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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4.15~

by 이성근 2024. 4. 14.

조국혁신당에 누가 표를 주었나? 광주서 최다, 경북서 최소 득표

4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687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 무효투표수를 제외한 투표수의 24.25%를 득표해 12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조국혁신당이 받은 표는 6874,278표다.

이번 4·10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투표수는 2,9654,450표다. 이중 1309,931표가 무효 처리됐다. 정당 특표수 2,8344,519표 중 국민의미래는 36.67%1,039만 표를 득표해 18석을 얻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26.69%756만 표를 득표해 14, 개혁신당은 3.61%102만 표를 득표해 2석을 얻었다.

22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정당별 득표율

광주, 전북, 전남의 유권자 104명 이상이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 광주에서 47.72%, 전북에서 45.53%, 전남에서 43.97%를 얻었다. 보수 성향이 가장 강하다는 이른바 PK 지역 대구, 경북에서도 10명 중 1명 이상이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 대구에서 11.8%, 경북에서 11.69%를 얻었다.

22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정당별 전국 득표수와 득표율

47.72%의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광주광역시에서는 818,073표 중 38490표를 조국혁신당이 얻었다. 광주 지역 중 남구에서 가장 많은 비율의 표를 받았다. 남구 49.18%, 광산구 47.28%, 북구 47.46%, 동구 46.31%였다. 남구의 관내 사전투표에서 많은 비율의 표를 받았다. 남구 11개 투표소 중 5개의 투표소에서 관내 사전투표 비율이 50%가 넘었다. 송암동 관내 사전투표에서는 가장 많은 55.85%를 얻었다.

광주 소재 남구 송암동 제1투표소 53.48%

광주 지역 투표소 중에는 남구 송암동 제1투표소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53.48%를 얻었다. 송암동 제1투표소는 효천역과 송원대학교 주변 거주 유권자들이 투표했다. 효덕동 관내 사전투표 52.89%, 봉선2동 관내 사전투표 52.16%, 진월동 관내 사전투표 51.30%, 진월동 제450.70%, 대촌동 관내 사전투표 50.29%, 주월1동 제450.06% 순이었다.

조국혁신당 후보들과 조국 대표는 지난 214일 국립5·18민주묘지, 314일 충장로, 330일 풍암호수공원에 이어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49일 충장우체국 앞 사거리 등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네 차례 광주를 방문했다. 조 대표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광주의 선택은 언제나 정치적 변화의 출발이 되었다고 본다"고 광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조국혁신당은 경상북도에서 11.69%의 가장 적은 표를 얻었다. 1447,715표 중 16504표를 받았다. 경북 지역 중 의성군 신평면 투표소에서 득표율이 가장 낮았다. 2.16%555표 중 12표를 얻었다.

7% 미만 투표소는 모두 강남

조국혁신당은 서울 지역 유권자 22.87%의 지지를 받았다. 5758,158표 중 126683표를 얻었다. 성북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24.95%를 받았다. 은평구 24.84%, 노원구 24.69%, 양천구 24.59%, 서대문구 24.54%, 마포구 24.25%, 종로구 24.09% 순이었다. 강남구에서 가장 낮은 19.25%를 얻었다. 321,780 표 중 59,469표를 얻었다.

성북구 내 투표소 중 월곡제1동 제6투표소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27.06%1,781표 중 482표를 얻었다. 월곡제1동 제6투표소는 서울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인근 거주 유권자들이 투표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연합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강남구에서 조국혁신당은 19.25%, 더불어민주연합은 14.91%를 얻었다. 서초구는 조국혁신당 20.29%, 더불어민주연합 15.59%였다.

서울에서 7% 미만의 표를 얻은 곳은 모두 강남구 내 투표소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거주 유권자들이 투표한 압구정 고등학교에 설치된 압구정동 제1투표소에서 가장 낮은 5.25%를 얻었다. 타워펠리스1B동에 설치된 도곡2동 제4투표소에서 5.89%, 압구정 초등학교에 설치된 압구정동 제3투표소에서 5.91%, 타워펠리스1C동에 설치된 도곡2동 제3투표소에서 6.28%, 압구정 현대아파트 동호경로당에 설치된 압구정동 제2투표소에서 6.83%, 미성아파트 인근 신사중학교에 설치된 신사동 제5투표소 6.92%,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인근 현대고등학교에 설치된 신사동 제4투표소에서 6.98% 를 얻었다.

광주·전남·전북·세종·부산 지민비조

지민비조’, ‘비조지민은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투표 성향을 일컫는 신조어다. 광주·전남·전북뿐만 아니라 세종·부산에서 '지민비조' 투표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개표 결과, 광주에서 조국혁신당은 47.72%, 더불어민주연합은 36.26%를 얻었다. 전북에서 조국혁신당은 45.53%, 더불어민주연합은 37.63%를 얻었다. 전남에서 조국혁신당은 43.97%, 더불어민주연합은 39.88%를 얻었다. 세종에서 조국혁신당은 30.93%, 더불어민주연합은 25.07%를 얻었다. 부산에서 조국혁신당은 22.47%, 더불어민주연합은 20.84%를 얻었다.

최윤원 뉴스타파

 

야당 당선자들에게 고함: "조선일보를 끊어라

윤 정권 무능·비리 감추다 총선 완패하자 비판

이재명 악마화, 정치혐오 조장, 여론조작 일상화

조선일보 민심 왜곡 · 이간질에 흔들리지 말아야

선거에는 신비한 기능이 있다. 오만무도한 권력도 고집불통 대통령도 선거에서 패배하면 무릎에서 자동으로 힘이 빠지고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된다. 또 있다. 혹세무민으로 권력에 협조하던 언론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빨을 드러내고 비판 언론으로 돌변한다. “불통 정권 심판했다” “민심은 매서웠다” “기록적 참패”... 선거 다음 날 조중동의 1면 제목은 매서워서 낯설었다.

이럴 때의 언론은 참 얄밉다. 혹세무민으로 국민을 홀리고 속인 권력의 공범인데, 아닌 척한다. 정론인 척한다. 선거 다음 날 조선일보의 사설이 그랬다. 심판론이 선거판을 흔든 것은 큰 정책 잘못이나 권력형 비리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 윤석열의 오만과 불통 리더십 때문이란다. 그런가 싶은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또 홀리는 기분이 든다.

잘못이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오만’ ‘불통이라고 하지 않는다. 잘못된 정책임에도 고집을 부리니까 오만불통이라고 하는 거다. 옳은 정책이라면 오만이 아니라 소신, 불통이 아니라 추진력이라고 쓴다. 잘못된 정책이거나 국민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고집스럽게 민심에 역행하니 오만과 불통의 대통령이라 하는 것이고, 그래서 매서운 심판을 받은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권력형 비리가 없다고 한다. 그런가? 부인의 주가조작 사건은 검찰 캐비넷에서 썩어가고, 멀쩡한 고속도로가 처갓집 땅을 향해 구부러지고, 부인이 받은 부적절한 명품백 선물은 매정하지 못하여 거절하지 못한 외국회사의 조그만 파우치로 평가절하되고, 병사의 목숨을 앗아간 명령의 부당함을 따지는 수사를 축소하라는 외압 의혹이 있는데, 그 외압 의혹에 핵심 피의자가 된 전임 국방장관은 해외 도피성외국대사로 임명했다. 그런 게 권력형 비리 아닌가?

윤 대통령에겐 인사 논란이 끊임없었단다.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건 말건 임명을 강행한 장관이 18명에 이르고, 중도에 낙마한 장관도 여럿이며,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선은 거의 없었단다.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데도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자리를 나눠준다는 비판이 이어졌단다.

궁금하다. 그런 비판에 조선일보도 있었는가? 이번 총선에서 야당 후보들에게는 하루도 빠짐없이 사실을 비틀고 과장하고 왜곡하며 물고 뜯던 조선일보였는데, 사설에 쓴 것처럼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거나 의심스러운데도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고관대작의 감투를 쓴 윤석열 패밀리에게도 똑같이 그렇게 물고 뜯는 비판을 했던가?

조선일보 411일 사설 갈무리

여당이 선거에서 기록적 참패를 한 다음 날(11)의 조선일보 사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죄를 나열한 공소장 같다. 언론의 권력 비판은 평소에 하는 것이지 선거 다음 날에 선거 결과에 따라서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게 아니다.

오만과 불통으로 식물 대통령을 자초한 대통령에게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이냐고 묻는 조선일보에게 꼭 어울리는 영화 대사가 있다. “너나 잘하세요!”

조선일보에게 이재명은 두려운 존재다. 조선일보의 논조를 대표한다고 알려진 왕년의 주필 김대중은 그의 칼럼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이렇게 표현한다.그는 대단한 사람이기 전에 무서운 사람이다. 아무런 정치적 배경, 학문적 경력, 사회적 명망 쌓기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거의 독학하다시피 변호사 하고 시장 하고 도지사 하고 대선 후보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흔히 입지전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 칼럼에서는 그런 이력이 괴물성이 되고 이재명은 무서운 사람이 되고 비호감의 기피 인물이 되어 악마화 프레임을 씌우는 대국민 심리전의 표적이 된다.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이 수행비서, 운전기사와 같이 순대국으로 점심을 먹는 것만으로도 역대급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그런 조선일보 지면에서 윤석열에게 그랬듯이 이재명에게 호감을 보이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악마화 프레임을 씌우지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이재명 기사를 조선일보 지면에서 나는 본 적이 없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 대선에서도 조선일보는 이재명에게 반복적으로 악마화 프레임을 씌웠고 비호감 이미지를 세뇌로 강화하고 각인시켰다. 그리고는 이번 선거도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며 정치 혐오를 조장했다. 조선일보에게 이재명은 경제 상황과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국민에게 두려움과 불쾌감을 주는 거친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고, 민주당을 사유화하듯이 국가를 사유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악담과 험담과 저주를 아무렇지도 않게 배설하던 조선일보가 윤석열 심판장이 된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나자 말을 바꾸었다.

민주당 압승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윤석열이 잘못해서 그런 것이고, 유권자들이 윤 대통령에게 반발해 야권에 압승을 안겼지만 무소불위 입법 독재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으니 양곡법, 노란봉투법, 방송 3법을 다시 발의하지도 말고 김건희 특검법 등 각종 특검법을 통과시키지 말란다. 그런 건 정쟁을 유발하여 민주당에게도 이재명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먼저 협치의 손을 내밀라고 한다. 그러면 3년 뒤에는 정권을 맡을 수도 있다는 달콤한 말로 꼬드끼면서.

조선일보 326일 김대중 칼럼

이번 총선에서도 조선일보는 끊임없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 심판 열기가 확산되고 고조될수록 선거용 마타도어로 국민을 속이고 홀렸다. 조선일보 대표 논객김대중은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의 민주당에 참 많이도 시달렸다고 했다. 대통령 윤석열에게 이재명 콤플렉스가 있어 야당 대표 이재명을 만나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아서라면 모를까, 부하 검찰을 동원하여 스토킹하듯 이재명을 괴롭히는 권력자가 윤석열 대통령인데 시달렸단다. 조선일보의 몇몇 기명 칼럼은 칼럼이 아니라 확증편향의 다양한 증상을 보여주는 진열대 같다.

이재명만으로도 버거운데 조국까지 가세하니 조선일보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에 따르면, 조국의 신당은 오른쪽에 있는 태극기부대이며 조국당에 대한 지지는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대한 숫자의 사람들이 양 진영으로 갈라져 내 편이면 무조건 옳고 상대편이면 무조건 혐오하는 병리 현상이고, 선거에서 승리한 이재명, 조국 두 사람이 윤 대통령에게 보복을 시작하면 어떤 소용돌이가 칠지 모른다면서 보수 유권자들을 자극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하면 그 다음에 오는 것은 이재명 대표라며 보수 유권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그 칼럼이 내게는 보수들이여 단결하라는 지령으로 읽혔다.

조선일보 328일 양상훈 칼럼

김창균 논설주간은 칼럼에서 대통령의 불통에 성난 유권자가 총궐기해서 여당 100석이 무너지는 비상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며 보수 궐기를 선동했다. “오는 6월 개원하는 22대 국회의 민주당 의석은 순도 100% 친명으로 꾸려지게 되고, 국민은 그들이 정신 사납게 펼칠 함량 미달 개그를 4년 동안 지켜봐야 한다고 악담을 했다.

박정훈 논설실장은 칼럼에서 이재명과 조국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찬 강성 좌파이고, 조국혁신당엔 사법 소추에 쫓기는 범죄 혐의자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조국은 법꾸라지전략으로 일관하더니 2심까지 유죄가 나와 더 도망갈 곳이 없어지자 재판정 밖으로 뛰쳐나가 정치 투쟁에 나섰고, 멸문지화를 당했다던 조국 일가는 법치를 조롱하기라도 하는 듯한 태도로 살고 있다고 저주를 퍼부었었다.

저널리즘이 아닌 프로파간다, 선전 선동으로 선거판을 흔들던 조선일보가 투표함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우르르 쏟아지자 얼굴을 바꿨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민주당 당선자들에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당장 조선일보부터 끊어라.' '조선일보의 훈수질에 놀아나지 마라.' 조선일보 기자들은 취재가 아니라 당신을 포섭의 대상으로 찍었거나 이간질의 공작을 위해 접근할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표를 준 주권자 국민의 뜻은 더 선명하고 더 강하게 윤석열 독재와 싸우라는 거다. 대통령 윤석열이 망가뜨린 국정 시스템을 복구하여 정상화하고, 나라를 퇴행의 위기에서 구하라는 거다. 뱀의 혀와 같은 조선일보의 유혹이나 훈수에 넘어가면, 민주당은 끝장이다. 민주주의도 끝장이다.

