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3.8.27~~9.2 윤 정부에 '반발하지 않는' 국민들... 왜 이렇게 됐을까

by 이성근 2023. 8. 28.

독립군 없애고 친일파 흉상? 전국 역사학도 서명운동을 제안한다

시민 절반 "후쿠시마산 해산물 구입할 것

최고가 산후조리원 23800만원‘170만원대공공은 18곳뿐

미국, 사우디의 에티오피아 이민자 대량 학살 이미 알고 있었다

"선수들!" 조선일보 '복붙'한 국힘... 오염수 방어 총력

갑자기 뉴스에서 사라진 윤석열 대통령과 어민들

부산 용도지역 현황 , 용적률,조망권과 집값 상관 관계 분석 2006~2015

부모 자본가의 출현

윤 대통령 삼성 노조 와해임직원 15셀프 사면

윤 대통령, 오염수 비판에 “1+1100이라는 사람들적대감

윤 정부에 '반발하지 않는' 국민들... 왜 이렇게 됐을까

어느 경제학자의 끔찍한 예언... 국민의 전반적 상태 걱정된다

윤 집권 2년차 전방위 매카시즘그 뿌리엔 극우 역사관

내 남편 홍범도비구니 출신 아내 불 고문견디며 남긴 말

오염수 영향 0'이라는 조선일보, 일본 정부 기관지인가

초긴축 예산'의 정부 무능에 눈감은 언론들

 

독립군 없애고 친일파 흉상? 전국 역사학도 서명운동을 제안한다

[사학 전공 대학생·대학원생 서명운동 제안자의 변] 육사 내 독립영웅 흉상 철거 묵과해선 안돼

20186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항일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에 신흥무관학교 107주년을 맞아 꽃목걸이가 걸려 있다.이희훈

 

"에이, 설마. 가짜뉴스겠지!"

육군사관학교 내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5(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이회영)의 흉상이 철거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 나의 첫 반응이었다.

 

만약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콕 꼬집어 철거한다고 했다면, 현 정권의 행보에 비춰봤을 때 충분히 납득 가능했을 터이다. 그러나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김좌진과 이범석 두 장군의 흉상까지 철거한다고? 섣불리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오보일 거라 생각하고 '팩트 체크'를 거친 기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 끝에 돌아온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육군사관학교의 흉상 철거 계획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육사 측은 "생도들이 학습하는 건물 중앙현관 앞에 2018년 설치된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 국난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학교 정체성과 설립 취지를 구현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한·미 동맹의 가치와 의의를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념물 재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다.

 

육사 측의 해명이 참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군의 흉상이 육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인물이 어울린단 말인가? 좌우 이념 차원의 문제를 넘어 독립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육사 측의 발언은 심각성을 느끼게 했다.

 

독립운동가 없앤 자리에 친일반민족행위자 흉상 검토... 이유가 '황당'

답답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철거한 뒤, 그 자리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1920~2020)의 흉상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백선엽이 누구인가. 만주 펑톈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1941년부터 1945년 일제 패망 때까지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던 이다.

 

특히 한인(韓人)으로 하여금 한인(韓人)을 통제하고 토벌하기 위해 조직된 간도특설대에 복무하며 항일무장세력 탄압에 앞장섰다. 간도특설대는 만주국의 '삼광정책'(三光政策: 모두 죽이고, 모두 불태우고, 모두 빼앗아가는 정책)을 충실히 수행한 악명 높은 부대였다. 이에 따라 백선엽은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바 있다.

사진은 75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세워진 백선엽씨의 동상.조정훈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국가보훈부(장관 박민식)는 지난 7월 칠곡 다부동에 백선엽의 거대한 동상을 세우더니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백선엽의 안장자 정보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기록을 지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제는 국방부까지 나서서 장차 대한민국 육군의 간부가 될 청년 생도들을 육성하는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몰아내고 친일파 백선엽의 흉상을 세우겠다고?

 

심지어 이 문제가 국회에서 도마 위에 오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홍범도 장군을 저격하는 망언을 일삼기에 이르렀다.

 

2018년 국방부는 육사 교정 내에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건립하면서 "독립군을 우리 군의 뿌리로, 신흥무관학교를 육사의 모체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니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 군의 뿌리를 부정하고 '친일 황군'의 흉상을 세우겠다고 한다. 이제 우리 군의 정통성을 독립군이 아닌 친일 황군에게서 찾겠다는 것인가.

