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홍보 기사 하나에 2000만 원 쓴 공공기관...우리 세금이었다
신문법·정부광고법 위반해 기사·광고 구분 안 한 정부 광고 15건
기관장 칼럼 1000만 원 쓴 지능정보사회진흥원… 재개발 정책홍보 기사도
“협찬 미고지? 국민 돈으로 이용자 현혹하는 속임수”
“사업 망해 다 끝내고 싶을 때… 신복위 채무조정, 내 삶 살려냈다” 지난해 9월 서울신문 지면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신용회복위원회 정책 소개 기사, 2000만 원이 투입된 기사형 광고였다. 지난 5월29일 서울경제 칼럼면에 게재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기고문은 1000만 원의 광고비가 집행된 협찬 기사였다. 이들 기사에선 ‘광고’ 표기를 찾을 수 없다. 이처럼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야 한다는 현행법을 준수하지 않은 기사형 광고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은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2023년~2024년 5월까지 정부광고 내역을 입수, 이 중 광고내용에 ‘기획기사’라고 표기된 233건의 광고를 전수조사했다. 확인 결과 이 중 15건은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분리하라고 규정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정부광고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비는 총 1억976만 원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기사형 광고 내역. 자료=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 그래픽=안혜나 기자
협찬 사실을 미고지한 광고주는 문화체육관광부·재외동포청·부산문화재단·부산항만공사·신용회복위원회·강원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한국광기술원·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등 9곳이다. 광고가 게제된 언론사는 강원일보·강원도민일보·경남도민일보·국제신문·동아일보·디지털타임스·매일경제·문화일보·부산일보·서울경제·서울신문·전자신문 등 12곳이다.
신문 지면에 게재하는 광고는 일반 광고와 협찬으로 구분된다. 일반 광고는 지면 하단이나 전체에 게재되는 이미지 광고를 말한다. 협찬은 광고주가 언론사에 돈을 주고, 기사 등을 통해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신문 협찬은 통상 기사 형식을 띄고 있어 기사형 광고, 기획 기사로 불린다. 협찬에 ‘광고’라는 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독자는 이를 일반 기사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신문사와 광고주가 협찬 사실을 고지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특히 공적 자금으로 광고비를 집행하는 정부, 공공기관은 일반 기업보다 책임성이 클 수밖에 없다.
▲신용회복위원회가 2000만 원의 광고비를 투입한 광고. 이 기사는 2023년 9월15일 서울신문 지면에 게재됐다.
기사 1건당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 곳은 신용회복위원회로, 광고비는 2000만 원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 9월15일 서울신문에 <위원회 제도 홍보 강화를 위한 언론사 기획기사 광고 실시>라는 내용의 광고를 의뢰했다. 이날 서울신문 20면에는 <“사업 망해 다 끝내고 싶을 때… 신복위 채무조정, 내 삶 살려냈다”>는 기사를 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취재비용 등을 보전하는 선에서 광고를 진행한 것”이라며 “‘신용회복위원회가 자료를 제공했다’는 표기가 있어 문제없다고 봤다. 협찬 고지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기사 그래픽과 사진 하단에 “신용회복위원회 제공”이라는 표기가 있지만, 자료·사진에 대한 내용이며 협찬 고지는 없다. 이 관계자는 취재비용 보전으로 2000만 원 광고비 집행은 액수가 많지 않냐는 질문에 “어쨌든 기사를 실어주는 거고, 그런 것에 대한 기획 기사를 집행한 것”이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000만 원의 광고비를 투입한 광고. 이 기사는 2023년 6월14일 문화일보 지면에 게재됐다.
정부광고 업무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협찬 고지를 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지난해 6월14일 문화일보에 정부 광고를 의뢰했다. 광고비는 1000만 원이다. 이날 문화일보는 21면 <한류 콘텐츠의 원천 ‘K-북’, 세계로 간다> 기사를 통해 문체부의 출판 관련 정책을 소개했다. 기사에 문체부 지원을 받았다는 표기는 없다. 재외동포청은 지난해 9월27일 매일경제에 300만 원을 주고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기획기사> 광고를 의뢰했다. 이후 매일경제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으며, 협찬 고지는 없다.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광고를) 기획기사로 내보낸 건 맞다. 언론사에서 보통 (협찬 고지를) 알아서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검사해서 알려주는데,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문체부에 입장을 물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서울경제·동아일보·디지털타임스 등에 4건의 기획기사를 의뢰했으며, 광고비는 총 3009만 원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지난 5월29일 서울경제에 1000만 원을 주고 <디지털신질서 기획기사> 광고를 의뢰했다. 이날 서울경제에 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의 디지털 신질서와 관련된 기명 칼럼이 게재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원장 칼럼 게재를 위해 1000만 원을 사용한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지난해 6월26일과 12월21일 동아일보에 <전자정부의 날 기념식 홍보를 위한 기획기사>(400만 원), <학교 10기가 인터넷 시범구축 사업 홍보를 위한 기획기사>(909만 원) 광고를 의뢰했고 관련 기사가 동아일보에 나갔다. 디지털타임스는 지난해 12월20일 <“국민 삶의 질 높인다”… 행안부, 데이터분석 전문가 육성나서> 기사를 냈는데, 이날 진흥원은 디지털타임스에 700만 원의 <데이터분석 전문인재 홍보를 위한 기획기사> 광고를 의뢰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관계자는 “부주의가 있었다.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했다.
▲부산항만공사가 1100만 원의 광고비를 투입한 광고. 이 기사는 2023년 9월11일 부산일보 지면에 게재됐다.
부산항만공사는 지난해 9월11일과 10월20일 부산일보·국제신문에 북항재개발 사업에 대한 기획기사를 의뢰했다. 광고비는 각각 1100만 원이다.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항만공사가 요청한 날짜에 관련 기사를 게재했지만, 협찬 고지는 하지 않았다. 부산문화재단은 지난해 10월10일부터 11월30일까지 부산일보에 문화지원 사업 홍보기사 작성을 대가로 909만 원의 광고를 집행했고, 부산일보에서 협찬 고지가 없는 2건의 기사가 나갔다. 두 기관 모두 협찬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강원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는 지난해 6월 20일과 21일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에 각각 400만 원의 <강원도 농촌융복합산업 기획기사 및 홍보> 광고를 의뢰했다. 이에 두 신문사는 각각 <“강원 농축산물 판로 확대·공공급식 질 향상 최선”>, <도내 우수 농수산물 軍·학교 억대 납품 성과> 기사를 냈다. 강원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 관계자는 “협찬 고지를 해야 한다는 걸 기사 출고 후 알게 됐다”고 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3월 <창원지역 못난이 단감으로 만든 막걸리 ‘직감’ 출시 눈앞>, <모기 못 잡는 포충기는 가라...해바캄 ‘아스페리타스’ 주목> 기사를 냈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기사로, 협찬 고지는 없다. 센터는 <예비창업패키지 수혜기업 홍보 기획기사>를 위해 경남도민일보에 440만 원의 광고를 집행했다. 센터 관계자는 기사에 협찬 고지가 없다면 업무상 실수로 누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광기술원이 318만 원의 광고비를 투입한 광고. 이 기사는 지난 4월24일 전자신문 지면에 게재됐다.
지난 4월24일 전자신문 14면에는 <광기술원, 광융합 R&D 선도… 매년 50건 기술사업화 지원> 기사가 나갔는데, 이는 한국광기술원 협찬을 받은 기사다. 광기술원은 이 기사를 위해 전자신문에 318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광기술원은 “전자신문의 협찬 미고지, 정부광고 업무편람 미숙지로 인지하지 못했다”며 “향후 협찬 고지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협찬 기사는 네이버에서 기사로 송고되기도 했다. 이는 네이버와 언론사가 체결하는 제휴 약관 위반에 해당한다. 언론사가 협찬 기사를 네이버에 송출하기 위해선 기사가 아닌 ‘보도자료’ 섹션으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홍보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미디어오늘에 “언론사와 네이버 간 체결된 제휴 약관에 따라 광고, 홍보성 정보 등은 전송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공공기관이 신문사에 의뢰한 기사형 광고에 광고 표시가 붙지 않고 기사로 둔갑되는 건 처음있는 일이 아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부산광역시는 지난해 부산엑스포 홍보를 위해 동아일보에 33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3월 부산시가 ‘기후위기 대응 선도국가’라는 소재로 엑스포 유치에 나섰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는데 ‘광고’ 표기가 없었다. 매일경제는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을 소개하는 ‘노동시장 개혁’ 시리즈 기사를 냈는데, 이는 고용노동부가 5500만 원의 예산을 들인 광고였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 캠페인 기사 등을 위해 10여 곳의 홍보대행사에 홍보용역을 맡겼고, 계약금액은 61억8700만 원에 달했다.
