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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5.5~

by 이성근 2024. 5. 5.

 

일본 과잉 관광몸살우리 마을 지켜라관광세 부과 카드까지 등장

관광객 유치지역주민 생활 보장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자체들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올해 3월 한 달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전이었던 20193월과 비교해 약 12%나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1~3)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약 3403000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방일 외국인 관광객 규모가 약 세 배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월 방일 외국인 중 한국인은 663100명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대만(484400), 중국(452400) 순이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숙박 및 상업 시설 등의 수요가 증가해 관광업계 및 백화점 업계는 큰 호황을 맞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몰리면서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교토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교통 혼잡 및 관광객의 예의 없는 행동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 노선에 관광객들이 가득해 버스를 수차례 보낸 후에야 탑승이 가능하거나, 버스에 탑승하더라도 관광객들의 대형 수화물이 통로를 차지해 승하차 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또 관광객이 무단으로 사유지에 들어가 사진촬영을 하거나 자판기 주변에 설치된 페트병 수거함에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은 올해 3월 한 달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방일 외국인 중 한국인은 663100명으로 전체 1위다. 연합뉴스

사상 최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에 피로감 호소

지난 2월 교토시장 선거에서 오버투어리즘 대책을 강조했던 마쓰이 고지가 당선된 것은 지역주민들이 과잉 관광으로 인한 피해 대책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피로감 호소가 계속되자 교토시 측에서는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해 시영버스 및 지하철의 임시 증편, 대형 수화물 보관소 개설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6월부터는 주말 및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관광특별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역주민들과 관광객이 이용하는 버스 노선을 나눠 동선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특별버스 요금은 일반버스 요금의 약 2.2배인 500(4500)이다. 이 외에도 대형 수화물을 들고 이동하지 않는 '빈손 관광'을 장려하거나 사유지 출입금지 팻말을 세우는 등의 조치도 하고 있다.

또 다른 관광 몸살도 있다. 일본의 랜드마크인 후지산으로 유명한 야마나시현은 후지산을 배경으로 로손 편의점 건물이 위치해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담을 수 있는 '사진 명소'로 알려져 관광객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장소가 SNS에서 유명해지면서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무단으로 투기하거나 주차장이 아닌 곳에 차량을 장시간 주차하는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마을에서는 경비원을 배치하거나 영문으로 작성된 팻말을 설치하는 등 대책에 나섰으나,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로손 편의점 뒤로 높이 2.5m, 너비 20m의 차단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지역주민은 "후지산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장소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쉽다. 그러나 언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에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야마나시현에서는 후지산 등산객의 급증을 우려해 인기 등산로인 요시다 루트에 대해 7월부터 1일당 등산객 상한을 4000명으로 하고 등산객에게 통행료 2000(18000)을 징수할 방침이다.

교토와 야마나시의 사례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대해 일본 국민이 느끼는 불편함이 크게 두 가지 요인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교통 혼잡 문제다. 대중교통 이용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주정차하는 외국인들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일이다. 둘째, 쓰레기 문제다. 일본에서는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발견하기 어렵다. 자판기 주변에는 페트병이나 캔을 수거하는 수거함만 있을 뿐, 일반 쓰레기는 각자 집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관광객이 쓰레기를 길거리나 자판기 근처에 투기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은 관광객 증가로 인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잘못을 지적해도 금방 개선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이에 외국인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상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지역사회 및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 투하 현장에 평화기념관을 설치한 것으로 유명한 히로시마현의 오코노미야키 음식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역주민들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매주 금요일을 "현민의 날"로 정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후지와라 료타 점장은 "코로나19 당시 어려웠을 때 가게를 방문해 줬던 단골손님들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일주일에 하루라도 지역주민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날을 만들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의 이용 규제를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랜드마크인 후지산은 '과잉 관광'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JTBC 뉴스 캡처

교통·식당 등 외국인 이용 규제 점차 증가

일본 제2 도시인 오사카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계속될 것에 대비해 '관광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로 오사카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광세 도입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오사카부()20171월부터 내국인, 외국인 상관없이 관광객에게 숙박세로 1박당 최대 300(2700)을 부과하고 있다. 관광세 도입이 결정될 경우 오사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숙박세와 관광세를 이중으로 지불해야 한다. 관광세 도입과 관련해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부지사는 방일 외국인 급증과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할 필요성을 지적하며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공존공영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관광객들에게) 비용 부담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세 부과 논의에 대해서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에게만 부담을 요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명확지 않다는 점,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외국인 관광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도록 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로마 같은 주요 관광 명소에서 '오버투어리즘' 대책으로 관광객에게 세금(City tax)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사카를 시작으로 일본 내 관광세 도입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박대원 일본통신원

탐욕에서 공포···‘디지털 금인줄 알았던 비트코인의 배신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12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2024.3.12 성동훈 기자

투자의 기본은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파는 것입니다. 지난 3월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한 뒤 조정은 있었지만, 2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고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믿음이 컸습니다.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디지털 금으로도 불린 비트코인의 가격은 반감기(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 이후 하락을 거듭해 8000만원 아래로 떨어질 위기입니다. 당장 투심은 얼어붙었고, 지금이 추가 매수의 기회일지 손절타이밍일지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파른 추락에 꺼져버린 김치프리미엄’···호재에서 두려움이 된 ETF

비트코인 가격 추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갈무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기준으로 지난 314150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지난 18400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50일 만에 가격이 20% 하락한 것이죠.국내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습니다. 지난 3월 한 때 155억달러에 달하던 업비트의 거래량은 지난 2일엔 32억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3월 한 때 10%가 넘던 김치프리미엄(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의 차이)도 최근엔 2~3%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분석업체 얼터너티브에 따르면 코인시장의 과열 정도를 나타내는 공포·탐욕지수는 지난 244점을 기록하며 공포수준을 나타냈습니다.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포, 100에 가까울수록 투심 과열을 의미하는데 지난 3690을 기록해 극단적 탐욕수준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은 공포에 휩싸인 것이죠.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핵심 원인은 그동안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했던 건 반감기의 영향도 있지만, ETF 자체가 만들어내는 사이클의 영향이 컸습니다.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과 수요가 비트코인의 가격에 영향을 주고, 가격이 오르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수요가 커지던 연쇄 구조였던 것이죠.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간 충돌이 격화되며 위기감이 커진데다 미국에서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비트코인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습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ETF도 수요가 감소하며 자금 유출이 본격화한 것이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월에 46억달러가 유입된 것과 달리 4월에는 ETF에서 18000만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출됐습니다. 지난 1일에는 처음으로 그동안 자금 유입을 주도했던 ETF인 블랙록 IBIT(iShares Bitcoin Trust)에서도 자금이 유출됐습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ETF에는) 대형 기관보다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이는데, 매크로 환경 등이 좋지 않으면 쉽게 나갈 수 있는 자금들이기 때문에 유출이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더군다나 홍콩에서도 지난달 30일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됐지만 자금 유입세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낙폭이 커졌습니다. ETF 자체만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은 이제 사라져버린 것이죠.

안전자산인줄 알았던 디지털 금의 배신···위험심리에 폭락하는 비트코인

금 선물(6월분) 가격 추이.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지난 3월만 해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 불리며 안전자산인 금과 같이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기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4월 금은 최고점을 기록한 뒤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간 반면 비트코인은 가파르게 추락한 것이죠.

금과 비트코인은 모두 공급량(채굴량)이 제한돼있고, 화폐와 달리 인플레이션에도 자산가치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종 위기상황과 금리인하로 화폐가치가 떨어질 때는 오히려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은 위기상황에선 수요가 감소하는데, 최근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보단 위험자산의 모습을 보인 셈입니다.이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먼저 통화정책의 분위기가 크게 바꼈습니다. 지난 3월만 해도 미국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3~4번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컸었습니다. 당시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3월 금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위험 회피 심리보다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금리인상 전망마저 고개를 들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얼어붙었습니다. 더군다나 지정학적 위기는 오히려 고조되면서 금값은 오른 반면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이죠.

또 다른 이유는 반감기가 끝나고 ETF 출시 효과도 사라지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과의) 상관관계가 완전히 반대로 가는 것은 아니고, 비트코인 가격이 절대적으로 많이 오른데다 자체 이벤트 때문에 가격이 빠졌다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안전자산·위험자산 이중성비트코인···앞으로의 전망은?

기준금리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요? 일단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임 연구원은 이번달에 결정되는 이더리움의 미국 ETF 승인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상자산 산업 측면에선 좋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TF에 대해선 순유출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매크로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달러 현상의 지속 여부도 미래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홍 연구원은 달러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다면 비트코인이나 금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향 김경민 기자

 

1분기 지방공항 국제선 여객 수 81% 증가청주공항은 13배 급증

5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사이트 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 인천을 제외한 지방공항 7(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양양)에서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은 4525749명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2499814명 대비 81.0%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인천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 증가율은 50.5%였다.

지방공항 중 국제선 항공편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곳은 김해공항으로 총 218709명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 김해공항을 찾았다. 이어 김포(9396), 제주(515022), 청주(388658), 대구(371884), 무안(132732), 양양(6648) 등의 순이었다.

특히 청주공항 국제선 승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3592명이던 청주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는 올해 1분기 388658명으로 1170.5% 급증하며 13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최근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청주를 비롯한 지방공항에 적극적으로 해외 노선을 늘리면서 여객 수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청주공항의 경우 티웨이항공이 지난해부터 다낭, 방콕(돈므앙), 나트랑, 오사카, 옌지, 후쿠오카 등 6개 노선에 신규 취항하면서 국제선 여객 수 증가를 이끌었다.

다만 지방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91분기 지방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는 5328238명으로 올해 1분기 대비 80만명가량 많았다. 청주와 양양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공항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국제선 여객 수가 49.3%로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방공항에서 새롭게 취항하는 항공사의 경우 사용료 면제 등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조만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국제선 여객 수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의료대란 진짜 원인엔 눈감고 싸움만... 두 글자가 빠졌다

[진단] 공공의료를 둘러싼 오해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메르스, 코로나 같은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배워야 할 첫 번째 교훈은 누가 봐도 '공공의료의 중요성'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국내에서 알아주는 삼성서울병원조차 감염 환자의 대부분을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으로 전원했다. 진료병실이 부족했던 것 외에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확진자 치료를 부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가가 재난 사태로 규정한 신종 감염병 치료는 국가의 책무이고, 이 책무는 경제적 문제 등으로 공공병원에서 해야 뒤탈이 없다고 본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도 공공병원이 전담으로 확진자 대부분을 입원 치료했고, 주요 대형병원은 중환자 일부만 치료했다. 민간병원은 명령과 충분한 보상을 담보로 일부의 환자만 수용했다. 이는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진료를 최소화하려는 현재의 보건의료 공급 구조의 연장선이다. 다시 말해 공공의료로 인해 민간 의료 공급은 감염병 사태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재난 상황에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빛을 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의료 체계 발전 과정의 잉여적 측면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국 의료 기술은 이제 세계적 수준이다. 이런 의료 기술 체계의 고도화는 아쉽게도 시장 중심적 의료 공급을 통해 이뤄졌다. 우선 수도권,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대형병원 공급이 이뤄졌고, 그것이 고도의료 공급으로 이어졌다.

'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다섯 곳에 소속된 교수들이 일제히 주 1회 휴진을 선언한 가운데 4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로비에 한 환자가 서있다.연합뉴

전국민건강보험이 도입되는 시기에도 지역엔 1차 의료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지방 중소병원에는 의료 장비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대형병원은 첨단장비가 줄지어 들어왔다. 그 결과 '5 병원'으로 불리는 대형병원들이 최첨단 치료 장비와 치료 기술로 지불 능력이 있는 환자들을 전국에서 빨아들였다. 그렇게 기술의학은 비약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대다수 중소병원도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지역의료나 2차 진료를 포기하고 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 등 수익성 중심의 특화병원으로 전환을 꾀했다. 그 결과, 일부 전문 수술 부분은 기술 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뤘고 대기 없는 수술이 가능한 체계도 만들었다.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늘면서 집단시설관리 측면의 만성질환 운영 체계가 만들어졌다. 1차 의료 부분의 만성질환 및 지역 기반 방문 진료 등은 더욱 요원해졌다.

최근 벌어진 두 차례 감염병 사태에서 드러난 의료 대응의 우왕좌왕이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시장주의적 방식, 다시 말해 무정부적 의료 공급 체계가 일으킨 부작용이다. 우리는 기술의학 발전과 수익성 중심 의료 공급 체계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해 왔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난맥상은 생명 존중이라는 의료의 본령을 망가뜨렸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즉 부분을 수정해서 해결할 단계는 이미 벗어났다. 근본적으로 시장 중심의 의료 공급을 국가 책임의 계획적인 의료 공급으로 바꾸고, 의료 공급의 중심에 공공의료를 놓아야 해결이 가능한 단계에 이른 것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세 가지 오해

하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불신이 필요성을 가로막는다. 너무 오랜 기간 공공의료가 방치되다 보니 이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민간 의료 옹호 주장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공공의료는 경제적 낭비'라는 논리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현재의 열악한 공공의료 기관의 처지가 한몫했다. 기관 수도 5%도 안 되고 병상도 전체의 10% 남짓인 공공의료 기관은 현재 국공립대병원을 제외하면 저소득 취약계층을 주로 진료한다. 이는 민간의료 기관이 방치한 환자들이 쏠리게 된 필연적 결과와 이를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구축한 정치 권력의 문제다.

