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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11.4~

by 이성근 2024. 11. 4.

1. 기후변화에 바뀌는 과일 생육 지도국산 열대과일 재배지 북상  2. “성게 말라 죽는 건 처음 봤소” 50년 물질, 거제 해녀 기가 찼다  3. 순환형 친환경 지역돌봄경제 요람에서 요람으로  4. '이대론 살 수 없다'는 낙동강, "국민청원 동참해주세요"

5. “소비자 그만 속여라LA서 코카콜라·펩시 소송 당한 이유  6. 플라스틱 협상, 부산에서 끝내자  7. 빨간 사과'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사과 농부의 한숨  8. 유엔 생물다양성 총회서 원주민 전통 지식인정 받았다  9. 동해안 따라 퍼지던 죽음의 단풍금강송군락지 덮쳤다

10.“기후변화 놔두면 GDP 21% 준다는데, 손 놓은 정부  11. 벌써 500TNFD 공시 채택기업, 57% 증가   12. "기껏 5년짜리 정권, '부산 보물섬' 파괴한다고?"  13. “을숙도 야금야금 난개발 중단돼야부산 환경·시민단체 반발  14. 정부, 미 대선 앞두고 알맹이도 없는 ·미 원전 수출 원칙 MOU 가서명발표?  15.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16. 국회 안 기후위기시계는 가는데상설 특위 손 놓은 여야  17. 바람을 이윤으로? 녹색 개발주의는 '봉이 김선달'일까18. 경포호에 현수막 210여 개가 걸린 까닭은?

19. 금강산 떠난 금강인가목 ‘100년 여행영국서 살아남았다  20. 헌법재판소, 지구적 기후부정의에 편승했다  21. 진화는 자연의 순리? 인위적 진화가 늘고 있다

기후변화에 바뀌는 과일 생육 지도국산 열대과일 재배지 북상

갈리아멜론, 블랙애플망고, 그린시스청배, 신고배, 애플망고(2·국내산과 브라질산), 사과, 황금사과, 골든스위트, 슈팅스타, 샤인머스켓, 마이하트로 구성된 현대백화점의 추석 과일 선물세트. 애플망고 1점 빼고는 모두 국내산이었다. (현대백화점 제공)

기후 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과일 생육 지도가 바뀌면서 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국산 열대 과일을 판매하거나 변덕스러운 날씨에 잘 살아남는 과일 품종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한반도에서 재배되던 과일 품종들이 수년 째 진행 중인 온난화로 더 이상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 하면서 유통업계가 판매하는 과일 종류도 변하고 있다.

국산 열대 과일 재배지 북상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이 판매하고 있는 국산 열대 과일이 수입산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외국산 열대 과일보다 신선하고, 유기농 재배를 했다는 것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3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전북 고창에서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를 점포별로 조금씩 선보였는데 27000여 팩이 팔렸다. 고창 유기농 바나나는 1(34)당 약 6000원이다. 이마트가 에콰도르산 바나나 한 송이(1)를 약 2000원에 할인 판매하는 것에 비교하면 3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바나나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 예전엔 국내 생산이 어려웠지만 최근 전북 고창에서 수입산과 동일한 품질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어서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제주산 애플망고도 과일 선물 세트에 포함해 팔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아열대작물 재배는 확산되고 있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던 작물들이 내륙에서도 자랄 수 있게 되면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열대과수를 재배하는 국내 농가는 4741호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키위를 재배하는 농가가 가장 많았고 무화과, 석류, 망고 등도 재배하고 있다.

선물세트에 신품종 포함바이어는 연구소로 출근

현대백화점은 지난 추석 선물세트에 사과 신()품종인 이지플을 선보였다. 이지플은 고온에서도 붉은빛 착색이 잘 돼 최근 기후변화 대응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지플 사과 외에도 바이어들이 연구기관과 협업해 신품종을 대거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사과(스위티멜로디), (그린시스신화창조설원) 등과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에서 개발한 포도(골드스위트루비스위트) 등이 대표적인 신품종 과일들이다.

그동안 주로 국내외 산지와 농산물 도매시장을 오가던 유통업계 청과 바이어들은 이제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전국 곳곳의 과일 연구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에 예측하기 힘든 기상현상이 반복되면서 농수산물 수급 불안이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기존에 과일과 곡물을 함께 담당하던 청과 바이어들을 과일만 전담하도록 조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상 악조건에도 생육이 용이한 신품종을 발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특히 프리미엄 식품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능력이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게 말라 죽는 건 처음 봤소” 50년 물질, 거제 해녀 기가 찼다

50년 넘게 물질을 했어도 성게가 물속에서 말라 죽은 건 처음 봤소. 멍게도 죽고 소라도 죽고. 지금 바다엔, 아무것도 없어요.

거제 해녀 이복순씨는 열여덟 어린 나이에 물질을 시작했다. 올해로 53년째, 그는 요즘도 한 달에 스무 날 남짓 바다에 나간다. 짧게는 20, 길게는 1시간 반 정도 배를 타고 나가 대여섯 시간 동안 물질을 하는 고단한 일상이다.

십몇 년 전부터 예전 바다가 아니구나 생각” 

바다는 밥줄이고 명줄이었다. 몸만 성하면, 바다는 늘 넉넉히 해산물을 내줬다. 한데, 언제부터였을까. 바다가 달라졌다. “‘예전 바다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 건 십몇 년 전부터라고 해녀는 돌이켰다.

여름에도 2~3m만 내려가면 냉기가 돌던 바다가 이제는 10m 아래로 내려가도 미지근하다고 느낄 정도요. 못 보던 파란 물고기가 다니고, 이름 모를 풀들이 바닷속 바위를 뒤덮었고.

물속에서 말라 죽은 멍게. 신호진 해녀가 직접 촬영했다.

이씨와 더불어 일평생 물질로 생업을 이어온 거제 해녀들은 한결같이 바다가 달라졌다고 했다늘 보는 사람의 얼굴이 늙어가는 것은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법이거늘, 이들은 사계절 매일 들어가는 바다의 변화를 눈으로, 몸으로 알아채고 있었다. 갈수록 비어가는 망사리(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그물망)’가 그 증거다. [출처:중앙일보]

 

순환형 친환경 지역돌봄경제 요람에서 요람으로

지역과 기후를 돌보는 경제는 가능할까?

히키코모리, 전업자녀, 재택경비원 세대

돈 버는 노동만이 아닌 일하고 활동하는 삶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 넘어 지역돌봄경제로

탈성장은 성장 부정보다 성장우선 부정

젊은이들의 절망

일본: 히키코모리

중국: 전업자녀

한국: 재택경비원

대학 졸업을 앞둔 아들의 취업을 걱정하는 친구가 보여준 각국의 유사한 신조어다. ‘히키코모리는 이미 잘 알려진 말로 은둔형 외톨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최소한 반년 이상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회피하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 회피성 성격장애라는 개인의 기질이나 다양한 직간접 폭력에 노출된 경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무력감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의 장기불황이 지속하면서 나타난 인간형으로 아예 취업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사회생활에서 중도에 탈락한 젊은이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해(경제력이 전혀 없으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음) 히키코모리가 된다는 것이다.

전업자녀는 직장이 없는 자녀가 부모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전담하면서 부모로부터 월급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캥거루족과 다른 점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대신 돈에 상응하는 일을 한다. 고도성장 시기에 집과 자산을 마련한 부모세대가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가정복지인 셈이다.

최근에 생긴 재택 경비원이란 말은 백수와 같은 뜻이고 홈 프로텍터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역시 어떤 형태의 생산적인 활동이나 그를 위한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젊은이를 가리킨다.

통계청이 '9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16일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4만여 명 늘며 석 달째 증가 폭이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청년층 '쉬었음'44개월 만에 최대 폭 늘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2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4000명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일자리가 10만 명 줄었다. 10차 산업 분류로 개정된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폭 감소다. 2024.10.16. 연합뉴스

농담으로 지나치기에는 안타깝고 불안한 현실이다. 새삼 말할 것도 없이 자본주의 경제가 수축기에 들어선 데다 인공지능 열풍으로 일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 많은 교육을 받고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꾸준하게 취업 시장에 도전할수록 상처받을 가능성은 더욱 커지니 집안에 틀어박혀 인터넷과 방송의 정보로 현실을 간접 체험하면서 자신을 지키는 게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 부모 입장에서는 남들처럼 노력해서 바늘구멍을 뚫어보라고 채근하거나 속앓이를 하겠지만 이미 기성세대가 살아온 방식으로는 살 수 없는 세계가 되었다.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3년생)의 퇴직이 시작된 해인데 이 세대는 954만 명, 전체 인구의 18.6%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이 세대가 노동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10년간의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성장률보다 심각한 문제는 각 개인과 가정의 경제적 불안정, 심리적 불안감과 더불어 재택 경비원인 자식들과 집안에 함께 재택 경비원이 되는 상황이다.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사람들(55~79) 가운데 68.5%가 계속 일하기를 원하며 평균 근로희망 연령은 73세라고 한다.(2023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더욱이 2차 베이비부머는 교육수준이 높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신기술 활용능력도 뛰어나다. 취업이 어려운 젊은 세대 그리고 정규 노동시장을 벗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경제적 기회를 줄 수 없을까.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10.29 국제 돌봄의 날을 맞아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며 노숙 농성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도입, 장기 근속장려금 인상 및 확대, 아동 돌봄 노동자 전국 단일임금 시행 등을 촉구했다. 2024.10.29. 연합뉴스

사회적경제와 순환경제

사회적 경제는 경직된 노동시장의 문제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2017년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보면 구성원 간 협력, 자조를 바탕으로 재화, 용역의 생산 및 판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의 모든 경제적 활동을 사회적 경제로 정의한다. 국가나 시대별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구성원 참여를 바탕으로, 국가와 시장의 경계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의 경제활동이라는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설명도 있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가치는 일반 경제활동과 사회적 경제를 구분하는 핵심 내용으로 인권, 안전, 환경,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사회통합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를 뜻한다.

법적으로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기업(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 육성법, 2007), 협동조합(기획재정부, 협동조합기본법, 2012), 마을기업(행정안전부, 마을기업 육성사업 시행지침, 2011), 자활기업(보건복지부, 국민 기초생활보장법, 2012) 등 네 가지 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2021년 현재 국내 사회적 경제 기업은 28041개이며 이중 협동조합이 22132개로 가장 많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결성되어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이며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은 조합의 목적 자체가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영리활동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이상 한국 사회적 경제 진흥원)

이런 정의를 살펴보건대 사회적 경제는 자유에 맡겨진 시장을 보완해서 평등우애를 추구한다.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며 노동시장 바깥에 놓인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계수단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된 사회는 좋은 사회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사회적 경제가 안착했다거나 성공했다거나 희망이 보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언제나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 캐나다 퀘벡 모델이 거론된다. 인구 53만 명인 퀘벡 시에 33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있고 25000여 명이 고용되어 연간 17조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등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성공담이다. 비교적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높은 서울 성북구의 경우 인구 42만 명에 사회적 경제 기업은 183개이다. 그나마 등록만 해놓고 활동하지 않는 기업도 많다.

요람에서 요람으로

그런데 지금은 경제가 고려해야 할 대상이 사람뿐 아니라 생태환경, 기후까지 확장되었다. 순환경제는 그런 맥락에서 도입된 개념이다. 2015년 유럽연합이 순환경제 정책을 공표하면서 본격화되었는데 산업혁명 이후 250년 이상 계속된 선형경제(자원의 조달-생산-소비-폐기)를 벗어나 자원을 최대한 장기간 순환시키면서 이용하고 폐기물 등의 낭비를 부로 바꾸는 경제모델이다. 그 중간단계인 재활용경제(3R, Reduce, Reuse, Recycle)가 소비의 정도와 기간을 늘리되 결국 폐기물을 남기는 것과는 달리 폐기물이 자원이 된다. ‘요람에서 요람으로’(윌리암 맥도너, 미하엘 브라운가르트의 책 제목)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1월부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이 규정하는 순환경제란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경제체제를 말한다.

