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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7.21~

by 이성근 2024. 7. 21.

뉴욕주도 교내 '스마트폰 금지령'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자녀들에게 14세 전까지 '스마트폰 금지령'을 내렸다. IT 천재인 게이츠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에는 디지털 기기 노출을 최대한 자제시켰다. 그는 저녁 식사시간에도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금지했다.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온 게이츠 가문 교육 방식의 영향이 컸다. 변호사였던 게이츠의 아버지는 TV를 멀리 하고, 책을 가까이 해 게이츠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기르도록 하는 데 애썼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은 가정뿐 아니라 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큰 골칫거리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치 못하면서 수업 분위기를 망치기 일쑤여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고등학교 교사의 약 70%, 중학교 교사의 약 3분의 1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수업 분위기가 산만해지는 것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지적했다. 여기에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로 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특히 논란이다. 지난해 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 단장은 SNS가 어린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미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SNS로 우울증, 불안, 자살, 외로움 관련 지표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0~24세 자살률은 2007년에서 2018년 사이 5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뉴욕주가 학생들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에 칼을 뺐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가 주() 내 공립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전면 금지를 추진하기로 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호철 주지사는 지난달 부모가 자녀의 SNS를 통제하도록 하는 법안에 최초로 서명했다.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SNS 플랫폼이 18세 미만 사용자에게 중독성 콘텐츠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연장선 상에서 호철 주지사는 이번엔 학생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뉴욕주 모든 공립학교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문자, 통화만 가능한 휴대폰을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령은 이미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앞서 로스앤젤레스(LA)는 지난달 학생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욕시에서는 공립학교 가운데 3분의 1이 학생이 등교할 때 잠금식 파우치에 휴대폰을 넣어 제출하고, 집에 갈 때 돌려받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관련 기능을 제공하는 욘드르라는 회사는 2023년 정부 계약에서 210만달러의 매출을 창출했다. 불과 2년 전보다 10배나 증가한 규모다. 스마트폰 금지령의 효과도 일부 확인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KIPP NYC 칼리지 프렙 고등학교의 경우 이 조치 시행 후 1년도 안 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상승했다. 10대의 스마트폰 사용은 미국에서도 식지 않는 논란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연 아이폰이 나온 지 벌써 17년이 지났지만, 교내 스마트폰 사용 논란은 여전히 쉽게 해결되지 않는 세계 공통의 숙제인 듯 싶다./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인구감소, 지방소멸 방지를 위한 묘안은 있을까?

소멸 예정 지역에 기본소득을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명예교수는 이미 17년 전에 인구소멸로 사라지는 국가 중 우리나라가 1호가 될 것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전망을 했다. 혹자는 우리나라 인구감소 현상의 두려운 장면은 그 속도의 빠름이라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704.53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 감소해 20230.72, 올해는 0.68, 2035년에는 0.61명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속도라면 우리나라는 2025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2050년이면 인구 전체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40.1%1900만명이 될 전망이다. 특히 강원, 경북, 경남, 전북, 전남은 이미 2047년경 고령인구비율이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 그 자체인 대한민국 인구 감소 현상

우리나라에서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을 보이는 인구절벽은 82~84, 00~02, 15~20년 세 번에 걸쳐 나타났지만, 2번의 인구절벽 시기에 그 심각성의 정확한 인식과 해결책을 설계하지 못한 우를 범했다. 80년대 인구절벽 시기의 합계출산율 2.39(1982) 상황에서는 문제를 간과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2000년대 초 인구절벽 시기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1명 초반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거시적 문제의식과 대응 로드맵을 좀 더 확실하게 구축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가.

올 초 TV에서 경기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인 연천군의 한 초등학교 신입생이 단 두 명뿐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수도권인 경기도마저 지역에 따라 인수소멸 현상은 피해 갈 수 없다. 인구감소 현상은 특히 인구 규모가 작은 지역일수록 도드라지게 실감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지방 소규모 지역의 인구감소가 상대적으로 또렷하며, 전국 시··구 중 66%151개 지역이 인구감소를 보였다. 특히 인구정점 대비 20% 이상 인구 감소를 보인 시··구가 전국의 27%60개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와중에도 같은 시기 수도권 인구는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비해 인구 10만 명 이하 소규모 시군의 인구는 18% 감소를 보였다.

