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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5.20~

by 이성근 2024. 5. 20.

김건희 여사 수사하니 검찰 수뇌부 전면 교체

법무부가 검사장급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검찰 고위직 39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옮겼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이창수 지검장은 친윤으로 꼽히는 인사다.

검찰 고위직 간부가 잇따라 줄사표를 냈다. 513일 오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검찰 고위직은 서울·대구·부산고검장 등 총 7명이다. 기수 중심 수직적 문화가 뿌리 깊은 검찰에서는 더 이상 승진하지 못하는 선배 검사가 후배를 위해 사직서를 내고 용퇴하는 관행이 있다. 이번 고위직 간부의 릴레이 사직은 바꿔 말하면 물갈이 수준의 대규모 검찰 인사가 임박했다는 뜻이 된다.

같은 날 오후, 법무부가 검사장급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인사 소식과 내용은 곧바로 검찰 안팎과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뒤흔들었다. 검찰 수뇌부 전면 교체가 이뤄져서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직 39명이 승진·전보로 한꺼번에 자리를 옮겼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상당 기간 공석으로 있던 고검장·검사장 자리를 채워 법무·검찰의 안정적 운영을 꾀했다. 업무 능력, 전문성을 고려해 인사가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설명에 대한 검찰 안팎의 표면적인 해석은 이렇다. 지난 2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원석 검찰총장 임기는 9월까지라 차기 총장 인사를 마친 뒤 고위급 간부 인사를 실시하면 너무 늦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인사 단행 시점과 내용 모두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 배경의 맥락을 파악하려면 시간을 올해 초로 되돌려야 한다. 당시부터 최근까지 불쑥 고개를 든 여러 변수와 상황, 그 속에 담긴 주변 역학관계 등을 모두 종합해야 한다.

지난해 1228일 국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하 특검법)이 통과됐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방침을 명확히 했고, 2년 넘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처분을 미루던 검찰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검찰 사이 물밑 분위기는 긴박했다.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무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사이 갈등설이 외부로 흘러나왔다. 당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실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 김건희 여사 소환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수사팀 의견(김 여사 소환조사)에 힘을 실어줬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 숙청이 계획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더욱 긴박해졌으며, 대통령실과 검찰을 중재하려던 이노공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직을 옮기면서 대행 업무 수행)수습 불가로 판단하고 사퇴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검찰 갈등설은 지난 2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진화됐다. 총선 전 장관은 검찰 인사를 하지 않고, 검찰도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교통정리가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법무부도, 검찰도 우선 선거를 의식해 대통령실 의중에 보폭을 맞췄다는 뜻이다.

대통령실-검찰 갈등설의 연장선

문제는 총선 결과였다. 야당 압승으로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제22대 국회에서 특검법 재추진은 기정사실이 됐다. 대통령실은 총선 전보다 거센 야권 중심의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됐고, 검찰도 김건희 여사의 조사를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어졌다. 이 시점에 검찰 내부에서 돌발 변수가 고개를 들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 지시.

이원석 검찰총장은 52, 송경호 중앙지검장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전담팀을 꾸려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기존 수사팀인 형사1부에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했다. 특별수사를 주로 담당하는 중앙지검 4차장 산하의 반부패수사3부 검사 한 명, 공정거래조사부 검사 한 명, 범죄수익환수부 검사 한 명이다. 사실상 특수부에 준하는 수사팀이 구성되었다.

야당은 검찰이 대통령실과 협의해 사건을 서둘러 종결한 뒤 특검법 추진을 막으려 한다고 의심했다. 검찰 안팎 해석은 달랐다. 이원석 총장의 지시가 총선이 끝나고 3주 뒤에서야 나온 것이나, 수사 지휘 내용을 굳이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한 일은 대통령실-검찰 갈등설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거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수사팀 의견에 여전히 힘을 싣고 있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주변에 알려왔다.

구체적인 수사 타임라인도 나왔다.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는 5월 내에 마무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위한 김건희 여사의 소환조사는 공범들의 항소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7~8월께로 전망됐다. 이를 종합해 조직을 우선하는 검찰이, 김건희 여사 수사 필요성에 대한 여론과 형평성 논란 등을 앞세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리고 57,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년 만에 민정수석실 복원을 공식화했다. 과거 사정기관의 사정기관으로 검찰 인사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던 민정수석실의 갑작스러운 부활은 검찰이 반기를 들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해석에 오히려 힘을 더 실었다. 대통령실은 그럴 일 없다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지만, 검찰 안팎에선 새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검심(檢心) 청취를 넘어서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인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 보호, 검찰 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513일 검찰 고위직 인사는 시점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검찰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사는 이원석 총장의 수사 지시 후 11(52), 민정수석실 복원(57) 6일 만에 단행됐다. 실제 대통령실과 검찰 안팎에서는 김주현 민정수석 임명 직후 검찰 수뇌부 인사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는 전언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아직 조직개편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인데, 검찰 인사부터 챙겼다는 것은 윤 대통령이 검찰에 확실한 메시지를 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검찰 고위직 인사의 핵심은 특수 수사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중앙지검장에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임명한 것이다. 전주지검장에서 중앙지검장으로 직행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지검장은 친윤인사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낼 때 총장의 입으로 불리는 대검찰청 대변인(20208)으로 일했다.

이창수 지검장은 과거 대검 대변인으로 임명될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 휘하에서 형사2부장을 맡아왔던 만큼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202011월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하자 대검 중간 간부들의 입장이라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추 전 장관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윤석열 당시 총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이 좌천될 당시, 그 명단에 이 지검장도 포함됐다.

이창수 지검장이 수도권으로 돌아온 건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 뒤인 20227월이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으로 부임했고, 이 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해 이 대표를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9월엔 전주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전주지검은 서울 중앙지검(특수 수사), 서울 남부지검(금융·재계 수사), 수원지검(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지검장 인사를 각별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네 곳 중 한 곳이다. 전주지검은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가 연루된 타이이스타젯 채용 비리 의혹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송 지검장 승진 앞에는 검찰 안팎에서만 통용되는 좌천성이라는 모순적 단어가 붙는다. 부산고검장은 비수사 보직이라, 수사 지휘 업무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송 지검장 휘하에서 중앙지검 수사 실무를 관장해온 1~4차장검사 전원도 좌천성 승진형식으로 교체됐다. 김창진 1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박현철 2차장은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이동했다. 김태은 3차장과 고형곤 4차장은 각각 대검 공공수사부장, 수원고검 차장검사에 임명됐다. 모두 검사장급으로 승진하며 교체된 것이지만, 김태은 3차장을 제외하고 전원이 비수사보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은 김창진 1차장 산하인 형사1부가 담당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고형곤 4차장 산하 반부패수사2부가 수사 중이다. 두 사건 수사 책임자가 모두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됐다. 법무부는 513일 인사에서 기존 중앙지검 1~4차장을 대신할 후임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후임자 선정이 이뤄지는 동안 이들 자리는 공석이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검찰이 김 여사 연루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동을 걸기 위해 중앙지검 수장과 실무진을 서둘러 전부 교체하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원석 총장의 손과 발인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거 교체됐다. 대검 부장 총 8명 가운데 반부패부장·감찰부장을 제외한 6명이 새로 보임됐다. 감찰부장의 경우 외부 인사 중 공모하는 개방직이다. 결국 양석조 반부패부장을 빼고 전원이 교체된 셈이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참모진 물갈이는 이례적이다. 이원석 총장 입지가 매우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이 총장에 대한 견제와 함께 차기 검찰총장 인사까지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권력과의 충돌로 급격히 힘이 빠진 검찰총장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총장 시절 직접 보여준 바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검찰 고위직 인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른바 검찰 내 윤석열 라인의 분화다. 검찰 안팎에선 그동안 내부에서 거론되던 이른바 윤가근한가원(尹可近韓可遠,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거리가 먼)’을 기준으로 인사가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최소 두 차례 갈등을 빚었다. 이른바 윤-한 갈등이다.

검찰총장은 인사 늦춰달라요청했지만

갈등 원인의 한 축이 올해 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 차이였다. 이 시점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김 여사 소환조사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검찰 수뇌부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대통령실에 반기를 들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때 거론된 검찰 수뇌부가 이원석 검찰총장, 송경호 중앙지검장, 김창진 중앙지검 1차장, 고형곤 중앙지검 4차장 등이었다.

공교롭게도 이원석 총장을 제외한 3명이 모두 좌천성 승진 인사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김창진 1차장이 이동하는 법무연수원은 과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문재인 정부 시절 좌천당해 발령됐다라고 스스로 언급했던 곳으로, 검찰 내에선 유배지로 통한다. 그 밖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중용한 서울남부지검장, 수원지검장 등도 모두 교체됐다. 그 자리는 한 전 장관과 특별한 인연이 없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는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검사들이 대신하게 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고위직 인사를 이틀 앞둔 511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인사 관련 협의를 했다. 이원석 총장은 이 자리에서 인사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하고, 김건희 여사 수사 지휘 라인인 대검 형사부장과 반부패부장은 교체하지 말아달라고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반부패부장만 유임되고 나머지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또 512일 밤 일선 검사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고생했다는 취지로 인사말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고위직 간부들이 줄사표를 던진 배경이다.

이원석 총장은 513일 예정되었던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원주지청 등 지방 일정에 나섰다. 총장이 인사 당일 대검 청사를 비운 것을 두고 항의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이 총장도 인사 시기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게 검찰 내 중론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이 이 총장을 사실상 패싱하면서 불신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장은 514일 출근길에서는 인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답변 대신 7초간 침묵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인사라는, 불편한 심정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성재 장관은 검찰 고위직 인사 직후 법무부 참모들과 만나 검찰총장과 협의하에 내가 주도해서 인사를 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선 박 장관의 설명은 검찰총장과 협의가 아니라 민정수석실 등 용산 대통령실의 개입설 차단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해석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516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총장과 인사 협의가 제대로 안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기를 늦춰달라고 하면 그 내용대로 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인사를 대통령실이 주도했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장관을 너무 무시하는 말씀이다라고 답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 첫 출근한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인사와 관계없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권에서 나오는 친윤 비판에 관해선 정치권 용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시사인 문상현 기자

 

자산 불평등 커지는 독일, 부유세 도입할까?

