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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7.1~

by 이성근 2024. 7. 1.

의대 가려고 ‘6년 선행학습’···5수학1’ 배운다

사걱세, 학원가 초등의대반조사

학교 교육과정보다 진도 14배 빨라

사교육비 부담 늘리고 발달 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소속 활동가들이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초등의대반 방지법 제정 3만 서명 국민운동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정지윤 선임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학원에 개설된 초등 의대반’. 이곳에선 초등학교 5학년이 39개월 동안 중학교 수학과 고3 이과 수학까지 6년 과정을 끝낸다. 대치동의 또 다른 B학원은 초등학교 3학년이 고1 수학과 미적분을 배운다. 대치동의 C학원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다닐 수 있는 의대준비반을 운영한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1일 공개한 주요 학원가의 초등의대반실태조사 결과다. 사걱세의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강남과 서초, 충남 아산 권곡 일대의 학원들에서 초등학생·중학생 대상의 의대준비반을 운영 중이다. 사교육계의 초등의대반, 의대준비반에선 학교 교육 과정을 2~6년 가량 앞당겨 먼저 가르친다. 사걱세는 초등학교 5학년에게 기본교육과정보다 6년을 앞당겨 고등학교 수학()까지 가르치는 학원의 진도 속도를 계산하면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 대비 14배 빠른 것이라고 했다.

사걱세는 사교육 업계 입장에선 선행학습반이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분석했다. 사걱세는 사교육 업계가 선행학습반을 선호하는 이유로 초등학생인 학생들을 오랜 시간 장기적으로 학원에 다니게 할 수 있는 점, 성적 향상 책임에 자유롭다는 점 등을 꼽았다. 실제 학원 입장에서 선행학습반은 미래 진도를 나가는 것이니 당장의 성적을 올릴 필요가 없고, 초등학생을 미리 학원에서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의대 준비 선행학습반은 최근 의대 증원 국면과 맞물려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찌감치 자녀를 의대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의 전략적 판단이 더해지면 사교육계 선행학습반의 더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초··고등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는 27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초등학교 사교육비는 12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올랐다.

사걱세는 현재 학원의 선행학습을 통제할 마땅한 법령이 없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사교육에서의 과도한 선행 교육은 조기 반복 수강 유발로 사교육비 부담을 늘리고, 학년별 수준과 속도에 맞는 발달을 저해한다학원의 선행학습을 막을 초등의대반 방지법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선행학습의 법적 규제만으로 사교육을 억제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법적 규제를 하더라도 제도를 회피해 선행학습반이 운영될 가능성이 있고, 사교육으로 자녀를 성적 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부모의 열망을 법으로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경향 김원진 기자

재판 4개 받는 제1야당 대표, 어떻게 봐야 할까

이재명 대표가 대북 송금 관련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됐다. 2~3회 법정에서 재판 3개를 받고 있는데 하나 더 늘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재판 출석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624일 대표직 사퇴)가 이른바 대북 송금 사건으로 612일 기소됐다.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9~2020,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농업에 IT기술을 접목) 사업비 500만 달러와 북한이 도지사 방북 비용으로 요구한 300만 달러를 합해 총 8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대신 내게 한 혐의다. 김성태 전 회장이 돈은 3인 북한에 주었지만, 사실상 공무원이던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준 뇌물이라는 논리다(3자 뇌물죄).

기소에 앞선 67, 도지사 방북 업무를 담당했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6개월에 벌금 2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이화영 전 부지사 개인이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 등 뇌물과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외에도, ‘이화영 전 부지사가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경기도 대신 내게 했다는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이 판결 닷새 만에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다.

경기도의 최종 결재권자는 이재명 당시 도지사였다. 쌍방울 측이 경기도가 내야 할 돈을 북한에 대신 납부했다면, 이재명 당시 도지사도 이를 알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재판부(수원지방법원 형사11)경기도지사에게 모두 보고했다라는 설명을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서 수차례 들었다는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판결문 각주에서, ‘스마트팜 사업비나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보고했는지여부는 쟁점과 직접 관련이 없어 요증사실(입증을 필요로 하는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 대한 보고 여부 자체는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언론, 검찰의 애완견처럼 왜곡 조작

검찰은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스마트팜 사업비와 방북 비용 대납을 승인했다며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다. 이재명 대표 측 입장은 다르다.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김성태 전 회장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해 계열사 주가를 띄우려고 스스로 북한에 돈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이재명 대표 측은 국정원 문건을 제시한다. 2020131일자 국가정보원 블랙요원이 작성한 문건에는, 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남 공작원 리호남(이호남)대북 사업으로 쌍방울 계열사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 “쌍방울이 수익금을 1주일에 50억원(총액 미상) 전달하도록 할 테니 국내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서 중국 선양으로 보내달라고 제보자 김 아무개씨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20191010일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공유경제 국제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화영 전 부지사 판결문에도 해당 국정원 문건이 나온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건 내용이 제보자 김 아무개씨 진술을 기초로 한 것일 뿐,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국정원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문건의 존재만으로 김성태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봤다.

이재명 대표는 기소 이틀 뒤인 614일 다른 사건 재판에 출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부수 회장에 대한 판결(안부수 판결)은 북한에 송금한 800만 불이 쌍방울 그룹의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사업의 대가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내린 이화영에 대한 판결은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한 송금이다라고 판결하고 있다. 그러면 언론에서는 왜 이런 점이 발생했나를 보도해야 되는 것 아닌가.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 여기서 안부수 회장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을 말한다. ‘대북 사업 브로커로 활동해온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지난해 5월 수원지법 형사15부가 내린 1심 판결에서 불법 대북 송금(외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3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안부수 판결문은 범죄사실부분에서, 피고인인 안부수 아태협 회장에 대해 평소 북한과의 대북사업에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만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관련 테마주·수혜주로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노리던 김성태 전 회장 등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마음먹었다라고 적는다. 또한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김성태 전 회장 등은 향후 북한으로부터쌍방울 그룹의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에 대해 우선적 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해쌍방울 측 자금을 조선노동당 측에 대북사업 로비 자금 또는 이행보증금 등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계획했다고 쓴다. 판결문의 인정사실에는 주가 상승 관련 내용이 없다. 일부 언론은 이를 근거로, 김성태 전 회장 측이 주가 상승을 노리고 대북사업을 추진했다고 검찰이 주장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지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범죄사실은 검사가 쓴 결론이긴 하지만, 판사가 유죄로 인정할 때만 판결문에도 범죄사실이라고 쓴다. 그게 아닐 때는 공소사실의 요지라고 쓴다. 즉 판결문에 범죄사실이라고 적었다면, 이는 재판부가 증거 조사를 거쳐서 유죄로 최종 인정한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부수 판결이 800만 달러 전체의 성격을 판단한 건 아니다. 재판부는 201812월경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측이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가 예전에 50억원 상당의 스마트팜 비용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로 불만을 표했고, 이에 쌍방울 측이 쌍방울 그룹에서 그 돈을 대신 내주겠다는 취지로 답했으며, 이후 20191월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에게 20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김성태 전 회장 등이 향후에도 대북사업을 우선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받기 위하여 조선아태위에 외화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모의한 것으로 봤다. 이와 별개로 재판부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201812월 북한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미화 7만 달러를 건넨 혐의를 인정하면서 대북 중개업자로서 자신의 지위를 북한 당국으로부터 재차 확인받아 이를 더 공고히 하고 향후북한 관련 여러 사업들을 추진함에 있어 미리 북한 당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 등에 대한 대가로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장윤미 변호사(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화영 사건 재판부는 쌍방울 등이 북한에 돈을 보낸 것이 경기도를 위한 일이라고 사실상 단정했다. 반면 안부수 판결은, 쌍방울(또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 관계자들)이 대북 송금에 참여할 유인이 경기도와 별도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화영 전 부지사 판결과 완전히 양립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예컨대 주가 상승을 노리고 대북사업을 잘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낼 수 있다), 논리적 모순은 일부 확인되는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 위원들이 63일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을 제출했다.공동취재

만약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대로 쌍방울 측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사업비와 방북 비용을 냈고 이화영 전 부지사가 여기에 관여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재명 대표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화영 1심 판결은, 쌍방울 측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를 지급하기로 한 20191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 통화를 바꿔주어서, 김성태 전 회장이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는 김성태 전 회장 진술을 받아들였다. 또한 쌍방울 측이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내기로 하고 이 중 70만 달러를 먼저 지급한 20197월에도 역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 통화를 바꿔주어서, ‘북한 사람들 초대해서 행사를 잘 치르겠다,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 서울 가서 인사드리겠다고 말했다는 김성태 전 회장 진술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613C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 통화를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설령 통화가 사실이더라도) 두 사람(김성태·이재명)은 스스로 직접 통화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사이다, 여기에 방점을 뒀어야지 어떻게 남이 바꿔주는 통화를 근거로 유죄를 인정하나?”

