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강행한 일본, 이번엔 독도 영유권 홍보 강화…한국은 대폭 삭감
이것은 가을이 아니다…12일까지 30도 안팎 더위 계속
한증막 중앙정류장' 창원시 BRT 땡볕 노출 대책은
월 6만 5000원에 서울 지하철-버스 무제한 이용
뜨거워지는 지구의 차가운 심장
핵발전이 가장 싸다는 거짓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정말 ‘과학적’일까
프랑스 대혁명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의성, 글로벌 항공물류 허브로 飛上
댐 2개 무너뜨린 폭우…리비아 2천명 사망, 6천명 실종
원전 오염수’ 타격 일본 수산물, 한국에 수출 확대한다
부산 여야 가덕신공항 한마음… 주요 3법, 국토위 소위 통과
“가덕도 주민 위한 이주·생계 대책 어디에”
부산 지척 대마도 핵폐기장 추진 논란
2만명 주검 묻을 마른땅조차 없다…폭우가 할퀸 리비아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온다’…19개 국제기구 ‘합동 묵시록’
이제 지구는 인간에게 안전하지 않다, 인간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 돈의 논리 ‘고탄소 프로젝트의 종말’
무분별한 공항 건설 사회적 탄소비용 따져야”
삼성전자 ‘RE100 1년’ 성적표는 ‘기대 이하’
“반대해봤자 방류하니까” 체념 끝 침묵…일본 민주주의는 위기다
‘오염수 방류’ 강행한 일본, 이번엔 독도 영유권 홍보 강화…한국은 대폭 삭감
일본 정부가 독도를 비롯해 주변 국가와의 영토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에 대해 자국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수십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독도(일본 주장 명칭 다케시마),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인 ‘북방영토’ 등 타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지역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는 정보 제공 활동과 관련된 경비로 약 3억엔(약 27억원)을 편성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일본 내각 최고 의사결정 회의인 각의를 통해 안전보장 관련 전략문서를 개정하고 독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을 확정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개정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영토·주권 문제에 대한 이해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초·중·고 교과서와 지도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명시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독도 등 영유권 주장 강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정보 발신 활동은 국내외를 나눠 진행된다. 국외로는 저명한 외국 전문가에게 일본의 견해를 담은 메일을 정기적으로 보내 독도 등이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알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도쿄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영토·주권전시관’을 보수할 방침이다. 영토·주권전시관은 독도, 센카쿠 열도, 북방영토에 대한 일본의 의견을 설명하는 국립 전시시설이다.
서울 영등포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 연합뉴스
요미우리는 “영토·주권전시관은 관람객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중국의 위압적 행동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전시를 충실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최근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올해에도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억지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세계무역기구 제소 취하, 화이트리스트 복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대일 외교에 있어 선제적으로 ‘통큰 양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가시적 호응은 커녕 오히려 뒤통수를 치는 모양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발간한 2023년판 방위백서에도 독도영유권을 주장했다. 일본 방위성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방위백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 다케시마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채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이 명기됐다. 이는 작년과 동일한 표현으로, 2005년 이후 19년째 유지되고 있는 억지 주장이다.
지난 3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도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주장은 되레 강해졌다. 또 지난달 7호 태풍 ‘란’의 기상 지도에서 독도를 일본땅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독도 수호 예산과 일본의 역사왜곡 대응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2024년도 동북아역사재단 지원 사업 예산현황’에 따르면 동북아역사재단의 일본의 역사왜곡 대응 연구 사업 예산은 올해 20억2800만원에서 내년엔 5억3600만원으로, 73.6%(14억9200만원) 삭감됐다. 독도주권수호 예산은 25% 삭감됐다. 올해 5억1700만원에서 내년 3억8800만원으로 편성돼 1억2900만원이 깎였다.
또 위성곤 의원이 지난 3월 공개한 ‘2022년 세입세출 및 기금결산 자료’에 따르면 ‘독도 지속가능 이용 및 관리’ 사업에서도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관련 예산 23억3800만원이 전액 불용됐다. 독도입도지원센터는 독도 영유권 행사를 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독도 거주 학술연구자들의 연구 등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경향 최서은 기자
이것은 가을이 아니다…12일까지 30도 안팎 더위 계속
지난 7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햇빛을 가리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오르는 곳이 많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10일 낮 최고기온이 26∼30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지역 낮 최고기온은 서울 30도, 춘천 29도, 강릉 28도, 청주 30도, 대전 30도, 전주 30도, 광주 30도, 제주 29도, 대구 29도, 부산 29도 등이다.
늦더위가 계속 이어져 11일 아침 최저기온은 18∼23도, 낮 최고기온은 26∼31도로 예보됐다. 12일에도 아침 최저기온은 18∼24도, 낮 최고기온은 27∼30도로 관측됐다. 기상청은 중기예보에서 “(13∼20일) 아침 기온은 15~24도, 낮 기온은 24~29도로 평년(최저기온 14~20도, 최고기온 24~28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늦은 오후부터 11일 오후 사이 제주도에 5㎜ 내외의 비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 경기 북동부와 강원 북부내륙에도 이날 늦은 오후 한때 5㎜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11일 새벽 전남 동부 남해안과 경남권 해안에는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다고 예보됐다. 기상청은 “14일~15일 제주도에 비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한증막 중앙정류장' 창원시 BRT 땡볕 노출 대책은
기존 시내버스정류장은 완충 녹지 가로수 그늘
BRT 중앙차로 운행하면 도로 가운데 땡볕에 취약
11일 S-BRT(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의창스포츠센터와 창원서부 경찰서 부근 공사중인 모습. S-BRT(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 정류장은 중앙분리대 자리에 설치된다. /김구연 기자
환경단체 서울 사례 조사결과 한낮 51~57 온도
시 냉방기 갖춘 시설 50%...녹지 확충 한계 인정
한증막처럼 뜨거운 정류장에서 시민이 시내버스를 기다려야 한다면 이용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중앙선을 달리는 버스전용도로를 우선 도입했던 서울·부산 등에서는 최근 여름철 땡볕과 아스팔트 열기에 그대로 노출돼 ‘뜨거운 정류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후발 주자인 창원시 또한 이 문제에 직면했다. S-BRT(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가 들어서는 대로변 기존 버스정류장은 도로와 건축물 사이 완충 녹지 가로수 그늘에 있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중앙버스정류장은 도로 한가운데에 놓이기 때문이다. 창원시가 도입할 중앙버스정류장 중에서 폭염을 피할 수 있는 냉방기를 갖춘 정류장은 절반에 그친다.
환경단체 조사 결과 한낮 중앙버스정류장 온도는 50도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지난달 BRT가 가장 먼저 도입된 서울 BRT 정류장 5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낮 12시 전후로 최소 51도에서 최고 57도까지 나타나 BRT 버스정류소는 도심에서 가장 뜨거운 공간으로 확인됐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부산에서 열화상탐지 장비를 빌릴 곳이 없어 서울서 조사를 했는데, 부산 정류장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추정했다. 시내버스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낮은 편인데, 무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BRT 정류장은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
창원시는 12월 개통을 목표로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중앙정류장을 설치하고자 S-BRT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1단계(의창구 도계광장~성산구 가음정사거리 9.3㎞) 원이대로 구간 중앙분리대 화단을 제거한 곳에 터 다지기를 마치면 중앙버스정류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중앙버스정류장은 전체 20곳이며, 일반형(10곳)과 냉방기를 설치한 밀폐 쉼터가 있는 스마트형(10곳)으로 나뉜다. 일반형 정류장에는 8.1(길이)×2.5m(폭) 쉼터를 나란히 2개 설치하고, 양방향 버스 체계에 4개가 놓인다. 스마트형 정류장에는 일반형 쉼터 2개 사이에 7.1(길이)×2.5m(폭) 스마트형 쉼터 1개를 추가하는 형태이며, 일반형을 포함해 양방향 버스 체계에서 6개가 놓인다.
시 교통건설국 광역교통팀 관계자는 “그나마 부산처럼 일반 BRT가 아닌 한층 나은 S-BRT 형태로 진행되기에 국토부 기준에 따라 냉방기 50% 이상을 갖춘 버스정류장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8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앞 중앙버스전용차로(BRT)와 도로 중앙에 조성된 시내버스 정류장 전경. 부산 서면교차로~주례교차로 구간 BRT는 2022년 12월 28일 개통됐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녹지 확충 대책과 관련해서는 기존 정류장과 달리 한계가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시 관계자는 “이팝나무를 BRT 구간에 심을 예정이지만 가로수가 울창했던 기존 정류장만큼 그늘을 형성하기 어려운 점은 존재한다”며 “앞으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면 나머지 10곳에도 냉방기를 갖춘 스마트형 정류장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창원시 의창구와 성산구를 잇는 1단계 S-BRT 사업과 달리 의창구와 마산합포구 육호광장을 잇는 2단계 구간은 폭염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 기준 S-BRT는 냉방기를 갖춘 정류장을 50% 이상 반드시 포함해야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예정인 2단계 구간에는 일반 BRT 사업이라 냉방기를 갖추지 않은 정류장만 설치해도 된다.
경남도민일보/박정연 기자
월 6만 5000원에 서울 지하철-버스 무제한 이용
내년 1~5월 시범운영, 하반기 본격 시행
▲ 서울시가 월 6만 5000원에 서울 지하철과 마을버스, 공공자전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교통카드를 출시한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월 6만 5000원에 서울 지하철과 마을버스, 공공자전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교통카드를 출시한다. 시는 내년 1~5월 시범 판매를 거친 뒤 같은 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11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의 새로운 대중교통 정기권 서비스를 직접 설명했다.
내년 1~5월 시범 판매될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는 6만 5000원으로 구매 후 한 달 동안 서울의 지하철(기본요금 상이한 신분당선 제외)과 버스(시내버스-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독일의 월 49유로 정기권 서비스 '도이칠란드 티켓(D-Ticket)'보다 5000원 가량 저렴하다(1유로 = 1430원 환율 기준).
그러나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와 인천 등 인접 지역에서 하차하는 경우에는 카드 이용이 가능하지만 서울 이외 지역에서 승차하는 경우엔 이용이 불가능하다. 기본요금이 상이한 광역버스도 서울 내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독일은 '9유로 티켓'의 실험을 바탕으로 독일은 올 5월부터 월 49유로의 '도이칠란드 티켓(D-Ticket)'을 도입해 3달 여 만에 1100만 장을 판매했다. 프랑스 파리도 월 72.9 유로 정기권, 오스트리아는 연 1095 유로의 '기후 티켓'을 판매하는 등 유럽의 여러 국가가 고물가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중교통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친환경 버스 교체, 공공자전거 확대, 전기택시 보급 등 수송 분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교통 분야 기후위기 대응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핵심"이라고 새 서비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손병관(patrick21)
뜨거워지는 지구의 차가운 심장
폭우와 폭염으로 다사다난했던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왔다. 가을향기 듬뿍 담은 차가운 공기에 지난여름 폭염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과는 달리 지난여름 뜨거운 폭염의 위력은 지구의 많은 지역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폭염으로 무기력해진 중위도 지역 나무들은 허수아비처럼 서 있기만 할 뿐 제대로 된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더운 날씨에 말라버린 호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원이 돼 버렸다. 적도 밀림에서 북반구 고위도 한대 산림까지 뜨거운 폭염과 메마른 공기로 매일같이 산불이 발생했다. 뜨거워진 북극의 바다는 해빙의 얼음두께를 얇게 만들어 이례적인 해빙 구멍을 만들었다.
이러한 자연 생태계의 피해는 여름 한순간의 상처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유산효과(legacy effect)로 다가와 올겨울 그리고 내년까지 더 큰 상처를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구의 차가운 심장 북극이 뜨거워지는 것이다. 북극은 지구의 심장 같은 곳이기에 지구가 지속 가능한 행성으로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정상적 기능을 해야 하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심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 번째 징후가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1850년 산업화 이후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은 1.1도가량 상승했다.
