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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12.16~

by 이성근 2024. 12. 16.

1. 민주주의·기후, 방관과 심판의 시간  2. 내가 있는 자리에 내가 없는 건 아닐까  3. 판다와 생태문명 4. 독도 습격한 이놈들

5. 지역과 국가가 가난해지는 결정적 이유  6. 기후위기 유발, 윤석열의 석유가스시추계획을 탄핵하라7. “정말 지쳤다면적당히 살아도 괜찮다”  8. 다대포 해변~아미산전망대 승강기로 10새 명물 기대

9. '그냥 출근하지 마세요' 스페인 정부의 놀라운 결단  10. 국가녹조대응센터 추진, 과연 정당한가?'  11. 농촌 소멸 위기에 정부 여름배추·사과 재배지 신규 조성  12. 새들의 이혼율늘었다, 기후변화 때문에13. 전국에 겨울 철새 132만 마리···가장 많이 찾은 철새는?

14.“윤석열, 환경 정책도 돌관 공사하듯 밀어붙여누가 믿고 투자하겠나15. 죽어가는 작물... 기후위기 막는 방법은 하나다  16. 한덕수 대행 거부권 행사한 양곡관리법? 17.쏟아지는 비판에도 초호화 친환경 크루즈는 계속된다. 

 

민주주의·기후, 방관과 심판의 시간

가을이 늦게 온 탓에 단풍 위로 눈이 하얗게 쌓였다. 정애리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제공

지구의 기후가 온난화를 지나 끓고 있다는 표현을 한다.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이라 불려왔던 1.5도를 이미 넘나들고 있다. 올여름이 앞으로의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을 한다. 실제로 그렇다. 지난 7월 지구는 175년간의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곳곳에서 더 무자비한 폭염이 내리쪼이고 더 흉포한 홍수가 할퀴는 여름을 매해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이다. 남한 영토를 종단해도 500에 그친다. 그런데도 어느 지방이 가뭄에 신음할 때 동시에 다른 곳에는 폭우가 쏟아지곤 한다. 고랭지 배추가 녹아내리고 양식장의 바다 생물은 폐사하고 있다. 사과가 강원도로 이주하고 동해에서 명태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폭염을 피해 더 이상 물러설 수 있는 더 높은 곳, 더 북쪽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밥상에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1월 말, 서울에는 첫눈의 이름으로 폭설이 내렸다. 두주 전만 해도 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나들었으나 대설경보가 내려졌다. 1907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월 적설량으로는 압도적인 최고치를 기록했고, 가을이 늦게 온 탓에 아직 선명했던 단풍 위로 하얗게 쌓인 눈은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마냥 아름답다고만 보기 어려운 까닭은 내린 눈의 무게가 평소보다 훨씬 더 무거웠기 때문이다. 물은 무겁다. 각 변이 1m인 정육면체에 물을 담으면 약 1톤에 이른다. 소형차 한대 정도의 무게다. 눈은 보통 물에 견줘 5~20배가량 가벼워서 같은 정육면체에 눈을 담으면 50~200정도이다. 하지만 11월의 첫눈은 그보다 두배 이상 무거운 습설이었다. 공장이나 시장의 지붕이 무너지고 거리의 구조물이나 나무들이 쓰러졌다.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초겨울까지도 이상 고온을 유지한 탓에 수증기가 대기 중에 대량으로 공급된 탓이다. 앞으로 이런 일들과 익숙해져야 한다. 뉴노멀이라고 한다. 재난의 일상화라고 불러도 좋다. 현재의 기후가 이미 우리 사회의 대응 한계를 훌쩍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기후로 취약계층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앞으로 그들의 취약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인권의 문제라고도 한다. 기후소송에 대한 헌법 재판소의 판결도 이들과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을 바꾸라 한다. 바꿔야만 한다. 지난 1111일부터 24일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렸던 제29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이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가 합의되었고, 파리협정에서 합의되었던 국제탄소시장의 세부 이행지침이 마련되었다.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더라도 우리 인류가 보다 정의롭고 보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늘의 화석상’ 1위에 선정되는 오명을 얻었다.

속도에 시간을 곱하면 이동 거리가 된다. 이와 같은 물리학의 법칙은 우리 사회에도 적용된다. 사회의 방향에 시간이 곱해지면 사회적 성취가 된다.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보해 가겠지만 반대 방향이라면 그 사회는 퇴보해 갈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잘못된 선택에 방관의 시간이 곱해지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혼란도 민주적 가치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선택과 방관이 만들어 냈고, 기후위기 또한 인류가 오랫동안 외면해온 지구 환경의 가치에 대한 그릇된 판단의 누적이다. 민주주의도 기후도 이제 심판의 시간이다. 다만 기후의 경우에는 심판의 주체가 지구이고 그 대상은 우리 모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한겨레

 

내가 있는 자리에 내가 없는 건 아닐까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의 오후. 내가 있는 곳에 내가 있기를. 배정한 제공

혼자 밥 먹는 건 세상 외로운 일인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혼밥이 편하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학교 식당에서 둘러보면 어림잡아 절반은 스마트폰을 친구 삼은 혼밥족이다. 나는 단 15분이라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한 손에 잡히는 가볍고 얇은 책 한 권을 들고 식당에 간다. 가장 아끼는 동반자는 줌파 라히리의 내가 있는 곳’. 아무 데나 펼쳐 두세쪽 읽으며 혼밥을 즐긴다. 표지가 너덜너덜해져 다시 샀는데, 얼마 전엔 그만 된장국을 엎질러 또 한 권을 샀다.

내가 있는 곳은 영국 런던의 인도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로드아일랜드로 이민해 성장한 경계인인 줌파 라히리가 낯선 언어인 이탈리아어로 쓴 소설이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나는 너무나 큰 슬픔을 느낀다. () 충격을 받을 때마다 출렁이는 단지 속 액체처럼 이동 자체가 나를 흔든다.” 이탈로 스베보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소설은 주인공이 사는 도시의 여러 장소를 배경으로 한 마흔여섯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의 제목은 모두 ○○에서인데, ○○를 채우는 단어는 집, 그의 집, 엄마의 집, 심리상담사의 집, 침대, 발코니, 거울, 그늘, 사무실, 보도, 길거리, 산책길, 공원, 광장, 서점, 문구점, 식당, 카페, 슈퍼마켓, 계산대, 뷰티숍, 수영장, 박물관, 빌라, 바다, 호텔, 휴가지, 묘소, 병원 대기실, , 매표소, 기차 안 등 그(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장소들이다.

주인공은 일상의 익숙한 장소들과 관계 맺으며 자신의 자리에 뿌리내리고자 애쓰지만 늘 힘들어한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현재의 자리에 머물려 하면서도 새로운 자리를 열망하는,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 마침내 주인공은 계속 거주해온 도시를 떠나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외국에서 1년을 보내기로 한다. ‘아무 데서도라는 제목을 단 마흔다섯번째 이야기에서 그는 묻는다. “머물기보다 나는 늘 도착하기를, 아니면 다시 들어가기를, 아니면 떠나기를 기다리며 언제나 움직인다. () 우리가 스쳐 지나지 않고 머물 어떤 곳이 있을까?” 그리고 답한다. “방향 잃은, 길 잃은, 당황한, 어긋난, 표류하는, 혼란스러운, 어지러운, 허둥지둥대는, 뿌리 뽑힌, 갈팡질팡하는. 이런 단어의 관계 속에 나는 다시 처했다. 바로 이곳이 내가 사는 곳, 날 세상에 내려놓는 말들이다.”

소설 속 도시에는 이름이 없다. 주인공의 직업과 나이대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 넓은 여백이 있어서 독자는 그의 상황과 감정에 나를, 우리를 능동적으로 대입하게 된다. 그의 장소와 이동 동선을 둘러싸고 뚝뚝 끊기면서도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나의, 우리의 장소 기억이 호출되고 중첩된다. 내가 있는 자리에 내가 없는 것은 아닐까.

산다는 건 결국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머무르고 떠나며 공간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와 기억이 자란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우리에게, 두터운 구체성이 삭제된, 추상적인 선만을 기억하게 하지만…… 우리가 오랜 머무름에 의해 구체화된, 지속의 아름다운 화석을 발견하는 것은, 공간에 의해서, 공간 가운데서. 사건과 의미와 기억이 쌓여 공간은 장소가 된다. 공간은 경험을 통해 장소가 된다. 인문지리학자 에드워드 렐프는 장소와 장소 상실에서 사람이 된다는 건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 찬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라 말한다. “사람답게 산다는 건 나의 장소를 가지고 나의 장소를 안다는 뜻이다.” 공간을 넘어 장소와 관계 맺고, 즉 자신의 자리를 잡고 살고 싶은 게 줌파 라히리의 주인공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하지만 마땅한 자리에 안온하게 거주하고 노동하며 산다는 건 지난한 일이다. 라히리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누구나 한 장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표류하며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한다. ‘장소 상실’(placelessness)에 불안해하며 자신의 장소를 갈구한다.

거기엔 그곳이 없다.”(There is no there there.) 데어(there)가 세번이나 들어간 이 짧은 문장만큼 장소 상실을 또렷이 설명해주는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작가 토미 오렌지는 고향을 빼앗긴 도시 인디언들의 역사와 자화상을 그린 소설 데어 데어를 쓰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모두의 자서전에서 이 문장을 발견하고 깊이 공감해 책 제목에 담았다고 한다. “거기엔 그곳이 없다는 유럽에서 돌아온 스타인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를 30년 만에 다시 찾았으나 유년의 집과 농장이 주택단지와 공원으로 탈바꿈한 걸 목격하고 안타까워하며 남긴 말이다. 물론 이런 대규모 도시 개발을 통해서만 장소 상실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강제 이주자나 유배자, 이민자나 난민, 라히리 같은 지리적 경계인만 장소 상실을 겪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도시의 탈맥락화, 획일화, 표준화는 우리와 엮인 장소의 대부분을 납작하고 평평하게 만들어 장소의 의미와 기억을 소거한다. 라히리의 주인공과 우리는 나의 자리가,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는 불안감과 당혹감을 겪으며 살아간다.