독일은 상속이나 증여에 부가되는 세율이 3%밖에 되지 않는다. 노동소득에는 그보다 10배나 많은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과세가 자산 불평등을 키운다.

독일에서는 상위 5%가 소유한 자산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건설 중인 신축 주택.AP Photo

올해 1월 유럽중앙은행(ECB)2023년 말까지 통계를 바탕으로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자산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 내 전체 사유재산의 43%를 상위 5% 가계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가 가진 자산이 56%를 넘었다. 반면 하위 50%가 소유한 자산은 5%밖에 되지 않았다. 독일은 더욱 심각해서 상위 5%가 전체 자산의 48.4%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반면 독일의 하위 50% 가계가 가진 자산은 3%밖에 되지 않았다.

유로존에서 상위 5%가 가진 자산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라트비아로 약 54.1%를 가지고 있었고, 오스트리아(53.1%), 리투아니아(51.5%)가 그 뒤를 이었다. 인구수 4000만명이 넘는 국가 중에는 독일 다음으로 이탈리아(46.6%)·스페인(41.2%)·프랑스(40.6%)의 상위 5% 계층에 자산이 많이 몰려 있었다. 상위 5%가 가진 자산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사이프러스(29%)였다. 몰타(31.1%)와 네덜란드(32.7%)도 낮은 축에 속했다.

유로존 전체로 본다면 지난 5년간 자산 불평등 수준은 미세하게 줄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상위 5%가 소유한 자산의 비율이 2017년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ECB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에 붐이 일었다. 주택을 소유한 가계의 자산 증가가 약 27%에 달했다. 반면 자가주택이 없는 가계의 자산 증가율은 17%였다. ECB 분석에 따르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같은 나라의 주택 보유 비율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보다 높다. 이 때문에 같은 기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더 많은 가계가 자산 증가를 경험했다.

독일의 세금 시스템은 자산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뒤스부르크-에센 대학 사회경제학 교수인 미리암 렘은 도이칠란트풍크인터뷰에서 독일의 경우 상속이나 증여에 실제로 부가되는 세율이 3%밖에 되지 않지만, 노동소득에는 30%나 과세한다라며 부자들에게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독일에선 전후 세대가 고령화되며 상속·증여를 통한 자산 이동은 크게 늘어났지만,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자산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커지는 불평등, 부유세 도입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독일의 상속세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OECD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속재산 중 실제로 세금이 부과되는 재산 비율은 독일이 10.1%에 불과했다. 이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벨기에로 48%에 달했다. 미국은 0.2%였다. 독일의 유산 상속 면세 한도는 부모 자식의 경우 40만 유로(58940만원)이며 부부의 경우는 50만 유로(73670만원)에 달한다.

금융과 재정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피난츠벤데(Finanzwende)’는 기업 승계에 대한 세금 감면을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 기업은 사업체의 지속 및 고용보장 등을 조건으로 대부분 상속 세금이 면제되고 있다. 피난츠벤데는 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 이후 기업 승계를 이유로 2023년까지 감면된 세금만 770억 유로(1135000억원)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독일 화학그룹 바스프의 상속인 마를레네 엥겔호른이 부자에게 세금을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있다. dpa

기업 상속세에 관해서는 독일 경제학자 사이에도 견해가 다양하게 갈린다. 일각에서는 기업을 상속한 사람이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이나 기업의 지분매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상속세를 장기간에 걸쳐 분할납부하는 등 보완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며 기업 상속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속세 세율을 10% 정도로 낮추면 기업에 대한 특별 예외 조항 없이도 상속세를 거둘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정해진 금액을 넘는 순자산에 일종의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DIW)의 마르셀 프라처 소장은 차이트칼럼에서 팬데믹 등을 통해 국가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인 데 비해 사회보호 시스템은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강한 세금정책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필요한 공공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이 계속해서 사회보장과 투자를 축소할지, 아니면 교육·건강·기후보호·사회 인프라 등 꼭 필요한 공공투자를 위해 높은 세금을 거둘지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독일 경제연구소의 세금정책 전문가 슈테판 바흐 박사는 중부독일방송(MDR)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제안되는 것처럼 200만 유로(294700만원) 이상의 순자산에 부유세를 부과할 경우 대략 인구 중 최고 부자 1%만이 과세 대상이 되면서도, 해마다 약 200억 유로(294700억원)의 세수가 증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순자산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며 최고 부유층의 경우 다른 나라로 이주하거나 자산을 쉽게 옮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흐 박사는 강한 세금정책을 위해선 국제적 공조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좌파당이 1995년까지 시행되다가 사라진 부유세를 재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여당에서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일부 정치인이 부유세 도입에 찬성한다. 하지만 연방 정부 내에서 자민당이 부유세나 증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서 현 정부의 부유세 도입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독일 언론은 전망한다.

시사인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최저임금 추이·국제비교

2021년부터 분배구조 개선 등 최저임금 제역할 못해

윤석열정부 최저임금인상률 역대정부 꼴찌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OECD 상위권, 국제기준 적용하면 중·하위권

윤석열정부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론,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정부 가운데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추이와 국제 비교이슈페이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태우(16.2%)정부 시절 가장 높았다. 이어 노무현(9.9%) 김대중(9.4%) 김영삼(8.3%) 박근혜(7.4%) 문재인(7.2%) 이명박(5.2%) 윤석열(3.8%) 순이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태우(8.7%) 김대중(6.6%) 노무현(6.5%) 박근혜(6.1%)·문재인(5.1%) 김영삼(2.7%) 이명박(2.5%) 윤석열(1.4%)로 순위가 바뀐다. 윤석열정부의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해 한 해 인상률이다.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시간급 기준으로 9.0%. 같은 기간 10명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정액급여 인상률은 시간급 기준 8.0%, 통상임금 인상률은 7.8%였다.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8%, 물가상승률 3.5%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8.3%였다. 김유선 이사장은 지난 35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이나 경제성장률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보다 높았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11.5%, 20225.05%, 20235.0%. 이는 같은 기간 경제성장+물가승상률’(각각 6.6%, 7.7%, 5.0%)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이었다. 김 이사장은 “2021년부터 저임금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 등 최저임금제도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기준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하는 28개국의 평균 최저임금은 7.4달러로 한국(7.1달러, 같은 기간 환률 기준)보다 0.3달러 높다. 한국은 28개 회원국 중 15위로 중간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10달러를 넘는 나라는 호주(14.5달러) 룩셈부르크(13.9달러) 뉴질랜드(13.3달러) 영국(11.5달러) 프랑스(11.4달러) 캐나다(11.2달러) 독일(11.1달러) 아일랜드(11.1달러) 벨기에(10.9달러) 네덜란드(10.5달러) 10곳이다.

구매력 평가지수를 사용하면 한국은 9.5달러로 OECD 평균(9.0달러)보다 0.5달러 높고 순위도 13위로 두단계 올라선다.

풀타임 노동자들의 평균임금과 최저임금을 비교하면 한국의 순위가 급격히 높아진다. 2022년 기준 OECD 국가 풀타임 노동자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47.8%28개 회원국 중 7위다. 중위값을 기준으로는 60.9%8위다.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평균임금이 다른 나라보다 낮거나 낮게 보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한국 정부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1인 이상 사업체 풀타임(비정규직 포함) 정액급여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해 OECD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비교해 일본은 5인 이상 사업체 조사, 유럽연합(EU)10인 이상 사업체 조사결과를 OECD에 보고한다.

김 이사장이 우리나라 주요 임금통계인 사업체 노동력 조사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체 규모과 기준 등을 국제기준에 맞춰 계산하면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OECD ··위권으로 순위가 떨어졌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일본처럼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풀타임 노동자의 정액급여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하면 52.3%12, 통상임금(정액급여+특별급여)을 기준으로 하면 48.3%18위로 떨어졌다.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노동자를 기준으로 정액급여를 비교하면 40.6%16, 통상임금은 34.2%26위로 떨어졌다. EU처럼 10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정액급여는 18(39.3%), 통상임금은 26(32.7%)로 순위가 더 떨어졌다.

김 이사장은 형식 논리상 ‘1인 이상 사업체 풀타임 임금과 비교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체는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되지 않는 비공식 부문인데 과연 5인 미만 사업체 임금통계를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임금 부문인 5인 미만 사업체와 임시·일용직 임금은 포함하면서 고임금 부문인 공무원과 교원 임금은 포함하지 않는 이유 저임금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할 때 굳이 5인 미만 사업체의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을 포함시켜 비교하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고용부에 문제제기를 했다.

김 이사장은 “5인 미만 사업장과 임시·일용직 노동자 임금을 포함시켜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하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높아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겨난다면서 “OECD는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할 때 파트타임을 제외하고 풀타임 노동자 임금을 비교하는데, 이는 최저임금 수준을 정함에 있어 비정규직(파트타임) 임금을 포함시켜 비교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임금격차 해소와 분배구조 개선의 효과를 보이려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치보다 높게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가자전쟁 비판 정치인 낙선에 2백만달러친이스라엘 미 로비 단체

가자로 가는 구호물자가 19(현지시각) 지중해 바다로 난 임시부두에서 트럭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미국 내 이스라엘 로비 단체가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비판적인 정치인의 낙선을 목적으로 정치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스라엘 로비 단체와 연관된 슈퍼 팩(super Pac)연합민주주의프로젝트’(UDP)는 최근 뉴욕주의 연방하원의원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현역인 자말 바우먼 의원의 낙선을 위해 200만달러(27억원)를 사용했다고 가디언이 20일 최근 공개된 선거자금 회계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우먼 의원은 민주당에서도 진보 진영에 속하는 인물로, 이스라엘의 가자 침략으로 민간인의 희생이 크다고 비판하며 강력히 휴전을 촉구해왔다.

