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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5.27

by 이성근 2024. 5. 27.

20년 전 

 

엄청 반대하겠죠" 그래도 논란 자청한 고민정

[스팟 인터뷰] 그가 '종부세 폐지' 꺼낸 이유... "징벌로만 통용, 전면 개편 필요... 토론하자

2021831,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반대표를 던진 17명의 민주당 의원 중 하나였다(관련 기사 : 울먹인 장혜영, 포효한 용혜인 https://omn.kr/1v1j3).

2022722,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을 때도 종부세 문제를 두고 "어느 정도 조정은 할 수 있지만 우리의 방향성까지 흔들리진 않았으면 한다"며 여전히 원칙론을 견지했다. 다만 고 의원은 "프레임 전환은 필요하다""계속 종부세에 갇히는 것은 저들의 논리를 따라가는 셈"이란 말을 남겼다(관련 기사 : 1인 시위까지 나선 고민정 "솔직히 윤 대통령이 잘하길 원한다" https://omn.kr/1zygo).

2024524, 그는 이날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종부세 폐지했으면 좋겠다. 종부세가 상징처럼 돼버려서 민주당은 집 가지고 부자인 사람을 공격하는 세력처럼 됐다"고 했다. 확연히 달라진 태도였다.

종부세는 2005년 도입 이래 항상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보수 진영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이자 '세금 폭탄'이라며 맹공했고, 합산방식이나 공시가격 기준 등을 두고도 시기를 떠나 찬반이 팽팽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2017332000명 수준이던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가 20221195000명까지 급증, 정권교체로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종부세 폐지 없인 정권을 되찾아올 수 없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종부세는 곧 노무현이고, 민주·진보진영의 상징이다. 고민정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던 2021년 가을 개정 때도 당 안팎에선 '민주당이 부자감세에 동참했다'는 반발이 거셌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종부세 폐지' 발언이 공개된 후, 고 의원에게도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긴 하다.

그는 24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번 발언으로) 우리 진영에선 엄청 반대하고 비판하겠죠"라고 했다. 그럼에도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고자 손가락을 뻗었을까.

"선거 공약으로도 제안"... '종부세 폐지' 왜 나왔나

- 2년 전 인터뷰 때도 '방향성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당에서 종부세 완화 조짐이 있을 때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1년 반대표뿐 아니라 202297일 일시적 2주택, 지방저가주택 등은 '1가구 1주택'을 유지하도록 완화할 때도 기권이었고. 왜 지금 폐지로 생각이 변했는지 궁금하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자'고 제안했다. 물론 안 받아들였지만. 그런데 얼마 전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1가구 1주택) 종부세 폐지를 얘기했다가 바로 접지 않았나. 하지만 이 사안은 충분히 토론할 필요가 있다. 종부세 찬성·반대 다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나.

저는 원래 상한선을 올리는 것도 반대했다. 9억 원을 무너뜨리면, 심리적 마지노선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가는 건 물론이고 서민들한테도 안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11억 원으로 올라가지 않았나. 그 결과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20221195000명에서 2023412000명으로, 세수도 33000억 원에서 15000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전체 대상자는 1283000499000, 세수는 67000억 원47000억 원). 게다가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있고.

종부세를 실제로 내는 사람도 몇 안 되고, 세수 확보에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종부세의 존재만으로 집값이 잡히는 것도 아니라면 굳이 여기에 얽매여야 할까. 저는 문재인 정부가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냥 (부동산 투기 목적의) 욕망으로만 봤던 게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는 면이 있고, 1가구 1주택에 한해서 폐지하자는 것과 다주택자를 포함해 전부 폐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다주택도 어느 정도인지, 어떤 종류인지 봐야하지 않나. 예를 들어 지금 농어촌에 있는 집은 1가구 1주택을 따질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법 개정, 시장 변화 등으로 다주택자 가운데 종부세 대상자도 2022904000명에서 2023242000명으로, 같은 기간 세액은 23000억 원에서 4000억 원 수준으로 감소 기자 주). 저는 '어쨌든 논의를 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거다. '우리는 무조건 종부세를 꼭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해야 하나. 또 지지층을 분석해보면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한다. 이 대목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종부세는 '징벌'로만 통용... 다른 세금 조정하자"

강남우체국에 도착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202311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각 가정으로 전달될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공시 가격 하락 등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민주당이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라는 지점에서 종부세 완화 또는 폐지를 말하면 '중산층 이상만을 위한 부자정당으로 가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그런데 '서민을 위한 정당'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시작한 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계속 거기에 머무르기만 할 건가.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논의가 필요하다. 저는 당에서도 계속 이 이야기를 해왔다. 또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실제로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어가고 있는데 겉모습은 자꾸 아닌 것처럼 하는 게 이율배반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힘없고 약한 사람들의 방패막이'가 되자는 것과 '소득이 적은 사람들만을 위한 정당'이 되자는 것은 다른 의미라고 본다."

- 어떤 면에서 다른 의미라는 뜻인가.

"꼭 소득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약자가 아닌가? 집을 갖고 있다면 약자가 아닌가? 너무 옛날 방식으로 약자와 강자를, 선악의 구도를 구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종부세에 대해서는 심각한 토론이 필요하다."

-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각종 감세 정책 등으로 세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종부세를 폐지하든 완화하든 여파가 있지 않을까.

"과세 대상자나 세수 현황을 볼 때, 지금이야말로 종부세를 증세·감세의 문제가 아닌 영역에서 논의할 수 있는 시기다. 물론 세수를 줄게 할 수는 없다. 가령 저는 법인세 같은 건 올릴 수 있는 만큼은 올려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종부세를 폐지한다고 모든 세금을 다 폐지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취득세나 재산세, 아니면 양도세를 올리든 조정을 해야 한다. 다만 종부세가 '징벌적 제도'로 통용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 결국 '폐지' 주장 자체보다는 '토론'을 원한다는 말인데, 당장 반발이 거세지 않겠나.

"우리 진영에서는 엄청 반대하고 비판하겠죠. 그런데 '넘어가야 될 산'이다. 어쨌든 시대도 변했고, 산업도 변했고, 사람들의 재산 형성 과정과 방법도 변했고, 인식도 다 변했다. 정치만 하나도 안 변했다."

"정치만 하나도 안 변했다... 건강한 토론 이어지길"

고 의원은 25일 늦은 시각 페이스북에도 글 한 편을 남겼다. 그는 "민주당은 종부세를 목숨처럼 생각하면서도 그 경계를 허무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결국 종부세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여러 예외조건과 완화조치로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엔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총체적인 재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특히 "월세에서 전세로, 그리고 자가로 이동할 수 있는 '주거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종부세를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성역으로만 여기지 말고, 젊은 세대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하기 위해선 어떤 제도 설계가 필요한지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의 합리적 재분배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일은 우리가 계속 지향해야 할 일임에도 변함이 없다""상대방에 대한 혐오의 말이 아닌 건강한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토론은 조금씩 진행 중이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종부세는 자산불평등해소,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진지한 반성과 성찰 없이, 또 당 차원의 토론이나 방침 없이 민주당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며 반대 뜻을 표시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도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를 가진 정당이면, OECD 평균 아래인 조세부담율을 높이고 부동산 소유 양극화는 줄인다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에 초점을 맞춘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종부세를 폐지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주택 서민들로부터 실낱 같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가는 게 민주당이 할 일이란 말인가"라며 '폐지론'"망발"이라고 성토했다.

다만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경감해주자는 제안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이것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29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찬성 178, 반대 23, 기권 4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박소희(sost)

 

종부세 폐지하자는 고민정노무현이 통곡할 일

종부세의 도입 취지와 기능을 전혀 모르는 듯

부동산 과다 소유 억제, 자산 양극화 완화 목적

지방 교부금으로 보내 국토 균형 발전 효과도

문제 있으면 발전적으로 개선, 지양해 나가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최대 질병은 지대추구

부동산 공화국혁파 없이 대한민국 미래 암울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신동아와 인터뷰하며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논란이다. 고 의원의 발언을 보면 종부세의 취지와 역할 등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결여된 듯 보인다. 고 의원의 발언이 더 절망적인 건 만악의 근원이라 할 부동산 공화국혁파에 대한 철학이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 의원의 혹평과는 달리 종부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가 이룬 빛나는 성취 중 하나다. 종부세가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발전적으로 개선하고 지양하면 될 일이다. 종부세의 명암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나 일체의 대안 제시도 없이 종부세에 적대적인 논조의 매체에 나가 종부세 폐지를 운운하는 고 의원의 태도가 민주당에 어울리는 것인지 정녕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지난 2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7. 연합뉴스

종부세 제대로 이해 못하면서 종부세 폐지 주장한 고민정 의원

고 의원의 종부세 관련 인터뷰 내용을 아래에 인용한다. 인터뷰를 읽다보면 고 의원이 종부세에 대해 몰이해하면서 종부세 폐지를 주장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든 선거는 중도 싸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이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민주당도 용기가 필요하죠. 언제까지 서민의 정당만을 표방할 것인가. 서민의 정당을 버리자는 뜻이 아니라 시즌2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그러려면 당내에서 치열한 싸움이 있어야 하거든요.

대선이 끝나자마자 저는 사실 그 준비를 했어요. 당내에서 이념과 정책 노선의 방향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윤 대통령께서 바이든 날리면부터 시작해 어이없는 사건을 너무 많이 저지르니 당내 싸움을 할 겨를이 없는 거죠. 한으로 남아요. 우리가 그 좋은 시기를 놓쳤구나. 지금이 다시 기회일 수 있다고 봐요. 정권을 잡지 못하는 정당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저는 대표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했으면 좋겠어요.”

민주당이 언제 서민의 정당만을 표방했는지 모르겠지만, 고 의원은 민주당이 서민의 정당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의 기본 성향이나 지금까지의 정치 노선을 보면, ‘종부세 9억 원을 깨뜨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정치를 겪어보고 유권자를 만나본 뒤 내린 결론은, 종부세를 유지할 때 얻는 것과 폐지할 때 얻는 것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세수를 늘리는 목적에서라면 종부세가 아닌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오히려 종부세가 상징처럼 돼버려서 민주당은 집 가지고 부자인 사람을 공격하는 세력처럼 됐거든요. 우리가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집값이 많이 떨어졌고 공시지가 변화도 있어서 예전만큼 종부세를 내시지는 않을 거예요. 설령 폐지해도 큰 변화는 없거든요. 그래도 상징적 의미는 굉장히 클 겁니다. 그러나 엄청난 싸움은 벌어지겠죠.”

고 의원은 종부세의 도입 취지와 기능을 전혀 모르는 성 싶다. 종부세는 세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의 세금이 아니다. 아울러 집부자를 공격하는 세금도 아니다. 종부세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도입한 보유세의 일종으로 부동산 과다 소유 억제, 부동산 자산 양극화 완화, 국토 균형 발전(종부세는 국세인데 이를 전액 지방에 교부금으로 뿌려준다) 등의 목적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종부세는 모든 세금 중에 가장 좋은 세금으로 알려진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중대한 역할을 해냈다. 그러다 보니 혹자는 보유세를 한국사회가 이룬 빛나는 성취이자 정의의 구현이라고도 평한다. 고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었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로서는 유동자금이 워낙 많고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집값이 그래도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을 욕망으로 치부해 버렸다는 건 큰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한 끗 차이일 수 있지만 누구나 다 품을 수 있는 마음이라는 시선으로 정책을 짜는 것과 버려야 할 욕망이라는 시선으로 정책을 짜는 건 다르거든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욕망이라는 시선을 상수로 깔았다는 점에서 실책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문재인 정부 사람들 만나면 언제 한번 우리끼리라도 평가를 해보자고 얘기하거든요. 반성 없이는 새로운 걸 만들 수 없으니까요.”

고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많은 문제점들을 내장했고, 자주 정책 투사 시점을 실기했으며, 결국 부동산 가격 폭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평가한다면 그 평가는 온당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고 의원의 평가는 그런 것과는 결이 다른 듯 싶다. 고 의원이 표현한 "누구나 다 품을 수 있는 마음"을 문 정부가 품지 않고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했기에 부동산에서 실패했다고 고 의원이 평가한다면 그런 평가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출처 : OECD(stats.oecd.org)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토지+자유연구소 이진수 연구위원 생산

대안 제시도 없이 무조건 종부세를 폐지하자고?

고민정 의원이 종부세 폐지라는 엄청난 발언을 하면서도 그 근거나 대안에 대해서는 일체 내놓지 않은터라 어안이 벙벙하다. 물론 종부세는 다른 모든 세금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세금이 아니다. 확실히 종부세에는 부유세적 성격이 있고, 건물에도 과세하는 난점이 있다. 종부세가 출생할 때부터 거의 모든 레거시미디어가 종부세를 세금 폭탄으로 매도한 나머지 이미지도 많은 손상을 입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고 의원이 할 말은 "종부세의 도입 취지와 기능에 대해선 동의한다. 하지만 이참에 종부세의 명암을 면밀히 따져보고 종부세를 개선하거나 종부세를 발전적으로 지양할 대안을 만들자"라는 것이어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고 의원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출처 : 토지+자유연구소

만악의 근원 부동산 공화국을 보유세 없이 어떻게 혁파할 것인가?

