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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6.3~

by 이성근 2024. 6. 3.

 

확인사살·즉결처형 5·18계엄군 검찰 고발 왜?

“44년간 참회 없고 공소시효 남았다판단

5·18조사위 주남마을·송암동 학살 9명 특정

도청진압 실행한 공수부대 여단장 3명도 포함

보수 위원 3형벌불소급 원칙 위반반발

1980523일 광주 동구 월남동 주남마을에 주둔한 계엄군이 승객 18명을 태운 미니버스를 무차별 사격했다. 계엄군은 부상당해 살아남은 3명 중 두 명의 청년을 마을 뒷산으로 끌고가 살해했다. 항쟁 후 주민 신고로 시신이 발굴됐다. 강윤중 기자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가 검찰에 5·18당시 민간인 학살에 직접 가담한 계엄군과 지휘관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다. 국가 기관이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계엄군을 특정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44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5·18과 관련한 형사처벌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등 신군부 지휘부 일부에 한정됐었다.

5·18조사위는 지난달 31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양민학살 계엄군내란목적살인 행위자에 대해 위원 5명의 찬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2일 밝혔다. 위원회에는 8명이 참석했지만 보수정당이 추천한 3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5·18진상규명특별법에는 조사한 내용이 사실임이 확인되고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5·18조사위는 지난 4년의 조사를 통해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송암동 양민학살사건은 계엄군 9명의 범죄가 명백하다고 결론 냈다.

특히 조사위는 무장하지 않은 시민을 확인사살을 하거나 즉결처형을 직접 실행한 계엄군의 소속과 계급 등을 동료 군인들의 진술 등을 통해 특정했다.

주남마을에서는 1980523일 오전 9시쯤 광주 외곽을 차단하고 있던 11공수가 14명이 탄 미니버스에 일제히 총격을 가했다. 당시 A하사는 총격 이후 차량에 올라 부상한 시민을 확인사살 했다. 5·18조사위는 최소 4명이 A하사의 확인사살로 뇌 손상이나 흉부관통상 등으로 숨진 것으로 결론 냈다.

B일병은 미니버스에서 부상을 입고 여단 본부로 붙잡혀온 시민 2명을 작전보좌관 C소령의 지시로 인근 숲속으로 끌고 가 사살하고 암매장했다. 암매장된 청년 2명은 5·18 이후 주민 신고로 발굴됐지만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무명열사로 묻혔다가 2001년 유전자 감식을 통해 가족을 찾았다.

5·18당시 광주 남구 송암동에서 발생한 계엄군 양민학살 생존자 최진수씨가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공원 김군동상 앞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524일에도 11공수는 남구 송암동에서 민간인들을 집단 학살했다. 광주비행장으로 철수하던 11공수는 송암동 인근에서 매복해 있던 전투병과교육사령부 보병학교 교도대와의 오인 교전으로 큰 피해를 봤다.

11공수는 이후 인근 마을을 뒤져 젊은 주민들을 분풀이로 학살했다. D상사는 마을에서 붙잡아 온 비무장 청년 3명을 M16 소총으로 쏘고 확인사살까지 했다. E상사는 비무장 상태였던 시민 1명의 머리와 등을 대검으로 찌르고 M16소총으로 살해했다.

5·18조사위는 최웅 당시 11공수여단장과 소속 계엄군들의 범죄를 막지 않고 방조한 장교 3명도 함께 고발하기로 했다.

이들 사건은 연행한 시민을 임의로 처형한 범죄인만큼 유엔의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규정된 집단살해에 해당한다는 게 5·18조사위 판단이다.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아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5·18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수사와 조사에서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개별 계엄군들에 대한 처벌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5년 검찰이 신군부 세력을 기소했지만 5·18과 관련해 처벌받은 사람은 전씨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급 장병들은 아예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5·18조사위 관계자는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계엄군을 특정, 처음으로 개별 형사책임을 묻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가해자로 특정된 계엄군들이 44년이 지났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죄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도 고발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527일 광주재진입작전(전남도청 진압작전)을 실행한 지휘관들도 내란목적살인죄를 추가 적용해 검찰에 고발한다. 1997년 대법원은 도청 진압작전과 관련해 전씨와 당시 특전사령관 정호용씨 등에게 적용된 내란목적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도청에서 숨진 시민 18명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5·18조사위는 그동안의 조사에서 도청 진압작전으로 숨진 시민이 7명 더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이에 따라 생존해 있는 정씨를 비롯해 작전을 실행한 최세창 3공수여단장, 신우식 7공수여단장, 최웅 11공수여단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5·18조사위는 내란목적살인죄는 피해자별로 성립하는 실체적 경합범(별개의 범죄)이므로 추가 고발 및 기소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협·이동욱·차기환 위원은 계엄군의 검찰 고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이들은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처벌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고발 결정은 헌법의 적법절차 원칙과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면서 고발을 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므로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향 강현석 기자

