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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2.5~2.9 신토건공화국, 지하화사업

by 이성근 2024. 2. 5.

1. 신토건공화국, 지하화사업 2. 문경 돌리네 습지, 국내 25번째 '람사르 습지' 등록 3. 영양풍력 환경영향평가 산양 조사 부실판정...사업은 진행될 듯 4. 제주의 약속"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1호 지정“  5. 가덕신공항 활주로 1본 추가 실질적 방안 마련 본격화 6. 반쪽짜리 설계로 그려진 65000원짜리 대중교통 정기권

7. 나뭇잎이 1.75m3.5억년 전 나무가 발견됐다 8. “파크골프장 주민이 원한다” vs “해운대수목원 취지 어긋나9. 지반 침하 우려 해운대수목원, 완공 4년 더 늦어진다    10.사송신도시 개발로 서식지 잃은 고리도롱뇽 현주소

11. 아메리카 서부 덮친 상반된 극단 기후배경은 같았다 12. 에너지 전환, 스웨덴의 길과 덴마크의 길 13. “가덕 활주로 2본 조기 확장안 관철거점항공사 육성해야14. 차가운 겨울이 그리운 설원의 눈물

15. 22대 총선 낙천 명단 발표-한국환경회의  16. 아동친화도시살면서도 몰랐네 17. 세계각국 군 관련 온실가스 쉬쉬18. 위기의 시대, 한숨 나오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  19. “체육공원 없애 축구 전용구장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논란  20. 활주로 1개 가덕도신공항2의 허브공항 될 수 있나?  21. 남산을 건드렸다... 오세훈 서울시의 '친환경 사업' 정체

22. ESG로만 파악되는 기업과 자산의 투자수익성  23. “GTX가 빨아들일 지방 인구특단의 대책 없으면 광역시도 소멸 위기” 24. 지난 1월 평균 13봄 같은 겨울8개월 연속 가장 따뜻한 달

신토건공화국, 지하화사업

최초의 여성 파리 시장인 안 이달고는 프랑스 사회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크리스마스 기간 코로나19 격리 때 서점을 필수 상업시설로 지정해달라는 논쟁을 했던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랫동안 파리는 패션 등 유행을 선도했는데 지금은 이달고 시장과 함께 도시 생태 논쟁을 주도하는 중이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파리 시내 주차비를 3배 정도 올리는 방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질 것이다. 내연차는 물론이고 전기차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파리는 외곽 순환도로의 제한 속도도 낮출 예정이다. 파리는 오는 7월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도시 패러다임에 대한 새로운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중교통 중심으로, 자동차 운행이 불편한 방식으로 가는 게 파리가 생각하는 미래다.

한국에선 지금 도로와 철도의 지하화가 유행이다. 여당 비대위원장은 물론, 야당 대표도 도로든 철도든 전부 지하로 넣겠다고 연일 총선 공약을 제시한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없고 누가 더 많이, 더 빨리 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되었다.

시빌(civil)’ 엔지니어링은 로마 시대 때부터 시민들에게 복무하는 기술이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시민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토목으로 불리게 되었다. 여기에 건설 분야까지 합쳐서 토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일본이 토건공화국으로 알려지게 된 건, 1990년대 경제위기를 토건으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점점 더 토건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토목은 재정 사업이기 때문에 건설사만의 힘으로 토건공화국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국회 혹은 지방의회에서 토건 사업을 밀어주는 정치인들을 토건족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민주주의도 토건 앞선 잠시 정지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함께 만들어진 경제기관이 대장성이었다. ‘일본의 곳간이라는 이름답게 전후 일본의 경제 재건을 이끌던 강력한 기관이었다. 2001년 토건공화국에 대한 시민사회의 견제가 대장성에 집중되면서 결국 해체되었다. 금융 등 경제 권한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었다. 2010년 오자와 전성기 때 일본 민주당이 자민당을 제치고 잠시 집권했다. 그때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자는 얘기들이 선거 공약으로 나왔다.

일본 경제를 기본 골격으로 만든 한국에서도 토건경제론은 유효하다. 어떤 측면에서는 일본보다 더욱 강력하다. 여야가 없고, 한국 민주주의도 토건 앞에서는 잠시 정지한다. 합의가 아주 잘된다. 대표적인 국회 개혁 사항이 소위 쪽지 예산인데, 예산안 통과를 미끼로 마지막에 밀어넣는 국회의원의 민원성 예산이 대부분 지역 토건 예산이다.

한국 토건의 클라이맥스는 지금까지는 건설회사 사장이 직접 대통령이 된 MB(이명박)의 경우일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촛불집회 때 4대강 사업으로 둔갑을 했고, 온 국토가 공사장이 되었다. 그야말로 한국은 토건공화국이었다. 민주당도 이때는 탈토건을 외쳤다.

지하도시로 대표되는 지하화는 토건의 새 먹거리다. 건설사 입장에선 이미 땅 위는 다 찼으니까, 당연히 아직 미개발지인 지하 세계를 차세대 사업지로 삼고 싶어 한다. 한번 시작하면 향후 20~30년간 천문학적 공사 물량이 확보된다. 그렇지만 그건 건설사 입장이고, 정부 입장은 좀 다르다. 사람이냐 시멘트냐, 복지냐 토건이냐, 제한된 예산 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럴 때 경제성 평가를 하는데, 지하화는 없던 도로나 철도가 새로 놓이는 게 아니라서 추가적 수요가 많이 생기지는 않는다. 게다가 지상 도로 등 기존 시설보다 관리비는 증가해 편익은 별로 안 늘고 비용은 꽤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 평가를 통과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더 정치인들의 정치적 결단에 기대게 된다. 주민 숙원 실현, 주민 불편 해소 등의 이유를 들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을 정치적 결단으로 대신하려는 게 지하화 사업의 정치적 속성이다. 파리가 새 도로와 교통 인프라 건설 대신 대형 SUV 주차료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그 돈만큼 복지 지출을 늘릴 여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68명으로 한국(0.7)2배 이상이다. 토목 기술이 없어서 그런 걸 안 하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지하도시인 파리 외곽의 라데팡스를 만들었던 나라다.

토건 경쟁, 국민경제엔 위기 신호

한동훈과 이재명, 두 사람이 지하 토건으로 경쟁하는 것은 건설사에나 좋지, 국민경제에는 심각한 위기 신호다. 한 해 출생아 수 20만명 벽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데, 앞으로 수십년 동안 지하만 파고 있다간 우리는 다 망한다. 지하 세계로 향하는 신토건공화국이 만들어지는가? 토건족 한동훈, 토건족 이재명, 둘 다 토건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중앙 정치에서 가장 비중 있는 두 지도자가 토건 정치부터 배우는 현실, 여기에 무슨 한국의 미래가 있겠나. 한국에서 아이가 태어나든 말든 땅만 죽어라고 파자는 지도자들에게서 무슨 의미 있는 정책이 나오겠나./우석훈 경제학자/경향

정부 여당의 지하화 정책

-정부 여당이 현시점에서 터널 지하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이유는 여러 전문가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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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환경 개선: 현대 도시의 환경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도시의 공기 질 개선과 소음 오염 감소를 위해 지하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상의 교통 체계를 지하로 이동시키면, 지상 공간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 도시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교통 혼잡 해소: 도시 교통 혼잡은 주요 사회적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하화를 통해 도로와 철도의 용량을 확장하고,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교통 혼잡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도시 안전 및 재난 대비: 최근 자연재해 및 도시 재난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하화는 지상 시설물의 취약성을 감소시키고, 재난 시 대피 및 구조 작업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가치 창출: 지하 공간의 활용은 새로운 상업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지하 쇼핑몰, 주차장, 문화 시설 등은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도시의 매력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기술 혁신과 고용 창출: 지하화 프로젝트는 첨단 건설 기술의 개발을 촉진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 경쟁력 강화: 다른 선진국들도 도시의 지하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발맞추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출처] 고속도로 및 철도 지하화 특별법에 따른 수혜주 및 투자전략|

 

문경 돌리네 습지, 국내 25번째 '람사르 습지' 등록

환경부는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세계 습지의 날에 맞춰 2일 자로 문경 돌리네 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인정(등록)했다고 밝혔다. 람사르협약은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촉구하는 국제협약으로, 19712월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됐고 우리나라는 19973월에 101번째로 가입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에 문경 돌리네 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등록해 줄 것을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신청한 바 있다. 람사르 습지는 지형·지질학적으로 희귀하고 독특한 습지 유형이거나 생물 서식처로서 보전 가치가 높아 국제적인 보전이 필요한 지역을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인정한 곳이다. 이달 기준 172개 국가의 총 2503(총 면적 2571823)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돌리네는 석회암지대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서 형성된 접시 모양의 웅덩이로, 빗물 등이 지하로 잘 빠져나가 통상적으로 물이 고이지 않는다.

문경 돌리네 습지는 습지 형성이 어려운 돌리네 지형에 완벽한 습지(연중 일정 수량 유지)가 형성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곳으로, 환경부는 이곳을 2017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전 세계 람사르 습지 목록(2503)에서도 돌리네 지형 또는 돌리네가 2개 이상 연결돼 움푹 패인 우발라(uvala) 지형에 발달한 습지는 문경 돌리네 습지를 포함해 총 6곳뿐이다. 문경 돌리네 습지에는 구렁이, 팔색조, 담비 등 산림과 습지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8종 등 총 932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안세창 자연보전국장은 "문경 돌리네 습지의 람사르 습지 등록은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증받은 것"이라며 "람사르협약이 습지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의무로 하고 있는 만큼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문경 돌리네 습지를 지속가능하게 보전하고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영양풍력 환경영향평가 산양 조사 부실판정...사업은 진행될 듯

거짓·부실 검토위, 주민 제기 의혹 일부 인정

박쥐·식생조사에도 거짓·부실주장은 기각

환경부 재평가 불필요사업에 큰 영향 없을 듯

에이더블유피(AWP) 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예정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산양. 무분별한 풍력 저지 영양·영덕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경북 영양의 에이더블유피(AWP) 풍력발전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일부에 대해 부실 판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 판정이 사업 진행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우려가 제기된다.

1일 환경부에 따르면 에이더블유피 풍력발전사업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는 전날 세종시 환경부 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포함된 사업 구역 안 산양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이더블유피 영양풍력발전사업은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번지 일대 173356면적에 4.2용량의 풍력발전기 14기로 구성된 발전단지를 설치하려는 것으로, 환경부가 2022년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협의의견으로 동의해 준 사업이다.

하지만 그 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없다고 한 박쥐들이 멸종위기종인 붉은박쥐와 작은관코박쥐를 포함해 14종이나 사업 예정지 안에서 새로 발견됐다. 또 사업 예정지 북쪽 끝 2개 지점에서만 관찰됐다던 멸종위기종 산양이 주민들이 설치한 카메라에는 21개 지점에서 촬영돼 거짓·부실조사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 영양군, 사업자, 주민, 전문가 등이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1년여 동안 조사를 벌인 뒤 지난해 말 박쥐, 식생, 산양 등 3개 분야에 대해 거짓·부실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이 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부와 관계 기관 공무원, 민간 전문가, 법률가 등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기구로, 환경영향평가서 진위 여부에 대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검토한다.

에이더블유피 풍력발전사업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는 31일 공동조사단이 요청한 3개 분야의 거짓·부실 여부를 검토한 뒤 산양 분야 조사에 대해서만 부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나머지 두 부분은 일반적 시각에서 보면 부족하게 보일 수 있지만 환경영향평가법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거짓 또는 부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실로 판정된 산양 조사에 대한 후속 조처와 관련해 만약 이 부분이 거짓으로 판단됐다면 (환경영향) 재평가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부실로 판단됐기 때문에 기존의 틀 안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평가는 논외로 하고 기존의 틀 안에서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기존 사업 진행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 훼손과 건강 피해 등을 우려해 에이더블유피 풍력발전사업을 반대해온 주민들은 산양 조사만 거짓이 아닌 부실 조사라고 한 위원회 검토 결과를 두고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송재웅 무분별한 풍력 저지 영양·영덕공동대책위원회사무국장은 환경부가 부실은 재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추가 조치를 하더라도 공사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제주의 약속"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1호 지정"

생태 중심적 사회체제로의 대전환 '생태법인'이 의미하는 것

독일의 현대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인간의 사고행위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의 집'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면서 인간의 이성 영역과 도덕적 수준을 높여 왔다. 과학과 철학,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의 선구자들의 역할이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영감을 창조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는 총 13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 <기하학 원론>을 발간하였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수학 고전이다. 그의 책 첫 문장에는 '점이란 부분이 없는 것이다'라는 정의가 등장한다. 부분이 없다는 것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존재를 이른다. 그러나 유클리드는 수학적 사고와 활용에 꼭 필요한 ''을 오직 언어만으로 세상 속에 존재할 수 있게 했다.

생태법인의 등장

새로운 '언어'의 탄생은 또 하나의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의미한다. 새로운 언어를 통해서 인간의 사고는 더 확장되고 세상의 존재는 더 넓어진다. 그 새로운 언어가 법률적 용어라면 새로운 사회 질서를 창조하고 인류 사회의 도덕적 수준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생태법인(Eco Legal Person)'은 자연 존재에 법적 권리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창안한 법률 용어다. 예전에 생태학이나 법학에 등장하지 않았던 언어다. 지난 2020년 필자가 국내 한 철학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래세대는 물론 인간 이외의 존재들 가운데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대하여 법적 권리를 갖게 하는 제도"의 뜻으로 처음 사용하였다. 자연을 대하는 인류의 윤리적 수준과 사회체제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에 조응하고 미래세대의 생태적 권리를 법(Law)으로 담아내기 위한 목적이다. 이후 후속 논문을 통해 생태법인 제도를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최근 남미 국가들에서 자연의 권리가 선언적 의미로 헌법에 수록되거나 입법된 사례가 있고 뉴질랜드나 스페인에서는 각각 강과 석호에 법인격을 부여한 사례가 있다. 그 이전 1997년에 유네스코는 야생동물들이 그들의 자연환경에서 생명과 자유를 누리고 번식할 권리 '세계 동물권 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Animal Rights)'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생태법인은 선언적 수준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자연계의 특정 동물이든 종이든 혹은 생태계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으로 자연의 권리를 확대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념의 제도라는 점에서 다르다. 이는 생태법인이라는 용어가 학문이 발전한 서구에서 차입한 용어가 아닌, 온전히 우리 스스로 내재적 사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

오랜 기간 인간은 생태계에 존재하는 요소들, 예를 들어 대지나 숲, 강과 바다, 다양한 생명 존재들을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대상으로만 취급해 왔다.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자연 자원을 남용하거나 변형하는 일을 가속해 왔다.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미래세대에 대한 배려도 소홀했다. 하지만 자연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며 무분별한 남용과 훼손으로 이제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지구의 자연은 인간에게 가장 취약하고, 그 자연의 변화에 가장 취약한 존재가 인간이다. 이제 지구의 자연이 인간의 무지와 오만을 꾸짖는 엄중한 경고장을 인류에게 보냈다. 인류세(Anthropocene)의 등장이 그것이다.

