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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11.18~

by 이성근 2024. 11. 18.

1. 압축붕괴사회에서 초록문명 생명사회로  2. 트럼프, 에너지장관에 기후위기 부정석유업체 경영자 지명   3. 설악산·지리산까지 케이블카 추진무등산도 바람 불까  4. 인간이 닿지 않은 50비밀의 숲베일 벗자 황금빛 탄성   5. 재난 수준인 '소나무재선충병'국가 대응 '특별재난지역' 필요  6. LG그룹 탄소 425만톤 줄였다···“축구장 10만개 크기 숲 조성한 효과”  7.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8. 밥상 덮치는 기후변화의 속도   9. 콩나물 값도 오르나이상기후에 망친 콩 농사 "35년 만에 처음“  10 또 다시 스멀스멀... '철도 지하화', 혈세 써서 지역 불균형 키우나

11. '지구의 벗' 외국인들 "부산에서 시위하겠다"는 이유  12. 들숨 한 번에 플라스틱 한 스푼우리, 괜찮은 걸까  13. '플라스틱 종식' 부산에서 선언될까?‥   14. 가덕신공항 내년 예산 '1' 정부 원안 사실상 확정

15. ‘기후악당 1에 한국화석연료에 계속 공적자금, 시대 역행”  16. 아이들 미래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17. 한국 기후대응올해도 최하위 평가할 수 있는데도 안 한다”  18. 기후위기 앞에도 '성장''핵발전'만 외치는 정부, 멈춰세워야  19. 낙동강 하구 뒤덮은 생태교란식물, 도심까지 확산

20. 윤 정부의 '그것' 부끄럽다, 이렇게 된 이상 부산으로 가자  21. 플라스틱엔 몇 가지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을까요22.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 25일 부산서 개최...부산환경단체 "개최도시로서 플라스틱 문제 해결" 촉구 23. 민주당의 안일한 원전 실용론

 

압축붕괴사회에서 초록문명 생명사회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30년 만에 이룬, 세계에서 유례없는 압축성장의 나라!

현생인류 초유의 0.72 저출산율과 지역소멸에 처한 압축붕괴의 나라!

위 문구가 나타내는 나라는 어느 나라인가? 대한민국이다.

경제학자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3년여 전부터 한국경제 붕괴위기가 온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증권가의 미래학자로 불리웠던 홍성국은 그의 저서 수축사회 :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를 통하여 한국경제의 위기를 알렸다. 그러나 주류사회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아왔다.

이제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

“7개의 대형 태풍과 2개의 대형 지진이라는

그런데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이제 진짜 늑대가 나타났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원로경제학자 김영호 경북대 명예교수(전 산업자원부 장관)20241010일 지리산 실상사 강당에서 개최된 흥부향약 포럼에서 그 늑대의 실체를 “7개의 대형 태풍과 2개의 대형 지진이라 지칭하였다.

여기서 7개의 대형 태풍은 유럽의 탄소국경 조정제, 미국의 청정경쟁법, EU공급망 실사 지침, UNESG 공시 의무제, RE100, 혁신 단계를 지나 독점화 단계에 이른 빅 테크-소버린 AI를 의미하고, 2개의 대형 지진은 중국산업 경쟁력의 한국 추월, 남북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경제 앞에 한꺼번에 들이닥친 위기를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그러나 이 위기를 잘 살려 문명전환과 새로운 전환경제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 했다.

대한민국이 그동안 이룩한 압축적 성장이 압축적 붕괴 소멸사회로 접어들었다 함은 어떤 근거에서 하는 말일까? 첫째로는 현생인류 초유의 0.72 저출산율과 초고령화, 지역소멸에 처해 있음이다. 두 번째는 설상가상으로 화석연료 기반의 한국경제가 붕괴의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를 되돌리기에는 비가역적일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 근대경제는 화석연료 기반 경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2030년 전후 화석연료 기반 산업문명의 종식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의 대기업과 한국경제계는 이에 대한 대처가 너무 안이했고 늦어도 한참 늦었다.

10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 주최로 '삼성전자 RE100 대응방안 및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 매각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10.28. 연합뉴스

한국경제 위기와 개인경제 위기가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녹록치 않다. 왜냐하면 재생에너지 최하위권인 한국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탄소중립 요구 비용에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즉시 서둘러도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이 필요하다. 다극화 시대의 확장으로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이어졌던 미국의 특혜와 보호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삼성전자의 몰락과 현대자동차의 인도 집중 등이 그 징표이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재벌 그룹사는 모두 희망퇴직, 구조조정,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앞으로 자산이 아주 많은 이들은 살아남겠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개인들은 적응에 필요한 3년 이상을 아주 고통스럽게 보내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갖게 하고 있다.

20241012일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 있는 풍력 터빈. 2024.10.12. 로이터 연합뉴스

압축붕괴위기 앞에서 새로운 초록문명 전환과 전환경제 구축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상황에서는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을 직시하고, ()은 민()의 차원에서 기업은 기업 차원에서 자구책을 만들고 정부는 정부대로 이 난국을 돌파하는 전략과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직시해야 할 것은, 기후 위기와 인간 위기(불평등과 자살 등) 그리고 지역(공동체) 해체 위기와 같은 복합위기 앞에서 새로운 초록문명 전환과 전환경제 구축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제사회사상가인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회복력 시대에서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인류가 생존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데 필요한 지침을 제시했다.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고 기후는 따뜻해지고 있으며 지구는 야생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자연계의 파멸을 이끌었던 인류는 현재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아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한국에서 추석이 없어지고 하석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 등) 대혼란에 대책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리프킨은 어떻게 대멸종을 피하고 삶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문명사의 대전환을 주창하며, 위의 책에서 전환의 이행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물질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에 발맞춰 행진했다면, 새롭게 부상하는 회복력 시대는 적응성에 발을 맞추어야 한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의 이행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판매자-구매자 시장에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로, 선형 프로세스에서 인공두뇌 프로세스로, 수직 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 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중앙 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거대 복합기업에서 유동적인 공유로 블록체인을 형성하고 민첩한 첨단기술 중소기업으로, 지식재산권에서 오픈소스 지식 공유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 부정적인 외부 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의 전환을 포함한 경제 및 사회의 전면적 변화와 함께 일어날 것이다. 젊은 세대는 이미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소비자주권주의에서 환경책임주의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의회와 분산형 동료시민 정치로 전환하고 있다. 동일선상에서 공감과 생명애가 새로운 규범이 되면서 냉정하고 무심한 이성은 약화되고 있다.....”

인간 종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절망하고 있는 오늘날, 리프킨은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에 대한 창을 보여주며 지구에서 다시 생명이 번성할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하자며 회복력시대라는 대담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회복력 시대에서 재야생화되어가는 지구를 통찰했다. 이러한 지구 상황은 첨단기술과 결합하며 네오 수렵채취 농업문명과 탈성장 성숙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필자는 최근의 저서 담대한 혁신사회플랜: 마을공화국 지구연방에서, 이에 걸맞은 대안적 인류사회에 대한 서사적 사회상으로서 초록문명 생명사회(Eco-dream Society)를 제시했다.

동시에 지구질서를 마을공화국-마을연방민주공화국-마을공화국 지구연방 같은 3중체제로 재편해야 함을 주창했다. 거칠게 표현해 보면,초록문명생명사회(Eco-dream Society)는 에코(ECO) 정치경제학과 후기정보화 사회의 꿈과 감성과 영성의 드림 소싸이어티(Dream Society), 그리고 농산어촌과 도시의 연계공생 기반하에 인공지능·로봇·바이오·나노·청정에너지 등과 같은 첨단기술이 융합된 사회다. 즉 첨단기술과 적정기술, 농산어촌 기반 도농교류 공생의 15차 융복합 창의산업, 지역주민 공유경제 플랫폼, 풍류문화예술의 융합사회인 것이다.

초록문명 생명사회 실현과 읍면동 단위의 마을자치 생명살림 정치경제 시스템 구축

필자는 한국의 경우 초록문명 생명사회를 실현하려면, 적정성장 자유안정성 공평사회와 같은 징검다리 이행사회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붕괴 소멸 위기 앞에서 민()과 기업은 곧바로 직진하는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 기업의 자구책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과 전략 역시 중요하기 이를 데 없다. 왜냐하면 선진국 문턱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한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새로운 초록문명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기존의 한국의 국가 행정체제는 농산어촌과 지역을 희생시키고 대도시를 키우며 고도성장을 지원하고 고효율을 조직하는 체제였다. 즉 고출산과 고도 경제성장의 시대에 최적화된 성장 중심의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체제였다. 이제 한국은 압축붕괴 소멸위기 앞에서 이제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거꾸로 저출산과 저성장시대에 최적화된 성장과 복지(분배)의 선순환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걸맞게 국가 행정체제도 읍면동을 기초자치체로 독립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한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민치체제를 정착시키며 기존의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체제와 협치 융합하는 연방국가를 모색할 때가 왔다. 이러한 혁신적 국가체제와 시스템을 정비하는 가운데, 저출산과 지역소멸 극복을 위하여 최우선적으로,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4km(15분거리 생활권) 정치경제 시스템, 즉 읍면동 단위의 마을자치 생명살림 정치경제시스템 구축이다. 이러한 시스템이야말로 아이 기르기 좋은 동네와 노인이 안심되는 마을 만들기에 최적화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기간에 연기와 증기를 내뿜고 있는 벨기에 드로겐보스의 복합 사이클 가스터빈 발전소 굴뚝. 2023.12.6. 로이터 연합뉴스

태양광 등 에너지 분산분권은농산어촌 등 지역소멸 극복과 민생경제 재편의 모멘텀

두 번째는 8대 재벌이 독식하는 에너지 독점으로부터 재생에너지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에너지 분산과 분권의 전환경제를 구축하고, RE100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독점 기득권 카르텔의 해체, 그리고 분산형 전력시스템 도입, 에너지 분권 체제 구축,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읍면동 풀뿌리 단위에서의 에너지 자립마을의 실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의 에너지 독점구조와 에너지 독점 기득권 카르텔은 주로 공기업과 사기업인 대기업들이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를 말한다. 한국전력공사(한전), 한국가스공사, 대형 석유회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 오일뱅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과 같은 회사들이며, 이들 회사들이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에너지 독점구조와 에너지 독점 기득권 카르텔은 가격 상승, 경쟁 제한, 신재생에너지 도입 저해, 경제적 불균형과 불공정,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과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체제하에서 에너지가 안보산업이라는 이유로 정보접근권이 극히 소수에게만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함께 에너지 독점시장의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으나 그 독점적 카르텔은 요지부동이다.

8대 재벌이 에너지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는 시대상황이지만 우선 추진해야 할 일은 태양광을 기반으로 농산어촌 주민의 매월 100만원 기본소득 효과를 창출하는 시대를 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농산어촌 지역부터 민생경제가 재편되며 농산어촌이 되살아나게 된다. 농산어촌이 되살아나면 지방도시가 살아나면서 저출산과 지역소멸을 극복할수 있는 모멘텀이 생기게 된다. 동시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진 RE100으로 인하여 탄소국경세로 인한 무역장벽이 해소됨으로써 한국기업의 수출경쟁력은 높아지게 된다. 왜냐하면 농산어촌에 태양광 설치가 많아져 한국의 전체 에너지 비율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30% 정도의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면 탄소국경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율 최하위 국가이다. 최근 재생에너지 설비 가격이 폭락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저렴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가 폭증하고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비중이 선진국은 30% 이상으로 치솟고, 이례적으로 후진국(지산지소 방식의 에너지발전 포함)40%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난 30년간 누적된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이 고작 8%(태양광 2.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은 기술자본집약적 산업이기에 대기업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농산어촌 주민 등 서민 대중도 협동조합 등을 통하여 참여할 수 있는 분야이기에 불평등과 도농 간 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민생경제를 떠들면서 정작 서민 대중을 약탈하는 경제 구조, 이를 혁파하는 정치 민주주의 실현 없이는 공허한 구호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안보산업이라는 이유로 일반 서민 대중과 중소기업들은 정보접근권조차 없게 하고, 세계적 추세인 RE100에 둔감하도록 만든 에너지 공기업과 민간 8대 재벌 에너지독식 카르텔을 혁파하는 에너지 분산 분권체제로의 전환에서부터 진짜 민생경제의 활로는 열릴 것이다.

