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부터 넓히고 보자’는 개발논리가 이 사달을 냈다
‘비에 젖는’ 히말라야…눈이 더 적게 내린다
기후변화 탓 영구동토 속 '고대 바이러스' 봉인 뜯긴다
이미 건물 1층 사라졌다…유럽이 침수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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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터 넓히고 보자’는 개발논리가 이 사달을 냈다
새만금 개발 속도 내기 위한 잼버리 유치
어정쩡한 높이로 두 배 넓힌 매립도 문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개최 직전인 지난 7월 13일 야영지 모습 /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파국으로 치달은 근본적인 이유는 폭염도 아니고, 폭우도 아니다. 폭염과 폭우는 잼버리의 상수이다. 단 일반적인 자연조건의 부지일 경우에 그렇다. 틀에서 막 꺼낸 두부 같은 새만금 매립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갯벌이었다. 동진강 하구에서 퍼올린 작고 가는 펄 모래를 매립토로 썼다. 이 과정에서 준설토 미세먼지가 모래 폭풍처럼 날리면서 인근 주민들을 괴롭혔다. 비가 내리지 않고 돌개바람이 불었다면 이번 잼버리의 또 다른 악재였을 것이다. 물이 섞인 준설토를 쌓아 올린 무른 땅은 적은 비에도 무릎까지 빠질 정도였다. 자연적으로 지반이 안정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바둑판처럼 경지정리가 된 농지는 기울기가 거의 없어 자연 배수 기능이 떨어진다. 면적이 넓다 보니 배수 시간도 오래 걸린다. 여기저기 생겨난 물웅덩이에는 갈매기가 무리 지어 쉴 정도다.
임시로 배수지 100곳을 만들고, 추가로 수로를 냈지만, 그마저도 막히면서 물 빠짐 효과는 거의 없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면 습기를 머금은 땅에서 전라도 말로 ‘훈짐’이 올라온다. 습식 찜질방과 다름없다. 그늘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숲세권 아파트 분양사기 조감도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나무 그늘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여기저기 붉은 칠면초가 자랄 정도로 염분 농도가 높다. 그늘 쉼터용 덩굴식물 터널은 앙상하기 그지없었다. 폭염보다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모기떼와 화상벌레였다. 진원지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물웅덩이와 습한 초지였다.
개발 논리에서 비롯된 재앙
2020년 봄, 매립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환경단체의 우려가 커졌다. 자연과 공존하는 세계잼버리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마지막 남은 해창갯벌을 파괴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 달라고 여성가족부에 공문을 보내고, 스카우트연맹 관계자를 만나고, 세계스카우트연맹 총재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문제의 해창갯벌 일원을 잼버리 부지로 고집했다. 도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새만금 내부 공공 매립을 확대하고 기반시설 조기 건설을 통해 새만금의 개발 속도를 높여보자는 것이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유치를 검토하던 2012년 당시, 새만금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호의 물은 썩어 가고,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하고, 노출지에는 먼지만 날렸다. 새만금특별법을 제정하고 새만금 기본계획을 세웠지만 농생명용지를 제외한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신재생에너지에 7조6000억원을 쏟아붓겠다던 삼성도 손을 털고 나갔다. 호텔, 골프장, 타워, 케이블카 등은 모두 말 잔치로 끝이 났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보면, 세계잼버리 유치전은 한계에 직면한 새만금 사업의 활로 찾기였다.
2017년 8월 17일,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새만금을 잼버리 개최지로 최종 결정하자 전북도는 잼버리 유치에 따른 기대효과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등 기반시설 조기 구축을 내세웠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현재가치로 환산할 경우 6조4656억원의 생산과 2조855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예상했다. 국제행사를 지렛대 삼아 관련 SOC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새만금 사업도 마찬가지다. 진짜 문제는 국제행사를 빌미로 실제 필요하지도 않고 효과도 없는 토목공사 예산을 확보하는 데 있다.
잼버리 부지 주변 주민들이 모래바람을 맞는 동안 새만금 인프라 구축 사업에는 훈풍이 불었다. 전북도의 바람대로 새만금 조기 개발을 위한 SOC 예산 확충에도 탄력이 붙었다. 2018년 11월 ‘세계잼버리지원특별법’이 만들어지고 행사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면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조기 착공, 동서 2축 남북 2축 도로 개통, 새만금 신항만, 수변도시 공공 매립 등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예산 투자를 끌어내는 명분이 됐다.
지난 8월 6일 새만금 잼버리 부지 옆 해창갯벌에 모인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등 13개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남은 갯벌을 보존하라는 염원을 담아 만장을 내걸었다. /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러나 새만금 잼버리 부지 조성 공사는 시작도 늦고 속도도 더뎠다. 국내 유치 결정 이후 5년이 지난 2020년에야 매립 공사를 시작했다. 농어촌공사는 2022년 3월까지 부지 매립과 내부 도로, 단지별 배수로 설치를 마치기로 계획했다. 부지 조성이 끝난 후 이뤄지는 야영장 조성과 수도, 전기 공사는 전북도에 넘겼다. 차질없이 준비되고 있다는 조직위원회의 호언장담과 달리 공사는 더디기만 했다. 결국 세계잼버리 개최국이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하는 프레잼버리 대회도 열지 못했다. 부지 조성 공사는 2022년 12월에야 마무리됐다. 수도와 전기, 간이 하수도 등은 대회 직전에 가서야 연결이 됐다.
잼버리 부지 매립의 실체
잼버리 부지 매립 공사비 2150억원은 농지관리기금을 가져왔다. 2017년 12월 제19차 새만금위원회는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관광레저용지를 임시 농업용지로 변경했다. 농어촌공사법은 기금의 사용처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농지조성 기준에 따라야 한다. 매립고를 높이고 기층 보조재를 깔고 육상토를 덮는 등 지반을 안정화하는 공사는 할 수 없었다. 야영장 조성 사업을 조직위와 전북도에 넘긴 것도 이 때문이다.
잼버리 부지의 평균 매립고(E.L)는 1공구가 2.59m, 2공구는 2.28m이다. 일반적으로 1.15m 이하인 농업용지보다 높고, 인근 도시용지 매립고인 2.65m보다 낮다. 관광레저용지로 사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어정쩡한 높이로 매립됐다. 농지도 아니고 관광용지도 아닌, 죽도 밥도 아닌 땅이 되고 말았다. 어디에도 쓸모없는 땅, 그것이 잼버리 매립의 실체였다.
잼버리 부지 매립 면적을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 늘린 것도 치명적인 잘못이었다. 2016년 새만금개발청이 발주한 ‘2023 세계잼버리 유치 실천방안 연구 용역’에 따르면 숙영지, 전시장, 대집회장 등을 위한 매립 필요 면적을 약 389㏊로 계산했다. 그런데 2017년 12월 새만금위원회가 임시 농지로 변경한 후 설계 단계에서 매립 면적이 884㏊로 늘어났다. 잼버리가 끝나면 다시 관광레저 용지로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 집중으로 매립 면적을 최소화해야 했다. ‘제사보다는 잿밥에만 눈이 어두웠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결론적으로 새만금 잼버리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낳은 무정란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이자, 동시에 최대의 환경파괴 사업인 새만금 간척사업은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지 못하는 낡은 시대의 유산이었다. 첫 삽을 뜬 지 32년, 대통령이 8번 바뀌었다. 그 넓은 땅을 어떻게 쓸 계획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땅부터 넓히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인 개발 속도전의 산물이 바로 새만금 잼버리였다.
경향/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별
‘비에 젖는’ 히말라야…눈이 더 적게 내린다
비 내리는 히말라야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연구진은 북반구 전역의 산들이 극심한 폭우와 그에 따른 위험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Berkeley Lab 제공
최근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모하메드 옴바디 박사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기후변화로 인해 북반구 산악지대에서 눈이 비로 바뀌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이런 강수량 급증은 홍수, 산사태, 토양 침식 등 갖가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난화 때문에 북반구의 고지대 지역, 특히 눈이 주로 내리는 지역에서는 이미 극한강우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옴바디 박사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이런 산악 지역 또는 그 하류에 살고 있다”며 “이들이 온난화와 그로 인한 극단적 폭우 현상 증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극단적 폭우로 인한 강수량이 15% 증가하고, 특히 북반구 고지대에서는 눈이 비로 바뀌면서 홍수와 산사태 위험이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구 기온이 1℃ 상승할 때 고지대 강우량이 평균 15% 증가한다는 의미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지역에 기후변화 여파로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미국 LBNL와 미시간대학 등 연구진을 인용해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히말라야를 비롯한 전 세계 고산지대에는 최근 강우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원래 주로 눈이 내렸던 지역이다.
연구진은 세계 최고봉인 ‘신의 정원’ 에베레스트산(해발 8848.86m)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6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에베레스트산 강수량은 245.5㎜였는데 이 가운데 75%는 비였다. 나머지는 비와 눈이 섞이거나 눈이 내린 경우였다.
지난해 6∼9월 집계된 강수량에서는 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2%에 불과했다. 2021년과 2020년 같은 기간에도 각각 43%, 41%에 그쳤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지역인 우타라칸드주 기상 당국 책임자 비크람 싱은 “강설 빈도가 감소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고도가 낮은 지역에는 몬순(우기) 때 폭우도 내린다”고 말했다. 인도 쿠마운대학교 지리학과 J.S. 라왓 교수도 “이제 극심한 폭우 후 돌발 홍수가 자주 발생한다. 빙하로 채워지던 강은 이제 빗물로 채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네팔,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부탄, 중국 등 히말라야산맥이 걸쳐 있는 8개 국가에 최근 홍수나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곳 강우량이 증가한 데 영향을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비가 아닌 눈이 내리게 하는 ‘0도 등온선’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등온선은 일기도에서 온도가 같은 지점을 연결해 이은 선이다. 앞서 2019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특별 보고서도 기온 상승이 산악지역 강설량 감소에 영향을 준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히말라야산맥은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히말라야 강우량은 추후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연구진은 “우리 연구 결과는 고지대가 미래의 극한 강우 위험에 취약한 ‘핫스폿’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강력한 기후 관련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옴바디 박사도 “고지대의 강우량 증가율은 저고도의 약 2배로 예측된다. 강우 패턴 변화로 초래되는 부정적 결과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악 지역의 인프라 설계와 건설에 이런 요인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신문송한수 선임기자
기후변화 탓 영구동토 속 '고대 바이러스' 봉인 뜯긴다
수만년 잠자다 활성화…누출 시뮬레이션 결과 '재앙'
"현대 환경서 생존·번식해 생태계 종 다양성에 치명타"
동토에서 튀어나온 4만년 전 유기물 새끼당나귀
기후변화로 영구 동토층이 녹아 새나오는 고대 바이러스가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미국 미시간대학교 등 소속 국제연구진은 지난달 온라인 과학 저널 '플로스 전산 생물학'(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구 동토층은 토양 온도가 2년 이상 섭씨 0도 이하로 유지된 토양으로 그린란드, 알래스카, 티베트고원 등 고지대나 고위도 지역에 분포해 있다. 그 안에는 수만년 전에 묻힌 고대 바이러스나 병원체가 봉인돼 있는데, 기후변화로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이들은 누출될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영구 동토층 밖으로 나온 고대 바이러스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적하기 위해 고대 바이러스와 현대 박테리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디지털 모델링을 통해 관찰했다. 시뮬레이션을 수만번 반복해 고대 바이러스가 현대 박테리아 군집의 종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게 연구 내용이었다.
그 결과 연구에 사용된 고대 바이러스의 1%가 종 다양성을 최대 32% 감소시키는 등 큰 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모습을 드러낸 러시아 바타가이카 분화구
이들 고대 바이러스는 시뮬레이션 속에서 기존 생태계와 경쟁한 끝에 생존 및 번식에 성공했는데, 기생충처럼 숙주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탓에 숙주로 이용된 일부 박테리아가 영향을 받으면서 종 다양성이 감소했다고 한다.
영구 동토층에서 매년 세포 4 섹스틸리언(10의 21제곱)이 방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라고 해도 천문학적으로 많은 수준이다.심지어 성공적으로 기존 생태계에 정착한 고대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도 죽지 않고 진화하기까지 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소속 기후과학자 킴벌리 마이너 박사는 북극 영구 동토층 해빙이 때로는 며칠 만에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유기체를 방출한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마이너 박사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지구 평균 기온이 계속 오르면서 갑작스러운 영구 동토층 해빙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CNN은 전망했다. 연구팀은 "우리 연구 결과는 공상과학소설과 추측에 국한됐던 위협이 앞으로 생태계 변화의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영구 동토층 해빙이 인간이나 동물 집단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hanju@yna.co.kr
유한주 기자
이미 건물 1층 사라졌다…유럽이 침수서 살아남는 법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강원 동해안 지역에는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곳이 많습니다. 이런 상습 침수를 겪어온 유럽의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기자>30여 년 전부터 해수면 상승 문제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 건물 1층은 사라진 지 오래고, 만조로 수위가 높아지는 '아쿠아 알타' 현상까지 더해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해수면 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은 비만 오면 온통 물바다로 변합니다.
[안드레아 트래비잔/산마르코 광장 인근 상인 : 가게 앞에는 금속으로 된 물막이를 설치하고 가게 안에는 배수장치를 마련해 놨지만, 이미 물이 많이 넘쳐올 때는 물이 빠지는 속도가 느려 큰 도움이 안 돼요.]
