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7. 15~

by 이성근 2024. 7. 14.

1. 신인류였던 X세대 가장 불안한 중년’ 2. 언론 예측 다 빗나갔다... 멸종하던 정치 세력의 대부활 3.'서울 아파트값 띄우기'에 올인하는 정부, 절망스럽다 4.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윤석열의 언론장악과 이진숙 카드' 5. 일베도 조롱한 이태원 음모론, 대통령이 물었나 6. 최저임금 1만원이 '패닉'이라는 양심불량 언론들 7. 핵 작전 지침' 정부 과도한 홍보가 노출한 불편한 진실 8. 윤 정부, 초부자들 자산위해 젊은세대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 9. 전세보증금 떼어 먹은 악성임대인 절반, 여전히 임대사업자 10. '탄핵 검찰' 걱정해주는 기자의 따뜻한 마음

11.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당신 칼럼에 행복해했습니다" 12. 용산 도·감청 들킨 미국, 왜 한국 첩보활동만 찍어 기소했나 13. 채 해병 사건 외압 진실 밝히려는 자와 덮으려는 자 14. PF위기태영건설 워크아웃 '추락의 해부' PF 위기누구를 위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인가 15. 사교육 대해부 중앙일보 기자, ‘사교육 조장비판에 답하다 16. 미국은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국익 위해 동맹국 후려칠 것"

신인류였던 X세대 가장 불안한 중년

이른바 ‘X세대’(1975~1984년생) 중 중년(45~64)에 해당하는 만 45~47세가 중년 중에서도 사회적 불안도가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녀·부모에 대한 돌봄 부담을 지고 있는 데다 노후 준비도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18.1%에 달했다. 힙합 문화에 빠져 찢어진 청바지를 입던 신인류가 이제는 중년의 문턱에 들어서 선배 베이비붐 세대보다 무거운 삶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중년의 이중과업 부담과 사회불안 인식보고서에 나타난 X세대의 모습은 건강 문제, 심리 불안, 가족돌봄·노후준비 부담 등으로 불안한 중년이었다. 해당 연구는 2022년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이뤄졌다. 당시 1975~1977년생이 만 45~47세였다.

연구원은 중년(45~64) 세대를 ‘1차 베이비붐’(59~64), ‘2차 베이비붐’(48~58), ‘X세대’(45~47)로 구분하고 357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상용직 비율은 X세대가 62.6%, 2차 베이비붐(50.7%), 1차 베이비붐(32.6%)세대보다 높았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귀속 지위를 뜻하는 ‘20세 이전 소득계층이 상()이었다는 응답은 1차 베이비붐(12.7%), 2차 베이비붐(10.1%), X세대(5.9%) 순이었다. 20세 이후 축적한 자산 수준을 의미하는 본인 소득 계층이라는 응답도 1차 베이비붐(12.0%), 2차 베이비붐(10.3%), X세대(6.7%)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경제성장에 따른 불평등 확대로 인해 40~50대가 60대보다 자신을 더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X세대는 중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행복하지 않았다. 이들은 건강 상태가 좋다는 응답이 29.1%2차 베이비붐(29.9%), 1차 베이비붐(33.4%) 세대보다 낮았다. 심리 불안도는 4점 만점에 1.97점으로 2차 베이비붐(1.90), 1차 베이비붐(1.80) 세대보다 높았다.

돌봄 부담도 없고 노후 준비도 했다는 X세대는 32.3%에 그쳤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49.6%였다. 반면 돌봄 부담도 있고 노후 준비도 안 했다는 응답은 X세대가 18.1%, 1차 베이비붐(9.6%) 세대의 두 배에 가까웠다. 연구원은 자녀의 경제적 자립이 늦어지고, 고령화로 연로한 부모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중년의 이중 과업을 지원할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서울신문

 

언론 예측 다 빗나갔다... 멸종하던 정치 세력의 대부활

프랑스 조기 총선, 1당에 등극한 신인민전선... 마크롱의 도박이 남긴 것

프랑스 좌파 연합 내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지난 7일 파리 시내에서 총선 2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양팔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통령의 국회 해산으로 느닷없이 2년 반 만에 다시 치르게 된 프랑스 총선(77)은 좌파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이 제1당으로 등극하며, 뜻밖의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선거의 최대 관심사였던 극우 세력의 과반 점유 여부는 (577석 중) 143석으로 귀결되며 그들만의 일장춘몽으로 끝났고, 프랑스 의회는 절대다수 진영이 없는 3개 정당의 군웅할거 형국으로 진입하며 불투명한 미래로 접어들었다.

유럽의회에서의 처참한 패배(집권당 르네상스와 4개의 군소 중도 정당을 합한 선거연합 앙상블을 만들어 겨우 14.6%를 획득)를 만회하려 조기 총선이란 승부수를 띄운 마크롱은 결국 좌파 진영 득세를 위한 판 깔아주기라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러한 결과의 일등 공신이자 최대 수혜자는 신인민전선(NFP)의 구심점이 된 굴종하지 않는 프랑스당(LFI)과 그들의 오랜 리더 장뤼크 멜랑숑이다. 이들은 1936년 좌파연합 세력인 인민전선(Front Populaire)의 극적 승리가 가져온 혁명적 변화를 환기시키며, 극우 세력 저지를 위해 신인민전선이란 이름하에 모든 좌파·극좌파 진영을 한데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좌파 진영의 군소 정당들이 하나둘 몰락해 가던 가운데 유일하게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국회의 왼쪽 날개를 사수해 오던 이들은 마크롱이 제공한 절호의 기회를 극적 회생의 계기로 삼아, 프랑스를 극우의 손에서 구한 구세주로 평가 받는다. 좌파 진영에선 여세를 몰아, 마크롱 대통령이 멜랑숑을 총리로 지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과반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제1당이 되어 세력을 확대한 신인민전선의 목소리는 앞으로의 국정에 크고 작은 변화를 기대해 보게 한다. 특히 신인민전선(NFP)과 국민연합(RN)이 함께 공약한 바 있는 에너지·생필품 부분에 대한 감세 조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적극적 지원 반대 등의 대목에서는 고물가 속에서 고통을 겪는 민생을 다소나마 돌보고, 마크롱의 무도한 질주를 막는 제어 장치 역할을 기대해 볼 만하다.

결선투표-선거공학의 승리

프랑스 총선 결과 - 좌로부터 좌파연합 신인민전선과 동맹 194, 집권당 연합 앙상블 163, 공화당 66, 극우 국민연합 143. CNEWS

1차 투표에서 33%를 얻으며, 유럽의회 선거 승리의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고, 극우 총리의 가능성까지 점치게 했던 국민연합이 결국 3등으로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1차와 2차 투표 사이 유권자들이 대거 마음이 돌아서기라도 했던 걸까? 놀라운 점은 이들이 결선 투표에서 얻은 표는 1차 투표 때와 거의 같다는 점이다. 그들의 지지자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더욱 믿기 어려운 사실은 이번 선거에서 제1당을 차지한 신인민전선이 얻은 표보다, 국민연합이 얻은 표가 300만 표나 더 많다는 점이다. 만일 유럽의회 선거 방식대로 전체 정당 득표를 계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들은 예견되었던 대로, 1당이 되고도 남았을 터이다.

승자와 패자가 극적으로 뒤바뀐 원인은 결선투표제라는 선거 방식에 있다. 국민연합의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의 표현대로라면 좌파세력과 마크롱세력의 "정치적 야합"의 결과로 그들은 표를 도둑질 당한 셈이다. 야합이라는 표현이 과도하지 않은 이유는, 이 두 당은 전통적으로 적대적 관계에 있으며 어떤 지향점도 공유해오지 않은 당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극우 차단이라는 명분 하에, 영리한 정치 공학을 구사한 것이다.

결선 투표에는 원칙적으로 1차 투표에서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이 다시 진출할 수 있다. 1차 투표에선 소신 투표를 했던 사람들도, 자신이 투표했던 후보가 2차에 올라오지 않으면, 대부분 최악을 막기 위한 전략 투표에 임한다. 따라서 각당은 1차와 2차 투표 사이, 확실한 결실을 챙기기 위한 물밑 후보 연합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신인민전선과 앙상블 사이에 각자 3위로 결선 투표에 오르게 된 후보를 사퇴시키는 협의가 이뤄져, 극우를 밀어내기 위해 '될 사람을 밀어 주는' 풍경이 연출됐다.

물론, 국민연합이 이제 와서 억울함을 호소할 순 없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결선투표제는 극단적 이념을 표방하는 세력에겐 불리하게, 이런저런 세력과 협력할 수 있는 열린 지향점을 가진 세력에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설계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극우는 다시 한번 전진했다

국민연합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가 지난 614일 총선 첫 유세 일정으로 프랑스 몽타르지 인근의 한 농장을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 국민연합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고, 3등으로 전락한 것이 그들에게 불운이며 프랑스 사회로선 재앙을 피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이로써 국민연합은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 사이에 '아직 긁지 않은 복권'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또한 28세의 바르델라 대표에겐 마크롱과 함께 동거 정부를 이뤄 3년간 혼란한 국정을 선보이며, 민낯을 들킨 후 짧은 정치 생명을 마감하는 것보다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게 됐다. 경험과 정치 이력을 쌓은 후, 3년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편이 더 매력적인 시나리오일 수 있다. 프랑스 좌파 유권자들로서는 3년 후 더 위력적으로 터질 수도 있는 폭탄을 미뤄둔 셈이다.

극우 세력이 이번에 얻은 의석은 143. 2022년에 얻은 의석은 89석이고, 2017년에 얻은 의석은 8석이다. 불과 7년 만에 8석에서 143석으로 급성장한 이들의 돌파력은 정당사에 기록될 만큼 놀라운 수준이다. 무서운 성장세는 그동안 이들의 의회 진출의 걸림돌이 되어온 '결선투표의 매직'마저 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실패라고 말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치욕 속, 미소지은 집권당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7일 총선 2차 투표를 위해 르투케파리플라주에 있는 투표소를 찾은 모습. EPA/연합뉴스

극우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극좌 세력과 연합 전선을 구축한 집권당의 모습은 야릇한 미소를 자아내는 광경이었다.

집권 이후 극단적 신자유주의자-글로벌리스트의 노선을 취해 온 이들은 공화당에게 우파의 공식 타이틀을 내주고, 자신들이 중도인듯 위장해 왔으나, 내용 면에선 공화당보다 더 선명한 글로벌 친자본 세력이다. 마크롱은 국민적 반대 속에도 고소득자 연금시장을 다국적 자산관리회사들에 개방하고자 연금개혁을 강행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미국 네오콘과의 협력에 충실한 민심 이반의 행보를 계속해 왔다. 그래서 그는 국익보다 글로벌리스트들의 이해를 받드는 머슴으로 비쳐온 것이 사실이다. 집권당의 이러한 행보는 국익을 먼저 내세우는 국가주의 정당의 성장에 물을 줘온 것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자초한 폭탄 때문에 궁지에 몰리게 된 집권당은 신인민전선과의 연합 전선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완벽한 몰락이 예고되었던 마크롱 진영은 참패를 모면하고, 2등 자리를 챙기면서, 내심 안도한 모습이다. "수치스러운 결과지만, 중도의 건재함을 보여준 결과"라는 자족적 평이 선거 당일 밤 엘리제궁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선전했을 뿐이다. 마크롱 진영이 감당해야 하는 '수치', 그것도 자발적으로 판 무덤이란 점에서 더욱 명확하다. 2022245석을 얻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87석을 잃으며, 이미 통치불능 상태였던 기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들이 확보한 163석을 통해, 극우와 극좌가 손을 잡아도 대통령을 탄핵(의석수의 2/3)을 강행할 순 없는 저지선을 확보했지만, 의석수 1/2이 필요한 국회의 정부 불신임안 결의(즉 총리 불신임)는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전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시절, 1년 반 동안 악명높은 헌법 493(국가 비상시기, 국회 표결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만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상 예외 규정)를 무려 27회나 사용하며 의회를 무시하고 정부 법안을 강제하던 독재의 방식은 이제 쉽게 구사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관례상 새로운 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은 신임 총리를 임명하고 새로운 내각을 꾸려야 하나 선거 직후 사표를 제출한 아탈 총리의 사표를 마크롱은 일단 반려한 상태다. "불안한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달라"는 말과 함께. 불안의 진원지인 그가, 어떤 해법을 자신의 변화 없이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의 판단을 더디게 하는 것은 압도적 다수가 나오지 않은 선거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좌파 진영에선 망설이는 대통령에게 '우리가 승자임을 인정하라'는 압박이 연일 흘러나온다. 이번 선거로 재선 의원이 된, 굴종하지 않는 프랑스의 프랑수아 뤼팽 의원은 "이젠 에마뉘엘 마크롱이 민주주의 제도를 존중해야 할 시간"이라면서, 마크롱이 패배를 인정하고 좌파 진영의 총리를 임명할 것을 종용했다.

불안한 우산, 승리의 대가

조기총선 다음날 리베라시옹지의 1면 공화국 광장에 모여들어 승리를 축하하는 좌파 지지자들과 "우프" 라고 제목을 뽑은 리베라시옹지의 선거 다음날 표지다. 극우 프랑스를 막아낼 수 있었던 안도감을 표현한 이 표지는, 이 선거의 의미를 압축해준다. 리베라시옹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입증해 준 선거였다. 언론의 예견들은 대부분 빗나갔다. 농익은 정치 공학과 변화를 바라는 민심, 절묘한 타이밍, 탁월한 슬로건이 빚어낸 연금술의 결과였다.

신인민전선의 승리가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압도적 과반의 승리가 아니더라도, 거대한 환호성이 광장에 터져나가게 만들었던 것은 모든 공식을 비껴간 예기치 않은 뜻밖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좌파가 멸종해 가던 정치 지형 속에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이번 승리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그들의 승리는 적지 않은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과거의 흔적을 잃고 급속히 고사해가던 사회당(2022년 의석수 31), 신인민전선이란 큰 지붕 속에서 62명의 의원을 탄생시키며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들은 마크롱을 배태한 정치세력이다.

심지어, 이번 선거에선 마크롱을 엘리제궁 경제 자문으로, 이윽고 재경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전직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어떤 관점에서 보아도 좌파이기보다 오히려 좌파의 적이었던 인물이다. 신인민전선의 큰 우산 아래 다시 회생의 기회를 잡은 이들은 얼마든지 마크롱 세력과 연합하여 유권자를 배반할 수 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스스로 실족사의 길을 가고 있던 마크롱 세력을 건져준 것도 신인민전선이 져야 할 짐이다.

많은 시민들이 국민연합의 바람을 응원했던 것은, 가장 커다란 변화가 그들을 통해 가능하리라 점쳤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변화의 열망을 이제 신인민전선이 짊어지게 되었다. 국민들은 그들에게 즉각적인 답을 요구할 것이며, 이제 곧 승자의 텐트 속에서 모략과 배반, 반전의 시간이 숨돌릴 틈 없이 다가올 것이다. 지난한 진흙탕 싸움 속에서 한송이의 연꽃이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마이뉴스 목수정(anouck)

 

'서울 아파트값 띄우기'에 올인하는 정부, 절망스럽다

생산·투자·소비 모두 감소세로 돌아서... 부자잠세로 재정파탄 직전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거래 건수는 326건으로 전처 거래(6275)4.8%를 차지했다. 지난 20179(2.9%) 이후 6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면서 증여세 부담이 커지고, 일반 매매시장의 거래가 늘어나 증여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8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대한민국 경제가 얼마나 위독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시지표가 줄지어 출현 중이다. 경제활동의 전부라 할 생산·투자·소비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제 주체들이 부담하는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다 연체율 증가속도가 채무 증가속도를 아득히 앞지르고 있다. 재정을 풀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정부는 거의 전 부문에 걸쳐 예산을 삭감했음에도 부자감세로 인해 재정파탄 직전이다.

국민경제가 초토화 상태인데 윤석열 정부는 국민경제를 살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정부의 관심은 오직 집값 띄우기, 그것도 '서울 아파트값 띄우기'에 머물러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잔여 임기를 마친 후에도 꽃은 피고 새는 울겠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회복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듯싶다.

[장면] 생산·투자·소비 모두 약세인 트리플 약세장

6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5월 산업활동동향 보도자료갈무리통계청

대한민국 경제 전반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6월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113.1(2020=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지수는 3월에 2.3% 줄어든 뒤 4월에 1.2% 반등했으나 한 달만에 다시 꺾였다.