새로운 전환경제의 물적토대 형성과초록문명 생명사회를 싹틔우는 세력의 성장이야말로 시대적 요청

세 번째는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산업체제가 붕괴되는 바로 그곳에서 초록문명 생명사회 인프라와 대안의 싹을 틔우면서, 지금 가능한 일부터 추진하는 것이다. 이제 살길은 새로운 전환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새로운 전환경제의 물적 토대 형성과 초록문명 생명사회를 싹 틔우는 세력의 성장은 시대적 요청이다.

예를 들면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스마트 농축산, 돌봄 마을경제, 풍류명상예술 문화관광, 인공지능 로봇통신 5대 분야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서 첨단기술 연계 적정기술 일자리 창출 500만 명 시대를 만들어 내는 데 민관산학공(民官産學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새로운 한국경제의 출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핀란드의 통신 재벌기업인 노키아가 망했을 때, 많은 이들은 핀란드경제가 위태로울 것이라 전망했으나 핀란드 경제는 놀라운 회복력을 발휘하여 다시 일어섰다. 기존의 노키아가 중앙집중형 체제였다면 노키아 위기 이후 체제는 탈중앙 분산 분권 체제로 변신했다. 산업을 다각화시키고 노키아에서 나온 직원들을 재교육하여 혁신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수많은 기술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새로운 일자리와 가치를 창출하게 하였다. 한국에서도 핀란드의 변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위기를 새로운 변화와 도약의 기회로 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이 할 경우, 한국은 4차산업혁명 기반의 초록문명시대에 홍익생명의 이상을 구현하는 새로운 의미의 선진국이 될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전국민회마을공화국 상임의장/민들레

 

트럼프, 에너지장관에 기후위기 부정석유업체 경영자 지명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 지명자. 링크트인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6(현지시각) 석유 회사 경영자이자 기후변화 대응 반대론자인 크리스 라이트를 에너지장관으로 지명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크리스는 에너지장관으로서 핵심 지도자가 되고, 혁신을 이끌고, 관료적 형식주의를 근절하고, ‘미국의 번영과 세계 평화의 황금기로 우리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부는 에너지 정책, 원자력 개발, 핵무기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는 부처다.

크리스는 콜로라도주 석유 생산 업체인 리버티 에너지의 최고경영자다. 화석연료 생산 업체 경영자가 에너지부를 이끌게 하겠다는 것은 석유 등 화석연료 생산을 크게 늘리고 이 분야 규제를 크게 완화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도 화석연료 생산을 적극 지원했고,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를 중국이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키려고 퍼트리는 헛소문으로 치부했다. 그는 이런 기조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을 무력화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에너지부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정책 분야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등 그 반대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라이트도 트럼프처럼 기후 위기 부정론자. 그는 민주당 쪽의 기후변화 대응을 공산주의적 정책이라고 비난해왔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서는 기후 위기란 것은 없다고 했다.

라이트는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내무장관 지명자인 더그 버검 현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이끌 신설 조직인 국가에너지위원회 구성원으로도 참여하게 된다. 트럼프는 전날 버검이 내무부와 함께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이끌면서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위한 투자 확대와 규제 철폐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는 15일 백악관 대변인으로는 대선 캠프 내신 대변인을 한 캐롤라인 레빗을 지명했다. 27살인 레빗은 미국 역사상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이 된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대변인보로 활동했다.

한겨레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설악산·지리산까지 케이블카 추진무등산도 바람 불까

관광자원·노약자·장애인 위해 설치해야광주시 "검토한 바 없어"

장불재 군용 도로 활용 대안 제시도

최근 설악산과 지리산에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면서 국립공원 무등산에도 케이블카가 들어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전남 구례군은 오산 사성암 인근부터 구례읍 봉서리까지 2.34구간의 케이블카를 포함한 오산 관광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최근 전남도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조건부 가결을 받았으며 추가 행정 절차를 거쳐 내년 12월 착공, 20274월 완공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40년의 논쟁을 끝내고 착공에 돌입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도 2026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이처럼 주요 명산에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본격화되자 관광 자원으로서 무등산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는 17"설악산과 지리산까지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광주의 랜드마크이자 세계지질공원인 무등산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돼야 한다""특히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약 1천만 유동 인구가 예상되는 만큼 관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는 필수다"라고 말했다.

케이블카를 활용해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도 무등산을 관람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무등산을 자주 찾는다는 광주시민 서동현(34)씨는 "어른이 되면 함께 무등산을 오르자던 아버지가 무릎을 다친 뒤로 함께 오를 수 없어 항상 아쉬웠다""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무등산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광주시는 케이블카 설치 현안에 대해 검토하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경제적 효과를 이유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단체 의견도 맞서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무등산의 접근성을 높이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허민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최근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논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무등산의 환경을 고려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원효사장불재 구간 군용 도로를 개방해 열차나 버스를 운행한다면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무등산을 탐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n@yna.co.kr

 

인간이 닿지 않은 50비밀의 숲베일 벗자 황금빛 탄성

에버랜드 포레스트 캠프희원

3만 그루 은행나무 노란색 향연

정자·연못·벅수 조화 정원 희원

1970년대에 에버랜드가 조성을 시작해 은행나무 3만 그루가 식재돼 있는 포레스트 캠프’. 최근 일반에 공개되어 인기를 끌었다. 박미향 기자

신이 준 가장 찬란한 선물은 숲이다. 숲은 치열한 경쟁에 포위된 이들에게 쉼과 안식을 제공한다. 이 숲에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 정원이 된다. 지난 55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은행나무숲과 전통에 현대적인 감성을 접목한 정원 희원을 다녀왔다.

푸바오가 떠난 에버랜드엔 새 주인인 양 자태를 뽐내는 숲이 있다. 정문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은행나무숲이다. 용인시 신원리 향수산 일대에 조성된 숲은 145000(4.4만평) 규모 땅에 은행나무 3만 그루가 식재돼 있다. 1970년대 에버랜드가 조성을 시작한 이 숲은 일반에 공개된 적 없다.

숲캉스’(+바캉스, 숲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숲이 인기를 끌자 에버랜드는 2년 전부터 명상 돔, 생태연못, 전망대 등을 갖추며 세상에 내놓을 채비를 했다. 이름도 붙였다. ‘포레스트 캠프라고 말이다. 영화 판의 미로에 나오는 기괴한 숲일까. ‘나니아 연대기의 숲처럼 웅장할까. 베일을 벗은 비밀의 정원은 여행자의 호기심을 극대화했다.

극한 환경 견딘 은행나무의 생존력

안내자로 나선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 이준규 그룹장이 들머리에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는 이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 제대로 된 은행나무숲이 나오지 않았어요.” 은행나무숲은 포레스트 캠프3가지 길(‘축적의 길’ ‘사색의 길’ ‘회복의 길’) 중에서 회복의 길에 있다.

숲길은 완만했다. 길 따라 걷자 짙은 노란색 은행나무 군락이 얼굴을 드러냈다. 낙엽에선 바스락 소리가 났다. 이 그룹장이 숲 탄생 신화를 꺼냈다. “1970년대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까, 조금이라도 도움될까 해서 밤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7m 간격으로 심고 그사이에 은행나무를 심었죠. 1979년 겨울 영하 20도 혹한이 찾아오자 밤나무의 90%가 얼어 죽은 거예요. 신기하게도 은행나무는 살아남았죠. 극한의 환경도 꿋꿋이 견딘 은행나무의 생존력이야말로 우리가 갖춰야 정신이라 본 거죠.” 이후 은행나무를 본격적으로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란색에 빠져들듯 숲속 깊이 더 들어갔다. 나무 그림자와 햇살이 서로를 탐하며 여행객을 유혹했다. 고개 들어 가지에 눈길을 주자, 후드득 잎이 떨어졌다. 노란색이 귀에 걸리고, 어깨에 내려앉았다. 고요가 찾아왔다. 새소리조차 소음으로 여겨질 정도로 무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햇볕이 들지 않는 숲은 두렵다. 하지만 이곳은 예외다. 은행나무 색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가슴에 스미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활엽수일까요? 침엽수일까요?” 이 그룹장이 질문했다. 잎 모양만 보만 영락없이 활엽수지만 실제는 침엽수다. “본래 잎은 삐죽했어요. 아주 오래전 기후변화로 대멸종 사태가 벌어지자 생존을 위해 잎이 넓어진 거죠. 광합성을 하기엔 넓은 잎이 유리하니까요.” 지구는 오르도비스,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에 다섯 차례 대멸종을 겪었다. 그때마다 삼엽충, 공룡 등 생물이 사라졌다. 지금이 대멸종 위기도 아닌데, 은행나무는 멸종위기종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작성하는 적색목록에 올랐다. 지구환경이 빠르게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다./박미향 기자 mh@hani.co.kr

 

재난 수준인 '소나무재선충병'국가 대응 '특별재난지역' 필요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와 해송, 잣나무에 증식해 고사시키는 병으로,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성충에 잠복해 있다가 소나무 수피를 갉아 먹을 때 생기는 구멍으로 침입해 고사하게 한다.

30여 년 전인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경남은 1997년 함안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18개 시군 전체로 번졌다.

2014년 방제 대상 목이 58만 그루에 이를 정도로 최대 피해가 발생한 이후 피해 증감을 반복하다가 2022년부터 기후 변화 등으로 다시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다.

박완수 지사는 지난 18일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부울경 단체장 정책간담회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확산에 따른 방제 어려움을 설명하고 국가 재난 차원의 대응을 위한 법령 개정 등 특별재난지역 선포의 필요성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도는 산림청과 행정안전부 등에도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한 관련 법 개정 등을 건의했다.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최근 소나무재선충병을 사회재난으로 정의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은 마른 장작 역할로 인해 산불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토양 지지력을 줄여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지는 등 이제는 국가 차원의 대응과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이 강조됐다.

산림청은 현재 전국 7개 시군 43680.4ha를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했다.

특별방제구역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나무를 자르는 방제 사업 등으로도 전량 방제에 어려움이 큰 곳이다. 경남에서는 피해가 가장 심한 밀양시 10개 읍면동 8685.7ha가 포함됐다.

도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365억 원을 들여 피해목 325천 그루를 방제할 계획이다. 밀양 등 4개 시군의 집단 피해 지역은 소나무 대신 다른 수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사목을 없애는 방식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재발할 우려가 매우 큰 만큼 소나무류 대신 산불과 병해충에 강한 나무를 심는 방식이다.

