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닭발 가로수’ 올해도 봐야 할까요? 녜 2. ‘가스’라이팅에 속끓는 지구 3. '빛이 좋아서가 아니다', 곤충들이 조명에 몰리는 진짜 이유 4. 언론이 기후위기 주목? “ESG보도 상당수 기업발 아닌가” 5. 기후 대응 잘하는 지자체는 여수와 문경 6. ‘동해안 오징어’는 옛말… 경북에선 한라봉-천혜향이 ‘주렁주렁’ 7. 명태는 러시아, 오징어는 중국… 한국인 밥상 점령한 수입 수산물 8. GRI, 생물다양성 공시 새로운 기준안 공개
9. “악어인간 유적지 사라진다” 호주판 ‘천성산 도롱뇽 사건’… 환경단체의 거짓 선동이었다(조선) 10 .원주민 소송에 사업계획 수정까지…SK E&S ‘바로사 가스전’ 사업 성공할 수 있을까(한겨레) (같으면서도 다른 언론의 기사) 11 부산시, 가덕신공항 운영 참여 추진
12. 경제개혁 방해·핵오염수 옹호 국회의원 35명 ‘나가주세요 13. 그린벨트 해제안 곧 발표…53년만에 첫 전국 단위 해제14. LG전자 66배·현대차 44배↑…새 온실가스 배출기준 '초비상 15. 윤석열 정부, 과일 가격 폭등하면 수입과일로 대응한다? 16. “전체 유권자의 33.5%가 기후유권자…총선 당락 가를 수 있다 17. “탄소 더 배출하면 21세기 말 서울 여름철 사망자 수 1.8배 증가” 18. "기후위기 앞에 노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19. 겨울 바다에 목 끝까지 입수한 민주당 예비후보...왜? 20.황제펭권처럼 21. 1등급 환경보존지역도 푼다…총선 앞두고 그린벨트 대폭 해제 22. 여의도 면적 72배 자투리 절대농지도 개발 23. “환경보전·균형발전 역행”…그린벨트 해제, 전문가들도 ‘우려’ 24. 해운대 53사단·제2에코델타시티 부지 GB 풀린다 25. 핵발전소 조기 발주, 총선전략인가 재벌 특혜인가
닭발 가로수’ 올해도 봐야 할까요?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공사(KBS) 인근 나무가 좌측에는 ‘강전정’돼 있고, 우측에는 가지치기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 강한들 기자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과 한국방송공사(KBS) 사이를 걷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걷는 거리 왼쪽에는 굵은 가지가 ‘뎅강’ 잘린 나무가, 오른쪽에는 가지가 무성한 나무가 서 있었어요. 도보를 따라 700m쯤 한 블록을 쭉 걸어봤습니다. 차도와 가까운 나뭇가지는 무성하고, 건물과 가까운 나무는 모두 앙상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큰 줄기만 남은 수준으로 잘려져 있는 나무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올해도 ‘닭발 가로수’를 봐야 하는 걸까요?
당장 우리 집 앞 나무들은 어땠지?
나무를 과도하게 가지치기 한 사례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그룹 ‘가로수시민연대’에는 종종 과도한 가지치기 사례가 올라오고 있어요. 한 시민은 인천 연수구 아파트 단지 내 가지치기 된 은행나무 사진을 올리며 “나무가 무척 힘들어 보여 나도 따라 기운이 쏙 빠지는 것 같다”고 적었어요.
인천 연수구 건영아파트 단지 내 은행나무가 지난 7일 잘려있다. 박지현씨 제공
나무를 왜 이렇게 자르는 걸까요? 상가 근처에서는 나무가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해요. 신호등, 전기줄에 닿아 사고가 날 수 있는 경우도 자르고, 낙엽이 너무 많아 잘라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렇게 굵은 가지까지 베어버리는 것을 ‘강전정’이라고 하는데요, 2022년 기준의 한국표준품셈을 보면 강전정을 하는 경우가 비용은 더 높지만, 시간은 덜 걸린다고 해요.
강전정을 하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서울환경연합이 낸 ‘2023 시민과학 리포트’를 보면 “과도하게 잘린 나무는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가늘고 긴 가지를 대량으로 발생시키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서 바람에 쉽게 떨어진다”라며 “굵은 가지의 잘린 면이 아물지 못해 나무를 썩게 하는 공기 중의 세균이 스며들면 나무 속까지 썩어 나무가 쓰러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가 된다”고 말해요.
경기 김포시 장기동 한 아파트에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16일 가지치기 돼 있다. 노건우씨 제공
가지치기가 ‘지나치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늘기 시작하자, 정부·국회도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어요.지난해 말에는 잘못된 가로수 가지치기를 개선하기 위해 도시숲법이 일부 개정됐어요. 도시숲 등의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경관 자원을 보전’하도록 하고, 가로수 연간 유지·관리 계획을 매년 심의하도록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가로수에 대한 전문가 진단조사도 강화돼요. 산림청이 지난해 만든 ‘도시숲·생활숲·가로수 조성·관리 기준’을 봐도 ‘약한 가지치기’를 원칙으로 하고, 가지 직경이 10㎝ 이상이거나 줄기 직경의 3분의 1 이상 되는 ‘굵은 가지’는 최대한 제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환경부에서도 지난해 3월 “생물다양성과 도시 그늘 증진을 위한 ‘도시 내 녹지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해 관련 기관 도시 녹지 관련 정책과 사업에 고려될 수 있도록 협조 요청했다”라고 밝혔어요. 내용을 보면 도시의 나무가 ‘다양한 종’으로 구성되도록 하고, 가정·학교·직장에서 잘 관리된 3그루 나무를 볼 수 있고, 도시 나무 그늘이 도시 면적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최단 공공녹지 공간이 300m 이내에 위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에요.
가지치기에 관한 내용을 보면 나무 가지치기와 관련해서도 나뭇잎이 달린 수목 부분의 25% 이상이 잘려 나가지 않도록 권고했어요. “과도한 가지치기가 대기 오염 정화, 녹지 생태·환경 기능을 훼손하고, 잎마름병에도 취약하며, 미관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과를 반영”한 결과였어요.
강원 삼척시 중앙시장 인근 가로수가 지난 13일 강전정된 뒤 자라고 있다. 독자 제공
그런데 왜 아직도 ‘닭발 나무’가?
하지만 여전히 ‘닭발 나무’ 사례는 나오고 있어요. 우선 개정된 도시숲법 시행은 오는 7월입니다. 이번 봄의 가지치기에는 적용되지 않아요. 게다가 도시숲법은 ‘가로수’만을 대상으로 해요.
제가 처음 소개한 사진 같은 사례가 곳곳에 있을 수 있어요. 길가의 나무는 ‘가로수’로 분류되지만, 상가 근처에 있는 나무는 건축법상 ‘대지 안의 조경’에 해당하는 나무에요. 가로수는 지자체가 관리하지만, 조경수는 상가 등에서 직접 관리합니다. 환경부의 ‘도시 내 녹지 관리 개선 방안’은 도시의 모든 나무에 적용되지만,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의 가지치기가 되지 않은 가로수에 16일 새의 집이 지어져 있다. 강한들 기자
요즘같이 ‘이상 기상 현상’이 일상일 때에는 나무가 더욱 중요할 수 있어요.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가로수 그늘은 여름철 뜨거워진 도시를 최대 2.7도 식힌다고 해요. 폭염에 그늘막을 설치하는 것뿐 아니라 잘 자란 나무가 주는 그늘이 있다면 좋은 ‘기후 적응’ 수단이 될 수 있는 거죠.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기자와 통화하며 “나무를 어느 정도로 키우고, 관리하는 게 공익적 예산 지출을 줄이고, 에너지 저감에 이바지하는지 정책에 고려되지 않고 있다”라며 “가로수가 떨어트리는 도심 기온과 생태적 기능도 정책에 고려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어요.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곧 가로수 가지치기를 할 예정이라고 해요. 기자가 사는 마포구에 전화해보니 마포구 관계자는 “가지치기 공사 발주를 했고, 2월 말부터 시작해 3월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경향 강한들 기자
‘가스’라이팅에 속끓는 지구
2023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한반도 역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연평균 기온을 기록하며 기후 역사를 다시 썼다. 해는 바뀌었지만 ‘끓어오른 지구’가 보내는 경고음은 여전하다. 때 이른 봄날씨처럼 이상기후는 더 자주, 더욱 예상치 못한 형태로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더운 날씨 하나로 기후 위기를 설명할 수 없는 만큼 기후재난 대응체계를 갖추는 데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측 이래 최고…식지 않는 한반도
16일 기상청의 ‘2023년 연 기후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3.7도였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종전 1위였던 2016년(13.4도)보다 0.3도 높고 평년(12.5도)과 비교하면 1.2도나 상승했다. 역대 연평균 기온을 살펴보면 최근 5년(2019~2023년)이 10위권 안에 전부 들어 있다. 그만큼 한국이 짧은 주기로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12개 달 중 무려 9개 달이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다. 특히 3월은 평년보다 3.3도 이상, 9월은 평년보다 2.1도 이상 더운 날씨를 보였다.
바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 온도는 연평균 17.5도로 최근 10년 사이 두 번째로 높았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조사한 한반도 해역 표층 수온 통계에선 이보다 높은 연평균 19.8도를 기록했다. 1990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이자 최근 20년 평균 표층 수온보다 0.6도나 높은 수치다.
과일값 고공행진…오징어도 급감
극심했던 이상기후는 밥상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과일값이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주범이 됐다. 잦은 비와 이상고온, 병해충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신선과일은 28.5% 올라 2011년 1월(31.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사과와 배 물가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56.8%, 41.2% 급등했다. 비교적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사과·배는 기후 변화에 취약한 대표적 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은 기후 변화로 207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바다 수온이 높아지며 어업 피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은 2만3493t으로 전년보다 36% 감소했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하면 54%나 줄었다. 이상기후 중 고수온으로 인한 연근해의 양식업계 피해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250억원에 달한다.
한 달 빠른 초고속 봄꽃…생태계 혼란
올해 벌써 새 기록을 쓴 기후 현상도 있다. 제주에선 지난달 15일 봄을 알리는 매화가 처음 개화했다. 평년보다 32일이나 이른 시점이었다. 나무의 꽃이 80% 이상 개화하는 ‘만발’ 시점도 평년보다 46일 빨랐다.
성급한 봄날씨에 맞춰 벚꽃 개화도 평년보다 하루 혹은 일주일 넘게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히 지역별 봄꽃축제도 일제히 앞당겨질 전망이다. 경남 창원시는 올해 62회를 맞은 진해 군항제를 3월 22일 개막하기로 했다. 1963년 1회 당시 4월 5일 개막한 것과 비교하면 16일이나 당겨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이 짧아질수록 개화 시기와 곤충이 깨어나는 시기가 어긋나며 동식물의 먹이사슬이 깨지는 ‘생태적 불일치(ecological mismatch)’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면에서 깨어난 벌이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기상청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21세기 후반기에 ‘2월 벚꽃’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엘니뇨로 더 복잡해지는 기후 예측
기후 변화는 올해 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지난해 5월부터 지속된 ‘엘니뇨’ 현상이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평년보다 높은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 7월 평년 대비 1도 올랐고, 이후 지속 상승해 12월에는 2.1도까지 높아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4월까지 엘니뇨가 지속되고, 그 여파로 지난해보다 2024년의 기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의 경우 엘니뇨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지리적 위치는 아니다. 다만 엘니뇨 시기에는 일본에 고기압이 발달하고, 남쪽에서 수증기가 유입돼 한국의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구온난화에 엘니뇨가 더해져 전 지구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바다가 더워지면 수증기의 양이 많아지고 그만큼 태풍의 위력도 커진다. 북극의 온난화를 가속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한반도에 한파가 불어닥치기도 한다. 엘니뇨가 지구의 대기와 해류 흐름을 바꿔 한국에도 평소와 다른 형태의 이상기후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물이 끓을 때 물방울이 여기저기서 폭발적으로 터지듯 현재 기후도 90도에서 물이 끓는 100도 시스템으로 바뀌어 산발적으로 이상기후가 일어나고 있다”며 “앞으로의 기후 상황은 사실상 예측이 어렵고 기후 변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만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특정 해에 폭염이 심하지 않더라도 장마나 가뭄은 더 극심해질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 기후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예측보다는 모니터링을 통한 대응 시스템을 빨리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빛이 좋아서가 아니다', 곤충들이 조명에 몰리는 진짜 이유
인공 불빛이 곤충을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주는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코스타리카 몬테베르데의 깊은 산속. 고속 카메라 2대 등 장비를 잔뜩 챙긴 한 연구팀이 구름으로 뒤덮인 숲인 운무림 속으로 들어다. 황혼의 어둠과 함께 안개가 피어오르자, 연구팀은 과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런 다음 컴퓨터를 카메라와 연결한 후 눈이 어둠에 적응하도록 기다렸다.
이 연구팀은 두꺼운 점퍼로 무장하고 타프 아래에서 모기와 말파리에 물려가며 몇 주간 현장을 지켰다. 수백 년간 과학이 풀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왜 야간에 곤충은 불빛으로 몰려드는가?’
일부 과학자들은 곤충이 단순히 빛에 끌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빛의 따뜻함이 곤충을 끌어당긴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그중 우세한 의견은 곤충이 인공 불빛을 평소 비행에 사용하는 자연광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현장에서 연구자들은 곤충의 비정상적인 비행 패턴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다른 가설이 나왔다. 곤충들은 인공 불빛을 이용해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몰려든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플로리다 국제 대학의 과학자들이 함께 진행했다. 이들은 모션 감지 카메라를 사용해 곤충이 3D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곤충은 광원을 등진 채로 마치 광원 주위에 그려진듯한 궤도로 돌고 있었다.
동물이 자신의 시야 내에서 가장 밝은 물체를 향해 등을 돌린다는 ‘배광반사(dorsal light response)’라는 현상이다. 곤충은 너무 가벼워서, 사람처럼 지면 반력(지면이 몸에 가하는 힘)을 이용해 몸을 원하는대로 가누기 힘들다. 또한 날고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느 방향이 위쪽인지 알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안정적인 원천이 필요했다. 인류가 인공 불빛을 발명하기 전까지는, 밤에는 달과 별이 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생명공학자인 사무엘 파비안은 “곤충은 낮에 하늘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밤에 광원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따라서 어디에 있든 항상 광원을 머리 위쪽에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션 감지 카메라를 통해 야간에는 곤충이 광원을 등진 채로 광원 주위 궤도에 갇힌 것처럼 움직인다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등불처럼 한 점 형태로 된 광원은 하늘에 떠있는 달이나 별과는 다르다. 거리가 충분히 가깝다보니, 곤충은 광원을 등진 채로 광원 주위를 끝없이 돌게 된다. 비행기가 회전하기 위해 기울어질 때, 비행기의 전방 가속도와 양력의 힘 때문에 곡선 운동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보통은 곤충이 지평선과 수평을 맞출 수 있게 도와주는 현상이, 곤충을 계속 빙빙 돌리는 것이다.
파비안은 플로리다 대학 곤충학 연구원인 야시 손디와 함께 코스타리카에서 진행된 현장 연구는 물론 실험실 연구에도 참여했다. 실험실 연구는 8대의 고속 적외선 카메라가 설치된 대형 비행장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곤충 등에 1mm 크기의 표시를 해서 작은 곤충들을 데이터 포인트로 전환했다.
파비안은 “카메라에는 사진을 찍을 때 빛을 내는 스트로브 라이트가 있기 때문에 곤충에게 찍힌 작은 표시는 카메라를 통해 밝은 점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카메라가 데이터 포인트로 판독한 내용을 컴퓨터로 바로 전송할 수 있다. 파비안은 이를 “엄청나게 정확한” 결과라고 표현했다.
방법은 저마다 달라도, 학계에선 잠자리부터 초파리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의 곤충들에게서 비슷한 행동을 관측하고 있다. 배광반사 형태의 움직임은 곤충이 밤에 인공 조명으로 모이는 이유에 대한 과거의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가장 널리 알려진 가설 중 하나인 곤충이 ALAN을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달로 착각한다는 가설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플로리다 국제 대학교의 생물과학 교수인 제이미 테오볼드는 “달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가 이동할 때는 그냥 먼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때문에 비행을 할 때는 달이 방향을 판단하기 위한 좋은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연구자들이 현장과 실험실에서 관찰한 모든 특이한 패턴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궤도를 도는 것 외에도, 파비안은 실속현상(곤충이 빛의 측면을 따라 똑바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추진력을 잃고 진자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뒤집어진 상태에서 빛 위로 직접 날아가는 것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파비안과 손디가 투광 조명을 최악의 빛 공해로 꼽는 이유는 바로 이 행동 때문이다. 광활한 하늘을 가득 채우는 빛줄기는 곤충이 몸을 가눌 수 없게 만들고 불시착하게 한다.
빛 공해는 곤충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짝짓기와 수분, 포식자 회피 등 많은 행위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인공 조명은 곤충에게 더 많은피해를 입힌다. 곤충의 건강 유지와 생존을 위한 활동, 즉 수분이나 먹이 활동, 짝짓기, 포식자 회피 등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곤충학자인 아발론 오웬스는 “인공 조명은 곤충의 감각에 혼란을 유발해 곤충이 현재 있는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곤충은 행동과 발달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빛 공해에 관한 229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인공 조명은 곤충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현 추세에선 도시가 계속 확대(연간 10% 정도)되면서 빛 공해 또한 매년 늘고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한 손실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분을 곤충에 의존하는 농작물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인간을 포함해 몸집이 큰 동물의 식량 공급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파비안과 손디, 오웬스는 이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고 강조한다. 인공 조명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꼭 사용해야 한다면, 투광 조명 대신 색 온도를 낮춘 LED를 타이머로 설정해 쓰는 게 좋다. 또한 손디는 곧 발표될 독일의 한 연구에 조명을 아래쪽으로 비추면 “조명 주변에 곤충이 갇히는 현상이 약 70~80%까지 줄어든다”는 결과가 담겼다고 말했다.