 

전 재산을 바쳐 독립군 양성기관인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청산리 전투의 영웅 김좌진과 이범석,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등 육사에 흉상이 세워진 5인은 자랑스러운 독립전쟁의 영웅들이다. 특히 이범석 장군은 대한민국 초대 국무총리 겸 국방부 장관으로서 대한민국 국군의 창건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은 육사의 정체성과 설립 취지에 부적합하고, 동족의 심장에 총부리를 겨눈 친일파 백선엽은 그에 적합한 인물인가?

 

"돌이켜 남한의 형편을 보면 그것도 아름답지 못하니 친일파의 블럭은 곳곳에 발호하고 있다. 민족반역자의 세력은 군부 방면에까지 벌써 뿌리를 깊이 박혔다. 그들은 표창까지 받는다." - 문일민 '동지동포께 일언함' (19471220)

 

76년 전 친일 군인들이 군부를 장악한 현실을 비판한 독립운동가 문일민(1894~1968)의 절규가 귓가에 생생하다. 경술국치(829) 113주년을 앞두고 이런 흉흉한 소식을 듣게 돼 가슴이 더욱 쓰라리다.

 

역사 전공 대학생·대학원생들의 서명운동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등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철거·이전 추진을 비판했다.우원식 의원실 제공

 

독립운동사를 전공하는 한 역사학도로서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의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나는 이번 폭거를 '역사에 대한 쿠데타'라 생각한다. 이에 전국의 역사 전공 대학생·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지난 25일 시작했다(서명 참여하기 https://forms.gle/wEpySB15ZNkJCMNY8).

 

우리의 요구는 명료하다. 첫째, 홍범도 장군에 대해 망언을 내뱉고 육사 내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를 옹호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즉각 사퇴다. 둘째, 육군사관학교의 독립영웅 5인 흉상 철거 및 백선엽 흉상 건립 계획의 즉각 철회다.

 

역사 전공 대학생·대학원생들의 적극적인 서명 참여를 기다린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며 배운 정의·평화·인권 등의 모든 가치들이 송두리째 부정 당하는 이러한 현실 앞에 더는 침묵할 순 없다. "역사의 신을 믿으라. 정의와 선과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김준엽 전 고려대학교 총장·광복군)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우리 손으로 증명하자.

 

아울러 역사학도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번 서명운동이 계기가 돼 각계각층에서 자발적인 서명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기를, 그리하여 대국민 서명운동으로 발전하기를 고대한다.

23.08.26 14:21l최종 업데이트 23.08.26 14:31l김경준(kia0917)

 

 

시민 절반 "후쿠시마산 해산물 구입할 것"

교수 "후쿠시마산 해산물 어획량 증가할 것여러 곳에 팔아야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가 24일 오후 1시 시작된 가운데, 일본 시민 47.5%(화면 가로 그래프 상단)"후쿠시마산 해산물 구입 의향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후쿠시마TV 설문조사 보도 내용 캡처

 

 

최고가 산후조리원 23800만원‘170만원대공공은 18곳뿐

2015년 전남도가 해남종합병원에 전국 최초로 설치한 공공산후조리원 모습. 사진 전남도 제공

© 제공: 한겨레

 

전국 산후조리원 일반실 평균 이용요금이 2주 기준 320만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그 절반 수준인 170만원으로 비용 부담이 적었지만, 전국에 18곳이 전부였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상반기 산후조리원 현황27일 보면, 6월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은 46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말(475)보다 6곳 감소했다. 경기(144)와 서울(114)에 절반 넘게 있고, 광주·울산(8)과 제주(7), 세종(6) 등은 각각 10곳이 안 됐다.

 

산후조리원을 2주간 이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본 평균 이용요금은 특실이 약 4513천원(340), 일반실이 약 3199천원(464)이었다. 전국에서 이용요금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구 소재 산후조리원으로 2주간 특실이 3800만원(일반실 1200만원)이었다. 서울 강남구의 또 다른 산후조리원 특실이 2700만원으로 뒤를 이었는데, 일반실 이용요금으로는 이곳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2주에 1700만원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이용요금이 저렴한 곳은 충북 청주의 한 산후조리원으로 일반실 이용 요금이 2130만원(특실 160만원)이었다. 서울 강남의 가장 비싼 특실과 29배가량 차이가 났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전체의 3.8%18곳으로 나타났다. 전남 5곳과 강원 4, 경북·경기 각 2, 서울·울산·충남·경남·제주 각 1곳 등이다. 일반실 이용요금은 2주 평균 약 1705천원으로, 전국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일반실 가격대는 최소 154만원에서 최대 209만원 사이였다.

