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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8.26~

by 이성근 2024. 8. 26.

1. 부산그린트러스트·“숲이 어린이 미래 바꾼다시민기금으로 나무 식재  2. "트럼프보다 더 나쁜 윤석열,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3. 한겨울 폭염백서를 기다리며  4. 용산 "후쿠시마 괴담" 규정에"대체 무슨 근거로?"  5. 75%가 지분쪼개기'투기벨트' 된 그린벨트  6. 일본, 오염수 원인 ‘880t 핵잔해3g 꺼내보려다 중단  7. 돈벌이 재난 자본주의적 메가시티론에 속지 말자

8. 이기대 난개발 시민이 막았다아파트 사업 철회   9. 이기대 퐁피두센터 밑그림 전문가 머리 맞댄다  10. 기후위기 영화제, ‘3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 95일 개막  11. 낙동강 전역이 '녹조라떼 공장'...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  12. "내 옆에도 위에도 밑에도 시신이 있었다“   13. 후쿠시마 핵폐수투기 보도에 대한 팩트체크

14. 케이블카 접고 이기대 아파트 개발심의 부실여론에 포기   15. 9/7 ‘기후행진이 강남대로에서 열리는 건 이것때문 부산은 광복로에서   16. 기후정책 적중률’ 1500 분의 63당근과 채찍조합이 관건  17. 기후재난의 원인은 이상기후가 아니다  18. ‘어떤전기를 어떻게생산할 것인가  19. 가덕신공항 예산 9640글로벌 허브도시 탄력  20. 미국 보스턴에 120년 전 한반도에서 간 나무가 살고 있다

21. 동해안 수온 상승으로 울릉도가 이렇게 변했다  22. 살다 보면 올여름이 가장 선선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23. '폭염 노동' 줄이면 노동자도, 지구도 산다  24. 러브버그, 단지 불편하단 이유로 방제? 시민단체 "곤충 '데스노트' 철회해야"

숲이 어린이 미래 바꾼다시민기금으로 나무 식재

부산그린트러스트·비키 맞손

- 기후정의 미래숲 가꾸기 결실

- APEC 공원 내 85그루 심어

반나절 만에 조성된 부산시민의 기금으로 어린이를 위한 숲이 조성됐다.

부산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에 3회 어린이 기후정의 미래숲이 조성되는 모습.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비키)는 지난 24일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 북단의 그린큐브 공원 경계부에 3회 어린이 기후정의 미래숲(비키숲)’을 조성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숲은 어린이의 미래를 위해 탄소중립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부산시민의 기금으로 만들어졌다. 기금은 창구가 개설된 지난 625일 반나절 만에 목표했던 200만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340여 명의 기부자의 참여로 총면적 524규모의 부지에 동백나무 식나무 남천나무 홍가시나무 등 85그루가 심어졌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측은 어린이 기후정의 비키숲 조성은 원하지 않는 미래에 관한 저항과 전환을 위한 시민 행동의 일환이다. 현재 기후상승폭 대로 폭주한다면 이곳 나루공원을 비롯해 수영강 중상류까지 해수면 상승으로 대부분 침수지역이 된다. 단지 1.5도 상승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2022년부터 매년 영화제 개막에 맞춰 100그루의 나무를 심어 100곳의 미래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트럼프보다 더 나쁜 윤석열,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

"한국은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이 10%가 안 되는 OECD에서 거의 꼴찌 수준인 기후 악당 국가입니다. 재생에너지 등 기후 대응 쪽으로 문재인 정부 때는 약간 진전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크게 퇴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와 비슷하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등 여러 후진적인 정책을 취했습니다. 사실 현재 한국의 상황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라서 연방정부와 달리 50개의 주정부 중 일부는 기후 대응 정책을 자체적으로 시행했습니다."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긴 열대야를 기록하고 있는 올 여름, 한국인들 모두가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다.

<1.5도 이코노믹 스타일>(착한 책가게 펴냄)을 쓴 김병권 경제학자는 21<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무한 성장''무한 소비'를 추구하는 경제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1.5도는 인류가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온도 상승 한계선이다.

그러나 20231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4도에서 1.5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김병권 작가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2040년 어느 시점에서 1.5도 경계선을 넘지 않겠냐고 전망했지만 이제는 2030년 이전에 넘어갈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고 있다는 인공지능(AI)이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 슈퍼리치가 꿈꾸는 화성 이주를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김 작가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1991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화성과 동일한 생태 조건의 폐쇄된 공간을 마련해 8명의 자원자가 2년 동안 거주 실험을 했지만 "1인당 월 2억 원의 전기료""하루 10시간 이상의 노동"이 생존에 필요한 조건이었다. 또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된 2023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지라도 '80억 지구 인구 중 나 하나 노력한다고 되겠어?', '개인의 실천 방안으로 텀블러 들고 다니고 분리 수거 열심히 하는 거 이외에 뾰족한 수가 있어?' 등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김 작가는 "한국인 1명이 1년에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12톤으로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라며 "출퇴근시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2, 해외여행을 가지 않으면 1, 육식을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 1톤 가량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1.5도 라이프 스타일'을 권했다.

 

한달 내내 열대야, '기후재난'으로 올림픽 사라질 지경

프레시안 : <1.5도 이코노믹 스타일>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김병권 : 대한민국 국민들께서 이제는 기후변화가 실존하고 그게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심각하다고 알고 계세요. 그렇다면 대처를 해야 하는데, 이는 자연과학이 말해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은 주로 우리들의 경제활동 때문에 대량으로 발생되는 것입니다.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기후위기 원인을 알았다고 해도 해결할 수가 없어요.

프레시안 : 과학자들이 기후위기와 관련해 마지노선으로 이야기하는 온도가 1.5도입니다. 그러나 이미 20231월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4도에서 1.5도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현재 기후위기는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가요?

김병권 : 올해 열대야가 한 달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1907년도에 기상관측을 한 이래로 가장 긴 열대야라고 하는데, 이런 일들이 기후재난이라는 형태로 옵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비용은 개인적으론 무더위에 에어컨을 더 많이 틀어야 되고, 국가적으로는 야외 작업하시는 분들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들고, 심지어는 야구 경기도 취소가 되기도 했어요. 이런 상태면 조만간 여름 올림픽을 하기도 쉽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2040년대 어느 시점에서 1.5도 경계선을 넘을 것이라 전망했는데, 최근에는 과학자들이 2030년 이전에 넘어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1.5도를 넘는다고 해서 당장 지구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과학자들이 얘기하는 '티핑 포인트', 이전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는 변곡점들을 넘게 되는 것이죠.

 

이미 '고성장' 시기는 끝났다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 1.4%

프레시안: 기후위기 심화를 막기 위해선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하셨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김병권 : 우리가 경제를 바꿔야 된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경제에 투입되는, 특히 화석연료가 중심이 되는 에너지의 투입량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거든요.

한국은 지난 60~70년 동안 다른 어떤 나라보다 고속 성장으로 선진국 대열까지 진입한 나라인데 기후위기가 아무리 무섭다고 한들 이걸 갑자기 중단시킬 수 있냐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근데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성세대들은 1970-90년대 정도까지 연 10%, 8%대 경제성장을 했던 고성장의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근데 이미 2010년대부터 한국 경제 성장률은 3%를 달성하기도 굉장히 부담스럽고, 이미 2020년대에 넘어오면서는 2% 달성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작년에 1.4% 달성했죠. 대한민국 무너졌나요? 그렇지 않거든요.

한국도 어느새 정치 공간이나 선거 때 몇 퍼센트 성장을 하겠다고 공약하는 사례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대한민국 국민들도 성장 숫자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는 거예요. 성장을 하는 데도 고용이 안 되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얘기가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거든요. 이제 한국 국민들도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고용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불평등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화성 이주? 1인당 전기세 월 2억 필요하다인공지능도 구원투수 될 수 없어

프레시안 :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 미국의 기업가들은 화성 등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병권 : 1991년에 미국 애리조나 주에 1만여 제곱미터 되는 폐쇄된 유리공간을 만들어 화성 같은 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살 수 있는지를 실험을 해본 사례가 있습니다. 8명을 2년 동안 살게 했는데, 어쨌든 살기는 했습니다. 거기 안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 매일 10시간 이상씩 일을 해야만 했고, 그나마 사람은 살았는데 함께 집어넣었던 동물들은 거의 죽음에 이르렀고, 심지어 인간도 막판에는 그 안의 생태계에서 산소 공급이 잘 안 돼서 외부에서 산소를 넣어줬어요. 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밖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했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환산해서 8명에게 전기료를 부과하면 1인당 월 2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국 환경운동가 빌 맥과이어는 화성에서 인간이 살기 가장 최적의 조건조차도 사하라 사막보다 1000배 정도는 나쁘다고 얘기합니다.

프레시안 :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기후위기 극복 가능성은 없을까요?

김병권 : 구글 서치 엔진으로 한 번 검색하면 하는데 에너지가 약 한 0.3와트가 필요하다면, 생성형 인공지능에 똑 같은 질의를 하면 10배 정도인 2.9와트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최근에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로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데이터센터 확장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소비되는 전력량이 향후 상당히 큰 부담이 될 거라고 합니다.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이 영국 <가디언>에 관련된 글을 기고했어요. 기후위기에 대한 해법을 인공지능이 가르쳐줄 거라고 하는 게 얼마나 큰 착각이냐 하면 우리가 기후위기가 왜 일어나는지를 모르냐? 압니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모르냐? 압니다. 다만 정치적으로 의지가 없고, 이해관계 때문에 해결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정치적인 이권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해주거나 정치적 의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아니라는 거죠.

프레시안 :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도넛 경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김병권 : 영국의 생태경제학자인 케이트 레이워스가 2012년에 제안한 것입니다. 도넛의 안쪽 경계선은 '사회적 기초', 바깥 쪽은 생태적 한계로 잡았습니다. 도넛 안쪽으로, 바깥쪽으로도 떨어져선 안된다는 거죠. '도넛 도시' 모델은 기존에는 복지만 생각하면 되는데 이제는 복지만 생각하면 안 되고 생태와 복지를 함께 생각하자. 여기에는 성장 얘기는 이제 조금 제쳐두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성장이냐, 탈성장이냐 이 프레임에 갇히지 말자.

 

재생에너지 비중 10%도 안되는 한국, 기후 악당 국가

프레시안 : 이런 개념에 비춰볼 때 한국 경제는 지금 어떤가요?

김병권 : 한국은 현재 OECD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거의 꼴찌 수준입니다. 태양광, 풍력 등 모두 합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10%가 안됩니다. 독일 같은 나라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절반을 넘어가 버렸고, 중국도 10%를 넘은 지 꽤 됩니다. 일본도 10%를 넘겼구요.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 국가입니다.

프레시안 :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치적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병권 :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들 800명한테 설문조사를 했어요. 380명 정도가 응답했다고 해요.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얼마 몇 도까지 오를 것 같냐? 그랬더니 77%'2.5도 이상 오를 거다', '왜 그렇게 그렇다고 생각하냐' 물었더니 복수 응답을 하게 했는데 '인류가 과학 지식이 부족해서' 이건 5%도 안 되고, '돈이 없어서'1/4 정도였습니다. '기득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걸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과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정치적인 의지'는 우리가 만들어내면 얼마든지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겁니다.

한국은 정치권이 대체로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에는 관심이 되게 많으신 것 같은데 기후 문제는 관심이 많이 없으신 것 같아요. 그럼 중앙정부가 안 되면 지방정부들이라도 제대로 기후대응을 할 수 있도록 2026년 지방선거 때 국민들이 잘 결정을 내렸으면 합니다.

프레시안 : 개개인의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병권 : 고작 할 수 있는 게 텀블러 갖고 다니고 이런 거밖에 없다고 생각되니, 어떤 분들은 기후 우울증을 얘기하시기도 합니다.

근데 막상 내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할까는 별로 생각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국가는 대한민국은 65천만 톤 정도 매년 배출해요. 그러면 우리가 1인당 한 12톤 정도씩 배출하는 겁니다. 대한민국보다 일본이나 독일이 국민소득이 높고 경제 규모도 큰데 이들은 1인당 8, 9톤 정도 밖에 배출 안 합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1인당 5톤 정도 밖에 안 해요. 물론 우리는 산업적 영향도 있지만 의외로 크게 신경 안 쓰고 생활하는 대목이 있어요. 자가용만 집에 놔둬도 2톤 이상이 줄어요. 해외여행 한 번 안 가면 1톤에서 2톤 정도, 육식에서 채식 쪽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1톤 이상 줄어듭니다./ 전홍기혜 기자 | 프레시안

 

한겨울 폭염백서를 기다리며

어제 회를 먹었다. 광어, 우럭 그리고 또 매번 듣지만 기억나지 않는 물고기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더 시원한 맥주에 차가운 회 한 점, 시원했다.

아침에 일어나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안전관리일일상황을 들여다본다. 올여름 폭염이 시작되고 생긴 습관이다. 다행히 어제는 폭염으로 누군가 사망하지 않았구나. 그러나 조피볼락 17871마리, 쥐치 2883마리, 도다리 4352마리가 죽었다. 어제 먹은 싱싱하다 못해 쫄깃함이 터지는 물고기는 폭염을 견뎌낸 것들이구나. 양식장 위로 둥둥 뜬 물고기들은 어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뜰채로 걷어냈을까. 같은 날 돼지와 닭, 오리도 1057마리가 죽었다. 맥없이 축 늘어진 동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작년 폭염일수는 14.1, 올해는 이미 21일을 넘기고 있다. 행안부는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가 33~35로 매우 무덥다고 예고했다. 온열질환자는 작년 2600여명에서 올해 3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폭염도 사그라질 것이고, 언론이 매일같이 보도하던 폭염의 심각성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단풍이 드는 가을을 기대하며 높아지는 하늘을 보겠지. 그렇다고 해도 이번 폭염에 녹아버리고 타버린 고랭지 배추는 가을을 지나 겨울이 돼도 만날 수 없다.