이미 전 세계 여러 도시들이 인공 조명을 줄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오하이오 미들타운에서는 수천 개의 가로등 조명을 더 낮은 온도의 빛을 내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LED로 전환중이다. 다른 19개 주에서는 조명 사용을 줄이거나 차단하는 법을 시행중이며, EU의 여러 국가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나와있다.
파비안과 손디는 후속 연구에서 야간 불빛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곤충까지 끌어당길 수 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오웬스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만족스럽게 설명한 사람이 없고, 이 주제에 대해 아직 알아낼 것이 많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말했다.
파비안은 “빛의 방향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곤충에게 영향을 주는 범위를 줄이려면, 조명을 하늘을 향해 비추지 말아야 합니다.”/앨리슨 허슐랙 - BBC 과학 전문기자
언론이 기후위기 주목? “ESG보도 상당수 기업발 아닌가”
- 한국 언론사 내 기후위기 전담 기자들이 보수적 조직문화로 좌절을 겪고 있다.
- 기후위기 관련 기사가 기업 홍보수단으로 변질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 뉴스룸 혁신 없이는 기후위기 기사가 빛을 발하기 어렵다.
“취재보다 사내 투쟁에 더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신문사에서 기후위기 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의 토로다. 이처럼 언론사 내 기후위기 전담 기자들은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입처 칸막이는 기후위기 기자들의 취재 의욕을 꺾고 있으며, 기후위기 보도가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언론사가 뉴스룸 내부 혁신을 이뤄내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제대로 된 기후위기 기사를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신우열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언론학회 학술지 한국언론학보에 게재한 논문 <언론 논리에 갇힌 기후위기>를 통해 뉴스룸 내 기후위기 전담 부서·취재기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분석했다. 신 교수는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기후위기를 담당하고 있거나, 담당한 경험이 있는 기자 15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문사 기자 9명, 방송사 기자 2명, 인터넷언론 기자 2명, 뉴스통신사 기자 2명이다.
기업 ESG가 기후위기? “산업부 기자, 자료 해석·비평 익숙하지 않아”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후 기후위기에 대한 국내 관심이 증가했고, 한겨레·MBC·세계일보 등이 기후위기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된 기후위기 보도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현재 기후위기·환경과 관련해 자주 볼 수 있는 기사는 기업 ESG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 때문에 기후위기 관련 보도가 기업의 홍보수단이 된 것 같다는 기자들의 우려가 나온다.
“최근 많이 나오는 보도는 ESG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 기사량이 늘었다고 하는데, 사실 그중 상당수가 그저 기업발 ESG 기사, 보도자료가 아닌가 싶다. 그런 기사는 주로 산업부 기자들이 쓸 텐데,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비평하고 그린워싱(친환경으로 위장하는 행동)을 솎아낼 것인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네이버에서 기후위기를 검색하면 나오는 최신 보도.
신문사에 재직 중인 A기자가 신 교수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신 교수는 이 같은 흐름이 기후위기 취재 자체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ESG 관련 보도를 하는 산업부·경제부) 기자들은 자기 기사를 기후위기 기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속가능경영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보도자료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등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기후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경제부나 산업부 기자에게는 기업이 기후, 환경과 관련해 뉴스 가치를 갖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고, 이를 기사로 쓰는 것은 그들에게 당연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기후위기 전담팀의 활동에도 지장이 많다. 그중 하나는 출입처 장벽이다. 기후위기는 경제·정치·사회·국제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영역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기후위기 전담 기자들은 타 부서와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B기자(방송사)는 “캘리포니아 산불, 중국 산사태, 일본 폭우 등은 국제부의 아이템으로 정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부서 간 ‘우리만의 아이템’, ‘우리의 보도’라는 경계선이 있어서 보도국 전체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걸림돌이 되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C기자(방송사)는 “환경부나 기상청 담당은 가장 힘이 없는 부서이기에 다른 부서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기후 저널리즘 실천을 방해하는 것은 데스크들이다. 신 교수는 “(데스크들은) 기후위기 영역에 별도의 인력을 투여한 만큼 성과를 내길 바라는데 이를 특종이나 언론상 수상, 기사 개수나 트래픽 유입량으로 확인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D기자(신문사)는 “(데스크를) 설득하는 작업이 어렵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 에너지 소비가 많다”고, E기자(신문사)는 “취재보다 사내 투쟁에 더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데스크들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다. C기자는 “최대 난관은 데스크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신 교수는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에서는 데스킹 과정에서 쌍방향 소통이 생략될 때가 많다. 일선 기자의 손을 떠난 기후위기 기사를 데스크가 검토하고 확정하는 과정에서 기사의 방향, 심지어 사실관계가 바뀔 때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언론사가 기후위기에 대한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신 교수는 “기후위기 전담팀을 신설한 언론사 대부분은 기후위기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나 전담 인력의 역할에 대한 이해 없이 일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A기자는 “기후위기팀이 구성된 이유는 젋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주제라는 판단 때문이다. 어젠다의 심각성이나 전문성보다, 젊은 세대에게 와닿을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자는 의도에 초점을 두고 팀이 구성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전문성 확보는 기자 개인의 몫으로 치부된다. 기자 개인의 역량과 흥미에 따라 기사 품질이 달라진다. D기자는 “대부분 회사는 기후변화팀도, 기후변화 영역도 없다. 환경 담당 기자가 환경의 수많은 영역 중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이슈를 얼마나 다루는가. 개인의 관심도에 기후변화 보도가 달려있다”고 했다. 조직 논리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한 자기검열이 일어난다고 고백하는 기자(A기자)도 있었다.
▲한국언론학보 67권 6호. 언론 논리에 갇힌 기후위기 논문 표지.
언론사 뜯어고쳐야 “기후위기 커맨드 센터” 구성할 수 있다
신 교수는 칸막이식 취재 관행을 기후위기 분야에선 적용해선 안 되며, 편집국 간부들이 기후위기를 ‘메인 이슈’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편집회의 등을 통해 중요성을 공개적, 정기적으로 발언해 현장 기자들이 기후위기를 적극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영국 가디언은 2019년 10월 ‘환경 서약을 발표하고 기후 저널리즘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가디언은 기후위기 섹션에 기자 9명을 배치하고, 화석연료를 채굴하는 기업의 광고를 수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신 교수는 언론사가 기후위기 전담인력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고, 일정 기간 순환근무제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경영진과 편집국 지도층은 디지털상에서의 양적 지표 상승과 같은 단기적 성과를 적용해 기후위기 전담팀의 성패나 기자의 실력을 가늠해선 안 된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언론사가 기후위기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단 부서 간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유연함을 적용해야 한다. 신 교수는 “전담팀은 소속 언론사의 일관성 있는 기후 저널리즘 실천을 위해 각 부서를 연계해주고, 협업과 분업을 기획하고 지시하는 ‘기후위기 커맨드 센터’(사령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elancholy@mediatoday.co.kr
기후 대응 잘하는 지자체는 여수와 문경
한국환경연구원 박진한 연구위원 논문서 분석
전국 지자체 폭염 폭수 대응 예산 연 1346억원
서울 강남, 경남 남해, 충남 서산 등을 폭우에 위험
2022년 8월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가 폭우로 잠기면서 운전자들이 침수된 차량을 버리고 대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폭염으로 밭에서 일하던 농민들이 쓰러지고, 폭우로 침수된 지하도로·지하주차장·반지하주택에서 시민이 목숨을 잃는 기후 위기 시대.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철저한 재해 예방 대책, 기후적응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폭염에는 전남 여수시가, 폭우에는 경북 문경시가 가장 잘 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이들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폭염·폭우 위험도와 비교했을 때 관련 대책 수립과 예산 투입 등에 적극적이어서 실제 기후위험도를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환경연구원(KEI)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박진한 부연구위원은 한국기후변화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기후위험 대응을 위한 지자체 적응 평가체계 개발 및 적용’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평가·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박 위원은 1985~2014년 30년 기상관측 데이터를 활용,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세종시 포함)의 현재 기후위험도를 추정했다. 지자체의 적응 대책은 2022년에 시행한 대책과 관련 예산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폭염 위험 높은 곳은 대구·전주·청주
논문에서 기후 위험도(Risk)는 위해성(Hazard)과 노출성(Exposure)을 곱해서 산출했다. 폭염위험도는 일 최고 체감기온 33℃ 이상이 2일 지속되는 횟수를 위해성으로, 지역 인구수를 노출성으로 설정해 계산했다. 폭우위험도는 일강수량이 80㎜ 이상인 날 수를 폭우에 대한 위해성으로 설정해 산정했다(노출성은 고려하지 않음).
각 위험도는 0에서 1까지로 표준화했고, 표준화 값 0.2 단위로 5개 등급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폭염에 대한 위험도가 가장 낮은 1등급인 지자체 수는 179개였고, 2등급은 30곳, 3등급 11곳, 4등급 4곳(경기 용인시·수원시, 대구 동구, 경북 포항시), 위험도가 가장 높은 5등급은 5곳(대구 달서구·북구·수성구, 전북 전주시, 충북 청주시)으로 나타났다.
폭우 위험도의 경우 위험도가 낮은 1등급은 45곳, 2등급 73곳, 3등급 106곳, 4등급은 1곳(경남 산청군), 5등급 4곳(경남 남해군·거제시, 경북 경주시, 제주 서귀포시)으로 나타났다.
30년 동안 관측한 기상데이터만으로 작성한 지자체별 기후위험도. (a)는 폭염위험도, (b)는 폭우위험도. 각각 표준화를 거쳐 5개 등급으로 구분했다. [자료: 한국기후변화학회지, 2023]
박 위원은 “경기 남부지역과 충북 북부지역, 대구와 인근지역, 포항, 경주, 창원 등이 폭염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서울을 비롯한 경기 북부지역, 남해안 지역, 제주도 등은 폭우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폭염·폭우 대응 예산 1346억원
박 위원은 2022년 기준 국내 229개 지자체에서 이행 중인 폭염과 폭우 대응 예산을 분석했다. 예산 자료는 기후 적응 대책 평가에서 각 지자체에 공통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자료다.
폭염 관련 적응대책으로는 총 363개 대책, 약 655억 77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지자체당 평균 1.59개의 대책, 대책당 평균 약 1억 33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한 셈이다.폭우 관련 적응대책에서는 총 164개 대책에 약 689억 89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지자체당 평균 0.71개, 대책당 평균 약 2억 2500만 원을 집행한 꼴이다.
예산 자료는 0~1의 값을 갖도록 표준화했고, 0.2 단위로 1~5등급 구분했다.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 지자체는 5등급으로 분류됐다. 폭염 예산을 등급화한 결과, 전남 여수시가 유일하게 5등급으로, 충북 충주시와 충남 청양군 2곳이 4등급으로 평가됐다. 3등급은 경북 영천시와 경남 김해시 2곳이었고, 2등급은 전남 곡성군, 경남 산청군, 서울 송파구, 경기 안산시, 대구 중구 5곳이었다.
예산 투자가 적은 나머지 219 지자체는 표준화 값 0.2 이하의 1등급으로 나타났다.
폭우 예산과 관련해 5등급은 경기 부천시와 경북 문경시 2곳, 4등급은 울산 울주군과 경남 거창군 2곳, 3등급은 서울 서대문구과 충북 영동군, 전남 장성군, 전북 임실군 등 4곳, 2등급은 대전 유성구와 전북 군산시, 전북 부안군, 경기 파주시 등 4곳이었다. 이들 12개 지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217개 지자체는 표준화 값 0.2 이하의 1등급으로 분류됐다.
위험도-예산에 따라 4유형으로 구분
박 위원은 기후위험도와 예산 투자를 표준화해서 얻은 값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의 위치를 4사분면에 나눠 표시했다.
폭염위험도와 예산 투자를 바탕으로 한 지자체 구분. 가로축은 폭염 위험도를, 세로축은 예산 투자 정도를 나타낸다. 2사분면에 표시된 지자체(여수시 등)는 폭염 위험도가 높지 않지만, 관련 투자가 많아서 ‘안전’한 곳으로 분류됐다. [자료: 한국기후변화학회지, 2023]
▶오른쪽 위 1사분면에는 기후위험도도 높고 적응대책도 잘 이행하는 지자체(주의 필요) ▶ 왼쪽 위 2사분면은 기후위험도가 낮지만 많은 대책을 이행 중인 지자체(안전) ▶왼쪽 아래 3사분면은 기후위험도가 낮고, 적응대책도 이행하지 않는 지자체(주의 필요) ▶오른쪽 아래 4사분면은 기후위험도가 높지만 적응대책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지자체(위험)가 분포하게 된다.
4사분면을 나누는 기준선은 표준화 값 0.2를 사용했다.
폭염위험도와 관련해 지자체를 분류한 결과, 2사분면에 위치한 전남 여수시 등은 폭염에 잘 대응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대구 달서구·북구·수성구·동구, 전북 전주시, 충북 청주시 등 4사분면에 위치한 지자체들은 폭염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적응대책이 부족한 지자체들이다. 폭염과 관련된 적응대책의 보완이 즉시 필요한 상황이다.
1사분면에 위치한 경남 김해시, 서울 송파구, 경기 안산시의 경우 폭염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적응대책도 비교적 잘 이행하고 있다.
3사분면에 위치한 지자체들은 현재 폭염위험도가 낮아서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미래 기후 변화 양상에 따라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향후 폭염 추세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대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 강남구 등 폭우에 위험
폭우위험도와 관련한 지자체 유형화한 결과, 충북 영동군과 전북 군산시 등 2사분면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경남 남해군과 거제시, 산청군, 경북 경주시, 제주 서귀포시, 강원 평창군, 전남 광양시, 서울 강남구, 충남 서산시와 부여군, 경기 안성시 등 4사분면에 위치한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폭우에 위험한 지자체로 분류됐다.
1사분면에 위치한 경북 문경시, 경기 부천시 등은 상대적으로 많은 적응대책을 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우위험도와 예산 투자를 바탕으로 한 지자체 구분. 가로축은 폭우 위험도를, 세로축은 예산 투자 정도를 나타낸다. 1사분면에 표시된 지자체(문경시 등)는 폭우 위험도가 높지만 관련 투자도 많아서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자료: 한국기후변화학회지, 2023]
기후 대응 예산 지출까지 고려한 지자체별 기후 위험도. (a)는 폭염 위험도, (b)는 폭우 위험도.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고위험 지역이다. [자료: 한국기후변화학회지, 2023]
박위원은 “분석 결과, 아직 많은 지자체에서 관련 적응대책이 미흡한 상태”라며 “대구시의 많은 지자체는 실제 폭염 위험에 노출된 지자체로 볼 수 있어 많은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 강남구, 충남 부여군, 제주 서귀포시 등에서는 최근 폭우로 인한 피해가 실제 발생한 것으로 볼 때 적극적인 적응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지자체의 2022년 예산 자료만을 활용했는데, 누적된 예산 자료를 활용해 분석할 필요도 있다고 박 위원은 덧붙였다.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동해안 오징어’는 옛말… 경북에선 한라봉-천혜향이 ‘주렁주렁’
새로 쓰는 우리 농수산 지도
기후변화로 농수산물 산지 급변
포항서 한라봉-바나나 등 재배… 2100년엔 강원서만 사과 날 듯
동해안은 방어가 대표 어종으로… 작년 기준 오징어 어획량의 3배
새 먹거리로 아열대 작물 주목… 여름 사과 ‘골든볼’ 등 상품 개발
《기후변화로 포항에도 한라봉 주렁주렁
기후변화로 국내 주요 산지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제주도 특산물로 유명한 한라봉은 이제 경북 포항에서도 재배된다. 대표적 사과 산지인 경북은 아열대기후에 진입해 2070년대엔 사과 재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한 농장. 이곳에서는 2000년부터 제주도 특산물로 유명한 한라봉을 수확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약 3300㎡(1000평) 규모 농지에서 6∼7t을 수확했다. 한라봉뿐 아니라 천혜향과 레드향으로도 품종을 늘렸다.
지난달부터 농장에서 운영하는 아열대 과일 농장 체험 프로그램은 하루 40∼50명이 찾을 정도로 지역 어린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농장을 운영하는 한치용 씨(48)는 “포항은 일조량이 좋아 한라봉이 15브릭스(Brix·당도 측정 단위) 이상 단맛을 낸다”며 “초봄과 한겨울을 빼곤 날이 따뜻해 보온 커튼 정도 외에는 난방도 필요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특산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사과로 유명했던 경북이 제주 특산물인 한라봉이나 바나나의 새로운 산지로 떠오른 게 그런 사례다. 최근 들어 잦아진 불볕더위와 해수온 상승 등 기후 변화의 영향이 크다. 한반도가 더워지자 특정 농산물이나 수산물의 위도 한계선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16일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경북 22개 시군 중 18개 시군에서 망고나 공심채(空心菜) 등 21종의 아열대 과일·채소를 기르고 있다. 포항시만 하더라도 한 씨 농장을 포함해 12개 농가에서 한라봉과 바나나, 애플망고, 백향과(패션프루트) 등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이달에 처음으로 레몬을 수확한 사례가 나왔다.
● ‘청송 사과’,‘나주 배’ ,‘제주 감귤’ 사라지나
지난달 경북 포항시의 ‘포항한라봉농장’에서 진행한 한라봉 수확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가 한라봉을 따고 있다. 포항시청 제공
30년 새 대구·경북 지역의 사과 재배 면적은 반 토막이 났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 사과 재배 면적은 2만151ha(헥타르)로 30년 전인 1993년(3만6021ha)보다 44.1%나 줄었다. 농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도 한 원인이지만 기후 영향이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북 평균기온은 지난 45년간 0.63도 상승해 아열대기후로 변화하고 있다. 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동해안 지역 4개 시군은 2022년에 이미 월 평균기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으로 아열대기후에 진입했다. 사과는 연평균 기온이 8∼11도인 비교적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는 북부 온대 과수다. 반면 강원에선 사과 재배 면적이 30년 새 3.5배로 늘었다. 강원의 사과 재배 면적은 1993년 483ha에서 지난해 1679ha로 247% 증가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여전히 전국 사과 재배 면적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진행된 농촌진흥청 기후 변화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결과 2070년대엔 경북에서 사과 재배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사과는 현재 국내 과일 재배 농가의 16.8%를 차지하고 재배 면적도 가장 넓지만,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의하면 2100년에는 강원 일부에서만 재배될 것”이라고 했다.