오늘도 매일 머무는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매일 가는 식당에서 혼밥으로 배를 채우며 내가 있는 곳을 펼쳤다. 번역자 이승수는 소설 제목을 의문문으로 바꾸면 난 어디에 있을까일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있는 자리에 내가 없는 것은 아닐까. 매일 걷는 교내 산책길로 걸음을 옮기다 방향을 돌려 한강행 버스에 올라탔다. 강바람이 세차고 첫눈이 채 녹지 않았지만, 선유도공원은 여느 때처럼 나를 환대한다. 줄지어 선 미루나무 밑 작은 벤치가 나에게 자리를 내준다. 정수장 시절의 울퉁불퉁한 콘크리트 생살과 짙은 물 얼룩 위로 예리한 겨울 햇살이 떨어진다. 내가 있는 곳에 내가 있기를. 나의 자리를 더 살피고 돌보리라 생각하며 겨울 공원의 오후를 보냈다.

배정한 |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공원의 위로저자/ 한겨레

 

판다와 생태문명

중국 생태문명 건설, 대안인가 마케팅전략인가

쓰촨성 청두서 열린 ‘2024 글로벌 판다 파트너스

인간과 사회, 자연의 조화로운 발전 추구

 

판다 외교

하얗고 우람한 몸집에 검정 목도리와 선글라스·부츠를 착용한 듯한 외모, 어린아이처럼 땅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휘어지는 대나무 가지를 양손으로 잡아당겨 아작아작 먹는 모습, 하루 대부분을 먹거나 자면서 보내는 느긋한 습성. 중국인들이 국보로 취급하는 멸종위험 동물 자이언트 판다(大雄猫)를 바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20207월 한국에서 태어나서 올 4월 중국으로 건너간 푸바오(福寶)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의 한국방문을 계기로 삼성물산(용인 에버랜드)이 대여한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의 장녀로서 탄생부터 시작해 활달하고 영리한 푸 공주로 자라기까지 전 과정을 온 국민이 지켜보았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만4세 이전에 원산지인 중국 쓰촨성으로 귀환한 이후에도 오로지 푸바오를 보기 위해 청두시 인근 워룽 선수핑 판다기지까지 다녀오는 패키지 상품이 생겼을 정도로 열혈팬들이 많다.

청두 자이안트판다 기지에서 판다가 대나무를 먹는 모습. 한윤정

지난 1126, 쓰촨성 청두시에서 열린 ‘2024 글로벌 판다 파트너스(GPP)’라는 콘퍼런스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중국 5대 도시로 꼽히는 청두는 삼국지에서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수도이며 지금은 2200만 명이 거주하는 쓰촨성 성도이다. 판다의 고향답게 티엔푸 국제공항에 내리면서부터 도시의 모든 곳에서 판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GPP는 신화통신사 청두 분사와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 등의 공동 주최로 올해 처음 열렸는데 중국에서 판다를 임대받은 국가의 전문가, 활동가들을 초대해 판다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친선을 다지는 행사이다.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확인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생태문명을 홍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24 글로벌 판다 파트너스행사 장면. 한윤정

곰과 너구리의 중간쯤 되는 판다는 쓰촨성 일대에만 서식하며 육식동물의 장기를 가졌으면서도 대나무를 주로 먹는 초식동물이다. 다 자란 판다는 몸무게가 100이 넘는데 워낙 열량이 적고 영양이 부족한 대나무를 하루 30씩 먹는 탓에 그 독성으로 인해 잠을 많이 잔다. 청두 인근 네 군데 판다기지에서 사육되는 판다는 보통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에 나와서 대나무를 먹을 뿐 오후에는 잠을 자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 년 중 사흘만 교미할 정도로 번식률이 낮아서 전 세계에 2500마리(야생은 1800마리) 정도 서식한다.

판다는 중국의 중요한 외교 수단이다. 판다가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세계무대에 등장한 것은 1930년대이며 1980년대부터는 우호적 국가에 커플 판다를 임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국과 가깝기만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사육과 관리를 위한 상당한 지식과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까지 판다를 임대한 국가는 유럽 10개국을 포함해 20개뿐이며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싱가폴, 카타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에 판다가 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스크바 동물원 관계자는 수십 년간 시행착오 끝에 2023년 러시아에서 처음 태어난 암컷 판다 카추샤’(톨스토이 소설 부활의 여주인공 이름)의 성장 일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청두에서 판다는 핵심적인 경제 수단이기도 하다. 대나무 숲이 우거진 판다기지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며 이곳에서 판매하는 판다 캐릭터 상품은 끝도 없다. 한참 경제가 발전하는 도시답게 청두 도심에는 세계 각국의 명품 숍이 즐비한데 그중 국제금융센터는 판다가 기어 올라가는 장면을 연출한 외벽으로 유명하다. GPP를 계기로 청두와 병마용으로 유명한 시안 등 인근 도시들은 판다를 중심으로 하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생태문명

판다는 청산녹수가 금산은산이라는 중국 생태문명 정책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자연을 잘 보존하는 것이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1972년 첫 유엔 인간환경개발회의가 열리면서 확립된 세계 환경 거버넌스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2000년대 들어 생태문명이란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2012년 후진타오의 권력을 승계한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헌법에 생태문명 건설을 포함시켰으며 생태문명의 수립이 당대와 미래의 세대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천명했다.

당시 생태문명이란 인간 문명의 발전에서 새로운 개념으로서 인간과 사회, 자연의 조화로운 발전 법칙을 따르는 과정에서의 물질적·영적·조직적인 성취이며 문명의 과정을 숙고하면서 사람 간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 사회 간의 조화로운 공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윤리적 도덕이며 이데올로기”(주광야오·중국생태문명촉진협회)라고 정의된다. 유엔 환경계획은 그린 이즈 굿(Green is Gold)라는 소개 책자를 내는 등 생태문명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2017년 제19차 중국공산당 대표자대회를 계기로 생태문명 정책은 본 궤도에 들어섰다. 대회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문명 건설은 신시대 사업으로 산업문명이 일정한 역사적 단계로 발전한 산물이자 인류문명 발전의 역사적 추세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 실현과 관련되는 대사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전체 인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샤오캉(小康)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면서도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생태문명은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희석되는 공산사회의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진정성을 놓고 수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조차 경제개발을 자연보호보다 더 중시하는 상황에서 생태문명이라는 담대한 개념을 제시한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개인과 단체도 많았지만 동시에 녹색 관련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중국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의심도 커졌다. 중국은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을 발전시키면서도 일찍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등에 국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왔다. 이들 상품을 세계시장에 판매하는데 필요한 구호로서 생태문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청두만 해도 서부 대개발의 중심지로서 엄청난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게 느껴진다. 대규모 국제공항을 지은 지 10년 남짓 되었고 신시가지에 들어선 신세기 글로벌센터는 단일면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연면적 51만 평(176)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미국 펜타곤의 3배에 이른다. 도시를 방사형으로 둘러싼 네 개의 원환 도로 바깥으로 계속 도로가 확충되며 바이오 클러스터를 목표로 한 고층건물 건설도 한창이다. 차도에는 테슬라보다 인기가 높은 중국산 전기차 비야디(BYD) 못지않게 대형 벤츠, 볼보, 아우디가 즐비하다.

국가 정책으로서 생태문명은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동시에 포스트자본주의 시대에 대응한다는 투 트랙 전략에 가깝다. 해안에는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내륙에는 태양광발전소를 짓는다. 도로를 건설하면서 그 둘레에 공원을 만든다.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판다를 내세워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생태중심주의가 아니라 인간중심주의이다. 그렇다면 생태문명이라는 구호는 기만이고 허상일까? 진짜 대안은 정부가 아닌 민간, 도시가 아닌 향촌에서 찾을 수 있다.

향촌건설운동

콘퍼런스 다음 날, 중국후현대발전연구원 대표인 왕찌허(王治河) 박사와 함께 청두 북쪽 푸장현 티에뉴츤(鐵牛村)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이곳은 3000여 명의 주민이 1980년대부터 오렌지를 키워온 농촌이다. 그런데 고령의 구촌민과 구별되는 젊은 신촌민이 들어오면서 코로나19 직전인 201911탐미생활이라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마을을 바꾸고 있다. 우리를 안내한 자오징(趙璟) 박사는 UCLA를 졸업한 생화학자인데 상하이에서 제약회사에 다니다가 친환경 건축가이자 향촌건설운동가인 남편 시궈핑(習国平), 두 아이와 함께 이곳으로 이주했다. 부부는 60여 명에 이르는 신촌민 그리고 300여 관계 인구의 지도자이다.

이들이 먼저 한 일은 오렌지 농사를 유기농업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농약이나 비료를 뿌리지 않은 오렌지는 단맛이 덜한 대신 껍질까지 먹을 수 있고 땅을 부드럽게 만든다. 유리병에 채집해놓은 흙은 몇 년 사이 딱딱하고 밝은 갈색에서 부슬부슬한 검정으로 바뀌었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당의 주메뉴는 채식 훠궈 샤브샤브인데 인근에서 지배된 유기농 채소와 콩고기로 구성됐을 뿐만 아니라 잘 말린 오렌지 껍질을 넣어 향긋한 냄새가 난다.

티에뉴츤 마을회관에 설치된 신촌민의 역사. 한윤정

신촌민들은 오렌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오렌지 마멜레이드, 오렌지 차, 오렌지 과자, 할머니들이 손뜨개로 만든 오렌지 모양 장식품 등을 식당과 붙은 작은 가게에서 팔고 있다. 마을 활동의 중심이 될 커뮤니티 센터를 짓고 있는데 기초에도 전혀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으며, 에어컨 대신 자연 공조시설을 활용한 친환경 건축물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마을회관에는 탐미생활의 역사를 잘 기록했다.

