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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3.11~

by 이성근 2024. 3. 11.

1. 일 정부와 '어용'학자들이 '오염수 위험성 지우기'에 나섰다  2. 독일, 가짜뉴스 뚫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뚜벅뚜벅  3. "안오른게 없네" 이상기후 탓에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 4. 이기대, 근린공원으로 용도변경한다예술문화공원 박차  5. 태종대 집라인 흥행 '바람'...'맞바람' 인한 휴업은 골머리  6. "한국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 나이 비밀 풀렸다

7. 선거로 택한 콘크리트 공화국, 그 암울한 미래  8. 눈덩이처럼 쌓이는 아파트 미분양"살 사람이 없다   9. 윤 대통령, 설악산 케이블카 자찬걷지 않으니 오히려 자연 보존돼  10. 관광 케이블카는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릴까   11. 에너지전환 위한 로드맵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12. 기후 변화 충격, 다시 생존 위해 싸우는 노동자  13.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전국 첫 보호수 관리지원센터운영  14. 기후와 에너지와 탄소와 숲

15. 국민 96% “기후변화·플라스틱 문제 심각정부 정책은 글쎄’  16. '오프로드' 레저에 몸살 앓는 한라산"말 먹일 풀 어쩌라고17. 김도읍 선거캠프 앞 벚나무 댕강우연 일치?

18. 세계시장은 RE100인데 또 '원전' 짓겠다니윤 정부의 미친 짓19. 0.72명이라는 성적표가 도착했습니  20. “국립공원이 가져온 실질적 이익, 데이터가 보여줬다”  21. 무분별한 제사에 금정산 신음공동 시산제 제안  22. 환경운동하다 돌연 은거 수경 스님, 14년 만에 공개글로 불교계에 일침  23. 가덕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본격화

24‘식인 자본주의시대, 과연 선거란 무엇인가? 25. "참담합니다" 강릉 바다 보고 탄식한 전문가  26. "절대 ''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전문가... ?   27. 그린벨트 푼다고 총선에서 이길까?

일 정부와 '어용'학자들이 '오염수 위험성 지우기'에 나섰다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2023824일 오염수 1차 방류를 시작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촬영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지난 228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4차 해양투기를 시작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13차 투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4차 투기 때도 17일간 오염수 약 7800톤을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로 흘려보낼 계획이다. 이번 투기가 끝나면 총 투기량은 약 31200톤이 된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824일부터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오염수를 후쿠시마 앞바다로 내보냈다.

일본 언론을 보면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에 관한 기사가 의외로 많지 않다. 단순한 해양투기 일시나 투기량을 알리는 수준이고 문제점에 대한 보도가 거의 없다. 일본 SNS 검색에도 우리나라 한겨레나 중앙일보의 보도가 일본어판으로 먼저 나올 정도이다.

일본 NHK(2024224)'원자력발전 처리수 방출 시작부터 반년·기준치 밑돌아도 계속 말썽'이라는 제목의 기획뉴스가 그나마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오염수)의 해양투기가 시작된 후 224일로 반년이다. 지금까지 3번의 투기가 이루어졌지만, 원전 주변에서 검출되는 삼중수소의 값은 도쿄전력의 자주적인 기준을 크게 밑돌고 있으나 오염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잇따르고 있어, 도쿄전력의 안전관리에 현지 등으로부터 엄격한 시선이 향하고 있다. 또 투기에 반발한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정지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수산사업자에게는 중국을 대체할 수출처와 새로운 판매처 확보가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원전 주변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최대치는 1리터당 22베크렐로 도쿄전력이 자체적으로 투기 정지를 판단하는 기준인 700베크렐이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는 식수기준인 1만베크렐을 크게 밑돌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1월에 투기 개시 후 첫 보고서를 공표해 국제안전기준에 합치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내년도에는 7차례에 걸쳐 탱크 50여 기분에 해당하는 54600톤을 방출하기로 하고, 비어 있는 20여 기의 탱크 해체에 착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다만 오염수 처리과정에서는 지난해 10월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폐액을 맞은 작업원이 일시 입원한 것 외에도 올 27일에도 정화장치에서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물이 새나오면서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202310월에는 오염수 처리설비에서 배관세척작업 중 호스가 빠져 작업자에게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폐액이 피부에 오염된 남성 2명이 일시 입원하였고, 지난 27일에는 다른 정화장치에서 작업자가 장치 내 배관밸브가 열려 있는 것을 간과한 채 물을 통과시키는 작업을 해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물이 실외로 새어나왔다.

219일에 열린 원자력규제위원회 회의에서 현지 주민 대표로 출석한 후쿠시마현 오쿠마정 상공회 하치스카 레이코 회장이 "도쿄전력은 현지 주민에게 실망을 준 것을 인식해 주었으면 한다. 확인하면 막을 수 있는 트러블이 일어난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제발 우리에게 걱정을 끼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오염수 해양방출에 반발한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조치는 반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중국에 대한 수산물은 진주나 산호 등 식용이 아닌 품목 수출에 그쳐 작년 한 해 중국에 대한 수산물 수출액은 전년보다 29% 줄었다.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이 컸던 가리비는 전년보다 213억엔, 비율로는 43%나 줄었다. 도쿄전력은 소문피해에 따른 가격하락과 해외금수조치 대응에 들어간 비용배상 방침으로 지난 20일까지 접수한 배상청구서류는 약 260, 이미 배상금 지불은 약 40건으로 모두 42억엔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는 일본에서는 오염수를 오염수라고 부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본 NHK도 오염수라는 말대신 처리수라는 말을 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지 않고 '방사능 오염수'라고 부른 일본 중소기업 회장이 사임하는 등 사회적 제재를 받았다.

한겨레(2024227)'"처리수 아닌 오염수" 소신 발언 역풍사임한 일본 기업 회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유기농 식재료 등을 통신판매하는 일본 대형식품 유통업체인 오이식스는 누리집에 성명을 내어 후지타 가즈요시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혀 22일자로 회장직 사임을 결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일본이 28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4차 투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일본의 대형 식품 유통업체 '오이식스' 회장이자 창업주가 원전 오염수를 일본 정부가 표현하는 '처리수'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22일 자진 사임한 것이다.

후지타 전 회장 사임의 발단은 '방사능 오염수' 발언이었다. 앞서 후지타 전 회장은 10일 엑스(X·옛 트위터)"사실은 '방사능 오염수'인데 (일본) 언론은 그 물을 '처리수'라고 (표현)한다"고 적었다. 후지타 전 회장은 12일에도 엑스에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지금 있는 오염수를 바다에 다 보내려면 20년이 걸린다고 한다"고 적었다. 해당 글들은 현재 삭제됐다. 후지타 전 회장은 1975'대지를 지키는 시민 모임'을 설립한 환경운동과 생협운동 1세대다. 논란이 커지자 후지타 전 회장은 13일 엑스에 "'오염수'라는 표현은 풍문 피해를 확대할 우려가 있어 '처리수'로 정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일본 내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일본 누리꾼들은 "공포를 부추긴다" "유언비어에 가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오염수는 오염수다" "처리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다" "처리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오염되지 않은 것처럼 사람들에게 오해를 주는 게 더 문제다" 등 후지타 전 회장의 발언에 동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사실상 언론·사상의 자유 통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군국주의를 연상케 할 정도이다. 도쿄전력의 거짓말을 일본정부가 용인하고 나아가 앞서 안전 홍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와 관련해서 '금기의 정치학'이 횡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신동애 기타큐슈대 법학부 교수는 지난해 615일 경주 더K호텔 세미나실에서 한국정책학회 '지속가능한 환경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정책적 논의와 국제안전관리기관의 논의'란 주제의 연구회에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의 본질은 일본의 원자력정책 추진의 걸림돌 제거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미일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묵인 하에 해양투기를 하는 것으로 2024년 완공될 롯카쇼무라재처리공장에서 나오는 엄청난 각종 오염수 처리를 손쉽게 하기 위한 조치로 국제환경범죄"라며 "향후 롯카쇼무라재처리공장의 삼중수소 등 다핵종 오염수의 해양투기를 하지 못한다면 일본 원자력정책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후쿠시마오염수의 해양투기를 통해 다핵종 오염수의 해양투기에 대한 반발을 사전에 줄이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일본이 이러한 원자력발전 정책 추진을 위해 일본 정부가 앞장서서 '금기의 정치학'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헛소문을 막는다고 하고, 수산물 유통판매 추진예산을 짜서 이해관계자들을 무마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오염수 해양투기의 문제점을 제기하기 보다는 이러한 문제점 제기로 인한 소위 '헛소문'의 피해자가 어민이라며 이해관계자를 어민들로만 축소하고, 소비자인 국민들과 분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금기의 정치학'이 우리나라에도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의도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한덕수 국무총리)." "과학 분야에 정치인들이 나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로 불필요한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023618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동아일보, 2023618)."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일을 전후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24일 오염수 투기에 "일본 측의 투기 계획상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일일브리핑에서 밝혔다(국회뉴스, 2023822). 더 나아가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은 후쿠시마오염수 안전홍보 정부 유튜브 예산 10억 집행에 대한 국회 질의에 "정부와 과학을 믿으라는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23825). 우리나라 정부나 여당이 안전성이 입증 안 된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국민의 생명권이나 해양주권 수호에 나서기는 커녕 반대의견을 '괴담 운운'하면서 일본 정부의 '금기의 정치학'의 논리를 그대로 펴고 있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와타나베 에츠지(渡辺悦司), 엔도 준코(遠藤順子), 야마다 고사쿠(山田耕作) 공저의 <오염수해양방출의 쟁점-상중수소의 위험성(汚染水海洋放出争点: トリチウムの危険性)>(緑風出版, 2021)'삼중수소의 위험성은 왜 경시되고 있는가? 내부피폭으로 건강이 어떻게 파괴돼 가는가?'라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방사선과학에서 본 삼중수소의 위험성-위험도를 사실상 제로로 하는 일본 정부·전문가의 허위'에 대해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이들 학자는 일본 정부와 정부측 전문가들의 주장을 분석하면서 삼중수소를 둘러싼 정부측 논의가 과학적 검토를 행하기 '전에' 방사성물질로서의 삼중수소의 위험성은 '사실상 없다' '제로이다' '삼중수소는 안전하다'라고 하는 명제를 소위 선험적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고 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오염수를 둘러싼 일본 정부·전문가의 입장은 매우 단순하다. 오염수에 대해 그 해양투기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 오염수에 대량 포함된 삼중수소(β) 피폭에 의해 건강영향이 생길 '위험성'이 있다는 견해를 표명하는 것, 삼중수소에는 인간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나 '리스크''있다'고 지적하는 것 이들 모두가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풍평(소문)피해'에 불과하다. 또한 그러한 견해의 표명이나 확산을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선동해 '풍문피해영향'이나 '풍문피해'를 초래하는 '사회적 범죄' 행위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삼중수소방출의 '피해''리스크'는 있다고 해도 '실제피해(實害)'가 아니고 이와 같은 '풍문피해영향'이나 '풍문피해'뿐이라는 것이다. 반원전·반피폭·피난자연대·재해피해자 지원 등의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삼중수소는 위험하다고 소란을 피우니까 피해가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이에 대해 방사선과학자들은 '방사선피폭의 과학', 즉 방사선에 관한 물리학·화학·생물학·의학·역학·방사선방호학 등으로부터 이뤄진 방사선과학의 체계로부터 명확한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가능한 한 전면적으로 대치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전문가의 '삼중수소 무해론(無害論)' 주장이 얼마나 거짓이며 위험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먼저 제시하는 것이 일본 정부각료회의 결정문서이다. 2021413일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투기를 처음 결정했을 때의 '폐로·오염수·처리수대책 관계 각료 등 회의' 문서는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에 관해서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삼중수소는 수소의 동류(방사성동위체)이며, 약한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물질. 삼중수소는 빗물이나 바닷물 수돗물 등 자연계에도 널리 존재한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에서는 삼중수소를 제거하기는 곤란. 삼중수소는 각국의 원자력시설로부터 방출되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돼 있는 전량 이상의 삼중수소가 1년간에 방출되고 있는 사례도 있지만 삼중수소가 원인으로 생각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 문서에서 삼중수소에 관해 규정한 것은 이것뿐인데 이 짧은 규정에는 허위가 많이 포함돼 있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첫째, 이 문서는 삼중수소가 수소의 '방사성동위체'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이 규정이 가진 특별한 의미나 위험성 및 리스크에 대하여 완전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삼중수소가 '방사성동위체' '방사성물질'이라면 당연히 방사성물질에 동반하는 '위험성'이 있을 터인데 17페이지짜리인 이 정부문서에 '풍평(風評)' '풍평영향' '풍평피해'라고 하는 낱말은 50회 가까이 나오지만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의 '위험' '위험성' '피해' '건강영향' '건강피해'는 한마디도 없고 '가능성'의 지적도 한마디 없다. 이는 정부가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는 '위험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둘째, 삼중수소가 '약한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물질'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얼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방사선에 관해 '약하다'고 하는 말은 과학적 용어가 아닌 '정서적' 용어라는 것이다. 방사선물리학에서는 방사선의 '에너지가 낮다' 따라서 '비거리가 짧다'고 하는 의미인데 일본 정부문서는 '정서적 표현'을 써서, 삼중수소는 방사성물질이지만 그것이 방출하는 방사선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약하고', 위험성은 '거의 없다' '사실상 없다' '무시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에너지가 낮고 속도가 빠른 '약한' 방사선은 방사선물리학의 법칙에서는 필연적으로 주위 분자에 대해 반응성이 높고, 생물학적 위험도가 오히려 높다. 정부문서는 이러한 방사선물리학의 기본법칙으로부터 사람들의 눈을 속여 '삼중수소의 위험성이 사실상 없다'고 하는 '이미지 조작'을 하려고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거짓'이다. 방사선물리학의 기본법칙과 관련해선 '(β·α선과 같은) 하전립자(荷電粒子)의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전리효과는 증대한다. β선 입자, α선 입자가 전리에 의해 에너지를 잃어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한층 더 효율 좋게 전리를 일으킨다(존 고프만, 인간과 방사선, 1991) p.43), 일본 정부문서 작성자가 이것을 몰랐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삼중수소는 빗물이나 바닷물, 수돗물 등 자연계에도 널리 존재한다'고 하는 것도 같은 정서상 표현을 통한 이미지조작이라는 것이다. '자연계에도 존재하기에 문제가 없다' '위험이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실제로는 현재 자연환경 중에 있는 삼중수소의 대부분은 핵무기 보유국이 행해온 대기권 핵실험의 잔존물이든지 원전이나 재처리공장에 의해 인공적으로 배출된 환경오염물이다. 일본 정부는, 세계의 원전·핵추진세력의 한축으로 자연계를 오염시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기 위해 방사성오염물 방출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주장은 이미 오염물로 자연계는 널리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오염시키는 것은 '영향이 없다' '위험성이 없다' '견뎌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넷째, '다핵종제거설비(ALPS)에서 삼중수소를 제거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삼중수소를 회수하는 기술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회수기술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삼중수소는 각국의 원자력시설로부터 방출되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돼 있는 전량 이상의 삼중수소가 1년간에 방출되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 것은 방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후쿠시마원전에 있는 1PBq(페타베크렐, 1,000, 1015승 베크렐) 규모의 삼중수소의 연간 방출이 '당연한 것처럼'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결국 금후 예정된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재처리공장의 본격가동에 의한 삼중수소 대량방출이나 금후 원전재가동, 특히 설계수명을 넘긴 노후원전의 가동과 관련해 나오는 오염수를 '자유롭게' 방출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원전·재처리공장에서 환경 중에 방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은 자연계에서 우주선에 의해 생산되는 것과 거의 같은 규모에 이르는데 이러한 사태가 자연환경과 인간을 포함한 생물계 전체에 금후 어떤 문제를 일으킬 것인지에 대해 주목을 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여섯째, '삼중수소가 원인으로 생각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말은 정부문서나 전문가들이 상투적으로 반복하는 문구이지만 이것은 명백한 '거짓'이라는 것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이처럼 일본 정부가 해양투기를 결정하기 전 내놓은 문서는 '삼중수소 안전·안심론'의 이미지조작을 거듭해 '거짓으로 거짓을 덮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이들 방사선과학자들은 말한다. 일본 정부와 정부측 어용전문가들의 언설 나타나는 거짓과 단편화 사례 중 이들 학자들이 지적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정부나 정부측 전문가들은 '인간에는 멋진, 대단한 DNA손상 수복(修復)기능이 있어 삼중수소에 의한 DNA손상이 생겨도 수복되기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수복은 완전하지는 않다. 가령 방사선에 의해 DNA 2개 고리의 직접 공유결합(가교)이 생긴 경우 수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가교는 피폭 1Gy(그레이)150개가 생긴다. 더욱이 삼중수소피폭의 경우에 다수 형성되는 DNA의 손상에는 수복이 곤란한 '클러스터손상'이 많다. 수복부전(不全)에 의한 유전자변이, 돌연변이, 암은 현실에 생기고 있다(아오야마 다카시·니와 오쓰라, 방사선 기초의학, 2016, p.207).

둘째, '삼중수소수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10일이며, 섭취해도 체내로부터 바로 배출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사람의 삼중수소 섭취가 100% 삼중수소수(HTO)이며, 그 중 3%만이 인체 내에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로 변화한다, 97%HTO로 곧바로 방출돼 OBT의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고 하는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현실과 유리된 가정에 기반하고 있는 주장이다. 실제로는 HTO를 섭취한 경우 인체 내에서 OBT가 형성되어 그 체내의 반감기는 HTO보다 훨씬 길어 500일 정도 된다. 또 인간은 삼중수소를 HTO로 섭취할 뿐만 아니라 식사를 통해, 식물이 광합성·화학합성 등을 통해 만들어낸 OBT로도 섭취한다. 따라서 이러한 삼중수소의 체내체류기간은 훨씬 길다는 것이다.

셋째, '일본 정부의 방출기준(6Bq/L. 1리터당 6Bq 이하)을 매일 2리터 평생 마셔도 건강에 영향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실제로 6Bq/L는 염색체이상이나 DNA의 불활성화로 실험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최소치 수준(37000Bq)를 상회한다. ICRP 선량계수의 극단적인 과소평가를 고려하면 1년 이상 장기적으로 계속 음용하는 것은 사실상 치사량에 가깝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삼중수소는 환경 중에 방출해도 무한히 희석되어 가기에 농축이나 생물농축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삼중수소는 다공질의 점토나 모래 입자에 흡착되어 무기적으로 농축되고, 더욱이 식물성 플랑크톤에서부터 시작해서 생태계 중에 생물농축이 된다는 것이다. 또 삼중수소수로 방출된 삼중수소는 유기물에 대해서 친화성이 있어 환경 중에 대부분이 OBT가 되어 인체에도 처음부터 OBT로 스며들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후쿠시마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은 삼중수소뿐이며, 삼중수소만이 문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언설은 거짓라는 사실이 이미 명백해졌다. 실제로는 스트론튬90, 탄소14, 요소129 등 대부분의 방사성핵종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여섯째, '도쿄전력이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차서 증설할 토지는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토지는 '충분히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정부와 어용 전문가들의 주장의 특징은 '일방적인 단정'이라는 것이다. 삼중수소의 위험성도 '작다' '낮다'고 하는 말이 어느새 '매우 작다'거나 '극히 낮다'로 바뀌고, 더 나아가 '사실상 없다' '무시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것 또한 어느 순간에는 위험 혹은 위험성이 있다고 하는 견해는 모두 풍평(소문)이다. 위험 혹은 위험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히는 것 자체를 사람들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범죄행위'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짓을 국가가 나서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미지조작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이러한 삼중수소의 '위험성'이라는 말 자체를 말살하는 데 협력하는 소위 전문가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이러한 일본 정부와 어용 학자들의 이미지조작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와 소위 전문가들의 무비판적 태도 또한 다시한번 되돌아봐야 할 점인 것 같다. 정부와 어용전문가, 그리고 이에 편승한 일부 언론이 이미지조작을 통해 거짓을 과학적 사실로 믿게 하는 이러한 행태 자체가 심각한 사회적 범죄행위임을 소수의 양심적인 방사선과학자들이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프레시안

 

독일, 가짜뉴스 뚫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뚜벅뚜벅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위기를 맞았다는 부정적 인식이 한국에도 전해진다. 그러나 독일은 2023년 원전 3기 가동을 중단했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50%를 넘겼다.