102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 회원들이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중심 돌봄체계'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0.28. 연합뉴스

지역돌봄경제를 향하여

이 지점에서 사람을 살리는 사회적 경제와 자연을 살리는 순환경제를 합쳐서 지역돌봄경제라고 명명해보면 어떨까.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서 사회경제 돌봄체제가 작동해야 하고 친환경 경제체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원순환 주기가 짧아야 한다. 즉 지역에서 필요한 재화를 가능한 한 주민들의 힘으로 생산하고 수리, 교환, 재활용하며 그 폐기물까지 처리하는 방식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문화와 교육 서비스 역시 지역에서 맡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예컨대 새로운 전시를 열 때마다 가벽을 세우고 폐기하면서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는 대형 미술관보다는 주민 모임이 활성화된 동네 도서관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할 뿐만 아니라 동네 라이프를 즐기는 데 따른 만족도도 높다.

이미 전 지구화된 경제를 지역으로 돌려놓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역에서 가능한 일부터 바꿔나가는 것이다. 이런 대상으로는 먹거리, 에너지, 커뮤니티 케어(보육·교육·돌봄), 모빌리티(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수단), 마을관리(노후 건물 수리), 자원순환 등을 들 수 있다. 각 영역마다 적정한 생산, 유통, 소비의 단위가 있으며 중요한 것은 이런 지역돌봄경제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의지, 투자와 지원이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로 나눠진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개별 투자와 지원을 넘어 지역에 기반한 생태적 경제모델을 만드는 것이 지금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지역순환경제 매트릭스, 서울시 전환도시 추진 전략, 정건화·이재경, 2020’

위의 지역순환경제 모델은 지역 단위의 경제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자원과 폐기물이 순환하는 경제를 의도한다는 점에서 지역돌봄경제가 뜻하는 바를 선취한다. 단 지역순환경제 대신 지역돌봄경제라고 쓴 이유는 이 모델이 가진 의도(local circular economy)와는 별개로 이미 지역순환경제(local endogenous economy)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순환으로 번역된 ‘endogenous’내발적(內發的)’이란 뜻이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외부 기업이나 투자를 끌어들이는 대신 지방정부 조달 등의 방식으로 지역기업을 육성함으로써 지역의 부가 지역에 쌓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외부 기업의 유치로 인한 수익은 다시 외부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중요하고 바람직한 목표이지만 (경제성장을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전제는 여전하고 순환경제의 측면이 강조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비롯해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용량을 초과한 지금, 탈성장은 여전히 두려운 단어일까. 탈성장은 성장하지 말자는 부정적 개념이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제행위에서 성장을 우선시하지 말자는 뜻이다. 화폐로 환산된 경제가 아니라 행복하게 해주는 경제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국민총생산(GNP) 대신 국민총행복(GNH)을 도입하자는 운동과도 맥락이 통한다. 탈성장, 국민총행복, 지역순환경제, 나아가 지역돌봄경제. 어떤 용어를 쓰더라도 현재 경제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경제전환은 멀고 험난하겠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취업을 못 하거나 직장에서 은퇴한 이들이 재택 경비원이 되는 대신 지역공동체에서 할 일을 찾고 보람을 느낀다면 굳이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도 좋을 것이다. 노동(labor)만이 아니라 일(work)하고 활동(activity)하는 삶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생각의 전환에서부터 경제가 바뀔 것이다.

한윤정 한신대 생태문명원 공동대표/시민언론 민들레

 

'이대론 살 수 없다'는 낙동강, "국민청원 동참해주세요"

낙동강 녹조라떼 .... 낙동강에서 이러한 신조어가 만들어진 배경이 되는 사진 정수근관련사진보기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346)"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351)"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안전과 환경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낙동강물을 마시고 있는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가장 상위법인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심각히 침해당하고 있다.

낙동강에서 등장한 '녹조라떼'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만들어진 2012년 이래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녹조 대란 사태는 개선되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기 때문이다.

낙동강 녹조, 13년째 심각... 이것은 재난 사태다

올여름 녹조 조사에서 사람의 콧속에서 녹조 유전자가 검출돼 큰 충격을 줬다 환경운동연합

2012년부터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낙동강 녹조 대란 사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체 유역민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리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녹조는 독이다. 녹조는 발암물질이자 청산가리 6000배가 넘는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다. 그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젠 그 물로 재배한 농산물에서, 수돗물에서 그리고 인근의 공기에서도, 급기야 사람 콧속에서도 검출됐다. 심각한 현실이다.

'낙동강 녹조 재난 사태'라는 말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이에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이 사태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낙동강네트워크와 같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낙동강녹조재난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낙동강 녹조재난, 책임자 처벌과 대책을 촉구하는 국회 청문회 개최 요구에 관한 청원'을 시작했다. 지난 1011일 시작된 이 청원은 종료 일주일을 앞둔 113일 새벽 430분 현재 11545명이 서명했다. 청문회가 성사되려면 5만 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이들이 국민청원까지 나선 이유는 "낙동강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데 있다. 환경부 역할이 중요한데 "환경부는 수돗물과 공기 중에서는 녹조 독이 절대 검출되지 않는다고만 앵무새처럼 되내이고 있을 뿐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은 전혀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멀쩡하게 잘 흐르던 낙동강을 8개의 초대형 보로 막아놔 흐름을 끊어 발생한 문제가 바로 녹조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문제를 해결할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는다.

올여름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에 발생한 심각한 녹조

이는 "거대한 보로 인한 강의 죽음 혹은 막힌 강의 저주". '저주'를 풀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막힌 강을 다시 흐르는 정상적인 강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이 환경권·생존권을 위해 낙동강 녹조의 책임을 묻고 녹조 재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 실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심지어 지난 2023년엔 낙동강으로부터 3km 이상 떨어진 아파트 거실에서 녹조 독이 검출돼 낙동강유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더니 올해는 설상가상 그 우려가 현실이 되어 조사대상자 2명에서 1명꼴로 사람의 콧속에서 녹조 유전자가 검출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낙동강유역 전역이 녹조 재난 상황."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그나마 개방해왔던 금강과 영산강의 수문마저 닫아버렸다. 수질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위한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도 모두 폐기시켜버린 것.

"녹조 독으로부터 먹거리, 친수시설, 공기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수백 개에 달하는 농업용수 양수시설마다 정수처리 시설을 할 것인가? 낙동강 본류 전체에 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할 것인가? 수백 수천만가 되는 낙동강 수변 생태공원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것인가?"

국회 국민청원 5, 국민들이 나서달라

낙동강네트워크 등은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줘야 한다면서 '낙동강 녹조 독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2025년 녹조 창궐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그 대책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의 녹조 모니터링은 녹조가 덜 발생하는 장소와 방법으로 하고 있어 정부의 녹조관리 제도인 조류경보제를 국민 눈높이로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녹조 독은 낙동강 원수에서뿐만 아니라 농산물, 수산물, 수돗물, 공기 중에서까지 검출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관리기준조차 없다. 미국은 원수에 적용되는 친수활동 기준을 8ppb,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생식독성의 위험성에 대비하여 수돗물에 대한 관리기준을 0.03ppb까지 강화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하루빨리 녹조 독에 대한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녹조 독 관리는 사후관리가 아닌 사전에 발생 자체를 막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오마이뉴스

소비자 그만 속여라LA서 코카콜라·펩시 소송 당한 이유

코카콜라와 펩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플라스틱 생산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며 고소당했다. 31(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LA 카운티가 코카콜라와 펩시를 상대로 두 회사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환경 오염에 기여하고 소비자가 플라스틱 병의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오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LA 카운티는 두 회사의 플라스틱 병 재활용 규모는 생산량 대비 현저히 떨어지며 대부분 쓰레기로 폐기되고 있기 때문에 벌금을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린지 호바스 LA 카운티 감독위원회 의장은 코카콜라와 펩시는 자사 제품이 야기하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오해 소지가 있고 불공정한 비즈니스 관행에 관여하는 기업들이 초래하는 심각한 환경 영향에 지속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LA 카운티는 두 회사가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는 점도 지적했다. AP통신은 두 회사는 플라스틱 병을 끝없이 재활용·재사용할 수 있는 순환경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한 번만 재활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코카콜라와 펩시가 속한 미국음료협회(ABA)는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다. 윌리엄 더모디 ABA 대변인은 플라스틱 병은 재활용·재제조가 가능하도록 설계됐고 최대 100% 재활용 플라스틱을 포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환경단체 어스아일랜드연구소(Earth Island Institute)가 코카콜라, 펩시 등에 소송을 걸어 플라스틱 쓰레기 청소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뉴욕주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식수가 오염될 수 있다며 펩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서울경제

 

플라스틱 협상, 부산에서 끝내자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국제 협약' 협상 마무리할 열쇠를 쥐고 있다

플라스틱 픽사베이관련사진보기

플라스틱은 신비하다. 편리하고 내구성도 강하고 게다가 저렴하다. 이렇게 특별한 물질을 만난 후 인류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싸고 효율이 높은 에너지원인 화석연료 덕분이다. 플라스틱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화합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고분자 물질이다. 수많은 화학 물질이 뒤섞인 조합이며, 자연 재료의 한계를 극복한 과학의 총아다. 대중화된 지 겨우 50년이 넘었는데,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플라스틱과 이별할 때가 되었다. 우리의 지속 가능한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신비할 정도로 혁신적이었던 플라스틱이 위험한 존재가 된 건 인류가 너무 많이 사용하는 탓이다. 일상생활에 플라스틱이 아닌 게 없다. 심지어 우리가 입고 있는 옷도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이렇다 보니 썩지 않아서 좋았는데 이제는 썩지 않아서 문제다. 썩지 않은 상태로 잘게 쪼개진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과 동물의 몸에 부지불식간에 침투한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는 미세 플라스틱 보균자라고 보면 된다. 화학 물질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의사가 아니라도 상식을 통해 알 수 있다.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출범할까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에 46000만 톤이다. 200023400만 톤에서 2배 늘었다. 2019년 한 해 360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고, 이중 재활용된 건 9%에 불과하다. 나머지 90% 이상이 버려지거나 매립 또는 소각 처리되어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켰다.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폐기 처리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3.6%18억 톤(2020년 기준)에 이른다. 유엔 보고서들에서 예측하고 있는 수치들은 암울하다. 지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말이다.

하여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추진 중이다. 2022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 2차 회의에서 175개국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결의안이 그 근거다. 만장일치 결의안이 나오기까지는 숙성의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유엔환경총회에서는 해양오염의 주범인 폐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다. 그러다 2022년엔 플라스틱 오염 자체를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절차는 2024년까지 다섯 차례의 '정부간협상위원회'를 거쳐 2025년 중순 '전권외교회의'에서 확정된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협상위원회가 있었고 올해 1125일 부산에서 마지막 협상위원회가 열린다. 즉 부산 회의에서 최종안이 나와야 내년 국제협약이 정식 비준될 수 있다.

