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 거리에 등장한 대형 생리대... "제발 좀 줄입시다“ 2. COP 29, ‘부국’ 기후위기 부담 연 3000억 달러로 3. 기후재원 목표’ COP29 폐막, 언론 외면한 ‘한국 기후악당’ 꼬리표 4. 생태계에서 돋보이는 '깃대종·핵심종’,5. 산 없애고 바다 매립하는 가덕도신공항, 지난여름 살인적 폭염 기억하나
6.“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플라스틱 협약 촉구 부산 상공에 대형 ‘눈’ 등장 7. 환경장관 “구체적 플라스틱 감축 목표 정하기 어려워” 8. 자연에서 편견 없이 자란…성미산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됐을까 9.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가 적자, 그런데도 가덕도신공항 짓는다? 대체 왜?
10. 희귀새 따오기 사는 우포늪 일대, 소나무 5천 그루 벌목? 11. 플라스틱 운명 가를 총회, 산유국, 강력한 협약 성안 반대로 뒤숭숭 12. 일본 정부, 2035년까지 온실가스 60% 감축 검토···‘파리협정’ 발맞추기
13. 33조 녹색채권 어디에]에너지프로젝트 57% ‘짝퉁 친환경’에 투자 14. 플라스틱 협약인데 카페선 일회용품 제공 15. 기본소득은 에너지전환의 견인차 될 수 있어
16. 부산만 눈없는 17 여름엔 물폭탄, 겨울엔 눈폭탄… 하늘마저 바꾼 '더운 바다 18. . 부산 도심 하천에 나타난 ‘마블가재’ 19. 협상장 밖 "플라스틱 지구·인권 위협" 외침 나온 이유
20. '플라스틱 협상' 난항에 각국 환경단체 "절충안은 없다" 21.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 둘러싸는 3046㎞ ‘녹색장성’ 완성 22. “하얀 재앙 내린 겨울, 가축 모두 잃고 고향 떠났다”···유목민들 삶 무너뜨린 기후재앙 23. 위기의 부산 현안, 국회의원 18명 정치력 이 수준인가
부산 거리에 등장한 대형 생리대... "제발 좀 줄입시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촉구 행진… 부산에 세계 시선 쏠린다
전국 환경단체·시민들이 모인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 "플라스틱 생산감축" 외쳐
플라스틱 이제 그만! No more plastic!
제5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 간 협상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둔 24일 오전 환경운동연합 플라스틱 버스터즈 활동가 500명이 부산 해운대이벤트광장에서 인간 글자 만들기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플뿌리연대’ 회원들과 전 세계 환경단체 회원들이 23일 오후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며 부산 벡스코 주위를 행진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000여 명이 외치는 소리는 간절했다. 지난 23일,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해야 한다는 외침은 부산 벡스코 거리 곳곳에 퍼졌다.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아래, 부산행진)에 전국 환경단체와 시민, 국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부산으로 달려왔다.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가 추진한 이번 부산 행진은 오는 25일부터 열릴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전 세계 지도자에게 강력한 생산감축을 포함하는 협약 성안을 촉구했다. 이번 5차 협상회의는 국제플라스틱협약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다.
국제플라스틱협약, 쟁점은?
국경 없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특정 지역과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해서는 생산- 소비- 처리 과정 단계에서 플라스틱이 관리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22년 3월, 5차 유엔환경총회(UNEA-5.2)에서 플라스틱 전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만들자는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우리는 이미 플라스틱 재활용과 해양 오염 대책의 한계를 확인했고, 개별 국가의 노력을 넘어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그간 4차례의 회의에서 협상은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 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등 의무사항에 대해 공동의 목표를 모든 국가가 이행하도록 하는 의견과 국가별 상황에 맞게 차등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매번 갈렸다. 이번 5차 회의에서의 주요한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할 것인지, 협약이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할 것인지를 꼽을 수 있다.
"이제 그만 좀 만듭시다"
이번 플라스틱 행진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원영 어린이(8세)가 현장에서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공원 한 쪽에 장난감이 가득 쌓인 곳이었다. 그 곳에서 어제까지도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집어 들며 엄마에게 물었다. "왜 여기에 장난감이 있어? 그리고 왜 파란색만 있어?" 망가지고 부서진 장난감으로 바다를 형상화한 전시물이라는 것을, 그 장난감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라고 설명을 들은 정원영 어린이는 장난감을 오래오래 써야겠다고, 오래 오래 쓰도록 어른들이 새 장난감을 안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진에 참여한 '아기기후소송' 당사자 중 한 명인 김한나 어린이(9세)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돌고래, 바다거북 등 소중한 해양생물이 죽고 있으며, 우리 몸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쌓인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스틱을 새로, 더 생산한다면 지구 생명을 플라스틱과 맞바꾸겠다는 것이다. 생명과 플라스틱 생산을 맞바꾸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19일, 그린피스는 우리나라가 연간 1992만 메트릭톤의 1차 플라스틱 폴리머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4955만 메트릭톤(CO₂e)으로 일본과 대만의 배출량을 합한 수치와 맞먹는다고 발표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플라스틱 오염과 탄소 배출을 심화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지 않고는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없다.
▲1123부산플라스틱행진에 참가한 어린이장난감을 오래 사용하고 싶다며 새 장난감을 만들지 말자고 말하는 정원영 어린이 ⓒ 녹색연합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쌓인다고 걱정하며 생명과 플라스틱을 맞바꾸지 말자고 말하는 김한나 어린이 Photos by Seunghyeok Choi on assignment for Break Free From Plastic ⓒ 플뿌리연대
플라스틱을 줄이지 않고는 우리도, 지구도 건강해질 수 없다
대형 일회용 생리대 피켓도 등장했다. 이 피켓을 만든 여성환경연대는 "일회용 생리대의 최대 90%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문제와 여성의 건강은 매우 밀접하다"라고 주장했다. 여성의 경우 화장품, 1회용 월경용품이나, 주방세제 등 화학물질과 플라스틱에 더 많이 노출되고, 독성이 더욱 쉽게 흡수되어 이로 인해 월경, 난임, 조기완경 등 호르몬 질환이 일어나고 있기에 플라스틱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미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 글로벌 정책고문은 "플라스틱에는 1만 6000개가 넘는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4200가지가 사람과 환경에 유해한 것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현재 플라스틱의 원재료부터 화학물질 유해성 등에 대한 투명한 데이터가 매우 불충분한 상태다. 따라서 플라스틱 전 주기에 대한 관리와 보고의무, 투명성 등이 보장돼야 한다"며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알리는 행진 참가자들 ⓒ 여성환경연대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INC-5에서 실질적 플라스틱 감축 협약 성사를 요구하며 진행됐다. UN 회원국은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5차례 협상 회의를 거쳐 마련하기로 했고, 2022년부터 네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유의미한 진전은 없었다.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며 ‘생산을 감축하자’는 국가와 달리 산유국 등은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고 주장하며 대립했다.
부산에서 마지막으로 열릴 5차 회의는 협약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기로로 꼽힌다. 회의가 열릴 부산에는 170여 개 유엔 회원국 정부 대표단, 국제기구, 환경단체 등에서 약 4000명이 찾을 예정이다. 플라스틱 협약은 2015년 파리협정을 성사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이후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부산일보/오마이뉴스)
COP 29, ‘부국’ 기후위기 부담 연 3000억 달러로
기후위기 대응 자금 총규모 연간 1조 3000억 달러
개도국 반발 속에 회기 이틀 넘기고 가까스로 합의
석탄화력 폐지 시기 등 화석연료 삭감 진전 없어
기후위기 대응 지원자금의 ‘선진국’들 부담분 증액 규모를 둘러싼 이견과 대립으로 회기를 연장했던 제29차 유엔 기후변동협약 당사국총회(COP 29)가 폐막 예정일을 이틀 넘긴 24일, 선진국 부담 지원금액을 기존의 연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에서 2035년까지 연간 3000억 달러(약 420조 원)로 3배 늘리기로 합의하고 폐막했다.
11월 22일 기후위기 대응 활동가들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동협약 당사국총회(COP29) 에서 선진국에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한 자금 지원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11.22. 로이터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 총 자금 규모 연간 1조 3000억 달러로
지난 11일부터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COP 29는 이와 함께 공적 자금과 기업 등 민간 자금을 합친 전체 당사국들이 마련할 총 기후위기 대응 자금 규모를 연간 1조 3000억 달러(약 1820조 원)로 늘리자는 데에도 합의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도 자발적으로 자금을 내는 것을 장려하기로 했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돈을 낼 수 있는 대량 탄소 배출국들(신흥국들)의 지원금 부담 참여 여부도 이번 회기의 주요 논점 중의 하나였다.
천억 달러대로 하느냐 조 달러대로 하느냐를 두고 부국(온난화가스 대량 배출국)과 빈국(피해국)이 충돌을 빚은 기후위기 대응 자금 문제를 푸는 해법은 지원 부담 참여국과 지원금을 늘리는 것, 그리고 민간자금 참여 폭을 확대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개도국 반발 속에 회기 이틀 넘기고 가까스로 합의
이번 COP 29는 지난 2009년에 온난화 가스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그 피해를 본 개도국들에게 연간 1000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하기로 한 약속을, 내년인 2025년부터 그 목표액을 새로 설정해 이행하는 문제가 핵심 과제로 부각돼 있었다.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은 폐막 예정일이었던 22일 선진국 부담분을 연간 2500억 달러(약 350조 원)로 한 초안을 제시했으나 개도국들에서 너무 적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개도국과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상실 위기에 처한 섬나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선진국들은 연간 3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제안을 했고, 논란 속에 회기가 연장돼 24일 새벽에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트럼프 정권 복귀 이후 미국 행보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 정권 때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했으나 조 바이든 정권 때 복귀한 미국이 내년 1월에 트럼프가 다시 집권(트럼프 2.0)한 뒤 어떻게 할 것인지도 큰 변수다. 만일 트럼프 2.0이 다시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면, 연간 3000억 달러로 늘어난 ‘선진국’ 부담분을 미국 없이 채우는데 다른 나라들이 동의할 수 있을지, 그들 나라의 국민들이 그것을 받아들일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석탄화력 폐지 시기 등 화석연료 삭감 진전 없어
화석연료 삭감에 대해서는 “약 10년간 탈화석연료를 가속화한다”고 했던 2023년 COP 28의 합의에서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석탄화력발전 폐지 시기를 정해서 못박는 데에도 실패했다. 한국 등 주요 온난화 가스 배출국들이 이에 반대했다.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 규칙 마련에도 실패
또 유엔 산하의 국제적인 탄소 배출권 매매를 위한 시장 창설 관련 규칙을 정하는 것도 합의하지 못했다. 탄소 배출권 매매제도는 재생에너지 도입 등에 따른 온난화 가스 배출 삭감효과분을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정부나 기업들이 온난화 가스 삭감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내년 2월까지 각국 2035년까지의 삭감목표치 제출
2015년의 파리협정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대기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기온에서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고 그것을 섭씨 1.5도까지로 낮추기로 최대한 노력하기로 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전체가 2035년까지 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를 줄여야 하며, 각국은 그에 맞춘 삭감 목표치를 2025년 2월까지 유엔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돼 있다.
이번 COP 29의 핵심의제였던 기후위기 대응 자금은 이런 온난화 가스 삭감과 개도국들의 저탄소경제로의 전환 등에 들어갈 자금으로, 유엔과 의장국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국제 시민사회는 선진국들이 지원금 부담 증대를 개도국들에 대한 선의의 시혜나 도움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그것은 가속적인 지구 온난화를 막음으로써 종국적으로 선진국들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번 회기에 주요국들 연합은 재생에너지 활용 증대에 필수적인 배터리(축전지)와 수소 에너지 저장용량을 2030년까지 2022년 대비 6배인 1500기가(10억)화트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석탄화력발전소 신설 반대 연합회 결성, 한국 등은 불참
또 이번 회기 중에 유럽연합(EU)과 석탄 생산국인 호주가 석탄화력발전소 신설에 반대하는 연합회를 만들었다. 온난화 가스를 대량 방출하는 석탄화력을 늘리지 말자며 각국에 탈탄소 정책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이 연합회에 미국 일본 등 주요 온난화 가스 배출국들은 참여하지 않았으며,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일본, 튀르키예 등과 함께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금융지원 중단 국제협약 개정 움직임에 오히려 반대하는 대표적인 ‘기후 악당’국으로 지목당해 COP 29 회기 중에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했다.
또 한국은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다량 수입해 사용함으로써 탄소를 대량 방출하고, 그것을 수출하는 나라의 삼림 파괴를 부추기는 등 국제적인 탈탄소 노력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바이오매스 수입 소비국으로 지목됐다.
시민언론 민들레
기후재원 목표’ COP29 폐막, 언론 외면한 ‘한국 기후악당’ 꼬리표
최대 연간 1조 3000억 달러 재원 마련 목표 설정…
‘한국 기후악당’ 지적은 경향신문·한겨레 등 일부 지면에만 실려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연간 1조 3000억 달러(약 1천800조 원)의 기후 대응 재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폐막했다. COP가 열릴 때마다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등 ‘기후악당’으로 꼽혔지만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러한 소식은 찾기 힘들었다.
COP29는 당초 폐막 예정이었던 22일(현지시간)을 넘기면서 치열한 협상 끝에 24일 마무리됐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최소 연간 3000억 달러, 2035년까지 연간 1조 3000억 달러의 기후 재원(NCQG)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
이번 COP29를 놓고 기후대응 커뮤니케이션 조직 기후미디어허브는 “미국과 일본의 재원 합의 지연, 사우디아라비아의 화석연료 전환 반대 등으로 회의 후반부에는 혼란이 더욱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규모는 아니지만, 이번 합의는 이후 행동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브라질에서 열릴 COP30에서 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총회 기간 한국은 기후위기 해결을 방해하는 국가에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을 받았다. 세계 150개국 2000개가 넘는 기후환경단체 연대체 ‘기후행동네트워크’가 총회 기간 수여하는 상으로 한국은 지난해 첫 수상에 이어 올해도 수상해 ‘기후악당 1위’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 21일자 한겨레 6면 기사. ▲ 20일자 경향신문 칼럼.