송요훈 편집위원 시민언론민들레

 

독립운동가들이 세운 대학, 재벌·족벌 손에 넘어가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뿌리를 더듬어 본다 ]

이시영 김창숙 신익희 등 환국 후 연이어 설립

인천시와 하와이 동포들이 세운 인하대 70주년

경희대 뿌리는 무장 항일투쟁 요람 신흥무관학교

성균관국민건국홍익단국대구덕성여대 등

유서 깊은 창학이념세월 흐르며 퇴색하기도

우리나라 공식 이민사의 출발은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222121명이 인천 월미도 앞바다에 정박 중인 일본 여객선 겐카이마루(玄海丸)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로 건너갔다. 이 가운데 신체검사를 통과한 102명이 미국 상선 게일릭호로 옮겨 탄 뒤 이듬해 113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입항했다.

첫 미국 이민자의 대부분은 인천 출신이었고, 인천 내리교회 신도가 많았다. 이곳에 파견된 미국인 선교사 조지 존스가 모집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게일릭호를 시작으로 190588일 입항한 몽골리아호에 이르기까지 이민선들은 56회에 걸쳐 7천여 명의 한인을 하와이에 내려놓았다.

1954년 인하공과대학 개교 당시 대학 입구에 세운 대형 입간판. 오른쪽 기둥에 이 대통령 각하 만세라고 적혀 있다.

이민자들의 눈물과 염원이 서린 인하대

사탕수수 농장에 투입된 이들은 중노동에 시달리고 인종차별과 향수병을 겪으면서도 교회와 학교를 세우고 푼돈을 모아 독립자금에 보탰다. 중매쟁이를 통해 신랑감의 사진만 보고 만리타국으로 떠난 이른바 사진 신부들도 살림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하와이 한인 공동체 조성과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광복과 정부 수립을 거쳐 6·25가 한창인 1952, 이승만 대통령은 하와이 이민 50주년 기념사업으로 공과대학 설립을 발의했다. 공업입국(工業立國)의 기치 아래 공학 분야 인재를 기르려는 취지였다.

인천은 하와이 동포들의 고향이자 한국 이민사의 시발점이고, 경인공업지대의 관문이어서 최적지였다. 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이기붕 당시 민의원 의장이 재단법인 인하학원 초대 대표를 맡아 자금 조달과 설립 작업을 주도했다. 이승만이 호놀룰루에 설립해 운영하던 한인기독학원의 매각 대금에다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 국내 독지가들의 지원, 국고 보조 등을 보탰고 인천시가 학교 터(414126)를 기증했다.

195425일 학교법인 인가를 받은 뒤 424일 인하공과대학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인하(仁荷)’는 인천과 하와이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초대 학장으로는 국내 최초의 이학박사인 천문학자 이원철이 취임했다. 오는 24일은 인하대 개교 70주년이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뒤편 수송공원에 있는 신흥대학 터 표지석.

신생국가 발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절실

이승만에 앞서 여러 독립운동가들이 해방 후 환국하자마자 앞다퉈 대학을 설립했다. 근대 교육에 뒤처진 탓에 국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고, 신생국가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로 꼽히는 이회영 일가는 막대한 전 재산을 팔아 만주로 이주한 뒤 1911년 신흥강습소를 세웠다가 1919년 신흥무관학교로 개편했다. 이곳 출신들은 청산리전투와 봉오동전투에서 맹활약한 것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무장 독립투쟁의 선봉 역할을 했다. 이회영 6형제는 일제의 탄압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리더인 넷째 이회영은 옥사했고 당대 최고 갑부로 꼽히던 둘째 이석영은 굶어 죽었다.

살아서 광복을 본 인물은 다섯째 이시영이 유일했다. 그는 194511월 신흥무관학교 부활위원회를 조직해 독지가들의 성금을 모았다. 19472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신흥전문학원을 설립하고 2년 뒤 신흥대학으로 승격시켰다. 오늘날 경희대의 전신이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교정에 세워진 설립자 심산 김창숙 동상.

조선시대 최고의 국립교육기관인 성균관은 1910년 합일합병 후 경학원을 거쳐 명륜전문학교로 개편됐다. 1·2차 유림단 사건의 주역인 김창숙은 이석구의 기부를 바탕으로 성균관 학통 계승을 표방하는 성균관대학을 설립했다. 전국의 유림이 성금을 내고 향교들도 토지를 팔아 힘을 보탰다.

국민대는 임시정부 요인들이 뜻을 모아 세운 학교다. 1946년 국민대학설립기성회가 발족할 때 회장은 신익희, 명예회장 조소앙, 고문 김구·김규식이었다. 그해 9월 국민대학관(야간부)을 개설한 데 이어 1948년 법인 인가를 받아 주간부 정식 대학으로 개교했다.

경남대도 국민대학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조선불교 총무부장이던 최범술이 해인사 재산을 기부하겠다며 1948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신익희 학장과 갈등을 빚어 국민대와 갈라섰다. 1952년 해인대학, 1961년 마산대학을 거쳐 1971년 경남대학으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학교 교정에 설치된 교훈석. 설립자 해공 신익희 글씨체로 이교위가 사필귀정(以校爲家 事必歸正)’이란 교훈을 새겼다. “학교를 내 집같이 사랑해야 하니 모든 일은 반드시 올바른 도리로 돌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홍익대 단국대 국학대의 뿌리는 대종교

건국대 설립자 유석창은 12살 때 만주로 이주해 관화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 유승균을 도와 독립운동 전선에서 활약하다가 1921년 귀국했다.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1931년 민중병원(건국대병원)의 전신인 중앙실비진료원을 세웠으며 194510월 건국의숙을 설립했다.

미국 유학 시절 한국부인회를 조직한 차미리사는 귀국 후 배화학당 교사로 일하며 여성 계몽운동에 앞장섰다. 1920년 그가 설립한 부인야학강습소는 근화여학교를 거쳐 덕성여중고와 덕성여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에서 이름을 딴 홍익대와 단군(檀君)의 나라란 뜻의 단국대는 민족종교이자 항일종교인 대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흥수 이사장과 정열모 학장 등 홍익대 설립을 주도한 인물은 모두 대종교 지도자들이다. 대종교 총전교를 지낸 이 이사장은 군산의 기업가였고, 정 학장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단국대 공동설립자 장형은 만주에서 군자금을 조달하다가 투옥돼 독립장을 받았다. 조희재는 장형과 교분이 깊었던 남편 박기홍의 유지를 받들어 재산을 쾌척했다. 우석대에 통합됐다가 다시 고려대에 인수된 국학대도 독립운동가이자 국학자 정인보가 정의채의 재산 기부를 바탕으로 설립했다. 정인보 역시 대종교인이다.

이밖에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의 유한대, 3·1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른 한항길(한흥리)의 부천대, 대구에서 만세시위를 이끈 이영식의 대구대도 독립유공자가 세운 대학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2020416일 덕성여자대학교 창학 100주년을 맞이해 기념우표 63만 장을 발행했다.

족벌 소유로 넘어가며 창학이념마저 지운 대학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학의 주인이 대부분 바뀌었다. 설립자들이 학교 경영이나 이재에 밝지 못한 탓도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 이념 대결에 희생되는가 하면 정치적 탄압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인하대는 현재 한진그룹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 학교법인(정석인하학원) 이름의 정석은 한진그룹 초대 회장이자 조원태 현 회장의 조부인 조중훈의 호다. 성균관대 재단에는 삼성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대 학교법인 국민학원의 이사장은 쌍용그룹 김성곤 회장의 손자인 김지용이다.그래도 이들 학교는 뿌리를 인정하고 있다. 설립자 동상이 교내에 세워져 있기도 하고(인하대는 1979년 이승만 동상을 세웠다가 1984년에 철거),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설립 배경이나 취지 등을 소개해놓고 있다.

인하라는 이름은 인하대가 인천에 위치하고, 당시 하와이 교포들의 도움을 기념하는 역사적 의미에 따라 인천의 ()’, 하와이의 ()’에서 유래했다.”(인하대 홈페이지)

“194511월 전국유림대회가 열리고, 뒤이어 과거 성균관의 정통을 계승할 대학의 수립을 위하여 성균관대학 기성회가 조직되어 심산 김창숙 선생이 대표가 되었다.”(성균관대 홈페이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하여 독립국가 건설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건학 이념으로 국민대학교를 세웠다."(국민대 홈페이지)

그러나 경희대, 홍익대, 덕성여대 등은 운영권이 학원족벌의 손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창학 이념이 역사에서 지워지고 훗날 뿌리 논쟁이 불거져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대선 갈랐던 부동산 표심’···이번 총선 우리 동네는?

비싼 집값, 한강벨트 3곳 국민의힘 승리

양당 득표차와 집값 상관관계 대선보다 높아져

대선 갈랐던 부동산 표심’···이번 총선 우리 동네는

서울 동작구을 선거구는 이번 4·10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지역 최대 격전지중 하나로 분류됐던 곳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번이나 이곳을 찾아 류삼영 후보의 유세를 돕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였다. 서울 전역에서 민주당 쪽으로 표심이 이동했는데, 이 지역 여당 표심은 지난 대선 대비 2.1%포인트만 이탈해 최저 수준을 보였다.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인 서초을(15.5%포인트), 강남병(14.9%포인트), 강남갑(12.8%포인트), 강남을(10.0%포인트) 등에서 2년전 대선 대비 10%포인트 넘는 표심 이탈이 발생한 것과 대비된다.

동별로 보면 동작구을 7개 동 중 5개 동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특히 흑석동에서는 국민의힘이 61.2%를 득표하며 몰표를 가져갔다. 흑석동은 아크로 리버하임, 롯데캐슬 에듀포레 등 고가 아파트들이 있어 종합부동산세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흑석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곳은 대선 당시에도 59.5%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사당4동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6.6%포인트 앞섰고 이번에도 민주당이 이겼지만 그 차이는 1.6%포인트로 줄었다. 사당4동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 2차 후보지에 선정된 곳으로 재개발 이슈가 여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적으로 볼때 서울 동작을의 승패에 부동산이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정권심판론 속에서도 부동산 표심여전

정권심판론 속에 야당의 승리로 막을 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부동산 표심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14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서울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의 득표율 차이(%포인트)에 대해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니 상관계수가 0.76으로 나타났다. 대선 당시 이 값은 0.74였는데 미세하게 더 높아진 셈이다. 상관계수의 값은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 집값이 비쌀수록 국민의힘의 득표율이 높았다는 의미다. 분석에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나온 아파트 가격을 이용했고, 대선·총선 직전 1년간 거래가가 존재하는 행정동 200여 곳을 대상으로 했다.

대선 갈랐던 부동산 표심’···이번 총선 우리 동네는?

동별로 보면 강남구 압구정동(81.9%), 도곡2(75.5%), 서초구 반포2(75.2%), 반포3(74.3%), 강남구 신사동(73.3%) 등에서 국민의힘 득표율이 높았다. 모두 부동산 가격이 높게 형성된 지역으로 이중 신사동은 최근 1년간 평균 아파트 실거래가가 전체 행정동 중 두번째(3.311227만원)로 높았다. 이어 실거래가가 집계된 곳 중에서 강남구 청담동(73.1%) 서초구 잠원동(72%), 강남구 삼성1(70.8%), 강남구 대치1(69.9%) 등도 높은 득표율을 보였는데, 각각 3.38136만원(10), 9455만원(4), 8447만원(8), 9352만원(5)을 기록하면서 모두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에 비해 민주당 득표율이 높았던 곳은 구로구 구로3(64%), 중랑구 면목5(62.7%)과 상봉2(62.2%) 등이었다. 실거래가가 집계된 곳 중에서는 금천구 가산동(61.8%), 은평구 신사1(61.8%), 은평구 역촌동(61.1%), 노원구 중계본동(60.9%), 강서구 발산1(60.65%) 순으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곳 아파트 실거래가는 3.32200~37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서울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선거구별로 넓혀 보면 3.3당 아파트 실거래가 하위 10개 선거구에서는 도봉구갑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반면 상위 10개 선거구 중에서는 송파구병을 제외하고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대선 당시 득표율을 이번 선거구별로 분석해 보니 서초구갑(69.8%), 강남구을(62.1%), 송파구을(61.6%) 등 상위 10개 선거구에서는 모두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도봉구을(48.9%), 강북구갑(51.3%), 구로구갑(48.2%) 등 하위 10개에서는 모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섰다.

대선 갈랐던 부동산 표심’···이번 총선 우리 동네는?

한강벨트승리 좌우한 부동산 계급론

최대 격전지인 한강벨트’ 9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이 승리한 마포구갑, 동작구을, 용산 등에서도 부동산 표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작구을에서는 3.3당 평균 실거래가가 5963만원으로 가장 높았던 흑석동에서 국민의힘이 크게 앞섰다. 이어 상도1(4495만원), 사당1(4493만원) 등 평균 실거래가 2~3위 지역도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마포구는 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모든 행정동에서 승리했지만 지난 대선에선 절반이 넘는 동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해 분위기가 반전된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 마포구을 지역은 모든 동에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았지만 마포구갑 지역은 7개 중 4개 동이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그중에서도 약 4000가구에 달하는 마래푸(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를 비롯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아현동에서 국민의힘에 52%의 표를 줬다. 용강동에서도 52.1%가 나왔다. 두 지역은 평당 아파트 실거래가가 6195만원, 6048만원으로 마포구에서 가장 높다.

