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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4.8~

by 이성근 2024. 4. 8.

 

·정의·상식 농락하는 국힘당 후보들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용의자 신범철과 임종득

1심 실형 선고받은 공주부여청양의 막말러정진석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정치공작한 청주서원 김진모

경찰 출신 댓글 여론조작범 당진 정용선

정용선의 경찰 동료, 댓글공작 동지 사천남해하동의 서천호

 

대통령이 미안해 하고 고마워 한 여주양평의 김선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입만 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게 범죄자 프레임을 씌우며, 자신과 국민의힘이 마치 범죄집단과 싸우는 정의의 사도인양 코스프레 한다. 언론도 덩달아 야당 측 인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비리 의혹이 보이면 가차없이 달려들어 난도질 하기 일쑤다. 그러나 총선 국면에서 범죄 혹은 비리와 연루되었었거나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후보들은 오히려 국힘당에 더 많은 것 같다. 대표적으로 채 상병 수사 외압 혐의로 자신들이 수사를 받아야 할 피의자들, 이명박 정권 때 공직에 있으면서 여론조작을 위한 댓글공작으로 유죄를 받았던 범죄자들, 역시 이명박 정권 때 민간인 사찰 폭로를 막기 위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가 유죄 받았던 검사 출신 인사 등등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정진석 후보도 빼놓을 수 없다.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과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김선교 전 의원이 사면복권을 받고 여주양평 지역구에 재출마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오른쪽)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9.25 연합뉴스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용의자 신범철과 임종득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호주로 도피하려다 실패하고 오히려 정권심판 민심에 기름을 부었지만 그와 함께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신범철, 임종득 두 인물은 거리낌없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표밭을 갈고 있다.

이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말, 8월 초에 이루어졌던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령은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혐의(내용)와 혐의자를 빼라' 등 여러 차례 외압을 받았는데 그 배후가 이들이라는 것이다. 박 대령 측에 따르면 대통령 질책 뒤인 8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왜 해병대는 말하면 듣지 않는 것이냐"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신 차관도 이와 관련, 731~81일 김 사령관과 3차례 통화했다면서 "(조사보고서에) 법리상 다툼이 있다는 이야기는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군인권센터가 확보한 김 사령관의 통화 기록에 따르면 수사 외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728~84일 김 사령관은 대통령실 관계자인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3, 임기훈 안보실 국방비서관과 5, 김모 안보실 행정관과 8회 통화를 주고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이 사건의 관계자인 윤 대통령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은 모두 공수처에 고발됐다. 그러나 공수처는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난 올해 1월에야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를 압수수색했고, 아직까지도 압수물 분석을 마치지 못했다.

결국 이들 두 사람이 총선에서 이기게 되면, 이종섭 장관이 호주대사로 도피하려던 것처럼 국회로 도피하는 셈이 된다. 신 전 차관이 단수 공천을 받은 충남 천안갑은 현역인 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두 사람이 4년 만에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됐다. 그러나 결과 예측은 어렵다. 두 사람은 202021대 총선에서 49.34%(문진석) 47.92%(신범철), 1328표 차이 초박빙 승부를 벌였다. 지역구에서 신 후보에 대한 심판 여론이 불지 않으면 올해도 비슷한 승부가 전망된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문진석 후보 43.1%, 국민의힘 신범철 후보 39.2%로 오차범위 내 박빙이었다. 대전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이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진석 후보 43%, 신범철 후보 39%로 오차범위 내 박빙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326~27일 조원씨앤아이-충청신문 조사(501, 무선ARS, 95%±4.4)에서는 문진석 후보가 49.4%39.6%를 기록한 신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9.8%p 차로 앞선 결과도 나왔다.

임종득 전 2차장은 신범철 후보보다 훨씬 좋은 꽃길을 걷고 있다. 국힘당의 텃밭이자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영주영양봉화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규환 후보가 도전하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다. 해병대 예비역 단체 회원들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공개적으로 신범철과 임종득 두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에 나섰다.

국민의힘 정진석(공주·부여·청양) 후보가 7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후문 앞에서 자녀들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4.4.7. 연합뉴스

1심 실형 선고받은 공주부여청양의 막말러정진석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2심 재판 중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재판 일정이 당초 예정되었던 312일에서 59일로 변경됐다. 앞서 지난 1월 첫 공판 당시 현역 국회의원인 피고인이 4월 총선을 앞두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국민의 심판을 받는데 영향이 있다며 총선 전에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던 입장을 바꿔 공판기일 변경신청서를 냈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총선 바로 전날까지 악착같이 법정에 불러 세우려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편파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의원은 지난 2017SNS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여사는 가출하고,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1심 당시 정 의원에게 약식기소액과 동일한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는데, 1심 법원은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 실형을 지난해 8월 선고한 바 있다. 또 정 의원은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등의 친일적인 언행으로도 악명이 높다.

정진석 의원은 이 지역구에서 무려 6선을 한 부친 정석모에게서 자리를 세습받은 후 지금까지 5선을 지내왔다. 44년을 한 집안에서 이 지역을 지배한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정 의원과 맞붙는 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후보다. 두 사람은 20, 21대 총선에서도 대결한 바 있는데 20대 때 정 48.12% 44.96%, 21대 때 정 48.65% 46.43%로 박 후보가 연달아 패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난달 23~24TJB대전방송·충청투데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ARS, 오차범위±4.4%P)에서 정진석 50.5% 박수현 44.7%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41~2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500, 무선전화면접, 95%신뢰수준±4.4%p)에서는 두 후보가 42% 동률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공동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4일 오전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 사창사거리에서 오제세 전 국회의원(오른쪽)과 함께 서원구 출마자인 김진모 후보(왼쪽)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4.4.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정치공작한 청주서원 김진모

청주서원에 출마한 김진모 후보는 인천지검 검사장,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을 지낸 검사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114월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면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5천만 원을 끌어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입막음'하는 공작에 관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진모가 받은 특수활동비 5천만 원은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류충열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등을 거쳐 장진수에게 관봉’(봉투를 뜯지 않은 채) 형태로 전달됐다고 한다.

김진모는 뒤늦게 20181월에야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다.(특가법상 뇌물, 업무상횡령 등 혐의) 이후 6281심에서 징역 1,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이듬해 6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20512일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권력기관의 돈을 불법적으로 사용해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죄질로 볼 때 도저히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인물임에도 그는 몇 달 만에 윤석열 정부 특별사면으로 복권되자마자 청주서원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22대 총선 단수공천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복권시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윤석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한동훈)으로 그를 감옥으로 보냈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한동훈 국힘당 비대위원장은 김진모 후보가 (과거는 과거일 뿐) 훌륭한 인물이라며 열심히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김진모 후보와 맞서는 민주당 후보는 이광희. 글로벌리서치가 지난달 15~16KBS청주, MBC충북 포함, 6개 언론사 의뢰를 받아 무선전화번호·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추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 지지율은 41%, 이 후보 지지율은 38%3%p 격차로 집계됐다. 그러나 26~30일 한국리서치-KBS청주 조사(500, 무선전화면접, 95%신뢰수준±4.4%p)에서는 민주당 이광희 후보 37%로 김진모 후보 33%를 오차범위 내 앞섰으며 적극 투표층 후보 지지도도 이광희 후보가 44%, 김진모 후보가 39%, 당선 가능성 역시 이광희 후보가 39%, 김진모 후보가 36%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충남 당진시장에서 정용선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4.7. 연합뉴스

경찰 출신 댓글 여론조작범 당진 정용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충남 당진 유세에서 정용선 후보의 어깨를 감싸며 법을 지키는 것을 앞장서서 업으로 해온 사람과 범죄자 중 누구를 택하겠는가~”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거짓말이다. 정용선 후보가 경찰 출신(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인 것은 맞지만 그는 도둑을 잡는 대신 여론을 훔쳤다가 벌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8'이명박 정부 경찰 불법 여론조작·직권남용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 지난해 3월 고등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선고받고 상고했는데 석 달 후인 지난해 6월 돌연 상고를 포기해 유죄가 확정됐다. 윤 대통령은 불과 두 달 만에 광복절 특사로 그에게 피선거권을 회복해 줬다. 이 때문에 대통령 특사를 염두에 두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이유로 함께 공천심사를 신청했다가 컷오프된 같은 당 경쟁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정 후보가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직권남용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돼 컷오프된 적이 있는데 그런 후보를 이번에는 사면까지 해가며 단수공천한 것이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었다. 당시 정 후보는 컷오프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기도 했다. 결과는 18.96%를 얻으며 3위를 하면서 민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줬다. 그는 20218월 윤석열 국민캠프에 합류해 공을 쌓음으로써 사면복권과 총선 출마의 기틀을 닦은 셈이다.

그의 민주당 상대자는 3선에 도전하고 있는 어기구 후보. 굿모닝충청이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당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7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어기구 후보 49.3%, 정용선 후보 41.7%로 나와 어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었다. 그런데 329~30일 코리아정보리서치-당진투데이 조사(513, 유무선ARS, 95%±4.3%)에서 오히려 정용선 후보가 11.4%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그 원인은 유선전화 비율이 무려 23%가 포함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어 후보 측으로서는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에 대한 불법 정보조회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1.4. 연합뉴스

정용선의 경찰 동료, 댓글공작 동지 사천남해하동의 서천호

대구경북 말고도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 평가 '긍정' 비율이 부정 비율을 크게 앞서는 곳이 있다. 경남의 사천남해하동이 그런 지역의 하나인데 이곳의 국힘당 서천호 후보는 당진의 정용선 후보와 같은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올해 2월 특별사면되면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그런데 그는 피선거권이 없던 지난해 9, 출마 지역에 '총선용' 집을 구입한 것으로 <뉴스타파>가 확인했다. 미리 사면을 약속받고 총선 출마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이른바 약속 사면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 부산지방경찰청장이던 서천호 후보는 이른바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가담했다. 경찰력을 동원해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게 했다. 특히 2011년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응해 조직된 '부산 희망버스' 시위를 상대로 부정적인 여론 조성에 나섰다. 2018년 검찰은 서 후보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해 5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형이 확정됐다. 기소 당시 검찰 수사 책임자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집행유예 기간에는 피선거권이 없다. 당연히 지난해 5월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된 서 후보는 올해 5월까지 22대 총선을 포함한 모든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서 후보는 지난해 9월 사천시 죽림동에 단독주택을 구입해 이주한 후 열심히 지역행사에 얼굴을 비쳤다. 올해 27일 설날 특별사면을 받기 5개월 전부터 총선 출마를 준비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지역 민주당 후보는 21대 국회에서 비례의원을 지냈던 제윤경 후보. 서 후보 공천에 반발한 보수 계열의 최상화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수표를 갈라놓고 있지만 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그다지 높은 것 같지 않다. 미디어인뉴스-KSOI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서천호 47.4%, 민주당 제윤경 26.3%, 무소속 최상화 16.5% 순이었다. 이 지역의 윤석열 국정 지지도는 긍정 57.2%, '부정' 40.0%.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에게 부인의 도자기 반입 및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 여부를 질의하고 있다. 2021.5.4. 연합뉴스

대통령이 미안해 하고 고마워 한 여주양평의 김선교

양평 군수와 이 지역 국회의원을 번갈아 하는 김선교 후보는 양평의 대표적 토호다. 그가 군수 시절 여주지청장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 양평에 특히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김건희-최은순 모녀와의 관계 속에 수많은 의혹이 검은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심지어 양평고속도로 종점이 순식간에 바뀌는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는 지난해 5월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같은 날 김태우도 다른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로 강서구청장직을 잃었다. 그후 두 사람 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받아 김태우는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에 나가 참패했고 김선교는 똑같이 여주양평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것이다.

김 후보는 1980년 양평군청 소속 말단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계장과장면장 등 군내 다양한 직책을 섭렵하다 20074월부터 20186월까지 양평군수를 내리 세 번 연임하고 20205월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가족회사 ESI&D가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장이 바로 김 후보였다.

윤 대통령은 2012311일 김건희 씨와 결혼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를 거쳐 20134월 양평군을 관할하는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했다. 김건희 씨는 이때까지 내내 ESI&D 사내이사 신분이었다. 김 의원은 1960년생 동갑인 윤 대통령과 지역 단체장-지청장으로 인연을 맺었으며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초창기부터 합류해 경기 선대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최은순-김건희-윤석열-김선교'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 숱한 의구심이 제기된 가운데 김 후보가 2022330일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수 예비후보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무심코 실토한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내일 제가 대통령 당선인하고 점심 먹으러 갑니다. (당선인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를 하래요. , 처갓집도 여기고라며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다 다음과 같은 말을 꺼냈다. “옛날에 인연도 있지만, 지청장 때 인연도 있지만,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요, 너무나. () 나하고 단둘이 있을 때는 ', 김 의원아', 나하고 (같은) 60년생이니까. ', 김 의원 당신만 보면 미안해' ? 알잖아요?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

거센 정권심판 바람 타고 초박빙으로 붙은 리턴매치

이 지역 민주당 후보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페이스북에서 불법 후원금 4771만 원을 뿌려서 56명이 기소되고 55명이 처벌받고 회계책임자는 1000만 원 벌금으로 당선무효가 됐다. 그런데도 본인만 무죄 받은 엽기적인 사건이라며 김선교 전 군수는 의원직은 잃었지만 양평 공흥지구의 인허가 비리는 앞으로 김건희 특검을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1대 총선 때 김선교 후보에게 낙선했으므로 이번이 리턴매치이다.