이화영 판결은 20189월 문재인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최문순 당시 강원도지사가 포함된 반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제외되었고,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박원순 시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지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로서는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도지사 방북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강한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민간기업에 부탁해서 북한에 돈을 주게 하면서까지 스마트팜 지원이나 도지사 방북을 추진할 이유가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든, 이재명 대표에게든 없다고 반박한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과거 대북 송금이 문제 된 걸 아는 데다, 201992심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기까지 재판받느라 정신없던 시기에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을 통한 대북 송금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방북을 추진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간에, 이번에 기소됨으로써 이재명 대표는 총 4개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등 허위 발언을 한 의혹(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배임·뇌물), 검사 사칭 관련 이재명 대표를 주범으로 몰자는 협의가 있었다고 허위 증언을 시켰다는 의혹(위증교사)으로 주 2~3회 재판에 출석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대북 송금 의혹이 더해진 것이다. 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사건은 올해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재판들은 언제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다.

때려놓고 왜 맞고 다니느냐?’”

이재명 대표는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22%를 기록 중인 유력 대선주자이기도 하다(한국갤럽 611~13일 조사 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재판이 중단되는 걸까요?”라고 썼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은 소추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라고 한 전 위원장은 주장했다. 이는 학계에서도 해석이 갈리는 문제이다. 다만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는 일 자체가 역사에서 흔한 경우는 아니다.

정치는 성문화된 제도와 규칙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하버드 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함께 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이렇게 적었다. “민주주의의 생존에 중요한 규범은 우리가 제도적 자제라 부르는 개념이다.” 제도적 자제란, 제도가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행동이라 해도, 제도의 취지를 살펴 절제하는 태도다. 만약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제도적 특권(예컨대 불체포특권)을 최대한 활용하려 든다면, “비록 그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라고 해도 기존 체제를 위태롭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이재명 사법 파괴 저지 국민의힘 특별위원회6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연합뉴스

민주당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의 당헌 제80조를 최근 폐지했다. ‘사법 리스크를 안은 당대표의 연임을 염두에 둔 개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 자체가 부당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를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좌해온 한 인사는 처음에는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사건으로 시작했는데, 이재명을 옥죄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변질되면서 대북 송금 사건으로 가지 않았나. 사법 리스크를 문제 삼는 것은, 비유하자면 사람을 때려놓고 왜 맞고 다니느냐고 문제 삼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지난해 6이재명 대표에게 쌍방울 그룹의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가 지난 4, 이 진술이 검찰청 술자리에서 회유를 받아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대북 송금 사건과 백현동 의혹으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요청했고 국회는 이를 가결시켰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1야당 대표를 향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힘을 얻은 순간이었다.

민주당은 검찰 비판을 넘어,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포함한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을 비판한 민주당 김승원 의원(판사 출신)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면서 심판도 선출해야...”라고 쓰기도 했다.

대장동 등 사건에서 이재명 대표를 직접 대리한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 이재명 대표 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변호한 이건태 변호사는 이번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이 되었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이건태 의원은 614일 야당 단독으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대북 송금 사건이 왜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수원지법에 배당됐는지 따졌다. 두 의원을 포함한 소위 대장동 변호사출신 의원 5(박균택·이건태·양부남·김기표·김동아)은 대북 송금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박균택 의원은 이재명 대표 의혹을 직접 변호한 법률가 출신 의원으로서 이러한 활동이 이해충돌이 아닌지묻는 질문에 검찰의 범법적 행태를 고치기 위한 것이지 이재명 대표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를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로펌으로 전락시켰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법무법인 더불어민주당이냐” “이러려고 대장동 변호사들에게 공천을 줬나라는 자조가 나온다고 전해진다.

시사인 전혜원 기자

 

작년만 감면액 10.4상위 10대 기업 감세액, 3년 새 4배 뛰어

삼성전자만 6.7조 감세 혜택 봐

작년 상위 10대 기업의 세금 감면액이 10조 원을 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사이 감세액이 4배 가까이 뛰었다.

2일 나라살림연구소 브리핑을 보면, 당기순이익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은 2020469000억 원에서 2021982000억 원, 2022801000억 원, 2023554000억 원으로 각각 변화해 왔다.세전이익이 늘어날수록 통상 법인세액도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세액공제 등 각종 감면 금액이 202027000억 원에서 202159000억 원, 202266000억 원으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104000억 원에 달했다. 3년간 감세 증가 규모가 3.8배에 달했다.

2020년과 지난해 세전이익만 비교하면 2020년 세전이익(469000억 원)에 비해 지난해 세전이익(554000억 원)이 더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세금감면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법인세 비용은 2020119000억 원에서 지난해 오히려 81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2일 나라살림연구소 브리핑을 보면, 상위 10대 기업의 세액공제 등 각종 감면 금액이 202027000억 원에서 202159000억 원, 202266000억 원으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104000억 원에 달했다. 나라살림연구소

특히 이 같은 감세 혜택은 거대 재벌에 집중됐다.

지난해 세금감면액 104000억 원의 64.6%67000억 원이 삼성전자 감면액이었다. 기아차가 15000억 원(14.5%), 현대차가 14000억 원(13.4%)의 감세 혜택을 봤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기업이 얻은 감세 혜택이 전체 감면액의 92.5%에 이르렀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결국 2022년과 23년 세수결손 및 법인세수 감소는 기업실적 저조뿐 아니라 정부의 세법개정으로 감면액을 크게 증대시킨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고 나라살림연구소는 지적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91000억 원 덜 걷혔다. 특히 법인세수 부족 규모가 153000억 원에 달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법인세수 부족의 중요한 이유는 영업실적 부족뿐만아니라 정부의 세금감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대희 기자 | 프레시안

"김광동 보기 전엔 못 가" 한국전쟁 유족들 진화위 기습점거

[현장] 진화위 위원장 집무실 앞 무기한 농성... "전시 민간인 즉결처분 등 막말 일삼아

"유족들이 이렇게 난리쳐야 만날 수 있는 겁니까? 우리는 끌려나갈 테니 알아서들 하세요!" - 강인희 전국유족회 집행위원장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위원장 김광동)가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 앞에서 문을 굳게 걸어닫았다. 유족들은 김광동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두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만날 수 없었다며 기습농성을 감행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 진화위 김광동 위원장 규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농성을 하며 김광동 위원장의 망언을 규탄하고 있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전국유족회) 회원 20여 명은 2일 오전 1130분부터 서울 중구에 위치한 진화위 건물 6층 김 위원장 집무실 앞을 점거했다. 유족들은 70~80대의 고령으로 김광동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무기한 대기 중이다. 진화위는 사무실 출입문과 근처 비상문을 폐쇄하고 유족들에게 퇴거를 요청하고 있다.

오후 217분께부터는 송상교 진화위 사무처장이 유족과의 긴급 면담에 나섰다. 송 사무처장은 유족들에게 "오는 18~20일 사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일정을 잡아보겠다""진화위뿐 아니라 어떤 국가기관도 예고 없이 방문해 기관장 면담을 요구한다고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화위 측은 집무실 안에 김 위원장이 있지 않다면서도 출근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진화위의 막말(부역자 낙인찍기 등), 조사결정문 지연, 진상규명 결정을 받은 사건 재조사 등 진화위 파행 운영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유족들은 지난 64일과 17일 공문을 보내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진화위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분노했다.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 진실화해위 정상화를 위한 네트워크 등은 지난 21일 김 위원장을 비롯해 이옥남 상임위원, 황인수 조사1국장을 직권남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학살 본 사람 하느님뿐인데 데리고 오라는 진화위"

이날 오후 12시께 유족들은 위원장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조국해방 공간(6.25 한국전쟁)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고 부정하는 김광동은 장관급 고위공직자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선희 전국유족회 대외협력국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김광동은 한국전쟁에서 조부모와 형제를 잃고 80년 모진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유족들을 향해 '전시에는 민간인을 즉결처분해도 위법이 아니'라는 납득할 수 없는 막말을 쏟아냈다""김광동은 이승만 정권의 무고한 민간인 학살 희생영령과 유족,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김광동은) 진화위 설치 목적을 망각하고 사건조작 이념 타령으로 허송세월한 것도 모자라 진화위 조직을 편가르기하고, 급기야 진실규명을 신청한 유족들에게 학생생활기록부 제출을 요구했다""억울하게 희생된 120만 영령들을 더는 모독하지 말고 당장 진화위서 사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인 피학살 희생자들을 월북자로 취급했던 조사관들의 그간 언행에도 규탄이 쏟아졌다. 이정우 전국유족회 인천강화유족위원장은 "(조사 1) OOO 조사관은 유족과 개별적으로 면담할 때 대뜸 '당신의 아버지는 월북했으니 (진상규명 조사) 신청을 포기하라'거나 '80~90살 먹은 증인들의 증언은 믿을 수 없다'며 증거를 가져오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7살 때 봤던 (학살 당시의 상황을) 얘기했더니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한다. (증언을)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한다. (학살 당시) 7살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상황을) 본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한다. 그 학살을 본 사람은 죽고 죽인 사람, 그리고 하느님밖에 없다!" - 이정우 전국유족회 인천강화위원장