이탈리아 정부는 침수를 막겠다고 베니스 앞바다에 갑문을 만드는 일명 '모세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베니스를 관통하는 3곳의 석호 연결통로에 78개의 '플랩게이트'라 불리는 길이 20~30m의 갑문을 설치해, 최대 3m 높이의 바닷물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주세페 로베르토 토마사치오/살렌토대학교 교수 : 모세 프로젝트가 거의 완성된 2021년부터는 만조 발생 전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베니스가 침수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는 아예 물 위에 집을 짓는 플로팅 공법을 도입했습니다. 최근에는 가축을 키우는 플로팅 농장도 시험 중입니다.
[바스 존크만/델프트 공대 교수 : 플로팅 하우스(물 위의 집)를 확장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 장기적으로 흥미로운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배처럼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복안이지만, 태풍 등 재해와 염분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영상취재 : 권순환 G1방송, CG : 이민석 G1방송, 화면제공 : 그린피스)
G1 김도운: SBS 뉴스
‘최후의 보루’ 수라갯벌 위에 기어이 새만금공항을 짓겠다고?
환경영향평가 중에 공항 건설업체 입찰 이미 시작
끝없이 바뀐 땅 용도 “토건자본만 배 불린 30여 년”
군산~부안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33.9㎞)를 축조해 간척토지(291㎢)와 호소(118㎢)를 조성, 방조제 외부 고군산군도 3.3㎢와 신항만 4.9㎢ 등을 개발해 경제와 사업, 관광을 아우르면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글로벌 명품 새만금’을 건설하는 국책사업입니다.”(새만금개발청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새만금사업개요)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의 ‘새만금 공약’, 1991년 11월 방조제 공사 시작, 2006년 4월 물막이 공사 완료. 물을 막고 매립이 이뤄지면서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산업’은 끝난 듯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공사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은 지금도 전체 간척 예정지의 47.1%(137㎢·2022년 기준)만 매립을 완료했다. 매년 7000억원 정도의 돈을 매립에 쏟아붓고 있지만 언제 끝날 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농지 확보를 이유로 시작했지만, 간척의 명분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2000년대 초부터 쌀이 남아돌면서 농지 비율은 1989년 새만금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 당시 100%에서 2008년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에 따라 30%로 줄었다. 대신 복합개발지역이 70%로 늘었고, 잼버리 개최지인 해창갯벌은 관광레저 용지로 지정됐다. 하지만 땅의 용도가 무엇이든 대부분 쓰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아주 새롭고 놀라운 모습’ ‘세계를 선도하는 그린에너지와 신산업 허브’ ‘모두가 살고 싶은 명품 수변도시’…. 사업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사여구만 늘어났다.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의 한 장면. 황윤 감독 제공
마지막 갯벌 수라, 공항 건설로 매립될 위기
경제적 낙후와 정치적 소외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던 도민에게 새만금은 밝은 미래로 보였다. 지역소멸의 위기감, 소외감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새만금에 매달리게 했다. 정치인들은 그 열망을 자극해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 했다. 간척사업을 맡은 건설사와 농어촌공사에게는 안정적인 ‘돈벌이 수단’이 될 터였다.
이들의 욕망에 힘입어 동력을 얻은 새만금 계획은 그러나 출발부터 졸속이었다.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인 수라를 다룬 다큐멘터리 〈수라〉(황윤 감독)에는 새만금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법정보호종의 종류와 개체수를 대거 누락하면서 부실했던 것으로 나온다. 보호 가치를 낮출수록 개발의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경제 효과나 인구 유입은 장밋빛 전망뿐 아무런 실체가 없다. 김지은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거짓으로 시작한 사업을 30년 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방조제로 ‘호수’가 된 곳은 숨쉬기 힘들 정도의 악취를 내는 썩은 물로 변했다. 2021년부터 하루 두 번 배수갑문을 열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 매립된 땅은 대부분 황무지로 남아 있다. 바람이 불면 미세먼지를 일으켜 비염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늘었다. 조개를 캐 많게는 하루 20만원씩 벌던 어민들은 바다를 잃은 후 한 달 30만원 정도 버는 공공근로로 연명하고 있다. 1년에 1조원 가까이 어업과 연관 산업으로 벌어들이던 돈이 사라지면서 군산의 경제는 쇠락했다. 황윤 감독은 새만금 사업을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가능하다면 역간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매립 위기에 놓인 수라갯벌을 구하는 일이 급선무다. 새만금국제공항의 부지가 수라갯벌이다. 정부는 미군이 활용하는 군산공항과 걸어서 5분 거리에 9359억원을 들여 2.5㎞ 거리의 활주로 하나를 갖춘 새만금국제공항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2029년부터 운영된다. 2019년 실시된 새만금국제공항 비용 편익분석(B/C)은 0.479로 사업 추진 요건(1.0)에 크게 미달했지만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지금도 전국 15개 공항 중 10곳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추가로 공항을 짓는 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탄소중립을 위해 단거리 비행 노선을 금지하고, 신규 공항 계획도 철회하는 세계적 흐름과도 역행한다.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갯벌 가치가 조명받으면서 독일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가 갯벌 복원에 나섰다. 한국도 지난 5월 블루카본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해양생물과 갈대, 칠면초 등 염생식물, 그리고 이들 생명이 터전으로 삼는 갯벌 등 해양생태계를 탄소흡수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오히려 역간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인 수라는 공항 건설의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였다.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데 지난 8월 14일 공항 건설업체를 선정하는 입찰이 시작됐다. 김지은 위원장은 “환경부가 부동의하거나 반려하면 사업을 철회하게 되는데 그런 협의도 안 끝난 상황에서 건설업체 입찰을 받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나중에 부동의로 계약이 철회되면 위약금으로 국고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의로 사업이 취소되면 사업자에게 설계 보상비를 주고 사업을 끝낼 것”이라면서 “실시설계안이 나와야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설계와 환경영향평가는 동시에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은 위원장은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한다면, 갯벌 파괴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새만금국제공항을 백지화하고, 해수유통을 확대해 지금이라도 새만금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갯벌을 복원한다면서 일부러 돈을 들여 염생식물을 심는데, 수라갯벌엔 이미 염생식물이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생물 50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수라갯벌의 바로 위) 서천갯벌과 (새만금 바로 아래 위치한) 고창갯벌은 하나의 생태권역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자연유산 보전에도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 매립을 중단하고 해수유통을 확대하면 살릴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요. 갯벌 복원이 순천만 갯벌처럼 오히려 지역에 도움이 됩니다.”
수라갯벌 인근 흙빛 바닥에서 주먹보다 작은 쇠제비갈매기 유조가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황윤 감독 제공
해수 유통 확대하고 매립 중단해야
미군이 군산공항 서쪽으로 새 활주로를 오래전부터 요구했다는 점에서 결국 미군기지의 확장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07년 당시 미 제8전투비행단장과 군산시장이 주고받은 공문에서 미군 측은 “장기적으로는 현재 군산기지에 한 개의 활주로가 추가 설치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바람으로는 활주로 동쪽으로는 현 군항공기 지역으로, 활주로 서쪽에 있는 새만금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에 추가 활주로와 국제공항이 포함됐으면 합니다”라고 밝혔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신공항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관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지화를 위한 예비 활주로라고 보고 있다. 현재의 군산공항 활주로(2.7㎞)보다 짧아 C급 항공기만 취항할 수 있고, 비행기를 댈 수 있는 주기장(駐機場)도 5개로 전남 무안국제공항(50개)에 비교하면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관제탑을 비롯한 공항시설을 미군이 관리할 수도 있다. 국제선 노선 취항도 미군과 국토부가 협의해 정하게 된다.
새만금 사업 구역 안의 수라갯벌과 해창갯벌의 위치. 그래픽 김규연 디자이너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신공항을 미군 공항 기능을 증설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면서 “핵심 노선인 중국 노선이 미군 반대로 취항이 안 되는 상황에서 신공항에서 중국 노선이 취항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군산공항을 빌려쓰는 상황에서 민항기를 새만금공항으로 옮기려는 것이고, 미군 항공기가 신공항 활주로에 뜨고 내릴 일은 전시(戰時) 외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제탑을 비롯한 시설은 미군기지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충분한 협의를 할 계획”이라면서 “(중국 노선 취항 여부에 대해선) 국제선의 주요 목표 지역은 동북아·동남아로 중국도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지금 단계에선 국가 단위로 확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산업단지, 카지노, 스마트수변도시 등 새만금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거나 추진하는 여러 개발 사업의 하나다. 공항 건설을 막았다고 해도 산업단지 용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갯벌을 매립할 수도 있다. 누군가 끊임없이 개발의 이유를 ‘발명’하고 매립과 준설로 이익을 얻는 구조를 없애지 않는 한 새만금 사업은 끝나지 않는다. 이제 새만금 사업으로 누가 이익을 얻는지 돌아봐야 한다.
오 단장은 “새만금이 정말 지역민을 위한 사업이었나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새만금 관리 정책을 자연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문을 상시개방하고, 장기적으로 방조제도 일부 터야 한다고 말했다. “새만금 내부를 친환경으로 살리고, 수변시설을 활용하게 하려면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양이 많아야 하는데 지금 수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작은 면적이라도 방조제를 트고 위에는 다리를 놓아 상시로 물이 들어오게 해야 합니다.”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공동대표도 “현재 하루 두 번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해수 유통 물관리’를 공식 선언하고, 배수갑문 증설로 청소년들이 친수 활동을 할 정도로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 바닷물이 더 많이 들고 나면 갯벌 생태계가 회복되고 수산업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새만금을 재생에너지, 2차전지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초의 RE100 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도 이미 매립된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선택과 집중’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윤 감독은 잼버리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잼버리로 새만금이라는 간척사업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얼마나 어이없게 허점투성이이고, 비상식적으로 진행됐는지 온 국민이 알게 됐다. 잼버리 감사를 한다지만 새만금 사업 전체가 감사대상이 돼야 한다. 얼마나 많은 조개와 도요새가 죽었나. 자연을 파괴한 대학살의 현장에서 잼버리를 열었다.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새만금은 재앙이었다. 군산주민과 도민에게 돌아온 건 없고 토건자본만 배 불리고, 정치인만 이익을 봤다. 여기서 우리가 돌아보지 않으면 전북뿐 아니라 한국의 미래도 없다.” 이제 길고 긴 새만금 사업을 어디에서 종지부를 찍을지 고민할 때다. 답을 내리기 어렵다면, 지금도 상영 중인 〈수라〉를 참고하면 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 ‘대흥란’ 서식지 논란에 ‘주춤’
환경단체, 멸종위기 2급 산재
낙동강유역청장 등 형사 고발
민간업자, 이식·이주안 제시
지역 주민 “조속한 추진” 촉구
‘개발이냐·보호냐’ 논쟁 조짐
경남 거제시 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대흥란’ 서식지 논란에 제동이 걸렸다. 조성 예정지인 남부면 탑포리 일원.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 남부관광단지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최대 난제였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며 본궤도(부산일보 7월 4일 자 11면 보도 등)에 오르는 듯했지만, 난데없는 ‘대흥란’ 이식 논란에 다시 발목이 잡힐 판이다. 낙후된 남부권 개발 활성화 기회마저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역 내 갈등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 작성 업체 관계자와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업체 측이 멸종위기·희귀종 개체 확인을 빠뜨렸는데도, 낙동강청이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이유다. 시민행동은 지난달 낙동강청 요구로 진행된 경남도·거제시 공동생태조사 결과, 앞선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부실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평가서에서 서식지 3곳, 90여 촉에 불과하다던 대흥란 서식지가 무려 200여 곳, 727촉이나 발견됐다. 또 사체 1개체가 전부라고 기술된 거제외줄당팽이도 22개체(사체 2개체 포함) 확인됐다. 두 종 모두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야생생물이다.
대흥란. 부산일보DB
시민행동은 이를 근거로 사업 승인권을 쥔 경남도를 압박하고 있다. 공동 조사 직후, 결과를 낙동강청에 전달한 도는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도는 낙동강청 의견을 반영해 토지이용계획 조정 여부, 관광단지 조성 계획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관건은 대흥란 서식지를 원형 보존하느냐, 이식·이주하느냐다. 대흥란은 주로 7∼8월에 피는 희귀 야생화다. 흰색 바탕에 홍자색이 도는 꽃잎이 특징이다. 이번 조사에서 휴양오락시설(골프장), 숙박시설(휴양콘도), 조성녹지 등 사업대상지 곳곳에 자리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전부 원형 보존하면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업체와 민간사업자는 대흥란을 사업 예정지 밖으로 이식하고, 개체 수가 줄면 증식해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시민행동은 국내에선 아직 대흥란 이식 사례가 없는 데다, 환경 변화에도 민감해 다른 자생지로 이식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원형 보전을 주장한다. 잎이 없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균류가 만든 영양분을 먹고 사는 특성상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대흥란은 노자산에만 서식하는 생물이 아니다. 거제 전역을 비롯해 인접한 통영과 남해, 김해, 강원도 삼척, 충남 홍성, 전북 부안, 전남 여수 심지어 제주도까지 전국적으로 서식한다”고 반박했다.
지역 내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33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시민행동이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개발 대상지 주민들은 “사업추진을 훼방하지 말라”며 맞서고 있다.