고 의원의 인터뷰 내용이 더 절망적인 건 고 의원이 대한민국을 고사시키는 주범인 부동산에 대한 이해가 전무해보여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최대 질병은 지대추구. 그리고 그 지대추구의 대표선수가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유화. 대한민국이 지긋지긋하게 경험하듯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유화는 계층별·세대별·지역별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자원 배분의 왜곡과 낭비, 기업가 정신의 형해화, 혁신 의지와 근로 의욕의 파괴, 공동체 의식과 연대 정신의 훼손, 경기 변동의 진폭 확대, 저출산 등 만악의 근원이라 할 만하다. 이런 만악의 근원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더 악화시킨 채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되는 것이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이다.

앞에 제시한 그래프가 보여주듯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시가 배수가 압도적인 나라다. 거기에 더해 해마다 천문학적인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렇게 발생한 부동산 불로소득(임대소득+매매차익)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천문학적 부동산 불로소득이 매년 발생하는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위한 최적의 정책수단이 바로 보유세다. 세계적 석학들은 이구동성으로 보유세가 가장 시장친화적 세금이라고 평한다.

글로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첨병이라 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OECD 등에서도 부동산 보유세가 모든 세금 중 가장 성장 친화적이라고 선언했다. 더 나아가 IMFOECD 등은 부동산 보유세를 GDP2%까지 높일 것을 권고한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의 GDP 대비 보유세는 1.04%에 불과하다.

고민정 의원의 종부세 폐지 발언은 내용과 형식 모두 극히 부적절했으며 비판받아 마땅하다. 고민정 의원 같은 의원이 민주당 내 다수를 차지한다면 단언컨대 민주당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정당이 될 것이다. 역사와 대화하며 부박한 세태와 타협하지 않고 종부세를 만들었던 노무현이 새삼 그리워진다.

이태경 편집위원 시민언론민들레

김치찌개 더 주세요"라는 기자에 국민이 느낀 모욕감

윤 대통령 기자초청 바비큐 파티로 '소통 쇼' 열어

기자들, 최고 권력자 행사에 우르르 몰려가 박수

채해병·김건희 특검법, 민생 등 현안질문 안 하고

줄서서 배식 받아먹기대통령 '소통 쇼' 동원된 꼴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는 기괴한 행사가 열렸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앞치마를 두른 채 고기를 굽고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요리해 기자들에게 나눠주는 행사였다. 이 행사는 사진과 영상으로 국민에게 공개됐다. 시골 전원주택 사는 집 주인이 손님을 불러 바비큐 파티를 여는 모습, 혹은 자원봉사 단체가 노숙자·빈곤층에게 무료급식을 나눠주는 장면이 연상됐다면 너무 편협하거나 '박절한' 것인가?

그러나 이 행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불편하다. 우선, 음식을 나눠준 쪽이 이 나라 최고 권력자요 국정운영 책임자인 대통령이고, 그 음식을 "더 주세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며 받아먹은 쪽이 그를 감시해야 할 기자들이어서 그렇다. 국정을 운영하는 최고 권력자가 자신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자들을 불러 야외 잔디밭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고, 수많은 기자들이 이 파티에 우르르 참석해 최고 권력자가 배식한 음식을 받아먹으며 박수를 치고 만찬을 즐겼다. 이게 권력을 감시하는 기자의 모습인가?

기자가 취재원과 밥을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김치찌개 정도 먹고 왔으니 과거 80년대 위스키 앤 캐쉬(whisky & cash)’ 같은 향응·촌지 접대는 아니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인가? 같이 밥 먹는 자리는 고급 정보를 얻어야 하는 기자에게나, 자신을 감시하는 기자에게 호감을 주고 싶어 하는 고위 공직자에게나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기자에게는 조건과 제한이 있다. 취재원과 만남과 식사는 모두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취재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 그것은 국민을 대신해 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자들이 모를 리 없다. 기자가 공직자나 취재원을 만날 때는 이런 긴장감을 갖지 않으면 그게 곧 권언유착이 되거나 권력 눈치를 보게 된다.

24일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만든 계란말이를 참석 기자들이 먹고 있는 장면. 대통령실 사진.

기자는 식사를 하면서 권력자와 친밀해질 수 있겠지만, 그것조차도 취재를 통해 기사를 쓰기 위한 것이지 밥 먹는 것 자체나 친분 쌓기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취재원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은 취재원칙이면서 기자윤리에도 해당된다.

도대체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자가 기자들을 바비큐 파티에 초대하고, 그를 감시·비판해야할 기자들은 대통령이 구워준 고기와 음식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 더 주세요” “고맙습니다라며 받아 먹으며 박수치고 즐거워하는가? 대통령과 출입 기자들의 이런 식자 자리는 그 자체로 부적절한 것이다. 이것을 대통령실은 사진과 영상으로 전 국민에게 공개까지 했고, 여러 매체들은 이를 받아 마치 대통령이 기자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바비큐를 먹었으니 식사 값이 얼마 나오고 그래서 김영란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박절한질문은 하지 않겠다. 다만 이날 파티가 기자들에게 불편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파티에 참석한 것이 기자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묻고 싶다. 줄을 서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와 돼지고기 바비큐를 얻어먹으며 대통령 취재는 좀 했는가? 공식적인 질의응답 시간이 아니라 밥을 먹는 사적인 자리라 본격적인 질문을 하기는 어려웠다고 할 것인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언론의 조언과 비판을 더 자주 듣고 국정운영을 할 것을 약속드린다면서 소통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언론인 해외 연수자를 내년에는 100명까지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민의 세금으로 기자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것이 특혜라는 비판이 있는데도 오히려 이를 지금보다 무려 10배나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대통령이 직접 구워 준 바비큐 저녁도 얻어먹고 공짜 해외연수라는 큰 선물도 받은 것이다.

24일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식을 하고 기자들이 이를 받아가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사진.

이날 식사 자리에서 정치·경제·외교안보 등에 관한 현안 질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씨 특검법에 관한 얘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언론소통의지만 밝혔을 뿐, 윤 정부의 언론장악·언론탄압에 관한 질문과 답변도 없었다. 결국 이날 행사는 대통령과 기자들의 야외 바비큐 식사와 '해외연수 확대' 선물을 나눠주는 이벤트였다. 이 행사에서 기자들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선물도 챙기며 박수를 치다 온 것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알리고 대통령을 향한 출입기자들의 뜨거운 박수까지 끌어냈으니 이날 김치찌개 이벤트는 성공한 셈이다. 조연으로 동원된 기자들은 이벤트 성공에 큰 기여를 하게 됐다. 대통령실은 이를 사진, 영상으로 크게 홍보했다. '관제방송' KBS는 물론, 여러 '친윤' 언론들도 '앞치마 두른 대통령'이니 '2년 전 약속 지켰다' '윤 대통령 소통의지 밝혀'라며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질문 없는 소통, 일방적인 소통, 미담 홍보가 제대로 된 소통인가?

국민들은 이 홍보 행사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동안 언론과 소통에 소홀했던 대통령이 기자들과 소박하게 김치찌개를 먹는 소통의 자리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더 궁금한 것은 파티에 참석한 기자들이 이를 정말 대통령과 소통이라 생각해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해도 좋다고 동의했는지 궁금하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 등장하는 기자들은 너무나도 즐거운 듯한 표정이었고, 윤 대통령의 배식을 기다리며 긴 줄을 서 있다가 더 주세요” “감사합니다라며 음식을 받아갔다. 어디에도 윤 대통령에게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언론장악·언론탄압, 고물가, 자영업자들 폐업 등 현안에 대해 질문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들이 만찬 말미에 대통령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는 장면은, 이들이 대통령실 직원인지 기자인지 혼란스럽게 한다. 인증샷이 필요했다면, 차라리 기자들끼리만 모여 화이팅을 외치거나 혼자 셀카를 찍고 오지 그러셨나.

24일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에서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사진.

이러니 국민들이 기자들에 대해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불과 한 달여 전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무책임·무능을 심판하는 투표를 했다.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윤 대통령은 그런데도 소통 부족 탓일 뿐 국정운영의 방향은 옳다고 고집하고 있다. 야당들은 이날 기자들과의 김치찌개 만찬은 소통 쇼라고 비판 성명을 냈고, 이 행사 다음날 서울역과 광화문 광장 부근에는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국민들이 모여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거부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런 판국에 기자들은 대통령 앞에서 국민을 대신해 질문 한마디 못하고 김치찌개 먹고 박수만 치다 온 것이다.

기자들이나 기자단체는 대통령이 바비큐 파티에 기자들을 불러 소통 쇼를 벌인 데에 대한 항의 성명이라도 내야 한다. 파티에 참석한 기자는 밥만 먹고 질문을 못하고 온 데 대한 모욕감을 칼럼으로 쓸 만도 하다. 그러나 그런 후속 성명이나 칼럼은 없다. 국민들의 소득은 줄고, 자영업자 폐업은 속출하고있다. 대통령이 개입된 의혹을 사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과 대통령 부인의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등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국민 음식 김치찌개를 들먹이면서 국민을 모욕하고 능멸한 것은 이 정부나 언론이나 마찬가지다.

김성재 에디터 시민언론민들레

진보 정권의 보수 유튜버 vs 보수 정권의 진보 유튜버

지난 202062, GZSS와 안정권 지지자를 자처한 괴한들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송영훈씨를 폭행하고 있다. / 유튜브 강수산TV 캡처

2020, ‘선을 넘은 우파 유튜버들의 폭주, 누가 멈출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표지 이야기를 썼습니다. 당시 안정권이라는 아스팔트 우파 유튜버가 유명했는데 안씨와 그를 지지하는 우파 유튜버들이 안씨의 행태를 비판하는 다른 유튜버를 찾아가 폭행하고, 그게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별도 기사로 최근 해제된 미 국무부 비밀문서에 따르면 5·18 최초 희생자는 광주 일원을 장악한 과격한 시민군들이 인민재판으로 죽여놓고 계엄군이 죽인 것으로 조작했다등의 허위사실을 주장한 유튜버 배인규씨 사례를 다뤘습니다. 배씨의 미 국무부 기밀문서 해석은 엉터리였습니다. 저는 당시 기사에서 이런 폭력·허위사실 유포 영상을 유튜브 측이 버젓이 방치하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유튜브 측은 뒤늦게 관련 영상들과 채널에 조처를 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안씨는기자와 주간경향을 겨냥해 협박 방송을 하다가 영구퇴출 처분을 받았습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 당시 고위 임원으로부터 관련 영상을 방치한 데 대한 비공식 사과도 받았습니다. 지금도 간혹가다 안씨가 출연한 다른 채널의 영상이 눈에 띄긴 하지만 더 이상 그의 이름을 건 채널은 개설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의 일입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으로 가 욕설 시위를 벌이다가 결국 구속됐습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데칼코마니처럼 양상은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관련 수치들을 보면 유튜브 정치 시사 채널 생태계의 중심축도 보수에서 진보로 넘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권 때는 이른바 우파 코인’, 유튜브 슈퍼챗 1위를 두고 안정권과 당시 잘 나갔던 가로세로연구소가 다퉜던 것처럼 이번에는 진보 성향 유튜버들 사이에 대립이 생겼습니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둘러싼 논란에서부터 한 유튜브 채널의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폭행 사건이 생중계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조국혁신당에 대한 평가를 둔 입장 차가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기사를 기획하면서 접촉한 관련 연구자들은 유튜브가 정치 양극화 주범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치 양극화로 치닫는 오프라인 현실이 온라인에서도 똑같은 양상으로 벌어진 것일 뿐이며,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면 촉진자(facilitator) 정도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궁금합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장애복지 받으려면 비루해져정부가 돌봄 부담 같이 져야

발달장애인 부모, 정병은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 인터뷰

정병은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이 지난 51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장애인 복지 체계와 돌봄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복지는 그게 누구든 사람을 인간답게 살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복지는 인간의 존엄을 빼앗는 방식이다.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증명을 해야 하고 비루해져야 한다.”

사회학자 정병은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인권과 장애, 선거를 연구해왔다. 2022년에는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50세 이상 부모들을 면접조사해 그들이 가진 돌봄 불안을 연구했다(‘성인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50+부모의 고령화와 노후준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스물일곱 살 아들을 홀로 키워온 워킹맘이기도 하다. 아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장애인 복지의 문제점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피부로 체감했고, 이를 주제로 연구도 진행했다. 현실과 이론을 두루 섭렵한 드문 연구자인 셈이다.

지난 51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정 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아무리 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녀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고 해도,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도 늙고 병들 수밖에 없다. 부모가 돌볼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걸 기정사실로 한다고 했다.