공공의료 기관의 대부분이 저소득 취약계층의 진료가 중심이 되면서 주된 초점은 비용을 낮추는 것에 맞춰지고, 이런 진료 행태에 최적화된 의료진이 구비됐다. 당연히 수익성 없는 진료 구조가 재정지원 없는 공공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만들고, 이는 공공병원의 낙후화라는 악순환을 낳았다. 만약 최소한의 공공의료 기관이 확보된다면, 임무 분담과 전달 체계 구축을 통해 효율적인 공공 전달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공공의료는 과소 진료'라는 논리다. 민간의료 기관에서 흔하게 하는 각종 신의료기술과 첨단 검사장비 이용이 공공의료 기관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사실 과소·적정·과잉 진료의 차이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한국에서는 검사가 많고, 문진이나 병력 청취는 짧고, 수술이 많은 의료 공급 구조가 마치 표준진료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반대의 경우가 교과서에 나올 법한 진료일 가능성이 크다. 왜 반대로 여겨질까? 그동안 수익성을 위해서 돈이 되는 검사는 남발하고 돈이 안 되는 병력 청취나 문진은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의료가 잘못된 표준진료 수준을 따르지 않는다고 마냥 과소 진료라고 비난해선 곤란하다. 공공의료 기관에서 검사를 적게 하고 자주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도 이는 실제로는 적정 진료였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런 적정 진료가 과소 진료로 변질될 수도 있는데 이는 1차 진료의 공백 때문이다.

공공병원에서 환자를 계속 추적 관찰하지 못 한다면, 지역 1차 의료기관에서 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아쉽게도 1차 의료기관이 매우 부족하다. 동네 의원의 상당수도 전문 진료를 표방하는 클리닉이다. 때문에 지역으로 돌아간 환자들이 내원해야 하는 곳들도 모조리 특정 진료과의 동네 의원이다. 따라서 적정 진료를 받았더라도 추적 관찰은 다시 시장 중심 과잉 진료에 노출되는 괴현상이 벌어진다.이런 착시를 막기 위해선 공공의료를 단순히 병원급에서 강화해선 안 된다. 지역의료와 1차 의료에서도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운영 거버넌스에서 지역사회 기반이 확대돼야 한다. 그러면 공공의료 기관의 과소 진료 논란은 착시임이 밝혀질 것이다.

끝으로 '공공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많다. 이 주장이야말로 허무맹랑한 모함이다. '의료의 질''과잉 진료'로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의료의 질은 의료진의 수준과 절대적인 양에 의존하는 문제다.아쉽게도 공공의료 기관에서도 의료 인력의 수는 매우 적다. 이는 민간의료 공급이 적은 인력으로도 검사나 수술을 남발해 팽창 운영을 해 온 것이 정상적인 병원경영으로 고착화된 결과다. 공공의료 기관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려고 해도 현재의 지불 구조 등에서는 여타 민간의료 기관의 인력보다 많은 인력 충원은 어렵다. 그렇다고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가진 공공의료 기관이 검사를 남발해 인력을 충원할 수는 없지 않는가?

즉 인력 충원이 가능한 구조로 가려면 공공의료 기관이 확대돼야 한다는 역전제가 가능한데, 이는 정부가 인력 충원 문제를 방치해 성립하지 못 했다.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공공의료 기관이 충분한 의료 인력을 갖추도록 지원하지 않았다. 공공의료 기관 지원이라고 해도 인력지원이 아닌 검사나 수술 장비, 병원 건물 등에만 지원해 왔다.

의료의 본질인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재정 지원이 없었다는 점은 심각한 악순환을 불러왔다. 게다가 공공의료 기관의 상당수는 의료취약지에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는 의료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대우를 더 해줘야 한다.

총체적 개념으로서 공공의료

우리는 공공의료를 너무 협소하게 보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최소 수준의 '잉여' 공공의료는 공공의료의 실체가 아니다. 메르스, 코로나 때 수익성이 없어도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고전분투한 공공의료만이 공공의료인 것도 아니다. 단순히 입원 서비스를 중심에 놓는 공공병원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진단과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 치료의학만이 공공의료의 영역도 아니다. 시장 중심 민간의료의 대항마로서 공공의료만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핵심은 공공의료란 모든 보건 의료 영역에서 구현돼야 하는 공적 의료 공급을 총체적으로 뜻하는 개념이란 점이다. 이는 예방, 건강증진을 중심으로 하는 1차 의료와 골든타임이 중요한 응급의료 그리고 적절한 자원 배분으로 균등하고 평등한 의료 이용을 가능케 하는 모든 의료 공급을 뜻한다.

만약 주치의나 환자등록제 기반의 1차 의료 체계가 있었다면 소아과 오픈런은 없었을 것이다. 주치의가 있다면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줄고, 응급실 뺑뺑이도 개선될 것이다. 각 지역에 거점 공공병원이 충분한 의료인력과 설비로 준비돼 있다면 수도권으로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원정을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형병원에서 어려운 수술을 마친 환자도 수술 후 관리는 지역 공공의료 기관과 1차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공공의료는 이 모든 연결 체계와 의료 자원의 배분을 국가와 사회가 계획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큰 개념의 문제다. 따라서 이제 공공의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다. 언제까지 가난하던 시절의 의료 이용 모델에 따라 국가의 보건 체계를 시장에 방치할 것인가?

이제 의료 개혁의 모든 길은 '공공의료'로 향해야 한다. 공공병원, 공공의원, 주치의제, 공공 임상 교수제, 공공의대, 공공지역 의사제 등등 '공공'이 넘쳐나는 보건 의료 공급 체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오마이뉴스

 

지방의원 연봉 7400만원? 이례적 대폭 인상의 속사정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지방의회 의정활동비 인상... 신뢰 회복 우선돼야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 정보공개센터

지방의원의 월급이라 할 수 있는 의정비가 지난 10년간에 유례 없는 인상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행정안전부 '내고장알리미'에 따르면, 2024년 광역의회 의정비는 1인 연평균 6538만원, 기초의회 의정비는 1인 연 평균 4539만원으로 2023년 대비 평균 10.1%, 12% 씩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원이 매월 정액으로 받는 의정비는 직무활동에 대한 '월정수당'과 의정 연구 등에 사용되는 '의정활동비'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근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으로 의정활동비를 인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 결과 전체 17개 광역의회 중 15, 전체 226개 기초의회 중 91%207개 의회가 인상된 의정활동비 상한선을 그대로 적용하여 지방의원의 의정비가 대폭 상향된 것이다.

지방의회는 2003년 이후 20년간 의정활동비 지급 기준이 동결되어 왔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의정활동비 상한선을 광역의회는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기초의회는 월 11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보상 수준을 현실화하고, 유능한 인재의 지방의회 진출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지급 범위의 상한선을 제시한 규정이기에 반드시 그에 맞춰 의정활동비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국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의정활동비를 상한선에 맞춰 최대로 인상했다.

2014~2024년 연도별 광역의회 의정비 현황(단위 : 만원, 연간금액) / 출처 :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센터

특히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는 인상된 의정활동비 상한액을 그대로 적용했고, 의정비를 구성하는 또다른 항목인 월정수당 역시 인상되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경기도의회 연간 의정비는 1인당 7411만 원, 서울시의회는 1인당 7405만 원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전국 지방의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당 의회들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전국 최고 수준의 의정비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한액에 맞춰 의정활동비를 최대한 인상했다.

2023년 기준 의정비 상위10개 기초의회 현황(단위 : 만원, 연간금액) / 출처 :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센터

기초의회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2023년 기준 가장 많은 의정비를 받는 10개 기초의회는 이미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의정비를 지급받고 있음에도 의정활동비를 상한액에 맞춰 최대한 인상했다. 이로써 해당 기초의회 의원들은 2024년 부터 연간 최소 480만원에서 최대 548만원 까지 인상된 의정비를 지급받게 된다.

의정활동비 제도 개선 필요

하지만 이는 지방의회의 신뢰 회복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행보로 보인다. 지난 1월 발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조사 결과, 지방의회의 종합청렴도는 68.5(100점 만점)으로, 행정기관 및 공직유관단체의 80.5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는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과 4등급을 기록했다.

일부 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부정 청탁, 성추행 등의 문제로 지방의회의 도덕성과 신뢰도는 이미 크게 훼손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의정활동비를 인상하는 것은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지방의회가 의정활동비 인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논리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지난 10년간 의정비는 꾸준히 인상되어 왔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기초의회 의정비는 연평균 1.6%, 광역의회는 1% 인상되었다. 2023년 기준 기초의회 의원은 1인 연평균 4053만 원(338만 원), 광역의회 의원은 1인 연평균 5940만 원(495만 원)의 의정비를 수령하고 있다. 이는 2023년 임금근로자1인 평균임금 연 3600만 원(월평균임금 300만 원으로 계산)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공무수행을 위한 여비, 의정활동 수행을 위한 의정 운영 공통 경비, 정책개발비, 정책지원관제도 등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과 제도도 다양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또한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광역의원은 연간 최대 5000만 원, 기초의원은 연간 최대 3000만 원의 정치후원금도 합법적으로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의정활동과 별개로 의원 개인의 영리활동이 가능하도록 겸직도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의정활동비 인상의 타당성은 매우 떨어져 보인다.

2023년 대비 2024년 의정비 정보공개센터

무엇보다 의정활동비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의정활동비는 월정수당과 달리 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닌, 의정활동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보전하는 성격으로 비과세 대상의 소득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사용내역에 대한 정산과 증빙자료 제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 하에서는 이러한 의무사항이 부재하다. 이는 의정활동비가 제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지방의원의 의정비는 매년 꾸준한 인상 폭을 이루고 있으며, 의정비 지급 외에도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정비 인상의 타당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의정활동의 내실화와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선행될 때 비로소 의정활동비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의를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 지방의원 의정비 현황 데이터보기(2014-2024)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vCB5v1EuBmQzKwONKXyRp57Cq-fhT_m5YN9LvjqCP2I/edit#gid=484128962

 

지방의회 의정비현황(2014-2024)_게시용

데이터설명 <데이터 안내> 이 데이터는 행정안전부에서 홈페이지에 게시된 연도별 지방의원 의정비 현황을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정제해 공개한 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는 크리에이티브 커먼

docs.google.com

사회정보공개센터(cfoi)/ 오마이뉴스

 

조국, 김건희 '엑스포 외교'에 칼 뺐다 "11929 패배, 국정조사 하겠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30엑스포(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3일 부산일보사 대강당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총선승리 보고대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조 대표는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엑스포 유치전 최종 결과물은 참혹한 실패였다""영업에 실패하고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영원사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했다. 조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한 외교를 한 것이 아니라 해외여행, 명품 쇼핑을 다녔다는 걸 보여주는 그 결과 아니냐""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시민에게 상실감과 고통을 안긴 책임, 55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한 책임, 마실가듯 해외를 순방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책임, 박빙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국민께 거짓보고를 한 책임, 유치 실패 책임자에 총선 출마를 허락한 책임, 그 모든 책임을 국회에서 묻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대통령이 미워서 어깃장 놓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 국격이 훼손당했고, 국민은 기만당했다. 외교력은 국제적으로 망신당했다. 마땅히 우리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영부인은 부산 엑스포 유치 행보를 위해 공개적으로 나선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 등을 통해 엑스포 유치 활동을 했고, 대통령실은 김건희 영부인이 'BUSAN IS READY' 등 문구와 '굿즈'를 직접 디자인했다고 대대적으로 행보했다. 대통령실 공식 홈페이지를 김건희 영부인이 디자인한 홍보 문구로 장식하기도 했다. 정부는 투표 예상에서 '박빙'이라고 주장했으나 결과는 사우디라비아 리야드에 11929라는 압도적 표 차 탈락이었다.

앞서 김준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라는 대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3주 전 외교부는 갑자기 202412개 국가에 공관을 신설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 당선자는 "윤석열 정부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불리한 건 사실이지만 2차 투표에 들어가면 역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결과는 1차전에서 29119로 참패했다. 외교 총력전을 펼쳤다지만, 유치 전략과 과정, 전망 등 모든 면에서 대참사 수준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박세열 기자 | 프레시안

 

이 얼굴 60세라고?” 충격의 미인대회 우승

알레한드라 로드리게스 [인스타그램·X 캡처]

60세 나이로 당당히 아르헨티나 미인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알레한드라 로드리게스가 미모의 비결을 밝혀 눈길을 끈다. 지난달 25(현지시간) AP통신,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부에노스아이레스' 선발대회에서 60세의 로드리게스가 여러 후보자들을 제치고 최고 성적을 받았다.

