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산을 건드렸다... 오세훈 서울시의 '친환경 사업' 정체 2. 자동차 위한 정책에 반대한다 3. 한국이 식량부족? OECD 중 최하위권, 식량안보 지키려면? 4. 지난 24년 동안 기후변화로 400만 명이 죽었다 5. 동탄신도시에서 이미 경험... 철도 지하화가 초래할 일 6. 바닷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에 악영향 ‘원전 온배수’ 조사 나서야 7. 510 대 2.5…글로벌 추세 역주행 한국 태양광 설치량 8. 선거철이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철도 지하화는 '미친 짓'이다 9. "한반도에 반달가슴곰이 사라진 것은 욕심 때문이다“
10. 봄의 전령’ 매화 한 달가량 일찍 왔다 11. 총선’ 앞두고 굳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산은 이전 강조한 정부 12. 지자체·대학 손잡고 서부산에 반려동물 놀이터 만든다 13. 개발 위협 ‘제주의 허파’ 곶자왈 사유지 매입해 보전 14. 오늘도 ‘기후재난 덮친 집’에서 삽니다 15. “야간경관계획, 더하기 아닌 빼기” 16. 가덕도 신공항 건설 눈앞…사라질 멸종위기 동·식물
17. 기후파국 막을 ‘마지막 총선’…기후입법 후보를 공천하라 18. ‘최재천의 곤충사회’ 출간 간담회서 정부 비판 19. “기후위기 대응, 개인 노력엔 한계” “정치선언은 희망 키우는 일” 20. 수도권 공화국' 갈수록 비대…지역 균형발전 공염불
21. “이미 15% 사라진 아마존 밀림, 30년 안에 급격히 파괴될 수도” 22. 전국 108개 단체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 결성... 국회 앞 출범 선언 23. 차 없는 거리·노천 치맥 축제… 조방 앞 살리기 팔 걷은 동구 24. 120년 이어진 아픔…가덕도 외양포 마을 주민들 또 쫓겨나나 25. 성층권 붕괴 대한파, 전기차 무덤의 경고
남산을 건드렸다... 오세훈 서울시의 '친환경 사업' 정체
▲ 남산 곤돌라 사업 조감도. ⓒ 서울시
남산이 서울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경관이고, 문화 생태적으로 중요한 숲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사실이다.갑갑했던 중고등학교 시절, 웅대하게 펼쳐진 남산 계단에 일부가 된 듯 앉아있으면 다른 세상으로 일탈하고야 말았다는 도취감에 젖을 수 있었다. 경쾌한 밤공기는 동네의 것과는 다른 것으로 찬미되었고, 눈앞의 야경에 감사했다.
친구와 새벽에 만나 시립·구립도서관 줄서기 투어를 하던 무렵, 우리는 먼 거리의 남산 도서관으로 달려가, 잠시만 공부를 했고, 그 잠시를 알리바이 삼아 남산을 즐겼다.
남산의 변화
1990년 들어 주한미군 등 외국인 전용이던 외인아파트가 철거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국가안전기획부와 수도방위사령부도 이전했다. 정부의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을 시작으로 남산의 역사적 위상과 훼손된 자연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주변 지역의 경관을 관리하고, 녹지공원을 조성하고, 보행 접근성을 강화해가는 조치들이다. 남산 정상부로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순환버스가 운행됐다. 남산의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2006년과 2007년 북사면의 신갈나무림(369,529㎡)과 남사면의 소나무림(344,572㎡)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2023년 6월 서울시는 남산의 '생태환경보전'과 '쾌적한 시민 여가 공간 조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곤돌라를 설치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됐다. 곤돌라가 지나가는 지역은 생태경관보전지역 위를 지나고, 상부 승강장과 중간 지주는 '비오톱(생태서식공간)' 1등급지에 설치된다는 내용의 계획이다. 서울시는 대체 어떤 생각일까?
남산 곤돌라 사업, 첫 시도가 아니다
2009년 당시 오세훈 시장은 '남산 르네상스' 프로젝트에서 이미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과성이나 시설의 적정성, 접근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된다. 2015년 박원순 시장도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을 발표하며 곤돌라 건설을 추진했다. 이 역시 한양도성 남산구간의 경관을 해쳐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무산되었다. 그러니 세 번째 도전인 셈이다.
2023년 12월, 서울시는 ▲남산지역의 구(舊) 서울시청 남산별관이 철거된 이후 예장공원이 조성되어 곤돌라 사업을 추진할 지리적 여건이 조성되었고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등재 주제가 당초 경관 위주에서 방어시설 중심으로 변경되어, 곤돌라 사업을 중단시켰던 위험 요소가 해소되었다고 판단하며 ▲ 2021년부터 남산 정상부에 관광버스 진입이 제한된 이후 정상부 접근에 대한 불편민원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남산 곤돌라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곤돌라 노선 길이 약 800m, 지구 5개소 (가이드타워 3개소 포함), 상부승강장(지상1층, 연면적 599㎡) 1개소, 하부승강장 (지하1층/지상2층, 연면적 1515.3㎡)이 설치되면 남산 예장공원에서 정상부까지는 3분 만에 도달한다. 10인승 25대 캐빈이 운영되며 시간당 1600명~2000명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위해 이미 2022년 11월 남산 친환경이동수단 도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2023년 6월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한 발전협의회가 발족되었다. 더불어 서울시는 총공사비 400억 원 규모의 설계·시공 일괄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 패싱
서울특별시 자연환경보전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 10조제2항8호에 따르면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건축물 및 그밖의 공작물을 신축하면 안 된다. 예외적으로 시장이 직접 개발을 하거나 인허가를 할 때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전에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절차적 하자'라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행위제한 대상인) '신축', '증축', '형질변경'은 대지 및 토지에 접하여 발생하는 행위"라며 "남산 곤돌라 사업은 공중으로 삭도만 통과함에 따라 행위제한 대상이 아니다"라고 응수한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없다.
첫째, 공원녹지법 상 도시공원 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시설, 건축물 또는 공작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삭도의 설치를 포함하고 있다. 둘째, 궤도운송법에서도 궤도를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궤도시설과 궤도 차량, 이와 관련한 운영 및 지원체계로 정의하고 있다. 셋째, 개발제한구역법에서 개발제한구역 내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를 제한하고 있는데, 건축물 또는 공작물의 종류, 건축 또는 설치의 범위에 개발제한구역을 통과하는 선형시설과 필수시설로 궤도를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남산 곤돌라 사업이 공중으로 삭도만 통과하기 때문에 행위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서울시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남산에 곤돌라가 생기면 생태계가 회복된다고?
▲ 2023년 4월 2일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남산 일대에 벚꽃이 피어 있다. ⓒ 연합뉴스
금번에 계획된 남산 곤돌라 사업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우선 생태경관보전지역 내 선로가 공중으로만 지나가더라도 공사 및 운영과정에서 하부의 신갈나무림이나 조류서식에 영향을 미칠뿐더러, 생태경관보전지역에 인접한 지구 및 승강장을 설치할 때 필수적인 토목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남산은 새매, 참매, 솔부엉이 등 맹금류들이 관찰되는 곳이라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이들의 서식에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서울시는(곤돌라 사업을 통한) 훼손면적보다 복원면적이 20배 이상 넓다는 점을 들면서, 대기교통 측면에서 관광버스의 정상부 진입을 막고 그 대체 수단으로 곤돌라는 설치 운영하는 것이므로 친환경사업인 듯 이야기한다. 그러나 스스로 지정한 보전지역을 훼손하면서, 다른 곳을 더 넓게 복원하는 것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는 편리한 사고방식이라면, 대체 보전지역은 어떤 근거로 지정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케이블카(곤돌라)는 고층건물에 놓는 엘리베이터처럼 단순히 이동 및 접근성 측면에서만 사고될 것이 아니다. 케이블카는 우선 시설물 조성 과정에서 식생을 훼손하고, 편의시설 개발을 동반하며, 정류장 일대의 상업행위와 탐방객이 증가하면 추가적인 훼손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미 남산에는 케이블카가 운영 중인데, 계획 중인 남산 곤돌라는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카의 3배 인원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카의 시간당 수송인원은 500명이다)을 수용하게 된다.
또한 정상부 이용 인원이 추가되면 이들을 수용할 확충된 시설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들이 등산로를 이용해 하산할 경우 토양 답압(밟는 행위)과 샛길 발생 우려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스카이워크 사업을 통해 샛길·답압 등 산림훼손을 예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전체적인 그림을 살폈다면 가능한 설계였을까 싶은 지점이다.
케이블카가 어떤 지역에 놓이는지, 케이블카가 놓일 경우 어떤 영향이 우려되는지,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공적 자산에 대한 공적 행위의 영향과 결과가 특정 집단이나 세대를 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곤돌라 사업 여부가 숙고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해 개발이 필요한지, 보전이 필요한지, 만약 개발이 필요하다면 왜 애써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나며 설치되는 곤돌라인지, 더 많은 공론이 필요하다.
녹색연합 임성희(maydaygreenkorea)/ 오마이뉴스
자동차 위한 정책에 반대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집안 모임 등 ‘전통적’ 의미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혼을 안 했고 아이가 없고, 결정적으로 운전을 못한다. 나이 50에도 운전을 안 하면 자동차를 거절하는 결심 따위 뭉개지고 덜 떨어진 사람이 된다. 여태 80세 넘은 부모님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탄다.그런데 요즘 운전 연수를 하고 있다. 일회용품 안 쓰는 커피차 ‘쓰레기없다방’을 위해 전기차 트럭을 뽑았기 때문이다.
왜 운전을 안 했는지 8시간 연속 필리버스터 스타일로 말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통장 잔액과 행복,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랄까. 미국 설문조사 결과 도시 외곽에 살며 긴 통근 거리를 운전하는 사람일수록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본인이 불행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심지어 자원봉사나 정치 참여도도 낮고 이혼 확률은 높다. 반대로 통근이 즐겁다고 가장 많이 답한 집단이 도보와 자전거 통근자들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주택가에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녹지 광장을 만든 ‘슈퍼블록’을 도입했는데, 슈퍼블록 내 정신 건강 치료와 항우울제 사용이 13% 감소했다. 탄소배출량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1년간 모든 백열전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등으로 교체해 감소시킨 탄소배출량은 일주일간 자동차를 안 타고 줄인 탄소배출량과 같다.
개인의 의지로만 되는 일은 아니다. 대중교통이 없다시피 한 발리 같은 곳이나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버스가 다니는 시골에서는 오토바이라도 굴려야 한다. 귀촌한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차를 장만해야만 했다. 도시 외곽에 조성된 산업 단지나 베드타운 신도시 등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멀어지고 수도권에 인구가 쏠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건 다 아는 이야기지만 요즘 해도 해도 너무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대중교통비가 오르는 사이 유류세 인하는 연장되었다. 휘발유는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7%나 유류세를 깎아준다. 물가인상 때문에 대중교통비를 올려야 한다면서 물가인상으로 살기 힘드니 유류세라도 깎아줘야 한단다. 자동차에 부과되었던 건강보험료가 폐지된다. 차 있는 사람만 보험료가 줄어든다.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해제해 차가 다니게 했고, 양쪽 방향 차량에 모두 부과하던 남산 혼잡통행료를 축소해 한 방향에만 부과한다.
기후위기 시대, 다른 나라들은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획기적인 대중교통 정책과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런던은 2041년까지, 미국 뉴욕은 2050년까지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률을 8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도시를 바꾸는 중이다. 독일은 9유로(1만3000원) 무제한 교통패스를 도입해 한 달에 30만~50만t의 온실가스를 줄였다고 추산한다. 그래서 말인데 탄소 저감은 누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번 정부에 묻고 싶다.
최근 전남 목포에서 버스를 탔더니 청소년 버스요금을 100원으로 내렸다 한다. 유류세를 낮추는 대신 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든지 이런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자동차에 더 높은 건강보험료와 탄소세를 부과하되 대중교통 정기 이용자와 하루 1만보 이상 도보자에게 보험료를 깎아줄 수도 있다. 이들이야말로 열심히 유산소 운동을 한 분들 아닌가. 4·10 총선에서 발칙한 정책을 보고 싶다. 결국 문제는 정치다./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경향
한국이 식량부족? OECD 중 최하위권, 식량안보 지키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인간안보의 주요 이슈 – 식량안보
▲ 수확철의 농촌 모습. ⓒ이동문
<인간 개발 보고서>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로 1994년 최초로 비전통적인 안보 개념인 '인간 안보(Human Security)' 개념을 명시했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정치, 군사적 안보를 넘어 인간 그 자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환경안보, 건강안보, 에너지안보, 경제안보, 식량안보 등이 포함되었다.
식량안보란 광의의 의미로는 자국민에게 충분한 양과 양질의 식량을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 따라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전쟁과 재난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일정량의 식량을 항상 확보·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 부족이란 먼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사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2022년 기준 32% 정도까지 떨어진 상태다. 곡물 자급률도 20.9%로 한국의 식량 안보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꽤 낮은 순위를 기록한다.