최근까지도 이 지역의 판세는 민주당에 절망적이었다. 워낙 보수세가 강한데다 김선교 후보 등 지역 토호들이 쥐락펴락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경기일보 의뢰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김선교 55.66%, 최재관 36%로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폭발하고 있는 정권심판 민심을 타고 이 지역도 초박빙 선거구로 바뀌었다. 김 후보측의 뉴탐사 강진구 기자 등에 대한 폭행사태도 심판 여론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30~31일 양평시민의소리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이너텍시스템즈가 여주시양평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최재관 후보 45.5%, 김선교 후보 48.5%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격차는 3.0%P로 오차범위(±3.7%) 내였으며, ‘지지후보 없다3.3%, ‘잘 모름2.7%였다.

가장 최근인 42~3일 메타서치-세종신문사 조사(811, 유무선ARS, 95%±4.0)에서는 통상 국민의힘에 유리하다고 하는 유선전화를 무려 20.1% 포함하고도 최재관 44.2%, 김선교 49.7%로 오차범위 내 치열한 접전양상을 보였다. 여주양평에서 국민의힘이 무너지면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이 건질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여주양평이 정권심판에 화룡점정을 할 수 있을까?/강기석 에디터/ 시민언론 민들레

 

윤 정권 도와주는 기계적 '양비론'과 허구적 '중립'

김활란 잘못이 아니라 김준혁의 표현만 문제 삼아

양문석, 공영운, 박은정만 파헤치는 취재와 보도

족벌 언론이 쟁점화, 그대로 따라가는 '진보' 언론

'객관적 사실 보도'가 낳는 불공정한 결과의 역설

가해자와 강자에 유리성찰 없는 기계적 양비론

 

윤석열 정권 심판이 우선이라는 점 분명히 해야

경기도에서 출마한 민주당 김준혁 후보가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일제와 독재에 부역한 것을 비판하며 “(김활란 여사가)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자대 학생들 미군 장교들한테 성상납시키고 그랬잖아라고 발언한 내용이 총선 막바지에 쟁점 중 하나가 됐다. 아무리 과거의 일이고 유튜브 방송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김준혁 후보가 일부 부적절한 개념과 감수성 없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다.

스스로도 사과했지만, 그런 부분은 돌아봐야 하고 비판받을 점이 있다. 그러나 김활란 전 총장이 일제와 이승만 독재에 부역한 것도 사실이다. 김활란 전 총장은 일제에 부역해 징병과 징용 등을 독려했고, 이승만 독재 정부에서도 여성들을 동원해 미군 고위 간부들을 접대하는 낙랑클럽을 운영하는 데 관여했다. 이것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보고서나 미군 방첩대 문서 등을 통해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중에 이화여대의 진보적 학생 활동가들이 김활란의 동상을 철거하려고 시도하고 시위를 벌이는 일이 거듭해서 벌어져 왔다. 한편에서는 엘리트 여성 지도자였던 김활란 전 총장의 이러한 과거는 성착취가 계급, 민족, 젠더의 교차와 결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것을 비판하는 관점과 표현의 적절성을 떠나서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보수적 족벌언론들이 독재자 박정희나 김활란 전 총장의 잘못들은 빼놓고 그것을 비판한 김준혁 후보의 표현만 주로 부각해서 선거에 악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들로서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많은 진보언론과 지식인들도 후자만을 지적하는 상황들은 납득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 재산 상위 10위 중에 9명이 국민의힘 쪽이다/ 출처- 뉴시스

요즘 주요 언론들을 살펴보면 총선 후보에 대한 개별적 검증에서는 민주당의 양문석 후보와 공영운 후보, 조국혁신당의 박은정 후보 등에 대해서만 주로 취재와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양문석 후보의 편법 대출은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공영운 후보가 자녀에게 고가의 주택을 증여한 과정, 박은정 후보 남편의 변호사 고액 수임료도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이런 '사실'들을 족벌언론들과 종편 방송들은 과장과 왜곡, ‘아니면 말고도 섞어서 정말로 열심히 정성스럽게 취재하고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이 사회적 쟁점화가 되면 다른 언론들과 한겨레와 경향같은 '진보' 언론들도 따라서 보도하고 있다. 존재하는 '객관적 사실'과 쟁점을 공정하게보도하고 비판하는 것이니까 그것 자체는 문제라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개별 후보들을 꼼꼼히 검증하며 어떤 비위나 잘못이 있었는지 취재하고 보도하는 곳은 찾기가 어렵다. <뉴스타파> 정도만이 열심히 탐사 취재해서 보도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알다시피 오늘날 한국의 언론 지형에서 <뉴스타파>의 보도를 이어서 '받아쓰는' 언론은 별로 없다. 윤석열 정부가 <뉴스타파>를 표적 삼아 극심하게 탄압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이처럼 족벌언론들은 오로지 야당 후보 검증과 이슈화만 열심이고, ‘진보언론은 독자적 검증은 별로 못하면서 주로 이슈화가 되면 그것을 따라서 보도하니,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언론과 방송에서 야당 후보들의 비위나 결함만 주로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재산 상위 10위 중에 9명이나 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떻게 그런 재산을 모았는지 등은 어느 언론도 제대로 파헤치지 않는 상황 속에 총선이 진행되고 있다.

김건희 일가의 부동산 재산만 253억 원이라는 사실도 주목받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이런 언론 지형 속에서는 더 큰 비위와 투기를 저지른 정치 세력들이 오히려 득을 보게 된다. 이것이 한국 언론의 대표적 신화인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보도'의 역설적 결과인 셈이다.

김건희 일가의 부동산 재산만 253억 원이다/ 오마이뉴스 기사 화면 갈무리

이것은 민주당 조수진 후보가 언론의 충분한 검증 없는 보도에 의해 어떻게 파렴치한 성폭력범들을 변호할 수 있냐라는 비난 속에 사퇴했지만, 그 후 성폭력 가해자 변호라는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국민의힘 다른 후보들에 대한 보도들은 이어지지 않는 데서도 보여졌다.

총선 국면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보도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불공정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진보언론들도 함께하는 상황의 바탕에는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별로 차이가 없으니 둘 다 똑같이 비판해야 한다라는 기계적 양비론이 있다. 이러한 프레임은 한겨레와 경향의 지면 편집과 주요 필자들의 글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다.

예컨대 한겨레 이진순 칼럼이번 선거는 누가 더 구리고 더러운가를 가지고 경쟁하는 비호감의 각축전이다.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가 서로를 비방하며 생쥐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모양새라고 썼다. 강희철 논설위원은 조국의 내로남불이 오늘의 윤을 만들었다면, 이젠 윤의 내로남불이 조국을 부활시키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서로의 구세주’”이고 적대적 공생관계이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 원리가 작동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에도 윤석열 정부가 검찰 독재라면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한다며 검찰에 의존했고, 종북이라고 낙인찍는 것과 친일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다를 게 없다는 칼럼이 실렸다.

, 경향신문의 이대근 칼럼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나 누가 이기든 대화 정치가 아니라, 극한적 대결정치가 펼쳐지리라 짐작된다고 전망하면서 신구 권력 엘리트들 간의 구원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상호 적대와 혐오에 기반한 정치적 양극화에 지쳤다는 양비론과 정치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진보 언론을 지배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다를 게 없고 적대적 공생이라는 프레임/ 한겨레 기사 화면 갈무리

이처럼 기계적 양비론의 관점에서 공정을 따지는 태도는 최근 대표적인 친윤, 친검 지식인인 진중권 교수가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라디오 생방송 도중에도 보여줬다. 진중권 교수는 이재명 대표의 막말은 비판하지 않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막말만 비판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이런 방송 못하겠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라며 자진 하차를 선언했다.

이처럼 종북 낙인도 문제이고 친일 낙인도 문제이다’, ‘국민의힘도 비판하고 민주당도 비판하겠다는 태도는 언뜻보면 공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거나 평평하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학살을 당하고 인권을 부정당해 온 것은 종북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이었고, 재벌-언론-검찰 기득권 카르텔과 더 긴밀히 연결된 정치세력은 국민의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분석이 빠진 기계적 양비론은 현실에서 더 큰 역사적 가해자와 사회적 강자를 편들고 돕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박용진 의원처럼 이 시점에 조선일보와 인터뷰해서 이재명 대표는 "공포"스럽고, 조국 대표는 "불공정의 표본"이고 진보당은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더 심각하다. 이것이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고 강조했던 이유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결코 적대와 혐오에 기반한 양당의 적대적 공생이 아니다.

공식 선거 운동 시작과 함께 조선일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인터뷰한 박용진 의원/ 조선일보 온라인 헤드라인 화면 갈무리

누가 정말로 상대방을 '절멸의 대상'으로 여기며 '극단적인 적대와 혐오의 정치'를 펼쳐왔는지는 최근 거의 3개월 만에 이재명 대표 살인미수범의 변명문과 최후진술서 등이 공개되면서 더 분명해졌다. 여기서 살인미수범은 자신이 좌익 판사사법부 내 종북세력때문에 가로막힌 이재명의 사법적 단죄 실패를 보고서 사법부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직접 이재명 처단을 결행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인간의 외피를 두른 사악한 뱀대가리를 쳐내, 이제 콜레라균 같은 붉은 무리들을 해체시켜 무력화시키는 일은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과제라는 말이다. 이것을 잘 읽어보면 그 표현이 훨씬 더 거칠고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논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극우 유튜버들이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자처하는 자유통일당이 하는 주장과는 판박이처럼 똑같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게 공개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진영을 떠나서 거의 어느 주류 언론도 이것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변명문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지적하던 언론들조차 외면하고 있다. 마치 총선을 앞두고 이 사건을 존재하지 않았던 일처럼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필요한 것은 일부 언론들이 말하는 기계적 양비론과 허구적 중립과 공정이 아니다.

우리는 결코 이태원 참사의 주범과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립일 수 없다. 먼저 강조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심판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채 상병 유가족 같은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치유받고 속이 풀리는 결과가 반드시 나와야만 한다. 그것은 결코 선거와 투표를 복수와 응징의 수단으로 퇴행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정의를 바로잡고 퇴행을 멈추며 다시 역사를 전진시키는 첫걸음이다.

이재명 악마화와 종북몰이의 극단적 결과를 보여 준 살인미수 정치테러범의 변명문 중에서/ 주기자 라이브 화면 갈무리

전지윤 편집위원/ 시민언론 민들레

 

조선일보는 녹색정의당을 어떻게 다뤘나

[해설] 큰절 사진 지면에 담아, 양당 구도에서 변수가 될만한 곳 주목, 민주당 비판할 때 동원

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일 전날인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녹색정의당 김준우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등 당원들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녹색정의당과 조국혁신당을 다루는 방식이 확연히 대비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달 28일 이후를 기준으로 해당 신문의 진보정당 관련 보도 양상을 녹색정의당 중심으로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고 있는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은 제외했다.

조선일보가 지난달 28일부터 9일 현재까지 선거기 중 녹색정의당을 거론한 기사는 7건인데 이중에서도 녹색정의당이 비례 5번이라는 사실을 소개하는 등 단순 언급한 기사를 제외하면 녹색정의당의 입장이나 활동을 다룬 기사는 3~4건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보도는 지난 5일자 <조국당 대기업 임금 억제해 중기 인력난 해결녹색정의당 지켜달라큰절 읍소>란 정치면 기사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녹색정의당은 이날(4)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지도부와 지역구 후보들이 녹색정의당을 지켜달라며 큰절로 읍소했다녹색정의당은 현재 6석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상으론 원내 진입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녹색정의당 주요 인사들이 큰절하는 모습이 사진으로도 담겼다. 진보정당은 보통 포퓰리즘이냐’ ‘사회주의 아니냐는 식으로 공약이나 정책에서 보수진영의 비판을 받아왔기에 이러한 이미지 정치로 언론에 등장하는 건 이례적인 장면이다.

진보정당이나 그 지지층은 그동안 보수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무릎을 꿇으면 정치적 쇼’, 좀더 심하게는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처사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원내진입이 어려워진 녹색정의당이 읍소 이벤트를 벌이자 그 모습을 지면에 담아낸 것이다.

선거 직전 무릎을 꿇는 장면은 주로 보수정당이 사용하던 읍소 방식이었다. 같은날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사즉생의 각오로 마지막까지 읍소하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판했다. 큰절이라도 해서 현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인데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부산 유세에서 큰절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하지 않았고 지난 3일 충북 제천 유세에서도 범죄자와 싸우는데 왜 큰절을 하나라며 거절했다. 녹색정의당의 큰절은 이와 대비되면서 더 극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녹색정의당 대표 정치인인 심상정 의원 얼굴이 등장한 기사도 있다. 지난달 29일자 정치면 <3지대, 수도권 판세 가를 변수로>인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1:1대 구도가 대부분인 지역구 선거에서 박빙인 지역에서 제3지대 정당이 변수로 작용할 만한 곳을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녹색정의당과 제3지대 정당 후보들은 각 지역구에서 최소 한 자릿수 지지율을 얻고 있다당선권은 아니어도 거대 양당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줄 정도로 득표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9일 조선일보 기사

선거 하루 전인 9일에도 조선일보는 녹색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3차례 당선된 경기 고양시 갑에선 심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후보, 국민의힘 한창섭 후보 간 3파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해당 지역구 상황을 전했다.

이 지역은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진행한 여론조사가 없었다. 조선일보는 이번에 정의당 지지율이 1%대로 떨어지면서 더 어려운 선거가 됐다는 평가라며 진보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되면서, 윤석열 정부 첫 행정안전부 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한창섭 후보의 상승세도 만만찮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비판을 위해 등장한 녹색정의당

진보정당이 조선일보에 자주 소환되는 유형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4일 당내 비명 인사로 공천과정에서 세 번이나 배제당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을 인터뷰해 민주당 주류·지도부를 비판하는 것과 비슷한 보도 패턴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3<“이대생 상납김준혁에이대 사퇴하라”>에서 김준혁 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이대생 미군 성상납발언에 대해 녹색정의당 박지아 선대위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했다. 박 대변인은 자극적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자 대학을 언급한 건 성적 대상화의 전형적 사례라며 성적 대상화는 성폭력의 근본적 이유라고 했다.