기자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로드리게스는 젊어보이는 외모의 비결을 식습관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그는 몸 관리에 대해 "간헐적 단식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유기농 식품을 먹고, 과일과 야채를 먹고, 좋은 크림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잘 먹고,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특별한 건 없다. 평범한 관리와 약간의 유전적 특징도 있다"고 했다. 로드리게스는 '스트레스 없는 생활'도 강조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주는 동반자와 함께 사느니 혼자가 낫다""나도 수년 전에 이혼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스 유니버스 측은 올해부터 대회 참가자의 연령 제한을 폐지했다. 기존에는 18~28세 사이 참가자만 출전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참가자 나이는 18~73세까지 다양했다. 로드리게스에 이어 준우승을 한 이의 나이는 70대였다.

전체 34명 중 1위에 오른 로드리게스는 소식을 접한 직후 "미인 대회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표할 수 있어 기쁘다""아름다움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아름다워지고 싶다면 자신을 믿고 언제나 진실해야 한다"고 했다. 로드리게스는 오는 25일에 열리는 미스 유니버스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표 자격으로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미스 아르헨티나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건설업 폐업 신고 10년 내 최고

지난해 종합·전문 등 총 3562

작년 부도 21올해 벌써 12

부산의 중견 건설사 2곳에서 부도(부산일보 57일 자 1면 보도)가 나는 등 전국적으로 건설업 도산이 잇따르면서 폐업 신고가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건설업이 쇠퇴기로 가는 전조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어 충격 완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8일 보고서를 통해 건설산업은 원래 진입장벽이 낮고 다수 업체 보유가 입찰에 유리하기 때문에 업체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하지만 올해 들어 종합건설업은 등록업체 수보다 폐업 신고가 많아 업체 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건설업 폐업 신고는 총 3562(종합건설업 581, 전문건설업 2981)으로 종합·전문건설업종을 가리지 않고 최근 10년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폐업 신고는 998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6.3% 증가하는 등 폐업 증가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폐업신고율(등록업체 수 대비 폐업신고 건수 비율)20223.5%에서 20234.2%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는 약 4.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업 부도 건수는 202112, 202214, 지난해 21(종합건설업 9, 전문건설업 12) 등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부도난 업체는 총 12개사인데 이 가운데 10개사가 지역 업체였다. 건설 대기업보다는 지역 업계의 업황이 더욱 열악하다는 방증이다. 부산의 경우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이 이달 초와 지난달 말 각각 부도 처리됐다.

지난해 폐업 신고 건수를 봐도 수도권(1500)2020년에 비해 30.7% 늘어난 데 비해 지방(2062)61.3% 증가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보였다. 폐업과 부도는 늘고 있지만 건설업에 새로 진입하는 업체는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 신규 등록 건수는 143건으로 작년 동기(380) 대비 62.4%, 직전 분기(569) 대비 74.9% 급감해 올해는 종합건설업체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정연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설산업의 생애주기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진입하는 전조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언론의 '2030 세대 영끌' 보도는 사기극이었나

한국부동산원 학술지 "무리한 영끌, 3.8% 불과"

청년세대 주택 구입은 "‘부모 지원 덕분 많아"

"20대 가구주 주택마련 부채 감소" 정부도 발표

4년전 언론 '2030 영끌' 부추기는 보도 쏟아내

'영끌'했다 낭패청년층까지 부동산 투기로 몰아

문재인 정부 후반기인 2020년부터 언론에는 영끌’ ‘빚투라는 신조어가 쉴 새 없이 등장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 ‘빚내서 투자한다는 말의 약자다. 무주택 서민들이 지금 아파트 안 사면 영원히 내 집 마련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 매수에 나서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언론은 특히 2030 청년세대 앞의 수식어로 영끌’ ‘빚투를 갖다 붙였다. 취업도, 주거도, 결혼도, 출산도 어렵다고 느끼는 청년세대의 불안감, 열패감, 질투심, 탐욕을 자극하기에 딱 좋은 표현이었다.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기만을 바라는 언론들은 2030 세대까지 빚을 내서라도 주택 구입 행렬에 동참한다는 기사를 마구 쏟아냈다. 아파트로 돈을 버는 거대한 투기판에 부모 세대뿐만 아니라 그 자녀 세대까지 열심히 끌어들인 것이다. 언론의 수많은 2030 세대 영끌’ ‘빚투보도는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불길처럼 타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당시 부동산 시장에 또 한 번 기름을 부었다.

그런데 수없이 많이 쏟아진 2030 세대 영끌’ ‘빚투보도는 사실이었을까? 2030 청년세대는 정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서아파트 매수에 나섰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시 2030 세대의 영끌주택 구입은 과장된 것이었다. 청년세대의 불안감을 이용해 마치 그들 전체가 빚까지 내가며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부풀린 것이다. 한겨레가 지난 53부동산 상승기 ‘2030 영끌론과장됐다...‘부모 찬스가 더 많아제목으로 보도한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 분석기사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한 청년이 서울 시내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겨레는 기사에서 한국부동산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2030 세대의 영끌주택구입 사례는 극히 적었다고 밝혔다. 주택을 구입한 2030 세대가 늘어나긴 했지만 영끌’ ‘빚투가 아니라 실은 부모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례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언론이 수많은 기사에서 영끌’ ‘빚투아파트 구입이 마치 2030세대의 대세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사는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과 임재만 세종대 교수가 한국부동산원의 학술지 부동산 분석최신호(4월호)‘20·30세대 영끌에 관한 실증분석보고서를 근거를 쓴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서울에서 3억 원 넘는 집을 구매한 2030 세대 100명 중에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를 넘을 정도의 무리한 영끌사례는 겨우 3.8(3.8%)에 불과했다.

영끌기준을 넓혀 DSR 30% 이상으로 낮추면 2030 세대 영끌매수자는 전체 2030 주택 구입자의 14.7%였다. DSR 기준을 50%로 높이면 더욱 극단적인 영끌주택구입자 비율은 겨우 1.3%였다. 기사는 주요 언론을 통해 제기된 영끌 담론은 2020년 이후 실제 주택시장에서 벌어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연구진의 분석을 전했다. 한마디로 과장된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당시 2030 세대의 주택 매수는 영끌이 아닌 무엇이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2030 세대 주택 매수자 중에는 빚이 전혀 없거나 가족(부모)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영끌족에 비해 훨씬 많았다. 빚이 전혀 없거나 가족의 도움을 15천만원 이상 받은 경우가 영끌족에 비해 각각 2.8, 5.1배나 많았다.

이는 서민·중산층 수준의 2030 청년층이 (언론 보도처럼) 당시의 집값 상승기조에 불안감을 느껴 영끌’‘빚투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며, 실제로는 재산이 넉넉한 집안의 청년세대들이 자기 돈이나 부모 돈으로 주택 매수에 나섰다는 뜻이다.

언론의 2030 세대 영끌’ ‘빚투보도가 엉터리라는 증거는 다른 보고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겨레가 통계청·한국은행·금감원이 낸 가계금융복지조사결과를 인용해 2022127일 보도한 “20대가 영끌해서 집 샀다고? 다 틀렸다기사에 따르면, 20대 가구주 세대의 부채 중 거주 및 비거주 주택 마련을 위한 부채비중은 5년 새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겨레는 “(20대 가구주) 전체 금융부채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담보 대출을 받은 이유가 부동산 마련 때문이라고 답한 대출 건수 비율은 201761%에서 올해(2021) 33%로 반토막 났다고 보도했다. 전체 가구의 부동산 구매를 위한 담보 대출 비중이 201769%에서 올해 67.4%로 유지된 것과는 딴판이라는 것이다. 신용 대출도 부동산 구매 목적의 대출 건수 비중이 202123.6%5년 전 24.2%에 견줘 외려 소폭 뒷걸음질했다고 전했다. , 20대 가구가 대출 받은 주요 이유는 주택 매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20대 가구주의 대출이 늘어난 최대 원인은 무엇일까? 주택 매수가 아닌 전월세 보증금 마련 용도의 대출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월세 보증금 용도 대출201736.9%에서 202164.5%껑충 뛰었다.” 한겨레는 통계청 관계자의 입을 빌려 길게 보면 2030세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것이 주로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주택 구매용 대출증가가 대세라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당시 언론은 2019년 후반~20202030 청년세대의 영끌빚투기사를 무분별하게 쏟아냈다. 언론에서 부동산 시장 영끌’ ‘빚투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8년이다. 경향신문은 그해 94일 보도한 주담대·신용 이어 퇴직금 중간정산...부동산 열기에 영끌 대출용어 등장제목의 기사에는 최근 서울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가계 대출 증가세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조급해진 매수자들이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집을 사면서 영끌 대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썼다. ‘영끌이란 말은 자극적 표현을 좋아하고 부동산 시장이 더 뜨거워지길 바라는 우리 언론의 단골 카피로 쓰여졌다.

이유있는 2030 아파트 영끌’...대출 7배 폭증했다(서울경제, 2020.10.12.)/ 영끌의 나라에서 사는 법(조선일보, 2020.9.15.)/ 안타까운 30대는 왜 영끌해서 집을 살까(조선일보, 2020.8.31.)/ 대세가 된 영끌은행 신용대출 4조원 급증(매일경제, 2020.8.17.)/ 영끌 안 한 게 죄...시장 불통 집값에 매매·전세 다 놓쳤다(서울경제, 2020.7.8.)/ 고속승진한 무주택자...영끌해서 집 산 동료 보며 씁쓸(한국경제, 2020.1.6.)/ 4050 대출비중 주는데 2030은 늘어...‘영끌했다(중앙일보, 2020.10.12.)/ 30대 빚내서 최근 집 샀는데..., 원상회복 발언에 부글부글(매일경제, 2020.1.20.)/ ‘영끌’ 20~30, 전월세 구하고 집 사려 퇴직연금도 깼다(중앙일보, 2020.12.24.)/ 정부는 말리지만 2030 영끌은 계속(조선일보, 2020.11.21.)/ ‘늦기 전에’...부랴부랴 집사는 30대 김대리(매일경제, 2019.8.25.)

제목만 봐도 2030 세대의 영끌’ ‘빚투아파트 구매는 대세임이 확실하다. 기사들은 청년세대의 영끌’ ‘빚투아파트 구매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대세라고 강변하고 있다. 2030 청년세대들에게 왜 빨리 영끌’ ‘빚투대세에 동참하지 않느냐고 나무라는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의 법칙만이 작용하는 단순 시장이 아니다. 시장 참가자의 심리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정책 당국의 부동산 정책도 시장의 투기심리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경우가 허다했다. 언론의 부동산 시장 관련 기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역할 아니라 가격을 요동치게 만드는 중요한 시장 변동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은 계속 올랐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기만 바라는 건설회사와 부동산 투기꾼, 주택담보대출로 큰 돈을 벌어온 약탈적 금융회사들, 그리고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언론의 투기심리 조장이 정부 대책을 무력화했다.

언론의 과장된 ‘2030 세대 영끌·빚투보도는 결국 문재인 정부 말기 부동산 시장 불안감을 더욱 끌어올리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토건세력의 협잡에 정부의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 대책들은 거의 시장에서 먹혀들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한 정부’ ‘집값 폭등 정부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 불패의 잘못된 신화가 이어진 것이다.

청년세대들은 있지도 않은 영끌·빚투대세론 때문에 더 큰 좌절감과 열패감을 느꼈을 것이다. 언론의 왜곡·과장보도로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운 현실조차 호도됐다. 한겨레는 기사에서 집값 오름세에 청년들을 자극한 영끌 담론이 청년 세대 내 자산 격차와 부모-청년 세대간 부의 이전이라는 현실을 가렸다고 지적했다. 무책임한 언론이 쏟아내는 부동산 보도의 폐해가 너무나 크다. 언론 보도를 믿고 영끌·빚투에 나섰다가 요즘 고금리로 고통받는 청년들은 누구에게 위로 받아야 하나?/ 시민언론민들레

 

()유대주의라는 형틀로 미래세대 옥죄는 미국

대학가 반전농성 무력해산 '빨갱이 사냥' 비슷

참여학생 신상털기, 미온대응 학교 후원 거절도

학교가 전쟁터 같다

지난 4월 중순 이래, 팔레스타인 반전·평화,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이 더 크고 빠르게 미국 대학가에 확산하고 있다.(관련 자료 그림 참조). 대학 당국과 경찰의 강경진압에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은 418일 컬럼비아 대학에서 벌어진 대규모 학생 체포·연행 사태. 이후 시위와 농성 3주째 들어서는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동부 뉴욕, 남부의 텍사스와 플로리다에서 북부 미시간과 미네소타에 이르기까지, 참여대학이 급격하게 늘었다. 그리고 대학 농성은 이제 국경을 넘어 캐나다, 호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멕시코, 터키, 튀니지, 그리고 일본까지 퍼지고 있다.

418일부터 일주 단위로 정리한 대학가 시위 확산 양상. 430. 워싱턴포스트 자료 그림 인용.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반전 농성과 집회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는이라는 대목이다. 427일자 댈러스 신문이 전한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 캠퍼스 상황이다. 하버드대 신문 크림슨 기자들의 430일 농성장 취재기도 같았다. 53일자 보스턴글로브 신문도 경찰이 오기 전까지 농성은 평화적이었다고 강조한 뉴햄프셔대 명예교수의 발언을 기사화했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대부분 대학은 농성이 시작되면 즉각 경찰투입을 요청하고, 경찰 역시 폭동진압 장비를 갖추고, 기마부대를 앞세우기도 하면서, 전투에 임하는 진압군처럼, 공격적으로 학생들을 몰아붙인다.(사진 참조). 에모리 대학에서 현장을 목격한 한 교수는 마치 전쟁터 같다라고 탄식했다. 미국의 대학과 경찰은 왜 이러는 것일까?

