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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4.1~

by 이성근 2024. 4. 1.

 

윤석열식의대 증원, 정치의 빈곤을 드러내다

의대 정원 확대와 뒤따르는 의사 집단의 반대는 사안의 구조를 놓고 보면 정치학이 다루는 고전적인 문제에 가깝다. 한국 사회는 이런 성격의 갈등 앞에서 수년째 무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3월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조사에서 2월 첫째 주 29%였던 긍정평가가 3월 첫째 주 39%로 올랐다. 이후 36%로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한 달 사이 10%포인트 반등은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지지율 상승을 이끈 동력으로 지목된다. 같은 조사에서 긍정 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23%)’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권 내부에서도 윤석열 정부 스타일에 맞는 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반대 세력에 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기득권을 격파해나가는 특유의 방식이 이 이슈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220일 의료계가 집단행동에 돌입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19일 국무회의에서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것이라 하더라도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끝까지 해내겠다라며 돌파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215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확대하는 것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답변이 76%에 이르렀다. 보수 진영뿐만 아니라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도 이 사안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전 사회적 공감대 위에, 당위성 있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정부의 모습은 근래 보기 드물었던 정치적 효용감을 느끼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2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그러나 동시에 불안감도 짙어지고 있다. 314일 한국갤럽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인식을 보다 세부적으로 알아보는 조사를 실시했다. 증원에 찬성하는 여론이 여전히 압도적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41%)’는 의견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의료 대란으로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라는 응답은 69%에 달했다.

실제로 날이 갈수록 비상진료 체계에 과부하가 걸리며 중증·응급 환자들조차 실질적인 위협으로 내몰리고 있다(862온몸에 멍이 드는데 혈소판 예약도 막혀기사 참조).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립에서 빠져나갈 출구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집단행동으로 현장에 의사가 한 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라는 엄포로 반응한다.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강대강 대치가 의료 현장과 한국 사회에 치명상을 남기는 결과로 치닫는다면 그건 정부와 의사 집단 중 어느 쪽의 책임일까? 더 나아가 대통령의 말처럼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기득권 집단을 격파하며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관철한다면 의료 개혁이라는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까?

극렬 대치라는 도돌이표

정웅기 박사는 한국에서 흔치 않은 보건정치학자이다. 정치학을 공부했고 미국과 한국의 보건의료 거버넌스의 형성과 제도 변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 상황을 분석하는 한국 사회의 지배적 관점은 의사 집단의 강고한 직역 이기주의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권이 총선용 카드로 국민적 지지가 높은 의대 증원을 전격 발표해 의사 집단과 갈등을 유도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정웅기 박사는 두 가지 프레임 모두 피상적이거나 일말의 진실만을 담은 해석이라고 본다. 정부의 성격을 떠나 의대 정원 조정처럼 큰 변화를 가져오는 보건의료 정책 앞에서 한국 사회는 번번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원인을 한국의 보건의료 분야에서 정치가 왜소한 현실에서 찾는다.

의대 정원 확대와 뒤따르는 의사 집단의 반대는, 사안의 구조를 놓고 보면 정치학이 다루는 고전적 문제에 가깝다. 공공정책을 추진할 때 이 정책으로 이득을 보거나 비용을 치르는 이들이 발생한다. 이득과 비용의 분포에 따라 이슈의 양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넓히는 급여 확대정책은 건보 가입자인 인구 전체가 이득을 얻고, 의료 공급자인 의사들에게도 그다지 나쁠 것이 없다. 반면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이득은 전체 시민에게 분산되지만, 기대소득의 하락이라는 면에서 의사 집단에 비용이 집중되는 구도이다.

한국 사회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생기는 이런 성격의 갈등 앞에서 수년째 무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무산, 2023년 간호법 제정 무산 등이 그 사례다. 정웅기 박사는 크게 보면 “2000년 이후 미시적인 정책 조정만 있었을 뿐 한국에서 어떤 형태의 보건의료 개혁도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진단한다.

200019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와 학생들의 의약분업 반대 집회.연합뉴스

그 이전까지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중대한 과제는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 통과로 완성된 전 국민 건강보장이었다. 모든 구성원이 단일한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편적인 의료 접근권을 보장받는다는 정책은 공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반대를 뚫고 나가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한 의제였다. 소위 발전국가모델의 추진력 혹은 시민사회 세력의 적극적 운동으로 달성이 가능했던 이유다.

한국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보건의료 측면에서 요구되는 개혁의 성질 역시 달라졌다. 정책을 둘러싼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다원화되면서 협상과 조율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이 요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웅기 박사는 이를 갈등을 생산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보건의료는 전문성을 띤 정책의 영역으로만 단편적으로 인식되면서 갈등 조정이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의 공간이 들어설 여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의사 인력 수급 정책을 비롯해 의료전달체계 개편, 의료의 질 향상, 지역 간 건강 형평성 보장처럼 2000년대 이후 수행되었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들은 미세 조정에 그쳤을 뿐 체계적인 정책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문제 해결 레퍼토리가 빈곤해졌다라고 정웅기 박사는 분석한다. 정부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정책들이 정치적 조율을 거치지 못한 채 극렬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패턴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의사 단체가 합리적 협상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믿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의약분업부터 의대 정원 확대까지 반대만 하는의사 집단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의사는 왜 정부를 불신하게 됐나

의료 공급자인 의사는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 주체 가운데 하나이다.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국가와 의사 사이에는 그 나라의 정치사회적 맥락에 따라 일정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독일은 코포라티즘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적 갈등 조정 기제에 따라 의사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협상 테이블을 열어주고 정당은 의견을 수렴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로비, 언론, 여론 동원 등을 통해 이익집단의 주장이 의회정치에 반영되는 압력정치를 의사 단체 역시 구사한다. 의사가 근대화의 주요 추진 세력이었던 일본에서는 일본의사협회가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정치적 힘을 발휘한다.

흔히 부정적 뉘앙스로 통용되지만 이익집단 정치는 민주주의에서 기본이 되는 결사 행위다.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공론장에서 서로 의견을 경합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이익집단 정치는, 사회적 이익과 조화되는 주장을 할 때에 더 큰 힘을 얻는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사회라면 이익집단조차 공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선순환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갈등 요소가 생기더라도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지 않는다.

정웅기 박사는 한국의 경우, 국가와 의사 사이의 관계 자체가 미정립돼 있다라고 본다. 대신 국가와 의사 사이를 채우고 있는 건 뿌리 깊은 불신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어떤 정책이든 일단 의심하고 반대해야 한다라는 대한의사협회 임원의 과거 인터뷰 속 발언에는 의사 집단 근저에 깔린 정서가 집약돼 있다. 정 박사는 의사 집단이 정부를 왜 믿지 않는가, 그러니까 의사의 정부 불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역사적으로 따져봐야 지금의 사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관점이 확보된다라고 말했다.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고, 국가가 수가(의료 행위의 가격)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일부 의사들은 정부가 과도하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라고 정 박사는 설명했다. 보건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상황에서 한국은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서비스의 생산과 공급을 거의 전적으로 민간부문에 맡겼다. OECD 평균(50%)과 비교해 심각하게 적은 공공병원 비중(5%)이 이를 대변한다. 의사 인력 양성 측면에서도 대부분의 재원 마련과 교육 제공의 역할이 의사 개인과 민간 의료기관에 맡겨져 있었다.

의사 직역이 누리는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면허라는 사회제도에서 기인한 바가 클지라도, 개별 의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려 할 때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무엇이 있다고 간섭하려 드느냐고 반발하기 쉬운 토양이 축적돼온 것이다. 자유방임적 보건의료 거버넌스환경 아래 한국 의사의 대다수는 병원에 고용돼 일하기보다는 개원의'로 배출되었다. “의사들이 사실상 개별 자영업자로서 자신의 노력이나 영리 추구에 따라 상당한 재정적 보상을 확보할 수 있는 가운데, 정부와 상호 신뢰를 갖춘 관계를 형성할 유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의협으로 대표되는 의사 집단은 2000년 의약분업이나 2020·2024년 의대 정원 확대처럼 직역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시도 앞에서는 매번 강력하게 결집해왔다. 그러나 수가를 인상하라는 요구 이외에 의사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내어 공익과 관련된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 역할을 했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한국 의사들은 제도화된 이익집단 정치로 나아가지 못한 채 편협한 이해집단이라는 틀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공익이 반대에 부딪힐 때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의사 인력 수급 추계는 일관되게 한국에 의사가 부족하며 이대로라면 인력난이 점점 심화되는 방향을 가리킨다(859나는 건강한 의대 증원을 바라는 의사입니다기사 참조). 본격화되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의사 수요를 높이는 강력한 요인이다.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병의원에서도 필수의료 과목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의사 수가 면허로 제한되는 한, 사회경제적 필요에 맞게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일은 정부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시민적 공감대 역시 매우 높다. 여러모로 의대 정원 확대는 공익을 담지한 정책처럼 보인다.

다시 고전적인 정치학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어떤 정책으로 시민 대다수의 편익은 커지지만 특정 집단에 비용이 부과될 때, 한 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이를 두고 정치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박상훈 박사는 민주적 합의 과정에서 나오는 힘을 강조해온 정치학자이다. 그는 밀어붙이기식 의대 증원에 우려를 표했다. “중국이나 러시아, 과거의 한국처럼 권위주의 사회라면 국가가 주도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도 부작용이 별로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권위주의는 통치자가 피통치자의 행동을 규제하는 체제다. 갈등과 반발이 생기더라도 강압적 방식으로 찍어 누르며 정책으로 추구하려던 목표를 현실에 안착시킬 수 있다. 반면 민주화된 사회라면 이런 방식은 얼마 안 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당사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공익을 찾아가는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박상훈 박사는 설명한다.