용산구는 표심이 남북으로 갈렸다. 한남동, 이촌1·2, 서빙고동을 중심으로 고급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남쪽 지역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반면, 후암동·청파동·남영동 등 북쪽 지역은 민주당 득표율이 높았는데 이곳은 대학가와 서울역 일대 쪽방촌이 밀집해 있다. 한남동, 보광동, 이촌1, 한강로동 등 용산구에서 아파트 실거래가 1~5위를 기록한 지역 모두에서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이들 지역의 3.3당 아파트 실거래가는 7100만원~9100만원 선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던 도봉구갑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도 재건축 이슈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7개 행정동 중 창1, 3, 4, 5동 등 4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 지역에는 지은 지 30년이 넘는 주공아파트 단지들이 많아 재건축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웃한 노원구에선 모든 행정동에서 국민의힘이 패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우세를 보였던 노원구 학원가 라인으로 불리는 중계동 일대를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이 지역은 교육 목적의 이주 수요가 많아 주변 부동산 가격을 주도하고 있다.

성동구는 갤러리아포레,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서울숲트리마제(이상 성수1가동), 서울숲힐스테이트(이상 성수2가동) 등 고가 아파트가 들어선 성수동을 비롯해 옥수동·금호4가동·왕십리도선동 등은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21대 총선까지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다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역전 또는 경합을 벌였던 곳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송정동과 용답동에서 민주당에 각각 10.8%포인트, 16.8%포인트 차이로 크게 지면서 국민의힘이 지역구를 가져가는 데는 실패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동별로는 표심이 크게 갈린 곳도 있다. 송파구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27개 동 중 24곳을 석권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12곳을 민주당에 내줬다. 민주당은 특히 삼전동(54.3%)과 같은 노후화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이나 마천1·2(51.8%·52.9%)처럼 인근 위례신도시 대비 상대적 낙후 지역 등에서 강세를 보였다. 서초구에선 18개 동 중 유일하게 민주당이 앞선 곳(52.3%)은 노후 주거지가 많은 양재2동이었다. 그동안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제외돼있었던 양재2동은 최근 모아타운(서울 소규모 재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 GTX 운정역 공사 현장 인근 아파트의 모습. 권도현 기자

부동산 개발 공약 자체는 선거 영향 미미

이번 총선에서 집값에 따른 투표행태는 여전했지만 향후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끼치는 부동산 개발이슈는 무력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당은 공통적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연장, 메가시티 서울, 철도 지하화 등의 부동산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올해 초 정부는 30년 이상 아파트 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중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을 촉진하는 노후도시 특별법시행령 제정안은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당은 1기 신도시 지역 선거전략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실현을 약속하며 재건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큰 재미는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메가시티론(서울 편입)’을 내세웠지만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김포시, 고양시, 하남시, 광명시, 남양주시, 구리시에서 민주당에 완패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개발공약이 큰 영향을 주지못했거나 도리어 민심을 등지게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대선이 부동산 선거라 불릴 수 있었던 건 급등한 집값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이라 볼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집값이 크게 오른 것도 아니고 전세값이 급등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이 큰 이슈가 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당이 메가시티,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부동산 개발 정책을 많이 내놓긴 했지만 그 정책의 실효성 때문에 큰 영향이 없었던 것이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말하면서 메가시티를 추진한다거나, 공정과세하겠다면서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을 폐지하겠다고 한 것도 도리어 (유권자들의) 반감을 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 권정혁 기자 황경상 기자

 

1분기에 재정 38% , 하반기 쓸돈 없어 또 파행하나

1분기 재정 2135천억 집행작년보다 474천억 늘어

정부 체감 경기 개선 위한 신속집행 결과

정부가 3월에 세입 부족을 메우려고 한국은행에서 일시적으로 빌려 쓴 돈이 사상 최대인 352천억원이고, 3월 말 현재 갚지 못한 잔액도 32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1분기에 세입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썼기 때문이다. 정부는 3월 말까지 올해 예산의 38%를 집행했다고 15일 밝혔다. ‘경기회복 지원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런 공격적인 신속집행은 4월 총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하반기 재정 운용이다. 정부가 쓸 돈이 부족해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뒷짐 지고 있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인다.

정부는 1분기에 2135천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4천억원을 더 쓴 것이다. 정부는 지난 1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서민 체감 경기 개선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상반기 신속집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반기에 예산의 65%를 쓰겠다는 것이었다. 상반기 신속집행 계획액 가운데는 60%1분기에 썼다. 그 결과 올해 예산(정부 지출) 5618천억원의 38.0%1분기에 썼다. 중앙정부 예산만 보면, 2529천억원 가운데 41.9%에 이르는 106조원을 1분기에 집행했다.

이런 공격적인 조기 집행에 따라, 하반기에는 정부 지출이 급감하게 된다. 상반기에 신속집행 목표(3511천억원)를 채우고 하반기에 남은 40%를 쓰자면, 하반기 정부 지출(2107천억원)은 상반기보다 1404천억원이나 적게 된다.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세수에 결손이라도 생기면 하반기 재정 운용이 더욱 어려워진다. 2월까지 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8천억원 늘어났다. 세수 진도율이 지난해 수준이다. 그러나 예산안 확정 뒤 정부가 실시한 감세 조처가 여럿이고, 유류세 인하 조처를 6월 말까지 연장해가고 있는 것도 세수를 줄일 터라, 세입 여건이 밝지만은 않다.

윤석열 정부는 공격적인 감세를 단행하면서 재정 적자 비율도 제한하려고 애썼다. 재정 지출 증가율을 억제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출을 삭감하고, 세수가 줄면 불용 처리하는 재정 운용을 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경기 후퇴의 골을 더 깊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도 하반기에 세수 결손이 커지고, 줄어드는 정부 지출이 성장률을 갉아먹는 사태를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나라살림 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IMF 올해 한국 성장률 2.3% ‘유지’···세계 성장률은 3.2%로 소폭 상향

 

IMF의 올해 주요국 성장률 4월 전망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유지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물가하락 및 민간소비 회복 기대감을 반영해 소폭 상향조정했다. 다만 이번 전망은 최근 중동지역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아 향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IMF16(미국 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의 ‘4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발표했다. IMF1월과 4, 7, 10월 총 4차례에 걸쳐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다. 4월과 10월은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본 전망이며, 1월과 7월은 주요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수정 전망이다.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앞서 1월 전망에서는 한국 성장률을 2.2%에서 2.3%0.1%포인트 상향한 바 있다.

IMF의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전망치는 2.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도 각각 2.2%로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IMF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은 2.3%로 올해와 같았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종전보다 0.1%포인트 상향한 3.2%로 전망했다. 지난해 102.9%에서 13.1%로 상향한 뒤 이번에도 올려잡았다. IMF물가하락 및 견조한 민간소비 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로 과거 연평균 성장률인 3.8%는 하회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성장률 전망이 큰 폭으로 뛰었다. IMF는 앞선 전망치 2.1%보다 0.6%포인트 높은 2.7%를 올해 전망치로 수정해내놨다. 반면 유로존은 0.9%에서 0.8%로 하향했고, 중국(4.6%)과 일본(0.9%)는 종전대로 유지했다. 러시아는 종전 전망 대비 0.6%포인트 높아진 3.2%, 인도는 0.3%포인트 높은 6.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전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를 맞아 각국의 재정부양 확대, 조기 금리 인하, AI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은 성장률을 높일 요인이라면서도 지정학적 갈등 확산, 고금리 상황과 높은 부채 수준, 중국 경기둔화는 성장률을 제약할 요인으로 꼽았다./경향

태영건설 대규모 감자·출자전환최대주주 안 바뀐다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 채권단이 100 1 비율로 대대적 감자(자본금 감축)1조원 수준의 대규모 출자전환을 추진키로 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회계상 자본금을 줄이고 대출채권을 지분투자로 변경해 손실을 털어버린다는 이야기다. 통상 대규모 감자를 추진하면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되는데, 태영건설은 지주사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 지분율이 오히려 올라간다.

KDB산업은행은 16일 채권단 18곳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안을 논의했다. 이번 기업개선계획안의 최대 쟁점은 대주주 무상감자 비율, 구체적 출자전환 규모였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6356억원 적자로 집계돼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산은이 마련한 기업개선계획 초안에는 태영건설 대주주 주식은 100 1, 기타주주는 2 1로 차등화해 무상감자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에 실패한 대주주 책임을 더 크게 지우기 위해 감자 비율을 달리한 것이다. 태영건설의 최근 시가총액이 900억원임을 고려할 때 대주주 지분 가치가 4억원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태영건설 대주주가 경영권을 잃고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무상감자 후 대출채권을 지분투자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산은은 대주주는 대여금 등 기존 채권의 100%, 금융채권자는 무담보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하도록 했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대여한 자금 4000억원 전액, 채권단의 기존 채권 약 7000억원 중 절반이 출자전환된다는 이야기다.

이로써 태영건설 기존 대주주는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분율이 오른다. 태영건설 기존 대주주의 현재 지분율은 41.8%(티와이홀딩스 27.8%, 윤석민 회장 10.0%, 윤세영 창업회장 1.0%, 윤석민 회장 부인 3.0% )인데 출자전환 후 60% 안팎으로 높아진다. 다만 대주주는 워크아웃 기간에는 의결권이나 경영권을 채권단에 위임해야 해 이 기간에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통상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대주주가 경영권을 상실하는 일이 많지만, 2020년 두산중공업 워크아웃 당시 두산그룹이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해 2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식으로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대주주 지분율을 유지한 바 있다.

산은은 대주주는 보유 채권을 전액 자본 확충에 투입함으로써 정상화의 책임을 다하고 금융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금융채권자는 태영건설의 영업활동 지원을 위해 제2차 협의회에서 의결한 신규 자금과 신규 보증도 지속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태영건설 PF사업장 처리방안을 보면, PF 사업장 40곳 대부분은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고 분양률 10% 미만 사업장 1곳은 청산이 결정됐다. 청산이 결정된 사업장은 수분양자에게 계약금이 반환된다. 한편, 착공 전인 브리지론 단계 사업장 20곳은 1곳만 사업이 진행되고 나머지는 시공사가 교체되거나 청산된다.

주채권은행은 18일 전체 채권단을 대상으로 추가 설명회를 연 뒤 기업개선계획을 금융채권자 협의회에 부의할 계획이다. 2주간 서면으로 채권단 동의 여부를 받아 기업개선계획이 최종 결의되면, 한 달 이내에 기업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공동관리절차에 들어간다.

 

'역대급 참패' 속 친윤 박수영 "3%만 가져오면 대선 이긴다4년 전보다 5석 늘어"

친윤계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참패는 했지만 4년전보다 의석은 5석이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5.4%로 줄었다"고 평가하며 "뚜벅뚜벅 전략, 또는 가랑비 전략으로 3%만 가져오면 대선에 이긴다"고 내다봤다.

'친윤석열계'로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냈던 박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박 의원은 "내일 아침 당선자총회가 소집됐다. 살아돌아온 반가운 분들 뵙게 되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통할 것 같다. 4년전에도 그랬다. 당시 갓 당선된 초선이지만 선거상황과 앞으로의 대책에 관해 제가 발제를 했다"고 운을 뗐다. 박 의원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다른 발제자인 박성민 대표는 당명부터 당헌 당규, 그리고 지도체제까지, 한마디로 '마누라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발제를 했다. 저는 달랐다. 당시 의석은 103석으로 많이 뒤졌지만, 득표율은 8.5%밖에 차이나지 않았고, 4.5%만 가져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적 보수는 총동원된 상황이라 중도에서 4.5%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싹 바꾸기보다는 의정활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라고 회상했다.

박 의원은 "'좋은 민생법안 많이 내고 상임위와 본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해 치열하게 토론해서 국민들께 알리고, 180 103으로 장렬하게 전사하자. 우리가 낸 좋은 법안이 180 103으로 무산되고, 야당이 낸 무리한 법안이 역시 180 103으로 통과되는 게 하나둘 쌓이면 4.5%는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는 게 골자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0.73%포인트 차이로 가까스레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누르고 신승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어 "지금도 같은 심정이다. 참패는 했지만 4년전보다 의석은 5석이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5.4%로 줄었다. 뚜벅뚜벅 전략, 또는 가랑비 전략으로 3%만 가져오면 대선에 이긴다. 의정활동에 충실한 것이 정답이다. . 4년전 당선자총회에서 제 발제 제목은 당돌하게도 '보수집권 플랜'이었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이번 총선 부산 남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17%포인트 이상 차이로 대패한 후 다른 임명직 당직자들과 함께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박세열 기자 | 프레시안

세월호 가짜뉴스와 혐오의 10사실은?

참사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세월호 피해자들은 지난 10년간 온갖 가짜뉴스와 모욕에도 시달려 왔습니다.

[김순길/세월호 희생자 진윤희 학생 어머니]"저희에게 모진 말을 해대는 시민도 만났고, 때로는 언론인들이 제대로 된 진실을 보도하지 않고 왜곡된 보도를 해서 저희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많았습니다."

정부 조사 결과, 세월호 피해자 관련 혐오표현을 일상적으로 접해봤다는 사람이 네 명 중 한 명에 이를 정도였습니다.10년 동안 피해자들을 괴롭힌 대표적인 가짜뉴스들을 팩트체크 <알고보니>에서 따져봤습니다.