전례 없는 고온으로 태백시 고랭지 배추 농가가 배추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일보

여름마다 폭염으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연일 보도되고 폭염 대책 토론회가 열린다. 그럴 때마다 노동안전보건단체 활동가들은 비애감이 인다. ‘올해도 또 이렇게 반복되는구나폭염 때 폭염 대책을 논하는 건 굶주린 사람을 두고 벼농사를 짓겠다고 땅을 알아보는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뒷북이다. 전문가와 관료들의 느긋한 대책들은 지금 당장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합리적 방패막이가 된다. 그러는 사이 더워서누군가 또 죽는다.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빡빡한 헬멧을 쓰고 배달을 하는 라이더에게 폭염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50도가 넘는 철판 위에서 용접을 해야 하는 건설노동자,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에어컨을 설치해야 하는 일용직, 대형 웍을 달구기 위해 가스불을 켜는 조리노동자를 대상으로 온열질환 재난문자를 보내주는 행안부와 폭염 시 휴식을 명령하는 노동부는 재난 시에 가동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같다. 그러나 그러한 중대본은 아직 한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 폭염은 통제하기 매우 어려운 거대 재난이다. 아니, 거대 재난이 되었다.

기상청은 폭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하기 위해 폭염백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반가운 것은 폭염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에 더해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백서에 담는다는 것이다. 폭염으로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한 노동자들, 쪽방촌 빈민들, 노인들 그리고 우럭·광어·쥐치들, 오리와 막 태어난 병아리, 고랭지에서 대대손손 시원하게 살다 더위라고는 처음 겪어본 고랭지 배추들. 과학자의 눈으로 이들이 삶을 다하지 못한 원인을 소상하게 기록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디, 폭염백서가 나오는 한겨울부터 폭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한겨레

 

용산 "후쿠시마 괴담" 규정에"대체 무슨 근거로?"

민주당 "오염수 영향 빨라도 4~5년 후, 시간여행이라도 다녀왔나"

대통령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1주년을 맞아 "황당한 괴담이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다""괴담의 근원지인 야당은 대국민 사과조차 없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한 데 대해 (관련 기사 : 대통령실 "후쿠시마 괴담 근원지 야당, 대국민 사과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대변인 논평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23일 오후 조승래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대통령실은 대체 무엇을 근거로 일본이 방류한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느냐""일본 정부가 건네준 홍보성 자료 말고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나? 대체 무슨 근거로 국민과 야당의 우려를 '괴담'이고 '거짓 선동'이라고 매도하느냐"고 지적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특히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 바다에 도착하는 것은 빨라도 4~5년에서 10년 후의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그 사이 5년 후, 10년 후로 시간여행이라도 다녀왔는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일본 정부는 올해 2월 이후 방사능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 환경부 자료에서 방류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가 10배로 뛰었다는 사실만 드러났다"면서 "그러나 피해 예상 국가로 방류 상황을 강도 높게 감시했어야 할 한국 정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야당은 구체적으로 "삼중수소와 방사능이 옮겨가는 먹이사슬을 추적하지도 않았다",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장기간의 추적 조사도 없었다", "우리 해역에 대한 방사능 조사 또한 ALPS가 거르지 못하는 탄소-14, 요오드, 코발트-60 등은 조사하지도도 않았고 오직 세슘과 삼중수소만 조사하고 있다", "전국 230개 위판장의 방사능 검사장비는 고작 69대에 불과하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조치는 어느 것도 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는 홍보에만 열을 올린 정부가 홍보비 16000억을 야당에 전가하겠다니 기가 막힌다""일본 정부는 비용이 싸다는 이유로 전 세계 인류에 대해 범죄를 저질렀고, 윤석열 정부는 이 범죄의 공범이자 방조범이다. 그 책임에서 윤석열 정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대통령실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1년을 맞아 낸 입장은 '괴담', '거짓 선동' 등 야당에 대한 비난과 공격으로 가득하다""대통령실의 참담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라는 측면도 지적했다.

곽재훈 기자 | 프레시안

 

75%가 지분쪼개기'투기벨트' 된 그린벨트

서울 167건 중 125건 차지

해제 발표 전에 기획부동산 활개

올 거래액 889, 작년 전체 추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뉴스1viewer

정부가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서울과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후보지로 떠오른 상당수 그린벨트 토지가 기획부동산의 지분 쪼개기에 잠식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토지 보유자가 급격히 증가해 보상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어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활성화 계획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감소세를 보이던 서울 내 그린벨트 토지 거래가 올 초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금액으로 보면 2022년 전체 1150억 원을 기록한 후 202384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그린벨트 토지 거래 금액은 889억 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 금액을 추월했다.

그린벨트 토지 거래 방식의 상당수는 기획부동산의 토지 매매 형태인 지분 쪼개기로 이뤄졌다. 올해 거래된 서울시 167건의 그린벨트 토지 거래 중 125건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분 쪼개기 방식은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업체의 수법으로, 기획부동산 업체가 매입한 토지를 쪼개 수십 명에게 웃돈을 얹어 되파는 방식이다.

올해 그린벨트 토지 거래가 되살아난 것은 4월 총선 과정에서 여권이 그린벨트 해제 기조를 밝히면서 투기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월 울산 민생 토론회에서 그린벨트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그린벨트 규제 혁신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토균형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더해 3월부터 서울 집값이 상승하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확대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그린벨트 거래량은 급증했다. 서울의 경우 17건에 그쳤던 그린벨트 거래 건수는 총선과 집값 상승기를 거치며 551631767건으로 늘어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권에서 그린벨트 규제 완화 기조를 발표한 후 공급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투기 수요가 그린벨트로 급격하게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벨트에 투기 세력이 유입되면서 토지 수용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한 필지에 수십 명의 지분 보유자들과 토지 보상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역시 그린벨트 해제 후 토지 수용 과정에서 헐값 보상이라고 반발한 토지 소유주들로 인해 토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서울신문

 

일본, 오염수 원인 ‘880t 핵잔해3g 꺼내보려다 중단

원전 선도국13년간 사고원전에서 돌맹이 하나 못 꺼내는 비극

이번 달 24일이면,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시작한지 딱 1년이 된다. 일본은 한 해 동안에만 7번에 걸쳐 1회에 7800t5만여t의 오염수를 수백 배의 바닷물로 희석해 바다에 버렸다. 방사성 물질 농도가 낮은 비교적 깨끗한 오염수부터 버리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버리는 오염수의 농도는 더 짙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방식의 오염수 투기는 앞으로 3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가늠하기 힘들다. 오염수 발생의 원인이 되는 녹아내린 핵물질’(데브리)이 사고원전 내부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양은 무려 880t에 이른다.

그래서 일본은 그동안 이 핵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일본은 핵물질 덩어리를 관측하기 위해 관측로봇을 여러 차례 보냈다. 엄청난 양의 방사선 때문에 관측로봇이 멈추는 일도 발생했지만, 일본은 핵물질 제거 계획을 세웠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13년여 만인 올해 822일 처음으로 880t 3g의 핵물질을 떼어 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은 또 연기됐다. 2021년에 시작할 계획이었다가, 이미 한 차례 취소하고 3년을 미뤘는데, 또 연기한 것이다. 원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인데도, 한 숟가락도 안 되는 3g의 핵물질을 떼어 내는 것조차 13년 넘도록 한 번도 못해본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원전에서 핵물질 3g 떼어 내는 작업 중단 NHK 방송화면

일본 공영방송 NHK 보도 등에 따르면, 일본 도쿄전력은 22일 후쿠시마 원전 2호기 원자로를 덮는 격납용기 바닥에 있는 핵물질에서 3g 정도를 꺼내볼 계획이었다. 핵물질이 있는 근처까지 장비가 접근할 수 있도록 직경 60cm의 관을 설치하고, 이 배관에 끝이 손톱 모양인 22m 길이의 원격조정 장비를 넣은 뒤, 핵물질 근처까지 보내, 3g의 이하의 핵물질을 제거해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도쿄전력은 이날 오전 730분부터 제거 작업을 준비했지만, 작업 개시 직전 갑자기 장비 설치에 실수가 발견됐다면서 작업을 연기했다. 이유는 황당했다. NHK는 도쿄전력 측이 배관 연결 순서가 잘못되어서 계획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중차대한 계획이 고작 배관 연결 순서를 지키지 못해 중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쿄전력은 작업 재개 시기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NHK 보도)

한편, 사고원전 안에서 녹아내려 주변 구조물과 뒤엉킨 핵물질을 데브리라고 부른다. 로봇조차 데브리에 가까이 접근하면 작동이 중단되기 때문에, 살아있는 생명체의 온전한 접근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 도시바 원전 설계기술자인 고토 마사시 씨는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데브리 제거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1기당 핵연료 양이 약 300t 전후인데, 이는 (기존 정상 운전 원전의) 핵연료와 성질이 다르다. 이게 (폭발 후) 녹아내리면서 다른 금속, 콘크리트 등과 엉겨 붙었다. 고선량이기 때문에 이것을 일반적인 콘크리트 구조물 자르듯 할 수 없다. 만약 그렇게 자르게 되면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뿜어져 나올 것이다. 그런 자극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데브리를 꺼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NHK 보도를 보면, 도쿄전력은 3g의 데브리 파편을 꺼내는데 7일에서 14일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3g 제거하는데 좀 빨라져서 6일 걸린다고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이 같은 방식으로 880t의 데브리를 제거하려면 400만년이 걸린다. 데브리 때문에 오염수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계획대로 30년 안에 오염수 해양투기가 끝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돈벌이 재난 자본주의적 메가시티론에 속지 말자

한국은 30여년만에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압축성장의 나라다. 그런 나라가 30여년만에 저출산과 초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압축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저출산+초고령화+지역소멸= 압축붕괴

기존의 한국의 국가 행정체제는 농산어촌과 지역을 희생시키고, 대도시를 키우며 고도성장을 지원하고 고효율을 조직하는 체제였다. 즉 산업화시대의 국가행정 체제는 고출산과 고도경제 성장의 시대에 최적화된 성장중심의 압축성장시대를 이끌어왔던 것이다. 이제 그러한 패러다임이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저출산 초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압축붕괴의 길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멸절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민치제제가 해법

저출산과 초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이 압축붕괴소멸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어렵지 않다. 이전부터 걸어 온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통치체제(대의정치+관치)’의 길과는 거꾸로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민치체제(시민정치+주민자치+공론정치)’의 길로 국정의 방향과 씨스템을 전환하는 일이다. 이러한 국정방향과 씨스템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 지역소멸문제를 잘 극복하고 선진화된 정치를 운영하는 나라들이 있다. 스위스와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민치체제모델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스위스다. 스위스는 꼬뮨(마을자치정부)기반의 마을연방민주공화국체제이다. 그런데 한국같은 중대형 국가가 급박하게 스위스 모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통치체제와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민치체제를 혼융하여 국정을 운용하는 프랑스 모델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도록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통합 돌봄체제로 농산어촌 살리기부터

지금 한국사회는 저출산, 초고령화와 더불어 심각한 것이 농산어촌 공동화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랄 수 있는 지역소멸 현상이다.

이러한 지역소멸을 극복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지역소멸은 농산어촌 공동화의 자연스러운 귀결로서 생긴 것이기에 농산어촌을 살리면 된다. 먼저 농산어촌을 살리는 일이 급선무다. 그 살리는 구체적 일은 지역통합 돌봄체제(아이와 노인 돌봄, 어린이와 청소년 키움, 장애인과 사각지대 돌봄)구축을 통해서이다.

2024229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 환자,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통합 지원해야 한다는 근거법이 마련된 것이다. 지역돌봄이 국가의 의무임을 명확히 하고 전국 모든 지자체가 해야 할 임무로 부각됨으로써, 이는 복지 분야의 큰 진전이자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판단된다.

인더스 삼각주 맹그로부를 보존하기 위한 파키스탄 비정부기구 함담 재단(Hamdam Foundation) 자원봉사자들이 821일 파키스탄 바딘에서 맹그로브 심기 2단계를 시작했다. 2024.8.21. EPA 연합뉴스

자치분권적 지역통합 돌봄 위한 정치개혁 서둘러야

조안 C. 트론토는 그의 저서 <돌봄민주주의>(Caring Democracy, 2024)에서 돌봄을 제공할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돌봄을 실천하기 위해 상호 노력함으로써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구현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돌봄의 상호 주고받는 행위와 민주주의와의 상관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기에 이러한 지역통합 돌봄체제(COMMUNITY CARE) 구축은 그 상호성 때문에 주민자치와의 결합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왜냐하면 돌봄은 능력으로만 되지 않으며, 사회적 우정의 휴머니즘과 함께 자발적 상호부조와 연대의식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돌봄문제는 일방적인 톱다운 행정으로는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 효율도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 없는 톱다운 행정이 10억원 가지고도 해낼수 없는 일을 상호성과 쌍방향적인 주민자치기반의 지역통합 돌봄자치행정은 1억원 가지고도 해낼 수 있다. 이러한 실천적 사례들은 스위스와 프랑스 등 주민자치가 잘 이루어지는 나라들에서는 보편적 현상이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의 제도적 뒷받침이 없이 무늬만 주민자치인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초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압축붕괴 상황을 시급히 돌파해내기 위해서는, 지역통합 돌봄체제 구축과 풀뿌리 주민자치 제도와 씨스템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금껏 대한민국은 복지는 국가가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복지정책을 수행해 왔다. 동시에 노인복지 등 상당부분(요양원과 요양병원 등)을 시장에 맡겨 왔다. 그런데 돌봄 영역이 돈벌이 산업화되어 갈 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삭막함과 폐해가 심각함을 똑똑히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지역통합 돌봄이 온전한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가 되려면, 읍면동 단위에서 업자(業者)나 공무원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가 되어야 하고 주민 주도가 되려면 풀뿌리 주민자치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메가시티가 아닌 에코 메갈로폴리스로

다음으로 주민자치와 결합된 지역통합 돌봄체제를 통하여 농산어촌과 지역을 살리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서 농산어촌을 유토피아로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요청된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도래하는 초록문명 생명사회와 저성장 수축사회에 대응하는 급진적인 자치분권의 기획과 새로운 혁신적 국가론이 필요하다. 그것은 전국 3500개 읍면동 마을자치정부(Town Republics) 네트워크와 초광역 지방정부를 기반으로 한 도농 상생 에코 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 연방국가론이다. 이는 수도권 부동산 기득권체제에서 지역자치분권 경제민주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한국은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국토 전체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좁은 국토 전체를 대도시-중소도시-농촌을 연계 융합시키며 농촌을 도시의 정원으로 만드는 초록문명 생명사회(네오 수렵채취농업 문명사회)의 에코 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 개념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는 메가시티 열풍이 불고 있다.