경남도 민기식 환경산림국장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재난의 범위에 포함시켜 국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CBS 최호영 기자

 

LG그룹 탄소 425만톤 줄였다···“축구장 10만개 크기 숲 조성한 효과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LG전자 북미법인 사옥 전경. 2020년 준공된 이 사옥은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 리드(LEED)’의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LG 제공

LG는 그룹 7개 계열사가 지난해 탄소 425t을 감축했다고 17일 밝혔다. LG는 탄소 감축 이행 성과와 향후 실행 계획을 담은 그룹 차원의 ‘LG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보고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그룹 내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7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했다. LG는 지난해 약 425t의 탄소를 감축했다. 통상 숲 면적 1헥타르(ha)당 탄소 40t이 감축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축구장 약 106000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을 조성한 것과 같다.

세부적으로는 LG디스플레이의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 제거, LG화학의 수소연료 활용을 통한 화석연료 사용 절감 등으로 약 105t의 탄소를 감축했다.

아울러 각 계열사에서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을 통해 약 320t의 탄소를 감축했다.

LG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3034%, 204052%, 2050년에는 100% 감축해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별로는 LG전자가 2030,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이 2040년에 각각 넷제로를 먼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2022년 수립한 ‘2050 그룹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매월 각 계열사의 탄소중립 이행 성과를 관리하고, 꾸준히 탄소 배출량 감축 과제를 실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적극적으로 늘려 전체 사용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76%, 204089%, 2050100%로 높여나갈 방침이다/경향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제주참여환경연대 조사부지 선정 발표 직전 거래 폭증

땅 소유자 60% 이상이 외지인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도

지난 1027일 촬영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의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무가 듬성듬성 심겨 있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공

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한다.”

지난 1111일 찾은 제주시 이도2동 제주시청 앞 도로에는 1991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 양용찬의 33주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양용찬은 제주 관광 개발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주도개발특별법이 1991년 국회에 상정되자 분신했다. 그는 특별법이 제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주민들을 소외시킨다고 봤다.

끝내 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이후 33년간 제주도는 개발에 개발을 거듭했으며, 현재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 상징 중 하나가 제주 제2공항이다. 계속된 개발로 관광객이 늘자 누군가는 제주도에 공항을 하나 더 지어야 한다고 했고, 10년의 찬반 논란 끝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고시했다. 제주의 두 번째 공항 건설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제주 제2공항을 바라보는 제주도민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제주도 밖의 뭍 사람들이 제주공항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막연히 공항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제주도민 절반은 제2공항을 통해 더 많은 관광객이 들어올 때 숙박·렌터카 업체는 물론 도내 건설업 등에도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주목한다. 나머지 절반은 또 다른 공항 건설로 인해 관광객이 더 늘어나면 지하수가 줄고, 이미 포화 상태인 하수·쓰레기 처리가 전보다 곤란해질 것을 우려한다. ‘제주도를 하와이로 보느냐, 삶의 터전으로 보느냐양용찬은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민단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고시하자, 공항 부지로 편입된 2840필지가 그간 누구의 손을 거쳐 누구의 소유가 됐는지를 토지대장 등을 통해 일일이 조사했다. ‘보라! 제주땅의 실상을이라고 이름 붙은 이 보고서가 드러낸 것은 세 가지다. ‘땅 소유자의 60% 이상이 외지인이었다는 점, ‘2공항 부지 선정이 발표되기 직전 부동산 거래량이 폭증했고, 그중 상당수는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투기성 거래였다는 점, 끝으로 부지 선정 이전에 사전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이 단체의 2명뿐인 상근자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한 홍영철 공동대표, 박유라 사무국장을 지난 1111일 제주시 이도2동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제주 제2공항 부지를 둘러싼 투기가 실제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이 개발 사업의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큰지, 사업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성은 없는지를 물었다.

부지 발표 전 거래량 폭증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공동대표(왼쪽)와 박유라 사무국장이 지난 1111일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실에서 제주 제2공항 부지 토지 소유 실태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박유라 사무국장은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두 달간 조사에 매진했다. 그는 일을 계속하는 동기에 대해 분노다. 행정이 주민들을 현란한 말로 기만하는 것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 분노가 힘이다라고 했다. 이효상 기자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공동대표(왼쪽)와 박유라 사무국장이 지난 1111일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실에서 제주 제2공항 부지 토지 소유 실태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박유라 사무국장은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두 달간 조사에 매진했다. 그는 일을 계속하는 동기에 대해 분노다. 행정이 주민들을 현란한 말로 기만하는 것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 분노가 힘이다라고 했다. 이효상 기자

-수천 필지를 조사하는 것이라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 어떻게 조사하게 됐나.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이하 홍 대표) “제주 제2공항 부지에 대한 투기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제주 제2공항 부지 선정 결과가 발표된 건 20151110일인데, 며칠 뒤 도의회에서 법무사 출신의 한 도의원이 제주도민만 몰랐지, 이미 정보 유출이 다 됐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했다. 2021년에는 제주 지역 언론에서 국토교통부 직원이 제2공항 부지 사전 정보로 친인척에게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보도되기도 했다. 우리 단체도 참여하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에서 해당 직원을 경찰에 고발도 했는데 고발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가 지난 96일 제2공항 관련 고시를 하면서 필지가 공개됐는데, 나온 김에 다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여다보자, 해서 조사를 하게 됐다.”

조사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2공항 부지는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난산리·수산리·신산리·온평리 일대 2840필지인데, 부지 선정 결과가 발표된 201511월 이전에 토지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예컨대 2010~20145년간 이 일대 땅의 토지 거래 건수는 평균 132.4건이었다. 그런데 2015년에는 439건으로 3배 이상 거래됐다. 특히 부지로 선정된 201511월에는 한 달 동안 2014년 전체의 거래 건수(154)보다 많은 172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부지 선정 직후 이 일대 땅이 지가 상승을 막기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토지 거래가 제한된 점을 고려하면 부지 발표 직전 비정상적으로 거래가 폭발했다는 얘기가 된다.

개별 필지의 소유권 변동 현황을 보면 2015년 무렵 소수의 부동산개발업체, 농업회사법인들이 여러 필지를 사들여 지번을 쪼갠 후 부지 발표 전 매각한 흔적이 나타난다. 이른바 기획부동산의 유입이다. 20151월 만들어진 울산의 한 부동산 회사는 그해 3월부터 이 일대 땅 14필지를 사들여 23필지로 쪼갠 후 대부분의 필지를 같은 해 8월 이전에 매각했다. 이 일대 땅 91필지를 거래한 A개발업체는 201511월까지 필지를 모두 매각하고는 그해 12월 법인을 해산했다. 부지 발표 전 매입과 필지 분할, 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부지 발표 직후 해산하는 기획부동산의 전형이다. 땅을 사들인 건 외지인들이었다. 이 일대 토지 소유자 2108명 중 60.2%(1270)는 제주도 밖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고, 제주도 거주자는 39.8%(838)에 그쳤다. 한때 A업체에서 부회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주간경향에 이런 업체들은 순간에 했다가 없어지는 거다. 그렇다고 무슨 책임이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투기와 투자는 법적으로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부지 정보가 사전 유출된 정황이 없는 한 그렇다.

-부지 정보가 사전 유출됐다고 보나.

홍 대표 부지 선정 전 매매 건수가 늘어난 걸 보면 다른 해석이 불가능하다. 제주 부동산에 2013년부터 중국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2015년까지 제주 전역에서 부동산 거래가 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2013년부터 거래량이 쭉 올라가는 흐름을 보이지 않다가 2015, 특히 그해 11월에 갑자기 늘었다. 이 지역은 애초에 중국 자본이 들어올 만한 곳이 아니었다. 해안지역이 아닌 중산간 지역 농지였고, 소규모 필지가 많아 대규모로 개발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정보를 가지고 거래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

사전 유출 의혹은 진즉 제기됐다. 제주 지역방송 JIBS2021년 보도한 내용을 보면 국토부 직원은 친인척에게 막내야, ○○리 공항 신도시 자리야. 혼자만 조용히 투자하길 바란다. 이거 들키면 오빠 잘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도 사전 유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더러 발견됐다. 국토부 산하 한국공항공사의 전 직원 B씨는 20153월 제2공항 부지로 편입되는 땅 2필지를 경매로 매입했다. 해당 필지는 길이 연결되지 않은 맹지였다. B씨는 농사를 지으려고 샀다. 맹지지만 차가 들어갈 수 있게끔 돼 있다. 공사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고, 들은 이야기도 없고 현재도 연락 안 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2021년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되자 2공항 관련 입지 정보 사전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201511월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가 “(부지 일대의) 토지 보유 동기를 정확히 따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속 대책은 없었나.

홍 대표 그 이후 대책들이 나오긴 했는데, 시늉만 했다고 본다. 일례로 20162월에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토지 분할 업무처리 지침이 나왔는데, 이전에 분할된 땅은 예외로 규정했다. 2공항 부지는 분할이 다 끝났는데 건드리지 않고 넘어갔다.”

투기 흔적 모르쇠, 사업 강행

-왜 바로잡지 않을까.

홍 대표 국책사업에서 투기는 불공정일 뿐 아니라 국가나 국민을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다. 투기가 있는지 확인해서 투기가 발견되면 사업 자체가 오염됐으니 중단하고 재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가 되면 권력을 쥔 사람들이 막아버린다. 정치인들은 대규모 사업이 업적이 된다. 행정은 거래가 늘고 땅값이 오르면 양도세·취득세 등 세수가 는다.”

-외지인들에게 팔린 땅들은 현재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홍 대표 한 번 돌아봤다.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 어떤 데는 감귤나무 죽은 것을 심어놨다. 나무를 심어서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거다. 또 다른 특징은 밭 면적을 늘리는 것이다. 튜물러스라고 해서 용암이 쌓인 돌무더기 지형이 있는데, 이걸 긁어냈다. 긁어내 봐야 아래도 돌이라서 식물을 재배할 수가 없는데 경작 면적을 늘리려는 것이다.”

