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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8.5~

by 이성근 2024. 8. 4.

 

선언 백 번 하면 뭐 하냐, 실천을 해야지

나는 동아일보 창간 41주년 기념일인 196141일 동아일보 공채 3기로 입사했다....1972년의 10월 유신과 반헌법적인 긴급조치로 숨이 막힌 동아일보 젊은 기자들은 몇 차례 언론자유선언과 언론노조 설립 등으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74년 가을 기자협회 집행부와 동아일보분회의 개편 기회가 왔다. 언론운동을 주도한 후배들이 기협회장에는 같은 문화부의 김병익 기자, 동아일보 분회장에는 나를 추대한다는 말을 듣고 거절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견뎌온 무거운 자책감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나는 후배들에게 선언만 백번 하면 뭐 하냐? 실천을 해야지!”라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10.24자유언론실천선언 4주년이 되던 197810월 나는 동아투위 민주·민권일지사건과 관련해서 동료위원 9명과 함께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동아일보가 19753월 독재 권력에 백기를 든 후 한국 언론은 민중의 소리를 외면하고 권력의 소리만 확대하여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기 시작했다.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동아투위는 197710월부터 197810월까지 1년 동안 보도되지 않은 125건의 민주화운동 관련 기사를 취합하여 <동아투위소식> 특집호를 제작해 배포했다. 10·24행사 이틀 뒤인 26일 경찰이 안종필 위원장과 홍종민 총무, 안성열, 박종만을 연행해가자 나는 동아투위 위원장 대리가 되어 부당한 억압을 성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나는 불법 유인물 배포와 유신헌법 철폐 주장 혐의로 1030일 연행되어 124일 구속 기소되었으며 1978591심에서 징역과 자격정지 16월을 선고받았다.

본인은 신문기자다. 본인은 상식을 주장하다가 감옥에 왔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본인은 언론인으로서 자유언론을 주장하다가 황당하게도 감옥에 왔다. 언론인이 자유언론을 주장하는 것은 누에가 뽕잎을 먹는 것처럼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언론 상황은 그것이 아니다. 잠자코 박수만 치라고 하니 그게 될 말이냐?

강포한 자의 목소리만 크고 약한 자는 신음소리도 안 들린다. 감옥에 갇힌 펜과 마이크는 이 땅 언론의 현주소다. 어떤 자유도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유언론도 마찬가지다. 마치니의 고전적인 명제처럼 자유언론이라는 나무는 언론인의 피로써 길러지고, 펜과 마이크로 수호되어야 한다. 우리는 언론자유가 상식이 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 나라가 독재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지하 시인의 시구(詩句)를 빌어 본인의 소회를 밝히겠다. 타는 목소리로, 타는 목소리로, 민주주의여 만세!” 장윤환, ‘동아투위 민주·민권일지사건 최후진술 (1979.7.25)

감방 생활 1년이 가까워질 무렵인 197910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에서 피살된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27일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다. 권력 최상층부에 변고가 생긴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이 찾아와 곧 출옥할 것 같은 기대감에 들떠서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그 다음 날 새벽 어둠이 걷히자마자 바깥을 내다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태극기가 반쯤 내려진 조기로 걸려 있었던 것이다. 독재자 박정희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집권 세력이 바뀌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81%'내 삶 만족한다'... 한국은 이럴 수 없을까

호주와 일본 통해 본 '행복'의 의미...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단지 돈만은 아닐텐데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 브랜드 파이낸스 (Brand Finance) 등 글로벌 평가에 따르면, 호주 도시 시드니는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지난 5, 시드니에 도착했을 때의 첫날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당시 나는 장장 20시간의 긴 비행을 마친 참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풍경이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도 잊게 만들 만큼 눈물나게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시드니의 아름다운 항구를 거닐었을 뿐인데도, 가슴이 벅차오르며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한국과는 다르게 흐르는 듯한 시드니의 시간

호주를 대표하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풍경, 지난 519~ 62일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김도희

여행자로서 본 시드니는 약간 과장하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나도 죽기 전에 한 번은 여기서 꼭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라는 시드니 항구를 따라 달리기나 산책을 할 수 있는 보도가 잘 마련되어 있고, 항구 주변 식당들도 즐비했지만 어지럽지는 않았다.

러닝화에 짧은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항구 주변을 뛰는 현지인과 관광객은 한데 섞여, 각자의 목적에 맞게 아름다운 도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눈에 띈 것은 그곳에서 일하며 사는 현지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바쁜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여유가 넘쳤고,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늘 시간에 쫓기며 피곤에 절어 사는 많은 한국 사람들과 달리, 똑같이 매일 돈 벌고 일하며 살 텐데... 그럼에도 시드니 사람들에게선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다.

호주 시드니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 근쳐에서 삼삼오오 모여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김도희

시드니의 시간은, 빠르고 효율적으로만 돌아가는 한국 사회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시드니에 다녀온 친구들은 시드니가 런던이나 파리처럼 박물관, 갤러리 등 문화적 명소가 많은 곳은 아니라서 새로운 것을 많이 보기는 어렵지만,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해져 치유되는 기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시드니에 도착해 직접 내 눈으로 보니, 여길 먼저 다녀간 친구들 말이 단순한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2023년 시드니 위원회(The Committee of Sydney) 조사에 따르면, 시드니 거주자 중 81%'내 삶에 만족한다'라고 답했다. 이는 다른 글로벌 메가 시티인 런던(76%)과 뉴욕(75%), 토론토(64%)보다 높다.

서두에 언급한 여러 글로벌 평가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시드니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인 이유로 4계절 내내 온화하거나 따뜻한 날씨, 깨끗한 자연환경, 다문화, 가깝고 아름다운 해변, 뛰어난 공공 의료 시스템과 교육 등을 꼽았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주택 공급 문제로 거주 비용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드니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자주 꼽히는 건 왜일까. 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까이서 누릴 수 있는 깨끗한 자연환경, 좋은 날씨, 뛰어난 교육과 의료 시스템, 그에 더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 때문이 아닐까. 이 모두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들이다.

