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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3.18~

by 이성근 2024. 3. 18.

 

'조국혁신당' 가장 많이 언급한 언론사는?

[네이버뉴스 모니터보고서] 2024총선미디어감시단 포털 총선 보도 모니터링 보고서5

1. 주요 이슈

1) 공천 윤곽 드러나자 공천취소 후보자 '막말' 보도 급증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지역 공천이 확정되면서 '막말'로 공천 취소된 여야 후보 관련 이슈가 급부상함. 주요 인물 키워드에서도 도태우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언급량 상위권에 등장함.

- 막말 논란 관련 후속 보도(도태우/정봉주/장예찬/조수연)의 기사건수 323(15.2%), 노출시간 1077시간(16.0%)을 차지했는데 두 당의 공천 보도 기사건수 240건과 노출시간 879시간보다 더 많이 보도되고 더 오래 노출됨. 다만 국민의힘의 경우 5·18폄훼 및 일제옹호 등 역사왜곡 발언 논란 보도도 이어지고 있음.

- 총선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막말 폭로 등 관련 보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임.

국힘 역사왜곡 발언 잇딴 논란

- 국민의힘 도태우 예비후보의 '5·18 북한 개입설', 조수연 예비후보의 '일제 옹호' 등 역사왜곡 발언이 논란을 낳음. 단순한 막말을 넘어 5.18민주화운동 폄훼, 일제강점기 친일옹호 등 뉴라이트 역사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자아내며 상위권 이슈로 등장함.

- 아울러 국민의힘 장예찬 예비후보의 난교옹호 발언도 45건과 노출시간 102시간으로 보도되며 주요 이슈로 부상함. 도태우, 조수연, 장예찬 등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역사왜곡과 반사회적 일탈 발언 보도는 220건 기사건수 및 노출시간 764시간을 기록함.

민주당 '목발 경품' 정봉주 발언 이슈

- 더불어민주당은 DMZ 목함지뢰 사고와 관련한 정봉주 예비후보의 '목발 경품' 발언이 이슈가 되면서 103건 보도되었으며, 313시간 노출됨. '막말' 관련 보도 중 국민의힘 도태우 예비후보의 '5·18 북한 개입설' 보도(142, 566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보도됨.

2) '런종섭 사태' 총선 주요 이슈로 급부상

-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이 '런종섭 사태'로 부각되면서 137건과 366시간 보도되면서 주요 이슈 4위를 기록함.

- 보수-진보 언론 모두 '런종섭 사태'에 관심 보이는 현상을 반영함. 앞으로 보수성향 언론이 어느 정도 주목하고 진보성향 언론이 얼마나 비판적 보도를 이어갈지 주목할 필요 있음.

3) '막말, 비리, 일탈' 등 자극적 뉴스 급증

- 도태우/정봉주/장예찬/조수연 예비후보들의 막말 발언 논란 보도량이 323(15.2%)1077노출시간(16.0%)을 차지한 데 이어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 '돈봉투 의혹', 박덕흠 의원 '당선 축하파티 논란' 이슈까지 합치면 395(18.5%)1310시간(19.5%)을 기록함.

- 예비후보 6명의 사건이 선거-정당 전체보도 2130건의 5분의 1가까이(17.7%)를 차지함. 언론의 선거보도가 개인의 부적절한 발언과 일탈에 집중되며 공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극적 뉴스가 주요 선거보도를 차지하는 현상이 급증하고 있음.

4) '민주당 공천+조국혁신당' 보도량 1

불변의 '이재명+공천논란' 프레임

- 보도량 1위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국민의힘 공천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보도됨. 더불어민주당 공천 이슈는 총선보도 분석이 시작된 이후 매주 불변의 1위를 차지하고 있음.

- 특히 공천 마무리 단계에서도 언론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비명횡사', '친낙횡사', '친명일색', '찐명당', '친명 신주류' 등 갈등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보도함.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경선혁명'은 거의 인용되지 않음. 반면, 국민의힘 공천 관련 보도에서는 '친윤공천'이라는 단어 역시 거의 나타나지 않는데 '이재명 대표+공천논란' 프레임도 총선보도 분석 이후 지속됨.

조국혁신당 보도량 2

- 더불어민주당 공천과 조국혁신당 이슈를 합해 총선보도 중 327(15.3%)1196시간(17.8%)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은 보도량을 보임.

- 특히 '조국혁신당' 관련 이슈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보도량을 유지함. 조국혁신당이 예상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비례대표 후보자 20명을 발표하자 언론의 관심을 받음. 한편으로, 조국혁신당이 '한동훈 특검법'을 주장하고, 국민의힘이 '조국·황운하 방지법'을 들고 나오면서 대립구도가 형성된 점도 보도량 증가의 원인으로 추정됨.

5) 정당 대표 유세지원 위주 보도 경쟁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역구 유세 지원을 본격화하며 '이재명-한동훈 유세' 이슈가 보도량 5위를 차지함. 공천 받은 지역 후보 소개보다 당 대표 인물 활동이 여전히 언론의 주목을 받음. '후보 인물' 이슈는 보도량 하위권에 머뭄. '이재명-한동훈 유세' 이슈는 133건 기사에서 다뤄졌는데, 이재명 대표가 한동훈 비대위원장보다 더 많이 보도됨. 두 인물 모두 다룬 기사를 복수로 계산하면 이재명 대표 유세 관련 기사는 95건이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유세 관련 기사는 66건으로 집계됨.

6) 다시 시작된 경마중계식 보도

- '판세-전략''판세-여론조사' 이슈가 보도량 상위권에 등장. 기사건수와 노출시간에서 198(9.3%)781시간(11.6%)을 기록함.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격전지 중심으로 정당 전략과 유권자 표심 예측 관련 보도가 늘어남.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별 지지율 비교보도가 많아짐.

- '판세-전략' 보도는 선거 시기 꼭 등장하는 이슈로써 유권자 선택에 필요한 정보이지만, 경마중계 또는 게임중계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함. 특히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필수인 지역 후보의 인물 소개와 공약 설명은 아직도 부족한 상황임.

7) 진보 소수정당 후보 겨냥한 색깔론

- 야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관련 보도가 눈에 띄게 나타남. 첫 번째로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사퇴'에서는 비례대표 1번이 반미운동 경력이 불거지며 사퇴한 사안을 다룸. 국민의힘에서 비례후보로 등장한 새진보연합과 진보당 인사들을 종북세력이라며 색깔론으로 공격하면서 언론 보도가 집중됨.

- 두 번째로 '더불어민주연합-시민사회 갈등'은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컷오프되면서 후보 추천 심사위원이 사퇴한 사안을 다룸. 성소수자 인권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가 갈등을 벌인다는 내용이 언론의 관심을 받음.

이슈별 기사 건수와 노출 시간() 비교 그래프

2. 언론사별 주요 이슈

1) TV조선, 조국혁신당 "헌정사 수치"

조국혁신당 주목 속 TV조선 부정적 보도

- 언론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공천'에 이어 '조국혁신당'에 주목하면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보도 쏠림 현상이 지속됨.

- 보수-진보 신문 모두 조국혁신당을 많이 보도하고 있으나 방송 중에서는 TV조선과 JTBC에서 가장 많이 보도함(13). 다만, 언론별로 조국혁신당에 대한 프레임은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TV조선은 <양천갑 구자룡 "조국혁신당은 헌정사 수치피고인 취업당">, <주호영, '조국 방지법' 발의"형 확정 땐 의석승계 불가"> 등처럼 다른 언론에 비해 대체로 조국혁신당에 부정적임. JTBC는 조국혁신당 '현상'을 보도하면서 <조국혁신당 "당원 10만명 돌파"창당대회 11일 만>, <조국, 한동훈 딸 무혐의에 "제 딸 일기장 압수수색한 만큼 해라"> 등처럼 조국 대표 발언을 전달하는 보도가 눈에 띔.