왼쪽 조지아주 에모리대학(425). 오른쪽.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 캠퍼스(424).

뉴욕의 컬럼비아와 몬트리올의 맥길 간의 극명한 차이

417, 학생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하자마자 컬럼비아대 총장은 경찰력 동원을 요청했다. 캠퍼스에 진입한 경찰은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을 체포했다. 그러자 더 많은 학생이 모였다. 학교는 29일까지 농성 중지와 농성장 철거를 요구했다. 학교의 징계가 시작됐고, 일부 학생들은 농성장을 해밀턴 홀이라는 건물로 옮겼다. 그곳은 68년 베트남 전쟁부터 85년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항의농성이 이어졌던, 대학 저항운동의 상징으로 알려진 건물이다. 다음날 새벽, 경찰 특수부대가 투입됐고, 농성 학생들은 쫓겨났으며, 200여 명 가까운 학생들이 체포됐다. 이후 총장은 15일로 예정된 졸업식을 포함, 교내 질서유지를 위해 17일까지 경찰의 계속 주둔을 요청했다.

427, 몬트리올 소재 맥길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천막농성이 시작됐다. 학교 측은 경찰에 해산과 진압을 요청했다. 학생들의 반유대주의 언사와 공격적 행위가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몬트리올 경찰은 아직 아무 범죄도 일어나지 않은 곳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라며 대학의 요청을 거부했다. 기다렸다는 듯 즉각 진입한 미국 경찰과는 전혀 달랐다. 한편 51, 퀘벡 법원은 일부 학생들이 제기한 천막농성 금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소송에 참여한 학생과 교수들은 농성 참가 학생들의 행동과 천막이 교내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사정이 긴박하다고 볼 이유가 없고, 학생들의 평화적 집회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라고 판결한 것.

물론 캐나다 대학의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대학과 주 당국, 연방 정부 트뤼도 수상까지 나서서 캠퍼스 안전과 질서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나는 차이는 명백하다.

미국 주류사회 지배하는 친이스라엘주의라는 이데올로기

학생 농성에 대해 미국의 대학과 경찰은 과도하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이다. 지난 12, 같은 사태로 쫓겨난 하버드, 펜실베이나 총장 사례가 교훈(?)이 됐을 수도 있고, 대학 지원 중단을 협박(?)하는 정치권에 몸을 사린 점도 있었을 것이다. 또 폭력적 대응을 의도적(?)으로 유발하고 무질서한 사태라는 점을 부각하면, 학생들에게 비난 여론이 쏠릴 것이라는 학교와 경찰의 계산도 있었음직하다.

그러나 좀 더 큰 틀에서 보면 이는 미국 주류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스라엘주의(Israelism)’라 불리는 친이스라엘 이데올로기의 반영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친이스라엘 국가다. 공화당, 민주당 가릴 것 없이 정부와 의회는 이스라엘과 궤를 같이한다. 주류언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미국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스라엘의 개별 정치인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고,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지지율도 출렁일 수 있지만, 친이스라엘 이데올로기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미국은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과 행태, 역사적 정통성을 문제 삼는 국내외 운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확산을 통제한다.

이번 농성과 시위에서 학생들이 대학에 요구하는 핵심 사항은 이스라엘 BDS. BDSBoycott, Divestment, Sanctions의 약자, 즉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 중지, 기존 투자철회, 그리고 여러 형태의 제재(: 학교 협력관계 중단)를 의미한다. , 대학의 이스라엘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를 투명하게 밝힐 것과 무기 생산을 포함, 전쟁으로 수익을 올리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 것, 기존 투자를 철회할 것, 이스라엘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취소 또는 중단할 것 등이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이 벌이는 죽임에 대한 학교의 투자를 중단하라!(Divest from death!)’는 것이다. 이스라엘주의 입장에서 BDS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전쟁’(2017년 하원의장 P. 라이언)이다. 이스라엘의 국가적 정당성을 부정하는(delegitimize) 반유대주의 행위다.

한 외교 전문가가 지적하듯, 지금 의회와 바이든 정부가 취하는 닥치고 이스라엘 지원 정책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라는 명분으로 억압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민주주의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지금 우리는 대학 캠퍼스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주류매체는 이스라엘의 보호막

이를 정치권과 주류매체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통령 바이든은 대학가 농성사태가 확산하자 22, 이를 반유대주의행태라고 비난했다. 하원의장은 24일 컬럼비아 대학을 방문, “선동가들과 급진파들이 대학을 점령했다. 반유대주의라는 바이러스가 대학에 퍼지고 있다라며 학생들을 비난했다. 함께 한 동료 공화당 의원은 하마스의 지지를 받고 있다니, 여러분들 퍽 자랑스럽겠다라며 농성 참여 학생들을 조롱하듯 비난했다. 의장은 나아가 대통령에게 군을 투입, 대학의 법과 질서를 바로잡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이라이트는 하원이 작년 12, ‘반시온주의는 반유대주의라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 그리고 지난 51, ‘반유대주의 금지법(Anti-semitism awareness act)’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비판 금지법, 우리 식으로 말하면 이스라엘을 위한 국가보안법이다. 사실, 주 단위에서는 이미 이스라엘 보이콧 금지법, 반유대주의 금지법이 시행 중이다. 이제 그 금지를 연방 차원으로 올리겠다는 뜻이다. ‘의회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라고 규정한 헌법도 이스라엘주의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주류매체 역시 이런 정치권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경찰이 오기 전까지 대학농성이 평화적이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유대인에 대한 차별 발언이나 안전 문제, 외부인들의 참가나 활동 여부에 주목한다. 팔레스타인과 아랍인들에 대한 차별 발언이나 안전 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해당 학교 학생 이외의 사람들은 외부 선동가(outside agitators)’로 규정한다. 협박이나 공격, 증오 발언에 대한 사실 검증보다 주장을 더 열심히 전달한다. 시위나 농성 참여자가 대부분 학생인데도 외부의 선동을 계속 의심한다. 뜻을 같이하는 시민이 있을 수 있다는 상식적 판단보다는 농성사태가 불순분자의 작전일 수 있다는 음모설(?)을 부각한다. 폭력 주장에 대한 진실은 주류매체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가 드러낸다.

이는 이미 예정된 일이기도 하다. 미국 주류매체의 이스라엘 편향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초 드러난 뉴욕타임스나 CNN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보도지침(coverage guidance)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팔레스타인 기사에서 학살(genocide),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점령지(occupied territory)라는 용어를 피하라는 것이 타임스의 지침이라면, ‘하마스의 대량 살상, 인질 납치 공격을 항상 강조하고 사상자 규모를 언급할 때도, ‘이 수치는 하마스 보건부의 발표라는 점을 반드시 곁들이라고 한 것은 CNN의 지침이다. 이런 친이스라엘 편향성은 농성사태 보도에도 그대로 이입된다. 젊은 대학생들이 기성 언론을 의회, 군과 함께 가장 불신하는 세 기관 중 하나로 인식하는 배경이다.

왼쪽부터, ‘이스라엘 정부 비판, 팔레스타인 연대, 반시온주의는 반유대주의가 아니다라는 뜻의 시위 포스터들.

반유대주의라는 형틀

대학과 경찰, 정치권과 언론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너희들은 반유대주의자라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하면 너희들은 빨갱이라고 낙인찍는 일이다.

419, 유대인 단체 Anti-defamation League 대표 J. 그린블랫 MSNBC 방송: ‘대학 농성 주도단체는 헤즈볼라와 같은 이란의 대리조직’. 429, 폭스뉴스 진행자 M. 레빈: ‘대학 농성 참가자는 히틀러 유겐트’. 430, 클린턴 정부 재무장관 L. 서머스 X(트위터) 멘션: ‘대학 내의 팔레스타인 깃발 그 자체가 반유대주의 테러를 의미’. 같은 날, 공화당 의원 N. 말리오타키스: ‘반유대주의 행위를 막지 못하는 대학에 정부 지원 중단법 만들 것’.

더 적나라한 것도 있다. 농성을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학생들에 대한 신상털기,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친척의 연락처까지 온라인으로 공개하기, 그렇게 해서 온갖 협박 유도하기. 이들을 취업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공유하기 등등. 심지어 해당 리스트에 오른 학생들에게 고용금지 조처를 공언하는 기업도 있고, 학생들 움직임에 강경하게 대응치 않는다면 약정 후원금을 내지 않겠다고 대학에 통보하는 부호들도 있다.

반유대주의라는 형틀로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을 옥죄는 미국. 미국은 지금 자신의 미래를 옥죄고 있다.

김평호 저술가·전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시민언론 민들레

 

김어준·진성호에 빠진 4050확증편향·이분법적 사고

4050 그들은 누구인가 - (4) 다른 의견 배척 경향

기존언론 기득권만 챙겨불신

유튜브·팟캐스트 이용률 최고

입맛 맞는 채널 보고 내용전파

검찰개혁 집회등 집단행동도

다른 언론은 기득권만 챙깁니다. 김어준 방송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4050대 유권자들이 주요 선거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진보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보수 블록을 형성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의견을 배척하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확증 편향현상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4050대는 기존 방송과 신문 매체는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반면,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팟캐스트 등 다른 형태의 뉴스를 청취하고 내용을 공유했다. 이들은 사회 중추 세력으로 정··재계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실리주의 성향의 2030대와 달리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왜곡된 윤리·도덕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범진보 힘 실어준 4050대 유권자들 기존 언론 믿을 수 없다김어준 공정하다”=9일 문화일보가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에 표를 던진 4050대 유권자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컸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선 민주당, 비례대표에선 조국혁신당을 찍은 인천 거주 최모(·56) 씨는 기존 방송·신문은 정치에 붙어 기득권만 챙기고 있다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데, 언론이 다루지 않은 것들을 보도하는 등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연령대별 유튜브·팟캐스트 뉴스 이용률은 40대는 각각 58%·56%, 50대는 각각 57%·53%로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높았다. 실제 범진보를 지지하는 4050대 유권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방송인 김어준 씨의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202210월 만들어진 뒤 2년도 안 돼 구독자가 160만 명을 넘었다.

4·10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다수의 진보 정당 후보들이 줄줄이 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이 밖에 서울의소리(구독자 133만 명), 딴지방송국(133만 명), 시민언론 더탐사(61만 명) 등 구독자 수 10만 명 이상 진보 유튜브 수십 개에 지지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050대는 자신들이 거부하는 정치권력을 옹호했던 미디어에 대해선 극단적 거부감을 갖고 보지도 읽지도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상은 범진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성호방송(구독자 182만 명), 신의한수(180만 명), 가로세로연구소(83만 명) 등 범보수 계열 유튜브 채널도 405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확증 편향적 태도 심화되는 4050, 과거 폐쇄적·집단주의 문화 영향=4050대 유권자들의 이 같은 태도는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확증 편향적 태도를 보이는 결과를 낳았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모(·41) 씨는 주변에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친구 34명과 한 달에 한 번 검찰개혁등 집회에 참석했다주변에 (범진보) 정당에 가입한 친구도 절반 이상 정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손모(47) 씨도 뜻이 맞는 지인들과 카카오톡 등을 통해 종종 뉴스를 공유한다공유 받은 뉴스를 다른 지인 혹은 다른 단체 채팅방에 전달하며 읽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강성 유튜브 채널 등에서 의혹 제기주변 동료 전파집회 등 집단행동 양상을 종종 드러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050대는 과거 운동권 조직의 집단주의 특징을 갖고 있어 정치 영역에서 동원력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4050대는 우리 사회 요직에 있고 앞으로 최소한 10년 이상 상층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들이 확증 편향으로 상대편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교수도 이들이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집단행동을 하고, 우리만 대안이고 옳다고 행동하고 세력화한다면 굉장히 안 좋은 집단 사고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 4050 “·조 사법리스크 문제 안돼정의 중시 2030과 상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서울 강북구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4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왜곡된 윤리·도덕 의식 심화

지난 4·10 국회의원 선거에서 4050대 유권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사법 리스크와 도덕성 문제에 휩싸인 후보들에 대해 지금은 도덕·윤리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대체로 내놨다. 공정·정의를 우선순위로 중시하는 2030대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을 외면한 것과는 달리 도덕·윤리보다는 정권 심판이라는 정치적 목적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이·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검찰 정권이 만들어내거나 부풀려진 가짜 혐의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9일 문화일보가 이번 총선에서 야당에 투표한 4050대 유권자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도덕적 자질 문제는 후순위로 미뤄두고 투표 대상을 결정했다고 공통되게 답했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투표를 했다는 주부 최모(·56) 씨는 공정한 잣대로 기소·재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문제 된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지관에 근무하는 박준석(58) 씨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화시기였다면 도덕성 문제가 후보자 선택의 큰 기준이 됐을 것이라며 일부 후보자들의 도덕성 흠결이 정권을 혼내줘야겠다는 대의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들의 사법 리스크나 도덕적 자질 문제를 만들어냈다고 보는 시각도 많았다. 부산에 거주하는 기업 임원 이모(57) 씨는 내가 생각하는 윤리는 공평한 기준이라며 조 대표의 딸 조민 씨가 봉사활동·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은 지나쳤다. 봉사활동 하러 오는 사람들을 실제로 보면 형식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이 모든 사람을 죽자고 처벌하는 게 맞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권승현·강한·염유섭 기자

부끄러운 '언론자유도 추락'에도 입닫은 언론들

조선·서울·한경·매경·SBS·채널A 등 보도 안해

언론자유도 4762, 최악 폭락에도 무덤덤?