종합하면 조선일보는 녹색정의당을 유의미한 정치적 주체로 다루지 않았다. 이번 총선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팽팽했던 지난 대선 구도의 연장전으로 볼 수 있다. 이준석 당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를 배척한 사건으로 상징되는 보수진영의 와해로 정부 출범 초부터 국민의힘 지지층이 이탈한 반면, 민주당 진영은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이 대표 중심 민주당의 여러 실책에도 두 정당을 중심으로 지지세가 유지되고 있다. 조선일보가 조국혁신당을 어떻게 다뤘는지 보면 녹색정의당과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일단 사설과 칼럼에서 조국혁신당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을 주로 비판하는 글에서도 조국혁신당 비판이 함께 등장했다. <“검찰 개혁뒤로 거액 전관예우’ “반미라며 국적, 끝없는 내로남불>(328일 사설), <‘갭 투기’, 오피스텔 11, 군복무 아들에 30억 증여, 그래도 당선권>(329일 사설), <22억은 피해자 돈 아닌가요>(330일 사회부기자 칼럼), <범죄 혐의 없는데도 대통령 탄핵이 너도나도 선거 구호>(330일 사설), <학생 딸 사업 자금대출로 강남에 영끌, 당선권 대출 사기후보>(330일 사설), <허경영 따라가는 조국 財産>(1일 정치부기자 칼럼), <“이대 총장이 이대생 성상납”, 이런 사람도 국회의원 된다니>(2일 사설), <국정 실패로 5년 만에 정권 넘긴 의 다음 정부 품평>(3일 사설), <조 대표가 꿈꾸는 조국은 어떤 모습인가>(5일 논설위원 칼럼), <퇴직하자 피의자 방패로 나선 국수본부장과 검사장의 염치>(6일 사설), <‘깜깜이 기간노린 아니면 말고네거티브는 범죄다>(6일 사설), <사전 투표율 역대 최고, 선거 수준은 사상 최저>(8일 사설)가 일례다.

이렇듯 조선일보는 선거기간 중 연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들을 한 묶음으로 엮어 비판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녹색정의당은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한 큰절 소식도 부정 평가 한줄 없이 전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는 보수진영에서 비판의 대상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을 잃고 쇠퇴한 진보정당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주장] 조국혁신당은 정의당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서울대, 법조인, 자산가연합 조국혁신당으론 윤 정부 부자 중심 정책 심판 못해

조국혁신당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보수 양당이 사이좋게 꾸린 위성 정당마저 제치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금의 기세라면 조국혁신당은 22대 총선에서 10석 넘는 의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기세를 의식한 일부 조국혁신당 관계자들은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말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자신을 "진보 강소 정당"이라고 칭하며 사회 정책이 없다는 말을 의식한 듯 정의당이 일찍이 주장한 제7공화국을 서둘러 사회 비전이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7공화국, 사회국가 비전을 공유하는 정당이 늘어난 것이야 환영할 일이지만 조국혁신당의 면면을 보면 고개가 절로 갸웃거린다.

조국혁신당. 결국, 조국 대표의 이름이 당명이 되었다. 무릇 모든 정당은 자신들이 권력을 통해 만들려는 사회상을 가지고 국민에게 권력의 위임을 호소한다. 그러니 국민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당명은 그 당의 사회 청사진,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담을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은 그게 "조국" 대표인 것이다. 친박연대 이후로 당의 제1 정체성인 당명에 자연인의 이름이 들어간 당이 있었을까. 조국혁신당이 그 계보를 잇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마치 이를 한 번 더 강조하듯 조국혁신당의 공보물은 흡사 조국 대표의 화보를 연상시킬 정도다. 당명과 선거공보물은 아주 명확히 국민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당은 조국 대표의 당입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청량리역에서 유세를 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권우성

사회 기득권 연합

그래, 조국이 괜찮은 사람이라 치자. 비록 권력형 입시 비리와 이 과정에서 각종 범법 행위의 의혹을 받고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그가 썩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보자. 그러나 공당의 국회의원은 혼자되는 것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정치는 조국 혼자서 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설명할 3가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법조계, 서울대, 자산가. 수십억 원대 자산가가 아닌 후보를 찾기가 어렵고, 전체 주택 보유자 중 2.7%에만 해당하는 종부세 납부자가 전체 비례대표 후보 중 32%에 육박하는 정당이 세입자 정책에 진심으로 동의할 수 있을까. 한평생을 사회 엘리트로 살아온 사람들뿐인 정당이 서민과 노동자들의 정책에 진심을 다할 수 있을까. 조국 대표로 점철된 환영을 거두고 나면 영락없는 사회 기득권층의 정당이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토론회에서는 조국혁신당 강경숙 후보가 녹색정의당 나순자 후보에게 노란봉투법에 대해 "민노총 구제법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결사와 파업의 권리를 손해배상소송으로 침해하는 기업을 규제하자는 노란봉투법이 '민노총' 구제법이라니. 심지어 제7공화국 사회국가를 말하면서, 노회찬을 말하는 정당의 후보가 말이다.

평생 사회와 노동에 대해 고민 한 번 깊이 해본 적 없는 이들이 그저 조국 대표의 후광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반노동, 반노조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낼 22대 국회가 정말로 괜찮은 걸까?

윤석열 정부와 조국혁신당

최근 조국혁신당은 대기업 직원의 임금 인상을 동결하는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대기업 직원의 임금 대신 하청기업의 임금을 높이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적 메커니즘을 말하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선언이다. 세제 혜택은 세금 납부액이 많은 고소득, 고이익 기업일수록 혜택을 보는, 재정수혜의 역진성이 매우 큰 접근법이다. 특히 세제 혜택은 세수 감소를 유발해 그만큼의 재정 지출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대기업 직원의 임금을 줄여 (가능한지 알 수조차 없지만) 하청기업 직원의 임금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직원도 아닌 기업에 제공되는 세금 감면 혜택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지출을 보조해 주는 각종 사회서비스가 줄어들어 결국은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공공지출을 줄이고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감세하는 것.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는 일과 닮은 꼴이다. 국가 부채 위기라 호들갑 떨며 사회서비스 등 복지 지출의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대기업들만 세금을 깎아줬다. 그 덕에 국가재정은 더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 부자들은 세금 덜 내고, 서민들은 세금 낸 만큼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가재정. 숫자들 사이에 숨겨둔 스텔스 부자 복지가 24년도 윤석열 표 예산안의 핵심이다.

이에 합의해 준 민주당도 한통속이다. 부자·대기업 감세 앞에서는 거대 양당이 항상 사이좋은 기득권 연합이 되곤 한다. 여기에 조국혁신당마저 가세하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춘 기업에 세금도 덜 내게 해주겠다는 궤변으로. 공공복지 수준과 범위를 넓히고 사회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증세를, 특히 고소득자·기업의 증세를 역설한 노회찬의 이름이 이따위 궤변에 유린당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러니 윤석열 정권의 실정은 검찰 정권인 것만은 아니다. 윤석열 정권의 정말 큰 실정은 보수·수구적인 경제·노동정책에 있다. 국가 부채와 세수 결손을 탓하며 연구개발(R&D) 예산, 사회서비스 예산을 삭감해도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부자와 대기업에는 감세 혜택을 안기며 사실상 역재정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을 정말로 심판하고 잘 싸우려면 이런 정부 정책 기조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국혁신당 스스로 밝힌 정책 기조는 윤석열 정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사회·경제혁신을 대하는 관점이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은 조국혁신당이 어떻게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기조, 사회서비스 축소 기조, 더 나아가 사회 해체 기조를 심판할 수 있을까.

2019928'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권우성

조국 수호 서초동과 광화문 태극기

조국혁신당의 1호 법안은 검찰 시스템 개혁, 사법 시스템 개혁이 아닌 한동훈 특검법이다. 참 이상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한 명을 특검한다고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경제도, 사회정책도 그렇다고 치고, 그럼 사법 개혁이라도 잘해야 할 텐데 그마저도 석연찮다. 조국혁신당은 스스로 말하는 사법 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그 어디서도 정책 로드맵을 설명한 적이 없다. 한동훈 전 장관, 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특검하겠다는 것 외엔.

양당이 극한의 갈등으로 치달아 정치가 마비된 21대 국회였다. 가장 큰 책임은 거부권을 남발하며 사회 혁신 법안을 저지해 온 윤석열 정부에 있지만 거대 양당이 끝없이 이어온 사정 정국이 국회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오랫동안 이끌었다.

22대 국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조국혁신당의 1호 법안이 그 답을 알려주고 있다. 이 정부 탄생에 기여한 조국의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정부 시절 조국 수호 부대의 서초동과 태극기 부대의 광화문을 재현할 것이다. 그렇게 정치가 멈추면 누가 결국 피해를 보는가? 빽 없고 돈 없어 정치가, 사회가 해법을 마련해줘야 하는 사람들만 덩그러니 남겨질 일이다. 그들의 삶이야말로 "나중에" 일이 될 것이다.

그러니 조국혁신당이 정의당을 대체하는 일은 요원하다. 조국혁신당과 정의당의 정견 사이에 흐르는 한강을 선거운동 2주라는 짧은 기간에 어떻게 메울 수 있겠는가. 그러니 차라리 실개천이 흐르는 민주당을 대체하시라. 어쩌면 당 대표의 사법 위험으로 이성을 잃은 지금의 민주당보단 조국혁신당이 더 "민주당"스러울테니 말이다.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이 326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노동당-녹색정의당 선거연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녹색정의당 양경규 국회의원/ 오마이뉴스

 

조국혁신당의 정체 묻기 전에 정의당 정체부터 밝혀라

<조국혁신당은 정의당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기사에 대한 반박

정치적 이슈, 인물론이라는 세부적인 변수를 오로지 정권 심판이라는 단 하나의 구도가 압도하는 선거. 선거 전문가들이 한마디로 정의한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총선은 정말 명확하게 정권의 실정에 대한 '분노 투표'를 해야하는 선거임을 느끼고 있다.

오마이뉴스 48일 자 기사 <[주장] '조국혁신당은 정의당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에서 글쓴이 양경규 의원이 쓴 마지막 문장("당 대표의 사법 위험으로 이성을 잃은 지금의 민주당")은 한마디로 정의당이 정권 심판이라는 압도적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으며, 야당 대표 구속에 투표하고 '먹튀'한 자리를 대체한 4개월짜리 의원들조차 그 과오를 계승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꼴이다.

정의당 선거 홍보물에 나온 "정권심판, '정의'롭게"라는 구호에서 '정의'의 본질을 새삼 깨닫게 한다. 현 정세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아니라 그간 해왔던 대로 '정의당스럽게' 대처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정의당에는 정세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자취를 감춘 것인가?

'이미' 조국혁신당은 정의당을 대체(?)했다

'오해'마시라. 조국혁신당은 당신들이 그간 딛고 있었던 의회 제 3당이라는 '입지''대체'했다는 것이다.

'열등감' 갖지 마시라. 조국혁신당은 당신들이 파산하고 난 의석들을 3자의 입장에서 '경매 시장'에 헐값으로 매입했을 뿐이지, 당신들의 채권자가 아니었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과 한동훈만 언급하기 바빴지, 단 한번도 정의당에 채권자 행세를 한 바 없다. 단지 경매시장에 정당하게 입찰한 제3자일 뿐이다.

하지만 '절망'하지 마시라. 당신들의 채권자는 당신들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후손임을 증명하는 '족보'까지는 경매에 넘기지 않았다. 그 족보는 자본주의의 주인들이 현대판 살주계(주인을 죽이는 노비들의 모임)라며 멸시하려 하고 일부러 대단치 않은척 폄하하고 감추려드는 기록, 877~9월 노동자 투쟁과 96-97년 노동자 총파업의 '정치적 적통'임을 증명하는 증서다.

채권자들에게는 의석이라는 '재산'보다 그 '증서'가 더 중요했고 그 결과 경매시장에 노동이라는 이름의 의석은 매매되지 않았다. 그래서 절망하지 마시라. 왜냐고? 당신들의 채권자는 다름아닌 노동자들이니까. 명찰 떨어진 의석들은 어딘가가 가져갔을지 몰라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적통을 잇는 적임자를 찾는 공간이 제도권 선거에서 광야로, 현장으로, 무엇보다 역사로 옮겨갔을 뿐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제도권 퇴출은 당신들의 무능으로 빚어진 일이니만큼 20여 년간 한결같이 밀어준 노동자들에게 부채 의식을 가질 일이지,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에 피해 의식을 가질 일은 아니다.

정의당은 어떤 정당인가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과 심상정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 출마 후보자, 비례대표 후보자, 당직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와 동상 앞에서 녹색정의당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유권자들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유성호

이쯤되면 정의당이 노동자들만의 정당이 아닌데 왜 이러느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초월해서 생태, 여성, 소수자 등 여러 쟁점을 대변한다고 하실 분도 계실 듯도 하다.

그렇다면 왜 자신들이 절박한 지금같은 때만 노동운동가들을 후보로 '소모'하시는가?

현재 녹색정의당은 상대적 앞순위에 매력적인 노동자~노동운동가 후보 두 명을 배치했다. 나순자, 권영국. 이 두 분은 기사 하나에 싣지 못할 정도로 좋은 투사들이요 훌륭한 노동운동 조직자들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상대적으로 잘나가고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어째서 '류호정' '장혜영' 20위권 언저리에 있던 사람들을 올려썼는지 의문이다. 진정 어려울 때 남아서 당을 지키거나 어려운 가운데 들어와 도와주는 사람들은 후순위로 밀려 있었던 사정이 어째서 지금은 180도 바뀌었는가?