남부면주민자치위원회와 발전협의회, 이장협의회 그리고 부녀회·노인회 대표단은 지난 6월 말부터 한 달간 거제시청 맞은편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도와 거제시에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남부면은 인구 1500명 남짓한 소멸해 가는 거제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관광단지 사업을 받아들이고 환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단체를 향해 “노자산과 가라산은 남부면민들이 조상 대대로 지키고 가꾸어 왔다”며 “간절한 부탁과 호소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생존권을 걸고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거제남부관광단지는 (주)경동건설이 4300억 원을 투자해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에 복합휴양레저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면적 369만 3875㎡(해면부 39만 8253㎡ 포함), 국제경기용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로 경남에선 가장 크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안 타니 비싸지는 악순환, ‘대중교통 친화도시’의 민낯
부산 대중교통 요금 전국 최고
40%대 초반 분담률 10여년 고착
서울지역 60%대와 엄청난 격차
노선 중복·교통 오지 문제 여전
터널 등 자가용 위주 정책 엇박자
“동백패스 요금 경감 효과 늘리고
완전 공영제 등 근본 대책 세워야”
지난해 12월 개통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만성적인 대중교통 적자를 이유로 버스·도시철도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부산의 대중교통 적자의 고질적 문제는 시민들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더 많이 이용하는, 낮은 수송분담률이 주요한 이유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시민에게만 고통을 전가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 요금을 올린 것은 만성적인 대중교통 재정난 때문이라고 시는 설명한다. 지난해의 경우 시내버스에서 3657억 원, 도시철도에서 3441억 원의 운영 적자가 발생했다. 올해 추정 재정 적자는 7098억 원이다. 시는 시내버스와 도시철도에 대한 적자를 재정지원을 통해 메우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시내버스에 3056억 원, 도시철도에는 2616억 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게다가 재정지원 미지원액이 점차 쌓여 시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번 요금인상으로 인해 어느정도 재정에 숨통은 트이지만, 이번 인상으로도 운영수지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시 공공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적자가 없이 수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대중교통 요금이 3000원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 이번 요금을 인상해도 버스의 경우 원가대비 61.0%, 도시철도의 경우 34.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정적자가 이처럼 불어난 것은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낮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2008년 이후 10년째 4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60%대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시는 이밖에도 환승할인제 시행, 급격한 인건비 상승, 도시철도 노후화, 시내버스 장거리 노선 증가, 코로나 이후 대중교통 이용률 감소 등으로 인해 적자가 가중됐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수송분담률을 높일 획기적인 대책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1일부터 시행한 ‘동백패스’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동백패스는 지역화폐인 동백전 후불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월 4만 5000원 이상 이용할 경우, 초과 이용금액을 4만 5000원 한도 내에서 환급하는 정책이다. 시는 이를 통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부담도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대책이 수송분담률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교통 친화도시를 표방하며 BRT 구간도 확대했으나 도시철도 노선과 중복되는 데다, 교통 오지에는 버스 노선이 부족하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가 말로는 대중교통 분담률을 높이겠다고 하면서 대저·엄궁대교, 대심도 등 사실상 자가용 이용을 부추기는 엇박자 정책을 내놓는 점도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중교통 분담률은 40% 정도인데 대중교통이 아니라 자가용 이용을 활성화하는 각종 도로, 다리, 터널 건설 계획은 매년 늘고 있다”면서 “대중교통 친화가 아닌 대중교통 죽이기와 자가용 이용 촉진, 시민 편의가 아닌 시민에게 부담을 주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해 부산공공성연대는 시가 필수적인 공공재인 교통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거부한 채 요금인상으로 그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시의 예산을 확대 투입하고 준공영제로 운영 중인 버스를 완전 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용역에 착수한 상태이며, 오는 2025년 중에는 시내버스 노선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또 동백패스 등의 활성화를 통해 대중교통비 부담은 줄이고 이용률은 늘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일 시행 이후 동백패스에는 12만 명이 가입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에 불가피하게 요금 인상이 결정됐지만 어린이 요금 무료화 시행, 청소년 요금 동결 등을 통해 고물가에 따른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면서 “동백패스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 시민의 부담을 줄이고 부산시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삶겨서 죽어가는 산호 “한반도 주변바다도 뜨겁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2023년 8월 7~13일 촬영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작성한 세계 바다 산호 표백화 지도. 붉은 색깔이 짙을수록 표백화 정도가 더 높다. 한반도 주변바다도 가장 심각한 상태로 표시돼 있다. 이코노미스트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세계 바다의 산호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남쪽 끝의 매너티 베이에 있는 부표는 지난 7월 24일 섭씨 38도가 넘는 기록적인 해수면 온도를 측정했다. 일반적으로 그 온도는 목욕을 할 때의 수온이다. 해변을 찾는 사람들은 지금 플로리다 해안과 다른 많은 지역의 따뜻한 물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정도면 해양생물에게는 끔찍한 수온이다. 많은 수중 생물들이 더 차가운 물로 이동할 것이다. 산호를 비롯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식물과 동물에게 높은 해수 온도는 생명을 위협한다.
NOAA, 플로리다 근해 최악 열 스트레스
인공위성으로 산호 열 스트레스를 모니터링하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플로리다 연안 바다 일부는 1985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플로리다 키스 제도의 수온은 예전보다 훨씬 일찍 산호에겐 위험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NOAA는 가장 높은 경보 수준을 발령해 카리브해의 많은 지역에서 강력한 백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렸다. 산호는 뜨거운 물에 오래 있을수록 백화돼 결국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중앙아메리카 연안에서는 올해 이미 표백 현상이 일어났다.
한반도 주변 바다도 다르지 않다
한반도 주변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산호 백화현상도 플로리다 근해나 중앙아메리카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NOAA가 공표한 올해 8월 7~13일의 세계 바다 산호 백화현상 지도를 보면 한반도 주변 동북아 일대 바다는 플로리다 주변 등 북미주 남부의 대서양 및 태평양 쪽 바다, 북미주 동부 해안, 카리브해, 지중해, 남중국해 등과 함께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산호는 해양생물에게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일자리도 제공한다. 그들은 해저의 1%도 덮고 있지 못하지만, 모든 해양생물종의 약 4분의 1이 그들 생의 어느 단계에서 번식지, 음식 또는 은신처를 산호로부터 제공받는다. 산호초는 또 파도를 깨고 해안을 침식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들이 끌어들이는 물고기는 어부들에게 생계를 제공한다. 산호 관련 관광은 매년 약 360억 달러의 지출을 창출한다.
1957년 이후 절반으로 준 산호초, 1.5도 올라가면 70~90% 사멸
기후가 따뜻해짐에 따라 백화 현상은 더 흔해지고 오래 지속된다. 산호초는 1957년 이래로 이미 절반으로 줄었다. 유엔의 기구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기온이 섭씨 1.5도 상승하면 산호초가 70~90%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섭씨 2도가 올라가면 99% 이상이 사멸할 수 있다.
올해는 지구를 일시적으로 따뜻하게 하는 기후현상인 엘니뇨가 산호초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다. 강한 엘니뇨는 열대 지방 전역에 걸쳐 심각한 해양 폭염과 산호 표백화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 현상이 마지막으로 일어난 것은 2014년에서 2017년 사이였다. NOAA는 해양 폭염이 올해 9월과 10월에 확산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때가 되면 극심한 열기를 경험하는 지역이 지금의 세계 해양지역의 44%에서 50%로 확대될 수 있다.
과학자와 자연보호활동가들의 산호구출 대작전
과학자들과 자연보호 활동가들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NOAA와 협력해서 플로리다의 산호초를 보존하려는 자선단체인 산호복원재단(Coral Restoration Foundation)의 다이버들은 2500개의 산호를 육지의 탱크로 대피시켰다. 이러한 노력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일부 종을 구할 수는 있지만 이는 전체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플로리다의 보호단체는 또 산호초에 일시적으로 그늘을 지게 해서 육지와 바다에서 야생 산호초를 되살리기 위한 산호초 ‘육아실’ 보호 방안을 제안하려 한다. 대피한 산호는 결국 바다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바닷물 평균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오래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시민언론 민들레
삼척이 가스실 된다”…MB가 재앙 씨뿌린 화력발전
건설 중인 삼척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 5km도 안 되는 곳에 삼척 시내가 보인다. 삼척석탄화력 반대투쟁위원회 제공
해안을 따라 쭉 뻗은 동해고속도로를 달리자 해수욕장들이 줄지어 인사한다. 파란 바다와 청량한 바람이 반갑다. 인터체인지를 나오자 ‘청정수소 드림시티’라는 강원 삼척시 홍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맑고 깨끗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18일 이곳에서 만난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의 표정은 ‘푸른 도시’라는 말과 달랐다. 잔뜩 먹구름이 낀 얼굴로 기자를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삼척시청으로 안내했다. 시청에서 본 하늘은 뿌연 먼지로 덮여있었다. 성 교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삼척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와 삼표시멘트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성 교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삼척은 분지 지형이라 공기 흐름이 안 좋다. 저것(발전소와 시멘트공장)들이 이곳을 가스실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의 다른 직함은 삼척석탄화력 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이다. 도시를 공기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화력발전소와 정면으로 싸우고 있다.
“삼척 시민은 기후 난민”
2018년 건설에 들어간 석탄발전소는 옛 동양시멘트 폐광산 터에 자리 잡고 있다. 1호기는 완공돼 시험 가동에 들어갔고, 2호기는 내년 4월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설비용량이 2100㎿급인 발전소는 시간당 약 389톤, 연간 340만 8480톤의 석탄을 땐다. 자체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300만t에 이른다. 이는 2019년 기준 광주와 대전 지역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많다.
우리나라에서 짓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20기를 폐쇄할 예정이지만, 같은 기간 7기는 신규 가동한다. 이 중 절반가량이 수도권 미세먼지 방지와 경제 비용 등을 이유로 강원 동해안에 건설되고 있다.
성 교수는 “발전소를 지을 만한 입지가 아니다. 삼척 시내 인구(약 4만 명) 대부분이 발전소 반경 5km 안에 사는데, 시설을 가동하는 것은 발암물질이 포함된 죽음의 가스실에 주민을 밀어 넣는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청 뒤 북쪽에는 5km도 안 되는 거리에 동해시 북평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이곳에서도 하루 1만 톤이 넘는 석탄을 쓴다.
‘공기 재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인근에 시멘트공장이 3곳이나 있다. 삼척 삼표시멘트, 동해시의 쌍용시멘트, 강릉시의 한라시멘트가 있다. 시멘트가 만들어지는 소성로의 오염물질 배출 기준은 쓰레기 소각장보다도 낮다. 소각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50ppm이지만 시멘트 소성로는 270ppm이다. 이렇다 보니 시멘트공장들은 요즘 생활 쓰레기를 받아 돈도 벌고 유연탄 대체 소성로 연료로도 쓴다. 삼척과 동해의 경우 종량제봉투 생활폐기물을 전처리(분쇄·선별)해 지역 시멘트공장의 연료로 사용한다.
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 시멘트업계는 88종의 폐기물을 반입하고 있다.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에 따르면, 한국 시멘트공장의 질소산화물의 배출 기준은 270ppm으로 중국 지방정부의 24.3ppm보다 현저히 낮다.
시멘트공장 굴뚝에서는 발암물질이 나온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용칠 연세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아크릴로니트릴, 벤젠, 톨루엔, 수은 같은 발암물질이 시멘트공장에서 배출되고 있다. 공장들이 시멘트 제조 시 투입한 폐합성수지, 재생유 등의 폐기물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 ‘석탄을 넘어서’가 3월 실시한 삼척 지역 여론조사에서 시민 69.7%가 ‘석탄화력발전소가 자연환경과 시민 건강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60%는 발전소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몇 년 전 대도시에서 삼척으로 이주한 시민 이기복 씨는 “공기 좋은 데 살려고 왔는데, 창문도 못 열게 생겼다”며 “화력발전소가 가동하는 순간 우리는 다 죽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죽어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의 분석 자료에 의하면 삼척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미세먼지는 연간 570톤이다. 운영 기간 30년 동안 대기 오염물질에 의해 최대 1081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단체는 예상했다.
항만 공사 때문에 침식이 일어난 맹방 해변을 성원기 교수가 가리키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항만 건설로 BTS의 맹방 해변 초토화
발전소 건설은 대기오염뿐 아니라 환경파괴도 부르고 있다. 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삼척블루파워는 발전소 인근 맹방 해변에 항만시설을 짓고 있다. 발전소 연료로 쓰는 석탄을 호주에서 수입해 운송하기 위해서다.
18일 둘러본 맹방 해변에서 관광객들이 BTS 기념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BTS가 2021년 앨범 ‘버터’의 커버 사진을 찍어 ‘버터 비치’로 유명해졌다. BTS의 팬들인 아미들이 가장 찾고 싶은 ‘성지’로 불리는 곳 중 하나다.
BTS 기념물 바로 옆 해변은 심각한 해안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 방파제를 쌓는 항만 공사 탓에 해류가 바뀌면서 해변이 깎여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금빛 모래도 거무튀튀하게 변했다. 양빈(해안 침식 등을 막을 목적으로 해빈에 인위적으로 모래를 공급하여 넓히는 것) 과정에서 쓰면 안 되는 해저 퇴적토를 사용해 개펄 흙이 섞였기 때문이다. 개펄 흙의 영향으로 모래가 딱딱해져 해변의 상당 부분이 해수욕장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성 교수는 “고작 30년 동안 발전소를 돌리기 위해 아름다운 해변이 파괴되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항만 건설은 석탄 운송 과정의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기획됐다. 수입 석탄을 트럭을 이용한 육상 운송 대신 관을 통해 직접 발전소로 이송하는 이른바 ‘밀폐형 시스템’을 계획했다. 발전소 환경영향평가 당시 허가 조건이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고 있지 않다. 부실 공사로 항만 운영이 예정보다 8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육상 운송이 시작됐다. 지난달 18일 발전소 1호기가 시험 가동되면서 석탄을 실은 25톤 트럭이 하루 많게는 400번 이상 주민 거주지를 지나고 있다. 이송 단계의 ‘먼지 제로’ 시스템이라고 했던 삼척블루파워의 약속이 공염불이 됐다.