'이중잣대' 조선"노무현 때 31위 낮아"란 동아

정권의 언론자유 훼손 방기·옹호한 언론도 책임

국제 비영리 민간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3일 발표한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1년 만에 무려 15단계나 하락한 62위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41위에 비해서는 무려 21단계, 노무현 정부 때인 200631위에 비해서는 31단계 폭락이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긴 2등급(‘만족스런 상태’)에서 3등급(‘문제있음’)으로 재분류되었으며, 같은 3등급 국가 중에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61)보다도 낮은 순위다. 45~95위가 랭크된 3등급에는 미국, 일본과 함께 가나, 가봉,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네팔, 브라질, 우루과이, 카타르, 세네갈 등 아프리카·남미 나라들이 주로 포함되어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때 69, 박근혜 정부 때 70위를 기록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언론장악·언론탄압으로 언론자유 훼손은 이미 우려되었던 일이지만 이렇게 가파른 추락은 충격이다. 정권의 언론자유 훼손을 더이상 두고봐서는 안된다는 빨간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시민들과 야당이 계속 문제제기 해왔지만, 언론 스스로 나서서 이런 언론자유 위기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이번 총선에는 윤 정부의 언론자유 훼손을 막아달라는 민심이 크게 작용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전세계 국가 언론자유지수 순위표.

그러나 언론자유 훼손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우리 언론들은 이런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윤 정권의 방송장악·언론탄압으로 민주주의 훼손, 언론자유도 추락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데도 심각성을 잘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다. 이번에 국경없는기자회가 밝힌 경고 메시지를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은 언론도 많았다.

조선일보·서울신문·매일경제·한국경제 등 주류 신문과 SBS·MBN·채널A 등 주요 지상파·종편 방송등은 3일 보도시한(엠바고)에 맞춰 배포된 국경없는기자회의 자료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방송과 함께 인터넷 기사를 게재했으나 메인 뉴스에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조선일보의 침묵은 (이 신문이 늘 그러하듯) 이중잣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인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징벌적손해배상제)을 추진하자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을 인터뷰까지 하며 이를 문재인 정부의 언론자유 훼손 정책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이 단체의 국제적 신뢰도를 활용해 민주당과 문 정부를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경없는기자회의 공식 보고서에 담긴 충격적인 언론자유도 추락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의 한국 언론자유지수 31위를 낮게 평가받은 것이라고 하고 200739위로 하락하자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각종 국가지수가 계속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설(2007.10.17.)을 게재하기도 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 53일부터 6일 정오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사 검색 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 '언론자유지수'를 통해 조선일보, 서울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SBS, MBN, 채널A 7개 매체를 검색한 결과, 기사가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 53일부터 6일 정오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사 검색 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 '언론자유지수'를 통해 조선일보, 서울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SBS, MBN, 채널A 7개 매체를 검색한 결과, 기사가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올해 언론자유도 급락에 침묵을 지킨 언론들은 대부분 친윤어용매체이거나 대기업·건설자본이 소유한 주류 매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한국 언론의 문제로 지적한 독립성을 위협받는 공영방송’(KBS),‘포퓰리즘 정치성향 매체’(조선일보, 채널A), ‘건설업이나 다른 산업 분야가 인수한 언론사’(SBS, 서울신문, 한국경제) 등이 바로 그 매체들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감추는 자가 범인이라더니, 언론자유도 추락을 감추는 자가 바로 그 추락의 범인들인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언론탄압도 문제지만, 언론자유가 훼손되어도 입을 다물거나 한술 더 떠 오히려 정권의 언론자유 훼손을 옹호하는 이들 언론이 더 큰 문제다. 박민의 KBS, 조중동, 일부 경제지들은 윤 정권의 비판언론 압수수색과 언론인 고소고발 사태, 방통위·방심위의 공영방송 장악 작전을 비판하기는커녕 침묵하거나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기득권을 계속 누리기 위해 정권의 방송장악·언론탄압을 방기·옹호하는 언론·언론인들이야말로 언론자유 훼손과 언론자유도 추락의 공범자들이다. 이런 언론 때문에 권력비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선량한 언론·언론인들이 욕을 먹고 피해를 입는 것이다. 국민들은 나라 망신과 국격 훼손으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손해를 입고 있다. 자유를 빼앗기고도 배만 부르면 좋아하는 언론·언론인들에게 언론자유는 너무 고귀한 액세서리라고 해야 할까./ 시민언론 민들레

윤석열의 '마이웨이'와 기자들의 '셀프 입틀막'

뉴스타파는 본래 탐사보도 매체로서 그날 그날 벌어진 현안들을 곧바로 보도하는 매체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주 주간 뉴스타파는 특별히, 오늘 오전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평가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선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입장을 밝히는 자리인만큼 앞으로의 3년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권력자들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 역시 다시 한 번 짚어봤습니다.

'수박 겉핥기 기자회견'의 구조적 이유

우선 기자회견의 내용을 지적하기 전에 기자회견 자체가 너무 적다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한 지 19개월 만인 오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2년 동안 두 번 기자회견을 했으니 연평균 1회의 기자회견을 한 것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좋아하는 미국과 비교를 해볼까요? 바이든 대통령은 연로한 나이 때문인지 말 실수가 잦아 기자회견을 적게 하는 편입니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2년간 연평균 10회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트럼프는 연평균 19.5, 오바마는 23, 클린턴 전 대통령은 무려 41.5회를 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중에서는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가장 많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재임 기간 중 150회가 넘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적은 기자회견을 했지만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만큼 적지는 않습니다.

기자회견을 하도 오랜만에 하다 보니 제한된 시간 안에 국정의 모든 분야에 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오늘 기자회견 역시 정치현안, 외교안보, 사회분야, 경제분야 4가지로 나누어서 진행됐습니다. 7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모든 국정 분야에 대해 질의응답을 주고받다 보니, 질문들은 넓고 펑퍼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2월 자신의 부통령 재임 시절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특검의 보고서가 나오자, 기자 회견을 자청해 이 이슈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구조적'으로 수박 겉핥기식 기자회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추가 질문이 없는 기자회견

오늘 기자회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추가 질문'이 없다는 것입니다. '추가 질문'이 없을 때 권력자는 불편한 질문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오늘 기자회견에서 한국일보 김현빈 기자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둘째는 대통령이 실제로 외압을 행사했는가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답변했지만 두 번째 질문은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이미 며칠 전에 나와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특검법은 '나쁜 정치'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오늘 기자회견에서의 답변은 동일한 취지의 답변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직접 들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할만한 질문은 두 번째 질문이었습니다. 바로 대통령이 직접적인 당사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들은 추가 질문을 통해 물었어야 합니다. 왜 정작 중요한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느냐고 말이죠. 그러나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고 난 뒤 다음 질문자로 지목된 KBS 장덕수 기자는 대통령의 미진한 답변에 대한 추궁 대신 "협치 강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에 대해 물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불편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피해간 모양새입니다.

미국에서는 어떨까요. 앞에서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의 특검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추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 : 바이든 대통령님, 특검이 보고서에서 대통령님이 기소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대통령님이 선의가 있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은 노인이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 저는 선의가 있고, 노인이고,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입니다. 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의 권고는 필요 없어요. 그건 완전히..

기자 : 기억력이 얼마나 좋지 않으신가요?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상태인가요?

바이든 대통령 : 제 기억력이 너무 나빠서 당신이 질문하도록 놔뒀군요.

기자 : 대통령님,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느끼십니까?

바이든 대통령 : 제 기억력은 나빠진 게 아니라 멀쩡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 이후 한 일을 보세요. 제가 통과시킨 법안들 모두 실제 통과될 수 있을 거라 생각 안 하셨을 겁니다. 근데 어떻게 통과 됐나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렸나 보죠.

기자 : 대통령님, 유권자들이 대통령님의 나이에 대해 우려해야 하나요? 그들을 어떻게 안심시킬 건지요? 그리고 보고서 내용이 당신의 나이에 대한 그들의 우려를 더욱 부추길까봐 걱정되시나요?

바이든 대통령: 일부의 의견입니다.

기자 : 대통령님, 당신은 오늘 형사적 책임에서 벗어났지만 최소한 기밀 자료를 부주의하게 취급한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십니까?

바이든 대통령 : 저는 직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제 차고와 집에서 나온 물건, 옮겨진 물건은 제가 아니라 제 직원이 옮긴 것입니다. 그리고..

기자 : 대통령님, 왜 대필 작가와 기밀 정보를 공유하셨습니까? 대통령님, 몇 달 동안 나이를 물으면 지켜보라라는 말로 대답하셨죠.

바이든 대통령 : 지켜보세요.

기자 : 많은 미국인들이 지켜보면서 대통령님의 나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 그것은 당신의 판단입니다.

기자 : 이것은 여론 조사에 따른 것입니다. 그들은 우려를 표명합니다.

바이든 대통령 : 언론 전반이 가진 우려가 아닙니다.

기자 : 국민들은 당신의 정신력에 대해 우려합니다. 당신이 너무 늙었다고 말합니다. 대통령님, 12(대선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다른 민주당원들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들이 아니라 당신이 재선에 나서야 합니까?

바이든 대통령 : 제가 이 나라에서 미국 대통령이 되어 제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가장 자격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바이든 대통령 기자회견 중 (2024.2.9)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외신 기자들은 국내 기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AFP 기자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질문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답변을 했는데, 이어서 질문권을 받은 BBC 기자가 미진한 답변이라고 판단했는지 추가 질문을 던졌고 이어서 자신이 준비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윤석열의 '마이웨이'와 김건희 방탄

오늘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패배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많이 부족했다는 게 담긴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미흡하고 부족한 게 뭐였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꺼낸 단어는 '민생'이었습니다. 노력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부족했고, 정부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게 부족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민생', 즉 경제 문제 한 가지로 환원한 프레임 전환일 뿐입니다. 많은 언론들이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사법적 내로남불' 즉 자신과 가족 및 측근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비판 언론과 정적에 대해서는 검찰을 이용해 끝까지 추적해 죽이려고 드는 행태도, 검찰 공화국에 대한 문제 제기도, 오만과 불통에 대한 국민적 불만도 모두 '민생' 한 가지로 퉁친 것이죠.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시장경제와 민간주도 시스템으로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일관성을 유지하겠다". 이 정도면 '눈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눈도 가리지 않은 채 아웅'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두 가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명품백 수수 의혹입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이미 며칠 전부터 여러 언론이 예상한 것과 한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과를 드린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언급 않겠다" 예상과 너무 똑같아 식상합니다.

두 번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등에 대한 김건희 특검법안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2년 반 동안 탈탈 털었으므로 봐주기 수사가 아니다. 특검은 봐주기 수사가 의심될 때 하는 것이므로 특검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답변은 사실 이미 1년 전부터 국민의힘 측에서 수차례 반복적으로 내놨던 답변입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런 주장을 내놓은 이후 뉴스타파 보도로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졌습니다. 대표적인 게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과 달리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3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검찰의 의견서입니다.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도 공개됐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국민의힘도 이런 논리를 반복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미 폐기된 답변을 대통령 입으로 다시 말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대변인이 문책을 받아야 할 정도의 '사고'입니다.

기자들은 이같은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들어 대통령의 '오래된 변명'에 대해 추가 질의를 했어야 했습니다. 법적인 책임 이전에 대통령의 거짓말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묻지 않은 것 정치검찰과 민정수석, 그리고 특활비

기자회견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안과 김건희 특검법 외에 다른 국정 분야에 대한 여러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질문은 펑퍼짐했고 답변은 구체적이지 않았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하나마나한 얘기들뿐이었습니다.

이런 하나마나한 질문 대신 기자들이 물었어야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검찰 공화국'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과 문제 제기가 빠졌습니다.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후 검찰이 국정 전면에 나서고 검사 출신들이 요직에 중용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큽니다. 검찰은 극도로 정치화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누구도 더 이상 입에 올리지 않는 '공자님 말씀'이 되어버렸습니다. 더구나 바로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신설하고 검사 출신의 민정 수석을 임명한 상황입니다. 당연히 민정수석실 신설과 검사 출신 민정수석 임명이 임기 후반 대통령 본인과 가족에 대한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은 아닌지 물었어야 합니다.