세월호 구조 못 한 국가의 책임헌재, 10년 만에 54 각하

2014416일 세월호가 침몰해 전복된 모습.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세월호 유가족이 구조 과정에서의 정부의 잘못을 확인하기 위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일부 재판관은 “(정부가) 희생자들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유가족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헌재는 지난달 30일 재판관 5(각하) 4(인용) 의견으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신속한 구호조치 등 부작위 위헌확인 심판청구를 각하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 등은 지난 20141231일과 201514일 희생자 34명 등을 포함해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국민의 생명을 구호할 의무를 진 피청구인이 신속하고도 유효·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로 인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법은 공권력이 행사되지 않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도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된다고 정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신속하고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를 참사로 키웠으며, 이로 인해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10년만에 판단을 내놓은 헌재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해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포괄적 의무가 있음은 종래 헌재가 해명한 바 있다다만 구체적인 구호 조치의 내용은 관련 법령의 해석·적용의 문제로서 이미 법원을 통해 구체적인 위법성이 판단돼 그 민·형사적 책임이 인정되었으므로, 이 사건에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이유로 예외적 심판청구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이 사건 구호조치가 심판청구 제기 전에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었던 경우에 해당된다고 봤다. 이어 위헌성이 아닌 위법성이 문제 되는 경우이므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헌재는 심판청구이익은 침해행위가 이미 종료되었더라도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위헌성이 아니라 단지 위법성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유사한 침해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개별 기관 등이 이런 법령과 매뉴얼의 조치를 이행했는지 여부는 공권력 행사의 위헌성 판단 문제라기보다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것으로서, 위법성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위법성에 대한 민·형사적 판단이 있었고, 입법자가 재난 안전 대응을 강화하는 등 조치가 있었으므로 심판 청구의 이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을 낸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심판청구 이익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이들은 반대의견을 통해 세월호 사고와 같이 재해에 준하는 대형 해난사고로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이행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이 사건 구호조치는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반해 희생자들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므로, 유가족인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재해에 준하는 대형 해난사고에서 국가의 생명권 보호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에 대해 헌재의 확립된 결정이 없는 점 세월호 사고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은 개개인의 형사처벌 여부, 국가배상 인정 여부이므로 피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심판청구와 헌법적 의미가 다른 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지적받는 해양 안전관리 실태와 구체적 위기상황에 대응할 피청구인의 책임을 헌법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점을 고려할 때 심판이익 청구가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이어 어느 한 기관도 통합적으로 정보를 관리하지 못했고, 주도적·적극적으로 다른 구조본부나 현장 구조세력에 전파하지 않았다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발생 시부터 침몰 시까지는 물론 상당한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관저에 머물며 서면과 전화보고만 받았고, 1715분경 중대본을 방문하기까지 구체적인 지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초기상황에 대한 정보파악과 취득에 관한 문제, 현장구조세력의 구조방식에 관한 문제, 해양경찰 지휘부의 판단 및 지휘에 관한 문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에 관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며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침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당신의 소득이 줄어든 진짜 이유

정부 '건전재정' 중독에 무너지는 중산층과 서민경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해야

시장주의 이념에 깊게 뿌리내린 건전재정 기조를 폐기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건전재정의 근간인 "긴축을 통한 민생경기 부양"은 양립할 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정책 목표다. "부자 뺀 건전재정"이 민생 대란 사태에 2차 충격을 가하면 경제가 성장해도 실질소득이 오히려 감소하는 구조적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2년 연속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민생 곳간을 털어 부자 감세 공백을 메우는 사이, 민생경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더욱이, 무능한 재정운영과 사상 최악의 세수 펑크 참사로 민생 확대 재정을 추진할 여력도 소진된 상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건전재정의 이념 편향을 바로 잡고 지속 가능한 균형재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질소득 감소가 내수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차단할 수 있다. 양반 대접을 받는 법인세 감세와 비교하면, 근로소득세는 감세는커녕 증세 부담을 짊어진 머슴 정도로 취급받는다. 유리 지갑인 근로소득세가 물가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제도만 개선해도 건전재정의 기업 편향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그것은 바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입법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민주당도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아무리 부자 감세를 비판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실질소득 계속 마이너스