북극 온난화, 다른 지역에도 큰 피해
그런데 사실 지구 전체 기온이 1.1도 올라갔다면 어떤 지역은 더 많이 올라갔고 어떤 지역은 조금 덜 올라갔을 것이다. 평균보다 더 많이 올라간 지역이 바로 북극 지역이다. 여기서 북극 지역이란 보통 북위 50~60도 이상의 고위도 지역을 지칭한다. 실제로 북극의 많은 지역이 4도에서 5도 이상 온도가 올라갔다. 이렇게 북극 지역이 지구의 전체 평균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에 북극의 온난화를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온도가 많이 올라갔으니 당연히 빙하가 녹고 얼음이 얇아지는 것이다. 사실 북극의 온난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기후변화 또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등장시킨 동물이 바로 북극곰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도, 40대 중반인 지금까지도 지구온난화를 상징하는 동물은 북극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가 따뜻해져서 북극곰이 살기 힘들어 개체수가 줄어든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북극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더 이상 북극곰 얘기를 안 했으면 한다. 어쨌든 이렇게 북극의 온난화를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단순히 북극곰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북극의 온난화는 북극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지난해 가을 서민 경제를 압박하는 중대한 일이 있었다. 밀가루 가격 인상 때문에 라면·과자와 같은 밀가루 가공식품 가격이 오른 중대한 사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칼국수나 짜장면은 가격이 오르지 않은 대신 양이 줄어드는 비극적인 일도 벌어졌다. 북극 얘기를 하다 갑자기 라면 얘기를 하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라면값 인상의 큰 요인은 북극의 온난화다.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쟁은 그 자체로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중요한 곡창지대로 많은 국가에 밀을 제공하는 주요 공급원이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밀이 필요한 나라의 식탁물가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다행히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전 세계적인 식량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잠재우기 위해 더 많은 밀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해 어느 정도 우려가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의 메시지는 효력이 오래가지 않았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혹독한 폭염이 인도를 강타한 것이다. 3월부터 시작된 무시무시한 폭염은 50도에 달했고, 멀쩡히 날아가던 새가 떨어져 죽은 사건이 신문 1면을 도배했다.
폭염으로 인해 밀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을 인지한 인도 정부는 자국의 다가올 식량위기 문제를 직감하고 즉각 밀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이런 인도 정부의 발표와 동시에 유럽 거래시장에서 밀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겨울 우리 동네 칼국수 가게의 면발 수가 줄어든 결정적 이유다.
올겨울 한파 피해 우리가 짊어져야
전 세계를 구할 수 있었던 인도의 호탕한 선의를 한 번에 무너뜨린 폭염은 왜 발생한 것인가. 바로 북극의 온난화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지구의 북극 지역은 기온이 낮고, 적도 지역은 기온이 높기 때문에 이 둘을 나누는 공기의 장벽 같은 것이 존재한다. 이 공기의 장벽은 두 지역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훨씬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온도차가 크면 클수록 아주 팽팽하게 서에서 동으로 바람이 불면서 두 지역의 공기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금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두 지역의 온도 차이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차가운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 점점 온도차가 줄어들고 공기 장벽의 힘이 약해진 것이다. 지구의 동서 방향 일자로 쭉 뻗어 있던 고속도로 같던 바람길이 점차 휘어져 굽어지는 산길처럼 바뀌어 버린 형국이다. 그러자 위로 휘어진 지역은 적도의 뜨거운 바람이 더 북쪽으로 몰아치고 남쪽으로 휘어진 지역은 북극의 차가운 바람이 아래로 내려오게 됐다. 그때 인도가 정확히 적도의 바람이 북으로 몰아치는 지역에 위치했다. 한마디로 운이 없었던 것이다. 그 어떤 인도 사람도 북극발 폭염이 자기 동네를 덮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이렇게 북극발 폭염이 특정 지역에 피해를 줬지만, 반대로 겨울에는 북극발 한파가 모든 것을 얼려버릴 수 있다. 겨울철 바람길이 휘어져 공기의 흐름이 아래쪽으로 휘어진 지역에 위치하면 북극에서 출발한 혹독한 찬 바람이 쏟아져 내려와 영하 수십도까지 기온을 낮춰 버리기 때문이다. 우매한 기후변화 반대론자들은 가끔 이러한 한파를 역이용해 지구온난화를 부정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혹한은 북극이 뜨거워져서 발생한 것이기에 정확히 지구온난화 때문이 맞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2021년 엄청난 한파가 미국 텍사스 지역을 덮친 적이 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뉴스 장면이 있는데 바로 70대 노인이 나와 “내 평생 이런 추위는 처음이라 너무 무섭다”고 말하는 장면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과 사막의 땅으로 알려진 텍사스에서 누가 혹한을 기대했겠는가. 실제 그때 수십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고 많은 공장들은 물건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그곳에 있는 한국의 유명한 대기업 반도체 공장도 가동을 멈춰 그 이후 몇년간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제 막 9월로 들어선 시점에 북극 바다의 온도가 높아 해빙 한가운데 구멍이 생겼다는 기사를 보니 두렵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걸 생각해보면 분명 올겨울 혹독한 한파가 몰아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짊어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곳은 차갑게, 뜨거운 곳은 뜨겁게 그것이 지구가 살아가는 길이고 우리가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이다.
지금처럼 차가운 북극이 더 뜨거워지면 인간의 심장이 망가진 것처럼 절대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올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북극의 온난화를 북극곰의 서식지 문제로만 보지 말고, 우리 집 앞마당의 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경향
핵발전이 가장 싸다는 거짓말
지난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북 울진의 신한울 2호기 운영을 허가했다.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국내 28번째 핵발전소가 된다. 표결에서 반대 의견을 낸 2명 중 한 위원은 신한울 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가 심의문서에서 빠진 것을 문제 삼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인 2016년부터 지진이나 비행기 충돌 등 중대사고에 대한 사고관리계획서가 원전 운영허가에 필수적인 심사서류가 됐지만, 원안위는 본격적인 심의 착수 한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허가해버렸다. 신한울 2호기가 내년 상반기 가동되면 울진은 세계 최대인 원전 8기 밀집 지역이 된다.
현 정부와 원전 산업계는 자주 핵발전의 경제성을 강조한다. 석탄이나 가스, 풍력, 태양광보다 저렴하단 것이다. 하지만 이 계산엔 건설비나 운전·유지비, 연료비 같은 직접비용만 포함돼 있다. 입지 갈등과 안전을 관리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외부비용은 빠졌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이후 10년간 138조원을 잡아먹었다. 폐로를 위해 40년 이상의 시간과 최대 724조원(80조엔·2019년 일본경제연구센터)을 써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사실상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염수로 인한 갈등과 비용은 또 어떤가. ‘핵발전이 가장 싸다’는 말은 사실의 일부만을 드러낸 거짓이다.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사고 당일 일본 정부는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하고 발전소 반경 3㎞권의 피난을 지시했다. 다음날 아침 이 피난 지시구역은 10㎞권으로, 수소 폭발이 일어난 오후엔 다시 20㎞권으로 확대됐다. 추가 폭발이 일어난 사흘 뒤엔 반경 30㎞가 대피구역이 됐다. 당시 이곳엔 17만명이 살고 있었다. 국내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친 고리원전의 반경 30㎞ 안엔 무려 340만명이 산다. 전세계에서 6기 이상 원전이 몰린 단지 중 주변에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2016년 9월12일 두차례 일어난 경주 지진의 진도는 5.1, 5.8이었다. 경주 양남면 월성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은 6.5이다.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의 반경 30㎞ 안에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이 5개가 있다는 사실이 올해 초 정부 조사에서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2천명이 넘게 사망한 지난 8일(현지시각) 모로코 지진(규모 6.8)은 120여년 만에 일어났다.
박기용 한겨레21 기자 xeno@hani.co.kr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정말 ‘과학적’일까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절차에 따라 방류된다면 문제가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두 전제 조건이 지켜졌는가가 논쟁의 핵심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정말 ‘과학적’일까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절차에 따라 방류된다면 문제가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두 전제 조건이 지켜졌는가가 논쟁의 핵심이다.
일본이 8월24일 오후 1시3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사진은 이날 촬영된 후쿠시마 제1원전 모습. ⓒREUTERS
일본 도쿄전력이 8월24일 오후 1시3분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를 처리해 바다에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방류 직후 담화에서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방류된다면 지금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이 과도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 세계 과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나흘 뒤인 8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은 방류에 대한 비판을 두고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거는 (없고)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그러는 사람들이니까,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후쿠시마 방류가 우리나라의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봐 걱정되느냐’는 물음에 78%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이런 우려는 정말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 때문일까? 그러니까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행위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며,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비(非)과학적인가? 나아가 이번 방류는 국제적 절차에 따른 것일까?
지난 6월1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반대 전국어민대회. ⓒ시사IN 신선영
■ 과학적 기준, “데이터가 부족하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지금까지도 물로 식히고 있다. 핵연료에 닿은 물은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가 된다. 냉각에 쓰는 물은 재사용해서 오염수 증가를 억제하고 있지만, 사고 당시 원자로 건물이 파손된 부분에서 지하수와 빗물이 흘러들어 오염수가 자꾸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기준 하루 90t씩 늘어나는 오염수가 도쿄돔 하나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쌓였다. 그동안은 원전 부지 내 탱크 1000여 개에 보관해왔는데, 기존 탱크가 내년 2~6월이면 가득 찬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바다에 그냥 버리겠다는 건 아니다. 알프스(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ALPS)라 불리는 ‘다핵종 제거 설비’로 처리해 내보낸다(일본은 이 물을 ‘처리수’라고 부른다). 방사성 물질을 달라붙게 하는 설비인 흡착재를 통과시켜 농도를 기준치 밑으로 낮추는 방식이다(정수기 필터와 비슷한 원리다). 이때 기준치란 ‘태어나서 70세까지 매일 해당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을 2L씩 마셨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연평균 1밀리시버트(mSv) 미만’이라는 의미다. 물론 오염수에는 여러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다. 각 핵종마다 고시된 농도 기준치가 다르다. 오염수를 각 핵종에 맞는 흡착재 여러 개에 통과시켜서, 방사선 영향을 모두 합해 연간 1mSv 미만이 되도록 한다는 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계획이다.
연간 1mSv는 방사선 안전기준을 각국에 권고하는 비영리 기구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일반인 피폭 한도다. 이는 1mSv를 넘으면 위험하고, 안 넘으면 안전하다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100mSv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 발병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만 100mSv 이하의 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확인된 바 없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일반인이 평생 매년 자연 방사선(전 세계 평균 2.4mSv)을 제외한 인공 방사선에 1mSv만큼 피폭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도쿄전력은 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낼 경우 인체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이 성인 기준 연간 최대 0.00003mSv가 될 것이라고 추산한다. 일반인 피폭 한도인 연간 1mSv나 일본의 자연 방사선량인 연간 2.1mSv에 비춰보면 극히 미미한 수치다.
그런데 일본의 방류 계획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설비인 ALPS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전제하에 성립한다. 문제는 원전 사고 초기에 ALPS가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탱크에 쌓인 오염수의 약 70%는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수의 경우 ALPS로 몇 번이고 재처리해 기준치 밑으로 내보낼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28일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공동취재
이런 주장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일군의 과학자들이 존재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18개국이 꾸린 협의체 ‘태평양 도서국 포럼(Pacific Islands Forum)’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조언해줄 독립적 전문가 집단을 지명했다. 핵공학자, 핵물리학자, 해양화학자, 해양생물학자, 분자생물학자 등 5명으로 구성된 패널은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를 검토했고 도쿄전력과 수차례 회의도 했다. 이들은 일본의 방류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핵심은 오염수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2017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4년 3개월 동안 1000개가 넘는 오염수 저장탱크 중 3분의 1에서 표본을 채취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한 자료를 이 전문가들에게 제공했다. 그런데 총 62개에 이른다는 오염수 내 방사성 핵종 중에서 실제로 도쿄전력이 측정한 핵종은 대부분의 경우 7개에 불과했다. ALPS로 처리한 물에서도 검출되어 도쿄전력이 ‘주요 핵종’으로 지정한 물질들이다. 나머지 55개 핵종의 방사선 영향은 다 합해서 연간 0.3mSv 수준이라고 일괄적으로 가정했다.