이 위원장은 "학살을 은폐하기 용이한 바닷가, 절벽, 강변, 하천, 산골짜기, 광산 등에서 (희생자들은) 군경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압송되고, 일가족이 몰살되기도 했다""그런 상황에서 진화위가 출범했는데 학살 역사를 왜곡해 되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이들은 '진화위 규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김 위원장 집무실 문에 일일이 붙이며 "김광동 못 참겠다! 김광동을 탄핵하라", "파행운영 이념몰이 김광동을 몰아내자", "김광동을 임명한 윤석열을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오마이뉴스

 

월가는 부동산 손절매 중3분의 1토막난 빌딩도

맨해튼 빌딩 소유주 대출비용 부담에 공매

SF발 공실률 상승 여파 금융시장으로 확산

월가 은행들은 은밀히 부동산 부실 처리 중

 

대한민국 상업용 부동산은 계속 무사할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40%에 육박하고, 반대쪽 동부에 있는 뉴욕 맨해튼의 한 빌딩 매매값이 6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샌프란시스코발 상업용 부동산 공실의 쓰나미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는 가운데 월가 은행들은 부동산 부실을 은밀히 처리 중이다. 경제호황을 거듭 중인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이 휘청거리는 마당인데, 대한민국의 상업용 부동산이 언제까지 무탈할지 모르겠다.

뉴욕 맨해튼 소재 빌딩이 3분의 1가격에 팔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1(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맨해튼 중심 지역인 44번가 상업용 건물이 5000만 달러(688억 원) 미만의 가격에 거래가 합의됐다고 보도했다. 이 건물은 2018년 릴레이티드펀드매니지먼트가 15300만 달러(2100억 원)에 구매했었다. 불과 6년만에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이번 거래는 현재 소유주인 릴레이티드펀드매니지먼트가 대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채권자인 캐내디언임피리얼상업은행의 동의 하에 새로운 구매자에게 넘기는 공매(short sale) 거래다. 캐내디언임피리얼상업은행이 이 건물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 가운데 아직 남은 잔액은 매각가의 두 배가 넘는 1억 달러 안팎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또 다른 뉴욕 중심가 오피스 빌딩이 헐값에 매각됐다. 블랙스톤이 201465000만 달러(8940억 원)에 구매했던 1740 브로드웨이 빌딩은 지난달 초 18600만 달러(2560억 원)에 팔기로 대출기관과 협의됐다. 이 건물에 대한 최초 대출액은 38000만 달러였다.

블룸버그는 오피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대출액보다 더 낮아지는 경우가 늘면서 공매가 증가하고 있다은행들은 공실이 많은 상업용 부동산 관리를 떠안기보다 채무자와 협의해 새로운 구매자를 구해 넘기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공실 쓰나미 다른 곳으로 전파 중

현재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증가 및 고금리에 따른 여파로 임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실률과 대출 연체율이 증가 중이다. 무디스레이팅스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담보증권(MBS)의 기초자산이 되는 대출의 연체율은 6.4%2018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 전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20%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50조 원 이상의 미국 사무실 건물이 대출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19.8%로 지난해 4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해당 집계를 시작한 197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술 기업이 많아 원격근무 비중이 높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공실률은 1분기 36.6%까지 치솟았다. 사무실 10개 중 4개가 비어 있는 셈이다.

공실률 상승의 여파는 금융시장으로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80억 달러(52조 원) 규모의 미국 사무실 건물이 채무불이행이나 압류 등으로 제때 상환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상업용 부동산은 통상 비용의 최소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대로 사무실 임대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상환이나 재연장이 어려워진 탓이다. 무디스는 현재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3%는 부채 및 공실률 상승 등의 이유로 대출 연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은밀하게 부동산 부실채권 처리하고 있는 월가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4(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의 한 계열사와 다른 독일계 금융사는 지난해 말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115년 된 '아르고노트 빌딩'에 대한 대출 채권을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패밀리오피스에 매각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지에 보유하고 있던 사무용 빌딩 관련 부실 대출채권을 매각했고, 지난 5월에는 캐나다 금융사 CIBC3억 달러 규모의 사무용 건물 관련 대출채권의 매각을 완료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대형 금융회사들이 해당 자산을 손실 처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권에선 월가 은행들의 부동산 채권 매각에 대해 의견이 나뉜다. 금융시장 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내 은행권이 보유한 상업용 대출채권 규모는 총 25000억 달러에 이른다. 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의 네이선 스토벌 디렉터는 은행들이 관련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줄이는 과정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며 "지금 나타나고 있는 매각은 단발성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 같은 손실 상각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금융권의 손실 확대를 시사하는 신호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NYT"이 같은 (대출채권 매각) 조치는 은행권의 '만기 연장 후 문제없는 척하기'(extend and pretend)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으며 상업용 업무용 건물을 소유한 차입자들이 채무 불이행에 돌입할 것임을 일부 대출기관이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평가했다.

상업용 부동산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매디슨 캐피털의 조너선 나크마니 매니징 디렉터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2년 내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라며 "아무도 업무용 부동산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법률사무소 오멜베니 앤드 마이어스에서 부동산 부문을 이끄는 마이클 해밀턴 파트너도 빚을 진 건물주들이 구매자를 찾는 거래에 여러 건 관여해 왔다고 언급했다.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대폭 할인된 가격에라도 건물을 매입해줄 수 있는 구매자들을 조용히 찾을 수 있도록 1년의 기간을 기다려줬다고 그는 전했다. 해밀턴 파트너는 "지금 내가 봐 온 것은 바퀴벌레가 기어 나오고 있는 장면"이라며 "일반 대중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임대를 알리는 표지판

미국도 저렇게 힘든데, 대한민국 무탈할까?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 2월 미국 상업용 오피스 가격은 2년 전 대비 41% 급락했다고금리가 이어지며 이자비용이 커져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어 만기 도래 예정인 부동산 대출 규모를 고려하면 위기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가 부동산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지역의 금융기관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해 금융시장 충격이 확대될 수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주지하다시피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경제성적표가 가장 좋은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데 그런 미국조차 간판격인 도시들의 입지 좋은 상업용 부동산들이 치솟는 공실률과 이자 부담을 못 견디고 시장에 헐값에 나오고 있다. 상황이 더 심각한 건 금리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2020~2022년 동안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매우 많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는 5년 고정금리임을 감안할 때 상업용 부동산들이 헐값매물로 쏟아지는 올해부터가 시작이라는 대목이 공포스럽다. 상업용 부동산들의 공실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거나 금리가 폭락하지 않는 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활력을 찾긴 어려워 보인다.

하긴 지금 미국 걱정할 때가 아니다. 경제의 모든 면에서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체질이 허약하고 지표가 나쁜 대한민국의 상업용 부동산이 잘 견딜 수 있을지 가늠이 쉽지 않다. 강북 최대의 번화가라 할 홍대 주변에 텅텅 빈 상가들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어두워진다.

시민언론 민들레

 

확대되는 Z세대 '젠더 분열'피해자 90%가 여성

대선국면 윤석열의 '갈라치기'가 기름 부어

"남녀 불신 사상 최고사회적 신뢰 추락"

한국 Z세대, 공동투쟁보다 남녀 대립 골몰

폴리티코, '윤석열 한국' 평가는 낙제 수준

과도했던 미투 운동, 젊은 남성들 반발 불러

 

"젊은이 허무주의 폭력, 한국 보수층의 탄약"

"미국에서 중국, 영국, 독일, 그리고 튀니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Z세대가 정치 노선에 따라 갈라지면서 남녀 분열(gender divide)이 확대되고 있다. 젊은 남성은 점차 더 오른쪽으로 가는 반면, 젊은 여성은 더 왼쪽으로 가고 있다."

청년 세대(19~34) 미혼율, 연려열 미혼율.

 

Z세대 남녀, 우 정치 노선 따라 갈라서기

"한국보다 더 분명한 곳 없어계속 확대"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오른쪽 극단으로 치우치는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란 1일 자 기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젊은이들이다. 과거엔 젊은 세대가 한 묶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진보적이란 관념이 있었으나 오늘의 Z세대는 전혀 다르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의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존 번-머독은 "Z세대는 하나가 아니라 두 세대"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폴리티코는 "이런 갈라짐이 한국보다 더 분명한 곳은 없다"라면서 "한국에선 젊은 남녀의 이념적 차이가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고 한국 사회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갈라짐이) 더 확대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 노선에 따른 Z세대 남녀의 갈라짐은 보편적 현상이지만, 한국에서 유독 극심하다는 얘기다. 미국의 2022년 중간 선거에서도 18~29세 연령대 중 훨씬 더 많은 여성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 바 있다.