20일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도 한국은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보다 뒤처진 나라는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으로 모두 산유국뿐이었다. 주요 일간지 기준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일부 신문만 지면에 이러한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20일 2면 <‘기후악당 1위’에 한국…“화석연료에 계속 공적자금, 시대 역행”> 기사에서 케빈 버크랜드 기후행동네트워크 활동가를 인용해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21일 6면 <한국 ‘기후대응’ 대응 산유국 빼면 ‘최하위’> 기사에서 “한국은 석유·가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나라 가운데 기후위기에 대응해온 실적과 정책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제평가기관 ‘저먼워치’의 선임고문 얀 부르크는 기자들에 “(한국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24일 논평을 내고 “국제 시민사회가 한국의 기후대응 노력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은 빈곤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나라로서, 첨예한 대립을 보인 양쪽에서 보다 진전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남다른 역할을 보일 수도 있는 위치였지만, 이번 논의에서 그 노력이 눈에 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기후 소송’에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한국은 2035년 목표 설정을 포함한 기후대응에 있어 보다 상향된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현재의 선형적인 감축 경로를 넘어, 모든 경제 부문에서 절대적인 감축을 담아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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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도 ‘1.54도’ 상승에도… COP29 현장에 한국 방송사 없었다
한국 ‘기후악당’ 지적 나왔던 COP28에도 차가웠던 ‘취재열기’
뜨거웠던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우리 언론은 이렇게 다뤘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COP29 현장에 취재 인력을 보낸 언론사는 세계일보랑 한겨레뿐이다. 지난해 COP28엔 한겨레와 KBS가 갔는데 올해는 KBS가 빠져 현장을 취재하는 방송사가 사라졌다. 2021년 총회 현장을 취재했던 연합뉴스, 뉴스1 등 통신사도 이후 취재 인력을 보내지 않고 있다.
ryoung@mediatoday.co.kr
생태계에서 돋보이는 '깃대종·핵심종’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등에 따르면 깃대종(Flagship Species)은 특정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서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종을 말한다.
깃대종은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서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종을 말한다.
깃대종은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서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종을 말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1993년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생물다양성 국가 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공단은 2007년부텨 21개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총 41종의 야생 동식물을 깃대종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에 따르면 ‘생태계의 여러 종 가운데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생물종을 통틀어 일컫는다’고 설명되어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종도 있고 한 지역에 국한되는 종도 있다. 예를 들어 시베리아호랑이·판다·코알라·두루미 등과 같은 종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강원도 홍천 열목어 등은 한 지역에 국한되는 종이다.
국립공원 주요 깃대종은 지리산 반달가슴곰, 태안해안 표범장지뱀, 경주 소나무와 원앙, 설악산 산양, 소백산 여우, 태백산 열목어 등이다. 깃대종 선정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법정 보호종 여부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국립공원에서만 깃대종을 선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환경부는 2020년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에서도 깃대종을 선정, 관리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국내 생태계 보전 활동 측면에서 반가운 변화”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생태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종을 연구하는 관점도 있다. ‘핵심종’이라는 개념이다. 생태계에는 여러 동식물이 있는데 그 중에서 행동이나 습성 등 여러 방법으로 먹이사슬 등에 큰 영향을 주는 종을 '핵심종'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생태계가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
핵심종은 특정 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식자나 포유류가 핵심종이 되기도 하고 조류나 어류, 때로는 식물까지 모두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꿀벌은 꽃가루를 운반해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식물들의 번식이 어려워져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식량 부족 같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뉴스펭권
산 없애고 바다 매립하는 가덕도신공항, 지난여름 살인적 폭염 기억하나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⑬ 건설하면 안 되는 33가지 이유 中
가덕도신공항건설의 문제점 가운데, 경제성과 안전 문제를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안전성과 혈세 낭비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사상 유례없는 자연 파괴와 기후붕괴를 더욱더 심화시키는 사업이다. 지난 여름 살인적 폭염을 견디며 누구나 느꼈듯이, 이제는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개발하기보다는, 남은 자연을 지키고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우리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안정된 기후가 사라지면 농업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우리의 생존 불가를 의미한다. 2050 거주불능 지구, 인류에게 22세기는 없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발밑을 허무는 미친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 이번에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환경파괴 문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 가덕도 연대봉에서 바라본 국수봉 모습. 이 국수봉을 폭파해 그 흙과 돌로 주변 바다를 메워 가덕도신공항을 만들려 한다. ⓒ박중록
14. 거대한 산을 없애고 바다를 매립하는 사상 최대의 환경파괴 사업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바깥 바다에 건설하는 공항이다. 깊이가 20~30m, 연약지반이 45m나 되는 바다 위에, 50년 내지 1백년 빈도의 태풍에도 끄떡없고, 가덕수도를 드나드는 높이가 80m에 육박한다는 대형 컨테이너선 운항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 높이로 공항을 만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멘트와 흙, 모래, 바위를 바다에 쏟아부을지 그 양이 상상이 안 된다.
가덕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국수봉과 남산을 폭파해, 거기서 나오는 흙과 돌로 바다를 메운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그 양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한겨레 21>의 보도에 의하면 공항 건설을 위해 깎아내는 흙의 양이 1억5200만㎥, 메우는데 드는 흙의 양이 2억400만㎥라 한다. 국수봉과 남산을 다 없애고도 5천200만㎥의 흙이 모자란다. 국수봉과 남산을 깎아낸 흙과 바위의 1/3이 더 필요하다. 이를 확보하는 과정에 또 다른 산이, 또 다른 바다가 훼손되어야 한다. 생태자연도 1·2등급의 가장 건강한 산을 폭파하고, 해양생태도 1등급의 가장 건강한 바다를 매립하려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이 숲과 바다에서 위태로운 생명을 이어가는 뭇 생물들의 삶의 터전과 우리 생존의 기본 토대인 자연을 사상 최대규모로 파괴하는 사업이다.
15. 한국 최고의 동백숲과 해안숲을 파괴한다
사라지는 국수봉의 동남쪽 사면은 국내 최고의 동백숲과 해안숲이 발달한 곳이다. 80년대까지도 웬만한 시골 동네에서는 나무를 땔감으로 썼다. 그런 까닭에 우리 주변엔 오래된 숲이 거의 없다. 그러나 국수봉 일대는 20세기 초엔 일제가 강점해 해군사령부와 포대를 설치해 군사기지화했고, 일제가 물러간 뒤에는 해군이 이를 인수해 지금도 해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덕택에 이 숲은 국내에서도 드물게 자연이 잘 보존되어 백년숲이라 일컫는다. 부산시 기념물 제36호로 지정된 국수봉 동사면의 수천 그루 동백나무 숲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건강한 동백숲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자연의 깊고 맑은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가덕도 백년숲과 동백숲을 찾아 보시라.
16.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이렇게 숲과 바다가 건강하니 수많은 멸종위기종 역시 이곳을 터전으로 삶을 이어간다. 웃는 돌고래로 유명한 토종돌고래 상괭이가 그렇고, 긴꼬리딱새, 팔색조와 두견이, 대흥란, 수달 같은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이 가덕도 국수봉 숲과 주변 바다를 삶터로 살아간다. 만약에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이들 모두는, 숲과 바다가 사라지듯, 이 땅에서 사라져야만 한다. 여기서 사라진다는 것은 죽는다는 뜻이다. 이동성이 있는 생물은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 한다. 이주가 가능하다면 왜 멸종위기종이 생기고 천연기념물이 생겼겠는가? 지구에서 사람을 포함해 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서식지가 사라지고, 작게 쪼개지는 만큼 거기에 사는 생물들은 이 지구에서 영영 사라져야만 한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도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있다. 우리가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니, 개발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핵심 자연만은 지키자는 제도다. 문제는 법은 있으나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 개 보호법으로 보호받는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이 허가되었고, 한국 최고의 자연,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 지역을 파괴하는 대저대교, 엄궁대교도 아무 문제 없는 듯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대저대교 건설사업은 앞 정권에서 공동조사를 통해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핵심 서식지를 파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대안노선을 제시하며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바뀐 정권의 환경청은 그대로 통과시켜 버렸다. 가덕도신공항 환경영향평가도 같은 경로를 걷고 있다. 가장 건강한 숲과 바다를 파괴하나 아무 문제없이 협의과정을 통과할 것이다.
▲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 서식하는 바다직박구리,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면 이 모습은 다시는 볼 수 없다. ⓒ박중록
▲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보이는 국수봉 말길의 반딧불이. ⓒ박중록
17.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더 많은 생물들과 한국 최고의 반딧불이 서식지를 파괴한다
멸종위기종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더 많은 생물들 또한 사라져야만 한다. 전국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1백년 나이를 자랑하는 수 많은 참나무들과 굴피나무, 가장 생태계가 안정된 극상림에서만 자라는 아름드리 개서어나무와 느티나무, 할머니 곰솔, 아름답게 노래하는 유리새와 섬참새, 바다직박구리, 수 많은 버섯과 민달팽이, 온갖 종류의 곤충들과 수천수만의 다른 생명들 역시 그 목숨을 내놓아야만 한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하는 수많은 반딧불이와 2500그루 가 넘는 100년 넘은 동백숲도 역시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다.
가덕도 국수봉의 숲은 참 건강하다. 그러니 그곳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 역시 건강하다. 건강한 자연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생물 중 하나가 반딧불이다. 어두운 숲에서 초록빛 작은 등불을 꽁지에 단 반딧불이가 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가슴마저 파란 불빛으로 깜박거리게 한다. 이 반딧불이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공항건설로 파괴하려하는 국수봉 일원이다. 무주를 포함해 전국의 이름난 반딧불이 서식지를 다녔지만, 여기만큼 반딧불이가 많은 곳은 없다고 한다. 올해 반딧불이 기행에 참여한, 수원서 반딧불이 조사에 참여하며 전국을 다녀보셨다는 분의 말씀이다. 반딧불이로 이름난 무주에도 이렇게 많지는 않다고 한다. 국수봉 말길에서만 하룻밤에 1천 마리가 넘는 반딧불이를 만났다. 국수봉 주변 모두에서 살아가는 반딧불이 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깜깜한 숲속에서 크리스마스트리가 깜박거리듯 무수히 반짝거리는 반딧불이의 서식 역시 가덕도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제대로 실리지 않을 것이다.
동백숲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한다. 이른바 대체서식지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옮긴다 한들, 그 숲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과 같겠는가? 가덕 인근 산으로 옮긴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곳에 원래 뿌리내리고 있던 식물들은 또 어디로 가겠는가? 동백이 오면 대신 그들이 사라져야 한다. 대체서식지 조성은 그 실태를 들여다보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아니, 훨씬 심각한 사기다.
현재 부산시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에서 대저대교와 엄궁대교를 건설하면서 제시한 대체서식지 계획을 보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하는 시늉뿐인 환경영향평가를 하다보니, 어디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다리 건설로 서식지를 잃는 큰고니(백조)의 대체서식지를 만들겠다며 저들이 제시한 장소는, 대모잠자리와 맹꽁이, 삵 같은 다른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는 곳이다. 다리를 만들면서 큰고니 서식지를 파괴하고, 효과도 검증 안 된 대체서식지를 만들면서, 또 다른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파괴하는 이중 파괴를 아무렇지 않게 통과시키는 것이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다.
18.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자연유산, 낙동강하구를 훼손한다
가덕도는 낙동강하구의 서쪽 축이다. 낙동강하구에 날아드는 수 많은 새들이 가덕도와 가덕도 주변의 바다에 의지해 살아간다. 낙동강하구는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2021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곳이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어 일찍이 ‘신이 내린 축복의 땅’,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1966년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후 부산시로 편입되고, 1987년 하구둑이 건설되어 도심과 이어지면서, 지금은 난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워낙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어, 지금도 여전히 한국 최고의 철새도래지로 기능하는 곳이다. 남은 문화재보호구역의 면적만도 순천만의 3배, 우포늪의 10배가 넘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자연유산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예정지의 일부도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에 속하며, 만약 공항이 건설되면, 이곳의 철새 도래지 기능도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천년대 후반 부산진해신항과 을숙도대교가 건설되면서 낙동강하구의 해류와 지형, 지질 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 당시에도 물론 환경영향평가가 있었고, 저감 방안 같은 조치가 있었으나, 그저 형식적 조치에 불과했다. 낙동강하구의 자연 생태계는 빠르게 붕괴되었다.
해마다 3천 마리 정도의 큰 무리가 찾아와 번식하던 낙동강하구의 여름을 대표하는 새, 쇠제비갈매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이제는 멸종위기종 목록에 그 이름을 올렸다. 수백 마리가 보이던 고니 역시 완전히 그 모습을 감추었고, 멸종위기 2급에서 1급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서 통과를 위해 작성된, 부산시 고위 공무원이 1저자로 등장하는 한국조류학회 논문에는, 을숙도 습지 복원 후 고니류가 증가했다고 적고 있고, 환경청은 이런 내용이 담긴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서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철새도래지 기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새가 사라진다는 것은 자연이 사라진다는 것이며, 이는 우리 생존의 기본 토대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19. 국제적인 철새 이동경로를 훼손한다
낙동강하구는 철새들의 세계 주요 이동경로의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P)의 주요 사이트로 등재되어 있고, 가덕도 일원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맹금류의 이동경로다. 이웃 일본의 쓰시마가 눈 앞에 보이는 이곳은 대한해협을 가로질러 일본에 도착하는 가장 짧은 경로다. 맹금류 외에도 두루미 종류를 포함한 많은 새들이 이 경로를 이용한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⑨ 나일 무어스 박사의 글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20.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
숲과 바다는 이산화탄소의 주요 흡수원이자 저장고다. 기후위기는 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로 발생한다. 숲의 식물들과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숲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격리하고, 바다는 우리가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의 30%, 열의 93%를 흡수하며, 흙은 전 세계 대기와 모든 식물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의 4배를 저장하는 탄소저장고다. 가덕도의 울창한 숲을 파괴하고, 그 흙과 바위로 바다를 메우는 일은,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는 일이다
박중록 (사)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프레시안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플라스틱 협약 촉구 부산 상공에 대형 ‘눈’ 등장
플라스틱협약 회의로 벡스코로 몰려든 각국 대표단, 그린피스·환경단체 곳곳서 퍼포먼스·기자회견
▲국제플라스틱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그린피스가 회의장 인근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에 6000여 명의 세계 시민 초상화가 담긴 가로 30미터 세로 24미터 크기의 초대형 '감시의 눈' 깃발을 띄웠다. ⓒ 김보성관련사진보기
"#WeAreWatching(전 세계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플라스틱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열린 25일 오전. 이곳으로부터 직선거리 1km 정도 떨어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에 건물 10층 높이의 크레인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휘날린 상징물은 가운데에 눈 모양이 선명한 가로 30m, 세로 24m 크기의 초대형 깃발이었다.
그린피스가 6000명 초상화 모아 '눈' 깃발 내건 이유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협약 성안을 위해 각국의 정부 대표단과 비정부기구 옵저버 등 수천 명이 부산을 찾자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회의장 인근에 초대형 감시의 눈을 띄웠다. 스위스 예술가 댄 아처(Dan Acher)와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깃발에는 강력한 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그린피스는 영화배우 윌리암 샤트너, 제임스 크롬웰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시민 6472명이 초상 사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여러 국가의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힘을 보탰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정부 대표단은 특정 산업의 이익이 아니라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며 결단을 요구했다.