여야 정당모두 이구동성으로 메가시티를 국가균형발전과 저출산, 지역소멸 극복의 해법으로까지 제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20231107일 기사 () ‘뉴시티 프로젝트특위 출범초강력 메가시티로 국가 균형발전에서 보듯이, 국민의힘당은 한술 더 뜬다.

메가시티(Megacity)란 무엇인가? 이는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한 경제규모를 갖춘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지칭한다.

메가시티(Megacity)와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는 비슷한 것같지만 다르다. 메가시티는 중심도시를 중심으로 한 인구 1천만 이상의 단일 대도시권을 의미하지만 메갈로폴리스는 여러개의 대도시 또는 대도시-중소도시-농산어촌지역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형성된 광역 폴리스권을 의미한다.

지난 21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마리나 시우바 환경부 장관(오른쪽), 소니아 과하하라 토착민부 장관(왼쪽)과 함께 생태적 전환을 위한 협정에 서명한 뒤 협정서를 들고 있다. 2024.8.21.AP 연합뉴스

자연과 사회가 하나의 흐름 속에 있는 생명지역

여기서 에코-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는 생명지역주의에 기초한 광역 폴리스권을 의미한다. 생명지역주의(Bioregionism)자연과 사회는 하나의 흐름 속에 있으며, 그 흐름 속에 천착하여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자연친화적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유체계이다. 자연과 사회가 하나의 흐름 속에 있는 체계가 바로 생명지역(Bioregion)’이며,이는 대체로 수계(Watershed)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화 이전의 인류는 수계 중심으로 마을과 도시를 만들어 수계 안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산과 강이 만들어 낸 자연의 흐름보다는 경제적 효율성에 따른 지역 분할을 추구하면서 생태적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마저도 몇몇 대도시에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 생명평화운동가 황대권은 시민언론 민들레 칼럼생명지역주의-지속불가능 문명 넘어설 확실한 해법에서 기후위기의 궁극적 대안으로 생명지역주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수계(Watershed)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자연회복의 끝판왕이 될 것이고 생명지역주의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라 했다.

읍면동장 선출제와 재정분권 기반 주민자치부터

메가시티(Megacity)가 겉으로 보면 되게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반지역생명주의적일 뿐더러 일반시민에게는 실효성 있는 지역발전 전략이 아니다. 왜냐하면 강력한 교통망과 통신인프라를 구축하고 대규모 산업기반과 주거 아파트단지를 건설해도 당장 수요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이 있으면 수요가 따라온다는 시대는 지났다. 메가시티를 조성한다고 하면 향후 20~30년 동안 부동산 토건만 해댈 것인데, 이 기간 동안 저출산과 더불어 지역소멸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기에 향후 10년 안에 급박하게 진행되는 압축붕괴 소멸상황에 쐐기를 박으며 대안을 마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럴려면 제도혁신과 국가예산 조정으로 가능한 소프트한 지역발전전략과 솔루션을 먼저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주민 스스로 상호부조와 연대협동의 힘으로 풀뿌리 단위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읍면동장 선출제와 재정분권 기반의 주민자치 분권체제의 확립이다. 보충성의 원리와 주민자치로 기초 풀뿌리지역을 튼튼히 하고 정주 여건과 공공서비스를 작게나마 강화하는 버텀업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스웨덴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와 환경 단체 멸종반대(Extinction Rebellion) 운동가들이 24일 노르웨이 티즈베르에서 노르웨이의 가스 처리 공장 카르스토에의 일부인 석유 터미널의 일부를 봉쇄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2024.8.24. 로이터 연합뉴스

사회적 경제의 전면적 실현

두 번째는 주민 스스로 상호부조와 연대협동의 힘을 자립경제와 지역순환경제 차원에서 구축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의 전면적 실현이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협동조합청(협동사회경제부)을 신설하고, 광역 지역별로 공공은행을 설립하며, 읍면동 단위에는 마을기금을 만들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풀뿌리 주민자치와 사회적 경제와의 전면적 결합을 통한 모심과 살림의 지역통합 돌봄체제(아이와 노인 돌봄, 어린이와 청소년 키움, 장애인과 사각지대 돌봄)의 구축과 생명지역주의 지역발전전략의 수립과 실행이다. 지역통합 돌봄체제는 인간을 살리는 것을 넘어 지역의 자연까지도 살리는 생명돌봄민주주의 마을연방민주공화국의 전망을 가지고 지역발전 전략을 짜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에 일찍 눈을 뜬 나라일수록 수계 중심의 생명지역주의에 기초하여 다양한 자연회복 정책과 지구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생태하천 복원하기, 생물보호구역 만들기, 야생동물 이동통로 만들기, 자연 식생(植生) 조성하기, 토종 씨앗 보급하기, 유기농업 면적 확대하기, 생물다양성 협약 준수하기 등등이다.

재난 자본주의적 메가시티론자들에 속지 말자

현재 한국의 메가시티정책은 균형발전 지방분권론의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직접-숙의민주주의와 주민자치 그리고 사회적 경제가 빠진 메가시티정책은 그 본질로 파고들어가 보면 복제판 서울을 각 지방마다 만드는 수도권 일극 기득권체제의 지방분봉왕체제 구축이자 이와 맞물리는 매머드 도시 개발 기획부동산 프로젝트에 다름 아니다.

재난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라는 게 있다. 이는 자연재난과 사회경제적 위기 그리고 전쟁 등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자본주의적 행위를 일컫는다.(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나오미 클라인, 2021) 이런 개념 규정에서 볼 때, 한국의 메가시티론 역시 저출산 지역소멸이라는 국가공동체적 위난과 위기를 활용하여 떼돈을 벌겠다는 재난자본주의의 궤도 안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운동세력들이 메가시티론자들의 그럴듯하고 교묘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의 학술담론과 정책농간에 놀아나거나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전국민회마을공화국 상임의장/시민언론 민들레

이기대 난개발 시민이 막았다아파트 사업 철회

경관 훼손 313개 동 319세대

아이에스동서, 사업계획 취하

시민 성토·언론 지적에 포기

지역민 정서 고려 대승적 결정

26일 아이에스동서가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인근 부지(사진 가운데 흰 부분)의 아파트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정종회 기자 jjh@

이기대 풍광을 사실상 가리는 아파트 건설을 추진해 온 건설사 아이에스동서()가 건설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여론 악화와 부산 시민 반발, 시민 정서에 배치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부산 남구청은 26아이에스동서가 용호동 973 일원 공동주택 사업 사업계획승인 신청 취하서를 제출했다면서 따로 승인이나 검토 절차가 있는 게 아니어서 곧 수리됐다고 밝혔다.

아이에스동서 고위 관계자는 시민 반응과 언론의 지적 내용, 지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사업승인 신청이 반려됐을 때 소송까지 하려던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이에스동서 측은 아이에스동서는 부산에서 나고 성장한 건설사로 지역 발전과 경쟁력은 우리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대승적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부지에 다시 계획을 세우게 되면, 이기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를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과 이기대 문화예술공원 사업의 공공성에도 저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아이에스동서는 당초 해당 부지에 해상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다 무산된 이후 지난 2월 지하 2~지상 31층 등 3개 동 319세대 아파트 사업에 대한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이후 아이에스동서 측은 지난 5월 남구청에 사업계획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 관련 심의 부실, 용적률 부풀리기 등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편의가 제공됐다는 의혹(부산일보 67일 자 1면 등 보도)이 제기되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인근 주민들은 최근 반대 서명 운동도 준비했다.

   

아이에스동서 측 사업 철회 소식에 시민과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주민 전 모 씨는 이번 일을 발판 삼아 앞으로는 지역민 정서를 반영해 어떤 것이 올바른 개발 방향인지를 신중히 검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부산 공공기관들도 민간 사업자의 재산권을 존중하면서도 도시의 전체적 발전과 공공성을 감안한 계획을 수립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도 여전히 해당 부지가 개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계속 예의주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줄기차게 아파트 건설 계획의 문제를 지적해 온 부산시의회 서지연(비례) 의원은 부산 주요 시책과 미래를 위한 아이에스동서의 사업 철회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향후에도 부산의 중요한 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난개발과 도시 계획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퐁피두센터 밑그림 전문가 머리 맞댄다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퐁피두센터 분관을 유치해 남구 이기대 일원을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부산시의 구상을 구체화하고, ‘문화도시 부산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이 머리를 맞댄다.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이 들어설 부산 남구 이기대 어울마당 일원.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는 27일 오전 1030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퐁피두센터 부산 유치 및 활성화 전략 모색을 위한 지역 전문가 시민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역 전문가와 시민 등 50여 명이 참석해 퐁피두센터 부산 유치 의미와 지역 예술인 연계 창작 생태계 조성, 이기대공원 내 세계적인 미술관 건축 방안, 지역 기존 미술관과 퐁피두센터 부산의 역할 등을 논의하고 공유한다.

세계적 미술관 유치는 민선 8기 박형준 시장의 공약이다. 시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을 이기대에 건립하기 위한 기본 용역, 기본 협상 등을 마무리하고 지난달 업무협약(MOU)안에 대해 시의회 동의를 받았다.

이르면 다음 달 진행되는 퐁피두센터 측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들이 퐁피두센터 유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오재환 부산연구원 부원장의 주제 발표를 시작으로, 김승호 동아대 교수, 이상호 경성대 예술종합대학장, 이성호 부산국제건축제조직위 집행위원장,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박희연 부산시 문화예술과장이 토론한다.

이기대공원에 건립이 추진되는 퐁피두센터 부산은 연면적 15000에 전시실, 창작공간, 수장고, 커뮤니티홀, 교육실, 야외공원을 갖춘다. 설계는 국제 공모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이 서울 63빌딩 별관에 내년 10월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과 달리 영구 시설물로 운영된다.

박 시장은 퐁피두센터 부산은 부산에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과 세계 최고의 미술품을 동시에 품은 공간으로 창작 생태계 조성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며 부산오페라하우스, 부산콘서트홀과 함께 부산의 문화 콘텐츠 다양성을 끌어내 글로벌 문화 허브도시 부산으로 도약하고 혁신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기후위기 영화제, ‘3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 95일 개막

스마트폰으로 포착한 환경 재난 히어 나우 프로젝트개막작 선정

기후위기 공감 유명인 대거 동참, 배우 송일국 명예홍보대사 위촉

3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갈무리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다룬 환경 영화제 3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가 내달 5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막한다. ‘하나뿐인지구영상제’(주최·주관 ()자연의권리찾기, ()영화의전당)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시작된 기후위기 영화제다. 영화 위대한 비행’, ‘물의 기억’, ‘무경계등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진재운 KNN 기자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부산 지역 언론인들이 함께 참여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영화제는 내달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다.

올해 영화제 개막작으로는 그렉 제이콥스(Greg Jacobs), 존 시스켈(Jon Siskel)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히어 나우 프로젝트’(The Here Now Project)가 선정됐다. 해당 영화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홍수, 가뭄, 태풍, 초대형 화재 등 환경 재난을 스마트폰으로 포착해 일상화된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다큐멘터리로 평범한 사람들이 촬영한 짧은 제보 영상을 모아 하나의 영화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하나뿐인 지구영상제 개막작 '히어 나우 프로젝트' 한 장면. 사진=하나뿐인지구영상제 홈페이지 갈무리.

그레이 제이콥스 감독은 내레이션도 흔한 인터뷰도 하나 없이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보통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전달하려 했다특히 설명을 해주거나 교육적이고자 노력하지도 않고 단순 나열이라고도 할 만한 이 영화의 독특한 구조는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세계 경제인들이 모여 경제 전망을 논의하는 ‘2024 다보스 경제포럼에 초청돼 상영됐는데, 아시아에서 공개되는 건 이번 영화제가 최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전 세계 29개국 41편의 영화(장편 25, 단편·애니메이션 16)가 상영된다. 경쟁 부문에는 총 2133 편의 작품이 출품됐고, 최종 13개국 12편이 선정됐다. 하나뿐인지구영상제에서 처음 상영되는 프리미어 작품도 총 25편으로 지난해 영화제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장영자 하나뿐인지구영상제 프로그래머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하나뿐인지구영상제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영화제로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터에선 기상 관측이 시작된 1850년대 이후 지금까지 매년 지구의 평균온도를 기록한 데이터를 이미지로 표현했다. 1980년 이후로 붉은 줄무늬가 많아지고 짙어짐을 표시한 포스터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명백히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달 5일 진행될 개막식엔 명예홍보대사 배우 송일국과 특별 게스트로 배우 공현주, 가수 김장훈·알리, 안무가 리아킴, 하나뿐인지구영상제의 프로그램강화위원회에서 활동해 온 변호사 출신 방송인 서동주가 참여한다.