지난해 33일 독일 바이에른주 에센바흐의 이자르2 원전의 모습. 한 달 뒤 가동을 중단했다.EPA

올해 초 슈피겔독일 전력에 관한 네 가지 괴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독일의 에너지 전환을 평가 절하하는 주장을 검증했다. 2023년은 독일의 전력 공급에 관한 우려가 큰 해였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의 불안정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2023415일 마지막 남은 원자력발전소 3기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독일은 이미 계획되어 있던 탈원전을 완료했다. 그러자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및 탈원전에 부정적인 정치인과 황색 보수언론은 독일의 에너지 수급 사정에 대해 부정적 내용을 과장하기 시작했다.

독일 전력 수요의 82%를 이웃 국가가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연방의회 원내대표인 엘리스 바이델이 대표적이다. AfD뿐만 아니라 기민당·기사당 같은 거대 보수정당과 보수언론도 독일의 에너지 의존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시장에서 인접 국가 사이에 거래가 활발하며 독일의 전력공급 수준을 고려했을 때 블랙아웃같은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위험성이 희박함에도 이들은 최악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과 탈원전에 관한 부정적 내용은 한국에도 소개되어 원자력발전을 지지하고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부각하는 논리로 사용되고 있다.

슈피겔이 비판한, 세간에 유통되는 잘못된 괴담 첫 번째는 독일의 에너지 전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3년 독일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기록했다. 2023년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력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2022년보다 5% 높아진 52%를 기록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태양수소에너지연구센터(ZSW)와 연방 에너지·수자원관리협회(BDEW)가 지난해 12월 함께 발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전력 소비량 5173h(킬로와트시) 중 풍력·태양광·수력·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는 2670h에 달했다.

경기침체로 2022년에 비해 2023년 전력 사용량이 5%가량 줄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율의 증가가 의미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산량 자체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재생에너지 발전은 체감할 만큼의 성장을 보였다. 풍력발전은 적절한 날씨와 발전시설 증가로 인해 역대 최고의 전력 생산량을 기록했다. 태양광은 2023년 독일의 일조량이 다른 해에 비해 유달리 적었음에도 신규 태양광발전 시설과 설비가 기록적으로 증가해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안정적인 발전량을 유지했다. 강수량이 증가해서 수력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량은 늘어났다.

20191215일 독일 북해 연안 빌헬름스하펜에서 햇빛이 먹구름 사이로 풍력발전 단지를 비추고 있다.EPA

탈원전 뒤 독일 전기요금 비싸졌다?

두 번째 괴담은 원자력발전소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에너지·통신·운송망을 규제하는 기관인 독일 연방네트워크청에 따르면, 석탄발전소는 2022년보다 2023년에 약 37% 적은 전력을 생산했다. 갈탄발전소의 발전량 또한 25%가량 줄었다. 갈탄발전소는 1965년 이후 가장 적은 전력을 생산했다. 이처럼 석탄과 갈탄 발전소의 전력 생산량이 적었던 이유는 유럽의 높은 탄소배출 가격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전쟁의 여파로 2022년에 높아졌던 천연가스 가격이 2023년 들어 어느 정도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괴담은 독일이 인접 국가로부터 더 많은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전기를 수입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2023년 실제로 독일은 수출 전력보다는 수입 전력량이 많았다. 독일은 54.1TWh(테라와트시)를 인접국에서 수입했으며 42.4TWh를 수출했다. 결과적으로 독일은 전체 사용 전력의 약 2.5%를 해외에서 생산된 것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독일의 전력 수입량이 많은 이유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수입 전력 중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했다.

유럽연합 내 국가 간 전력 거래는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인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전력 생산 가격이 더 저렴하고 이를 저장할 수 있는 전력망의 용량이 충분하다면 자국 석탄발전소의 생산량을 줄이게 되어 있다. 따라서 탄소배출 가격 때문에 높은 생산 단가를 형성하고 있는 석탄과 갈탄 발전은 원자력발전소의 폐쇄에도 불구하고 증가하지 않았다.

2023년 수출 대비 수입 전력량이 가장 많은 곳은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었다. 이들 국가는 전력 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단순히 무역의 측면이 아닌 유럽연합 내 재생에너지 비율 증대 및 탄소배출 감소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거래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독일은 원전 비율이 높은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도 많은 양의 전력을 수입했지만 수출량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낮아지면 프랑스와 스위스도 독일의 전력을 수입했기 때문이다.

반면 석탄과 갈탄 발전 비중이 높은 체코나 폴란드로부터 수입한 전력량은 높지 않았다. 독일의 2023년 수입 전력 비중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가 47%, 원전이 35%, 석탄·갈탄이 9%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전력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5~6월 독일 내 석탄발전소는 역사상 가장 낮은 가동률을 보였다. 2023년 유럽연합 내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은 44%로 역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정정되어야 할 괴담은 독일의 전기요금이 계속 비싸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023년 독일의 전기요금은 원전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는데도 다시 2021년 수준으로 내려갔으며,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추세다. 예를 들어 지역의 에너지 공사가 일반 가정에 판매하는 전기 가격은 2022년 중반 메가와트시(h)235유로에 달해 2021년의 두 배가 넘는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h당 판매 가격이 평균 90유로로 2021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 독일의 에너지 전환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구가 많은 산업국가 중 독일처럼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가면서도 탈원전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는 오랜 역사가 있으며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2000년 사민당·녹색당의 적녹 정부가 당시 전력매입법을 대대적으로 확대 개혁해 제정한 재생에너지법이 에너지 전환의 기초가 되었다.

1990년 만들어진 전력매입법은 이미 소규모 재생에너지 생산자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 대형 송배전 사업자들은 재생에너지 생산자가 전력망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독일 정부는 전력매입법을 통해 송배전 사업자에게 소규모 재생에너지 생산자의 전력을 매입하는 의무를 지웠다. 또한 시장가격이 아닌 고정가격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매입하게 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전력매입법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지 못했다.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자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626일 독일 보트로프시 주택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되어 있다.AP Photo

재생에너지는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적녹 정부는 재생에너지법과 함께 탈원전을 통과시켰다. 핵발전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여겨졌지만,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명되었다.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또 다른 대안이 되었다. 창당 시기부터 탈원전을 가장 중요한 정치 의제로 내세운 녹색당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촉진을 연결했다. 재생에너지법은 대형 송배전 사업자들로 하여금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우선 구매하고 공급하도록 했다. 또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확대해 송배전 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20년간 고정가격에 매입하도록 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매입 가격과 전기 시장가격의 차액을 모든 전력 소비자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재생에너지 부담금(EEG-Umlage)’ 제도를 도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생에너지법은 2000년 당시 6%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10년까지 12.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2007년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이미 14%에 도달했다.

2001년 연방 환경장관이던 녹색당의 위르겐 트리틴은 재생에너지 사용은 생태적으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환경부 보고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법 통과 이후 이 분야에서 1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 약 7만 개가 만들어졌다. 트리틴 장관은 재생에너지법이 목표 시점으로 삼았던 2010년 이후에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2005년 탄생한 메르켈 정권 또한 재생에너지법을 유지했고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재생에너지법은 그사이 여러 차례 개정되었지만, 에너지 전환을 뜻하는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는 에너지 전환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독일의 성공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정책 방향의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자민당으로 구성된 메르켈 2기 정부는 2010년 탈원전을 철회했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구상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 사용 기한 연장이 강조되어 있었다.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를 줄이는 대신 원전의 사용을 연장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1311일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기민당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탈핵을 지지해온 녹색당의 지지율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327일 치러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선거에서 녹색당은 과거보다 두 배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녹색당은 다수당이 되었고 당 역사상 최초로 주지사를 배출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오랫동안 기민당의 텃밭이었다. 결국 메르켈 정부는 같은 해 5월 다시 단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2246일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 장관이 재생에너지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고 있다.DPA

메르켈의 임기 동안에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200510.3%에서 2020년에는 45.3%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메르켈의 임기 동안 독일 정부는 기후보호와 에너지 전환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변했고 기대보다 낮은 성과를 거뒀다. 집권 초기 메르켈 총리는 대외적으로 기후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국제회의와 협약을 통해 기후보호를 국제정치의 주요 과제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점차 산업계를 보호하려는 목소리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독일의 환경 NGO ‘저먼워치(Germanwatch)’60여 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기후변화 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서 독일은 20072위를 차지했지만 계속해서 순위가 하락해 2020년에는 23위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의 순위는 탄소 배출량 변화, 재생에너지 비율, 기후보호 정책 등을 평가해 매겨진다.

202112월 출범한 사민당·녹색당·자민당 연립정부는 기후보호를 정책의 핵심 과제로 표명했다. 기후문제를 당의 중심에 둔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다른 정당 또한 기후보호가 독일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임을 인정했다. 새로운 정부는 메르켈 총리의 16년 임기 동안 속도가 느려진 에너지 전환과 기후보호 정책에 가속도를 붙여야 했다.

202246일 녹색당 소속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장관은 재생에너지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법, 해상풍력에너지법 등의 개정을 포함한 총 56개 법안의 변경과 조치가 담겨 있었다. 새로운 정책 패키지를 통해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사용량의 80%, 2035년까지는 사용량의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던 목표를 공식화했으며 재생에너지 설비의 대규모 확장을 약속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독일의 기후보호 목표 실행에 방해가 되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확보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야 했을 뿐 아니라, 높아지는 에너지 가격에 따른 시민의 부담을 덜어줄 정책을 먼저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보수정당을 비롯해 기후보호 정책에 반대하던 세력들이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물가상승에 따른 어려움의 원인을 에너지 전환 정책에 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런 압박 속에서도 독일 정부는 기후보호를 위한 정책 방향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4년 기후변화 대응지수에서 독일은 14위를 차지했다. 저먼워치는 연말에 다음 해의 지수를 발표한다. 2023년 지수보다 2계단 상승한 것이다. 관련 보고서는 독일 정부가 기후보호에 과거보다 더 적극 나서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았지만, 독일의 기후보호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실제 조처들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독일 정부를 구성하는 세 정당의 입장이 충돌해 독일의 기후정책에 방해가 된다고 보았다. 특히 고속도로 속도제한처럼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행하고 있는 정책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지수는 2009년부터 1~3위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기후보호를 위해 충분히 잘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는 의미다. 2024년 지수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나라는 2023년과 동일하게 덴마크였다. 유럽연합은 전년도 대비 세 계단 상승한 16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64위를 기록하며 거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보다 네 계단 하락한 순위다. 그 밖에도 미국과 일본이 각각 57, 58위였으며 러시아는 63위를 기록했다. 최하위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67)였다.

기자명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안오른게 없네" 이상기후 탓에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

'정부, 납품단가 지원에 240억원·할인지원에 600억원 투입

"'금사과''금배'. 한 개만 집어들어도 1만원이네요."

과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장보기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사과와 배, 감귤 등 과일 가격이 요동치면서 전반적인 장바구니 물가 인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과일과 채소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수산물 가격정보 사이트 '카미스(KAMIS)'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사과(후지, 10) 소매가는 379원으로 전년 22972원보다 30.9% 가격이 인상됐다. 또 배(신고, 10)도 같은날 42793원으로 전년대비 27479(55%)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와 배 가격이 크게 오른데는 생산량 감소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잦은 비와 이상기후 탓으로 사과는 전년대비 30%, 배는 27% 생산량이 준 상태다. 가격이 오른 과일은 사과와 배 뿐만 아니라 토마토(1kg)는 지난해 7437원에서 이날 8553원으로 15%, 방울토마토(1kg)는 같은기간 13829원에서 15298원으로 10.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딸기(100g)의 경우 1570원에서 1672원으로 6.5% 가격이 인상됐다.

채소류도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이맛고추(100g)는 지난 81898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615원보다 17.5% 인상됐으며, 대파(1kg)4096원으로 3742원이었던 지난해보다 9.5% 치솟았다. 또 깻잎(100g)3061원으로 지난해 2750원보다 11.3% 오른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가공식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은 이번에는 신선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들어오는 급여는 같은데, 물가는 매달 인상된다""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먹거리 물가가 끝없이 오르고 있어 실질소득은 크게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안정화를 위해 할인지원과 납품단가 지원 등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납품단가 지원에 204억원을 투입하고, 13개 과일에 KG1800원에서 1000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하고, 마트의 수입 과일 직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입 과일 3(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도 적용한다. 한편 송미령 장관은 "사과와 배의 생산량 감소로 빚어진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에 까지 확대되면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생산부터 유통까지 철저히 챙기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이기대, 근린공원으로 용도변경한다예술문화공원 박차

, 도시관리계획 변경안 공고

- 퐁피두 분관 유치 사전 작업

- 공원 편입131만여로 확대

- 올해까지 전문가 등과 계획 수립

부산시가 남구 이기대공원을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함께 예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예술문화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시는 이기대공원을 수변공원에서 근린공원으로 바꾸고 올해 말까지 문화예술인과 시민사회 등과 함께 의견을 모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시가 구상 중인 이기대 예술공원 내 아트센터 예상 모습. 국제신문DB

부산시는 최근 이기대공원이 위치한 남구 용호동 산146번지 일원의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안 공고를 냈다고 10일 밝혔다. 시는 부산시민의 다양한 공원시설 설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이기대공원을 수변공원에서 근린공원으로 바꾸고 인근 소공원 1659를 새로 편입해 규모를 기존 125에서 1312700로 늘렸다. 공원녹지법 시행규칙을 보면 수변공원은 조경·휴양 목적 등에 따른 제한적인 시설 설치만 가능해 교양 시설(미술관)을 조성하기 위해선 근린공원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바꿔야 한다.

이는 지난해 5월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이기대공원 내 삼성 소유 부지 약 325000350억 원에 매입한 뒤 착수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용역(국제신문 지난해 10172면 보도 등)에 따른 조처다. 시는 당초 지난해 예산에 매입비 439억 원을 반영했으나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문화재단 땅은 이기대공원 면적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이기대공원은 지난해 7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도시공원 해제를 앞두고 있었으나, 시가 삼성 부지 등 사유지를 사들여 아파트나 리조트 등 민간개발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시는 올해 말까지 문화예술인과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모아 문화예술생태공원의 청사진을 그릴 예정이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설 문화 시설로는 박형준 시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가 유력하다. 퐁피두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초 한국 분관 건립을 염두에 두고 이기대공원을 비롯해 해운대 달맞이고개와 북항 일대를 방문했고 이기대공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7년 정부의 해안선 군 주둔 지역 개방정책에 따라 군사시설 보호지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2005년 이기대 해안산책로 조성 사업이 진행됐고, 2013년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정됐다.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태종대 집라인 흥행 '바람'...'맞바람' 인한 휴업은 골머리

바람 영향으로 영업보다 휴업일 더 많아

성수기 앞두고 운영업체 걱정 이만저만

태종대 오션플라잉 테마파크 홈페이지에 기상상황에 따라 집라인 탑승 여부가 바뀐다는 안내문이 있다. 태종대 오션플라잉 테마파크 홈페이지 캡쳐

부산 영도구의 새로운 핫플로 부상하는 익스트림 체험시설 태종대 오션 플라잉 테마파크가 기상 문제로 영업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도구청은 지난달 28일 기준 태종대 오션 플라잉 테마파크(이하 테마파크) 집라인 이용객이 850명을 돌파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중순께 본격적으로 손님을 받고서 두 달 간의 실적이다. 집라인 이용객이 적은 겨울철 비수기에 이뤄낸 성과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부산 대표 핫플로 부상하는 테마파크에도 고민거리가 있다. 절벽과 해수면 위에 만들어진 테마파크가 기상 문제로 영업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는 것이다.

영도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테마파크 집라인를 운영하지 못한 날은 41일이다. 반면 정상적으로 개장한 날은 34일에 불과하다. 문을 연 날보다 닫은 날이 훨씬 많은 셈이다.

테마파크 운영업체 측은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원인으로 맞바람을 지목한다. 집라인을 타고 내려오는 이용객 정면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면 공중에 이용객이 매달릴 수 있다. 결국 집라인 운영이 안전하지 않아 영업을 쉬게 된다. 순간최대풍속이 14m/s 이상이거나 테마파크 현장 직원이 바람 세기가 강하다고 판단할 경우 영업이 중단된다.

태종대 오션플라잉 테마파크 전경. 영도구청 제공

경기도, 경북 등지에서 집라인을 20년 가까이 운영한 경험이 있는 운영 업체도 이곳 테마파크 일대 기상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탁 트인 바다 위에 테마파크가 만들어져 바람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하부 정류장 일대 해수면에서 부는 바람도 상당히 거세다는 것이다.

문 닫는 날이 늘어남에 따라 운영 업체도 걱정이 크다. 기온이 풀리는 이달부터 여름, 가을이 통상 집라인 성수기인데, 영업을 못 하는 날이 많아지면 수익성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집라인 체험 자체가 공중에서 이뤄지다 보니 바람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운영 업체 관계자는 수익보다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경영 방침을 갖고 조금이라도 바람 세기가 강하면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1년 동안 이곳 테마파크를 운영하면서 현장 경험을 상당히 쌓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설을 조성한 영도구청은 사전 타당성 조사에선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019년 테마파크 조성을 두고 실시한 용역에선 태종대 일대 무풍일 수는 연간 13.5일로 나타났다. 일 년에 13~14일 정도가 바람이 아예 없다는 뜻이다. 평균 풍속은 0.5~3.3m/s로 집라인 운영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영도구청 판단이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는 공감대가 있어 높은 안전 기준으로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아직 테마파크를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단기간의 데이터만으로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종대 오션 플라잉 테마파크는 총사업비 120억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개장했다. 중리산~감지해변~옛 자유랜드 주차장(653m)까지 이어지는 집라인는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해 1215일 개장했다. 집라인을 타면서 탁 트인 바다와 태종대를 감상할 수 있어 부산의 새로운 핫플로 주목받고 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한국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 나이 비밀 풀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양평 용문산에 있는 은행나무입니다.