정치경제학자인 조석주 경희대 교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조석주 교수 역시 다원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를 지향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현실적 측면을 짚었다. 의대 증원은 편익이 다수의 시민들에게 넓게 흩뿌려지지만, 비용은 의사라는 상대적으로 잘 조직된 직역에 집약되는 구도의 사회갈등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큰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집단이기도 한다. 이런 속성을 가진 정책은 사회 전체의 공익을 늘린다 할지라도, 강력한 소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 표를 얻어 선출된 정부가 시민적 요구의 대변자로서 힘을 쓰지 않는다면 달성하기 어려운 성격의 사안이라는 것이 조 교수의 관점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또다시 저지된다면 앞으로 정부가 의사 집단이 반발할 만한 보건정책은 시도조차 해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국민과 의사 집단 간의 괴리도 더더욱 커질 거라고 본다.”

2000명 증원 뒤 무엇이 남을까

의대 증원정국에서 드러난 윤석열 통치를 설명하는 정치학자들의 언어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반대 세력을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이번 사안에서도 반복되고 있다(조석주 교수).” “윤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공익을 위해 시작했다기보다는 공익적 의제를 가져와 지지율이라는 개인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인위적 충돌을 일으킨다(박상훈 박사).”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동기가 불순하더라도 공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결국, 의대 정원 확대와 추진 과정이 한국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지난해 919일 경기 포천시 포천병원 원무과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시사IN 박미소

정웅기 박사가 내다보는 전망에는 비관과 낙관이 뒤섞여 있다. 그는 이대로 의대 정원이 확대된다면 미래의 동력을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 “보편적 의료 보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뒤, 선진국 어디를 보든 두 가지 새로운 과제에 당면한다. ‘급증하는 의료비 통제질적으로 우수한 의료서비스 유지.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 인력 충원뿐만 아니라 지불제도 개편(수가제도)’ ‘전달체계 개편(의료제공제도)’ 등 체계를 고도화하는 높은 차원의 의료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와 의사 관계를 정립할 기회를 또다시 놓치고 불신이 깊어질 거라는 점에서 개혁의 길은 더욱 좁아졌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실마리가 있다면 한국의 공적 담론에서 잠겨 있던 보건의료 정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역설적이지만 판이 흔들리면서 보건의료 분야에 쌓여왔던 여러 모순과 문제가 대중적 의제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보건의료 제도에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자각한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시사인 김연희 기자

여론조사 보도 바르게 읽는 법

진보층의 과표집 인한 결과 왜곡이라는 오해

한번의 조사보다는 추세, 적극투표층 표심 중요

남은 기간 추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어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총선일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될까?

객관적, 합리적 방법으로 선거 판세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여론조사 방법밖에 없다. 피부미터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자의적, 주관적 경향이 커 객관적 지표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25년간의 선거컨설팅 경험에 비춰보면 실제로 주변 분위기만 보고 이길 줄 알았다가 크게 지는 낭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987년 대선에서 최초로 여론조사가 실시된 이래 여론조사는 때론 투표결과와 상당히 다르기도 하였지만 대체로는 표본오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형성해 왔다. 따라서 이번 선거 또한 여론조사를 통해 예측해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선거일을 앞두고 홍수처럼 쏟아지는 여론조사 보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월에 실시된 조사결과와 완전이 달라진 3월 조사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3월 말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투표결과로 이어질까?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표심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선거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하지만 밴드왜건 효과, 언더독 효과를 자극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기고 있는 후보는 대세론을 확산하기 위해, 열세인 후보는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활용한다. 물론 너무 차이가 큰 경우, 언더독은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MBC의 여론조사 보도 화면 갈무리.

그렇다면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무엇일까? 바로 신뢰수준과 표본오차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95% 신뢰수준이란 말이 나오는데 95% 믿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100번 조사하면 표본오차 범위 내에서 95번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오차범위는 샘플 수가 클수록 작아지는데 총선의 경우 지역구 최저 샘플은 500 이상이다. 500 샘플의 오차범위는 4.4%, 1000 샘플은 3.1%, 2000 샘플은 2.2%포인트로 외워두는 것이 편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응답률인데, 조사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대략 10% 이상, ARS조사의 경우 5% 내외 정도로 나타나는데 응답률이 낮다고 꼭 신뢰도가 낮은 건 아니다.

신뢰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일반적으로 표본추출방식과 조사방식이다. 특히 표본추출방식이 중요한데,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냐 아니면 휴대전화 가상번호에 유선전화 RDD를 어느 정도 섞었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유선전화를 쓰는 경우 70대 이상의 농촌, 노인과 자영업자들이 많이 표집되는데, 이 계층의 이념적 성향이 과대표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는 발표된 종합숫자만이 아니라 조사개요를 꼼꼼히 확인하고 비교해 봐야 조사결과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조사방식은 전화면접방식이나 ARS방식인데 각기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느 것이 더 맞는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다만 조사방식의 특성상 ARS방식에 비해 면접방식의 경우 무당층, 각 이슈에 대한 무결정층이 좀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그럼 최근 발표되는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논쟁적 이슈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3월 조사결과를 두고 벌어지는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의 가장 큰 논쟁은 진보층의 과표집에 관한 것이다. 2월 조사는 정상적인데, 3월 조사는 대단히 비정상적으로 진보가 과대표집되고, 보수가 과소표집되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중·성동갑 318~20일 조사이다. 이 조사에서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가 28%, 전현희 민주당 후보가 45%로 집계됐는데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이념지형은 보수 30% 초중반, 진보 20% 중반, 중도 30% 중후반대인데, 이 조사 사례 수를 보면 진보 150, 보수 138, 가중값을 적용하면 진보 168, 보수 127명이 됐다면서 샘플표집이 정상적으로 됐다면 전현희 35, 윤희숙 35 정도로 나와야 정상이라며, 실제 선거지형을 봤을 때 중·성동갑은 국민의힘이 이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념지형을 엄 소장의 경우처럼 분석하는 것이 옳은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여론조사는 한 번의 숫자로 보기보단 추세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어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이 같은 주장이 언론 지면에 그럴듯하게 실리고, 그 결과 여론지형이 왜곡될 수 있어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위 조사의 경우 지지율 차이는 17%인데 비슷한 차이의 무선전화면접, 휴대전화가상번호로 진행한 다른 조사결과를 살펴보자. 먼저 322~4일 실시된 케이스탯여론조사는 두 후보 간 격차가 16%로 가중값 적용기준 진보 137, 보수 146, 중도 185, 엄 소장이 주장하는 이념지형에 부합하는 조건에서도 전현희 후보가 비슷하게 앞섰다. 317~18일 넥스트리서치 조사는 두 후보 간 격차가 9%로 줄었는데, 가중값 적용기준 진보 138, 보수 156, 중도 161로 중도는 좀 줄었고, 보수는 좀 많이 표집된 결과를 보여줬지만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종합해보면 엄 소장의 주장처럼 두 후보 간 격차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무리한 주장임을 알 수 있고, 현재의 판세는 전현희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고 해석함이 옳다.

해운대 갑의 경우를 살펴보자. 321~24일 무선전화면접, 100% 가상번호로 진행한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홍순헌 후보가 주진우 후보에 4% 앞선 조사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진보는 139, 보수는 180, 중도는 162가 표집됐는데 엄 소장의 주장에 따르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결과다. 이는 부산의 이념지형에서 진보가 과표집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저변에 깔린 정권심판론에 황상무 회칼, 이종섭 도주, 대파 논란 등이 터지면서 숨죽이던 진보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봄이 합리적이고, 중도 표심이 전체 여론향배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때때로 이해할 수 없이 튀는 조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를 근거로 여론조사나 여론지형 전반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고, 몇몇 사례를 근거로 한 진보 과표집 논란은 이제 사라져야 할 것이다. 2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압도하던 당시 보수과표집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지적한 언론은 없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3월 첫 주 한국갤럽 조사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다. 언론이 주목한 것은 서울 지역 민주당 지지율 대폭락이다. 직전 주 조사결과 민주당 26% 대 국민의힘 43%에서 민주당 24% 45%로 격차가 좀 더 벌어진 것을 두고, 그렇게 보도한 것이다.

전국단위 1000 샘플 조사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표본오차가 ±3.1P이고, 서울지역 187 샘플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7%P에 달해, 대폭락이 아니라 오차범위를 살짝 벗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폭락으로 호들갑을 떨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940만 명의 서울 여론을 187 샘플로 단정하는 것은 좀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21% 차이는 비슷한 시기에 500 샘플로 조사된 서울의 각 지역별 조사의 흐름과 너무나 간극이 너무 크고, 그것으로 서울여론을 일반화하려는 보도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전국단위 조사의 경우 전국적 흐름과 추세를 보는 것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정론을 추구하는 언론이라면 이점을 직시하여 향후에는 어떤 정치적 의도로 확대해석하거나 왜곡하는 보도 태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다.

다음으로 여론조사를 읽을 때 중요하게 봐야 하는 몇 가지 키포인트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는 여론조사는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추세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조사에서 나타난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 최소한 2회 이상의 조사를 종합하고, 역대 선거 결과와 비교한다면 상당히 실체적 진실에 근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존 흐름과 확연히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부산 여론의 경우 16개 구청장 선거 중 13곳에서 승리한 2018년 지방선거와 비슷한 추세와 체감온도를 보여준다는 것을 근거로 판단해 본다면 18개 지역구 중 민주당 3, 진보당 1곳은 확실한 우세, 9곳에서는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적극 투표층의 표심이 어떤지를 봐야 한다. 여론조사는 투표에 관계없이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를 두어야 하지만 투표율은 그렇게 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여론조사에서는 적극 투표층의 표심이 실체 투표율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소극 투표층이나 무관심층은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조금은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세 번째는 이념성향별 투표 경향이 어떤지가 중요하다. 이념성향별 표집규모와 각 성향별 지지성향을 보면 현재 판세와 투표 결과를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충남 홍성·예산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양승조 후보와 국민의힘 강승규 후보의 경우 역대 선거 결과와 초기 여론 추이를 보면 최소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10% 이상의 격차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런데 정권심판론 바람이 불고 국민의힘에 여러 악재가 터지면서 318일 윈지코리아 조사에서 700 샘플 중 보수가 337, 중도가 207, 진보가 136 샘플이 표집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양승조 후보 44.5%, 강승규 후보 47.7%3.2% 차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벌이고 있으며, 적극 투표층에서는 2.2% 차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보수임에도 정권심판론에 동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결정적으로는 양승조 후보가 중도에서 24.8% 차이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념성향별 과표집의 문제를 지지율로 연결하여 분석하기는 어렵다. 같은 지역의 323~24일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양승조 후보 46.5%, 강승규 후보 46.3%0.2% 차이, 적극 투표층에서는 1.2% 차이로 오차범위 내에서 양승조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선거가 된 것이다. 추세로 보면 양승조 후보의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넷째로는 정당 지지도, 정권심판론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에 대한 상관관계를 어떻게 볼 것이냐다.