배우 송일국(왼쪽)과 배우 천우희. 사진=하나뿐인지구영상제 사무국 제공.

배우 송일국은 저와 같이 환경 문제는 공감하지만 실천에 소극적인 분들의 참여를 위해 홍보대사를 수락하게 됐다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푸른 지구를 물려줄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지고 작은 실천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별 게스트 배우 천우희는 여름이 점점 더워진다. 올여름도 불볕더위와 열대야를 겪으며, 스스로도 혹시 온실가스 배출에 한몫 하지 않았나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막연하지만 뭔가 해야겠다고 느꼈다그래서 하나뿐인지구영상제와의 만남은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다. 기후위기를 줄일 수 있는 저만의 역할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촬영 일정으로 개막식에 불참해 영상 응원 메시지를 전한다.

개막식 무대를 장식할 가수 김장훈은 나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하자는 의미를 담아 본인의 노래 나와 같다면, 내일도 해가 뜨는 우리의 건강한 지구를 위해 본인의 노래 사노라면을 부를 예정이다.

하나뿐인지구영상제 출품작 예매는 26일부터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영화제 기간 동안 현장 예매도 진행된다. 영화제 기간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는 식량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2024 기후변화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는 친환경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그린라이프쇼도 진행된다.

미디어오늘

 

낙동강 전역이 '녹조라떼 공장'...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

[현장] 낙동강 중하류뿐 아니라 중상류도 녹조 창궐,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낙동강의 녹조가 날이 갈수록 양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8월 초 낙동강 중류에서 먼저 시작된 녹조는 하류로 내려가더니 이제는 상류로도 확산해 낙동강 전역이 녹색강으로 변해 이른바 녹조라떼를 생산하는 녹조공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이렇게 중하류뿐 아니라 중상류로도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사실이다.

녹조라떼 생산하는 거대한 녹조공장된 낙동강 전역

25일 낙동강 중류인 대구 달성군에 위치해 있는 강정고령보를 시작으로 강을 따라 칠곡보와 구미보 그리고 낙단보와 최상류 상주시 중동면에 자리잡고 있는 상주보까지를 둘러봤다. 낙동강 중상류를 모두 관찰해본 셈이다.

녹조는 강정고령보와 칠곡보가 아주 심했고, 그 위로 점점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모두 녹색의 강이었다. 이런 사실은 환경부가 각 보마다 실시하는 남조류 세포수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세균 즉 시아노박테리아인 남조류는 환경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상주보를 제외하고 모두 1만 셀을 훌쩍 넘겼고, 심지어 10만 셀을 넘고 20만 셀을 넘은 보들도 나왔다. 1100만셀이 조류 대발생 기준이니 대발생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에도 환경부의 '트릭'이 숨어 있다.

상주보를 제외하고 모든 보가 1만셀을 넘겼고, 10만셀을 넘긴 곳도 있다.

시료 채취를 위한 환경부의 채수법을 보면 배를 타고 들어가 강의 가운데에서 강물의 상중하층의 물을 각각 떠서 세 곳의 물을 모두 섞어서 그 섞은 물을 분석하는 방식을 쓴다. 그러나 녹조는 주로 강의 가장자리 그리고 강물의 표면에 많이 몰려 있다. 그래서 민간 연구진에서는 강 가장자리의 강물 표면의 물을 채수해서 분석하기 때문에 남조류 세포수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간의 조사로 대발생에 육박하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환경부의 채수법은 공정성이란 장막을 친 허울 좋은 그들만의 합리성일 뿐 실제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는 못해 이에 대한 시정 또한 반드시 필요해보인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지로 미국 등의 외국에서도 상중하 혼합 채수가 아닌 표층수 채수를 통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니 말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도 조류경보 '경계'

또한 취수장이 있는 보들에서 운영하는 조류경보제에 의하면 지금 네 곳 모두 조류경보제 하에서 주의를 넘어 경계 단계로까지 확대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조류경보제 상 가장 상류에 있는 해평 지점만 주의 단계이고 강정고령과 칠서 그리고 물금매리까지는 모두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칠곡보에 핀 심각한 녹조

낙동강 네 개 지점 모두 조류경보가 발동했다.

모두 1만셀을 2주 연속 넘겨서 경계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아가면 태풍 변수가 없는 한 양상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고, 대발생에 돌입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큰 걱정인 이유인 것이다.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긴 장마로 인해 장마가 멎자마자 8월 초에 녹조가 시작되더니 급속도로 번성해 현재 8월 말 현재까지 그야말로 녹조가 폭증하고 있다. 시간상 엄청 빠르게 녹조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그 속도 면에서 지난 12년간의 낙동강 녹조의 역사 중 가장 빠르고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올해 녹조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녹조가 심각하게 번성하고 있는데 정부 당국의 대응은 한마디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녹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 부분만 해결하면 된다는 대증요법 식의 처방과 처치만 행해지고 있을 뿐이다.

녹조제거선이 열심히 돌아다니면 녹조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 일례가 조류제거선의 투입이다. 조류제거선을 투입해서 강물 표면에 발생해 있는 녹조를 재빨리 걷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이 없는 방안이란 것이 중론이다. 작은 배 한두 척으로 그 넓은 면적의 강의 녹조를 제거하기도 힘들뿐더러 그렇게 일부를 제거한들 녹조는 계속해서 증식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게 없다는 것이 현장 활동가와 하천 전문가들의 분석인 것이다.

즉 보 개방을 통한 유속의 회복이 녹조 문제 해결의 가장 모범적인 정답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절대로 그대로 실시하지 않는 배짱을 이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그대로 모방 답습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역작(?)이라 불리는 4대강 보를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것을 이 정권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판단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윤석열 정부는 각성하고 결단하라!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구미보에도 녹조가 창궐했다.

"낙동강 보 개방의 필수 조건은 취양수장 구조개선사업이다. 보를 개방해 강물 수위가 떨어지게 되면 취양수장의 취수구가 강물 위로 드러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낙동강에서 취양수를 못하게 되기 때문에 취수구를 더 아래로 내리는 취양수장 구조개선사업은 필수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올해 그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이 사업이 현재는 멈춰져 있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의 안하무인 배짱 정치가 횡횡하고 있다."

오랫동안 낙동강의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낙동강네트워크란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들의 연대 모임에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희자 공집장의 일갈이다. 임 집행위원장의 지적처럼 윤석열 정부는 보 개방에 대한 의지가 1도 없기 때문에 올해 녹조는 더 번성할 뿐이고, 녹조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보이는 것이다.

큰 걱정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왜냐하면 녹조는 독으로, 그것도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 350마리를 한꺼번에 몰살시킬 수 있는 맹독으로, 청산가리 6000배가 넘는 독성을 지녔고 그 독이 낙동강에서 생성되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에서 녹조 독이 나올 가능성과 낙동강물로 기른 농작물에서 녹조 독이 나올 가능성 심지어 낙동강 주변 공기 중에 녹조 독이 나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낙동강네트워트와 환경운동연합 등이 낙동강 녹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낙강네트워크는 이러한 일련의 조사를 202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고 2022년부터는 매년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 결과를 보면 각 가정의 수돗물에서의 녹조 독 그리고 낙동강 주변 농산물에서의 녹조 독 그리고 낙동강 주변 주거지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진실이다. 그 진실을 확인하고자 올해도 녹조조사를 진행중에 있고 곧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낙동강네트워크의 활동에 지지와 성원 그리고 아울러 조사비용의 지원까지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조사를 함에 있어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낙동강네트워크는 조사활동에도 바쁘지만 그 조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불철주야 고민하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낙단보에도 녹조가 창궐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런 조사는 응당 정부가 나서서 정부 예산으로 체계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민간에서 먼저 이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면 그들과 협업해서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다. 이른바 민관의 거버넌스가 작동해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협업의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고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 앞에 여야가 따로 없고, 진보 보수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각성과 결단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오늘도 낙동강의 녹조는 증식을 거듭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근(grreview30) 오마이뉴스

 

"내 옆에도 위에도 밑에도 시신이 있었다"

기후 위기 시대 보호책임

2023913(현지시간) 리비아 데르나시 근처에서 작업자들이 홍수 피해자들의 시신을 묻고 있다. 폭풍이 닥친 이후 며칠 동안 수천 구의 시신이 수습되었으며 특히 폭우로 인해 두 개의 댐이 터진 최악의 피해를 입은 도시 데르나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실종되었다. 연합뉴스

2023912일 리비아는 홍수로 대혼란 상태에 빠졌다.[1] 리비아의 블로거 손도스 슈와이브는 자신 역시 당시 집에 있다가 물살에 떠밀려갔다고 증언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내 옆에도 위에도 밑에도 시신이 있었다" 라고 썼다. 얕은 물가까지 떠밀려온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슈와이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살아남은 것에 대해 가끔 신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가족이 실종됐다는 게 떠오를 때면그들과 함께 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고 회상했다.[2]

전 세계적으로 빈번히 발생하는 기후 관련 재난이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사막화, 극단적 기온 변화, 해수면 상승, 예측할 수 없는 폭풍과 홍수 등 기후 위기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리비아 사례는 기후 위기 시대에 특히 '보호의 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R2P)' 원칙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리비아 대홍수 피해 방향 Google Map

안보리 결의에 근거한 최초의 R2P 적용

1969년 리비아 육군 중위 무아마르 알 카다피는 무혈 쿠데타로 리비아의 왕정을 폐지하고 아랍공화국을 선포하였다. 이후 카다피는 인민 직접민주주의 체제를 표방하며 42년을 집권했다. 2011년 초에 시작된 아랍의 민주화 시위의 영향으로 리비아에서도 같은 해 2월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카다피 정권은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국제사회의 개입을 불렀고,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

2011년 카다피의 폭정으로부터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으로 R2P가 적용됐다.[3] 미국 주도로 NATO는 군사작전을 벌여 카다피 정권을 종식하였다. 카다피 정권의 몰락 이후 리비아는 중앙 정부의 부재와 지역 간 대립과 분열로 무정부에 가까운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 국가의 핵심 인프라 관리가 소홀해졌다는 사실이다.[4] 2023911, 사이클론 대니얼이 몰고온 폭우로 리비아 동부 지역에 큰 홍수가 발생해 데르나의 두 댐이 붕괴하며 최소 1만 명이 사망한 참사는, 국제사회가 R2P를 적용해 가다피 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국가기능이 마비된 데서 비롯한다.[5]

유엔 안보리는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이행하고,[6] 비행금지구역(no fly-zone)을 설정하여 정당한 절차에 따라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결의했다. 명분을 마련하는 적절한 과정을 거쳤으나 주권이 있는 독립국에 해당 국가의 국민 보호를 이유로 국제사회가 무력 공격을 감행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다. 최초의 R2P 적용이었다.[7]

R2P?

R2P[8]는 국제사회가 대량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그리고 반인도적 범죄와 같은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응하는 책임으로 정의된다. 2001'개입과 국가 주권에 관한 국제위원회(ICISS)'에서 R2P 개념을 개발하여, 2005년 유엔 세계 정상회의에서 모든 회원국이 승인했다.[9]

R2P는 다음의 세 가지 주요 원칙을 정립했다. 첫 번째, 모든 국가는 대량학살,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인종청소라는 네 가지 대규모 잔학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두 번째, 국제사회는 개별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할 책임이 있다. 세 번째로, 만약 한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면, 국제사회는 유엔 헌장에 따라 적시에 단호한 방식으로 적절한 집단행동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10]

리비아 사례에서는 R2P 적용에 따라 R2P가 깨졌다. 따라서 심각한 홍수, 가뭄, 폭염 등의 기후 위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해당 국가에 개입하여 인명을 구하고 재난 재발을 방지하는 행위 또한 R2P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또는 국제사회가 R2P 원칙에 따라 개입을 결정할 때는 기후 위기 대응을 고려요소로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관점이 리비아 대홍수 이후로 대두됐다.

댐 붕괴, 기후 위기로 시선 전환

전문가들은 리비아의 취약한 지형, 환경 파괴, 기후 위기, 정치적 분열, 부패, 경제적 불안정, 낡은 인프라 등 여러 문제가 겹쳐져 이 같은 재앙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댐이 위치한 데르나는 리비아의 동부 지중해 연안 저지대에 위치해 홍수에 취약한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데르나는 와디라고 불리는 길고 좁은 계곡의 끝에 자리 잡고 있다. 데르나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댐 2개가 무너지며 데르나 지역이 완전히 침수되어 홍수 피해를 키웠다. 한 주민은 일부 계곡의 깊이가 최대 약 400m에 이른다며, 댐이 무너지자 물이 원자폭탄처럼 방출됐고, 다리 8개와 주거용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증언했다.[11]

리비아 국립 기상센터에 따르면 더 큰 문제는 기후 위기이다. 2023910일 베이다에서 24시간 강수량이 414.1를 기록했다. 베이다의 9월 평균 강수량이 15.24, 연평균 강수량조차 543.56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놀라운 기록이었다. AP는 사이클론 대니얼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지중해의 물에서 에너지를 끌어내 더욱 강해졌고, 그리스와 튀르키예, 불가리아를 거치면서 대형 폭풍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12] [13]

근본적인 문제는 시설 관리 소홀이었다. 무너진 댐 2곳은 각각 1973, 1977년에 건설됐다. 50년이 넘어 시설이 노후했지만, 2002년 이후 한 번도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튀르키예 기업이 리비아 정부와 댐 보수 계약을 맺었지만 2011년 내전이 터지면서 유야무야 됐다. 2021년 리비아 국영 감사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두 댐의 유지 보수 공사에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200만 달러 이상의 예산이 배정되었지만, 댐의 보수는 이뤄지지 않았다.[14]

댐 붕괴 이전에 재앙의 경고가 있었다. 리바아 오마르 알-무크타르 대학의 수문학자 압데와네스 아쇼르는 대홍수 한 해 전인 2022년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계절에 따른 와디의 반복적인 범람이 데르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 그 결과는 도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15]

이러한 시설 관리 소홀의 배경은 정치적 혼란이다. 2011'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카다피가 축출된 이후 리비아는 10년 넘게 정치 공백과 혼란을 겪고 있다. 리비아는 현재 유엔과 서방이 인정한 과도정부인 리비아 통합 정부(GNU)가 서부를,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이 동부를 나눠 통치한다.