재배지 이동은 사과뿐만이 아니다. 통상 농작물은 연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재배 가능지역이 위도상 81km, 해발 고도는 154m 올라간다. 기상청 조사 결과 1970년대 영상 12.1도였던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2020년대 들어 영상 13.1도로 1도 상승했다.
전남 나주시에서 유명한 배는 2050년대부터 국내 재배 적지(適地)가 급격히 감소해 2090년대에는 거의 없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포도는 재배 적지가 현재 충청·전북 등 중부지역에서 2070년 강원 산간 지역으로 바뀔 전망이다.
경북 청도군 특산물인 복숭아도 2090년대에 들어서면 강원 산간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단감은 경남 창원 김해에서 중부 내륙으로 주산지가 점차 바뀌고 있다. 강원 산간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배추는 2081년경부턴 국내 재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산 인삼’ 등 충청권 대표 특산물인 인삼도 강원의 전유물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도 강원 홍천 횡성 연천에서 인삼 농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90년대부터 인삼은 강원 일부 지역에만 남고, 제주 감귤은 자취를 감출 것이란 예측 결과도 나와 있다.
● ‘동해안 오징어’는 옛말 이젠 ‘방어’가 대세
수산물이라고 다를 리 없다. 요즘 동해안 대표 어종은 오징어가 아니라 방어다. 제주 대표 어종으로 알고 있던 바로 그 방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어업생산동향조사 품종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는 1456t(잠정 추정)으로 2022년(3657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2020년 8691t, 2021년 6232t 등 매년 급감하고 있다. 2000년대까지 강원 동해안의 연간 오징어 어획량은 2만 t이 넘었는데, 십수 년 사이 1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반면 방어는 급등세다. 지난해 강원 동해안에서 잡힌 방어는 4186t(잠정 추정)으로 20년 전인 2003년(426t)과 비교해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오징어 어획량의 3배에 가깝다.
오징어는 대신 서해안에서 득세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수산과학원이 집계한 결과 국내 전체 오징어 어획량에서 서해안 비중은 2015년 15%에서 최근 50%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서해안은 다른 주요 어종까지 몰리고 있다. 지난해 서해안(경인·충청·전북) 위판량은 15만4368t으로 동해안(강원·경북)보다 50%가량 높았다. 10년 전인 2013년(서해안 10만3284t·동해안 14만4427t)과 비교하면 상황이 역전됐다.
이 또한 수온 상승 영향이 크다. 방어는 겨울철 적정 수온을 찾아 남쪽으로 무리지어 이동하는데, 최근 들어 동해가 서식에 적합해진 것이다. 최근 40∼50년간 국내 바다 수온은 1.4도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0.5∼0.7도)과 비교해도 가파른 추세다.
고수온 현상의 원인으로는 저위도로부터 열을 수송하는 대마 난류가 강해지고 여름철 바닷물을 뒤섞는 태풍이 줄었다는 점이 지목된다. 최근 폭염이 잦아 여름철 표층이 너무 달궈진 것도 한몫한다. 지난해 여름철 동해 표층 평균 수온은 25.8도로 전년(23.5도)보다 2.3도 상승했다. 평년(23.7도)과 비교해도 2.1도 높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해수온이 0.1∼0.5도만 변해도 생태 특성에 큰 영향을 준다”며 “국내 해안의 경우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되고 구로시오·대마 난류 등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 열대과일도 ‘메이드인 코리아’
기후 변화로 인한 특산물 지도 변화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아열대 농수산물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단 점은 소비자들이 반길 만한 일이다. 농촌진흥청은 과거 30년 동안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했던 키위를 2090년이면 강원 일부를 제외한 전국에서 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각 지자체에서는 기온이 높아진 만큼 미래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아열대 농작물을 재배할 경우 농가 경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2020년 4월 전국 최초로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실제 전국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 4126ha 중 2453ha(59%)가 전남에 있다.
다만 기존 주산지 농어민들은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다. 동해안 근해 어선들은 부진한 조업량 탓에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아예 오징어 어선을 포기하겠다며 정부에 감척을 신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강원에서 오징어잡이 어선 18척이 감척을 신청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감척 신청은 4척에 불과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오징어 어획 부진 장기화로 올해 어업 수익은 적자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생산량 저조로 인해 오징어 소비자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가에서는 새로운 상품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북 군위군에서 육성하고 있는 노란 여름 사과 ‘골든볼’이 대표적이다. 골든볼은 착색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황색 사과 중에선 높은 당도를 보인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성 과일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 한다”라고 말했다.송진호 기자jino@donga.com
명태는 러시아, 오징어는 중국… 한국인 밥상 점령한 수입 수산물
명태는 국내산 찾기 힘들고
갈치는 모로코-오만 등서 수입
쥐치는 82% 베트남서 가져와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명태 대다수는 러시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러시아산 명태 수입액은 2억9578만 달러(약 3936억8000만 원)로 전체의 78.5%에 달한다. 냉동이 아닌 냉장 상태로 수입하는 명태는 생태탕에 주로 쓰는데 수입량 중 95.5%는 홋카이도 등 일본산이다.
국내 어획량이 급감한 오징어는 주로 중국에서 사온다. 페루와 칠레 등 남미산 비중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남미 동태평양 해역에서는 최대 길이 18m에 이르는 대왕오징어가 주로 잡히는데 국내에서는 버터구이, 진미채 등으로 가공하거나 덮밥, 짬뽕 등의 재료로 쓴다.
지난해 오징어 수입량은 155만8000t으로 전년(138만4000t)보다 12.6% 늘었다. 페루산과 칠레산이 각각 58만8000t, 18만8000t으로 전년보다 37.9%, 26.2% 늘었다. 오징어 수입 1위 국가인 중국 수입량은 60만3000t으로 전년 대비 상승률이 0.3%에 그쳤다.
갈치는 모로코, 오만, 베네수엘라 등으로 수입처가 다변화되고 있다. 지난해 모로코산 갈치 수입량은 3400t으로 전년(2100t)보다 67.0% 늘었다. 오만산은 전년(1300t)보다 85.0% 많은 2300t을 수입했다. 기존 갈치 수입 1위인 세네갈산은 3000t으로 같은 기간 31.0% 줄며 1위 자리를 모로코에 내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측은 세네갈산 수입 단가 상승이 수입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연어는 이미 한국인의 밥상에서 매우 친숙해졌다. 지난해 기준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51만3000t으로 전체 수입량(58만5000t)의 87.7%였다. 수입 고등어 10마리 중 9마리는 노르웨이산인 셈이다. 연어도 지난해 수입량 43만5000t 중 63.4%(27만6000t)가 노르웨이산이었다.
중국산 수산물도 여전히 존재감이 크다. 조기(99.9%), 꽃게(98.6%), 낙지(82.7%) 등은 수입 대부분이 중국산이라고 봐야 한다.
대구는 러시아산이 82.2%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지난해 러시아 현지 대구 조업이 크게 부진해 대구 수입량은 19만9000t으로 전년(34만2000t)보다 41.8% 줄었다.
주로 간식으로 즐기는 쥐치류는 베트남산 비중이 82.6%로 높은 편이다. 주꾸미(75.5%), 새우(50.9%)도 주로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수산물이다.
가자미는 러시아(48.4%)와 미국(37.0%)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바닷가재는 캐나다(93.2%)산이 대부분이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GRI, 생물다양성 공시 새로운 기준안 공개
GRI, 2016년 공개한 기준안 보완∙강화
공급망 전반이 미치는 영향 공시 요구
위치별 영향, 직접적 손실 원인도 공시하도록
GRI가 25일 발표한 생물다양성 공시 기준안. 사진=GRI 캡처.
글로벌 기업에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제공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가 강화된 생물다양성 공시 기준안을 공개했다. GRI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ESG공시 기준이다.
GRI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전 기준을 보완한 새로운 생물다양성 공시 기준(GRI 101: Biodiversity 2024)을 수립했다며 새 기준은 "전 세계 기업과 공급망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을 포괄적으로 공개하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생물다양성 공시기준이 요구하는 공시 정보는 다음과 같다.
▲ 기업 공급망 전반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투명한 공시
▲ 사업장의 규모와 위치 등에 대한 상세 정보를 포함한 위치별 영향
▲ 토지 이용, 과도한 개발, 환경 오염 및 외래종 유입 등 생물다양성 손실의 직접적 원인에 대한 정보 공개
▲ 기업 활동이 지역사회 및 원주민에 미치는 영향과 생태계 복원에 있어 지역 단체와 어떻게 협력하는지 등 사회적 영향에 관한 정보
GRI는 개정된 기준안이 유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과학기반 목표 네트워크(SBTN),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와 같은 주요 생물다양성 관련 기준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TNFD는 지난해 9월 자연자본 공시 권고안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공시 기준의 공식적인 적용은 2026년 1월 1일부터다. GRI는 향후 2년 동안 GRI 커뮤니티 회원을 우선으로 한 얼리어답터를 대상으로 기준안을 시범 적용한다.
캐롤 애덤즈 GRI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업데이트된 GRI 기준은 생물다양성 영향에 대한 투명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며 “기업의 내부 운영과 전체 공급망에서 상세한 위치별 보고를 지원해 이해관계자가 생물다양성에 (기업이)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완화하고 줄이느냐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기업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자연파괴를 막고 이를 되돌리는 등 실존적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물다양성 상쇄 정보 공개 신설
책임투자 전문매체 리스폰시블 인베스터(RI)의 보도에 따르면 GRI는 이번 개정안에 생물다양성 상쇄에 관한 새로운 요구사항을 추가했다.생물다양성 상쇄(Biodiversity offset)란 개발 프로젝트로 인해 불가피한 생물다양성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거나 재생하는 등 생물다양성 피해를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RI 보도에 따르면 GRI는 기업이 생물다양성 상쇄를 이행하는 경우 상쇄 프로젝트의 목표, 지리적 위치, 상쇄 프로젝트의 품질과 제3자에 의한 상쇄 인증 또는 검증 여부와 그 방법을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GRI는 ‘생물다양성 영향 식별(Identification of biodiversity impacts)’이라는 개별 범주를 신설해 기업이 사업장의 위치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이와 함께 기업의 공급망 내 제품과 서비스가 생물다양성에 어떤 실제적, 잠재적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ESG경제=김현경 기자]
“악어인간 유적지 사라진다” 호주판 ‘천성산 도롱뇽 사건’… 환경단체의 거짓 선동이었다
호주 북부 해상에 설치된 바로사 칼디타 해상 가스전. 연간 350만t을 생산하고 우리나라는 이 중 130만t을 얻는다. /SK E&S
호주 환경 단체가 현지 원주민들의 미신에 나오는 생물과 관련된 유적을 보호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업이 참여한 해상 가스전 건설 공사를 방해했다가 법원의 철퇴를 맞았다.
호주에서 이른바 ‘악어 인간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2022년 12월 현지 환경 단체가 호주 해양석유안전환경청(NOPSEMA)에 바로사 칼디타 해상 가스전 사업 구역이 유적지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파이프라인을 깔도록 환경청이 허가해준 해저(海底) 구역이 호주 북부 원주민이 숭배하는 ‘악어 인간’ ‘무지개 뱀’이 등장하는 지역”이라며 “이 때문에 해당 공사가 원주민의 문화적 유적지를 훼손한다”고 했다. 곧바로 환경 단체와 원주민들은 “해저 문화 유적 존재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미비했다”면서 공사 중단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듬해 1월 공사 일부가 중단됐다. 해상 가스전 공사는 국내 기업인 SK E&S가 참여한 호주 정부의 국가 지원 사업이었다.
이후 바다 한가운데서 ‘악어 인간’과 ‘무지개 뱀’의 유적을 찾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환경 단체가 공사를 방해하기 위해 극소수 원주민이 믿던 미신을 전체 원주민의 입장인 것처럼 호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지 당국 조사 결과, 공사 구역에서 발견된 유적도 없었다. 올 1월 호주 연방법원은 “원주민의 소송 제기 과정에 환경 단체의 ‘교묘한 지도(subtle coaching)’가 있었다”며 “악어 인간이나 무지개 뱀 같은 전설과 관련된 해저 문화 유적이 존재한다는 것은 원주민의 개인적 믿음이므로 공사 중단의 증거로서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중단된 공사도 재개됐다.
이 사건은 호주 내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현지 언론은 “악어 인간과 같은 미신 때문에 국가 경제에 기여할 바로사 가스전 파이프라인 공사를 중단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환경 단체에 국고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이 붙었다. 자유당 피터 더턴 대표는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해당 환경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했다. 집권당인 노동당이 임명한 환경부 장관도 “법원 판결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해당 환경 단체가 국가보조금을 받을 자격을 갖춘 단체인지 조사해 보라”고 지시했다.
대규모 국책 사업이 환경 단체가 환경 파괴나 유적 훼손을 주장해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 공사가 지연되고 추가 환경 조사가 이뤄진 끝에 재개되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폐단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반 ‘천성산 도롱뇽’ 사건으로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에 있는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가 두 차례 지연되기도 했다. 당시 지율 스님과 환경 단체 등이 “천성산 습지(濕地) 및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사가 총 189일간 중단됐다. 지연에 따른 직간접 손실이 2조원이 넘는다는 추계도 있다. 그러나 사업 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사가 끝나고 2004~2010년 지하 수위(水位) 자동 계측 시스템을 설치해 사후 모니터링한 결과, 계절‧강수량 요인 외에 수위 변화는 없었고, 도롱뇽 알 분포도 공사 전과 차이가 없었다. 2011년 생태 조사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기후단체, 바로사 가스전 투자 승인 철회 촉구 “그린워싱 면죄부”
국회 무역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도 지적 나와
기후솔루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앞에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금융 지원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기후·환경단체들이 14일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 승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서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무역보험공사의 호주 바로사 사업 금융 지원을 두고 ‘무늬만 이에스지(ESG)’라는 비판이 나왔다.
기후솔루션, 공익법센터 어필, 그린피스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스케이 이앤에스(SK E&S)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대한 8천억원 규모 투자 승인을 한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을 규탄했다. 이들은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지금 시점에서 (철회) 결정을 내려야 하며, 더 나아가 여러 리스크를 내재한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공적 자금의 신규 투자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10-14
원주민 소송에 사업계획 수정까지…SK E&S ‘바로사 가스전’ 사업 성공할 수 있을까
호주 규제기관 “가스전 파이프라인 신청 철회”
SK E&S “절차만 새로 밟으라는 것…더 빨라질 수도”
<가디언> “원주민들과 법적 다툼 등 우려 때문” 분석
4천억 투자한 수은, ‘탄소 포집·저장’ 성공 조건 투자
기후단체 “비싸지는 화석연료의 현 주소” 좌초자산 우려
호주 바로사 가스전. 에스케이이앤에스 제공
호주 산토스와 우리나라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 등 호주 칼디타-바로사 가스전(이하 바로사 가스전) 사업자들이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기로 했다. 사업 계획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모습이다. 기후·환경 단체 쪽은 “지역 원주민들과의 법적 다툼과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의 성공 여부 등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다”며,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일 <한겨레>가 호주 정부 및 호주 독립 해양에너지 규제기관(NOPSEMA) 누리집에 올려진 자료와 지난달 중순 이 규제기관 담당자에게 서면 질의를 보내 받은 답변 내용을 종합하면, 바로사 가스전 사업 가운데 천연가스와 이산화탄소 운송용 파이프라인 공사 계획과 관련 인·허가가 철회됐다. 호주 규제기관 담당자는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 회신에서 “산토스가 바로사 가스전 파이프라인 설치의 연장을 제안한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호주 산토스는 일본 제라와 에스케이이엔에스와 손잡고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벌여왔다.
에스케이이엔에스는 이에 대해 “(가스 생산과 탄소·포집 저장 사업을 하기 위해) 사업계획 수정안을 호주 규제기관에 제출했으나 일부 문구 등을 이유로 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해서 철회했고, (문구를 수정해)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최근 파이프라인 공사를 위한 추가 최종투자결정(FID)까지 완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사업 기간의 단축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말 호주 산토스와 SK E&S 등 칼디타·바로사 가스전 사업자들이 수정 제출한 가스 운송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안. 지난달 호주 규제기관은 산토스사가 바로사 가스전에서 다윈 엘엔지 터미널까지의 가스관 건설계획 인허가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에스케이이엔에스는 “같은 안을 새로 다시 올리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다윈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사업장 면적은 서울시의 2배 규모인 1300㎢이다. 가스전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는 육상인 다윈시에 위치한 ‘다윈 엘엔지(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로 옮겨진 뒤 천연가스 하역과 이산화탄소 포집 절차를 거치며,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폐가스전인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운송해 바다 속에 매장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이 짜여져 있다. 이 가운데 탄소를 운송하는 다윈 엘엔지 플랜트에서 바유운단 가스전까지 5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은 이미 설치돼 있는 것을 재활용한다. 그러나 에스케이이엔에스와 파트너사들은 다윈 엘엔지 플랜트에서 바로사 가스전을 이어 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380~390㎞) 공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기존 탄소 포집·저장 용도의 파이프라인에 이를 연결하는 안을 냈다가 지난해 12월 아예 따로 건설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는데, 최근 이마저도 철회한 것이다. 에스케이이엔에스는 “폐가스전으로 탄소를 운송하는 관과의 연결 방법을 바꿔 공사기간을 단축했다”고 강조한다.
가스전 사업자들이 기존 계획을 철회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원주민들과의 법적 다툼이 꼽힌다. 바로사 가스전 인근 티위 제도 원주민들은 지난 6월 “인근 주민들과의 협의 절차가 부족한 상태로 가스전 시추 공사 인·허가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호주 법원에 시추 인·허가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가디언>은 지난 3일 ‘산토스가 지난달 12일 규제기관에 낸 파이프라인 설치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하며 “법적 도전을 견디지 못할 수 있다는 산토스 내부의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탄소 포집·저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에스케이이엔에스가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로부터 각각 4천억원씩 받기로 한 공적금융 투자금도 강제 회수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수출입은행에 확인한 결과, 수출입은행은 바로사 가스전에 4천억원 지원하기로 올해 5월 내부 결정을 마치며 “(향후 계획 미이행 시) 대주단 협의를 통해 금융계약 위반에 따른 일반적인 채권 회수 절차 등을 강구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에스케이이엔에스가 수출입은행에 제출한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통한 탄소 감축 계획’은 0.75MTPA(Million Ton Per Annual ·연간 75만톤) 이상이다.