슈퍼 팩은 미국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직접 선거자금 지원을 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특정 정책이나 후보, 정당을 지원하기 위해 광고하는 단체를 가리킨다. 문제의 연합민주주의프로젝트는 유명한 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와 연계된 슈퍼 팩이다.

연합민주주의프로젝트는 바우먼 의원의 경쟁자 조지 라티머 후보를 지지하는 데 100만달러를 썼고, 바우먼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광고를 내보는 데 또 100만달러를 썼다.이에 대해 바우먼 의원은 미국 현지언론에 그들은 이스라엘이 비판받는 것을 원하지 않고,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누군가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해 말하고 그들의 권리와 삶을 말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다.

연합민주주의프로젝트는 바우먼 의원을 공격하는 광고에서 이스라엘 관련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바우먼 의원의 정책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내용 등이 광고에 실렸다. 슈퍼 팩은 미국에서 여러 로비 단체가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는 슈퍼 팩의 하나인 연합민주주의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선거 광고에 1억달러(1364억원)를 쓸 계획이다.

인디애나 연방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는 160만달러(22억원)를 써서 과거 반유대 발언을 한 존 호스테틀러 공화당 의원의 낙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민주당 연방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는 460만달러(63억원)를 쓰고도 데이브 민 후보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팔레스타인 3만 죽인 이스라엘 재판 세우자는데바이든 "이스라엘 편 설 것"

ICC 검사장, 네타냐후와 하마스 측 신와르에 체포영장 청구서방 반발 속 벨기에는 "찬성"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터무니없다"며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하지만 일부 서방 국가들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ICC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이하 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ICC 검사장이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은 터무니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동등하지 않다"라며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 편에 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유사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하마스는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이뤄졌던)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유대인 학살을 벌인 테러 조직"이라고 하마스 측을 맹비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ICC(팔레스타인)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떠한 사법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ICC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전쟁범죄인지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20(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독일 등에서도 ICC 검사장의 영장 청구에 반발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이날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날까지 35562명이 사망하고 79652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사망자 수는 1139명이다.

또 이날 가자 북부의 자발리아와 베이트 라히야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18명이 사망했다고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팔레스타인의 북쪽과 남쪽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2주 동안 가자 인구의 40%90만 명 이상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해 강제 이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유럽 내부 및 국제기구 차원에서는 미국, 영국 등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자 라비브 벨기에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X' (이전 트위터) 본인 계정에서 "칸 검사장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관리들 모두에 체포 영장을 청구한 것은 팔레스타인 상황 조사에 중요한 단계"라며 "벨기에는 범죄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국제 사법의 필수적인 일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역시 X의 본인 계정에서 "ICC 검사의 결정을 주목한다""독립적인 국제기구로서 ICC의 임무는 국제법상 가장 중대한 범죄를 기소하는 것이다. ICC 법령을 비준한 모든 국가는 법원의 결정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라크리쉬난 라자고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도 본인의 X 계정에서 체포 영장을 환영한다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혐의가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모든 혐의는 그대로 적용될 것 같다. 또 누락된 혐의에는 거주공간을 포함한 다양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인권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심각한 학대의 피해자들은 수십 년 동안 처벌받지 않는 벽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사장에 의한 이 원칙적인 첫 조치는 최근 몇 달 동안 저지른 잔혹 행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재판에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ICC 회원국들은 ICC 판사들이 (검사장인) 칸의 (체포영장) 요청을 고려하는 동안 적대적인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ICC의 독립성을 단호하게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이날 오후 국제형사재판소(ICC) 카림 칸(Karim Kahn)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해 "2023108일부터 팔레스타인(가자지구) 영토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와 반인도 범죄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진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며 전심재판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ICC 조약인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로마조약) 의 다수를 위반했다며 청구 이유를 밝혔다. 칸 검사장은 이들이 로마규정 제8조 전쟁범죄 중 '민간인들의 생존에 불가결한 물건을 박탈함으로써 기아를 전투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비롯해 '고의로 신체 또는 건강에 커다란 괴로움이나 심각한 위해를 야기한 점''생명 및 신체에 대한 폭행 특히 모든 종류의 살인, 신체절단, 잔혹한 대우 및 고문' 등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칸 검사장은 하마스의 야히야 신와르와 무함마드 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 등 3명의 지도부 인사들에게도 전쟁범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이들에게도 이스라엘 측과 유사한 혐의를 적용했다.

실제 체포영장이 발부될 경우 체포·인도청구서를 송부받은 국가는 ICC 규정 및 자국의 국내법 절차에 따라 이를 집행해야 한다. 특히 유럽연합의 경우 모든 국가가 ICC 회원국이기도 하다.

체포영장이 청구된 대상자들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곳인 가자지구가 ICC 관할권인지 여부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자국이 IC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이나, ICC2015년 팔레스타인이 로마조약에 서명했기 때문에 가자 및 서안지구 등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관할이 가능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재호 기자 프레시안

 

"대공덕주 김건희 여사께 깊은 감사"대통령 부부, 169일만에 공개 행사 참석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영부인이 화엄사 사리 반환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대중이 모이는 공개 행사에 함께 한 것은 지난해 122일 자승 전 총무원장의 분향소가 있는 조계사를 방문한 이후 169일만의 일이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영부인은 19일 오전 경기도 양주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했다. 1만 여명이 모인 이 행사는 지난달 16일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나옹선사, 지공선사(3여래 2조사)의 사리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화동이 꽃잎을 뿌리며 앞장선 가운데 윤 대통령 부부는 진우스님, 호산스님 함께 입장했고, 참석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를 쳤다. 김건희 영부인이 행사장 LED 화면에 등장하자 큰 환호가 이어지기도 했다.

호산스님은 경과보고 및 인사말을 통해 "이 환희로운 자리에 조사이운법회를 함께 해주고 계시는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과 특히 100여 년 만에 모시게 된 사리 이운 불사의 대공덕주이신 영부인 김건희 여사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호산스님은 "금일 3여래 2조사 사리 이운을 이자리에 봉행하게 된 사리 찾기 시작은 2004년도 봉선사와 우리문화찾기 대표가 보스턴미술관에 사리를 확인하고 2009년 문화재청과 협상을 노력했으나 2013년 최종 결렬되어 답보상태에 있다가 20233월 김건희 여사의 방문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오늘은 우리 불교계의 큰 경사이면서 국민 모두에게 정말 기쁜 날"이라며 "작년 4월 저의 미국 순방을 계기로 10년 만에 반환 논의 재개를 요청했다. 1년에 걸쳐 많은 분들께서 노력하신 끝에 지난 4월 기다리고 기다렸던 환지본처가 이루어졌다. 큰 역할을 해주신 진우 총무원장님과 대덕 스님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국가유산청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도 감사와 격려를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번 환지본처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오랫동안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였지만 한미 관계가 가까워진 것이 또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앞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회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또 힘쓰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지난 2004년 사리의 존재가 처음으로 불교계에 알려지고 2009년부터 반환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그동안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잊혀지게 될 즈음, 2023년 작년도에 영부인이신 김건희 여사께서 미국 국빈 방문 때 보스턴 박물관에 직접 가셔서 여사님의 문화적 안목과 혜안으로 보스턴 박물관 측과의 협상과 이운 승인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셨다. 그 후 종단과 국가유산청장이 실무를 맡아 진행하면서 오늘의 이운식이 있기까지 많은 일들을 뒷받침하였다"고 말했다.

박세열 기자 | 프레시안

 

족벌·재벌·토건이 지배하는 언론, 시민위한 언론은?

미디어오늘 분석10년간 11개 매체 주인 변경

서울신문·YTN·경인일보·헤경, 건설 자본 품으로 SBS 이어 강원방송·울산방송 등 지역민방도

윤 정부, 연합뉴스TV·KBS2 ·MBC도 사영화?

미디어 기업·기관투자자 소유 해외언론과 달리조중동 족벌, 재벌 이어 건설사 영향력 막강해져

지난 10년간 11개 언론사가 건설회사나 금융투자·유통회사 등 자본 소유로 지배구조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YTN, 서울신문, 헤럴드경제신문 등 전국 단위 언론사를 비롯해 경인일보, 전주방송, 광주방송, 울산방송, 강원방송 등 여러 지역 언론사들도 미디어와는 아무 상관 없는 자본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과거 조중동과 한경·매경 등 주류 언론들이 족벌 지배나 재벌 소유구조였다면, 10여년 전부터는 부동산 투기시장에서 큰 돈을 벌어들인 토건·금융 자본의 언론사 지배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족벌, 재벌, 투기적 건설·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언론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게 될 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치권력과 자본의 확대재생산만을 추구하는 언론이 보수기득권 정권과 만났을 때 시민의 이익은 축소되고 훼손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미디어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이 20일 창간기획으로 보도한 국내 언론사 지배구조 분석 기사 자본, 오늘도 언론을 노린다”(박서연 기자)를 보면, 10년 전과 비교해 11개 중대형 언론사들의 소유구조가 건설·금융·유통·IT 기업 자본 지배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전국 단위 뉴스보도 전문매체이자 준공영방송인 YTN의 대주주가 올해 2월 정부산하 공기업에서 건설·투자 기업인 유진그룹으로 넘어갔다. 유진그룹이 언론사를 경영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비윤리적 기업으로 언론계의 반대가 심했는데도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는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밀어붙였다. 이름은 서울 지역신문이지만 역시 전국 단위 발행 종합 일간지인 서울신문은 20여 년간 아파트 건설로 큰돈을 벌어들인 건설사 순위 10위권의 호반건설에 지난 2021년 넘어갔다. 1999년 이후 특정 대주주가 없었던 경기 지역 일간신문인 경인일보도 올해 3월 레미콘 업체인 흥국산업으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미디어오늘'517일 보도한 언론사 지배구조 분석 지면 갈무리

IT업계 전문매체인 전자신문, 경제전문지인 헤럴드경제와 아시아경제, 지역 민방인 G1(강원방송), UBC(울산방송), KBC(광주방송),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 등도 주인이 바뀌었다. 전자신문은 IT기업인 이티네트웍스에서 호반건설로, 다시 2년전 더존비즈온(IT기업)으로 대주주가 두 번이나 변경됐다.