리포트-세월호 참사 피해학생들은 '대입특례'라는 표현이 가장 큰 상처가 됐다고 지목했습니다.

"피해학생들이 대입특례를 요구했다"거나, "단원고 재학생 모두에게 특례 혜택이 주어졌다", "4년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 "공정하지 않다", "무리한 요구를 다"는 식의 비난이 쏟아진 겁니다.

세월호 생존학생이 참사 9년 뒤 내놓은 책에는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세월호 탈 걸"이라는 댓글이 아직도 마음 깊이 박혀있다고 적혀있습니다.

기자-하지만 대입특례를 처음 제안한 건 경기도 교육청이었습니다.참사 트라우마로 피해학생들의 정상적인 입시 준비가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제안돼, 여야가 발의한 법안에 담긴 겁니다.실제로 대입 특례 대상이 된 건 참사에서 생존한 2학년 학생 86명뿐이었고, 각 대학이 정원 외에서 선발할 수 있도록 해, 이로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었습니다.장학금도 경기도가 1년치를 지원한 게 전부였습니다.

앞선 책의 저자 유가영씨는 "누구도 참사를 대가로 대입 특례를 요구한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뭔가를 계산하거나 챙기기엔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리포트-'빨갱이''종북'이라는 이념적 낙인도 피해자와 유족들을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세월호를 이용해 정부를 쓰러뜨리려 한다는 음모론이었습니다.하지만 이런 음모론의 주요 발상지가 정부기관이었던 사실이 이후에 드러났습니다.

당시 더딘 구조작업과 당국의 오락가락 대응에 분노한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가겠다"며 나선 뒤.

[희생자 가족]"내가 내 새끼 죽이고 무슨 낯으로 세상을 사냐고"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참사 피해자들을 불순 세력으로 보고 관리에 나선 거였습니다.특히, 기무사는 정부 비판 여론을 '종북''반정부 활동'으로, 유가족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했던 사실이 군 수사결과에서 드러났습니다.

알고보니 MBC이준범입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그날 국가는 없었다지금도

10년 흘렀지만 이태원오송해병대원 참사 되풀이

송두환 인권위원장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해야"

전교조 "기억과 추모, 투쟁으로 교사들 계속 연대"

언론노조 "10년 전 그날의 오보뼈저린 교훈 체득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열린 선상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4.4.16. 연합뉴스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 및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보내는 각계의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여러 변화를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안전사회'를 만들지 못하고 특히 10·29 이태원 참사 등 무도한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을 돌아보며 정부를 먼저 바로세우고 관련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 송두환 위원장은 16일 성명을 내고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을 슬픔과 충격에 빠트린 비극적 사건인 동시에 안전한 사회 실현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분출시킨 사회적 참사"라면서 "이번 10주기를 맞아 우리는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날의 아픔과 상처를 되새기며,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동안 무엇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날 이후 국민들이 노란 메모지에 적었던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함께 행동하겠습니다'라는 약속과 다짐이 모여 비록 더디긴 하지만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불행한 개인사'로만 여겨졌던 사회적 재난·참사가 이제는 국가와 지자체, 기업 등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전에 예방하고 대응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면서 "또한 피해자들의 권리의식도 점차 강화되어 그동안 시혜적 조치로 여겼던 피해자 지원에 관한 사항이 '당연한 피해자의 권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며, 이들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시민의식이 성숙하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희망적"이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우선 짚었다.

송 위원장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분들이 항상 함께 해주셨다는 것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하지만 한편으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세 번의 특별조사기구가 설치되었지만 세월호의 침몰과 구조 과정에서 30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원인을 뚜렷하게 밝혀내지 못한 점 승객 구조 실패 책임과 관련해 현장 구조정 정장 외의 해경지도부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된 점 등을 거론한 뒤 "어찌하여 여러 번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진실에 닿을 수 없었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한 현재의 제도가 과연 정의로운 것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재난·참사 재발 방지 및 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등의 진전이 부족했다. 그간 헌법에 국민의 안전권을 명시하고 생명과 안전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 중대한 사회적 재난·참사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독립기구를 설치하기 위한 노력 등이 이어졌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서 "10·29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안전사회 구축을 위해 어느 정도 진전하였는지 보여주는 성적표와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의 사회적 재난·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좀 더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다시는 당신들과 같은 가슴 아픈 희생이 없는 사회가 되도록 하겠다'10년 전의 약속과 다짐을 되새기면서, 우리 모두 안전사회를 열망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여 함께 노력할 때"라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분들을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찾은 시민이 기도하고 있다. 2024.4.15.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참담했던 그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선생님들의 절실한 마음을 담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은 기억과 추모의 시간이자,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인 문제와 싸워온 투쟁의 시간이었다""기억, 추모, 투쟁의 방식으로 교사들은 학교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연대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활동을 전개해왔다"고 설명했다.

전교조가 세월호 10주기를 맞이해 지난 9~15일 전국 유···고 및 교육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교사 96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86.6%의 교사들이 수업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교육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에 대한 염려, 교육 당국 및 학교 관리자의 반대 등 관련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90% 가까운 교사들이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련 교육을 이어온 것이다. 그러나 교육 당국과 각 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수업을 지원하고 보장하는지 묻는 문항에서는 76.4%의 교사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전교조는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한 교육활동 지원에 미흡한 점이 존재함을 의미한다"면서 "교육 당국이 세월호 참사 관련 교육정책 개선과 교육활동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강산이 변할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명과 안전을 위한 국가 책임 사회 건설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국가는 여전히 생명과 안전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전교조는 온전한 안전 사회 실현의 그 날까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함께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전국 50만 교육자와 함께 사랑하는 250명의 제자와 11명의 동료 교원 등 304명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깊이 추모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채 그리움과 눈물로 10년을 지내셨을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전국의 교육자들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제자를 구하고 살신성인한 단원고 선생님들을 기억한다. 또한 '사랑하는 제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더욱 가슴에 새기며 안전한 학교 만들기와 제자 사랑 실천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10년 전 침몰해 가던 세월호에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 담겨있었다. 불법 선박 개조와 화물 과적, 조타 실수, 어린 학생들을 남겨둔 채 빠져나온 선장 및 일부 승무원 등 경쟁과 양적 팽창에만 치우쳐 달려온 나머지 비양심, 공동체 인식 붕괴, 안전불감증 등 원칙이 무시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며 "전국의 학교와 50만 교육자들께 호소한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는 416일에는 제자들과 세월호 참사를 기억,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생명의 소중함과 안전의 중요성을 함께 공감하는 기회를 가져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세월호 전원 구조' 속보 등 씻을 수 없는 보도 참사, 그리고 현재에도 변함없는 권력에 대한 언론의 예속과 굴종을 곱씹으며 통절한 반성과 저항 의지를 되새겼다. 이들은 성명에서 "10년 전 4, 그날의 오보로부터 자유로운 언론노동자는 없다""우리가 써내려가는 한 단어, 한 줄의 기사가, 1, 1분의 취재와 제작이 생명을 다루는 일임을, 그래서 한 조각의 거짓도, 순간의 타협도 있을 수 없음을 언론노동자들은 오늘 다시 뼈에 새긴다"고 표명했다. 이어 "권력은 여전히 잔인하다. KBS10년 전을 기억하려는 프로그램에 '정치'라는 낙인을 찍어 세상에서 지워버리려 하고 있다"면서 "주권자의 고통, 시민의 생명 대신 '내가 곧 법'이라 외쳐대는 권력을 옹호하라는 반언론과 반지성이 여전히 유령처럼 공동체를 떠돌고 있다"고 개탄했다.

언론노조는 "10년 전 참사 속의 또 다른 참사였던 언론과 저널리즘은 시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뼈저린 교훈을 체득했고, 오늘 또다시 생명과 민주주의 첨병이 될 것인지, 권력의 지렛대가 될 것인지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이제 참사의 희생자와 그 가족을 넘어 모든 이를 옭아매려는 권력의 입틀막을 부숴 버리는 것, 다시는 어떤 권력도 시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언론을 장악해 주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헛된 꿈을 꾸지 못하도록 해야 할 책무가 우리 앞에 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언론노동자들은 묵묵히 책무를 이행해 가겠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추모객들이 참사 희생 학생들 캐리커처를 보고 있다. 2024.4.15.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10년 세월이 흘러도 그날의 충격과 슬픔은 가시지 않는다. 우리는 세월호를 기억하며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안전한 대한민국을 다짐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참사는 되풀이 되고, 정부는 희생자들을 보듬지 못한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그날의 다짐과 약속이 더욱 굳건한 교훈으로 자리 잡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사회적 참사 특조위'의 권고사항들이 조속히 이행되길 바란다""별이 된 아이들을 가슴 속 깊이 묻은 유족들께 마음을 다해 위로를 전한다. 아프고 슬프기만 한 기억을 넘어 서로 손잡고 더 안전한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열 번째 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304개의 우주가 무너졌던 10년 전 오늘.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온 국민이 되묻고 또 곱씹어야 했던 416"이라며 "그날 진도 앞바다에 국가는 없었다. 국가가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지켜줄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고 술회했다. 이 대표는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이전과 달라야만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각자도생' 사회는 다시 도래했고, 이태원에서 오송에서 해병대원 순직 사건에서 소중한 이웃들을 떠나보내고 말았다"면서 "다시는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국민의 목숨이 헛되이 희생되지 않도록, 더는 유족들이 차가운 거리에서 외롭게 싸우지 않도록 정치의 책무를 다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의 책임을 바로 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올해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께서 거리에서 '세월호 참사 온전한 진실! 완전한 책임!'이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분들 곁을 159명의 젊은이를 거리에서 하늘로 떠나보낸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이 지키고 있다""각기 다른 사회적 재난 및 참사의 피해자유가족분들이 서로의 아픔을 부둥켜안고 버티는 동안 국가는 과연 무얼 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온몸으로 진상을 요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게 하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참사의 진실과 책임 규명을 통해 사회적 재난에 대한 예방 및 대응 시스템 재정비를 추진하겠다""그 시작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5월 국회 처리"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차갑고 무거운 바다 밑바닥에 있다. 국가는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등을 돌렸다""진상 규명을 오히려 방해하고, 희생자 유가족을 갈라치려고 했다. '아이들을 팔아 돈을 번다'라는 끔찍한 말의 칼날이 춤을 춰도 수수방관했다"고 탄식했다. "그 일이 있고 8년 뒤 이번에는 뭍에서,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진상은 골목 안에 숨어 있고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권리 회복은 시도조차 안 됐다. 국무총리도, 행정안전부 장관도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참사의 진상은 햇볕 아래 환하게 드러나야 한다. 책임자가 누구이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모진 일을 당하게 한 이들이 누군지도 알아야 한다. 조국혁신당이 앞에 서겠다"고 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삼성, 미 보조금 9조 받고 55조 투자박수만 칠 일인가?

삼성 추가 투자에 반도체 보조금 늘어

중국 내 생산 확충 제한 조항은 부담

초과 이익 환수에 생산비도 높을 듯

 

국내 반도체 투자 위축시킬 수도

삼성전자가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받게 될 보조금이 64억 달러(9조 원)로 결정됐다. 일각에서는 인텔과 대만의 TSMC 등 주요 경쟁사보다 사실상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은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투자액 대비 보조금 규모가 크다는 게 그 근거다.

텍사스 오스틴 삼성전자 공장에서 열린 미국 정부 반도체보조금 지원 발표 기념식 [삼성 오스틴 반도체(Samsung Austin Semiconductor) 엑스(X) 계정 게시물]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많은 보조금을 받는 대신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현재 공사 중인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 달러(24조 원)에서 400억 달러(55조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을 하나 더 짓고 첨단 패키징 시설과 연구개발(R&D) 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투자액 대비 14%를 보조금으로 받는 셈이 된다.

인텔은 향후 5년간 미국 각지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TSMC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로 정했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최대 85억 달러의 보조금과 110억 달러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TSMC에는 보조금 66억 달러와 저금리 대출 55억 달러의 혜택을 준다. 투자액이 많은 만큼 보조금 절대 금액도 삼성전자보다 많다. 그러나 대출을 제외한 보조금만 따져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을 보면 인텔이 8.5%, TSMC10.2%로 삼성전자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삼성전자가 특별히 우월한 조건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받는 대신 지켜야 할 의무와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55조 원을 투자하면 국내 투자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주는 보조금이 이래저래 공짜가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 계획.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법은 중국 내 반도체 생산 기술과 능력을 확장할 때 규제를 가하는 가드레일조항을 두고 있다. 만약 첨단 반도체를 5% 이상, 28나노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를 10% 이상 중국에서 생산하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이 규정은 최대 10년간 적용된다. 미국만큼 중요하고 거대한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손발이 묶일 위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 등지에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다. 화웨이와 하이얼 등 중국 기업들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이다.

중요한 영업 기밀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인 수율과 판매 가격, 가동률 등은 경쟁사로 유출되면 안 되는 정보다. 미국 정부가 이를 삼성전자의 경쟁사에 전달하지는 않겠지만 정보 공유 과정에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나눠야 하는 것도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우수인력 확보와 인건비 등 높은 생산비용이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주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대만보다 비용이 50%가 더 든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생산비가 높은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으면 많은 보조금을 받아도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공장의 주력 사업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라는 점도 변수다. 주요 경쟁사인 인텔과 TSMC가 만만치 않은 상대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저력이 막강하다. 미국 내 투자액이나 미국 정부 지원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한다. 이런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삼성전자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비롯해 모든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어 파운드리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파운드리 최대 고객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가 성과를 거두려면 이들 기업을 잡아야 한다. 문제는 TSMC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도 영업이 부진하면 미국 투자가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미국 투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데다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면 파운드리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하지만 미국 투자에는 큰 기회비용이 수반된다. 무엇보다 국내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정점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두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느라 국내 투자를 줄이면 협력업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투입하며 반도체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이들 국가에 비하면 지원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은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보조금을 많이 준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파장에도 대비해야 한다.