국정 기조의 한 축인 건전재정은 시작부터 잘못 설계된 정책 실패이며, 이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건전재정의 친기업 편향이 무질서한 재정운영과 얽히고설키면서 나라살림이 더 불건전해졌기 때문이다. 법인세 보편 감세로 관련 세수는 2022104조 원에서 202380조 원으로 무려 24조 원이나 감소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두 번 지급할 수 있는 돈이 사라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재정적자의 질적 저하가 만성적 소득충격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로, 건전재정의 양대 축인 "기업 확장재정·민생 긴축재정" 기조가 기승을 부리면, 민생 곳간을 털어 재정 공백을 메우는 정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게 된다. 미친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공공적자를 메우는 '공공요금 시장화' 정책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근로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근로소득세 세수 추이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부자 뺀 건전재정" 중독에 힘입어 법인세 세수가 24조 원 이상 급감했다. 그러나 근로소득세 세수는 민생 대란 사태에도 불구, 202257조 원에서 202359조 원으로 오히려 2조 원 증가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강조할수록 실질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번째 문제는 경제가 성장해도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 실질소득이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다, 최근에는 아예 마이너스 성장 궤도에 진입해 버렸다. 숫자만 놓고 보면, 금융위기에 준하는 소득충격으로 평가할 만하다. 구체적으로, 우리 경제가 2021년에 4.3% 성장했을 때 실질소득은 절반 정도인 2.0% 성장에 그쳤다. 2022년 성장률은 2.6% 수준인데 실질소득은 0.2% 역성장했다. 2023년에는 실질소득이 1.1% 역성장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정도 소득충격이면, 민생경제는 사실상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 직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간 실질성장률·실질임금 추이통계청·한국은행

분기별 실질성장률·실질근로소득 추이통계청·한국은행

근로자가 대상인 '실질근로소득'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실질근로소득은 2023년 이후 급락 추세로 전환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사태 이후 최대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1.3% 성장했음에도, 실질근로소득은 작년 4분기 1.9%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9% 역성장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했음에도 코로나사태에 준하는 소득충격이 발생한 것이다. 건전재정의 뿌리인 "기업 확장재정·민생 긴축재정"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민생경제는 결코 소득충격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소득충격이 장기화될수록 내수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중장기 균형재정의 틀 안에서 "기업 균형재정·민생 확대 재정" 기조를 입법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 민생경제를 위한 근본 대책을 탑재할 수 있는 재정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첫째, 민생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공공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2차 물가대란 사태가 발현하면, 천하의 민생대책을 추진한다 해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둘째, 특단의 소비진작책을 마련해 만성적인 내수불황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민생회복지원금'도 먹고사는 문제로 바라보면 경제정책이고, 건전재정의 눈으로 보면 퍼주기 포플리즘이 된다. 지금의 민생경제를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선별이든 보편이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셋째, 민생 확대 재정의 틀 안에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추진해 경제가 성장해도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제 어려울수록 세 부담 늘어나

정부가 밀어붙이는 민생정책들은 잘못된 과녁을 겨누고 있다. 2023년 기준, 가구의 소득 구성을 보면, 근로소득(63%)과 사업소득(20.6%)이 전체 소득의 83.6%를 차지하지만, 재산소득 비율은 1% 정도다. 반면,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과녁이 아니라, 1%에 불과한 재산소득과 관련된 규제 완화에 편중되어 있다. 개인투자자를 위해 금투세, 주식양도세, 상속세를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다주택자 중과 폐지 등 부동산 규제 완화가 대부분이다. 가계소득의 84%를 차지하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제고를 위한 소득증진책이나 소비진작책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작금의 민생 대란 사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은 실질소득을 늘려 소비 여력을 제고하는 길뿐이다. 민생 확대 재정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소비 여력을 높이는 내수진작책인데, 민주당이 제안한 "민생회복지원금"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근로소득세 세법 개정을 통해 세수 부담을 완화해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방안이다. 불합리한 근로소득세 체제를 현실화해 법인세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소득세 물가연동제" 이슈가 여기에 속한다.

근로소득세를 둘러싼 쟁점은 법인세처럼 세율 인하를 통해 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아니다. 세율은 그대로 적용하되, 물가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세율구간을 정상화해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현행 근로소득세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세율 구간이 물가를 반영하지 못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이 늘어나는 자연 증세가 일어나는 구조라는 점이다. ,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명목소득이 늘어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82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렇다면, 근로소득세가 왜 기울어진 운동장인지를 살펴보자. 최근 10('13~'23)간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증가 추이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이 기간에 법인세는 201344조 원에서 202380조 원으로 8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는 22조 원에서 59조 원으로 169% 증가했다. 굳이 복잡하게 분석하지 않아도, 근로소득세의 증가 속도가 법인세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장 큰 원인은 화석화된 근로소득세 세율구간이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실질소득이 그대로임에도 세수 부담이 늘어나는 자연 증세가 발생하는 데 있다. 물론, 물가와 연동한 소득세법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 당연히, 미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도 방식은 달라도 물가와 연동한 세율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소득 보전 대책인 동시에 민생 물가 대란을 완화할 물가 대책으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한 소득 보전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법인세 감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물가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소득세법을 정상화해 경제가 어려울수록 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적 폐단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대응도 문제가 있다. 정부와 여당이 건전재정 중독에 빠져 민생 확대 재정을 외면하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부자 감세를 비판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건전재정의 기업 편향을 막아낼 근본 대책을 제시하고 이를 입법으로 정면 돌파하는 전문 역량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이 대안 있는 경제 정당으로 거듭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송두한 국민대 특임교수(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오마이뉴스