22일 오후 6월 전국집중촛불(95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6.22. 사진 이호 작가

"남녀 불신 사상 최고사회적 신뢰 추락"

한국 Z세대, 공동투쟁보다 남녀 대립 골몰

집권 3년 차인 '윤석열 한국'에 대해 폴리티코의 평가는 낙제 수준이다. 경제는 완전히 망가지는 중이고, 집값은 사상 최고치이고, 소득 불평등은 계속 커지고, 출생률과 혼인율은 10년 전보다 턱없이 낮다. 남녀 간 불신은 사상 최고치이고, 결혼에 긍정적인 한국인은 셋에 하나 꼴이다. 여기에 생활비 위기가 겹치면서 출생률도 사상 최저다. 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경제 쇠퇴를 예고한다. 또한 한국인 3분의 1은 취업 전망이 전년보다 악화됐다고 생각하고 행복지수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며, 사회적 신뢰는 추락하고 있고, 그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현재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요즈음 한국의 남녀 모두에게 지배적인 감정은 분노"라고 짚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젊은이들이 과거 수백 년간 한국의 젊은 세대가 했듯이 국가와 사회 변혁을 위해 나서는 대신에 남녀 모두 자신이 진짜 피해자라면서 '성적 권리'(gender rights)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 여론조사에서 18~39세 남성의 86%가 가장 심각한 문제를 '남성 혐오', 18~39세 여성의 86%'여성 혐오'를 각각 선택했다. 이런 반목과 대립은 특히 온라인 플랫폼들에게 치열하다. 국제인권기구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 기반 폭력'"충격적으로 확산"했고, 이 중 피해자의 약 90%가 여성이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4.7.1 [여성가족부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선서 '남녀 갈라치기' 무기화

폴리티코, '윤석열 한국' 평가는 낙제 수준

한국의 남녀 대립 현상을 크게 악화시킨 결정적 계기로 폴리티코는 2022년 대선전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지목했다. 잡지는 "2022년 대선 레이스에서 한 대중영합주의 후보가 남녀 간 정치적 대립에 불을 지펴 이득을 봤다"고 썼다. 이어 "대선전 시작 당시 보수당 후보이자 자칭 '안티-페미니스트'인 윤석열은 '성에 기반한 구조적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했다. 이것은 사실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진짜 듣고 싶었던 메시지였다"고 덧붙였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윤 후보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밀리고 있었다. 윤 후보로선 형세 역전을 위해 폭탄선언이 필요한 때였다. 그래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짤막한 내용을 포스팅했다.

젊은 남성층에서 폭발적 반응이 나왔다. "좋아요"4만이 넘었고, "왕의 귀환" "꿈은 이루어진다" 등의 코멘트도 거의 1만 개가 달렸다. 며칠 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 후보를 2.3%포인트 앞섰다. 폴리티코는 "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알았다""경제불황 속에서 뒤처졌다고 느끼고 급격한 성평등 추진에 불만을 지닌 젊은 남성들에게 직접 말하고 있었다"고 풀이했다. 그 결과, 젊은 남성들은 윤 후보와 그의 국민의힘에 60%에 가까운 압도적 표를 몰아줬고, 윤 후보는 0.73%포인트의 미세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일베 젊은 남성들, 대선서 윤석열 '광적'지지

과도했던 미투 운동, 젊은 남성들 반발 불러

특히 '여성 혐오' 분위기가 지배적인 극우 일베 저장소의 젊은 남성들이 "광적으로" 윤석열 을 지지하고 나섰다. 폴리티코는 "윤의 안티-페미니스트 선언에 고무된 이들 온라인 커뮤니티는 젊은 남성 유권자들을 윤에게 몰아주는 운동을 주도했고, 그 결과 젊은 남성 다수가 윤에게 투표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윤석열의 출마는 정치인들이 성차별을 부추기고 무기화하는 현대 성차별의 새로운 단계로 간주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2018년 최고조에 달했던 과도했던 한국의 '미투 운동'도 젊은 남성들의 반발을 불렀다. 미투 운동은 오랜 가부장제 역사를 지닌 한국에서 성차별 극복과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지만, 특정한 일부 남성의 문제를 남성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한편 남성 전체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매도한다는 광범위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미투 운동 때 성년이 된 남성은 2018년엔 77%가 미투 운동을 지지했지만, 2021년엔 29%로 뚝 떨어졌다.

한국 내 미투 운동에 대한 반작용에 관한 보고서를 낸 미 클렘슨대의 문미영 강사는 "고정 관념은 페미니즘은 나쁘다는 것"이라며 "(남성들은) 여성운동 행동가들이 이익집단 구성원과 같고 오로지 여성의 이익만 위해 복무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2024. 01. 02 연합뉴스

"젊은이 허무주의 폭력, 한국 보수층의 탄약"

이재명에 대한 살인미수, 배현진 폭행 거론

폴리티코는 한국 내에서 증가하는 정치 폭력도 다뤘다. 지난 1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인 미수 사건과 3주 후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대한 기습 폭행 사건 등을 거론한 뒤,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서 정치 폭력이 일어나고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미 국 퀸시연구소 한국 연구자인 나단 박은 "이런 형태의 허무주의적 폭력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작돼, 한국 보수층의 탄약이 됐다""가장 우려스러운 전개"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한국의 문제는 미국에 경고성 얘기가 된다. 미국에서도 젊은 남녀 간의 당파적 차이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인들은 분열을 촉발할 이슈로 젠더를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론한 뒤 "일부 미국 정치인은 이들 분노한 젊은 남성들에 영합하고자 비상한 노력을 하고 있다""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도 소셜 미디어는 젊은이들에 젠더() 관련 극단적 얘기들을 확산시킨다"고 우려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기업 연체율 늘고 실적 악화영업으로 이자 못갚는 기업 40.1%

산은 미래전략연구소 신용위험 확대

자영업자 1분기 연체액 108000억원

작년말 가계·기업·정부 부채 6033조원

코로나 발생 이후 급격히 증가한 기업·가계 대출이 고금리·고물가와 맞물리면서 빠른 속도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 위축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도 영업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경제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경우 대출 부실이 더 커질 전망이다.

1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KDB리포트 최근 기업대출 연체율 및 이슈 점검에 따르면 국내 기업대출 연체율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말 1.75%로 전년말대비 0.70%p 증가했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말 0.78%와 비교하면 약 2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 2.0%202216.9%, 202117.7%와 비교하면 성장성이 크게 저하됐다. 영업활동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취약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은 지난해말 40.1%로 전년말(34.6%) 대비 5.5%p 증가했다.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말 219.5%로 전년말(443.7%) 대비 224.2%p 하락했다. 2021(654%)말과 비교하면 434.5%p 하락했다.

이기은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취약기업 비중 증가 등에서 보듯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으며, 매출액 감소, 매출액 영업이익률 하락 등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216.8%에서 지난해말 3.8%3.0%p 감소했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원은 연체율 증가는 고금리 수준 지속에 따른 채무상환부담 증가,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부동산PF 연체율 급증 등에 기인한다증권사, 저축은행, 여전사 등 비은행 부동산PF 연체율이 2021년말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부동산PF를 중심으로 대출자산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대출도 급격히 부실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10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84000억원에서 3개월만에 24000억원 늘었다. 2021년말 26000억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자영업자 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66%2013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부채 증가 추세는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상당히 가파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작년말 가계·기업·정부 부채 규모를 6033조원으로 집계했다. 기업 부채 2734조원, 가계 부채 2246조원, 정부 부채 1053조원이다. 지난해 3분기 5988조에서 3개월 만에 45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에서 3분기까지 298000억원 늘었는데 증가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00.5%로 스위스(126.3%), 호주(109.6%), 캐나다(102.3%) 다음으로 높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22.1%p 상승했다. 스위스(11.2%p) 캐나다(6.9%p), 일본(4.4%p)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미국(8.9%p), 영국(10.2%p) 등은 오히려 가계부채 비율이 줄었다./이경기 기자cellin@naeil.com

 

연봉 ''소리 나는데 또 배짱 파업"입주 미뤄질라" 발 동동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불법 파업 탓에 2일 수도권 주요 레미콘 공장이 사실상 멈춰 섰다. 서울 내 공급될 예정인 아파트 40개 대단지의 레미콘 타설 공정이 중단되는 등 주요 건설 현장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이익단체나 다름없는 이들의 떼쓰기식 배짱 파업이 장기화하면 건설 현장은 물론 관련 전·후방 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소 대비 레미콘 출하량 한자릿 수로 추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레미콘 운송노조) 수도권 남·북부본부는 레미콘 운송비 인상과 운송단가 단체 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1일 집단 파업에 들어갔다. 20227월 후 2년 만이다. 레미콘 운송노조는 자신 소유의 레미콘 트럭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모임인 만큼 노조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운송을 거부하면 불법 파업으로 간주된다.