'쌀이 남아돈다'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본 한국인에게 있어 식량위기는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사실상 식량안보의 문제는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지 오래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와 농지의 감소문제, 미-중 갈등과 대러 제재조치 등으로 인한 국제 공급망 위기 등 국제사회에서 식량문제는 국가적 안보의 문제까지 확장됐고, 나아가 '식량의 무기화'에 대한 우려까지 불러오고 있다.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더욱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 별로 식량자급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역량의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철저히 분업화된 현대 국제사회에서 식량수급의 문제는 진영 논리에 따른 국제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밀 수출 1위국이며 우크라이나 역시 유럽의 빵바구니라 불릴 정도로 주요 식량 생산국이다. 옥수수와 밀, 해바라기씨(유), 보리, 대두, 사탕무 등 양국은 세계의 주요 농산물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특히 주요 비료 공급국으로써 세계 작물 수확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2018년 미중갈등의 심화, 2021년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같은 이유로 세계 농산물 시장의 가격변동의 폭이 커졌다. 그리고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 농산물 시장의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으며, 식량이 곧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전술한 것처럼,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상당히 떨어져 OECD 가입국 중 세계식량안보지수(GFSI)가 최하위권이다. 연간 1700만 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이며, 쌀을 제외하고는 밀, 옥수수, 콩, 사료용 곡물 등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으로, 국제 식량 가격이 요동치면 덩달아 휘청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러-우 사태와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조건 등으로 식량안보 문제가 초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현재 한국의 장기적인 식량안보 대책이 절실하지만 현실적인 대책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해외 식량수입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하여 국내 부존자원을 활용해 국민에게 어디까지 필수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비상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차근차근 식량안보 전략을 수립하여 현재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와의 갈등 상황에 관계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식량안보를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요한 것은 자국의 실리 - 중국, 러시아, 서구
세계 식량체계는 국제질서의 변화와 함께 지속적인 재편 과정을 겪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세계 농업시장은 미국 주도로 흘러가기 시작했는데 이 와중에 러시아와 중국이 배제되었으며 그 밖의 나라들에도 농업시장의 자유화가 요구됐다.
국가 간 농업무역 자유화와 상호의존관계 구축이 가속화되고 많은 나라들이 미국을 위시한 선진 농업국가들의 농산물에 잠식됐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글로벌 가치사슬과 국제공급망의 변동성에 자국 식량 환경이 요동치는 현실을 보면서 중국은 일찌감치 식량안보 전략을 추진했다.
그리고 현재 기후변화와 농지의 급격한 감소, 러-우 사태, 미중 갈등 등 복잡한 정세 속에서 중국의 역할 변화가 두드러진다. 세계 식량의 무역구조와 가치사슬이 파편화 되는 과정 속에서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식량체계 내 권력구조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인구의 폭발과 더불어 식량 수요의 급증, 농경지 면적의 감소로 인한 식량위기에 대한 불안은 중국 역시 피해가지 못했다. 안정적인 식량안보의 보장은 중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기존의 해외투자전략인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를 농업까지 확대하여 국내 농업기업의 해외 진출 및 투자를 지원하고,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에서 토지를 매입 혹은 임대하여 식량기지를 건설하여 중국으로 식량을 반입하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저개발국에 대한 '토지수탈'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중국은 해외농업투자 방식을 기존의 그린필드에서(투자 대상국에 직접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투자방식) 브라운필드(이미 설립된 현지 기업의 인수·합병 방식의 투자형태)로 전환하고, 민간기업보다 국가 차원의 공격적인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푸틴의 집권 이후 농업 진흥을 통한 식량 생산 증대와 수출확대를 위한 해외투자 유치를 희망하면서 2005년 '농업발전을 위한 국가우선과제'를 시작으로 2020년 '식량 독트린'까지 지속적인 국가농산물정책을 개발·추진했다.
서방 제재조치 속에서도 식량자급률을 높여 서구중심의 국제시장에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성을 제고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해외투자유치를 기조로 삼았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2016년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최대 밀 수출국이 되고 다양한 농축수산물 수출 증대로까지 이어진다.
서구와 대립과 갈등이라는 유사한 환경 속에서 최대 식량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과 역내 최대 식량수출국으로 변모한 러시아가 이후 서로의 식량안보와 농산물 수출입을 책임져 줄 주요 협력대상국으로 떠올랐다.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곧 국제시장의 가치사슬에서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지며 농산물에서 사료, 축산업, 가공업, 수출입 주요경로를 위한 고속교량 건설 등 인프라 구축까지 협력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러시아 및 중국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는 자국의 식량안보에 필요한 곡물이나 비료의 수입, 대중국 수출 분야에서는 오히려 무역량을 늘리고 공동협력관계에 합의하는 등 '실리'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외적 이유는 '식량의 무기화 반대'이나 식량 이슈가 각국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이 본질적 이유일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를 유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 곡물의 주요 수출항로인 흑해 봉쇄를 푸는 '흑해 곡물협정'에 있어 러시아의 결정에 일희일비하면서 세계 식량 시장의 가격이 요동치는 현상을 보건대, 에너지와 함께 식량 역시 현대사회의 주요 안보이슈이며 무기이자,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와 중국이 식량안보 정책을 꾸준히 펼쳐온 결과 얻게 된 영향력 확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한국의 식량안보
한국의 세계식량안보지수는 113개국 중 사막지역에 위치한 중동 국가들이나 좁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보다도 낮은 39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옥수수, 대두, 밀가루, 콩 등 주곡의 자급률은 매우 낮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국가차원에서 장기적인 식량안보 전략도 명확하지 않고 농축산물 무역수지적자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진영논리에 따라 미국, 중국, 러시아의 행보에 국내시장의 향방이 정해지는 매우 불안정한 시장 환경을 가지고 있다. 자국민 식량문제에 있어서만은 '식량의 무기화 반대'라는 극도의 실리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현대 국제사회의 추세에도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식량 문제를 두고 반복되는 러시아와 중국, 서방의 협력과 대립에서 보듯이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 관점을 벗어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공급원의 다양화, 쌀에만 집중되어 있는 국내 생산 환경 및 농작물의 다변화, 쌀 이외의 농작물 생산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을 펼친다면 일정부분 식량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그런 것처럼, 국내 인프라 구축과 농업 기업의 해외진출 및 투자 장려, 농산물 공급원이 될 수 있는 대상국들의 다변화와 안정화를 위해 정치적 관점을 벗어난 '실리주의'적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김자영 원광대 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프레시안
지난 24년 동안 기후변화로 400만 명이 죽었다
400만 명도 과소평가된 숫자다
2000년대 초,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정치가 전염병처럼 전 세계를 감염시키고 있을 때, 호주의 전염병학자 앤서니 맥마이클은 "기후 변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그의 연구팀은 200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설사병, 영양실조, 말라리아, 심혈관 질환(열 관련 질환의 대명사), 홍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지 집계했습니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하여 이러한 사망 중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의 비율을 분석했고, 그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그 해에 16만60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기온 상승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정치와 정책은 힘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기후 위기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연구는 여전히 정체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수십년 후의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려는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2000년대 초 야심찬 유물인 맥마이클 표준은 여전히 유일한 추정치입니다.
최근 지구 변화 생물학자이자 조지타운 대학교의 조교수인 콜린 칼슨은 맥마이클 표준을 이용해 2000년 이후부터 올해 말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약 400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연구를 <네이처 메디슨>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이 숫자는 로스앤젤레스나 베를린 인구보다 많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선포한 모든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말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400만 명의 인명 손실은 놀라울 정도로 크지만, 이는 여전히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합니다. 맥마이클 기준에는 뎅기열이나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와 같이 모기가 전파하는 질병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사망자 수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 지구 온난화에 따라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박테리아, 진균, 진드기 등 매개체로 인한 사망은 포함되지 않고, 산불과 산불 연기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더위 등 이상 기후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최근 몇년 동안 기록된 자살 증가에 대해서도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맥마이클의 2003년 연구 공동 저자로 현재 세계보건기구의 기후 변화 및 보건 부서 책임자인 디아미드 캠벨-렌드럼은 "연구 당시에는 이미 보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 수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 평가해야 할 잠재적 영향의 목록은 매우 길지만, 지금까지 어떤 연구자도 이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칼슨은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아무도 이를 계산하지 않고 있으며, 아무도 이를 계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라면서 "기후변화가 아닌 다른 문제였다면 우리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었을 것입니다" 고 말합니다.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다학제적 역학자인 와엘 알-델라이미도 2000년 이후 400만 명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은 "확실히 과소평가"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의 사망률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은 맥마이클 표준을 업데이트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칼슨은 이 연구를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질병 확산과 기후 조건을 시뮬레이션하고 이러한 패턴이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는 연구, 즉 예측 컴퓨터 모델링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예측 모델링은 연구자들이 특정 기상 이변으로 사망한 모든 사람의 사망률 데이터를 일일이 추적할 필요가 없습니다. 칼슨은 올해 세계 최고의 기후 및 보건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구자들이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더 정확한 기후 사망률 추정치를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3년 여름보다 더 시원했던 2022년 여름, 유럽에서는 5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극심한 더위로 인해 6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2023년 초부터 이례적인 홍수와 몬순 시즌의 격화로 인해 모기떼가 급증하면서 뎅기열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약 500만 명이 감염되고 50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에 가장 잘 대처하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인해 492명이 사망했습니다.
치명적인 추세가 진행 중입니다. 칼슨은 지금까지 기후 변화로 인한 400만 명의 사망자 중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의 결과로 인정한 사망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전홍기혜 기자(=정리.번역) | 프레시안
동탄신도시에서 이미 경험... 철도 지하화가 초래할 일
한동훈-이재명 공약의 문제점... 좋은 인프라만 취하겠다는 지역 이기주의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3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보도육교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수원 장안구는 복복선(복선을 이중으로 놓은 4개 선로)인 경부선 철도가 지나면서 도시가 동서로 갈린 지역이다. 왼쪽은 수원병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선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멀쩡한 철도와 고속도로를 지하에 묻겠다는 코미디 같은 시도가 또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여야 모두에서.
1월 3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철도도시' 수원을 방문해 철도 지하화에 따른 발언을 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월 1일 서울 신도림역에서 철도 지하화에 대한 당 차원의 공약을 발표했다. 논지는 비슷하다. 철도를 지하화하면 지역 단절이 해결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외에도 4월 총선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철도와 고속도로를 지하에 묻고 그 위에 주택을 짓겠다, 공원을 만들겠다는 등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지하화라는 말을 쉽게 담는 이들 모두 꺼내지 않는 말이 있다. 지하화에는 큰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이다.
열차 운행하며 지하화? 적어도 한국에는 없다니까요
정치권에서 '지하화'를 이야기할 때 주로 예시로 드는 곳은 경의선의 서울 가좌-용산 간 지선(용산선) 구간, 강릉 시내 철도 구간 등이다. 실제로 두 곳은 철도가 지하화되면서 공원과 특화거리, 상업시설 등이 조성됐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명소가 되었다.
강릉시는 시내 철도를 지하로 묻은 자리에 월화거리를 조성하여 중앙시장과 강릉역을 잇는 관광 특화 거리 조성에 성공했고, 용산선 구간의 경우 '경의선숲길'이라는 형태의 공원과 홍대입구역·공덕역 일대의 상업 시설 개발에 성공했다. 이 두 사례만 보면,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지하화의 강점이 드러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구간의 지하화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공사를 위해 철도 운영을 아예 중단했다는 점이다. 용산선의 경우 당시 화물철도로 쓰이던 것을 2000년대 중반부터 운행을 중단한 뒤 공사했고, 강릉 시내 철도도 2014년부터 3년여간 지하화를 위해 운영을 중단했고 정동진역에 임시로 시종착하게 했다.
그렇다면 여야가 모두 이야기한 '경부선 지하화'는 어떨까. 경부선 서울 도심구간은 6개의 선로가 빈틈없이 도심을 훑고 지난다. 지나는 열차도 KTX부터 무궁화호, 그리고 2~3분에 한 번씩 오가는 광역전철까지 다양하다. 이 선로를 모두 지하화하기 위해 열차 운행을 중단할 수 있을까?
▲ 이재명 대표, 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공약 발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도권 지상철도 지하화 총선 공약과 관련해 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을 방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열차 운행을 중단하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 서울을 찾는 지방 시민들까지 모두 발이 묶이는 것이 당연하다. 비용의 문제를 떠나 '너희 꼴보기 싫다고 열차 운행을 중단하냐'는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 그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열차 운행을 유지하면서 지하화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운행을 하면서 선로 아래를 파 지하 선로를 뚫은 사례가 없다. '철도 왕국' 일본에서는 이 공사를 한 적이 있는데, 복선 전철 1km당 한화 1~2조 원 정도의 비용이 들 정도로 높은 비용이 소모되는 어려운 공사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시내 철도 지하화 사업비로 계산한 40조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고 위험도 높다. 지하화 공사를 위해 유치선 등의 남는 공간을 공사 공간으로 전용할 것이 뻔하고, 아무리 효율적으로 지하화 공사를 한다 한들 운행 선로가 자주 변경되는 등 이미 안정된 철도 시스템이 매일 뒤흔들릴 것이다. 신호나 궤도 임시가설에서 조금만 문제가 발생해도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실제로 2007년 용산선 지하화 공사 과정에서 지반 침하로 인해 선로 인근의 토사가 무너져 경의선이 불통되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당시 사고 불과 3분 전에 통근열차가 지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까지 했다. 이런 사고 위험을 승객들에게 안기면서까지 전구간에 걸쳐 무리한 공사를 해야 할까.