일부 전문가들이 정권심판론과 거대야당심판론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정당 지지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윤석열 정권심판론의 강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경남에서 정당 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이 10% 이상 앞서고 있는 반면 정권심판론과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50%를 상회하면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양당 간 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이번 총선의 판세는 정당 지지율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투표결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투표율이다.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60% 내외이다. 만약 21대 총선 투표율 66.2%를 넘어선다면 역대 선거 득표율 추이와 세대별 투표율 양극화 문제는 선거판세에 큰 영항을 미치지 않는다. 현재와 같이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결과가 예측된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조국혁신당의 역할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는 없는 듯하다.

43일 이후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를 해야 한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 추이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을까? 단정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현재로선 국민의 힘의 반전카드는 딱히 없다.

회심의 기획이었던 의대 정원 확대까지 악재로 끝나버린 상황에서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동규 정치컨설턴트

 

민심만 악화시킨 언론의 대파편파보도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4.10 총선보도]

대파소동 덮으려던 기사, 반감만 불러일으켜

대파이슈 살린 방심위, MBC 보도 심의하나

국민의힘의 엎드려 절하기, 볼수록 불편해져

시민언론 민들레는 최선영 교수, 고은지 연구원과 함께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총선>을 기획했습니다. 네이버 뉴스 사이트에서 많이 보았다고 추정되는 랭킹뉴스 데이터를 수집하여 언론사의 총선 프레임과 보도 추이, 패턴을 해석하고 분석합니다.

지난 주 이종섭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자 한동훈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청했다는 식의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언론에서 한 위원장의 승부수를 띄운 활약인 양 아무리 포장해도 한 위원장을 칭송할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종섭 씨는 호주 대사에 임명되어선 안되었기 때문이다.한동훈 위원장 찬양 뉴스는 아무리 쏟아져 봤자 역효과만 냈다. 랭킹뉴스에서 정치 개같이 하는 막말 보도만 상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수정·한동훈·인요한, 쓰리 콤보의 실언

325~29(~) 네이버 랭킹뉴스 분석 결과 댓글 많은 뉴스 top20에서 정부 여당 관련 이슈는 25이수정과 대파 한 뿌리’, 29마피아도 부인은 안 건드린다는 인요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호위 발언’, 29정부 여당과 의사 간 갈등 고조’, 28한동훈 위원장의 개같이 정치 하는 사람이 문제등이었다. 이수정, 인요한, 한동훈 쓰리 콤보가 구설을 키운 셈. 특히 인요한 후보가 잠적한 김건희 여사를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와)’ 호명하며 대통령 부부 논란만 재점화 되었다. 하필 왜 마피아와 연관 지었는지 의아하다. 악화일로의 의대 정원 갈등이슈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댓글 많은 기사는 조선일보가 7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댓글 수 총합도 단연 선두였다. 그러나 이들의 보도는 다른 언론사 기사와 매우 달랐다(조선일보 보도 패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다루기로 한다).

민트색은 조선일보 외의 언론사에서 다룬 이슈. 붉은색은 조선일보에서 다룬 이슈. 조선일보 기사 제목에서는 지난 주 압도적언 관심사엮던 '대파' 관련 보도가 없다.

민트색은 조선일보 외의 언론사에서 다룬 이슈. 붉은색은 조선일보에서 다룬 이슈. 조선일보 기사 제목에서는 지난 주 압도적언 관심사엮던 '대파' 관련 보도가 없다.

양파 다듬어김치찌개까지 끓였으나

나홀로 이슈 메이킹에 전념한 조선일보는 과연 대파보도를 다뤘을까? 연구팀이 네이버 랭킹뉴스에서 대파관련 기사 제목 20건을 분석해 댓글 많은 순으로 추출한 결과 조선일보 기사는 단 한 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보도도 순위권에서 대파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댓글 많은 랭킹뉴스에서 주목받은 대파기사는 경향신문 6, MBC 3, JTBC 2건 등이었다. 네이버뉴스 이용자들은 경향신문 대파보도에 가장 크게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표에서 보듯 대파이슈는 여러 갈래로 파생되었다. 우선 이수정 후보의 한 뿌리 875발언이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가장 많이 댓글이 달린 기사는 25일 경향신문의 <이수정, 윤석열 대파 875’ “한 단 아닌 한 뿌리 얘기하는 것”>. 윤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하려던 이수정 후보의 발언은 성난 민심에 뜨거운 파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연합뉴스, 한겨레신문은 지난 정부 때 채소값과 대파값이 최고가였다고 항변한 대통령실 입장을, SBS Biz와 이데일리는 대파 가격 진짜 875하는 곳을 소개해 대통령을 변호했다. 그러나 댓글 여론은 싸늘했다. 이수정 후보가 마침내 이성을 잃고 실수했다며 사죄했지만 대파이슈는 29일까지 타올랐다. 이 후보의 사과 방식도 미숙했다. 대파를 x자로 들고 사과해 여당의 엑스맨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MBC26일 농민들의 대파 시위보도는 진짜 민심을 전달했다. ‘대파민심이 심상치 않자 윤 대통령은 27일 수요일 낮 직접 양파 다듬어김치찌개를 끓이는 봉사활동까지 했다. 아래 표는 대통령실의 봉사활동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받아쓴 기사 제목이다. 고만고만하게 벽돌 찍어내듯 붙인 윤비어천가로 느껴진다. ‘대파는 사라진 채 겨우 만 살아있는 앙상한 제목들이 애처롭다.

그러나 이러한 대통령의 봉사활동도 무위로 돌아갔다. 난데없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대파보도에 발끈하고 나선 것. MBC ‘대파보도가 선거방송심의규정의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면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이든-날리면’, ‘배추-매출’, ‘파란색 1번 일기예보에 이은 대파 가격보도 심의라니. 방심위가 대파이슈에 참전한 이상 대파는 또 다시 활활 타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허리 숙여 인사하던 을 보라

대통령의 대파이슈 대응 방식은 그동안 정부 여당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게나 해온 국정 운영 방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파를 다듬어 김치찌개를 끓여 봉사활동하는 너그러운 마음의 소유자와 MBC ‘대파보도를 그토록 일방적이고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사람은 동일인이다. 대파는 875원이 합리적이라며 웃는 그는 아픈 사람들과 과로로 지친 의사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타협도 대화도 하지 않는 냉혈한과 동일인이다. 대통령은 41일 담화에서 겸손을 외쳤지만 말과 태도는 도무지 겸손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말부터 국민의힘의 단골 레퍼토리인 엎드려 절하기사진 보도가 언론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국민들을 바보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러긴 힘들다. 언론, 이수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대리인을 통한 무법적인 폭정이 계속되는 한 국민 앞에 엎드려 무릎 꿇고 절을 한다 한들 진심이 와닿을 리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 여의도역에서 허리를 굽히고 인사했던 이 사람을 보라. “뼈를 깎는 쇄신의 각오를 다지며국민 눈높이에서 연습문제 잘했다고 칭송했던 언론들은 이 사진을 보라. 그는 한결같다. 어제도 국민만 바라보며 겸손하게 일하고 있음을 알렸다. 국민의힘의 엎드려 절하기도 한결같다.

202216일 당시 이준석 대표가 내준 연습문제로 추정되는 90도 인사를 하며 여의도역 앞에 서 있던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 연합뉴스 사진 재사용.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살려고 제주 떠났건만, 바다가 무덤이 됐다...4·3 밀항 실태

밀항 시도하다가 단속에 걸리기도

“4·3 시기 1만여명 일본 온 듯해

일본의 연합국 최고사령부(GHQ)가 작성한 한국에서의 일본 밀항 경로. 19491~6월 밀항한 한국인은 1327(282)이며, 이 가운데 제주도민은 69(3)으로 나와 있다. 이 지도는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에 소장된 연합국 최고사령부의 문서를 합성한 것이다.

제주를 떠나 일본으로 향하던 밀항선이 일본 대마도 근처에 이르러서 황파(荒波)에 몰려서 파선되어 승객 40여명 중 20여명이 사망하였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4·3항쟁 당시 제주에서 발행되던 제주신보’(1947524)는 쓰시마 근처에서 해난사고를 당해 제주도민 20여명이 사망한 사실을 이렇게 1단짜리 기사로 전했다. ‘밀항선 조난으로 20여명이 희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밀항선은 515일 함덕포구를 출항해 일본으로 가다가 20일께 쓰시마 근해에 이르러 폭풍우로 배가 부서지면서 참사가 빚어졌다. 죽음과 빈곤의 덫에서 벗어나려고 떠났던 길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됐다.

과거 한겨레와 인터뷰했던 현아무개(97·일본 도쿄)씨는 19473·1 사건 직후 경찰을 피해 숨어 지내다 밀항선을 탔다. 어머니는 어느 날 밤 친척 집에 숨어 있는 현씨를 찾아왔다. “내 뒤를 따라와라. 여기 있으면 죽는다. 네 형님이 일본에 있으니 밥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한밤중 아들을 함덕포구에서 밀항선을 태워 보냈다. 더는 어머니와 아들은 만나지 못했다. 그의 형과 조카는 4·3항쟁 때 희생됐다. 현씨가 밀항한 시기는 쓰시마 근처에서 침몰해 20여명의 제주도민이 숨진 때와 비슷하다. 4·3항쟁 시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은 자식을 살리려고 재산을 처분한 부모 손에 이끌려 한밤중에 작은 배의 선창에 몸을 맡겼다.

