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개발사업 93%에 “동의”…환경영향평가 뭐하러 한 거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후 보험’의 조건
“환경 살해는 범죄”…‘에코사이드 처벌법’ 도입 물결 가속화
사라진 남극 얼음 서식지…아기 펭귄 1만 마리 몰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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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폐로 사실상 불가능"‥일본 내에서도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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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개발사업 93%에 “동의”…환경영향평가 뭐하러 한 거야
사업자가 발주해 입맛대로 결과 도출
제도 도입 30년 만에 취지 무색해져
환경부, ‘적극행정’이라며 평가 축소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후 사라진 줄 알았던 흰발농게가 2021년 5월 무렵 다시 발견됐다.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에서였다. 흰발농게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데 수컷의 집게다리 한쪽이 흰색으로 다른 한쪽에 비해 꽤 크다. 그 흰발이 탐방 행사에 나선 한 시민의 신발에 걸렸다. 수라갯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에 당시 상황이 담겨 있다.
<수라>의 황윤 감독은 “정말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갯벌이 마르면서 살아 있을 거라 전혀 생각을 못 했으니까요. 며칠 뒤 다시 가서 암컷과 수컷을 다 찍어서 증거자료로 제출했는데, 어이없게도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한 개체만 발견됐다고 적혀 있더군요. 저희가 눈으로 본 게 수만 개체인데. 수라갯벌에 40종 이상의 법정보호종이 발견됐는데도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공항건설을 강행하는 상황입니다. 법정보호종은 국가가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지정한 건데 이럴 거면 법정보호종은 왜 지정하며, 환경영향평가는 왜 하는 거죠?”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8월 17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예정지를 방문해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환경단체 “법정보호종 누락 빈번”
환경영향평가가 올해로 시행 30년을 맞았다. 1993년 6월 제정된 환경영향평가법 제1조는 이 제도의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또는 사업을 수립·시행할 때에 해당 계획과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평가하고 환경보전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건강하고 쾌적한 국민생활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환경영향평가의 종류는 세 가지다. 기본계획, 상위계획 단계에서 진행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해당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해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저감방안을 마련하는 ‘환경영향평가’가 있다. 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이나 난개발이 우려돼 계획적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시행할 때 입지의 타당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하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도 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제대로 된 조사와 평가, 예측이 필요한데 조사는 부실하고, 환경부는 환경보전보다 개발사업의 편의를 더 중시한다. 우원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 모두 3만8000여건 중 부동의는 전체의 1.2%인 457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93%인 3만5000여건은 동의로 결론났다.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환경영향평가가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에서 ‘개발사업의 면죄부’가 됐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법정보호종을 누락하는 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다고 말한다. 제주 비자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도 그렇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대천교차로~금백조 입구까지 2.94㎞ 구간을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해 2차선 도로 옆 삼나무들이 베어졌다. 2015년 제출된 이 사업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는 법정보호종이 한 종도 언급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했다. 하지만 2019년 시민·전문가들이 조사에 나서자 없다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다수 발견됐다. 새매, 두견이, 긴꼬리딱새 등 법정보호종 조류 16종과 함께 멸종위기 곤충 2급인 애기뿔소똥구리가 공사구간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으름난초 같은 멸종위기 식물도 발견됐다.
제주 제2공항의 경우 항공 수요가 과도하게 예측됐고, 조류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환경부도 2019년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해 수요예측 타당성, 공항 규모 적정성을 보완하라며 두 번이나 반려했다. 반려 사유가 보완되지도 않았는데 환경부는 지난 3월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전문검토기관의 부정적 검토의견은 공개하지 않았다.
새만금 신공항의 18배 가까운 사업비(14조2637억원)가 투입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제성이 부족하고, 조류 충돌 가능성으로 입지가 적합하지 않음에도 2021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가덕도 산을 깎아 평평하게 만든 후 그 흙으로 깊이 40m의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2030년 부산 엑스포 개최 시점에 맞추기 위해 공기를 당초보다 6년이나 줄여 2029년 개항하기로 했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는 생태자연 1등급 지역이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 맞닿아 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2등급인 삵과 솔개, 수달, 표범장지뱀이 살고 있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100년 이상 보존된 동백군락지도 가덕도에 있다.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와 습지보호구역이 있다. 바다 역시 해양생태도 1등급인 지역으로 잘피, 산호, 상괭이가 서식한다. 자연 훼손이 막대할 텐데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제시한 저감방안은 모니터링, 살수차 운행, 저소음·저진동 공법, 오탁방지막 설치 등에 그친다. 지형변화·경관변화를 최소화하겠다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최근 녹색연합과의 인터뷰가 실린 자료집에서 “아직 결정나지도 않은 엑스포를 명분으로 내세울 뿐, 결국 토건회사에 이권을 챙겨주는 사업을 위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제주 비자림로에 사는 긴꼬리딱새. 비자림로 시민모임 제공
제주 비자림로에 사는 애기뿔소똥구리. 비자림로 시민모임 제공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상황
환경영향평가가 편법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영양 AWP 풍력발전소 등의 사업이 윤석열 정부 이후 재추진되고 있다.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부동의했던 흑산도 공항건설도 공항부지를 국립공원에서 빼버리는 방식으로 부활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한 조사대행 업체가 부산 대저대교 건설 등에서 99건의 거짓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평가서의 거짓·부실 작성을 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맡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은 “현재는 원인자 부담이라는 명목에서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는데, 업체가 환경영향을 평가할 능력이 없어서 업체에 대행하고, 업체가 조사를 완료하면 사업자가 비용을 지급한다. 조사대행업체는 자연히 발주처인 사업자 입맛에 맞게 조사 결과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 입장에서 개발하려는 곳의 생태적 가치가 높지 않고, 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이 낮다고 나와야 저감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도 그런 방향으로 작성된다. 비자림로처럼 법정보호종이 통째 누락되기도 한다. 조사대행업체가 사업자에 종속된 구조이고, 조사의 전문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풍토이다 보니 이 분야를 키우는 대학도, 전공하려는 이도 찾기 어렵다. 조사업체의 역량이 낮아지고, 소수 업체가 많은 업무를 맡다 보니 졸속·부실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탁제가 거론된다. 사업자는 비용만 댈 뿐 조사에서 손을 떼고, 환경영향평가 발주는 독립성이 있는 제3자가 맡는 구조다. 캐나다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청을 두고 있고, 미국은 인허가 권한을 가진 행정청이 환경영향평가의 책임을 부담한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환경영향평가는 현황을 조사하는 것과 그 현황에 따른 문제를 저감하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둘 다 개발자가 하다 보니 영향 저감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현황을 엉터리로 조사하게 된다. 현황 조사가 객관성을 가지려면 반드시 제3자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 완화는 적극행정”
환경영향평가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적극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완화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8월 7일 환경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축소, 전략영향평가 변경협의·재협의 대상자 축소,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허가 전 이전을 골자로 한 3가지 안건을 적극행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했다. 시행령 개정 사안이지만 적극행정 심의를 거쳐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개선안이 형평성과 명확성을 높이는 조치였다고 말한다. 기존에는 개발 면적이 동일함에도 추가로 승인받는 면적이 30% 이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평가대상이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이 평가대상이 되는 등 형평성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현재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은 개발사업 규모를 30% 이상 증가시킬 경우 재협의 대상이지만, 그 증가 규모를 누적 규모가 아니라 해당 추가 개발건에 한해 적용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예를 들어 생산관리지역의 경우 최소 평가대상 면적은 7500㎡이고, 그것의 30%는 2250㎡이다. 기존에는 최초 6000㎡로 승인받은 후 1차로 1450㎡, 2차로 1550㎡를 승인받았다고 하면 추가된 면적이 누적해 3000㎡로 2250㎡보다 크기 때문에 평가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제는 2차에서 1550㎡로 늘어나도, 추가 면적이 최소 평가대상 면적의 30%인 2250㎡보다 작아 평가대상이 아니다. 생산관리지역에서 평가대상이 되는 면적을 7500㎡에서 9750㎡까지 30% 확대한 효과를 본 셈이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로 조사한다는 뜻이 아니라 환경적 중요성이 큰 지역이라 작은 개발을 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했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중요 지역이라 바로 옆에 멸종위기종이 서식할 수도 있는데 그 지역만 빼고 허가를 받고, 그후 30%를 확대하면 (그 서식처는) 그냥 내주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가령 사업자가 9000㎡를 개발하려고 조사하는데 특정 지역에서 멸종위기종 서식처가 있거나 문제 되는 지역이 있다면 그 지역을 빼고 작은 면적만 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사업자에게는 쪼개기 개발의 특혜뿐만 아니라 조금 개발해놓고, 잘 안 되면 계속 현상 유지만 하다가 잘 되면 아무 제재 없이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4월 한화진 후보자를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한국의 산업 및 사회 환경과의 융합과 조화까지 고려해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환경정책을 수립”하라고 말했다. 돌려 말했지만, 환경규제 완화를 역할로 부여한 것이다. 실제 환경부는 환경규제 완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환경영향이 적은 사업의 경우 간이평가로 분류해 평가서 작성이나 의견수렴, 협의 절차 등을 생략하는 ‘개발사업 맞춤형 평가체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환경영향이 큰지 적은지 조사도 하지 않고 누가 어떻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강원특별법 개정안으로 강원도지사에게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넘겼듯이,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이자희 한국환경회의 정책팀장은 “지역의 토건·토호 세력이 개발을 원하고, 지자체가 스스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수요 증대를 위해 사업자가 되는 상황에서 지자체에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넘길 경우 사업자가 사업자를 평가하는 모양새가 된다”면서 “평가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지금 제도를 더 견고하게 해야 하는 시점에 고개를 들고 있는 간이평가 도입이나 평가 권한 이양 움직임은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향 주영재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후 보험’의 조건
2016년 '런던 대화재 350주년'을 맞아 영국 런던 템스강에 당시 모습을 재현한 '런던 1666'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666년 9월 2일 빵 공장에서 시작해 5일간 계속된 화재가 런던 시내로 번지면서 런던 중심부가 잿더미로 변한 대형 사건이다. 런던=로이터 뉴스1
1666년 영국 런던의 60%를 불태운 ‘런던 대화재’는 화재보험이 생겨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불가항력적인 재난에 대비하고 피해를 구제하려는 방법을 보험에서 찾은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험이라는 제도가 그간 사회안전망 구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지구가 새로운 위험에 직면했다. 기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의 지표면 평균온도(2011~2020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1.1도 높아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10년 뒤인 2030~2035년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50%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를 초래한 원인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최근 대부분의 데이터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당히 올라갔음을 말해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ㆍWorld Health Organization)는 기후변화를 ‘21세기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한다. 향후 2030~2050년 사이에 기후변화로 인해 연간 약 25만 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WHO의 분석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런 기후변화는 머나먼 지구촌 이야기가 아니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980년대와 비교해도 약 1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별 국내 평균기온 전망.
그렇다면 ‘평균기온 1도’는 얼마나 큰 변화일까?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촌 평균기온 상승을 2도가 아닌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세계 195개국의 약속이다. IPCC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1.5도가 아닌 2도까지 상승하는 경우 심각한 열 환경에 노출되는 인구는 약 17억 명 더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평균기온 1도, 아니 0.5도가 얼마나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앞다투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결국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를 포함한 국내 대부분의 금융회사들도 ESG 경영을 실현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경우 ESG 관련 리스크를 각종 평가 자료에 반영하는 등 ESG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보험회사는 ESG 투자는 물론, 자체 보험상품을 통해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폭염일수와 온열질환 환자 수.
현재 지구상에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는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보인다. 폭염, 폭우, 가뭄 등의 횟수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고열 사망자, 전염병, 식량난이 증가할 것이다.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온열질환 환자 수 및 요양급여 비용은 증가 추세다. 특히 폭염일수와 온열질환 환자 수는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폭염 현상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기후 재난에 대비한 보험인 ‘기후 보험’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기후 보험이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후 보험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기후 사회보험 도입 시 고려 사항.
첫째, 기후 보험은 정책 보험의 성격이 필요하다. 정책 보험이란 정부가 보험료를 지원하거나, 재보험자 역할을 수행하는 등의 정부 지원이 존재하는 보험을 의미한다. 기온 상승에 따른 피해는 광범위하고도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개인적으로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이런 고온 피해에 더욱 취약하다. 냉방시설이 없어 실내 온도 조절이 어려운 경우, 뜨겁게 달궈진 집 안은 오히려 안식처가 아닌 위험한 곳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정책 보험 성격이 가미돼야 하는 이유다.
둘째, 지원 대상자와 구제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보험 상품은 농작물 재해보험, 풍수해 보험, 가축 재해보험,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등으로, 주로 재난으로 인한 농가의 재산 피해를 보장해 준다. 이런 보험들은 정부 및 지자체가 50% 이상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 보험이다.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 줌으로써 농가 소득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함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도 이런 피해들만큼 광범위해졌다. 특히 노인, 영유아, 만성 질환자 등의 노약자, 그리고 건설업, 배달업 등 외부 노출이 많은 근로자의 경우 온열질환 같은 기후변화 피해에 취약하다. 그러므로 농수산물 등 재산상의 피해뿐 아니라, 일반 국민(특히 취약 그룹)의 신체 상해 또한 구제 대상이 돼야 한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구제 범위를 생산성, 즉 수입 손실 부분까지 확대해야 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스타트업 보험사는 3일 이상 폭염이 지속될 경우 보험 가입자에게 일당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경우, 보험 가입자는 무리한 외부 근로 활동을 자제할 수 있고, 폭염에 따른 신체 상해의 위험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셋째, 기온과 관련된 최신 혹은 향후 예측 데이터를 활용한 위험 평가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보험에서 말하는 계리(計理)란 통계 및 수리적 방법으로 리스크를 측정하여 보험료 및 책임 준비금의 적정 수준을 산출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회사는 이 보험계리를 통해 적정한 보험료를 측정한다. 적절한 보험료는 해당 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기후 보험은 말 그대로 변화하는 기후에 대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는, 최신 데이터에 높은 가중치를 주고 예측 데이터까지 반영된 리스크 평가가 필수적이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8월 3일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배달라이더 산업재해 예방 및 생활 안정을 위한 기후실업급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제노동기구(ILO) 등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추구하는 적응형 사회 보호(ASP·The Adaptive Social Protection) 접근 방식은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한 모든 사람에게 포괄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ILO에서는 ASP 방식의 일환으로 가장 심각한 기후위기에 직면한 국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사회 보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실업 및 산업재해보험, 연금제도 등을 중심으로 보험 가입자에 대한 추가 혜택 제공, 적용 범위 확대, 자격 요건의 임시적 완화, 기후위기 영향을 받는 근로자들에 대한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 등에 대한 검토를 그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연구, 기존 보험의 적용 범위 확장을 위한 제한 사항 완화, 보험계리에 기후변화 위험성 반영, 사회보험제도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됐다. 특히 사회보험제도의 개선사항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추가 혜택 지급, 기후변화에 따른 근로자 상해 또는 사망을 보장 범위에 추가, 자연재해로 인한 실업을 보상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었다. 기존의 사회보험을 기후위기에 대한 포괄적인 보호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1일 서울 신촌 스타광장에서 ‘1.5℃’ 'HOPE'(희망)’이라는 글자를 보이고 있다. 1.5도는 '모든 세대가 경험하게 될 지구 온도 상승폭'을 뜻한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열화상 카메라로 사람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최주연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이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피해 보상 공백은 점점 커져만 간다. 자연재난에 대비한 정부 역할은 어쩌면 필수 불가결한 것일지 모른다. 향후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의 기존 사회 보장 프로그램 및 사회적 합의에 따라 사회 보험의 개선 정도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보험제도가 사전에 수립되어 있다면 마련된 절차에 따라 보험 가입자를 즉각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불가항력적인 재난에 대비한 ‘기후 보험’, 특히 사적으로 대비하기 어려운 계층에 대한 정책 보험 성격을 지닌 ‘기후 사회보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환경 살해는 범죄”…‘에코사이드 처벌법’ 도입 물결 가속화
2023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위자들이 에코사이드를 범죄화하는 법안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심각한 환경 파괴를 범죄로 간주하는 법안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달 멕시코 의회에서는 ‘에코사이드’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에코사이드(ecocide)란 환경(eco)과 집단학살(genocide)의 합성어로, 지구 생태계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악영향을 불러오는 파괴행위를 말한다.