KBS 조국혁신당 보도 '1', 회피 지속

- 대다수 언론이 조국혁신당 돌풍에 주목하면서 여러 건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으나 관련 보도가 '0'건이었던 KBS3월 둘째 주 드디어 단 1건의 기사 <[총선] '조국·황운하 방지법' 발의..."위헌소지..입법 쇼">를 보도함.

- 흥미롭게도 SBS도 조국혁신당에 대해 단 2건만 보도해 지상파 3사 중 MBC만 조국혁신당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주목하고 있는 모양새가 됨.

- KBS는 총선보도에 매우 소극적으로 최소 보도만 해오고 있는데 선거-정당 보도량은 계속 부족한 상태임. MBC 103, SBS 68건에 비해 KBS 총선보도 기사건수는 54건에 불과함.

2) 막말 논란, 언론사별로 엇갈려

진보언론, 역사왜곡 발언 주목

- 공천 취소로 주목받은 국민의힘 도태우 예비후보의 '5·18 폄훼' 발언에 대해 MBC(13), 오마이뉴스(9), 경향신문(7), 한겨레(7) 등 진보성향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보도함.

- 반면, 조선일보(3), 중앙일보(1), 국민일보(1) 등 보수성향 언론과 매일경제(1), 한국경제(1), 아시아경제(2) 등 경제지는 아주 소극적으로 보도함. (8)는 보수성향 언론 중에서 상대적으로 기사건수가 많았지만 대부분 발언 논란, 공천 유지, 최종 취소 결정 등 단계별 정보전달 위주로 보도함.

- 동아일보(8)는 보수성향 언론 중에서 상대적으로 기사건수가 많았지만 대부분 발언 논란, 공천 유지, 최종 취소 결정 등 단계별 정보전달 위주로 보도함.

조선일보-MBC, 정봉주 막말 보도 차이

-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예비후보의 DMZ 목함지뢰 사고 '목발 경품' 발언의 경우 조선일보와 MBC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도함. 다만, 조선일보는 정봉주 후보의 조롱성 발언과 허위 사과에 집중했고, MBC는 더불어민주당 경고와 대응을 주로 보도하며 차이를 보임. 조선일보가 정봉주 후보의 막말 '폭로'에 초점을 뒀다면, MBC는 더불어민주당 대응 중심으로 보도함.

국힘 후보 논란 많이 보도한 진보언론

- 국민의힘 후보와 관련된 '돈봉투 수수 의혹' 정우택 의원 공천 논란, '난교발언' 장예찬 예비후보 공천 논란, '일제옹호' 조수연 예비후보 공천 논란 등 이슈는 진보성향 MBC,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보도함.

3) TV조선과 동아일보, 야권 위성정당 '반미활동가' 부각

- 야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사퇴 이슈는 TV조선과 동아일보 등 보수성향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함.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번 후보가 한미연합훈련 반대 등을 벌인 반미 활동가 출신이라고 비판한 국민의힘 측 주장을 인용해 보도함. 일부 언론이 야권 위성정당에 참여한 인사와 단체들을 '반미, 종북, 친북, 좌파, 반국가세력' 등으로 규정하는 낡은 색깔론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많은 언론에서 이슈화되지는 않음.

4) 한겨레와 경향신문, 성소수자 인권 갈등 보도

- 야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시민사회 갈등 이슈 중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문제는 진보성향 한겨레와 경향신문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보도됨.

5) 후보 공약 주목한 지역언론

- '공약' 이슈에 대한 보도량이 많은 곳은 아시아경제(12), 대전일보(6), CJB청주방송(6)으로 선거 공약에 대한 보도가 일부 경제지와 지역언론사에서만 나타나는 경향을 보임.

- 전국단위 언론과 대다수 방송사, 대형 경제지는 정당 중심 공천 관련 보도에 집중한 반면, 일부 지역언론만 지역 후보의 공약에 관심을 가짐. 앞으로 전국단위 언론을 포함한 주요 언론은 지역과 지역 후보들의 공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

언론사별 이슈 보도 비교(기사 건수 합)

3. 인물, 기관, 지역 키워드 분석

1) '정권심판론' '런종섭 사태''윤석열' 상위권

- 인물에서는 여야 공천과정과 정당 대표 지역 지원유세가 주요 보도로 등장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에서 정권심판 발언이 늘면서 윤석열 대통령 언급이 상위권에 지속적으로 나타남.

- 윤석열 대통령은 '런종섭 사태'와 관련한 직접 당사자로 '이종섭 주 호주 대사 논란' 이슈(보도량 4)가 급부상함에 따라 주요 인물 키워드 상위권에 오름. 또한 '대통령 민생토론회' 이슈(18)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언급됨.

2) 조국, 이재명-한동훈-윤석열 이어 주요 인물

- 인물 언급량 4(328)에 등장한 조국 대표는 조국혁신당 비례후보 발표와 지지율 상승 등 보도로 이슈별 보도량에서도 '조국혁신당'158건을 기록하며 2위로 부상함.

3) 기관 키워드 급부상한 '더불어민주연합'

- '더불어민주당 공천' 이슈가 압도적으로 보도량 1위를 기록하며 기관 키워드에서도 '더불어민주당'1182건으로 언급량 1위를 차지함. 이는 국민의힘 언급량 305건보다 4배 가까이 많이 보도된 것으로 큰 편차를 보임.

-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이 연합한 야권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언급량에서 5위로 새롭게 등장함.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사퇴''더불어민주연합-시민사회 갈등' 이슈를 통해 언론의 관심을 받음.

4) 언론이 대구, 북한 주목?

- 지역 키워드에서는 여전히 서울과 경기를 가장 많이 언급하여 각각 1, 2위를 기록함.

- 대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도태우 예비후보가 '5·18 폄훼' 발언으로 공천 취소(이슈 보도량 3)되면서 대구가 4번째로 많이 언급된 지역으로 나타남.

- 이어 북한이 언급량 6위에 등장함. 도태우 후보의 '5·18 북한개입설' 주장과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예비후보의 '목발 경품' 막말이 유튜브에서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대화하다가 나오면서 언급량이 증가됨. 또한 북한은 일부 언론이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번 후보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한 종북세력이라고 비판하거나 인용한 보도에도 등장함.

인물, 기관, 지역 키워드(상위 30위권) 순위 그래프

1) 조중동은 이재명, 한겨레·오마이뉴스는 윤석열 최다 언급

- '조중동' 등 보수성향 언론 대부분은 인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장 많이 언급했고,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 진보성향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을 가장 많이 언급함.

2) 국민일보와 경제지, 조국 가장 많이 언급

- 대다수 언론이 이재명 대표를 가장 많이 언급한 가운데 국민일보와 한국경제, 아시아경제는 조국 대표를 가장 많이 언급함. 특히 한국경제와 아시아경제는 '조국혁신당'을 다른 언론에 비해 더 많이 언급하기도 함.

- 언론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조국 대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1위로 언급한 경우도 있으나 윤석열 대통령과 조국 대표를 한동훈 비대위원장보다 1위로 언급한 언론사가 더 많은 경향임.

3) 조중동, 더불어민주연합 언급량 4

- 모든 언론이 기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가장 많이 언급하며 1위를 기록함.

- 다수 언론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이 언급량 5위권내 등장.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사퇴' 이슈에서 색깔론으로 공격당하고, '더불어민주연합-시민사회 갈등' 이슈에서 부정적으로 보도된 영향으로 추정됨. 더불어민주연합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에서 언급량 4위를 기록함.

- '북한'이 기관 키워드로 급부상함. 미군 철수를 주장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번 후보 논란 영향이지만, 정당별 공천 마무리 시점에 북한 이슈가 재부각될 것인지도 주목할 필요 있음.