국가 총인구 감소는 자연적 증감에 따른 문제로 볼 수 있으나, 지역 인구감소는 대체로 사회적 요인에 더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시··구 지역에서 유출된 인구가 주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사회적 증감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지역에서 유출되는 인구는 주로 청년층인데 이를 상쇄할 지역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주로 중장년층의 수도권 인구이니 이와 같은 유입은 유출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15년 동안 청년층의 수도권 유입은 약 88만 명인데 비해 지역으로 유입된 중장년층 인구는 33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수도권과 지역의 경제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2019년 기준 수도권 경제 관련 지표를 보면 전국 GRDP(지역내총생산)52%. 카드 사용액의 72%, 1000대 기업 본사의 75%, 전국 대비 가구소득의 54.6%, 자역총소득의 55.6%, 종합소득세의 67.9%가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의 초비대화와 지역의 왜소화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와 같은 문제의 주요 원인은 교육과 일자리 문제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인구문제가 가져올 문제와 그동안의 정책

전쟁 없이 평화를 전제로 짧게는 20년 조금 길게는 100년 정도 후 우리나라 국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은 인구소멸로 인해 사람의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 수많은 길이었던 곳과 마을이었던 곳이 텅텅 비고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인 도로에도, 마당에도, 심지어 건물 내부와 옥상에도 이름 모를 잡초와 나무가 울창하다. 더는 길로, 집으로 사용할 수 없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동물과 곤충들이 울창한 원시림의 주인이 되어 서식하고 있다. 접근하는 인간은 침입자로 간주 되어 그들로부터 불청객 대우를 받게 된다.

이런 상상은 통계청의 시··구별 장래 소멸위험지역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나친 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자료에 따르면 2047년 소멸 고위험지역은 전체 지역의 68.6%157곳이 되며 동시에 소멸위험지역으로 진입하는 곳은 전체 31.4%에 해당하는 72곳의 지역이 된다. 조금 더 멀리 2117년이 되면 전체의 96.5%가 소멸 고위험지역이 되고 이제 소멸지역으로 진입하는 곳이 전체의 3.5%8곳이 된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국토 전 지역의 인구소멸이 완성된다. 특히 문제는 수도권이 인구 유입의 블랙홀이 되어 인구의 부익부 빈익빈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한 정부의 그동안 처방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분절적이었고, 낙후 지역 환경·소득 지원 중심의 성과중심적이었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비판에 의하면 정부는 어이없게도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개념을 단순히 낙후지역 지원 개념과 동치해 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거시적이지 못하고 본질적이지 못한 근시안적인 대응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의 현안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가 일방적 획일적으로 추진한 정책들이 특수한 지역 상황으로 인해 지역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인구감소 문제 대응을 위해서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정부의 각 정책들은 부처별, 사업별 상호 관련성을 충분히 고려해 연동되어야 한다. 아울러 문제해결의 당사자주의를 충분히 존중하여 지방이 각자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역소멸을 막을 혁신 정책이 필요하다

1) 특별법의 실행과 생활인구 개념의 도입

다행히도 현재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되어 지난해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인구감소지역 주도의 상향식 인구감소지역 대응계획 수립, 단위별 인구감소 대응 위원회 설치, 국가 및 지자체별 공동대응 협약 체결, 지자체 간 생활권 설정, 시설 및 공동서비스 공동이용 등을 위한 연계협력 방안 구축, 생활인구 개념 도입 및 확대, 청년일자리·유입인구 정착 지원· 보육·교육·의료·문화기반 확충, 외국인 체류 특례 등이다.

