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원에서 길을 찾다…세 가지 빛깔 가을 정원 여행 2. 생산부터 폐기까지…동시다발 전환 시작해야
3. ‘지구 30% 보호’ 생물다양성 “한국 목표 구체성 떨어져” 4. “창원 S-BRT 구간 빈 공간에 녹지 조성을” 5. 세계 바다 30% 보호지역’ 목표 지연…“이대로면 83년 뒤 가능” 6. 천연기념물 정이품송으로 ‘소나무’ 표준 유전체 해독 성공 7. 신규 댐 후보지 10곳 결정···공식 회의도, 회의록도 없었다 8. ‘도심 단풍 실종 사건’…이상 고온 탓 10월 말에도 초록 잎만 무성 9.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9. 부산 환경단체낙동강 녹조 독대책 마련 촉구
10. ‘원전 르네상스’ 외치는 한국 정부의 착각 11. 민락유원지 42층 호텔 본격화… 또 난개발 그림자 12. 대저대교, 10년 우여곡절 끝에 첫 삽 13. 가덕신공항 접근철도·도로, 설계·시공 일괄입찰로 진행 14. ‘글로벌허브’ 꿈꾸면서…복합리조트 없는 부산
15. ‘김건희-구달’ 만남 직전 생태교육관 급조하고 예산 20억 끼워넣기 16. 이건희 회장 유족 기부한 장산 토지에 힐링 쉼터 조성 17. 플라스틱 생산 감축’ 세계의 이목이 부산에 쏠린다 18. 부산 노후계획도시 정비 ‘15분 이내 보행권’ 의무화 19. 민간정원 30선
정원에서 길을 찾다…세 가지 빛깔 가을 정원 여행
이상한 날씨의 시대입니다. 지구가 뜨거워져 계절의 리듬이 뒤죽박죽됐으니까요. 그래도 가을은 무르익고 있어요. 서울에서 가까운 정원들에서 가을을 보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쑥부쟁이와 곱게 물든 복자기 단풍도 좋았지만, 정원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건 더 좋았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에는 감각과 생각을 일깨우는 어떤 신비로운 힘이 있더군요. 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문화 기업으로 가는 정원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곳은 경기 가평군의 더스테이힐링파크였어요. 입구에서부터 정갈하게 쌓아진 낮은 돌담이 소박하면서도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듯했어요.
자작나무는 똑같은 두께를 일렬로 심은 게 아니라 굵고 가녀린 나무가 다양한 간격으로 섞어 심어 있습니다. ‘포레스트’라는 이름의 복층 숙박 시설은 숲의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지었기 때문에 나무와 건물이 어우러진 트리 하우스 같습니다. 내부에서 밖을 내다보면 가을의 계절감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와요. 동물원 가는 수국길에는 미국낙상홍이 목수국의 커다란 얼굴 뒤로 빨간 열매를 배경처럼 드리웁니다. 야간에 조명을 밝힌다는 ‘별빛 정원’은 어쩔 수 없이 인공적 느낌이 있지만, 그곳에서 본 포도주 빛깔의 해당화 열매가 마음에 여운을 남깁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꽃과 돌담이 어우러진 더스테이힐링파크. 가평=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길 따라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와일드 가든’을 만나게 됩니다. 유럽 수종(樹種)인 측백나무과(科) ‘블루엔젤’이 양옆에 심어 있지요. 연갈색으로 변한 유럽 목수국 ‘핑키윙키’와 수크렁은 독일 미술가 안젤름 키퍼의 ‘가을’ 그림 색감을 연상시키는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었어요. 두 식물이 음악을 연주한다면 바이올린과 첼로의 이중주일 것이라고 상상했어요. 속도는 아다지오(adagio·느리게)….
정원의 끝에는 돌을 쌓아 지은 유럽풍 건물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소박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정면에 있는 작은 예배당이었어요. 저절로 기도를 부릅니다. 이 정원은 둘러볼수록 으스대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어떤 정원들은 ‘이런 철학으로 정원을 만들었노라’며 감상을 강요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 좋았습니다. 정원은 자랑과 설교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하고 나누는 곳이었으면 해요.
이 같은 ‘자연 교향시’의 지휘자는 구두 브랜드 ‘소다(SODA)’로 잘 알려진 DFD그룹의 박근식 회장입니다. 1976년 구두 제조로 시작한 이 기업은 2017년 사명을 ‘DFD LIFE. CULTURE’로 바꾸고 ‘의(衣), 식(食), 주(住), 휴(休), 미(美), 락(樂)이 어우러지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제안하는 기업’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가평 보리산 기슭에 문을 연 곳이 더스테이힐링파크입니다. 굳이 숙박하지 않더라도 파크 안 ‘나인 블럭’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하면서 6만 평 정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정원은 제조업에서 시작한 기업의 방향을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로 확장시켰습니다.
더스테이힐링파크의 가을 전경. DFD그룹 제공
●건축가 최시영을 살린 정원
경기 광주시에 있는 최시영 건축가(68)의 정원 ‘파머스 대디’에 도착했을 때, 최 건축가는 정원을 돌보는 중이었습니다. “이 정원에서 조만간 한국인-프랑스인 지인 커플의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거든요. 프랑스에서 하객들이 오니 한국 정원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잘 정비해야죠.” 이곳은 그의 감각과 경험이 직조된 정원입니다. 고추와 가지를 키우는 텃밭, 수세미와 으름덩굴, 허수아비도 있어요.
그는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와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등 고급 주거공간을 지어온 스타 건축가입니다. 그런 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2000평 밭을 농장형 정원으로 만들기 시작한 건 2010년. “저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니까 밭도 디자인한 거죠. 손님들에게 입장료 받으려니 미안해서 꽃을 심기 시작했어요. 밭으로 입장료 받은 사람은 제가 처음일걸요?(웃음)” 그는 뾰족지붕에 창문까지 있는 비닐온실을 만들어 그곳에서 차를 팔고 해외 정원잡지를 소개하며 정원문화 전도사 역할을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정원을 상시 개방하지는 않지만, 필요에 따라 대관하거나 열고 있습니다. 그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일까요.
메리골드를 채소 주변에 심은 파머스대디의 키친 가든. 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일에 치여 바쁘게 살다 보니 한동안 정신이 무너졌어요. 그런 저를 위로해준 게 정원이었어요. 정원에서의 시간은 ‘빨리빨리’인 세상의 속도와 정반대로 느리게 흘러요. 건축 설계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리면 되지만, 식물은 잘못 심었어도 살아있는 생명이니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해요. 그게 달라요. 그렇게 위로받으면서 희망의 신비로운 에너지를 느꼈어요.”
파머스대디는 구역마다 다른 경관을 보여준다. 이 곳은 허수아비가 있는 풍경. 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정원에 빠져든 그는 어느 날 선언합니다. “앞으로는 정원과 관련된 건축 설계만 하며 살겠다.” 그중 하나가 2017년에 문을 연 경기 이천의 에덴낙원 메모리얼 리조트입니다. 그는 전체 1만5000평 중 3000여 평을 정원으로 조성해 죽은 자뿐 아니라 산 자를 위한 봉안당(납골당)을 만들었습니다. 호텔, 카페, 레스토랑이 있어 추모의 공간에서 결혼식도 열리는, 삶과 죽음이 정원에서 만나는 ‘창조적 혁신’의 공간입니다. 이 정원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경기 이천시 에덴낙원 메모리얼리조트. 이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에덴낙원 메모리얼 리조트. 이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3년 전 에덴낙원에서 가족과 하룻밤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아침에 정원을 산책하는데, 마침 떠오르던 해가 직사각형 연못을 비추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이토록 축복이구나’. 그 에덴낙원을 낳게 한 최 건축가의 ‘파머스 대디’에도 작은 직사각형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 옆 소박한 의자에 앉아 그가 말했습니다. “사색과 위로의 공간인 정원이 저를 살렸습니다.”
경기 광주시 ‘파머스대디’. 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정원사를 길러내는 정원
경기 광주시 ‘세븐시즌스’는 정원을 가꾸는 이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입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20여 년간 꽃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드닝 수업을 해오던 김재용 대표(60)가 3년 전 이곳에 3000여 평 땅을 매입해 가꾼 초지형 정원입니다. 주로 조부모 부모 손주 등 3대 가족 손님들이 찾아와 몇 시간씩 정원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국화과(科) 아스타와 여러해살이풀들이 흐드러져 한창 가을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정원을 함께 걸으면서 김 대표가 말합니다.
경기 광주시 ‘세븐시즌스’. 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절기가 참 신기하죠. 곧 상강(霜降)이 되어 서리가 내리면 풀들의 녹색물이 죄다 빠지고 온통 갈색으로 바뀌게 돼요. 가을은 봄 여름에 꽃을 피워냈던 식물들이 씨 송이를 맺고, 촛불처럼 흔들리는 억새의 동적인 요소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계절이에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흔들림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식물뿐 아니라 흔들리니까 사람 아니겠습니까.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지만 잎을 떨구고 흔들리고 떠나기도 하는 쓸쓸한 계절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가을의 중턱에서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구대 원예학과를 나와 꽃 농사를 짓던 중 농업후계자로 선발돼 보름간 원예 선진국들을 둘러봤습니다. 식물만 키우던 제게 그들의 여유로운 정원문화는 충격이었어요. 48세에 신구대 컬러디자인학과 3학년에 편입해 디자인을 배운 뒤 정원설계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남의 집 정원들 디자인만 해 주며 살 건가 싶더라고요. 대출을 받아 이곳을 마련한 뒤, 정원을 가꾸기 원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정원조성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카페나 레스토랑도 예쁜 정원이 딸려 있어야 손님을 모으니까요. 정원에서 제 삶도 새로운 길이 열렸어요.