일본에 거주하다가 해방 전후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사회적 혼란 속에 경제난이 심각할 때였다. 미군정은 194512월부터 남해안의 많은 항포구에서 밀항이 빈번하게 이뤄지자 단속에 나섰고, 이듬해 2월에는 5t 이상의 선박은 모두 미군정에 등록하도록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해방과 독립은 말뿐으로 희망은커녕 살길이 막연하여 먹을 것을 구하나 없으며 직업을 구하나 여의치 않으므로 다시 조국을 등지고 영별한 왜국 땅으로 돌아가려는 비극의 현상’(부산신문, 1946822)이 줄을 이었다. ‘밀항으로 도로 건너가는 동포가 매일 20~30명 이상’(조선일보, 1946130)이나 됐다.

제주 함덕포구를 출항한 밀항선이 쓰시마 부근에서 침몰했다는 제주신보(1947524) 기사.

그러나 밀항을 시도하던 많은 이들이 단속에 적발됐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19464월부터 19473월 사이 일본에 밀항했다가 붙잡혀 송환된 한국인만 26415(독립신보, 1947424)에 이르고 붙잡히지 않은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살기 위해 나선 밀항은 그러나 죽음의 길이 되기도 했다. 밀항 도중에도 익사자, 아사자가 속출했고 밀항에 성공해도 단속에 걸려 수용소에 갇힌 뒤 콜레라 등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직전인 19503월 부산 영도를 출항한 15명이 탄 3t짜리 밀항선이 일본으로 가다가 쓰시마 부근 해안에서 폭풍을 만나 침몰해 제주도민 등 4명이 숨지고 11명이 구조됐다. 19533월에는 제주 출신 정아무개 소유 춘광호(47t)1인당 일본 돈 16천엔을 받고 밀항자 45(15, 30)을 태우고 부산항을 출항했다가 육군 첩보대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때 붙잡힌 이들 가운데 절반은 고등학생들이었다.

연합국 최고사령부 문서를 보면, 일본 경찰은 1949년 한해 동안 일본에 도착한 밀항자 수를 검거자 6630, 미검거자 2807명으로 파악했고 밀항선은 520척이라고 집계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밀항자 수를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 일본 쓰시마의 경찰 보고서에는 한국 내 정치 및 사상의 영향’ ‘경제적 곤궁’ ‘일본 거주 가족 및 친척과 함께 살기 위해’ ‘밀수로 돈을 벌기 위해등의 이유로 한국인들의 밀항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쓰시마 경찰은 또 최근 한국 내 밀항 알선업자의 도움을 받아 단체로 밀항이 이뤄지고 있으며, 1인당 5~1만엔을 내고 있다고 보고했다.

문경수 일본 리쓰메이칸대 명예교수는 재일한국인들 가운데는 남한의 국가폭력이나 전쟁의 현장을 피해 온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4·3 시기에도 제주 사람들이 죽음과 박해를 피해 일본으로 건너왔는데 1만여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총선 D-8, 찻잔 안에 머문 '북풍'정부 소통라인 혼선

통일부, "도발 확답 못한다"더니 2일 돌연 대북 경고

접속 차단된 북한 관영매체 보도목록 생뚱맞게 발표

국방부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회피

신년 벽두부터 대통령이 강조한 "북 도발"경고 무색

"4월 총선 앞두고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한다거나 대남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혹시 내부적으로 모니터링 같은 걸 하는지 궁금하다." (기자)

"북한의 여러 도발 동향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함께 면밀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총선 전 도발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 이 자리에서 말할 내용이 아닌 것 같다." (통일부 대변인)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4.2. 대통령실 누리집

하룻밤 새 돌변한 통일부 입장

1일 통일부 정례브리핑의 첫 질문은 4·10 총선 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었다. 기자의 질문은 결코 창의적인 내용 또는 새로운 해석이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일찌감치 북한의 총선 전 도발 가능성을 거론해 왔기 때문이다. 준비된 답변이 없었던 구병삼 대변인은 즉답을 피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통일부는 2일 생뚱맞게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통일부 입장'을 발표했다. 문건은 "북한은 우리 선거 일정을 앞두고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대통령을 모략·폄훼하며 국내 일각의 반정부 시위를 과장 보도하고 우리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탄했다. 통일부가 14일 자 입장문에서 "우리 총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던 사실도 상기시켰다.

보도 참고자료로 노동신문에 실린 대남 비방 기사가 17, 212건이었다가 322건으로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증가했다는 숫자를 제시했다.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선거 개입 책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런데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사이트는 한국 내에서 접속이 차단돼 있다.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 이를 한국 사회에 유포시켜 분열을 획책할까? 이에 대한 통일부 당국자의 답변이 군색하기 짝이 없다.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이 노동신문 보도 내용도 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통일부가 배포한 '올해 이슈별 북한 관영매체의 선전·선동 동향'에 예시된 기사들 가운데 국내 언론이 그대로 전한 것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 이름을 굳이 '윤석열'이 아닌, 'OO'로 표시한 데서 통일부 자료 작성자의 각별한 정성이 감지될 뿐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길 포시즌스 호텔서 4대 연구원장과의 좌담회에 앞서 연설을 하고 잇다. 2024.2.5. 통일부 UNITV 캡처

틀에 박힌 단정

제목을 훑어보면 촛불시위 등에서 'OO 검찰 독재'를 비난하고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주로 소개했다. '집권 1년 만에 역대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해, 일자리 문제가 더욱 암담해졌다.' (노동신문 215일 자), '민주 세력 총단결로 탄핵 국회 건설'(319일 자 중통), '재벌기업에 합법적인 노동자 해고권 제공, 집단적 해고사태 만연(321일 자), '4·10을 윤OO 심판의 날·응징의 날·탄핵의 날로 만들기 위해 투쟁' (노동신문 322일 자) 등이다. 이미 우리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한국민이 굳이 차단망을 우회해서까지 이러한 팩트를 북한 관영매체 기사로 읽을 이유가 있을까.

또 우리 국민 중 북한의 틀에 박힌 선전·선동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국민이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고 분열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는 통일부의 사고구조가 틀에 박힌 건 아닐까. 브리핑 자리에 있던 기자들마저 의아해한 통일부의 '결기'였다. 연합뉴스는 "우리 언론이 대남 비난 기사를 그대로 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고, 세계일보는 '통일부, 북한이 총선 개입 시도그런데 노동신문으로?'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총선과 관련된 도발인지 묻는 질문이 잇따라 제기됐다. "총선이 8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오늘 미사일 발사를 안보 위기 조성을 통한 총선 개입 시도라고 보는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관련부처에서 필요한 입장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고 답했다. 잠시후 다른 기자가 다시 "합참 차원에서 북한이 총선을 8일 앞두고 왜 하필 이때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지 의도를 분석한게 있느냐"고 물었다.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한 5일 신원식 국방장관(가운데)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서북도서부대의 해상사격 훈련을 점검을 하고 있다. 2024.1.5.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장관 '소신'과 어긋난 대응

이성준 함참 공보실장은 북한의 무기 개발을 꾸준히 추적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그런 발사를 한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얼버무렸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잇단 질문 역시 1일 통일부 출입기자의 질문과 마찬가지로 전혀 창의적이지 않았다. 신년 벽두부터 누구보다 앞장서 북한의 총선 전 테러나 도발 가능성을 공개 경고해 온 장본인이 바로 김영호 통일장관과 신원식 국방장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도발이나 테러가 없으니 궁금했을 터.

김 장관은 254대 국책연구원장과의 특별좌담회에서 북한 내부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외부 도발로 만회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작년 말부터 계속 위협하는 건 우리 국민에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4월 총선을 노린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사말에서는 "북한이 정치 심리적 측면에서 (우리의) 국론 분열을 꾀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이 자리에서 "자유의 북진"을 강조하며 오히려 북한에 위협을 제기한 건 김 장관 본인이었다. 신 장관은 13BBC코리아 인터뷰에서 "북한이 오는 4월 우리 총선에 개입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겨냥해 지대공 미사일 발사 등의 직접적인 군사행동에 나서거나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군사행동 징후를 군 당국이 포착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번 선거에도 북풍몰이가 시작됐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 배경이다.

외교안보부처 장관 두 명이 잇달아 경고를 내놓았다면 국가적으로 심각한 사안이다. 1일 통일부 대변인과 2일 국방부 대변인, 합참 공보실장은 각각 장관의 '소신'에 어긋난 답변을 내놓은 꼴이다. 통일부의 경우 2일 뒤늦게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를 위협의 원천으로 지목했지만, 장관의 깊은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통일부와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대통령의 안보관에도 어긋난 것이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꾸준히 추적해오고 있다"라면서도 4월 총선과는 관련시키지 않았다. 2024.4.2. 연합뉴스

대통령도 입장 선회?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굳이 세종시까지 달려가 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 정권이 미사일을 비롯한 군사 도발을 계속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를 흔들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장관과 통일부의 '분열 책동' 주장과 사뭇 다른 말을 덧붙였다. "이러한 도발은 우리 국민의 마음을 더 단단히 하나로 묶을 뿐"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올해 들어 내놓았던 입장과 사뭇 결이 달랐다.

대통령은 131일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 모두 발언에서 올해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북한 정권은 지난 70년 동안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는 해에는 늘 사회 교란과 심리전, 도발을 감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접경지 도발, 무인기 침투, 가짜 뉴스, 사이버 공격, 후방 교란 등 선거 개입을 위한 여러 도발이 예상된다"면서 구체적인 도발 행태까지 나열했다. 기실 통일장관과 국방장관의 잇따른 경고는 대통령의 발언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이 중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선거는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천리안'을 장착하지 않는 한 4·10 투표일까지 남북 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2일 현재 정부의 선제적 경고와 달리 '북풍'은 찻잔 속에 머물고 있다. 통일부, 국방부 실무자들의 혼선은 그래서 빚어진 게 아닌가 싶다. 북한은 작년 말 당 중앙위 제9차 전원회의 결정과 1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통해 두 국가, 두 민족으로 따로 살자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교육원 객원교수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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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방 수장이 전쟁놀이하나"신원식 강력 경고

 

김준혁 "'김활란 이화여대 성상납' 발언 경솔했다"

앵커-이화여대 김활란 초대 총장을 두고 '학생들을 성상납시켰다'고 말했던 민주당 김준혁 후보.논란이 커지자,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리포트-민주당 김준혁 후보는 재작년, 유튜브에 나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인 김활란 여사의 행적이라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김준혁/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 (지난 20228, 유튜브 '김용민TV')]

"(김활란 여사가)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자대 학생들 미군 장교들한테 성 상납시키고 그랬잖아."