예전의 맹방 해변.
현재의 맹방 해변. 시민언론 민들레
이명박 정권, 재앙의 씨앗을 뿌려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의 시초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척 지역 업체였던 동양시멘트의 모그룹 동양그룹 계열사 동양파워가 석회석 광산 폐지에 석탄화력발전소 짓는 건설의향서를 정부에 냈다.
2013년 2월 이명박 정권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한전 이외의 민간 기업에게 발전사업 진출을 허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동양파워, SK건설, 삼성물산 등 대기업 8곳이 발전사업 허가를 얻었다. 동양파워는 총 11조 원을 투자해 85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지자체와 주민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발전사업 허가 뒤 산업단지 투자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동양그룹이 해체되면서 2014년 8월 동양파워는 포스코그룹에 인수됐다. 이명박 정권이 민간 발전의 판을 깔아주면서 강원도에는 고성 하이발전, 강릉 에코파워, 삼척 블루파워 같은 대기업 발전소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기후 재난의 시대에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에 역행하는 정책이 이명박 정부에서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삼척발전소의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30년 운용 시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가동률을 대략 80% 정도로 잡는데,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시작 초기부터 나온다. 전체 자산운용사 채권 규모의 88%에 해당하는 자산운용사가 이 발전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잔여 공사비 8000억 원 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공사 중인 다른 석탄화력발전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현재 운용 중인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은 57%에 그친다. 2020년 9월 녹색연합의 여론조사 결과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중단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은 81.6%에 이른다.
삼척 시민 이재기 씨는 “삼척처럼 바다, 해변, 산 같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도시가 관광산업을 육성하면 대대손손 잘 살 수 있는데 쓸데없는 석탄 발전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전을 막아내 도시, ‘탈석탄법’에 기대
BTS 조형물 앞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삼척은 원자력 발전소와 핵폐기장 등을 3차례나 막아낸 반핵 도시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반핵의 명성은 1982년부터 시작된다. 전두환 정권이 삼척을 핵발전소 예정 구역으로 일방적으로 지정했다. 1992년 삼척시 근덕면에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하자 주민 수천 명이 6년 넘게 끈질긴 투쟁을 벌였다. 결국 김대중 정부는 1998년 12월 30일 ‘삼척핵발전소 예정 구역 고시 해제’를 발표했다.
두 번째로는 2005년 핵폐기장 후보지로 삼척이 거론되자 시민들이 시의회를 압박해 유치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세 번째로 이명박 정권이 2012년 삼척을 다시 원전 예정 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촛불 집회, 찬반 주민투표 등으로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2014년 당시 주민투표에서는 68%가 투표해 85%의 압도적인 반대가 나왔다. 결국 2019년 5월 문재인 정부는 예정 구역 지정을 철회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허가를 철회할 법적 근거 마련도 시작되고 있다. 17일 국회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탈석탄법’이 발의됐다. 국민 5만 명이 입법 청원하고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등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양이원영·김성환·김정호(더불어민주당), 류호정·강은미(정의당),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등 11명이 참여했다.
성원기 대표는 탈석탄법 제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후 위기 시대에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는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국회가 법을 만들지 않으면 발전소를 철회시킬 방법이 없다. 국회는 조속히 본회의에서 탈석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언론 민들레
울산에 또 원전 건설?.. 서생면 주민 새울 5,6호기 유치 나서
새울 3,4호기 건설 현장.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새울원전이 위치한 울산에서 울주군 서생면 이장협의회가 지역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규 원전 유치 운동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이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 만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21일 원전 업계와 울주군 서생면 이장협의회에 따르면 새울원자력본부는 현재 새울 1,2호기를 운영 중이며, 1400MW급 신형경수로형(APR1400) 원전인 새울 3,4호기(구 신고리 5,6호기)를 건설 중이다.
공정률은 각각 95%, 75%를 넘어섰다. 새울 3호기는 2024년 10월, 새울 4호기는 2025년 10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현재 수립 중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최대 6기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울원자력본부 역시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할 수 있는 부지가 확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서생면 이장협의회는 국내 원자력본부 마다 6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울원자력본부 또한 원전 2기의 추가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가칭 '새울 5,6호기'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서생면 이장협의회는 서생면 22개 마을의 이장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서생면 주민들 대상으로 8월 말까지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임영환 이장협의회 회장은 "서생면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는 신규 원전의 유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이장들이 결의를 마친 상태"라며 "마을마다 신규 원전 유치 서명운동을 원만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이 참여한 서명지는 집계 후 울주군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22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원전 건설의 절대불가 입장과 함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더 클라이밋 그룹은 왜 윤 대통령에게 강력 항의했나
[ESG 세상] 정부의 재생에너지 축소 방침... 'RE100 달성' 어렵게 만든다
▲ 태양광 발전 ⓒ 언스플래쉬
글로벌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22년 1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 후퇴를 강력히 항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공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21.6%)가 2021년 전 정부에서 확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상의 비중(30.2%)보다 크게 줄어들어 경고한 것이다. '더 클라이밋 그룹'은 RE100 캠페인에 동참한 국내외 기업들을 대변해 서한을 보냈음을 분명히 했다.[1]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 정부의 행보를 우려하는 기업과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
국내에서 RE100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지난 대선후보 4자토론이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거냐"라고 묻자, 윤 후보가 "그게 뭐죠?"라고 되물으며 논란이 됐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라는 이 후보의 설명에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RE100이란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국가 차원의 목표와 별개로 전기사용자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전환하겠다는 민간차원의 자발적 이니셔티브이다.[3] 비영리 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과 CDP(Carbon Disclose Project)의 파트너십으로 2014년 9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도입됐다.[4]
재생에너지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연속적인 공급(생산)이 가능하고 사용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에너지원을 뜻한다. RE100에서 인정하는 친환경 발전원으로는 바이오매스(바이오가스 포함), 지열, 태양광, 태양열, 수력, 풍력 에너지'[5] 등이 있으며,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태양광과 풍력에 신규투자가 집중되는 추세다.[6]
RE100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활용의 여건이 조성되면서 등장했다.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정책 시행과 더불어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7]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원활한 유럽, 미국 시장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재생에너지 거래가 쉬워졌다. 경쟁체제 도입 전의 전력시장에서는 독점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2차 에너지인 전기만 판매했다. 따라서 소비자는 2차 에너지의 발전원인 1차 에너지(석유, 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원 등)를 선택할 수 없었다.[8] 그러나 경쟁체제 도입으로 다수공급자의 시장 진출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구매 방식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9]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도 RE100의 주요 등장 배경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투자금액 증대와 발전원가 하락은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다.[10]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2021 세계 에너지 투자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재생에너지 발전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6.9% 증가한 3588억 달러로, 총 전력부문 투자에서 46.1%를 차지했다.
2020년 신규 풍력설비는 2019년의 두 배 수준인 114GW였으며, 신규 태양광설비도 전년보다 25% 증가한 135GW였다. 에너지 연구기관인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2040년까지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액(10조2000억 달러)의 72%인 7조4000억 달러가 재생에너지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다.[11] 각국의 재생에너지확대 정책 및 기술 향상으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비용 절감과 원활한 현금흐름이 가능해지면서, 재생에너지설비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12]
RE100 가입 현황
▲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 ⓒ 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417개[13]이다. RE100 2021 연례 보고에 따르면 2021년 연간 보고에 참여한 315개 RE100 회원사는 2020년 전력 소비량(340TWh)의 평균 45%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했다. 특히 구글, 애플, MS 등 61개 기업은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RE100 참여기업 수는 유럽, 아시아, 북미 순으로 많은데, 아시아 지역은 최근 신규 가입률이 가장 높다. 2014년 최초 시행된 이후로 유럽, 북미 글로벌 기업의 선제적 RE100 참여가 아시아 기업에 영향을 많이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14]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제조업, 유통업 순으로 참여 기업이 많으며, 재생에너지 사용 평균 이행률은 통신·운수업, 서비스업, 의류업 순으로 높다. RE100 가입기업의 평균 RE100 달성 목표는 2030년으로, 북미와 유럽이 2030년 안쪽이 달성 목표인데 반해 아시아는 2039년으로 늦은 편이다. 업종별로 보았을 때도 아시아 기업의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기반산업의 목표는 2035년으로, 통신·의류·서비스업이 2025년 이내인 것에 비해 목표 달성 연도가 늦다.[15]
▲ RE100 가입을 공식 선언한 삼성 ⓒ 언스플래쉬
국내 기업도 탄소 배출 절감, 기업 이미지 제고, 잠재적 무역장벽 해소 등의 이유로 RE100 참여에 관심을 두고 있다.[16] SK그룹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KB금융그룹, LG에너지솔루션 등이 RE100에 가입했고 지난해엔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KT, LG이노텍 등이 합류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RE100 가입을 공식 선언한 것이 눈에 띈다.
이미 RE100을 달성한 기업이 부품 등을 공급받는 협력회사에 다시 RE100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참여가 강제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참여가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17] 예컨대 BMW, 폭스바겐, 애플 등이 거래하는 한국 대기업들에 납품 물량을 만들 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했다. 국내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해외공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거기서 생산한 제품을 공급하는 식으로 한국 기업들이 임기응변한 상황이다.[18]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수록 세계 시장에서 불리해지는 흐름이 본격화한다. 유럽연합(EU) 의회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이 통과되면서, EU로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제품군을 수출하는 전세계 기업은 오는 10월부터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이 제품군에 '탄소 국경세' 부과가 시작돼 한국의 수출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19] 글로벌 금융회사, 기관투자자는 진작부터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압박했다. RE100에 가입하는 국내기업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주요국에 견줘 심각하게 적은 게 문제다.[20]
턱없이 부족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한국은 좁은 국토 면적 등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자연조건이 좋지 않으며, 국내 전력시장의 구조 역시 RE100 달성에 많은 제약 조건이 있다. RE100 2021 연례 보고에서는 우리나라의 RE100 활성화 장벽으로 이행수단의 부족과 규제 등을 꼽았다. [21]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에서 석탄, 원자력, 가스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2020년 석탄과 원자력, 가스의 비중을 더하면 91%이다. 같은 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44%에 불과했다.
▲ 2011~2020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 추이 ⓒ 한국전력공사
▲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1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09TWh(테라와트시)로 전체 발전량의 7.5%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1년 12.19TWh에 비해 3.5배 늘어났지만, RE100처럼 새롭게 정립된 탄소중립 환경을 감안하면 충분하지 않다. 2021년 국내 전력 사용량 상위 30개 기업이 사용한 산업용 전력 102.92TWh는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약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해도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두 배 이상 늘려야 E100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22]
삼성전자의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국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16.3%지만, 한국으로만 한정하면 2.7%(추정치)로 떨어진다. 이미 2020년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의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것과 대비된다. 중남미와 서남아 지역도 2025년이면 100%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눈에 띄게 낮은 원인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가 한국에 없다는 데 있다.[23]
이제는 국내 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균형 있게 발전량을 맞추는 작업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중 대규모 전력생산이 가능한 해상풍력은 평균 7~8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가 선제적으로 보급계획을 수립해야 재생에너지 수요에 공급이 따라갈 수 있다.[24]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에서 지난해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생에너지 조달과 관련하여 개선이 가장 시급한 요소는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 확대(38%)였다. 이어 재생에너지 가격 현실화(24%),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21%), 경영진 인식 개선(16%) 순으로 조사됐다. 응답기업의 98%는 RE100 참여 및 재생에너지 조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25]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내기업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데다 세계적 흐름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정부의 재생에너지 역주행 정책이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김나현 기자(지속가능바람),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덧붙이는 글 [1] 신혜정. (2022.11.28.). RE100 대표, 윤 대통령에 "재생에너지 목표 역주행ᆢ경제 잠재력 저해" 항의 서한,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2709030001740
[2] 박상영. (2023.01.24.). 해·바람은 일자리 줄고 기업은 RE100 달성 차질, 경향신문. 해·바람은 일자리 줄고 기업은 RE100 달성 차질 - 경향신문 (khan.co.kr)
[3] RE100 공식 홈페이지는 RE100을 '100% 재생 가능 전력에 전념하는 수백 개의 크고 야심찬 기업을 한데 모으는 글로벌 기업 재생 에너지 이니셔티브(the global corporate renewable energy initiative bringing together hundreds of large and ambitious businesses committed to 100% renewable electricity)로 소개한다.
[4] 신훈영, 박종배. (2021). 국내외 RE100 운영현황 분석 및 국내 RE100 활성화를 위한 방안. 전기학회논문지, 70(11), 1646쪽.
[5] CDP. (2022). RE100 Reporting Guidance 2022, 8. https://www.cref.or.kr/upload/f/250
[6] 김성제. (2018). 글로벌 기업이 약속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RE100. POSRI 이슈리포트, 2018(10), 2쪽.
[7] 김성제. (2018). 글로벌 기업이 약속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RE100. POSRI 이슈리포트, 2018(10), 4쪽.
[8] 이예지, 조민선, 채호진, 김재창, 이수출. (2019). RE100의 현황과 우리나라에서의 시사점. 에너지기후변화학회지, 14(1), 44쪽.
[9] 김성제. (2018). 글로벌 기업이 약속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RE100. POSRI 이슈리포트, 2018(10), 4쪽.
[10] 이예지, 조민선, 채호진, 김재창, &이수출. (2019). RE100의 현황과 우리나라에서의 시사점. 에너지기후변화학회지 , 14 (1), 44쪽.
[11] IEA. (2017). New Energy Outlook 2017.
https://www.iea.org/reports/world-energy-outlook-2017
[12] 에너지경제연구원. (2021).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21-13호), 2.
