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기후위기 부인은 바보짓…아마존 지원 약속 지켜라”
아마존 열대우림 남벌 막겠다”…브라질 등 남미 8개국 선언
부산 대저대교 건설 원안대로 추진…이르면 내년 5월 착공
서울시, 미세먼지 줄이고 시원한 바람 만드는 ‘바람길숲’ 37곳에 조성
‘새만금공항 백지화’로 번진 잼버리 후폭풍
‘손풍기’ 전자파 괜찮을까? 정부는 “안전” vs 시민단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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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기념 공원 최적지” vs “시민공원 정체성 훼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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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기후위기 부인은 바보짓…아마존 지원 약속 지켜라”
부자나라 겨냥 “숲 지키려면 기금 지원 이행하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과 드니 사수 응게소 콩고공화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실 제공. AFP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부자나라를 향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한 기금 지원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 둘째 날인 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몇 세기 동안 전세계 대기를 오염물질로 채운 건 산업화한 부자나라들”이라며 “그들은 이제 망가진 것을 복원하기 위해 자기 몫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는 “돈이 필요한 것은 브라질이 아니다. 콜롬비아도 아니고 베네수엘라도 아니다. 바로 자연이며 자연이 재정지원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의 이런 요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공유하고 있는 남미 8개 나라의 정상과 대표, 그리고 또다른 열대우림이 있는 콩고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 인도네시아의 정상과 대표들이 모여 열대우림 보존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방안을 협의한 뒤 나온 것이다.
이들은 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우리 숲을 위해 단결하자’는 제목이 붙은 성명을 통해 무분별한 벌목을 줄이고 경제 번영과 환경보호를 조화시킬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부자나라들이 가난한 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해마다 1천억달러(131조원)씩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나아가 이 기후기금을 2030년까지 2천억달러(263조원)로 늘리라고 촉구했다.
룰라 대통령은 부자나라들을 겨냥해 “그들이 남아 있는 숲을 제대로 지키고 싶다면 돈을 써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숲만 걱정할 게 아니라 그 숲에서 사는 사람들, 그 숲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먹고, 품위 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도 신경 써야 한다”며 “우리가 숲을 보살피는 건 이들을 보살필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후위기를 부인하는 건 바보짓”이라며 “그렇지만 숲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단순히 나무를 그만 베는 것뿐 아니라 아마존에 사는 5천만 인구에 존엄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열린 아마존협력조약기구 정상회의는 이날 이틀에 걸친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막을 내렸다. 앞서 참석자들은 회의 첫날 공동선언문을 내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아마존 열대우림 남벌 막겠다”…브라질 등 남미 8개국 선언
아마존협력조약기구 14년 만에 열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이 8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에 참석해 원주민 장관 소냐 구아자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실 제공. AFP 연합뉴스
남미 8개 나라가 14년 만에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를 열어 아마존 열대우림의 남벌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브라질과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가이아나, 수리남 등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회원국 정상과 대표는 8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 모여, 세계에서 가장 넓은 아마존 삼림이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아마존협력조약기구는 프랑스령 기아나를 제외한 아마존 지역 8개 나라가 1978년 7월 3일 아마존협력조약에 서명한 뒤 17년 만인 1995년 창설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2009년 회의 이후 14년 만이다. 아마존은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페루·수리남·베네수엘라 등 8개 나라와 프랑스령 기아나에 걸쳐 있다. 크기는 인도 아대륙의 두 배에 달하며, 3분의 2가 브라질에 속해 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아마존 지역의 지속 가능한 개발과 불법적인 벌채의 종식, 이를 부추기는 조직범죄 척결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이들 나라는 법집행기관의 협력 강화, 벌목와 인권 유린 등 불법 행위와 관련한 정보의 활발한 교류, 아마존 동식물의 밀반입 적발, 수은을 포함해 금광 개발에 사용되는 독성 물질의 밀수와 판매 단속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또 부자 나라들을 향해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기로 한 금융지원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보호무역 움직임에 대해서도,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농부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아마존의 생산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공약인 ‘2030년까지 불법 벌목 완전 중단’은 선언문에 담기지 못했다. 또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요구한 ‘아마존 지역의 석유 탐사 금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 브라질의 환경단체 활동가인 마르시오 아스트리니는 “이제 첫걸음은 떼었지만, 구체적인 결정은 없고 약속만 늘어놓았다”며 “지구가 더위에 녹고 있는데 아마존을 공유하는 여덟 나라가 선명한 글씨로 ‘벌목 제로’라고 쓰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의 아마존 동쪽 대서양 어귀에 자리잡은 도시 벨렝에서 8~9일 이틀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룰라 대통령을 비롯해 페트로, 루이스 아르세(볼리비아), 디나 볼루아르테(페루)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애초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중이염 증세가 나타나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대신 보냈고, 가이아나에선 총리가, 에콰도르와 수리남에선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또 브라질 아마존펀드의 최대 기부국인 노르웨이와 독일, 아마존과 같은 열대우림이 있는 인도네시아, 콩고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대표가 초청됐고, 프랑스령 기아나를 대표해 브라질 주재 프랑스 대사도 참여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는 공동 대처를 요구한다”며 “아마존을 공유하는 나라가 협력을 재개하고 확장하는 것이 지금처럼 시급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제2차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부흥을 위해 미국이 대규모 원조를 했던 ‘마샬 플랜’에 빗대어,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와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이들 나라의 빚을 삭감해줘야 한다며 부자 나라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아르세 대통령도 “기후위기의 책임을 모두 우리 (아마존을 공유한 나라들)의 어깨와 경제에 지울 순 없다”며 지금까지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한 부자나라들이 아마존 보호를 위한 기금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부산 대저대교 건설 원안대로 추진…이르면 내년 5월 착공
부산시, 낙동강환경청과 협의…"신속 건설 주민 요구 반영"
부산 대저대교 위치도
낙동강을 가로질러 부산 강서구 식만분기점과 사상구 삼락동 사상공단을 연결하는 총길이 8.24㎞의 대저대교 건설 사업이 원안대로 추진된다. 부산시는 대저대교를 원안 노선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낙동강유역환경청과 본격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21년 6월 대저대교 원안 노선이 큰고니 등 철새 서식지를 통과하고 큰고니의 비행을 방해할 수 있다며 철새 서식지를 우회하는 4개 노선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환경단체 등과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해 대안을 모색했고, 시민공청회를 열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시민공청회에서는 교통 수요 등을 고려해 부산시 원안 노선대로 신속하게 대저대교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저대교 건설 계획을 철회하거나 대안 노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부산시는 낙동강을 횡단하는 기존 교량 8개의 하루 적정 교통량은 60만8천대인데 2025년이면 하루 73만6천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올해 초 대저대교 원안 노선으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작성해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시작했다. 이어 대저대교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담은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마련해 연말까지 협의를 끝낼 예정이다. 시는 또 실시설계와 토지 보상, 문화재 현상 변경 등 관련 행정 절차를 끝내고 이르면 내년 5월 본격 착공, 2029년 개통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국비 1천609억원을 포함해 3천956억원이다.
시 관계자는 "대저대교 노선을 바꿀 경우 설계 변경 등으로 착공 시기가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는 주민의 우려와 신속하게 건설해달라는 요구를 반영해 원안 노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youngkyu@yna.co.kr 연합 민영규 기자
서울시, 미세먼지 줄이고 시원한 바람 만드는 ‘바람길숲’ 37곳에 조성
서울시가 2025년까지 바람길숲을 추가로 조성한다고 13일 밝혔다. 바람길숲이 작동하는 모식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바람길숲’을 2025년까지 37곳에 추가로 조성한다고 13일 밝혔다. 바람길숲은 서울 지역 산림에서 발생하는 공기를 도심지까지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의 숲이다. 산지에서는 여름철에도 비교적 선선하고 깨끗한 공기가 발생된다. 이를 숲을 통해 도심지에 내려보내겠다는 것이 바람길숲의 조성 목표다.
바람길숲은 도심 외곽 산림에서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를 생성하는 ‘바람생성숲’, 이렇게 생성된 공기를 도심지로 이동시키는 ‘연결숲’, 공원이나 옥상 녹지 등 도심지 소규모 숲지인 ‘디딤·확산숲’으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관악산과 안양천, 북한산과 우이천을 각각 연결하는 189㏊ 넓이의 바람길숲을 조성한 바 있다. 총 34곳에 교목 4000주, 관목 54만주가 식재됐다.
여기에 더해 2차로 바람길숲이 만들어진다. 종로구 등 11개 자치구 내 37곳에 7.3㏊ 면적으로 조성된다. 1차 조성지와 연계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달 실시설계를 추진하고 2024~2025년 본격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서울은 북한산·도봉산·관악산에서 발생한 공기가 도심 하천과 강을 따라 들어오기 좋은 환경을 갖축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지리적 특성을 토대로 2019년 ‘서울 바람길숲 조성 기본계획’을 세워 최적의 바람길을 정리했다. 독일 기상청이 개발한 차가운 공기 이동 시뮬레이션 분석 모델을 활용했다.
서울시가 2019~2021년 1차로 조성한 관악산-안양천과 북한산-우이천 일대 바람길숲 지도. 공기가 흐르는 통로가 표시돼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 2021년 국립산림과학원 관측 결과 동대문구 홍릉숲의 경우 주변 도심지보다 미세먼지 PM10 농도가 25.6%, PM2.5는 40.9%까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숲 1㏊는 연간 168㎏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고, 평균기온을 3~7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여름철 뜨거운 도심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있는 도심 숲 조성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새만금공항 백지화’로 번진 잼버리 후폭풍
‘잼버리 명분 SOC 반납’ 여론에
국제공항 전면 철회 요구까지
전북 “잼버리와 개발사업은 무관”
새만금 종합계획 현황 약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파행을 빚은 뒤 잼버리 개최를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확보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랭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선 ‘잼버리가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으로 나라 안팎의 지탄을 받다 조기 폐막했으니, 잼버리를 구실로 따낸 에스오시 사업도 반납하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전라북도는 잼버리와 새만금 에스오시 사업은 별개의 사안이란 입장이지만, 빗발치는 비판을 피해 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13일 전라북도에 따르면 새만금 지역에서 추진된 사회간접자본 사업은 모두 7개다. 동서도로(16.47㎞)와 남북도로(27.1㎞) 2개 사업은 이미 완료했고, 국제공항,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새만금항 인입철도, 신항만 등 5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사업이 2029년 개항이 목표인 국제공항이다. 이 공항은 사업성이 희박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라는 특혜가 주어졌다. 일각에선 이 공항을 정치인과 지방정부, 토건세력의 유착이 빚어낸 부실 에스오시 사업의 전형으로 본다. 공항이 들어설 위치도 문제다. 공항 사업부지는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인 수라갯벌이다.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잼버리 야영장을 만들기 위해 주변의 해창갯벌을 죽였다. 새만금공항을 만들기 위해 수라갯벌을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과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전북 지역 환경단체들은 잼버리 공식 폐막에 맞춰 신공항 사업의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1일 성명서에서 “정부는 새만금 잼버리를 명분으로 예타를 면제한 신공항 건설공사 입찰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공항은 현재 기본설계 용역을 진행 중인데, 14일엔 건설업체를 선정하는 입찰이 개시된다. 앞서 공동행동은 지난해 9월 국민소송인단 1308명과 함께 새만금신공항 계획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방조제 외곽에 만들어지는 신항만과 인입철도에 대해선 아직까지 뚜렷한 반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잼버리 파행을 계기로 새만금 사업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다면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은 새만금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주변 수라갯벌이 죽어가고 있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공동행동 제공
하지만 전라북도는 잼버리 파행과 무관하게 새만금 개발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새만금 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 당초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계속 면밀하게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손풍기’ 전자파 괜찮을까? 정부는 “안전” vs 시민단체 “위험”
지난 7일 서울의 한 관광지에서 무더위 속에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관광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 연합뉴스
무더위 속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휴대용 선풍기’와 도로 위에 많아진 ‘전기버스’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위험성에 대해 논쟁이 붙고 있다. 시민단체 쪽에선 “인체보호기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에선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선 정확한 기준과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오후 “시중에 유통되는 20개 손·목 선풍기 제품에 대해 전자파 세기 측정 결과 모든 제품이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한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전날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대중교통과 손선풍기 전자파 실태조사 결과 인체보호기준을 넘어섰다”가 밝히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자료였다.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손선풍기 3대를 분석한 결과 모두 기준치인 4밀리가우스(mG)보다 4~215배 높은 전자파 세기가 감지됐고 10센티미터(cm) 이상 거리를 두어야 기준치 아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또 전기버스, 전기차 택시, 11개 노선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도 기준치를 넘어선 전자파가 측정됐다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기준으로 삼은 ‘4밀리가우스’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전자파를 발암물질로 정하는데 배경이 된 고압송전선로 연구에서 기준점이 됐던 수치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4밀리가우스’ 기준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인체보호기준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라 대부분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ICNIRP)의 기준을 따르는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국제비전복사보호위원회는 전자파 위험 기준으로 2000밀리가우스로 잡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 위원회가 2010년 2000밀리가우스로 기준을 완화하기 전인 1998년 기준(833밀리가우스)를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기준’이 다르니 똑같은 전자파를 두고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셈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 기준을 반박하며 전자파도 환경오염물질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1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833밀리가우스’는 급성 노출 기준이다. 국립전파연구원의 전자파 가이드라인만 봐도 전자기기와의 거리 두기를 강조하며 ‘4밀리가우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주파수가 높고 강한 세기의 전자파에 인체가 노출되면 체온이 상승해 세포나 조직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기정통부는 “측정 시기가 오래된 지하철 등에 대해 전자파 세기를 측정해 국민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여든살 나무 2만 그루 베고 지리산에 골프장을?
개발 지뢰밭 지리산 SOS ①
봄이 오면 지리산자락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나선다. 작년 봤던 산나물이 잘 올라오는지 확인하는 걸음이다. 지난 3월 중순 구례 산동 사포마을 어머님들도 해마다 의례적으로 하는 산나물 위치 확인을 위해 사포마을 뒷산에 올랐다. 사포마을 뒷산은 지리산 서쪽 끝자락이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하여 차일봉(종석대), 시암재를 지나 간미봉, 할미성을 따라가다 서시천으로 스며드는 간미봉 능선의 서북쪽에 사포마을 뒷산이 있다.