내년 외교전권회의 이전 다섯 번째 협약 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김나라 캠페이너는 "협상 개최국이자 우호국 연합(HAC) 소속 국가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끌어내는 데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플라스틱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오전 개막식에 앞서 기후위기비상행동, 플라스틱협약 부산시민행동, 플뿌리연대와 세계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강력한 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김보성
이로부터 1시간 뒤인 9시 20분에는 협상장 바로 밖에서 '플라스틱 즉각 감축' 외침이 쏟아졌다. INC-5 개막식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기후위기비상행동, 플라스틱협약 부산시민행동,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등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벡스코에 한데 모여 "구속력 있는 목표와 책임있는 이행 계획이 담긴 규제를 마련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지난 22일 BFFP(Break Free From Plastic)가 발표한 10개국 시민 대상 설문조사를 설명한 유새미 플뿌리연대 활동가는 "응답자의 84%가 생산 감축을 원하며 그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답했다"라면서 이번 회의의 임무를 내세웠다. 노현석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퇴출 선포로 내일 당장 플라스틱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어느 길로 갈지 선택할 수 있다"며 부여된 책임을 강조했다.
해양학자이자 기후학자인 세계소각대안연맹(GAIA) 닐 탕그리 활동가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엄청난 기후발자국을 남긴다"라면서 전 주기에 걸쳐 온실가스를 생산한단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구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면 보다 급격한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매년 최소 12%에서 17%씩 줄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 프랑스 파리, 케냐 나이로비, 캐나다 오타와 등을 거쳐 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위한 마지막 절차다. 플라스틱이 생명과 지구를 위협하자 세계는 지난 2022년 유엔환경총회 결의를 통해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해양 플라스틱 오염과 국제 플라스틱협약' 보고서를 보면 1950년대 150만 톤 수준이었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4억6000만 톤으로 300배 넘게 늘어났고, 이대로면 12억 톤(2060년) 규모로 급증할 예정이다.
이런 문제 속에 이번 회의 핵심은 플라스틱의 원료인 1차 폴리머 생산을 포함해 폐기까지 실질적 조처가 담긴 협약을 성안할 수 있느냐 여부다. 모두가 플라스틱 문제에 공감하지만, 우호국과 비우호국,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간격이 분명해 합의 여부를 예상하긴 어렵다. 의사결정 방식이 만장일치제인 만큼 강력한 규제보단 '큰 틀의 합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오마이뉴스 김보성
환경장관 “구체적 플라스틱 감축 목표 정하기 어려워”
플라스틱 협약 협상회의 열린 부산서 간담회
“가야 될 방향이나… 숫자로 협상하면 합의 어려워”
첫날 협상은 ‘교착’…의장 제안문으로 시작키로 합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마지막 협상장인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25일 부산에서 열린 가운데,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감축 목표 연도나 수치 등 구체적인 계획을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포괄적 내용으로 협의해야 협약의 성안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김 장관은 25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개도국 등에서 주로 강조하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말에 “가야 될 방향이지만 우선은 직접적이고 획일적인 규제보다 단계별 접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감축 목표 연도나 수치를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렇게 숫자를 가지고 협상하자는 국가가 있으면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강한 규제보다는 포괄적 방식의 협의를 해야 협약의 성안이 가능하단 것이다.
김 장관은 이어 “유엔환경계획(UNEP)에도 물어보니 실질적으로 캡(제한)을 씌워 얼마까지, 언제까지 감축한다는 걸 지금 (협상)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재생원료를 사용하는 의무비율을 더 높인다거나 페트병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두께를 줄인다거나 하는 등 간접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가려는 것 같더라. 그 방향은 저희(환경부)와 거의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단계적 접근방법으로 유해하거나 불필요한 플라스틱부터 줄여가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목록화하는 부속서를 유엔환경계획(UNEP) 측에 제안했다”며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먼저 규정하고 나중에 더 세부적인 기준과 방식을 만들어 해당 제품 및 물질을 규제하거나 없애는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첫날 협상은 교착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간협상위원회(INC)는 직전 네 번의 회의를 통해 이견이 3천개가 넘는 77쪽짜리 합의문 초안을 만들었는데,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이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를 17쪽으로 줄인 ‘제3차 비공식 외교 문서(Non-Paper 3)’를 최종적인 제안문으로 만들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부 국가들이 “의장 문안에 생산 감축에 대한 내용이 있어 받아들일 수 없”고, “77쪽짜리 합의문 초안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논의 끝에 결국 의장 제안문을 논의의 시작점으로 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자연에서 편견 없이 자란…성미산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됐을까
지난 4월 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에서 성미산마을 아이들이 손바닥 텃밭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사람과 마을’ 제공
1994년 9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우리어린이집’(현재 성산동에 있음)이 문을 열었다. ‘육아’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가 제시한 방식과는 다른 보육·교육 방식을 고민했던 부모와 교사들이 만든 기관이었다. 이후로 30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전국 곳곳(현재 67곳)에 생겨났다.
우리어린이집의 30년 역사는 마을공동체 ‘성미산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성미산마을은 우리어린이집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우리어린이집 아이들은 성미산마을에서 자랐다. 30년이면 ‘한 세대’가 바뀌는 세월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녔던, 성미산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됐을까.
먼저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관해 간략히 설명하면, 만 5세 이하 아동들을 돌보는 민간 보육기관(일부 공립)이다. 부모가 출자금과 조합비를 부담한 조합원으로서 어린이집 운영 주체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다른 민간 어린이집들과 차이가 있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교육 프로그램, 생활 원칙 등을 정한다. 자연 나들이를 통한 놀이 중심 활동, 사교육·선행학습 지양, 친환경 먹거리 제공 등을 원칙으로 한다. ‘터전’(어린이집 공간)에서 아이들과 교사·부모들이 평어(격식을 갖춘 반말)를 사용함으로써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공동육아 이야기를 들으면 누군가는 ‘용감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유별나다’고 한다. 어떤 이는 ‘시대 흐름에 못 따라간다’고도 한다. 최근 ‘초등 의대반’을 넘어 ‘유아 의대반’까지 생긴 현실을 반영한 평가 아닐까. 모두가 같은 길을 걸을 순 없다. 과도한 경쟁 풍토 속에서 자란 청소년·청년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들에게 어떤 돌봄과 교육을 제공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공동육아로 자라온 이들의 목소리도 들어봄 직하다.
■“자연에서 자랐던, 편견 없이 자란 경험이 자산”
성미산마을에서 공동육아를 통해 자란 20~30대 청년 7명을 지난 11월 9일과 18일,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차례대로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 11월 18일 전화로 1명을 더 만났다. 성미산마을은 ‘성미산’(성산동 위치)을 중심으로 한 도심 속 생활공동체로 공동육아가 뿌리이자 핵심이다. 성미산 주변에 우리어린이집 외에도 4개의 공동육아 어린이집(협동조합형 참나무·성미산·또바기 어린이집, 위탁 운영형 구립 성미어린이집)이 있다. 초등학생 방과후 돌봄기관인 도토리마을방과후(1999년 설립), 초·중·고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2004년 설립)도 협동조합형 공동육아기관이다.
지난 11월 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 카페에서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우리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 ‘도토리방과후’를 다녔던 청년들이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혜수씨, 권예림씨, 강한결씨, 손수연씨, 강한얼씨. 김향미 기자
청년들에게 ‘어린 시절 기억’과 ‘공동육아 경험이 삶에 미친 영향’에 관해 물었다. 만 0세 때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우리어린이집·도토리방과후를 다녔다는 손수연씨(30)는 ‘성미산’을 기억했다. “그때는 성미산에서 살았다고 할 정도로, 매일 성미산에서 하루를 다 보냈어요. 그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식물, 동물 다 채집하고 다녔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놀거리를 항상 찾았던 것 같아요.”
서울 도심이라고 해서 자연과 가까이 지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말한 자연에서의 경험은 ‘많은 시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수연씨는 미대 입시와 관련한 일화를 들려줬다. 수연씨는 한 대학 실기시험에서 입체도형 ‘구’가 주제로 제시되자 ‘쥐며느리’를 그려 합격했다고 한다. 남들보다 뒤늦게 미대 입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역량은 다소 부족했다는 수연씨는 “그 대학에 최종 합격하진 못했지만 내 삶에 녹아 있는 걸 표현했는데 (실기시험에서) 합격한 걸 보고 내 생각대로 표현하는 게 맞다는 확신이 생겼고, 이후 원하는 대학도 가게 됐다”고 했다.
놀이와 여행도 이들의 기억에 남았다. A씨(34)는 우리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1학년까지 도토리방과후를 다니다 이사를 했다. 그는 새로운 학교에 가니 ‘자신만 아는 놀이’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전래놀이를 많이 했고, 같은 놀이도 많이 변형해서 만들어 놀았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다른 지역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닌 후 성미산학교를 졸업한 강다운씨(26)는 “성미산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한 번씩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 도보여행도 가고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에 가서 감 수확하는 것도 도와드렸고, 이런저런 여행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우리어린이집·도토리방과후에 다닌 강한얼씨(30)는 “날마다 모여서 같이 밥 먹고 기차 타고 놀러 가고 터전이랑 마을에서 시장놀이도 자주 했다”며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은 진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한얼씨는 말했다. 그는 일반고를 다니다 3학년 때 전학해 제빵을 시작, 현재는 제주의 한 베이커리에서 일하고 있다. “부모님은 거의 처음부터 공동육아를 하신 분들이고요. 제가 학교를 옮길 때도, 제주에서 혼자 살기로 했을 때도 반대가 없었어요. 어떤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집안 분위기나 자라온 환경 자체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10년 이상 공동육아 환경에서 자란 강한결씨(28)는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같이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걸 익혔던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며 “지금은 제빵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복지 분야로도 일해보려고 했는데, 편견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경험이 좋았다”고 말했다. 공동육아기관 다수는 장애 통합 교육을 한다. 다운씨는 “아주 뿌리 깊은 곳에 공동체 의식 같은 게 있어서 어떤 문제를 마주쳤을 때 해결하는 방식에서도 개인과 공동체를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른 사람들과 어떤 사건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게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학원에서 불교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권예림씨(28)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말했다. 공동육아기관에서는 아이들이 친구의 부모나 교사를 부를 때 ‘별명’을 부르고 평어를 쓴다. 권예림씨는 “또래들을 보면 보통 어른이나 조직의 상사와 소통하는 걸 어려워하는데 저는 교수님이나 어른들과 소통할 때 조금 편한 부분이 있다”며 “공동육아 하면서 친구 부모님이랑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그분들이 저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경험을 하다 보니까 권위적인 문화에 덜 위축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르게 자라온 것에 ‘방황’도···친절한 어른 경험”
이들은 공동육아에서 ‘졸업’한 뒤 중·고등학교 시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대안학교를 가지 않는 한, 학교에 다니면 학업 스트레스를 피할 길이 없었다. 이 시기를 건널 때 경험은 사람마다 달랐다.
부모님이 마을활동가로, 아기 때부터 공동육아 환경에서 큰 박혜수씨(27)는 “중학교 때까지는 큰 차이가 없었는데 일반계 여고를 다닐 때는 많이 방황했다”며 “친구들과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고 학업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아 부모님을 원망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한결씨도 고등학교 때 비슷한 고민을 했다고 했다. 혜수씨는 다만 성인이 된 후 스스로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되돌아볼 수 있었다.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되게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부당한 것에 대해서도 말할 수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마을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A씨는 중·고등학교 시기 대안학교를 다녀 대학 입시 압박을 크게 받진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공인 영어시험 점수가 필요해 어학원을 다니면서 ‘기한 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해놓고 짜인 틀대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식’의 공부를 처음 해봤다. ‘한 번 죽어라 해보자’ 하는 마음을 먹기조차 어색하고 힘들었다”며 “그래서 제가 자라온 환경이 ‘울타리’라면 보호하는 울타리인지, 가두는 울타리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이들이 부모가 되면 공동육아를 선택할까. 한결씨는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점점 뭔가 엄청나게 빨리 변하고 있어서, 옳고 그른 것을 정할 순 없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한다”고 했다.
다운씨는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가끔 ‘우리가 어른이 돼서 아이를 낳더라도 부모들만큼 돈을 벌지 못하면 성미산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란 우스갯소리도 했다”고 했다. 공동육아기관은 공공 보육·교육기관과 비교해 추가 비용이 많다. 어린이집에서 교사 1명이 맡는 아동의 수는 국공립보다 훨씬 적고, 친환경 먹거리로만 식사와 간식을 제공하기에 인건비, 식재료비가 많이 든다.
우리어린이집이 생길 때 6세였던 B씨(35)는 25년간 성미산마을에서 살았다. 결혼 후 성미산마을을 떠난 B씨는 현재 만 3세 아이를 둔 엄마다.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낼까 고민하다 “맞벌이로서 부모 참여 활동이 많아 어렵겠다”고 생각해 보내지 않았다. 공동육아를 두고 지금도 계속 고민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가 그냥 원에 가는 게 아니라 어른들,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같이 커갈 수 있는 동지가 생긴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아이에게 그런 집단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성미산마을과 같은 공동육아 환경에서 자라면 부모와 교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른과 ‘비스듬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서로의 가정을 방문해 함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품앗이 돌봄을 뜻하는 ‘마실’이라는 문화가 있기에 가능하다. 부모 아닌 다른 어른과 관계를 맺은 경험은 현재까지도 힘이 된다고 이들은 말했다. 혜수씨는 “공동육아 환경에서는 ‘존재만으로도 빛난다, 예쁘다’고 말해주는 어른들이 있다”며 “부모가 없어도 무너지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고 자기만의 사회를 꾸려갈 수 있는 기반이 있다는 것 자체가 든든하다”고 했다.
1994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문을 연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우리어린이집’(현재 성산동에 있음)의 개원 초기 아이들의 놀이 활동 모습(왼쪽)과 최근 놀이 활동 모습. 우리어린이집 제공
수연씨와 한얼씨는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수연씨는 “제가 경험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아니까 보내고 싶다”며 “호주에 갔을 때 접한 육아 방식이 제가 커온 것과 같더라. 맨발로 아이들이 산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이었다. 공동육아가 아니면 해외에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한얼씨는 “제가 마을에 있을 땐 활동적인 편이었는데 일반고에 가면서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었는데 ‘이곳에서 자유로웠구나’란 생각을 했다”며 “제주에서 마을 모임을 찾고 싶고, 제가 제주에 공동육아 환경을 만들어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
청년들은 ‘좋은 어른의 상’을 그릴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2001년 성미산 개발 계획이 알려지면서 우리어린이집 부모들을 비롯해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벌였다. 산에 텐트를 치고 숲속 공연을 하며 산을 지켰다. 이때 어린이로 성미산에 있었던 청년들은 “어른들이 우리의 터전을 지켜주기 위해서 힘을 합쳐준다는 게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혜수씨는 “아이들에게 ‘너희는 위험하니 오지 마’라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고, 아이들을 배제하는 게 아니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대해준 것이다. 그런 친절한 어른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아직도 자유가 필요하다”
지금 자녀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또바기 어린이집 부모 조합원인 ‘쌀밥’(별명)은 자녀 2명을 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직장동료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우연히 공동육아 게시물을 봤다. 그는 “아이를 기관에 보낸다면 저렇게 자연에서 뛰노는 곳에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고 “교사 대 아동 비율과 마당이 있는 터전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아이가 매일 나들이를 가서 뛰놀고 자연과 가깝게 지내고, 다양한 어른들을 만나고 어른과 어른의 관계를 모델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아이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다른 부모 조합원 ‘호두’(별명)도 자녀 2명을 또바기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그는 “교육학 전공할 때 한 논문에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접했고, 아이를 낳고는 인지교육 없는 놀이중심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 이 기관을 선택했다”고 했다. “공부하면서 한국 공교육의 여러 문제를 마주했는데, 특히 자기 주도 학습능력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여섯 살인 첫째 아이의 행동을 관찰해보면 스스로 학습하고 온전히 체화하는 게 보여요. 그게 놀이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로 인구가 몰리고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던 1970~1980년대 영·유아기 아동 돌봄을 위한 사회적 자원은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 당시 달동네 ‘야학’에서 공동육아의 싹이 텄다. 교육운동가, 학생들은 1978년 ‘어린이걱정모임’을 만들고 교사 양성을 위해 해송보육학교를 만들었다. 이곳을 나온 노동자 출신 교사들이 1980년 서울 관악구 난곡동 철거민촌에 ‘해송유아원’을 설립해 운영한다. 그러나 1982년 새마을유아원법이 만들어지면서 어린이집과 탁아소를 제도권으로 강제편입, 해송유아원도 1984년 문을 닫는다. 이들은 같은 해 종로구 창신동에 ‘해송 아기둥지’를 설립하고 아이들이 도심 속 자연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갔다.