헤럴드경제는 중흥토건, 아시아경제는 키스톤다이내믹제5(투자회사), G1(강원방송)SG건설, KBC(광주방송)케이비씨지주와 특수관계자, UBC(울산방송)는 우방아이유쉘 아파트를 공급하는 삼라가 대주주로 자리잡았다. 대구지역 극우 편향 매체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매일신문은 애초 천주교 신문이었다가 버스운송업체인 코리아와이드로, 다시 건물임대업체인 아스톤에셋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10년 동안 무려 11개 언론사의 주인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이들 언론사의 새 주인이 대부분 부동산·건설 관련 회사들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유진그룹(YTN), 호반건설(서울신문), 흥국산업(경인일보), 중흥토건(헤럴드경제), SG건설(강원방송), 삼라(울산방송), 아스톤에셋(매일신문) 등 토건 자본이 한국 언론산업의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과거 태영건설이 지상파 방송인 SBS를 설립하고, 목재기업인 동화기업이 한 때 국내 4대 일간지 중 하나였던 한국일보를 인수했을 때 언론계가 깜짝 놀랐으나, 이제 토건업체의 언론사 인수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철근과 시멘트로 아파트를 지어온 기업들이 국민 여론을 좌지우지할 언론사 주인으로 이렇게 갑자기 늘어나는 현상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 해외 유수 언론매체들의 대주주를 보면 대체로 미디어 관련기업이나 그 소유자, 기관투자가, 오랫동안 언론사를 소유·운영해온 가문 등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의 대주주는 기관투자자자들이고,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 베조스가 주인이다. 미국의 글로벌 뉴스채널인 CNN은 대주주가 여러번 바뀌었으나 타임워너 같은 미디어 관련 기업들이고, 극우 성향 방송사인 폭스뉴스는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 일가와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아예 편집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유한회사 스코트 트러스트 리미티드가 창간 이래 지금까지 운영을 맡아왔다. 프랑스 르몽드의 경우 재정 악화를 이겨내기 위해 기업가나 백만장자의 투자를 받았으나 편집권에는 일절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사원주주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신문 천국인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신문사를 소유·운영해온 가문이 여러 매체를 경영하거나 미디어 관련 그룹의 일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 언론 시장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조선·중앙·동아 3개 대형 신문의 독과점 상태가 지속되어 왔으며 이 3개 신문사는 모두 가족들이 반세기 넘도록 대를 이어 운영하는 족벌 지배구조였다. 3개 족벌 신문은 보수기득권 정부인 이명박 정부 이래 종편방송도 운영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족벌 지배가 아닌 언론들도 과도한 재벌 대기업 광고 의존으로 인해 대부분 자본 편향적 기사와 논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과 함께 양대 경제지라고 불리는 한국경제신문은 아예 현대·LG·삼성·SK 등 재벌기업들이 80% 이상 소유한 재벌기업 신문으로 언제나 자본의 대변자 노릇을 해왔다.

'미디어오늘'517일 보도한 언론사 지배구조 분석 지면 갈무리

그런데 대부분의 주류 언론이 족벌, 재벌에 의해 운영되다가 이제는 부동산·건설 등 토건세력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 소유구조 분석 기사를 내놓은 미디어오늘의 기사 제목 자본, 오늘도 언론을 노린다가 말하는 것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토건자본은 아니지만, 병원을 운영해온 을지재단이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뉴스전문채널 연합뉴스TV를 인수하려는 시도가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 중이다. 윤 정부는 공영방송 KBS2MBC도 사기업에 팔아넘기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에서 홍성철 교수(경기대 미디어학과)기업들이 황폐화한 언론시장에 들어와 언론사를 이용해 뭔가를 해보려는 게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면서 언론사를 가지면 시장을 만나고 도지사를 만난다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강한 여론을 만든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언론사를 인수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기대가 이뤄질까? 언감생심이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본이 언론사를 소유하면서 '편집권 독립을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조중동 족벌 언론들은 수구기득권 정권 만들기와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고, 재벌 언론사들은 재벌대기업 이익 수호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토건자본이 주인인 언론은 부동산시장 부양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런 정책을 펴는 정권을 위해 기사를 쓸 것이다. 2년 전 호반건설로 주인이 바뀐 서울신문의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때 사원주주 언론사로 독립언론 수준의 편집권 독립을 누렸던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이 지배한 뒤 사주의 편집권 개입이 빈번해졌고 조선일보 못지 않은 기득권 어용 매체로 전락했다. 올해 유진그룹이 인수한 YTN은 벌써부터 김건희 씨 비판보도를 통제하고 나섰다.

이렇게 족벌·재벌·토건 세력이 언론사 지배권을 계속 넓혀간다면, 앞으로 주권자이며 언론권력의 위임자인 시민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할 것인가? 시민의 이익은 도대체 누가 지켜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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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치적 동기범죄 한 해 6만 건···우익이 절반, 종교 범죄 급증

독일에서 정치적 동기로 인한 범죄가 지난해에만 6만 건 이상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은 지난해 정치적 동기 범죄가 628건으로 집계됐다고 21(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1.9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2001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지난 10년 새 2배가 됐다. 정치적 동기 범죄란 좌·우익 포함 정치 이념이나 민족·종교 등을 동기로 한 증오·선동·모욕·폭력 등 범죄를 말한다.특히 우익 극단주의 범죄가 28945건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이 중 폭력 사건이 1270건이었다. 좌익 범죄는 7777건으로 집계됐다.

종교적 범죄는 1458건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전년 481건 대비 203.1증가한 수치였다. 당국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이후로 이 같은 범죄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홀거 뮌히 BKA 국장은 일부 집단의 급진화 경향이 국가 체제와 공권력 정당성 부정으로 확장되고 있다민주주의와 사회 평화를 위협하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최근 집권 사회민주당(SPD) 소속 마티아스 에케 유럽의회 의원과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 경제장관 등 정치인들이 물리적 공격을 받는 일이 잇따랐다.

지난해엔 연방공화국 체제를 부정하며 군사 쿠데타를 모의한 극우단체 라이히스뷔르거(제국의 시민들)’ 조직원 27명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2022년 무장 대원을 베를린 의회에 보내 연방정부 관료와 의원들을 체포하고,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사라진 독일제국을 복원할 계획이었다.

검찰이 이 단체 주동자로 파악하고 있는 옛 귀족 가문 출신의 부동산 사업가 하인리히 13세 왕자’(72)의 변호인은 이날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하인리히 13세 왕자는) 지도자도, 주동자도, 테러단체 조직원도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말과 삶이 일치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김민기 대표.연합뉴스

김민기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봉우리때문이었다. 어느 심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데 그동안 듣던 대중음악과 완전히 달랐다. 굉장히 낮은 음성의 내레이션이 이어졌고 죽 이런 식인가, 싶을 때 멜로디가 흘러나왔는데 마음을 흔드는 뭔가가 있었다. 하던 일을 오래 멈추게 했다.

최근 방영된 SBS 스페셜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익숙한 이름이지만 김민기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이 많다는 후기가 눈에 띄었다. 나 역시 극단 학전과 뮤지컬 지하철의 1호선〉 〈아침이슬의 김민기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다큐멘터리 속 지인들이 증언하는 김민기는 몇 단어로 요약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1990년대 학전은 극단 최초로 배우와 계약서를 쓰고 공연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스태프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4대 보험을 들기도 했다. 연극을 한다고 하면 생활고가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스태프이자 배우였던 이는 당시를 회상하며 구조당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학전이 황정민·설경구·이정은 등 유명한 배우를 배출한 건 알고 있지만 이름을 알 법한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최근까지 거쳐 갔다는 사실은 잘 몰랐다. 1991년부터 지난 3월까지 33년간 계속해서 공연을 올리고, 연기자를 배출했다.

3부작 다큐멘터리를 보며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MBC경남의 어른 김장하가 떠오르기도 했다. 둘 다 주인공이 직접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주변인의 증언으로 지난 삶을 구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제작진은 김민기의 친구, 선후배, 학전 출신 예술인 등 100여 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두 사람 모두 말보다는 삶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뭔가 의미 있고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할 때 사람들은 그들을 찾았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도 누군가 증언한다.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을 위해 유아원 설립을 계획했을 때 찾아간 사람이 민기 형이었다고. 누구나 앞에 서고 싶어 하는 시대, ‘를 자처했다는 면도 비슷하다. 스스로를 뒷것이라 칭하던 김민기의 삶에 대해, 처음 봉우리를 들었을 때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말과 삶이 일치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방송은 끝났지만 김민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각자의 사연과 추억을 꺼내놓으면서 101명째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인 임지영 기자

 

당적 박탈·불신임·수사34살 최연소 여성의장 청년정치 수난기

김보미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

김보미 강진군의회 의장이 지난 125일 서울 국회 앞에서 이현택 전남도당 청년위원장, 오현식 전국지방의원협의회장과 함께 청년 정치 탄압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당 전남도당 청년위원회 제공

야심가청년 정치인의 조급함이 부른 역풍일까, ‘젊고 잘난여성 정치인을 두고 못 보는 늙은 남성 카르텔의 몽니일까? 재선 군의원이자 최연소 기초의회 의장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은 30대 여성 정치인이 같은 당 소속 군의원들로부터 불신임 위기에 몰리고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까지 받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 김보미(34). 198912월생인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강진군의회 비례대표에 당선된 뒤 당적 박탈과 복당, 지역구 출마와 군의원 재선, 의장 당선과 불신임안 발의 등 30대 청년이 좀처럼 겪기 힘든 롤러코스터 정치 역정을 지난 6년 새 경험했다.