세븐시즌스에서 정원 관련 서적과 음료 등을 파는 카페. 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세븐시즌스는 ‘독일 정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원사이자 작가였던 칼 푀르스터(1874~1970)가 고안한 ‘일곱 계절의 정원’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붙인 이름입니다. 칼은 1년을 초봄, 봄, 초여름, 한여름, 가을, 늦가을, 겨울의 일곱 계절로 분류하고 각각의 계절이 지닌 정원의 아름다움에 주목했습니다. 늦가을이나 겨울 정원마저 아름답게 보인다면, 정원 식물뿐 아니라 정원의 시간을 알아보는 마음의 눈이 아름다운 거겠죠.
계절의 순환은 탄생, 성장, 성숙, 죽음 같은 인간의 삶을 모든 모습으로 비추어줍니다.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가을이 내려앉은 가까운 정원들을 여행하면서 삶의 방향을 한 번쯤 점검해보면 어떨까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생산부터 폐기까지…동시다발 전환 시작해야
플라스틱 생산량, 2060년 12억t 예상
김태선 의원 ‘재고소각 금지’ 관련법 발의
11월, 부산서 국제 플라스틱협약 회의
탄소발자국 감축은 제품의 생산과 소비, 폐기 중 한 부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없다. 재활용 적합 제품 생산, 과잉 생산 제어, ‘딜리버-스루’(배송 즉시 버린다) 소비·폐기 지양, 재활용 확대 등 물건의 전 생애에 개입된 모든 부문에서 동시다발적 전환이 필요하다.
인류가 만들고 쓰고 버리는 공산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을 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t에서 2019년 4억6000만t으로 69년 사이 230배 증가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여러 나라가 개입하며 이동거리도 길어졌다.
폐기물 억제 제도는 대량 생산·소비·폐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2019년 기준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은 9%다. 생산된 물품 대부분이 폐기됐다는 뜻이다. 69%는 매립 혹은 소각됐고, 나머지는 폐기물 규제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연환경에 노출된 채 버려졌다.
추가 감축 정책이 도입되지 않으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60년 12억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 등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의 제도적 고민은 국제적 움직임에 뒤처졌다. 유럽은 대표적 플라스틱 쓰레기인 의류 폐기물 문제에서 재고 폐기를 금지하는 법안 시행을 앞뒀다. 과잉 생산을 막는 게 근본 목표다. 한국에선 암암리에 이뤄지는 의류 재고 소각과 정부의 허술한 관리를 다룬 경향신문 보도(2024년 10월14일자)를 계기로 3개의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공론화와 법제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 8월22일 인천 부평구의 한 건설폐기물 처리 업체 부지에 방치된 불법 폐기물이 쌓여 있다. 한수빈 기자
‘과잉 생산’…쓰레기의 주범
유럽연합은 지난 5월 EU집행위원회에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을 최종 승인했다. 판매되지 않은 직물 및 신발의 폐기를 금지하고, 과잉 생산을 막기 위해 기업의 재고량을 의무 보고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판매 상품 폐기에 대한 보고 의무는 2025년, 의류 및 신발의 경우 2026년부터 발효된다.
의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최근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품목이다. 패스트패션으로 빠른 소비와 폐기가 일반적인 흐름이 됐고, 일부 기업이 브랜드 이름값을 유지하려고 멀쩡한 재고를 비밀 소각하는 것이 알려져 지탄받았기 때문이다. 유럽환경청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 ‘섬유 속 플라스틱’을 보면 섬유는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13%를 차지한다.
한국에선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관련 법안 3개를 발의했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재고 의류를 사업장 재고폐기물로 정의하고 발생량을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실태를 명확히 파악해 관리하도록 하는 안이다. 신고된 물량은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상 ‘순환이용 촉진 대상 품목’에 추가해 재활용을 유도하도록 이 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지우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품목에 의류를 포함하는 안을 담았다.
김 의원은 “기업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은밀하게 새 옷을 불태우는데 정부는 수수방관하며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있다”면서 “기업의 활동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지난 9월 2일 경기도 파주의 한 중고의류 수출업체에 해외로 수출될 중고의류들이 쌓여있다. 한수빈 기자
의류 재고 발생량 신고를 의무화하고 EPR에 포함시키는 폐기물관리법·자원절약과재활용촉진법 개정안이 발의된 건 처음이다. 의류 재고 폐기를 금지하는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유사한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둔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개별 입법을 통해 의류 생산부터 폐기까지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다. 김성배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의류 재고를 ‘폐기물’로 인정한다고 해도, 기업이 폐기물이 아니라며 외국에 덤핑으로 팔아버리면 방법이 없다”면서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에서는 폐기물을 태워 소각열을 사용하는 것도 순환으로 보기 때문에 그냥 태워버리고 말 것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의류를 시작으로 다른 공산품 폐기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류 쓰레기 문제를 다뤄온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의 입법운동을 자문하는 김보미 변호사는 “재고 폐기 금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적정량을 생산해 재고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라며 “최근엔 의류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다루는 내용의 개별 입법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패션 제품을 시작으로 다른 제조물 재고에 대한 폐기 금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 없는 폐기, 쓰레기의 대이동
대량 생산·소비·폐기 문제는 개발도상국의 노동 착취 문제와 연관돼 있다. 저임금과 아동 노동착취 등으로 만들어진 초저가 물품은 대량 소비와 손쉬운 폐기를 유발한다. 이렇게 발생한 쓰레기는 다시 개발도상국에 넘겨져 폐기 단계에서도 저임금 노동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에서 발생한 중고 의류 중 실을 뽑아내 재활용이 가능한 스웨터 종류는 상당수 인도로 수출된다. 인도가 이 같은 재활용 시장의 중심지가 된 것은 저임금 노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시에서 중고 의류 수출업체를 운영하는 송연희 대표는 인도 재활용 공장을 방문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오염 규제가 없다보니 재활용 과정에서 끈적거리는 색소 섞인 물들이 흘러나오고, 소각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공기도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의류 전자기기 등 공산품도 과잉 생산과 국제적 폐기물 떠넘기기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자 물품은 폐기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과잉 생산돼 ‘행사 응모권’으로 활용된 뒤 버려지는 K팝 앨범들도 단적인 예다. CD의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키트앨범’에 들어 있는 리튬전지 등 전기·전자 물질은 추출해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과정평가팀장 최요한 박사는 “공산품의 전기·전자 물품에 포함된 폐기물은 재활용 작업을 할 때 유해 물질이 다수 발생한다”며 “이런 것들은 국내에서 자체 처리하지 않고 필리핀 쪽에 중고로 수출돼 처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비영리 단체 오픈수리국제연맹(ORA)은 ‘수리할 권리’를 주장
한다.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상품은 부분이 망가져도 전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물품 수리 관련 내용은 대부분 업체 기밀이라 소비자가 직접 수리하기 어렵고, 이는 쉬운 폐기로 이어진다. OAR은 기업이 수리와 수선이 쉽도록 생산 단계부터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 아이돌 가수의 팬이 사인회 당첨권을 받으려고 이른바 ‘앨범깡’을 위해 구매한 앨범들이 박스에 담겨있다. 독자 제공
이는 유럽의회가 승인한 ESPR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디지털 제품 여권(DPP)’과 궤를 같이한다. DPP에는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담긴다. 생산자는 제품의 재활용 및 수리 가능성 및 방법, 재활용 원료 비중, 탄소발자국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향후 해당 규정을 지키지 못한 기업은 시장 진입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2027년부터 일부 물품 등에서 시범 적용될 예정이지만, 국내의 대응책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내년 1월부터 생산, 유통, 소비 과정의 순환이용을 촉진하는 법(순환경제사회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시민사회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는 “수리 용이성이 낮은 기업에는 세금을 많이 부과하거나 재활용 분담금, 폐기물 부담금 할증을 하는 등 (기업 참여를 독려할) 상벌 체계가 필요하다”며 “제도가 변화를 견인해야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권, 국민의 기본권
쓰레기가 지구를 뒤덮는 날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회의가 다음달 25일부터 12월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도하는 국제 플라스틱협약 협상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지구오염을 제어할 수 있는 주요한 회의로 이번이 마지막 회차다.
환경단체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이들은 협약에서 플라스틱의 생산 자체를 줄이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소비·폐기의 속도를 늦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산업계의 자성과 노동환경의 개선, 소비자의 생활습관 변화까지 요구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이번 결정은 국민 주요 기본권이 ‘환경권’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논의는 이제 한국 사회의 중심에서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경향 고희진 기자 이홍근 기자
‘지구 30% 보호’ 생물다양성 “한국 목표 구체성 떨어져”
세계자연기금, 각국 생물다양성 전략 평가 결과 공개
‘30X30 목표’도 “한국은 육지 17%, 해양 1.8% 불과”
지난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 모습. 이 총회에서 196개 참가국은 2030년까지 지구 자연의 30%를 보전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생물다양성 협약에 합의했다. 몬트리올/로이터 연합뉴스
‘지구 환경 30%를 보호하고 훼손된 자연 30%를 복원하자’(30X30 목표)는 국제 생물다양성 협약과 관련해, 한국의 전략이 “지속가능한 소비 목표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별도 예산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 해안 및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목표와 관련해서도 한국은 현재 육지 17%, 해안 및 해양은 1.8%만 지정돼 있다.