1990년 부모가 아이를 맡길 데 없어 문 잠그고 일하러 나간 사이 집에 불이 나 남매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만들어졌다. 해송 아기둥지를 만든 교육운동가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동육아 연구회’를 만들었다. 이 연구회에서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시작됐다. 해송 아기둥지·공동육아 연구회 설립 구성원이면서 우리어린이집의 초대 원장을 지낸 정병호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이사장(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은 지난 11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때 소수의 용감한 부모들과 교사들이 선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병호 교수는 “정부 누리과정(만 3~5세 공동 교육과정)을 만들 때 공동육아 모델을 참고하면서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숲나들이를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함께 키운다는 의미에서 아이들을 해방시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유롭게 다양한 경험을 해야 공감 능력이나 지능 발달도 이뤄지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 교육 산업계를 비롯한 지배문화가 한국 부모들을 ‘소비자로서의 부모’로서 행동하도록 굉장히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또 부모 참여를 원칙으로 해서 부모의 노동시간이 길고 불규칙하거나 한부모 가정이면 망설일 수밖에 없다. 정병호 교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마다 운영 특성이 다 다르기도 하고 그 안에서 배제하지 않고 함께 가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이혼 가정이 늘고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나오는데 더욱 공동육아가 필요하다”고 했다. 협동조합형이 아닌,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등이 위탁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해볼 수 있다. 다만 아직 국공립형은 소수다. 무엇보다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학습만 강권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고, 최근 저출생으로 아이들이 줄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들이 설 자리가 넓지는 않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든 다음에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초등방과후를 만들었습니다. 마을공동체가 됐고요. 성미산뿐만 아니라 대전 뿌리와새싹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도 마을을 만든 사례가 있어요. 거기서 희망을 보죠. 30년 전에도 ‘한국 부모들은 아이를 안전하게만 키우고 싶어하고 학업을 신경 쓰니까 이런 교육은 안 된다’ 이런 말을 했어요. 그래서 해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게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선택을 한 부모를 사회가 달달 볶지요. 그러니 같이 갈 공동체가 중요할 수밖에요.”
주간경향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가 적자, 그런데도 가덕도신공항 짓는다? 대체 왜?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⑭ 건설하면 안 되는 33가지 이유 下
21. 세계 최고의 자연경관을 훼손한다
▲ 아미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풍경. ⓒ박중록
부산시의 시정 구호는 그야말로 글로벌하다. 글로벌 허브 도시, 글로벌 관광 허브도시, 모두 부산시의 시정 목표를 담은 말들이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허울 좋은 말만 나열했을 뿐이다. 실제로는 거꾸로 간다. 겉으로는 글로벌 관광도시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글로벌급 자연자산을 모조리 없애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과 낙동강을 횡단하는 대저대교·엄궁대교 건설이 모두 그런 사업이다.
다대포 아미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아름다운 절경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연대봉에서 만나는 가덕신공항 건설예정지인 국수봉과 동쪽으로 펼쳐지는 낙동강하구 전경, 남쪽의 태평양으로 가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서쪽으로 한려수도의 섬들이 이어지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세계자연유산은 세계인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탁월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진 자연에만 그 명칭이 부여된다. 낙동강하구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곳이다. 2008년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총회 때 우리는 총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낙동강하구 투어를 만들었다. 세계두루미보호회 회장인 아치볼드 박사를 포함해 세계적인 조류, 습지 전문가들이 낙동강하구를 찾았다. 그리고 한결같이 원더풀을 외쳤다. 그러나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이런 놀라운 가치에 흥미가 없다. 수천억, 수십조원 토목사업에만 목을 매단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와 우리 삶의 기본 토대인 자연의 운명을 틀어쥐고 제 맘대로 흔들고 있다.
22. 한려수도를 훼손한다
가덕도와 거제도는 거가대교로 이어진 이웃 섬이다. 거제도 서쪽으로도 또 섬들이 연이어 이어진다. 가덕도는 한려수도가 시작되는 섬이다. 가덕도를 훼손하는 것은 곧, 한려수도의 동쪽 첫 섬을 훼손하는 것이다.
▲ 낙동강하구에서 바라본 신공항 예정지, 가덕도 국수봉. 이 산을 모두 폭파해 그 흙과 돌로 낙동강하구 쪽 바다를 메워 공항을 만들려 한다. 국수봉 뒤로 보이는 섬이 거제도다. ⓒ박중록
23. 한국 고유의 어로 문화가 사라진다
가덕도 주변 바다는 유명한 숭어 어장이다. 조선시대 가덕도에서 잡힌 숭어 알은 궁궐로 보내지던 귀한 진상품이었고, 지금도 매년 4월 가덕도 대항마을에서는 숭어축제가 열린다. 여섯 척의 배가 동원돼, 높은 곳에서 망보는 어로장의 구령에 따라 그물을 들어 올려 숭어를 그물에 가두어 잡는 ‘육수장망’ 어로법은 170년이 더 된, 전 세계에서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어로 문화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소중한 우리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4. 한국 최고의 대구어장을 훼손한다
1300리 한반도의 남쪽 땅을 흘러 낙동강 물이 태평양 바다와 만나는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일원은 예로부터 천혜의 어장이었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 수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신이 내린 축복의 땅이었다. 비록 과거의 명성은 퇴색되었으나, 가덕도 주변은 한반도 최고의 대구어장이다. 지금도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이 바다에 의지해 살아간다.
25. 부산의 수평선이 모두 사라진다
부산은 산, 바다, 강이 어우러진 축복받은 곳이다. 바다는 부산을 대표하는 자연이며, 그 중에서도 해운대와 광안리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광안대교가 부산을 대표하는 명물로 꼽히나, 초등학교 때부터 이곳서 살아 온 필자에게는 더 없는 흉물이다. 수평선을 가로막은 다리가 얼마나 갑갑한지 모른다. 탁 트인 수평선을 도심에서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해운대도, 송정과 달맞이 고개에서 만나는 끝없는 수평선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야 한다. 가덕도가 외진 곳에 있어 도심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니,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공을 들이고 있는 기장 오시리아에서 가덕도까지를 잇는 제2해안순환도로 건설 계획이 부산시 도로관리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부산의 모든 수평선도 사라져야만 한다.
▲ 제2해안순환도로 건설계획. ⓒ부산광역시
26. 세계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양호한 러일전쟁 유적을 파괴한다
가덕도 국수봉과 그 주변 일대는 러일전쟁 유적지가 온전한 모습으로 곳곳에 남아 있다. 대한해협을 통해 이동할 러시아 발틱함대를 겨냥해 만든 포진지와 탄약고. 은폐된 포진지와 산 능선의 관측소를 잇는, 국수봉 능선을 따라 지그재그로 난 말길. 이를 만드는데 동원되었던 식민지 시대 선조들의 고달팠던 삶의 흔적들이 생생히 남아 있는 곳이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의 글에 자세한 내용이 실려 있다.
27. 일제 침략의 유적, 역사교육 유적지를 상실한다
일제 침략의 흔적은 포진지와 관측소, 말길 만이 아니다. 포진지에는 조선을 침략해 강점한 일제의 ‘사령부 발상지지’라는 비석, 일본군들이 사용하던 막사와 변소 터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포진지 옆 외양포 마을에는 사령관실, 헌병대 막사, 무기창고, 장교 사택, 사병 내무반 건물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당시의 감옥과 목욕탕, 우물까지. 마을 전체가 당시 주둔했던 일본군 병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역시 공항이 건설되면 사라지게 되는 대항과 건너편 새바지에는 일제가 미군 상륙에 대비해 만들었다는 동굴이 생생하게 남아있고, 대항동굴과 포진지에서는 문화해설사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부산시가 운영하는 부산역사문화대전에는 “외양포는 일본 침략의 상징으로서 개발보다는 보존해야 하는 곳이다. 일제 침략을 후세에게 교육시킬 만한 유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 오늘날, 이곳은 교육의 현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유적이다”라고 적고 있다.
28. 오래된 미래, 우리가 잃어버린 옛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외양포 마을을 파괴한다
가덕도 남쪽에 자리한 외양포 마을을 걷는 길은 잃어버린 시간 여행을 하는 길이다. 이 마을은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사용하던 군 막사를 해방 뒤 우리 해군이 관리하면서, 다시 돌아온 주민들에게는 사용권만 부여했다. 소유권이 없어 간단한 집 수리 정도만 하며 주민들이 살아왔기에, 마을은 동네 모두가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남쪽 바다를 빼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햇볕이 넉넉하고 포근하다. 단층으로 지어진 막사형 옛 나무집들이 모두 텃밭을 가꾸기 알맞은 마당을 지니고 있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은 마을 길 옆에는 우물이 있고, 지금도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개울과 텃밭,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마을 풍경은 어릴 적 옛 마을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어디에 이런 풍경, 이런 역사를 지닌 곳이 또 있단 말인가?
▲ 외양포 마을과 서편으로 펼쳐진 한려수도의 섬들. ⓒ박중록
29. 국가산림자산과 가덕도의 수려한 자연 해안선이 사라진다
숲이 잘 보전된 국수봉 일원의 외양포 포대와 말길은, 산림청이 지정한 국가산림자산이다. 말길 입구의 안내판에는 ‘1904년 개설한 산길과 배수로의 돌쌓기가 거의 원형으로 보전되어 있어 당시 석축 기술과 산길 개설 방법에 대한 보전·연구 가치가 매우 크며, 강제 동원된 우리 민족의 희생이 서려 있는 역사체험 투어길로서 국가산림자산으로 보전가치가 높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가덕도 해안은 대부분 바위 해안이고, 곳곳에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특히, 동남쪽으로 해식애가 잘 발달했는데, 작은 배도 가까이 대기 어려운 수십m 높이를 가지고 있고, 그 풍광도 매우 수려하다. 부산역사대전의 부산향토문화백과에는 “남산을 돌아가면 있는 가덕도 최남단의 가덕등대 앞에는 히녀라는 돌샘이 있으며, 대항 서쪽 2㎞ 지점에 모양이 코같이 생긴 코바위섬과 남서쪽 4㎞ 지점에 농처럼 생긴 농바위섬이 있다”고 이곳의 해안선을 설명하고 있다.
30. 부산진해신항의 발전가능성을 위협한다
현재 가덕수도를 이용하는 2.4만TEU급 컨테이너선의 높이(78.5m)는 가덕도신공항의 위치와 높이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부산진해신항으로 출입하는 배들 위로 비행기가 앉고 뜰 수 있어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자료에는 ‘진해신항에 3만TEU급 접안시설 확충 계획이 확정되어 장래에는 현재보다 큰 선박이 운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고 있다. 대형화 추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산항대교가 대형 크루즈선의 출입을 방해하듯,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부산진해신항 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 가덕수도를 지나는 컨테이너선 ⓒ박중록
31. 부산을 세계적인 관광 허브도시로 만들 기반을 파괴한다
부산시 시정 목표의 하나인 세계적인 관광 허브도시를 가능하게 하려면, 세계적인 관광자원을 보유해야만 한다. 해운대, 광안대교, 태종대는 국내를 대표하는 자연유산, 경관으로는 손색이 없으나 국제급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가덕도 연대봉과 낙동강하구 아미산에서 만나는 자연경관, 가덕도의 역사·문화유산은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세계급 자산이다. 낙동강하구야 이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곳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그러나 가덕도는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맹금류의 이동을 조사하기 위해 가덕도 제1봉, 연대봉 꼭대기에서 며칠 오전을 보냈다. 아침 이른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도 하나 같이 눈 앞에 펼쳐진 놀라운 풍경을 보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자연 풍경을 만나며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그런 대단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풍경만이 아니다. 가덕도는 세계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자연·역사·문화 유산이 섬 전체에 널려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⑪ “2030년이면 1500만 찾는 네팔, 왜 ‘제2공항’을 포기했을까”를 집필한 류종성 안양대 해양바이오공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가덕도는 또한 고래관광의 최적지다. 무려 76회에 이르는 토종돌고래, 상괭이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중 66회 상괭이가 관찰되어 발견 확률이 무려 86.8%에 이른다. 숫자 또한 1회 평균 21마리, 8월엔 조사당 평균 96마리가 관찰되었다 한다.
세계인의 발길을 부산으로 이끌어, 부산을 먹여 살리고도 남을 소중한 자산이, 터무니없는 공항건설로 사라져서야 되겠는가?
32. 국방을 위태롭게 한다
가덕도는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해, 예로부터 일본의 침략이 잦았던 곳이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는 그간 우리는 931번의 외침을 받았고 그중 25%가 일본의 침략이었다 한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게 국제관계다. 가덕도신공항으로 사라질 외양포 마을은 조선을 점령했던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다. 진해만과 대한해협 사이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대륙침략의 전초기지로 삼았고, 대한해협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리점 이점을 살려 포진지를 구축했던 곳이다. 이런 요새 중의 요새를 폭파해 공항으로 만들는 일은, 일본이 다시 우리를 침략한다면, 대한해협을 건너오는 적군을 가장 가까이서 막는 군사적 요충지를 우리 스스로 없애는, 토착 왜구들이나 반길 일이다.
33. 전쟁 위기를 부추긴다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가 적자 운영 중이다. 이런 판에 정부는 무려 10개의 새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2공항과 새만금신공항은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에 따른 무리한 군사공항 건설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어떤 합리적 까닭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 시점까지 못박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지금의 작태는, 가덕도 역시 군사공항의 하나라는 주장을 오히려 수긍하게 만든다. 그래선 결코 안된다. 만에 하나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공항 건설계획이라면, 더더욱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 등골을 빼먹는 사업이다. 공항을 건설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도대체 보이질 않는다. 건설의 첫째 이유로 꼽았던 2030엑스포도 무산되어 서두를 이유가 없건만 2029년 개항 시기를 정해놓고 막무가내로 밀어 부친다. 심각한 문제인 안전 문제가 있고, 30조원 이상의 상상할 수 없을 규모의 혈세 낭비가 훤히 들여다 보이고, 대규모 자연파괴로 기후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사업이다. 그뿐 아니다. 부산을 명실상부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만들어 온 부산시민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세계적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유산을 파괴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1조원 가량의 가덕도공항 건설 예산을 편성하였고, 부산시는 공항 건설을 촉진하는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등의 여론몰이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와 이와 결탁한 나쁜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배만 불리고, 건설과 운영비 부담의 짐에 더해, 자연 파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이런 사업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박중록 (사)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프레시안
희귀새 따오기 사는 우포늪 일대, 소나무 5천 그루 벌목?