지리산자락에서 벌어진 대규모 벌목
산에 오르던 어머님들은 소나무, 편백나무 등이 기계톱으로 베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현장 작업자에게 물어보니 소나무재선충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례 산동 좌사리, 관산리 일대는 2009년부터 재선충 방재작업이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공교롭게 벌목은 재선충이 아니라 골프장 때문이라 말한 것은 구례군이었다. 3월 23일 구례군은 ㈜피아웰니스, ㈜삼미건설 등과 '구례온천 CC(지리산골프장) 조성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구례 전역에 OO이장단, OO협회 구례지회 등의 이름으로 업무협약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400여 개나 걸렸다. 생경한 장면을 연출한 현수막은 골프장을 어디에 한다는 거야, 어떻게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붙은 거지 등의 궁금증과 함께, 골프장은 이미 확정된 일이니 다른 말은 하지 말라는 묵언의 압박으로 느껴졌다.
▲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에서 벌어진 처참한 벌목 현장. ⓒ김인호
2000년대 중반에 추진되었던 지리산골프장
2000년대 중반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일원의 산주인 김종엽, 김병철, 김병석은 지리산골프장 건설을 추진했다. 지리산자락 147만4770㎡를 훼손하여 회원제 27홀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2006년 2월 3일 전라남도 고시 제2006-10호로 결정된 지리산골프장은 2006년 11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승인하고, 2011년 8월 김병철, 김병석이 사포마을회(2만6568㎡)와 정산마을회(7723㎡) 소유 토지를 강제 수용하면서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인 김병철, 김병석은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지리산 훼손, 지역공동체 파괴, 주민 삶 피폐화 등의 여론에 밀려, 2012년 2월 구례군에 개발사업 공사중지 통보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싸움은 일단락됐다. 싸움을 끝낸 주민들은 일상으로 들어갔고, 지리산골프장은 모두에게 잊혔다.
2020년 3월 지리산온천랜드가 운영난을 이유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다시 지리산골프장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로서의 골프장이 아니라 사양산업이 된 온천, 세금 먹는 하마 지리산 정원, 집라인과 모노레일 등 한물간 사업에만 손을 대는 구례군, 산동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외지인 등에 대한 복잡미묘한, 원망 섞인 이야기들이었다.
다시 시작된 지리산골프장 논란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인 ㈜피아웰니스 사내이사이자 산주인 김병철, 김병석 등이 제출한 벌목허가신청서를 허가했다. 2월 8일부터 4월 30일까지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일원 16필지 51만8227㎡에서 벌목하라고, 21만1783㎡(21ha)에서는 단 1그루도 남기지 않고 모두 베라는 허가였다. 산주는 수확벌채가 목적이라 하였으나 재선충으로 인해 통나무 자체로는 반출이 안 되고 파쇄한 후에나 밖으로 빼낼 수 있으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구례군 산림과는 산주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곳이 구례군관리계획(체육시설) 지역임을 알았다고 했다. 올해 6월부터는 20ha 이상의 대규모 벌채는 민관합동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고 했다. 모든 것을 알았지만 벌목을 허가했다.
그런데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이자 산주는 골프장 예정지에서 나무만 벤 게 아니라 땅을 돋아 운동장을 만들고, 산을 절개하여 길을 내고, 배수로도 없이 계곡을 메우는 불법을 저질렀다. 골프장 건설에 준하는 산지 개발로 '산림자원법' 위반이었다. 구례군에 민원을 냈지만 구례군은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만 했다.
구례군이 벌목을 허가한 곳은 급경사지역이다. 골프장 시행사는 2006년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며 경사도 20° 이상인 곳은 '원형보전'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대규모 벌목과 함께 토지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다.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중점 평가항목으로 고시(환경부고시 제2022-24호 「골프장의 중점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평가방법 등에 관한 규정」)했는데, 벌목 허가지 중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은 21만5172㎡나 됐다. 결국 산주의 벌목 신청과 구례군의 벌목 허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와 산지전용허가 통과를 유리하게 할 것이다.
20년 전에도 같은 사업이 똑같이 불법 벌목
올해와 똑같은 일이 2003년에도 있었다. 당시에 '불법 벌채에 대한 진정인'(지리산골프장 건설 반대 사포마을 대책위원회)은 불법 벌채가 '환경영향평가를 잘 받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구례군은 간벌은 숲가꾸기 사업으로 '사업자의 과대한 욕심 때문에 과벌이 발생된 사안'이라고 답했었다.
그러나 2006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참여한 김용범 박사, 김창환 교수, 양효식 박사 등은 '임도,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군락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군락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해당 지역을 녹지자연도(녹지공간의 자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0~10등급으로 구분. 8등급 이상의 지역은 개발사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8등급이 아니라 7등급으로 판단했다.
2003년 간벌사업 신고 후 불법 벌목을 통해 녹지자연도를 낮춰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유리한 상황을 만든 산주는 2023년에는 입목벌채허가를 받아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을 훼손하고 절성토, 평탄화 작업 등을 통해 골프장 건설에 준하는 개발행위를 한 것이다.
그런데 벌목 허가 기간이 끝난 후 골프장 예정지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산주와 업자가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서 불법 벌목을 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구례군 산림과는 이 사실을 4월 28일 처음 알았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불법 벌목을 멈추라는 특별사법경찰의 명령에도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엔진톱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7만4900㎡의 땅에 사는 나무들은 모두 베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등골이 오싹해진다. 왜 공권력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행해지는지, 법이란 게 있는 세상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지리산 서쪽 골들의 물이 골프장 예정지를 경유해 사포마을 농경지에 물을 대는 사포제로 모인다. 사포제 앞에서 펼쳐진 지리산골프장 반대 현수막 퍼포먼스. ⓒ김인호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지난 4월 18일 발족한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이하 구례사람들)은 지리산자락에 골프장은 절대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산림 훼손을 방치하여 골프장 건설을 용이하게 한 구례군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고 김순호 구례군수와 산림과 담당자, 산주와 업자 등을 고발했다.
구례사람들은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야생동식물을 서식지를 훼손하고, 행정과 자본이 유착하여 민주적 의사결정 체계를 무너뜨린 골프장 추진에 항의하며 전남도청, 구례군청, 순천만국가습지센터,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구례사람들은 벌목으로 죽어간 나무들에 미안함을 전하고, 살아있는 나무들을 지켜내기 위한 칩코운동과 생명평화기도회를 진행했다.
기후재난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골프장이 아니라 숲과 나무
연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린다. 폭우와 폭염,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란 말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기후위기는 지리산에게도 고통으로 다가온다. 지리산 깊은 곳에 만들어진 성삼재, 정령치도로 곳곳에는 산사태가 일어나고, 지리산 꼭대기에 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 구상나무는 말라 죽어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훼손된 땅을 다시 숲으로, 습지로 되돌리기 위한 '재자연화'를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여 실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리산자락에서 50~80년 된 나무 2만 4000여 그루를 베어내고, 앞으로 그 이상의 나무를 더 베어 골프장을 만든다는 게 제정신일까?
대규모 벌목으로 인한 피해는 두 달 만에 현실이 됐다. 벌목과 지형 훼손으로 물길이 바뀌고, 흙과 벌목 부산물들이 이리저리 쏠리자 사포마을 계곡에는 핏빛 황토물이 내려오고 있다. 마을상수도를 사용하던 집집마다 수도를 틀면 뻘건 흙물이 나온다고 한다. 사포마을 주민들은 산사태가 날까봐 잠을 못 이루고, 마을상수도를 쓸 수 없으니 물을 사서 먹고, 빗물을 받아 허드렛물을 사용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이 건설되면 마을상수도에서 독성 농약과 비료를 포함한 물이 나오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지리산자락 28ha 숲이 사라졌다. 숲은 사라졌으나 그곳에 살던 수달, 담비, 삵 등이 여전히 오간다. 숲은 사라졌으나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큰소쩍새, 두견이 등이 여전히 그 하늘을 날아간다. 사라진 숲을 당장 복원할 수는 없겠지만 벌목이 계기가 되어 지리산국립공원을 포함한 지리산 숲이 잘 보전되고 회복될 수 있는 장기계획이 작성돼야 한다. 특별히, 훼손된 벌목지는 '지리산을 닮은 천년의 숲'을 만들어 야생동식물과 미래세대의 유산으로 남기길 제안한다.
□ 골프장 사업에 사로잡힌 세월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사포마을은 35가구 72명이 모여 사는 마을로 주민들은 대부분 산수유 재배와 벼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다. 이 마을의 박현무(56세) 이장은 20년 전 현재의 예정지를 대상으로 했던 골프장사업 반대운동을 했던 청년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그는 다시 같은 장소에 같은 사업자가 벌이는 골프장사업을 막기 위한 마을 대책위(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례군수가 내게 전화해 '박 이장, 다른 데는 다 사업 찬성하는데 왜 사포마을만 반대냐?"고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주민 편이어야 할 군수가 사업자처럼 생각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지역민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는 외지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왜 지리산이 파괴되고 주민생존권이 무시돼야 하는가?" 박 이장은 "한 번 막았던 일이다. 이번에도 막아내고 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을 주민 전경숙(60세) 씨는 "지리산 서쪽 골에서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물줄기가 마을간이상수도의 수원이다. 그 물을 마을 뒷산 사포제에 모아 농수로도 쓴다. 골프장이 들어서 농약에 오염된 물이 흘러오면 농사도 망치고 마실 물과 생활용수도 오염된다. 우리 삶의 터전을 해치는 골프장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다"라고 말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함께 사는 길]
부산 강서에 새 국가산단 추진
市, 김해공항 서측 그린벨트 타당성 용역 예산 3억 신청
- 정부 첨단산단 탈락 후 추진
- 일각 “보여주기 뒷북” 비판
부산시가 강서구 김해공항 서측 일원 100만 평을 대상으로 신규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추진한다. 앞서 부산시는 가용 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의 국가첨단산업단지 공모에 신청조차 하지 않아 거센 비판(국제신문 지난 3월 16일 자 1·3면 보도)을 받았다.
부산시는 ‘신규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위해 관계 부서에 예산 3억 원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강서구 김해공항 서측 일원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8개월 동안 실시한다.
시는 현 정부의 국정 방향이 첨단산업 육성 등을 위한 신규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부산에서 국가산업단지 부지로 제시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미리 전략을 세워놓겠다는 취지로 이번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330만㎡(약 100만 평) 규모의 대지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김해공항 서측 그린벨트 지역을 제외하고는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이곳을 중심으로 용역을 실시하면서 최적의 부지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별도의 태스크포스(TF) 팀도 구성해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힘쓸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진행된 국토교통부의 국가첨단산업단지 선정에서 탈락한 것을 뒤늦게나마 만회해 보려는 ‘뒷북’행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를 허용하면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 14개 지역에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가용 부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신청을 하지 않았고 국토부는 지난 3월 부산 외 14개 지역을 선정했다.
국토 균형 발전 차원이라 어렵지 않게 부산 몫을 챙길 수 있었는데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자 시는 지난 4월 김해공항 서측 일원을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추가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지난달 20일 미지정을 결정했다. 이후 부산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에 도전장을 던져 지난달 20일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 산업단지가 전력반도체 특화 단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소부장 특화단지 투자 규모는 6조7000억 원으로 550조 원의 국가첨단산업단지 사업과 비교해 턱없이 적다.
시 관계자는 “국정 방향이 첨단산업 육성을 내세우고 있어 부산시가 어떤 곳에 어떤 전략 단지를 세우면 좋을지 미리 검토하고 준비하는 단계”라며 “정부가 국가산업단지 조성 신청을 또 받지 않더라도 전략만 잘 세운다면 부산이 먼저 전략 산업 유치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전기 자동차가 정말 더 환경 친화적일까
지난 4일 중국 장쑤성 창저우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리 자동차의 작업 현장 모습. 2023.08.04. 신화 연합뉴스
전기 자동차는 정말로 더 친환경적일까? 아니, 전기 자동차는 과연 친환경적일까?
<이코노미스트>의 비즈니스 분야 칼럼니스트 ‘슘페터’는 지난 10일 기사(‘당신의 전기 자동차는 정말로 친환경적인가?’)에서,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그렇다”고 주장할 것으로 본다. 전기 자동차(EV) 제조에 들어가는 희소금속이나 광물 등의 조달을 포함한 EV(배터리 포함) 제조 과정에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보다도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하지만 일단 그 과정이 끝나면 배기관에서 더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니 제조과정의 마이너스 부분을 신속히 보상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비정부기구(NGO) ‘운송과 환경’(Transport and Environment)의 루시엥 매튜는 가장 큰 EV도 운용연한이 끝날 때까지 전체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들보다 더 적다고 얘기한다. 중국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 발전소가 많은 나라에서의 전기 충전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아마도 일반 소비자들도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까. EV가 친환경적이라는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베트남 하이퐁에 있는 자동차회사 빈패스트의 완성 전기자동차들. 미국으로의 수출을 위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022.11.25. 로이터 연합뉴스
이익을 키우기 위해 중후장대형으로 가는 EV
하지만 칼럼니스트 슘페터는 EV가 오히려 환경에 더 유해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 이유는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EV도 더 커지고 우람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도 주행거리가 더 길고 고급스런 것을 선호하게 된다. 컨설팅 회사 BNEF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EV의 배터리 평균크기가 매년 10%씩 커졌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첫 번째, 이익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EV도 클수록 제조업체와 판매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더 많아진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도 큰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동차 운전자들은 소형차보다 큰 SUV나 픽업트럭 쪽을 선호했는데, 이는 EV에도 적용된다. 배터리 충전 인프라의 가용성과 주행거리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더 크고 더 성능이 좋은 배터리를 원한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의 '팩토리 제로'에서 생산 중인 대형 EV 험머. 2021.11.17.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전 세계 판매 EV 절반 이상이 SUV
결국 EV도 수익 무한추구가 제1원칙인 자본주의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소비자들의 의식도 EV로의 전환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는 그것을 조장할 수 있고,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적인 계층(계급)의식이 더 크고 비싼 것에 대한 과시적 선호를 부추긴다.
제너럴 모터스도 테슬라도 더 크고 더 장대한 근육질의 SUV나 트럭들을 출시하고 있다. 엘런 머스크는 올해 생산을 시작할 ‘사이버트럭’을 “대단한 미래형 장갑차”라고 치켜세웠다. 더 장대함을 추구하는 이런 추세는 완고한 내연기관 운전자들을 전기차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EV의 절반 이상이 SUV인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추산하고 있다.
중후장대형 EV 추구가 지진 문제들
이런 추세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슘페터는 정리한다.
첫째, 배터리가 클수록 공급망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진다. 배터리 크기가 커지면 원료인 리튬과 니켈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커진다. 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비용을 증대시켜 자동차 제조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둘째, 탄소중립적인 방식으로 더 큰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더 많은 저탄소 전기가 필요하다. 이는 발전과 송전체제에 병목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셋째, EV 생산에 필수적인 희소자원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그럴수록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한 적절한 가격의 EV를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그것은 운송의 전반적인 탈탄소화를 늦추게 될 것이다.