20일 세계자연기금(WWF)은 콜롬비아 칼리에서 21일(현지시각)부터 열리는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를 앞두고 이런 내용의 ‘국가 생물다양성 추적시스템’의 평가 결과를 내놨다. 결과를 보면, 한국의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은 지속가능한 소비와 관련한 국가 목표에서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산림 손실을 줄이고 산림 생태계를 보전하겠다고 했지만, 산림 파괴의 주요 원인을 식별하고 완화하는 구체적 행동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서 생물다양성 손실의 주요 위협에 대한 논의가 미비해 실제 국가 목표 및 전략 수립에 어떻게 고려됐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됐다. 아울러 다수의 이행 계획에서 현재 상태나 성과 목표가 명시되지 않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가 재정(예산)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30X30 목표’와 관련해서도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으로 지적됐다. 2022년 기준 한국은 육지 17%, 해안 및 해양의 1.8%만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25년까지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보조금·인센티브를 파악해 이듬해부터 감축한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은 ‘눈에 띄는 점’으로 꼽혔다. 한국은 세계자연기금이 평가한 26개 나라 가운데 그나마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았지만, 5개 점검항목 중 ‘이행’(52%)과 ‘인권 기반 접근법’(50%)에선 절반 정도의 달성률에 그쳤다.
각 나라가 ‘생물다양성 총회’ 전 제출한 계획을 평가한 세계자연기금의 ‘국가 생물다양성 추적시스템’. 붉은 점선이 한국의 생물다양성 전략을 평가한 결과다. 세계자연기금 제공
지난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196개 당사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과 해상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보전·관리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당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는 2050년까지 달성할 4개 목표와 2030년까지 달성할 23개 실천목표를 담았는데, 당사국들은 이번 총회에서 새로운 목표를 반영한 국가 전략을 제출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했고 지난 8월 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196개 당사국 중 수정된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제출한 국가는 지난달 말 기준 12.7%에 불과했다. 주요 7개국(G7) 중에선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4개국이 제출 기한을 지켰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호주·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멕시코·스페인 등 25개국이 기한 내 계획을 제출했다. ‘거대 생물다양성 지역’으로 꼽히는 아마존 강 유역과 콩고분지 열대우림 인근 국가 중에선 수리남이 유일했다.
세계자연기금은 각 나라의 계획이 △글로벌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고 국내 상황을 반영했는지, △정부 의사 결정 체계와 국가 정책과는 얼마나 통합돼 있는지, △이행을 위한 예산과 재정 메커니즘을 포함하는지 △토착민·지역공동체의 권리를 존중하는지 △주요 지표를 추적·점검하는지 등 총 5개의 항목으로 평가했다. 세계자연기금은 “생물다양성 총회를 앞두고 소수의 국가만이 계획 제출 의무를 이행했다는 사실은 우려스러운 신호”라며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고 이를 되돌리기 위해 이번 총회가 해결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창원 S-BRT 구간 빈 공간에 녹지 조성을”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시민 대토론회’서 부산 사례 들며 제시
창원 S-BRT 구간 빈 공간에 나무, 풀 등 녹지공간을 만들어 기후위기를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21일 오후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창원 S-BRT 시스템과 녹지의 연결’이란 주제의 시민 대토론회에서 부산의 사례를 소개하며 창원 S-BRT 구간 내 연결된 녹지공간 조성을 강조했다. 이날 시민 대토론회는 경남생명의숲이 주최했다.
21일 오후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창원 S-BRT 시스템과 녹지의 연결'이란 주제로 시민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김용락 기자/
이성근 이사는 “과거 부산시는 BRT 노선을 구축하면서 가로수 10만 그루를 제거·이식해 녹지공간이 사라졌다”며 “글로벌 도시들이 BRT를 구축하려 했던 이유가 대중교통의 패러다임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시민단체의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BRT 정류장을 녹지로 전환하는 공원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형성된 녹지는 탄소흡수원 기능 강화, 생물다양성 증진, 도시경관 개선에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계획도시인 창원은 다른 도시에 비해 도로변 녹지공간이 월등하다”며 “하지만 S-BRT 구간은 공사 이후 보행권은 물론 녹지공간도 열악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지름 15㎝의 이팝나무가 식재돼 있는데 그늘 형성 등에 효과적이지도 않은 나무”라며 “정류장 지붕과 보도 내 이용하지 않는 빈 공간에 녹지를 조성할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산회원·합포구 일대에 추진 검토 중인 S-BRT 2단계 사업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많은 우려점이 보인다”면서 “추진한다면 다양한 지자체의 BRT 사업을 잘 살펴보고 적용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창원 BRT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이찬원 경남대 명예교수, 전홍표 창원시의원, 정대수 우포생태교육원장의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S-BRT 2단계 사업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공유하기도 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세계 바다 30% 보호지역’ 목표 지연…“이대로면 83년 뒤 가능”
그린피스 “공해 관리 위한 글로벌 국제조약 체결 필수”
60개국 이상 비준 필요하나 현재까지 13개국만 비준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Arctic Sunrise)가 2024년 3월 갈라파고스 탐사 중 촬영한 바다거북. 그린피스 제공
2030년까지 전세계 바다의 30%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하자는 국제사회의 ‘30X30 목표’ 시점이 6년이 채 남지 않았지만, 지금 추세대로면 2107년에야 달성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약속에서 실천으로: 글로벌 해양조약을 통한 30X30 목표 달성’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바다의 30%를 보호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프랑스 국토 면적의 23.5배에 해당하는 해양 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한다”며, 만약 지금 추세대로 갈 경우 목표 달성은 2107년에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단체는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선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해역인 공해를 해양보호구역으로 만들고 관리하는 내용을 담는 “글로벌 해양 조약을 통해 바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X30 목표'란 지난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생물다양성 총회)에서 채택한 ‘쿤밍-몬트리올 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통해 구체화된 목표로, 당시 196개 참가국은 2030년까지 전세계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 등으로 보전·관리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그 다음 총회인 제16차 총회가 21일부터 다음달 1일(현지시각)까지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세계 바다의 2.7%, 그중 공해는 0.9%만이 완전하거나 매우 높은 수준으로 보호되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2030년까지 최소 30%를 보호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해마다 1299만6천㎢을 새로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는 프랑스 국토 면적의 23.5배이자 우리나라 면적의 130배에 해당한다. 보호되지 못하는 바다는 남획, 서식지 파괴, 오염 및 기후변화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그린피스는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해역인 공해를 해양보호구역으로 구축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글로벌 해양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바다의 64%를 차지하는 공해를 보호구역으로 만드는 것은 ‘30X30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작업인데, 국제조약을 통해 다수의 국가들이 공해를 함께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해양생물다양성보전’(BBNJ) 협약으로도 알려진 글로벌 해양조약은 공해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주요 내용으로 지난 2004년부터 유엔(UN)에서 논의돼 지난해 합의, 채택되었다. 이 조약이 국제법으로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2025년까지 조약에 서명한 국가들 가운데 60개국 이상이 비준해야 한다. 21일 기준으로 105개국이 서명했고, 그중 13개국만이 조약을 비준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30X30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25년까지 글로벌 해양조약이 발효되어야 한다”며 “각국 정부는 비준을 위해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글로벌 해양조약이 발효되어야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기 위한 실행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며 글로벌 해양조약이 ‘30X30 목표'의 법적 토대라는 점을 강조했다.정봉비 기자 bee@hani.co.kr
천연기념물 정이품송으로 ‘소나무’ 표준 유전체 해독 성공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 김승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장민정 박사, 조혜정 박사)과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반수체 유전형 정보를 반영한 소나무의 표준 유전체를 완성했다고 21일 밝혔다.
반수체 유전형(Haplotype)은 반수체(Haploid)와 유전형(Genotype)의 합성어로, 부계 또는 모계로부터 유전되는 각각의 염색체 유전정보의 집합을 의미한다.
소나무의 유전체(총 21.7Gb)는 인간 유전체(3.2Gb)의 약 7배로 거대하며, 전체 유전체 중 70% 이상의 염기서열이 반복적이고, 쌍으로 위치한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달라 그 복잡함으로 인해 유전체 해독에 어려움이 있었다.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최신 유전체 조립방식인 페이징(Phasing) 기법을 이용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염색체를 각각 조립하여 ‘반수체 유전형’ 표준 유전체를 완성했다. 또한 현재까지 공개된 겉씨식물 유전체 중 가장 높은 품질의 정밀성과 정확도로 연구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번 표준 유전체 해독 대상은 한국의 대표적인 소나무인 속리산 ‘정이품송’이며, 정이품송은 600년 동안 이어진 역사적,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후계목 복원을 위한 유전학적 가치도 높아 그 의의가 컸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영향력 지수 IF=31,7)’에 게재되어 20일 온라인판에 공개됐다.
한편, 표준 유전체는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 작용 기능에 관한 생명현상의 핵심적인 정보를 담고 있어, 질병 예방과 조기진단 등에 활용된다.
이번 소나무 표준 유전체 해독은 부계 또는 모계 염색체 한쪽에만 존재하거나, 둘 다 존재하나 발현량이 다른 유전자들을 찾아내어 이들이 주로 환경 스트레스와 병해충 저항성에 연관되어 있음을 밝혔다.