최종 협약에 이르기까지 2년이 넘게 다섯 차례의 협상 자리가 필요하다는 건 그만큼 쟁점이 첨예하고 복잡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번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상에는 그동안 진행되어 온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의 한계와 쟁점이 그대로 녹아 있다. 부산 회의에서 협상을 타결하고 예정대로 내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이 출범한다면,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에 기념비적인 일보 진전이 될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해결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크게 '생산 감축''재활용 우선'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법적 구속력 여부, 목표 연도 명시 여부, 재원 조달 방법 등 세부 쟁점들이 줄지어 있다. EU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우호국 연합(HAC)'은 생산 감축, 법적 구속력과 목표 연도 명시, 세계은행(WB) 같은 기존 기구를 통한 재원 조달을 주장한다. 한편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플라스틱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은 재활용 우선, 자발적 목표, 새로운 재정기구 설립과 오염 부담금 신설을 주장한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GCPS'와 뜻을 같이한다. 플라스틱의 99%가 석유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하다. 석유기업들이 'GCPS'편을 든다고 해서 마냥 'GCPS'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HAC'에는 플라스틱 제조 시설을 해외로 옮겼거나 아예 제조 여력이 없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생산 감축을 해도 잃을 게 적다. 수입을 줄이면 된다. 반면, 'GCPS' 국가들은 석유화학이 주요 기반 산업이다. 잃을 게 많다. 수출을 못하면 타격이 크다. 합리적으로 협상이 진행되려면 상대적으로 손실이 큰 쪽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평행선만 달리다 최종 협상안을 만들지 못할 공산이 크다. 쟁점 대립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라고 단순화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국, 협상안 도출할 최적의 국가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4차 회의가 캐나다 오타와에서 지난 430(현지시각) 폐막했다.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협약의 성안 여부는 마지막 5차 회의가 열리는 우리나라 부산에 달렸단 분석이 나온다. BreakFreeFromPlastic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론 'HAC'에 속해 있다. 그런데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로는 선진국 대열에 있지만 석유화학 산업이 여전히 국가 경제에 주요 비중을 차지하기에 어정쩡한 모습을 보인다. 'HAC''GCPS' 측 이해관계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치는 평행선에 있는 양측을 조율하고 방향을 제시하기에 유리하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타당한 협상안을 도출할 최적의 국가일지 모르겠다. 우연하게도 협약으로 가는 마지막 협상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리니 말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몇몇 국가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날씨와는 달리 기후는 지역 단위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에 의해 조절된다. 지구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고 국제사회의 긴밀한 연대가 필수다. 그런데 개별 국가들은 처한 상황이 저마다 다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더디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국제연대가 구축되려면 이 차이를 인정하고 고려하는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부산 협상위원회에서 인류의 합리성이 발휘되는 현명한 협상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그 길을 밝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오마이뉴스 | 김용만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편집인

 

빨간 사과'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사과 농부의 한숨

경남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14년 차 농부 마용운의 이야기

사과밭에 처음 가보았다. 가을을 맞아 빨갛게 혹은 노랗게 열매 맺은 사과나무는 무척 멋졌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마트 판매대 위의 사과는 그저 먹음직스러운 과일이었는데, 나무에 달린 사과는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먹는 것 이상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밭을 안내해 준 농부는 곁에서 느린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사과가 훨씬 많이 달려 있어야 해요." 사과나무를 보고 느끼는 서로 다른 감정은,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그와 나의 차이였다. 농부와 농부가 아닌 이의 거리.

자신만의 기후가 있다. 어느 곳에 머무는지에 따라 체감하는 기후가 다르다. 도시에서는 때아닌 가을 태풍이 불면 좀 더 두꺼운 옷을 꺼내고 우수수 짧게 끝난 단풍을 아쉬워한다. 장마가 길면 제습기를 틀고 더위가 심하면 냉방기를 켠다. 그렇다면 농촌에서는 어떨까? 지난 10월 중순 함양 사과농장과 서울 농부시장에서 두 차례 걸쳐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14년 차 사과 농부 마용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경남 함양 운곡리 사과밭에서 만난 마용운 농부이익형

사과가 사라진다고?! 이토록 이상한 사계절을 지나며

"저희 밭 사과 재배 면적의 절반은 후지(사과 품종 중 하나로 '부사'라고도 부르며, 10월 말에 수확한다)예요. 근데 열매가 잘 안 맺혔어요.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서 많이 줄 걸로 예상이 돼요."

봄에 사과꽃이 피고, 꽃 진 자리에 맺힌 열매가 여름 내내 여물고, 잘 익은 열매를 가을에 수확하고, 추운 겨울이면 쉬면서 다음 봄을 준비한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사과 농사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얼어버린 봄, 썩는 여름, 젖은 가을, 더운 겨울, 이토록 이상한 사계절 속에 사과 농사가 엉망이 된 것은. 마용운이 처음 사과 농사를 시작한 것은 2011. 그의 기록에 따르면 농사 첫 해 사과꽃이 피기 시작한 날은 428일이었다.

그런데 매해 조금씩 개화가 빨라지더니 급기야 지난해는 20일이나 앞당겨 꽃이 피었다. 봄이 빨라진 탓이다. 꽃이 일찍 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저 농사를 일찍 시작하면 되는 일일까? 때아닌 4월 초에 핀 꽃은 이후 한두 번씩 찾아오는 한파로 인해 얼어버리는 냉해 피해를 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꽃이 얼어 죽으면 열매는 맺히지 않는다.

"201848. 진짜 잊을 수가 없는 날짜예요. 벚꽃이 활짝 피고 난 이후였는데, 눈이 오고 영하 4.5도까지 내려갔어요. 아침에 문을 열었는데 하얗게 눈 쌓인 것을 보고 '올 한 해 농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완전히 망쳤구나' 낙담하면서 울었어요."

시월 중순 때아닌 가을에 핀 사과꽃이익형

201848일 눈을 맞아 냉해 입은 사과꽃마용운

하늘에서 내리는 봄눈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운 좋게 겨우 살아남은 꽃들이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열매가 쑥쑥 자라야 할 여름이 터무니없이 덥다. 사과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식물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잎에서 당을 만들어 열매를 키우지만, 너무 더우면 그 에너지를 열 식히는 데 사용해 버린다. 열매가 크지 않고 속도 단단히 여물지 않아 작고 퍼석거리는 사과가 되는 것이다. 발색도 좋지 않다.

사과를 빨갛게 만드는 안토시아닌 색소는 15~20도 사이의 온도에서 생성된다. 올여름은 9월 말까지 폭염이 가시지 않았고 최장 열대야 속에 밤 기온조차 20도 아래로 내려간 적이 드물었다. 8월 말부터 수확해야 할 홍로 품종은 추석이 지나도 빨갛게 익지 않아 수확시기를 넘겨버렸다. 여름이 더워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비가 자주 오며 습도가 높아진 탓에 탄저병이 맹위를 떨쳤다.

탄저병은 열매에 까만 점이 생기며 점차 썩어들어가는 곰팡이병으로 매년 확산하는 추세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도 방심할 수 없다. 어렵게 키워낸 사과는 때아닌 가을장마와 태풍으로 수확 전에 속절없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다행히 올해는 큰 태풍이 비껴갔지만, 내년에는 어떨지 모른다.

"예측하는 게 너무 어렵죠. 점점 더워질 거라는 것은 예상되지만, 그 영향으로 폭염이 어떤 식으로 오고, 폭우는 어떻게 내릴지, 태풍은 어떻게 올지 늘 걱정이죠."

올 초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금사과' 논란은 기후위기 속에 탄생했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냉해와 탄저병으로 인해 전년도 대비 30% 이상 줄었다. 소비자들은 사과 가격이 2배 이상 뛰고 나서야 심각성을 알았지만, 농부들은 이미 온몸으로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사태가 어쩌다 한 번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대구 사과' 대신 강원도 '양구 사과'를 먹을 수 있지만,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50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사과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과연 스마트팜과 바나나가 사과를 구할 수 있을까?

만약 사과밭에 지붕을 씌워주고 첨단기기를 이용해 빛과 온도, 습도를 조절해 주면 어떨까? 상상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팜'이다. 자동화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환경제어를 하는 최신 시설농업기술이다.

"그런 걸 누가 하겠어요? 그림의 떡이죠."

누구보다 간절할 농부 마용운은 달콤한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왜일까? 스마트팜은 최소 몇 억 원 단위의 초기 투자 비용이 들고, 스마트 장비를 이용하려면 첨단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농업소득은 가구당 연 1천만 원을 겨우 넘으며, 농부들의 평균 연령은 약 67세이다.

영세한 고령층이 대다수인 농민들에게 스마트팜은 꿈같은 이야기다. 물론 정부에서 무상으로 지원하고 젊은 층이 농촌으로 들어온다면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후위기의 대안은 될 수 없다. 시설 안의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환경에서라면 스마트팜은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주범이 될 것이다.

현재 스마트팜을 지을 수 있는 곳은 자본과 기술을 가진 큰 기업일 뿐인데도 정부는 많은 예산을 쏟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사이 현실에서는 한여름 폭염으로부터 사과나무는 물론 농부들마저 열사병으로 쓰러지고 있다.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노지에서 자라고 있는 사과나무이익형

대책 없는 기후위기 앞에 농민들이 절망하고 있을 때, 정부는 수입 과일인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먹으라고 홍보한다. 이미 엄청난 양의 외국산 과일이 수입되고 있다. 값비싼 금사과 앞에 지갑이 얇은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더 싼 과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싸고 달콤한 수입 과일은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먼 거리를 이동해 식탁까지 왔다. 바나나를 사 먹을 수 있겠지만 절대 기후위기의 대책이 될 수는 없다. 농산물값이 치솟을 때마다 값싼 외국산을 수입하는 일은 기후위기를 가속할 뿐이고, 우리 사과를 영영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다. 과연 사과가 사라진 땅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정부의 대책은 농민으로서 너무 실망스럽죠. 올해 같은 폭염, 지난해 같은 폭우가 근래에 계속되는 것을 뻔히 보고 있는데 기후위기에 대해서 정책적인 전환과 대책을 내세우지 않고 거꾸로 가고 있잖아요. 석탄화력발전소를 되살리고 있고, 핵발전소를 더 많이 짓겠다고 하고. 답이 없는 것 같아요. 너무 답답하죠."

호밀과 보리가 자라는 초록의 사과밭

마용운이 처음부터 농부였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 꿈은 과학을 통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자였고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유전자조작농산물(GMO)과 환경호르몬 문제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과 농사를 짓던 부모님의 권유로 농부의 길에 들어섰다. 벌써 14년째, 전 세계 기후위기를 살피던 환경운동가 시절보다 농부가 된 지금이 기후위기를 더 가깝게 느낀다. 그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까?

"굉장히 많이 후회하죠. (웃음) 사과 농사라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안 했죠. 처음에는 농사일의 강도가 너무 세서 힘들었는데 몇 년 지나 몸에 익고 나니 기후위기가 닥쳐서 해마다 너무 어려워지고 있어요."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농부들은 농약에 기댄다. 더 덥고 습해져 병충해가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아지면 농약을 더 치고, 화학 비료를 더 주고, 제초제를 더 뿌려서 사과를 크고 빨갛게 만들기 위해 애쓴다. 기상이변으로 갑자기 몇 천만 원씩 손해 본 경험이 있는 농부들은 그럴 기미만 보여도 농약을 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농부 마용운은 기후위기에 맞서기로 했다. 어쩌면 실험이란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매년 사과 연구소를 찾아 열심히 공부하며 배운 대로 농약 사용을 줄였다. 주위의 걱정과 달리 탄저병이 창궐했을 때 농약을 적게 사용한 그의 밭이 가장 피해가 적었다. 제초제를 쓰는 대신 필요할 때 직접 풀을 깎기로 했다. 약 한 번이면 끝날 일을 대신 예초기를 매고 여름내 끙끙거렸다.

깎은 풀은 다시 밭에 돌려줘 거름이 되게 했다. 가을이 되면 오히려 풀을 더 심었다. 먹지도 않을 호밀과 보리 씨앗을 뿌렸다. 그러고 보니 그의 사과밭은 주변에 비해 유난히 푸르렀다. 단순히 올해 빨간 사과가 덜 맺혀서 푸르게 보이는 것만은 아니었다. 제초하지 않아 길게 자란 풀과 막 싹을 틔워 자라기 시작한 호밀로 인해 사과밭이 초록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호밀과 보리는 겨우내 죽지 않고 자라 이른 봄에는 어린이 키만큼 자란다. 잎을 떨군 사과나무가 쉬는 동안 대신해서 탄소를 흡수하는 것이다.