제출된 법안에 따르면 ‘장기간동안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환경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법적이고 무자비한 행위’를 저지를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과 하루 1500페소(약 11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법안을 제출한 카리나 바론 페랄레스 하원의원은 “(에코사이드로) 생물 다양성이 파괴돼 일부 종은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인간 역시 호흡기, 위, 신장, 피부 등에 문제가 발생하고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등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러한 해로운 행위가 마땅히 처벌받을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 법안은 2년여 전 국제사회 전문가들이 지정한 에코사이드의 법적 정의를 따르고 있다. 2021년 6월 전 세계 변호사와 환경 운동가들이 만든 비정부기구 ‘스톱 에코사이드(Stop Ecocide)’는 에코사이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하기 위한 법안 모델을 제출한 바 있다. 현재 여러 나라들에서 국내 에코사이드 법안을 만들 때 이를 이용하고 있다.
당시 이 과정에 참여한 인권 변호사 발레리 카바네스는 “에코사이드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전쟁범죄, 반인륜 범죄, 집단 학살, 침략범죄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지난 6월 러시아의 에코사이드 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베트남 등 일부 국가들은 이미 에코사이드를 법적으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 유럽연합(EU) 국가 최초로 에코사이드 범죄를 도입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카호프카 댐을 파괴해 헤르손주 일대에 광범위한 환경 파괴를 야기한 러시아를 상대로 에코사이드 범죄 혐의를 조사 중이다.
네덜란드, 스페인, 벨기에, 스코틀랜드, 브라질 등은 현재 의회에서 입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네덜란드와 브라질에서는 이미 에코사이드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고, 벨기에에서는 입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페인 카탈루냐 의회도 스페인 형법 내에서 에코사이드를 범죄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밖에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도 에코사이드 관련 법안 제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EU도 유럽의회 차원에서 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 법무위원회는 에코사이드를 범죄화해야 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실제로 이 법안이 EU 차원에서 통과되면 모든 EU 회원국은 자국 내에 에코사이드 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 EU 회원국이 ICC 회원국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결국 이는 에코사이드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인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톱 에코사이드의 공동 설립자인 조조 메타는 “에코사이드를 막기 위해 강제력 있는 법적 보호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세상을 향한 필수 단계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경향 최서은 기자
사라진 남극 얼음 서식지…아기 펭귄 1만 마리 몰살당했다
기후변화에 급속도로 사라지는 남극 해빙
황제펭귄 주요 서식지 5곳 중 4곳서 번식 실패
"줄어드는 번식지...이번 세기 안에 멸종할 수도"
황제펭귄 무리가 남극 해빙 위에 자리 잡은 가운데 한 부모 펭귄이 새끼의 옆을 지키고 있다. 영국 남극조사국(BAS) 홈페이지 캡처
‘남극의 신사’로 불리는 황제펭귄이 이번 세기 안에 지구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남극 해빙(Sea ice·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 사라져 새끼를 낳고 기를 땅이 없어지는 탓이다. 영국 남극조사국(BAS)은 지난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황제펭귄 서식지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번식 실패 사태가 발생했다며 멸종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얼음땅 녹은 탓...새끼 펭귄 1만 마리 익사 추정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BAS 소속 피터 프렛웰 연구팀은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에서 지난해 남극 벨링스하우젠해의 중부와 동부에 위치한 황제펭귄의 주요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얼음이 사라져 새끼 펭귄 최대 1만 마리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서식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대형 서식지에서 새끼 펭귄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노먼 래트클리프 박사는 “황제펭귄이 한 시즌에 이 정도 규모로 번식에 실패한 사례는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황제펭귄은 평균 1.2m의 키와 꼿꼿한 자세, 턱시도를 연상시키는 검은 날개와 흰 몸통 때문에 별명이 ‘남극의 신사’이다. 남반구 기준 겨울인 5, 6월에 알을 낳는데, 60여 일 후 부화한 새끼 펭귄은 방수가 안 되는 회색 솜털만 난 취약한 상태로 약 4개월간 해빙 위에서 성장한다. 방수가 되는 깃털이 나는 건 생후 12개월 이후부터다. 그전에 바다에 들어가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떼죽음을 당한 새끼들의 사인도 익사가 유력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초 남극 얼음 면적은 역대 최저치에 가까웠는데, 특히 지난해 11월 벨링스하우젠해 중부와 동부 일대에선 해빙이 100% 사라졌다.
"갈 곳 없는 황제펭귄, 금세기 내 멸종할 수도"
남극에 위치한 핼리만 연구센터 근처 해빙에 황제펭귄과 그 새끼들이 무리 지어 있다. AP 연합뉴스
남극 해빙은 더 급격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16년 이후 해빙 면적 역대 최저 기록은 4번 경신했고, 이로 인해 남극 황제펭귄 서식지 62곳 중 30%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해빙 면적은 45년 위성 관측 사상 최저치였으며, 벨링스하우젠해에서는 지난 4월 말이 돼서야 해빙이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의 생존도 담보할 수 없다. 지난 20일 기준 남극 해빙 면적은 1,570만㎢로, 지난해 8월 기록된 겨울 최저치에서 200만㎢(한반도 면적의 약 10배)가 더 줄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멈추지 않는다면 2100년까지 황제펭귄 서식지 90%에서 번식이 불가능해지면서 멸종에 이를 것을 우려한다. 프렛웰 박사는 “황제펭귄이 디딜 해빙이 없어지면 번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화석연료에 보조금 1874조원 태운 G20…“탈탄소 약속 무색”
캐나다 싱크탱크, “한해전보다 140%나 많은 액수”
에너지 위기에 소비자 보조금 급증…개발 투자도 여전
독일 서부 공업도시 겔젠키르헨에 정유 시설과 풍력 발전기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겔젠키르헨/AP 연합뉴스
세계 주요 20개국(G20)이 지난해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보조금과 화석연료 개발 투자에 1조4천억달러(약 1874조원)의 공적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투자 규모만도 4400억달러에 이르러, 2년 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때 이들이 한 화석연료 감축 약속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지속가능 개발 국제연구소’(IISD)는 2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중국 등 주요 20개국이 화석연료 부문에 투입한 공적 자금이 2019~2021년 평균치의 2.4배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20개국은 세계 경제 생산의 85%와 무역의 75%를 차지한다.
이 보고서는 오는 11월 말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대비해 주요 20개국이 관련 정책을 조율할 회의를 다음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기에 앞서 나왔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보고서는 주요 20개국이 화석연료에 투입한 공적 자금이 2019년 6130억달러였다가 2020년 5080억달러로 18%가량 감소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에는 한해 전보다 799억달러 많은 5870억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조4070억달러로 한해 사이에 140%나 폭증했다.
지난해 공적 자금 투입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촉발된 전세계 에너지 가격 폭등 탓이 크다. 지난해 주요 20개국이 소비자들의 에너지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급한 보조금은 9670억달러로 2021년(1570억달러)의 6배를 넘는다.
화석연료 공급과 신규 개발에 투자한 자금도 44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1년의 4430억달러보다 소폭 증가한 것이다. 화석연료 개발 투자금은 2019년 4480억달러에서 2020년 3960억달러로 줄었으나, 2021년부터 다시 늘고 있다. 화석연료 개발 투자금은 에너지 생산자에 대한 보조금, 공공서비스 보조금, 에너지 관련 국영기업의 지출, 국제 에너지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합친 것이며, 이 가운데 약 70%는 국영기업의 지출이 차지했다.
2021년 10월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정상들이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여 퇴출시키는 등 화석연료 감축을 약속했지만, 총회가 끝나기 무섭게 화석연료에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이들 나라가 국영 기업을 통해 화석연료에 투자한 자금은 3220억달러로,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한 실질 투자 규모로 2012~2021년 평균치보다 더 많았다”며 “2022년 (에너지 가격 상승 덕분에 거둔) 막대한 이익을 바탕으로 올해 자본 투자를 더욱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런 행태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 5월에 이미 새로운 화석연료 공급 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을 포함한 로드맵을 선언한 것과 너무나 대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주요 20개국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의 화석연료 의존을 영구화하는 데 기여하고 또 다른 에너지 위기와 지정학적 안보 위기를 촉발하는 길을 열 것”이라며 “2023년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주요 20개국이 중요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높은 선에서 묶으려면 화석연료 평균 가격을 2030년까지는 이산화탄소환산량(CO₂e) 1t당 100달러까지 올려야 한다며 각국에 탄소세 부과 확대를 촉구했다. 보고서는 주요 20개국이 1t당 25~7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한해에 9270억달러의 세수를 추가 확보해 녹색 에너지 투자와 에너지 복지에 필요한 자금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깨진 원전에 물 붓기’…오염수 탱크 30개 방류하면 20개 새로 생겨
매일 90~140t 오염수 새로 발생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 탱크 모습. 후쿠시마/로이터 연합뉴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시작된 가운데 올해는 버리는 만큼 오염된 물이 새로 생겨나 사실상 ‘깨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25일 “올해 바다로 방류되는 처리수의 양은 탱크 30기 정도지만 새로 발생하는 양이 20기로 실제 줄어드는 양은 약 10기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24일부터 17일 동안 7800t을 시작으로 올해 네차례에 걸쳐 오염수 총 3만1200t을 방류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도 노심용융(멜트다운)을 일으킨 핵연료가 엉켜 있는 원전 안으로 빗물과 지하수 등이 스며들면서 매일 90~140t의 오염수가 새로 생기고 있다. 올해 발생하는 오염수의 양만 약 2만t이다. 이런 이유로 연말까지 3만1200t를 버리지만 실제 줄어드는 양은 약 1만1200t으로 총량의 0.8% 수준이 될 전망이다.
도쿄전력은 “올해가 첫 방류라 소량을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오염수의 방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의 경우 일본의 법적 기준치인 연간 22조베크렐(㏃·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 횟수 단위)을 초과해 바다로 방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삼중수소 농도는 바닷물로 희석해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낮춘 뒤 방류하기로 했다. 도쿄전력은 내년 방류 계획은 올해 말 공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난 24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약 5㎞ 떨어진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의 바다 모습. AFP 연합뉴스
오염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오염수가 새로 발생하지 않게 하면서 원전 폐로(해제)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하지만 오염수 추가 발생을 막으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대응은 실패했고, 폐로(2051년까지 종료)가 지금 짜둔 계획대로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방류 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항공화물의 3%? 가덕신공항 물류허브 꿈 꺾나
국토부 기본계획안 전망치, 2065년 기준 수요 33만t
- 발전 가능성 간과 낮춰 잡아
- 지방공항 인색 비판 목소리
- 市 신사업 유치 역할론 커져
국토교통부가 가덕신공항의 항공화물 수요 전망치를 크게 낮춰 잡으면서 동남권의 ‘경제 공항’ ‘물류 허브’ 기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공항 건설에 따른 미래 발전 가능성을 장래 화물 수요에 반영하지 않아 지방공항에 인색한 정부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4월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확정됐다. 행정 절차를 줄여 2030부산세계박람회 이전 조기 개항할 발판을 만들었다. 국제신문 DB
국토부가 지난 24일 공개한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65년 기준 국제 화물 수요는 33만5000t으로 예측됐다. 국토부는 27일 이에 대해 “기존 김해공항과 인천공항의 항공화물 수요를 바탕으로 부산·경남의 국제 화물 이용업체 설문조사 등을 종합해 예측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체 국제 항공화물 전망치에서 가덕신공항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국토부가 2021년 9월 내놓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따르면 2050년 국내 공항이 처리할 국제 항공화물 수요 전망치는 714만9000t(중립기준)이다. 연 평균 증가율을 감안해 2065년 기준을 추정하면 975만 4900t인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가덕신공항이 차지하는 비율은 3.4%(33만5000t)에 불과하다.
선행 용역 결과와도 차이가 크다. 2019년 동서대 산학협력단이 내놓은 ‘항공화물 수요분석 및 화물처리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가덕신공항의 화물 수요는 2060년 기준 63만t으로 추정됐다. 부산연구원이 2020년 수행한 ‘국제운송화물 현황분석’보고서에서는 2050년 기준 99만t이 처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3.4%’라는 인색한 결과가 나온 것은 항공 해운 철도가 어우러지는 ‘트라이포트’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정부가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나 40년 뒤나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항의 환적화물 처리량은 싱가포르에 이어 2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연계 수요를 제대로 반영 않은데다 신 산업 유치 가능성도 배제했다는 지적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신공항이 들어서면 그에 맞는 전략산업을 유치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물류 분담량은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번 수요 전망치에 이런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은 한국에서 트라이포트로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곳인 만큼 이를 극대화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덕신공항 개항에 맞춰 항공화물 수요를 견인할 신사업 유치와 이를 위한 정부와 부산시의 역할론도 커진다. 일각에서는 화물 수요가 크게 늘 수 있는 점을 감안, 공항 인프라 확충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4일 공개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전 타당성조사 결과에는 화물·부대시설 확장부지가 포함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가덕신공항이 경제공항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항공물류가 적어도 100만t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항공물류에 적합한 고부가 가치산업을 정부나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기재부 외면 속 ‘가덕신공항 공단법’ 입법 첫발 뗐다
주변개발지역 확대 가덕신공항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가덕신공항 개발권 확대 법안 27일 상정
가덕신공항 토지보상법 법사위 통과…30일 본회의 처리
총선 포퓰리즘? 공기단축 불가?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
‘매립→ 부유식→ 매립’ 돌고 돌아 제자리
신항 고속道 가덕 연결 추진…BuTX도 개항 때 달린다
與 “정부 협의로 개항 시기 논란 종식” 野 “부울경 주민·정치권 요구 반영돼”
터미널은 육지에, 활주로 육·해상 걸쳐…여객·물류 수요 늘면 공항 확장도 용이
엑스포 맞춘 속도전…공법도 활주로 배치도 공기단축 방점
"오염수, 국민이 먹게 될 지경"... 국힘의 놀라운 옛 논평
[주장] 민주당 방류 반대에 '선전선동' 낙인찍기...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 어땠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방류 반대 움직임을 '선전 선동' '괴담 유포'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민주당을 향해 "나치 괴벨스식의 낡아빠진 선전·선동을 하던 길거리 투쟁을 중단하라"면서 "민주당의 억지 선전·선동과 괴담 유포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우리 어민들과 횟집 수산업 종사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또한 민주당을 향해 "테러, 전쟁 선포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 가며 국민의 반일 의식을 부채질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힘 논평 살펴보니... "방류 방치하면 역사에 죄를 지는 것"
▲ 2021년 4월 15일 배준영 당시 국민의힘 대변인의 논평.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로부터 국민을 지킬 능력과 의지가 있나>. 배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의 아소 다로 부총리는 ‘오염수를 마셔도 별일 없다’는 망언을 쏟아내는데, 우리 국민이 이제 그 물을 먹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눈뜨고 이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누리집 갈무리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의힘과 소속 의원들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언행을 살펴보면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먼저 문 정부 시절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국민의힘 논평을 살펴보자. 일관되게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그 피해를 지적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는 국제 규범에 반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이다. 태평양이 방사능으로 오염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태평양 연안국들에게 돌아간다" - 2020.10.19 허청회 부대변인 논평
"일본은 안전하게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만으로도 수산업과 지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정부는 더 머뭇거리지 말고 일본 정부에 방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 2020.11.24 허청회 부대변인 논평
"미국과 IAEA까지 사실상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결정을 지지할 때까지 정부는 어떤 저지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오늘이라도 인접국, 우방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국제기구를 협력하여, 이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눈뜨고 이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 2021.4.15 배준영 대변인 논평
"일본의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됨은 물론 환경오염, 나아가 우리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 2021.4.20 황규한 상근부대변인 논평
문재인 정부 당시 국민의힘 논평을 살펴보면 현재 민주당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과 거의 판박이다.