특별법에서 눈에 띄는 제도는 생활인구 활성화 규정이다. 이 제도의 도입배경으로는 첫째, 국가 총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민등록인구 중심의 인구정책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한 점. 둘째,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이동성 증가 및 거주보다는 활동 중심의 개인 행태 다양화 증가. 셋째, 주민등록인구와 행정수요 간 괴리로 인해 실제 행정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인구개념 도입의 필요성. 넷째, 주민등록 없이 특정 지역에 체류하면서 생활하는 인구를 지역 발전과 연계할 방안의 필요성 발생 등으로 설명된다. 이 특별법의 시행과 함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방으로 인구의 유입을 유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묘안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전체에서 생활인구 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 정주인구 기반의 정책 수립에서 생활인구 특성을 반영한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위와 같은 도입 배경에도 불구하고 생활인구 개념 도입이 단순히 소멸 위험 지역의 장부상 인구수 확대에 기여하는 정도에 그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정책의 실효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지방소멸 대응을 위하여 지방의 정주 여건 분야나 일자리 분야 등에서 유인책이 될 수 있는 정책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생활인구 개념에 기반한 지역 정책을 전개할 경우 장점의 하나로 특정 생활특성을 가진 생활인구는 그 특성을 반영한 지역정책이 활성화된 곳으로 유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 과감한 발상의 전환 필요성 :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한다면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한 가지 묘안이 될 수 있다. 대상 인구수는 예컨대 강원도의 경우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이 5곳 정도 되며 각 지역별 평균 인구는 약 35000명가량이다. 이와 같은 인구 구조는 타지역의 경우에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추정가능하다. 인구소멸 고위험지역 52곳을 대상으로 주민기본소득을 예컨대 50만 원 정도 지급할 경우 어림잡아 11조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시행중인 각 종의 현금성 지원을 체계적으로 정렬해 보면서 중첩되는 부분을 상계하고, 지역의 물적 인프라 개선에 소요되는 예산 등을 조정할 경우 예산상 압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도입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 기본소득제도가 지역소멸 고위험지역에 도입될 경우 지역의 경제적 안정화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지역의 활력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석 평화인권센터 선임연구원 | 프레시안

 

이재명 "종부세 재검토"에 지역 의원들은 속앓이 중

민주당 우클릭 현실화 가능성에 전전긍긍... "종부세는 현실, 사라지면 지방은 망한다

종부세가 사라지면 지방은 망할 정도의 타격을 입습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지역구를 둔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길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이미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으로 일반교부세가 줄어든 상황에서 종부세를 더 완화하면 지역의 운신 폭은 더 많이 줄어든다""가뜩이나 지역 소멸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종부세 폐지는 성급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종부세가 폐지되면 지방재정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안 그래도 힘든데... 지방 지역구 의원들의 깊어지는 한숨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띄운 '종부세 완화' 발언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당 대표 연임 도전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종부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 할 때가 됐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초 종부세가 도입된 게 참여정부 시절인 데다, 민주당이 '종부세 유지론'에 방점을 찍어온 터라 이 후보의 발언 후 당 내에서는 "민주당 정체성을 흔드는 발언(김두관 후보)"이라는 등의 반발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지난 18일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종부세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며 "종부세든 금투세든 논쟁의 대상이기 때문에 마치 신성불가침 의제처럼 무조건 수호하자는 건 옳지 않은 태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은 '현실적인' 이유에서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에게 종부세는 지역 재정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당초 지방 균형 발전을 목표로, 국세로 거둔 전액이 '부동산 교부금'으로 전국 지자체에 분배되도록 설계된 세금이다. 다시 말해 종부세가 폐지되면 지방으로 가는 교부금도 끊기게 된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 들어 이미 종부세 후퇴가 이뤄지고 일부 지자체의 경우 교부금이 40% 가까이 줄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건설비와 교육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 종부세 완화 여파에 허리띠 졸라맨 지자체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세입이 줄어드니까, 지자체에 공사 발주를 늦춘다든지, 지자체에서 물품·용역 구매를 줄인다든지 각종 사업을 지체시킨다든지 조치를 취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지역의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납품 업체들, 유통 업체 등 중소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고요. 운영비가 줄어들다 보니 공무원들도 지역 곳곳을 찾지 않게 됐고 지역 경제의 중추인 요식업계도 얼어붙었고요."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의원은 '최근 지역구의 재정 부족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지방에는 쓸 돈이 없다. 지방은 자체 세입이 적고 재정자립도가 40% 내외"라며 "그 돈(부동산 교부금)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쓰는데 세입이 크게 깎이니 지역을 먹여살리던 산업들이 확 죽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 뿐만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 교부금은 주로 학교, 즉 교육에 쓰였어요. 낡은 학교 시설을 개보수하거나 교육 예산으로 집행되는 식으로요. 지역에서는 작은 학교 하나를 살리는 것도 큰 과제였거든요. 종부세는 수도권 입장에서는 쌈짓돈이겠지만 지역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돈이에요."