이 나무의 정확한 나이와 과학적인 키, 무게 정보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이 은행나무를 디지털로 구현해 그 비밀을 처음으로 풀어냈습니다.

[기자]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거대한 은행나무가 위용을 뽐냅니다. 노란빛으로 물든 은행나무는 보기만 해도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로 꼽히는 용문산 은행나무. 하지만 과학적인 방법으로 나무 신체검사를 한 자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 은행나무를 디지털로 구현하면서 수수께끼를 풀어냈습니다.무인자동차에 쓰이는 라이다 장치로 은행나무의 정보를 측정해 디지털 쌍둥이를 구현한 겁니다. 두 갈래로 갈라진 가지와 우뚝 솟은 나무 끝, 두꺼운 나무 밑부분까지 실물과 똑같습니다.

[강진택 /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레이저 빛을 발사하고 반사돼 돌아오는 정보를 분석해 거리, 운동방향, 속도, 위치 등 다양한 정보와 함께 주변 환경을 3D 형태로 정보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알게 된 용문산 은행나무의 키는 38.8m, 약 아파트 13층 높이였습니다. 전체 나무 무게는 97.9톤으로 중형승용차 약 69대의 무게와 맞먹었습니다. 가장 큰 의문이었던 수령도 밝혀졌습니다. 기존 오래된 나무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식을 도입해 계산한 결과 1,018년으로 밝혀졌습니다.

[강진택 /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라이다로 분석한 생장정보를 국립산림과학원 노거수 수령 추정 DB에 적용한 결과 나무의 나이가 1,018년으로 밝혀졌습니다. 서기 1007년 고려 목종 시기입니다.]

또 용문산 은행나무의 연간 이산화탄소흡수량은 113kg으로 50년생 신갈나무 11그루가 연간 흡수할 수 있는 양과 같았습니다./YTN 김진두입니다.

선거로 택한 콘크리트 공화국, 그 암울한 미래

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의 시골 마을에는 인도가 없다. 마을을 가로 지르는 도로 위를 쌩쌩 달리는 차들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위협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다니기는 더 어렵다. 대형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탓에 시골길은 밤에는 걸어 다닐 수 없는 길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최근에 만들어진 도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길 마저도 시골 마을에 어린 아이들을 살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최근 회전 교차로가 크게 늘었다. 회전 교차로가 사고 위험을 줄여 준다는 통계에 기반한 교체로 보인다. 그런데 사고가 날 것 같지 않고, 그동안 아무런 불편이 없었던 시골 교차로도 모두 회전 교차로로 바꿨다. 돈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설은 하지 않으면서도, 생색내기 좋은 건설은 끝없이 이어진다.

건설 좋아하다 망한 일본, 그 뒤를 좇는 한국

한국에서 불필요한 도로나 건물을 짓는 것은 이제 일상화되었다. 전국 도처에 박물관, 기념관, 문예회관 등이 넘쳐 난다. 번듯한 건물은 있으나 내용물은 없다. 예술회관에 예술가가 없으니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이용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 만성적인 적자 상태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지어댄다. 국회의원들은 이런 예산 따왔다고 선전하고, 선거 때가 되면 또 건설하겠다고 나선다.

이젠 아예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장밋빛 건설 약속을 남발한다. 대부분의 지방 공항에서는 비행기를 보기 힘든데도 또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수도권에만 사람이 몰려 교통 혼잡이 일어나자 수도권은 아예 모든 도로를 지하화할 태세다. 전국에 빈 집이 넘쳐나는데 수도권은 멀쩡한 아파트를 허물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건설비용 상승으로 재건축의 수익이 나지 않자 다양한 지원을 통해 건설 붐을 일으키려고 안간 힘을 쏟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일본이 망하기 전, 같은 현상이 있었다. 댐을 지으면 낚시꾼만 좋아하고, 새로 뚫린 도로에는 강아지만 뛰어 노는데도 계속 짓고 또 지어댔다. 한창 때는 건설을 어찌나 좋아했는지, 해외에 나가서도 건물을 사고 골프장을 샀다. 미국의 상징적인 건물들을 삼으로써 미국의 자존심에 흠집을 내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곧 막대한 손실을 입고 모두 되팔아야 했다. 이제는 한국의 골프장을 하나 팔면 일본에서 10개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어쩌면 이렇게 안 좋은 면만 골라 일본을 닮아가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만약 그 때 일본이 건물이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혁신 기업들을 샀다면, 만약 그 때 미국의 중요 투자금융회사를 사서 새로운 금융기법을 배웠다면 오늘의 일본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건설만이 떼돈을 벌어준다는 건설 카르텔의 저차원적인 인지구조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혁신동력 갉아먹는 건설산업 지탱하는 건설 카르텔

한국과 일본, 중국은 모두 경제 역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초기에는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했기에 항만과 공항, 철도, 도로를 짓는 것은 꼭 필요한 투자였다. 기업이 커지며 상업용 건물도 필요했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채우기에는 공급이 부족했다. 그렇게 시작한 건설 붐은 곧 경제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고, 건설은 가장 손쉽게 기업을 키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건설은 경기에 민감해서 불황에는 위험이 큰 산업이지만, 어느 사이 자리잡은 건설 카르텔 덕분에 건설회사가 위험하다 싶으면 지식인과 언론이 나서서 건설업 지원을 외치고 나섰다. 회전문 관료들이 건설업의 위험을 떠안아 주면서 건설업은 가장 안전한 사업이 되었고, 한국에서는 아파트 불패 신화를 외치는 식자층이 넘쳐나게 되었다. PF부실로 휘청거리는 건설회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실제로 정부는 기형적인 워크아웃을 다시 들고 나와 공적 자금을 투하 중이다.

그런 연유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점차 줄어들어야 하는 건설산업의 비중이 이들 국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여전히 국내총생산의 15%를 콘크리트에 쏟아붓고 있고, 계속 헐고 새로 짓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재개발 붐으로 인해 이 비율이 좀체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결국 반복되는 거품으로 경제는 혁신 동력을 잃어버리고 서서히 쇠퇴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지방정부가 미친 듯이 아파트를 지어대다 보니 건설 비중이 30%를 넘었고, 결국 짓기도 전에 폭파해 버리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한중일이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

콘크리트 산업이 혁신을 가져오지 않고, 특히 한국에서 짓고 있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는 삶의 질도 높여주지 못한다. 그런데도 미친 듯이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조금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파트 한 동 짓는 값에 살 수 있는 미국의 좋은 기업이나 한국의 혁신 기업이 국민 경제에 훨씬 이익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 기술을 배울 수 있고, 한국 기업에 투자하면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아파트는 한국 사람들끼리 돈 놓고 돈 먹는 노름판 투기 대상에 불과하다.

또 건설 공약 들고 나온 정치인들을 심판할 기회

한국은 이렇듯 콘크리트에 쏟아부을 돈은 넘쳐나지만, 시골 마을길에는 여전히 인도가 없고, 미국의 혁신 기업이나 투자금융회사에 투자할 돈은 없다. 증권사들이 해외투자한다고 해외 건물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청구서가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한국 경제가 무너져 가고 있는 현실을 보지 못하는 까막눈들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

정치의 계절이 오자 다시 정치인들은 개발 공약을 들고 나왔다. 다 떠나고 몇 명 남아있지도 않은 섬 마을에 또 다리를 놓겠다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그들이 바로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는 주범들이다. 그러나 유권자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R&D 예산을 줄이고 건설을 하겠다는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다. 건설 공약을 하지 않는 많지 않은 정치인을 찾아 투표해서 나라를 구할 수 있다.

경제학은 냉혹하다. 유권자가 내린 결정에 따라 한국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그 피해는 온전히 유권자의 자녀들에게 돌아간다. 회색빛 콘크리트 공화국을 물려받을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선택해야 한다. 유권자가 탐욕에 빠져 건설 카르텔에 속아 넘어가 선택을 하면 후회할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홍종학 전 국회의원 · 중소벤처부 장관/ 시민언론 민들레

 

눈덩이처럼 쌓이는 아파트 미분양"살 사람이 없다

이달 6일부터 서울 아파트 매물 8만건 재돌파

미분양과 악성미분양도 빠르게 늘고 있어

1월 거래량 반등은 신생아특례 · 대출 규제강화 탓

서울 아파트 매물 등록건수가 다시 8만건을 돌파했다. 4개월 만의 일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건을 재돌파했다는 건 그만큼 시장에 수요가 위축됐다는 방증이다. 또한 감소하는 것처럼 보였던 공동주택 미분양 및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 내면의 에너지는 고갈된 것이 분명한데 레거시 미디어들은 일시적인 거래량 반등을 시장이 활력을 찾은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호도 중이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달 6일부터 서울 아파트 매물 8만건 재돌파해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건수는 이달 6일부터 8만건을 넘기 시작해 10일 현재 8209건을 기록 중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가 8만건을 넘은 것은 작년 1138452건 이후 4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 등록매물 건수가 8만건을 재돌파했다는 것은 시장에 수요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방증이다.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많으니 매물이 적체될 수 밖에 없다.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건 시장이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매수자 입장에선 급할 것이 전혀 없다.

미분양과 악성 미분양도 빠르게 늘어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3755가구로 전월 62489가구보다 1266가구(2.0%) 늘었다.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악성으로 손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11363가구로 전달보다 506가구(4.7%) 증가했다. 이는 12006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았던 20201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9115가구로 전체의 80% 수준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각종 미분양 해소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장참여자들이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데 그럴 유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을 거시차원에서 결정하는 금리, 대출, 소득 가운데 시장에 우호적인 요인은 찾기 어렵다.

사정이 한결 나쁜 건 미분양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양시기를 미뤄온 단지들이 준공을 앞두고 후분양에 나서면서 공급량이 늘어나는 데다 그나마 대출수요를 지탱하던 특례보금자리론등 정책자금이 준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기본형건축비가 3.1% 인상하면서 분양가는 더 오를 것이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시행돼 대출이 더 엄격해졌다. 쉽게 말해 공급물량은 느는데 분양가는 올랐고 대출이 크게 줄었으니 분양이 잘 될리 없다. 미분양이 더 늘 일만 남은 것이다.

일시적 거래량 반등은 페인트 모션, 현혹되지 마라

한편 레거시미디어들은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등하자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라도 한 듯 호듭갑이다. 서울 아파트 1월 거래량(계약일 기준)2542건을 기록해 작년 12(1824)보다 40%가량 증가한 건 팩트다. 또한 2월 거래량은 3월 현재 1730건이 신고돼 1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 송파, 마포 등지 에서 가격이 반등한 채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도 발견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에너지 회복과는 완벽히 무관하다. 수차 강조하지만 시장을 큰 틀에서 규정짓는 거시지표는 금리, 대출, 소득이며 이 중 시장의 추세를 상승쪽으로 이끌 요인은 현재로선 없다.눈 밝은 독자들은 금방 간파하겠지만 1월과 2월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등한 건 신생아 특례대출의 존재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 증가 때문이다.

수요 증가가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부동산에 관해서 레거시 미디어에 휘둘리다 보면 정말 큰 낭패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레거시 미디어는 우는 사자와 같이 항상 당신을 삼키려고 당신 주변을 배회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시민언론 민들레

 

윤 대통령, 설악산 케이블카 자찬걷지 않으니 오히려 자연 보존돼

주민 원하면 케이블카 더 설치또 선심·관권 민생토론회

강원도 민생토론회환경부 장관, 환경 보호주의자면 임명 안 했다

강원도 산림 개발 띄우기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이어 지역 주민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강원특별자치도 춘천 강원도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같이 발언하며 절대적인 보존만이 환경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류가 발전할 수가 없다며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정부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강원특별법 등으로 신설된 각종 산지 규제 완화와 보호 지역 내 행위 제한 완화 등을 골자로 강원도 산악관광 활성화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거 석탄 운반 등에 쓰인 철도 시설과 지난해 11월 착공에 들어간 오색케이블카 등을 들며 “(산악) 열차나 케이블카가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지 않고 보기 때문에, 자연이 보존된다는 얘기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과 (자연) 이용이라는 것을 첨단 기술로서 조화를 이룰 수 있게끔 해야 한다불필요한 규제는 풀겠다고 밝혔다.

, 산림 면적과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 강원도의 자연 생태계 및 산림 자원의 경제적 활용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강원도는 어마어마한 산림 자원을 가지고 있는데, 절대적 보존주의라는 철학을 가지고는 뭘 할 수가 없다보존과 이용을 잘 조화시키는 게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동석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 대해서는 환경에 대해 절대적인 보호주의자라면 장관으로 임명 안 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와 관련, 국립공원 내 설치되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이후 전국 국립공원 개발 난립에 대한 우려가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공언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오색케이블카가 허용되면서 지리산부터 북한산까지 전국적으로 (국립공원 개발 관련) ‘판도라의 상자가 이미 열린 상황이라며 이번 대통령 발언을 통해 정부의 국립공원에 대한 개발 인식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의 흐름도 역행한다는 지적도 따랐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생물다양성 협약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바다와 육지의 30%를 보호 지역으로 보전·관리하기로 타결했으나 (2022년 기준) 보호지역 면적이 육상지역 17%에 불과하다단순히 주민 숙원 사업이라는 이유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개발 세력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산림자원이 관광자원으로 더 활성화하도록 규제를 대폭 풀겠다강원도가 지정하는 산림이용진흥지구에 포함된 국유림에도 산림관광열차, 야영장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대거 풀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무한대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어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절대적인 보존만이 환경이라 생각하면 인류가 발전할 수 없다열차나 케이블카가 있으면 사람들이 걸어 다니지 않고 보기 때문에 자연이 오히려 보존된다는 얘기도 있다고 규제 완화를 재차 강조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관광 케이블카는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릴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승인으로 한반도 전역에 관광 케이블카 광풍이 불고 있다. 국립공원 지리산을 필두로 한라산, 계룡산 등 웬만한 국립공원이나 풍광이 좀 수려하다고 알려진 관광지 곳곳에 너도나도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난리다.해당 지자체가 앞장 서서 마치 케이블카가 지역을 먹여 살리는 황금알이라도 되는 양 앞다투어 유치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사업을 추진하려는 지자체는 한결같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활성화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공언한다. 덧붙여 교통약자를 위한 복지 서비스 제공과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개발을 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심지어는 케이블카 건설이 오히려 등산객으로부터 산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궤변마저 늘어놓는다.

산악관광 케이블카 건설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환경이 훼손돼 아름다운 풍광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는 논외로 하자. 산악 케이블카는 시설 그 자체가 경관을 해치고 건설과정에서도 대규모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며 운행 과정 또한 자연 생태계에 치명적임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서 관광 케이블카 개발은 불가피한 것일까? 과연 케이블카는 생태계 파괴와 자연환경의 훼손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비장의 카드요, 지역 발전을 보장하는 블루칩일까?

한마디로 말해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팔도강산 어디에도 관광 케이블카 사업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났거나 지역주민들이 혜택을 보거나 낙수효과를 누린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케이블카가 예상만큼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고 운영으로 흑자를 내는 곳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흑자를 내는 몇몇 곳 또한 그 이익은 고스란히 개인사업자에게 돌아갈 뿐 지역 경제와는 무관하다.

우선 기대하는 것만큼 이용객이 많지 않다. 심지어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마저 이용객이 많지 않다. 한마디로 인기가 별로란 말이다. 자료를 살펴보면 성공적인 케이블카로 불리는 서울 남산과 설악산 권금성, 통영 미륵산도 관광객 대비 이용객은 3.6% 가량이며, 다른 곳의 이용률은 2%를 밑돈다. 자치단체들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관광 케이블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흑자를 내는 곳도 거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관광 케이블카는 41곳이 운영되고 있다. 2015년까지는 20곳 정도밖에 안 됐는데 8년 사이에 2배로 늘었다. 2007년 통영 케이블카와 2014년 여수 케이블카가 대박나자 그런 성공모델을 보고 우후죽순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중 통영과 여수의 해상케이블카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장 초기 반짝하다 이내 침체기로 빠지며 운영난에 허덕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롤모델로 여기는 통영 케이블카 마저 사정이 여의치 않은 편이다. 20084월 운행을 시작한 통영 케이블카는 한때 연평균 128만명 정도가 이용하며 8년 만에 누적 이용객 천만명을 돌파한 국민 케이블카로 각광받았으나 현재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16년부터 차츰 이용객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2019년에는 85, 2020년엔 43만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2021년에는 42, 이용객 수가 계속 줄면서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가장 모범사례인 통영이 이러면 다른 곳은 어떨까? 경남 사천 바다케이블카도 개통한 2018년에는 흑자를 냈지만 그 뒤로 이용객이 계속 줄면서 2020년에는 40억 손실로 전환됐다. 부득이하게 요금 인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지만 관광객 이용이 줄어드는데 요금만 올린다고 적자가 해소될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케이블카 역사에서 불패신화를 기록하고 있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어떨까.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연간 탑승객 수가 약 70만명이고 연간 흑자 규모는 30~4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50년 넘게 흑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지만 케이블카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 속초 설악동 상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황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설령 케이블카 사업이 대박 나더라도 주변 상권을 포함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관광 사업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체류형 관광이 돼야 하는데 케이블카는 오히려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을 더욱 가능케 하기에 지역 활성화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연간 케이블카 이용객이 70만명 이상 유지하는데도 설악동 상권은 오히려 날이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렇듯 케이블카가 지역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고, 케이블카가 지역주민을 먹여살릴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관광 케이블카는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릴까

전국 팔도가 관광 케이블카 개발 광풍에 휩싸여 있지만 케이블카 사업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소위 돈이 되는사업이 아님은 이미 많은 자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오히려 대다수의 관광 케이블카는 적자 때문에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 자체가 경영난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까. 오히려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더 크다.

십여년 전 자료인 201412월 문화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그때 이미 국내에서 운행하고 있는 20곳 관광용 케이블카 가운데 연평균 영업이익 10억원을 넘긴 곳은 고작 통영(388)을 비롯해 설악산 권금성(468)과 서울 남산(154) 세곳뿐이었다.

그외 울릉도와 대구 팔공산, 부산 금정산, 해남 두륜산, 완주 대둔산 등은 2~3억원대에 불과하였으며, 구미 금오산(7), 밀양 얼음골(3), 그외의 시설은 실질적으로 적자에 허덕이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통영 해상케이블카 설치비용이 174억 정도였는데 나머지 17곳은 설치비를 매우는 데만도 6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나마 성공사례로 꼽혔던 통영은 여수 목포 등과 더불어 유명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해상케이블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한려수도 다도해 경관을 사시사철 조망할 수 있고 야간 운행도 가능한 장점이 작용하고 있어서 여타 산악케이블카보다 더 유리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의 케이블카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곳(물론 수익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으로 조사된 서울 남산과 설악산 권금성 두 곳의 상황은 어떠할까.현재 이 두 곳은 모두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는데 둘 모두 공공이익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고 있다. 남산 케이블카의 경우 개인이 54년간 독점하고 있으나 사업 이익이 모두 사업자 개인에게 돌아가고, 공공기여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한모씨가 42년째 독점 운영하고 있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또한 수익금 전액은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지역 경제 활성화나 공공기여와는 무관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케이블카가 있는 설악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침체와 불황의 늪에 빠져 문닫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낙수효과도 전혀 없는 셈이다. 이처럼 민간 소유의 사례는 케이블카의 이익이 지역과 아무 관련없이 개인사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그렇다면 사업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은 없을까? 통영 케이블카의 사례를 보면, 통영관광개발공사, 즉 공기업이 운영하고 이 공기업이 흑자를 내서 통영시에 30억씩 이익을 배당했다. 하지만 이는 흑자일 때만 가능한 얘기다.