댐이 위치해 피해가 컸던 데르나는 2014~2018년의 약 4년을 이슬람국가(IS) 지배를 거쳐 현재는 LNA 가 장악한 상태이다. 국제 위기그룹의 리비아 선임 분석가 클라우디아 가자니는 <뉴욕타임스>(NYT)"지난 10년 리비아는 전쟁과 정치적 위기를 차례로 겪으며 국가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16]

결국 리비아 대홍수 발생의 연원은 국제사회가 개입해 국민국가의 중앙 정부를 무력화한 것으로 소급된다. 장기적인 국가 재건과 정치적 안정화 계획이 없는 국제사회의 국민국가 개입은 그 국가에 소속된 국민에 위해를 가한 것으로 귀결했다. 리비아에서는 R2PR2P를 침해했다.

파키스탄의 대홍수

리비아 홍수 발생 한 해 전인 2022년 여름, 최악의 홍수가 파키스탄을 덮쳤다. 파키스탄 총리실은 대홍수 피해액을 300억 달러로 추산했다. 폭우로 인해 전례 없는 홍수가 발생하여 한때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했다.

20226월 중순 시작된 몬순으로 1719명이 사망하고 33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200만 채의 가옥이 파손되거나 떠내려갔다. 매년 6월에서 9월까지 이어지는 몬순 우기로 인한 피해는 파키스탄에서 빈번히 발생했지만, 2022년의 상황은 특히 심각했다.[17]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홍수의 주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와 해수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 많은 증발이 발생하고,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할 수 있다. 공기 중 수분으로 몬순 강우량이 증가하고 강우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의 안야 카첸버거는 기후 변화로 인도아대륙의 여름 몬순기의 평균 강우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18]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파키스탄 국민은 스테로이드 몬순, 즉 심각한 수준의 비와 홍수의 무자비한 영향에 직면했다"고 말했다.[19]

파키스탄 홍수 피해 지역 Unocha

장기간 지속된 폭염으로 당시 파키스탄은 6~8월 강우량이 30년 평균보다 190% 더 많은 390.7를 기록했다.[20]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이 늘어난 데다, 빙하가 많은 나라인 파키스탄에서 기후 변화로 스카르두 지역 빙하가 녹으면서 인더스강으로 유입되는 물이 증가했다. 북쪽 지역에서는 빙하가 녹았고, 남쪽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며 두 물이 합쳐져 나라가 홍수에 잠겼다.[21]

기후정의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난 발생은 온실가스 배출에 상대적으로 책임이 덜한 가난한 나라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불공정은 중첩된다. 저개발국가들은 기후재난에 직면해 복구할 재원이 없는 반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나라들은 재난을 맞아도 재원이 있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은 "지구 온난화는 세계 전체의 위기이고 파키스탄은 대재앙의 현장이 되었다. 파키스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 전체의 1%도 차지하지 않는다. 세계의 탄소 발자국에 거의 기여하지 않은 국가의 피해에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2]

파키스탄의 참혹한 대홍수 현장을 둘러본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오늘은 파키스탄이지만, 내일은 당신의 나라일 수 있다"며 세계 각국에 도움을 요청했다.[23] 국제사회는 응답했고,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20229, 파키스탄 홍수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서를 발표했다.

파키스탄의 북쪽 끝 카라코람산맥과 히말라야산맥에서 남쪽 끝 아라비아해까지 국토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인더스강의 대홍수 이전(84)과 이후(822) 강 유역 모습 NASA

계획서는 식량안보 및 농업 분야 약 27000만 달러, 주거/비식량물자 분야 14500만 달러 등 총 816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담았다.[24] 202312월 기준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목표 금액의 71%58300만 달러를 모았다.[25] 또한 202310월 말까지 34개 우선 지역에서 홍수 대응 계획의 원래 목표였던 950만 명 중 83%790만 명에게 지원이 이루어졌다.[26]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파키스탄의 '손실과 피해(Lose and Damage, L&D)'에 지구촌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한 국제사회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300억 달러의 손실과 피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약속한 금액은 90억 달러이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

미얀마 내전

202121일 미얀마군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상적으로 선출된 정치 지도자들을 투옥하는 등 반대파를 탄압하며 미얀마 전역을 피로 물들였다. 유엔은 현재까지 수천 명이 사망하고, 26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 군부의 정권 장악 이후 빈곤율이 2024년 초에 32%를 넘어 2015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인구의 3분의 1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것으로 분류되었다. 전체 인구 약 5500만 명 중 1700만 명 이상이 빈곤에 처해 있다. 쿠데타 이후의 내전 상황은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육상 국경 무역과 국내 상품 이동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27]

미얀마에서는 군부에 의한 민간인 학살, 무차별적 폭력 사용,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인권 탄압 등이 보고되고 있어 R2P의 적용의 근거가 존재한다. 그러나 리비아와 달리 실제로 R2P가 적용되지 않았다. 미얀마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는 주로 경제 제재와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수준에 국한하며 군사적 개입이나 물리적인 보호 조치는 꺼리는 상태이다.[28]

중국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을 막았다.[29] 현재 심각한 미중 갈등 구도 속에 미얀마 사태에 대한 강대국들의 타산이 엇갈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두 번째 R2P 적용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역할과 책임

살펴보았듯 리비아에서 R2P를 명분으로 적극적인 군사개입이 이루어졌지만, '보호'는 실현되지 않았고 장기적인 피해의 확대를 불러왔다. 반면 미얀마에서는 R2P 적용이 필요해 보였으나, 국제정치의 역학으로 군사독재정권의 민간인 학살 등이 방치되고 있다.

파키스탄 대홍수에 대해서는 기후 위기라는 특수한 국면에서 국제사회의 'R2P' 개입이 이루어져 주목 받았다. 파키스탄에 이루어진 국제사회의 지원을 기존 개념의 R2P로 보기는 힘들다. 특정 국가의 인종청소 등과 같은 범죄가 아니라 국제사회에 의한 특정 국가의 피해에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관점의 변형된 R2P는 해당 국민국가의 협조를 받을 수 있어 리비아에 적용한 R2P와 달리 논란이 적다.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국제정치 전공 우정무 교수는 "인간안보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부분이니까 직접적으로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면서도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라는 물음에 답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R2PR2P를 훼손한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을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저개발 국민국가의 R2P를 돕는 국제사회의 적극적 노력과 개입은 권장할 만하다. 자국의 이익과 국제정치 동학에 입각한 왜곡된 R2P가 아니라 인류애에 입각한 보다 포괄적인 R2P를 고민할 시점이다.

오마이뉴스 안치용(carminedraco) 글김세은(kiwoki08) 이주현(wngus4656) 이윤진(jinnylove)

 

아시아 첫 기후위기 헌법소원 결정 29일 나온다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소송 두번째 공개 변론이 열린 지난 521일 오후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구인 진술자 3인 중 한명인 한제아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이 최후 진술문과 함께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는 꽃말의 마리골드 종이꽃을 손에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의 부족한 기후변화 대응으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청소년과 시민단체 등이 낸 기후위기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29일 나온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기후 소송과 관련한 아시아 최초의 판단이다.

2020319명의 청소년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유사 헌법소원 3건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헌재는 4건의 기후위기 헌법소원을 병합 심리해왔다. 탄소중립기본법과 그 시행령이 규정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이라는 목표가 불충분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쟁점이다.

앞서 지난 423일과 521일엔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변론에서 청구인 쪽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계획이 불충분해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커지게 됐다. 기후위기를 미래세대가 해결하라는 건 공평하지 않아 헌법상 평등 원칙이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쪽은 무리한 감축 목표는 도리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비슷한 재판을 했던 독일은 이산화탄소 감축 부담을 현재와 미래세대에 균형 있게 분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독일연방기후보호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장현은 기자 mix@hani.co.kr

 

후쿠시마 핵폐수투기 보도에 대한 팩트체크

방류 1년 동안 집요하게 '괴담' 유포해온 언론들

ALPS처리하면 안전? 삼중수소보다 위험한 핵종들

오늘로 만 1년이다. ‘ALPS 처리수라고 이름지은 핵폐수를 일본정부(도쿄전력)는 일곱 차례에 걸쳐 54734톤을 바다에 투기했다. 향후 30년간 버리겠다고 한다. 최근 이상한 방향으로 괴담을 유포하는 괴상한 언론과 정치인이 있다. 팩트 체크를 해보자.

1. [ALPS처리수가 위험한 이유] 정상적인 가동 원전에서 배출되는 폐수와 후쿠시마 ALPS처리수는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멜트다운(노심용융), 핵연료가 녹아내린 사고이므로 알프스(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아무리 정화 처리를 해도 그 폐수에 다른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다. 세슘137, 세슘135, 스트론튬90, 요오드131, 요오드129 12개의 핵종은 제거되지 않았다.

ALPS가 처리할 수 없는 핵종 중 11개는 정상가동원자로의 폐수에 포함되지 않은 핵종이다. 64개 핵종 중 삼중수소와 C(탄소)14는 아무리 ALPS처리를 해도 구조적으로 걸러지지 않는다. 3호기의 일부연료인 치명적인 플루토늄도 마찬가지다.

2. [삼중수소 외의 핵종의 위험성]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 외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 수천 년에 걸쳐 환경 속에 존재하며 탄소는 모든 생물에 편입되므로 장기적으로 인간도 세포DNA가 손상된다. 삼중수소보다 32배나 유해하다. WHO의 해양과학자인 켄 부셀러 박사는 탄소14의 경우 삼중수소에 비해 생물농축지수가 5만 배, 코발트60은 삼중수소보다 퇴적토에 30만 배 더 잘 결합한다고 지적한다.

3. [삼중수소의 위험성] 일본정부가 인정하는 삼중수소만 따져도 문제가 많다. 삼중수소 농도가 73Bq(베크렐)인 후쿠시마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 일본 배출기준 6Bq보다 40분의 1 수준으로 낮은 1500Bq로 줄여 방류한다는 것이다. 음용수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740Bq, 유럽이 100Bq, 미 캘리포니아주는 15Bq이다. 기준조차 제멋대로다.

ALPS처리수를 측정한 결과 전체 시료의 34%가 기준치 이하이고 나머지 66%가 기준치 이상인데, 기준치의 1~5배가 31%, 5~10배가 17%, 10~100배가 13%, 100~19,909배가 5%로 드러났다. 식품 방사선 기준치가 100Bq(베크렐)/kg이더라도 어른과 아이는 피해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영유아의 경우 4~8Bq를 넘어서는 안 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제6차 일본 후쿠시마 해양투기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17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6차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2024.5.20. 연합뉴스

4. [신뢰할 수 없는 도쿄전력 데이터] 도쿄전력은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 핵종만 검사해 발표했고 그것도 저장탱크의 4분의 1에서만 측정했다. 미국 페렝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9개의 방사성 핵종은 핵폐수투기의 안전성을 입증할 대표성이나 인과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5. [오염된 생선의 실태] 희석해서 버린다고는 해도, 버리는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IAEA도 정상적인 작업에서 발생하는 희석 외에 의도적으로 물질을 희석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희석하는 것은 일본정부의 쇼나 다름없다. 바다는 하나다. 식물성플랑크톤이 방사능에 오염된 후 먹이사슬에 의해 점차 큰 생선으로 방사능이 축적되고 결국에는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온다. 체내 피폭은 대기중 피폭보다 인체에 큰 위협이 된다. 어릴수록 더 치명적이다.

삼중수소만 따져도, 영국 셀라필드핵연료재처리공장이 있는 브리스톨해협에서, 바닷물이 자연상태에서 5~50Bq/L인 데 비해 넙치 4000~5Bq/, 홍합 2000~4Bq/의 농축이 인정되었다. 이들 어종 농축률 평균치의 각 3000배와 2300배였다. 작년 5월 후쿠시마원전 항구 내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18000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이는 자연 상태의 삼중수소수(HTO)와 내부피폭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의 피해 차이를 보여준다.

이 데이터를 놓고 유추해보면 먹이사슬에 의해, 상위어종의 방사능은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바닷물을 직접 마시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염된 생선을 먹는다. 핵폐수로 오염된 바닷물은 농도가 아무리 낮은들 결국에는 위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 [해양투기하지 않고도 대안이 있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 100년이 지나면 독성이 1000분의 1로 완전히 사라진다. 기존 1000탱크 증설이나 10t 대형탱크 신설을 통해 20년 더 보관하면 삼중수소의 80%가 사라진다는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 켄 부셀러 박사의 제안도 있다. 땅은 얼마든지 있다. 핵폐수를 시멘트와 섞어 몰타르화해 건설현장에 활용하는 방법도 전문가들이 권고하고 있다.