이들의 파업으로 유진, 삼표, 아주 등 국내 주요 레미콘업체의 출하량은 평소 대비 1~10% 수준으로 줄었다. 제조사들은 회사 직영차와 용차(대여 차량) 운영을 통해 일부 공장을 가동했지만 이마저 레미콘 운송노조 기사들이 공장 앞을 막아서 출하에 차질을 겪었다. A사 관계자는 전날까지 휴업에 참여하지 않은 운송기사 등을 통해 건설 현장에 납품했지만 파업 참가자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이런 우회 경로도 막혔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건설 현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등이 공사 중인 서울 지역 아파트 공사 현장 60곳 중 40곳은 이날 레미콘을 조달받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다. 가구 수로는 약 5만 가구로 추산된다.

단체 협상 여부 놓고 양측 팽팽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불법 파업은 지역별로 1~2년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다. 이번에는 운송비 인상률을 정하기 전에 단체 협상 여부로 운송기사와 제조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레미콘 운송노조 측은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를 하나로 통합해 운반비 단가 계약을 맺자고 요구했다. 직전 협상이던 2022년 레미콘 제조사 모임인 레미콘 발전협의회가 통합 협상을 받아들인 만큼 이 약속을 지키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조사 측은 단체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들은 수도권을 1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운송단가 협상을 하겠다고 맞섰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안에서도 현장에 따라 상황이 제각각인데 일괄적으로 똑같이 인상할 수는 없다고 했다.

최근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레미콘 운송노조를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업계는 정부 판단을 근거로 제조사와 운송사업자가 개별적으로 도급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레미콘 운송노조와 제조사 측은 이날 현재까지 협상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파업 길어지면 피해는 예비 입주자들

파업이 장기화하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나 일반분양 당첨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공사 기간이 지연되면 아파트 건설을 위해 조달한 금융 비용이 늘어나는데 이 비용은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나 일반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편, 레미콘 운송노조는 전국 레미콘 차량 25000여 대 중 약 13000대 사업자들이 조직한 모임이다. 레미콘 트럭을 보유한 개인사업자들 모임이지만, 특수고용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수도권 운송기사는 총 11000명 규모고 이 가운데 8400여 명이 레미콘 운송노조(76%)에 가입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기사는 월평균 소득이 790만원이다. 월평균 100회를 돌고, 거리수당(월평균 56만원)과 기타 보조수당(월평균 37만원)을 더하면 믹서트럭 기사 처우는 억대 연봉에 준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각 기사는 자신의 믹서트럭을 갖고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는 만큼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다. 하지만 노조 측은 운송기사가 한 업체와 계약하면 그 업체가 폐업하기 전까지 종속되는 만큼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레미콘 운송기사는 임금노동자라기보다 개인사업자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결론냈다. / 한국경제 최형창/박진우 기자

"평생 죽도록 일했지만, 지인 부의금 보내기도 어려웠다"

[연금개혁이 말하지 않는 연금약자 ] 지금 여기의 빈곤 노인

올해 66살이 된 이명옥 씨. 젊은 시절의 그는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서울시의회에서 의정 보좌관을 하기도 했다. 기자 일도, 보험설계사 일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하며 아들을 어엿한 성인으로 길러냈다.

그런 명옥 씨에게도 노년은 찾아왔다. '다양한 직업'의 다른 말은 '취약하고 불안정한 노동'이었다. 평생 부지런히 일했지만 명옥 씨가 국민연금에 직장가입자로 당연가입할 수 있었던 기간은 4년여에 불과했다.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명옥 씨에게는 국민연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노년의 명옥 씨는 여전히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싶어 특수치료 심리상담사, 장애인 직업삼당사, 이주과정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만 8개를 땄다. 간혹 잡지나 언론에 글도 쓴다. 하지만 노인이 된 그를 고용하겠다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남편도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 명옥 씨의 기본적인 생활자금은 기초연금이다. 부부라는 이유로 20% 감액돼 50만 원 정도가 가계통장에 들어온다. 여기에 기고를 통해 얻는 작은 수익과 아들이 부쳐주는 생활비를 합해 겨우 빈곤선 수준의 돈을 마련한다.

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갈 돈은 많다. 공과금만 합쳐도 20~30만 원은 훅 나간다. 생활이 빠듯하니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지인의 장례식에 부의금을 내기도 어렵다. 얼마 전에도 자존심을 누르고 '부의금 나갈 데가 갑자기 생겼네'라며 아들에게 돈을 부쳐달라 부탁했다.

명옥 씨는 "노인들 상태가 이렇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최소한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품위유지비는 벌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선 이하1분위 건강수명 65.6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지고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때 적절한 소득이 없다면,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공적 연금이 가장 먼저 돌봐야 할 약자는 지금 빈곤한 노인이다. 연금제도의 핵심 기능이 그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상 40.4%였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중위소득 50%144만 원 이하의 돈으로 한 달 생계를 꾸린다는 뜻이다. 같은 해 OECD의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였다.

공적 연금은 노인빈곤 문제 해소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2022년 공적 연금 월 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 221000원에 국민연금 369000원을 합쳐 59만 원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여기에 12만 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빈곤선과의 차액은 73만 원이다.

따로 쌓아둔 자산이나 가족의 도움이 없다면, 벼랑 끝에 선 노인들이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일을 계속하는 것뿐이다. 2021년 한국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9%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안타까운 사실은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고령자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을뿐더러 가난한 사람의 몸이 빨리 닳는다는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기대수명은 83.5세였지만, 건강기대수명은 70.9세였다.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 소득자의 건강기대수명은 65.6세로 5분위 73.9세와 8.3년 차이를 보였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리어카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기초연금 빈곤 노인에게 더 많이 줘야" vs "별도 소득보장이 효과적"

지금 빈곤한 노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은 공적연금 제도의 틀 안에서는 조세가 재원인 기초연금(현행 수급범위 소득 하위 70%, 최대 수급액 334810)의 개혁 뿐이다. '소득 비례, 가입자 기여'가 원칙인 국민연금의 개혁으로는 이미 보험료 납부가 끝난 빈곤 노인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도를 찾기 어렵다.

바람직한 기초연금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지난 4'연금개혁 500인 공론화 회의'에서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 교수는 "기초연금 제도의 단점은 정말 빈곤한 분들한테 급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빈곤한 분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어야 한다""소득 하위 70% 지급 범위를 고수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간 소득 정도로 지급 기준을 변경하고 더 빈곤한 분들한테 많은 급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적연금 제도 밖으로 눈을 돌리면 공공부조 등 다른 복지제도를 활용할 여지는 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야만적인 노인 빈곤 상황에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빈곤 노인에 대한 주거수당이나 보충적 소득보장제도 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대부분 노인이 받는 국민연금 수령액은 60만 원 이하"라며 제도 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그 이상으로 기초연금을 올리기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양쪽 방안 모두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논의의 결론은 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 해결책을 찾는 일을 제1과제로 삼아 고민하는 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사이에도 시간이 흐르며 명옥 씨와 같은 빈곤 노인들의 삶이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용락 기자/박상혁 기자 | 프레시안

 

실력없는 자가 폭력을 행사한다'폭력감독' 손웅정은 가르칠 자격 없다

어떤 지도자가 아이들을 때리는가 : 그 첫째 조건은?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SON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손웅정 감독 측은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피해자 아동 부모의 제안에 "선을 넘는 합의금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하고, 합의금 협상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현재 온라인공간에서는 그 부모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 출판사가 주관한 작가사인회에 참석해, 자신의 책에 사인해 주고 있다. 한편 손웅정 감독과 SON축구아카데미 코치진들이 소속 유소년 선수에 대한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이날 알려졌다. 연합뉴스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선을 넘는 합의금 제안'엔 단호하게 거부하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정작 자신의 아카데미에선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어쩜 그렇게 야비하고 지속적인, 그리고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했을까? 남이 선을 넘는 것은 잘 보이지만 자신이 저지르는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인가.

그는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맹세코 사랑해서 때렸다'는 것인가? 참으로 가학적(sadistic)인 표현이다. 실제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손축구아카데미는 '가학 아카데미'라 해도 무방하다.

그는 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찾을 필요 없다. 손 감독은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유럽이나 미국 같으면 당장 스포츠에서 퇴출될 뿐 아니라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

정신적, 언어적, 신체적 폭력의 백화점

이번에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은 손 감독과 그 아들 손흥윤 수석코치, 그리고 또 다른 코치 등 세 명이다. 이들이 함께, 조직적으로 저지른 폭력의 행태는 (스포츠계 폭력에 꽤나 익숙한) 내 눈을 의심케 한다. 대부분의 언어폭력은 손 감독이 행했고, 신체적 폭력은 코치들이 저질렀다고 한다. '폭력의 역할 분담'이다.

