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당장은 안전? 느리다고 폭력 참을까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에 영도 ‘베리베리굿 봉산센터’
북극곰 1년에 137일 굶는다…‘새끼 죽이는 온실가스’ 첫 확인
공중에 떠버린 '탄소중립' 논의
국민안전 파괴하는 사이비 핵폐수 과학
나무 그늘 없는 ‘BRT 정류소’ 도로보다 뜨겁다
도시녹지 탄소 저감 효과 ‘기대 이상’
기후위기 넘어 기후재앙, ESG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국책연구기관 4곳 “오염수, 국민건강 위협”…정부는 비공개
을숙도·맥도 일대 첫 국가공원으로’ 20년 숙원 푼다
팜유패밀리 전현무와 박나래가 잘 모르는 이야기
1300살 장안 밀레니엄 나무, 천연기념물 등재 추진 ‘첫발’
한국, 1인당 석탄발전 온실가스 배출 G20 중 2위…세계 평균 3배
거대한 기생충…우리동네 오지마" 관광도시들 '유람선 보이콧’
야생조류 월동지 제주, 조류 충돌 예방 조례 만든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 공청회에서 4대강 보 해체 외치는 환경 활동가들
“원전 올인·태양광 때리기, ‘RE100 절실’ 기업에 절망 메시지”
국가와 기업이 당신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방법
경찰, ‘4대강 공청회’ 점거 녹색연합 활동가 3명 구속영장 신청
2023년 8월, 역대 가장 더운 8월로 기록…세계 평균 16.82도
북극 외해 큰 얼음구멍 발생에 올겨울 한파 우려
해외로 빠져나가는 대기업들... 대책은 오리무중
토종 전기차 디피코 경영악화 결국 문 닫나
돌고 돌아 13년 전 회귀 울릉공항... 이런 주먹구구식 공항 정책
오염수 방류, ‘자연에 버려도 된다’ 국가가 못박은 역사적 순간
오염수 방류, 일본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일
원안위, 신한울 2호기 운영 허가…속전속결 심의로 안전성 우려도
폭염·열대야·강수량·습도 ‘무제한급 여름’…내년에 또 온다
기후위기와 일상의 '밀당
‘내돈내산’ 대중교통에 이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교통·도시 정책이 놓치고 있는 것
명동·무교다동 개방형 녹지로 '녹지생태도심' 재개발 박차
문 앞까지 차오른 기후위기, 탄소 중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로컬이 미래다]
홍콩이 폭우로 멈췄다’···139년 만에 최고·최장 강우량
한강공원 일회용품 막는다…2025년부터 배달용기 반입 제한
칡덩굴이 숲을 죽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IAEA 기록 뒤지고 삭제된 기사 찾아 ‘오염수 국제기준’ 허상 짚다
고래상어 감소 원인 뭔가 했더니...길 없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해양 로드킬’
오염수 당장은 안전? 느리다고 폭력 참을까
서서히 축적되는 환경재앙 ‘느린 폭력’
내부피폭·저선량 피폭도 암 발생 불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2022년 8월 21일 촬영한 것이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 3분,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원전 폭발사고 오염수를 장기간 바다로 쏟아붓는 것은 인류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반대(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 여론조사, 2023년 6월)하는 일본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8월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우리 바다가 오염될 거라는 근거 없는 선동으로 수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방류 시작 나흘 뒤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이들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했다. 현 정권의 말대로라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비과학적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염수 방류는 당장 우리의 삶을 흔들 정도로 급격한 충격을 몰고 오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93년까지 영국, 미국,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은 이미 바다에 핵폐기물을 버린 전적이 있고, 구소련은 심지어 동해에 버렸다.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직후, 그리고 이후 2년간 방사성물질을 머금은 일부 오염수는 이미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그후 아직 우리의 눈앞에 충격적인 사건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찬성 측에서는 이점을 들어 “방사능 쓰레기를 바다에 더 버려도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보이지는 않을지언정 바다가 파괴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핵폐기물 투기 관행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 바닷물을 떠도 플루토늄이 떠다닌다”고 말한다. 이미 저지른 오염 위에 또 다른 오염이 수없이 축적될 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초래될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롭 닉슨 프린스턴대 교수는 “즉각적이지도 극적이지도 않지만 점점 불어나고 축적되는”, “서서히 펼쳐지는 환경재앙”을 ‘느린 폭력’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 에코리브르).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일종의 ‘느린 폭력’이다.
일본의 계획대로라면 원전사고 오염수 방류는 30~40년간 계속된다. 느린 폭력이 수십 년간 끝없이 이어질 때 바다와 해양생태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이것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누구며, 피해를 보는 이들은 누구인가. 우리가 이런 폭력을 “당장은 안전하다”며 감당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내부피폭, 저선량 피폭은 피폭이 아닌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보는 이들이 주로 내세우는 근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다.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 1000여개에 담겨 있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로 정화한 후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할 계획을 세우고 IAEA에 검증을 요청한 바 있다. IAEA는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이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는 결론을 내렸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진행 중인 8월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청 앞 전광판에 경기바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결과 ‘적합’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IAEA는 인체의 방사성물질 노출 허용량이 연간 1밀리시버트(m㏜)라면서 희석된 오염수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연간 0.00002~0.00003밀리시버트라고 봤다. ‘이 정도는 피폭돼도 된다’고 정해진 피폭 허용치를 한참 밑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피폭 허용치’라는 것은 과연 믿을 만할까? 이 기준치를 제시해온 과학자집단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실은 ‘내부피폭’과 ‘저선량 피폭’의 심각성을 외면해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일본 학자인 나카가와 야스오가 쓴 <방사선 피폭의 역사>(무명인·2020년 국내 번역 출간)가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대표적인 책이다. 내부피폭은 음식 등을 통해 방사성물질이 체내 유입돼 피폭되는 것을 말하고, 저선량 피폭은 오랜 시간 낮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돼 피폭되는 것을 말한다. 나카가와 야스오는 이 책에서 ICRP가 피폭의 인체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수행하는 복잡한 계산은 내부피폭과 저선량 피폭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사실상 속임수”라고 말한다. 이 책엔 내부피폭의 위험성을 알게 된 칼 모건이라는 핵 과학자가, 내부피폭을 무시하려는 ICRP 관련 위원회에서 물러난 사례도 언급된다. 훗날 칼 모건은 <성난 램프의 요정>(The angry gienie)이라는 책을 통해 ICRP가 핵산업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폭로한다.
반핵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도 최근 발간한 <후쿠시마 오염수와 한국 정부 괴담>이란 온라인 책자에서 “방사능엔 안전치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미국 국립학술원의 <저선량 방사능의 건강위험에 관한 보고서>(2006)를 요약한 바에 따르면 100밀리시버트에 한번 노출되면 100명 중 1명의 암환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10밀리시버트에선 1000명 중 1명의 암환자가, 1밀리시버트에선 1만명 중 1명의 암환자가 추가로 발생한다. 노출에 비례해 위험이 커지고, 위험이 없는 ‘안전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반핵의사회와 인의협은 말한다. “암 발생 확률을 개인적으로 따진다면 1만분의 1이나 10만분의 1은 별것 아닌 확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보면 성인 1000만명이 매년 단순 엑스레이를 찍으면 매년 100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니 작은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방사선 검사의 위험을 감수한다. 훗날 알프스로도 거르지 못한 방사성물질로 인해 80억 인구 가운데 단 몇백명이라도 심각한 질병에 걸린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들의 건강 파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까. 게다가 그들의 피해는 장시간에 걸친 ‘느린 폭력’의 속성상 과학적으로 규명하기조차 까다로울 가능성이 높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8월 29일 오후 서울 수협강서공판장에서 수산물 원산지표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염수는 윤리의 문제다
“과학 대 미신의 대결이다.”(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국민을 지키는 건 선동이 아니고 과학이다.”(대통령실 관계자) 일본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를 두고 정부는 여러 차례 ‘과학’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염수를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한덕수 국무총리)로 봐야 한다는 입장까지 나왔다.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동원되는 ‘과학’에 대해 물리학자인 이종필 건국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이라는 단어가 어떤 물질이 기준치 이하라서 괜찮다는 의미로 쓴 거라면 이는 ‘과학적’이라는 본래 의미의 극히 일부만 참칭한 것에 가깝다. (중략) 일본의 그런 주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그 과정과 결과가 임의의 제3자에 의해 검증되고 재현 가능한 것인지 따져봐야 비로소 과학적이라는 판정을 내릴 수 있다.”(이종필,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이 ‘과학적이지 못한’ 이유들’)
이 교수는 IAEA가 원전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제기구이며, 도쿄전력이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과학’의 이름으로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방류 찬성은 ‘과학’이고 반대는 ‘비과학’이란 틀짓기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얘기다.
이처럼 오염수 방류 정당화가 오히려 비과학적이란 지적은 반복돼왔지만, ‘과학이냐 아니냐’의 구도 속에서 반박이 이뤄지는 한 시민들은 방사성물질과 관계된 기술적 쟁점 속에 둘러싸이게 된다. 그리고 기술적 쟁점에 매몰될수록 사안의 본질은 손에 잡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악순환을 빠져나오기 위한 측면에서도 롭 닉슨의 ‘느린 폭력’ 개념은 유용하다. 폭력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데 과학적 검증이 필요할까.
“IAEA가 방사능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원칙은 생명의 가치를 경제성의 관점으로 바꾸는 철학에 기반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사회·경제적 이익과 인간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비교 대상이 아닌 것을 비교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손제민 경향신문 논설위원, 녹색평론 183호, ‘방사능 피폭, 누가 어떻게 규정하는가’)
바다를 방사성물질로 서서히 오염시키는 느린 폭력을 우리는 왜 논란 많은 ‘안전성 평가’까지 해가며 감당해야 하는가. 일본 원자력 산업계의 이익, 윤석열 정부가 고집하는 대일외교의 기조, 원전 비중을 대폭 늘리려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주간경향 송윤경 기자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에 영도 ‘베리베리굿 봉산센터’
부산 영도의 베리베리굿봉산센터
올해 ‘부산다운 건축상’에 영도의 ‘베리베리굿 봉산센터’가 대상을 차지했다.
부산시는 ‘2023 부산다운 건축상’ 수상작으로 10개 작품을 선정하고 오는 20일 부산국제건축제 개막식에서 시상한다고 1일 밝혔다.
대상에는 영도구 봉산마을의 ‘베릴베리굿 봉산센터(영도 봉산마을 코워킹스페이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금상은 연제구 부산시청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은상은 서구 ‘닥밭골 한지체험관’과 수영구 ‘베스트프렌드 동물병원’, 장려상은 기장군 ‘오블리크 하우스’와 수영구 ‘해그리다’ 등이다.
베리베리굿 봉산센터는 게스트하우스, 마을카페, 공유주방, 다목적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내외부로 확장하는 다양한 공동 공간은 녹지가 부족한 마을의 공원이 되고, 마을 행사 때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표응석 동서대 교수는 “베리베리굿 봉산센터는 열악한 구도심 주거지 문제, 인구의 역외 유출, 출산율 감소 및 주민 고령화 등 지역 문제점에 대응해 공동작업장, 교육장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수익 창출 시설 등 사회적 프로그램 제시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기존의 골목 기반시설을 보존함과 동시에 경사를 활용한 다목적홀 공간 창출 및 외부 조망 데크공간 조성 등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향
※ 관련 조경 설계는 김수진이사입니다.
북극곰 1년에 137일 굶는다…‘새끼 죽이는 온실가스’ 첫 확인
미국 워싱턴대 등 연구팀 ‘사이언스’에 논문
“온실가스 30년 이상 60Gt 추가 배출되면
알래스카 북극곰 새끼 생존율 4% 감소해”
온실가스 배출과 북극곰 생존율 첫 정량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바다 얼음이 줄어들며, 바다 얼음 위에서 바다표범과 같은 먹잇감을 주로 잡아먹고 살아가는 북극곰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비쩍 마른 몰골로 먹이를 찾아 헤매는 북극곰. 금방 녹아 사라질 듯한 작은 얼음판 위에서 얼음 없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북극곰. 이런 모습이 사진으로 전해지면서 북극곰은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상징하는 동물이 됐다.
북극곰들은 북극해의 대륙붕 위로 펼쳐진 바다 얼음 위에서 바다표범과 같은 먹잇감을 주로 잡아먹고 살아간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바다 얼음이 줄어드는 것은 북극곰들에게는 종의 존속까지 위협하는 재앙이다. 먹이를 잡기 쉬운 사냥터가 줄어들고, 좋은 사냥터를 찾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그 결과 북극곰들이 먹이를 먹어 몸에 지방을 축적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고, 굶은 채 버텨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번 세기 중반이 되면 전 세계 북극곰의 최대 3분의 2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른바 ‘북극곰의 눈물’의 이유다. 이들을 불행에서 구하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북극곰은 2008년 미국에서 멸종위기종법(ESA) 규정에 따른 멸종위기종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미국이 지구온난화를 사유로 멸종위기종에 등재한 것은 북극곰이 처음이다.
하지만 북극곰을 멸종 위기로 몰고가는 위협 요소들은 제거되지 않았다. 멸종위기종법을 시행할 책임을 진 정부 기관이 북극곰 보호를 위해 기업들을 상대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려면 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무부는 북극곰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인에서 이미 전세계가 배출해 누적시킨 온실가스의 영향과 앞으로 배출할 온실가스의 영향을 구분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온실가스가 북극의 얼음을 녹여 북극곰을 위협하는 것은 알지만 특정한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과거부터 누적된 온실가스 배출의 위협을 구분해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특정 온실가스 배출량과 북극곰 생존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정량화한 논문이 처음으로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와 와이오밍대, 북극곰 보호 단체인 ‘폴라베어 인터내셔널’ 공동 연구팀은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사이 축치해 등 북극곰의 주요 서식지 15곳을 조사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북극곰의 사냥터인 바다에 얼음이 없는 날 및 북극곰이 먹이를 먹지 못해 굶는 날의 관계를 정량화했다.
연구진은 31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축치해에 서식하는 북극곰들이 먹이활동을 못 해 굶는 날은 1979년에는 약 12일이었으나, 2020년에는 약 137일로 11배 이상 길어졌다고 밝혔다.
축치해에서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 14Gt(기가톤)이 방출될 때마다, 바렌츠해에서는 16Gt마다 북극곰들이 굶어야 하는 날이 하루씩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또 미국이 30년 이상 온실가스 60Gt 이상을 배출할 경우, 알래스카 북쪽의 남보퍼트해 북극곰 개체군의 새끼 북극곰 생존율이 약 4% 감소할 수 있다는 구체적 계산 결과도 제시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스티븐 앰스트럽은 연구 설명자료에서 “이 논문에서 온실가스 배출과 북극곰 새끼 생존율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고 처음으로 배출원별 배출 영향을 분석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방식은 북극곰을 넘어 다른 종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돼 정책 입안자가 개발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스티븐 앰스트럽은 연구 설명자료에서 “이 논문에서 온실가스 배출과 북극곰 새끼 생존율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고 처음으로 배출원별 배출 영향을 분석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방식은 북극곰을 넘어 다른 종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돼 정책 입안자가 개발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공중에 떠버린 '탄소중립' 논의
정부는 노동자 배제하고, 기후운동은 연대 않고
노동조합을 찾아갔다. 기후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이 궁금했다. 그 하나. “우리 노조는 탈핵을 조직방침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조직 가운데 원전 관련 사업장을 조직한 데가 있어요. 노조로선 조직방침의 이행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산하조직은 강하게 반발하고… 당장 일자리 문제가 걸리니까요.”
팔짱 끼고 있는 정부만 바라보는 딱한 처지
“그러면 어떻게 할 작정이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겠죠. 노조 내부에서 해결할 사안도, 회사 차원에서 노사가 풀 문제도 아닌 거죠.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산업정책이 바뀌면서 노동전환정책이 나와야 된다고 봅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부의 정책이 바뀌는 게 선결과제라는 말이었다. “사회적 합의는 노동자도 참가하는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인데 그건 어떤 형태로 가능할까요?” “….”
그 둘. 자동차 부품사를 둘러싼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는 붕괴 직전이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완성차업체는 공급망의 탄소중립까지 공언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용 소재나 부품도 조만간 무탄소(carbon-free)로 갈 것이다. 얼마 전 볼보나 BMW와 같은 완성차 업체가 탄소중립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산 부품의 구매를 철회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RE100을 선언한 기아와 현대차도 따라갈 것이다. 부품업체가 대응할 능력은 없어 보인다.
“부품업체로서는 돈도 없지만 더 중요하게는 연구인력이 없습니다. 현대차가 비계열사까지 책임지지는 않을 겁니다. 각자도생하라는 거죠. 저들은 국내에서 무탄소 부품을 못 구하면 해외에서 사오겠죠. 완성차 생산공장을 해외로 빼돌릴 수도 있겠고. 정부가 산업정책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산업정책이란 게 사실상 없는 상태죠.” 노동조합으로선 정부와 마주 앉아 산업전환정책과 함께 일자리 정책을 논의해야 하는데 소통창구를 만들 방도가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그 셋. 완성차노조는 어떨까. “우리는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경험하진 않았습니다.” 전기차 전환으로 고용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퇴직이 이를 상쇄했다. 전기차 조립과정에서 고용이 줄었지만 소프트웨어와 같은 IT 부문에서는 인력이 늘기도 했다. “노조도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해 왔는데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처한 고용위기도 함께 대응해야 하지 않나요?”
“그렇죠. 조합원의 일자리만 지키려 든다고 우리를 욕하는데, 하청업체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나서야 하는 정부가 나서지 않는 판에 우리 물량을 떼어줄 수도 없고. 사실 우리 일자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이라 우리도 정부의 산업정책이나 노동정책에 개입해야 한다고 봐요.”
100년 넘게 이어온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세계적인 탄소 중립 움직임과 맞물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과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수적이어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어야 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노조와 대화할 생각이 없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의 배출가스 5등급 운행제한 차량 단속 카메라. 2021.9.7. 연합뉴스 자료사진
‘탄소중립’에서 노조의 참여를 외면하는 정부
그 넷. 지난 7월 11일, 한국노총 전력연맹은 정부가 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기본계획)은 무효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그들은 이를 ‘정의로운 전환 소송’이라고 불렀다). 기본계획이 노동자를 배제한 채 구성된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수립되었다는 이유였다. 탄소중립법에 따르면 탄소중립위원회는 위원을 위촉할 때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탄소중립위원회에 노동자 대표는 없다. “정부는 자기들 입맛에 따라 탄소중립위원회에 노동계 위원을 끼워주기도 하고 빼기도 하는데 이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죠. 정의로운 전환은 정부의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노동자의 법률적 권리입니다.”
노동조합은 기후위기 해결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주장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수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탄소중립기본법에도 규정되어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노동자가 참가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가령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물론 탄소중립위원회 참가도 거부했다. 한국노총은 두 기구에 참가해 왔다. 최근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정책에 항의해 경사노위 참가는 보이콧했지만(사실은 정부가 경사노위를 포기했다) 탄소중립위원회에서는 배제되고 말았다. 비제도적인 사회적 대화기구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단됐다. 산자부가 운영하며 양대 노총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 그리고 연구기관이 참가하던 ‘자동차포럼’이나 울산에서 운영되던 ‘자동차산업 노사민정포럼’이 대표적이다. “제가 취임한 지 여섯 달이 됐지만 공무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바가 없습니다.” 산별노조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한 간부의 자조섞인 말이다.
어디를 상급단체로 두든 현장노조들은 노조가 정책결정과정에 참가하는 것이 절박하다고 느끼는 데는 차이가 없었다. 민주노총이 이 지점에서 구체적인 참가 형태가 덜 명확하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양대 노총 소속노조들의 전망도 일치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노조가 정부와 만나자고 한들 그게 먹힐까요?” 그렇다고 노동조합의 투쟁력이 정부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권력이 바뀌어야 가능하겠죠.”
현장의 요구에 부응해 정부와 어떻게 대화하고 협의할지를 정하는 것은 총연맹에게 맡겨진 과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정부가 노조와 마주 앉을 의사가 눈곱만치도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정부와 협의하자고 나서는 건 모양이 깨지는 일이잖습니까?” 그럴까? 정부는 대통령의 사유물이 아니다.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더라도 정부의 전면적인 철수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다들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투쟁을 위해서도 요구사항은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권력이 바뀌어야 한다면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준비는 필요하다.
기후운동도 노동운동의 절실한 요구를 이해해야
기후투쟁의 장에서 사회적 대화는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을 정부와 합의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듣는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성장주의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계급투쟁을 통한 사회주의 건설을 주장하지 않더라도 노동자를 배제한 아래로부터의 체제전환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인류의 멸종을 막는 과정에서 노동자 일자리 몇 개가 대수냐는 주장은 그래서 비현실적이다. 노동시간 단축이나 기본소득을 일자리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고용불안은 눈앞에 닥친 현실인데 대안으로는 미래를 제시하는 격이다(정부가 상용화되지도 않은 탄소포집기술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주장과 오십보백보다). 기후단체의 일부는 탄소중립위원회의 해체를 주장했지만 대안은 흩어졌고 그것을 관철할 힘도 없었다. 탄소중립위원회의 법률적 권한 행사도 막지 못했다. 이념에 갇혀 이념으로 현실을 재단함으로써 결국은 자신들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된 꼴이 되고 말았다.