"방사성 완전 제거 어렵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라며 오염수 방류 규탄한 국힘
▲ 국민의힘 의원들이 2021년 4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해당 결의안은 김기현 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16명이 공동 발의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당 차원의 논평이 아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언행은 어땠을까.
2020년 10월 성일종 당시 비상대책위원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즉시 나서 일본 정부에 강력한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며 "외교 채널을 가동해 방류 피해가 예상되는 주변국과 공조해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1년 4월 주호영 당시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 역시 "일본 따위에게 오염수 방출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빌미도 우리가 먼저 제공해선 안 될 것"이라면서 "일본의 무례와 외교적 결례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국민께서 강력한 항의와 경고를 보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방류 결정을 비판하고 정부와 국민의 항의와 경고를 촉구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도 2021년 4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내 피해 예상 규모를 분석해달라 의뢰했다. 입법조사처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동해안에도 소량의 오염수가 유입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고, 이에 이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태평양에 인접한 국가들과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염수 피해 방지를 위한 각국과의 공조를 촉구했다.
또한 같은 달, 국민의힘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해당 결의안은 김기현 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16명이 공동 발의했다.
해당 결의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를 비롯해 60여 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점을 비판했다.
해당 결의안은 2021년 6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당시 본회의에 재석한 국민의힘 의원 62명 중 기권한 세 명을 제외한 전원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 2023년 8월 24일 후쿠시마현 나미에의 우케도 어항에서 바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시설(뒷면)의 전경.ⓒ AFP=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능 문제를 지적한 결의안을 발의하고 의원 다수가 이에 찬성했다. 또한 당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랬던 국민의힘은 2023년엔 문재인 정부 당시 자신들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일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민주당을 가리켜 '괴담'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어떠한 기준도 없이 그저 자신들의 정치적 위치에 따라 입장을 뒤바꾸는 국민의힘의 행태야말로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선전 선동에 가깝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똑같은 사안을, 정권이 바뀌니 태도를 바꿔 선택적 분노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방류 반대 입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 비판은 되레 국민의힘에 더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박성우(ahtclsth)
오염수 방류 책임없나 묻자 국민의힘 “방류 찬성한 바 없어”
국민의힘 “IAEA 검증 기준 맞는 업무처리 찬성”
민주 “뻔뻔스러워” 정의당 “국민의힘 방류하고 싶어”
MBC 유엔 보고관 인터뷰 “일본 삼중수소 제거 효과적이지 않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서 국민들과 수산업계 불안이 커지면서 그동안 방류에 반대한 적이 없는 정부여당의 책임이 없느냐는 지적에 국민의힘은 “오염수 방류에 찬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IAEA 검증 기준에 맞는 업무처리를 찬성한 것이라며 발을 뺐다. 이 같은 태도에 야당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8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 시작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여당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 없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저희는 오염수 방류에 찬성한 바 없다”며 “저희는 당에서는 국제기구인 IAEA에서 정한 객관적 검증과, 기준에 맞는 업무처리를 찬성한 것”이라고 답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현재 일본 측에서 검증한 결과 삼중수소 수치가 검증결과가 없다는 정도의 수치가 나왔고, 유의미한 내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해수부가 중심이 돼서 200곳의 검증 장소에서 시료 채취해서 확인 한 결과 의미있는 내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방류 책임의 원인은 일본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이어진 질의에 그는 “방류 책임이 뭐죠,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다”고 더 이상의 답을 피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힘을 상대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평가와 정부 대처 등에 대한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총괄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지 나흘째이지만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고, 한덕수 총리는 국민들의 걱정과 많은 과학자들의 우려를 괴담이나 선동으로 일축하기에 바쁘다”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민주당은 “양당의 국회의원들과 양당이 추천한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토론을 통해 △안전성 평가 △정부대응 평가 △피해 지원책 등 구체적인 주제와 방식은 협의해서 정하되, 국민 앞에 숨김없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히 토론할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제안이 나오자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서 구체적 제안이 온다면 검토할 예정”이라며 “실질적 제안이 이뤄지고 나면 그 부분에 대한 내용에 대해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해외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왔다. MBC는 지난 27일자 <뉴스데스크> ‘“지금이라도 방류 중단해야” 해외 전문가 우려’에서 마르코스 오렐라나 UN 독성물질·인권특별 보고관 등의 인터뷰 내용을 방송했다. 오렐라나 보고관은 MBC 파리특파원과 화상 통화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를 두고 “일본이 오염수를 정화하기 위해 사용한 기술은 방사성 삼중수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는다.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MBC가 지난 27일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해외 전문가들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MBC는 오렐라나 보고관이 “국제 표준 이하라고 삼중수소가 탐지가 안 되는 건 아니다”라며 “결합돼서 탄소로 전환되면 먹이 사슬 상위로 농축될 수 있는 유기 삼중수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대목도 방송했다. 특히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지 않는 한국 정부를 두고 오렐라나 보고관은 영상에서 “한국이 분쟁 해결을 위한 평화적 수단을 스스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다. 유엔 해양법 협약은 매우 명확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MBC는 지난 1985년 노벨평화상 수상단체인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 공동대표를 지내고,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단체인 핵무기폐지공동행동도 만든 틸만 러프 교수도 화상 전화영상을 통해 “도쿄전력은 투명하지 않았다”며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보다) 보관하는 것이 훨씬 안전한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손령 특파원은 “과학적 근거들 들어 방류를 지지하는 평가도 있지만 역시 근거를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오후 강원 원주 오크밸리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 인터뷰 방송 내용을 빗대어 “윤석열 정권은 눈과 귀를 막고 일본의 핵 오염수 투기를 비호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비판 여론은 계속 커져가고 있다”며 “일본 핵 오염수 투기의 방조자, 공범이라는 국제적 지탄을 회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28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자신들이 일본 오염수 방류를 찬성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일본의 핵물질 오염수 방류 결정 과정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왜 반대한다고 그동안 한 차례도 말하지 않았는지, 방류가 시작된 이후 안전성은 무슨 수로 확보할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야당의 선동으로 횟집이 장사를 망치게 되었다며 ‘야당 책임론’을 제기한 국민의힘을 두고 “누가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 줄 알겠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어디까지 뻔뻔해지려느냐”고 반문했다. 강 대변인은 “정부와 집권여당이 국민 건강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놓고, 야당에 그 책임을 지라니 우습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이 28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 되레 괴담과 선동을 탓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두고 국민의힘을 방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들은 지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바다로 방류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바다라고 하는 인류의 공동 자산에 폭발사고가 일어난 원전의 오염수를 투기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는데, 한국 정부는 방조를 넘어 사실상 찬성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일본의 행위에 말 한마디 거들지 못하는 정부를 보며 국민적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조현호 기자
부산시 ‘세계유산’ 훼손 논란 ‘김병주 도서관’ 추진
200억 기부해 짓겠다는 자산가
부산항 1부두 최적지 선택하자
시, 넙죽 건립 추진 절차 진행해
잠정 등재 근현대 유산 훼손 땐
유네스코 신청 노력 물거품 우려
엑스포 유치에도 악영향 가능성
부산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부산항 1부두에 기부금으로 도서관 건립을 추진해 문화유산 훼손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항 1부두는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결정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9곳 중 핵심 장소인데, 세계유산 특성상 새 건축물 건립은 허용되지 않는다. 부산항 1부두가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핵심 전략인 ‘부산 이니셔티브’를 상징하는 장소인 만큼 도서관 건립 사업으로 엑스포 정신과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1부두 내 물류창고 일원 4000여 ㎡(약 1200평)에 도서관 건립을 추진한다.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지난 3월 사재 200억 원을 기부해 그의 이름을 내건 도서관을 짓고 싶다고 시에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사진은 28일 부산항 1부두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투자 그룹으로 알려진 MBK파트너스의 김 회장은 국내 1위의 자산가다. 그는 앞서 2021년 8월에는 서울시에 도서관 건립을 위해 개인재산 300억 원을 기부한 적이 있다. 서울시는 서대문구 북가좌동 서울시립도서관 건립 사업비를 김 회장의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도서관 이름은 ‘서울시립김병주도서관’으로 할 예정이다. 도서관 준공, 개관은 2025년 예정이다.
시는 김 회장의 기부 제안을 받고 북항 1단계 재개발지역에서 도서관 건립 후보지 3곳을 압축해 제안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부산을 방문해 후보지를 직접 둘러봤다. 당시 부산항 1부두를 가장 먼저 방문하고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이에 따라 다음달 10일께 김 회장 측과 기부금 약정식을 체결하기로 계획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다.
문제는 도서관 건립이 확실시되는 부산항 1부두는 시가 2015년부터 추진해 지난해 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에 성공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9개 장소 중 핵심이라는 점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여러 요건이 필요하지만 유산 보호가 필수적이다. 일단 잠정목록에 등재된 유산구역에는 새 건축물을 짓는 것이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시는 유산 보호는커녕 유산구역 일부를 훼손하고 새로 도서관을 짓기로 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문화재청은 뒤늦게 부산항 1부두에 도서관 신축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 7월 긴급회의를 열었고, ‘잠정목록 등재가 철회될 수 있다’는 내용의 회의 결과를 시에 공문으로 발신했다. 시가 지난 2일 올해 들어 처음 개최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전문가, 교수의 극렬한 반대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0일 두번째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려 이 사안에 대한 의견을 다시 한번 청취한다.
‘부산 이니셔티브’를 상징하는 부산항 1부두에 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하자 엑스포 정신과 가치가 흔들리고, 엑스포 유치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우려까지도 나온다.
경성대 강동진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켜낸 도시다. 부산항 1부두는 그런 부산의 도시 정체성을 함축한 장소”라면서 “이런 곳에 누군가의 이름이 걸린 도서관을 짓는다는 것은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무시하는 발상”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폭염 속 지렁이의 떼죽음
▲ 자전거 길의 지렁이 떼죽음 자전거 도로에 지렁이 사체가 널부러져 있다.ⓒ 신경민
지렁이들이 죽고 있다. 무더운 폭염 아래, 아스팔트 위에서 말라비틀어진 지렁이를 여러 마리 발견했다. 눈, 코, 귀, 팔다리가 없는 지렁이는 흙 속에서 흙 사이사이의 공기를 피부로 호흡한다. 비가 오면 빗물이 이 구멍들을 막는다. 지렁이는 비가 오면, 숨을 쉬기 위해서 땅 밖으로 나온다.
최근 비가 자주 내렸다. 그때마다 지렁이는 살기 위해 땅 위로 머리를 내민다. 요즘 비가 그치면 금방 햇빛이 쏟아진다. 햇빛은 지렁이의 수분을 빼앗는다. 아스팔트 위의 지렁이는 빠르게 땅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돌아가지 못한 지렁이는 아스팔트 위에서 대다수 죽음을 맞이한다.
지렁이가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렁이가 아스팔트를 뚫을 수 없는 것은 지당한 사실. 흙을 찾아야 하는데 일단 눈이 없다. 피부로 흙을 감지하며 살기 때문에 진화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다. 발이 없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근육의 수축, 이완으로 앞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만 이동하던 지렁이는 강렬한 햇빛에 수분을 모두 빼앗겨 말라비틀어진다.
지렁이는 일명 '흙의 파수꾼'이다. 썩은 잎이나 죽은 뿌리, 흙 속의 미생물 등을 먹고 뱉으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지렁이가 만든 수많은 구멍은 비가 내릴 때 저수기 역할을 해서 산사태를 막아주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유용하다.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은 지렁이를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노동자"라고 추앙했다. 지렁이는 이로운 일을 많이 하는 흙 속의 파수꾼인 셈이다.
현재 전 세계에 보고된 지렁이는 6000여 종이라고 한다. 그중 한반도에는 200여 종이 남아 있다. 이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1930~1960년대 쉽게 보았던 종을 지금은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급격한 개발과 토양 오염에 따른 결과다.
비가 온 후, 아스팔트 위에 죽어 있는 지렁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렁이는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이로운 생물이다. 폭염 속에서 지렁이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제는 한강에서 둘둘 감은 종이로 지렁이를 흙 위로 밀어주던 사람을 발견했다. 지렁이를 위한 구출작전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지 않을까.
신경민 오마이뉴스
툭하면 ‘친환경’이라는 기업 10개 중 4개는 ‘그린워싱’…최악 5곳은?
그린피스는 기아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SUV 차량을 숲 속에 둔 이미지를 올리고 ‘보기만 해도 숲 냄새가 난다’는 문구를 담아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갈무리
‘친환경’을 강조하는 기업 광고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그린피스와 시민들이 조사한 결과 대기업과 산하 계열사 10곳 중 4곳은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친환경은 아닌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린피스는 497명의 시민과 함께 지난해 4월 이후 1년간 대기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형태의 게시물 6만21건을 전수 분석해 그린워싱 사례를 찾았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친환경적인 일부 속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속성을 숨기는 등 소비자가 기업 활동의 환경적 이점을 오도하도록 하는 행위다. 조사 대상 기업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대기업과 그 산하 계열사 2886개 중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유·운영하는 399개다.
그린피스는 그린워싱의 주요 유형을 제품의 실제 성능이나 기업의 혁신과 관련이 없이 자연의 이미지를 활용해 기업이 친환경 이미지를 씌우려고 하는 ‘자연 이미지 남용’, 저탄소 기술 개발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녹색 혁신 과장’, 직접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를 열며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책임 전가’ 등 3가지로 정의했다. 그린피스 네덜란드사무소가 지난해 ‘알고리즘 투명성 연구소’와 미국 하버드 대 제프리 수프란 박사에게 의뢰해 받은 ‘그린워싱의 세 가지 그림자’ 연구를 근거로 했다.