-투기 단절을 위해 사업 자체를 재검토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홍 대표 쉽지 않아 보인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후보 시절에는 갈등이 큰 제2공항 사업을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재는 차라리 주민투표를 하자는 도민들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장관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서로 신공항을 유치하려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제주도는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합의로 20212월 진행된 두 차례의 공론형 여론조사는 두 건 모두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단 공항이 들어서는 성산읍에서는 찬성 의견이 높게 나타났고, 이를 근거로 원희룡 당시 지사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20217월 환경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하면서 사실상 사업에 제동이 걸렸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2공항을 다시 공약하고 원희룡 지사가 국토부 장관이 되면서 사업은 부활했다. 절차상 국토부 고시 이후에는 사업을 재검토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오영훈 지사는 앞으로 진행될 환경영향평가의 심의 권한이 제주도에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제주도는 지난 924일 국토교통부에 제2공항 건설사업에 제주지역 업체를 참여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미 제2공항 건설을 기정사실로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제2공항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잖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홍 대표 처음에 부지 발표가 됐을 때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0%까지 나왔다. 그런데 2016년부터 제주도의 하수처리장 대부분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제주도는 지하수 의존도가 몹시 높은데 2017년부터는 지하수 고갈 신호가 나타났다. 그 무렵에 전 세계적으로도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대두됐다. 이런 걸 고려한 계획이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 초기 예측과 달리 현재는 2055년 제주도의 공항 이용객 수요가 연간 3970만명으로 줄었다. 현재 제주공항이 연간 3300만명을 감당할 수 있다. 연간 600만명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제주공항보다 1.5배나 큰 공항을 하나 더 지을 필요가 있느냐.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조사 결과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유라 사무국장 땅은 지문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개발이나 이권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보고서로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봤는지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홍 대표 땅은 주권과 같다. 하와이 원주민들이 좋아서 원주민이 된 게 아니듯이, 땅 뺏기고 나면 주인이 아니라 거기 얹혀 사는 존재가 된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저지를 위해 결성된 범도민회(제주도개발특별법반대를위한 범도민회)의 후신이다. 범도민회는 특별법 통과 이후에 급속히 외지인들이 제주땅을 사들이고 있음을 1993년 제주지역 전수 조사를 통해 보여줬다. 그때 땅을 잃어버렸다면, 지금 제주도민들은 제주도의 미래라든지, 삶의 터전에 대한 결정력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간경향

 

밥상 덮치는 기후변화의 속도

올해 긴 여름 탓에 사과가 붉게 착색되지 않거나 너무 강한 햇볕에 덴(일소증상) 모습을 보였다. 이런 사과는 매달린 채 썩는다. 경북 문경의 한 사과밭.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2024년은 1994, 2018년과 함께 우리나라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한해로 기록되었다. 무자비할 정도로 더웠던 여름날의 기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이 벌써부터 내년 여름의 더위를 궁금해한다. 1994년의 여름이 다시 오는 데 24년이 걸렸으나 2018년의 여름이 다시 오기까지는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내년에 우리가 겪게 될 여름이 올해보다 더 가혹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다만 평년보다 더울 확률이 높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더위가 인간의 쾌적한 삶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이다. 모든 생물종은 특정 온도 범위 내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각 생물은 진화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기후 환경을 찾아냈고, 그 환경에서 생존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 한계온도를 넘어서게 하고 있다. 많은 생물종이 온도 상승의 압박을 피해 적응 가능한 서식지를 찾아 더 높은 위도나 고도로 이동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육상생물은 10년마다 17, 해양생물은 72의 속도로 북상 중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속도가 이들의 이동 속도를 초과하면서 많은 생명체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조용히 덮쳐 오는 기후변화의 쓰나미에 도망치는 속도가 느린 존재부터 차례대로 휩쓸려 나가고 있는 꼴이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3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육지에서는 20%, 바다에서는 32%의 생물이 멸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관계는 단순한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우리의 식량 생산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해양 생물들은 온도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나 오징어는 동해에서 서서히 북쪽으로 이동하며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대신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본의 야마구치현은 복어로 유명하지만 최근 어획량이 급감해 많은 어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반면 북해도는 과거 10년 동안 복어의 어획량이 8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지역 문화 측면에서 익숙한 음식이 아니고 독을 제거하는 기준과 자격에 대한 제도가 미비해 고급 어종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은 웃지 못할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온난화가 진행되더라도 먹거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큰 오산이다. 올여름 우리가 경험했던 폭염은 육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해양열파’(marine heatwave)는 바다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온이 일정 기간 지속하는 현상으로 해양 생태계와 어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올해 8월 서해와 동중국해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무려 2.7도와 1.9도가 높아 과거 30년 중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었다. 8월에 발생한 해양열파는 세달이나 지속되었고 우리나라의 양식업은 2018년에 이어 최악의 피해를 보았다. 5천만마리에 달하는 양식어류가 폐사했고 그 피해액은 6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과가 경북에서 강원도로 이주하고 있고 배추가 태백산맥을 오르고 있듯 양식장도 북으로 이동해야 할지 모른다. 다만 우리나라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뒤로 기후변화의 쓰나미가 밀려들고 앞으로 군사분계선이 가로막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지속 가능한 농업과 어업을 위해 더 이상의 지체 없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한겨레

 

콩나물 값도 오르나이상기후에 망친 콩 농사 "35년 만에 처음"

올해 이상기후로 콩나물 농사가 직격탄을 맞았는데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제주부터 비상이 걸렸습니다.

리포트-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구좌읍의 한 콩밭.하지만 바닥에는 거무스름한 색깔의 콩줄기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꼬투리를 손으로 비벼 낟알을 살펴보자, 비를 많이 먹어 주름지거나 수확 시기를 놓쳐 자주색으로 변했습니다.이 같은 낟알은 발아가 돼도 성장이 멈추거나 콩나물 색깔이 변형돼 수매가 어렵습니다.

잦은 비 날씨와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상품성이 떨어져 결국 수확을 포기한 겁니다.

[고성환/콩 재배 농민]"25년 전에 일부 수확을 못 해서 이런 현상이 있었긴 하지만, 올해같이 전체적으로 전 농가가 이런 수난을 겪기는 35년 농사 이래 처음인 것 같습니다."

수확을 포기한 다른 밭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수확 시기에 연이어 비가 내리면서 이처럼 콩줄기가 쓰러져 사실상 수확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꼬투리에 곰팡이균이 퍼져 검게 변했는데,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동부 지역에 닷새 넘게 비가 온 데다, 하루에 200mm 이상 내려 피해가 확산됐습니다.

[배성찬/구좌읍 송당리 마을 선별장]"쭈글쭈글하고 말라서 온 상품도 있고요, 수분을 많이 함유해서 온 상품이 많아서 선별도 많이 힘듭니다."

지난달부터 콩 관련 농작물 피해 접수 건수는 천 700여 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올해 제주콩 수매 예상량도 4352톤으로 지난해보다 22% 넘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MBC뉴스 이소현입니다.

 

또 다시 스멀스멀... '철도 지하화', 혈세 써서 지역 불균형 키우나

인프라 불균형만 키울 것이 뻔한 사업이 추진 본궤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5일까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제안서를 5개 지자체로부터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철도 지하화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그리고 총선 때마다 늘 나오곤 했던 철도 지하화 공약이 이제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 셈. 이번 통합개발 제안에는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경기도 등 철도와 도시철도가 관내 도심 지역을 통과하는 총 5개 지자체가 나섰다.

철도 지하화. 필요에 따르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울특별시의 제안은 시내 지상철도 94%를 지하화하겠다는 등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기에 어려운 제안이다. 아니, 가능하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지하화는 인프라를 중복으로 빨아들이는 이기주의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제시 예산, 턱없이 부족해... '민자유치'도 리스크 존재

기어이 본궤도 오른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사업... 세 가지 조건 선결돼야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비용은 정해져 있다. 올해 정부 SOC 예산은 264000억 원. 가용 가능한 시·도의 예산을 더한다 하더라도 지하화를 하기에는 빠듯한 예산이다. 꼭 필요한 곳에만 지하화 공사를 하면 모를까, 서울특별시는 한 술 더 떴다. 서울을 지나는 철도 67.6km가량을 죄다 지하에 묻겠다고 선언했다.

서울특별시는 256000억 원가량의 예산으로 경부선·경인선 일대 지하화가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우선 두 구간을 지하화 한 뒤, 그에 따라 나오는 상부 개발 이익으로 경원선 지하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란다.

하지만, 겨우 25조가량으로 전 구간 지하화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실제 지하화 공사가 완공된 경부고속도로 동탄 구간의 사례를 보면 '글쎄올시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당초 10차선 고속도로의 1.2km 구간을 지하화하기 위해 꾸린 사업비는 3400억 원이었지만, 실제로는 518억 원가량을 더 썼다.

비슷한 철도의 예도 들어볼까. 가까운 일본에서는 도쿄 근교에 위치한 가와사키 시를 지나는 광역전철인 '도큐 다이시선'의 일부 구간을 지하화했던 바 있다. 두 가닥 선로 2.1km를 지하화하는 데 들었던 예산은 1426억 엔, 한화 약 13000억 원이 들었다.

물론 가와사키 시의 경우 연약 지반에서의 공사였기에 공사비가 많이 들었다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서울 관내의 철도 규모는 예상보다 크게 방대하다. 경부선의 서울 도심 구간은 여섯 가닥의 철도가 오간다. 경인선의 구로-동인천 구간도 네 가닥 선로로 이루어져 있다. 256000억 원의 예산, 많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부족한 부분을 민자로 추진한다고 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민자 사업은 결국 공사로 발생한 손해를 사업 추진 기관, 국가에 부과한다. 결국 조금이라도 사업이 꼬인다면 나랏돈이 쓰일 여지가 크다. 고속도로와 민자철도 등에서 손실 보전금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문제로 갈등을 빚은 여러 사례를 떠올린다면 더욱 그렇다.

30년 넘게 걸렸던 타이베이 지하화... 한국은 덜할까

지하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유발할까. 대만의 최대 도시, 타이베이의 철도 지하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타이베이 시는 타이베이역을 포함한 도심 철도, 반차오-난강 간 16km 남짓의 구간을 지하화했다. 2000년대 신규 개통된 대만고속철도 역시 지하로만 타이베이 시내를 통과한다.

타이베이 도심 철도 지하화에는 복잡한 두 가지 이유가 담겼다. 이른바 '국공내전' 이후 타이베이 시가 중심 도시로 크게 발전하면서 도심 한복판을 지나는 철도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것도 컸지만, '핑퐁 외교'로 인한 미중관계 개선으로 양안 간 전쟁 위협이 커지자, 철도와 시설물의 폭격을 막고 방공호로 쓰기 위함도 컸다.

1979년부터 2011년까지, 타이베이는 타이베이역을 포함한 16km 구간의 도심 철도를 지하화하는 공사가 이어졌다. 사진은 타이베이역. 박장식관련사진보기

지하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유발할까. 대만의 최대 도시, 타이베이의 철도 지하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타이베이 시는 타이베이역을 포함한 도심 철도, 반차오-난강 간 16km 남짓의 구간을 지하화했다. 2000년대 신규 개통된 대만고속철도 역시 지하로만 타이베이 시내를 통과한다.

타이베이 도심 철도 지하화에는 복잡한 두 가지 이유가 담겼다. 이른바 '국공내전' 이후 타이베이 시가 중심 도시로 크게 발전하면서 도심 한복판을 지나는 철도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것도 컸지만, '핑퐁 외교'로 인한 미중관계 개선으로 양안 간 전쟁 위협이 커지자, 철도와 시설물의 폭격을 막고 방공호로 쓰기 위함도 컸다.

그렇게 1979년 장징궈 당시 총통이 타이베이역을 중심으로 한 지하화 계획을 승인하면서 본격적으로 지하화 프로젝트가 실시되었다. 타이베이역을 전후한, 즉 도심 핵심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공사는 1989년 완공되었고, 도심 전 구간, 즉 반차오-타이베이-난강 구간의 공사는 2011년에 완공되었다.

32년이 걸렸던 타이베이 도심 철도 지하화 프로젝트는 대도시의 간선철도를 전부 지하화했다는 성공적인 사례로 남았다. 특히 타이베이 도심 핵심 구역의 경우 차량기지·검수고 등에 쓰이던 공간 등을 지하화 공사 도중 임시 시설물이 들어설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비교적 원활하게 공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지하화 공사 초기 타이완 정부는 178억 대만 달러(한화 약 7700억 원)를 예산으로 잡았던 데다, 이 중 절반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차관으로 확보했다. 이러한 차관은 2003년에서야 완납할 수 있었고, 정부의 부담 역시 오랫동안 이어졌다.

특히 공사 기간 임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간의 공사에서는 철도가 파행 운행하기도 했다. 간선열차의 종착역이 도심에서 떨어진 역으로 변경되는 일도 잦았다. 이러한 불편 끝에 2011년 공사를 완료하기까지, 투입된 예산은 모두 약 1800억 대만 달러(한화 약 75000억 원)에 달했다.

