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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2.26~

by 이성근 2024. 2. 26.

1. 보수성향 유권자, 기후 문제에 민감하다 2. 20년간 숲의 질높아졌는데···이제와 그린벨트 해제라니  3. 겨울 이어 봄도 예년보다 따뜻여름이 두렵다  4. 철새 대체서식지이 발목 잡았다, 장낙대교 건설 또 제동  5. 부산 대기중금속 농도, 공업지역이 주거지보다 3.5배 높아

6. 도심 한복판에 곤돌라, 케이블카가?서울 남산과 부산 황령산 환경 훼손 논란 7. 그린벨트 해제 이어윤 대통령 "역대 최대 규모 군사보호구역 해제" 8. 1년 기다려 일주일만 피는 9,500만년 된 최초의 꽃 9. “2혈세 날린 용인경전철 실패지자체장·수요예측 기관이 배상책임10. 서울 공원에 내 나무가?...현대, 나무 기부 프로젝트 후원 11. 임계 상승 온도 1.5, 벌써 깨지고 있다 12. 대기오염이 꿀벌 활동에 악영향"...WWF, 분석 보고서 발표 13.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의 아름다운 변신

14. “꿀벌 폐사, 올해 더 심각월동률 ‘0%’ 농가도  15. 한국 찾은 호주 원주민들 "바로사 가스전 투자 멈춰달라16. 나무에게 위험한 건 백로 아니라 인간이라네  17.“오늘은 반바지, 내일은 스키복 입을 판변화무쌍 미국 날씨 18. 사람과 식물의 관계? ‘식물 분포도보면 알 수 있다

19. 두 얼굴의 전자제품 쓰레기 20. 바다가 뜨거워지자, 우리 밥상은 허전해졌다 21. 주꾸미에게 닥친 공유지의 비극’  22. 우리나라 어항(漁港) 2301남해안 중심 발달

보수성향 유권자, 기후 문제에 민감하다

이관후 교수 여론조사 결과 분석공항 건설 반대·탄소세 부과 찬성 등

지난 2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기후정치바람의 주최로 ‘2024 총선 결과를 바꿀 기후유권자, 기후정책과 표심집담회가 열렸다. 기후정치바람 제공

개발을 지지하고 규제를 반대해온 보수 유권자층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성향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기후정치바람주최로 ‘2024 총선 결과를 바꿀 기후유권자, 기후정책과 표심집담회가 열렸다. 이날 집담회에서 기후 이슈 지역과 기후유권자를 발표한 이관후 건국대 교수는 기후위기 이슈는 생각보다 복잡하다면서 보수 유권자층은 개발 공약을 지지하고 일자리 확대 정책을 선호할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조사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것이 다수의 선거구에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표 되는 기후공약

기후정치바람은 지난해 121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17000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전국 여론조사)를 했다. 이를 토대로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보를 인지하고 기후위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위기 의제를 중심에 두고 투표할 수 있는 성향을 지닌 유권자층을 기후유권자로 분류했다. 또 전국을 67개 권역으로 나눠 기후유권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21개 권역을 기후선거구로 지정했다.

이관후 교수는 각 기후선거구의 지역별 기후의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이날 발표했다. 경기도 기후선거구인 과천·광명·군포·부천·시흥·안양·의왕에서는 경기국제공항 건설 추진에 대해 보수성향의 응답자 51.6%, 중도성향의 응답자 48.9%, 진보성향 응답자 60.3%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으므로 철회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산지개발에 대해서는 보수성향, 진보성향 응답자 모두 80%에 가까운 비율로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의 기후선거구인 은평·서대문·마포에서는 자동차 적정대수 규정(차량등록 제한)에 관해 민주당 지지층의 64.1%, 국민의힘 지지층의 68.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의 기후선거구인 강릉·속초·고성·인제·양양에서는 주문진 폐기물 매립장 설치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58.1%, 국민의힘 지지층의 48.6%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공항 건설에 찬성하고 일자리 정책만 있으면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라며 인천 부평구에서는 공공요금 탄소 배출 비용부과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정당지지층 간에 차이가 없었다.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탄소세 부과에 반대하리라 생각하지만, 조사 결과 이와 달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기존 구도가 무너진 이유 중 하나는 기후유권자 상당수가 고령층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고연령층 유권자 상당수는 기후재난을 경험했기 때문에 기후민감도가 굉장히 높다라며 실제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후 문제에 더 민감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다라고 말했다.

기후정치바람은 전국 유권자의 33.5%를 기후유권자로 추산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심리를 자극하는 각종 개발공약부터 내놓고 있다. 지난 2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울산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보존등급이 높은 그린벨트라고 해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필요가 있고 시민들의 필요가 있으면 바꾸겠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철도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정치권은 관성적으로 기후 문제는 득표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지난 221일 국회 집담회에서 초격전지와 기후유권자를 발표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정치인들의 눈에 안 보일 뿐이지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유권자는 상당히 많다. 아직도 정치권은 기후위기 의제를 던졌을 때 표가 될지 고민한다라며 기후유권자는 실존하고 표가 된다. 정치권은 표 안 되는 기후공약을 내서 밀리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유권자가 33.5%라는 조사 결과를 두고 내 주변에는 없다’, ‘그럴 리 없다라는 반응을 가장 많이 들었다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125개국 13만명을 대상으로 벌인 기후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에 맞서기 위해 가계소득의 1%를 기부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9%기부하겠다고 답했고, 6%‘1%보다는 작지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당신네 나라 시민들의 몇% 정도가 1% 기부 의사를 밝힐 것 같은가라는 질문의 답은 평균 43%에 그쳤다. 서 대표는 “26%의 차이다. 유권자 3명 중 1명이 기후유권자로 나왔는데, ‘그럴 리 없다라고 반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번 조사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시민들이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가져보자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기후유권자 규모가 조사를 통해 확인된 만큼 정치권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후의제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가 나왔다. 지난 1월 미국 콜로라도대학이 발표한 기후변화 여론과 최근 대통령선거보고서는 지난 2020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주요 요인 중 하나를 기후 이슈로 분석하며 “3%의 유권자가 기후 이슈 때문에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2022년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한 이유도 기록적인 산불과 홍수가 발생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의제로 들고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1년 독일에서는 홍수로 2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해 치러진 총선에서 녹색당은 118석이라는 역대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다.

준비된 정치집단 있어야

국내 정치권에서 기후위기는 여전히 주요 의제가 아니다. 서복경 대표는 원내정당들은 지도자급 수준에서 기후 문제를 주요 이슈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집담회에 참여한 정치인은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녹색정의당 인재영입 1호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오준호 새진보연합 정책본부장이었다.

서 대표는 기후의제를 선도하는 유럽 국가들도 처음에는 작은 정당이나 큰 정당의 소수 그룹에서 목소리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주류의 목소리가 아니어서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각 정당에 기후정치를 준비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5~10년 안에 기후 이슈는 가장 상위의 정치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변량이 커지면 기존에 있는 재난 대응 시스템이나 복지 인프라로는 대처가 안 될 것이고, 중앙정부부터 각 동의 행정조직까지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라며 준비된 정치집단이 있어야 시민들이 기후재난으로 고통받고 기업들이 에너지전환 문제로 세계시장에서 밀려날 때 국가적 수준에서 대응을 할 수 있다.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우왕좌왕하다 사회가 무너지게 된다라고 말했다.<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30년간 숲의 질높아졌는데···이제와 그린벨트 해제라니

서울 등 중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던 경기 광주 남한산성면 검복리마을이 2022810일 토사와 나무로 뒤덮여 있다. 현재 검복리는 전기, 수도가 끊겨 있다./문재원 기자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축구장 약 10만개 면적의 숲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적으로 숲 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숲 밀도나 초목 생장 등을 보여주는 숲의 질은 같은 기간 더 나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공원·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보호지역을 엄격히 관리하고, 도시계획도 발전한 결과로 보인다. 개발과 보호 사이 균형찾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 정책의 중심은 개발 쪽에 쏠려있다. 정부는 지난 21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대폭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개발에 따른 손실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낮 기온이 34도로 폭염특보가 발효됐던 지난해 619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시민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2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풀씨행동연구소의 ‘GIS를 통한 한국의 자연 손실 평가-산림면적 변화와 정규식생지수 변화를 중심으로보고서를 보면 1990~2020년 사이 5년 주기로 국내 산림면적 변화 추세를 평가했을 때 전체적으로 산림 면적은 감소했지만, 식생의 질은 건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는 숲 면적을 측정하기 위해 위성 영상에 머신러닝을 이용해서 숲을 가려냈다. 이렇게 나온 결과를 환경부 토지 피복도와 비교해 검증했다. 분류 정확도는 95% 이상이었다. 양적 평가 결과 1990~2020년까지 국내 산림 면적은 감소세를 보였다. 1990년 기준 전체 산림 면적은 58983.51였으나 2020년에는 741.17(1.26%) 감소해 58242.34가 됐다.

행정구역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이 시기 개발이 활발했던 지역에서는 산림이 많이 감소했지만, 1990년에도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됐던 지역이나 개발이 덜 진행된 지역에서 산림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숲 면적 기준으로는 충남에서 30년간 513.68(15.45%)이 줄어, 산림이 가장 많이 사라졌다. 충청북도와 경기도에서는 각각 약 293.53(5.82%) 282.16(6.03%)의 숲이 줄었다. 제주에서는 숲 19.2%(155.31)가 줄고, 세종에서 14.53%(24.46)가 줄어 감소율이 높았다. 보고서는 도시 개발 및 확장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경기도 지역은 개발 확장이 가장 활발한 지역임에도 제주보다 적은 변화율을 보였는데, 그린벨트, 녹지계획 등 다양한 산림 복원 정책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은 1990~2020년 숲이 34.89(37.61%) 늘었다. 인천도 30년간 19.21가 늘어나 숲 면적이 1.76배로 큰 폭 늘었다. 증가율이 아닌 늘어난 면적을 기준으로는 경북(380.39, 2.95%), 전남(309.03, 6.06%)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인천, 서울의 숲 증가량이 가장 선명한데, 이는 도시 녹지계획과 숲 조성 계획 등의 효과가 컸던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특히 전남에서는 복원 사업이 원활해 산림 면적이 많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숲 건강 정도를 보여주는 질적 변화는 위성 자료에 기반한 식생 모니터링 정규화 식생지수(NDVI)를 평가했다. NDVI는 위성 영상에 담긴 식생의 건강, 밀도를 정량화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지수로, 잎의 반사 파장으로 식생 건강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1에서 1 사이의 지수로 측정하는데 나무가 건강하게, 오래 자라 녹지가 우거질수록 큰 값이 나온다.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거나, 산불 등의 피해 이후 회복되는 산에서는 작은 값이 나온다.

평가 결과 한국의 숲은 전체적으로 더 건강해졌다. 1990년 한국 전역의 NVDI0.39였지만 2020년에는 0.41로 증가했다. 경기, 충북, 경남, 부산을 제외한 모든 행정구역에서 NDVI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산림면적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식생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자연환경에서의 생태계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자원활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특히 숲 면적이 많이 늘어난 서울과 인천을 보면, 두 지역의 NDVI19900.19에서 20200.25로 각각 좋아졌다. 보고서는 두 도시의 녹지계획과 환경정책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효과를 거두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또 국내 주요 보호지역인 백두대간 보호지역(0.45에서 0.47로 증가)과 국립공원(0.43에서 0.46으로 증가)에서는 일관되게 숲이 더 건강해졌다. 국립공원별로 봐도 NDVI는 모두 상승 추세였다. 이는 국가 수준의 보호와 지원이 지역 내 자연을 보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 추세역행하는 그린벨트 해제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대폭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비수도권에서 지역 주도로 전략사업을 추진하면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더 많은 자연확보 정책을 유지하는 국제 사회 흐름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2022년 말 전 지구 육지, 해안,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해 관리한다는 ‘30×30 목표를 담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 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생물 다양성이 높아서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의 손실은 2030년까지 ‘0’에 가깝게 만들자는 내용도 포함했다.

강원 함백산 1500고지 인근 분비나무 옆에서 어린 분비나부. 3~4년 정도 자라도 키가 3~4에 불과했다. 강한들 기자

보고서는 자연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 정책으로 자연 자원 총량제를 제시한다. 개발 사업으로 자연 자원의 총량이 훼손되면, 그 만큼 복원·대체해 훼손량과 복원량을 상쇄하는 걸 기본원리로 하는 정책이다. 미국의 습지 총량제, 일본 녹지 총량제, 호주 환경상쇄제, 독일 자연 침해 조정제 등에도 자연자원 총량제의 개념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자연 손실을 최소화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녹지 계획을 수립하고, 도시 숲, 공원, 그린벨트 조성 사업을 통해 질적 손실을 상쇄해야 한다산림 자원의 양적, 질적 손실을 균형적으로 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자연환경의 가치와 파괴에 따른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자연자원의 정량화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소속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뒤 시간이 지나고 사람이 개입하지 않으면 산림의 생태 건강도가 좋아진다는 정책 효과를 검증한 게 중요하다양적 총량 관리가 어렵다면 질적 총량이라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원격 탐사를 사용해 거시적 관점에서 1990년에서 2020년까지 숲의 양적, 질적 변화를 평가한 국내에서 드문 사례다. 이 교수 연구진이 주관했다. 국립생태원, 한국환경연구원, 서울시립대, 고려대 등 소속 연구자와 환경운동연합이 자문했다.경향 강한들 기자

 

겨울 이어 봄도 예년보다 따뜻여름이 두렵다

기상청, 35월 전망 발표

지난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사 앞 매화나무에 매화가 펴 지나가는 시민이 휴대전화로 봄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따뜻한 겨울이 지나고 올해 봄도 평년보다 따뜻한 봄이 될 것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기상청은 지난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35) 해설서에서 3월과 4월 평균 기온이 평년(19912020)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밝혔다. 5월은 평년과 견줘 높을 확률 50%, 비슷할 확률 30%였다. 반면 35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그쳤다. 35월 평년 평균기온은 각각 6.1, 12.1, 17.3도 등이다.