시민언론 민들레

 

부자 감세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새빨간 거짓말!

미국·영국·독일 등 법인세 인상·횡재세 도입

부유세로 확보한 세수로 중산층·서민 지원

상생연대 재정 파탄 숨긴 꼼수 결산 규탄

 

“22대 국회, 엉터리 재정 운용 바로잡아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한국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99%상생연대(경제민주화·양극화 해소를 위한 99%상생연대)16일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무분별한 부자 감세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폭증하고 꼭 필요한 사회 복지 예산이 대폭 줄어 중산층과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으니 새로 출범할 22대 국회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 구성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불평등 해소와 99% 상생을 위한 10대 입법 촉구와 3대 법안 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와 부동산 보유세, 주식 양도소득세 등을 줄여주면 기업 투자가 늘고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부자 감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현실을 전혀 그렇지 않다. 낙수효과는커녕 세수 펑크로 경기를 부양할 재정 여력이 떨어져 경제 성장률 하락을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 보수언론은 감세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명백한 거짓말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중산층과 서민 지원 예산 확보를 위해 부자 증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트러스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이유로 부자 감세를 추진하다가 49일 만에 퇴진했고 뒤이어 집권한 수낵 정부는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을 즉시 폐기했다. 그후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 확대와 자본이득 세액공제축소 등을 단행했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19%에서 25%로 높였다. 에너지기업에 대한 횡재세 적용세율도 25%에서 35%로 대폭 인상했다. 그 결과 경제회복과 함께 재정건전성도 개선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상생연대는 설명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하했던 법인세율과 해외 자회사 배당소득에 대한 감면세율을 인상했다. 또 연간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대해 10년간 약 337조 원을 과세하기로 했다. 부자 증세를 통해 약 1000조 원의 재원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초 의회에서 한 국정연설에서 내 목표는 대기업과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정당한 몫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연방 적자를 3조 달러 더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억만장자들은 현재 연방정부에 내는 세율이 대다수 미국인보다 훨씬 낮은 8.2%에 그치고 있다. 이를 최소 25%로 높이고 현재 15%인 법인세 최저세율을 21%로 인상할 것이라고도 했다.

독일은 소득세 과세표준 연간소득 하한선을 20229984 유로에서 올해는 11604 유로로 상향했다. 또 상위 5% 부유층에 대해서는 상속세와 증여세, 소득세 등 전방위적으로 증세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층에 대해선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상생연대는 이처럼 미국, 영국, 독일 등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하는 국가에서는 부자 증세로 재정을 조달해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조세 부담을 경감하고 조세지출을 확대하는 등 서민 감세를 중심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집행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23년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약 87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9%를 기록했다. 당초 예산안 582000억 원(GDP 대비 2.6%)보다 약 29조 원 초과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조기 상환해 일반회계에 전입한 금액 20조 원과 지방정부에 미지급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부금 186000억 원을 제외하는 꼼수를 부린 결과다. 이를 포함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256000억원(GDP 대비 5.6%)로 급증한다. 누적 국가채무(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GDP 대비 50.4%1126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1년 동안 나랏빚이 약 60조 원 증가해 국가채무 규모가 처음으로 GDP50%를 돌파한 것이다.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정부는 부자 감세로 줄어든 세수를 중산층과 서민 복지 예산, 연구개발(R&D) 예산의 지출구조조정으로 메우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출 증가율을 작년 대비 2.8%에 묶으면서 구직급여액 2695억 원과 사회보험료 지원예산 2389억원 등을 감액했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R&D 예산도 46000억 원 줄였다.

지난해 정부의 예산불용액이 역대 최고 수준인 457000억 원이었다는 점도 재정 운용에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 상생연대는 꼼수 회계로 감춰진 금액과 건전재정을 구실로 지출하지 아니한 예산 불용을 고려하면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상생연대는 재정건전성 악화 해소를 위한 지출구조조정과 정부지출 축소(예산 불용)는 오히려 경기침체를 초래했고 그로 인해 다시 또 세수가 감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구조적 악순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생연대는 재벌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로 대표되는 정책 기조를 전환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장기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매우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 구성될 제22대 국회 또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입법권 및 예산안에 대한 권능(심의 및 확정)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가재정 권력 오남용을 견제하고 그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시민언론 민들레

빈국의 절반, 선진국과 소득 격차 커져“21세기 첫 거대한 역행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 속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북부 산악 지역에서 어린 소녀가 식수 통을 짊어진 채 걷고 있다. 마시시/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75개국의 절반 이상이 부자 나라들보다 소득 증가가 뒤처지면서, 부국과 빈국의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세계은행이 밝혔다. 세계은행은 이를 21세기 들어 처음 나타난 거대한 역사적 역행으로 규정했다.

세계은행은 15(현지시각) 세계은행 국제개발협회(IDA) 지원 대상 75개 국가의 전망과 위험, 정책을 분석한 보고서 거대한 역행을 발표하고, 가난한 나라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변화 등으로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75개국 중 39개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며, 14개국은 동아시아, 8개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이다. 남아시아에서는 인도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국제개발협회 지원 대상 국가다.

보고서는 소득 증가가 선진국보다 못해 부자 나라와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는 나라들이 눈에 띄게 느는 걸 특히 우려했다. 2020~24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선진국(1.2%)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 나라는 75개국의 53.5%40개 나라에 달했다. 선진국과 격차가 커지는 빈국의 비율은 1990~94년 전체의 75.6% 이후 꾸준히 줄어 2005~0912.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10~14년에는 전체의 29.6%, 2015~19년에는 38%를 기록했다. 2020~24년에는 1995~99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에서 선진국과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걸로 예상됐다.

75개 빈국 전체의 2020-24년 성장률도 선진국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예상돼, 소득 정체 또는 후퇴 현상이 가난한 나라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들 중 3분의 11인당 연 소득이 1315달러(184만원) 미만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차석 경제학자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사상 처음으로 격차 축소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들(가난한 나라들)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빈국의 절반, 선진국과 소득 격차 커져“21세기 첫 거대한 역행

보고서는 75개국 전체의 경제 성장률이 1990~94년 이후 가장 낮을 걸로 내다봤다. 성장률은 1990~94년 연 평균 2.3% 이후 2005~20095.6%까지 높아졌으나, 그 이후 다시 꺾여 2020~24년의 성장률은 연 평균 3.4%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75개 빈국의 극빈층은 전체 인구의 26.5%에 달했으며, 이는 75개국을 뺀 세계 평균치(인구의 3.2%)8배를 넘는 규모다. 보고서는 빈국 인구 4명 중 한명이 하루에 2.15달러(3천원) 이하의 돈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이들 75개국은 젊은층의 인구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세계 주석, 구리, 금 생산량의 20%를 생산하는 데다가 태양열 발전에 활용할 일조량도 풍부해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자금과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는 세계는 국제개발협회 지원 대상국을 외면할 여유가 없다이 나라들의 복지는 전세계의 장기적인 번영에 결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세계 경제의 발전소인 중국, 인도, 한국도 한 때는 국제개발협회 채무국이었다외부의 지원이 있으며 현재의 지원 대상국들도 같은 성과를 이룰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부자 나라들에 올해 연말까지 국제개발협회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가난한 나라들이 부채, 불평등, 기후 위기 등으로 아주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큰 지원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대통령이 주재한 추모식... 프랑스에 '유가족 시위' 없던 이유

[목수정의 바스티유 광장] 파리 테러에는 있었고, 세월호 참사에는 없었던 '정부의 추모와 책임

세월호 10주기다.

우린 여전히 회한과 원통함, 집단적 죄책감으로 이 사건을 기억한다. 세상 어디에서나 예기치 않은 대형 인명 사고는 발생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이 여전히 큰 사회적 고통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직도 왜 그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왜 그토록 많은 승객들이 빤히 만인이 보는 앞에서 죽어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기초적 해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유족들은 그 긴 세월 가족을, 자식을 잃은 피해자인 동시에 꿈적하지도 않는 정부를 향해, 법정을 향해, 진실을 추궁하는 투사로 살아와야 했다. 참사 책임을 지닌 정권이 탄핵되고 새 정권이 들어서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진실을 묻어 두고 숱한 억측과 의혹 속에 방치한 이 같은 선례는 2022년 이태원 참사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정부는 심지어 추모를 봉쇄하고, 방해하고, 유족들을 적대시했다. 언론 보도는 철저히 정부의 방침을 따라 진실을 봉인하는데 협력했으며, 유족들은 또 다시 전사가 되어 거리에 나서야만 했다.

이미 발생한 비극이 더 큰 사회적 분열과 상처로 진화되는 과정을 우린 반복해 왔다. 그렇다면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참사를 맞은 사회가 슬기롭게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2차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발생한 최대의 참사로 기록된 2015년 파리 테러의 사례를 통해 그 방법을 엿보고자 한다.

201511월 파리 테러

201511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현장 AP/연합뉴스

130명의 사망자와 413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테러 사건이 20151113일 파리에서 발생했다. IS세력임을 자처하는(그러나 모두 프랑스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자들인 이민2) 3개 그룹의 테러리스트들은 파리와 파리 외곽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 다발로 테러를 벌였다. 그 첫 번째는 파리 북부 생드니 축구경기장 부근에서 벌어진 자폭 테러이며, 두번째는 파리 시내 카페 테라스에 앉아 금요일 저녁의 여유를 누리던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총격, 그리고 9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대중 음악 공연장 바타클랑 진입 테러가 그것이다.

이날 밤 950, 무장 테러범 3인이 미국의 헤비메탈 그룹인 <이글스 오브 데드메탈>의 공연이 벌어지고 있는 바타클랑 극장에 들어가 총격을 가하며 순식간에 9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테러가 시작된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 진입했고, 첫 번째 테러범을 사살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테러범은 20명의 관객을 잡아 2층으로 올라가 인질극을 벌이며 경찰과 2시간 넘도록 대치하던 끝에 사살되었다.

당시 극장에는 1500여 명의 관객들이 있었다. 이들 중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인근 16개 병원에 신속히 실려 갔으며, 공연을 하던 가수들은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즉시 현장에 도착한 대통령

테러가 있던 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첫번째 테러 목적지였던 생드니 경기장에서 프랑스-독일 친선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테러범들은 관중들을 포함, 대통령을 노렸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들은 철통 보안 중이던 경기장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고, 그러자 그 부근에서 자살폭탄조끼를 터트려 삶을 마감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 1명도 함께 사망했다.

대통령은 경기 관람 도중, 시내 일대에 테러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듣고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와 대책회의에 참석하였으며, 회의 직후, 테러범과 경찰이 대치 중인 바타클랑 극장으로 달려간다. 도착 즉시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들의 만류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새벽 1시 반경 모든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현장을 지켰고, 그 앞에서 당시까지 확보된 사건의 전말을 직접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한다. 비록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긴 하였으나, 올랑드 대통령은 사건 발생 당일, 적극적으로 현장에 임하여,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국가 수장의 모습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날 테러의 배경에는 4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온 서방 세력(미국과 그 우방국들)과 그 사이 시리아를 장악한 급진 이슬람세력 IS 와의 갈등, 시리아 내전이 발생시킨 수십만 난민의 유입, 이로 인해 증가된 이민자들과의 갈등이 깔려 있었다. 올랑드는 테러 후 이틀째 되는 날부터 전투기를 출격시켜 IS지휘 본부와 훈련 센터 등에 폭격을 가했다. 악을 악으로 응징하는 이러한 행위는 끝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시민 다수가 원하는 방향도 아니었지만, 대통령으로선 신속한 응징이라는 버튼을 누르며, 또 다른 테러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지키겠다는 결단을 행한 셈이다.

밀물 같은 추모 행렬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앞 추모 현장 이슬람국가(IS) 테러로 89명이 숨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주변에 15일 정오께(현지시간)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꽃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금요일 밤과 토요일 새벽 사이 벌어진 참극 이후, 파리 시민들은 싸늘한 적요 속에서 아침을 맞았다. 테러범 중 2명은 아직 잡히지도 않은 상태. 정부는 바깥 출입을 삼가해줄 것을 당부하였으나, 일요일 아침부터 테러가 벌어졌던 모든 장소는 물밀듯 밀려든 추모객들로 넘쳐났다.

이 시기 프랑스인들은 헤밍웨이가 쓴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책을 다시금 베스트셀러로 만들면서, "공포에 휩싸이는 것은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것", "테러범이 우리를 위협해도, 우린 어떤 두려움도 없이 다시 카페 테라스에 앉아 축배를 들 것"이라며, 혹시라도 테러가 질식시킬지 모를 '자유''박애'의 가치를 소리 높여 외쳤다.

당시 한 방송사의 요청으로, 간밤의 참사로 핏자국이 흥건한 바타클랑 극장 앞까지 가서 현장을 취재를 해야 했던 나는, 테러가 있던 현장 주변이 수백만 인파들 속에서 자유와 연대, 사랑, 박애, 평화, 관용으로 뒤덮이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누구의 입에서도, 복수, 보복, 안보 같은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시민들은 보복심에 사로잡히는 것이 스스로를 포박할 가장 큰 위협임을 잘 알고 있었다.