논란이 일자 김 후보 측은 "앞뒤 맥락 없이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한 거"라며 근거 논문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 근거가 빈약할뿐더러 표현도 왜곡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화여대는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억측으로 학교와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습니다.

민주당 김민석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과거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해당 학교와 구성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결국 김준혁 후보는 어젯밤, 본인의 SNS를 통해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과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역사를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소개하면서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방법이 적절치 않았다"면서 "제 과거의 발언이 너무나 경솔했음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습니다.MBC 뉴스 김건휘

@user-kesft7tade1sv4b 이상하게 대학교들은 민주당 공격할때만 강력한 항의 하고 법적대응하는 특이한 점이 있네, 뒤에 배후들이 있는거 같네.

@user-lq9tp8oo1p이화 여대 웃기지 마라. 무슨 명예?

@akoreanman김건희 논문에 아무 말도 못하는 대학들이 할 소리는 아니다. 김준혁이 진실을 말한 것이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숙하세요 그것이 이화여대 명예를 지키는 길입니다!

@icarus8433이대는 김활란의 행적부터 솔직히 스스로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user-ct9fp9bm9z지금 시대에 여대로 남아있는 이화여대야말로 인권 차별의 대명사지.

부끄러운 역사가 있으면 성찰하고 반성해라 고소고발로 겁박하지 말고.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 ㅉㅉ

@user-cm7lg9dy5m본교 이미지 실추가 아니라 이대 자체에 대한 사실이 드러나니 놀라니 입을 막으려고 하는거지.김활란에 대한 팩트가 맞기에 이대생도 김활란 동상 내리려고 한거 아닌가???이성적인 이대생이라면 이런 작태에 대해 황당해할것이다.

@user-vu7li3yw7b 이참에 이대 한번 파보자

@sy-vo3fs이렇거 몰랐던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이대~ 부끄러움은 누구 몫이냐

비밀해제된 문서에 담긴 김활란과 낙랑클럽

김준혁 후보 발언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경기도 수원정에 출마한 민주당 김준혁 국회의원 후보자가 초대 이화여대 총장인 김활란에 관해 언급한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김 후보는 20228'김용민 TV'에서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이 발언이 이번 선거기간에 불거지자, 이화여대가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국민의힘이 비판을 가했다. 김 후보는 처음에는 "앞뒤 다 자르고 성과 관련된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해 저와 민주당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며 맞서다가, 결국 민주당의 권고를 받아들여 2일 사과했다. "과거의 발언이 너무나 경솔했음을 진심으로 반성한다""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활란과 낙랑클럽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장 겸 이사장인 김활란이 19421월 대중잡지인 <삼천리> 14권 제1호에 기고한 '불요불굴의 정신 함양'이란 글이 있다. 이 글은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 4-4권에 인용돼 있다.

세례명 헬렌의 한자 표기인 '활란''천성'이라는 창씨를 덧붙여 천성활란(天城活蘭)이란 이름으로 기고된 이 글에서 김활란은 자신이 이화여전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소개했다. 그는 "여성의 입장에서 결전체제에 필요한 것은 직격(直擊)하게 시키고 있습니다"라며 "무엇이라도 시키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군사교련과 관련해 "필요타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친일인명사전> 1권 김활란 편은 그가 1941년과 이듬해에 발표한 언론 기고문들을 열거하는 대목에서 "일반 여성과 여학생들에게 어머니··동생으로서 징병·징용·학병 동원에 대해 헌신할 것을 주장했다"고 설명한다. 1938년 상황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그해 6'총후(銃後)조국을 내조한다'는 취지로 이화여자전문학교와 이화보육학교 학생 400명으로 이화애국자녀단을 결성하고 단장을 맡았다"고 알려준다.

이처럼 김활란이 이화여전 학생들을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내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준혁 후보가 말한 "종군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

김준혁 후보에 대한 비판은 종군위안부 부분보다는 '미군 성상납' 부분과 좀 더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보인다. 후자에 대해 그가 사과하기는 했지만, 이로써 이 문제가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해방 4년 뒤 발행된 1949520일 자 <자유신문> 2면 중상단에 '윌리엄씨 환영회 금일 인정전에서 거행'이란 기사가 실렸다. 한국 독립을 도운 외국인들을 위해 낙랑클럽이 20일 저녁 창덕궁 인정전에서 환영회를 연다는 기사다. 비슷한 내용이 그해 87일자 <경향신문> 2면 좌하단에도 실렸다. 이 기사는 "낙랑여성클럽과 재경 외국부인클럽 주최""내외빈을 위로"하는 행사가 전날 덕수궁 마당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이런 기사들에 거론된 낙랑클럽(낙랑구락부)과 관련해 2016년에 발간된 최종고 서울대 교수의 <이승만과 메논 그리고 모윤숙>은 낙랑클럽(The Nang Nang club)과 관련해 "언제 어떻게 결성되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미 국무성의 조사에 따르면 1948년 혹은 1949년부터 있었다"고 한 뒤 이렇게 설명한다.

"총재는 김활란이고 모윤숙이 회장으로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주로 이화여대 출신으로 영어를 잘하는 미모의 여성 150명 정도라고 되어 있다."

이 클럽의 배후는 이승만이었다. 위 책은 미국인들이 몰려오던 해방 이후 상황을 언급하면서 "한국 여성들이 외국인들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한국 문화가 고급 문화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라며 "여기에 착상을 한 인물이 역시 이승만이었고, 그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도 동의"했다고 언급한다.

위 책에 따르면, 1979412일 자 국내 일간지 인터뷰에서 모윤숙은 "이승만 대통령이 불러 '외국 손님 접대할 때 기생파티 열지 말고 레이디들이 모여 격조 높게 대화하고 한국을 잘 소개하라'고 분부하지 않겠나"라며 "우리는 부랴부랴 낙랑구락부를 조직"했다고 말했다.

낙랑클럽이 이승만이나 대통령실 차원에서만 운영됐던 것은 아니다. 위 책은 "운영비는 장면 총리실에서 부담해 주었다"라고 말한다. 19604·19혁명 뒤에 의원내각제 총리가 된 장면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에도 총리에 임명됐다. 이 시절의 장면 총리실도 관련됐으니 낙랑클럽이 정부 차원에서 운영됐다고 볼 수도 있다.

방첩대 문서의 폭로

<중앙일보> 1995118일 자 기사 '이승만정부 외교사절, 미군 등에 낙랑클럽 이용 정보 빼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 클럽은 미군 방첩대의 표적이 됐다. 클럽의 접촉 대상들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1995118일자 <중앙일보> '이승만정부 외교사절, 미군 등에 낙랑클럽 이용 정보 빼냈다'에 인용된 미 방첩대 문서에 따르면, 낙랑클럽이 상대한 사람들 중에는 존 덜레스 국무장관, 존 무초 주한미국대사, 매슈 리지웨이 유엔군사령관, 제임스 밴플리트 8군 사령관 등이 있었다.

이승만 정권이 이들에 대한 접대를 통해 미국의 고급 정보를 빼냈다는 것이 미 방첩대 문서의 지적이다. 그런 목적을 위해 이승만 정권이 동원한 방식은 "기생파티 열지 말고 레이디들이 모여 격조 높게 대화"하라는 이승만의 지시와는 동떨어졌다. 방첩대 문서는 이렇게 폭로한다.

"이 단체의 회원은 한국의 모 일류 여대를 졸업한 교육받은 여성들에 주로 국한됐다. 이들은 대개 영어를 할 줄 아는 매력적인 여성들로 교양 있는 호스티스였다. (중략) 외국인 접대행위는 몇몇의 경우 외국인의 정부가 되는 일로 발전되기도 했다. 실례로, 낙랑클럽 조직 구성에 참여했던 한 여성은 부산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영관급 장교의 정부 노릇을 했다."

이런 활동은 미국 언론에도 보도됐다. 방첩대 문서에 따르면 19521224일 자 미국 <데일리 팔로 알토 타임스>는 이 클럽 여성들이 '낙랑걸'이나 '마타하리' 등으로 불린다면서 이들을 "자유당의 접대부"로 표현했다. 그런 뒤, 이 클럽의 활동으로 인해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사령부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사전에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1952년에 미국에서까지 보도된 낙랑클럽은 정작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위의 1979년 인터뷰에서 모윤숙은 일간지 기자를 상대로 "낙랑구락부는 어찌 알고 물어"라고 반응했다. 일간지 기자가 이 클럽을 아는 것이 뜻밖의 일로 비칠 정도로 그 존재가 오래도록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시절에 발간된 어느 서적에는 낙랑클럽의 존재가 언급되지 않은 채 김활란의 특이 활동이 소개됐다. 최종고 교수의 책은 이 서적의 내용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화여대 출신 언론인 2인이 저술한 <한가람 봄바람에: 이화 100년 야사>(지인사, 1981)에 보면, 낙랑클럽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부산 피란 시절 김활란 총장이 적산가옥을 사서 필승각(Victory House)으로 운영하며 주한 외국인을 위한 파티를 열기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러 기록에서 확인되듯이, 김활란은 낙랑클럽의 외국인 대접을 통해 이승만 정부의 첩보 활동을 수행했다. 물론 클럽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은 모윤숙이지만, 김활란이 이 단체를 이끌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오마이뉴스 김종성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joonho1202/222292412870

 

변절한 김활란의 삶! ㆍ그리고 그녀의 최악의 흑역사 '낙랑클럽'

김활란은 일제 강점기 및 대한민국의 사회운동가 였고ㆍ여성운동에 상당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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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재소설 "위대한 용서" (29)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지역구 정당 지지도 초접전비례는 조국혁신당 부동의 2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보니

지역구 정당 지지도 초접전비례는 조국혁신당 부동의 2

용산 강태웅 47% 권영세 40%

분당갑 이광재 46% 안철수 47%

4일부터 22대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인 블랙아웃에 돌입했다. 언론사들은 전날까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지역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한강벨트와 낙동강벨트 등 주요 승부처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비례대표 투표에선 조국혁신당 선전이 도드라졌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전국 유권자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를 보면, ‘지역구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민주당 40%, 국민의힘 33%였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은 각 1%, 미정은 19%였다. 서울지역은 민주당 35%, 국민의힘 38%로 집계됐다.