 

복지부가 2020년 출산 산모 3127명을 대상으로 한 ‘2021 산후관리 실태조사를 보면, 만족스러운 산후조리를 위해 산후조리 경비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75.6%로 가장 많았다.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는 13.4%(복수응답 가능)였다. 전국 산후조리원 이용요금과 주소, 전화번호 등은 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에서 산후조리원을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미국, 사우디의 에티오피아 이민자 대량 학살 이미 알고 있었다

HRW 최근 보고서 통해 사우디 만행 폭로

지난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소 655명 사

NYT “미국, 지난해 가을 관련 사실 알아

재선 위해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절실한 바이든

빈살만 자극 않기 위해 눈 감았을 가능성

 

지난 20169월 공개된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수비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수비대가 예멘을 통해 입국을 시도한 에티오피아 이주민을 대량 살상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가 지난해 가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26(현지시간) 제기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주선해 외교 치적으로 삼으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만행에 일부러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지난해 사우디 당국이 이민자에게 총격과 포격, 학대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2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사우디 국경수비대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5개월 동안 에티오피아 이주민을 공격해 최소 655명이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고위 외교관들은 지난해 가을 사우디 국경수비대가 예멘 국경에서 에티오피아 이민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엔 유엔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사망자와 부상자 수 등의 구체적인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엔 예멘 주재 스티븐 파긴 미국 대사도 참여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리고 올해 1월 리처드 밀스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가 예멘 내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사우디 국경에서 발생한 이민자 학대 의혹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NYT핵심에서 벗어난 발언이었다. 얼마나 많은 아프리카인이 사망했는지 알게 됐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최근 HRW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이런 의혹들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사우디 정부에 알렸다사우디 당국이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에 착수하고,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NYT 의혹 제기에 지난 1월 안보리 브리핑을 포함해 사우디에 정기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고 해명했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지난 36(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국경에서 다친 한 여성을 예멘 알타비트 수용소로 이송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사우디의 이민자 집단 살해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제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NYT최근 몇 달 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사우디 관리들과 이스라엘 외교 관계 수립과 관련해 많은 대화를 해왔다다음 달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별도로 바이든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와 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권 문제보다 경제 이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정부의 태도도 문제를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NYT는 사우디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반대에도 원유 감산을 단행하고, 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는 등의 독자 행보를 계속해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우디와 같은 부유한 파트너와 거래할 땐 인권 침해가 아무리 심각해도 이를 우선순위에 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사우디 딜레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월 비영리 인권단체 프리덤 이니셔티브보고서를 인용해 사우디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인사를 겨냥해 살해 위협 등 겁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프리덤 이니셔티브는 미국은 현행법을 위반하는 사우디 행동에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2018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된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이후 유가 상승과 중국 부상 등 경제·외교 측면에서 타격을 입자 빈살만 왕세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백기를 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경향

 

 

"선수들!" 조선일보 '복붙'한 국힘... 오염수 방어 총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집중공격... "각종 괴담 편승 거짓선동

26일자 조선일보 온라인판 '광우병·사드 때처럼 선수들다 나왔다...오염수 총공세' 기사 화면갈무리(출처: 조선닷컴 사이트)조선일보

 

광우병·사드 때처럼 '선수들' 다 나왔다... 오염수 총공세 - <조선일보>

"괴담 때마다 등장했던 그때 그 '선수들'도 함께 나타났다." -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괴담 하면 나타나는 '그때 그 사람들'과 협작했다." -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세게 공격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야당은 총력전에 나서며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관련 기사: 오염수 집회 간 이재명 "윤 대통령, 선두에서 일본 패악질 합리화").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를 위시한 야권의 투쟁을 과거 한미 FTA 반대 투쟁 때와 비교했다. 과거 반대 집회에 참여했던 야권 세력이 다시 모여 '괴담 선동'을 하고 있다는 보수 언론의 프레임을 '복사+붙여넣기' 하듯 그대로 받아 야권을 비난하는 모양새다.

 

유상범 "국민 불안과 반일감정 자극하는 혐오적 막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7일 논평을 내고 "국회 회기를 쪼개 단축시켜 놓고선 주말이 참 바쁜 민주당"이라며 전날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를 "'죽창가'로 시작한 범국민대회에선 태평양 국가를 향한 전쟁 선포, 일본의 심부름꾼 운운하는 등 국민 불안과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혐오적 막말에 선동성 구호만이 난무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괴담 때마다 등장했던 그때 그 '선수들'도 함께 나타났다"라며 <조선일보>26'광우병·사드 때처럼 '선수들' 다 나왔다... 오염수 총공세'라고 반대 집회를 보도한 프레임을 그대로 이어 받은 것. 해당 기사에서 <조선>"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앞장섰던 이들이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라며 "이들 단체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광우병 국민 대책회의'에 참여했고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도 반대"했다고 적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있다.남소연