[13] 2023년 8월 10일 기준.
[14] 서지원. (2022). 글로벌 RE100 동향과 한국형 RE100 활성화 방안. 전기저널, 26쪽.
[15] 서지원. (2022). 글로벌 RE100 동향과 한국형 RE100 활성화 방안. 전기저널 , 26쪽.
[16] 신훈영, &박종배. (2021). 국내외 RE100 운영현황 분석 및 국내 RE100 활성화를 위한 방안. 전기학회논문지 , 70 (11), 1648.
[17] 박기용. (2022.08.22.). 아직도 윤석열 정부는 "RE100이 뭐죠?", 한겨레21.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2463.html
[18] 신훈영, &박종배. (2021). 국내외 RE100 운영현황 분석 및 국내 RE100 활성화를 위한 방안. 전기학회논문지 , 70 (11), 1648.
[19] 김미향. (2023.04.19.). EU 의회서 '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 통과…2026년부터 관세,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88450.html
[20] 박기용. (2022.08.22.). 아직도 윤석열 정부는 "RE100이 뭐죠?", 한겨레21.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2463.html
[21] 안상효, &우종률. (2022). 국내 RE100 이행방안의 경제성 비교분석 연구. Current Photovoltaic Research , 10 (2), 63쪽.
[22] 백상경. (2022.05.30.). 수출기업 RE100 필수됐는데…재생에너지 못구할라 `전전긍긍`,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2/05/477748/
[23] 황인호. (2023.02.04.). 'RE100' 생존·경제 문제인데… "한국에 재생에너지가 없다",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372193&code=61141111&sid1=s
[24] 박윤석. (2022). 재생에너지 부족 시 국내 사업장 해외 이전 불가피: 국내 RE100 참여기업 증가… 삼성전자도 동참 _ 녹색요금제→ PPA 로 전환 가속화… RPS 와 경쟁. Electric Power , 16 (10), 28-29.
[25] KOSIT. (2022.07.20.). [보도자료] 기업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 "재생에너지 조달 현황 및 제도에 대한 기업의 인식" 설문조사 보고서 발간.
https://kosif.org/esg-2/news2/?order_by=fn_title&order_type=asc&vid=6
오마이뉴스 사회글안치용(carminedraco)이윤진(jinnylove)김나현(tmng1002)
미국 지지 받고 자신감 붙은 일본, 24일부터 오염수 방류 시작
자국 어민 반대도 묵살하고 강행…미국 지지에 윤석열 대통령도 "IAEA 신뢰“
▲ 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나서겠다고 결정하자, 22일 오후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정당의 항의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김보성
일본 정부가 주변국 및 자국 어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4일부터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인근 어업 활동과 국내 정치적 상황, 미국의 지지 등이 방류 시기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2일 일본 <지지통신>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처리수(오염수)의 해양방출에 대해 기상조건 등에 지장이 없으면 24일에 시작한다고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을 포함한 처리수 방출에 대해 현지 어업인들의 피해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정부는) 일정한 이해를 얻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오염수 방출에 대해 "중국의 반발이 불가피해 일본의 수산물 수출 차질도 우려된다"며 "피해 대책에 어업인 지원 등에 충당하는 총 800억 엔의 기금을 활용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날 공영방송 <NHK>는 22일 각료회의에서 오염수 방류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며, 이르면 24일부터 방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방송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방류 계획에 대한 어업인의 이해가 일정 부분 진행되고 있다"며 "24일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방류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 등과 관저에서 만나 "정부가 해양 방류를 실시하는 이상, 앞으로 수십 년 걸린다 하더라도 안전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어업관계자 분들의 마음을 신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안심하고 생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대책을 계속해서 강구할 수 있도록 모든 책임을 지고 대응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어업인들은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송은 사카모도 회장이 이 자리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한 처리수(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우리 어업 관계자들도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기는 했지만,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점과 사회적으로 안심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해서 소문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방류를 서두르고 있는 배경에 대해 통신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9월 1일 저인망 고기잡이가 재개되기 때문에 그 전에 방출을 시작해 모니터링 결과를 공표하고 (오염수 방출에 대한) 안전성을 어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일본이 국제적 논란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이번 결정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NHK>는 당시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에 미국이 지지와 이해를 표명한 데 사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 방식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정상회담 전인 16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 위치한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주최한 대담에 참석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해 3국(한미일) 모두 논의가 있어 왔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조사 결과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했고, 이것이 3국 모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나서겠다고 결정하자, 22일 오후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정당의 항의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김보성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이달 말에 후쿠시마로 저녁을 먹으러 갈 예정"이라며 오염수 방류 계획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했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 사실상 오염수 방류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 정부는 아예 한일 정상회의에서 오염수 문제를 의제로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일본 정부의 의사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결정에는 일본 국내 정치 상황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는 "현재 일본은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개각을 해야 되는데, 방류 문제에 관련된 장관이 최소 4명이 있다"며 "갑자기 (장관을) 바꿔버리면 다시 방출 시기를 정하기가 힘들어지니까 일단 (방류 시기를) 정하고 나서 개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호 기자 | 프레시안
농민들 "등외국민 취급, 이대로 못 살겠다"
경남지역 농민단체 투쟁선포식... "저율할당관세 제도 폐기" 등 촉구
이대로는 못 살겠다. 수입농산물 저지. 자연재해 대책 촉구. 농업예산 확대."
농민들이 이같이 외치며 '투쟁 선포'를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22일 경남 창원 용지문화공원 옆 대로변에서 투쟁선포식을 열고, 경남도청 앞까지 거리행진했다.
조병옥 전농 부경연맹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오늘 투쟁은)농업생산비의 증가와 더불어, 물가안정을 빌미로 정부의 끊임없는 저율할당관세(TRQ) 농산물 수입의 결과이며, 이에 따른 농산물 가격의 전반적 하락의 결과이다"라고 했다.
또 그는 "기후위기로 인한 각종 재해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으나 자연재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미미하고 그나마 존재하는 농작물 보험은 예년에 비해 30% 이상 지급율이 감소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농민들의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합천에서 온 권상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지부장은 "올해 정부의 양파 수급 정책은 모두 양파 산지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책으로서 거의 매달 나왔다"라며 "정부가 나서서 양파를 수입하고 농사 수취가를 묶어 낮춘다고 해도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양파 가격 폭락과 정부의 수급 조절 실패가 원인인 만큼 최소한 생산비는 보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우선 필요하다"라며 "농촌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으로 농촌 인건비 절감 뿐만 아니라 양파 등 주요 작물에 대한 직불제의 적극적인 도입을 통해 생산비를 낮추고 소득을 보장하는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한승아 전여농 경남연합 정책위원장은 "올해 인건비, 재료비, 기름값이 많이 올랐고, 토마토 농사도 재미를 못 봤다. 정말로 농사를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저도 다른 언니들처럼 요양보호사나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을 하고 있다. 실지로 많은 여성농민들이 농업소득이 적다보니 다른 일을 겸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농민단체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물가를 핑계로 농축산물을 저관세·무관세로 무차별 수입해 한국 농업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라며 "2022년 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전년대비 15.5% 상승한 484억 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저관세로 수입한 마늘이 창고에 남아 올해 마늘가격을 폭락시켰다"라며 "현 정부는 치솟는 농업생산비로 하루하루가 불안한 농민의 가슴에 수입농산물로 대못을 박으며 파산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농민들은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등외국민 취급받는 농민이 '이대로는 못 살겠다'라며 절규하고 있다. 국가 전체 예산에서 2.7%에 불과한 농업예산으로는 식량주권을 실현할 수 없으며 속출하는 농민 파산을 막을 수 없다"라면서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식량위기 시대에 국민에게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먹을거리의 생산기반인 농업부터 지켜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농업예산이 국가 전체예산 중 5%는 돼야 한다"라고 했다.
이들은 "경남도도 전국 최저 수준인 농업예산 비중, 전국 최하위 농업소득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한 조치로 농민의 절규에 화답해야 할 것"이라며 "벼랑 끝에 선 우리 농민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성효(cjnews) 오마이뉴스
기후변화 반영하니…물 부족량, 기존 전망치 대비 2.4배↑
물·식량 분야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국내 쌀 생산성, 국제 곡물 수급 감소…식량 확보 대책 필요
자료 사진.2018.8.16/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정부가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가뭄, 식량안보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중장기 예측없이 정책·사업을 세우고 추진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물·식량 분야에서의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를 22일 공개했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총가용수자원량은 2017년 기준 1인당 1367㎥로 세계 평균(1만8651㎥/인)의 13분의 1 수준이며,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적었다. 이에 감사원은 기후변화가 가뭄, 식량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기 위해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수자원공사, 농촌경제연구원 등 관련 전문기관의 분석모형에 적용해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전국 물 부족량이 과거 기상패턴에 근거한 환경부의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상 전망치인 '2억6000만톤/년' 대비 2.2∼2.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할 경우(RCP 2.6) 물 부족량은 1년에 5억8000만톤, 저감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RCP 8.5) 1년에 6억2600만톤에 달하는 등 미래 물부족이 심화된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RCP는 온실가스 대표농도경로로, 인간 활동이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다.
감사원은 RCP 8.5 기준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 대비 물 부족량이 증가한 지역은 160개 지역 중 99개(61.8%), 물 부족이 예측되는 지역은 31개라며 "미래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해 중장기적으로 물 수급 예측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환경부에 통보했다.
또한 감사원은 정부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위험을 고려하지 않아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112개 지역 중 54개 지역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용수개발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96개 지역은 행정안전부의 상습가뭄재해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의 최근 3년 산업단지지정계획에 포함된 207개 산업단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생활·공업용수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서산시 등 21개 지역에서 44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으로, 감사원은 "차후 용수 부족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식량안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감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국내 쌀 생산성은 2020년 10아르(a)당 457㎏에서 2060년 366㎏으로 감소했고 2035년~2036년 미국, 중남미 국가의 수출가능량은 밀 33.8%, 콩 63.1%, 옥수수 25.8%까지 감소했다.
따라서 감사원은 과거 쌀 생산성 변화 추세를 토대로 목표 재배면적을 정한 농식품부의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서 목표 재배면적 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국제곡물 수급위기에 대비한 식량 확보 대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연근해 전체 어획량 RCP 8.5 적용 시 2020년 93만톤에서 2100년 52만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해 수산자원의 회복 목표 및 대상을 설정하는 등 수산자원 관리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람 잡을 뻔한 잼버리에 숲 있었다면…
기후변화 시대 태풍 피해 막으려 방재림 조성한 지자체들
드론이 지난 16일 촬영한 부산 강서 명지오션시티 해안방재림의 모습. 녹색연합 제공
해안 특성 고려한 나무 선택 ‘방재림 모범사례’
부산 명지오션시티 방재림
2010년대 조성, 4㎞ 길이·50m 폭
“해안 방재림의 폭이 40m일 경우
쓰나미 속도 절반으로 줄어들어”
지난 16일 부산 강서구 명지오션시티의 방재림에 들어서자 갈매기 울음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숲은 해안선을 따라 길이 4㎞, 폭 50m의 띠 형태로 조성돼 있다. 바다와 맞닿은 자전거도로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지나갔다. 숲 사이로 난 샛길에선 운동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산책했다.
2010년대 초반 조성된 이곳은 국내 해안 방재림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재난 예방뿐 아니라 주민들의 휴식공간 역할도 한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과거 매립지로 방치되던 곳에 나무를 심어 숲을 복원했고 이제는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찾는 숲이 됐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고 했다.
매립지였던 이곳이 숲으로 탈바꿈한 데는 2003년 전국을 강타한 태풍 ‘매미’의 영향이 컸다. 매미로 인해 130여명이 사망·실종됐고 재산 피해는 4조원에 육박했다. 부산 지역의 피해도 극심했다. 해안가에서 수㎞ 떨어진 곳까지 바닷바람이 불었다.
서 연구위원은 “나무가 비스듬하게 자라나는 것은 이들이 바람을 막아준다는 증거”라며 “쓰나미의 속도가 해안 방재림의 폭이 40m일 때는 절반, 100m면 5분의 1로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방재림은 일반 숲보다 조성이 까다롭다.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염분이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는 탓에 염분·해풍에 강한 나무를 심어야 한다. 명지오션시티 방재림 가장 바깥쪽에는 ‘곰솔’로 불리는 소나무들이 포진해 있다. 염분에 강한 곰솔은 방재림의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곰솔 아래에는 바람에 떨어진 솔방울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날 동행한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소속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허태임 팀장은 “소나무는 염분에 대한 내성이 높고, 바람에도 잘 견뎌서 해안 방재림을 조성할 때 ‘정석’처럼 쓰인다. 해안가와 맞닿는 곳에 심으면 다른 나무들을 보호해줄 수도 있다”고 했다.
곰솔 안쪽에서는 팽나무와 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 녹음을 뿜어냈다. 팽나무 아래로 넓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허 팀장은 “팽나무는 자생력이 좋고, 그늘 밑에 다른 식물들이 자라나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나무라 방재림에 적합하다”며 “팽나무 열매를 먹은 새들이 숲을 돌아다니면서 팽나무 씨를 뿌린다. 10년 정도가 흐르면 씨가 뿌려진 자리에 지금 솟아있는 것 같은 나무가 생긴다”고 했다.
숲이 크는 걸 지켜본 지역민들은 숲에 대한 애착이 크다. 주민 박모씨(74)는 “15년 전에는 나무들이 내 키보다 작고 엉성했다. 그런데 이후로도 꾸준히 나무가 계속 심어지고, 있던 나무들이 자라 내 키의 서너 배가 됐다”며 “숲 덕분인지 2009년 이곳으로 이사 온 이후로는 한 번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해안 방재림은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1980년대 이후 바닷가 공간이 관광지로 무분별하게 개발돼 해안림 상당수가 훼손됐다.