언론사별 인물-기관-지역 키워드(상위 5위권) 비교 분석

자료수집 및 분석방법

o 수집기간 : 2024311()~2024315()

o 수집대상 : 네이버 뉴스콘텐츠제휴 28개 언론사

o 수집방법 : 언론사 편집판 6개 기사(줄뉴스 4, 사진기사 2)1시간 간격으로 수집

o 수집결과 : 28개 언론사 X 6개 기사 X 24시간 X 5= 20,160

o 분석대상 : 중복 기사 제외 6020건 기사 중 '선거-정당' 관련 기사 1,826(30.3%)

o 분석방법 : LDA토픽모델링분석, 개체명키워드분석

보고서 내용 어떠셨나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ccdm1984@hanmail.net로 연락주세요.

모니터링 및 보고서 자문: 이종혁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

* 선거-정당 관련 기사는 다음의 기준으로 구분했습니다. , 섹션명이 '세계'인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1) 언론사가 섹션에서 '총선'으로 분류한 경우

2) 기사 본문에 선거 관련 단어(총선, 선거, 출마, 공천, 경선, 공약, 지역구, 유권자, 지지율 등)나 정당 관련 단어(여당, 야당, 국민의힘(국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등)가 등장한 경우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 슬로우뉴스에도 실립

민주언론시민연합(ccdm1984)

 

조국혁신당 20대 지지율 "0%"... 조사한 갤럽도 "신뢰 어렵다"는 이유

[팩트체크] 한국갤럽 "표본 작아 이용시 주의 요망... 타 연령층 대비 호응낮다 정도로 봐야"

검증 결과 판정안함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중앙선대위 대변인 논평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18~29세의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0%, 30대 지지율은 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다른 세대보다 공정에 예민한 2030세대가 바라보는 조국혁신당의 현주소"라고 주장했다.('20대 지지율 0%, 이것이 조국혁신당의 현주소입니다')

이에 다수 언론에서 논평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사설('범죄인 도피처 된 조국당, 20대 지지율은 0%')에서 "조국당은 지지율이 민주당을 위협할 정도로 올라갔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20대 연령층에서 당 지지율은 0%였다"면서 "조 대표 일가의 '기회 가로채기' 반칙에 분노한 젊은 세대가 이 당을 내로남불, 불공정과 연관 지어 보고 있기 때문일 것"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20대 지지율이 0%라는 해당 여론조사 수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조국혁신당 20대 지지율 0%"라는 국민의힘 논평을 인용 보도한 언론들 네이버뉴스

갤럽 "표본 작아 통계적 신뢰 어려운 수치"... ARS 조사에선 6~25%

조국혁신당 연령별 정당지지도와 투표의향 비례정당 여론조사 결과 비교 김시연

국민의힘이 인용한 '최근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에서 지난 15일 자체 조사해 발표한 '32주차 데일리 오피니언(578)' 결과였다.

갤럽에서 지난 312일부터 14일까지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2%, 조국혁신당 7% 순이었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 순서는 국민의미래 34%, 더불어민주연합 24%, 조국혁신당 19% 순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응답률 14.7%, 한국갤럽과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이 가운데 조국혁신당의 20~30대 정당 지지도 수치만 부각시켰다.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도는 40대와 50, 60대에서 각각 11%, 14%, 8%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20, 30, 70대 이상은 각각 0%, 3%, 1%에 그쳤다.(투표의향 비례대표 정당 질문에서 조국혁신당은 40, 50대에서 각각 34%, 31%, 20, 30대에서 각각 2%, 10%.)

갤럽 "세부지표는 표본크기 작아, 수치에 연연할 필요 없어"

한국갤럽 자체 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연령별 정당지지도는 20, 30, 70대 이상은 각각 0%, 3%, 1%에 그쳤다. 다만 수치가 작을수록 신뢰도가 높은 통계 신뢰성 지표인 '상대표준오차'는 각각 100%, 60%, 65%'신뢰하기 어려우므로 이용시 주의 요망' 수준이었다. 2024312~14일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

한국갤럽 통계 신뢰도 지표인 '상대표준오차' 설명. 한국갤럽

하지만 한국갤럽은 하위 표본인 연령별 정당 지지도에서 0~3%의 낮은 수치는 표본 크기가 작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혀놓았다.

통계 신뢰성 지표인 '상대표준오차'는 수치가 작아야 신뢰할 수 있는데, 20, 30, 70대 이상의 상대표준오차는 각각 100%, 60%, 65%'신뢰하기 어려우므로 이용시 주의 요망'하는 '25% 이상' 구간에 해당한다.(5% 미만이 '매우 좋음', 5~15% 미만이 '좋은 편', 15~25% 미만이 '허용 가능한 수준')

한국갤럽은 19<오마이뉴스> 질의에 "1000명 대상 표본 조사에서 (전체 정당지지도 같은) 대표 지표는 크게 발표하지만, 지역별, 성별, 연령별 등 세부 지표는 표본 크기가 작아 인용시 주의를 요망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언론에서 눈에 띄는 수치만 부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론조사의 한계를 감안해 주의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갤럽은 "(조국혁신당 연령별 지지도가) 수치적인 정밀도와 별도로 40~50대에서 높고 20~30대에서 낮은 추세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지만, 수치 자체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23(하위표본 분석 주의)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 하위표본으로 나누어 추가 분석한 결과를 보도할 때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차이를 부각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전화면접은 정치 저관여층 참여 많아... 국민의힘 "갤럽 조사 봤다"

또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한국갤럽 조사와 달리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에선 조국혁신당 20, 30대 지지율이 10~20%대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갤럽은 "조사 방식의 차이"라면서 "ARS 조사는 응답률이 낮기 때문에 정치 고관여층 응답이 많고, 전화면접 조사는 상대적으로 정치 저관여층이 많다"고 밝혔다.

갤럽은 "20대는 투표 경험이 많지 않아 정치적 지향성이 뚜렷하지 않고, 지지정당이 없는 경우가 많아 ARS 조사에선 잘 응답하지 않는다"면서 "ARS에는 응답하는 20대 가운데는 정치 고관여층에 가까운 사람이 많아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가) 더 뚜렷하다"고 말했다.

실제 <오마이뉴스>에서 지난주 한국갤럽과 비슷한 시기에 ARS 방식으로 진행한 리얼미터, 알앤써치, 여론조사공정 등에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20, 30대 조국혁신당 지지도는 각각 6~13%, 8%대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투표의향 비례정당으로 조국혁신당을 꼽은 비율도 2020~25%, 3021~26%대로 전체 결과(23~28%)와 큰 차이가 없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19<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연령별 등) 세부 지표는 오차범위가 더 커지기 때문에 0%2~3%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건 아니다"라면서 "비슷한 질문을 하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함께 보는 게 맞고, 20~30대 젊은층 호응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정도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RS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이) 의미 있는 수치가 나오는 건 통상적으로 자동응답 방식은 면접원 조사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 응답을 적극적으로 하는 조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면서 "20~30대가 조국혁신당에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 해도 정치에 관심 있는 젊은층은 관심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 대변인은 19<오마이뉴스>"(16일 논평은)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 결과만 보고 발표했고, 당시 다른 조사 결과는 보지 못했다"면서 "조국혁신당의 20~30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한국갤럽 : 자체 조사. 312~14일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 리얼미터 : 에너지경제신문 의뢰, 314~15일무선 97% 유선 3% RDD 무직위 추출. 자동응답(ARS) 조사. *알앤써치 : 자체 조사. 313~14일 무선 100% 자동응답(ARS) 조사. *여론조사공정 : 더퍼블릭, 파이낸스투데이 공동 의뢰. 312일 무선 RDD 무작위 추출 100% ARS 조사. 각각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

"조국혁신당 20대 지지율 0%"