생태법인은 자연을 더 이상 착취의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에서 도출된 용어다.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에는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이 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의 근본 원인이 자연을 대하는 인간 중심적 태도에서 비롯되었음을 성찰한다면 생태 위기 극복도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인간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선택할 줄 아는 도덕적 존재다. 만일 현세대가 생태 위기 대응에 실패한다면 이는 곧 미래 세대에게 재앙을 물려주는 무책임한 행위가 된다. 이런 이유로 현세대는 미래세대의 생태적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닌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함께사는길(이성수)

인간은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수많은 문화와 제도를 창조해 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법(Law)이고 법은 인간의 행동이나 사회체제 작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 제도이다. 법 제도 가운데 법인(legal person)이 있다. 법인 제도는 근대 법치주의 체제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있어 인간 이외의 존재에 법인격 부여 필요성에서 생겼다.

근대 법치주의는 인간 평등사상에 기반하지만, 법이 공동체의 작동 원리를 초 권력자의 권력이 아니라 오로지 법에 근거하려고 할 때 자연인의 권리만으로는 완벽한 작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자연인 이외의 존재인 회사나 사단법인, 재단법인 같은 형태의 법인격 주체들이다.

이후 법인 제도는 사회 환경 변화나 주권자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인간 이외의 자연 존재가 영원히 법인격 주체가 되지 말라는 절대 원칙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 원래 법이란 하나의 명제일 뿐이다. 그리고 법인은 하나의 법 기술적 산물이다. 따라서 새로운 법, 즉 생태법인 또한 오직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차원의 문제이고 공동체의 입법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가 인류의 존망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면 우리는 생태 위기에 조응하는 새로운 법적, 사회적, 윤리적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해안 가까이서 정착하여 살아가는 해양 생물이다. 오랜 기간 제주도민의 벗이자 삶의 동반자였다. 50여 년 가까이 제주시 탑동 바다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분은 "돌고래가 말을 알아듣는지 우리가 일하는 가까이 올 때 물 알로(물 아래로)! 물 알로(물 아래로)! 하면 바다 밑으로 피해 가고 뛰라고 하면 바다 위로 뛰는가 하면 뒤로 몰래 등 쪽으로 다가와 장난을 치기도 한다"라고 전한다. 그리고 돌고래들은 해녀가 물질할 때 상어의 접근을 막아 주는 안전지킴이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군집 생활을 하는 돌고래가 먹이 사슬 경쟁에서 상어보다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선박 교통량 증가, 어구 설치, 수중 구조물에 의해 서식지 교란, 특히 최근 돌고래 관광선이 급증하면서 생존 위협에 놓여 있다.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가까운 장래에 야생에서 멸종 우려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적색목록의 준위협 단계(Near Threatened, NT) 종으로 등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실효적인 보호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120여 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어쩌면 다시는 제주 바다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영원히 보지 못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제주도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1호로 지정할 것"

어떤 존재가 보호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것과 법적 지위를 갖고 그의 이익을 스스로 실현 시킬 수 있는 권리주체가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처지에 속한다. 자비로운 노예주 밑에 사는 노예와 자유를 찾은 해방된 노예의 처지가 다른 것과 같다. 만일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 제도를 통해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되면 불법 포획되었을 때 긴급 구제신청을 할 수도 있고 중요한 돌고래 서식지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공동체의 새로운 가치 판단 기준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해상풍력 설치 지역과 돌고래 중요 서식지가 충돌한다면 돌고래 서식지를 우선 고려하게 된다. 특정 중요 서식지가 종의 보존을 위해 대체 불가능한 필수지역이라면 해상풍력 설치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새로운 국회가 열리면 생태법인을 여·야 합의 1호 법안으로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법제화하고, 2025년에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1호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제주특별법은 제주 지역에 한정해 적용하는 법이다. 아직은 자연의 권리가 기존의 법체계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여건임을 고려할 때 세계적인 생태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가 생태법인을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실현하려는 방향 설정은 바람직한 입법 전략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도 함께했다. 10년 전 서울대공원 수족관에 갇혔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주는 일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었다. 최재천 명예교수는 제주도의 요청으로 지난해 3월부터 철학, 인문학, 법학, 해양 생태 보호단체와 연구소 전문가들로 구성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을 이끌어 제주특별법 개정 법률 자문 작업을 수행하였다. 강원대 박태현 교수가 만든 세부적인 법률 조항 초안이 4차례의 전체 회의를 통해 최종안이 마련되어 발표에 이른 것이다.

제주도가 발표한 생태법인 법률은 두 개의 안으로 제시되었다. 첫 번째 안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권리능력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안은 도지사가 도의회 동의를 얻어 제주 지역에 특정 자연 존재 대상을 핵심종 또는 핵심 생태계로 지정하고 이를 생태법인으로 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안이 다른 나라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이라면 두 번째 안은 예전에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온전히 새로운 안이다. 제주도는 두 개의 안이 국회에서 병합 심사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보고 있다. 그리고 위 두 개 안에는 각각 '생태후견위원회'를 두어 제주 남방큰돌고래 권리 행사를 담당하게 하였다. 생태후견위원회에는 돌고래의 습성이나 생활환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우선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문명을 바꿀 수 있는 법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생태법인 입법에 대한 방향과 일정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자연은 인간과의 공존의 대상이며, (중략) 제주가 국내 최초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대한민국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겠습니다. 제주의 생태법인 제도 도입은 단순한 법적 제도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인류 공통 과제를 해결하고, 인간 중심의 문명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명으로 대전환하는 사회 혁신입니다"라는 담대한 포부를 밝혔다. 제주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법 '생태법인'은 이제 인간과 자연의 행복을 위한 제주 미래의 비전이며 새로운 실천의 약속이 되었다.

어떤 법은 문명을 바꿀 수 있다.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고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첫 번째 주역이 되는 현실은 단지 멸종 위기에 처한 긴급한 생명체를 보호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을 주체로 하고 자연을 객체로 하는 근대 법치국가 체제의 인간 중심적 규범 체계에 금이 가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 '공동 대응이냐? 아니면 집단 자살이냐?' 선택을 요구받는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다. 인류사회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생태 중심적 사회체제로의 대전환을 모색한다면, 생태법인 도입이 이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진희종 생태법인 연구자 | [함께 사는 길]

 

가덕신공항 활주로 1본 추가 실질적 방안 마련 본격화

2029년 가덕신공항 개항 직후 곧바로 활주로 1본을 추가 건설하는 2단계 확장 방안 등 부산시가 제시한 가덕신공항 비전과 전략’(부산일보 112일자 1면 등 보도)을 현실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이행 방안 마련을 위해 각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댄다.

부산시는 부산시의회와 공동으로 오는 6일 오후 2시 시청 대회의실에서 가덕신공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1229가덕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고시된 이후 가덕신공항의 경쟁력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지역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전문가 토론회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광회 시 경제부시장, 박중묵 시의회 부의장을 비롯해 항공, 물류, 도시·교통 분야의 지역전문가와 ()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원회 추진위원 등 시민단체, 학계, 상공계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한다.

토론회는 주제 발제와 패널 토의 순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를 향한 가덕신공항의 미래 비전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남부권 글로벌 관문공항으로서 가덕신공항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첫 번째 주제 발제에는 이은진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글로벌 관문공항으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덕신공항 2단계 조기 확장 방안 등, 두 번째 주제 발제에는 김재원 신라대 항공대학장이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 구축과 거점 항공사 육성 방안을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패널 토의는 우종균 동명대 국제물류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다. 토론자로 부산시의회 조상진 건설교통위원회 위원, 김율성 해양대 글로벌물류대학원장, 김영록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이상국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국토부의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지역의 공항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가덕신공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진과제와 실효성 있는 정책 방향을 도출한다.

김 부시장은 이번 토론회는 지난달 11일 시가 발표한 가덕신공항 비전과 전략에 대한 후속 논의의 장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가덕신공항 2단계 조기 확장과 세계 50대 메가허브공항을 구현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시는 글로벌 허브도시의 중추 인프라가 될 가덕신공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 그룹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반쪽짜리 설계로 그려진 65000원짜리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는 무제한 정기권이라는 선도적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교통정책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경기도를 배제하면서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127일 부터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시범 사업을 실시한다.시사IN 이명익

123일 서울시가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 기후동행카드판매를 시작했다. 기후동행카드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제외할 경우 62000, 따릉이를 포함할 경우 65000원으로 한 달 동안 서울 권역 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전국 최초로 도입되는 무제한 정기권인 만큼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관심은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판매 개시 이틀 만에 누적판매량 10만 장을 넘어섰다.

하지만 서울 시민만을 위한할인제도가 지속 가능할지 우려도 크다. 기후동행카드는 경기·인천에서 승차하는 시민들의 이용을 제한했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광역버스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2020년 실시된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에서 매일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약 1255000명이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로 묶인 단일 생활·교통권이기도 하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서울시로 나오는 사람들은 다 서울 시민이라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기후동행카드는 이런 오세훈 시장의 기조와 다르게 설계됐다. 서울에서 나갈 때는 쓸 수 있어도,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들어올 때는 쓸 수 없는 반값 할인에 머문다. 지난해 9, 기후동행카드 사업 설명회 이후 경기도 배제논란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김포시·인천시와 협약을 추진했다. 올해 내로 김포골드라인과 김포·인천 광역버스에서도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포시장과 인천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국민의힘 소속이다.

하지만 경기도 측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추가적인 협약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서울시가 통합적인 광역교통정책을 외면하고 지난해에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기습 발표했다. 비판이 일자 경기도 내 개별 시·군과 협약을 맺으면서 사용 범위를 늘리려고 하지만, 대개 실익이 있겠냐는 회의적인 분위기인 걸로 안다.”

게다가 122일에는 K-패스(국토교통부)·The경기패스(경기도인천I-패스(인천시) 등이 올해 5월 시행을 앞두고 줄줄이 공개됐다. 기후동행카드가 독점적인 할인정책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대중교통 지원제도들은 연령·이용 횟수·이용 패턴·거주지 등에 따라 혜택 수준도 다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9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용자들이 매달 자신의 이용 횟수에 맞게 할인카드를 고를 수 있으니 즐거운 선택이라고 표현했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할인 제도가 나온 후에도 기후동행카드가 지속적으로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5월부터 시행될 ‘K-패스. 국토교통부에서 현재 시행 중인 알뜰교통카드의 확대·개편 제도로 교통비 중 일부(일반 이용객 20%, 19~34세 청년 30%, 저소득층 53%, 한 달 최대 60회분까지)를 사후 환급해준다. K-패스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전국 어디에서건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기후동행카드는 경기권과 수도권을 물리적으로 분리한 배타적인서비스다. 교통의 관점에서 서울에서만 적용되는 혜택은, 서울만 고립시키는 정책이 되기도 한다.

강력한 라이벌은 환급형 ‘K-패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제한 이용으로 서비스 폭을 확장해 평소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도 대중교통 이용을 한 번 더 고려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지 하나씩 살펴보자.

기후동행카드는 충분히 저렴한가? 그렇지 않다. 버스 기본요금 15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65000원을 초과해 사용하려면 최소 44회 이상 버스를 이용해야 이득이 된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2022년 서울시민 한 달 평균 대중교통 요금은 71745원이다. 기후동행카드가 6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할인금액은 7000원가량 된다. 그런데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시행 중인 환급형 교통지원책인 알뜰교통카드의 할인 폭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한지민씨(31)는 평일에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고, 주말에도 어학원을 다니기 위해 왕복으로 버스를 탄다. 한 달에 약 56회 버스를 이용하는 한씨의 한 달 교통비는 84000원이지만 알뜰교통카드 이용으로 19600원을 환급받는다(1회 교통비가 2000원 미만일 경우 일반 이용객은 회당 250, 청년은 350원씩 환급받는다). 최종적으로 한씨는 한 달 교통비로 64400원을 지출한다. 그는 비싼 노선을 타거나, 환승 시 추가비용이 많이 붙거나, 주말에도 대중교통을 많이 타는 밖순이여야 기후동행카드로 혜택을 볼 것 같다라고 기후동행카드를 구입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하는 청년이라면 이미 월 최대 약 21000원에서 39000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형인 알뜰교통카드보다 정액제인 기후동행카드의 할인 혜택이 커지려면, 한 달에 60회 이상 버스를 타야 한다.

조삼모사 할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과 10, 각각 버스요금을 300, 지하철 요금을 150원씩 올렸다. 오는 7월에도 지하철 요금을 150원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이 끝나는 630일 직후가 될 확률이 높다. 대중교통 추가 인상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기후동행카드를 생색내기용으로 급하게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문제점들이 드러났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용객들의 촘촘한 편익 계산을 전제로 대중교통 정책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익숙한 행동 대신 새로운 행동을 선택하도록 유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영수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욕구를 수치화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설익은 정책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최소한 인식 조사라도 거쳐야 한다. 계층별·연령대별로 다양한 이용자들이 있는 만큼, 합리적인 통합정기권의 가격대는 얼마라고 보는지,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타려면 어느 정도 할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근거로 토론회라도 거쳐야 했다. 이 과정마저 생략한 채 중앙정부에서 시행하려는 K패스와 엇박자를 내며 서울시가 성급하게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한 것이다.”

이영수 연구위원은 이용 횟수 무제한’ ‘정액제같은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이용 범위와 교통 요금 인상액에 비해 낮은 할인 폭 등 이용자들의 욕구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현재의 설계는 대중교통 이용률 상향에 오히려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봤다.

1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교통네트워크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기후동행카드 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이나 대중교통수단 분담률 상향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독일과 네덜란드 등 유럽의 에너지·기후 현장을 방문하고 온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신제품 출시하듯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할인제도 역시 기후동행카드의 성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고이지선 연구원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핵심 전략은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 시스템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전국 대중교통(지역 간 고속열차 제외) 무제한 이용권인 ‘9유로 티켓을 도입한 독일 사례를 소개하며 독일도 9유로 티켓을 시행하기 전에는 지역에 따라, 버스냐 지하철이냐에 따라, 이용 횟수에 따라 적용되는 요금제가 매우 다양했다. 너무 복잡해서 교통 관련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요금고시를 따로 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용도, 관리도 복잡했던 요금제도는 전국 통합 요금정책인 9유로 티켓 시행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졌고, 3개월이라는 시범 기간에 5000만 장 이상 판매되면서 대중교통 이용률을 25%나 끌어올렸다. ‘기후 티켓을 도입한 오스트리아 역시 전국 단일 할인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개인이 복잡한 셈을 해야 하는 어려운 지원제도가 실제로 시민들의 삶을 바꾼 사례는 찾기 어렵다.