최근 녹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숲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서 연구위원은 “지금 남아 있는 전통 해안 방재림은 전국에 10곳 정도”라며 “방재림을 새롭게 조성하려 해도 국유지인 땅이 많지 않다 보니 장소 선정에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고 했다.
지난 16일 경남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에서 지역 주민들이 앉아 쉬고 있다.
400년 이어온 숲…바람막이이자 세대 건너온 사랑방
경남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
17세기 조성…천연기념물로 지정
마을 보호 위한 숲이 문화유산 돼
“숲 만들면 다음 세대까지도 혜택”
개발 열풍을 피해 오랫동안 보존된 숲도 있다. 경남 남해 물건리의 방조어부림이 그런 곳이다. 이곳은 17세기에 조성돼 1959년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됐다. 입구에는 300년 된 이팝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지역 주민들은 해마다 이 나무에 제사를 올린다. 19세기 일부 주민들이 나무들을 베어냈다가 태풍 피해를 크게 입은 뒤로 나무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남해 방조어부림은 과거에는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역할도 해 ‘어부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민 장모씨(68)는 “예전에는 해안가에 나무 그늘을 보고 달려드는 멸치 떼가 득실거렸다. 그런데 앞바다에 해안도로가 생긴 뒤로는 멸치 떼가 보이지 않는다”며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길이 750m의 숲에는 수령이 200년을 넘는 팽나무와 푸조나무가 빼곡하다. 나무의 높이도 15m에 이른다. 사이사이로 참느릅나무, 느티나무, 후박나무 등이 자란다. 휘어지고 갈라진 줄기는 나무가 오랜 세월 견뎌온 바람의 흔적을 담고 있다. 허 팀장은 “꼭 곧게 자란 나무가 건강한 것은 아니다. 환경에 맞게 자라나는 게 중요한데, 휘어진 나무들은 각자의 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장씨는 “이곳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보니 예전부터 바람이 셌다. 태풍 ‘사라’ 때는 해안가에 정박해 있던 배가 민가까지 올라온 적도 있다”며 “그나마 나무들이 앞에서 어느 정도 막아주니 피해가 덜한 것”이라고 했다.
주민 조현우씨(63)는 “봄철이면 불어오는 샛바람은 돌풍인 탓에 어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바람이었다. 이 숲은 그런 바람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동네 사람들은 전통이 있는 나무들과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숲은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한다. 무더운 여름이면 주민들은 숲 가운데 있는 평상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날도 장씨를 포함한 노인 7~8명이 모여 있었다. 장씨는 “평상시에는 나무가 그늘이 되어주니 더울 때는 동네 노인들과 같이 나와서 쉰다. 마을회관보다 여기를 더 자주 찾는 것 같다”고 했다.
허 팀장은 “처음에 논과 집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숲이 후대에는 문화유산이 됐다”며 “숲이 조성되면 당장 우리 세대만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도 계속 혜택을 받게 된다”고 했다.
지난 17일 전남 해남 솔라시도 복원림에서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환경을 설명하고 있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숲
전남 해남 솔라시도 복원림
기업도시 해안선에 만든 어린 숲
“난대수종 등 다양한 수종 자라
기후변화로 해송 쇠퇴 현실 반영”
전남 해남 솔라시도의 복원림은 2014년 조성된 ‘어린 숲’이다. 기업도시 솔라시도의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졌다. 이 숲이 울창하게 커나가려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처음 조성 당시 땅의 염분을 낮추기 위해 흙을 10~20㎝ 깔아 해수면과 높이차를 뒀다. 해안가에 설치된 나무울타리가 어린나무들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서 연구위원은 “초기에 잘 적응하면 인위적 개입 없이 스스로 잘 자라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환경요소가 워낙 이질적이라 5~10년 정도는 풀베기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숲 복원 사업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준다”고 했다.
지난 17일 방문한 솔라시도 복원림은 숲보다는 정원에 가까워 보였다. 관리되지 않아 누렇게 시든 칡넝쿨이 소나무를 휘감고 있었다.
허 팀장은 “칡이 군데군데 자라나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소나무가 사용해야 할 에너지를 뺏을 수 있어 제거해야 한다”며 “부분적으로 관리가 안 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조성 초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가꿀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곳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묘목을 가져다 심는 게 좋다. 큰 나무보다 어린나무가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솔라시도 복원림은 곰솔과 돈나무가 주요 식생이다. 돈나무는 남해안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동행한 이규명 산림청 산림생태복원과 과장은 “다른 곳에는 난대수종이 별로 없는데 이곳에는 난대수종을 포함해 수종이 다양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해송이 쇠퇴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각 지역의 기후와 여건을 살펴서 지역성이 반영된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얇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심어진 곳에서 서 전문위원은 “잼버리 조기 퇴영도, 도심지의 기형적인 폭염도 그간 눈앞의 개발이익만 노리고 녹지의 가치를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이 나무들이 10~20년 뒤에는 울창한 숲을 이룰 것이다. 지자체가 나서서 숲을 복원하려는 첫발을 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경향 김세훈 기자
식민지 탐욕이 불태운 하와이
독점·착취·불평등…식민 잔재가 지피는 화재
산불로 폐허가 된 하와이 마우이섬. AFP연합뉴스
“카나카 마오리족으로서 이곳 마우이섬에서 7대째 이어오고 있다. (산불을) 지켜보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 식민지 탐욕이 우리 집을 불태우고 있다. 미국 정치인과 오염을 시킨 자들이 비난받아야 한다.”
하와이 원주민 지도자이자 전 하와이주 하원의원, 그린뉴딜 네트워크 전국위원인 카니엘라 잉(35)이 지난 9일(현지시간) 불타오르는 마우이섬을 담은 영상과 함께 엑스(X·옛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지난 8일 시작된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은 허리케인 ‘도라’를 타고 빠르게 번지면서 섬 전체를 집어삼켰다. 13일 기준 수색이 3%만 진행된 가운데 확인된 사망자 수만 93명이다.
잉은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라하이나는 본디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다면서, 기자들이 이 도시를 ‘하와이의 관광명소’로 규정짓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잉은 ‘식민지 탐욕’이 기후재앙의 원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섬의 메인 거리를 끝에서 끝까지 걷는 일은 하와이 왕국 (멸망) 이후 (식민 플랜테이션 작물인) 설탕, 백단향, 파인애플에 이어 (최근의) 관광,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식민지 타임라인을 관통하는 디즈니랜드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 불은 이 궤적의 종점에 대한 비극적 상징이다.”
섬 전체를 태운 ‘최악의 산불’ 발생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히지만, 이번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250년 동안 하와이에서 진행돼 온 식민화 정책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른 풀로 뒤덮인 하와이 마우이섬의 들판. 소방관이 잔불을 제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불쏘시개’ 외래종 식물이 마우이섬 뒤덮은 까닭
최근 몇년 동안 하와이에서 발생한 화재는 하와이를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외래종 식물이 불쏘시개가 돼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이 학계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하와이 비즈니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에 따르면 마우이섬에는 기니그래스, 당밀그래스, 버펠그래스 등의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과거 사탕수수 농장으로 쓰였다가 현재 방치된 땅에서 주로 서식하지만, 무서운 생명력으로 번져나가 현재는 라하이나 주택가에서도 관찰된다.
이 식물들의 고향은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이다. 가뭄에 강해 몇 달 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죽지 않다가 한 번 비가 오면 며칠 만에 빠르게 성장한다. 하와이 왕국이 1898년 미국에 병합된 뒤 이곳의 숲을 밀어내고 우후죽순 들어선 플랜테이션 농장들은 목초지에서 동물의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번식력이 강한 이들 외래종 식물을 들여왔다.
하와이 경제가 농업에서 관광 위주로 전환하면서 1990년대에 대부분 농장들이 문을 닫았지만, 농장이 방치되면서 외래종 식물은 더욱 눈에 띄게 번성했다. 기후변화로 하와이 기후가 사바나 초원과 유사하게 건조해진 데다 하와이에는 풀을 먹어치울 대형 초식동물이 없었던 탓이다. 하와이 마노아대 산불전문가 클레이 트라우에르니히에 따르면 현재 외래종 식물은 재해에 강한 토착 식물을 밀어내고 마우이 섬 4분의 1을 뒤덮고 있다.
트라우에르니히는 2018년 마우이 섬에서 21채의 가옥을 태운 화재의 원인을 조사하면서 외래종 식물이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당장 기후변화 진행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외래종 식물을 관리해 산불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언론 등을 통해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토지주들이 이 문제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현재 하와이의 토지는 몇몇 대기업과 부호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식민화 정책의 결과다.
호주 원주민이 2021년 4월 산불철을 앞두고 큰 화재를 막기 위해 들판에 소규모 불을 질러 마른 숲과 관목을 태우고 있다. 월드프레스포토
식민지배와 기후변화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결국 이번 하와이 산불 사태는 기후변화, 그리고 식민주의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기후변화가 1850년대 이후 산업화 활동의 결과물인 것을 감안하면 선진국의 산업 활동과 식민주의가 비서구 세계를 이중으로 착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하와이뿐만이 아니라 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여러 나라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바섬은 네덜란드에 식민화된 후 1세기 만에 숲의 절반이 사라졌으며 현재도 식민지 시대 만들어진 팜유 재배와 수출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2022년 발표한 연구에서 “토지 강탈과 공동체 파괴를 가져오는 식민지배 자체가 기후변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식민 지배국의 식민지에 대한 인종주의에서 기인한 무시와 무지, 강압이 현재의 기후피해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올 여름 산불로 30명 이상이 사망한 알제리도 프랑스 식민정책으로 경관이 급속하게 바뀌었다. 전 국토의 90%가 사하라 사막인 알제리 유목민들은 건기가 되면 들에 불을 질러 바싹 마른 풀을 태웠다. 건기에 더 큰 산불을 막기 위한 이른바 ‘전략적 방화’이지만, 프랑스 식민당국은 알제리 유목민들의 목축과 방화가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금지했다. 프랑스인들은 알제리 조림사업을 위해 호주의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는 화재에 취약했을 뿐 아니라 외래종을 옮겨오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병충해까지 전해져 알제리의 숲을 더욱 황폐화했다.
이 때문에 최근 재앙적 산불이 몇년째 전 국토를 불태우고 있는 호주에서는 원주민의 지혜를 존중하려는 움직임이 뒤늦게 일어나고 있다. 사진기자 단체인 월드프레스포토는 2022년 ‘올해의 보도사진’으로 호주 원주민이 관목에 불을 내는 장면을 담은 ‘불로 숲을 구하다(Saving Forests with Fire)’ 를 선정했다. 호주 정부는 2019~2020년 수개월 동안 지속된 산불을 겪은 뒤 호주 원주민을 소방당국에 채용해 산불관리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전통적 방식으로 재해를 예방하고 생물다양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소규모 코발트 광산에서 아동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안전장비 없이 맨손으로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코발트를 캐고 있다. 프랑스24 다큐멘터리 화면 캡쳐
기후재앙 시대에도 ‘녹색 식민주의’ 계속된다
비영리매체 글로벌 시티즌의 논설위원 아쿤다레 오쿠놀라는 지난 6월 칼럼에서 “기후위기와 식민주의는 불가분”이라며 “역사적이며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식민주의의 영향을 살피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에 빼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서 식민주의를 “하나의 권력이 다른 종속된 지역이나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도 2022년 보고서에서 “역사적이고 지속적인 형태의 식민주의가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특정 사람과 장소의 취약성을 직접적으로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경향 박은하 기자
이처럼 기후위기가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필요성을 보여줬음에도, 선진국의 ‘녹색 식민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선진국의 탈탄소 경제를 위해 착취당하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코발트 광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폰·전기차 배터리의 원료인 코발트의 74%가 민주콩고에서 생산된다.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 프랑스24,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동과 여성을 포함해 2만명 넘는 ‘장인’ 광부들이 하루 몇 달러의 임금을 받고 안전 장비 없이 맨손으로 코발트를 채굴한다.
선진국이 탈탄소 정책에 따라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면 민주콩고는 광산으로 인한 토양오염으로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20세기 중반 벨기에 식민지 시절, 콩고인들이 고무채취에 동원돼 수백만명 이상이 죽거나 장애를 입었던 역사가 현재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 틈바구니에서 코발트 채굴에 동원돼 착취당하는 역사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경향
박원순의 유산 ‘서울로7017’ 철거되나? 서울역 대개조 시작된다
서울 중구 ‘서울로7017’에 방문객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2017년 개장한 서울로는 매년 방문객이 감소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市·정부 내달 11일 MOU 체결
역 광장 넓혀 소통·화합 장소로
애물단지 ‘서울로’ 활용 재검토
서울역이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된다. 이에 따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역 옆에 만든 ‘서울로7017’도 철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는 오는 9월 11일 서울역을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고 22일 밝혔다. 국가상징공간은 한국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담긴 장소로 시민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조성한다. 지난 2009년 시민에게 개방된 광화문광장이 국가상징공간사업으로 추진된 바 있다. 시와 정부는 서울역과 함께 청와대·용산공원·현충원 등을 국가상징공간 대상지로 검토 중이다.