서비스업 생산도 0.5%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0.2%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판매가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지난해 34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소비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설비투자는 4.1% 줄어 석 달째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에 동반 감소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에 봉착한 것이다. 생산과 투자, 소비가 모두 역성장하는 최악의 국면이 진행 중이다.

[장면] 빚더미에 깔려 죽어가는 대한민국

빚 관련 이미지

대한민국은 지금 빚더미에 눌려 질식 중이다. 6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매크로레버리지(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 총액)251.3%로 조사됐다. 즉 가계·기업·정부 부채의 합이 GDP2배가 넘는다는 말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대출이 급속도로 늘었던 2020년 말 242.7%에서 2022년 말 251.2%까지 뛰었고 지난해에도 소폭 증가했다. 반면 선진국 평균은 같은 기간 319.3%에서 264.3%로 뚝 떨어졌다.

채무가 느는 속도에 비해 연체율 상승 속도는 훨씬 가파르다. 2021년 말 0.52% 수준이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86%까지 상승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0.98%까지 올랐다.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업 대출도 상황은 비슷했다. 2020년 말 0.71%였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64%로 오른 뒤 올해 1분기엔 2.31%까지 치솟았다.

자영업자 상황은 가히 절망적이다. 20222분기 0.5% 수준의 연체율이 올해 1분기 1.52%로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심지어 2022년 초 10.7% 수준이던 취약 차주(대출자) 비중은 올해 1분기 12.7%까지 확대됐다. 경제 주체들의 채무총량이 느는 데 더해 연체율 증가속도는 더 빠른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출구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장면] 부자감세가 야기한 재정파탄

이런 와중에도 윤석열 정부의 막무가내 부자감세로 인해 국고는 텅텅 비어가고 있다. 2년 연속 '세수펑크'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올해 결손 규모는 10조원대로 추정된다. 심지어 20조원대로 불어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올해 1~5월 국세는 151조원 걷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천억원 적다. 주범은 법인세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납부 실적이 고루 좋지 않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대 '세수펑크'가 발생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대규모 세수펑크는 불가피해 보인다.

앞에서 일별했듯 대한민국 경제 기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통탄스러운 건 사정이 이러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국민경제 회복엔 아무 관심이 없다. 터지기 직전의 가계부채를 관리할 목적으로 7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두 달 연기'하는 폭거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집값 띄우기에만 혈안인 모습이다. 절망스럽다.

스트레스 DSR : 대출자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고려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

이태경(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민언련/ 오마이뉴스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윤석열의 언론장악과 이진숙 카드'

202474, 윤석열 대통령은 새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지명했다. 김홍일 전 위원장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스스로 사퇴한 지 이틀 만이다. 윤 대통령 계획대로 간다면 이진숙 지명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22개월 만에 무려 4번째 방통위원장이 된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리가 됐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는 일반 국민에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기구와 위원장 자리가 이처럼 주목받게 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기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방송사 인허가, 공영방송 매각 등의 업무뿐만 아니라 현 정부 들어 검열 기구로 변했다는 비판을 받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예산 등도 감독한다.

윤석열과 이진숙의 인연은 지난 2021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돼 한 토론회에 나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106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서 열린 정권교체국민행동주최 토론회에 윤석열 후보는 초청 연사로, 이진숙은 언론 분야를 질의하는 패널로 나왔다.

이진숙 “MBC 민영화 입장이 뭐냐윤석열 민영화가 답

정권교체국민행동대변인, 그리고 바른언론인모임 대표 직함으로 토론회에 나온 이진숙은 윤석열 후보에게 친여 친정권 방송, 공영방송 편향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 이런 의견을 제시를 하는데 윤 후보께서는 입장이 어떠신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진숙 / MBC 보도본부장

이런 정도로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정말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평소에 좀 많이 합니다. -윤석열 / 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후보

당시 윤석열 후보와의 이 문답은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이진숙 방통위원장 지명자는 MBC 기획홍보본부장이던 시절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 매각을 직접 논의했다가 큰 논란을 빚었던 당사자이기 때문에 지금 MBC 이사회 격인 방문진 이사진 교체 시기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답변에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제가 집권하면 그냥 놓겠습니다. 여기다가 사장 누구 지명하고 이렇게 안 하고요. 언론 이쪽에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 또 가장 그야말로 존경받는 분 어디 위원회 구성해서 그런 분을 누가 봐도 어떻게 보면 제 얼굴이랑 똑같은 거죠. kbs 사장을 누굴 시키느냐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키거나 저 그런 거 안 할 겁니다. 언론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유능하다고 하는 분 그 분을 딱 올려놓고 알아서 하십쇼 이렇게 하는 것이 제일 우선이 아닌가.-정권교체국민행동 주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묻다’ (2021106)

이진숙 “MBC 사장 중도적중립적신사적 안 돼”, “윤석열 찍어 정권교체발언

이에 앞서 이진숙 지명자는 대전MBC 사장을 그만둔 뒤, 2019년 자유한국당 총선 인재로 영입됐다. 그는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예비후보(대구시장 후보)로 등록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진숙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앞장섰다. 2022년 대통령 선거일 6일 전인 33, 국회에서 열린 정권교체국민행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을 찍어야 정권교체, 다른 후보 찍으면 정권 연장"이라며 윤석열 후보 지지를 독려하는 성명을 낭독했다.

이진숙 바른언론인모임 대표가 202233, 국회에서 열린 정권교체국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성명을 낭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자유총연맹 주최 토론회에서 좌파민주노총언론노조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무너진 공영언론, 기울어진 문화권력 지평을 바로 세워줄 사람"MBC 사장이 돼야 한다며 중도적이다, 중립적이다, 신사다, 점잖다, 그런 사람(MBC 사장으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 여기 계신 참석자 여러분들께 묻습니다. 이제 MBC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하면 중도적인 중립적인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되겠죠? 자 안 됩니다라고 얘기하신 분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정답입니다. 안 됩니다라고 얘기하신 분이. 왜 중도적이고 중립적인 인물이 안 되냐 하면 이거 프레임입니다. 여러분 지금 mbckbs, ytn 이른바 공영방송에 사장으로 와야 하는 인물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 아십니까 여러분? 문재인 정권 때 대단히 좌로 편향되게 만든 그 방송 이른바 그 공영방송, 민노총 방송, 언론노조 방송으로 만들어 놓은 그걸 정상화시킬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합니다. 여러분 그 말의 프레임에 속아 넘어가시면 안 돼요. 우리가 사장을 선임할 때 방송 관련 문화 권력 관련한 정책 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할 분들은 지금 무너진 공영 언론 또 우리가 기울어진 문화권력 지평을 바로 세워줄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중도적이다 중립적이다 신사다 점잖다 그런 사람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10차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안보 대국민 토론회(202367) 이진숙 발언 중

이런 행보를 보였던 이진숙 씨가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과 방송사 감독을 총괄하는 자리에 지명된 것이다. 그는 지난 4일 방통위원장 지명 소감에서 MBC, KBS, 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이사진 개편을 언급했다.

조만간 MBC, KBS, EBS 등 공영방송사의 이사 임기가 끝납니다. 이상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합니다.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자 지명 소감 중

KBS, 방문진 이사 후보에 공언련과 유사 단체 관련자 다수 지원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늘(715) 지난 11일 공모를 마감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 지원자 명단을 공개했다.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위해서다. 최종 마감 결과 KBS53, 방문진에 32명이 지원했다.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 분석 결과 이 중 공언련’, 즉 공정언론국민연대라는 단체 관련 인물이 모두 7명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언련과 유사한 활동을 하는 보수 단체 관련 인물까지 집계를 확대하면 모두 16명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이진숙 씨도 바로 이 공언련과 그 전신인 국민언론감시연대둘 다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 지명자는 또 공언련 참여단체인 바른언론인모임이라는 단체 대표로도 활동했다.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핵심 플레이어,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진숙 지명자가 바른언론인모임'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본격 활동을 시작한 건 20대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되던 20216월경이다. 국민의힘이 지원했던 ‘20대 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바른언론인모임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여했고, ‘정권교체국민행동이라는 단체의 대변인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시민사회 진상규명조사단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20대 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을 비롯해 비슷한 시기 설립된 여러 언론관련 보수단체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 사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인물이 대거 참여했다. 언론노조 KBS, MBC와 궤를 달리한 ‘KBS직원연대‘MBC노동조합등에도 참가했다.

이들은 선거 기간 동안 논평을 내는 것부터 공영언론 관련자를 고소 고발하거나 감사 청구 등을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610‘‘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공정언론국민연대'로 이름을 바꿔 재출범했다. 감시단에 참여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간부들은 국민언론감시연대(공정언론국민연대의 전신)'공정언론국민연대'의 발기인 등으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진숙도 두 조직에 모두 발기인이었다.

선거방송 모니터링해 민원 넣고 표적 심의제재

공언련은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방송 모니터링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MBC 시사 보도 프로그램 등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었다. 당시 선방위에 접수된 정당단체 민원 181건이 모두 국민의힘과 공정언론국민연대에서 제기한 것이다.

공언련 관련 인사가 2(권재홍 공정언론국민연대 2기 이사장,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1기 상임대표) 포함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역대급 법정 제재를 남발하며 표적 심의, 과잉 제재 논란을 빚었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1마이크로그램까지 내려간 날 숫자 1을 화면에 띄웠던 MBC 날씨 보도에 최고 수준의 징계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것이 대표적인 정치 심의 사례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방송사 민원 중 단체 민원 100%를 공정언론국민연대가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대거 접수

뉴스타파 취재로 알려진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도 공정언론국민연대 관련 인사들이 대거 등장한다. 지난해 9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를 심의하고 제재하라는 민원이 쏟아졌는데, 이 민원 대부분이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 전 직장 관계자, 류 위원장이 활동한 각종 단체 소속 인사가 낸 것으로 드러났다.

허종환 공언련 사무총장을 비롯해 석우석 대외협력단장 등 최소 14명 이상의 공언련 관련자가 이 같은 민원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공언련 관계자들 똑같은 내용의 민원을 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뉴스타파가 전 언론노조위원장이었던 신학림씨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받은 당시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가짜뉴스를 마치 사실처럼 보도한데 대해 방심위가 제대로 심의해 주시기 바랍니다.-허종환 공정언론국민연대 사무총장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뉴스타파가 전 언론노조위원장 이었던 신학림씨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받은 당시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가짜 뉴스를 마치 사실처럼 보도한데 대해 방심위가 제대로 심의해주시기 바랍니다.-석우석 공정언론국민연대 대외협력단장

공영방송 이사 해임 촉구 성명기자회견수사기관 고발

공언련은 출범 이후 줄곧 공영방송 이사회 및 공영방송 경영진을 겨냥해 해임을 촉구하거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공언련 참여 단체들이 20227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감사원에 감사 청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감사원 감사는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공언련은 202211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직 상임위원, 실무자 2명 등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한 위원장은 다섯 차례 압수수색 이후 결국 면직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했던 한상혁 위원장의 면직으로 공석이 된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엔 이동관이 임명됐다.

공언련은 또 20232월 윤석년 KBS 이사 사퇴 촉구 성명을 여러 차례 냈고, 20236월에는 윤석년 이사를 제외한 KBS 야권 이사 6명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해서도 공익감사를 청구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후 권태선 이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해임됐지만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해임 처분이 집행 정지돼 자리로 복귀했다. 정연주 위원장의 해촉을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한 다음 날 후임 방심위원으로 류희림 미디어연대대표를 위촉했다.

공언련 등 보수언론단체, 국민의힘과 끈끈한 관계

공언련은 국민의힘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22610일 공언련 창립대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축사에서 이렇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여기 계신 여러분 덕택에 대선도 이길 수 있었고 이번에 지방선거도 이길 수 있었다. 이번 대선에 이길 수 있는 것도 여러분이 이렇게 노력해 줬기 때문에 서울에서 31만 표를 이겼기 때문에 전국에 겨우 23만 표를 이겼습니다. 이번에 지방선거 우리가 압승할 수 있었던 것도 여러분 덕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공언련은 지난 1미디어 X’라는 제호의 자체 매체를 창간했다. 창간기념식엔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명의 화환과 함께 공정언론 구현을 위한 인터넷 미디어 감시와 비평의 미디어 X 활약을 기대하며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도 서면으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인 때에 미디어 X가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추적해 고발하는 어려운 역할에 앞장서 주신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고, 당시 국민의힘 박성중, 윤두현 의원 등도 축전을 보냈다.

연다혜 뉴스타파

일베도 조롱한 이태원 음모론, 대통령이 물었나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경찰보다 더 믿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펴낸 책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서 김진표 전 의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화를 언급했다. 2022125일 자신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을 건의했지만 대통령은 일각의 음모론을 언급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썼다. 책의 구절은 이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 말이 다 맞으나, 자신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자신은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것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 (중략)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

일부 극우 유튜브는 이태원 참사가 누군가의 고의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갈무리

대통령실은 이 서술이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627일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눈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 세상에 알린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은 참사 관련 회의 때마다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71일 국회 운영위에서는 더 구체적 해명을 내놓았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대통령은) 굉장히 많은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되기 때문에 제기되는 의혹을 전부 수사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했다. 김진표 전 의장이 쓴 바와 달리 윤 대통령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되었을 가능성이란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소영 더불어민주당과의 문답에서 이 홍보수석은 이상한 답변을 흘린다.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된 사고다, 그러니까 조작된 거다’, 이거 정식으로 제기한 언론 있습니까? 기억나는 매체 있으십니까?(이소영 의원)” “당시에 많은 언론이(이도운 홍보수석)” “그러니까 많은 언론 어디 기억나는 것 하나만 대보시지요(이소영 의원)” “많은 언론이 당시 바닥에 어떤 기름이 뿌려졌다이런 식의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이도운 홍보수석).” 이소영 의원이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는데도 이 홍보수석은 먼저 기름이야기를 꺼냈다. 조작론의 대표 격으로 여겼다는 이야기다. ‘여러 언론 매체가 기름을 뿌려 사건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보도하니, 대통령은 수사를 지시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71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뒷줄 가운데). 시사IN 신선영

이태원 참사가 기름 탓에 벌어졌다는 주장은 참사 일주일쯤 지난 2022115일께 SNS에서 시작되고 이후 보수 유튜브가 불을 지폈다. 이 음모론의 개요는 이렇다. ‘각시탈을 쓴 두 남성이 1L 기름병을 하나씩 들고 다니며 참사 현장에 뿌렸다. 이들은 민주노총 조합원이거나 그 밖의 반정부 단체에 소속된 인물이다. 두 사람은 다른 공범들에게 수신호를 줘 앞사람을 밀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미끄러지고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대통령 퇴진 운동의 동력을 얻는 게 일당의 목적이다.’

이도운 홍보수석의 말과 달리 기성 언론들은 이 주장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관련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때는 2022117,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언급이 나온 뒤였다. 이날 특수본은 “CCTV상으로 혐의점은 없어 보이나 (각시탈 쓴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환조사 뒤인 1110일 경찰은 의혹이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언론도 경찰도 기름 의혹외면했는데

보수 유튜브들은 상호 연관성 없는 사실과 불분명한 정보들을 꿰어맞췄다. 2022116가로세로문화연구소채널 운영자 김세의씨는 이렇게 말했다. “각시탈이 들고 있는 병은 술병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보카도 오일병과 더 닮았다.” “(언론에 나온 생존자들은) 다들 현장이 미끄러웠다고 한다.” “좌파들에게 각시탈은 굉장히 상징적이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공보 SNS에도 각시탈 그림이 들어갔다.” 117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 출연한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오히려 경찰 특수본을 비판했다. “나는 (각시탈이 든 게) 아보카도 오일이라고 본다. 경찰은 뭘 보고 아니라고 판단한 건가? (중략) 아보카도 오일임을 감추기 위해 술병에 옮겨 담았을 수도 있다. 경찰은 왜 합리적 검증 과정을 안 거치나?”