▲Gettyimages.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협찬 고지를 했더라도 독자가 광고를 기사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고지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속임수에 해당한다”며 “정부·공공기관에서 집행하는 광고비는 ‘국민의 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이용자를 현혹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만약 정부·공공기관에서 홍보하고 싶은 내용이 훌륭하다면, 떳떳하게 (협찬 사실을) 밝혀야 한다”며 “정부광고법 시행령이나 지침에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광고법은 신문사가 협찬 기사를 쓸 경우 협찬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고 정했다. 정부광고 업무편람은 협찬 기사에 광고, AD, 제작지원, 애드버토리얼 등 문구를 넣어 독자가 협찬 여부와 광고주를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광고법에는 처벌조항이 없어 광고주가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이와 관련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어떤 경위로 기사형 광고에 협찬 사실이 고지되지 않았는지, 왜 이런 기사에 국민의 세금이 집행됐는지 명백히 밝혀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부광고법 개정을 서둘러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돈 있으면 건강한 노년 11.3년 더…우울한 초고령사회
노화와 불평등
소득 5분위 건강수명 72.2살
1분위는 60.9살…경제력 변수
빈곤·질병 노인자살률 OECD 1위
돌봄·연금 확대, 양극화 해소 필요
지난달 4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가 주최한 시니어 올림픽이 열려, 참가자들이 공굴리기 게임 등을 즐기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생명활동의 중요한 특징은 끊임없는 변화에 있다.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해 형성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어 배아가 발생하고 태아로 발달한 뒤 한 개체로 태어나고, 성장을 통해 유소년기를 거쳐 청년기에 이르면 생리적 차원의 정점에 도달하게 된다. 중년기에 이르기까지 완만한 쇠퇴 이후 노년기의 급격한 쇠퇴를 끝으로 개체는 주변 환경과 평형을 이루며 그 일부로 돌아간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따르는 듯 보이기도 한다. 가령 시간을 축으로 생애주기 동안 벌어지는 변화가 인체 내외부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모종의 프로그램을 상정할 수 있다.
평균 건강수명, 11년간 제자리
노화 역시 그러한 변화 중 대표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노화 과정에서 유전체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세포 속 단백질이나 소기관의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기고, 영양분에 대한 감지 및 통제 기전에 문제가 생긴다. 이처럼 누적된 문제들로 인해 세포 분열은 정지 상태에 이르고, 세포 재생능력이 사라지며 만성염증이나 장내 미생물 불균형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노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인체 내부의 내재적 프로그램과 더불어 사회적 프로그램이 교묘하게 연계되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운동, 섭식, 스트레스 조절, 빈곤도, 오염도 같은 사회적 프로그램이 내재적 프로그램을 조절해 노화의 감속이나 가속이 이뤄진다. 노화 자체가 질병이라기보다는 노화 과정이 어떤 임계치를 넘어서 근감소증, 장기적 염증 상태, 신경변성 및 인지저하 상태에 처하게 되면 질병으로 진단하게 된다.
우리나라 노화 상황을 성찰하기 위해 수명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1970년 62.3살이었지만 2023년에 21.3년이 늘어난 83.6살이 되었다. 이는 오이시디(OECD) 전체에서 세번째로 긴 것이다. 이처럼 기대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의료·교육·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노년층의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 데 있다. 이렇게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한편 출생률이 감소하면서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살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아래 노화 문제는 빠르게 핵심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얼핏 우리의 기대수명이 세계 최상위인 것은 노화의 내재적 프로그램에 사회적 프로그램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내막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노화와 관련된 사회적 프로그램의 중대한 문제점들이 보이게 된다.
우선 우리 사회의 기대수명은 꾸준히 증가하는 데 비해 건강수명은 계속 정체되어 있다. 특정 연도에 태어난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기대수명이라 한다면, 건강수명은 개체의 기대수명에서 질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기능이 제약되는 기간을 제외한 것이다. 2012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8살, 건강수명은 65.7살인 데 비해 2023년 기대수명은 83.6살, 건강수명은 65.8살이다. 11년 사이 기대수명이 2.8년 느는 동안 건강수명은 0.1년밖에 늘지 않았다. 건강수명을 산출하기 위해선 복지, 사회참여, 여가, 소득·소비, 노동, 가족, 교육·훈련, 건강, 범죄·안전, 생활환경 등 10개 부문에 걸쳐 조사가 이뤄지는데 이 부문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연금 받기 전부터 아픈 노인들
평균 수명의 증가를 바탕으로 노화에 미치는 사회적 프로그램에 대해 판단할 때는 통계의 이면을 살피는 주의가 요구된다. 그 이면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두가지 현실은 수명의 양극화와 박탈지수로 표현되는 ‘지역의 붕괴’에 있다. 건강수명을 소득계층별로 나눠 살피면 참혹한 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상위 20% 소득 수준을 지닌 소득 5분위 노인의 경우 건강수명이 72.2살이지만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소득 1분위 노인의 건강수명은 60.9살에 불과하다. 무려 11.3년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 사회의 노화는 결코 평등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저소득층 노인은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4년 전부터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며 노년을 시작한다. 이러한 수명의 양극화는 소득 격차뿐 아니라 지역 격차에서도 드러난다. 집과 차의 소유 여부, 주거 환경의 열악한 정도, 노인인구 비율과 독거가구 비율, 이혼과 사별 비율, 아파트 비율 등을 통해 ‘박탈지수’를 산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수가 가장 낮은 지역과 가장 높은 지역의 수명 격차는 남성의 경우 2.7년, 여성의 경우 0.7년에 이른다. 이는 우리 사회의 노화에 작용하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지극히 차별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웅변하는 지표들이다.
이러한 사회적 차별은 우리 사회의 압도적인 노인자살률을 통해 부각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65살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9.9명으로 오이시디 1위이다. 이 수치는 오이시디 가입국 평균인 17.2명의 두배를 넘기고 있다. 특히 70대의 경우 46.2명이고 80살 이상은 67.4명에 이른다. 노인 자살의 주된 원인은 빈곤과 질병이다. 노년기의 빈곤과 질병은 자력으로 극복되거나 회복할 가망을 찾기 어려워 자살과 깊은 인과관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화를 질병이나 형질의 저하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노인들이 사회 속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생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광범위한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여 돌봄을 고르게 확대하고, 고령자의 강점을 살린 노인 일자리를 만들거나 발굴하여 노인의 사회적 활동이나 참여의 기회를 늘리며, 노인기초연금의 확대나 기본소득 등을 통해 수명 양극화를 완화하는 일은 사회의 건강한 노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생명의 역능은 노화를 통해 감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피어난다. 그 진가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사회에서라야 우리는 건강하게 나이들 수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싸늘한 김건희 "양평, 가짜뉴스에 선동당하셨어요"
[대통령 부인의 카톡 ⑤ 마지막]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9227&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aver_news&CMPT_CD=E0033
촛불대행진 어느덧 100회 "탄핵 범국민운동 돌입"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가 100회를 맞았다. 2022년 8월 6일 시작된 이후 약 2년간 명절 등을 제외하고는 매주 어김없이 열려 온 윤석열 퇴진 촛불의 100차 집회와 행진이 27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개최됐다.