 

유 수석대변인은 "광우병, 사드 등 각종 괴담에 편승해 대한민국을 거짓선동으로 물들였던 시민단체들은 다시 때가 왔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라며 "일본 야당 주최 반대집회 참석 등을 위해 출국한 야당 의원들을 보고 있자니, 또다시 보여주기식 '방일쇼'로 행여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지나 않을런지 걱정부터 앞서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여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려서라도 당대표 한 사람 지켜보겠다는 검은 속내를 이미 만천하에 드러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총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이상 '방탄대오'를 위한 선전 선동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며 "그러나 광우병, 사드괴담 때처럼 지금의 괴담정치도 머지않아 진실은 드러날 것이나, 무책임한 괴담 선동으로 선량한 어민, 수산업자들이 피눈물 속에 생계를 위협받은 뒤일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에 삼중수소는 기준치를 한참 밑돌아 '검출되지 않음' 수준이고, 어떤 유의미한 변동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길거리에선 국민의 '안전''건강'을 지킬 수 없음을 물론, 괴담과 선전 선동으로 '이재명 대표'를 지켜낼 수도 없다"라고도 강조했다.

 

전주혜 "민주당의 오염수 선동, 반일 프레임 내세운 이재명 방탄"

같은 날 전주혜 원내대변인 역시 "토요일인 어제 서울 도심은 지독한 교통체증을 겪어야만 했다"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등 야권 성향 단체들이 모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집회의 시작은 어느새 반일 선동곡으로 변질된 '죽창가' 공연이었다고 한다"라며 "이것으로 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선동은 반일 프레임을 내세워 이재명 방탄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 선동, 그 이상 이하도 아님이 밝혀졌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무대에 오른 이재명 대표는 '태평양 국가를 향한 전쟁 선포'라 주장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세력은 한국의 야당과 중국, 북한뿐"이라며 "싱크로율 100%"라고 힐난했다.

 

그는 "영국 BBC의 아시아 주재 특파원은 '일본 수산물이 걱정된다면 그 어떤 곳에서 나온 수산물이라도 안 먹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라며 "우리 서해와 맞닿은 중국 원전 55기에서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의 50배에 달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토요일 집회를 함께한 단체들은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고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똑같은 사안을, 정권이 바뀌니 태도를 바꿔 선택적 분노를 조장하고 있다"라며 "괴담 하면 나타나는 '그때 그 사람들'과 협작해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어민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정당이 과연 대한민국 정당으로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의 그 무책임한 시위 때문에 죽어나는 것은 윤석열 정권도, 일본도 아니다. 바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민주당의 괴담 선동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우신(gorapakr)/ 오마이뉴스

 

 

갑자기 뉴스에서 사라진 윤석열 대통령과 어민들

[8월 넷째주 키워드 분석] '핵 오염수' 키워드 쏟아져

언론·SNS 등 디지털 플랫폼 '오염수' 언급량 폭발

언론은 '담담'들끓는 국민 분노·불안 볼 수 없어

이번에도 윤 대통령 책임 언급않고 뒤로 감추기만

주요 매체, 직접 피해볼 어민·상인 목소리도 줄어

일본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개시한 8월24일 방영된 영국 BBC 뉴스(제목 'Fukushima: Japan releases nuclear wastewater into Pacific Ocean')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사진.

지난주 일본이 끝내 핵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300만톤이 넘는 핵 오염수를, 무려 30여년간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이다.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결과가, 아니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 없다.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 핵 폐기물 해양투기는 인류와 자연에 대한 범죄나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바다는 핵 쓰레기장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22일 일본의 기습적인 핵 오염수 방류 개시 결정 소식에 이어 24일에는 오염수 방류가 실제로 시작됐다. KBS, MBC 등 국내 방송 뿐 아니라 영국 BBC, 미국 CNN 등이 핵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지는 역사적인 범죄 장면을 생중계했다. 국민들은 불안하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봤다.

 

한 주 동안 언론 뉴스·SNS·커뮤니티·유투브 등 모든 미디어 플랫폼의 최대 관심은 일본 핵 오염수 방류사건이었다. 언론 뉴스에서 언급량이 크게 늘어 오염수키워드는 63단계 상승한 3, ‘방류는 새로 10위권 진입, ‘후쿠시마157단계나 상승한 10위를 기록했다.

 

SNS와 커뮤니티에서도 오염수’ ‘일본언급량이 급증하면서 최다 언급량 1, 2위를 차지했다. 유튜브에서도 언급량 순위가 오염수’ 238단계, ‘방류’ 539단계나 급상승했다.