검증 결과 이미지

검증결과판정안함

주장일2024.03.16

출처 대변인 논평 '20대 지지율 0%, 이것이 조국혁신당의 현주소입니다'출처링크

근거자료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578(202432) - 22대 국회의원선거 결과 기대,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 (2024.3.15.)자료링크

리얼미터, [32주 차 주간 동향] 대통령, 긍정평가 38.6%(1.6%P)4주 만에 다시 30%대로 하락(2024.3.18.)자료링크

알앤써치, 아시아투데이 의뢰, '전국 전체 국회의원선거정당지지도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여론조사(2024.3.16.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자료링크

여론조사공정, 더퍼블릭, 파이낸스투데이 의뢰 '전국 전체 국회의원선거정당지지도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여론조사(2024.3.13.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자료링크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오마이뉴스 질의 응답(2024.3.19.)자료링크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오마이뉴스 인터뷰(2024.3.19)자료링크

정광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 대변인, 오마이뉴스 전화 답변(2024.3.19.)자료링크

한국기자협회,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23(하위표본 분석 주의)자료링크

#조국혁신당 #한국갤럽 #정당지지도 #ARS조사 #국민의힘

오마이뉴스 김시연(staright)

'경향신문 논객' 이대근 씨에게 묻고 싶은 몇 가지

경향과 진보언론에 만연한 '양비론'의 한 발원인 듯

경향신문의 19일자 지면에 이대근 칼럼 <조국은 왜?>가 실린 것이 적잖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듯하다. 이 글은 눈앞의 이익을 좇은 거대 양당이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정치괴물을 합작함으로써 조국에게 문을 열어주었다면서 조국이 한동훈에 비해 부족할 게 없으니 "한동훈이 뜬다면, 조국은 왜 안 되는가"라고 묻는다.

얼핏 조국을 위한 변론처럼 보이지만 글의 요지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염치 없게도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며 꾸짖는 것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문제가 조국을 '불공정의 감옥'에서 해방했다고 냉소적인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그는 조국의 귀환을 한국 정치 부재증명으로 현실정치의 한 증상이라는 개탄을 하기에 이른다.

그의 글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은 그가 한때 경향신문의 보도를 이끌던 이였음은 물론 경향을 넘어 진보의 한 논객으로 불리면서 이른바 진보언론의 논지의 한 흐름을 선도했던 이였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1월부터 외부필진 자격으로 경향신문에 돌아와 칼럼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경향의 외부 칼럼니스트이지만 그의 글이 보이는 한국사회와 정치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경향과 진보언론이 조성하는 여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글에 대해 주목하고 얘기하려는 것은 사실 그의 글 자체라기보다는 그의 글이 대표하는 것, 드러내는 것, 그의 글이 보여주는 진보언론의 한 현실에 대해 살펴보려는 것이다.

19일자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의 제목.

양비론의 진짜 문제, 온전하게 이뤄내기 힘들다는 것

그의 글은 무엇보다도 '양비론'으로 집약된다. '상호 적대하고 혐오하는 정치적 양극화'를 지적하는 그의 글은 대개 양 진영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쪽이 문제이지만 상대쪽도 문제이라는 것이며, 한쪽의 결과는 다른 쪽에 원인이 있다는 식이다. 경향과 한겨레의 지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비론이 그로부터, 최소한 마치 전염병처럼 퍼져 있는 이들 신문의 양비론의 한 기원에 그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게 하는 글들이다.

그의 이같은 논지는 이 신문에 정기기고하고 있는 또 다른 '진보 논객' 강준만 교수의 최근의 일련의 글들과도 겹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문패를 달아 실리고 있는 강 교수의 칼럼들은 '양비론에 대한 옹호'를 내세우고 있다. 경향신문 125일자 칼럼은 '양비론 혐오가 정치 개혁을 죽인다'는 제목으로 우리 사회에서 무조건적인 양비론 비판이 절대적 우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같은 양자택일 강요가 적대적 공생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양비론은 그 내용과 맥락을 따져야지 양비론 자체에 대한 비판은 무의미하다. 개별적 비판을 해야지 모든 양비론은 문제라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강 교수의 양비론을 위한 변론, 지극히 옳다. 사실 양비론은 배척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향할 바이기 때문이다. 양비론이 비판받아야 할 것은 양비론 그 자체가 문제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양비론은 권장할 사항이며, 그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그것이 잘못이어서가 아니라 거꾸로 양비론을 제대로 전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안들의 옳고 그름은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쪽은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쪽은 전적으로 틀리다거나 한쪽은 전적으로 타당하며 다른쪽은 완전히 오류일 수는 없다. 양쪽의 그릇된 점을 제대로 짚어내는 양비론은 물리쳐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인 것이다.

그러므로 양비는 안이하고 용이한 게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이루기 힘든 것이다. 어떤 사안이든 간에 그와 관련된 사실들을 포괄하면서 일부에 갇혀 산술적 양비에 그치지 않아야 전체상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양비론에 대해 물어야 할 것은 양비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제대로 된 양비를 이뤄냈느냐에 있는 것이다.

피상적이고 표피적이며 기계적인 양비론의 문제는 대개 한쪽을 비판하면서 다른쪽을 비판해야 온전해진다는 식의 양비론에 머물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기계적 균형을 선택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벽하고 엄밀한 '기계적' 균형을 이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비론은 거의 이 같은 양비론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건 의도의 문제가 아닌 능력의 문제인 것이다. 그럴 때 양비론은 쉬운 길을 택하고 만다. 한쪽에는 현미경을 들이대고 다른쪽에 대해서는 대략의 인상비평에 머무른다. 한쪽의 티끌과 반대쪽의 들보같은 흠을 똑같다고 해버린다. 한쪽의 잘못에 대해서는 송곳을, 다른 쪽에 대해서는 쇠망치를 휘두른다.

같은 사실이라도 상황과 국면에 따른 사실의 무게의 가감과 가중을 해야 하며, 그를 위해 빈틈 없는 무결 무오류의 초정밀 저울이 필요하지만 정밀하고 투철한 측량 없이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해버린다.

'기계적 중립'을 깨겠다고 나선 한겨레와 경향이 보이고 있는 양비론은 과연 이런 함정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그러나 이들 신문의 양비론은 예컨대 여당의 폭주와 무능을 비판하다가 야당은 어떤가라고 느닷없이 물줄기를 돌리는 식이다. 여야의 대립을 정치권의 무한대결, '정쟁'으로 이름 붙이고 그런 정쟁이 정치 혐오와 냉소를 키운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식의 보도야말로 실은 냉소와 혐오를 키우는 것이다. 강준만 교수가 위의 25일 경향 칼럼에서 개탄하는 것처럼 정치개혁을 죽이는것이고 이대근 교수가 위의 칼럼에서 얘기한 걸 빌리자면 우리의 정치를 '표류'하게 한다.

이 양비론은 작은 차이를 보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무능이기도 하며 나태이기도 하다. 그럴 때 쉽게 빠지는 것은 근본주의다. 어느 쪽이든 그게 그것이고 결국 다를 게 없다는 것, 근본적으로 다 똑같다는 논리다.

이대근 교수는 <조국은 왜?> 칼럼에서 "윤석열·한동훈도 조국처럼 불공정했다고 보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고 함으로써 조국도 윤석열 한동훈만큼 불공정했다, 가 아니라 그 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 조국 교수에게 씌워진 혐의와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의 파행과 폭주를 비교를 하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그는 다를 게 없는 불공정의 사례로 둘을 비교하면서 양측의 불공정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경향신문의 칼럼난에 복귀한 지난 1월의 칼럼에서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을 똑같이 비판하면서 대통령 부인이 고액의 선물을 받은 명품백 사건과 야당 대표의 선거제 공약 번복을 같은 것으로, '나쁜 정치'라며, 역시 똑같다고 질타했다.