이해당사자를 배제하는 정부에 더해 기후운동마저 정책참가를 거부하면서 탄소중립위원회는 이해당사자 없는 탄소중립 거버넌스로 귀결됐다. 덩달아 노동자의 목소리까지 사라졌다. 정부가 탄소중립의 ‘주된 설계사’(a principal architect)라면 기후위기는 정치의 위기를 반영한다. 기후투쟁은 기후정치투쟁이고 그것은 정부를, 그리고 정부의 정책을 바꿔내는 투쟁이다. 이 점에서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은 서로 지렛대가 된다. 그렇다면 왜 기후운동은 노동운동의 절실한 요구에 공감하며 노동운동과 연대를 시도하지 못하는가. 정치의 계절을 맞아 국민을 무시하던 정치가 국민을 무서워하는 정치로 바뀌고 있는데 말이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시민언론민들레
국민안전 파괴하는 사이비 핵폐수 과학
지난 8월 18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기시다 총리는 일주일도 안 된 8월 24일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를 자행했다. 1996년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한 런던협약 이후 역사적으로 초유의 일이다. 곧바로 미 국무성 토니 블링컨 장관과 백악관의 커트 캠벨의 지지선언이 나왔다. 이는 미국과 긴밀한 사전 논의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핵폐수 해양투기가 국제법적으로 불법임은 자명하다. 애초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세운 국제안전기준에 합당하게 배출한다는 것은 하나의 명분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IAEA의 독립적이고 과학적이며 안전하고 투명한 절차는 없었다. 지난 7월 4일 일본에 제출한 IAEA 보고서는 일본이 제시한 자료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 정치외교적인 이해에 바탕을 둔 정략이 있었을 뿐이다.
일본의 불법 해양 투기 옹호하는 미국
IAEA 보고서의 빈약함은 최종보고서 제출 전 6차례에 걸쳐 작성된 중간보고서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간보고서는 오염수를 다핵종저감설비(ALPS)로 처리하여 농도 기준에 적합하게 희석하여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즉, 아주 미미하게 희석해서 배출하는 오염수는 기존 오염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않는다는 것인데 배출수 방사능의 총량은 희석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간과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IAEA 보고서가 국제법적으로 성립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폐기가 추진되는 핵시설에서 배출하는 핵폐수의 해양 방류는 엄격히 금지된다. 여기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안전기준은 그야말로 ‘금지’ 두 글자인데 과학적으로 검토했다는 구실로 넘어가려는 것은 진실성과 거리가 먼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범죄행위를 방조했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한미 양국 정상은 일본의 핵폐수 투기에 대해 일절 언급을 않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자국 내에서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폐로 중인 필그림 원전 오염수 3800톤을 바다에 버리려는 홀텍사의 승인요청을 주정부는 가동원전이 아니라서 위법이라며 거부했다, 또한 지난 8월 18일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인디안포인트 원전의 폐로 과정에서 발생한 핵오염수를 허드슨강에 버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한국의 방폐물 자체 처분 기준에 따르면 자체 처분을 목적으로 허용농도, 허용선량을 만족시키기 위한 혼합, 희석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규정을 따라도 희석에 의한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엄격히 금지된다.
핵오염수 저장 탱크들이 들어차 있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모습. 2023.01.19. AP 연합뉴스
핵폐수 투기와 중국 견제·동맹 주고받은 미일, 한국은?
그럼에도 한미일 3국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무책임한 IAEA 보고서 내용에 대해 문제점을 논하거나 모순점을 말하지 않았다. 바이든이 추진하는 미일 협력체계가 본격 추진된 2021년 4월 정상회담 직전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하였고 미 국무성 대변인은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동시에 발표했다. 일본은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인도-태평양, 신장위구르, 대만해협, 센카쿠열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안전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 견제정책에 합의한다.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위해 미국 협조를 받아내는 결정적인 회담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2023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다룬 삼국협력체제에서 오염수 투기를 위한 한국의 비공식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일에 성공했다. 한미일 3국 협력체계를 통해 미국과 일본이 얻은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이 얻은 것은 지금도 ‘의문부호’ 하나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여당은 오히려 핵폐수 투기 방조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우려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다. 어시장 매출 급감이 일본의 핵폐수 투기 때문이 아니라 야당 때문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자국민 안전을 위해 전수검사라는 카드를 빼들고 일본으로부터의 수산물을 전면 수입금지 하고 있다. 어느 나라 정부가 더 국민의 안전을 챙기고 있나.
일본 현지에서 목격한 피폭의 현실
필자는 후쿠시마를 최근 두 차례 방문하면서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목격한 바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방사선 환경오염으로 식생활 자체가 걱정되지만 전신피폭계측(Whole Body Counting)을 통해 체내피폭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식자재인 농수축해산물의 계측도 정부가 주도하는 측정 아니면 금지하고 있어서 오히려 조작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추진되는 정부의 이주자 회귀정책은 비인간적이고 강압적인 것이다. 후쿠시마에서 좀 떨어진 곳이지만 해안에서 낚시하는 청년들을 인터뷰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잡은 생선에 계측기를 대니 오염 수치가 나온다. 잡은 물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배에 계측기를 대니 수치가 또 나온다. 체내피폭된 것이다. 이러한 체내피폭은 축적되는 것이 문제다. 당장은 미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체내 농축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낚시행위를 제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안전의식으로 인해 일본의 식재료들은 오래 전부터 상당히 오염이 된 채 유통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으며, 이주민의 강제 회귀정책으로 이들이 지역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은 지금도 전국에 유통되며 방사능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본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20일 도쿄 경제산업성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류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 계획의 안정성을 긍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절차상 기시다 총리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2023.07.21. EPA 연합뉴스
8월 24일 자행된 핵폐수 투기는 주변국들은 물론 최우선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고통을 배가시키는 절망적인 사태이다. 문제는 이들이 생산한 농수축산물이 직접 또는 가공된 형태로 언제 우리나라에 어떻게 들어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2023년 8월 24일 1시 4분에 투기를 시작한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아 우리나라에 들어와도 그 방사능은 미미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과학을 빙자한 넋두리에 불과하다. 계측기 몇 대 더 설치하겠다는 것이 과학적 대책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의심에 기반한 진정한 과학은 오간 데 없이 정치적 이득과 책임 전가를 위한 무책임한 정략만 판치고 있다. 민생과 안전은 제쳐 둔 채 문제의 해결과 거리가 먼 무능력 상태만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사라졌으니 또 시민들이 자구책을 찾아야 할 판이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시민언론 민들레
나무 그늘 없는 ‘BRT 정류소’ 도로보다 뜨겁다
기상청 “버스정류소 바닥 최고 55도”
부산그린트러스트 서울 모니터링
종로 2가 BRT 낮시간 57도 기록
“부산 1~4구간 녹지 추가 확보 시급”
시 “큰 나무, 운전자 시야 방해해”
도로 한가운데 조성된 BRT 정류소가 직사광선에 무방비로 노출돼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앞 BRT 정류소에서 시민들이 땡볕 아래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도로 한가운데에 위치한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정류소는 직사광선에 무방비로 노출돼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류소 옆으로 듬성듬성 가로수가 심어졌지만 그늘을 형성하기엔 역부족인 탓이다. 폭염에 취약한 BRT 정류소가 부산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BRT 정류소에 녹지를 확충해 매년 되풀이되는 폭염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낮 12시께 부산 부산진구 양정역 BRT 버스정류소. 연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모처럼 햇빛이 내리쬐자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손 그늘을 만들었다. 정류소에서 만난 박 모(52) 씨는 “정류소가 도로 위로 옮겨온 뒤로는 폭염 때 버스를 기다리는 게 쉽지 않다. 도로에서 올라오는 지열 때문에 더 덥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부산 환경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 조사 결과, 실제 BRT 버스정류소는 도시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확인됐다. 그린트러스트는 지난달 8일 BRT가 가장 먼저 도입된 서울 BRT 5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종로 2가의 경우 오전 11시에 이미 51도를 넘어섰고 낮 12시 26분에는 57.1도까지 치솟았다. 신문로 2가 역시 같은 날 오후 2시 51분에 54.3도를 기록했다. 여의도, 강남대로, 동작대로, 신반포로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부산에서는 열화상탐지 장비를 빌릴 곳이 없어 BRT가 가장 먼저 도입된 서울을 조사하게 됐다”며 “BRT가 도입된 도시의 상황은 비슷한 만큼 부산 정류소도 아스팔트 도로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상청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잠실의 8개 지점 온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버스정류소인 것으로 조사됐다. 측정일의 기온은 31.9도였는데, 버스정류소 기온은 34.4도였다. 도시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곳은 공원 녹지였으며, 그 다음이 소공원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조사 당시 햇빛이 내리쬘 때 버스정류소 바닥 온도는 최고 45~55도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온도가 높은 이유는 버스정류소에는 반폐쇄성 구조물이 설치돼 공기 흐름이 약하고, 아스팔트 도로로 둘러싸였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BRT 정류소가 폭염에 취약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지 확충이 절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BRT의 경우 녹지 공간에 이팝나무 몇 그루를 심거나, 정류소 양쪽 끝 펜스로 둘러싸인 곳에 조그맣게 관목을 심은 게 대부분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부산 BRT 모니터링’ 결과, BRT 1~4구간의 공간을 활용하면 약 7574㎡(약 2300평) 녹지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군데군데 심어진 이팝나무 사이에 키가 높지 않은 관목 등을 추가로 심어 띠 녹지를 확충할 수 있다는 것. 모니터링단으로 참여한 부산대 조경학과 박사 과정 조혜련 씨는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낮은 편이다. 폭염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BRT 정류소가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 녹지가 확충되면 심미적인 요소뿐 아니라 도로 위 매연 정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로 중간에 위치한 BRT 정류소에 큰 나무를 심으면 차량 시야 확보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고심 중이다. 폭염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도시녹지 탄소 저감 효과 ‘기대 이상’
스웨덴 왕립공대-미 MIT 공동 연구
걷기·자전거타기 유도해 탄소중립 가능
걷기·자전거타기를 유도하는 스웨덴 스톡홀름 가로수길.
도시공원, 가로 조경, 옥상 정원 등 도시 녹지의 탄소 저감 효과가 기존 예측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유럽 도시는 이를 통해 10년 내 탄소중립(넷 제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스웨덴 왕립공대(KTH)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4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서 도시 녹지 같은 ‘자연 기반 솔루션’(NBS)을 통해 도시 탄소 배출을 최대 2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도시숲 같은 녹색 인프라, 가로수 같은 거리 조경, 공원 같은 녹색 공간 및 도시농업, 그린벨트 같은 보존지역, 옥상정원 등 5가지 NBS 방안을 유럽 54개 도시에 적용할 경우 탄소 배출량 저감에 기여하는 잠재력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5가지 NBS 방안을 이론적으로 최대한 구현할 경우 주거, 교통, 산업 부문의 도시 탄소 배출량을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NBS 방안에는 도시 농업, 빗물을 흡수하는 투수성 포장, 녹지·가로숫길 조성, 야생동물 서식지 보존, 걷기·자전거 타기에 쾌적한 환경 조성 등이 포함됐다. 유럽연합(EU) 내 54개 주요 도시에서 다양한 유형의 NBS를 공간적 우선순위를 둬 시행하면 탄소 배출량을 평균 17.4%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 시나리오인 대표 농도 경로(RCP 1.9~8.5)에서 NBS와 다른 탄소 저감 대책의 효과를 추정한 결과 유럽 54개 도시에서 2030년까지 총 탄소배출량의 57%를 줄일 수 있고, 특히 키프로스 니코시아와 스페인 사라고사,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등 3개 도시는 일부 시나리오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도시공원, 녹지, 가로수길 조성 등은 자동차 운전을 대체하는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친환경 행동을 유도한다며 이런 조치는 다른 NBS와 결합해 열과 냉기를 흡수해 도시 내 국지적인 기후인 미기후를 개선하고 건물의 에너지 사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기후위기 넘어 기후재앙, ESG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국ESG학회, '제1회 대한민국 ESG 대상' 개최…학술·교육·인증평가 활동도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시대에 기업 활동이 더이상 이윤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SG는 자선, 기부 등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하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넘어서 기업 활동 자체가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결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유엔(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1년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ESG는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최근 국내기업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기업(56.0%)이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한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 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밝히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기도 하다. (대한상공회의소 8월 27일 발표)
그러나 ESG 경영은 거스르거나 무작정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유럽연합(EU)의 코프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올해 6월 지구 평균 기온이 최초로 산업화 이전보다 1.5℃ 넘게 올랐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1.5℃를 넘지 않도록 하자고 약속한 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1.5℃가 깨지면 50년 주기로 오는 극한 폭염은 산업화 이전보다 8.6배, 폭우는 1.5배, 가뭄은 2배 잦아질 전망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 더 이상 선택지는 없고,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벼랑 끝에 몰린 셈이다.
한국ESG학회(회장 고문현 숭실대 교수)는 이런 문제 의식에 기반해 '제1회 대한민국 ESG 대상'을 개최한다. ESG 학회는 오는 10월4일까지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금융기관, 기업, 학교, 병원, 종교기관, 시민단체, 문화, 예술, 체육, 개인 등을 대상으로 ESG 우수 실천 사례를 추천받아 시상할 계획이다. 학회 홈페이지(www.kesga.org)에서 신청 서식을 다운로드한 뒤 해당 내용을 작성해 우편이나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다.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국책연구기관 4곳 “오염수, 국민건강 위협”…정부는 비공개
지난해 9월 협동연구보고서 펴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국책 연구기관 4곳이 내놓은 협동연구보고서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은 해양 생태계에 위협을 줄 수 있고, 우리나라 국민 건강과 안전 등에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해양수산개발원 등은 지난해 9월 완성한 ‘원전 오염수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일본이 2023년부터 태평양으로 원전 오염수를 30~40년에 걸쳐 배출하려는 계획은 인류 전체가 함께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해야 하는 대상인 ‘공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실제적·잠재적 위협을 줄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 건강과 안전, 수산업·해양관광산업 등 환경적·사회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과 피해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800여쪽 분량의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7월부터 정권교체 뒤인 지난해 9월까지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 연구기관인 해양수산개발원이 주관하고 한국환경연구원·한국법제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세 곳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작성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방류 개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보고서에서 연구기관들은 윤석열 정부의 ‘오염수 정책’에 배치되는 제안을 내놨다.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배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정부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만약에 배출되는 경우까지 포함한 정책 목표와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원전 오염수로 인한 건강·안전 피해를 방지하고, 오염수로 인한 영향을 관측·예측하고 평가하기 위한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보고서에서는 “원전 오염수 관련 국제협력과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오염수 문제에 대한 실효적·체계적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뿐만 아니라 국제해사기구(IMO), 유엔환경계획(UNEP) 등 우리나라가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협약과 국제기구에서 원전 오염수 문제를 이슈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발표를 수용하는 것 외에 별다른 외교전에 나서지 않았다.
이 협동 연구보고서는 지난해 9월 완성됐으나,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야당에선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고서라 비공개 처리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지난 7월 강훈식 의원이 “일본 눈치 보기”라고 비판하자,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박 차장은 당시 기자 브리핑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보고서가 완성된) 지난해 9월 ‘오염수 관련 우리 정부의 세부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응 방향 등 제언이 담긴 보고서가 공개되면 국민께 혼란을 초래하거나 대외협상력 등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을숙도·맥도 일대 첫 국가공원으로’ 20년 숙원 푼다
부산시, 내년 ‘1호’ 지정 앞두고 본격 절차 돌입…시민사회와 함께 총력전
부산 시민사회가 20년 이상 추진한 ‘낙동강 하구 국가도시공원 지정’이 본격적인 걸음을 내딛는다. 정부의 국내 1호 국가공원 선정이 내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산시는 연말 을숙도·맥도 생태공원 일대를 국가공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국내 1호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해 연말께 정부에 신청서를 낼 예정인 가운데, 4일 예정 부지인 사하구 을숙도 생태공원 일대(304만㎡·위)와 강서구 맥도생태공원 일대(258만㎡) 전경. 이원준 기자
부산시는 최근 사하구 을숙도 생태공원(304만㎡)과 강서구 맥도생태공원(258만㎡) 일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하는 절차에 돌입했다고 4일 밝혔다.
을숙도는 지난 4월 2030세계박람회 개최 후보지 실사 당시 부산 첫 방문지로 내세울 만큼 생태적으로 우수하다.
앞서 시는 국가공원 지정을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한 데 이어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기본구상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 용역’을 진행 중이다. 도시공원 지정은 국가도시공원 도전을 위한 필수 선행작업이다.
국가공원은 말 그대로 국가가 예산을 지원·관리하는 공원이다. 정부는 2016년 3월 국가공원 설치·관리 근거가 담긴 ‘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7년 동안 정책 후순위로 미뤘다.
국토부가 지정하는 국가도시공원은 300만㎡ 이상의 면적이 기준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도시공원과 달리 대규모 녹지를 조성·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잘게 쪼개진 녹지는 내부 생태계 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반면 대규모 녹지는 생태계 보전에 유리하다. 도시공원이 자치단체의 관리를 받는다면 국가공원은 통합관리를 통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접목한 지속가능한 녹지’로 남을 수 있다.
낙동강 하구를 ‘국내 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민사회는 ‘부산공원녹지마스터플랜’을 짜고 ‘부산 100만평 시민공원’을 부산시에 제안했다. 2009년에는 강서구 둔치도를 ‘생태마을·생태공원’으로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2012년부터 국가도시공원 조성 100만 명 서명 운동을 전개하며 여론을 환기시킨 끝에 2016년 국가도시공원 설립 근거를 담은 ‘공원녹지법 개정안 국회 통과’라는 성과를 거뒀다.
동아대 김승환(조경학과) 명예교수는 “열 개의 작은 공원보다 한 개의 큰 공원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파급력이 크다”며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되면 국토 균형발전은 물론 공업중심지인 서부산권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공원녹지법 개정안의 출발점이 부산이었던 만큼 낙동강 하구가 제1호 국가도시공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신문은 2020년 신년기획 시리즈를 통해 낙동강 하구 국가도시공원 지정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오늘부터 ‘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시즌Ⅱ를 통해 국가공원의 필요성과 해외사례를 집중 보도한다. 국제 김준용
팜유패밀리 전현무와 박나래가 잘 모르는 이야기
팜유 중독 어디서 왔나…한국 정부-기업의 생태파괴
지구에서 파괴되는 열대우림 3분의 1이 바로 팜유 때문이다
‘한국 대기업 때문에 한 나라의 정부가 전복됐다’는 이야기가 사실일까?
“한국의 대기업 대우는 4년 전 마다가스카르에서 농업 용지로 사용할 수 있는 땅의 절반을 그야말로 웃음이 나올 만큼 적은 돈을 주고 99년 동안 임차하려 했습니다. 한국으로 수출할 옥수수와 팜유를 재배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를 위해 대우는 지방 관료들부터 심지어 대통령에게까지 뇌물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한 거래에 관한 정보가 드러나자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를 무너뜨리고 말았죠.”
국내에 번역된 <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라는 책에 등장하는 단락이다. 기이하게도 당시 이 사태에 대한 언론 논평을 농정신문을 제외하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놀랍도록 압도적 침묵. 기껏 매일경제와 경향신문 기사가 전부인데, 그것도 기껏 대우의 변명을 그대로 읽어주는 모양새였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발렌틴 투른·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 저, 이미옥 번역, 에코리브르 출판.
대우의 마다가스카르 경작지 절반 임대계약 폭로한 FT
국제 토지수탈 일깨우며 정부 전복으로 이어져
2008년 영국 일간지 ‘파이내셜타임즈’는 대우 로지스틱스가 마다가스카르 경작지의 절반에 해당되는 130만 헥타르의 토지를 99년 임대 계약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링크). 그 면적이 얼마냐 넓으냐면, 한국 농지의 70%에 해당되며 벨기에 면적의 절반이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임대 계약이다.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약속 받고 라발로마나나 정부가 대우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넘겼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마다가스카르의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들은 마구잡이로 사회적 자원을 민영화하고 있었다.