업종별 그린워싱 게시물 수. 그린피스 제공
전체 게시물 6만21개 중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게시물은 총 650개였다. 기업 399곳 중 그린워싱을 한 번이라도 올린 곳은 165곳으로 41.35%였다. 그린워싱 콘텐츠를 가장 많이 게시한 업종은 정유·화학·에너지 분야(650개 중 80개)였고, 건설·기계·자재(62개), 금융·보험(56개), 쇼핑·유통(56개) 등 순이었다. 다만 각 산업군의 기업 수 편차는 컸다.
그린워싱 사례 650개 중 절반이 넘는 51.8%가 ‘자연 이미지 남용’ 유형이었다. 예를 들어 기아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SUV 차량을 숲속에 둔 이미지를 올리고 ‘보기만 해도 숲 냄새가 난다’는 문구를 담아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했다.
‘책임 전가’ 유형은 39.8%였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7월 올린 게시물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나와 지구를 위해 자전거로 라이딩을 시작하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녹색 혁신 과장 유형은 18.3%였다.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가 ‘탄소중립’ 윤활유라고 광고한 뒤 ‘그린워싱’으로 환경부 제재를 받은 제품을 ‘탄소 감축 노력’ 사례로 소개했다.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섞여 있는 사례도 23.3% 였다. 기업 임직원의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기업 활동과 상관없는 환경 트렌드 소개 등 기타 사례는 전체 그린워싱 사례의 14%다.
그린워싱 유형별 비율. 그린피스
시민들이 뽑은 ‘최악의 그린워싱’ 1위로는 롯데칠성음료의 ‘자연이미지 남용’이 꼽혔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4월 멸종위기종 황제펭귄, 해달 등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하며, “환경을 위한다“고 했다. 보고서 갈무리
시민들이 뽑은 ‘최악의 그린워싱’ 1위는 롯데칠성음료의 ‘자연이미지 남용’이 꼽혔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4월 멸종위기종 황제펭귄, 해달 등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하며, “환경을 위한다“고 했다. 플라스틱 페트병이 바다에 버려져 멸종위기종이 피해를 받는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없었다. 2위는 삼성스토어의 ‘녹색혁신 과장’ 사례다. 그린피스는 정부 친환경 마크가 아닌 자사 마크를 사용해 공인기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고 봤다. 그밖에 자연 이미지를 남용한 항공사 한진 등의 사례가 언급됐다.
그린피스는 “기업의 그린워싱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 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특정 기업의 그린워싱이 발각되면 친환경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할 수도 있다”라며 “기업은 손쉬운 그린워싱 마케팅 유혹에서 벗어나, 탄소중립 목표 시한을 앞당기고, 100% 재생에너지 사용과 같은 기후위기 해결에 필요한 기업의 환경 역량을 키우는 모습을 소비자에게 보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경향
강풍·극한호우에 ‘늙은 가로수’ 연간 5000그루 쓰러진다
심은 지 35년 이상 전국 ‘100만 그루’
산림청 “고령수, 속 텅 비는 현상 발생”
평상시에도 픽픽 쓰러지며 안전 위협
지난 10일 오전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강풍이 분 부산 북구의 한 도로에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7~8월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와 태풍 카눈으로 도시지역과 도로변의 가로수 등 나무 863그루가 쓰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도로가 막히고 정전이 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차량이나 건물 위로 나무가 쓰러져 재산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쓰러진 나무 중 상당수는 식재된 지 35년 이상 된 고령 나무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4월 9일 오후 5시 30분쯤 대전시 중구 문창동의 한 도로에서 높이 6m 정도의 가로수가 쓰러져 도로변에 주차된 차를 덮쳤다. 당시 현장에서는 바람도 불지 않았고, 비도 내리지 않았다. 지자체의 조사 결과, 식재된 지 50년이 넘은 버즘나무의 뿌리가 썩어 나무가 쓰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8월 25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 종로구의 한 도로에서도 가로수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파손되고, 인근 도로의 차량 통행이 20여분 동안 통제됐다. 이때도 바람이나 비는 없었다.
2018년 8월 25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 종로구의 한 도로 변에 있던 가로수가 쓰러져 있다. 종로소방서 제공
도시지역의 도로나 주택가·다중이용시설 등에 있는 ‘나무의 노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집중호우나 태풍 때는 물론 평상시에도 갑자기 픽픽 쓰러지면서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람의 고령화’와 마찬가지로 ‘나무의 노령화’도 사회적 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29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의 도시지역과 도로변에는 식재된 지 35년이 넘은 노령 나무가 약 100만 그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노령 나무는 대부분 대형이어서 쓰러지는 경우 사람이나 시설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산림청은 지난 4년간 집중호우와 태풍 등 비바람으로 쓰러지거나 부러진 나무는 2만 그루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5000그루의 나무가 쓰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앞에서 소개한 대전 중구나 서울 종로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비바람이 없는 평상시에도 도로변에 있던 가로수가 픽픽 쓰러지면서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오래된 버즘나무(플라타너스) 등의 가로수는 노령화하면 나무 속이 텅 비는 ‘공동화’가 생기는 데 이 경우 쉽게 쓰러져 피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산림청과 지자체 관계자 등이 가로수의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매년 더욱 강력해지는 집중호우와 태풍 속에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시지역과 도로변의 허약한 나무를 건강한 나무로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9월 말까지 주택·인구 밀집지 등에 있는 노령화한 대형 나무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김주열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은 “산림청·지자체 관계자는 물론 나무안전진단 전문가가 참석하는 이 점검에서는 나무 속의 공동화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비파괴 검사기까지 동원된다”면서 “9월 말까지 7개 특·광역시의 노령·대형 나무 4000그루를 우선 점검 대상으로 선정해 비파괴 정밀 진단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역대급 짠물예산…가덕신공항은 5200억 증액
정부 내년 657조 지출 의결, 가덕신공항 41배 확대 편성
- 건설사업 추진 가속화 전망
- 지역화폐 ‘0원’ 교부세 8조↓
정부가 가덕신공항 건설 예산을 올해 130억 원에서 내년 5300억 원으로 41배 확대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밀접하게 연관된 가덕신공항이 올해 말 기본계획 확정 및 예산 증액과 맞물려 내년부터 본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전반적인 내년 예산(총지출)은 건전 재정 방침에 따라 역대 가장 낮은 증가율에 머물렀다. 지역화폐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고 지방교부세는 8조 원 넘게 삭감됐다.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 국제신문DB
기획재정부는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4년 예산안’을 의결하고 다음 달 1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638조7000억 원)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 증가율은 우리나라 예산 편성에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최저치다. 세수 결손 사태가 지속되자 고강도 ‘허리띠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건전 재정을 지키기 위해 최저 증가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애초 예산 동결(0%)까지 고려했다”고 전했다. 다만 “국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에는 지출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내년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 예산은 5363억 원으로 편성됐다. 내년부터 사업이 본격화하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올해 말 가덕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부산이 오는 11월 말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면 사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2029년 12월 개항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2월 착공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발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전담할 가칭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관련 법안이 발의 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심사 중이다.
가덕도신공항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국제공항으로 짓는다. 2065년 기준 국제선 여객 2326만명, 화물 33만5000톤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에 총면적 666만9000㎡ 규모로 짓는 게 기본계획(안)의 골자다. 총사업비는 14조원 규모로 추정되나, 국가재정법에 따라 관계기관 협의 후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이같은 내용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은 올해 말 확정·고시할 방침이다 출처 : 인천투데이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투자 활성화’ 관련 총예산은 올해 4조5000억 원에서 내년 5조7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비수도권 사업을 지원하는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는 3000억 원(모펀드) 규모로 조성된다. 지역에 생활인구를 확충하기 위한 예산도 135억 원이 새로 투입된다. 지방대 활성화 예산은 올해 2500억 원에서 내년 3125억 억 원으로 증가한다.
이 밖에 정부는 ▷울산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기반 시설 지원에 200억 원 신규 투입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예산 증액(2032억 원 → 2127억 원) ▷남부권 등 광역권 관광개발 사업 예산 확대(608억 원 → 690억 원) ▷조선업 선수금환급보증(RG) 특례보증 시행(2000억 원 신규 투입) 등을 확정했다.
반면 정부가 각 지자체에 지급하는 지방교부세는 올해 75조2883억 원에서 내년 66조7711억 원으로 11.3%(8조5172억 원)나 줄어든다. 지역화폐 예산은 ‘0원’이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올해 하반기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야당과 지자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은 내년에 총 10개교가 설립된다. 수도권 7곳, 비수도권 3곳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며 “경제 체질을 시장 중심, 민간 주도로 바꾸겠다. 민간투자를 저해하는 킬러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민간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게 금융 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정유선 기자
명장정수장 사무소 땅 절반은 공원으로 조성
상수도본부, 통행로 등 조성
부산 동래구 명장정수장 통합사무소 부지 일부가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29일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와 김희곤(동래구·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에 따르면 상수도본부는 지난 25일 명장정수장 동래통합사업소 부지 공원화 설계용역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
공원화 사업은 동래통합사업소 부지(명장동 333번지 외 6필지)를 개방해 통행로를 조성하고, 전체 부지 1만3182㎡의 절반가량을 공원으로 만들어 주민 편의를 높이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동안 사업소 부지가 주거지와 도시철도역을 가로막아 통행을 방해한다는 주민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상수도본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부지를 통과하는 통행로를 만들어 24시간 개방하고, 통행로 인근 노후 시설을 정비하고, 운동기구 등을 설치해 도심지 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지난 2월 기본구상용역을 마쳤고, 지난 6월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에 착수했다. 내년 6월께 용역을 마치면 7월 착공 예정이다. 공원 이용은 2025년 상반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우선 동래통합사업소 부지 공원화를 통해 주민 공간으로 조성을 추진했지만, 향후 사업소 이전 또는 신축을 통한 수영장 도서관 등 주민 문화체육 시설 마련 마스터플랜 계획도 협의한 바 있다”며 “해당 부지가 주민복지를 위해 쓰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명장정수장 동래통합사무소 부지 내 공원조성 예정지.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제공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윤석열 정부가 강과 하천에 벌이려는 일... 참을 수가 없다
국가하천 19곳 준설하고 10개 댐 신설하겠단 환경부... 강과 하천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 아냐
강과 하천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을 또 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MB시대 4대강사업을 통해 대규모 준설과 무분별한 댐 건설이 가져올 혈세낭비, 국토환경 파괴 등을 이미 경험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들어선 부자 감세 등으로 국가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불필요한 토건 사업에 또 혈세를 써야 하는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의도가 뻔한다.
의미도, 효과도 없는 4대강사업
▲ 환경부 보도자료 환경부는 2024년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 계획 추진을 밝혔다.
ⓒ 환경부
환경부가 오늘(29일) 내년에 국가하천 19곳을 준설(준설규모 192만2000㎥)하겠다고 밝혔다. 또 10개 댐 신설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환경부는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어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제시했다. 긴급 재난대응 사업과 하천기본계획에 있는 하천정비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앞서 지난 7~8월 호우에 지류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하자 윤석열 정부 환경부와 <조선일보> 등은 4대강사업 공사 구간은 멀쩡한 반면 지류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은 환경단체가 지류 하천 정비를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단체 등은 대규모 지류 정비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반발했다. 지류 정비사업은 포스트 4대강사업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홍수 예방은 국가하천, 지방하천 구분보다 취약 지역 우선이 원칙이다. 4대강사업 이전 본류 홍수 피해는 거의 없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요한 주장이다. 홍수 피해는 주로 지류에서 발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본류 물그릇을 키우면 지류의 물 빠짐이 개선돼 홍수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4대강사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도 지류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4대강사업 공사를 했던 본류도 안전하지 않았다. 2020년 낙동강 제방 붕괴 사고는 이를 증명한다. 2018년 7월 감사원은 4대강사업 홍수 예방 편익을 '0'원으로 평가했다. 홍수 방어를 목적으로 실시한 대규모 준설 등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와 보수 언론이 지류 홍수 피해가 환경단체 반대 때문이라 주장하는 것은 이 정권의 클리셰인 '남 탓'이라고 본다. 또 중대한 왜곡이다. 환경단체는 오히려 홍수터 복원과 비구조물적 홍수 방어 대책 중심으로 본류보다 지류 홍수 대비를 제안했다. 지류가 홍수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이를 거부한 게 MB정부였다.
대규모 준설 등은 MB표 4대강사업 방식을 지류에 적용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본다. MB는 4대강사업 강행을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무력화했다. 윤석열 정부는 포스트 4대강사업 강행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법'의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하고 있는 것 아닐까. 혈세 낭비 방지와 사회적 합리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검증 과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꼴이다.
홍수 방어를 위한 준설은 하책(下策) 중에 하책이다. 효과는 낮지만, 하천 생태계를 황폐화한다. 과거 정부에서 준설, 보를 자연 하천에 반하는 사업으로 규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대규모 준설로 홍수 예방하는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독일은 오히려 강과 하천의 건강성을 위해 역준설, 즉 모래와 자갈을 강에 다시 붓고 있다.
비용 대비 편익을 고려했을 때 댐 건설도 따져야 한다. 단위 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댐 밀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댐 공화국이다. 비용보다 편익이 높게 나올 수 있는 댐 자리는 이미 댐이 들어 섰다. 어디에 그리고 누구를 위해 댐을 짓겠다는 것인가?
왜 자연과 전쟁을 벌이려 하는가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은 토건족과 지역 토호의 먹거리일 뿐이다. 준설은 모래와 자갈, 즉 골재를 파내겠다는 것이다. 댐 건설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을 파헤친다. 모래와 자갈은 강에서 없어서 안 될 존재다. 물을 맑게 하고 각종 생명을 품는다.
이 모래와 자갈이 사라진 강에서 수질이 나빠지고 대규모 녹조가 창궐하는 것을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확인했다. 그리고 환경단체 등의 조사에 따르면, 그 녹조에 있는 독소가 쌀, 무, 배추 등 한국인의 밥상을 넘어 공기 중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준설과 댐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1세대 환경운동가인 한 선배는 "자연과 전쟁하려는 족속은 가만두면 안 돼"라고 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강과 하천을 대상으로, 즉 자연과 전쟁을 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개발에 따른 편익은 특정 세력에게 집중되지만 피해는 철저히 사회화(개인화)된다. 지금 환경부의 모습은 환경부가 아니라 '개발환경부'일 뿐이다.
이철재(ecocinema)오마이뉴스
프랑스까지 칼 빼들었다…이대로면 한국 전기차도 '날벼락’
'프랑스판 IRA'에 전기차 수출 비상
무협 "한·EU FTA 위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탄소배출량 산출해 보조금 지급
'해상운송' 한국 자동차에 불리
한국무역협회가 프랑스 정부가 추진 중인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대해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프랑스는 전기차의 생산부터 운송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평가해 보조금 지급 여부를 정하는 새로운 환경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대로면 한국 전기차 수출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와 유럽 한국기업연합회(KBA)는 지난 25일자로 프랑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 관련 시행령 개편안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무협과 유럽 KBA는 의견서에서 “한·EU FTA는 양 당사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이 초안에 따르면 한국산 전기차가 프랑스 및 다른 EU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차보다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최종 시행령에서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월 말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에 관한 시행령 개편안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는 앞으로 해상 운송을 포함해 전기차 생산 전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환경 점수’를 매기기로 했다. 합산 점수가 일정 점수를 넘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전기차 가격과 에너지 효율 등에 따라 보조금을 결정하는데, 앞으로는 밸류체인의 탄소발자국까지 따지겠다는 것이다. 내년 1월부터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유럽 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의 확산세를 막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에선 ‘프랑스판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라는 별칭도 생겼다. 문제는 한국 전기차까지 그 유탄을 맞게 됐다는 점이다.