'제조사 전쟁조장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주제로 폭우 속에서 시작된 이날 집회에서는 '윤석열 탄핵 범국민운동에 돌입하자'는 제안이 나와 "140만 청원자와 함께 전국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말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범국민 탄핵 운동을 전개하자"는 참가자들의 결의가 이뤄졌다.
이날도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우리가 100차 촛불을 결국 열어냈다.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를 새로 쓰신 우리 촛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하다"면서 "폭염과 폭우도 혹한의 눈보라도 촛불 항쟁의 대장정을 막을 수 없었으며 촛불에서 외친 구호들이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언론에서도 쓰이며 대세가 되고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0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시청 앞 집회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2024.7.27 이호 작가
지난 1년간을 돌아보는 영상에서 촛불 시민들은 촛불에 참여하면서 느낀 여러 감정들을 털어놓았다.
“2022년 여름부터 나왔는데 그때 뭔가 울분을 표출할 곳이 필요했다. 이렇게 길어질지 전혀 예측을 못했다."
"고3 때 책상에 앉아서 윤석열 볼 때는 아 진짜 이 나라 망했다 이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는데 시청 앞에 나와 국민분들을 보니까 이 나라에도 이렇게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에 촛불집회에 나오면 회복이 되는 듯했다. 촛불이 없었으면 2년 동안 어떻게 보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면 한 35km 지점을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촛불행동이 100차 촛불을 맞아 낸 성명을 김민웅 상임대표가 낭독했다.
”2022년 8월 6일 제1차 촛불 생일이 시작된 때로부터 100번의 토요일을 우리는 맞이했다. 우리는 비바람과 눈 돌아 폭염과 강추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윤석열 탄핵과 김건희 특검을 위해 매주말을 함께했다. 그 뜨거운 기억은 우리 모두의 것이자 누구도 이길 수 없는 힘이다.""촛불 대행진을 통해 우리는 마침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매우 강력한 실체가 되었고 포기하지 않는 선제적인 투쟁으로 김건희 특검을 통과시켰고, 140만이 참여한 국민청원도 윤석열 탄핵을 대세로 만들어냈다."
김민웅 상임대표는 "이제 탄핵 정국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낸 우리 촛불 국민들 한없이 존경한다"면서 "이 기세로 우리가 윤석열 탄핵 범국민운동의 맨 앞장에 서서 윤석열을 기필코 탄핵시키자"고 호소했다.또 "촛불 행동은 하늘처럼 귀한 촛불 국민들을 받들어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더욱 용감하게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분신한 고 양회동 노동자와 췌장암 말기로 투병 중에도 촛불에 적극 참여하다 숨진 조일권 두 사람을 촛불행동 명예 최고대표로 추대하는 추대식도 열렸다. 양회동 노동자의 부인 김선희 씨는 “저는 남편의 사망 이후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에 촛불 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촛불 집회에 오면 즐기면서 투쟁하시는 모습이 신기하고 대단하게만 느껴졌지만 이제는 전국 집중 촛불에 다녀오면 묵은 쳇증이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면서 “정권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서 권력을 사용하고 국민의 생명을 너무 하찮게 여기는 윤석열 정권을 너무나 분명하게 체험했고 알 수 있었으며 윤석열 정권이 무너져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윤석열 탄핵이 하루 빨리 되었으면 하고 남편이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겠다"고 말해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촛불 자원봉사단장 남영아 씨는 고 조일권 씨를 대신해 추대증을 받으면서 “조일권 선생님은 윤석열을 반드시 끌어내리고 나라의 암을 뿌리 뽑겠다는 굳은 의지로 촛불 대행진과 촛불 행동을 귀중히 여기셨다”면서 “조일권 선생님을 명예 최고대표로 모신 것은 촛불 국민들을 최고로 모시겠다는 촛불 행동의 결의라고 생각한다. 100차에 이르기까지 중단 없이 광장을 지켜온 촛불 국민 여러분을 더욱 섬기고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기조 발언을 한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면서 "특급 범죄자 주제에 검사를 불러다 휴대전화까지 뺏었으니 누가 피해자고 누가 수사관이냐. 황제 조사이며 수사 농단이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불법을 대놓고 저지르는 특수 범죄자 김건희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면초가의 위기에서 윤석열 정권은 위기 탈출형 전쟁 카드를 꺼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남한의 전단 살포 거점에 포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마치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포 타격을 기다리는 것 같다. 어쩌면 윤석열은 대북전단 풍선에 총이라도 쏘는 자작극을 벌여서라도 위기를 돌파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면 전쟁이 난다. 자기 살겠다고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전쟁을 꿈꾸는 윤석열을 절대로 가만둬서는 안 된다"면서 "오늘 100차 촛불 대행진을 시작으로 이제 윤석열 탄핵 범국민운동에 돌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140만 청원자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말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범국민 탄핵 운동을 전개하자. 탄핵 기금을 모으고 탄핵 스티커를 붙이고 탄핵 리본을 달고 탄핵 시국선언을 하고 탄핵 현수막을 달고 탄핵 발의 국회의원 서약식을 하는 등 다양한 탄핵 범국민운동을 벌이자"고 말했다.
전국 비상시국회의 이용길 상임 대표는 ”촛불 100차를 이어받아서 모든 세력과 민주 시민들이 단합해 횃불을 피운다면 윤석열 정권은 금년 이내에 궤멸되고 말 것"이라면서 "이제 국가적 재앙 그 자체인 윤석열 정권의 국가 파괴 행위를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지금의 엄중한 현실은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세력들의 연대와 단결을 요구한다. 박근혜 정권 탄핵 촛불에 이어서 촛불 행동의 101번째 촛불의 힘을 받아서 윤석열 정권을 탄핵하자"고 외쳤다.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에 이어 참가자들은 '탄핵 열차'를 타고 시청역에서 출발해 용산역을 거쳐 대통령실 앞으로 행진했다.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리집회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음에 우리 촛불 행진은 작았지만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이 보여서 거대한 강물이 되듯이 100번째 촛불 행진은 이렇게 거대해졌다"면서 "이제 결정적 트리거가 필요한 상황에서 삼부토건 주가의 수상스러운 폭등 등 삼부 의혹에 대해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 '경험과 상상'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날 집회는 끝났으며 다음 촛불은 8월 첫 토요일인 3일 오후 6시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열린다
시민언론 민들레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긴 G20 '초부자 증세' 이슈
한국 주류 언론 경향 · 한겨레 외엔 보도 없어
부자증세 못마땅? 윤 정권 비판하기 싫어서?
주류 언론들, '부자 위한 언론'임 드러내는 것
해외 유력 언론들 상세히 보도 이슈화 해 대조
지난 25~26일 이틀간 브라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의 주요 의제는 ‘초부자 증세’였다.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를 초과하는 거액의 자산을 가진 전 세계 3천명에 이르는 ‘초부자(super-rich)’들에게 연간 2%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초부자 증세'는 G20의 고문이기도 한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이 제안한 보고서에 따라 올해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의제로 채택됐다. 주크만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최상위 부자 1%가 전 세계 하위 50% 인구보다 36배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부유세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올해 회의를 개최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초부자들에게 부과한 세금이 양극화 해소, 빈곤층을 위한 공공서비스 확대,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G20에 속한 대부분의 나라가 초부자 증세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국 재무장관들은 “초부자들에게 효과적인 세금을 부과하도록 협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합의문도 발표했다. 미국이 과세 방식의 차이 등을 이유로 반대하긴 했지만 이번 회의는 주요 선진국들이 초부자 증세 합의에 첫 발걸음을 뗀 역사적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참석해 미국과 비슷한 이유로 초부자 증세에 반대 입장을 냈다.
미국 재무장관 재닛 L. 옐런과 브라질 경제부 장관 페르난두 하다드가 2024년 7월 26일 금요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경제 장관 회의 중, 브라질 재무부와 미국 재무부 간의 기후 파트너십 공동 성명에 서명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사진, 연합뉴스.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로이터, AP 등 글로벌 통신사들은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의 의제와 합의문을 전세계에 타전했다. 미국 CNN, 영국 가디언과 공영방송 BBC, 프랑스 르몽드와 프랑스24 방송, 독일 슈피겔, 호주 ABC뉴스 등 각 나라 언론도 회의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기사 이외에 “초부자에 대한 세금 부과는 경제와 지구, 그리고 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요하다”는 제목의 논평(comment)도 게재했다.