타이베이 도심 철도 지하화는 도심 경관이 개선되고, 교통 흐름이 좋아지는 장점을 가져왔지만, 뚜렷한 단점도 안고 왔다.

타이완 정부의 교통부 산하 철도국이 지하화를 계기로 만들어진 만큼, 정부의 인력·예산이 다른 지역의 철도 개량 및 신규 철도 노선 개설에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타이완에서 고속철도를 제외하고 새로 개통된 간선철도는 타이완 남부 지역을 연결하는 남회선이 1985년 개통된 것이 마지막이다.

'님비 현상'보다 악질... 인프라 홀로 빨아 먹는 철도 지하화

경의중앙선의 응봉역 인근 구간. 응봉역에서 서빙고역까지의 구간은 대다수가 한강·간선도로와 접해 있어 지하화의 편익이 크지 않은 대표적인 구간이다. 서울특별시의 제안서에는 주거지가 가깝지 않은 지역까지 모두 지하화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특히 서울시가 지하화가 필요하다며 제시한 구간 중에는 거주지와 산·하천으로 이격되어 있어 소음 피해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곳(경원선 월계동 구간), 철도 선로와 병주하는 강변 도로가 자연스럽게 방음벽 역할을 하는 곳(경의중앙선 한남동 구간) 이 포함되어 있다. 비싼 예산을 들여 지하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는 구간이다.

이렇듯 무분별한 철도 지하화 요구는 혐오 시설의 유치를 거부하며 집단 행동을 하는, 이른바 '님비 현상'보다 악질에 가까운 현상이다. 역은 그 자리에 있길 원하고, 편리한 이동을 하길 원하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세권 개발 호재는 누리고 싶으면서, 내가 그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아쉬운 점을 가장 비싼 예산을 써서 해결하겠다는 점은 이기주의다. 지하화는 지역의 교통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비수도권·비광역시 지역은 언제나 인프라가 부족하다. 대도시에서는 언제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철도가 없는 것은 둘째치고, 고속도로나 철도 등의 인프라 부족으로 지역 밖과 교류하는 것마저도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도 많다. 국내에 '철도가 없는 시··'는 여전히 50여 곳이 넘는다.

그들을 위한 예산을 따로 빼놓는다 쳐도 문제는 여전하다. 지하화 공사 기간 동안 불편을 겪는 것은 지역 주민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지하화 하는 구간을 거쳐 또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애꿎은 다른 시민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미 추진된 지하화의 사례를 들어볼까. 영동선 강릉역의 지하화를 위해 2014년부터 3년 동안 강릉역이 문을 닫았고, 이 기간 도심에서 20km 가까이 떨어진 정동진역이 강릉의 관문 역할을 해야 했다. '경의선숲길'로 이름이 난 경의중앙선의 수색-용산 구간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공사 여파로 열차 자체가 다니지 못했다.

지하화 공사는 아무리 신경을 써서 한들 철도 이용에서 운행 횟수 축소·운행 중단 등 유·무형의 손해를 보고,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다. 2007년에는 지하화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경의선 가좌역에서 지반 침하 사고도 났었다.

멀쩡히 전철을, KTX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얼굴도 모르는 '역세권' 거주민을 위해 '목숨을 건 여행', 그리고 '30분 일찍 일어나 대체 교통수단을 타고 불편한 출근'을 할 이유는 없다.

꼭 필요한 구간만, 짧게, 시민 불편 없이 해야

그렇다고 해서 모든 철도 지하화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일단 모든 철도를 지하화하고 봅시다"라는 이기주의를 버리고, 최소한도 내에서 꼭 필요한 만큼의 구간만을 지하화하는 것이 지역 균형 개발의 측면에서도 옳은 일이다.

꼭 필요한 구간이라면 지하화해야 한다. 철도가 심각할 정도의 지역 단절을 유발하고, 그리고 그로 인해 심각한 교통 정체 등 유·무형의 피해 비용이 발생하는 서울 가산동 수출의 다리 일대와 같은 곳이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지하화 공사로 인해 불편을 겪을 시민들을 위한 대안이 필연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전광역시가 내놓은 대안은 현실성이 있다. 도심 철도를 무리하게 지하화하는 대신, 철로 위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데크화'를 제안했다. 기존 도시 기반 시설을 훼손하지 않고, 상부에 공원이나 건물 등을 올릴 수 있다. 예산·현실성, 그리고 철도 안전이라는 명분에서도 적합한 대안인 셈이다.

결국 지하화 공사를 하기 전에 세 가지 평가 조건이 선결되어야 한다. 지하화가 아닌, 데크화·방음터널 설치 등 다른 대안이 없는가 불가피한 구간이라면, 편익에 비해 지나치게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가 공사 구간에서 초래될 열차 운행 지장에 따른 '다른 지역 시민'의 불편을 해소할 방안이 있는가의 조건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2월에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제안서의 1차 대상 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인프라 과잉 확보' 대신 꼭 필요한 구간을 짧게, '무작정 지하화' 대신 다른 대안을 포함해 추진하는 지자체에게 손을 들어주길 바란다./오마이뉴스 박장식

 

'지구의 벗' 외국인들 "부산에서 시위하겠다"는 이유

'구속력 있는 국제플라스틱 협약' 요구 기자회견 열려... "재활용은 가짜 해결책

"플라스틱 안돼!"유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협상회의(125일부터 121일까지 부산)를 앞두고 지구의벗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구속력있는 국제플라스틱 협약을 요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구속력 없는 형식적 협약에 그친다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것이다."

리코 유리피두(Rico Euripidou) 남아프리카공화국 지구의벗 활동가가 한 말이다. 18일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구속력 있는 국제플라스틱협약을 요구하는 지구의벗(FOEI)과 환경운동연합 공동기자회견'에 참가한 아나 마리아(Ana Maria) 활동가도 "재활용은 가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11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협상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 소비, 무역을 줄이고 체계전환을 위한 해법을 확대하여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이 마련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샘 코사르(Sam Cossar) 활동가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회의"라면서 "다음 주 부산에서 다양한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용은 가짜 해결책", "의무적 대안 나와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리코 유리피두 활동가는 "플라스틱은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최근 과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사람 혈관 속에도 있고,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있어 건강에도 직결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아나 마리아 활동가는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에 대해 "엘사바도르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국가다. 우리는 매일 4천 톤의 쓰레기를 방출하는데 그 중에 25%가 플라스틱이고 5%만이 재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플라스틱의 또 다른 문제는 연소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다. 건강에도, 그리고 우리 생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따라서 단순히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재활용 같은 가짜 해결책을 지지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샘 코사르(Sam Cossar) 호주 지구의벗 활동가는 제5차협상회의에 대해 "플라스틱 문제는 국제적인 문제이며 다음 주 부산에서 열리는 협약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이번 협약에서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의무적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고, 특히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국제적 흐름과는 반대"

유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협상회의를 앞두고 지구의벗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구속력있는 국제플라스틱 협약을 요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한국 정부의 재활용 중심 정책은 체계적 규제 강화라는 국제적 흐름과는 반대된다"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한국은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 초기 가입국이자 제5차협상회의 개최국임에도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결의안 통과 직후에는 플라스틱 전 주기 문제 해결을 강조했지만, 지금 정부는 재활용 중심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생산 단계에서의 감축 목표 설정과 체계적 규제 강화라는 국제적 흐름과는 반대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완화하고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 유예, 비닐봉지 사용 금지 유예 등 규제가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팀장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쳐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일회용 플라스틱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의 벗, 세계 3대 환경단체 중 한 곳

남아프리카공화국 지구의벗, 인도네시아 지구의벗, 엘사바도르 지구의벗, 호주 지구의벗, 환경운동연합 등 참석자들이 "플라스틱 생산, 소비, 무역을 줄이고 체계전환을 위한 해법을 확대하여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이 마련되기를 촉구"하는 요구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민

한편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 FOEI)은 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과 함께 세계 3대 환경단체 중 한 곳이다. 국가별 단체 연합체로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환경운동연합이 한국 지부로 등록됐다.

1125일부터 121일까지 열리는 국제플라스틱협약회의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가 개최한다. 위원회는 유엔환경총회(UNEA)의 결의에 따라 해양 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 안건 논의 및 결정을 위해 조직된 정부 간 협상 기구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환경운동연합은 23일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와 부산 일대를 행진하고, 23일부터 24일까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함께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휴먼사인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오마이뉴스

 

들숨 한 번에 플라스틱 한 스푼우리, 괜찮은 걸까

이 순간 생활 속 미세플라스틱

시중에서 파는 버거에 폴리에스터 소재 수세미, 플라스틱 빨대, 비닐 등을 넣어 플라스틱 버거를 만들었다. 플라스틱 음료에는 비즈, 안경닦이, 열쇠고리, 스카치테이프 커터기, 플라스틱 빨대, 레고, 장난감 등을 넣고 빨대 안은 비즈와 작은 빨대 등으로 채웠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과자 봉지와 수세미가 들어간 햄버거, 이상하게 보이나요? 플라스틱 구슬과 안경닦이, 빨래집게가 들어간 음료수와 알록달록한 비즈가 빨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은요? 이런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고요? 지금 이 기사를 읽는 중에도 여러분이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많은 연구진이 우리가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심지어 숨을 쉴 때도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이렇게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은 사람의 뇌와 태반에서도 발견됐죠. 초미세플라스틱이 모유 성분에서 비만과 연관이 높은 지방 성분을 늘려 자손의 체지방량과 혈중 콜레스테롤 양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대요. 미세플라스틱이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거나 사망할 확률을 4.5배 높인다는 결과도 있어요. 참 무섭죠?

아이스크림 뚜껑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조각. 왼쪽부터 1000(1mm)이상, 500~1000, 200~500. 김혜윤 기자

사진 왼쪽부터 광학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섬유, 스티로폼, 컵 뚜껑 미세플라스틱. 김혜윤 기자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보다 작은 플라스틱입니다. 20196월 세계자연기금(WWF)은 사람들이 미세플라스틱을 평균적으로 매주 5g씩 먹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이 사진에 쓰인 플라스틱의 무게는 122.8g인데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니, 한 사람이 약 6개월 동안 먹는 미세플라스틱 양이에요. 보고서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사람들이 여러 경로로 미세플라스틱을 몸 안에 쌓고 있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합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 정진영 박사 연구팀은 2023미세플라스틱이 작을수록 체내에 더 잘 축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정 박사는 음식으로 먹는 미세플라스틱보다 공기 중에 떠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다. 음식은 먹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호흡은 어찌 멈출 수 있겠냐고 말했어요.

일회용 마스크 섬유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너무 가벼워 약한 대류에도 휘날릴 수 있어 꺼내서 찍지 못함. 김혜윤 기자

시중에서 파는 버거에 폴리에스터 소재 수세미, 플라스틱 빨대, 비닐 등을 넣어 플라스틱 버거를 만들었다. 플라스틱 음료에는 비즈, 안경닦이, 열쇠고리, 스카치테이프 커터기, 플라스틱 빨대, 레고, 장난감 등을 넣고 빨대 안은 비즈와 작은 빨대 등으로 채웠다. 김혜윤 기자

지난 7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본 미세플라스틱 샘플 중 일회용 마스크 섬유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뚜껑을 여는 순간 날아갈 수 있어서, 자세히 볼 수 없었어요. 정 박사는 일회용품만큼 문제가 되는 게 섬유라더군요. 전세계 사람들이 숨 쉬고 먹고 생활하며 미세플라스틱을 몸속에 쌓고 있지만 현재 어떤 나라에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자는 결의안이 채택돼 오랜 시간 고민했는데요, 오는 25일 부산에서 이 협약 성안을 위한 정부 간 협상 위원회의 마지막 회의가 열린답니다. 올해가 가기 전 협약이 만들어져야겠죠?