이런 장소가 만들어진 이유는 지방정부의 유인책과 젊은 세대의 욕구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푸장현은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단지를 조성하면서 여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마을과 연계해서 아이를 키우고 살아가도록 배려했다. 당초 자오징 박사 부부에게 이주를 제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초기 신촌민들의 헌신 덕분에 다양한 직군의 고학력자들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경제뿐 아니라 보육과 교육, 문화시설이 향상되고 있다. 쓰촨성은 이처럼 살기 좋은 2000개의 마을, 100개의 고품질 마을을 육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 정책을 쓰고 있다.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면서 은퇴자나 일부 젊은 층이 비싸고 경쟁적인 도시를 떠나서 시골에서 삶의 기반과 일자리를 찾고자 한다. 그러나 차이라면 중국은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향촌건설운동의 오랜 전통 아래 있다는 것이다. 서구의 근대화, 산업화에 맞서 주권과 농촌을 지키려는 삼농(농업·농민·농촌) 운동이다. 거대한 중국 인민을 먹여 살리는 건 결국 농업이며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불황에 대한 완충장치로서 농촌이 존재해야 한다는 농업경제학자 원톄쥔(백년의 급진저자)의 사상으로 이어졌다. 티에누츤 역시 이런 전통과 연결돼 있다.

자본주의는 최고의 기술과 생산성을 가능하게 만든 매우 효율적인 경제 제도이다. 담대한 도전과 혁신, 재능과 노력에 적합한 보상을 준다. 그러나 대지에 뿌리내리고 고유의 습성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무대는 더불어 삶이 가능한 마을이다. 젊고 뛰어난 중국 젊은이들이 티에뉴츤 같은 곳으로 모여들고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는 것은 중국 생태문명의 다른 모습이다. 공식적인 구호가 그 내용을 전부 채우지는 못하더라도 사회적 지향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생태문명이라는 말은 소중하다.

한윤정 한신대 생태문명원 공동대표/시민언론 민들레

 

독도 습격한 이놈들

2021년 독도에 설치된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집쥐. 사진 대구지방환경청

환경부가 독도 집쥐소탕 작전에 나섰다. 독도에 서식하는 집쥐의 개체 수가 급증해 독도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어서다.

시궁쥐라고도 불리는 집쥐는 철새인 바다제비와 괭이갈매기의 알을 먹어치우는 잡식성이어서 독도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 또 배설물로 인한 질병의 발생과 독도경비대 전자장비·시설물 훼손도 우려된다. 설치류의 습성상 땅굴을 파기 때문에 토심이 얕은 독도지형은 낙석이나 토사 붕괴 등 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

선박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

1호 특정도서이자 천연보호구역인 독도에 집쥐가 유입됐다는 사실은 2010년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당시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 때 서도의 몰골 근처 자갈밭에서 사체가 발견됐다. 동도에서는 2015년부터 집쥐가 확인되고 있다. 사람과 짐을 싣고 독도로 들어온 선박을 함께 타고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언제부터 집쥐가 독도에 서식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다만 독도에 여러 공사가 진행되면서 선박을 타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도 집쥐 모습. 중앙포토

독도 내 집쥐 수는 2021년 기준으로 100~150마리로 추산한다. 지난해 세 차례 현장조사 결과 1차 때는 동도의 독도경비대 태양광 발전시설·헬기장·영해기점표기석 등 7개 지점에서 집쥐 배설물이, 태양광 발전시설과 등대 주변에서 집쥐가 판 굴이 발견됐다. 서도에서는 5개 지점에서 배설물이 나왔고, 어민 숙소 뒤편에서 굴도 발견됐다.

2차 조사에서는 총 8개 지점에서 집쥐의 흔적이 발견됐고, 굴은 2곳이 확인됐다. 3차 때는 서도는 조사하지 못한 가운데 동도에서만 6개 지점에서 배설물이, 2곳에서 굴이 관찰됐다.

독도 내 집쥐가 가장 많이 산다고 추정되는 곳은 서도 주민 숙소다. 지난해 5~10월 독도에 설치한 5대 무인센서카메라 영상 29410장을 분석한 결과 집쥐는 총 716회 포착됐다.

1년 최대 460마리 낳는 번식력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은 내년 5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독도 내 집쥐 서식 현황을 파악하고 퇴치·관리 방안과 추가 유입 방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집쥐 소탕 용역을 맡은 조영석 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지난달 독도 동도에 무인카메라 30대와 덫 30여 개, 서도에 무인카메라 1개와 덫 1개를 설치해 집쥐를 감시·포획 중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독도 전경. 김정석 기자

집쥐 소탕이 어려운 것은 왕성한 번식력 탓이다. 집쥐 암수 한 쌍은 1년에 새끼를 최대 460마리까지 낳을 수 있다. 포획하는 수보다 번식하는 수가 많아 완전 소탕이 어렵다. 잡식성이라 닥치는 대로 먹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집쥐의 시력은 약하지만, 후각·미각·청각·촉각은 매우 발달해 있고, 번식력이 강해 완전한 소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먹이가 줄어드는 겨울철에 최대한 덫을 설치해 집쥐를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소탕하겠다는 것이 환경당국의 전략이다.

관련법에 따라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독도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유산청도 선박 승·하선자와 화물 방역소독, 입도 시 검역실시 등의 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울릉=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지역과 국가가 가난해지는 결정적 이유

포용과 착취 그리고 2024년 한국의 '불법 계엄'을 보면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촛불대행진'1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일대에서 진행됐다. 탄핵안 투표 용지와 함께 "제발 네모 안에 ''를 넣어"라고 적힌 깃발(개막 전 해체를 바라는 KBO 10개 구단 팬 임시연합)이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휘날리고 있다.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David Putnam) 교수는 이탈리아의 북부 지역은 잘 사는데 남부 지역은 가난한 이유를 찾고자 했습니다.연구 결과, 북부 지역에선 시민들이 수평적 관계 속에서 서로를 신뢰하고 지역 현안에 적극 참여하고, 지방정부는 민주적이고 투명적으로 운영돼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반면 남부 지역에선 공적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의견 개진이 미약하고 지방정부의 운영은 불투명하고 부패가 만연하여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지역의 현안이 발생하면 북부에서는 공론장에서 토론과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데 비해, 남부에서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유력자에게 개인적 청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남부 지역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연대는 혈연, 학연 같은 협소한 사적 인연에 국한되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불신하고 배제하는 일종의 패거리 문화가 강했다고 합니다. 마피아 조직의 본거지가 바로 이탈리아 남부 지역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지역적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남부 지역의 경제적 낙후를 개선하기 위해 이탈리아 중앙정부가 많은 재정을 투여했지만 그 성과가 미미했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재정을 얻어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 내부의 개혁입니다. 퍼트넘 교수는 이러한 이탈리아 사례 연구를 통해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Making Democracy Work)>라는 책을 썼고, 이 책은 시민 공동체와 사회적 자본의 수준, 즉 지역 민주주의의 수준이 지역 경제 발전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명저가 됐습니다.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 그리고 '불법 계엄'

퍼트넘 교수가 한 국가 안에서 지역 간 경제 발전의 차이에 주목했다면, 2024년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 교수는 국가 간 경제 발전의 차이에 주목했습니다.

그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 The Origins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에서는 부유한 나라는 포용적인 정치 및 경제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는 그 나라의 착취적인 제도 때문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포용적 제도를 갖춘 나라는 권력이 고루 분산돼 있고 법과 질서가 잘 확립돼 있으며, 공정한 경쟁 환경 속에서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행됩니다. 반대로 착취적 제도를 가진 나라는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어 있고 경제적으로도 소수가 다수를 착취하는 제도가 온존합니다.

이 두 권의 책 모두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지역과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 중에서 이 책들의 내용과 상반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지역 발전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자신과 연관된 소수의 사적 이익을 위해 소중한 지역 자원을 소모하는 지역 권력자들, 지역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는 시끄럽고 시정 운영에 방해만 된다고 생각하고 폐쇄적 밀실 행정으로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자치단체장과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는 지역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거나 부익부 빈익빈을 유발하고 비생산적 지대 추구자에게 불로이익을 안겨주는 제도나 정책 역시 경제적 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국가의 최고 책임자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해 '척결'하겠다고 불법적인 계엄을 선포해 군대를 동원하는 행위는 법과 질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여 국가 경제의 토대를 망가뜨리는 행위입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잘 사는 나라들은 역사의 결정적 분기점에서 포용적 제도라는 올바른 선택을 했던 나라라고 합니다. 결국 역사의 분기점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의 역량이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그 선택 과정을 함께 한 시민들은 그 집단 협력의 성공 경험 속에서 형성된 사회적 유대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유발, 윤석열의 석유가스시추계획을 탄핵하라'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들이 16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 위기를 유발하는 석유·가스 시추계획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정말 지쳤다면적당히 살아도 괜찮다

“‘그냥 살자며 완벽 내려놓을 때 스트레스는 멀어진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직장인 정신건강 교육 때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분노, 불안, 그리고 번아웃(탈진)을 겪으며 병원에 찾아오는 직장인들은 다들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노동자 정신건강에 일찌감치 관심을 두고 2013년 기업정신건강연구소를 설립하고 10년간 소장을 역임한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상 속 번아웃을 피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제1계명으로 그냥 살자고 제안한다. 이는 그가 지난 30년간 수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세운 행복 십계명을 꿰뚫는 핵심 조언이다.

신 교수는 2019년 저서 그냥 살자와 여러 기업·대중 강연에서 어김없이 여러분이 정말 지친 상황이라면 적당히 살아도 괜찮다는 제1계명을 기억하라고 강조해왔다.

다만, 신 교수는 “‘그냥 살자는 말이 대충 살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수용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또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추자는 말이라며 이렇게 할 때 에너지를 꼭 써야 하는 곳에 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인들의 현실에선 여러분이 무슨 일을 하고 있건 회사도, 집도, 세상도 모두 전쟁터가 돼버렸어요. 인생이 늘 전쟁 상태입니다. 자면서도 온몸에 힘주고 있을 정도로 24시간 내내 긴장 상태로 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스트레스는 양상만 달라질 뿐 죽을 때까지 우리를 쫓아옵니다. 여기서 벗어나면 또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요. 그러니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사는 수밖에요.”