사건 발생 이틀 후, 언론은 당연하게도 130명의 사망자(프랑스인 104, 19개국의 외국인 26)와 명단을 각자의 이름, 국적, 나이, 각각의 희생자들이 안고 있는 이러저러한 사연 등과 함께 일제히 발표했다. 사건 발생 초기, 그 어떤 언론도 피해자들이 받게 될 보상금이 얼마가 될지를 예측하는 기사는 싣지 않았다. 그러한 문제는 전혀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는 판단에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것처럼 보였다. 앞다투어 보상금부터 얘기하면서 마치 유족들을 보상금 때문에 움직이는 단체인양 몰아갔던 국내 언론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테러 2개월 뒤 발족된 피해 가족 협회

파리 테러 피해자 단체 'Life for Paris'의 로고 Life for Paris

20161월에는 '1113: 박애와 진실', 'Life for Paris'라는 2개의 피해자 단체가 결성되었다. 모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피해자들과 그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지원하며, 진실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113: 박애와 진실 협회'는 웹사이트를 통해 "20171월부터 협회는 법무부로부터 테러 사건에 대한 조사에서 민간 당사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라고 전하고 있다. 세월호 유족들이 그토록 요구하던 바로 그 내용을 이들은 즉각 정부로부터 당연한 권리처럼 부여받을 수 있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피해자 단체의 결성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FENVAC : 집단 사고 및 테러 피해자 전국연맹)의 협력과 지원 속에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FENVAC은 집단 사고 발생 시, 피해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협회 창설, 다양한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정보, 법적 조치, 보상 및 예방 조치에 있어 피해자와 가족에게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1994년 발족된 단체다. 피해 지원과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정부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고 지원을 주고받는다.

1980~1990년대에 발생한 재난의 희생자 가족들에 의해 1994년에 발족한 이 단체는, 대형 사고 발생시, 행정적·의학적·사법적 면에서 특별한 돌봄과 지원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을 간파한 피해자들이 모여 체계적 대응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만들었다. 1995FENVAC은 국회로 하여금 재난 피해자 단체가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제2-15조가 통과되도록 하는 제도적 성과도 이뤄냈다.

이들은 대형 사고 발생 시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닥친 재앙과 그것이 초래한 사회적 여파를 해결하는 주체로 피해 당사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믿었고, 이를 국회 표결로 관철시킨 것이다.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진실을 축소하거나 왜곡하는데 급급한 정부가, 언론을 이용해 피해자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도록 그들을 죄인 취급해 온 한국 사회에서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2004, 법무부는 FENVAC의 폭넓은 자문을 받아 집단 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방법론적 지침을 발표하면서, FENVAC은 관련 분야에서 확고한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이뤄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피해 가족들에게 협회 창설을 장려하고 지원, 자문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 80개 이상의 협회가 이 연맹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다. 201511월 테러 발생 직후, 총리는 FENVAC을 테러 피해자 보호에 관한 부처 간 협력 위원회의 멤버로 받아들이고, 테러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

테러 직후, 보건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 모든 부상자와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될 것임을 즉각 밝혔고, 테러로 인한 사망 희생자들의 자녀들에게는 국가의 보호를 받는 지위가 약속되기도 했다.

육체적인 부상을 입지 않은 경우에도, 테러 현장에서 참극을 겪은 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거나 가족을 잃어, 심리적 장애를 겪는 이들을 위한 심리 지원 센터가 파리에 마련되었고, 테러 목격 후 트라우마를 겪는 지역 주민 심리 응급실도 따로 설치되었다.

20162월에는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가 발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대통령이 바뀐 후, 신임 대통령 마크롱은 해당 부처와 지원 사무국(SGAV)을 폐지하고 법무부 산하 테러 피해자 지원 담당 부처로 규모를 축소했다.

그 밖에, 테러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는 총 8500만 유로(한화 약 1230억 원)에 달하는 보상이 이뤄졌다. 이는 테러로 인해 발생한 130명의 사망자를 비롯, 2625명에 달하는 육체적, 심리적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이 보상금은 정부 예산이 아니라, 1986년에 창설된 희생자 지원기금(FGTI)에서 지급되었는데, 이 기금은 프랑스에서 체결된 9천만 건의 재산 보험 계약(자동차, 주택 등)에 부여된 5.90유로의 분담금으로 조성된다. , 국민 모두가 언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재난의 공동 보증인이 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국회 진상조사 위원회의 결론

사건 발생 2개월 뒤인 20161, 국회에서는 진상조사 위원회가 발족되어 약 30명의 국회의원들이 6개월간 피해자, 피해자 가족, 주민, 경찰 등의 증언을 들으며, 테러 진압 과정에서 저질러진 치명적 실수나 과오가 없는지 면밀히 살피는 진상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200시간에 걸쳐 진행된 수십차례의 청문회 결과 7월에 발표된 300쪽짜리 결과 보고서는 진압 과정에서의 심각한 과오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정보기관의 활동 전반에 커다란 결함이 있음이 드러났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20167월 의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제출될 때, 조지 페넥(Georges Fenech ) 공화당 의원은 테러 당시 전문 경찰 부대(FIPN)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제로 지적했으나, 당시 진압을 지휘했던 세바스티앙 피에트라산타 경찰청장은 그들이 당시 투입한 BRI(경찰특공대)도 충분한 역량을 가진 엘리트 부대이며 FIPN의 배치로 달라지는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추모 주도한 대통령

20151127일 당시 프랑수아 올란드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테러로 사망한 130명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시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 발생 당일부터 3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고, 유럽 연합은 테러 다음날인 1116일을 애도의 날로 정하여, 모든 유럽 연합 소속 국가가 1분간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20151127일에는 대통령 올랑드가 앵발리드 호텔 안뜰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가 추모식을 주재, 근위대 오케스트라, 프랑스군 합창단 외에 유명 가수들이 초대되어 헌정 음악회가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테러가 발발한 모든 자리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 현판이 만들어졌으며, 정부는 공식 행사를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201611, 비운의 상처를 간직한 공연장 바타클랑의 문을 1년 만에 다시 열고, 무대 앞으로 관객을 모은 사람은 영국 가수 '스팅'이었다. 그는 첫 무대를 테러 희생자들에게 헌정했고, 그 자리에는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들 1500명이 초대되었다. 스팅은 이날, 프랑스어로 "오늘 밤 우리에겐 두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1년 전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 역사적인 공연장이 대표하는 음악과 삶을 기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바타클랑을 음악의 생명력으로 채우며, 슬픔을 환희로 승화시켰다.

파리 테러와 세월호 참사의 결정적 차이점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합동분향소로 향하다 종로2YMCA앞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있다. 권우성

대형 참사는 언제 어떤 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사회가 참사 피해자들과 희생자들을 체계적으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참사는 불운한 사고로 그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모든 참사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모든 사회 성원들에게 불안과 분노, 불신을 심는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파리 테러는 지울 수 없는 슬픔일지언정 회한과 분노의 기억은 아니다. 파리에서 벌어진 모든 대형 사고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은, 정부가 제 할 일을 제발 해달라고 절규하며 처절하게 거리에서 싸우는 유족들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정부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모습처럼 극단적 대비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10년 전, 우리는 간절히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었다. 여전히 우리는 그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오마이뉴스

18200위로 급락... 엉망진창 민생에 대한 경고장

[진단] 처참한 '경제성적표'에도 반성 없이 뻔뻔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22대 총선은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야권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부의 무능한 국정운영이나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아무리 높다 해도 이 정도 결과를 가져온 요인을 그 두 가지만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주권자의 흩어진 표심을 한 방향으로 결집시킨 정권심판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서 주권자가 직접 경제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함과 위기감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민생대란 사태의 주범인 정부와 이를 방치한 여당에 보내는 경고장이라고 봐야 하는 이유다.

민생심판에 담긴 의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처참한 경제성적표를 내밀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함에 대한 심판이다. 사상 유례없는 1.4% 저성장 충격 -56조 원의 세수펑크 참사 대규모 무역적자 등 추락하는 경제지표를 심판한 것이다.

둘째, 정치가 경제 위에 군림하며 기존의 경제질서를 훼손하는 이념 편향성을 심판했다고 본다. 관치에 깊게 뿌리 내린, 철 지난 시장주의 이념이 중산층과 서민경제를 선별 타격하는 정책 오류를 심판한 것이다.

셋째는 무너진 정책 신뢰에 대한 분노의 심판이다. 정부가 민생토론회 등을 이용해 구조적 위험에 졸속 대책으로 대응하는 사이, 민생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충격을 맨몸으로 견뎌내야만 했다. 물론, 정부의 폭주를 입법으로 견제하지 못한 국회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생심판은 민주당에게도 "유능한 경제정당, 대안 있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날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봐야 한다.

처참한 경제성적표에 깃든 무능을 심판한 선거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국회 도서관에 설치된 22대총선 개표상황실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지금 여러 경제지표들은 한국경제호가 암초에 부딪혀 코로나 이전의 성장 균형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첫 번째 암초는 '1.4%의 저성장 충격'에 어른거리는 장기 불황의 그림자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1%대 미만의 성장을 기록한 적은 단 다섯 차례뿐인데, 이 중 4번은 금융위기와 관련이 있다.

19802차 석유파동(-1.6%)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사태(-0.7%)가 그것이다. 2023년이 중요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경제위기가 아니고도 1%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세계 GDP 순위는 202010위에서 2023년에는 13위까지 밀렸는데, 1400원 방어선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을 고려하면 올해에는 14위인 호주에게도 꼬리를 밟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수출경제 성적표도 총체적 난국임을 보여준다. 무역수지는 2년 연속 대규모 적자(2022-472억 달러, 2023-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IMF 208개국 중 순위가 202118위에서 2023년 상반기에 200위로 급락하는 수모를 견뎌내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수출이 늘어도 수지구조가 악화되는 불황형 적자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국 수출은 202125.3%에서 202319.7%로 급락한 상태이고, 대중국 무역수지는 1992년 대중 수교 이후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아무리 불편한 지표들을 감춘다 해도 '사상 처음'이 붙은 지표들을 국민이 모를 리 없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내수경제 성적표도 처참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산층과 서민경제는 초유의 고물가·고금리 충격의 직격탄을 맞아 실질소득 기조적으로 감소하며 소비 불황을 견인하는 구조적 위험에 빠진 상태다. 가계 실질소득은 20222분기에 6.9%로 정점을 찍고 증가한 이후 20224분기 -1.1%, 20234분기 0.5% 등으로 아예 길게 드러누워 버렸다. 여기에,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부채(가계 및 자영업자대출) 증분만 10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부채발 경제위기가 목전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총선 심판엔 민생위기에 긴축으로 대응한 정부도 용서하기 어렵지만, 매년 60조 원에 달하는 펜데믹 이자폭리를 거둬들이는 금융기관에 대한 분노도 담겨있다.

이번 총선은 경제성적표로 검증된 무능을 단죄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한표 한표에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 시스템이 더 망가지면, 코로나 이전의 성장 균형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담겨있다. 한국경제호가 직면한 위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위기의 본질을 관통하는,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내놓으라는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경제정책에 깃든 '이념 편향성'을 단죄한 선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건전재정, 공공요금 민영화, 노동·연금·교육개혁 등을 강조할수록 민생경제의 형편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이는 경제정책에 스며든 친자본·친기업 편향 즉, 굴절된 시장주의 이념이 지닌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정부가 시장을 통한 체질개선을 강조하면, 왜 충격이 민생경제로 향하는지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총선은 '부자 뺀 건전재정'의 민낯을 심판한 것이나 다름없다.

건전재정의 본질은 '부자감세·서민증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법인세 부담을 덜어내는 기업에는 확장재정이겠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민생경제의 입장에서는 고강도 긴축재정에 가깝다. 수치로 살펴보면, 법인세 세수는 부자감세에 힘입어 2022104조 원에서 202380조 원으로 대폭 감소했지만, 정책 소외 영역에 존재하는 근로소득세만큼은 거의 모든 세수가 감소했음에도 57조 원에서 59조 원으로 증가했다. 사실, 작년에 -56.4조 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를 낸 주범도 건전재정에 깃든 친기업 편향이다.

더 심각한 이념 편향은 민생물가 대란의 주범인 '공공요금 시장화' 정책과 관련이 있다. 정부는 유례없는 고물가 경제하에서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화를 자처했다. 전기나 가스, 교통 요금 등 누적된 공공적자를 가격 인상을 통해 민간에 전부 다 전가하면, 일시적으로 재정 사정이 좋아지는 착시 현상에 빠지게 된다. 소비자물가가 3% 정도인데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20% 이상인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 철 지난 시장주의 이념이 작금의 민생물가 대란 사태를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다.

부가 지금처럼 보편으로 물가 충격을 가하고 선별로 취약계층만 구제하는 행태를 무한 반복하면, 공공적자를 메우는 수단으로 민생곳간이 털리는 악순환을 막을 방법이 없다. 정부는 공공발 민생물가 대란 사태를 초래한 책임에서, 국회도 정책과 제도로 정부의 폭주를 막아내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여당의 총선패배는 경제정책에 뿌리내린 친자본·친기업 편향을 버리고 기울어진 정책 운동장을 바로 세우라는 최후통첩이다.