MOU 체결 후 3개 기관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 방향성과 내용, 추진 일정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조성계획은 시와 국토부가 협의해 만든다. 시는 지난 4월부터 서울연구원과 진행 중인 ‘서울역 일대 마스터플랜 사전구상’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국토부에 전달해 국가상징공간 조성사업에 반영할 방침이다. 그동안 서울역은 국가 중앙역으로서의 상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시 역시 해당 문제의식에 공감해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시 내부에선 서울역 앞에 있는 서울역버스환승센터를 역 뒤편으로 옮기고, 그 자리까지 서울역 광장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역이 국가상징공간으로 만들어지면 647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서울로는 철거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는 서울로 철거도 염두에 두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서울로는 미국 뉴욕 명소인 하이라인파크를 모델로 삼아 보행로 기능을 기대하고 조성됐으나, 관광지 역할만 하며 성격이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관광지로서의 기능도 개장 당시에만 반짝한 데 그쳤다. 국민의힘 소속 장태용 서울시의원이 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장 첫해 3만2000여 명이 서울로를 찾았지만 이후 5년간 약 40%가 감소했다.
방문객은 매년 급감하는데 서울로가 설치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유지·보수와 운영·관리비는 총 220억 원에 달해 ‘세금 먹는 하마’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로의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아예 없애 도시 경관을 개선하고, 철거 후 해당 공간의 활용성을 높일 다른 방안을 세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울로를 철거한 후 그 자리에 철도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깔아 교통량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로 인근 염천교가 이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는 “서울로 철거는 보행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
노부모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나라, 부럽지 않습니까?
[싱가포르] 노인보호구역을 넘어 보행자에게 '친근한 거리'를 꿈꾸는 싱가포르
가족을 만나러 잠시 한국에 들렀습니다. 평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이번에는 지방 도시를 몇 군데 돌아다녀야 하는 관계로 차를 빌려서 운전하며 다녔습니다. 직접 운전을 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도로에 어린이 보호구역이 많아진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빠르게 달리다가 갑자기 속도를 늦춰야 하는 게 처음엔 잘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과속단속카메라가 지켜보고 있기도 하고,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건 어른으로서 당연한 일이기에 운전하는 데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노인보호구역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라고 하는데 외국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전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노인보호구역에도 어린이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노인 보호 표지판, 과속방지턱, 미끄럼 방지시설 등이 설치되어 차량의 속도를 줄이게 되어 있었습니다. 교통약자인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이런 시설이 있다는 건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해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차이점은 어린이보호구역마다 설치되어 있는 과속단속카메라가 노인보호구역에는 보이지 않는 겁니다. 노인보호구역의 존재를 알고 나서 일부러 세 군데를 찾아 확인했는데 그중 한 군데에만 설치되어 있고, 나머지 두 군데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어린이보호구역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노인보호구역은 그렇지가 않아서 설치되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노인보호구역의 과속방지턱 가운데는 색깔만 칠해 놓고 실제로는 턱이 없는 가짜도 있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단속장비... 고령의 보행자들이 위험하다
▲ 노인 보호구역의 모습. 과속방지턱은 실제 턱이 아니라 색칠만 해 놓은 상태고 과속단속카메라는 없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달리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이봉렬
어린이들은 교통사고를 많이 당하고, 노인들은 그렇지 않아서 이런 차이가 있는 걸까 싶어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도로교통안전공단의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전체 보행사고 사망자 933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558명으로 나머지 세대를 모두 더한 것보다도 많았습니다. 12세 이하의 어린이는 14명이었으니 40배 정도 더 많은 수치입니다.
지난해 말에 도로교통공단이 내놓은 <노인보호구역 안전시설 운영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의 차이를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노인보호구역은 2673개소로 지정 대상 대비 지정률은 약 30.0%입니다. 이는 어린이보호구역과 비교했을 때(1만 6759개소 지정, 지정률 84.4%) 5분의 1도 안 되는 저조한 수준입니다. 노인보호구역 연장거리 총합계는 815.9km로 노인보호구역 1개소당 연장거리는 305m이고, 어린이보호구역 연장거리 총합계는 7153.2km, 보호구역 1개소당 연장거리는 427m로 노인보호구역의 약 1.4배 수준입니다.
▲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보행사고 사망자 수는 OECD국가 평균의 4배 가까운 독보적인 1위입니다. ⓒ 이봉렬
노인보호구역의 경우에는 왕복 2차로 이상 도로 구간이 포함된 조사대상지 47개소 중 무인 과속단속장비가 설치된 지점은 4개소에 불과해 열 곳 중 한 곳만 설치가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과 비교하면 노인보호구역의 지정률, 지정 개소 수, 보호구역 연장거리, 과속단속장비 설치까지 모든 것이 미흡한 수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도로교통공단이 2021년 내놓은 OECD회원국 교통사고 비교 결과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10만명 당 보행사고 사망자 수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OECD 회원국의 평균은 2.5명인데 한국은 9.7명으로 독보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노인보호구역, 이렇게나 달랐다
▲ 싱가포르의 실버존 (노인보호구역) 곧게 뻗었던 길을 꾸불꾸불하게 다시 만들었고 차 폭도 줄였습니다. 과속단속카메라가 없어도 차가 천천히 갈 수 밖에 없습니다. ⓒ 이봉렬
2주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싱가포르로 돌아오자마자 싱가포르의 노인보호구역을 찾았습니다. 싱가포르의 노인보호구역은 실버존이라고 부르는데 한국보다 늦은 2014년부터 도입되었습니다. 지금까지 30개의 실버존이 만들어졌고 2025년까지 50개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집 근처 실버존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좁고 꼬불꼬불한 도로와 그 사이의 보행섬입니다. 기존 도로에 표지판과 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한 게 아니라 기존에 직선으로 뻗어있고 왕복 4차선까지 가능했던 길을 뒤집어엎고 그 자리에 새로운 도로를 만들어 낸 겁니다. 길이 좁고 꼬불꼬불한 데다 50m 남짓한 간격을 두고 과속방지턱까지 있으니 자동차들은 자연스레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과속방지카메라는 없습니다. 싱가포르 하면 벌금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교통안전 관련해서는 단속을 통해 운전자에게 벌금을 매기는 게 아니라 원천적으로 과속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고, 보행자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실버존에 설치된 횡단보도 역시 세심한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일단 횡단보도는 자동차 도로가 아니라 인도와 높이를 맞췄습니다. 휠체어가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인도와 횡단보도의 턱을 없애면, 그 공간이 경사가 생겨서 노인들이 서 있을 때 불편할 수 있다고 해서 아예 인도와 횡단보도의 높이가 같습니다. 대신 자동차 입장에서는 횡단보도 자체가 과속방지턱이 되는 것입니다. 횡단보도 위에는 햇볕과 비를 막을 수 있는 지붕을 설치해서 보행 중 미끄러움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횡단보도에 있는 신호등에도 한가지 기능이 더해져 있습니다. 신호등 기둥에 '그린맨 플러스'라는 카드 리더기가 달려 있는데 여기에 노인과 장애인에게 발급되는 카드를 태그하면 보행신호가 최소 3초에서 13초까지 연장이 됩니다. 걷는 속도가 느린 노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겁니다. 거기에 길 중간에 보행섬이 넓게 있어서 가다가 신호가 바뀌더라도 안전한 곳에서 대기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 실버존에 있는 횡단보도. 인도와 차도의 높이를 같게 만들었고 중간에 보행자섬이 있어서 경우에 따라 대기할 수도 있습니다. 횡단보도 위에는 햇볕과 비를 막을 수 있는 차단막을 설치해서 보행중 미끄러움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 이봉렬
▲ 횡단보도 신호등 기둥에 설치된 그린맨 플러스 카드 리더기. 여기에 노인이나 장애인이 카드를 대면 보행신호가 최소 3초에서 13초까지 더 길어집니다. ⓒ 이봉렬
<스트레이트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싱가포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인 보행자 수는 23명입니다. 인구 차이를 감안해서 비교하더라도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실버 존만 따로 떼어 보면 노인 보행자에 대한 전체 사고가 80%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지난 3월 싱가포르 육상교통국은 기존의 스쿨존과 실버존의 개념을 더욱 확대하여 보행자 안전을 우선시하는 "친근한 거리(Friendly Streets)"를 시범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학교나 노인 시설 주변이 아니더라도 보행자가 많은 지역은 차량 진입을 줄이고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선하는 도로로 바꾸겠다는 계획입니다. 친근한 거리로 지정된 곳은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속도 제한을 강화하는 대신 인도를 넓히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입니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여러 정치인들이 싱가포르를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독보적으로 많은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로부터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게 있다면 싱가포르가 어떻게 노인들의 보행권을 지켜주고 있는가 하는 겁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 여기 있습니다.
오봉열 오마이뉴스
가덕신공항을 이순신 국제공항으로"…국내 첫 인명 공항 들어서나
경남도의회, 대정부 건의안 내달 채택
"세계적으로 소구력 높은 명칭 필요"
부산포 승전일 시민의날 지정 등 인연
확정시 '국내 첫 인명 공항' 귀추 주목
경남도의회는 최근 국민의힘 박춘덕(창원15) 의원이 ‘가덕도신공항 공식 명칭, 이순신 국제공항(Yi Sun-sin International Airport) 지정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2일 밝혔다.
가덕도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남부권 신공항 건설 검토를 지시해 논의가 시작된 이후 20여 년간 무산과 재추진을 반복해 왔다. 그 과정에서 동남권신공항, 영남권신공항, 남부권신공항 등으로 불리다가 2021년 2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명칭이 정립됐다.
김용구 기자 raw720@kookje.co.kr
박형준 부산시장 "오염수 국민 선동, 국격 갉아먹어"
일본 방류 개시에 SNS 글... 부산 국민의힘은 수산물 소비캠페인 돌입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학생기후행동 등 5개 대학생단체로 이루어진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대학생 원정단 학생들이 일본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건물에 들어가다가 경찰에 체포 연행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4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놓고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박형준 부산시장이 SNS에 공개적으로 반박 글을 올렸다. 이날 도쿄전력은 지난 22일 각료회의 결정대로 오염수의 방출을 시작했고,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이를 강하게 규탄하는 성명을 잇달아 냈다.
박 시장의 글 내용은 오염수 비판이 선동이고, 이에 휩쓸려선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빗댄 과거 논란으론 한미FTA, 광우병 사태, 4대강 사업, 탈원전 등을 소환했다. 이를 선동 정치의 사례로 치부한 뒤, 결국 시간이 지나 다 허구로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그는 "민주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광우병 수입이라고 우기며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지만, 아니었다. 한미FTA를 하면 무역이 거덜 난다고 했으나 거꾸로였다"라면서 "4대강 보 해체도, 탈원전도 다 선동이 빚어낸 국가 손실이었다"라고 주장했다.
하루 전 국회에서 촛불 집회까지 연 민주당의 대응은 정치 공세로 몰아붙였다. 박 시장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각국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점, 해류를 먼저 접할 미국 등 북남미 나라도 검증 결과를 인정한 점을 언급하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정치적 입장이 비상식적 주장을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부산의 준비 태세를 앞세웠다. 그는 "국제기준보다 열 배나 높은 기준으로 해수 방사능 검사를 해왔고, 수산물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촘촘하게 방사능 검사·감시를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매일 그 결괏값을 공개하겠다며 "부산 수산물,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비합리적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안전하게 드셔 달라"고 당부했다.
▲ 박형준 부산시장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와 관련해 SNS에 올린 글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이날부터 수산물 소비 릴레이 캠페인에 들어간다. 이들은 "수산업 종사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입장문을 냈다. 캠페인의 이유는 "방사능 오염 관련 과대 공포심을 조장하고, 수산물 방사능 오염 괴담을 생산하는 데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부산시당은 "일본, 윤석열 정부는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각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일본이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것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범죄 행위"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이를 방조했다"라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의당 부산시당 또한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의당은 "국민을 바보 취급하면서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는 너무나 당연하다"라며 앞으로 진행될 오염수 규탄 집회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김보성(kimbsv1)
도쿄전력 전 직원 “오염수 제대로 방류할 능력 없어···100% 문제 생긴다”
“도쿄전력은 약속을 지켜라. 정부는 약속을 지켜라. 바다를 지켜라. 어업을 지켜라. 아이들을 지켜라. 미래를 지켜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4시간 앞둔 24일 오전 9시. 후쿠시마현 오오쿠마마치의 도로변에서 구호가 울려퍼졌다.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에서 활동하는 주민 10여명은 원전에서 약 2㎞ 떨어진 도로에 플래카드를 펼쳤다. 일반인이 원전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도로의 마지막 지점이었다.
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사토 가즈요시(69)는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며 “정부는 우리 동의 없이는 절대로 방류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해놓고 이해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방류했다”며 “오염수 방류 중지를 요청하는 행정·민사소송을 다음달 8일 후쿠시마지방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소속 일본 활동가들이 24일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 이윤정 기자
이날 시위에 참여한 곤노 수미오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사고 당일 다행히 다른 원전으로 출장 중이었던 덕에 피폭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이후 29년 간 근무했던 도쿄전력을 퇴사했다.