앞서 에스케이이엔에스는 수은 등 공적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탄소 포집·저장 사업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 탄소배출권 구매 등으로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시추하면서 직접 탄소 감축을 하지 않고 배출권 거래를 통해 간접 감축을 하는 경우 윤리적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고, 계획과 달리 공사기간이 늘어질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 부담과 배출권 구입 비용 등은 고스란히 사업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에스케이이엔에스 쪽은 “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고자 폐가스전도 구입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후·환경 단체 쪽은 “점점 비싸지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시추의 단면을 확인할 뿐”이라고 밝혔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탄소 포집·저장을 위한 인·허가 절차만도 6~7가지 이상 더 남아있다”며 “사업자들은 가스 생산을 위한 4조원의 최종투자결정을 마친 뒤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추가 최종투자결정(FID)를 했다. 앞으로는 가스전을 시추하기 위해서는 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포함해야만 한다. 바로사 가스전도 가스 생산이 비싸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2022.09.05
부산시, 가덕신공항 운영 참여 추진
부산시가 2029년 개항하는 가덕신공항 건설에 시 재정을 출연해 공항운영공사 지분을 확보하고, 국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항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6일 ‘가덕신공항 운영 참여 방안 및 남부권 관문공항 발전전략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가덕신공항 건설과 운영 과정에 시가 자체 재정을 출연하는 것이 타당한지,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정하고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다.
총사업비 13조 4900억 원이 투입되는 가덕신공항 건설은 현재 사업비 전액을 국비로 충당하는 구조다. 하지만 시는 공항 운영에 참여하기 위해 건설 단계에서 시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사례를 보면 오는 4월 출범하는 가덕신공항건설공단은 공항 건설이 완료되는 2029년에는 공항운영공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시는 건설공단에 재정을 출연하면 향후 공항운영공사 출자금으로 전환되고, 이를 통해 공항운영공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아시아 복합물류 허브공항인 가덕신공항이 남부권 경제의 중심축이 되려면 공항 운영 참여를 통한 지방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희성 시 공항기획과장은 “상징적으로 가덕신공항 지분 1%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1400억 원의 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용역에서 적정 총액이 산출되면 공항이 건설되는 2029년까지 매년 일정 금액을 나눠 출연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경제개혁 방해·핵오염수 옹호 국회의원 35명 ‘나가주세요’
공천 부적격자 35명 명단 발표 추경호·김성원 ‘1·2위 불명예’
2년 전 선거법 조항 위헌 결정에 ‘낙선 집회’ 등 적극적 운동 전망
전국 19개 의제별 연대기구와 8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24총선시민네트워크’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현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35명의 1차 공천반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26명, 더불어민주당 7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이 명단에 포함됐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2대 총선이 50여일 남은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35명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2년 전 헌법재판소가 낙선 운동을 불법으로 몰던 공직선거법 조항들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만큼, 선거기간에 돌입하면 낙선운동 집회 등 보다 적극적인 유권자 운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80개 시민단체가 모인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는 1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 공천 반대 명단’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26명, 더불어민주당 7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 등 현역 의원 35명이 낙천자 명단에 포함됐다. 시민사회가 뜻을 모아 단일한 낙천자 명단을 발표한 것은 20대 총선 이후 8년 만이다.
총선넷은 △반개혁 입법 추진 △인권침해·차별혐오 발언 △정부실정 책임 △국회의원 자질 부족 등을 공천 부적격 기준으로 세운 뒤, 내부적으로 89명의 공천 부적격자를 추천받아 최종 35명으로 추렸다.
공천 부적격자로 최다 추천(6건)된 인물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세수 펑크’를 내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법안 발의 등이 ‘반개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수해 복구 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추 의원에 이어 4개 단체로부터 부적격자로 꼽혔다.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옹호·찬성하거나(국민의힘 김기현 박대출 박덕흠 임이자 조경태 주호영 태영호), 친일 미화 및 일본군 위안부·강제 동원 등의 역사 왜곡(국민의힘 박진 정진석 하태경)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의원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언론 자유를 후퇴시키거나(국민의힘 박성중 배현진 유상범 윤두현) 보건의료·복지·교통 등 공공정책을 후퇴시키고 민영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거나(국민의힘 강기윤 김용판 박정하 유의동 이명수 이종성, 민주당 김병욱 신현영 전혜숙, 개혁신당 이원욱), 재벌개혁 등에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받은 의원들(국민의힘 윤상현, 민주당 권칠승)도 명단에 올랐다.
국민의힘 김도읍(법사위원장으로 개혁법안 심사 지연 책임) 유경준(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 발의) 이헌승(기후위기 가속화 야기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주도), 민주당 김회재(성소수자 혐오 발언) 정청래(지역구 공공임대주택 공급 반대) 허영(국토난개발 초래하는 강원도특별자치도법 발의), 무소속 박완주(보좌진 성추행 의혹) 의원도 명단에 포함됐다.
총선넷은 각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부적합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헌재가 지난 2022년 선거 기간에 집회·모임을 금지한 공직선거법(103조3항) 등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낙선 운동 관련 집회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상희 총선넷 대표는 “국민의 뜻과 시대를 역행하며 헌법질서를 유린했다고 평가되는 현역 정치인들이 더는 정치의 장에 나서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그린벨트 해제안 곧 발표…53년만에 첫 전국 단위 해제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대폭적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1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한 뒤 기업이 많이 입주할 수 있도록 토지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세부 안(案)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첨단국가산업단지 육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들이 불합리한 토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며 “꼭 필요한 곳에 원칙 있는 해제를 한다는 기조 하에 관련 개선안이 곧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5월 이후 8년 9개월 만으로, 전국을 권역으로 해제 구상을 밝히는 건 1971년 그린벨트가 처음 도입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전국 그린벨트 현황 그래픽 이미지. 국토연구원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책·공공 개발사업 등 공공성이 인정되는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는 환경평가 1·2등급지라도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보전 가치가 큰 1·2등급은 개발제한구역 해제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데도 50여년 전 기준으로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결국 지역 발전에 해가 된다”라며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은 더욱 철저히 관리하되, 해제가 가능한 곳은 과감히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국가적으로 시급한 산업단지에는 그린벨트 해제 패스트트랙(신속조사)을 도입할 계획이다. 절차 간소화를 통해 길게는 수년씩 소요됐던 해제 결정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거나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 등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며 “재정 및 세제 지원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 전략사업이나 지역 현안사업은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은 지방자치단체가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총면적을 뜻한다. 그린벨트 해제 총량 제외 문제는 그동안 지자체장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예를 들어 군 공항을 옮기는 데 그린벨트 해제 총량을 소진하게 되면, 정작 첨단산업단지를 만들 수가 없다(광주광역시)는 등의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해제 대상 그린벨트는 서울 행정 경계를 따라 분포한 그린벨트보다 지방의 첨단국가산업단지와 주요 산업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그린벨트 해제 방침엔 총선을 50여일 앞둔 여권의 선거 전략적 성격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포의 서울편입 등 소위 ‘메가시티’ 구상, 의대 입학 정원 대폭 확대에 이어 총선용 민심을 겨냥한 정책 카드가 아니냐는 의미다.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토지 규제 개선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여러 의견을 수렴하면서 꼼꼼히 준비해 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LG전자 66배·현대차 44배↑…새 온실가스 배출기준 '초비상
◆'스코프 3' 의무화가 임박
협력사 포함 배출량 산출 의무화 온실가스 감축비용도 대폭 늘듯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가운데 ‘스코프(Scope) 3’ 적용 의무화가 임박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스코프 3는 해외 법인은 물론 기업의 공급망 안에 있는 협력회사도 포함되면서 대부분 기업들의 배출량이 수십 배씩 증가한다. 기업으로서는 온실감스 감축 의무가 그만큼 커지게 돼 막대한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전자와 현대차·LG전자·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2년 기준)를 토대로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의 2022년 스코프 3 배출량은 1억 2472만 톤(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현재의 기준(1505만 톤)보다 배출량이 8배 이상 높았다. 현재는 스코프 1(직접 배출)과 스코프 2(전력 사용 포함 간접 배출) 등을 합산해 배출량을 산출하고 있다. 여타 기업은 더 심각하다. 현대차의 스코프 3 배출량은 기존보다 44배(238만→1억 579만 톤), LG전자(93만→6100만 톤)는 66배나 급증했다.
이에 재계는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감축 비용도 큰 부담이지만 밝혀야 할 배출량 기준도 너무 방대하고 그 과정에서 중복 산정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ESG에 민감해 하는 상황에서 급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하는 것은 부담”이라며 "배출량 데이터가 없는 경우도 허다해 정확한 산정도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투자사들도 스코프 3를 ‘난제’라고 부르며 이것이 산업에 안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달 스코프 3 배출량 공개를 포함한 ESG 공시 의무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업 현실을 고려해 스코프 3 적용을 유예하는 등 완충 장치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ryesandno@sedaily.com
윤석열 정부, 과일 가격 폭등하면 수입과일로 대응한다?
계속 이 비싼 사과를 먹게 될 것인가
설이 지나고도 '세계에서 제일 비싼' 한국의 사과 가격은 화제다. 이미 작년 봄부터 사과 등 과일가격은 작황 부진으로 평년보다 50% 이상 올랐다. 흔한 겨울철 과일이었던 귤과 사과, 역시 부담없는 간식이던 바나나의 위상을 바꾼 가격표를 보면서 계속 이렇게 비싼 값으로 사먹어야 하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신선 과일과 채소의 가격 변동이 커진 것은 한국만의 상황도 아니다. 영국, 스웨덴, 미국, 중국 등에서도 최근의 과일과 채소의 가격은 길게는 20년 기간중 최고 수준으로 상승해서 식품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가격동향에는 코로나19 이후 상품수요의 증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비료가격 및 에너지 가격상승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코로나 이전부터도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식료품 가격이 높았다. 2024년 현재에도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한 격차로 과일, 야채, 유제품, 육류 등의 가격이 높은데, OECD 국가 중 스위스와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바로 가기 : Groceries Index by Country 2024) 먹고 사는 이 기본조건에 대해 정부는 적절하게 평가하고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1월에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 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관세 면제와 인하, 저율관세할당 도입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비싸진 국산 과일을 수입 과일로 대체하겠다는 이 계획은 효과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봄 사과 가격이 급등했을 때도 똑같이 오렌지 수입계획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어땠나? 주 원산지 미국에서는 전년도의 허리케인과 대규모 홍수 등 기상악화로 수확량이 급감했고, 브라질과 유럽·호주 역시 폭염과 태풍, 냉해와 병충해 등으로 인한 작황 부진을 겪으면서 수입산 오렌지 가격이 상승하여 기대한 대체효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산 사과의 작황이 부진한 바로 그 이유, 즉 이상기후를 해외 원산지도 마찬가지로 겪으면서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다. 날씨는 수요·공급과 함께 과일가격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기후변화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입산 과일에 의존하는 가격정책은 진정한 대책이 되기 어려워졌다.
유럽중앙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의 전지구적 기후온난화는 고소득국가와 저소득국가 모두에 명백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고, 극단적 기후현상은 식품가격의 안정성에 큰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가기 : The impact of global warming on inflation: averages, seasonality and extremes)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유통기한 단축, 손실률 상승 등에 따른 공급 부족, 생산국의 무역 제한, 그로 인한 신선식품의 가격 급등락은 더욱 예측가능한 상수가 되었다. 이런 변화된 상황들은 당연히 정부의 새로운 농산물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고수했던 농산물 저가격정책은 한국 자본주의 축적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활용되면서 농촌의 황폐화를 이끌었고, 수입자유화 이후에는 농산물 가격 폭등시 수입농산물을 들여와 가격을 떨어트리는 '물가 안정' 정책 패키지로 전환되게 되었다.
농촌을 식민화해온 이 오래된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도는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가생산자 보호를 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 기사 : [복지국가SOCIETY] 2022년 2월 12일 자 '거꾸로 가는 '밥상' 예산, 소비자와 생산자가 바꾸자') 또한 수입농산물 관세보조는 국산 농산물의 가격을 생산비가 보장되는 수준 이하로 하락시키기 때문에 농촌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산물 가격은 물가지수 가중치가 낮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물가 안정)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한국농정> 2월 14일 자 '올해도 '물가' 위주 농산물 수입 정책 계속')
따라서 정부의 농축산물과 과일에 대한 무관세·저관세 수입계획은 대내외 상황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책효과마저 기대할 수 없는 내용을 재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고 안이하기 이를 데 없다. '과일 가격이 폭등하면 수입과일로 대응한다'는 방식은 윤석열 정부가 2023년 4월 양곡법 개정안을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막대한 혈세를 들여 사들인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시 말하면 '비싸면 덜 사 먹으면 되고, 싸면 농사짓는 사람이 손해보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람들이 양질의 식료품을 적절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생산자는 안정적 생산환경에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가 아닌가.
작년 1월 난방비 폭등때 우리는 석유나 가스같은 에너지 자원은 상품의 특성상 개인의 합리적 소비행위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공급과 위험에 대처하는 국가의 책임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농산물도 마찬가지이다. 농산물은 약간의 공급 변동만으로도 가격이 급변하는 특성이 있어 시장 기능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에서는 공산품과 확연하게 다른 과일과 농산물 가격동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바로 가기 : 사과 월별 가격동향).
게다가 영양가 있고 저렴한 신선식품에 대한 가용성이 저하되면, 사람들은 고열량의 영양이 부족한 식품 소비를 늘리게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보건학적 사실이다. 식단의 질과 영양이 저하되면 비만이나 심혈관질환, 2형 당뇨병 등 많은 만성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이는 식량 불안도가 높은 저소득가구의 건강을 더욱 나쁘게 만든다. 그러므로 다양한 제철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에 대한 접근권은 중요한 공중보건의 문제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식료품 공급처의 부족을 의미하는 식품사막(food desert)이 사회적 문제로 진입했다.(☞ 관련 기사 : <여성경제신문> 1월 26일 자 '전국으로 확산하는 '식품 사막'…노인들 "장 보기 어려워 굶을 판"') 여기에 더해 비싼 가격이 식품사막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신선식품 접근권 보장 및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개입이 시급하다.
2023년 지구 평균기온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정한 1.5도에 거의 근접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기후변화는 토양과 식생에 영향을 주어 세계식량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농산물은 본래도 아니었지만, 더 이상 국제분업과 수요 공급에 의해 조정할 수 있는 시장적 상품이 아니게 되었다. 게다가 자재값과 원료비·인건비 상승, 농업인구의 고령화 및 지역 위축과 같은 생산자들이 처한 현실까지 감안하면, 가격 급등락에 대한 개입, 식량자급목표 등 정부의 농산물정책은 대대적인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적정가격을 너머, 어떤 생산과 소비의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생존의 물적 조건에 대한 대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시민건강연구소 | 프레시안
“전체 유권자의 33.5%가 기후유권자…총선 당락 가를 수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 인터뷰
지난 1월 22일 ‘기후정치바람’은 전국 17개 시·도 1만7000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정치바람’은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후위기 이슈를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만든 단체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27일까지 ‘기후유권자를 찾습니다’라는 목표로 실시된 이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기후위기 인지도, 민감도, 정책에 대한 관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유권자 중 33.5%가 기후위기 이슈에 관심도가 높고, 기후위기 의제에 반응하는 ‘기후유권자’였다. ‘기후정치바람’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유권자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거론되는 다양한 제도를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의원 임기인 2024년에서 2028년까지는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이라며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비전 없이 선거에 나서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는 22대 총선뿐만 아니라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겨냥해 매해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지도는 높다. 정치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기후위기는 다른 정치적 의제들에 밀려나곤 했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기후위기가 이렇게 후순위로 밀려나도 되는 주제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기획이다. 기후위기라는 정치적 의제를 갖고 투표하는 유권자들을 조사·분석해보기로 했다. ‘기후유권자’의 규모, 분포, 지지 공약 등을 분석해 기후위기 대응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고, 그 지도를 따라서 기후위기 정책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계층별·연령별·지역별로 유권자들의 입장을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조사 규모를 시·도별 1000명씩 1만7000명으로 키웠다. 단순히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도의 피상적 조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 5개월에 걸친 전문가 세미나를 통해 172개의 질문을 준비했다. ‘본인의 자산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기후위기 정책이 일자리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기후위기 대응정책이 살고 계신 지역의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등 기후위기가 유권자들의 삶과 연결되는 지점의 질문들을 제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3.5%를 ‘기후유권자’로 분석했다. ‘기후유권자’는 정확히 누구이며, 이 수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기후유권자’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보를 인지하고 있고 기후위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위기 의제를 중심에 두고 투표할 수 있는 성향을 지닌 유권자를 뜻한다. 이 3가지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조사를 진행했고 응답 결과를 분석해 ‘기후유권자’라는 개념을 도출했다. 33.5%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유권자들에게 기후위기는 이미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 셈이다. 이 정도 규모의 ‘기후유권자’라면 정치인들은 여기에 응답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대변해주는 정치인도 없었고 정치적 의제로 발현될 공간도 없었다. 정치인들이 여기에 답변을 하고 공약을 내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자기 비전을 갖도록 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다.”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기후변화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92.9%였다. 기후위기가 ‘인간의 경제적인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에 대해 한국사회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당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를 넘어 비용마련 방법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탄소세 신설’이 37.8%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21대 국회에서도 탄소세 법안이 3개(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돼 있다. 탄소세를 거두고 마련된 재원을 배당 등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나왔지만, 사회적 논의가 아직 활발하게 확장되지는 않고 있다. ‘탄소세 신설’에 대해 이 정도의 지지도가 나왔다면 관련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흔히 시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규제정책은 회피하리라 생각하는데 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다. 탈(脫)내연기관 정책에 관한 질문을 보면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에 대한 찬성이 63.8%, 반대가 26%로 나타났다. 차량의 총 대수를 제한하는 차량등록제를 실시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56.6%가 찬성, 33.9%가 반대했다. 유권자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거론되는 다양한 제도를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서성일 선임기자
-사회적으로는 준비가 돼 있는데, 왜 정치적 의제가 되지 못하나.