최근 착공식을 거행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의 경우 총사업비 1172억 중 양양군이 948억을 내고 나머지는 강원도에서 낸다. 강원도는 연 매출 200억이 가능하고 1년에 200억씩, 3년이면 600억을 벌 수 있으니 지방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빨리 해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기대만큼 수익이 창출될까.

만일 국민의 혈세로 건립했는데 기대와 달리 적자와 손실에 허덕인다면? 지역 경제의 부흥은 커녕 지방 재정 파탄으로 지역 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케이블카 건립을 통한 공유가치 창출이나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은 허구이다. 통상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케이블카 건립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지만 이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위험한 발상인지 깨달아야 한다.

더구나 만일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에 허덕여 운영을 중지하거나 관리 소홀로 폐물이 되어버린다면 오히려 지역의 흉물로 남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산악이든 해상이든 관광 케이블카 사업은 아무리 살펴봐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오히려 지역 발전에 발목을 잡고 미래 비전에 역행하는 반지역적 막개발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지자체나 개발업자들은 케이블카를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홍보하며 지역주민들을 혹세무민하지만 케이블카는 결코 지역의 비전이 될 수 없다. 이는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자연, 국립공원 등)의 배를 갈라 소중한 보물인 거위도 잃고 황금알마저 얻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이나 다름없다.

대대손손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기존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며 고스란히 다음세대에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만이 나도 살고 지역도 살고, 경제도 살고 환경도 사는, 뭇 생명도 함께 사는 유일한 길이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천지일보

 

에너지전환 위한 로드맵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 강윤중 기자

전 세계 태양광발전 증가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신규 설치 규모가 510GW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는 2.5GW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난 25일 태양광산업 동향보고서를 보면, 국내 태양광발전은 20204.6GW로 정점을 찍은 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연간 2.02.5GW 내에서 수요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생산에 사용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자는 RE100에 대한 세계의 요구가 강하다. 이 요구가 유럽연합(EU)에서 탄소국경세로 구체화하면서 우리 수출기업에 피할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231월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문재인 정부가 세운 30.2%에서 21.6%8.6%포인트 낮춘 바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들이 전기생산 시 의무공급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도 25%에서 15%로 줄였다. 지금 이렇게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미래 삶의 중요한 부분이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에 달려 있다.

민간의 불안·불확실성 줄여줘야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에 상응하는 비용을 유발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부정적 외부효과에 대해 대응하는 핵심 내용이다. 개별기업들과 개인들은 여기에 맞춰 생산·판매·소비를 계획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은 바람직한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가격수준이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가격이 가장 높은 EU조차 교통수단과 건물난방 관련 이산화탄소 가격이 현재 계획보다 4~6배 정도가 돼야 이산화탄소 배출이 실제로 일으키는 부정적 효과에 상응하는 비용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담은 시민들이나 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지체할수록 지구생태계는 회복이 불가능하게 악화하고 미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은 이산화탄소에 대한 부담금 없이 재생에너지 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해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전환을 이루면서 동시에 국내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부담금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 차량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면 나름의 합리적인 정책이다. 난방이나 차량 운행을 위한 대안적 에너지가 존재해야 소비자들이 이를 선택할 수 있고, 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맞춰 기업은 전기차나 전기에너지 충전시설, 히트펌프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난방시스템, 그리고 재생에너지와 그 생산시설 자체의 공급을 계획할 것이다. 에너지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도 재생에너지 산업 보조금 지급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중화학)에 대한 재정지원 및 에너지전환 의무화, 이산화탄소 부담금 부과를 통한 취약계층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위험은 우리 삶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이에 대한 소홀한 대응은 기업경쟁력을 잃게 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비용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무역에서의 탄소국경세 부담이 문제가 된다.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산업의 건설과 부품 등 에너지 관련 산업 분야의 신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산업 정책적 어려움도 발생한다.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은 재정 및 조세정책의 큰 과제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조달과 비용을 안정화할 투자가 필요하므로 큰 재원이 소요된다. 혜택은 장기에 발생하나 투자는 단기간에 큰 규모를 투입해야 한다. 또 재정을 통해 민간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과 개인들의 행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얼마나 부담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소득계층별 양극화가 심각한 현실에서 정부에게 어려운 과제로 닥칠 것이다.

기아 관계자들이 지난해 418일 중국 상하이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23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신차를 공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전환을 위한 명확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내 모든 경제주체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기업과 가계가 이 국가전략과 국가가 제시하는 일정에 따라 스스로가 필요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국가전략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야 할까.

로드맵이 명확하게 서야 한다. 목표로 하는 에너지 믹스(발전원별 구성비)가 어느 정도이며, 언제까지 그렇게 전환할 것이며, 목표에 이를 때까지 국가 전체에서 에너지원별로 얼마의 비율로 에너지를 제공할 것인지, 정부와 공기업 분야의 역할은 어디까지이며 민간의 에너지기업과 보통의 기업들, 그리고 개인들은 어떻게 협조하고 부담을 나눠야 하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생에너지와 (과도기 기간) 전통적 에너지의 에너지원별 담당 비율, 발전소 가동 및 건설 계획, 송배전 시설, 필요한 발전 연료의 수입 및 조달 계획이다. 이것이 명확해야 비로소 민간 분야의 기업과 개인들은 스스로의 경제활동에 대한 계획 수립과 준비가 가능한 것이다. 지자체가 이 계획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더 이상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

전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고려할 사항이 매우 많다. 더욱이 에너지전환을 위한 장기적 국가전략은 방향성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일정이 잡혀야 한다. 구체적 일정이 들어 있지 않고 방향성만 담긴 국가전략만으로는 민간이 계획과 전략을 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의 행태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국가의 인센티브와 재정지원은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아야 한다. 부족하면 민간이 따라오지 않고 행태변화도 없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자금이 더 소요되고 전체 경제적 비용도 증가한다. 반대로 지나치면 재정을 낭비하게 되고, 민간의 공급이 과잉상태가 돼 전체 경제의 비효율을 부추긴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경향

기후 변화 충격, 다시 생존 위해 싸우는 노동자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교집합

산업혁명은 자본주의와 노동운동의 출발이다. 또한 지금의 기후위기와 환경운동의 시작점이다. 산업혁명이 잉태한 자본주의는 도시로 노동자를 불러들였다. '인클로저'. 자본가들은 몰려든 사람들을 고용했고 노동자가 탄생했다. 자본주의는 '자본가''노동자'라는 새로운 신분사회를 구축했다.

노동운동은 자본가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환경운동은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귀결점은 무엇인가. 문제를 야기한 자와 피해를 보는 자,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 '기후약자'는 노동자이며, 노동자는 곧 시민이다.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주체는 동일하다. 환경운동가와 노동운동가의 연대를 보기 힘들다. 기후위기의 시대는 기후운동가와 노동운동가가 연대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진보의 승리는 연대를 전제로 한다.

열악한 노동환경이 노동자들을 각성시켰듯이 각종 오염과 공해가 시민들을 각성시키면서 '환경운동'이 시작되었다. 기후위기가 시민들을 각성시키고 있다. '기후운동가'가 등장했다. 우리는 시민이고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급여를 받고 있는 모든 이들은 노동자다.

2023414일 전국에서 모인 환경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세종 정부세종청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에서 ‘414 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가속화 정책에 반대하며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를 향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유성호

기후위기는 노동위기다. 기후 이상 변화에 따른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다. 사회적 안전망은 덜 촘촘하다. 노동조건은 더 열악해진다. 고용도 불안해진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도 공평하지 못해서 모든 정책의 피해자는 노동자다.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제안했다. 인류의 산업 활동으로 지구 환경이 극단적으로 변화했고 18세기 산업혁명 시기가 '인류세'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지질학계가 아직 공인하지 않은 지질시대 구분이지만,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개념이다.

이토록 짧은 시간, 행성을 전일적으로 지배한 사례는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다. 인류는 자신과 지구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었다. 막강한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행성의 미래는 좌우된다. 깊은 성찰과 실천적 행동이 필요하다. 지구를 떠나 살 수 없기에, 생태계 구성원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은 최상위 명제다.

지구에서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기후정의''정의로운 전환'이 시대의 화두다. '기후약자'의 피해는 시민들, 곧 노동자들의 피해다. 기후위기 대응은 노동시장 재편이 고려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은 최저생계비와 생존을 위해 싸워 왔다.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기후위기에 다시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할지 모른다. 그것은 시민이면서 노동자인 우리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410일 총선이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정치 세력화'의 기초적 행위다. 기후공약과 기후후보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이때, 노동자들의 '정치 세력화'와의 거리를 생각해 본다.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은 하나의 강물이다.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지천을 만나듯 거대한 물줄기로 강물이 되자.

김용만(freundkim) 오마이뉴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전국 첫 보호수 관리지원센터운영

보호수 후계목 생산 지원 등 도내 1047본 보호수 체계적 관리·지원

오랜 역사와 생태적 가치를 지닌 보호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기도 보호수 관리지원센터가 운영된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최근 도내 1047본 보호수 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경기도 보호수 관리지원센터를 본격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보호수 관리지원센터는 도내 31개 시·군에 관리 기술 및 수목 피해 전문 상담, 관리 담당자 교육, 보호수 관리 세미나, 보호수 후계목 생산 지원 등의 체계적인 관리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는 도산림환경연구소의 연구진과 수목병리·해충·생리 등 다양한 분야 교수진을 외부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운영한다.센터는 또 보호수 관리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담당 시·군 공무원을 대상으로 보호수 관리 전문교육 적극적인 생육환경 점검을 통한 체계적인 컨설팅 제공 보호수 관리 전문화를 위한 전문가 초빙 세미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보호수의 후계목(자손 나무) 생산을 위해 조직배양 기술로 유전형질이 동일한 후계목을 생산, 지원할 예정이다. 도산림환경연구소는 지난 2018년 강풍에 부러진 수령 530년 수원 영통 느티나무의 후계목 증식에 성공한 바 있다.

보호수는 지역에서 수백 년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자산으로 산림보호법에 따라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있어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다. 경기도에는 모두 1047본이 지정·관리 중이다.

한자리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보호수는 각종 개발과 재해로 인해 수목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병해충 피해에 취약하다. 이에 따라 보호수 고사 등의 2차 피해로 안전사고 문제 등의 우려가 있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윤하공 보호수 관리지원센터장은 오랜 역사와 생태적 가치를 가진 보호수의 피해가 발생해 고사하는 사례를 보면 안타깝다보호수 관리지원센터의 역할이 보호수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각 지자체에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신유정 (yoojung318@naver.com)/ 환경과 조경

 

기후와 에너지와 탄소와 숲

지구는 열려 있을까 닫혀 있을까? 지구는 물질 측면에서 닫힌계다. 운석이 떨어지고 로켓이 날아가기는 하지만 예외적인 일일 뿐 우주와 꾸준한 물질 교환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물을 보더라도 지구 표면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높이 상승해 구름이 되어 비로 내렸다가 다시 증발해 대기로 돌아가는 영원한 순환 고리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에너지는 어떨까?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30%는 바로 반사되어 우주로 돌아간다. 남은 양의 일부는 지구를 데우는 데 쓰이고 나머지는 물의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간 변화를 일으키는 데 쓰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에너지를 방출하고 지구 또한 끊임없이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한다. 이렇듯 지구는 에너지 측면에서 열린계다.

들어오는 에너지가 증가하거나 나가는 에너지가 감소하면 지구가 더워진다. 가계의 수입이 늘거나 지출이 줄면 자산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2023년에 출판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6차 기후변화 보고서는 지구가 더워지는 이유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우주로 나가는 에너지가 줄기 때문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지구 표면에서 흡수된 태양 에너지의 절반가량은 물의 상태변화에 이용된다. 즉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물, 에너지, 탄소의 순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식물은 기후 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성장한다. 광합성은 빛 에너지, ,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포도당을 합성하는데 땅속에 존재하는 액체 상태의 물을 빨아올려 절반은 이용하고 절반은 수증기로 방출한다. 다시 말해 물, 에너지, 탄소 순환의 접점에는 식물이 존재한다. 식물의 광합성은 매년 내리는 1000억톤 이상의 육상 강수 중 삼분의 일 가량을 기화시켜 대기로 돌려보낸다. 또한 인간이 배출하는 약 400억톤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 중 삼분의 일 가량을 다시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식물은 기후 시스템의 핵심 요소이며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필수 고려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나무도 수명이 존재한다. 성장기 나무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노년기 나무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가면 숲에서 식물이 호흡하고 사체가 분해되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광합성으로 흡수하는 양보다 더 많아지는 때가 도래한다. 산불도 간과할 수 없다. 2023년 전세계에서 산불로 방출된 탄소는 20억톤이 넘었다.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80억톤 상당이다. 이는 인간이 배출한 양의 오분의 일에 가깝다. 따라서 보존도 중요하지만 산림을 젊고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재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게 더더욱 중요하다. 흡수량을 극대화하고 방출량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목재의 효율적인 이용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육상 식물은 약 4500억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이는 지구 대기에 존재하는 탄소의 절반에 상당하는 양이다. 따라서 이를 고체 상태에서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 또한 기후변화 대응의 완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나무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은 이미 주요한 재생에너지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장기적 측면에서는 대기에서 흡수한 탄소가 연소하며 다시 대기로 돌아가는 닫힌계 순환이다. 즉 과학적으로는 넷 제로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연료로 이용하는 양을 숲의 성장보다 적게 유지하거나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기술로 제거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변화 시계는 더 빨리 돌아갈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평가할 때 단편적인 면만 보면 안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우리한테 주어진 길을 잘 선택해 걸어가야겠다./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한겨레

국민 96% “기후변화·플라스틱 문제 심각정부 정책은 글쎄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10명 중 4정부 책임꼽으며

플라스틱 규제 강화우선 요구

일반 국민들도 전문가 만큼이나

전지구적 기후변화 심각인식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들이 지난해 11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플라스틱 사용 규제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 철회와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업체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대부분이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4명은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제품이 많이 쓰이는 데는 정부의 책임이 있다며,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를 요구했다. 최근 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 등을 들어 정부가 환경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이 민심에는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환경부는 10일 이런 내용이 담긴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결과를 발표했다. 5년 주기로 시행되는 이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만 15살 이상 국민(1501)과 환경 분야 전문가(504)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경 분야별 심각성 평가.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보고서 갈무리

이번 조사에서 일반 국민 75.6%와 전문가 97.6%가 현재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도는 여성(78.8%)이 남성(72.6%)보다 6.2%포인트가량 높게 나타났다. 일반 국민의 환경문제 관심도는 199582.4%로 출발해 201391.8%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878.6%로 하락한 데 이어 이번에도 3%포인트 떨어졌다.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 환경 분야 가운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인식했다. 일반 국민은 지구온난화·기후변화(93.7%), 산업폐기물(86.6%), 생활쓰레기와 유해화학물질(각각 84.5%) 순으로 심각하다고 봤고, 전문가는 지구온난화·기후변화(94.6%), 대기(91.3%), 산업폐기물(86.9%) 순으로 응답했다. 지구온난화·기후변화 분야의 심각성은 직전 조사(2018)에 견줘 일반 국민은 8.6%포인트, 전문가는 2.4%포인트 증가했다.

정부가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분야도 지구온난화·기후변화가 꼽혔다. 일반 국민은 지구온난화·기후변화(31.6%), 자연환경 및 생태계(16.2%), 생활쓰레기(13.5%) 순으로 응답했고, 전문가는 지구온난화·기후변화(45%), 대기(14.3%), (11.5%)이라고 답했다. 지구온난화·기후변화에 대한 개선 필요성은 직전 조사에 견줘 일반 국민은 13.3%포인트, 전문가는 33.3%포인트로 대폭 증가했다.

환경보전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환경오염 유발 제품에 부담금 부과 강화(일반 국민 44.1%, 전문가 28.6%)’가 꼽혔다. 그 다음으로 일반 국민은 환경오염물질 배출기업에 과세(25.8%), 정부재정 내 환경예산 비중 확대(15.9%)라고 답했다. 전문가는 정부재정 내 환경예산 비중 확대(27.8%), 환경오염물질 배출기업에 과세(27.2%)를 꼽았다.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 심각성.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보고서 갈무리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일반 국민 96.3%, 전문가 96.6%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지난 조사에 견줘 일반 국민의 심각성 인식이 6.6%포인트 증가하면서 전문가의 심각성 인식 수준과 비슷해졌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는 일반 국민(30.6%)과 전문가(38.5%) 모두 저탄소 대체 에너지 개발 및 보급1순위로 꼽았다. 또한 일반 국민 47.1%와 전문가 62.1%는 중앙 정부가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국민 개개인(일반 국민 28%, 전문가 21.8%)은 그 다음 순이었다.

일반 국민 96.8%와 전문가 98.0%는 우리나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일반 국민(40.3%)과 전문가(40.7%)는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제품이 많이 쓰이는 데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응답했다. 제품 생산회사(일반 국민 36.5%, 전문가 31.5%)나 소비자(13.7%, 15.7%)보다 정부 책임이 크다는 비중이 높았던 것이다.

이 때문인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일반 국민 45.6%, 전문가 43.7%가 규제 강화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 및 인프라 개선(24.7%, 23.2%)이 그 뒤를 이었다. 정부의 플라스틱 관련 정책 만족도는 일반 국민은 29.0%, 전문가 24.2%에 그쳤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보고서 갈무리

이와 관련 카페 등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거나 음식을 배달할 때 사용되는 일회용품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에는 일반 국민 94.2%, 전문가 94.8%가 동의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방안으로는 일반 국민(45.9%)과 전문가(43.3%) 모두 1순위로 일회용품 규제를 꼽았다. 직전 조사에 견줘서는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에서 각각 6.4%포인트, 9.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업체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저감을 가장 적합하다고 꼽은 일반 국민은 29.8%, 전문가는 18.8%였다. 직전 조사에 견줘 일반 국민은 1.5%포인트 증가, 전문가는 0.9%포인트 하락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오프로드' 레저에 몸살 앓는 한라산"말 먹일 풀 어쩌라고"

한라산 중턱에서 이렇게 레저용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체험.

최근 제주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체험장이 아닌 곳에서 마음대로 주행을 하면서 제주도의 들판이 크게 훼손되고 있습니다.리포트-대형 바퀴를 단 사륜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질주합니다.

물웅덩이와 풀밭을 가리지 않고 달리며 진흙과 흙탕물을 마구 튀기더니 이내 중심을 잃고 넘어집니다. 사륜 오토바이 주행이 이뤄진 곳을 가봤습니다. 제주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곳인데, 마치 주행 코스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나무 사이 바퀴 자국을 따라 길이 생겼습니다.

바퀴로 훼손된 곳곳에는 이렇게 차량 체인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취재진이 5분도 안 돼 수거한 체인만 8,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썩기 어려운 재질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사륜 오토바이 체험장이 아닌 사유지입니다. 50가량이 소나 말에게 먹일 풀을 기르기 위한 초지로 허가받은 곳입니다.