교통 문제는 로컬문제?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도입하면서 자동차 이용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같이 내놓으며 이용자들에게 어긋난 시그널을 내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는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도입했던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를 최근 일부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100인 이상 기업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일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배부하면 교통유발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혜택도 검토 중이다.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혼잡통행료, 주차료, 교통유발분담금 등을 감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액해 그 재원으로 녹색 인프라 확대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이용자의 불편이 더 나은 대중교통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대중교통 할인 지원 정책으로 실제 이용자가 늘어난다 해도 이들을 수용하는 설비와 서비스의 질이 함께 높아지지 않으면 다시 자가용 이용으로 돌아 설 수 있다. 이용의 편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한 교통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고이지선 연구원은 서울시가 대중교통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 승용차·도로·전기차 등에 투입되는 보조금을 대중교통 활성화와 교통약자 혜택으로 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8년 기준 한국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 총배출량의 13.5%를 차지한다. 그중 도로 수송이 96.5%에 이른다.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7.8% 감축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개인의 승용차 수요를 줄이고, 대중교통 혹은 자전거·보행을 중심으로 교통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무제한 정기권이라는 선도적 방식으로 발 빠르게 시범 운영에 들어갔지만, 중앙정부의 교통정책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단일 교통권 지역을 배제하면서 그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서울시와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경기도 관계자 등은 경쟁적 할인 지원에 따른 시민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별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122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교통문제는 굉장히 로컬(지역적인) 문제라며 하나의 정해진 방식이나 틀보다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는 것이 좋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 역시 환급형과 정액형 등 완전히 다른 체계가 있는 상황에서 통합 요금제를 내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3의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고 이제 막 도화지를 펼쳤을 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사인 김다은 기자

나뭇잎이 1.75m3.5억년 전 나무가 발견됐다

미국 지질학자, 캐나다 채굴장서 발견

줄기 뿐만아니라 잎까지 그대로 보존

나무 높이에 비해 크고 한곳에 몰린 잎35000만년전에 지구상에 존재했던 나무 '산포디카울리스'는 나무 상단에 잎이 집중돼 있어 사람의 머리에 있는 머리카락처럼 잎이 있다. 사진은 화석을 분석해 만든 3D 이미지. 팀 스톤시퍼 제공

나뭇잎 하나가 2m에 육박하는 나무가 35000만년전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나무는 다 자라더라도 4.5m에 불과하며 사람 머리에 몰려 있는 머리카락과 병을 청소하는 브러쉬처럼 매우 독특하게 생겼다.

미국 콜비대학 로버트 가스탈도 지질학과 교수는 캐나다 동부 뉴브런즈윅의 채굴장에서 나무줄기와 잎까지 그대로 보존된 나무 화석을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언뜻 보면 야자수나 고사리처럼 보이지만 그 형태가 다르며 진화 시기를 따져봐도 훨씬 앞서 있다. 이 나무 화석은 다른 화석에 비해 줄기 뿐만아니라 잎까지 자세하게 남아 있었다.

가스탈도 교수는 '산포디카울리스'라는 매우 독특한 나무 화석을 국제 과학학술지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에 공개했다. 산포디카울리스는 지질시대 구분에서 고생대 중 다섯번째였던 석탄기에 살았던 나무였다.

가스탈도 교수는 "이 나무가 가늘고 긴 줄기 주위에 거대한 잎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짧은 줄기 길이에 많은 수의 잎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 방식이 놀랍다"고 말했다.

가스탈도 교수는 캐나다 뉴브런즈윅 박물관 매튜 스팀슨 박사와 올리비아 킹과 함께 공동연구를 통해 '산포디카울리스' 나무형태를 3D로 복원했다. 그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잎들이 나무 상단에 밀집해 있다. 연구진은 이 나무가 약 4.5m까지 자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나무는 이제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나무다.

캐나다 동부 뉴브런즈윅의 채굴장에서 발견한 '산포디카울리스' 나무 화석은 가느다란 잎 하나의 길이가 1.75m에 달한다. 매튜 스팀슨 제공

연구진은 이 나무의 모양을 병을 청소하는 브러쉬처럼 생겼다고 표현했다. 나무는 각 부분적으로 보존된 잎이 줄기 주위에 250장 이상이 있으며, 각각의 잎은 최소 1.75m나 뻗어 있다. 직경 16인 나무는 상단부분에 잎들이 몰려 있으며, 최소 지름이 5.5m까지 넓고 촘촘하게 잎으로 덮여 있다.

이 나무는 어떻게 보면 고사리나 야자수 같아 보이지만, 야자수가 나타난 것은 3억년 후다. 가스탈도 교수는 "고사리나 야자수의 잎은 주로 꼭대기에 모여 있고 화석으로 발견된 나무보다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나무가 빛을 최대한 많이 받으면서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을 줄이기 위해 이처럼 독특하게 진화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 나무가 숲에서 큰 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작은 나무들의 초기의 모습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초기 탄소기에 있던 식물들이 다양한 형태나 구조를 실험적으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가스탈도 교수는 "현재 지구 상에서 생존하는 식물과 동물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존재했다""과거 작동한 진화 메커니즘으로 인해 다양한 동물과 식물들이 생겨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나무처럼 희귀하고 특이한 화석은 과거 지구를 뒤덮고 있었지만 진화의 실패로 사라진 나무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monarch@fnnews.com

 

파크골프장 주민이 원한다” vs “해운대수목원 취지 어긋나

수목원 체육시설 찬반 논란

- 부산시, 2단계 부지 18홀 용역

- 축구장 등 7개 종목 시설 들어서

- 파크골프 시설 서부산 쏠림 해소

- 수목 유전자원 보전·전시가 목표

- 환경단체 본연 기능 상실 안 돼

부산시가 해운대구 석대동 해운대수목원 2단계 부지에 대규모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시는 그동안 석대 쓰레기 매립장으로 고통받던 해운대 주민 요청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파크골프 대중화를 감안한 사업이라고 밝혔지만 수목 자원 보전·관리가 주목적인 수목원 설립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시가 해운대구 석대동 해운대수목원에 파크골프장 등 체육시설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인다. 사진은 북구 화명생태공원에 있는 파크골프장 모습.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시는 9165만 원을 투입해 이달부터 4개월간 해운대수목원 파크골프장 조성 실시계획 용역을 실시한다고 5일 밝혔다. 수목원 2단계 사업 부지(213411)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자 25000를 대상으로 한다. 2단계 부지에는 파크골프장과 함께 축구장·테니스장 등 생활체육시설(55000)도 계획돼 있다.

해운대수목원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석대 쓰레기 매립장으로 운영됐던 곳에 있다. 전체 628275규모인 수목원은 총사업비 1131억 원을 들여 1단계(414864), 2단계로 나눠 조성된다. 수목 734종이 있는 1단계 시설은 20215월부터 임시개방했다.

2단계 사업은 202510월 개방을 목표로 조성 사업이 진행된다. 다만 1단계 부지 내 연구 시설 건립 등으로 수목원 전체가 완전히 개방되는 것은 2029년이 될 전망이다.

2단계 사업을 통해 파크골프장을 비롯한 체육시설을 조성하기로 하자 환경단체는 우려했다. 수목원도 공원과 같이 체육시설을 건립할 수 있지만, 조성 근거 법률이 달라 공원과 엄연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공원은 쾌적한 도시생활을 목적으로 지어진 반면 수목원은 수목 유전자원의 보전과 증식, 전시가 목적이다. 이런 곳에 2단계 사업이 진행될 땅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로 체육시설을 조성하면 수목원이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이사는 부산시가 해운대수목원의 기능을 놓고 수목원공원사이에서 중심을 잃은 나머지 체육시설을 대폭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수목원이 있어야 부산시민의 녹색 복지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는 해운대구와 주민의 요청을 받아 검토한 뒤 사업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수목원 내 파크골프장 등 체육시설 조성을 원하는 주민 의견에 공감해 시에 건의했다파크골프장은 상대적으로 환경 훼손 등의 우려가 적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동부산권에도 파크골프장이 필요하다는 파크골프협회의 요구를 시가 어느 정도 감안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2019년 해운대구 파크골프협회 가입자는 205명이었으나 현재 420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구는 비회원을 포함하면 해운대구의 파크골프 실제 이용객은 2000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고령인구가 많은 부산에서는 최근 파크골프 인구가 크게 늘었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부는 파크골프 유행을 타고 부산 전체 파크골프협회 회원 수는 20202000명에서 올해 7600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파크골프장은 화명생태공원 등 서부산권에 집중됐다. 해운대구 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해운대수목원에 파크골프장을 짓자는 탄원서에 주민 3500명이 동의했다. 석대 쓰레기 매립장으로큰 고통을 받았던 주민이 원하는 시설이라면 보상 차원에서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

지반 침하 우려 해운대수목원, 완공 4년 더 늦어진다

부산 해운대수목원이 당초 목표보다 4년 늦어진 2029년 전체 완공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중단된 해운대수목원 2단계 구역과 지난해 5월 개방된 1단계 구역.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가 국내 최대 규모 공립수목원으로 조성 중인 해운대수목원의 전체 완공이 결국 연기됐다. 수목원 주요 시설이 들어설 부지 지반 침하가 우려되면서 애초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어졌기 때문인데, 시는 결국 수목원 완공 목표 시기를 당초보다 4년 늦어진 2029년으로 제시했다. 수목원은 일단 202510월 일부 시설만 우선 개방하지만 핵심 시설이 빠진 반쪽 개방이어서 불편이 예상된다.

부산시는 오는 202912월 수목원 내 필수시설 건축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당초 수목원 완공 목표는 20255월이었으나 지반 침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공기가 늦춰졌다. 수목원 이용시설은 202510월 우선 개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시는 이달 초 필수 시설이 들어설 대체부지 3곳을 선정해 국토부 협의를 앞두고 있다.

해운대수목원은 해운대구 석대동 쓰레기 매립장 628275에 조성되는 국내 최대 도시형 수목원이다. 부산시는 2017년 예산 약 840억 원을 들여 해운대수목원 1단계 조성 사업을 마무리했고 2021년에는 전체 부지 중 414000를 임시 개장했다. 임시 개장 구역에는 치유의 숲구간과 주차장 655면 등이 포함됐지만 건물 등 시설물은 빠졌다. 당시 시의 계획은 2025년까지 체육시설과 연구소, 관리시설 등 수목원 주요 시설물을 나머지 구역에 지어 전면 개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4~5월 진행된 지반조사 용역 결과에서 지반 침하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조사 결과 지반 침하 우려로 해당 구역에 건물을 올리기 어려운 상태로 확인됐다.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부지 특성상 지반이 불안정해 시는 예정된 부지에서 건물을 건립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대체부지 확보에 나섰다.

시는 이달 초 필수 시설이 들어갈 대체부지 3곳을 찾았지만 중앙부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 2029년 완공조차 기약은 없다. 내년 중 해당 부지에 대해 국토부 협의, 낙동강 유역청 협의, 공유재산 심의와 건축공모 등 행정절차가 이뤄진다. 승인이 거부되거나 절차가 길어질 경우 공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추가로 부지를 매입하게 되면 사업비도 커진다. 시는 대체부지 매입에 추가로 약 9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수목원에 투입되는 총 사업비는 1131억 원에 달한다.

핵심시설 건립이 늦춰지면서 수목원은 결국 반쪽짜리로 문을 열게 됐다. 문제가 된 부지에는 연구실, 전시 온실, 방문자 센터 등 핵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핵심시설 건립은 공립 수목원으로 등록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공립 수목원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구실 등의 관리시설과 전시 온실을 포함한 전시시설을 갖춰야 한다. 핵심시설 없이 개방되는 해운대수목원은 완공 전까지 공립 수목원으로 등록하지 못한 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시는 일단 202510월 건축물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민들에게 수목원을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다. 2025년까지 2단계 구역에 생활체육시설과 파크골프장, 꿈의 놀이터 등 녹지공간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지반 침하 가능성이 제기될 당시 시는 2025년 전면 개장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이 때문에 수목원 건립 계획을 무리하게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목원 조성 계획을 둘러싸고 식물 고사, 지반 침하, 침출수 등 잡음도 이어진다. 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시민 이용 시설은 2025년 개장할 계획이라며 빠른 시일 내 대체부지를 확정해 단계적으로 건축물 건립도 완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2023.12.11.

 

사송신도시 개발로 서식지 잃은 고리도롱뇽 현주소

전 세계에서 오로지 한국에서만 살고, 그중에서도 경남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 고리도롱뇽이 서식지 파괴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3년간 사송신도시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고리도롱뇽에게 대체서식지가 생겼다는 내용이 최근 국내 보도됐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여전히 고리도롱뇽이 살아갈 곳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민간생태전문가 김합수 씨는 "고리도롱뇽의 공사장 유입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긴급하게 만든 웅덩이를 가지고 서식지 조성이 끝났다고 여기면 허탈하다"라며 "아파트 경계부에서 사람들도 지나가고 차들도 지나가는데 거기가 어떻게 서식지가 되겠나"라고 26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고리도롱뇽은 몸이 갈색을 띠고 있고, 그 위로 작은 흑색 반점들이 산재해 있다. 몸길이는 약 7~14정도다. 작은 유충, 벌레를 잡아먹고 살며 2~4월 산란기를 맞이하면 계곡에서 아래쪽으로 수직이동해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에 속해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d)' 단계에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지난 3년간 고리도롱뇽 서식지인 경남 양산시 금정산 일대 약 276에 사송신도시를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경남환경운동연합, 부산환경회의,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2년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고리도롱뇽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합수 씨는 "2년 전부터 고리도롱뇽 서식 사실을 알리고 저감대책을 요구했지만 LH는 약 1년 동안 고리도롱뇽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체로 유전자 검사를 해 확인 해보자는 제안도 거절하기에 혼자 사비를 들여 검사지를 받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 양산시청을 찾아가 호소했다. LH는 이후에도 수차례 유전자 검사가 나온 뒤에야 서식 사실을 인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리도롱뇽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담비, ,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 7종의 서식 사실도 확인됐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종이 하나도 없는 곳이라고 평가를 내렸고, 그렇게 원서식지는 다 없어져버렸다"고 설명했다.

서식지를 잃은 고리도롱뇽은 공사장 맨홀, 비닐방수포, 배수구 등에 고립돼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사장 맨홀, 구조물, 배수관, 이음새에 고립된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공혜선 사무국장은 "고리도롱뇽은 알을 낳기 위해 수직이동을 한다. 성체가 산에 살다가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물이 고인 습지에 알을 낳는데, 기존처럼 그렇게 이동을 했다가 공사장에 갇혀 약 2만 마리가 폐사했다"25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공사장 안에 손바닥만 하게 물이 고인다. 예를 들어 공사장에 있는 파란색 방수포에 고인 물에 어미가 알을 낳고 가면 그 안에서 먹을 것이 전혀 없으니까 동족포식이 일어나기도 했다"라며 "성체들은 알을 낳으러 왔다가 배수구 같은 곳에 고립돼 죽어갔다"고 전했다.

지난해 4~7월에는 공사장 내에서 성체 7000여 마리를 구조해 금정산 계곡에 방사했다.

공사장에서 고리도롱뇽을 구조해 금정산 계곡에 방사했다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

올해 봄 산란기를 맞이해 다시 공사장 쪽으로 내려올 고리도롱뇽의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LH는 최근 사송택지개발지구 경계부 내 경관녹지에 20여 개의 임시서식지를 조성했다. 김합수 씨는 이곳이 '대체' 서식지가 아닌 '임시'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합수 씨는 "이곳은 분명하게 임시서식지이고 대체서식지가 절대 아니다. 임시로 조성한 곳이다. 그중 몇 군데는 조치를 취해서 서식을 할 수 있도록 조성을 해볼 수 있겠다 싶은 곳들도 있지만 70% 이상은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다 없어질 곳들이다"라고 말했다.