“첫째, 정치가 기후위기 대응을 구체적인 정책과 생활의제로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전환해야 하고 에너지전환은 산업전환과 연결돼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얼마만큼 확충하고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 논의가 돼야 한다. 또 에너지전환은 집, 교통, 먹거리 등과도 다 연결된다. 예를 들면 정부와 정치권은 주택 문제를 공급의 측면에서만 말한다. 폭염, 한파, 홍수, 산불 등 기후재난에 안전한 주택으로까지 연결을 못 한다. 둘째, 정치와 언론 모두 수도권 중심으로 의제화돼 있기 때문이다. 기후재난은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남은 심한 가뭄을 겪었고, 충남·강원·경북에서는 산불이 났다. 제주도도 기후위기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수도권 중심의 사회에서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곳이 주로 비수도권이다 보니 기후위기에 심각성을 느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치적 의제로 이어지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정치권에서 기후위기 의제가 과소대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지금 선거가 50일 정도 남았는데, 기후위기를 비롯해 불평등, 인구위기 등 유권자가 시급하게 느끼는 이슈들이 정치적 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가 아니라 당장 2030년까지 18개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는데 6년 안에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숙제를 해야 한다. 예컨대 태안, 하동, 보령, 삼천포 등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 주민들의 경제활동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하는데 정치권이 이 숙제를 미루고 있다.”
“정치권은 정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이 힘들고 괴로운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안전해지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비용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생활비도 절감하면서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 1석3조의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대적으로 주택의 단열을 개선하는 집수리 사업을 벌이면 에너지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도 줄이면서 지역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또 공공교통에 투자하는 것도 일자리 창출과 연결된다. 왜 버스기사는 녹색일자리가 아닌가. 공공교통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이용자들의 비용을 낮추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설득해 나가는 게 정치권이 할 일이다.”
-조사 결과 지역별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수요가 조금씩 달랐다.
“이번 조사를 통해 각 지역의 유권자들이 분명하게 원하는 정책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주광역시는 폐쇄되는 군공항부지를 ‘100만 평 숲’으로 조성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조사 결과 광주지역 응답자의 77%가 여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찬성률이면 광주광역시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내걸어도 되지 않을까. 울산광역시는 응답자의 76.7%가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광역시에서는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는 것에 대해 81.1%가 찬성했다. 각 지역의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자들이 귀 기울이고 준비해볼 만한 정책들이다. 한편 전국적인 이슈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응답에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전기요금 차등화’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57.5%가 찬성했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찬성률에 차이가 있었다. ‘전기요금 차등화’ 도입으로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의 찬성 비율(51%)이 비수도권(64.2%)보다 낮았다. 기후위기 대응에 한발 한발 더 깊이 들어가면서 합의하고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들이다.”
-2024년을 ‘기후총선’의 해로 만들기 위해 기후유권자들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인 2024년에서 2028년까지는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이다.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비전 없이 선거에 나서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후보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물었는데 62.3%가 더 관심을 두겠다고 응답했다. 어떤 방식으로 관심을 두겠냐는 질문(복수응답)에 투표(90.7%)는 물론 주변에 지지를 권한다(41.2%)는 응답률도 상당히 높았다. 기후위기에 대해 강한 행동 의지를 가진 유권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캠페인으로 엮을 생각이다. 우리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직접 유권자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공약을 물어보고, 후보자들을 불러 토론회를 열 수도 있다. 선거를 앞둔 지금이 정치인들이 가장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언론사 및 정치평론가들도 기후위기를 곁다리 이슈가 아닌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이들이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평가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향후 계획은.
“2월 21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초격전지에서의 기후공약’에 대해 발표한다.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 기후재난이 발생한 지역 등에서 어떤 맞춤형 기후공약이 가능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21대 총선에서 3% 이하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선거구가 24곳 정도다. 이 같은 초격전지에서는 ‘기후공약’이 당락을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2월 말 또는 3월 초쯤에는 17개 광역시·도의 기후유권자를 분석한 ‘지역별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각 지역의 후보자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기후유권자를 찾습니다’ 프로젝트는 ‘기후유권자’의 규모, 분포, 경향성 등의 변화 및 추이를 살펴볼 수 있도록 2027년 대선까지 매년 시행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기후유권자가 결집하면서 선거에서 강력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선거 결과는 기후위기 정책과 제도 마련으로 이어질 것이다. 2027년 대선에 나오는 후보자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리더십 없이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향 박송이 기자
지금 필요한 건, 석유와 헤어질 결심
#1 이제 보니 중동 기름밭이야말로 화수분이었다. 초등학생이었던 1990년대 초,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얘들아, 자원을 아껴야 한다. 석유는 유한해서 얼마 안 가 고갈될 거거든.” 그 무렵 신문엔 2050년에 석유·가스가 바닥나 인류 최대 위기가 닥칠 거라든가 10년 안에 석유생산은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둠스데이’ 류의 기사가 왕왕 등장했다.
그런데 웬걸. 1990년 900억t이었던 중동 원유 매장량은 2010년에 1000억t, 이제는 1100억t을 웃돈다. 1990년부터 30년 간 인류가 중동에서 퍼다 쓴 기름이 370억t이 넘는데도 발 아래 기름은 자꾸 늘어난다. 이게 다 돈인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2 가장 치사한 말싸움 수법은 단어 하나, 조사 하나를 물고 늘어지는 거다(내가 부부싸움할 때 주로 동원하는 전술이기도 하다). “너무 예민한 것 같은데”-“예민? 내가 지금 별것도 아닌데 괜히 시비 건다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잖아”-“꼭 나를 이렇게 이상한 사람 만들더라”… ‘예민’이란 단어가 얼마나 문제적인지 한껏 부풀려 논점을 일탈시킨 다음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으려는 쩨쩨한 방법이다.
국제 협상장에서도 단어 하나, 토씨 하나를 놓고 격전이 펼쳐진다.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자” -“줄인다고 해도 될 걸,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해”-“줄이는 걸로 지구를 구하겠어?”-“듣고 보니 우리를 기후악당으로 몰아가네. 너무 한 거 아냐?”… 국제 협상에서는 ‘폐지든, 감축이든 뭣이 중헌디…’ 하고 눙치고 넘어갈 수가 없다. 몇 글자 단어에 나라의 명운이 달려서다.
지난해 말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바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폐지’와 ‘감축’의 팽팽한 접전 끝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진다’는 애매한 결론에 도달했다. 하마터면 사막 아래 그 많은 기름을 상장 폐지된 주식처럼 들고 있을 뻔했던 중동 산유국은 한숨을 돌렸다.
플라스틱 국제 협약을 위한 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는 합의문을 연내 마련할 계획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화수분을 품은 나라(사우디아라비아, 이란…)는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를 잘 구축해 투기·소각되는 양을 줄이자”고 말한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함정이 있다.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고, 지금 추세라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60년쯤 3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파이가 커지면 재활용에 떼어주는 몫이 좀 늘어난들 원유 수요는 꾸준할 것이다. 연료(휘발유, 발전연료) 시장이 줄어드는 판에 원료(나프타) 시장까지 쪼그라드는 건 화수분 국가에 악몽 같은 일이다.
#3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석유로 많은 돈을 벌었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고 각종 석유 제품을 팔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정유·석유화학 산업을 일궜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국은 ‘야심찬 목표연합(HAC)’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 플라스틱 협상장에서 “1차 플라스틱 폴리머(거의 대부분 석유 추출 원료로 만든다)를 덜 만들고, 덜 쓰도록 구속력 있는 조항을 만들자”고 하는 이른바 강경파다.
그런데 ‘에이치에이시 회원국’ 한국의 입장은 “일률적 생산 규제보다는 나라별 실정에 맞게 하자”는 것이다. “(회원 가입은) 대의에 공감한다는 뜻이에요. 사실 플라스틱 협약이 오염 방지가 목적이라 1차 플라스틱 생산 문제와는 뉘앙스가 좀 다르죠.” 정부 관계자 말이다. 사우디와 러시아도 정확히 이렇게 말한다. 오염이 문제면, 오염에만 집중하자고.
석유 없는 세상을 문명의 종말로 보던 때가 있었다. 세상이 변해 지금은 몇몇 산유국을 빼면 석유와 멀어져야 다같이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걸어갈 방향이 어느 쪽인지 답은 분명하다.
윤지로 |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 ㈔넥스트 미디어총괄/ 한겨레
“탄소 더 배출하면 21세기 말 서울 여름철 사망자 수 1.8배 증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여름철 사망자 수 예측’
지난해 8월1일 중부지방에 폭염 경보가 발효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이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현재보다 탄소를 더 배출하면 21세기 말 서울에선 여름철(6∼8월) 사망자 수가 지금보다 1.8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험학회가 발행하는 보험학회지 1월호에 실린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여름철 사망자 수 예측’을 보면, 2090년 이후 서울 여름철 사망자 수는 현재(1997∼2022년 평균 8706명)보다 최대 약 7천명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른 ‘4개의 시나리오’와 일 평균 더위지수(WBGT)를 통해 21세기 말 서울과 부산의 여름철 사망자 수를 추산했다. 기존 사망자 통계를 활용해 기온과 습도로 추정한 일 평균 더위지수와 사망자 수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도출된 회귀식으로 미래 사망자 수를 예측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탄소 배출을 지속(SSP3-7.0)하거나, 더 많이 배출(SSP5-8.5)하는 상황을 가정한 2개의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1세기 말 여름철 더위지수는 각각 현재보다 4.85도, 7.12도 올라 사망자 수가 1만4009명(161%), 1만5860명(182%)으로 늘어난다고 추정됐다. 논문은 “특히 7∼8월 사망자가 각각 5천명을 초과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탄소를 대폭 감축하는 저탄소시나리오(SSP1-2.6)와 다른 시나리오에 견줘 탄소 배출이 중간단계인 시나리오(SSP2-4.5)에서는 여름철 일 평균 더위지수가 각각 최대 2.25도, 3.73도 올라, 사망자 수가 1만707명(123%), 1만1594명(133%)으로 증가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여름철 사망자 수 증가량. 보험학회지 1월호 갈무리
부산은 서울에 견줘 여름철 사망자 수 증가가 적었다. 2개의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1세기 말 부산 여름철 일 평균 더위지수는 각각 현재보다 4.33도, 6.9도 올라 사망자 수가 현재(1997∼2022년 평균 4229명)에서 4882명(115%), 5028명(119%)으로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두개의 시나리오에서 여름철 일 평균 더위지수는 1.75도, 3.03도 올라 사망자 수는 4617명(109%), 4667명(110%)으로 증가했다.
서울과 부산의 여름철 일 평균 더위지수와 사망자 수 증가 차이는 기후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논문은 “해안 도시인 부산의 더위지수는 서울에 견줘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미 연 평균 습도가 78%에 달하는 도시인만큼 증가할 수 있는 한계치가 낮아 서울에 견줘 더위지수 상승 폭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서울이 부산보다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고, 더 심각한 폭염에 노출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예측한 사망자 수는 기후변화만을 고려한 것으로, 각 도시의 인구수, 연령 분포 등을 포함하는 사회경제적 변수는 포함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기후위기 앞에 노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녹색 단체협약의 가능성에 대하여
'기후위기'가 과학자들이나 기후정의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접하고 언급하는 일상의 용어가 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기술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과 함께 기후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핵심 도전과제로 이해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생산품의 대체와 생산 방식의 변화가 이미 이뤄지고 있거나 기후변화에 따른 노동조건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노동 현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후위기 경험의 온도 차도 크다. 이미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특히 폐쇄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내연기관차 생산이 축소되는 자동차산업에서)이 있는 반면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기후위기 핵심 원인을 성장 중심 자본주의 생산 체제, 즉 화석연료에 기반한 무분별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 악순환 체제라고 볼 때 생산 지점인 일터에서의 기후위기 대응은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과제로 '녹색 단체협약' 체결을 꼽을 수 있다. 임금과 노동조건, 복리후생, 노조 활동 등에 관해 노사가 합의한 규범에 '녹색'을 담는 것이다.
녹색 단체협약의 내용은 2가지 측면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기후위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다(기후위기→노동자). 다른 하나는 일터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통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것이다(노동자→기후위기). 전자가 적응에 관한 것이라면 후자는 감축에 관한 것이다. 화살표 방향에서 보듯이 기후와 노동은 서로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다. 쌍방향의 내용을 단체협약에 함께 담을 필요가 있다.
먼저, '기후위기→노동자' 측면을 보자. 건설노동자나 이동노동자(배달, 방문판매 등)와 같이 주로 옥외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폭염, 폭우, 혹한, 폭설 등 기후변화 영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건물 내에서 일하는 경우더라도 냉난방·환기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거나 가동이 부실한 경우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조치와 상황이 심각한 경우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미 건설노조는 악천후 유급휴가 법제화와 공공발주공사 혹서기 작업중단 보장을, 배달노동자들이 가입한 공공운수노조는 폭염 상황에서 작업 중지 보장과 기후실업급여 도입을, 금속노조는 혹서기 유급휴게시간 부여와 조리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의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극한 기후 및 재해 발생 시 근무 거부("비상사태로 업무가 불가능할 경우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출근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한 징계를 받지 않는다."), 위험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작업 거부("회사는 모든 근로자가 자기 자신, 타인 또는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에 관한 권리를 담고 있다. 이 작업거부권에 자신을 포함한 인간만이 아니라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작업이 포함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건강권과 작업중지권을 포함하여 고용보장과 불가피한 고용조정 시 정의로운 노동 전환에 관한 내용도 단체협약에 담을 수 있다. 금속노조는 사용자들과 맺은 산업전환협약에서 총고용보장, 공정·기술 개편 대응 교육훈련과정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해외 사례에서도 산업 전환 추진 과정에서 직무 변경 도입 시 최소 4개월 전에 노조에 통보, 교육이 필요한 경우 사용자 비용으로 실시, 해고할 경우 기존 단체협약상 절차 및 보호조치 이행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노동자→기후위기' 측면을 보자. 제품과 서비스 생산 현장인 일터를 얼마나 녹색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업의 생산 활동이 일터는 물론 사회와 생태계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금속노조 몇몇 지부에서는 생산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및 에너지 효율화 방안 추진에 합의하였다. AI융합 에너지 효율화, 스마트생태공장(공장 지붕에 태양광발전설비) 구축, FEMS(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과 같은 단체협약 조항이 대표적이다.
제조업만이 아니라 보건의료, 공공부문, 사무금융업에서 체결된 단체협약에도 탄소배출 감소 활동 프로젝트 추진(폐기물 및 재활용, 음식물 쓰레기 제로, 에너지 사용량 감소, 비닐테이프 없는 박스 배출, 사업장 냉매 관리,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사내식당에서 우리 농산물 사용 및 채식의 날(저탄소데이) 운영, 종이 없는 친환경 사무공간 조성 및 일회용품 줄이기,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 노력 등의 내용도 그 일환이다.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노조들은 일터 녹색화를 위한 요구안도 제시하였다. 건설노조는 친환경 소재 입·낙찰 가점 부여 및 친환경 자재 및 설비시공 법제화를, 금속노조 지부는 해당 기업의 탄소배출권 거래 금지를, 사무금융노조는 운용 자산 투자 시 해당 기업의 환경보호(E), 사회공헌(S), 지배구조(G) 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의 단체협약에서도 일터 녹색화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노사는 기업의 생산 활동이 일터는 물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한다"), 녹색조달("사용자는 환경적으로 민감하고 공정한 노동조건 하에서 제조되고 생산된 설비와 원료를 사용할 것을 책임진다"), 재활용과 폐기물 감축("기업은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을 확대하고 폐기물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사 공동의 방안을 모색한다") 관련 합의가 대표적이다.
자, 내가 속한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한 번 들여다보자. 어디가 비어있는지를 찾고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 고민하자.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할 노조를 찾기 어렵다고 녹색 단체협약의 가능성을 흘려버려서는 곤란하다. 노동자가 30명 이상인 기업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노사협의회에서도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 법(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용자가 노사협의회에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고, 노동자의 안전, 보건, 그 밖의 작업환경 개선과 근로자의 건강 증진 방안에 대해 협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프레시안
제주도 초지와 공동목장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1. 제주도 초지와 공동목장의 생태적 가치
제주도 자연경관의 특징 중 하나는 독립 화산체인 오름과 곶자왈, 광활한 초지가 펼쳐진 중산간 지대이다. 제주도 중산간 지대는 해안 지대와 한라산 지대의 중간에 위치한 해발 200~600m 구간을 가리킨다. 중산간 지대에는 곶자왈이 많이 분포해 농사를 짓기가 어렵다. 해발 200m 이하 해안가 지대는 대부분의 인구가 거주하고 농경지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지만, 중산간 지대는 기온이 온화하고 강우량이 많아 목초가 자라는 데 적합해서 탐라목장(고려 원지배 시대), 국마장(조선시대), 마을공동목장(일제시대 이후) 형태로 수백 년간 방목장으로 활용되어 왔다.
마을공동목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가 생계를 유지하고 관리 방식을 발전시킨 커먼즈(commons)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 마을 사람들은 화산회토, 해양성 기후, 잦은 기후변동 같은 환경적 조건 속에서 농업과 목축을 연계해 목축계를 조직했다. 순번을 정해 서로의 소를 함께 방목하고 돌보며 방목지를 통해 얻는 사료용 풀, 연료용 땔감을 호혜적으로 분배하는 규약도 만들었다. 이러한 목축계가 제주도 수눌음 문화의 원형을 이룬다.