신 교수는 스트레스와 마음의 아픔, 좌절과 상처가 이 인생 전체를 압도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우리 인생에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 또한 우리 삶의 작은 부분임을 인식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이를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능동적 포기’, 즉 적극적으로 문제를 받아들이는 수용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세상에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도, 고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빠르게 인정하고 과감히 포기할 때 비로소 문제 해결의 출발점에 서게 됩니다. 수용이나 포기나 결과는 같을 수 있어도 그 과정은 정반대예요.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울해졌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의미에 대해선 아플 땐 아파하고 슬플 땐 슬퍼하며 힘들 땐 힘들어하지만, 그 이후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상태라고도 정의했다. 간단하게는 스트레스에서 살아남는 일이다. 그러면서 스트레스에서 살아남는 이들은 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들이라고도 강조한다. 사람이 돌아올 곳이 없다는 건 돌아올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희망이 없는 상태기도 하다.

신 교수는 이를 위해 3가지 실천 계명도 조언했다. 자존감을 세우고 집착하지 않으며 관계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자존감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한 개인의 무기다. 진정한 자존감은 나는 잘났어, 나는 최고야, 뭐든 할 수 있어이런 자기 위로나 자기 최면이 아니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에서 출발해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며 완성된다. 10년이든, 20년이든 시간은 상관없다. 신 교수는 불안하기에 인생의 승부를 빨리 보려고 서두르지만, 사실 인생의 시간은 부족하지 않다, 바로 오늘 시작해야 한다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어 지금 시작할 수 있다면 시간은 나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을 대상으론 집착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일과 일상을 구별하라는 조언이다. 직함 등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 등을 자아와 동일시해 집착하면 스스로가 정한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명함이 사라지면 인생이 사라지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다. 완벽주의에 대한 압박에서도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꼼꼼하고 세심한 성향은 업무에선 필요하지만, 일상으로까진 가져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관계에 대해선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과 진심 어린 소통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기억을 쌓아갈 것을 조언했다. 강렬한 감정 상태를 동반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기에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또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대에게 평생의 기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소통하자는 제안이다.

아픈 기억을 안고 어떻게 살아갈까요? 시간은 놀라운 치유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저절로 기억이 잊히거나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픔을 갖고도 살 만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은 기억조차 못하는 툭 던진 한마디 말이 누군가의 삶에는 목숨을 잃을 만큼 나쁜 기억이 될 수도, 인생이 바뀌는 위대한 감정기억의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그저 삶의 작은 부분입니다. 지금은 힘들고 지친 상황일 수 있고 앞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며 가치 있는 사람인지 깨닫는다면,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고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닫는다면, 많은 스트레스는 결코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최지현 객원기자/한겨레

 

다대포 해변~아미산전망대 승강기로 10새 명물 기대

사하구, 낙조관광명소화 추진낙조로 유명한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과 아미산 전망대를 관광 명소화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아미산 전망대까지는 엘리베이터 2대를 연결한 승강기 어반 코어(조감도)’가 설치되고, 낙조분수광장에는 워터스크린이 마련된다.

사하구는 아미산 낙조 관광경관 명소화 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이달 중으로 마무리한다고 16일 밝혔다. 구는 이 용역을 토대로 내년 1월부터 1년간 실시설계 용역을 한 뒤 2026년 본격적으로 주요 공사에 나설 계획이다구는 앞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계획에 이 사업이 최종 선정돼 사업비 195억여 원을 확보했다.

이번 용역을 통해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승강기 어반코어의 형태가 바뀐 점이다. 구는 애초 높이 70의 어반코어를 설치해 70도 이상 경사도를 가진 비탈면을 이어주는 교량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한토목학회와 교량 시공 전문 업체 등에서 ‘70이상 높이에서 교량을 설치할 크레인이 국내에 없다는 자문을 받아 설계를 변경했다.

애초 계획한 높이에서 교량을 설치하려면 300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크레인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최대 150급밖에 없어 최악의 경우 크레인이 넘어갈 수도 있다. 또 교량 중간에 기둥이 없는 특수교량으로 제작하려고 했는데, 사업비가 2배 이상 들어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이에 구는 2단형 승강기를 설치해 높이를 낮추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교량의 길이도 줄였다. 어반코어가 용역대로 설치되면 아미산 전망대와 다대포 해수욕장 간 거리를 도보 30분에서 10분 이내로 단축시킨다.

낙조분수광장 일원에 조성될 계획이던 일루션라이트의 설계도 수정됐다. 구는 광장 바닥에 빛과 레이저 조명을 투사하는 등대형 구조물(프로젝터)을 세워 증강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용역 과정에서 광원을 확대했을 때 초점이 잡히지 않아 관람객이 영상의 형태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 구는 낙조분수광장에서 분수 방향으로 워터스크린을 설치해 물줄기 사이의 수막에 영상을 구현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또 소나무 방사림에 미디어 파사드(LED 영상 분사)를 만들어 각종 축제 때 야외영화관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가로 10, 세로 20규모의 대형 워터스크린에는 애니메이션 등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구현될 것이라며 “4년 뒤 본격적으로 시설이 운영되면 사계절 관광객이 늦은 시간까지 머무는 서부산의 새로운 관광 메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창훈 기자 huni@kookje.co.kr

'그냥 출근하지 마세요' 스페인 정부의 놀라운 결단

스페인 대홍수 그 후... 재난에 출근 강제하지 않는 '4일 기후 유급 휴가' 법제화

1031,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역의 알파파르 마을에 홍수가 발생해 철도에 차량 잔해가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1117년 만의 폭설이 내렸을 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그 난리통에도 출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힘도 들지만 무엇보다 위험했다. 만일 그런 재난이 닥쳤을 때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안전을 유지하더라도 월급이 나오는 '재난 유급 휴가'가 법제화되어 있다면 어땠을까. 최근 대홍수를 겪은 스페인은 그런 길로 가고 있다.

지난 1029일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역을 강타한 대홍수는 치명적이었다. 긴 가뭄에 메말라 있던 도시가 8시간 만에 1년 치 비가 내리는 치명적인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겼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떠내려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69000채의 주택과 12500개의 상점이 잠겼고 224명이 사망했는데 절반가량은 70대 이상 노인들이었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에는 '자동차 묘지'도 생겼다. 도심 외곽 곳곳에 물과 진흙 범벅이 된 자동차들을 폐기하기 전에 쌓아둔 임시 장소였다. 대부분 폐기해야 하고, 멀쩡해 보이는 차들도 배터리 폭발 위험 때문에 손을 쓰기 조심스러운 상태였다.

그런데, 이처럼 끔찍한 재난이 벌어진 지 한 달이 지난 1128, 스페인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바로 기후 재난이 벌어질 경우 노동자들이 직장 출근을 안 해도 될 수 있게 최대 4일간의 '기후 유급 휴가'를 승인한 거다.

재난 상황에서 일하지 않을 권리

노동법에 '기후휴가'가 포함돼 재난 발생 시 출근이 불가능해진 노동자에게 최대 4일간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최대 4일까지 유급휴가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공영방송 RTVE 보도, 2024.11.28)

스페인의 제2부총리이자 노동사회경제부 장관인 욜란다 디아즈(Yolanda Díaz)는 공영방송 RTVE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 의회나 자치 공동체, 정부 또는 국가의 비상 당국이 외출에 위험이 있거나 개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상황, 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출근할 수 없다고 지시하는 경우 여러가지 집단적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노동자들이 기부금 등을 통해 최대 4일간 전액 급여를 받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재난 상황에서 일하지 않을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거다.

스페인의 노동조합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며 노동자들은 생명이 위험할 경우 출근하지 않을 권리가 이미 있지만 재난 중에는 이 권리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환경전문언론 <몬가베이(Mongabay)>는 이 법제화에 대한 스페인 각계각층의 반응을 소개했는데 아래와 같다.

마드리드에 있는 국제법과환경연구소의 CEO인 아나 바레이라는 우리에게 전화로 "이것은 재앙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는 사람들이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차에 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람들은 직장에 가거나 물건을 운반하던 중이었습니다."

스페인 바스크 기후 변화 센터의 기후 변화 적응 전문가인 마르타 올라사발은 이메일을 통해 "이것은 기후 비상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큰 진전입니다"라고 적었다. (몬가베이, 2024.12.10)

실제로 대홍수 당시 발렌시아의 보네르 쇼핑몰에서 일하는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홍수로 인해 밤샘 대기를 했다. 한 노동자는 자신의 상사가 상황이 충분히 심각하지 않다며 집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재난 중 매출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 대해 '게으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기업과 보험회사에도 유익하다는 의견도 있다. 위험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부상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 조치가 재난 기간 동안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안전하지 않은 근무 조건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눈길 걷는 시민들이틀 연속 폭설이 내린 지난 112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정책을 통해 기상 당국의 공식적인 기후 경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관측에 따른 경보가 내려질 경우 고용주는 처음 4일 동안 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그 이후에는 정부가 ERTE라는 형태로 추가 노동 비용을 부담한다(ERTE는 코로나19 기간 중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정부의 실업급여 지급 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일단 휴가를 쓰고 나중에 휴가 기간을 축소하는 식이었지만 이번 '기후 유급 휴가'는 나중에 되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불가역적 제도라고 한다).