[인근 마을 관계자(음성변조)]"우리 그거 다 돈 하고(내서) 씨도 뿌리고, 비료도 뿌리고 다 하고 있을 텐데"

주변의 또 다른 초지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얼마 전에도 사륜차들이 질주한 듯 입구부터 바퀴 자국이 선명합니다.차량 여러 대가 반복해 주행한 것처럼 바퀴 자국이 몇 줄씩 겹겹이 새겨졌고 묘가 있던 자리도 타이어 자국으로 둘러싸였습니다.

이곳은 공유지로 풀을 기르기 위한 초지로 임대된 곳입니다. 초지 곳곳에는 바퀴 자국이 선명한데요.이렇게 사면에는 풀들이 자라지 못한 채 흙바닥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주로 레저 동호회나 개인들이 경치가 좋은 초지에 찾아와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형종/제주도민]"7~8대 정도 와서 여기를 엄청 다니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늘 와서 보니까 상태가 훨씬 심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맘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초지를 훼손하더라도 현행법으로 처벌이 어렵습니다.

[제주시 관계자(음성변조)]"레저 인허가를 받아서 시설물을 하는 거면 제한이 걸리지만, 개인이 와서 그냥 타버리는 것을 제재할 수 있는 법령상의 내용은 없는 거죠."

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레저용 차량의 무분별한 주행에 제주의 초지가 시름을 앓고 있습니다.MBC뉴스 홍수현입니다.

 

선거캠프 앞 벚나무 댕강우연 일치?

김도읍 국회의원 사무소 인근 10여 그루 가지치기로 앙상

- 건물주 민원에 따른 조치

- 작업 뒤 선거 현수막 부착 논란

부산 강서구가 현역 국회의원의 선거사무소 앞 벚나무 등 10여 그루의 가지치기를 벌인 것을 두고 논란이 인다. 특히 이번 주말 해당 의원의 총선 선거사무소 캠프 개소식을 앞두고 가지치기가 진행된 것을 놓고 정치적 공방까지 벌어지는 양상이다.

부산 강서구 관계자가 지난 7일 명지동 김도읍 국회의원 선거사무실 앞 나무에서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12일 강서구 명지동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선거사무소 앞의 인도와 공유녹지에 있는 수목은 이른바 닭발형태로 가지치기가 돼 앙상했다. 일대 나무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일 정도로 짧게 가지치기가 된 모습이었다. 주민 A 씨는 퇴근길에 현수막을 보다가 나무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몇 주 뒤면 벚꽃이 만개할 텐데 이렇게까지 가지를 쳐냈어야 했나 싶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강서구는 지난 7일 건물주의 민원이 제기돼 가지치기에 들어갔다고 이날 설명했다. 하지만 구가 가지치기를 하고 난 이후 김 의원의 현수막 부착 작업이 진행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명지국제신도시회장단 배성진(38) 대표는 국제신도시 상가 앞 가로수가 무성해져 간판 가린다고 민원을 수차례 넣어도 꿈쩍도 안 하면서 선거사무소 들어온다니 시야 확보 해준 거 아니냐우리는 주민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정치적인 고려가 전혀 없었다. 현수막 게시와 가지치기는 무관하다고 펄쩍 뛰었다.

게다가 이곳에 선거사무소가 없을 때인 지난해 12월에는 건물주가 같은 민원을 제기했을 때 구는 건물에 닿는 일부 잔가지만 솎아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측이 반발한다. 민주당 소속 박상준 구의회 의원은 수목 생장을 방해하지 않는 범주 내에서 넓은 잎사귀가 하수구를 막거나 도로 표지판을 가리는 등 부득이한 경우에만 가지치기해야 한다부산시도 지난해 지침을 만들어 무분별한 가지치기를 지양하라고 했는데, 가지치기의 정도를 봤을 때도 구의 이번 조처는 정치적인 면을 떠나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했다./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세계시장은 RE100인데 또 '원전' 짓겠다니윤 정부의 미친 짓"

[인터뷰] 30년 대기과학자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녹색정의당' 선택한 이유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녹색정의당에 입당한 이유와 윤석열 정부가 RE100을 외면하고 CF100을 고집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세계의 대세는 'RE100(재생에너지 100%)'이지, 'CF100(무탄소 에너지 100%)'이 아니란 말이에요. 작년에 전세계에서 원자력 발전을 새로 지은 게 총 5기가와트 정도 됩니다. 근데 태양광은 무려 400기가와트, 풍력은 120기가와트가 새로 지어졌어요. 신규 태양광·풍력을 합치면 500기가와트가 넘는다고요. 시장 크기로만 봐도 이젠 100 1이에요. 이런데도 우린 아직도 원전을 늘리고 CF100으로 간다? 진짜 미친 짓이죠."

윤석열 정부가 'RE100' 대신 추진하고 있는 'CF100'과 원전 정책에 대한 조천호(63)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의 평가다.지난 대선부터 국내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떠오른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전체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서구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이행요구가 늘고 있다. 반면 CF100(Carbon Free 100%)은 전체 전력을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로 만든다는 건데, RE100과 달리 원전을 허용한다.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CF100과 원전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에서도 RE100이 아닌 CF연합을 제안했고,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된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지난달 27 "RE100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 RE100은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 우리는 탄소를 낮추는 것을 중심으로 가겠다"면서 CF100에 힘을 실었다.

30년간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일한 대기과학자로 지난달 녹색정의당에 1호로 영입된 조 전 원장은 "선진국 중 어느 나라가 CF100을 말하나"라며 "윤 정부가 원전 카르텔에 의해 완전히 포위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 서구 등 전세계가 서둘러 RE100으로 전환하는 건, 원전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더 싸고 경제적이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기초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그나마 이만큼 살게 된 것도 지금껏 세계 주류 시장의 흐름을 필사적으로 따라간 덕인데, 윤 정부는 여기서마저 이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전 원장을 지난 8일 국회에서 만났다.

"세계 흐름은 분명 RE100...윤석열 정부, 원전 카르텔에 포섭"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CF연합을 제안하는 등, 정부가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고 있다.

"정말 이상하다. CF100은 세계 흐름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조차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작년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국내 기업 82% 'CF100 캠페인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했겠나. 세계 흐름은 분명 RE100이다. 정부가 전세계를 움직여 RE100이 아니라 CF100을 국제 표준으로 삼게 하겠다는 걸까.

한창 CF100을 외치던 윤 대통령이 석 달 전 세계 1위 반도체 장비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에 방문한 장면도 아주 엉뚱했다. ASML 2040년까지 RE100이 안 되는 회사엔 장비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해 주목받은 회사다. 정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후위기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우리 먹거리부터 위협 받을 거다."

- RE100이 먹거리 문제인가.

"당장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월마트, 이케아, BMW 같은 거대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기업들에게 2030년까지 RE100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나. 한국이 식량·자원·에너지를 영토 안에서 충당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고 우리 기업들도 다 수출로 먹고 사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그런데도 RE100을 안 하겠다는 건 갑자기 세계 주류 시장 흐름에서 벗어나겠다는 얘기다. 시간은 임박해 오는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 6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 정부가 RE100을 외면하고 CF100을 고집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정부가 원전 카르텔에 완전히 포획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 소수의 이익을 위해 한국사회 전체가 왜곡되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전세계에서 새로 지은 원전이 5기가와트였다. 이 수치를 놓고 국내 원전 카르텔은 언론 등 스피커를 활용해 마치 전세계에 원전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홍보를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내 전세계에 새로 지어진 태양광·풍력 발전이 500기가와트가 넘는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시장 규모가 무려 100 1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100배 규모의 태양광·풍력의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가야 하지 않나.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등 원전을 오히려 늘린다. 원전 카르텔에 포섭됐다는 것 외엔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

- 원전 카르텔이라면 대형 건설사들을 말하는 건가. 지난해 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3 1000억원의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따냈다.

"건설 자본뿐만 아니라 학계나 공단 등이 모두 엮여있다고 본다. 만일 원자력 발전이 정말 그렇게 경제적이고 남는 장사라면, 왜 기업들이 자체 사업을 벌이지 않고 국가가 발주하기만을 기다리겠나? 아무리 발전사업이 국가기간산업이라 해도, 원전을 못 짓게 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원전이 좋다는 여론을 만들어 국가가 공사를 발주하도록 만들고, 기업들은 시공 수주만 받아 돈을 벌어간다. 결국 원전 카르텔의 배만 불리다가 나라 전체가 세계 시장에서 낙오되고 있다.

작년 <네이처> 논문을 보면, 이미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새로 발전소를 지으면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딱 세 나라만 아직도 원전이 제일 싼데, 그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한국이다. 어느새 우리가 이렇게나 세계 주류에서 뒤쳐져 있다."

-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볼 때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전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냐는 반론도 있다.

"궁극적으로 기후위기는 탄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라는 것도 물질로 돼있고, 유한하다. 그러나 인류가 현재 만들어놓은 문명은, 지구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와 자원을 채굴해서 빼 쓴 뒤 쓰레기만 계속 쌓아두는 방식이다. 순환이 전혀 안 된다는 게 위기의 본질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핵연료봉은 계속 들어가야 하고 핵폐기물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초기 시설 투자비용 외엔 들어가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자연의 햇빛과 바람만 있으면 된다. 순환이 된다. 평균적으로 시설비 뽑아내는 데 10년 미만 걸린다. 이미 독일은 203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3년 전에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설립자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 포츠담대학교 석좌교수와 대담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독일이 왜 그렇게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려 하는 건지 물었다. 당시만 해도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당위적 답변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국가의 전략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순환이 가능한 재생에너지 시장이 열릴 게 뻔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산업에 투자한다는 얘기였다. 깜짝 놀랐다.

실제 재생에너지 가격이 매해 10%씩 뚝뚝 떨어질 정도로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독일의 아이들은 금세기 중반이 되면 태양광과 풍력이라는, 공짜의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산업을 설계해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여전히 석탄발전소와 원전을 짓겠다는 윤석열 정부 식으로 가다간 미세먼지와 핵폐기물의 비용만 짊어지게 된다. 원전 기술이 우리보다 뛰어난 유럽 국가들이 무슨 인류애가 넘쳐서 재생에너지를 키우는 게 아니다. 철저한 이익 계산이 깔려있다. 우린 벌써 많이 늦었다."

"탄소세 거둬 기본소득 나누고, 지역에서 만든 재생에너지는 지역에서"

-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쓰는 등 기후위기를 대중에 알려온 대기과학자다. 지난달 5일 녹색정의당에 영입 1호로 입당한 이유는.

"다급해서다. 나는 20년간 매일 아침 기후변화 자료를 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20년 동안 기후 데이터는 단 한 번도 완화된 적이 없다. 우리 세대가 이걸 막을 마지막 세대라고 보고 있다. 책임감 같은 게 있다. 기후는 정의의 문제기도 하다. 예컨대 전세계 소득 수준 10%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전체 온실가스의 절반을 배출한다. 전세계 8억명이 굶어 죽어가는데 전체 식량의 3분의 1이 그냥 버려진다. 우리나라만 좁혀봐도 그렇다. 우리 세대가 원전을 더 쓰면 다음 세대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작대기라도 하나 들자 싶었다."

- 준비하고 있는 기후 공약이 있나.

"두 가지다. 먼저 탄소세와 기본소득 배당이다. 탄소를 배출하면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거기 때문에 세금을 매기고, 이렇게 거둔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배당하자. 실제 스위스, 오스트리아, 캐나다, 스웨덴 등에서 탄소세를 하고 있다. 우린 탄소세가 처음이니까 가장 기본적인 난방부터 조금씩 부과하자. 집이 큰 사람들은 난방을 많이 때기 때문에 탄소세도 많이 낼 수밖에 없을 텐데, 이를 기본소득으로 나누면 난방을 적게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분배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 '복지'가 아니다. 타구성원에 의해 탄소를 많이 떠안게 된 데 대한 '피해 보상'이다. 전 국민에게 1년에 10만원 정도라도 조금씩 시작하자. 한국은 기득권이 강고해 처음부터 너무 크게 했다간 생각지도 못한 반격을 당할 수 있는 나라니까. 프랑스에서 운송업에 탄소세를 매겼다가 노동자들의 '노란조끼' 시위로 좌초됐던 것도 참고해야 한다.

두 번째로 각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거기서 나는 이익은 그 지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자. 지금 우리는 지역에 온갖 석탄발전소와 원전을 지어 환경을 훼손해놓고 송전망을 통해 전력과 이익은 도시로 보내는, 대단히 불평등한 에너지 체제 하에 있다. 에너지부터 이렇게 중앙집권적이어서는 권력이 독점되지 않고 분산되는 게 중요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공동체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각 지방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풀뿌리가 회복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실제 유럽의 도시들은 지방정부가 재생에너지 회사를 가진다. 기술도 이미 충분하다. 공공 건물의 벽, 유리창 모두 태양광 패널로 바꿀 수 있고, 공공 주차장·철도변·도로변·방음벽·저수지·호수·해상 등 공유지만 활용해도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태양광·풍력 설비는 기존 석탄발전소보다 2.8배의 인력이 더 필요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 비례대표 후보 순번 앞자리를 고사했다는 소리가 당 안에서 들리더라.

"60 넘은 놈이 무슨 앞장을 서나(웃음). 우리 당엔 허승규(35,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라는 아주 젊고 유능한 친구가 있다. 보수 중의 보수 동네인 경북 안동에서 '녹색당' 간판을 달고 16.5%(2018년 지방선거 낙선), 18%(2022년 지방선거 낙선)나 득표를 해내는, 나로선 정말 상상도 못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런 젊고 훌륭한 사람들부터 국회에 집어넣고 봐야 우리 기후에도 미래가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제일 절박한 목표다."

오마이뉴스 김성욱(etshiro)

 

0.72명이라는 성적표가 도착했습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역대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정부는 1.0명 회복을 목표로 삼지만, 모순되는 정책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더 자주, 기묘한 방식으로 출산율이 소환된다.

2012 48만여 명이던 출생아 수는 2023 23만명으로 급감했다.시사IN 이명익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숫자 하나가 한 사회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0.72. 2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합계출산율이다. 지난해(2022년 통계) 발표한 0.78명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고질적인 저출생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악화되고 있다. 매년 2월에 발표되는 전년도 합계출산율은, 한국 사회가 매년 받아드는 일종의 성적표로 인식되고 있다.

0.72명이라는 숫자가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체감하기 쉽도록 한 국가의 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면 이들의 자녀(2세대) 수는 총 36명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2세대가 낳아 기르는 손자녀(3세대)는 다시 13명까지 쪼그라든다. 단 두 세대( 60) 만에 공동체가 소멸하는 수준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통계청이 228일에 발표한 출생·사망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암담한 내용이 많다. 일단 출생아 인구 절대치가 줄었다. 2022년 약 25만명이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3만명으로 2만명 감소했다. 2012년 출생아 수(48455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자연스럽게 총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 기준 사망자는 352700명으로 출생아 수보다 약 12만명 더 많다. 그만큼 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작년 한 해에 경남 통영시 총인구만큼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줄어들었다.

지역별로는 세종 쇼크가 강하다. 2022년 합계출산율 발표 당시에는 세종특별자치시가 그나마 희망처럼 여겨졌다. 합계출산율 1.12명을 기록하며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1.0명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에는 세종마저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떨어졌다. 전년 대비 13.2% 감소했다. 세종은 광주(-16.4%)와 함께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크게 떨어진 지역으로 꼽혔다. 2022 0.59명으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았던 서울 역시 올해 0.55명으로 더 악화되었다. 인천(0.69), 경기(0.77) 등 수도권 나머지 지역도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지난해보다 합계출산율이 감소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지난해 12,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했다. 2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미래 인구 예측 모델이다. 당시 통계청은 향후 합계출산율이 2024 0.68, 2025 0.65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중위 추계 기준). 그러나 통계청의 이런 추계도 곧이곧대로 믿기가 어렵다.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역사가 있어서다. 2019 장래인구추계 발표 당시 통계청은 합계출산율이 2020년에 0.9명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과도한 낙관론이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2021년에도 통계청은 ‘2024년에 0.7명까지 떨어진 뒤 반등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마저 민망한 흑역사가 되게 생겼다. 통계청의 예측 모델보다 출산율 감소가 심화되면서 합계출산율 추계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2025 0.65명이 최저점일 것이라는 현 예측치마저도 불안한 이유다.

출산율 1.0명이 목표라는 대통령

한국에서 인구문제, 특히 청년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는 이제 상수다. 단순히 인구 감소 공포를 넘어, 이 문제가 수도권 과밀·집중화, 여성의 경력 단절, 육아휴직이 어려운 노동환경, 경제적 불평등, 청년의 불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0명 밑으로 떨어진 2018(0.98) 이후, 출산율 하락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결합한 결과라고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문제는 구체적 대응책을 만들어갈 정치의 영역에서 출산율 감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드는 윤석열 정부의 기본 기조부터 살펴보자. 이번 통계청 발표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출산율 1.0 회복을 정책 목표로 천명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두 차례 이 목표치를 언급했다. 첫 발언은 27일 방영한 KBS 특별대담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합계출산율) 1.0을 목표로 방안을 강구하겠다. 구조적인 부분과 구체적인 정책 부분을 나누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효율적으로 가동해 뭔가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27일 방영한 KBS 특별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합계출산율 1.0명 회복이 목표라고 밝혔다.KBS 화면 갈무리

며칠 뒤인 213, 부산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 현장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1.0’을 콕 집어 언급했다. “수도권 집중과 과도한 경쟁이 심각한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으로 합계출산율 1.0을 회복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합계출산율 회복을 위해서라도 비수도권 지역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었다. 220일 국무회의에서도 재차 저출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즉효 대책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저출산 정책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저출생 문제가 노동·보육·격차 등 각종 구조적 이슈가 뒤엉킨 문제라고 인식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의식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모순이 쉽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1.0명이라는 목표치부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23년에 발표한 통계청 인구추계 모델에서 합계출산율 1.0명을 넘기는 것은 2035~2040년에나 가능한 얘기다. 이 추계 모델은 현 추세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통계청의 중위 추계 모델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2027 59일까지) 내에 합계출산율은, 1.0명은커녕 0.6명대의 늪에서 헤어 나오는 것조차 어려울 전망이다.

부산에서 설파한 지역 균형발전으로 합계출산율 1.0 회복도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부산에 가기 전에, 이미 수도권 지역에서 인구집중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정책들을 발표해두었기 때문이다. 각각 경기도 고양·수원·의정부에서 열린 2·3·6 민생토론회가 대표적이다. 110일 고양시에서는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지원 정책을 강조하며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115일에는 수원시에서 수도권 남부 지역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지원을 약속하며 일자리를 300만 개 이상 창출하겠다라고 선언했다. 125일에는 의정부시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6개까지 확대하며 주요 수도권 철도와 도로를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요컨대 부산에 가서 외친 합계출산율 1.0을 위한 지방 시대 이전에 이미 주거·일자리·교통을 대거 보완한 수도권 시대를 약속한 셈이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철도망 구축에는 (비수도권 일부 사업을 포함해)  134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에 투입된 돈이 23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자원이 투입되는지 짐작게 한다. 첨단산업 일자리 목표치(300만명)도 전국의 일자리 지도를 다시 만들게 하는 수준이다. 지속된 출산율 하락은 생산가능인구를 대폭 줄인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22 3674만명이던 생산가능인구는 2032년까지 332만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언대로라면, ‘일할 사람이 부족한 문제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질 좋은 핵심 일자리를 경기도 남부에 집중시키는 꼴이다. 부산에서 외친 출산율 1.0을 위한 지방 시대가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는 까닭이다.