고리도롱뇽 임시서식지 전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

실제로 임시서식지가 사용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사공혜선 사무국장은 "문제가 있으면 구조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니터링할 분들도 조직이 돼야 하고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2월이면 이동을 시작하고, 3월에 비가 오고 나면 알을 낳으러 내려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공사장과 거리가 있는 곳에 수계를 연결해서 고리도롱뇽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공원을 대체서식지로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마저도 조성된다고 해서 고리도롱뇽의 집이 돼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합수 씨는 "양서류는 원서식지 보전이 최우선이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이전을 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라며 "그렇지만 원서식지가 완전히 파괴된 상황에서 대체서식지라도 만들어서 살릴 노력을 해야지, 파괴됐으니까 이제 고리도롱뇽은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못할 짓"이라고 토로했다.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아메리카 서부 덮친 상반된 극단 기후배경은 같았다

미 캘리포니아에 폭우·칠레선 산불로 120명 넘게 숨져엘니뇨에 온난화 겹치며 북미엔 폭우·남미엔 가뭄 및 화재

5(현지시각) 남미 칠레 중부 비냐델마르 지역에서 산불로 주택 여러 채가 불탄 채 남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메리카 대륙 서부인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와 칠레 중부를 각 폭우와 산불이 휩쓸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양상은 다르지만 두 지역 극단적 기후 배경엔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기온 상승)이 공통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말부터 캘리포니아 남부에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5(이하 현지시각) 오후 10시까지 3일간 로스앤젤레스(LA) 벨에어에 약 300mm. 비버리힐스에 205mm, 패서디나에 160mm 등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돌발 홍수를 동반한 폭우가 캘리포니아 남부에 화요일(6)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지난 48시간 동안 5~10인치(127mm~254mm) 이상의 비가 이 지역에 내린 데 더 해 6일까지 1~3인치(25.4~76.2mm)가 추가로 쏟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캘리포니아 남부 거의 전 지역에 홍수 주의보 및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로스앤젤레스 연평균 강수량이 310mm 가량임을 감안하면 일부 지역에선 사흘 만에 거의 1년치 비가 내린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폭우로 인해 전날 85만 곳이 정전된 캘리포니아에선 5일 오후에도 30만 곳 가정과 기업에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였다. 로스앤젤레스 당국은 5일 오후까지 120곳 이상에서 산사태가 일어 잔해가 퍼졌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북부 새크라멘토, 산호세에선 강풍으로 나무가 쓰러지며 3명이 숨지기도 했다.

남미에선 지난 9일부터 칠레 중부 발파라이소주를 중심으로 타오른 산불 사망자가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로이터> 통신은 칠레 당국이 5일 저녁까지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를 123명으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전날까지 165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발파라이소 서부 해안 지역인 비냐델마르와 인근 킬푸에 지역에서만 14000채의 가옥이 파손됐다. 2010500명이 사망한 지진 뒤 최악의 재해에 직면한 칠레엔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됐다.

전문가들은 북미와 남미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폭우와 화재라는 두 극단 기후가 상반돼 보이지만 기후 변화와 엘니뇨의 결합이라는 공통 배경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상학자들이 태평양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캘리포니아 폭우를 유발한 대기천 현상이 강력해졌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온난화로 더 높아진 기온과 엘니뇨로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진 바다가 대기천에 더 많은 수분을 공급해 준다는 것이다. 엘니뇨 시기에 일반적으로 미국 남부 지역엔 더 많은 비가 내린다.

대기천은 대규모의 수증기가 가늘고 긴 띠 모양으로 흐르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너비는 수백 km, 길이는 수천 km에 이른다. 열대 지역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더 서늘한 곳으로 이동하며 형성되며 이번 캘리포니아 폭우를 불러 온 대기천은 하와이 인근에서 생성돼 미 서부로 올라오는 일명 '파인애플 특급'으로 통상 이 지역 강수량 30~50%를 공급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칠레 산불도 강한 엘니뇨와 기후 변화로 인한 장기적 육지 및 해수 온도 상승이 결합된 가운데 나타났다고 짚었다. 지난달 3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기온은 37.3도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112년 동안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이었다. 인근 아르헨티나와 남미 콜롬비아도 폭염과 씨름 중이다. 세계기상기구는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던 지난해보다 작년에 발생한 엘니뇨의 효과가 발현되는 2024년에 더위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칠레의 경우 최근 10년간 가뭄에 시달려 와 폭염과 건조한 기후가 결합돼 화재가 번지기 쉬운 조건에 있었다. 폭염은 건조한 초목을 더 건조하게 만들어 불이 더 잘 붙게 한다. 이에 더해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칠레 중부에 건조한 기후를 가져온다. 여기에 지난해 칠레에 내린 이례적 폭우가 초목 성장을 촉진해 더 많은 땔감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림 전문가인 에드워드 미차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교수는 <AP> 통신에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는 더 더워진다. 이는 식물이 더 많은 수분을 증발시키고 토양이 더 건조해짐을 의미한다""토양이 건조하다는 것은 불이 더 뜨겁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이 더 심해졌고 특히 올해 남미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아마존 유역에 역대 가장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고 아마존에 가뭄이 들면 남미 남부 강우량이 줄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에 정부 등이 미처 대비하지 못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이 또한 캘리포니아의 경우 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과 관심이 쏟아졌지만 온난화로 인해 연이은 큰 폭풍이 발생할 확률 또한 높아지고 있는데 관련 위험은 과소평가 돼 있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 캘리포니아대 로스엔젤레스 캠퍼스(UCLA) 기후과학자 대니얼 스웨인이 "우리는 온난화 기후에서 홍수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우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효진 기자 | 프레시안

에너지 전환, 스웨덴의 길과 덴마크의 길

2024년에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계획은 변함없이 재생에너지 배제, 원전 친화 정책기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안보 강화, 원전 생태계 조기 완성 등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시스템 구현이라는 목표 아래, “원전 생태계 복원 조기 완성을 위해 원전 분야 예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원전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수주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원전 생태계 강화를 위해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등을 위한 예산배정에 중점을 뒀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명시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은 없었다.

사실 재생에너지 대신 원전을 선택한 정부의 산업전략은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일관되게 추진해 온 몇 안 되는 전략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정책결과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3기가와트(GW)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지난해 태양광 신규 설치 실적이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실적 가운데 가장 낮다. 반면 지난해에 독일은 14기가와트, 미국은 33기가와트, 그리고 중국은 무려 200기가와트가 넘을 정도로 주요국들의 태양광 신설 규모는 사상 최고를 갈아 치우고 있는 중이다.

기후대응 차원이나 산업정책 면에서 볼 때 이는 글로벌 추세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1.5도씨 이하로 지구 온난화 수준을 제한하기 위해 제시한 에너지 전환전략에 따르면, 전 세계 발전량 기준으로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은 핵발전의 4, 그리고 2050년까지는 무려 9배가 돼야 한다. 신규투자금액을 기준으로 봐도 재생에너지는 핵발전의 약 10배 가까운 글로벌 투자 비중을 2050년까지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한마디로 핵발전에 비해 재생에너지가 기후대응뿐 아니라 시장성 측면에서 봐도 10배 정도 규모가 크다는 얘기다.

이 시점에서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했을 때 북유럽의 두 복지국가, 스웨덴과 덴마크가 걸었던 전혀 다른 선택을 새삼 주목해 볼 만하다. 먼저 스웨덴의 경우 당시 석유가격이 급등하자 대안으로서 지금의 윤석열 정부처럼 원전건설을 선택했다. 그 결과 스웨덴은 전력생산 비중에서 2018년까지 원전이 무려 42%에 이를 정도로 커지게 됐다. 그나마 최근에는 풍력발전의 대대적 증설로 겨우 30% 밑으로 떨어졌다.

덴마크는 달랐다. 덴마크는 원전 거부를 처음부터 명확히 했을 뿐 아니라 1985년에는 아예 정부가 원전건설계획 자체를 금지했다. 대신 당시에는 거의 백지상태였던 풍력발전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이전부터 덴마크가 특별한 풍력기술이나 관련 기업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덴마크 풍력의 역사는 사실 1978년 트빈드(Tvind) 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힘을 합쳐 제작했던 트빈드크래프트(Tvindkraft)’라는 풍력터빈에서 시작됐다. 지금껏 작동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풍력발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 풍력에너지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으로, 과학 및 엔지니어링 커뮤니티에서 여전히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및 국가의 발전과 공동체 및 결의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고 지금도 소개된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프로젝트는 곧 전설적인 풍력 기술자 헨리크 스티에스달(Henrik Stiesdal)에게 영감을 줘 현대적인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모델을 만들도록 했으며, 세계 1위 덴마크 풍력터빈 기업 베스타스(Vestas) 같은 기업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도 덴마크는 전력생산에서 풍력이 절반을 넘는 5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만 원전은 없다.

또한 베스타스 오르스테드와 같은 세계 굴지의 풍력발전기업을 보유하면서 세계 풍력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오일쇼크로 에너지 전환을 강요받던 45년 전에 덴마크가 원전 대신 풍력을 선택한 결과 풍력산업의 세계적인 선두국가가 됐지만, 스웨덴은 아직까지 원전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전 비중을 줄이려 악전고투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과연 스웨덴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매일노동뉴스

국토부, 11조원 규모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턴키' 방식 추진 2024.02.01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부지조성공사 입찰방법(11조원)을 심의했다고 1일 밝혔다.

이날 중앙건설기술심의위는 가덕도신공항 건설공사의 입찰방법과 국가건설기준 등 설계평가, 건설기술정책 등을 심의했다.

그 결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활주로 조성을 위한 토목, 항공등화시설을 위한 전기, 항행안전시설을 위한 통신 등 여러 공종이 포함된 복합공사로서 공사기간 단축 필요성과 스마트 건설기술 적용계획을 인정받아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원안 의결됐다.

또한 해상에 방파제를 설치하고 부지조성 후 활주로를 설치하는 난도가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공사임을 고려해 낙찰자 결정방법은 가중치기준 방식으로 결정됐다. 가중치 기준 방식은 설계점수와 가격점수에 가중치를 부여해 각각 평가한 합산점수가 높은 자를 낙찰자로 결정하게 된다.

아울러 부지조성공사는 토석채취→연약지반 처리→방파제설치→해상매립→육상매립→활주로 설치 등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단일공구로 추진하며,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덕 활주로 2본 조기 확장안 관철거점항공사 육성해야

부산시·시의회 첫 전문가 토론회

- 신공항 2단계 신속 추진 공론화- 구체적 경쟁력 강화안 머리 맞대

- 중추공항으로 위계 재분류 지적- 장기적 목표 설정 종합계획 주문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활주로를 하나 더 추가(2 활주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국제신문 지난달 12일 자 1·3면 등 보도)하는 가운데 시와 시의회가 시민사회 여론 조성에 나섰다. 시와 시의회는 시민사회의 염원을 모아 가덕신공항 2단계 조기 확장 계획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주최한 가덕도신공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6일 부산시청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우종균 동명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김재원 신라대 항공대학장, 이은진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상진 부산시의회 의원, 김율성 한국해양대 글로벌물류대학원장, 이상국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영록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이원준 기자

시와 시의회는 6일 시청에서 가덕신공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2029년 가덕신공항 개항 직후 활주로 1본을 추가 건설하는 2단계 확장 방안 등을 담은 시의 가덕신공항 비전과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한 이행 방안을 찾기 위해 각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시민에게 이를 알린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해 12가덕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고시된 이후 가덕신공항 경쟁력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첫 전문가 토론회다.

김광회 시 경제부시장은 이번 토론회는 지난달 시가 발표한 가덕신공항 비전과 전략에 대한 후속 논의의 장이다. 토론회를 계기로 가덕신공항 2단계 조기 확장과 세계 50대 메가허브공항을 구현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시의회, 전문가, 지역사회와 긴밀히 소통해 글로벌 허브도시의 중추 기반으로 가덕신공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공 개항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박중묵 시의회 부의장은 부산은 단순한 여객 공항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부권 광역 경제권의 핵심 기반이 될 공항을 원한다.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으로는 이 같은 염원을 담을 수 없다.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암스테르담 등 세계적인 허브 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본계획을 보완할 청사진이 필요하다시와 시의회, 시민사회가 모두 힘을 모아 가덕신공항 2단계 조기 확장 방안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은진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관문공항으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방안주제발표를 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국토부의 기본계획에는 가덕신공항의 미래상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덕신공항의 영향권 범위를 동남권으로 한정하고 항공수요 역시 보수적으로 예측했다. 인천공항의 경우 세계 톱3, 1억 명 수용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가덕신공항의 위계를 중추공항으로 재분류하고 제2 활주로 건설을 조기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활주로 추가 건설을 위해서는 1단계 준공과 연계해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공항의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2단계 조기 시행을 위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신라대 김재원 교수는 글로벌 항공네트워크 구축 및 거점 항공사 육성 방안주제발표를 통해 가덕신공항의 성공 개항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거점항공사를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 토의는 동명대 우종균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부산시의회 조상진 의원과 김율성 한국해양대 글로벌물류대학장, 김영록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이상국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토론자로 나서 가덕신공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진과제와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차가운 겨울이 그리운 설원의 눈물

주말을 맞아 아들과 스키장에 다녀왔다. 숨 막혔던 일상에서 탈출하듯이 빠져나와 하얀 설원 위에 서 있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이곳 설원 위에 몸을 맡긴 대다수 사람이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여느 때와 같이 리프트를 타고 능선을 오르는 순간 흔치 않은 광경을 발견했다. 깊은 계곡 사이로 눈이 녹아 시내가 되어 흘러내려 가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능선에 쌓여 있어야 할 눈이 녹아내린 것이다.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기에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사실 크게 놀라운 광경은 아니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는 전 지구의 겨울 기온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곳 강원도의 산골짜기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본능으로 데이터를 살펴보니 스키장이 있는 이곳 평창의 겨울철 낮 기온은 연간 약 0.1도 즉 10년에 약 1도 이상 증가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는 스노팩(snowpack)의 감소가 심각한 사회·환경·경제·정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서 스노팩이란 하늘에서 눈이 내려 땅에 쌓여 있는 것을 말하는데 날이 추우면 내린 눈이 녹지 않고 매번 새로운 눈이 내릴 때마다 켜켜이 쌓여 더 두꺼워진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눈이 내리지 않거나 날이 따뜻해 내린 눈이 금방 녹으면 스노팩의 두께가 얇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과 북미에서는 스노팩의 두께가 줄어드는 것을 왜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것일까? 사람들이 스키를 타지 못하게 될까 걱정돼 그런 것일까? 물론 그것도 매우 중요한 사실이지만 스노팩의 감소는 스키라는 인간의 레크리에이션을 넘어 지구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진 눈이 또 다른 기후변화를 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흔히 스키장이 있는 지역은 전 세계 어느 곳이나 기온이 낮다. 그건 바로 알베도(albedo) 즉 지면반사효과 때문이다. 눈처럼 표면이 하얀색인 물질은 보통 반사율이 높다. 태양에서 들어오는 빛을 많이 반사하기 때문에 지표면으로 들어오는 에너지 자체가 작다. 그래서 눈으로 덮여 있는 북반구 고위도 지역이나 고도가 높은 산에서는 태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적게 흡수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눈이 없는 지역에 비해 지표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에너지가 적어 기온이 낮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추운 곳에 스키장을 만들면 슬로프의 하얀 눈이 태양 빛을 반사해서 주위를 더 춥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눈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기온이 올라가 눈이 녹기 시작하면 눈이 많이 덮여 있을 때보다 지표면이 태양 빛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위가 따뜻해진다. 정리하면 온난화로 눈이 녹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녹은 눈이 다시 온난화로 이어지는 양의 피드백(되먹임)이 걸려 그 지역이 더 따뜻해지는 것이다.