이 커넥션이 드러나자 당장 마다가스카르가 들끓었다. 곧바로 ‘마다가스카르 국토 수호 동맹(TANY)’이 결성되고, 마다가스카르에서 가장 큰 도시의 시장이 대통령과 대우를 비난하며 대규모 집회들을 조직했다. 여러 정치적 불만들이 쏟아졌다. 나중에는 쿠데타 시도로까지 확대되었다. 상점과 거리가 불타오르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극렬한 소요 끝에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도망치며 급기야 정부가 전복됐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갈무리.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대우로지스틱스가 벨기에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옥수수와 팜유를 재배하는 데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이러한 종류의 최대 농지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곧장 전 세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투기 금융자본과 아시아 국가 들이 2007년 금융과 식량 위기가 터지자 아프리카로 몰려가 닥치는 대로 토착민의 토지를 선점하느라 각축전을 벌이던 터였다. 식량과 바이오연료라는 녹색 노다지를 캐기 위해서였다. 2008년 마다가스카르 사태는 아프리카 토지에 대한 신식민지적 약탈의 정점으로 평가됐다. 단지 당사국인 한국만 짝소리 없이 조용했고, 지금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해외농지 확보에 열을 올리던 당시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언론과 시민사회 단체도 쥐 죽은 듯이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대우그룹은 마다가스카르의 초원 지역 100만 헥타르에 옥수수를 심고, 또 30만 헥타르의 열대우림을 쓸어내고 팜유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식량 확보 차원이라고 주장했지만 동물 사료와 바이오연료가 주목적이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팜유’를 눈여겨봐야 한다. 대우가 포스코에 합병되고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덩치를 키운 이후에도 팜유에 대한 그 끈질긴 집념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로 합병되고도 이어지는 팜유 ‘집착’ 왜?
▲부당부채폐지위원회 웹사이트 게시글 갈무리. GRAIN은 이 글에서 대우 사태가 마다가스카르 정부 전복으로 이어졌고, 농업 생산을 위한 전 세계적인 토지 수탈이라는 터무니없는 새 흐름에 전 세계를 일깨웠다고 밝혔다.
주 무대를 인도네시아로 옮긴 포스코인터내셔널. 자회사 ‘PT.Bio Inti Agrindo(PT BIA)’를 통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축구장 3만 7000개 이상의 면적인 2만 6500 헥타르의 삼림을 파괴하고 그 땅에 거주하던 토착민의 권리를 침해하며 세계적인 악명을 떨쳤다. 팜유 농장을 짓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질러 열대우림을 태웠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보안 요원들이 토착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놀랍게도 한국의 산림청과 농림축산식품부는 포스코인터내셔널에 각각 49억 원과 381억 원의 융자 지원을 하며 이 파괴적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심지어 현재에도 마다카스카르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해 자회사 ‘PT BIA’를 통해 관련 네트워크를 계속 구성하고 있다. 2016년 한국 정부가 마다가스카르에 대사관을 처음 개관했는데, 마다가스카르 국토 수호 동맹(TANY) 측은 한국 정부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08년의 계획을 다시 부활시키려는 것으로 판단해 즉각 경계했다. 한국 대사관에 당시의 ‘뇌물’의 실체를 묻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 기업들의 팜유 집착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코린도 기업은 3만 헥타르의 천연림을 파괴한 댓가로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며 최악의 팜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물산도 대규모 화재를 일으키고 환경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180억의 벌금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1심 벌금 판결에 삼성물산 측과 인도네시아 검찰 모두 항소했다. 법원은 '팜농장 인수 당시 현지 주민들이 과거법제에 따라 토지소유권을 부정하며 배타적으로 거주 점유하던 지역이어서 발생 화제에 대해 삼성물산은 본질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2022년 9월 13일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삼성물산, 대상주식회사, 제이씨케미칼, LX인터내셔널 이렇게 5개 대기업의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은 자그마치 11만 헥타르, 축구장 15만 개의 면적이다. 벌채, 방화, 생물다양성 파괴, 토지 분쟁, 노동 착취, 토착민 인권 유린 등 어느 기업도 지속가능한 팜유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이들 기업을 위해 약 800억 이상의 융자를 지원해줬다.
▲팜 농장에서 팜 열매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Pixabay
무엇이 이토록 한국을 팜유 중독에 빠지게 한 걸까? 기름야자 열매에서 추출하는 팜유는 식용유와 비누는 물론 산업 공정의 윤활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2000년대 중반, 바이오연료를 재생에너지로 규정하고 연료 혼합을 의무화하면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옥수수, 사탕무, 유채, 팜유 등을 가공해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는데 한국의 경우 바이오연료의 55% 이상이 바로 팜유와 팜 부산물이다. 2014년 27만 4200톤이었던 수입량이 2021년 58만 2100톤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재생에너지 가중치를 적용 받아 국가 보조금을 받는 동시에 수송용과 발전용으로 팔아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절반 이상이 에탄올로 가공돼 자동차로 들어가는 동안, 6초마다 배고픈 남반구 아이들이 굶어 죽는다. 더군다나 바이오연료는 곡물 가격 상승을 유인함으로써 세계 식량위기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힌다. 바이오연료는 그렇게 비윤리적이다. 또 열대우림을 남벌하고 생물다양성과 토착민의 권리를 훼손하는 팜 바이오연료는 전혀 기후친화적이지 않다. 팜유 1톤을 생산할 때 석유보다 10배 더 온실가스를 방출한다. 심지어 원시림 토양 훼손으로 발생한 폐기 가스를 상쇄하려면 최대 423년이 소요된다. 국내 팜유 업체들은 삼림 벌채는 ‘옛말’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도 생물다양성이 집적된 인도네시아 오지 지역의 벌채는 외려 증가 추세다. 현재 이 시각, 전 지구에서 파괴되는 열대우림 3분의 1이 바로 팜유 때문이다.
▲MBC ‘나혼자산다’ 방송화면
유럽연합은 최근 삼림 훼손과 인권 문제 때문에 아예 팜유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내 다른 바이오연료 시장을 방어하려는 꼼수가 그 배경이지만, 어쨌든 팜유가 행성 한계를 위협하는 치명적 오일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기업은 여봐란 듯 공적 자금으로 잔치를 벌이며 항공유 등 팜유 산업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그 탐욕이 끝이 없다. ‘팜유’는 소비 진작과 이윤 축적을 위해 생태 파괴를 일삼고 아시아-아프리카의 토지를 약탈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지독한 아이콘일 것이다.
팜유라는 상품의 사슬 끝엔 그렇게 슬픈 열대가 숨겨져 있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연예인들이 ‘팜유 패밀리’를 꾸리고 서로 두툼한 아랫배를 자랑스레 들춰가며 말끝마다 팜유, 팜유 떠드는 걸 볼 적마다 문득, 자괴감과 서글픔이 몰려오곤 한다. 그래, 아마 저 흥청망청은 우리의 무관심과 묵인에서 기인한 것일 테다.
미디어오늘 이송희일 영화감독
1300살 장안 밀레니엄 나무, 천연기념물 등재 추진 ‘첫발’
기장군, 이달 연구용역 착수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밀레니엄 나무. 부산일보DB
국내 최장수 느티나무로 알려진 부산 기장군 장안읍 밀레니엄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등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4일 부산 기장군에 따르면, 군은 이달 중 장안 밀레니엄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등재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이번 연구용역은 천연기념물 등재 신청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다. 장안 밀레니엄 나무는 수령이 1300년 이상으로 국내 최장수 느티나무로 알려져 있다. 부산시는 1978년 장안 밀레니엄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한 바 있다. 산림청도 1999년 해당 나무를 밀레니엄 나무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군은 장안 밀레니엄 나무가 오래돼 역사적 의미가 있고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당산나무로 활용돼 민속학적 가치도 높다고 판단해 천연기념물 등재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대만 단체 관광객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이 나무를 찾아 관광 명소로도 활용되는 추세다. 군 관계자는 “곧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한국, 1인당 석탄발전 온실가스 배출 G20 중 2위…세계 평균 3배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 보고서 발표
“한국, 재생에너지 전력 적극적 확대해야”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우리나라의 지난해 석탄발전에 따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2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는 5일(현지시각) 이런 내용을 담은 ‘2023 G20 국가별 석탄발전 부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를 발표했다. 석탄발전에 따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발전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량을 총 인구수로 나눠 1인당 배출량으로 환산한 수치다.
한국의 지난해 석탄발전 부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3.27톤으로, 오스트레일리아(4.14톤) 다음으로 많았다. 중국(3.10톤)과 남아프리카공화국(2.50톤), 일본(2.29톤), 미국(2.02톤)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국민 1명이 석탄발전을 이용하며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은 세계 평균(약 1.1톤)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한국은 ‘2015∼2020년 평균’은 물론, 2021년 석탄발전 부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도 2위였다.
엠버는 이와 관련 한국의 재생에너지(태양과 풍력 등) 발전 비중이 낮아 전력의 34%를 여전히 석탄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5년 전체 1% 수준에서 지난해 5%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는 전세계 평균인 1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G20의 석탄발전 부문 1인당 배출량 평균은 2015년 1.5톤에서 지난해 1.6톤(2022년)으로 약 9% 늘었났다. 보고서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많이 늘어난 영국(-93%), 프랑스(-63%), 이탈리아(-50%), 브라질(-42%)에선 1인당 배출량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인도네시아(+56%), 튀르키예(+41%), 중국(+30%), 인도(+29%) 등에선 전력 수요가 무탄소 전력 공급보다 더 많이 늘어나면서 1인당 배출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데이브 존스 엠버 글로벌 인사이트 팀장은 “중국과 인도가 석탄발전으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인구를 고려하면 2022년에도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가 여전히 거대 배출국”이라며 “산업과 경제가 발전한 이들 국가는 석탄을 2030년까지 퇴출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전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거대한 기생충…우리동네 오지마" 관광도시들 '유람선 보이콧’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환경 오염 등의 이유로 대형 유람선(크루즈) 입항을 제한하는 곳이 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메인주 데저트섬의 바 하버는 유람선에서 항구에 내릴 수 있는 여행객 수를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민투표를 지난해 11월 진행해 통과시켰다.
아카디아 국립공원의 관문 역할을 하는 바 하버의 인구는 5200여 명이나 이곳에는 매일 4000여 명을 수용하는 크루즈 여러 대가 입항한다. 이처럼 현지 주민의 수 배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들면서 정작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도심 지역 통행이 어려워진 사례가 있다.
2021년 바 하버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유람선 관광이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미국 알래스카주 주도 주노시도 2019년 유람선 입항 제한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끝에 다음 해부터 탑승객 950명 이상을 태우는 대형 선박에 대해 하루에 입항할 수 있는 수를 5척으로 제한하는 등의 협약을 유람선 업계와 체결했다. 인구 3만 2000명인 주노시에도 하루에만 유람선에서 내린 승객이 2만명이 몰릴 때가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환경 오염 우려에 유람선 입항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 유럽 내 활동가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노르웨이 등에 유람선이 몰리는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노르웨이에서는 한 시위대가 유람선 관광객을 '기생충'이라고 부르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유럽 현지 주민들 역시 유람선이 내뿜는 가스가 지역사회에 미칠 피해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암스테르담에서는 기존의 유람선 터미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관광객 수를 통제하고 도시 오염을 줄이기 위함이다. 다만 정확한 이전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유럽에서도 유람선 승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도 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적으로 유람선 터미널 한곳을 폐쇄하는 등 조처를 하고 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야생조류 월동지 제주, 조류 충돌 예방 조례 만든다
야생 조류의 주요 월동지이자 중간 기착지인 제주에서 건물 유리창 등에 조류가 충돌해 죽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례가 생긴다.
제주도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제주도 야생조류 충돌 예방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제주는 새들의 주요 월동지인 동시에 중간 기착지로 국내 조류 80%에 해당하는 조류가 제주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인공 구조물에 충돌해 죽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조례안에는 제주도가 설치나 관리하는 공공건축물과 투명방음벽 등의 시설물에 조류 충동을 방지하는 테이프를 부착하는 등의 방법으로 야생조류 충돌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또 환경영향평가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자에 대해 야생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할 수ㄷ 있다.
건축물이나 투명 방음벽 등의 시설물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충돌에 관한 실태조사, 교육·홍보 등을 실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제주자연의벗은 5일 성명서를 내 "제주는 서울과 수도권과 함께 야생조류 충돌이 많은 곳"이라며 "전국 30여개 지자체가 야생조류 충돌 방지 조례를 제정했지만 늦게나마 제주도가 관련 조례안을 입법 예고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환영했다.
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국가물관리기본계획 공청회에서 4대강 보 해체 외치는 환경 활동가들
환경단체 회원들이 5일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열린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장에서 공청회 중단과 변경안 철회를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고 있다. 성동훈 기자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5일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4대강 보 존치를 골자로 하는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열었다. 보 해체를 주장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공청회가 열리기 전 단상에 올라 공청회 중단과 변경안 철회를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위원회 측이 퇴거를 요청했으나 활동가들의 시위는 이어졌다. 오후 3시 20분께 경찰들이 투입해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강제해산했다.
예정보다 약 40분 늦게 시작된 공청회에서 배덕효 위원장은 “우리나라 물·하천 관리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라고 본다”라면서 “(공청회에 제시된 변경안은) 최종안이 아니며 부정적인 의견도 수렴해서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은 정부의 4대강 보 존치 결정을 반영하고자 마련됐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7월 20일 전 정부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이 무리하게 내려졌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내놨고, 환경부는 곧바로 4대강 보를 전부 존치하기로 했다. 변경안은 이달 확정될 예정이다./경향 성동훈 기자
“원전 올인·태양광 때리기, ‘RE100 절실’ 기업에 절망 메시지”
헤리이슈 인터뷰ㅣ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윤석열 정부의 ‘태양광 때리기’와 ‘원전 올인’으로는 현재의 에너지 복합위기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
석광훈(53)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지난달 28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한전·가스공사의 막대한 누적적자,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아르이100(RE100) 이행 차질, 태양광과 원전의 충돌로 인한 전력망 관리의 어려움을 3대 에너지 복합위기로 규정하면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그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요금 정상화로 풀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공기업 수직독점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선진국처럼 한전의 발전·소매판매 부문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부가 에너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전문위원은 또 “RE100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이 힘든 상황에서 원전 확대는 바보짓이고, 지역별 요금차등제 도입 같은 전력망 유연성 강화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전 누적적자 내년초 60조 육박…예산 10% 가까워질 판
―한전 누적부채가 올해 상반기 20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적자도 47조원에 이른다. 가스공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미루면서 원가에 미달하는 가격으로 팔아왔기 때문인데, 어느 정도 심각한가?
“내년 1분기에는 한전 누적적자가 60조원에 달할 것이다. 올해 정부 예산의 10%에 육박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한전 적자 수천억원을 보전해 준 적이 있다. 왜 요금을 정상화하지 않고 경영을 왜곡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도 구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제2의 아이엠에프(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몇차례 전기요금 인상과 원료가격 하락으로 한전이 3분기부터는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났는데.
“변수가 많다. 사우디가 원유생산을 줄이면서 이미 유가가 오르고 있다. 호주에서는 천연가스 수출터미널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천연가스 수송로인 파나마운하에서는 최악의 가뭄으로 운하통과가 지체되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결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력 성수기인 연말연초에 전력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지금은 가스 가격이 낮지만 곧 이 모든 위험요소가 반영될 것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가 개선될 가능성이 작다.”
―사정이 어려워도 제2의 IMF 위기는 너무 과한 표현 아닌가?
“이집트 사례를 보자. 이집트는 전기·가스·석유를 모두 국가독점형태로 공기업이 운영했다. 2013년 국제 고유가 상황에서 요금 정상화를 안하고 원가 이하로 팔다가, 22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집트 정부 예산의 20% 규모였다. 결국 IMF에 구제신청을 했다. 우리가 그동안 여러차례 한전 적자를 경험했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경쟁체제 전환, 요금 정상화 필요…에너지 빈곤엔 복지로 대처해야
―전기는 ‘공공재’라며,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기는 공공재가 아니라 희소한 시장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공기업이 전력·가스를 국가독점체제로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뿐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20~30년 전에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또 전기·가스요금 할인은 소득 역진성(소득이 높을수록 실질 세율이 낮다는 뜻)이 매우 강하다. 이집트가 구제신청을 했을 때, 세계은행이 조사했는데 소득 상위 20%에 대한 요금할인 혜택이 하위 20%보다 8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할인 효과는 어떤가?
“대표적인 할인 대상이 농사용 전기다. 2020년 기준 할인 규모가 1조4천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전체 200만 농가(계량기 기준) 가운데 8천호(0.4%)에 불과한 기업농(계약용량 300kW 이상)에 할인 혜택의 40%가 집중됐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지비용을 한전에 떠넘기면서 오히려 빈부격차를 키우고 있다.”
―한전 적자는 요금 정상화로 풀어야 하는데 , 이게 안되는 이유는 ?
“여야 모두 한전이 공기업인 이상 전기요금으로 생색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도 재정이 부담해야 할 짐을 한전에 떠넘긴다.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려면 한전의 송배전은 별도 공사로 분리하고, 발전과 소매판매는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또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요금 규제와 소비자 보호를 맡겨야 한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취약계층이 힘들어지는데.
“취약계층 문제는 정부가 에너지 재난지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영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정과 중소상공인에 68조5천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42조5천억원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2.1%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부족에 기업들 RE100 난항…태양광 때리기 ‘정치탄압’ 흘러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기업들이 RE100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이행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수출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미국·유럽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일도 발생할 것이다.”
―기업들로서는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가 절박한데,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어떤가?
“RE100을 이행하려면 태양광·풍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구글은 이미 5년 전에 RE100을 달성했는데, 한국 기업들이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면 들어주겠나?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면 외국자본도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런데 윤 정부의 ‘태양광 때리기’는 정치탄압 수준이다. 감사원과 국세청을 동원해서 1년 내내 지방자치단체를 감사하며 태양광에 대한 지원을 줄이라고 압박한다.”
―(전력생산이 일정하지 않은) 간헐성 전원인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증가로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해지면서, 경직적 전원인 대형원전의 발전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출력감발이나 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이 잦아지고 있다. 보수언론은 재생에너지 과잉생산, 송전망 투자 부족 탓으로 돌리는데.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다. 지난해 태양광, 풍력발전의 공급비중은 미국이 15%, 유럽연합이 22%에 달했다. 세계평균도 12%로 원전의 9.2%를 추월했다. 우리는 기껏해야 5.1%였다. 송배전망에 투자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수박 겉핥기식 논리다. 국내에서 원전과 태양광의 충돌은 지역적 쟁점과 전체 전력망 쟁점이 중첩돼 있다. 먼저 지역적 쟁점을 보면, 태양광이 영호남에서 늘어나고 있는데,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미 송전선로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밀집된 수도권에 추가로 건설하면 상호간섭 현상으로 수도권 전체가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전과 태양광 중에서 어디를 먼저 출력제한 할지가 관건으로 대두된다.”
―유럽은 이미 이 문제를 경험했다고 하는데.
“독일과 영국의 태양광·풍력 발전은 국토의 북부에 집중되어 있지만, 전력소비 중심지는 남부에 있다. 처음에는 송전선로 건설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대신 전국 단일 전기요금제를 지역별 송전혼잡비용과 전력망 운영비를 반영하는 차등요금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도매전기요금의 투명성을 높여서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옮기게 하고, 신규 재생에너지는 수요 중심지에 더 건설하라는 취지다.”
―지난 5 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정돼 내년 6 월부터 시행된다 . 우리도 수도권은 전기가 비싸고, 발전설비가 위치한 비수도권은 싼 차등요금제를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는데 .
“그러려면 전기사업법 시행령도 바꿔야 한다. 한전이 수용할지 모르겠다.”
―유럽에서는 시간별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하는 변동형 요금제로도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인다는데.
“영국 소비자의 86%는 변동형 요금제를 쓴다. 특히 재생에너지 공급업체인 옥토퍼스(영국 전력업계 4위)는 가장 적극적으로 변동형 요금제를 운용한다. 태양광이 증가하는 점심에는 전기요금이 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저녁에는 요금이 급격히 올라간다. 수요가 적고 풍력이 많은 새벽에는 마이너스 요금이 발생한다. 소비자들은 보상을 받으며 가전기기를 사용한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충돌과 관련한 전력망 쟁점은 무엇인가?
“세계 전력망 운영기관들은 가장 큰 발전기인 원전의 불시정지에 대비해 예비전력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에는 가스발전이 많이 가동되며, 이른바 운영예비력이 풍부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증가로 가스 발전이 줄면서 예비전력 비용이 계속 늘어난다. 유럽에서는 여러 나라가 예비전력을 함께 나누어 준비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영국이나 한국처럼 고립된 전력계통에서는 비용이 너무 크다. 영국에서는 재생에너지 전력공급 비중이 40%를 넘어선 2020년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봄, 여름 5개월동안 사이즈웰 원전을 50% 출력으로 운전했다. 원전 전용 비상발전기들을 가동하는 것보다 애초에 원전 출력을 줄여 정전위험을 줄이는 게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RE100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전력망 위험도 해결할 해법은 무엇인가?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은 출력을 대폭 줄여서 운전해야 한다. 국내처럼 고립된 전력망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상극이어서, 동시에 늘릴 수 없다. ”
―하지만 윤 정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췄고, 원전은 늘리겠다고 한다.
“지금 있는 원전도 제대로 가동 못하는데 뭐하러 새로 짓나? 정부의 태양광 때리기와 원전 올인 정책은 에너지 위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분산시키고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RE100을 이행해야 할 기업들에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라는 절망적인 메시지와 같다.”