그러나 이런 표본 채취 방식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 태평양 도서국 전문가 패널의 견해다. 탱크마다 방사성 핵종 혼합이 다르고 농도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ALPS는 2018년까지 매우 불안정했으며 지난해에도 고장이 난 바 있다). 특히 사고 초기의 오염수가 담긴 탱크 바닥에는 ‘고준위 슬러지’라고 부르는, 여러 물질과 혼합돼 끈적끈적해진 방사성 폐기물이 쌓여 있다. 향후 탱크를 비우는 과정에서 이런 슬러지가 방사성 핵종의 숫자나 농도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현재의 ALPS 설비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일지 검증이 부족하다. 이런 경우까지 고려한 무작위 샘플링으로 방사성 물질 측정 데이터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도쿄전력은 어차피 기준치 이하가 아니면 방류하지 않으므로 방류 직전에 확인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는 그럴 수 있어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했다니 괜찮지 않을까? 태평양 도서국 포럼에 조언하는 과학자들은, IAEA가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오염수 표본의 대표성이나 ALPS의 처리 능력에 대해 사실상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일본의 방류 계획을 승인한 것에 “놀라고 실망했다”라고 표현한다. 도쿄전력은 ALPS로도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에 바닷물을 섞어서 기준치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치의 7분의 1로 낮춰 내보내므로 방류할 물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태평양의 과학자들은,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와 탄소-14를 포함해 60여 개 방사성 핵종의 생태학적 영향을 IAEA가 적절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해양연구소 100여 곳이 소속된 국립해양연구소협회도 방류에 공식 반대했다. “‘희석이 오염의 해결책’이라는 가정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주장은 (방사성 물질의) 유기결합, 체내 축적과 농축이라는 생물학적 과정이나 지역 해저 퇴적물에 축적되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 국제적 절차 위반 소지
IAEA의 일반 안전 지침(General Safety Guides·GSG) 제8항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에 계획적으로 피폭시키는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를 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에 기대되는 ‘이익’이 방사선 피해를 포함한 ‘위해’보다 더 커야 한다.” IAEA가 7월4일 낸 보고서를 보면, IAEA는 이번 방류가 이 기준을 만족하는지 판단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IAEA에 ALPS 처리수의 해양 방출에 관한 국제안전기준 적용을 심사해달라고 요청해온 것은,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 후였다. 따라서 이번 IAEA 안전심사 범위에는, 일본 정부가 취한 정당화 과정에 관한 평가는 포함돼 있지 않다.”
GSG-8 지침은 방사선 피해뿐 아니라 사회·경제·환경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권고한다. 일본 정부가 이번 방류로 얻을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후쿠시마의 부흥이다. 일본 정부는 사고 원자로를 빨리 폐쇄(폐로)하길 원하고, 이를 위해서는 녹아내려 굳은 핵연료(데브리)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 데브리를 보관하거나 폐로 작업을 이어가기 위한 공간이 원전 부지 내에 필요하기 때문에 오염수를 방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880t에 달하는 데브리를 g 단위로 꺼내는 것조차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1시간 노출되면 사망할 정도의 양이라서 기계로 해야 하는데, 개발에 시간이 걸려서다. 폐로를 해야 오염수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데 정작 폐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매일 발생하는 오염수를 줄일 방안도 마땅치 않다. 방류가 30년이 아니라 60년은 이어지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염수 방류 이틀째인 8월25일 도쿄 총리실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다.ⓒREUTERS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오염수의) 어떠한 처분도 실시하지 않는다”라고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어련)에 문서로 약속했다. 후쿠시마현 어련은 이번 방류에 변함없이 반대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어업 관계자와 주민 약 100명은 일본 정부에 해양 방류 계획 인가 취소를 요구하고, 도쿄전력에 방류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9월8일 제기할 예정이다. 2015년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계약 위반이며, 이는 주민들이 평온하게 생활할 권리를 침해하고, 바다와 관련된 사람들 삶의 터전을 무너뜨린다는 논리다.
이번 방류가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1972년 협약에 대한 1996년 의정서(런던의정서)’ 위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저터널을 이용해 폐기물을 버리는 것은 방류(release)가 아닌 투기(dumping)이며 이는 런던의정서가 금지한 행위라는 것이다. 유엔 해양법 협약 제194조는 해양환경 오염 방지, 경감 및 통제를 위해 자국의 능력에 따라 최선의 수단을 사용할 것을 규정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대기 방출, 전기 분해, 지층 주입, 지하 매설 등 오염수 처리 5가지 방안 가운데 가장 비용이 적다며 해양 방류를 택했는데,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태평양 도서국 포럼 자문 과학자들뿐 아니라 일본 시민사회의 저명한 과학 싱크탱크 ‘원자력자료정보실’도,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한 뒤 시멘트로 고체화하는 대안을 주장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고체화 과정에서 삼중수소가 방출되고 폐기물 질량이 커진다며 난색을 표한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1975년에 설립된 원자력자료정보실은 과학적 견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날카롭게 감시해왔다. 일본 정부도, 도쿄전력도 이 단체의 비판을 정면에서 ‘괴담 선동’으로 몰아세우지 못한다. 일본의 지방신문들과 입헌민주당·일본공산당·사회민주당도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연대해 도쿄전력에 정보를 요구하고 공유하는, 나아가 한·중·일 정부가 협력을 통해 공동의 동아시아 바다를 가꿔가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염수 문제를 무리하게 한·일 관계 문제로 끌고 가는 건 오히려 한국 정부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사인 전혜원 기자
프랑스 대혁명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노동하는 자유인의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①
기후위기가 만드는 낯선 신세계
세상은 늘 바뀝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비로소 미국과 유럽의 일반 인민들에게 강한 충격과 함께 인식되기 시작한 기후변화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체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우리는 문턱을 넘어 그런 세상의 거대한 폭풍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낯선 세상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경험했던 세상의 모습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 세상일 것입니다. 생명체가 진화할 수 있는 적응과 변이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장기비상시대가 되리라 짐작할 뿐입니다.(제임스 하워드 쿤슬러, 장기비상시대, 2011.)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유엔의 전문기관인 세계기상기구(WMO)와 산하기관인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1988년 설립된 조직입니다. IPCC는 2018년 10월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개최한 제48차 총회에서 전 세계 195개국 합의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 발표한 바 있습니다.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18세기 중반부터 본격화된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을 1.5도 상승 선에서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세계 국가가 온실가스를 거의 혁명 수준인 절반 정도로 감축해야 한다는 절박하고도 강력한 권고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세계 국가간 통행과 교류가 중단되고 사람들도 거의 집 안에만 갇혀 지낸 2020년을 제외하고 온실가스는 해마다 큰 폭으로 더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1.5도 상승은 이제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기후학자들 사이에서는 2도 상승도 막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 2018년 10월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최종 승인됐다. ⓒIISD/ENB, Sean Wu
지금도 계속되는 기후변화 중얼중얼
1992년 브라질의 리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185개국 정부 대표단은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약, 곧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을 맺었습니다. 벌써 31년 전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 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시행령은 5년이 지난 1997년에서야 교토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발효된 것은 1992년으로부터 무려 13년이 지난 2005년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미국은 아예 발효되기도 전인 2001년에 탈퇴해버렸습니다. 교토의정서는 2011년 캐나다, 2012년 일본, 러시아가 탈퇴하면서 의정서 자체가 효력이 상실되고 말았습니다.
1.5도 특별보고서는 전세계 40개국에서 223명의 과학자가 참가해 6천 건이 넘는 기후과학 논문들을 집대성해 작성되었습니다. 리뷰에 참여한 학자만 해도 1,113명에 이릅니다.
IPCC 보고서는 참여 과학자들 모두의 합의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과학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100% 확신을 하지 않고 대체로 몇 %의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확률을 제시합니다. 때문에 과학자 모두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최저 수준의 내용으로 이른바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1990년 1차 보고서에서 참여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인간 영향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기술합니다. 2001년 3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일 확률을 66%로 보았습니다. 2013년 5차 보고서에서는 확률이 95%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6차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모두, 그러니까 100% 인간 활동 때문에 초래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보고서는 IPCC 회원국에게 제출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각국의 행정관료들이 보고서 속 문장을 확인하고 투표로 공개여부를 결정합니다. 예컨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은 화석연료 사용 때문이다"라는 초안은 결국 보고서에서는 "온도 상승은 온실가스 증가 때문이다"로 표현됩니다.
"온실가스 상위 배출 당사자가 주요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항공 부문에서 상위 1%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50%를 차지한다"는 문구는 결국 삭제되고 맙니다.
IPCC 총회가 화석연료 업체들의 로비 무대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1992년 리우기후정상회의 이후 30여년 동안 각국의 정치인들은 IPCC 총회에 와서 기후변화 중엉중얼 회의만 끝없이 하고 성명서만 발표했습니다. 과학자들 또한 확률 숫자를 놓고 따지는 논쟁을 끝없이 되풀이해 왔습니다. 그 사이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표현이 바뀌었고, 창백하고 푸른 별 지구 행성은 인류를 비롯한 뭇 생명체 전체의 생존이 불가능한 여섯번째대멸종의 세상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2022년 4월 과학자들의 멸종저항 단체인 과학자반란(Scientist Rebellion)이 길거리 시위에 나섰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IPCC와 NASA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구호는 "1.5도는 죽었다.(1.5⁰C is Dead)"였습니다.
알로하오에(Aloha Oe), 잘가라 개발과 성장의 세상!
1958년 3월 29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ESRL)는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화산 해발 3,396m 지점에 세계 최초의 온실가스 관측소인 마우나로아관측소(Mauna Loa Observatory)를 세웁니다. 지금도 미국이 운영하는 전세계 90여 개의 관측소 가운데 첨병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초대 소장은 킬링 곡선으로 유명한 찰스 데이비드 킬링이었습니다.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최초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3ppm이었습니다. 250~300년 전인 산업화 이전의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략 280ppm으로 추정합니다.
리우회의가 열린 1992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평균은 357ppm이었습니다. 3백여년 동안 약 30여 ppm이 증가했습니다.
2013년 5월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측정치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던 마의 400ppm을 넘어섰습니다. 20여년만에 무려 약 50여 ppm이 증가한 것입니다.
2023년 8월의 평균 이산화탄소 측정값은 422.14ppm, 1년 전인 2022년 8월은 418.85 ppm입니다.(www.esrl.noaa.gov)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 오늘날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날마다 기록을 갱신하는 이상기후를 직간접으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에 걸쳐 기후재난은 사람들을 종말론의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숲이 갈색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북극과 남극, 히말라야 등의 빙하가 급속하게 녹아가고 있고, 시베리아 툰드라의 영구동토층도 녹고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높은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분출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산불과 폭염, 태풍과 폭우 등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다 속은 산호초와 물고기, 조류 등이 죽거나 사라진 바다사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주도 연근해의 1/3이 급속하게 그같은 바다 사막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기후재난이 방아쇠를 당긴다, 문명과 국가의 붕괴
지금으로부터 4천 2백년 전 세계 최초의 제국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아카드 제국은 제국을 건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단기간에 무너져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몇 년 간 지속된 대규모의 혹독한 가뭄과 식량부족을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4세기부터 1850년대까지 계속된 '소빙하기'의 유럽은 전례없는 강풍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 소빙하기: 기원후 10~14세기 사이에 북대서양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기온이 상승한 시기를 중세 온난기라 하고, 이후 15~19세기까지 낮은 기온으로 북반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빙하가 확장된 시기를 소빙하기라 부릅니다. 영국의 고기후학자 휴버트 램 Hubert Lamb이 1965년에 최초로 제기한 가설로서 지금은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습니다.)
1588년 8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궤멸시킨 것은 영국 전함의 대포가 아니라 그들을 강타한 광풍이었습니다.
악화되는 소빙하기 기후에 프랑스에서는 흉작이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1788년 대흉작의 여파로 굶주림에 시달리던 프랑스 농민들과 노동자, 도시 빈민층 등 제3계급이 궐기해 이듬해인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습니다.(브라이언 페이건,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예지)
1845년부터 1849년까지 4년 동안 아일랜드의 대기근 사태와 아메리카 이민 물결도 단일 품종 재배와 소빙하기 기후변화로 인해 감자 줄기가 말라 죽는 늦동고병(胴枯病, late blight)의 창궐 때문이었습니다. 인구 8백만의 작은 섬나라에서 1백만 명 이상의 주민이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죽었습니다. 그리고 약 2백만 명이 아메리카로 탈출했습니다. 지금도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아일랜드계는 10%대에 달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1670년(庚戌年)과 1671년(辛亥年)의 경신대기근 사태는 소빙기의 기후변화로 잦은 홍수가 일어나 흉작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때 수많은 아사자들이 속출했습니다. 20년 뒤인 1695년부터 4년여 계속된 을병대기근 또한 수많은 사람이 죽은 기후재난이었습니다.(박정재, 기후의 힘, 2021).