-오랜 시간 장애인 자녀를 돌보던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일이 또 일어났다.

“‘부모들이 너무 힘들다’, ‘지원 인력이 있어야 한다’ 10년 넘게 이야기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살해 후 자살 이야기를 했더니, 누군가 장애인 가족과 비장애인 가족 간 동반자살율에 차이가 있는지를 묻더라. ‘그런 통계는 한국사회에 없다고 답했지만, 비장애인들은 이런 문제에 호기심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이다.”

-가해자인 부모들은 공통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장애인 가족들은 눈총을 맞고 살아간다. 다수가 집 밖에 나가기 힘들어한다. 그렇게 되면 고립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에 계신 부모님이 많다.”

50세 이상의 장애인 부모들은 대다수가 불안과 우울, 번아웃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장애인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정 연구원의 자녀도 활동지원을 받고 있나.

90시간 지원을 받고 있다.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워서 한동안 이용을 못 했다. 대부분의 활동지원사는 중년 여성이다. 중년 여성들은 생계를 목적으로 일하는 분이 많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임금인데 월 90시간은 그분들에게도 너무 적다.”

-활동지원사업의 문제는 무엇인가.

크게 네 가지다. 일단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의 심사 평가 기준이 달라야 하는데 기준이 하나뿐이다. 예컨대 혼자 옷을 입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데 발달장애인은 옷을 입을 수는 있지만, 특정 옷에 대한 집착으로 한겨울에도 반소매 티를 입고 나갈 수 있다. 두 번째로 활동지원사 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현재 40시간 교육을 받는데 장애에 대한 이해를 배우는 시간이 8시간이다. 장애유형만 15가지고 개개인의 상황은 다 다른데 8시간 만에 장애를 이해할 수가 없다. 세 번째로 활동지원에 대한 평가와 인력들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끝으로 활동지원사의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활동지원은 충분한가.

“6년 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병변 1급 진단을 받았다. 재활병원에 계시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집에 머물렀다. 어머니가 중증이라 노인 장기요양보험 1등급을 받았는데 장애인 복지와 노인 복지서비스가 차이가 크다는 걸 느꼈다. 요양보험 등급이 나오는 순간 의료용 침대 등 필요한 것들이 체계적으로 지원됐다. 매일 1시간씩 방문간호 서비스를 지원받았다. 지원인력이 바뀔 때도 보호자가 요청할 필요 없이 기관에서 대체인력을 바로 매칭해줬다. 장애인 복지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아들의 활동지원사가 3번 바뀌었는데, 매칭이 안 돼 내가 필요한 사람을 구해서 활동지원사로 등록을 시켰다.”

-장애인 복지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비극이 일어나는 가정을 보면 생계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는 것도 문제다. 장애인 정책은 복지는 보건복지부, 교육은 교육부, 취업은 노동부 등 분절적으로 운영된다. 장애 사실을 국가에 알리는 장애인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생애주기별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국가가 알려주진 않는다. 부모가 일일이 알아보고 신청해야 이용할 수 있는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찾아 먹는다는 표현을 너무 싫어하지만 그렇게 하게 만든다. 부모의 정보력 여하에 따라 장애가 있는 자녀의 삶이 좌우된다.”

-신청해도 충분히 지원받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큰 틀에서 신청주의에 선별주의다. 장애인 복지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것과 관련 있다. 활동지원사업만 해도 국민연금공단 관계자가 심사 평가를 까다롭게 한다. 의사소통이 되는 장애인에게는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해서 걸러내기도 한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안내 등을 하는데, 그것보다 훨씬 많은 분량의 부정수급 안내도 한다. 기본적으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야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심사 때 못 해요, 우리 애는 못 해요라고 말하는 부모가 많다. 인간의 존엄을 빼앗는 방식이다.”

-가족의 돌봄 부담을 국가가 나눠질 방법은 없나.

미국은 일정한 나이까지 독립하지 못하는 최중증 장애인의 가족에게 독립비용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원한다. 국가가 할 일을 가족이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일정 연령이 넘어선 장애인은 사회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구를 위해 만났던 50세 이상의 장애인 부모 대다수가 불안과 우울, 번아웃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심각한 경우는 암이나 공황장애도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한 번도 가지 않을 도로와 다리를 닦는데 내가 낸 세금도 쓰인다. 그것이 사회이고, 사회적 합의다. 효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푸바오 학대 의혹 뿔난 푸덕이들, 중국대사관·문화원 앞 트럭 시위

푸바오의 팬들이 보낸 트럭이 27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푸바오 학대 의혹에 항의하고 중국의 해명을 요구하는 구호를 전광판에 내보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지연씨(43)27일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나왔다. 중국대사관 붉은색 문 앞에는 일명 푸덕이’(푸바오 팬을 부르는 애칭)들이 보낸 흰색 1t 트럭이 서있었다. 트럭 옆면에 설치된 가로 3m, 세로 1.6m 크기 전광판에는 푸바오 접객 의혹, 학대 의혹 중국은 해명하라!’는 문구가 나오고 있었다. 이씨는 푸바오 얘기로 장사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푸바오 학대 의혹을 듣고 주말을 지옥같이 보냈다“‘판생(판다 생애)’이 행복하기만을 바랐는데 푸바오가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푸바오갤러리 이용자들은 이날부터 트럭시위에 나섰다.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푸덕이들이 항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트럭은 중국대사관부터 서울 종로구 주한중국문화원까지 서울 도심을 오갔다. 트럭 전광판에는 국보라고 말해놓고 접객 의혹 사실이냐, 진실하게 해명하라’ ‘공주 대접 믿었더니 접객행위 사실이냐’ ‘Love Fubao, No Abuse, Yes respect’ 등 문구가 반복해서 표기됐다.

푸바오 학대 의혹은 지난 주말 새 본격화됐다. 지난 24일 푸바오를 가까이서 찍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샤오홍수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푸바오로 추정되는 자이언트 판다의 모습이 들어있는 화면 캡처 사진도 올라왔다. 이 사진 중에는 맨손으로 푸바오를 만지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있었다. 푸바오에게 목줄을 채운 것으로 의심되는 자국이 남은 사진도 올라왔다. ·중 양국 SNS에서는 접객·학대의혹이 퍼져나갔다.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는 푸바오가 비밀리에 외부인에게 공개돼 손님을 맞이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판다가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접객 의혹의 골자다.

중국 누리꾼, ‘푸바오, 외부인 노출의혹···판다 센터 사실무근해명

지난달 초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현지에서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국은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지난 ...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405261450011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샤오홍수에 지난 24일 푸바오를 가까이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올라왔다. SNS 갈무리

논란이 번지자 중국 자이언트 판다 보존연구센터는 지난 25직원이 아닌 사람이 사육장에 들어가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만지고, 먹이를 주고, 사진을 찍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혹은 식지 않았다. 지난 26일 푸바오갤러리가 트럭시위를 위한 모금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트럭시위를 나흘간 할 수 있는 자금이 모였다. 푸바오갤러리 부매니저인 나경민씨(25)“(중국 측의) 공개된 해명문에 상세한 설명이 없고 해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차단한 뒤 사실무근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논란이 사실이라면 인기 판다인 푸바오는 물론이고 감염에 취약한 보호종인 판다 전체 개체에 대한 관리 부실과 학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중국 총리가 방한 중인 이 때에 트럭 시위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푸덕이들은 국제서명운동, 대사관에 팩스 보내기 등의 행동도 벌이고 있다. 국제 청원사이트 중 하나인 체인지(Change.org)’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39000여명이 관련 서명에 동참했다. 디시인사이드에는 중국 대사관의 과별 팩스 번호와 팩스로 보낼 문구, 대사관 SNS 주소 등이 올라와 있다.

푸바오 팬들은 푸바오가 대중과 다시 만날 것으로 예상됐던 6월이나 푸바오 생일인 7월로 푸바오 투어를 예정해 둔 경우도 많다. 이선화씨(53)찍힌 사람이 누군지 등을 명확히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한다면 중국에 대해 반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납득할만한 해명이 없다면 만나러 가도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나씨는 적절한 만한 해명이 없다면 중국에 푸바오를 만나러 가지도 않겠다. 중국 판다 기지의 수익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경향 강한들 기자

트럼프가 대통령 되면, 윤석열 정부는 이렇게 된다

미국 민주주의 쇠퇴의 교훈

크게 후퇴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경제 악화와 언론 자유,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국민들의 자조 섞인 한탄이다.

특히 민주주의 후퇴는 심각한 수준이다.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년간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유일하게 민주주의가 후퇴한 나라다. 179개국 중 47위에 머물렀고, 독재화 위험이 있는 42개국에 포함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 법치는 대통령과 그의 가족 문제 앞에서 멈춰 서 있다.

미국도 민주주의 퇴행의 징후가 심각해지고 있다. 사실상 심리적 내전 상태다

미국 민주주의 쇠퇴의 징후

상상해 보자.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무장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을 애국자라 칭하고 사면하겠다고 공언하는 사람이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라고 한다면, 과연 그 나라를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되었다고 믿는 사람이 10명 중 3명이다. 공화당원의 10명 중 7, 무당파의 10명 중 4명도 선거 사기와 부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었다고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 중 상당수는 바이든이 당선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선거 부정과 사기라고 믿으며, 트럼프 본인도 패배 시 폭력 사태를 암시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202116(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원형 홀에서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의 난입으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연합뉴스/AP

이러한 민주주의 쇠퇴 징후는 20211월 의회 점거 사태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사건을 '폭동'으로 보는 공화당원이 10명 중 6명에서 4명으로, '반란'으로 보는 비율은 10명 중 3명에서 2명 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공화당원 중 절반 정도는 그 사건을 '정당한 시위'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는 재선될 경우 의회 난입 사건 연루자들을 사면하겠다고 공언한다. 이는 선거 불복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또한,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는 이들을 행정부 요직에서 배제하고, 법무장관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전 정권을 표적 수사하지 않으면 해임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위협하는 발상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은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시사한다. 그의 가족과 측근이 장악한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트럼프의 부정 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의 고용을 거부하고 있으며, 보수 싱크탱크들은 연방 공무원 조직을 트럼프의 지시에 따르게 하려 한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그의 두 번째 임기는 민주주의와 법치, 관용의 반대편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는 군경을 동원해 수백만 명의 불법체류자를 색출하고 강제 송환하며, 멕시코 접경에 장벽을 건설할 것이다. 또한, 범죄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군대를 동원해 시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지지자들이 그런 조치들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악영향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해 정보의 양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보의 버블에 갇히게 한다. 이는 편향된 정보 환경을 만들어 개인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고 반대 의견을 차단하여,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의견을 나누게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건설적인 토론과 합의가 어려워진다.

트럼프는 이러한 미디어 환경을 영악하게 이용했다. 그는 선명한 이념과 과격한 수사로 기존 정치 질서와 엘리트층에 대한 강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워싱턴 정가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를 자극했다. 이는 그의 지지자들로 하여금 그를 기득권 타파와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지난 23(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반대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그는 인종, 젠더, 다문화주의 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려는 '정치적 올바름' 운동에 대한 거부감을 부추겨 보수 백인과 개신교계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그의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는 단순한 정치인 이상의 존재, 즉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 결과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 충성심은 정책 논쟁을 압도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의 말과 행동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로 이어졌다.

트럼프 현상은 양극화, 문화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울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끼던 백인 노동자 계급, 보수 성향 기독교인들의 강한 불만과 반발심을 부추기며 열렬한 지지층을 형성해 왔다.

결국 트럼프 현상을 통해 드러난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분열은 단순히 정치적 노선의 차이를 넘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의 충돌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다름에 대한 관용, 상호 이해와 존중, 열린 대화와 타협의 정신 등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어야 할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2기 대비한 한국의 전략적 대응

미국 사회가 이렇게 분열될수록, 패권국의 지위와 역할보다는 내부 갈등 해소와 재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남의 나라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입주의에서 중립주의나 고립주의 외교 노선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 세계 문제에 대한 개입의 범위와 부담을 줄이되,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집중하고, 가장 취약한 동맹이나 나라들을 흔들어 미국의 핵심 국가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미국이 더 이상 동맹국들의 '호구' 노릇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대외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요 우방국들과의 동맹 및 경제 관계를 재조정하며 마찰과 긴장,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4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이 그 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만 바라보기'식 외교 노선을 고수해 오기 때문이다.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며 상대방의 선의에 기댄 외교는 실익보다 해가 더 많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으로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다자주의와 상호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와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전략적 선명성은 한국이 가진 패를 모두 보여달라는 강대국의 요구일 뿐이다. 오히려 핵심 가치는 전략적 자율성의 유지에 두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전략과 국익에 입각해 외교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한미 관계에서도 더 많은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양극화, 문화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 정보편향 미디어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방치해 온 탓이 크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 온 민주주의의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의식 있는 시민들이 더욱 적극 참여해 사회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구현되도록 제도 개선에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오마이뉴스 강명구(bluesky2024)

 

침실에 갇힌 5정신 차리니 마흔이었다

CNN, ‘은둔형 외톨이자처한 아시아 청소년들 조명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정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한국과 일본, 홍콩의 은둔형 외톨이들을 미국 언론이 조명했다.