7. [일본의 여론도 투기를 반대한다] 202011~12, 아사히신문이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는 55%가 방류에 반대했다. 100개 해양학 연구소가 모인 전미해양연구소협회(NAML) 그리고 노벨평화상(1985) 수상단체인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의 (IPPNW)는 핵 폐수 투기의 반대를 분명히했다.

8. [일본정부의 자기모순] 일본 정부는 과거 러시아 핵잠수함에서 방류하려는 폐기물을 극렬히 반대하여 런던협약(1996)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젠 일본정부가 저지르고 있다.

9. [일본정부가 강행하는 이유] 비용을 핑계로 해양투기를 강행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강한 의심을 사고 있다. 2024년 이후 가동목표인 롯카쇼무라 핵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800t 처리한다. 매년 약 9700Bq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1000Bq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되며 매년 약 50Bq의 탄소14500Bq의 요오드129를 방출한다. 즉 후쿠시마 핵폐수의 10배의 양을 매년 바다로 방출하는 것이다. 롯카쇼무라에서 다핵종 오염수의 해양투기를 하지 못한다면 일본 원자력정책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런 의도를 가진 일본정부가, 장차 발생할 대량의 해양투기에 대한 전례를 미리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본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의 지적이다.

10. [미국연방정부의 월권] 작년 여름 미국의 매사추세츠주와 뉴욕주는 훨씬 적은 수준의 핵폐수조차 극력 저지하였다. 주정부들의 판단이 옳은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연방정부는 IAEA를 앞세워 일본정부의 핵폐수투기를 용인하고 있다. (IAEA담당자가 일본정부로부터 100만유로의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다) 이는 미국이 일본을 핵기지국가로 삼으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식자들은 진단한다. 미중대립국면에서 종래의 핵우산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일본이 언제라도 핵무장이 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지켜온 핵우산정책을 미국이 변경하는 셈이다. 미국민과 미국의회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심각하고도 중대한 주제이다. 이에 대한 공론적인 논의가 없이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전개되는 것은 미국연방정부의 월권이다. 지구촌 모두로부터 규탄받아 마땅하다.

부화뇌동하는 한국정부는 더욱 문제다. 국가의 명운과 관련되는 이런 문제는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위헌이다. 자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일본수산물 수입금지를 관철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원래 버리면 안 되는 독극물이다. 그런 나쁜 행위를 저질러놓고도 잘못한 게 무어냐고 반문하는 것은 조폭이나 다름없다. 그런 행태가 용인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핵폐수 투기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이원영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 운영위원 시민언론민들레

케이블카 접고 이기대 아파트 개발심의 부실여론에 포기

2년 전 케이블카 사업 무산 후

아이에스동서, 아파트 건설 추진

부지 매입 완료·행정 절차 순항

시민단체·정치권서 문제 제기

절경 이기대 보존 공감 목소리

아이에스동서()가 남구 용호동 이기대 턱밑에 건립을 추진한 아파트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이 자랑하는 천혜 환경 이기대 경관 훼손 우려를 낳아 온 아파트 건설 계획을 아이에스동서()가 전격 철회(부산일보 827일 자 1면 보도)한 가운데 개발 추진부터 철회까지 일련의 과정에 관해 관심이 모인다. 1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추진된 이기대 고층 아파트 개발 사업을 되짚어 보면서 공공재 사유화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이기대 입구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26일 전격적으로 용호동 973 일원 공동주택 사업 사업계획승인 신청 취하서를 부산 남구청에 제출했다. 공식적으로 이기대 턱밑에 31층 등 3개 동 짜리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취하에는 별도 절차가 필요 없어 취하서 제출만으로 아파트 건립은 곧바로 철회됐다.

아이에스동서가 이기대 입구 부지에 고층 아파트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이기대~동백섬을 잇는 해상 케이블카 사업이 무산된 이후다. 앞서 아이에스동서는 자회사 ()부산불루코스트를 통해 2021년 이기대와 동백섬을 잇는 해상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했다. 강한 추진 의사를 갖고 전방위로 뛰던 아이에스동서는 환경 훼손 논란과 낮은 사업성 등에 부딪히자 2022년 말 눈물을 머금고 결국 해상 케이블카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해상 케이블카 사업이 무산된 이후 아이에스동서는 해당 부지에 아파트를 짓기로 방침을 세웠다. 용호동 973 일원은 애초 주차장 부지였으나 아파트 개발 부지로 변모했다. 천혜 환경 이기대와 바다를 끼고 있고 광안대교를 가장 광안대교답게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해당 부지의 아파트 개발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이웃한 용호동 더블유(W) 개발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점도 아파트 개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202212월 아이에스동서는 용호동 973 부지를 소유한 ()엠엘씨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개발에 필요한 부지를 매입하거나 행정 절차를 밟을 대리인을 구한 셈이다. 이후 엠엘씨는 지난해 5월과 9월에 걸쳐, 용호동 973 일대에 수백억 원대 규모 부지 매입에도 착수했다.

부지 매입이 마무리되자 아이에스동서는 아파트 개발 절차에도 들어갔다. 행정 절차는 별다른 제지 없이 진행됐다. 남구청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가 부산 남구청에 용호동 973 일원 공동주택 사업에 대해 심의를 신청한 시기는 지난해 1030일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월 열린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에서는 조건부 허가도 받아냈다. 뒤이어 지난 5, 건축 인허가 절차 마무리 단계에 해당하는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해당 지자체인 남구청에 냈다.

지역 사회에 이런 사정이 점차 알려지면서 이기대 보존 목소리가 강하게 일었고 인근에 진행 중인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 이기대 문화예술공원 사업 등 공공 사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특히 행정기관 심의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 등이 부산일보를 통해 시민에 알려지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부산시청, 남구청 앞으로 몰려가 이기대 개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부산시의회 서지연(비례) 의원은 시정 질문 등을 통해서 고층 아파트 허가를 내준 행정 절차의 미흡한 점을 짚었다.

지역 사회 반대 여론에 부담감이 커진 아이에스동서는 결국 시민 반응과 언론의 지적 내용, 지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업을 철회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기후행진이 강남대로에서 열리는 건 이것때문

972만명 행진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기후정의행진 선포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9일 아시아권 최초의 기후소송판결이 예고된 가운데 다음주 주말 서울 강남 일대에서 500여개 시민단체, 2만여명이 참여하는 기후행진이 열린다 ‘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는 27일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다음달 7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907기후정의행진에는 환경·노동·빈곤·여성·청년 등 500여개 다양한 시민사회운동단체와 2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한다(조직위 추산).

조직위는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발산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삼성전자와 지에스칼텍스, 포스코, 구글코리아 등이 모여 있는 강남대로 일대를 행진 장소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강남역 사거리에서 여는 본 집회 뒤 삼성역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정록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무한한 이윤 축적을 위해 자연과 인간을 수탈하는 자본주의 성장체제가 만들어낸 사회적 재난이라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이 사회·경제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도, 대응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효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장은 뜨거운 열을 뿜는 컨베이어벨트 앞은 체감온도가 35도에 이르지만 쿠팡은 법을 준수한다며 30분의 휴게시간만 제공한다. 벨트 앞 소분 노동자들은 작업 시간 내내 화장실도 가지 않고 물을 가지러 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지하 주거뿐 아니라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등에서 발생하는 화재와 폭염, 혹한 등의 재난으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연경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현재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의 98%가 민간에서, 또 해양 풍력발전단지 대부분은 외국자본이 투자하고 있다. 발전공기업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에너지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선고가 이뤄질 기후소송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다. 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승소하게 되면 기후문제를 인권의 문제로서 볼 수 있다는 인정과 근거를 얻게 되는 것이라며 환영 메시지와 함께 소송 제기 이유를 설명하는 등 해당 내용을 반영해 97일 행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기후정책 적중률’ 1500 분의 63당근과 채찍조합이 관건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시행된 1500여개의 기후 정책중 유의미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정책은 63개에 불과했으며, 단일한 정책을 많이시행하기보단 여러 정책을 조합해 시행하는 것이 성공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를 비롯한 국제연구팀은 22(현지시각) 지난 19982022년까지 25년 동안 6개 대륙 41개 국가의 기후정책 1500여개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평가한 결과 이중 63개의 정책만이 유의미한 탄소 감축을 이뤄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63개 정책은 평균적으로 배출량을 약 19% 감축했으며, 모두 합쳐 600018000만톤을 감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 단일한 기후 정책을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 정책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단 점을 밝혔다. 예를 들어, 영국은 전력부문에서 탄소 최저가격제를 도입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및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지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배출량을 최대 50%까지 줄였다. 노르웨이의 운송부문에선 내연기관 자동차를 금지하는 정책이 전기차를 더 저렴하게 만드는 가격 인센티브와 결합될 때 가장 효과적이었다.

조나스 메클링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와 같은 공공 지출은 당근', 발전소 배출 규제와 같은 접근 방식은 채찍'에 비유할 수 있다영국과 노르웨이의 사례처럼 이러한 당근과 채찍'의 조합은 종종 효과적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기후 경제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니콜라스 코흐는 국가들이 서로로부터 배울 수 있다“2030년까지 현재 추세상 온실가스 배출량과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사이의 격차를 최대 41%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63개 성공사례 중 배출량 감축효과가 가장 큰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건물부문 정책이었다. 20072013년까지 규제와 보조금 등 정책 3개를 결합한 조치로 배출량을 약 54% 줄였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기후재난의 원인은 이상기후가 아니다

기후 헌법소원 연속기고 기후위기와 주거권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지난 6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쿨링포그가 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그 시행령으로 규정했다. 한데 당장 기후재난에 직면한 이들과 미래세대에게, 이 목표가 충분할까. 헌법재판소에선 정부의 목표가 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소원심판이 진행 중으로, 헌재는 오는 29일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2019년 네덜란드, 2020년 독일에서 정부의 목표가 불충분하다는 판결이 있었다. 지난 4월엔 유럽인권재판소가 스위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인권 침해로 보기도 했다. 우리나라 헌재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자 기상청에서 처음으로 폭염백서를 발간한다고 한다. 백서에는 폭염 발생의 원인과 구조,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담겠다고 하지만, 원인이자 결과로 나타나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구조를 담아낼 수 있을까?

여전히 재난은 불평등을 따라 흐른다.”

이달 초 반지하 폭우참사 2주기를 맞아 추모하는 자리에 모인 시민들이 외친 말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여전히 사회의 불평등한 조건에 따라 아래로부터 차올라 약한 곳부터 덮치는 현실을, 우리는 여전히 목도하고 있다. 반지하 참사 2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동자동 쪽방 주민은 뚫린 천장으로 물이 새, 방바닥에 고랑까지 파서 살다가 더는 견디지 못해 살던 곳을 떠났다고 했다. 비가 오면 물이 새고, 폭염에는 실외보다 뜨거우며, 겨울에는 고드름이 맺히고 얼음으로 뒤덮이는 열악한 주거가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원인이라는 증언이었다.

빌딩 에어컨 실외기는 쪽방촌을 달구고

기후위기에 대해 한 쪽방 주민은 지구를 망친 건, 에어컨 빵빵 틀고 큰 차 타고 다닌 사람들인데, 왜 피해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놓을 공간도 없는 우리 주민들이 당해야 하냐?”라고 되물었다. 도심 내 위치한 쪽방촌은 고층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는데, 기온이 오를수록 빌딩에서 뿜어내는 에어컨 실외기 열기가 쪽방촌을 열섬으로 뒤덮어 달군다. 단열에 취약한 구조와 빌딩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여름철 쪽방촌 지붕의 표면 온도는 아파트 외벽온도의 2배가 넘기도 한다. 주거 불평등이 낳은 취약 거처인 쪽방의 주민은 기후 불평등을 대면하면서 이중의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해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며 3년 전 정부가 발표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단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바라는 소유주들이 공공주택 반대와 민간개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투기적 외지 소유주들이지만, 정부는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라며 미적대고 있다.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을 가꾸며 살아온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보다 소유권자의 재산권 수호를 우선시하는 개발 논리하에서, ‘주민이라는 존재도 역전되고 있다.

이 체제에 언제까지 순응해야 할까

참사까지 빚은 관악구와 동작구가 침수위험지구'에서 여전히 빠져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되면 집값 떨어진다'라는 건물주들의 반발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반지하에 살고있는 주민들의 안전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반지하를 없애겠다고까지 했던 2년 전 서울시의 호기롭던 기세도 집값 수호라는 주문에는 맥을 못추고 있다. 오히려 반지하 밀집 지역에 대한 재개발 추진에 가점을 부여하고 각종 규제 완화를 더해 빠른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가난한 이들의 피해를, 가진자들의 이윤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역전시키는 것이다.

묻고 싶다. 집값 때문에 세입자의 위험이 그대로 방치되는, 이윤 앞에서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는 이 불평등한 사회를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가난한 이들의 불행을 기회로 삼아 기후위기를 부추기고 집으로 돈 벌게 해주겠다는 개발을 밀어붙이는 저들에게 언제까지 밀려나야 할까? 기후위기와 주거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이 체제를 우리가 언제까지 순응해야 할까?