게르만족의 대이동도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부족이 원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로마가 멸망했습니다. 몽고의 서진과 유럽 침략도, 훈족의 대이동도 기후변화가 원인이었습니다. 마야문명, 앙코르와트의 몰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제국과 도시국가 등 국가의 멸망은 어떤 한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기후 탓으로 돌리는 기후환원론은 인류의 기후 적응력과 창의력을 고려하지 않고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환경결정론으로서 잘못된 숙명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카드와 이집트 고왕국은 내부의 권력투쟁과 함께 정치 체제,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복합 요인이 뒤엉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붕괴의 방아쇠를 당긴 핵심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식량위기였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집달리는 오지 않았지만, 기후재난 차압딱지는 이미 붙여졌다
약 3세기 전 영국에서 뿌리내려 확산되기 시작한 자본주의는 내연기관의 발명으로 본격화된 산업혁명과 결합해 인류의 생활 방식을 그 이전까지와는 백팔십도 다르게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산업화는 더 이상 기후변화와 자연 환경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해방'을 추구했습니다. 자연은 그 속에서 인간이 빚어진 경이롭고 신비로운 생명의 세계에서 인간의 기술과 힘에 의해 조작 가능한 하나의 대상, 유기체 기계로 격하되었습니다.
산업화의 원동력은 석탄, 석유, 가스 등 땅 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였습니다. 화석연료를 채굴해 불태워 그 에너지로 기계를 돌리고 배와 기차, 자동차와 비행기를 움직였습니다. 화석연료에서 화학염료와 화학섬유, 플라스틱 등 수많은 탄소 사슬의 화학물질을 추출해 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새로운 상품 시장경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몇몇 자본주의 선발국에 국한돼 있던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가 전지구로 확산돼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부터입니다. 산업화 시대를 그래서 지질학계에서는 '인류세'로 명명하자는 제안까지 나와 있는 실정입니다.(클라이브 해밀턴, <인류세>, 이상북스, 2018.)
땅 속에 잠들어 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산업혁명 이후 2세기 넘게 단기간에 깨워 공기 중으로 퍼뜨린 결과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지옥 문이 활짝 열리고 만 것입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 주민들의 유럽으로의 대량 탈출, 이를 막는 국가들과 이로 인한 유럽 전역의 극우 정치세력 성장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의 내전과 전쟁 등이 주요 요인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식량 부족 등 기후재난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그렇게 심각한 기후재난이 몰아닥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기후재난 사태의 집달리가 도착하지 않았을 뿐 차압 딱지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발행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기후재난은 집달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도하고 있을 그런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닙니다. 기후재난은 이미 우리 안에 도착해 있습니다.
상황이 이와 같음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대응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부에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구호와 선언을 넘어선 기후행동과 실천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 프레시안
의성, 글로벌 항공물류 허브로 飛上
기본구상 수립 연구용역 착수
대구경북신공항 개항 맞춰 스마트 항공물류단지 네트워크 구축
스마트 통합물류센터·상용화주터미널·항공물류 공동캠퍼스 조성
의성 신공항 스마트 항공물류단지 조감도. 사진=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대구경북신공항 개항에 맞춰 의성군에 스마트 항공물류단지를 조성해 지역의 핵심 경제권역 및 배후권역과 연계한 항공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또한 대구경북공항을 인천공항과 경쟁할 중부권 항공물류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스마트 항공물류단지 조성 기본구상 수립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의성군에 자족가능한 직주근접형 산업·물류 복합신도시를 조성해 공항경제권의 중추 도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을 발표에 이어, 이번 용역에서는 의성군을 글로벌 항공물류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게 된다.
특히, 국내 수출입 항공화물의 대부분이 인천공항에서 처리되고 있는 만큼 의성군 항공물류단지의 물류 기능 극대화를 통해 대구경북공항을 중부권 항공물류 거점공항으로 육성해 인천공항으로 집중되는 항공화물의 효율적인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수출입 기업의 항공물류 비용절감을 통한 지역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도는 지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및 자동차 부품 등의 신속한 물류 처리를 위한 첨단 스마트 물류시스템을 갖춘 통합물류센터 및 자체 보안시스템을 갖춘 상용화주터미널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수출입 활동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 전용화물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성장 미래 산업인 바이오 및 농식품 등 온도에 민감한 화물의 물류 처리를 위한 스마트 콜드체인 기반의 신선화물 전용 처리시설의 보급 및 활성화를 통해 충분한 항공 물동량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의성군 공항신도시에 항공물류 관련 학과를 둔 대학과 연계한 항공물류 공동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캠퍼스에는 경북도 의성군 항공 관련 대학 및 기업이 연계해 공동실습장 및 공동물류 창고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업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을 글로벌 기업에서 채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지역 우수 인재 양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경북도민일보
댐 2개 무너뜨린 폭우…리비아 2천명 사망, 6천명 실종
지중해 휩쓴 폭풍 ‘다니엘’에 리비아 초토화
“살기 위해 거리 나갔지만 길이 아예 없었다”
리비아 벵가지 임시 총리실에서 제공한 사진. 지중해 폭풍 다니엘이 리비아를 강타해 동부 도시 벵가지의 해안 도로가 무너졌다.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를 강타한 강력한 폭풍우로 댐이 무너져 지역 주민 최소 2천여명이 희생됐다. 현재 실종자도 수천여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미국 시엔엔(CNN) 등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를 통치하는 리비아국민군(LNA)의 아메드 미스마리 대변인은 이날 “인구 10만명의 항구도시 데르나에서만 2천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6천여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거대한 홍수가 마을 전체를 휩쓸어 다리 3곳이 파괴되는 등 시설물들이 바다로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리비아 동부 의회가 지명한 오사마 하마드 총리도 이날 현지 방송에 “지난 주말 폭우로 실종자가 수천 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2천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구 650만명의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내전에 휩싸였고, 지난 2014년부터 나라가 동부와 서부로 실질적으로 나뉘었다. 동부는 리비아 국민군(LNA)이 장악했으며 서부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트리폴리 통합정부(GNU)가 통치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비를 뿌린 폭풍 ‘다니엘’은 이틀에 걸쳐 강한 폭우를 동반하며 10일 오후 지중해와 마주한 리비아 동북부 해안도시 알 자발 아크다르와 벵가지, 데르나 등에 큰 타격을 입혔다. 피해가 가장 큰 도시 데르나에서 낡은 댐 두 개가 무너져 재앙적 홍수가 발생해 가옥이 모두 잠기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11일 지중해와 맞닿은 리비아 북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이틀간의 폭우로 인해 댐이 무너져 재앙적 홍수가 발생했다. 리비아 동부를 관할하는 리비아국민군(LNA)은 희생자가 최대 2천여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높은 강우량으로 댐이 수량을 못 이겨 무너져내리면서 굉음도 들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데르나 주민 중 한 명은 소셜 미디어에서 “날이 밝으며 거리로 나갔지만 길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벵가지에도 통행 금지령이 내려지고 학교가 문을 닫았다. 석유를 수출하는 항구 네 곳은 지난 9일부터 폭우로 폐쇄됐다.
앞서, 벵가지에 위치한 국제구호단체 적신월사가 밝힌 추정 사망자 수는 150~250명 사이였지만, 리비아국민군은 사망자 규모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데르나 시 당국은 페이스북에 “상황은 제어할 수 없는 상태이며 재앙과도 같다”면서 국제적 개입을 요청했다. 현재 통신이 두절되고 행정이 마비돼 정확한 사망자 수를 집계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다.
리비아 서부 트리폴리에 기반을 뒀으며 유엔이 인정한 리비아 총리인 압둘하미드 드베이바도 이번 참사에 애도를 선포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원전 오염수’ 타격 일본 수산물, 한국에 수출 확대한다
자국 수산업계 위해 판로 추진
일본무역진흥공사 “한국도 포함”
실행 땐 한국인 불안감 커질 듯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로 수출길이 막힌 자국 수산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일본산 수산물의 한국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정부 요청으로 수산물 판로 개척에 나선 ‘일본무역진흥공사’(JETRO)는 11일 새로운 수출처에 한국도 포함되는지에 대한 경향신문의 질의에 “이번 대책에는 한국 시장도 포함되며, (일본산 수산물을) 한국으로 추가 수출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등 원전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은 금지했으나, 그 이외 지역의 수산물은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조건으로 들여오고 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염수의 해양 방류 이후 중국이 일본 수산물을 사실상 전면 수입 금지하자, 지난 5일 JETRO 등과 협력해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을 분산하는 긴급지원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을 대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가로 판로를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JETRO는 그 뒤 수산품 수출 지원에 관한 긴급대책본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판로 확대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당초 긴급지원사업을 발표했을 당시에는 수산물 수출을 확대할 대상으로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이 거론됐다. 일본과 동맹 관계에 있거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국가들이다. 반면 오염수 방류로 먹거리 불안감이 커진 한국까지 수출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의외로 평가된다. JETRO 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 중 한국인이 가장 많았고, 이들의 방일 목적 중 하나는 ‘일식’이었다”며 “이에 추가적인 시장 개척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ETRO 측은 수산물 판로 확대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는 아직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산 농·수산물의 추가적인 수입을 원하는 한국 내 업자들을 발굴해 일본 기업과 연결하는 중간 사업자들을 모집하는 작업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 JETRO는 “이번 계획은 단순히 수출량만 증가시키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관련 사업자의 필요에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ETRO는 “지난해 일본이 한국으로 판매한 수산물은 244억엔(약 2204억원)으로 전체 수출국 중 5위”라며 “일본에 있어 한국 시장은 중요한 수출처라 (판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오는 일본산 수산물은 한 해 평균 3만t 넘는 수준이며, 가리비(1만1971톤) 수입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리비는 중국의 금수 조치로 일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품목이기도 하다.
향후 일본산 수산물의 한국 수출이 확대되면,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한국인들의 먹거리 불안감은 커질 전망이다. 오염수에 포함된 미량의 삼중수소나 방사선 핵종들이 수산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그간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속이는 사례가 빈번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 5~6월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이와 관련해 적발된 위반업체는 158개소에 달했다. 경향 박용하 기자
부산 여야 가덕신공항 한마음… 주요 3법, 국토위 소위 통과
최인호·정동만·이헌승 의원 등 발의 법안
대상 장애물 규정·공항건설공단 설립 외
종합사업관리 용역 발주 법적 근거 마련
부산 여야 의원, 조기 개항에 모처럼 합심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예정지. 김종진 기자 kjj1761@
차질 없는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이끌 법적 근거를 담은 가덕신공항 관련 지원 법안들에 대한 국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기 개항의 최대 핵심인 ‘가덕신공항건설공단’ 설립과 조기 건설·공정 관리를 골자로 한 종합사업관리 용역 발주, 운항 안전 확보 등을 위한 장애물의 존치·제거 대상 규정 등 내용을 담은 세 개 법안이 12일 잇따라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2029년 개항 상세 로드맵을 담은 국토교통부의 가덕신공항 기본계획 발표와 함께 부산 여야가 합심해 ‘가덕신공항 시대’ 실현에 속도를 붙여가는 모양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날 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과 국민의힘 정동만(기장)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의힘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이 발의한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안 등 세 가지 공항 관련 법안을 상정해 심사했다. 이날 상정된 3법은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소위를 통과했다. 이들 법안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추진에 뜻을 같이하는 부산 여야 의원들이 고루 발의하고 뒷심을 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최 의원이 발의한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 개정안은 ‘종합사업관리 용역 발주’를 법제화하는 것이 골자다. 가덕신공항 건설의 종합사업관리를 통해 해상 매립, 접근 교통시설 건설 등 여러 프로젝트를 일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기를 단축시키면서도 안전한 공사 진행을 이끄는 게 핵심이다.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가덕도신공항의 항공기 안전 운항을 목표로 주변 존치 장애물 설치·방치·금지 대상 규정을 명확히 해 추후 검토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안은 원활한 공사와 공기 단축을 위해 전문성을 띤 건설공단을 신설하는 것으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이끌 핵심 법안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는 그간 건설공단 신설에 재정 등의 문제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서는 가덕신공항건설공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국토부 기본계획 내용이 발표된 뒤 긍정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번 법안 소위 통과에는 부산 여야 의원들의 합심이 빛났다는 평가다. 국회 통과를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남아있지만,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부산 여야가 뜻을 함께해 정치권 공감대를 쌓아온 만큼 마지막까지 무난한 통과가 전망된다. 최근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과 관련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상임위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국토위 야당 간사이자 교통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최 의원이 의원들을 설득해 이를 생략하는 것으로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건설공단 법안 중 위원 간 일부 의견 차가 있는 ‘비상임이사 추천’ 내용은 삭제하기로 했다.