일본 핵 오염수 문제에 국민들의 관심은 이렇게 뜨거웠지만, 이번에도 언론은 국민들의 관심- 불안과 걱정, 분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범죄의 직접적이고 최대의 피해자가 될 어민·수산업자·상인들의 방류 반대 목소리와 한숨을 집중적으로 다룬 매체도 그리 많지 않았다.

 

주요 언론 대부분은 방류 개시 소식을 건조하게 다뤘다. 한국 정부가 과학적으로 문제 없다’ ‘일본이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지켜보겠다고 한 발표를 충실히 받아적고 한국 어민들 피해대책을 더 잘 세워야 한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어떤 신문은 한국에 끼칠 영향은 제로’ ‘오염수 괴담 좀 그만해라는 일본 정부 입장을 열심히 전파했다. 일부 언론만이 규탄반대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특히 언론의 뉴스에서는 중요한 두가지가 사라졌다. 첫째, 이웃나라의 핵 오염수 방류라는 미증유의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최종 책임을 져야할 대통령이다. 어떤 언론에도 이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은 대통령이 왜 국민들에게 이를 설명하지 않는지도 묻지 않았다.

 

국민에 대한 피해, 국익 훼손, 국격 추락이 벌어졌을 때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묻지 않아도 당연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럴 때 번번이 사라지는 묘술을 부린다. 이태원 참사 때에도, 수해 참사 때에도, 잼버리 대회 파탄 때에도 그랬다.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라는 국제적·역사적 범죄 사건에서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 언론의 뉴스에서 사라진다.

 

대통령실은 총리의 설명이 대통령의 설명이라면서 대통령을 얼른 뒤로 숨겼다. 이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라는 일본의 범죄행위를 한국 정부는 용인했다. 아니 적극 도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일본 기시다 정부의 국제범죄, 해양범죄에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되어 언급될까봐 감추는 듯한 모습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둘째, 이 사건의 최대 직접적 피해자인 국내 어민·수산업자들의 목소리다. 이번 핵 오염수 해양 방류로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은 어민·수산업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목소리는 언론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방류가 시작된 24일 전후 일부 언론에서 어민·상인들의 반대’ ‘규탄현장 취재 보도가 있었으나 기사를 자세히 보면 이는 일본 후쿠시마 지역 어민·상인들 관련 보도였다. 우리나라 어민·상인의 반대와 규탄, 걱정은 몇몇 지역언론의 보도 몇 건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핵오염수 괴담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는 주장만 보도되고 있다.

 

국내 어민·상인들의 분노와 한숨을 현장 취재를 통해 보도한 매체는 수산업계 전문지인 수산신문('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한 날 수산계는?'), 전남일보·무등일보·부산일보 등 일부 지역신문, 지역 KBSYTN 등 정도다.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언론, 범죄의 피해자에 대해 관심이 없는 언론은 이번 범죄의 공범자인가 아니면 방조자인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300만톤의 핵 오염수 그리고 30년간의 해양투기라는 어마어마한 국제적 범죄, 인류와 자연에 대한 범죄의 가해자, 공범자, 방조자, 피해자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것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언론 탓도 상당하다.

'수산신문' 인터넷판 갈무리 사진.

시민언론 민들레

 

부모 자본가의 출현

지난달 721일 서울 서초구의 서이초에서 한 시민이 숨진 교사를 향한 추모 메시지를 읽어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초등학교 교사의 연이은 죽음이 사회에 큰 충격과 파문을 일으켰다. 학생 권리의 지나친 확대에 따른 교사 권리의 축소가 원인이라고도 한다. 오래전 학교에선 교사 권리가 지나쳐 학생 권리를 억눌렀다는 이야기와 대구를 이룬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라면 교사 권리와 학생 권리는 각각 고유하다. 만일 대립관계에 있다면, 권리를 가장한 폭력 상황을 의미한다.

 

교사 권리를 가장한 교사의 폭력은 국가 파시즘의 한 얼굴이었다. 젊은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간, 학생 권리를 가장한 부모의 폭력은 시장 파시즘의 한 얼굴일 것이다. 국가 파시즘과 시장 파시즘이 역할을 교대한 건 1997년 즈음이었다. IMF 구제 금융의 대가로 한국은 대대적인 신자유주의 구조 조정에 들어간다. 경제 부문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 모든 부문이, 사회 성원의 생활과 문화 전반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몇 해 후 노무현 대통령은 이 변화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표현한 바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 양육과 교육은 인격적 성장에만 전념하기 어렵다. 아이가 시장에서 살아가려면 상품적 성장도 중요하다. ‘교육 수준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고 말할 때, 교육 수준은 바로 상품적 성장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은 인격적 성장과 상품적 성장이라는 두 가치의 긴장 상태에 있는 셈이다. 1997년 이후 한국 교육은 긴장을 벗어나 상품적 성장 쪽으로 내달리게 된다.