무너진 정책 신뢰에 보내는 불신임 선거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대파 등 야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총선은 무너진 정책 신뢰에 대한 민생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코로나발 경기충격의 한복판에서 재정지원이 일거에 종료되자,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이전의 정상 상황으로 돌아갈 복원력을 잃어버렸다. 중산층과 서민경제는 고금리 충격으로 부채함정에 빠져 가계건전성이 악화되고, 고물가가 쏘아 올린 내수 불황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러한 비상경제 상황에서 정부는 모든 걸 시장에 맡기고 뒤로 빠져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을 반복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그러던 정부가 선거 때 갑자기 나타나 총선용 감세와 지출 공약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24회에 걸친 민생토론회를 통해 감세 물량공세와 지출 공약을 퍼부었지만, 그것들이 무엇이고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기억조차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 이유는 위기의 본질에서 벗어난 졸속 대책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감세 등으로 인해 작년에만 87조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상위 1%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주식양도세 폐지'를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내수 불황으로 자영업이 매출충격 위기에 직면하자 부가세 납부 유예 및 인하 등과 같은 졸속 대책을 들고나왔다. 대파, 사과 등 농축산물 물가 충격이 발현하자 이번에는 수입농산물을 늘리고 가격안정 자금을 투입해 잡겠다고 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것들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부실대책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여기에, 가상자산 납부 유예, ISA 비과세 혜택 확대, 자녀 세액공제 확대, 상속세 인하 등 말이 민생대책이지 논리도 맥락도 없이 세금을 만지작거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것들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민생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위험을 타개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우리 국민은 총선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준 셈이다. 본질에서 벗어난 감세정책, 병 주고 약 주는 지출정책 등에 집착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근본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설령 실패한다고 하여도 문제의 본질을 관통하는 근본대책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과감한 민생확대 재정을 통해 다가오는 민생대란 사태를 조기에 진화해야 할 적기라는 의미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민생위기 극복에 적극 나선다면,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진짜 건전재정'은 단순히 곳간 문을 지키는 곳간지기가 아니라 재정운영의 경기대응력을 높이는 전문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재정운영이란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긴축을 통해 경기 과열을 방지하고, 경제가 어려울 땐 과감하게 재정을 풀어 민생경제를 구제하고 경제를 살려내 다시 곳간을 채우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번 총선이 정부와 국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정부와 여·야 정당이 힘을 모아 '민생확대 재정'을 추진해 작금의 민생대란 사태를 조속히 진압하라는 것이다.

송두한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오마이뉴스

 

2024년 광역시도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공개

https://cfoi.or.kr/16512

 

이화영 법정진술 "이재명 엮으려 사실상 세미나 했다, 연어에 술도 먹으며"

[공판 현장] 검찰 '허위 진술' 과정 상세히 밝혀...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바로 앞 '창고' 지목

4일 법정 증인석에 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굉장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면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그는 지난해 6월경 검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진술을 하기 전에 수원지검 검사실 바로 앞 방에서 같이 기소된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과 함께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 자리에는 쌍방울 직원들이 가져온 연어와 회덮밥과 함께 술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세 사람은 모두 구속 상태였기 때문에, 이 전 부지사의 법정진술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재 이 전 부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두사람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황이다.

소위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물론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해오던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입장을 바꿔 검찰에서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했지만, 7월에 공개적으로 다시 진술을 번복한 상황이다.

지난해 수원지검 1313호 앞 '창고'에서 있었던 일

4일 수원지법 형사11(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앞선 공판에서 진행된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서 이어지는 변호인 신문 자리였다.

이 전 부지사는 "내 진술이 결정적 고리가 돼 이재명 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면서 "이건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진술을 번복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지사를 엮기 위해 이 지사와 통화 한번 하지 않은 김성태가 이재명을 잘 아는 것처럼 했고, 얼굴 한 번 안봤는데 방북 비용 500만 불을 대신 냈고, 이를 보고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면서 "이를 위해 (검찰에서)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이 '세미나를 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콕 집어 묻자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바로 앞에 방에 '창고'라고 붙은 세미나실이 있다"면서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상세히 설명했다.

"회의용 테이블이 있다. 그곳에서 나, 김성태, 방용철(쌍방울그룹 전 부회장) 등을 다 모아놓는다. 외부에서 두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쌍방울 직원들도 와서 음식도 갖다주고 심지어 술도 먹은 기억이 있다. 계속 토론도 하고 설득도 당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다. 김성태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말했다. '이재명이 제3자 뇌물로 기소되지 않으면 형님이 큰일 난다. 이재명이 죽어야 한다. 이 수사의 목적은 형님이나 내가 아니다. 이재명을 위한 수사다. 이재명은 끝났다. 이재명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증언의 취지는 이런 과정을 통해 검찰에서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허위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20229월 구속 이후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해오던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입장을 바꿔 검찰에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 구체적으로 부지사 시절인 20197월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김성태 회장에게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이 지사에게 보고하면서 '돈이 좀 들어간답니다'라고 말했더니 이 지사가 '알아서 하세요'라고 답했고 그해 12월 부지사에서 퇴임하면서 이 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주었다는 보고를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7월 말 이 전 부지사는 옥중서신을 통해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사실과 다른 자백을 했다고 밝혔고, 현재까지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을 기초로 수원지검은 지난해 99일과 12일 두 차례 제3자뇌물 혐의로 이 대표를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검찰 "정말로 술 마셨냐, 교도관이 몰랐냐?"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 신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30분경까지 이어졌다. 이후 다시 재신문에 나선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향해 "피고인이 (수원지검) 1313호 맞은편 사무실에서 술을 마신적 있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마셨냐"고 반복적으로 물었다.

- "술을 정말로 마셨냐?"

"마셨다. 하얀 종이컵에 따라줘서 마셨다."

- "술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냐?"

"입에 대니 소주라는 걸 알았다."

- "술을 마셨으면 냄새가 났을 텐데. 교도관이 몰랐나?"

"한참 있다가 진정되고 나서 돌아갔다."

- "술은 누가 갖고 왔나?"

"쌍방울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 성찬이었다. 구치소 내에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회덮밥도 있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이 전 부지사와 배우자가 2023720일 구치소 접견 과정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녹취서에서 이 전 부지사 배우자는 "입장 확실히 하라. 버티려면 제대로 버텨. 저쪽에서 도와준다고 하니까 같이 저항하자"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배우자가 말한 저쪽이 더불어민주당 맞냐"고 추궁했고, 이 전 부지사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또 검찰은 배우자와 이 전 부지사 지인이 옥중서신을 써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바꾸는 옥중서신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은 배우자 등 외부 세력의 요구로 이뤄졌다는 취지다.

이날 공판은 오후 6시경 끝났다. 재판부는 오는 8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결심공판을 예고했다.

24.04.04 김종훈(moviekjh) 오마이뉴스

 

이화영 술파티 회유' 논란 확산에 "법적조치" 거론한 수원지검

수원지검, 기자들에 입장문 보내... "옥중노트에도 음주 기록 없어, 명백한 허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4일 법정에서 진술한 '술판 발언'이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자 17일 검찰은 출입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근거없는 일방적인 허위주장"이라며 "이와 같은 일이 계속될 경우 법적 대응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관련기사: 이화영 법정진술 "이재명 엮으려 사실상 세미나 했다, 연어에 술도 먹으며" https://omn.kr/285g4).

검찰은 "이화영 피고인의 근거 없는 일방적인 허위주장을 마치 진실인 양 계속하여 주장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부당한 외압을 넘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므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면서 "실제 이화영 피고인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는데, 그와 같은 상황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도 없는 조서 작성을 위해 이화영 피고인을 회유할 이유도, 실익도 전혀 없으므로, 조작 및 회유 주장은 근거 없는 허위"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이화영 전 부지사는 수원지법에서 "굉장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면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밝혔다.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경 수원지검 검사실 바로 앞 방에서 같이 기소된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과 함께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면서 "그 자리에는 쌍방울 직원들이 가져온 연어와 회덮밥과 함께 술도 있었다"라고 말해 큰 파문이 일었다.

44, 15, 16... 이재명, 검찰 날 서게 비판

이같은 이 전 부지사의 발언을 주목해 다룬 <오마이뉴스> 기사가 공개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날 밤 1027분께 자신의 SNS"윤석열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 사건 조작"이라면서 "구속자들이 검사실 앞 밀실에 모여 연어회에 술까지 마시며 조작질하는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과 함께 기사를 공유했다.

총선 후에도 이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주 심각한 일이다. 국기문란 사건"이라면서 "구속 수감자들이 검찰청에 불려가서 다 한방에 모여서 술파티를 하고 연어파티를 하고 모여서 작전 회의를 했다는 게 이게 검사 승인이 없이 가능하냐"면서 다시 한번 검찰을 겨냥했다.

16일 이 대표는 대장동 재판 법원 출석 때도 다시 한번 "검찰청에서 공범들은 접촉 금지인데, 검찰청에서 공범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진술 모의하고 술판을 벌이고 했다는 것은 검사의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면서 "3명의 피의자 수감자를 어느 검사실에서 소환했는지 (밝히고), 또 그날 연어회에 회덮밥에 술까지 반입한 쌍방울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니까 출입자기록을 확인하면 나올 것"이라며 검찰을 강하게 압박했다.

민주당도 움직였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오는 18일 오전 수원지검과 수원구치소를 잇따라 항의 방문한다고 예고했다. 같은 날 대검찰청도 방문해 수원지검 감찰을 촉구할 예정이다.

수원지검 "이화영 주장, 명백한 허위... 음주 애초에 불가능"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수원지검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수원지검은 "이화영의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 대질조사를 받은 김성태·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주문 및 출정기록 등에 대한 확인 결과 이화영의 주장은 허위임이 분명하고 회유나 진술 조작이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원지검은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가 없어 음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조차도 반입한 사실이 일체 없으며, 음주 장소로 언급된 사무실은 식사 장소로 사용된 사실 자체가 없고, 음주일시로 새롭게 주장된 지난해 630일에는 검사실이 아닌 별도 건물인 구치감에서 식사를 하였음이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수원지검은 "앞서 지난해 7월과 12, 이 전 부지사가 공개한 '옥중서신''옥중노트'에는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없었다"면서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내용이 누락될 리 없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도 급조된 허위 주장임이 명확히 드러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는 국회의원, 부지사, 킨텍스 대표 등 36년간 정치활동을 한 사람으로 김성태 전 회장 등이 회유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이 전 부지사는 구속 이후 구치소에서 11회 이상 접견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환 조사 시에도 대부분 변호인 참여 하에 변호인 조력을 받았는데 그와 같은 상황에서 술을 마시며 회유한다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24.04.17 김종훈(moviekjh)

조국혁신당의 앞날은

초조함과 긴장감이 맴돌았다. 410일 투표 종료를 앞둔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조국혁신당 개표상황실이다. 맞은편 좌측엔 개혁신당이, 우측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개표상황실이 마련돼 있었다.

초조긴장개표 당일 상황실 풍경

서왕진 정책위 의장이 들어왔다. 비례 12번이다. “당선안정권 아니냐는 덕담을 건네니 그는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웃으면서 나가게 될지 울면서 나가게 될지 잘 모르겠다.” 출구조사 조국혁신당 예상 의석수는 12~14. 그러나 개표가 시작되고 다음날 새벽이 돼도 조국혁신당 의석수는 10석에서 11석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12석을 넘긴 것은 411일 오전 730분 즈음이었다.

선거일 이틀 전인 지난 4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정문 앞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거리유세를 취재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었다. 조국혁신당은 지역구 출마자가 없어 마이크를 사용해 대중 연설을 할 수 없다. 허락된 것은 기자회견 형식의 유세다.

조국 대표에게 한동훈 특검법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한다는 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것이다. 사실 법안 내용은 이미 다 만들어져 있다. 개원하면 제일 먼저 발의해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 발의 의원정족수(10)는 조국혁신당만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임위와 본회의 통과과정에서는 다른 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 민주당도 당연히 협조할 것으로 본다.”

다시 지난 410일 국회. 비례 1번 박은정 후보에게 물었다.

-조국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 법안은 이미 만들었다고 하는데 누가 만들었나.

법률팀이 있다. 저도 힘을 보태고 있다. 당에 검찰독재정권특별위원회가 만들어져 있다. 특위를 통해 법이 마련돼 있다.”

-법 발의는 박은정 의원 명의로 하게 되는 건가.

당에서 결정하면 당연히 그건 제가 해야 할 일이다.”