부산 의원들은 그간 각 상임위 논의와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한 기류 확장에 힘써왔다. 여기에 원희룡 장관 등 국토부도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실현 의지에 못을 박고 기재부도 이번 국토부 기본계획 용역 결과에 최대한 따르기로 한 만큼, 2029년 가덕신공항 개항에 행재정적 절차 진행이나 법적 문제 등에는 앞으로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의원은 “논의된 가덕신공항 관련 법안들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크게 없었다”며 “앞으로도 신속한 법 통과에 속도를 붙여가며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가덕도 주민 위한 이주·생계 대책 어디에”
부산시, 첫 설명회 개최
주민들 “공사판 끼고 살 판”
대안 없어 한때 고성 오가
주민 지원 관련법안 요구도
14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회관에서 가덕신공항 관련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안에 대해 가덕도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주민설명회가 처음 열렸다. 주민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이주택지 조성이나 생계 대책을 제시하지 못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산시는 14일 오전 11시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회관에서 국토교통부가 수립한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마을회관은 설명회를 찾은 주민과 지주 등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공항 건설에 따른 주민 이주 대책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국토부가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않아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착공이 예정된 2024년 12월 전까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사판을 곁에 두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전체 편입 용지는 강서구 대항동과 천성동을 합쳐 총 992개 필지로, 전답 349개 필지, 대지 274개 필지 등이 포함돼있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감정평가와 보상에 착수해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2024년 12월 착공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계속해서 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가운데 주민 이주나 생계 대책이 제시된 바가 없다며 갑갑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덕도에 평생 살았다는 대항동 청년회 소속 김정현(51) 씨는 “주민 이주, 생계, 생존 대책을 먼저 마련하고 공항을 지어야 한다”며 “관련해 설명들은 내용이 아직 하나도 없는데, 언제까지 답을 주겠다는 보고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농어민 생존권 대책위원회 구종성 위원장은 “지난 6월 기준으로 대항동에 430세대가 산다는데, 편입 대상 필지 중 대지는 272개뿐이라 모든 세대가 보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내년부터 물건조사가 시작되고 보상이 이루어지는데, 이주 대책도 구체적으로 설명된 게 없어 갑갑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가덕도신공항 관련 법에 주민 지원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담아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주민은 “2년 전부터 부산시에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지원을 마련해줬으면 하는지 논의를 계속 해왔다”며 “특별법에 주민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아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주택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어려운 숙제다. 상하수도, 전기가 다 들어와야 사람이 살 수 있는데 그런 땅이 귀하다”며 “아직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또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물건은 원칙적으로 공사할 수 없고, 공정을 짜서 먼저 공사해야 할 부분에 2024년 집중적으로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2024년에 3000억 원 정도 보상하고 2025년에 추가 보상비를 확보해서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은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 고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오는 27일까지 부산시 공항기획과, 부산 강서구 건설과, 가덕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기본계획안을 열람할 수 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부산 지척 대마도 핵폐기장 추진 논란
13일 쓰시마 시의회 청원안 통과
일본 정부 교부금 받으려고 유치
민주당 부산시당 15일 규탄 회견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와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원전최대밀집도시 부·울·경, 고리 2호기 수명 연장과 영구 핵폐기장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원전 2호기 수명 연장과 영구 핵폐기장 추진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과 50km 떨어진 일본 대마도에 핵폐기장 설치를 추진하는 안건이 쓰시마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향후 절차에 이목이 쏠린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시민 관심이 높아져 있고 국내 정치권이 이를 놓고 대립하고 있어 대마도 핵폐기장 문제까지 더해지는 형국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대마도 핵폐기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14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대마도에 핵폐기장 설치를 위한 절차인 정부 문헌조사 수용에 대한 청원안이 전날 쓰시마 시의회를 통과했다. 다만 쓰시마시 최종 결정권자인 히타카쓰 나오키 시장이 이 청원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히타카쓰 시장은 시의회 표결 후 청원안 수용 여부를 정례 시의회 기간인 27일까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0년 처분장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바 있으며, 지난 6월 기자회견 때에는 “의회와 내 판단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쓰시마 시의회는 2007년에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논의했지만 당시는 유치 반대를 결의했다. 그러나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등 상황이 바뀌면서 다시 유치론이 고개를 들었고 결국 청원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것이다.
대마도 지역 유치론자들은 일단 문헌조사에 응하면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20억 엔(약 183억 원)의 교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핵폐기장 부지 최종 선정까지는 갈 길이 멀고, 논의 절차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시민 불안감이 높아진 만큼 대마도와 가까운 부산 민심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은 대마도 핵폐기장 추진을 문제삼고 나섰다. 민주당 시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이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 피해에 이어서 핵폐기장 공포까지 떠안고 살아가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시당은 15일에는 부산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향후 대마도 핵폐기장 논의가 본격화하면 부산 여야가 촉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총선 이슈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여야 반응과 전략에 따라 민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2만명 주검 묻을 마른땅조차 없다…폭우가 할퀸 리비아
수인성 질병 확산 두려움도”
봉사자 “냉동고·깨끗한 물 필요”
대홍수가 덮친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 도시 데르나에서 알 마사르 TV가 13일(현지시각) SNS에 공개한 영상 갈무리. 한 남자가 차량 옆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집 안, 거리, 바닷가, 사방에 주검이 널려 있다. 가는 곳마다 숨진 이들이 있다.”
이틀째 계속되다 11일 새벽 집중 폭우로 댐이 무너지며 역대급 재난을 겪은 리비아 동북부 도시 데르나로 구호 활동을 온 에마드 팔라흐는 14일 에이피(AP) 통신에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참상을 털어놨다.
댐 붕괴로 발생한 거대한 탁류가 쓸고 나간 도시 곳곳엔 주검이 방치돼 있고, 해안 쪽에선 바다로 쓸려나간 이들의 죽은 육신이 수십구씩 떠밀려 오는 중이다. 팔라흐는 지중해 앞바다에 둥둥 떠 있는 주검들을 건져 올리는 중이다.
대홍수가 덮친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 도시 데르나에서 14일(현지시각) 무너진 집 밖에 장난감들이 흩어져 있다. AP 연합뉴스
12일 구조대가 진흙으로 뒤덮인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외신들은 거대 참사로 기능을 상실한 도시가 갑자기 발생한 수천구의 주검을 처리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고 짚었다. 수색대는 진흙탕으로 변한 도시에서 주검을 묻을 마른땅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활동가들은 현장을 찾은 외신 기자들을 붙들고 주검 수습에 특화된 수색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12만5천여명이 살던 도시지만, 공동묘지는 딱 한곳뿐이다. 수색 활동에 참여한 생존자 아흐마드 압달라는 수습한 주검들을 일단 병원 마당에 안치한 뒤 공동묘지에서 집단 매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 한명 한명을 기릴 여유가 없어 건져 올린 주검을 무더기로 파묻는 중이다.
특히 ‘숨진 사람은 3일 이내에 장례식을 치러줘야 한다’는 이슬람 교리를 지키기 위해 수색대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살아남은 이들은 가족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거리를 헤매거나 가족의 주검을 담을 가방이 더 필요하다고 절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생자 규모는 더욱 불어나고 있다. 13일 압둘메남 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 방송에 출연해 “사망자가 1만8천명에서 최대 2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도시 주민 여섯명 중 한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국제이주기구(IOM)는 데르나에서만 최소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이번 참사에 희생된 이들 가운데는 산유국인 리비아로 일자리를 찾아간 주변 국가 노동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재난으로 리비아에서 사망한 자국민 87명을 매장했다고 밝혔다. 13일 오전 이집트 남부 샤리프 마을에선 64명의 공동 장례식이 치러졌다.
대홍수가 덮친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 도시 데르나에서 12일 한 남성이 훼손된 건물에서 가재도구를 챙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시엔엔(CNN)은 주검이 곧바로 수습되지 못하고 방치되면서 도시 전체가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구조위원회(IRC) 리비아 담당자 엘리 아부아운은 수인성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며 “재앙 속에서 또 다른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 위생 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데르나에서 자원봉사 중인 의사 아이샤 박사는 “우리는 이제 수많은 주검을 매장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주검을 냉동고로 옮길 수 있도록 국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검을 가족들에게 찾아주기 위해 “디엔에이(DNA)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단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리비아를 강타한 폭풍 다니엘로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가 13일(현지시각) 이송된 아들의 주검을 묻어준 뒤 울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가 홍수로 초토화가 된 모습.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 영향으로 댐 두 개가 잇따라 무너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이 지역을 덮쳤다. 지금까지 약 5천300명이 사망하고 1만명 이상의 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13일 압둘메남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사망자 수가 1만8천명에서 최대 2만명이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데르나[리비아] 로이터/연합뉴스
이웃 나라들은 구조대와 구호품을 적극 보내고 있다. 알제리·튀니지·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튀르키예·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 유럽연합(EU)과 영국, 미국 등이 구조대와 구호품을 보내는 행렬에 동참했다. 나아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10년 넘게 내전과 분열로 얼룩진 리비아가 이번 재난을 계기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3일 성명에서 “모든 리비아 정치 주체가 정치적 교착 상태와 분열을 극복하고 공동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온다’…19개 국제기구 ‘합동 묵시록’
세계기상기구 등 19개 국제기구 ‘기후과학 합동보고서’ 발표
게티이미지뱅크
세계기상기구(WMO) 등 19개 국제기구는 14일 “향후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기록될 가능성이 98%”라며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즉각적이고,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기상기구는 이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 18개 국제기구와 함께 이런 내용이 담긴 ‘기후과학 합동보고서’(United in Science)를 공동 발표했다. 이들 국제기구는 기후 관련 전문 지식을 통합해 매년 9월 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등은 보고서에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5~1900년) 평균보다 1.15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화석 연료 사용과 토지 이용 변화 등으로 인간이 올린 온도가 1.14도라고 추정했다. 또한 2015~2022년까지 8년 간은 기록상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시기였고, 여기에 더해 향후 5년 안에 지구 온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국제기구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030년 이전에 지구 온도 1.5도 초과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90%를 배출하는 166개국의 2022년 9월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합하면 파리협정을 달성하는 데 못 미치며 최근 9개월 사이 새로 제출된 목표들을 고려해도 뚜렷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전세계 국가가 추가 행동 없이 현재 목표만 추구한다면 이번 세기 내 지구 온도 상승 폭이 2.8도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1~6월) 전세계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데 노력’하기로 약속했지만,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세계기상기구 등이 14일 발표한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 표지. WMO 제공
세계기상기구 등은 기후변화와 기상이변 현상이 국제 사회의 최대 공동 목표인 빈곤 및 기아 종식, 건강한 삶과 복지 증진 등을 내세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모든 면에서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극한 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2030년에는 약 6억7천만명이 기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현재 전세계 60% 국가가 물 관리 역량이 부족해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대기오염으로 매년 700만명이 조기 사망하는 등 건강 문제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기상 관측·경보 서비스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연간 혹은 10년 단위의 기후 모델링 대신 위성 및 레이더 관측, 고해상도 모델링 및 인공 지능을 활용한 첨단 기술 등을 동원하고 이에 대한 접근성도 용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상 조기 경보 경보시스템이 식량 및 수자원 안보, 건강, 청정에너지, 해양생태계 회복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학을 통한 단결은 인류와 지구를 위한 진보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이제 지구는 인간에게 안전하지 않다, 인간 때문에
국제 연구팀, 9개 ‘지구 위험 한계선’ 중 6개 위험 단계 평가
프랑스 파리 교외 지역의 한 소각로에서 나온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 해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이브리쉬르센/AFP 연합뉴스
지구 환경이 인간 활동에 안전한지 평가하는 9개 항목 가운데 6개 항목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구 환경이 급속도로 망가지면서 이제 지구가 인간에게 안전을 제공하지 못할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경고다.