다섯째, 안전을 위협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할 수 있는 전투 탱크와 같은 전기 SUV들은 행인들을 위협하고, 도로와 타이어, 브레이크 마모도를 높이며, 오염물질을 양산한다. 이는 차량이 크고 무거울수록 더 심해진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쇼핑몰에서 소형 전기자동차 울링 에어의 판매원이 방문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2023.02.05. 로이터 연합뉴스
EV 소형화, 정부가 나서야
슘페터는 EV의 장대화를 막고 소형차를 장려해야 하며, 이에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본다. 우선 충전 인프라를 신속히 확충하도록 지원해서 더 크고 멀리 가는 EV를 찾게 만드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해줘야 한다. 그리고 더 장대하고 무거운 차일수록 세금을 더 많이 매겨 불이익을 주고, 가볍고 작은 차들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교통혼잡과 주차에 대해서도 유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이 하는 것처럼 차량의 에너지 및 재료 효율성에 등급을 매겨 식별표를 부착하게 하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등 유럽 업체들 EV 소형화 추구?
이런 중후장대형 EV 추구는 제조업자들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포드 자동차의 CEO 짐 팔리는 최근에 자동차 제조업체가 EV 주행거리를 최장화하더라도 돈을 벌 수 없다고 말했다. 제너럴 모터스의 매리 바라가 저렴한 체비 볼트 EV를 퇴역시키려던 계획을 철회한 것도 중후장대형 추구가 돈을 버는 데 유리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폴크스바겐과 같은 유력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 작고 저렴한 EV를 만들고 있고, 테슬라는 멕시코에서 소형 모델 EV를 만들 계획을 짜고 있다.
최근 EV 고급화로 미국과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현대기아의 전략은 자동차산업의 일반적 속성을 충분히 활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 칼럼니스트 슘페터에 따르면 ,현대기아의 고급 EV 양산이 전통적 내연기관차보다 더 환경 친화적인 것일지, 장기적으로 돈 벌이에 더 유리할 것인지는 따로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시민언론 민들레
스웨덴, 탈원전 유턴 선언…"20년간 원자로 10기 짓겠다“
역대 정부 최초 신규 원자로 건설 언급
"20년간 전력 생산량 두 배로 늘려야"
"친환경 선도국 지위 잃을 것" 우려도
프랑스 골페시의 원자력발전소. ⓒ데일리안 DB
1980년부터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해오던 스웨덴 정부가 향후 20년간 최소 10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웨덴 정부가 신규 원자로 건설 규모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1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로미나 포우르목타리 스웨덴 기후환경부 장관은 기후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20년간 전력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며 지난 9일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현재 스웨덴은 포르스마르크, 오스카르스함, 링할스 등 3개 발전 단지에서 원자로 6기를 가동 중인데, 이는 스웨덴 총 전력 생산의 약 30%를 담당한다. 여기에 원자로 10기가 추가로 건설되면 원자력 발전량은 극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포우르목타리 장관은 "현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의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며 "원자력이 전력 생산을 두 배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과거 정부에서 원전 폐지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지난해 10월 우파 연립정부가 집권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 방침으로 기조가 선회했다. 새 연립정부는 기후정책 목표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100% 탈 화석 에너지'로 변경해 원전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환경 전문가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라르스 닐손 환경에너지 교수는 "현재 스웨덴의 전력 생산은 풍력 발전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10기의 원자로가 필요한 이유가 명확하치 않다"고 주장했다.
닐손 교수는 이번 조치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스웨덴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실제로 어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것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규 원자로를 짓게 되면 스웨덴 납세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국제무대에서 친환경 선도국으로 불렸던 스웨덴의 명성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웨덴이 원전 의존 확대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도 탈원전 기조를 포기하고 원자력 발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이 '제로(0)'인 '원전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으면서 세계 각국에서 탈원전의 당위성에 대한 논쟁이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대구 軍 공항 이전 '기부 대 양여' 확정…11조5천억 역대 최대 규모
기재부, 건설 계획 최종 승인
사업 타당성 공식 인정 의미…대구시 시행자로 신속 지정
국방부 "남은 절차 앞당길 것"
K-2 공항 후적지 중심부에 들어서는 인공호수와 랜드마크. 랜드마크는 팔공산의 동봉과 서봉을 형상화했다.(사진은 조감도) 대구시 제공.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따른 대구 군 공항(K-2) 이전 사업에 가속도가 붙는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구 군 공항 이전(기부 대 양여 방식) 사업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총사업비는 11조5천억원으로 역대 기부 대 양여 사업 중 최대 규모다.
국방부와 대구시는 이날 최종 승인에 따라 사업시행자 지정 등 앞으로 추진계획을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기재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5차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구 군 공항 이전 기부 대 양여 사업계획(안)'을 의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대구경북 지역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60년 숙원도 해결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중앙정부·지자체·민간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성공리에 사업이 완료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일대에 들어서는 대구경북신공항은 군 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민간 공항은 정부 재정 사업으로 추진된다.
새로운 군 공항을 대구시가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는 대신, 기존 군 공항 후적지는 국방부가 대구시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함께 들어서는 민간 공항은 국토교통부가 국비로 짓는다. 기부 대 양여 사업 승인은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계획과 후적지 이용계획의 타당성과 기부 대 양여 방식의 적정성 등을 심의해 사업을 공식화하는 것으로 재정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심의 결과, 기부 재산은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11조5천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후적지 토지이용계획은 대구시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뉴(NEW) K-2' 개발계획이 기부 재산과 동일한 규모로 원안 가결됐다.
아울러 오는 26일 시행되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특별법'에 따라 대체 시설 건설비와 지원사업비 등이 양여 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한 상태다.
국방부는 이번 심의 통과에 대해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의 주관 부처로부터 공식적으로 사업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앞으로 대구시와 기부 대 양여 사업에 관한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대구시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등 남은 절차를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도 오는 2025년 착공을 목표로 후속 행정 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계획이다. 우선 올 하반기 중으로 이전할 기지 및 지원 시설의 규모와 기능 대체 적정성 등을 국방부와 협의해 합의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어 사업시행자인 대구시가 국방부에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한편,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사업대행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미래 50년 번영의 토대가 될 신공항을 중·남부권 첨단물류·여객공항으로 조속히 완공해 대구가 대한민국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대구매일
‘부산 센트럴파크’ 꿈꾸는데…10년 지나도 앙상한 가지 왜?
생육상태 나쁜 시민공원 수목들, 성장 빠른 송상현광장과도 대비
- 원활하지 않은 배수가 원인 추정
- 市, 토양 등 정밀조사 나설 계획
개장 10주년을 앞두고 부산시민공원의 수목 전반에 걸친 생육현황 정밀조사가 처음으로 이뤄진다. 2014년 5월 공원 개장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나무의 생육상태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비슷한 시기 개장한 인근 송상현광장 수목 상태와 비교하면 부산시민공원 나무의 성장이 눈에 띄게 더딘 편이라 원인 파악에 나서는 동시에 두 개 공원의 환경을 정밀 비교하는 작업도 거칠 예정이다.
14일 부산시민공원 남2문 부근 은행나무들이 개장 10년이 다 되도록 앙상하게 서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송상현광장에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이 풍성하게 자라 있는 모습. 김영훈 기자
14일 오후 1시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걷기 좋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지만 쉽게 시민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뙤약볕 아래 작은 그늘조차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방문한 시민 대부분 공원 내 카페 근처에 설치된 천막 아래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이모(73) 씨는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나무가 많이 자랐지만 여전히 앙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원이 개장할 때는 10년쯤 지나면 적당히 울창한 숲의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썰렁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민공원에서 관찰한 느티나무는 대부분 가느다란 밑동에 좌우로 뻗은 가지 또한 5개 이내로 왜소했다. 나뭇잎 또한 가지에 듬성듬성 붙은 채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같은 날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의 수목 상태는 한눈에 봐도 시민공원과 대비됐다. 같은 느티나무만 비교해 봐도 줄기의 둘레는 두 배가 족히 넘었고, 가지도 사방으로 고루 퍼져 무성한 잎이 녹음을 만들어냈다. 인공 실개천 좌우로 늘어선 메타세쿼이아도 잎이 우거져 자연스레 시원한 나무터널이 조성됐다. 광장 바로 옆으로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위치지만 시민공원과 비교해 월등한 생육상태를 보였다. 송상현광장은 시민공원 개장 한 달 후인 2014년 6월 문을 열었다.
부산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시민공원의 생육 부진 원인을 확인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사는 토양과 수목생육현황으로 구분돼 진행되고, 시와 공원 관리 주체인 부산시설관리공단이 토양 샘플 48개·수목 샘플 35개를 채취해 한국임업진흥원에 의뢰를 마친 상태다. 조사에 참여 중인 동아대 조경학과 차욱진 교수의 자문에 따라 송상현광장에서도 두 개의 샘플을 채취해 비교군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시 이동흡 파크시티추진단장은 “시민공원 개장 이후 나무의 수도 크게 늘리는 동시에 수목 생장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지만 쉽지 않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보려 한다”며 “토양의 경우 양분상태와 토성 등을 살피고, 수목은 물리적 상태를 비롯해 활력도와 규격 등 상태를 두루 살필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공원의 배수상태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참고하고, 향후 공원 유지관리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월 현재 부산시민공원에는 100만여 그루의 관목·교목이 심어져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부산독립역사관 시민공원에 선다…사무동 리모델링 계획
市, 시민토론회 건립 의견 수렴
- 시비 70억 투입·내년 용역 추진
- ‘독립운동기념공원’ 병기도 검토
- 위안부 기림일 곳곳서 행사 다채
- 15일 시민회관서 광복절 경축식
부산시가 부산시민공원 내에 ‘부산독립운동역사관’을 만든다. 또 시민공원을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병기하는 안도 함께 추진한다.
부산시가 리모델링을 통해 부산독립운동역사관으로 조성할 부산시민공원 내 사무동(사랑채). 국제신문DB
14일 시에 따르면 시는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시민공원 내 사무동(사랑채)을 부산독립운동역사관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사무동을 리모델링해 부산의 독립운동사와 관련 내용을 담은 역사관으로 재단장하는 것으로, 시비 7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용적률 제한 등으로 건물을 높이 올릴 수는 없지만 공원 내 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기념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시는 부산독립운동역사관 건립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 용역비 5억 원을 반영할 계획이다. 실시설계 용역에서 역사관을 어떻게 꾸밀지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며, 시민공원을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표기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앞서 부산독립운동역사관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와 광복회 부산지부는 지난 9일 시민토론회를 열고 시민공원 내에 부산독립운동역사관을 건립하고 시민공원을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병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문을 박형준 시장에게 전달(국제신문 지난 10일 자 8면 보도)했다. 추진위와 광복회는 부산의 독립운동사를 널리 알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2020년부터 역사관 건립을 추진했다. 시가 별도 용역을 통해 해운대수목원을 부지로 제안했지만 쓰레기매립장이라는 지형적 한계로 건물을 새로 짓기 어려워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 왔다. 시 관계자는 “많은 시민이 찾는 공원에 역사적인 공간을 마련한다면 의미가 클 것으로 기대되며, 사무동을 리모델링 함으로써 신축(300억 원 예상)보다 사업비도 대폭 줄어 시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15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제78주년 광복절 경축 행사’를 열고 보훈단체장 및 독립유공자·유족, 주요 기관장,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절 경축식을 열 예정이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기후운동, 자기만족적 엘리트 운동에 머물 것인가
기후와 노동 ‘따로 또 같이’ 바람직
날씨가 설설 끓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말한 대로 “끓는 기후의 시대가 왔다”라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가 이 폭염만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기후가 위기라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지난 장마가 648.7mm의 물을 퍼붓는 새 47명이 생사를 달리했다. 폭우가 멈추자 이젠 폭염. 138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그 중 18명이 사망했다(질병관리청, 2023.8.2. 기준). 한 달 남짓 만에 65명이 기후재난으로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여름은 앞으로 당신에게 남은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라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예언은 섬뜩하다. 청년들만 미래를 불안해하는 건 아니다.
기후위기가 시대를 규정하는 의제가 되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주류 의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다들 알고 있는 이유, 경제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다 경제를 다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기후위기 대응에 발목을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미적거린 것도, 윤석열 정부가 ‘기후문제는 나 몰라라“, 내팽개친 것도 나름 경제에 관한 철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를 외면하면 대중으로부터 배제된다
기후위기를 우리 사회의 주류 의제로 자리매김하려면 기후문제는 경제문제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기후위기 해결이 경제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방치된 기후위기가 경제를 죽인다는 사실을 밝혀내야 하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경제를 희생하더라도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마지막 주장‘이 되어야 한다. 그건 기후와 경제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한 뒤에 할 수 있는 주장이다. 기후위기가 존재론적 질문이라지만 경제문제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천천히 죽는 문제라면 경제위기는 당장 죽는 문제다.
현실경제에 대한 외면은 기후운동이 소수파 운동에 머무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운동에서는 탈성장론과 탈자본주의론과 같은 체제전환론이 지배 담론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추상적 차원에서 체제전환을 다룰 뿐 대중의 삶이 배어 있는 경제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현재진행형인데 그들의 시선은 미래에 가 있다. 그리하여 기후운동은 대중을 배제한다. 대중을 배제함으로써 대중으로부터 배제된다. 대중으로부터 배제된 기후운동이 정치권력의 지형을 바꾸지는 못한다. 기후운동은 아래로부터 배제되고 위로부터 거부된다.
지난 4월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4.10. 연합뉴스 자료사진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기후운동의 전망에 상상력을 넓히는 것은 사실이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다. 다만 허공에서 허공을 붙잡으려 들 것이 아니라 지상에 내려와 대중의 삶과 경험에 가닿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후운동은 대중과 유리된 채 지적 우위를 누리는 엘리트 운동이 되거나 도덕적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자기만족적인 운동이 되기 쉽다. 그리하여 기후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주변부 운동이 되고 만다.
기후재난이라는 실존적인 위험에 직면해서도 탈성장을 하지 않은 탓이라고, 탈자본주의가 해결책이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나 전기차 전환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노동자에게 “대의를 위해 참아라”라고 할 수는 없다. 당면한 과제에 당면할 때 담론은 현실성을 얻고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
노동자도, 정의로운 전환도 외면하는 기후운동
변혁적인 체제전환을 주장하는 기후운동가의 시야에서는 노동자도 사라진다. 그들에게 노동자는 일자리에 갇혀 기후위기를 외면하거나 성장주의에 젖어 기후위기를 방관하는 집단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들은 ‘생산’하는 노동자만 볼 뿐 ‘소비’하는 대중들은 보지 않는다. 대중이 노동자와 노동자 가족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도 외면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사회정의가 동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평등의 해소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핵심이라는 말에도 다들 동의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그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고용 불안에 맞닥뜨린 노동자, 생계 기반을 잃은 지역주민, 그리고 재난에 취약한 빈곤층의 이야기는 거대 서사 앞에서 소거되고 만다.