'당신 요새 돈 얘기만 해'

영국인 남편은 내게, 내가 한국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그 즈음엔 집에서 오로지 ''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놀란 나는 최근 몇 년간의 대화를 돌이켜보았다.

왜일까. 한국 친구들과 만나면 우리가 나누는 얘기는 주로 재테크, 부동산, 아이 양육 비용, 연봉 상승 등 뿐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대화는 나도 모르게 내 경제적 상황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했고, 누군가로부터 재테크를 배우거나 내가 받는 연봉을 올려야만 한다는 조바심으로 이어졌다.

물론 경제적 지식과 이해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돈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그걸 잊지 않기 위해선 자주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유튜브 영상이 있다. 330만 구독자를 가진 경제 유튜버 슈카의 영상이다. 슈카는 금융 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뉴스, 주식 투자, 부동산, 가상화폐 등 다양한 경제 이슈를 쉽게 풀어 설명해 나도 즐겨 보는 채널이다. 그는 최근 국내 한 방송사와 함께 일본 저출산 관련 다큐멘터리 촬영을 다녀오면서, 그 여정 중 일본 정부 관료, 청년, 대기업 임원, 부부, 자영업자 등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한 후일담을 나눴다.

슈카가 그의 유튜브 영상 '돈이 최고야'라는 영상에서 일본에 다녀온 경험담을 나누고 있다. 유튜브 화면영상 갈무리.슈카

슈카는 일본의 오랜 저성장과 저출산 문제로 사람들이 비관적일 거라 생각했으나, 예상과 다르게 만난 사람들이 보여준 심적인 여유로움에 놀랐다고 한다. 특히 그는 일, 육아, 결혼 등에 대해 일본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의 모든 면과 모든 것을 돈으로만 치환해 바라보는 자기 모습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90년 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에게 "대기업 들어가면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왜 식당을 운영하냐"라 묻거나, 육아를 위해 정규직을 그만둔 여성에게 "수입이 줄거나 경력이 단절되는데, 힘들지 않냐"라고 질문하는 등 모습이었단다. 이는 삶의 모든 것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단면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통계청의 '우리나라 청소년 직업 선택 요인'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 새 우리 사회가 물질 중심으로 변한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3년에는 청소년이 직업을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이 적성(38.1%)이었지만, 2023년에는 수입(35.7%)이 최우선, 적성(30.6%)이 그 뒤를 이었다.

직업 선택에 있어 수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3년과 비교하면 10.2% 포인트 증가한 반면 적성·흥미는 7.5% 포인트 감소했단다. 장래희망에 순수하게 내가 되고 싶은 것을 꿈꾸던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절감했다.

무엇보다, 나도 모르게 돈 얘기만 하고 돈 생각만 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전지구적인 행복의 나침반, 이것...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 꼽았다

2021년 미국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족'이 삶을 가장 의미 있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한국은 유일하게 '물질적 충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2021년 미국의 씽크탱크 퓨 리서치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에 대한 조사 결과. 17개 국 중 한국(밑에서 두번째)만 유일하게 '물질적 충족(material well being)'1순위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Pew Research

물질적 충족은 가족 부양, 빚 없는 상태,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 등을 포함한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 중 '의미 있는 관계'가 우리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것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그 반대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38년부터 85년 간 진행된 하버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행복은 ', 명예, 학벌'이 아닌 '관계'에 있다고 한다(<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참고).

여기 저기에서 '경제적 자유', '돈 벌어 조기 은퇴(파이어족)' 등을 외치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지만, 물질주의가 갈수록 팽배해지면서 관계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는 것 같다.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고독사, 고립 청년, 연애나 결혼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외롭고 고독해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한편, 부업, 투자, 부동산 등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사람들의 물질적인 성공에 대한 욕망은 더 커져간다.

나는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물질적인 충족을 위해서라며 지금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하는 건 아닌지, 또 돈만큼이나 혹은 돈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삶의 가치들을 나도 모르게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호주 시드니와 일본을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며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보게 됐다. 사는 곳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다르지만, 인간으로서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 돈이나 소비가 아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나눈 대화, 즐거웠던 독서나 여행,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찰이 담긴 대화들이 조금씩 피어나길 바라본다./김도희(jamdo0826) 오마이뉴스

 

우리가 알지 못했던 파리올림픽 개막식의 숨은 상징들

[목수정의 바스티유 광장] 파격과 논란? '혁명적인' 올림픽 개막식

지난 26일 금요일,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파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트로카데로 경기장의 전경. AP/연합뉴스

2024년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열광적 환호와 격한 거부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세계 곳곳에서 뜨거운 논쟁을 야기하는 초유의 대형 이벤트였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닫힌 경기장을 벗어나 도시 전체를 무대로 활용한다는 발상의 전환부터 파리 올림픽은 파격을 선사했다.

개최지인 파리 시민들도 선수단이 센강에 띄운 배를 타고 입장한다는 사실 외에 어떤 내용이 개막식에 준비되는지 알지 못했기에, 개막식 1주 전부터 도심 곳곳을 통제하는 역대급 민폐 개막식에 불만이 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고, 도시 전체에서 펼쳐진 개막식은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 놀라운 상상력, 충격적인 표현 등으로 시민들을 사로잡았다. 개막식 다음 날 실시된 해리스 인터랙티브 설문조사에서 85%(그 불만 많던) 프랑스인들은 개막식이 성공적이었다고 평했고, 5%의 시민들만이 실패작이라 평했다.

'매혹, 동시성, 자유, 평등, 박애, 여성 연대, 스포츠맨십, 축제, 어두움, 장엄함, 연대, 영원' 12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개막식을 관통하는 주제는 단연 '혁명'이었다. 프랑스의 역사와 올림픽 영웅들을 향해 바쳐진 대서사시는 도발적인 장면들을 품고 있어, 논란의 소재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개막식 예술감독을 맡은 연극 연출가 토마 졸리(Thomas Jolly)는 이 또한 극적으로(théâtral) 모든 장면들을 드러내고자 한 자신의 의도라고 설명한다.