사과나무 사이로 호밀과 보리가 자라기 시작한 사과밭이익형

최근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농업 분야에서 퍼머컬처(Permerculture)가 등장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이란 뜻으로, 땅을 가는 경운을 하지 않고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농업을 말한다. 처음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는 일이다. 농약을 사용하는 마용운은 자신의 농사는 퍼머컬처에 닿으려면 한참 멀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분명 퍼머컬처의 방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모든 농부가 퍼머컬처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퍼머컬처는 어려울지 몰라요. 왜냐하면 사과를 재배하는 게 관상용이나 조경용이 아니잖아요? 열매를 팔아서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아무래도 농약을 안 쓰는 게 되게 어렵죠. 근데 저처럼 농약을 쓰면서도 풀을 조금 더 키우는 방식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마용운은 미련한 농부일 수도 있다. 쓰레기 대란을 보며 비닐을 쓰지 않기 위해 사과의 착색을 돕는 반사필름을 걷어버렸고, 스티로폼을 쓰지 않기 위해 포장재를 단가가 높은 종이로 바꿔버렸다. 한 명의 농부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갑자기 기상이변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성실한 미련함이 당장 돈이 되는 사과는 못 만들겠지만, 미래의 사과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일

홍로, 아리수, 루비에스, 황옥, 피크닉, 시나노스위트, 시나노골드, 홍옥, 후지, 감홍, 능금. 이 아름다운 낱말들은 농부 마용운의 사과밭에서 자라고 있는 다양한 사과 품종의 이름이다. 이중 우리는 몇 개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 예전에는 능금을 비롯해 다양한 크기와 색, 맛의 사과들이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일본에서 개발한 크고 달며 저장성이 좋은 후지가 들어오면서 많은 사과 품종이 자취를 감췄다. 시장의 논리에 따라 몇 개의 품종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느 날 후지에게 취약한 병해충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다양한 품종을 심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이죠. 지난해 지독한 냉해 속에서도 꽃피는 시기가 며칠 차이가 나서 살아남은 품종이 있어요. 5년 전에 심은 시나노골드도 빨갛게 만들 필요가 없으니 착색 문제가 해결되어서 심은 거죠. 앞으로 기후위기 속에서 어떤 사과를 재배해야 덜 피해를 볼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서울 농부시장에서 10가지 사과를 소개하고 있는 마용운 농부변정정희

최근 마용운은 사라졌다고 알려진 조선시대 능금을 어렵게 구해 심었다. 외국 품종이 대다수인 국내 사과 시장이 아쉬워서 근래 개발되고 있는 우리나라 품종도 계속해서 심어보고 있다. 어떤 사과는 맛이 좋지만 표면이 거칠게 나왔고, 어떤 사과는 냉해 피해를 많이 입기도 했다. 또 어떤 사과는 몇 개나 열릴지 아직 미지수다. 여러 품종의 사과를 심는 건 더 큰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맞서는 농부에겐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이제는 기후변화의 파국을 막기 어렵겠다고 생각해요. 근데 어떻게 하겠어요? 탄소 몇 그램이라도 흡수하는 데 보탬이 돼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위험한 사회가 되지 않겠어요? '계란에 바위 치기'라는 거는 너무나 자명하죠. 하지만 어른이 된 책임감이랄까? 이거라도 좀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마음이에요."

가을이 무르익는다. 사과나무에 열매가 달리고 있다. 어쩌면 빨갛고 노란 사과가 아니라 푸른 지구가 열매 맺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콤달콤한 과즙으로 꽉 찬 지구, 곳곳이 무르고 병든 지구, 더는 맺히지 않을 지구. 앞으로 우리는 어떤 열매를 먹을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변정정희: 다큐멘터리와 라디오 방송 작가

 

유엔 생물다양성 총회서 원주민 전통 지식인정 받았다

원주민 협의체신설 합의유전 정보 기금마련도

그린피스 한국, 인제 대암산·정선 가리왕산 훼손 방치

지난 2(현지시각) 폐막한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원주민 협의체를 신설한다는 당사국 합의에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유엔 생물다양성 총회 제공

지구 환경 30%를 보호하고 훼손된 자연 30%를 복원하자는 목표를 중심으로 열린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6·생물다양성 총회)2(현지시각) 콜롬비아 칼리에서 폐막했다. 196개 당사국은 이번 총회에서 유엔의 결정을 협의할 원주민 상설 협의체를 신설하고, 자연 유전 정보에 대한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수익의 일부를 생물다양성 기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에 합의했다.

4일 생물다양성 총회 누리집과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당사국들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원주민·지역사회의 역할 확대와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DSI) 혜택을 공유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원주민 협의체는 원주민과 지역사회에 관련된 문제를 전담하는 역할을 하는 보조기구로, 두 명의 공동의장이 선출되는데 한 명은 유엔 당사국이 지명하고, 다른 한 명은 원주민·지역사회 대표가 맡게 될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공동 의장 중 한 명은 개발도상국에서 성별 균형을 고려해 선정된다.

이번 총회 의장인 수잔나 무하마드 콜롬비아 환경부 장관은 합의 직후 이번 결정으로 원주민, 아프리카계 후손, 지역 공동체의 전통 지식이 인정받았다면서 생물다양성 총회에서 26년 간의 역사적 부채가 해결됐다고 엑스(X)에 밝혔다. 이는 생물다양성 협약에서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권리, 전통 의식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1998나고야 의정서이후 큰 진전을 이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회는 원주민 협의체 신설,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 활용 기업의 기금 출연 등이 합의됐지만 ‘30X30목표와 관련한 자연 금융마련·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생물다양성 총회 제공

당시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 총회에서도 생물의 유전자원을 활용한 의약품 등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 원산지 국가와 이익을 나누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된 바 있다. 이후 여러 총회에서 유전자원의 정의와 범위, 이익 공유 방식을 논의하는데 머물러왔는데 이번 총회에서 관련한 새로운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당사국들은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DSI)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에 합의했다.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는 생물의 발생과 성장, 기능에 필요한 유전적 정보를 담은 국제적 데이터베이스로, 그동안 전 세계 기업과 교육기관이 디지털 형태로 저장된 이 정보를 의약품 개발, 농업·환경 연구 등에 무료로 활용해왔다. 자유로운 데이터 활용은 기술 혁신 등에 긍정적 혁신을 가져왔지만, 실제 유전자원의 원산지 국가에 대한 이익 공유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해적 행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르웨이 열대우림재단 토리스 예거 대표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의약품이 열대우림에서 생산된다글로벌 기업들이 이 정보를 통해 창출한 수익의 일부를 자연 보호를 위해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당사국들은 유전 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에 이익 1% 또는 매출 0.1%생물다양성 기금으로 낼 것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기금은 각 나라에 전달하되 50%는 원주민과 지역사회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총회는 원주민 협의체 신설,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 활용 기업의 기금 출연 등이 합의됐지만 ‘30X30목표와 관련한 자연 금융마련·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생물다양성 총회 제공

다만 이번 총회에서 다른 시급한 문제에 대해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한 일부 돌파구가 마련됐지만 주요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혼란스럽게 총회가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폐막 예정일인 1일을 넘겨 이튿날 오전까지 이어졌고, 일부 당사국이 귀국을 위해 자리를 뜨면서 자연 금융의 조성 목표와 운용 방식 등에 결국 합의하지 못한 채 회의가 중단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내년 타이 방콕에서 열리는 임시회의에서 협상이 이어질 예정인데 회의 개최 방식이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4일 한국 정부가 2022년 생물다양성 총회에서 채택한 ‘30X30 목표가 정하는 재정 목표는 물론, 자연 보전 목표도 미달인 상황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그린피스가 시민단체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과 함께 한국의 산림보호구역 실태를 살펴본 결과, 대한민국 제1호 람사르 습지인 강원 인제의 대암산은 천연보호구역임에도 2018년말 삼림 벌채가 시작돼 축구 경기장 약 87.5(70) 면적이 훼손됐고, 정선의 가리왕산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장 건설 이후 6년째 복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동해안 따라 퍼지던 죽음의 단풍금강송군락지 덮쳤다

경북 포항 호미곶면 대동1리에 수십년간 마을을 지켜온 바위위 해송(오른쪽)이 지난 223일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되 잎이 누렇게 변해 있다. 왼쪽 사진은 20225월 네이버 거리뷰로 본 해송의 모습. 김현수 기자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소내무재선충병이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에 다다랐다. 울진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건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울진군 후포면 금음리 산 217번지의 소나무 1그루에서 재선충병이 확인됐다. 이 지역은 재선충병 발생지역인 영덕군 병곡면과 가까운 곳이다.

국립산림과학원·한국임업진흥원은 경북도 등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역학조사와 정밀 예찰·방제를 진행 중이다. 발생지 반경 2이내를 소나무류 반출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모든 소나무류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던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해 양분을 차단하면서 나무가 말라 죽는 병이다. 치료약이 없고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

평균 수령 150년 이상의 금강송이 군락을 이룬 곳에 재선충병이 덮치자 주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형업씨(50)영덕이 재선충병으로 난리가 났다는 말에 불안했다. 특히 송이를 키우는 주민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울진은 영덕·봉화 등과 함께 대표적인 송이 주산지다.

포항에서 경주까지 이어지는 도로 옆 숲에서 지난 223일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잎이 누렇게 변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울진 금강송 군락지는 전통 소나무의 원형이 가장 완전하게 보전된 곳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전쟁의 피해도 벗어난 이곳은 1959년 육종보호림으로 지정된 이후 47년이 지난 2006년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됐다. 금강송은 줄기가 곧고 잘 썩지 않아 예부터 궁궐 건축이나 국보급 문화재 복원에 사용됐다.

조현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발생지 주변 지역에 철저한 조치를 하겠다소나무 고사목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재선충병은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378079그루가 재선충으로 고사했으나 2023년에는 1065067그루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899000여 그루가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경북(398915그루)이 가장 피해가 크고 경남(218701그루), 울산(84593그루), 대구(43939그루) 순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이 2007년과 2015년에 이은 재선충병 ‘3확산기라고 본다. 재선충병을 어느 정도 통제했다는 정부의 방심과 예산 부족에 따른 소극적 방제 움직임이 누적돼 3차 확산을 불렀다고 평가한다. 재선충 감염·고사 소나무 제거 예산은 2017596억원에서 2022109억원까지 줄었다.

기후변화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온난화로 인해 재선충을 소나무로 옮기는 매개곤충의 활동 기간이 늘고 개체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소나무 피해도 커졌다는 것이다.

규원 산림기술사(농업박사)방제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라며 문화재 등 반드시 지켜야 할 지역을 정하고 주변 방제를 강력히 해 재선충병이 다른 곳으로 확산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 금강송. 농촌진흥청 제공

한국보다 앞서 재선충병 피해를 본 일본은 일부 문화재 구역을 제외하곤 방제를 포기했다. 죽은 소나무가 있던 자리는 삼나무가 대체했다. 경북도도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베어내고 활엽수 등을 심는 수종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서재필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소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소나무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환경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경향

기후변화 놔두면 GDP 21% 준다는데, 손 놓은 정부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별 향후 GDP 감소폭. 한국은행

22세기가 시작될 2100년 국내총생산(GDP)은 기준 성장경로보다 21% 감소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기상청이 공동 작성한 기후변화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탄소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으나, 방치하면 온도 상승·홍수 피해, 태풍 등 확대로 경제에 더 심각한 피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5도 이내 억제는 지난 2015년 유엔 주도로 체결한 국제 기후변화협약인 파리협정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2018년 제시한 국제적 목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후변화 정책은 현 정부 들어 거꾸로 가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 예산은 2022년 이후 계속 줄어들어 3년 사이 22%가 감소했다. 에너지 기술 개발, 저탄소 생태계 조성 등 각 부서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프로그램을 모두 더한 금액은 2022년 기준 48,115억 원에서 2025년 예산안에서는 37,528억 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정부 전체 지출 예산이 8%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목표는 물론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역시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가장 많이 줄어든 예산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 부분으로 57%나 감소했는데, 이는 탄소 감축을 위해 2021년 수립했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2% 목표가 현 정부 들어 21.6%로 낮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적 경제 침체로 주요국들의 기후변화 노력이 주춤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주요 수출 대상국들이 탄소배출량과 연계한 무역 장벽을 계속 높이고 있다. 기후변화 리스크는 먼 미래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응 노력을 게을리할수록 치러야 할 대가가 빠르게 커진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벌써 500TNFD 공시 채택기업, 57% 증가

자연관련 재무공시 태스크포스(TNFD)500개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연 관련 보고를 시작하기로 약속했다./ TNFD

자연관련 재무공시 태스크포스(TNFD)500개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연 관련 보고를 시작하기로 약속했다고 28(현지시각) ESG투데이 등 현지언론이 밝혔다. 이번 발표는 콜롬비아에서 열린 16차 생물다양성 협약(COP16)’에서 이루어졌으며, 올해 초 320개 기업에서 무려 57%나 증가한 수치다. 자연 관련 거버넌스, 전략, 위험 관리 및 목표에 대한 표준화된 보고 체계가 강화될 전망이다.