이 불평등한 체제에 더는 순응할 수 없다는 선언으로, 기후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기후 헌법소원은 기후 불평등이라는 재난에 직면한 이들의 구조 요청이자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요구하는 시민들의 외침이다. 더는 이 절박한 구조 요청이 이윤의 논리로 밀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어떤전기를 어떻게생산할 것인가

전남 영암군 영암읍·금정면 경계인 활성산 정상에 들어선 풍력발전단지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엔이 지정한 많은 기념일이 있다. 126일은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이다. 이날은 세계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창립일이기도 한데, 올해 초 첫 번째 기념일을 맞이했다. 국제사회는 작년 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서약에도 힘이 실릴 것을 기대했다. 이 서약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2030년까지 3(11000GW) 늘린다는 내용으로 한국도 이 서약에 동참했다.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에 즈음해서 국제에너지기구(IEA)‘2023 재생에너지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제치고 최대 전력 생산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각각 2025년과 2026년이 되면 원자력 발전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았다.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 전력 생산의 핵심이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고, 그 확대 속도가 다른 전력원을 월등히 앞서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 531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이 발표되었고, 710일 전략환경영향평가안이 공고되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발전 비중은 석탄이 17.4%, LNG25.1%, 원전이 31.8%에 달한다. 그에 반해 재생에너지는 18.7% (신에너지를 포함할 경우 21.6%)에 불과하다. 화석연료와 원전에 비해 재생에너지 비중은 턱없이 낮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는 30.2%였다. 이조차도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는 10차 전기본에서 이 목표를 21.6%로 대폭 낮췄다. 이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지자, 2023년 제1차 국가탄소중립기본계획은 ‘21.6%+@’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21.6%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는 원전을 무탄소 전원으로 포장하면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의 만능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한국의 이런 재생에너지 목표 후퇴를 지적하며, 에너지전환에 있어서 원전 역할을 확대하려는 한국 정부의 결정이 그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은 2025~2026년이 되면 풍력과 태양광이 원전 발전량을 넘어서리라는 국제에너지기구의 전망과 세계적 추세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또한, 11차 전기본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72GW로 확대해서 COP28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3배 확대약속의 의미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11000GW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것이다. 전 세계 발전설비 용량 가운데 한국의 비중이 1.7%인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187GW까지 늘려야 한다. 11차 전기본의 계획은 절반도 안 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것을 기준으로 3배라는 수치를 겨우 맞춘 것은 국제사회에 내놓기 부끄러운 목표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간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어떤 방식으로든 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공급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방식이다. 기후위기라는 막중한 위기 앞에서 어떤전기를 만들지를 물어야 한다. 원전을 고집하면서 시간과 역량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이미 국제사회의 대세가 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질문해야 할 게 있다. ‘어떻게’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려갈 것인지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중 공기업의 비중은 9.4%에 불과하다. 또한 20238월 기준, 발전사업을 허가받은 해상풍력 단지 가운데 92.8%가 국외 자본이나 대기업의 소유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석탄발전소 비중이 낮아짐에 따라 전력 생산에서 발전공기업의 역할은 사라지고, 대부분의 발전시설은 민간이 소유 운영하게 된다. 시민의 필수적 사회서비스인 에너지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커진다.

더군다나 2036년까지 전국의 석탄발전소 중 28기가 폐쇄될 예정이고 8000여 명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발전공기업이 재생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적극 전환함으로써 석탄 발전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재생에너지 일자리로 옮겨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노동자의 삶모두를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해진다. ‘어떤전기를 어떻게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 올바를 답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 정책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립해야 마땅하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가덕신공항 예산 9640글로벌 허브도시 탄력

부산 내년 국비 역대 최대 규모

올해 92300억보다 증액 확보

미래 성장 동력 사업 추진 속도

경남은 9·울산 2조여 원 반영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범시민추진협의회 출범식이 27일 부산시청에서 열렸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과 글로벌 허브도시 기반 조성 등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핵심 현안 사업 국비를 대거 확보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3.2% 늘어나는데 그쳐 윤석열 정부의 고강도 긴축 재정기조가 이어지게 됐다.

시는 향후 국회 예산 심의 과정 등을 거쳐 국비 확정액이 다소간 조정될 여지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예산액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인 92300억 원의 국비를 따낸 올해보다 증액된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재정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악조건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부산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2025년 정부 예산안에 시가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 예산들이 대거 포함됐다. 우선 가덕신공항의 2029년 말 개항을 위한 부지 조성, 접근 철도·도로 공사, 보상비를 합쳐 9640억 원이 반영됐다.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을 위한 국토부의 공사업체 선정 작업이 최근 세 차례나 유찰되면서 적기 개항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부산시 요구안대로 공항 사업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개항 지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만성적인 서부산권 교통난을 해소하면서 부산과 경남을 잇는 핵심 교통망이 될 대저대교(172억 원)와 엄궁대교(138억 원), 장낙대교(30억 원) 건설 예산도 확보했다. 이들 교량 건설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게 돼 낙동강 철새 도래지 훼손 논란으로 다소 늦어진 건설 일정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교통·물류와 금융·창업, 디지털·신산업, 문화·관광 분야 등 대다수 부산 현안 사업 예산들도 이번에 확보돼 글로벌 허브도시 기반 조성에 탄력이 붙게 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가 추진하는 역점 사업들이 정부 예산안에 대거 반영돼 내년에도 부산 곳곳에 혁신의 파동이 퍼져나갈 수 있게 됐다국비 확보 최종 관문인 국회 예산 심사가 남아 있는 만큼, 전열을 재정비해 내년에 꼭 필요한 예산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빠짐없이 확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3.2%(208000억 원) 증가한 6774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총지출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때 연평균 8.6%에 달했는데 이보다 크게 못 미친 수준이다. 정부는 긴축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내년 예산엔 영세 소상공인 배달·택배비 연 30만원 지원 병장 월급 205만 원 육아휴직 급여 월 최대 250만 원 노인일자리 110만 개 공급 필수지역의료 확충 2조 원 연구개발(RD) 297000억 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예산안을 9월 초 국회에 제출한다. 이후 국회에서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최종 예산은 오는 12월 확정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미국 보스턴에 120년 전 한반도에서 간 나무가 살고 있다

지난 학기에 하버드대 학부 1학년생 수업에서 나무를 택해 관찰해 보라고 했습니다. 학생 중 한국계 미국인 학생이 있었는데 하버드대 부속 아놀드 수목원에 있는 은행나무를 선택했고 매주 관찰하다 그 나무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1902년 누군가 한국에서 보내온 씨앗을 심은 뒤 자란 은행나무였죠. 어느 주말 가족방문의 날 학생이 할머니에게 그 나무를 소개하자 할머니는 한국에 살던 어린 소녀 시절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한국에선 가을에 황금빛 은행잎을 주워 모으는 전통이 있었다고요. 학생은 한국에서의 할머니의 삶 일부를 여기 미국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윌리엄 네드 프리드먼 미국 아놀드수목원장과의 인터뷰 )

미국 보스톤 아놀드수목원의 어니스트 헨리 윌슨은 1917~1919년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을 방문해 식물 재료와 씨앗, 표본을 가져갔다. 이 때 심은 식물들과 후손들이 아놀드수목원에서 잘 자라서 보스톤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윌슨 원정대가 식물채집을 하며 찍은 사진들 역시 한국의 당대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소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위쪽은 울릉도 지역, 아래쪽은 북한 평안북도 지역의 사진. 아놀드수목원 홈페이지 캡처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에 위치한 아놀드수목원은 한반도 식물과 120년이 넘는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1905년 첫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아놀드수목원은 한국의 다양한 식물을 수집하고 연구해왔다. 씨앗, 가지와 뿌리, 표본 등의 형태로 미국에 간 한반도 식물들은 이 수목원에 뿌리를 내리고 후손을 퍼뜨렸다.

아시아 목본식물 중 3분의 1이 북미에 조상

북미 지역 목본식물 3분의 2조상이 아시아에

기후위기 앞 세계 식물원 협력해야할 이유

아놀드수목원은 한국 수목원들과 함께 동서양 식물의 진화적 연관성을 밝히고 문화적 교류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네드 프리드먼 원장은 25(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동부의 나무들은 동아시아에 많은 근연종을 갖고 있는데 이는 1858년 찰스 다윈과 하버드의 식물학자인 아사 그레이가 밝힌 사실이라면서 아시아의 목본식물 중 약 3분의 1이 북미에 조상을 두고 있고, 북미 식물의 약 3분의 2가 아시아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6000만년 동안의 식물 이동패턴을 규명하려면 근연종 대표종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보스턴에 120년 전 한반도에서 간 나무가 살고 있다 [대한식물 길이 보전하세]

아놀드수목원이 아시아 지역 식물에 오랜 관심을 둔 건 이 지역의 종 다양성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여러 차례 식물 채집을 해 온 아놀드수목원 연구진은 1905년 한국에 첫 방문을 한데 이어 1917~1919년 본격적인 한국 탐사를 진행했다. 어니스트 헨리 윌슨이 이끈 윌슨 원정대는 울릉도, 지리산, 금강산 등 한반도 전역의 식물을 채집했다. 1980년대에도 식물 채집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아놀드수목원 식물 4100여종 중 135종이 한국산이다.

아놀드수목원이 보유한 한국 식물 중 특별한 관심을 받는 것들이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인 섬개야광나무(Cotoneaster wilsonii)가 그 중 하나다. 이 식물의 학명에 포함된 ‘wilsonii’Ernest Henry Wilson의 이름을 딴 것이다.

다른 식물로 섬백리향(Thymus quinquecostatus var. Magnus (Nakai) Kitam)도 있다. 섬백리향은 1917년쯤 Wilson이 울릉도에서 채집했다. 섬백리향은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내륙 지역엔 지리산을 포함한 남부 산악 지역에서 백리향이 발견되는데 섬백리향과는 다른 식물이다. 식물 분포의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식물로 꼽힌다.

한국과 아놀드수목원의 식물 교류 역사는 최근에도 활발하다. 아놀드수목원은 미국 출신으로 한국인으로 귀화한 민병갈 박사가 설립한 국내 최초 민간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과 종자 교류 등을 해왔고, 국립수목원과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네드 프리드먼 원장은 지난 5월 방한해 국립수목원을 방문했는데 이 때 지구적 차원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복원, 공동조사 교육, 과학 목적의 연구 및 연수를 위한 교류 교육, 보전, 연구 목적의 식물재료 공유 협력을 약속했었다.

네드 프리드먼 원장은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한미 간 협력이 더 원활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후변화 대응, 멸종위기종 보존, 도시녹화 및 생태복원 등의 과제를 앞에 두고 전 세계 식물원·수목원 간 협력이 긴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들이지만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한다면 즐거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오래 전 미국으로 건너가 꿋꿋한 생명력을 입증해 낸 아놀드수목원의 식물들이 협력의 매개가 될 예정이다.

서울신문 보스턴 김성은·서울 홍희경 기자

동해안 수온 상승으로 울릉도가 이렇게 변했다

[지구를 위한 플랜 A] 기후위기 헌법소원, 정의로운 결정을 바라며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현재 4건의 기후 소송(헌법소원)을 병합해 심리 중이다. 주요 쟁점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도록 한 탄소중립 기본법 81항과 그 시행령 31, 감축 목표량의 상당 부분을 윤석열 정부 이후로 미룬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위헌인지 여부"를 가리는 판결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저에게 '기후위기'는 오징어와 오징어잡이 배인 것 같습니다.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가족 중 일부가 울릉도에 거주하는 까닭입니다. 울릉도는 저의 유년기 집과 같은 공간이었고, 집이라는 공간은 때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첫 번째 통로가 되는 법입니다.

오래전, 울릉도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면 수평선 너머 가득 반짝이는 불빛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검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오징어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오징어를 그물로 잡는 일로 많은 울릉도 주민이 생계를 유지합니다. 따라서 오징어는 울릉도의 '특산물'이라는 의미를 넘어 누군가의 집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울릉도 밤바다를 바라보아도 수평선 너머 반짝이는 불빛을 잘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울릉도에서 오징어를 잡기 위해 배를 타는 주민들도 이제는 손에 꼽힙니다. 왜일까요? 모두 기후위기 탓입니다.

울릉도에서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울릉도의 모습

동해안의 수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마 재판장님도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바다 표면의 온도가 25도 이상인 고수온 관측일이 지난 60년간 30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5년 만에 동해안의 오징어는 93%가량 줄었습니다(20241분기 기준). 전통적인 방식의 조업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울릉도 주민들의 선박으로는 이제 오징어를 잡을 수 없습니다. 울릉도에서 평생 나고 자란 제 삼촌은 이 모든 일에 대해 "이젠 기름값도 벌지 못할 정도로 오징어 어획량이 줄었다"라고 평하더군요.

그렇다면 울릉도에서 오징어를 잡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저는 기후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사업에 미끄러져 들어가는 모습을 울릉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24년 울릉도에서는 공항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낸 후, 활주로를 만드는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울릉도에서 오징어를 잡던 주민 중 일부는 공항을 짓는 일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아시다시피, 항공 산업은 탄소 배출이 많은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입니다. 거기다 아직 울릉도 공항이 충분히 경제성이 있을지, 매년 몰려오는 기후재난, 또 울릉도에서 일상과도 같은 낙석으로부터 자유로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벌써 공항을 짓는 부지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존재합니다.