비례대표 투표 정당 조사에서는 국민의미래 28%, 조국혁신당 22%, 더불어민주연합 17%였다. 개혁신당은 3%, 새로운미래와 녹색정의당은 각 1%로 조사됐다. 미정은 21%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4%포인트).

SBS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3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민주당 43%, 국민의힘 39%였다.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미래 30%, 조국혁신당 24%, 더불어민주연합 21%로 조사됐다. 개혁신당은 4%, 녹색정의당과 자유통일당 각 3%, 새로운미래는 2%였다. ‘지지 정당 없음8%, ‘모름·무응답5%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9%, 민주당 29%, 조국혁신당 10%, 개혁신당 2%, 새로운미래 1%, 녹색정의당 1% 순이었다.

지역구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39%, 민주당 37%, 개혁신당 2%, 새로운미래 1%, 녹색정의당 1% 순으로 응답했다. ‘어느 정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53%가 민주당, 30%가 국민의힘을 꼽았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선 국민의미래 31%, 조국혁신당 23%, 더불어민주연합 15%,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 1%, 새로운미래 1%로 조사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주요 격전지 지역구 조사에서도 접전 양상이 나타났다. MBN과 매일경제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경기 성남분당갑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사흘간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광재 민주당 후보 46%,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47%였다. 같은 기관이 지난 1~3일 서울 광진을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고민정 민주당 후보 48%,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 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일부터 이틀간 서울 용산과 동작을 유권자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서도 접전 양상이 나타났다. 서울 용산에서는 강태웅 민주당 후보 47%,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 40%로 조사됐다. 서울 동작을에서는 류삼영 민주당 후보 43%,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 48%(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경향

 

수백만명이 단돈 50만원도 못 빌리는 현실, 왜 이렇게 됐는가

금융배제 문제의 해법 찾기

최근 고물가 등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며 빚을 갚지 못하는 서민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금리 연 15.9%)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11.7%로 집계됐다. 지난달 17일 서울 명동거리에 붙은 대출 광고물. 연합뉴스

지난해 이맘때쯤 금융위원회는 '소액 생계비 대출' 시행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제도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은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50만 원을 빌릴 수 있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하게 납부하면 50만 원을 더 빌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출 금리는 터무니없게도 대부업체 평균 대출금리 수준을 웃도는 연 15.9%였다. 거기에다 대출 조건도 까다로웠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신용평점이 하위 20%에 속해야 했고 연소득은 35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했다. 또한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를 직접 방문하여 대면상담을 한 다음, '자금용도 및 상환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다.

이렇듯 금리도 높고 대출 조건도 까다로웠지만 50만 원의 대출을 받기 위한 사람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상담 예약을 받기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예약자 25000여 명이 몰려 전산이 마비될 정도에 이른 것이다(KBS 뉴스, 2023.3.22.).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말까지 소액 생계비 대출을 받은 사람은 132000명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소액 생계비 대출' 총 규모는 915억 원이었고,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58만 원이었다. 대출 재원은 은행권 기부금으로 마련되었는데, 은행들은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500억 원씩 추가로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액 생계비 대출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 첫째, 단돈 50만 원을 제도 금융기관에서 빌리기 어려운 사람이 우리 사회에 두껍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개인 신용평가 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을 기준으로 신용 점수가 700(1000점 만점) 미만인 사람은 800만 명가량이다. 이는 전체 평가 대상자의 16%를 차지한다. 이들이 제도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을 넘어서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긴급한 자금 수요가 생길 때 대부업체나 사금융을 이용해야 한다.

둘째, 대출 재원이 정부 재정이 아니라 금융기관 기부금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소액 생계비 대출은 정책금융상품이라는 모습을 띤다. 그렇지만 그 재원을 정부 출연금이 아니라 기부금에 의존한다는 면에서 소액 생계비 대출을 진정한 정책금융상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 서민금융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서민금융진흥원 재원은 주로 금융기관 기부금, 복권 기금, 휴면 예금 등에서 나온 것이다. 서민금융의 운영 재원을 재정으로 마련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금융배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의 역할이 소극적이고 간접적이며 제한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당연히 서민금융 재원은 금융배제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그 규모가 턱없이 모자라고 안정성과 지속성에도 문제가 있다.

셋째, 서민 대상 정책금융상품의 대출 금리가 연 15.9%로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취급하는 다른 상품들도 금리가 높은 편인데, 예컨대 서민금융진흥원이 100% 보증하는 '최저 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이나 '햇살론 15'의 대출 금리는 대부업 대출의 평균금리 수준에 가깝다. 금리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소액 생계비 대출을 실행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을 터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2016년에 휴면예금관리재단(미소금융중앙재단)을 모태로 대형 은행 중심의 금융기관들이 출자하여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한 기관이다. 이 기관은 미소금융, 햇살론, 국민행복기금 등을 취급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금융위원회 산하의 기타 공공기관으로서 공적 성격을 갖지만 대형 은행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엄연한 주식회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직의 성격이 서민금융진흥원의 운영 행태에 영향을 준다고 봐야 한다. , 서민금융진흥원은 순수한 정책 논리를 따르기보다 시장 논리를 우위에 두면서 정책 논리를 감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금융상품에 고리대 수준의 금리가 설정되고 매우 엄격한 회수 가능성 기준이 도입된다. 그 결과 정책금융상품의 대출 대상에서 최하위 신용 등급은 제외된다. 예를 들어 국회 예산정책처의 '금융 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 현황 분석(2022)' 자료를 보면 서민금융진흥원 대출 대상자의 대부분은 신용등급 10등급 가운데 6~7등급에 몰려 있다. 제도 금융기관 이용 여부를 가름하는 경계선이 바로 이 등급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렇듯 서민금융진흥원은 정책 기관으로서는 한계를 갖는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정책 서민금융을 총괄해서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서민금융진흥원이 취급하는 금융상품마저 올해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민금융진흥원이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업무계획() 자료에 따르면 올해 햇살론을 포함한 정책 서민금융 공급 목표액은 57800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68300억 원보다 1조 원 넘게 줄어든 규모이다. 물론 복권 기금 운용계획이나, 경제정책 방향의 변경으로 서민금융 공급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서민금융진흥원의 설명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서민금융 수요가 대규모로 존재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능마저 축소한다는 것은 거꾸로 가는 방향이다. 오히려 현재는 금융배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금융 배제 문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후유증

그렇다면 일부 계층이 제도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데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거나 평균 수준보다 더 높은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배제라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몇 가지 특징을 나타내는데, 이에 대해서 먼저 보기로 하자.

첫째, 금융배제는 특정한 시기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에서 특정한 시기란 1980년대 후반 이후를 말한다. 미국, 유럽 나라들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말의 외환 위기를 계기로 금융배제 현상이 두드러졌다. 금융배제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 중반 무렵이다. 선진국들에서 금융배제 현상이 초기에는 지점 폐쇄에 따른 접근성 제한과 같은 공간적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에 지리학자들이 이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네오 그람시언) 지리학들인 레이션&드리프트(Leyshon & Thrift)1990년대 중반에 쓴 논문에서 금융배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금융배제는 화폐자본의 부족이 아니라 과잉 상황에서 발생한다. 사실 1980년대 이전에도 금융배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과거의 금융배제는 축적된 화폐자본의 부족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금융이 가장 풍부한 시기에, 금융기관들이 대출 대상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려고 영업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오늘날의 금융배제와 다르다. 그런 면에서 금융배제는 신용할당과도 다르다. 신용할당이란 은행이 차입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차입자에 대해 대출을 거절할 때 생긴다. 이 신용할당도 화폐자본의 부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금융배제와는 다른 현상이다. 따라서 신용할당의 해법인 이른바 차입자와 대출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의 해소만으로는 금융배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셋째, 금융배제와 약탈적 대출이 동시에 나타난다. 금융배제는 일부 계층을 제도 금융에서 밀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약탈적 대출은 저소득 계층까지 금융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말한다. 금융배제와 약탈적 대출은 서로 모순되는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금융배제와 약탈적 대출은 화폐자본이 과잉인 상황에서는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도 금융기관이 일부 사람들을 밀어내는 동안 그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금융업이 발달할 수 있는데, 거기에서의 대출은 대체로 약탈적인 고리사채 형태를 띤다.

넷째, 시장 중심 금융제도를 따르는 나라들의 금융배제 문제가 더 심각하다. 금융제도는 보통 은행 중심 제도와 시장 중심 제도로 나뉜다. 은행 중심의 금융제도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은행을 통해 이뤄진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에 비해 시장 중심의 금융제도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주식, 채권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해 이뤄진다는 특징을 보인다. 대체로 영국과 미국은 시장 중심의, 그리고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은행 중심의 금융제도 특징을 나타낸다. 물론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은행 중심의 금융제도가 점차 시장 중심의 금융제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제도가 여러 면에서 은행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이행했다. 그런데 대체로 영미식 시장 중심 금융제도에서 금융배제 문제가 더 심각하게 전개된다.

다섯째, 대형 금융기관들이 금융배제를 주도한다. 금융배제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대형 금융기관들이 주도한다. 금융 구조조정 이후 인수합병을 통한 금융기관 대형화와 겸업화 추세는 여러 나라들에서 공통적인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덩치가 커진 금융기관들은 경쟁 압력의 증가로 이윤의 원천을 소비자 금융 시장까지 넓혀 갔다. 여기에는 대기업들이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하기 시작했다는 사정도 있었다. 대형 금융기관들은 소비자 금융 시장에서 부유층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쳤는데, 이는 금융배제의 확대로 이어졌다.