제주도 공동목장에 관한 다양한 문헌은 "제주도는 남한 면적의 2%에 안 됨에도 불구하고 전국 48%에 달하는 초지 면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히 강조한다. 초지는 탄소 격리, 지하수 보존, 토양침식 방지 등의 생태적 기능을 갖고 있다. 공동목장으로 활용되는 제주도 초지대는 주로 뱅듸의 형태를 취한다. 뱅듸는 주변 지역에 비해 넓고 평평한 들판 또는 벌판을 일컫는 제주어이다. 이곳에 분포한 지질학적 구성 요소들 및 생물학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중산간 뱅듸에는 용암동굴, 숨골, 습지 등이 분포하는데 용암동굴과 숨골은 지하수를 함양하며, 습지는 다양한 식물들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뱅듸는 해안 지대와 산간 지대를 연결하는 생태축이자 완충지대로서 다양한 동물과 식물들의 이동경로와 서식지가 되어 생태적 다양성을 보전해왔다. 따라서 공동목장 해체의 효과는 복합적이다. 목축을 통한 공동체 경제활동이 줄어들고, 협동의 원리에 기반한 커먼즈 관리 규칙들이 약화되고, 전통적 목축문화가 위축된다. 뿐만 아니라 공동목장 해체에 따른 뱅듸 파괴와 초지 상실은 지하수 오염과 생태적 다양성 축소를 유발하며 제주도 고유의 경관자원도 훼손된다.
2. 공동목장 해체의 추이와 이유
그러나 제주도 마을공동목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61년 '지방자치에관한임시조치법' 제정으로 공동목장 등 마을회 소유의 공유재산이 시·군 소유로 이전되었다. 아울러 공동목장의 무상사용이 불가능해졌고, 대규모 공동목장에 대한 임대능력이 부족한 마을주민들은 목장 사용에서 소외되고 임대능력이 큰 대자본가에게 목장 토지가 넘어갔다.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됨에 따라 '지방자치에관한임시조치법'이 폐지되었지만, 1990년대에 더 큰 변화가 생겨났다. 제주도 중산간 초지대가 1차 산업뿐 아니라 3차 산업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 따라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 계획이 수립되자 많은 마을공동목장이 대기업에게 팔려 골프장과 리조트로 바뀌었다. 제주도정은 지역특화산업으로서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관광지 개발계획을 추진했는데, 그 골자는 자본 축적을 위해 국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골프장 개발사업 활성화였다. 이 과정에서 경관이 수려하고 초지 형성이 용이하며 토지 확보가 유리한 중산간 지대의 공동목장들이 다수 해체되었다. 그리하여 1940년대에 120곳을 상회했던 공동목장은 2020년 시점 51곳만이 남아 있다.
위 그림은 토지+자유연구소 김성훈이 작성한 것("제주도 공동목장 해체 실태 보고서." <제주연구> 8호, 2016)으로서 2014년 시점 공동목장 해체지역과 대형개발사업지역 중첩 상태를 보여준다. 제주도의 대형개발사업이 중산간 지대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형개발사업의 규모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해안 지대보다 중산간 지대의 대형개발사업이 월등히 크다. 사업 유형은 골프장, 유원지, 관광단지, 리조트와 같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관광·레저 용도가 다수를 차지한다.
3. 공동목장 보존과 활용을 위한 각급 기관의 방안들
그리하여 제주도 마을공동목장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다양한 공적 지원의 방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아이디어들을 담당 기관 내지 기구별로 망라하여 기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공적 지원 방안을 기능별로 다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그런데 위 내용을 보면 공적 지원의 방향은 초지 보호, 목축 활성화, 조합 경영 지원에 그치지 않고 목장활용 주체 육성도 아우르고 있다. 여기서 커먼즈론에 입각한다면 주민 자치와 관련하여 공동체와 자연 커먼즈 소유의 관계, 그리고 커먼즈 활용을 위한 공동체의 재구성이라는 첨예한 논제가 부상한다.
공동목장 용지가 해당 지역 공동체의 소유가 아닌 경우가 있다. 2020년 시점에 제주도 내 51개 마을공동목장 중 전부 혹은 일부가 국공유지 소유인 경우는 20개 정도로 마을공동목장조합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둘째, 지역 공동체가 소유한 공동목장이 방치되어 공적 매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공동목장 활용 수익에 비해 유지비가 커서 매각을 고려하는 공동목장조합이 많다. 이 경우 공적 자금을 통해 공동목장 용지를 매입하여 관리하거나 공적 지원을 통해 새로운 공동목장 활용 주체를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경우든 지역 공동체가 해당 자연 커먼즈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스스로 이용·관리하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게 된다.
첫째 경우와 관련해서는 국공유지 임차료 인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국공유지 임차료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설정되는데 제주도는 최근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목축 경영체의 임차료 부담이 매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우와 관련해서는 마을공동목장의 공적 매입을 위한 토지비축제도 활용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토지비축제도 내지 토지은행은 미래의 용도를 위해 미리 저렴한 가격으로 미개발 토지를 대량 매입하여 국공유지 형태로 비축해 토지 수요의 증가에 대응하고 비축된 토지를 수요자에게 팔거나 대여하는 방식이다. 혹은 마을회 혹은 마을공동목장조합 소유이지만 방치되고 있는 공동목장 용지에 대해서는 공동체자산신탁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은 부동산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소유주체와 운영주체를 분리해 공유지, 공유시설, 사유자산 등을 신탁공사에 신탁하면 신탁공사가 직접 관리·운영하거나 임대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부동산 소유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제주도의 공동목장은 이처럼 전통적 커먼즈 형태를 점차 벗어나 새로운 커먼즈 정치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공동목장 보존과 활용을 위한 공적 지원은 커머너(commoners)의 자기결정권과 상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제주도의 마을공동목장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쇠퇴하고 있는 지역 커먼즈를 위한 공적 지원에서 커머너가 주도권을 갖고 공공 부문은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보충성의 원칙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는 향후 한국 커먼즈론에서 실질적이고도 첨예한 논제가 될 것이다./윤여일 경상국립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프레시안
코로나 첫 사망 4년…3만6천명 잃었는데 성찰이 없다
국가적 재난인데 ‘개인의 일’ 치부
공중보건 점검없이 경제 회복만
코로나19로 사망한 마민지씨의 어머니 고 노해숙(당시 71살)씨가 안치된 봉안당. 민지씨는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던 커피와 벚꽃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봉안당에 넣어뒀다. 유족 마민지씨 제공
18일 만난 마민지(35)씨는 2022년 4월29일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으로 어머니를 보냈다. 열이 없다는 이유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제때 받지 못했고, 확진 뒤엔 재택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병세가 악화됐다. 민지씨 어머니는 4개월을 의식 없는 상태로 치료받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초유의 전염병 사태에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지만 죽음은 ‘개인의 일’로 치부됐다. 민지씨는 “노인들이 10년 일찍 죽었을 뿐이라는 인식이 가장 속상하다. 투병과 죽음은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일이 됐고, 참사라는 말을 붙이기도 어색해져 버린 상황”이라며 “3년간 3만명 넘게 숨진 건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전염병 때문이지 않냐”고 말했다.
2020년 2월20일 코로나19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다. 코로나19 유가족과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3만5934명(지난해 8월 기준)이 코로나19로 숨졌음에도, 대한민국은 반성과 성찰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만 급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8일 마민지(35)씨가 코로나19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있다. 어머니는 ‘사랑하는 귀한 우리딸’이라며 생일 때마다 편지를 보내곤 했다. 김가윤 기자
정성재(57)씨 아들 정유엽(당시 18살)군은 2020년 ‘품절 대란’이 일었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1시간 동안 약국 앞에서 줄을 섰다가 코로나19에 걸렸다. 열이 났지만 집 근처 병원은 진료를 거부했고 유엽군은 감염 엿새 만인 3월18일 급성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재씨는 “지방의료·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여러 번 얘기했지만, 대구·광주 지역의 추가 의료원 설립조차도 무산됐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당시 절박했던 상황들은 잊혀지고, 관련 예산은 감소하는 등 오히려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조수진(41)씨의 할머니는 2021년 11월26일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 아흔을 넘기셨지만, 거동이 거뜬했던 할머니였다. 수진씨는 “정부는 ‘일상회복’을 말하지만, 우리처럼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하는 가족들이 많다”며 “위중증 피해 환자들의 제대로된 치료·회복을 지원하는 근본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고 정유엽(당시 18살)군의 책상. 어머니가 유엽군을 기억하며 만든 ‘모자상’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유족 정성재씨 제공
영국은 민간을 중심으로 ‘추모의 벽’을 만들어 전염병과 싸운 이들과 숨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는 첫 번째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애도’가 있고, 더불어 중요한 부분은 제도를 혁신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회복에만 집중하다 보니 공중보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변화와 성찰 없는 사회는 또 다른 재난과 참사를 반복하는 시작이다. 누군가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가 모여 만든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20일 추모문화제를 진행한다.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지금 시대에 필요한 동료 시민 정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 총선장을 지휘할 사령탑으로 등판하며 ‘시민’을 ‘동료 시민’으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떤 의도로 그러는 것일까? 의견이 분분했다. ‘동료 시민’이라는 단어를 어디서 보았을까? 내가 떠올린 것은 제러미 리프킨의 책 <회복력 시대>였다. 미래학자인 리프킨은 여기에서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로 대체되는 대의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한 챕터를 다룬다.
세계적 석학인 그가 던지는 화두는 그동안 국내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 그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이 책 또한 인류가 대멸종을 피하고 삶을 지속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동안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효율성’이라는 미덕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통해 그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 빠른 속도와 최적화를 추구하는 효율성을 통해 위대한 국가가 된 미국은 정작 필요한 때 항균비누와 화장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마비됐다.
효율성은 위기에 대처할 대안의 공간을 남겨놓지 않기 때문에 예측불허의 기후위기라는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효율성은 중복과 다양성을 허용하는 ‘회복력’으로 대체돼야 한다. 회복력은 통제할 수 있는 조건 하에 작동하는 ‘효율성’과 달리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적응성’을 추구한다. 회복력은 생물학적 시스템이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기도 하다. 회복력 혁명을 위해서는 이것이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의 확보와 구축이 중요하다. 저자는 회복력 인프라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에 기반을 둔 생태 지역 거버넌스와 시민정치 그리고 생명 사랑에 기반을 둔 교육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동료 시민’이 등장한다.
기후나 팬데믹과 관련한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중앙집중적으로 비상사태를 통제하고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시민이 기동력 있게 대응하고 협력해야 한다. 극단적 재난 상황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리프킨은 투표에만 반짝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로는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회복력을 구축하기 어렵고, 시민 개개인이 통치 과정의 긴밀한 일부분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리프킨의 ‘동료 시민’은 새로운 정치방식의 주역이자 모든 동료 생명체와 연결돼 지구를 공유하는 포용적 일원이다. 동료 시민 정치는 시민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생태지역의 보호에 관한 관여를 긴밀하게 하는 참여민주주의다.
한동훈 위원장의 “동료 시민” 운운이 표를 얻기 위한 총선 전략이 아닌, 녹록지 않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지금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시민성을 담았으면 좋겠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 주간경향
Carl Sagan - Pale Blue Dot
https://www.youtube.com/watch?v=CkgMEbUBPWI
https://www.youtube.com/watch?v=fC01iM-aqjY
4월 총선, 한국의 ‘기후 선거구’는 어디인가
기후위기 이슈에 관심을 가진 정치인에게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은 어느 지역에 살고 있을까. 여론조사를 통해 전국 21개 권역을 ‘기후 선거구’로 꼽았다. 정치인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난해 4월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기후정의파업’ 집회가 열렸다.ⓒ시사IN 신선영
지난 기사(〈시사IN〉 제855호 ‘‘기후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는 누구인가’)에서 ‘기후 유권자’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후위기 관련 정보를 잘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정치인에게 투표하려는 이들이다. 로컬에너지랩,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은 대규모 여론조사를 통해 전체 유권자의 33.5%가 기후 유권자 집단이라고 포착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기후 유권자들이 많이 사는 ‘기후 선거구’가 어디인지 살펴본다.
그런데 이번에 꼽은 기후 선거구가 총선 지역구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총선 지역구(253개)보다 훨씬 넓게 잡았다. 전국을 67개 권역으로 나누고 그중 21개 권역을 기후 선거구로 지정했다. 광역자치단체별로 한 곳 또는 두 곳을 꼽았다. 서울의 경우 ‘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 권역을 기후 선거구로 꼽았고, 부산은 강서구·사상구·사하구·북구와 기장군·남구·수영구·해운대구 두 권역을 기후 선거구로 꼽았다.
상기할 대목이 있다. 이번 조사는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여론조사다. 오차범위가 매우 좁다. ‘±0.8%포인트’다. 2%포인트 차이만 나도 ‘오차범위 밖’ 유의미한 결과라는 이야기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들 기후 선거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료 : 기후정치바람
■ 서울·경기·인천
서울은 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 권역이 기후 선거구로 꼽혔다. 이들 권역은 공동체 및 협동조합 운동이 활발한 곳으로, 이번 조사에서도 타 권역에 비해 눈에 띄는 결과를 나타냈다. 우선 6년 후인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6.8%로, 나머지 다른 권역(19~20%대)에 비해 높았다.
특히 서울시가 2025년부터 일회용 컵에 보증금 300원을 부여하는 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이 매우 높았다. 서울시 전체의 찬성 응답 비율이 70.4%였는데, 마포·서대문·은평에서는 81.3%였다. 찬성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종로·중구·용산·성동·동대문 권역으로 64.8%였다. 두 권역 간에 20%포인트 가까운 차이가 났다.
경기도에서는 과천시·광명시·군포시·부천시·시흥시·안양시·의왕시가 기후 선거구였다. 이들 권역은 ‘탄소발자국(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이라는 용어에 대한 인지도가 54.5%로 가장 높았다. 나머지 권역은 모두 50% 이하였다.
특히 이 권역에서는 경기도가 추진 중인 경기국제공항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52.7%로, 추진(28.3%)보다 매우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철회해야 한다는 응답은 경기도 모든 권역에서 높았지만, 기후 선거구 권역에서 가장 높았다. 이 권역은 산지 개발에 대한 반대 응답 비율도 가장 높았다.
인천은 뜻밖에 ‘발전’ 도시다. 2022년 기준 전력 자급률이 212.8%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서울은 8.9%에 불과하다. 서울·경기에서 쓰는 전력의 상당수가 인천으로부터 오는 셈이다. 인천의 기후 선거구는 계양구·부평구다. 이 권역에서는 지역별 전력 자급률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화하자는 주장(자급률이 높은 지역은 싸게, 낮은 지역은 비싸게)에 대해 74.8%가 찬성했다. 전국 평균 찬성 비율(57.5%)은 물론 인천 지역 4개 권역의 찬성 비율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전기요금 차등화 찬성 여론은 비수도권에서 높고 수도권은 낮은데, 계양구·부평구에서는 유독 높게 나타났다. 공공요금에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자는 데 찬성한 응답자도 인천에서 가장 많았다.
자료 : 기후정치바람
■ 충청
대전에서는 유성구가 기후 선거구로 꼽혔다. 유성구는 국내 최대 연구단지인 대덕연구단지를 품은 권역이다. 과학 연구자들이 많은 지역의 특성이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졌다. 기후위기 용어 인지,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선호, 기후위기를 심각한 사회적 도전 과제로 인식하는지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대전에서 가장 높은 응답이 나왔다. 현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목표치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응답 역시 44.8%로, 전국 평균(41.2%)보다 높았다.
공무원이 많이 사는 세종시는 기후위기 용어 인지도가 높았다. ESG, RE100 등 관련 용어 인지도가 비수도권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세종시는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를 추진하다 철회하는 등 대중교통 이슈에 민감한 지역이다. 이번 조사에서 세종시민만을 대상으로, 공감하는 교통정책에 대해 물었는데, ‘대중교통편 확충’이라는 응답이 63.5%로, ‘자가용 도로 확충(22.6%)’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았다.
충남은 두 군데가 기후 선거구로 꼽혔다. 우선 아산시·당진시 권역이다. 서해안 화력발전 단지와 가까운 산업지역이다. 이 권역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 및 노후 발전소 수명 연장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17.1%로, 충남 지역 다른 권역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RE100 동참이 중요하다는 응답(71.5%)도 다른 권역보다 높았다.
충남 지역의 또 다른 기후 선거구는 공주시·계룡시·금산군·논산시·부여군·청양군 권역이다. 이 권역은 지난 1년간 지역에 홍수(침수)가 발생했다는 응답이 60.9%나 됐다. 전국 평균(31.2%)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 기후재난에 의한 피해에 대비하는 정책에 호응할 유권자가 많으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자동차 등록 대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이 충남의 다른 권역보다 약 5~10%포인트 높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전국에서 기후 유권자 비율이 가장 낮은 충북에서 기후 선거구로 꼽힌 권역은 괴산군·보은군·영동군·옥천군이다. 소백산맥이 지나는 지역이다. 폭염, 홍수, 산불, 가뭄 등 자연재난이 발생했다는 응답이 충북 내에서 가장 많았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응답, 자동차 등록 대수 제한에 찬성하는 응답도 충북 내에서 가장 많았다.
자료 : 기후정치바람
■ 호남
광주의 기후 선거구는 광산구다.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공약을 보고 후보 지지를 결정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45.0%로 광주에서 가장 높았다(광주 내 다른 권역은 모두 40% 이하였다). 특히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52.4%로 다른 권역에 비해 최대 10% 가까이 높았다. 그럼에도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8.9%로 광주에서 가장 높았다. 광산구는 2023년 광주광역시 기초단체 중 최초로 ‘에너지센터’를 개소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유권자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음을 나타내는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따로 질문한 지역 현안도 있다. 전남도 내 타 지역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광주 군공항 부지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100만 평 규모 광주 숲을 조성하자는 의견에 대해 77.0%가 찬성했다. 반대 응답은 12.5%에 그쳤다.