종부세 폐지에 찬성 여론이 높은 보수세 강한 또다른 지역구 출신 민주당 의원 같은 이유에서 역시 '종부세 폐지'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종부세는 지역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필요한 돈이고, 특히 우리 지역은 큰 수혜를 보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종부세 폐지에 적극적인 점이 늘 아이러니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행정안전부가 한병도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기초자치단체별 부동산교부세 현황'을 보면, 지난해 중앙정부가 거둬들여 전국 지자체에 나눠준 부동산교부세는 49601억 원으로, 지난 2022년보다 26068억 원이 줄어들었다. 특히 절대 금액만 놓고 보면 부산 영도구(-154억원)와 대전 동구(-149억원), 경기 고양시(-146억원)가 큰 폭으로 줄었다.

민주당 지방 지역구 의원들 "대안 없는 종부세 폐지 반대"

줄어든 세수가 고스란히 지방 재정 악화로 이어지면서 지방 지역구 의원들은 종부세는 폐지가 아니라 '보완'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한 의원은 "종부세는 세제를 만들 당시 목적을 100% 다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는 지방 재정을 튼튼히 보조하자는 취지였던 만큼 '보완'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대안 없이 종부세를 줄이는 데 반대한다""가뜩이나 지역 소멸로 지방이 신음하고 있는데 종부세가 폐지되면 지역은 망하는 것에 준하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세율을 줄이는 조치를 할 게 아니라 지방교부세의 세율을 조정한다든가 다른 세원을 마련할 대안을 찾은 후에 종부세를 조정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류승연(syryou) 오마이뉴스

 

가족 실망할까 말도 못 하고유서로 고백한 떠밀린 죽음’ [빌런 오피스]

사라지는 피해자, 왜 침묵했나 힘들다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사회

엄마 미안해. 나한테 해준 게 없다 했지. 그래도 엄마 자식으로 태어나서 행복했어.” “여기서 못 버티는데 어디 가서 버티겠냐라 생각하니 더 암울해진다아빠, 저 너무 힘들어요.”

살아 있을 때 딸은 엄마에게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까불며 괜찮다고 했다. 직장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 아들은 가족들 앞에서 의젓했다. 유서를 보니 어쩌면 그때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말을 아꼈던 것 같기도 하다.

힘들다, 싫다, 당하다, 지치다, 잘못되었다, 버티다, 수치심, 모멸감, 스트레스, 욕설, 괴롭힘.’

자녀가 유서에 적은 단어를 하나도 납득 못하는 부모에게 자녀와 가까운 데 살던 친척이 사실은 ○○가 많이 힘든데 부모님한테 죄송해서 말 못하겠다 했었다며 뒤늦게 털어놓는 일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사망한 빈소에서 드물지 않은 광경이다. 어렵게 들어가 놓고 그 직장에서 못 버틴다는 건 부모의 뒷바라지를 배신하는 일, 성숙하지 못한 태도, 나약한 행동이라고 자책하는 게 한국의 자녀들이다. 그들은 떠밀리듯 죽게 됐다고 유서에 고백하면서도 가족들에게 죄스러워했다. “먼저 가서 미안했고 기대에 못 미쳐 미안했고 가슴에 대못 박아서 미안했고 가족을 너무너무 사랑했다.