 언론에 공개된 피해 아동 진술에 따르면 손 감독은 평소 "X, XX. 죽여 버린다, 진짜 꺼지라고" 등의 욕설을 했다고 한다. 또 피해 아동의 목을 잡고 "잘 살피라고 X새끼야," "너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짐 싸서 너 집에 보낼거야. X새끼야"라고 했고 다른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X새끼 완전 또라이네"라며 아이들 마음에 비수를 꽂는 행위를 수시로 한 듯하다.

다른 학부모들의 증언도 있다. 한 방송에 따르면 열 살 갓 넘은 아이들에게 "돌대가리 XX, 너는 아직도 안 나갔냐, 야 이 개XX야 너 왜 이따위로 해" 등의 폭언을 하고, 부모가 있는 자리에서도 "야 이 개XX야 넌 집에서 에미 애비가 이따위로 가르쳐" 등의 언어폭력을 수시로 일삼았다고 한다.

코치들도 가관이다. 한 코치는 피해 아동에게 "야 이 XX새끼야. 야 이 X같은 새끼야," "야 죽여버린다" 등의 폭언도 모자라 엉덩이를 걷어차고 머리를 치고 아이의 구렛나루를 잡아당기는 가학행위를 했다. 손 코치는 경기에서 졌다고 골대에서 중앙선까지 20초 안에 뛰게 해놓고 이에 못 미치자 4명을 코너킥 봉으로 폭행했다. 피해 아동은 피멍이 들었고 같이 맞은 다른 아이는 한동안 걷지 못했다. 그런데 손 코치는 피멍 든 아이에게 "잘못 때렸다"고 했단다. 웃으면서. 가학의 일상화인가. 정말 가학적인 아카데미다.

손 감독은 입장문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는데, 정작 고소인 측은 합의금을 논하며 손웅정 아카데미가 사과는 하지 않고 '처벌불원서 작성, 언론 제보 금지, 축구 협회에 징계 요청 금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이 정도의 복잡하고 치밀한 조건을 내건 것을 보면 손 감독이 별로 반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떤 지도자가 아이들을 때리는가: 그 첫째 조건은?

그렇다면 어떤 감독, 코치가 폭력 지도자가 되는가. 누가 결국 욕설을 하고, 선수들을 때리는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X,' 'XX,' 'XXX'가 없으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가.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먼저 나오는 대답은 "어릴 때부터 맞으면서 운동한 사람들"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린 시절 엄청나게 맞으며 운동했어도 지도자가 돼서는 폭력을 멀리하는 훌륭한 지도자들 많다. 그렇다면 폭력이 그토록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은 누구인가.

간단하다. 실력이 없는 지도자다. 처음엔 말로 가르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욕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래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기합을 주기 시작한다. 학교는 물론 학부모에게도 체면이 서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한다.

교수 시절 강의에서 토론을 통해 '실력 없는 지도자가 선수들을 때린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 강의실 맨 뒤에서 고개 숙이고 팔짱 끼고 자는 줄 알았던 학생선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다 안다.

이번 논란에서 놀라웠던 또다른 하나는 적어도 온라인상에서 압도적 다수가 피해 아동 아버지를 비난하고 손 감독의 폭력행위를 옹호한 것이다. 축구라는 게 그러한 상황도 다 참아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흥민처럼. 궤변이다. 맞아야 훌륭한 선수가 되는 거라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미국과 중국을 무찌르고 1위에 올라야 하고 월드컵에서는 지금쯤 3연패 정도는 했어야 한다. 손 감독의 폭력마저 옹호하는 이들에게 이르고 싶다.

정신 차리시라.

손 감독은 입장문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가 제 자식을 가르쳤던 방법 그대로 아이를 지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아이들에 대한 혹독한 훈련을 예고 드립니다"라고 미리 학부모들에게 알렸다면서 자신의 폭력 논란을 피해가려 한다. 간교하다. 자신과 코치진이 조직적, 집단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할 것이라고 미리 밝혔나? 신체적 폭력은 물론 정서적 학대와 이번에도 밝혀졌듯 조직적 가스라이팅에 동의할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22년 김포FC 유스팀 선수가 기숙사 건물에서 밤하늘의 별이 됐다. 그 아이는 카카오톡에 코치 2, 선수 6명 등 총 10명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차별과 폭력에 자살, 살인 충동을 느꼈다""죽어서도 저주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평소 부모에게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아이였지만 정작 유서엔 "단 한 번도 웃는 게 진심인 적이 없었다"며 부모의 가슴을 도려내는 마지막 고백을 남기고 떠났다.

손 감독은 "제 모습에 아이들이 처음에는 겁을 먹지만, 아이들은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의 진심을 금방 알아채기 마련이라 이내 적응해 저를 따라온다"고 입장문에서 당당히 밝혔다. 손 감독에게 한 말씀 선사하고 싶다.

정신 차리시라.

지도자가 어린 선수들을 때리면서 가르치고 코치가 선수를 성폭행하며 메달 따는 스포츠라면 그런 스포츠는 이 사회에서 없어지는 게 마땅하다. 폭력의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 |

 

미국 대선, 지구촌 여론은 "트럼프보단 바이든

 

돈 앞에선 애완견? 올해도 신문사 기사형 광고수천 건 적발

최근 1년 주요 일간지·경제지 기사형 광고 적발 건수 6693

광고에 있는 ‘OOO기자바이라인, 기사로 오인할 수도

처벌 규정 2009년 삭제입법조사처 처벌 규정 신설 검토해 볼 필요

광고에 ‘OOO기자라는 바이라인을 넣어 기사로 오인하게 하는 기사형 광고가 최근 1년간 수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적발한 주요 일간지·경제지의 기사형 광고(지면 기준)6693건이었다. 자율심의기구의 제재 실효성이 부족하고, 법적 처벌조항도 없어 매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내역을 보면 주요 일간지·경제지 24곳이 2023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기사형 광고 심의 규정을 위반해 주의를 받은 경우는 6693건에 달했다. 주의 건수는 1년 전인 20226~20235월과 비교하면 199건 줄었다. 현행법상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는 기사형 광고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의에 적발된 언론사 대부분이 광고에 ‘OOO기자라는 바이라인(기사·칼럼 등의 작성자 표기)을 넣어 주의를 받았다. 독자들이 바이라인 때문에 기사와 광고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기사형 광고 적발 내역. 자료=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 그래픽=안혜나 기자.

기사형 광고 적발, 경제지 상위권조선·동아도 주의 300여 차례 받아

기사형 광고로 가장 많은 주의를 받은 신문사는 파이낸셜뉴스로 721건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5월 심의에서 115건의 주의를 받았다. 20226~20235월과 비교해 주의가 27건 늘었다. 36일자 <녹십자, 졸음 부작용 줄인 알레르기 치료제 알러젯’> 기사형 광고에 OO기자라는 바이라인을 넣고, 광고 표기를 하지 않아 주의를 받는 식이었다. 319일 기사형 광고에도 OO기자라는 바이라인이 있었다.

경제신문은 기사형 광고 적발 상위권에 있다. 헤럴드경제가 550건의 주의를 받아 2위에 올랐다. 20226~20235월과 비교해 주의가 12건 줄었다. 매일경제(506한국경제(488)가 뒤를 이었다. 매일경제 주의는 85, 한국경제 주의는 102건 줄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심의) 내용을 심사해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투데이의 기사형 광고 적발 건수는 426건이다. 조선일보의 기사형 광고 적발 건수는 365, 동아일보의 적발 건수는 353건이었다. 조선일보 기사형 광고 역시 20226~20235월과 비교해 16% 줄었다. 이어 아시아경제 333(84건 감소), 머니투데이 324(4건 감소), 서울경제 322(45건 감소), 이데일리 297(73건 증가), 내일신문 280(31건 증가), 전자신문 267(10건 감소) 순이었다.

기사형 광고 적발이 가장 적은 신문사는 한겨레로, 최근 1년간 3(3건 감소)의 주의를 받았다. 이어 경향신문 24(8건 감소), 한국일보 45(26건 증가), 세계일보 57(13건 감소), 국민일보 96(9건 증가) 순이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적발된 기사형 광고. 붉은색 칸에 기자 바이라인이 있다. 사진=동아일보, 한국일보, 문화일보, 파이낸셜뉴스 기사 갈무리

문제 반복되지만 자율규제 실효성 없어입법부가 힘 써줘야

광고자율심의기구는 기사형 광고에 광고라고 명시하지 않거나, 바이라인을 넣어 광고를 기사로 오인하게 하면 권고·주의 등을 결정한다. 광고라는 뜻을 가진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표기가 있으면 적발되지 않지만, 특집·기획·소비자 정보 등 표기가 있을 경우 적발 대상이 된다. 또 기사형 광고에 바이라인뿐 아니라 뉴스, 탐방, 취재, 인터뷰 등 용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

주요 일간지·경제신문의 기사형 광고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광고자율심의기구의 주의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 광고자율심의기구의 권고·주의 조치에는 뒤따르는 불이익이 없다. 신문법에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으나 과태료 조항은 2009년 삭제됐다.

