훈련 중 다수의 수중 녹음기를 사용해 고래가 내는 소리를 탐지하는 영국의 2006년 군사 연구를 소개했는데, 이 논문에 따르면 훈련 기간 동안 "고래 녹음 건수가 200여 건에서 50건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 연구를 인용한 2007년 미공개 영국 보고서는 "부리고래들은 ... 소나 송신이 활발한 지역에서 발성(vocalizing, "고래의 노래"라고도 부르며, 물속에서의 의사소통을 위해 이를 사용한다. 물속의 특성상 고래류는 의사소통을 위해 소리에 가장 크게 의존한다.) 및 먹이 사냥을 중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이 보고서는 "부리고래는 심해에서 먹이를 먹기 때문에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의 먹이섭취를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부리고래와 개체군 전체에 2차 혹은 3차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2·3차 영향에는 굶주림과 폐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스마트 오션'과 JADC2
지금까지 해양 소나는 군사적 목적으로만 사용돼왔다. 여기에 곧 변화가 생길 것이다. 소나를 해저 와이파이(Wi-Fi)의 일부로 활용한 민군 복합용 "해저 데이터 네트워크"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중국, 영국,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포함한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회원국의 과학자들이 소위 "수중 사물인터넷(Internet of Underwater Things, IoUT)"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광활한 해저에 설치될 소나와 레이저 송신기 같은 데이터 네트워크를 설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송신기는 소나 신호를 해수면의 응답기 네트워크로 전송하고, 이 응답기는 다시 위성에 5G 신호를 전송한다.
산업과 군사 모두에서 활용되는 이 데이터 네트워크는 바다를 소나 음파로 가득 채울 것이다. 이는 고래의 안녕과 기후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의 추진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스마트 오션"이라 부르고 있다.
군도 육지와 우주에서 유사한 정비 작업을 기획하고 있다.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JADC2)로 알려진 이 시스템은 해저의 소나 데이터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와 대기권의 모든 좌표를 제어할 수 있는 위성망이 필요하며, 그 위성망은 현실을 3D 체스판으로 구현함으로써 최첨단 전투에 대비한다.
JADC2를 위해 수천 개 이상의 위성이 우주로 발사되고 있다. 위성에 의해 제어되는 전쟁(satellite-controlled war)을 목적으로 가능한 많은 섬에 미사일 배치 기지, 위성 발사대, 레이더 추적 기지, 항공모함용 항구, 실탄사격 훈련장, 기타 시설 등의 "미니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아시아와 태평양 전역에서 암초가 준설되고 숲이 황폐화되고 있다. 위성과 항공기, 선박, (소나를 통해) 해저 잠수함과 교신하는 이러한 미니 기지 체제는 덩치가 큰 20세기의 재래식 기지를 대체할 것이다.
또한 데이터 저장 클라우드인 합동 산업 방위 인프라(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JEDI)도 수백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공동 개발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 구글과 같은 기업들에 이 거대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을 요청한 바 있다.(별도 시스템에 격리돼있어 정보공유가 어려운 국방부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옮겨 현대화하는 기획이다. 애초에 미 국방부는 단일사업자와의 계약으로 추진했던 JEDI 사업이 법적 분쟁으로 표류하자 2021년 7월 이 사업을 취소하고, 후속사업으로 복수 사업자가 참여하는 멀티 클라우드 전화 프로젝트인 '합동 전투원 클라우드 역량, Joint Warfighter Cloud Capability, JWCC'으로 대체했다. 2022년 12월 90억 달러, 약 12조원 규모의 JWCC 사업에 MS, 아마존, 오라클, 구글가 함께 복수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2028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고래를 구하자, 우리를 구하자
기후의 관점에서 볼 때, 미 국방부는 "국가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본연의 임무에서 노골적으로 멀어지고 있다. 미군이 지속하는 고래와 해양 생태계에 대한 잔학 행위는 기후 이니셔티브를 조롱하고 있다.
"고래를 구하라"는 슬로건은 수십 년 동안 운위되어 왔지만, 고래야말로 우리를 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래를 말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말살하는 것이다.
백구한(Koohan Paik-Mander) | 프레시안
동물자유연대, 개 식용 종식 공로 WDA '골든 독 어워즈' 수상
상금은 13개 동물단체에 전액 기부 지원
조희경(왼쪽 네 번째) 동물자유연대 대표 등 관계자들이 서울 성동구 동물자유연대 본사를 방문한 국제동물보호단체 세계애견연맹(WDA) 운영진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국제 동물보호단체 세계애견연맹(WDA)으로부터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에 기여한 대표 단체로 선정돼 '골든 독 어워즈'를 수상한다고 19일 밝혔다. WDA는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개와 고양이 식용 금지 관련 입법을 추진하면서, 개 식용 종식에 기여한 단체와 개인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단체 부문을 수상하면서 부상으로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를 받는다. 단체는 함께 활동한 동물보호단체 행강, 비글구조네트워크, 대구동물보호연대 등 13개 연대 동물단체에 상금을 전액 기부 지원한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1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이미지 확대보기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번 수상은 단체와 시민들이 20년 넘게 이어온 개 식용 종식 운동에 대한 격려이자 앞으로 더 잘하라는 당부의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개 농장에 갇혀 고통받고 있는 개들을 보호하고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동료 단체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개인 부문에는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인 한정애·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린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