혁명이 국가적 자산인 나라의 혁명적 개막식

지난 26일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복면을 쓴 성화봉송 주자가 파리 오르세 미술관 꼭대기를 달리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얼굴에 복면을 한 수상한 복장의 사내가 올림픽 성화를 들고 파리의 지붕 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것으로 이 놀라운 드라마는 시작됐다. 그는 프랑스 게임회사 유비소프트가 개발한 히트작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의 주인공. 게임 속에서 그는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활동하던 자객이다.

복면 속 남자는 게임에서처럼, 개막식이 펼쳐지는 동안 노트르담 대성당과 올림픽 후원사인 루이뷔통 가방 제작실을 비롯해, 파리의 지붕 위를 성화를 들고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시선을 압도한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장면의 연속이다. 그는 마지막 미션인 듯, 에펠탑에 이르러 성화를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에게 넘겨주고 사라진다.

주최측이 철저히 비밀로 숨겨둔 탓에 프랑스 네티즌들 사이에선 가면 속 실제 인물이 누군지를 두고 며칠째 설왕설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신성한 세계인의 축제 개막식의 키워드로 얼굴 없는 자객을 초대하는 설정, 여기서부터 권위주의에 도전하는 대범한 연출가의 시도가 읽힌다.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인류 최초의 영화 <기차의 도착>(1896)이 과거 역사로 쓰이던 오르세 미술관을 배경으로 등장하고, 35개국에서 뮤지컬로 제작된 바 있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이 재현된다. 개막식 연출가 졸리는 개막식의 중심에 "민중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메시지가 관통하길 원하며, '불꽃'으로 그것이 상징되길 바랐다고 뮤지컬 연출가 알랭 부브릴은 전한다.

지난 26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콩시에르주리에서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세리모니가 펼쳐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난당했던 <모나리자>에 이어, 혁명의 뜨거운 한 장면을 묘사하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차례로 지나간 후, 관객들은 교수대로 끌려가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난다. 1793년 처형되기 전까지 그녀가 갇혀 있던 감옥 콩시에르주리(현재는 법원)에서 잘려 나간 자신의 목을 들고 선 프랑스의 마지막 여왕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혁명가로 불리던 <다 잘될 거야>의 한 대목을 부른다. "다 잘될 거야. 다 잘될 거야. 민중들은 귀족들의 목을 칠 거야".

그녀의 말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콩시에르주리 건물에서, 프랑스 그룹 고지라는 혁명가를 헤비메탈로 재해석한다. "모든 것이 잘될 거야. 우린 기뻐할 거야. 좋은 날은 올 거야. 민중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어. 귀족들은 모두 다 내 잘못이라 말할 거고, 성직자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재물을 후회하겠지"

귀족들의 감옥이 된 궁전, 목이 잘린 왕비, 민중의 불꽃, 명백한 프랑스 역사의 장면들이건만, 일부 내빈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이 대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극우와 극좌 정치권에서 나란히 나왔다. 굴종하지 않는 프랑스당의 대표 장뤼크 멜랑숑은, 개막식이 보여준 '대범함과 비범한 반항 정신, 창의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왜 루이16세가 아니라, 마리 앙투아네트였나"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극우 정치인 마리옹 마레샬도 "목 잘린 마리 앙투아네트, 드래그 퀸, 아야 나카무라에게 춤을 추도록 강요받은 공화당 수비대의 굴욕"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했다.

지난 26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센 강을 질주하는 은색 기계 말 로이터/연합뉴스

''를 표현하는 장에서는, 올림픽기를 든 기수가 은색 말을 타고 센 강을 질주하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선보인다. 개막식 가운데 가장 시적인 순간이기도 했던 이 장면은 낭트의 건축 디자인 연구소 아틀리에 블램(Atelier Blam)에서 제작된 은빛 기계 말을 통해 실현될 수 있었다. 말은 강의 여신 세카나를 상징하며 동시에 우정과 연대의 정신으로 하나 된 올림픽 정신을 의미한다는 것이 연출가 토마 졸리의 설명이다.

칼 루이스, 라파엘 나달, 나디아 코마네치, 세레나 윌리엄스 등 각국의 전설적 올림픽 스타들이 함께한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는 프랑스의 스포츠 스타 마리 조제 페레크(올림픽 3관왕의 육상선수)과 테디 리네르(올림픽 3관왕의 유도선수)였다. 두 사람의 점화로 공중에 떠오른 기구는 1783년 인류 최초로 기구를 하늘에 띄운 프랑스의 몽골피에르 형제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했다. 점화된 성화를 품은 기구는 1783년 처음 그것이 선보였던 파리 튀일리 공원 안에 머물며 올림픽 기간 동안 관람객들을 만난다.

프랑스가 인류에게 선사한 예술적, 문화적 성과들과 멈추지 않았던 혁명의 역사를 대담한 톤으로 변주해 내는데 개막식은 온전히 바쳐졌다. 그리고 언제나 최초의 것들이 그러하듯, 연출가의 과감한 대담성은 그 대가를 요구받기도 했다.

최초의 남녀 동수 올림픽

파리는 19세기와, 20세기, 21세기에 각각 한 번씩 올림픽을 치른 도시이기도 하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와 함께 열린 올림픽이 최초로,여성들이 참여했던 올림픽이었다면, 이번 파리올림픽은 남녀 동수가 참여한 올림픽이다. 단순히 기계적인 남녀 동수를 실현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이 함께하는 역사의 진보를 위해 활약한 여성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동상을 등장시켰다. 이들의 동상들은 올림픽 개막식이 끝난 후에도 도시 곳곳에 남겨지게 된다.