초안대로면 유럽까지 장거리 해상 운송이 불가피한 한국산 전기차는 탄소배출량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협은 “초안이 설계한 해상운송 탄소배출계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데이터와 비교해 10배 이상 높게 책정됐다”며 “한국처럼 먼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전기차에 불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무협은 해상운송 계수 조항을 삭제하거나,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 기준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번 조치가 유럽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엑스포 겨냥 과속하는 ‘가덕도신공항’···안전·환경 문제 없나
수익성 전혀 없고 육해상 매립식 공법으로 안전성 무시
예타 면제에 “적법 절차·환경 문제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
“기존 공항 확장으로 가야···엑스포 유치 안 되면 더 심각”
가덕도신공항 개항 일자가 2035년 6월에서 2029년 12월로 6년이나 앞당겨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처럼 개항 일정이 빨리 조정된 이유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전에 신공항을 개항하려는 지역의 요구가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 항공업계의 중론이다.
◇"수요도 없는데"···낮은 수익성도 문제
지난 24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에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기본계획안을 수립해 확정·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에는 단일공구 설계 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의 발주·내년 말 착공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공사 일정이 촉박해지면서 추정사업비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추정된 사업비는 15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추산된 13조7600억원보다 10%나 올랐다. 물가 인상률을 적용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지만, 초기에 부지 조성 사업비 규모를 7조원으로 잡았던 것까지 고려하면 2배 넘게 오른 비용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신공항 사업 비용에 적자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미 전국 15개 공항 중에 인천·김포·김해·제주국제공항 4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 공항들은 수요 부족 문제로 적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도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편익분석(B/C) 비율이 0.5 내외 수준이었다. B/C 비율이 1보다 낮으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 즉 이후 투자 비용을 거두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고추 말리는 밭만 추가됐다”는 소리가 나온다.
◇안전성 보장은 뒷전?
공사 기간이 단축되면서 해상 공항이었던 계획도 육상과 해상에 걸치는 육·해상 공항으로 변경됐다. 또 건설 공법도 여러 차례의 전문가 자문회의와 관련 지자체 협의를 거쳐 매립식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부체식과 잔교식은 사전 절차 준비가 복잡하거나 공사비가 과다하게 소요되는 등의 단점이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졸속 공사에 안전성까지 내다버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육해상에 걸쳐 공항을 조성하면 육지와 해상의 지반 침하 속도가 달라 ‘부등침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매립식 공법도 공기 단축에는 크게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지난해 말 박형준 부산시장이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정부지는 수심이 15~30m이고 연약지반 깊이는 25~45m로, 활주로 표고 15m를 고려하면 매립을 통한 지반 성토 높이가 65~90m로 예상돼서 매립 여건이 좋지 못하다”며 매립식을 반려하고 1년도 채 안 지나서 다시 매립식을 채택한 이유도 역시 속전속결 공사를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이어 관계자는 “비행기 이착륙할 때 충돌 문제라도 발생하면 큰일”이라며 “지금 건설업계에서도 졸속 공사가 문제인데 이렇게 반성이 없어서 되겠나”하고 우려를 표했다.
◇예타 프리패스···환경문제도 패스
절차의 졸속화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막대한 국비가 투입되는 공항 사업이지만 신속한 추진을 위해 지방 공항 조성 사업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특별법으로 면제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항 건설사업은 지자체의 자금이 거의 투입되지 않아서 생기는 고질적 문제”라며 “재정적 부담이 덜한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국가가 눈치를 자꾸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의 의견이 일관적이지 못한 증거는 지역을 나눠서 보면 알 수 있다”며 “새만금신공항 조성에 대해서는 경상도 주민들이 ‘혈세 낭비’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본인 지역에 가덕도·대구경북신공항 짓는다고 하면 반갑다고 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결국 ‘표플리즘’이라는 원론적 문제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예타 통과는 환경문제에 대한 잡음도 낳는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을 비롯한 일부 환경단체는 줄곧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원점부터 재검토하라”고 요구해왔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도 최근 “결정되지도 않은 부산 엑스포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환경을 훼손하는 신공항 사업을 반대한다”며 규탄했다.
환경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는 생태 자연 1등급 지역이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 맞닿아 있다. 이곳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2등급인 삵·솔개·수달·표범장지뱀 등이 서식하고 있고,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와 습지보호구역이 있다. 바다 또한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으로 상괭이·잘피·산호 등이 살고 있다.
◇“신공항 건설, 막는 게 답”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항들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보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토부가 이제는 엑스포 개최지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개항 일정을 준수하겠다고 ‘무대포’ 입장을 고수한다”며 “유치가 안 되면 더더욱 국내 관광 수요도 없을텐데 수요 부족으로 어떻게 적자를 면할 거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을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666만9000㎡ 규모의 24시간 운영 가능한 대규모 허브 국제공항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2065년까지 국제선 여객 2326만명, 국제선 화물 33만5000톤을 수용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3월 발표한 개항 추진 로드맵에 따라 항만·도로‧철도 건설·물류‧상업 시설 등을 연계한 공항경제권 구축이 계획 중에 있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신설을 추진하고, 앞서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심사 중이다.
국회 국토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공항 사업은 선거용 카드가 아니다”며 “안전하고 조속히 완공될 수 있길 바란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정희경 기자 heesir@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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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감도.ⓒ국토교통부
'적자난' 우려에도 지방 신공항 건설이 속속 본궤도에 올라 속도를 내고 있다. 적잖은 혈세를 투입하면서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한 이들 신공항은 시설계획을 보완하면서 점점 사업비를 키우는 실정이다. 매해 적자를 누적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명 TK신공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사전타당성 조사(사타)를 통해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1.03으로 기준선인 1.0을 턱걸이 수준으로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군 공항과의 통합이전이 아니라면 사실상 기준선을 크게 밑도는 경제성 분석이 나왔을 거라고 국토교통부도 시인하고 있다.
'정치공항'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부산 가덕도신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덕도신공항은 사업성이 약해 애초 폐기됐다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선거용 카드'로 되살아나며 추진 궤도에 오른 케이스다.
국토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구공항 민항이전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용역은 아주대와 유신이 지난 2020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3년여 동안 수행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사업이다.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에 들어선다. 지난 4월 예타 면제와 재정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특별법이 이달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군 공항은 대구시가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대신 국방부는 대구시에 기존 군 공항 부지를 양여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된다. 민간 공항은 국토부가 국비로 건설한다. 내년 말 착공해 오는 2030년 개항한다는 목표다.
이번 사타 검토는 공항 건설 사업의 시작 단계에서 항공 수요에 따른 시설 규모·배치 등 개략적인 공항 계획을 마련하는 절차다. 국토부는 4월 특별법 제정 이후 대구·경북과 공항 전문가 등과 함께 계획을 마련했다.
연구용역 결과 민간 공항의 부지 면적은 92만㎡으로 전체 공항 면적(1782만㎡)의 5%를 차지한다. 시설은 각각 여객 터미널 10만2000㎡, 화물 터미널 1만㎡, 계류장 29만6000㎡, 활주로 3500m 등의 규모로 조성한다. 항공 수요는 개항 30년 뒤인 2065년을 기준으로 여객 1226만 명, 화물 21만 8000톤(t)이 예상됐다.
민간 공항 사업비는 2조 6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애초 예상했던 1조 4000억 원보다 2배쯤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 군 공항 이전 사업비 11조 5000억 원을 더하면 총사업비는 14조 1000억 원으로 뛴다. 그동안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들 중에서 15조 원대로 추산되는 가덕도신공항 다음으로 가장 큰 예산 규모다.
▲ 사전타당성조사 주요 결과.ⓒ국토교통부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애초 알려진 1조 4000억 원은 국토부 차원에서 산출한 게 아니라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미리 계산해본 수치"라며 "항공 수요를 기반으로 공항 내 적절한 시설물을 배치하고,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다보니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C는 1.03으로 기준선인 1.0을 '간신히' 넘겼다. 통상 B/C가 1.0 이상이어야 사업에 경제성이 있다고 여긴다. 이에 대해 이상일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민간 공항이 이 정도면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현재 추진 중인 다른 신공항 사업들의 B/C를 살펴보면 '가덕도신공항' 0.51~0.58, '새만금 신공항' 0.47 등으로 TK신공항의 반 토막 수준에 그친다.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은 편리함이나 유익함은 50원쯤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1.03이란 수치는 군 공항의 인프라에 힘입은 바가 크다. 군 공항을 옮기면서 상당 부분 기반시설을 군에서 투자하다 보니 민간 공항은 건설비와 운영비를 상당 부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군 공항과의 통합 이전을 고려하지 않고 민간 공항만 단독으로 두고 본다면 가덕도·새만금 신공항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제성이 떨어질 거란 얘기다.
국토부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신공항은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을 통합해 운영하기 때문에 민간 공항만의 B/C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 정책관은 "민간 공항만 단독 이전하면 가덕도신공항처럼 돈이 많이 들었겠지만, 군 공항을 두고 민간 공항의 몫에 해당하는 부분만 사업을 추진하기에 사업비를 크게 아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신공항을 놓고 보면 민간 공항만의 B/C는 절대값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B/C는 특별히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군 공항과 통합이전하는 데도 불과 0.03 차이로 B/C 문턱을 넘은 것 자체가 이미 지방공항의 부족한 사업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3500m 활주로 건설도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여객 수요만을 고려하면 3200m로 충분하다는 견해다. 하지만 특별법상 물류 공항 기능 지원을 위해 대안을 추가 검토한 결과 3500m와 3800m 2가지를 저울질했고, 경제성 분석을 통해 경제성이 높은 3500m를 최종안으로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정작 공항 건설에 대한 사업성은 건너뛰면서 활주로 건설을 놓고는 경제성을 따졌다는 얘기다. 활주로 건설 사업비는 길이에 따라 1900억 원쯤 차이가 발생한다.
지방공항의 공통점은 건설 이후 만성적인 적자난에 허덕인다는 점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15곳의 지방공항 중 11곳이 만성 적자 상태다. 공항 건설에 투입한 사업비가 막대할수록 적자에 대한 체감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신공항 사업 중 사업비가 14조 원대로 손에 꼽힐 정도인 대구경북 신공항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토부는 TK통합신공항의 민항 부문이 지역에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한다. 민간 공항 건설에 따른 생산유발효과가 5조 1000억 원, 고용창출 효과가 3만 7000여 명에 달한다는 전망이다. 공항을 통해 접근성이 향상되고 육상 물류비가 절감되면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기 전에 신공항의 운영 실적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항 자체가 원활히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역 내에 고용 효과와 생산유발효과 등이 일어나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란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공항의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 사업성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이미 가까운 지역들에서 중복권역 위험성이 커져 각 공항들의 생존 전략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견해다.
한국교통대 한 교수는 "충청권·경남권·영남권 등 공항들이 지역 곳곳에 배치되는 것을 지역 균형발전의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지속 가능성이 없는 공항은 그 지역을 위해서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며 "대구·경북과 부산, 청주 등은 외국으로 보면 사실 굉장히 가까운 거리라 하나의 국제공항으로도 커버할 수 있다. 권역이 중복될수록 각 공항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본계획안이 발표된 가덕도신공항도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을 24시간 문을 여는 국제공항, 섬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친환경 콘셉트의 공항으로 짓겠다고 밝혔다. 내년 말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9년 12월 개항한다는 로드맵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사업을 최초로 검토했던 당시 경제성 부족으로 폐기됐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선거용 카드'로 되살아난 사례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도 부산·경남 지역 등의 민심을 의식해 동조하면서 대표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사업이란 비판을 샀다.
이날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의 항공 수요를 2065년 국제선 기준으로 여객 2326만 명, 화물 33만 5000t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앞서 한국항공대 컨소시엄이 수행한 사타에서 제사했던 여객 2336만명, 화물 28만 6000t과 비교했을 때 화물운송 수요는 4만9000t 늘었지만, 여객 수요는 10만 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여객 수요는 그동안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주장했던 부산시 예측 규모 4600만 명의 절반쯤에 불과한 실정이다.
총사업비는 제시하지 않았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관계기관 협의 후 확정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총사업비가 15조여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했던 13조 7000억 원보다 늘어난 규모다. 증액되는 사업비는 고스란히 국민 혈세로 충당된다.
김기랑 기자 rang@newdailybiz.co.kr
범선의 귀환…‘탈탄소’ 풍력 화물선 첫 항해 시작
탄소 배출 저감 위해 대형 돛 장착…연료 30% 절감 기대
최근 첫 항해를 시작한 풍력 화물선 ‘픽시스 오션’. 소유주는 일본 미쓰비시상사이고 카길이 이를 임대해 쓴다. 카길 제공
19세기 증기선의 등장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던 범선이 기후위기 시대의 탈탄소 바람을 타고 다시 해상운송 무대에 복귀하려 하고 있다. 선박 연료의 탄소 배출이 주요 환경 문제로 떠오르면서 깨끗한 풍력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삼는 기술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국제 물동량의 90%를 차지하는 해운업의 탄소배출량은 2020년 기준 세계 전체 배출량의 약 3%인 10억8천만톤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곡물 대기업 카길은 거대한 돛을 단 풍력 화물선(벌크선)이 중국에서 브라질까지 첫 장거리 항해를 시작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항해는 풍력 화물선의 실용성을 시험하는 항해이기도 하다.
‘픽시스 오션’(Pyxis Ocean)이라는 이름의 이 선박 갑판에는 높이가 37.5m에 이르는 거대한 풍력날개 ‘윈드윙스’(WindWings) 2개가 우뚝 서 있다. 풍력발전기와 똑같은 소재로 만든 이 날개는 옛 범선의 돛과 마찬가지로 정박 중에는 접혀 있고 항해 중에만 펼쳐진다.
풍력 돛은 영국에서 개발했지만 제작은 중국 조선소에서 했다. 카길 제공
5~6년 사이에 급변한 탈탄소 환경
이 선박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 업체인 영국의 바 테크놀로지스와 노르웨이 야라마린 테크놀로지스는 최대 30%의 연료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선박의 길이는 229m, 총톤수는 4만3천톤으로 기존 카길 화물선을 개조해 완성했다.
카길해운의 얀 딜레만 사장은 ‘비비시’에 “탈탄소화로 가는 여정에 왕도는 없지만 이번에 선보인 선박 기술은 상황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5~6년 전만 해도 해운업계 사람들은 탈탄소화에 회의적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모두가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급변한 상황을 설명했다.