기후운동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느끼는 일 가운데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지배하는 담론은 정의로운 전환이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피해를 사회적으로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탈성장과 정의로운 전환,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며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기후위기가 시대적으로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해서 노동자더러 일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들을 기후위기의 희생자로 만들지 않는 것이 사회정의고 그들을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로 세우는 과정이 정의로운 전환이다. 노동수요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만들어내는 파생수요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를 해결하면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이 된다.
기후와 노동, ‘따로 또 같이’하는 연대로 가야
기후 운동에서 노동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도 최근 기후와 노동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노동조합 안팎에서, 주로 연구단체에서 이뤄지지만 때로는 기후단체가 나서서 기후와 노동의 연대를 모색하기도 한다. 당연히 이러한 노력에는 기후와 경제, 그리고 일자리가 어떻게 동행할 수 있는지, 그 속에서 어떻게 노동자를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로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기후 따로’, ‘노동 따로’가 아니라 기후와 노동이 ‘따로 또 같이’하는 연대를 향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탈성장론이나 생태사회주의와 같은 체제전환론은 중장기적인 전망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고 그것이 당면 과제를 외면할 수 없다면 단기적으로는 그것이 어떤 전략과 결합하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오늘의 문제를 방치하는 내일의 해법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해법은 ‘그때그때 다르다”. 탈성장을 지향하더라도 과도기 전략으로 그린뉴딜 전략이나 녹색 일자리 전략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기후위기와 경제, 일자리 사이의 선순환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그 한계를 밝혀낼 수도 있는 탓이다. 탈자본주의 담론을 유지하더라도 당장은 ‘자본주의 고쳐쓰기’를 의제로 삼을 수도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내부 비판과 지속적인 개선이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
현실은 구체적이다. 기후운동의 담론을 대중이 수용하지 않으면 권력의 지형은, 그리하여 기후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지금은 기후운동이 왜 우리 사회에서 소수파 운동에 머물고 있는지를 자문해야 할 때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시민언론민들레
미국 청소년들, 기후 소송에서 ‘역사적 승리’…“깨끗한 환경 권리 침해”
지난 6월 기후 소송 재판을 위해 청소년들이 몬태나주 법원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청소년들이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리하며 헌법상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인정받았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청소년들의 기후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이와 유사한 기후변화 관련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14일(현지시간) 주 정부가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화석연료 정책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침해했다며 청소년들이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0년 소송 당시 만 5세에서 18세까지 어린이 및 청소년으로 구성된 원고 16명은 주 정부가 석탄 및 천연가스 생산과 같은 프로젝트를 허용함으로써 기후 위기를 악화시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주 헌법에 “주와 개인은 미래 세대를 위해 몬태나의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유지·개선해야 한다”고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 정부가 화석 연료를 지원하면서 이 책무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들은 재판에서 기후변화가 자신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원고 중 한명인 리키 헬드는 “주 동부에 있는 가족 목장이 가뭄과 산불, 폭염과 홍수 등 기상 이변으로 위협을 받았다”며 “가뭄으로 인해 목장의 소들이 비쩍 마르거나 죽었고, 산불로 인해 하늘에서 재가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가 세계적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몬태나주도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천식을 앓고 있다는 또 다른 원고는 “산불 연기가 극심한 기간 동안 집 안에 고립돼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소송 제기 3년여 만에 재판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의 담당 캐시 시엘리 판사는 “주 정부의 지속적인 화석 연료 개발은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주 헌법의 조항을 위반했다”며 “주의 온실가스 배출이 어린 원고들에게 해를 끼치는 기후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한 요인’으로 입증됐다”고 판시했다.
몬태나주는 미국 내 석탄, 석유 및 가스의 주요 생산지며, 연료 운송에 필요한 파이프라인 및 기타 기반 시설을 대거 갖추고 있다. 이번 판결은 몬태나주가 앞으로 화석 연료 프로젝트를 승인하거나 갱신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송에 참여한 클레어 블라스는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해 무력감을 느낀다”며 “몬태나주 의원들이 주 헌법을 존중하고 법원의 결정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이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의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으나, 실제 재판까지 진행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들은 이번 판결이 미래 세대들의 기후변화 관련 ‘역사적 승리’라며, 다른 기후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환경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소송 물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비영리단체 ‘우리 아이들의 신뢰’는 “오늘 몬태나주 판결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혼란의 파괴적인 영향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려는 젊은 세대의 노력에 전환점을 마련한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몬타나주, 청소년, 민주주의, 기후를 위한 엄청난 승리”라며 “이런 판결이 앞으로도 또 나올 것”이라고 했다.
리처드 라자러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 법원이 기후변화에 근거한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한 정부에 대해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원고들의 명백하고 획기적인 승리”라고 밝혔다.
컬롬비아대 로스쿨의 기후변화법센터 소장인 마이클 제라드는 “기후 변화에 대해 법원이 내린 가장 강력한 결정”이라며 “이번 결과가 비슷한 헌법 조항을 가진 주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몬태나주 법무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터무니없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 정부 측은 그동안 “몬태나주의 탄소 배출량은 극히 적고, 기후 변화는 세계적 문제로 몬태나주의 역할은 미미하다”며 소송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주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주 의회에 달려있는데, 공화당이 몬태나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몬태나주가 화석연료 정책에 즉각적인 변화를 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독립운동기념 공원 최적지” vs “시민공원 정체성 훼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산시, 시민공원 내 역사관 추진
독립기념공원 병기·사무동 활용
광복회 “상징성 높고 접근성 좋아
흩어진 자료 모아 역사 조망 시설로”
환경단체 “공원 내 휴식공간 훼손
이미 온갖 시설물 공원 성격 해쳐”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 부산 독립운동 역사를 기념하고 추모할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을 짓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인다. 부산시민공원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독립운동 역사를 기념하고 추모할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 예정지가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부산독립운동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역사성과 접근성이 뛰어난 시민공원 내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건립 취지는 공감하지만, 부산시민이 일궈낸 공원을 훼손하고 공간의 성격을 바꾸면서까지 시민공원에 조성할 이유는 없다며 반발한다.
부산시는 독립유공자 유족과 시민단체 등의 뜻을 수렴해 부산의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한곳에 담는 독립운동기념공원과 역사관을 부산시민공원에 조성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시민공원을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병기하는 안과 공원 내 시설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원 내 시설물을 추가로 짓거나 건물을 높이기 힘든 상황인 만큼 공원 내 시설 중 가장 규모가 큰 사무동이 검토 대상이다.
추진위는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 사업이 첫발을 뗐다며 시의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역사관 건립 시민토론회’에서 추진위와 광복회 부산지부가 공동으로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역사관 건립 건의문’을 채택해 박형준 시장에게 전달했다. 건의문에는 시민공원에 ‘부산독립운동역사관’을 조성하고, 공원의 명칭을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부여해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조성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추진위는 시민공원이 부산지역 역사성과 상징성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접근성도 뛰어나 독립기념공원 위치로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기존 시설물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부산 전역에 흩어진 독립운동 관련 시설물을 모아, 부산 독립운동 역사를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기념공원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이미 마련돼있다는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 100년 동안 이방인들이 차지하다가 부산시민이 되찾은 시민공원은 부산에서 굉장히 역사성이 깊은 곳”이라며 “기존 시설물을 활용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공원에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해 관광 명소로 거듭난다면 부산의 역사를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민공원에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이 진행되려 하자 지역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의 건립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민공원이 적지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부산시는 독립운동기념공원 건립에 따른 부지 선정에 대한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고 숙의하고 부산독립운동역사관 건립추진위는 부산시민공원 내 건립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민공원이 명칭에 부합하는 공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민’을 위한 공원의 정체성과 도시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공원 내 빈터는 시민의 쉼터이자 그 자체가 공원을 규정짓는 중요 요소인데, 이미 시민공원 내 많은 건축물 조성으로 공원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으로 시민공원의 공원시설률은 상한선인 40%에 육박한다. 도시공원에 대한 특성과 기능을 축소하면서 다른 목적으로 공간을 조성하려는 편의적인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체는 “시민공원은 152만 부산시민의 동참과 지역 시민사회가 한마음으로 쟁취했던 미군기지 하야리아 반환운동의 결과물로 시민의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공원이 됐고 부산시민운동의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시민참여의 숲이 별도로 조성되기까지 했다”며 “10년이 되기도 전에 이미 부산시민공원은 여러 건축물 조성으로 상처를 입고 있다. 공원의 성격과 기능에 관계없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목적성 건물을 집어 넣거나 기존 시설물의 성격마저 바꾸는 관행은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는 시민공원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보존하고 부산지역 역사성을 품은 다른 곳을 역사관 건립 후보지로 제안했다. 단체는 “일신여학교, 정공단이 근처에 있고 폐교된 좌성초등 부지 등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동래사적공원 무허가 주택 철거부지를 비롯해 55보급창이나 북항재개발지 북항 1부두 창고시설을 활용한 기념관 건립을 통해 지역의 재생과 역사성의 결합을 도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민공원 내 기존의 시설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라며 “반대하는 시민들이 있다면 이해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고 의견을 종합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함양·산청·구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놓고 싸운다?
개발 지뢰밭 지리산 SOS ③
2007년과 2012년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다가 공익성, 경제성, 환경성 기술성 모두 기준 미달이라 퇴짜를 맞았던 산청군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승인에 편승해서 올해 4월 케이블카 담당 TF팀을 만들더니 주민공청회나 사업설명회 등 공론화 과정 없이 지난 6월 23일 케이블카 사업계획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제출한 이 사업계획서는 실상 2016년에 준비했던 사업계획서를 연도와 일정 등만 고치고 거리도 조금 줄여 접수한 것이다. 사업예산만 1179억 원에 달하는 사업인데 이렇게나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다니 어이가 없다. 더 놀라운 건 이승화 산청군수가 지난 7월 12일 MBC경남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군수는 "합의가 된 것입니다. 지사님이 저하고 시장 군수가 있는 데서 산청군이 먼저 하고 함양군은 좀 있다가 하고"라고 말했다. 궤변이다. 경남도지사가 지시하고 산청과 함양군수가 합의하면 지리산에 케이블카 놓는 게 당연히 될 일인가? 우스운 건 이 인터뷰로 함양군청이 뒤집혀 함양군의회와 함께 도지사에게 공식항의하기로 결정하는 등 케이블카를 두고 지자체들의 기선 잡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함양군청 앞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산청대책위'와 '함양 대책위'가 공동으로 진핸한 현수막 시위. ⓒ최세현
지리산권역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경쟁
산청군과 함양군만 케이블카 경쟁에 뛰어든 건 아니다. 구례군도 경쟁에 적극적이다. 구례군은 지난해까지 네 번이나 케이블카 사업을 반려당했는데 올해 다시 신청하겠다고 선언했다. 함양군은 2011년과 2015년, 2016년에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 5월 함양에서 '지리산케이블카함양유치위원회'가 출범했고 7월 14일에는 진병영 함양군수가 '산청군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신청과 무관하게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산청, 함양, 구례 모두 케이블카 사업에 매달리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주장은 지리산에서 한 곳 또는 영남과 호남에 각각 한 곳으로 지자체끼리 교통정리가 되면 허가해 줄 수도 있다는 '환경부의 방침'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환경부의 입장은 '그런 원칙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각 지자체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신청서를 접수하면 법적 절차를 밟아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할 따름'이라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국립공원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사업을 허용한 환경부인지라 저 입장의 속내가 퍽 컴컴하다 싶지만, 액면 그대로 보자면 함양, 산청, 구례는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지리산 권역 지자체 간 건설 경쟁이 붙은 산청군, 함양군, 구례군의 케이블카 예상 노선도. ⓒ함께사는길
케이블카, 정말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돼?
지리산 케이블카가 공익성도 부족하고 또 경제성마저 없다는 점이 지금까지 환경부가 케이블카 신청을 여러 차례 반려한 가장 큰 이유였다. 지리산 케이블카는 결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에서 수십년 동안 '사업 반려'를 통해 입증해온 셈이다. 사실, 지자체마다 우후죽순처럼 설치한 케이블카들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개점휴업 상태라는 사실을 보면 케이블카는 20세기 시절의 후진적 관광상품이라는 게 여실히 증명된 바다. 엄중한 기후위기시대를 맞아 관광 패러다임이 지역 체류형 생태체험 위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케이블카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의 대척점에 있다. 빠르게 경관을 소비하고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이동하는 구시대적 관광 패러다임을 물적으로 뒷받침하는 케이블카는 끝내 혈세 먹는 하마가 될 운명이다.
케이블카가 등산객들에 의한 환경훼손을 감소시켜?
현재 환경부의 입장은 '지리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도 상부 정류장에서 등산로와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산청군의 케이블카 사업계획은 '시천면 중산리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5km 구간'이 대상이다. 그러나 환경부 공언대로라면 케이블카 탑승객들은 상부 정류장인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등산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설령 케이블카가 설치된다 해도 천왕봉으로 향하는 등산객의 수는 줄지 않을 것이다. 등산 문화의 수준이 높아져 환경 훼손을 하며 등산하는 등산객들은 이제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산청군의 케이블카 사업은 지리산 훼손을 전제로 한다. 등산객들이 케이블카를 이용할 리 없다. 이용객은 그저 경관 소비를 위한 탐방객일 뿐이다. 등산객이 지리산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케이블카가 지리산을 훼손한다는 게 맞는 말이다. 등산객을 욕보일 일이 아니다.
장애인과 노약자들도 천왕봉에 오를 수 있다고?
케이블카가 생기면 장애인과 노약자도 천왕봉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지리산권역의 케이블카 추진세력의 주장이지만 앞서 환경부의 공식 발표대로,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 정류장으로 올라간들 탐방객들은 산행을 할 수가 없고 케이블카를 타고 바로 하부 정류장으로 내려와야 한다. 설령 등산로를 개방하더라도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1.7km 거리의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건장한 성인도 2시간이나 걸리는 만만치 않은 등산로이다. 어떻게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쉽게 천왕봉에 오를 수 있겠는가. 결국 케이블카 추진세력은 엄한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사업 추진의 수단으로 대상화한 것이다. 장애인들이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동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실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선 목숨까지도 담보해야 하는 장애인들이 케이블카 있는 곳까지 어떻게 이동해야 할까? 케이블카 건설에 장애인들을 명분으로 동원하는 비열한 일을 그만두고 장애인들의 일상적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국가사회적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친환경적 공법 케이블카 건설?