3~5월 평균기온 전망. 기상청 제공

앞서 기상청은 지난해 1023‘3개월 전망 해설서에서 1112월 평균 기온이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을 각각 40%로 전망했다. 또한 1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할 확률을 50%, 높을 확률을 30%, 낮을 확률을 20%로 예상했다. 실제 지난 겨울 3개월(11, 12, 1) 평균 기온은 각각 8.3(역대 15), 2.4(역대 10), 0.9(역대 6), 평년(7.6, 1.1, -0.9)보다 높았다. 2월 평균 기온(24일 기준)4.1도로, 평년(1.2)보다 2.9도 높은 상태다.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에 이어 평년보다 높은 봄 날씨가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기상청은 3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원인으로 평년보다 북서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다는 점을 꼽았다. 북서 태평양 해수면온도가 높으면, 이 지역에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시켜 우리나라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현재 성층권 진동’(QBO)이 동풍 편차를 보이는 점도 34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다. 성층권 진동은 적도 상공 1050의 성층권에서 부는 바람 방향 편차를 의미한다. 동풍이 서풍보다 강한 동풍 편차가 지속되면, 북극 찬 공기를 가두는 에어커튼인 제트기류가 평년보다 북쪽에 위치하게 되고,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형성된다.

또 평년보다 높은 아라비아해 해수면 온도가 봄철 동안 지속되면, 동아시아로 대기파동이 유도되고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형성된다. 이때 고온 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5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대기파동은 남쪽에서 북쪽 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에너지가 전파되면서, 고기압성, 저기압성 순환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전지구 해수면온도 편차. 기상청 제공

다만 겨울철 북아메리카 동쪽 해안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고, 북대서양 북부와 남부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음의 삼극자 패턴이 나타나면, 우리나라 부근에 저기압성 순환이 형성되며 35월 기온이 낮아질 수도 있다.또한 겨울철 아열대 중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으면, 엘니뇨가 쇠퇴하는 봄철 필리핀해의 고기압이 평년보다 약해진다. 이때 우리나라 부근에 저기압성 순환이 나타나면서 34월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경향을 보이게 된다.

한편, 기상청은 3월과 4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을 각각 40%로 전망했다. 5월은 평년과 비슷할 확률 50%, 평년보다 많을 확률 30%. 35월 강수량 평년 평균은 각각 52.4, 81.7, 108.9등이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철새 대체서식지이 발목 잡았다, 장낙대교 건설 또 제동

부산시가 장낙대교·엄궁대교 건설을 본격화했지만 장낙대교 건설 과정의 기초이면서 가장 중요한 절차인 문화재청의 문화재 현상 변경 승인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시는 환경 훼손 논란을 극복하고자 철새의 대체서식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보완을 거쳐 문화재청과 재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장낙대교 건설사업은 지연이 불가피해 낙동강을 지나는 서부산 주민과 출퇴근 시민의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문화재청이 장낙대교 건설과 관련한 문화재 현상 변경 신청안을 부결해, 철새 대체서식지 등을 보완해 재협의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장낙대교 건설이 자연유산 보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2025년까지 3455억 원을 투입, 강서구 대저동과 사상구 엄궁동을 잇는 길이 3·왕복 6차로의 엄궁대교 건설을 추진한다. 2029년까지 총사업비 1329억 원을 들여 강서구 생곡동과 명지동 에코델타시티를 연결하는 길이 1.5, 왕복 6차로의 장낙대교를 건설할 계획이다. 엄궁대교는 낙동강 본류, 장낙대교는 서낙동강의 횡단 교량으로 연결도로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두 교량 모두 철새 조사와 대체서식지 조성 계획 등이 미흡해 철새도래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시는 지난해 9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장낙대교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 대상지 주변 지역에 자리 잡은 낙후된 낚시터를 개선해 철새 대체 서식지로 조성하는 등 환경영향저감 방안을 반영한 추진계획을 수립했고, 2개월 뒤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 변경을 신청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과 지난 17일 각각 강서구청에서 장낙대교·엄궁대교 사업계획에 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시는 서부산낙동강교와 하굿둑 교량 등의 교통량이 포화 상태인데, 2028년 준공 예정인 에코델타시티 신규 교통량(일일 평균 20만 대)이 더해지면 출·퇴근 시간 등 차량 정체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시 관계자는 철새 대체 서식지 등을 추가로 확보해 올해 상반기 내 문화재청과 재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문화재청과 협의가 마무리되면 실시설계 용역을 재개하는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조속히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환경단체의 의견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현재 엄궁대교와 관련해서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구역을 지키기 위해 당연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장낙·엄궁대교뿐만 아니라 대저대교도 문화재 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지난다. 교통은 다른 구간이나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시는 낙동강하구 생태계 복원에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가 추진하는 낙동강 신설 교량 중 핵심인 대저대교(강서구 식만동~사상구 삼락동 사상공단) 건설 사업은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이르면 6월 착공에 들어간다. 이 사업도 철새 서식지 훼손 논란 등으로 7년 동안 답보상태였으나 최근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부산 대기중금속 농도, 공업지역이 주거지보다 3.5배 높아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2023년 조사

공업지역 학장서 5개 중금속 농도 최고

납은 7개 특·광역시 중 두 번째로 낮아

지난해 4월 부산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을 때 황령산 전망대.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대기중금속 농도를 조사한 결과 공업 지역이 상업·주거 지역과 비교해 3.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2023년 대기중금속 조사결과 공업 지역인 학장에서 5대 중금속(니켈, 크롬, 망간, , 구리) 평균 농도가 상업 지역인 연산이나 주거 지역인 광안, 덕천, 부곡과 비교해 3.5배 높았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5대 중금속을 제외한 나머지 중금속 항목의 평균 농도 차이인 1.4배보다 높은 수치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은 2013년부터 대기중금속 측정망에 포집한 미세먼지(PM-10) 내 중금속 12개 항목을 분석해 왔다. 측정 항목은 5대 중금속을 포함해 납, 카드뮴, 비소, 베릴륨, 알루미늄, 칼슘, 마그네슘 등 총 12개 항목이다.

부산의 지난해 대기중금속 농도는 전년도인 2022년에 비해 감소했다. 강수량이 늘어났고 특히 겨울철 비가 잦으면서 대기 세정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납의 연간 평균 농도가 대기환경기준(0.5/m3)의 약 1.9%0.00969/m3, 20220.0145/m3과 비교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로 비교했을 때 7개 특별·광역시 중 부산이 대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대기중금속 물질을 대상으로 암 발병 가능성을 측정하는 건강위해도 평가에서는 발암위해도가 인구 100만 명당 2.2, 공업지역은 4.6명으로 건강위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환경청 기준인 100만 명당 100명보다 낮은 수치다.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도심 한복판에 곤돌라, 케이블카가?서울 남산과 부산 황령산 환경 훼손 논란

산이나 바다, 국립공원 등에 케이블카나 곤돌라가 세워지면서 환경 파괴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최근에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같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허파로 불리는 남산. 북사면에 있는 숲은 더 특별합니다.

환갑 넘은 신갈나무, 백 살을 앞둔 엄나무에,

[최진우/박사,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물까치도 있었고, 박새, 곤줄박이는 기본으로 보고, 황조롱이나 새호리기, 새매 같은 맹금류 새들도 여기서 사냥을 하거나 둥지를 틀기도 하고요.

멸종위기종도 여럿 관찰되는 이 곳. 2006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서울시는 내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이 지역 위를 지나는 남산 곤돌라 설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장공원부터 남산전망대까지 800m 구간입니다.

기존의 남산 케이블카가 포화상태이고 민간 운영되는 케이블카와 달리 수익이 서울시로 돌아와 이를 남산 생태 회복을 위해 쓸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환경단체들은 우려가 큽니다.지난해 남산 케이블카 이용객은 약 160만 명.서울시 예상 곤돌라 연 이용객은 약 190만 명입니다.발길이 더 잦아지면 생태가 회복은커녕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동언/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탐방 압력이 굉장히 심할 수 있고 상업시설들이 더 보강돼서 끊임없이 훼손이 일어나게 되는"

푸른 바다와 광안대교가 한눈에 들어옵니다.남산처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부산 시민이 즐겨 찾는 황령산입니다.이곳도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승차장은 한창 자라고 있는 '청년기'의 숲에, 정상 부근 소나무 군락지에는 100미터 높이의 전망탑이 들어설 예정입니다.여기가 전망탑이 들어설 땅입니다.

이곳은 어린 소나무와 수령이 50~60년에 달하는 소나무가 잘 공존하고 있는 정상부에서도 비교적 잘 보전된 땅인데요. 전망 탑이 들어설 경우 이 소나무 군락지는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근/황령산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천연기념물 솔부엉이, 소쩍새 이런 친구들이 이 일대를 즐겨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살아가기에는 버거운 동네가 되겠죠."전문가들은 도시 숲이 훼손되면 해당 지역뿐 아니라 주변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최진우/박사,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도심에 있는 숲과 산림은 주변 외곽 산림 녹지에 살고 있는 여러 야생동물들의 생태 이동 통로이자 거점의 서식처가 될 수 있습니다."

개발은 관광의 편의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어렵게 보존돼 온 생태계가 한순간에 위태로워 질 수 있습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전국 군사보호시설구역 1300만평 해제역대 최대 규모

전투비행단·접경지역 인근 부지 해제

서울·경기에서만 177해제

1300만평역대 최대 규모

국방부가 군사보호시설구역 1300만평을 해제한다. 여의도의 117배에 달하는 면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6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군 비행장 주변(287)과 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접경지역(38), 민원이 제기된 곳을 포함한 기타지역(14) 등 총 339가 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충남 서산과 경기도 성남 등 7개 지역에서 보호구역이 해제된다. 해제 조치가 완료되면 군 당국과 협의 없이 건축물 신축, 증축, 용도변경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비행안전구역별 제한고도는 지켜야 한다.

강원도 철원 등 4개 접경지역도 군 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보호구역이 해제된다. 군사기지 및 시설 유무, 취락지역 및 산업단지 발달 여부 등이 고려됐다. 접경지역도 마찬가지로 보호구역이 해제되면 건축물 신축과 증축, 토지개간, 지형변경 등이 자유롭게 가능해진다.

지역 주민 민원이 다수 제기된 보호구역 두 곳도 해제된다.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내 민세초등학교는 학교 부지 일부가 인근 보호구역에 저촉돼 개교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이번에 보호구역이 해제되며 오는 9월 개교가 가능해진다.

세종시 연기비행장의 경우 다음해 조치원비행장으로 통합이전될 계획인 점이 고려돼 비행장 인근 보호구역이 해제 대상에 들어갔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에서만 177가 해제돼 전체 해제 면적의 52%를 차지했다. 20전투비행단이 있는 충남 서산(141)과 서울공항이 있는 성남(72) 등이 뒤를 잇는다.

보호구역을 해제하기 어려운 경기도 파주 등 4개 지역 103에 대해서는 일정 높이 이하 건축물을 신축할 때 군 당국과 협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는 이번 보호구역 해제를 통해 군사시설 인근 주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한편, 지역 개발을 통한 경제 활성화 여건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향후에도 보호구역 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되, ·지자체·주민 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보호구역 해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통상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는 각 군에서 올라온 소요를 심의해 1년에 한 차례 발표했다수시로 현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수시 해제 심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1년 기다려 일주일만 피는 9,500만년 된 최초의 꽃

목련은 최초로 꽃잎을 만든 식물이다. 초록 잎에서 흰 꽃잎으로 진화는 식물세계의 혁신이었다. 목련이 촉발한 다양한 꽃들의 진화는 연쇄적으로 다양한 곤충의 진화를 이끌었다.

꽃으로 피려면 목련처럼 피어야 한다. 잎도 없이 오로지 희고 큰 꽃으로 일제히 피어올라 계절의 부활을 알리는 생명의 축포, 목련이 아니면 그 어떤 꽃이 할 수 있을까. 목련은 그랬다. 초록 일색이던 지구 숲에, 하얗고 큰 꽃잎을 최초로 피워 올려, 바야흐로 지구 숲에 꽃의 시절이 도래했음을 선포했다. 이후 온갖 색과 모양, 향기의 꽃들이 지구 곳곳에서 생겨나면서, 현화식물顯花植物, 말 그대로 화려한 꽃들의 시대가 열렸다.

목련Magnolia kobus은 목련과 목련속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으로, 제주도와 남부지역에 제한적으로 자생하며, 크기가 비슷한 총 6장의 꽃잎과 꽃받침을 가지고 있다. 백목련M. denudata은 중국이 원산지이며, 9장의 꽃잎 가운데 3장은 꽃받침이며, 꽃잎에 비해 길이가 살짝 짧다.

백목련은 자생종은 아니지만 오래전에 도입되어 우리와 함께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목련으로 불린다. 전문적인 경우가 아니고는 백목련을 목련이라 말해도 틀렸다고 따지지 않는다.

목련, 백목련과 더불어 꽃잎의 안팎이 모두 자주색인 자목련과 안쪽은 흰색이고 바깥쪽은 자주색인 자주목련, 노란색 꽃잎의 황목련, 여기에 꽃잎이 별빛처럼 펼쳐진 별목련이 정원수로서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다. 여름 산행 길에 새콤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함박웃음으로 피어나는 함박꽃나무(산목련)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목련의 하나로 자연형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백목련은 오랜 시간 우리 주변에 흔히 심어져 자연스럽게 목련으로 불린다. 가지마다 크고 화려한 꽃송이가 달리는 탓에 한 그루만 있어도 목련 성지를 누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옥처럼 맑고 청초하며 난 향기를 발산한다 하여 옥란화玉蘭花로 불렸다.

목련의 아름다움에 대한 확실한 찬사

목련의 속명 마그놀리아Magnolia는 프랑스 식물학자 찰스 플루미에Charles Plumier가 역시 프랑스 식물학자인 피에르 마놀Pierre Magnol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현대 생물분류학의 아버지인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영어명 Linnaeus)는 이를 두고 가장 화려한 잎과 꽃을 가진 나무에게 가장 훌륭한 식물학자의 이름을 따른 것이라 인정했다. 목련의 아름다움에 대한 가장 확실한 찬사였다.

식물은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 딱딱한 씨앗(종자)을 만들어 냄으로써 바다에서 벗어나 육지에 정착할 수 있었다. 씨앗을 만들어내는 식물의 핵심기관은 수술(수꽃)과 암술(암꽃)이다. 목련 이전의 식물들은 꽃잎 없이 수술과 암술로만 이루어진 꽃을 피워 종자를 만들어 냈다. 소철, 은행, 소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자작나무, 모두 종자를 만들어 내는 종자식물로 꽃은 있으나 꽃잎이 없다.

9,500만 년 전, 공룡이 한창 거대한 나뭇잎을 뜯어 먹으며 숲을 거닐던 백악기 시절, 초록의 무성한 잎들 사이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잎이 등장했다. 그 새로운 잎은 초록색이 아닌 흰색이었으며, 암술과 수술을 감싸고 향기를 공기 중으로 내뿜었다. 꽃의 등장이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목련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해도, 바로 그 최초의 꽃이 목련 꽃이었다. 암술과 수술을 감싸는 꽃의 부속물로 시작된 꽃잎이 꽃잎, 꽃받침, 꽃부리 등으로 세분화되고, 연이어 다양한 꽃들이 출현했다.