10인의 여성 가운데 첫 주자가 올랭프 드 구주(1748-1793). 프랑스대혁명이 말한 평등에서 여성이 배제되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1791년 여성시민인권헌장을 직접 작성, 발표한 프랑스의 문인이자 최초의 페미니스트로 기록되는 인물이다. 마루 앙투아네트가 남편 루이 16세와 함께 처형된 것을 두고, "여성이 단두대에 끌려가 처형될 권리가 있다면, 연단에 올라 목소리를 낼 권리도 있다"라며 명징하게, 혁명이 잊고 있던 절반의 '시민의 권리'를 역설하다가, 그 역시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파리 코뮌(1871)의 한 주역이었으며, 노동자 계급의 지위 향상과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고, 누벨칼레도니로 귀향을 가서도 프랑스의 식민지 정책에 반한 투쟁을 지속했던 아나키스트 투사 루이즈 미셸(1830-1905)10인 중 한 사람이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낙태 비범죄화의 시발점이 된 법조인 지젤 알리미,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알리스 기, 여성의 스포츠 참여권을 위해 평생 헌신해온 수영선수 알리스 밀리아 등이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든 혁명의 역사 속엔 반혁명과 혁명의 모순도 함께 존재한다. 올랭프 드 구주는 혁명을 국가적 자산으로 삼는 나라에서 어쩌면 감추어야 할 인물일 수도 있으며, 파리시를 노동자 서민들의 독립적 자치 구역으로 만들어 버렸던 파리 코뮌의 주역은 여전히 제도권 권력의 눈엔 간담이 서늘한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혁명의 모순을 저격한 인물, 실패한 아나키스트 혁명의 투사를 역사속 영웅으로 새겨 넣는 일이야말로, 혁명을 단순한 관광상품이 아니라 사회 속에 살아 숨쉬는 불가역적 세포로 각인시킨다는 사실을 연출가는 행동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신성 모독 시비에 휩싸인 장면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앤드류 테이트가 지난 28일 일요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프랑스 대사관 근처에서 파리 올림픽의 '축제' 부분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앤드류 테이트 뒷편으로는 <최후의 만찬>과 파리 올림픽 세리머니 모습을 비교하고 있는 사진이 있다. 다만 오른쪽 캡처 사진 위의 빨간 십자가는 세리머니에 없는 부분이다. AP/연합뉴스

이번 개막식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축제'란 제목의 장에 등장한 디오니소스 신과 신들의 만찬이다. 많은 이들은 이 장면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의 패러디이며, 이는 기독교에 대한 모독이라 해석했다. 프랑스 주교회의도 개막식 다음 날 '기독교에 대한 조롱 장면'을 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거의 나신의 남성이 등장하는 이 장면을 삭제한 채로 개막식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9BFM-TV에 초대된 연출가 토마 졸리는 그가 개막식의 '축제' 파트에서 표현한 것은 <최후의 만찬>이 아니며, 그 어떤 종교도 조롱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음을 밝힌다. "제 입장에선 더없이 명확하게 표현했습니다. 테이블 위에 누워있는 디오니소스가 등장합니다. 그는 축제의 신이고, 포도주의 신이죠. 강의 여신의 아버지이기도 하죠. 그 장면은 올림푸스의 신들과 이교도들이 함께 벌이는 축제를 묘사한 겁니다. 올림픽 개막을 축하하는 행사니까요."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인 디오니소스는 문명과 비문명, 남성과 여성, 인간과 짐승, 이성과 광기, 현실과 허구 등 경계를 넘는 양면성을 지닌 신이기도 하다. 그의 만찬에 여장 남성이 등장하는 이유는 여기서 찾아진다.

이날 디오니소스로 분한 가수 필리프 카터린느는 자신의 신곡 <벌거벗은(NU)>을 나른한 목소리로 불렀다. "우리가 모두 벌거벗은 채로 산다면 거기에 전쟁이 있을까 ? () 우리가 벌거벗었을 때, 거기엔 더 이상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없지 () 우리가 태어났을 때처럼, 벌거벗은 채로 산다면".

개막식에서 재현된 장면은 17세기 얀 하르멘츠(Jan Hermansz)의 작품 <신들의 만찬(축제)>을 훨씬 더 닮아 있다. 이 작품에서 가운데 앉은 인물은 예수가 아니라 아폴론이다. 위키미디어 공용

그는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연한 장면이 불러일으킨 논란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솔직히 말해서, 논란이 전혀 없다면, 그 또한 재미없겠죠. 만약 모두가 동의하고, 모두 같은 의견이라면, 세상은 얼마나 따분할까요. 그거야말로 또 다른 파시즘이죠."

그의 노래는 같은 날 비 오는 센강에서 가수 줄리엣 아르마네트가 부른 <이매진>의 메시지와도 상통한다.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봐. 살인도 희생도 없고 종교도 없는 그런 곳, 거기서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상상해 봐. 사유물이 없고 탐욕과 굶주림도 없으며 오직 인류애만 있는 곳"

전설이 된 <이매진>은 더 이상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았지만 디오니소스의 신들의 만찬을 예수와 열두제자의 최후의 만찬이라 여긴 사람들은 자신들의 추측을 진실이라 굳게 믿었다. 종교계의 거센 반발에 여론재판에 끌려 나온 연출가의 알리바이는 입증되었으나, 논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 IOC"연출가의 의도와 달리, 마음 상하신 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린다"라며, 논란을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셀린 디옹이 세계인에게 전한 메시지 <사랑의 찬가>

지난 262024 프랑스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셀린 디옹이 에펠탑에서 공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건강상의 문제로 4년 동안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가수 셀린 디옹이 에펠탑에서 <사랑의 찬가>를 부르며 대미를 장식했다. 몸이 점점 굳어져 가는 고통스러운 질병과 사투를 벌이며 몰라보게 야윈 모습이었으나, 이전과 다르지 않은 천상의 목소리와 압도적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10억 명의 시청자들에게 벅찬 감동을 전했다.

매 순간 예측 불허의 도발적 전개로 관객의 혼을 빼놓던 이 날의 퍼포먼스는, 결국 세계인이 한 곳을 주목하는 그 시간, 인류가 함께 나눠야 할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역설하는 듯, 흔한 올림픽 건전가요 대신 에디트 피아프가 남긴 불멸의 사랑 노래를 마지막 메시지로 전했다.