우여곡절 끝에 불신임안은 철회되고 경찰 수사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지만, 최근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의회 사무과 예산의 99%가 삭감되면서 의장으로서 운신 폭이 크게 제한됐다. 이 또한 같은 당 소속 동료 의원들이 똘똘 뭉쳐 벌인 일이다.

쉽지 않네요. 주변에선 사퇴 안 하고 버티는 게 용하다고 해요.”

말을 마치자마자 긴 숨을 내쉬었다. 지난 8일 강진 마량면의 찻집에서 만난 김보미는 작년에 불신임 결의안이 올라왔을 때 의장을 그만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강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지방정치판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전남대 미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뒤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군의원에 출마한 도예가 아버지를 도우며 지방정치에 처음 발을 들였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 일이다.

출마한 아버지 돕다가 군의원 도전

무소속이었던 아버지는 낙선했으나 김보미는 그 일을 계기로 강진에 눌러앉았다. 도자기를 빚어 파는 강진탐진청자라는 공방의 대표이자 도예인으로 활동하며 젊은 예술인들을 규합해 한국청년문화예술인협회를 꾸렸다.

4년 뒤인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때는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민주당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 “주변에선 그러다 상처만 받는다고 말리는 분들이 많았어요. 스물여덟 먹은 가 군의원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얼마나 무모해 보였겠어요?”

지역정치 지망생들의 필수 코스인 봉사단체, 관변단체 활동 경험이 일천했으니, 경쟁자들은 김보미를 듣보잡’(별것도 아닌 존재) 취급했다. 하지만 지역의 당 상무위원들을 상대로 열심히 얼굴과 다리품을 판 결과 당내 경선에서 후보직을 거머쥐었고, 본선에서 큰 어려움 없이 배지를 달았다. 언론은 그에게 전라남도 최연소 군의원이란 타이틀을 붙여줬다.

1년차 군의원 때인 201812, 한달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전액을 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이런 연말 기부는 6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직적 줄세우기좋은 게 좋은 것이란 오랜 관행이 지배하는 지방정치는 20대 청년이 감당하기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군의회 의장 선거 때부터 탈이 생겼다. 당이 내려준 오더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적을 박탈당한 것이다. 김보미의 복당은 민주당이 ‘20대 표심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야 가까스로 이뤄졌다.

2022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에 공천 신청을 했다. 동네에선 당에 밉보인 전력이 있어 공천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당이 실시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해 기어코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본선에서 강진군 최다 득표로 재선 군의원이 됐다.

김보미 강진군의회 의장이 의회 본회의 의사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군의회 누리집 갈무리

내친김에 전반기 군의회 의장에 도전했다. 20227월 아버지뻘인 동료 의원과의 경선에서 6 2로 승리해 전국 최연소 기초의회 의장이자, 강진군의회의 첫 여성 의장이 됐다. 김보미는 젊은 의장이 이끄는 의회니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민 간담회 횟수를 늘렸고, 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군의회 누리집에 공개했다. 본회의와 상임위원회의 유튜브 생중계 시스템도 구축했다.

노골화하는 동료의원의 견제

그러나 ‘30대 의장김보미의 의욕적 행보는 마냥 순탄치 않았다. ‘선배들한테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의회 운영을 자기 생각대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새어나왔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한 군의원은 젤로 어린 친구가 최다 득표를 했으니 정치적으로 커나가길 바랐는데, 초반부터 상의도 없이 일을 벌이는 모습을 보니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전체 의원 8명 가운데 7명이 민주당 소속인 군의회에서 김보미를 향한 견제는 시간이 갈수록 노골화됐다. 의장 임기 2년차에 접어든 지난해 4월 경찰이 김보미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걸어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의장의 위법행위에 관한 첩보를 입수했다고만 했다. 동문 체육대회 참석자들에게 김보미가 농축산물을 찬조했다는 것이었다.

날짜도 잊어먹지 않아요. 작년 415. 동문 체육대회 가서 늘 하듯이 축사만 하고 왔습니다. 근데 내가 거기서 참석자들한테 선물을 돌렸다는 거예요.”

강진경찰서는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에야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김보미는 저와 의회 사무과 직원들은 몇달 동안 경찰 조사를 받느라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으나,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없었다고 했다.

김보미가 다른 군의원들과 결정적으로 틀어진 건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지역구(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국회의원 후보 경쟁이었다. 김보미를 제외한 대다수 군의원들이 현역 국회의원인 김승남 의원을 돕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김보미는 경선과 거리를 뒀다. 군의원들이 국회의원 후보 선출 과정에 연루되는 것 자체가 경선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에는 대가가 따랐다.

국회의원 후보 경선 때 당 지역위원회 카톡방에서 제가 빠져 있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를 제외한 군의원들이 국회의원, 군수와 지역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고요.”

군의원들 따돌림은 김보미가 자초

따돌림 논란에 다른 군의원들은 김 의장이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군의원은 의회 홍보비 문제로 김 의장뿐 아니라 우리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무혐의 받았다고 중앙당 가서 청년 정치인 탄압이라고 기자회견을 해서 동료 의원들을 이상한 사람 만들어버리더라. 그런 친구를 누가 가까이하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진군의원들은 급기야 의장 불신임 카드까지 꺼냈다. 재적 의원 8명 가운데 김보미와 다른 군의원 1명을 제외한 6명이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경찰 수사에 대한 사과 부재, 그리고 동료 의원에 대한 모욕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

제가 의장 자리에서 쫓겨나야 할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제대로 설명을 못 해요. 무슨 법이나 규정을 어찌어찌 위반했다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정치를 시작한 것에 처음으로 환멸이 느껴지더라고요.”

사퇴를 고민했지만, 주변에서 사퇴하면 허위 사실을 다 인정하는 꼴이 된다. 절대 그만두면 안 된다고 김보미를 설득했다. 민주당 전남도당 청년위원회가 청년 정치인 죽이기라며 공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 문제는 중앙당에서도 이슈가 됐다. 결국 군의원들은 115일 결의안 발의를 철회했다.

줄세우기의 배후로 지목된 김승남 국회의원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지난 9일 전화 통화에서 지방의원들을 줄세운 적이 없다. 군의원들이 김 의장 불신임 결의안을 냈다는 걸 뒤늦게 알고 발의한 군의원들을 네차례나 만나 철회하라고 설득했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경쟁 후보가 줄세우기’ ‘청년 정치 죽이기프레임을 이용하는 바람에 내 처지가 곤란해졌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당내 경선에서 문금주 후보에게 패해 총선 출마가 좌절됐다.

강진을 사랑하는 더불어민주당 청년당원들과 김보미 강진군의회 의장이 지난 116일 강진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진을 사랑하는 더불어민주당 청년당원 제공

전국 기초자치단체의회 최연소 의장인 김보미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이 지난 8일 강진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총선이 끝났지만, 김보미를 겨냥한 군의원들의 공세는 계속됐다. 지난달 23일 열린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회 사무과 예산 58400만원 중 99%가 삭감되고 850만원만 반영됐다. 지난해 122024년도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회 사무과 예산 97천만원 중 51%5억원이 삭감된 것을 이번 추경에 다시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군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의장과 의회 사무과가 홍보비 등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결위 소속 한 군의원은 일부 사무과 직원들이 의장한테만 잘하고, 의원들은 제대로 대우를 안 하고 패싱한다며 예산 삭감에 의장과 사무과 직원들에 대한 사감이 작용했음을 시인했다.

풀뿌리 정치 움직이는 기득권 카르텔

김보미의 수난기는 한국의 청년 정치인들 앞에 놓인 현실이 여전히 험난함을 보여준다. 선거철이 되면 여야 정치권이 청년층 표심을 겨냥한 젊은 정치를 내세우지만, 정작 청년 정치인들이 성장해야 할 풀뿌리 정치판에선 여전히 지역구 국회의원을 정점으로 형성된 수직적 위계질서와 50~60대 남성들이 주도하는 기득권 카르텔이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유권자 변동이 적은 소도시, 농촌 지역으로 갈수록 연장자 중심의 위계적 정치 문화가 강하게 잔존해 청년 정치인의 진입과 성장을 어렵게 한다고 했다. 게다가 견제할 시민사회의 힘이 약하니 지역구 국회의원이 영주처럼 군림하며 공천과 인사를 쥐락펴락한다. 이런 지역정치에 출구가 있을까? 지 교수는 정당에 인턴 제도를 활성화해 청년 때부터 당직자와 예비 정치인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젊은 정치인들이 기초의원에서 시작해 광역의원, 단체장, 국회의원 등으로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와 정치 환경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34살 최연소 의장길들이기? 강진군의회, 의회사무 예산 99% 삭감

6일 전남 강진군의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23일 열린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회 사무과 예산 58400만원 중 99%가 삭감되고 850만원만 반영됐다. 지난해 122024년도 본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회 사무과 예산 97000만원 중 51%5억원이 삭감된 것을 이번 추경에 다시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군의회 사무과는 오는 6월 말 이후 예산이 없어 의회 운영이 제대로 될지 우려한다. 군의회 사무과 예산은 공용차량 유류비, 복사기 토너 구매비 등 사무용품비, 직원 출장비와 교육비 등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상현 강진군의회 사무과장은 의회에서 본 예산 때 사무과 예산으로 600만원을 편성한 뒤, 이번엔 850만원만 반영했다. 6월 말 이후엔 예산이 소진돼 직원 출장도 못 갈 판이라고 말했다.