아직 벌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지금의 딱정벌레쯤으로 여겨지는 고대 곤충이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딱정벌레는 꽃잎이 없던 소철 시절부터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꽃가루를 쫓아다녔다. 목련꽃은 오로지 꽃가루에만 관심이 있는 딱정벌레에 맞추어, 꽃가루를 품고 있는 수술을 먼저 성숙시키고, 암술은 나중에 성숙시켰다.

뿐만 아니라 딱정벌레를 위한 아무런 보상도 마련하지 않은 암술은 암술 표면에 수술을 가장한 돌기들을 모방해 딱정벌레가 오래 머물도록 했다. 딱딱한 턱뼈를 가진 딱정벌레는 꽃가루를 수확할 때 조직의 일부를 갉아먹기 때문에 암술의 바깥조직을 단단하고 두껍게 무장했다.

목련 꽃의 탄생은 그저 잎을 변형해 색다른 잎만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꽃과 곤충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길을 연 것이었다. 목련이 시작한 꽃의 역사, 꽃들이 촉발한 곤충의 진화. 오늘날의 목련은 여전히 그 지위를 유지해 봄이면 꿀벌, 호박벌, 꽃파리, 노린재들이 목련을 알현하기 위해 모여든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원조 목련.

무대 위 스타처럼 나타나는 꽃

목련의 꽃눈은 가지 끝에 하나씩 달린다. 목련의 꽃눈은 여러 겹의 눈껍질(비늘)에 싸여 있다. 겨울의 찬바람에 의해서 껍질이 바싹 마르고 얇아지면 바깥쪽에서부터 떨어져 나가는데, 겨울 동안 서너 번 정도 낡은 껍질이 떨어져 나간다. 마지막 남은 눈 껍질 조각이 벌어질 때쯤이면, 준비를 마친 하얀 목련 꽃잎이 마치 무대 뒤의 스타처럼 눈 껍질 사이로 살짝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까지 꽃잎을 감싸고 있는 껍질은 하얗고 가지런한 솜털이 길게 나 있어, 그 모습이 마치 붓과 같다 하여 목필木筆이라 불렸다. 나무의 눈을 보고 문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며 점잖은 체하다가 막상 꽃잎이 펼쳐지고 나면 황홀한 심정이 억누를 수 없이 폭발하면서, 나무에 핀 연꽃 목련木蓮이라 감탄하지 않았을까. 목련의 우리말 이름이 없어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

목련의 꽃눈은 꽃이 지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새 가지 끝에 만들어진다.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이 더 많은 때에 이미 다음해 필 꽃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흔히 나무의 눈을 동아冬芽, 즉 겨울눈이라 하는데, 이는 겨울에 만들어지는 눈이 아니라, 겨울을 나고 피어나는 눈이라는 의미다.

가늘고 많은 수의 꽃잎을 가지는 별목련의 한 품종.

처음 눈이 만들어질 때는 잎눈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크기가 작지만, 겨울이 다가오면서 더욱 커지고 부풀어 올라 한눈에 꽃눈임을 알 수 있다. 5월이면 이미 꽃눈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목련나무는 꽃이 지고 한 달 전에 가지치기를 해야 꽃눈이 잘려나가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

목련 꽃은 꽃잎의 화려함과 더불어 매혹적인 향기를 품고 있다. 트렌드에 강한 젊은이들에게 마그놀리아 향기는 대단히 인기 있다. 마그놀리아가 목련임은 모를지라도, 향기만으로도 인기를 누리는 데 충분하다.

목련 꽃의 향기 중 사람들에게 황홀함을 일으키는 성분은 메틸 디하이드로자스모네이트methyl dihydrojasmonate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스민의 향기를 대표하는 물질이다. 꽃향기 성분의 화학적 특성에 따라 곤충을 비롯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양한데, 목련과 자스민의 이 향기 성분은 식물성 페르몬의 일종으로, 인간의 후각 점막에 분포하는 페르몬 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

과학자들은 목련과 자스민의 향기 성분에 그리스 여신의 이름을 따 헤디오네Hedione라고 이름 붙였다. 헤디오네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딸로 쾌락과 감각적 즐거움의 화신이었다. 목련의 향기는 사랑의 묘약이다.

중국 원산의 재배종 자목련.

과거, 식물들이 꽃을 피우도록 조절하는 물질을 개화호르몬, 이름도 예쁜 플로리겐Florigen이라 했다. 플로리겐은 1930년 러시아 과학자가 이름을 붙인 후, 그 본질을 찾기 위해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지만, 정확한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1990년대 이후 분자유전학적 기술이 발전하면서, 꽃의 분화 및 개화를 유도하는 다양한 단백질들이 규명되고, 이런 개화를 조절하는 유전자들이 플로리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목련 꽃의 개화와 관련해 82개의 유전자가 확인되었다.

꽃잎을 감싸고 있는 눈껍질은 겨울 추위와 건조로부터 꽃잎을 보호하기 위해 치밀한 털로 무장하고 있다. 목련의 눈껍질은 겨울 동안 세 번 이상 떨어져 나가면서 교대로 꽃잎을 지킨다.

천리포수목원 민병갈 박사의 업적

목련은 마당이나 정원, 공원에 반드시 심어야 하는 조경수다. 나무가 없으면 모를까 하나라도 있다면 목련일 것이다. 덕분에 봄이면 전국 어디서나 온통 목련 핫 플레이스가 연출되니, 이처럼 황홀한 것이 없다. 중국인들은 목련을 옥처럼 맑고 청초하며 난 향기를 발산한다 하여 자신의 출중한 재능과 고결한 가치로 상징화했다. 또한 하얀 꽃들이 정원을 뒤덮고,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눈에 비유해 설산의 풍경으로 형상화했다.

우리나라의 목련을 이야기하면, 천리포수목원 설립자 고 민병갈(미국계 귀화 한국인, 미국 이름 Carl Ferris Miller) 박사를 지나칠 수 없다. 천리포수목원의 목련 사랑은 설립자 개인적 인연의 결과이기는 해도, 천리포수목원에 수집된 700여 종 이상의 목련 품종과 전 세계 목련 연구자료 구축의 업적은 식물자원 관리에 대한 감동과 각성의 울림을 준다.

목련 꽃잎은 봄바람에 찢겨지거나 흩어지는 일이 없다. 가지에 달려 있는 목련 꽃은 마치 철심으로 고정된 듯 강하고 억세다. 꽃잎은 씨앗이 잉태되면 비로소 부드럽게 무너진다. 꽃잎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스스로 뛰어내리는 단단한 목련 꽃잎.

1년을 기다려 일주일 피었다 지는 목련 꽃을 아쉬워 말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0여 일 이상 피어 있는 꽃은 없다고 했다. 이제 막 시작되는 봄, 이어지는 꽃들의 향연은 목련이 이룬 성취를 잇고 발전시킨 또 다른 목련 꽃들이다.

마운틴뉴스/차윤정 산림생태학자

“2혈세 날린 용인경전철 실패지자체장·수요예측 기관이 배상책임

용인경전철 운행 모습. 사진=뉴스1

2조원대 세금 낭비 논란이 불거진 용인경전철 사업을 추진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수요예측 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0여 년 만에 이정문 전 용인시장, 한국교통연구원 및 담당 연구원들의 과실이 인정됐다. 이들은 약 214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지자체가 무분별한 민간투자사업으로 대규모 예산을 날리게 됐을 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선례를 남긴 판결이란 평가다.

잘못된 수요예측이 부른 30년 재정난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장판사 성수제·양진수·하태한)2024214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 용인시장은 이 전 시장,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이 용인시에 2146000여 만원을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명령했다. 이 전 시장의 후임이던 서정석·김학규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용인경전철은 1997년 이인제 당시 경기도지사의 지시로 검토된 이후 3명의 용인시장을 거쳐 20106월 완공됐다. 민간자본 투자방식으로 132억원이 투입된 대형사업이었지만 경전철이 운행되기 전부터 법적 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용인시는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와 최소수입보장 비율을 놓고 국제중재를 벌인 끝에 패소해 이자를 포함해 8500억원가량을 물어줬다.

20134월 경전철 개통 이후 문제는 더 커졌다. 이용객 수가 기대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10여 년간 용인경전철의 하루 이용객은 9000~3만 명 수준으로 용인시가 예측한 14만 명을 크게 밑돌았다.

그럼에도 30년간 운영수익의 90%를 보장한다는 계약에 따라 용인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봄바디어에 4293억원을 내며 재정난에 허덕였다. 이용객 수가 그대로라면 2043년까지 1조원 이상을 더 지급해야 할 판이다.

이 같은 상황을 보다 못한 주민들은 201310월 당시 시장과 정책보좌관 박모 씨를 상대로 1232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박 씨의 책임 일부만 인정돼 10억원대 배상을 하란 판결이 나왔다. 다만 주민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자체는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용인경전철 사업이 잘못된 수요예측 조사로 실시됐다면 주민들은 이에 따라 입은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005년 주민소송제도 도입 이후 지자체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감시하고 소송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용인경전철 역사 모습. 사진=용인시

지자체 민간투자에 책임 묻는 주민소송 첫 인정

파기환송심에서도 용인시 측의 책임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은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예측에 대해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2004년 사업시행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실시협약을 맺은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시장으로서의 선관주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전철) 운영 수입이 전망치에 못 미치면 수입 보장에서 제외하는 저지 규정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수요예측을 했던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들의 경우 이 전 시장과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했다고 봤다. 경전철의 하루 이용객이 예측치의 5~13%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연구원들은 합리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과도한 수요예측을 했고 용인시 협상단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지금까지 봄바디어에 지급한 4293억원을 용인시의 손해금액으로 확정하고, 책임비율을 5%로 판단해 주민들이 받아야 할 손해배상금을 확정했다. 용인시가 앞으로 20년간 봄바디어에 1조원 이상을 더 내야 할 가능성이 높음을 고려하면 추가 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해배상은 용인시가 직접 이 전 시장 등을 상대로 청구해 진행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민소송에서 원고 측 승소가 확정되면 해당 지자체장은 판결 후 60일 안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해야 한다. 기한까지 지급되지 않으면 반환 청구 소송을 해야 한다.

주민 측을 대리한 현근택 변호사는 수요예측을 잘못한 기관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처음 인정됐다는 점이 의미 있다용인시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역시 대법원까지 가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로 배상이 이뤄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닮은꼴 경전철부산·의정부도 초긴장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린 용인경전철 사업을 두고 전임 지자체장과 수요예측 기관이 200억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면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다른 지자체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경전철 사업에서 장기간 적자를 내고 있는 부산시와 김해시, 의정부시가 대표적이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2011년 부산·김해경전철을 개통했다. 두 지자체는 용인경전철 사례와 마찬가지로 최소수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사업시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처음엔 20년간 운영수익의 90%를 보장하기로 했지만 하루 이용객이 예측치의 10분의 1 수준인 3만 명에 불과하자 비율을 두 차례 하향 조정했다. 2017년에는 최소수입보장 조건을 최소비용보전 조건으로 변경했다.그럼에도 2023년 김해시가 505억원, 부산시가 293억원을 지급하는 등 매년 수백억원의 재정이 비용보전을 위해 투입되고 있다.

경전철 개통 이후 2023년까지 12년간 두 지자체가 시행사에 낸 금액만 약 7300억원에 달한다. 지금도 경전철 하루 이용객이 4만 명대에 그치고 있음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두 지자체 재정 상황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정부시도 같은 처지다. 의정부경전철은 20127월 운행을 시작했지만 5년간 약 3600억원의 적자를 낸 끝에 20175월 민간사업자가 파산했다. 의정부시는 이용객이 예측치(79000~15만 명)50%를 넘으면 전체 관리운영비의 80%를 부담하기로 했지만, 이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할 정도로 실적이 부진했다. 그 후 민간사업자가 투자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의정부시는 1720억원을 물어줘야 했다.

의정부시는 2019년 새 사업자에 경전철 운영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연간 고정 관리운영비(200억원)을 정해두고, 운수 수익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의정부시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럼에도 하루 평균 경전철 탑승객이 45000명 수준에 그치면서 의정부시는 약 100억원을 관리운영비 보전액으로 지출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들 지자체 역시 민간사업자에게 운영수익 중 상당부분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경전철 투자사업을 벌였다가 재정 부담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민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진성 한국경제 기자 jskim1028@hankyung.com

 

서울 공원에 내 나무가?...현대, 나무 기부 프로젝트 후원

현대백화점 '서울마이트리-내 나무 갖기' 기부 프로젝트. (사진=현대백화점그룹)/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백화점이 고객과 함께 서울시 내 주요 공원에 나무를 심고 기부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이번 기부 프로젝트는 고객과 함께 도시 정원을 조성해 현대백화점의 ESG경영 가치를 실현한다는 취지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6일부터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 내 '서울마이트리-내 나무 갖기(이하 내 나무 갖기)'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서울시, 생명의 숲과 함께 '시민 동행 도시 정원 만들기'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생명의 숲에 총 15000만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기부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주요 공원에 식재되는 나무는 최대 1만 그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내 나무 갖기 기부 프로젝트는 공원별로 준비된 나무가 소진될 때까지 상시 진행된다. 프로젝트 진행 공원은 북서울꿈의숲, 월드컵공원, 용산가족공원, 중랑캠핑숲, 경춘선숲길, 율현공원, 문화비축기지, 서서울호수공원, 선유도공원, 서울식물원 등 총 10곳이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고객들이 부담없이 나무를 기부할 수 있도록 나무 가격의 절반을 후원한다. 고객이 더현대닷컴 내 기부 프로젝트 전용 플랫폼을 통해 '내 나무'가 식재될 공원과 나무 수종을 선택하고 금액의 절반을 기부하면, 현대백화점이 기부금의 나머지 절반 비용을 후원하는 방식이다.

이번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객에게는 기부금 영수증이 발급되고, 북서울꿈의숲과 월드컵공원에서는 고객이 희망할 경우 나무를 직접 심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또 기부를 통해 식재된 나무들로 조성된 정원 주변에는 시민들이 관련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안내 시설이 설치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기부 프로젝트에 고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천호점(3/1~10)과 신촌점(3/15~24)에서 내 나무 갖기특별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 현장에 방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양명성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기부에 참여한 고객뿐 아니라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함께 친환경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의미가 큰 프로젝트"라며 "일상 속에서 친환경 문화를 확산하고 다양한 참여형 친환경 활동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hkp@greenpost.kr

 

임계 상승 온도 1.5, 벌써 깨지고 있다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훨씬 더 높은 기온이 장기간 지속된 것을 확인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예정인 2023 2024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가 지난 2월 초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20232월부터 20241월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1.52°C 상승하며 국제적으로 합의된 온난화 임계치1.5°C 이상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위 기후 변화는 기본적인 지구 온난화 현상에 자연적인 엘니뇨 현상이 더해져서 유발된 것으로 파악되며 이로 인해 2023년은 10만 년 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1월까지 8개월 연속으로 가장 따뜻한 기온을 기록한 달이 계속되었으며, 지난 20241월 역시 30년간의 1월 평균 기온보다 섭씨 0.7높은 13.14로 기록되어 1850년부터 현재까지 최근 가장 따뜻한 1월을 기록하고 있다.