228일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공동취재

갈피 못 잡은 집권 2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 인구문제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지적된 문제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인구 5000만명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공약이었다. 이미 통계청 인구추계에서도 인구 감소가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이 추세를 뒤집고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을 인구대체수준(2.1)’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2021 1210일 국민의힘은 인구정책 관련 브리핑에서 인구 5000만명 유지를 목표치로 삼되 구체적 출산율 목표치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선대위에서 인구정책을 담당한 인물이 얼마 전 사퇴한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인구 5000만명 유지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목표를 그렇게 두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프 차원에서 수치를 면밀하게 검증하지 못한 채 두루뭉술한 공약만 제시한 셈이다.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저출생 문제를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도 인구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 53, 당시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추후 5년 동안 추진할 핵심 정책을 소개했다. 일종의 집권 청사진이다. 하지만 당시 ‘110대 국정과제 항목 가운데 저출산 저출생이라는 단어는 각각 딱 한 번씩만 등장한다. ‘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환경 조성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및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이라는 항목에서 부모급여 신설, 돌봄서비스 확대, 육아휴직급여 적용대상 확대, 출산휴가·난임휴가 확대 등이 등장했지만 당시 인수위는 이들 정책을 적극적인 저출생 정책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청년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과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유자녀 가구를 위한 복지 지원을 산발적으로 담아내는 수준에 그쳤다. 국정과제 발표 2개월 전인 2022 2월 말, 2021년도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발표되었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담기지 않았다. 합계출산율이라는 단어조차 당시 국정과제에 등장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문제 대응이 조금씩 변화한 것은 2023 3월부터다. 당시 2022년도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7명대(0.78)에 접어들면서 부랴부랴 정책 과제가 새롭게 수립됐다. 늘봄학교 확대 및 유보통합 시행, 난임지원 확대, 부모급여 지급, 신혼부부 주거공급 등 저출산 관련 주요 과제를 한데 모아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 정부는 초저출산 원인을 설명하는 대목에 이러한 내용을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혼인 건수 감소해 향후 2~3년간 초저출산이 지속될 전망.” 당시 정부가 놓친 대목이 있다. 혼인 건수가 특정 시기에만 유별나게 줄어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간 총 혼인 건수는 2013 322800여 건에서 2022 191700여 건까지 매년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2021년에 감소 폭이 크긴 했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에도 혼인 건수는 전보다 줄어들었다. 2023년에는 193600여 건으로 전년 대비 1% 증가했지만 팬데믹 기간(2020~2021)만큼 회복하지는 못했다. 혼인 감소는 팬데믹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기현상이 아니라 이미 일종의 추세로 고착화되었다. 2023년 윤석열 정부의 정책 목표는 주로 결혼한 가정이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데 집중해 있지만, 실제로는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는 청년 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한 2023년에도, ‘청년의 삶은 정부의 대책에서 소외되고 있었다.

저출생 문제를 풀어가려는 과정에서 여권 주요 인사와 대통령실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2023 15일 나경원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자녀를 3명 낳으면 대출금 원금까지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모델을 언급해 논란이 되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나경원 부위원장의 의견은 사견일 뿐이라며 반박했고, 나 부위원장 역시 한발 물러서야 했다. 섣부른 정책 언급을 대통령실이 진압한 모양새가 되었다.

지난해 32일 제주도 한 초등학교의 입학식. 합계출산율 하락으로 학령인구 감소세도 가팔라지고 있다.연합뉴스

물론 나경원 당시 부위원장이 제시한 헝가리식 모델이 과연 배울 만한 정책이냐에는 의문이 남는다. 2021년 이하얀 한국외대EU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대외경제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채 감면을 외친 헝가리식 모델은 사실 헝가리 순수 혈통 아이를 늘리기 위한 배타적 민족주의 정책에 가깝다. 2019년 헝가리 정부는 ‘4명 이상 아이 가진 여성 평생 소득세 면제’ ‘5년 이내 자녀 출산 시 대출이자 면제’ ‘3명 이상 출산 시 대출액 전체 탕감’ ‘초혼 여성 무이자 대출 등을 발표하며 연간 GDP 5%를 출산 정책에 쏟아부었다. 문제는 이 정책의 지향점이다.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는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난민 수용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구 부족 문제를 이민정책으로 풀어가려는 서유럽 국가들과는 상반된 태도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2019년 국정연설에서 헝가리 국내에 사는 인구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헝가리 혈통의 아이들이 필요하다라며 난민 배제와 혈통주의를 강조했다. 합계출산율을 늘리기 위해 과감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것도, ‘순수 혈통 헝가리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민 확대를 고민하는 한국 사회가 혈통주의에서 유래한 헝가리식 모델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헝가리식 모델은 정책을 시행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이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도 않았다. ‘저출생 대응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조바심이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이주민을 배척하기 위한 용도로 비쳐지는 정책을 인구정책의 최전선으로 끌고 왔다.

비록 나경원 당시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의 반발에 직을 내놓고 물러나야 했지만, 이후 저출생 문제에 대한 다소 과격한 접근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부영그룹이 아이를 갖는 임직원에게 1억원을 주겠다고 발표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식은 조세 체계를 둘러싼 또 다른 논쟁으로 이어졌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1억원을 상여 형태로 지급할 경우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부영그룹 측은 이 때문에 세금을 아끼기 위해 태어나는 아이(임직원의 자녀)에게 증여 형태로 축하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증여세가 소득세보다 싸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이 출산장려금을 줄 경우 세제 혜택을 주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한 기업이 축적한 영업 성과를 출산하는 가구의 추가 소득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 미혼·비혼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요인은 없는지 심도 깊게 논의되지는 못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다소 논란이 따르는 방식이라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청년·젠더 정책의 부재

구조적이고 복잡한 문제라 하더라도, 정치의 영역에서는 구체화된 정책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가 인지하기 쉬운, 구체적인 액수로 표현되는 현금성 지원 정책이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여야 정치권도 알고는 있지만 예각화하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 저출생 문제가 실제로는 청년·젠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청년정책은 저출생 대응 과정에서 부각되지 못했다. 정부가 현재 가장 공들이고 있는 청년정책은 자산 형성 측면이다. 청년도약계좌처럼 초기 자산 구축을 돕는 정책도 있지만, 가상자산 과세 유예처럼 청년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슈도 청년정책의 일환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새 정부 집권 이후, 청년층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불안이 커졌던 문제는 전세사기·전세금 미반환 같은 이슈였다.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문제 역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했던 이슈다. 전세사기 문제는 개인 간 사금융으로 치부되고, 수도권 집중은 비수도권을 지원하면 되는 문제로 평가된다. 이들 개별 이슈가 종합적인 청년정책,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논의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이슈는 주거에 대한 불안, 가족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젠더 이슈, 성평등 문제도 정부가 놓치고 있는 출산율 하락의 핵심 원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과정에서 젠더 이슈를 철저히 배제하는 태도를 취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젠더 갈등을 정치적 동력으로 삼으면서 미혼·비혼 여성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기회가 줄어들었다.

118일 경상북도청에서 토론 형식으로 열린 신년 업무보고. 저출생 문제를 전면에 내걸었다.경상북도 제공

혼인과 출산이 감소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여성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실존적인 불안을 강하게 느낀다는 점이다. 남녀 임금격차,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전통적인 결혼 생활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할 것이라는 불안이 결혼과 출산이라는 선택지를 계속해서 미루고 기피하게 만든다(시사IN 808 ‘“우리 결혼 안 합니다” 2030 연애·결혼 리포트 기사 참조). 이런 불안을 풀어내려면 정부가 젠더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개인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청년 여성의 불안감과 젠더 이슈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에서 1990년대생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오늘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 해소와 성평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저출생 문제는 사회경제적 요인 문화 가치관적 요인이 존재하는데, 사회경제적 요인은 흔히 말하는 비용의 문제다. 이 부분은 현재 정치권에서 각종 현금성 지원, 장기적인 주거 지원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더라도 문화와 가치관과 연관된 문제, 예컨대 엄마의 독박 육아와 경력 단절이라는 성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혼인 기피와 출산율 저하는 해소되기가 어렵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사회적 돌봄체계를 확대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정부의 대책에서도 등장하고 있지만, 성평등한 노동시장 구축, 민주적인 가족관계 확립은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못하는 주제다.

집권 기간에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고 일갈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다. 현재 출산율은 과거 삶의 영향을 받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집권 3년 차 정부만의 문제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합계출산율을 진지하게 고민한 시점이 다소 늦었고, 대책 마련 과정에서 청년·젠더 정책을 등한시한 점은 현 정부와 정치권의 패착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정치권에서 저출생 이슈는 더 자주,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낯선 풍경도 많을 것이다. 경상북도는 2월 도청에서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식을 열고 경북 주도 K-저출생과의 전쟁 전략 구상을 발표했다. ‘전쟁이라는 표현을 붙일 만큼 지역에서는 절박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출산율을 마치 고도성장기 수출 목표액처럼 삼고, 전 사회가 동원되는 총력전 형태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합계출산율 0.72명이라는 성적표 앞에서 한국 사회는 전례 없는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시사인 김동인 기자

 

국립공원이 가져온 실질적 이익, 데이터가 보여줬다

새만금 간척 막는 증언대에도 섰던 갯벌 전문가 아돌프 켈러만 박사 인터뷰

제가 가진 가장 큰 우려는, 전체 생태계 및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문자 그대로 완전히 말살시킬 수 있는 사업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입니다. 현재 막혀 있지 않은 구간을 통해 바닷물이 드나들기만 하면, 이곳의 갯벌 생태계는 숨을 쉬고 살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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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년 독일의 갯벌 전문가인 아돌프 켈러만 박사가 한국 법원에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당시 켈러만 박사는 자신의 고향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의 갯벌을 위해 열심히 싸웠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막기 위한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서울행정법원은 2003년 방조제 공사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본안 소송에서 정부가 잇따라 승소했고, 결국 2006년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되고 말았다.그로부터 18년이 지났다. 새만금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가 만들어졌다.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간척사업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갯벌 생태계는 메말라가고 있다.

갯벌을 이용하던 주민들의 반발

켈러만 박사는 소송이 끝난 뒤에도 한국의 갯벌 등 연안 생태계에 관심 갖고 조언을 멈추지 않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생태지평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 등 한국의 환경 관련 단체들로부터 2009 한국갯벌보전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2016년까지 국제해양탐사협의회(ICES) 과학위원장을 지냈고,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넓고 훼손되지 않은 갯벌습지인 바덴해(와덴해) 공동사무국(CWSS) 태스크그룹 의장을 맡기도 했다.

2024 216일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프리드리히슈타트 외곽에 있는 켈러만 박사의 집을 찾았다. 흰색 수염이 입 주변과 턱을 뒤덮은 그가 현관에서 <한겨레21> 취재진을 맞았다. 보통의 서양권 문화와 달리 신발을 벗고 들어간 집 안에서는 낯익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진열대 안에 한국에서 받은 감사패가 전시돼 있었다. 그 위로 돌하르방과 나무 장승 조각이 보였다.

<한겨레21>은 켈러만 박사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어떻게 갯벌을 잘 보존하면서 해양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었는지, 재자연화 과정에서 어떤 갈등과 문제가 있었고 어떻게 그것을 해결했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일흔한 살 노학자의 눈빛은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더 또렷해졌다.

한국에선 복원이나 자연보호 개념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독일은 예전부터 보호나 복원 작업이 잘 이뤄진 것 같다.

독일도 (처음부터) 자연이 친구가 아니었다. 자연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늘 폭풍과 홍수에 시달렸다. 방조제나 둑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했다. 또 이쪽은 물범 사냥이 굉장히 유행한 지역이었다. 어떻게 보면 자연을 경제적으로 활용하고 사냥하는 것, 그게 중요했다.”

그런 기조가 바뀌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960년대 말에 큰 학생운동이 있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모든 정책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흐름 속에 1970~1980년대부터 급진적 산업화로 인한 부작용이 눈에 보이게 됐다. 공기가 나빠졌고 산성비가 내렸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합했다. 이를 통한 구체적인 변화가 국립공원을 지정하는 일이다.”

독일엔 갯벌을 보유한 주가 3개 있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과 함부르크, 니더작센이다. 이 가운데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갯벌이 1985년 가장 먼저 갯벌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니더작센 해안의 갯벌은 1986, 함부르크 해안의 갯벌은 199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자연을 보호하겠다며 구역을 지정하는 일은 늘 반대에 부딪힌다. 일상적으로 그 공간을 사용해온 주민들과의 갈등도 비일비재하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모든 출입과 활동이 금지된 것은 아니었음에도, 갯벌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주민들과 마찰이 생겼다.

국립공원 지정 과정에서 어떤 갈등이 있었나.

지역 주민들은 규제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들의 저항에 바로 부딪혔다. 이쪽 지역은 관광업 역사가 굉장히 오래됐다. 19세기부터 관광업을 시작했고,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가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주민들이 점차 보호의 가치를 인식하게 됐다.”

아돌프 켈러만 박사가 2003년 새만금 소송 법정 증언을 위해 한국에 왔을 때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11년간 국립공원 지정의 과학적 효과 밝혀

어떻게 주민들의 생각이 그리 바뀔 수 있었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때 정부는 지역 주민들과 약속한 게 있었다. 이런(국립공원 지정) 게 의미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히겠다는 거였다. 독일 정부는 당시 4천만마르크(당시 환율로 약 125억원)라는 큰 예산을 투입해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했는데,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다. 11년짜리 프로젝트였는데, 첨예한 쟁점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밝히고 (자연보호로 얻는 것을) 증명하는 데 노력했다. 단순히 자연과학 연구만 하지 않고 사회경제적 연구도 병행했다. 국립공원 지정이라는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는지, 그 성과를 주민이 가져가는지 기업이 가져가는지 등 구체적으로 조사했다. 실제 자연이 보존되는 국립공원이 되면서 관광객이 더 많이 몰렸고, 주민 사이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켈러만 박사가 말한 독일 정부의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는 1995년에 나왔다. 애초 목적은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의미에 관한 연구였지만, 보고서는 단순히 지역 주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데만 사용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보호 지역을 더 확대하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그 결과 1999년 국립공원을 확장하는 취지의 국립공원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연구를 통해 보호구역을 확장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나.

모니터링으로 몇 가지 결과를 얻었다. 우선 조류가 급증했고, 물범 개체수도 아주 빠르게 늘어났다. 염습지 종류가 다양해졌고, 자연 상태로 회복하는 염습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재밌는 것은 (갯벌) 인근 주민들의 변화다. 이들이 국립공원에 엄청난 애착을 가지기 시작했다. 국립공원에 손대어 바꾸면 안 된다는 강한 의식이 생겼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돼도 관광으로 실질적 이익을 얻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안정되고 넓고 생물다양성도 엄청난

최근에는 자연보호나 복원과 관련해 갈등은 없나.

어업과 관련한 갈등이 있다. 홍합 양식의 경우 어민들과 정부가 합의했기 때문에(‘바덴해 홍합은 누가 키워? 양식 합의의 전말 기사 참조) 안착됐지만, 새우와 관련해선 갈등이 진행 중이다. 철저한 자연보호주의자나 정부는 새우잡이를 금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새우잡이도 이쪽 지역의 정체성 중 하나인데 이를 없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자연보호 혹은 복원이 아니라, 보호할 건 보호하고 기존 주민들의 활동도 어느 정도 보존해줘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래서 항상 협의해야 하고,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특히 어업과 관련해선 금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업 생태계를 아주 어렵게 한다.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보면 대부분 가족기업이다. 비싼 배를 하나씩 사서 대대손손 물려받는 형식으로 돼 있는데, 당장 어업을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들에게 엄청난 리스크다. 명확하게 정책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논의는 불안만 조장한다고 본다.”

그동안 한국 갯벌에도 방문했고 재판 증인을 서는 등 한국 상황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 갯벌은 어떤 갯벌인가.

한국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도 넓다. 특히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엄청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 갯벌에는 770여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한다. 바덴해엔 400여 종이 산다.) 북한까지 포함하면 (해양생물종이) 더 많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등재되지 않은 종이 많다. 또 바덴해처럼 폭풍 같은 게 잘 없어 조용하고 안정됐다. 정말 아름답다.”

새만금과 관련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판사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함께 싸웠던 세월이 벌써 20년이 지났다. 새만금엔 결국 방조제가 들어섰고 여전히 간척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나의 큰 비극이다. 굉장히 안타깝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듯해서 늘 가슴이 찔렸다. 그때(20여 년 전 소송 당시) 승리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 지금 과거의 모습을 되살리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둑을 열어야 한다. 최소한의 해수라도 유통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켈러만 박사가 안타까워한 새만금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2023 814일 새만금호 바닥 흙의 모습. 김양진 기자

충남의 해안선 복원 계획은 어떻게 됐나요?”

인터뷰 말미에 켈러만 박사가 취재진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최근 한국의 충청남도라는 곳에서 해안선 복원과 관련한 계획이 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됐나요. 실현이 됐나요?”

켈러만 박사가 언급한 충남의 해안선 복원 계획은, 서산시와 태안군에 걸쳐 있는 호수인 부남호에 해수를 유통시켜 생태를 복원하면서 이곳을 해양생태관광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역간척사업을 말한다. 켈러만 박사는 2020년 충남도가 주최한 연안·하구 생태복원 국제 콘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여했다. ‘부남호 역간척을 통한 지속가능한 가치창출 방안 모색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굉장히 긍정적이었고 기대도 많이 됐어요. 한국에서도 이제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생각했거든요.”

한겨레21 류석우기자

 

무분별한 제사에 금정산 신음 공동 시산제 제안

지난 3일과 10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 동문 인근에선 다양한 산악 단체의 시산제가 열렸다. ()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주말이던 지난 3일과 10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 동문 인근에선 다양한 산악 단체의 시산제가 열렸다. 서로 담소도 나누고 막걸리도 한 잔 곁들이며 봄 정취 속 안전한 산행을 기원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아름답지 못했다.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물병이 곳곳에 나뒹굴었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담배 꽁초도 간간이 보였다. 시산제를 지낸 후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부산 금정산을 찾는 산악회가 연간 산행의 안녕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면서 정작 금정산의 안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분별한 제사 행위로 환경오염과 화재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시산제 장소를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산제는 한 해 산행이 안전하길 바라며 산신령에게 제를 올리는 행위다. 등산을 즐기는 산악회에 시산제는 연례행사로 날이 풀리는 3~4월에 가장 많이 열린다. 특히 부산의 명산인 금정산은 정기가 좋기로 유명해 전국에서 찾는 시산제 명소로 꼽힌다.