지난 227일자 칼럼 <이재명 사퇴를 권함>과 같은 주장을 하게 되는 것은 정치세력들이 근본에서는 별로 다를 게 없더라도, 경쟁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고자 하는 노력, 좌절하고 벽에 부닥치지만 단 1센티미터의 진보라도 이루려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결론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한 달여 전인 2009416일에 그가 쓴 <굿바이 노무현>이라는 칼럼에서 민주주의든 진보든 개혁이든 노무현이 함부로 쓰다 버리는 바람에 그런 것들은 이제 흘러간 유행가처럼 되었다면서 노무현 당선 자체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실패한 만큼이나 뭔가를 해 보려고 했던 어떤 노력과 시도 모두를 '재앙'으로 단정해버라는 것과 같은 얘기인 것이다.

22대 국회의원선거를 30일 앞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함 등 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2024.3.11 연합뉴스

총선은 신구 권력 간의 진흙탕 싸움일 뿐?

이런 그에게는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이 이기든, "선거로 심판한다"는 얘기는 별 의미가 없게 된다. 한국 사회의 퇴행과 추락 속에 숨막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선거에 거는 염원과 절박감은 그의 눈엔 다만 허망한 일일 뿐이다. 그는 조국 혁신당의 창당을 조국의 '단순 복수극'이라고 쓰고 있는데, 그럼으로써 조국 혁신당에 대한 지지를 단지 한 개인의 복수극에 열광하는 대중의 무분별함으로 만들어버린다.

그에겐 지금의 선거전은 '신구 권력'간의 권력 다툼일 뿐이다. “대결정치는 당연히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협치가 아닌, 신구 권력 엘리트들 간의 구원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될 것이다.” 그에게는 낡은 권력과 새로운 권력, 정확히 말하자면 낡은 구태와 새로운 구태간의 진흙탕 싸움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양비론보다도 더욱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 양비론의 원인이자 결과인 정치 허무주의를 낳고 있는 그의 현실에 대한 눈이다. 그는 스스로를 대중들 위의 우월적 판관의 자리에 올려놓는 듯하다. 대중들의 삶이 이뤄지고 문제들이 일어나는 현실에서 자신은 빠져나와서, 그 밖에서, 또 위에서 그 안의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아래의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그래서 그의 현실비판에는 '현실'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는 대중들을 훈계하고 계몽하려는 듯하다. 가르치려는 것은 좋다. 단 가르치려거든 제대로 가르쳐야 하며, 다른 이를 가르치는 것은 항상 자기 자신을 가르치는 것과 함께라야 한다. 그가 근본적인 얘기를 하려는 것, 그런 발본적인 인식으로 사람들을 매섭게 나무라고 이끌려는 것은 비판을 살 일이 아니다. 다만 스스로 그 자신에게도 그 같은 요구를 할 필요가 있겠다. 자신에 대해서는 그같은 요구를 면제한다면 그런 이의 글은 아무리 비장하더라도 겉으로는 빛나 보이나 금빛으로 도금된 쇠붙이 글에 불과해질 뿐이다. <굿바이 노무현> 칼럼에서 그는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고 노무현을 보냈다. 노무현을 향한 그 말처럼 누구에게든 '낙조'의 시간은 그같은 자기엄격성이 없어질 때 맞게 돼 있다.

이 교수는 위의 칼럼에서 시인 장석주의 시를 빌어 '대추 한 알도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대추 안에 태풍 몇개, 천둥 몇개, 벼락 몇개가 있다'고 했다. 태풍과 천둥과 벼락은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영글고 익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언론을 통해 글을 쓰고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 사람들을 이끌며 '계몽'하는 것, 거기에는 성찰적 반성이라는 태풍과 천둥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어떤 직업에건 그 직업의 윤리가 있다면 대중들에게 주목받는 글을 쓰는 이에게도 그에 따르는 윤리가 있다면 그 태풍 몇 개, 천 둥 몇 개, 벼락 몇 개는 그것을 글로써 사람들에게 내려치는 이 자신에게도 내려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위 칼럼의 한 대목 "우리의 삶이 표류하듯"이라는 말처럼 어떤 화려한 글이든 간에 그런 글은 독자들을, 그러나 누구보다 그 자신을 표류하게 할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이명재 에디터

 

보수언론들의 정치 뉴스, 초조함이 느껴진다

3월 셋째주친여당성은 전국-지역지 공통적

포털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에 더욱 유의할 때

오전 10~11시대, 주목도 높은 기사가 올라오는 시간

311~17일 일주일 동안 오전 10~11시대 업로드된 기사들이 네이버 랭킹뉴스에 많이 올라온 패턴이 확인되었다. 이 시간대 기사들이 큰 주목을 끄는 경향이 있거나, 언론사들이 이 시간대 기사를 보도록 유도하거나, 네이버 뉴스 이용자들이 이 시간대 기사를 매체별로 골고루 보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315일 오전 10시대에는 60개 언론사의 보도 137건이 네이버 랭킹뉴스에 올라왔고, 이중 종합일간지 보도는 17, 방송/통신보도는 41건이었다. 조국 전 장관의 느그들 쫄았제?”라는 발언이 큰 주목을 받았고,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의 망언이 큰 화제가 되었다. (다른 시간대의 랭킹뉴스를 확인하고 싶다면 필자들의 연구 블로그를 방문해보세요)

댓글 많은 뉴스, ‘동아가 밀어주고 조선이 끌어주고

지난 주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던 기사는 14일 저녁 8시에 올라온 조선일보 기사였다. 그러나 이 기사와 같은 논조의 최초 발화점은 오후 4시에 올라온 동아일보의 <이재명 “’잘했다싶으면 2번 찍든지 집에서 쉬어라>였다. 동아일보의 이 기사를 받은 조선일보는 <충청 이재명 살만하면 2번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는 기사를 올렸고 이 보도를 필두로 세계일보, 중앙일보, 매일신문, 디지털타임스, 국민일보, 15일에는 조세일보, KBS, 헤럴드경제, MBN이 대동소이한 기사 제목을 받아 썼다. 이들 매체에 실린 해당 기사 댓글의 합은 16천여 개가 넘는다. 15일 조선일보는 다시 시동을 걸어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재활용해 <이재명 집에서 쉬시라 할때 옆자리 후보들 반응은>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15일 조국 돌풍과 장예찬 이슈에 묻혀버렸다.

네이버 뉴스콘텐츠제휴 60개 언론사의 20243월 셋째주 랭킹 뉴스 중 댓글 많은 정치 기사 20건을 추려보면 언론사의 보도 의도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댓글 많은 기사 중 종합일간지 기사가 11건으로 55%를 차지했다(조선일보 4, 동아일보 4, 중앙일보 2, 국민일보 1).

댓글 많은 기사 상위에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발언 인용 보도가 3건이 있었는데, 이 기사들 제목에는 2번을 찍었거나 2번을 찍을 이들을 도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거의 똑같은 기사 제목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디지털 타임스 세 개 기사 합산 댓글만 1만여 건이다. 동시에 큰 관심이 몰렸다고 할 수 있다.

위의 표에서 댓글 많은 정치기사 제목을 일별하면 감정적 이슈를 키우려는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든 꼬투리 잡으려는 의도와 민주당 안귀령 후보 망신 주기가 확실히 보인다. 조국 전 장관 관련해서도 흡집내기식 보도가 주를 이루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공격하는 프레임을 만들고 정치보복을 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처럼 경쟁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경쟁프레임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거나 '체급 구도'가 맞아야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다 아무런 대응이 없어서 보도량에서부터 아예 이재명 대표와의 프레임 경쟁이 성립하지 않는다. "2"이 막말이라고 몰아붙였으나 '2'이 혐오표현이나 조롱이면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행위도 혐오 행동이 되는 모순에 빠진다. 많은 언론이 '2' 논란은 부질없음을 깨달을 시기다.