셀린 디옹이 4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오기 위해 가졌던 용기와 들인 노력은, 4년 만에 돌아오는 인류의 스포츠 제전에 서기 위해 인내해 온 선수들의 그것에 비견되는 것이었다. 선수들과 가수, 이 모두를 지켜본 지구촌 사람들은 그녀의 혼신의 노력이 담긴 노래 속에서 한마음이 될 수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집행위원장 크리스토프 두비는, 다양한 파격이 불러온 논란 속에서도, 27"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웅장했다. 이번 개막식은 올림픽이란 건물에 단순한 '' 하나를 얹은 것이 아니라 거대한 ''을 추가했다"라며 센 강변에서 치러진 전무후무했던 파리 올림픽에 극찬을 보냈다. / 오마이뉴스

조국 "김건희 중전마마 관심사엔 4500, 전국민 25만 원은 '거부권'?"

이른바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중전마마의 관심 사항에는 약 4500억 원은 기꺼이 쓰지만, 국민을 위해 예산을 쓸 생각은 없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개 식용 금지법'(이 법은 윤석열 정권이 힘써 이룬 유일한 법제도 개선이다)에 따른 후속조치로, 윤석열 정권은 1마리당 30만원을 사육자에게 보상한다고 한다. 4500억 원 예상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짚었다.이어 조 대표는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전국민 25만원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은 강하게 반대한다. 국회가 통과시킨 이 법률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윤석열 정권 인사들과 일부 언론은 국회가 만든 '개 식용 금지법''김건희법'이라고 부르는 망발(妄發)을 일삼던데, 중전마마의 관심 사항에는 약 4500억 원은 기꺼이 쓰지만, 국민을 위해 예산을 쓸 생각은 없다"고 비판했다.

박세열 기자 | 프레시안

'세수 펑크' 어디 국세뿐이랴지방세도 곳곳 '비상'

'부자 감세'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펑크'가 난 것은 중앙 정부의 국세만이 아니다. 국세 감소로 교부세가 줄어든 데다 기업 실적 부진으로 지방소득세가 줄어 지방세 세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국세가 전년 동기 대비 10조 원 가까이 덜 걷혔지만, 17개 시도의 지방세 수입도 18000억 원 규모 감소했다. 절반이 넘는 10개 시도는 지방세 진도율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중앙 정부의 대책 없는 감세 고집에 지방 재정까지 거덜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올해 1~6월까지 지방세 누계 징수액은 506341억 원이다. 작년 상반기 523877억 원보다 17536억 원(3.3%)이 줄었다. 6월 말 현재 진도율로 보면 지난해 45.9%에서 44.9%1.0%p 하락했다.

시도별 2024년 상반기 지방세 진도율 추이. 자료 :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17개 시도 중에서 서울, 인천, 광주, 세종, 경기, 충남, 경북, 전북, 전남, 제주 등 10곳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진도율이 하락했다. 지방세 진도율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전남으로 지난해 56.2%에서 58.7%7.5%p나 하락했다. 이어 충남 4.8%, 전북 2.7%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1.2% 하락한 38.9%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상반기 진도율이 30%대를 기록했다.

징수액 규모는 경기가 지난해 상반기 134204억 원에서 124067억 원으로 1137억 원이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전남 3483억 원, 충남 3091억 원, 경북 2156억 원, 서울 1956억 원 등의 순으로 감소액이 많았다.

올해 진도율은 예산상 연간 세수 대비 해당 기간 세수의 비율이다. 작년 진도율은 실제 걷은 지방세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올해 진도율이 작년보다 낮다면, 실제 지방세 실적이 예산에 반영된 금액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시도별 지방세 징수액 및 진도율 추이. 자료 :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서울은 상반기까지 11조 원을 걷어 올해 세입 예산(284000억 원) 대비 진도율이 38.9%였다. 작년 상반기는 112000억 원으로 작년 연간 실적(2850억 원)40.1%였다. 올해 세입 예산을 작년 실적보다 더 높게 잡았지만, 상반기까지 실적은 작년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경기도는 상반기 지방세 수입이 124000억 원으로 진도율(44.2%)이 작년 상반기(46.9%)보다 낮았다.

올해 상반기 지방세 세수 감소의 주요 배경에는 법인 실적의 부진이 꼽힌다. 법인은 사업연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4개월 이내(연결법인 5개월 이내)에 지방소득세를 납부한다. 따라서 경기 부진에 따른 법인 실적의 감소가 국세 뿐아니라 지방세 세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686000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99800억 원(5.6%) 감소했다. 올해 누계 국세 수입은 지난 3월 감소세로 전환된 이후 점차 감소 폭이 커지면서 석 달 만에 10조 원에 육박했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45.9%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났던 지난해(44.6%)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 국세 징수 진도률은 52.6%이다.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불 보듯 하다는 얘기다.

연도별 상반기 기준 법인세 진도율 추이. 자료 : 기획재정부

올해 '세수 펑크'의 주범은 뭐니뭐니 해도 법인세다. 상반기에만 161000억 원(34.4%)이나 급감했다. 6월까지 누적 법인세 징수액은 307000억 원으로 연간 예상액 777000억 원의 40%에도 못미친다. 상반기 누적 진도율이 39.5%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상 법인세는 전년도 실적을 토대로 내는 3~5월에 60% 정도가 걷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20%가 덜 걷혔다. 역대 최대 '세수펑크'가 났던 작년에도 상반기 법인세 진도율은 44.5%였다.

정부는 이달부터 시작되는 법인세 중간예납에 기대를 걸고 해당 기업들을 압박할 모양새다. 중간예납을 올해 낼 세금의 일부를 미리 내는 제도인데, 작년에 냈던 세금의 절반을 내거나 올해 상반기 실적을 가결산한 세액을 낼 수 있다. 단 작년에 적자를 낸 기업은 반드시 후자의 방식으로 내야 한다. 작년에 세금을 한 푼도 안냈기 때문에 중간예납에서도 산출세액이 0원인 것을 막기 위함이다.