지하화 할 돈은 '땅 파서' 나옵니까
지하화 문제를 이야기할 때 꼭 나와야 할 전제조건은 '예산'이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 예산(SOC)은 한정되어 있다. 올해 정부 SOC 예산은 26조 4천억 원. 2013년 서울시 용역에 따르면 철도 86.4km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38조 원인데, 11년이 흐른 현재는 그 비용보다 더욱 많이 들어갈 것이 당연지사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과하다. 서울과 부산을 연결해 전국의 일일생활권을 열었다는 경부고속선을 만들 때 20조 4천억 원의 예산이 들었다. 이미 인프라가 충분한 대도시권의 철도가 단순히 불편하고, 보기 싫다고 해서 지하로 넣는 비용이 '단순 산정'만으로도 경부고속선 두 개를 더 깔 수 있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비용도 제대로 산정된 것이 아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공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예상 공사 기간과 비용에 비해 실제 공사 소요 시간과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하화 사례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구간에서 벌어졌다.
당초 해당 사업은 3.6km 구간의 직선화와 1.2km 구간의 지하화를 위해 약 340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어 2020년까지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올해까지 막바지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2022년 공사 준공일이 30개월 늦어지면서 사업비 518억 4천만 원이 더 소모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경부고속도로 동탄동 일대 지하화 구간의 2023년 모습. 2020년에 완료될 예정이었던 이곳에서는 여전히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박장식
이렇듯 한국에서도 지하화 사업을 위한 예산이 예상보다 더욱 소모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아무리 특별법과 민자 투자 등을 통해 예산을 줄이거나 다른 곳에서 빼온다고 하더라도 산정한 비용을 초과하는 순간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추가 예산은 어디서 조달할까? 단정하긴 어렵지만, 결국 고속도로와 철도가 없는 다른 지역에 철도와 고속도로를 까는 예산에서 빼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시 말해 전국에 인프라가 충분하고 이미 있는 교통 시설물이 읍면 지역에서조차 '과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나 지하화 이야기가 통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철도와 고속도로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다. 여전히 철도가 들어가지 않아 툭하면 주차장이 되는 도로 위에 갇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도시가 존재하고, 고속도로가 없는 것은 물론 필수적인 국도나 지방도 역시 양호하지 못해 물류 이동 등에서 손해를 보는 군 지역이 있다. 결국 '고향으로 가는 길이 편리해짐'을 깎아먹으면서 '내 집이 편하자'는 이기주의인 셈이다.
인프라의 득만 취하려는 이기주의... 지하화를 버려라
결국 지하화는 이기주의다. '보기 싫은 철도'의 인프라를 이용하면서 출근하고는 싶고, '보기 싫은 고속도로'는 타고 빨리 가고 싶지만 그 인프라가 주는 필연적인 소음을 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말 그 철도와 고속도로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다면,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고속도로를 폐도시키고, 철도를 폐선시키면 된다. 하지만 '폐선·폐도'라는 소음도, 불편도, 인파도, 혜택도 멈추는 확실한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겠다면 그것은 이기주의다. 이를 정상적인 정책이고 공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제한적인 구간에서의 지하화는 필요하다. 분명히 지상철도로, 고속도로로 인한 혜택을 보지 못하고 문제만을 겪는 시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정 예산을 깎아먹는 '전 구간 지하화', '시내 전부 지하화', '고속도로 40km 지하화' 같은 말도 안 되는 이기주의적 발언은 정치권에서 더 이상 꺼내선 안 된다.
앞으로 정치권은 지하화 공약이 심각한 이기주의임을 인식하고 도시 단절에 의한 피해를 덜기 위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상부 공원화와 같은 방식이 이미 널리 퍼져 있고, 추가적인 접근도로나 보행로 개설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무대책' 지하화 말고, 더 나은 대책을 보고 싶다./오마이뉴스 박장식(trainholic)
바닷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에 악영향 ‘원전 온배수’ 조사 나서야
한상복(82) 박사는 우리 해양 연구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 4월, 광복 직후 미 군정기인 1946~48년 국립수산과학원 소속 해양 연구자들이 손으로 직접 쓴 보고서 등 연구자료 20점을 수산과학원에 기증했다. 그중에는 ‘해양조사 관측보고’, ‘동해남부 연안의 수온 이변에 대하여’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30년 전 바닷물 온도 변화를 조사해 ‘핵발전소 연안 수온분포’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원자력발전소는 반드시 큰 강이나 바다 옆에 짓는다.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려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의 3분의 2는 온배수로 강과 바다에 버려지고, 3분의 1만 전기 생산에 이용된다. 생산성이 일반적인 발전소에 비해 낮은 편이다.
원전(1000㎿급)은 1초 동안 해수 70~100톤을 냉각수로 사용해 7℃가량 따뜻하게 데워 바다로 내보낸다. 이 온배수 때문에 원전은 바닷물을 데우는 장치라고도 할 수 있다.
한 박사는 1993년 보고서에서 원전(900㎿급) 2기가 가동 중이던 경북 울진 앞바다 5㎞ 지점 온도가 가동 5년 전 14.3℃에서 15.9℃로 1.6℃ 올랐다고 기록했다. 또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 앞바다도 원전 가동 전인 1970년 15.27℃에서 4기 모두 가동하던 1990년에는 16.52℃로 높아졌다고 기록했다. 그는 “원전 온배수 영향은 반경 30㎞까지 미친다. 특히 미역 등 겨울 양식업에는 큰 피해를 준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04년 국정감사 기록에서도, 전남 영광 한빛원전 반경 2~3㎞ 안 바닷물 온도가 주변 지역보다 7℃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경북 경주 월성원전과 울진 한울원전 부근도 주변 해역보다 각각 5℃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국정감사에도 “고리, 울진, 월성원전 인근 10㎞ 이내 해역의 수온이 1996년에 비해 1.2~4℃ 상승”한 사실이 밝혀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014년 자료에 의하면 대기 중 누적된 이산화탄소가 약 7900억톤인데, 해양 중에 흡수·축적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약 38조톤으로 추산했다. 바다가 대기보다 50배가량 많은 이산화탄소를 머금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바다는 인류가 매년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0% 상당을 흡수하는데, 이는 식물·토양 흡수량의 3배 이상이다.
해수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수온이 상승하는 만큼 대기로 방출된다. 실온에서 식은 맥주나 탄산음료에서는 탄산가스가 별로 발포되지 않지만, 조금만 더 따뜻해져도 발포가 활발해지는 것과 같다. 학계에서는 해수온도가 1℃ 상승하면 대략 축적된 이산화탄소의 2%가량이 방출된다고 본다. 2%는 적은 숫자로 보일 수 있지만, 지구 전체로 환산하면 엄청난 양이다. 특히나 따뜻한 물은 표층수로 바다 위로 넓게 퍼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극대화한다. 2013년에 <엠비시>(MBC)는 강원 주문진 50㎞ 앞바다 표층수 온도가 31℃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뜨거워진 바닷물은 어족자원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남 영광 등 원전이 들어선 지역에서 생활해온 어부 등은 원전 온배수로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해왔다.
원전 온배수는 기압변화에 영향을 줘 태풍을 강화하거나 태풍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해양산성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독일 최고 해양연구기관인 헬름홀츠해양연구소(GEOMAR)는 2013년에 해양산성화가 심화할수록 미세한 플랑크톤 군집이 더 번성해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를 방해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바닷물 수온 상승은 바다가 머금고 있던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것은 물론, 해양산성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흡수도 방해하는 셈이다.
2021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발전소들에서 배출한 온배수는 624억톤인데, 그 절반이 원전에서 나왔다. 원자력이 전체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26%)보다 훨씬 높다. 원자력이 다른 발전소보다 훨씬 많은 온배수를 배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온배수 배출이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측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런 조사도 없이 원전 냉각용 바닷물 수온 기준을 31.6℃에서 34.9℃로 높이는 무책임함을 보이기도 했다.
기후위기 시대 한국은 지구촌에 대한 책임을 망각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원전 온배수 배출 영향을 낱낱이 조사하고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 어려웠던 시절에도 해양의 변화를 일일이 조사하고 기록해 자료로 남겨둔 한 박사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경북 울진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전단지. 연합뉴스
이원영 | 수원대 교수·국토미래연구소장/ 한겨레
510 대 2.5…글로벌 추세 역주행 한국 태양광 설치량
수출입은행 ‘2023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글로벌 설치량 510GW 전망…한국은 2.5GW
2023년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이 400GW(기가와트)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510GW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글로벌 추세와 다르게 우리나라 올해 태양광 설치량은 2.5GW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은 ‘빅2’인 중국과 미국 시장의 수요 증가로 400GW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태양광 설치량은 2022년 106GW에서 지난해 240GW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및 가정용 태양광 수요 증가로 전년 대비 32% 증가한 33GW가 설치됐다.
보고서는 △중국(255GW)과 미국(38GW)의 높은 수요 유지 △독일 등 유럽 시장 성장세 지속 △사우디아라비아(2.4GW)와 아랍에미리트(3GW)를 중심으로 한 중동의 수요 본격 증가 등을 들어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 설치량이 510GW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 500GW 시대가 애초 예상(2027년)보다 3년정도 앞당겨지는 셈이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의 주요국 태양광 설치량 현황 및 전망.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 갈무리
반면 지난해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2.5∼3GW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2020년 5.5GW로 정점을 찍은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정부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하향 조정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 폐지 및 경매제도 도입 등 정책을 변경함에 따라 향후 2∼2.5GW 내에서 수요가 정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30.2%(문재인 정부 당시 세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 21.6%로 8.6% 포인트 낮춘 바 있다. 또 지난해 1월엔 500㎿(메가와트)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들(24개)이 2025년 전기 생산시 의무 공급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5%에서 15%로 줄였다.
문제는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자’는 글로벌 민간 캠페인인 ‘알이100’(RE100)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보고서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에 신재생에너지 사용해 제품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향후 재생에너지 사용한 제품 생산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국내 태양광 발전은 알이100 등 상당한 잠재수요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태양광 발전단가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2023년 고정형 태양광 발전 기준 주요국 균등화 발전단가는 1㎿h 당 인도 26∼37달러, 아랍에미리트 33∼47달러, 중국 31∼54달러, 독일 50∼69달러, 미국 52∼79달러, 일본 52∼101달러, 한국 78∼147달러 순으로 분석된다. 균등화 발전단가는 설비의 건설부터 폐기에 이르는 비용을 더한 값이다.
보고서는 “국내 태양광 발전단가가 글로벌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을 경우 수요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악의 경우 2.0GW 이하에서 수요가 정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선거철이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철도 지하화는 '미친 짓'이다
4월 총선에 또 던져진 철도 지하화 공약
이재명 대선 후보 : 서울지역 지상 철도 지하화
윤석열 대선 후보 : 받고 레이스! 경부선 수도권 구간, 경인선, 경원선 지하화
민주당 : 받고, 철도, 도시철도, GTX지상구간 지하화
국민의 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 받고, 경부선 성균관-수원 구간 지하화
민주당 이재명 대표 : 받고, 전국 도심 철도 지하화
20년 이상 선거철이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철도 지하화 공약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또 던져졌다. 철도 지하화 공약은 도박판의 레이스처럼 판을 점점 더 크게 벌이고 있다. 서로를 척결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여당과 제1야당은 철도 지하화만큼은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사회,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국가 정책에서 치열한 대치를 해왔던 국민의 힘과 민주당이 철도지하화는 서로 주도하겠다고 한다. 두 당에게는 철도지하화야 말로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요 시대정신인 셈이다.
철도지하화는 이미 지난 1월 9일 두 당이 앞장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법적 근거도 갖게 되었다. 철도 지하화는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한국 사회를 질주해 나갈 태세다. 그런데 철도 지하화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남북이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전쟁위기설이 나돌고, 취업을 포기한 청년들이 넘쳐 나고, 자영업자들은 희망을 버리고 있다. 경쟁에 지친 학생들은 신음하고 있으며 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속도는 가속이 붙어 있고, 저출생으로 한국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는 진즉에 들어와 있다. 이런 와중에 지방 소멸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기후 변화는 재난을 일상화시키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와 지구를 둘러싼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이번 총선에 나선 정당들이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반면 철도지하화를 통한 대개발로 시민들의 숙원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 빈곤한 공약을 부끄럼은커녕 당당히 내놓는 정치집단의 무모함이 무서울 지경이다.