박응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미생물이용연구과장은 “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소나무 표준 유전체 정보는 기후변화와 산림 재해로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 소나무 숲의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박찬수 기자
신규 댐 후보지 10곳 결정···공식 회의도, 회의록도 없었다
임시 후보지역 중 주민 반대 심했던
양구·단양·청양·화순 등 4곳 제외
환경부 “비공식 논의라 기록 없다”
댐 건설 후보지 발표하는 환경부 장관 김완섭 환경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7월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댐 건설 후보지 14곳을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환경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신규 댐 임시 후보지 14곳 중 주민 반대가 심했던 강원 양구군, 충북 단양군, 충남 청양군, 전남 화순군 4곳을 제외한 10곳을 후보지로 결정했다. 환경부는 최초 후보지를 14개로 추리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의 공식 회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취재 결과 환경부는 이날 오후 신규 댐 건설 후보지 결정안이 포함된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을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발송했다. 주민 반발이 심했던 4곳은 제외했다. 이에 따라 경기 연천 아미천, 강원 삼척 산기천, 경북 청도 운문천, 경북 김천 감천, 경북 예천 용두천, 경남 거제 고현천, 경남 의령 가례천, 울산 울주 회야강, 전남 순천 옥천, 전남 강진 병영천에 신규 댐 사업이 진행된다.
환경부는 이번에 제외된 4곳도 댐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임시 후보지 격인 ‘후보지(안)’으로 남겨 주민들을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관리계획 확정, 예비타당성 조사,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절차가 남아 시간이 있는 만큼 4곳에 대한 사업도 열어놓고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주민 반발로 공청회가 무산되는 등 주민 반발이 거센 지역이어서 난관이 예상된다.
신규 댐 건설은 토목공사로 인한 대규모 서식지 파괴와 탄소 배출, 녹조화, 수몰 피해 유발 등 여러 위험이 수반되는 사업인데도 환경부는 지난 7월 임시 후보지 14곳을 발표할 때까지 공식 회의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실무진 회의만 열고 댐 후보지를 정했다. 신규 댐 건설 후보지 선정 과정을 위한 회의 현황을 확인해본 결과, 브리핑 전 열린 댐 관련 공식 회의는 지난해 9월6일 한강홍수 통제소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비 댐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전부였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간담회 결과보고 문건을 보면 참석한 전문가들은 댐 건설을 위해 지역의 수용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기초적인 논의를 나누는 데 그쳤다. 신규 댐 후보지에 관한 논의도 없었다. 환경부도 “(이번)기후대응댐 후보지안과는 관련이 없는 댐 관련 일반적 간담회”라고 설명했다. 당시 회의엔 한화진 전 장관이 배석했다.
환경부는 실무진 회의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관이 주재해 공식 기록이 남은 회의는 지난해 9월 회의가 전부고, 나머지는 비공식 논의라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14개 임시 후보지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정됐는지 알 수 없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26일 환경부 장관에 취임해, 나흘만인 30일 14개 임시 후보지를 발표했다. 김 장관이 신규 댐과 관련한 공식 회의에 참석한 건 지난 8월2일 ‘수자원분야 전문가 간담회’가 처음이었다. 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환노위 소속 이학영 국회 부의장이 댐 후보지 지정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자 “14개 댐을 어디서 오더를 받아서 다 해야 하고, 직을 걸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만약 그런 증거가 나오면 사퇴하겠다”고도 했다.
김태선 의원은 “‘직을 걸겠다’는 장관의 발언이 무색하게, 환경부의 댐 건설 후보지 결정 과정은 무능하고 불투명한 부실 행정의 전형으로, 선정 기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회의 한 번 없이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정부가 주민 의사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댐 건설이 국민에게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킨 만큼, 환경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 이홍근 기자
‘도심 단풍 실종 사건’…이상 고온 탓 10월 말에도 초록 잎만 무성
“오면서 쭉 둘러봤는데 단풍이 없더라고요. 집 앞에 있는 단풍나무도 아직 초록빛이에요. 원래 가을은 울긋불긋 물든 나무들을 보는 계절인데…”
산림청 등은 이번 주부터 11월 초를 ‘단풍 절정 시기’로 예고했지만 21일 서울 단풍 명소로 유명한 경복궁 일대의 나무들은 여전히 푸른 모습이었다. 이날 수학여행으로 경복궁을 찾은 심예린(14)양의 얼굴엔 단풍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경복궁 향원정을 둘러싼 연못은 특히 가을에 주변이 붉게 물들어 ‘포토 스폿’으로 꼽히지만, 1400여평 크기의 연못을 둘러싼 나무 중 붉은 단풍나무는 1그루 뿐이었고 그마저도 절반이 초록 잎이었다. 때문에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나무’ 앞에선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의 긴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구아무개(57)씨도 “단풍 볼 수 있는 날이 매년 줄어드는 것 같다”면서 “어렸을 때 단풍놀이하려고 내장산에 많이 놀러 갔는데, 앞으로 이런 추억들이 사라질까 봐 서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23일이면 ‘서리가 내리고 나뭇잎이 물든다’는 가을의 마지막 절기 ‘상강’이지만, 산에서도 길가에서도 단풍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겨레가 22일 기상청과 산림청 자료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 단풍 개화 시기는 해마다 늦어지고 있다. 설악산의 단풍은 평년(30년 평균) 기준 9월28일에 시작되지만, 올해 설악산 첫 단풍은 지난해보다 4일, 평년보다 6일 늦은 지난 4일 시작됐다. 22일 기상청 ‘유명산 단풍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유명산 21곳 중 아직 단풍이 개화하지 않은 산이 12곳에 이른다.
지난 21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아직 완전히 물들지 않은 단풍나무의 모습. 고나린 기자
전문가들은 9월까지 지속됐던 이례적 폭염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단풍은 곰의 겨울잠처럼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무는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에 쓸 양분을 축적하기 위해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광합성을 멈추는데, 이때 초록 잎을 만드는 엽록소가 파괴되고 나머지 색소들이 발현돼 잎이 단풍으로 물든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9월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나무들은 계속 엽록소를 생산했다”며 “나무에겐 정해진 생육일수가 있는데, 이러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물들지 않은 잎들이 떨어져 바로 낙엽이 된다. 거리에서 ‘초록 낙엽’이 많이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지각 단풍’이 생태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휴지기(휴식기)가 강제로 늦춰지면서 충분히 쉬지 못한 나무는 다음 해 제대로 성장할 수 없고, 본래 나무가 해야 할 탄소 흡수, 공기 정화, 물 순환 등의 기본 생태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후위기 속도를 늦추지 않는 이상 이러한 현상을 달리 막을 방법은 없다”며 “10년∼2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단풍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덧붙였다./고나린 기자 me@hani.co.kr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소나무재선충 퇴치할 의지 있나... 의문스러운 산림청의 행보
▲폭격이라도 맞은 듯 온 산이 처참하게 망가졌다.최병성
폭격이라도 맞은 듯 온 산이 헤집어졌다. 바닥을 덮고 있던 낙엽과 산림 토양마저 사라지고, 암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곳은 지난 2022년 5월 30일 산불이 발생했던 경남 밀양의 올해 4월 복구 현장 모습이다. 산불 피해지를 복원한다며 싹쓸이 벌목을 하고, 중장비들이 산을 헤집었다. 산림 토양까지 망가진 이곳에 나무를 심으면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산불 피해지를 복원한다며 혈세를 퍼부어 산림을 초토화시켰다.최병성
산림청의 산불 피해 복원 공사 후 오히려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은 곳이 되었다. 산림청은 잘못된 공사로 산사태 위험을 높여 놓고, 산사태를 예방한다며 사방댐을 여기저기 설치했다. 산불 피해를 복원한다며 벌목해서 돈 벌고, 조림해서 돈 벌고, 산사태 위험을 높인 후 사방댐을 쌓는다. 대형 산불 발생 후 막대한 이권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산불 복원한다며 나무를 싹쓸이 벌목하고, 산사태 위험을 만든 후 사방댐을 곳곳에 만들었다. 국고가 줄줄이 새어나가고 있는 현장이다.최병성
소나무재선충 감염목을 방제한다는 산림청의 입찰 공고문이다. 재선충 감염 소나무 589그루 처리 비용이 1억 9300만 원이다. 소나무 한 그루당 처리 비용이 32만 원이 넘는다.
▲재선충 방제 사업 입찰 공고문이다. 소나무 한그루 처리에 32만 원이 넘는다.산림청
또 다른 입찰 공고문과 비교해 보자.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은 국유림 건강한 활엽수 9072그루를 1300만 502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이곳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으로 큰 참나무들이 주를 이루는데, 나무 한 그루당 판매 가격이 1433원에 불과하다. 밀양 청도에서는 2608 그루를 217만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다른 입찰 공고를 봐도 그루당 3600원, 8900원 등 가격이 제각각이다. 독일에선 '200년 된 참나무 한 그루는 벤츠 자동차 한 대 값을 받는다'는 말이 있는데, 한국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국유림의 나무를 팔겠다는 입찰 공고문이다. 나무 한 그루에 1433원 정도에 불과하다.산림청
수십 년 키운 나무가 한 그루당 1433원에 팔리는데,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한 그루당 처리 비용이 무려 32만 원이 넘는다. 재선충에 걸리면 비싼 몸이 되는 소나무 덕분에 재선충이 확산되면 막대한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사업 면적 26.7ha, 벌채 면적 18.9ha다. 산림청이 고시한 2024년 1ha 조림 비용은 1095만 2천원이다. 벌목 후 18.9ha에 묘목 심는 비용만 2억 699만 원이다. 어린 묘목을 심은 후에 풀베기 2회가 필수다.