2022111일 이태원 참사 유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유실물센터를 찾았다. 시사IN 이명익

이 의혹은 언론이 받아쓸 수 없을 정도로 오류투성이다. 아보카도 오일은 리터당 2만원 이상이다. 반값 이하에 식용유를 사 술병에 담아서 뿌리면 값싸고 발각 위험도 없기 때문에 굳이 아보카도 오일일 이유가 없다. ‘아보카도 오일을 술병에 담았을 수 있다는 주장은 자승자박이다. 애초 보수 유튜버들이 아보카도 오일 주장을 밀어붙인 근거가 다름 아닌 사진에 찍힌 병이 아보카도 오일병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각시탈을 의심하는 근거도 헐겁다. 대규모 테러를 기획하는 범죄자들이 굳이 (보수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좌파의 상징을 착용해 검거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없다. 설령 범인들이 좌파의 심벌을 차려입고 값비싼 기름을 붓기로 마음먹었더라도, 그게 참사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태원 참사 현장은 두 사람이 기름을 부어 일으킬 수 있는 규모의 사건이 아니었다. 게다가 수신호 증거 영상이라며 떠도는 자료 속 각시탈은 참사 직전 인파 한가운데서 떠밀려가고 있었다. 사고를 유발하기는커녕 제 생사도 가늠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일부 보수 유튜브들에서만 몰입했을 뿐, ‘일베저장소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조차 이태원 참사 음모론은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2022116일 한 이용자가 아보카도 오일 논란을 제기하자 댓글 여론은 각시탈이 의심스럽다이게 무슨 증거냐둘로 팽팽히 갈렸다. 혐의가 없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의혹을 제기한 몇 안 되는 게시물은 대부분 삭제됐다. 대신 이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비하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일베저장소에서는 극우 성향 대표 커뮤니티라는 위치 탓에 이후에도 각종 기이한 의혹이 여럿 제기됐다. 그러나 민주노총 간부의 지시를 받고 인파를 밀었다라는 양심고백’, “금속노조가 참사 몇 시간 전 근처에서 차를 몰고 다녔다라는 (조작 의심) 글 역시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12월 들어서는 보수 유튜브조차 이태원 참사 관련 음모론 영상을 지우거나 새로운 조작 주장을 제기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2022125일은 이 모든 해프닝이 마무리된 시점이다. 다름 아닌 경찰이 사실관계 확인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 시점까지 대통령은 특정 세력을 의심해 장관 해임을 망설였다는 게 김진표 전 국회의장 주장이다. 김 전 의장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대통령실로서는 결코 개탄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이것은 대통령이, 반사회적 극우 사이트인 일베 이용자조차 절반만 지지하는 의견을 경찰 조사 결과보다 신뢰했다는 의미가 된다. 김진표 전 의장의 서술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보수 유튜브에 심취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알고리즘의 심연에 도사린 이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황당무계한 의혹을 생산해내고 있다/시사인 이상원 기자

최저임금 1만원이 '패닉'이라는 양심불량 언론들

주류 언론들 사실왜곡하고 기업주 입장만 대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9860원에서 1.7%, 금액으로 170원 늘어나게 됐다. 하루 8시간씩 한달 20일 일하면 월급으로 1604800원을 받게 된다. 올해보다 월 27200원 더 받는 셈이다.

언론은 이 소식을 어떻게 다뤘을까? 많은 언론들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열렸다라고 큰 일이 난 것처럼 보도했는데, '그래서 환영할 일'이라는 투로 보이지는 않는다. ‘편의점 등 자영업자 허리가 휜다’ '자영업자 곡소리' ‘중소상공인 피해 우려’ ‘일자리에 악영향’ ‘경영에 부담 가중이란 제목에서 보듯이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정말 깜짝 놀랐죠...최저임금 1만원 돌파에 자영업자 패닉”(이데일리)이라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도 보인다. 내년 최저임금 1.7%인상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포함한 경영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처럼 보도한 기사가 대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7월에 다음해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16.4% 인상키로 결정했다. 기업과 자본의 입을 대변하는 경제지들은 물론이고 기업 광고로 먹고사는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한국 경제가 최저임금 때문에 무너질 것처럼 보도했다. “한국경제 견뎌낼 수 있나” “소상공인 부담 감당할 수 있나” “과속질주 편의점 문 닫을 판“ “직원 줄이거나 가게 문 닫아야죠등의 기사 제목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경제 성장률은 20173.1%, 20182.7%로 직전 박근혜 정부 때인 20152.6%, 20162.9%에 비해서도 나쁘지 않았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7%에 오로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류 언론들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물가상승률 때문이다. 임금을 말할 때 물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임금이 상승해도 물가가 더 오르면 사실상 임금은 줄어드는 셈이다. 최근 폭등하고 있는 물가를 감안하면 1.7% 임금 상승은 임금삭감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과일·채소값은 각각 40%, 12% 올랐고, 전기·가스·수도요금은 4.9%(최근 3년간은 38.6%), 시내버스와 택시 요금도 각각 11.7%, 13% 인상됐다. 올해도 1분기 외식물가 상승률은 3.8%, 신선식품 물가상승률은 20%에 달했다. 설렁탕, 짜장면, 냉면, 삽겹살 값이 너무 올라 서민들이 외식을 줄이고 있고, 과일·채소 값이 폭등해 장보기가 두렵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내년 물가가 올해보다 낮으리란 보장도 없다. 물가를 생각하면 최저임금 1.7% 인상이 오히려 임금 삭감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임금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를 비중있게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와 jtbc 정도뿐이다. 다른 대부분의 주류 언론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스스로를 노동자가 아니라 경영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이 정도의 최저임금을 두고 '곡소리''패닉'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이다. 한국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최저임금위원회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유럽 주요 선진국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다수 주류 언론들은 노동자에게 보장된 이 정도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도 견디지 못해 사실을 왜곡해가며 일방적으로 기업과 자본의 목소리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최저임금 130원 결정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제가 시작된 지 37년 만에 이제 겨우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한숨' '경영부담에 패닉'이라고 한다. 국내 20대 그룹 임원들이 직원보다 20배나 많은 수십억 원 연봉을 받아간다(재벌닷컴 324)는 사실에는 무덤덤하지만, 노동자가 올해보다 시급 170, 월급 27200원을 더 받게 된 것을 두고 패닉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한국 주류 언론들이야말로 노동자들에게는 패닉그 자체다. /시민언론 민들레

핵 작전 지침' 정부 과도한 홍보가 노출한 불편한 진실

지난 11일 한미 정상이 승인한 한미 '핵 억제·핵 작전 지침'이 한반도 안보 구도 불안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정부가 공식 브리핑에서 한껏 의미를 부풀림으로써 당장 북한이 반발하고 국방부가 이를 재반박하는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 위협을 줄이기는커녕 위협을 키우는 전형적인 악순환 양상이다.

북한은 지난 18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참관한 가운데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2023. 3. 20. 연합뉴스

과도한 해석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 차장이 당일 워싱턴 브리핑에서 소개한 이른 바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의 구축' 주장에서 비롯된다. 김 차장은 "미국이 전시·평시를 막론하고 미국 핵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배정할 것을 확약했다"라면서 '일체형 확장억제'의 의미를 역설했다. 대한민국에서 안보는 영어로 쓰고, 영어로 읽어야 한다. 동맹의 망토 안에서 "(미국의)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선 더욱 그렇다.

나토 2022년 전략개념서에 CNI 포함, 미국은 공식 정의 안 해

'일체형''·재래식 통합(CNI, 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의 의역이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아직 정립하지 못한 개념이다. '핵이 포함된 위협'이 높아짐에 따라 종전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엄격하게 분리했던 방화벽에 신축성을 둬야 할 필요에서 나온 개념이다. 적이 미국과 동맹을 상대로 전술핵을 사용할 위험에 맞설 대응 방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CNI의 구성요소와 능력, 한계, 확장억제의 유효성 또는 부작용에 대한 정의가 온통 모호한 상태다. 그야말로 개념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미가 CNI를 언급한 건 작년 918일 한미 통합국방대화(IDD) 공동성명에서다. "핵협의그룹(NCG) 안에서 CNI 계획과 실행 방안을 함께 개발함으로써 연합방위 구조를 발전시킬 것"을 합의했다. NCG에서 협의하고,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같은 한미 연합연습, 도상훈련 등을 통해 구체화하자는 '미래형 합의'. 이후 협의 결과를 정리한 게 지난 6월 합의한 '핵 억제·핵 작전 지침'이다. '지침'은 최종 문서가 아니다. 실행을 위한 가이드 라인이다. 비유하자면 집을 짓기 위한 설계도가 아니라, 설계도 작성 작업의 기준을 정한 것이다.

미국 전략핵잠함(SSBN) 켄터키함이 18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2023.7.19. 미해군 연합뉴스

설계도(전략)가 완성 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되레 심각한 안보 실패가 될 수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가 특별한 의미 부여 없이 간략하게 지침 체결 및 승인 사실만 공개한 까닭이다. 미국 핵에 '한반도 임무'를 배정하겠다고 미국이 확약했다는 말 역시 과대 해석을 피해야 한다. 미국의 핵전략은 러시아와 중국을 가상 적국으로 작성, 수정 돼왔다. '한반도 임무'는 기실, 미국이 북핵을 실제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 방안을 한국과 협의, 발전시키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미 핵우산 불안해 하는 동맹 설득엔 유효

나토의 '2022 전략 개념서'CNI"통합 억제의 광범위한 접근의 일환으로 지역 분쟁에서 '전역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적들의 의도가 커지는 데 대한 잠정적 해결책"으로 규정했다. '핵동맹'을 표방하는 나토의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문 제10항은 "나토의 억제 및 국방 태세는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 능력, 우주 및 사이버 능력의 적절한 배합에 토대를 둔다"고 정의했다. 설계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나토가 CNI이 필요한 근거로 삼은 '전역(threater) 핵무기'는 전략 핵무기와 전술 핵무기 중간급 위력의 핵무기를 말한다. 전역은 전쟁지역. 사거리 기준으로 500~5500의 중거리 핵전력이 이에 해당한다. 전역 핵무기의 중요성이 커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협정을 파기한 뒤 미국은 INF 개발, 확대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 역시 INF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전역 핵무기가 전략핵-전술핵 사이의 대안이 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핵·재래식 전력의 이중 사용(dual-use)이 가능한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고, 러시아와 북한이 각각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공언하는 것은 안보 역학의 변화 요인이다. 하지만 INF 파기 이후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확대 배치하고 있는 미국 역시 구도 변화의 주역이다. INF 전력 확대는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22(현지시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을 방문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M에 탑승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푸틴의 이번 행보는 다음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국의 핵전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4.02.23.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핵태세검토(NPR) 보고서를 비롯한 국가안보문서에 CNI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의 교차점' 정도의 의미로 통용될 뿐이다. 미국 역시 '잠정적 해법'으로 CNI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핵 전문가 도린 호치그, 니콜라스 애다모풀로서에 따르면 미국이 이해하는 CNI지역 분쟁의 확전을 관리하고 적의 핵 사용을 좌절시킬 필요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련의 옵션을 통합할 필요성 재래식 전력의 '복원력(resilience)'과 전쟁 준비로 지역 분쟁에서 적에게 핵 사용에 따른 어떠한 이익도 없음을 인식시킬 필요 등 세 가지 요소를 담고 있다. 미국과 나토가 CNI를 발전시키려는 건 억제 태세를 전반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유사시 제한적인 핵사용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적국의 의도를 단념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특히 재래식 전력의 복원력을 '통합 억제 전략'의 주춧돌로 평가한다. "(미국과 동맹의 연합군은 적의 제한적 핵 공격에도 생존하고, 결속력을 유지하며, 계속 작전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래식 전력의 복원력 자체가 적의 확전 의도를 단념시킬 방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재래식 군비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미국 방산업계에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점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나토도 CNI 전략을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요코수카 해군기지에 정박한 미 해군 구축함 맥캠벨호 선상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대를 일본 해상 자위대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지난 118일 람 에마뉘엘 주일 미대사와 토마호크 미사일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2024.3.28. 교도 연합뉴스

CNI는 두 가지 위험을 안고 있다. 우선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 간의 경계가 흐려짐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미국 핵 교본인 NPR'핵무기의 제한적 역할'을 철칙으로 한다.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extreme circumstances)'에서만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CNI는 일선 사령부 차원에서 재래식 무기 지휘·통제 시스템과 핵무기 지휘·통제 시스템 사이에 혼선을 빚음으로써 우발적인 핵전쟁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첨단 감시, 통신 교란, 정밀 표적 설정이 가능해진 우주와 사이버 공간 분쟁에서는 더 복잡해진다.

응징-자제 메시지 동시 전달의 어려움

더 큰 위험은 기대와 반대로 적의 핵 사용 의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기대효과를 거두려면 적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와 함께 적이 핵 사용을 포기한다면 자제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줘야 한다. 그러나 응징-자제 신호를 효과적으로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핵 억제·핵 작전을 협의하고 계획하는 과정에 미국과 한국의 위협 인식에 편차가 있을 수도 있다. 적에게 내보일 응징-자제의 메시지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결과 자칫 적의 대응 태세에 영향을 미치고 무기체계의 추가 구축과 더 공격적인 방어 전략 채택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정확히 이번 지침이 발표된 뒤 북한 국방성이 예고한 대응 방향이다.

북한은 13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미의 핵 위협은 자신들의) 핵 억제 태세를 보다 상향시키고, 억제력 구성에 중요 요소들을 추가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 강화된 핵 태세로 맞서겠다는 말이다. 우리 국방부는 14"북한의 '핵 억제 태세 상향'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면서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핵무기로 북한을 절멸시킬 것이라는 말이다. 미국의 핵무기 운영 지침을 이해한다면 쉽게 할 말이 아니다.

20202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근해에서 전략핵잠함 메인 함이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2020.2.12.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러시아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장면. 러시아 국방부가 25일 공개한 비디오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2023.6.25. TASS 연합뉴스

미국 조야가 CNI에 매력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외교적인 수요에서다.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확약에 대한 동맹국들의 불안을 다독이는 데 유효하다. 최종 해법이 될지, 안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공동 협의, 공동 계획을 하면서 동맹을 다독일 수 있다.

나토와 대한민국은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공동선언 제10항에 CNI를 명시하는 데 그쳤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설계도 작성의 지침 정도를 정한 뒤 마치 집이 다 완성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나토가 CNI를 채택한 2022년 이후 32개 회원국 중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를 제외한 29개 회원국 정상 중 누구도 이리 환호작약하지 않았다. 미국은 나토 유럽 회원국 5개국에 100개의 전술핵(B61 원자탄)을 배치해 놓고 있다. 나토 회원국 중 어떤 나라도 '미국 핵에 유럽 방위 임무가 부여됐다"고 널리 알리지 않는다.

'핵전쟁의 그늘' 속에서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는 준비. 호치그-애다모풀로서 연구원이 규정한 CNI의 본질이다. 이들은 "CNI의 성공적인 발전과 이행은 동맹국과의 계속적인 조율과 혁신, 적에 대한 메시지의 단일성이 있어야 성공한다"라면서 작년 4.26 '워싱턴 선언'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내보인 메시지의 불일치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미국 핵무기 사용을 포함해 신속하고 압도적인 반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종말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반응에는 모든 범주의 옵션이 포함될 것"이라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이들이 간파했던 한·미 간 메시지의 불일치는 이번 지침 승인 뒤에도 여지없이 노출됐다. '만일에 경우'에도 대비는 해야 한다.