한편 <유로뉴스>는 스페인 정부가 유급 휴가 제도와 함께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기업들이 기후 재난시 노동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방수칙을 보고할 것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목요일에 채택된 규칙은 또한 회사가 재난 및 악천후에 대비해 특별히 위험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동자는 재난 경보가 활성화될 때 이러한 조치가 무엇인지 알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심각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는 가능한 한 빨리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조치에 대해 알리고, 위험이 가라앉을 때까지 작업을 중단하도록 해야 합니다. (유로뉴스, 2024.11.28)

117년 만의 폭설로 수도권 교통이 마비되었을 당시가 떠오른다. 기후재난에서 출근하지 않을 권리, 미리미리 노사정이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참고자료]

- 'El Gobierno aprueba unos "permisos climáticos" para evitar desplazamientos en catástrofes' (RTVE, 2024.11.28, https://www.rtve.es/noticias/20241128/gobierno-permisos-climaticos-evitar-desplazamientos-catastrofes/16350006.shtml )

- Shanna Hanbury, 'Spain adopts paid 'climate leave' policy following deadly floods' (Mongabay, 2024.12.10, https://news.mongabay.com/short-article/spain-adopts-paid-climate-leave-policy-following-deadly-floods/)

- Rosie Frost, 'Spain's new 'climate leave' gives workers four days off during extreme weather' (Euronews, 2024.11.28., https://www.euronews.com/green/2024/11/28/spains-new-climate-leave-gives-workers-four-days-off-during-extreme-weather)/ 오마이뉴스

'국가녹조대응센터 추진, 과연 정당한가?'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 지적... 국회 '낙동강 녹조 어떻게 대응' 토론회 관련

"국가녹조대응센터 추진, 과연 정당한가? 정권 맹종하다 논리 모순에 빠진 환경부, 녹조 대책 실효성 부재. 이미 검증된 보 수문 개방 통한 녹조 저감 대책 누락."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경남 밀양창녕의령함안)이 환경부와 경상남도의 후원을 받아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던 '낙동강 녹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에 대해,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이 18일 낸 입장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환경부는 4대강 녹조 대응의 하나로 국가녹조대응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논의를 하고 있다. 국가녹조대응센터는 법률 제정이 돼야 하나 아직 이 절차는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날 국회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 이철규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참석했고, 발제 없이 개회사와 축사, 토론으로 이어졌다. 박상웅 의원은 "녹조 발생이 제일 심한 낙동강 수계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국가녹조대응센터 설립을 강조했다.

김기현 의원도 녹조 문제에 대해 "통합적 센터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선 낙동강 하류인 경남에, 그것도 창녕군 남지읍에 꼭 국가녹조대응센터가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단체는 이날 토론회가 환경부의 국가녹조대응센터 추진에 힘을 싣는 모양새로 보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이날 토론회 녹조 진단과 대책의 부조화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녹조 현황 분석은 현실 반영에 미흡했고, 녹조 대응 대책은 부실했다"라며 "녹조 문제는 4대강사업 강행에 따른 예견된 환경재난이었다. 이 문제는 현재 사회재난으로 확산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낙동강 흐름을 끊는 8개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유속은 평균 10배 느려졌고, 녹조 발생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조류경보제 발령 지점과 발령 일수가 크게 늘었다. 평생 낙동강에서 살았던 어민과 주민들은 낙동강을 거대한 녹조 공장이라 지적할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녹조 독성 발생 등 여러 문제를 거론한 이들은 "녹조 사회재난이 발생한 낙동강 문제는 부당한 권력 집단의 억지와 정치적 색깔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라고 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국가 부처의 상식에서 벗어난 꼼수와 비논리적이면서 타당성이 부족한 대책은 더더욱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상황에서의 국가녹조대응센터 추진을 부당하게 보는 이유"라며 "녹조 문제 해결은 이념이 아닌 국민 건강과 미래세대, 인간 너머 존재를 위해 시급하다. 낙동강을 흐르게 하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cjnews)

농촌 소멸 위기에 정부 여름배추·사과 재배지 신규 조성·2030년 농촌인구 비율 20% 유지

슈퍼마켓이 없는 전국의 농촌 지역에서는 트럭에 각종 물건을 싣고 와 파는 만물트럭이 슈퍼를 대신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이상기후로 인해 반복되는 농산물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여름배추와 사과의 새로운 재배적지를 추가로 조성한다. 소멸위기에 직면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오는 2030년 전체 인구 중 농촌 인구 비율을 2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농업·농촌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은 기후변화 상황에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국가 차원의 대응체계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농산물 신규 산지를 개발하고 재해 예방시설 설치를 확대한다. 품목별로 보 여름배추는 평년 재배면적의 약 20%, 1000(헥타르·11) 규모로 신규 재배 적지를 발굴한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3.5배 규모다.

올해 한 알에 1만원 넘는 금사과파동을 겪은 사과는 강원 등에서 새로운 산지를 2030년까지 2000로 늘리고, 같은 기간 스마트과수원 특화단지도 60곳 조성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개선한다. 또 농업 마스터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농산물 병해충과 생육 정보 등을 알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생산량 변동이 심한 채소류의 상시 비축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년에는 수급 불안 채소류를 해외에서 개발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해외농업개발 모델을 연구한다.

농촌 소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 대책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계속되는 인구 감소와 농업 성장 정체로 농촌이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기후변화와 농업인력 감소로 농산물 생산 불안정이 심화하면서 국민의 생활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에 소멸 위험 농촌지역에는 지자체별로 자율규제 혁신지구를 지정하도록 한다. 일정 구역에 농촌관광 단지 등을 조성해 민간 투자와 인구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농촌체류형 복합단지와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인프라를 조성하고, 농지에 짓는 임시 숙소인 농촌체류형 쉼터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전략을 통해 전체 인구 중 농촌 인구 비율을 지난해 18.7%에서 203020% 수준으로 확대 또는 유지하겠다고 말했다./경향

 

새들의 이혼율늘었다, 기후변화 때문에!

연간 7% 수준이던 세이셸 울새 이혼율 16%까지 상승

새들의 이혼율늘었다, 기후변화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강우 변화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세이셸 울새의 이혼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와 가뭄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새들의 이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6(현지시각) 온라인 과학매체 노틸러스는 강우량의 변화가 인도양의 섬나라인 세이셸공화국 고유종인 세이셸 울새부부의 이혼율을 기존 7%에서 최대 16%까지 상승시킨다는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연구를 보도했다. 논문은 지난달 11일 국제학술지 동물생태학에 발표됐다.

보도를 보면, 최대 수명이 20살에 이르는 세이셸 울새는 평생 혹은 삶의 대부분을 한 상대와 짝을 맺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울새 부부의 관계는 최대 15년까지도 지속하는데, 평균 이혼율은 7%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1985년부터 울새의 생태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꾸상 섬을 찾는 새들에게 가락지를 채워 개체를 식별하며 이들의 행동을 관찰해왔다. 1997년부터는 개체군의 96% 이상에게 가락지가 부착됐다. 이 프로그램은 1년 동안 새가 관찰되지 않으면 죽은 것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한 울새의 습성을 고려해 한 마리가 영역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영역에 나타나면 이혼하고 새 짝을 찾은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새들도 바람을 피우면서 상대를 속이기도 하지만, 일단 한 쌍이 둥지를 공유하기 시작하면 수컷은 새끼를 돌보기 위해 암컷과 협력한다. 부화한 새끼가 자신의 자식이 아니더라도 이는 마찬가지다. 울새의 이혼이 언제 일어나는지, 암수 중 누군가가 먼저 이별을 결정하는지, 이혼 과정에서 다툼이나 공격이 벌어지는지 등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연구진은 울새 이혼율과 기후변화의 상관 관계를 살피기 위해 1997년부터 2015년까지의 울새 커플의 번식과 강우량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간 6.6%였던 세이셸 울새 부부의 이혼율은 강우량이 매우 적거나 많은 해에는 급증해 16%까지 증가했다.

과학자들은 1985년부터 울새의 생태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꾸상 섬을 찾는 새들에게 가락지를 채워 개체를 식별하며 이들의 행동을 관찰해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울새의 이혼율은 강우량이 비정상적으로 적었던 해에 가장 높았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아구스 벤틀라게 흐로닝언대 연구원은 건조한 날씨가 곤충의 먹이가 되는 초목을 감소시킨 데다가 곤충이 알을 낳을 수 있는 물도 적어져 울새 부부는 새끼의 먹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이런 스트레스는 새들이 상대를 능력 없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우량이 유난히 많았던 1997년에도 울새의 이혼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강우량은 곤충을 죽이고, 새의 둥지를 파괴했다. 또 새가 비에 젖으면 체온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부모 새는 새끼의 체온 유지를 위해 곁에 머물러야 하므로 먹이를 사냥할 시간도 줄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왔다. 벤틀라게 연구원은 극단적인 강우 상황 모두가 새들의 번식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혼율 증가가 전체 울새 개체 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해마다 세이셸의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새들은 이미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혹독한 상황에서 이혼은 새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새들이 먹이를 찾는 데 서툰 파트너와 일찍 이별한다면 새끼의 생존율이 높겠지만, 대신 기후 스트레스로 울새가 멀쩡한 짝과 헤어진다면 더 나쁜 상대를 만나거나 독신으로 지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전국에 겨울 철새 132만 마리···가장 많이 찾은 철새는?

지난해보다 39,000마리(2.9%) 줄어

올해 우리나라를 찾은 겨울 철새가 지난해보다 2.9% 줄어든 132만여 마리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들의 전국적 분포 경향을 파악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대응에 활용할 예정이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을 대상으로 이달 13일부터 3일간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센서스)'를 실시한 결과, 전국에 겨울철새 95132만여 마리가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39,000마리(2.9%)가 감소한 것이다.

전남 영암호, 충남 금강호, 경기 임진강, 강원 철원평야 등에서 많이 관찰되며 종별로는 가창오리가 26만여 마리로 가장 많았고 쇠기러기(21만 마리), 큰기러기(15만 마리), 청둥오리(14만 마리) 순으로 나타났다.

12월 전국 오리과 조류(오리류·기러기류·고니류) 분포지도. 환경부 제공

환경부는 이번 철새 현황조사 결과를 관계기관에 공유하고, 철새가 북상하는 내년 3월까지 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할 예정이다.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는 AI 대응을 위해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달 실시된다.