픽시스 오션이 이번 항해에서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6주가 걸린다. 카길에 따르면 평균 국제해운 노선을 항해할 경우 윈드윙스 1개당 하루 1.5톤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선박 1톤당 78만원의 중유값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
바 테크놀로지스의 존 쿠퍼 대표는 “윈드윙스 4개를 장착할 경우 하루에 연료 6톤을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20톤을 줄일 수 있다”며 “이번 항해가 해운산업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 테크놀로지스는 앞으로 4년 동안 수백개의 풍력 날개를 제작할 계획이다.
돛이라기보단 배 위에 얹는 비행기 날개
스웨덴의 선박 설계회사 왈리니우스 마린도 합작회사 ‘오션버드’를 설립해 풍력 선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첫 항해를 목표로 자동차 운반선(로로선)에 높이 40m, 폭 14m, 무게 150톤의 대형 돛 ‘윙세일’ 세트를 장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션버드는 “윙세일은 일반 돛이라기보다는 배 위에 얹는 비행기 날개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오션버드는 보통 속도로 항해하는 기존 자동차 운반선에 윙세일 1개를 장착할 경우 주엔진의 연료 소비량을 7~1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연간 67만5천리터의 중유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1920톤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오션버드는 또 기존 선박 개조 외에도 2027년까지 6개의 윙세일을 장착한 자동차 운반선 ‘오르셀 윈드’(Orcelle Wind)를 새로 건조할 계획이다. 7000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선박은 길이가 200m로, 돛이 없는 동급 선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현재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풍력 기술에는 7가지 유형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풍력을 선박 항해에 이용하는 비율은 전체 운항 선박 11만여척의 0.1%도 안되는 100척 정도다. 풍력 선박 업계의 희망대로 올해가 풍력 화물선 부활의 원년이 될 수 있을지 이번 첫 항해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땡볕 주차장에 태양광 세운다면…“전기차 2만대 주행 가능”
부산환경운동연합 “62곳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설치” 주장
전기차 주차장에 충전 중인 차량들의 모습. 연합뉴스
부산 주요 공영·민간 주차장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부산시민이 타고 다니는 전체 전기차 2만여대가 주행할 수 있는 전력량보다 더 많은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22일 “경남·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주차면적이 비교적 큰 부산 공영·민간 주차장 62곳의 주차구획을 면적으로 환산해 태양광 발전 잠재량을 계산했더니, 62.9㎿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의 설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62.9㎿는 지난해 부산시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인 23.1㎿에 견줘 2.7배나 큰 용량이다. 62곳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연간 82.7GWh의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부산시 등록된 전기차 2만2063대의 연간 전력수요 59.1GWh의 1.4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62곳 주차장은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제공하는 전국 주차장 정보 표준데이터에서 추출한 부산시 노상·옥외 공영주차장 25곳과 대형마트 주차장 18곳, 공원 주차장 9곳, 롯데백화점 동래·서면점 주차장과 엔시백화점 서면점 주차장, 사직야구장·스포원파크·렛츠런파크 주차장, 노포·사상버스터미널 주차장, 벡스코 주차장, 김해공항 주차장 등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이들 주차구역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다고 했을 때 필요한 주차구획당 면적은 일반 태양광은 대당 12.5㎡, 대형 태양광은 대당 45.5㎡, 태양광 발전설비 1㎾에 필요한 설치면적은 6㎡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부산 공영·민간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했을 때 예상되는 발전량. 부산환경운동연합 제공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주차장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는 편의성과 생활 주변 재생에너지 시설을 통한 시민들의 긍정적 인식 전환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프랑스는 올해 2월 주차장 면적의 절반 이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부산시는 주차장에 태양광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조례를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주차장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는 좋다. 태양광 설치 때 문제가 없는지, 예산은 얼마나 들 것인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국제협정 용어 ‘정의로운 전환’이 유치하다는 국힘, 정말 그런가요?
지난해 12월5일 국회에서 열린 '전환지원법 졸속 처리 반대 및 제대로 된 정의로운 전환 입법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A. 그렇지 않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 전문에 포함된 국제적인 용어이고, 우리나라 국회가 2021년 9월 제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도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요.
지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업 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됐습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5년마다 고용정책심의를 거쳐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심의를 지원할 수 있도록 고용정책심의회 산하 전문가위원회를 신설하도록 한 것이 주 내용입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본격 논의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통과됐습니다. 긴 시간 이견을 보였던 쟁점 중 하나가 ‘이름’입니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명과 목적 등에 ‘노동 전환’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 전환’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어떤 이름이 붙여졌느냐에 따라 법의 목적성은 극명히 달라집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 전환이 일어나 피해를 보는 지역이나 산업을 지원하는 한편, 일자리를 잃거나 낙오되는 이들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죠.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되는 개념입니다.
2015년 ‘파리협정’ 전문은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차출이 매우 필요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2018년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취약한 지역 차원 등의 역할을 담은 ‘연대와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실레지아 선언’이 채택됐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지난 6월 111차 국제노동대회에서 ‘모두를 위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를 향한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결의문’을 채택했죠.
노동계와 정의당은 애초 ‘정의로운 전환’을 논의할 수 있는 첫 제정법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의원 등은 ‘정의로운 전환’이란 표현이 “추상적”이고 “유치하다”며 반대했습니다. 지난해 4월 법안소위에서 권기섭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은 “특별하게 ‘정의로운’의 경우에는 추상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이걸 정의 조항에 다시 넣어서 정의를 한 다음에 써야 하는 그런 불편함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고,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도 “꼭 여기에 ‘정의로운 일자리’ 이런 게 들어가야 돼요? 유치하지 않나?”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22일 법안소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져, 결국 정부·여당의 의견대로 법안명과 목적에서 ‘정의로운 전환’이란 말은 빠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용어를 법안명과 목적에 담지 않으려고 할까요?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는 “정의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법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이상한 논리”라며 “정의를 해서 넣으면 되는 것”이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 노동부는 본인들 편리한 방식으로, 기존 방식인 전환과정 교육이나 고용보험을 조금 확대하는 식으로 관리하려는 의도 같다”며 “독일 탈석탄위원회는 (정의로운 전환)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 대표나 노동자 대표를 꼭 참여하게 하고, 이들이 원하는 조치를 담아 합의안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도 “정의라고 하면 참여의 정의 등을 포함하게 되고, 석탄발전소 폐쇄 과정, 방법, 그에 대한 결정권에 대한 논의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오염수→오염 처리수’ 변경 여론전…“정부가 도쿄전력 입인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수협-급식업체 간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명칭을 ‘오염 처리수’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에서 명칭 변경을 주장했고, 이에 발맞춰 한덕수 국무총리도 명칭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염수라는 용어를) 이제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티에프(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도 기자들에게 “위원장인 내가 (오염 처리수라는 용어를) 썼으니, 이미 우리 당은 (이 용어를) 공식화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를 거쳐서 ‘처리된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용어 변경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명칭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제적으로도 트리티드 워터(treated water·처리수)라고 표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당 공식 입장을 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후 “당 차원에서 오염수 문제에 대해 오염 처리수로 할 것인지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용어 변경을 놓고 오락가락하며 여론을 살피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정부·여당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어 “윤석열 정부가 섬기는 대상은 국민인가, 아니면 일본인가”라고 지적했다. 위성곤 의원은 이날 국회 예결특위에서 “우리 정부가 도쿄전력의 입이 됐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환경의 저주... 윤석열 대통령은 여기에 답해 보십시오
궤변으로 가득찬 한미일 공조의 첫 작품, 핵 오염수 방류
▲ 2011년 5월 2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3호기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12년 후인 지난 8월 24일, 일본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 도쿄전력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환경 오염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기력증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으로 지구촌 곳곳에 적색경보가 울리는 와중에도 일본은 버젓이 바다를 향해 방사성 폐액 방류를 시작했다. 그런 퇴행적 행위에도 국제사회가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암울한 지구의 미래가 그려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의 정부는 그러한 만행을 제재하기는커녕 방조하는 뻔뻔함마저 보여줬다. 희석액이니 괜찮다는 주장은 대기 중에 연기가 섞이니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그런 궤변이 왜곡된 과학이론을 앞세워 공공연하게 확산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와있다.
과학적 명제란 극도의 제한된 조건 하에서 선결된 전제와 현재의 경험 세계를 대비해 새로운 하나의 사실을 추론해 내는, 반증이 가능한 가설이다. 무한의 변수들이 무수한 가능성 속에서 긴 시간 동안 빚어낼 수 있는 미래의 모든 결과를 예측해 내는 신통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을 대변하고 옹호하자고 과학 운운하는 일부 정치인의 모습에 측은함마저 느껴진다.
인류는 현재 과학 맹신주의보다 무서운 과학 환원주의에 빠져 자신의 운명을 오염된 태평양 바다에 내던지는 무모함을 저지르고 있다. 과학맹신주의는 소극적, 수동적 과학 지상주의지만 과학환원주의는 적극적, 능동적 과학 지상주의다. 맹목적으로 믿는 것보다 맹목적으로 믿게 조작하는 행위가 더 나쁘다는 뜻이다.
1992년 리우 선언 '사전예방원칙'
▲ 1992년 6월 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환경개발회의(UNCED)를 개회하고 있다. 지구정상회의로 불린 이 자리에서 환경과 개발에 관한 기본 원칙을 담은 리우 선언이 채택되었다. ⓒ UN Photo/Michos Tzovaras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approach)'이라는 것이 있다. 31년 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무려 178개국 대표(115개국 국가원수 또는 정부수반 포함)가 모여 지구의 환경과 미래를 위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를 열었던 당시 정의되고 승인된 원칙이다. 1992년은 여러 의미에서 인류가 희망으로 가득 찬 시기였다. 지금만큼 눈앞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았음에도 환경 문제에 대해 최다 규모의 국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 원칙을 세우던 때였다.
특정 시점에 과학적, 기술적, 경제적 지식이 충분치 않아 어떤 행위의 결과에 대한 확실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경우, 그로 인해 잠재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대비하고 사전적 방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원칙, 그것을 사전예방원칙으로 명명하고 인류는 스스로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비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위험에 대한 명백한 확실성이 없더라도 가능성만으로 적극 대비한다는 원칙이다. 확실성이 인류의 합리적 사고와 진보를 보장한다는 데카르트주의에 대한 보완인 셈이다. '확실성이 없더라도'라는 말이 얼핏 확실성에 대한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언어의 함정이다. 모든 인간의 의도에는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무엇에 대한 확실성인가의 질문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안전에 대한 확실성인가 불확실성인가'와 '위험에 대한 확실성인가 불확실성인가'의 질문은 전혀 다르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보장을 추구해야 한다. 반대로 위험에 대해서는 발생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아도 피해야 한다. 그것이 거꾸로 안전의 확실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위험' 등의 부정적 가치에 대해 불확실성에도 반응하는 것이 확실성을 추구하는 합리주의에 적극 부합하는 것이며 고대부터 동서양 사상에 공통으로 가장 중심에 있는 지혜(智慧, φρόνησις 프로네시스)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1992년 리우 선언은 바로 이러한 인류사적 가치와 전통이 반영된 전 인류적 지구촌 선언이었다.
1992년은 철의 장막이 걷히고 새롭게 탄생한 러시아가 자유주의 세계의 문을 두드리며 화려한 조명을 받은 때였다. 수십 년의 냉전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향할 가치에 함께 집중하게 되리라 믿던 때였다. 리우 선언은 바로 그러한 국제정치적 의미와 희망이 반영된 지구촌 선언이었다.
31년이 지난 지금, 과연 세계는 리우 선언의 지향점에 걸맞게 가고 있을까? 권위주의와 전체주의가 공산이념 때문이었다는 순진한 생각은 불과 30년 만에 정반대로 극우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어 놓고 있는 러시아를 보면서 산산이 깨졌다. 냉전이 무너졌다는 당시의 환희는 점차적 의심을 거쳐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완전히 실망으로 바뀌었다.
동구권이 무너지던 당시의 기성세대는 전 인류사에서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그 풍요로움을 다음 세대로 물려주지 못했다. 현재 인류가 가진 부의 총량은 당시에 비할 수 없이 커졌지만 개인은 생존을 위협받고 인류는 번식을 위협받을 만큼 경제 균형과 공정 분배가 완전히 무너졌다.
한미일 공조의 첫 작품, 핵 오염수 방류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 ⓒ 연합뉴스
다수의 국가 권력은 이런 상황에서 도전에 맞서기보다 30년 이전의 냉전체제로 회귀를 택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도 예외는 아니다. 창조적 사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군국주의 세력에 둘러싸여 존재감 없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왜 정치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윤석열 대통령. 이들이 만들어 낸 한미일 공조의 첫 작품이 결국 핵 오염수 방류였다.
환경문제가 지금 당장 인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데도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들은 자신의 임기 동안은 오염수 방류의 악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선거 국면에 들어 지금의 방어 태세에서 전환해 역공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의 저주는 4년 주기로 나타나지 않는다. 한 세대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진심으로 나타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과거 인류가 저지른 환경에 대한 범죄적 행위들은 대부분 지금 우리가 겪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90년대까지 미소 양국의 경쟁적 핵실험은 그저 상대방에 대한 군사적 위협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1000회 넘는 미국, 700회 넘는 소련/러시아의 핵실험은 오늘날 환경 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은 핵실험 금지조약(LTBT/CTBT), 핵확산 금지조약(NPT) 등을 만들어 더 이상의 핵실험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미 환경은 등을 돌린 뒤다.
"각 국가는 환경 악화를 심각하게 초래하거나 인간의 건강에 위해한 것으로 밝혀진 활동이나 물질을 다른 국가로 재배치 또는 이전하는 것을 억제하거나 예방하기 위하여 효율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1992년 발표된 총 27원칙의 리우 선언 가운데 '원칙 14'의 내용이다. 과연 핵 오염수 방류가 이 원칙에 호응한다고 한미일 정상은 생각할까? 혹여 후쿠시마 오염수는 환경 악화를 심각하게 초래하거나 인간의 건강에 위해한 것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항변할까? 그렇다면 아래의 '원칙 15'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각 국가의 능력에 따라 사전예방원칙이 널리 실시되어야 한다. 심각한 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의 우려가 있을 경우, 과학적 불확실성이 환경 악화를 지양하기 위한 비용/효과적인 조치를 지연시키는 구실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31년 전, 인류가 아직은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을 때, 그들은 합리적 사고에 기반한 현명한 지혜를 함께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리우 선언이다. 그런데 한 세대 만에 정반대의 지도자들이 지구를 점령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30년 전으로 세상을 돌리려 하고 있다.
임상훈(anarsh) 오마이뉴스
10대 청소년도 외치는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923기후정의행진, 정부 향한 5대 요구 사항 발표
유래없는 폭염과 전염병 등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각계 단체가 "기후위기에 맞서고 기후 정의를 위해 싸우자"며 923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행진에 앞서 대정부 5대 요구안을 공개했다.
환경·노동·시민사회 단체 등이 모여 만든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조직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정부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5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기후정의행진은 시민이 정부와 정치권 등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행사로 이번 기후행진은 다음달 23일 열린다. 이날 행진 대열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일본대사관을 지날 예정이다.