전남은 기후 유권자 비율이 38.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서울(36.3%), 경기(33.4%) 등에 비해서도 기후 유권자 비율이 높았다.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등에 적극적인 응답을 나타냈다. 기후 선거구는 남해안을 끼고 있는 강진군·고흥군·보성군·장흥군이다. ‘기후위기 정책이 지역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77.8%)’ ‘탄소중립 정책이 지역산업에 도움이 된다(43.4%)’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남에서 가장 높았다. 다른 권역은 20%대에 불과했다. ‘기후 정치’의 발판으로 삼을 만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전북에서는 고창군·김제시·부안군·정읍시 권역, 그리고 남원시·무주군·순창군·완주군·임실군·장수군·진안군 권역이 꼽혔다. 전자 권역에서는 ‘기후변화가 자산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57.6%)’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북에서 가장 높았고, 후자 권역에서는 ‘원전 신규 건설 및 노후 원전 수명 연장에 반대한다(30.0%)’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자료 : 기후정치바람
■ 영남
부산에서는 강서구·사상구·사하구·북구 권역과 기장군·남구·수영구·해운대구 권역이 기후 선거구로 꼽혔다. 부산 지역 맨 서쪽 지역과 맨 동쪽 지역이 기후 선거구가 된 셈인데, 그 양상은 달랐다. 낙동강 벨트와 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강서구·사상구·사하구·북구 권역에서는 교통 문제에 대한 반응이 두드러졌다. 탄소 감축을 위해 ‘대중교통 노선을 확대(40.6%)’,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판매를 중단(69.3%)’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부산에서 가장 높았다.
바다와 직접 면하고 있으며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기장군·남구·수영구·해운대구 권역에서는 기후위기 용어 인지도(‘탄소중립’의 경우 71.6%)가 가장 높았다. ‘기후변화가 일상에 영향을 끼친다(22%)’라고 응답한 비율 역시 가장 높았다. 태풍이나 해일 등 바닷가 지역을 직격하는 기후재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공업 도시 울산은 탄소중립 시대에 커다란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역이다. 산업 분야에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압력이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선거구로는 동구·북구 권역과 울주군 권역이 꼽혔다. 동구와 북구는 각각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곳이다. 이 권역에서는 탄소중립 정책이 지역산업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24.3%)이라는 응답이 울산에서 가장 높았다. 제조업 시설이 많은 울주군 권역 역시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응답이 22.7%로, 동구·북구 권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산업전환을 꾀하는 정책에 유권자들이 호응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77.1%로 압도적이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4.2%에 그쳤다. 울산시는 현재 RE100 대응과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경남에서는 거창군·밀양시·산청군·의령군·창녕군·함안군·함양군·합천군이 기후 선거구로 꼽혔다. 지리산, 가야산 등 산악지대가 많은 농촌 지역이다. 폭염, 홍수, 산불, 가뭄 등 자연재난이 발생했다는 응답이 경남 내에서 가장 많았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6.1%로, 경남 내 다른 권역(13~18%대)에 비해 매우 많았다. 기후재난에 대비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이익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결과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을 가진 대구는 자연재난 중 폭염이 발생했다는 응답(83.6%)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이나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타 지역에 비해 낮은 지지를 보였다. 기후 선거구로는 남구·중구 권역이 꼽혔다. 대구의 도심지역으로, 번화가와 주한 미군부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 권역은 특히 대중교통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동차 등록 대수 제한(64.5%)과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 중단(70.9%)에 대해 대구에서 가장 높은 찬성 응답 비율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중심가인 동성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해제에 대한 의견을 따로 물었다. 해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평균 44.1%였는데, 남구·중구의 경우 50.1%로 대구에서 가장 높았다. 동성로는 200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돼 일반 차량 진입을 제한하고 있으나 대구시가 상권 활성화 등을 이유로 지구 지정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북은 대구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낮은 지지를 보이는 지역이다. 그러나 다른 농촌 지역과 마찬가지로 농업 분야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민감도는 높은 편이다. 기후 선거구로는 경산시·고령군·성주군·영천시·청도군·칠곡군 권역이 꼽혔다. 이 권역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55.9%로, 경북에서 가장 낮았다. 즉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대해 다른 지역보다는 덜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다.
자료 : 기후정치바람
■ 강원 제주
강원도의 경우 지난 1년간 거주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응답(48.5%)이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후 선거구로는 강릉시·고성군·속초시·양양군·인제군 권역이 꼽혔다. 이른바 강원 영동 지역이다. 기후위기가 심각한 사회적 도전과제라고 응답(23.8%)한 이들이 강원도에서 가장 많았다. 다른 권역의 응답 비율은 16~17%대였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감축에 대해서도 다른 권역에 비해 높은 지지를 보냈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는 국내 재생에너지의 메카다. 이번 조사에서도 두드러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우선 재생에너지 생산 경험이 20.0%로 전국 광역시·도 중에 가장 높았다. 기후위기 정책이 지역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77.8%), 탄소중립 정책이 지역 산업에 도움이 된다(31.5%)는 응답도 전국 광역시·도 중에 가장 높았다.
기후 선거구는 제주시을 권역이다. 제주시의 선거구는 모두 세 곳인데 제주시갑, 제주시을, 그리고 서귀포시다. 제주시을은 제주시 동쪽 구좌읍 조천읍 등을 포괄하는 권역이다. 이 권역에서는 일상적 실천과 관련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한 정부의 정책에 반대(61.3%)하고,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이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에 찬성(83.1%)하는 응답이 제주에서 가장 많았다. 상업건물의 전기 소비를 강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63.0%) 역시 마찬가지였다.
1월26일 ‘기후정치바람’이 주최한 총선 집담회에서 신근정 로컬에너지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기후 선거구 선정을 기획한 ‘기후정치바람’은 “기후 유권자는 허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후 정보에 대한 인지, 재난에 대한 경험, 투표 의향 등을 종합 분석했을 때 ‘진지한 기후 유권자’라고 규정할 만한 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눈앞에 닥친 이번 총선부터 기후 유권자의 존재가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기후 유권자 분석을 수행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정치학자)는 이번 조사 결과가 ‘차기 리더십’을 준비하는 젊은 정치인에게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이슈로 정치적 승부를 걸 경우 그에 호응하는 잠재적 유권자층이 있음을 이번에 확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 또한 정치세력의 책임이다.
기후 선거구 선정과 캠페인 전략 수립에 참여한 이관후 교수(건국대 상허교양대학)는 미국 대선을 예로 들었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 대학 볼더 캠퍼스의 미래사회환경센터(C-SEF)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기후 이슈 때문이다. 약 3%의 유권자가 기후 문제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이든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관후 교수는 “3%는 크지 않은 숫자이지만,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기는 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한국의 기후 유권자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조사했다
대상: 전국 18세 이상 남녀
목표 표본: 1만7000명(특별/광역 시도별 1000명)
표본오차: ±0.8%포인트(95% 신뢰수준)
표집 방법: 17개 광역시·도 1000명 유의할당 후 각 광역 내 성별·연령대별·권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르는 할당추출(Proportionate Quota Sampling)
가중 방법: 2023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성별·연령대별·광역단체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조사 방법: 온라인 패널(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에 이메일/문자로 웹 설문 링크를 발송하는 방식의 웹 조사
조사 기간: 2023년 12월1일〜27일(27일간)
조사 기관: 메타보이스
시사인 이오성 기자
"친환경 현수막 쓰나요?“
기후위기 대응을 선언한 정당들이 정작 홍보용 현수막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는 외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후전문가를 영입했으며, 선거연합정당으로 출범한 녹색정의당은 강령으로 기후위기 해소를 내걸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선택에선 친환경과 동떨어졌다.
<뉴스펭귄> 취재팀은 각 정당이 현수막 사용 시 친환경을 고려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에 질의했다. 그 결과 세 정당 모두 중앙당 차원에서 현수막을 친환경적으로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수막 친환경 사용의 방법으로는 생분해 원단으로 제작하거나, 폐현수막 업사이클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보팀 관계자는 "늘 필요성은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정당 현수막은 빨리 제작해서 내걸어야 하는데 지역에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하는 업체가 없으면 그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수막 설치는 지역에서 하기 때문에 중앙당이 각 지역위에 친환경 현수막 사용을 제안할 순 있지만 권고까진 못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홍보팀 관계자는 "솔직히 현수막 자체가 친환경을 벗어나지만 정치할 때 현수막을 걸지 않을 순 없다"면서 "얼마 전부터 녹색당과 연합해 녹색정의당이라는 이름으로 현수막 걸고 있는데 그건 일반 현수막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홍보팀 관계자는 "친환경 현수막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선거철이 아닌데도 붙은 정당 현수막.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난립하는 현수막,방치하는 쓰레기
현수막을 만드는 최초 원료는 석유인데, 석유는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 주범으로 불린다. 환경부가 2023년 1~3월에 전국 지자체가 철거한 정당 현수막 무게를 합쳤더니 총 1300톤에 달했다. 현수막 하나 무게가 600g이라고 한다면 200만장을 훌쩍 넘는다. 2022년 1~4월 대선 때 철거한 현수막 1100만톤보다 많은 양이다. 지자체가 수거한 현수막은 게시 기한 15일이 지난 불법 현수막이기 때문에 현수막 업체가 직접 수거한 양까지 감안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도 아닌데 많은 현수막이 걸리는 이유는 정당 등이 '무허가·무신고'로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2022년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현수막 공해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자, 다시 법을 개정해 읍면동 2개 이하로 개수를 제한했지만 여전히 도심 곳곳은 정당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곧 있을 선거운동 기간에는 후보자 개인이 내거는 현수막까지 더해져 수많은 쓰레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 쓰인 현수막은 재활용이 어렵고 대부분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현수막 1장을 소각할 때 온실가스 6kg이 배출되고 다이옥신 등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플라스틱 재질이라 땅에 묻어도 썩지 않는다.
지난해 1~3월 사용한 현수막의 24.7%만 재활용됐다. 44%는 소각됐으며 6.4%만 매립 등으로 처리됐다. 2022년 대선 때 발생한 현수막 재활용률은 24.6%에 그쳤으며 50.5%는 소각, 나머지 24.9%는 매립했거나 보관 중이다.
쌓인 폐현수막. 대부분은 소각된다. (사진 성남시청)/뉴스펭귄
'우리는 해요' 마포구에 붙은 재활용 예정 현수막
중앙당과 달리 정당 지역위원회 차원에선 친환경을 고려하는 사례도 있다. 정의당 마포구위원회는 최근 설 명절을 맞아 홍대입구역 2번출구 앞에 내건 현수막 하단에 '업사이클 예정'이라는 문구를 표시했다.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장혜영 의원 측이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혜영 의원실은 "현수막을 걸긴 해야 하는데, 최대한 쓰레기로 만들진 말자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총선 때 사용할 현수막도 이후 업사이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실은 현수막 업사이클 업체 '터치포굿'과 협약을 맺었다.
현재 녹색정의당 현수막은 정의당이 담당하고 있지만, 선거연합정당이 출범하기 이전 녹색당은 현수막 설치 시 친환경을 고려해왔다고 <뉴스펭귄>에 밝혔다. 녹색당 홍보팀 관계자는 "현수막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주로 사탕수수 성분의 친환경 현수막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보다 2배 비싼 친환경 현수막도 결국 소각장 들어가면 효과가 전혀 없다"면서 "친환경 현수막만 따로 모아서 매립하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가 수거한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한다"며 "식물성 성분으로 만든 생분해 현수막을 소각할 때 기존 현수막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순 있지만 땅에 묻히지 않는다는 점에선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 앞에 붙은 업사이클 예정 현수막.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중요한 건 쓰지 않기?"가능하려면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는 "한 번 쓰인 현수막이 바로 버려지지 않도록 업사이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일각에선 어차피 재활용하니까 더 만들어도 된다는 듯이 면죄부 삼는 경우가 있다"면서 "현수막을 최소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번 협약 때도 그 부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거리를 현수막으로 도배하는 후진적인 홍보방식이 과연 효과적인지 모르겠다. 각자 자제하라고 하면 현수막을 안 쓰기 어렵다. 공평하게 모든 정당이 현수막을 쓰지 않는 법적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다른 홍보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겨울 바다에 목 끝까지 입수한 민주당 예비후보...왜?
기후 정치의 중요성을 알리며 인천 영종도 바다에 입수한 이동한 더불어민주당 인천 중구강화옹진 예비후보 / 사진=이동학 예비후보 유튜브 채널 '이동학의 미래정치' 캡처
4·10 총선에서 인천 중구강화옹진에 출마를 선언한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인천 영종도 앞바다에 입수했습니다. 기후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이 예비후보는 오늘(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차디찬 겨울 바다에 빠진 이유를 들어보니'라는 제목의 쇼츠(짧은 영상)를 올렸습니다. 영상에서 정장 차림의 이 예비후보는 지난 11일 수온 3.4도의 인천 영종도 바다에 입수했습니다. 점점 높아지는 바닷물이 그의 목까지 차오르는데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예비후보는 "기후 위협은 빙하를 빠른 속도로 녹이고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가 사는 도시를 파괴한다"며 "인천은 런던이나 뉴욕보다 더 위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이들의 미래를 물에 잠기게 할 수는 없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지키고자 한다면 이동학을 국회로 보내달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6일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인천 중구강화옹진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해당 지역구 현역은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으로, 배 의원은 지난 15일 당에서 단수공천을 받았습니다.
황제펭권처럼
황제펭귄 (Emperor Penguin)의 허들링 (Huddling)
인간활동으로 지구기온이 상승하면서 극단적인 재해가 더 자주, 크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후재난'이라 부르죠. 기후재난은 전쟁도 부추긴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대규모 재해로 국경을 건너는 난민이 늘어나고, 식량생산은 타격을 입어 국가 간 긴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재난은 불평등한 구조 위에서 재앙으로 바뀝니다. 국가별, 지역별, 계층별로 피해규모가 달라지는 탓입니다. 우리에겐 기후재난 시대를 살아갈 충분한 자원과 기술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요?
기후재난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재난은 약자를 먹이로 커집니다. 코로나19가 그랬죠.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노인은 고립됐으며 필수노동자(의료, 돌봄, 운송, 미화 등 필수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과로에 지쳤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일수록, 공공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재난을 견딜 자원과 기회가 부족합니다. 반대로 기후위기를 초래한 개발의 수혜자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재난을 벗어날 자원과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기후재난은 경제적, 지역적 양극화를 심화할 뿐, 공평하지 않습니다. 기후위기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과 지역이 따로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되는 지역은 부족한 재정뿐 아니라 도로,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도 제대로 누리기 어려워 다시 인구가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였습니다. 반면, 인구와 자원이 몰리는 수도권은 효율성을 내세우며 공공서비스를 가로챘죠. 서울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석탄발전소 등 기피시설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들은 균형발전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때 '수도권만큼 성장하겠다'는 개발 논리가 아니라 '수도권에 쏠린 혜택을 지역으로 분산하자'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지역 살리기가 아니라 지역에 사는 주민을 살리는 방향으로요. 재난을 불러온 것도, 재난 피해를 겪는 것도 사람이니까요.
최근 한 대학 연구진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소득 1%를 낼 수 있냐'고 묻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이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1세대 환경운동가 이수경 씨는 "기후재난을 감당하기 위해선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후위기 책임이 더 큰 사람이 내자"고 말합니다. 그것이 '기후정의'이기 때문입니다.
황제펭귄은 눈보라가 불어오면 서로 체온을 나누며 견딥니다. 무리 안쪽과 바깥쪽 펭귄이 계속 자리를 바꿔가면서요.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기후재난의 시대, 우리도 황제펭귄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요?
1등급 환경보존지역도 푼다…총선 앞두고 그린벨트 대폭 해제
울산·경남 등 지역전략사업 지정 땐 이르면 5월부터 해제가능 총량 제외
비수도권 사실상 무한대로 해제 가능 “보존지역 망가져 후세대 미래 암담”개발제한구역은 현재 수도권 등 7대 광역도시권역내 3793㎢ 규모가 분포되어 있다. 개발제한구역 도면|국토교통부 제공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울산·경남 등 지역전략사업이 지정되는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대폭 해제된다. 그린벨트 해제가능 총량 제한에 관계없이 무한대로 풀 수 있고, 보전 가치가 높은 1·2등급지도 투자가 들어오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세웠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과 함께 난개발·환경 파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21일 울산에서 개최한 제13회 민생토론회에서 ‘토지이용규제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 일자리를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첨단산업단지를 만들려 해도 그린벨트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내놓은 개편안은 2001년 7개 대도시권에 대한 조정안 발표 이래 전국 권역을 대상으로 한 가장 큰 단위의 규제 완화다.
우선 비수도권에서 지역 주도로 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당 지역은 그린벨트 해제가능 총량에서 제외된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역전략사업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사실상 무한대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울산 친환경자동차, 창원 등 경남 지능형기계·항공 등이 지역전략사업 지정 후보로 거론된다. 개발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환경평가 1·2등급지도 비수도권에 한해서 해제가 가능해진다.
이날 윤 대통령이 방문한 울산의 경우 행정구역의 25.4%가 그린벨트이고, 이중 81.2%가 개발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이다. 이 때문에 울산에선 그린벨트 해제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었다. 윤 대통령은 “울주군에서 울산 시내로 가는 길목이 전부 그린벨트”라며 “대선 때도 울산의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다.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다.
1등급 환경보존지역도 푼다…총선 앞두고 그린벨트 대폭 해제
현재 336개 지역에서 용도 지정 등을 통해 관리하는 토지이용규제도 앞으로는 추가 규제 신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기존의 토지규제지역도 5년마다 존속 필요성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없앤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3헥타르(㏊) 이하 소규모 자투리 농지에도 앞으로는 지역 주민이나 인근 산업단지를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 지역 내 계획관리지역, 농림지역 내 보전산지 등에 대한 건폐율, 증축 규제도 완화된다. 계획관리지역 내 40%로 묶어둔 공장 건폐율 기준이 70%까지 풀리고, 농림지역 보전산지가 해제되면 기존 공장들도 증·개축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의식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책이라고 비판했다. 최봉문 목원대 교수는 “마구잡이식으로 규제가 풀리면 그린벨트이던 외곽 위주로 개발이 되고, 구도심은 정리가 안 된 채로 망가져 인구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며 “보존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약속 하에 보호해온 1·2등급지가 개발돼 망가지면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후세대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훈령(개발제한구역의 조정을 위한 도시·군관리계획 변경안 수립지침)만 고치면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5월 안에 관련 지침을 개정, 즉각 적용하겠다고 밝혔다./경향 윤지원 기자
여의도 면적 72배 자투리 절대농지도 개발
그린벨트 해제 규모, 축구장 34만6857개 면적
환경평가 1·2등급지도 개발… 대체 지정 부지 마련해야
기반시설 확보된 개발진흥지구 내 공장 건폐율 70% 완화
수직농장 농지 설치도 허용… 자투리 농지에 문화시설 등 설치
'농촌 체류형 쉼터' 도입… 도시민 등 농촌 생활 경험 확대
▲ 정부는 21일 울산에서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토지이용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정부가 20년 만에 지방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을 푼다. 환경평가 1·2등급지 개발도 허용한다. GB는 지역 전략사업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전국 2.1만㏊에 달하는 자투리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를 정비하는 등 농지이용 규제도 완화한다.