서울신문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인 20197월 이후 5년 동안의 법원 판결문, 언론 보도, 2022년 질병판정서 등을 통해 확보한 23건의 유서 내용을 24일 분석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산재, 괴롭힘과 관련된 정신질병 산재는 이 기간 동안 늘어나는 추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최승현 직장갑질119 노무사가 2019~2022년 승인된 자살 산재 200건을 사유별로 분석한 결과 괴롭힘(61)은 과로(6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괴롭힘을 당한 뒤 비교적 단시일 안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주로 진단되는 적응장애 산재는 201972건에서 2023228건으로 3.2배가 됐다.

직장에는 퇴사라는 출구가 있다. 그런데도 정신 질환을 앓거나 가족보다 먼저 떠나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때까지 직장을 벗어나지 못했던 복잡한 이유들이 유서에 담겼다.

유서엔 직장 내 괴롭힘의 실체가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야근·주말 근무가 끝이 없다”, “○○ 상사의 폭언과 폭행을 견딜 수 없다”, “부당한 업무 지시가 너무 많다등이다. 일부는 특정 구역의 폐쇄회로(CC)TV를 보거나 자신의 휴대전화 자동녹음 앱을 조사하면 폭행·폭언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썼다. 원인을 아는 괴롭힘이기에 원인이 제거되면 괴롭힘도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을 수 있었겠지만 많은 이들이 상황을 바꾸지 못한 채 장기간 괴롭힘을 견뎌야 했다.

장기간 괴롭힘을 당한 흔적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들의 내용에서 드러났다. “버티기 힘들다거나 많이 지쳐서 이제 쉬고 싶다라고 했고 이렇게라도 해야 끝이 날 것 같다고 체념했다. 괴롭힘의 이유를 자신의 무능력이나 한계에서 찾으며 스스로를 탓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나는 부족한 사람”, “한 마디도 못하는 내가 싫다며 자책하고 능력에 과분한 회사라고 자신을 한없이 낮췄다. 유일한 바람으로 회사에 들어오기 전 과거로 돌아가는 일을 꼽는 유서도 발견됐다. 한 군인은 입대만 안 했어도, 관사로만 안 나왔어도라며 후회했다. 고졸로 입사해 승진이 늦었던 공기업 직원은 열심히 하면 기회가 생길까 싶어 큰 지점 근무나 기피 업무를 자청했던 일을 후회하며 “(부당한 지시를) 단호하게 거부하거나 지금처럼 갑질 신고 제도를 이용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라고 돌아봤다. 마지막 순간 이들이 내비친 희망은 자신이 세상을 등지는 마지막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정식으로 문제가 돼 낱낱이 밝혀지면 좋겠다”, “한을 풀어 달라고 했다.

유서는 남은 가족의 답답함을 풀어 주지 못했다. 유서를 읽은 뒤에도 사랑하는 가족이 왜 직장인으로서의 죽음의 길을 가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유가족이 많다. 돌아오면 맞아 줄 가족이 있으니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도 아니고 자신이 겪는 괴롭힘의 원인과 양태를 잘 알고 있으니 직장을 관두면 괴롭힘이 끝난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대체 왜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간호사 괴롭힘 문화인 태움, 서이초 교사 등 직업 집단의 자살을 연구한 김명희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이 숙명론적 자살의 성격을 띤다고 진단한다. 구성원들 사이 갈등을 초래하는 업무 과다, 한 직원에게 여러 역할을 맡기는 등의 직장 시스템이 죽음으로 떠미는 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개인들이 그들의 관계를 둘러싼 제도·규범·가치에 지나치게 규제되고 자율성과 통제력을 박탈당하면 숙명론적 자살의 잠재적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 잘 못 버틴다고 엄마에게 말하기가 죄송한 사회, 회사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 한때일 뿐이야. 버티면 좋은 날 올 거야라고 격려하는 사회는 숙명론적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서유정 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근로자 1200명을 조사, 한국형 직장 내 괴롭힘 자가진단 기준을 개발했습니다. 링크를 복사해서 붙이면 괴롭힘 자가진단을 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saloo993.github.io/workplace-bullying-diagnosis1

서울신문 홍희경·이은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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