북위 60도부터 남위 60도까지의 평균 온도. 지난 20241월 역시 30년간 1월 평균 기온 중 가장 높은 1월을 기록 했다. © ERA5, C3S, BBC

특히 지구가 1년 내내 1.5 이상 데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속해서 언급되는 ‘1.5 는 기후 운동가 및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상당히 친숙한 숫자이다. 2015년에 파리에서 열린 COP 회의에서 결정된 ‘1.5 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최소한으로 하여, 지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전까지로 약속한 수치이다. 2018년 유엔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해수면 상승, 야생동물 손실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은 1.5보다 2의 온난화에서 훨씬 더 크다고 한다. 따라서 1.5는 지구를 큰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줄 최소 온도 상승 수치인 셈이다.

화석 연료의 사용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 Getty Images

지난해 발생한 지구 온도 1.52 상승은 단기적인 상승일 수 있기에, 파리 협정을 당장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상승 온도가 계속된다면 파리 협정의 목표는 그대로 무너질 공산이 매우 크다.

해수면도 사상 최고 평균 기온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의 해수면도 사상 최고 평균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기후 기록의 광범위한 특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이다. 과학자들은 기온이 정확히 얼마나 상승했는지에 대해 조금씩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현대에 접어들고 이에 대한 기록이 시작된 이래로 전 세계가 가장 따뜻한 시기에 도달한 것과 앞으로 이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산불이나 가뭄 등 자연 재해를 더욱 극심하게 만들고 있다. © Getty Images

유엔기후기구의 전 의장인 밥 왓슨 경(Sir Robert Watson)BBC 라디오 4의 투데이 프로그램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며, 이는 허용 가능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올해 단 1.5상승으로 전 세계에서 홍수, 가뭄, 폭염,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대신했다.

영국의 경우 이러한 최근 기후 경고는 영국 노동당의 녹색 투자 계획 변경과 함께 흘러나왔다. 노동당은 연간 280억 파운드를 지출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대대적인 유턴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하며 큰 충격을 가져다준 바 있다. 이와 함께 영국 보수당도 지난 9월 몇 가지 주요 목표를 철회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아 보인다. 특히나 정치적으로 매우 깊게 얽혀있는 과학은 풀기 쉽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여전히 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정치적인 상황은 쉽지 않은 상황임에 분명해 보인다.

지난 한 해 동안 임계 온도인 1.5가 깨진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는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한 사실로 보인다. 이는 인간의 활동, 주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난화 가스를 방출하는 화석 연료 연소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은 엘니뇨로 알려진 자연적인 온난화 현상도 기온 추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일반적으로 약 0.2정도만 상승시키는 데 그치기에, 지난 한 해 동안의 온난화 대부분은 이러한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로 인해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는 산불이나 가뭄 등 자연 재해를 더욱 극심하게 만들고 있다. © Getty Images

참고로 엘니뇨는 무역풍이 약화됨에 따라 남미 연안에서 평상시 바다 밑에서 올라오던 차가운 물이 상승하지 못하게 되어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나타낸다. 반면, 라니냐는 반대로 적도 동태평양 해역의 월평균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평년보다 0.5이상 낮은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을 뜻한다. 문제는 엘니뇨나 라니냐가 단순히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엘니뇨가 시작된 2023년 하반기에 전 세계 평균 기온이 거의 매일 1.5를 초과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2024년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점선 위에 있는 빨간색 선에 표시)

전세계 평균 기온 변화도 © ERA5, C3S, BBC

엘니뇨 현상은 몇 달 안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지구 기온이 일시적으로 안정된 후 소폭 하락하여 1.5임계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으리라 예측된다. 하지만 인간 활동이 대기 중 온난화 가스의 수준을 계속 증가시키는 한, 기온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 기후 현상은 지구의 온난화 현상과 함께 더 큰 상승·하강폭을 보이며 더 심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

현재의 배출 속도로는 장기적인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평균 1.5로 제한하려는 파리 목표가 향후 10년 내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연구자들은 이것이 기후 변화를 통제할 수 없는 벼랑 끝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영향은 극심한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앞선 설명처럼 위 임계 온도에서 0.5만 더 상승해도 티핑 포인트(기후 시스템의 임계값)에 도달하며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상이 티핑 포인트를 통과하면, 지구 전체 시스템은 잠재적으로 폭주하며 붕괴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이후 수 세기 동안 전 세계 해수면이 재앙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물론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재생 에너지와 전기 자동차 같은 친환경 기술이 급성장하며 세계는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고 있는 듯 보인다. 이로 인해 10년 전에 예측되던 금세기 4이상의 온난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가장 고무적인 것은 탄소 순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면 지구 온난화가 어느 정도 멈출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이번 10년 동안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며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minjae.gaspar.kim@gmail.com

 

대기오염이 꿀벌 활동에 악영향"...WWF, 분석 보고서 발표

대기오염에 따른 꿀벌 비행거리 감소 추적한 '생물다양성 보고서' 발간

대기오염으로 꿀벌의 탐색 시간 및 스트레스 증가수분활동 악영향

대기오염으로 인한 꿀벌 시정 거리의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를 발간한 WWF(세계자연기금). 사진은 연구원이 꿀벌에 RFID 칩을 심는 모습. (사진=WWF)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꿀벌의 수분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WWF(세계자연기금)대기오염으로 인한 꿀벌 시정 거리의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WWF 한국 본부가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팀에 지원한 ‘HIVE(Human Interactions with our Vital Ecosystem) 프로젝트1차 연도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발간됐다. WWF가 국내 대학교와 협력해 꿀벌(일벌) 개체 수 감소에 대한 국내 사례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여타 연구들이 꿀벌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대기질이 꿀벌의 수분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국내 생물다양성 기초 연구의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질 오염이 수분 매개 곤충인 꿀벌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이번 연구는 4개 꿀벌 군집, 2500마리의 개별 일벌에 무선주파수인식장치(RFID) 태그를 부착해 비행 시간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꿀벌의 수확과 관련한 기본 데이터를 수집하고 대기질의 악화가 벌의 공중 하늘 가시성 및 항법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탐색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초미세먼지(PM2.5) 농도의 상승, 즉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오르면 꿀벌 편광의 세기가 감소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비행거리 역시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모델링 연구를 통해 서식지 감소 및 기후변화 등 인위적 위협이 꿀벌에게 미칠 영향을 예측한 바 있지만, 대기질이 꿀벌의 시각적 탐색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처음이다. 연구팀은 꿀벌 비행 시 시정 거리가 영향을 받으면 식물 번식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꿀벌의 먹이활동 탐색 시간이 증가하면 먹이 탐색 기능이 감소한다. 꿀벌의 탐색 활동이 제한받을 경우 꿀벌 군집의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꿀벌이 식물 번식을 위해 제공하는 필수적인 생태계 서비스인 수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분 매개자의 탐색 실패로 인해 수분 손실이 단 하루만 발생해도 식물 번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요 수분 매개체인 꿀벌의 탐색 활동이 제한받을 경우 그 군집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나아가 꿀벌의 수분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생물다양성 조사에서부터 관련 정책 개발과 실행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앞으로도 과학 기반 문제 해결을 포함한 포괄적인 보전 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협력하겠다말했다.hdlim@greenpost.kr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의 아름다운 변신

한국환경산업협회(KEIA)에 따르면, 국내 커피 소비량의 증가로 인해 커피 박 및 폐기물이 증가하면서 이를 처리하기 위한 매각·소각 비용이 연간 150억 원에 이른다고 하며 7.5만톤의 C02 탄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밝혔다.

커피원두 1kg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15.3kg으로, 커피 1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자동차 1만여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이슈인 환경문제와 한국판 녹색 뉴딜 정책의 대표과제인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부분과 연계한 정책에 맞는 커피 박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자원 선순환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하는 강릉시(김홍규 시장)는 강릉영동대학교(총장 현인숙)과의 협업을 통하여 강릉시의 명소 중 하나인 안목해변의 커피 거리에서 배출되는 커피찌거기를 자원화하는 구체적인 활용 방법을 밝혔다.

커피박 벽면녹화 시공사진

강릉영동대학교의 링크3,0 사업의 하나로 안목해변의 커피 거리에서 나오는 커피 찌기를 수거하고 이를 자원화 시키는 방안으로 벽면녹화의 용재를 만들어 자원화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실내 공기질 개선을 통하여 국민건강에도 이바지할 것이라 밝혔다.

이번 커피박 리사이클링 사업은 강릉영동대학교 스마트건축과 김정권 교수의 15년간의 벽면녹화 시공에 관한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플라스틱을 활용한 벽면녹화의 용재를 커피박을 활용한 벽면 벽면녹화 용재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완성했다.

김 교수는 정부 정책에 따른 탄소제로에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벽면녹화에 버려지는 커피 박을 활용한 새로운 벽면녹화 시스템의 개발로 사회적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삶, 생태와 건강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 결과물로 강릉 과학산업진흥원 1층 로비와 숲사랑 홍보관에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벽면녹화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포공항 롯데몰 1층 앤더테라스도 공사를 진행하여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

김 교수팀은 강릉영동대학교 측에서 추진하는 자원 재활용하는 정책에 공공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강릉시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기술개발 향상을 위해서 지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서울 정보 소통광장에 명시된 커피박 활용 백서를 보면 커피 찌꺼기는 잘 쓰면 자원, 못 쓰면 폐기물’’이라는 글귀가 있다자원의 융복합 연구·개발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강릉시와 강릉영동대학교의 커피박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환경친화적 자치행정을 선보인 사례로 타 도시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jinho2323@hankyung.com

 

만강역과 나진항에서 심야 불빛 포착

인공위성 중에 지구를 돌면서 야간에 지구상의 빛을 촬영하는 것이 있다. 이 위성 자료는 우리말로 간단히 야간 조도영상이라고 부르는데, 미국 NASA(항공우주국)NOAA(해양대기청)가 공동 운영하는 JPSS(Joint Polar-orbiting Satellite System) 위성이 촬영한 VIIRS(Visible and Infrared Imaging Suite) 영상 자료가 있다. 해상도는 보통 460m 정도 되며, 심야인 새벽 130분에 촬영된다. 이 자료를 이용하여 북한 지역을 살펴보았다. VIIRS 영상은 https://egodata.mines.edu/products/vnl/에내려받을 수 있고, 전 세계를 촬영하여 일 단위로 제공되며, 누구나 받아쓸 수 있는 일반 공개자료이다.

야간 조도 영상으로 살펴본 바, 최근 북한 야경에서 특이하게도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은 물론 나진항에서 한밤중에 희미한 불빛이 포착되었다. 한겨울 심야 시간에 북-러 간 열차와 선박을 이용하여 은밀히 무기를 운송하는 의혹의 장면이라 여겨져 지역을 확대하여 좀 더 살펴보았다.

한반도 야경

한반도 야경. 남한 주요 도시에서 별빛처럼 많은 불빛이 환히 빛이 나는 반면,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대부분 칠흑 같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다. /사진=JPSS VIIRS(해상도 460m)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야경을 찍은 위성사진인데, 우리에게는 익히 알려진 장면이다. 동북아에서 밝은 불빛이 각국 주요 도시의 밤거리를 환하게 비추며 잠 못 이루는 불야성의 밤을 연출하는 반면에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칠흑 같은 깜깜한 어둠에 잠겨 있다. 북한 전력 사정이 듣던 대로 어렵긴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위성사진을 보면, 부산 인근 동해에서 불빛의 무리가 식별되는데, 이들은 고기잡이 선단인 것으로 파악된다. 오징어잡이 어선들로 추정되며,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오징어를 잡기 위하여 집어등을 환하게 밝혀놓았을 것이다. 우리 동해에서 기후변화로 근래에 어장이 이동하면서 오징어가 잡히질 않아서 금징어라고 불린다는데, 이날은 그래도 잡히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꿀벌 폐사, 올해 더 심각월동률 ‘0%’ 농가도

전남·강원 등지서 피해 발생

경기선 등검은말벌 새로 발견

이상기후·약제 저항성 원인

기후 적응 양봉법 정립 필요

꿀벌 폐사 현상이 올해 더 심각하다는 의견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은 경기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꿀벌 폐사 사례. 한국양봉협회

꿀벌 폐사 현상이 최근 몇년간 계속되는 가운데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전남 화순에 있는 한 양봉농가는 200개 벌통 중 단 한통도 건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 속초에서도 월동률 0%인 농가가 4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호 양봉협회 강원지회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월동률이 농가 평균적으로 60%는 됐다면서 양봉을 한 지 30년이 넘지만 올해처럼 월동률이 0%인 농가가 속출하는 사례는 처음 봤다고 혀를 찼다. 정현조 양봉협회 경남지회장도 올겨울 경남지역 꿀벌 월동률을 자체 파악한 결과 50% 수준에 그쳤다면서 올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김선희 양봉협회 경기지회장은 농가에 따라 차이가 커 지난해와 비교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다만 꿀벌을 공격하는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이 비교적 많이 발견돼 농가 근심이 크다고 전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등검은말벌 피해가 주로 보고되는 곳은 남부지역이었다.

월동 전 상태가 양호했던 벌통에서 벌떼 폐사가 더 많이 발생했다는 사례도 나타났다. 박 지회장은 우리 지역에서 벌이 좋다고 표현하는 봉군이 있는데, 올해는 유난히 이들 봉군의 피해가 더 컸다최근 몇년간 양봉농가에 영문 모를 꿀벌 피해가 자주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상기후와 응애 방제 약제의 저항성 여부에 주목한다. 정철의 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초 몹시 추웠다가 중순부터 따뜻했기 때문에 올해 벌을 일찍 깨운 농가가 많았는데, 최근 갑작스러운 한파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응애 방제에 쓰였던 일부 약제가 올해부터 사용이 규제됐고, 몇몇 약제는 저항성이 생겨 방제 효과가 떨어지는 사례도 보고되는 만큼 달라진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새 사육법을 정립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한상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은 꿀벌 월동률을 조사 중이라면서 “3월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한국 찾은 호주 원주민들 "바로사 가스전 투자 멈춰달라

"만약 호주 사람이 백두대간에서 가스를 추출하고 경복궁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깔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바로사 가스전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입니다."