▲환경·노동·시민사회 단체 등이 모여 만든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조직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정부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5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프레시안(박정연)
▲환경·노동·시민사회 단체 등이 모여 만든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조직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정부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5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프레시안(박정연)
이들은 5대 대정부 요구안으로 △기후재난으로 죽지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권리 보장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 △철도민영화 중단과 공공교통 확충으로 모두의 이동권 보장 △생태계 파괴하고 기후위기 가속하는 신공항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 △대기업과 부유층에 오염자 책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 듣기 등을 제시했다.
유에스더 탈핵시민행동 활동가는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그는"우리는 이미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사고를 통해 원전의 위험성과 지난하고 끔찍한 피해를 목도했다"며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동조 역시 국민의 85%가 반대해도, 200만명에 가까운 반대 서명을 받아도, 매주 광장에 모여서 외쳐도 정부는 그 외침을 묵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활동가는 이어 신규원전 6기의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윤석열 정부를 향해 "월성 원전 인근 지역 어린이의 몸에서 삼중수소가 나왔고 지역여성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전국 평균 대비 2.5배 더 높게 나오고 있다"며 "주민들은 수년 째 이주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가는 핵발전소와 피폭사이의 인과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의 유일한 기후정책인 핵발전은 근본적으로 기후위기를 초래한 착취적 구조와 부정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노동·시민사회 단체 등이 모여 만든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조직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정부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5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유에스더 탈핵시민행동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박정연)
▲환경·노동·시민사회 단체 등이 모여 만든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조직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정부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5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프레시안(박정연)
▲환경·노동·시민사회 단체 등이 모여 만든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조직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정부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5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프레시안(박정연)
그는 "기후위기와 핵폐기물을 현재세대와 다음세대에 떠넘기지말고 실효성있는 기후위기대응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국가에 요구한다"며 "2023년, 윤석열 정부의 핵폭주를 막아내고 기후정의로 가자"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윤석열 정부는 허구적이고 비민주적인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내세우며 기후재난 앞에서 무책임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신규핵발전소 건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방관 등 위험하고 지속불가능한 핵기술이 기후위기의 만능 해결책이라는 착각과 오만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위기로부터 생존과 삶 그리고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직접 다른 세상을 그리고 정치를 바꾸겠다고 선언할 것"이라며 "기후에 맞서고 기후정의를 위해 싸우는 거대한 사회적 힘의 일부가 되어달라"며 923 기후정의행진에 참여를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923기후정의행진을 알리기 위해 서울 시내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특히 10대 청소년들도 참석해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바다는 우리 모두의 것', '바다를 지키자' 등의 직접 만든 손피켓을 들며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비판했다.
▲환경·노동·시민사회 단체 등이 모여 만든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조직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정부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5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프레시안(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
후쿠시마 원전 폐로 사실상 불가능"‥일본 내에서도 회의론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그래야 후쿠시마 원전을 완전히 철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는데요. 도쿄전력의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원자로 철거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일본 안에서 제기됐습니다.
리포트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가장 큰 명분은 '폐로'였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8월 22일 방류 결정 직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폐로를 진행해 후쿠시마의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알프스 처리수 처분은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사고 원자로의 핵연료를 제거하겠다는 건데, 연료봉과 파편까지 약 880톤에 이릅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는 핵연료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일본내에서 나왔습니다.
일본의 원자로 격납기 전문가인 고토 마시시 박사는, 880톤의 핵연료 가운데 불과 몇 그램의 시험 추출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며 도쿄전력의 현재 기술 수준을 폭로했습니다. 고토 박사는 MBC와의 통화에서 핵연료를 꺼낸다 해도 처리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토 마시시 박사/원자로 전문가]"체르노빌의 데브리(핵연료 잔해)는 아직까지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엄청난 대량으로 앞으로도 몇십년간 그럴 것입니다."
향후 50년간 핵연료 제거가 무리라고 지적한 고토 박사는, 핵연료도 못 꺼내면서 폐로를 위해 오염수 탱크를 처분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방류 한달간 매일 10곳의 바닷물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던 도쿄전력은 어제 분석 결과를 제대로 공표하지 못했습니다.
[도쿄전력 관계자]"바다의 상황이 사나워서 배를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관계로 육지에서 채취 가능한 T1, T2 두 곳에서만 채취를 했고..."
일본 수산청도 매일 2마리씩 물고기를 잡아 삼중수소 농도를 공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태풍 탓에 물고기 2마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태풍과 폭우가 잦은 일본 기상 여건 상 앞으로도 오염수 모니터링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현영준입니다.
부산시, 1부두 ‘역사공원 보존 협약’ 어기고 도서관 강행
2021년 해수부·항만공사와 체결
복합문화공간 다른 곳 설치 합의
시 “훼손 없이 신축 악영향 없앨 것”
30일 시 세계유산위원회 ‘결론 보류’
전문가들, 문화유산 중요성 강조
“영국 리버풀, 개발 후 자격 박탈”
부산시가 2021년 말 업무협약을 통해 부산항 1부두를 역사공원으로 보존하고 복합문화공간 등 대체 시설은 다른 곳에 짓기로 한 사실이 확인됐다. 부산항 1부두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항 1부두에 도서관 건립을 추진(부산일보 29일 자 1·3면 보도)하고 있는 부산시가 2021년 말 부산항 1부두를 역사공원으로 보존하고 복합문화공간 등 대체 시설은 다른 곳에 짓기로 업무협약을 맺은 사실이 확인됐다. 시가 업무협약 조항을 어기고 도서관 건립에 앞장선 셈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된 유산구역에 건물을 신축하면 잠정목록에서 철회될 수 있다는 문화재청과 전문가들의 권고와 지자체에 무상으로 부지를 내어줄 수 없다는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의 입장마저 무시한 채 부산시가 도서관 건립을 강행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는 2021년 12월 23일 부산항만공사, 해양수산부 등 3개 기관이 ‘부산항 1부두를 역사공원으로 변경해 보존하고, 1부두 복합문화공간 대체 공원시설은 문화공원 내에 설치하는 것으로 한다’ 등 5개 조항으로 구성된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 문성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박형준 부산시장이 서명했으며, 입회자로 최인호·안병길 두 국회의원이 서명했다. 협약서 첫 조항은 부산항 1부두를 보존하고, 복합문화공간은 1단계 재개발구역 내 다른 6곳의 문화공원 부지 내에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부산시는 2020년 6월 부산항 1부두의 장소적 가치와 의미를 살려 활용하기 위해 △기존 물류창고 철도정류장 조성 △추가 창고 복원 및 복합문화공간 조성이라는 두가지 안을 중심으로 활용 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해 9월에는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주무기관인 부산항만공사 측에 부산항 1부두에 항만시설 조성을 해줄 것을 요청했고, 항만공사는 이를 해수부와 협의해 당초 역사공원 부지 설계안에 시설 조성이 가능하도록 설계 항목을 추가했다.
같은 해 12월 말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계획(9차) 변경 과정에서 1부두 내 복합문화공간 조성안이 반영돼 기존 창고 리모델링과 새로운 항만시설 신축이 가능하게 됐다. 이듬해인 2021년 4월 부산항 1부두 역사공원 설계안이 완료됐고, 여기에 항만시설 신축, 즉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시점에 부산시청 내에 복합문화공간 조성에 대한 부서 간 이견이 발생했다. 부산항 1부두를 포함한 9곳에 대해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추진되고 있었고, 유산 보호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부산항 1부두에 대한 부산시 등록문화재 지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부산항만공사는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 추진 여부를 시에 질의했고, 이 과정에서 시는 유산 보호를 중시하는 문화유산과와 도시 재생을 앞세운 도시재생정책과 사이에 최종 조정안으로 ‘부산항 1부두의 보존조치 필요, 시 문화재 등록 후 착공 요청’으로 정리해 답변했다. 부산항 1부두의 보존을 우선에 두고, 시설 신축은 등록문화재 지정 이후 시작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더욱이 그해 4~7월 3개월간 진행된 해양수산부의 감사 결과, 북항 재개발사업이 종료되면 지자체로 귀속될 항만 부지에 시설물을 조성하겠다는 시 사업에 정부가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며 부산항 1부두 내 시설 신축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해수부 감사와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로 인해 부산항 1부두 내 복합문화공간 조성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하지만 중구 주민 등 시민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중구청은 물론 중구의회는 중구에 주민들이 누릴 문화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북항재개발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개발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왔다. 구의원들은 5분발언 등을 통해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으로 공원시설 건립을 기대했던 주민들의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끝에, 시는 부산항만공사, 해수부와 함께 1부두는 역사공원으로 보존하는 대신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은 다른 공원 부지에 짓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3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시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보존·관리 계획 관련 재심의 결과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보류’로 끝났다. 회의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부산의 근현대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부두 내 도서관 건립을 강력 반대했다. 앞서 문화재청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된 유산구역에 건물을 신축하면 잠정목록에서 철회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강동진 경성대 교수는 "기부자를 만나 위원들이 직접 설득해보겠다는 언급도 했지만 부산시는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렸다가 개발사업 등으로 목록에서 철회된 사례가 있어 부산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7월 중국 푸저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도시'가 세계유산 자격을 박탈당했다. 세계유산 지정 지역 안팎에서 축구장 건설 등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속성이 돌이킬 수 없이 손실됐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1부두에 복합문화공간을 짓기 위한 법적인 근거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이었고, 최대한 훼손 없이 신축해서 세계유산 등재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기후재난, '우리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집단착각
최선의 기후대응은 행동
태어나보니 압축개발과 성장의 대한민국 국민
기후변화 시나리오 적용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사진 농촌진흥청)/
"기후재난이라는 범죄는 우리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의 모든 노동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석유농업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농민도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저도 물론 이런 표현을 가끔 씁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어쩔 수 없이 에어컨 바람을 쐽니다. 절반 이상이 화석연료인 전기에너지로 에어컨은 돌아갑니다. 화석연료 자동차를 타고 하루에도 수십킬로미터를 왔다갔다하며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저는 기후재난 가해자입니다.
폭우가 쏟아졌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농업경영체 등록자인 저의 올해 호박 농사는 망했습니다. 호박뿐만 아니라 고추도 녹아버렸습니다. 저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분들 가운데는 대홍수 같은 기후재앙이 밀려오는데 모래주머니 한두 개를 내 집 대문 앞에 놓는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무력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심한 우울감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기후재난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이 같은 생각은 일면 사실인 듯싶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착각'입니다. 그것도 세뇌당한 집단착각입니다. 노동자와 농민을 비롯한 서민들은 결코 기후위기의 가해자가 아닙니다.
저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체제를 제가 직접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이 맺은 인연으로 선택 당했을 뿐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생활방식을 당연한 것으로 알면서 자랐을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압축개발과 압축성장 국가의 국민이었습니다. 오직 근대화, 산업화만이 살 길이라고 교육받아야 했던 화석연료 자본주의 체제의 주민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습니다.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겨라! '미국을 아름답게'(KAB)의 전략
집단착각 전략을 만든 기후위기의 주범은 따로 있습니다. 다름 아닌 자본주의 거대 기업들입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거의 90%를 100개 대기업이 내뿜고 있습니다. 포스코, 남동발전, 삼성전자 등 10개 기업이 거의 절반(2021년 46%)을 차지합니다. 포스코 한 개 기업만 12.8%나 됩니다. 국민 개개인이 아무리 플러그를 뽑고 BMW(자전거, 대중교통, 걷기)를 실천한다고 해도 기후악당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지가 않고 거꾸로 해마다 늘어나기만 합니다.
전세계 100대 글로벌 대기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내뿜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125명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소득수준 하위 90%인 전세계 인민들의 평균 배출량보다 무려 100만 배가 넘습니다.(옥스팜, 탄소 억만장자 보고서, 2022.)
인민이란 말에 대해 거부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민이란 용어는 대한민국 헌법 초안에서도 사용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에도 대통령의 공식 담화문에서조차 버젓이 썼던 말이었습니다.
이들 대기업들이야말로 지금도 오직 돈벌이만을 위해 온실가스를 마구마구 공기 중으로 쏟아내 전세계 인민들의 숨통을 조이는 기후재난의 주범들입니다.
환경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기업의 교묘하고도 노회한 전략은 역사가 아주 오래된 것입니다.
1953년 미국의 버몬트 주 의회는 일회용품 판매 금지를 의결했습니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운동 때문이 아니라 낙농업자들의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버몬트 주 의회 의원 3분의 1이 농민이었습니다. 당시 암소들이 마른 풀 위에 떨어져 있던 일회용기를 먹이와 함께 먹고 죽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신속하게 포장업계를 중심으로 코카콜라와 딕시 컵 등의 대기업, 전미생산자협회 등 거대 기업들이 풍부한 재정의 비영리단체 '미국을 아름답게'(KAB. Keep America Beautiful)를 만들었습니다.
KAB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최고의 광고 전문가들을 동원, 미국 전역에서 미디어를 이용한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는 개개인의 나쁜 습관에서 비롯한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쓰레기 반대 캠페인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안 추진 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1957년 버몬트 법은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산업국가에서는 일회용품과 쓰레기 관련 거대기업의 생산과 판매를 규제하는 법안 대신에 개인을 규제하는 법과 캠페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해더 로저스, 이수영 옮김, <사라진 내일>, 삼인)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이건과 인디언의 '아름다운 협력'?
KAB은 1963년에는 로널드 레이건이 내레이터로 등장하는 교육영화, <아름다운 유산>까지 제작했습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전임 카터 대통령이 백악관 옥상에 설치했던 태양광 패널을 철거한 그 레이건입니다.
"숲과 광물같은 유형자원에 책임을 져야 할 우리가 이 중요한 자원을 여가에 어떻게 이용하는가?... 쓸모를 다한 물건은 쓰레기가 된다. 사람들이 생각 없이 버리자마자 쓰레기가 된다."
KAB는 1971년 두 번째 ‘지구의 날’에는 지금까지도 유명한 감동의 텔레비전 광고를 최초로 제작했습니다. 사슴가죽을 걸친 늙은 인디언이 카누를 타고 포장재와 캔으로 뒤범벅된 강물에서 노를 저어 갑니다. 저 멀리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아주 희미하게 잠깐 배경으로 보이긴 합니다. 인디언은 쓰레기가 흩어져 있는 강둑에 카누를 댑니다. 차들로 꽉 찬 고속도로 옆으로 걸어온 아메리카 원주민의 신발에 금발의 백인이 차창 밖으로 던진 패스트푸드 봉지가 떨어집니다. 그러자 원주민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눈물 한 방울을 흘립니다.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흐르고 엄숙한 목소리가 겹쳐집니다.
"한때 이 나라에 깃들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언제까지나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멈출 수 있습니다."
이 광고는 젊은이건 노인이건 여성이건 남성이건 미국인 개개인의 죄책감을 절묘하게 건드렸습니다. 일회용품과 포장재 생산업체들이 쓰레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쓰레기를 만든다고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전략은 이렇게 대기업들이 만든 '회피와 혐오' 프레임의 본보기 사례입니다.
KAB는 지금도 미국에서 막강한 로비력을 자랑하는 조직입니다.
기후재난도 똑같습니다. 대기업들이 후원하는 요란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플러그를 뽑자, 내복을 입자, 1년에 하루 1시간만이라도 전등을 끄자 등등―의 진짜 목적은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고 우리 모두 기후재난의 가해자라는 집단착각을 세뇌시키는 데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와 기후재난을 비롯한 숱한 환경문제의 해결책은 단순명쾌합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명체를 죽음으로 이끄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규제 또는 금지하면 됩니다.