철도 지하화 명분 만큼은 시민을 위한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철도로 단절된 도시를 이어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소음, 분진 같은 생활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낙후 지역 개발과 소음, 분진 문제는 철도를 지하화하지 않고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철도 지하화 공약 저변에 흐르는 것은 토건 개발을 통한 부동산 욕망이다. 개발된다면 금싸라기가 될 도심 일부 철도부지는 건설사들과 땅주인, 집주인 들에게 한 몫 잡을 기회를 주게 되겠지만 그 대가로 한국 사회는 새로운 재앙을 떠 안게 될 것이다.
철도로 단절된 도시라는 말은 철도에게는 억울하다. 한국 철도의 거의 모든 노선은 멀쩡한 도시나 마을을 가르며 놓아 진 게 아니다. 철도가 생기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철도는 물리적으로 도시를 가르는 것처럼 보이고 이 분리가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 되었다. 철도로 인한 단절을 극복하는 문제는 지하화가 유일한 해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나서는 이유는 재정 문제야 본인들이 신경 쓸 게 아니고 별다른 고민 없이 당이나 자신의 이름을 걸어 선명하게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으르거나 공동체의 과제에 무관심한 정치집단이 선택하기에 너무 좋은 공약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철도 지하화 공약이 경쟁적으로 떠오른 것을 보면 지상 철도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 철도는 인구 당 철도 KM나 국토 면적당 철도 KM로 봐도 주요 철도 선진국이나 OECD 가입국과 비교하면 하위권에 속할 정도로 철도 연장이 사회경제적 여건에 비해 적은 편이다. 더욱이 기후위기에 따른 모달시프트(수단 변환)가 과제로 떠올라 자동차에서 철도로의 수송분담률 이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철도는 더 확대되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앞으로 건설되는 철도는 <지하 건설>이 상수가 된다면 한국에서 철도 교통 확대는 불가능해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보도육교 위에서 지역주민과 현장을 둘러보며 철도 지하화 등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신도림역에서 도심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음이나 분진 문제 역시 전철화와 시설 현대화로 지속적으로 감소 하고 있다. 철도 지하화 공약의 심각한 문제는 한국 사회를 지독한 자동차 숭배 사회로 전환 시킨다는 것이다. 철도와는 비교할 수 없이 꼼꼼히 들어차 있는 도로 위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소음과 분진, 대기오염에 대해 한국 사회는 너그럽기만 하다. 지상 철도가 사라지고 개발이 완료된 공간을 채울 자동차의 모습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상징하는 장면이 될 것이다.
철도 지하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재원에서 비롯된다. 60조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80조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현재 정치권에서 내놓은 계획을 다 수행한다면 80조가 아니라 그 몇 배가 되는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진행됐던 수많은 인프라 사업은 초기 예측 사업비를 쉽게 초과했다. 사실 지하화 공약 수행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문학적 비용이 묻지마 공약에 파묻혀 집행되는데 손실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부동산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시대가 아니다. 막연하게 개발이익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마천루가 즐비한 청사진을 내걸었던 용산개발 계획이 좌초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정치인들은 민간투자 유치로 국가의 부담을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건설 자본은 천사들이 아니다. 재벌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높은 곳에는 투자를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또 투자를 한곳에서는 당연하게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뽑아갈 것이다. 사업성이 없어 투자자가 나서지 않는 지역은 사업이 무한정 연기될 것이다. 결국 사업성에 따라 지역별 격차가 심하게 벌어질 수 있다. 사업 특성상 수 십 년에 걸쳐 진행될 철도지하화는 지역 계급지도를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이 될 것이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지역 붕괴, 지방 소멸을 가속화 한다는 점이다. 철도지하화는 겉으로는 지방 대도시들을 포함하고 전국에 걸쳐 진행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철도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밀도화 되어 있고 투자 성공 가능성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있다. 철도지하화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서울민국이나 수도권민국으로 전환시키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광역급행전철 GTX가 고속으로 연결하고 지상 철도 지하화로 개발 드라이브가 걸리는 서울과 그 주변이 한국 사회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기능하게 된다.
지역균형발전이나 지속가능지방도시를 주장하며 철도지하화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방을 붕괴시키는 일에 나서고 있다. 더욱 코미디 같은 일은 온갖 사회적 재앙을 양산할 수 있는 철도지하화는 오늘도 고통속에 이어가는 출퇴근 길의 지옥철 문제는 조금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철도지하화"는 교통문제로 접근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공간에서 전 지구적 생존과 공동체의 가치 회복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용광로에서 무작위로 발산되는 공약들이 최소한 사회적 흉기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 프레시안
"한반도에 반달가슴곰이 사라진 것은 욕심 때문이다"
발달가슴곰 복원·방사 20년, 이제 야생을 선언할 때
한반도 숲에서 반달가슴곰이 사라진 원인은 인간의 욕심이다. 일제강점기는 인간만이 아니라 야생동물에게는 암흑기였다. 당시 일본인들은 야생동물이 인간이나 가축에게 피해를 준다며 호랑이, 표범, 곰, 늑대 등을 계획적으로 포획하였는데, 조선총독부의 자료에 의하면 곰은 1200여 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반달가슴곰(반달곰)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과 산업화과정을 거치며 한편으로는 주요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생존 기반을 잃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자비한 포획에 내몰렸다. 한국전쟁 이후 1972년 사냥이 금지된 시기까지 160여 마리의 반달곰이 지리산에서 포획됐다.
1980년대는 전국적으로 보신 풍조가 만연하면서 밀렵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이다. 당시 지리산에는 전국의 밀렵꾼들이 몰려들어 총포, 스프링 올가미, 감자 폭탄, 청산가리 등의 도구를 이용해 반달곰을 잡아냈다. 1980년대 30마리 이상이던 지리산 반달곰은 불법을 방치한 결과 1990년대는 5~6마리로 감소했다.
▲ 장군이(2001년부터 진행된 반달곰 시험 방사에 참여한 반달곰, 2003년) ⓒ한상훈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야생동물과의 대화를 시도하다
1996년 3월 환경부는 '지리산 야생동물 서식 실태와 이동통로 설치 현지조사'를 실시하여 먹이, 발자국, 동면굴 등의 반달곰 흔적과 함께 올무, 덫, 감자 폭탄 등 밀렵도구를 다수 발견했다. 반달곰은 살아있으나 밀렵도구가 도처에 산재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반달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보전 요구로 이어지며 1996년 11월 2일 김영삼 대통령은 지리산 반달곰 보호를 직접 지시했다.
이후 2000년 11월 진주MBC는 지리산 야생 반달곰을 촬영하고, 국립환경연구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복원기술개발'을 위한 반달곰 시험 방사를 하고, 전문가들이 지리산 야생 반달곰 개체군 존속가능성 연구 등을 진행하며 환경부는 2020년까지 최소 존속개체군 50마리 이상을 목표로 한 '반달곰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2004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반달곰 6마리를 방사하며 시작된 반달곰 복원사업의 결과, 2023년 12월 말 현재 지리산 등지에 80~90마리의 반달곰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반달곰 중에는 자연에서 태어난 '4세대' 새끼곰도 있으니, 반달곰은 자연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2023년 6월 13일 포획 과정에서 죽은 반달곰 KM-53. ⓒ반달곰친구들
반달곰 복원사업 20년, 제대로 평가해야
2024년은 반달곰 복원사업이 20년이 되는 해이다. 환경부는 반달곰 복원사업의 목표는 반달곰의 멸종 예방, 반달곰(야생동물)의 서식환경 보호와 관리, 생물다양성 증진을 통한 생태계 균형 유지,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환경 조성 등이라고 했다. 20년이 지난 오늘, 환경부의 목표는 적절했는지, 환경부가 정한 목표는 어느 정도 이행되었는지 등이 제대로 평가되었으면 한다.
환경부는 2018년 3월 현재 지리산 등에는 58마리의 반달곰이 산다며 2020년 50마리 목표는 조기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체 수 증가보다 더 중요하다고 논의되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 복원 효과성 확대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좋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복원사업을 하며 시급한 과제였던 지리산국립공원 내 서식지 안정화와 지리산 일대의 서식지 보호는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지난 20년은 탐방로의 길이 확장, 탐방객 수의 증가로 표현되며, 케이블카, 산악열차, 케이블카, 도로 등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반달곰 보호를 위해 국립공원공단이 설정한 곰관리경계선, 반달곰광역보호구역 등에 대해 법·제도적 보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반달곰의 서식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리산을 떠난 반달곰들은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올무에 걸려 죽고, 발신기 배터리 교체를 위한 포획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날 때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정책 전환을 말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리산을 지키는 반달곰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반달곰친구들)'은 2020년 7월 지리산 형제봉 인근에 설치한 무인센스카메라에 반달곰 한 쌍이 찍혔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반달곰이 촬영된 지점은 기획재정부와 하동군이 추진한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413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한 마리는 '반달곰 KM-61'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암컷 반달곰이라는 것 외에 다른 정보가 없다고 했다. 나머지 한 마리를 암컷으로 추정한 것은, 반달곰이 단독 생활을 하며, 같은 장소를 짧은 시간(20여 분)에 다른 수컷이 접근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영상이 찍힌 7월은 반달곰들이 짝짓기를 하는 시기에 속한다. 반달곰은 6월에서 8월 사이에 짝짓기를 한다. 암수 두 마리가 야생 반달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영상의 반달곰들은 환경부가 형제봉 일대에서 '반달곰 서식 실태 정밀조사'가 실시되는 계기가 됐다. 또 기획재정부가 지리산 산악열차에서 손을 떼도록 만들었고, 사업투자협약을 했던 대기업의 MOU 연장 포기도 불러왔다.
2022년 6월 3일 환경부는 구례군이 제출한 지리산 케이블카 계획이 '지리산권 지자체들과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신청'했기 때문에 검토 조건에 맞지 않고, '반달가슴곰 서식 지역과 케이블카 종착역이 너무 가깝다'는 점을 들어 반려했다.
남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육모정~고기삼거리~정령치 13.22km)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단체들은 이 길이 '반달곰 KM-53', '반달곰 KM-86' 등 수도산, 덕유산 등으로 분산했던 반달곰들이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올 때 이용하는 야생동물의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원시 추진 지리산 산악열차가 야생동물의 길을 단절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이다.
이처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반달곰친구들', '지리산사람들', 해당 사안별 대책위 등은 국가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반달곰 복원사업,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고 멸종위기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협약부속서Ⅰ등급 등에 속하는 반달곰이 사는 곳에 케이블카는, 산악열차는, 골프장은, 도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 2020년 7월 경남 하동군이 추진했던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찍힌 반달가슴곰. ⓒ반달곰친구들
반달곰과 함께하는 인간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1996년은 지리산에서 반달곰 보전활동을 시작한 해이다. 1996년 7월 말 전남 구례에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가, 경남 산청에 '지리산생태계보존실천운동산청군협의회'가 결성되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환경단체들은 심포지엄, 토론회, 올무 수거활동 등을 진행하며 반달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2004년 반달곰 복원사업이 본격화되면서는 국내의 여러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 지리산권 지역단체들이 반달곰 보전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에는 1996년 이후 반달곰 보호활동 앞장섰던 지역활동가와 국립공원 보전 환경활동가, 야생동물 전문가, 보호지역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반달곰친구들'이 창립되었다.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곰 보전활동에 중심에 서서 주민, 전문가, 국회 등과 협력하는 한편 정책 변화를 위한 간담회,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반달곰 이동 예상 지역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하고, 분석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곰 KM-55'가 올무에 의해 희생되자 전국의 단체들과 함께 '올무 없는 지리산, 더 나아가 올무 없는 한반도' 논의를 조직하고, 매월 마지막 월요일을 '올무수거의 날'로 정하여 지리산, 장수 등에서 불법 엽구 수거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반달곰 KM-53'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난 걸 계기로 지리산권에 설치된 생태통로를 전수 조사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달곰 이동에 따라 생태통로가 필요한 지역을 제안하고 있다.
반달곰은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곰깸축제, 반달곰마을학교, '반달곰을 사랑하는 1%'(반달곰1%) 등을 통해 활동가와 주민, 주민과 외지인 등의 연결하고 있다. '곰깸축제'는 반달곰친구들이 반달곰과 주민과의 공존을 위해 기획한 행사인데, 겨울잠에서 깨어나 지리산과 만나는 반달곰을 환영하면서 지리산에서 일하거나 걸을 때 반달곰과의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왔음을 알리고, 산촌의 전통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반달곰과의 공존을 받아들이는 지리산자락 마을을 홍보하고 있다. 한편, 2021년부터 진행되는 '반달곰1%'는 반달곰과 함께 살아야한다는 가게들이 순이익의 1%를 반달곰 보전 활동에 기부하는 프로젝트이다. '반달곰1%'는 전남 구례에 있는 아홉 개 가게들이 모여서 만들었는데, '반달곰1%'에 속한 가게는 손님들이 가게에 와서 차를 마시고, 밥과 빵을 먹고, 필요한 물품을 사는 동안, 자연스럽게 반달곰을 만나고, 보전 활동에 참여하도록 안내한다.