랭킹뉴스의 또 다른 특징은 댓글 많은 정치 기사 제목 20건 중 단 1건만 제외하고 따옴표가 붙어 있다는 것.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이라 불리는 기사 제목이 대부분이다. 특정 인물이 한 말을 따옴표를 쳐 제목으로 만드는 형태이다.

그래서 기사제목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물 10명을 분석해보았다. 지난 주 랭킹뉴스 빈도 분석 결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41번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동훈(455),조국(398) 순으로 제목에 빈번하게 등장했다. 재미난 건 윤석열 대통령은 이름 언급보다 또는 으로 표기되는 빈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따옴표 기사 제목만 살펴봐도 지난 주 공천과 경선 과정의 논란을 다룬 언론 보도는 정봉주, 박용진, 양문석 등 민주당 인사에 일방적으로 쏠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장예찬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의 망언은 적게 보도되었다. 언론이 국민의힘에 대한 보도보다 민주당 공천에 더 관심을 가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총선과 직접 관련없는 인물로 호주대사로 임명되어 런종섭 ‘,’도주대사라고 불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과거 기자 테러 사건으로 MBC를 위협하는 망언을 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자주 인용되었는데, 이는 뉴스 이용자들이 정부 여당의 실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보수성향 종합일간지에서 보이는 초조함

네이버 온라인 기사 외에 지면으로 제공되는 종이신문 기사를 댓글수 기준으로 살펴봤다. 지면뉴스는 온라인 뉴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정제된 제목과 글을 쓸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의 논조는 비슷했다. 많이 봤을거라 추정되는 지면 정치 뉴스는 동아일보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 5, 한겨레신문 4, 경향신문 1, 중앙일보 1, 매일경제 1, 한국경제 1건이었다.

3월 셋째주 댓글 많은 종이신문 지면 기사의 주요 이슈는 1) 지지율 2) 조국 돌풍과 절대 언급하지 않는 조국혁신당 지지율 3) 여권 위기론 4) 민주당 비판 등으로 추려졌다. 민주당 공천 갈등을 부각하려는 보수성향 언론의 집요함이 보였지만,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을 '2'을 인용해 보도한 14일자 조선일보 보도나 국힘이 판세 숫자 공개 안 할 거라 보도한 16일자 동아일보 기사가 더 '진심'으로 느껴졌다. 보수성향 종합일간지의 초조함이 조금씩 드러나는 듯하다. 민주당 경선과 공천은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어떤 출구를 마련할지, 보수성향의 일간지가 어떤 프레임 전략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의 민생 행보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11일자 경향신문의 케이블카를 타고 걷지 않으니 오히려 자연이 보존된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 보도한 기사다. 평범한 사람들은 쉽사리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이고, 보고도 믿지 못할 내용이라 큰 주목을 받았을거라 추정된다.

지역지의 도 넘는 이재명에 대한 집착

총선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데다 비례대표 투표와 관련이 있는 만큼 지역지의 영향력도 클 거라 보고 네이버 제휴 지역 12개 언론사 랭킹뉴스도 분석했다. 댓글수 기준으로 기사를 분석한 결과 보수성향 지역지 논조가 보수성향 종합일간지와 비슷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지 중에서 대구 경북 소재의 매일신문이 댓글 많이 달린 뉴스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도민일보 6, 강원일보 2, 전주MBC 1, 대전일보 1건이었다. 특히 매일신문 랭킹뉴스는 페이지뷰 7만 회가 넘는 기사도 상당 건 있어서 지역지로서 영향력이 크다 할 수 있다. 심각한 문제는 네이버 제휴가 안된, 검색 노출이 잘 되지 않는 지역언론은 총선 보도 모니터링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특이한 점은 이재명 대표가 인용된 기사 제목은 댓글수 많은 기사 20건 중 70%14건에 달한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으나 깎아내리려는 의도의 기사 제목이 주를 이뤘다.

이와 대조적으로 윤 대통령 보도는 단 한 건. 독일 아우토반과 유사한 고속도로 추진하겠다는 보도로 대통령의 선심성 선거 보도가 아닐까 심히 의심된다.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이런 행보를 계속 보이는데도 비판하거나 감시하는 지역 보도를 찾기 어렵다. 정부와 대통령실이 배포한 보도자료로 받아쓰기 한 기사를 뿌릴 뿐이다.

3월 셋째주 분석을 마치며

지난 일주일, 네이버 랭킹뉴스 순위에 오른 60개 언론사의 뉴스는 총 9,723건이었다. 하루 평균 약 1400여 건의 기사가 올라오는 셈이다. 언론사별 상위 10건의 뉴스를 매일 모니터한다 치면 대략 600여 건의 기사를 봐야 한다. 기사 1건 읽는 데 1분 소요된다 해도 10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매 시각 뉴스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시간대 어떤 뉴스가 나왔는지 알기는 더 어렵다. 문제는 지나간 뉴스를 현 시각의 뉴스로 착각할 수 있고, 속보성 오보나 낚시성 제목 때문에 실제적 사실조차 확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간분석과 함께 일간분석도 시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네이버는 검색 기사 서비스를 무한 스크롤 방식 제공으로 변경했다. 검색어로 뉴스 검색을 해도 관련 기사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매우 어렵게 되어 버렸다’. 네이버 랭킹뉴스에 올라온 기사의 편향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네이버뉴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대로 보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그것이 핵심 뉴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총선 시기 워낙 많은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이슈도 매우 급격히 변화한다. 진실과 사실을 아는 것 만큼이나 진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식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시민언론 민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고은지 게임과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지방에서 태어난 게 죄'라는 고3의 선택... 교사는 화가 난다

[아이들은 나의 스승]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이 몰고 올 학벌의 연쇄 이동

지난 13일 자 <문화일보> 기사 "[단독] 강남3구 서울대 합격자, 광역시의 3~9" 문화일보

"지방에서 태어난 게 죄죠."

올해 서울대 합격자 중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 출신이 다른 지역 광역시 합격자 수의 약 3~9배에 이른다는 뉴스를 접한 고3 준우(가명)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풀 죽은 그의 말은 분노보다 체념으로 가득했다. 딱히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이야기가 슬펐다.

강남 출신이 의치대와 서울대 등 명문대를 독식하고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지방 출신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지방 소재 특목고와 자사고를 제외하면, 학교마다 합격자 수는 한 손에 꼽는다. 강남 출신이 본다면, 말 그대로 '도토리 키재기'.

강남의 명문대 독식은 나아지기는커녕 해마다 악화일로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 8명 중 한 명이 강남 출신으로 드러났다. 아이들 사이에선 '강남의 하찮은 일반고가 지방의 일류 자사고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강남에서 태어났다는 건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부모 잘 만난 것도 실력'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고액의 사교육을 통해 대입을 준비한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에 이견이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이 올라가면서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대입 전형이 어떻게 바뀌든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의 위세는 굳건하다.

수능에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한다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던 지난해의 사교육비 지출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킬러 문항만 없애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거라는 정부의 어이없는 발상에 온 국민이 코웃음을 쳤다. 애꿎은 수험생들만 '킬러 문항 없는 역대급 불수능'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현재 사교육을 받지 않는 고등학생은 거의 없다. 방과 후 교문엔 줄지어 선 학원 버스들로 장사진이고,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야심한 시각에도 곧장 집에 가지 않고 스터디 카페 등을 찾는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 수업이 이어지고, 학원에서 나오면 인터넷 강의를 듣는 일상이 반복된다.

그렇다고 그들 모두가 서울대 진학을 염두에 두는 건 아니다. 입으로야 '수능 대박'을 주문 외듯 하지만, 스스로 언감생심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준우의 말에 마주 보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는 지방에 사는 아이들에게 '인 서울'이면 모두 서울대라고 했다.

'주위 환경'이 달라졌다

"누구나 대입을 위해 사교육을 받지만, 명문대에 가려면 '강남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잖아요."