21대 국회에선 광고주에게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광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표시광고법 개정안, 기사형 광고 미고지 적발 시 2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신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2대 국회 과제로 처벌 규정을 신설해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매년 논의하고 있다신문법에는 기사형 광고에 대한 과태료 조항이 삭제됐고, 정기간행물법에는 과태료 조항이 남아있지만 사문화된지 오래다. 입법부가 어느 정도 힘을 써줘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언론사에 보내는 심의 결과 공문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상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독자를 속이고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기사형 광고는 이른바 뒷광고라고 할 수 있다“22대 국회에서 언론사들이 기사형 광고를 스스로 줄일 수 있는 법 제도를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용자 역시 기사형 광고를 문제로 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32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5.3%는 현재 기사형 광고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기사형 광고가 문제인 이유(중복 응답)로는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왜곡 84.2% 소비자·독자 기만 73.2% 언론의 신뢰도 하락 73.1% 등이 꼽혔다.

신문사 자율규제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도 광고표기를 하지 않고 바이라인을 넣은 기사형 광고를 제재하고 있다. 지난해 신문윤리위가 내린 신문 지면 제재 445건 중 기사형 광고 규정(보도자료 검증) 위반은 154건에 달했다. 특히 매일경제가 받은 제재의 63%가 기사형 광고 관련 규정 위반이었다. 한국경제는 59.3%, 조선일보는 51.6%가 같은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윤수현 기자melancholy@mediatoday.co.kr

 

2.6일마다 죽는데 부를 이름조차 없는 교제살인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교제살인 사건만 세어봐도 숨진 여성은 138명에 달한다. 그런데 여전히 교제살인의 법적 정의도, 공식 통계도 없다. 예방법과 처벌법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헤어지자는 말을 한 당일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박민지씨(가명·19)의 빈소 모습.MBC 뉴스 갈무리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김지은씨(가명·19)는 지나가던 대학 동기의 얼굴이 밝아 보여서 자기도 모르게 불러 세웠다. “박민지(가명·19)! 너 어디 가?” “남친 만나러!” “? 너 남친 생겼어?” “생긴 지 얼마 안 됐어!” 5월 말이었다.

불과 일주일 뒤인 68일 밤, 여자 동기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이 술렁였다. 누군가 계속 박씨를 태그했다. ‘@박민지?’ ‘@박민지 대답 좀.’ 민지의 친언니라는 사람에게서 받았다는 모바일 부고장이 단톡방에 올라온 뒤였다. “당연히 다들 보이스피싱 같은 건 줄 알았어요. 링크를 누르기만 해도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는 그런 거 있잖아요.” 한 친구가 그럼 내가 장례식장에 전화해서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곧 단체 보이스톡이 걸려왔다. 전화를 받고는 모두가 아무 말 없이 흐느꼈다.

그날 이후 단톡방은 그대로 멈췄다. 한 명이 메시지를 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숫자 ‘1’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다가오는 첫 여름방학 때 대학 동기들끼리 갈 여행 계획을 정하는 투표도 의미가 없어졌다. 가장 체구가 작았지만 가장 적극적이고 활달했던 민지씨가 주도하던 일이었다.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 대부분은 장례식장이 처음이었다. 이수진씨(가명·20)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얀 제단 위에 놓인 친구의 모습이 낯익으면서도 낯설었다. “영정사진으로 따로 찍은 사진이 없잖아요. 스무 살이니까. 그래서 그냥 민지가 브이를 하고 찍은 사진이었어요. 민지 언니분이 저를 인생네컷 사진에서 봤다고 기억해주시는데 그 순간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더 울면 안 되는 거잖아요.”

조문객들이 앉은 테이블 사이로 남자친구’ ‘심정지라는 단어가 드문드문 들렸다. 친구들은 민지씨가 왜 세상을 떠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장례식장을 나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뉴스를 봤다. 경기 하남에서 20대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흉기로 살해당했다는 내용이다. 김지은씨와 이수진씨는 자신의 친구 이야기라는 걸 직감했다. 전형적인 교제살인이었다. “가장 환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사람이 돌변해서 가장 고통스럽게 죽였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김지은씨는 몇 번이고 이 말을 되뇌었다.

유가족은 SNS를 통해 민지씨가 가해자의 성관계 요구 발언과 질투심에 점점 부담을 느껴헤어졌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사귄 기간은 고작 19일이었다. 이별을 통보받고 여섯 시간 뒤인 그날 밤 11, 가해자는 전 연인을 아파트 1층 바깥으로 불러내 준비해온 칼을 휘둘렀다. 119 구급대원의 연락을 받고 내려간 아버지와 오빠는 민지씨가 피 흘리며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유가족은 가해자가 칼을 준비하고 CCTV가 없는 곳을 고른 치밀한 계획범죄였으면서 체포되자마자 조현병을 언급했다라며 분노했다.

이 비극은 특이한 사건이 아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일어난 교제살인 사건만 8, 숨진 피해자는 9(그림참조)이다. 열흘에 한 명씩 죽은 셈이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추려도 이 정도다. 16년 전인 2009년부터 해마다 언론에 보도된 교제살인을 집계해온 여성 인권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로부터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138,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11명이다. 최소 2.6일마다 여성이 살해당하고, 1.2일마다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는 셈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교제폭력 및 살인 관련 통계는 전무하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여성폭력 상담전화 1366번으로 들어온 상담이나 상담기관으로부터 모은 상담 건수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뿐이다. 여가부 권익증진국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교제관계’ ‘친밀한 관계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상담 요청이 들어왔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를 물어본 뒤 교제관계라고 답하면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366을 통해 교제관계내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들어온 상담 요청은 9177(하루 25.1)이었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2016년부터 112신고 코드에 교제폭력코드를 만들었지만 역시 교제폭력에 대한 법적인 정의는 없는 상태라 임의로 통계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12를 통해 들어온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77150(하루 38.2), 검거된 피의자는 13939명이지만 이 중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은 사람은 310(2.2%)에 불과하다.

법적 정의도, 공식 통계도 없어

주무 부처에서도, 사법기관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공식적인 통계를 내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교제폭력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교제폭력이라는 명칭도 뒤늦게 도입됐다. 오랫동안 데이트폭력이라고 불렸으나, ‘데이트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자 최근 몇 년 동안 교제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하지만 교제라는 단어도 데이트를 한국어로 바꾸어놓았을 뿐이다. 해외에서는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IPV·Intimate Partner Violence)’이라고 폭넓게 명명한다. 교제하는 관계라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위험성을 담은 것이다. 국제연합(UN)에서 쓰는 공식 용어이기도 하다.

명칭도, 통계도 없으니 정책과 법안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재 교제폭력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 성폭력처벌법(1993년 입법가정폭력처벌법(1997년 입법스토킹처벌법(2021년 입법) 등이 있지만, 교제폭력은 사각지대다. 그나마 2018년에 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여성폭력으로 규정해놓았으나, 정작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기본법이라는 특성상 구체적인 규제나 처벌 조항은 따로 없다.

따라서 현재 교제폭력은 형법상 폭행죄, 협박죄 등으로 처리된다.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거나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범죄는 아동학대·가정폭력·스토킹 범죄뿐이라,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복이 두려운 피해자가 가해자가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경찰도 더 이상 개입할 방법이 없다. 접근금지 명령은 (가해자) 처벌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일선 경찰관들도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교제폭력은 근거 법률이 없으니 보호조치를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교제폭력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은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예방, 다른 하나는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다. 64일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연구관은 “‘거절 살인’, 친밀한 관계 폭력 규율에 실패해온 이유: 강압적 통제 행위 범죄화를 위한 입법과제라는 제목의 현안 분석 보고서를 냈다. 그는 새로운 법을 또 만들기보다는 이미 운영 중인 가정폭력처벌법을 제대로 개정해서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까지 포괄해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진 이효정씨의 어머니가 올린 국민동의청원 게시물.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의 문제의식은 일선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에 관한 법률이 개별적으로 있다 보니 각각의 피해를 지원하는 체계도 별개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동일한 가해자와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다양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기관의 다른 변호사로부터 법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거나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대한 의료 지원을 각각 다른 상담소에서 받아야 하는 식이다. 상담소에서는 연계를 통해 어떻게든 피해자가 여러 곳을 다녀야 하는 걸 줄이고자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하나의 법제 아래 여성폭력을 포괄적으로 정의해서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개정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방법뿐만 아니라 처벌법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20162월 박남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처음으로 대표 발의했으나 제19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처벌법이 발의됐지만 역시 모두 폐기됐다. 지난 410일 전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열흘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사망한 이효정씨(19)의 어머니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교제폭력에 대한 수사 매뉴얼 전면 개선’ ‘가족·연인 간 폭행·상해치사, 면식범인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양형 가중’ ‘교제폭력처벌법 마련등을 요구했는데, 닷새 만에 5만명 동의를 받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정부는 여전히 홍보와 교육만

하남에서 일어난 교제살인 사건 피해자 박민지씨의 친구들도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을까 봐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가해자가 미래가 창창한’ 20대 남성이고, 초범이잖아요. 재판장에게 반성문 몇 장 쓰면 죄를 뉘우치고 있는 점이 참작될 거고, 조현병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면 심신미약이기 때문에 형량은 더 낮아지겠죠. 민지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데도요.” 친구 김지은씨가 말했다. 실제로 2016~2018년에 발생한 교제살인 사건 108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책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오마이북)에 따르면, 수형 기간을 수량화할 수 없는 무기징역 8건과 집행유예 2건을 제외한 98건을 대상으로 평균 형량을 계산한 결과 가해자의 평균 형량은 14.9년이었다. 고의성이 없는 치사로 판정된 사건만 따로 빼서 보면 평균 형량은 6.6년에 불과했다.