No Plastic in Nature: Assessing Plastic Ingestion from Nature to People, WWF, 2019

Chemosphere, DOI: 10.1016/j.chemosphere.2023.138723

Environment International, DOI: 10.1016/j.envint.2024.108522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DOI: 10.1056/NEJMoa2309822

Science, DOI: 10.1126/science.adl2746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플라스틱 종식' 부산에서 선언될까?

전 세계를 누비며 해양오염과 불법조업 등을 감시하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배가 지금 부산항에 입항해 있습니다.오는 25일부터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기 때문인데요.

리포트-검푸른 태평양 바다를 헤치며 힘차게 나아가는 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입니다.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해양오염과 불법조업을 감시하고 반대하는 활동을 벌입니다.

모터보트를 내리고 어디론가 바쁘게 향하는 선원들. 바다를 떠돌던 커다란 방수포를 건져 올립니다.어선에서 떨어져 나왔거나 버린 걸로 추정되는데 플라스틱 재질이라 영구히 썩지 않는 해양쓰레기가 됩니다.

[이그나시오 소헤/'레인보우 워리어'호 부선장]"플라스틱 같은 게 (모터에) 껴 있어서 다이빙 장비를 갖추고 내려가서 확인하고 온 겁니다."

선원들은 해안가에도 바닷속에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넘쳐나고 해양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화이 푸 첸/'레인보우 워리어'호 선원]

"태평양을 가로질러 항해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한국보다 16배 큰 쓰레기 섬을 보기도 했어요."이번 항해의 종착지는 대한민국 부산입니다.레인보우 워리어호는 대만 가오슝에서 출발했는데요.18km를 항해해 부산에 도착합니다.일주일간의 향해 끝에 부산에 도착한 레인보우 워리어호.

오는 25일부터 일주일간 부산에서는 170여 개국 4천여 명이 참석하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가 열립니다.가장 큰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는데 각국 정부가 합의하느냐입니다.산유국들은 재활용을 앞세우며 생산 감축을 강제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부간협상회의로는 마지막인 이번 부산 회의.

여기에서 도출된 합의 내용으로 내년에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되기 때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걸로 보입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생산량 감축만이 플라스틱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단언합니다.

[헤티 기넨/'레인보우 워리어'호 선장]

"플라스틱 생산량을 2019년 수준에서 75% 감축하도록 강력한 행동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20년 기준 435백만 톤.이중 재활용된 건 9%에 불과하고 나머지 90% 이상은 버려지거나 매립, 소각 처리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현지입니다.

 

가덕신공항 내년 예산 '1' 정부 원안 사실상 확정

여야 지역 정치권 협치 속 사수

1조 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여야 지역 정치권의 협치 속에 정부 원안대로 사실상 확정됐다.

18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에서 위원인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울산 동) 의원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예산의 정부 원안 유지에 힘을 실었다. 예결위원인 국민의힘 서지영(부산 동래조승환(부산 중영도) 의원도 힘을 보탰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예산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민주당 이연희(충북 청주흥덕) 의원이 절반가량 삭감을 주장했으나 같은 상임위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서동) 김희정(부산 연제) 의원이 방어에 나서면서 정부 원안대로 예결위에 상정됐다.

예산안 조정 소위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예산안을 정부 원안(9640억 원)대로 지켜낸 곽규택 의원은 국제신문 취재진에게 가덕도신공항은 관문도시와 국제관광도시를 지향하는 부산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증액까지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정부안에 편성된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설명하고, 전액 집행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개발해 예산안 소위 본격 가동 전부터 야당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켜낼 것은 반드시 사수하고, 필요한 사업은 최대한 증액하기 위해 설득과 호소 등 할 수 있는 건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조원호 기자 cho1ho@kookje.co.kr

 

기후악당 1에 한국화석연료에 계속 공적자금, 시대 역행

빛나지 않는 트로피 19(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회의장에서 세계 기후환경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한국을 오늘의 화석상’ 1위 수상자로 발표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기후행동네트워크가 선정한오늘의 화석상’ 2년째 불명예

제한협약, 한국 반대로 난항

국제사회 약속 저버려비판한국이 인류의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나라에 수여되는 오늘의 화석상’ 1위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진행 중인 아제르바이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 정례회의가 열린 프랑스와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위원회 개최를 앞둔 국내에서도 화석연료 금융제한을 가로막고 나선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현지시간)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COP29 회의장에서 한국을 오늘의 화석상’ 1위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국은 처음으로 오늘의 화석상 1위에 올랐고 2년 연속 이 상을 받았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국 2000개 넘는 기후환경 운동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당사국총회 기간 중 기후협상을 방해한 국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1999년부터 시작됐으며 한국은 지난해 3위를 차지하면서 처음 수상국 명단에 올랐다. 이 상을 받는 나라는 전 세계의 기후 대응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기후악당으로 여겨진다.

한국은 기후 방해국지난 18(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례회의장 인근에서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이 화석연료 금융제한 논의를 한국이라는 골키퍼가 막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케빈 버크랜드 기후행동네트워크 활동가는 “BTS나 삼성, 삼겹살이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고 말했다.

18OECD 정례회의가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도 현지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인 프랑스 시민사회단체 스톱토탈, 르 브루퀴 코트 등은 “OECD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득점을 올리려고 노력 중이지만 한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서고 있다면서 화석연료 금융제한 협상을 막고 있는 한국을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토탈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석유기업이다.

국제환경단체인 350.org의 소야라 페티치 활동가는 한국은 매년 1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 자금을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하면서 2015년 파리에서 합의된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제한을 위한 노력이라는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OECD 수출신용협약 참가국 정례회의에서는 화석연료 에너지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금지하기 위한 개정안 논의가 진행됐다. 수출신용협약은 협약 개정 등 주요 결정에 참가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데 한국과 튀르키예만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은 2020~2022년 기준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 중이다. 202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에도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오히려 늘렸다. COP29는 물론 국제회의가 개최 중이거나 개최 예정인 국내 등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국제 시민사회의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유엔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열리는 국내에서도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 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 수출입은행 앞에서 정부가 즉각 화석연료 금융제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홍영락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은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안 합의에 적극적으로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경향

 

아이들 미래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지금 카스피해 연안 국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는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 변동으로 이번 총회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는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아무래도 올해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기후변화 피해가 발생했기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2025년 이후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언제 얼마나 조성하고 누가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맞이할 미래 기후변화 영향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재원을 쌓아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재원은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세대, 즉 우리의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의 10세 아동은 1970년대 10세 아동에 비해 3배 이상의 홍수와 5배 이상의 가뭄, 그리고 36배 이상의 폭염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금 태어난 아이가 10세가 되는 2030년 이후에는 이러한 경향성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아이들에게 더욱 혹독한 시련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분명 지금의 아동이 경험 중인 기후환경은 분명 내가 어릴 때와는 다르다. 내가 어릴 때 사실이 아닌 것들이 지금은 사실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나 같은 기성세대는 과거의 내 경험으로 기후변화를 판단하면 안 된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가을비는 빗자루로도 피한다’ ‘가을비는 수염 아래서도 피한다’. 즉 가을에는 비가 적게 내리기에 빗자루나 수염으로조차 비를 피할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올해 가을 우리는 엄청난 비를 맞이하였다. 한국의 제주에는 200년 만의 가을 폭우가 내렸고 저 멀리 유럽 스페인에서는 엄청난 집중호우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세상은 변했기에 나의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으로 세상을 만만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규정된 아이들의 4대 권리, 다시 말해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을 중심으로 기후위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생존권이란 아동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안전한 집에서 생활하며, 아플 때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권리다. 기후변화에 의한 폭염, 집중호우, 가뭄, 산불 등으로 식량 생산량은 감소하게 되었다. 식량 생산량 감소에 의한 식자재 가격 상승은 기후불평등을 야기하여 빈곤계층 또는 빈곤국가의 어린이들에게 식량 부족으로 인한 생존의 위협을 야기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지 변화로 고유 먹거리가 사라지게 되면서 영양소가 고르게 포함된 식단 구성이 어려워짐에 따라 아동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누군가는 영양 보충을 위해 건강보조제를 먹으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 또한 경제적 여건이 갖추어져야 하기에 당연한 권리를 지켜줄 만한 대안은 되지 못한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야

발달권이란 아동은 교육을 받고, 여가와 놀이를 즐기며, 충분히 휴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권리다. 불과 몇년 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을 경험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겠지만 전염병의 확산은 학생들의 정상적인 등교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교육의 질적 저하를 유발하였다. 사회적 단절은 결국 온라인 교육이라는 대안으로 해결이 되는 듯 보였지만 교육 수준이 낮아지고 아동의 지적 발달 및 사회성 향상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현재 이러한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이 힘들다고 알려져 있던 전염병 유발 매개체인 모기나 진드기가 번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기후변화로 극심한 홍수와 가뭄이 더 자주 발생하면서, 식수 오염과 같은 위생 문제로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전염병과 같은 2차 피해가 아니더라도 올여름과 같이 극심한 폭염과 빈번한 열대야에서는 아이들의 교육이나 체력 향상을 위한 외부 활동이 줄어 정상적인 신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보호권이란 아동은 폭력, 학대, 착취 등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권리다. 2022년 강원도 영동지역에서 역사에 남을 큰불이 났다. 불은 일주일 동안 영동지역을 삼킬 듯이 번지다가 비가 내리면서 막을 내렸다. 엄청난 화력으로 인해 인간이 불을 끌 수 없었고 겨우 비가 내려서 불을 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캐나다, 스페인 등 많은 지역에서 강력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의 산불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발생 빈도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2022년 강원도에 산불이 났을 때 눈에 띄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산불 피해 아동 170여명 트라우마 호소심리 지원 절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자신의 삶을 앗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이들을 덮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트라우마는 비단 한국 아동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지구 어딘가에서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직접적 또는 2차 피해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단풍 볼 기회 남겨줘야

마지막으로 참여권이란 아동은 자신과 관련된 일에 참여하고, 의견을 말하며, 그 의견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권리다. 아동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의 2022년 조사(대상자 660)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약 85.4%가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기후위기 문제를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선 약 43.3%보통이라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전체의 약 62.1%2021년 기후위기 교육에 6시간 미만을 소요했으며, 43.7%가 학교에서 기후위기 관련 활동을 한다면 참여해보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종합하면 기후위기 교육에 대한 아동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와 같은 어른들 즉 기성세대가 많이 부족했다는 증거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기후위기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이러한 수요에 맞게 얼마나 양질의 교육을 공급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다.

정리해보면 아동의 4대 권리를 기준으로 볼 때 기후위기는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판사가 아니기에 함부로 말할 것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목도한 사실만 놓고 보면 그런 판단이 든다.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토해보면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면 결국 앞으로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표현이 막연한 사람들에게도 아이들의 내일을 위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보자는 표현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에서는 어느덧 기성세대, 교수, 정부위원회 위원, 과학자 등 여러 타이틀을 갖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여러 정책 개발 및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하자는 것이 좀 더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인 것 같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은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는 한국의 자연환경 그리고 온화한 날씨이다. 11월이 지나도 단풍이 보이지 않는 푸른 나무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도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기후를 남겨주어야 한다. 다양한 외부의 방해 요인과 내부의 고민이 쌓여가겠지만 우리 모두가 탄소중립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 기회는 있을 것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 기후대응올해도 최하위 평가할 수 있는데도 안 한다

20(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국제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 뉴클라이밋연구소, 세계 기후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 관계자들이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발표하고 있다. 윤연정 기자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과 관련 정책이 전세계 64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60위로 평가됐다. 산유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로, 평가기관들은 한국이 이런 평가를 받은 핵심적 이유로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20(현지시각) 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국제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 뉴클라이밋연구소, 세계 기후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이런 내용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발표했다. 저먼워치 등은 2005년부터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3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순위를 발표하는데, 전문가 450여명이 각국 온실가스 배출과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소비, 기후 정책 등 네가지 부문을 평가해 종합한다.