그는 '강남 사교육'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막연히 '강남 사교육'은 여느 곳과 다를 거라고 했다. 여건만 허락되면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올라갈 거라며 웃어 보였다. 그에게 강남은 단순히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바늘과 실처럼 따라가는 사교육 불패의 수식어이자 '유토피아'와 동의어다.

그는 교육 전문가들이 내놓는 대책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명문대 진학이 가능하도록 지방의 공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강남에 버금가는 교육특구를 조성해 지방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의 방안도 실효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14일 자 <조선일보> 기사 "어디 가? 의대 가? 서울대 신입생, 입학 일주일만에 119명 휴학" 조선일보

그런 그가 요즘 들어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인 서울'을 향한 오랜 꿈이 최근 명문대 진학으로 상향됐다고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허무맹랑한 꿈이라 치부했던 명문대 진학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고 있다며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의 내신 등급과 모의평가 점수는 그대로인데, '주위 환경'이 달라졌다는 거다.

정부의 느닷없는 의대 증원 방침이 일선 학교에 몰고 온 '나비 효과'. 당장 올해부터 의대 정원을 2천 명 늘리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전공의들이 대거 파업에 나서는 등 의료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수험생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 의대를 향한 'N수생'과 최상위권의 도전으로 학벌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졌다고 본다.

예상했던 대로 그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개강하자마자 전공 학부와 상관없이 서울대 신입생들의 휴학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는 보도다. 심지어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현 정부의 역점 시책에 따라 신설된 첨단융합학부조차 지난 8일 현재 정원의 7.4%에 해당하는 17명이 휴학계를 냈다고 한다.

대부분은 의대 진학을 준비하기 위한 '반수' 목적의 휴학이다. 이미 수험생들 사이에서 서울대 공대는 '의치대 사관학교'로 불려온 터다. 휴학계를 내려면 반드시 1학기를 이수하도록 한 여느 대학에 견줘, 서울대는 학적을 둔 채 1년을 온전히 입시 공부에 쏟을 수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체념인지 달관인지 모를 답변

지난 2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 앞서 직원이 신입생들을 축하하며 토퍼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의 '의대 침공'이 본격화되었으니 연고대의 '서울대 침공'으로 이어질 테고, 그러자면 제게도 꿈꿔온 명문대 진학의 기회가 열리지 않겠어요?"

그에게 의치대와 서울대생은 애초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했다. 그들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채울 '이삭줍기'일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서울대생이 의치대에 가고, 연고대생이 서울대로 옮겨가면, 비인기 학과라도 명문대 로고가 새겨진 '과잠'을 입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대학의 간판보다 전공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전공은 오직 하나 '메디컬'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 영재들이 모인다는 서울대 공대조차 의치대에 눈이 팔려 강의실이 텅 비어가는 현실에서 전공 운운하는 건 흰소리라고 했다.

'취업'이라는 말의 의미도 과거와는 180도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또래들 사이에서는 '취업''알바'와 비슷한 뜻으로 통용된다고 했다. 어차피 비정규직이 보편화하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단순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는 상황에서 '취업'은 기업이 필요할 때 잠깐 쓰이다 버려지는 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요즘 아이들은 변호사나 의사 등의 전문직만이 미래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SKY 서성한 중경외시'라는 학벌 서열 위에 '문과생은 로스쿨, 이과생은 의치대'라는 불문율이 우뚝하다. 서울대 공대와 지방 의치대에 동시 합격한 아이에게 어디를 선택할 건지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 방침으로 서울행에 들떠있는 준우를 보며, 새삼 우리 대학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된다. 소수의 강남 출신이 명문대를 독식하고, 그들이 또다시 의치대로 갈아타며 학벌 구조의 맨 꼭대기에서 승승장구하는 현실은 우리 대학이 심각한 기능 부전의 상태에 빠져있음을 방증한다. '지성의 요람'은커녕 사회적 퇴행의 주범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준우는 스스로 성골과 진골 아래의 6두품에 만족한다고 했다. 학벌 구조를 골품제에 빗대어 의치대생을 성골로, 서울대생을 진골로 에두른 것이다. "지방 출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차별 아니냐"는 분노 섞인 나의 위로에 그는 설핏 웃으며 체념인지 달관인지 모를 '웃픈' 답변을 남겼다.

"지방에서 태어난 건 운명인데 어쩌겠어요. 신라 말 6두품처럼 언젠가는 새 세상의 주역이 될 날이 오겠죠."

오마이뉴스 서부원(ernesto)

-으로 이어진 '그때 그 사람들', 또 해묵은 '규제 완화' 타령

[경제뉴스N시선] '격차' 해소 위한 규제 완화론10년 전에도 똑같았다

한국 대기업 일자리 비중 14%, OECD 꼴찌"(24.02.28 동아일보)

대기업 일자리 비율 14% 'OECD 최하위'(2024.02.28. 조선일보)

입시지옥·저출산·서울공화국? KDI "대기업 일자리 부족 때문"(24.02.27 한국일보)

[사설]中企 지원으론 대기업 일자리 못 늘린다는 KDI의 쓴소리(24.02.27 한국경제)

[사설]기업 활력 높여 양질의 일자리 늘리는 게 '고용 미스매치' 해법(24.02.28 서울경제)

[사설]대기업 일자리 OECD최저...이대론 한국병 못 고친다(24.02.29 이데일리)

대기업 규제 풀라는 KDI 보고서'왜곡 통계'로 썼다(24.03.07 경향신문)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에서 발표한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라는 보고서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보고서는 2021년 기준 한국의 종사자 250인 이상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14%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58%), 프랑스(47%), 영국(46%), 독일(41%)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도 했다.

KDI 보고서는 대기업 일자리와 중소기업 일자리의 '격차'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상위권 대학 졸업생은 40대 초반이 되면 하위권 졸업생 임금의 50%를 더 받고 있으며, 임금 외에도 출산휴가 등 근로조건에서 격차가 존재한다. 당연히 대기업 일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한 입시 경쟁이 발생한다. 여기까지는 현상 진단이다. 보고서의 제안은 정부가 기업의 규모화(scale-up)를 저해하는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고서 작성자인 고영선 KDI 부원장은 구독자 65만 명이 넘는 <언더스탠딩>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직접 이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각종 중소기업 지원책 때문에 기업들이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으려 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했다. 또 대기업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와 고용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과가 나지 않는 팀이나 프로젝트는 "정리"할 수 있어야 대기업이 고용을 많이 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또 대기업이 "노조 결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주화를 한다면서 일자리가 불안정해진 책임을 노동조합에 돌렸다. 좋게 말해도 무척 특이하고 논쟁적인 주장이었지만, <언더스탠딩> 진행자들은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날카로운 질문도 던지지 않았다.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은 <경향신문>이 유일했다. 핵심 내용인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을 뒷받침하는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종사자 25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비중이 14%라는 것은 사업체 조사 기준이다. 그리고 통계청에 따르면 사업체란 "일정한 '장소'에서 단일 또는 주된 경제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체 또는 기업체를 구성하는 부분"을 뜻한다. 예를 들어 A라는 대기업의 공장이 안양, 부산, 구미에 있다면 사업체 조사에서는 각각의 공장이 하나의 중소기업으로 잡힐 수도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통계청 2022년 일자리행정통계(기업체 기준)상 국내 대기업(300인 이상·공공기관 포함) 일자리 수는 858만 개로 전체의 32.4%"에 달한다. 14%32%는 차이가 크다. 국책연구원의 보고서가 논란의 여지 있는 통계에 기반하고 있다면 결론의 타당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KDI는 왜 사업체 조사 기준으로 14%라는 숫자를 선택했을까? 국책연구원 부원장이 사업체 조사에 대해 정말 몰랐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일자리 격차를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조선일보>'12 88, 쪼개진 노동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제목의 기획연재를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88에 해당하는 하청노동자, 프리랜서, 저임금 노동자 등의 처우 개선을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와 원청 대기업의 시혜적 '상생' 조치를 미화하고 건설노조 등 조직된 노동자를 공격하고 있다. 또 지난달 말 대통령실은 갑자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약 87% 근로자"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2022년 기준 13.1%니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약 87%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주장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숫자의 유사성에 눈길이 간다. KDI1486, <조선일보>1288, 대통령은 1387. KDI<조선일보>와 대통령실이 던진 의제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원청 대기업의 책임을 일절 거론하지 않는다. 둘째, 노동조합을 기득권으로 몰아 비난한다. 혹시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노동개혁'의 동력을 다시 만들기 위한 분위기 조성 작업일까?