한국 주류 언론들은 어땠을까? 10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4개 주요 경제지, KBS MBC SBS YTN 등 4개 방송 등 모두 18개 ‘주요 주류 언론들’을 검색해 본 결과 이 내용을 다룬 주류 언론은 극히 드물었다. 주요 의제였던 ‘초부자 증세’를 제목으로 뽑아 다루고 합의 경과나 의미를 다룬 언론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두 곳뿐이다. KBS는 한 개 기사를 게재했으나 국제 분야 단신 정도 분량이었으며 방송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최상목 ‘증세보다 정부 지출 구조조정” 제목의 28일자 스트레이트 기사와 함께 “초부자 증세 합의한 G20회의, 부자 감세로만 가려는 한국” 제목의 사설도 게재했다. 경향은 사설에서 ‘초부자 증세’ 논의의 의미를 설명하고 “하지만 한국은 ‘부자 감세’만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반대로 가고 있다...자산 격차와 불평등은 커지는데 부자감세만 골몰하는 사회가 윤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한 사회인지 묻는다”며 윤석열 정부를 질타했다.
한겨레도 “G20 ‘글로벌 부유세’ 논의 시동...한국은 ‘부자감세’ 역주행” 제목의 기사에서 “주요 20개국 재무장관들이 ‘글로벌 부유세’ 도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이런 국제적인 흐름은 ‘부자 감세’ 기조를 유지·강화하는 우리 세제 당국의 입장과는 정반대”라고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를 비판했다.
위의 14개 ‘주류 언론’에 포함되지 않는 인터넷 매체 중에는 노컷뉴스와 시사경제 주간지 ‘더스쿠프’가 기사화했다. 노컷뉴스는 “한, G20 슈퍼리치 부유세 사실상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정부의 반대 입장만을 단순 전달했다. 더스쿠프는 “상속세율 인하 vs 초부자 과세: 尹은 왜 다른 길 걷나”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G20재무장관 회의의 초부자 증세와 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부유세 혹은 부자 증세는 최근 세계적인 과세 흐름이다. 자산 양극화로 인한 여러 문제뿐 아니라 기후변화 등 전 세계가 함께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의 ‘초부자 증세’ 제안이 올해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의제로 채택되고 논의된 뒤 합의하게 된 배경이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 재무장관이 ‘2% 과세’에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부유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리고 부유세를 더 많이 부과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으며, 미국 국민들도 부자증세를 지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모이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문까지 작성된 국제적 ‘초부자 증세’ 이슈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 주류 언론들은 왜 눈을 감고 입을 닫았을까? 이번 회의에 한국이 참석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과세 이슈는 한국 정부의 과세 방침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리 없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부자 감세’ 정책에 밀어붙이고 있어 해외 주요 선진국들의 부자 증세 혹은 부자 감세 논의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특별하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은 이번 회의의 주제로 왜 ‘초부자 증세’가 채택되었는지, 다른 주요 선진국들의 입장은 무엇이고 왜 그런 입장을 갖고 있는지, 논쟁점은 무엇인지 등을 다뤄볼 만 하다. 그런데도 한국 주류 언론들은 애써 이번 G20 회의의 의제인 ‘부자 증세’는 물론 회의 자체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로이터통신 홈페이지 갈무리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 주류 언론들은 부자 증세에 반대하기 때문에 기사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류 언론들의 대부분은 고액 자산가, 고소득층, 재벌 대기업 등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주류 언론의 대표 격인 조중동과 한경 매경 등 경제지는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종부세를 무력화하거나 상속세를 낮추는 데 언제나 앞장서 왔다.
둘째, 한국 주류 언론들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과 반대 방향에 선 G20의 ‘부자 증세’를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려하기 때문이다. 어용의 길에 들어선 여러 주류 언론들은 ‘부자 증세’를 비판하지 않아도 단지 이 이슈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정권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본령을 내다버렸다고 봐야 한다.
최근 유튜브 ‘알릴레오’의 유시민 작가와 레거시 미디어 한국일보 김희원 기자가 저널리즘을 놓고 지상파 방송에서 공방을 벌여 화제가 됐다. 유시민 작가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이 뉴스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한국의 주류 언론 혹은 레거시 미디어들은 주요 선진국들의 ‘부자 증세’ 이슈를 뉴스라고 판단하지 않아 보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주류 언론들의 논조는 더 명확해진다. 부자들을 위해 기사를 쓰고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니 시민들이 자꾸 레거시 미디어를 멀리 하고 유튜브로 가는 것 아니겠는가./시민언론 민들레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재빨리 출세하는 그들을 세상은 도둑놈이라 부른다
“자네가 빨리 출세하기를 원한다면 이미 부자이거나 부자처럼 보여야 하네. 부자가 되려면 선풍을 일으켜야 하지. 그렇게 못한다면, 뭣하지만 사기라도 쳐야 해. 자네가 뛰어들고 싶은 백 가지 일에서 재빨리 성공하는 사람이 열 명쯤 있을 걸세. 세상은 그들을 도둑놈이라고 부르지. 인생이란 부엌보다 나을 것도 없으면서 썩은 냄새는 더 심하다네. 인생의 맛있는 음식을 훔쳐 먹으려면 손을 더럽혀야 하지. 손 씻을 줄만 알면 돼. 우리 세대의 모든 윤리가 거기에 있네.”-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중에서
유명 유튜버는 남의 약점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서 수천만원을 벌었다. 62만여 업체들은 3조원 이상의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부당하게 수급했고, 사직 이유를 허위로 작성하고 받아 간 실업 급여액은 한 해 300억원이 넘는다. 이쯤 되면 눈먼 돈을 벌지 못한 사람만 바보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이 야당이 내놓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법’을 찬성한다.
티몬 사태로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는데, 정작 책임져야 할 대표는 보이지 않는다. 여러 회사를 무리하게 인수, 주식 상장을 노린 것으로 알려진 대표가 계획적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관리했다면, 줄도산 위기에 빠진 업체들은 나 몰라라 하고 거액을 손에 쥘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두 딸에게 전 재산을 주고도 버림받아 쓸쓸히 죽어간 고리오 영감의 이야기에는 보트랭이라는 탈옥수가 나온다. 그는 힘들게 공부하지 말고 같은 하숙집에 살고 있는 빅토린과 결혼하라고 젊은 법학도 라스티냐크를 부추긴다. 빅토린의 오빠를 죽여줄 테니 그녀가 백만장자 아버지의 유일한 상속녀가 되면 수고비를 달라고 제안한다. 보트랭은 경찰에 체포되지만, 라스티냐크는 세상이 원래 부패했고 영악하게 살아남는 게 능력이라고 깨달았을까. 그는 사교계를 발판 삼아 출세하리라, 다짐하며 소설이 끝난다.