윤 정부, 초부자들 자산위해 젊은세대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

정부가 건설업자의 대변인이 되는 이유

강남 아파트소유자는 부자일까?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6단지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시는 전날 제6차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를 열고 '목동6단지 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계획 지정·경관 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에 따라 목동6단지는 용적률 299.87%를 적용받아 최고 49층 이하의 15개 동, 2173세대로 탈바꿈하게 된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신문 기사를 보면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116만 가구를 표본으로 가구당 평균가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258000만 원, 용산구 186000, 서초구 277000만 원이라고 한다. 한편 절반의 국민은 집이 없는 무주택자이고, 특히 30대미만 청년의 88%는 무주택자이다(2022년 생애단계별 행정통계, 통계청). 2022년 주택소유가구의 평균주택 자산가격은 31500만 원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200만 가구에서 순자산 3억 원 미만인 가구가 약57.5%(2023), 순자산 10억 초과가 약10%이며, 순자산 상위 1%31억이니, 강남구 평균가격 25억 아파트 1채를 부채없이 갖고 있으면 자산 상위 1%에 가까운 초부자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강남의 30억 아파트를 소유한 자산가들은 자신들이 부자가 아니라고 한다. 한집에 계속 살다보니 아파트 가격이 올랐을 뿐 다른 재산이나 현금, 소득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강남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치솟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내역을 통해서 이들의 재산취득 과정과 내역을 살펴볼 일이 몇 번 있었다. 한 고위공직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전후 강남아파트가 1억 원 남짓하던 시절에 부모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한 채를 매수한 후, 몇차례 사고파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시가 25억 정도의 강남아파트 1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2015년 즈음 10억대 초반에 매입했는데, 문재인 정부 5,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가격이 불과 5-6년새 2.5배 폭등했다. 1억아파트가 10억이 되는데 20여년이 걸렸는데, 10억 아파트는 5-6년새에 25-30억이 되었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자산상위 1%에 가까운 초부자로 통계에 잡히지만 실제로는 세금낼 돈은커녕, 생활비도 부족하고, 겨우 살아가고 있는 딱한 집주인들이 각종 세금내느라 얼마나 힘든지, 전국민이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은 부자이지만 부자가 아닌, 아파트는 있지만 돈은 없는 딱한 부동산 부자들이 어떻게 하면 세금부담없이 계속 그 집에 살수 있게 해줄지,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새집을 지을 수 있게 해줄지, 자식들에게 집을 물려줄 때 최대한 세금을 적게 내도록 해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은 감세와 규제완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상우 장관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과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의무화가 재건축을 막고자하는 법(202442일 기자간담회)이라면서, 지속적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이미 지난해 12월 일부 개정, 시행령은 지난 2월 입법예고되었다. 이에 따라 재건축부담금 부과개시시점 변경, 면제구간 상향, 부가구간 단위 조정, 1주택자에 대한 감경, 60세 이상자에 대한 부담금납부유예, 부담금 부과대상 초과이익을 줄여주는 개발비용 산정방식의 개선 등으로 집 소유주의 부담액이 크게 경감된 바 있다. 국토부는 A단지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종전 법률적용시 부담금 11천만 원이 840만 원으로 낮아진다며 최대 1억 원 이상 부담금이 감경되는 사례를 공개했다(국토부 보도자료 2024.2.1.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하위법령 입법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재건축조합들은 부과징수 기간을 넘겨 재건축부담금 납부를 미루고,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을 지적하면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06년 재건축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하여 주택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기하고 국민경제 발전과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제정된 바 있으나, 시행유예와 개선 논의가 반복되면서 2010년과 20125개 단지에 25억 원이 부과 징수된 것이 전부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부과된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은 25억 원, 납부된 부담금은 15억 원에 불과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부담금은 2006년 제정이래 소리만 요란했을 뿐, 사실상 제대로 부과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법이 제정, 시행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조합과 정부 모두 정면으로 이를 무시하고, 부과를 차일피일 미루고, 정부가 나서서 폐지를 주장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요즘은 시장의 힘만으로 재건축을 할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다, 공사비가 많이 올라서 분담금을 내고 재건축을 한들 과연 집값이 예전처럼 엄청나게 남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 곳들도 많다"고 설명한다.

재건축은 노후 불량 주택의 소유자의 집합체인 재건축조합과 민간건설사가 주도하는 민간 주택공급사업이다. 당연히 시장의 힘으로 수요·공급원리에 따라 사업이 이루어진다. 소화되기 어려운 높은 가격으로 공급이 이루어지거나 낮은 품질의 주택이 공급된다면 시장의 외면을 받게되고, 그 책임은 시행사인 조합원의 몫이 되므로, 사업성 여부를 따져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어떤 사업이든 사업성 판단은 제도를 기반으로 하게 되고, 부담금과 조세제도 또한 사업성을 판단의 결정하는 구성요소의 하나가 된다.

정부가 나서서 재건축 걱정을 한다는 것은 부동산시장의 부침으로 인하여 시장의 힘으로 재건축을 하기 어려울 때는 정부가 조변석개 제도를 바꾸고 집 주인의 세금을 깎아주고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시장이 아닌 정부의 힘으로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 시장의 힘으로 10억 아파트가 5년만에 25억이 되었는데, 이제는 정부의 힘으로 25억 아파트의 가격을 지탱하고, 30, 40억 계속 가격을 올려 집만 있고 돈은 없는 초부자들을 위한 성벽을 쌓야한다는 것인가? 초부자들의 자산가격을 지탱하기 위하여 젊은 세대의 미래 소득까지, 영혼까지 끌어모아 그들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재건축사업은 목적과 결과가 뒤바뀌었다. 재건축을 한들 남는 것도 없는 재건축 소유자들, 어쩌다보니 깔고앉아있는 집 한채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 재건축 소유자들의 부담을 한푼이라도 줄여서 그들이 가진 집을 내놓게 하고, 어떻게든 사업을 성사시켜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공급 확대만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민간건설사의 일감을 만들어주기가 재건축사업의 목적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박상우 장관의 말처럼 재건축사업에서 공사비가 커지면 이익이 줄어든다. 수요자의 지불능력은 소득의 한도내에서 결정되므로 분양가를 한정없이 높이기 어렵다. 이익이 작아지면 당연히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도 작아지게 되므로 폐지할 필요성이 없게 된다.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종부세 완화 및 폐지의 대안은 바로 시장친화적인 보유세 강화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급격한 도시화, 인구집중의 시기에 극심한 주택부족 문제를 겪었다. 아울러 도시 확장으로 인하여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 부동산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이라는 제도가 나왔다. 명목만 존재하고 사실상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이 제도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꾸준히 상속세율을 낮추자고 주장한다. 우리의 상속세가 높은 이유는 보유세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높은 상속세는 사실상 보유세를 상속시까지 이연시킨 결과다.

따라서 종부세 완화, 상속세 완화,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폐지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이에 대한 보완수단으로서 토지보유세 강화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토지보유세는 바로 가장 시장친화적인 조세라는 것이 애덤 스미스 이래 경제학계의 통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밀턴 프리드먼의 책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는데, 자유시장, 작은 정부를 중시했던 밀턴 프리드먼이 '가장 덜 나쁜 세금'으로 칭송한 것이 바로 토지보유세다.

토지보유세는 개인의 노력에 의한 생산물이 아닌 토지에 국가, 공동체에 의하여 만들어진 입지와 기반시설 등을 통하여 토지 소유주가 누리는 편익만큼 부과하는 세금이다. 생산, 투자활동을 저해하지 않으므로 시장친화적인 조세다. 따라서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각종 규제, 높은 상속세 완화를 논하려면 이와 함께 보유세 강화를 반드시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고도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축소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19703천만에서 20104800만 명으로 40년간 인구는 약 1.5배 늘었지만, 이후 5100만에서 정체되다가 2020년 이후에는 감소하고 있다. 인구의 도시집중 시기에는 당연히 항상 주택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정체된 소득 수준에 늘어나는 주택을 감당할 사람이 없다. 그러다보니 높은 주택가격은 세계 유래없는 저출산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한국은 청년없는 사회로 가는 중이다. 비정상적인 인구구조, 극심한 고령화국가가 우리 앞에 정해진 미래이다. 축소의 시대에 맞는 부동산, 주택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조정흔 감정평가사 | 프레시안

 

전세보증금 떼어 먹은 악성임대인 절반, 여전히 임대사업자

HUG가 대신 갚은 피해액만 7124정작 악성 임대인은 지방세·소득세·법인세 감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러 떼어먹은 '악성 임대인'의 절반이 여전히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 자격이 유지됨에 따라 이들은 지방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혜택 등 막대한 세제 혜택을 받았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23일 기준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올라 신상이 공개된 127명 중 절반이 넘는 67(53%)이 여전히 등록 임대사업자였다.서울의 경우 전체 악성 임대인 34명 중 무려 25(74%)이 여전히 등록을 유지해 임대사업을 영위 중이었다.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가 지난 8일 오전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사기 임대인들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면서 "사기 임대인과 이를 도운 자들에게 법원은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경기에서는 48명의 악성 임대인 중 절반이 넘는 26(54%)이 등록 임대사업자였다. 인천에서는 17명의 악성 임대인 중 9명이 사업자 등록을 유지했다.이들 67명의 악성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반환한 금액(대위변제액) 합은 7124억 원에 달했다. 악성 임대인 1인당 106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들의 총 대위변제 건수는 3298건에 이르렀다. 악성 임대인 1명에게 평균 49명이 넘는 세입자가 피해를 봤다.

특히 대위변제액 상위 10인의 총 대위변제액은 4326, 건수는 2171건에 달했다. 상위 101인이 평균 432억 이상의 대위변제액 피해를, 217건 이상의 피해자를 낳았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23일 기준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올라 신상이 공개된 127명 중 절반이 넘는 67(53%)이 여전히 등록 임대사업자였다. 1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그럼에도 여전히 사업자로 등록된 이들은 현행법상 보장되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었다. 이들은 지방세 감면,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소득세법인세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막대한 세제 혜택을 받는다.

문진석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상 임대사업자로 인한 임차인 피해가 명확할 경우 지자체장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령이 임차인 피해 기준을 '승소 판결이 확정됐으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성립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해버렸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악성 임대인은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할 길이 열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가 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보증금 미반환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사례는 불과 7명에 그쳤다.

문 의원실은 또 국토부와 지자체 간 임대사업자 자격 여부 등을 확인하고 말소하는 시스템도 여전히 마련되지 않아 악성 임대인 공개 제도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쳤다고도 꼬집었다.

문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돈 한 푼도 쓰지 않으려 하면서, 정작 악성임대인들에게 들어가는 수많은 세제 혜택은 방치하고 있다""국토부가 진심으로 전세사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법령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희 기자 | 프레시안

 

'탄핵 검찰' 걱정해주는 기자의 따뜻한 마음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거나 회유 또는 뒷거래를 하기도 했고 언론 자유를 침해한 혐의 등이 탄핵의 이유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민주당의 이번 검사 탄핵을 호의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무리한 탄핵이니 정치보복이니 하는 검찰의 주장을 열심히 받아써 포털과 지면에 실어날랐다. 대표적인 친윤매체이자 극우언론인 조선일보는 하루 6~7개씩 검찰 주장을 받아써가며 검찰의 입장을 대변했다.(관련기사 조선일보가 '검찰 애완견'임을 증명해주마”, 7.12, 시민언론민들레)

검찰 입장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쓰고 동조해 준 보도 중에 78일자 머니투데이의 후배 검사들이 선배들 탄핵 당하는 것 보고 짐 쌉니다란 기사도 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라는 편집자주가 붙어있는 이 기사는 검찰 출입기자로 보이는 기자가 작성한 기사다.

이 기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인사 수사를 맡은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자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는 것이라고 시작해 기사를 마칠 때까지 오로지 검찰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탄핵으로 좌표가 찍히면 이름과 얼굴, 신상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후배들 사이에서 몇 달 간 잠도 못 자고 수사해서 직무정지 되면 누가 수사하려 하겠냐는 말이 나온다

검찰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개인 비리 의혹이 아니라 정치권 인사에 대한 수사 방식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는 점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이 이번 탄핵의 중심” “검찰이 수사기록 등을 제시하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이 추진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결정이 나오는 날까지 당사자와 가족은 내내 시달려야 한다검사는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일한다고 하는데 선배들이 일하다가 탄핵 대상이 되는 것을 본 후배들에게 어떻게 사명감과 정의감을 얘기하겠냐고 말했다.”

기사를 보면서 이것이 과연 기자가 쓴 글인지 검사가 쓴 글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혹은, 이 글이 언론에 보도된 것인지 검찰 기관지에 게재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무리 (편집자주에서 밝힌 것처럼) ‘검찰청 안에서 벌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 글은 권력을 견제·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는 기자가 쓴 기사라고 보기 민망하고 부끄럽다.

기사에는 민주당이 이번에 왜 검사를 4명이나 탄핵하려 했는지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 검찰 내부에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 사유에 대해 수긍하는 검사가 단 한명도 없는 것일까? 만일 수긍하는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단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검찰청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로 기자가 다뤄야 할 기삿거리인 것이다.

기자는 그저 검찰 입장에서 검찰이 하는 말만 받아쓰기 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기자는 몇 달 간 잠도 못 자고 수사해서 직무정지되면 누가 수사하려 하겠냐” “탄핵이 기각 되더라도 결정이 나오는 날까지 당사자와 가족은 내내 시달려야 한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사명감과 정의감을 얘기하겠냐는 등의 검사들의 하소연을 열심히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자기 출입처의 억울한 사정을 독자에게 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일을 하라고 검찰 출입기자단에 보낸 것이 아니다.

이른바 출입기자들은 검사들과 자주 밥도 먹고 술자리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검사들과 친하고 검사 집단에 따뜻한 인간적 연민을 느낀다 하더라도, 기자는 차가운 이성으로 그 억울한 사정이 정말 억울한 것인가한번쯤 따져봐야 한다.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있는 검사가 '몇 달 간 잠도 못자고 수사한 것'이 그토록 억울한 일인지, 탄핵으로 몇 달을 '당사자와 가족이 시달리더라도' 그 검사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로 누군가 견딜 수 었는 모멸감과 고통에 시달리지는 않을지, 검사들이 말하는 '사명감과 정의감'은 올바른 것인지, 기자는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이어 법조계를 인용해 이번 사태로 검찰 조직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조계에도 부는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 바람과 맞물려 가뜩이나 로스쿨 재학생들 사이에서 법원·검찰의 인기가 떨어진 와중에 양질의 검사 희망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검사 탄핵으로 검찰 조직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기자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이렇게 쓴 것일까?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배출하고 검사 출신이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4명의 검사가 탄핵소추된 것이 무소불위 검찰 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7.2. 연합뉴스

도대체 이 법조계는 어느 나라 법조계인가? 검사 탄핵에 반대하는 기득권 검사들이 모인 법조계인가? 무소불위 검찰은 우리나라 개혁 대상 1순위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는 총칼을 든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가 민주화 이후 스스로 권력화해 이제 최고권력인 대통령 권력까지 쥐게 됐다. 수많은 정치인, 기업인, 학자, 언론인들이 검찰에 불려가 모욕을 당하고 무릎을 꿇었다. 무릎 꿇지 않은 이들은 목숨을 버렸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검찰을 이길 수 있는 집단이 있는가? 게다가 국민은 이런 검찰조직이 좀 약화되길 바라고 있다. 그것이 바로 검찰개혁이다. 기자는 이 권력이 행여 약화될까 걱정하는 법조계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검사를 향한 기자의 걱정은 아래와 같은 인용글로 계속된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대형 로펌에 취업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 검찰을 선택하면 연봉이 절반 정도 깎이는 걸 감수해야 한다...여기에 업무 강도도 낮지 않은 데다 자칫하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추가된 셈”(또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

언제든 탄핵될 수 있다는 신호가 검찰 조직 전체에 미치는 압박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법조계 관계자)

무소불위 검찰 권력은 누가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가? 3권 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따르면 국회가 그 일을 해야 한다. 헌법 제65조에는 국회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한 검사 4명은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회유하고 피의자와 뒷거래를 하기도 했고 언론 자유를 침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직자가 잘못된 일을 하면 누구라도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심지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혹시 검찰 출입기자들은 '검찰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지만 국정농단으로 결국 국회에서 탄핵당하고 헌재에서 파면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은 탄핵당할 수 있다는 '엄청난 압박감'에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런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탄핵 제도는 사라져야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공직자로서 업무를 잘못 수행하면 탄핵당할 수 있다는 압박감을 오히려 느껴야한다. 그래야 공직자로서 제대로, 올바르게 일을 할 것이다. 검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에 대한 견제·감시 의무는 언론에게도 있다. 권력 감시는 언론의 본령이다. 게다가 검찰은 우리나라 최고, 최강 권력이다. 대통령실, 각 부처 장차관, 정부기관 등에 검찰 출신들의 우글우글하다. 언론 스스로가 검찰로부터 탄압받고 있고 언론자유를 침해받고 있으니, 언론이 검찰 권력을 견제·감시·비판하는 것은 의무이면서 스스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언론은 왜 검찰에 이토록 호의적일까? 머니투데이 검찰 출입기자는 왜 이렇게 검사를 향해 애틋한 것일까?

우리나라 출입기자단의 문제는 심각하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질문하지 않고(민주당 출신 대통령일 때는 제외), 삼성 출입기자단은 홍보성 기사를 써주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한다. 검찰 출입기자들은 검찰을 성역으로, 불가침의 신성으로 여기고 있다. 검찰이 공격받을 때에는 애뜻한 연민마저 느끼고 고통을 덜어주려고 애쓴다. 이러니 검찰 애완견’ ‘검찰 경비견’ ‘검언 동일체라는 멸칭을 듣는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당신 칼럼에 행복해했습니다"

수미 테리 공소장에 나타난 여론 작업... 한국 외교부 관리가 주문하면 '미국 전문가 칼럼' 뚝딱

2024529일 오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수미 테리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수미 테리 : "기사가 맘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기사 링크]"

한국 외교부 관리 3: "당신의 열성과 노력에 매우 감사합니다! 물론 그랬지요. 실제로 대사님(조현동)과 안보실장님(당시 조태용)이 당신의 칼럼에 매우 행복해했습니다."