창녕군, 2025~2029년 수종갱신 등 추진... 경남환경운동연합 "자연 그대로 두라“
경남 창녕군이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해 소나무재선충 관련 우포늪 습지보호구역 내 소나무류 벌목‧방제와 수종갱신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환경단체는 "소나무 전체 벌채를 백지화하라"라고 요구했다. 우포늪은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종인 따오기 복원 서식지다.
창녕군은 지난 10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오기 서식처 보전과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 우포늪 습지보호지역 내 소나무류 고사목 벌채 후 수집파쇄 또는 그물망 방제하겠다는 승인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2025~2029년 사이 5년간 우포늪 습지보호지역 내 소나무류 고사목 4000~5000여 그루를 제거하고 다른 수종으로 조림사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창녕군은 소나무가 가을도 아닌데 붉게 물들거나 불에 탄 것처럼 재색으로 변해 있는 현상을 소나무재선충 감염에 의한 고사라고 판단해 고사목 전체를 벌채하고 소나무 아닌 다른 수종으로 갱신한다는 것.
"소나무 쇠퇴, 활엽수림 되는 건 당연해... 그냥 두라"
이에 환경단체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2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실패한 소나무재선충 방제정책으로 우포늪 보호지역 내 숲을 난도질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라고 했다.이들은 "숲이 발달하면 소나무는 쇠퇴하고 참나무 등 활엽수림으로 천이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발달과정에서 산림은 소나무가 생존하기 어려운 기상조건과 토질이 이뤄지면서 쇠퇴하게 되고 침엽수림이 아닌 활엽수림으로 발달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산림도 소나무 아닌 참나무 등 활엽수림이 우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 외 다른 나무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숲의 생태계에는 문제될 게 없다. 소나무숲 모니터링 결과, 우점종인 소나무보다 난대수종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국립환경과학원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 소나무재선충 방제정책이 일본 정책을 베끼기 한 것이라고 본 이들은 "그런데 일본은 이미 1997년 소나무재선충특별조치법을 폐지하면서 훈증 나무주사, 약재살포 등과 같은 대규모 소나무재선충 방제는 중단하고 보존가치가 있는 유적지 등의 중요 소나무만 방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라며 "그럼에도 일본 임야청에 따르면 일본 소나무재선충 피해는 해마다 줄어들어 1997년 81만㎥에서 2022년 25만㎥에 그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이 중단한 정책을 제대로 된 평가와 재검토없이 2005년 뒤늦은 소나무재선충방제특별법을 제정해 매년 대규모의 재선충 고사목을 베어내고 산림생태계에 농약을 살포하는 무자비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도무지 묵과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더구나 이런 실패한 정책으로 이제는 우포늪 보호구역 내 숲을 난도질하겠다니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재선충 감염 소나무는 그대로 두고 자연 갱신하게 둬야 한다는 것이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우포늪은 지금도 매년 창궐하는 녹조, 원인규명이 안 되는 물고기떼죽음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파헤쳐진 산지로부터 유입되는 영양물질은 우포늪을 녹조공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봤다.
"따오기, 소나무 가지에 둥지 튼다... 애써 복원한 서식처 위협 받을 것"
우포늪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따오기 복원지역이다. 이들은 "따오기는 소나무 가지에 둥지를 튼다. 벌채로 인한 생태계 교란으로, 애써 복원한 따오기의 서식처 또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습지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도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애써 벌채하지 말고 자연 갱신하도록 그대로 둬야 한다"라고 했다.
최근 우포늪 주변 숲을 답사했다고 한 이들은 "이미 고사한 소나무를 비집고 참나무가 숲을 이뤄가고 있었다"라며 "소나무를 중심으로 간벌이 이뤄진 숲에도 고사한 소나무의 하층 여기저기서 참나무 맹아가 한참 성장을 하고 있었다. 소나무는 고사해도 숲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면서 성장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창녕군이 지금 하고자 하는 수종 갱신은 자연적인 수종 갱신을 가로막고 재선충 감염을 더욱 확산시키는 것으로 세금을 쓰기위한, 사업을 위한 사업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곽상수 창녕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관련 사업을 하려면 장비도 올라가야 하고 도로도 내어야 하며, 여러 작업으로 인해 토사유출이나 부영양화가 우려된다"라며 "소나무재선충을 막겠다고 나무를 베어내는 게 더 확산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자연적으로 활엽수로 수종갱신이 되도록 하는 게 맞다. 우포늪 일대는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경남도 "죽은 소나무 그대로 두면 토양 응집력 약해져, 방치 안 돼"
이에 대해 오성윤 경남도 산림관리과장은 "창녕군과 낙동강환경청이 몇 년 동안 협의를 해서 진행하는 사업"이라며 "재선충을 강력한 전염성을 갖고 있어 지속적으로 방제를 해야 한다. 잘 관리하지 않으면 소나무림이 10년 이내에 78% 이상 말라 죽는다고 한다. 중앙정부 차원으로 이뤄지는 방제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죽은 소나무를 그대로 두면 토양 응집력이 약해진다. 죽은 나무를 방치하면 안된다"라며 "숲이 잘 조성되어야 따오기도 서식할 수 있다. 죽은 나무를 처리해서 재선충 매개체 확산을 막자는 것이다. 부영양화 등 생태계 악영향은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한편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우포늪 주변 소나무 등 생태 조사를 벌인 결과를 12월에 발표하고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윤성효(cjnews)
플라스틱 운명 가를 총회, 부산에서 시작됐다
회의 첫 날부터 산유국, 강력한 협약 성안 반대로 뒤숭숭
오늘은 유엔환경총회 결의안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상에 청신호를 켠 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25일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 개막식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5차 회의는 부산 벡스코에서 오는 12월 1일까지 진행됩니다.
전 세계 175개국은 지난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 2부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습니다. 26일이면 결의안이 통과한 지 정확하게 1,000일이 됩니다.
그는 "부산에서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한 진실의 순간에 도달했다"며 "시대를 초월한 협약을 만들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라고 역설했습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2024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회의를 거쳐 2025년 중순 열릴 전권외교회의에서 확정된다. ⓒ 그리니엄
"1000일 협상, 플라스틱 오염 없는 1000년 만들 기회"
5차 회의에는 175개국 정부 대표단 등을 비롯해 약 3,5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의가 빠르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여타 다자간 환경협약이 수십년간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이는 '좋은 진전'이란 것이 그의 말입니다.
동시에 해당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지적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은 '다른 척도'의 시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1,000년 이상 자연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플라스틱 생산 증가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연결돼 기후위기 심화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그는 "정치적인 행동에 대한 대중들의 요구가 절정에 달한 이유"라고 역설했습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5차 회의가 끝날) 이번 주말에 야심찬 출발점을 나타내는 협약에 의사봉을 내리쳐야 한다"며 협상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습니다.결의안에 따르면, 당사국들은 2024년까지 총 5번의 회의를 거쳐 협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4차례의 회의 과정(①우루과이 ②프랑스 ③케냐 ④캐나다)에서 핵심 의무와 재원 조달을 둘러싼 의견 차가 선명했습니다. 주요 쟁점을 두고 플라스틱 생산국·산유국의 반대로 논의 역시 더뎠습니다. 5차 회의에서 합의가 불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이 지난 19일 끝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연내 국제협약을 체결하기로 결의했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는 이어 "모든 것이 상세하게 결정되지는 않더라도 협상의 윤곽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플라스틱 협약, 시급하나 3가지 주의 필요
한편,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회의 시작에 앞서 성과 2가지를 언급했습니다.
▲강력한 이행·준수 조항 ▲제품 설계를 포함한 핵심의무 조항에 대한 합의가 진전된 점이 소개됐습니다.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위원회 의장이 지난달 공개한 '제3차 비공식 외교문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당시 발디비에소 의장은 해당 부분에서 당사국들이 유의미한 진전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약간의 의견 차이가 빠른 진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관련 사항에 신속하게 합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그는 5차 회의에서 "심각하게 주의가 필요한" 3가지 사항도 언급했습니다. ①플라스틱 제품 및 화학물질 ②플라스틱 공급 ③재원 마련 순입니다. 모두 플라스틱 생산국 대 피해국, 선진국 대 개발도상국 간의 이견이 큰 쟁점입니다.
이에 대해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중요하고 시급한 사항에 집중하되, 협약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기준을 낮추진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5차 회의 첫날 오전 본회의에서 아랍그룹 등 일부 국가가 강력한 협약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협약 성안 가능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 그리니엄
성안 우려에 INC 의장, 성공 확신
그러나 같은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협약 성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오전 본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그룹이 강력한 협약에 반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아랍그룹은 공식 의견서를 통해 "산업에 부담을 주거나 개도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무시하는 부당한 조치가 포함된 모든 제한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는 공감하나 "(협약은) 모든 국가의 개발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이 협약 초안으로 제안했던 3차 비공식 외교문서를 여러 국가가 거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발디비에소 의장은 "(12월 1일까지) 협약 성안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그는 "(5차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할 문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협약 성안에 매몰된 부실한 협약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아직 첫날 오전이 끝났을 뿐이고 아직 6일 반이 남았다"며 "(회의 결과는) 낙관적일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재차 역설했습니다. 동시에 발디비에소 의장은 "(협약은) 살아있는 문안으로, 더 강화될 문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도 유사한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그는 "(협약) 문서는 하나의 토대가 된다"며 "향후 총회에서 여러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최국 한국, 여전히 '재활용' 강조 머물러
한국 정부 또한 개최국으로서 5차 회의에서의 협약 성안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고 했습니다. 외교부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규범 형성이라는 역사적인 성과가 부산에서 거양(擧揚)될 수 있도록 적극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회식 영상 축전을 통해 이번 회의에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이라는 역사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 또한 "각 대표단이 지구 환경의 수호자로서 모인 만큼 5차 회의에서 협약을 완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협약 성안만 강조될 뿐, 한국 정부의 방침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외교국 심의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2022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협약 채택을 지지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단, 한 심의관은 "첫술에 배부르랴 라는 말도 있다"며 "한번에 모두 타결해서 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최대한 합의해서 기한 내 협약을 채택하자"라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있어 여전히 재활용 등 폐기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언급도 반복됐습니다. 한 심의관은 이번 회의에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등 우리의 전문성과 경험을 국제 사회와 나누겠다"고 피력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개막식 영상 축전에서 "대한민국은 20년 전부터 EPR 제도를 도입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여왔다"고 언급한 것과 연결됩니다./그리니엄(greenium)
일본 정부, 2035년까지 온실가스 60% 감축 검토···‘파리협정’ 발맞추기
일본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로 2013년 대비 60%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신문 등이 26일 보도했다.일본 경제산업성과 환경성은 전날 합동심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온실가스 감축 방침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온실가스 46% 삭감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나, 2035년 이후 시점의 NDC 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2040년에는 온실가스를 같은 기준 대비 73% 감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논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 구체적인 삭감 목표치를 정해 유엔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규칙인 ‘파리협정’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내년 2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새 NDC 안에 대해 “(해당 안은) 2050년 (목표인) 넷제로(탄소중립)와 일치하는 길”이라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경제 성장의 동시 실현을 위한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고 검토 취지를 설명했다. 합동심의회에서도 이 정도 목표가 ‘현실적’이란 의견이 나왔다. 탈탄소 기술이 보급돼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목소리도 있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반면 감축 목표를 더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합동심의회에서 나왔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는 산업혁명 이후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세계 각국이 2019년 대비 온실가스를 60% 감축해야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마이니치는 “COP28에서 결정된 (2019년 대비) 수준을 2013년 대비로 환산하면 2035년까지 66% 감축해야 한다”며 “양 부처의 안은 이를 밑돌고 있어 국내외의 비판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에너지 기본계획’에 대한 논의도 올해 중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목표로 경제산업성에서 진행 중이다.
33조 녹색채권 어디에]에너지프로젝트 57% ‘짝퉁 친환경’에 투자
NG 2조 8268억으로 36% 차지
수소연료전지 1조 6191억으로 21%
둘 다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해
LNG복합발전소인 김포 열병합발전소 전경. 그동안 국내 녹색채권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소 보다 LNG 발전소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부산일보DB
녹색채권은 기후위기가 등장 배경이 됐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에 금융자본을 투자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자는 게 녹색채권의 목적이다. ‘탄소중립’ 기여도가 핵심 가치인 셈이다. 국내 녹색채권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이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탄소에 투자하는 녹색채권
탄소중립의 핵심은 ‘어떻게 에너지를 만드냐’다. 화석연료는 그 자체로 상당한 탄소 배출량을 내뿜으며 에너지가 되며,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필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게 한다. 아무리 전기차가 보급되어도, 화석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면 탄소 배출을 피할 수 없는 이치다.
그동안의 국내 녹새채권 중 에너지 생성·관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발전 분야)은 59개로, 전체 발행액은 7조 7462억 원이었다. 발행액은 태양광·풍력·수력 발전, LNG발전, 수소 연료 전지, 바이오매스 발전 등에 쓰였거나 쓰일 예정이다.
발전 분야에선 36% 비중을 차지한 LNG가 가장 규모가 컸다. 전체 발행액은 2조 8268억 원으로, 모두 LNG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에 쓰였다. 이 중 2조 2125억 원(78%)은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발전 등 공기업이 발행했다.
LNG발전은 화석연료를 쓰는 만큼, ‘그린워싱’ 논란의 중심에 있다.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과정에서 LNG발전은 석탄발전의 50~70%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석탄발전보다 낫다는 이유로 친환경 마크를 붙이기엔, 뿜어내는 온실가스가 여전히 너무 많다.
LNG발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수소 연료전지로, 1조 6191억 원이 발행됐다. 녹색채권이 투입된 수소 에너지들은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수소와 LNG발전을 합치면 4조 4459억 원으로, 녹색채권의 에너지 프로젝트 57%가 탄소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수소 연료전지의 수소는 주로 LNG나 석유화학 부산물에서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통상 수소 생산량의 10배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한다. 물을 재생에너지로 분해하면, 탄소 배출이 없이 ‘그린수소’를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생산 단가가 비싸, 국내에 그린수소는 제주도 한 곳에서만 나온다.
기후솔루션 정석환 연구원은 “자료를 검토 결과, 녹색채권이 투자된 수소 에너지는 예외 없이 모두 그레이수소였다. 그린수소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며 “그레이수소는 결코 청정에너지가 아니지만, 그린과 그레이 구별이 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종이 뒤집힌 발전 분야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태양광(1조 4517억 원), 풍력(4980억 원), 수력(3816억 원) 발전에 투자된 녹색채권 발행액은 모두 2조 3313억 원이다. 재생에너지 전부를 합쳐도 발행 규모가 LNG발전보다 적다.