여섯째, 금융배제는 가계 부채의 증가와 관련을 맺으면서 증가한다. 가계 부채는 자산(부동산, 주식) 구입을 늘리려는 부유층의 차입, 미래의 임금소득을 담보로 삼은 저소득층의 교육비, 의료비, 긴급한 생계비 차입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부채의 증가를 통해 경기를 유지하려는 정부 정책은 가계 부채 증가에 부채질을 한다. 이 경우를 벨레피오레(Riccardo Bellofiore)라는 학자는 개인에게 떠맡긴 케인즈주의(privatised Keynesianism)라고 표현한 바 있다. , 정부가 재정 지출의 확대가 아니라 개인 부채의 증가를 통해 경기 확장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들은 이러한 금융배제 현상이 나타난 이유가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의 금융 규제완화, 금융 자유화와 그에 이은 반복적인 금융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1970년대 초에 미국은 '닉슨 선언'을 통해 금-달러 교환 정지를 선언한다. 그 이전에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규모가 달러 발행량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달러를 보유한 외국의 중앙은행이 이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면 미국은 이에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터는 달러 발행에 대한 족쇄가 사라지면서 실제로 달러의 발행량과 유통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미국은 늘어난 달러가 다른 나라들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는데, 이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자본이동 자유화 요구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로 흘러 들어간 달러가 자본으로서 운동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기업 주식이나 자산을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했고 이자율이나 환율도 자유롭게 움직여야 했다. 이는 금융자유화 요구로 나타났다. 달러 발행·유통량이 늘어나고 자본·금융자유화가 이뤄지면서 세계적으로 금융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매킨지 보고서와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1980년의 세계 총생산은 11조 달러, 세계 총금융자산은 12조 달러였다. 이것이 2010년에는 각각 63조 달러와 219조 달러로 늘어난다. 30년 사이에 세계 총생산 대비 세계 금융자산 총액이 약 1배에서 3.5배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금융의 팽창은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자본·금융 자유화 이후 세계 곳곳에서는 금융위기가 크게 늘어난다. 예컨대 미국은 1980년대 초반의 저축은행 위기와 1980년대 후반의 은행 위기를 겪었다. 영국이나 유럽 국가들도 1980년대에 은행 위기를 맞았다. 1990년대 초반에는 북유럽 국가들과 멕시코가, 1990년대 후반에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환율 위기에 이은 금융위기를 겪었다. 세계은행 소속의 연구자들인 할락&슈무클러(Halac & Schmukler)는 금융위기 이후에 대체로 금융자산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통상 인수합병을 통한 금융구조조정이 이뤄지는데 그 결과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진전된다. 이렇게 대형화한 금융기관들은 업무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 수익성 중시의 영업 관행을 굳혀 나간다. 또한 대형 금융기관들은 금융위기 이후에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복지 수준이 하락한 현실을 배경으로 부유층 개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문턱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을 추구한다. 그 결과 제도금융에서 배제된 계층이 대규모로 형성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위기 이후 대체로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금융배제 계층이 급격히 증가했다.

주요 나라들은 금융배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융배제는 신자유주의 시기 이후 세계적으로 두드러진 현상이다. 금융자유화 이후 금융배제의 대상은 주로 청년, 일시적·잠재적 실업자 등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는 노동력의 손실을 의미한다. 노동력의 손실은 장기적인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나라들은 금융배제를 어느 정도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 쫓긴다. 실제로 여러 나라들은 금융배제에 정책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그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국가가 직접 나서서 대응하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금융배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기구인 '사회배제국'을 설치하고 '금융 포용 펀드'를 만들어서 금융배제 문제에 대응한다. 프랑스는 중앙은행의 지원을 받는 '금융자문위원회(CCSF)'라는 기구를 설치하고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서 금융배제 문제에 대응한다. 미국은 재무부 출연으로 지역개발 금융기관 펀드(CDFI)를 만들어서 지역은행, 협동조합, 비영리기관을 통해 금융배제 문제에 대응한다.

둘째, 독일, 네덜란드 등 금융배제 문제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나라들은 금융업 협회의 자율적인 헌장이나 실천 강령을 통해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금융배제 문제에 대응하도록 장려한다. 이와 나란히 이 나라들은 기존의 지역·서민금융기관을 활용하여 금융배제 문제에 대응한다.

셋째, 비주류 금융기관을 통해 대응하는 유형이다. 유럽위원회는 금융 서비스 제공 기관을 주류 기관과 대안 기관, 그리고 이윤 지향의 영리 기관과 사회 지향의 비영리 기관으로 나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를 때 대형 상업은행들은 주류의 이윤 지향 영리 기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러 나라들에서는 금융배제에 대응하는 기관으로 상업은행이 아니라 사회 지향적인 비영리 대안 금융기관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에는 사회 지향적인 비영리 금융기관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공공은행을 설립하여 금융 배제 문제에 대응하려는 운동이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한편 금융배제 문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제기구들의 관심을 받는다.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배제를 다루는 여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기구들은 금융배제에 대한 대응으로 금융포용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금융포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다. 2009G20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저소득 계층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포용 전문가 그룹(FIEG)'이 구성되었다. 20106G20 토론토 정상회의는 혁신적 금융포용을 위한 원칙이 채택되었고 같은 해 11월에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금융포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출범시켰다. 2017G20 함부르크 정상회의에서는 <금융포용 행동 계획(FIAP)>이 채택되었다. 이 계획은 금융 관련 국제기준을 마련하거나 금융 부문을 평가할 때 금융포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 금융 소비자 보호와 금융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금융배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전에는 대부업 합법화, 서민금융기관의 소액 신용대출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을 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문제의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고리사채를 합법화해줌으로써 그 피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만을 가져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정부 주도로 서민금융상품을 공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2016년에는 서민금융진흥원을 출범시켜 이 기구가 서민금융상품을 통합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금융배제 대책의 실행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대형 은행들이 주요 주주인 주식회사 형태의 서민금융진흥원이 담당하고 있다. 물론 서민금융진흥원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기구이지만 은행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전한 정책금융을 담당하기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민금융진흥원의 운영 재원마저 기부금, 복권기금, 휴면예금에 의존하고 있다. 금융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재정 투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주요 나라들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금융배제 대응은 굉장히 소극적이고 전시적이며 따라서 당연하게도 금융배제, 고리사채, 불법추심, 과중채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법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금융배제는 고리 사채, 채권 추심, '신용불량자' 문제 등에서 보듯 사회적 긴장 수준을 높인다. 또한 금융배제는 노동력의 손실을 가져오고, 복지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경제발전에도 걸림돌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가는 역량을 동원하여 금융배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가는 중재자와 법 제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는 약탈적 대출을 제한하는 법,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공공적 역할 부여하는 법 제정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청년 학생이나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계층에 대해서는 제도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어야 한다. 소득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더라도 현재 지고 있는 부채가 너무 많아서 이자를 사실상 감당할 수 없는 계층에 대해서는 부채 재조정이나 탕감, 회생과 같은 '법적 영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일할 능력을 잃은 계층에 대해서는 사회정책 차원의 채무 탕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복지를 늘려서 의료비, 학비 등의 긴급한 자금 수요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책은 금융배제 대응을 위한 정부 재정을 확보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여러 정치세력과 정부는 금융배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훨씬 근본적인 구상을 염두에 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국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은 저신용자(신용 7~10 등급)230여만 명이고 이들이 받은 대출의 합계 금액은 23조 원가량이다. 이들을 정책금융으로 흡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이른바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는 정책을 편 바 있다. 여기에서 착안하여 일부 금융 활동가들은 '모든 사람을 위한 양적완화'를 주장했다. 이 주장의 핵심은 금융기관을 위해서 했듯이 일반 국민을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자는 데에 있다. 2013년에 미국의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학생 대출 공정성에 관한 은행 법'을 제출한 바 있다. 이 법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저금리로 빌려줄 학자금을 중앙은행이 대는 돈으로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법 제75조는 정부가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은행에 국채를 인수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한국은행의 국채 인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규상으로는 어쨌든 정부는 한국은행에 국채를 인수시키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사문화한 이 조항을 살려서 정부는 국채를 한국은행에 인수시키고 그 돈을 바탕으로 저소득, 저신용 계층에 대한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금융을 전달하는 체계도 공공기구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 형태는 (서민금융) 공사가 될 수도 있고 과거 국민은행과 같은 서민금융 전담 은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또는 (지역) 공공은행 형태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지역) 공공은행 설립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공공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단체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한 형태의 공공은행의 설립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단돈 50만 원을 제도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없는 계층이 수백만 명이 존재할 만큼 우리나라의 금융배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하고 정책금융 전달체계도 획기적으로 바꾸는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도움 받은 자료>

금융위원회, <불법사금융 피해를 입지 않도록 소액생계비대출을 신청하세요>,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2023. 3. 21.

금융위원회, <소액 생계비 대출 13.2만 명에게 915억원 지원>,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2023. 12. 26.

서민금융진흥원, <2024년 업무계획()>, 국회제출자료, 2024.

국회 예산정책처, <금융 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 현황 분석>, 2022.

KBS, <KBS 뉴스>, 2023.3.22.

코리아크레딧뷰로(KCB), 홈페이지, https://www.koreacb.com/

임수강 금융평론가 | 프레시안

 

국민의 국회 vs 로비스트의 국회

26,773. 21대 국회가 지난 4년간 다룬 의안 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누군가는 민의를 거스르고 특정 집단의 이해를 쫓는 '악마'를 그 많은 의안 어딘가에 숨긴다.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의안 속 악마를 가려낼 국민의 대표가 절실하다.

뉴스타파는 22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경제 분야 전문성을 내세우는 학계, 재계, 중소·중견기업인 출신 후보를 추려 검증했다. 앞으로 4년간 국회에서 민생과 미래 문제 최일선에서 활약해야 할 후보군이다. 경제 분야 후보들의 전문성 면면을 따지고, 후보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숨은 이해 관계를 들여다 봤다.