하지만 쓰레기를 수거해 가지 않고 산에 그대로 버리는 등 무분별한 행태가 이어지면서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위험이 있는 초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 산불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환경단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장소에서 공동 시산제를 지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시산제 장소로는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을 지목했다. 금정구 금성동에 위치한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은 2015년에 예산 52억 원을 들여 조성한 근린공원으로, 면적은 1 8941. 뜻이 맞는 환경단체들은 2019년 이전부터 해당 방안을 지자체에 건의했다. 당시 지자체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년간 시산제를 비롯한 금정산 내 모든 행사가 멈췄다. 시산제 장소 지정 움직임도 동력을 잃었다. 구청 담당자도 바뀌어 시산제 장소 지정은 없던 일이 됐다. 금정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현재 금정구청에서 추진 중인 사항은 없다 시산제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는 다음 달까지 특별감시관 인력을 추가로 배치해 계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도 단속 강화로 시산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푸른숲도시과 관계자는 지자체와는 별개로 부산시 자체 인력을 활용해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다수의 산악 단체에서 시행 중인 시산제 문제를 근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악연맹 한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가방에 쓰레기를 회수할 봉투를 항상 가지고 다니도록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회원이 아닌 단체도 많기 때문에 부산 지역 모든 산악 단체를 관리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코로나19가 완화돼 시산제가 늘어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시산제 장소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유진철 부회장은 “2~3년 유예 기간을 두고 산악회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며 점차적으로 시산제를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으로 옮기면 어떨까 싶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은 금정산 보호라는 공적인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bogiza@busan.com)

환경운동하다 돌연 은거 수경 스님, 14년 만에 공개글로 불교계에 일침

“‘음식 쓰레기라는 말, 음식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 목숨에 대한 모욕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소욕지족(少欲知足)은 알뜰한 삶입니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재활용하고, 종이컵 안 쓰는 것이 방생이라는 인식 정도는 하고 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더 좋은 삶, 복과 덕이 구족한 세상이 한 뼘이라도 넓어지겠지요.”

지난 2010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다는 글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던 수경(75) 스님이 14년 만에 공개 발언에 나섰다. 수경 스님은 최근 불교평론 봄호에 욕망을 줄여야 합니다-불교환경운동을 위한 제언이란 특별기고문을 발표했다.

충남 청양 출신으로 1967년 수덕사로 출가한 스님은 30년간 전국의 선원(禪院)에서 참선수행한 선승(禪僧). 불교환경운동 대표를 지내며 새만금과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 2010년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소신공양’(분신)한 직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대표뿐 아니라 조계종 승적(僧籍)까지 반납하겠다며 모든 활동을 접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후 공개 활동 없이 충남의 한 사찰에서 은거해 왔다.

2004년 생명평화 탁발 순례에 나설 당시의 수경 스님. /김영근 기자

수경 스님의 기고문은 정치적 주장 없이 불교적 관점에서 환경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기고문에서 자연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환경 재앙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자해 행위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겸손이라는 말도 자연 앞에서는 오만이며 미안한 마음으로 참회하는 것이 먼저라며 작게 살고, 적게 쓰고, 감사하는 것만이 참회의 길이라고 했다. 그는 또 환경 문제 해결의 난점은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우리라는 이름 뒤에 숨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수경 스님은 불교계가 환경운동에 적임이라고 했다. 그는 출가 수행자를 가리키는 비구() 얻어먹는 사람이란 뜻이라며 세상의 이해관계와 생산관계로부터 떠남으로써 세상과 강력히 결속된다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집단인 승가가 환경 문제에 죽비를 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불교는 거룩함에 매몰됐다. ‘좋은 삶에서 오는 복덕의 가치는 기복으로 오해받아 밀려났고, ‘지혜는 깨달음 지상주의에 의해 신비화돼 버렸다 우리의 삶과 목숨을 알뜰히 여기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복덕구족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은(施恩)에 감사할 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늙은 중의 노파심으로 혜량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라며 글을 맺었다.

조선 김한수 기자

 

가덕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본격화

국토부, 과업 수행 용역사 공모항공기 소음·온실가스 배출 등

2029 12월 가덕신공항을 개항하려는 정부 일정에 속도가 붙었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국제신문DB

3일 국토교통부는 예산 135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 생태계 파괴를 피할 수 있는 적정 방안을 마련한 뒤 관계 부처 및 주민 등과 협의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기후영향평가 포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과업을 수행할 용역사를 공모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의 중요성을 고려해 42317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용역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20개월이다.

이번 용역 발주는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 계획 입안 때 진행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가 완료된 데 이어 기본계획이 만들어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일부 사업지에 대해 동·식물 보호 대책 수립을 전제로 국토부가 제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조건부 동의(협의)를 했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공항 건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은 지난해 12 29일 고시됐다.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이 이제 실시설계 단계로 접어든 만큼 신속하게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용역 발주에 착수했다.

과업의 범위는 사업지 내에 있는 지역의 자연생태·대기·수질·토지·해양·생활·사회·경제 환경 조사 공항 예정 인근 지역의 항공기 소음 영향 분석 공항 건설 공사 및 운영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 파악 등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강화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이번 용역에는 기후영향평가 비중을 높였다. 이에 따라 공항이 들어설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원 및 흡수원 현황, 공항이 본격 운영될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기후 변화 영향 예측 등도 과업에 포함됐다.

국토부는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환경영향 저감 방안 및 환경보전대책 등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해 관계 기관과 협의를 할 예정이다.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를 열어 의견도 수렴한다.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측은 환경영향평가는 시행계획이나 실시계획 승인 등을 앞두고 꼭 거쳐야 하는 절차라며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차질이 없도록 내실 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식인 자본주의시대, 과연 선거란 무엇인가?

세수 600조 훌쩍 넘는 1000조 짜리 우익 포퓰리즘

'진보 포퓰리즘'도 경계해야 할 식인 자본주의

이재명의 ‘5대 비전은 윤석열식 패러다임과 다른가

급한 불부터 끄고 꼭 생명의 그물망을 이야기하자

춘천에 3600억 원을 투자해 데이터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굴지의 데이터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겠다” “이번 사업은 친환경 무탄소 에너지 기술과 최첨단 데이터 기술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멋진 성공 모델” “73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춘천과 강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 이는 디지털 산업 종사자 3만 명, 디지털 기업 3000, 매출 300% 성장을 이루는 ‘333 프로젝트를 조기에 안착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미 착공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외에)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겠다” “강원도 국유림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 관광열차 등을 설치하도록 하겠다.” 이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붕괴일이기도 한) 311일 강원도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와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 착공식에서 한 말들이다. “올해 시작된 민생토론회는 정책 공급자가 아닌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과제를 발굴하고, 각 부처와 부처의 벽을 허물어서 국민들께서 빨리 체감하실 수 있도록속도를 높이려는 강한 의지의 산물이다.

세수 600조 훌쩍 넘는 1000조 짜리 우익 포퓰리즘

대통령이 직접 참여, 주관하는 민생토론회는 올 14일에 시작하여 311일까지만 해도 모두 19차례를 찍었다. 그간 수도권 12, 영남 4, 충청 2, 강원 1회 개최했다. 아직 호남과 제주에선 열리지 않았다. 이 민생토론회는 전국 각지의 핵심 이슈에 유관 부처, 지자체를 연계해 개최함으로써, 최소한 겉보기에는 민초들 요구를 직접 국정에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관권선거’ ‘총선용 선심 공약’ ‘환경보다 개발 우선주의등 비판이 쏟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여야 영수회담은 한 번도 개최하지 않으면서, 본부장 비리문제를 둘러싼 특검들은 철저히 거부하면서, 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약 1000조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갈 개발 사업만 전국 곳곳에 약속하는 우익 포퓰리즘을 강행하니 대략 난감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 예산에서 세금 수입이 600조 원 규모인데, 국가 부채가 이미 1300조 원 규모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공공부채를 모두 합치면 총부채가 6000조 넘는다. 1년 간 부가가치 총생산을 뜻하는 국내총생산(GDP)2200조 규모이니 지금 대한민국은 자기 역량의 3배 가까이를 부채로 안고 산다. 갓난아기조차 1인당 빚이 1억이 넘는 부채 공화국이다. 공식적인 나라 살림조차 이렇게 빚더미이고 이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앞뒤 생각않고 공약(空約)으로 끝날 공약(公約)만 남발한다. 모두, () 때문이다. 표가 돈이고 권력인 세상이니까! 내 아버지는 1919년생으로 팔십 평생 일자무식이었지만 늘 허가 받은 도둑놈들이 나라를 망친다고 한탄하셨다. 나는 어릴 때 그 진의를 잘 몰랐지만, 갈수록 맞는 말씀이라 찬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열린 스무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마친 뒤 전남도청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3.14 [대통령실 제공.

미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인 N. 프레이저 교수는 <식인 자본주의(Cannibal Capitalism)>에서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 질서가 아닌 제도화된 사회 질서로 볼 것을 주문한다. 자본주의가 단지 인간 노동만을 흡혈귀처럼 빨아들이는 착취 시스템이 아니라 여성의 돌봄, 자연 생태계, 3세계 빈민, 공적 정치영역 등 광범위한 사회적 관계들을 착취, 수탈, 약탈하는 시스템으로 확장해 살피자는 얘기다. 나는 인류가 오늘날 불행하게 된 뿌리를 여러 모로 파헤치던 도중, 자본주의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자는 프레이저 교수의 이 주장에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을 느꼈다. 물론, 그간 유사한 주장과 입장을 펼치는 학자들은 많았다. 그러나 프레이저 교수는 그 모든 논의들을 종합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포퓰리즘'도 경계해야 할 식인 자본주의

따지고 보면, 자본의 가치증식은 직접적 생산과정에 돌입한 인간 노동력만이 아니라 그 노동력을 낳고 기르며 돌보는 돌봄노동(주로 여성이 수행), 물이나 공기, , 천연자원 등 모든 삶의 토대인 자연 생태계, 나아가 야만인내지 미개인이라 불리며 노예 취급되던 제3세계 사람들, 그리고 국민의 혈세(피땀, 눈물의 결실)로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공공 정치(좁게는 노동법과 노동행정, 넓게는 모든 제도와 정책) 등 다양한 측면에 의존하며 그 진액을 빨아들이며 진행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A. 스미스나 D. 리카도의 노동가치설, K.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설도 오늘날 자본주의 분석에 미흡한 면이 있다. 그래서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제대로 분석,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면 페미니즘, 생태주의, 제국주의, 인종주의, 국가주의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물론 나는 종종 현실 (국가주의) 정치에서 대안으로 등장하는 진보 포퓰리즘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원래 대중(인기) 영합주의로 번역되는 포퓰리즘(populism)은 좌우를 막론, ‘()’에 갇힌 정치, 따라서 성장-분배 줄다리기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H. 하이데 교수의 말처럼, “(자본주의 폭력의 역사에서) 포퓰리즘을 낳는 토양은 기존의 두려움이 더 이상 억압·회피·대체되지 못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생성된다.”(‘포퓰리즘의 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 <녹색평론>159, 20183~4) 포퓰리즘은 표()를 위해 피해의식과 희생양(표적), 원한과 상처, 두려움과 불안감, 분노와 증오, 공격성과 폭력성을 활용한다. 표가 곧 돈이고 권력이다. 따라서 표() 정치는, 시스템 자체를 원점 재검토 하지 않기에 자본의 그물망에 곧잘 휘말린다. 이런 면에서 (4.10 총선을 앞두고) 1000조 원 규모의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윤 대통령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정부의 5대 실정을 심판하고 5대 국가비전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겠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약 역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우선, 윤 대통령이 춘천에서 민생토론회 이름으로 선거 개입을 하던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3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참사, 채상병 사망, 양평고속도로,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등 윤석열 정부의 5대 실정(‘이채양명주’)을 이번 4·10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 피의자 신분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대통령이 나서서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개구멍을 통해 도망시키는 일을 벌였다며 나무랐다. “과연 제정신인가반문했다. (호주 교민들의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제 호주 대사는 도주 대사로 불린다.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공수처를 공수표로 만들어버렸으니, 일단 매우 정당한 문제제기로 보인다.

이재명의 ‘5대 국가비전은 윤석열식 패러다임에서 자유롭나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5대 국가비전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겠다고 했는데, 5대 비전이란, 합계출산율 1.0 회복을 위한 출생소득 종합 정책 물가 상승률을 2%로 낮춰 서민·취약 계층 보호 성장률 3% 회복 미래 전략산업 육성 주가 및 코스피 5000시대 개막 등이다. 이른바 ‘1-2-3-4-5 공약이다. 나는 (민주당 안에서조차) 고립무원의 이재명 대표가 몇 차례나 죽음의 위기까지 극복하며 지금에 이른 것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앞에 나온 춘천에서) “데이터가 돈이라며 세상 만물을 상품화, 심지어 공공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드는 윤석열식 패러다임이 (전형적인 식인 자본주의로서) 심각한 문제라 보지만, 이재명 대표 역시 이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출산율 문제만 해도 이것은 청춘 남녀가 반갑게 만나 함께 좋은 삶을 꿈꾸는 가운데 자연스레 새 생명을 잉태하고 또 조건 없는 사랑으로 자녀를 키워낼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어떻게 만드는가의 문제인데, 대안이라 나서는 민주당 역시 자본주의 노동력, 2세대 노동력을 왕성하게 생산한다는 패러다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좋은 사회를 만들면 저절로 출산율도 오를 것이며, 지구 전체를 생각해 스스로 조절도 할 것이다. 대학 입시나 경쟁 교육, 자본주의 노동시장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답이란 얘기다.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 역시 자본의 가치증식 과정과 밀접하다. 특히, 지구 역사 6500만 년 만에 다가오는 6차 대멸종이나 현재의 기후위기 사태, 즉 생존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미래 전략산업은 수백 년 역사의 자본주의 산업화가 아닌, 소농 중심(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의 유기농업(식량)으로부터 새출발해야 한다. 이는 단지 농업 문제(‘스마트팜역시 새로운 상품 시장에 불과하다)가 아니라 생명과 공동체를 보는 시각의 전환을 요한다.

만일 지구의 모든 나라들이 앞다투어 성장률 3%’를 달성하려 한다면 지구는 더 빨리 끝장나고 말 것이다. “인간적 필요를 위해선 지구 하나도 충분하지만, 인간의 탐욕을 위해선 지구가 서너 개 있어도 모자랄 판이라 했던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을 상기하자. 게다가 주식 시장은 바로 이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토대이자 식인 자본주의의 첨병이다. 주식 시장이 활성화할수록 제 살 깎아 먹는자본주의가 팽창할 것이며, 그것은 마치 암세포 원리처럼 더 이상 갉아먹을 대상인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게 될 때 스스로 종말을 고할 것이다. 그러니 나의 저축, 나의 주식, 나의 증권이 과연 어떤 블랙박스과정을 거치며 나에게 이자, 배당금, 수익을 가져다주는지 좀 더 숙고해 보자. (전기차나 휴대폰에 들어가는, 리튬이나 콜탄, 구리, 코발트 같은 새 광물을 개발한답시고) 최첨단 인공지능(AI)까지 대거 동원해 지구를 체계적으로 채굴하고 제3세계 원시림이나 원주민 공동체를 파괴하며, 인간 노동력과 여성 생명력을 무한 착취한 대가로, 그리고 공공 정치를 배신하고 사유화한 대가로 주어지는 경제적 이득이라면 최소한 부끄러워하거나, 그만 두거나, 작은 이득이라도 주변에 두루 나누거나, 좀 더 통 크게 놀자면, 그런 약탈 체제자체를 전면 종식시켜야 한다.

급한 불부터 끄고 꼭 생명의 그물망을 이야기하자

물론, 극우 보수 정당과 싸우다 자기도 모르게 그들을 닮아간 야당들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게 당장은 무리임도 안다. 그래서 일단 코앞에 닥친 선거에서는 더 고약한 자뽑지 않는투표를 하는 게 답이다. 우선 급한 불은 끈 다음, ‘보다 상식적인 자들의 공공 정치가 가능할 때, 진정한 미래를 생각하는 말이 좀 통할 때, 그때부터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과연 암세포가 우리 생명을 갉아먹듯 작동하는 식인 자본주의를 어떻게 지양,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게 있다. ‘식인 자본주의란 말은 신사 자본주의의 반대가 아니다. 자본주의 자체가 일종의 식인 체제로, 자기 자신을 집어삼킨다는 말이다. 자본주의는 박정희와 전두환식 권위주의적 형태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식 자유주의적 형태로, 또 우리 모두가 (잘 모르고) 꿈꾸듯 (국가)복지주의나 환경주의적 형태로, 얼굴만 다양하게 바꾸며 그 식인성(파괴성)’을 지속, 유지한다(졸저 <부디 제발> 참고). 현재의 윤석열 체제는 형식적 자유도, 복지나 환경도 다 걷어차면서, 오히려 푸른 숲 그린벨트까지 대거 해체하려는 검찰 권위주의를 보이니 박정희식 권위주의보다 더 퇴행적이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만 보더라도 차라리 박정희가 나았다!’고 해야 한다. 지구 전체가 이런 식이니, 갈수록 남아 있는 생명의 기운(지구와 사람, 공동체)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래서 모두 자본주의(그 구조와 작동, 한계와 모순)를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이런 공부는 결코 (노동력을 생산하는) 학교에선 가능하지 않다. 각종 선거는 가난한 집에 제사 돌아오듯 자주 닥치고, 깊은 공부(심학)와 숙고의 시간은 가뭄에 콩 나듯 극히 드물다. (‘정책 수요자) 우리 후손들, 1인당 1억 이상의 빚을 짊어진 후손들의 미래는 어찌 할까?

과연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이웃, 후손들이 좋은 삶을 위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가? 신영복 선생은 아름다움에서 왔으며, ‘안다는 것은 껴안는것이라 했다(홍은전 <그냥, 사람> 참고). 무엇이 좋은 삶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그 잘난 정치가들, 특히 허가 받은 도둑들이 많은 세상, 오호통재라! 그럼에도 불구, 일단 투표부터 제대로 해서 부패의 그물망을 제거하고, 그 뒤 자본의 그물망에 갇히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생명의 그물망을 하나씩 논하자! 자본주의를 제대로 알고 넘어서야 진정 아름다운 삶도 실현 가능하니까! 410, 민주주의를 위한 당신의 한 표로 부패의 그물망부터 시원스레 걷어내는 게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시민언론 민들레

 

"참담합니다" 강릉 바다 보고 탄식한 전문가

해안침식 심각한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인공구조물 효과 없어, 방식 변경해야

"참담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지식과 지혜가 축적되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본과 기초조차도 없다니 안타깝습니다."

해안침식 현장 앞에 설치된 돌제(육지에서 강이나 바다로 길게 뻗쳐 나오게 하여 만든 둑)를 보고 전문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공사를 마친 현장은 하얀 모래 대신 흉물스러운 구조물로 뒤덮여있다.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해변 얘기다.