더욱이 미국 태양광 발전에 477억 원, 요르단 풍력발전 345억 원 등 최소 4811억 원이 국외 재생에너지 발전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생에너지에 쓰인 채권의 20% 정도 규모다. 그만큼 녹색채권이 국내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한 정도는 줄어든다. LNG발전과 수소 연료전지의 경우 99% 이상이 국내 설비에 직접 투자됐다.
국내 녹색채권의 에너지 프로젝트는 주종이 뒤집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확정할 당시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과정의 과도기적 경제활동”이라며, LNG발전을 녹색경제활동에 포함했다. LNG발전을 전환단계 보조적 수단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재생에너지가 보조 수단으로 취급되고 있다. LNG발전 등에 쓰인 녹색채권은 이들 발전시스템을 고착해, 오히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녹색채권이 재생에너지를 홀대하는 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유럽에서도 LNG발전을 전환에너지로 인정하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EU의 경제부흥 프로그램인 NGEU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녹색채권의 에너지 프로젝트 발행액 중 90.3%가 태양광·수력·풍력·지열 등 재생에너지였다. 나머지는 저탄소 바이오매스였으며, LNG발전은 없었다.
미국의 녹색채권도 태양광, 풍력 등에 집중투자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LNG발전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지속가능성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 사실상 발행 시도가 거의 없다. 세계적으로는 녹색채권이 투자한 에너지 프로젝트 80% 이상이 재생에너지로 추산한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고동현 팀장은 “LNG나 그레이수소를 녹색에너지로 취급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규모가 재생에너지를 압도하고 있다는 건 탄소중립 취지에 완벽한 역행이다”며 “LNG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것을 넘어 전환을 막고 있는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녹색채권은 대표적인 ESG채권으로, 한국거래소 ESG채권 플랫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정의한다. 신재생에너지가 먼저 언급된 것은, 탄소중립 실현을 중요시하는 채권이라는 걸 시사한다. 이후 생물다양성 강화를 포함해 다양한 친환경 활동까지 투자 대상을 넓혔다.
2007년 유럽투자은행(EIB)이 재생에너지 투자 목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면서 처음으로 녹색채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초창기 녹색채권의 성장 속도는 더뎠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는 급성장하는 양상이다. 기후위기의 현실화가 이유였다.
■왜 사용처 파악이 어렵나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첫 녹색채권은 2018년 산업은행이 발행했다. 태양광 발전과 복선전철 선로 설치 등에 쓰였고, 발행액은 3000억 원이었다. 이후 녹색채권 발행액은 편차가 있지만 꾸준히 늘어, 올해 상반기 누적 발행액이 33조 원을 넘어섰다.
2020년 국내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서, 기본적인 체계가 세워졌다. 환경책임투자종합플랫폼 등에는 녹색채권 현황 등이 공개돼, 월별·연도별 발행 채권 수와 발행액 등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녹색채권의 구체적인 용도 파악이다. 녹색채권은 10대 카테고리(에너지효율·신재생·청정운송·기후변화 적응 등)로 분류된다. 분류 기준 자체가 추상적이고, 실제 용도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LNG발전소 건립의 경우 발전 활동인데 에너지효율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인터넷망을 설치하거나, 공장에 에너지효율이 좋은 설비를 도입하는 것도 에너지효율로 분류된다. 2차 전지 관련 공장 설립, 전기차 리스 제공, 철도 건설 등은 성격이 다른 활동이지만 모두 청정 운송에 속한다. 현행 통계만으로는 녹색채권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온실가스감축, 기후변화 적응, 생물다양성 보존 등 6대 환경 목표로 분류하는 기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온실가스 감축이라서 분류 효과는 미미하다.
■어떻게 조사했나
<33조 녹색채권 어디에>는 녹색채권 실질적인 용도와 전반적인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첫 번째 데이터베이스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올라온 개별 녹색채권 공시자료를 모두 분석했다. 공시자료가 부실하거나 용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발행기업의 개별 자료나 당시 보도 등을 조사했고, 발행사를 상대로 취재했다. 33조 5561억 원의 녹색채권 용도를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크게 5대 분야로 용도를 나눴고, 이를 다시 세부적으로 파악했다. 직관적으로 쓰임새를 파악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분류 기준을 세웠다
발전 분야(7조 7462억 원)는 연구비나 인프라 조성 등을 제외하고 직접적으로 에너지 생산에 관여한 것만 포함했다. 산업 분야(11조 1652억 원)는 태양광 공장 설립, 전기차 R&D 등 관련 산업 육성에 쓰인 것을 묶었다.
이동수단 분야(7조 7407억 원)는 전기차나 전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활성화하기 위한 자금이다. 대부분 전기차 리스와 렌탈 등의 금융서비스였다.
친환경 건설(3조 4277억 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친환경 건물 인증을 받으면 건설 자금을 녹색채권으로 채울 수 있다.
오염 배출량을 줄이거나 공장 설비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친환경과 탄소배출 저감에 직접적으로 쓰인 녹색채권은 환경 분야(3조 3764억 원)로 분류했다.
한국법제연구원 ESG법제팀 최유경 박사는 “녹색 채권의 현황과 실제 성과 등에 관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는 채권의 이름으로 녹색 여부를 가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추상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논의를 성숙시키려면 종합적이면서 구체적인 판단 자료가 필요하다”고 전수 조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플라스틱 협약인데 카페선 일회용품 제공…
부산 국제플라스틱 협약 협상이 진행되는 벡스코 안에 운영되는 카페. 모든 식기가 플라스틱이 코팅된 일회용품으로 제공되고 있다. 플뿌리연대 제공
“회의장 앞에 있는 카페로 갔는데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에 커피를 제공하고 있더라구요. 주문할 때 ‘쿠키는 그릇에 담지 말고 냅킨에 싸주면 된다’고 했는데, 일회용 접시에 담아서 내오기도 하고….”
26일,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한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황당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4000명가량이 모인 회의에서 플라스틱 컵과 함께 대표적인 일회용품인 종이컵을 통해 커피가 제공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전 세계에서 모인 회의 참여자들은 각양각색의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환경보존’의 의지를 보였지만 한쪽에선 일회용품이 제공되고 있었다. 유 활동가는 “‘플라스틱 협약이 논의되는 곳에서 어떻게 이렇게 일회용품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나’,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옵저버들은 협상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포함해 진행되는지, 특히 산유국이나 로비단체에 의해 영향받지는 않는지 지켜보는 구실을 한다. 그런데 공간이 협소하단 이유로 이들이 회의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들어가기 위해 ‘오픈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회의 첫날부터 최악의 정부간협상위원회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최국인 우리 정부의 대응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 회원국과 옵저버들의 참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는 그간의 모든 협상위 회의를 참여해왔으며 개최국 연합의 소속국가로 활동하고 있다”며 “현재 발생 중인 회의장 관련 문제는 이미 예견되었으며 이에 한국 정부는 대비하겠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협약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원주민이나 쓰레기 수거자(웨이스트 피커)들은 인도, 캐나다 등에서 비용 및 생계 부담을 안고 이번 회의에 참석했으나 정작 회의장 내 참석하지 못해 큰 좌절을 표했다”며 “옵저버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협상위’라는 평까지 나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기본소득은 에너지전환의 견인차 될 수 있어
때는 2015년, 프랑크푸르트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에너지정책담당관을 지내고 은퇴한 나이 지긋한 노이만 박사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갤럭시스마트폰을 꺼내어 필자에게 보여주면서 입을 열었다. “한국은 이상해요. 이렇게 기술이 발달한 나라가 어떻게 해서 에너지전환에는 후진국인가요? 에너지전환은 기술이 어려운 게 없습니다. 정책의 문제이지요.”
그렇다. 그 당시 지구촌은 이미 태양광이 그리드패리티를 압도적으로 달성하고 있었다. 즉 폭락한 시설비로 원전단가를 추월하여 지구촌의 주력전기생산수단으로 등극한 것이다.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전환은 정책의 문제이자, 정치의 문제이자, 권력투쟁의 문제다. 일찍이 독일의 연방의원 헤르만 셰어가 갈파하지 않았던가. “원전이 분산형에너지원이고, 태양광이 중앙집중형에너지원이었다면, 에너지콘체른(기득권층)은 벌써부터 태양광으로 전환했을 것이다.” 그의 지적이 말하는 것은 어느 쪽이 자본권력에게 돈벌이가 되는 수단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강남훈 교수의 얘기처럼 RE100체제로 급속히 재편된 세계수출시장에 살아남으려면 더 늦기에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원전을 극도로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수명이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는 즉시 바로 작동되도록 시나리오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에너지전환이 제대로 구현된 스마트그리드 상상도(독일 자료).
강 교수는 다른 자리에서, “한국에서 발전 90% 넷제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는 한국에서 첨단 산업 유지가 불가능하므로 한국을 떠나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달성해야 한다. 가장 시간이 걸리는 재생발전토지 확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고, 재원 마련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없으므로 공공투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이 RE100 압력 때문에 해외로 이전하기 이전에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자원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RE100이라는 수출경제체제에서 위기를 돌파하려면 에너지 전환을 시장에 맡겨 놓을 수는 없고 정부의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기실 에너지 전환은 재생 발전이 더 싸기 때문에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후속 세대가 겪게 될 기후 재난과 경제 재난을 막기 위해서 더 비싸더라도 전환하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해서 전기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화석 발전과 재생 발전의 이윤이 모두 변하게 된다. 화석 발전은 가격 상승으로 단위당 이윤이 증가하지만 산업 전체로 판매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윤 크기는 줄어든다. 재생 발전은 단위당 이윤도 증가하고 산업 전체로 판매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윤 크기도 증가한다”면서, “이러한 이윤의 증가는 발전 기업의 노력이나 기술 혁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전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경제학적으로 지대의 개념으로서 일종의 불로소득이다. 바로 여기에 중대한 포인트가 있다. 이 불로소득을 전부 혹은 일부를 환수해서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누어주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감소를 막을 수 있고, 불평등이 증가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은 공급자 측면에서만 애를 써도 안 된다. 수요자 측의 적극적인 견인이 있어 주어야 활성화된다. 독일을 보자. 독일은 전국적으로 수천 개의 에너지협동조합이 그 일을 했다.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혜택이 상당 수준으로 크기 때문이다. 유럽은 어느 국가나 협동조합이 발달했다. 조합의 구성원 즉 조합원들이 협력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협동조합방식이 아직 생소하다. 그러므로 에너지 전환에 따른 이득을 고르게 분배하는 일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전환을 추동하는 힘은 다른 방향에서 모색해야 한다. 이에 근접하는 것이 연금과 비슷한 개념의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한마디로 국민이 낸 세금 혹은 공공이득을 국민이 직접 재정권을 행사하자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그동안의 ‘세금납부는 국민이, 재정운영은 정치인과 관료가’라는 등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니, 재정행사권을 관료에게 모두 맡기는 것은 이상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은 국리민복이라는 대원칙을 이루어내는 복지적 수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무원의 행정적 배분권력에만 의지하기에는 복잡한 세상이다. 가난을 입증하기 어려운 예술인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산업구조적으로도 IT와 AI가 불러올 무한정의 실업상태를 상당기간 안전하게 버텨낼 ‘민복’의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항간에는 기본소득에 대해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를 놓고 갑론을박 하는데, 그 왈가왈부는 행정이 재정의 행사권을 독점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기본소득은 그게 아니라 국민주권의 행사로 보아야 한다. 헌법 제1조의 개념이 재정에까지 확장되어야 할 세상에 온 것이다.
가령 역사적인 사건을 떠올려보자. 6.25전쟁 때 압도적인 북한 군사력을 버텨낸 국군 사기의 원동력이 생각난다. 그 원동력은 다름아닌 해방 이후부터 줄기차게 정책논쟁이 벌어졌던 농지개혁이 전쟁발발 직전에 실제로 이루어져서 가가호호 농지를 불하받았던 사건 때문 아니겠는가? 그 며칠 전 분배받은 농지를 보고는 감격에 겨워 밤잠을 설친 가족을 보면서 입대한 학도병들은 ‘내 땅’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싸우지 않았던가.
이런 기본소득이 활성화되면 에너지 전환에 상승적인 작용을 한다. 에너지 전환에 모든 국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모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단숨에 에너지 전환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 기후악당에서 기후천사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네마다 분산형 에너지 프로슈머가 일상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나서 지역경제의 기초가 튼튼해진다. 대기업이 가져가던 이윤이 동네 주민에게 골고루 나눠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뻔한 길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이라는 국민의 재정행사권을 인정하기 싫은 관료세력이 버티고 있고, 원전마피아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고 있다. 권력투쟁의 과실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줄기찬 요구와 땀 흘리는 행동이 필요한 법이다.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전 수원대 교수/시민언론 민들레
부산만 눈 없는
서울 등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이틀째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반도가 눈으로 뒤덮인 ‘폭설 위성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적설량 기준인 종로구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적설은 오전 8시 기준 28.6㎝로 1907년 10월1일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세 번째로 많은 양을 기록했다. 역대 1위 적설량(일최심적설)은 1922년 3월24일로 31.0cm였고, 두번째는 1969년 1월31일 30.0㎝다. 일최심적설은 하루동안 실제 지표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를 뜻한다.
전날인 27일에도 눈폭탄이 쏟아지며 경기 수원시는 27일 32.3㎝의 일최심신적설을 기록, 1964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기존 기록은 1981년 1월 1일에 기록한 21.9㎝다. 지난 61년 동안 한겨울에 내렸던 눈보다 더 많은 양의 폭설이 쏟아진 것이다.
이틀째 내린 눈폭탄으로 SNS상에서는 ‘폭설 위성 사진’이 나돌고 있다. 한반도 전역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이고 부산 지역만 눈이 쌓이지 않은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은 수백만 회 조회되며 화제가 됐다. 일부 누리꾼은 “한반도 호랑이가 엉뜨(엉덩이만 따뜻하게 열선을 켰다는 뜻)를 켰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 위성 사진은 최근 사진이 아닌 지난 2010년 1월 중부권 폭설 사태 당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테라(Terra) 위성이 지난 2010년 1월 5일 촬영한 이 사진은 나사의 위성 사진을 일별로 볼 수 있는 ‘나사 월드뷰(NASA Worldview)’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 위성 사진이 촬영될 당시 한국 수도권과 중부권에는 1월 3~5일에 걸쳐 많은 눈이 쏟아졌다. 서울은 1월 4일 적설량(일최심적설) 28.5cm를 기록했고, 폭설 뉴스를 전하는 박대기 기자가 실시간으로 눈사람처럼 변하는 영상이 밈(Meme·인터넷 유행)이 된 때이기도 하다.