 

사회 진보와 진보 교육을 말하는 사람들 역시 제 아이 교육에선 예외가 아니었으며, (이후 조국 사태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듯) 오히려 더 적극적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이 변화가 어떤 정도였는지 알려준다. 20011월 김대중 정부는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꿈으로써 이 변화를 공식화한다. 아이의 상품적 성장을 판정하는 가장 주요한 절차는 대학입시다. 이때부터 한국인에게 교육 문제란 순수하게 대학입시를 의미하는 말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부모들이 출현한다. 아이의 상품적 성장이 곧 인격적-인간적 성장이라는 전제하에, 교육 과정을 상품 생산과 이윤 축적 과정처럼 파악하며, 기획, 조율, 관리, 감독 등 경영 활동을 해나가는 부모다. 이때 다른 부모와 아이들은 경쟁자(업체)와 경쟁 상품이 된다. 한 인격체이자 아이 성장의 동료이던 교사는 생산 수단, 혹은 협력 업체가 된다. 생산성이나 이윤율 문제에서 교사는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대상이다.

 

우리는 이 부모들에게, 가장 합당한 의미에서 부모 자본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내 새끼 지상주의자는 비록 소수더라도 어느 시대나 존재했다. 부모 자본가의 특별함은 그들의 이악스러움이 교육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사적 일상에서 인간적이고 상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자본가가, 자본가로서의 활동에선 온전히 인격화한 자본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말이다.

 

교사들의 죽음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부모들은 부모 자본가 중에서도 포악한 부류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특수한 건 언제나 일반적인 것 속에 존재한다. 포악한 부모 자본가의 출몰은 부모 자본가가 일반적인 사회임을 알려준다. 또한 기억할 것은 가장 본격적이며 가장 독점적인 자본가는 대부분은 포악함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경영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육은 죽었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 이후 거리로 나온 교사들의 외침입니다. 한국사회의 교육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매주 김규항 작가와 함께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성찰을 해봅니다.

<김규항 작가>주간경향

 

윤 대통령 삼성 노조 와해임직원 15셀프 사면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 노조와해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 임직원들을 대거 사면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자급은 뺐다는 법무부 설명과 달리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노사 담당 임원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당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로,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셀프 사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광복절 특별사면 적정 의결 대상자 명단과 관련자 판결문 등을 종합해 취재한 결과, 윤 대통령은 지난 815일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삼성 임직원 15명을 사면했다. 이들은 삼성 에버랜드 및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으로 2022년과 2021년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형 선고 효력을 없애는 형선고실효 특별사면과 자격 상실을 회복해주는 특별복권혜택을 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경우에는 특별복권만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2019년 삼성 노조와해 관련 임직원들을 대거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조와해 작업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법원도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으로 판단했다. 그룹 차원에서 세운 무노조 전략이 미전실 주도로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각 계열사에서 실제 시행됐다는 것이다. 에버랜드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을 징계하고 강제수사를 유도한 행위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노조를 결성하려 하자 노조 와해를 위해 해당 업체를 기획적으로 폐업하게 하는 행위 등을 대법원이 모두 인정했다.

 

지난 14일 법무부는 광복절 특별사면 보도자료를 내며 회사 이름 없이 노조법 위반 등 사건 주요 임직원을 특별사면하지만 책임자급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 설명과 달리 사면된 김아무개씨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당시 미전실 노사 담당 임원(상무)으로 법원이 삼성그룹 노사 업무를 총괄했다고 판단한 인물이다. 김씨의 형량은 징역 12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실무진(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에 견줘 높았다. “김씨 지위와 역할 관여 정도 등에 비춰보면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또 에버랜드 상무로 있던 문아무개씨도 사면 대상에 들어갔다.