25(현지시각) 미국 시엔엔(CNN)줄어드는 삶, 왜 일부 아시아 청년들이 세상에서 손을 떼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시엔엔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사회와 단절된 상태로 지내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 용어로, 제트(Z)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젊은 나이에 종종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현상은 아시아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특히 일본에서 잘 알려져 있다그러나 미국, 스페인,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엔엔은 인터넷 사용 증가와 대면 교류 감소가 은둔형 외톨이의 세계적 확산을 주도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훨씬 더 많은 은둔형 외톨이를 만들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엔엔은 아시아 국가의 정부와 단체들은 은둔형 외톨이의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홍콩, 일본, 한국에만 1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시엔엔은 한국과 일본, 홍콩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국인 성아무개(32)씨는 여러 이유로 2~3년 동안 5차례 은둔 생활을 했다. 중학교 때 처음 은둔 생활을 했던 그는 27살에 직장 생활을 하다 좌절감을 느껴 다시 은둔 생활을 했다. 그는 시엔엔에 “(직장에서) 일을 잘하지 못한다거나 실수를 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들었다나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고, 우울증이 심해져 다시 일할 자신이 없어 그냥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고 말했다. 자신이 부끄러웠던 그는 가족과도 대화하지 않았다. 가족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가족이 집을 비우거나 잠을 잘 때만 화장실을 가려고 방에서 나왔다. 그는 2019년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일본 회사 케이(K)2 인터내셔널의 공동생활 프로그램인 셰어하우스에 들어가면서 은둔 생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성씨를 비롯한 은둔형 외톨이들은 매일 아침 모여 자신의 기분을 이야기했고 평일 점심을 함께 먹는 등 서로 사회적 교류를 이어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2년 기준 한국에서 19~34살 청년의 2.4%인 약 244000명이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부교수는 시엔엔에 많은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 세대가 완벽주의적 강박을 갖고 있다“‘완벽주의적 강박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판에 민감하고 지나치게 자기 비판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 뒤 자신의 기준에 맞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낙담하고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시엔엔은 은둔 생활을 극복하는 데 1년가량 걸린 홍콩 청년과 35살부터 5년 동안 집에 머무른 일본 청년의 이야기도 전했다.

이 일본 청년은 시엔엔에 부모 병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뒤 외동아들로서 병간호와 재정 관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 뒤 침실에 틀어박히게 됐다고 말했다. 거의 종일 잠만 자던 그는 아내의 정서적 지원을 받으며 식사를 준비하고 쓰레기를 버리며 집 안에서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그 뒤 게임과 유튜브 영상 시청, 식물 키우기 등으로 관심을 넓히며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은둔형 외톨이가 지난해 기준 일본에서 약 14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세키미즈 뎃페이 메이지가쿠인대 부교수는 시엔엔에 일본에서는 직장을 잃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가족이 은둔형 외톨이에게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가족이 은둔형 외톨이를 탓하면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느끼며 가족과 관계를 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엔엔은 전문가들은 몇 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가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극단적인 은둔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 현상이 아시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오진되는 은둔형 외톨이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한국이 '집단적 자살 사회'인 이유, 여기 있다

통계개발원 "여성 소득 100 증가하면 자녀 수 4 감소한다"

육아 부담이 여성에 편중된 한국에서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은 반비례 관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는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자녀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개발원 연구진은 지난달 '경제 사회적 요인에 따른 출산 격차 연구' 보고서를 발간해 이날 발표했다. 연구진은 최근 20년간(20032023)의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해 2544세 사이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과 경제활동 상태 등 요인과 출산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여성의 소득은 부(-)의 상관관계를 남성 소득은 정(+)의 상관관계를 보였다"25~44세 연령대 여성 비취업 가구가 취업 가구에 비해 자녀 수가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맞벌이 가구에서 자녀 수는 1.36명으로, 비맞벌이 가구(1.46)보다 적었고, 회귀 분석한 결과 여성 소득이 100% 증가할 때 자녀 수는 약 4% 감소하는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했다. 다만, 08년도, 13년도의 경우 출산 완료 시점인 40~44세 연령대에서는 여성 취업 가구가 비취업 가구에 비해 자녀 수가 많았다.

아울러 소득 수준이 비교적 낮은 소득2분위에서는 취업 가구에서 대체적으로 자녀 수가 많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저소득층에서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자녀 출산 및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구의 경우 취업 상태를 유지하면서 자녀 양육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남성소득이 자녀 수에 정의 영향을, 여성 소득이 부의 영향을 주는 것은 자녀 출산 시기에 여성이 비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적, 사회적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특히 "제도적으로 보장된 여러 출산 지원 정책이 일부 공공기관,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중소기업 단위에서는 그 실효성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여러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대책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된 바 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출산에 따른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을 뜻하는 '차일드 페널티' 증가가 20132019년 출산율 하락 원인의 40%가량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21일 한국과 일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많은 무급 가사·돌봄을 하고 있고, 양국의 사회 규범이 여성에게 부담을 집중하는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7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IMF는 총재는 이같은 한국의 상황을 두고 '집단적 자살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이 여성들의 출산회피로 고령화 급격히 진행되고, 이것이 성장률과 생산성 저하, 재정 여건 악화로 연결되돼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 |

 

청년층, 물가·고금리 타격 동시에? 한은 "최근 물가상승률, 10년 전 두배 넘어"

최근 40개월 누적 물가상승률 12.8%

2021년부터 최근까지 40개월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누적치가 2010년대 평균의 두 배 이상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로 인한 소비 위축 효과는 4%포인트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경제적 취약 계층인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물가 상승 타격을 크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서도 저연령층은 물가로 인한 손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손해를 모두 입은 계층이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 '고물가와 소비-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를 보면, 지난 202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최근 40개월 간 누적 물가상승률은 12.8%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대 동일 기간의 평균인 5.5%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서비스 물가 상승세보다 상품 물가 상승세가 더 거셌다. 최근 40개월 간 상품 물가 상승률은 15.8퍼센트(%)2010년대 평균인 5.5%의 세 배가 넘었다. 같은 기간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2010년대 평균이 5.6%, 최근 40개월은 10.3%로 두 배 이하의 차이가 나타났다.

최근 물가 상승세를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 병목 등으로 인한 공급 충격이 주도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한은은 "공급 충격으로 인해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재화 소비가 감소하여 물가와 소비간 뚜렷한 역(-)의 관계를 형성했다""최근 들어 공급 요인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상품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하고 재화 소비 부진도 완화 조짐이 보이나, 여전히 물가는 과거에 비해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 '고물가와 소비-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를 보면, 지난 202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최근 40개월 간 누적 물가상승률은 12.8%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고물가 충격은 특히 고령층과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한은이 가계 소비 품목을 고려해 실효 물가상승률을 연령/소득별로 나눠본 결과, 60대 이상의 체감 누적 물가상승률은 16.0%로 저연령층(14.2%) 체감 수준을 웃돌았다. 한은은 "이들(고령층)의 소비 바스켓에 그간 물가가 크게 상승한 음식료품과 에너지 등 필수품목 비중이 현저히 큰 데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소득분위별 누적 실효 물가상승률을 나눠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의 누적 실효 물가상승률은 15.5%5분위(14.2%)를 웃돌았다. 소득 대비 생필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분위가 커서 그에 따라 저소득층일수록 체감 물가 상승세가 더 거셌다.

자산/부채 보유 현황에 따라 고물가 추세에 따른 영향을 나눠 보면, 자산을 많이 보유한 가계일수록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

반면 주택 구매 등으로 인해 평균적으로 부채 비중이 큰 중장년층은 물가상승에 따라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상대적 이익을 본 계층으로 분석됐다.연령대별로 나눠 보면, 고령층과 30대 이하 청년층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손해를 본 계층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고령층의 순명목포지션(NNP)이 높아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향은 주요국에서 일반적"이지만 "부채를 많이 일으키는 청년층에서 NNP가 높은 점은(즉 손해를 입는 점은) 우리나라에서 이례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밝혔다.

그 원인으로 한은은 청년층이 전세보증금 형태로 명목자산을 보유한 경향이 주로 월세에 의존하는 주요국과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전세보증금이 금융자산인 만큼, 전세 세입자인 청년층도 물가 상승에 따라 자산가치 하락 피해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최근의 고물가에 대응해 금리 인상이 이뤄짐에 따라 주로 45세 미만 저연령층이 물가로 인한 손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손해를 모두 입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한편 한은은 최근의 고물가에 대응해 금리 인상이 이뤄짐에 따라 주로 45세 미만 저연령층이 물가로 인한 손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손해를 모두 입었다고 밝혔다.

통상 가계는 물가 상승으로 부정적 영향을 크게 입은 경우, 즉 금융자산 보유 비중이 클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소득 증가로 그 악영향이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부채 비중이 커서 물가 상승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익을 본 가계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비용 증대 부작용도 입어 영향이 상호 상쇄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반면 한은은 "다만 일부 가계에서는 고물가·고금리 효과의 상호 완충작용이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 나타났다며 "전세보증금 자산(물가 손해)과 변동금리부 금융부채(금리 손해)를 동시에 보유한 가계는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 조사 결과, 이처럼 상호 부정적 영향이 컸던 계층은 주로 45세 미만의 저연령층이었다.

한은은 이 같은 물가 상승세가 소비를 상당 부분 억눌렀다고 밝혔다. 한은은 "거시모형을 통해 정량적으로 물가상승의 소비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21~2022년 중 물가상승 충격으로 인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20204분기 대비 누적 4%포인트 내외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2021~2022년 민간소비 누적 증가율은 9.4%였다. 아울러 한은은 "그로 인해 팬데믹 이후 빠르게 진행되도 소비회복 모멘텀이 상당히 약화했다"고 전했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

 

진보 운동, 영성 있는 새로운 길 찾기

[복지국가SOCIETY] 한국 진보 운동, 새로운 영성을 찾을

지난 519일 일요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44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주간에 빛고을 광주에서 '일하는 예수회' 정기총회와 모임이 열렸다. 일하는 예수회가 광주에 모인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우리 모임은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노동자와 도시빈민을 위한 교회운동이었던 민중교회운동에 참여해 왔던 목회자들의 모임이다. 민중교회운동은 광주민중항쟁에서 큰 영향을 받아 시작됐다.

한국민중항쟁의 고유성은 종교적 열정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오후에 떠났다가 밤차로 돌아오는 일정을 잡고 광주로 향했다. 프로그램을 보니 주제 강사가 김상봉 교수였고, 본인의 저서인 <영성 없는 진보>라는 책을 중심으로 강의한다고 했다. 사실 그 글은 김 교수가 지난 10월 경남대 K-민주주의연구소 학술심포지엄에서 "한국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논문으로 발표되었을 때, 어느 분이 카톡에 올려준 원고를 보고 프린트하여 읽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언젠가 깊이 있게 논의해 볼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터여서 반가웠다. 고속버스로 내려가는 중에 2년 전 광주다일교회에서 열린 종교개혁기념 강연회에서 '교회, 정치를 말하다'는 강연을 유튜브로 들으며 내려갔다. 2시간 30분 가까이 강의와 질의응답이 진행된 내용을 통해 강사의 주된 관심과 강조점을 미리 맛볼 수 있었다.

광주에 도착해 약속된 식당에서 김상봉 교수를 직접 대면하여 처음으로 인사했다. 모임 장소인 5.18교육장에서 강의 전 대화하다 보니, 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학번에 기독학생회(SCA)와 기독청년회(EYC) 활동을 한 것을 알고 정말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알고 보니 내 고교동기와 대학 동기임을 알았다. 한 다리 건너는 친구가 되기에 더 반가웠다.

김 교수는 책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자신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자신의 삶과 결부하여 담담하게 알려주었는데, 너무나도 공감이 가고 새로운 깨우침을 얻는 것과 같은 통찰력을 얻었다. 본인이 십수 년 전 광주에 내려와 연구하게 된 5.18의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면서 민중항쟁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이를 점차 한국의 근대 민중항쟁 역사(부마항쟁, 전태일 열사의 분신, 4.19혁명, 4.3제주민중항쟁, 동학혁명)로 확장해서 살펴보니 한국민중항쟁의 고유성이 종교적 열정에 뿌리박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새로운 믿음이 새로운 윤리와 실천을 낳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수운 최제우가 시작한 동학에서 이를 잘 볼 수가 있다. 영성이란 세계와 내가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이웃에게 확대하여 하나됨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바로 종교적 열정이 바탕이 되어 영성에 기초한 사랑으로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 운동, 왜 힘을 잃어가고 있나?