결국 다 떠나고 남은 건 노동자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고, 노동자 정치 플랫폼을 소중하게 여겨 같이하는 사람들만 그 정당에 남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남아서 책임감 있게 주인 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진정 그 정당의 주인들이기도 할 것이고.

그래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고, 아기를 절반으로 가르려고 할 때 자기를 버리면서도 아기를 구하려고 하는 사람이 진짜 엄마 아니겠는가? 결국 노동자들의 적지 않은 수가 그래도 정의당을 지켜주는 '진짜들'이란 걸 알기에, 정의당에 투표하는 다수가 노동자라는 것을 알기에 기만했던 과거를 감추고 노동 후보들을 앞세우는 식으로 화장을 고친 것 아닌가?

반대로 류호정과 장혜영으로 대변되는, 청년이자 여성인 (하지만 노동은 물론 여성주의조차 전혀 대변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기까지 한) 사람들이 4년 전에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대표자들이었는데, 지금 그 기조(성평등과 청년)가 사라진 이유를 한편으로 대답해 줘야 예의가 아닐까 한다. 적어도 조국혁신당의 정체성 논란을 묻기 전에 정작 본인들에게 가장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왜 제대로 말하지 않는가?

결국 정의당에 투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고 노회찬이라는 가장 큰 지분이 상징하듯이 노동이 가장 큰 자산인데도 노동자 정당에 노동을 정작 소외시키고 아쉬울 때만 손 벌리며 노동자를 홀대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지난 대선 심상정은...

양경규 의원이 말하는 조국혁신당의 재벌 친화, 노동 정책의 기만성 등등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필요없다. 노동자 정당인 당신들이 잘 해야할 문제지 애초에 노동자 정당을 정체성으로 하지 않은 민주당 강성파에 요구할 것이 못된다. 만일 민주당이 개악을 하게 되더라도 그들의 지지 기반이 평범한 사람들이니만큼 저항에 부닥칠 것이 분명하다.

정의당 본인들이 똑바로 못해 국회에서 밀려난 탓에 다른 정당들이 노동자들을 공격하게 한 책임은 생각 안 하는가?

워낙 정책적 존재감이 없는 정의당에 대한 마지막 정책적 기억은, 심상정 당시 대선후보의 연금개혁안이었다. 심 후보는 재정건전에 기초한 연금개혁이라는 논리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3~4%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선거 때마다 갈대 같던 한국노총이 지난 대선 결정적으로 이재명 지지로 결정하게 된 계기가 바로 당면한 국민연금 쟁점에서 심상정이 이재명 등 다른 보수 후보들과 차별점이 없는 주장을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공약 경쟁을 통해 한국노총으로부터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심상정이었지만 국민연금납부액 인상을 주장하며 선제적으로 다른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적극성까지 보인 것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나는 정의당이 오랜기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 것을 보아왔기에(손웅정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아시안컵 우승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처럼) 지금같은 방식으로 연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래서 이번 기회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실패한 모델을 과감히 용도 폐기하고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길 바란다.

정치 프로답게 행동하라

민주당이 비록 (당의 리더들의 경우) 한국 사회 기득권의 일부이거나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등 사회의 주류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윤석열 정권의 친미·친일, 민주주의 파괴 등에 분노하는 대중들에게 민주당은 보편적으로 익숙한 반대파이며, 직관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대안으로 존재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이재명과 같은 걸출한 대중 정치가들이 존재하는 대척점에 5·18 역사 왜곡, 독재 찬양 후보자들이 판을 치고, 한국 땅에 '욱일승천기'를 게양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에 넣자는 발상을 하는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도 민주당을 찍게 한다.

그렇기에 민주노동당의 리더들(원로들)'결국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대중들을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대안으로 쟁취'하고자 했다. 노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언제고 중심이 되었어야 할 노동이라는 쟁점을 누군가 주도하겠다고 하면 그것이 하늘에서 뚝떨어진 생소한 것일 리 만무하다. 민주화 투쟁, 미국·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과 투쟁의 역사가 전통인 만큼 노동과 환경과 같은 주제들도 응당 기존 전통을 발전·계승해서 대중화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무엇보다 70년 역사의 한가운데에 민주당이 (그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역사적 공간에서 노동자·대중들은 때로 민주당과 겹쳐지거나 발맞추어 나가기도 했고, 민주당이 미덥지 못할 때 민주당과 경쟁, 때로는 충돌하며 발전해왔던 것이다.

그래 왔던 노동 대중을 기반으로 한 정의당은 중요한 정치 투쟁의 전선에 서있기는커녕 반대 편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거나 정권 퇴진 광장을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내주며 주변화를 자초해 지지 기반을 상실했다. 필요하면 민주당과 어깨걸고 싸우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중들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필요하면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할텐데 그런 접점을 회피하니 정치가 제대로 될 턱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무도한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하기에 더 시끄러워져도 모자랄 판에 양경규 의원은 조국 수호와 윤석열 호위로 갈라지기 시작했던 양극화 된 서초동-광화문 시위식 극한 투쟁을 걱정하고 있다(설마 올 선거가 한동훈식 '이조심판'도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지민비조'하게 되기까지 정의당은 앞장서서 싸우는 투사였는가? 꼬투리를 잡혔을지언정 학력 몰수와 가족 해체, 수백 번 압수수색과 잦은 검찰 수사, 피습에 이르기까지 '탄압'을 생중계 당한 조국 일가나 이재명처럼 뜨거운 맷값을 지불하고 불쌍해서라도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지하게 만드는 스토리라도 만들었나? 그런 중심에 들어서기는커녕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게 정의당 아니었나.

노회찬을 잃은 7년여 사이에

한때 정의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중요한 본체였고 맏이였지만 기본 정신을 망각했다. 이번 선거에 1명이 살아올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정의당은 왜 민주노동당이 노동 중심성을 가지고 출발했는지, 비판적 지지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라든지, '부자에게 세금을' '무상급식' 20년 전 고민들을 복습하면서 노회찬 정신을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것인지 돌아봐야 할 때가 되었다.

노회찬을 잃은 7년여 사이에 몰라보게 망가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다시 비탈길로 접어들 준비를 해야 한다.

차경윤/ 오마이뉴스

 

'정권심판' 선거에 가려진 진보정당들 갈등과 위기

진보정당들, 윤석열 패배 바라는 대중정서와 유리

선거연합 실패하고 뿔뿔이 각자도생의 길 선택

진보당 선택 비난 속에 커지는 내부적 불신과 갈등

중요한 것은 총선 결과 기회 삼은 연대와 투쟁 건설

 

상호 선택 존중하고 결과로 평가하며 연대 지속하길

이번 총선의 큰 그림을 보면 사회의 진보와 변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기쁘고 반가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지배블록의 주류와 기득권 카르텔에 기반한 정부와 정당이 크게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노동운동과 진보진영, 진보정당들은 대체로 우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이다. 노동 대중이 기뻐하는 상황에서 진보좌파들은 그것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부터 뭔가가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중과 함께 기뻐하고 대중과 함께 슬퍼하는게 아니라 그 반대이니 말이다.

이것은 진보정당들의 총선 결과가 매우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그나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이는 진보당은 다른 진보정당이나 단체들과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고 심지어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정당에서 배제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과 관련있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지난 10년간 선거에서 몇몇 지역적 예외 말고는 협력한 적이 거의 없던 정의당과 진보당이 선거 연합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은 이대로면 누구도 원내정당이 될 수 없다는 정의당과 진보정당들의 뒤늦은 위기감이 가져온 결과이기는 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자신들을 플랫폼으로 한 연합정당을 주장하고, 진보당은 민주노총을 플랫폼으로 한 연합정당을 주장했다. 촉박한 시간 속에 장단점이 뚜렷한 방안을 서로 고집하다가 진보정당들의 선거 연합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10년간의 갈등과 분열, 불신이 낳은 결과이니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이 상태에서 3% 봉쇄 조항을 뚫고서 필사적으로 의회에 들어가려는 진보정당들의 각자도생적 선택지들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정의당은 녹색당과 통합하면서 부분적 진보 통합을 이루고 기후 의제를 강조하는 방향을 택했다.

진보당은, 마침 병립형 선거제도로 후퇴가 아니라 연동형 유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이 제안한 비례연합 정당에 들어가서라도 3% 봉쇄 조항을 넘으려는 타협안을 택했다. 노동당은 의회 진출보다는 좌파적 원칙을 더 선명하게 하면서 선전하는 기회로 총선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것은 각각이 모두 아쉬운 부분과 이해할 부분이 있는 선택들이다. 하지만, 진보정당들의 의회 진출과 선거에서의 생존 자체가 의심되고 존재감이 너무나 축소된 상황에서 나온 선택들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함께 그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며 앞으로 연대의 길을 남겨놓는 게 바람직한 태도였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 정반대였다.

의회 진출을 위한 서로의 선택과 선거 전술을 비난하면서 지난 10년간의 진보정당들의 분열과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새로운 수준으로 폭발하고 있다. 특히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강제해산과 종북낙인 때문에 지난 10년간 제도정치에서 배제돼 온 진보당이다.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 정당에 들어가면서 진보당은 가까스로 기회를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타협 때문에 비판을 넘어서 연대의 대상이나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정당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비난과 공격에 휩싸여 있다. 같은 논리로 기본소득당이나 사회민주당은 이미 진보정당으로 분류도 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진보당은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해산하고 민주당으로 완전히 흡수될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의 일부 좌파들처럼 반동적 우파 정당을 대표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것도 아니고, 일부 진보정치인과 활동가처럼 악명높은 조선일보와 손잡은 것도 아니다.

물론 선거에서 실리를 위해 자유주의적 정치세력인 민주당과 선거 연합을 했는데, 형태가 좀 다르긴 해도 이것은 2014년에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된 이후에 유일 원내정당 지위를 독차지했던 정의당이 해 왔던 전술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선거 때 수시로 후보 단일화와 공동 유세 등을 했다.

녹색정의당 김찬휘 공동대표(오른쪽부터)와 심상정 양경규 배진교 장혜영 이자스민 의원 등이 8일 서울역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2.8. 연합뉴스

녹색정의당 김찬휘 공동대표(오른쪽부터)와 심상정 양경규 배진교 장혜영 이자스민 의원 등이 8일 서울역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2.8. 연합뉴스

당시 진보당(이나 민중당)은 지독한 종북낙인 때문에 이 연합에 낄 수조차 없었다. 분열한 진보정당들이 서로간에는 협력하지 않고, 일부는 배제당하고 일부는 민주당하고만 손을 잡는 모습은 당시에도 매우 씁쓸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정의당은 진보정당도 아니고 노동운동의 연대 대상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진보좌파에게 그것은 투쟁에서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나 의회에서 전술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기득권 우파에 맞서 자유주의 정당이나 후보에게 비판적 투표를 하거나 후보 단일화, 선거 연합을 하는 것은 국제적 좌파들의 실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오늘날의 진보좌파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었던 1세기 전 러시아 볼셰비키의 실천에서도 발견된다. <볼셰비키는 어떻게 의회를 활용했는가>, <공산주의 좌익 소아병>, <레닌의 합법 정당론>, <레닌의 선거와 의회 전술> 등을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유주의 정당과 협정을 맺고, 공동 명부를 작성하고, 선거 연합을 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레닌은 이렇게 말한다. “타협 일반의 허용 가능성을 거부하는 것, 그것은 진지하게 고려하기조차 어려운 어리석은 짓이다 . 볼셰비즘의 온 역사가 유연한 대응, 협조, 부르주아지 정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들과의 타협의 사례로 가득 차 있음을 모를 리 없을 터인데!”

물론 100년 전 러시아와 지금 한국 상황은 다르고, 볼셰비키나 레닌의 실천과 주장만 신봉하는 것처럼 갑갑한 태도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한국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평가와 그에 맞는 구체적 전술이다. 그러려면 왜 지금 진보정당 20년의 역사가 독자적으로 3% 봉쇄 조항도 못 넘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인지 평가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선거에서 누군가를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결정해도 1~2%의 득표밖에 얻지 못하고, 그래서 진보정당과 후보들이 명분보다 실리를 쫓아가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돌아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진보정당들이 분열과 위기를 극복하고, 연대의 힘으로 민주당 의존을 벗어나 독자적 대안으로 성장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 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진보당이 10년 동안의 종북낙인과 왕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만 탓하기는 어렵다. 원내정당이냐 아니냐는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이를 낳는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번 타협을 디딤돌 삼아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을 더 넓히겠다는 말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기득권 우파의 종북몰이는 특히 진보당을 약한 고리로 노리고 있다/ 조선일보 화면 갈무리

물론, 이것은 문제도 많은 타협이다. 진보정당의 독자성은 일시적으로 흐려질 수밖에 없고, 보수적 여론의 눈치를 보는 민주당의 요구 때문에 일부 후보들을 사퇴시켜야 했다. 충분한 논의와 설득이 안 된 상태에서 급작스러운 전술 변화 때문에 진보당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있고,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 속에서 불신과 갈등은 커지고 있다. 울산 동구에서 노동당 후보를 지지했다가 뒤집은 것은 배신감을 낳았다. 진보당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책임이 있다.

이것이 뼈아픈 이유는 아무리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노동운동과 진보진영 속에서 불신과 갈등이 커지면 연대와 투쟁에 도움이 될 리 없기 때문이다. 기득권 우파의 '종북몰이'와 이간질에도 더 취약해진다.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완패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선거 결과를 기회삼아 더 큰 투쟁과 연대를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이것은 더욱 걱정되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대패하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무참히 짓밟히던 윤석열 정부 초기와 달리 노동 대중이 투쟁하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고, 총선 결과는 그것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똑같다'라는 공허하고 추상적인 말만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수파로 줄어들고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이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는데 더 좋은 조건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진보좌파는 그런 조건을 기회로 만들며 투쟁과 연대를 더 전진시키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 선거 전술에 대한 이견과 논쟁을 서로 간의 신뢰와 네트워크를 파괴할 정도로 발전시킬 게 아니라 말이다.