뉴스타파가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검찰 특활비에 대한 질문이 빠진 것도 아쉽습니다. 특활비는 여전히 남아있는 '검사 동일체' 관행의 물적 토대이자 뿌리입니다. 더군다나 윤석열 대통령 본인 역시 검찰 총장 시절 특활비를 오남용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에게 묻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답을 듣기 어려운 문제라는 뜻입니다.

기자들이 묻지 않은 것 언론장악과 비판언론 탄압

국경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 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62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47위였던 것이 1년 사이 15단계나 떨어졌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기자들이 이에 대한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은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인 언론 자유가 극심하게 탄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언론 자유를 지키자고 나서야 할 기자들이 대통령 기자회견이라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입니다.

얼마 전 열린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을 장악할 방법은 잘 알고 있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언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잘 모른다"고도 말했다고 합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그런 말을 했는지, 정말 언론계 현안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지, 그렇다면 대체 왜 전방위적인 언론 탄압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관련 질문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질문을 허락받은' 국내 언론사는 16곳입니다. 한겨레를 제외하면 모두 중도 또는 보수 성향의 언론사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유일하게 추가 질문이 있었던 사안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을 한 기자들에게는 한국 사회의 언론 자유 전체가 퇴보하는 것보다 차기 보수진영 대권 주자의 향방이 어디를 향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한 것이었나 봅니다.

뉴스타파 임선응 김지윤

 

일제시대 만평부터 소녀시대까지아찔 각선미타령 100

[이유진의 바디올로지] 21 _다리, 각선미

60년 전인 1964년 탄생한 미니스커트는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만든 획기적인 의복이었다. 사진은 퀀트의 작품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각선미는 한국 언론의 대표적인 몸 담론이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199011일부터 202456일까지 각선미를 검색한 결과 중앙일간지, 지역일간지, 경제지, 스포츠지, 전문지(주간지), 인터넷신문에서 보도된 기사는 총 94054건이었다. 절대다수가 연예인 각선미 보도였다. ‘뉴스가 새로운 소식을 가리키는 거라면, 연예인 각선미 이야기는 이미 뉴스가 아니다. 늘 똑같은 형태의 기사를 다리 주인 이름만 바꿔도 각선미 기사는 썼다 하면 대중의 눈길을 끈다는 뜻이다. 카인즈 분석 결과 2013각선미와 가장 밀접한 키워드는 네티즌’ ‘누리꾼이었다. “누리꾼들, ‘○○○ 각선미 그저 부러워’” 같은 기사가 양산됐기 때문이다.

20097월 방송법이 개정되고 종합편성 채널이 생기면서 연예 관련 콘텐츠가 대폭 늘었고, 뉴스 소비가 인터넷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페이지뷰 늘리기를 위한 선정 보도가 줄을 이었다. 언론사 돈벌이에 여성의 몸이 동원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폭증한 게 문제다. 1990년 한 해 21건이던 각선미 기사201318557건으로 연간 최대를 기록했다. 23년 만에 88266.67% 증가한 셈이다. 늘씬한 다리 이미지와 담론의 폭격 속에 우리는 매일 살아간다.

한국의 남성 지식인들이 흠모했던 여성 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아름다운 다리로 유명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1920~30년대, 서양 미인의 각선미를 칭찬하는 기사가 신문에 등장한 게 시작이었다. 독일 출신 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 등 신문에 실린 서구 여성 스타의 각선미에 대한 칭송은 조선 지식인들의 열등감과 부러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개항 이후 근대적 아름다움의 추구를 분석한 책 예쁜 여자 만들기의 저자 이영아는 당시 지식인들이 여성의 아름다운 몸에 집착했다고 지적한다. “아름다운 여성은 우리가 성취해야 할 문명화의 한 부분이었다.”

각 민족의 신체적 특질을 위계화하는 우생학, 체질인류학이 인기를 끌던 때다. 짧고 굵은 여성의 다리는 열등한 조선 민족의 상징처럼 보였다. 1929년 이미 신문은 미인의 조건이 얼굴에서 다리로 옮겨갔다고 보도했다. 조선 여성의 다리가 예쁘지 않은 것은 흰쌀밥을 먹는 식습관, 낙후된 생활방식인 좌식 문화 탓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월한 신체는 식민 지배에 적극 포섭되거나, 독립을 위해 저항하는 양쪽 세력이 모두 함께 지향한 목표이자 근대적 국가 수립의 필수 조건이었다. 여성의 다리는 서구인들처럼 곧고 길어야 했다.

1930년대 안석영의 만문만화. 여성선전시대가 오면(2) 1930112조선일보’.

1920~30년대 여성 복식의 위생을 강조하면서 치마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했고, 맨다리를 드러낼 수 없었던 여성들은 구두에 실크 스타킹과 양말을 신었다. 근대적 소비자 주체로 등장한 여성들은 백화점에서 스타킹을 비롯해 각종 물건을 사들였다. 하지만 소비자로서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의 몸이 서구 미인 같지 않아선지 조선의 용렬한 남성 지식인들은 부끄러움과 수치를 느꼈다.

1930년대 화백 안석영(안석주, 1901~50)의 대표적인 만문만화(만평)를 보면, 얼굴 없는 조선 여자들의 짧고 굵은 무다리가 말을 한다. “나는 신경질입니다. 이것을 이해해주어야 해요.” “나는 문화주택만 지어주는 이면 일흔 살도 괜찮아요. 피아노 한 채만 사주면.” 못생긴 주제에 고분고분하지 않으며 욕심 많은 여성에 대한 비난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온 정치적 레토릭이다.

6·25 전쟁이 터졌고 여성은 구국을 위한 상징적인 노동 패션인 몸빼’(일바지)를 입어야 했다. 1960년대가 되자 변화의 물결이 해일처럼 밀어닥쳤다. 미니스커트 유행이 온 것이다. 60년 전인 1964년 탄생한 미니스커트는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만든 획기적인 의복이었다. 퀀트는 자신처럼 달리면서 일하는 여성에게 자유를 주고자 이 옷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짧은 치마는 날씬한 다리를 향한 욕망과 강박을 자극했다. 1965년 말라깽이 모델 트위기가 미니스커트를 입어 옷과 함께 마른 몸의 세계적 유행을 이끌었고 한국에선 1967년 가수 윤복희가 이 옷을 처음 입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198361일 동아일보에 실린 여경 각선미 검사 사진. 네이버 화면 갈무리

미니스커트 입기를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항의와 탈주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1970년대 무릎 위 17이상 올라가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은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됐다. 황당하게도 미니스커트 단속을 하던 국가는 여자경찰관을 뽑으면서 지원자들의 각선미 검사를 했다. 치마 제복을 입혔을 때 드러나는 다리가 아름다운 여경을 원했기 때문이다. 국가는 여성의 몸을 단속하는 동시에 여성의 각선미를 권력 홍보의 도구로 이용했다.

1970~80년대 이상적인 각선미는 좀 더 상세히 계량화했다.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각선미 사이즈는 허벅지가 15.2~17.8, 장딴지는 12.7~15.2라는 등 정교하고 세부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르러 한국 여성의 각선미 관리는 더욱 사회적인 것이 되었다. 연예인, 스튜어디스는 물론이고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여자 육상선수의 각선미 품평이 줄을 이었다. 탁구선수 현정화, 홍차옥이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각선미 장외 경연을 벌였다며 언론은 보도에 열을 올렸다. 여성 선수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힌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선수의 기량보다 여성으로서 몸을 대상화하고 관음적 시선을 유도하는 행위였다. 스포츠상업주의와 성차별이 결합했고 언론은 탁구선수가 되려면 각선미를 다듬으라고 부채질했다. 실제 낮에 연습하고, 밤에 맥주병으로 다리를 문지르는 여성 운동 선수도 적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극적인 외모 변신은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생존 치트키가 된다. 언론의 각선미 보도 가운데서도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바로 성형 수술이다. 각선미 성형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1929년 신문에 보도된 이후 다리 미용 성형은 언론의 단골 아이템이었다. 2000년 이후 고주파를 이용한 신경차단술인 종아리 퇴축술의 심각한 부작용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다리는 얼굴 성형보다 한층 더 어렵고 섬세한 관리의 대상으로 변화한다. 각선미는 주사, 수술과 더불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정성을 들이고 가꿔야 하는 신체 일부가 되었다. 최신 과학적 결과로 구성된 식단을 실천하고 종종 마사지로 다리 붓기를 관리하는 부자, 미끈한 다리의 주인공은 우월한 유전자는 물론이고 돈과 시간 등 모든 것을 갖춘 자다.

일본과 한국에서 미각 그룹으로 유명했던 걸그룹 소녀시대.

이제 각선미는 더 이상 우월한 인종의 상징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의 케이 팝 스타들은 백인들 못지않은 큰 키에 긴 다리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끈다. 사람들은 걸그룹 다리 만들기책을 사고, 지방을 흡입하는 걸그룹 주사를 맞아 다리를 가늘게 한다. 100년간 각선미 담론이 빌드업해온 내용은 분명하다.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오랜 시간 앉거나 서서 노동해온 다리보다 오랜 기간 자본과 과학 기술로 관리된 매끈한 다리가 더 나은 신체라는 뜻이다.

하지만 다리의 세계를 이동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 여성 지인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두꺼운 허벅지를 저주했지만 풋살을 하게 되면서 불만이 사라졌다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경기장에서 그는 말다리를 가진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 켄타우로스로 일컬어진다. 경기장에서 우다다다 드리블하는 튼튼한 다리야말로 동료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다리였다. ‘굴러라 구르님채널을 운영하는 김지우씨는 인터뷰집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를 통해 휠체어 탄 여자들의 여행과 운동 이야기를 전했다. 길고 늘씬하지 않지만 세상에는 더 멋진 다리,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여자들의 다리가 있다. 다른 몸, 더 다양한 다리를 인정하는 시대가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 더 힘차게 달려오길 바란다.

참고자료: 미는 얼굴로부터 다리의 미로(1929718일 조선일보), 여성선전시대가 오면(2)(1930112일 조선일보), 규중의 조선 여성은 각선미가 왜 없나(1931929일 동아일보), 경성 백화점 상품 박물지(최지혜 지음, 혜화1117 펴냄), ‘민중의 발될 수 있을까(198361일 동아일보), 현대사회의 외모 가꾸기에 관한 연구: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여성중앙의 분석을 바탕으로(맹유진, 2014 건국대 박사학위 논문) 탁구최강전 각선미 장외 경연’(1993221, 조선일보),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김지우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이유진 한겨레21 선임기자.

라인 정말 일본에 뺏기나... "윤 대통령, 만족하십니까"

구글 출신 이해민 당선인 "아직도 더 일본에 퍼줄 게 있나?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네이버가 '라인' 메신저 서비스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놓였다.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 출신 이해민 조국혁신당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일 관계 정상화는 '대일 굴종외교'의 다른 이름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라며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라고 물었다.

이 당선인은 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 성장한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에 넘어가게 생겼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라인 야후 이데자와 다케시 최고경영자(CEO)는 어제 라인야후 실적 발표 자리에서 '네이버와 위탁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 말했고,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도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라며 "이로써 라인야후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됐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만족하십니까? 아니, 아직도 더 일본에 퍼줄 게 있습니까? 있다면 대비라도 하게 미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당선인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여러 일본 기업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일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 유니콘을 꿈꾸며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던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에 정부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라며 "'일본을 위해 열심히 일해다오'인가? '한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으니 알아서 버텨라'인가"라고도 물었다. "한국 정부는 항의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할 줄 모르나"라며 "윤석열 정부나 주일 한국 대사관은 왜 존재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당선인은 "심지어 대한민국 외교부는 일본의 언론 플레이까지 돕고 있다"라며 "'한국 내 반일 여론이 드세니 전화로라도 한국 언론에 오해라고 말해달라'고 총무성에 요청한 게 한국 정부였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외교뿐만 아니라 언론마저 너무나 우습게 보는 윤석열 정권은 국익에 관심이 없다"라며 "조국혁신당은 불과 이틀 전 '국가는 기술보다 앞서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윤석열 정부에 '한 발 앞서 대비하라'는 주문, 취소한다. 기대도 접는다"고 토로했다.

이 당선인은 다만 한 가지 부탁을 남겼다.

"이 어려운 시기에, 총성 없는 국가 간 기술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버티면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 미래의 싹까지 잘라버리지 말아주기를 촉구합니다.