풀베기 비용은 평균 1ha에 200만 원이다. 18.9ha의 1회 풀베기 비용은 3780만 원이다. 수십 년 키운 국유림의 나무를 산림청이 판매한 가격이 풀베기 1회 비용도 되지 않는다. 이후에도 가지치기 등의 비용이 계속 들어가야 한다.
수십 년 자란 국유림 18.9ha의 나무를 1300만 원에 팔았는데, 조림비용은 2억 699만원, 풀베기 2회에 7560만 원이 든다. 국고를 산에 쏟아 버리는 셈이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이런 일이 어찌 가능할까? 산림청은 이러한 일을 '산림경영'이라면서 전국에서 벌이고 있다.
산림청이 1조 5000억원 넘는 방제 예산을 썼지만, 재선충은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이는 산림청의 수간주사와 훈증의 재선충 방제 효과에 의문을 갖게 한다.
소나무 명찰에 천공수 19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소나무에 19개의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했다는 의미다
▲소나무 한 그루에 농약 구멍을 19개, 10개를 뚫었다.최병성
이렇게 많은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했지만, 약효는 겨우 2년이다. 소나무들이 명찰을 2~3개씩 달고 있다. 2년마다 반복해 농약을 주입했다는 의미다
재선충을 막는다며 2년마다 이렇게 많은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하면 과연 이 소나무가 건강할까? 인근에 잘린 소나무 그루터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소나무 그루터기에 농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주입한 농약이 소나무 안에서 굳은 모습이다.
▲잘린 소나무 그루터기에 남아 있는 농약 주사 자국. 최병성
그루터기가 썩어도 농약 덩어리는 썩지 않는다. 샘플을 채취해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며칠 뒤 고농도의 아바멕틴(고독성 농약)이 검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간 주사의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소나무에 주입된 농약 중 일부는 물관을 막아 나무를 고사시키고, 일부는 위로 올라가 꽃가루를 통해 우리가 호흡하게 된다.
산림청이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송홧가루 잔류 농약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다양한 종류의 농약들이 송홧가루에 잔류한다. 봄이면 우리가 호흡하는 송홧가루는 그냥 꽃가루가 아니었다. 산림청이 재선충을 막는다며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 범벅 송홧가루를 마셔온 것이나 다름없다.
송홧가루만이 아니다. 전국 산림에 솔잎·버섯 채취 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산림청이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이 솔잎에 잔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2년마다 떨어지는 시든 솔잎에도 농약이 그대로 잔류한다.
▲산림청의 소나무에 농약을 주입하면, 우리는 솔잎을 먹을 수 없다.최병성
이곳은 강원도 정선의 깊은 산골 마을이다. 송이버섯이 발에 밟힐 만큼 풍성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약 10년 전 재선충을 예방한다며 소나무에 수간주사를 놓은 후 송이버섯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마을 이장님부터 80 넘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수간주사를 맞은 이후 송이버섯이 딱 멈췄다고 증언했다. 마을 숲의 소나무마다 재선충 농약 주사를 맞은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수간주사로 인한 마을의 재앙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장님은 제발 벌목 좀 막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소나무 숲에 송이가 나오지 않자 송이를 포기한 산주들이 벌목상에 숲을 넘긴 것이었다. 1ha당 나무 값 100만 원을 받고 산을 넘겨주면, 산림청이 1ha당 약 1000만원 가까이 들여 공짜 조림을 해준다. 마을 사방이 싹쓸이 벌목으로 흉물이 되었다. (관련 기사: 싹쓸이 벌목의 진짜 이유, 대통령도 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 https://omn.kr/1tkiw)
잣나무도 재선충에 감염된다. 양평의 잣나무 숲 모습이다. 곳곳에 재선충에 감염되어 붉게 죽어가는 잣나무들이 보인다. 산림청은 잣나무의 재선충 확산을 막는다며 잣나무에도 농약을 주입했다. 잣나무는 소나무와 달리 열매인 잣을 사람들이 먹는다. 밖에서 뿌린 농약은 비바람에 날려 점차 사라지지만, 나무에 구멍을 뚫고 주입한 농약은 잣에 잔류한다.
▲잣나무에 재선충이 확산되고 있다. 산림청은 재선충을 막겠다며 잣나무에도 농약을 주입하고 있다.최병성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이 조사한 '소나무재선충병 나무주사 약제 잣 농약 잔류 조사'에 따르면 에마멕틴 벤조에이트, 티아메톡삼, 설폭산플로르 등의 농약이 사람이 먹는 잣에 잔류한다. 산림청은 농약을 주입한 잣나무의 잣을 2년간 출하 금지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은 뉴스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의 경우, 재선충 확산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EU차원에서 대응한다. 특히 위의 논문에 따르면, 재선충이 계속 확산된다면 2030년까지 피해액이 220억 유로(한화 32조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은 재선충이 확산되면 2030년까지 32조원이 넘는 피햬를 예상하고 있다. 재선충 치료제가 시급한 상황이다.EU
소나무재선충 확산은 심각한데, 세계 어느 나라도 치료제가 없다. 그런데 재선충에 감염되었으나 백신으로 치료되어 건강하게 살아 있는 나무들이 존재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이미 다양한 실험 현장에서 입증했다. 백신 주입량과 횟수 조절 등의 방법만 조금 더 개선하면 소나무재선충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농약 송홧가루와 농약에 오염된 잣나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다.
성창근 교수는 2005년 재선충 연구를 시작하여 그동안 재선충 관련 논문을 국외 SCI급 저널에 무려 34편이나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국내 숲에 사는 곰팡이균에서 재선충 천적 백신을 배양해 친환경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냈다. 만약 국가가 백신의 상용화를 위해 함께 한다면 전 세계 소나무를 살릴 수도 있다. 소나무가 전멸되기 전에 소나무를 살리기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오마이뉴스 [최병성 리포트]
부산 환경단체가 정부에 낙동강 녹조 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 환경단체 낙동강네트워크는 21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민은 녹조로부터 안전한 낙동강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자연분해에 3~6개월이 걸리는 녹조독은 끓는 물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인체에 유입되거나 흡입될 경우 치매, 간암, 신경마비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이 낙동강 활동 경험자와 주민을 대상으로 비강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50%에게서 유해 남세균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며 "조사 대상자는 낙동강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 낙동강으로부터 수백m~수㎞ 떨어진 마을에 거주하는 농민, 낙동강 보호 연구활동가 등"이라고 말했다.
또 "녹조 독은 2015년 낙동강에서 미국 친수활동기준 8ppb의 58배인 465ppb, 2022년 창원 수돗물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생식 독성기준 0.03ppb의 5.8배 초과한 0.175ppb이 검출됐다"며 "지난해에는 낙동강으로부터 3.7㎞ 떨어진 양산 한 아파트 거실 공기 중에서 검출됐다"고 했다.
아울러 "그러나 환경부는 녹조독에 대해 낙동강에서 미량이 검출됐고 수돗물과 공기 중에서 검출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며 "그러면서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의 공동조사 여부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녹조 발생이 올해로 13년째"라며 "정부는 녹조 관련 환경피해 대책을 마련하고 국회는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청문회를 열어라"고 요구했다.
ilryo1@news1.kr
‘원전 르네상스’ 외치는 한국 정부의 착각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밀어붙이는 윤석열 정부는 야권과 언론의 체코 원전 수출 검증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세계 원전산업 보고서는 원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말한다.
‘잭팟’ ‘쾌거’ ‘대박’이라는 상찬이 쏟아졌던 체코 원전 수출의 개운치 않은 뒷맛이 오래가는 중이다. 덤핑 수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한국수출입은행의 사업비 지원 여부 등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체코 원전은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10월9일 〈한겨레〉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 한국 정부가 장기·거액·저리 자금조달이 가능하다고 체코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한국수출입은행(수은)을 통해 체코 재무부 차관 등에게 금융지원 의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대응이 이례적이었다. 산업부는 한글날 공휴일인 10월9일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시 정책금융 제공 의향 제시는 공적 수출 신용기관 본연의 기능이고 당연한 관례이며, 기간·금액·금리 등 구체적인 금융조건을 제시하거나 협의한 적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설명 자료 말미에 정부는 이렇게 밝혔다.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기사를 반복하는 이유는 체코 원전 수주에 흠집을 내어 경쟁국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음. 체코 원전 최종 계약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국내 원전 기업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국익을 저해하는 기사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을 밝혀드림.”
‘악의’ ‘국익 저해’ ‘용납될 수 없음’ 등 정부의 공식 문서치고는 사용한 단어가 무척 거칠었다. 산업부는 지난 7월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이후 10월9일까지 10차례에 걸쳐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이 중 8차례는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이후에 나왔다. 순방 직후인 9월24일 윤 대통령은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 체코 원전 사업 참여를 두고,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 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들과 협력업체들,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앞선 산업부의 설명 자료와 일맥상통한다.