2017년 8월 케냐 정부는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사용자뿐만 아니라 제조회사, 수입업자, 판매자까지 최고 4년의 징역형 또는 4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발표했습니다. 지금 케냐에서는 비닐봉지를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케냐는 하고 있는데, 한국은 하지 못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31년 동안 되풀이되고 있는 '기후변화 중얼중얼 중얼중얼' 기후정상회의
기후위기 해결방안도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대기업을 규제하면 됩니다. 시간을 두고 기업이 실제 실행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집행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그게 그렇게 잘 안됩니다.
벌써 31년이나 지났습니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185개국 정부 대표단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FCCC)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세계 국가 간 통행과 교류가 중단되고 사람들도 거의 집 안에만 갇혀 지낸 2020년을 제외하고 온실가스는 해마다 급증해 왔습니다.
31년 동안 전세계 기득권 엘리트 정치인들은 오직 '기후변화 중얼중얼 중얼중얼' 회의만 끝도 없이 되풀이 하고 사진을 찍고 선언을 발표해 왔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1992년생인 20살의 캐나다 대학생 안잘리 아파두라이는 2011년 11월 비정부기구를 대표해서 남아프리카 더반에 모인 유엔 기후정상회의 대표들에게 일갈했습니다. "당신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협상만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엘리트 대의정 정치인들에게 기후정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건 사회주의를 표방하건 더 이상 개발과 성장의 이 같은 온실가스 대량 배출 기후재난 체제가 계속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힘 당이건 민주당이건 여의도 기득권 엘리트 정치인들에게 기후정치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나무에서 물고기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것입니다.
다른 길이 없습니다. 기후재난의 가해자가 누군지 명확히 알게 된 피해자 인민들이 직접 기후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레타 툰베리처럼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되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집단자살의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설국열차를 정지시키고 내 삶도 청소년들의 미래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기후재난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 이웃 민주주의
물론 플러그를 뽑고 '아나바다'(아끼고 나누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와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걷기 등을 실천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개인 실천에만 머물러 자족하는 것은 재벌 대기업의 온실 독가스 살포를 묵인-방조하는 살인 공범 행위입니다. 엘리트 정치권력과 언론, 고위 관료 등 기득권 체제를 노예처럼 온몸으로 떠받들고 지켜주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이웃과 손잡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기후위기 적응과 극복의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탐욕을 극대화해 생태계와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지속 불가능한 '집단자살 체제'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실에 눈을 뜨면 지속가능한 새로운 체제를 선택하는 기후행동에는 나설 수 있습니다.
기후재난의 피난처는 어떤 부자가 어마무시한 돈을 들여 뉴질랜드 산 속 지하에 만든 벙커가 아닙니다. 화성으로 날아가 만든다는 인공 구조물은 헛소리입니다. 기후위기의 구명보트이자 가장 강력한 사회안전망은 다름 아닌 우리 스스로 이웃과 함께 만드는 이웃공동체입니다.
우리 모두는 유전자를 공유하는 자매 형제들입니다. 무생물까지도 더불어 함께 존재하고 살아가는 이웃들입니다. 이웃이 없으면 나도 없고 우리도 없습니다. 사회성 동물인 인류는 '홀로'는 생존 불가능합니다. 경쟁에서 협동으로, 사유에서 공유로 세계관의 전환이 생존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개발과 성장주의의 앞만 보던 시선을 마음을 바꿔 옆으로 돌리기만 하면 이웃이 보입니다.
민주주의는 본디 이웃 민주주의입니다. 나의 이웃인 또 다른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경청하는 대화와 소통이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기후행동, 이웃 민주주의의 실천
이웃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자본이 만들어 놓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나홀로'의 칸막이 감옥을 부수고 광장으로 나와야 합니다. 마음을 바꿔 극단의 개인주의 골방에서 활짝 문을 열기만 하면 됩니다.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이웃 민주주의의 새로운 체제가 눈앞에 펼쳐질 수 있습니다. 오직 나 혼자만의 세상이 '나와 우리'의 세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2021년 2월 18일 24살 대학생 강은빈은 청년기후긴급행동 회원들과 함께 분당 두산타워 앞의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행위미술 기후행동을 선보였습니다.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는 생태학살 기업 두산을 규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두산은 강은빈·이은호에게 1840만 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고엽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강하고 더 넓게 더 오래오래 베트남과 한국민들, 전세계 인류와 생태계를 집단학살하는 온실가스 독가스를 뿌려서라도 돈벌이는 기어이 하고야 말겠다는 두산의 파렴치한 '소송질'이었습니다. 2023년 5월 3일 1심 재판부(김재연 판사)는 두산의 청구를 기각하고 강은빈‧이은호의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포스코는 핵발전소 2개와 맞먹는 삼척 블루파워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월가의 금융자본도 석탄발전소는 좌초자산으로 규정하고 투자를 철회하고 있습니다. 중국조차 신규 석탄발전소는 짓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7월부터 동해 삼척 간 도로를 점거하다시피 한 25톤 트럭들이 일요일도 없이 하루에 190여회나 석탄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기후지옥도와 똑같은 석탄지옥도가 삼척에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 도로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천천히 걷기 자비명상'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독가스를 전 국민에게 살포하면서까지 돈을 벌겠다고 아예 발가벗고 나선 포스코 블루파워를 향해 차라리 25톤 트럭으로 국민들부터 깔아뭉개 먼저 죽이라고 국민들이 동해-삼척 도로를 점거할 수 있습니다. 손에 손을 맞잡은 수많은 이웃들과 주주들이 포스코 사옥을 포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기후행동은 체제 전환의 기후정치행동입니다.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을 기득권 엘리트 권력자들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게끔 국민발의권과 국민소환권 개헌을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직접 민주주의 정치행동입니다. 기득권들에게 빼앗긴 국민주권을 탈환해 오는 일곱 번째 '기후 민주공화국' 수립입니다.
기후행동에 나서는 국민들이 몇만 명에서 점점 더 눈덩이처럼 불어나 몇 십만 명으로, 이윽고 몇백만 명이 되면 체제가 바뀌고 세상이 바뀝니다.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 프레시안
국민 75% “일본 오염수 방류로 해양·수산물 걱정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해양·수산물 오염이 걱정된다’는 여론이 7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보수층에서도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오염수 방류에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이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오염수 방류로 해양·수산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도 73%에 달했다. 오염수 방류 ‘위험성이 과장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54%, ‘과장되었다’는 응답은 35%였다. 수산물 먹기가 ‘꺼려진다’고 응답한 이들도 60%였다. 반면 ‘꺼려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7%였다.
오염수 방류 일주일…한·미·일 같은 날 ‘수산물 먹방’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24일)한 뒤 일주일이 지난 31일, 한국과 일본의 정상과 주일 미국대사가 같은 날 수산시장을 찾아 수산물을 시식해 눈길을 끈다. 오염수 방류 뒤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미·일이 보조를 맞춰 대응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우럭, 꽃게, 전어를 사고 상인 등 관계자들을 격려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1층 판매장을 돌면서 상인들에게 “제가 와서 조금이라도 시장 상인들이 힘이 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대기 비서실장 등 참모진들과 함께 2층 식당에서 우럭탕을 먹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현직 대통령이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것은 1927년 경성수산(현 노량진수산시장) 개장 뒤 96년 만에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1일 각각 자국의 수산시장을 방문했다. 사진 왼쪽은 이날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오른쪽은 도쿄의 수산물 도매시장인 도요스 시장을 찾은 기시다 총리.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이날 도쿄의 수산물 도매시장인 도요스 시장을 찾았다. 상인들을 격려하고 후쿠시마산 문어를 시식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틀 연속 ‘먹방’을 진행했다. 전날인 30일에도 총리 관저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로 만든 음식을 점심으로 먹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기시다 총리는 페이스북에 ‘#먹어서 응원하자’ ‘#스톱풍평피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후쿠시마산 식재료, 일본의 음식은 맛있다”고도 적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도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시를 방문해 지역 수산물을 먹었다. 앞서 이매뉴얼 대사는 일본 언론에 후쿠시마를 이날 방문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주일 미국대사관 누리집에 올린 성명을 통해 “중국이 모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기로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개방적이고 과학적 협력에 실패한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과 일본은 굳건하다”며 중국을 비판하고 미·일 협력을 강조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가 31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 레스토랑 타코하치에서 후쿠시마산 회를 먹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9월에 씨앗 심는대서 놀랐다…난 ‘식물의 법칙’을 잊고 있었다
습지보호구역 농장에서 유기농 경작
‘가을 씨앗 뿌리기’에 깜짝 놀라기도
싹 틔우는 조건도 다양…법칙 알아야
미국 메릴랜드주 저그베이 습지보호구역 안 농장에 핀 오크라꽃. 자원봉사자들이 농사를 지어 주민에게 농산물을 기부한다.
올해 2월부터 미국에서 농사를 배우고 있다. 일하고 있는 연구소의 선임연구관님이 토요일마다 농사를 짓는데 올해 함께 해보겠냐고 제안하셔서 따라갔다가 일이 커졌다. 처음에 나는 도시 텃밭쯤으로 생각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땅을 빌려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 다양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설명만 들었기 때문이다. 연구관님의 차를 타고 내린 곳은 뜻밖에도 저그베이 습지보호구역이었다. 메릴랜드주에서 자연환경과 야생생물 연구, 보호를 위해 지정한 곳이다. 그 보호구역 안 강가에 드넓은 농장이 펼쳐져 있었는데 아주 오래전에 유럽인들이 정착했을 땐 담배농장이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완전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지역민들에게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연구관님이 그냥 ‘농사’라고 하신 것이다. 물론 농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도 유기농 농산물을 먹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기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농사 규모는 컸고 완전한 유기농을 위해 농장을 이끄는 이도 전문가였다. 나는 손바닥만 한 텃밭을 나눠주면 뭘 심을까 설레며 따라갔다가 당황스러웠다. 존경하는 연구관님이 추천하신 건 역시나 이런 일이지 하면서도 거대한 농장 앞에 서니 두려웠다.
식물학자의 위킹홀리데이
그렇게 무턱대고 참여한 농사가 벌써 7개월. 어느새 가을의 시작, 9월이 왔다. 돌이켜보니 설렜던 첫 씨앗 뿌리기, 잡초와의 싸움 후 절뚝거리며 연구소로 출근한 날들, 환상적인 채소 비빔밥의 맛, 무한 반복으로 끝날 것 같지 않던 콩 따기 등 다양한 추억이 떠오른다. 오크라, 토마틸로, 루바브, 그라운드체리 등 익숙하지 않은 외국 채소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기했다. 가끔 뿌듯함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내면 식물연구를 하러 미국에 갔다더니 농장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거냐며 웃었다.
생각보다 수확이 빨리 이뤄져서 봄에 상추부터 마늘, 감자, 완두콩 등 다달이 다양한 채소를 만날 수 있었고, 수확량은 점점 많아져 8월 말엔 절정에 달했다. 특히 여러 종류의 토마토는 하늘에서 뿌리는 듯 많이 열려 수확을 다 못 할 정도였다. 덕분에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많은 농산물을 기부할 수 있었다. 기부받은 분들이 환한 얼굴로 채소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뿌듯했다. 마치 우리가 건강을 선물한 것 같았다.
8월 말, 뜨거운 햇빛 아래 또 한 번 노동하는 토요일을 보내고 다음 주는 쉬어야지 생각하며 농장을 떠나려는데 농장의 감독이신 할아버지가 다음 주엔 새로운 씨앗을 심으니 꼭 나오라고 하셨다. 9월이 오면 가을이 시작되는 것이고, 그럼 곧 가을걷이가 있을 테니 올해 노동은 드디어 끝나는 것인가 내심 기대하고 있던 나는 깜짝 놀랐다. 새로운 씨앗이라니, 이건 무슨 말인가? 가을이면 추수하고 쉬는 것이 아니었나?
나는 어릴 때 농촌에서 살았지만 농사와는 무관하게 자라서 사실 지금 미국에서 짓는 게 평생 첫 농사다. 하지만 식물학을 공부했으니 농사를 해보진 않았어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가을에 심는 양파, 배추, 무 등을 떠올릴 수 있고, 야생식물의 생활사를 생각해 봐도 가을에 새로운 씨앗을 심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순간 난 ‘정말 농사를 책으로만 배웠구나’라며 한탄했다.
자연의 순환, 간단한 건 없다
가을에 씨앗을 심는 건 사실 식물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꽃을 키울 때 봄에 씨앗을 심으라고 흔히 배우지만 많은 식물이 가을에 열매를 맺고 씨앗을 땅에 떨어뜨린다. 다르게 말하면 많은 식물이 가을에 씨앗을 심고 있다는 얘기다. 봄에 한꺼번에 새싹이 나니 마치 봄에 씨앗을 뿌린 것 같지만 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식물들은 야생에서 여러 시기에 씨앗을 땅에 심는다. 초봄에 꽃을 피우고 금방 열매를 맺는 식물도 있고, 여름이나 늦가을에 씨앗을 떨어뜨리는 식물, 열매를 겨울까지 달고 있다가 떨어뜨리는 식물도 있다. 그중 식물이 열매를 많이 맺는 가을엔 특히 많은 씨앗을 심는 셈이다.
그 씨앗들은 가을에 날씨가 아무리 따뜻해도 싹을 내지 않고 잠들어 있다. 이것을 씨앗의 휴면이라고 한다. 휴면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식물마다 다른 방법을 쓴다. 콩알에 계속 물을 뿌리면 콩나물이 되듯 수분은 씨앗을 깨우는 중요한 알람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온도도 그렇다. 그래서 많은 씨앗이 따뜻한 봄에 깨어난다. 식물의 씨앗을 틔우는 실험에서 수분과 높은 온도는 식물을 깨우는 알람으로 흔히 사용된다. 그러나 씨앗이 휴면에서 깨어나는 건 간단하지 않다. 어떤 식물엔 오히려 건조함과 얼어붙는 차가운 온도가 필요하다. 여러 알람이 복합되거나 지속되는 시간이 얼마인가도 중요하다.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영하의 추운 겨울을 겪어야만 깨어나는 씨앗들이 있다. 온대지역에서 수집한 난초 씨앗을 발아시키는 실험에서 온갖 방법을 써도 깨어나지 않고 4년 동안 미동도 없었을 때 내가 마지막으로 한 것이 냉동실에 씨앗을 넣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씨앗은 깨어나지 않았다. 인간이 어떤 식물의 경우 잠을 깨우는 방법조차 모른다는 좌절감은 컸다.
그런 실험의 실패를 맛보고 반성을 했는데 9월에 씨앗을 심는다고 놀라다니. 농사도 실험과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식물을 키울 땐 우리가 식물의 법칙을 알고 맞춰야 한다. 식물의 성장, 식물의 노동이 멈추지 않는다면 농사를 짓는 인간의 노동도 끝낼 수 없다. 자연의 순환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우리가 그 정교한 순환에 뛰어들고 보면 간단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노동이라 생각했던 농사는 이제 내겐 큰 식물 실험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실험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이제 그리 놀랍거나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글·사진 신혜우 식물분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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