한전적자가 탈원전 탓?…이명박 정부 장기계약 가스물량 부족 큰 영향
―최근 스웨덴은 탈원전 폐기를 발표했는데?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4개국은 하나의 전력망으로 묶여있는데, 모두 풍력 발전이 늘고 있다. 만약 스웨덴이 새로 원전이 늘리면 매일 출력감발을 해야 한다. 최근 스웨덴 정부 홈페이지에서 원전 10기 건설 계획이 돌연 사라졌다. 탈원전 폐기가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졸속으로 발표된 것 같다.”
―국내 보수언론은 독일이 탈원전 정책 때문에 에너지 위기가 심화했다고 주장하면서,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와 비교한다.
“프랑스 원전의 경쟁력은 하나의 모델로 여러 발전소를 반복 건설하면서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원전이 냉각배관 균열이라는 동일한 결함이 발생해 동시에 가동을 멈추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전력 부족으로 프랑스의 도매전력가격이 급등하면서, 탈원전 국가인 독일보다 더 비싸졌다.”
―윤 정부는 한전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 책임을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린다.
“이명박 정부는 민자 석탄과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스발전 계획을 대폭 줄였다. 발전용 가스 수요 전망이 대폭 하향조정되고, 장기계약 가스 물량의 절대부족으로 이어졌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물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가스를 대량으로 도입하면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가 확대됐다. 탈원전이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이 문재인 정부 5년간 23조원(2030년까지는 총 47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는데.
“전제부터 잘못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부품의 내진설계 시험성적서까지 조작되고, 격납건물 콘크리트에 구멍이 났는데도 원전 건설과 가동을 허가했어야 한단 말인가? 지난해 프랑스에서 안전규제로 원전이 20기 이상 정지되며 도매전기가격이 폭등했고, 프랑스전력공사는 26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것도 프랑스의 탈원전 탓이라고 우길텐가?”
―한전이 위기 타개를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신임 사장에 에너지 비전문가를 임명한다.
“한전 사장과 감사, 가스공사의 사장과 감사를 모두 낙마한 정치인 아니면 검찰 출신으로 채웠다. 전문경영인도 위기 극복이 어려운 상황인데, 한전의 파산을 앞당기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가와 기업이 당신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방법
'인간의 시대'에 환경권을 외치다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은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일 수 없다. 특히 인간의 생존은 지속가능하고 건강하며 깨끗한 지구 생태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평균 온도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은 지구 생태계 붕괴와 이상기후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여름에도 우리나라에는 폭우가 쏟아졌고, 정부의 대응 실패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따른 참사가 발생했다. 한편 폭염 아래 노동자들은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고 있으며, 빈곤층은 겨울이면 찾아올 한파에 벌써 떨고 있다. 급작스러운 환경변화로 인한 동식물의 고통도 말할 수가 없다. 모두의 존엄한 삶과 행복을 위해 환경을 지킬 권리, 환경권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인류의 시대'
공식적으로 오늘날 지질시대는 '홀로세(Holocene)' 또는 충적세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의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는 의미에서 이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2009년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인류세연구집단(Anthropocene Working Group)'은 인류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인해 엄청난 플루토늄이 지층에 축적되기 시작한 1950년대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제안했다. 2024년 부산에서 열릴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이 제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투표할 예정이다.
한편 "1950년대 이전에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인류세연구집단의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고 제이슨 무어(Jason W. Moore) 같은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은 '인류세'라는 말이 오히려 제국의 식민지 수탈과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인간과 자연 착취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인류세라는 말 대신 현세를 '자본세(Capitalocene)'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세를 인류세(인간)로 부르던 자본세(인간이 창조한 자본주의 제도)로 칭하던, 인류가 지구환경의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바야흐로 '인간의 시대'이다. 인류는 지구의 지층에 잠들어 있던 화석들을 '연료'로 불태우면서 '성장'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폭주하는 전차에 탑승해 있다.
전차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전차가 지나간 길을 돌아보지 않는다.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막대한 부와 기술발전을 이룩하였지만,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종의 터전인 지구를 불태우고 있다. 그 대가를 이상고온, 극단적 기후현상, 농경지 감소, 생물다양성 손실 등으로 돌려받고 있다. 파괴전차는 끊임없이 달리고 있지만, 그 전차가 달릴 수 있는 행성은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환경에 대한 권리'
오늘날 수많은 '기후위기' 완화 및 적응 정책들은 모든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자연을 자원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인간 사회에서 위기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기회, 다른 하나는 위험이다.
가령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 생산이 어려워지고, 생물다양성 손실이 빨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재난으로 취약해지는 사람들이 증가한다고 있다는 연구와 보도가 이제는 '보통 일'처럼 느껴진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사 창립자 빌 게이츠,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 같은 부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은 북극에서 "저탄소" 기술을 활용하여 니켈, 리튬, 코발트 같은 광물매장지를 탐사하고 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 지구적 환경파괴는 불평등의 문제이며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이 존엄한 삶을 영위할 토대를 파괴한다는 의미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이다.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1969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nomic and Social Council)는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에 대한 유엔 회의 개최를 결의하였다. 3년 뒤인 1972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엔 인간환경회의(UN Conference on the Human Environment)'가 개최되었다.
여기에서 채택된 '스톡홀름 인간환경 선언'은 인간의 존엄한 삶과 행복을 위해서는 그 수준에 맞는 자연환경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깨끗한 환경을 누릴 인간의 권리를 간접적으로 인정하였다. 2022년,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는 스톡홀름 인간환경회의 50주년을 기념하고, 전 지구적 생태불평등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면서 만장일치로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누릴 권리(the human right to a clean, healthy and sustainable environment for all people)’를 인권으로 인정하는 결의를 채택했다(UN Human Rights Council 결의 48/13호 참조).
우리나라는 1980년에 처음으로 헌법에서 '환경권'을 명시하였고, 이후 1987년 헌법 제35조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국가의 환경권 보장 책임과 국가와 국민의 환경보호 의무를 규정했다. 다만 환경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에서 규정하도록 유보하였고, 그동안 헌법상 환경권은 '실체가 모호한 권리'라는 상태로 남아있었다.
환경권 보장을 위한 진전도 꽤 있었다. 이 시기부터 환경정책기본법 등 각종 환경 관련 법률들을 비롯하여 환경영향평가, 환경분쟁조정제도, 환경오염 피해 배상 및 구제 등 각종 환경 관련 제도가 정비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악의적인 탄압에 맞서면서 환경보호에 앞장선 수많은 환경운동가들과 시민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만으로는 '깨끗한 환경을 유지·영위·보전할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첫째로 환경파괴의 주요 원인인 '성장을 향해 달릴 뿐인 파괴전차'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환경권의 의미가 여전히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환경권은 환경정보에 대한 접근 또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절차적 권리 중심으로 보장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환경파괴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환경파괴가 인권침해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베를린영화제 개막식에 환경운동가 2명이 기습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김민성 연구자는 기존 환경권 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환경권을 6가지 의미의 권리로 제시한다. 첫째, 지구와 생명공동체의 보호를 고려한 자원이용에 대한 권리와 책임이 있다. 둘째, 환경보호와 평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요구할 수 있다. 셋째, 환경과 인권에 대해 교육받고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 넷째, 환경재난에 대해 법적 구제와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다섯째, 건강한 생태환경에서 발전할 권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저항할 권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경제성장을 목표로 전국에 조성된 국가산업단지들은 모순적으로 환경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는 가장 적극적인 환경권 침해 당사자이기도 했다는 징표이다. 김민성 연구자는 1980년대에 조성된 충남 서산 석유화학단지에 주목한다. 충남 서북부에는 석유화학단지와 화력발전소 등 '기후위기' 원인시설들이 집중되어 있다.
한 때 "조용한 오지"라고 불리던 서산을 "제2의 울산"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국가와 기업의 야망은 서산 주민들의 삶을 담보로 현실화되었다. 한때 풍부한 어족자원을 바탕으로 세워진 서산 지역 어업 공동체는 현대정유, 현대석유화학, 우주항공산업 등 여러 공장단지가 세워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간 주민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졌고, 대기와 지하수 등 각종 환경오염으로 건강도 나빠졌다. 주민들의 지구와 생명공동체 보호를 고려한 자원이용에 대한 권리가 침해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삶은 기업에 종속되기 시작한다. 어업 대신 공장 주변 식당이나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가 하면, 어떤 주민들은 터전을 떠났다. 공장과 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 사이 소득 격차가 벌어졌고, 교통·문화·의료·복지 등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한 인프라는 공장 위주로 설계되었다. 국내 최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되면서 외부 인구의 유입이 증가했고, 도로나 상권이 조성되는 등 주변 인문환경도 크게 변화했지만, 지역공동체의 연대의식과 평등의 문화는 점차 소실되었다.
한편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주민들은 공장에서 어떠한 물질이 다뤄지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으며, 공장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각종 사고로 인한 피해를 적절히 보상받기도 어려웠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공장의 환경오염이 주민들의 건강 악화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입증하기가 어렵고, 이러한 인과관계 조사를 위해 역학조사를 주민들이 사비를 들여서 실시하기에는 너무나 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부'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소득을 올려주는 기업의 편에 서서 각종 환경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주기도 했다. 서산을 비롯하여 당진, 태안 등 충남 서북부 도시들이 스스로를 '주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명품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대가로 주민들의 환경정보에 대한 접근권과 환경오염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는 외면당했다.
▲ⓒ(아키타 AFP=연합뉴스) 16일 일본 혼슈 동북부인 도호쿠 지방의 아키타현에서 한 공무원이 폭우로 잠긴 지하차도 앞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도쿄와 규슈를 비롯한 지역에서 폭염으로 인해 열사병 경계경보가 발령됐으나, 동북부에서는 하루 동안 3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2023.07.17.
깨끗하고 적절한 자연환경을 누리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나 공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거나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주민들의 존엄한 삶과 생활수준에 직결되는 공장단지 등 환경오염시설 건설에 있어서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공장단지가 조성되던 시절 정부는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유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공장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성장을 향해 달리는 파괴전차 앞에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저 기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스쳐 지나치는 간이역에 불과했다.
인권의 관점에서 환경오염은 본질적으로 존엄한 삶을 위협하는 불평등의 문제이다. 서산 주민들의 삶에서 보다시피 공장이 들어서면서 지역 경제의 규모는 성장했지만,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 차별은 더욱 고질적인 일상이 되었다. '공장 들어서고 박탈감 느껴서 자살한 마을 여성들이 꽤 있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을 정도이다.
'깨끗한 환경을 누릴 권리'는 공장에서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잘 지켜서 환경오염만 최소화하면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나 기업 등 특정 집단의 환경오염은 자연환경과 사람들이 맺는 다양한 관계가 성장의 논리에 갇혀서 파괴되고 있다는 징표이다. '인류의 시대'에 환경권을 외치는 것은 부익부 빈익빈의 시대를 끝내고, 지구와 공생 속에서 인간의 존엄한 삶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자 하는 전복적인 시도가 되어야 한다.
황준서 성공회대학교 강사 | 프레시안
경찰, ‘4대강 공청회’ 점거 녹색연합 활동가 3명 구속영장 신청
6일 오후 2시께 한국환경회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257개 단체의 100여명의 활동가들은 서울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대문서 유치장에 있는 활동가 3명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녹색연합
‘4대강 보 존치를 위한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에서 단상을 점거한 환경단체 인원 3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6일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퇴거불응)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열린 제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에서 단상을 점거하고 해산 명령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경단체 회원 5명을 퇴거불응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김봉균 금강재자연화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에 대해선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당일 밤 10시께 석방했다.
환경단체 연대체인 한국환경회의와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 소속 회원 30명가량은 지난 5일 오후 3시로 예정된 공청회를 25분 앞두고 단상을 점거했다.
한국환경회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257개 단체의 100여명의 활동가들은 6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장에 있는 활동가 3명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녹색연합은 “환경단체 활동가가 몇 년 동안 지지해 왔던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절차적 당위성도 없이 포기하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장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을 두고 퇴거불응이라는 이유로 연행하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한 것은 환경단체를 탄압하는 일이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비폭력 평화 방식으로 단상을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은 정부의 4대강 보 존치 결정을 반영하고자 마련됐다. 감사원이 지난 7월20일 문재인 정부 당시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내놓자, 환경부는 곧바로 4대강 보를 전부 존치하기로 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2023년 8월, 역대 가장 더운 8월로 기록…세계 평균 16.82도
세계기상기구, “지난 7월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더워”
캐나다 밴쿠버 시내에서 한 남성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안개 분사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밴쿠버/AP 연합뉴스
올해 8월 지구 표면 온도가 근대 장비로 관측한 이래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으며, 지난 7월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달로 기록됐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6일(현지시각) 밝혔다.
세계기상기구는 이날 자료를 내어 8월의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이 16.82℃를 기록해 지난 7월의 16.95℃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7월과 8월의 지표면 평균 기온은 과거 최고 기온보다 0.2℃ 이상 높은 수치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9년 7월의 16.63℃였으며, 지난해 7월에는 16.61℃로 기존 역대 두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한 바 있다.
8월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 기온보다 1.5℃ 정도 더 높은 것이라고 세계기상기구는 지적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1.5℃ 높은 기온은 국제 사회가 지구 온난화 심화를 막기 위한 ‘기온 상승 상한선’으로 정한 것이다. 8월의 기온은 국제 사회의 지구 온난화 억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8월의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는 20.98℃로, 기존 최고였던 2016년 3월(20.95℃)을 넘어서는 사상 최고치였다. 세계기상기구는 8월 한달의 해수면 온도가 단 하루도 빠짐 없이 매일 2016년 3월보다 높았다고 지적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지구 북반구는 올해 극단적인 기온의 여름을 맞았고 남반구에서는 남극의 빙하 규모가 문자 그대로 통상의 수준을 벗어났다”며 “이런 현상은 (올해) 엘니뇨 현상(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기온 상승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전에 벌어진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엘니뇨에 따른 지구 기온 상승 효과는 통상 엘니뇨 발생 2년째에 전형적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여, 내년에도 극단적인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북극 외해 큰 얼음구멍 발생에 올겨울 한파 우려
KIOST, 폴리냐는 일반적으로 연안서 발생 이례적
7월 전지구 해면수온이 전년도 대비 0.3도 상승 추정
빈번한 폴리냐로 해빙 확장 저해, 이상기후 전망
북극 외해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폴리냐(Polynya)가 발생해 올겨울 한반도 이상기후 현상이 우려된다.
2023년 7월 북극 해빙 두께. KIOST 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올 7월 북극 동부 시베리아 북쪽에 있는 외해(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폴리냐가 발생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Ocean Climate Prediction Center, OCPC)가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NSIDC)에서 제공하는 월평균 해빙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 도출한 것이다.
폴리냐는 해빙으로 둘러싸여 있는 광범위한 얼음 구멍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북극에서 발생하는 폴리냐는 강한 바람과 높은 기온에 의해 연안에서부터 녹아 들어가며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폴리냐는 연안에서 떨어진 외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게 KIOST의 설명이다. 폴리냐 주변으로 더 넓은 면적의 해빙이 녹을 수 있어 이 경우 겨울철 한반도에 이상기후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올 7월 전지구 해면수온이 전년 대비 0.3도 상승(18.5도→18.8도)하면서 따뜻한 해수가 해류를 통해 유입돼 해빙이 녹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7월 북극 주변 해빙 두께가 1m 이내로 얇아지고 있어 지속해서 주변의 따뜻한 해수가 유입되면 향후 북극에 폴리냐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KIOST 관계자는 “폴리냐가 장기간 지속되면 겨울철 북극 해빙의 확장을 저해할 수 있고, 이것이 한반도에 겨울철 한파를 유발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OCPC에서는 우리나라 주변 바다뿐만 아니라 전 지구 바다의 상태와 추세에 대해 정기적인 분석과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해양기후에 관심 있는 국민은 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
해외로 빠져나가는 대기업들... 대책은 오리무중
미 인플레법·반도체법 이후 미 투자 기업 한국이 압도적 1위
지난 8월 16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의 투자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두 법이 시행된 2022년 8월부터 1년간 발표된 1억 달러 이상 대형 프로젝트를 전수 조사했다. 두 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자국에 친환경 기술과 반도체 공급사슬 구축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총 4000억 달러(약 528조 원)의 세금 감면과, 대출 및 보조금 등의 혜택을 부여하게 된다. 반도체,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 풍력 및 태양광 모듈 관련 제조업이 대상이다.
기사에 따르면 법안 시행 이후 관련 분야 신규 투자 총액은 2240억 달러(약 299조 6000억 원)이며 1억 달러 이상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모두 110건으로 나타났다. 그중 가장 큰 투자 기업은 인텔로서 300억 달러를 투자한다. 그다음은 대만계 시스템반도체 장비업체 TSMC이다. 그밖에 10위권 기업에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5위), 현대자동차와 SK온의 합작회사(9위) 등이 있다.
이 기사를 전하는 이유는 외국기업 중 1억 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나라 가운데 한국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20건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19건), 일본(9건), 캐나다(5건), 대만·인도·중국(각 3건), 기타 국가(4건)가 뒤를 잇는다.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한국 기업은 현대기아차와 3대 배터리 제조업체들, 이들 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연관 기업들이다. 반도체법의 대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다.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주력 기업들이 두 법이 목표로 하는 유치 대상 기업이다.
국내 투자 줄고 해외 직접투자 늘어
▲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1주년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일자리 및 투자 상황을 언급하며 "이 법은 미국의 일자리 및 경제 성장의 큰 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경기도 용인에 300조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투자유치 계획이 얼마나 성공을 걷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은 한국 제조업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특혜를 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법을 통해 국내외로부터 신규 투자를 촉진하고 중국의 성장을 견제할 수 있다. 앞서 보듯이 두 법의 투자 유치 효과는 곧장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압력, 노동 비용 상승이라는 국면에서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환류하고 한국, 유럽, 대만 등 첨단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높은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만 나홀로 호황인 셈이다.
▲ 연도별 민간 설비투자 현황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단위 : 10억 원, %) ⓒ 한국은행
위 그림은 한국 기업의 국내 투자 현황을 보여준다. 2021년과 2022년 민간기업 전체 및 비금융 법인기업의 투자액 성장세는 크게 완만해지며, 2022년 투자의 순증가세는 음으로 전환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설비투자는 1분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 연도별 해외 직접투자 현황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 ⓒ 한국은행
반면 위 그림에서 보듯 2022년 해외 직접투자는 크게 증가한다. 전체 투자에서 금융 및 부동산 투자 비중이 가장 크지만 제조업 투자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 미국 중국 해외 직접투자(전체) 자료 : 수출입은행 무역통계(2023. 6. 26 추출, 단위 : 백만 달러) ⓒ 수출입은행
위 그림을 보면 해외 직접투자가 어디로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국에 비해 미국에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자본들이 자산 수익을 목적으로 미국 주식시장과 부동산, 선물거래 등에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투자가 중국 투자보다 많다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 미국 중국 해외 직접투자(제조업) 자료 : 수출입은행 무역통계(2023. 6. 26 추출, 단위 : 백만 달러) ⓒ 수출입은행
위 그림은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제조업의 해외 직접투자 추세를 나타낸다. 미국 투자 증가 속도가 중국 투자보다 훨씬 크다. 중국 투자는 증가 추세이기는 하지만 미국 투자 증가율에는 못 미친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제조업 수출 주도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현지를 생산기지화하거나 시장개척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국내 생산 기반에 근거해 해외 직접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해외 직접투자로 현지 공장을 건설해도 국내 수출을 대체하기보다는 오히려 국내 수출을 증가시켰다.
물류비용이 큰 부품들은 현지에서 생산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품들은 국내에서 생산해서 수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외 직접투자는 국내 공장의 산출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수출이 증대하고 일자리도 늘어났다. 해외 직접투자와 국내 투자가 대체 관계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법에 따른 미국 내 투자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의도하는 바는 반도체나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에서 전 공급사슬을 미국과 북아메리카 내에서 구축하려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부피가 작고 가벼워서 항공기 등으로 쉽게 운송할 수 있다. 굳이 미국 내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배터리 소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 역내에 관련 산업의 전 가치사슬을 통합적으로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보조금과 세제 혜택, 규제를 활용하고 있다. 북미에 대한 투자는 국내 투자와 대체 관계가 된다는 의미다.
고이자율, 고인플레이션, 높은 임금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미국만 호황인 데는 미국의 일방적인 제조업 활성화 정책이 기저에 놓여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속적으로 이자율을 올릴 수 있는 이유도 투자 호황에 있다. 미국이 스스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기업의 자유로운 이동과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 경제의 통합을 억제하고 있다.
환경 기준 맞추려 해외로 갈 우려
▲ 2021년 12월 29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법은 기후 위기로 인한 탈탄소 산업전환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EU 내 탄소배출 규제 때문에 역외로 탄소배출 산업이 이전하는 것을 억제하려 한다.
또한 기후 위기를 심화시켜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을 규제하고자 한다. 역외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탄소 가격을 조세로 부과함으로써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제품 제조를 세계적으로 강제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키려고 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과 관련하여 최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유발했던 것이 RE100 선언이다. RE100이란 완성품 제조 과정만이 아니라 소재에서 부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2030년, 2035년 등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고 자사 제품 제조 과정에서 RE100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2050년까지 RE100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저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중국은 원전 투자도 많이 하는 국가이지만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증가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이다. 2022년, 2023년 태양광 발전 설비 규모만 각각 80GW가 증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럽과 미국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분보다 더 크다. 2022년, 2023년 EU의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각각 40GW를 넘어서고 있다.