스노팩 감소 땐 생물다양성 위협

스노팩이 감소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생물다양성의 위협이다. 눈이 사라지는 것과 생물다양성은 다소 동떨어진 문제처럼 보이지만 아주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 눈은 추운 겨울 땅이 식지 않게 도와주는 담요 역할을 한다. 보통 우리가 한겨울에 담요를 몸에 걸치고 있을 때 따뜻한 이유는 담요가 열을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체온에 의한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눈이 두껍게 덮여 있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눈 위 공기보다 땅속 기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혹한의 바람이 매섭게 불어도 땅속은 따뜻한 온실 같은 것이다. 이렇게 눈 아래 땅속이 따뜻하면 매서운 추위의 칼바람이 불어 나무를 공격하더라도 뿌리는 안전하게 보호되어 나무가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눈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포유류 같은 경우 눈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스노팩이 줄어드는 지역은 빈번한 산불이 발생하여 생태계 전체의 구조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지금까지 열거한 사실만으로도 생물다양성에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생태계서비스 관점에서 인간이 스노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수자원 확보와 관련이 있다. 언젠가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이 눈을 모아서 식수로 쓰는 장면이 나왔다. 사실 한국은 눈을 수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기에 이렇게 방송에서나마 흥미로운 장면으로 보게 되지만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의 스노팩은 수자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수, 산업에 제공할 산업용수, 농사에 이용할 농업용수의 확보를 위해서 올해 겨울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리고 쌓이는가가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스노팩을 통한 수자원의 확보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큰 캘리포니아는 현재 심각한 기후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수자원의 주요 공급원인 스노팩의 감소가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중 한 예가 산불이다. 도시 하나를 집어삼킨 산불이 발생했지만 스노팩의 감소로 인해 하천, 호수, 지하수의 양이 줄어들면서 불을 끌 수 있는 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토에 갇혔던 온실가스도 큰 문제

1960년대 후반부터 하늘 위에서 지구의 눈 덮임을 모니터링한 인공위성 자료를 보면 북반구 지역 눈의 양은 감소하고 있다. 만년설인 지역이 사라질 뿐 아니라 현재 지구 면적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계절성 눈 지역 한국과 같이 겨울에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의 적설량 또한 줄고 있다. 이처럼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스노팩의 감소도 충분히 심각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전망을 보면 더 암울하다. 아주 일부 추워지는 지역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지구는 따뜻해지고 있다. 특히 겨울은 더욱 그렇다. 공기가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젖은 눈이나 비의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연구에 따르면 2100년까지 알프스의 눈 70%가 사라질 것이라 보고되었다. 여기서 일부 사람들은 알프스에 눈이 녹아서 나무가 더 잘 자라고 식생의 면적이 늘어나면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분명히 틀린 얘기다.

알프스처럼 거의 만년설로 덮여 있는 지역은 땅도 거의 얼어 있다. 바로 동토층이다. 북반구 고위도에만 동토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티베트나, 알프스처럼 고도가 높은 지역은 땅이 얼어 있기에 동토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눈이 녹은 지역에서 나무와 풀 같은 식생 활동만 활발해지면 좋겠지만 동토가 녹으면 그동안 동토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들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메탄의 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건 화석연료를 태워서 나오는 온실가스와 달라 인간이 통제할 수 없기에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기후변화 관점을 넘어 앞에서 언급했던 눈의 중요성을 살펴볼 때 알프스의 눈 70%가 사라진다면 분명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알프스의 스노팩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식수난, 아름다운 알프스산의 나무, 동물들 많은 것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물론 유럽과 북미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한국 또한 쌓여 있는 눈을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뜨거워진 겨울은 다시 차가워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아름다운 설원을 다시 못 볼 것이 자명하다. 어쩌면 내가 목격한 깊은 계곡의 시내는 차가운 겨울이 그리운 설원의 눈물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눈물은 기후변화를 막아달라고 설원이 우리에게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설원의 눈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경향

한국환경회의, 300명 현역의원 대상으로 22대 총선 낙천 명단 발표

- 낙천 대상자 30명 선정하고, 이중 중점 낙천 인사 3명 선정

46개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21300명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22총선 낙천 대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우선 환경 악법 대표 발의 건수를 기본 배점으로 두고 기후위기의 표상인 신공항 관련 법률, 1회용품 정책의 전면적인 후퇴인 자원 재활용 관련 법률, 국토 난개발의 신호탄인 강원특별자치도법 등을 중점법안으로 상정해 가중치를 줬습니다. 환경 악법은 한국환경회의 주요 단체들이 문제 법안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확정했습니다.

이상의 과정으로 2점 이상인 의원 29명을 낙천 대상자로 선정했고, 여기에 환경단체를 괴담 유포단체로 왜곡 선전한 하태경 국민의 힘 시민사회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추가했습니다. 30명 낙천 대상자 중 주요 낙천 인사를 별도로 꼽았습니다. 주요 낙천 대상자는 국회의원은 임이자, 하태경, 허영 등 3명입니다.

임이자 의원(국민의 힘)은 경유 자동차 판매 금지 유예 법안, 화학물질 관리 완화 법안, 환경영향평가 완화 법안 등 환경규제 완화를 본격화하는 환경 악법 다수를 대표 발의하고 문제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태경 의원(국민의 힘)은 환경단체의 합리적인 지적과 문제 제기를 사실과 다르게 편집해서 괴담 유포단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힘시민사회선진화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독립적이고 자생적인 시민사회의 본질과 특성을 무시하고 왜곡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허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토 난개발의 포문과도 같은 강원특별자치도법을 대표 발의함으로써 강원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국토의 난개발을 불러온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또 지역개발을 위해선 설악산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법적 보호지역에 대한 몰이해와 구시대적 정책 감각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한국환경회의는 이번에 발표하는 22대 총선 낙천 대상자를 대상으로 2024총선시민네트워크에서 본격적인 낙천운동과 낙선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아동친화도시살면서도 몰랐네

202355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한 가족이 우의를 입고 동물원으로 향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국내 아동친화도시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자녀를 1~2명씩 두고 있는 40대 중반 아빠 8명에게 물었다. 거주하는 곳은 강원 원주, 경기 고양·용인, 서울 강동·동대문·마포·송파(2) 등이다. 모두 모른다고 했다. 그냥 모르는 정도가 아니다. “아동친화도시를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이번엔 모 육아카페 회원인 엄마 8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거주지는 모두 서울의 한 자치구로 동일하다. 마찬가지다. 아동친화도시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은 가지만, 국내에 그런 도시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아동친화도시는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 또는 지역 거버넌스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으려면 협약에서 제시하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례와 전담조직 등 10가지 구성요소를 갖춰야 한다. 인증을 받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도 많고, 지속적인 이행 여부 등에 따라 재인증도 받아야 하는 등 인증받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8명의 부모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강원 원주, 경기 고양을 제외하곤 이들이 살고 있는 도시(지자체)가 이미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원주와 고양시도 조례 제정 등 인증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는 아동친화도시가 꽤 많다. 131일 기준 전국 92개 지자체가 인증을 받았다.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273)33.3%가 아동친화도시라는 얘기다. 여기엔 대도시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33개 지자체는 인증을 추진 중이어서 향후 아동친화도시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해봐야 한다. 아동친화도시가 이렇게나 많은데 왜 우리는 잘 알지도, 체감하지도 못할까’. 아동친화도시는 매년 늘고 있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2013년 국내 첫 유니세프 인증 아동친화도시가 탄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아동의 권리가 보장되는 당연한시대를 넘어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한 공간·도시·사회로의 확장을 위해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아동참여, 친화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권 신장에 기여한 아동친화도시

국내에서 아동권이 주목받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단적으로 1991년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고도 30년 넘게 이를 명문화한 법률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심각한 아동 학대나 살해 등 범죄가 일어났을 때 파편화된 관련 법령들을 덕지덕지고치는 식이라며 아동복지법이 복지에 관한 사무 외에도 협약을 반영한 법인 양 개정을 거듭한 끝에 비대해진 이유라고 말했다. 협약을 명문화하겠다며 여야가 지난해 발의한 아동기본법안은 기약 없이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부처별로 제각각이던 아동정책을 통합해 국가 차원에서 아동기본정책기본계획을 처음 마련한 것도 2015(1차 계획)으로 약 8년 전이다.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실시한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선 대한민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결핍지수OECD 국가 중 월등하게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1차 계획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권고하는 아동권 보장과 신장 측면에서 작성된 최초의 종합 계획이기도 하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인증을 위해 준수해야 할 유엔아동권리협약 4대 핵심 기본원칙 /유니세프 홈페이지

정부가 아동과 아동권에 대한 주먹구구식 대응을 하는 동안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여론을 환기시킨 건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크고 작은 비정부기구(NGO)와 수많은 무명(無名) 활동가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의 경우 조례로나마 협약을 명문화하고, 지자체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직과 절차를 갖게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규격화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아동권 신장 노력을 사실상 유니세프가 대신 맡은 셈이다. 정부는 1차 기본계획에서 아동친화도시 확산을 적극 지원하고, 아동친화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도록 매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서울 성북구를 시작으로 올 1월 서울 마포구까지 매년 평균 9.2개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현재 인증을 받은 지자체 중 72곳은 현재 아동정책전담조직을 운영 중이다. 인증추진 지자체를 포함해 아동권리전담인력을 둔 지자체 수가 118, 아동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구를 둔 지자체 수가 103곳에 달한다. 인증 지자체에선 아동권리독립기구 운영을 통해 아동권리침해사례를 조기 발굴하고 구제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류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아동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던 지자체 행정체계에 아동 의견을 듣기 위한 전담부서가 신설됐고, 중앙정부에 아동친화정책팀이 생기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인증 지자체 내 아동들이 느끼는 인권존중정도’(아동인권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정도)도 과거에 비해 2.45배가량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아동친화도시는 늘었는데 아동친화공간은 부족

아동친화도시 인증이 늘면서 아동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관심도 높아졌지만 이를 일상에서 체감하는 건 쉽지 않다. 아동이나 부모 입장에선 막상 노키즈존(No Kids Zone)’과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아동친화도시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노키즈존을 둘러싼 숱한 논쟁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시정 권고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노키즈존은 약 5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아동인권단체들은 추정 중이다. 국내의 경우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는다는 것이 곧 물리적 공간의 관점에서 도시가 아동친화적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아동을 동반한 국내 가족단위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제주도가 노키즈존이 가장 많다는 점과 현재 제주도가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아동들이 여가와 문화를 즐길 권리, 쉬고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4대 기본 원칙 중 하나인 발달권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매번 실태조사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대요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온 어른들이 고민을 안 한 건 아니다. 도심에서 아동친화적인 공간을 찾고, 만들고, 바꾸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수원시 탑동에 조성된 1867(567) 규모의 서낭재 어린이공원’. 어린이 참여를 통해 3개의 연속된 대형 슬라이드(미끄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수원시 제공

지자체 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아동친화형 놀이터(쉼터)나 어린이공원 조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 성북구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계기로 아동·청소년을 위한 놀터·쉼터 등의 활동공간을 11곳 조성해 운영 중이다. 시설 계획 단계부터 운영까지 아동·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청소년들이 제안한 놀이터의 이름인 ㅁㅁ(미음미음)’없을 무()’라는 뜻과 비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채울 수 있다는 의미를 더해 만들었다. 각 청소년 놀이터는 10~20명으로 구성된 청소년운영위원회가 매달 회의를 연 뒤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산이 필요한 사업 역시 아동과 청소년, 보호자의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공개적인 과정을 거쳐 집행된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창의어린이 놀이터라는 놀이터 환경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모래, , 목재 등 자연재료로 공간을 조성해 아동의 정서발달과 창의력 발달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지역주민 공모 방식을 통해 사업대상을 선정한 뒤 기획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 아동, 마을활동가들이 참여한다. 2019년까지 91개의 놀이터가 리모델링됐고, 18개의 놀이터가 신규 조성됐다. 경기 수원시 서낭재 어린이공원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인근 학교 학생들이 조별 수업과 과제수행을 통해 현장답사, 토론, 모의 공원 모형 제작 등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조성한 사례다.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별 아동친화형 놀이터·어린이공원 사업은 일정 부분 한계를 갖는다. 주로 리모델링하는 형태이다 보니 절대 면적에선 기존과 별 차이가 없고, 드문드문 조성돼 공간의 연결·연속성이 떨어진다. 서울시정연구원이 2020년 시내 어린이 놀공간을 파악해보니 아동인구 1인당 놀공간 면적3.06였다. 1(3.3)이 안 된다. 이마저도 자치구별로 편차가 커서 광진구(1.83)와 노원구(4.21)는 갑절 이상 면적 차이가 났다. 놀이터가 주로 아파트단지 위주로 조성되다 보니 대단지 밀집지역에 반해 저층 주거지 밀집지역은 상대적으로 놀공간이 부족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시정연은 서울 어린이 놀공간의 상당수는 사유화됐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아동 고려·참여 필요

독일 최초의 놀이도시를 표방한 그리스하임에서 아동들이 거리마다 조성된 아동친화형 구조물과 보행표시물 등을 이용해 놀이를 즐기고 있다. 국토연구원 제공

해법으로 도시계획 단계부터 아동친화요소를 고려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아동을 배려한 주택 설계부터 시작해 동선의 편의와 안전성을 감안한 거리와 도로, 친화공간 조성 등 그야말로 아동친화도시를 짓자는 제안이다. 이 과정에서 아동의 요구와 수요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아동의 도시계획 참여는 필수적이다. 아동이 성장하는 공간을 포함한 주변 환경의 여러 가지 여건이 아동의 발달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하며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도 이미 입증됐다.