미국 연방검찰이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을 기소하면서 밝힌 공소사실에 나타난 대화 일부다(관련기사: 국정원 돈받아 미 검찰에 기소된 그녀, 문재인땐 왜 그랬을까 https://omn.kr/29gu7). 한국 정부 측에서 좋아했다는 기사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202337일 자 '일본과의 화해를 향한 용감한 발걸음을 내디딘 한국'(South Korea Takes a Brave Step Toward Reconciliation with Japan) 제목의 칼럼으로 수미 테리 당시 윌슨센터 아시아국장과 맥스 부트 칼럼니스트가 공동 기고한 것이다.

·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3자 변제' 방식으로 풀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논평으로, 윤 대통령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는 용감한 결정을 했으며 한·일 관계에 새 장을 열 것이라는 내용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기고문이 게재되기 바로 전날인 36일경 외교부 관리가 테리 국장에게 전화를 했고, 테리 국장은 문자로 "내가 칼럼을 쓰려면, 다음의 정보들이 필요하다"라며 한일 관계 관련한 질문 목록을 보냈다. 외교부 관리는 7일경 자세한 답변을 문자로 보냈고, 그날 늦게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문이 실렸다. 기고문 내용은 주로 외교부 관리가 보낸 답변들로 구성됐다.

한국 외교부가 주문한 기고문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에 실리자, 많은 국내 언론이 이를 인용해 기사를 썼다. 대부분 "화해를 위한 용감한 발걸음" 대목을 제목에 넣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에게 주문해 미국 매체에 기고문을 싣고, 이를 많은 한국 언론이 인용하는 식으로 윤석열 정부 외교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조성 작업이 진행돼 왔다는 속설이 수미 테리에 대한 공소장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네이버 뉴스에서 검색되는 기사들. 수미 테리가 미국 <워싱턴포스트> 202337일 자에 기고한 일본과의 화해를 향한 용감한 발걸음을 내디딘 한국’(South Korea Takes a Brave Step Toward Reconciliation with Japan) 기사를 많은 언론이 인용보도했다.네이버 뉴스

외교부 관리 주문한 기고문이 국내 신문에... 핵협의그룹 여론 작업도

그로부터 한 달여 지난 2023410'한국 외교부 관리 2'은 테리 국장에게 한국 신문에 한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한 짧은 기사와 온라인용 긴 기사를 작성해 줄 것을 문자로 요청했다. 외교부 관리는 "이 건에 대해 500달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고, 테리 국장은 이를 수락했다.

그렇게 해서 <한국일보> 2023428일 자 25면에 <한미 정상회담, 한층 탄탄해진 '동맹 70'의 앞길> 칼럼이 게재됐다. 미국 연방검찰은 이 글의 내용도 한국 외교부 관리가 보낸 메시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고 봤다. 테리 연구원은 한국일보에 칼럼을 고정으로 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교부가 주문한 칼럼이 국내 언론에 갑자기 실리게 된 과정도 의아하다.

<한국일보> 2023428일 자 25면에 실린 <한미 정상회담, 한층 탄탄해진 동맹 70의 앞길> 칼럼한국일보

국정원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 인사 접촉 등을 위해 테리 연구원의 인맥을 활용하고 2019~2021년 사이 명품 가방과 옷 12695달러어치를 사 준 걸로 나타나는데, 이후엔 테리 연구원을 정보 전파 창구로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3110일 국정원 직원은 테리 연구원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체연료엔진 시험을 직접 참관했다'는 내용, 윤석열 정부가 바라는 '확장억제 강화' '핵협의그룹 출범 필요성' 등을 설명했고 테리 연구원은 119일 자 <포린어페어스> 기고문과 26일 언론 인터뷰에 이 내용들을 포함했다.

테리 연구원은 이미 한국 정부로부터 금전을 많이 제공받은 상태였다. 미국 연방검찰은 공소장에서 "한국 정부는 테리에게 약 37000달러를 제공하겠다고 했고, 자금 출처를 가리기 위해 테리와 공모했으며, 테리가 통제하는 싱크탱크의 무제한 기부 계좌로 입금했다"라고 적시했다. 돈이 입금된 시기는 20225월에서 20234월 사이다.

테리 연구원이 건수 별로 대가를 받지 않았다 해도 한국 정부의 뜻을 대변하는 기고 및 인터뷰 활동과 금품 제공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유관 부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말 이외에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홍기(anongi)오마이뉴스

 

용산 도·감청 들킨 미국, 왜 한국 첩보활동만 찍어 기소했나

미 수사기관, 10년간 국정원-수미 테리 활동 감지

대선 4달 앞두고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혐의 기소

각국에 로비 말라사전 경고 시범케이스분석

지난해 대통령실 도감청 노출 보복성 대응가능성도

20214월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워싱턴에서 국정원 요원과 함께 고가의 가방을 구입한 뒤 거리로 나서는 모습.

미국 검찰이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기소하고 지난 16(현지시각) 공소장을 공개했다. 31쪽에 이르는 이 공소장은 테리 연구원이 10여년에 걸쳐 한국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고급 식사와 고가의 의류, 핸드백, 고액의 연구비 등을 받았다고 적시하고 있다. 공소장은 테리 연구원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문자, 그가 어떤 접대를 받았는지 등을 사진까지 담았다.미 연방검찰 공소장 갈무리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한국계 미국인 북한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신고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로부터 금품을 받고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을 한 혐의로 미국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이 미국인이고 미국 실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 미국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공식 언급을 꺼리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현지시각)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와 논의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도 이날 기자들 질문에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대답했다. 국가정보원은 사안이 공개된 직후 외국대리인등록법 기소 보도와 관련해 한-미 정보 당국은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 사건을 둘러싼 궁금증은 미 검찰 기소 내용대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한번에 수백원만원어치 선물과 불법적 경로의 연구기금을 제공한 것이 맞다면 국정원 해외 정보활동 방식이 적절했는지 은밀성이 생명인 국정원의 해외정보활동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노출된 점을 어떻게 봐야할지 미국이 왜 지금 한국의 정보활동을 문제삼았고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등이다.

미국 검찰은 전날 공개된 공소장에서 수미 테리가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한국 정부로부터 금품을 제공받고 한국 정부에 정보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각 나라의 정보기관들은 해외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불법활동을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다. 국정원 해외파견요원들은 세계 50여개 거점 도시에서 공사, 참사관 같은 외교관 신분이나 상사원으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이 정보 수집과 공작이다. 각국 정보기관이 외교로 해결할 수 없는 악역을 해외에서 비밀리에 수행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정원이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에게 정보를 얻은 행위를 미국 실정법을 어긴 불법이라고만 비난하기 어렵다.

미 연방 검찰이 16(현지시각) 중앙정보국(CIA) 출신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를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탈북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회에서 수미 테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어야 할 국정원의 활동이 드러난 점이다. 미국 검찰의 기소장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파악한 수미 테리와 국정원 요원의 대화 내용과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요원이 노출된 것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감찰이나 문책이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감찰이나 문책을 하면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을 감찰하거나 문책해야 할 것 같다. 좋은 지적이고,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 요원이) 사진에 찍히고 한 게 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잡고 국정원에서 전문적인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요원들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우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주장과 달리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의 활동은 박근혜 정부 때 시작했고, 지난해 3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칭송하는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외교부의 요청을 받고 작성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주장처럼 이번 일을 문재인 정부 일·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미국 내 외국 정보기관의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정보수집 활동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미국은 왜 지금 문제를 삼았을까. 미국 검찰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 기소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각국 정부의 민주·공화당 대선 후보 진영을 상대로 한 정보활동과 로비를 제어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 기관 출신의 전직 정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11월 대선을 앞두고 각국 정부의 미국 내 정보 활동과 로비를 견제하려는 사전 경고 발신용 시범 케이스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수미 테리 사건을 맡은 데이미언 윌리엄스 미국 뉴욕 남부지검장은 자료를 통해 공공 정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 지식을 외국 정부에 팔고자 할 때 두 번 생각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숱한 외국 정보기관 활동 가운데 하필이면 동맹국인 한국을 표적으로 삼았냐는 것이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인사는 일본과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정보활동은 미미한 수준인 현실을 고려할 때 표적 감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미국 정보기관의 서울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등 정보 활동이 노출된 데 대한 보복성대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간 정보 갈등을 둘러싼 보복 대응(추정)은 선례가 있다. 지난 1996924일 미 해군정보국에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이 북한 잠수정 강릉 침투경로를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 무관에게 알려줬다 체포됐다. 한국은 19974월 무기 구매를 맡은 공군 중령이 미국인 무기 중개상과 동업을 조건으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적발해, 미국인 등 5명을 처벌했다. 로버트 김 사건과 7개월 간격을 두고 벌어진 미국인 무기중개상 사건을 두고 당시 야당에선 미국에 대한 보복대응이란 주장이 나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는 물론 한반도 전문가 등과 긴밀한 소통이 절실한 상황에서, 수미 테리 사건으로 한국의 대미 정보 활동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정보 기관 출신의 전직 정부 핵심 관계자는 미국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들이 한국 쪽과 접촉을 피하려 할 것이라며 수미 테리 사건의 악영향이 심각할 듯하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채 해병 사건 외압 진실 밝히려는 자와 덮으려는 자

이종호 카톡방' 조사하는 공수처에서 엽기적 상황

차장-담당검사가 '도이치모터스' 때 이종호 변호인

수사관들 "이렇게 압력을 넣으면 어쩌라고" 푸념

공수처에서 벌어진 기상천외한 사건

지난 74일에 고위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에서 벌어진 일은 어떤 소설가의 상상력도 미치지 못할 만큼 극적이다. 한 공익 제보자가 그날 오전 과천에 있는 공수처 제4부의 A 검사실로 들어갔다. 이 제보자는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주범인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대표가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권력층에 로비한 정황을 A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진술했다. 조사 도중 휴식 시간에 제보자는 수사관들끼리 오가는 이상한 대화를 듣게 되었다. “이렇게 압력을 넣으면 어떻게 수사하라는 거냐는 말이 들렸다. 영 느낌이 이상했다.

이날 조사는 10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와 제보자 간에 이루어진 녹취록도 증거 자료로 전달되었다. 목요일에 이루어진 공익 제보는 이제껏 논란이 되어 온 채 해병 사망사건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종호 대표는 녹취록에서 임 전 사단장을 해병대 출신의 4성 장군으로 만들기 위해 채 해병 사망사건 수사로부터 구명을 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곧 이루어질 국방부 장관 인사에까지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수사와 인사에 대한 이런 개입은 VIP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건데 최근 이 대표는 언론에 자신이 말한 VIP는 김건희 여사를 뜻한다고 말했다.

공익 제보자에 대한 조사는 순조롭게 끝났다. 이 당시 언론은 6월에 공개된 해병대 예비역의 골프 모임 단톡방에 등장하는 이종호 대표에 대해 연일 대서특필했다. 세간의 관심은 온통 임성근과 이종호 두 사람의 관계였다. 어쩌면 이 제보가 채 해병 사망 수사에 대한 로비와 외압의 실체를 밝힐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보가 있고 나서 이틀 정도 지난 시점에 채 해병 변호인들에게 한 법조인이 제보자를 조사한 공수처의 A 검사가 다름 아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종호 대표를 변호한 인물이라고 알려 왔다. 법원행정처를 통해 이를 확인한 변호인들은 이 법조인의 제보가 사실이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채해병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중인 공수처.

사건 배당한 차장 직무대행까지 제보 대상 인물의 변호인 출신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공익 제보 당시에 공수처의 2인자인 차장이 공석이어서 공수처 2부장인 B 검사가 차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었다. 통상 차장 검사가 담당 검사에게 배당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차장 직무대행인 B 검사 역시 이종호 대표의 변호인이었다. 게다가 A 검사와 B 검사는 모두 중앙지검 출신이다. 이 중 한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1과장 시절에 검사로 근무한 인연까지 있다. 공수처 25명의 검사 중에서 이종호 대표 변호인 출신은 이 두 명밖에 없다. 이를 언론에 제보하여 취재가 진행되자 그제야 공수처는 A 검사 스스로 공익 제보 사건에 대해 직무를 회피하였다며 수사팀과 지휘·보고 라인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공익 제보자가 이종호 대표가 연루된 의혹에 대해 제보하였는데, 담당 검사를 배정한 자, 제보를 받은 자가 과거 이종호 대표의 변호사였다는 점이 우연의 일치라면 누가 그 말을 믿을까? 공수처는 A 검사가 사전에 제보 내용을 몰랐고, 조사를 하다가 그 내용을 알게 되어 회피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해명도 믿기 어렵다. 공익 제보를 신청한 시기는 지난 71, jtbc멋쟁해병으로 알려진 카톡방 대화방을 공개한 지 엿새나 지난 시점이다. jtbc 보도가 있던 그날 필자는 아침에 MBC 유튜브에 출연하여 곧 공익 제보가 있을 것이며, 이 제보는 채 해병 사건의 성격을 바꿀 중요한 내용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공익 제보자 공수처 진술은 카톡방 보도 이후 아흐레가 지난 4일에야 이루어졌다. 모든 언론이 이종호 대표가 참여한 카톡방 대화와 관련된 내용이 공수처에 제보되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시점이었다.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필자가 공중파 방송에서도 말한 내용을 공수처만 몰라서 이종호 대표의 전 변호인에게 제보 사건을 배당했다는 걸 믿으라는 건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용기를 낸 제보자가 심한 모욕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 제보자는 채 해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와 전직 청와대 경호처 출신 A, 현직 경찰 B, 변호사 C씨 등 해병대 출신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골프 모임을 계획한 대화 내용. 2024.6.26. JTBC

스스로 허풍쟁이 자처하는 똑똑한 사람 이종호

이종호 씨의 해명은 더 이상하다. 당시 채 해병 변호인들은 어렵게 이루어진 공익 제보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자 몇 개의 녹취 파일을 언론에 공개하였다. 여기서 임성근 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VIP에 풀어놓았다VIP를 언급하는 대목이 몇 차례 등장하는데 이 대표는 “VIP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주장하며 김건희 여사와의 연결을 차단하려 했다. 이 어설픈 해명이 의혹을 더 확산시키자 다시 이종호 대표는 “VIP는 김건희 여사라고 시인하면서도 자신이 말한 내용은 대부분 허풍이었다고 더 이상한 해명을 내놓았다.

수시로 말을 바꾸는 이종호 대표가 과시욕으로 가득 찬 허풍쟁이, 거짓말쟁이로 자신을 격하시키는 전략을 구사하자 상당수의 언론은 이에 말려드는 양상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종호 씨는 작년과 올해에 이르기까지 논리가 일관되고 정보가 정확하며 똑똑하기까지 하다. 단지 돈을 좀 밝힌다고나 할까, 악의적 거짓말을 입에 달고 다닐 만큼 인간성이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종호 씨는 도이치 주가조작을 수사했던 C 검사와 아직도 친분을 유지하는 정황이 보이는 대목도 녹취록에 있다. 그 검사는 최근 민주당의 탄핵 대상 검사 명단에도 있다. 이종호 씨는 이번 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와 공수처 수사에서 드러날 여러 정황, 정권의 입장에서는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될 진실을 미리 희석하기 위해 자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닌가.

이종호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당시, 권오수 회장과 김건희 여사 모녀는 일찍 도이치 주식을 팔아치워 수익을 거둔 반면에 자신은 끝까지 그 주식을 보유하여 오히려 손해를 본 인물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자신은 돈도 잃고 사법적 책임까지 진 반면에 주식 팔고 일찍 빠져나간 김 여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리가 없다. 이 대표가 작년에 출소 이후에 김건희 여사로부터 어떤 보상적 관계를 제안 받았는지, 그로 인해 아직 이 권력을 배경으로 또 다른 사업을 계획하는 것은 아닌지를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합리적 의심을 푸는 유일한 길이다.