하지만 무신론적 사회과학에 기초한 세속적 운동은 이러한 영성을 갖추지 못하여 점차 메말라지고 권력투쟁에 매몰된다. 영원한 진리에 기초한 운동이 아니어서 보편적 지지와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진보적 영성은 종교 간의 차이도 뛰어넘는다. 김 교수는 유교에 영향받은 최제우, 천주교에 영향받은 안중근, 불교에 영향받은 만해 한용운, 그리고 기독교에 영향받은 전태일의 영성이 일맥상통한다고 보며, 이들의 영성은 종교를 뛰어넘어 하나의 깊은 영성을 나타내 준다고 강조했다. 유대인들이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을 고백할 때, 한국인들은 최제우의 하나님(상제), 한용운의 하나님(), 전태일의 하나님을 고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의를 들으며 두 가지 생각이 났다. 하나는 민중교회를 하면서 우리가 많이 하던 이야기라는 점이다. 지역주민들이 민중교회의 탁아소(어린이집)나 공부방(지역아동센터)과 같은 프로그램에는 참여하면서도 왜 교인으로는 나오지 않을까? 이를 좀 더 확대하면 가톨릭이 주류이고 해방신학의 본거지라고 할 라틴아메리카에서 보수적인 성령 운동 개신교가 판치는 것은 무슨 현상일까? 앞에서 김 교수가 지적했듯이, 진보적인 기독교 운동이 영성보다는 사회과학적인 운동론에 매몰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나 자신을 비롯한 민중교회 동역자들이 본래 출발한 종교적 영성을 소홀히 하고 사회과학이나 세속적 운동론에 경도되어 한계를 보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태일 열사. 전태일기념관

사실 80, 90년대 기독교 운동에서도 일반운동론과 기독운동론의 조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조화를 가지기 위해 많은 노력도 했지만 점차 종교적 열정에 소홀하게 되었고, 결국은 기독교 운동의 고유성보다는 일반운동의 보조적 운동으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교회 목회보다도 마을 운동과 교육 운동을 통한 새로운 에큐메니칼 선교에 참여하면서 내가 느낀 것 중의 하나는 교회의 소중함이다. 마을에 들어가 보니 교회에서와 같은 종합적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만나기가 힘들었다. 사실 교회에서는 좋은 설교를 듣고, 성가대에 참여하여 노래를 부르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교인 간의 친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인적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마을에는 그러한 전인적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교회적 훈련방식이 대단히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를 김 교수의 핵심적 주장과 연결해 보면 모든 사회운동이 기본적으로 종교적 영성에 기초해야 온전해진다는 것이다.

일하는 예수회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기독교 중심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김 교수의 본래 주장은 진보 운동 일반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발표한 논문 제목은 바로 "한국민주주의의 위기"였다. 김 교수는 한국민주주의의 위기, 특별히 진보의 위기를 영성의 결핍에서 기인한 것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과거 진보신당에 합류해 강령 기초 작업을 한 바 있다. 그런 경험을 포함해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진보 정치를 겪으며 '영성의 부재'가 진보 정치를 실패로 이끌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영성과 함께 했던 우리의 사회 운동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영성, 좁혀서 말하면 '종교적 영성'이 이끌어 온 역사이다. 19세기 말의 동학농민혁명은 동학이라는 종교적 영성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항쟁이었고, 3·1운동도 믿음 깊은 종교인들이 대표로 참여해 이끈 거족적 항쟁이었다. "19세기 이래 다른 나라에서는 진보적 정치 행위가 세속주의에 의거하고 있었던 데 반해, 이 나라에서는 종교적 신앙이 혁명적 진보 운동의 토양이 됐던 것"이야말로 한국 근현대민중운동사의 고유한 특성이다.

이러한 종교적 영성으로 일한 대표적인 두 사람을 저자는 전태일과 서준식으로 예를 든다. 전태일은 어린 여공들의 고통을 보다 못해 자신의 한쪽 눈을 팔아 착취 없는 작업장을 세우려 했고, 그 꿈이 좌절당하자 자신을 불사르는 희생으로써 그 고통을 세상에 알렸다. 서준식은 1971년 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돼 17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다. 서준식의 <옥중서한>은 영성이 종교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텍스트다. 유물론자이자 무신론자였던 서준식은 옥중에서 기독교 성서를 읽으면서 예수를 "소외되고 신음하는 세상 사람들의 해방을 바라는 자"의 모범으로 발견한다. 그는 "유물론적 영성"의 전범이 되었다. 그런데 1980년 이후 진보 운동은 이러한 전태일과 서준식이 걸었던 영성의 길을 따라가지 못하고 도리어 목적이 선하다는 확신이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을 무차별하게 정당화하는 가치 전도에 빠지게 되었다. 급기야 한국의 진보 정치는 영성을 잃어버리고 권력투쟁에 함몰하고 말았다. 이제 이러한 진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는 영성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 교수의 개인적 결심과 같이 믿음의 회복이 필요한 시대요, 교회나 사회적으로 새로운 믿음, 새로운 케리그마(설교)가 필요한 시대임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 운동이나 민중교회가 일반운동과 새로운 사회운동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교회가 가장 사회적 지체그룹으로 치부되지만, 우리가 가진 민중 영성에 기초한 새로운 믿음을 회복한다면 막힌 사회운동을 뚫어갈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다 보니 3시간 30분이나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 몇 시간 보내고 심야버스로 인천으로 돌아오면서도 마음이 충만하다. 강의를 통해 얻은 새로운 통찰력이 내 개인과 일하는 예수회, 나아가 한국진보정치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영철 마을대학협동조합전국연합회준비위원장 | 프레시안

서울역 집회 뉴스에 4년 전 광화문 집회 영상이라니...

보수단체 집회 인파 담은 '허위 영상' 확산... 매불쇼 "삭제 조치

매불쇼27일 오후 라이브 방송 도중 내보낸 지난 25일 오후 서울역과 숭례문 사이에서 열린 '야당·시민사회 공동 채상병 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 장면 가운데 '짧은뉴스' 영상(왼쪽)4년 전 광화문에서 열린 조국 반대보수단체 집회 영상이었다.

유튜브 구독자 170만 명을 확보한 팟빵 '매불쇼'가 유튜브 허위 영상에 낚였다. '매불쇼'27일 오후 라이브 방송 도중 지난 25일 오후 서울역과 숭례문 사이에서 열린 '야당·시민사회 공동 채상병 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 장면이 담긴 영상을 내보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하나는 이번 집회가 아닌 4년 전 광화문에서 열린 '조국 반대' 보수단체 집회 장면이었다.

매불쇼 보조 MC인 곽수산 아나운서는 이날 "아까 (범국민대회 집회 참가자가) 2만 명이라고 하셨는데 기사 보니 경찰 추산 9천이라고 하더라"라면서, 유튜브 채널 '짧은뉴스' 영상과 MBC 영상을 교차해 보여줬다. 이에 진행자인 최욱 MC"이게 9천은 넘는다, 어마어마하게 모였다"고 화답했다.

이 가운데 MBC 영상(오른쪽)은 실제 지난 25일 서울역과 숭례문 사이에서 열린 집회 영상이었지만, '짧은 뉴스' 영상(왼쪽)은 서울역과 숭례문 사이가 아닌 광화문과 서울시청 일대에서 열린 다른 집회였다.

서울역-숭례문 집회인데... 4년 전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 영상 사용

김시연(staright)오마이뉴스

 

윤 국정운영 부정평가 72.7%, 긍부정 격차 46.5%p

'여론조사꽃' 24·25일 조사 거부권 탄핵필요 64.4%

이재명 당대표 연임 ARS조사 '공감한다' 과반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때 당원의사 반영" 60%

정당 지지율] 국민의힘 0.2%p민주당 0.6%p조국혁신당 0.3%p(리얼미터)

 

지난해 은행권 사회공헌 16000억원전년 대비 32% 확대

연도별 은행권 사회공헌 실적. 은행연합회 제공

지난해 은행권이 사회공헌에 쓴 돈이 전년보다 30% 넘게 증가한 16000억원대에 달했다. 은행이 벌어들인 순이익의 7.1% 수준이다.

은행연합회가 28일 발간한 ‘2023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사회공헌에 16349억원을 투입했다. 전년보다 3969억원(32.1%) 늘었다. 은행권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중은 7.1%로 전년보다 0.6%포인트 확대됐다.

가장 많은 금액이 쓰인 분야는 지역사회·공익’(1121억원·61.9%)서민금융’(4601억원·28.1%)이었다. 은행연합회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어려움을 겪었던 소상공인·자영업자, 취약계층에 지원을 강화하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학술·교육 765억원(4.7%), 문화예술체육 635억원(3.9%), 글로벌 115억원(0.7%), 환경 112억원(0.7%) 순이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앞으로도 은행권은 경제 생태계의 선순환에 기여하는 포용적 금융 실천에 앞장서고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함께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난한 노년은 사회 문제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 노인자살률도 심각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 20층 상가건물 입구를 청소하는 중년의 여성을 봤다. 작은 체격이었지만 높고 커다란 입구의 유리문을 힘을 주어 닦는 것이 눈에 띄었다. 높은 빌딩의 외벽을 닦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분명 아니겠지만 일의 강도에 비해 작은 체격이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우리 동에도 건물 청소를 해주시는 분이 계시다. 적어도 70은 훨씬 넘어 보이는 연세에 걷는 것이 심하게 불편한 노년의 여성이다. 25층의 건물을 혼자서 담당한다고 생각했을 때도 그게 가능한 일일까 싶었는데, 어느 날 건너 건너 동에서 입구를 닦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한 분이 두 개의 동을 청소하는 것 같았다. 대략 20여 동으로 조성된 단지니 열 분 정도의 인력이 단지 천체를 청소하는 셈이었다.

주차 시스템이 바뀌어 관리실에 주차 스티커를 다시 받기 위해 들른 날, 퇴근하는 모습을 또 우연히 마주했다. 오후 3, 그분들의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었다. 9시에서 3, 점심시간을 제하고 5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이 비로소 끝나는 것 같았다. 일하는 여성, 그것도 나와 같은 중년 이후, 혹은 노년의 일하는 여성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결코 남의 사정이 아니었다. 모두가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70년대와 2024

박완서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은 가난에 관한 이야기다. 1970년대 달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의 가난은 2024년에도 전혀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더 슬픈 것은 1970년과 달리 2024년은 돈이 흘러넘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돈을 벌어도 가난하고 노년까지 돈을 벌기 위해 힘겨운 노동에 매달려야 하는 것일까.

소설을 잠깐 소개하면, 이야기는 엄마 친구의 소개로 미싱일을 하고 있는 ''가 나온다. 나의 가족은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동반 자살을 선택한다. 그날, 그 자리에 없었다는 이유로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이 모두 떠난 후에도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결국 가난을 살아내는 것은 ''의 소명이 된다.

그런 나에게 상훈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아버지에게 떠밀려 고생이라는 것, 돈 귀한 것을 알아보기 위해 가난 체험에 나선 부잣집 아들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나는 그와 동거를 하며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그런 나의 신념과 노력을 상훈은 한순간에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

나는 자신에게 닥친 가난을 용감하고 떳떳하게 지켜왔지만, 상훈에게 가난은 유희며 다채로운 삶을 위한, 부자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하는 장난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나의 소명은 부자들의 탐욕과 과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무시 앞에서 쓰레기로 전락하고 만다.

2024년의 현실은 어떤가. 주어진 삶을 버릴 수 없으니 견뎌내야 하는 것은 1970년대와 다르지 않다. 주변을 돌아보면 힘들고 가난한 현실이 눈에 보이는데,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는다. 어제 먹었던 자장면의 가격이 며칠 지나면 또 달라져 있는 것이 이제는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당연히 불만을 얘기할 수도 없다.

세상에 값싸고 질 좋은 것은 없다. 시장보다 더 싸게 판다는 채소가게는 이제 골목마다 생겼다. 겉잎은 모두 시들고 속은 물러 먹을 수 없는 채소를 정말 싼 값에 판다. 가져가 봐야 먹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해도 장바구니에 담는 손길이 있다.

찌그러지고 상처 난 것은 기본, 갈라져서 단물이 줄줄 흐르는 과일도 판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과일값이 금값이 된 현실에서 어떻게든 그것들 사이에서 멀쩡한 것을 고르려는 주부들의 노력이 애달프다. 가성비라는 명목으로 조금 더 싼 곳을 기웃거리는 내 모습도 구차하고 초라해 보인다.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숙제

가난한 노년은 시대의 흐름일까. 당연한 것을 나만 문제로 생각하는 것일까. 소설에서처럼 가난이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며 소명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최근 매스컴에 보도되는 바에 의하면, 가난한 노년이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적어도 인지는 하는 것 같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21'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정책 제안을 최종 발표했다. 특위는 '건강하게 배우고, 함께 일하는 노년'이라는 중점 방향 아래 4개 분야 8개 정책 제안을 제시했다. 노년의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 노년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주된 일자리' 계속 고용 추진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통합위원장은 "100세 시대를 가정할 때 은퇴 이후 30여 년의 긴 노년을 사회적 역할 없이 살 수 없다"라고 말하며 "이번 특위의 정책 제안이 일터와 배움터, 삶터에서 나이가 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노년 빈곤과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를 나란히 함께 언급하기에는 어쩐지 괴리가 커 보인다. 건강한 배움과 사회를 구현하는 밑거름 역시 가난의 본질에 와닿지 않는 공허한 구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언급 자체만으로 어떤 것은 힘을 발휘하기도 하니까 잊히고 지워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내친김에 노인일자리를 찾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며,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첫 화면에 뜬다.