김도형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동친화도시가 아동의 안전한 환경을 보장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공간을 의미하므로 조성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아동친화적인 도시계획이 필요하다아동의 의견이 도시계획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전문가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도 아동친화도시를 넘어 아동친화사회구축을 목표로 도시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지침서가 2020년 발간한 <아동친화적 공간 계획 및 조성 안내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2022년 건축공간연구원과 함께 소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아동친화주거공간으로 개발해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동친화·참여 도시계획이 국내에서 시도된 적은 아직 없다. 해외에선 사례가 있다. 국토연구원의 최근 연구보고서(‘아동이 참여하는 지역개발: 독일 사례를 중심으로’)를 보면 독일 연방주 중 한 곳인 라인란트 팔츠는 1999년부터 도시나 지자체에서 추진할 수 있는 아동 참여 도시계획 기법 개발해 적용 중이다. 독일의 도시 그리스하임은 최초의 놀이도시를 표방하며 도시 전체를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등·하굣길과 다양한 놀이 장소에 대한 관점을 어른들이 아동과 함께 실제 현실로 구현해냈다. 베를린시는 아동의 참여를 통해 추후 놀이 및 여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구도심을 지정해 아동친화지역으로 단계적인 구역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이우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동친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도시 및 지자체가 공간 계획적 차원에서 아동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지침서를 개발해 제공하는 일이 우선 중요하다정부도 국토종합계획에 아동친화요소를 반영하고, 아동정책기본계획·아동정책조정위원회 등에 국토부가 참여하도록 하는 등 유관부서가 통합적인 정책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런던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워싱턴포스트(WP)CNN에 따르면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영국 아마추어 사진사인 니마 사리카니가 출품한 얼음 침대’(Ice Bed)‘2023년 야생 사진사 최고인기상으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세계각국 군 관련 온실가스 쉬쉬추정치는 러시아 배출량과 맞먹어

Q. 군사 부문 온실가스 얼마나 되나요?

지난해 129,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활동가들이 기후 정의와 휴전을 위한 글로벌 행진이라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두바이/EPA 연합뉴스

A.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군사부문 온실가스를 제대로 측정·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이를 보고하는 것도 의무는 아닙니다.

202211, 영국 시민단체 분쟁과 환경 관측소’(CEOBS)와 영국에 기반을 둔 과학단체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SGR)군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에는 군이 직접 연료를 연소해서 배출하는 직접 배출량(스코프1)과 군이 구입한 전력과 열을 만들 때 나오는 간접 배출량(스코프2)을 더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5tCO2eq(이산화탄소환산량)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군 공급망을 통한 배출량(스코프3)까지 포함하면 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총 275천만tCO2eq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전 세계 배출량의 5.5% 수준으로, 국가로 치면 중국(2022년 기준 1568500tCO2eq)과 미국(601700tCO2eq), 인도(394300tCO2eq) 다음입니다. 6위인 러시아(258천만tCO2eq)와 배출량이 비슷합니다.

이 단체들이 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해야 했던 이유는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사국들은 1997년 교토의정서를 체결하며 군사 부문 보고를 빼기로 했고, 2015년 파리협정에서는 자발적으로 보고하자고 합의했습니다. 군과 군사활동 정보를 공유하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영국 시민단체 분쟁과 환경 관측소’(CEOBS)가 전 세계 군사비 지출 20대 국가의 군사비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보고한 배출량을 정리하고 이에 대해 평가한 내용. 녹색연합 제공

실제 분쟁과 환경 관측소가 20226월 전 세계에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는 상위 20개 국가의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리한 보고서를 보면,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이스라엘, 브라질, 튀르키예, 이란, 폴란드 등 8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단체는 지난해 1130일 분석 내용을 업데이트하면서 흥미로운 점은 아일랜드와 일본, 뉴질랜드는 모두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군사 배출량을 보고하지 않았지만, 자국 국방부 보고서에는 군사 부문 배출량 일부를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나라들이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국제 보고 면제를 활용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한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보고하는 군사 부문(1A5 미분류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1990~2020). 2022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갈무리

일부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보고한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1에이(A)5 미분류부문항목에 기재됩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2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1에이5 미분류부문배출량은 3115tCO2eq(2018)2941tCO2eq(2019)2907tCO2eq(2020)입니다. 보고서에는 간접배출량(스코프2)은 제외돼 있다고 쓰여 있어, 사실상 군의 직접 배출량만 보고하고 있는 셈입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지난 5일 한겨레에 우리나라 군의 시설 및 수송 과정에서 배출하는 양이 얼마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요구에 맞춰 보고 내용을 작성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은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군사 부문의 배출량을 거꾸로 환산하면 우리 군이 얼마나 많은 탱크를 가지고 있는지 같은 국가 기밀로 연결될 수가 있다어떤 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군사 부문으로 따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전체 에너지 통계를 기반으로 배출량을 환산하는 만큼, (별도로 공개하지 않지만) 군 부대 내 배출량이 전체 통계에는 잡혀 있다고도 했습니다.

우리 군은 2021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탄소중립 정책 추진방안이라는 용역보고서를 통해 처음 군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1+스코프2)을 산정한 적이 있습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이 용역보고서 요약본을 보면, 우리 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2020년 사이 3773892tCO2eq3469815tCO2eq3504685tCO2eq3884373tCO2eq 수준이었습니다. 2020년 보고 내용을 보면, 육군이 1588112tCO2eq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공군(1338206tCO2eq), 해군(854206tCO2eq), 해병대(103849tCO2eq)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2020년 군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대상인 전국 783개 기관의 전체 배출량(370tCO2eq) 보다 많았습니다.

녹색연합 관계자들이 202284일 오전 서울 중구 성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과 그 문제점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런 군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식 통계로 관리되고 있지 않습니다. 위에 제시된 2017~2020년 통계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현황 파악을 위해 일회적으로 연구용역을 준 것일 뿐입니다. 국방부는 지난 6그 이후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투명하게 보고·추적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기로 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군사 부문 계획은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현장에 가자전쟁을 연상케 하는 폭격 장면과 비슷한 모양의 아름드리 나무 이미지가 나란히 배치된 대형 그래픽이 설치돼 있다. 이 그래픽에는 군사비 10%를 기후 기금으로!’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다. 환경재단 제공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가운데, 전 세계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며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자료를 보면, 2021(21130억달러, ) 처음으로 2조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22년에는 22400억달러(2900조원)로 더 불어났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모든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연간 비용(2조달러)보다 더 많은 금액입니다.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군사비로 쓰이는 천문학적 금액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쓰지 않고도, ‘1.5도 목표가 가능할 지 의문입니다.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위기의 시대, 한숨 나오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

[진단] 인구감소-기후위기 등 생존 걸린 의제 수두룩... 신중함의

언뜻 보면 세계가 다시 '열전의 시대'에 돌입한 듯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곧 만 2년을 맞고, 하마스의 미사일 공격이 촉발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시민 살육도 끝날 기미가 안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세계 유수의 국제문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다음의 유력한 전쟁 발발 후보지로 대만과 한반도를 꼽고 있습니다.

눈 떠 보니 이제까지 먼 지역,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전쟁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는 것 같아 살이 떨립니다. 어떡해서든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꾀하는 게 가장 긴급한 과제임을 새삼 확인하는 새해 벽두입니다.

점증하는 한반도 전쟁 위기, 미국이 전쟁 막아주길 바라는 역설

지난 130, 북한이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위협(전쟁)은 능력과 의도의 함수관계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능력이 있어도 의도가 없으면 전쟁 가능성은 떨어집니다. 반대로 의도가 있다고 해도 능력이 없으면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의 군사력 밀집 대치 지역인 한반도는 객관적으로 볼 때, 세계 어느 곳보다 위협 능력이 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서로 의도를 제한해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 당국 간 대화나 회담, 각종 합의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해왔던 거죠.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집권 이후 남북 사이에 적대적 의도를 제한하는 수단을 하나씩 제거하고 해체해왔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라는 어설픈 도그마를 앞세운 채 말입니다. 지금은 남북 간에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져도 이것을 완화하거나 방지할 장치가 하나도 없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 남북 간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이 그 절정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미국이 쥐고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를 주장해 왔던 진보권에서조차 한반도 전쟁 방지를 위해 기댈 곳은 전작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밖에 없다는 역설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미중 패권 전쟁, 미국 내전(11월 대통령 선거전)이라는 4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또 하나의 전쟁이 터지는 걸 감당할 수 없으므로 적극적으로 전쟁 방지에 나설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과 함께 말입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한반도에서 위기 지수는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작용으로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절대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더 심각한 전쟁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나라는 총칼을 앞세운 남북 간의 무력 전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쟁에 먼저 고꾸라질지도 모릅니다.

감염병, 인구소멸, 기후위기 등 보이지 않는 적이 더 큰 문제

1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대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뭐길래,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고 물을 수 있을 겁니다. 아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2019년 초부터 3년 여 동안 우리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옥죄고 괴롭혔던 코로나 감염병입니다. 그거 이제는 다 끝난 일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코로나가 끝났다고 역병이 완전히 종식된 건 아닙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역병은 인간이 지금과 같은 성장·개발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새로운 형태로 끊임없이 출현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가장 크게 당면하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도 보이지 않는 전쟁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파괴력이 전쟁과 감염병, 기아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인구 5000만 명의 나라가 2075년에는 지구상에서 '완전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영국의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이 나오는 판이니, 원자폭탄보다도 무시무시한 '살인 무기'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도 지난해 12월 초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에 관해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서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기후위기, 인공지능의 도전, 빈부 격차의 심화, 다극화와 자국 중심주의 대두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댈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적'들입니다.

일본의 외교 전략가 다나카 히토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는 저서에서 "지금 세계 여기저기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라면서 "이 전쟁은 예전처럼 국가 간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국가와 기업, 국가와 개인, 기업과 개인 사이"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대립의 소멸과, 그 대신 들어선 급격한 정보·기술의 발전 및 세계화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6년 동시에 일어나면서 세계를 경악시킨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결코 '돌연변이'가 아니라 이런 보이지 않는 전쟁이 만들어 낸 필연적인 결과라는 얘기입니다. 바야흐로 세계는 다시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다시 '트럼프 시즌2'를 맞을 찰나에 있습니다.

'친구에겐 사랑을, 적에겐 증오를'?... 이런 리더십으로는 위기 돌파 못 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대에서 견디고 이기려면 어떤 무기,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요. 다나카는 정보(인텔리전스), 확신(컨빅션), 큰 그림(빅 피처), (마이트)의 영자 앞 글자를 딴 'ICBM 전략론'을 제시합니다.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 이기는 방법으로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요소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부교수는 "친구를 사랑하고 적을 미워하라"라는 '애친증적'(愛親憎敵)의 리더십에서 벗어나 '신중함의 리더십'을 택할 것을 제안합니다. 안 교수는 전쟁과 역병이 동시에 발생했던 그리스 페리클레스 시대의 리더십을 분석하면서, 페리클레스가 보이는 적인 스파르타와 싸움에서 애친증적의 리더십을 발휘해 효과를 냈지만 보이지 않는 적인 역병과 싸움에서도 같은 태도를 그대로 취하다가 폭망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적인 역병과 싸움에서는 광기로 돌변하기 쉬운 용기를 억누르고 설득과 소통을 앞세우는 '신중함의 리더십'을 행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함으로써 자멸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바로 친구를 사랑하고 적을 미워하는 애친증적의 리더십의 전형입니다. 국정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제1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몰아치며 끊임없이 말살하려고 하는 모습, 집권 2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기자회견 한 번 하지 않는 대국민 불통과 무시의 자세, 총선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원원회를 앞세워 비판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망나니'짓에 애친증적의 리더십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굳이 다나카와 안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필패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이는 적과 전쟁에서 그의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국내 정치를 일상적인 내전으로 만들고 있는 지도자가 바깥의 적과 싸움에서 이겼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오태규

 

체육공원 없애 축구 전용구장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논란

5년 전 100억 들여 지은 공원에 38층 아파트 지어 사업비 충당

원도심 살릴 고민 담긴 사업주민 ·구청 독단적 개발 추진

2019년 부산 서구 구덕야구장을 철거하고 조성한 체육공원이 4년만에 아파트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구덕야구장 자리에 들어선 체육공원과 구덕운동장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가 서부산권 ‘15분 도시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 사업’(이하 구덕운동장 재개발)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시는 부산 유일의 축구 전용경기장을 필두로 한 체육·문화·상업시설로 복합개발하고 일부 부지에 아파트를 비롯한 상업·업무시설을 조성해 사업 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개발 때문에 2019년 조성된 구덕체육공원이 철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 반발도 나온다.

7일 부산시와 서구청에 따르면, 시는 구덕운동장 일대 부지 66142(2만 평)를 재개발해 체육·문화·상업시설로 복합개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존 주경기장을 축구 전용경기장으로 건립하고, 주변에 아파트를 비롯해 상업·업무시설을 조성해 15분 도시 조성을 위한 서부산권 거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시는 축구 전용구장을 조성해 인근 인프라와 연계한 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고, 체육·문화·상업시설 등 앵커시설을 유치해 활기를 잃어가는 원도심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시는 이를 위해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혁신지구국가시범지구 공모사업에 신청해 지난해 말 예비후보지로 선정됐다. 예비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시는 국비 25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1월에는 정책설명회를 열고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에 따르면 축구 전용경기장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3215억 원에 달한다. 시는 현재 가용 예산으로는 이 같은 전체 사업비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시는 구덕체육공원을 철거하고 해당 부지를 개발해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시는 구덕생활체육공원 35643(1800) 공간을 허물고 383개 동 총 530세대 아파트와 상가로 복합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 관계자는 인구 유출과 지방 소멸로 점점 도시 경쟁력을 잃어가는 원도심을 방치한다면, 결국 낙후된 슬럼가로 전락해 부산의 경쟁력까지 약화될 것이라며 시의 깊은 고민이 담긴 사업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 향후 주민 의견, 의회 의견 청취 등 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문제가 없도록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알려지면서 주변 주민을 중심으로 반발도 나온다. 특히 20193월 조성, 주민 운동시설이자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은 구덕체육공원 철거 사실에 반발이 거세다. 서구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휴식공간인 체육공원을 빼앗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올린다는 건 말도 안된다. 시와 구청이 주민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서구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덕운동장 재개발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1022명 중 86%가 반대 의사를 보였다.

구덕운동장 인근에서 30년을 거주한 한 주민은 시는 100억이 넘는 돈을 들여서 체육공원을 조성하더니, 고작 몇 년 이용하게 해 놓고 하루아침에 다시 허문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 주민을 위한 행정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구덕사거리 교차로 바로 옆에 38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가 뜬금없이 솟아 있는 모습은 흉물스러울 것 같다고 비판했다.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활주로 1개 가덕도신공항2의 허브공항 될 수 있나?

2024 - 부산 편

부산시, 동북아 허브공항 계획 밝혔지만 국토부 기본 계획은 기준에 미달돼

202912월 개항 예정인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20여 년의 논란 끝에 202912월 개항이 확정된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밑그림이 나왔다. 하지만 동북아 허브(중심) 공항이 되려면 규모나 연계 교통망 등이 많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울산·경남권 시민단체들은 가덕도신공항이 지역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선 제대로 된 24시간 운영 국제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와 부산시에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20년 논란 끝에 202312월 신공항 기본계획 나와

국토교통부가 20231229일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보면, 가덕도신공항은 사업시행자인 국토교통부가 공사비 125192억원, 보상비 3127억원 등 국비 134913억원(공항 부문)을 들여서 부산 강서구 가덕도 육·해상 6669에 건설한다. 활주로 1개와 평행유도로 2, 계류장, 여객·화물터미널, 주차장 등 공항 필수시설은 202912월까지 완공해 먼저 개항하고 지원시설 부지 공급 등은 2030년까지 마무리 짓는다.