▲ 한국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증가 추이 자료 : 에너지경제연구원(단위 : GW) ⓒ 에너지경제연구원
위 그림에서 보듯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2019년 8.5GW, 2020년 10.6GW, 2021년 11.0GW, 2022년 13.0GW로 나타난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 순증가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5GW이다. 중국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EU 주요 국가들의 발전설비 용량 증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규모가 적다.(아래 그림 참조)
▲ 주요국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 현황 자료 : IEA(2022) ⓒ IEA
우리나라의 경우 예전부터 재생에너지 투자가 지체되었지만 그 조차도 현 정부에 들어와서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는 RE100 실현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는 CFE100(Carbon Free Energy 100)을 제시한다. CFE100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발전, 원전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무탄소 발전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둘은 대립하기보다 보완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산업 정상화와 태양광 발전 보급을 대립시키며 후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 태양광 발전 보급을 위해 공급된 금융지원을 대단한 비리가 있는 듯이 선전했다. 그에 따라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보급량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이는 한국의 주력 제조업 기업들에는 또 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 국제 표준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현저히 낮고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원이 근원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부품재로 사용하거나 최종재 수입을 원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RE100을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해외로부터 RE100 요구를 받은 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 중 14.7%였으며, 대기업은 3분의 1이 이런 요구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법 대응에서 보듯이 한국의 초국적기업들은 해외의 무역장벽이 커지고 현지 시장에 대한 접근이 어렵게 되면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가 부재하고 투자를 받는 국가들에서는 모든 혜택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 생존이 위협받는 국면에서 한국에서 RE100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할 것이다. 그 대상지는 중국, 유럽, 미국, 호주 등이다. 모두가 한국과 경쟁하는 지위에 있는 국가들이다. 이들 지역에 투자한 기업은 지주회사가 한국에 있더라도 한국 기업이 아니다. 바이든 법은 이의 전조를 보여주는 사례로써 주목할 가치가 있다.
남종석 박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오마이뉴스
토종 전기차 디피코 경영악화 결국 문 닫나
2월부터 물품대금·임금 등 체불
지난달 법원 회생절차 개시 신청
도 153억원·횡성군 80억원 출자
지방투자보조금 42억원 수령
이모빌리티 일자리 창출도 불발
▲ 디피코의 ‘포트로’.
토종 전기차 기업으로 초소형 전기차 시장 선두주자로 주목을 받았던 ‘디피코’가 경영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디피코’는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오는 15일 횡성에 위치한 디피코 공장에서 현장검증을 갖는다.
디피코는 강원도가 토종 전기차 기업을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으나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닫을 위기에 놓이게 됐다. 디피코는 도에서 약 153억원, 횡성군 80억원을 출자해 지난 2020년 차체·조립공장을 지었다. 강원도는 임대료를 받으며 공장을 임대해 주고, 설비와 생산을 디피코에서 맡아 운영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횡성으로 공장을 옮긴 디피코는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으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횡성군은 지난 2016년 우천일반산업단지를 전기자동차 특화단지로 만들기로 했으며 디피코는 ‘메이드 인 강원’ 전기차라는 명목 아래 지방촉진투자보조금 총 57억원 중 42억원을 수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피코의 자금난이 이어지면서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총 6억 4000만원의 임대료가 미납됐다. 강원도는 지불 독촉 내용을 담은 공문과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또 중소기업 상생모델 강원형 일자리로, 디피코 등 8곳의 기업이 들어선 이모빌리티 산업단지는 내년까지 504명의 일자리 창출을 계획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디피코는 코넥스시장에서 지난 3월 30일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주권 매매가 정지됐다. 지난 2월부터는 물품 대금도 지급하지 못해 임금 채불, 차입금 이자 연체로 기한이익이 상실됐다.
디피코는 인수 예정자를 찾기 위해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했다. 회생 계획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게 되고, 기업 자산을 매각해 청산하는 파산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강원도민 신재훈
돌고 돌아 13년 전 회귀 울릉공항... 이런 주먹구구식 공항 정책
지난 5월 15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울릉항과 울릉공항 건설현장. 이날 경북도와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레어사는 항공산업 협력 업무협약을 맺은 뒤 엠브레어사가 제작한 114인승 제트여객기인 'E190-E2'를 타고 포항경주공항에서 출발해 울릉도를 돈 뒤 다시 포항경주공항으로 돌아오는 시범비행을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년 개항을 목표로 30%가량 공사가 진행된 울릉공항의 설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국내에 한 대도 없는 50인승 소형 항공기만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된 탓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돌고 돌아 13년 전 예비타당성 조사가 부결된 최초안으로 되돌아간다. 공항 정책이 이렇게 주먹구구라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울릉공항 기본계획은 2010년 처음 만들어졌다. 활주로 길이 1,200m, 활주로 양쪽 안전구역인 착륙대 폭 150m 규모였다. 경제성이 없어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자 3년 뒤 길이를 100m 줄이고 폭은 절반가량(80m)으로 확 축소했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로 길이는 다시 1,200m로 복원(2015년)됐고, 폭도 140m로 확대(2019년)됐다. 당초 4,932억 원이던 총사업비는 야금야금 불어나 7,688억 원이 됐다.
이번에 또다시 설계 변경에 나선 것은 기존 계획안이 항공시장 상황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아서다.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건설 중인데, 국내에선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은 기종이다.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를 보유하면 면허 없이 등록만으로 항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이유로 유령 공항을 지어온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폭을 140m에서 150m로 소폭 확장하겠다고 한다. 활주로 길이 1,200m, 폭 150m이던 2010년 기본계획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다. 내용 면에서는 오히려 후퇴한다. 현재는 시야가 나쁠 때 항행 시설 도움을 받는 계기활주로인데, 비용 절감을 위해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시계비행을 하는 비계기활주로로 바뀐다. 변덕 심한 섬 날씨를 고려하면 결항 비율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전국 15곳 공항 중 11곳은 만성적자다. 여기에 울릉공항을 비롯해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가덕도공항 등 9개가 추가로 건설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다른 공항들에서도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 그러니 적자공항만 더 늘어날 거란 우려가 커진다. 공항 정책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다./ 한국
오염수 방류, ‘자연에 버려도 된다’ 국가가 못박은 역사적 순간
인간에게 자연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곳과 원하지 않는 것을 버릴 수 있는 곳의 대명사였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연에서 화석연료를 채굴해 왔다. 태우고 남은 것은 대기로 내보냈다. 필요한 것은 가져오고, 더이상 유용하지 않은 것은 버리는, 획득과 투기(投棄)가 모두 가능한 장소가 자연이었다. 2023년 8월24일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획득과 투기의 자연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다. 지구의 생명들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에 직면한 기후위기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자연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여전히 자연은 이용·전용할 수 있는 곳이고, 쓰고 남은 것들을 버릴 수 있는 곳이다.
획득과 투기의 자연관이 인류세를 낳았다. 기본적으로 인류세는 인간의 투기가 지구에 흔적을 남기는 시대다. 땅에는 수많은 닭뼈들이 묻히고, 바다에는 플라스틱이 섬을 이루고, 대기 중에는 인간 활동에 의해 과도하게 배출된 탄소가 흡수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시대다. 인류세의 흔적들은 자연과의 관계를 훼손하는 것들로 돼 있다.
기후위기의 인류세에서 최우선의 과제는, 지금까지의 자연 개념에서 벗어나, 기본적으로 상호의존일 수 밖에 없는 인간-자연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지금의 심각한 기후변화는, 자연이 만든 기후라는 터전에 의지해 인간들이 살아왔다는 것을 뼈아프게 상기시키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기본적으로 상호의존의 동맹 관계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동맹을 해칠 때 기록적 고온, 산불, 가뭄, 물난리, 치명적 질병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의 기후변화는 말하고 있다.
이번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심각한 기후변화의 와중에도 인간사회의 이득을 위해 더 넓은 관계의 맥락을 무시하는, 여전히 지속하는 국소적 시야를 드러낸다. 육지에 보관할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미국 일본과의 동맹을 위해, 또한 중국 적대적 외교전략을 동아시아에서 실현하기 위해, 자연과의 동맹 관계를 철저히 무시한다. ‘자연은 자연이고 인간은 인간이다, 바다는 바다고 도시는 도시다, 자연은 자연이고 외교는 외교다’라는, 자연 세계와 인간 세계를 분리분절하는 언사가 오염수 방류의 기저에 있다.
후쿠시마에서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특별하다. 지금까지의 탄소배출, 플라스틱 쓰레기와도 다르다. 이번처럼, 국가기관이 나서서 투기할 수 있음을 명시한 적은 없었다. 우방들이 나서서 투기를 응원하고 지지한 적이 없었다. 이것은 국가 단위로 되어있는 지금의 권위적 정치집단이, 자연에의 투기를 공식화하고, 용이하게 한 세계사적 장면이다. 그 국가들이 기후문제를 논의하는 당사자라는 모순적 사실은 이번 방류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역사적 순간인 것은, 인간과 자연의 왜곡된 관계가 이 기후위기의 수많은 경고 속에서도 여전히 지속하고 있음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투기할 수 있음으로써의 자연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이번 방류가 길을 열어놓은 앞으로의 투기들이다. 그 투기들이 현실화시킬 기후위기의 재앙이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발암물질에서부터 온실가스, 미세 플라스틱까지 몸과 자연의 수용 한계치를 넘어서는 계속되는 투기가 만드는 파국의 징조에도 여전히 더 버릴 것을 궁리하고, 합의하고, 외교하는 인간 중심의 논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지금 당장 몸에 유해하지 않더라도 축적된 투기가 지구상의 생명들을 고통과 질병으로 몰아가고 있는, 직면한 재앙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초근시안을 드러낸다. 기후재난에 치러야 할 거대한 비용 앞에서 국소적 이득만을 따지는 인간사회편의주의가 여전히 건재함을 말하고 있다. 목숨을 건 자연과의 동맹 훼손이 지속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김태우 | 경희대 기후-몸연구소·한의과대 교수, 인류학자/한겨레
오염수 방류, 일본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일
오히려 핵발전 확대...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운동, 탈핵 운동으로 나아가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가 시작됐다. 전 세계 시민들의 거센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해양 투기를 강행했다. 일본 언론은 8월 18일 미국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의 뒤 일본 정부가 최종 방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후쿠시마 현지에서도 해수욕 개장 시기가 끝나는 8월 15일부터 저인망 조업을 시작하는 9월 1일 사이에 해양 투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긴장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일본은 8월 24일부터 해양 투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상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은 뭇 생명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극히 마땅한 주장이다. 정말 안전하다면 여태까지 탱크에 저장해 놓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농업용수든 수영장을 채울 물이든 일본 국내에서 요긴하게 사용하면 되었을 것이다.
정말 안전하다면 여태까지 왜 탱크에 저장했나
사고가 발생한 후 지금까지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의 양은 약 134만 톤에 이른다. 이것을 바닷물로 희석해 바다에 버리겠다니 이런 코미디가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실상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어떤 방사선 핵종이 얼마나 포함되었는지, 그 총량이 얼마나 되는지, 최종적으로 방류가 끝나는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여전히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처리하면 거의 모든 핵종을 정화할 수 있고, ALPS로 처리하지 못하는 삼중수소도 기준치 이하를 지키면서 방류할 것이니 안전하다는 설명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과정을 보도하는 NHK방송ⓒ NHK
하지만 오염수 해양투기가 장기간에 걸쳐 전 지구적 규모로 바다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핵사고로 발생한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해양 투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면 이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없다. 이번 투기 이전에도 후쿠시마 사고 발생 이후 수없이 오염수가 바다로 흘렀다. 그 누적적 영향에 관한 평가도 없는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오염수를 바다로 버린다면 더욱더 심각한 방사능 해양 오염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오염수의 해양 방출 방법과 도쿄전력 및 일본 정부의 관련 활동은 국제적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IAEA는 이 최종보고서에서 '오염수 해양 방출이 사람 및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일본 정부는 보고서를 환영하면서 이를 근거로 오염수 해양 방출에 국제적 인증을 받은 것처럼 국내외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IAEA가 이런 내용으로 보고서를 최종 마무리하는 것은 처음부터 분명 예측되었던 일이었다. IAEA는 '원자력 이용'을 추진하기 위한 기관이다. 핵 이용 확대에 방해가 되는 보고서를 발표할 리가 없고 환경 보호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위험성을 언급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미명 아래 핵발전을 사용하게 된 지 반세기 이상이 지났다. 핵발전을 하는 국가는 현재 33개국이며 전 세계에 400기가 넘는 핵발전소가 존재한다. 일본은 1965년 상업용 발전소로 도카이 핵발전소를 처음으로 가동한 이후 70~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본은 총 54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었다. 태평양전쟁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비극을 겪었던 일본에서 핵발전소가 이렇게나 많이 건설된 것은 아이러니였다.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에서 사상 최대 핵발전소 사고가 난 것은 더더욱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은 피폭 피해에 대해 꾸준히 호소했지만 그 목소리는 일본 정부와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등 방사능 피해를 왜곡·축소하는 기관 및 세력으로 인해 외면되어 왔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폭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묵살된 것처럼 이번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가 왜곡되고 과소 평가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문제가 된 것은 방사능 오염수만이 아니다. 사고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방사선량이 꽤 높은 지역에 주민들을 귀환시키거나 방사능 오염토를 공공시설에 재이용하는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자 2세들의 건강 피해가 인정되지 않은 것처럼 향후 일본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피해로 긴 시간에 걸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큰 각종 건강 피해에 대해 진지하게 조사하고 인과관계를 밝혀 국가가 나서서 치료를 해줄 리 만무하다.
한일 모두 핵발전 확대로
염려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후 일본에서는 핵발전 확대 정책에 일정 정도 제동이 걸린 것처럼 보였다. 핵발전소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한때 모든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췄고 핵발전소 재가동을 일정 정도 규제하는 기준을 만들기도 했다. 핵발전소의 수명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제한하는 법적 제도가 도입되어 노후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핵발전소를 위주로 총 15기의 폐로가 결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또다시 핵발전 확대 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기시다 정부는 올해 4월, 핵발전 재가동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GX(그린트랜스포메이션)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핵발전소 운전 40년 원칙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핵발전소 재가동 추진과 신규 건설까지 포함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각지에서 핵발전소 재가동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현재까지 총 11기가 다시 가동을 한 상태다.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24일 오후 1시부터 시작하기로 예고한 가운데,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앞에서 해양투기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우성
이런 일본의 상황을 보고 한국의 핵발전 추진 상황에도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문재인 정권 당시 '탈핵'을 선언했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고 결국 탈핵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윤석열 정권으로 교체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당시부터 '반탈핵'을 내세우며 핵발전 재추진에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2030년 전력믹스에서 핵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고, 본인 임기 내에 노후 핵발전소 총 18기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노후핵발전소 수명 연장 절차는 고리 2·3·4호기에 이어 전남 영광 한빛1·2호기까지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게다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앞당겨서 수립하고 그 안에는 추가적인 신규 핵발전소 건설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한국 시민들의 높은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오염수 발생의 근본 원인인 핵발전소라는 본질적 문제에 대한 시민적 관심이 더 높아졌으면 한다.
12년 전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핵발전소 사고가 우리에게 주었던 충격을 되새기고 같은 비극이 한국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원한다면 우리의 선택은 '탈핵'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핵발전 확대 정책에 당장 제동을 걸어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를 한국 탈핵운동 확대의 계기로 이어나가자.
오하라 츠나키(kcwc)/ 오마이뉴스
원안위, 신한울 2호기 운영 허가…속전속결 심의로 안전성 우려도
신한울 1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속전속결 끝에 7일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전 2호기 운영을 최종 허가했다. 이에 신한울 2호기는 연료를 장전하고 6개월여간 시험운전을 거친 후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사고관리계획서도 없는 등 안전성 문제를 더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친원전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안위는 이날 제183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2호기 운영 허가안’을 심의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앞서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총 3차례 운영 허가 문제에 관해 보고받았다. 이 중 한 차례는 김균태 원안위원의 제척(배제) 문제에 관한 논의만 진행돼 사실상 실제 보고는 두 차례 이뤄졌다. 김 위원은 이번 운영 허가 심의에선 빠졌다.
원안위가 원전 운영허가 전 안건에 대해 보고받은 횟수를 보면 신고리 4호기가 총 8차례, 신월성 2호기가 총 6차례, 신한울 1호기가 13차례였다. 앞서와 달리 이번 신한울 원전 2호기 운영 허가에 대한 논의는 훨씬 적었다.
김 위원은 신한울 2호기 운영 허가 심사보고서와 신한울 1·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서류 적합성 기술검토보고서 등에 참여했다. 원안위설치운영법상 원안위원은 심의 사안에 업무적으로 관여한 경우 제척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당시 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이었던 김 위원을 국민의힘 추천으로 위촉할 때부터 이미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됐다. 원안위는 원자력 안전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데 이 심의의 기초가 되는 심사자료 작성을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맡기기 때문이다. 결국 소속 기관 업무를 스스로 심의하는 ‘셀프 심의’가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2010년 착공을 시작한 신한울 2호기는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발전 용량은 1400메가와트(MW)급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한울 2호기의 발전량은 국내 연간 발전량의 약 1.81%를 차지할 전망이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년 12월 1일 신한울 1호기와 함께 운영허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8월 완공됐으며 원안위 운영 허가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였다.
업계에서는 신한울 2호기와 쌍둥이 원전인 신한울 1호기가 2021년 7월 운영허가를 먼저 받은 만큼 이번 허가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 정부가 친원전 정책 기조도 운영허가가 빨리 나오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운영허가가 남에 따라 한수원은 신한울 2호기에 연료를 장전하고 6개월여에 걸쳐 시험 운전들을 거치게 된다.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원안위로부터 사용 전 검사 합격 통보를 받고, 산업부로부터 사업 개시 신고 수리를 거쳐 상업 운전에 착수한다.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까지 평균 30개월 소요됐던 기간을 11개월로 단축했다. 현재는 원안위 건설 허가만 남겨둔 상태다. 지난해 12월 한수원이 원안위에 건설허가를 신청한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3월 원자로 시설 굴착공사 등 본 공사가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심의가 이뤄진 만큼 원전 안전성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호철 원안위원은 이번 보고에 중대사고관리계획을 포함한 사고관리계획서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안전법 제20조에 따르면 운영 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사고관리계획서를 포함해 법령이 지정한 서류를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법제처는 이에 대해 사고관리계획서 제출과 운영허가는 별건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후 사고관리계획서를 자세히 작성해 연말까지 제출키로 했다. 경향 박상영 기자
폭염·열대야·강수량·습도 ‘무제한급 여름’…내년에 또 온다
기상청 ‘2023 여름철 기후분석’
서울 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르며 늦더위가 찾아온 6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성동구 서울숲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올여름(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물론 강수량과 폭염 및 열대야 일수 모두 평년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7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3 여름철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여름 전국 평균 기온은 24.7도로 평년보다 1도 높았다. 전국적으로 기상 관측망을 대폭 확대한 1973년 이래 4번째로 기온이 높은 것이다.
특히 올해는 여름철 석달 모두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이런 사례는 지난 51년 동안 올해와 2018년(역대 여름철 평균 기온 1위, 25.3도), 2013년(2위, 25.2도) 세 해뿐이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각각 13.9일, 8.1일로 평년(10.7일, 6.4일) 보다 많았다. 폭염 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 열대야 일수는 밤(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의 수를 뜻한다.
기상청은 “6월 말~7월 초에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바람이 불어 기온을 높였고, 8월 말에는 태풍 ‘카눈’이 동중국해상에서 북상할 때 태풍에서 상승한 (고온다습한) 기류가 우리나라 부근으로 하강하면서 기온을 크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은 1018.5㎜(평년 727.3㎜)로 역대 5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올여름 많은 비의 원인으로 장마철 많은 강수량, 강원 영동 지역에 이틀간 300㎜ 이상 비를 쏟아부은 태풍 카눈의 영향을 꼽았다.