야권과 언론의 체코 원전 수출 검증에 대해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 3월 최종 계약이 이루어질 경우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드러나겠지만, 비밀유지 약속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비용과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핵심 기술 여럿을 보유한 기업으로, 한국은 1978년 고리 1호기 원전을 건설할 때부터 이 회사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런데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측이 자사의 기술을 베꼈다는 이유다.
지식재산권 분쟁, 낙관하기 어려워
이와 관련 10월8일 국정감사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질의응답이다. 다소 길지만 이제까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어서 소개한다.
김한규 의원: 한수원, 한전 등에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계약서 요청드렸는데 아까 장관님은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제공하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그게 미제공 사유가 맞습니까?
안덕근 장관: 비밀유지 협약이 묶여 있는 것 때문에 저희가···.
김한규 의원: 제가 계약서를 다 갖고 있어요. (비밀유지 협약이) 어느 계약 내용에 있는데요?
안덕근 장관: (한동안 침묵)
김한규 의원: 통상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기술 내용을 미공개하지, 계약기간이 도과하고 나서 계약(내용)을 미공개하지 않죠. 한수원, 한전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계약서를 봐야 감사를 할 것 아닙니까. 이런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셔서 국회가 감시감독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김한규 의원이 비밀유지에 해당하느냐고 따진 이 계약서는 PACER(Public Access to Court Electronic Record)라는 곳에 공개된 자료다. 미국 연방법원이 운영하는 PACER는 판례나 소송 자료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다. 김한규 의원이 계약서 내용을 확인한 결과 한국 측이 웨스팅하우스에 10년간 기술사용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1997년 계약서에 나온다(다만 이 시점에는 해외 원전 진출이 없었으므로 기술사용료가 지급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10년 계약서에는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측에 어떤 부품을 공급할 것인지 나와 있고, 2012년 계약서에는 ‘한국 측의 기술이 웨스팅하우스 기술에 기반한다’라고 적시돼 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볼 때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9월7일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원전 반대 조형물 주위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염려에도 윤석열 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UAE, 체코 등에 이어 최근 필리핀에도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7일 필리핀을 방문해 1986년 건설이 중단된 필리핀 바탄 원전 건설 재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필리핀과 함께 준비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필리핀을 동남아 원전 수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포부다.
‘세계 원전산업 보고서(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라는 게 있다. 마이클 슈나이더 등 탈원전을 지향하는 세계 에너지·기후 전문가들이 참여해 전 세계의 원전 산업 동향을 다룬 보고서다. 9월19일 공개된 ‘2024 세계 원전산업보고서(513쪽 분량)’는 한국을 16개 ‘초점 국가(focus countries)’ 가운데 한 국가로 꼽고, 161~173쪽에 걸쳐 상세히 소개했다. 한국 편은 ‘윤 정부의 지속적인 친원전 정책(Continued Pro-nuclear Policy of the Yoon Administration)’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보고서는 “(윤석열 정부 이후) 신한울 2호기의 가동으로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발전소는 원전 8기를 유치한 곳이 되었다. 이는 유럽 최대 규모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발전소보다 약 1.5배 큰 규모다. 전쟁 이후 러시아가 자포리자 발전소를 군사적으로 점령한 점이, 북한과 여전히 대치 중인 한국에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한 내용도 보고서에 나온다. 보고서는 “체코 정부가 24조원에 달하는 건설 비용을 조달하기엔 너무 크다. 체코 정부가 가능한 옵션은 한국 수출입은행을 통한 대출 또는 한수원의 지분 참여로, 건설 후 수십 년에 걸쳐 전력을 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30년 이상의 회수 기간을 가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한국에 도움이 될지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공화당의 텍사스’가 녹색에너지 모델로
보고서는 전 세계 원전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전력 생산 중 원전 비중은 2023년 기준 9.1%다. 1996년 17.5%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중이다. 2004~2023년 20년 동안 원전 102기가 새로 건설됐지만, 그보다 많은 104기가 폐쇄됐다. 신규 원전 가운데 절반 가까운 49기가 자체 기술을 보유한 중국 것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원전 수출 전망을 밝게 보기도 어렵다. 중국은 ‘독자개발과 선진기술 도입을 통해 원자로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중국 원전굴기의 특징과 전략적 시사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2).
세계 원전산업 보고서 공개 이후 이를 인용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산업부는 10월4일 “해당 보고서는 탈원전 학자 및 탈원전 단체가 작성한 보고서”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세계원자력협회(WNA)처럼 각국 정부, 발전사업자가 공식 참여하는 국제기구에서 발간한 보고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WNA 공식 자료에서도 전 세계 전력 생산 중 원전 비중은 9%(2023년 기준)로 앞선 보고서와 거의 일치한다.
〈그림〉은 2024년 상반기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발전원별 설비 증감 현황을 나타낸 자료다(전년 동기 대비). 각국 에너지 당국의 최신 자료를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분석했다. 태양광과 풍력이 각각 151.4%, 39.8% 증가한 반면 원전과 석탄은 각각 0.2%, 4.3%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설비의 폭발적 성장세에 비해 원전은 정체 상태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주장과 대비된다.
재생에너지 강국 EU의 현황은 새삼스럽지 않다. 눈여겨볼 곳은 양대 강국, 미국과 중국의 행보다. 미국에서는 ‘친원전’ 입장을 취해온 공화당 지역구에서조차 더욱 활발한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텍사스가 대표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5월 ‘공화당의 텍사스는 어떻게 녹색에너지의 모델이 되었나?(How red Texas became a model for green energy)’라는 기사에서 텍사스의 태양광발전이 석탄발전량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정책이 농촌의 보수층에게 먹혔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권한다 해도 미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언뜻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신규 원전의 절반을 건설한 중국은 여전히 전통적인 발전원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단면일 뿐이다. 중국은 이른바 ‘쌍탄소’ 전략(2030년에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에 탄소중립 달성)에 따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신규 태양광 설비 설치 규모는 216GW인데, 이는 한국 전체 발전설비 용량(약 138GW)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도 102GW를 신규 설치해 2030년을 목표로 했던 탄소배출 정점 시기를 올해 안에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하미지구에 건설된 50MW급 태양광 발전소. ⓒXinhua
한국의 행보는 초라하다. 상반기 신규 태양광과 풍력 설치량은 각각 1.2GW, 0.04GW에 머물렀다. 재생에너지 비중 역시 8.7%(수력 포함 9.6%)에 머무르고 있다. ‘RE 100(기업에서 쓰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이행해야 하는 국내외 기업으로서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요인이 된다. RE100은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웨스팅하우스에서 여러 해 근무한 이력이 있는 핵공학자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는 올해 6월 펴낸 책 〈서균렬 교수의 인문핵〉에서 “핵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 등을 감안하면 원전의 경제성은 크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지적한다. “핵 찬성론자들은 핵 시설을 폐기하면 투자가 줄고 자기들 권력이 없어질 걸 염려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핵 폐기물 관리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질 겁니다. 원전을 안 짓는다고 해서 원자력공학과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시사인 이오성 기자
민락유원지 42층 호텔 본격화… 또 난개발 그림자
23일 42층 특급호텔 및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예정지인 부산 수영구 민락동 113-62번지 일대.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수영구 민락유원지에 광안리를 내려다보는 42층짜리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을 포함한 특급호텔 건립이 본격화한다. 건설사는 수영구에 전무한 6성급 호텔을 들여와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과거 자연녹지였다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풀린 땅인데다, 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가 변경될 여지도 있어 해안가 난개발과 경관 사유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협성건설은 민락유원지 내 민락동 113-62번지 1만 100㎡ 땅에 호텔과 생숙이 함께 들어설 지하 9층, 지상 42층짜리 건물 1개 동을 지을 예정이다.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는 마무리됐고, 올 연말께 부산시 건축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 부지는 협성건설이 올 초 분양한 하이엔드 아파트 ‘테넌바움294’와 인접해 건설사 측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옛 미월드 부지와도 가까이 위치하지만, 미월드 부지에서 시행사인 티아이부산이 추진하는 생숙 건립 사업과는 별개다.
건설사는 건물을 반으로 나눠 하층부에는 호텔(250실)을, 상층부에는 생활형 숙박시설(150실)을 넣고자 한다. 협성건설은 글로벌 호텔 운영사인 IHG 그룹과 호텔 브랜드를 정하기 위해 협의를 하고 있다. 현재는 인터컨티넨탈과 킴튼 등 유명 호텔 브랜드가 거론되고 있다.
건설사 측은 아직까지 수영구에 한 곳도 없는 6성급 특급호텔을 유치해 광안리 관광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당초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었던 탓에 난개발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땅은 7년 전까지만 해도 도심 내 녹지공간 보존을 위한 자연녹지지역이었다.
앞선 소유주는 2017년 8월 자연녹지였던 이 부지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풀었다. 소유주가 인근의 1만 1700㎡ 부지를 부산시에 산책로 등 용도로 기부채납하고, 또 다른 인접 부지 8484㎡는 원형 보존을 약속하자 시가 용도 변경을 허용한 것이다. 협성건설은 이후 2017년 12월 기부채납·원형 보존 부지를 제외한 현재 사업 부지를 매입해 개발 계획을 세웠다.
생숙 분양에 따른 경관 사유화 등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부가 최근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위한 요건을 완화하는 등 생숙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아가고 있다. 이미 해운대나 광안리 등 부산의 주요 해안가는 ‘오션뷰’를 내세운 주거시설로 빼곡히 채워져 있어 도시 전체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저해하는 실정이다.