가덕도신공항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물류(공항·항만·철도·도로여객(항공기·자동차·열차·여객선) 복합 공항이다. 가덕도신공항과 연결되는 도로(9.3)와 지하철도(16.5)가 건설된다. 해안에 있는 가덕도신공항을 보호하기 위해 방파제를 사방에 만든다. 활주로 길이는 3500m. 유럽과 미국·캐나다 동부노선(운항거리 11300) 운항이 가능한 대형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은 김해공항보다 규모가 크지만 국제선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천공항보다는 많이 부족하다. 먼저 인천공항은 활주로가 4개지만 가덕도신공항은 1개다. 가덕도신공항 활주로 길이는 3500m인데 인천공항(3750~4000m)보다 짧다. 주차장 규모는 1718면이다. 김해공항(6753)보다는 크지만 인천공항(14968)보다는 작다. 여객터미널 연면적은 20로 인천공항(124)에 견줘 6분의 1 수준이다. 화물터미널 연면적은 17200인데 인천공항(259)에 견주면 10분의 1이 되지 않는다.

202912월 개항 예정인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가덕도신공항이 소규모 국제공항으로 설계된 것은 연간 항공수요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발표한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반영한 전국 항공수요를 근거로 가덕도신공항 국제선 연간 항공수요를 전망했다. 20301284만 명, 20401703만 명, 20502천만 명, 20652326만 명이다. 승객을 가장 많이 실어나를 수 있는 연간 여객(승객) 최대 처리능력이 2326만 명까지라는 얘기인데 2024년 인천국제공항의 여객(승객) 처리능력이 1600만 명인 것에 견주면 5분의 1 규모다.

이런 예측은 김해신공항 부울경검증단2019년 발표한 김해신공항 항공수요에 견주면 30%가량 차이가 난다. 2050년 국제선 여객수요가 김해신공항은 2800만 명인데 가덕도신공항은 2천만 명에 그쳤다. 또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에선 국내선 항공수요 700~1천만 명을 반영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자 2024111일 가덕도신공항 비전 선포식을 열면서 가덕도신공항을 아시아 복합물류, 세계 50대 허브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500m 활주로 맞은편 아래쪽에 3200m 활주로를 추가해서 국토교통부가 예측한 연간 승객 2326만 명(국제선 2065년 기준)에 견줘 갑절 이상 많은 연간 5800만 명의 승객 수용이 가능한 국제공항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국토교통부의 2026~20307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가덕도신공항 2단계 확장계획을 반영해서 2030년 발주·설계하고 2031년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계획까지 제시했다.

공항 규모가 작게 계획돼 2단계 계획 필요성 벌써 나와

또 부산시는 2040년까지 유럽·아시아·북아메리카·오세아니아 주요 도시를 오가는 국제노선 100개를 개설하고 환승 연결 국제노선 150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기준 김해공항 국제선 16개국 51개 노선에 견주면 두 배다.

부산시는 영남권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1시간대에 왕래할 수 있는 교통망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지하 30~40m에 수소를 원료로 하는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를 만들어 해운대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30분 안에 도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26년 개통하는 사상~녹산선과 가덕도신공항 진입철도를 연결하고 드론 같은 전기동력 수직이착륙기를 이용해 가덕도신공항과 주요 지역을 이동하는 도심항공교통(UAM)을 도입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부산시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항 배후 경제권의 밑그림도 제시했다. 눌차지구(460)는 주거·상업·문화·의료·관광시설을 갖춘 복합도시, 천성지구(154)는 리조트·문화복합·체육시설을 갖춘 관광 거점, 두문지구(56)는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 등이 들어서는 해양수소 신산업 거점으로 조성한다.

2024111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비전 선포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앞줄 왼쪽 일곱째) 등이 남부권 글로벌 관문공항을 만들자고 다짐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하지만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8개 단체는 최근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와 부산시 비전 선포를 환영하지만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허브공항 기준에 미달하고 있고 부산시 비전 역시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국토교통부와 부산시에 2활주로 건설과 항공수요 증대를 고려한 미래 교통망 구축방안 마련 2026~2030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가덕도신공항의 위계를 인천공항 재난시 대체 가능한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격상 가덕도신공항 장거리 국제노선 신설 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공항건설공단 채용 두고 지역 인재 비율 높일 것 요구

20244월 출범하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임직원 채용은 중앙·지방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고위직 임원들이 퇴직을 앞둔 정부 고위 관료 출신과 정치권에 줄 댄 인사로 채워지거나, 전체 직원 160여 명 가운데 지역인재 비율이 낮으면 부산시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고위직 임원 5명을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7명 가운데 부산 출신이 1명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 등 임원은 국제적 감각의 전문성을 지니고 부··경의 실정에 밝은 사람이어야 하고 신규 직원 채용 공고를 할 때 지역인재 비율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부산=김광수 <한겨레> 기자 kskim@hani.co.kr

 

내가 본 가덕신공항 건설

조잡한 공항건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무조건 깃발부터 꼽자 

일방적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드러난 -비 민주성 

실현 가능성 없었던 엑스포 유치에 맞춘 공항 건설 로드맵  -비 계획성

기본계획의 변경과 실종된  환경영향평가  -반생태환경성 

선택적 정보공개 그리고 리스크 은폐와 적반하장식 논리 유포 

공단건설공 지역인재  채용과 지역업체 참여의 구멍 -잔머리의 한계 

민관산학언의 케넥션 -지역 망치는 집단 

남산을 건드렸다... 오세훈 서울시의 '친환경 사업' 정체

남산 곤돌라 사업 조감도. 서울시

남산이 서울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경관이고, 문화 생태적으로 중요한 숲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사실이다.

갑갑했던 중고등학교 시절, 웅대하게 펼쳐진 남산 계단에 일부가 된 듯 앉아있으면 다른 세상으로 일탈하고야 말았다는 도취감에 젖을 수 있었다. 경쾌한 밤공기는 동네의 것과는 다른 것으로 찬미되었고, 눈앞의 야경에 감사했다.

친구와 새벽에 만나 시립·구립도서관 줄서기 투어를 하던 무렵, 우리는 먼 거리의 남산 도서관으로 달려가, 잠시만 공부를 했고, 그 잠시를 알리바이 삼아 남산을 즐겼다.

남산의 변화

1990년 들어 주한미군 등 외국인 전용이던 외인아파트가 철거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국가안전기획부와 수도방위사령부도 이전했다. 정부의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을 시작으로 남산의 역사적 위상과 훼손된 자연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주변 지역의 경관을 관리하고, 녹지공원을 조성하고, 보행 접근성을 강화해가는 조치들이다. 남산 정상부로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순환버스가 운행됐다. 남산의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2006년과 2007년 북사면의 신갈나무림(369,529)과 남사면의 소나무림(344,572)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20236월 서울시는 남산의 '생태환경보전''쾌적한 시민 여가 공간 조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곤돌라를 설치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됐다. 곤돌라가 지나가는 지역은 생태경관보전지역 위를 지나고, 상부 승강장과 중간 지주는 '비오톱(생태서식공간)' 1등급지에 설치된다는 내용의 계획이다. 서울시는 대체 어떤 생각일까?

남산 곤돌라 사업, 첫 시도가 아니다

2009년 당시 오세훈 시장은 '남산 르네상스' 프로젝트에서 이미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과성이나 시설의 적정성, 접근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된다. 2015년 박원순 시장도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을 발표하며 곤돌라 건설을 추진했다. 이 역시 한양도성 남산구간의 경관을 해쳐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무산되었다. 그러니 세 번째 도전인 셈이다.

202312, 서울시는 남산지역의 구() 서울시청 남산별관이 철거된 이후 예장공원이 조성되어 곤돌라 사업을 추진할 지리적 여건이 조성되었고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등재 주제가 당초 경관 위주에서 방어시설 중심으로 변경되어, 곤돌라 사업을 중단시켰던 위험 요소가 해소되었다고 판단하며 2021년부터 남산 정상부에 관광버스 진입이 제한된 이후 정상부 접근에 대한 불편민원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남산 곤돌라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곤돌라 노선 길이 약 800m, 지구 5개소 (가이드타워 3개소 포함), 상부승강장(지상1, 연면적 599) 1개소, 하부승강장 (지하1/지상2, 연면적 1515.3)이 설치되면 남산 예장공원에서 정상부까지는 3분 만에 도달한다. 10인승 25대 캐빈이 운영되며 시간당 1600~2000명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위해 이미 202211월 남산 친환경이동수단 도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20236월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한 발전협의회가 발족되었다. 더불어 서울시는 총공사비 400억 원 규모의 설계·시공 일괄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 패싱

서울특별시 자연환경보전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 10조제28호에 따르면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건축물 및 그밖의 공작물을 신축하면 안 된다. 예외적으로 시장이 직접 개발을 하거나 인허가를 할 때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전에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절차적 하자'라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행위제한 대상인) '신축', '증축', '형질변경'은 대지 및 토지에 접하여 발생하는 행위"라며 "남산 곤돌라 사업은 공중으로 삭도만 통과함에 따라 행위제한 대상이 아니다"라고 응수한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없다.

첫째, 공원녹지법 상 도시공원 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시설, 건축물 또는 공작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삭도의 설치를 포함하고 있다. 둘째, 궤도운송법에서도 궤도를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궤도시설과 궤도 차량, 이와 관련한 운영 및 지원체계로 정의하고 있다. 셋째, 개발제한구역법에서 개발제한구역 내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를 제한하고 있는데, 건축물 또는 공작물의 종류, 건축 또는 설치의 범위에 개발제한구역을 통과하는 선형시설과 필수시설로 궤도를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남산 곤돌라 사업이 공중으로 삭도만 통과하기 때문에 행위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서울시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남산에 곤돌라가 생기면 생태계가 회복된다고?

202342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남산 일대에 벚꽃이 피어 있다. 연합뉴스

금번에 계획된 남산 곤돌라 사업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우선 생태경관보전지역 내 선로가 공중으로만 지나가더라도 공사 및 운영과정에서 하부의 신갈나무림이나 조류서식에 영향을 미칠뿐더러, 생태경관보전지역에 인접한 지구 및 승강장을 설치할 때 필수적인 토목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남산은 새매, 참매, 솔부엉이 등 맹금류들이 관찰되는 곳이라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이들의 서식에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서울시는(곤돌라 사업을 통한) 훼손면적보다 복원면적이 20배 이상 넓다는 점을 들면서, 대기교통 측면에서 관광버스의 정상부 진입을 막고 그 대체 수단으로 곤돌라는 설치 운영하는 것이므로 친환경사업인 듯 이야기한다. 그러나 스스로 지정한 보전지역을 훼손하면서, 다른 곳을 더 넓게 복원하는 것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는 편리한 사고방식이라면, 대체 보전지역은 어떤 근거로 지정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케이블카(곤돌라)는 고층건물에 놓는 엘리베이터처럼 단순히 이동 및 접근성 측면에서만 사고될 것이 아니다. 케이블카는 우선 시설물 조성 과정에서 식생을 훼손하고, 편의시설 개발을 동반하며, 정류장 일대의 상업행위와 탐방객이 증가하면 추가적인 훼손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미 남산에는 케이블카가 운영 중인데, 계획 중인 남산 곤돌라는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카의 3배 인원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카의 시간당 수송인원은 500명이다)을 수용하게 된다.

또한 정상부 이용 인원이 추가되면 이들을 수용할 확충된 시설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들이 등산로를 이용해 하산할 경우 토양 답압(밟는 행위)과 샛길 발생 우려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스카이워크 사업을 통해 샛길·답압 등 산림훼손을 예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전체적인 그림을 살폈다면 가능한 설계였을까 싶은 지점이다.

케이블카가 어떤 지역에 놓이는지, 케이블카가 놓일 경우 어떤 영향이 우려되는지,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공적 자산에 대한 공적 행위의 영향과 결과가 특정 집단이나 세대를 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곤돌라 사업 여부가 숙고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해 개발이 필요한지, 보전이 필요한지, 만약 개발이 필요하다면 왜 애써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나며 설치되는 곤돌라인지, 더 많은 공론이 필요하다.

녹색연합 임성희(maydaygreenkorea)/ 오마이뉴스

ESG로만 파악되는 기업과 자산의 투자수익성

[글로벌 ESG] 토드 코트 예일대 박사

기업의 ESG 보고서 발행이 자발성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규제화되며 지속가능성 문제 해결에 기업의 책임과 역할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이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점진적 변화에 안주하게끔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ESG 측정 기준, 투자 전략과의 연계 방안 등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 위한 다각도의 검증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2021년 유럽연합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으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 ESRS) 최종판을 공개했다. 국제적으로는 현재 대다수 국내외 기업이 활용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글로벌 공시 표준에 더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가 지속가능성 및 기후 관련 공시를 위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글로벌 표준 최종안을 20236월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금융 당국이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2026년 이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코스피 상장사 전체는 2030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렇듯 급물살을 타는 기업의 ESG 관련 정보 공시에 대한 전 세계적 규제화는 결국 기업이 비교 가능한 ESG 관련 리스크와 기회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해 책임 투자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실질적, 잠재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ESG 정보 공시가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 가치는 물론 관련 금융 상품의 가치 평가 등에 어떻게 활용되어 최종 투자 의사 결정에 반영되는지를 이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예일대의 토드 코트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CHIEF EXECUTIVE

토드 코트 예일대 박사 특별 대담

토드 코트 박사는 예일대 경영대학원 선임 강사로서 예일 비즈니스 및 환경 센터(CBEY) 공동 연구소장이자 지속가능성 분야를 중점 연구하는 경영대학원의 EMBA 과정 학부 이사를 맡고 있다. 토목 및 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그는 지속가능성 이슈와 영향의 측정 기준(Metrics), 위험 관리, 감사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글로벌 기업 자문 및 검증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과 투자 가치 접점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해 ESG 및 지속가능성 데이터와 지표에 대해 강의하고 연구하며 관련 솔루션, 지표 및 측정 항목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ESG 데이터를 생성, 보고 및 공시하며 해당 데이터를 투자자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의사 결정에 통합하는 방법을 연구해 투자자, 기업 및 사회 모두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고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한다면?

공통의 비교 가능한 지속가능성 지표는 전 세계적 지속가능성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관련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결정에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최상의 지표'는 지금까지 주로 이해관계자 그룹 간 합의를 통해 개발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조금 다른 가정에 기반을 두고 진행 중이다. 현재 기업들은 재무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성 측정 지표를 자발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측정 지표와 재무 성과 간 상관관계는 과학적, 경제적 분석을 통해 도출되어야 하는 것이지 단지 합의된 의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지표와 재무 성과 사이의 다양한 인과 관계 경로, 즉 위험 관리, 평판 보호, 운영 라이선스, 규제적 탄력성, 인재 확보 등을 연구 중이다.