SK E&S가 추진 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인근 지역인 티위(Tiwi)섬 원주민들이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가스전 사업과 관련한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 기업에 호소하기 위해 5300km를 날아왔다. 한국에 오기 직전 방문한 일본에선 정부 및 가스전 관련 공적금융기관과 면담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수출입은행 등은 면담을 거절했다.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북부 티위섬 인근 해역에 건설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추출 시설로, SK E&S37.5% 지분을 갖고 시공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이 사업에 총 8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승인했다. 무역보험공사의 금융지원은 올해 초 만료됐다.

티위섬은 바로사 가스전의 파이프라인과 5km 떨어진 거리에 있어, 이곳에 사는 원주민들은 호주법에 따라 협의 대상에 포함된다. 원주민들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호주 현지법원과 우리나라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에 따라 중단됐던 공사는 지난 1월 재개됐다

(사진 Environment Centre NT 유튜브 캡처)/뉴스펭귄

티위섬 무느피족 지도자인 피라와잉기는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바다와 정신적 연결을 유지해왔다"면서 "한국 정부는 우리의 전통적 지식과 관계를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티위섬 말라우족 지도자인 테레즈 부크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에너지 수입원을 결정할 때, 2500명 밖에 남지 않은 우리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아직 11개 정부 승인이 추가로 필요한데, 우리의 고향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티위섬 원주민들과 다양한 생물의 터전을 파괴한다. 수입된 가스는 수소혼소발전에 쓰일 예정인데, 아직 초기 단계인 수소경제를 화석연료에 얽매이게 해 대한민국 기후위기 대응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등 호주 정부가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업 비용도 늘고 있다""수출입은행은 투자 행위로 피해를 보는 당사자와 조속히 면담하고 이제라도 투자를 철회하라"고 말했다. 호주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정책인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은 가스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도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나무에게 위험한 건 백로 아니라 인간이라네

2024219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주산2리 중방마을 뒷산 숲우듬지에 백로들이 쉬고 있다. 이승현 숲해설사 제공

가지마다 구름이 걸린 듯, 몸길이 1m가량 되는 흰 새 20여 마리가 깃 속에 몸을 웅크리고 숲우듬지(숲의 꼭대기 쪽 줄기와 가지)에 걸터앉아 있었다. 청렴한 선비를 상징한다고도 하고 신선이 타고 다녔다고도 하는 백로, 그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하는 중대백로였다.

2024215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주산2리 중방마을 뒷산, 투둑투둑 겨울비가 내렸다. 자세히 보니 상수리·신갈·산벚나무 그리고 낙엽송 등에 지난해 지은 둥지 100여 개가 남아 있었다. 때마침 한 마리가 인근 원주천·섬강에서 배를 채운 뒤 날개를 쭉 펴고 하늘을 활공했다. 마을회관에서 불과 20m 떨어진 이곳은 이 야생동물들의 집이다. 중국 남부와 베트남 등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난 백로·왜가리·해오라기류 100여 마리가, 선발대를 시작으로 매년 봄이 되면 여기로 날아든다. 짝짓기하고 새끼를 낳아 길러, 가을에 다시 먼 비행을 시작한다.

백로·왜가리 등 100여 마리 학마을로 돌아오다

지난해 10월 말 다 떠나더니 어제(214) 낮에 돌아왔어요.” 주민 김경자(70)씨가 말했다. 40여 가구가 사는 중방마을에 20여 년 전부터 학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마을 입구에 크게 학마을이라 쓴 표지석도 서 있다. 겨울철새인 학(두루미류)은 강원 철원·경기 연천 등 우리나라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겨울을 난다. 과거엔 두루미류와 여름철새인 왜가리류·백로류 등 목과 다리가 길쭉한데다 크고 하얀 새를 두루두루 이라 부르는 데서 학마을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이곳 백로들은 인근 지역에서 이주해왔다고 주민들은 설명한다. “내가 이 마을에 산 지 52년 됐어요. 처음부터 이 마을에 백로가 많았던 게 아니에요. 40년 전에 한두 마리가 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원주천 쪽) 마을 앞산에 살았어요. 그러다가 시끄럽고 배설물 때문에 냄새가 나니까 산 주인이 10여 년 전에 그 산의 나무를 싹 잘라냈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흩어졌다가 여기 뒷산에 온 게 5~6년 전이에요.” 주민 남재규(72)씨 말이다.

원래는 8가량 남쪽인 원주시 반곡관설동이 백로류 서식지였다. 하지만 도시개발로 서식처가 사라지는 바람에 중방마을 쪽으로 살 곳을 옮겼다고 한다. 1994년 중방마을 앞산은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2004년 환경부 조사에서 왜가리 302마리, 중대백로 298마리, 쇠백로 24마리 등 672마리가 관찰됐다.

초기엔 환영받았다. “백로가 드는 마을은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있어 마을 주민들도 이 일대를 성스럽게 보고 있다. 서식지를 그대로 보전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하는 등 마을 사람들도 노력하고 있다.”(당시 주산2리 이장 ㄱ씨, <원주투데이> 2001423일치) 하지만 10여 년 만에 원망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백로 배설물에 의해) 수십 년 된 나무가 썩어 넘어갈 지경이다. 봄 되면 새들 소리에 잠을 못 잔다.”(주산리 이장 ㄴ씨, <강원일보> 2016215일치)

이런 분위기 속에 산 주인이 야생동물보호구역 주변 수십 살 된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등 백로 서식지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냈다. 이어 원주시가 나서 백로들이 만들어낸 위험 수목을 제거하겠다며 야생동물보호구역 내 참나무류 30그루를 베어냈다. 2017년 봄, 백로떼는 중방마을 앞산을 더는 찾지 않았다.

이날 현장을 찾았다. 황량함만 가득했다. 참나무와 백로가 떠난 민둥산엔 가시박이 뒤덮었다. 고사한 가시박 줄기에 돌돌 말린 어린나무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동행한 이승현 숲해설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백로류 배설물의 요산 성분이 나무 생장에 영향을 주는 건 맞지만 갑자기 고사시킬 정도는 아니에요. 죽는 나무가 일부 생겨도 갑자기 기하급수로 죽는 것도 아니에요.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몇 그루가 고사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인과관계가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어요. 오히려 나무를 베는 건 사람이죠.” 그는 이어 말했다. “(사람이) 불편하다면서 이렇게 중요한 야생동물 집단서식지를 아무렇지 않게 없애려고만 해요. 백로는 오래전부터 사람 근처에서 살던 동물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갈 궁리를 하지 않아요. 20년쯤 전 환경단체에 있을 때 (원주시) 태장동 백로 서식지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아파트 짓는다고 백로들이 살던 나무를 베어냈어요. 그 백로들은 다 어디 갔을까요?”

2024215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주산2리 중방마을 앞산이 가시박에 점령당했다. 원래는 아름드리 참나무류가 자라고 그 위에 백로들이 집을 지어 살던 곳이었다. 김양진 기자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주산2리 중방마을 앞 표지석. 이 마을에 백로류가 많아 학마을이라고 이름 붙였다. 학은 두루미류고 백로는 백로류로 서로 다르지만 크고 희다는 점이 닮아 예로부터 백로까지 두루두루 이라 불렀다. 김양진 기자

나무와 백로 떠난 민둥산을 가시박이 뒤덮어

사실 백로를 애물단지로 보고 나무를 고사시킨 범인으로 몰아세운 뒤, 나무를 베는 방식으로 백로의 서식지를 없애는 일은 2010년 이후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경기 고양·성남, 충북 청주, 인천, 대전 등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고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대전의 갈등은 대전시·대전환경운동연합·카이스트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첫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2001년 카이스트 내 어은동산에서 처음 백로 800여 마리가 확인돼 환영받았다. 하지만 10년여 만에 교내 여론은 돌아섰다. 소음과 악취 등으로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했고, 2013년 간벌작업이 이뤄졌다. 백로떼는 인근 유성구 궁동공원(2013), 서구 남선공원(2014), 서구 내동초등학교(2015) 등에서 번식하다가 2016년 다시 카이스트 북쪽 기숙사 뒤편 숲으로 돌아왔다.

대전시는 백로를 민원 처리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다. 같은 해 대전발전연구원은 백로 연구를 했다. 백로 10마리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 백로가 매일 5~32를 날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고, 겨울이 오면 4675떨어진 전북 새만금을 거쳐 중국 당양 등으로 날아간다는 걸 확인했다. 또 봄철 소음은 알에서 깬 새끼들이 먹이를 요구하는 소리라는 것도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백로와 같은 크기의 모형과 음향시설을 설치해 주택가와 떨어져 있는 서구 월평공원으로 백로떼의 이동을 유도했지만 실패했다. 패인은 백로쯤, 잘 안다는 착각 때문이었다.

이 실험에 참여했던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리가 백로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렸음을 확인한 과정이었다. 월평공원도 분명히 백로가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안 간다. , 백로의 눈으로 보는 게 다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이 사무처장은 이어서 설명했다. “백로 서식지를 없애는 건 폭탄 돌리기같은 겁니다. 일단 백로가 스스로 서식지를 정했으면, 지방자치단체는 관리를 통해 불편이 최소화하도록 하고 시민들도 협력하면서 자연을 공존 대상으로 인식하고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벌목은 결국 다른 지역으로 폭탄을 넘기는 일밖에 안 됩니다.”

성한아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원의 지적도 눈길을 끈다. “숲 전체로 봤을 때 백로는 하천생태계와 산림생태계를 연결해서 영양물을 순환시켜 숲을 건강하게 만들어줍니다. 또 서식지 충실도가 굉장히 높은 종으로 서식지를 쉽게 바꾸지 않아요. 카이스트 기숙사 같은 인간 거주지 옆에서 집단번식하는 것도 사실은 삵·족제비 같은 포식자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하려는 거예요. 과거 농경생활에서 백로가 인간 옆에 살았던 것도 같은 이유고요. 대전이 갑천·대전천·유등천 등에 둘러싸여 있고 오래전부터 자연하천화를 시도한 것이, 전국 최대 백로 서식지가 된 배경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백로의 행동은 여전히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에요. 전국적으로 백로 관련 갈등이 있으니, 이제라도 국가적 관심과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어 성한아 연구원은 말했다. “백로 때문에 나무가 고사하는 걸 걱정한다면서, 나무를 잘라내 문제에 대처한다는 게 변명 같고 역설적이죠. 나무에게는 자신을 잘라내는 인간이 훨씬 치명적입니다.”

구해줘 백로 홈즈실패 사례에서 배울 점

백로를 길조라고 환영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유해조수취급하는 변덕스러운 인간의 마음은 다른 동식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둘기가 대표적이다. 1960~1970년까지만 해도 평화의 상징’(<경향신문> 1965220평화로운 새비둘기’)으로 치켜세웠지만, ‘골칫거리로 몰아세운 뒤 2009년 환경부가 유해조수로 규정했다.

식물 쪽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아까시나무는 황폐한 우리 산림을 푸르게 만든 공로를 칭송하다가 생태교란종이라고 일부러 제거했다. 그러다 양봉 농가들이 반발했고, 2022년부터 산림청이 나서서 밀원식물(꿀벌에게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이라며 다시 심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생태교란종’ ‘독초의 대명사로 지목돼 대대적 제거 대상이 된 미국자리공에 대해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식물사회학)는 이렇게 말한다.

식물에는 나쁜 식물이 있을 수 없다. () 토착식물종이 살지 못하도록 사람이 파괴해버린 땅에서 귀화식물은 오히려 그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자연생태계를 교란하는 생명체는 기실은 인간밖에 없다!”(<한국식물생태보감1>, 자연과생태 펴냄)

대전 백로 연구로 크게 바뀐 것 중 하나가 카이스트 학생들의 백로에 대한 인식이다. 20229월 카이스트 교내에서 열린 백로 간담회에서 한 학생은 백로가 살던 곳에 인간이 들어온 것, 우리가 백로의 집을 침범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교내 언론 <카이스트신문>은 같은 해 104일 사설에서 캠퍼스는 인간과 이종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공존을 연습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한아 연구원은 공존을 위한 연습을 강조했다. “대전시 등의 백로 연구도 그렇고요. 학생들과 모니터링하면서 백로가 어떻게 새끼를 기르는지 보고,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큰 둥지이며, 새끼를 낳아서 빨리 기른 뒤 베트남까지 간다고 하면 백로가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이렇게 백로가 사는 것을 보고 스토리텔링하는 것 자체가 백로라는 비인간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시도고,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정말 봄에 카이스트 기숙사는 닭장이 옆에 있는 것처럼 시끄럽고 냄새도 상상 이상이에요. 한창 시험공부를 해야 할 때 그런 불편을 겪죠. 그래도 이제 모든 학생이 백로는 내쫓자고 하진 않아요.”

생태계는 인간 사회와 무척 비슷하다. 생태계와 인간 사회의 바탕은 관계이다. 유대가 강할수록 그 시스템은 더 탄력적이 된다. 그리고 이 세상의 시스템은 각각의 유기체로 구성돼 있으므로 시스템은 변화할 수 있다. 생명체들은 적응하고 유전자는 진화하고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운다.”(<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잔 시마드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정부가 서식지 매입하고 보호해야

백로가 사는 그 숲과 나무의 주인이 정말 사람일까. 대규모 개발 때마다 개발업자들이 자연을 멋대로 파괴하면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붙이는 단서 조항 속 새들에게 제공할 대체 서식지는 왜 지금껏 단 한 곳도 성공한 사례가 없을까.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백로류·왜가리류 집단서식지는 적극적으로 정부가 매입하고 보호구역으로 설정해 보호해야 한다. 과거엔 영험한 존재로 받아들였던 이 새들과 맺은 오랜 역사의 관계를 오늘을 사는 사람들도 존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방마을 백로들의 주된 집이 돼주는 상수리나무는 참나무류 중에서도 가장 인간과 가까운 나무다. 깊은 산속에선 찾아볼 수 없지만 마을 인근 산에는 흔하다. 도토리로 식량을 제공하고, 죽어선 표고버섯 등 식용버섯에 몸을 내준다. 과거엔 추운 겨울 은은하게 오래 타는 땔감으로도 많이 쓰였다. 그러면서도 다른 참나무류에 비해 빨리 자라 숲을 풍성하게 했다. 얼마 안 되긴 하지만 우리나라 중부지방 천연림을 우점하는 나무가 굴참·갈참·졸참·떡갈·신갈 같은 참나무류이다. 그렇게 흔했고, 사람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노래도 흥얼흥얼 나온다.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참나무류를 갈잎나무라고도 한다. 백로가 불편하다고 상수리나무까지 베어내는 건, ‘비인간 이웃들을 두 번 배신하는 일일 뿐이다.