전지윤 편집위원/ 시민언론민들레

 

윤 정부의 총선 메시지, 투표로 응답할 차례

기성언론 보도의 주인공 된 윤 대통령

총선 개입 의혹 짙은 대통령의 행적

정부 대리인을 통해 자행되는 통제와 겁박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간 자신의 국정 운영 메시지를 아주 강력하게 피력했다. 역대 그 어떤 대통령도 총선기간 동안 이렇게 맹렬히 움직이면서 몇천 억 원, 몇조 원씩 세금을 쓴 적은 없다. 그의 대리인들도 치밀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충직한 대리인들이 입을 틀어막아버리고 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총선 메시지는 없다. 투표로 응답할 차례다.

*데이터 수집 기간 : 2024년 4월 2~7일 *데이터 수집 대상 : 네이버 뉴스콘텐츠제휴 60개 언론사. 종합일간지 10개(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방송/통신사 14개(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채널A, 한국경제TV, JTBC, KBS, MBC, MBN, SBS, SBS BIZ, TV조선, YTN), 경제지 11개(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비즈워치,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이데일리, 조선비즈, 조세일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인터넷 8개(노컷뉴스, 더팩트, 데일리안, 머니S, 미디어오늘, 아이뉴스24,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IT 5개(디지털데일리,디지털타임스, 블로터, 전자신문, 지디넷코리아), 지역 12개(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기일보, 국제신문, 대구MBC,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주MBC, CJB청주방송, JIBS, kbc광주방송)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부동산 가격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

2012~2022년 투표구별 선거 분석 결과, 후보 간 득표율 격차와 부동산 공시가격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10년 만에 부동산 하락기를 겪은 이번 총선에서는 어떤 결과가 이어질까?

투표구별로 주택 가격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갈린다. 사진은 다세대 주택과 대단지 아파트가 나란히 위치한 서울 송파구 일대.시사IN 이명익

선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매주 혹은 매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선거 분석이라는 말은 통상 여론조사와 그 결과에 대한 해석, 이를 바탕으로 한 각종 패널들의 정무적 발언과 스토리텔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우리 동네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동네의 선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우리 동네의 선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시사IN과 함께한 이번 분석을 통해 자산가격이라는 변수가 선거에 얼마나 세밀한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봤다. 특히 자산가격 변화에 민감한 서울 지역을 투표구 단위로 분석했다.

투표구란 각 투표소들의 관할구역을 의미한다. 서울의 경우 한 행정동이 평균 5~6개 정도 투표구를 가지는데, 투표구 단위로 선거를 쪼개서 보면 단위로 이야기되는 선거를 조금 더 높은 해상도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 투표구에 통계청의 인구, 가구, 주택총조사 자료와 부동산 실거래가, 공시가격을 결합시키면 지역의 특성과 선거 결과의 관계를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주한 지 20년 된 아파트들과 대학가 앞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동네와 이미 재개발이 끝나 작년에 입주한 아파트들의 투표 결과를 분리해서 확인할 수 있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한 단지가 여러 투표구로 나뉘기도 한다. 여기에 대중교통 이용 패턴, 생활인구, 상권 정보, 사업체 정보, 공약 등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결합하면 각 투표구가 가진 특성을 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 표심의 근간은 부동산

물론 투표구 데이터는 동 단위(관내), 자치구 단위(관외)로 집계되는 사전 투표 결과가 반영되지 않으며, 행정구역 변화에 따라 선거마다 관할구역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당일 현장 투표와 사전 투표의 후보별 득표 비율은 일정한 관계성을 보이며, (행정적인 변화가 없거나 작은) 다수의 투표구가 연속성을 유지한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동일한 관할구역을 유지한 투표구는 전체의 75% 정도로, 1702개 투표구이다(이 지면에서 소개하는 지도 이미지는 모든 투표구를 포함하여 시각화한 것이다. 통계 분석에서는 연속성을 유지한 투표구만 사용하였다).

이제 이 투표구들을 바탕으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각 후보가 받은 득표율 격차를 비교해보았다. 그림 1그림 2를 살펴보자. 국민의힘(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이 더 높은 투표구를 붉은색으로, 더불어민주당(민주통합당) 후보의 득표율이 더 높은 투표구를 푸른색으로 표기해 비교했다. 색이 짙을수록, 더 큰 득표율 차로 이 투표구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대선은 서울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더 많이 득표했다. 게다가 민주당이 우세한 사전 투표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 전역에서 전체적으로 붉은색이 강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색이 없거나 옅은 지역들은 전반적으로 붉게 변하고, 진한 푸른색 역시 옅어지거나 색이 없어진다. 하지만 진한 푸른색에서 아예 진한 빨간색으로 바뀌는 곳은 드물다. 과거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은 다음 선거에서도 그러한 성향을 유지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향이 달라지는 곳은 존재한다. 강한 민주당계 지지 성향을 보이다가 상대적으로 국민의힘계 지지 성향을 강하게 보이게 된 투표구(이하 제1, 2, 3)들이다. 가양3동제5(가양6단지), 송파1동제3(석촌역 인근), 사당2동제2(이수역 인근) 등이 이런 케이스다. 구도에 역행하는,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하는 반대의 케이스 역시 드물지만 존재한다. 국민의힘계 지지 성향을 강하게 보이다가 민주당계 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화된 망우3동제3(용마산 인근), 마장동제5(마장역 인근), 구산동제3(은평고 인근) 같은 곳들이 눈에 띈다.

물론 선거마다 구도가 다르고, 등장한 후보의 개성 역시 다르며, 선거 어젠다와 정책 공약도 매번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연령대, 세대 구성, 부동산 가격, 개인적 경험 등과 만나서 이해관계를 이끌어내고, 나아가 투표 성향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곳들처럼 정치적 선택이 크게 변화하는투표구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앞서 설명한 요인들과 상관없이 강한 연속성을 유지하는 매우 특별한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20년간 서울 선거에서, 특히 양자구도의 경우 지역의 득표율 격차와 부동산 (주택)공시가격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선거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주택 가격이 높은 투표구일수록 명백하게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난다. 적어도 서울 선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꾸준히 나타난다. 모두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사실에 가깝다.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사실인 셈이다.

그림 3그림 4두 그래프는 2012년 대선부터 2022년 대선까지 10년간 동일한 관할구역을 유지해온, ‘연속성을 가진투표구 1702개소를 분석한 결과다. X축은 각 투표구의 평균주택공시가격, Y축은 거대 양당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민주당계-국민의힘계)를 의미한다. 각 선거 시점의 공시가격과 득표율 격차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관계는 대선이 아닌 다른 종류(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등) 선거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공중전으로 대표되는 정치 구도, 후보의 인물 경쟁력 등 선거에서 강조되는 여러 요인들과 상관없이 이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이러한 관계가 흔들릴 여지는 없을까?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민주당계 정당이 압승했다는 평가를 받은 선거에서조차 부동산 가격과 득표율 간의 관계는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둘 사이의 관계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이 선거의 향방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2020년 제21대 총선 데이터를 살펴보면, 부동산 가격이 높은 투표구일수록 여전히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후보들이 높은 득표율을 보이지만, 다른 선거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의한 득표율 격차가 덜한 모습이 관찰된다.

선거 그 자체에 집중하는 조금 다른 방법

반면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그 격차가 커졌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모여 선거구의 승패가 뒤집히는 현상이 나타난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43월 현재, 서울의 부동산 공시가격은 실거래가 하락과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기준 개편을 겪으면서 2021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분명 작년보다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각종) 세금을 덜 내게 될 것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역시 2022년 말을 정점으로 하락해, 2021년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서울 부동산이 꾸준히 상승한다는 명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전반적인 하락은 살면서 몇 번 경험하기 어려운, 드문 사건이었던 셈이다. 최근 30년 사이에 202211~20233월의 하락세보다 강한 하락세를 경험한 시기는 딱 한 번, 19981월부터 6월까지였다. 서울에 살고 있는 유권자들은, 이런 경험을 두고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될까? 상승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지 않을까? 대다수 지역들이 하락하는 가운데, 어떠한 이유에서건 호재가 있는 동네들은 이번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보이게 될까?

여기서부터는 이제 동네를 아는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라면, 내 주변의 사람이라면, 혹은 건너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정도라면, 우리 동네 선거 이야기를 할 정도의 기본 자료는 마련된 셈이 아닐까. 잠깐이나마 선거 그 자체에 집중해, 스마트폰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두고 민주주의의 꽃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시사인 신수현 (도시 데이터 분석가)

https://www.youtube.com/watch?v=pSGK8fKvMc0

2024 총선특집

한동훈
조국
이재명

다양성 '최악' 앞둔 22대 국회... 국회의원은 '능력'만 있으면 된다?

국회의원의 '능력'이 뭔데?

"청년인 게 벼슬인가? 능력도 없는데 청년이라고 공천을 줘야 하나?"

기자가 지난 2월 보도한 <총선 기획 3부작 - 청년 편>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찾아보니 이런 종류의 댓글이 적지 않았다. <총선 기획 3부작 - 여성 편>의 댓글도 찾아봤다. 역시 '성별이 왜 중요하냐'는 댓글이 있었다. 다른 언론사 기사는 어떨까. 이번 총선에서 유독 언론은 청년과 여성 후보를 얼마나 공천할지 관심이 많았다. 또 비슷한 댓글을 발견했다. 뉴스타파와 여러 언론은 우리 국회의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고 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게 뭐가 대수냐, 능력이 최고다'고 말하고 있었다.

올해 31살인 기자는 또래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다.(그중엔 여성도 있었다) "국회의원 중 여성·청년이 많이 적은데 늘려야 할까?"라고 질문했다. 일부는 '늘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냥 능력만 있으면 되지, 성별·나이가 중요한가?'라는 답도 돌아왔다. 이번에 사전투표를 했다는 한 친구는 "그 후보는 어려서 신뢰가 안 간다"고 말했다.

모두가 국회의원의 능력을 따지는데,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다. 도대체 국회의원의 능력이 뭔데?

사람은 나이와 성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 홈페이지를 보면 국회의원의 역할은 법을 만들고,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고, 국정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의 능력은 사회에 필요한 법을 적시에 만들고, 여기서 정부가 어긋나는 걸 견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사회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게 우선순위인지, 그래서 어떤 법을 먼저 만들지는 국회의원들이 정한다. 또 이는 그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미 여러 사회학 연구들이 증명하듯 '사회적 환경'은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계급, 계층, 인종, 지역 등이 대표적이다. 세대와 성별은 어떨까. 어떤 시대에 태어나 어떤 성별로서 커왔는지 말이다.

기자는 현재 부모님과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 1960년대생인 기자의 아버지는 '애를 낳으면 나라에서 돈도 주고 세상 좋아졌다'고 말한다. 반면 나는 '그 돈 줘도 안 낳는다. 한국 사회에서 애를 키우려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1930년대생인 할아버지는 '애는 당연히 둘 이상 가져야 한다. 애는 처(그대로 옮긴다)가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나 때는 6.25 전쟁 직후에도...'라고 말하면 얘기는 거기서 끝이다. 한 가족인데도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기자와 아버지, 할아버지가 전혀 다른 시대에 태어나, 다른 사회 환경을 거치며, 다른 가치관을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변했어도 익숙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법이다.

세대가 같아도 성별에 따라 인식은 갈리기도 한다. 상대 성별이 겪기 어려운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단적인 예가 남성은 군대이고, 여성에게는 경력 단절이다. 그 결과 현재 남성들은 '해병대 채 상병의 죽음', 여성은 육아휴직 관련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가 성별과 전혀 무관하다고 여기는 분야에서도 시각차는 드러난다. 202112<시사인>은 한국리서치와 함께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여성이 남성보다 기후위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20대 여성 중 기후위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다'고 답한 비율은 43.1%였는데 남성은 15.4%였다. 50대에서도 여성 중 33.7%는 기후위기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다'고 답했는데, 남성은 22.1%뿐이었다. '어떤 성별로 태어났는지'의 영향력은 우리의 추측보다 상당히 광범위하다.

성별·나이도 능력이다

이제 국회의원으로 돌아오자.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정부의 예산안에 대고 '이건 늘리고 이건 줄이자'고 하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평소 가치관이 투영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성별과 나이에 영향을 받는다. 취재 중 만난 한 30대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회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동거 가구를 지원해 보자고 제안했는데, 한 의원님이 '같이 살 거면 왜 동거해? 그냥 결혼하면 되잖아. 나는 반지하에서부터 시작했어'라고 말했어요. 상당히 깨어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랐습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세대 차이는 국회에도 똑같이 있다.

물론 성별과 나이가 곧바로 한계를 결정하는 편견이 돼선 안 된다. 청년을 위한 법안을 내는 중장년 국회의원도 있고, 군 장병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 의원도 있다.

하지만 통계는 국회의원의 생각과 활동의 스펙트럼이 세대·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뉴스타파는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 2만여 개를 분석했다. '청년 키워드 법안'(청년·결혼·육아·창업 등 키워드를 담은 법안) 980개의 '연령별 의원 1인당 발의 건수'도 계산했다. 그 결과, 2030대 의원 1인당 발의 건수는 6.8개였고, 40대는 1인당 3.6, 50대는 3.1, 60대는 3.2건이었다. (관련 기사 : 세대 다양성 국회 '젊은 국회'를 상상하다)

21대 국회에 나온 전체 법안에서 상위 500개 키워드를 뽑아보니, 남녀 의원의 관심사 차이도 두드러졌다. 남성 의원들이 낸 법안의 상위 500개 키워드에는 '아동학대', '노동', '성폭력', '인권', '어린이'가 없었고, 여성 의원의 법안 상위 500개 키워드에는 '회사', '농업', '수도권' 등이 없었다. (관련 기사 : 성평등 국회 여성 19%, 국회는 여성을 대표하지 못한다)

이제 국회를 다양하게 구성해야 하는 이유는 꽤 분명하다. 그게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다. 젊은 의원은 중장년 의원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여성 의원은 남성 의원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회의 관심과 우선순위가 특정 사안과 방향에만 쏠리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정조' 말한 국회가 스토킹처벌법을 만들기까지

1953년 국회는 형법 제정하며 성폭력 처벌 규정에 '정조에 관한 죄'를 만들었다. 당시 형법이 지키고자 한 대상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니었다. '여성의 정조'였다. 실제 이 법에 따라 정조가 없다고 판단된 '음란한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게 명백해도 피해자가 될 수 없었다. 당연히 가해자도 처벌받지 않았다. 지금 보면 어처구니 없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1995년이 돼서야 '강간과 추행의 죄'로 바뀌었다.