덴마크·독일·스웨덴 등의 연구자들은 13일(현지시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9가지 ‘지구 위험 한계선’ 가운데 6가지가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한 걸로 평가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구 위험 한계선 개념은 2009년 스웨덴·오스트레일리아 등의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인간 생존을 위해 지켜야 할 영역들을 제시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지구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산림 등 땅 △담수 △비료 사용 등으로 유발되는 생물지구화학 흐름 △미세플라스틱·핵 등 ‘신물질’ △바다의 산성도 △대기질 △오존층 등 9개 항목에 대해 평가했다. 이 가운데 바다의 산성도와 대기질, 오존층을 뺀 나머지 6가지는 위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됐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요한 록스트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공동 소장은 “이들 9가지 항목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들”이라며 “우리는 이번 분석에서 지구가 회복력을 잃고 병을 앓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우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를 진단하기 위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분석한 결과, 현재 상태는 417㏙으로 산업화 이전 단계(280㏙)는 물론이고 위험 한계선인 350㏙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극도의 위험 상태를 뜻하는 최대 허용 한계선은 450㏙이다.
생물다양성, 신물질, 생물지구화학 흐름도 아주 위험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물종의 유전적 다양성은 이미 최악 수준에 도달했다. ‘100만 생물종년’(MSY)당 생물 멸종이 10 이내일 때 위험 한계선 안에 들지만 현재는 100을 넘어섰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자연의 순생산 능력을 인간이 이용하거나 파괴·변화시키는 비율로 측정한 생물다양성의 기능적 상태 또한 위험 수준(10%)의 3배인 30%에 달했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미세플라스틱 등 합성 화학물과 핵폐기물·핵무기 같은 신물질들은 모두 적절한 안전성 검사를 거친 뒤에 환경으로 배출되어야 하지만 이런 기준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물질들이 지구 환경에 장기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라고 우려했다.
또 산업화 이전에 존재하던 숲의 60%만 현재 남아 있다며 지구 생태계의 안전을 위해서는 적어도 75%는 보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숲 보전 비율은 아메리카 열대 지역이 83.9%로 가장 높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열대 지역은 각각 54.3%와 37.5%에 불과했다. 온대 지역의 경우 아메리카 대륙은 51.2%가 보존된 반면 유럽과 아시아 온대 지역은 각각 34.2%와 37.9%만 보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기후위기 시대 돈의 논리 ‘고탄소 프로젝트의 종말’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의 기후행동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의 활동가들이 지난 7월 18일 BTS의 <버터(Butter)> 앨범 사진으로 유명한 강원도 맹방해변에서 신규 석탄발전소 가동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삼척블루파워는 시운전용 연료로 사용될 유연탄의 육상운송을 시작했다. /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1t 증가할 때마다 기후가 받는 악영향은 더 커진다. 화석연료 배출가스가 1t씩 늘어날 때마다 지구온난화가 가중되고, 기후변화로 인해 어린 원고들은 지금, 그리고 미래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주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지 않고 화석연료 활동을 승인했다.”
지난 8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기후소송 재판에서 몬태나주 법원의 캐시 시엘리 판사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판결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2020년 당시 만 5~18세였던 원고 16명이 주정부가 석탄 및 천연가스 생산 같은 프로젝트를 허용해 기후위기를 심화시켰다며 주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이었다. 이날 판사는 주 환경규제당국이 새로운 에너지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을 무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주 헌법을 위반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온실가스가 1t 추가 배출될 때마다 원고들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 1t이 배출될 경우 발생할 미래의 모든 사회적 피해의 현재가치를 사회적 탄소비용(Social Cost of Carbon·SCC)이라고 한다. 1t의 이산화탄소를 줄였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이익의 현재가치를 뜻하기도 한다. 몬태나주의 기후소송에서 SCC의 구체적 수치가 언급되진 않았지만, 정부가 민간의 화석연료 투자 사업을 승인할 때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인허가 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점이 눈에 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 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경제 활동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업의 시설투자, 연구개발 투자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마찬가지다. 판결문도 이런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탄소가격이 투자를 결정한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면 탄소 배출로 인한 피해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배출에 따른 비용을 투자의 경제성 평가에 반영하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은 경제성이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배출 저감시설에 투자할 경우 기존에는 경제성이 없었지만, 감축에 따른 이익이 반영되면서 경제성이 개선될 수 있다. 자연히 기업과 정부의 탈탄소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가령 ‘푸르게’라는 기업에 A와 B 투자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는 온실가스 저감 설비를 갖춘 공장을 새로 짓는 투자안이다. B는 기존의 고탄소 설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생산 능력만 확충하는 투자안이다. A에 투자할 경우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의 현재가치는 10억원이고, 투자비는 7억원이라고 하자 B의 경우 미래 현금유입의 현재가치가 10억원, 투자비가 5억원이라고 가정하자. A 투자안으로 들어설 시설은 배출 저감시설이 있어 연간 배출량이 5000t이다. B 투자안의 배출량은 1만t이다. 이 회사의 투자위원회는 A 투자안이 환경에는 좋지만, 기업 이익의 측면에선 B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탈탄소 능력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과거엔 굴뚝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에 아무런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지만 이젠 쓰레기를 버릴 때 종량제 봉투를 사듯, 온실가스를 버릴 권리를 배출권 시장에서 사야 한다.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의 가격이 1t당 5만원이라고 하자. 이 회사는 B 투자안으로 들어선 시설에서 나오는 연간 1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사야 한다. 그 비용은 5억원이다. A 투자안이었을 경우 연간 배출권 구매비용은 2억5000만원이다.
기후위기 시대 돈의 논리 ‘고탄소 프로젝트의 종말’
이 상황에서 다시 A와 B의 경제성을 평가해보자.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의 현재가치는 배출권 구매비용을 빼서, A가 7억5000만원, B는 5억원이 된다. 편익과 비용의 비율은 A가 1.42에서 1.07로, B는 2.0에서 1.0으로 바뀐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기존에 선호됐던 투자안이 무시되고, 저탄소 투자가 더 선호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 기업이 A에 투자해 1t당 처리 비용을 3만원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면 A의 경제성(B/C)은 1.21로 더 커지게 된다. 저탄소 기술이 있다면 경제성은 더 커지기 때문에 이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유인이 생긴다.
배출비용이 1t당 5만원을 넘을 경우 B 투자안으로 들어선 시설은 ‘좌초자산’(이미 투자됐지만 수명이 다하기 전에 더 이상 수익을 못 내는 자산)이 된다. 탄소배출량과 배출권 가격에 따라 기업의 자산가치가 요동칠 수 있는데 이는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 중대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정보는 투자의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과 기회의 요인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라는 ‘기후공시’가 2025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26일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밝힌 기후공시의 공개 사항 중 하나가 기업이 인식하는 탄소가격이다. 기업별로 ‘내부 탄소가격’(Internal Carbon Price)을 정해 시설투자나 연구개발 투자를 결정할 때 반영하라는 것이다. 내부 탄소가격은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경제적 비용을 내부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에 부여한 가치를 뜻한다. EU 집행위가 제시한 유럽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도 기후변화 영역에서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탄소공개프로젝트(CDP)와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도 관련 정보 제공을 요구 중이다.
내부 탄소가격 도입하는 기업 늘어나
내부 탄소가격을 반영하려는 기업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CDP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가격을 도입한 기업의 수는 2019년에서 22% 증가한 853개 기업이고, 1159개 기업이 2년 내 도입을 계획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내부 탄소가격이나 공공투자에서의 사회적 탄소비용이 투자의 가부를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에너지·기후변화 정책을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인 넥스트그룹의 한정현 선임연구원은 “탄소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투자 프로젝트의 비용과 이익이 제대로 산정된다. 기후공시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의 환경변화로 고탄소 사업을 배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탄소가격을 자체 산정해 심사하면 자연스레 고탄소 투자안은 배제되고 저탄소로 사업구조가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이옥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ESG·기후)는 “기존에는 사업성(경제성)이 없어 투자하기 어려웠던 탄소 감축 투자건이 내부 탄소가격을 고려해 경제성을 재평가할 경우 투자 가능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내부 탄소가격의 목적 자체가 탄소 배출이라는 외부효과를 내재화하기 위한 수단인 만큼 내부 탄소가격을 투자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탄소 감축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기후변화 대응을 내부적 경영 의사결정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것이다. 탄소비용을 경제성장률, 금리, 유가, 환율과 같은 변수들과 동일선상에서 다루는 과정에서 탄소 다배출 프로젝트는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탄소 감축 규제를 강하게 받아왔던 석유화학 업종 내 글로벌 선도기업은 이미 내부 탄소가격을 활용하고 있다. 석유기업 BP는 2억5000만달러 이상의 투자 안건에 내부 탄소가격을 기준으로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 내부 탄소가격은 2025년 50달러에서 시작해 2030년 100달러, 2040년 200달러, 2050년 250달러로 설정했다. Shell도 2030년 1t당 25~200달러, 2050년 125~200달러를 목표로 정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종합 고려해 가격을 설정했다.
배출권 시장의 가격 수준에 맞춰 내부 탄소가격을 정하는 기업도 있다. 노르웨이의 석유기업 에퀴노어는 노르웨이 탄소세와 유럽연합의 배출권거래시장(EU-ETS)의 가격에 기반해 2022년 58달러, 2030년 100달러 수준으로 정했다. 옥시덴탈처럼 국제에너지기구 등 외부기관의 탄소가격 전망(2025년 63달러·2030년 100달러 등)에 기반해 내부 탄소가격을 정하기도 한다. 화학기업 Solvay는 1t당 100유로의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해 탄소 감축을 위한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 중이다.
기업 내부적으로 탄소 배출에 대한 부담금(내부 탄소세로도 불림)을 매기는 사례도 있다. 모범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들 수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쓴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2023·다산북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2년부터 ‘지구에 유익한 것은 비즈니스에도 유익하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회사 내에 탄소부담금제도를 도입했다. 데이터센터, 사무실, 실험실 등 회사 내 모든 부서에서 배출하는 탄소에 대해 일정한 금액의 ‘세금’을 강제적으로 부과한 것이다. 2020년부터는 모든 공급망으로 확장해 1t당 5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효과는 컸다. 750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부담금 수입으로 100억㎾h에 달하는 재생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 회사 전체적으로 매년 1000만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최근 파나소닉도 2025년부터 1t당 143달러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스코가 건설하는 삼척블루파워(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1호기 석탄저장고가 앞에 보인다. / 삼척블루파워 제공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내부 탄소가격을 활용하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KT&G의 경우 2021년 신규 투자의 경제성 분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잠재적 탄소비용 부담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내부 탄소가격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높고 대부분의 감축 활동이 이뤄지는 제조공장에서 투자 회수기간을 검토할 때 사용하고 있다. 내부 탄소가격제 적용 범위는 올해 인도네시아 등 3개 해외공장까지 확대한다.
가격은 1t당 5만원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현재 배출권 가격의 6배가 넘고 누적 최고가인 4만8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배출권보다 높은 내부 가격을 설정할 경우 그만큼 탄소 감축에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국내 배출권 거래시장이나 국제 탄소규제를 고려해 추가 인상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G 관계자는 “현재 보이지 않는 미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투자 결정 시 내부 탄소가격을 고려하기로 했다”면서 “미래 비용은 단순히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비용뿐만 아니라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 탄소가격은 배출권 거래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내부 탄소비용을 책정해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활동과 관련한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 요소를 발굴하는 데 활용 중이다. CJ제일제당은 탄소규제 강화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완화하고 실질적인 탄소저감 이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 탄소가격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태양광 설비 도입 등 저탄소 기술 투자, 기존 설비감축 투자 등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선두에 있다. 이 회사는 2025년 71달러, 2030년 120달러, 2040년 200달러를 설정해 올해 하반기부터 시설투자 안건을 검토할 때 활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나 KT&G의 경우 탄소가격이 100유로에 육박하는 EU-ETS의 가격보다는 낮지만, 국내 배출권 가격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게 설정돼 있다. 한정현 선임연구원은 “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이라면 잠재적 가격이든 묵시적 가격이든 내부 탄소세든 기업의 내부 탄소가격과 사회적 탄소비용, 배출권 가격은 모두 같아야 한다”면서 “국내 배출권 시장이 정상화돼 명확한 가격신호를 주는 게 가장 좋지만, 시장 정상화를 기다리는 데는 너무 오랜 시간과 정치적 난관이 있어서 시장 정상화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기업 자체적으로 내부 탄소가격을 만들고, 정부는 예타 조사를 할 때 사회적 탄소비용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그 차이를 줄이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고 설명했다.