치악산을 중심으로 산과 강, 들이 어우러진 이 고장은 큰 나무가 많은 곳이다. 중방마을 들머리엔 가슴높이 둘레 4.2m 300살 마을나무 느티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또 인근 호저초등학교에는 150살가량으로 추정되는 가슴높이 둘레 5m 플라타너스 거목이 버티고 있다. 이승현 해설사는 국내 최대·최고령 플라타너스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플라타너스 역시 이렇게 거대한 어머니 나무로 성장할 수 있음을 이 나무 아래에 서면 느끼게 된다. 무자비한 강한 가지치기를 남발하는 가로수 플라타너스 역시 예비 어머니 나무. 원주는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피가 큰 나무로 꼽히는 반계리 은행나무(가슴높이 둘레 16.9m, 800)의 고장이다. 이 큰 나무를 키워낼 만큼 살기 좋고, 자연을 보살필 만큼 인심도 넉넉한 고장이라는 방증이리라. 그래서 하늘과 인간을 이어준다는 새들도 즐겨 찾고 마음 놓고 둥지를 튼다.

거목으로 성장한 플라타너스

조선시대 문인 양사언(1517~1584)은 시조 영백로’(詠白鷺)에서 백로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백로의 흰빛은 백옥처럼 희지만/ 백옥은 비록 희어도 날지를 못하네/ 백로의 흰빛은 눈처럼 희지만/ 백설은 비록 희어도 녹고 마르네

2024215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주산2리 중방마을 뒷산 숲우듬지에 백로들이 쉬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4215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호저초등학교 안 플라타너스 노거수. 가슴높이 둘레 5m, 국내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하는 플라타너스다. 김양진 기자

2024215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 얼기설기 얽힌 뿌리로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김양진 기자

원주(강원)=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오늘은 반바지, 내일은 스키복 입을 판변화무쌍 미국 날씨

26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낮 최고기온이 21도까지 올라간 가운데 한 시민이 미시간 호수에 몸을 담그고 있다.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이날, 2000년에 세운 17.7도의 이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7일엔 24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며 수요일에는 급격히 추워지면서 영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6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는 최고기온이 21.6도까지 올라가 2000년도에 기록한 17.7도를 훌쩍 뛰어넘었다. 네브래스카와 아이오와 같은 곳은 섭씨 20도로 평년 이맘때보다 4도가량 높았고 텍사스 댈러스와 남부 도시들은 30도 중반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날 미국 국립기상청은 중부지역과 남부 지역의 때 이른 더위가 곧 예년 이맘때의 전형적인 2월 말 날씨로 바뀌면서 미국의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24시간 이내에 버뮤다 반바지에서 스키복으로 갈아입어야할 정도로 극적으로변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강력한 폭풍이 이미 서부의 높은 고도에서 몇십cm에 달하는 눈을 뿌리기 시작했다. 시카고 같은 지역은 28일에는 최고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시속 48km의 강풍이 불 것이라고 예보됐다 국립기상청 기상학자 조 웨그먼은 로이터 통신에 “27(현지시각) 한랭전선이 몰아치면서 26일 최고 기온이 14도였던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는 27일에 최고 기온 영하 12, 체감온도 영하 29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미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대평원(미국 로키산맥의 동부지역 평원) 전역에서 산불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 탓에 어떤 하나의 날씨 패턴도 정확히 집어내기 어렵고, 극한 날씨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며 현재 유행하고 있는 엘니뇨 날씨 패턴도 이 특이한 날씨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25일 아이오와주 아이오와 시티의 아이오와 대학교 캠퍼스에서 신입생 아비가일 슈미트가 햇살을 즐기며 숙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6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시민들이 미시간호의 호숫가에서 쉬고 있다. 이날 최고기온을 경신한 시카고의 날씨는 수요일에 급변해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사람과 식물의 관계? ‘식물 분포도보면 알 수 있다

영국왕립식물원 공동연구팀, 전 세계 식물분포도 및 활용식물종 분포도 발표. 생물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의 관계 입증돼

정월 대보름이 다가온다. 음력으로 115,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새해에 들어 처음으로 완전히 둥근 달을 볼 수 있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득 찬 보름달이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이날에는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다양한 풍속을 즐겼다. 특히 정월 대보름에는 명절식으로 오곡밥과 나물 반찬, 귀밝이술과 부럼을 깨서 먹는다.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이 풍습은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제21대 비처왕(毗處王)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역모를 알려준 까마귀를 기리고 매년 정월 15일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해 모든 일에 조심하기 위한 제를 지낸 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설화적 측면에서 명절식의 유래는 이렇지만, 문화기원적 측면에서 이 음식들은 우리나라의 사계절에 따른 생물분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식물종의 분포와 기후환경의 상관관계는 식물지리학에서는 이미 오래된 생태학적 주제인데, 이로 인해 특정 식물종이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 식물종의 지리적 분포는 인간의 생활상과 더 나아가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

식물종의 지리적 분포는 인간의 생활상과 더 나아가 문화를 알 수 있다. (김홍도 타작’) wikipedia

식물을 보면 인간의 삶이 보인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 표지에 중국 후베이성의 찻잎 농장 사진이 실렸다. 이 지역은 연평균 기온 15~17, 연평균 강우량은 800~1700로 예로부터 토지가 비옥하고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진다. 산지가 지역 면적의 56%나 차지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고원 지대에서 자라는 양질의 찻잎을 수확하여 생계를 꾸려 나간다.

물론 이 지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중국은 오랜 차 문화역사를 가진 나라다. 차 생산은 지리와 자연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북위 18~37, 동경 94~122도 사이에 위치해 있는 저장성, 장쑤성, 장시성, 후난성, 후베이성, 허난성, 쓰촨성, 광둥성, 광시성 등에서 주로 차 생산이 발달했다. 대부분 처음에는 찻잎을 주로 약용, 식용으로 사용했었으나, 당나라 문인 육우(陸羽)의 다경(茶經) 3권 이후 음다문화(飮茶文化)로 발전하게 되면서 중국인들의 일상생활 어디나 차와 함께 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특히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발달한 중국 차 제조 기술 및 관습은 유네스코가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하여, 20221129일에 인류 무형 문화유산대표 목록에 등재됐다. 식물과 인간의 삶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살아가는 모습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중국 후베이성의 찻잎 농장(사이언스지 표지). Science

인간이 주로 사용하는 식물의 사용 패턴 10가지?

인간에 대한 자연의 기여(Nature’s contributions to people, 이하 NCP)’는 자연이 인간의 삶에 미친 긍정적·부정적 영향 일체를 뜻한다. 이 말은 생태계 서비스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인간과 자연을 잇는 모든 연결고리를 규정함에 있어 토착지식 및 현지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자연에 의존하는 인구가 혜택을 받는 지역을 매핑하면 NCP 지수 평가 및 추이 분석에 용이하다. 이러한 필요와 더불어 식물다양성 연구 및 정책 입안 자료로서 활용이 기대되는 연구 결과가 지난달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됐다.

영국왕립식물원 연구원이 주도하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식물종의 전 세계 분포를 조사하고, 이들 식물을 사람이 주로 사용하는 10가지 범주로 분류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10개 범주는 (인간)식품 재료, (척추)동물 사료, (무척추)동물 먹이, 재료(목재, 섬유), 연료(), 사회적 용도(종교 및 의식), 독극물, 의약품, 환경용도, 유전자원 등이다.

연구팀은 전 세계 식물 연구기관에서 운영하는 12개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보를 추출하여 35,687개 종의 활용을 식별하고, 1,100만 개 이상의 식물 서식지를 매핑했다. 이렇게 구축한 식물 분포도를 통해 전 세계의 활용 식물 및 잠재적 활용 식물, 식물 다양성 분포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활용 식물종의 풍부도 및 분포도. 발견된 식물종의 분포 지역을 중복 체크()한 결과로 색이 짙을수록 종 분포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Science

결과에 따르면 활용 식물종이 가장 많이 분포된 지역은 열대지역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과 히말라야, 서유럽과 미국 동부 등 일부 온대지역에서도 식물종의 분포 농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WCVP(World Checklist of Vascular Plants)의 데이터를 통해 추정한 결과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식물의 종 다양성 패턴이 희귀종 및 멸종 위기와 같은 위협 요소들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이들의 분포를 별도로 가중치를 두어 추정한 결과 활용된 식물종이 풍부하게 분포된 지역과 고유종 분포 지역은 대체로 유사했다. 메소아메리카, 기니만, 남부아프리카, 히말라야산맥, 동남아시아 등이 이 사례에 속했다. 반면 온대지역에서는 고유종의 활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일부 온대지역에서 관찰되는 종 다양성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식물종 분포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정량적 증거는 부족하지만 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에는 인간에게 유익한 종이 더 많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식물종 분포도와 활용식물 분포도가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인간이 특별하게 사용하는 식물일수록 지역의 식물종 풍부도가 높다는 것인데, 이는 고유한 식물종의 사용이 지역의 고유한 문화 형성과 연관되어 있음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생물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의 관계를 입증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추후 이를 바탕으로 생물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을 공간적으로 설명하는 생물문화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식물의 사용용도 10개 범주에 따른 식물 종 분포도. 왼쪽의 곡선은 모든 식물종 다양성의 위도 분포를 의미하며, 윗부분의 개별 곡선은 각각 사용 분류에 따른 종 풍부도의 위도 분포를 의미한다. 색깔은 전체 활용 식물종 패턴에 대해 특정 용도의 활용 식물종 풍부도이며 녹색은 높은 풍부도, 보라색은 낮은 비율을 뜻한다. Science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두 얼굴의 전자제품 쓰레기

재활용만으로는 한계... 지금 수리권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이 점점 빠르게 발달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탈() 물질화를 가속해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희망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자원과 에너지 이용을 최적화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 친환경 세상'이라는 장밋빛 미래는 환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전자제품이 만들어지고 막대한 전기를 소모하면서 소비되다가 결국 쓰레기로 버려지는 전 과정을 생각하면 디지털은 더럽고 위험한 산업이다.

기술 발전과 함께 전자제품은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기능은 더 고도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자원의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1960년대 다이얼식 전화기에는 10가지 금속이 사용되었고 1990년대 휴대폰에는 29가지 금속이 들어갔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54가지 금속이 사용된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스마트폰 한 대에 사용되는 금속을 조달하려면 10~15의 광물을 캐서 금속으로 제련해야 한다. 스마트폰 한 대의 평균 무게를 200g이라고 한다면 무려 50배 이상 무게의 광물을 채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디지털 기술 구현을 위한 각종 기기에는 세계 구리 생산량의 12.5%, 알루미늄 생산량의 7%가 들어간다. 디스플레이·집적회로·반도체·광섬유 등에 들어가는 희소금속의 양도 만만치 않다. 안티모니 41%, 디스프로슘 63%, 갈륨 70%, 저마늄 87%, 터븀 88%, 베릴륨 42%를 이러한 첨단 기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광물을 채굴한 후 금속으로 제련하는 과정은 엄청난 생태계 파괴와 오염물질 배출을 수반한다. 게다가 자원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점점 품질이 낮은 광물까지 채굴하게 되었는데, 이러다 보니 광산 쓰레기의 발생량이나 금속 추출에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1900년의 구리 광석 내 구리의 비율은 2%였는데 2000년은 1%로 낮아졌고 2030년이 되면 0.5%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이 되면 같은 양의 구리를 얻기 위해서 1900년보다 3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광물 내 함유량이 적은 희소금속일수록 오염문제는 더 심각하다. 희토류 1톤을 얻는 데 1내외의 유독가스, 75톤의 산성 폐수, 1톤의 방사성 잔재물이 발생한다. 중국 최대 희토류 광산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 주변 지역보다 훨씬 심하게 방사능으로 오염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뿐 아니라 광물 채굴에 투입되는 노동자, 채굴지 주변 지역 주민의 피해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규제 및 인프라가 취약한 중국·아프리카 등에서 주요 자원을 채굴하다 보니 피해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디지털 기술로 깨끗한 세상을 구현하려면 자원 조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천연광산 개발이 아니라 재활용을 통해 자원을 공급받는 순환자원 공급망, 즉 도시광산1)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한 전자제품 쓰레기 관리체계는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깨끗한 디지털? 더럽고 위험한 최첨단 쓰레기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아그보그블로시 지역의 쓰레기처리장에서 구리를 회수하기 위해 전선을 태우는 젊은이들위키미디어 커먼스

유엔의 전 세계 전자제품 쓰레기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전자제품 쓰레기 발생량은 5400만 톤이고 2030년에는 75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주기로 1000만 톤씩 쓰레기 발생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실제 쓰레기 발생량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장난감·인형·칫솔 등 다양한 품목에서 전기로 작동하는 제품이 점점 많아지고, 최근에는 전자담배를 넘어 전지가 들어간 일회용 액상담배까지 등장하는 등 제품의 전자화 경향이 빨라지고 있다.

전자제품 쓰레기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전자제품에는 금··구리·알루미늄부터 시작해서 코발트·팔라듐·인듐·게르마늄·안티몬 등에 이르기까지 원소 주기율표 상 69개의 금속이 사용된다. 2019년에 발생한 5400만 톤의 전자제품 쓰레기에서 유가금속2)을 모두 회수하면 그 가치는 570억 달러(76조 원)에 상당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자제품은 유해물질이 들어있는 위험한 물건이기도 하다. ·수은 등의 중금속은 물론 전자제품 플라스틱 케이스나 내부 전선 피복 등에도 다양한 화학물질이 첨가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전자제품 쓰레기를 잘못 해체하거나 처리하면 유해물질이 환경에 유출된다. 전자제품 쓰레기의 처리는 제품 내 유가금속을 최대한 회수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환경에 유출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제대로 된 재활용 시설이 필요하다. 특히 극소량 첨가되는 희소금속까지 회수하려면 첨단설비가 필수적이다. 전자제품에서 희소금속을 종류별로 회수하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양념을 종류별로 추출하는 작업'으로 비유된다. 그만큼 정밀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악한 장비를 써서 손으로 제품을 뜯은 후 철·구리·알루미늄 등 눈에 보이는 금속만 골라내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자원 낭비 및 오염물질 관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 세계 전자제품 쓰레기 중 17%만이 제대로 된 설비에서 재활용된다. 83%는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냥 버려졌거나 아프리카 등의 저소득 국가로 수출되었거나 아니면 환경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곳에서 재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적정하게 재활용된다고 집계된 17%에서도 전자제품 내 함유된 희소금속을 일부만 회수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많다.