-이전 유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그만두겠다고 말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오면 저도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정치검사들이 정치를 실종시키고 있으니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제가 싸우기 위해서 나왔다. 검찰 정권이 물러난다면 계속 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

오후 6시가 다가오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출구조사 결과가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나왔다. ‘환호성은 자제해 달라는 사전공지가 있었지만, 출구조사 당선 예상을 보고 탄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격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가 이기는 것으로 나올 때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70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하는데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 국민의힘에 기대하는 사람은 없어요.” 지난 48일 숭실대 정문 앞에서 만난 조성래씨(72·서울 동작구 거주)의 말이다. 유세단이 도착하기 전 모인 시민들 앞에 나와 그는 “3년은 너무 길다”, “우리가 조국이다등의 구호를 선창하고 있었다. 왕년의 운동권 출신일까? 그는 손사래를 치며 그냥 평범한 시민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민초다. 돈은 없으니까 지원은 못 하고 마음으로라도, 목소리라도 기여하고 싶어 나온 것이다. 와서 보니 다들 막 분에 차 있는데 누가 앞에 나와 말도 꺼내지도 않고 앉아 있으니 나라도 앞에 나와 분위기 띄우려고 구호를 외친 것이다.” 이날 유세장에서는 중장년층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젊은 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지난 4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장엔 인근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는데 대부분 40·50대로 보였다. 지난 3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도층·2030세대 일부가 조국혁신당에 투표한 이유

“X세대 자민련이라고 보면 된다.” 공희준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정당은 지역에 기반한 정당이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호남에서 몰표가 나오면 경상도에서는 표가 안 나왔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그 반대였다. 이전 ‘TK 자민련도 사실상 충청도와 대구연합이었다. 새로운 지지기반을 가진 정당인 것은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30세대를 묶어 지지기반으로 삼으려 했는데 성()으로 나뉘면서 실패했다. 조국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성공하지 못한 세대 기반 정당으로 성공한 셈이다.” 그는 조국혁신당, 더 나아가 조국 대표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일찌감치 그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이기면 ·명 대전이 벌어지고 여당이 이기면 ·한 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총선 후 상황은 대선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나는 처음부터 사법리스크(유죄 판결을 받을 위험)는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윤석열·한동훈은 사법리스크를 너무 믿었다. 투표장에서 상대를 이겨야지 법정에서 이기려고 한 것이다. 지금의 사법부는 대통령보다 언론을 더 무서워한다. 지금은 여론독재 시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보수 쪽에서는 결국 이재명·조국은 아웃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지난 대선에서 1600만 표를 받은 사람을 어떻게 아웃시키나. 결국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성공한 이유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여당 실패가 문제였다. 윤석열의 오만, 한동훈의 오판이 결정적이었다. 상대방의 정치적 지지기반이 아니라 공소장만 본 것이다. 비유하자면 갤럽이나 리얼미터가 아니라 검찰 공소장을 보고 야당을 얕잡아본 것이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민심을 봐야 할 때 법전을 봤다.”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조국혁신당의 성공을 바라보는 2030세대의 관점이다. 이준석 지지 이대남지지자들이 준거점으로 삼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와 같은 곳에서 과거 조국 대표는 조로남불’(내로남불의 를 조국 대표의 성씨인 로 바꾼 인터넷 밈), ‘조만대장경’(조국 대표가 보수정권 시절 활발히 했던 트위터 비판 글 내용이 조 대표 본인의 행적에 모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의 인터넷 밈)으로 불리며 조롱당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는 그런 조롱이나 혐오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조 대표의 발언을 보도한 뉴스나 동영상이 인기글로 올라가기도 했다.

확실히 4050세대 중심의 커뮤니티에 나타나는 조국 팬덤과 2030세대 커뮤니티가 보여주는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에 대한 언급은 차이가 있다. “2030세대의 비토 정서는 여전히 심하다고 본다. 조국혁신당 돌풍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조국이 저렇게 뜨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인데 사실 이들은 조국은 선거에서 이겨도 미래가 없다고 본다는 점에서 한동훈·이재명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하헌기 새로운소통 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대법원에서 곧 유죄를 받아 정치에서 퇴출당할 사람인데 창당이 말이 되냐고 하겠지만, 대법원에서 정리되기 때문에 지지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윤석열을 심판하고 싶은데 민주당이 200석 하면 자기들이 잘해서 그런 것이라고 할 테니 찍기 싫고, 반대쪽으로는 이재명 당대표가 공천을 엉망으로 하면서 사당화하는 것에 대한 경고 신호를 주고 싶은데 국민의힘에 표를 주면 이번엔 한동훈이 자기가 잘해서라고 자화자찬할 게 싫은 것이다. 물론 조국에게 표를 주면 자기가 용서를 받았다고 착각하겠지만, 오히려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는 1회용 회초리로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국혁신당 성적표 호남·세종시 1위 비례정당

조국혁신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총 6874278, 24.25%의 지지를 받았다. 17개 광역자치도 대부분에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국민의힘에 이어 세 번째 지지를 받은 비례정당이었는데, 광주와 전·남북 그리고 세종시에서는 민주당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부산에서 민주당(20.84%)을 제치고 2(22.47%)를 차지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표 참조).

조국혁신당의 앞날은

“‘엑스트림세대라는 이름으로 흔히 말하는 X세대와 M세대의 결합이 정치영역에서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리라고 봤다. 태어난 연도로 따지면 1968년생에서부터 1987년생까지로 현재 37세에서 56세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중추 세대다. 이 사람들이 양당, 즉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리더십에 실망해 다른 흐름을 만들어낼 것으로 봤고, 그 중심인물이 X세대인 1973년생 한동훈과 M세대인 1986년생 이준석이며 민주당은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만들어내지 못해 이번 총선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책을 쓸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조국혁신당이 등장하면서 이 세대를 그대로 가져가버린 것이다.” 올해 1월 출간된 <엑스트림세대>의 저자 정국진씨의 말이다. 그는 현재 개혁신당 당대표 정무특보를 맡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 세대를 기반으로 지지자를 불리기 시작해서 이 세대의 힘으로 뭔가를 일궈낼 정당이 조국혁신당이 돼버린 아이러니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의당이 그럴 가능성을 가진 정당으로 봤다. 86세대 이하를 가져올 당적인 정체성이 있었는데 Z세대 여성을 중시하는 전략을 쓰면서 몰락했고, 이준석도 Z세대 표를 가져오기 위해 Z세대 남성을 주목하면서 일정한 성과를 얻은 것이 2021년의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였고 2022년 대선이었다. 정의당이나 이준석 모두 틀린 것이 Z 쪽만 본 것이었다.” 기존 정치권에서 이 ‘X+M’세대의 니즈를 파악해 그들의 지지를 가져오려는 세력은 없다시피 했고, 창당 1개월 만에 조국혁신당이 다 가져가버렸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조국이라는 대권급 주자의 존재,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라는 구호로 비명 등 저관여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가 윤석열 정권 심판투표장에 나오도록 했다고 평가받는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연구위원은 전국 시도당과 같은 기반 조직과 방향성이 선명하다는 점에다 조국 대표를 비롯해 주요 참여자가 집권 경험도 있다는 점에서 (21대 총선의) 열린민주당과는 차원이 달랐다라며 “12명의 당선인 모두 각자 전문성이 있어서 비록 비교섭단체지만 각 상임위원회에 한두 명씩 들어가면서 톡톡히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왕진 당선인은 조국혁신당의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검찰 문제에 대응하는 축과 사회권 선진국이라는 이름으로 큰 방향을 제안하는 두 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당장 시급한 것은 기후 문제나 저출생에 대한 대응이고, 의료 영역도 민감해서 많이 거론하지 못했지만 (의사인) 김선민 당선인이 나름의 구상을 하고 있고, 외교안보 분야는 교수 시절부터 전문성을 쌓아온 김준형 당선인이 주도해 정책을 내오는 식이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48일 경기 군포 산본로데오거리에서 검찰독재 조기종식, 군포시민과 함께행사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열린민주당 시즌 2가 아닌 이유

개원 전 다른 당과 연합해 공동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것도 21대 때 당선인 3명을 낸 열린민주당과 다른 조건이다.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 14명 중 민주당 소속이 아닌 사람은 6명이다. 시민사회 2(1번 서미화·12번 김윤), 그리고 원래 소속정당으로 돌아갈 당선인은 진보당 2(5번 정혜경·11번 전종덕), 새진보 2(6번 용혜인 기본소득당·10번 한창민 사회민주당)이다. 14석 중 6석을 빼면 8석이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당선인 12석이 손을 잡으면 20석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21대 당시 시민사회 측 당선인들은 당에서 나가지 않고 민주당에 잔류한 전례가 있으므로 연합정치에 참여한 소수정당 당선인 4명이 떠난 뒤 당 해산만 늦춰 10석의 의원을 보유한 더불어민주연합이 조국혁신당과 공동교섭단체를 만드는 정치실험을 할 수도 있다.

조국혁신당으로서는 다른 선택지도 가능하다. 조국혁신당 12석에 진보당(3)+기본소득당(1)+사회민주당(1)+새로운미래(1)+개혁신당(3)을 더하면 21석으로 역시 공동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캐스팅보트는 진보당 또는 개혁신당이 갖게 된다. 당 정책위의장을 맡은 서왕진 당선인은 내부적으로 따로 논의한 적은 없지만, 민주당도 원내교섭단체 기준을 종전 20석보다 낮추는 정치개혁 방안을 지난 총선 과정에서 언급한 적 있다라며 “(원내 소수정당과 연합해 공동교섭단체를 만들어보는 것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조국혁신당이 조국 대표와 개인적 인연을 가진 사람들 위주로 구성된 사실상 사당(私黨)’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배수진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후보 중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실 근무와 같은 인연이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것도 국회에 근무할 때부터의 인연이 아닌 청와대에 가서야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시험 2기 출신인 배 대변인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는 민정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조국이 없는 조국혁신당’, 즉 조 대표가 국회의원 임기 중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이 박탈될 경우 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물었다. 배 대변인은 조 대표도 여러 번 언급했듯, 그런 상황이 되면 다른 의원들과 당직자, 당원·지지자 국민이 똘똘 뭉쳐 검찰독재 조기종식을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2024 위기의 한반도’ 2<김정은의 전쟁할 결심?>

‘2024 위기의 한반도’ 2부작 중 1<김정은의 헤어질 결심?>에서 뉴스타파는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두 개의 적대적 국가론으로 상징되는 최근 북한의 변화에 대해 평가를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북한의 변화가 협상력 강화를 위한 말폭탄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변화라고 답했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지난 30여 년간 미국을 바라보며 추진했던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러시아 등 북방세력과의 관계를 통한 발전 노선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한과의 관계 역시 통일을 지향하는 과도기적 특수관계라는 기존 정책을 폐기하고,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했다. ‘손절 선언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헤어질 결심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헤어질 결심전쟁할 결심으로 이어지는가? ‘2024 위기의 한반도 2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연평도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서해 연평도

뉴스타파 제작진은 최근 연평도를 찾았다. 1999, 2002, 2010, 그리고 2024년 초에도 연평도 부근에서 남북 사이의 포격전이 벌어졌다.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전으로 인한 충격을 또렷이 기억했고,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었다.

(북한) 사람들이 언제 행동할지 모르니까 (북한) 사람들은 예고 없이 하는 거니까, 뭐 하면 당하는 거지 뭐.-연평도 주민

그전에는 (남북 간) 사이가 좋아서 (북한에서) 극하게 안 나왔으니까, 심적으로도 불안한 건 좀 낮았죠. (중략) 그런데 지금은 NLL 일방적으로 한 거라고 무시한다고 하잖아 저들이 (북한이)-연평도 주민

올해 초 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 행사 영역, 국경선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법률적 대책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남북 간 대치와 충돌의 현장인 NLL, 즉 북방한계선을 언급하며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전쟁 도발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NLL이 있는 서해 5도 지역이 “(국가 대 국가의 관계에서 국경선의 개념이 아닌) 잠정적인 성격이 있고 우발적인 충돌이 여러 차례 벌어졌던 지역에서, 주권 대 주권이 충돌할 수 있는 지역으로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파기된 9.19군사합의, ‘안전판이 사라진 한반도

김정은 총비서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할 생각 또한 없다며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간 남과 북의 군사적 충돌의 안전판으로 작동했던 모든 합의와 기능마저 무력화됐다. 파기된 안전판중에는 2018년 남북이 맺은 9·19 군사합의도 포함돼 있다.

9·19 군사합의 이후, 남과 북은 서해 해상과 비무장지대에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비무장지대 최전망경계초소(GP)를 없애는 등 9·19 군사합의는 접경 지역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기제로 작동됐다. 그러나 지난해 11,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를 빌미로 합의의 효력 정지를 발표했고, 이에 맞서 북한은 아예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신원식 장관이 북한으로 하여금 9·19 군사 분야 합의서를 파기하도록 밑자리를 깔아놓은 거라고 말했다.

엄청난 규모의 군사적 대치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북한이었지만, 그동안은 격렬한 갈등 국면에서도 분단과 통일이라는 특수성, 남북한의 전략적 정책 목표 속에서 일정한 교류와 소통, 관리를 통한 관계 개선이 모색됐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하고, 9·19 군사합의 등 거의 모든 안전판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는 특수성에 기댄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화보다는 힘에 의한 평화에 집중하며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즉시 강력히 끝까지 대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즉강끝)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화와 외교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져 가는 데돌파구는?

남북 모두 강경 일변도로 나가며, 대화와 외교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관계는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모든 대화 채널이 중단된 적은 없다고 했고,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공식 라인이 없으면, 막후 교섭을 통해 백 채널 외교라도 가동시켜야 하는데 (현재) 그것도 없다고 말했다.

대화 없이 오직 힘만으로 평화를 지속시킬 수 없다.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 즉, 튼튼한 국방을 하고 나서 어떤 방식으로 평화를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한 국가 전략이 완전히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제작한 ‘2024 위기의 한반도’ 2부작의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 평화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북한 김정은의 근본적 노선 변화가 한반도 평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에 따른 한국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국내외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상대를 악마화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제기한 미국의 헤커 박사는 모든 대화 채널을 걸어 잠근 채 두 개의 적대적 국가론을 선언한 북한 김정은의 정책 변화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남북간) 충돌이 얼마나 클 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위험한 시기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전쟁은 시작되면, 중단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충돌 전에 갈등을 관리하고, 주변 국가를 설득해 전쟁 위험을 줄여나가는 이른바 예방 외교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상대가 아무리 적대적인 악마라 해도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존재로 바꿔내는 것. , 상대를 악마화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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