돌이켜보면 기자가 중·고등학생이던 2000년대만 해도 전 애인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일은 '로맨스'로 치부됐다. 지상파 드라마에는 여성의 집 앞에서 소리치는 남자들의 모습이 더러 나왔다. 당시도 스토킹 문제가 종종 보도되기는 했지만, 국회는 무관심했다. 2005년 첫 발의 이후 스토킹처벌법은 발의와 폐기를 거듭했다.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에서야 만들어졌다.

정조에 관한 죄를 만들었던 19532대 국회, 법명을 개정한 199514대 국회, 스토킹처벌법이 처음 발의된 200517대 국회,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한 202121대 국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성 국회의원 비율의 증가와 세대 변화를 놓고 설명이 가능할까.

2대 국회에 여성의원은 1%(210명 중 2)도 안 됐다. 그리고 여성의원의 비율은 꾸준히 늘어 17대 국회에 13.4%(299명 중 40) 됐다. 21대 국회는 19%(300명 중 57)였다. 2대 국회의원 중 대다수는 19세기 말에 태어났다. 스토킹처벌법이 처음 발의된 17대 국회에는 2030대 의원 비율이 역대 최대인 7.4%(299명 중 22)였다. 스토킹처벌법을 통과시킨 21대 국회는 그다음인 4.3%(300명 중 13)였다. 21대 국회는 1990년대생이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한 회기이기도 하다.

'다양성 최악' 22대 국회, 어떤 능력 있을까

22대 국회는 이미 다양성 측면에서 '최악'을 예약했다. 7개 정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새로운미래·녹색정의당·개혁신당·진보당·새진보연합)의 지역구 후보 중 여성은 15.1%(92), 청년은 4.9%(30)에 불과하다. 21대 총선 때보다 적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여성·청년 후보 대부분은 당선 확률이 매우 낮은 험지에 공천을 받았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청년은 당선권 밖이 다수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의 경우 비례대표 15번 이내에 2030대 후보는 각각 두 명뿐이다. 새로운미래 개혁신당은 5번 이내에 딱 1명이 있고, 조국혁신당의 경우 2030대는 17, 20번에 있었다. 당선권 내 여성의 비율도 높지 않았다. 이미 남성 절대우위인 지역구 후보 비율을 보완하려면, 비례대표 당선권에 다 여성을 배치해도 모자라다. 하지만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는 당선권인 비례대표 15번 이내에 여성 후보가 각각 9, 8명이 전부다. 여성 후보로 비례의 절반을 채우도록 한 법 규정을 지킨 정도 수준일 뿐 비례대표를 통해 여성 의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의지는 찾기 힘들다.

결국 22대 국회의 청년·여성 비율은 지난 21대 국회(여성 19%, 청년 4.3%)보다 낮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역대 최고령 국회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후보 평균 연령은 56.8세다. 21대 총선 후보의 평균 연령은 54.8세였다. 역대 최고령이었던 20대 국회의 평균 연령은 55.5세였다.

21대 총선 해였던 2020년보다 사회는 '4년 더' 변했다. 의료공백과 인구유출 등 지방소멸의 효과는 점차 가시화됐고, 저출생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전세사기 사태로 현재의 부동산 시장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도 명백해졌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전례 없이 커졌고, 기존의 노동법으로 포괄할 수 없는 플랫폼 노동도 만연해지고 있다. 갈수록 잦아지는 홍수와 산불이 보여주듯 기후위기의 위협도 피부로 와닿고 있다.

기존의 중장년층 남성 위주의 국회는 이 문제들에 대해 전혀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시간을 거스른' 더 많은 남성 위주의 22대 국회는 과연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자신이 타고난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는 '초능력'의 소유자들이길 바라야 하는 것일까. /뉴스타파 홍주환

171 vs 109민심은 '현행 유지', 대결 정치는 더 악화?

사실상 21대 국회 종반 의석수 그대로비례대표 선거, -우 포퓰리즘 등장

22대 총선 결과는 '현상 유지'로 요약된다. 거대 양당 의석 수는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당시 의석수에 거의 고정되거나 소폭 줄어들었다. 양당 의석에서 줄어든 부분과 정의당(6)이 사라진 자리는 조국혁신당(12)과 개혁신당(3), 진보당(3)이 채우게 됐다.

22대 국회의원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후 여야 각 당 대표와 후보자들이 마지막 집중 유세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총선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와 위성정당 비례대표 당선자를 합쳐 171석의 당선자를 냈다. 지역구 당선자는 161,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자 중 민주당으로 옮겨올 이는 10명이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개표 완료 시점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이 14명을 당선시켰다. 이 가운데 2명은 진보당, 2명은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 1, 사회민주당 1)으로 각각 '원대복귀'할 예정이다.

민주당 단독으로 171석의 의석을 확보했지만, 21대 총선 직후 177석으로 시작한 것에 비하면 의석이 다소 줄어든 결과다. 지난해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당시 민주당 의석은 168, 민주당 출신 무소속(6)을 합치면 174석이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위성정당) 합산 108석을 얻었다. 지역구 90,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18석이다. 지난 정기국회 당시 국민의힘 의석이 111, 여당 출신 무소속 2(하영제·황보승희)였던 것에 비하면 역시 의석 수가 소폭 줄었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로만 12석을 얻었다. 46석인 비례대표 의석은 국민의미래 18(최종 득표율 36.67%), 더불어민주연합 14(26.69%), 조국혁신당 12(24.25%), 개혁신당 2(3.61%)으로 배정된다. 지역구에서 각 1명의 당선자를 낸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비례대표 의석 2석씩을 더해 두 정당 모두 3석으로 22대 국회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의석 수 분포에 따른 정치적 의미 역시 21대 국회 하반기와 완전히 같다. 민주당은 단독 과반을 차지했지만, 패스트트랙 강행처리(180석이 요건)를 위해서는 다른 야권 정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에 처했지만, 이른바 '개헌저지선'으로 불리는 자체 100석 이상을 확보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여당과 다른 보수성향 의석을 다 더해도 패스트트랙 저지선인 120석은 채울 수 없다.

여야가 지난 4년간 펼친 극단 대결의 정치에 대해 민심이 보낸 경고임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앞으로의 4년간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될 조짐이기도 하다. 여야 의석 수 분포가 비슷하고, 양측의 대립이 완화될 소재는 별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비례대표 선거 결과나 여야 지역구 당선자 면면을 보면 이른바 '정서적 양극화'의 심화가 21대 국회 때보다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서적 양극화란 정책·노선 차이는 크지 않은데도 상대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지나치게 커져,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잘못에 눈을 감거나 나아가서는 민주주의 원칙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민주-공화 양당의 대립 격화와 '의사당 폭동' 배후로 지목받는 트럼프의 대선후보 재선출 상황이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앞서 김성연 건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학술지 <한국정치연구> 최근호에 낸 논문에서 최근 3차례 대선을 거치며 한국 유권자들의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작동의 핵심 기제"라며 "만일 유권자들의 선택이 당파적 적대감에 의해 편향된다면, 이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포퓰리즘 연구가 전공인 이상경 서강대 교수(사회학)<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정서적 양극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며 이는 포퓰리즘, 극우 민족주의 발호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포퓰리즘의 핵심은 엘리트를 타도의 대상으로, 민중을 그 타도의 주체로 여기며 포퓰리스트 정치인 자신을 민중과 동일시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독재 종식'을 주장하며 엘리트(검사)와 민중을 대비시켜 왔고, 조국 대표가 지난 8"야권이 200석을 갖게 되면 김건희 씨(윤석열 대통령 영부인)가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대중 정서를 파고드는 양태를 보이기도 했다.

진보당은 "일제 식민지배 잔재를 청산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해체해 민족자주권을 확립한다"는 강령을 채택하는 등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정당이며, 총선 직전 강성희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다 이른바 '입틀막 퇴장'을 당한 사건은 이 정당의 대중적 인지도를 올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개혁신당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이른바 '이준석 신당'으로 불리는 이 당을 이끄는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1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선될 때부터 '안티-페미니즘(여성주의)'를 자신의 브랜드로 내걸어 대중적 성공을 거둔 한국 최초의 정치인이었다. 개혁신당 창당 후에도 이같은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관련 기사 : "여성할당제, 비동의간음죄 반대"'안티페미' 꺼낸 개혁신당)

이같은 노선을 내걸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점은 한국 시민사회의 주의를 끌고 있다. 이미 지난 2021년 당시부터 이 대표의 정치적 약진을 유럽 극우세력의 발호에 비기는 지적(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있었고, "여성, 노인,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여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형적 극우 포퓰리즘을 한국 정치에서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구사한 인물"(장석준 산현재 기획위원)이라는 평을 받는 등 현재 한국에서 유럽·미국식 우파 포퓰리스트에 가장 가까운 모델로 꾸준히 꼽히기도 했다.

이상경 교수는 "안티-페미니즘, 여성혐오와 포퓰리즘의 결합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이미 전례가 있는 것"이라며 "(이준석 신당의) 안티-페미니즘 전략도 포퓰리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나아가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이것이 일자리 감축, 재정-복지 축소로 이어질 경우 이로 인해 타격을 받은 남성들 일부가 반여성주의 포퓰리즘에 더 강력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 |

정권 심판'도 안 통한 강남구 3, 국민의힘 싹쓸이

'강남 보수 텃밭' 입증... 강남갑·60% 넘는 득표율로 당선]

정권 심판론이 거세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제22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구는 정권 심판권이 통하지 못하고 '보수의 텃밭'이라는 공식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갑··병 모두에서 승리했다. 3곳 모두 국민의힘 후보자가 60%가 넘거나 60% 가까운 득표율을 보여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렸다. 강남갑에서는 국민의힘 서명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태형 후보를 26700여 표(28.37%P) 차이로 누르고 처음으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서 후보는 전체 투표수 95785표 가운데 6549(64.18%)를 얻었고 김 후보는 33781(35.81%)에 그쳤다.

서명옥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가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초선 의원으로 앞길이 순탄치 않음이 부담스럽지만 싸워야 할 일이 있다면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저를 지지해 주신 유권자분들께 감사하다. 강남을 위한 정치로 보답하겠다"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강남을 지역은 국민의힘 박수민 후보가 71633(58.57%)를 득표해 5663(41.42%)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강청희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초 강남을 지역은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 오차 범위내 접전으로 나와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지만 투표 결과 박 후보가 강 후보를 17.15%P(2970)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강남병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고동진 후보가 66597(66.28%)를 얻어 32908(32.75%)를 득표하는 데 그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고동진 후보는 당선 소감을 통해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강남을 위해, 나라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면서 "강남의 자부심이 되겠으며 매일 한강에 깨끗한 물 한 바가지 붓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정권 심판론이 강해 야당이 강세를 보였는데 강남은 이런 영향도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라면서 "지난 총선 때보다 득표율이 낮아져 강남은 정말 보수의 텃밭일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선거였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남이 보수의 텃밭임을 입증한 것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전체 선거에서 약세를 보인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강남을 지역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접전 지역으로 나와 혹시나 했는데 주민들의 높은 투표 참여로 여유 있게 승리해서 다행이다"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지만, 서울에서 강남벨트인 강남·서초와 송파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해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4.10 총선 강남구 투표율은 68.5%로 서울시 평균 69.3%보다 낮았으며 지난 21대 총선 68.7%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정수희(flower73) 오마이뉴스

전국 야권 '압승'에도 부산 더 짙어진 '빨강'... 민주당 1석 그쳐

18석 중 국민의힘 17석 획득, 여론조사 기대 달리 막판 보수결집... 야권 '졌잘싸' 경계

22대 총선 부산지역 개표 결과. 18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17, 민주당이 1석을 확보했다.

'171'

범야권이 전국적으로 압승한 것과 달리 부산에선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부산지역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1석이라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라는 총선 성격이 강해지면서 '정권심판' 바람이 거셌지만, 부산지역의 표심은 되레 여당으로 쏠렸다. 영남권의 보수 결집 덕택으로 여당은 그나마 108석을 유지했다.

몰아친 정권심판 '태풍'... 그러나 부산은 민주당 1석 그쳐

11일 오전 확인된 22대 총선 선거구별 개표현황 지도에서 부산의 빨간색은 더 짙어졌다. 18개 선거구 가운데 17석을 국민의힘이 가져갔고, 민주당은 1석을 확보했다. 전국이 아닌 부산 상황만 놓고 보면 사실상 민주당의 완패다. 민주-진보 단일화로 우세가 점쳐졌던 진보당(부산 연제)의 도전도 미풍에 그쳤다.

지난 202021대 총선보다 쏠림 현상은 더 강해졌다. 당시에도 민주당이 전국에서 180석을 확보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했으나, 부산에서는 3석 확보에 머물렀다. 그리고 이번엔 1석으로 의석이 더 줄었다. 기존 민주당 지역구도 다 지키지 못했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은 앞선 선거부터 조짐을 나타냈다. 부산지역 유권자들은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58.25%, 8회 지방선거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66.36%의 득표율로 결정적 승리를 안겼다. 세 번의 선거에서 부산의 표심은 현 정부여당을 향한 셈이다.