돈의 논리가 탈탄소 이끈다
기업이 서둘러 내부 탄소가격을 도입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사와 보폭을 맞추려는 목적도 있지만,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크게 작용한다. 특히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연합체인 ‘기후행동100+(Climate Action 100+)’와 같은 글로벌 투자사들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GDP의 6배에 달하는 1경3000조원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나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APG와 같은 대형 투자기관들이 모두 ‘기후행동100+’에 속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이혜림 ESG 담당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난 8월 25일 넥스트그룹이 주최한 사회적 탄소가격 토론회에서 “우리는 가장 큰 압박이 투자자 진영에서 오고 있다고 느낀다. 일례로 기후행동100+의 경우 넷제로 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탄소 감축의 가장 큰 동기는 금융 부문에서 오고 있다. 기후공시 규제도 국내에 도입될 텐데, 이를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탄소 감축 로드맵을 이행하는 방안의 하나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기업이 투자 안건을 심사할 때 내부 탄소가격을 기준으로 활용한다면, 은행은 기업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해줄 때 기업의 내부 탄소가격을 활용할 수 있다. 한 선임연구원은 “뉴욕의 경우 ESG 관련 기준이 부동산 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증권사부터 시작해 은행도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할 때 탄소비용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윤 전문위원은 “미국 증권거래소의 기후공시, ISSB가 추진하는 글로벌 ESG 공시는 기업들로 하여금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을 요구한다. 즉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과 전환의 위험에 따라 기업이 처한 재무적 피해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해 공표하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탄소비용을 기업이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어차피 반영해야 한다면 미리미리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무분별한 공항 건설 사회적 탄소비용 따져야”
탄소중립녹색성장위 활동하는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신공항 사업을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새만금공항은 올해 예산이 90% 가까이 깎여 향후 계획이 불투명해졌지만, 이보다 18배 가까운 사업비(14조2637억원)가 투입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나 제주 제2공항(6조7700억원)을 비롯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울릉공항, 백령공항, 흑산공항 등이 대기 중이다. 여기에 경기국제공항이 추가될 기세다. 현재 운영 중인 15개 공항 중 10개 안팎이 매년 적자를 내는데 신공항 건설로 또 다른 적자 공항이 생길 수 있다. 무분별한 공항 건설은 전 지구적 과제가 된 탄소 배출 감소에도 역행한다. 공항만이 아니라 간척사업, 댐과 보, 도로 건설, 산업단지 개발 등 모든 토목사업은 탄소 배출을 피할 수 없다.
이산화탄소 1t 배출이 초래하는 모든 사회적 피해의 현재가치를 뜻하는 사회적 탄소비용(Social Cost of Carbon·SCC)을 고려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다면, 탄소 배출이 많은 공공투자의 경제성은 낮아지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사업의 경제성은 올라가게 된다. 자연히 공공투자 사업의 탈탄소를 꾀할 수 있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가 지난 9월 4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점이다. 전력경제, 전력시장 전문가인 김 교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정책 연구를 벌이고 있다.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그룹의 대표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넥스트그룹 사무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예비타당성(예타) 평가에서 SCC를 고려하고 있지만, 그 수준이 낮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탄소비용의 의미는.
“공공에서 정책을 분석하거나 인프라 투자를 결정할 때 그 프로젝트로 인한 탄소 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정량화한 수치입니다. 사회적 탄소비용은 결국 의사결정의 판단 기준 하나를 제시한다는 뜻입니다. 미래세대가 경험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비용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라는 의미죠. 국가가 하는 거의 모든 일에 연결되는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SCC가 실제 경제성 평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SCC 수치는 사실 개념상으론 당락을 좌우할 만한, 그러니까 편익·비용 수치상으로 매우 큰 영향력을 차지합니다. 대기오염 물질이 섞여 있긴 하지만 전력 인프라 설비의 경우 전체 편익 중 20% 정도가 환경 편익으로 식별됩니다. 현재 우린 1t당 4만6000원 정도의 사회적 탄소비용을 반영하는데, 지금 1t당 7700원 수준인 배출권 가격보다는 훨씬 높죠. 하지만 유럽은 100유로에 이르고, 미국의 경우 바이든 정부가 발의한 청정에너지법에 1t당 55달러로 들어가 있습니다. 대략 우리 돈으로 7만~8만원인데 이 수치를 반영하면 거의 웬만한 (저탄소) 혁신 기술 투자는 다 이것 때문에 편익과 비용(B/C) 분석에서 1을 넘습니다. 반대로 공항 건설이나 무분별한 고속도로 건설은 B/C가 많이 떨어지게 되죠. 그런 인프라가 들어오면 차와 비행기가 더 많이 다니게 되고, 거기서 나오는 탄소비용이 어마어마하니까요. 사회적 탄소비용이 좀더 정교화되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애초에 기본계획에 들어가기 전에 사업자들이 이걸 잘 고려해 사업을 할지 말지 판단하게 되고,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탄소비용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기재부의 예타 조사 용역, 공공기관·공기업의 사전 예타 프로젝트를 수행하곤 하는데, 어느 순간 보니 당연하다는 듯 몇 년 전 산출한 SCC 수치를 그대로 쓰고 있더라고요. 적정한 SCC 수준에 대한 전문가집단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기후변화 전문가로 구성된 범부처 워킹그룹(IWG)에서 사회적 탄소비용을 측정해 예타에 활용하는데 우린 아직 그런 논의 수준까진 가지 못했죠. 일단 정부, 학계, 민간기관 등 다양한 연구그룹이 각자 연구를 해서 값을 내놓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범위가 클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수렴한다고 보거든요. 그렇게 논의를 시작해 범위를 좁힌 후 권위 있는 기관이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할 듯합니다. 지금처럼 알음알음 쓰는 값이 아니라 훨씬 탄탄한 근거를 갖추고 공식화된 값이겠죠.”
-사회적 할인율도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미래 발생할 편익의 현재가치로, 사회적 할인율이 5%라면 1년 후 실질소득 100만원은 현시점에서 95만2381원이다. 사회적 할인율이 높을수록 미래세대의 편익과 행복에 높은 가치를 매기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게 된다.)
“지금 우리는 경제성 평가에서 사회적 할인율 4.5%를 적용합니다. 높거나 낮다는 판단보다는 최근 바뀐 상황을 고려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때와 비교해 누적 배출량이 크게 늘었고, 금리 등의 거시환경도 많이 바뀌었으니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에선 사회적 할인율이 5%, 3%, 1.5% 등일 때의 사회적 탄소비용을 구한 후 그중 적절한 값을 정무적으로 고르는 방식을 주로 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비용을 수치화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죠.”
-공공투자의 경제성 평가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면.
“아쉬운 점은 환경 편익을 고려한 타당성 조사 결과가 실제 의사결정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거죠. 지금은 전력수급 기본계획, 가스수급 기본계획, 국토종합계획, 항만 기본계획 등 각 부처가 SOC 사업의 기본계획을 세우고 그 후에 사전 예타, 본 예타를 거칩니다. 그리고 그 편익과 비용(B/C)을 분석한 결과가 1이 안 돼도 지금까지 끌고 온 과정이나 정책적 필요라는 명분을 업고 통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이 거꾸로 된 것이죠. 해외 사례를 보면 기본계획과 경제성 평가가 하나의 과정으로 통합돼 있습니다. 기본계획이 나오면 이미 B/C가 괜찮은 프로젝트들만 들어가 있는 거죠. 지난한 논의를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하긴 하지만 한번 발표되면 그냥 쭉 가는 거죠. 우리도 기본계획을 세우고, 예타를 해서 다시 평가할 게 아니라 통합하고 효율화해 종합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제 탄소가격이 2030년 수준이면 1t당 100달러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급격한 상승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탄소가격 상승은 비용 증가라는 리스크죠. 리스크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스크를 실현해 털어내는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탄소가격을 정한 후 투자 결정을 하면 실제 올랐을 때 타격이 크지 않죠. 선제적으로 한 수 높은 가격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훨씬 낫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SK이노베이션 등 일부 기업의 기민한 움직임은 굉장히 현명한 전략입니다. 공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프라 사업은 운영기간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사회적 탄소비용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공항이나 도로를 한번 지으면 50년 이상 쓰죠. 전력설비도 보통 30년 잡지만 실제로는 40~50년을 씁니다. 한번 결정하면 2050년을 훌쩍 넘기는 의사결정이라 탄소비용을 감안해 준비해야 하죠.”
-발전소나 송·변전 시설에 대한 주민 반대도 비용에 반영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정성적 요소로만 평가하죠. 그런데 제가 최근 어떤 인프라 사업이 지역 수용성 문제로 연기될 때의 전체 비용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연구한 적이 있는데 이런 비용으로 간접적인 정량화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수용성이 굉장히 낮아 아예 그 구간에 송전선로 건설을 못 한다면 사실 그 비용은 무한대인 거죠. 그럼 B/C는 0이 됩니다. 그런 식으로 의사결정에 고려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넥스트그룹을 창립한 계기는.
“2016년 영국에 처음 가 박사과정 파견연구를 하고 이어서 같은 곳에서 박사후과정을 했는데 유럽이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고생할 때였어요. 영국도 에어컨이 없는 집이 많아 많은 사람이 온열질환으로 죽거나 아팠습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기후부정론자는 사라졌죠. 전력시장은 기후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음에도 한국에서 전력을 공부할 땐 아무도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영국은 너무나 당연하게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고, 국가감축목표를 세우고, 모든 사회 분야에서 탈탄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해 있는 거예요. 다만 기후변화 대응 속도에서 정당과 전문가별로 차이가 있고, 시장의 원리를 활용할지, 국가가 주도해 계획할지 방법론의 측면에서 의견이 조금씩 다를 뿐이었죠. 한국에 와서 뜻이 있는 전문가와 연대해 기후변화 융합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모인 동료들의 배경이 주로 공학·경제학이라 우리가 잘 하는 걸 하자, 계산으로 확실한 근거를 마련해 시민사회와 정부의 건강한 의사결정을 돕자는 취지에서 출범했습니다.”
-넥스트그룹의 향후 연구·활동 계획은.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기후변화의 적응 비용을 낮춘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연구입니다.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자본을 기후적응에 투자해야 한다는 일부의 이야기들을 반박하기 위함입니다. 1단계로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을 제대로 산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프라가 받게 될 피해를 정량화하는 것이죠. 이게 모여야 SCC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죠. 전력망이 포화된 상황에서 송전망을 짓지 않고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해 송전망이 여유로울 때 송전하는 방식이나 송전선로 건설이 불가능한 구간에서 전력을 수소로 바꿔 파이프라인이나 튜브 트레일러로 보내는, 다양한 에너지원의 통합 모델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일로 4년차가 됐는데 조직 규모로 4배, 예산 규모로 10배 성장했습니다. 우린 특정 기업과 용역 계약을 맺지 않고, 기후변화 연구를 지원하는 해외 재단의 후원금을 받아 운영 중입니다. 목표는 브루킹스연구소, 세계자원연구소, 로키마운틴연구소처럼 되는 거죠. 해외에선 독지가의 기부를 받아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곳이 많은데,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부자들이 예술가를 후원한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기후변화 연구를 후원하는 독지가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경향 주영재 기자
삼성전자 ‘RE100 1년’ 성적표는 ‘기대 이하’
재생에너지 설비·전력 구매 대신 기존 전기료에 추가비용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LNG발전소 건설 계획도 도마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23’을 찾은 관람객들이 9월 4일 삼성전자 부스 앞에 모여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15일, RE100(전력 사용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 가입을 선언하는 신환경전략을 발표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의 RE100 이행을 평가하자면,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표면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늘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효과가 큰 자체건설이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계약 대신, 일반 전기요금에 추가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주로 채웠기 때문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정부에 명시적인 요구를 한 흔적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국내 전력 소비 1위, 온실가스 배출량 국내 8위(발전·에너지 기업 제외 시 3위) 기업이다. 그린피스와 국내외 기후변화 대응 단체, 글로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책임감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재생전력 조달, 질적 개선해야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0일 발표한 ‘2023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RE100 달성률이 2021년 20%에서 2022년 31%로 올랐다고 밝혔다. 글로벌 차원에서 사용 전력의 31%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RE100 이행을 질적으로 평가하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RE100을 이행하는 수단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신규로 늘리는 추가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설치하는 ‘자체건설’과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해당 발전사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방식이 추가성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한전의 중개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제3자 PPA’도 있다. PPA는 대부분 신규프로젝트로 계약이 이뤄지는데 수요 기업의 구매가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추가성이 높다.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거래시장에서 REC를 직접 구매하는 방식도 추가성이 있다고 본다.