만약 KDI 보고서가 애초에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숫자와 논리를 조합해서 작성된 것이라면 내용을 구구절절 반박해 봤자 별 의미가 없다. 그래도 중소기업에 15년 넘게 다닌 지인에게 물어봤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지원을 몰아주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KDI 보고서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지인의 대답은 명쾌했다.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이유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에 대한 보호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정부의 지원은 도움이 되지만 "젊은 직원을 몇 년 붙잡아 두는 정도"라고 답했다. 아마 중소기업에 다녀본 사람의 90% 이상이 비슷한 대답을 할 것이다. 아니면 원청 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를 거론하며 가슴에 맺힌 이야기를 털어놓을 것이다. KDI 보고서는 현실의 가장 명백한 문제를 외면하고 격차의 원인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진단했다.

중소기업이 커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동화 속 피터팬 때문이 아니라 R&D에 투자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그 과실을 원청이 다 가져가 버린다면 무엇 때문에 R&D에 투자하겠는가. 중소기업에서 기술 개발과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니 직원의 임금을 올려줄 여력은 당연히 생기지 않는다. 그나마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Business-to-Custumer) 부문에서는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B2B(Business-to-Business) 부문에서는 그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보면 안다. 그래서 정부의 기업 지원 또는 규제가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하기 이전에 원하청 구조의 문제를 먼저 살펴야 한다.

대기업 고용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자가당착에 빠진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면서 바로 그 대기업 일자리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로 바꿔놓겠다니. 여기서 고용을 더 유연화하면 KDI가 말하는 14%의 노동자마저 미래가 불안해져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 지원까지 줄여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모든 시장의 사업 기회를 대기업이 독식하고 대다수 노동자는 대기업의 자회사, 하청, 재하청, 파견업체, 독점 플랫폼 기업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게 될 것이다. 격차 해소는커녕 디스토피아로 가는 길이다.

격차 해소를 위해 아래쪽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위쪽을 끌어내리자는 주장! KDI 보고서와 고영선 부위원장의 논리는 평범하지 않다. 그런데 왠지 익숙하다. 그동안 기재부와 노동부가 기회만 있으면 꺼내놓던 주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기에 많이 회자된 노동개혁(노동개악이라고 불렸다)의 논리와 흡사하다. 왜 그럴까? 사람이 같아서 그렇다. 고영선 KDI 부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노동부 차관으로서 노동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인물이다. 아마도 그는 과거에 실패한 박근혜표 노동개혁안의 내용을 이번 KDI 보고서에 담아냈을 것이다.

10년 전인 2014년으로 잠시 가보자. 최경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규직 과보호'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정규직이 과도한 보호를 받다 보니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기업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는 상황이다." 이 발언을 신호탄으로,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격차 해소를 위한 일이라면서 저성과자 해고(이른바 '쉬운 해고')로 대표되는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노사정위에 한국노총을 데려다 놓고 합의를 종용한 결과, 20159월에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이 나왔다. 합의문은 노동시간 확대(68시간 유지), 임금체계 개편 및 취업규칙 변경, 파견 확대, 최저임금 제도 개편 등 재계의 민원 사항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찌 됐든 합의문이 나오자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이라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노동개혁을 주도했던 김현숙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아직 승인받지도 않은 예비비를 사용해 언론에 홍보기사를 청탁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하지만 김현숙은 숭실대 교수로 있다가 윤석열 인수위 정책특보로 부활했고, 지난달까지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를 지켰다.

그뿐 아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으로서 김현숙과 함께 노동개혁을 담당했던 이성희는 현재 고용노동부 차관이 되어 있다. 그리고 2015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이정한은 고용노동부에서 윤석열 인수위로 파견되어 갔다가, 지난해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되었다. 현재 '덩어리 규제'를 폐지하겠다면서 총 150명 규모의 규제혁신추진단을 이끌고 있는 한덕수 총리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쉬운 해고' 추진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 노동개악을 시도했던 인물들이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사측 입장에 기울어진 '노동개혁'을 추진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을 추진했던 인물들이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표시했다. 이 그림에 등장한 인물들이 전부는 아니다. 안진이

지나치게 기울어진 내용,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노동계의 거센 반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추진했던 노동개혁은 실패로 돌아갔다. 20161월에 가서는 한국노총도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했고, 그해 4.13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관련 법안들은 폐기되었다. 우스운 것은 애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경제민주화였다는 것이다.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맞춤형 복지로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놓고 반대 방향으로 갔다. 대기업이 쌓아놓은 돈이 800조에 달했는데도 유연화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때도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취약계층 보호, 청년실업 등을 이유로 양대 노총 내 정규직 노조를 비난했다.

윤석열 정부는 애초에 경제민주화 같은 약속을 하지 않았다. 당선 후에는 대놓고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노동자의 양보와 희생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이라며 추진하려는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한 노동개혁 내용과 유사하고, 그러기 위해 노조 혐오를 조장한다거나 노사 법치를 내세워 노조를 탄압하는 행태는 과거 이명박 정부와 닮았다.

또 윤석열 정부는 정부가 주도하기 어려운 정책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 연구회나 위원회 같은 기구를 많이 만들었다. 대표적인 기구로서 20227월에 출범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교수 12인으로 구성된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202212월에 내놓은 권고문은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노동개혁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고용노동부 산하에 상생임금위원회라는 논의체를 구성해 "임금 문제를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신기하게도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상생임금위원회 위원 명단에 있다. '노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상생임금위원회에 '자산' 전문가가 들어와도 되는 걸까?)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사노위에는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연구회'라는 조직을 두고 있다. 이 두 기구에는 법학 교수와 경영학 교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노동문제 전문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권혁, 김기선, 권순원, 박철성 등 상당수 교수들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 관련 위원회, 연구회, 자문단에 중복으로 소속되어 있다. 평소 친기업적인 생각을 가진 교수들의 의견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될 위험이 크다.

박근혜 정부 때 노동개혁과 관련된 위원회에 있었던 전문가들과 윤석열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소속된 전문가들의 명단. 두 정부에 모두 걸쳐 있는 인물은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2개 이상의 기구에 중복 소속된 인물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권순원 교수의 경우 빨간색과 파란색에 다 해당하지만 박근혜 정부와의 연관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빨간색으로만 표시했다. 안진이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를 돕는 이 '전문가'들 중에도 박근혜 정부 시기의 노동개혁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있을까? 명단을 살펴보니 박근혜 정부 때 노사정위 내 위원회와 윤석열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공통으로 이름이 포함된 인물은 3명이었다. 조준모, 박지순, 권순원. 가장 바빠 보이는 인물은 권순원 교수다. 그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에서 모두 노동 관련 법·제도 개편에 관여했으니 처세의 달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10년 전 인물들이 다시 나와서 10년 전 이야기를 또 하고 있다. 위기일 때나 위기가 아닐 때나 그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똑같다. 격차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면서 피라미드 꼭대기의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말한다. 그때 틀렸던 이야기는 지금도 틀렸다. 격차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아래쪽부터 손대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싶다면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해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한 노조법 23조 개정안부터 되살리길 바란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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