 

네이버, 결국 일본에 항복할 운명인가... "한국정부 정말 한심"

라인야후 사태의 전말

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 'LINE'과 최대 검색 및 뉴스 포털 사이트 'YAHOO JAPAN' 로고 갈무리

"갑자기 터진 일도 아니고 일본은 수년전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적이고 전략적으로 준비해 왔는데, 한국정부는 한일 외교관계 좋다고 자화자찬하다가 정작 이런 일이 발생하니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당국 간 교섭이나 협상할 능력을 떠나 채널 자체가 아예 없다."(라인야후 관계자)

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 'LINE'과 최대 검색 및 뉴스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을 운영하는 'LINE야후'(이하 '라인야후')의 지분율에 대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현재 라인야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50%씩 출자한 A홀딩스가 64.4%를 소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와 연락을 취한 라인야후 관계자는 "이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지분 매각/매수 협상에 들어갔고 네이버가 소프트뱅크 측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기는 그림으로 갈 것 같다""한국에 있는 라인야후 관련 데이터도 전부 일본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네이버는 A홀딩스 마이너 지분만 가지게 되고 글로벌 사업 전략 축소 및 라인야후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라인야후 사태의 발단

416일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보낸 2차 행정지도안. 자본관계의 근본적 대책, 즉 지분을 넘길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박철현

이번 '라인야후 사태'가 세간에 알려진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35일 일본 총무성이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행정지도에서 비롯됐다.'통신비밀의 보호 및 사이버 시큐리티의 철저한 확보에 대하여 (지도)' 라는 제목의 10페이지짜리 총무성 발 행정지도 문서는 전례 없는 강경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일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IT 인프라 운용에 관한 업무위탁사 '네이버 클라우드'(네이버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AD 서버가 멀웨어에 감염되어 관리자 권한이 탈취됐고, 이에 따라 이 서버에 보관돼 있던 라인야후 시스템 접근에 필요한 인증정보 등이 악용되어 네이버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관계에 있던 구 라인 주식회사 환경 내의 각종 서버 및 시스템에 부정한 접속이 행해져 구 라인 시스템에 보존돼 있던 'LINE' 서비스 이용자의 통신정보가 외부에 노출됐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제41항에서 규정하는 통신비밀 노출이라고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총무성이 지적하는 네이버 클라우드 사태는, 작년 1127일 라인야후가 "라인 어플리케이션 이용자 정보 등 약 44만 건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것에서 비롯된다. 또한 라인야후는 올해 214일 추가로 79천 건, 그리고 약 57천 건의 종업원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총무성은 이 발표를 취합해 위와 같은 행정지도를 실시한 것이다.

이례적인 지도사항

IT기업에 대한 행정지도는 보통 관리적 보안 및 기술적인 측면의 재발방지책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데 35일자 행정지도를 보면 지주회사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시큐리티 거버넌스의 본질적 대책 마련이란 이례적인 지도사항이 등장한다.

라인야후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네이버 클라우드가 100% 네이버의 자회사인데, 네이버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라인야후가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한편 라인야후는 41일 총무성 행정지도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 및 계획 보고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라인야후의 보고서를 받은 총무성이 416일 재차 발표한 2차 행정지도 내용에서 불거졌다.요약하자면 일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보고서가 상당히 미흡하다며 무엇보다 길게는 202612월까지 설정된 기간에 불만을 내비쳤다.

"(라인야후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인증 적용 등 응급조치 및 대책을 실시했다고 하지만, 실시계획은 있으나 진행 중인 대책이 상당히 많고, 통신 비밀 보호 및 사이버 시큐리티 확보 관점에서 보자면 현 시점에서는 안전관리조치 및 위탁업체(네이버 클라우드) 관리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인지, 특히 네이버와의 네트워크 완전분리가 실현하기까지 2년 이상 걸리는 부분을 더더욱 가속화 시킬 필요가 있다."(총무성 416일자 행정지도 중)

그리고 문제의 '자본적 관계'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우선 라인야후가 총무성에 제출한 보고서 해당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자본적 관계 재검토에 관해서는 해당 관련 계열사에 재검토를 요청했으며 라인야후 경영체제 재검토 부분은 내부 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개시했다. 네이버에 대한 업무위탁은 축소, 종료 방침을 결정했다"

라인야후 입장에서 보자면, 위에서 언급한 네이버 계열사에 업무를 위탁하면서도 '클라이언트()'으로서의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거버넌스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니 네이버과 관련된 업무위탁을 종료하거나 축소하겠다면 총무성도 납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총무성은 416일자 행정지도를 통해 더더욱 압박을 가해 온다.

"귀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와의 위탁관계를 순차적으로 축소, 종료해 갈 방침이라고 하는데, 해당 방침의 대상인 '네이버와의 위탁'에 대해 기본적인 생각과 그 구체적 대상범위를 보고할 것. 특히 네이버가 제공하는 시스템이나 서비스 이용이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실히 할 것."

"그것을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축소, 종료할 방침이라는 부분에 대해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즉 어떤 위탁에 대해, 언제까지, 축소/종료/유지할 것인가를 책정해서 보고할 것. 자본적인 지배관계를 상당부분 받고 있는 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해 그룹전체의 검토를 속히 실시, 그 검토결과를 구체적으로 보고할 것."

그리고 총무성은 이것들에 대한 답변을 71일까지 제출함과 동시에 정기적으로 해당관련 논의를 보고할 것을 요구해왔다. 개별기업에 대한 이 정도 수준의 압력행사는 매우 드문 일이다. 또한 차마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은 네이버의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는 무언의 강요이기도 하다. 실제로 총무성의 의중을 읽은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이미 지분매각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정치적 의도 다분한 집요한 집단 이지메... 한국정부 한심"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한편 라인야후 관계자는 총무성의 이번 행정지도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계획적이고 집요한 집단 이지메라고 말한다. 일본 내에서 라인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다.

라인 메신저 서비스는 일본 국내에서만 9500만 명이 가입돼 있는 알짜 기업으로 일본 국민 메신저라 불린다. 시민들뿐 아니라 기업, 정부, 지자체 등 관공서도 폭 넓게 사용하고 있다.

알아서 잘 성장하고 있던 기업을 20213월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을 능가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명분으로 소프트뱅크 50%, 네이버 50%가 출자한 회사 A홀딩스가 라인과 야후재팬의 지주회사로서 컨트롤 해왔다. 202310월 이 두 회사가 정식 합병하면서 회사이름도 LY로 바꾸었다.

그런데 합병하자마자 이번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몇 차례에 걸쳐 라인에 대한 행정지도는 있어왔고 그 때마다 라인은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이번 안건 역시 어떻게 보면 그렇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경제안보'라는 이름하에 갑자기 강경한 태도를 선보였다. 실제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은 <주간문춘>의 취재에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그룹 전체 내의 시큐리티 거버넌스에 있어 본질적인 재검토 및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경제안보추진본부장은 아예 대놓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라인야후의) 경영 지배권을 일본기업(소프트뱅크)으로 옮기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행해져야 한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얼마나 엄격한 태도와 자세를 보일 수 있는가에 따라 소프트뱅크의 다른 관련 비즈니스 거버넌스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마리 본부장의 말이 지금 일본정부의 속내라 할 수 있다. 사실 네이버는 일본정부의 법적구속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지분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그야말로 협박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틱톡 금지법을 예로 들어 일본정부 입장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자국의 정보를 외국의 데이터 센터가 관리한다는 것이 이상하니 일본정부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라인야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그 논리의 허점을 지적한다.

"중국은 미국과 거의 적국관계이고 중국의 사회체제가 민주주의가 아니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우방국 관계이다. 솔직히 라인보다 훨씬 더 많은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일본정부가 뭐라 하는 거 봤나? 우방이라서 그런 거라면 한국이 일본의 적국인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지분을 강제로 팔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독점이 문제라면 독점방지법을 만들어야지 자본관계 재검토니 뭐니 해서 결국 지분을 팔아야 해결된다는 말 자체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란 소리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었다.

"역대 최상의 한일관계라 자화자찬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술 기반의 기업이 지금 반강제적으로 지분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한말 나라 뺏기던 과정과 흡사하다. 정말 한심하다."

박철현(tetsu) 오마이뉴스

대통령 기자회견 보고 국민들이 복장 터진 이유

부실·황당 답변에도 '꼬리 질문' 없이 '답변 끝'

예리하고 집요한 질문 없고 밋밋한 질문만

대통령 거짓말 ·언론자유 추락 등 중요 질문 안해

이미 나온 대통령 입장 반복 질문하고 들은 꼴

국민들은 70분 간 대통령 부실 답변 듣기만

"이런 기자회견 왜 하나" 국민들 불만 폭발

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2주년 기자회견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반응은 대체로 낙제 수준이다. 무려 19개월 만이고, 취임 2년 만에 겨우 두 번째인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주류 언론들은 절망스럽다”(경향), “이런 기자회견 왜 열었나”(한겨레), “총선 민심에 부응 못한 기자회견”(한국)이라며 최악의 평가를 내렸다. 이른바 보수매체인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마저 동문서답” “진지한 열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요 현안에 대한 종전 입장 되풀이는 아쉽다고 깎아내렸다. 극렬 친윤 매체인 조선일보, 서울신문 정도만 낮은 자세로 소통했다”(서울) “늦었지만 다행”(조선)이라며 이번 기자회견을 두둔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을 본 국민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묻지마' 극렬 지지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상식적인 국민들은 70여분 간 진행된 기자회견을 보면서 분통을 터뜨렸을 것이다. 기자회견이 생중계되는 동안 유튜브에는 한심하다” “복장 터진다” “이런 기자회견은 무엇하러 하나는 실시간 댓글이 쏟아졌다.

국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우선 윤 대통령의 답변 내용 때문이다. 주류 언론들이 지적했듯이, 윤 대통령의 답변은 대부분이 부실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과거에 이미 했던 답변을 재탕하거나 질문의 핵심과 본질과는 다른 동문서답식 답변을 내놨다. 불편한 질문에 편안히 답변을 피해갔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직전 별도의 장소에서 혼자 읽어간 담화문을 듣고 기대를 접었을지도 모른다.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또다시 나는 잘했는데 소통이 부족해 국민들이 알아주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식의 말을 전 국민 앞에서 했던 것이다. 성적표를 받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학생에게 분발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민들은 총선 전과 후가 일관된 그의 뇌구조가 궁금할 뿐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부실·황당 답변보다 더 국민들의 복장을 터트린 것은 따로 있다. '이런 식'의 기자회견이다.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날카롭지 못했고 집요함도 없었다. 19개월 만에 국민 앞에 선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여러 질문들을 기자들은 대신 물어주지 못했다. 대통령이 부실 답변을 내놓아도 그걸로 끝일 뿐, 왜 엉터리 부실 답변을 하는가 혹은 답변을 다시 정확히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결국 국민들은 70여 분 동안 대통령의 부실·황당 답변을 그저 멍하니 듣고 있어야 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답변을 하는 대통령보다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기자들의 질문과 태도때문에 더 분통이 터졌다.

대통령이 부실·황당 답변을 하면 기자는 추가 질문으로 정확한 답변을 받아냈어야 했다. 이른바 꼬리 질문이다. 예컨대, 채 상병 사고 수사 관련 대통령의 개입,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사퇴 개입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엉뚱한 말만 늘어놓고 정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김건희 씨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드러났는데도 예전에 했던 엉터리 답변을 되풀이했다. “김건희 씨와 장모 최은순 씨에 대해 이전 정부에서 탈탈 털었는데 기소 못한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과 주식투자로 손해를 봤다는 거짓말에 대해서 기자들이 꼬리를 물고 질문을 던져 답을 받아냈어야 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이전 정부에서 그는 검찰총장 아니었는가? 김건희 씨 모녀는 주식투자로 23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차익을 거뒀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는가? 이런 추가 질문과 답변이 나오지 않으니 기자회견은 맹탕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자회견 동안 추가 질문 혹은 꼬리 질문을 던진 기자가 한 명 있었다. 외신 기자다. 프랑스 AFP기자가 질문 기회를 받고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무기가 러시아를 통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살에 사용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현재 유엔 등에서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에 대한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이 질문에 유엔과 국제사회를 통해 필요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자 영국 BBC 기자가 추가로 질문하겠다며 다시 물었다. 추가 질문, 꼬리 질문은 이게 전부였다.

BBC 기자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SNS구체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썼다.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 김지윤 기자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 답변이 부실하면 다른 기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계속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때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도 이렇게 꼬리 질문, 추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부실하고 황당한 답변만 듣고도 더 문제 삼지 않는다면 굳이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 필요가 없다. 서면(書面)으로 기자회견을 하면 된다. 기자들이 질문을 적어 대통령에게 전달하면 대통령()이 답변을 정리해 회신하는 방식이다. 추가 질문 없이 한 번의 질문과 한 번의 답변으로 끝난다. 서면 인터뷰나 기자회견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도 사용되지만, 주로 답변자의 입장을 최대한 받아주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2차원의 서면 기자회견3차원 공간에서 생방송으로 꾸민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기자들의 질문이 좀더 구체적이고 날카롭지 못했고, 꼭 해야 할 질문이 나오지 않은 것도 국민들의 화를 돋웠다. 첫 번째 질문을 던진 기자는 첫 질문이라 편안한 질문을 드리고 싶지만 정국상 총선 패배에 대해 여쭙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 총선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그리고 앞으로 국정운영 방식 어떤 부분에서 변화를 추구하려고 하시는지물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미 총선 직후 패배 원인에 대해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총선 이후 그의 언행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담 결과에서 그가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도 드러났다. 기자회견 바로 직전에도 열심히 했는데 소통이 부족한 게 문제였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을 왜 자꾸 외면하는지 먼저 물었어야 했다.

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추가질문(꼬리질문)'을 하고 있는 BBC 기자. MBC 뉴스데스크 유튜브 화면 갈무리.