삼성 출신 후보들, 과거 국회에선 '삼성생명법' 방어막

뉴스타파는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양당을 중심으로 학계, 재계, 중소·중견기업인 출신 경제 전문가 총 34인을 검증했다. 이들 후보 가운데 두드러지는 키워드는 단연 삼성과 기획재정부다. 삼성 임직원 출신이거나 사외이사를 지낸 후보가 6, 기재부 출신 후보가 9명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기재부 경력을 동시에 가진 후보도 2명이다.

고동진(국민의힘, 서울 강남구병), 한정민(국민의힘, 경기 화성시을), 양향자(개혁신당, 경기 용인시갑) 후보는 삼성그룹 임직원 출신이다. 삼성전자 IM(IT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 부문 사장을 지낸 고동진 후보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는 등 '갤럭시 성공 신화' 이미지를 앞세워 이번 총선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 임직원 출신 후보들이 자신의 삼성 관련 이력을 내세우는 반면, 사외이사 출신 후보들은 그렇지 못하다. 국회의원의 삼성 사외이사 이력은 이미 지난 국회에서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2대 총선 삼성의 사외이사 출신 후보들. 삼성 사외이사 출신 국회의원은 과거 의정활동 중 삼성 법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다.

2015년부터 5년간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지낸 윤창현(국민의힘, 대전 동구을) 후보는 재선에 도전한다. 당시 공시된 사외이사 연봉은 8,500만 원 수준이었다. 윤 후보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합병에 찬성한 대표적인 학계 인사다. 2018년 뉴스타파 장충기 문자 보도에 따르면, 그는 한국선진화포럼 정책위원장 자격으로 합병을 지지하는 세미나와 기자회견을 주도했다.

21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후 4년 내내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임기 초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정무위원회에 상정되면서 윤 후보의 자격이 문제가 됐다. 삼성 사외이사 출신인 윤 후보가 정무위원 자격으로 삼성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것은 이해 충돌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기업친화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라며 정무위원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 삼성생명법은 여러 차례 상임위 법안 상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윤 후보를 비롯한 반대파에 가로막혔다. 결국 이 법안은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임기 만료 폐기될 예정이다.

삼성화재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박대동(국민의힘, 울산 북구) 후보도 재선에 도전한다. 박 후보는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험업계와 삼성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보험업계의 오랜 바람이었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대표발의해 법안 통과까지 이끌었다. 당시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에서는 이 법이 보험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대 국회에 윤창현 후보가 있었다면 19대에는 박대동 후보가 있었다. 정무위원 활동을 하며 삼성생명법 통과를 막았다.

20대 총선 공천 탈락 이후 박 후보는 삼성화재 사외이사로 신규 임명됐다. 이번 총선 직전까지 6년에 걸쳐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공시에 따르면, 연봉이 1억 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안도걸(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남구을) 후보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 출신이다. 지난해 3월부터 총선 직전까지 1년간 사외이사를 지냈다. 연봉은 9,200만 원 수준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는 2022년 퇴임 후 채 1년이 안 돼 재취업 심사를 신청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공직자는 원칙적으로 3년간 재취업이 제한되지만, 안 후보는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취업이 허용됐다.

안도걸 광주 동구남구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심사 결과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금 공제 문제로 기재부와의 소통을 원하는 상태였다.

형식적인 심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후보는 관료 생활 중 보건산업정책국장 등을 역임하며 이미 산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더구나 안 후보 영입 시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금 공제 문제로 기재부와의 소통을 원하는 때였다. 실제 기재부는 안 후보 영입 이후 국가전략기술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고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공제 혜택을 확대했다.

안 후보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해당 세금 공제 사실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관료 시절의 활동을 보고 삼성이 먼저 사외이사를 제안했을 뿐, ESG, 감사 분야 중심으로 활동했다고 했다.

'내 지역에 예산폭탄'...국회 기능 무너뜨리는 기재부 출신 후보

기재부 출신 후보 9명 가운데 추경호(국민의힘, 대구 달성군), 방문규(국민의힘, 경기 수원시병), 김완섭(국민의힘, 강원 원주시을) 후보는 윤석열 정부 전반기를 이끈 경제 수뇌부다. 56조 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를 낳은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총리에서 정부 산하 청장까지 이어지는 윤석열 정부 경제라인은 이미 기재부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 국회까지 기재부 출신 인사들로 채워진다면 관료-의회의 상호 견제와 감시라는 균형은 심각하게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안도걸, 방문규, 김완섭, 송언석(국민의힘, 경북 김천시) 후보는 과거 정부 예산을 직접 다뤘던 기재부 '예산통' 출신이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경우, 송언석 후보가 여당 간사, 김완섭 후보가 기재부 2차관으로 예산 계획 수립과 심의에 참여했다. 회의록도 없이 657조 원에 이르는 정부 예산을 재단하는 이른바 '소소위' 참석자 5명 중 2명도 이들이다.

김완섭 강원 원주시을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해 기재부 2차관 자격으로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 참여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 예산 유치'를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후보들이 본인의 경력을 '지역 예산 확보' 공약에 활용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소소위에 참석했던 김완섭 후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지난해 강원지역 예산을 확보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기재부 출신들이 관료와 정치권을 오가며 정부예산을 주무르게 되면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이 심각하게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민생·미래 위기 풀 골든타임...국민 대변할 전문가 후보는 태부족

유권자는 사회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정치는 해법을 내놔야 한다. 선거가 가진 본래의 사회적 기능이다. 전문가들은 극한의 정쟁 속에 치러지는 22대 총선에 이 기능이 빠져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물가·고금리 상황 속 민생의 위기, 저출산·저성장·기후위기 같은 미래의 위기 앞에 앞으로 4년간 국회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어느 때보다도 무겁지만, 정작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삼성과 기재부 등 재계, 관료를 대변하는 전문가 후보는 넘치는데 반해 다른 분야 전문가는 부족하다. 대응이 시급한 기후·에너지 분야 전문가는 각 당에 딱 한 명씩 있다. 분야별 안배를 고려해 환경 전문가를 영입하던 예전 선거때와 다를 바 없다. 총선 이후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PF 대출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들여다 볼 금융 전문가 후보는 찾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한다'는 선거 본연의 사회적 기능이 빠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양당은 약점으로 지적되는 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비례후보를 배치했지만 국회 개원 전부터 잡음이 나온다. 국민의미래는 대구·경북 지방과 노동계를 대표하겠다며 당선 안정권에 한국노총 출신 김위상(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를 배치했지만, 정작 지역 시민단체들은 김 후보의 노조 복지기금 횡령 전력을 지적하며 부적격 후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시급한 민생·미래 문제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는 양당 체제가 전문성 있는 후보자의 출마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의정 활동을 펼쳐도 평가나 공천, 당선으로 연결되지 않다 보니 동기 부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 후보·의원을 우선 평가하는 제도적 기반, 공직 선거 후보자의 이해관계를 투명하게 드러내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뉴스타파/오대양

 

작년 가계도 기업도 돈가뭄 주눅정부마저 지출 줄여

가계 고금리 이자부담에 여유자금 50조 감소

기업도 경기부진 여파로 순조달액 90조 줄어

역할해야 할 정부까지 수입보다 지출 더 축소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자금 사정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가계는 은행보험 등 금융기관 예치하거나 채권에 투자한 액수가 전년보다 50조 원 넘게 줄었다. 기업들은 금융기관 차입이나 채권주식 발행으로 조달한 돈이 90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고금리로 이자 내느라 허덕였고, 경기부진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4일 공개한 ‘2023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1582000억 원으로 전년(209조 원) 대비 508000억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비영리단체 자금운용-조달 추이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기간 중 자금 운용액에서 조달액을 뺀 값을 말한다. 자금 운용액은 금융기관 예치금과 보험 및 연급 준비금, 채권,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현금 등이다. 자금 조달액은 금융기관 차입금과 정부 융자, 상거래신용 등이다. 통상 가계는 여유 자금을 예금이나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므로 순자금 운용액이 양(+·순운용)이며, 이를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정부에 공급한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운용액은 1947000억원으로 전년(2835000)보다 888000억 원이나 줄었다. 2019(1816000억 원)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부문별로는 금융기관 예치금, 보험 및 연금 준비금, 채권 등이 10~20조 원 감소했다. 특히 증권 및 투자펀드는 지난해 490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366000억 원이나 크게 줄었다. 운용액이 마이너스인 것은 해당 기간 중 금융자산 처분액이 취득액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 2013(-7조 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운용 및 조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가계의 자금 운용액이 이렇게 감소했다는 것은 여유 자금이 그만큼 없었다는 뜻이다. 한은은 가계가 위험자산을 축소하고, 우량주에 집중하면서 운용액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정진우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비용이 늘었고,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체적인 가계소득 증가율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는 지난해 총 364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한은 통계 편제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전년(745000억 원)과 비교해 조달액이 381000억 원이나 줄었다. 부문별로는 자금 조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대출)661000억 원에서 296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자 부담이 버거워 대출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개인사업자 등의 상거래신용도 크게 둔화됐다.

비금융법인의 자금운용 및 조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지난해 비금융 법인의 순조달 규모는 109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885000억 원 축소됐다. 경기부진의 여파로 기업 경영자금의 조달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비금융 법인의 순조달 규모 지난 202182조 원에서 2022년에는 1981000억 원으로 1161000억 원이나 급증했었다.

자금 조달 방법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이 2085000억 원에서 636000억 원으로 급감했고, 채권 발행도 553000억 원에서 265000억 원으로 줄었다. 상거래신용도 519000억 원에서 83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기업 자금 조달액이 감소한 원인으로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 해외 직접투자 축소, 매출 부진 등을 꼽았다.

일반정부의 자금운용 및 조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지난해 일반정부의 순조달 규모 13조 원으로 전년의 34조 원보다 축소됐다. 정부의 자금 운용액은 646000억 원으로 전년(57조 원)보다 76000억 원 증가한 반면, 조달액은 776000억 원으로 전년(91조 원)보다 134000억 원이 줄었다. 특히 국채 발행 규모가 85조 원에서 60조 원으로 20조 원이나 급감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가계와 기업 부문에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조차 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수입이 줄어든 것보다 지출을 훨씬 더 줄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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