전 세계 전자제품 쓰레기 수출량은 연간 510만 톤인데, 이 중 180만 톤만 적법하게 수출된 양이고 330만 톤은 불법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에서 불법 수출된 전자제품 쓰레기의 최종 종착지는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나 인도·파키스탄 등 아시아 국가다. 이들 나라의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전자제품 쓰레기를 해체하는 현장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어린이와 전자폐기물 처리장: 전자폐기물 노출과 어린이 건강보고서를 통해 저소득 국가에서 전자제품 폐기물 재활용 작업에 투입되는 여성과 어린이의 건강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과 어린이들은 구리를 얻기 위해서 옥외에서 전선을 불에 태우고 수작업으로 인쇄회로기판을 녹이거나 전자칩을 강한 산성 용액에 넣어서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등 위험하게 재활용 작업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은·PCB·납 등 다양한 유독성 위험 화합물에 심각하게 노출된다.

전자제품 쓰레기, 줄이는 게 최선이다

결국 자원 채굴부터 쓰레기 처리까지 전자제품의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자제품의 수명을 연장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쓰레기를 안전하게 재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자제품 소비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활용만으로는 원료를 공급하기 어렵고, 전자제품 내 다양한 금속을 모두 재활용을 통해서 회수하기도 어렵다. 또한 불법적 경로로 움직이는 전자제품 쓰레기를 모두 관리하기도 어렵다.

쓰레기 관리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해야겠지만, 어차피 재활용하면 되니까 마음껏 소비해도 된다는 식의 재활용만능주의는 지양해야 한다. 애초에 튼튼하게 전자제품을 만들고 고장이 났을 때는 쉽게 수리해서 쓸 수 있게 수리할 권리, 즉 수리권이 확대되어야 한다.

오래 쓰고 다시 쓰는 시민들의 노력과 수리권을 확대하는 제도적 방안이 없다면 지구와 동료 시민들을 아프게 만드는 전자제품 쓰레기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1) 폐가전 또는 산업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해 산업원료로 재공급하는 일

2) 값이 나가는 금속을 통틀어 이르는 말

오마이뉴스 홍수열(achampspd)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41회 기상기후 사진·영상 공모전대상 후보작 '푸른빛 물결'. 지난해 5월 충청남도 서천군 비인해변에서 촬영한 파도 속 야광충 모습. 온난화 진행되면서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야광충의 모습 흔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진 기상청

 

바다가 뜨거워지자, 우리 밥상은 허전해졌다

2023년은 오징어의 해였다.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값이 폭등했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바다의 기후변화가 초래한 결과다. 오징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밥상 전체를 직격하는 문제다.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동해안 어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동해시 대진항에서 오징어를 널어 말리는 모습.연합뉴스

한국은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수산업 강국인 일본, 노르웨이보다도 많이 먹는다. 그러나 밥상의 수산물 풍경은 시간에 따라 바뀌어왔다. 1980~1990년대만 해도 비교적 흔하게 밥상에 올랐던 갈치·꽁치·조기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고, 대신 고등어와 멸치를 접하기 쉬워졌다.

이미 1990년대부터 희귀해진 명태는 말할 것도 없다. 명태는 정말로 씨가 말랐다. 과거 해장음식의 최고봉으로 여겨졌던 생태탕(냉장 명태로 조리한 탕)은 이제 일본산 아니면 러시아산뿐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동태, 코다리, 북어 역시 모두 수입산이다.

2014년 해양수산부는 살아 있는 명태를 잡아온 사람에게 한 마리당 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생태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살아 있는 명태를 통해 수정란을 확보해 명태를 양식하기 위해서였다. 10년이 지났지만 명태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2019년부터는 아예 명태 어획 및 판매를 금지했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조치였지만, “어차피 안 잡히는데 잡지 말라는 게 무슨 소리냐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난류성어종 오징어가 사라진 이유

2023년은 오징어의 해였다. 지난해 여름부터 동해에서 오징어가 안 잡힌다는 뉴스가 잇따랐고 오징어 값이 폭등했다. 강릉 주문진항에서 오징어 한 마리에 2~3만원씩 나간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1990년대만 해도 동해안 횟집에서 회를 시키면 서비스로 내줄 정도로 싸고 흔한 게 오징어였다. 값은 둘째치고 아예 오징어 자체가 안 잡힌다는 어민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금징어가 아니라 없징어라는 자조까지 나왔다.

급기야 동해안 오징어잡이 어선 1척당 러시아 정부에 1400만원을 내고 조업권을 획득해 원정 어업에 나섰다. 최근에는 멀리 아프리카 케냐까지 오징어잡이 원정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풀고, 긴급수입에 나섰지만 국내산 생물 오징어는 여전히 귀한 몸이다.

실제로 국내 오징어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오징어 생산량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간 20~25t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어획량이 줄면서 10t 중후반대에서 형성되다 2017년부터 10t 아래로 추락했다. 2022년에는 약 37000t으로 역대 최저의 어획량을 보였다.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인 2023년의 오징어 어획량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20년 만에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한 것이다.

오징어는 왜 줄었을까? 여러 언론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탓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친다. 그런데 이게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면 오징어는 난류성 어종이기 때문이다. 즉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어종이라는 뜻이다.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 바다에서 왜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을까.

국립수산과학원이 발간한 2023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5년간(1968~2022)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36상승했다. 표층수온은 해수면 가까이에 있는 바닷물 온도를 말한다. 이런 상승 폭은 전 세계 평균보다 약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같은 기간 동해의 표층수온은 1.82나 상승했다. 동해 바다의 수온이 유독 상승한 이유로는 따뜻한 대마(쓰시마) 난류의 세기가 강해진 점 등을 꼽는다. 대마 난류란 쿠로시오 해류에서 분리돼 동해로 진입하는 난류를 말한다.

온난화로 따뜻해진 물이 계속 유입된 결과 동해 바다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름철 수온이 30를 넘는 등 오징어 적정 서식 수온(15~20)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니까 물이 너무 따뜻해지면서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시원한 곳을 찾아 북상함에 따라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플랑크톤이 바다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

우리가 잘 모르는 바다의 사정도 큰 원인이다.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의 표층수온은 매우 높아진 반면 수심 100m 이하 깊은 바다의 수온은 별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낮아졌다. 수심이 깊을수록 바다의 수온은 큰 변동이 없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위쪽 물은 뜨거워졌는데 아래쪽 물이 여전히 차가우면 위아래 바닷물이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걸 혼합 약화라고 부른다.

이렇게 되면 바다 생물의 먹이인 플랑크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바닷물이 섞이지 않으면서 플랑크톤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잘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 작은 물고기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또 이를 먹이로 삼는 오징어에게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결국 먹이를 찾지 못한 오징어가 동해 바다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셈이다.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았던 서해의 어획량이 최근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원인 탓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다. 오징어는 주로 가을과 겨울에 산란을 하는데, 수온이 높으면 알과 치어의 생존율이 떨어진다. 북한과 중국이 공동 어로 협약을 맺으면서, 중국 저인망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를 잡아들이는 탓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강수경 연근해자원과장은 성장기의 수온, 주변국의 어획 등이 겹쳐서 오징어 자원에게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것이 오징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오징어가 살기 나쁜 환경은 다른 어종에게도 마찬가지로 나쁠 수밖에 없다. 특히 앞서 말한 플랑크톤 문제로 인해 앞으로 좀 더 심각한 생태계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림을 보자. 기후(수온) 변화로 인해 한반도 바다 주요 어종의 어획량이 어떻게 변했는지 나타낸 통계청 자료다. 2018년에 발표한 자료이지만, 1970년과 2017년 사이 47년간의 어종 변동 폭을 동해·서해·남해로 나누어 보여주는 자료다.

자료: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

우선 동해 바다는 명태와 전갱이의 양상이 극적으로 뒤바뀌었다. 명태는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으로 적정 서식 수온이 10이하다. 전갱이는 난류성 어종으로, 1970년 어획량이 21t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2373t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전갱이는 일본어로 아지라고 불리는데, 국내에서는 제주도의 각재기국이 바로 전갱이로 만든 음식이다. 제주에서 즐겨 먹던 전갱이가 이제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것이다. 반면 명태는 197011411t을 어획했으나 2017년에는 고작 1t으로 쪼그라들었다. 어획량 최고점을 찍은 때는 1970년대 중반으로, 한 해 6t이 넘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 2019년부터는 아예 명태 어획을 금지했으므로 이제 이 수치는 ‘0’이다.

동해안 해역에서 잘 잡혀 국민 생선의 반열에 올랐던 꽁치도 극적으로 줄었다. 197022281t이던 꽁치의 어획량은 2017725t으로 줄었다. 1970년대 중반에는 한 해에 4t 넘게 잡히던 생선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이 낮은 해역으로 어군이 이동함에 따라, 강원도와 경북 지역의 꽁치 어획량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꽁치 역시 한류성 어종이다.

겨울철 별미인 도루묵도 마찬가지다. 1970년에는 13000t 이상 잡혔으나 2017년에는 4000t대로 추락했다. 도루묵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더욱 심각해져 한 해 어획량이 몇백 톤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올겨울 들어 오징어와 함께 도루묵도 아예 안 잡히다시피 하면서 동해안 어민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서해와 남해는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여러 어종의 어획량이 줄어든 동해와 달리 서해와 남해는 난류성 어종의 증가가 눈에 띈다. 우선 멸치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 1970400t이던 서해 바다의 멸치 어획량은 2017년에 47874t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남해에서도 약 5t에서 16t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남해에서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의 어획량도 3배가량 늘었다.

자료: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

너무나 크게 바뀐 한반도 어장 지도

오징어의 어획량 변화도 한눈에 보인다. 1970년에 오징어는 사실상 동해안 독점이었다. 그런데 2017년이 되면 서해와 남해의 어획량이 크게 는다. 특히 남해 바다가 두드러진다. 2017년 동해에서 32500t이 잡힌 데 비해 남해에서는 51874t이 잡혔다. ’울릉도 오징어는 완전히 옛말이 된 셈이다. 앞서 말했듯 최근 들어 동해의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이 차이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서해 바다의 명물이었던 조기를 보자. 서해의 어획량은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으나 남해의 경우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 서해 바다에서 조기 어획량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저층 수온의 변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이 거론된다. 갈치 역시 서해의 어획량은 줄고 남해는 늘었지만, 전체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어종이다.

이 통계로 알 수 있는 사실은 명확하다. 수온 변화로 인해 한반도 어장 지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대체로 한류성 어종이 사라지고, 난류성 어종이 증가하고 있다. 이 통계에는 나오지 않지만 제주도 등 남해에서 많이 잡히던 방어가 최근 들어 동해에 크게 늘었다. 방어의 어획량은 19904532t에서 202221250t으로 증가했다. 2022년 동해와 남해의 방어 어획량 비중은 거의 비슷했다.

아열대성 어류인 참치도 동해에서 자주 잡힌다. 그런데 동해 바다에서는 잡힌 참치를 바다에 도로 버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어획량 할당때문이다. 참치는 국제협약에 따라잡을 수 있는 양이 나라별로 정해져 있는데, 지난해 한국의 참치 쿼터는 748t이었다. 이를 초과해 참치를 어획하면 수산업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문제는 이런 할당량이 기후변화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의도치 않게 그물에 걸리는 참치가 점점 늘고 있는데, 할당량은 적으니 갖다 버리는 수밖에 없다. 2022년에는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할당량을 초과한 참치 13000마리를 내다 버리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죽은 참치가 해변으로 밀려오면서 참혹한 광경이 펄쳐졌다.

자료: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한 양식장 생물들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온난화가 초래할 가장 즉각적인 피해는 양식장에서 발생한다. 양식장의 피해는 곧바로 우리 밥상을 직격한다. 2022년 기준 국내 해면양식업 생산량은 약 226.8t으로, 이는 연근해 어업 생산량(88.7t)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우리의 밥상은 양식업이 없으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가까운 바다에 가두리를 만들어 수산물을 키우는 양식장은 고온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2년간(2011~2022) 고수온, 적조, 태풍 등에 따른 양식장 피해 규모는 총 2382억원이었는데, 이 중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액이 1250억원으로 가장 컸다. 양식 생물 피해가 가장 많았던 2018년도에는 넙치·전복·조피볼락·돔류 등 6300만 마리가 폐사했다.

2018년 전남 지역의 한 양식장에서 수온 변화로 줄돔이 집단 폐사했다.연합뉴스

이 글의 서두에서 한국이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세계 1위라고 썼다. 여기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해조류다. 한국인은 김, 미역, 매생이, 다시마 등을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많이 먹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수산인의 날기념식에서 김을 일컬어 검은 반도체라고 추켜세웠다. 과거와 달리 서구권에서도 김을 코리안 시위드(Korean Seaweed)’라 부르며 웰빙 식품으로 평가하는 만큼 수출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이런 김도 수온 상승에 취약하다. 김은 수온이 10안팎 유지돼야 제대로 성장한다. 겨울철(11~이듬해 4)에만 수확이 가능한데, 차가워야 할 겨울바다가 따뜻해지면 치명적이다. 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썩거나, 흩어지게 된다. 9월 무렵 김 종자를 김발에 부착하는 시기에 바다 수온이 높아도 큰 문제다. 김 종자가 안착하지 못하고 죽거나 녹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대로 수온 상승세가 지속되는 한 김 양식장의 해외 이전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바다는 지금 두 가지 위기 앞에 놓여 있다. 하나는 무분별한 남획이고, 또 하나는 기후위기로 인한 수온 변화다. 기후위기에 비하면 남획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인간이 대처 가능하다. 오히려 과도한 어업 규제로 어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마당이다.

바다의 기후위기 문제는 다르다. 땅 위의 농산물처럼 한 해 한 해 그 심각성이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된다. 러시아산 명태와 케냐산 오징어로 우리의 밥상을 채우면 되는 걸까. 단골집인 회사 근처 영덕물회 식당에서는 언젠가부터 도루묵찌개가 사라졌다.

시사인 이오성 기자

 

주꾸미에게 닥친 공유지의 비극

주꾸미의 씨가 마르기 시작하자 해양수산부는 올해 주꾸미 금어기를 신설했다. 어쩌다 주꾸미마저 못 잡게 되었을까.어민과 낚시꾼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충남 보령 출신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에는 주꾸미가 자주 나온다. 1977~1981년 발표한 연작소설 우리 동네에서 어느 여인은 질박한 사투리로 이렇게 신세타령한다. “접때 장부텀 봄 것은 읎는 게 읎이 죄 새로 나와 만전했던디 그 흔해터진 쭈꾸미 한 코 못 만져보고 사네.”