기술과 공법이 발전해서 지주탑의 개수를 줄인다거나 선로 구역에 벌목을 안 해도 된다거나, 자재 운반도 헬기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2012년에도 똑같이 나왔던 이야기다. 그런데 2023년 현재 케이블카 설치 예정 구간에는 오히려 더 많은 수의 반달가슴곰 가족들이 서식하고 있고 또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죽어가고 있는 구상나무 복원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자재 운반은 헬기로 한다고 주장하지만, 수시로 오르내려야 할 작업자들의 이동통로는 또 어찌할 건가.
게다가 케이블카 설치 후 발생할 소음은 지리산의 원래 주인인 동식물들에게 심각한 고통과 피해를 줄게 불을 보듯 뻔하다.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처인 지리산이다.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해 한반도의 허파로, 환경생태교육의 현장으로 지켜간다면 지리산은 인근 권역 주민들의 생계를 대대로 보장하는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될 텐데 당장의 사업이익에 눈이 멀어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 쇠말뚝을 박고 쇠줄을 쳐 훼손하려는 일은 만세의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지리산 케이블카가 지리산공동체를 허물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현재 산청군과 함양군은 '밀실 이면 합의'를 운운하며 경남도지사까지 끌어들인 이전투구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구례군까지 가세해서 서로 케이블카 건설 적지라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일은 지자체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 경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 휘말린 지자체 주민들 간의 갈등이 벌어지고 나아가 같은 지역 주민들끼리도 케이블카 찬반 논란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지리산 케이블카는, 행정구역은 달라도 지리산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지리산공동체 사람들을 반목하고 갈등하게 만드는 수십 년 묵은 자해의 칼이다. 지리산이 어찌 산청, 함양, 구례, 남원, 하동만의 산이겠는가. 지리산은 국민 모두, 지리산에 깃든 야생의 생명 모두의 것이다. 케이블카로 모두의 것을 해칠 셈인가. 누구도 그럴 권리는 없다. 지리산을 그대로 두라!
최세현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함께 사는 길]
관변단체 보조금 늘려주면서 시민단체는 옥죄려는 정부
‘3대 관변단체’로 꼽히는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가 올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보조금이 231억821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3개 단체가 받은 보조금은 지난해보다 약 26억원 증가했다고 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지원군이 될 만한 관변단체에는 보조금을 듬뿍 주면서 노동·시민단체는 ‘이권 카르텔’로 몰아붙이는 윤석열 정부의 ‘내로남불’이 볼썽사납다.
자유총연맹은 관제데모 동원 등 국정농단 사태를 반성하며 2018년 ‘정치적 중립’ 정관 조항을 신설했으나, 보조금 138억원을 받은 올해에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는 지난 6월 “내년에 큰 뭐 그게 안 있겠나. 어느 정도 우파가 많은 부분을 확보해야 전체가 바로 돌아간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총연맹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 그런 자유총연맹에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힘을 실었다. 보조금을 증액해준 이유가 불 보듯 뻔하다. 김건희 여사가 관심 갖는 새마을운동중앙회는 51억원, 바르게살기협의회는 회관 건립비용 등으로 42억원을 받았다. 정부의 특별대우를 받는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된 단체들인 셈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비영리 민간단체에 3년간 지급된 국고보조금 가운데 314억원 부정사용을 적발했다며 내년에 5000억원을 깎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불법시위 전력이 있는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비판성향의 시민단체에 재갈을 물리는 ‘블랙리스트’ 부활을 예고한 것이다.
의견이 다른 이들을 ‘반국가주의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현실인식 탓에 시민사회 생태계가 퇴행하고 있다. 정권이 바뀐 뒤 각종 리스트에 연루됐던 인사들이 직권남용으로 기소되거나 처벌받은 전례를 여권은 상기해야 한다./경향 사설
극한 날씨에 양재천 메타세쿼이아 733그루 ‘응급치료’ 받는다
봄 가뭄 이어 여름 폭염 이어져 생육 악영향
누렇게 잎 변하고 일찍 낙엽지는 등 이상증세
수분·양분 주사로 공급하고 숨틀 434개 설치
서울 강남구 양재천변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잎사귀가 누렇게 변한 모습. 강남구는 지난 5월 1차 치료에 이어오는 9월 2차 치료에 나선다고 16일 밝혔다. 강남구 제공
서울 양재천로 영동2교부터 영동6교까지 2.9㎞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의 나무 수백 그루가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가뭄과 폭염 등 극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생육에 막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는 지난 봄부터 양재천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의 잎이 누렇게 변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토양조사와 영양제 투여 등 조치에 나섰다고 16일 밝혔다. 올여름 폭염으로 잎이 마르고 일찍 낙엽이 지는 증상까지 추가로 발견된 상황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에서는 지난 봄 가뭄 이후 나뭇잎이 누레져 ‘나무를 살려달라’는 주민 민원이 여러 건 접수됐다. 해당 구간의 나무 수령은 50~60년으로 총 733그루가 이상 증세를 보였다.
강남구는 지난 3월부터 방제작업을 벌이고 토양 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토양의 pH와 염기 포화도가 기준치보다 높아 수분과 양분 흡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어서 수세(樹勢)가 약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생육 공간이 좁은 데다 인근 도로에서 발생하는 도시 공해, 수목 노쇠화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나무에 새 잎이 나와 수분이 많이 필요한 4월부터는 피해 증상이 심각해졌다.
증세 완화를 위해 5월부터 메타세쿼이아 수목에 수분뿐 아니라 영양주사로 양분을 공급하고 지표와 뿌리 부근을 연결하는 관인 숨틀 434개도 설치했다. 피해가 심한 나무 윗가지를 잘라 잎을 통해 증발되는 수분량을 조절했다.
서울 강남구 양재천변 메타세쿼이아에 수관주사를 놓는 모습. 강남구 제공
상반기 긴급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메타세쿼이아 길의 나무들은 폭염에 또 한번 시달리고 있다. 최근 전반적으로 황화 현상이 발생하고, 일부 나무에서는 조기 낙엽 증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에 강남구는 지난 9일 국내 최초 나무의사인 강전유 나무종합병원 의사와 피해가 심각한 구간을 정밀조사 했다. 검진 결과 병충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잎에서 수분이 과도하게 증발해 잎이 바싹 말라 버리는 엽소 피해가 확인됐다.
강남구 관계자는 “9월 초 하반기 토양 분석을 재실시해 토양처리 약제를 땅에 주사해 소독(토양관주)하고 액체 비료를 잎에 직접 공급(엽면시비)하는 등 나무의 생장과 관리에 더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12월 초겨울 방재 작업으로 진행되는 제설제 살포에 대비해 녹지 보호막 설치를 강화하고, 제설제 종류와 사용량도 철저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양재천의 수려한 정취를 만드는 메타세쿼이아길에 대한 주민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나무를 살리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꾸준히 생육 상태를 관리해 양재천 메타세쿼이아 수목들이 잘 보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윙윙' 소리 들리면 일반 모기…'말라리아 모기' 다른 점말라리아 감염세가 심상찮다.
1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둘째 주(6∼12일)까지 확인된 국내 말라리아 누적 환자는 513명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누적 환자 수(211명)보다 2.4배에 달한다. 또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총 환자 수(294명)의 1.7배를 넘어섰다. 지난 3일, 질병관리청은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이런 말라리아 감염 확산세에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말라리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말라리아에 걸린 후 방치하면 비장이 커져 파열되거나,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기억 상실, 경련, 정신 분열 같은 이상 행동 등이 발생하거나 빈혈, 호흡곤란과 함께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말라리아 감염 건수는 2020년 2억4500만 건, 2021년 2억4700만 건이 보고됐는데 각각 52만5000명, 61만9000명이 그해 말라리아로 사망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박세윤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암컷 얼룩날개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아들일 때 말라리아 원충이 사람의 몸속으로 침입하며 말라리아를 유발한다"며 "원충 감염 여부를 떠나 얼룩날개모기 자체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기 세 마리 중 한 마리꼴로 흔하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들어온 말라리아 원충은 간에서 증식한 후 혈관으로 들어가 적혈구를 파괴한다. 이렇게 감염된 사람을 또 다른 얼룩날개모기가 물면 원충이 이동해 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다. 원충도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말라리아 원충은 동남아(원숭이열 말라리아), 아프리카(열대열·난형열 말라리아)의 원충과 다른 '삼일열 말라리아'로, 온대·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게 특징이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 대다수는 국내에서, 극소수는 해외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윙윙' 소리 들리면 일반 모기…'말라리아 모기' 다른 점은?
문제는 원충에 감염된 얼룩날개모기에 물렸어도 일반 모기에 물린 줄 알고 방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세윤 교수는 "얼룩날개모기의 원충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이 모기에 물리면 다른 모기에 물렸을 때처럼 몸에서 히스타민을 분비해 가려움을 유발하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물렸을 때 얼룩날개모기가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됐는지 맨눈으로는 알 수 없어 일단 보이면 죽이거나 피하는 게 상책이다. 얼룩날개모기와 그 외 일반 모기의 차이점이 있다. 대표적인 게 벽에 붙어 휴식할 때의 자세다. 일반 모기는 벽면과 몸통이 수평을 이룬다. 반면 얼룩날개모기는 머리를 벽면에 가깝게 한 채 꽁지를 위로 힘껏 들어 올려 벽과 몸통 사이의 각도가 약 45도(40~50도)를 이룬다. 날아다닐 때의 소리도 다르다. 일반 모기는 "윙~"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데, 얼룩날개모기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얼룩날개모기는 전체적으로 흑색이며 날개에 흑·백색의 반점 무늬가 있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춥고 떨리다가, 열이 나고, 이후 땀을 흘리다가 잠시 회복한다. 이런 증상을 48시간 간격으로 다시 반복하는 게 특징적 증상이다. 그 밖에도 두통·설사·구토를 동반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모기에 물린 직후 나타나지 않는다. 짧게는 7일에서 길게는 2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중증 말라리아에서 보이는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저혈당·젖산산증이, 임산부에게는 사산, 저체중아 출산 등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윙윙' 소리 들리면 일반 모기…'말라리아 모기' 다른 점은?
국내에선 말라리아가 1970년대에 사라졌다가 1993년 다시 모습을 드러낸 후 휴전선을 따라 인천시, 경기 북부,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학계에서 이 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당시 북한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경기, 인천, 서울, 강원 순으로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최근 2년 이내에 이들 말라리아 위험지역(휴전선 인근 지역)에 거주·방문한 적 있거나 군 생활을 했고 말라리아 의심 증상이 있으면서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검사받아야 한다. 신속 진단검사(RDT), 현미경 검사, 유전자 검출검사를 동시 실시해 말라리아 원충 또는 유전자 확인으로 진단한다. 말라리아로 확진되면 말라리아 치료제를 경구 투여하는 게 원칙이지만 중증 말라리아의 경우 주사제나 비경구 투여 방식으로 진행한다. 첫 3일간 클로로퀸을, 이후 14일간 프리마퀸을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세윤 교수는 "클로로퀸은 혈액 속 원충을 없애 증상을 없애고, 프리마퀸은 간에 잠복한 원충을 없애 재발을 막는다"며 "두 가지 약을 모두 써야 치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말라리아는 백신이 없다. 예방이 최선이다. 국내에서 얼룩날개모기는 4~10월, 일몰 직후부터 일출 직전에 왕성하게 활동한다. 낮에 나뭇잎 뒷면, 벤치 밑에 숨어있다가 해가 지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피를 빨아들인다. 따라서 말라리아를 예방하려면 해가 진 이후 야외활동은 자제한다. 야간에 밖에서 활동하려면 밝은색의 긴 옷을 입는 게 권장된다. 밤낚시처럼 장시간 밖에서 활동해야 하면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실내에선 방충망을 점검하며 모기장을 사용한다.
어쩐지 덥더라…여름철 도시 기온 가장 높은 곳은 버스정류장
공기흐름 약하고 아스팔트 도로에 둘러싸여
주택 지역 평균기온, 공원보다 최대 4도 높아
지난달 7일 서울 송파구 잠실 지역의 지점별 기온 측정 결과. 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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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도시 내 공간 가운데 여름철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버스정류장이었다. 도심 주택 지역의 여름철 기온은 공원보다 최대 4도가량 높았다.
기상청은 서울 잠실의 다양한 생활환경에서 기온 관측을 수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관측을 한 8개 지점은 아스팔트, 흙, 그늘 쉼터, 버스정류장, 공원 녹지(석촌호수), 도심 소공원, 도심 주택, 도심 아파트 등이다. 기상청은 도시에서 시민이 느끼는 열환경을 분석해 지자체의 도시 폭염 대응을 지원하고, 도시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관측을 했다.
기상청이 지상 1.5m 지점의 기온을 측정해보니 공원 녹지(최고기온 33.6도)와 도심 주택지역(37.7도)은 4도 이상 차를 보였다. 지상 1.5m 지점 기온은 공원 녹지가 가장 낮았고 소공원, 아파트 단지, 주택가 순이었다.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버스정류장이었다. 지난달 7일 버스정류장 기온은 34.4도였는데 당시 송파구 자동 기상관측장비(AWS) 온도는 31.9도, 그늘 쉼터는 30.6도였다.
기상청은 도로 중앙에 있는 버스정류장은 반폐쇄성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어 공기 흐름이 약하고, 아스팔트 도로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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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3시쯤 서울 송파구청 옥상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송파대로를 관측한 모습. 색이 붉을수록 온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기상청 제공.
또 햇볕이 내리쬘 때 바닥이 콘크리트나 보도블록으로 된 장소의 지면 온도는 최고 45~55도까지 치솟았다. 아스팔트 최고온도는 1.5m 지점의 최고기온보다 최대 18.9도가량 높았고, 주택과 아파트의 지면 온도도 각각 10.9도와 9.2도 정도 높았다. 반면 그늘 쉼터나 공원녹지는 기온과 지면 온도가 비슷하거나 되려 2~3도 낮은 것으로 나왔다.
기상청은 또 열화상 카메라로 송파구청 옥상에서 대로변 건물 외벽 온도를 측정한 결과 검은색 외벽의 표면 온도가 흰색이거나 유리인 외벽보다 4도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아스팔트로 포장한 송파대로와 보도블록으로 덮인 보도, 나무가 자라는 녹지 온도를 관측해보니 도로와 보도는 오후 2~3시 표면 온도가 50도 안팎까지 치솟았지만 녹지는 최고 36.9도까지만 올랐고, 종일 온도가 30~35도 수준을 유지했다.