한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전북 만경강 유역을 방문해 철새 도래 현황 및 AI 대응상황을 점검했다. 올겨울 고병원성 AI102일 처음 발생한 후 지금까지 야생조류에서 16, 가금농장에서 11건이 발생했다.

김 장관은 "철새 도래 증가와 함께 AI 위험성이 높아진 시기"라며 "철저한 예찰과 방역으로 고병원성 AI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윤석열, 환경 정책도 돌관 공사하듯 밀어붙여누가 믿고 투자하겠나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202211월 대통령 윤석열은 환경부도 환경산업부가 되라고 했다. 환경부가 규제 부처가 아니라 기업을 돕는 조직이 되라는 주문이었다. 돌아보면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며 환경 정책 뒤집기에 나섰던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윤석열은 불과 27개월여 만에 거의 모든 영역을 망가뜨렸는데, 환경 정책 역시 후퇴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전국 확대 실시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의무화를 없던 일로 한 것은 압권이었다.

지난해 9월 국민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를 시행 직전 자율규제 검토 쪽으로 되돌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두 달 뒤인 11월엔 식당·카페 등의 일회용컵 사용 금지 규제가 없던 일이 되고, 플라스틱 빨대나 비닐봉지 사용을 단속하려던 조처도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 정책을 믿고 종이 빨대 제조에 들어갔던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다. 일회용컵에 붙이는 보증금 라벨 제조 업체, 배송업체 등은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조폐공사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석열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반기후정책들도 탄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윤석열이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 4쓰레기 박사로 불리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을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홍 소장은 “‘일회용품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 중 최악이 아닐까 한다탄소중립이든 순환경제든 결국은 경제·산업 시스템의 전환인데, 이쪽 스타트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했다. 한국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를 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는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부가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면서 정책이 후퇴하고 일관성도 상실했는데, 다시 바로잡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홍 소장은 지난 2일 끝난 부산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협상회의(INC-5)에 대해 플라스틱 생산·소비국 간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 합의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 감축까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용품 보증금제 철회는 최악

환경부 스스로 정체성 훼손 부역

빌드업도 안 하고 방향도 안 보여

부산 국제플라스틱협약 회의

산유국과 비산유국의 치킨게임

개최국 한국 중재할 권위가 없어

 

쓰레기의 국가 간 거래 문제

이동·처리 과정 투명성이 중요

기업의 위장 환경주의 막기 위해

소비자에 선택할 권리보장을

 

한국, 정책 플랫폼 부재한 상황

환경 로드맵 정부 혼자 못 만들어

공론의 장서 정교하게 다듬어야

 

지구 바구니에 담겨 있는 플라스틱병들. 픽사베이 제공

환경부가 중소기업청 노릇

- 환경부는 규제 부처의 성격이 짙었는데, 윤석열 정부에선 환경산업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은 산업·자영업자 정책이었어요. 환경부는 이에 앞장섰고,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했습니다. 산업 정책은 산업부가, 자영업자를 챙기는 것은 중소기업청 몫인데 환경부가 그 노릇을 했어요. 그러느라 정책이 후퇴하고 일관성도 상실했는데, 바로잡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 순환경제와 관련된 산업 전환 등 큰 전환기입니다. 우리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전환이 1~2년 새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장기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빌드업해야 하는데, 우리는 돌관 공사(장비·인원을 집중 투입해 속도를 내는 공사) 스타일이에요. 더 큰 문제는 전환의 방향이 안 보인다는 겁니다.”

- 일례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철회를 들 수 있을 텐데요.

전국에 의무화할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철회가 시장에 매우 안 좋은 신호를 줬다고 생각해요. 일회용컵을 규제한다고 하니까 펀드들이 이쪽 분야에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해요. 정부가 법으로(2020년 자원재활용법 개정) 정했으니 되겠거니 한 것이죠. 애초 20226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됐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야 합의로 법으로 정해놓고도 정부가 마음에 안 들면 안 해버리잖아요. 환경부는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같은 해 제주·세종에서 시범사업을 했다가, 결국 철회했죠. 이러면 한국 정부의 정책에 맞춰서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앞으로도 산업 전환과 관련된 투자가 있어야 될 텐데 한국 시장의 신뢰성이 이렇게 떨어져버리면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을까봐 걱정스러워요. 애꿎은 소상공인들만 피해를 입었잖아요. 윤석열 정부에서 한 정책 중에서 최악이 아닐까 합니다.”

- 세계 각국이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인데요.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 행사장에서도 일회용품을 제공해 망신을 샀다고 해요.

이번 INC-5는 지극히 윤석열스러운행사였단 생각이 들어요. 벡스코 1전시장의 반쪽이 행사장이었거든요. 환경 전문가들이 모이는 행사인데, 행사장 안 카페에 일회용컵이 있으니까 다들 황당해했어요. 행사 기간(1115122)만이라도 다회용컵을 가져다 놓고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게 했으면 됐거든요. 어차피 폐쇄된 공간이라 보증금도 필요 없고요. 곳곳에 컵 수거대만 설치해놓으면 될 일이었죠. 정부 측에서 뭐라고 하냐면 재사용 컵도 플라스틱이어서 안 썼다고 하더라고요. 종이컵도 안쪽에 비닐 코팅돼 있는데 말이 안 되죠. 국제플라스틱협약은 플라스틱을 쓰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을 늘리자는 겁니다. 외교부 해명은 플라스틱 이슈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협약을 만들기로 한 INC-5가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목적은 법적 구속력 있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 전 과정에 이르는 조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고요. 그러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인데요. 원료 생산 감축에 매몰돼 협상의 탈출구가 오히려 보이지 않았다고 할까요. 그렇다보니 플라스틱 원료 생산과 직접 관련된 산유국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 간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갔어요. 그러면서 만장일치 합의를 해야 된다고 하니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년 협상도 이 구도로 가면 힘들 겁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원료(폴리머) 생산만 줄이면 될 것 같지만 소비 감축과 함께 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요. 소비는 그대로인데 생산이 줄면 오히려 원료 가격이 확 올라가요.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줄여 전 세계가 고통받았던 석유파동 사례, 잘 아시잖아요. 내년엔 우회 전략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산유국 붙들고 마냥 기다릴 순 없으니, ‘너희 이러다 국제적으로 왕따당한다는 명백한 경고를 줘야 합니다. 생산 감축을 주장하는 국가들은 다 소비 국가들이거든요. 그 나라들이 소비를 줄이자고 해버리면 사용량은 자동으로 줄어요.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가진 국가들이 모여서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소비를 줄이자고 결의하고 목표를 정하는 겁니다. 그러면 일회용품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나오거든요. 원료 생산의 감축 목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원료의 사용을 얼마큼 줄일지 결정하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 한국이 개최국이었는데 존재감이 미미했습니다.

애초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 자체가 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플라스틱 이슈와 관련해 이니셔티브를 쥐고 국제사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권위가 없어요. 한국이 많은 노력을 해왔어야 발언을 경청할 텐데, 내세울 게 없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무슨 권위를 갖고 중재를 할 수 있었겠어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지난 112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를 중심으로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등 참가자들이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지난 112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를 중심으로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등 참가자들이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쓰레기 재활용 강력한 보증금제 필요

- 그동안 분리배출만 잘하면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요. 우리 재활용 시스템은 어느 정도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까.

우리 재활용률은 50% 정도 됩니다. 양적인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좋은 편이죠. 하지만 나머지 50%의 쓰레기는 태우거나 땅에 묻고 있다는 의미니까 갈 길이 멀어요. 쓰레기는 배출한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우린 좁은 국토에 인구 밀도도 높은 데다 산업시설 집약도도 높기 때문에 쓰레기 밀도도 높은 상황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질적인 부분도 따져야 합니다. 이제 순환경제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잖아요. 순환경제가 이뤄지려면 재생 원료의 품질이 좋아야 합니다. 우리의 페트병 재활용률이 80% 정도입니다. 스웨덴은 페트병 재활용률도 거의 98% 수준으로 우리보다 높지만, 페트병에 재생 원료가 약 50% 들어가요.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재활용된단 얘기입니다. 우리는 그 비율이 5%도 안 될 거예요. 독일·스웨덴·덴마크 같은 나라와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으로 낮아요. 이는 시스템의 차이 때문인데, 이 나라들은 강력한 보증금 제도가 있어요. 생수에 0.25유로(400) 보증금이 들어가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선 악착같이 빈 병을 가게로 가져 오겠죠. 그렇다보니 반환율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고, 다른 쓰레기하고도 섞이지 않기 때문에 페트병만 모아서 고품질로 재활용을 할 수가 있는 것이죠.”

- 내년 1월이면 쓰레기 종량제 시행 30년이 됩니다.

지금의 쓰레기 관리 체계는 1995년부터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를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거든요. 이 시스템은 배출자 책임에 기반합니다. 여기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들어오면서 제품 생산자가 일부 재활용의 책임을 지도록 했죠. 오염 원인자들의 책임을 더 강화시키는 제도 개선으로 가자는 게 보증금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소비자·생산자·판매자 모두에게 비용 부담과 불편도를 증가시키면서 재활용의 수준들을 고도화시키는 것입니다. 내년에 정부 차원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할 텐데, 지난 30년 성과를 회고하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30년을 준비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던 30년 전과 탄소중립·직매립 금지 얘기 등이 나오는 현재의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 경향신문이 창간 78주년을 맞아 쓰레기 오비추어리기획기사를 연재했습니다. 수많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더 일찍 주목했어야 하는데, 시선이 미처 닿지 못했어요.