윤석열·김건희 존망의 최대분수령 될 탄핵청문회

이 모든 진상을 규명하는 돌파구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박정훈 대령의 항명 여부를 다루는 군사법원은 임성근 전 사단장,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김형래 대통령실 해병대 대령 등 4명의 통신기록 조회 요청을 받아들였다. 임 전 사단장은 국민적 의혹이 이토록 고조된 상황에서도 공수처가 압수한 자신의 핸드폰 비밀번호를 숨김으로써 공수처의 수사를 방해하였고 김동혁 검찰단장은 아예 작년의 휴대폰을 폐기하고 일명 깡통폰을 공수처에 제출한 인물이다. 이들이 무엇을 그토록 숨기려 했는지는 앞으로 일주일 안에 새로운 통신기록을 통해 일각의 진실을 드러내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오는 19일의 국회 탄핵청문회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의 존망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정권의 최고 통치권자는 여사라며 당나라의 측천무후(則天武后)에 비유하지만 이는 잘못되었다. 측천무후는 중국 역사상 유일하게 황제로 등극하여 나라를 다스린 통치자다. 막후에서 국정을 주무르는 존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반면 우리 여사의 경우는 국정의 막후에 존재하는 비공식 권력이면서도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다. 여당 전당대회와 채 해병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미 세간의 정서는 모든 의혹은 여사로 통한다는데 모아지고 있다. 진실의 길은 느리지만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시민언론 민들레

PF위기태영건설 워크아웃 '추락의 해부'

자산 시장의 호황, 이른바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 파티가 남긴 230조 원이라는 PF 부채가 우리 경제를 억누르고 있다. 고통을 받는 이들은 사람은 불안한 주택 시장과 닫힌 대출 창구 앞에 삶을 위협받는 서민들이다. 과욕으로 위기를 키운 기업과 금융은 법과 제도를 이용해 책임과 손실을 떠민다. PF 위기를 키운 진짜 책임자를 밝히고, PF 위기의 해법을 세 차례 보도를 통해 모색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락의 해부'

누구를 위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인가

낡은 부동산 공화국, 그들만의 위험한 연착륙

또 한 번의 '대마불사', 태영 사태 6개월

지난해 1228,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채무조정)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재계 44위 태영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시공능력 16위로 평가받는 곳이다. 서울 성수동의 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400억 원 규모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자산규모 12조 원의 태영 그룹 전체가 휘청였다. 말로만 돌던 건설사의 PF 부채 문제가 현실화된 사건이었다.

당장 문제가 생긴 건 400억 원이지만, 숨은 빚이 더 있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처리해야 할 우발부채 규모를 총 25천억 원으로 잡았다. 우발부채는 보증 계약과 같이 특정 상황이 되면 부채가 될 수 있는 잠재적인 부채를 말한다. 워크아웃 신청 이후 발표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태영건설은 부채가 자산보다 5,617억 원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지난해 말, 업계 16위의 대형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건설사 PF 위기가 현실화된 사건이었다.

워크아웃 신청 직후 발표한 태영건설의 자구안은 채권단의 빈축을 샀다. 계열사 4곳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잡아 상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자구안의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 대금 1,549억 원 중 890억 원을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의 연대 채무를 갚고, 나머지 65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 SBS에 대한 담보 제시도 자구안에 빠졌다. 주채권은행 산업은행는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금 조달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나서 태영건설의 자구안이 '남의 뼈 깎는 노력'이라며 비판하자, 태영은 기업개선계획을 조정했다. 계열사 매각 대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SBS 지분을 담보로 추가 자금을 조달했다. 대주주의 지분을 100분의 1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실시해 손실을 떠안았다. 무상감자는 자산 변화 없이 주주의 주식 수만 감소시켜 자본금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다만, 태영건설에 대한 윤석민 회장의 경영권은 유지됐다. 무상감자로 대주주의 태영건설 지분이 대폭 줄었지만, 대주주가 태영건설에 지원한 자금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이 이 부분을 상쇄했다. 티와이홀딩스 등 대주주가 태영건설에 지원한 자금 7천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윤 회장 일가 등 대주주 지분은 현행 41.8%에서 60% 이상이 된다.

지난 611일 태영건설 사채권자 집회. 이 절차를 끝으로 6개월에 걸친 워크아웃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태영그룹과 채권단의 줄다리기는 611일 사채권자집회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워크아웃 신청 이후 6개월 만이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태영건설 측은 원활하게 워크아웃 협상이 마무리됐다며 조기졸업을 자신했다.

반면 태영의 워크아웃 개시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장 태영건설의 반포동 PF 사업장은 채권단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정상화 수순에 있는 사업도 결국, 마지막 분양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정부가 밝힌 국내 전체 PF 부채 규모는 230조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태영건설의 부도 위기를 면밀히 복기하고, PF 사업의 구조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벌 체제가 만든 한국형 PF

성수동 PF 사업은 태영건설 추락의 결정타였다. 2022년 초, 태영건설은 한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서울 성수동에 있는 공장부지에 지하 6, 지상 10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다. 태영건설은 이 사업 추진 이전에도 성수동 오피스 건설 사업에 참여해 이른바 '완판'의 성적을 거둔 적 있었다. 당시 언론들은 성수동 일대가 강남을 대체할 상업·오피스 지역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역의 성장 전망세와 '완판'의 경험은 오히려 독이 됐다. 태영이 성수동 사업을 추진한지 2년이 지난 현재, 성수동 일대의 오피스·지식산업센터 분양 성적은 이전만 못하다. 태영건설 사업 부지 인근에 있는 한 신축 오피스 건물은 지난해 말 준공했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이 공실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많은 건설업체가 일시에 오피스 건설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실수요를 웃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성수동 오피스 건설 사업장. 400억 원 PF 대출 상환에 실패하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의 결정타가 됐다.

태영건설 성수동 사업의 시행사 성수티에스2PFV는 약 1,700억 원에 사업 부지를 매입하려 했다. 평당 15천억 원 수준으로, 이전 시세의 2배가 넘는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입지를 고려할 때 높은 비용이라고 했다. 유명 회사와 주요 오피스가 지하철역 인근과 성수동 남쪽 지역에 모여있는데 반해, 태영건설이 사들인 부지는 노후 주택이 밀집한 북쪽 지역이라는 것이다. 결국 사업이 순항했더라도 분양 단계에서 큰 손실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태영건설의 PF 사업이 전국 60개 사업장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태영건설의 부동산 사업 관련 보증액은 39,925억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 기준, 자기자본의 5배가 넘는 액수다. 당장 태영건설의 장부에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단 하나의 사업장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일시에 거액의 우발부채가 터져 나올 수 있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PF 사업의 우발부채 규모가 커질 수 있었던 배경에 이른바 '한국형 PF'가 있다고 말한다. PF는 담보가 아닌 사업의 미래 가치나 현금 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국내 부동산 PF 사업의 경우, 브릿지론과 본PF라는 두 단계 대출을 통해 진행된다. 브릿지론은 말그대로 공사에 착수하기 전 토지 매입과 인허가를 위해 받는 1단계 대출을, PF는 기존 브릿지론 상환과 공사 대금을 치르기 위해 받는 2단계 대출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는 사업성 평가, 자금조달, 분양 등 사업 전반을 주도하고, 시공사는 도급공사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세한 시행사와 기업집단 등에 소속된 대형 건설업체. 이러한 국내 건설시장 특성 때문에 보증 계약에 의존하는 현행 한국형 PF 사업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행사가 개별 사업을 위해 세워진 형식 상의 회사인 경우가 대다수인 국내 건설산업 특성은 이러한 구조를 왜곡시킨다. 대출 금융기관은 영세한 시행사 대신 그 사업에 참여하는 시공사, 즉 건설사의 간판을 먼저 본다. 그리고 해당 건설사로 하여금 시행사가 채무 이행을 못했을 경우 채무를 떠안는 보증 계약을 맺도록 요구한다. 건설사가 PF 사업 도급공사를 수주할 때마다 보증계약으로 인해 숨은 빚, 우발부채가 늘어나는 구조다.

시공사가 사업의 위험 전체를 떠안는 셈이지만,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이러한 보증계약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시다발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하며 이윤을 극대화한다. 보증계약은 기업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부외부채'이기 때문에 당장 건설사의 재정이나 자금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대형 건설사가 나서 시행사의 신용을 보강해 주면, 사업성이 미심쩍은 사업조차 자금 조달이 쉬워진다. 한국형 PF 사업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 업계에서 '천재적 발상'이라는 말이 돌았던 이유다.

일부 건설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다. 시공사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자회사 시행사를 설립하거나 시행사 지분 투자를 통해 사업에 더 깊이 관여한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인 동시에 시행사업 투자자인 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설업계 관행으로 인해 1998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건설업계의 안전장치가 풀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IMF 사태로 자기신용으로 직접 대출을 받아 건설 사업을 하던 건설사들이 연쇄 도산하자, 정부는 위험 분산을 위해 건설사에 대한 대출 규제와 시행·시공 사업 분리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태영건설은 이러한 한국형 PF 사업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대표적인 건설사였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태영건설 57PF 사업장 중 38개 사업장은 태영건설의 종속회사나 관련회사가 시행사였다. 문제의 성수동 사업에서도 태영건설은 시공사인 동시에 시행사의 지분 33.2%를 가진 투자자였다.

욕망이 키운 빚 폭탄, PF 위기라는 필연

2022928,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터졌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관련 채무보증을 불이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채권 시장은 혼란에 싸였다. 지자체가 보증한 PF 사업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금융권의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고 금리가 치솟았다.

건설·부동산 경기도 급락세였다. 전쟁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해 건축자재비, 금리가 오르며 사업성이 악화됐다. 자산 가치 급등 이후 급락이 찾아온다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견한 일이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20229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을 하며 레고랜드 관련 채무보증을 불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며 채권 시장이 혼란에 싸였다.

한국형 PF는 위기를 심화시켰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자금조달에 실패한 시행사가 무너지며 전국의 PF 사업장이 멈춰 섰다. 그간 건설사들이 동시다발 PF 사업을 하며 쌓아 올린 우발부채가 '빚 폭탄'으로 돌변했다. 보증 계약의 연쇄고리를 타고 부채가 시행사를 넘어 시공사로, 금융기관과 경제 전반으로 번졌다. 전문가들은 호황기에는 이윤을 낳지만, 불황에는 경제 위기를 만드는 한국형 PF의 필연적 결말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성수동 사업의 경우, 토지 매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당초 잡았던 사업 계획보다 1년 이상 지체되고 있었다. 자본금이 50억 원에 불과한 시행사는 치솟은 금리를 해결하지 못했다. 태영건설이 400억 원 자금을 시행사에 대여해 3개월마다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만기를 막았지만, 끝내 채무 불이행에 이르렀다.

사업장이 성수동 하나였다면 태영건설 자력으로 어떻게든 부채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성수동 한곳이 아니었다. 특히 PF 대출 규모가 큰 부천 오정동 군부대 이전 사업과 마곡 CP4 사업의 지연은 큰 손실을 낳고 있었다. 결국 태영건설을 더 이상의 현상 유지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성수동 사업장 대출 만기가 다가온 지난해 1228,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 막전 막후, 작동하지 않는 금융 경고음

취재진은 회계 전문가와 함께 워크아웃 신청 전후로 태영건설의 재무 공시자료를 분석했다. 레고랜드 사태와 금리 인상, 사업 지연 등으로 우발부채 위험이 시시각각 커지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회계 반영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회계 기준에 따르면, 건설사는 보증채무 등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여 재무제표 본문과 주석에 반영해야 한다. 보증 계약과 해당 사업의 위험성을 재무제표 주석에 인식(금융보증부채)하고 그에 따른 충당금(금융지급보증손실)을 장부에 기재한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인 지난해 1~3분기 태영건설의 분기보고서 공시는 악화되는 PF 사업장의 위험이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았다.

태영건설은 20231~3분기 분기보고서 공시에서 PF사업 위험 충당금 성격의 금융지급보증손실을 0원으로 기재했다.

태영건설은 이 시기 금융보증부채 항목에 대해 동일한 값을 연이어 신고하고, 충당금 성격의 금융지급보증손실을 공란으로 뒀다. 2023년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변동되던 해당항목 금액이 유독 워크아웃 위기를 앞두고 동일하게 유지되거나 보고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태영건설의 부동산 사업 관련 보증채무가 꾸준히 늘어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PF 사업의 위험이 회계적으로 적절하게 평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건설업의 특성상 미래 가치나 위험을 반영하는 합의된 회계 기준은 없다. 그렇다고 이 같은 태영건설의 재무 공시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태영건설의 재무 상황에 대한 투자자, 수분양자들에게 오인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PF 위기로 인해 건설사의 우발부채 문제, 사업 위험성 평가가 회계적으로 중요해진 만큼 시급히 우리 실정에 맞는 회계 기준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영건설 측은 금융보증부채는 회계기준에 의해 적정하게 기재됐고, 금융지급보증손실은 해당 분기 새로 반영된 것이 없어 들어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당 분기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은 이후 공시에 반영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또 레고랜드 사태 등 갑작스러운 외부요인으로 인해 우발채무 위험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조직 개편 등을 통해 향후 PF 사업 문제에 대한 재발 방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크아웃을 앞두고 제 기능을 못한 것은 태영건설의 공시뿐만이 아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나날이 커지는 건설사들의 우발부채 문제에 대한 여론의 지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대형 건설사들에게 대해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겼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금융권으로부터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며 꾸준히 PF 사업의 위험성을 키웠다.

건설사 우발채무의 위험이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건설사와 관련 채권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금융권의 부실한 심사도 PF 위기를 키운 원인이다. PF 사업의 경우, 기업과 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를 근거로 대출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른바 한국형 PF 사업의 경우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재벌의 간판만으로 대출이 나왔다. 사업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시행사라도 대형 건설사만 끌어오면 보증계약을 토대로 대출을 실행하는 식이다.

이러한 신용평가사, 금융사의 부실 심사·평가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부른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230PF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비단 태영건설 만의 문제가 아니다. 230조 원 PF 위기를 푸는 일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기업경영분석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대 건설사 중 9곳의 PF 차입금 규모가 자신의 자본총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언제든 제2의 태영건설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건설업계의 회계 관행도 PF 위기의 뇌관이다. 2018PF 사업의 위험 평가를 강화한 새 회계기준이 적용됐을 당시,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우발부채 문제가 일시에 제기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 공시 내용은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PF 사업과 우발부채 문제 등에 대해 건설사의 회계적인 평가가 관행적으로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건설사 우발부채에 대한 회계 공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빈틈이 있다. 기업의 독점 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예외를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우발부채 위험이 큰 국내 건설업의 특수한 상황과 투자자·수분양자 권익 보호를 위해 해당 정보들까지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PF 위기누구를 위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인가

3% 자기자본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보증을 통해 일으킨 빚으로 97%를 충당한다. 대형 건설사들은 껍데기뿐인 시행사를 세워 동시다발 사업을 벌이며 이윤을 극대화한다. 부동산 경기 호황 속에 잠시 가려지지만, 부실의 위험은 침체를 맞는 순간 터져 나온다. 파장은 건설사와 금융사에 머물지 않는다. 보증의 연쇄 고리를 타고 건설 산업과 금융 시스템, 사회 전반으로 퍼진다. 지난 태영건설 부도 위기 속에 드러난 한국형 PF 사업의 구조적 부실의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러한 PF 위기 상황을 들여다볼 ''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금융당국, 신용평가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관계당국 어디도 체계적으로 개별 사업장의 재무·사업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PF 규모가 280조 원에 이를 때까지 그저 업계의 풍문으로만 떠돈 이유다. ''이 없으면 제대로 된 대책도 세울 수 없다. KDI는 이런 깜깜이 상태가 정부의 땜질 처방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뉴스타파, 지난 3년간 서울 신축 사업장 전수 조사

뉴스타파는 깜깜이 상태나 다름없는 부동산 PF 사업 현장을 들여다봤다. 지난 3년간 서울 25개구 구청에 게시된 건축 인허가 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분석 대상은 20216월부터 20245월 현재까지, 연면적 330가 넘는 서울 지역 신축 사업장 5,000여 곳이다.

일반적으로 건축 인허가는 건축 허가→②착공 신고→③사용승인, 3단계로 진행된다. 인허가 단계는 해당 부동산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보여준다. 건축 허가와 착공 신고가 진행됐다는 것은 분양과 자금조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건축허가를 받고도 장기간 착공신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PF 사업 첫 번째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두 번째 단계인 'PF'로의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성이 낮아졌거나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된 경우다.