 

다만 이 사건 가장 윗선으로 삼성 미전실 총괄자인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목장균 전 삼성전자 전무 등은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강 전 부사장은 징역 14개월을, 목 전 전무는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면된 나머지는 차장이나 과장·부장 등으로 노조와해실무를 담당했다. 미전실에서 에버랜드 노사 와해 계획서를 썼거나 노조 주도자를 미행하거나 강제수사 유도를 위해 노조 설립 주도자 정보를 경찰에 제공한 이들이다. 노조 탈퇴 전략을 뜻하는 그린화전략 수립과 실행에 관여한 이들도 사면됐다. 법원은 상부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이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서도 이들 행위로 법이 허용하지 않는 부당노동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 노조와해 사면을 두고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사건 고소대리인 박다혜 변호사는 단순 가담자는 기소되지도 않았고 기소된 이들은 단순 행위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노조 파괴에 가담한 이들이라며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범죄가 이뤄졌다며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 기소해놓고 왜 뒤늦게 사면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과 관련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윤 대통령, 오염수 비판에 “1+1100이라는 사람들적대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이들을 겨냥해 “1 더하기 1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며 또 국민 갈라치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28일 저녁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이번에 후쿠시마, 거기에 대해서 나오는 거 보라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건 (없고) 1 더하기 1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치, 협치 하는데, 얼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새가 날아가는 방향은 딱 정해져 있어야 왼쪽 날개, 오른쪽 날개가 힘을 합친다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이렇게 힘을 합쳐갖고 성장과 분배를 (같이) 발전해나가는 것이지,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상대는) 뒤로 가겠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바다에 방류한 오염수가 환경과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으로선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위험성을 우려하는 이들을 비과학적이라고 몰아붙이는 한편, 이들을 대화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치 영역에서 타협은 늘 해야 하지만, 어떤 가치를 갖고 (타협을) 할 것인지 그것부터, 국가정체성에 대해 성찰을 해야 한다. 당정만이라도 우리가 국가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확고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을 국가 정체성 부정 세력으로 규정하며 타협과 협치를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못박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지난 정부 비난도 거듭했다. 그는 돈은 없는데 사장이 벤츠 600 같은 고급 승용차를 막 굴리는 식으로 해서 안 망한 기업이 없다. 껍데기는 화려하고, 사람은 많이 채용해서 직원 숫자도 많고, 벌여놓은 사업도 많은데, 그 기업을 인수해 보며 안이 아주 형편없다국가도 마찬가지다. 정말 정부를 담당해 보니, 우리가 지난 대선 때 힘을 합쳐서 국정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하는 정말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국가의 정치적 지향점과 지향해야 할 가치로 제일 중요한 건 이념이라며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철학이 이념이라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제가 선거 때부터 헌법에 적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자유와 연대, 인권과 법치, 정의와 공정, 그리고 남북한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외교 지평의 확대를 쉬지 않고 추진해왔다고 자평했다. 국가안보, 군 공안기관, 공권력을 집행해야 하는 법 집행기관, 경제 정책들을 세부적으로 다 뜯어보니까 조금씩 내실 있게 만들어가는 데 벌써 1년 서너달이 훌쩍 지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회에서 여소야대에다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언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날 연찬회에는 국외 출장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10명이 참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원희룡 교통부 장관 등 장·차관들도 대거 출동했다.

 

윤 대통령의 당 연찬회 참석은 이번이 두번째다. 올해 연찬회는 내년 총선 전 윤 대통령과 여당 국회의원 전원의 마지막 단합대회인 만큼, 당 결속력을 부각한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연찬회 참석은 윤 대통령이 연초부터 당정 협력 강화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며 집권 2년차 정기국회를 앞두고 입법과 예산 분야에서 정부여당의 협력 강화를 주문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의 국회의원 연찬회 참석은 이례적이다.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의 자율성을 위해 연찬회 참석 대신 의원들을 청와대로 직접 초청해 식사를 하며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때문에 연찬회에 두 차례 연속 참석한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당무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내부 총질문자 메시지 공개 뒤 연찬회에 참석해 원팀을 강조한 바 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건 운명의 시간인 만큼 정당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을 대통령실이 공천을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짚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윤 정부에 '반발하지 않는' 국민들... 왜 이렇게 됐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한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지난달 <오마이뉴스> 칼럼(어느 경제학자의 끔찍한 예언... 국민의 전반적 상태 걱정된다, https://omn.kr/24sjm)에서 "자기를 희생해 나라를 살리려는 의로운 부자도, 애국심과 정의감에 불타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정치인도, 부동산 투기가 아닌 땀과 노력으로 먹고살겠다고 결단하는 건강한 시민도, 열심히 공부해서 기업을 일구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학생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고 했던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의 경고에 기대서 한 말이다.

 

국민의 전반적 상태에 대한 내 진단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지난 한 달 동안 학교 현장에서, 길거리에서, 공원에서 과거에 보지 못했던 끔찍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약간의 지각이라도 있다면, 이 모든 일이 하나의 깊은 원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것이다.