하지만 22대 총선 전 공표된 여론조사에서 민심은 요동치는 듯 보였다. 고물가와 민주주의 위기 우려 등을 놓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접전지역이 대거 늘어났다. 중도층의 마음도 출렁였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투표장으로 향한 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67.5% 투표율 속에는 여론조사로 집계되지 않은 '샤이보수'나 국정안정을 바라는 유권자가 더 많았다

정치 전문가들은 너나없이 지지층 결집을 여당 승리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진시원 부산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위기의식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막판 보수 결집이 심각하게 이뤄졌다"라고 분석했다. 차재권 국립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개헌 저지선을 위해 보수층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라고 진단했다.

남일재 동서대학교 사회과학대 특임교수는 "부산에서는 안정론이 더 탄력을 받았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세가 더 강하다는 의미"로 바라봤다. 남 교수는 "그렇다고 여당이 크게 잘한 건 아니지만 지금보다 야당 의석이 더 많아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작동하지 않았겠느냐"라고 추측했다.

부산지역 여야에 주어진 과제는?

전국적으로 심판을 받은 만큼 여당이 부산 선거 결과에만 안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차 교수는 "당선된 여당 17명이 앞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전환을 주문하는 등 전체 선거 결과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라며 "만약 변화가 없다면 다음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런 까닭에 여당 당선자들의 당선 소감에도 무게감이 묻어났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과 접전 끝에 당선증을 받은 사하갑 이성권 당선자는 "균형감 있는 정치로 스스로를 담금질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해운대을 김미애 당선자도 "엄중한 질책을 겸허히 수용한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 곁을 지키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총선 완패로 과제를 떠안게 된 부산의 야권은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는 분위기다. 야당이 모든 선거구에서 40%대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자족에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낙선의 고배를 마신 야권의 후보자들은 이날 계획했던 부산민주공원·충혼탑 참배 등 대시민인사 일정을 취소한 대신 저마다 소셜미디어 글로 앞으로 가야 할 길을 강조했다.

"부산시민이 너무한 것, 하나도 없습니다. 시민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들리도록 길을 찾고, 마음을 열 숙제가 있을 뿐입니다." -금정 민주당 박인영

"정권심판의 민심을 거스를 정도로 보수정당의 뿌리는 넓고 깊었습니다.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 잘 돌아보고 더 치열해지겠습니다." -연제 진보당 노정현

오마이뉴스

 

나라살림 적자 87?... "실제는 138, 꼼수로 통계 마사지"

정부, 2023년 국가결산 발표... 국가채무비율 3.9% "경기불황, 적자 더 높였어야

지난해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7조 원으로 애초 예산안보다 약 29조 원 늘어난 가운데, 이마저도 세수 결손 규모를 반영하지 않은 "통계 마사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재정 통계에 잡히지 않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끌어다 쓰고, 지방교부세를 무리하게 삭감하면서 적자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했다는 분석이다.

11일 정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적인 국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7조 원 적자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전년 결산에 비해선 30조 원 줄었지만, 정부가 제출한 지난해 예산안(582000억 원)보다는 288000억 원 늘었다. 해당 통계는 중앙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차감한 값으로 계산하는데,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해당 적자가 증가한 것은 재정이 그만큼 악화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실질적인 재정 상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뜻 (관리)재정 적자가 예산안보다 약 29조 원만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원칙적으로는 적자 폭이 더 벌어졌어야 정상"이라며 "일종의 '꼼수'이자, 통계적 마사지"라고 말했다.

"실질 재정 적자는 138... 통계 밖 기금 끌어 써 적자 메워"

그는 "지난해 예산안 대비 총수입이 518000억 원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재정 적자 규모는 87조 원이 아닌 총수입 결손분을 더한 수치(1388000억 원)"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이 예상보다 덜 들어왔으므로 적자 폭이 더 커져야 정상인데, 적자가 87조 원에 그친 것은 수많은 꼼수와 통계적 착시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적자 축소에 대해 정부가 재정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금을 끌어 쓰며 '통계 착시'를 일으키고, 불용 규모를 늘린 가운데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는 '꼼수'를 자행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국가 재정 통계 밖에 있는 여러 가지 기금에서 돈을 끌어와 적자를 메웠다""구체적으로는 외평기금이 있는데, 이는 재정 통계에 잡히지 않아 경제적 실질은 좋아지지 않아도 통계적으로는 재정이 좋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왼쪽 주머니에 있는 외평기금을 오른쪽 주머니(국가 재정)에 넣는 것이 크게 잘못된 행정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왼쪽에 있는 돈을 오른쪽에 넣는다고 해서 재정건전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불용액 증가, 지방교부세 삭감 등 반영 안 돼

기획재정부

정부가 암묵적 압박을 통해 국회에서 심의한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는 불용액을 늘린 점도 재정 적자 축소에 기여했다고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세수가 줄면 감추경(세수 감소에 따라 계획했던 예산을 줄이는 추경)을 해서 지출을 줄이거나,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하는데, 정부는 둘 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자연스럽게 남는 불용액을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마치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이 '나는 짜장면 먹을 테니 알아서 비싼 거 시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이라며 "일선 공무원들은 무언의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근거 없이 지방정부에 지급해야 할 교부세를 23조원 삭감한 것도 재정 적자 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이 수석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지방교부세 삭감을 공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통보했다고 한다""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교부세를 덜 주는 방식으로 세수 결손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면서 적자를 메운 것"이라고 했다. 또 이날 정부가 발표한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집계됐다. 지난해 예산안(2.6%)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치다.

'국가채무비율 3%' 법제화 추진 윤 정부, 스스로도 못 지켰다

윤석열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매년 GDP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 중인데, 정부 스스로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성과를 낸 것이다.

이 수석위원은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재정준칙을 법제화하자 주장하는 사람들은 법제화와 관계없이 스스로 이를 지키면 되는 것"이라며 "(해당 비율 3.9%) 스스로의 주장을 지키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입이 줄어들면서 예산안보다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며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커졌다고 공격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추경을 해서라도, 적자를 더 내서라도 경기 대응을 했어야 했다""그런데 정부가 국가채무비율(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방어하느라 그렇게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건전재정을 내세운 정부에서 여러 방안을 동원했음에도 적자가 오히려 늘었고, 국가채무비율을 지키는 것에도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올해에는 예산안 편성 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감산 조치를 더 많이 했다""이 때문에 세수 상황이 악화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조선혜(tjsgp7847)/ 오마이뉴스

'정권심판' 민심 외면하거나 왜곡한 언론의 실패

선거기간 민주당 비판· 정권 비호 보도만 쏟아내

야당분열·한동훈 띄우기·관권선거 은폐·비명횡사

'정권심판' 들끓는 민심 눈감고 엉뚱한 프레임짜기

조국혁신당 돌풍 외면'런종섭' '대파 파동'도 감춰

 

정권심판 언급 않다가 개표결과에 "민심폭발" 합창

22대 총선 투표일이었던 지난 10일 저녁 6시에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탄식을 터트린 것은 국민의힘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만은 아니었다. ‘민주당 압승, 국힘당 대패소식에 국회 기자실에서도 놀라움과 한숨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이 이 정도의 압승을 거둘 것이라고 기자들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주류 언론사 소속 기자들은 민주당 압승 소식에 실망감을 나타냈다고도 한다.

주류 언론, 특히 조중동 등 친윤 보수언론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일방적인 국힘당 지지 논조를 보여왔다. 민주당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 비판하고 국힘당에는 비판을 자제하거나 아예 침묵을 지킨 경우가 많았다. 결정적으로 이번 민주당 압승, 국힘당 대패의 원인이 된 정권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언론은 외면한 것이다. 그러니 기자들이 출구조사 결과에 놀라고 탄식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현장 취재기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취재지시를 내리고 논조를 결정하는 이른바 데스크’(간부급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친정부 어용 매체로 불리는 조중동, KBS, 종편 방송은 물론이고, 비교적 중도적이거나 정권비판적이었던 다른 매체들 역시 총선 기간 내내 국정운영에 1차 책임이 있는 국힘당보다는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호감 또는 적대감을 드러내 왔다.

주류 언론(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들은 선거를 몇 달 앞둔 지난해 말부터 정권심판보다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띄우기와 그가 내놓은 운동권 심판프레임을 확산시켰다. 민주당 내 갈등을 야당 분열로 부각시키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테러에도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이 대표를 공격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반면 김포시 서울편입, 금투세 폐지,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등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황당한 포퓰리즘 공약을 홍보하고 미화하며 심판받아야 할 정부의 관권선거 의혹을 은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4년 전에 이은 '압승'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 주류 언론들은 총선을 두달여 남겨놓고 수많은 민주당 공천 비판 기사로 여론 시장을 장악했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입에 들러붙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민주당을 한 달 이상 공천 실패 프레임으로 두들겨팼다. 반면, 국힘당은 조용한 공천이라며 거의 비판하지 않거나 보도 자체를 자제했다.

공천 막판에 서울 강북을에 투입된 조수진 후보에 성범죄자 변론 논란은 사실 확인도 않고 오보를 쏟아내 결국 낙마시켰지만 같은 이력의 국힘당 후보들은 거의 기사조차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과 국힘당 후보의 막말보도량을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주류 언론들의 민주당 때리기 보도가 국민들의 정권심판 민심을 덮어버린 것이다.

윤석열 정권 실정과 무능에 비판적이었던 한겨레, 경향 등 진보언론들도 민주당 갈라치기와 흔들기라는 편향된 여론 조성에 동참했다. 공천 문제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넣으면서도 한낱 검사 출신인 한동훈 씨를 미래권력이라고 추켜세운 게 진보언론들이었다. 진보 언론들은 2년 넘게, 80회 이상 진행된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분출된 민심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민주당 흔들기와 한동훈 띄우기에 열중해 민심을 외면하거나 왜곡한 주류 언론들은 연일 여론조사결과 보도로 국민들을 경마장으로 몰고 갔다. (관련기사: “민주당 '공천갈등'이 압도하는 총선 편파보도”)

선거를 불과 한달 여 앞둔 3월 초까지 정권심판을 이번 총선 보도 프레임으로 잡은 주류 언론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조선일보 등 주류 언론은 한동훈 씨의 운동권 심판론이 잘 먹히지 않자 민주당 위성정당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종북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다. 공천을 마무리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권심판론을 꺼내 들자 몇몇 언론들만이 이를 받아써 보도했을 뿐이다. ‘정권심판민심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이렇게 언론에서, 여론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다.

언론은 3월 중순까지도 정권심판론을 부각시키지 않았으며 혹시라도 정권심판론이 살아날까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한 갈등 이후 애써 억제해 온 정권심판 프레임이 되살아나 총선에 불리할 수 있다”(경향신문, 312), “윤 대통령이 일반 국민 지지가 강한 의대 증원 등 이슈에 집중하는 그간의 역할 분담이 공고하게 유지된다면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기 어렵단 것이다”(세계일보, 311), “정권심판론 다시 뜰라...여당 내 이종섭 임명 철회 건의를’”(중앙일보, 314) 등의 기사를 보면, 주류 언론들이 정권심판론민심에 얼마나 소극적이고 심지어 두려워했는지 읽을 수 있다.

지난 4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8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윤석열 정권 심판''대파'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2024.04.06. 이호 작가

이번 총선의 정권심판론보도는 지난 2020416일 실시된 21대 총선 때와도 비교된다. 당시 여러 주류 언론들은 선거 수개월 전부터 미래통합당(지금의 국힘당)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크게 보도했다.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등도 정권 재창출 vs 정권심판” “정권심판 vs 야당심판을 기사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연초부터 “(문재인 정부의) 경제무능 심판론이 잘 들리지 않는다며 행여 정권심판론이 활활 타오르지 않을까 봐 불 위에 기름까지 열심히 끼얹었다. (관련기사: “언론이 '정권심판론'을 말하지 않는 이상한 총선”)

정권심판론은 검찰개혁을 기치로 창당된 조국혁신당 창당과 함께 살아나기 시작했다. 또 윤석열 정권의 이종섭 장관 호주대사 임명과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합리적 가격발언으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조국혁신당의 돌풍과 대파 파동은 그동안 국민들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정권심판민심을 비등점으로 끌어올린 사건이었다. 그러나 친윤 보수언론들은 조국혁신당에 무관심한 척했고 대파 파동도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 등 일부 진보언론들도 조국혁신당 관련 보도를 거의 다루지 않다가 돌풍이 불자 뒤늦게 관심을 보이는 정도였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이 왜 수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끓어오른 거대한 민심이었을까?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고물가로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져도 대통령이 엉뚱한 소리를 하고, 범죄혐의자를 다른 나라 대사로 도피시키는가 하면, 대통령 부인은 주가조작·명품백·고속도로 스캔들을 덮으려 꽁꽁 숨었다. 민주주의 국가였던 한국이 검찰독재국으로 전락해 해외에서까지 독재국가 전환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입틀막·언론탄압·부자감세·경제침체 등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불만스럽게 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관심이 없는지 능력이 없는지 개선되는 게 없다. 부끄러운 대통령과 영부인, 정부가 외신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여러 해외 유력 언론사들이 한국 총선을 대파 선거라고 보도했다. 그래서 이번 총선 민심은 바로 정권심판이었던 것이다.

언론의 역할은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에 관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과 함께 거꾸로 유권자가 정당·후보에 무엇을 바라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유권자가 바라는 것, 즉 민심이 무엇인지 알아야 정당과 후보도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다. 민심과 동떨어진 엉뚱한 선거공약을 내놓거나 민심이 호응하지 않는 연설로는 유권자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언론이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유권자 개인의 선택과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선거는 정치와 유권자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민심의 실체와 크기, 방향을 언론이 정당과 후보, 그리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올바로 치러질 수 있다.