- 지속가능성 및 ESG 투자 상품의 환경 영향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고정 수익 금융 투자 상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 및 기준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채권, 대출 및 부채 등과 같은 고정 수익 투자 상품의 환경 영향에 대한 연구는 지속가능성과 ESG 보고의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과 유사한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영역은 '자본 투자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지표 및 기준에 대한 연구다. 예를 들어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또는 전력 전송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는 채권 투자의 긍정적 환경 영향은 생산 또는 전송되는 청정 에너지의 양(kwh)으로 측정될 수 있다.

이러한 영향 측정을 위한 표준 및 프레임워크를 연구하는데 그중 일반적인 것이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lobal Impact Investor Network : GIIN)'IRIS+' 데이터베이스다. IRIS+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전문가들이 큐레이팅한 영향 측정 기준(Impact Metrics) 목록'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녹색 펀드 택소노미(Green Bond Taxonomy)' 같은 고정 수익 상품을 라벨링하기 위한 표준도 연구 중이다. 이러한 표준과 기준들은 제3자 검증에 활용되어 투자자들이 '환경적 이점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를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일부 고정 수익 상품 라벨링 제도들은 해당 제품이 의미 있는 환경적 이점을 창출함을 보증한다. 한편 다른 일부 라벨링 제도들은 달성된 이점을 실제 측정하지는 않고 수익금이 환경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목적만을 인증하기도 한다.

두 번째 영역은 투자의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재무적 이익에 대한 연구다. 흔히 '그리니움(Greenium)'이라고 부르는데 친환경 금융 상품이 비친환경 금융 상품보다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더 높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니움의 재무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춘다. '시장 기준 혹은 벤치마크 대비 해당 고정 수익 상품의 위험 또는 수익률', '금융 상품 수익의 시간 의존성(: 친환경 금융 상품의 할인율)', '2차 시장에서의 친환경 상품 가격'이다.

연구 문헌 검토에 따르면 제품 유형과 발행 지역의 상황에 따라 그리니움이 붙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한 예로 유럽연합 대형 공기업이 발행한 친환경 채권이 비친환경 채권에 비해 2차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 프리미엄(그리니움)이 붙었다. 그런데 해당 프리미엄은 일반적으로 예상하듯 지자체 및 기업의 친환경 채권을 매수하는 열기가 가열되어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유럽 대형 연

기금의 정책적 요구에 따라 친환경 채권을 연기금들이 과잉 매수했기 때문에 형성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 기업의 성장과 자본 가치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ESG 지표와 제반 데이터 분야 연구의 전문가로서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투자 전략에서 ESG 지표와 데이터 활용 방식이 궁금하다

기업 재무 가치(자본 가치)ESG·지속가능성 지표 간의 상관관계는 앞서 채권과 같은 고정 수익 상품보다 훨씬 복잡하다. 근본적으로 이는 기업 자본 가치가 장부상 재무 가치와 무형 가치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ESG 요소들은 회사 재무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적으로 비용 지표로만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과 수익성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효율성처럼 수많은 ESG 및 지속가능성 지표들이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ESG 지표는 수천 개의 하부 데이터 세트로 구성된다. 특정 투자 전략에 매칭시키고 제반 정보로 활용하기 위해 투자자는 매우 다양한 ESG 데이터를 선택할 수 있다.

ESG 투자도 ESG 데이터만큼 다양하고 넓은 분야의 전략들이 있다. 일례로 'ESG 통합' 투자 전략을 가진 투자자는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데이터를 찾는다. 즉 특정한 ESG 요소가 회사의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해 관련된 지표의 성과를 분석해서 재무적 위험과 기회를 더 잘 예측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다른 투자자들은 일부 수익 하락을 감내하더라도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이점을 최대화하는 투자 전략'을 추구한다.

이들 양끝의 두 전략 사이에 재무적 이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의지의 정도에 따라 분류될 수 있는 다양한 투자 전략들이 포진한다. ESG 데이터 세트와 재무 성과 사이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맞춤화되어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투자자들은 ESG 데이터의 재무적 중요성을 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물 부족 지역에서 운영 중이라면 지역의 규제 또는 심지어 물 부족과 같은 물리적 제약에 따라 용수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수자원 보호 노력 없이는 물 부족 시기에 해당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는 수자원 보호 노력이 우수한 회사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운영 비용을 낮출 것으로 예상해 관련 투자에 따른 수익 하락 위험을 감수한다. 결국 ESG 투자자의 투자 전략 차이는 불확실성 속에서 재무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자가 감수하는 위험의 정도에서 발생한다.

- 최근 글로벌 ESG 공시 규제와 표준에서는 ISSB와 같이 보고 기업이 외부에서 받는 영향에 중점을 두는 단일 중대성 접근과 ESRS, GRI와 같이 내부와 외부로의 영향 모두를 평가하는 이중 중대성 접근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접근을 고려하되 지속가능성 또는 ESG 보고와 재무 보고서를 잘 연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투자자에게 '중요한' 위험을 보고하도록 요구된다. 이때 중요한 위험과 기회를 파악하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의 차이는 특히 ESG 지표와 관련된 재무 보고의 어려움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요 리스크는 합리적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탁자로서 투자자는 투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ESG 요소에 관심을 둔다. 그러나 투자자가 ESG 요소를 고려하는 방식이 수백 가지에 이르고 어떤 ESG 요소가 중요한지 판단하는 데도 마찬가지로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 따라서 ESG 요소와 재무 보고의 연계를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주는 가치의 관점에서 고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최근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투자 의사 결정에서 재무 보고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공시되는 ESG 요소들을 추적하고 목록화하고 있다. 이에 ESG 요소를 재무 보고에 연계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투자자에 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첫 번째로 '규제화에 따른 지표의 표준화'. 기업 간, 산업 간 위험을 비교 확인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표는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특히 대형 자산 관리자들은 포트폴리오 수준에서의 위험, 즉 체계적 위험 평가 접근을 취하므로 ISSB, GRI 등의 표준화된 지표들을 선호한다.

두 번째 가치는 '감사를 통한 데이터 유효성 검증'이다. 투자자들이 구체적으로 검증을 원하는 데이터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투자자는 규제 준수 관련 데이터, 온실가스 배출량 및 관련 탄소 비용, 경영 체계의 품질 등의 요소에서 데이터가 부정확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감사와 검증을 원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성에 투자하는 회사는 비용과 평판이 회사의 수익을 좌우하므로 에너지 효율성 데이터는 일부 부정확하더라도 투자자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ESG 요소를 바탕으로 한 재무적 영향 모델링'이다. 만약 한 회사가 온실 가스 배출량을 10% 감소시킨다고 주장한다면 투자자는 이를 어떻게 비용과 수익적 가치, 즉 재무적 영향 모델링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은 데이터와 분석 기술의 발달과 함께 ESG 관련 사안의 성숙도도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asks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 TCFD) 원칙을 중시하지만 자연자본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 TNFD)에 대한 수요는 아직 적다. 관련 데이터와 분석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회사가 TNFD에 보고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해당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ESG 데이터를 사용해 기업이나 자산의 재무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직 시장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ESG 정보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주식이나 채권 같은 고정 수익 상품의 가격을 계산하는 공식도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시나리오와 모델을 만들어 자산을 재평가한다. 시나리오를 통해 탄소 가격 상승 혹은 하락 예상과 같은 미래 시장 상황을 ESG 요소를 고려해 검토하고 그다음 모델링을 통해서는 탄소 가격이 오르는 시나리오가 투자 비용 상승에 미치는 영향 등과 같이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방식이다.

전민구 리브릿지 대표 | 프레시안

“GTX가 빨아들일 지방 인구특단의 대책 없으면 광역시도 소멸 위기

윤석열 정부의 광역교통대책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에서 시작해서 GTX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291GTX(A·B·C) 노선을 춘천과 강원권까지 연장하고 2GTX(D·E·F) 노선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등의 저서를 통해 지역 주도형 균형 발전 정책을 오래 연구해 온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러한 GTX 위주의 광역교통대책이 수도권 쏠림 현상지역 인구 유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TX는 수도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결합할 것이고, 수도권의 힘이 세질수록 비수도권의 자원 유출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광역교통체계를 통해 지방에 거점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집적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메가시티가 지방을 살릴 마지막 방법이라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GTX수도권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GTX는 수도권을 단일 생활권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 힘이 굉장히 강해질 것이다. 비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으로 쏠리게 되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비수도권 광역교통망 대책이 강하게 나오지 않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상되는 쏠림의 강도에 비해 지방의 우려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 같다.”

-지방의 위기를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인가.

예전에는 인구 15만 이하의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붕괴하는 것에 언론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우려의 대상이 지방 대도시나 5대 광역시(울산·부산·대구·광주·대전)로 옮겨갔다. 이런 지역조차 청년 인구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5대 광역시 청년 인구를 100명이라고 봤을 때 매년 1.5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굉장한 수치다. 지금 이 지역은 인구가 나가는 게 아니라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GTX 이후엔 수도권 쏠림이 더 심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5~20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광역시가 붕괴되어가는 상황이라면 인근의 중소도시와 농어촌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상위 인프라가 인근 대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생존이 대도시와 맞물려있는 상황이라면, 투자도 우선 대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GTX가 빨아들일 지방 인구특단의 대책 없으면 광역시도 소멸 위기

-GTX 개통 후 적어도 수도권 내부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GTX 접근성만 괜찮다면, 수도권 어디 살아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반만 맞는 말이다. GTX 역 중에서도 노선이 여러 개 겹치는, 거점 역할을 하는 곳들이 있다. 같은 GTX 역이라도 이런 역들의 공간적 위상은 높아질 것이고, 이를 중심으로 산업과 문화, 상업과 행정이 밀집될 가능성이 크다. ‘집적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GTX가 개통되면 일은 서울에서 하고, 잠은 경기도나 인천에서 자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다. 서울 제외 수도권이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없나.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2기 신도시는 광역 교통망 없이 공동주택만 때려짓는다는 비판이 컸고, 그러다 보니 3기 신도시는 조성 당시부터 자족성 강화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산업용지와 일자리 용지를 많이 배정했다. 3기 신도시로 일자리가 갈지 안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물론 일자리가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GTX를 중심으로 한 교통망은 깔리게 될 것이고, 지자체도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부가 지방에도 광역고속철도(x-TX)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GTX가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응한 것인데, 사업성이 낮은데도 민자유치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해 총선용 공약이라는 비판을 나왔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지방에 광역교통망을 마련하겠다는 정책이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구체성의 측면에서는 수도권과 차이가 크다. 수도권은 구체적 노선까지 나온 반면, 비수도권은 사실상 선언적 차원에 그치고 있다. 단순한 총선용 공약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섯 번째,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광역 철도엔 천문학적 운영비가 든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에 광역철도를 놓는 것이 과잉투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철도망 확충이 실질적인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한국 경제 발전을 견인한 경부고속도로도 처음 깔릴 때는 수요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도로가 깔리고 사람들이 모이자 수요가 창출됐다. 수요가 있어서 인프라를 설치하는 때도 있지만, 지역 경제를 위해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까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일자리 정책 등을 동시에 마련함으로써 수요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병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이미 집적의 불경제’, 즉 너무 많은 사람이 수도권으로 몰려 발생하는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분산하기 위해 GTX라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이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수도권 쏠림은 더 심해질 것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받을 것이다.”

-지역 철도망 확충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 중 하나다. 그런데도 비수도권에 광역교통망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보나.

광역철도는 사람이 많은 중심가, 즉 도심으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그 도심에서 버스를 통해 교통 수요를 뿌려주는 것이 광역교통망의 핵심이다. 그런데 지방 철도역을 가보면, 내리자마자 논밭이 보인다. 철도역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를 두고 인근 지자체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하고, 그것을 중재하려다 매우 정치적으로 노선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에게 자해 행위.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보면 3도심(광화문·여의도·강남) 아래에 7광역중심, 그 아래 12지역중심이 있다. 큰 거점을 중심으로 중간 거점, 작은 거점이 매우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반면 지역은 느슨한 연결이다. 이곳저곳 이어져있긴 하지만 거점이라는 뼈대가 없다 보니 집적의 이익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프라 투자의 효과가 나지 않고, 손에서 모래 새듯이 예산만 새 나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의 거점은 어디가 되어야 하나.

공간의 청사진은 각 지방 지자체들이 협의해서 바텀업으로 그려야 할 것이다. 일단 큰 거점을 먼저 정하고, 중간 거점과 작은 거점을 만든 뒤, 이것들을 방사형으로 이을지 순환형으로 이을지 같은 논의를 해야한다. 행정구역이 나눠져 있어 문제가 발생할 땐 중앙정부(국토교통부)가 중재에 나서면 된다.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곳들을 추려내고, 적극적인 투자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부··경 지역이다. 지역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길은 초광역권(메가시티)’를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결국 각 지자체가 조금씩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지난 1월 평균 13봄 같은 겨울8개월 연속 가장 따뜻한 달

산업화 전보다 1.66도 올라

지난 1월의 지구 평균 기온이 역대 1월 가운데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엘니뇨로 인한 사상 가장 따뜻한 달이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중기예보센터 산하에 있는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8(현지시각) 지난달 지구 평균 기온이 13.14도를 기록해 최근 30(1991~2020) 1월 가운데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30년 평균치보단 0.7도 높았다. 직전 가장 따뜻했던 1월은 20201월인데, 지난달은 이때보다 0.12도 높았다.

전 세계 일일 평균 해수면 온도. 2015(파란색), 2016(노란색), 2023(빨간색), 2024(검은색). 회색 선은 1979년부터 2022. 자료: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C3S)

지난 1월의 높은 기온은 산업화 이전기준 기간인 1850~1900년의 1월 평균 기온 추정치보다 1.66도가 올라 파리기후협정이 정한 1.5도 목표를 웃돌았다. 2016년 이후 2017, 2019, 2020, 2023년에도 지구 기온 상승 폭은 산업화 이전보다 한 달 이상 1.5도를 넘긴 바 있다.

지구 온도가 달아오르며 지역별로 다양한 영향을 받았다. 지난 달 북유럽은 북극 한파가 몰아쳐 영하 40도를 기록했고, 남부 유럽은 겨울인데도 영상 30도에 가까운 이상고온이 나타났다. 한 대륙 안에서 날씨가 극단적으로 교차한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도 캐나다 동부와 아프리카 북서부, 중동, 중앙아시아 등지는 평균보다 기온이 훨씬 높았지만, 캐나다 서부나 미국 중부, 시베리아 동부 지역은 평균보다 낮았다.

지난해는 6월부터 이어진 가장 따뜻한 달로 인해 한해 지구 평균 기온이 14.98(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 기준)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 텍사스와 남부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고 캐나다에선 182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타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 일기도 했다. 남극에선 여름과 겨울 모두 해빙의 양이 기록상 가장 적었다./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런던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워싱턴포스트(WP)CNN에 따르면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영국 아마추어 사진사인 니마 사리카니가 출품한 얼음 침대’(Ice Bed)‘2023년 야생 사진사 최고인기상으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