진군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군의회 의장과 의회 사무과가 홍보비 등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예산을 삭감했다고 해명했다. 강진군의회 한 예결위원은 의회 사무가 돌아갈 정도로 사무비 예산 850만원은 반영했다. 긴축예산 기조여서 의정비 인상분 40만원씩도 깎았다. 의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무과 직원들은 의장한테만 잘하고, 의원들은 제대로 대우를 안 하고 패싱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강진군의회 사무과 예산 삭감은 김보미(34) 강진군의회 의장을 겨냥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재선에 성공해 지난해 8월 전국 지방의회 최연소 여성 의장으로 선출돼 주목받은 김 의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회 사무비 예산을 삭감하고 의장 불신임 결의안까지 제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진군의회는 전체 의원 8명 중 7명이 민주당 소속인데도 지난 1월 같은 민주당 소속인 김 의장의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부동산 몰빵하느라기업부채 6년새 1036조원 폭증

작년말 기업부채 2734, 빚더미 위의 기업들

기업 대출 중 부동산 관련 6년간 301조 폭증해

정부는 부동산 투기 권유, 긴축에 완벽히 실패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부채는 2023년 말 2734조 원이다. 충격적인 건 2018년부터 6년새 기업부채가 무려 1000조 원 이상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더욱 나쁜 건 단기간 폭증한 기업부채의 극심한 부동산 쏠림 현상이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부문에 기업부채가 쏠리면 자원배분의 왜곡, 부동산 시장 교란, 부동산 가격 급등, 지대추구 경향의 만연 등의 수다한 난점을 초래한다. 가계는 물론이거니와 기업들마저 대출을 통해 부동산에 올인하는 마당이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할 따름이다. 이런 판국에 기업 등의 디레버리징을 강력하게 유도해야 할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빚 내 부동산 투기할 것을 권장하는 중이다.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기업부채 GDP대비 122%로 급증, 증가율 6년간 8.3%

한국은행이 20일 공개한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부채는 2023년 말 2734조원이다. 2017년 말 1699조 원에서 6년 만에 1036조 원이나 폭증한 규모다.또한 연평균 증가율(8.3%)은 연평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4%)의 두 배를 훌쩍 넘었고, 그 결과 명목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2017년 말 92.5%에서 2023년 말 122.3%로 폭등했다. 가계부채 비율(100.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기업 중 민간기업 부채가 929조 원으로 89%를 차지했다. 채권발행(169조 원)보다는 금융기관 대출금(808조 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급기관별로 보면 비은행권의 기업 대출 증가율이 12.1%로 은행권(7.9%)보다 높았다.

기업부채 폭증의 주범은 부동산

한은에 따르면 기업부채를 팽창시킨 주범은 역시 부동산 부문이다. 2010년 중반 이후 국내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부동산 투자 및 개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며 2018~2023년 금융권의 부동산업 대출잔액이 301조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부채 증가 규모의 29%를 차지한다. 명목 GDP 대비 부동산업 대출 잔액도 201713.1%에서 지난해 말 24.1%로 높아졌다.

새마을금고와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토지담보대출 등을 많이 늘렸다. 지난해 말 비은행의 부동산개발업 대출은 1261000억 원으로 2017년 대비 73.3%(828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에서도 부동산 임대업 대출을 57.8%(1738000억 원) 늘렸다.

한편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부채 증가는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졌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의 부동산업 대출 연평균 증가율은 15% 내외로 주요국(5%~10%) 대비 높다.

특기할 것은 위의 [그림 9]가 보여주듯 유로, 미국, 영국, 호주 등은 10년 말~22년 말 국가별 GDP대비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일정한 수준에서 관리된 반면 대한민국은 동기간에 10%안팎에서 무려 24%까지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기업대출 관리에 완전히 실패한 대한민국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2022년 기준 122%)은 독일(200%), 일본(145%), 미국(121%) 등과 비교하면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기업부채의 증가 속도와 부채의 질은 나빠도 너무 나쁘다.

이미 국제결제은행(BIS)은 긴축정책을 펴고자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긴축에 실패한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직격한 바 있다. 한편 국제결제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가계·기업·정부의 총부채는 59881910억 원인데 지금은 6000 조를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부채가 폭증하는데다 폭증하는 기업부채가 부동산에 집중되는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글로벌 기업이 등장하길 바라는 건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 이상으로 어리석다. 빚더미 위에 앉은 가계가 부동산만 끌어안고 있는 마당에 기업마저 가계에 질세라 부채를 일으켜 부동산에 올인 중이니 대한민국의 장래가 어둡기만 하다. 가계와 기업의 디레버리징을 강력히 추동해야 할 윤석열 정부는 주지하다시피 정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사면초가에 설상가상이다.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1000, 영화의 힘인가 자본의 힘인가

영화 <범죄도시 4>가 촉발한 스크린 독점논란

배우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 4>가 개봉 22일째인 지난 515일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지난 515일 서울의 한 영화관의 <범죄도시 4> 홍보물 /문재원 기자

1000. 한국 영화계에서 흥행 대박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같은 수치다. 2024년 기준, 한국 인구수가 약 5175만명인 만큼 전체 인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개봉하는 상업영화는 대부분 ‘15세 이상 관람가등급을 받는다.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수는 약 4627만명이다. 이에 따라 특정 영화의 관객이 1000만명이라는 것은 한국 15세 이상 인구 4~5명 중 1명이 같은 영화를 본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수치를 유사한 오락거리와 비교해볼 수도 있다. 1982년 시작한 프로야구의 역대 최고 관객동원 수치는 2017년 달성한 840688명이다. 지난해는 810326명을 동원했다. 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총 144경기 중 41경기쯤 치른 514일 기준, 2961205명을 동원했다. 전국 5개 야구장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야구경기의 하루평균 관객은 약 72000명이다. 수치대로라면 올해 약 7416000명을 더 모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프로야구는 사상 첫 1000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즉 관객 1000만이라는 수치는 프로야구가 한 시즌 내내 흥행을 이어가야 달성할 수 있는 꿈의 숫자라는 의미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입장권을 사서 관람하는 오락거리 중 영화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영화는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여가임을 수치가 증명한다. 실제로 상반기도 채 끝나지 않은 올해 1000만 영화가 이미 두 편이나 탄생했다. 지난 324일 영화 <파묘>는 개봉 32일 만에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32번째, 한국 영화로는 23번째 1000만 영화다. 곧바로 33번째 1000만 영화도 탄생했다. 지난 515,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 4>. <파묘>보다 10일이나 빠른 개봉 22일 만에 세운 기록이다.

연이은 1000만 영화의 탄생에 업계는 반색 중이다. 그런데 <파묘>1000만 달성 때와 달리 <범죄도시 4>를 두고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계에서 터져 나온 <범죄도시 4>스크린 독점문제다.

지난 324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 사진은 지난 228일 서울 한 영화관에 <파묘> 홍보물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상반된 기록이 보여주는 현실

<범죄도시 4>1000만 관객 동원은 한국 영화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진기록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시리즈물이다. 주연배우와 이야기의 큰 틀이 변하지 않는다. 형사 마석도 역할의 배우 마동석이 범죄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결말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야기의 빈틈은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력, 이들이 상호작용하며 만드는 웃음이 메운다. 예를 들어, 배우 마동석이 가진 힘 센 이미지가 과장되고 폭력적인 상황에 개연성을 부과하고, 장이수 역의 박지환이 이에 상응하며 재미를 만드는 식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마동석이 나쁜 놈들을 혼내준다는 단순·명확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이 오히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라고 볼 수도 있다코로나19 유행 이후 관객들은 검증된 영화를 선택한다는 것을 잘 파고든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주인공이나 서사구조가 반복되니까 관객들은 영화가 개봉했을 때 돈을 주고 가서 볼 만한 것인지 탐색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일을 생략할 수 있다범죄도시 시리즈에는 일종의 브랜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범죄도시 4>뿐만 아니라 그 전작인 1~3편도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이중 2편과 3편은 각각 12693415, 10682813명을 동원하며 나란히 ‘1000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688546명을 동원한 <범죄도시 1>과 합치면 세 작품 관객 동원 숫자만 30256774명이다. <범죄도시 4>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해당 시리즈는 이제 4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수와 맞먹는다.

<범죄도시 4>1000만 관객 동원은 또 다른 의미에서도 진기록이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범죄도시 4>가 개봉한 지난 424일부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515일까지 총 27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이중 한국영화는 딱 7편이다. 424<드라이브>, <모르는 이야기>, <여행자의 필요>, 58<미지수>, 515<그녀가 죽었다>,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 이중 독립영화가 5편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유명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1000만 돌파가 확정된 515일 개봉한 <그녀가 죽었다>가 유일하다. 쉽게 말해 <범죄도시 4>9936307명의 관객을 모을 때까지 한국 상업영화는 단 한 편도 개봉하지 않았다. 외국 영화로까지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58일 개봉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정도가 알려진 상업영화였다. 적어도 한국 상업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22일 동안 <범죄도시 4>를 보거나 영화를 보지 않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는 의미다.

보고 싶은 것인가, 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배우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 22일째인 지난 515일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지난 515일 서울의 한 영화관의 범죄도시4 홍보물./문재원 기자

시간대가 맞는 영화는 <범죄도시 4>밖에 없던데요.” 지난 515일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 앞에서 만난 A씨의 말이다. A씨는 비도 오고, 생각보다 춥기도 해서 밖에 돌아다니기보다 그냥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했다지난주부터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했는데 2주째 아는 영화가 <범죄도시 4>밖에 없는 걸 보고 그냥 이거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코엑스 메가박스는 <범죄도시 4>외에 <그녀가 죽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발견> 등을 상영했다. 이중 <범죄도시 4>가 제일 먼저 개봉한 영화임에도 가장 많은 상영관에서 짧게는 20, 길게는 최대 1시간 간격으로 촘촘하게 상영했다. 이날 개봉한 한국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예정된 무대인사를 제외하면 두 개 상영관에서 최대 2시간 50분 간격으로 상영했다.