22대 총선 개표 결과를 보도한 411일자 주요 신문들의 1면 모음.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정권심판이라는 뜨거운 민심을 외면하거나 왜곡하고 선거기간 내내 엉뚱한 이슈와 프레임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다. 선거를 앞둔 일주일 간 무능·무책임·실정·비리가 판을 치는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권심판민심을 제목이나 주요 내용으로 다룬 사설을 쓴 주류 언론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러나 11일 개표 결과 민주당이 압승하자 주류 언론들은 그제서야 깜짝 놀랐다는 듯 민심폭발’ ‘정권심판1면 톱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

민심을 읽어내지 못하고, 외면하거나 왜곡한 주류 언론들도 이번 선거의 패자다. 특히 민심을 철저히 왜곡한 조중동 친윤·어용 언론의 완패다. 민심이 이긴 이번 총선 이후에 실패한 언론도 심판대에 올라야 한다.

마지막까지 말트집으로 도배 된 총선보도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4.10 총선보도]

정책공약 대신 구질구질한 고자극성 기사 넘쳐

삽겹살” ”컵라면등 선정적 뉴스로 온통 도배

버린 조선일보, 이재명 악마화 재시동

지난 주(41~7) 전체 네이버 랭킹뉴스 보도건수는 9858건이었다. 댓글 많은 뉴스는 사전투표나 여론조사 등 총선 관련 보도보다 말싸움과 트집 잡기를 부각한 기사 제목이 많았다. 특히 삼겹살’, ‘컵라면’, ‘영치금등과 같은 사소함이 눈에 띄었고, 120여 일째 칩거 중인 김건희 여사 보도도 반갑게 한 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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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보듯 언론은 굳이 다루지 않아도 되는 유세 현장의 자극적인 말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7일부터 흥하기 시작한 한동훈 위원장의 삼겹살관련 보도는 47일 하루만 해도 36건이 랭킹뉴스에 올랐고 댓글 많은 뉴스 TOP205건이나 있었다.

언론의 한동훈 숭배, 치정극 대사 같은 헤드라인

한동훈 위원장은 총선 유세 기간 기성 언론의 주어이자 주인공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4월 첫 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받아 적어 만든 기사 제목을 댓글 많은 기사 순으로 분석해 보았다. 흡사 질투와 복수에 찬 여주인공이 내뱉을 법한 치정극 대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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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네이버 랭킹뉴스에서 한동훈이 언급된 기사 분석 결과 판에 박은 듯한 제목이 많았다. 표에서처럼 한 위원장은 줄곧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저열하게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펼쳤다. 두 사람을 동시 공격하며 막말이 예사로 튀어나왔는데 쓰레기, 개같이, 깡패들, 일베, 감옥행등의 표현은 공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결코 품위 있는 언행은 아니었다.

댓글도 많이 달렸다. 랭킹뉴스 순위에 오른 기사들이 이 정도였으니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라 추측한다. 특히 디지털타임스는 IT지임에도 한 위원장 기사로 댓글로 흥한 뉴스 20위권 순위 안에 들 때가 종종 있다. 이들의 헤드라인은 숭배와 추종 그 자체이다. 특히 <한동훈, 편의점서 컵라면끼니 때우는 모습 포착>은 커뮤니티 글을 인용한 기사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 때 물도 정수기에서 직접 떠다 먹었다는 그 짤이 연상되는 제목이다. “컵라면 먹는 게 무슨 큰 사건인 양 여겨지는 귀족 지지해서 살림살이 나아지겠어요?ㅠㅠ(아이디 oh***)라고 질타한 한 네티즌의 댓글처럼 우리의 흔한 일상이 보수 정치인에게는 뉴스거리가 되는 게 아이러니다.

492751개 댓글이 달린 조선일보의 <“한동훈 개 XX유세장 난동, 막으려는 경찰에게 한 말은?>은 손사래를 치는 움짤(gif)이 첨부되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 보는 것 같았다. 이 기사는 한 위원장이 유세 도중 욕설을 듣게 되자 그냥 놔두라는 메시지를 전한 건데, 입틀막으로 물의를 일으킨 과 다름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지난주 언론을 달군 한동훈주어의 삼겹살기사 제목을 댓글 많은 순으로 확인해 본 결과는 처참했다. 이른바 복붙’(복사하고 붙이기)’ 기사의 도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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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공약과 정책은 실종된 한동훈 위원장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언론 스스로 작성한 심층 기사, 가치 있는 정보를 외면하도록 유인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말초적이고 무가치한 헤드라인 클릭수 올리기에 급급해 애써 만든 좋은 기사는 사장시키며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버렸나? 이렇게 못하는 조선일보는 처음 봐

심지어 이번 주(48~9) 조선일보는 을 버렸다. 4월 첫 주 윤대통령을 한껏 띄워줬다가 민심이 더 성나자 아예 자취를 감추게 만든 것 같다. 한 위원장은 9일 마지막 유세 후 탈진했다고 전해졌지만 끝내 보수의 미래에 대한 정책과 공약은 밝히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작년 1222“50세 한동훈에 보수의 미래 맡겼다1면에 대서특필했던 조선일보는 투표 전날인 49일 보수의 미래 따윈 싣지 않았다. “지켜볼 눈이 생겼다며 파란색 배경의 우리 군 정찰위성 2호기 발사 성공을 알렸다. 왜 하필 파란색에 숫자 1로 보이는 사진을 1면 톱에 실었는지 의아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날씨 보도 자막 ‘1’에 대해 야단법석을 떠는 바람에 이 사진마저 기호 1로 보인다. 혹시 조선일보가 회심한 건 아닐까.

(.) 조선일보 202312221, 2024491

410일 자 조선일보 온라인판 메인 이미지는 메시지가 더 확실하다. 이재명 대표는 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빼곡하게 들어선 지지자들을 배경으로 서있는데, 한동훈 위원장과 국민의힘 후보들은 그저 한 손만 들고 서있고 서로의 손을 잡아주지도 않는다. 배경엔 지지자들이 보이지도 않는다.

검투사 정치의 원인 언론, 심판 대상 돼야

뉴욕타임스는 7<‘검투사 정치(Gladiator Politics)’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한국의 총선을 지배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우리 정치의 원한과 보복, 분노, 정치 라이벌 간의 악마화를 꼬집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정치 양극화와 혐오정치의 주범 언론에 대해서는 에둘러 말할 뿐이다. “윤석열 검찰과 경찰은 "가짜 뉴스" 유포 혐의를 씌워 언론사를 급습했고, 규제기구인 방심위가 윤 씨 아내 이름에 '여사'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사를 중징계했다. 그의 경호원들은 정부 및 캠퍼스 행사에서 윤 씨를 비판한 야당 의원과 학생에게 재갈을 물리고 제거했다. 스웨덴의 V-Dem 연구소는 2024년 민주주의 보고서에서 윤 씨가 이끄는 한국을 "독재화"를 겪고 있는 42개국 중 하나로 꼽았다

연구팀은 삼겹살’ ‘컵라면’ ‘대파’ ‘XX’가 총선 보도를 휩쓸고 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여야 정쟁, 현안 이슈 논란은 민주주의 사회에 필요한 공론화 과정이라 치더라도 너무 사소하고 유치한 보도가 분석 결과로 나올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이런 언론을 심판할 것인지, 지원할 것인지는 오늘의 투표가 결정할 것이다.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 시민언론 민들레

 

속옷 서랍 뒤지기가 윤석열의 가짜뉴스'와 전쟁"

LA타임스, 윤 정부 언론탄압 사례 상세히 보도

"윤의 가짜뉴스 전쟁은 비판언론 위협 위한 핑계"

"기자 자택 압수수색, MBC에 대한 공격으로 보여"

윤 욕설 보도, 방송사 징계, 회칼테러 발언도 소개

윤석열 정권의 언론사·기자에 대한 압수수색·고소고발 등 비판언론 탄압 사례가 해외 언론을 통해 잇따라 전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 유력 언론인 로스앤젤리스 타임스(Los Angeles Times)가 이 내용을 보도했다.

LA타임스는 기사에서 경찰이 여성 기자의 집에 들어가 속옷 서랍까지 뒤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가짜뉴스와 전쟁을 조롱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LA타임스는 미국 서부 전 지역에 배포되고, 미국 내에서 발행부수가 두 번째로 많은 신문으로 알려져있다.

LA타임스는 지난 48일자(현지 날짜) “압수수색, 벌금, 속옷 장롱 뒤지기: 한국 대통령의 가짜뉴스전쟁(Raids, fines and digging through underwear drawers: Korean president’s war on ‘fake news’)”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경찰의 MBC 임현주 기자 자택 압수수색 사례를 전하며 임 기자가 화가 났다, 가족들이 사는 집에 들어와서 속옷 서랍까지 뒤져 굴욕을 준 이유는 무엇이었나라고 에세이에 썼다고 보도했다. 임 기자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 자료를 다른 기자에게 건네줬다는 혐의로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LA타임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 매체는 이어 많은 사람들은 이번 압수수색(raids)을 윤석열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그녀의 고용주인 공영방송 MBC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공격의 하나로 보았다고 덧붙였다.윤 대통령은 커지는 언론불신을 이용해 가짜뉴스와 전쟁을 자신의 아젠다 중심으로 삼았다. 그러나 자유언론 지지자들은 기자들을 정직하게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맹세는 비판자들을 위협하기 위한 핑계(pretext)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측이 지난 2년 동안 언론인과 언론기관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스토킹 등 최소 35건의 형사고발을 제기했고, 당국은 최소 6곳의 뉴스룸(편집보도국)과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또한 LA타임스는 뉴스타파 등이 제기한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동산 스캔들(부산저축은행 대장동 개발 부실대출 수사 무마 의혹) MBC 등이 보도한 윤 대통령의 욕설 사건과 MBC 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금지 조치 방통위의 수차례 방송사 징계 황상무 수석비서관의 언론인 회칼테러 협박 등 임기 중 일어난 언론탄압 사례들을 자세히 열거했다.

기사는 “(윤석열) 정부가 뉴스 보도의 진실성을 단속하려는 시도가 사법절차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법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면서 스웨덴 감시기관 V-Dem 연구소의 올해 연례 민주주의 보고서내용을 언급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의 이유로 민주주의 지수가 전년 28위에서 47위로 하락, ‘민주주의 국가에서 독재화로 전환중인 국가로 분류됐다.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는 전세계 대상 방송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VOA)’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집권 18개월 동안 최소 11건의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자유 탄압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4.12

이게 건전재정? 나랏빚 1126조 원 파장에 통계 꼼수논란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처음 50% 넘겨, 적자 폭도 87

전임 정부 비판하던 조선 이번은 온전히 현 정부 몫

실제 적자 폭은 100조 넘는다? ‘불용예산통계 착시 논란

지난해 한국의 나랏빚(국가채무)1126조 원을 기록했다.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87조 원 적자로 코로나19 등 비상 상황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통계 착시로 실제 적자 폭은 더 크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건전재정을 강조한 정부에 보수신문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지난 11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1267000억 원으로 작년 대비 594000억 원이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첫 50%를 넘겼다. 관리재정수지도 당초 계획보다 약 29조 원 늘어난 87조 원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아침신문 1면은 국가채무가 장식했다. 조선일보는 <작년 나랏빚 1126GDP 절반 처음 남겨> 제목을 썼고 경향신문은 <‘감세, 감세하더니나라살림 작년 87조 적자> 제목을 냈다. 한국일보의 1면 제목은 <총선 뒤 공개한 국가채무 작년 1126.7조 사상 최대>이다.

12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건전재정을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 기조와 배치되는 결과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도 현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조선일보는 12일자 사설에서 지난해 재정 수지는 윤석열 정부가 편성해 집행한 첫 재정 성적표로, 온전히 현 정부의 몫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가부채 1000조 원을 야기한 전임 정부에 대해 무원칙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지만 스스로도 건전재정 원칙을 강도 높게 견지하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감소 등 정부의 감세 정책을 찬성하던 경제신문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매일경제는 13일 사설에서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공언하고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스스로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수 경제신문은 법인세를 감세해도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늘기 때문에 세수 감소 우려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관련 기사 : 작년 세수 감소우려에도 세수 늘어난다강조했던 신문은]

[관련 기사 : 세수펑크 상황에서도 나오는 법인세 인하 주장 시기 부적절”]

특히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법정시한(410)을 넘겨 총선 뒤 보고서를 발표한 것을 놓고 부정적인 나라살림을 정부가 자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2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예산 결산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마감일(410)에 딱 맞춰 제출하지 않는다마감일 근처에 제출하지 않고 3월 말 결산을 끝낸 다음 4월 첫째 국무회의에 제출하는 것이 항상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적자 폭은 87조 원(관리재정수지)보다 더 크다는 의혹도 나온다. 50조 원이 넘는 세수 감소에 비해 적자 폭이 예상보다 적게 나왔다는 지적이다. 즉 국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자금을 끌어와 적자를 메우고 지출해야 할 돈을 덜 쓰는 등 통계 착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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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형 경제평론가는 13MBC라디오 김치형의 뉴스하이킥에서 의심받고 있는 건 외평기금’(외국환평형기금)이다. 환율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쓰라고 따로 빼놓은 돈이 있는데 세수가 부족하니 이 돈을 끌어다 쓴 것이라며 이건 정부 가계부에 표시가 안 된다. 이것까지 빚으로 봤으면 적자 폭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예산안을 짜면서 국회에 이만큼 쓰겠다고 승인받은 것도 안 쓰고 놔두는 문제가 있다”45조 원에 달하는 불용 예산을 만들어서 써야 할 돈마저 (통계를 위해) 안 쓰고 놔두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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