TNFD에 따르면, 현재 502개 기업 및 금융기관이 TNFD 공시를 채택했으며, 여기에는 177000억달러(245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포함돼있다.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공시를 표준화하려는 노력은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TNFD는 지난 20239월 자연관련 재무공시의 최종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EU의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ESRS)의 경우 생물다양성 공시를 E4(생물다양성)에서 하도록 하고 있으며, IFRS의 국제 지속가능성 표준위원회(ISSB)는 기후 공시 다음으로 생물다양성 공시세트를 준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CDPGRITNFD 프레임워크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NFD에 따르면, 현재 502개 기업 및 금융기관이 TNFD 공시를 채택했으며, 여기에는 177000억달러(245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포함돼있다. /TNFD

TNFD 약속에 참여한 주요 기업은 TNFD 권고안에 따라 2024년 또는 2025년 연례 보고서에 자연 관련 공시를 포함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롭게 신규로 TNFD를 채택한 기관으로는 KPMG, abrdn(금융), 프리포트-맥모란, 콴타스 항공그룹, 도쿄 전력, 세인즈버리, JA솔라테크놀로지, 미쓰비시전기, 필립스, EDP, 로지텍 등이 있다. TNFD이는 54개 관할권과 77개 산업 중 62개 산업 부문을 아우르는 글로벌 차원의 보고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업은 5곳이 채택했는데, 한국타이어, 한화생명, 산업은행, 국제ESG협회, SK증권 등이다. 특히 일본기업의 TNFD 채택은 133곳이나 될 정도로, 높다.

TNFD 공동 의장 데이비드 크레이그는 “TNFD 권고안 발표 이후 기업들이 자연을 비즈니스의 주요 위험 요소이자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으며, 자산 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 내 기후와 자연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껏 5년짜리 정권, '부산 보물섬' 파괴한다고?"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 5일 국토부 앞 규탄 집회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경호

"우거진 100년 숲을 파괴하고, 자연생태도 1등급 산을 폭파하고, 수심 100m 이상의 바다를 매립하는, 이 돌이킬 수 없는 생태 학살 범죄를 멈춰야 한다."

"부산의 마지막 남은 보물섬을 파괴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 과정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리는 기껏 5년짜리 정권에게 천혜의 자연을 망가뜨리는 권한을 준 적 없다."

"세계는 개발이 아니라 돌봄, 나눔, 순환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데, 도대체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5, 세종시 국토교통부(국토부) 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쏟아낸 날선 발언들이다. 이날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시민행동)은 국토부가 4차례에 걸쳐 유찰된 가덕도신공항 건설 부지조성공사의 입찰에 응한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특히 "4번의 유찰은 셈 빠른 건설사마저도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얼마나 무모하고도 위태로운지를 인정했음을 의미하는데도, 국토부가 이를 무시한 것"이라며 "105천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면 사업비가 상승하고 지역경제 성장과는 무관한 대기업 특혜만 난무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시민행동은 이날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으로 이동해 규탄 집회를 이어갔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서는 규탄 발언뿐만 아니라 공연과 종교의식이 어우러졌으며, 거리 행진과 국토부 면담도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서의 발언이 끝난 뒤 시민행동은 국토부의 수의계약 결정 철회와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80% 규모를 차지하는 부지조성공사 사업에는 105천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경쟁 입찰도 아닌 수의계약으로 추진한다면 사업자 편익에 우선해 사업비가 상승될 것은 불보듯 뻔한 사실이다.

4번의 유찰은 셈이 빠른 건설사마저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얼마나 무모하고도 위태로운지 인정했음을 뜻하는데, 국토부는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가덕도 신공항 2029년 개항이라는 무모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공사업은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감시와 견제를 통한 투명성과 공정성의 원칙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수의계약은 이러한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이어 "가덕도는 10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켜온 동백나무 수천 그릇 군락지와 졸참나무 군락지, 우뚝 솟은 국수봉과 연대봉, 그 봉우리들을 지표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 상괭이를 비롯한 다양한 물살이들, 선사시대부터 근대 역사의 발자취를 담은 유적들, 그리고 이름 없이 가덕도를 지켜온 귀한 모든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폭주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숲을 베고 산을 폭파시키고 거기서 나온 돌과 모래, 흙을 밀어 넣어 앞바다를 메우는 공사를 해서 가덕도의 동물, 식물, 역사, 유적, 숱한 목숨들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지워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행동은 "기후위기가 무섭게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 우리가 잃었던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부산의 마지막 남은 보물섬을 파괴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 과정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수의계약 철회와 신공항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오마이뉴스 김병기(minifat)

을숙도 야금야금 난개발 중단돼야부산 환경·시민단체 반발

국립자연유산원 추진 등에 반대

"어떤 시설 넣을지 깊이 고민해야"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을숙도 생태공원. 사하구청 제공

부산 생태계의 보고인 을숙도가 난개발 위험에 처해 신중하게 보존·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시민단체에서 제기됐다.부산 환경·시민단체와 ()습지와새들의친구는 을숙도가 각종 개발 계획이 집중돼 난개발 우려가 높다며 부산시는 을숙도에 지역 특색과 가치를 반영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도입하고, 을숙도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5일 밝혔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측은 을숙도가 천혜의 자연을 지닌 유산임에도 최근 난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낙동강 하구 을숙도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귀중한 자연 유산이라며 최근 시는 을숙도에 국립자연유산원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가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업무를 하는 기관을 자연유산을 파괴한 땅 위에 짓는다는 발상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박 위원장은 부산시 도시계획에도 을숙도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연 환경 보존을 위해 힘써야 하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말로만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축구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여느 도심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시설을 넣어 을숙도라는 공간의 가치는 퇴색되고, 철학은 빈 공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을숙도라는 공간을 생태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허탁 부산문화지킴이 대표는 우리는 숲, 공원, 정원 등의 녹지가 도시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시는 을숙도란 공간에 전통적인 도시 개발 모델에서 벗어나 어떤 시설을 어떻게 들일 것인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손희문 기자(moonsla@busan.com)

 

정부, 미 대선 앞두고 알맹이도 없는 ·미 원전 수출 원칙 MOU 가서명발표?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것글로벌 시장서 양국 협력 기대

실체나 내용 없어부랴부랴 받아낸 립 서비스수준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자력 수출과 협력에 관한 원칙을 담은 업무협약(MOU)에 가서명했다고 5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협의의 시작점이자 현재 논란이 되는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MOU, 미 대선을 하루 앞두고 받은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는 미국 에너지부·국무부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협의해 ·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MOU’에 가서명했다고 이날 오전 130분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같은 시각 미국 에너지부도 미국과 한국, 원자력 협력에 대한 임시 약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번 MOU가 담고 있는 원칙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정부 차원에서 민간 기업의 원자력 수출 통제 관리를 강화하는 것, 둘째는 양국 민간 기업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금번 성과는 그간 양국이 구축한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것으로, 최종 서명 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양국 간 원전 수출 협력이 긴밀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MOU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건, 지난 7월 이른바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부터다. 한국에 원전 기술을 전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자사 허락이나 미국 에너지부 신고 절차 없이 한국이 제3국에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는 수출 통제 문제를 체코 정부에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내년 3월 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 전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이날 공표된 것이다.

3개월간 집중적으로 협의했음에도 크게 진전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법적 구속력 없는 MOU인 데다 가서명임에도 이날 서둘러 발표한 건 미국 정부 입장이 대선 이후 급변할 수 있고, 본계약 체결 전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을 봉합하길 바라는 체코 측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체코전력공사 등 체코 원전 발주사 대표단 60여명은 오는 11일 한국을 방문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실체나 내용은 없는 여론 조성 차원의 발표라며 미 대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받아낸 립 서비스 수준의 MOU”라고 평가했다.

협의를 주도한 부처인 산업부도 체코 원전 사업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MOU라고 인정했다. 다만 수출 통제와 관련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효과와 양국 정부가 원전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분위기 전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 발생한 분쟁 이슈와)엄밀하게 말하면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현존하는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하고 독려하는 효과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경향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허리 휜 자작나무숲의 아우성... 산림 정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

갈대 그림이 아니다. 자작나무 숲이다. 어린 나무라 허리가 휜 게 아니다. 심은 지 약 20년이나 된 나무지만, 지난겨울 폭설 무게를 이기지 못해 허리가 굽었다. 심지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뚝뚝 부러진 자작나무들도 곳곳에 널려 있다.

강원도 평창 진부령 인근 자작나무 풍경을 지난 1028일 찍은 사진이다. 산림청은 기후 위기로 인한 지난겨울의 혹한과 폭설 때문에 자작나무가 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사실일까?주변을 둘러보았다. 허리 휜 자작나무 바로 곁에 있는 참나무와 소나무들은 멀쩡하다. 똑같은 한파와 폭설을 맞았음에도 다른 나무들은 아무런 탈이 없다.

동일한 혹한과 폭설을 맞고도 참나무와 소나무는 아무 탈이 없다.최병성

또 다른 자작나무 숲을 살펴보았다. 이곳 역시 자작나무들의 허리가 굽었다. 이 자작나무 숲엔 울긋불긋 단풍 든 나무들이 많다. 참나무와 활엽수들이다. 자작나무는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허리가 휘거나 부러졌지만, 참나무는 멀쩡하다.

카카오 맵의 항공사진을 확인해보았다. 앞에 살펴 본 자작나무 숲 두 곳 모두 2008년 이전에 벌목한 뒤 자작나무를 심었다. 앞의 현장은 허리가 휜 자작나무 아래 단풍 든 키작은 참나무들이 보인다. 숲가꾸기 한다며 그루터기에서 올라오는 참나무 맹아들을 지속적으로 잘라 자작나무만 가꿔 온 숲이다.

두 번째 장소는 자작나무를 심고 방치한 곳이다. 잘린 그루터기에서 올라 온 참나무와 활엽수들이 산림청이 조림한 자작나무들보다 더 크게 자랐다. 자작나무와 달리 폭설 속에서도 멀쩡하다.

혹한과 폭설 쏟아지는 러시아에서는 멀쩡한데

허리가 휜 자작나무들은 한국에 심으면 안되는 수종임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작나무는 러시아와 핀란드처럼 춥고 눈이 많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나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엔 자작나무(birch)를 북반구의 서늘한 지역에 분포하는 수명이 짧은 장식 및 목재용 나무라고 설명한다. , 미국 항공우주국(NASA)'매년 잎을 떨구는 낙엽성 나무로, 빨리 성장하고 수명이 짧고, 습기와 더위를 좋아하지 않으며 서늘한 산악 지역에서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자작나무의 특징을 설명한다

혹한과 폭설에도 끄떡 없이 서 있는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자작나무들이다. 자작나무 목재의 특징은 '가볍고 단단하다'는 점이다. 단단한 재질을 가진 자작나무이기에 춥고 눈이 많은 나라들에서 굳건히 살아간다.

러시아의 자작나무들은 혹한과 폭설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굽지 않고 잘 살아간다.독자제공

그동안 산림청은 전국에 자작나무를 심어왔다. 키가 쑥쑥 자라니 대한민국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죽지 않고 자라긴 했지만 나무 생장에 문제가 생겼다.

흰색 수피는 자작나무의 특징이다. 대한민국에서 자라는 자작나무 수피는 까맣다. 우리가 흔히 영화 속에서 만난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와는 다르다. 산림 현장을 안내하던 한 교수는 자작나무의 까만 수피를 가리키며 "나무는 살아 있지만, 나무 껍질이 썩어가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나무라고 설명했다.

해외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와 달리 수피가 까맣게 썩어가는 한국의 자작나무들이다.최병성

문제는 자작나무를 심기 위해 건강한 숲을 벌목하는 곳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난 1028일 허리가 휜 자작나무로 가득한 평창 진부령 인근에서 싹쓸이 벌목으로 나무들이 사라진 숲을 만났다. 정상부에는 허리가 휜 자작나무들이 보인다. 그런데 벌목한 자리에 어린 자작나무가 심어졌다.

벌목 후 잔가지들을 모아 놓은 곳을 살펴보았다. 참나무 가지들이다. 참나무와 활엽수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숲을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자작나무 광풍에 전국서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들

전문가들은 한대성 식물인 자작나무가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선이 강원도 인제까지라고 한다. 그러나 조림한 지 30년이 넘은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도 지난 겨울 폭설에 허리가 휘었다. 강원도 인제도 자작나무에게 적지가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자작나무를 전국에 심고 있다.

현장 1

여기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숲이다. 지난 20218, 아름드리 굴참나무를 벌목한 뒤 심은 어린 자작나무들이 보인다. 고양시는 강원도 인제와 평창 진부령 보다 훨씬 따뜻한 지역임에도 자작나무를 심었다.