성실과 노력을 이야기하면 외면받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뛰어다니며 땀 흘려 일해야 성공한다고 믿는 사람도 많지 않다. 사기를 치거나 도둑놈이라 불려야 쉽게 출세할 수 있다는 보트랭의 궤변을 가볍게 부정할 수 있을까. 1800년대를 살았던 소설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벌어 사치스럽고 호화롭게 살고 싶은 욕망은 우리에게도 똑같이 작동한다. 법과 정치가 엄정해야 하는 이유다./ 조선
윤 대통령 격노설’ 1년···“오늘부터 날마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증거가 사라진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요구안 즉각 발의 요청에 대한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시민사회단체가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시발점인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이 제기된 지 1년이 되는 날인 31일 “외압 관계자들의 통화기록이 매일매일 소멸될 것”이라며 국회에 신속한 특별검사법 원안 통과 등을 촉구했다. 항명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은 군사법원에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내선전화 등의 통신기록 확보를 요청했다. 통신사의 통화기록 보존 기한은 1년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군인권센터·참여연대는 이날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윤 대통령 격노 1주년 공동성명’을 내고 “한 사람의 격노가 1년째 온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대통령의 격노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지켜내기 위한 온갖 무리수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두 차례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사실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적은 수사 인력 등을 거론한 뒤 “국회는 즉시 국정조사에 착수하고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일각이 주장하는 ‘제3자 추천 특검’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이들과의 타협으로는 진실을 지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외압으로부터 1년, 오늘을 기준으로 아직 확보하지 못한 외압 관계자들의 통화기록이 매일매일 소멸될 것이다. 날마다 증거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군인권센터는 수사를 받고 있는 임 전 사단장이 최근 명예전역을 신청한 것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승인해선 안 된다며 이날 임 전 사단장 명예전역 반대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박 대령 측도 사라져가는 외압 의혹 증거 확보를 요청하고 나섰다. 박 대령 측 변호인단은 전날 박 대령의 항명 등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중앙지역군사법원 재판부에 지난해 7월28일부터 9월2일까지의 윤 대통령·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등의 휴대전화 통화내역·문자메시지 송수신 내역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증거보전 신청 대상엔 대통령실 내선번호 ‘02-800-7070’도 포함됐다. 이 내선번호는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기록을 보고받고 격노했다고 알려진 지난해 7월31일 오전 11시54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2분48초간 통화가 이뤄진 번호다. 이 전 장관은 이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이후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휴대전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채 상병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그날 예정했던 관련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령 측은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연루 의혹이 제기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종호씨, 대통령경호처 출신 송모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에 대해서도 증거보전을 신청했다./경향
‘좌파 승리’에 고무되지 말 것, 더 강한 ‘극우’가 온다
영국과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 정당이 원내 1당을 수성했다. 취약한 기반 위에서 획득한 승리는 온건 우파의 붕괴를 의미한다. 중도 보수 자리가 좁아지고 극단주의 영역이 커졌다.
키어 스타머 신임 영국 총리와 부인 빅토리아 여사가 7월5일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REUTERS
좌파의 승리인가, 가까스로 지킨 ‘상식의 마지노선’인가. 최근 프랑스와 영국에서 열린 조기 총선 결과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표면적인 선거 결과만 놓고 볼 땐 ‘좌파의 승리’처럼 읽힌다. 영국에서는 노동당이 총 650석 가운데 412석을 획득하며 정권을 거머쥐었다. 프랑스에서는 결선투표 끝에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이 총 577석 중 182석을 얻어 원내 1당을 확정 지었다.
앞선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곧이어 열린 영국과 프랑스의 총선은 좌파 정당·연대가 반격한 셈이 되었다. 이는 한국 정치인들에게도 참고자료로 인용되고 있다. 7월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대표직 연임에 출사표를 던지는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1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고 프랑스도 좌파 연대가 총선에서 승리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영국과 프랑스에서 좌파 정당이 거둔 승리가 온전히 자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두 나라 모두 기성 좌파 정당이 높은 득표율을 획득하지는 못했다. 두 나라가 처한 정치적·경제적 사정이 다르고 정치제도도 다르지만, 두 국가 모두 유럽 정치 전반에서 꿈틀대고 있는 ‘극우 정당 약진’의 영향을 받았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반으로, 영·프 두 나라의 선거 결과에 담긴 이면과 그 파장을 살펴봤다.
영·프 조기 총선은 앞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에서 실시한 유럽의회 선거의 자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6월6일부터 6월9일까지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강경 우파의 급부상’이다. 7월18일 기준, 유럽의회 정치 그룹 가운데 극우 성향을 보이는 그룹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유럽의회는 선거 후에도 이합집산이 가능해 정치 그룹별 의석수가 선거 직후와 달라졌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주도하는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78석,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합세한 ‘유럽을 위한 애국자(PfE)’가 84석,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주축이 된 ‘주권국가의 유럽(ESN)’이 25석을 확보했다. 유럽의회 전체 의석은 720석인데, 이 가운데 총 187석이 극우 성향을 가진 정치 그룹의 몫이 되었다. 유럽의회 1당은 188석을 확보한 중도우파 그룹 ‘유럽국민당(EPP)’이 차지했지만,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쪽은 극우 정치 그룹들이었다. 특히 프랑스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국민연합과 독일에서 사민당(SPD)을 몰아내고 득표율 2위를 한 독일을 위한 대안의 선전에 정치적 후폭풍이 뒤따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회 결과가 나온 6월9일 곧바로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조기 총선이라는 과격한 카드를 꺼내든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합의 득표율 1위 뉴스를 희석시키기 위해서라는 평가부터,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프랑스 선거제도 특성상 국민연합이 다수당이 되긴 어렵기 때문에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극우 정당의 돌풍을 잠재우려 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동기야 어쨌든,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수’는 일정 부분 통했다. 시작은 불안했다. 6월30일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RN)은 득표율 33.2%로 1위를 차지했다. 이대로라면 유럽의회 선거에 이어, 프랑스 의회에서 극우 정당이 원내 1당이 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501석에 대한 결선투표를 앞두고, 현 집권 여당인 중도파(앙상블)와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이 프랑스 전역 200여 개 선거구에서 적극적인 후보 단일화에 나서며 결과를 뒤집었다. 1차 투표에서 극우 국민연합 후보가 1위를 기록한 선거구에서도 결선투표에서 ‘단일화 후보’가 역전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장 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가 7월7일 총선 투표 직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EPA
지역구 한 곳을 예를 들어보자. ‘센에마른(Seine-et-Marne)’ 2선거구가 좋은 예시가 된다. 1차 투표에서 극우 국민연합 후보는 35%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중도파 후보는 33.73%, 좌파 연합 후보는 23.7%를 획득했다. 총 9명 후보 가운데, 결국 이 3명이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었는데, 이때 ‘반(反)극우 연합’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 후보가 사퇴하면서 극우 정당 후보(국민연합) 대 중도파 후보 간의 1대 1 구도가 만들어졌고, 결국 결선투표에서 60%대 40%로 ‘반극우 연합’이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극우 대항 전선’이 좌파 연합과 집권 여당인 중도파 사이에 형성되면서 극우 국민연합의 기세를 꺾는 데 성공했다. 결국 유럽의회 선거에서 파란을 일으킨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은 총 143석, 원내 3당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파는 168석으로 원내 2당에 머물렀지만, 유럽의회에서 일어난 ‘극우의 부상’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여겨진다.
‘런던의 강남’은 왜 노동당 선택했을까
반대로 영국에서는 ‘단일화 없는 선거’ 때문에 300년 전통의 보수당이 몰락에 가까운 패배를 맛봐야 했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은 어부지리로 얻은 의석이 많았다. 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획득한 득표율은 33.7% 수준인데, 막상 노동당이 확보한 의석은 412석으로 전체 의석의 63.4%에 달한다. 반대로 집권 여당이던 보수당은 총득표율 23.7%를 기록했지만, 의석수는 121석에 그쳤다. 전체 의석 대비 18.6% 수준이다.
노동당이 상대적으로 적은 득표율로도 총선에서 압승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집권 보수당에 대한 영국 유권자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했다. 둘째, 영국 특유의 소선거구제 배경에서 여러 정당으로 표가 분산됐다.