지역을 입력하고 검색하니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자리가 뜬다. 눈에 띄는 일자리도 보인다. 전기나 용접, 웹툰 편집, 기계설비 관련자, 바리스타 등 자격증이 있으며 하루 8시간 종일 근무가 가능하고 급여도 최저시급에 준하지만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보수가 제공된다. 다만 노인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다.

나머지 일자리의 대부분은 '시니어편의점사업', '스쿨존지킴이', '키오스크&스마트폰 동년배 지도 활동', '경로당 식사도우미' 10~20일 정도의 단기 근로에 월 30시간 이내의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정도의 보수로 생활이 안정될 수 있을까 싶은데, 이런 일자리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청자격이 주민등록상 만 65세 이상 지역 거주자라고 하지만, 신청 제외자 기준이 복잡하고 촘촘했다.

풍요로운 사회가 도래했다고 하는데도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한 예로, 우리나라 중산층 10명 중 8명은 자신을 빈곤층이라 여긴다고 한다. 이제 중산층은 더 이상 안정된 삶을 뜻하지 않는다. - 김민권, <새로운 가난이 온다> 프롤로그 중

열심히 살았는데 부자는커녕 달랑 집 한 채만 남은 것이 우리나라 노후의 현실이다. 소득기준 대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세계 경제 순위 10위인 부자 대한민국에서 노인은 가난하고 노인자살률도 심각하다. 100세 시대 제2의 인생이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서글프다./장순심(baram1177)오마이뉴스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대하는 방식, 그 거대한 차이

끝까지 국익 챙긴 기시다"자주 소통" 그친 윤석열

기시다, 수산물 금수· 쇠고기 수출 등 현안 적극 제기

, 한중 소통 재개에 만족, 탈북자 강제 북송 등 외면

리창 "핵오염수 책임 다하고, 역사-대만 문제 잘 하라"

 

, 일본에 라인야후 '통큰 이해'독도 언급도 안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일본산 쇠고기, 도정 쌀의 대중국 수출 재개 및 허용. 중국 내 억류된 일본인 석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내놓은 요구의 일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관철했을까?

 

'3분 접촉'1시간 정상회담의 차이

국가 간 양자 외교는 쌓아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단박에 획기적인 합의를 이루거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양국 모두 양자 관계에 근본적인 전환의 공감대를 갖기 전에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 ·중 회담의 차이는 각각 그동안 쌓아 온 합의의 징검다리였다. 얼마나 많은 돌다리를 놓아 왔는지에 따라 회담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결과도 달라진다.

기시다 총리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간 회담은 시작부터 달랐다.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담이 작년 11월 기시다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재확인한 '공동의 전략적 이익에 기초한 상호 호혜적 관계' 구축의 일환임을 먼저 밝혔다. 한국은 막연한 소통을 앞세웠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 결과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어떤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양국이 소통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서론 격에 해당하는 '호혜적 관계'를 설정해 놓고, 이번 기회에 본문으로 들어간 것과 달리 여전히 서론 주변을 맴돈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과 일본이 그동안 중국을 상대해 온 결과에서 비롯된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양자 정상 간 접촉 기회를 얻었다. 당초 정상회담을 기대했던 윤 대통령은 1116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 주석과 선 채로 3분간 만나는 데 그쳤다. 중국 외교부가 '간단한 접촉'이라고 규정했듯이 인사나 주고받은 수준이다. 반면에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과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갖고 이 자리에서 '호혜적 관계'라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기시다, 껄끄러온 안보 문제 거침없이 거론

양자 회담은 서로의 긴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소통하자"는 식의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다.-중은 서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논의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일본산 쇠고기의 대중 수출 재개와 대중국 도정 쌀 수출 확대를 위한 협의를 청했다. 양국 간 '정당한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비즈니스 환경도 강조했다. 일본인의 중국 단기 체류를 허용하는 비자면제 조치 재개도 촉구했다. 중국은 작년 824일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뒤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의 해제를 요구했고, 리창 총리는 인류의 건강과 관련된 핵오염수 방류와 관련, "일본은 자기 책임과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를 희망한다"라면서 거절했다. (교도통신)양국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 및 대만해협 안보 위기에 대한 껄끄러운 이야기도 오갔다.

기시다는 "대만을 둘러싼 군사 정세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주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설치한 부표의 철거를 요구했다. 리창 총리는 역사 문제로 답했다. "일본은 핵오염수 책임 다하고, 역사, 대만 등의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 내 억류된 일본인의 석방도 요구했지만, 리창 총리의 답변은 공개되지 않았다.

센카쿠열도 거론한 기시다, 독도 꺼내지도 않은 윤석열

·중 정상회담에선 대화 복원과 문화, 관광, 법률 분야의 교류와 개방 확대가 주로 논의됐다. 공급망 분야에서 한-중 수출통제 대화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외교안보대화' 채널을 신설키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 당부는 차치하고, 중국의 고질적인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자국민과 자국의 구체적인 이익을 놓고 주장을 펼친 기시다 총리와 대비됐다. 기시다 총리는 27일 한일중 정상회의에서도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제3국인 한·중 정상의 이해를 구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일-중 관계였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2212월 신국가방위전략에서 중국을 제1위협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그동안 중국과 꾸준하게 대화를 해왔고, 그 바탕 위에서 자국의 이해를 관철하는 노력을 보였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지극히 예민하게 여기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참견, 중국의 심기를 건드림으로써 한-중 간 대화의 토대를 만들지 못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에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세계 만방의 평화를 걱정해 놓고, 정작 국익이 걸린 문제에는 침묵한 꼴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한·중 회담의 의미로 가장 방점을 둔 대목이 대화와 소통의 재개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일본은 공식 문서에 중국을 '1 적국'으로 명시해 놓고도, 대화를 해 온 것과 극명한 대비다. 정상회담 시간도 약간이나마 차이가 있다. ·중 정상회담은 60분이었던 데 비해 한·일 정상회담은 50분이었다. 대통령실이 발표한 '-중 정상회담 결과에서 홍보한 합의에는 대체 대한민국 대통령이 리창 총리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했는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더 기막힌 한·일 정상회담

·일 회담의 내용을 들춰보면 더욱 한심하다.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일본 총리성의 라인야후 행정지도 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며,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한다(정부 고위 관계자)"라는 한국 정부의 '통큰 이해'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로 난관에 봉착한 강제징용 문제와 소녀상 철거를 위한 일본의 조직적 노력 등 역사 도발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영토 도발에 이어 라인아휴의 경제 도발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제기한 게 없다.

한일중 정상회의 자리를 만들어 놓고도 건진 게 없는 한국, 라인야후를 비롯해 자국에 불편한 양자 문제에 대해 한국측의 이해를 받아낸 일본. '대화와 소통'을 하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한 중국. 우리 입장에선 어처구니없는 삼국지였다./시민언론 민들레

주택·도로·논밭 덮친 북 오물풍선’ 260GPS 교란 공격도

군사적 충돌 위험, 남북 모두 중단해야

북한이 보낸 대남 풍선이 서울 구로구 경인고속도로 근처에 떨어져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합참)28일 밤부터 29일 새벽까지 북한이 오물 등을 담아 남쪽으로 보낸 풍선이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영남, 호남 등 전국에서 260개 넘게 발견됐다고 29일 밝혔다. 북한이 이날 새벽 대남 풍선 살포와 함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을 실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남북 모두 군사적 충돌 위험을 고조시키고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오전 강원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의 모내기가 끝난 논에 북한의 대남 풍선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합참은 이날 북한은 지난 28일 밤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으로 살포하고 있다대남 풍선은 민가 지역뿐만 아니라 공항, 고속도로 등에 낙하될 수 있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2016년에는 차량 및 주택(지붕) 등이 파손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2016·2017년의 경우 1년간 살포된 대남 풍선 규모가 1천개가 넘었는데, 이날 오후 4시까지 확인된 북한 풍선이 260여개로 하루 새 살포된 대남 풍선 규모로는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땅에 떨어진 풍선은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이 출동하여 수거하고 있다. 풍선에 매달렸다 수거된 비닐봉지 안에 거름으로 추정되는 오물과 각종 쓰레기가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남 풍선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에서 떨어진 후방 지역 여러곳에서 날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풍향과 기류의 영향으로 영호남까지 날아갔다고 말했다.

합참은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남 전단으로 보이는 알 수 없는 물체를 보면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이날 새벽부터 오전까지 위성위치확인시스템 교란 공격도 시도했다고 밝혔다. 대남 풍선 살포와 함께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29일 북한이 보낸 대남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경기 평택시 한 야산에서 군 장병이 풍선에 매달린 내용물을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전단 살포는 냉전시대부터 심리전의 일환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과거 북한이 대북 전단에 고사포를 발사하여 무력충돌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남북 모두 서로를 자극하는 전단 살포 같은 적대행위를 멈추고 무력 충돌을 예방하고 위기를 관리할 소통 채널을 복원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8일 밤 수도권 일부 지역에 발송된 대남 전단관련 위급재난문자엔 “Air raid Preliminary warning”(공습 예비 경보)라는 영문 표현이 포함돼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합참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번역 과정에서 혼선이 있어, 정확한 영문 표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5개 집단으로 나눠서 보니...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중산층 개념을 재정의한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적 의미의 중산층은 지난 10년간 축소는커녕 증가하는 추세다. 소득 상위계층 상당수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한다.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시사IN 이명익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흥미로운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황수경 KDI 선임연구위원(전 통계청장)과 이창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함께 썼다. 부록과 영문 초록을 포함해 237쪽 분량인 이 보고서는 왜 화제가 됐을까? 그 전에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 왜 중산층에 주목해야 하나.

중산층(中産層, middle class)이란 말 그대로 상층과 하층의 중간 정도 부를 가진 집단이다. 역대 모든 정부는 중산층 확대를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해왔다.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되는 것은 균형적인 경제성장의 증거이자 동력이며, “민주주의의 발전과 사회통합의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보고서 3). 하지만 정작 어디까지가 중산층인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지 않다고 이번 KDI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른바 중산층 위기론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중산층이 축소되고 있다거나 심지어 사라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중산층 기준에 비춰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개인의 소득 수준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소득, 중위소득50~150%를 중산층의 기준으로 정의해왔다. 2019년부터는 중위소득의 75~200%를 버는 인구를 중산층으로 간주한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든, 적어도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0년간 한국의 중산층 규모는 50% 안팎에서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빼고 복지 혜택을 더한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보면, 중산층 규모는 최근 몇 년간 증가했다. 시장소득에서의 격차가 정부 개입으로 일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그림 1참조).

중산층을 세 그룹으로 쪼개봤더니

그렇다면 중산층 위기론은 어디서 나왔을까? 최근 10년간 가처분소득이 가파르게 줄어든 집단이 있기는 하다. 소득 기준 상위 20%, 엄밀히 말하면 그중에서도 상위 10%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이 늘어나 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었다(그림 2참조). 이 대목에서 보고서는 하나의 가설을 제시한다. “객관적으로는 소득 상위층에 해당하면서도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그룹에서 (소득점유율로 측정되는) 경제적 지위 하락을 객관적으로 경험하고 있고, 이들의 불만이 중산층 위기로 표현되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실제로는 중산층이 아닌 상위계층의,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 인상으로 인한 가처분소득 하락에 대한 불만이 중산층 위기담론으로 과다 대표되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자신을 실제 지위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은 존재한다. 이는 세계적 현상인데,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에서도 구체적 양상을 짐작해볼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515~29일 전국 성인 남녀 3434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계층 인식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면서, ‘소득·직업·학력·재산 등을 고려할 때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물었다. 그 결과 자신을 상층이라 여긴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70.4%가 자신을 중층이라고 인식했다. ‘하층이라는 응답은 26.7%를 차지했다.