복원과 방사 넘어 야생을 선언하자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반달곰 복원사업 20년이 되는 2024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그 모든 사업에 우선하여 자연에서 살아가는 반달곰들이 더 이상 '복원', '방사' 반달곰이 아니라 '야생 반달곰'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반달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포획과 회수, 배터리 교체 등과 같은 추적 방식도 재고되길 바란다. 반달곰과의 공존은 반달곰을 숲으로 내쫓는 방식이 아니라, 반달곰이 움직이는 그곳이 원래 그들이 땅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윤주옥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상임이사 | [함께 사는 길qhadml
봄의 전령’ 매화 한 달가량 일찍 왔다
부산서 6일 개화 이어 창원·흑산도서도 꽃펴
제주선 개화·만개 평년보다 32일·47일 빨라
1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 동백꽃과 매화가 함께 피어 봄이 가까워졌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연합뉴스
‘봄의 전령’ 매화가 지난 6일 부산에서 개화한 데 이어 경남 창원과 전남 흑산도에서도 지난 12일 꽃망울을 터뜨렸다. 남쪽 끝 제주에선 이미 지난달 중순 개화한 매화가 곳곳에 만개했다. 평년보다 포근한 겨울이 이어지며 매화의 개화 속도가 최대 50일 가까이 당겨진 것이다. 이번주에도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18도까지 오르면서 봄이 오는 발길을 재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상청은 13일 부산 등의 이른 매화 개화 소식을 전하며 매화의 발아 시기가 평년(1991~2020년)보다 일주일에서 한달가량 빠른 편이라고 밝혔다. ‘개화’는 ‘임의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핀 때’를 의미한다. 기상청 개방포털 계절관측 자료를 보면, 부산의 매화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12일 당겨졌고, 창원과 흑산도에선 각각 13일, 42일이나 일찍 꽃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지난달 15일 첫 개화 소식을 전한 제주와 서귀포는 각각 지난달 26일과 이달 1일 매화 한 그루의 80% 이상 꽃이 핀 ‘만개’ 상태다.
매화의 개화 시기가 빨라진 건, 이번 겨울 이례적으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엔 일일 평균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은 11일에 불과했고, 1월 평균기온(0.9도)도 평년보다 1.8도 높아 역대 6위로 따뜻했다. 2월에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며, 이날 광주와 대구, 포항 등은 낮 최고기온이 영상 18도까지 올랐다. 14~15일에도 낮 최고기온이 각각 영상 13~19도, 영상 4~16도로 예보되고 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생한 엘니뇨(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상승)의 영향으로 봄 같은 날씨가 일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형성된 고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남풍을 유도하며 기온을 끌어올려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통상적으로 일 평균기온이 영상 5도 이상으로 오른 뒤 떨어지지 않는 첫날부터 봄이 온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미 제주에선 지난달 26일, 부산에선 30일부터 기온이 5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기상청은 다만 그렇다고 벌써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월은 원래 기온 등락 폭이 크다”고 말했다. 등락 폭이 큰 2월 날씨의 특성상 다시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겨울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기상청은 14~15일 전국에 비가 내린 뒤 16~17일엔 아침 최저기온이 최저 영하 5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그러다가 18~20일엔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은 기온이 나타났다가, 20일 이후에는 다시 평년 기온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총선’ 앞두고 굳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산은 이전 강조한 정부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부산지역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북항 재개발 등 기존에 추진 중이던 사업이 대부분인 데다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아 ‘민생토론회’를 계기로 총선용 치적 쌓기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부산광역시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글로벌 허브도시’, ‘시민이 행복한 도시’, ‘교육 희망도시’를 주제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 내용은 부산에 대한 정부의 비전 제시였다.윤 대통령은 “물류와 금융, 첨단 산업이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가덕도 신공항에 들어서는 여객터미널에 대해 국제 설계 공모를 추진하고, 올 상반기 중에 부지 조성 공사를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김정희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본 공사는 아마 2025년 6월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된 후 이루어질 것”이라며 “우선 시공 부분에 대한 착공을 올해 12월 정도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예정된 절차일 뿐 기존 계획과 차이가 없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이 목표를 향해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 역시 투자유치와 랜드마크 조성 논의를 시작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는 않았다.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이행을 위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산은은 지난해 5월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진행이 더뎠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 사전 브리핑 자료에서 “이번 21대 국회에서 본점 이전을 담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이밖에 구덕운동장 복합개발과 사직야구장 재건축, 어린이병원 건립, 부산 지역 철도 지하화 구상도 내놨지만 기존에 발표된 밑그림일 뿐 언제 현실화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정부가 ‘본격 추진’ ‘구체화’ 등의 표현을 앞세워 4월 총선용으로 재탕 정책을 발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민생토론회가 11회 만에 처음으로 비수도권에서 진행된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조봉업 지방시대위원회 기획단장이 이날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을 위한 정책적 의지를 표명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으나 뒤늦게 지역 개최를 해놓고 생색내기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앞서 정부는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을 연이어 발표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일 20조2511억원 규모의 지방공기업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8.2% 증가한 수치다. 또 12일에는 올해 지방공기업·지방공공기관 채용 규모를 지난해 대비 6%가량 증가한 8765명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감세와 긴축 재정을 표방하면서 공공 부문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경향 김원진 기자
지자체·대학 손잡고 서부산에 반려동물 놀이터 만든다
사상구, 사상근린공원 내 조성
경남정보대·신라대와 산학 협력
2500㎡ 규모에 1.5km 산책로
서부산권에 반려동물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선다. 지역 최초로 대학교와 지자체 간 산학 협력을 통해 반려동물 공간 조성과 관련 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이목이 집중된다.
부산 사상구청은 괘법동 산 1-5 사상근린공원 일원에 산학 협력으로 반려동물 놀이터와 산책로를 조성한다고 13일 밝혔다. 반려동물 놀이터는 2500㎡ 규모, 산책로는 1.5km 길이로 공원 내 만들어진다. 구청은 서부산권 대표 반려동물 친화도시로 자리매김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달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하고 경남정보대·신라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사업을 본격화한다. 오는 2026년까지 예산 15억 원을 투입해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부산 최초로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반려동물 사업이 추진돼 눈길을 끈다. 사상구에 위치한 경남정보대와 신라대에 반려동물학과가 있는 만큼, 대학 인력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졸업 후 현장에 뛰어들기 전,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실습에 나설 수 있다. 지자체는 반려동물학과를 통해 자문 의뢰를 할 수 있고, 대학 내 동물행동교정 교육장 등 시설을 활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역 대표 산학 모델로 거듭난다면 일자리 창출부터 반려동물 산업 규모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려동물 체격에 맞게 놀이터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색다른 점으로 꼽힌다. 대형견이 소형견을 물어 죽이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놀이터를 분리해 꾸밀 계획이다. 허들, 터널 등 반려동물 활동성을 키우는 어질리티 시설과 잔디광장을 만들고 전문 훈련사와 관리 인력도 인근에 상시 배치할 계획이다.
안전 문제에도 신경을 쏟는다. 반려동물 물림이나 유기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동물단체와 협력해 각종 사건 사고 방지책을 마련한다. 산책로 주요 지점에는 CCTV와 반려동물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시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곳곳에 이중문과 울타리도 설치한다. 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 등록된 반려동물만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게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주말에 찾아가는 반려동물 진료 서비스도 진행하고 애견 미용이나 펫 푸드 등 반려동물 연관 사업도 함께 추진할 생각”이라며 “교수, 훈련사, 수의사 등이 포함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사고 방지 시스템 구축부터 향후 반려동물 축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개발 위협 ‘제주의 허파’ 곶자왈 사유지 매입해 보전
‘생태계 보고’ 곶자왈 95.1㎢보호지역 사유지 22.1㎢ 매입대상
산림청, 재단 이어 제주도 매입시작
제주의 곶자왈. 제주도 제공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원시림인 곶자왈을 보전하기 위한 사유지 매입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20억을 투입해 곶자왈 중 사유지 13ha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곶자왈은 제주어 ‘곶’(숲)과 ‘자왈’(나무와 넝쿨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어수선하게 된 곳)이 합쳐진 단어다. 제주도의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 지대에 숲과 덤불 등이 다양한 식생을 이룬 원시림을 말한다.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생하는 독특한 생태적 환경을 지녔고, 다양한 멸종위기식물과 야생동물이 서식해 생태계의 보고로 여겨진다.
이 같은 곶자왈은 제주에서 모두 95.1㎢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원형이 보존된 보호지역은 3분의 1에 불과한 33.7㎢(35.4%)다. 나머지는 대규모 개발사업과 난개발로 손상된 원형훼손지역(33%)과 관리지역(31%)이다.
제주도는 원형이 남아있는 곶자왈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지역의 65.4%(22.1㎢)에 달하는 사유지를 우선적인 매입 대상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09년부터 산림청과 곶자왈공유화재단이 곶자왈 사유지 매입을 시작했고, 제주도 역시 지난해부터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매입에 나섰다. 3개 기관이 공동으로 나서면서 사업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사들인 곶자왈 사유지는 6.4㎢다.
제주도는 매도를 원하는 토지 소유주로부터 신청서를 접수해 서류 검토와 현지 조사,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매입 대상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이어 감정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곶자왈 사유지 절반은 제주도 외에 거주자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곶자왈 매도 신청은 제주도청 누리집 공고를 참고해 오는 29일까지 제출하면 된다”면서 “제주도는 곶자왈 보전과 관리를 핵심 환경을 지키는 최상의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경향
오늘도 ‘기후재난 덮친 집’에서 삽니다
주거취약층 기후위기 보고서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침수됐던 경북 포항시 대송면 제내4리에서 지난해 5월29일 김해식 대송면 비상대책위원장(72)이 아직 복구하지 못한 집을 살펴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피해 가구 65%가 “복구 안 돼”
재난 사전예방·회복 지원 등 정부 대응 모든 분야서 ‘낙제’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어요”
“폭염 때문에 집에 못 있어요. 지난해 여름 7·8월 중 3분의 2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잤죠. 집은 편해야 하고 나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데 스스로 집에서 나와요. 그건 집이 아니죠.” - 서울 고시원 거주자 김모씨
“어젯밤 비가 쪼록쪼록 왔는데 신림동 지하에 살던 기억이 남아 잠이 안 오더라고요.” - 관악구 지하주택 거주자 유모씨
쪽방촌·반지하·재난피해지역 거주민들의 증언이 담긴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도시연구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산불피해지역(63가구), 침수피해지역(136가구), 농어산촌(157가구), 쪽방촌·이주민 거주시설(122가구) 등 478가구를 대상으로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취약주거 재난 피해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기후재난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응은 제자리걸음이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보통의 공간’에서 살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13일 입수한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는 주거취약계층이 겪는 기후위기의 심각한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시로 물에 잠기고 한여름 온도가 40도에 이르러 생명을 위협받는 곳에서 주거의 평온은 기대하기 어렵다.
응답자 10명 중 9명(89.9%)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8.2%, ‘심각하지 않음’은 1.9%에 불과했다. 대구 여인숙 거주자 김모씨는 “이전에는 웬만하면 아이스팩 안고 자면 그나마 시원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소용이 없다. 여름에는 음식을 받아와도 반나절만 있으면 상하니 사람이 있을 수가 없다”고 조사단에 밝혔다.
재난 피해 가구 3명 중 2명(65.4%)은 아직 주거환경이 복구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난 피해자 절반 이상(57.7%)은 불안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비닐하우스 13년 거주자 김모씨는 “몇년 전까지는 비가 조금 쏟아지다 말았는데 2022년에는 집 안까지 물이 빠르게 모여드니까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더라”면서 “집 근처에 연탄 무너진 게 그대로 있다. 아직 집도 복구가 다 안 됐는데 비만 오면 걱정이 든다”고 했다. 산불지역 피해지역 거주민 A씨는 “산불 피해지역은 원상복구에 2년 이상 걸리는데 공공임대주택은 2년간만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의 대응이 제자리걸음이라고 했다. 정부 대응은 7개 항목 중 6개가 3점(보통) 미만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재난 사전예방의 경우 2.16점으로 최하점이었다. 이어 재난피해자 일상회복 지원(2.17점), 재난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2.22점), 전반적인 대응(2.3점) 순이었다.
기름 보일러로 난방비 폭탄…“공공임대주택 절실”
과천 비닐하우스 30년 거주자 이모씨는 “수해에 대한 시나 정부의 공식 지원은 일절 없다. 여기는 ‘집’이 아니어서 지원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결국 사람 사는 데만 치우고 나머지는 손도 못 대고 산다. 작년에 마을회관에 대피한 16가구 중 3가구만 동사무소 피난소로 들어갔다”고 했다.