그랬다. 주꾸미는 원래 흔해터진 바닷것이었다. 봄가을이면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무시로 잡혔다. 봄철 보릿고개 때면 바닷가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구황식품 노릇을 했다. 특히 주꾸미를 쭈깨미라 부르는 충남 지역이 전국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충남 사람들에게 주꾸미는 흔한 바다 생물이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주꾸미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주꾸미에게 위기가 닥치자, 아우성은 인간이 질렀다. 봄철 알배기 주꾸미가 나올 때만 되면 주꾸미 값이 폭등해 귀하신 몸이 되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987999t이었던 주꾸미 어획량은 20123415t으로 반타작 났고, 2016년엔 2281t으로 줄었다.

시사IN 이명익 412일 충남 보령시 인근 바다에서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가 소라 껍데기에서 주꾸미를 빼내고 있다.

올해는 주꾸미에게 의미심장한 해다. 사상 초유의 주꾸미 금어기가 실시된다. 511일부터 831일까지 주꾸미를 잡는 행위가 완전히 금지되며,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어쩌다 주꾸미마저 못 잡게 되었을까. 단순히 어민들의 남획으로 인한 자원 고갈이라고 이해하면 되는 걸까.

412일 아침 6. 동이 터오는 충남 보령시 오천항 풍경은 뜻밖이었다. 평일인데도 항구에는 형형색색의 낚시복을 갖춘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착장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배만 10여 척. 어림잡아 100명이 차례차례 낚싯배에 올랐다. 전날 밤 적막하던 항구 풍경과는 딴판이었다. 새벽부터 차로 달려 이곳에 도착한 낚시꾼들이었다.

오천항은 천혜의 어장인 천수만에서 홍성군 광천읍 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 있다. 어족 자원이 풍부해 예부터 자연양식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10여 년 전부터는 낚싯배가 성행하는 곳이다. 특히 주꾸미 낚시로 유명하다.

그런데 봄철인 지금은 낚시로 주꾸미를 잡을 수 있는 때가 아니다. 3~5월 산란기를 맞은 주꾸미가 바다 밑바닥으로 몸을 숨기기 때문이다. 봄철에는 어민들이 설치한 주꾸미 그물을 통해서나 어획이 가능하다. 가을이 되어서야 알에서 부화한 주꾸미가 바닷속을 헤엄치는데, 그때가 주꾸미 낚시 성수기다. 지금 낚시꾼들은 우럭, 도다리 등을 잡으러 온다.

비수기에 이 정도니 주꾸미 낚시 성수기인 9~10월이 되면 이곳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많을 때는 하루 5000명씩 주꾸미 낚시꾼이 몰려든다. 항구에는 차 댈 곳이 없어서 매일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1인당 7~10만원 정도를 내고 낚싯배를 타는데, 주꾸미가 잘 잡힌다고 소문난 배는 6월부터 예약해야 낚시가 가능할 정도다.

문제는 가을철 낚시꾼이 잡는 주꾸미가 치어라는 점이다. 봄철 산란기를 지나고 알에서 부화한 어린 주꾸미가 막 활동을 시작할 무렵 주꾸미 낚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낚시꾼들은 이때 잡은 주꾸미를 ‘100원짜리’ ‘500원짜리라 부른다. 그만큼 작다는 뜻이다. 주꾸미가 거미처럼 작다 해서 거미 낚시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주꾸미 낚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잡기 쉬워서다. ‘주꾸미 구슬이라는 도구가 있다. 흰색 구슬에 갈고리를 단 도구인데, 밝은 색을 좋아하는 주꾸미가 구슬에 접근했다가 갈고리에 걸려 올라온다. 초보자도 하루에 수십 마리는 거뜬하다. 경력이 되는 들은 하루 수백 마리씩 잡는다. 10명 정도 탄 주꾸미 낚싯배 한 척의 하루 어획량이 작은 어선보다 훨씬 많다.

이날 아침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선착장에 낚싯배만 가득할 뿐 어선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어선들은 뱃길로 1떨어진 보령방조제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방조제 근처에서 출항을 준비 중인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는 낚싯배 때문에 항구에 배를 댈 수 없어 이리로 옮겼다. 사실상 밀려난 셈이다라고 말했다.

주꾸미 어민의 얼굴에서 사라진 웃음기

허락을 구해 화랑호에 올라탔다. 배는 20분을 달린 뒤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 앞에 멈췄다. ‘주꾸미 그물(밧줄에 소라 껍데기를 매단 것)’을 설치한 곳이다. 김동주씨 부부가 힘차게 밧줄을 끌어당기자 소라 껍데기가 도르래를 타고 올라왔다. 시인이 노래했던 주꾸미 잡이 풍경과 똑같았다. ‘빈 소라 껍질 매단 줄을 당긴다/ 먹이로 속이는 낚시가 아닌/ 길을 가로막는 그물이 아닌/ 알 깔 집으로 유인한/ 주꾸미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온다(함민복, 주꾸미).’

그러나 주꾸미가 줄줄이 딸려오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언뜻 봐서는 소라 껍데기 수십 개꼴로 1마리씩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김씨는 “20년 전에 비해 주꾸미가 든 소라 껍데기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라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출렁이는 배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물을 당기고 주꾸미를 꺼내고, 다시 그물을 치는 작업이 되풀이됐다. 그 와중에 주꾸미가 청소한 해양 쓰레기도 수거했다. 주꾸미는 바다 밑바닥에 깔린 비닐조각, 낚싯바늘 등을 빨판에 붙인 채 잡히는 경우가 많아 바다의 청소부라 불린다. 과거 충남 태안에서 고려청자 조각이 주꾸미 빨판에 붙어 나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날 4시간가량 작업한 끝에 화랑호가 얻은 수확량은 40. ‘만선은 아니어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전날은 이보다 훨씬 못했다. 이날 수협 경매가가 117500원이었다. 수협 직원이 김씨에게 오늘은 돈 좀 만졌네라며 웃었다.

시사IN 조남진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 낚싯배가 정박해 있다. 가을철이면 이곳은 주꾸미 낚시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럼에도 요즘 김씨를 비롯한 주꾸미 어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다. 우선 금어기의 형평성 문제다. 사실상 봄 한 철 벌어 먹고사는 현실에 금어기를 5월 초순부터 지정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주꾸미 알이 여물려면 5월 말은 되어야 하는데, 값어치가 올라갈 때쯤 금어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어기가 풀리는 9월부터는 낚시 시즌이다. 낚시업계가 이번 금어기 조치로 입는 타격은 어민들에 비해 훨씬 적다.

더 큰 불만은 낚시꾼의 행태다. 앞서 말했듯 가을철에 마구잡이로 어린 주꾸미를 잡는 바람에 이듬해 알을 밸 주꾸미의 씨가 마른다는 것이다. 끊어진 낚싯줄, 낚시 추, 바늘 따위는 바다를 오염시킨다. 낚싯배와 어선의 충돌 사고, 쓰레기 투기 문제도 갈등 요소다.

문제는 이것이 주꾸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바다 자원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어민과 낚시인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어촌에서는 토박이인 어민과 주로 외지 출신인 낚싯배 운영자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가면서 언젠가 큰일이 터질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현재 바다낚시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언젠가부터 낚시 인구 700만 시대라는 말이 퍼졌지만 추정치다. 비교적 정확한 통계가 있다. 해양경찰청이 낚시 어선 이용객의 승선 신고를 집계한 자료다(55쪽 표 참조).

199747만명이었던 낚시 어선 이용객 수는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최근 통계다. 2015295만명, 2016342만명, 2017414만명으로 2년 만에 100만명 넘게 증가했다. 중복 신고하는 경우를 감안해도 엄청난 증가세다. 민물낚시까지 더하면 낚시 인구 700만이 과장된 수치는 아니다.

새로운 취미를 찾던 사람들이 낚시에 눈을 떴다. 특히 최근 도시어부〉 〈성난 물고기등 본격 낚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낚시의 역동성에 매료된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 어가 인구(판매를 목적으로 1개월 이상 어선, 맨손, 양식 어업 등에 나선 가구)는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192300명이던 인구는, 2016년에 125700명까지 줄었다(55쪽 표 참조). 대개 농어촌이 그렇듯 이 수치는 앞으로 더욱 내리막길일 것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존 여론은 어족 자원 고갈 문제를 다룰 때 주로 어민의 무분별한 남획을 지적해왔다. 이제 거꾸로 바다에서 다수파가 된 낚시꾼의 몰지각한 남획과 환경 파괴 문제를 비판하면 되는 걸까.

낚시면허제 도입이 정답 될까

해양수산부는 낚시업계에 칼을 빼들었다가 머쓱했던 적이 많다. 돈을 내고 이용권을 구매한 사람만 낚시를 할 수 있는 낚시 이용권제도 및 주꾸미· 문어·갈치 등을 대상으로 1인당 포획량 제한을 실시하려다 낚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곤 했다. 올해도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불투명하다. 지난 2낚시 부담금 말이 안 되는 이유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만명 이상 서명을 받았다. 반면 낚시면허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어민 측의 청원도 여러 건 올라왔다.

상생의 길은 없는 걸까. 다행히 희망의 끈은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어민과 낚시꾼 모두 어족 자원 고갈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민들 중에도 옛날처럼 바다가 무한정 인간에게 먹을 걸 내줄 것이라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는 낚시면허제가 도입되는 등 진전이 있다면 어민들도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천항의 한 낚싯배 사무국장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낚시면허제 도입에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말을 했다. “이러다 다 죽는다라는 말이었다.

남은 문제는 더 있다. 이른바 형망 어업등으로 바다를 초토화하는 일부 어민 문제다. 형망 어업은 자루 모양의 그물 끝에 쇠틀을 달아 해저를 긁으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바다 밑바닥을 긁어버리기 때문에 조개는 물론 주꾸미도 쓸어 담는다. 최근에는 고압 분사기 등 불법 어구까지 이용해 어패류를 초토화하는 바다의 무법자다. 무허가 조업에도 벌금밖에 제재 조치가 없어 일부 지역에서는 어민들이 돌아가며 벌금을 물고 조업에 나선다. 바다 자원을 싹쓸이하는 대형 저인망 어선에 대한 규제도 관련 업계의 반발 탓에 지지부진하다. 주꾸미 어민들이 구멍가게라면, 이들은 대형마트다.

바다 생태계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방조제 문제는 아예 이슈로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서산 A·B방조제, 보령·홍성방조제 등 천수만 일대에만 네 개 방조제가 우뚝 서 바닷길을 가로막고 있다. 한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방조제 철거를 시사한 바 있지만 이 또한 물 건너갔다. 어쩌면 공유지를 망친 주범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시사인 이오성 기자 2018.05.03.

 

우리나라 어항(漁港) 2301남해안 중심 발달

국가어항 115개소·지방어항 290개소 달해

어촌정주어항 629개소·소규모 어항 1265개소

어선어업 발달한 전남·경남·부산·제주 등 남해안에 집중

우리나라 주요 어항 전경. 왼쪽은 경남 거제 지세포항(지방어항), 오른쪽은 전남 완도 미라항(어촌정주어항).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우리나라의 어항(漁港)은 어디에 얼마나 있을까.

우리나라 어항은 현재 2300여 개에 달하고 어선어업이 주로 발달한 전남·경남·부산·제주 등 남해안에 어항이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이 지난 29일자로 발행한 ‘23주차 수산경제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국가어항, 지방어항, 어촌정주어항, 소규모 어항 등을 통틀어 총 2301개소의 어항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강릉시 강릉항, 제주도 모슬포항 등 국가어항이 115개소이고, 지방어항은 영광군 법성항, 제주도 우도항 등 290개소에 달했다. 어촌정주어항은 629개소(남해군 평산항, 여수시 임포항 등), 소규모 어항은 1265개소였다. 2299개소의 지정 어항에 2개소의 마을공동어항을 포함하면 국내 어항은 총 2301개가 된다.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우리나라의 어선어업은 주로 남해안을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어 어항도 전남·경남·부산·제주를 아우르는 남해안에 집중돼 있다.실제로 국가어항은 전남 34개소, 경남 20개소, 제주 5개소, 부산 3개소 등 전체의 56.5%62개소가 남해안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지방어항 역시 전남 93개소, 경남 67개소, 제주 19개소, 부산 13개소 등 남해안이 전체의 66.2%192개소를 차지했다.

어촌정주어항은 전남 92개소, 경남 337개소, 제주 46개소, 부산 12개소 등 남해안이 전체의 77.4%487개소를 차지하고 있다. 소규모어항도 전남 875개소, 경남 143개소, 제주 32개소, 부산 203개소 등 전체의 84.6%1070개가 남해안에 분포해 있다.

어항의 분포를 시·군별로 살펴보면 전남 여수시·완도군·신안군·고흥군, 경남 통영시·거제시·사천시·남해군 등에 집중돼 있다. 지방어항은 거제시(19), 완도군(19), 통영시(18), 고흥군(17), 남해군(15), 여수시(13), 신안군(13), 태안군(12), 서귀포시(10개소) 등에 분포돼 있다.

어촌정주어항은 남해군(94), 거제시(80), 여수시(50), 고성군(58), 통영시(49), 사천시(40) 등에, 소규모 어항은 완도군(196), 신안군(195), 고흥군(123), 여수시(119), 통영시(96), 진도군(96) 등에 많이 분포돼 있다.

우리나라의 어항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나, 각각의 어항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특히 지방어항과 어촌정주어항은 어항마다 독특한 지형과 주변 환경을 지니고 있어 그 차이점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 국가로 오래전부터 바다를 터전으로 삼아 생계를 이어가면서 수산업이 발달해 왔고, 자연스레 바닷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어촌과 어항이 생겨났다.

어항(漁港)이란 어선이 정박하고 출어 준비를 하는 항구를 말한다. 어항은 어촌어항법에 따라 국가어항, 지방어항, 어촌정주어항 등으로 구분된다.

국가어항은 이용범위가 전국적인 어항 또는 도서벽지에 소재해 어장의 개발 및 어선의 대피에 필요한 어항이며, ‘지방어항은 이용범위가 지역적이고 연안어업에 대한 지원의 근거지가 되는 어항이다. ‘어촌정주어항은 어촌의 생활근거지가 되는 어항이며, ‘마을공동어항은 어촌정주어항에 속하지 않은 어항으로, 어민들이 공동 이용하는 항·포구이다. 이와 별도로 법에는 규정돼 있지 않은 소규모 어항이 있는데, 소규모 어항은 국가어항, 지방어항, 어촌정주어항으로 지정된 법정항을 제외한 나머지 비법정항(非法定港)을 말한다./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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