이는 객관적 지위와는 차이가 있다. 같은 조사에서 가구원 수에 따른 소득 구간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소득 수준을 조사한 결과, 소득 기준으로 상층에 속하는 이들의 17.8%가 스스로를 중층이나 하층으로 인식했다. 보고서는 이들을 객관적으로는 상층이지만 마음으로는 상층이 아니라는 뜻에서 심리적 비()상층이라고 분류했다. 보고서는 또한 소득 기준으로 중층이거나 하층이면서 자신을 중층으로 여기는 집단(54.5%)핵심 중산층이라고 했다. 반면 소득 기준 중층에 속하면서도 자신을 하층이라고 인식한 19.9%취약 중산층이라 이름 붙였다. ‘중산층이라 뭉뚱그리던 계층을 세 집단으로 쪼갠 것이다. 여기에 객관적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스스로를 상층이라 인식한 집단과 하층이라 인식한 집단을 포함해 총 다섯 계층을 구분해 분석했다(그림 3참조).

분석 결과, KDI가 분류한 5개 집단 중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율이 심리적 비상층에서 75.3%로 가장 높았다. 자가 보유율(79.3%), 관리·전문직 비율(22.5%), 개인소득 월 7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 비중(19.0%)도 이 집단에서 가장 높았다. “우리 사회 엘리트층의 상당수가 객관적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자신을 (상층이 아닌) 중산층으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왜 그럴까. 유력한 요인으로 개인자산의 상대적 부족이 꼽힌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합계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이라는 응답은 심리적 비상층에서 8.4%인데 상층에서는 15.6%로 더 높았다. 보고서는 심리적 비상층의 자가 보유율이 높은 것과 관련해, “‘강남구 거주자가 아니라는 것이 자신을 상층이 아닌 중산층으로 판단하는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라고도 짚었다. 자가 보유 자체보다는 어떤 자가에 사는지가 심리적 비상층을 결정짓는 요인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심리적 비상층과 더불어 가장 주목할 만한 집단이 취약 중산층, 즉 소득 기준으로 보면 중층이면서도 스스로를 하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심리적 비상층과 비교할 때 관리·전문직 비율이나 일반사무직 비율은 낮고 생산·노무직(14.6%)과 판매·서비스직(10.7%) 비율이 높다. 전문대 졸업자 비율(22.3%)과 고등학교 졸업자 비율(29.4%)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자가 보유율이 51.6%이지만 전세(21.1%), 반월세(23.8%) 비중도 적지 않다. “외부의 경제적 충격에 의해 언제든지 하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는 경계 계층이다.

이 같은 중산층의 분화는 왜 중요한가. 자칫 사회 전체의 자원 배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리적 비상층은 강력한 사회적 발언권과 문화 권력을 가지고 있다. 교육과 직업, 자산을 통해 이미 상층에 진입했으면서도 추가적인 계층 상승을 원한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실제로는 상층인) 엘리트 중산층의 견해가 중산층의 사회적 니즈(요구)로 과대 포장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쓴다.

59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틀어놓았다. 연합뉴스

보고서 공저자인 이창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산층 내부에 존재하는 다른 정책적 선호와 욕구를 읽고자 했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심리적 비상층은 자산 축적도 하고 싶어 하고 보편적 복지도 요구하는 성향이 있다. 이들이 실제로 정치에서 과대 대표되고 있는지는 별도로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겠으나,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 해결보다 주택 구매 지원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그러하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하는 일은 결국 사회의 여러 선호와 수요 중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이 되는 걸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심리적 비상층보다는 중산층에서 탈락하기 직전이면서도 (하층과 달리) 각종 복지정책에선 배제되고 있는 취약 중산층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취약 중산층을 어떤 정치세력이 대변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앞선 KDI 조사에서 눈여겨볼 문항이 있다. 소득 상층에 속하면서도 스스로를 중·하층이라 여기는 심리적 비상층의 정치 성향을 물은 결과, ‘진보(29.1%)’라는 응답이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많았다. 동시에 심리적 비상층은 정부가 복지에 재정을 지출한다면 우선적으로 수혜를 입어야 할 대상을 물었을 때 고소득층 포함 전 국민이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13.8%로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높았다. 반면, 역시 진보 성향 비중이 적지 않은(27.5%) 취약 중산층은 저소득층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심리적 비상층은 정부가 복지 지출을 확대한다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41.0%로 모든 집단 중 가장 높았다.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면

문제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취약 중산층보다 심리적 비상층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징후가 종종 포착된다는 데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59한국경제인터뷰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두고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이튿날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당에서 그와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 원내대표가 개인적 의견을 말한 것 같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원내대표가 당에 제안한다면 논의는 하겠다라고 여지는 열어뒀다.

종부세는 1주택자 기준, 공시가격 12억원 이상인 주택을 보유할 경우 부과되는 세금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정책이지만, 몇 년 전부터 민주당에서 완화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는 “1주택을 장기 보유한 저소득층과 노인 가구의 종부세 납부를 연기하겠다라고 공약했다.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해 당선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1가구 1주택 종부세 폐지를 공약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을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자고도 주장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자가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내는데 왜 혜택을 받으면 안 되느냐는 말을 종종 한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이를 두고 기본소득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신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지 기반을 고려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표는 20227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우리가 서민과 중산층이 아니라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라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제가 아는 바로는 고학력·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이 우리 지지자가 더 많습니다. () 전 부자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3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송파구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꾸린 새로고침위원회라는 조직이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3000명 웹조사 결과 한국 유권자 지형이 진보·중도·보수가 아니라 6개 그룹으로 분화했다고 짚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평등·평화 그룹(37.7%),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인 능력주의 보수 그룹(21.5%) 외에도 친환경·신성장 그룹(18.8%), 반권위 포퓰리즘 그룹(9.3%), 민생우선 그룹(6.4%), 배타적 개혁우선 그룹(6.3%) 등이 그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중 다수는 주택 구매 지원보다 전·월세 지원을 선호했다. 검찰개혁을 중시하고 부동산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믿는 배타적 개혁우선 그룹에 속한 지지자들만 주택 구매 지원을 원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이관후 정치학 박사는 민주당 열성 지지층과 조국혁신당 지지층이 배타적 개혁우선 그룹에 속해 있다고 보인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원하고 소수자에게 적대적인 반권위 포퓰리즘 그룹, 지방 비정규직 여성으로 대표되는 민생우선 그룹은 그동안 국가정책에서 배제되었던 이들이고 투표율도 가장 낮다. 이 중 반권위 포퓰리즘 그룹일부가 이번 총선에서 이준석의 개혁신당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진정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면 (배타적 개혁우선 그룹보다는) 위 두 그룹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인 전혜원 기자

이건희 손자 공짜 급식과 재난지원금의 차이

보편적 복지는 다 똑같이 준다는 의미의 보편이 아니라, ‘필요가 발생하면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보편이다. 재난을 계기로 국가에 대한 중대한 인식 전환을 만들어내자는 주장이 나온다.

소상공인 대상 3차 재난지원금이 집행되는 중이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이미 ‘4차 재난지원금으로 쏠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수준을 따지지 않고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보편 재난지원금을 만지작거린다. 지난해 51차 재난지원금이 보편 지급이었다. 소득수준을 따지지 않고 1인 가구는 4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을 줬다. 다만 경기부양과 소비 진작이 중요한 명분이라,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이후에 검토한다. 기본소득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번에도 보편 지급을 강력히 주장한다.

정부는 반대 기류다. 직접 피해 계층에 두터운 지원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장서 있기는 하지만, 기재부 관료들만의 분위기는 아니다. 17일 정세균 총리는, 보편 재난지원금을 촉구하는 이재명 지사에게 보내는 답장 형식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코로나19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고통에 비례해서 지원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보편이냐 선별이냐. 한국 사회가 10년 동안 되풀이해 다뤄온 익숙한 질문이다. 한국 정치의 기념비적인 복지 논쟁으로 평가받는 학교 무상급식 논쟁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불붙었다. 급식 논쟁 이후로 보편적 복지라는 용어가 익숙해졌다. 이때부터 보수는 선별 복지, 진보는 보편 복지를 내세운다는 게 공식처럼 통용됐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논쟁 때도 기재부는 선별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보편 지급을 주장해 관철했다. 이 역시 민주당은 보편 복지 세력이라는 인상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벌어진 일에 대한 놀랍도록 빗나간 요약이다. 선별이냐 보편이냐. 보수는 선별, 진보는 보편.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이 구도는 실제 현실과 다른 것은 물론이고 보편적 복지와도 상관이 없다. 이상이 교수(제주대)는 보편적 복지국가 담론을 이끌어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보편 지급이라고 부르는 게 엉터리 용어라고 단언한다. “그건 보편 지급이 아니라 획일 지급, 무차별 지급이라고 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와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은 철학적으로 오히려 충돌한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보편적 복지라는 말의 의미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2010년 무상급식 논쟁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이건희 손자에게도 공짜 밥을 주려고 세금을 쓰는 게 맞느냐.” 2010년 지방선거의 민주당 강세 속에서도 가까스로 생존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이 직관적인 논리를 내세워 전면 무상급식 반대론을 주도했다. 그는 무상급식 대상을 소득에 따라 선별하자는 주장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2011년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패배해 시장직을 내려놓았다. 무상급식 논쟁은 보편적 복지 개념이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한 첫 승리였던 동시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오래 지속될 오해를 낳은 출발이었다.

학교급식은 소득을 따지지 않고 학생이면 누구나 무상으로 준다. 이 첫 경험은 보편적 복지란 다 똑같이 주는 것이라는 인상을 각인시켰다. 이것이 오래 지속된 오해다. 간단한 비교를 해보자. 건강보험은 모든 가입자에게 같은 액수의 의료비를 주는 게 아니다. 아파서 병원에 간 사람에게, 병원을 이용한 만큼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준다. , 아픈 사람만 골라서 필요한 만큼 차등해준다. 건강보험은 선별 복지일까? 그렇지 않다. 보편적 복지는 다 똑같이 준다는 의미의 보편이 아니라, 일단 필요가 발생하면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보편이다. 중요한 단어는 필요.

필요 기반은 보편적 복지의 핵심 원리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보편적 복지국가 운동의 또 다른 산파다. 그는 필요 기반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강남 아파트에 살 필요를 느꼈다고 해서 복지국가가 충족해주지는 않는다. 복지국가에서 말하는 필요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사회경제적 권리, 그러니까 주거와 건강과 교육 등은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미의 필요다. 필요란 온전히 주관적인 감각이 아니고 어느 정도 객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이라 해서 고정불변은 아니다. 사회가 보장해야 할 필요가 어디까지인지는 역사적으로 구성된다.”

20118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호소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급식 앞에선 모두의 필요가 같다

이런 의미다. 주거권이나 교육권 같은 사회경제적 권리는 흔히 ‘2세대 권리라고 불린다. 사상의 자유, 재산권, 참정권 등 전통적인 ‘1세대 권리와 대비해서 그렇게 부른다. 이런 권리는 역사적으로 서서히 발전해온 것이면서(‘2세대’), 강남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개인의 주관과는 질적으로 다른 객관성이 있다. , 어떤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필요한지 사회가 합의할 수 있고, 사람마다 얼마나 더 있어야 필요가 충족될지 계산할 수도 있다. 보편적 복지란, 이 사회경제적 필요를 충족할 권리를 보편적으로 보장한다는 원리다.

급식은 교육이라는 2세대 권리의 일부다. 학생이라면 이건희 손자를 포함해 누구나 학교에서 밥을 먹을 필요가 발생한다. 병의 종류에 따라 치료비가 크게 달라지는 건강보험과 달리, 밥은 차등을 둘 이유가 사실상 없다. 그래서 급식은 다 똑같이 줬다. 보편적 복지가 다 똑같이 주는 원리여서가 아니라, 급식이라는 문제에선 모든 이의 필요가 사실상 같았기 때문이다. ‘다 똑같이는 보편적 복지의 속성이 아니라 급식의 속성이다. 그런데 이것이 보편적 복지 그 자체의 원리라는 오해를 불렀다. 이상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선별이냐 보편이냐가 아니다. 보편적 복지는 선별과 차등 지급을 다 포괄하는 원리다. 핵심은 필요에 맞추어 주는 것이다. 동일한 필요가 발생하는 일은 무차별로 주고, 필요가 달라지면 차등해서 준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의 원리는 획일이 아니라 형평이다. 같은 사람은 같게, 다른 사람은 다르게. 그 결과로 모두의 필요가 보편적으로 충족되는 것이다.”