강남역 CGV, 잠실역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중 영화관 규모가 큰 코엑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은 각각 17, 13편의 각기 다른 영화를 상영하며 다양성을 확보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범죄도시 4>, <그녀가 죽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발견>, <가필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심야 시간대에 한 번 상영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범죄도시 4>를 본 B씨는 꼭 보고 싶어서 봤다기보다는 쉬는 날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마침 그 시간에 <범죄도시 4>가 상영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궁금해서 본 <파묘>와는 분명히 선택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봉한 지 20여 일이 훌쩍 지나고도 <범죄도시 4>는 압도적인 상영점유율을 자랑했다. 상영점유율은 전체 영화 상영횟수에서 특정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514일 기준, <범죄도시 4>의 상영점유율은 56.1%. 즉 이날 스크린에 걸린 영화 중 56.1%<범죄도시 4>였다. 이마저도 <혹성탈출 : 새로운 시대>가 개봉한 58일을 기점으로 꺾인 것이다. 57일에는 75.6%였다. 지난 4월에는 줄곧 80% 이상을 유지했다.

<범죄도시 4><파묘>의 개봉일부터 1000만 관객 돌파시까지 일자별 상영점유율과 상영횟수/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총 좌석 수 중 특정 영화에 배정된 좌석 수를 의미하는 좌석점유율은 상영점유율과 동기화된다. 그럼에도 좌석점유율이 중요한 것은 이를 토대로 배정된 좌석 중 실제 관객이 입장한 수(판매량)를 의미하는 좌석판매율을 계산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514일 기준, 57.2%의 좌석점유율을 자랑한 <범죄도시 4>의 좌석판매율은 8.2%였다. 1362048석이 <범죄도시 4>에 배정됐는데 111652개 좌석만 판매됐다. 이는 곧 이날 영화를 본 관객 수다. “<범죄도시 4>를 보러 갔는데 그 큰 영화관에서 2~3명이 같이 봤다는 증언이 허언이 아닌 셈이다.

평일에 누가 영화를 보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주말 사정은 좀 낫다. 토요일인 511일 좌석판매율은 20.9%, 일요일인 512일은 19%였다. <범죄도시 4> 좌석판매율이 가장 높았던 시점은 개봉 첫 주 주말인 427일 토요일로 47.5%였다. 이날 상영점유율은 81.8%였다. <범죄도시 4>는 단 한 번도 좌석판매율이 50%를 넘어본 적이 없다. 반면 영화 <파묘>의 개봉 첫 주 주말 좌석판매율은 224(토요일) 53.6%, 225(일요일) 58.6%였다. 같은 날 <파묘>의 상영점유율은 각각 51.8%, 52.2%였다. <파묘>는 시간이 갈수록 주말 좌석판매율을 높여갔다. 그 결과, 3162%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 515일 서울 강남역 CGV 영화관의 티켓 발매처 앞 모습. <범죄도시 4> 상영 시간표가 나오고 있다./김찬호 기자

<범죄도시 4>가 누린 높은 상영점유율은 효과가 있었다. <범죄도시 4>가 개봉한 후 전국 영화관에서 하루 동안 약 21000회 각기 다른 영화들을 상영한 날이 있었다. 이중 약 17000회가 <범죄도시 4>였다. 상영점유율은 <범죄도시 4>가 개봉한 후 최고인 82%를 기록했다. 이날 이용 가능했던 약 290만개 좌석 중 2568000개가 <범죄도시 4>에 배정됐다. 이날이 바로 <범죄도시 4>가 자체 하루 최고 관객 동원 기록(1219038)을 쓴 427일이다. 초반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하면 그만큼 관객 수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영화의 힘1000만명을 영화관으로 불러모으는지, ‘물량 공세1000만까지 가기 어려운 영화도 기록을 세우게 해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파묘>1000만 영화에 등극할 때까지 누릴 수 없었던 혜택을 <범죄도시 4>는 받았다.

스크린 독점문제인가, 현실인가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내버려 둬도 될 사안인가”. 지난 52한국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영화제작사 하하필름스 이하영 대표가 <범죄도시 4>의 스크린 독점 문제를 지적하며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유행 전에 비해 관객은 줄었는데 오히려 극장 수는 늘어나며 극장 간 경쟁이 과열 체제로 넘어갔다이런 상황에서 <범죄도시 4>라는 흥행 가능한 영화가 나오니 극장들이 앞다투어 관객 확보를 위해 스크린을 <범죄도시 4>에 배정해 독과점 현상이 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독과점이라고 할 수 있는 50%선에서 하나의 영화가 스크린을 점유할 수 없게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범죄도시 4> 흥행이 소환한 스크린 독점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관객의 영화 선택 폭을 넓힐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운영 방식은 그렇지 않다. 멀티플렉스는 <범죄도시 4>처럼 대박을 낼 것으로 보이는 영화가 개봉하면 갖고 있는 모든 스크린을 내어준다. 관객이 멀티플렉스를 찾아도 영화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현행 멀티플렉스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극장이 보라고 하는 영화를 보는 체제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법은 있지만 이를 제한할 방법은 없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는 한국영화의 상영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법에 따라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매해 11일부터 1231일까지 연간 상영일 수의 5분의 1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여야 한다. 이른바 스크린 쿼터제. 스크린 쿼터제는 외국영화의 공세에 맞서 한국영화를 보호하는 장치일 뿐, 한국영화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독점 문제는 막지 못한다. 그 결과 이른바 5’라고 불리는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의 배급사와 손잡는 것이 이들 산하에 있는 CGV, 롯데시네마, CINE Q, 메가박스 등의 영화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됐다. <범죄도시 4>의 배급사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고, <파묘>의 배급사는 쇼박스다. 영화 산업의 수직계열화는 이미 완성 단계다.

수직계열화를 인정하면 일부 의문은 해소된다. <범죄도시 4>가 개봉한 424일부터 1000만 관객을 달성한 515일 사이에는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 등의 휴일이 있었다. 상업영화 개봉 시점으로 고려해볼 만함에도 나서는 영화가 없었다. 이를 두고 한 영화산업관계자는 왜 굳이 <범죄도시 4>와 나눠먹기를 하느냐조금만 기다리면 1000만 관객 달성하고 알아서 비켜줄 텐데 그때 스크린 싹쓸이를 노리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배우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 22일째인 지난 515일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범죄도시4’의 한 장면/‘범죄도시4’ 측 제공

전문가들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김 평론가는 이제 와서 멀티플렉스 스크린 독점 문제를 지적해봐야 개선될 것은 없다. 법도 없지 않느냐결국 이들이 수익을 포기하고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으로 변하라는 것인데 불가능한 말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 역시 이제 꼭 영화관에서 영화를 개봉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에서 탈피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같은 경우 OTT 등에서 개봉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영화 한 번 보는데 1~2만원을 훌쩍 넘는 시대에 관객들에게 다양성을 담보하는 영화라고 봐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미 관객들은 극장에서 볼 때 효능감을 줄 수 있는 영화들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장을 찾지 않는 관객들은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가 아닌,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범죄도시 4>1000만 관객을 돌파한 515일 상영점유율을 28.6%까지 한 번에 낮췄다. 목표를 달성하고 퇴장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남은 것은 <범죄도시 4>22일간 보여준 행보를 문제라고 제재할 것이냐, 현실이라고 인정할 것이냐다. <범죄도시 4>가 한국 영화계에 고민거리를 던졌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중국 경제 앞날 어둡다는 서구 전문가들 말 맞을까

중국 경제의 일본화가 우려된다. 그러나 서구 전문가들의 비관적 예측이 들어맞은 적은 별로 없다. 맞딱뜨린 경제위기를 중국이 어떻게 돌파할지 여러 예측이 나온다.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베이징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샤오미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6%(연율)였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서도 5.3% 성장했다. 이 정도면 선방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엔 제조업 생산 및 투자 증가의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기조의 성장은 중국의 수출이 확대되어야 지탱된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 확대는 세계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4일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연설에서 중국의 과잉생산과 수출 확대가 세계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경제는 국내적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와 총수요 위축으로 일본화가 우려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강화되었다. 중국 정부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강조하며 첨단 제조업의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촉발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5~2019년에 6~7%대를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때문에 2.2%로 떨어졌다. 2021년에는 8.1%로 회복되었지만 그다음 해엔 다시 3%로 하락했다. 지난해는 5.2%였다.

이러한 중국의 성장 둔화는 팬데믹 봉쇄를 배경으로 한 소비 저조 및 최근 부동산 시장 급락과 관계가 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은 중국의 성장률이 20244.6%, 20254.1%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급락과 총수요 둔화로 인해 중국 경제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급속히 하락하여 20221.09, 2023년에는 1명을 기록했다. 지난 2년 동안 연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경에 정점을 기록한 후 하락하여 2022년에는 약 5% 줄어들었다. 중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에 불과했고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1년 반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청년실업률이 21%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하자 중국 정부는 발표를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이 이토 다카토시 교수(컬럼비아 대학 국제공공문제대학원)의 연구에 기초해 산출한 일본화 지수에 따르면, 현재 중국 경제는 1995년 일본 상황(저성장과 저물가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과 비슷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뉴욕 시립대학)는 지난해 7뉴욕타임스칼럼에서 중국의 미래는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마이클 페티스(베이징 대학 재무학과 교수)나 브래드 세처(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마틴 울프(파이낸셜타임스논설위원) 등 서구의 저명한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중국 경제의 문제는 과도한 투자와 수출, 그리고 억압된 소비로 대표되는 구조적인 거시경제의 불균형이다.