이 중에서도 영국의 극우 정당으로 손꼽히는 ‘영국개혁당(Reform UK)’의 존재감이 지역구 곳곳에서 보수당의 발목을 잡았다. 과거 ‘브렉시트당’으로 불린 영국개혁당은 득표율(14.3%)만 놓고 보면 세 번째로 표를 많이 얻은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영국개혁당 역시 의석 기준으로는 5석 확보에 그치며 지역 기반 소선거구제의 쓴맛을 경험해야 했다. 반면 지역별로 ‘선택과 집중’에 나선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은 12.2% 득표율만으로도 72석을 확보하며 이번 선거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보수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극우부터 중도 성향까지 표가 분산되면서 정치 지형이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보수당이 그동안 철옹성처럼 지키던 선거구가 노동당으로 넘어가는 일도 생겨났다. 대표 지역이 이른바 ‘런던의 강남’으로 잘 알려진 ‘첼시&풀럼’ 지역이다. 런던의 대표적 부촌인 이곳은 2010년 분구된 이래로 줄곧 보수당 소속 그레그 핸즈 의원이 선거에서 승리해왔다. 리시 수낵 내각에서 무역정책장관을 지낸 핸즈 장관은 안정적인 선거구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득표율 39.1%에 그치며, 득표율 39.4%를 기록한 노동당 벤 콜먼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했다. 흥미로운 건 이 지역에서 영국개혁당 후보가 6.7%나 표를 가져갔다는 점이다. 결국 보수당 표심의 분화는 산발적으로 ‘노동당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됐다. 영국 전역에서 첼시&풀럼 지역과 같은 선거 결과가 잇따르면서, 보수당의 의석은 372석에서 251석이나 줄어들었다.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어 있다”
승리 과정에서 양 국가의 좌파 정당이 취했던 전략은 다소 차이가 있다. 영국 노동당을 이끈 키어 스타머 총리는 과거 제러미 코빈 대표 시절과 달리 상대적으로 중도 지향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노동당 공약 재검토 과정에서 대학 등록금 폐지와 에너지·수도 회사 국유화 공약을 포기하면서 당내 강경파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런 지향성이 선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다소 미지수다. 이번 영국 조기 총선은 노동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보수당의 거듭된 실정에 따른 ‘정권교체 바람’이 좀 더 강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10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11.1%를 기록하며 실질임금 하락을 겪었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보건의료 인프라의 문제도 보수당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6월2일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대표와 마린 르펜 의원(왼쪽)이 파리에서 유럽의회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AP Photo
반면 프랑스에서 좌파 연합의 승리는 상대적으로 ‘반(反)국민연합(RN)’ 구호에 집중한 덕이 크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파와 좌파 연합 간의 정책적 이견이 상당했지만, 결국 결선투표에서 국민연합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반극우’ 유권자들의 절박함이 통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좌파 연합(182석), 중도파(168석), 극우 국민연합(143석)의 의석수 차이가 크지 않다. 이번 선거를 두고 프랑스 정치학자이자 언론인인 알랭 뒤아멜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어 있다.” 분열된 정파 구조 사이에서 정치적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좌파 연합과 중도파의 연대는 극우 정당의 ‘1당 등극’은 막았으나, 원내 진입까지 막지는 못했다. 극우 정당이 의회 안에서 적잖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은 노동당 단독 의석 확보를 바탕으로 한동안 안정적인 정부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동당 정부는 공약 이행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과제에 당면해 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당내에서 ‘현실론’을 앞세우며 재정적자를 부르는 공약을 대폭 수정한 채 집권했다. 그러나 양극화되는 정치 환경 속에서 ‘상대적 중도 노선’이 적절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지지 기반이 쉽게 와해된다는 사실을, 옆 나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이 청년층, 소수민족이 사는 지역에서 오히려 득표율이 떨어지는 점에 주목한다. 영국 〈가디언〉은 7월7일 보도에서 “녹색당이 2위를 차지한 40개 선거구는 모두 노동당이 의석을 얻은 지역에서 나왔다”라며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자의 분화를 지적했다. 이 보도는 영국 노동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획득한 ‘과한 의석’은 보수당이 조금만 지지율을 획득해도 금세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등장한 ‘좌파의 승리’ 역시 단단한 지지 기반 위에 세운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
취약한 기반 위에서 획득한 ‘좌파의 승리’는 한편으로 ‘온건 우파의 붕괴’를 의미한다. 영국 보수당은 브렉시트 이후 경제와 복지 전 영역에서 실패의 기록을 경험했고, 프랑스는 중도우파 성향인 공화당(LR)의 몰락을 맛봤다. 사르코지 정부 시절 집권 세력이었던 공화당은 이번 조기 총선에서 에리크 시오티 대표가 ‘극우와의 연대’를 시도했다가 당내 반발을 사며 혼란에 빠졌고, 결국 46석 확보에 그치고 말았다. 영국과 프랑스 국내 정치에서 중도 보수의 자리가 좁아진 대신 극단주의의 영역이 점차 커지는 중이다.
시사인 김동인 기자
한해 '한국인 장발장' 5만명, 이대론 안 됩니다"
벌금 못내 노역형 사는 시민에 긴급대출 사업 9년
프랑스, 이제 장발장 없는 이유…소득 따른 벌금제
홍세화 초대 행장 뒤이어…합리적 제도 개선 주력
"(레미제라블 속) 미리엘 주교 같은 분이 앉으셔야 할 자리인데…. 기왕, 은행장이 된 김에 하루라도 빨리 은행 문을 닫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은행 임원은 한해 억대 소득세를 내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고액연봉자들이다. 그런데 무슨 은행이기에 새 은행장의 포부가 은행 폐쇄일까? 지난 8일 인권연대 장발장은행 2대 은행장으로 취임한 정범구(70) 전 독일대사의 취임 소감이다.
장발장은행 제2대 은행장에 취임한 정범구 전 독일대사가 19일 서울 만리동 1가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벌금이 없어 노역을 해야하는 분들의 딱한 처지를 언급하는 순간, 표정에 잠깐 분노가 일렁였다. 2024.7.19. 시민언론 민들레
장발장은행 제2대 은행장에 취임한 정범구 전 독일대사가 19일 서울 만리동 1가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벌금이 없어 노역을 해야하는 분들의 딱한 처지를 언급하는 순간, 표정에 잠깐 분노가 일렁였다. 2024.7.19. 시민언론 민들레
취임 일성 "하루라도 빨리 은행 폐업"
2015년 탄생한 장발장은행은 돈 없는 은행이고,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은행이다. 별도 사무실은커녕 행장에게 단 한 푼의 보수나 경비도 제공하지 않는다. 홍세화 초대 행장이 지난 4월 18일 타계한 뒤 석 달 가까이 비어 있던 자리를 인권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해 온 정 전 대사가 떠맡은 것. <시민언론 민들레>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만리동1가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정 행장을 만났다.
은행 소개에 숫자가 쏟아졌다. 지난해 벌금형 대상자는 51만 209명. 그 가운데 11% 정도인 5만 7267명이 벌금을 내지 못해 징역을 살았다. 벌금 확정 1달 내 납부하지 못하면 노역형으로 대체하도록 한 '환형유치제도'에 따른 것이다.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평생을 쫓겨 다녀야 했던 장발장은 19세기 프랑스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다. 우리 옆에 살아 있는 군상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매년 4만~5만 명씩 양산하는.
"벌금을 내지 못해 '몸빵'을 해야 하는 분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고단한 생활 탓에 예비군 훈련을 제때 받지 못해 향군법 위반자가 되고, 교차로 무단횡단과 같은 기초질서 위반자가 되죠. 이런 분들일수록 '신용'이 없어요. 은행 대출은커녕 카드깡을 할 신용카드조차 없어 벌금을 내지 못하죠. 주머니가 빈 분들에게 감옥은 의외로 가까이 있어요."
장발장 은행 누리집의 은행 소개. 시민언론 민들레 2015년 장발장은행을 설립한 인권연대 누리집. 시민언론 민들레
1350명에 23억 5650만 대출, 언발에 오줌누기
벌금형이 사실상 징역형이 되는 까닭은 노역을 시행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지극히 행정적인 이유에서다. 교도소 수감자들이 하는 일을 나눠서 하기에 감옥에 들어가 평균 하루 10만 원 정도의 일당으로 벌금액을 채울 때까지 머물러야 한다. 그런데 하루라도 일을 못 하면 가족을 부양할 생활비 마련이 묘연하고, 병든 모친을 돌봐야 하거나, 어린 자녀의 양육 문제까지 걸려있다면 마음 편하게 징역을 살 수도 없다. 바로 이런 분들에게 벌금액을 대출해 줌으로써 '비상구' 역할을 하는 게 장발장은행이다. 그간의 실적은 보기에 따라 창대하기도 하고, 미미하기도 하다.