거대한 굴참나무를 벌목하고 어린 자작나무를 심었다.최병성

현장 2

이곳은 충북 제천의 2021년 여름 산사태 현장이다. 큰 나무들을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던 곳이다. 제천은 고양시보다 위도가 더 낮다.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벌목 후 자작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충북 제천이다.최병성

산사태를 복구한다며 돌망태를 쌓고, 모래주머니로 토사 유출을 막고 있다. 토사가 패여 나간 깊이가 무려 3.7m였다.

▲자작나무를 심어 산사태가 발생한 곳에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돌망태를 쌓았다.최병성

현장 3

지난 2017년 여름 산사태 발생 현장이다. 뿌리째 뽑힌 커다란 나무들이 붉은 토사와 함께 집을 덮쳤다. 할머니가 밀려 온 토사에 깔려 사망했다. 산사태는 왜 발생했을까?

산사태 시작점에 답이 있다. 잘린 나무가 굵은 뿌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산사태로 뿌리를 덮고 있던 토사가 다 쓸려 갔기 때문이다. 주변에 흰색 나무 가지가 누워있다. 자작나무다. 산사태 시작 점 바로 위에 있는 나무들도 가느다란 기둥이 흰색이다. 모두 자작나무다. 이곳 역시 2012년 큰 나무를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자작나무를 심은 지 몇 년이 흘러 나무 키는 자랐지만, 뿌리가 깊지 못하다. 큰 비에 산사태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238, 산사태 현장을 다시 찾아보았다. 산사태 사건으로부터 6년여의 시간이 흘러 자작나무들이 더 자랐다. 그러나 은빛 나는 아름다운 자작나무가 아니었다. 8월임에도 불구하고, 자작나무 잎사귀를 벌레들이 먹어 흉측한 숲이 되어 있었다.

현장 4

이곳은 2019년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20245월 모습이다. 온 산이 거미줄처럼 초토화되었다. 산림청이 산불을 복구한다며 싹쓸이 벌목을 했기 때문이다. 산불 후 5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황폐하다.

복원이란 이름으로 산림을 초토화시켰다. 이게 오늘 산림청의 현실이다.최병성

산림청이 불탄 나무들을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때문에 대형 산불이 되었는데, 불 폭탄인 소나무를 또 심었다.

소나무 때문에 대형 산불이 되었는데, 산림 전체에 불 폭탄인 소나무를 또 심었다. 산불 후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황폐하다. 복원의 이름으로 숲이 더 황폐해진 것이다.최병성

옥계 산불 피해지 복원 현장 일부에 자작나무를 심었다. 소나무만 심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활엽수인 자작나무를 일부 심었는데 대부분의 자작나무가 죽었다. 잎사귀를 달고 있는 자작나무가 몇 그루 되지 않는다. 강릉 옥계 역시 자작나무가 자라기에 맞지 않는 곳이다. 그나마 심은 나무들 대부분이 고사했다.

옥계 산불 현장에 놀라운 장면이 있다. 불탄 소나무 아래 저절로 자란 참나무들이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랐다. 산주들의 반대로 불탄 나무를 벌목하지 못해 자연복원 되고 있는 현장이다.

산림청이 복원한다며 국민 혈세 퍼부어 벌목하고 소나무와 자작나무를 심은 곳은 아직도 황폐하다. 산림청이 손대지 않은 곳은 자연 스스로 산불에 강하고, 재선충에 더 강한 참나무와 활엽수림으로 울창하게 거듭나고 있다.

이곳도 같은 날 같은 산불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불탄 나무를 그대로 두자, 참나무가 울창하게 자랐다. 산림청이 복원하지 않으면 자연은 스스로 숲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최병성

전국에 자작나무 광풍이 부는 이유

지난 1028, 경상남도 함양군은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들기 위해 15ha의 나무를 싹쓸이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경남 함양에 15ha 숲을 벌목하고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든다는 언론보도함양군청

함양군이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든다는 경남 함양군 서하면은 강원도에서도 한참 내려왔다. 자작나무가 제대로 자랄 환경이 아니다. 자작나무가 한국에 제대로 살 수 없는 나무임에도 왜 전국 지자체마다 자작나무 광풍이 부는 것일까?

산림청은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명품 숲이라며 올해의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하며 자작나무를 홍보했다. 산림청은 경북 영양의 자작나무 숲도 국가 명품 숲으로 지정했다.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이유로 산림청이 자작나무를 명품 숲으로 홍보하고, 이에 자극을 받은 지자체들마다 너나없이 자작나무 명품 숲 만든다며 싹쓸이 벌목을 진행 중이다. 어차피 벌목 후 자작나무 조림 비용은 산림청이 국민 혈세로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자작나무는 한국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게 드러났다. 이제라도 산림청은 허리 휜 자작나무들의 아우성을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산림청으로부터 지자체에 할당 된 예산을 관련 업자들이 나눠 먹기 위해 억지로 벌목과 조림과 숲가꾸기를 하며 건강한 산림을 파괴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산불과 재선충에 강하고 탄소 흡수·저장 능력이 큰 건강한 산림을 위해 산림청의 산림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한 이유다. / 최병성 오마이뉴스

국회 안 기후위기시계는 가는데상설 특위 손 놓은 여야

5일 아침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 세워진 기후위기시계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보다 1.5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이 425917시간 4817초가 남았음을 알리고 있다. 남은 시간은 지금도 줄어들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425917:48:17’

지난 5일 오전 711, 평소보다 이른 출근길에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마주친 시계에서 째깍째깍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시계가 긴박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시간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보다 1.5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입니다. 시계 앞에 놓인 표지판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1.5상승하면 폭염은 8.6, 가뭄은 2.4, 강수량은 1.5배 증가하는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적혀 있었습니다.

기후위계시계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시계는 지난 422지구의 날을 맞아 국회 내 좌측 구석에 설치됐다가 “22대 국회를 기후국회로 만들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따라, 94일 국회 한가운데인 본청 건물 앞으로 옮겨졌습니다.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기후문제에는 여야가 없다며 협조를 약속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왼쪽 다섯번째)을 비롯한 여야 원내대표 및 참석자들이 지난 94일 오전 국회에서 기후위기시계 이전 제막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막식 닷새 뒤인 99, 우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 등과 함께 기후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선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 논의가 이뤄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21대 국회에서도 기후특위가 설치되긴 했습니다. 2022년 말 설치돼 한시적으로 가동됐던 기후특위는 맹탕이란 지적을 받고 문을 닫았습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를 불러 모아 기후 문제를 논의하도록 했으나, 법안이나 예산 심의권이 없는 힘없는임시 특위라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부처 장관들조차 기후특위 회의에 잘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기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국회가 손놓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여야 모두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있는 기후특위 상설화를 공약했습니다. 지난 227,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가 중요한 점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결단을 책임지고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기후특위 상설화를 포함한 기후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발 더 앞서 지난해 1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후특위 상설화를 검토하자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7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북카페에서 열린 기후 미래 택배 공약 발표회에서 국민택배 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장은 물론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등 국회 내 있는 사람들 모두가 동의한 상설 기후특위는 이 글을 쓰고 있는 115일까지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94일 제막식 행사 사진을 보면, 기후위기시계는 ‘4321이 남았다고 기록돼 있는데요. 행사도 하고, 합의도 했지만 62일이 지나는 동안 정작 이행되진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박지혜·허영 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특위에 법안 및 예산심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아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특위 논의를 잘 알고 있는 국회 관계자는 기후특위가 여야 우선 과제에서 상당히 밀려있는 상황이라며 기후특위 설치의 당위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협의가 필요한데 우선 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논의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여당 공천 개입 의혹 등이 정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특위 설치를 위한 협상은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부터)와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 전문가들은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기후특위가 출범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팀장은 지금 국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기후위기 대응이고, 정치적으로 밀릴 사안이 전혀 아니라며 여야 간 여러 싸움도 있고 정쟁도 있을 수 있는데 우선적으로 기후특위 논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윤세종 플랜 1.5 정책활동가 역시 다른 정치적 사안과 별개로 민생법안이라고 생각하면 이만큼 중요한 게 없다이걸 최우선으로 해서 정기국회 끝나기 전에 이것만큼은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829일 헌법재판소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대해 어떠한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고 있지 않은 현행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헌법 불합치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2026228일까지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해 법 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탄소중립기본법 보완을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안에 여러 부처가 함께 들어올 수 있는 기후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게 기후활동가들의 입장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1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후위기시계를 지나쳐 국회 소통관으로 출근한 뒤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물었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의 만남에 진전이 있느냐고요. 지난달 21, 이 대표가 한 대표에게 민생 현안을 논의하자며 ‘2차 대표 회담을 제안했고 한 대표가 곧장 좋다고 화답한 바 있습니다. 회담이 이뤄진다면 민생과 직결된 기후특위 설치 논의가 혹시라도 이뤄지진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오는 11일부터 22일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가 열립니다. 198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정부대표단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야 대표도 대신 행동에 나서길 기대해봅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바람을 이윤으로? 녹색 개발주의는 '봉이 김선달'일까

에너지전환의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한국과 미국에서 '대통령의 자격'이 논란이 되는 요즘, 주변에서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질문을 제법 많이 받는다.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쟁점 역시 '에너지의 자격'으로 풀어볼 수 있겠다. 현재 '공공재생에너지연대'라는 느슨한 네트워크로 묶인 이들이 공동으로 연구해 발표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전략(2023)에서 시작해 보자.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담론과 제안이 있었지만, 재생에너지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재생에너지와 공공·공유에 대한 동상이몽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공공재생에너지는 대규모 공적 투자로 공공기관에 의해서 개발되고 소유·운영되는 재생에너지(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시설이라고 간략하게 정의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의 속도와 규모 조정, 양질의 재생에너지 확대, 전환 비용과 편익의 합리적 배분, 정의로운 전환의 계획과 관리가 공공재생에너지가 달성할 목표이자 기대하는 효과이다. 물론,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 조정 및 내부 개혁, 노동자·시민사회의 의사결정 참여, 지역 주민의 권리 보장과 생태계와의 조화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지역사회(에너지협동조합)와 지방정부(지방공기업)와의 공공협력(public-commons partnership)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그런데, 최근 해상풍력은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21년부터 정부는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와 추진하고 있다. '공공주도'라는 표현 탓에 이것이 마치 공공재생에너지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해상풍력에 적합한 입지를 발굴하고 발전단지를 개발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실제 해상풍력 사업을 누가 시행하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기껏 수용성과 환경성 문제를 공공기관이 잠정적으로 해결하거나 봉합하더라도, 실제 발전사업을 허가받고 해상풍력을 소유·운영하는 주체는 다른 이들이다. 이미 대부분의 해상풍력 시장을 외국 자본과 민간 자본이 잠식하고 있고,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그렇게 고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행태를 누군가는 '봉이 김선달'로 비유한다. 우리 모두의 것인 바람을 사적으로, 이윤 추구 대상으로 삼는 녹색 개발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다. 반대로 정부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주민참여 지원, 즉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의 추가 가중치 부여(RPS REC)라는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에 대한 몇몇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조치 행위를 두고, 마찬가지로 김선달로 매도한다. 이렇게 김선달은 재생에너지 이익공유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양측이 동원하는 상징이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양면 해석은 충분하지도 않고, 진실은 하나가 아니다.

첫째, 신안군(신안군 신·재생에너지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과 인천시(인천광역시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 및 시민참여 지원 조례)처럼,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주민참여 제도를 활용하는 내용을 담아 이익공유나 주민참여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햇빛연금''바람연금'으로 불리는 '신안 모델'이 대표적이다.

둘째, 이런 방식에 더해 전라남도와 강원도 등은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를 지향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예컨대, 전라남도는 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하여 공공기관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직접 시행·운영하는 정책(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을 규정하고, 강원도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전기판매 수익과 발전단지투자에 대한 이익배당금을 포함해 공유화 기금을 조성하도록 한다(강원특별자치도 신·재생에너지 공유화 기금 조례).