21일 정부는 울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참석했다. 현재 울산은 전체 행정구역의 25.4%가 GB로 설정돼 있다. 그중 개발이 불가한 환경평가 1·2등급 비율이 81.2%에 달한다. 농업진흥지역으로 돼 있어 이차전지 특화단지나 편의시설 설치 등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이날 내놓은 규제 혁신방안 대상은 △부산 △울산 △창원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지방 광역시 주변 GB로 면적은 2428㎢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약 34만6857개 크기와 맞먹는다. 이번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5월 이후 8년 9개월 만이며, 춘천·청주·전주 등 7개 중소도시권 GB를 전면 해제했던 2001~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향후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특화산업 육성 등 균형발전 기여도가 큰 지방자치단체 주도 사업의 경우 GB 해제 총량에도 포함하지 않을 예정이다.
환경평가 1·2등급지에 대한 개발도 허용해 지역투자 촉진도 추진한다. GB에는 6개 지표를 1~5등급으로 평가한 환경평가등급이 매겨져 있는데 보전 가치가 큰 환경평가 1~2등급지는 해제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환경 보전을 위해 해제되는 1·2등급 면적만큼 대체부지를 신규 GB로 지정해야 한다.
정부는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등록된 모든 규제에 대한 일몰제도 도입하고 정기적으로 존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불필요한 규제가 중첩된 경우 일괄 해제할 수 있도록 통합심의 절차도 마련한다. 해당 법에 등록되지 않은 규제는 원칙적으로 신설을 금지한다. 다른 규제가 있는 지역에 등록된 규제를 새롭게 중첩할 경우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한다.
국토부는 매년 토지이용규제평가를 통해 규제신설 방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규제 지역은 계속 증가해 현재 336개에 달한다. 정부는 기존 토지규제를 적극 철폐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계획관리지역 중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확보된 개발진흥지구는 공장 건폐율을 현행 40%에서 70%까지 완화한다. 생산관리지역에서 상수원보호구역에서 500m 밖, 하천 경계에서 100m 밖 등 환경오염 우려가 적을 시 300㎡ 미만 소규모 카페 등 휴게음식점 설치를 허용한다.
농림지역과 보전산지가 중첩 지정된 지역에서 공장 설치 후 보전산지를 해제할 경우 농림지역도 공장이 허용되는 계획관리지역 등 다른 용도지역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보전산지에서 해제되면 보다 강력한 규제가 적용돼 증·개축이 불가능하다.
공장 준공 이후 용도지역 변경이나 법령 개정 등 예상 못 한 이유로 규제가 강화돼도 10년간 준공 당시의 허가 기준대로 증축을 허용한다. 농촌 등에서도 자연 친화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녹지·관리지역에 대안학교 설치를 가능하게 한다.
일률적으로 도로에서 50m를 떨어지도록 제한하고 있는 계획관리지역의 숙박시설 입지규제도 철폐해 관광수요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토지이용 규제 혁신으로 적극적 지역 투자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GB 해제를 통해 지역에 산업단지, 연구단지, 물류단지 등 조성이 활성화돼 기업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정부는 21일 울산에서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농지이용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지이용규제와 관련해서는 '청년이 찾는 활력있는 농촌조성 방안'을 통해 농업형태 변화를 반영하고 가치가 상실된 농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정부는 먼저 농업진흥지역의 소규모 자투리 농지 정비에 나선다. 자투리 농지는 농업진흥지역을 도로·택지·산단 등으로 개발한 이후 남은 농지다. 현재 전국에 총 2만1000㏊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진흥지역 내 집단화된 농지에 비해 기계화 영농 효율성 등이 낮아 생산성이 떨어지는 자투리 농지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 체육시설 또는 근처 산단의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상반기 내 소규모 농업진흥지역 정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자체의 자투리 농지 개발수요 신청을 받아 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 해제 절차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수직농장의 농지 설치를 허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수직농장은 실내 다단구조물에서 환경조절과 생산공정 자동화로 작물 생산량과 품질을 향상하는 차세대 식물생산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농지 위에 설치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직농장 대부분은 컨테이너형 또는 건물형의 건축물로서 별도 제한 없이 농지에 설치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 등과 달리 농지전용 절차를 거쳐 농지를 다른 지목으로 변경하거나 타 용도 일시사용 절차를 밟아 일정 기간만 설치할 수 있다.
컨테이너형은 일시사용기간이 최장 8년밖에 되지 않는다. 수직농장을 설치하는 데 드는 초기비용조차 회수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있어 왔다. 일시사용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정부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오는 7월부터 수직농장의 타 용도 일시사용기간을 확대하고 일정 지역 내에서는 농지에 별도 제한 없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도시민이나 주말체험영농인 등이 농촌에 체류할 수 있는 임시거주시설 '농촌 체류형 쉼터(가칭)'도 도입한다. 도시민 등이 굳이 집을 사거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도록 해 생활 인구를 늘리고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소멸 위기에 적극 대응한다는 생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도개선이 수직농장 수익 상승과 투자 확대로 이어져 농업 고부가가치화뿐 아니라 수직농장 수출 확대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자투리 농지 활용도 지역사회 활성화에 마중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뉴데일리 정영록 기자
“환경보전·균형발전 역행”…그린벨트 해제, 전문가들도 ‘우려’
“구도심 일자리·주거 해칠 것”
“마구잡이 개발, 자연 파헤쳐”
공공성 확보 객관성도 의문
정부가 도심의 ‘허파’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내세운 명분은 두 가지다. 국민의 토지이용을 확대하고, 경제활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21일 인터뷰한 전문가 5인은 그린벨트 해제는 경제활력을 높이기는커녕 환경보전·지역균형발전에 모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 정부는 21일 울산에서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토지이용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그린벨트는 1971년 도입된 이래 국토 면적의 5.4%에 달하는 5397㎢가 지정되어 관리됐다. 그린벨트가 임대주택, 지역 현안사업 등을 이유로 해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에 들어서다. 현재는 수도권 등 7대 광역도시권역 내 3793㎢ 규모만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가 지역소멸 위험을 안고 있는 비수도권에서 맞지 않는 개발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인구가 감소할 때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도심을 키우는 일명 ‘콤팩트시티’ 조성이 중요하다. 외곽 땅 위주인 그린벨트 개발은 이와 정반대되는 정책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인구 유입이 없기 때문에 외곽 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성공하더라도 구도심 일자리와 주거를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며 “개발업자들만 싼값으로 분양해 이익을 챙겨 나가면, 원도심 치유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 지자체장이 이미 그린벨트 해제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인기영합식 개발이 마구잡이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최봉문 목원대 교수는 “이미 과거 보수정부에서 풀었던 그린벨트 구역도 해제 이후 계획과 다른 시설이 들어가면서 망가졌다”며 “앞으로도 개별 지자체장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일단 해제부터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환경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기존 개발사업을 더 줄여가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데, 보전된 녹지를 해제한다는 방향은 자연을 더 파헤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2등급지가 해제되면 대체지를 지정해 총량을 유지하겠다는 정부 발상에 대해선 “좋은 곳은 해제하고 엉뚱한 곳을 붙이는 게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국제적으로 녹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맨 마지막에 건드려야 할 그린벨트 1·2등급지도 개발을 촉진한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린벨트에 유치하는 지역 전략사업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지식첨단산업일수록 다양한 경제주체가 모이면서 나오는 집적효과가 필수적인데, 그린벨트는 아무것도 없는 맨땅”이라며 “폐기물이 많이 배출되는 제조업 같은 기존 사업이나 가능할 텐데 이런 사업이 미래 지역발전을 이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사업의 공공성이 얼마나 확보될지도 의문이다. 이날 정부 발표에서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국토연구원은 과거 보고서에서 그린벨트 해제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주문하면서 “개발이익의 객관적인 측정·환수 시스템 마련 등 해제사업의 공공기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경향 김경민 기자
지난 2020년 7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헌릉로 일대의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 그린벨트 지역.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농지 규제도 확 푼다. 농촌 융복합 산업지구 내 농지에 건축물 형태의 수직농장 설치가 허용되고, 도시민이 농촌에서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주시설인 ‘농촌 체류형 쉼터’도 새로 도입된다. 현재 수직농장은 대부분 컨테이너나 건물 형태인 까닭에 농지에 지으려면 지목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용 기간도 최장 8년(컨테이너형 기준)으로 제한된다. 또 현재 연면적이 최대 20㎡(약 6평)로 제한된 농막보다 더 넓은 유형의 거주시설을 농지에 지을 수 있도록 허용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농업진흥지역을 도로·주택지·산업단지 등으로 개발하고 남은 3헥타르 이하 자투리 농지의 지정 해제도 추진한다. 자투리 농지는 전국에 대략 2만1천헥타르 정도 있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과)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배출 저감, 생태 보존 등을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개발을 억제하는데, 우리는 그나마 남은 그린벨트를 새로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인구가 줄고 빈집이 늘어나는 만큼 지방의 비어 있는 기존 산업단지부터 먼저 채우고 농지 규제 완화 역시 지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은 “지금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경사도가 심하고 절대 농지도 이미 풀어줄 만큼 풀어줬지만 절반 가까이 개발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으로 더 규제를 푼다는 건 총선용이라고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은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에 환경평가 1등급지까지 개발한다는 건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했다./박종오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pjo2@hani.co.kr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두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모호한 지역경제 활성화나 산단 조성을 위해 GB 해제를 허용하고 국민생활과 미래세대를 위한 토지이용규제를 낡은 규제로 치부하면서 없애겠다는 것은 정부가 공공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세 번째,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서 발언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민생토론에는 토지 규제 개선과 관련한 정부 부처의 합동 보고와 참여자들의 토론이 있었다. ⓒ연합뉴스
현재 광역도시계획에 반영된 총량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바꿔 지역전략사업의 경우 그린벨트를 해제총량에 묶지 않고 해제 신청→사전협의→중도위 심의까지 1년 이내에 신속하게 완료해 실제 해제를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경실련은 아울러 그린벨트의 값싼 땅을 기업에 넘겨 대규모 토지를 제공하는 것은 "개발시대의 낡은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라며 "현재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지방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자동화, 인공지능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기술집약적 산업이 미래 경제를 주도할 것이 분명하게 예상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린벨트 해제는 더 시대착오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다고도 풀이했다.
한편 경실련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환경부를 두고 "이런 정부 정책에 아무 목소리 내지 않는 환경부는 더 이상 환경보호라는 말을 하지 말고 부서 명칭도 '국토개발부'로 바꾸라"고 일갈했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
해운대 53사단·제2에코델타시티 부지 GB 풀린다
부산 2곳 520만평 성장거점 개발
정부가 지역전략사업을 진행할 경우 해제 가능 총량과 관계없이 개발제한구역(GB·그린벨트)을 풀 수 있게 했다. 또 환경평가 1~2등급 그린벨트도 국가 또는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면 해제할 수 있게 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53사단 부지와 강서구 제2에코델타시티 부지가 그린벨트에서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국 자투리 농지 2만 1000ha를 문화복지시설, 체육시설 또는 산업단지의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정부는 21일 울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13번째 민생 토론회를 열고 개발제한구역 및 농지규제에 대한 개선방향을 보고했다.
■환경평가 1~2등급지도 해제 허용
먼저, 비수도권 그린벨트는 지역전략사업을 시행할 경우 해제 가능한 총량 감소 없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지역전략사업은 특화산업 육성 등 균형발전 기여도가 큰 지자체 주도 사업을 말한다. 또 그린벨트 해제가 안되던 환경평가 1~2등급지에 대해서도, 비수도권에서 국가 또는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한다. 이 경우, 1~2등급지 면적만큼의 대체부지를 신규 그린벨트로 지정해야 한다.
부산시는 해운대 도심 내 군부대인 53사단을 이전시키고 그린벨트를 풀어 혁신 성장거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부지 규모가 6.5㎢(200만 평)에 달한다. 아울러 김해공항 서쪽 10.5㎢(320만 평)에 제2에코델타시티를 만들어 국제업무지구·항공산업클러스터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곳 전부가 그린벨트다. 올해 상반기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하며 내년 상반기 그린벨트 해제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로 해제 신청이 더 빨라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그린벨트가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우리나라 산업과 도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50년 전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방에 첨단산단을 세우려고 해도 그린벨트로 인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방이 스스로 비교 우위가 있는 전략산업을 발굴하면 중앙정부는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기준의 전면 개편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토지이용 규제도 풀기로 했다. 계획관리지역 중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확보된 개발진흥지구에 대해서는 공장 건폐율을 현행 40%에서 70%까지 완화하고, 생산관리지역에서 환경오염 우려가 적다면 소규모(300㎡ 미만) 카페 등 휴게음식점 설치를 허용한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핵발전소 조기 발주, 총선전략인가 재벌 특혜인가
작년에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신한울 3, 4호기 조기 발주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에 2조 9천억 원 제작공급, 현대건설에 3조 1천억 원의 건설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건설인허가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제작, 시공 합쳐 총 공사금액의 절반 가량인 6조 원을 조기 발주한 것이다. 조기 발주란 사전에 건설 인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로, 정해진 준공일을 조기 달성하기 위해 사전 발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흔히 하던 방법이다.
준공일을 이미 정했기 때문에 안전규제는 사업자 협조 차원으로 다루어지고 무수한 시공 불량도 눈감아줬다. 특히 원전사업 초기 권위적인 군사정권 시절에 최고 권력자에게 보고한 준공일을 맞추지 못한다면 목이 10개라도 부족할 판이니 ‘공기 준수’는 지상명령이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였다. 그런 상황에서 조기 발주는 그만큼 예비시간을 벌어 공기 단축까지 가능할 수 있게 했다. 품질은 둘째 문제고, 공기만 단축하면 각종 훈·포장이 쏟아졌던 시절이었다.
안전 도외시한 핵 발전소 건설 조기 발주의 위험성
‘공기 준수’는 어느덧 ‘공기 엄수’가 되어 건설과 운영, 교체, 정비 등 전 분야에서 지고의 가치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공기 준수를 위해 필요하면 수시로 24시간 돌관작업에 들어가는 등 건설 현장에서 사생결단의 전투가 벌어지는 듯했다. 이로 인해 많은 부실이 덮였다. 가동한 지 이십 년 만에 한빛 4호기 안전구조물인 격납용기 콘크리트 벽체에서 157cm 깊이의 동굴(?)이 발견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국, 박근혜 정권 시절 드러난 품질서류 위변조 등 원전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쳤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현재는 잠복해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안전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규제기관의 건설 승인도 없이 감행한 6조 원의 신한울 3, 4호기 조기 발주는 향후 안전문제가 대두되면 매몰비용화될 가능성도 있다. 신한울 3, 4호기 부지에 표준원전을 적용한다는 명분으로 ‘원자로 시설 등의 기술기준 적용에 관한 원자력안전위원회 규칙’의 최신 위치 규정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조기 발주했기 때문이다.
관계 당국은 신한울 3, 4호기 조기 발주를 감행한 것은 탈원전으로 황폐해진(?) 원전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원전생태계 지원이라 함은 설계-제조-건설시공-정비의 모든 과정에서 핵심 중소기업에 물량을 공급하여 도산하지 않고 사업을 유지하도록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수원이 발주한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은 원자력 비중이 총매출의 5%도 되지 않으므로 원자력 사업 의존도가 높은 핵심 중소기업들의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들은 그 밑 하청으로 들어가 두 재벌 회사에 사운을 걸어야 한다.
재벌회사에 국가산업의 생태계 관리를 맡기는 것은 특혜이다. 재벌기업은 그야말로 돈 버는 게 목적이다. 사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100원 받아 50원 하청 준다고 해도 누가 뭐랄 수 없다. 그 때문에 발주금액 6조 원 중 상당 부분이 지하 자금화 되는 등 비리가 싹트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생태계 유지를 진정 원한다면 핵심 중소기업에 제값 주고 직접 발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생태계를 살린다며 대기업에 조기 발주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며 특혜를 가리는 위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뭐라고 변명할 텐가.
책임자 모호한 사업구조는 무성한 비리의 온상
해외에서는 엔지니어링 회사가 발주를 수행한다. 제작, 시공은 설계자에 의해 기술적으로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설계회사인 한전기술(주)은 설계문서만 생산한다. 최종 발주자인 한수원은 설계자가 아니라서 6조 원의 공급계약을 대기업에 위탁하지만, 이들 또한 설계자가 아니므로 역시 책임이 모호하다. 반면에 권력의 개입을 쉽게 한다. 정경유착이 심하면 영향력 있는 학자와 공무원과 퇴직자까지 끼어들어 비리가 무성한 최적의 환경이 된다. 이러한 사업환경에서는 이해관계가 중요하고 기술은 뒷전으로 밀린다. 기술 중심의 합리적인 사업관리보다 사적 이해만 극대화하는 쪽으로 매진하게 된다.
우리 원전업계는 시공능력 최우수라고 인정은 받았지만, 안전규제는 부속품으로 전락했다. 원자력 안전규제 조직은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마땅한데도 진흥부처인 과기부 내 한 부서였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비로소 독립부서가 되었다. 하지만 그 편제는 여전히 원자력진흥위원장인 총리 산하로 되어있다. 핵으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할 원자력안전위가 정보공개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함에도, 사업자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이다. 원자력안전위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수준으로 새롭게 태어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비뚤어진 원자력 안전문화를 바로잡기는 난망이다.
신한울 3, 4호기 조기 발주 문제가 정치 공방으로 비화한다면 안전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안전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감사결과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수사로 인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과적으로 두 유력자의 정치무대 데뷔의 기회만 제공했다. 이처럼 전 국민의 0.2%만이 사업적 혜택을 입는 위험시설인 원전의 안전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나 조직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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