작년 영업손실로 올해 3월 법인세를 내지 못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월 중간예납에서는 상반기 가결산으로 세금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 올해 상반기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법인세 중간예납에 정부가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작년 산출세액의 절반을 내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나 비상장기업이 많아 하반기 법인세 세수의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국제유가 상승으로 흑자 전환한 일부 에너지 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간예납 상황을 보고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방정부들도 공시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재산세 9월 정기분 등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올해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평균 1.52% 상승했다. 지방소비세와 연동되는 부가가치세의 호조, 부동산 거래량 증가에 따른 취득세 증가 등도 변수로 꼽힌다./시민언론 민들레

야당, '세관 마약수사 외압의혹' 청문회도 강행행안위 단독 의결

의대 사태 청문회는 여야 합의로 교육위 의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마약수사 외압의혹' 청문회 개최를 단독 의결했다. 행안위는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을 비롯해 윤희근 경찰청장,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조병노 수원남부경찰서장, 김찬수 서울영등포경찰서장 등 관계자 28명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행안위는 8일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의사일정 1항인 마약수사 외압의혹 청문회 채택의 건과 3항인 해당 청문회 증인 출석요구의 건을 재적위원 22인 중 출석 16, 찬성 12, 반대 4인으로 각각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행안위는 오는 20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여당 측 행안위 간사 조은희 의원은 "사실 이번 청문회는 범죄자인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의 상투적 진술과 전형적인 수법에 철저히 끌려다니는 형국"이라며 "아무런 증거나 물증도 없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정쟁화에 골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을 겨냥 "이 기회에 민주당 청문회가 얼마나 허황된 정치쇼인지 얼마나 시간 낭비하고 세금 낭비하는 것인지 철저히 밝혀내겠다""이를 통해 청문회가 오로지 정쟁만을 위한 '뻥카'였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다면 앞으로는 오늘 같은 정쟁만을 위한 증인채택과 일방적 청문회 강행을 다시는 되풀이지 않도록 반드시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인채택 등에 대한 여야 협의 과정에 대해서도 이의가 제기됐다. 조 의원은 "백 경정이 억울한 사정이 있는지 아니면 과장을 하고 있는지 사건의 진의를 밝히려면 증인이 합당해야 된다""그래서 간사 간에 청문회의 명칭과 증인채택을 위한 협의 요구를 수차례 요구하고 나섰지만 모두 무산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 날짜도 증인도 명칭도 모두 하명식 일방적 통보였다"고도 꼬집었다.

국민의힘 조승환 위원은 청문회 명칭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는 "문제가 뭐냐고 따져 보면 마약 수사를 보도하기 위한 내용에서, 관세청에서 기관 협조 차원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수사 중이니까 좀 빼 달라 이렇게 한 내용"이라며 "명칭 자체를 마약 수사 '보도'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로 바꿔야 된다"고 항의했다.

야당 측은 "여당 뜻대로 안 된다고 해서 야당 마음대로 하는 하명 청문회인가"라며 청문회 개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기각률이) 2% 밖에 안 되는 (마약수사 관련) 영장을 2번이나 기각했다", "(사건을) 이첩하라고 했다가 다시 또 반려하고 그다음엔 수사팀을 교체했다", "백 경정은 지구대로 좌천이 됐다", "검찰의 담당 지휘부서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서 3부로 교체가 됐다"는 등 백 경정이 주장한 '외압의혹' 정황을 예로 들며 "이게 수사외압이 아니면 뭔가"라고 여당 측 의견에 반박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도 청문회 명칭이 '수사 외압 의혹'이 아닌 '보도 외압 의혹'이어야 한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을 두고 "마약수사 관련 보도 외압 의혹이 아니다. 세관 관련된 사실들이 빠졌다. 보도에서 빠지는 게 아니라 중간에 수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다""이런 부분에 대해서 청문회에서 밝히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여당이 뭔가를 감추기 위해서 숨기기 위해서 청문회를 보이콧하려는 건가"라며 "청문회에서 이러이러한 걸 더 하자라고 제안 주신다면 백번천번 다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하지 말자는 것은 말이 안 되잖나"라고 꼬집었다.

여당 측은 청문회 실시일이 을지훈련 기간인 점을 들어 '기관장들이 훈련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증인채택'이라는 취지로 야당 측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윤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을지훈련 기간에 국회 행안위에 출석한 전례가 있다"고 받아쳤다. 신 위원장 또한 "기관장 등 필수인력의 출석시간 조정에 대해서는 양 간사님들과 원만히 협의해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해당 비판을 일축했다. 한예섭 기자 | 프레시안

 

밀수조직원 입에서 출발한 세관 연루 의혹’···증거가 관건

말레이시아 여성 B씨가 지난해 813일 서울 양천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필로폰 약 5이 든 검은 봉지 2개를 파란색 소울 자동차 뒷좌석에 넣고 있다. B씨는 이 일로 경찰에 붙잡힌 뒤 받은 경찰 조사에서 같은 해 127일 있었던 필로폰 밀수입에 대해 진술한다. 영등포경찰서 제공

최근 정치권과 경찰 안팎을 뜨겁게 달구는 세관 직원 마약 연루 및 수사외압의혹은 말레이시아 여성 두 명의 입에서 출발했다. 경찰은 마약 운반책 수사 과정에서 세관 직원이 필로폰 밀수에 도움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 진술을 고리로 인천세관을 향했던 경찰 수사는 이후 수사외압 의혹으로,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했다.

수사팀을 이끌던 백해룡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은 이 사건을 광범위한 외압이 이뤄진 2의 채 상병 사건이라 주장한다. 외압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이들은 세관 밀수 개입 의혹이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반박한다. 수사기관이 공표할 만큼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무리한 수사였다는 게 반박 취지다.