셋째, 제주도는 공공재생에너지의 지역 버전 1.0으로 볼 수 있다. 공공자원으로 규정된 풍력에 따른 개발 이익을 지역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제주에너지공사-지구지정-공유화기금 패키지를 도입했다. 기금 조성의 범위를 풍력발전사업 허가권을 통해 개발이익공유화계획에 따른 기부금(당기순이익의 17.5%혹은 매출액의 7%)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제주특별자치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

최근 전라북도는 '제주 모델'과 유사하게 지방공기업-지구지정-공유화기금을 구상하고 있다(전북특별자치도 신·재생에너지발전지구 지정 및 개발이익 공유화에 관한 조례). 공공적 관리 대상을 모든 재생에너지원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발전사업 허가권은 3MW 이하로 변함이 없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제주도(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와 전라북도(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상위법이 보장하는 차이점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전북 모델'이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주민참여 재생에너지와 지방자치단체 참여형 재생에너지에 대한 추가 가중치 부여 방식을 제외한 사례를, 특히 제주 모델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인정하는 이익공유(주민참여) 개념과 방법은 제한적이다. 피해 보상과 지역 지원이 소극적 측면이라면, 주민과 이해관계자가 발전사업에 대하여 자발적 의사에 따라 지분채권펀드 방식으로 투자하여 수용성을 높이고 신규 소득원을 발굴한다는 적극적 측면을 강조한다. 반면, 제주시에 이어 전라북도가 추진하려는 (민간) 발전기업에 대한 공유화 기금 조성 방식(기부금)'삥 뜯는' 행위로 판단한다. 다시 봉이 김선달이 등장한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이익공유라는 이름으로 개인적 vs 집합적 또는 투자형 vs 공익형 등 다양한 유형과 형태가 존재하며, 각각의 의미와 논리가 다르다. 최근에는 기본소득 vs 기본서비스 개념과 결합하여 공공재생에너지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라북도를 압박하는 오래된 관습은 사회적 토론을 방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자치·분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재생에너지 주권은 국가 차원에서 할 일과 지역 차원에서 할 일이 상호 교차한다. 각자의 권한과 책임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교차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해상풍력에 대한 발전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2024)이 중앙의 영역이라면, 제주 모델이나 전북 모델 등은 지역의 영역이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목표의 격차를 해결하려면, 이미 예고된, 그러나 알게 모르게 회피하고 있는 전력 계통과 판매 부문의 새로운 쟁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전국적, 지역적 에너지전환의 공공 경로, 즉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전력계통 혁신대책(2023)과 지역별 맞춤형 계통포화 해소 대책(2024)에 의해 '재생에너지 송·배전망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기남부지역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서해안과 호남지역에서 건설되는 대규모 해상풍력 송전망 갈등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제주와 호남지역의 신규 태양광 발전이 변전소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면적으로 벌어지고 있다(호남지역은 2031년까지 발전사업 허가 불가능). 그리고 내년부터 지정되어 전력 판매가 개방되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에 대해서 제주 모델은 어떻게 에너지전환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이에 대해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공공재생에너지 지역 버전 2.0을 어떻게 제안할지,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요즘이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 프레시안

 

경포호에 현수막 210여 개가 걸린 까닭은?

분수 설치 두고 양분된 시민들... "호수 풍경 해쳐" 관광객들 지적도

경포호가 최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호수 주변 4.3km 구간에 무려 210여 개의 현수막이 걸리며 행사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가 경포호 수질 개선 등을 목적으로 대규모 인공분수 설치를 추진하면서 찬성하는 단체와 주민들이 환영의 플래카드를 내건 것이다.

호수 주변 길가에 내걸린 현수막분수설치를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길거리에 내걸려 있다(2024/11/2) 진재중

2일 경포호 현장에 내걸린 현수막의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대부분 인공분수 설치를 환영하는 문구들로 가득했다.

"경포호 분수 설치는 강릉시민의 생존권"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에는 인근 상인들의 절실한 기대와 희망이 담겨 있다. 현수막을 내건 단체들은 인공분수 설치가 수질 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은 현수막에 적힌 문구들이다.

명승지 '경포호'에 다시 찾게 하는 분수 설치!

경포호 분수 설치로 다시 태어난다.

20년 만에 다시 오는 볼거리 제공에 기회를 살리자.

소득증대 분수 설치 시민들은 갈망한다.

주민이 죽어야 분수 설치 되는가,

음악과 스토리가 흐르는 경포분수,

경포주민의 생존권을 철새에게 뺏기지 말자,

경포호 환경개선사업 분수 설치, 적극 찬성합니다.

지난 세월 30년 아무것도 못했다, 분수 설치 찬성한다.

수질도 개선하고 분수도 설치하여 제일 경포 만듭시다.

일부 상인과 단체들은 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단체를 겨냥해 경고성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를 본 시민과 관광객들은 현수막이 강렬하고 섬뜩한 인상을 준다고 전했다.

분수 설치 반대단체 20년 전에도 반대, 지금도 반대, !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쓰레기 단체 치우자.

평생 반대만 하는 단체는 사라져라,

분수 설치 반대하는 단체, 고따구로 살지 마라.

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단체에게 보내는 현수막(2024/11/2)

호수 주변에 걸린 환영 현수막들로 인해 경포호는 마치 플래카드 전시장처럼 보인다. 벚나무 사이사이에 걸린 현수막들은 호수 경관을 가리고 있으며, 시민들은 아름다운 호수 풍경이 현수막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호수에서 운동을 하던 최광철씨는 "경포 호수에 지역 경기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분수를 설치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현수막으로 강릉 시민들이 나뉘는 모습을 관광객들에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한다.

경포호를 매일 걷는다는 강릉 시민 B씨는 "경포호는 강릉의 얼굴인데, 이런 모습을 관광객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데, 왜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까지 나쁜 인상을 받게 합니까?"라며 분노를 표했다.

분수대 설치를 환영하는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2024/11/2)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호수를 찾은 관광객들도 곳곳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의아해했다.

서울에서 온 김형섭(69)씨는 "중요한 사항은 공론의 장을 통해 해결하면 될 텐데, 왜 관광객이 찾는 호수 주변에 이렇게 보기 싫게 설치했느냐"고 지적했다. 함께 온 A씨도 "호수를 보러 왔는데 현수막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적당히 걸어야지, 호수 주변을 도배하듯 설치해 관광지의 이미지를 흐리게 해서야 되겠습니까?"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관광객은 "이 현수막이 강릉 경포호의 이미지를 흐려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분수를 설치해도 다시 방문하고 싶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강릉시는 관광도시에 걸맞은 도시 미관을 조성하기 위해 63일부터 주요 지역에서 '불법 유동 광고물 청정지역'을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청정지역으로 지정된 장소는 유동인구가 많고 강릉의 관문 역할을 하는 터미널과 강릉역이며 유동광고물에는 입간판, 현수막, 벽보, 전단 등이 있다. 지정 장소에서 적발되면 게시 주체를 불문하고 즉시 철거 및 과태료 부과를 병행할 예정이다.'

호수 주변에 설치된 수많은 현수막이 강릉을 찾는 방문객과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아름다운 호수 경관이 현수막에 가려지면서, 시민들은 "이 현수막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경포호는 강릉의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관광 명소로, 자연경관 보호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재중(wlswownd) 오마이뉴스

금강산 떠난 금강인가목 ‘100년 여행영국서 살아남았다

1917년 미국의 윌슨 원정대가 금강산에서 채집해 간 우리나라 금강인가목이 영국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 가고 있다. 미국 아널드수목원의 윌슨 원정대가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찍은 사진. 한반도 전 지역을 탐사한 원정대는 금강산에서 금강인가목을 채집했다. 아널드수목원 제공

금강인가목은 6~7월에 흰색 꽃을 피워 내는 키 작은 나무다. 금강산 바위틈에서 자라는데 30~70관목이 아래로 처진 모습이 국수처럼 보인다고 해서 금강국수나무라고도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근연종이 없는 단일종이어서 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북한도 금강인가목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한다. 그러나 분단 이후 우리가 북녘에서 자라고 있는 이 꽃을 볼 방법은 마땅치 않다. 대신 유라시아 건너편인 영국 에든버러에 이 나무가 있다.

미국으로 간 금강인가목은 영국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에 분양됐다. 그리고 2012년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이 한국 국립수목원에 금강인가목 묘목을 전달했다. 에든버러 왕립식물원 제공

지난 9월 방문한 영국 에든버러 왕립식물원. 25에 이르는 넓은 식물원 가운데 자연과 어우러지는 한국 정원을 닮은 모습으로 조성된 바위 정원에서 금강인가목을 만났다. 구한 말 미국 보스턴으로 갔다가 다시 영국 에든버러에 옮겨진 금강인가목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과거 사진 속 모습과 꼭 닮은 모습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에든버러 왕립식물원 원예 담당 매니저인 케이트 휴가 금강인가목의 키에 맞춰 쪼그려 앉아 주변 흙을 정돈하며 바위틈에서 자라는 금강인가목의 생장 환경에 맞춰 바위가든으로 최근 옮겨 심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식물원에 149, 1000개가 넘는 한국 식물들이 있다면서 한국 침엽수들이 아기자기하며 열매도 잘 맺고 예뻐서 인기를 끈다고 덧붙였다.

금강인가목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거푸 건너게 된 사연의 시작은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아널드수목원의 식물 채집가 어니스트 윌슨이 금강산에서 금강인가목을 수집했다. 하버드대 부설 아널드수목원에서 증식한 금강인가목을 1924년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에 분양했다. 이후 미국에 있던 금강인가목 개체는 죽었다.

2019년 여름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에서 금강인가목은 화려한 꽃을 활짝 피워 냈다. 에든버러 왕립식물원 제공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에서 증식한 금강인가목은 2012년 한국 땅을 밟았다. ‘95년 만의 귀환이라는 환영 속에 돌아와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아쉽게도 고사했다. 그래서 북한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강인가목을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에든버러 왕립식물원만 남았다. 제국주의 시절 한반도를 떠난 식물을 외국이 보호한다는 점에서 씁쓸한 다행인 면도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한반도의 계절이 실종되고 생물 다양성이 위협당하면서 식물 보전은 국경을 초월해 모든 국가들이 공조해야 하는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사라져 가는 꽃과 나무를 지키기 위한 전 지구적 공조가 태동하고 있는 지금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은 전 세계의 식물 보전 병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를테면 1970년대 홍콩 카두리 실험농장은 홍콩의 야생에서 단 한 그루 남은 희귀 식물인 삼지구엽초를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으로 보냈다. 이후 홍콩에선 삼지구엽초가 사라졌는데, 증식에 성공한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이 2020년 국제 침엽수 보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삼지구엽초 묘목 40개를 홍콩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취재진이 방문한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의 바위 정원에서 금강인가목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모습. 에든버러 이은주 기자 서울신문

올해 유럽이 이상저온 현상을 겪는 와중에 방문하긴 했지만 에든버러의 9월은 한국의 초겨울 날씨처럼 서늘했다. 쌀쌀한 에든버러에서 아열대 지역인 홍콩의 나무를 살린 비법을 궁금해하자 이 식물원의 윌리엄 힌치클리프 박사는 야생의 상태를 최대한 재현하고 수분량을 잘 조절해 준다고 설명했다. 답은 물 조절에 있다는 것인데, 간단한 대답 뒤엔 매우 치밀한 과학적 노력이 숨어 있음을 이 식물원의 홍수 방지 정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홍수 방지 정원은 국지성 폭우가 내릴 때 최대한 많은 물을 정원의 흙 안에 가둬 둘 수 있도록 뿌리 형태가 잡힌 식물을 집중 배치한 정원이다. 20217월 관광지로 유명한 에든버러성이 침수될 정도로 에든버러에도 비가 많이 왔는데 이에 대한 해법으로 홍수 방지 정원 연구를 활성화했다.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에선 뿌리와 흙에 단시간 동안 물을 많이 저장하는 정원식물 품종을 연구하는 한편 대규모 정원 식재를 한 뒤 파이프로 대량의 물을 흘려 보냈을 때 물이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지성 폭우로 인한 침수는 에든버러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근래 흔해진 재난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대심도 빗물 터널 등 수로 인프라 구축을 논의하는 데 비해 에든버러는 정원식물을 활용한 해법을 모색하는 모습이 대비된다. 왕립식물원 관계자는 국지성 침수에 강한 식물을 심는 것은 집의 정원을 잘 가꾸는 사적인 행위인 동시에 마을의 침수를 방지하는 공적인 공헌이라면서 다양한 식물을 적합하게 식재하는 일상의 일 또한 기후 위기에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횡성 강림면 자작나무 숲, '우리가 키운 조림지' 최우수에 선정

강원도는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 자작나무 숲이 산림청 주관 '2024년 우리가 키운 우수조림지' 평가에서 최우수 조림지로 선정됐다고 7일 밝혔다.