특히 올해 장마철 강수량 순위는 올여름 전체 평균 강수량 순위를 앞선다. 장마철 전국 평균 강수량 660.2㎜로 역대 세번째로 많았다. 특히 폭우가 내렸던 남부지방은 712.3㎜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장마철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자주 불었고, 북쪽의 상층 기압골에서 유입된 찬 공기와 자주 충돌하면서 저기압과 정체전선이 강화돼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올여름 덥고 습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것이다. 이런 올 여름 날씨는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과 비교된다. 기상청은 “2018년 여름철에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어 강한 햇볕의 영향을 받아 건조한 가운데 기온 상승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면, 올해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도 있었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바람이 자주 불어 습하면서 더운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올여름 평균기온은 2018년에 비해 낮지만 평균 최저기온(2018년 역대 4위, 2023년 2위)과 상대 습도(47위, 9위)는 모두 2018년을 앞선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견줘 0.5도 높은 상태로 지속하는 현상)가 올 여름 고온다습한 날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도시환경공학부 교수)은 “지구온난화 추세가 반영돼 올여름 높은 기온이 나타났고, 엘니뇨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오면서 더 강한 폭염이 올 수 있었던 상황이 그나마 상쇄된 것으로 보인다”며 “비가 오는 양이 적었다면 더 강한 더위가 찾아왔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7월 강수량이 증가했는데, 7월 기온 그래프를 보면 비가 오지 않은 날에는 온도가 상당히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올여름 극단적인 폭염은 비껴갔지만 엘니뇨가 발생하면 다음 해나 그 다음 해에 더 크게 온도가 오르는 등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기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차트를 벗어나는” 무더운 여름이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 그룹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5일(현지시각), 지난 6~8월이 기록상 가장 더웠던 3개월이라고 밝혔다.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 8월은 역대 가장 더웠던 8월이었고, 기록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된 지난 7월 이후 두 번째로 더운 달이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이에 “폭염은 인간의 건강, 생태계, 농업, 일상생활에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며 “(온실가스가 폭염을 부추기고, 폭염이 다시 대기질 악화를 부르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기후위기와 일상의 '밀당
지난 5일 대전 서구 한밭수목원에 설치된 기후위기 시계의 모습. 기후위기시계는 지구 평균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높아지는 순간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이 시간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산출된다. 대전=연합뉴스
'버스비가 오른다고? 그냥 운전해서 다닐까?'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하루 왕복 버스비는 5,300원인데 다음 달이면 6,000원이 된다. 한 달에 26일 출퇴근을 하니, 교통비로 월 15만 원을 쓰는 셈. '한 달 기름값이 얼마더라?' 자연스럽게 자동차라는 옵션이 떠오른다. 매일 언제 올지 모르는 20~30분 배차 간격의 버스를 기다리는 일도, 옆에서 계속 다리를 떨거나, 큰 소리로 통화하는 승객들을 견뎌내야 하는 일도, 하루 2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는 것도 지쳐 있는 참이었다. 운전이라는 선택지는 왕복 출퇴근 시간을 30~40분 줄여주고, 몸도 편해지는 일. 게다가 무더운 여름 땡볕에서, 때로는 쉼 없이 내리는 비를 견뎌내며 버스를 기다리는 일까지 따져보니 마음은 자동차로 기운다. '돈은 더 들겠지만, 몸이 더 편하니까' 싶은 생각을 하던 찰나 뜨끔한다. 며칠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리트윗했던 기후 위기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 기후 위기도, 매일 출퇴근하며 지쳐가는 나의 일상도 외면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 근처로 이사하는 일인데, 서울에 집을 구하는 것보다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게 훨씬 더 쉬운 선택지다. 출퇴근의 고단함과 서울 집값의 부담 앞에 기후 위기가 밀린다.
'아 모르겠다. 나중에 생각하자' 당장 오늘 해야 할 일도 많다. 눈이 서서히 감긴다. '이번 역은 합정역입니다.' 서둘러 가방을 챙겨 버스에서 내린다. 오전 10시 일을 시작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서점을 운영하지만, 문을 닫고 나서도 일은 계속된다. 공간을 비울 수 없으니, 식사는 주로 배달 음식. 한 끼 먹을 때마다 쌓이는 쓰레기를 보니 아찔하다. 하루에 두 번 배달을 시켜 먹으면, 50리터 쓰레기봉투가 금방 채워진다. 맙소사. 먹느라 돈을 쓰고, 버리느라 돈을 쓰는 게 맞는 건가 싶어, 가장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피자를 시킨다. 하지만 매일 피자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 '도시락을 싸 올까?' 싶은 생각도 했지만, 도시락을 싸는 일도 추가적인 노동이 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간이 일로 채워져 있는데 밥까지 직접 만들어 먹을 수는 없다. 그럼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까? 하지만 매장을 비워두는 일도, 영 마음이 불편하다. 오늘도 사무실 한편에 플라스틱이 잔뜩 쌓여 있다. 대관 행사까지 마치고 보니 밤 9시 30분. 하루가 온통 일로 채워져 있다. 종일 돌아간 에어컨도 노트북도 퇴근과 동시에 쉴 수 있게 된다.
일은 기후 위기와 맞닿아 있었다. 단순히 일상에서 텀블러와 손수건을 챙겨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일을 넘어선다. 일하기 위해서는 이동 수단이 필요한데 필히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일을 하면서도 마찬가지. 종일 돌아가는 에어컨부터 노트북까지. 나의 일은 고스란히 다시 일에 악영향을 끼친다. 올여름, 재해 수준의 장마와 고통이 된 폭염이 증거다. 비가 쏟아지는 날과 무더운 폭염이 이어지는 날에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서점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줄어든다. 어쩌면 기후 위기를 고려할 때 노동도 같이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출퇴근하는 환경도, 일하는 시간도, 일하는 사람도. 결국 인간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기후 위기는 계속 밀린다. 밀리는 와중에 일상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김경희 오키로북스 전문경영인/ 한국
‘내돈내산’ 대중교통에 이의 있습니다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을 시행한 국가와 도시들은 크게 세 가지 정책 목표를 내세웠다. 고물가 대응(물가안정, 취약계층 지원), 탄소 감축(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이동의 지속가능성이다.
8월18일 서울 시내버스에서 탑승객이 교통카드로 승차 요금을 내고 있다.ⓒ시사IN 박미소
전국 곳곳에서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고 있다. 서울은 8월12일부터 버스 요금이 1회 승차당 300~700원 올랐다. 오는 10월7일부터는 지하철 기본요금도 150원 오른다. 인천은 10월7일부터 버스 요금이 250~400원 오르고 지하철 요금도 150원 인상될 예정이다. 부산도 10월6일부터 버스 350원, 도시철도 150원씩 요금 인상이 확정되었다. 울산 역시 8월1일부로 버스비가 100~250원 올랐다. 광역시만이 아니다. 강원, 전북, 제주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이미 시행되었거나 예정되어 있다. 대전, 충북, 대구는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단계다(〈그림 1〉 참조).
서울시는 올해 1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예고하면서 알림글 제목에 ‘부득이하게’라는 표현을 붙였다. 그 부득이성을 '크게 적자, 이용객 감소,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으로 설명했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지난해 적자 규모만 지하철 1조2000억원, 버스 6600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서울 인구 감소, 고령사회 진입으로 (유료 운임) 이용객이 감소해 대중교통의 안정적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국내 타 시·도,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서울 대중교통 요금 수준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요금 인상 근거를 댄다.
노동자 단체와 소비자·시민 단체 등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일단 인상의 근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 대중교통 요금이 매우 싼 편이다’라는 명제에서부터 의견이 갈린다. 이 말은 1회권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할인과 정기권 정책을 도입한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어떨 때는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독일 베를린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1회 탑승권을 사면 3.2유로(약 4600원)가 든다. 1500원 정도인 서울 요금의 세 배가 넘는다. 하지만 독일에서 한 달 동안 전국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정기권(독일 티켓) 가격은 49유로(약 7만1000원)다. 서울에서 주 5일 출근하며 왕복으로 광역버스(3000원)를 타면 요금은 한 달 총 12만원(3000원×2회×20일)이 나온다.
적자에 대해서도 해석이 다르다. 특히 버스 적자에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 2021년 5월 감사원에서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버스업체는 2019년까지 매년 700억원 수준의 당기 순이익을 남겨왔다. 미처분 이익잉여금 누계액도 2019년 4487억원에 달했다.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 사모펀드 운용사는 2019년부터 지자체 보조금을 받는 서울·인천·대전의 시내버스 회사 17개를 사들였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투자자인 금융회사·대기업 등과 함께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 지자체에서 버스업체에 얼마나 어떻게 보조금을 지급하는지, 업체에서 그 보조금을 어디에 사용하고 무엇 때문에 적자와 이익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는 공개된 회계 자료도 없다.
5월1일 한 시민이 49유로 티켓 광고가 보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 기차역을 지나고 있다. ⓒAP Photo
요금 인상의 가장 큰 피해자 ‘여성 청년’
해외에서는 거꾸로 대중교통 지출액을 내려주기 위한 지원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한 이용객 감소와 유가·물가 상승을 인상의 근거로 댔지만, 해외 선진국들은 바로 그 이유로 오히려 대중교통 요금을 깎거나 통제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과 49유로 티켓이 대표적이다. 독일 정부는 물가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 감소와 에너지소비 감축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월 9유로(약 1만3000원)로 지역 간 고속열차를 제외한 모든 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을 판매했다. 총 5200만 장이 팔리는 등 호응이 이어지자, 지난 5월부터 월 49유로(약 7만1000원)의 무제한 대중교통 티켓 정책을 도입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독일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국영철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고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대중교통 월간 패스 가격을 절반으로 내렸다. 영국은 올해 1월부터 버스 요금을 2파운드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요금 상한 정책(2파운드 캡)을 폈다. 뉴질랜드도 지난해 4월부터 대중교통 요금 반값 정책을 시행했고 미국 워싱턴 DC, 뉴욕시 등에서도 일부 또는 전면 무상버스 도입이 예고되어 있다. 룩셈부르크는 2020년 1월부터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을 시행했고 오스트리아는 2021년 10월 전국의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연간 대중교통 이용권인 ‘기후 티켓’을 도입했다.
해외 국가와 도시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아낌없이 퍼주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한 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철저히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내린 결정이다. 그 계산이란 단순히 투입한 원가 비용과 돌아올 예상 수익을 더하고 빼는 정량적 평가가 아니다.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이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편익과 가치를 따져보는 정성적 평가다. 득실을 따져보면서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을 시행한 국가와 도시들은 크게 세 가지 정책 목표를 내세웠다. 고물가 대응(물가안정, 취약계층 지원), 탄소 감축(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이동의 공공성 확보와 지속가능성이다.
첫 번째 ‘고물가 대응’은 한국 정부도 자주 설정하는 교통정책 목표다. 다만 우리나라는 고물가 시대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대중교통 요금을 인하·통제하는 대신 자동차 유류세, 개별소비세, 취득세, 톨게이트 통행료 등을 깎았다. 자동차(개인 교통수단)는 고소득층일수록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 소득이 낮을수록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고, 거기에 드는 비용이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그림 2〉 참조). 대중교통 요금의 소득 역진성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서민경제 정책은, 유류세는 낮추고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는 지금 방향과 정확히 반대쪽에 있다.
뒤집어 말하면 대중교통 요금의 인하와 통제는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한 해 9조원에 달하는 유류세 인하 혜택이 주로 고소득층에 돌아갔듯, 대중교통 요금 통제로 인한 혜택은 저소득층에 더 많이 돌아간다. 따로 예산을 들여 저소득층 소득 지원 정책을 신설하지 않아도 소득재분배 효과가 발생한다.
대중교통 요금 정책은 청년 정책, 젠더 정책이기도 하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대중교통 요금 부담을 성별·연령별로 비교해보기 위해 2019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 1인가구 통계를 따로 추출했다. 개인교통(자가용)과 대중교통 비용이 각각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연령별로 비교해보았을 때, 대중교통 지출 비중이 가장 큰 연령대는 35세 미만 청년층이었다(〈그림 3〉 참조). 그 가운데서도 35세 미만 여성 청년이 대중교통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장 컸다(〈그림 4〉 참조).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면 가장 크게 타격받는 계층이 ‘여성 청년’임을 확인한 것이다.
〈그림 3〉과 〈그림 4〉에 나타난, 노년층의 상대적으로 낮은 대중교통 요금 지출 비중도 점점 위태로워지는 상황이다.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축소하자는 여론이 높아졌고 실제 몇몇 지자체에서 적용 연령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노년내과 전문의이자 도시 이동성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이런 방향에 대해 “이동의 한계선에 있던 사람들을 조금씩 밀어 떨어뜨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노년기 가난할수록 신체 기능, 인지 기능이 나쁘고 독거일 확률이 높다. 이런 분들이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집에서 나와 걷고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면 그 자체로 건강 증진, 치매와 노쇠 예방 효과로 이어진다. 국가의 노인 돌봄 비용도 감소할 수 있다. 대중교통 가격이 인상되면 노인 등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밀려나게 될 것이다.”
2월14일 서울역 지하철 탑승구 앞을 한 노인이 지나가고 있다.ⓒ김흥구
대중교통 요금 지원의 두 번째 정책 효과는 탄소 감축, 기후위기 대응이다. 도로운송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13.9%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1㎞ 이동 시 배출되는 탄소량은 승용차가 210g, 버스는 27.7g, 지하철은 1.53g이다. 그린피스가 지난 5월 발간한 ‘유럽의 기후와 대중교통 티켓’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자동차 이동의 5%만 대중교통으로 전환해도 연간 석유 수요 약 790만t, 이산화탄소 배출 2500만t을 줄일 수 있다. 실제 독일에서 9유로 티켓을 도입한 3개월 동안 탄소 배출 180만t을 추가로 저감했다는 분석 결과를 독일 운송협회가 내놓기도 했다.
세 번째는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보와 지속가능성’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운영 적자가 누적돼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요금을 올린다는데, 해외 국가는 왜 같은 이유로 요금을 지원해줄까? 지속가능성의 열쇠를 ‘수요(이용객) 증대’로 보기 때문이다.
8월18일 서울시내를 달리는 버스 안에 한 시민이 앉아 있다.ⓒ시사IN 박미소
사실 요금 인상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몇백 원씩 올리는 현재 인상 폭으로는 어차피 지금껏 쌓인 운영 적자를 메울 수도 없다. 당장 적자 폭이 조금 줄지라도 이는 다시 ‘수요 감소’ 그리고 ‘수요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해외 국가들은 바로 이 점을 알고 수요 증대, 즉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확대’를 정책 목표로 잡고 요금 지원 정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6~9월 시행된 독일 9유로 티켓 도입 기간 나타난 운송수단 이용 변화 그래프는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과 수요 증대 간 인과관계를 입증한다(〈그림 5〉 참조).
이영수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9유로 티켓 시행 이후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변화는, 시민들의 대중교통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티켓을 사용하게 해달라, 우리 동네에도 노선을 놓아달라, 서비스를 좀 더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이는 좀 더 장기적으로 시행되는 49유로 티켓 그리고 대중교통의 공공성 증대에 관한 논쟁과 토론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사람이 의견을 내는 공공서비스는 그 반대 경우보다 훨씬 큰 발전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지닌다. 또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 자가용 이용이 줄고 그에 따라 미세먼지가 줄고 탄소 배출이 저감되고 자동차 사고 위험이 낮아지고 (주차·주행에 쓰이는) 도시 공간도 절약된다.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은 바로 그 선순환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요금 지원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저렴한 티켓’ 자체가 아닌 ‘매력적인 대중교통’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의 공간’이다.
이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초기 투자금은 대부분 시민의 지갑이 아닌 국가 재정에서 나왔다. 독일은 지난해 9유로 티켓을 위해 정부 예산 25억 유로(약 3조6000억원)를 투입했다. 스페인은 한시적으로 도입한 국영철도 무료화를 1년 추가 유지하는 사업을 위해 올해 초 7억 유로(약 1조142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오스트리아 연방정부는 기후 티켓을 위해 연간 1억5000만 유로(약 2173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출했으며, 영국 정부는 ‘2파운드 캡’ 가격 유지를 위해 올해 상반기 7500만 파운드(약 1269억원)를 지원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도입된 알뜰교통카드가 전국에서 폭넓게 적용되는(미시행 지자체도 있다) 유일한 요금 지원 정책이다. 정부 투입 예산은 그나마 늘어 올해 290억원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연회비를 내고 전용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해 예산이 소진됐다는 이유로 그해 사업을 종료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알뜰교통카드로 절감한 교통비는 2021년 기준 월평균 1만4172원으로 나타났다.
3월16일 국회에서 정의당의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 도입 운동본부 발대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최근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하철·버스 통합 정기권 ‘K패스’를 내년 7월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K패스라는 명칭의 아이디어는 윤석열 정부의 ‘국민제안’에 올라와 지난해 7월 ‘국민제안 톱 10'에 포함되기도 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을 본떠 월 9900원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티켓을 만들자는 게 제안 내용이었다. 당시 정부가 대중교통 이용액 50% 환급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내년 도입 계획이 발표된 K패스는 월 21회 이상 이용할 경우 월 60회 한도 내에서 연간 이용액의 최대 20%가량을 환급해주는 데 그친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K패스의 구체적인 사업 형태와 예산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도 대중교통 요금을 깎아주거나 아예 없애는 정책이 속속 도입되고는 있다(〈그림 1〉 참조). 어린이·청소년·노인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할인과 무상 지원이 대부분이다. 복지정책의 효과는 있으나, 정책의 대상이 캡티브 라이더(captive rider, 대중교통 외 대체 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에 머무는 것은 한계다. 특정 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으로가 아닌 기후위기 대응 정책, 대중교통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정책이 되려면 더 많은 초이스 라이더(choice rider, 대중교통과 승용차 이용의 비용을 따져보고 더 적은 쪽을 택하는 사람)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지금 요금 지원 정책은 아직 그 수준까지 가지 못했고 그럴 계획도 없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유럽에서 도입한 무제한 정기권 같은) 정책을 계획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의 매력을 높여라
문제는 늘 돈이다. 이영수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은 대중교통 운영에서 국가재정 대 요금 수입이 5대 5 수준이고 그것이 법으로도 보장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용자의 요금 수입에 의존하거나 공채 발행으로 돌려막기를 해왔다”라고 말했다. 올 초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노인 무임승차 손실 보전을 두고 벌인 싸움도 정부·지자체가 대중교통에 투자하는 비용에 얼마나 책임 지기 싫어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서로 떠넘기다 비용은 결국 시민들이 요금 인상으로 지게 되었다. ‘내가 타는 버스·지하철 비용을 내가 내는 게 무슨 문제인가’라는 수익자부담원칙 관점에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불평등과 기후위기 개선, 이동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적정하게 공적 재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국가 책임론 관점에서 대중교통을 바라볼 수도 있다.
지난 2월3일 서울역 앞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반대하고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만원 교통패스연대 제공
후자의 관점으로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파격적인 대중교통 요금 지원책이 제안되고 있다. 정의당은 올해 초부터 ‘3만원 프리패스’ 정책안을 만들어 캠페인과 입법·조례 제정 활동 등을 벌여오고 있다. 월 3만원 정기권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하고 알뜰교통카드의 할인 폭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4월 발의했다. 여러 노동·환경 단체 등이 참여한 ‘1만원 교통패스 연대’는 이보다 가격이 낮은 ‘1만원 교통패스’를 제안했다.
정의당은 월 3만원 프리패스를 시행하기 위한 연간 소요 예산을 4조632억원으로 계산했다. 무슨 돈으로 하자는 걸까? 정의당은 지금 대부분이 도로 건설에 쓰이고 있는 교통시설특별회계를 대중교통 운영 및 유지보수에 사용하도록 ‘공공교통특별회계’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2017~2021년 동안 불용 처리돼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된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만 20조원이니 이미 재원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현우 교통·철학 연구자는 “대중교통 지원 재원을 장기적으로 채울 수 있으려면 자동차 구입이나 도시개발처럼 사람들이 계속 안정적으로 원하리라 예상되는 분야의 세수를 잡고 20~30년을 내다보고 입법해야 한다. 그중 제일 쉽게 정당화할 수 있는 세원이 자동차 유류세다. 대부분이 도로 인프라 건설에 쓰이는 유류세 재원을 대중교통 운영과 지원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지방세의 여러 세목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세 중 주행거리에 비례해 늘어나는 주행분 자동차세라는 게 있다. 지금 유가보조금 재원으로 쓰고 있다. 지방정부가 걷는 부담금 중 혼잡통행료, 교통유발부담금 같은 재원도 도로교통 시설 개선에 주로 사용된다. 적어도 이런 세입들은 대중교통 운영 투자로 돌려야 한다.” 부동산 관련 조세도 이용 가능하다.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일부 도시는 교통 인프라가 깔리면서 증가한 만큼의 재산세나 부동산 양도세 재원을 대중교통 지원에 전용하기도 한다. 정책적 의지가 있다면 지자체장 결단으로도 지금 당장 시행 가능한 예산 확보 방안이다(김상철 위원장).”