뉴스타파가 지난 3년간 서울시내 신축 사업 인허가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주택 부문 공급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 분석 결과, 지난 3년간 서울 지역 신축 사업은 비주택 부문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활황이던 2021~2022년 아파트, 빌라, 주택 등 신축 주택 사업의 분기별 연면적(건축 허가 기준)은 비주택의 절반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러다 2022년 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이후부터는 차이가 벌어져 최대 10배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 문재인 정부가 주택 관련 규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많은 건설사가 이른바 '비주택 4대장'으로 사업 방향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주택 4대장은 규제 회피용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던 지식산업센터, 생활숙박시설, 아파텔, 분양형 호텔 등을 일컫는 은어다. 실제 뉴스타파 분석 기간, 서울 성수동과 가산동 일대에는 대규모 지식산업센터가, 종로와 강남 등 도심에는 생활숙박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섰다.

이러한 서울의 신축 사업은 주택·비주택 가리지 않고 2022년 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을 기점으로 일제히 정체됐다. 금융권이 자금조달 창구를 죄면서 분양 상황이 좋지 않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이 멈춰 섰다. 뉴스타파 분석 결과, 20224분기를 기점으로 서울의 분기별 신축 사업 착공 건수는 이전 400~600건의 절반 수준인 200건 이하로 줄었다.

뉴스타파 분석에 따르면, 서울 시내 신축 사업장 중 건축 허가를 받고도 1년 이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미착공 사업장이 1,519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 허가를 받아놓고 1년 이상 착공을 하지 않고 있는 서울 지역의 미착공 사업장은 1,500곳이 넘었다. 1년 미만 미착공 사업장이 470, 1년 이상 2년 미만 미착공 사업장이 710, 2년 이상 미착공 사업장이 809곳이다. 미착공 사업장은 서울 전역에서 고르게 발생했다.

투기 수요 보고 띄운 PF 사업...출구가 없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급격히 늘었다가 멈춰 선 부동산 PF 사업은 어떤 사업들이었을까. 3%의 자기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사업을 벌일 수 있는 한국형 PF의 낮은 문턱은 수요 없는 공급을 낳았다. 당장은 자금조달이 문제지만, 사업이 정상화돼도 PF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기 힘든 이유다.

서울 청담동 일대에서 추진된 이른바 '하이엔드' 공동주택 사업이 대표적이다. 초기 비용인 토지매입 가격만 3.33억 원에 이르는 이 사업은 일부만 미분양이 생겨도 전체 사업이 좌초할 수 있는 고위험 구조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는 영세 시행사들이 속속 뛰어들며 붐을 이뤘지만, 현재 상당수 사업이 수년째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거나 아예 청산됐다.

서울 청담동 대로변의 한 PF 사업장. 3.3당 토지 시세가 3억 원에 이르지만,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이엔드' 사업 시행사들은 편법으로 사업성을 높였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30세대 미만으로 공급 세대를 맞춰 분양가를 100~400억 원으로 높여 잡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명인들과 분양 계약을 맺고 시장에 정보를 흘리는 식이었다. 하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는 실수요는 적었다. '한탕주의'로 위험을 키우다 부실에 빠진 한국형 PF의 전형인 셈이다.

탈규제 바람을 타고 서울 곳곳에서 추진된 대규모 비주택 사업들도 수요 없는 공급 상태이기는 마찬가지다. 건설사들이 일시에 특정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실수요를 웃돌고 있다.

지식산업센터가 대표적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원래 제조·IT 등 업종의 중소기업 6개 이상이 입주하는 산업시설로, 영세 공장을 지원할 목적으로 장려됐다. 상대적으로 대출과 세금 등에 대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부동산 활황기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실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이 추진되면서 이미 준공된 건물에서도 공실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1,543곳으로 3년 전 대비 300곳 이상 늘었다. 호실 수로는 10만 실 이상 추산된다. 임차인을 찾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매달 100건이 넘는 경매 매물이 내놓고 있다. 그조차도 번번이 유찰되는 실정이다.

서울 성수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공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경매에 나오는 지식산업센터 매물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미착공 상태인 PF 사업들은 진퇴양난이다. 과잉 공급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자니 미분양이 뻔하고, 청산하려고 해도 제값을 치러줄 상대가 없다. 전문가들은 애당초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 수요만을 보고 PF 사업을 추진한 건설업계의 책임이 크다고 말한다.

분양 시장에 간 PF 폭탄, 위기의 수분양자들

PF 사업의 종착지는 결국 수분양자다. 수분양자가 낸 분양 대금이 있어야 건설사는 PF 사업을 털어낼 수 있다. 과잉 공급과 미분양 사태 속에 일부 건설사들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수분양자 확보에 나서는 이유다.

국내 선분양 제도는 수분양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마찬가지다. 공급자 건설사와 수분양자가 가진 정보의 격차, 그리고 건설사 편의에 맞춰진 제도 때문이다. 건설사는 해당 사업이 어떤 구조로 추진됐고, 얼마만큼 금융·시공 비용을 치렀고, 어떤 위험이 예상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수분양자는 건설사가 제시한 모델하우스와 홍보자료만으로 계약을 정해야 한다.

분양 계약을 하는 순간 수분양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업의 위험까지 떠안아야 한다. 심지어 입주 시점에서 계약 당시에 들었던 설명과 다르다고 해도, 계약을 취소하거나 건설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는 것은 현행 제도상 하늘의 별 따기다.

거리에 나선 마곡롯데캐슬르웨스트 수분양자들. 전문가들은 현행 분양 제도가 수분양자들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한다.

분양 계약은 미래에 있을 사업의 성과를 매개로 거래한다는 점에서 금융상품의 계약과 비교된다. 금융상품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통해 6대 판매 원칙(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 금지, 부당 권유 금지, 광고 규제)이 적용되지만, 분양에는 이러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다. 분양 계약이 사실상 개인의 모든 재산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마곡동에서 추진 중인 생활숙박시설 '마곡롯데캐슬르웨스트'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레지던스'로 잘 알려진 생활숙박시설은 원래 30호실 이상을 소유한 숙박업자가 분양받아 장기 투숙자로부터 숙박비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하지만 과거 분양시장에서는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새로운 개념의 고급 주거시설 정도로 통용됐다. 이에 따라 주택 청약의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 실수요자까지 생활숙박시설 분양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의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주택 규제에서 자유로운 틈새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반 수분양자를 끌어들였다. 2021년 분양 당시 84형 최고가가 17억 원이 넘는 높은 분양가에도 평균 657 1, 최고 6,049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사-수분양자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한 마곡롯데캐슬르웨스트 전경과 사업개요.

문제는 분양 당시 건설사 측이 일부 수분양자들에게 해당 시설에 거주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생겼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 후 위탁 계약을 맺어 자신에게 장기 임대를 주는 편법으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생활숙박시설을 숙박시설로 규정하고, 거주하는 수분양자들에게 강제 이행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였다. 르웨스트 분양 계약 한 달 뒤, 해당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시행됐고, 한때 프리미엄(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이 붙어 거래되던 시세는 마이너스피(분양가보다 낮은 가격)로 돌아섰다.

이어 금융권까지 생활숙박시설을 '위험 상품'으로 보고 담보율을 대폭 낮추면서 그나마 있던 거래까지 멈춰 섰다. 상당수 수분양자는 대출 길이 막힌 상황에서 잔금을 치를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한시적으로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도록 기준을 완화했지만, 이마저도 수분양자 10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 여의치 않다. 입주 시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수분양자들은 사실상 입주도, 처분도, 잔금 납입도 할 수 없는 처지다.르웨스트 수분양자 측은 건설사의 과도한 이윤 추구가 소비자 피해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당초 르웨스트가 속한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사업'2018·2019년 두 차례 유찰됐다가 생활숙박시설 등이 허용된 세 번째 입찰에 와서야 롯데건설 컨소시엄 측에 넘어갔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생활숙박시설이 사업성을 높이는 핵심 사업이었단 의미다. 분양 흥행을 위해 모호한 정보를 흘리거나, 사실과 다른 과잉 홍보를 하면서 불의의 피해자가 생겼다고 수분양자 측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모집공고, 계약서 및 별도 확인서를 통해 거주 여부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분양자들은 요식적인 서명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뿐이라며 건설사 측이 분양 책임은 외면한 채 행정 당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 의왕시의 한 지식산업센터 주차장 앞 도로. 대로로 이어지는 도로가 끊겨 있어서 1거리를 돌아와야 물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준공된 경기도 의왕시의 한 지식산업센터에서는 입주 기업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분양 당시, 시행사 측은 지하철역과 이어지는 대로변에 위치한 입지를 강조했지만, 실제 준공된 시설에는 대로에서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없었다. 제조기업이 물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선 건물을 앞에 두고도 1남짓의 거리를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사 측은 도로 허가를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언제 개통될지는 미지수다.

또 제조 시설이 이용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복도 방화문 크기가 작게 설계되어 대형 설비가 드나들 수 없고, 입주 예정일에도 외장 마감이 채 마무리되지 않는 등 부실시공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계약과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도 건설사 측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준공을 앞둔 생활숙박시설은 전국적으로 약 9만 객실, 미착공 지식산업센터의 연면적은 1,678에 이른다.

 

사교육 대해부 중앙일보 기자, ‘사교육 조장비판에 답하다

더중앙플러스의 헬로 페어런츠가 다룬 대치동 해부 기획.

아이 키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과거 한 집에서 여러 명의 아이를 키웠다지만 요즘에는 한 아이에도 허덕인다. 한 자녀를 위해 부모, 양가 조부모, 이모, 삼촌이 돈을 댄다는 에이트 포켓’(eight pocket)에 주변 지인까지 텐 포켓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배경에 부동산과 고물가, 서울로 몰린 인프라, ·가정 양립이 어려운 노동 환경과 함께 너무나 치열해진 교육 문제도 있다.

한국 부모의 교육열은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저렇게까지 아이를 공부시키다니 아동 학대 아니야?’라는 시선과 나도 내 아이에게 저 정도는 해줘야 하나?’라는 불안이 공존한다. 교육 철학이 확고한 일부 부모가 아니라면 이런 이중적 감정이 많은 부모를 괴롭게 한다. ‘저 정도로 해주지 못할 거면 아예 안 낳는 게 아이를 위한 것 아닌가라는 시선도 있다.

복잡한 시선 속에 교육 정보는 오래 음지에 머물렀다. 대놓고 이야기하기엔 집집마다 사정이 너무 다르고 예민한 부분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맘카페나 사모임에서 다뤄졌던 정보들은 유튜브나 블로그, SNS를 통해 공개되었지만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육아와 교육에 대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하게 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는 페어런팅’(부모) 섹션을 비중 있게 운영한다.

-저출생 시대에 육아와 교육 콘텐츠의 수요가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육아와 교육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늘 있었다. 오히려 유료 콘텐츠로서 보육과 교육 콘텐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싶다. 보육이나 교육 콘텐츠는 양육자에게 선명한 효용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헬로 페어런츠 콘텐츠가 유료임에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싶다. 저희 팀은 기획을 하고 기사를 쓸 때 항상 독자가 이 기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헬로 페어런츠의 콘텐츠 중 인기를 끈 내용은 무엇인가.

더중앙플러스 론칭 이후 분기마다 특별기획을 발행하는데, 대체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80년대생 양육자가 온다’, ‘객관식 시험 시대의 종언’, ‘그 엄마의 비밀’, ‘학습이 사라진 학교’, ‘초등 사교육 대해부’, ‘서울 5대 학군지 대해부등이다. 양육자들이 불편하다고 느끼고 궁금해하던 부분에 대해 충분히 취재하고 가감 없이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군지나 영어 유치원, 대치동 소식 등 사교육과 관련한 이야기가 인기를 얻고 이슈를 만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많은 부모들 관심사인 동시에 사교육 조장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저희 팀은 주기적으로 독자 조사를 한다. 양육과 교육 정보가 너무 폐쇄적이라는 게 양육자들의 공통적인 힘든 점이라고 밝혀졌다. 특히 사교육 정보가 너무 폐쇄적으로 공유되었다. 안타깝지만 학교, 특히 초등학교는 학습 기능이 굉장히 약해져 있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저희 특별기획 학습이 사라진 학교에서 취재했었다.

학교의 학습 기능이 약화되면서 학습 과정 전체를 계획하는, 일명 교육 로드맵을 짜는 역할은 양육자에게 넘어오게 됐다. 학령기 양육자들은 학원 정보에 목말라 하는데 이런 정보를 얻기 힘들다. 그래서 광고에 오염되지 않은 진짜 정보, 몇몇 사람만 알던 정보를 본격적으로 다뤄본 것이다.

저희 기사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엔 되묻고 싶다. ‘양육자에게 모든 걸 떠넘긴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 아닐까요?’라고. 음지에서 알음알음 유통되던 정보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걸 헬로 페어런츠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헬로 페어런츠가 다른 교육 신문이나 교육 콘텐츠에 비해 가지는 차별점은.

저희는 출입처가 없기도 하거니와 독자들이 디지털에 남긴 흔적을 데이터로 매일 들여다 보다보니, 독자 중심으로 더 생각하는 것 같다. 양육자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 진짜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바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것이 저희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정보는 많다. 기자가, 미디어가 생산하는 정보 역시 언제든 다른 정보로 대체될 수 있다. 그래서 독자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천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시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오늘

미국은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국익 위해 동맹국 후려칠 것"

[2024 평화통일시민강좌]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금의 한반도 위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현재의 위기의 책임이 북한의 '오물풍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언론도 그런 식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위기의 시작점을 '오물풍선'으로 보는 순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착한 전단''나쁜 오물'

탈북민단체들을 비롯한 일부 단체들이 보낸 것은 '착한 전단'이고 북에서 넘어온 것은 '나쁜 오물'일까? 북한이 보기에 남쪽에서 날아온 전단도 '오물'이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실을 왜곡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남에서 먼저 북한을 향해 전단을 날려 보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전단을 뿌리고 한강 하구에서 비닐봉지에 쌀을 담에 북쪽으로 흘려보낸 것은 주로 미군이었다. 미군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전단살포를 중단하였고 그 이후로는 국군이 체제경쟁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전단살포를 했다. 탈북민단체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북을 향해 전단을 날려 보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들어서부터다.

우리 삶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전체제, 분단체제다. 우리는 평화 속에 살고 있다 착각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전쟁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전쟁 중이 아니라면 인근 나라에서 풍선이 날아오고 확성기를 틀어놓는 것은 평시의 한 행위로 이렇게까지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상황이므로 전단이나 확성기와 같은 심리전도 명백한 전쟁행위다.

북한은 작년 12월 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남과 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했다. 2018년 북미협상 이후 북한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상을 계속해서 제안했다. 하지만 한미가 조건을 걸며 이를 미뤘고 결국 북한은 1953727일의 정전체제 그대로 가기로 결심했다.

북한이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남북이 전쟁 속에 살고 있음을 상기시킨 와중에 남한이 '종이폭탄''소리대포'를 북한을 향해 쏜 것이다. 남북 사이가 좋았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북한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전쟁상태로 규정했으니 이에 대해 대응을 한 것이다.

국가는 확전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했다. 예전에는 확성기가 500개 정도 있었고, 지금은 약 40개 설치되어 있다. 확성기의 가청거리는 낮에는 10km, 밤에는 20~30km에 불과하다.

하지만 군사분계선 북쪽 30km 이내에는 민간인이 아닌 군인이 있다. 북의 군인들은 강인한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리고 북한은 북쪽을 향해 확성기를 틀어 남한의 확성기 소리가 묻히게 한다. 한국정부가 확성기가 마치 대단한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북한은 201410월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조준사격을 했고 20158월에는 서부전선의 대북 확성기에 포격을 가했다. 그리고 20206월에는 남측의 계속되는 전단살포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차원으로 개성의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지난 529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전단 풍선의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의 남북관계 비극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반성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2018년 평양공동선언의 1항은 9.19군사합의에 대한 내용이다. 9.19군사합의의 정식 명칭은 '판문점 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이다. 판문점 선언 이행에서 남과 북은 군사분야의 조치가 중요하다고 서로 인정했던 것이다.

분단 이후 600번의 남북대화가 있었고 그중 합의문을 작성하거나 발표문 혹은 언론보도문을 낸 것이 200번이 넘는다. 남과 북은 엄청나게 많은 합의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남북관계는 잘 가다가도 미끄러지고 또다시 앞으로 가다가도 넘어졌다. 지금은 남북관계에서 공식적, 비공식적 접촉이 전혀 없는 가장 긴 시기이다.