이 평가는 조립사업의 품질을 향상하고자 산림청이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올해 평가에서는 산주가 직접 조림한 숲과 천연갱신지 등을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됐다.

이 결과 횡성군과 경남 거창군이 각각 최우수와 우수조림지로 손꼽혔다.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 산690번지 일원의 자작나무 숲은 산주가 직접 조림한 숲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적정 수종 선택과 높은 활착률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참조

 

헌법재판소, 지구적 기후부정의에 편승했다

기후정의운동은 어떻게 국경을 넘어설 것인가

얼마 전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여는 정기상영회에 이야기손님으로 다녀왔다. 상영된 영화는 룬 덴스타드 랭글로 감독의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다큐멘타리다. 영화는 노르웨이 정부가 내준 북극해 석유 탐사 허가에 대해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이 그린피스와 조부모 기후행동의 활동가들과 함께 제기한 위헌 소송을 담고 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는지, 과학자들은 무엇이라고 증언하는지, 정부는 어떤 논리로 이에 맞섰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소송은 2021년 대법원까지 가고 청소년 기후활동가 등은 결국 패배한다. 영화는 이들이 유럽인권재판소로 가서 싸우겠다고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영화를 보면서, 20248월 판결이 난 한국의 기후소송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이번 상영회를 준비한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소송의 구체적인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차원에서 논의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노르웨이의 기후소송은 우리도 함께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이 여럿 펼쳐보여준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노르웨이의 두통(Norwegian Headache)>인데, 영화를 보면 그렇게 붙인 이유도 이해된다. 하지만 노르웨이 국적이 아닌 사람들이 보자면, 국문 번역된 제목인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도 수긍이 가는 이유다.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나온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4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아기기후소송의 청구인 한제아 학생(오른쪽)이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의 관할권이 아니다" vs "얼만큼이 우리의 것인가?"

내게 영화에서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노르웨이라는 국가의 책임과 역할에 관해서 이루어진 법정 공방이었다. 노르웨이 정부를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는 항소 법정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정부 대리인) 제 질문은 이 결의(새로운 석유 시추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112(환경권 보호 조항)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까요? 항소인(청소년 기후활동가 등)은 노르웨이 기후가 변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미대륙 말고 노르웨이요. 태평양, 방글라데시 등에 생기는 일은 노르웨이 관할권 밖입니다. 노르웨이에 영향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는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이렇게 가정하고 있다. 노르웨이 영토에 관할권을 가진 정부가 행한 결정에 대한 토론은 그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영향에 국한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르웨이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야기해서,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미국 대륙에 어떤 영향을 야기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둘 필요도, 당연히 토론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노르웨이 영토 안에서 영향이 나타나야만, 그 결정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산유국이다. 그들의 복지국가와 부유함은 그들의 바다 아래에 매장된 석유를 채굴해서 수출하는 얻는 수입에 기반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석유 수입으로 막대한 국부펀드를 조성하고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자신들이 투자한 해외의 9000여 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자국 내 석유 탐사와 채굴은 계속 허가를 내주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자유롭게 국경을 넘는 석유와 자본은 문제삼지 않는 반면,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영향만은 엄격히 국경을 따지고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청소년 기후활동가 등을 대변하여 정부 대리인에 맞선 환경단체 대리인은 그 위선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묻는다.

"남아 있는 대기 중 얼만큼이 노르웨이 것입니까? 의회에서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얼만큼이 노르웨이 겁니까?"

지구 대기라는 '지구적 커먼즈'

그녀는 지구 대기라는 '지구적 커먼즈(공유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아는 것처럼, 노르웨이 국가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노르웨이 영공 안에서만 머물고, 그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을 노르웨이 영토 안에서만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배출된 온실가스에 국경은 의미가 없으며, 국경을 넘어 넓게 확산되고 뒤섞인다. 그 국가적지역적 기원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 중에 배출되어 축적된 온실가스는 전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부 대리인이 문제 삼기를 거부했던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미대륙 등에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나타나며, 여기에는 노르웨이가 배출한 온실가스도 기여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지구 대기는 세계 각국이 쏟아내는 온실가스로부터 보호해야 할 인류 모두의 것, 지구적 커먼즈인 것이다. 이 커먼즈를 지키기 위해서 전지구적으로 배출량을 감축하자는 것이며, 그를 위해서 각 국가들이 책임져야 할 배출 감축량을 정하자는 것이다. 이를 더 명확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말해볼 수도 있다. 안전한 기후를 지킬 수 있는 한계(예컨데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내에서 대기 중에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이를 1.5도 탄소예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을 정할 수 있다. 이때 그 총량 중에서 각 국가가 가진 정당한 몫이 얼마인지를 정해보자는 것이다.

이때 노르웨이와 같은 지구적 북반구 국가들의 몫은 적고, 방글라데시와 같은 지구적 남반구 국가의 몫은 커야 한다. 지구적 북반구 국가들은 그동안 오랫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경제적 부를 쌓아 왔고, 지구적 남반구 국가들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채 '피해와 손실'만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르웨이는 석유를 채굴하여 수출하면서 자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어 왔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환경단체 대리인은 그 중에서 얼만큼이 노르웨이의 것인지를 물은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 대리인의 비과학적이며 비윤리적인 협소한 '국가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한다. 오래 전 은퇴한 한 대법관이다. 조부모 기후 캠페인 참가자이자 소송의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영화는 환경단체 대리인의 질문 뒷쪽으로, 다음과 같은 그의 증언을 편집해서 넣으면서 그 의미를 부연해준다.

"(은퇴한 대법관, 조부모 기후 캠페인 참가자, 증인) 기후변화로 가장 고통받는 건, 우리 노르웨이의 후손뿐만 아니라 세계의 비특권층과 섬, 북극 지역 주민입니다.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노르웨이는 이 지구적 부정의를 통해 이득을 얻고 즐겁게 고통받습니다."

영화 속 노르웨이 대법관 13명이 한 명씩 나와 정부의 손을 들어준 후 이후, 그것을 듣고 있던 청소년 기후활동가 등과 변호인이 오랫동안 침묵 속에 앉아 있던 장면이 오래 기억이 남는다. 또한 화면을 바꿔 노르웨이 총리와 에너지부 장관이 번갈아 나와 노르웨이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는다고 말하면서도, 노르웨이가 석유 채굴을 감축하면 다른 나라가 그들의 석유를 채굴하여 돈을 벌게 될 것이라는 장면도 괴로웠다.

 

한국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였다.

노르웨이 기후소송과 다르게, 최근 판결이 난 한국의 기후소송은 일단 승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31년부터의 감축목표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헌법불일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온실가스 감축, 나아가 기후정책은 기술적 경제적 가능성을 따져서 정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하지만 2030년 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을 대비 40%로 정한 정부의 결정이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책임에서 부족한 것이라는 청소년기후행동 등의 주장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앞서 이야기한 '지구적 커먼즈' 그리고 '탄소예산'이라는 개념을 두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다시 토론해볼 필요가 있다. 한법재판소는 한국에게 할당된 탄소예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판단할 합의된 기준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2030년 감축목표가 헌법에 불일치한다고 판단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에서 독일헌법재판소는 판단을 했으며 이에 기반하여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의견과 근거까지 제시했지만,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이를 무시했다. 결국 국제적 기후부정의에 편승한 것이다.

지난달 16, 기후소송 평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여했던 필자가 했던 토론의 일부를 옮기면서 글을 맺어본다.

"어쩌면 헌법소원이라는 접근 자체에서 예고된 문제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진행된 이번 헌법소원에 전세계 기후취약국의 기후재난 피해자들, 예를 들어 2년 전 파키스탄의 대홍수로 목숨을 잃은 청소년의 부모가 참여하여 한국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나아가 국회와 정부가 국경에 갇혀 '기후제국주의'에 편승하고 있을 때, 기후(정의)운동은 어떻게 국경을 넘어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프레시안

 

진화는 자연의 순리? 인위적 진화가 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일대에는 회색 후추나방이 흔했다. 회색 후추나방은 나무에 기생하는 밝은 지의류(地衣類)에 몸을 숨기면서 포식자인 새를 피했다. 하지만 19세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아황산가스가 도시를 덮자 지의류는 사라지고 나무와 숲도 어두워졌다. 눈에 잘 띄게 된 회색 후추나방은 새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면서 빠른 속도로 줄었고, 몸을 숨기기 유리한 검은 나방이 급증했다. 공업암화(工業暗化)로 불리는 현상이다.

1950년대 유전학자 버나드 케틀웰은 오염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 회색과 검은색 후추나방을 풀어놓았다가 포획하는 실험을 반복하면서 이 가설을 입증했다. 케틀웰의 실험은 다윈의 자연선택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그런데 이 실험은 1990년대 후반 논란의 대상이 된다. 밤에 움직이는 나방과 낮에 활동하는 새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풀어놓은 나방을 완벽히 포획해 개체 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케틀웰이 나무에 나방을 접착제로 붙여놓고 촬영한 사진을 논문에 쓴 사실까지 알려지자 실험을 조작했다는 낙인도 찍혔다. 진화의 신비를 밝혀낸 실험은 창조론자들이 진화가 과학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후추나방 실험은 2015년 한국 과학 교과서에서도 삭제됐다.

하지만 후추나방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리버풀대 연구팀은 후추나방 유전자 40만건을 분석해 1819년 검은색으로 색을 바꾸는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맨체스터에서 산업화가 본격화되고 검은 나방이 급속히 늘어난 시기와 일치한다. 바뀐 환경에 맞춰 살아남기 위해 돌연변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후추나방 5000마리를 추적한 대규모 실험에서는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의 회색 후추나방 생존율이 오염된 곳보다 20% 이상 높았다. 후배 진화학자들이 케틀웰의 오명을 씻어준 것이다.

후추나방은 진화가 순수한 자연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산업화가 나방의 색을 바꾼 것처럼 인간의 활동이나 선택이 동식물의 유전자를 바꾸는 것이다. 이른바 인위적 진화(Anthropogenic Evolution)’.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 연구소는 베를린 중심부와 농촌 지역에서 각각 줄무늬 들쥐를 포획한 뒤 다양한 과제를 부여했다. 레고 블록집의 유리창 열기, 접시 뚜껑 열기, 플라스틱 상자 안의 종이 뭉치 꺼내기 등을 시킨 결과 도시 쥐의 성공률은 77%로 시골 쥐의 52%보다 월등히 높았다. 새로운 장소에 발을 내딛는 호기심과 용맹성도 도시 쥐가 훨씬 나았다. 고대 그리스의 아이소포스(이솝) 우화 시골 쥐와 도시 쥐에 등장하는 두 쥐의 성격 차이가 사실은 인간이 만든 도시와 시골이라는 환경 때문이었다.

스페인 파블로 데 올라비데대 연구팀은 남미에 서식하는 앵무새들의 둥지를 연구했다. 이 지역 앵무새들은 나무에 뚫려 있는 구멍에 둥지를 트는데 참나무, 너도밤나무, 소나무를 선호했다. 그런데 벌목이 잦은 지역에 사는 앵무새들은 야자나무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많았다. 벌목되는 나무 대신,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여겨 베지 않는 나무에 둥지를 틀도록 진화한 것이다. 인위적 진화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도심의 새는 야간의 빛 공해를 피해 새끼를 낳기 위해 번식기가 훨씬 길어졌고, 고래는 음파탐지기 소리를 들으면 먹이 활동을 멈추고 숨는 법을 배웠다.

다윈의 시대에 진화학은 수만~수백만년에 걸쳐 일어난 변화를 관찰하고,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현대 진화학은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인위적 진화의 원인과 영향을 밝히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인간의 활동이 바꿔놓은 동식물이 다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새의 활동이 줄어들면 해충과 전염병이 급증하는 식이다. 저명 의학 학술지 랜싯은 2014인류 문명은 그 문명이 의존하는 자연 시스템의 건강과 결코 떨어질 수 없다이제 개개인의 건강보다 지구 건강(Planetary Health)’이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선언했다. 자연의 역습이 인류의 건강과 삶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이를 거창하고 한가한 소리로 치부한다면 나방과 쥐, 앵무새 다음에 강제로 진화하는 것은 우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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