에너지 격차도 드러났다. 전기 난방 비율은 산불피해지역 거주자 50.8%, 쪽방촌·이주민거주시설 거주자 42.9%, 농촌·산촌·어촌 거주자 41.7%로 낮았다. 강릉 해안취약지역 거주자 안모씨는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하는데 기름값이 많이 올라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나올 때도 있다”면서 “해안가 집들 다수가 오래된 집이고 단열이 안 된다. 겨울이면 1년에 두세 번은 배관이 터진다”고 했다. 경기 과천 비닐하우스 거주자 이씨는 “지붕 위에 차광막을 쳐도 에어컨을 안 쓰면 30~40도는 금방 넘어가는데 전기세를 생각하면 막 쓸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2022년 8월 침수로 일가족이 사망한 관악구 신림동 등 서울 침수피해지역 2곳에 대한 현장심층면접 조사도 이뤄졌다. 그 결과 관악구 일가족 사망 주택과 같이 집 전체가 지하에 있는 전형적 지하 주택이 참사 현장 인근에서도 발견됐다.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사건 직후 당장 반지하 입주자를 구하기 어려웠는데 결국 사람들이 다시 찾는다”면서 “반지하주택은 월세·관리비를 포함해 30만~40만원, 보증금 1000만원 안쪽이고 교통이 편리한 데다 시장이 가깝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악신사시장 상인은 “물막이판도 물난리 이후 한참 지나고 해준 데다 비가 많이 오면 결국 소용이 있겠나 싶다”고 했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동작구 상도동 지하주택 2곳에선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
이들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주거지원으로 공공임대주택(4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월세 지원(32.4%), 주택성능 개선지원(27.4%) 순이었다. 서울 쪽방 주민 윤모씨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창문, 화장실, 욕실, 주방, 난방이 제대로 되는 집에만 임대 권한을 부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간경관계획, 더하기 아닌 빼기”
도시 조명에 대한 관점이 바뀔 때 도시가 바뀐다. 밝게 하는 조명의 기능이 아닌 감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야간경관계획은 빛을 더하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도시의 낮과 밤은 서로 다른 모습이다. 해가 환하게 비추는 낮의 도시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구성 요소들의 경계선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해가 지면 인공조명이 비춰진 대상의 형상만 남고 나머지는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밤의 도시는 낮과 다른 새로운 모습의 옷을 입는다. 인공조명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도시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야간경관은 도시의 이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인공조명을 다루는 일과 도시경관을 다루는 일이 별개의 작업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조명 디자인은 실내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건축, 도시, 조경 계획 및 설계에서 야간경관의 비중이 크지 않다. 유엘피 좋은빛디자인연구소는 그 경계 지점에서 인공조명과 도시경관 조명 디자인 실무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더 나은 도시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연소 유엘피 총감독은 도시경관에서 조명이라는 획일화된 공간의 계획이 아닌 빛이라는 감성적 관점과 새로운 빛의 언어인 ‘절제’라는 콘셉트를 주제로 활동하는 빛 연출 디자이너로 대학에서 미술학을, 건축과 조경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도시경관 분야의 빛 전문가다.
명지대학과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고, 2006년 이연소조명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새로운 빛에 대한 실험과 창작 작업으로 ‘서울시 청계천 복원 건설공사 3공구,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보물1호 흥인지문, 대명리조트 솔비치 양양’ 등을 빛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2년 뒤인 2008년 빛이 도시경관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도시야간경관 디자인설계 전문회사 유엘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부설 연구소인 좋은빛디자인연구소를 만들어 ‘서울·부산·인천·대전·대구·울산·구미·안산·원주·춘천·충주·청주·당진시’ 등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도시야간경관 기본계획과 빛공해 방지계획 등을 진행했다.
이연소 총감독은 야간경관계획은 생활을 연장하는 시간의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감독에 따르면 일반적인 야간경관계획은 더 밝고 화려하게 빛을 소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빛을 비추고자 하는 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공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눈부심, 수면방해 등 일상생활 방해, 야생 동식물 생활패턴 불균형에 따른 생태계 교란이 대표적인 빛공해로 인한 피해다.
“어둠을 배려한 빛이 만들어내는 야간경관계획은 하루를 더 길게 연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밤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편안하게 산책을 하고, 이야기하며 머물 수 있는 생활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계속 보는 일상이어야 한다. 한 번 강한 인상을 받고 이후 지루함을 느끼게 되면 안 된다. 야간경관의 핵심은 담백함과 수수함이다. 빛이란 감성의 요소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장소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강변 개선 전 야경과 개선 후 야경 시뮬레이션 ⓒ이연소
이 감독에 따르면 전면적으로 조도를 높이는 것보다 밝게 할 곳과 어둡게 할 곳을 잘 구분해서 밝기와 색감의 감성적 차이를 만들어주는 빛의 계획이 분위기를 더욱 감성적으로 연출해줄 뿐만 아니라, 눈에도 편안하고 아늑해 보인다. 적절한 빛의 강도와 조명 배치는 철저한 현장 조사와 현장 테스트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데, 빛에 대한 전문가와 도시경관 전문가들이 따로 움직이니 실무적으로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에 유엘피 좋은빛디자인연구소는 이 감독의 지휘 아래 빛의 디자인, 야간경관계획, 전기설계, 영상과 소리 디자인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와 함께 일을 수행하는 체계를 갖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 감독은 “야간경관계획은 조명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빛을 다루는 일”이라며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생각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조명’이란 장치를 중심으로 다루게 되면, 다채로운 모습 연출을 위해 과한 설정을 할 수 있기에 ‘빛’을 ‘생명’으로 보고 이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조명장치’는 빛을 담는 화분으로 보고 접근한다. 야간경관계획에 있어 빛과 함께 공간 체험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더하는 요소는 ‘소리’와 ‘영상’이다. 빛에 소리와 영상이 더해지면 강한 생명력을 드러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문화재청 최고 인기 프로그램 ‘창덕궁 달빛기행’도 그의 작품이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에서 펼쳐지는 고품격 문화행사로, 12년째 참여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창덕궁 야간 탐방 프로그램이다. 은은한 달빛 아래 청사초롱으로 길을 밝히며 창덕궁 곳곳의 숨은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후원을 거닐며 밤이 주는 고궁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궁으로 들어가는 초입은 도시와 연결돼 매우 밝다. 인정문을 통해서 인정전으로 들어갈 때는 조금 어두워지고, 후원에 들어가면 조금 더 조도가 낮아져서 어두워진다. 그러나 관람자는 이미 어둠 속에 순응되어 있어서 어둡다고 인지하지는 않는다. 바로 시각의 암순응을 통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그 속에서 궁궐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외부에 설치되는 업라이트조명은 사라지고 건축물 실내에 설치된 LED의 간접적인 빛 연출에 의해 고건축물의 격자형 창틀의 패턴이 건축물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르게 인지된다.
창덕궁 후원의 밤 속에서 부용지에 비추어진 주합루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과 하나된 또 다른 궁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후원을 거닐다 만나는 불로문과 애련정, 다시 조금 더 어두워지다가 관람지에서 물에 비추어진 관람정과 주변의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창덕궁 후원으로 들어간다. 후원의 울창한 숲은 간접조명을 사용해 관람자에게 눈부심이 없다. 수목 잎에 반사된 빛이 탐방로를 은은하게 밝히고, 숲 자체가 천천히 밝아지면서 현실로 돌아오는 개념으로 빛이 디자인돼 있다. 창덕궁 전체 빛의 색감과 밝기를 리듬감 있게 변화시킴으로써 관람자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어둠 속 빛의 흐름을 따라 궁궐을 거니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2022년 초 창덕궁의 옆, 창경궁 대춘당지에 ‘창경궁 물빛원행’ 프로그램을 새롭게 론칭할 예정이다. 빛과 영상, 소리를 통해서 궁이 가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코로나19 사태로 답답해하는 국민들을 위해서 잠시나마 다른 세상으로 초대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연소 총감독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과 총괄 디자인 연출을 맡았다. ‘창경궁 물빛원행’은 서울 5대 궁궐 중 큰 호수를 담고 있는 창경궁 대춘당지 호수 경관을 활용해 영상과 소리를 디자인했다. 창덕궁은 아름다운 절제된 궁의 후원을 산책하는 기행이라면, 창경궁은 물빛 주변을 도는 원행이다. 숲속에 숨은 프로젝션이 춘당지 섬과 주변의 아름드리 나무를 대상으로 궁중문화를 연출한 영상을 비춰준다.
이 감독은 “문화재는 한 번 훼손되면 복원이 안 된다. 개선의 방향으로 기존 조명을 철거하고 단순히 새로 교체 설치만 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며 “문화재 조명 개선은 철저히 현장에 맞는 현장 중심 계획에서, 주변의 어둠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방법으로 문화재 장소성에 적합한 특징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두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가 가진 특정 속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적합한 빛을 만들었을 때 가치가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유엘피 좋은빛디자인연구소는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야간경관계획을 세우는 걸 주력으로 한다. 인테리어 등 직접 조명을 생산하고 설치하는 분야와 달리 영업 시장이 확실하게 형성되는 분야가 아니다. 기조성된 도시공간의 야간경관을 보고 개선할 점을 계획으로 수립해 관리 주체에 제안해서 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럼에도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다. 이 감독은 빛이 도시공간에 잘 정착해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일을 하는 것이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정량적인 관점에서 조명이 다뤄졌다면, 지금은 감성적인 관점에서 다뤄진다. 볼거리 제공을 위한 강한 빛 연출이나 어둠을 환하게 비추는 기능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선 안 된다. 안전과 범죄예방은 기본 전제다. 감성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 요소로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조명을 통해 공간이 더 편안해지고 머물고 싶은 소박한 느낌의 감성을 연출하는 게 핵심이다. 야간경관을 개선하는 일은 도시를 살리는 일이다. 도시를 살리는 일은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빛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조명이 화려하면 도시가 안 보인다. 야간경관계획에서 빛을 더하는 게 아니라 빼야 한다. 도시 조명에 대한 관점이 바뀔 때 도시와 공간이 바뀐다.”
창경궁 물빛원행 빛 테스트 ⓒ이연소
이형주 (jeremy28@naver.com) 환경과 조경
가덕도 신공항 건설 눈앞…사라질 멸종위기 동·식물
지난해 말,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고시되면서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공항 건설 부지에는 다양한 멸종위기 동식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보금자리를 잃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고휘훈 기자가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기자]부산 가덕도 국수봉 일대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군사보호시설이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됐을 뿐만 아니라 이곳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주변 마을사람 정도입니다.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 보존된 이곳, 단연 돋보이는 곳은 야생 동백숲입니다.
한겨울임에도 푸른 잎사귀로 덮여있는 동백숲은 이제 막 꽃봉오리를 맺고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제 주변으로 울창한 나무숲이 조성된 것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요.
야생 동백 군락지로, 신공항부지 내에만 이러한 군락지가 3곳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동백나무 수령은 50년에서 100년 정도까지 추정됩니다.전국에서 원시 상태로 가장 잘 보존된 것으로 손꼽히는 거제 지심도 동백 군락지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평가됩니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공사가 시작되면 이 아름다운 군락지는 사라지게 됩니다.
<이성근 /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부산시의 시목이 동백입니다. 시민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백에 이렇게 무심할 수 있는가. 유일하게 부산에 있는 자연 군락지입니다."
인근에는 해안이나 섬에서 주로 자라는 소사나무 군락지뿐만 아니라 수령이 100년은 넘고, 둘레가 4m가 넘는 고목들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지난 2021년 가덕도 대항항 인근에서 목격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의 모습입니다.
서식지로 추정되는 인근 갯바위를 가봤더니 수달의 배설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이 배설물의 경우 수달이 배설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대에서만 수달 배설물 8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성근 /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배설의 경우에는 아무 데나 하지 않고 주로 자기가 이용하는 공간에서 배설하거든요. 대항항 내 2개 집단이 등대를 기준으로 크게 물의를 안 일으키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하늘에는 멸종위기종 솔개도 날아다닙니다.
가덕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공사 부지 내에 있는 멸종위기종 등 '법정보호종' 동식물은 37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기후파국 막을 ‘마지막 총선’…기후입법 후보를 공천하라
기후환경단체, 기후정치 원년 선포
기후위기와 생태전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와 작가, 활동가 등 70여명이 결성한 ‘기후정치시민물결’ 참석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기후정치 원년 시민 선언’ 선포식 및 집담회에서 ‘2024 기후총선 기후국회 원년으로!’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기후환경단체들을 비롯한 시민사회 진영이 “기후위기는 국가와 인류의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라며 “4월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정당과 정파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에 의지가 있는 정당, 정치인에게 투표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들의 모임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기후 파국을 막을 마지막 10년’(2021~2030년)으로 제시한 시한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기후위기 대응이 주요 정치적 의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방치된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국회가 본격적인 기후위기 대응 논의에 나설 수 있도록 ‘기후유권자’들의 요구를 정치권에 전달하며 적극적인 ‘기후정치’에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와 생태전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와 작가, 활동가 등 70여명이 결성한 ‘기후정치시민물결’은 14일 오후 서울 정동길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근본적인 대전환을 위한 정치적 실천이 긴요하다”며 “2024년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최초로 기후정치가 시작되는 원년이 돼야 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기후변화로 국내에서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기후재난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정치권이 실질적 탄소중립을 구현할 노력에 나서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성명에는 강남식 60+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실상사 법인 스님,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임순례 영화감독, 정건화 한신대 명예교수, 대기과학자 조천호,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황대권 생명평화운동가 등 73명이 참여했다.