마지막은 녹색요금제다. 전기요금에 추가비용(국내의 경우 1㎾h당 10원 정도)을 얹어 한전에 납부해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는 방법이다. 녹색요금제는 기존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인증서를 이용해 재생에너지 시설을 추가하는 기여도가 가장 낮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으로 인정은 받지만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린피스는 지난 9월 14일 발표한 ‘삼성전자 신환경경영전략 1주년 평가’ 보고서에서 질적 평가를 할 경우 2021년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비율은 20%가 아닌 6%에 불과하고, 2022년 실적도 31%가 아닌 10%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조달방식별로 자가발전과 PPA에 1, REC 구매에 0.3, 녹색요금제에 0.1의 가중치를 적용한 결과다.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2022년 미국에서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RE100을 달성했지만, 애플은 효과성이 높은 제도 활용 비중이 77%(PPA 62.6%·자체설비 14.6% 등)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효과성이 낮은 제도 활용 비중이 94%(REC 구매 92.2%)를 차지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지난 1년간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렸지만,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작은 조달제도를 주로 쓰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해 삼성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전년도에 비해 늘어난 것이 이를 반증한다”면서 “정부도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빠르게 늘릴 수 있도록 공급에 힘써야겠지만, 삼성전자 역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직접 발전과 PPA, REC, 녹색요금제 모두 RE100을 비롯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등에서 인정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이며, 많은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활용 중”이라면서 “국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을 위한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거점별 인프라 및 시장 상황을 고려해 PPA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100 갈 길 먼데 반도체 클러스터에 LNG
삼성전자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설립된 아시아 청정에너지 연합(ACEC·글로벌 기업, 재생에너지 발전사, 투자자 등이 모여 결성한 기구로, 아시아 국가의 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함) 창립 멤버로 가입했고, 지난해 11월 반도체 기후 컨소시엄(SCC) 창립 멤버로 가입해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기후변화 공동 대응을 위한 목표 및 로드맵 수립, 표준화 작업에 적극 참여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함께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제품들의 소비자 사용단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동종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재생에너지 생태계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공급 방안도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총 300조원을 들여 2042년까지 5개 이상의 반도체 공장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조성한다. 여기에 필요한 전력은 2029년 0.4GW에서, 2042년 7GW, 2050년 10GW 이상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전력공급을 위해 6기의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폐쇄가 예정된 석탄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는데, 그 전환 물량을 용인에 배치한다. 추후 송전망을 건설해 경북의 원전과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끌어오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송전선로를 통해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송전선 건설에 시간이 오래 걸리니 상대적으로 적게 걸리는 LNG발전소를 산단 내에 지어서 초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 이후 송전선 건설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2단계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되는 주요 전력원이 LNG와 원전이 된다면 RE100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전력을 제때, 충분한 양을 공급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전소 계획은 기업의 전력 필요시점과 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발전원에 상관 없이 제때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공급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있지만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결합해 보완할 수 있다. 토지 사용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초기 수요인 400MW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할 경우 100만평 이상이 든다고 하지만, 200만평 이상으로 예상되는 산업단지 내 건물 옥상이나 공장 지붕, 주차장을 비롯한 유휴부지를 활용하면 상당량을 채울 수 있다. 게다가 경기도 RE100 실행위원회에 따르면 도에 있는 농지의 10%만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하는 영농형 태양광으로 전환해도 7GW(20% 시 14GW)를 설치할 수 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경기도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확대한다면, (수요지와 생산지가 일치해) LNG를 지을 필요도, 원전에서 전기를 가져오기 위해 송전망을 지을 필요도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가 전력망의 에너지원 구성과 별개로 REC 구매, 녹색요금제, PPA 등으로 이뤄지는 우리의 RE100 전략은 변함이 없다”면서 “기흥 등 현재 사업장의 지붕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듯, 향후 비슷한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사들, 삼성 탄소 감축 활동 주시
글로벌 차원에서 화석연료 퇴출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새로 LNG발전소를 짓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사라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이사는 “RE100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향후 LNG 발전 시설에서 나오는 전력을 사용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기술발전과 규모의 경제로 이미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화석연료나 원자력보다 더 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견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TSMC도 풍력발전 구매 계약으로 재생전력의 사용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규 LNG 전력 시설의 경우, 2050년 이후까지 운영할 텐데, 이럴 경우 2050년 재생전력발전 100%를 선언한 삼성전자가 넷제로 목표 달성 경로(Net Zero Pathway)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의문을 갖는 투자자들의 ‘관여’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탈탄소 행보를 눈여겨보는 투자자 모임으로 ‘클라이밋 액션100+(CA100+)’을 들 수 있다. CA100+는 전 세계 자산운용사 700곳이 참여 중인 투자자 이니셔티브로, 자산운용 규모가 약 62조달러(약 8경2156조원)에 달한다. CA100+는 지난 6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투자자 관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제2차 기후행동’을 선언했다. CA100+은 제2차 기후행동에서 투자자들이 주요하게 관여할 기업으로 모두 171개 기업을 선정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한국전력,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 4개 국내 기업이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제조 시설에 LNG 전력을 공급하면 삼성의 기후 관련 공신력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독일의 비영리 기관인 ‘신기후연구소’의 토마스 데이 기후정책 연구원은 최근 기후미디어허브가 의뢰한 의견서에서 “국제에너지기구가 파리협정에 부합하기 위해선 화석연료 인프라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 상황에서 자칭 기후리더가 화석연료 기반 전력에 의존하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정부 정책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기업인 삼성이 정책적 진전이 더디다는 핑계로 정부의 소극적 정책 뒤로 숨는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삼성의 주요 경쟁사들이 보여줬던 노력과 비교했을 때, 삼성이 이에 필적할 만한 수준으로 해법을 찾고, 대중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플랜1.5’의 권경락 활동가는 “삼성이 RE100을 선언할 당시엔 적극적으로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고, 자기의 책임도 이행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화석연료 사업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어 씁쓸하다”고 평가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반대해봤자 방류하니까” 체념 끝 침묵…일본 민주주의는 위기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 AP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지난 8월 23일 현지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후쿠시마를 찾았다. 일본 정부가 전날 오염수 방류 일정을 기습 발표한 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반대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후쿠시마의 분위기는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후쿠시마 도심에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플래카드 하나 보이지 않았고, 시민들 또한 오염수 방류 자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침묵이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정부의 결정을 바꿀 수 없다는 체념에 가까운 침묵이었다. 방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는 생략됐다. 어민들의 동의도 끝까지 얻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자민당의 독주를 막을 야당의 힘은 지리멸렬했고, 여당은 각종 프로파간다를 동원해 여론을 바꿔나갔다.
일각에서는 오염수 방류 결정 방식이 일본 민주주의 위기를 드러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면 미디어가 홍보하고 결국 여론이 움직이는 방식이 일본에선 마치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져 가고 있었다.
반응 없는 정부…반대를 포기한 시민들
후쿠시마 도심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부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특히 후쿠시마의 젊은이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을 표현했다. 후쿠시마에서 나고 자란 사토 도오루(35)는 “어차피 반대하더라도 정부는 방류를 강행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뭐를 해도 정부는 반응도 없고 변화도 보이지 않아왔다”고 체념 섞인 반응을 보였다.
오염수 방류로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어민과 상인들은 그러나 정부의 기습 방류 결정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후쿠시마에서 식재료 도매업을 하고 있는 콘노 도시유키는 “정부가 방류하겠다고 예고를 해왔지만, 갑작스럽게 이틀 전에 일정을 발표한 것에 사실 쇼크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후쿠시마 사람들은 원전 문제에 대해 입 밖에 잘 꺼내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을 ‘비(非)국민’으로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쉽게 나누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후쿠시마대 전·현직 교수들이 지역민들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결성한 ‘후쿠시마 원탁회의’ 사무국장인 하야시 군페이 후쿠시마대 교수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원전 사고 이후 10년 넘게 고통을 받은 주민들은 정부·도쿄전력과 싸우기엔 너무 지쳐버린 상태”라고 전했다. 또 “‘오염수 방류가 위험하다’는 말을 꺼내면 불안해지는 심리가 더 커진다고 생각해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며 “일부 주민들은 정부 없이 복구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에 포기하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프로파간다가 여론을 바꿨다”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여론을 움직였다. 2021년 4월 해양 방류 방침을 결정한 이후 일본 정부는 ‘오염수 안전 홍보’에 주력했다. 정부의 오염수 안심 캠페인은 신문, 방송 등 미디어는 물론 전국 학교에서도 이뤄졌다. TV·신문 광고는 끊임없이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친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내용을 되풀이했고, ‘오염수’ 대신 ‘처리수’를 공식용어로 사용했다.
정부의 프로파간다는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아사히신문이 2020년 11~12월 전국 유권자 21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방안에 대해 55%의 응답자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률은 32%에 그쳤다. 그러나 정부가 오염수 안심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하자 찬반이 비등해졌다. 현재는 아예 찬성이 압도적이다. 현지 공영방송 NHK가 지난 9월 8~10일 전국 18세 이상 시민 1236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염수 해양 방류 대응에 대해 ‘타당하다’가 66%, ‘타당하지 않다’가 17%로 집계됐다.
후쿠시마에서 만난 지역 저널리스트 마키우치 쇼헤이는 주요 매체들이 오염수의 영향과 앞으로 생길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대신,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내용만 전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오염수 안심 캠페인에 쏟아부은 돈과 항목을 일일이 조사한 결과 유력매체인 요미우리신문도 지난해 2억5000만엔(22억7000만원)을 받고 오염수 안심 관련 사업을 전개한 사실을 찾아냈다며 “오염수 안심 캠페인 사업을 벌이고 있는 신문사가 오염수의 위험성을 파헤칠 가능성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쟁 가능 국가 만들기 나설 것” 우려도
일본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주민 3824명과 함께 원전 피해 소송을 이끌었던 나카지마 다카시 소송 단장은 “기시다 총리가 지난 8월 21일 일본 전체 어민을 대표하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 등을 만났을 때 ‘몇십 년이 걸려도 책임지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방류하겠다’는 말은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면서 “전어련이 끝까지 반대 입장을 전달했는데, 바로 다음날 방류를 발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적 단계를 모두 무시한 기시다 정부는 ‘소프트’한 독재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방관하면 ‘하드’한 독재로 나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키우치는 프로파간다를 통해 오염수 방류 강행에 성공한 자민당이 같은 방식으로 ‘전쟁 가능 국가 만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6월 의회에서 통과된 ‘방위장비품 생산 기반법’의 계획서에는 ‘방위산업의 매력화’ 항목이 포함돼 있다. 마키우치는 “말 그대로 전쟁산업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대다수의 일본 국민은 전쟁을 반대하지만, 정부가 ‘후쿠시마를 부흥시켜야 한다’고 했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전쟁은 국가를 위해 좋은 것’이라는 프로파간다를 내건다면 오염수 방류 사태와 마찬가지 결론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후폭풍 대응 방식에 전체주의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앞서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강화하자, 우파는 ‘일본 생선을 먹고 중국을 이기자’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논픽션 작가 하야카와 타다노리는 “중국의 이해를 얻지 못한 외교적 실책을 ‘피해를 본 불쌍한 일본’으로 바꿔치기하고, 중국을 이기겠다는 말로 배외주의와 국가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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