곤노는 “직접 일해본 경험상으로 볼 때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제대로 방류하고 관리할 능력도 없다. 대응 능력이 엉망이고, 늘 무언가가 고장난다”면서 “방류 과정에서 무조건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오염수를 희석한다 해도 총량은 똑같고, 결국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그간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백혈병과 암 발병률이 높다는 데이터가 있는데도 과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외면해 왔다”면서 오염수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후쿠시마의 정상화’를 외치는 일본 정부의 말과 달리 원전 주변 상당 곳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당시 그대로 시간이 멈춰 있었다. 원전과 가까워질수록 도로에 설치된 방사능 전광판의 숫자는 높아졌다. 시간당 2.0 마이크로시버트를 훌쩍 넘는 곳도 많았다. 자연방사능의 방사선량은 보통 시간당 0.1~0.3마이크로시버트 정도다. 얼마 전까지 쌓아놓은 오염토를 부랴부랴 땅속에 묻은 흔적도 보였다
이날 수십 명의 취재진이 시위 현장에 모였다. 다만 일본 주요 매체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한국, 중국 등에서 온 외신 기자였다. 시위에 참여한 사토 도모코는 “일본 매체에서 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해 너무 보도를 안 한다”며 “기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토는 원전 사고 이후 피난을 갔다가 5년 전 고향인 미나미현 소마로 돌아왔다. 현재 어린 손자와 함께 사는 사토는 “오염수가 계속 생성되면서 지하수로 끊임없이 스며들고 있다”면서 “오염수 방류 계획은 결국 독을 바다와 땅에 모두 퍼뜨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답답해했다. 도쿄전력은 30년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했지만, 폐로 작업이 늦어지면서 10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도쿄전력에 정확한 방류 기간을 수십 차례 문의했지만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가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염수 안전을 알리는 캠페인에 30억엔(272억원) 이상을 썼지만, 오염수 방류 이외의 처리방법을 연구하는 데는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30년 뒤를 책임져달라는 학생들의 문구가 걸려 있다. 후쿠시마 | 이윤정 기자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오염수를 콘크리트로 고체화해서 후쿠시마 내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곤노는 “후쿠시마 주민들도 모자라 이제는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희생시킬 수 없다”면서 “차라리 이곳에 오염물질을 영원히 두더라도 바다에 뿌리는 일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1시3분 결국 오염수가 해양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방류가 예정된 오후 1시를 전후해 NHK는 원전 전경의 모습을 생중계했지만, 시민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한 직장인은 “방류 생방송을 하고 있네”라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일반 시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현지 언론인인 마키우치 쇼헤이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프로파간다를 오랫동안 해온 탓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안전하다는데 별일 있겠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면서 “이번 오염수 방류는 정부가 시민의 동의를 날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여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사토 공동대표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손잡고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지 않도록 한국인들이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경향 후쿠시마 | 이윤정 기자
하천 환경영향평가 사실상 면제… ‘4대강 시즌2’의 서막?
환경부, 킬러규제 혁파 방안·소규모 평가도 지자체 이양
환경단체 “환경 당국 정체성 없어” 환경장관 사퇴 요구
지난해 8월4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함안군 칠북면 경계에 위치한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에서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24일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 내놓은 ‘환경영향평가 킬러규제 혁신 방안’은 사실상 거의 모든 하천공사에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지자체에 이양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환경 정책의 근간이 된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근본부터 흔들게 될 제도 변경을, 연구 용역와 관련 논의도 없이 갑자기 발표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공개된 환경영향평가 규제 완화 방안을 보면, 긴급한 재난대응 사업과 하천기본계획에 포함된 하천정비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기본계획은 국가하천은 물론 지방하천∙소하천에 수립되기 때문에, 앞으로 보와 제방 건설, 대규모 준설 등 거의 모든 하천공사는 환경영향을 평가받지 않아도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재난 대응 관련해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돼 이번 방안을 낸 것”이라며 “하천기본계획 수립 당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기 때문에 이때 환경영향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국가의 주요 계획 단계에서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보는 절차다. 반면, 환경영향평가는 국가 및 민간의 사업 단계에서 환경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예측, 평가하고 보전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재난 대응을 위해 하천공사의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재난 응급조처를 위한 사업은 면제 대상이어서 이런 환경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개방’ 등 지난 정부의 물관리 정책을 무위로 돌린 환경부가 중소형 댐 건설과 지천 정비를 뼈대로 하는 ‘포스트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라는 걸림돌’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소형 댐의 경우, 댐 관련 법률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번 면제 대상이 아니다. 다만, 보나 제방 등 하천시설물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또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광역 지자체 17곳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부산을 포함한 10곳이 자체 조례를 두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99건만 진행됐을 정도로 실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각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도록 유도해 소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평가 권한을 지방 정부로 완전히 이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역개발 욕구가 많은 지방정부가 얼마나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히 운영할지는 미지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관련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간이평가도 환경부는 도입 방침을 재확인했다. 간이평가는 환경영향이 크지 않은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환경보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갈음하는 것이다.
이밖에 환경부는 최근 산업계를 중심으로 개정 요구가 빗발쳐 최근 개정 작업에 착수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등을 연내에 마치겠다고 밝혔다. 연간 0.1t 이상 생산할 때 신규 화학물질을 등록하던 것을 유럽연합 기준인 1t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뼈대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2012년 ‘구미시 불산 사고’ 이후 등록 기준을 강화한 것인데, 총 2천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로 예전으로 되돌리기로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미사용 배출권의 이월을 제한하고 있는데, 지난달 이런 ‘제한 규정이 배출권 가격을 지나치게 낮춰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가 나왔다. 반면 환경단체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최근의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규제 완화 방안에서 △하천의 환경영향평가 면제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완화 등은 시행령이나 지침 개정만으로 가능해 환경부가 조만간 추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지자체 이양 △신규화학물질 등록 완화는 법률 개정이 필요해, 이에 비판적인 야당을 설득하려면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단체 생태지평은 “재난 대응이라는 이름으로 ‘4대강 사업 시즌2’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규제 혁파가 환경을 죽이는 ‘킬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환경단체가 모인 한국환경회의는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은 환경 당국으로서 더는 국토환경 훼손이나 화학물질 원인 안전사고 발생, 탄소중립 실천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가덕신공항에 연안여객터미널·UAM 이착륙장 만든다
국토부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안
2029년 개항 상세 로드맵 확정
활주로 길이 3500m 1본 건설
추후 2본까지 확대 길 열어둬
58기 계류장 ·1만 718대 주차장
기존 철도·도로 연장 교통로 확보
시 “건설공단법안 연내 통과 총력”
가덕신공항에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연안여객터미널이 만들어진다. 또 미래의 첨단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장도 설치된다. 가덕신공항 주차장은 1만 718대가 주차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이는 김해공항(7118대)보다 3000대 더 늘어난 규모다. 현재 부산신항역까지 건설된 철도는 가덕신공항까지 연결되며 도로 역시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에서 가덕신공항까지 바로 연결된다. 폭우와 태풍 등에 대비해서는 50년 빈도에서 100년 빈도로 상향됐다.
국토교통부는 24일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의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가덕신공항이 앞으로 어떻게 건설될지 세부적인 사항을 담았다.
먼저 활주로는 길이가 3500m 너비는 45m 규모로 1본이 건설된다. 대형 여객기는 이착륙이 가능하다. 또 대형화물기 중 이륙 길이가 가장 긴 B747-400F도 최대이륙 중량으로 이륙할 수 있는 활주로 길이다.
항공기를 주기할 수 있는 계류장은 58기 규모로 만들어진다. 또 이용객들을 위한 주차장은 1만 718대를 수용한다. 주차는 공항 이용객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다. 추후 공항이 개장하면 국내선은 주로 김해공항, 국제선은 가덕신공항을 운행하게 되는데 차량이 분산되면서 비교적 주차하기가 쉬워질 전망이다.
특히 가덕신공항 활주로 북쪽 방향에 여객터미널을 설치할 계획이 나왔다. 예를 들어 울산이나 해운대, 여수 등에서 여객선을 타고 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일부 유휴부지가 있는데 이곳에 UAM 이착륙장을 만든다. 예를 들어 해운대나 북항에서 가덕신공항까지 UAM으로 20분 정도 만에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국토부는 2025년부터 UAM 상용화를 계획 중에 있다. UAM이 대규모의 승객을 수송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비즈니스 수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덕신공항 접근 교통로는 기존 철도·도로를 연장하기만 하면 된다. 철도의 경우 현재 부산신항까지 철도가 놓여 있다. 이 철도를 가덕신공항까지 16.53km 더 깔면 철도가 완전히 연결되는 것이다. 복선철도다. 이 철도는 부전마산선과 경부선 철도로 이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운행 계획은 추후에 세워질 예정인데 코레일의 신형열차인 EMU-250 등이 투입될 수도 있다. 경부선 중앙선 경부고속선 등 다양한 철로가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시킬지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도로의 경우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에서 국지도 8호선을 타고 가덕대교를 건너면 가덕신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돼 있다. 9.3km의 도로를 더 건설하게 된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가덕신공항을 통해 공항 경제권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신항과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공항 물류시설을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하고 공항복합도시도 조성한다.
부산시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안) 공개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후속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이번 기본계획에 국토부가 가덕신공항의 2029년 조기개항 상세 로드맵을 확정하고, 남부권 관문공항의 위상에 걸맞은 공항 시설 규모를 반영한 것이 가장 주목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물류 중심공항으로서 화물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화물터미널을 갖추고,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세계적 수준으로 여객터미널을 건설하며, 공항 운영 수익 증대를 위한 별도의 상업시설 부지를 마련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연안여객터미널과 UAM 이착륙장을 만들어 보다 편리한 공항 이용을 담보했으며, 3500m 규모의 활주로 1본이 우선 반영됐고 이후 2본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부산시로서는 긍정적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설계·시공을 전담할 건설공단 설립법안의 연내 통과에 힘쓰는 한편, 대규모 공항 건설사업이 지역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지역기업 우대기준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TK신공항 사업비 2조6천억…예타 면제는 10월 중 결론 낼 듯
2030년 개항 목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민간공항 조감도(안). 국토교통부 제공
민간·군 복합 공항 형태로 2030년 개항이 목표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에 대해 정부가 10월 중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여부를 결론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올해 말 기본계획 수립을 마무리 짓고 내년 말 착공이 예정돼 있다. 두 공항의 수요 중복과 적자 발생 우려에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신공항 사업’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24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검토를 마쳤으며, 조만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전타당성 검토는 공항 건설사업의 시작 단계에서 항공 수요에 따른 시설 규모와 배치 등 개략적 계획을 마련하는 절차다. 원칙적으로는 사전타당성 검토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재정부가 경제성 등 사업의 타당성을 더 자세히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해야 하지만,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조사 면제 가능성이 크다.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은 특별법이 지난 4월 제정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여부는 10월 중 결론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기존 대구 군 공항(K2)과 대구국제공항(민간 공항)을 동시에 경북 의성군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 부지로 옮기는 사업이다.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민간공항 이전 관련 사업비는 2조5768억원이고, 군 공항 이전사업비까지 더하면 총사업비는 11조4천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민간 공항 부분의 항공 수요는 개항 30년 뒤인 2060년 기준 여객 1226만명(국제선 906만명, 국내선 320만명), 화물 21만8천톤(국제 21만3589톤, 국내 4655톤)으로 분석됐다.
2022년 예비타당성조사를 이미 면제받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올해 기본계획 수립을 매듭짓고 내년에는 부지 조성공사를 위한 단일공구 통합발주(턴키) 방식의 설계·시공 일괄입찰이 이뤄질 예정이다. 국토부는 공항 건설을 전담할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이제 가덕도신공항은 세계적인 수준의 공항 시설을 갖추고 여객과 화물을 가득 실은 대형 항공기가 미주와 유럽을 24시간 자유롭게 오가는 명실상부한 관문공항으로 건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도시농업 가치, 금액으로 환산하면 ‘5조’”
농촌진흥청, 도시농업 경제·사회·환경적 가치 분석
도시농업법 시행 후 첫 통합 분석… 정책 수립 근거 자료로 활용
도시농업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분석한 결과, 총가치가 5조 2367억 원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은 도시농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산업 발전 방향을 세우고자 한국농업경제학회 전문 분야 교수들과 함께 가치 분석을 진행, 24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도시농업을 도시지역에 있는 토지, 건축물,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을 재배(경작)하거나 나무나 꽃을 재배하는 행위, 또는 농업의 다차원적 가치를 활용한 건강증진, 체험, 여가 등의 활동으로 정의한다.
도시농업은 2011년 도시농업법 제정(2012년 시행) 이후 제1, 2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통해 성장, 현재 도시농부는 200만 명을 넘어섰고 도시 텃밭 면적은 1052ha(2022년 기준)에 이른다.
분석결과 도시농업의 경제적 효과는 △체험 등에 의한 농산물 소비 증가 효과(직접 작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체험을 하면 농산물 구매와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농업인 소득으로 연결됨) 573억 원 △농자재와 일자리 창출 등 산업파급 효과 3조 517억 원 △총 3조 1090억 원으로 나타났다.
도시농업의 사회적 가치는 △신체적 활동과 심리·정서적 안정감 등 건강증진 4211억 원 △가족관계 개선, 이웃 간 교류 증진에 따른 공동체 회복 1455억 원 △여가, 취미활동 활성화 등 문화적 가치 3062억 원 △미래세대에 제공하는 교육 증진 효과 4688억 원 △총 1조 3416억 원으로 분석됐다.
도시농업의 환경적 가치는 △생물 다양성 증진에 따른 생태적 가치 1810억 원 △공기정화식물, 탄소 저감, 도시 열섬현상 완화에 의한 환경정화 가치 1854억 원 △옥상녹화와 도시녹화 등 1789억 원 △총 7861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국내 도시농업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에 대한 기술성과와 산업현장 사례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농촌진흥청의 설명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자료를 농림축산식품부 정책 자료로 제공해 도시와 농촌의 공동 발전을 지원하는 도시농업 정책 수립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가치 분석은 공공기관 통계자료집, 선행 연구, 도시농업 관련 법률을 근거로 분류해 계산했다. △경제적 가치는 직접 효과와 간접 효과 분석으로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는 시민의 참여, 인식, 지급 의향, 앞으로의 참여 의향, 정책 등 설문조사를 활용해 분석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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