지난 9년 동안 1350명에게 23억 5650만 5000원을 대출했다. 5월 21일 자 보도자료는 116번째 대출로 '현대판 장발장' 13명에게 2660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시민 후원 덕에 가능했지만, 같은 기간 노역으로 벌금을 대납한 약 45만 명의 300분의 1도 안 된다. 정 행장이 "급한 불을 끄는 데 약간 도움을 줄 뿐,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이라고 안타까워 한 연유이다. "은행 문을 닫겠다"는 말은 대출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잠정적으로 후원이 늘어나 대출을 늘리는 게 절실하지만,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불합리한 벌금제와 환형노역제를 개선, 벌금을 빌려줄 필요 자체를 없애자는 말이다. 정 행장의 취임 일성에 담긴 조속한 폐업 뜻은 장발장은행의 설립 목적과 통한다.
벌금형, 평등 가장한 무자비한 불평등
"인권연대의 노력은 몇 갈래로 진행됐습니다. 우선 벌금제도 개선. 장발장의 나라, 프랑스에선 자산과 부채를 고려해 벌금 액수를 정해요.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매기는 것은 겉으론 평등이지만, 실제로 무자비한 불평등이기 때문이죠. 벌금 100만 원이 그야말로 껌값인 부자와 몸빵으로 대신해야 할 빈자를 동일한 기준으로 묶는 건 레미제라블이 나왔던 시대의 야만에 가까워요. 딱하지 않습니까?" 정 행장의 말을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 자산 및 소득에 비례한 벌금 부과가 상식입니다. 은행이 출범한 2015년 노키아 부회장 안시 반요키가 오토바이 과속 탓에 11만 6000유로(약 1억 300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받는 일이 있었어요. 그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핀란드 사회가 1921년 합의한 자산·소득 비례 벌금제도의 원칙을 벗어날 수 없었죠. 독일이 197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수총액 벌금제'도 다르지 않아요. 벌금총액을 먼저 정하는 우리와 달리 노역일수를 정하고, 소득에 따라 하루 1유로에서 최고 3만 유로의 노역비를 계산합니다. 판사의 재량이죠."
한국 역시 벌금 액수와 노역 일수를 판사가 재량으로 정하지만 통상 하루 10만 원 정도로 고정됐다. 판사의 재량권은 하루 5억 원의 '황제노역' 판결이 나오는 등 유전무죄의 극명한 사례를 낳기도 했다. 부자에게 종종 적용되는 고무줄 잣대가 빈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지독한 불평등. 노역도 노동이다. 그런데 노동의 결과가 사회에 유용하고, 그 유용함으로 가벼운 죄일지언정 죗값을 치르는 효과가 있을까. 정 행장은 인권연대가 그동안 제안한 개선책으로 노역의 사회봉사 대체와 벌금 분납, 벌금 납부 유예제를 소개했다. 하나같이 현대판 장발장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 속 주인공 장발장이 감옥에서 노역을 하고 있는 모습.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다. 2024.7.30. 시민언론 민들레
사회봉사 대체-벌금 분납도 '그림의 떡'
사회봉사 대체는 현행법 제도에서도 가능하지만, 신청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가 판·검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유명무실하다. "법원은 작년에 3000여 건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지만, 전체 노역형의 극히 일부분입니다. 유명무실하죠. 벌금 분납제 역시 최소 12개월 분납이 돼야 도움이 될 텐데 지금은 총액의 30~40%를 선납하게 하고, 2~3회 분납만 허용합니다. 역시 제도는 있지만 실제 도움이 되지 않아요." 2015년 제도를 갖춘 벌금형 집행유예 역시 지금까지 수천 건 정도에만 적용됐다. '법원의 소극적 태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행답지 않은 은행'은 담보나 상환능력을 심사하지 않는다. 이자도 없다. 가정 환경 및 생활 조건으로 미루어 얼마나 절실하게 돈이 필요한지가 대출 기준이다. 자료도 제출받지만 상환 기일은 본인이 정한다. 미상환 시 추심 절차는 없다. 다만 상환 의무를 면제하지는 않는다. 재계약, 계약 연장을 하는 방식으로 채무 관계를 유지한다. 물론 발뺌하는 사람도 있다. 인권연대 직원들 업무의 상당 부분이 상환 독촉인 이유다.
역경 속에서도 바라보는 대상에 따라 삶은 바뀐다. "미리엘 주교는 구덩이만 바라보는 슬픔을 별을 바라보는 슬픔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레미제라블의 한 대목이다. 느슨한 조건에도 지금까지 약 7억 6000여만 원(상환율 32.2%)을 돌려받아 다른 장발장에게 대출할 수 있었다. 빌린 돈을 갚은 뒤 후원금을 보내오는 분들도 있다. 희망의 근거다.
장발장은행 필요없는 합리적인 나라를
초대 행장이 '파리의 택시 운전사' 시절 톨레랑스를 접했다면, 2대 행장은 11년간(1979~1990) 유학한 독일에서 소득·자산에 따라 사람을 배려하는 합리적 인간주의를 체감했다. "학생도 방학 중 아르바이트 소득에 따라 온갖 지원을 해주었죠. 1990년 통독 당시 독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 2000 달러였어요. 지금 한국이 3만 5000 달러 정도죠. 놀랍지 않습니까? 독일은 지금의 우리보다 소득이 적거나 비슷했던 시절에 가난한 외국 유학생에게 그 많은 복지 혜택을 나눠줬어요."
흔히 홍세화 선생이 장발장은행을 작명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오래전부터 벌금제 및 환형노역제 개선 운동을 벌였던 인권연대의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작명이었다. 한 조각 빵 때문에, 감옥에 갔던 장발장의 이미지가 벌금 때문에 노역을 살아야 하는 분들의 처지와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2대 행장도 '톨레랑스의 전도사'와 마찬가지로 거창한 사회 정의를 외치지 않는다. 딱 장발장은행이 필요 없을 정도의 합리적인 나라를 희망할 뿐이다.
시민언론민들레
이진숙 탄핵=겁박? 매경·서경의 의아한 '비판'
[민언련 신문방송모니터 보고서]
▲ 이진숙 방통위원장 첫 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7월 3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로 첫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적절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극우·편향적 발언, 노조탄압, 사회적 참사 공감능력 결여 등 공직자 후보로서 부적격한 사유가 차고 넘쳤음에도 윤 대통령은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후보자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했는데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대통령실 임명발표가 나기도 전에 통상적인 임명장 수여식과 현충원 참배도 생략한 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했습니다. 이후 같은 날 임명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과 2인체제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회의공지 절차도 생략하며 속전속결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습니다.
야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은 8월 1일 '2인체제'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이 위법이라며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들도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이라 하는데요. 하루 만에 벌어진 이진숙-김태규 '2인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법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이사 선임 당사자' KBS, 올림픽이 더 중요해?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7/31)?신문 지면(8/1)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보도건수와 첫 보도순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보도한 방송뉴스는 보도 순서에서부터 온도 차가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MBC·JTBC·TV조선은 저녁종합뉴스 톱으로 이진숙 임명·공영방송의 이사선임 소식을 전했는데요.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이사 11명 중 여권추천 이사 7명만 선임된 공영방송 KBS는 '파리올림픽 소식'에 뒤이어 14번째 순서로 보도했습니다. KBS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공영방송 이사 선임>(김유대 기자)은 "방송통신위원이 한 명도 없는 사상 초유의 상황은 오늘 일단 해소됐지만, MBC 방문진 이사 선임 등을 놓고 갈등은 계속"된다고 언급했는데요. 일사천리로 진행된 '2인체제' 아래 위법적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야6당이 "사상 초유의 3연속 방통위원장 탄핵 시도가 추진될 예정"이라며 설명 없이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면 공영방송 MBC <이진숙 임명 '강행'..MBC·KBS 이사 교체 '강행'>(홍의표 기자)은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선 이 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불거졌지만, 누가 뭐라든 개의치 않고 임명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는데요. 이 위원장이 취임 첫 일성으로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말하자마자 속전속결로 7시간 만에 '2인체제'로 회의를 열어 "MBC와 KBS의 이사진 교체안 의결"을 해치웠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진 보도 <다시 '2인 체제' 가동.."이진숙 법카 검찰 고발">(이혜리 기자)에서는 새로 구성된 방송통신위원회가 "위법성 논란이 큰 '2인체제'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상임위원 정원 5명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파행'은 여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한국경제, 위법적 2인체제 '복원'?