선언문을 작성한 김병권 전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정치권이 기후위기 의제를 외면하고 있어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적 과제로 만들어가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며 “2028년까지 임기인 22대 국회는 (파국을 막을 마지막 시한인) 2030년까지 이어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에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을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입법 활동을 해나갈 지원자를 국회의원 후보로 대거 공천”하고 “국가 차원의 전면적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공약으로 발표”하라고 5가지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대기업에만 이로운 토건·개발 공약 전면 철회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후·생태 헌법 개정 논의 시작 △기후위기 문제 전담 국회 상설위원회 및 행정 부처 신설 등도 포함됐다. 아울러 유권자를 향해서도 “총선용으로 급조된 구시대적 개발 공약에 현혹되는 자멸의 길로 들어서지 말고 정당과 정파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에 의지가 있는 정당, 정치인에게 투표하자”고 촉구했다.
기후정치시민물결의 이날 선언은 22대 총선을 ‘기후총선’으로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진영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달 22일 로컬에너지랩과 더가능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은 무려 1만7천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인식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조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치 전략을 짜 정치권을 압박하며, 선거에서 기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기후정치바람 쪽은 이 조사에서 기후정보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한 민감도도 높으면서 실제 투표 의향도 있는 이른바 ‘기후유권자’가 3명 중 1명이나 된다는 결과에 무척 고무돼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기후유권자들이 존재하는데도 정치가 이를 외면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우리의 희망을 되찾는 것이란 긍정의 메시지로 정치가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시민 3명 중 1명이 기후유권자…총선 결과 바꿀 수도 있어”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26987.html
‘최재천의 곤충사회’ 출간 간담회서 정부 비판
“대기업은 현금 쌓아놓고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걷은 돈을 왜 대기업 주머니에 찔러주는 거죠? 한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전체 예산이 30조원입니다. 그 가운데 기초과학 연구예산은 10%에 불과합니다. 하버드 대학 기부금 총액이 50조원이 넘는데요, 미국의 한 대학이 쓰는 돈보다 적은 돈을 한국의 모든 연구자가 나눠쓰고 있습니다.”
“한국은 환경 관련 연구소도 많이 만들고 정책도 발 빠르게 만듭니다. 그러나 정작 그 정책을 이행하지 않아요. 국민은 이해하고 있고 어려움을 감수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다고 판단해요. 기업도 움직이려고 하고 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역대 정부가 못했지만, 이번 정부는 기후 문제에 있어서 가장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불평등 이론’을 소개하며 인간 사회가 동물 사회에서 배워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동물 사회에서도 불평등해지면 사회가 붕괴된다. 그래서 동물 사회는 나눈다. 자기가 으뜸 수컷으로 등극하면 다른 수컷들이 불평하지 않을 수준에서 조금씩 나눈다”며 “인간 사회는 한번 쥐면 너무 많이 쥐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동물 사회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기후 깡패, 기후 얌체로 불리는데 내가 보기엔 기후 바보”라며 “재생에너지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반도체도 자동차도 팔 수 없게 되는데 정부가 빨리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위기 대응, 개인 노력엔 한계” “정치선언은 희망 키우는 일”
시민선언에 참가한 2인 ‘우리는 왜 목소리를 냈나’
최정화 소설가(왼쪽)와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 선포식을 하루 앞둔 13일 경향신문사에서 시민선언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기후위기가 갈수록 일상을 위협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의 대응은 아직 미진하다. 파국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은 되레 퇴보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선언) 선포식은 바로 이처럼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선포식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선언 참가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소설가 최정화씨가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조 전 원장은 30년 동안 기상과학원에 몸담았고 2019년부터 기후위기 관련 다양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녹색정의당에 총선 ‘1호 인재’로 영입됐다. 최 작가는 기후위기 소설을 집필하는 소설가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 선언에 참여하는 이유와 선언 의미에 대해 말해달라.
조천호 전 원장 = 기후위기 의제가 우리 사회에서 많이 다뤄지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치나 행정에서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의제이기도 하다. 기후위기가 절박한 상황임에도 밑바닥 의제인 상황에서는 국가적으로 자원이 투입될 수 없다. 기후위기를 한국 사회에서 최선의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참가하게 됐다.
최정화 소설가 =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실제 당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언은 각자의 자리에서 기후위기 관련 활동을 하던 문화예술인, 연구자, 활동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희망을 확인하고, 어떤 일을 할지를 모색하는 의미도 있다.
- 과학자나 환경단체 활동가뿐 아니라 문화예술인, 종교인 등 다양한 이들이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에 참가했다.
조천호 = 유엔환경계획(UNEP)이 만든 ‘기후환경실천 10계명’의 1계명이 ‘목소리를 내라’이고, 2계명이 ‘정치가들을 압박하라’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여 정치적 압박을 가해야 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는 얘기다. 유엔이 결코 진보적인 곳이 아니고,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임에도 이런 메시지가 나올 정도의 세상에 우리가 와 있는 것이다.
최정화 = 기후위기로 인해 멸종위기 생물들의 상태는 너무나 심각하지만, 많은 시민에게는 그게 와닿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가 다른 생물종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보니 멸종위기 생물 얘기를 듣고도 반응할 수 없는, 무감각해져 있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조천호 = 현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먹을 것이 풍성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가면 식량 생산량이 10%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있다. 앞으로 식량 수요보다 공급이 줄어드는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고, 우리 아이들이 고통을 당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부분 식량을 수입하는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정치권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초긴장 상태여야 하는데 별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정화 = 한국이 맞이하고 있는 파국은 너무 달콤한 기후위기다. 당장은 편하니까 그냥 주저앉아 있는 상태가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으로는 빈국들이 더 위험한 상태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우리가 더 위험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최정화 소설가
- 기후정치 선언에는 개인들 노력만으로는 현실을 바꾸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최정화 = 나도 고기를 매우 좋아했던 사람인데 채식을 하고 있고, 제로웨이스트도 실천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일들이지만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개개인의 실천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적인 차원의 기반이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것도 기후정치 시민선언에 참가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사실 제도는 그대로 두면서, 개인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캠페인 등은 개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천호 = 시민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개인들만의 노력으로는 각자가 ‘착한 소비자’가 되는 정도의 의미에 머무를 수도 있다. 시민들의 의식 변화나 행동 변화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들 역시 근본적인 제도 변화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
최정화 =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예술이 분명히 사회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현재는 그냥 취향의 대상이 되어 있는 상태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예술가들이) 창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 기후위기와 관련해 무기력감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천호 = 얼마 전까지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마치 인류가 절벽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얘기했다. 이제는 1.5도를 넘어서는 것을 지뢰밭에 들어가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1.5도를 넘어선 뒤에도 1.6도, 1.7도가 되는 상황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라는 지뢰밭에서 인류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더 깊은 지뢰밭으로 갈 수도 있고, 다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희망이 있다는 얘기다.
최정화 = 정치를 바꾸고, 바뀐 정치를 통해 시민들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지금처럼 기후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상황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에서 꼴찌라는 비판이 많ㄱ이 나오는데, 정치를 바꾸면 그만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조천호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해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대응이 가능하다. ‘장애물이 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기득권층을 의미하는 그 장애물들을 치우는 것이 기후정치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에 있어 인류 가운데 소수의 기득권층 책임이 큰데 이 같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가 아닌, 틀을 부수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8시간 근무, 주 5일 등은 모두 정치적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제도들 역시 정치적 요구를 통해 얻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경향 김기범 기자
수도권 공화국' 갈수록 비대…지역 균형발전 공염불
서울‧경기‧인천 인구 비중 지난해에도 늘어 50.7%
취업자도… 기업 본사도… 절반 넘게 수도권 소재
수출 비중 72.3%…대기업 79% 중소기업 62.7%
가구 자산도 큰 격차…수도권 6.6억 비수도권 4억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앞다투어 지역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수도권 비대화는 멈출 줄을 모른다. 인구 비중은 절반을 넘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수출액은 아예 수도권 기업의 비중이 70%를 훌쩍 넘었다. 취업자도, 사업체 본사도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있다. 가구당 자산도 수도권이 비수도권 가구의 1.65배나 된다.
수도권 인구-기업수출 비중 현황14일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등 수도권의 주민등록인구는 260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7%에 달했다. 서울 939만 명, 경기 1363만 명, 인천 300만 명 등이다.
서울 인구는 줄고 있지만 경기와 인천 인구가 늘면서 수도권 인구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18년(매년 12월 기준) 49.8%에서 2019년 50.0%를 기록한 이후 2020년 50.2%, 2021년 50.4%, 2022년 50.5%에 이어 지난해에도증가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인구 비중 추이. 자료 : 행정안전부
취업자도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이 1448만 명으로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서울 519만 명, 경기 765만 명, 인천 165만 명 등이다.
사업체는 2022년 기준 서울 118만 개, 경기 151만 개, 인천 32만 개 등 수도권 합계가 301만 개로 전체의 49.1%를 차지했다. 특히 사업체의 본사·본점 등은 서울 등 수도권에 전체의 55.9%인 5만 2725개가 있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수출은 더욱 수도권에 집중됐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총수출 6836억 달러 중 서울 등 수도권 비중이 72.3%에 달했다. 서울이 2269억 달러로 33.2%, 경기는 2124억 달러로 31.1%, 인천은 550억 달러로 8.0%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대기업의 수도권 수출 비중은 79.0%로 더 높았다. 서울이 전체의 40.0%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수출의 수도권 비중은 62.7%, 중견기업은 57.6%로 각각 집계됐다.
수도권-비수도권 가구당 자산 비교. 자료 : 통계청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구 간 자산 격차도 컸다. 수도권 가구의 평균 자산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6억 5908만 원으로 비수도권 가구(3억 9947만 원)보다 2억 5961만 원(65.0%) 많았다. 부채는 수도권이 1억 1754만 원으로 비수도권(6697만 원)보다 5057만 원 많았다. 순자산은 수도권 5억 4154만 원, 비수도권 3억 3250만 원으로 2억 원 이상 격차가 있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인구, 구직자, 기업, 인프라 등이 여전히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거주 인구의 자산 등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이미 15% 사라진 아마존 밀림, 30년 안에 급격히 파괴될 수도”
브라질 등 국제 연구팀 “밀림의 10~47% 위기 맞을 것”
기온은 40년 전보다 2℃ 상승…최대 4℃까지 높아질 전망
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툼비라 강이 2023년 10월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아마존 밀림이 가뭄과 기온 상승으로 2050년에는 돌이킬 수 없는 파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란두바/로이터 연합뉴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이 극심한 기후변화 압박으로 2050년까지 전체의 절반가량이 급격한 파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연방대학 등 국제 연구팀은 14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마존 밀림의 10~47%가 2050년에 급격한 변화(티핑 포인트)에 직면하면서 빠르게 망가질 것으로 예측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아마존 밀림의 파괴 압박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극심한 가뭄이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잦은 화재 발생과 벌목 등과 같은 인간 활동도 아마존 파괴를 재촉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논문은 “이 지역이 기온 상승과 극심한 가뭄 등으로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는 아마존 중심부와 외곽 지역이 모두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산타카타리나 대학의 생태학자 베르나르두 플로레스는 “우리가 티핑 포인트를 맞게 되면, 더는 아무 조처도 취할 수 없게 될 것이며 (이 때가 되면) 숲이 저절로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은 아마존에 ‘적색 경보’를 내릴 때”라고 덧붙였다.
논문은 아마존 지역의 건기 기온이 1980년대부터 10년에 0.27℃씩 상승했으며, 아마존 중심부와 남동부 지역은 기온 상승이 특히 두드러져 10년에 0.6℃씩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심부와 남동부의 경우 평균 기온이 40년 전보다 2℃ 이상 높다”며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50년에는 평균 기온이 (1980년대보다) 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이런 기온 상승은 숲과 이 지역 주민들에게 견딜 수 없는 폭염을 뜻한다며 아마존 숲의 생산성과 탄소 보관 능력도 함께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문은 아마존의 강수량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볼리비아에 속하는 아마존 남부 지역의 강수량은 19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매년 20㎜씩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마존 서부와 동부의 일부 지역은 연 강수량이 20㎜ 정도씩 늘었다. 연구팀은 모델을 이용한 예측 결과, 2050년에는 10~30일 연속으로 비가 내리지 않는 등 더욱 급격한 강수량 감소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아마존 밀림의 15%가 이미 사라졌고 17%는 벌목 등 인간의 활동으로 크게 손상됐다며 “지난 수십년 동안 반복된 극심한 가뭄의 충격으로 아마존의 38%가 추가로 손상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아마존 밀림 일부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초원 지대인 사바나로 바뀌는 현상도 우려됐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의 기후학자 카를로스 노보레 등의 전문가들은 아마존 밀림의 20~25%가 파괴되는 시점이 오면 아마존 전반이 사바나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아마존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전체 밀림의 10% 정도를 생태계 충격 방지용 안전 구역으로 확보하고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높은 수준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말썽... 제대로 바꾸기 위해 뭉쳤다"
전국 108개 단체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 결성... 국회 앞 출범 선언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난개발 사업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훼손 등 여러 영향을 사전에 예방하기보다, 평가서가 사업자에 의해 유리하게 작성돼 난개발의 면죄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공정한 평가서가 되지 못한 채 국토가 유린되고, 개발사업의 영향을 받는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배제되며, 투명하고 민주적인 참여기회를 박탈당했다."