기상청은 “폭염 시기 지면 온도가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아져 45~5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오후 시간에는 햇볕을 받으며 텃밭을 가꾸거나 앉아서 작업하는 일 등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향 김기범 기자
극지연 "기후변화, 남극 바다 종 다양성 위협"
빙하후퇴지역에서의 해양환경과 해조류 군락의 발달 단계.© 뉴시스
기후변화로 남극 바다의 종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과거에 얼음에 덮여있던 바다에서 해조류 군락의 발달이 더디게 일어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극지연구소 최한구, 고영욱 박사, 성균관대학교 김정하 교수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 마리안소만에서 바다 속 해조류 군락 생태를 조사했다.
마리안소만은 기후변화 때문에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지역이다. 1956년 이후 지금까지 바다와 닿아 있는 빙하의 경계선이 1.9㎞나 후퇴했다. 최근 빙하가 후퇴하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고, 이 영향 탓에 얼음으로 덮여있다가 노출된 바다의 면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조사결과 해당 바다는 빙하가 사라진 지 최대 60년이 넘게 지났지만, 종 다양성이 낮은 ‘천이(새롭게 생성된 공간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종들이 교체되는 현상)’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남극에서 해조류 군락 성장에 평균적으로 약 20년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느린 속도다.
일반적으로 약 12~16종의 해조류가 발견되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주변 바다와 다르게 마리안소만의 빙하가 후퇴한 바다에서는 확인되는 종의 수가 크게 감소했다. 마리안소만 빙벽에서 2.2㎞ 떨어진 지역에서 6종, 1.2㎞ 떨어진 지역부터 빙벽까지는 4종이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빙하가 녹으면서 그 속에 있던 먼지 등 부유물질 등이 발생해 바닷물을 탁하게 만들었고, 이에 따라 해조류의 광합성 효율이 저하됐다. 낮은 수온, 낮은 염분 농도 등도 군락의 발달을 방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는 해조류 군락의 발달 단계를 빙하후퇴 역사의 관점에서 해석한 최초의 연구이자, 기후변화에 의한 해양생물의 생태학적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선행연구로 평가 받는다. 국제 저명학술지인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 9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최한구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남극 마리안소만의 빙하 후퇴 과정에서 연안 환경 요인의 변화가 해조류 군락의 발달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명확히 밝혀졌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남극 해조류의 반응과 해양동물과의 상호작용 등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땅에서 하늘로…햇빛연금이 내린다
2023년 7월13일 전남 신안군 비금도 덕산(81m)에 올라 바라본 대동염전(등록문화재 제362호)과 인근 태양광발전 사업 부지 전경. 염전이었던 갯벌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지구상 화석연료는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 탓에 지역 통제권을 쥔 사람들은 과도한 권력을 갖고 행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엔 왕가와 왕족이 흔하다. 반면 햇빛과 바람은 어디에나 있다. 권력 배분의 불공정성이 다소라도 개선된다. 전쟁이 나도 석탄과 석유가 모자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우리는, 지구 표면에서 화석연료를 태우는 일을 반드시 멈춰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땅을 파헤쳐 캐낸 석탄과 가스, 석유를 태우는 일을 하루빨리 그만둬야 한다. 땅속 에너지가 아닌 하늘에서 온 에너지를 써야 한다. 햇빛과 바람의 에너지를 늘려가는 일은 지구 열대화가 진행 중인 현 시기 전 인류에게 공통으로 떨어진 과제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별 관심이 없다.
전남 신안군은 2018년부터 햇빛과 바람으로 만든 에너지 수익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주민이익공유제를 만들어 시행했다. 분기당 수십만원 수준의 ‘햇빛연금’을 3만8300여 명의 군민 28%가 받고 있다. 2023년엔 햇빛연금을 재원으로 한 아동수당도 만들었다. 햇빛과 바람이 어디에나 존재하며, 누구나 누려야 할 공유자원임을 실효적으로 보여준 국내 첫 사례다. 신안군은 2030년 모든 군민에게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삶이 다양하듯 집도 다양해질 것이다
건축가들이 말하는 한옥… 삶이 다양해지는만큼 단독주택 수요도 늘어
한옥은 집 안에 바깥(마당)이 있는 집이다. 참우리건축사사무소의 한옥 혜화1938. 류우종 선임기자
1980년엔 전체 주택의 85.6%가 다가구를 포함한 단독주택이었고,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은 전체의 9.9%에 불과했다. 단독주택-공동주택의 비율은 1985년에도 75.3%-18.7%, 1990년에도 64.3%-29.6%로 단독주택이 2~4배가량으로 훨씬 높았다.
그러다 5년 만인 1995년 46.9%-49.4%로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1990~1995년에 단독주택의 수는 23만7천 채가 줄었고, 공동주택은 250만채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이 줄어든 것은 재개발의 영향이었고, 공동주택이 늘어난 것은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200만 호 건설사업의 결과였다.
1980년 단독주택 86%→2021년 공동주택 78%
그 뒤 단독주택 비율은 2000년 37.2%, 2010년 27.9%, 2021년 20.6%로 꾸준히 떨어졌고 공동주택은 2000년 59.3%, 2010년 71.0%, 2021년 78.3%로 계속 올라갔다. 공동주택 중 주종인 아파트의 비중은 2000년 전체의 47.8%에서 2010년 58.4%, 2020년 62.9%, 2021년 63.5%로 올랐고 다가구주택 등을 제외한 일반 단독주택은 2021년 14.0%에 불과했다. 현재 한국인 10명 중 6명가량이 아파트에 살고, 일반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은 10명 중 1명 남짓이다.
전국에 존재하는 한옥 건물의 수는 건축공간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한옥 통계 백서> 기준으로 8만5510채에 그친다. 이것은 전국에 존재하는 전체 건물 수의 1.1%, 전체 목조건물 수의 6.3% 정도다. 이 한옥이 100% 주택이라고 해도 2021년 가구당 평균 인구 2.3명을 곱하면 19만6673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전체 인구의 0.38%다. 주택 유형으로 한옥의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한옥을 주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황두진건축사사무소의 황두진(60) 대표는 2000년대 이후 현대적 한옥을 대중화한 대표적 건축가다. 서양 건축을 공부한 그는 현재까지 30여 채의 한옥, 그중 15채 정도의 주택용 한옥을 지었다. 서울의 무무헌과 강릉 씨마크 호텔 호안재 등 여러 한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황 대표를 지난 2023년 7월10일 그의 집이자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 ‘목련원’에서 만났다.
황 대표가 생각하는 한옥의 장점은 한반도의 기후나 자연환경에 맞춰 발전해온 집이라는 점이다. “한반도의 기후는 1년에 절반가량이 집에 지붕만 있으면 생활이 가능하다. 네 계절이 다 있고, 올해 봄도 그랬지만 봄가을이 꽤 길다. 이런 좋은 기후에서 살면서 실내에서만 지내는 것은 최악이다. 이런 기후에 맞춰 지어졌고, 이런 기후를 즐길 수 있는 집이 바로 한옥이다.”
황두진 건축가에게 한옥에서의 삶을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은지 물어봤다. 그는 계절의 변화와 리듬을 느껴보라고 말했다. “한옥은 건축물과 마당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실내와 실외가 적절히 섞여 있다. 여름에 비가 오면 창문을 열어 빗소리를 듣고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마당에 나가 햇볕을 쬘 수 있다. 아파트엔 마당이 없고, 요즘은 발코니도 없애서 비가 올 때 창문도 열어놓을 수 없다.”
한옥은 실내와 바깥(마당)이 함께 있는 집
참우리건축사사무소의 김원천(46) 대표는 비교적 젊은 한옥 건축가다. 대학에서 서양 건축을 전공했지만, 한국에 맞는 건축을 하고 싶어 대학 졸업 뒤 유명한 대목수(집 짓는 목수)인 신응수 선생을 찾아가 6년 동안 배웠다. 이어 국내의 대표적 한옥건축사사무소인 구가도시건축에 들어가 7년 동안 일했다. 2014년 독립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독립된 한옥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에게 한옥의 장점을 물었더니 “한옥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고 대답했다. “마당에서 하늘을 보고 땅을 밟고 비를 맞고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집이다. 마당에선 나무와 풀이 자란다. 건축물의 재료는 나무와 돌, 흙, 종이 등 우리 땅에서 나온 것이다. 한옥은 우리 땅과 그대로 연결돼 있다.”
한옥에서의 삶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역시 ‘자연’을 강조했다. “마당에서 자연을 경험한다. 보는 것만이 아니라 촉각, 청각, 후각까지 전체적인 감각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또 건물 안에서도 나무와 흙, 종이의 향기,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재료가 만든 ‘자연스러운’ 공간을 즐기는 것이다.”
한옥은 대체로 19세기까지의 전통 한옥과 20세기의 도시형 한옥(개량 한옥), 21세기의 현대적 도시형 한옥으로 나눌 수 있다. 전통 한옥은 너른 터에 안채, 사랑채, 곳간, 뒷간, 외양간, 장독대 등을 독립적으로 배치한 한옥이다. 전통 시대에 보편적인 형태로 현재도 시골에서 볼 수 있다.
20세기 도시형 개량 한옥은 인구가 많고 땅값이 비싼 도시에 적응한 한옥으로 몇 가지가 그 전과 달라졌다. 예를 들어 대청에 문이 달려 절반쯤 실내가 됐고, 실내 공간을 확보하려 처마는 짧게 만들고, 대신 함석으로 비와 햇빛을 막기 위한 덧처마(겹처마)를 붙였다. 또 건물의 외벽이 담장을 대신하고 보편적인 ㅡ자 집이 아니라 ㄱ자, ㄷ자, ㅁ자 등 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앉음새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건물로 둘러싸인 안마당이 생겼다. 또 다른 특징은 한옥이 규격화돼서 공동주택처럼 집단적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21세기 도시형 한옥의 앉음새는 20세기 도시형 한옥과 같으나 내부가 크게 달라졌다. 먼저 화장실과 욕실, 세탁실이 안으로 들어왔고 침대나 소파, 식탁, 책상, 붙박이장 등 서양식·입식 가구가 들어왔다. 내부 구성 요소만 보면 아파트와 한옥의 차이는 거의 사라졌다. 아파트와 구분되는 것은 한옥의 외부와 마당이다.
한옥은 건물과 마당으로 이뤄져 있다. 제주 향산기념관.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제공
지속적으로 현대화해왔음에도 한옥이 21세기의 도시주택으로서 맞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한옥이나 단독주택은 용적률이 낮아 같은 넓이의 터에 많은 이가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원천 대표는 “아파트 평균 용적률이 약 200%일 텐데 한옥이 그 정도 용적률이 되려면 최소 4~5층은 돼야 하고, 처마와 맞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방수와 방화, 구조 안전 등도 강화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한옥 지역의 용적률을 높이면 해당 지역 땅값이 올라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밀려난다는 점이다. 한옥의 밀도를 높이는 일은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황두진 대표도 “토지 가격으로 인해 한옥이 도심에 남거나 새로 지어지기는 쉽지 않다. 한옥은 1~2층 정도여서 도시 주거를 해결하는 데 분명히 어려움이 있다. 한옥의 존재 가치는 주거 다양성 차원에서 봐야 한다. 다만 경복궁이나 청와대로 인해 고층 개발이 어려운 서촌, 북촌은 예외적으로 한옥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저층, 거리형 아파트가 대안
단독주택도 한옥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2021년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은 78.3%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가구 등을 포함한 전체 단독주택 비율은 여전히 20.6%에 이른다. 아직 한국인 전체 가구의 20%가량은 단독주택에 산다.
건축사사무소 에이앤엘스튜디오 신민재(47) 대표는 단독주택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다. 신 대표는 15채 정도의 집을 설계했고, 2019년 ‘얇디얇은집’을 지어 서울시 건축상을 받았다. 그는 주택의 양적인 공급이 충분해졌고, 아파트에서의 획일적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공급은 이미 한계에 왔고 삶의 유형은 다양해지고 있다. 사무실이나 작업실, 음악실, 반려동물이나 자동차, 모터바이크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에선 이런 삶을 담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이 아파트를 팔고 집으로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단독주택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황두진 대표도 앞으로 단독주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도심이 아니라 도시 외곽에 지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시가 도시답기 위해선 도심에 어느 정도의 주택 밀도가 필요하다. 도심에 주거 인구를 더 끌어들일 수 있다면 도시 주변부에 단독주택 동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지낸 박인석(64) 교수(건축학부)는 단독주택의 미래에 유보적이다.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으면 단독주택 동네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동네 인프라가 좋지 않으니 사람들이 인프라가 좋은 아파트 단지로 몰려간 것이다. 동네 인프라가 좋지 않은 것은 정부가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인프라를 마련한 것도 정부가 아니라 땅 소유자와 아파트 개발자들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존 단독주택 동네는 살아남지 못한다. 결국 재개발될 것이다.”
단독주택 유형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들이 대도시 도심의 주택으로 추천한 유형은 단독주택보단 유럽식 저층 아파트(저층 주상복합)였다. 황두진 대표는 ‘무지개떡 건축’이란 개념을 만들어냈다. 저층부와 중층부는 상가와 사무실, 고층부는 주택이 들어서는 복합건물이다. 프랑스 파리의 저층 아파트와 비슷하다.
황두진 대표는 “100 평 ~ 몇백 평 되는 땅에 , 용적률 250% 이상의 , 5 층 이상의 , 다용도 건물을 짓는 것이다 . 집과 상가 , 사무실을 섞어서 사람들이 멀리 출퇴근할 필요를 줄이는 것이다 . 이런 건축을 서울 도심(종로구와 중구)에 넣으면 현재 25 만 명 정도로 줄어든 인구를 2 배로 늘릴 수 있다 . 도심 밀도를 높이는 일은 개인의 삶을 위해서도 , 기후위기 대응에도 바람직하다 ” 고 말했다 .
신민재 대표도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중층, 중밀도, 다용도 건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적게 이용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이나 주변 건물에서 다양한 공간과 인프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식의 블록형, 거리형, 복합건물이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걷기나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단지 아파트 방식은 생활 인프라 공급에 한계가 있고 중장거리 이동을 요구한다.”
중저층 주상복합이 단지형 아파트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센강 가의 저층 주상복합. 김규원 선임기자
정부가 동네 인프라와 다양한 주택 공급해야
전문가들은 주택 유형의 변화와 관련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노릇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개발 때 한옥이나 단독주택, 중저층·거리형·중정형 아파트를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2008년 입주한 은평뉴타운, 2012년 입주한 세종시에도 있었다. 그러나 지속되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끝났다.