이것은 정의롭지 않은 일입니다. 동시에 지속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인류와 자연 모두에게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법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기후위기도, 정의로운 전환도, 집을 잃은 사람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것도, 울릉도라는 작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을 살피는 것도 뒷순위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이 모든 비극이 울릉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예측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시도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5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종 진술자 황인철 시민기후소송 청구인,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 김서경 청소년기후소송 청구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인류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합니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이 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최대한의 노력'의 정도를 판단해 볼 수 있겠지만,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주범인 탄소를 기준으로 그 노력을 판단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구는 유한하고, 지구 위 생물이 존속할 수 있는 온도와 그에 따른 탄소 배출의 한계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 중 탄소 배출의 한계치를 '탄소예산'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지향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 등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여 계산할 때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약 45억 톤의 탄소예산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41억 톤의 탄소를 배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이 달성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2031년부터 2050년까지 단 4억 톤의 탄소 배출만이 가능합니다. 이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미래로 탄소 감축의 짐을 넘겨버리는 무책임한 안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우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곧 다가올 기후 헌법소원입니다. 헌법소원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법은 문제가 된 탄소중립 기본계획의 근거법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최정점에 이른 시기인 2018년과 비교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40%라는 수치가 대단한 수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결과가 2030년까지 90%의 탄소예산을 소진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이는 우리의 존속을 위한 충분한 목표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을 바꾸기 위해서는 목표부터 재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헌법소원은 인류가 영원한 발전과 성장의 욕심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주어진 한계를 준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우리가 탄소예산이라는 한계를 고려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해 유보하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기후위기가 당면한 위기가 아니라는 막연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일 것입니다. 화석연료를 펑펑 쓰면서 영원히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나의 일상에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미래에 책임을 전가하여 편리하게 지금을 누릴 수 있다는 착각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이 사회 구성원들의 집을 빼앗고, 자연을 파괴하고, 결국 모든 존재들을 위태롭게 만든다는 진실을 인정할 때가 왔습니다. 하루하루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의 앞으로의 모든 선택은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결정할 결정타가 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정의로운 선택을 기다립니다

지난 4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등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재판장님께 다시 한번 여쭙고자 합니다. 재판장님은 '기후위기'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어쩌면 불타오르는 지구, 1.5, 녹아내리는 빙하와 집을 잃은 북극곰처럼 세간에 가장 잘 알려진 이미지들을 떠오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것은 아주 개인적인 이미지에 대한 것입니다. 재판장님의 삶에서 '기후위기'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이 기초적인 질문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면 정의로운 선택도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감각해야하는 것은 기후위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권리, 나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존속과 관련된 일이라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재판장님, 저는 20249월 대한민국이 늦게라도 정의로운 선택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정의로운 선택을 내릴 권한을 가진 일이 재판장님께 명예롭고, 아름다운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헌법 소원이 역사적인 일이 될 예정인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탄소 배출을 '가능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줄이는 것을 선언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모두가 사는 집이라면, 그 집을 가꾸고 보존하는 것도 모두의 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집을 지켜주세요. 재판장님의 정의로운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 오마이뉴스

 

살다 보면 올여름이 가장 선선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 죽고 나서 지구가 어떻게 되든 뭔 상관' 기후 위기 대하는 세 가지 인식 오류

계속 되는 폭염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로 지열에 의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4.8.16연합뉴스

우리는 폭염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매해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다.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온도로 '습구온도'가 등장한다. 습구온도는 습도까지 반영한 온도를 말한다. 인간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도와 함께 습도도 중요하다. 습구온도가 34도를 넘어서면 위험하다고 한다. 폭염과 폭우가 빈발하는 요즘 여름 날씨는 한계온도에 취약하다. 비가 와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날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여름은 원래 덥다. 유독 더운 해도 있고 조금 선선한 해도 있기 마련이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더위도 가신다. 모두 계절과 주기의 순환이니 유난 떨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평균기온 2도쯤 올라간다고 무슨 재앙까지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조금 덥고 불편할 수 있겠지만 문명이 파괴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좀 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후 이상 변화의 대중적 맹점은 원인과 결과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진리는 직관적이지 않다. 지구가 둥글다는 진리보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오류가 우리 직관에는 더 진실에 가깝다. 시각으로 80% 이상의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의 눈으로는 지구가 평평한 게 당연하다. 중력과 인력을 알지 못하고는 둥근 지구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과학의 노력으로 둥근 지구는 진리가 되었다. 직관적이지 않은 진리가 과학을 통해 오류를 밀어내고 본연의 자리를 차지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기후 이상 변화도 같은 길을 걸어왔다.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이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이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논리보다는 "기온은 긴 시간을 주기로 변동한다. 이는 자연의 섭리다"는 논리가 우리 직관에는 더 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과학은 '자연 서사' 오류를 제거했다. 과학자들의 지난한 검증과 수많은 데이터는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의 개입으로 기온이 급상승하고 있고 이는 현실적인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이다.

기후 이상 변화에 따른 지구 가열화는 더 이상 과학의 담론이 아니다.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담론이다. 과학은 진실을 밝혔지만 우리의 직관은 위기의 시계를 멈추고 되돌리는 활동에 여전히 장애가 되고 있다. '기후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직관을 넘어서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막대한 수익을 내는 화석연료 기반 공장들과 석유, 정유회사들은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 세 가지 접근 오류

끝날 줄 모르는 폭염이 지속되는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햇볕이 쏟아지고 있다.

실천의 의미로 화석연료 기반 산업의 이데올로기가 되는 세 가지 접근 오류를 살펴보자.

첫째, "당장 경제 발전을 중단할 수 없고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아직 있으니 차근차근 준비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2024년 올해 이미 기온상승 제한 목표 1.5도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은 수천 년에 달한다. 지금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춘다 해도 대기는 좀처럼 식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구 가열화 시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움직일 때는 지금이다.

둘째, "원인과 결과 그리고 상황도 알겠다. 그렇다면 인간이 어찌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최악을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는 패배주의다. 기후위기의 폐해는 사회구조적으로 약자에게 집중된다. 사실상 '기후 불평등'을 현실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살아남을 자와 죽을 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존재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

셋째, "어차피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나마 지구가 건재할 테고 내가 죽은 다음의 일은 관여할 바가 아니다"는 이기주의다. 일단 신과 사후세계를 신봉하는 사람은 논외로 하자. 원자 덩어리인 인간은 죽으면 다시 원자로 돌아간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실존적 의미는 후손에게 남겨지는 기억이다. 그 후손들이 더 이상 지구에 없다면 내가 살아온 시간은 무의미한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지구 가열화가 가져온 폭염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더위는 지구를 향해 날아든 소행성처럼 어쩌다 생긴 것이 아니다. 만들어졌고 계획된 것이다. 지구에는 인간만이 사는 게 아니다. 다양한 생물들과 같이 살고 있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혹독한 더위의 짐을 인간만이 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생물들도 나름 그 짐을 견디고 있다. 살다 보면 올여름이 가장 선선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김용만(freundkim)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https://www.planet03.com/) 편집인

 

'폭염 노동' 줄이면 노동자도, 지구도 산다

폭염과 노동시간, 전력수요 증가의 악순환

불볕더위의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고 있는 20일 정오 무렵 서울 송파구 잠실네거리의 전광판에 현재 기온과 습도가 표시돼 있다. 올여름 더위는 8월 하순에 접어들었지만, 서울 지역에 사상 처음으로 '한 달 연속 열대야'를 기록할 만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2122일 비가 오면서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가지만, 23일부터 다시 상승해 폭염과 열대야가 월말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했다. 연합뉴스

8월 하순인데도 무더위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낮 기온이 사람의 체온을 넘어서고 서울은 37일 동안 열대야가 계속돼 118년 기상 관측 이래 최다 열대야 신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9월까지도 폭염과 열대야는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을 만드는 티베트고기압이 다시 확장하는 가운데, 뜨거운 바다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까지 한반도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자는 3000명을 넘어섰고, 28명은 사망했다.

폭염에도 야외에서 일하다 숨지는 노동자들

특히 야외 작업 노동자들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에 그대로 노출된다. 한 해 평균 1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지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폭염에 야외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43명에 달한다. 건설 현장은 폭염에 더 취약하다. 달궈진 시멘트와 철근 사이에서 일하다 보면 온열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올해 들어서도 건설 현장에서만 온열질환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했다.

조선소도 다른 작업장보다 더위에 취약하다. 땡볕에 달궈진 철판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판 위에서 용접 작업을 진행할 때는 체감온도가 40를 넘는다. 거제 지역에서만 최근 2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데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폭염 속에 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도 온열질환 증세로 숨졌다.

건설뿐만 아니라 외부 활동이 많은 이동·현장 노동자들도 폭염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내근직 우체국 노동자가 인력 부족으로 소포우편물 픽업을 위한 외근업무를 다녀온 후 호흡 곤란과 경련 증세를 보이다 결국 숨졌다. 소방대원들의 여름철 온열질환 사고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열 배출이 되지 않는 무거운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고 활동하는 소방대원들의 방화복 내 온도는 45도를 훌쩍 넘는다. 폭염에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열사병이나 탈진 등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정부 폭염 지침, 휴식은커녕 '작업중지권'도 유명무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5이상일 경우 옥외작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폭염 단계별 대응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31미만에서는 물과 그늘을 준비, 31이상 33미만은 관심단계로 매시간 10분씩 그늘에서 휴식, 33이상 35미만은 주의 단계로 옥외작업 단축, 35이상 38미만은 경고 단계로 옥외작업 중단, 38이상은 위험 단계로 긴급조치 작업 외 옥외작업 중단 등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다 보니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15%는 물조차 제공받지 못했고 매시간 쉬는 작업자는 전체의 18%에 그쳤다. 특히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도 10명 중 8명은 일을 계속한다고 답했다.

폭염 노동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장된 '작업중지권'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강제 규정이 아니고 기준이 모호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고용의 불안정성, 현장에서 공사 기한을 맞춰야 하는 등 이유로 휴식은커녕 작업중지권을 먼저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건설 노조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해봐야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0%로 가장 많았고, '현장에서 쫓겨날까 봐' 혹은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는 응답도 각각 26%에 달했다.

오후 4시 퇴근과 에너지 휴가, 그리고 주4일 근무제

한편으론 폭염 일수가 늘어나고 강도가 강해질수록 하루 최대 전력수요도 증가한다. 8월에만 6차례에 걸쳐 최대 전력수요가 경신됐다. 지난 20일 최대 전력수요는 97.1G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대 전력수요가 증가할수록 전력공급을 위해 발전소를 늘려야 하고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다. 온실가스가 증가할수록 폭염이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폭염 시즌에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작업중지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폭염 대비책도 법적 강제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무더위가 절정인 시점(오후 2~5)과 최대 전력수요 시점(오후 5~6)을 감안해 폭염 시즌 '오후 4시 퇴근제'를 시행하면 노동자 건강도 지키고 최대 전력수요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폭염이 절정에 이르고 최대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노동자들을 위한 '에너지 휴가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 근무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에서 시행된 주4일제 실험을 통해 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건강이 개선되고 일과 생활이 균형을 찾으면서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광범위하게 입증되고 있다. 게다가 노동시간이 줄어들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된 바 있다.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이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1.3% 줄일 수 있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프레시안

 

러브버그, 단지 불편하단 이유로 방제? 시민단체 "곤충 '데스노트' 철회해야

암수가 붙은 채로 날아다녀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때 이른 무더위에 예년보다 일찍 기승을 부리고 있다. 러브버그는 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국내에서는 2년 전부터 수도권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출몰하기 시작했다. 두 마리가 붙어 다니는 모양새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러브버그는 인체에 무해하고 꽃의 화분도 매개하는 '익충'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화학적 방제보다는 물을 뿌려 물리치는 방법을 추천한다. 러브버그의 생존기간은 수컷은 3~5, 암컷은 7일 정도다. 환경부는 7월 초쯤이면 러브버그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러브버그' 등 곤충 대발생 시 방제할 수 있게 하는 조례안이 서울시의회에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한호 기자

'러브버그' 등 곤충 대발생 시 방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이 서울시의회에 발의된 것을 두고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민원과 단순 불편을 근거로 곤충 방제를 허용할 경우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57개 환경동물권 단체가 참여한 '대발생 곤충 방제 지원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민모임'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비과학적이고 반생태적인 러브버그 방제 조례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의회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와 팅커벨(동양하루살이) 등 곤충 대발생 시 방제를 지원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24일까지 입법예고 중이다.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발의한 조례안은 다음 달 6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이 조례안은 생태계에 이로운 곤충이더라도, 시민의 정신적인 피해와 불편을 이유로 방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시민모임 측의 설명이다. 현재 서울시의회 입법예고 누리집에는 380여 명이 조례안 입법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먼저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곤충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키우고 어떤 곤충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불편을 이유로 생태계 일원을 함부로 방제해서는 안 되며 친환경적 방제를 권고한다고 하지만 특정 곤충만을 죽이는 친환경 방제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친환경적 방제는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일 뿐이므로 살충제 남용 등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서울 은평구 한 주택가에서 구청 방역 담당자가 연무기로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붉은색 원 안에 날아다니는 러브버그들이 보인다. 김도형 기자

이들은 "조례안에 언급된 러브버그와 팅커벨은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매개하지 않고 유기물을 분해하고 식물의 수분을 돕거나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등 생태계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이들이 인간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은 짧은 생애 중 약 1주일의 기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조례안의 대발생 곤충의 정의 가운데 '대발생'의 기준과 '상당한 정신적 피해'의 기준이 모호하고 비과학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발생 곤충을 방제하면, 해당 종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과 새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에서 러브버그가 처음 대발생한 곳으로 지목되는 은평구 봉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책도 언급됐다. 봉산생태조사단 활동을 해오고 있는 나영 은평민들레당 대표는 "은평구가 친환경 방제라고 홍보하는 '끈끈이 롤트랩'은 작은 생물을 비선택적으로 포획해 죽이고 있다""이를 과연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발생 곤충 방제 지원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이 27일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러브버그 방제 조례안 폐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러브버그는 생태학적으로 익충이라고 알려져 있는 종"이라며 "익충과 해충이라는 구도도 잘못됐지만, 단지 못마땅하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과학적인 사실을 뒤집는 것은 거짓을 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현정 카라 정책기획팀장도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유해하다고 해도 고통 속에서 죽어 마땅한 생명은 없다""무분별한 방제는 생태계 교란과 같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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