경향신문은 필로폰 밀수 조직원의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와 판결문을 입수했다. 사건 시발점이 된 말레이시아 여성 두 명의 진술이 생생히 담겼다. 수사외압 의혹 논란으로 번지며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세관 마약사건의 의문점들을 살펴봤다.

밀수 조직원 입에서 출발한 세관원 마약 연루수사

지난해 910일 영등포서는 말레이시아 밀수 조직원 A·B씨를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한 달 전 배송받은 필로폰 12을 국내 유통조직에 전달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해 127일 오전 715분쯤 자신과 B, 인솔자인 중국계 이모씨를 비롯한 남성 6명이 몸에 각각 필로폰 약 4을 배와 종아리·허벅지 등에 테이프로 감아 붙인 후 한국으로 입국했다고 말했다. A씨가 입국 직후 상황을 설명하면서 세관 직원 개입 의혹이 처음 나왔다. B씨도 이날 상황을 설명했다.

입국해 검역장을 통과하고 출입국에서 지문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일행들은 지문을 찍고 먼저 나가 있었고 저는 지문이 잘 안 찍혀 제일 마지막에 찍고 나갔다. 세관 신고서 제출하는 줄이 길었고 앞에서 누가 먼저 접근했는지 모르겠으나 이○○이 세관 직원(또는 공항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2명과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무슨 대화를 하는지 A에게 물어보니까 그들이 우리에게 출구를 알려준다고 했다. 세관신고서를 제출하고 그 사람들을 뒤따라갔는데 그 사람들은 출구 앞에서 다른 곳으로 갔고, ○○은 화장실을 갔다가 온다며 저희에게 먼저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다. ”-B씨의 신문조서

흔한 마약 밀수 사건이 세관 직원 마약 연루 의혹으로 비화하는 순간이었다. A씨와 B씨는 이후 택시를 타고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 도착한 뒤 필로폰을 한데 모아 한국인 보스로 보이는 30대 남성이 탄 벤틀리 차량에 넣어뒀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의 엇갈린 진술

A씨와 B씨의 진술은 엇갈리는 대목이 있었다. A씨는 진술에서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고 손쉽게 공항을 빠져나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통상 입국장으로 빠져나오는 세관 신고 구역에서는 입국심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별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따로 검문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B씨는 검역장·출입국(심사세관 신고를 명확하게 구분해 표현했다.

세관 직원의 안내 범위 역시 둘의 진술이 미묘하게 달랐다. A씨는 공항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택시 승강장까지 안내했다고 했지만, B씨는 출구까지만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도 두 사람이 엇갈렸다. A씨는 아마 정식적으로 입국심사대를 통과했다면 적발됐으리라 생각된다고 했는데, B씨는 정상적인 절차를 다 마치고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경찰이 정상적인 입국심사절차를 마치지 않았는데 따로 빼내 줬던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B씨는 출입국 통과까지는 정상적인 절차였다고 생각하고, 이후 세관 통과를 대기하면서 나타난 세관 직원 덕분에 절차를 수월하게 진행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하지만 세관신고서는 제대로 제출했다고 했다.

세관원 연루밝혀낼 객관적 증거가 관건

백해룡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과 형사들이 지난해 10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나무 도마에 은닉해 밀반입된 필로폰을 공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A씨와 B씨는 한국에 도착하면 출입국 직원이 도울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입국했다고 진술했다. ‘세관 직원이 도울 것이라는 기대와 추측이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진술 외의 객관적 증거 확보가 현재 진행형인 경찰 수사의 관건인 이유다.

A씨는 제가 생각할 때 한국 보스와 공항직원이 관계가 있어 서로 연루된 것으로 생각된다“‘한국 보스가 힘이 커서 출입국 직원과 말이 모두 됐기 때문에 입국할 때 문제는 없을 것이니까 걱정 말라는 말을 (말레이시아 보스가) 했다고 진술했다. B씨도 “A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처음 말레이시아에서 마약을 제 몸에 붙이던 중국 남자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고 했다.

자기 발언과 배치되거나, 이후 상황과 충돌하는 진술도 있었다. 경찰이 입국 전 말레이시아 보스에게 위 내용에 대해 들은 말은 없냐고 묻자 A씨는 그런 것은 없다고 했다. ‘출입국 직원과 협의가 돼 입국은 문제 없다고 말레이시아 보스가 말했다고 한 자신의 직전 발언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던 세관 직원을 지목하기도 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인천공항에서 당시 입국을 도운 세관 직원을 지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술 조서에서 A씨는 사진을 보면 해당 직원을 알 수 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당시 겁이 나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당황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B씨는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데 안경 쓴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정치 쟁점 된 세관 마약의혹어떤 결과여도 정쟁 불가피

경찰 지휘부는 일관되게 이 사건에서 제기된 외압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무리한 수사에 대한 관리·감독 차원이라는 취지로 말해왔다. 진술 외의 뚜렷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관 직원 연루 혐의를 공식화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이었다는 게 지휘부 입장이다. 쥐휘부는 당시 마약수사 과정 지휘계통에 없던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 일선 수사팀에 연락해 사건 축소를 요청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말레이시아인 A씨와 B씨에게 필로폰을 공급받은 조직원들은 차례차례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사진은 지난 8월 필로폰 밀반입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경기 안산시 주택가 골목에서 밀반입 조직원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 영등포경찰서 제공

수사를 주도해온 백 전 과장은 구체적인 외압을 받았고 압수수색에 필요한 영장을 받지 못하는 등 수사에 부당한 간섭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 전 과장 측은 지난 7일 관세청이 외압설을 부인하는 설명자료를 내자 구체적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나아가 외압사건이라는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경찰판 채 상병 사건으로 명명했다. 수사외압 의혹을 풀겠다며 국회 청문회까지 예고했다. 경찰이 아직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정치적 해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사 외압 논란이 일기 전, 이 사건은 국내 마약 수사에서 유례없는 성과로 평가되는 사건이었다. 단순 투약자와 판매자를 검거하면서 시작된 수사는 상선을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 국제 필로폰 밀매 조직을 포착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국내로 배송된 필로폰 약 20분량을 사전에 압수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통상 1~2압수는 엄청난 성과로 평가되며, 특별승진 대상에 거론되곤 한다.