다만 지구 기온 상승 1.5도 이내 제한이란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경로를 따르는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1~3위 자리는 아예 비워놓은 덕에, 모든 나라의 공식 순위는 4위부터 67위가 됐다. 한국도 공식순위는 60위가 아닌 63위다. 한국보다 뒤처진 나라는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으로 지난해엔 러시아가 한국보다 앞 순위였다. 이들 나라는 모두 산유국으로, 한국은 석유·가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나라 가운데 기후위기에 대응해온 실적과 정책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지 않은 셈이다.

한국이 낮은 성적을 받은 이유에 대해 저먼워치 등은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70%로 늘리고 석탄을 단계적으로 퇴출한다는 계획이 포함됐지만, 한국은 이 목표를 파리협정에 더 부합하도록 상향하고 석탄과 가스 발전은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한국은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메탄을 30% 감축하겠다는 서약에 가입했는데, (서약을 이행하려면) ‘대왕고래같은 신규 석유·가스전 개발 계획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총회에서 한국은 유기성 폐기물 메탄 감축서약에 참여하는 35개국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바쿠 기후총회장에서 만난 저먼워치의 선임고문 얀 부르크는 기자들에게 한국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증가,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1인당 연간 배출량이 12톤으로 상당히 높고 재생에너지 비중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 정책과 관련해 많은 잠재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며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이제 석유, 가스, 석탄보다 저렴하다. 해결책은 마련돼 있으며 한국은 빠르게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저먼워치 등은 현재의 기후변화대응지수가 주로 생산측면만을 고려하게 돼 있어 개발도상국에 불리하고 선진국에 유리한경향이 있다고 인정하며, 앞으로 소비기반 배출량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바쿠/윤연정 기자, 옥기원 기자 yj2gaze@hani.co.kr

기후위기 앞에도 '성장''핵발전'만 외치는 정부, 멈춰세워야

기후위기와 퇴진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를 쪼개어놓고 우리를 외롭고 힘든 처지로 내몹니다. 우리는 이런 악몽을 털어내고 좀더 나은 것을 위해 싸울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제이슨 히켈)

제이슨 히켈 바르셀로나자치대 환경과학기술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적을수록 풍요롭다>에서 '좋은 삶'에 대해 질문한다. 소위 사회진보의 핵심을 GDP 성장에 두고 있는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에 던지는 질문이다. GDP는 결코 우리 삶의 가치에 대한 측정이 아니라는 점. GDP는 가격으로 상징되는 상품 생산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그 총합이 사회적 결과들과는 아무런 직접적인, 인과적인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즉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분배하고 있는지에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경기도는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 이미 15개의 공항이 있음에도 하나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공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생산력이 우리 삶에 어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인천공항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금 더 단축시켜 준다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여객 및 화물 수요 예측으로 밀어붙인 사례들이 이미 현존하는 공항들의 심각한 적자로 귀결된 예들을 우리는 자주 목도 하였다. 우리나라 공항들이 한 해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1732만 톤 가량으로, 석탄발전소 네 곳이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대에 적합한 정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경기국제공항 건설은 수원의 군공항 이전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군비를 축소하고 평화를 증진해야 하는 시대의 요구와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다. 더욱이 군사 분야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에 달한다고 하는데,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의 생존 방향, 좋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은 적어도 경기국제공항 건설도, 군 공항 유지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군사 분야를 축소하고 기후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더 생산해야 할 것과 멈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 국가의 부를 어떻게 노동자와 농민들과 약자들에게 고루 흘러가게 할 것인가? 자본축적 중심의 경제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의 필요와 생태적 안정성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조직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제이슨 히켈 교수는 '우리를 성장주의의 폭정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성장주의의 폭정은 인간을 소외시키고, 노동의 급을 나누며, 여성 노동의 가치를 폄훼한다. 성장주의의 폭정은 다른 말로 가부장적인 자본주의의 민낯이며 본질이다. 이반 일리치가 그의 책 <그림자노동>에서 "임금으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시장으로부터 가계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 기여하지도 않는 노역 형태"의 가장 좋은 예가 가사노동이라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런 노동형태가 노동집약적 상품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며, 자본주의의 자본축적 과정에 그림자 노동은 필수적이며 본질적이다. 그 결과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보다 가치가 낮은 것으로 여겨지고, 노동시장의 젠더화 현상이 야기되었고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남녀 임금 격차가 106으로 크게 벌어지는 것도 실은 직접적인 임금차별의 영향도 있겠지만 젠더화된 직종의 영향이 더 크다.

성장 이데올로기에 포획된 자본 중심의 사회는 결코 좋은 삶의 기반이 될 수 없다. 끝없는 성장은 불가능하며, 이제는 GDP라는 상품생산측정 지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좋은 삶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고민되어야 한다.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의 현실과 재앙 앞에서, 방사능 폐수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를 보며,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전쟁의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우리는 어떤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7위인 대한민국, 국가별로는 13위에 해당하며, 역사적 누적배출량도 17위의 책임이 있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대한민국도 기후 불평등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후 불평등은 대표적인 세대 불평등이다. 우리 삶의 편리를 위해 미래세대에 짐 떠넘기는 불평등이다. 반면에 기후재난에 가장 취약한 것은 노년 세대이며, 그중에서도 여성 노인이다. 지난 2022년 유럽 전역을 강타한 폭염에 6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망자의 대부분 80세 이상의 노인이었는데, 그중 여성이 남성보다 56%나 더 많이 사망했다. 여성노인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는 방증인데, 이는 여성들이 처한 사회 경제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노인이 남성노인보다 더 빈곤하며, 여성의 빈곤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빈곤의 결과는 재난 상황에 더 취약한 형태로, 폭력의 얼굴로 나타난다. 지난 코로나 19 때에도 전세계적으로 가정폭력이 증가했다는 보고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신고 건수는 줄었으나 가해자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신고할 수 없었다는 증언들이 잇따랐다. 기후위기로 인한 불평등이 이렇게 세대와 젠더를 교차하며, 수많은 교차지점을 지닌 채 나타난다. 기후대응 정책 전반에 젠더관점이 반영되어야 하며, 성평등 사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기후정책에 담겨야 하는 이유이다.

성장 이데올로기에 포획된 자본주의는 인간과 비인간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을 위태롭게 한다. 수탈로 유지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과학의 예측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핵 진흥 중심의 민영화, 시장화를 꾀하는 에너지 정책은 정부 스스로를 난관에 빠뜨리고 있다. 약속한 2030 탄소배출 40% 감축조차 지키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미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참사는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수도권 폭우에 반지하 일가족이 사망하였고, 2023년에는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강원도, 경상북도의 산불, 전라남도 지역의 극심한 가뭄 피해 등이 기후위기의 징조이자 과정인 것을 윤석열 정부는 외면한다.

이 시점에서 좋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선택은 언제나 중요하다. 우리의 선택에 선택권이 없는 무수한 인간 비인간 존재들의 미래가, 생존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택이 적어도 더 많은 경쟁과 더 많은 소비는 아니어야 한다. 한나 아렌트는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고립된 개인들은 쉽게 선동되고 전체주의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고 했다. 당장 우리만 해도 남녀 갈라치기, 세대 갈라치기, 혐오와 비방을 기반으로 집권한 권력을 마주하며 역사의 진보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지 않은가.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의 위협 앞에, 국민을 분열하고 선동하며 마치 이익집단처럼 행동하는 권력 앞에 우리는 무엇을 외칠 것인가. 우리를 외롭고 힘든 처지로 내모는 윤석열 정부, 우리는 이런 악몽을 털어내고 좀 더 나은 것을 위해 싸울 용기를 가져야 할 때이다.

김희경 경기녹색당 당원 | 프레시안

 

낙동강 하구 뒤덮은 생태교란식물, 도심까지 확산

생태계 교란 식물인 양미역취가 지난달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 군집해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낙동강 하구를 비롯한 부산 도심 곳곳에 토종 식물을 위협하는 생태교란식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태교란식물이 주변 식물 생육을 억제하고 생태계를 집어삼키는 만큼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낙동강 생태공원에서 발견된 생태교란식물 양미역취 면적은 386164이다. 이는 축구장 50개 규모에 달한다. 시 낙동강관리본부는 올해 양미역취 분포도를 조사하고 있는데,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한다.

양미역취는 북미 지역에서 넘어와 주로 9~10월부터 피어난다. 뿌리가 내린 양미역취는 100년가량 한자리에서 유지가 되고, 만개할 때 2만 개 이상의 씨를 바람에 날려 확산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하다. 2m 넘게 밀집돼 자라고 뿌리에서 독성물질을 내뿜으며 주변 식물들을 자랄 수 없게 하는 타감 작용을 일으킨다. 양미역취는 2009년 환경부의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양미역취.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양미역취는 낙동강 하구와 서부산 강변 일대에 주로 군집하면서 토종 식물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시 낙동강관리본부가 올해 두 차례 양미역취 제거 작업에 나서는 등 관리를 하고 있지만 낙동강 둔치나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부근,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캠핑장 위쪽, 을숙도 방향 공원 하부 등 사람 발길이 뜸한 곳들은 여전히 양미역취가 제거되지 않고 퍼져 있다.

시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낙동강관리본부의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사업을 통해 교란식물 면적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생태공원과 하천변은 오염 문제 등을 이유로 제초제를 쓸 수 없는 탓에 예초기를 동원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확산 속도가 빨라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양미역취와 같은 생태교란식물이 최근 들어 하천 주변을 넘어 도심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 부산그린트러스트가 부산 도심을 확인한 결과, 부산진구 범천동과 남구 대연동 아파트 단지 등 재개발이나 택지 개발이 최근에 이뤄졌던 곳 중심으로 양미역취와 가시박, 환삼덩굴 등 생태교란식물이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공사 중장비 차량에 씨가 묻어오거나 나무 등을 옮겨 심을 때 도심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교란식물이 도심까지 들어와 다른 식물을 뒤덮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하고 발아와 생육을 저해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미비한 실정이다. 환경단체는 생태교란식물에 대한 정확한 분포 실태 파악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양미역취는 다른 식물들 성장을 방해하고 혼자 군집을 이루기 때문에 중장비를 이용해서라도 대규모 밀집 공간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제거하는 일이 필요하다생태교란식물이 최근 도심 곳곳으로 침투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데, 지자체도 의지를 갖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해당 식물을 제거하고 철저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윤 정부의 '그것' 부끄럽다, 이렇게 된 이상 부산으로 가자

플라스틱 오염 끝내자'... 국제협약 위한 정부간협상위원회 마지막 회의

이렇게 편한데 뭐가 문제냐고 묻는 이들은 이젠 거의 없다. 죽은 해양생물의 내장을 가득 채운 플라스틱. 매립되었으나 썩지 않고 흙과 엉킨 채 퍼올려지는 폐비닐들. 태울 때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유독가스. 해안가 구석구석 모래나 자갈을 덮친 크고 작은 스티로폼. 바다에서 부유하다 잘게 부서진 채 결국 생태 순환고리에서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의 이야기와 사진들. 넘쳐나게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기와 물, 흙을 오염시키며 이제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주원료로 한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역시 상당하다. 기후문제를 이야기할 때 플라스틱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 플라스틱. 인간에게 편리를 선사하며 기적같이 등장했으나 제한 없이 범람시킨 결과 등장의 놀라움만큼이나 잔인해져 버렸다.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19세기 중반에 개발된 플라스틱은 물리화학적 내구성, 높은 성형성, 불침투성, 고강도, 저렴한 생산비용이란 장점을 기반으로 생산량이 급증한다. 본격 상용화된 1950년대 중반 약 200만 톤이었던 플라스틱이 2019년에는 230배로 증가하여 연간 4.6억 톤이 생산되었다. 2060년에는 123100만 톤으로 약 3배 늘어날 것이며, 플라스틱 폐기물 양도 3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의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

정부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고, 22%가 잘못 관리되거나 환경에 누출되는 비 순환적 구조에 놓여있으며, 누출된 플라스틱은 해양과 하천에 축적되어 생태계를 교란하고 유해화학물질의 침출 또는 흡착, 생체 축적 등을 통해 인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서술하고 있다.