그동안 정부나 시민단체는 '쉬운 것부터 하자'면서 경제협력이나 민간교류협력, 문화예술 교류를 앞세웠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은 서해에서 남북 교전이 생기면 몇 년 동안 쌓아 올렸던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교류협력이 필요하고, 또 소중한 일이지만, 한반도는 전쟁을 경험했고 주변 환경들을 고려했을 때, 경제문제나 사회교류만으로 한반도 평화의 완전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이전에는 사회경제 교류협력을 하면 군사적 문제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리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군사적 접근법이 같이 가야 한다는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는 이 부분이 강조되었다.

사라진 완충지대

9.19군사합의 1조에서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완충지대는 육상, 해상, 공중에서 남북 간에 군사력이 충돌할 수 있는 공간을 벌려놓는 것이다. 정전협정 1조에서는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남북 2km를 비무장지대로 설정했다.

그러나 정전협정은 지금까지 무수히 위반됐다. 비무장지대는 야금야금 좁혀졌고 남북이 총으로 쏴서 상대방을 맞힐 수 있는 사거리에 초소가 존재하게 되었고 결국 총질이 났다. 서로가 육안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오해할 소지가 커졌다. 전쟁은 의도적인 것보다 의도하지 않고 일어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만약 초병이 실수로 오발을 쐈을 때, 남북 사이에 충분한 안전거리가 있다면 오발이 상대에게 도달하지 않거나 긴장이 고조되는 급박한 상황을 피해갈 수도 있다. 이렇게 완충지대를 설정하거나 비상연락선이 있다면 우발적 사고, 충돌이 일어났을 때 톤다운 시킬 수 있다. 위기관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충지대, 연락선 모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9.19군사합의에서는 남북이 완충지대를 정하고 이 구역에서 훈련도 중지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제 서북도서를 비롯한 군사분계선의 완충지대였던 모든 곳에서 일제히 사격훈련이 실시되었다.

국방백서는 북이 정확하게 179.19군사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은 언론이나 국회에 나가 북한이 무려 36009.19군사합의를 어겼다고 말한다. 포대 커버까지 벗겼다 씌운 것까지 센 횟수다. 하지만 포대는 커버를 주기적으로 벗겨서 말려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썩게 된다. 정부는 이것까지 합의를 지키지 않은 횟수에 포함해 버린 것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심리전은 명백히 적아간 심리를 유도하여 이익을 취하기 위한 군사작전이자 전투 행위다. 남북은 한 치의 양보 없이 폭탄을 돌리며 상호 공멸로 이르는 겁쟁이 게임,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 지금은 풍선이 넘나들고 있지만 결국 진짜 총탄으로 바뀌고 미사일이 넘나들 수 있는 파국적 상황이 올 수도 있다.

629일 서울 시민청에서 "남북 극한 대립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는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평화통일시민행동

NLL과 북한의 해상 국경선

1953727일 체결한 정전협정에는 NLL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협상 당시 지상은 군사력 대치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확정 지을 수 있었지만, 해상에서는 군사력의 대치선을 해상경계선으로 정하자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북한의 해군력이나 공군력은 궤멸 된 상태였다.

727일 당시 우리와 미군 함정들은 신의주와 청진 앞바다에 있었다. 기준선이 될 만한 게 없으니 해상의 군사분계선은 집어넣지 않고 정전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727일 정전협정이 발효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군대의 함정은 신의주와 청진 앞바다에 있었다. 정전협정이 깨지는 것을 우려한 유엔군 사령관은 1953830, 전보로 한미 해군 병력의 남하를 지시하고 공군력의 북상도 막기 위해 한계선을 그었다. 해군과 공군력의 북방 한계선인 것이다. 당시 북한에는 통보하지 않았으나 북한도 NLL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NLL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은 남과 북이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라고 표명하고 국경선을 확정 짓겠다고 했다. 지상에서의 국경선은 군사분계선으로 하면 되니 문제는 해상경계선이 될 텐데 절묘하게도 북한은 이를 또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해상에서의 국경선을 0.001mm라도 침범하면 바로 전쟁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6월 말 전원회의 이후 최고인민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여기에서 국경선을 확정 짓는 헌법 개정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 내용을 공개할지는 미지수다.

NLL은 국경선이 아니다. 해상에서의 군사분계선(MDL)은 강화도 서쪽까지만 그어져 있으며 우리는 남북관계를 특수한 관계로 규정하기 때문에 분계선을 더 연장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1999년에 NLL보다 남측으로 해상군사분계선을 선포하였는데 이 선이 연평도, 백령도를 포위하는 형식이었다.

정전협정은 상대방을 포위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북한은 급하게 섬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북한의 해상군사분계선의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군사분계선 개념과 국경선의 개념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해상의 국경선이 정확히 어디가 될지는 아직은 모른다.

2007년 북한은 경비계선을 긋는다. 연평도, 백령도 바로 위쪽이지만 NLL보다는 아래쪽에 위치한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은 연평도 포병부대가 연평도 남서쪽으로 포를 쐈는데 낙탄이 우리 측의 NLL과 북측의 경비계선 사이에 떨어졌고 이에 대해 북한이 연평도의 포병부대에 포사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아마도 북한의 해상 국경선은 해상경계선과 비슷하게 그어질 것이라 본다. 그렇게 되면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될 것이다.

남북의 회색지대전

육상 확성기에 대해서는 북의 대응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회색지대(gray zone)'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회색지대전이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주체가 누구인지도 뚜렷하지도 않은 전쟁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사이버전이 있다.

얼마 전 상하이에서 열린 '2024년 아시아 항공물류 어워즈'에서 인천공항이 '아시아 최고 물류공항상'을 수상했었다. 발표가 난 그날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북한에서 날려 보낸 풍선으로 인해 인천공항의 이착륙이 한때 중단되었다. 용산에는 무인기도 왔었고 오물 풍선도 떨어졌다. 북한 입장에서는 무인기나 풍선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얼마 전 북한의 GPS 교란이 있었다. 북한의 GPS 교란은 400W급으로, 마음먹으면 인천공항의 비행기가 못 뜨게 할 수도 있다. 북한이 사이버전을 마음먹는다면, 남한의 냉각탑을 5시간 정지시켜 폭발 직전까지 가게 만들 수도 있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군사분계선 상에서의 총질은 옛날 방식이다. 사이버전은 누가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지난번 무인기도 북한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했다.

이번에 북한에서 날아온 풍선에는 기폭장치가 있었다. 원하는 장소에서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남으로 내려오는 풍선을 격추 못 한다. 넘어오기 전에는 포탄이 북한 땅으로 떨어질 수 있고 넘어오고 나서는 그 풍선 안에 무엇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0616일 총참모부 공개보도를 통해 "각계각층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삐라살포 투쟁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서해에서 북의 주민을 가장해 어선에서 전단살포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 해군은 이 어선을 나포해야 할까? 아니면 풍선을 터트려야 할까?

9.19군사합의 파기로 이미 북한의 해안포 포문은 다 열려있을 것이다. 우리 해군이 북한의 어선에 접근하는 순간 벌집이 될 것이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이런 위기 상황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의 다종화, 경량화, 규격화, 소형화

현대의 전쟁은 과거처럼 군사분계선에서 지뢰 깔고 '총질'하는 그런 전쟁이 아니다. 남한의 원주나 청주 비행장에서 F-35A나 헬기가 뜨면 북쪽으로 올라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북한 또한 장사정포나 미사일을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북쪽, 조중 국경 근처에 배치해 놓고 있다.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670km. 북의 장사정포 사거리는 400km~800km이다. 그렇다면 우리 전투기가 조중 국경지역에 있는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을까? 안된다. 조중 국경 40km 이내 지역은 미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으면 발사하지 못한다. 잘못하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사일을 다종화, 경량화, 규격화, 소형화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을 땅에서도 쏘고 기차에서도 쏘고 호수에서도 쏜다. 재미있는 것은 사일로(silo). 지하 격납고의 사일로에서 미사일이 지상으로 솟구쳐 나와 발사되는 방식으로 옛날 방식이다.

예전의 미사일은 액체 연료를 썼고 액체 연료는 미리 주입하면 부식이 발생하므로 발사 직전에 주입하게 된다. 이 상황이 상대에 포착될 수 있기 때문에 지하 사일로를 썼다. 하지만 현재의 미사일은 다 고체로 바뀌었다. 북의 사일로는 트릭이라고 본다.

북은 발사 장소, 방법, 패턴을 다양화시켜 한미의 요격 자산들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이 개마고원에 사일로를 100개 정도 만들어 놓고 위성으로 보면 사일로가 개폐를 반복하거나 지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고 상상해보자. 그중 한 두 개만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다. 하지만 우리 공군은 사일로를 타격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킬체인 무력은 고갈된다.

북한은 이런 방식과 함께 핵무력을 완성해가고 있다. 북의 핵무력은 억지수단이다. 과거 북한의 핵무기는 미 본토를 향했다. 북한이 얼마를 때려 맞든 한 발은 미 본토를 쏘겠다는 것으로 '응징적 억제'의 의미를 지녔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오키나와 평택, 오산을 겨냥하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북한은 2018년까지 대한민국에는 핵을 쓰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2022년 핵무력 법제화를 하면서 이제 핵무기는 남한을 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626, 다탄두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다탄두란 발사한 미사일이 공중에서 3~4개의 탄두로 분리되는 것으로 MD를 무력화시킨다. 국방부는 북한이 실패했다고 하지만 북한의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탄두 미사일에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라 다탄두 이론을 접목하여 공중에서 3개로 분리하는 시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대기권 재진입을 하고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하는 실험이 아니었다.

과거 미소 간에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늘리다 보니 서로 12500발이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과 소련은 이러다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핵군축에 합의했다. 한국전쟁으로 북한은 농경지 80%, 산업시설 50~60%가 파괴되었고 남한은 30~40%가 파괴되었다. 그 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대동강도 기적을 이뤘다.

하지만 남북 간에 다시 전쟁이 난다면 이제 그런 기적은 절대로 없다. 양쪽 모두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결국 우리는 군비경쟁이 아닌 군비통제를 해야 한다.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무기는 이미 충분하다. 남한의 군사력은 세계 5위이다.

27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미사일총국이 지난 26일 미사일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해당 미사일 발사 장면. 로동신문=뉴스1

G0시대의 도래

과거 미소는 양쪽 진영의 패권국이었다. 자기 진영의 경제와 안보, 국제 공공재를 자기 힘으로 도와주는 것이 패권국가다. 지금의 미중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다극화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글로벌 노스'라고 하는 60개 정도 나라들이 미국 깃발 아래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140개 나라가 반대 진영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글로벌 사우스', 혹은 브릭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또한 영역이 나누어진 제로섬 게임도 아니며 이해관계도 겹쳐져 있다.

미중 전략적 갈등이라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무조건 갈등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패권국인가? 미국이 패권국이라면 동맹국의 경제 안보를 지원하고 국제 공공재를 나눌 수 있어야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동맹국과 우방국을 등쳐먹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미국 중심으로 모여있는 진영의 ''이라 할 수 없다. 지금은 제로극 시대다. 다극화된 진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진영화는 미국과 반미로 약간 나누어져 있기는 하다. 이것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국 스스로 만든 것이다.

1945년 미소가 대립하다가 1990년 소련 붕괴 이후 30여 년 동안은 미국의 시대였다. 미국은 예전에 100국 데리고 살 때보다 200국 데리고 사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개국을 다 데리고 갔던 것도 아니다. 그 중 자기 말을 듣는 나라는 잘 챙겨주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버렸다. 소위 패권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나라는 '문제'를 일으켰다.

2017년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을 바꾼다. 미국은 2017년부터 미국의 안보와 미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은 이때부터 이념과 가치를 내세우며 동맹국을 규합하고 있다.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의 통합뿐만 아니라 동맹우방국의 능력까지 포괄하는 대중국 통합억제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 전략은 오바마-트럼프-바이든으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따라서 올해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간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 우방국을 후려치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라 본다.

미국을 향해 날아가는 중국 미사일, 한국이 실시간으로 미국에 알려주는 구조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바이든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맺어지던 2015년 당시 부통령이었다. 바이든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부통령 재임 기간 가장 잘한 업적으로 '자신이 한일 간에 위안부 협정을 맺도록 주선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일관계 개선은 미국의 꿈이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2012년 당시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추진해 왔던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앞세우고자 했고 이를 위해 일본의 재무장화가 필요했다. 일본의 군사화는 미국이 아무리 해준다 해도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그래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했다. 미국은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편하면서도 군사력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일본, 호주의 군사력을 동원하여 자국 군사력의 증대 없이 중국에 대한 억제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2016년 한국의 촛불항쟁으로 미국의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전략이 난관에 봉착했다. 바이든 정권은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통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은 미국의 MD 편입을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편입된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중국의 미사일이 알래스카를 향한다고 가정해보자. 미사일을 처음 포착하게 되는 한국은 미사일 정보를 미국에 안 알려줄 수 있을까? 자동으로 연결되어 미국까지 미사일 정보가 동시에 전달된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북핵을 명분으로 하지만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의 다양한 영역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에 개입될 수 있다.

결국 미국은 MD 체계를 강화하면서 자국의 세계안보전략에 한국을 수단화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동맹에 따른 작계5015 개정과 유엔사 재활성화로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불가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북한과의 전쟁이 됐든, 대만전쟁이 됐든 유엔사나 일본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또한 작계 5015개정으로 한미동맹의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로 확대되었다.

한국도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외교에서 전략적 자율성이 없으면 무조건 진다. 미국 중심의 진영에서 한국과 같은 행동대원국가들은 자율성이 없다. 미국이나 일본은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중국을 대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어떠한가?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과 교역을 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도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하고 있다. 이쪽은 집단적 동맹체계보다는 양자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조러 정상회담을 두고 북과 중국이 사이가 벌어졌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지만 북한은 중국의 결정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차원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북중러 삼각 군사동맹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중국은 그럴 수 없다. 중국은 20~30년 후에 미국의 지위를 차지하려는 야심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적이 많은 러시아나 북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협상 중재를 위해 뛰어다니고 심지어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도 뛰어들려 하고 있다. 중국은 대놓고 러시아 편을 들지 않는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가장 중요하고 연말 미국 대선을 중요하게 지켜보고 있다. 새로운 미국 정권이 대중정책을 어떻게 펼칠지가 향후 중국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북과의 관계도 미 대선 이후로 미뤄둔 상황이다.

북은 8차 당 대회기간(2021~2025)1년 남짓 남겨두고 있고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 북은 푸틴의 방북을 계기로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북중 관계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평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북은 1990년대 미국 패권의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과거 냉전시기에는 미국 진영의 국가들과 교역을 하지 않아도 소련 측 국가들과 교역하며 먹고 살 수 있었다. 소련이 붕괴하고 미국에 굴복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제일 힘든 시기를 겪게 되었다. 북에 대한 제재는 모두 그 이후에 이루어졌다.

북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진영화가 자신의 운신 폭을 넓히는 데 유리하다. 북한은 남한과 헤어질 결심을 했고 전략적 결심이라 본다. 북의 헌법 개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이 또 바뀌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마무리 짓느라 늦어지는 것이라 본다.

북한은 전략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와 맺은 조약은 군사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을 담았다. 작년 9월 조러 정상회담 이후 최근 6월까지 아마도 북한과 러시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 위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실험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요즘 북한의 한밤중 위성사진을 보면 많이 밝아졌다. 전기가 들어온다는 것은 에너지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북러관계의 가장 핵심은 무기거래가 아니라 에너지다. 2023년 말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경제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에너지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연재해도 없었다. 이로 인한 자신감으로 북은 남한이나 미국의 지원 없이도 경제발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언론은 조러 조약의 4조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4조는 무력침공을 받으면 지체없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해준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1961년에 맺은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과 같다.

그러나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라는 문구가 새로 추가되었다. 자동개입 같으면서도 자동개입이 아닌 것이다. 이 조약은 9조에서 20조까지 군사적 지원뿐만 아니라 평시에 군사, 안보, 외교적 측면의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을 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이럴 때가 아니다. 우리도 미국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외교적 자율성을 가지고 한러관계, 한중관계에 대한 자율성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 | 프레시안

'세상과 어울리기 > 시사만평-주간 쟁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7.29~  (0) 2024.07.28
24.7.21~  (0) 2024.07.21
24.7.8~  (0) 2024.07.07
24.7.1~  (0) 2024.07.01
24.6.24~  (0)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