이 사건 수사팀에선 현재까지 특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팀장은 교체되고 수사팀은 사실상 해체·변경됐다. A씨와 B씨는 필로폰 수수 혐의 2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이 확정됐다. 다른 조직원들의 정체와 필로폰을 몸에 부착해 입국한 사건 전모 등은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세관 직원 개입 여부를 명확히 가릴 한국 보스의 정체도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 5일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수사가 어렵다외압은 없었다고 말했다./경향

 

언론은 '애완견'인데 기자들은 '감시견'인가?

기자들 10명 중 8, 윤 거부권 · 2인 방통위 "잘못"

정부·국회 우선 처리 과제 "방통위·공영방송 독립성"

윤 정부 언론소통 "잘못 "87.3%보수 기자도 63%

기자협회보, 현직기자 1133명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주류 언론의 보도만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 외교안보 불안, 김건희 씨 관련 비리, 언론탄압 등 민주주의 파괴를 드러내는 기사는 축소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회법안 거부권 남발, 공영방송 장악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도 비판적 보도가 많지 않다.

그러나 현직 기자들의 생각은 이런 애완견보도 양태와 다르게 나타났다.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현장 기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자 10명 중 무려 8~9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운영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또 대다수의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소통은 물론 기자 압수수색 등 언론탄압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자협회보가 지난 719~28일 간 기자 11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현재(712일 기준)까지 총 15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란 질문에 77.1%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해 잘하는 편이라는 답변 15.8%를 압도했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답변은 자신의 정치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기자들 중에서도 36.5%가 나왔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잘못됐다고 보는 이유(중복응답)로는 거부권의 과도한 남용” “대통령의 독재적 행보” “삼권분립 취재 위배” “총선민심을 반영 못해등이 제기됐다.

기자협회보 홈페이지 갈무리

또 야당의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을 불러온 위법적 ‘2인 체제운영에 대해서도 무려 82.2%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겨우 7.5%잘 모름답변(10.3%)보다도 적었다. 잘못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로는 대통령 지명 2인이 일방적으로 심의·의결해서” “5인 합의제 기구 입법 취지를 훼손해서라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와 22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미디어정책을 묻는 질문(중복응답)방통위·방심위의 독립성 강화”(55.7%)공영방송사 정치적 독립보장”(53.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런 결과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방통위 2인 파행운영, 공영방송 장악 강행이 기자들의 관점에서 봐도 크게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소통에 대해서는 매우 잘못하고 있다”(51.5%)잘못하는 편이다”(35.8%)를 합쳐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평가가 87.3%에 달했고 긍정적 평가는 7.9%에 불과했다. 자신을 보수성향이라고 밝힌 기자들 중에서도 63%가 윤 정부 언론소통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동안 언론탄압’ ‘언론장악으로 비판 받아온 사안 8가지를 제시하고 각각 기자들의 동의 정도를 5점 척도(매우 잘못하고 있다 1, 매우 잘하고 있다 5)로 물었다. 방심위 등의 징계남발과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심의 논란 YTN 민영화 MBC 전용기 탑승배제 및 바이든-날리면사태 KBS, EBS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교체시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 압수수색·기소 방송3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tbs 교통방송 예산 삭감 등 8가지에 대해 모두에서 기자들은 중위값 3점에 미달하는 1~2점 정도를 매겼다. 1점은 매우 잘못하고 있다이며, 2점은 잘못하고 있다”, 중윗값 3점은 보통이다를 의미한다.

특히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 압수수색·기소항목은 1.57점을 받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MBC 전용기 탑승배제 및 바이든-날리면사태’(1.73), ‘방심위 등의 징계 남발과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심의 논란’(1.81),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교체시도’(1.97) 등의 순이었다.

이밖에 현직 기자들은 신뢰하는 언론사1위에 MBC, 2위에 연합뉴스, 3위에 조선일보를 꼽았다. 10위권에서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각각 9, 1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1위에 연합뉴스, 2위에 경향신문, 3MBC, 4위 조선일보였다.

기자협회보 홈페이지 갈무리

가장 불신하는 언론사로는 1위에 조선일보, 2위에 MBC, 3위에 한겨레, 4위에 KBS를 꼽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를 묻는 질문에 1위 조선일보, 2MBC, 3위 연합뉴스, 4KBS라고 답했다. 주류매체가 아닌 뉴스타파는 유일하게 9위로 10위권 안에 들었다.

기자협회보는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한국기자협회 소속 회원 11496명 가운데 문자 발송에 성공한 11447명을 대상으로 719일부터 28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응답률은 9.9%(응답자 1133)였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2.9%p. 설문에 참여한 기자의 소속사는 전국종합일간지 19.2%, 지역종합일간지 22.8%, 경제일간지 17.4%, 서울소재 지상파 방송 2.9%, 지역소재 지상파 방송사 4.1%,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6.5%로 이른바 주류 언론사가 대부분이었다./ 시민언론민들레

 

가요·드라마 담긴 대북전단 살포 저작권법위반 소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7일 파악됐다. 대형풍선 안에 국내 가요와 드라마의 복제 파일을 넣어 배포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안전법 위반 소지도 있다. 이 법은 풍선 등 기구 외부에 2kg 이상 물건을 매달고 비행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가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들을 고발 조치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이 지난 6월 경기도의 수사 의뢰에 따라 수사 중이다.

자료 :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통일부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현황(언론 등에 공개된 사례)을 집계한 결과, 2016년 이후 올해 살포 건수가 가장 많았다. 20177건에서 20211건으로 줄었으나 2022·2023년 각 6, 올해는 6월 현재까지 9건을 기록했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라는 사실상의 심리전집행을 민간단체에 맡기고, 군사적 긴장 고조를 방조하고 있다실정법 위반 소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의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단체에 자제 요청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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