대통령의 계속된 특검 거부, 채 상병 수사 개입, 이종섭 장관 호주대사 임명, 김건희 씨 모녀의 주가조작 등과 관련된 질문도 밋밋하고 뭉뚝했다. 이런 이슈들에 대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는 이미 나와있다.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총선 이후 새로 드러난 구체적 증거들도 많다. 기자들은 그간 나온 대통령()의 입장을 반복해서 들어보겠다는 게 목적이었을까? 똑같은 질문을 던졌고, 의혹에 대한 새로운 증거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역시나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녹음기 리플레이였을 뿐이다.

꼭 물어야할 질문들도 나오지 않았다.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를 알고 있었는가? 김건희 씨 일가가 주식투자로 23억원 이익을 거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알고 있었다면 왜 손해를 봤다고 거짓말 했는가?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는 이해충돌방지에 어긋나지 않는가? 채 상병 사건 관련해서 대통령이 격노하고 수사에 개입한 게 사실인가? 방심위원장이 청부민원으로 정부 비판적 방송보도에 법정제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언론자유도가 62위로 추락한 것에 대한 입장은 또 무엇인가? 지금도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으로 말했고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여전히 대파 한 단에 875원은 합리적 가격이라고 생각하는가? 친미·친일 편향 외교로 중·러와 관계가 멀어지고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비판은 어쩔 것인가? 세수 펑크와 부자감세, 원화가치 급락, 물가급등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지역소멸, 인구소멸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었는데 어쩔 것인가? 등등.

이번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언론사 선정, 질문 순서, 질문 내용과 방식 등이 대통령실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기자단과 협의 끝에 결정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기자회견이 대통령실 가이드대로 진행되어서도 안 될 일이지만, 협의 끝에 이런 식의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면 더 문제다. 이번 기자회견은 그동안 대통령 전용기 셀카놀이로 비난받아온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오랜만에 존재감을 보여줄 기회였지만 이번에도 기자들은 국민의 복장을 터트린 존재로 인식되게 생겼다.

취임 이후 30% 전후에 머물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총선 직후 20%대까지 떨어졌다. 최고권력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대통령이 저렇게 되도록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그나마 이번에는 현안 이슈에 대해 질문이라도 했으니 수고했다고 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재자’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거냐라고 묻던 길들여지지 않은 기자들이 그립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던지는 집요한 외신기자들이 부럽다. 기자님들 수고 많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국민들 속을 뒤집어 놓을 것인가.

시민언론 민들레

 

'노인 지옥' 한국이 맞는 초고령사회

초고령사회의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과제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참여자격이 있는 총 44251919명의 유권자(재외국민 포함) 50대 이상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은 210만 명 가량 증가한 31.89%20~30(28.64%)를 합친 비중보다 높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민심은 천심"이라며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정작 민()이 직면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여러모로 많은 논란과 고민거리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삶은 "정권심판" 구호에 가려져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한국사회의 중대한 문제이다.

초고령사회라는 터널

국제연합(UN)65세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7% 이상 차지하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본다. 한국은 2018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4.3%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초고령사회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들이 초고령사회 국가이기는 하지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헤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들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인권 관점에 기반하여 노인의 삶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루어져왔지만, 사실 여성, 아동, 장애인, 이주민 등 다른 사회집단과 달리 노인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협약은 없다.

사람은 당연히 늙기 때문에, 그동안 '노인'을 독자적인 사회집단으로 간주할 필요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점점 증가하면서 2022년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에서 스위스 제네바에서 '노인권리협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또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도 '노인인권포럼'을 개최하여 노인인권협약의 필요성과 찬반의견에 대해 청취한 자리가 열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회권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오늘 우리 사회의 사회권 보장 상황이 어떠한지, 사회권을 보호 및 증진하기 위해 어떤 구조적 전환과 입법적 노력이 필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선진국'을 결정할 수 있는지 등 심도 있는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특히나 인권침해에 취약한 집단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만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0%를 기록하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1위를 기록했다. OECD가 처음 노인빈곤율 순위를 공개한 2009년 이래 이 순위는 대한민국은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OECD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이며, 앞서 언급한 다른 초고령사회 국가들의 노인빈곤율은 4%~20%대 사이였다.

낮은 노인고용율, 낮은 사회복지지출 등 여러 노인의 삶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을 살펴볼수록 한국이 진입한 초고령사회라는 터널을 지나 '노인의 지옥'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일자리 찾는 고령자 노동자들. 연합뉴스

노인의 사회적 돌봄 문제

고령화사회에서 노인 돌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가족 단위 빈곤층의 극단적 선택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던 가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노인 인구 부양에 대한 책임이 개인 또는 개별 가구에게 전가될수록 이러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가정 내 돌봄 부담을 줄이고 노인들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 확대,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화 등과 관련하여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 가족 구성원이 노인 돌봄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더불어 가정 내 돌봄 부담이 심각해지고 있다. 송인재 연구자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가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가정 내 돌봄 부담을 줄이고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노인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

한편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 시장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는 서비스의 질 향상과 경쟁 심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윤 추구를 위한 서비스 저하나 노인 권리 침해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 사업자의 적절한 참여를 유도하고, 서비스의 질을 관리하며, 노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로써 적극적인 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노인들이 수동적인 서비스 수혜자 위치가 아니라 적극적인 서비스 '공동생산 (co-production)' 참여자로 행동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사회권 선진국'을 향하여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는 가족 내 돌봄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는 노인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서비스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가족 간 소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족 간 소통을 유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의 인권을 보호 및 증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장기요양보험의 유지 방안을 마련하고, 서비스 이용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에 노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초고령사회로 진입할수록 국가의 존립은 결국 노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인 인권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노인들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보다 급진적인 개혁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자 감세나 부정부패로 인한 손실, 솜방망이 경제범죄 처벌,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무기생산 재검토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는 노인 인권 문제의 여러 측면 중 하나인 노인 돌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다만 동시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 확대,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화 등과 관련하여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노인들이 안전하고 품격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도 노인 돌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회권 선진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

<소개논문>

송인재. 2019. “돌봄의 사회화와 노인 인권의 주변화”. 인권연구2(2): 93-119.

<다운로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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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서 함부르크대학교 지속가능성미래센터 연구원 | 프레시안

 

장시호 녹취록'에 한동훈도 등장"얼마나 스위트한데"

현대고 출신 장시호 "나랑 선후배, 특검에서 만나"

"탕수육 이빠이 시켜주고 아이스크림도 하겐다즈만"

민주당 "한동훈 추정 인물 얘기반드시 수사해야"

장경태사세행 김영철 검사 고발, 공수처 수사 촉구

강진구 "수차례 전화문자에도 본인이 반론 포기해"

"2년치 통화 녹취파일 1300여 개" 추가 폭로 예고

조국혁신당도 "증거 차고 넘쳐탄핵소추 나설 것"

김 검사, 강진구변희재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도

'장시호 녹취록'을 둘러싼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경태 최고위원이 시민언론 뉴탐사의 보도를 인용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특검팀 출신인 대검찰청 김영철 반부패부1과장(차장검사·연수원 33)과 장시호 씨의 뒷거래 의혹을 공론화한 뒤 본격적인 고소고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장 최고위원과 시민단체는 김영철 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반면, 김 검사는 뉴탐사 등을 경찰에 고소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해 이 문제는 결국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진위가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뉴탐사 측은 방대한 녹취록 분석을 통해 추가 폭로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국정농단 특검팀 소속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장 씨의 녹취록에 등장한다며 이에 대한 수사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녹취록에는 한동훈 전 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대고등학교 나왔어. 그래서 나랑 선후배하고 특검에서 만나갖고 둘이서 악수하고 선후배라고 또 얼마나 탕수육을 이빠이 시켜주고 그러니까 내가 지금 검사장 걱정하는 거잖니.' '얼마나 나이스하고 스윗(스위트)한데.' '아이스크림도 하겐다즈만 줘요.'라는 발언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장시호 씨 역시 현대고등학교를 나왔다. 대책위는 이어 "대통령 탄핵의 사유가 된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피의자에게 '조선 제일검'으로 불리는 한동훈 전 장관이 도대체 어떤 태도를 취했길래 '얼마나 나이스하고 스윗한데'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인가? 참으로 기가 막힌다"면서 "피의자에게 '탕수육 이빠이''하겐다즈'를 왜 건넸고 이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한동훈 전 장관은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영철 검사의 반박처럼)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의 허위 사실'인지는 반드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국정농단 특검 당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는 수사4팀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한동훈, 박주성, 김영철, 강백신, 최재순 검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김영철 검사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전 장관 등에 대한 수사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으로 국민께 눈도장을 찍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장관의 성과가 만약 진술 조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수사농단"이라며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이 사건이 일개 검사의 일탈 내지는 치정 관계로 꼬리 자르기 할 수 없는 사안이고 이에 상응하는 수사가 이루어져야 함을 밝힌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과 시민언론 뉴탐사 강진구 기자,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김한메 대표 등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영철 검사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장경태 최고위원 페이스북

장경태 최고위원과 뉴탐사 강진구 기자,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김한메 대표 등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김영철 검사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의 즉각적인 수사를 요구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우선 검사윤리강령 제14조와 15조를 제시했다.

- 14, 검사는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와 교류하지 아니하며 그 처신에 유의한다.

- 15, 검사는 자신이 취급하는 사건의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 기타 직무와 이해관계가 있는 자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적으로 접촉하지 아니한다.

장 최고위원은 "장시호 씨와 김영철 검사의 문자 대화 내용에 따르면 장 씨는 김 검사를 '오빠'라고 불렀다. 장 씨가 급히 연락 달라고 하자 김 검사는 8분 만에 '미안 통화 가능?' 이라고 답한다""이 정도면 사적 연락 아닌가? 어떤 검사가 사건 관계인 등에게 '오빠'라고 편하게 부르게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장 씨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공유형 숙박시설에서 만남을 가진 상황도 설명하고 있다"면서 "김영철 검사는 어줍잖은 협박 말고 수사받길 바란다. 그리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빠르게 대검 반부패과장 직위 해제 혹은 직무 배제도 하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는 "통화 녹취파일은 대략 2020년 전후해서 한 2년 정도 시기이고 파일 개수는 1300여 개 정도다. 굉장히 많은 분량이고 아직 분석 작업이 완료되지는 않았다""그래서 1차로 저희가 분석이 끝난 것을 가지고 첫 방송을 했다. 첫 방송만으로도 검찰 조직이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해 있는지, 특히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를 상대로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연어 술판 회유 공작을 벌였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 같은 일들이 단순히 일회성이 아니라 검찰 조직에 만연한 일상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강 기자는 "김영철 검사는 저희가 일체의 반론을 따려고 하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를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방송 1주일 전에 김 검사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서 해명을 부탁했다"면서 "그러나 문자와 전화에 일절 응답을 하지 않았다. 대검 공보관에게 똑같이 전화와 문자로 답변을 요구했으나 역시 응답이 없었고 그래서 제가 심지어 대검찰청에 방문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에서는 전화나 문자 대신에 검찰청 이메일로 질의를 하라고 해서 이메일로 공식 질의까지 했다. 그러나 방송하기 전까지 이메일도 읽지 않고 계속 방치돼 있었다""저희가 반론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도한 게 아니라 김영철 검사와 검찰 조직이 반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세행 김한메 대표는 기자회견문에서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 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의 죄를 범하는 모해위증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대한 범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발인 김영철은 검사의 직무권한인 수사권을 함부로 남용해 이재용 부회장을 처벌할 목적으로 장시호로 하여금 순수한 기억에 따른 증언이 아닌 국정농단 특검팀에 유리하게, 특검팀이 바라는 대로 법정에서 증언하도록 의무 없는 일을 하게 교사했으므로 직권남용 및 모해위증교사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2017118일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가 결심공판에 출석 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을 떠나고 있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장 씨에게 징역 16개월을 구형했다. 2017.11.8. 연합뉴스

앞서 조국혁신당 차규근 당선인도 8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의 최측근 참모 김영철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하고 탄핵소추에 나서겠다""증인에게 시나리오를 주고, 기억에도 없는 사실관계를 증언하도록 연습시켰다면 모해위증교사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검찰의 구형은 수사의 결론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수사 비밀"이라며 "폭로된 녹취파일과 카카오톡 메시지만으로도 객관적인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을 향해서는 "더 이상 '제 식구 감싸기'란 부끄러운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와 감찰을 실시해 진상을 국민께 소상히 밝히고 단죄하라""검찰의 자정능력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반면 김 검사는 10일 강진구 기자와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또 이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총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김 검사는 장 씨를 상대로 증언 연습을 시켰다거나 구형량을 미리 알려준 적이 없고 사적인 인연을 이어가지도 않았다며 강 기자와 변 대표가 손해를 배상하고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녹취록을 제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 씨의 지인이 어떤 경위로 자료를 제공했는지, 공모 관계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해 추가 고소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검사는 지난 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뒤 입장문을 내고 "21년 검사 인생을 모두 걸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린다. 대낮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허위 사실을 선정적으로 이용해 악의적인 음해가 이루어지고 있다""장 씨가 지인에게 일방적으로 대화한 내용이 아무 검증도 없이 최소한의 반론권조차 당사자에게 부여되지 않은 채 악의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의 허위 사실"이라고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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