이 해변은 해안침식이 심각해서 연안침식 방지 사업을 한 곳이다. 사업 초기에는 잠제(수중방파제) 600m를 설치, 효과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잠제 설치 후 일부 지역은 퇴적이, 일부 지역은 침식이 가속화되었다. 아래, 2020년 잠제 설치전 사진과 2022년 잠제 설치후 사진을 비교해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잠제를 설치하기 전 해안 잠제를 설치하기 전에 해안은 평행을 유지한 채로 침식이 없었다.(2020/5/23) 진재중

잠제가 설치된 이후에 변화 잠제가 설치된 이후에 북쪽은 퇴적, 남쪽은 침식이 진행됐다.(2022/7/25) 진재중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해상 공사 이후에 생긴 일

하시동·안인 해안사구가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은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해상 공사(2018년 착공) 영향이라고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한 지역주민은 "강릉안인화력발전소 해상공사 전에 안인해변은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주민들의 휴식처였습니다. 공사 시작 후 연안침식이 발생하면서 군사도로가 무너지고 시설물이 유실되면서 해안사구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안인화력해상공사 현장(2020/9/10) 진재중

안인해변 공사전 안인해변은 드넓은 백사장이었다 진재중

이런 심각성을 인식한 관계기관과 화력발전소 측이 여러차례에 걸쳐 침식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침식은 커져만 갔다. 모래보충을 하고 마대 자루를 쌓아 임시방편으로 침식을 막아보려 했지만 큰 파도 앞에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연안침식과 도로유실 도로가 유실되고 시설물이 쓰러진 현장(2022/7/25) 진재중

마대자루 쌓기 임시방편으로 연안침식을 막고자 마대를 쌓아둠(2022/4/27) 진재중

지역민의 민원이 잇따르자 시행착오 끝에 내놓은 대안이 돌제다. 공사업체는 해안사구 앞에 6개의 돌제를 설치했다.

지난 13일 지역민과 함께 둘러본 현장은 영혼 없는 돌무덤 같았다. 해송 앞에 설치된 돌제는 보기 싫은 흉물로 전락했고, 그 효과마저도 의구심을 더하게 했다. 돌제를 설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일부 해안도로는 유실될 위기에 처해있어 큰 파도가 밀려오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무방비 상태였다.

연안침식방지공사 돌제와 옹벽쌓기를 하고 있는 현장(2023/12/3) 진재중

유실위기에 놓인 해안도로 돌제가 설치된 남쪽지역은 해안도로가 유실될 위기에 처해있다.(2024/3/13)

유실위기에 놓인 해안도로 돌제가 설치된 남쪽지역은 해안도로가 유실될 위기에 처해있다.(2024/3/13) 진재중

항만기술 전문가 ㄱ박사는 이렇게 대안을 제시했다.

"해안사구 앞에 돌제와 옹벽축조는 적절한 조치가 아닙니다. 침식대책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채 외측에 대규모 방파제를 건설하면 방파제 배후 쪽으로 다량의 토사이동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퇴적방지 및 침식예방의 핵심은 방사제 설치고, 지금과 같은 침식대응 조치는 이런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간경과에 따라 돌제 선단부에서 국부 세굴이 발생하고, 돌제 사이의 해안에서 모래가 서서히 유실됩니다. 침식구역에 대한 시급한 조치는 옹벽을 쌓을 것이 아니라 유실된 토사를 다시 가져오는 것입니다."

잠제를 설치하기 전 해안 잠제를 설치하기 전에 해안은 평행을 유지한 채로 침식이 없었다.(2020/5/23) 진재중

동해안 최초의 '생태경관보전지역', 그러나...

환경부는 200812월에 이곳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233를 지형 지질, ·식물 서식지 등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자 동해안 최초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강릉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24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해안의 대표적 해안사구인 신두리 사구가 약 700~1000년 전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지질학적으로 큰 가치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주변에 해빈·석호·해안단구 등 동해안의 특징적인 경관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삵을 비롯해 수달··맷토기 등 8종의 멸종위기종과 초본식생으로 통보리사초군락, 갯그령군락, 갯메꽃군락과 관목식생으로 순비기나무군락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2008년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 진재중

해안사구 식생 순비기나무, 갯그령, 갯메꽃 등 다양한 연생식물이 분포되어 있다 진재중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는 해안식물과 생물을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학생들이 독특한 경관과 희소성, 생태적 중요성 때문에 자주 찾는 학습의 장이었다. 그러나 사구에서 자생했던 식생과 동물들을 알려주던 안내판은 퇴색되어 보이지 않고 해안사구 지킴이가 있던 안내소 입구에는 포클레인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찾아온 방문객 김선하씨는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는 멧토끼, 고라니를 비롯해 특이한 염생식물들이 있어 가끔씩 들리곤 했는데 안타깝습니다. 공사 중이면 왜 공사 중이고, 왜 출입을 할 수가 없는지, 언제부터 방문해도 되는지 등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방문객을 위한 안내판 하나 없고 흉물스럽게 설치된 시설물들만 가득하니 멀리서 온 우리는 뭡니까"라고 불만을 토로하며 발길을 돌린다.

생태경관보전지역 안내판 진재중

환경부는 생태경관보전지역 보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생태계 훼손 행위 감시, 자연환경 정밀조사와 모니터링 등을 통해 사구를 보전해야 하지만 제대로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원규 안인어촌계장은 "이 지역은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 지역주민들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뽑아도 문제가 되는데 이렇게 큰 공사를 하면서 수수방관하는 환경부의 처사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시동·안인 해안사구의 염생식물 갯그령, 갯메꽃, 순비기나무 등 염생식물군락지가 공사 이후 흔적없이 사라졌다. 진재중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는 염생식물이 회복되는 과정중에 공사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갯메꽃, 갯그령, 순비기나무 등이 자라던 해안가는 바다속으로 잠겨버려 흔적 조차없다. 더 중요한 것은 사구자체의 식물보다 지형이다. 해안사구는 바다와 육지의 전이 지대이며 두 생태계 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또한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구는 폭풍·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작물·주택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

원주지방환경청 "더 이상 해안사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

이곳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있는 최광희 가톨릭관동대 지리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일본 서쪽에서 쓰나미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해안에서 해안사구를 관리할 때는 지속적인 침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인공구조물보다는 자연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안사구를 잘 보호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해안식생을 연구하는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곳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의사가 진단없이 수술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해류전문가, 침식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잠제, 돌제를 설치하고 계속 침식이 되는 것은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관계자들은 모래가 깎이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쌓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데 쌓인 모래는 해안사구에 되돌려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장무근 원주지방환경청 팀장은 "금년 상반기안에 전문가와 공사 관계자 주민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 좋은 방안이 나오면 동해지방청과 강릉시, 공사업체 등과 공동으로 현장 점검 및 모니터링을 강화, 더 이상 해안사구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인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는 잠제가 설치된 지역을 중심으로 남과 북이 두동강 나 있다. 군사 해안도로는 사라진 지 오래고, 염생식물이 자리매김을 할 터전인 모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가끔씩 찾아오는 탐방객들은 불만을 가득 안은 채로 발길을 돌린다. 환경부는 왜 이곳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시점이다.

안인·하시동 해안사구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 진재중

두 동강 나있는 해안사구 잠제설치 지역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두 동강 나있는 현장(2024/3/13) 진재중

진재중(wlswownd) 오마이뉴스

 

"절대 ''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전문가... ?

'조류와 기후위기' 콜로키움서 국립생물자원관 박진영 연구부장 발제

콜로키움 홍보포스터인류세연구센터

기후위기와 조류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기후위기로 영향을 받는 새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알 수 있는 콜로키움이 열렸다.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는 지난 14일 오전 1150분 조류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조류에 관심이 많은 시민 30여 명이 함께했다.

새들이 사라지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박진영 연구부장(이하 박 부장)이 연사로 초대돼 발제를 맡았다. 그는 새들이 살아가는 데 부딪히는 어려움을 소개하는 것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박 부장은 크게 4가지 이유를 설명해다.

현재 지구상에 알려진 새들은 11000종이 있고, 2018년 기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등재된 멸종위기종의 새는 1492종이다. 멸종이 가장 심각한 단계인 종은 1998168종에서 2018224종으로 33.3% 증가했다. 대한민국에서도 1971년 황새, 1979년 따오기, 1988년 크낙새가 사라졌다.

이렇게 멸종되는 이유는 첫 번째는 서식지 파괴다. 숲의 파괴, 갯벌의 매립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도시화와 도로 건설로 새들의 서식처가 사라지면서 멸종이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줄어드는 먹이다. 새들은 농경지 감소로 먹이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에서 2023년 사이 약 10% 농경지 면적 감소했고, 농경지의 많은 부분이 하우스로 변경되면서 먹이를 찾을 곳이 사라졌다.

세 번째는 오염이다. 오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DDT의 경우 상위포식자로 갈수록 농축되면서 맹금류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최상위 포식자의 경우 기초에서 천만 배 농축된다.

네 번째는 혼획과 밀렵 등의 남획이다. 매년 730만 톤이 해양에서의 허획과정에 혼획돼 사라진다. 새를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뉴기니아앵무와 극락조 등 많은 화려한 새들이 '애완용'으로 거래되며, 유통과정에서 약 80%가 죽어간다. 식용으로 판매됐던 검은머리촉새는 억 단위의 군집이 있었지만, 스낵 형태로 먹기 위해 잡으면서 현재 멸종위기종이 됐다.

이 밖에도 슴새와 알바트로스 같은 해양성조류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고 굶어 죽는 새끼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유리창 충돌로 하루 2만 마리가 죽어가고 있다. 외래종으로 인한 고유종의 교란행위 역시 큰 위협이며, 야생 고양이가 북미에서 멸종시킨 종이 33종이나 된다.

박 부장은 여러 지엽적, 국지적 위협 때문에 새들이 고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절대로 새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조류에 미치는 영향

그런데 지금까지의 위협과 다르게 전 지구적인 위기로 다가온 것이 기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기후위기로 새들에게 번식시기(산란시기)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의 다수 종 조사결과 10년간 6.6일 빨라졌다. 북미바다오리의 경우 지난 10년간 24일이나 번식시기가 빨라졌다.

그는 시기가 빨라진 것은 종에 따라 좋을 수 있고 나쁠 수도 있다고 해설했다. 이런 번식시기뿐만 아니라 이동시기도 변화했는데, 북미에서는 63년 동안 27종이 도착시기가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월동지에서 번식지로 이동하는 시기는 더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박 주장은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는 월동지, 중간기착지, 번식지 모두의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고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새들은 수만 년 동안 기후에 적응하면서 곤충이 가장 많은 시기에 맞춰 번식해왔는데, 곤충의 번식시기가 빨라지면서, 시기가 맞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이 서식지를 이탈하면서 다른 생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주된 먹이인 물범을 잡지 못해 솜털오리를 잡아 먹는 현상이 늘어가고 있다. 박 부장은 이렇게 시기와 서식처의 변화가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어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일어나는 해수면 상승으로 서식지가 사라지게 된다고 걱정했다. 해수면이 상승되더라도 인공구조물(제방, 건물 등)이 없다면 수변공간에 생기는 습지에서 서식이 가능하지만, 현재 해변에 인공구조 물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되면 새로운 서식처 자체 형성이 불가능하다며, 심각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동아시아 이동경로에 있는 붉은어깨도요, 알락꼬리마도요가 60%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대조류가 아닌 아열대 조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검은이마직박구리, 바다꿩, 잿빛찌르레기 등의 아열대 조류가 번식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에서는 24년 동안 번식지의 위치가 105km 북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박 부장은 툰드라 지대가 감소하면서, 넓적부리도요와 고니가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박 부장은 이런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조류서식의 변화가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먹이 피라미드의 상위에 취치한 조류가 기후변화의 기준이 되는 이유가 증명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DDT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종이 바로 맹금류였다며,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조류의 서식환경 변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면서 발제를 마쳤다.

이경호(booby96)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오마이뉴스

 

그린벨트 푼다고 총선에서 이길까?

지방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좋아, 빠르게 가식 정책이 또 나왔다. 실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21일 울산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의 토지규제 개선방안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20년 만에 지방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대대적으로 풀린다. 221일 울산에서 열린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 그린벨트 대폭 해제 계획을 내놓으며 그린벨트라는 것도 국민이 잘 살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니 잘 사는 데 불편하면 풀 건 풀어야 한다” “경제적 필요가 있고 시민의 필요가 있으면 바꾸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 계획도 윤석열 대통령의 좋아, 빠르게 가식 정책이다.

두 가지 내용이 핵심이다. 첫째, 정부는 그동안 지자체별로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정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왔으나 이번에 지역 경제 활성화, 특화산업 육성 등을 위한 지역 전략사업에 한해 그린벨트를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31월부터 국가 주도 사업에만 해제 가능 총량 예외를 인정했는데 여기에 지역 전략사업을 추가하는 것이다. 속도도 빠르다. 지역 전략사업으로 선정되면 그린벨트 해제 신청부터 사전 협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까지 1년 안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둘째, 원칙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5등급까지 있음) 구역도 해제를 허용한다. 전국 그린벨트 구역의 79.6%1·2등급지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대신 해제되는 면적만큼 대체 부지를 신규 그린벨트로 지정해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동그란 네모를 그리겠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이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그린벨트 지정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국형 그린벨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도입 당시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덕분이었다. 그린벨트 제도 자체가 박정희 대통령의 초도순시(지역을 돌아다니며 시찰함)’ 지시 사항으로 시작됐다.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전 국토의 5.4%에 속하는 5397가 그린벨트로 지정됐다. 급격한 도시 팽창을 막고, 남북 긴장 관계 속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광석화처럼 그린벨트가 도입됐지만 재산상 피해를 본 토지 소유자들의 반발이 십수 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까지 보전원칙은 강력하게 유지됐다.

변화가 생긴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공약으로 내건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고, 1998년 헌법재판소가 토지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함에도 별다른 보상규정이 없다며 그린벨트 관련 법규인 도시계획법 21가 위헌이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전체 그린벨트 면적 중 약 30%(1604)가 해제됐다. 서울시 면적의 2.6배에 이른다. 이미 많은 그린벨트를 해제한 만큼, 윤석열 정부의 계획대로 그린벨트 신규 부지를 확보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1970년대 그린벨트를 최초로 지정한 이래 신규로 그린벨트를 늘린 사례는 없다. 그린벨트 부지와 관련해 주민 반발과 택지 보상을 둘러싼 갈등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에 따른 구체적 대책을 밝히지 않았다.

이 외에도 그린벨트 환경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현재 환경평가는 식물분포, 수질, ·임업 적성도 등 6개 지표로 이루어진다. 이 중 한 개만 1등급이어도 그 지역은 개발이 불가능한 1등급 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의 투자 가용지 확대를 위해유연하게 등급 제도를 바꾸겠다고 했다. 이 경우 서울·수도권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법 개정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정부 지침인 국토교통부(국토부) 훈령만 바꾸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연내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지역 신청을 받아 지역 전략사업 선정까지 마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그린벨트 규제 계획에서 눈여겨볼 점은 지방 권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지방 표심을 노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건립 등을 이유로 서울 등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용지를 확보해왔으나 현 정부는 다른 전략을 취했다. 수도권 주택공급이 아니라, 지방 도시를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목적을 강조한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그린벨트 풀어서 지역 경제 살린다?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그린벨트는 광역도시계획에 반영된 해제 가능 총량범위 내에서만 해제할 수 있다. 현재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은 2008년 수립한 ‘2020년 광역도시계획에서 정한 수준에서 동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는 산업단지를 유치하고 싶어도 이미 해제 가능 총량을 거의 다 써버려서 땅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제 가능 총량을 다 못 써서 물량이 남아도는 지역도 적지 않다. 20229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 관련 쟁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의 씀씀이는 권역별로 격차가 크다. 전국 해제 가능 총량은 531.6인데, 202112월 말 기준 소진율은 68.2%. 최고 소진율을 보인 곳은 부산권으로, 해제 가능 총량 80.564.480%를 썼다. 수도권 소진율은 79.3%(189.5)로 그다음이다. 그린벨트를 가장 적게 풀어서 쓴 곳은 소진율이 41.1%(16.4)인 대전권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모든 지역의 해제 가능 총량을 늘리기보다 소진율 수준이 다른 지자체 간 총량을 거래하여 권역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방에서 땅이 있는데도 못 쓴 데는 이유가 있다. 남은 땅이 개발 자체가 금지된 환경평가 1·2등급지인 경우, 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규모가 큰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다. 하지만 쓸 만한 땅이 없어서가 아니라 쓰고 싶어 하지 않아서도 이유다. 도시 외곽인 그린벨트 지역에 산업단지를 세워도 기업이 입주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벨트 해제 계획의 가장 큰 불확실성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해도 어떤 기업이, 얼마나 들어올지 알 수 없다. 지난해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6월 기준 분양률 0%를 기록하고 있는 산업단지는 전국에 12곳이나 된다. 지정 면적만 약 699로 여의도의 2.4배에 달한다. 세금을 투입해 조성한 산단이 지역의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50년간 축적된 사회적 합의의 결과인데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산업단지가 만들어져도 기업들이 지방에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고 말한다. “첨단산업일수록 인재와 인프라의 밀접도를 높여야 집적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도시 환경이 그렇게 설계되어야 기업에 유인책이 된다. 지방의 인프라 집적도는 수도권에 비해 매우 열악한데 그나마 기능이 강화되어 있는 도심도 아닌 외곽의 그린벨트 지역을 개발한다고 기업이 반길까? 산업단지가 있다는 것만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진 않는다.” 이 부소장은 퇴직 인구가 늘어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추이를 고려할 때 개발 위주의 도시계획은 앞으로의 인구 전망과도 완전히 반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경우 인프라를 중심부로 밀집시키는 콤팩트 시티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준환 서울 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콤팩트 시티, 도시 주변부 개발을 제한해 도심의 공동화를 막고 중심부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도심을 순회하는 교통편을 강화해 도시 중심부로 이동 편의성을 높이거나 역 주변에 주거단지·의료기관·교육시설 등을 만들어 도시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늘리는 현 정부의 구상과는 거리가 멀다. 김준환 교수는 일본에서는 이 같은 구상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반대로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새 발전 지역을 유치하고 개발이익이 몰리도록 유도할 경우, 구도심이 슬럼화되면서 도시 황폐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생기후행동이 2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대학생기후행동 제공

경제성이나 효율성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도 있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도시의 녹지를 보호하는 국제적 도시계획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 합의했다. 2030년까지 훼손된 육지·해안·해양 생태계를 최소 30% 복원하고 올해 10월에 열릴 제16차 총회까지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환경단체인 생명그물 이준경 대표는 정부의 결정을 두고 이렇게 질문했다. “그린벨트를 지키는 것은 50년간 축적된 사회적 협의의 결과다. 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같은 제도를 통해 난개발을 막듯이 그린벨트도 미래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를 지키자는 약속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를 공론화도 거치지 않고 정치적 계산에 따라 파기해도 되는가?”

그린벨트 해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조선일보223일자 만물상칼럼의 제목은 일본이 부러워하는 한국 그린벨트’”였다. 해당 칼럼은 4차 산업혁명 등을 감안하면 그린벨트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끝맺는다. “하지만 녹지와 산림은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국부라는 사실만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같은 날, 동아일보에도 ‘20년 만에 그린벨트 화끈하게 푼다왜 지금?’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기후변화 때문에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도시의 허파구실을 해온 녹지 규제 완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는 말과 함께 총선을 앞두고 인화성 높은 개발 정책을 쏟아내는 건 관권을 이용한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시사인 김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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