이날(28일) 서울 적설량은 2010년 1월 중부권 폭설 당시보다 더 많은 눈이 쌓인 상태지만, 한반도를 뒤덮은 구름으로 얼마나 눈이 쌓였는지 위성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여전히 부산 지역은 눈이 쌓이지 않고 맑은 하늘을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여름엔 물폭탄, 겨울엔 눈폭탄… 하늘마저 바꾼 '더운 바다
지난여름 ‘물 폭탄’에 이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11월 말 우리나라에 ‘눈 폭탄’이 쏟아졌다. 비에 이어 눈까지 극단적으로 많은 양이 한꺼번에 퍼붓는 양상이다. 원인은 ‘더운 바다’가 꼽힌다.
폭설피해가 나무가 쓰러져 있는 모습.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밤부터 28일 아침까지 서해상에서 큰 눈구름대가 형성되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렸다. 북극 바람을 지닌 절리저기압이 우리나라 북쪽에 형성돼 찬 바람을 공급하고, 이 차가운 바람이 따뜻한 서해상을 통과하며 ‘해기차’(대기와 바닷물의 기온 차)에 의해 구름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간밤 폭설로 수도권에는 최대 40㎝ 넘는 눈이 쌓였다. 28일 오전 8시 기준 적설량은 경기 용인 47.5㎝, 수원 43.0㎝, 군포 42.4㎝, 서울 관악구 41.2㎝, 경기 안양 40.7㎝ 등이다. 아직 11월인데 성인 무릎 높이만큼 많은 눈이 쌓인 것이다. 수원은 196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고, 서울도 역대 3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재 서해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상태다. 바다는 비열(比熱)이 크기 때문에 육지와 비교해 뜨거워질 때 서서히 뜨거워지고, 식을 때도 서서히 식는다. 지난여름 폭염에 의해 육지와 바다가 모두 뜨거워졌지만, 육지는 찬 바람이 불면 금세 식는 데 반해 바다는 아직까지 폭염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에 11월 말에도 여전히 평년보다 뜨거운 바다에선 수증기가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다. 겨울에 절리저기압이 형성돼 서해상 바다와 만나 눈이나 비를 뿌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절리저기압이란 고위도에 부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가 떨어져 나온 것인데, 북극 찬 바람을 머금고 있어 온도가 영하 40도 정도로 매우 차갑다. 이런 바람이 한반도 주변 바다를 통과하면 구름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적설량은 이례적이다. 많아도 너무 많은 눈이 내린 것이다. 바다가 예년보다 뜨겁지 않았다면 적설량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뜨거운 바다는 여름에는 물 폭탄을, 겨울에는 눈 폭탄을 각각 발생시킨다. 지난여름 우리나라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속출했다. 바다에서 수증기 공급이 원활하고, 습도가 너무 높다 보니 비구름대가 쉽게 포화상태에 이르며 비를 고루 뿌리지 못하고 한 곳에 몽땅 쏟아낸 것이다.
한겨울에 진입하기 전까지 해수면 온도는 계속 높을 것으로 보여 이번 겨울 이런 ‘눈 폭탄’은 또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눈 폭탄 뿐만 아니라 겨우내 온도도 평년보다 포근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부산 도심 하천에 나타난 ‘마블가재’
부산 도심 한 가운데 부산시민공원에는 작은 하천, '전포천'이 있습니다. 공원을 가로지르며 흐릅니다.하천에는 민물 새우와 다슬기 등이 삽니다. 부산 시민들에겐 '자연 친화적' 휴식처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하천에 갑자기 '가재'가 나타났습니다. 그냥 가재도 아니고, 마블가재로 불리는 종입니다. 환경부가 2015년 '유입 주의 생물'로 지정한 외래종입니다.
부산 시민공원 전포천에서 포획한 마블 가재
■외래종 '마블 가재'…"무서운 번식력"
이달 초 전포천을 찾은 한 유튜버가 '마블가재'를 직접 포획하면서 이 외래종의 존재는 더 널리 알려졌습니다.
부산 도심 하천에서 마블가재를 발견한 건, 심각한 사건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마블가재는 수컷과 수정하지 않고 암컷만으로 개체를 증식하는 ‘단위 생식’을 합니다. 그만큼 번식 속도가 빠릅니다. 환경 적응력도 높아 토착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합니다.
박상현 고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외래종이 국내 생태계에 들어오면 토착종들이 균질화된다”며 "마블가재를 제외한 다른 종들은 다 사라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다른 생물에 위해를 가하는 등의 피해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토착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만큼 면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 2021년 자연에서 처음 발견…"방생 가능성"
사실 마블가재는 반려 생물로 키우는 종입니다. 외래 생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존재였는데요. 특이 반려 생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터넷에서는 마리 당 3천 원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마블가재가 자연 생태계에서 처음 발견된 건 2021년, 역시 부산에서였습니다. 이후 수도권에서도 10여 마리가 잇따라 발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부산에서 나타난 겁니다. 환경부는 마블가재를 키우던 사람이 하천에 유기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마블가재가 처음에 어떤 경로로 국내에 유입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환경부가 정한 유입주의 생물은 위해성 평가를 거친 후 지역 환경청의 허가를 받아야 국내로 들여올 수 있습니다. 어기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환경부는 2015년 유입주의 생물 지정 전, 국내로 반입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 유입주의 생물 150종 새로 지정… "외래종 관리 강화할 것"
'유입주의 생물'은기존 '위해 우려종' 명칭을 2019년 바꾼 겁니다. 이때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제재 대상도 확대했습니다.
위해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거나 의심되는 종이라도 '유입주의 생물'로 폭넓게 지정해 국내에 유입되기 전부터 관리하겠단 취지였습니다.
특이외래 생물이 자연 생태계로 유출돼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고,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환경부 보도자료
그리고 환경부는 지난달 말, 국제적으로 생태계 위해성이 확인됐거나, 서식 조건이 국내 환경과 유사해 정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생물 150종을 '유입주의 생물'로 새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입주의 생물은 마블 가재를 포함해 총 853종으로 늘었습니다.
환경부는 집에서 사육하거나 재배 중인 외래생물이 국내 생태계에 유기되거나 방출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에 부산에서 발견된 마블가재에 대해선 조사를 통해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서정윤 기자 (yuns@kbs.co.kr)
협상장 밖 "플라스틱 지구·인권 위협" 외침 나온 이유
부산 INC-5 나흘째, 제자리걸음?... 강력한 협약 성안 요구한 '감시의 눈’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벗과 서울과 부산 등 여러 환경운동연합 소속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나흘째인 28일 회의장 밖에서 강력한 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보성관련사진보기
"플라스틱, 더 이상 안 돼(NO MORE PLASTIC)"
국제플라스틱 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시작된 지 나흘째인 28일.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단 평가 속에 협상장 밖에서는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른바 '감시의 눈'인 옵서버들은 이번 회의에 전 세계 시민의 이목이 쏠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지부진 논의 안 돼"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앞을 찾은 헤만타 위타나게 지구의벗 인터내셔널 의장은 "플라스틱은 모든 주기에서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생산자(석유화학 기업, 정부)들이 져야 한다고"고 말했다. 굳은 표정의 그는 지지부진한 논의가 아닌 구속력 있는 협약 성안으로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장도 내용의 진전을 촉구했다. 2020년 유엔환경총회에서 채택된 만장일치 결의안 내용을 전한 박 팀장은 "플라스틱 오염은 원료 추출, 생산, 소비, 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참가국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지난 21일 유엔의 환경·인권·개발권 관련 특별보고관들이 낸 성명이 중요하게 인용됐다. 당시 엘리사 모게라, 수리아 데바 특별보고관 등은 "플라스틱 오염은 인권을 포함해 전 세계적인 위협"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전체 수명 주기가 다뤄져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벗과 서울과 부산 등 여러 환경운동연합 소속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나흘째인 28일 회의장 밖에서 강력한 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보성관련사진보기
"현재 협상 중인 협약문에는 효과적이 합법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인권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담아야 한다. 정보접근권, 개발권 그리고 환경권도 필수적이다. 또한 투명성과 예방, 책임성과 같은 주요 원칙이 반영돼야 한다."
옵서버 자격 등으로 참석한 국내외 활동가들은 특별보고관들이 낸 의견을 재확인했다. 플라스틱 오염과 인권의 문제를 유엔 전문가들이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 이 부분을 짚은 노현석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인권·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의미있는 결과"를 당부했다. 이번 입장 발표는 각 지역의 환경운동연합이 모두 동참했다.
앞서 그린피스도 이전보다 화석연료·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의 참여가 10% 이상 늘었다며 이를 우려하는 성명서를 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직전 4차 회의에는 196명, 5차 회의에는 220명이 참석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들이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어가려 한다"며 "특정 산업의 이익보다 우리의 건강, 지역 사회, 생물다양성 및 기후가 우선"이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외침처럼 5차 정부간협상은 실제 각국의 이견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회의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공급, 재정, 폐기물, 재정, 목적과 범위 등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절충안으로 다리를 놓는 모양새다. 일반적 기준·지침을 마련해 법적 구속력은 유지하면서, 구체적 정책은 국가별로 설계하자는 제안이다.
이런 탓에 애초에 환경단체가 기대했던 협약 성안이 쉽지 않단 전망이 나온다. 로타카 코이케 그린피스 대외 협력·국제정책 담당은 "협상이 중반을 넘어섰으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며 회의장 안 분위기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김보성(kimbsv1) 오마이뉴스
'플라스틱 협상' 난항에 각국 환경단체 "절충안은 없다"
이견 속에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막바지... 플뿌리연대·그린피스·BFFP, 대표단 압박
▲국제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 5일차인 29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협상회의 참관인으로 참여 중인 플뿌리연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 국제환경법센터(CIEL), 세계자연기금(WWF) 등 시민단체 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부진한 협상에 대해 각국 대표단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국제플라스틱 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일정 종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절충안은 없다"며 각국의 환경단체가 연일 회의장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다.옵서버 자격으로 협상을 지켜보고 있는 플뿌리연대(플라스틱문제를뿌리뽑는연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 국제환경법센터(CIEL), 세계자연기금(WWF) 등은 29일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한 협약을 성안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우 36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방해공작 속에 우호국연합(HAC) 회원국들이 구속력 없는, 아무 의미 없는 협약문에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자연기금 등에 따르면, 정부 대표단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핵심적 조처를 놓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감축 요구에도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1차 폴리머 주요 쟁점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5 의장은 이번 결과물의 기초가 될 개정된 협약 초안을 발표해 지지부진한 협상에 속도를 내겠단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를 설명한 에이릭 린데붸에르그 세계자연기금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 책임자는 "일부 국가의 지연 전략에 맞서 신속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 결과"라고 말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열린 2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본회의장에서 개회식이 진행되고 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열린 2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본회의장에서 개회식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A Weak Treaty Fails World!"
협상장 밖을 나와 '생산 감축 목표 없는 약한 플라스틱 협약이 전 세계의 위기를 만든다'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옵서버 단체들은 결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함께 낸 성명을 통해 "지금 부족한 건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는 대표단의 결단력과 2년 전에 전 세계와 약속한 협약을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라고 호소했다.
INC-5 개최국인 한국 등의 중재안 모색 시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들 단체는 "타협하거나 달성하기 어려운 만장일치 방식에 지구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라고 성토했다.
하루 전에는 지구의 벗,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1일 UN 특별보고관이 낸 '플라스틱 오염, 지구와 인권 위협' 의견에 힘을 싣는 행사를 개최했다. 현장에 참석한 굳은 표정의 헤만타 위타나게 지구의벗 인터내셔널 의장은 제대로 된 협약의 성안이 당장 필요하다며 목청을 키웠다. (관련기사: 협상장 밖 "플라스틱 지구·인권 위협" 외침 나온 이유 https://omn.kr/2b681)
이어 그린피스 인터내셔널도 이번 회의에 220명에 달하는 화석연료·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했단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며 대표단이 마지막 협상에서 우선해야 할 문제를 환기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특정 산업의 이익보다 우리의 건강, 지역 사회, 세계의 생물다양성 및 기후가 먼저"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김보성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 둘러싸는 3046㎞ ‘녹색장성’ 완성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래사막
인공 숲 프로젝트 40년 걸쳐 완료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 둘레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가 28일 마무리됐다고 당국이 밝혔다. /중국 CCTV 화면 캡처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래사막인 타클라마칸 사막을 인공 숲으로 둘러싸는 프로젝트를 40년에 걸쳐 완료했다.29일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들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북서부 간쑤성과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 둘레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가 전날 신장위구르자치구 위톈현에서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사막을 에워싸는 인공 숲 길이는 총 3046㎞에 달한다. 40년에 걸쳐 2761㎞ 구간에 조림 사업이 진행됐다. 가장 난관으로 꼽혔던 나머지 285㎞ 구간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이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군 병력 60만명이 투입돼 지난 1년간 모래를 고정하는 격자형 틀을 설치하고 붉은 버드나무 등 사막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의 묘목을 심었다.
타클라마칸 사막 위치.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해당한다. /위키 공용 이미지.
타클라마칸 사막은 중국에서 가장 큰 사막이자 사하라 세계에서 이어 두 번째로 큰 모래사막이다. 면적은 약 33만7600㎢로 독일 전체와 맞먹는다. 환경이 혹독해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의미로 ‘죽음의 바다’라는 별명이 붙었다.
중국 당국은 사막 주변 인공숲이 모래 폭풍을 방지하고 생태계를 지키며 철도와 도로 같은 기간시설도 보호할 것으로 기대한다.
당국은 아울러 숲에서 버섯이나 약용 식물 등을 재배해 경제적 이익을 거두는 것도 꾀하고 있다. 중국은 조림 사업을 하면서 사막에 2712㎞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신장 각지 도시를 연결하는 이 도로는 광물과 붉은 대추 등 특산물 운송로로 쓰일 것이라고 SCMP가 전했다.
신장은 중국 신에너지 투자의 중심지이다. 중국 싼샤경제특구의 기업 싼샤산업집단공사는 타클라마칸에 8.5기가와트(GW) 태양광과 4GW 풍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는 기후 위기에 따른 사막화를 막기 위한 조림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반도 황사의 주된 발원지인 몽골 고비사막에서도 2030년까지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몽골 정부는 예산, 인력 등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해진다.
북아프리카에서도 사하라 사막의 남하를 막기 위한 길이 8000㎞에 육박하는 ‘녹색 장벽’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경향
“하얀 재앙 내린 겨울, 가축 모두 잃고 고향 떠났다”···유목민들 삶 무너뜨린 기후재앙
지난달 30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인근에 있는 울란촐로트의 쓰레기 적치장에서 주민들이 금속과 플라스틱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골라내고 있다. 도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더미 속에는 음식 쓰레기도 버려져 있는 탓에 적치장 상공에는 맹금류와 까마귀 등 새들 수백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울란촐로트에는 몽골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난민이 된 유목민 등 도시빈민들이 모여사는 쓰레기마을도 형성돼 있다. 울란바토르 | 김기범 기자
너른 초원과 게르(몽골의 전통 천막), 밤이면 쏟아지는 은하수 덕에 몽골은 한국에서 인기 관광지가 됐다. 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다 폭설과 사막화, 극한 호우 때문에 기후난민이 속출한다는 사실을 연결 짓기는 쉽지 않다.