시사인 변진경 기자
윤석열 정부의 교통·도시 정책이 놓치고 있는 것
5월3일 발표된 국정과제에서 향후 윤석열 정부의 교통·도시 정책의 밑그림을 읽어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상 철도시설 지하화’를 내세운다. 하지만 교통 부문의 수요를 억제하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지나가는 구로역의 전경.ⓒ시사IN 이명익
정부의 통치는 한국이라는 국토 공간 위에서 이뤄진다. 국토 공간을 재편하는 개발 방침 그리고 이 개발구역을 연결하는 교통망 구조가 정부에 의해 결정된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교통·도시 정책의 밑그림을 5월3일 발표된 국정과제에서 읽어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교통과 도시개발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의 일종이다. ‘모빌리티 시대 본격 개막 및 국토교통산업의 미래 전략산업화(28번)’는 교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키고 관련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국토 공간의 효율적 성장전략 지원(38번)’에서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광역도시권 형성을 촉진하며, ‘빠르고 편리한 교통 혁신(39번)’에서는 철도망(특히 GTX)과 순환 도로망 확충 등을 통해 이동을 원활히 하여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노무현 정부 이래 국정과제의 단골 주제인 ‘장애인 이동권 확충’, 이명박 정부 이래 강조되어온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가 다행히도 다시 등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메가시티 조성’의 수단으로 ‘지상 철도시설 지하화’를 내세운다. 이런 지하화는 ‘미래형 도시 공간’을 위한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구도심에 위치한 철도망을 지상에서 지하로 끌어내리면 철도역 주변에 지상 공간이 생기고, 이렇게 접근성 좋은 지상 공간 위로 민간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산이 담겨 있을 것이다. 서울의 연트럴파크(연남동 일대 경의선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상 구간을 공원으로 만듦) 같은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하화는 각종 비용을 치러야 한다. 당장 막대한 개발비용이 문제다. 철도 부지는 복선(왕복 2선로)의 경우 폭 10m, 3복선(왕복 6선로)이라도 폭이 30m에 불과하다. 편도 3차선 도로에 인도를 더한 너비다. 이런 부지가 몇 킬로미터 이어진다. 아주 좁고 긴 띠 모양이라서 그 자체로는 도로나 공원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하천이나 도로 위에 건설한 고가철도는 애초에 얻을 수 있는 부지가 없다. 철로가 깔려 있던 땅에 건물을 지어 재원을 마련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 결국 철도 지하화는 공공자금을 투입하거나 선로 인근 지역 재개발 수익을 활용해야 한다.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자. 인근 지역 재개발 수익을 활용하든, 다른 공공 재원을 들여서든 철도 지하화에 대규모 공공 자금을 투입하는 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 철도의 핵심 기능은 도심 연결이다. 수도권 신도시 등 철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 여전히 많다. 게다가 이들 노선은 서울 같은 대도시 도심으로 집결해 들어와야만 비로소 그 가치를 다할 수 있다. 도심으로 들어와야 할 열차는 많지만 도심 내 선로는 늘 ‘용량 부족’에 시달린다. 가령 경의선, 경부선, 중앙선 등 도심 지상 철도는 좁은 선로에 온갖 열차가 오가기 때문에 잦은 연착에 시달린다. 도심 내 지상 철도(지상 선로)는 그래서 귀중한 자원이다. 서울은 물론 여타 광역시도 마찬가지다. 지금보다 철도망을 넓히고자 한다면 도심 철도망을 줄일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리는 게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GTX든 고속철도든 그 성과는 반쪽이 되고 만다.
‘자가용처럼 편리한 대중교통’의 조건
지하화는 이 목표와는 상반된다. 현재 존재하는 망을 그대로 쓰고, 여기에 추가 시설을 덧붙인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존재하는 망을 없애고, 지하에 짓는 망은 지금보다 용량을 확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열차속도도 지상보다 느리다. 지하 공간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현재 존재하는 망을 정비하는 데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사람과 물자가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수직이동 역시 난제다.
지상 철도를 없애는 바람에 철도망의 연결이 약해지면, 기껏 확보한 지상 공간에 모이는 사람의 수도 줄어든다. 철도 지하화를 통해 지역 중심 공간에 기반한 혁신 환경을 조성하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목표 역시 동력이 약해진다.
지금 한국 철도망에 부족한 것은 기존 도시철도(평균속도 30㎞/h)보다 빠른 광역망 열차, 그리고 지방 대도시를 서로 연결해주는(가령 부산-광주, 대구-광주 등) 고속열차 연결이다. 이들 열차를 원활하게 운행하려면 대피선, 나아가 2복선(왕복 4선로)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하화 과정에서 이런 시설은 막대한 사업비 부담으로 인해 생략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이미 지하화가 완료된 경의선은 대피선이 없어 급행열차를 운행할 수 없다. 도심에 접근하면 융통성 없이 모두 완행열차 속도에 맞춰 달리는 답답한 철도가 지하화된 철도망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으로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도, 자가용보다 편리한 대중교통도 건설할 수 없다.
5월3일 안철수 당시 인수위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취재단
상황이 이렇다면 공공 재원을 기존 철도 지하화에 투입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선택이 된다. 오히려 지역 중심 공간을 창출하려는 목표를 방해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주요 역사 주변 보행 네트워크를 정비하고, 이들을 각종 환승센터·광장·인도로 연결하는 세심한 작업이다. 역과 그 주변 공간을 걷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일상에 필요한 일을 모두 걸어서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어나가는 것. 이것이 ‘교통 혁신’과 지역 중심 공간 창출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핵심은 걷기다. 철도는 결국 걸어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걷기 좋은 도시는 ‘자가용처럼 편리한 대중교통’을 위한 필수 선결 조건이다. 걷는 것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이동이다. 교통과 에너지 체계가 맺고 있는 필연적 관계를 살펴보게 만든다.
2022년은 에너지 위기의 해이다. 에너지 안보는 윤석열 정부 초반의 성과를 결정할, 기후위기 시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문제다. 이를 감안했는지 국정과제에서도 ‘에너지 수요관리(21번)’가 언급되고 있다.
그렇지만 교통 부문의 수요관리는 인기 없는 주제다. 가령, 김대중 정부는 높은 휘발유·경유 가격을 유지하고 주행세를 부과하며 주차 수요를 관리하여 자동차 교통량을 억제하겠다고 국정과제에 명시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들은 대부분 이 과제를 계승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도 교통 수요를 억제하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에너지 수요관리를 위해 친환경차를 확대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을 뿐이다. 오히려 에너지 효율이나 에너지 안보는 뒷전으로 미룬 채 통행량을 증대시키는 것이 선인 것처럼 생각하는 국정과제가 다수 존재한다. 대심도(大深度) 고속도로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나 신규 고속도로와 국도를 확충한다는 국정과제가 그러하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고속철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 네트워크를 확충한다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안보, 에너지 수요관리와 상반되는 주장은 미래 전략산업으로 지목되는 ‘모빌리티’ 관련 논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완전자율주행과 도심항공수단(UAM)의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목표다. 아직 기술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이들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국의 번영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다.
에너지·교통 소비자 혜택만 강조
그러나 이들 수단은 이동의 절대량을 늘릴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다. 자율주행으로 운전이 편리해지면, 운전 부담 때문에 장거리 운전을 피하던 사람들도 승용차를 몰고 길에 나설 것이다. 지상의 교통체증을 피해 UAM을 선택하는 이들도 늘어날 수 있다. 길은 계속해서 부족해지고 공중 공간조차 혼잡해질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대체로 전력을 소비할 것이다. 원전이든 태양광이든, 현재의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만도 막대한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율주행과 UAM으로 인한 추가 전력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큰 차를 선호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의 상용화가 적절한 속도로 조절되지 않는 한 교통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은 계속해서 늘고 에너지 안보에는 큰 부담이 생긴다.
물론 이런 식의 접근은 윤석열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정도를 제외하면, 역대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교통 시스템을 다루는 관점은 에너지·교통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 중시되었다. 교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을 어떻게 원인자(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부담시킬지 연구하는 대신, 유류세·통행료·운임을 인하하겠다는 약속만 국정과제에서 강조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모빌리티’ 관련 국정과제(28번)도 소비자의 혜택을 늘리는 관점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향후 소비자 개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극대화되는 신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곧 모빌리티 시대라는 의미처럼 읽힌다.
모빌리티라는 용어를 정착시킨 존 어리는 이렇게 전망했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미래의 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동에서 배출되는 모든 탄소를, 그리고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여 이것이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결국 미래의 이동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고가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신호가 바로 2022년의 에너지 위기이고, 이런 위기에 대응하여 우리의 교통과 이동 시스템을 바꾸어나가는 지휘자로서의 역할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살펴보았을 때, 이런 지휘자 역할을 아직 자각하지 못한 것 같다. 이번 정부가 과연 기후위기와 국제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지휘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래서 ‘모빌리티’라는 말을 학계에서 제안할 때 본래 담으려 했던 신중함을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한다.
시사인 전현우 (<거대도시 서울 철도> 저자)
명동·무교다동 개방형 녹지로 '녹지생태도심' 재개발 박차
서울시 도계위서 정비계획안 가결
무교다동 개방형 녹지(안)
서울시가 중구 명동과 무교다동에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녹지생태도심을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13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명동구역 제1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과 '무교다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제29지구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명동관광특구와 청계천·을지로 사이에 있는 명동구역 제1지구는 1983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1988년 재개발사업을 완료한 지 30년 이상 지난 노후 지역이다.
시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사업의 하나로 대상지의 건페율을 50% 이하로 축소하고 민간 대지 내 시민개방 녹지와 어우러진 휴게·보행 공간으로서 962㎡ 규모의 개방형 녹지를 계획했다. 개방형 녹지는 민간 대지 내 지상부 중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부가 개방된 녹지공간을 의미한다.
용적률은 1천43% 이하, 높이는 130m 이하로 건축 밀도를 정하고 공공기여 계획에 따라 중구청 미디어 관련 건축물 기부채납이 이뤄진다.
대상지 내에는 지상 24층 높이의 업무시설 1개 동이 지어지며 지상 1∼2층은 가로 활성화를 위해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하고 개방형 녹지 공간과 연계한 건물 내외부 휴게 공간을 제공한다.
시는 민간 대지와 공공보도가 통합된 공간으로 계획해 명동구역의 남북 방향을 잇는 보행녹지 공간을 조성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명동구역 제1지구는 녹지생태도심을 구현하기 위한 도심 재개발 사례"라며 앞으로도 도심에 시민이 직접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쾌적한 녹색도시를 조성해 도심 활성화와 도시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 사업 대상지 위치도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있는 무교다동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203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에 맞춰 개방형 녹지, 용적률, 높이 계획 등을 반영해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주요 내용은 개방형 녹지 도입, 최상층 개방공간 공급, 가로 지장물 이전, 일자리 창출 공간 조성, 정비기반시설(도로) 제공이며 용적률은 890.3% 이하, 높이는 113.6m 이하다.
개방형 녹지는 대상지 남측(을지로변)과 북서측(을지로1길변)에 690.0㎡ 규모로, 시청광장과 청계천, 인근 공공공지·공개공지와 연계해 조성한다.
보행 편의를 높이기 위해 대지 내부로 지하철 출입 시설을 이전하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개방형 녹지와 연계되는 건물 내 저층부와 최상층에는 개방 공간을 도입한다.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약 2만5천㎡, 지하 5층∼지상 22층 규모로 들어선다.
시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을지로1가 일대에 업무시설과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 공간 등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un@yna.co.kr
문 앞까지 차오른 기후위기, 탄소 중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로컬이 미래다]
이상기후 일상화
폭우·폭염·폭풍 더 잦아지고 독해진 부산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피해 ‘직격탄’
태풍에 만조 등 겹치면 해안가 침수 우려
부산시, 2030년 온실가스 47% 감축 목표
그린 리모델링·대중교통 등 각론은 부실
연안 개발 규제·신재생에너지 등 대응을
2022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는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김종진 기자 kjj1761@
폭염과 폭우 같은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고 있다. 일부 기후학자들은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할 정도다. 연중 온화하고 쾌적한 기후를 강점으로 내세우던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올 8월의 폭염 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는 총 8일로, 지난 30년 평균(3일)에 비해 2.7배 증가했다.
■2100년 해수면 82cm 상승
전문가들은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고 그에 따라 폭염, 폭우, 가뭄, 산불 등 극한 기후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건 과학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보고서의 총괄주저자로 참여한 부산대 IBS 기후물리연구단 이준이 교수는 “기후변화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응은 지역적 특성과 상황에 맞춰서 해야 한다”며 “부산은 특히 해수면 상승과 태풍·폭풍의 강도 증가로 연안 지역 침수 피해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한반도를 둘러싼 해수면이 2100년까지 최대 82c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 상태가 유지될 경우를 가정한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050년에는 지금보다 해수면이 25cm 상승하고, 2100년에는 상승 폭이 82cm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해수면 상승에 태풍, 만조와 같은 극한 상황이 겹치면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의 주요 해안 지역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해양산업 오픈랩 구축과제 참여기업 뉴레이어(주)에서 개발한 ‘디지털 트윈 공간정보 기반 3D-GIS 시스템’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해수면이 3m 상승할 때 광안리해수욕장의 경우 인근 도로까지 바닷물이 차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KIOST 임학수 책임연구원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 상륙 당시 경남 창원시는 만조 때라 해수면이 상승한 상태였는데, 태풍으로 강풍이 불자 5m 높이의 해일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기후변화에 태풍, 만조 등 변수를 감안하면 부산의 해수면이 일시적으로 3~5m까지 상승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평균 해수면이 300cm 상승했을 때 예상 침수 구역.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뉴레이어(주)에서 개발한 ‘디지털 트윈 공간정보 기반 3D-GIS 시스템’으로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KIOST 제공
■온실가스 60%는 건물·수송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부산시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수립한 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7%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보다 7%포인트 높은 감축 목표를 제시한 배경으로는 한국남부발전 부산본부의 설비 노후화가 꼽힌다.
환경단체는 부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60% 이상을 건물 부문(35.2%·2020년 기준)과 수송 부문(25.3%)이 차지하는 만큼 이에 대한 실질적 감축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민은주 공동집행위원장은 “부산시의 조직 체계나 예산을 보면 탄소 중립 달성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노후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에너지 효율을 높여 온실가스 감축을 줄이는 리모델링) 정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건축 관련 부서는 탄소 중립에 별 관심이 없다. 수송 부문 감축을 위해 활성화 돼야 할 대중교통 분야는 자가용 중심의 도로 확충 기조에 밀려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많은 지역적 특성 탓에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23.9%로 낮은 편이지만,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한 환경 규제 대응이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다. CBAM은 EU로 제품을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만큼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일종의 ‘탄소세’다. 민 공동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지역 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예상되는데도 관련 현황을 조사하고 대응 방안을 연구할 인력도 예산도 없다”고 꼬집었다.
■지역 특화 기후위기 대응을
바다를 낀 연안 도시의 특성에 맞게 해수면 상승, 빈번해지는 태풍과 폭우에 대비한 체계적 도시계획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침수 위험 등 재난이 예상되는 연안 지역은 면밀히 조사해 개발을 규제해야 한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부동산 가격 등의 문제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에선 부유층이 연안 개발을 한 뒤 보상을 요구하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충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김좌관 석좌교수는 “공공기관과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설비를 늘려야 한다”며 “주민과 어민의 반대로 멈춰있는 고정식 해상풍력 대신 울산시가 추진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시민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특히 사회적 취약 계층의 복지가 위협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준이 교수는 “우리가 2050년 탄소 중립에 이른 뒤 네거티브 배출로 가면 2100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정도로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배출 경로로 가면 약 3.2도 상승에 이르게 된다”며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자영 기자(2young@busan.com)
홍콩이 폭우로 멈췄다’···139년 만에 최고·최장 강우량
일부 지역 200㎜ 이상 내려
사실상 도시 기능 마비 사태
홍콩이 139년 만의 최대 폭우로 마비됐다.
8일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 천문대는 전날 밤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 동안 폭우 158.1㎜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6시쯤부터 자정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70㎜ 이상의 비가 내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200㎜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러한 시간당 강우량은 기록이 시작된 188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천문대는 2021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이날 흑색 폭풍우 경보를 발령했다. 흑색 경보는 홍콩 폭풍우 경보 최고 단계로, 전날 밤 11시 5분 발령된 경보가 이날 정오 넘어서까지 12시간 넘게 유지됐다. 이는 역대 가장 오래 지속한 흑색 폭풍우 경보로, 1999년 5시간 47분이 종전 최장 기록이다.
현재까지 사망자 2명이 발견됐으며, 100여명이 대피하고 20명이 다쳤다.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며 차량이 물에 잠겼으며 행인들이 갇히는 일이 벌어졌다.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곳도 있으며 주차장 침수, 산사태 등이 보고됐다. 홍콩 정부는 오전 긴급 휴교령을 내렸으며 홍콩 증시는 오전에 이어 오후까지 문을 닫았다.
139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 8일 홍콩 시내를 이층 버스가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 홍콩에서 한 주민이 폭우로 침수한 주차장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홍콩 주민(65)은 “이전 태풍 때도 이렇게 심각했던 적이 없다.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존 리 행정장관은 “홍콩 대부분 지역에서 심각한 홍수를 우려하고 있으며 모든 부서에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폭우가 적어도 자정까지는 지속할 것”이라며 “광범위한 홍수와 대중교통 운행 장애가 발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폭우는 태풍 하이쿠이가 몰고 온 비구름 때문으로,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시도 71년 만의 폭우를 겪었다. 선전시에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12시간 동안 누적 465.5㎜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이는 기록이 시작된 1952년 이후 최대 폭우다. 선전시 또한 폭우에 대비해 이날 휴교령을 내렸다.
광저우시 일부 지역과 마카오 인근 주하이시에서도 폭우로 학교가 문을 닫거나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일상에 차질을 빚었다.
한강공원 일회용품 막는다…2025년부터 배달용기 반입 제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연합뉴스
앞으로 한강공원에 일회용 용기를 이용한 음식 배달이 금지된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보증금 300원을 내야 한다.
서울시는 7일 이런 내용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2026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10% 줄이고, 현재 69%인 재활용률을 79%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2025년부터 ‘일회용품 보증금제’가 도입된다.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보증금 300원이 부과된다. 이번 달부터는 개인 컵에 음료를 주문하면 300원을 할인해주는 ‘개인 컵 추가 할인제’도 시행된다.
7일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포장용 일회용 컵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강공원은 ‘일회용 배달용기 반입 금지구역’으로 운영된다. 올해 잠수교 일대를 시작으로 2024년 뚝섬·반포, 2025년 한강공원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다회용기 수거함을 매장 앞이나 시민이 반납할 수 있는 곳곳에 설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서대문역~청계광장~을지로와 서울시청 일대는 ‘일회용 플라스틱 청정지구’로 조성되고, 강남과 마곡으로 확대된다.
장례식장, 행사 및 축제, 체육시설 등은 다회용컵과 용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배달 음식 주문 시 다회용 그릇에 담아주는 ‘제로 식당’ 서비스는 현재 10개 자치구에서 2026년 서울 25개 자치구로 확대할 방침이다. 재활용품이 혼합돼 배출되는 단독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 밀집지역에 현재 1만3000곳이 설치된 재활용 분리배출 거점은 2026년까지 2만곳으로 늘어난다. 서울시는 버스정류장, 대학가, 원룸촌 등 재활용 쓰레기가 뒤섞여 배출되는 사각지대를 발굴해 분리배출함, 스마트회수기 등도 설치할 계획이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칡덩굴이 숲을 죽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4년 만에 2배 이상 분포 면적 늘어나... 미국은 유해수종 지정도
칡이 숲을 병들게 하고 있다. 하루에 줄기가 30cm 이상 자랄 정도로 생장력이 강한 칡덩굴이 산림이나 도로 주변 등에서 퍼지면서 나무를 고사시키거나 시설물에 손상을 가한다. 뿌리로 차를 만들어 마시거나 한약재로 유용하게 쓰이는 칡이 산림의 파괴자가 되고 있다.
칡 면적, 4년 만에 2배 이상 늘어
칡이 '점령'한 면적은 해마다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산림청 자료를 보면 칡 분포 면적은 2017년 2만1000ha에서 2018년 3만4000ha로 1년 만에 50% 이상 늘었고, 2021년에는 4만5000ha로 늘었다. 2017년부터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 도로 주변의 칡덩굴 분포 면적도 2017년 5000ha에서 2022년에는 1만 2000ha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백두대간 소백산국립공원 부근에 거대한 칡덩굴 군락이 수십 년 된 소나무와 참나무를 휘감으며 숲과 나무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최영길
지난 8월 25일 기자가 찾은 충청북도 단양군 단양읍 금곡리 소백산국립공원 부근의 산기슭은 온통 칡이 점령하고 있었다. 경작지와 숲 사이의 언덕을 차지한 칡은 점차 나무가 있는 쪽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거대한 군락을 이룬 칡이 수십 년 된 소나무와 참나무를 휘감으며 조금씩 나무들을 고사시키는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정선·평창·영월과 충북 제천·단양 일부 지역은 칡덩굴이 위치를 가리지 않고 대규모로 번지고 있다. 강한 번식력을 가진 칡덩굴은 소나무, 참나무 등 수목의 줄기를 휘감고 올라가며 나무에 수분 공급을 방해하고, 무성한 잎은 음지를 만들어 주변의 많은 수풀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 31번 국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부근의 터널. 터널 입구 주변으로 칡덩굴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최영길
도로 주변은 특히 칡이 번성하기 쉬운 곳이다. 지난 8월 27일 둘러본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국도에 있는 터널 주변도 온통 칡이 뒤덮고 있다. 31번 국도가 지나가는 영월군에 있는 터널은 대부분 이런 모습이었다. 칡은 넓게 퍼질 뿐만 아니라 빛을 좋아해 높은 곳으로 무엇이든 타고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 큰 나무라도 한번 칡덩굴이 줄기를 휘감고 올라가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나무를 끝까지 타고 올라가 완전히 뒤덮어 버리면 소나무처럼 양지에서만 자라는 나무는 고사하게 된다. 특히 칡은 추위에 강해 뿌리뿐만 아니라 덩굴까지 상당 부분 월동하기 때문에 한번 칡의 공격을 받은 나무는 사람이 칡덩굴을 제거해주지 않는 한 회복이 불가능하다.