플라스틱 봉지(LDPE)나 우유병(HDPE)은 육상에서 5~250, 해양에서 3~58년의 반감기를 가지는데, 플라스틱 배관(HDPE) 반감기는 약 1200년에 이른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3.4%이며, (2019년 기준 1.8기가 톤) 이 중 90%가 화석연료로의 생산과 변환에 기인한다고 보고한다.

플라스틱은 포장재, 자동차부품, 장난감, 용기, 바닥재 등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고 이 중 포장과 건설, 수송 분야에 60% 이상 쓰인다. 플라스틱의 평균 수명은 포장재 6개월에서 건축자재 35년까지 용도에 따라 다양한데, 수명이 가장 짧은 포장 폐기물이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42%를 차지한다.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은 미국 21%, 유럽 19%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이 19%, 인도 5% 순이다.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은 미국이 221kg으로 가장 높으며, OECD 유럽은 114kg, 일본과 한국이 69kg 수준이다.

보고서는 육상 및 수중으로 약 2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잘못 관리된 플라스틱의 폐기나 비위생 매립과 수명이 다한 플라스틱의 투기로 인한 것이다. 미세플라스틱 누출 양도 270만 톤으로 추정하는데, 타이어 및 브레이크의 마모나 페인트, 건설자재의 마모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생환경에 유입되어 축적, 누출되는 플라스틱의 32%는 하천과 바다에 폐기되는 것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어패류, 어류를 통해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지만, 도로 수송에서 발행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점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문제, 전 지구적인 대응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에 함께해요

환경문제에 국경이 없듯 플라스틱 오염 문제 역시 국경이 없다. 그렇다면 전 세계가 함께 목표를 정하고 공동의 행동을 책임 있게 다해야 한다. 20223월 유엔은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기로 결의해 175개국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는 것이 목표다. 2024년 말이 시한으로 그동안 1~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가 열렸고 협약 완성을 위한 5차 회의가 1125일부터 일주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다들 부산으로 향하는 이유다.

순롭지는 않았고 여러 쟁점이 있었다. 이를테면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주기 시작점을 어디로 볼 것인지, 플라스틱 원료 생산으로 한정할 것인지, 화석연료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원료 추출 단계부터 주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좁혀지지 않았다. 전 주기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국가별로 정한 목표와 의무, 자발적인 조치를 원한 반면, 플라스틱 오염의 피해를 받고 있는 도서개발도상국들은 범지구적 조치가 명확한 하향식 협약을 원했다. 그런 가운데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관리하거나 비 플라스틱 대체제에 관한 주제가 다루어지기만 하며 문제 해결의 본질에서 비켜나곤 했다. 여기에는 화석연료와 화학산업 로비스트의 활약이 매우 컸는데, 이들은 협약 범위를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폐기 단계에 집중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플라스틱의 역습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고 강변하곤 했다.

우리나라는 국제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그룹은 1차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플라스틱의 원료) 생산량을 감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다행스러운 지점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출범한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은 생산규제보다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이 협상의 골자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자원순환정책은 내놓기 부끄러운 것이었다.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완화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하며, 플라스틱 사용 제한을 위해 필요한 규제 조치들을 풀고 있었다. 전 주기 탈 플라스틱 대책으로 생산감축에 대한 목표가 부재했다.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주최국인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원료 추출과 생산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 걸쳐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협약을 이끌어야 한다. 순환 경제는 천연자원 투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전제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재활용을 넘어 플라스틱을 만드는 단계부터가 규제의 시작임을, 생산의 꼭지를 잠그는 일이 중요함을 되새겨야 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같은 대체재로 바꾸는 것에 대해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다. 많은 나라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과 처리 과정의 대규모 토지 사용과 식량 확보와의 상충 문제, 메탄가스 생성이나 독성 잔류 위험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검토 없이 대체재 산업이나 시장을 지원할 일이 아니다.

환경문제, 플라스틱 범람과 습격은 개인이나 어느 한 기업이나 국가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다.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구속력 있는 목표의 책임 있는 이행을 위한 강력한 규칙이 되어야 한다. 공동의 분명한 감축 목표만이 우리 모두의 생존을 약속한다. 마지막 회의 주체국으로서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협약을 이끌도록, 부산을 찾은 170여 개 국 정부 대표단들이 우리의 요구를 제대로 듣도록 같이 행진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해 보자. 다시 한번 시민의 힘을 보여줄 때다.

플라스틱엔 몇 가지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을까요?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회원들이 한국정부에 플라스틱 내 유해 화학물질의 엄격한 관리를 포함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지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1.20 이준헌 기자

플라스틱에는 몇 가지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을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기자회견이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 연합 마당에서 열렸다. 고금숙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 국민행동 활동가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16000여 개의 화학물질이다.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11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 협상인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시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제플라스틱 협약, 한국 정부가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 간 협상위원회는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해 온 협상의 종착점으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플라스틱협약 우호국 연합의 초기 가입국이자 이번 협상의 개최국으로서, 국제협약에 강력한 유해물질 관리 방안이 포함되도록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또 유해물질은 유해성에 근거하여 분류하고, 화학물질군 단위로 관리해야 한다며 이는 단일 물질로 규제할 경우 비슷한 독성을 가진 다른 유해물질로 대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따라서 화학물질군으로 규제하여 이러한 대체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 25일 부산서 개최...부산환경단체 "개최도시로서 플라스틱 문제 해결" 촉구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성안을 위한 유엔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오는 25일 부산에서 개최된다. 이에 부산환경단체는 정부와 부산시에 개최국·개최도시로서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부산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플라스틱부산행동은 21일 오전 11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정부와 부산시의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1일 오전 11시 부산환경단체 등이 모인 플라스틱부산행동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부산시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실시하라"고 외쳤다. (사진_정유희 기자)

앞서 지난 10월 한국 정부가 INC-5의 개최국으로서 강력한 협약을 촉구하는 190만 명의 세계 시민 서명 용지가 우리나라 환경부에 전달됐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제58항에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을 성안하자는 노력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겼다.

40여 개 유엔 회원국 모임 역시 '부산으로 가는 다리(Bridge to Busan: Declaration on Primary Plastic Polymers)' 선언을 통해 플라스틱의 원재료 추출부터 전체 생애주기를 고려한 협약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플라스틱부산행동은 "산유국의 입장을 고려한 플라스틱 생산유지 체제가 아니라 생산 자체를 동결하고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에 대한 규제 없이 재활용에 무게중심을 둔 기술적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안타깝게도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개최도시로 선정된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가시적 상징물인 고래 조형물을 회의장에 설치하는 것 말고는 개최도시로서 시민인식 재고 차원의 홍보가 없고 시민의제화를 통해 도시이미지의 전환과 주목받는 도시로서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산시가 시민을 끌어들여 사활적으로 매진하던 엑스포 유치행동이나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과 같은 열정을 '국제 플라스틱 협약 INC-5'에서도 보여달라는 주문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또 플라스틱부산행동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개최되는 '순환경제시대, 부산포럼'의 기조는 국제적 이목이 주시되는 의제인 생산감축이 아닌 현재의 플라스틱 생산시스템을 존속한다""폐기물의 재활용과 재사용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 INC-5'의 본질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플라스틱부산행동은 "정부는 플라스틱 오염 감축에 대한 말뿐인 선언 말고 구속력 있는 정책을 제정하라""일회용 말고 다회용, 재활용 말고 재사용이 우선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외쳤다. 부산시를 향해서는 "개최도시로서 품격을 갖추고 순환경제보다 생산감축의 의지를 천명하라"고 전했다.

시사매거진 정유희 기자

 

민주당의 안일한 원전 실용론

지난 1120,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원전 관련 예산이 여야 합의로 2138억원 규모의 원안 그대로 통과되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제출한 1800억원 규모의 원전 예산을 모두 삭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태도를 바꾼 게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오류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하고, 경제신문들은 이제 비로소 합리적 에너지 믹스 정책이 시작되었다고 환영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원안에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대선부터 최근 영광군수 재선거까지 이재명 대표가 피력한 이른바 원전 실용론이 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재생에너지 예산을 그나마 지키기 위해 여당을 어느 정도 달랠 필요가 있고 민주당이 경제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모습으로 비치는 게 부담스럽다는 현실론도 보태진다.

그런데 한국에 에너지 믹스가 없었던가 하면 그건 아니다. 화석연료 발전, 원전, 수력, 재생에너지 등의 조합을 말하는 에너지 믹스는 언제나 있었고, 문재인 정부 때도 원전이 제로가 되는 믹스는 아니었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연장 가동을 그만두고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로 그 자리를 대체하는 데에 30년 정도가 필요할 것이니 그 과정을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시민사회의 기대에 매우 못 미치는 것이었지만, 문 정부 때에도 원전은 계속 활용되었고 에너지 믹스는 계속 수정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원전 실용론이나 합리적 에너지 믹스 같은 표현은 탈원전을 이념에 치우친 무책임한 이상론으로 규정하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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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원칙론이나 이상론으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탈원전 선언 이후 이를 뒷받침할 후속 입법, 대안 에너지 체제를 위한 시나리오 개발, 구체적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모두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부재했고 대선 국면에서는 탈원전의 쟁점화를 회피하기만 했다. 그리고 지금 민주당의 태도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원전 르네상스는커녕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원전 산업에 합리적인 믹스가 아니라 올인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핵폭주 정책을 현실론으로 만드는 데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짐짓 현실주의로 치장되는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주장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 실용론의 책임은 원전 예산 묵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원전을 계속 이용하고 새로운 원전과 기술을 추진하는 데에 동의하려면 그만큼 치열한 탐구와 설명이 수반되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의 갈림길은 막대한 기회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분간 원전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현실론에는 그 당분간이 언제까지인지 어떤 과정인지, 그리고 전환을 위해서는 어떤 조치와 입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각론이 따라와야 한다. 예를 들어 SMR이 향후 몇년도까지 만들어낼 일자리 수와 온실가스 감축량을 공공부문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만들 효과와 비교하는 정도의 예산안 토론이 있어야 실용론이고 현실론이다. 예산은 미래를 만드는 이야기이고 메시지다. 민주당에 그런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가?

김현우|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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