곳곳에서 개발 현장의 환경영향평가가 거짓‧부실 작성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국 관련 단체들이 뭉쳐 이같이 지적했다.
경남생명의숲, 경남시민환경연구소, 경남양서류네트워크,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등 전국 108개 단체는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를 결성하고 15일 국회 앞에서 출범선언을 했다.
전국연대는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 사례로 가덕도신공항건설사업, 새만금신공항건설사업, 제주제2공항건설사업, 부산대저대교 건설사업, 설악산 케이블카 개발사업, 지리산 산악열차 개발사업, 신불산 군립공원 조성사업(영남알프스 행복케이블카 설치사업)들이다.
또 제주비자림로 확포장공사, 지리산 골프장 조성사업, 순창 로제비앙 골프장(대중제 18홀) 조성사업, 거제 남부 관광단지 조성사업, 양산사송 공공주택지구 지구 밖 사업, 함안 칠서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사업,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도 그렇다는 것이다.
강호열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시민환경단체 및 대책위들은 환경영향평가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평가서의 신뢰도를 높이고, 의사결정과정에서 민주적 통제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임성희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붕괴가 진행중인 시대, 더 이상의 자연파괴는 우리 모두의 파멸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우리는 지속가능한 국토조성과 우리들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생존을 위해 이번 총선을 통해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이 공론화되고 개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국연대는 4.10총선과 국회를 대상으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제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 개정 운동을 시민들과 함께 벌이는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대저대교 사업", 사공혜선 (양산)사송대책위 사무국장은 "양산사송 공공주택 지구 밖 사업", 정정환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은 "지리산 산악열차 골프장·산악열차 사업",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대구 팔현습지 보도교 사업",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은 "새만금 신공항 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전국연대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자연이 사라지면 우리가 생존할 수 없기에, 우리 생존의 기본토대인 자연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 우리는 30여 년 전부터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전혀 그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문화재보호구역부터 국립공원에 이르기까지 개발의 삽날이 미치지 못하는 데가 없고, 자연파괴로 멸종위기에 내몰린 생물들의 마지막 서식처 마저 아무런 제재 없이 난개발이 자행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라며 "그 자연 파괴의 결과가 기후붕괴이고 급격한 생물다양성 감소다"라고 덧붙였다.
전국연대는 "개발 사업자의 입맛대로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가 협의 검토기관에 제출된다.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인 환경부와 환경청 그리고 국가 검토기관들은 개발 사업자가 제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오로지 사실이라고 믿고 검토하고 있다"라며 "그 내용에 거짓·부실이 있어도 현지 사정 등을 모르기에 이를 걸러내기 어렵고, 적은 인원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업무를 떠맡아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태에서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는 초안 단계를 지나면 그 내용 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진작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시민단체나 난개발의 피해를 직접 받아야만 하는 관련 시민단체나 해당 주민에게는 본안과 보완서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의견 개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전국연대는 "협의 검토기관인 환경부와 환경청, 국가 전문 검토기관의 독립성 보장도 미흡하기 짝이 없어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서 앞에서 내렸던 결론이 정반대로 바뀌는 일도 허다하다"라며 "허울뿐인 환경영향평가법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국토조성이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활동가들은 환경영향평가로 위협받는 여러 지역의 손팻말을 들고, 검은 망토를 걸친 사람들이 거짓‧부실 작성된 평가서의 문제점이 부착된 삽을 들고 생물종을 위협하는 내용으로 상징의식을 갖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cjnews)최상두(otterpapa)
120년 이어진 아픔…가덕도 외양포 마을 주민들 또 쫓겨나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 내에는 외양포 마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러일전쟁 때 이곳 주민들은 일본군에 의해 쫓겨났고, 40년 뒤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땅은 국가에 귀속됐는데요. 신공항 건설로 마을 주민들은 또 다시 고향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마을 주민들을 고휘훈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부산 가덕도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자리 잡은 외양포 마을.
30여 가구 주민 80여명이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아픈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한일병합을 6년 앞둔 1904년, 러일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군이 군사거점을 위해 이곳 외양포마을 주민 60여가구를 쫓아내고 포대를 세운 겁니다.40년간 이어진 무단점거, 1945년 8월 광복이 되어서야 일본군은 물러났습니다.
쫓겨난 이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이 일본군이 머물던 막사에 거처를 마련해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4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면서 땅의 소유권은 쫓겨난 주민들이 아닌, 국가에 귀속되었습니다.
<김영준 / 외양포 마을 주민> "그때 일본 사람들이 여기 들어와서 일부는 여기서 노동하고, 일부는 쫓겨 나가고…해방되고 돌아오니까 일본 사람이 없으니까 우리 한국 사람이 여기 살았는데 그때부터는 국방부에서 관리하고 했는데…"
마을 주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지속해서 땅의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증명할 만한 문서 등이 존재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머물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주민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개발 부지에 외양포 마을이 포함되면서 또다시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겁니다. 땅에 대한 보상은 고사하고, 100년 정도 된 가옥들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측정될지도 의문입니다.
<김광자 / 외양포 마을 주민> "우리는 진짜 죽으러 갑니다. 나가면 죽습니다. 집이 있습니까, 돈이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잖아요. 할머니들이 무엇이 있습니까."
마을 주민들은 난생처음으로 플래카드를 만들어 마을 주변에 걸었습니다.100년 넘게 이어진 설움을 조금이나마 표현해보기 위해섭니다.
<김효현 / 외양포 마을 주민> "주민들의 억울함을, 역사적인 억울함을 일제시대 때 억울함도 있지만, 그때 했던 마을 사람의 억울함도 한 번쯤 국토부나 국방부가 이해해주시고 억울함을 풀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가덕신공항 #외양포마을 #러일전쟁 #일본군
차 없는 거리·노천 치맥 축제… 조방 앞 살리기 팔 걷은 동구
상권 활성화 지원 계획 수립
빛축제가 열린 부산 동구 조방 앞 거리. 동구청 제공
부산 동구 조방 앞 거리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움직임이 시작될 전망이다. 주말 ‘차 없는 거리’나 야외 ‘치맥 축제’ 추진을 고려하는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물망에 올랐다.
부산 동구청은 이달 초 ‘조방 앞 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원 계획’을 수립했다고 15일 밝혔다.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특색 있는 명품 거리를 만들어 지역 경제와 상권 활성화를 이끌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다. 서면과 남포동을 잇는 지리적 장점을 가진 조방 앞은 과거의 영광을 유지하지 못한 채 상권이 쇠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조방 앞은 1917년 설립된 옛 조선방직주식회사 앞 거리를 뜻한다. 현재 범천동 골드테마거리와 자유도매시장, 부산시민회관 일대를 일컫는다. 1970년대 조선방직 터에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서면서 범일동 일대는 교통과 유통 중심지로 성장했지만, 터미널과 섬유·신발 업체 등이 이전하며 점차 침체에 빠졌다. 자연스레 볼거리와 먹거리 등이 줄면서 유동 인구도 감소했다.
동구청은 우선 조방 앞 구간을 분류해 가칭 ‘행복’ ‘문화&역사’ ‘추억’ 등으로 거리에 명칭을 붙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상징성을 살릴 랜드마크를 만들고, 노후 간판을 정비하고, 화단과 조형물에 조명 시설을 설치하는 계획 등도 검토한다. ‘도심형 소형 상권’ 지정, 공영주차장 건립도 추진 대상이다.
특히 주말에 범일로 90번길을 ‘차 없는 거리’로 삼고, 노천 치맥 행사 등 다양한 축제를 추진하는 내용도 전체 계획에 포함됐다. 부산진시장이나 자유도매시장 등과 연계해 문화 행사를 열고, 부산시민회관 주변에 공연과 장터를 여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동구청은 이미 시설 현대화와 보행환경 개선 사업이 이뤄져 앞으로는 새로운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성층권 붕괴 대한파, 전기차 무덤의 경고
우뚝 솟은 등대 뒤로 하얗게 얼어붙은 호수가 펼쳐집니다. 뒤로 보이는 마천루는 미국 중부의 대도시 시카고입니다. 강력한 한파에 도시 전체가 얼어붙었습니다. 얼어붙은 호수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기후변화로 극단적 한파가 엄습하는 SF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는 온통 얼음으로 뒤덮이고 사람이 드나들던 문도 얼어서 열리지 않습니다.
살인적인 눈보라도 몰아쳤습니다.태풍급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는 체감온도를 영하 50도 아래까지 떨어뜨렸습니다. 한파로 도시의 기능이 마비되고 많은 사람이 숨졌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폭설과 한파로 9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살인적인 한파의 원인은 성층권 극소용돌이 붕괴 현상입니다.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성층권에 빠르게 돌고 있는 제트기류가 갑자기 편서풍이 편동풍으로 바뀔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돌발적인 현상을 의미합니다. 성층권 제트기류가 붕괴되면 대류권의 제트기류마저 굉장히 약해지게 되고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남쪽으로 북극의 한기가 쏟아집니다."
성층권 붕괴 현상은 기후변화로 북극 기온이 더 빨리 상승하면서 이전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한파는 예상치 못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한 전기차가 곳곳에서 멈춰 섰습니다.너무 많은 차가 한꺼번에 충전소로 몰리면서 충전소는 전기차의 무덤이 됐습니다. 전기차 전문가들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를 극저온 한파라고 부릅니다.
이런 한파가 닥치면 배터리 성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실험해 봤습니다. 연구진이 직접 제작한 배터리를 영하 20도 냉동고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배터리 용량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수입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는 용량과 충전, 방전 시간이 70%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실제로 전기차에 장착할 때는 배터리 여러 개를 모듈로 만들고 보온 장치를 달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김상옥/한국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전해질이 온도가 내려가면 고체화가 된다든지 슬러시처럼 변하는 현상이 생기게 되는데요.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양극과 음극 사이로 이동할 수가 없기 때문에."
[손석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지구 온난화가 만들어내는 현상 중 하나가 변동성이 커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예상치 못한 한파들 혹은 더 강한 한파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우리나라도 극저온 한파의 표적 중 하나라는 설명입니다. 그런 한파가 닥치면 국내 전기차는 문제없이 잘 달릴 수 있을까요? 취재팀은 서울 시내 충전소를 찾아 상황을 점검해 봤습니다.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에 전기차 충전소에 차들이 몰렸습니다. 급속 충전기에 충전기를 꽂으면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표시됩니다. 충전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2배 이상 걸립니다.
[노정탁/전기차 운전자]"제조사에 따르면 18분 이렇게 걸리는데 지금은 한 40분 이상 걸린다고 봅니다."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강추위에 전기차 운전자들은 한 번 충전하던 전기차를 두 번씩 충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정탁/전기차 운전자]"택시 운행하다 보면 계속 손님을 받고 운행을 하고 싶은데 충전을 해야 해서 못 하고 충전소 들어가야 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기죠."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쁜 운전자들이 급속 충전기에만 몰리고. 완속 충전기는 이용자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를 차충비라고 말합니다. 차충비가 높을수록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뜻인데요.
급속 충전기의 경우 전국 평균은 19대 정도입니다. 특히 서울과 인천, 부산은 급속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가 26대에서 34대로 아주 많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교수]"미국 같은 경우는 22% 중국 같은 경우는 40%가 급속 충전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급속 충전기가 전체 충전기 중에서 대략 한 10% 내외에 머물고 있다는 거죠."
극저온 한파와 같은 비상 상황이 닥쳤을 때 급속 충전기가 없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올겨울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전기차 무덤이 주는 경고죠.
집이나 거주지에서는 완속 충전기를, 집에서 나온 뒤에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급속 충전기를 서둘러 확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전문가들은 충전기 확충은 전기차 확충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교수]"(필요한 순간에) 급속 충전기가 부족하면 전기차 사용이 불편하구나 하고 소비자들이 체감을 하게 되고 그러면 전기차 보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급속 충전기가 부족한 원인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기 때문인데, 전체 급속 충전기 중 민간 사업자 비중은 38%에 불과합니다.
충전소 부족이 전기차 확대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전략적 투자와 충전소 부지 제공 등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MBC 뉴스 기후환경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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