쓰레기 수입 국가나 수출 국가 모두 돈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다만 선진국에서 제대로 처리돼야 할 쓰레기가 저소득 국가에서 환경에 매우 부적절한 방식으로 처리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수출 자체를 금지할 거냐, 아니면 재사용이 가능한 것들을 잘 선별해 수출하도록 할 거냐 등 해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쓰레기의 국가 간 거래를 부도덕한 것으로만 생각해선 안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순환경제 시대로 가게 되면, 재생 원료의 사용을 늘려야 해요. 예를 들어, 한국처럼 제조업이 강한 나라는 제품에 재생 원료가 들어가면 국내 쓰레기만 가지고는 조달이 안 돼요. 역으로 우리가 쓰레기를 수입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이런 측면에서 쓰레기의 이동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요. 대신 쓰레기 이동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처리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원칙들이 지켜져야겠죠.”

EU에선 그린워싱 방지법들어가

- 기업들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태도에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이제는 시민 혹은 소비자 의무라는 틀로만 볼 게 아니라 권리 개념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입장에선, 실천을 하고 싶어도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단 말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쓰레기가 적게 나오거나 많이 나오는 제품 중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쓰레기가 적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권리, 물건을 수리해 오래 쓸 수 있는 권리 등을 말합니다. 이런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 이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은 과대 포장 제품을 안 만들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생산자 의무를 지는 겁니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자의 의무를 논의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려면,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환경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주면서 친환경 소비를 하고 싶은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시키는 것이 그린워싱, 녹색사기라고 하는데요. 유럽연합(EU)에서는 소비자 권한 강화 파트에 그린워싱 방지법이 들어가요.”

이런 논의가 이뤄질 정책 플랫폼이 한국에 부재한 상황입니다. 정부 혼자서 단기간에 로드맵을 세울 수가 없어요.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며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거거든요. 공론장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토대로 논의하며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경향 이명희 논설위원

죽어가는 작물... 기후위기 막는 방법은 하나다

자연재배 농부가 보는 기후위기 대응... 편리하게 살려는 욕망이 지구를 망친다

모든 지구 생물의 기본권 보장

20261123, 월요일이다. 30<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196개 정부 대표가 참석해서 참가국 모든 나라의 헌법에 몇 가지 내용을 꼭 포함할 것을 권유하는 결의를 했다. 첫 번째가 물과 토양과 대기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부속 조항에서는 인권보다 자연권을 우선할 것도 권유했다. 두 번째는 각 나라의 영토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종 개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국가라는 공동주택에 함께 사는 입주자의 권리와 의무를 같이 누린다는 조항이다. 생명체의 미래 세대를 위해 대체 불가능한 자원은 절대 소비할 수 없게 엄금한다는 조항도 있다.

과연 우리가 위와 같은 뉴스를 볼 수 있을까? 199312월에,이 협약에 47번째로 가입한 한국 정부가 이 결의에 따라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덩달아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들도 급히 모여 같은 결의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 절대 없을 것이다.

한국을 보자. 2050년까지 탄소 중립(온실가스 순 배출량 '0')을 하겠다면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이십(G20) 평균의 2배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지이십(G20)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자연재해와 기후변화는 지구 역사의 흔한 과정이었다거나 에이아이(AI)기술과 우주항공 기술이 위기를 넘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음식에는 날파리가 먼저 꼬인다. 마찬가지로 모든 신기술과 새로운 제도는 돈벌이 장사꾼이 먼저 가로챈다. 군대가 먼저 사용한다. 실크로드가 그랬다. 철도가 그랬고 방직기가 그랬다.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이 그랬고 트랜지스터가 그랬다. (web)도 그랬다.

농장에는 고추 칼라병이 창궐하여 고추가 말라비틀어진다. 잎이 오그라들고 반점이 생긴다. 총채벌레 때문이라는데 치료법이 없다. 마늘이나 양파에는 뿌리 무름병이 예년 같지 않다. 잎마름병이나 노균병도 심하다. 늦봄 우박이나 서리로 가루받이 중인 꽃들이 다 떨어지는 건 다반사다. 그래서 과수농가 피해가 매년 커진다. 고추, 감자, 가지, 피망 등 가짓과 채소의 풋마름병(청고병)도 해마다 극심하다. 발병했다 하면 손을 쓸 수 없다. 식물체 전체가 급격히 시든다. 초고온에서 활개 치는 토양성 병원균이다.

열대성 작물을 이식하지만 대책이 아니다. 수천 년에 걸쳐 기후가 바뀌어야 미생물과 곤충과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길항작용을 거쳐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는데 열대작물만 식재를 한다고? 어림없다. 병해충의 득실거림을 막을 길이 없다.

인간이 하는 짓이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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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인답시고 천 장바구니(에코백)와 머그 컵이 생겨났는데 이제는 이게 쓰레기가 되었다. 행사 때마다 하나씩 나눠 주니, 그걸 들고 다니면 기후위기범에서 면책이라도 되는 듯이 너도나도 집에는 십수 개씩 쌓아놨다. 깜빡하고 못 가져가면 또 비닐봉지와 일회용 종이컵을 쓴다. 천 장바구니 하나가 비닐봉지 130개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만든다니 완전 거꾸로다. 의식 있는 인간이 하는 짓도 이렇다.

언젠가 우리 집 장계에서 충북 단양에 강의가 있어서 가는데 8번 갈아탔고 9시간 걸렸다. 시내버스, 택시, 시외버스, 기차 등 인터넷으로 다 살펴봐서 갔는데 그랬다. 전혀 힘들거나 답답하지 않았다. 책을 두 권 읽었고 오가며 각 지역의 많은 풍경을 감상했다. 두 시간 강의하고 1박을 했지만 마냥 좋았다. 이런 걸 사람들은 별난 사람이 하는 별난 짓으로 여긴다. 그게 문제다. 기후 위기는 딱 한 가지다. 소비 때문이다. 과잉 소비, 과잉 생산, 과잉 폐기, 과잉 이동 때문이다. 모든 게 상품이 되어버리는 시장 만능 때문이다. 시장 사회는 잉여 생산을 그 본질로 한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래서 알이백(RE100)이라는 세계적인 캠페인이 등장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만을 100% 사용해서 공장을 돌리겠다는 선언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에 60%, 2040년에는 90%를 달성해야 한다. 구글, 애플, 지엠, 이케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다 가입했고 우리나라도 현대모비스, 케이티, 엘지이노텍 미래에셋증권, 에스케이그룹 등 21개 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세계 4번째로 많다. 한국 참 대단하다.

신재생에너지? 알이백(RE100)? 에이아이(AI)?

정말 알이백이나 신재생에너지가 답이 될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현대문명은 딱 한 마디로 숲을 잡아먹고 커왔다. 알이백이나 신재생에너지도 숲을 잡아먹는다. 똑같다. 태양광 산업으로 산과 농지가 전부 태양전지로 뒤덮이는 현실이 그렇다. 태양은 영원하고 바람은 늘 불고 지구 내핵은 태양 표면보다 뜨겁다. 그러나 지열이나 태양광, 태양열이나 풍력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단지도 꾸준히 손을 보고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기계는 녹슬고 내구연한이 있어 부속은 망가진다. 영원하지 않다. 태양광 전지도 수명이 25년에 불과하고 초기 제품들은 사용 연한이 다 되어 엄청난 환경오염 쓰레기로 변한다. 눈가림하는 기후산업일 뿐이다.

편리하게 살려는 욕망의 열차에서 더 과속으로 달리고자 하는 잔꾀에 불과하다. 이는 민중의 적정기술, 생활 기술을 무시한다. 이런 기후산업은 민중의 자생력을 파괴한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내 걸면서 경제적 집중과 독점은 더 심해진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인 이에스지(ESG)를 내세우는 기업들이 도입하는 경영 방식. 내 눈에는 잘 키워서 잡아먹으려고 사료를 듬뿍 주는 양식장의 양식업자의 모습으로 비친다.

지금의 국가는 껍데기다. 우리 삶을 규정하고 우리를 울고 웃게 하며 많은 시간을 들이게 하는 것은 이커머스(전자 쇼핑몰), 넷플릭스, 유튜브, 초고속 이동 네트워크, 공산품이 된 식품, 공산품이 된 의료일 뿐이다. 구글, 테슬라, 삼성, 구글. 애플. 쿠팡 등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영향력이 크다. 우리는 쿠팡 노동자들이 가혹한 노동환경에서 과로사하고, 택배 현장에서 숨진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몇십 원 싼 맛에 쿠팡을 찾는다. 몇십 원이 없어서가 아니다. 소비의 마취 상태, 정신적 음주 상태라서 그렇다.

생태 영성-차원 상승과 야생의 삶

태양광 발전 시설

저탄소 경제, 재생에너지. 소비 절약만으로 기후 대재난과 기후 난민, 전쟁, 파시즘의 등장을 피할 수 없다. 우리 체온이 1~2°C만 올라도 우리는 일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드러눕는다. 설사가 나면 안 먹어야 한다. 지사제를 먹고 계속 상한 음식을 먹으면 만성병에 걸려 죽는다. 수직 빌딩 농사. 고층 아파트, 스마트 농업. 대도시 등은 온실가스를 풍풍 뿜는다. 기후재난으로 통신, 에너지. 도로가 끊기면 끝이다. 일찍 벗어나야 할 감옥이다.

우리는 기후위기라고 부른다. 그건 인류 문명의 관점이다. 지구 님께서는 뭐라고 할까? 지구는 이런 현상을 자연순환이라 할 것이다. 지구 시선으로 보면 인간도 자연의 한 조각에 불과하니까. 그러니 호들갑 그만 떨고 적응해야 한다. 자연주의 삶으로! 야생 살기로 가야 한다. 문명을 철거해야 한다.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상승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영성은 나와 세계는 하나라는 것이다. 영성은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다는 것이다. 한 뿌리에서 잎도 나고 열매도 나고 꽃도 핀다는 사실. 꽃을 찾아오는 곤충과 새들도 그렇다 같은 뿌리의 다른 형상들이라는 것이 영성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렇게 사는 것이다.