박인석 교수는 “국민에게 새로운 주택 유형을 제시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기업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시절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과천에서 6층 정도의 거리형 아파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범 사업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l는 쉽게 기존 고층형, 단지형 아파트로 가려 한다. 이런 오랜 관성을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금지' 청구한 환경단체 패소
부산지법 "국제 재판 관할권 인정 안 돼" … 원고 측 "항소할 것“
국내 환경단체가 일본 도쿄전력을 상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금지 소송을 우리나라 법원에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부산지법 민사6부(남재현 부장판사)는 17일 부산지역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 연합이 제기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금지 청구 소송의 선고 기일에서 원고 측의 청구를 각하했다.
원고 측은 폐기물 해양투기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맺어진 런던의정서와 비엔나 공동협약을 소송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런던의정서상에 명시된 투기 가능 물질에 원전 오염수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약 당사국의 국민이 다른 조약 당사국의 국민을 상대로 금지 청구 등에 구제 조치를 구할 수 있는 권리를 산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 측 청구는 이 법원의 재판 규범이 될 수 없는 조약에 기인한 것이어서 소의 이익이 없고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원고는 액체 등으로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규정하는 민법 제217조를 또 다른 소송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이 법원에 민법 217조에 의한 국제 재판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이 부분 청구 역시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앞서 지난 2021년 4월 부산 지역 166개 시민사회 연대체 '부산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제기한 것으로, 재판부의 이날 판결은 원고 측이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4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원고 측은 항소 의지를 밝혔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도쿄전력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국가가 아닌 개인은 (오염수 방류 금지를) 청구할 수 없다는 재판부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항소해서 런던의정서를 이 사건의 판단 규범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계속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한예섭 기자
“가덕건설공단 필요" 국토부 용역 윤곽… 신공항 ‘급물살’ 기대
공단 신설 검토 사실상 마무리
원희룡 장관 설립 당위성 피력
이르면 이달 중 세부 내용 나올 듯
기재부, 용역 완전 수용 여부 관건
부산 여야 “합심해 공단 설립 압박”
부산 가덕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가덕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가덕신공항건설공단(이하 건설공단)’ 설립(신설)과 관련해서는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과 원활한 해상 매립 공사 등을 위해 건설공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건은 ‘키’를 쥔 기획재정부가 용역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기재부가 최근 건설공단 설립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비쳤지만, 또다시 ‘건설공단 설립 불가론’을 펼친다면 건설공단 설립은 물론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부가 진행 중인 가덕신공항 관련 기본계획 용역 중 건설공단 항목 검토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현재 건설공단 규모 설정 등 막바지 논의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건설공단 설립은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중간용역 결과 자료도 최근 기재부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 걸린 국토부의 기본계획 용역 기한은 이달 말이다. 이르면 이달 내에 세부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건설공단 신설은 공사 난도가 높은 가덕신공항 건설 환경 특성상 전문성을 띤 전담 조직을 꾸려 조기 개항을 견인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국민의힘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부산의 여야 국회의원 모두 건설공단 설립에 뜻을 같이했다.
국토부도 건설공단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가덕신공항 특성상 전담조직인 건설공단 설립이 필수적이라고 힘을 실었다.
이번 용역은 가덕신공항 건설공단 설립과 조기 개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공단 설립의 결정권을 쥔 기재부는 앞서 “국토부 용역 결과가 나온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현재 국회 법안 논의도 ‘올스톱’된 상태다. 관련 법안은 현재 국토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법안에 여야 간 이견이 크게 없어 용역 결과가 나온 뒤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만간 발표될 국토부 용역 결과는 건설공단 신설과 법안 추진을 위한 ‘명분’인 셈이다.
기재부는 그동안 크게 세 가지 이유로 건설공단 설립 반대론을 폈다. 건설공단이 설립될 경우 공단 난립이 우려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기존 조직이 건설공단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부적으로는 예산 문제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완섭 기재부 2차관이 최근 “(국토부)용역 결과를 토대로 건설공단 신설을 적극 지원하겠다. 용역 결과를 존중해 신설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건설공단 설립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기재부의 공식 입장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의 여야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건설공단 설립을 위한 ‘뒷심’ 발휘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용역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성명 등을 내고 건설공단 설립 당위성을 적극 피력할 방침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최인호(사하갑) 의원도 기재부를 압박해 건설공단 설립에 추진력을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의 한 국회의원은 “‘건설공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올 경우 기재부로서는 더이상 (공단 설립에)반대할 명분이 없어질 것”이라며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이 부산 시민의 염원인 만큼 의원들이 합심해 건설공단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총선 때문에 오염수 조기방류 요청? 일본판 총풍 사건"
민주·정의, 일본언론 보도에 "정부·여당 입장 밝히고 정정보도든 조치 취해야" 비판
▲ 16일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일한관계의 개선, 가속의 방안 강조 윤 대통령' 기사.ⓒ 아사히신문 인터넷판 갈무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정부·여당 내에서 내년 총선에 악영향이 적도록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조기 실시를 일본 측에 비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대한 정부·여당의 공식 입장을 촉구하고 나섰다(관련기사 : 오염수 조기 방류 요청? 여당 의원도 "정부가 미쳤다고..." https://omn.kr/258ve).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을 지낸 하코다 테츠야 논설위원은 지난 16일 '일한관계의 개선, 가속의 방안 강조 윤 대통령'에서 "윤석열 정권이나 여당 내에서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 방류가 불가피하다면 총선에 악영향이 적도록 조기 실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며 "이 뜻은 비공식적으로 일본 측에 전해져 일본 정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라고 보도했다.
정부·여당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는 걸 넘어서 정치적 이유로 조기 방류를 요구했다는 내용인 만큼 즉각 파장이 일었다. 당장 일본 측은 18일(미 현지시각)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설명하면서 올 여름 방류 개시를 위한 군불을 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보라면 언론사 상대로 정정보도 요청이든 소송이든 조치해야"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사히신문> 보도를 거론하면서 "대통령실은 '한일 양자회담에서 오염수 문제는 논의 안 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발표와 일본의 보도 중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곧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서 이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보도 내용대로라면 정부·여당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관련 산업의 존망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정치적인 유불리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일본에 핵 폐수 조기 방류 요구를 했는지 그 여부를 즉시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기 바란다. 만일 오보라면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요청이든 소송이든 필요한 조치를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총괄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보도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을 밝히라고 따졌다. 대책위는 "일본발 보도에 윤석열 대통령실은 (보도 후)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 우려는 나몰라하고 괴담으로 윽박지르더니 일본발 보도에는 왜 침묵하고 있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기사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 답해야 한다. 상식이 있는 정부라면 국민의 우려가 아닌 일본발 보도내용을 괴담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 위해 타국과 결탁해 국익 내다버리는 일본판 총풍 사건“
정의당은 해당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본판 총풍(銃風)사건'이라고 비판했다.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 측 관계자가 지지율 상승을 위해 북한에 판문점에서의 총격을 요청했던 '총풍사건'과 같다는 지적이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18일) 브리핑에서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부·여당이 우리 바다와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를 오염수 투기를 독촉한 것을 넘어 심지어 국내 정치를 위해 오염수 투기를 이용하려고까지 했다는 것"이라며 "국내 정치를 위해 타국과 결탁해 국익을 내다 버리길 각오한 일본판 '총풍 사건'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정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아사히신문>의 보도는 국익을 흔든 중차대한 거짓뉴스"라면서 "이번 참담한 보도에 대해 정부·여당은 명확히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 이경태(sneercool)사진: 남소연(newmoon)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더 길고 더 뜨거운 여름이 온다
1년 전 나온 KBS의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재앙 시나리오’ 된 IPCC 보고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56199>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습니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바트 심슨이 이렇게 말합니다. "올해는 내 인생 최고로 더운 여름이야." 그림 왼쪽에는 화염으로 불타는 북미 서부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대답이 압권입니다.
아버지인 호머 심슨은 "올해는 너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다."라고 일러줍니다. 앞으로 남은 여름이 지금보다 더 힘겨워질 거라는 암시입니다. 특히 바트 심슨 같은 '미래 세대'에게 말입니다.
작가는 알았을까요? "올해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다."라는 말이 개그나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고 진실이었음을...
올해 여름 우리나라는 7월 긴 장마가 이어졌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극심한 폭염이 닥쳤습니다. 장마로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기온이 올라가자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고, 그에 따라 온열 질환자가 대폭 늘었습니다.
■ 더 길고 뜨거운 여름이 온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KBS는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에 의뢰해 '폭염 리스크 평가와 전망' 최신 자료를 받았습니다.
먼저 윗 지도는 2000~2019년까지, 과거 20년의 폭염 지도입니다. 짙은 빨강으로 표시된 곳이 <폭염 리스크 매우 높음> 시군인데요, 더운 날씨로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도심 한가운데인 서구·중구·남구 3곳과 경남 창녕군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20년쯤 이후인 2041년부터 2060년 전망을 보면 색깔이 완전히 변합니다.
주요 대도시는 모두 '매우 위험' 등급이고요. 강원 산간과 일부 해안가·제주도와 울릉도 등 특수 기후를 가진 곳을 제외하면 전국이 폭염 위험 지역이 되는 겁니다.
폭염 등급이 높아지면 여러 부정적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당장 온열 질환자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겁니다. 야외 작업이 많고 환경 영향을 직접 받는 농업·수산업 분야에선 예측하기 힘든 변화가 생길 거고, 여름철 야외 작업 제한 시간과 기간이 지금보다 길어지면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겁니다.
더 큰 걱정은, 이 전망은 '긍정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겁니다. 이 전망은 SSP1-2.6으로 '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즉, 화석 연료 사용이 줄지 않거나 더 늘어난다면, 지도에서 초록색을 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인상 /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박사
본 폭염 리스크 평가에 활용된 SSP1 시나리오는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로 우리가 앞으로 바라는 이상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반면, SSP5 시나리오는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로서 앞으로 발생하면 안 되는 가장 안 좋은 조건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 2041~2060년 기준으로 폭염주의보 기준에 해당하는 일수는 SSP1의 경우 19일, SSP5의 경우 37일로 전망되어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은 탄소 중립…험난하지만 가야 할 길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2019년 기준 7억 톤인데요.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6위였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도 지난 4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발표했습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도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지역마다 '탄소중립지원센터'가 설치됐고, 저마다의 감축 목표에 따라 여러 방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원태 / 경북 탄소중립지원센터장(금오공과대학교 교수)
탄소 중립을 위한 지역 산업 구조 대전환, 녹색 건축물 및 녹색 교통 체계 구축, 산림 경영을 통한 지속 가능한 탄소 흡수원 확보, 도민 건강 보호를 위한 기후변화 적응 체계 구축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선 탄소 포집 기술 개발과 장소 확보 등 거대한 규모로 진행될 사업들이 있고, 산업계의 동참도 필수적입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에어컨 사용 시간을 줄인다든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등 약간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하는 생활 태도가 쌓이고 쌓여서 산업계는 물론 거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거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온난화'라는 보드라운 단어로는 지금의 기후 위기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겼겠지요.
기후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노력이 시작 단계인 가운데, 너무 늦진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도훈 기자 kinchy@kbs.co.kr
캐나다 역대급 산불‥10년치 7배 태우고 17만명 '엑소더스'
'역대급 산불' 캐나다 도로에 줄 지은 대피 차량 [자료사진 제공 : 연합뉴스]
올해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로 지금까지 총 17만명이 대피하고 10년간 연간 산불 평균 피해 면적의 7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지시간 17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캐나다 북서부 노스웨스트 준주에서 발생한 전례없는 산불로 당국이 전날 주도인 옐로나이프 전체 주민 2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산불로 주의 주도나 중심 지역의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WSJ은 전했습니다.
이번 산불은 옐로나이프에서 서쪽으로 약 16㎞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으며, 당국은 옐로나이프 주민에게 18일 정오까지 자동차를 타고 앨버타주 북부에 설치된 대피소로 가거나 항공편을 이용해 앨버타주 캘거리로 가라는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MBC
퍼플섬 ‘햇빛 수당’ 18살 미만에 40만원씩…벌써 시작됐대!
신안군 ‘햇빛 연금’은 내년부터 첫 지급
지난 6월8일 전남 신안군 안좌면 퍼플섬에 보라색 버들마편초꽃이 만개해 있다. 신안/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비금면(비금도) 주민들은 조만간 ‘햇빛연금’을 받게 된다. 비금도에 짓는 200㎿ 규모 태양광발전소의 상업발전이 시작되는 2024년부터다. 1만원을 내고 ‘비금면 신재생에너지 주민협동조합’ 회원으로 가입하면 2024년 봄부터 분기마다 1인당 통상 수십만원(연간 600만원 상한)을 받는다.
■ ‘햇빛 연금’ 월 50만원 만든다
안좌도, 지도, 사옥도, 자라도 등 신안 다른 섬 주민들은 이미 2021년 4월부터 받고 있다. 군민 28%에 해당한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도, 이제 막 신안으로 이사 온 이(만 40살 이하)도 받을 수 있다. 가구당 인원 제한도 없다. 아이가 많으면 가계소득도 그만큼 늘어난다.
2023년부터는 햇빛연금을 재원으로 한 ‘햇빛 아동수당’도 만들어졌다. 만 18살 미만 군민이면 1년에 두 번 20만원씩 받는다. 모두 태양광발전으로 얻은 이익을 주민과 공유하게 한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주민공유제’(주민이익공유제) 덕이다.
신안은 지역의 공유자원이라 할 햇빛과 바람, 조류를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지역 주민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행하는 곳이다. 2030년까지 10GW의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이용해 신안 군민 모두에게 최소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목표다. 통상 원전 하나의 발전량이 1GW가량이다. 실현되면 신안에서만 원전 10기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들여다봤다.
지난 6월8일 전남 신안군 안좌면 퍼플섬에 보라색 버들마편초꽃이 만개해 있다. 버들마편초는 버들잎처럼 좁은 잎 모양 형태와 긴 꽃대 끝에 꽃이 달려서 '마편' 즉 말채찍처럼 생겼다 해서 버들마편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신안/연합뉴스
2021년 11월 전남 신안군 지도읍 감정리의 태양광 발전소 모습. 신안군청 제공
전남 신안군 비금도. 인공지능을 이긴 유일한 바둑기사 이세돌의 고향이자, 천일염과 시금치 ‘섬초’로 유명한 곳. 인구 3534명(2023년 7월 말 기준)에 면적 44.13㎢, 목포에서 배로 2시간 거리.