이 렌즈로 재난지원금 논란을 들여다보자. 보편적 복지는 모든 국민에게 같은 돈을 지급하라고 요구할까? 답은 재난 국면에서 지원을 받을 필요가 어떤 형태로 발생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재부는 영업제한 정책으로 직접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 맞춤 지원을 가장 선호한다. 기재부와 각을 세워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투트랙 접근법이다. 자영업자의 영업손실은 제대로 보상하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이 지사의 페이스북에는 코로나19로 피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고 고통받고 있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필요가 전 국민에게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 주장은 현실의 격차를 얼버무린다. 심리적 불안감이나 사회적 관계 위축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피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공공부문이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사실상 소득 감소를 겪지 않았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의 수혜도 이 고소득 그룹에서 주로 가져갔다. 반면 자영업자는 정부의 영업제한 정책으로 직접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둘 사이에 한 층이 더 있다.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들은 정부 정책으로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소득감소와 일자리 상실을 집중적으로 경험했다. 이 세 층이 경험한 재난의 성격은 꽤 달라서, 같은 필요가 발생했다고 한데 묶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재난지원금의 성격도 양자택일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삼자택일이다. 첫째, 직접 피해자인 자영업자 지원금이 가장 대상이 좁다. 중앙정부의 2·3차 재난지원금이 이 성격이다. 둘째, 모두에게 차별 없이 지원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가장 대상이 넓다. 1차 재난지원금이 이 모델이었다. 지금은 주로 이 둘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세 번째 모델도 있다. 코로나19 재난으로 소득이 후퇴하고 일자리가 흔들린 불안정 노동자를 포괄하지만 괜찮은 일자리노동자는 배제하는 재난지원금이다. 불안정 노동자를 직접 잡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소득 하위 그룹에 지급하면 대략 유사한 효과가 난다.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청와대와 기재부가 선호했던 소득 하위 50% 지급이 이 모델이지만 이때는 전 국민 지급으로 결론이 났다. 지방정부에서는 서울시가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재난생활비를 지급한 적이 있다. 세 번째 모델이 실제로 가동된 사례다.

202072일 총리공관에서 목요대화가 열렸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 이재명 경기도지사(맨 오른쪽), 김경수 경남도지사(맨 왼쪽) 등이 참석했다.

이렇게 보면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의 논쟁 구도도 달리 읽어야 한다. 당시에는 소득 하위 50%에 선별 지급하자는 기재부와, 보편 지급하자는 민주당·경기도·경남도의 논쟁처럼 보였다. 특히 정권 실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보편 지급으로 기운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당시 경남의 주장은 보편 지급이 아니라, ‘보편 지급 선별 회수였다. 경기도의 접근법과 비슷해 보이지만 꽤 다르다.

경남이 가장 심각하게 봤던 문제는 기재부식 선별 지급이 당시 정부 역량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실시간 소득 집계가 없었기 때문에 코로나19 피해를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 소득 하위 50%를 정확히 추려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 재난으로 실제로 발생한 필요에 정부가 접근할 역량이 없었다. 재난 피해가 급박하여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무차별로 지급하되 추후 연말정산을 통해 소득세로 환수하자는 접근법이었다. 이러면 고소득자일수록 많이 토해내므로 결국 저소득자만 선별 지원한 효과가 난다. 이것은 세 번째 모델인 저소득층 선별 지급과 경로만 다를 뿐 취지가 같다. 실제로 관철된 것은 경남식 선별 회수 단계가 빠진, 경기도식 무차별 지급 모델이었다.

보편적 복지 이론가들도 세 번째 모델의 손을 들어준다. 재난 피해를 지원받을 필요는 자영업자와 하위 소득계층을 포괄하지만, 소득 감소를 겪지 않은 고소득층까지 포괄하지는 않는다. , 보편복지론이 중시하는 필요는 코로나19 재난의 속성상 저소득층에 집중해 발생한다. 세 번째 모델은 행정적으로는 선별 지급이지만 철학적으로는 보편 복지다. 이상이 교수는 이건희 손자에게 공짜 급식을 주는 게 보편 복지이지만, 재난지원금은 안 주는 게 보편 복지다라고 말했다. 오건호 공동위원장은 정부 역량 문제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게 지원이 가는 게 보편 복지 원리에 맞다. 소득 감소를 측정하여 지원 대상을 선정할 정부 역량이 지금은 있을까? 자신 없으면 차라리 똑같이 나눠주고 연말정산 때 고율로 환수하는 게 낫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개념을 통해 미국의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사상적 토대를 만들었다.

필요를 알아채고 충족할 국가의 역량

이렇게 해서 보편이냐 선별이냐라는 익숙한 질문으로 출발한 논의가 뜻밖의 낯선 주제에 도착했다. 보편적 복지의 관점으로 보면 진짜 문제는 필요. 따라서 필요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재난지원금 논쟁에서 경남도의 정책 노선을 다듬어왔다. 그는 정부가 소득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시스템이 없다는 게 이 모든 논란의 진짜 뿌리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소득 파악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해서 복지정책의 바탕 자료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후 정부에서 추진되지 못했다. 이걸 지금 국가가 해야 한다. 평소에 하면 세금 더 걷어가려고 그러나라는 의심이 나오지만, 지금은 재난기에 지원을 하려면 소득 파악이 중요하다는 걸 시민들이 느끼고 있다.”

이것은 재난을 계기로 국가에 대한 중대한 인식 전환을 만들어내자는 주장이다. 고전적으로 국가의 역량이란 세금을 뜯어가는 역량이었다. 거의 전근대적인 약탈국가의 역량이다. 이런 역량은 부족할수록 좋다. 그래야 시민이 국가의 간섭과 압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권리,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고전적인 ‘1세대 권리. 국가 역량을 제약해야 권리가 지켜진다. 현대 복지국가로 오면 이 관념이 뒤집힌다. ‘2세대 권리인 주거권·건강권·교육권 등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충족시켜줘야 작동하는 권리다. 현대 복지국가의 역량이란 필요를 알아채고 충족시켜줄 역량이다. 2세대 권리는 이런 국가 역량이 높아야 지켜진다.

선진 복지국가들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인식 전환을 20세기에 이뤄냈다. 고전적인 1세대 권리의 천국으로 여겨지는 미국조차 그랬다. 미국에서는 뉴딜을 기치로 민주당 장기 집권 시대를 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 전환을 이끌었다. 1941, ‘네 가지 자유라는 유명한 연설에서 루스벨트는 결핍으로부터의 자유개념을 제시한다. 지나치게 가난한 사람은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최소한의 생활 보장은 자유의 전제조건이다. 자유의 개념을 사회경제적 권리로 확장한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접근법은 미국의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사상적 토대로 작동했다.

코로나19 재난기는, 현대국가가 이런 극적인 인식 전환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서도 드러냈다. 이제 국가 역량이 높아야 시민이 국가를 이용할 역량도 높아진다. 국가 역량이 낮을수록 부자가 이득을 보고 가난한 사람이 손해를 본다. 국가 역량이 충분히 높지 않으면 재난지원금은 소득 불문 무차별 지급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그게 1차 재난지원금 논쟁의 귀결이었다. 국가 역량이 높아서 같은 규모의 재정을 소득 하위 절반에게 몰아줄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의 이득은 더 커지고, 가난한 사람은 지원금을 소비할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재정 투입의 경제효과도 더 커진다(‘정부가 준 재난지원금, 국민들은 얼마나 썼을까?’ 기사 참조).

선별이냐 보편이냐는 납작한 양자택일을 뛰어넘고 나면,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 국가가 권리로 보장해야 할 필요란 무엇인가. 이것은 현대 복지국가의 사회서비스를 어디까지 확장할지의 문제다. 나아가, 21세기에는 노동과 무관하게 존재 그 자체로 필요가 발생한다고 믿는다면, 이것은 기본소득론으로 가는 경로다. 보편적 복지국가 진영과 기본소득 진영은 바로 이 필요의 범위를 달리 보기 때문에 치열하게 논쟁 중이다.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둘러싼 논쟁도 그 전초전이다.

둘째, 필요를 어떻게 측정하고 대응할 것인가. 특히 재난기의 국가는 필요 측정의 정확도와 속도를 매우 높은 정도로 급박히 요구받았다. 이것은 2세대 권리에 대응할 국가 역량의 문제다. 나아가 국가의 역량을 제약하는 게 시민에게 유리한가 증진하는 게 유리한가라는, 근본적인 정치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

 

독일, 핏빛 정치테러 속 짙어지는 극우주의

유럽연합 의회 선거를 앞두고 독일 내 정치인 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슈피겔은 네오나치 자녀 세대가 새로운 폭력의 당사자로 등장했다고 분석한다.

사회민주당 소속 마티아스 에케 씨(왼쪽)54일 선거 포스터를 붙이러 가는 길에 습격당했다.AFP PHOTO

54일 금요일 저녁(현지 시각), 독일 동부 지역 작센주 주도인 드레스덴에서 유럽의회 선거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길을 가던 사회민주당 소속 정치인 마티아스 에케 씨가 괴한들에게 습격당했다. 2022년부터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 중인 에케 씨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작센주 사민당 비례대표 명단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청년 4명에게 구타당한 에케 씨는 얼굴을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다. 에케 씨는 광대뼈와 안와 골절상을 당했다.

작센주 범죄수사국은 사건 직후 17세인 쿠엔틴 제이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쿠엔틴의 집과 핸드폰을 조사해, 그가 극우주의 그룹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어서 공범 3명을 찾아냈다. 모두 17~18세였다. 범죄수사국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 당일 밤, 28세인 녹색당 선거운동원 한 명을 추가로 공격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얼굴을 가격하고, 피해자가 넘어지자 발로 짓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만이 아니다. 공권력의 경호를 받지 못하는 기초단체 정치인이나 선거운동원을 향한 공격이 최근 잇달았다. 특히 66~9일 실시되는 유럽연합 의회 선거를 앞두고 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녹색당과 독일대안당 소속 정치인이 2023년 발생한 정치인 대상 물리적 폭행과 언어폭력 범죄에 가장 많이 노출되었다. 자료에 따르면 녹색당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 총 1219, 독일대안당 대상 사건이 총 478건이었다. 물리적 폭력은 독일대안당 소속 정치인이 86건으로 가장 많이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당이 62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언어폭력 등 온라인상 폭력에 노출된 경우는 녹색당 정치인이 가장 많았다.

이번 통계자료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독일대안당)’이 연방정부에 요구해 발표된 것이었다. 독일대안당은 자기 당을 대상으로 하는 물리적 폭력 행위가 가장 많다는 사실을 근거로 정치인 대상 폭력은 극우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정당 정치인들은 이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치인 대다수가 선거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경우 신고를 해도 현실적인 효과가 없고, 선거운동 할 시간을 빼앗기기 싫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대안당은 가능하면 모든 사건을 신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정치인 대상 폭력이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최근 구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물리적 폭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작센주에서 극우주의에 대항해 민주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활동하는 시민 네트워크 작센 문화사무소(Kulturbüro)’의 미하엘 나트케 사무처장은 슈피겔과 인터뷰하면서 최근 이 지역에서 극우 조직이 급성장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22일 독일 귀스트로 시내에 모인 시민들이 극우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DPA

정치인 발언이 극우 폭력 정당화해

나트케 씨는 최근 젊은 극우주의자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전에는 기성세대 극우주의자들이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면, 이제는 젊은 세대가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나트케 씨는 청소년이나 청년은 극우주의에 영향을 받은 후 물리적 폭력을 행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다라고 말했다.

슈피겔은 통일 직후 구동독 지역에서 폭력 사건을 빈번하게 일으킨 네오나치의 자녀 세대가 새로운 폭력의 주역으로 등장했다고 분석한다. 과거와 달리 독일대안당이 구동독 지역에서 권력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지역에서 독일대안당이 선거 기간에 가장 젊은 후보들을 내세우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극우주의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정치학자 우르줄라 뮌히 투칭 정치교육아카데미소장은 극우의 폭력이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처음에는 음모론을 주장하다가, 포퓰리즘 집단을 추종하고, 다음에는 정치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까지 이른다. 분노가 혐오가 되고, 혐오가 폭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뮌히 소장은 극우 폭력의 목표가 폭력을 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정치 활동을 하는 다른 사람들 또한 위축시킨다고 경고했다. 그는 극우 정치인들이 폭력 사건에 직접 개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이 강한 톤으로 다른 정치인을 공격하면 극우주의자들이 이들 정치인의 발언을 통해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마티아스 에케 씨를 향한 폭력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55일 시민 약 3000명이 모여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독일 연방의회 부의장인 카트린 괴링에카르트 녹색당 의원은 시위 현장에서 동독은 1989년 민주주의를 쟁취한 지역이다. 민주주의를 경멸하는 이들에게 이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레스덴뿐만 아니라 베를린에서도 시민 1000명 정도가 에케 씨를 응원하는 시위를 벌였는데, 이 자리에 주요 정치인들이 함께했다. 또한 연방의회 의원 100명 이상이 더는 정치인이나 공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이 더 이상 허용되어선 안 된다라는 내용의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성명서에는 독일 주요 정당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독일대안당 정치인의 참여는 허용되지 않았다.

정치인 대상 폭력범의 처벌에 관해,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법은 지금도 충분하다는 상반된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그럼에도 대다수가 범법자를 효과적으로 추적하고 빠르게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57일 낸시 페저 연방 내무장관은 각 주 내무장관이 참여하는 특별회의를 소집했다. 정치인 보호를 강화하고 폭력 사건을 효과적으로 수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바로 그날, 드레스덴에서 선거 포스터를 붙이던 녹색당 정치인이 공격당하는 일이 다시 한번 벌어졌다.

시사인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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