건설사 측은 해당 건물의 지하 4층~지상 2층에 도서관, 놀이터 등으로 구성된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을 조성해 공공성 확보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또 최고층인 42층에는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전망대도 조성한다. 민락유원지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도 설치하기로 했다.
협성건설 관계자는 “개발이 적합한 땅에 용도에 맞는 호텔·생숙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들락날락과 전망대 설치 등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확대하는 등 공공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대저대교, 10년 우여곡절 끝에 첫 삽
23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대저대교 건설사업 기공식이 열려 내빈들이 기공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저대교는 강서구 식만동에서 사상구 삼락동 사상공단을 연결하 는 8.24킬로미터의 도로를 건설될 예정이다.
철새도래지 훼손 논란 등으로 지체돼 온 대저대교가 우여곡절 끝에 10년 만에 첫 삽을 떴다. 2029년 말 완공되면 만성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시민 불편이 해소되고, 서부산권과 경남권 산업 물류 흐름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장낙대교, 엄궁대교까지 차례로 들어서면 서부산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촘촘히 연결될 전망이다.
‘대저대교 건설사업 기공식’이 23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박형준 시장을 비롯해 김도읍·김대식 국회의원, 김형찬 강서구청장, 조병길 사상구청장, 지역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연결하는 대저대교는 길이 8.24km 왕복 4차로로 건설된다. 시는 낙동강을 횡단하는 대저대교와 서낙동강교를 포함해 8개 교량과 3개 교차로 등을 짓는다. 총사업비는 3956억 원으로 2029년 말 완공 목표다.
시는 2014년부터 대저대교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철새도래지 영향 논란 등으로 사업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대저대교 건설사업은 2016년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이후 2차례나 환경영향평가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9년 2월에는 부산시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처음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내용 일부가 문제가 돼 반려되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올해 1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고, 지난 7월 국가유산청의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주변 행위 허가를 받으면서 외부 행정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
시는 이날 기공식을 시작으로 국가유산청이 요구한 철새 대체 서식지 유지와 모니터링 구체화 등을 이행하며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형준 시장은 “이번 대저대교 착공으로 10년간 진척되지 못한 낙동강 대교 건설의 물꼬를 텄다. 이는 낙동강 대교 건설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대저대교가 부산의 가치를 더욱 올릴 뿐 아니라, 생태적 유산을 지키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기공식에는 대저대교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피켓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습지와새들의 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대저대교 건설에 여전히 반대한다”며 “시가 환경청에 제출한 거짓·부실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법적 다툼이 남아있다.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가덕신공항 접근철도·도로, 설계·시공 일괄입찰로 진행
정부가 가덕도신공항으로의 접근성을 최고로 높일 접근철도 및 도로 공사를 ‘설계·시공 입괄 입찰 방식’(턴키)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1조7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이어서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이뤄질 입찰 때는 많은 건설사가 응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덕도신공항 접근철도 및 접근도로 노선도.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문가 및 건설사들과 접근철도·도로 공사에 대한 입찰 및 낙찰자 결정 방법을 논의한 뒤 신속한 진행을 위해서는 턴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두 개 공사의 추정 사업비는 1조6882억 원(철도 1조1673억 원·도로 5209억 원)이다.
부산 강서구 구랑동과 가덕도를 잇는 길이 16.5km의 복선 전철 공사는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다. 입찰 예정일은 내년 1월로 정해졌다. 국토부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는 2개 공구로 나눠 진행한다. 이 중 사업비가 6652억 원인 1공구의 연장은 8.5㎞(터널 8.31㎞, 차량기지)다. 8.0㎞(터널 7.8㎞, 정거장 1곳) 규모의 2공구 공사에는 502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접근도로는 부산 강서구 송정동과 가덕도신공항을 연결한다. 길이는 9.3㎞이며 왕복 4차선 도로다. 사업비는 5209억 원으로 책정됐다. 입찰 예정 시기는 11월이다. 부산국토관리청이 발주를 담당한다.
국토부는 접근철도와 도로의 공사비가 1조7000억 원에 이르는 만큼 1차 입찰 때 낙찰자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10조5300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와는 금액에 차이가 있지만 그동안 4차례 유찰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비, 정부는 지난 8월 부산 울산 경남과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국가철도공단 등으로 ‘가덕도신공항 접근교통망 전담팀’을 구성했다. 국토부 측은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와는 달리 접근철도와 도로 개설사업은 공기가 비교적 여유 있게 설정된 데다 총사업비도 적절하게 책정돼 입찰이 유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글로벌허브’ 꿈꾸면서…복합리조트 없는 부산
대형 행사 마이스 시설 부족, 벡스코·부산항컨벤션 2곳뿐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의 도약을 꿈꾸지만 정작 글로벌 핵심산업인 마이스(MICE·기업회의 Meeting, 포상관광 Incentives, 컨벤션 Convention, 전시 Exhibition) 대형 행사를 유치하기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엔데믹 이후 세계 각국의 마이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부산이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전시컨벤션시설과 호텔 등이 결합한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 같은 뒷받침할 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스파이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 이유진 기자
23일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현재 부산의 마이스 전문시설은 벡스코와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2곳이 전부다. 벡스코는 7200명,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는 2030명의 인원을 최대 수용할 수 있다. 그나마 대형 행사가 가능한 벡스코는 제1·2전시장 가동률이 포화상태인 60%에 이르면서 현재 제3전시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부족한 행사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이나 대학, 유니크베뉴(이색 회의시설) 등을 활용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마이스 도시를 목표로 하는 부산의 민낯이다.
지역 업계에서는 부산이 마이스 시설 확보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외 주요 도시들은 이미 컨벤션시설 공연장 카지노 쇼핑몰 호텔 등을 두루 갖춘 복합리조트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만 올해 3월 문을 연 인스파이어 리조트, 앞서 2018년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까지 복합리조트 2개가 운영 중이다. 제주에서도 제주신화월드와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등 2곳이 운영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부산과 가까운 일본 오사카에 오픈형 카지노(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를 갖춘 복합리조트가 2030년 개장할 예정이다.
국내외 주요 도시들이 복합리조트 확보에 뛰어든 이유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있다. 인천 인스파이어의 생산 유발 효과는 5조8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은 1조8000억 원, 일자리 창출은 2만8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가 개장한 2010년 경제성장률 14.52%를 기록했다. 2009년 0.13%와 비교하면 대폭 뛰어오른 수치다. 싱가포르 복합리조트 2곳(마리나 베이샌즈, 리조트 월드센토사)의 카지노 수익은 개장 첫 해인 2010년과 2016년을 제외하고 매년 40억 달러(5조50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부산관광공사 이정실 사장은 “싱가포르는 이전부터 글로벌 허브도시 위상을 다졌는데 복합리조트 2개를 개장하면서 더 공고히 했다”며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문화·관광 측면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관광 랜드마크 역할을 할 복합리조트가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유진 기자 eeuu@kookje.co.kr
‘김건희-구달’ 만남 직전 생태교육관 급조하고 예산 20억 끼워넣기
용산어린이정원 내 ‘어린이환경·생태교육관’
사용 승인도 전에 김 여사가 ‘예정지’로 소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 박사의 만남 행사를 위해 정부가 용산에 ‘어린이환경·생태교육관’(이하 교육관)을 급조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7월 김 여사는 방한한 구달 박사를 만났는데, 이를 계기로 이전까진 아무런 계획도 없던 어린이환경·생태교육관이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다.
24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을 종합하면, 환경부는 지난해 7월6일 국방부에 용산어린이정원 내 미군 장군 관사로 쓰이던 건물을 어린이를 위한 환경·생태교육관으로 조성하려 하니 일시적으로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 다음날인 7월7일 김건희 여사는 방한 중이던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났고,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구달 박사와 함께 “용산어린이정원 내 조성 예정인 ‘어린이 환경·생태 교육관’ 예정지를 둘러봤다. 김 여사는 “구달 박사님의 뜻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생태 공간을 조성하려 한다”고 소개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어린이공원 내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이 지난해 7월 김건희 여사와 제인 구달 박사 만남이 성사된 뒤 급조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교육관 전경. 이용우 의원실 제공
이전까지 정부 계획에도 없었고 아직 사용 허가도 나지 않은 장소를 김 여사가 ‘예정지’로 선포한 것이다. 국방부의 사용 승인은 그로부터 8일 뒤인 7월14일에 나왔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이 사실을 밝히며 환경부에 “기존 예산안에도 편성하지 않았던 교육관 조성 사업을 예산 끼워넣기를 한 것은 ‘김건희 관심 사안’이기 때문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병화 환경부 차관은 “행사를 위해 (기존 시설의 사용승인 요청을 국방부에) 한 것은 맞다”면서도 “누군가의 지시나 압박을 받고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 내 제인구달 박사와 김 여사 만남을 기념하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이용우 의원실 제공
교육관 건립은 계획에 없던 일일 뿐 아니라 구달 박사와 김 여사의 만남이 정해진 뒤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구달 박사의 방한은 국내 생태·환경연구단체인 ‘생물다양성재단’의 초청으로 진행됐고, 방한 일정이 공식 발표된 것은 그해 6월9일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의 예산안은 전년도 5월에 기획재정부에 제출되는데,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교육관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여사와 구달 박사의 만남 이후 20여일 뒤인 7월27일 환경부는 교육관 건립 계획을 마련했고, 올해 예산안에 ‘생물다양성변화 관측네트워크(K-BON) 운영’ 항목 아래 교육관 관련 예산을 23억2500만원 배정했다.