박민지씨의 친구들은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계속해서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지은씨는 그 이유가 단 하나라고 했다.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스무 살 대학 새내기가 여행 계획을 세우는 대신 이런 다짐을 하는 동안, 정부는 무슨 노력을 하고 있을까? 지난 56, ‘수능 만점 의대생이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는 사건이 보도되자 여가부는 514교제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강화 방안 논의를 위해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제2전문위원회를 열었다.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가 한자리에 모였다. 당시 회의에서 어떤 구체적인 방안이 오갔느냐는 질문에 여가부 관계자는 교제폭력 관련해서 홍보나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은 예방과 처벌을 원하는데, 정부는 여전히 홍보와 교육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사인 나경희 기자

윤 정권 들어 더 기승 부리는 서울대 병, 두렵다

[주장] 곳곳에서 감지되는 엘리트 병... 1997년과 같은 금융위

시립도서관 취업 도움방 취업 정보 검색_정독도서관 19983, IMF 한파에 따른 실직자들을 위해 마련된 서울시립 정독도서관 취업도움방에서 구직자들이 취업관련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1997년 겨울은 나라 안팎의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혹독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날씨가 다른 해보다 더 추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돈 가뭄 탓에 생고생했던 기억은 선명합니다. 그때 저는 <한겨레> 기자 신분으로, 일본의 한 대학에서 연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에는 이른바 '아이엠에프(IMF) 사태'로 불리는 금융위기가 터졌고, 그로 인한 쓰나미가 일본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까지 덮쳤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환율 탓에 한국에서 송금받는 돈으로는 학업은커녕 생활하기조차 힘든 상황에 몰렸습니다. 한 언론재단으로부터 엔화 기준으로 지원금을 받았던 저는 그나마 형편이 나았지만, 집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해야 했던 주위의 많은 유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한국 학생들로 북적대던 어학교실은 금세 썰렁한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나라 경제가 망하면 그 나라 국민이 얼마나 비루해지는가를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일본의 야마이치증권 파산과 '도쿄대 병'

한국처럼 '국가 부도' 사태까지 가지는 아니었지만, 일본도 금융위기를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일본의 4대 증권회사 중 하나였던 야마이치증권의 파산입니다. 야마이치증권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여파로 생긴 부실채권 폭증을 견디지 못하고 창업한 지 100년 만인 1997년 스스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해 1124, 폐업을 알리는 기자회견에 나선 노자와 쇼헤이 사장은 90도 인사와 함께 "사원들은 죄가 없습니다. 제 책임입니다. 제발 그들이 길거리를 헤매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울부짖었습니다. 저도 텔레비전을 통해 그 회견을 보면서 울컥했습니다. 노자와 사장의 눈물 회견은 지금도 1997년 일본을 강타했던 금융위기를 상징하는 극적인 장면으로 소환되곤 합니다.

하지만 노자와 사장의 눈물 호소에도 불구하고 7500명에 이르는 사원 전원이 실직했고, 이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몸부림을 쳤습니다. 이때 제가 일본 잡지에서 읽었던 기사가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명문 증권사답게 이 회사에는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 출신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도쿄대 출신의 실직자들이 재취업을 하려고 당시 일본에 진출해 있던 외국계 증권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외국계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면접 때 그들에게 '당신은 무슨 일을 잘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무엇을 잘한다는 얘기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나는 도쿄대 출신'이라는 점만 되풀이하며 강조했습니다. 출신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외국계 회사는 당연히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내용의 기사를 읽으면서, 저는 도쿄대 병, 엘리트 병이 야마이치증권을 망하게 하고 더 나아가 일본 경제를 망친 주범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법사위 공방에서 불거져 나온 한국의 '서울대 병'

최근 한국 국회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서 문득 야마이치증권 도쿄대 출신 직원들의 엘리트 병이 떠올랐습니다. 아니 도쿄대 병보다 더욱 심한 서울대 병을 목도했습니다. 바로 625일 열린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의 의사진행 방식에 항의하는 유상범 의원에게 정 위원장이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라고 한 데 대해 유 의원이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라고 대응한 장면입니다. "국회법은..."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이를 지켜본 제 입장에선 서울대 출신의 잘난척으로 들렸습니다.

대다수 미디어가 정 법사위원장과 유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가 조롱과 야유 섞인 설전을 벌였다며, 양비론 관점에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시각의 보도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두 의원의 상호 언쟁 중에 나온 발언은 분명하지만, 도긴개긴의 공방 보도로 넘어가기엔 유 의원의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유 의원이 구체적인 학교 이름까지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속에 서울법대 출신(유 의원)이 비서울대(건국대 공대) 출신(정 위원장)보다 만능이고 우월하다는 오만한 엘리트 의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법대 나온 유 의원이 건국대 공대 나온 정 위원장보다 국회법도 잘 아는지는 국회법 자격시험이 없으니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서울법대라는 간판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서울대 병 중환자'라는 건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서울법대 출신 아니면 다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깔보는 사람이, 과연 비서울대 출신이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유권자를 위해 어떤 마음과 자세로 의정활동을 할지 심히 궁금합니다.

한동훈과 '엘리트의 시혜'로서의 정치

이왕 엘리트 병 얘기가 나왔으니,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사례가 떠오릅니다. 지난 22대 총선 유세 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원병에 출마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불쑥 내뱉은 말입니다.

한 위원장은 "이수정은 여기서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사는 사람이다. 이수정이 여러분을 위해서 나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재산도 많고 좋은 직업도 가지고 있는데 굳이 안 해도 될 희생을 하며 가엾은 유권자들을 위해 출마했으니 그를 찍어주지 않으면 여러분이 손해라는 뜻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이수정 대신 한동훈으로 이름을 바꿔도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선민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한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저는 지금도 지난 총선에서 나온 수많은 망언 중 한 위원장의 이 발언이 최고의 망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권자의 심부름을 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 절대 가져서는 안 되는 정치관이기 때문입니다.

한 위원장은 총선 패배 이후 잠시 전면에서 물러섰다가 최근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가 집에서 쉬는 동안 이런 엘리트·특권 의식에 찌든 정치관에서 탈피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정치는 엘리트의 시혜'라는 선민의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당 대표는 거머쥘지 모르겠으나 좋은 정치,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치는 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입니다.

내용보다 간판을 앞세우는 정치,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시혜의 정치, 소수 기득권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정치는 '반민주·반서민 정치'의 서로 다른 모습입니다. 시대의 흐름과 발전에 역행하는 나쁜 정치입니다.

좋은 정치, 좋은 삶은 스스로 찾고 만드는 것

마침 엘리트 관료의 대표 격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의 '편집인 포럼'에 참석해, 상속세 개편을 세제개편 중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꼽으면서 7월 말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민들은 물가고에 신음하고 중소 상인들은 코로나 때보다 손님이 더 없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판인데, 그의 귀에는 그들의 신음과 아우성이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서민을 보살피려 하기는커녕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부자 감세'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엘리트도 부자도 아닌 보통 사람들은 그저 복장이 터질 지경입니다.

독립 조사회사 '광수네 복덕방'의 이광수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최고세율 26%보다 높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1년에 최고세율 50%의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2900명에 불과합니다. 전체 인구의 0.005% 정도입니다. 그런데 윤 정권은 뭘 위해서 그들 극소수의 세금을 내려주려고 하는지 정책 목표는 말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감세를 하면 민생이 좋아진다고 눙치고만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왜 부자 감세가 필요한지 사회 구성원들이 나서 치열하게 따져 물어야 합니다."

저는 서울대 병, 엘리트 병에 사로잡힌 채 기득권 이익 지키기에만 골몰하는 이 나라의 집권 세력의 언행을 보면서, 1997년의 혹독한 겨울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매우 걱정입니다. 윤석열 정권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서울대 병, 엘리트 병이 망국병으로 도져 큰 화를 불러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굳게 믿습니다. 좋은 정치와 좋은 삶은 엘리트 병에 걸린 사람들이 내려주는 시혜가 아니라, 나쁜 정치와 나쁜 삶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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