수출 늘리면 지정학적 갈등 심화될 수도

중국 경제는 소비 부족과 국내 수요 정체로 인해 과잉 저축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투자는 2022년 약 44%에 달했는데, 총저축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반면 GDP에서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7%에 불과하다. 이러한 과잉 저축은 만성적인 물가상승 정체와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과잉 저축이 해소되려면 소비나 투자가 촉진되어야 하는데, 소비는 정체 중이고 투자는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라 더 오르기 어렵다. 최근까진 부동산 부문 과잉투자가 총수요와 경제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앞으로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적으로 과잉 저축(소비 부족, 수요 정체) 상태가 계속된다면, 중국은 더 많은 재화를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팔아야 하고 이는 무역수지 흑자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는 지속되기 어렵다.

따라서 서구 전문가들은 케인스주의 관점에서, 민간소비 확대에 기초한 국내 수요 확충이 중국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가계소득 증가와 소득분배 개선 그리고 사회복지 확대가 필요하다. 더욱이 임금인상과 국내 소비를 억제하고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의 성장전략은 무역분쟁 같은 세계경제 차원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마이클 페티스가 경제 평론가 매슈 클라인과 함께 쓴 무역 전쟁은 계급 전쟁이다(2020)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3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리창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오른쪽). AP Photo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5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국내와 국제 순환을 포괄하는 쌍순환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적으로는 민간소비 확대 및 중국 내 공급망 구축, 국제적으로는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출 확대를 지향한다. 사회보장, 도시화 촉진 등으로 소비를 제약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인프라와 핵심 부품·소재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기술개발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145개년 계획(2021~2025)에서도 쌍순환을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혁신주도성장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2021년부터는 분배를 강화하는 공동부유를 내세우며 플랫폼 기업, 사교육, 부동산 분야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팬데믹과 경제봉쇄, 부동산 버블 붕괴 등으로 내수 촉진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월 헤이룽장성을 방문했을 때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라는 의제를 제시했다. 올해 3월 열린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소비 부진이나 부동산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보다 지속적인 성장과 기술혁신을 위한 산업정책이 더욱 강조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등 미래지향적 첨단산업 부문에서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발전시켜 산업 혁신과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생산, 공정 산업 전반에 활용해 제조업을 혁신하고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소비보다 첨단 제조업 육성과 투자, 과학기술 발전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2024년 중앙정부 예산에서 과학기술 관련 지출이 약 10%나 증가했다. 이는 한편으로 최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규제 같은 압박 강화를 돌파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

서구는 중국의 이런 전략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시진핑의 계획은 근본적으로 틀린 방향이다. 무엇보다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필요한 소비의 촉진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과 건강보험 확대 등이 필요하지만 시진핑은 오히려 청년들이 고통을 경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전략을 실현하려면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심지어 신흥경제 국가들도 중국의 수출 확대를 우려한다. 전 세계 제조업에서 이미 31%를 차지하는 중국이 수출을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특히 값싼 중국산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상품의 수출 확대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2000년대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와 불평등에 악영향을 미친 차이나 쇼크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입장은 더욱 복잡하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EU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했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방중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중국의 과잉생산을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독일과 중국의 협력 및 상호 의존을 강조했다. 중국의 시장은 물론 중국 내 생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 산업계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봉쇄 기간에도 중국은 성장했다

중국의 과잉설비(투자)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근거가 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 산업의 설비가동률은 수년 동안 약 76%를 유지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올해 1분기에 약간 하락했지만 최근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설비에 지나치게 투자했다면 가동률이 하락해야 한다). 더욱이 중국 기업 전체의 이윤은 최근 증가하고 있으며, 저렴한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을 수출해도 수익성이 낮아지지 않아 덤핑 수출로 규정하긴 힘들다.

최근 이 산업들에서 중국의 수출 증가는 오히려 중국 기업의 산업경쟁력 강화를 반영하는 현상일 수 있다. 과학기술 논문을 분석한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364개 핵심기술 분야 연구 중 53개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세계 혁신지수를 봐도 중국은 소득수준에 비해 훨씬 높은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흥미롭게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중국의 경제구조도 서구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해왔다. 중국 정부가 소득배증계획을 통해 임금인상, 사회복지 확대 등으로 불평등을 개선해 국내 소비를 촉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구 소비지출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 40% 중반대에서 2010년엔 34.6%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이후 다시 조금씩 높아져 2019년에는 39.1%를 기록했다. 무상교육 등 정부의 사회적 현물이전 형태 복지지출을 포함한 소비의 비중도 높아져 2022년에는 GDP 대비 44%에 달했다.

2022328일 코로나19 발생으로 폐쇄된 중국 상하이의 지하 터널 앞. 경찰관들이 방호복을 입은 채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AP Photo

하지만 GDP 대비 가구 소비의 비중은 2019년 이후에 약간 하락했다. 불평등 개선을 위한 공동부유 같은 정책들이 제시된 것도 이러한 최근의 소비 정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경제성장 기여도에서 최종소비 증가분이 80% 넘게 차지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의 수출의존도 및 수출 관련 제조업 비중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0년대 중반까지 크게 높아졌지만, 이후에는 계속 하락했다. GDP 대비 수출의 비중은 1970년대 이후 계속 높아져 200636%까지 올라갔지만 그 뒤에는 떨어져 202220.7%를 기록했다. 또한 2006년 이후에는 중국 제조업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의 증가율이 생산 증가율보다 훨씬 높았다. 즉 중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나타난, 극단적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모델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제조업 무역흑자가 증가하긴 했지만, 중국의 전체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2023년 수출은 전년도에 비해 4.6% 감소했다. 201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1~2월에는 2023년 같은 시기보다 7.1% 증가했지만, 3월 수출은 7.5% 하락했다. 또한 2023년 미국의 GDP 대비 대()중국 상품수지 적자도 2794억 달러를 기록해 2022(3823억 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중국 거시경제의 불균형과 수출 확대에 관한 서구의 비판과 우려는 어느 정도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사실 서구의 중국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중국 경제에 관해 매우 비관적으로 예측해왔지만 별로 들어맞지 않았다. 팬데믹과 봉쇄를 거친 2019~2023년 사이에도 중국은 여전히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의 1인당 실질 GDP는 약 20%나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의 약 5% 그리고 독일의 0.5%보다 훨씬 더 높았다. 다만 팬데믹 이후 GDP에서 소비의 비중이 다시 하락하고 수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엔 유의해야 한다.

중국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첨단 제조업 중심의 투자만으론 한계가 크다. 중국 정부는 불평등 개선 및 사회복지 확대로 소비를 촉진하고 거시경제의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 청년의 삶을 개선하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진된 정책 전환(임금인상 및 국내 소비 촉진) 쌍순환에서 국내적 순환부분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는 길이다. 특히 생산성 상승을 촉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나 과학기술을 포함한 생산적 투자의 확대도 필요하겠지만, 바이든 미국 정부가 보여주듯 총수요 확장으로 공급 측면을 자극하는 방향도 고려할 만하다.

어떻게 보면 중국 경제를 둘러싼 현재의 논쟁은 총수요를 강조하는 주류 케인스주의적 관점 대() 투자와 공급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급진적 관점사이의 이견일 수도 있다. 두 입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대륙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 수요와 공급의 양 날개가 모두 필요하다.

시사인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알리·테무에선 티셔츠 5천원, 운동화 2만원... 서민들 왜 화났겠나"

'해외직구 금지' 논란 이면에 고물가 영향... 전문가들 "초초저가 열풍, 불황형 소비 늘어난 탓

"23일 해외 직구 플랫폼인 테무의 모습. 티셔츠(왼쪽)나 운동화(오른쪽)가 국내 유통 채널의 상품들보다 대략 5~10배 싼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알리나 테무에 들어가보면 티셔츠가 5000원이고 운동화가 2만원이다. 나이키 모방상품이 진품보다 10배 더 싸다. 이미테이션(모조품)이 팔린다는 건 없는 자들이 아우성친다는 뜻이다. 서민들이 이번 '해외 직구 금지' 논란에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봐야 한다." -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방침을 둘러싼 논란 이면에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 대응의 초점이었던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알리)나 테무가 새롭게 떠오르는 전세계 '직구(직접구매)' 플랫폼인 건 맞지만, 이들이 국내에서 각광받는 기저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가성비를 따지는 '불황형 소비' 현상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23<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초초저가' 물건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 당장 구매력이 약한 서민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며 "이것이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알리와 테무에서 문제가 된 모방상품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서민들이 이미테이션을 찾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라며 "직구 플랫폼이 소위 '브랜드' 제품에 대한 가난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측면을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2253천억202368천억

해외 직구액 1년만에 28% 급증, ?

중국 최대 쇼핑 시즌 '광군제'를 앞둔 지난 202211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해외 직구 대형TV가 쌓여 있다.

SNS'초연결'된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계층과 상관 없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이같은 불황형 소비가 강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세계가 SNS로 연결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쿄나 서울, 호치민, 뉴욕의 라이프스타일이 균질화되고 있다"라며 "특히 MZ세대의 경우 '왜 우리는 저들과 가격이 다른가, 왜 우리는 저 제품을 못 사나'하는 불만이 크다"고 했다. 서 교수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이미 직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이번 정부 방침을 보며 담당 고위공무원들 중 과연 알리나 테무에서 쇼핑을 해본 사람이 있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화가 난 건 비슷한 상품의 가격차가 5배 이상이나 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운반비나 통관비를 고려해 2배 정도까지만 차이가 났더라도 소비자들이 이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현재 알리와 테무에서 파는 옷이나 신발은 네이버쇼핑 등 국내 유통 채널에 올라온 상품보다 대략 5~10배 싼 수준이다.이 교수는 "최근에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주변 관계집단과의 상대적 비교에 민감한 중장년들도 골프 등 레저용품을 직구해 트렌드를 따라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경향이 보인다"라며 "불황이 이어지는 한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해외 직구액은 68000억원으로, 1년 전(53000억원)에 비해 28.3%나 증가했다.

김성욱(etshiro)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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