‘생물다양성변화 관측네트워크’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운영 중인 생물다양성 관측 관련 사업으로, 전문연구자와 시민과학자가 다양한 생물종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연구에 활용하는 사업이다. 보통 연간 3억원대 예산이 편성되어 왔다. 계획에도 없던 교육관 사업을 한 달만에 급조한 뒤, 관련 예산 23억원을 전혀 관계 없는 사업에 끼워넣은 셈이다.
서울 용산어린이공원 내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이 지난해 7월 김건희 여사와 제인 구달 박사 만남이 성사된 뒤 급조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방송 갈무리
이렇게 급조된 교육관은 올해 2월부터 공사를 거쳐 6월에 개관했다. 6월5일 진행된 개관식에는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명품백 수수의혹 등으로 두문불출하던 김 여사가 7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어린이환경·생태교육관 내 ‘미래관’ 중앙에는 김 여사의 사진과 여사의 반려견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는 전시업체와 논의해 사진 공간을 마련했다고 답변했으나, 전시업체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안서에 사진 전시 공간 계획은 없었다”고도 짚었다.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병화 환경부 차관(당시 대통령실 기후환경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이 구달 박사와 김 여사와의 만남을 기획했고, 환경부와 기념 나무심기와 기념사업 등을 논의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예산안 제출 시점에 대해서도 “5월 부처 예산안에는 없었고, 그 이후에 신청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당시 여러 부처도 장교 막사를 리모델링 해 과학관이나 보훈관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내는 상황이었다”며 “환경부에서도 서울권에 어린이 환경 전시관이 없으니 이번 기회로 설치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급조한 건 맞지만 김 여사를 위해 마련한 사업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용우 의원은 “환경부가 교육관을 건립할 계획이 진작에 있었다면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 혈세 23억이 김건희 여사 이미지 만들어주는 것에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에 불과한 영부인의 한마디에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정부 시스템의 붕괴와 같다”고 비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이건희 회장 유족 기부한 장산 토지에 힐링 쉼터 조성
해운대구, 장산 계곡 힐링 쉼터 경관사업
국비 5억 확보, 숲속 책방·황톳길 등 조성
해운대구 장산 대천공원에 조성된 숲속 책방. 해운대구청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부산 해운대구에 기부한 토지에 ‘힐링 쉼터’가 조성됐다. 해운대구청은 ‘장산 계곡 힐링 쉼터 경관사업’을 준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21년 이 회장의 유족이 해운대구에 기부한 3만 8000㎡의 토지에 조성됐다.
해운대구는 국토교통부 개발제한구역 주민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국비 5억 원을 확보해 장산 대천공원의 해당 토지 위에 숲속 책방, 숲속 쉼터, 황톳길 등 다양한 휴식·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숲속 책방은 장산 숲 관리소 아래 계곡에 위치한 총 면적 26.5㎡ 공간으로, 지난 7월 착공해 지난달 준공됐다. 약 2000권의 신간 도서를 비치했고 매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운영된다. 자원봉사자들이 도서 대출 및 관리를 맡는다. 해당 공간에서는 독서교실 등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숲속 쉼터는 장산 숲 관리소 ‘사랑채’에서 장산 방향으로 올라간 곳에 위치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숲속집, 전망덱, 보행덱 등이 마련돼 있다.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인 황톳길은 자연 속에서 산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길이 190m, 폭 1.5m 규모다.
김성수 구청장은 “해운대의 자랑 장산에 자연 친화적인 힐링 쉼터를 조성했으니 자주 방문하셔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내려놓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플라스틱 생산 감축’ 세계의 이목이 부산에 쏠린다
내달 ‘국제플라스틱협약’ 진행
법적 구속력 명문화 조항 핵심
한국 정부는 소극적 대응 그쳐
시민사회단체 "책임 있는 자세” 요구
시민사회 연대체인 플뿌리연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의 제5차 정부간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지난 9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정부가 협상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환경연합 제공
‘플라스틱 생산 감축’ 문제가 국제사회의 뜨거운 이슈인 가운데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에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22일 환경부·해양수산부 등 관련부처와 시민사회·환경단체에 따르면 다음달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이하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개최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는 전 세계 유엔 회원국들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규약을 만드는 회의다.
이번 부산 회의(INC-5)는 국제사회가 전 지구적 플라스틱 문제 해결 위해 2022년 2월 '제52차 유엔환경회의(UNEA)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협상 절차의 마지막 순서다. 협상문 성안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각국 정부대표단과 유엔환경계획(UNEP)을 비롯한 국제기구, 시민사회 등 전 세계 170여개국 주요 인사와 정책결정자, 전문가, 활동가 등 역대 INC 중 가장 많은 약 3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 연대체인 플뿌리연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의 제5차 정부간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지난 9월 11일 플라스틱 괴물이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제공
시민사회 연대체인 플뿌리연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의 제5차 정부간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지난 9월 11일 플라스틱 괴물이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제공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핵심은 ‘강력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와 이행 방안의 수립’으로, 이를 법적 구속력 있는 조항으로 명문화하는지 여부가 제5차 협상회의의 관전포인트다. 협약의 성안을 위해 국가 간 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핵심 의제인 플라스틱의 생산 단계를 협약에 어떻게 포함할지가 쟁점이다. 특히, 플라스틱 감축 방안을 두고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주장과 ‘재활용을 포함해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을 75%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초기 가입국이자 제5차 협상회의 개최국이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협약 협상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이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15일 제4차 정부간 협상회의 전에 발표한 장관급 공동성명을 통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강조하고 제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과 소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조항을 요구하며,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파리협정을 비롯한 기존 국제 환경협약의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 서계 스타들이 공개 서한을 통해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강력한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공개 서한에 참여한 프랑스 럭비 선수 살름 우칭(Psalm Wooching). 그린피스 제공
이에 그린피스·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자원순환사회연대 등 국내외 15개 시민사회 연대체인 풀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가 INC-5를 앞두고 관계부처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 재사용, 오염자 부담원칙 등을 포함해 협약의 주요 요소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질의한 결과 4개 관계부처(외교부·환경부·산업부·해수부) 모두 ‘외교적 전략 노출’을 이유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민사회·환경단체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산유국과 기타 방해국의 주장대로 단순히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관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국’이라는 이유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 기업의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 하기보다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협약 개최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우리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플라스틱 최대 생산국이자 산유국인 미국 조차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협약에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다수의 유엔 회원국이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감축에 동의하는 ‘부산으로 가는 길(Bridge to Busan: Declaration on Primary Plastic Polymers)’ 선언에 서명하고 있다.
한편, 그린피스가 발표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시민 10명 중 8명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 노후계획도시 정비 ‘15분 이내 보행권’ 의무화
국토부 기본방침 심의 내달 확정
- 해운대 1·2지구 포함 지역 5곳
- AI 등 스마트도시 기능도 필수
앞으로 해운대 1· 2지구와 화명·금곡 등 부산지역 5곳에서 이뤄질 노후 계획도시 정비 사업은 ‘15분 이내 보행권 중심 도시’로 진행돼야 한다. 또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모빌리티 혁신 기반 등 스마트 도시 기능을 갖춰야 한다.
부산지역 노후 계획도시 정비 사업 대상지. 부산시 제공
국토교통부는 25일 ‘제2차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위원회’를 개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후 계획도시정비 기본 방침’을 심의한다고 24일 밝혔다. 이어 위원회 심의를 거쳐 빠르면 이달 중, 늦어도 11월까지는 최종 기본 방침을 수립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안은 올해 6월 111곳에서 2030년 148곳, 2040년 225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노후 계획도시에 적용되는 정비사업 청사진이며 지침이다. 여기에는 대상지를 미래도시로 재창조하기 위한 목표와 기본 방향 등이 들어간다. 현재 부산에서는 해운대 1·2지구, 화명·금곡지구, 만덕·만덕2지구, 다대 1~5지구, 모라·모라2지구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이 지난 7월부터 진행 중이다. 시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밑그림 작성을 마무리한다.
노후 계획도시 정비 사업의 목표는 ▷도시공간 재구조화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통합 정비 기반의 도시·정주환경 개선 ▷혁신 기술이 주도하는 미래 도시 전환 ▷체계적 단계적 정비를 통한 시장 안정 등 4개로 정해졌다.
세부 과제는 15분 도시(N분 도시) 실현, 인구 구조 및 기후 변화에 대비한 기반시설 구축, 공간 가치 극대화를 통한 쾌적한 정주 환경 조성,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는 미래 도시 구축, 지속가능한 도시 관리를 위한 스마트 도시 기반기설 확충, 시장 환경 여건을 고려한 10년 단위의 정비계획 수립 등이다.
국토부는 이 같은 목표를 이루고자 노후 계획도시 정비 때 다양한 혜택도 부여한다. 우선 주거·상업·업무 복합화 등 새로운 도시 기능 부여를 위해 용도지역 가운데 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한다. 용적률은 법적 상한의 150%까지 올리며 리모델링 사업 때는 세대수 증가 상한 비율을 140%로 완화한다. 단 용적률 상향으로 인해 정주 환경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각 지자체에는 기본계획에 평균 일조시간, 채광 미흡 세대 비율 등 구체적인 평가 항목과 기준을 제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민·관 협력체를 구성,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한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