"봄에는 가볍게 걸어라, 어머니인 지구가 임신 중이다"라는 말은 내가 휴대폰 프로필에 적어 놓는 북미 원주민 '카이오와 족'의 속담이다. 자연은 그렇게 대하는 것이다. 나나 돌멩이나 벌레 한 마리도 다 지구에 깃든 세입자라는 것이다. 생존의 범위 안에서 순리에 따라 먹고 먹히는 삶을 아름답게 사는 게 새로운 차원의 삶, 개벽 세상, 물병자리 시대라고 본다.

야생으로 살기. 화석연료와 비료 없이 농사하기. 생필품 스스로 만들어 쓰기, 전기 없는 삶. 몸 에너지 활용. 먼 길 교역이 아닌 가까운 마을 장터. 에너지 필요 없는 집 짓기 등은 차원이 다른 파동에너지의 삶으로 넘어가는 길목이 될 것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줄인다. 체험의 영역, 신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웰다잉을 얘기하며 연명치료 거부 사전의향서를 쓴다. 유언을 미리 해 둔다. 인류는 유언을 써 둘 때다. 연명 조치는 그만둘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 빼기를 해야 한다. 눈에, 어깨에, 머리에 과도한 힘을 뺀다. 병원에 가도 다리가 부어 있거나 탈진해 있으면 침도 안 놓고 수술도 않는다. 부기가 빠지고 기력을 회복하고 나서 시술을 한다. 그것처럼 지구에서의 삶에 있어서 인류는 먼저 이완하고 정화하고 치유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인류 유언장을 쓰고 자청해서 안락사를 준비하는 인류가 된다면 비로소 희망이 있겠다. 그것이 생태 영성의 길이다.

자연과 연결되고,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인식하며, 이를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는 길. 자연 속에서 느끼는 감동과 경외감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고, 한발 더 나아가는 삶이 희망이다.

전희식(nongju) 오마이뉴스

 

한덕수 대행 거부권 행사한 양곡관리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국회에서 이 법안을 논의하게 됐다.

야당은 산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양곡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재정 부담만 늘릴 뿐 쌀값 지지 효과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 고착화, 이로 인한 쌀값 하락 심화, 쌀 이외 다른 작물 전환 저해, 막대한 재정 소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 폭·등락 시 정부의 매입과 양곡 가격안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양곡 가격안정제는 쌀값이 평년 기준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농식품부는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되면 쌀 공급과잉 문제를 부추겨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농식품부는 현재 연간 16000억원 수준인 쌀 매입비와 보관비가 2030년이면 3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본다. 올해 쌀 매입비는 12266억원, 보관비는 4061억원으로 이를 합하면 16327억원인데, 양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남는 쌀이 쌓이면서 2030년에 매입비는 14659억원이, 보관비는 1277억원이 각각 추가돼 총 32200억원가량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 현재 쌀을 보관하는 정부 양곡창고는 전국 3400개로, 쌀 재고는 168t 정도다.

송 장관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골자로 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에 대해서도 농업계 내 갈등을 낳고 재정 부담이 과도해질 우려가 있다국회에서 실행 가능한 대안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농식품부 추계가 부풀려졌다고 반박했다. 농가의 타 작물 전환 면적과 벼 재배면적 감소치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줄어든 벼 재배면적은 19000(11)이고, 올해는 1298정도다. 민주당은 또 쌀의 해외원조 물량 확대 등 추가 수요량도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측은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법 개정이 필수라고 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양곡법 등 농업 4법은 기후재난과 식량위기로 위협받는 국민의 먹거리와 농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반발했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초호화 친환경 크루즈는 계속된다.

시셰퍼드 코리아 외 77개 단체 및 1,076명 시민 "환경재단 그린보트 캠페인 즉시 중단하라"


제15회 그린보트 홍보 이미지 ⓒ 환경재단관련사진보기


지난 12월 10일, 시셰퍼드 코리아는 환경재단 그린보트 프로그램에 대한 첫 번째 입장문을 발표했다. 초호화 대형 크루즈를 타고 바다에서 온실가스를 뿜으며 '친환경' 활동을 한다는 그린보트는 진정한 환경 운동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환경 파괴에 기여하는 그린워싱 활동임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결론과 함께 환경재단 측에 전달하며 답변을 요구했으나 재단 측의 답변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그린보트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여러 언론사의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며, 당초 연사로 그린보트에 탑승 예정이었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최재천 교수,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박사, 가수 요조가 하차 의사를 밝히면서 그린보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대를 바로 보세요. 그린워싱은 안 통합니다"

그린보트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지 단 일주일 만에 1천여 명의 시민들과 77개의 시민단체가 연서명에 동참하며, 환경재단의 그린보트 캠페인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그린보트 캠페인이 사회 전반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일부 인용한다.

"환경재단 그린워싱 이제 그만."

"그린워싱 중단하고, 관광상품 대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라."

"반환경적, 반기후적 크루즈 결코 녹색이 아닙니다. 환경운동을 표방한 크루즈의 중단을 요구합니다."
"좋은 마음과 의도였더라도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그건 좋은 행동이 아니라 해로운 행동입니다. 위기를 단지 기회로 쓰지 마십시오."

"여태껏 재단 내 혹은 초청 인사들 중에도 문제제기를 한 사람이 없었던 건가요? 프로그램 재검토가 아니라 아예 폐지하고, 지금까지 바다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진짜 친환경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환경재단은 보여주기식 크루즈 여행 운영을 당장 멈추십시오. 이런 프로그램을 2024년에 열기로 결정했다는 데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환경이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대표재단이 이런 그린워싱을 자행하다니 통탄할 일입니다."

"그린리더를 키우는 교육의 장은 크루즈 '선상' 위가 아니라 기후위기 피해 '현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간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환경재단의 '그린보트' 모집 광고를 접하면서 불편함을 느꼈다는 시민들의 증언도 속속 이어졌다. 실제로 환경재단은 여행 및 환경 분야 인플루언서, 제로웨이스트 매장, 전문가 등을 섭외하고 광고 집행을 통해 대대적인 승객 유치 전략을 펼쳐왔다. 환경재단은 크루즈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 점뿐만 아니라, 친환경을 지향하는 연사 및 시민들을 그린'워싱' 보트에 태워 그 행위에 동참하도록 적극 유도했다는 점에서 환경단체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영화감독 황윤은 자신도 2019년 크루즈 내 연사로 섭외되어 그린보트를 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인의 섭외 권유를 거절하기 어려웠고, '보트'가 얼마나 대형 규모인지 잘 모르고 응했으나, 탑승 후 후회했다"며 "수영장을 비롯한 각종 여가 시설과 엄청난 규모에 놀랐고, 갑판 위 굴뚝에서 대량으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매연에 놀랐다"고 토로했다. 또한 "선상에서 진행되는 많은 훌륭한 강연과 프로그램들은 굳이 크루즈를 타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며 "크루즈 대신 차라리 국내에서, 폐지 위기에 놓인 무궁화 열차를 타고 기차 안에서 환경 프로그램을 열고 전국 곳곳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로 아픈 지역을 찾아가 그곳의 현장과 주민들을 만나는 '녹색 열차'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친환경 크루즈'란 없다

환경재단은 "그린보트는 비싼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다", "앞으로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크루즈선에서 상용 가능한 디젤, LNG, 중유 등의 연료 중에 막대한 환경오염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100%로 운행이 가능한 선박은 소형 보트뿐이다. 즉, '친환경 크루즈'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자본과 에너지의 집약형 관광 비즈니스일 뿐인 크루즈에 환경재단이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환경재단 측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미 15번 진행됐고, 5년 만에 재개한 사업으로 2400명의 참가자 모객이 끝나서 중단한다면 재정적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그린보트가 얼마나 모순적인 구조 위에 세워진 사업인지 드러낸다. 2014년 환경재단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보트는 한 해 7억 1000여만 원의 사업 예산을 쓴, 환경재단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단일사업이다. 국내 환경단체 지원으로 지출한 사업 예산 6400여만 원과 비교해 보았을 때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런 '투자'에는 이유가 있다. 2019년 환경재단의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재단의 전체 수입 88억여 원 중 그린보트가 속한 '그린CSR' 부문의 수입이 42억여 원으로 전체 수입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국내 대표적인 환경단체의 제1 핵심 사업이, 결국 환경운동을 내세운 수익 사업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환경재단은 "크루즈로 배출되는 탄소 이상의 기후·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 크루즈를 띄우지 않으면 애초에 지구 가열화를 가속하는 탄소 배출과 해양 생태계 오염을 즉시 막을 수 있는데도, 탄소를 배출한 뒤 이를 상쇄할 목적의 '토론'을 초호화 선상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재단의 설립 목적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 해괴한 논리로,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기후·환경을 논의하는 일은 굳이 과잉 관광과 소비주의의 상징인 크루즈를 동원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환경재단의 그린보트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환경재단의 그린보트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 시셰퍼드 코리아관련사진보기


시민사회는 환경재단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그린보트 프로그램 즉각 중단

크루즈를 통한 현행 그린보트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하고, 앞으로도 크루즈 여행을 환경 운동에 사용하지 않기를 요구한다.

둘째 , 책임 있는 소통과 개선 약속

'공익재단',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실천 공동체'라고 자처하는 환경재단이 1천 명 이상의 시민, 70여 개 이상의 시민단체, 환경 분야 동료들의 우려와 비판을 묵살할 것인가? 조속한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에 걸맞은 실질적인 향후 개선 방향을 밝히길 요구한다.

셋째, 실질적인 환경 보호 활동으로 전환

크루즈 여행 대신 선상의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지상에서, 환경 피해가 훨씬 덜한 방식으로, 보다 많은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환하기를 요구한다.

"부끄러움과 잘못됨을 알면 멈출 줄 아는 것도 용기입니다." (시민 서명 내용 중 발췌)

2024년 12월 20일

시셰퍼드 코리아, 광주녹색당,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기후재난연구소, 노동당 생태평화위원회, 돌핀맨(미디어물), 디프다제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생명다양성재단, 정치하는엄마들, 제주동물권행동 나우, 청년기후긴급행동, 청소년기후행동,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핫핑크돌핀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외 60개 단체 및 1,076명 시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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