한번 칡이 나무 휘감으면 자연 회복 어려워
이 때문에 지금 칡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수십 년 동안 애써 가꿔온 숲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기술경영연구소 이상태 박사는 "산림이나 조림지에 칡이 관리가 안 되고 있으면 우리가 원하는 숲이나 나무들이 칡 때문에 다 고사하거나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오랫동안 칡의 특성과 방제 방법을 연구해온 이 박사는 산림 훼손과 함께 도로 주변에 자리 잡은 칡이 전신주는 물론 신호등 같은 교통안전을 위한 시설물까지 감고 올라가 안전사고를 유발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사방용으로 칡을 심었다가 관리가 안 돼 결국 2000년 대 들어 유해 수종으로 지정해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박사는 "미국의 경우 칡덩굴을 계속해서 제거하지 않아 전깃줄을 감고 있는 칡덩굴의 무게로 인해 단전이 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도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지난해 12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기술연구소가 발행한 <산림과학속보>에도 칡의 특성과 물리적 방제 방법을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그는 칡덩굴은 초기에 발견해서 빨리 대응해야만 급속한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서, 산림 주변이나 도로변을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 충북 단양군 매포읍 KTX 중앙선 철도 선로 주변에 거대하게 자리 잡은 칡덩굴 군락.ⓒ 최영길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도로 주변은 물론 철도 선로 주변에도 칡이 방치된 채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들이 있다.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내려다 본 KTX 중앙선 철도 선로 주변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진한 녹색의 칡덩굴이 넓게 자리를 잡고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칡덩굴이 철도 선로까지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철도공사 대전충청본부 관계자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이렇게까지 칡덩굴이 퍼진 줄은 몰랐다"며 "열차 운행에는 지장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행정기관들도 칡덩굴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충북 제천시청 산림공원과 관계자는 "산림의 경제적·공익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조림사업'을 할 때나, 수목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경우 칡덩굴 제거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야의 소유자가 신청할 경우에도 칡덩굴 제거 작업을 한다"면서 "도로변의 칡덩굴은 도로 관련 부서에서 제거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는 달리 앞에서 본 것처럼 도로 주변의 칡은 계속 퍼지고 있다. 당국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도로변 낙석 방지망까지 잠식하는 등 곳곳에서 무성하게 번지는 칡을 보면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가 생활하는 마을 주변까지 칡이 번지고 있다.
▲ 지난달 25일 드론으로 촬영한 충북 단양군의 생태체육공원. 도로 옆 경사면을 가득 채운 칡덩굴은 주변 화단까지 뻗어가고 있다.ⓒ 최영길
"단양 생태공원은 정말 잘 만들었어요.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도 많이 늘었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어요. 그런데 저기 보이는 칡덩굴이 옆에 있는 화단까지 다 망칠 지경입니다."
지난 8월 25일 충북 단양생태체육공원 파크골프장에서 만난 주민 전복태(71) 씨의 말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 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그는 단양군에서 많은 돈을 투자해 꽃을 심고 화단도 조성했는데 칡덩굴이 훼손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급속도로 번식하는 칡덩굴로 인해 파크골프장 주변도 위험하다"고 전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응 시기 늦을수록 방제 어려워져... 종합적 대응 시급
칡덩굴 제거를 위한 방제작업은 화학적·물리적 방제법이 있다. 칡뿌리에 구멍을 뚫고 약제를 주입하는 화학적 방제법의 경우 아무리 좋은 약제라도 환경적 문제로 지속적인 사용은 어렵다. 칡의 줄기머리 부분을 자르거나 뿌리를 캐내는 물리적 방제에는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어려움이 있다.
이상태 박사는 "칡은 제거 작업 시기를 놓치면 강한 번식력으로 인해 다음 해에는 더 제거할 분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지금 시작해야 작업 대상과 물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칡덩굴이 확산된 지역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산림 전문가 등과 협력해 확산을 억제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산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칡덩굴 문제를 제대로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도 중요한 약재로도 쓰이는 등 워낙 친숙한 식물이라 사람들이 칡의 위험성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영길(sschoice)
IAEA 기록 뒤지고 삭제된 기사 찾아 ‘오염수 국제기준’ 허상 짚다
“삼중수소가 바나나보다 안전하다.” 2021년 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 당시 핵과학자들이 파다하게 했던 주장이다. 이승훈 민중의소리 기자는 그해부터 핵발전 문제를 취재했다. 그는 “원전 이슈가 터질 때마다 매번 과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 화가 났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사고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해이기도 하다. 이 주장은 최근 정부 카드뉴스에도 등장한다. “오염수 내 삼중수소는 커피 바나나보다 훨씬 적다.”
오염수를 다루는 언론이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야 할 주장은 많다. 이 기자는 그 중 대표적인 주장이 “국제기준”이라고 말한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 정부, 한국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강조하는 단어다. 이 기자는 지난 4월부터 오염수 방류의 숨은 쟁점을 기획연재로 10건째 해부하고 있다.
▲4월27일 민중의소리 보도 갈무리
‘숨은 쟁점’은 언론과 정치권의 ‘따옴표’에 가려져 있지만 검증이 필요한 쟁점을 뜻한다. 일본은 오염수를 740배의 바닷물로 희석한다는데, 원래 오염수의 방사성 농도는 얼마일까. 일본 정부는 이를 밝히긴 했을까. 희석한 농도가 기준치 밑이니 괜찮다면, 못 버릴 방사성 폐기물은 있을까. IAEA는 이를 고려했을까.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무단 방류한 오염수 양은 얼마나 될까.
이들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평탄하지 않다. 관련 기관에 물어도 시원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다. 같은 내용을 쓰는 기자가 드문 만큼 확인을 거쳐도 안심하기 어렵다. 이 기자는 다수의 전문가 조언을 적극 구한다. 삭제된 아사히신문 기사가 인용한 자료를 찾아 IAEA 홈페이지를 뒤졌다. 3년치 보고서를 모조리 다운 받아 봤다.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에게 이번 오염수 방류가 ‘국내 기준에도 어긋나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인류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 기존 절차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반박을 들었다고 한다.
지난 4일 만난 이승훈 기자는 중요한 건 ‘앞으로’라고 강조했다. “핵발전을 하는 모든 국가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는 최대의 난제다. 일본이 ‘희석해서 버리면 된다’며 방류할 수 있게 한다면, 비용을 들여 같은 방식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ALPS(농도저감설비)를 거친 오염수 방류 강행을 발판으로 주민들이 반대하던 재처리시설도 오는 2024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본 정부가 무단으로 방류해온 막대한 양의 오염수도 숨겨진 쟁점이다.
방류 권고한 기관에 검토 맡기는 ‘쇼’
- 오염수 문제에 어떻게 관심 갖고 보도하게 됐나.
“편집국장의 권유로 2021년부터 핵발전 취재를 담당하게 됐다. 처음엔 핵발전 문제가 전문영역이고 함부로 뛰어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 (심리적) 벽을 뒀다. 아마 많은 기자들도 그럴 거 같다. 취재를 계속한 건 원전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핵공학자들이 한 주장 때문이다. 매번 ‘삼중수소보다 바나나가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 당시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다루는 연구자와 자료가 많이 나올 때였다. 그런 연구는 언급하지 않고 삼중수소가 마치 우리 주위에 파다하고 안전한 것처럼 얘기했다. 그때부터 핵과학자들의 주장을 검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결국 열 받아서다(웃음).”
▲윤석열 정부의 오염수 홍보 자료 ⓒ윤석열 정부
- 단독보도 가운데 하나는 ‘오염수 방류 검토에 나선다는 IAEA가 이미 2015년에 오염수 해양방류를 권고했다’는 기사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앞서 IAEA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 제3기관으로서 이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미 바다 방류를 권고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3기관이라면 다양한 대안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당초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미 방류를 권고한 기관에 검토를 맡기는 건 일종의 ‘쇼’로 보였다.
그린피스 보고서를 읽다 ‘IAEA가 바다에 후쿠시마 방사성 물을 방류하는 것을 권고하다’란 제목의 아사히신문을 인용한 주석을 봤다. 관련 기사 원문을 찾아봤지만 관련 기사가 모두 삭제돼 있었다. 2013~2015년 IAEA에 게재된 모든 기록물을 모두 내려받아 뒤졌다. 2015년 아마노 유키야 IAEA 총장 이름으로 사실상 방류를 권고한 문서가 있었다. 정확한 표현은 ‘방류 등을 고려하라’였는데, 다양한 대안 가운데 가장 손쉽고 저렴한 방식을 콕 집어 제시한 거다.”
[ 관련 기사 : [단독]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알고 보니 IAEA가 2015년에 권고 / 민중의 소리 ] https://vop.co.kr/A00001631993.html
원안위 측 허탈한 답변 ‘전례 없어 현 기준과 비교 어려워’
- ALPS를 거친, 바닷물 희석 전 방사성 물질 농도가 허용기준의 2.6배가량이라고 처음 보도하기도 했다. 희석 전 농도가 왜 중요한가.
“일본 정부는 ALPS 처리한 오염수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지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이준택 건국대 물리학 명예교수가 일본 정부가 밟는 희석 절차가 이상하다고 알려왔다.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허용기준 농도를 ‘1’로 봤을 때, 740배의 바닷물로 희석한 뒤 30개 방사성 핵종 농도가 0.0036이라고 적시했다. 이 수치를 역으로 추적하면, 희석 전(처리 후) 오염수 농도는 허용기준보다 2.6배 높다.
[관련기사 : 일본이 오염수를 ‘740배’로 희석해 바다에 버리는 이유 / 민중의 소리 ]
방사성폐기물 전문가에 따르면 통상 액체 방사성 폐기물이 희석하기 전 기준치 이하 농도임을 확인한 뒤 방류를 결정한다. 그런데 도쿄전력은 농도를 밝히지 않다가 희석한 뒤 그 결과물이 기준치 이하인지를 알린 것이다. ‘희석 뒤엔 기준치 이하이니 괜찮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독극물이든 방사성 폐기물이든 방류하지 못할 것이 없다.
그런데 IAEA, 일본 정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나와 이번 방류가 ‘국제기준’에 따랐다고 말한다. 원안위에 ‘이렇게 희석하는 건 액체폐기물 통상 처리절차와도 다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인류 역사상 이런 사고와 이런 방식은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라 (통상 절차) 이런 것과 비교하는 것과 맞지 않다, 기존에 전례가 없어서 비교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없다’고 말하더라.”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ALPS 처리 뒤, 희석 전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수력원자력이 냉각수 등 배수되는 물의 방사능 농도를 ‘리터당 13Bq(베크렐)로 배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일본은 740배의 바닷물로 희석해 내보낸다는 농도가 리터당 1500Bq이다. (한국 원전의 냉각수 배출 농도와) 엄청난 차이이다. 일본의 허용 기준은 (삼중수소 기준) 6만 Bq이니,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희석 전 농도는 2배인 12만 Bq를 넘는다.”
선례 될 것…오염수 못 버릴 국가는 없다는 신호
- 오염수가 수산물이나 생활에 당장 미칠 영향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방류를 시작했으니 해산물과 소금을 먹지 못한다고 보진 않는다. 당장 바다가 엄청난 수준으로 오염된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건 이것이 선례가 되리라는 점이다. 핵발전을 하는 모든 국가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는 최대의 난제다. 일본이 ‘희석해서 버리면 된다’며 이렇게 방류해 버렸다. 다들 같은 방식으로 버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왜 돈을 써서 폐기물을 방류 금지하고 규제하겠나.”
▲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 준비위원회가 지난 2021년 3월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 금지와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의 즉시 폐쇄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억의 탈핵의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짜 문제, 10년째 방사성 물질 새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미 방류해온 오염수 이야기는 10여년째 얘기가 되지 않고 있다. 일본이 그동안 방류된 방사성 오염수의 총량을 한 번도 제대로 조사해 밝힌 적 없지만 최대한 기록들을 찾아 추정해본 기사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1~4호기가 잇달아 폭발하면서 공중으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 가운데 세슘의 80%는 바다에 내려앉았다는 게 UN 추정이다. 대량으로 발생한 지하수, 빗물, 원전에 원자로를 식히려 투입한 바닷물 냉각수 일부를 끌어올렸는데, 사고 초기 저장탱크가 충분히 없을 때 어느 날 갑자기 1만 톤 이상의 고농도 오염수를 무단 방류했다. 그 뒤로도 통제되지 않는 오염수가 계속 누출됐다. 후쿠시마와 우리나라 앞바다의 표층해수 농도의 차이는 지금도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바닷물은 순환하기 때문에, 누출이 멈췄다면 농도가 같아져야 한다.”
- 정부여당은 ‘(오염) 처리수’로 용어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며 했던 말이다. 이 장관이 처리수라 쓰는 게 맞다는 취지로 답하자 신 의원이 오염수란 말은 ‘북한식 용어혼란전술’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한 시점이 중요하다. 조선일보가 3월23일 ‘북한이 후쿠시마 괴담을 퍼뜨려 반일감정 자극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뒤 신 의원의 ‘북한 전술’ 주장이 나온 것이다. 마치 오염수라 칭하면 특정 이념에 매몰된 것처럼 몰아가는 행태다. 그러나 오히려 처리수란 말이 진실을 흐린다. 일본 정부도 밝혔듯 오염수에서 삼중수소와 탄소-14 등 방사성 물질은 전혀 제거할 수 없으며 그 양도 어마어마하다.”
정부의 ‘겁주기’, 적극 취재 막아
- 그밖에 추천할 기사는.
“얼마 전 미국 메사추세츠주 정부가 필그림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금지했고, 뉴욕주도 인디언포인트 원전 냉각수 방류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인디언포인트는 폐쇄된 원전인데,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허드슨강물에 방류하려 하자 여야 상·하원 의원이 전부 달려들어 금지 법안을 제정했다. 뉴욕주의 보도자료를 보니 공화당 의원이 “난 처음부터 반대운동을 했고 법안 통과를 환영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썼더라. 이 사안이 여야 정치 사안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태평양 건너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에는 지지 입장을 냈다. 한국 정부여당은 이를 토대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과민반응이라는 취지로 얘기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핵연료와 직접 닿아 압도적으로 위험한데, 뉴욕주에선 직접 닿지 않은 냉각수 방류에 반대하는 운동이 주 전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배포한 오염수 홍보 자료 ⓒ윤석열 정
- 오염수 방류를 두고 정치권 공방이 관심을 받지만 오염수를 포함한 핵발전 문제를 취재하는 언론은 적다고 느꼈을 것 같다.
“당초 원전 문제가 전문영역이라는 장벽이 있어 기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도 없지 않겠지만 정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방류에 대해 우려하면 ‘가짜뉴스’이자 ‘괴담 선동’이라고 규정하며 계속 겁을 주지 않나. 전문가인 서균렬 교수(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실제 자기가 아는 지식을 최대한 얘기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전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 고소‧고발이 들어오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 방출이 시작된 현 시점에서 언론의 주목이 필요한 부분은?
“이번 오염수 방류가 선례가 되리라는 우려의 연장선에서, 일본이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을 내년에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엄청난 반대로 몇 차례 공사가 미뤄졌었다. 대다수 전문가는 여기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영국과 프랑스 재처리 시설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영국의 셀라필드 재처리시설은 ‘살아있는 체르노빌’이라고 불린다. 또한 앞서 밝힌 오염수 방출 절차 문제가 다방면으로 취재됐으면 좋겠다. 일본과 한국정부가 국제기준을 따랐다고 주장하지만 ‘희석하면 괜찮은 것처럼 전 세계를 상대로 속이고 있다는 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고래상어 감소 원인 뭔가 했더니...길 없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해양 로드킬’
해양 로드킬 사고 모니터링, 해양 로드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해양동물이 많이 다니는 곳에 선박 이동 제한 규제, 선박들이 규제를 잘 지키는지 모니터링
영국 연구진이 고래상어의 생태와 선박의 위치를 나타내는 위성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수평 이동 범위의 92%, 수직 이동 범위의 50%가 선박들의 이동 경로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선박과 부딪쳐 상처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래상어의 모습./Claudio Contreras, Nature Picture Library
점점 확장하는 도로와 늘어나는 교통량의 영향으로 야생동물이 도로를 건너다 달리는 차에 치어 숨지는 이른바 ‘로드킬’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길이 없는 망망대해인 바다에서도 같은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바다 동물이 크고작은 선박과 부딪혀서 목숨을 잃는 ‘해양 로드킬’이 점차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영국의 과학자들이 ‘해양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플리머스 해양생물학연구소와 사우스햄프턴대 연구진은 지금까지 해양 로드킬이 자주 일어난 곳과 자주 희생된 종을 모니터링하고, 앞으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선박 운행 경로나 속도 등에 법적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양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은 주로 고래와 상어 등 대형 해양동물들이다. 현재 전세계 해양을 다니는 선박은 10만 척이 넘는다. 최근 16년 동안 해운 교통량이 2배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2014년 기준 2050년까지 해운 교통량이 최대 120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대형 해양동물이 선박에 부딪혀 생명을 잃을 위험도 10배 이상 커진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해양 로드킬 사고뿐 아니라 동물이 스스로 선박을 피해 다니므로 이동 경로가 바뀌어 결국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태평양이나 대서양 등에서 동물과 충돌한 해양 사고는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규제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그간 얼마나 많은 동물이 해양로드킬에 희생됐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상어와 가오리, 홍어 등은 선박에 부딪쳐 죽으면 바닷속에 가라앉아 발견하기도 어렵다.
대형 선박들이 다니는 홍콩의 한 컨테이너 선박 터미널./xPACIFICA, Redux, eyevine
그나마도 고래와 돌고래, 거북이는 해상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 해수면에 떠다녀 발견되기가 쉬운 편이다. 남아공 넬슨만델라대 연구진이 2020년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즈 인 마린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래와 바다거북 등 체중 450㎏이 넘고 이동거리가 수백 수천 ㎞인 해양동물 약 75종이 선박 충돌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 이들 중 60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속하고, 3분의 1 이상은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이번에 논평을 발표한 영국 연구진도 사체가 빠르게 가라앉는 고래상어(Rhincodon typus)의 생태와 선박의 위치를 나타내는 위성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고래상어의 수평 이동 범위의 92%, 수직 이동 범위의 50%가 선박들의 이동 경로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래상어에게 위험한 지역은 매년 전세계 해상 석유 무역의 3분의 1이 이뤄지는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래상어를 잡는 어업이 줄어도 결국 해양 로드킬 때문에 총 개체수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실제로 해상사고가 특정 동물 종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했다. 해양 오염과 기후변화 등 해양 생물 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에 비해 해양 로드킬은 비교적 ‘인간이 다루기 쉬운 문제’라고 봤다. 즉, 인간의 노력으로 해양 로드킬 건수를 대폭 줄여 해양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연구진은 7일 네이처 논평을 통해 해양 로드킬을 줄이려면 해양생물의 서식지와 이동 경로에 대한 데이터와 전세계 해상 어선을 감시하는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아쿠아맵스에서 바다에서 사는 어류, 포유류, 무척추동물 등 3만3500여 종의 서식지와 분포를 나타낸 지도./AquaMap
해양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방안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해상 사고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자주 어떤 종이 선박과 부딪칠 위험이 높은지 분석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해운업계뿐 아니라 대중도 해양 로드킬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세 번째는 법적 규제를 만들어 선박이 해양동물들이 많이 살거나 이동하는 지역을 지나갈 때 속도를 줄이거나 아예 경로를 우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이 같은 규제를 선박들이 잘 지키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미 해양생물 공간정보(OBIS), 무브뱅크, 아쿠아맵스 같은 동물 추척 시스템으로 해양 동물이 어디에서 사는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불법 어업과 남획을 막기 위해 전세계 해상의 어선을 감시하는 ‘글로벌피싱워치’,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제공하는 데이터들을 함께 활용하면 해양 로드킬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2729-9
Frontiers in Marine Science(2020) DOI: https://doi.org/10.3389/fmars.2020.00292
사이언스조선 이정아 기자
'세상과 어울리기 > 생태환경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9.18~ (0) | 2023.09.18 |
---|---|
23.9.11~16 무분별한 공항 건설 사회적 탄소비용 따져야” (0) | 2023.09.10 |
23.8.27~9.2 역대급 짠물예산…가덕신공항은 5200억 증액 (0) | 2023.08.28 |
23.8.21~~25 미국 지지 받고 자신감 붙은 일본, 24일부터 오염수 방류 시작 (0) | 2023.08.20 |
23.8.14~19 "총선 때문에 오염수 조기방류 요청? 일본판 총풍 사건“ (0) | 2023.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