신문보도 역시 확연히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8면, 6면에 소식을 싣고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선임 문제를 낮은 비중으로 다뤘습니다. 조선일보는 그간 방송4법을 'MBC 사수' 법안이라고 비판해왔는데요.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여권 우위로 재편하기 위해 취임하자마자 규정과 절차마저 어기며 이사 선임 절차를 밀어붙인 '2인체제' 방송통신위원회 행태에 대해서는 '2인체제' "복원"이라 표현했습니다.
한국경제 <이진숙, 취임날 방문진·KBS 이사 교체…야, 또 탄핵 예고>(양길성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경제는 윤 대통령의 "이번 인선으로 '방통위원 0인 체제'가 됐던 방통위는 의결 정족수를 채운 '2인체제'로 복원"됐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사진 선임으로 "공영방송 이사가 여권 우위로 전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야당의 "탄핵 추진에도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 상태로 자리를 지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마친 만큼 급하게 사퇴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정치권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는데요. 이사진 교체를 통한 '공영방송 장악 및 사수'가 이진숙-김태규 '2인체제 방송통신위원회 목표였음이 확연히 드러났는데도 이런 문제는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매일경제·서울경제, '이진숙 탄핵=겁박' 비난
매일경제와 서울경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시도를 더불어민주당의 '꼼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야6당의 이진숙 위원장 탄핵추진을 가장 강도 높게 비난한 언론은 매일경제입니다. <사설/이진숙 출근 첫날 탄핵 겁박한 야…국정파행 언제까지 봐야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를 거론하며 파렴치함을 또 드러냈다"며 "처음 출근한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탄핵부터 꺼낸 것은 정치 도의를 저버린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난했는데요. 탄핵 예고는 "친야 성향 이사들을 방문진에 존속시켜 특정 매체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꼼수"라며 "방송 정책의 파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방통위원장 탄핵을 일삼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멈추라고 요구했습니다. 매일경제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이진숙 위원장을 불러 현안질의하는 것조차 "업무 파악이 안 된 이 위원장을 상대로 탄핵에 앞서 망신주기"라고 감쌌는데요. 업무 파악도 없이 공영방송 이사선임을 강행한 이진숙 위원장의 폭주나 친여성향 이사들만 선임한 편파성엔 입을 닫았습니다.
▲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추진을 비난한 매일경제 사설(8/1)
서울경제 <사설/방송통신위원장 출근 첫날 탄핵 겁박, 군사작전식 국정 마비 시도다>도 "국정 마비를 노리는 것은 '다수의 폭정'"이라며 "다수당이 특정직 인사를 대상으로 세 번 연속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파렴치한 처사"라고 야당의 탄핵추진을 비난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마비 책임을 전부 더불어민주당에 돌리기도 했는데요. "치킨게임같이 전개되는 여야의 무한 정쟁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탄핵·입법 폭주를 하면서 시작됐다"며 "MBC 경영진 교체를 막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 지형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야당을 힐난했습니다.
동아일보, 공영방송 여당에 유리하게 바꾼 '꼼수'
반면, 동아일보는 기습적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처리한 '2인체제' 방송통신위원회를 오히려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설/어제 하루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은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은 임명장 수여식과 현충원 참배도 건너뛰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1호 안건으로 서둘러 처리"했다며 절차 문제를 짚었습니다. "방통위 회의 운영규칙에 따라 전체회의 안건은 부득이하고 긴급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48시간 전 상임위원들에게 전달하고 24시간 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하는데, "8월 12일과 31일 각각 임기가 끝나는 MBC와 KBS 이사 선임이 통상 절차를 생략해야 할 만큼 부득이하고 긴급한 안건일 리 없다"며 "야당의 탄핵안 표결에 앞서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에 유리하게 바꿔놓으려는 꼼수"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겨레, 윤 대통령 방송 장악 '막장 드라마'
▲ 이진숙 방통위원장 법인카드 유용을 보도한 한겨레(8/1)
한겨레는 이진숙 위원장이 임명된 다음 날에도 불법적 법인카드 유용이 또다시 드러났다고 새로운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이진숙, 출장신고 없이 제주 가서 법인카드 썼다>(심우삼 기자)는 이진숙 위원장이 국내 출장기록 없이 업무와 무관하게 주말(2017년 12월 16~17일) 이틀간 제주도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용차 이용과 법인카드 사용기록 8건 약 10만 원 결제내역이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하이패스 기록, 관용차 운행기록부, 수행기사 법인카드 내역 등 구체적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 물갈이, 윤 정권 이성 잃었나>에서 '2인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새 이사진 선임 의결을 두고 "방송 장악을 위해서라면 어떤 무리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날 선 비판을 했는데요. "이 위원장 임명부터 공영방송 이사 '물갈이'에 이르는 과정은 전광석화와 같았다"며 "윤석열 정권이 이처럼 단 하루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속도전을 펴는 이유는 눈엣가시 같은 문화방송을 하루빨리 한국방송과 같은 '땡윤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공영방송을 '대통령의 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장관급 공직을 한낱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며 "방송 장악에 혈안이 돼 이성을 잃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개탄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① 방송 : 2024년 7월 3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② 신문 : 2024년 8월 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서울경제 온라인 기사
정부, 북한에 “수해 지원 용의…적십자 통해 협의하자”
“조속한 호응 기대…소통 창구 없어 언론 통해 제안”
지난달말 폭우와 압록강 범람으로 물에 잠긴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달말 폭우와 압록강 범람에 따른 북쪽의 신의주시를 포함한 평안북도·자강도·량강도 강변 지역의 인적·물적 피해와 관련해 정부가 ‘인도적 물자 지원’ 의지를 밝히며 남북 적십자 창구를 통한 협의를 제안했다.
박종술 대한적십자사(한적) 사무총장은 1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으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금메달 포상금 1위는 홍콩 '10억'…한국은 몇 위?
도쿄올림픽 기준 약 6200만원 9위
지자체·협회·기업 포상금은 별도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금메달을 따낼 경우 가장 많은 포상금을 지급하는 국가는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분류되는 홍콩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포상금 규모 기준 9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 매체 CNBC가 각국의 올림픽 위원회 및 스포츠 협회·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홍콩은 금메달리스트에게 미국 달러 기준 76만8,000달러(약 10억4,600만 원)를 지급했다. 홍콩은 지난 도쿄 올림픽 때보다 포상금을 20% 인상해 자국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에페 개인전과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각각 한 명씩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고 있다.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가 74만5,000달러(약 10억1,500만 원)의 포상금으로 2위를 차지했고, 30만 달러(약 4억900만 원)를 지급하는 인도네시아가 3위였다. 1~3위가 모두 아시아 국가였다. 이어 이스라엘(27만1,000달러· 3억7,000만 원)과 카자흐스탄(25만 달러·3억4,000만 원) 등 순이었다.
한국은 4만5,000달러(약 6,300만 원)로 9위였다. 다만 한국의 경우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때 기준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포상금 규모가 5%가량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메달리스트에게 포상금 외에도 40~90점의 연금 점수를 부여한다. 금메달의 경우 월 100만 원의 연금을 받거나 일시금 6,720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 남성 메달리스트에겐 병역법에 따라 현역 입대 대신 예술·체육 요원으로 복무하는 특혜가 주어진다.
메달리스트들은 정부 포상금 외에도 소속 지방자치단체나 스포츠협회, 후원 기업 등으로부터 별도의 격려금을 받게 된다. 이번 대회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남수현(순천시청)은 순천시와 전남도로부터 총 1억여 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대한골프협회는 금메달리스트에게 3억 원을, 대한육상연맹은 2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기업의 경우 도쿄 올림픽 때 금메달 3관왕을 차지한 여자 양궁 안산이 포상금 7억 원과 제네시스 GV70 차량을 받은 사례가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