장마가 한창이던 2023년 7월12일 <한겨레21>은 천사대교(2019년 4월 개통) 덕에 사실상 육지가 된 암태도 남강항에서 40분 동안 배를 타고 비금도로 갔다. 다음날 오전 섬 중앙에 자리한 비금면사무소에서 차를 타고 대동염전(등록문화재 제362호)이 있는 섬 동쪽으로 향했다. 비금도를 관통하는 서남문로(2번 국도) 좌우로 염전과 새우양식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 ‘기후위기’ ‘지역소멸’ 다 잡은 신안의 연금술
새우양식장에선 산소를 공급하는 수차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아갔고, 운영 중인 염전엔 고농도 바닷물인 ‘함수’를 보관하는 파란색 지붕의 키 낮은 창고(해주)가 눈에 띄었다. 염전은 갯벌에 조성한다. 갯벌 바닥을 메우고 바닷물을 가둔 뒤 물을 증발시켜 천일염을 얻는다.
현재 전국 700~800개 염전 중 비금도에만 209개가 있다. 이 중 130개 정도가 조만간 태양광발전소로 바뀐다. 이미 태양광 패널이 들어선 염전엔 초록색 철제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었고, 패널이 아직 설치되지 않아 기둥만 꽂힌 곳에는 장맛비가 고여 있었다.
2023년 7월13일 전남 신안군 비금도 내 등록문화재(제362호)인 대동염전 인근 태양광발전 사업 부지. 염전이었던 갯벌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위한 기둥이 박혀 있다. 류우종 기자
신안군은 전국 천일염의 80%가량을 생산한다. 대동염전에서도 천일염 출하가 한창이었다. 20㎏들이 초록색 마대에 실린 소금이 적재용 컨베이어를 통해 5t 트럭에 차곡차곡 실렸다.
취재진을 안내한 김인식(52) 비금주민태양광발전㈜ 차장은 “소금 포장지가 모자랄 정도였다. 거의 10년치 소금을 한 번에 팔아버린 셈”이라고 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로 2천~3천원이던 천일염 가격(20㎏ 기준)이 3만원 이상으로 10배 넘게 뛰었기 때문이다. 검은색 비닐장판이 깔린 염전 바닥은 젖은 채로 깨끗했다. 밀려든 주문을 처리하느라 소금 생산을 서두른 흔적이 역력했다.
대동염전은 1948년 비금도 주민 450가구가 염전조합을 결성해 조성됐다. 설립 당시 비수도권 염전 중 최대 규모(100만㎡)였다. 당시 경기도와 인천에 있던 대규모 관영 염전은 1950년대 이후 산업단지로 바뀌면서 1996년 소래염전을 끝으로 모두 사라졌다.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는 대동염전은 신안 증도 태평염전과 함께 2007년 11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지금은 전체 크기가 5분의 1(20만5353㎡)로 줄었다.
더 이상 염전이 아닌 부지를 등록문화재에서 제외하는 축소 작업이 최근 3년에 걸쳐 진행됐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 기둥을 박아놓은 폐염전 부지가 대동염전과 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차량이 지난 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선 곧 전기가, 한쪽에선 아직 소금이 생산된다. 김 차장을 따라 오른 인근 덕산(81m)에선 염전이 태양광발전소로 바뀌는 경향이 더 확연히 보였다. 대동염전을 포위하듯, 시야에 들어온 주변 부지 모두 태양광 패널이 들어섰거나 들어서는 중이었다.
비금도 염전주였던 김인식(52) 비금주민태양광발전㈜ 차장. 김 차장은 15년간 천일염을 생산하다 2021년 5월 태양광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류우종 기자
2021년 5월까지 비금도의 염전주이던 김 차장은 15년간 천일염을 생산했다. 그러다 본인 소유 염전을 태양광발전소 부지로 내주고 태양광사업을 위해 설립된 발전사업법인에 취직했다. 염전주가 태양광사업에 직접 뛰어든 사례다. 50대 초반인 그는 “비금도 209개 염전주 중 내가 대략 대여섯 번째로 어리다. 염전주들이 그만큼 다 연로해졌고, (함께 일하거나 염전을 물려줄)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최근 반짝 오른 소금값이 얼마나 가겠나 싶기도 하고. 이런 게 태양광을 하게 된 근본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 “햇빛과 바람은 지역 주민의 자산”
대규모 집중형 전원인 화력·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재생에너지는 소규모 분산형이다. 재해·재난 대응에 유리하고 소비 지역 인근이면 송전 손실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여러 곳에 있어 주민수용성이 문제가 된다. 주민 반대로 수년째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거나, 보상금을 둘러싸고 주민 사이에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전기사업법은 ‘사업자가 사전에 고지해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만 규정할 뿐, 구체적 절차나 기준이 없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주민 참여가 이뤄지는 경우 수익률을 높여주는 제도(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추가)가 있지만, 주민 참여를 어떻게 실현할지는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이다. 2022년 8월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문재인 정부에서 정한 30.2%에서 21.5%로 줄이면서 “재생에너지의 주민수용성 문제와 실현 가능성”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신안군의 주민이익공유제는 재생에너지의 주민수용성 문제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소한 사례다. 실제 2023년 6월 기준 기초지자체 단위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 사업 183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3개(45.4%)가 신안군에서 이뤄졌다. 신안군의 주민이익공유제는 현 박우량 군수가 3선으로 당선된 2018년 시작됐다.(박 군수는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신안군수로 당선된 뒤 2014년 3선 도전 중 부인 병간호를 이유로 갑자기 후보직을 사퇴했다가 2018년 다시 당선, 2022년 4선에 성공했다.)
박 군수는 취임 한 달여 만인 2018년 8월6일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방향 설명회’에서 주민이익공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이던 당시 이미 햇빛과 바람이 좋은 신안군에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이 몰려들고, 주민과의 갈등이 한창이었다.
박 군수도 설명회에서 “현재 신안군에 (재생에너지) 사업허가 신청이 1650건가량 들어와 있는데 1300~1400건에 대해 발전사업 허가가, 390건에 대해 개발행위 허가가 났다. 한데 주민 사이에 반대 목소리도 커서 허가권을 가진 군수로선 어떻게 해야 마찰 없이 원만하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2023년 7월12일 신안군청 집무실에서 <한겨레21>과 만난 박 군수는 “햇빛과 바람이 지역 주민의 자산이라는 게 제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자기들(발전사업자)이 100% 자기 돈 갖고 한다면 우리도 할 말 없죠. 한데 살펴보니 90%를 대출받아서 하는 거예요. 이 대출도 은행에서 담보를 설정하거나 사업 이력을 보는 게 아니라 햇빛과 바람의 경제성만 봐요. 신안에서 소금이 많이 생산된다는 건 햇빛 좋고 바람이 많다는 얘기인데, 그럼 거기서 얻는 수익을 당연히 주민들과 나눠야죠.”
박 군수가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두 달 뒤인 2018년 10월5일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주민은 주민조합을 설립해 은행에서 대출받아 발전사업 법인에 돈을 빌려주고, ‘햇빛연금’이란 이름의 피해보상금을 나눠 받게 됐다. 주민조합 이름으로 대출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조합 입회비 1만원 말곤 아무런 부담이 없다.
■ “신안군은 공산당”이라던 사업자들도 달라져
하지만 이런 구조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일단 주민들이 호응해주지 않았다. 군청이 발전사업자와 짜고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들을 속이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다단계 사기’ ‘부도가 나거나 피해가 발생하면 주민조합이 책임져야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군수가 일일이 전화해 조합장을 맡아달라 설득해야 했다. 첫 사업인 안좌도 땐 주민들을 조합에 가입시키는 데만 1년이 걸렸다.
다행히 안좌도 주민들이 햇빛연금을 받고 나자 다음 사업지인 지도에선 6개월 만에 모집이 끝났다. 2023년 4월 연금을 지급한 임자도에선 이 과정이 며칠 만에 마무리됐다. 비금 주민협동조합의 소재옥(64) 이사장은 “아직도 태양광 하면 암에 걸려 죽는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얘기 하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군에서 이익공유제를 한 지 벌써 2년 넘게 지나 그만큼 신뢰가 쌓여 있다. 비금 주민들 전반적으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6월8일 전남 신안군 안좌면 퍼플섬에 보라색 버들마편초꽃이 만개해 있다. 신안/연합뉴스
발전사업자들도 처음엔 크게 반발했다. 이익의 30%를 군이 강탈해가는 것 아니냐는 거였다. 조례 제정 공청회를 앞두고 “신안군은 공산당”이란 말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주민이익공유제가 발전사업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게 알려지며 반발이 누그러졌다.
신안군에선 사업자가 주민이익공유제를 하면 따로 주민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군청은 바로 관련 허가를 내준다. 사업자 처지에선 뒷돈까지 써가며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기간의 이익을 확보하고 행정비용도 아끼는 셈이다. 기혁 신안군 신재생에너지과장은 “처음엔 발전사들 반발이 심했는데, 지금은 서로 신안군에 오려 한다. 군에서 주민수용성을 확보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덕인지 주민이익공유제와 관련해 발전사업자와 신안군이 법적 분쟁에 들어간 사례는 아직 없다.
한때 인구소멸 1위 지역이던 신안군(2022년 산업연구원 ‘K-지방소멸지수’)은 최근 인구감소가 주춤한 상태다. 신안군의 최근 인구수 추이를 보면 2020년까지 감소율 3.3%까지 올랐다가 2021년 1.9%, 2022년 0.9%로 줄었다. 2023년엔 7월까지 266명이 늘었다. 2023년에 인구감소 추이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2023년 4월26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 주민들이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주민공유제’에 따른 첫 ‘햇빛연금’을 받는 모습. 신안군청 제공
비금주민태양광발전사업에 참여하는 장은영(53)씨도 2020년 경기도 안산에서 신안으로 이주했다. 남편도 2023년 초 신안으로 왔다. 장씨는 “신안이 남편의 고향이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놀러 왔다가 좋아서, 또 햇빛연금도 준다기에 아예 이주했다”고 했다. 장씨에겐 본인처럼 최근 서울과 목포 등지에서 신안으로 이주해온 지인들이 있다.
2022년 신안군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4만9931㎿h로 이미 지역 내 전력 사용량을 넘어섰다. 2030년까지 1.8GW의 태양광, 8.2GW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해 전체 군민에게 1인당 월 50만원씩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을 지급하는 게 목표다. 재생에너지로 사실상 기본소득제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박 군수는 “햇빛과 바람이 우리에겐 중동의 기름과 같다”고 했다.
■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고민할 점도”
신안의 주민이익공유제는 분명 앞서가는 모델이다. 다만 아쉬운 지점이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주민 참여를 독려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침에 근거를 뒀지만, 법 근거가 없다. 그러면서 모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사실상 이익공유제를 강제한다(이익공유를 하지 않으려면 주민 100%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감사원이 1년 넘게 이 문제를 두고 감사를 벌였다가 권고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지자체 차원에서 보편화하기 쉽지 않은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기혁 과장은 “대략 100군데 지자체가 보고 갔지만 실제 실행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자치단체장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주민이익공유제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사업자가 주민이익공유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별도의 주민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역별 공청회 참여 주민이 수십 명 수준(안좌도 11명, 증도 43명, 비금도 41명)에 불과한 것도 그렇다. 신안 사례를 공동연구한 김홍철 국토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민이익공유제는 상당한 효과를 내는 제도이고 의미가 있지만, 환경 훼손이나 주민 건강, 경관 변화 같은 이익공유 외의 문제들에 대해 주민과 소통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자연스레 생략되는 측면이 있다. 주민과 지역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사업이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신안의 경관 훼손 문제나, 국내 천일염의 80%를 만드는 신안 염전 보호 문제도 거론된다. 신안군은 충분히 소금값이 오르고 공급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 더 이상 가동 염전이 태양광사업 부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러 우려에도 RE100(기업의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자는 캠페인) 등으로 재생에너지 확산이 시급한 상황에서 신안군 모델은 충분히 의미 있는 사례로 읽힌다. 송정복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 부본부장은 신안의 주민이익공유제에 대해 “지역 현실을 반영한 혁신적인 기본소득 모델로 눈길을 끈다. 전입주민에게 혜택을 주면서 특히 청년층의 귀어·귀촌을 유도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련 지침에 근거를 두되, 지역 현실을 반영해 재설계한 지방자치의 혁신 모델”로 평가했다.
신안(전남)=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주민 부담은 고작 회비 1만원뿐…주미조합에서 주주로
전남 신안군은 주민이익공유제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얻은 이익을 주민과 공유한다.
주민은 주민조합을 설립하고 발전사업법인(SPC)의 자기자본 30% 이상 혹은 총사업비 4% 이상을 주식·채권·펀드 형식으로 참여하는데, 지금까지는 모두 채권 인수 방식이었다. 주민조합은 신안군 주선으로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고, 이 돈으로 발전사업법인이 발행한 채권을 인수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조합은 신용이나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출금 상환은 발전사업법인이 하며, 혹여 발전소가 파산하더라도 역시 주민조합이 아닌 발전사업법인이 책임지는 조건이다. 사실상 과거 발전사업법인 명의로 빌렸던 돈의 일부를 주민들 이름으로 빌리는 것이지만, 주민들은 이를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주민 처지에선 조합 입회비 1만원 말곤 아무런 부담이 없다. 이후 수익의 30%를 햇빛연금이란 이름의 피해보상금으로 나눠 받을 뿐이다.
2022년 1월 상업발전에 들어간 신안 지도 태양광발전소(150㎿) 사례를 보면, 총사업비 3196억원의 4%인 128억원을 주민조합과 하나은행, 발전사업법인이 약정을 맺어 이런 방식으로 처리했다.
2024년 상업발전을 앞둔 비금도의 태양광발전 사업은 비금도 지당리 일원 229만㎡(약 70만 평) 크기의 기존 염전 부지에 3750억원을 들여 20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것이다.
비금도 염전주들이 속한 ‘비금주민태양광발전주식회사’가 이 사업을 수행하고, 주민들은 ‘비금면 신재생에너지 주민협동조합’을 설립해 1인당 1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뒤 ‘햇빛연금’을 받아간다.
신안군 내 다른 섬과 같은 구조이지만, 발전사업법인에 염전주들이 주주로 참여한 건 비금도가 처음이다. 비금도 염전주들의 지분은 40%, 한국수력원자력이 29.9%다. 호반산업(15%), LS일렉트릭(12%), 해동건설(3%)도 참여했다.
계획대로 운영되면 신안군 주민이익공유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주민들이 단순히 연금 형식의 피해보상금만 받는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주주로 참여하는 것이다.
염전주들은 사업기간인 20년 동안 토지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받는 임차료 일부를 출자해 주주로 참여했다. 1만 평(약 3만3천㎡)을 기준으로 하면(제일 작은 염전이 3천 평) 임차료 6억6천만원 중 4억원을 출자하고 발전소에서 수익이 나면 연간 3600만~5천만원(수익률 9~12.5%)을 받는다. 연로한 염전주 처지에선 염전일을 그만둘 충분한 유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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