몽골 중서부 헨티 아이막(광역지자체) 자르갈 솜(기초지자체)에서 평생을 유목민으로 살아온 베 솝드(40)는 2012년 겨울 한순간에 기후난민이 되었다. 전에 보기 힘든 혹독한 겨울이 오면서 1m 이상의 폭설이 내린 탓에 전 재산인 500마리의 소, 말, 양 등 가축이 떼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먹고살 길이 없어진 그는 남편과 함께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다. 7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4년 전 일자리를 잃은 뒤 솝드는 5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울란바토르 외곽 울란촐로트의 쓰레기 적치장에서 고물을 줍는 넝마주이를 했다.
울란촐로트 인근 자택에서 만난 솝드는 “남자도 하기 힘든 험한 일이었고, 매우 위험했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며 “지난해 한 학교의 경비원으로 취직하면서 겨우 쓰레기 마을을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폭설·한파·홍수 등 기상이변에유목민들 삶 무너지고 난민 전락
솝드가 생계를 이어갔던 울란촐로트 쓰레기 적치장은 산 하나를 통째로 쓸 정도의 방대한 규모였다. 지난달 30일 찾은 이 적치장에선 쓰레기를 실은 트럭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뿌옇게 날리는 먼지 속에서 수십명의 기후난민들이 금속, 플라스틱 등 돈이 될 만한 쓰레기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 더미에는 가축 사체와 음식물 쓰레기도 섞여 있다. 사체를 먹잇감으로 노리는 맹금류와 까마귀 수백마리도 쓰레기장 상공을 날아다녔다. 주민들은 이 쓰레기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수는 1000여명이라고 전했다. 상당수는 과거 유목민이었다가 난민 신세가 된 이들이다.
몽골 울란촐로트 쓰레기 적치장 상공에서 쓰레기더미 속 음식을 노리고 독수리, 말똥가리 등 맹금류와 까마귀 등이 날아다니고 있다. 울란바토르 | 김기범 기자
국토 상당 부분이 사막과 초원으로 이뤄진 몽골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다. 몽골의 평균 기온은 1940년과 비교해 지난해 약 2.52도가량 상승했다. 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자는 외침을 고려하면, 몽골의 기후변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에 형성돼 있는 게르촌의 모습. 급격한 기후변화로 가축을 잃고 상경한 유목민 등 도시빈민들이 집단 거주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 김기범 기자
기후난민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울란바토르 외곽 산간지대에는 ‘게르촌’도 대규모로 형성돼 있다. 무허가로 게르나 판잣집을 짓고 사는 이들의 주거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몽골 전체 인구 350만명 가운데 약 150만명이 울란바토르에 산다. 그중 게르촌 인구는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는 조상 대대로 유목민 생활을 해온 이들로, 폭설이나 한파,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가축을 잃은 뒤 생계를 위해 무작정 울란바토르에 상경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가축들을 떼죽음으로 몰고 가는 기상이변을 몽골에서는 ‘조드(재앙)’라고 부른다. 특히 겨울철 눈이 지나치게 많이 와서 가축들이 먹이를 먹지 못해 죽어가는 경우를 ‘하얀 조드’라고 부른다. 과거 조드는 수십년에 한 번씩 매우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3~4년 주기로 빈발한다. 규모도 몽골 대부분 지역을 덮칠 정도로 커졌다. 조드 때문에 몽골인들 다수는 기후변화가 가축들은 물론 자신의 삶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몽골 정부 집계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발생한 12건의 대규모 조드로 인해 몽골에서 떼죽음 당한 가축은 4000만~5000만 마리에 달한다. 조드가 발생하면 유목민들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가축을 잃어 생계가 막막해진다. 이는 식량 부족과 소득 감소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의 교육 등 사회 다방면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미니고비사막’으로 불리는 관광지 엘승타사르해의 사막화 지역. 과거에는 식물이 많이 자랐던 곳이지만 현재는 듬성듬성 남아있는 풀과 나무만을 볼 수 있다. 울란바토르 | 김기범 기자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막화는 몽골인들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다. 유엔개발계획의 2020년 보고서를 보면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면적은 몽골 전 국토의 76.9%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아르항가이 아이막 엘승타사르해 사막에서 만난 엠 바야르바트(42)는 “사막이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던 지역이었다”며 “풀 높이가 과거에는 정강이를 넘어섰었는데 현재는 남아 있는 풀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야르바트의 설명대로 사막 곳곳에 듬성듬성 풀이 자라고 있었지만 그 높이는 발목을 넘어서지 못했다.
엘승타사르해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미니 고비사막’으로 유명한 곳이다.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하루를 꼬박 이동해야 하는 고비 사막에 비해 가깝다. 사막을 체험하고,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인생 사진 스팟’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날도 사막을 걷거나 낙타 타기 체험을 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인기 관광지는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영향이 점점 심각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초원과 사막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한 엘승타사르해에 대해 바야르바트는 “사막 지대가 넓어지면서 모래 이동도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거대한 모래폭풍도 점점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6월 몽골 어기노르의 조림사업장에 발생한 모래폭풍의 모습. 푸른아시아 제공.
몽골 기상청 통계를 보면 1960년에 비해 2015년 몽골의 모래폭풍 발생 일수는 3배 가까이 증가했다. 1960년대에는 연간 10~20건 정도의 모래폭풍이 발생했지만, 2010년대에는 40~60건이 발생한다. 몽골의 모래폭풍은 작은 산 같은 규모로 일어나기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마을은 물론 한 지역을 뒤덮는 경우가 많다. 거대한 모래폭풍이 유목민들의 게르를 앗아가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토 76.9% 사막화, 속도 빨라져거대한 모래폭풍, 한국엔 황사로
지난달 27일 방문한 바양항가이 상생의숲에서 만난 주민 오 하르츠세드(67)는 “2002년과 2010년 거대한 모래폭풍 때문에 살고 있던 게르가 무너져버리는 피해를 겪었다”면서 “지난해도 모래폭풍 때문에 집 울타리가 넘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래폭풍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거대한 모래폭풍이 기압 조건에 따라 상승 기류를 타면 대기 상층으로 올라간다. 이때 한국 기준으로 북서풍이 불면 황사가 한반도를 덮칠 수도 있다. 몽골의 기후변화와 사막화가 황사 형태로 한국인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급격히 늘어난 가축 수로 인한 토지 황폐화 역시 사막화와 황사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몽골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른바 ‘5축’으로 불리는 몽골의 5대 가축 염소, 양, 소, 말, 낙타 수는 1970년 2255만마리에서 2022년 현재 7135만마리로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캐시미어를 얻기 위해 기르는 염소는 풀의 뿌리까지 파먹는 습성으로 인해 땅을 황폐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몽골의 람사르습지 어기노르(노르는 몽골어로 호수라는 의미). 울란바토르 | 김기범 기자
반면 유목민과 가축의 주요 식수원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22년 한해에 말라버린 강과 개울, 호수, 샘은 360개에 달한다. 다양한 철새들의 번식지로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는 어기노르 호수 역시 면적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최근 기상 재난은 극한 호우다. 새로운 형태로 몽골을 덮친다. 1년 전체 강수량이 대체로 200㎜ 정도인 몽골의 초원지대에 불과 며칠 동안 한해 강수량에 육박하는 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최근 들어 발생한다.특히 2년 전과 지난해 여름에는 몽골 중부지방에 짧은 기간 곳곳에 수백㎜ 강수량의 비가 쏟아졌다.
산림청 등의 후원으로 푸른아시아가 조립 사업을 진행 중인 몽골 투브아이막 바양항가이솜 ‘상생의숲’ 내 유실수 차차르간 숲의 모습. 황폐화된 몽골 토지에서는 유실수가 쉽게 자리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급수장치가 설치돼 있다. 울란바토르 |
예전 같으면 비가 조금 많이 와도 초원의 풀과 흙이 물을 머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막화되면서 메말라버린 흙은 물을 머금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든 상태였다. 땅에 스며들지 못한 물이 산지에서부터 흘러내려 초원으로 모이게 되면서 몽골인들은 평생 처음으로 홍수라는 현상을 보게 됐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로부터 서쪽으로 약 110km 떨어져 있는 바양항가이솜에서 만난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 지부장은 “비가 많이 내리자 주민들이 ‘강이 오고 있다’면서 ‘서둘러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실제 지평선 위로 거대한 물줄기가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산림청·임업진흥원·푸른아시아 등 조림사업 동참몽골 정부 “산림 9%까지 확대”
몽골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몽골 정부는 나무 심기 캠페인을 통해 사막화 속도를 늦추는 목표를 세웠다.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은 2021년 유엔총회에서 “2030년까지 10억그루의 나무를 심는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캠페인에 따라 몽골의 각 아이막(광역지자체), 솜(기초지자체) 관청들은 지역마다 할당된 나무를 심기 위한 계획을 짜고, 실행하고 있다. 올해 심으려는 나무는 총 4290만그루다.
10억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에는 한국 기업이나 푸른아시아 등의 NGO(비정부기구)들도 동참하고 있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 등의 후원으로 몽골 투브아이막 바양항가이솜에서는 2022년부터 상생의숲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나무를 심어 사막화를 방지함과 동시에 주민들이 일자리를 얻음으로써 숲과 주민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푸른아시아가 바양항가이에 조성 중인 이 조림장은 크게 모래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과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차차르간(비타민나무) 등 유실수로 이뤄진 숲, 수박·방울토마토 등을 기를 수 있는 비닐하우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조림 사업이 진행되기 전 몽골 투브아이막 바양항가이솜의 모습. 푸른아시아 제공.
과거 한국 지자체나 기업 등 후원으로 몽골에 조성된 숲 중에는 나무를 심기만 하고 방치한 탓에 조림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들이 있다. 바양항가이에선 주민들이 숲을 가꾸는 것과 영농활동을 통해 자립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숲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산림청 등은 앞으로 2026년까지 5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도록 후원할 계획이다.
몽골 투브아이막 바양항가이솜의 산림청 조림장 ‘상생의숲’에 세워진 현판. 울란바토르 | 김기범 기자
바양항가이 ‘상생의숲’ 내에는 현재 대한성공회에서 후원한 성공회의 숲과 가수 ‘악동뮤지션’ 가족이 후원한 악뮤사랑의 숲, 기독교계 환경단체인 나무가심는내일이 추진하는 한국교회의숲 등도 조성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방문한 어기노르 솜 ‘페이퍼리스 생태림’의 경우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 BC카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의 재원으로 조성된 숲이다. 어기노르는 울란바토르로부터 서쪽으로 약 360㎞ 정도 떨어진 곳이다.
종이가 없는’이라는 의미의 페이퍼리스라는 말에서 보듯 편의점에서 소비자들이 종이 영수증을 받지 않으면서 아낀 돈을 적립해 나무를 심는 방식의 캠페인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몽골의 심각한 기후변화와 사막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6년에는 울란바토르에서 제17차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사막화방지협약은 생물다양성협약, 기후변화협약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 협약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만난 담딩 푸른아시아 고문은 “몽골은 현재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기술, 예산과 인력 모두 부족한 상태”라면서 “기후변화 대응 인력 양성을 위해 국제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딩 고문은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에서 산림국장 등을 맡았으며, 역대 몽골 환경부장관 자문을 맡았던 인물이다. 담딩 고문은 “10억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의 중요성은 나무를 심는 것 자체에도 있지만 몽골인들 전반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도 있다”면서 “이 캠페인을 통해 국토 전체의 약 7.9%인 산림을 2030년까지 9%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연평균 기온 상승폭 이대로면 ‘최대 5도’기상재해 가능성 갈수록 커져
몽골 서부에 있는 자브항아이막은 고위도 지역에 위치해 겨울철 기온 영하 20~30도에 이르는 몽골에서도 겨울이 혹독한 것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겨울철 기온이 대체로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50도 아래의 최저기온도 나타난 바 있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20도 안팎이다. 이곳의 연평균 기온은 1940년대에서 2021년 사이 3.1도가량 상승했다.
3.1도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국제사회가 이번 세기말까지 전 지구 지표면 평균기온 상승폭을 억제하기로 한 목표치인 1.5도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는 현재 전 지구적 기후변화 속도의 2배가 넘는 빠르기로 몽골의 기후변화가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
몽골 물기후환경연구정보연구소에 따르면 몽골 전체의 연평균 기온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940년대에 비해 몽골 기온은 2010년 2.1도 올랐다. 2015년에는 상승폭이 2.24도로 커졌고, 2021년에는 2.3도로 더 벌어졌다. 80여년 전에 비해 2023년 연평균 기온은 2.52도 상승했다. 전문가들 중에는 몽골의 연평균 기온 상승폭이 2.7도에 달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급격한 기후변화는 몽골의 강수량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겨울에 내리는 눈이 강수량의 91.6%를 차지하는 몽골에서 강수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곧 겨울철 폭설이 내렸단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는 몽골 전역의 80%가량에서 강설로 인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57%는 위험도가 매우 높았고, 23%는 높음으로 집계됐다.
폭설뿐 아니라 몽골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 모래폭풍 등 재해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몽골의 위험 기상현상 발생빈도는 1993년 16회에서 2003년 48회, 2013년 123회, 2023년 132회로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몽골의 기후변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몽골의 추가적인 연평균 기온 상승폭이 2.5도에서 최대 5도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몽골의 2020년 현재 사막화 현황. 파란색은 호수, 초록색은 사막화가 진행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노란색은 사막화 약간 진행(31.5%), 주황색은 사막화 중간 정도 진행(22.1%), 갈색은 사막화 심각하게 진행(18.6%), 빨간색은 사막화 극도로 진행(4.7%)을 의미한다. 전체 몽골 국토 가운데 사막화 및 토지 황폐화 진행 지역의 비율은 76.9%다. 몽골자연환경관광부 제공
2024.09.20. 경향 김기범 기자
위기의 부산 현안, 국회의원 18명 정치력 이 수준인가
글로벌특별법은 연내 처리 불투명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애초 여야 원내 2+2 회동에서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할 민생법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판에 누락된 데 이어,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 심의안건에서도 빠졌다. 입법에 필요한 공청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천막농성에 돌입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는 인천고법과 대전·대구·광주 회생법원 설치안을 의결했다. 부산의 해사법원 유치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내는 부산 국회의원들이 타지역 숙원사업에는 길을 터준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2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특별법 처리 지연이 겉으로는 행안위 간사를 맡고 있는 야당 의원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별법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으로 구성된 부산 국회의원 18명이 전원 발의한 법안이다. 여야 지도부 역시 큰 이견이 없다. 현재 행안위에는 부산 국회의원이 3명이나 포진해 있다. 이중 두 사람은 법안심사 제1소위에도 소속되어 있다. 그런데도 다른 도시에서 추진 중인 특별법과 동시 처리하자는 야당 의원 억지를 잠재울 정도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21대 국회에서 대구~광주 달빛철도건설법이 발의된지 6개월 만에 전광석화처럼 처리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행안위 간사의 몽니가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의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제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