 

마처세대저소득 1960년대생 절반이 고독사 우려

응답자 15%는 부모·자녀 이중부양

1960년대생의 월 소득 수준별 고독사 가능성 인식. 돌봄과미래 제공

1960년대생의 15%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60년대생 3명 중 1명은 본인의 고독사를 우려한다고 했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8~151960년대생(55~64) 980명을 대상으로 웹·모바일 조사를 실시했다. 1960년대생은 모두 8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6.4%. 내년부터 1960년생을 시작으로 65세 이상인 법적 노인 연령에 접어든다.

1960년대생은 마처세대’(부모를 부양하는 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음 세대)로 불린다. 이번 조사에서 1960년대생 응답자의 15%는 부모와 자녀 양쪽 모두를 부양하는 이중부양을 하며 월평균 164만원을 부모·자녀를 돌보는 데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3(29%)은 본인이나 배우자의 부모와 함께 살았다. 부모가 있는 응답자의 44%가 부모에게 월평균 73만원의 용돈을 지급했다. 응답자의 절반(49%)은 부모가 편찮아서 돌봄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중 32%는 부모를 직접 돌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는 자녀에게 월평균 88만원의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다.

고독사를 걱정하는 1960년대생이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10명 중 3(30.2%)은 본인이 고독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의 고독사를 걱정하는 비율은 월 소득 200만원 미만에서 절반에 가깡운 49.9%로 가장 높았다.

응답자의 52%는 퇴직자였고, 퇴직자 중 54%가 재취업 또는 창업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일하는 경우 평균 2.3개의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일을 하는 이유로 아직 더 일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37%), “가계의 경제적 필요”(29%), “일하는 삶이 더 보람”(17%) 등을 들었다.

1960년대생의 대다수가 국가의 돌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봤다. 응답자의 98%우리 사회에서 돌봄은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돌봄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고 생각했다. 응답자의 86%노인, 장애인, 환자에게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를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1960년대생은 본인의 기대수명을 85.6세로 예상했다. 자신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사는 기간을 6.7년으로 생각했다./경향

지붕 뚫은 분양가

17개 시·도 중 6최고가 경신

천정부지 분양가, 어디까지3일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공사가 한창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여파로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지역 내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3.31억원 넘는 단지도

대구는 미분양 적체 탓 가격 하락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올 들어 역대 최고 분양가를 경신한 지자체가 17곳 중 6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는 3.3당 분양가가 1억원을 넘긴 단지도 등장했다.3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자체 중 지역 내 민간아파트 3.3당 분양가격이 올 들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지자체는 총 6곳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는 지난 1월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한강3.313771만원에 분양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같은 달 공급된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분양가(6831만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부산도 올해 1월 최고 분양가가 바뀌었다. 수영구 민락동 테넌바움294단지가 3.36093만원에 공급됐다.

대전은 4월 분양한 유성구 봉명동 유성하늘채하이에르3.32452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충북과 충남도 올 들어 3.3당 최고 분양가 사업지가 나왔다. 충북은 청주시 서원구 힐스테이트어울림청주사직1416만원에 분양됐다. 지난해 9월 분양한 청원구 오창읍 더샵오창프레스티지’(1413만원)2위로 밀려났다. 충남에서는 지난 2월 천안시 서북구 힐스테이트두정역3.31593만원에 공급되며 최고 분양가를 갈아치웠다.

전북에서는 지난 2월 전주시 완산구 서신더샵비발디3.31537만원에 분양되며 지난해 7월 전주시 덕진구에서 분양된 에코시티한양수자인디에스틴분양가(1311만원)를 뛰어넘었다.

반면 분양가가 떨어진 지역도 있다. 3월 기준 9814가구의 미분양이 있는 대구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수성구 범어동 범어 아이파크3.33166만원에 분양되며 20224월 분양한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분양가(3507만원)보다 341만원 낮은 가격에 공급됐다./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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