 

물론 국민의 전반적 상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을 두고 국민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나라 살림을 맡은 정치인들,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언론들, 진리를 탐구하고 밝혀야 할 지식인들의 책임이 막대하다. 그들의 배후에서 온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기득권층의 책임이야 일러 무엇 하겠는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평등지권 사회, 부동산 공화국으로 전락

지난 4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후 출현한 많은 신생 독립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농지개혁을 성공시켜 전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사회를 이룩했다. 지주의 땅을 유상몰수해서 소작농에게 유상분배하는 엄청난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얼마 전까지 극도로 불평등했던 '대지주의 나라''평등한 소농의 나라'로 급변모시킨 것이다. 나는 이를 평등지권(平等地權) 사회라고 부른다.

 

지주들 밑에서 고율 소작료에 시달리다가 자기 땅을 갖게 된 소농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서 재산을 불렸고, 그 돈으로 자녀 교육에 투자했다. 식량 증산과 우수한 노동력 공급, 사회 엘리트층 배출 등 경제성장에 꼭 필요한 중요한 요인들이 농지개혁의 효과로 출현했다. 외국의 학계에서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매우 빨랐다는 것뿐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분배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른바 '공평한 고도성장'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농지개혁 단행 이후 한국 사회가 누렸던 평등성은 공업화·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약해지기 시작했다. 땀 흘려 일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도 돈을 벌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처음에는 권력자 주변 사람들, 나중에는 일반 국민까지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다. 급기야 한국 사회에서 돈을 벌려면 무조건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신화'가 형성되었다. '토지 신화',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신조어는 그렇게 등장했다. 농지개혁으로 실현된 평등성은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감추고, 토지와 부동산이 소수의 수중에 집중되어 소득·자산 불평등의 핵심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부동산 때문에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졌고, 부동산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망한다. 부동산 때문에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의 애환은 깊어져 가고, 부동산 때문에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피하고 있다. 부동산 때문에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부동산 때문에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모든 경제문제의 뿌리에 부동산이 자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업화·도시화가 진행되는 곳에서 토지가치가 상승하고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찬란했던 평등지권 사회가 문제투성이의 부동산 공화국으로 추락했다는 점에서 유별나다. 여기에는 박정희 정권의 무분별한 도시개발, 그 후 정부들의 냉열탕식 부동산 정책 운용,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한 토건족의 과대 팽창과 그로 인한 언론의 부패 등의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서 평등지권 사회가 부동산 공화국으로 전락하는 과정은 추락 일변도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을 근절하여 토지 정의를 실현하려는 시민과 정부의 노력이 있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 국민이 그 성과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개혁과 개혁파 참모들

이승만 정부에서 초대 농림부장관을 맡았던 조봉암. wiki commons

 

첫째, 이승만 정부가 단행한 농지개혁 자체가 모든 농민에게 평등지권을 부여해 조선 후기 실학파들이 꿈꾸었던 사회를 창출했다. 이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이상을 실현한 놀라운 사건이었다. 최근 뉴라이트 인사들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농지개혁을 이승만의 치적으로 극구 상찬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들이 왜 이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사실 인식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우선 이들은 지금 한국에서 농지개혁과 유사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 거품 물고 반대하리라 짐작한다. 스스로 지지하지 못할 이상을 이승만이 실현했다고 상찬을 하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승만은 농지개혁을 농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여기고 추진하지는 않았다. 단지 미국의 압박과 당시 지주층의 견제를 누르고 농민층을 무마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추진했을 뿐이다. 농지개혁을 개혁으로 여기고 성공시키기 위해서 헌신했던 사람들은 조봉암 초대 농림부 장관과 농림부 내 농지개혁법 기초위원회 인사들(조봉암, 강정택, 강진국, 이순탁 등 4), 그리고 국회 내 혁신적 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이었다. 물론 이런 엄청난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당시 미국이 남한의 농지개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박정희 정권의 무분별한 도시개발의 결과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기 시작해 주기적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을 때, 노태우 정부가 종합토지세와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1986년부터 이어진 국제수지 흑자가 1988년에 절정에 달하고, 그해 3월에 13대 총선, 9월에 서울올림픽이 치러지자, 막대한 유동성이 시중에 풀리면서 엄청난 투기가 발발한 것이다. 1989년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은 39%를 기록했다. 노태우 정권은 이를 사회의 토대를 흔드는 위험한 현상으로 받아들였고, 부동산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조순·문희갑·김종인 등 개혁적 성향의 정부·청와대 인사들이었다. 노태우 정부의 이 정책에 대해 국민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토지공개념을 두고 행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거의 90%에 달했으니 말이다. 이때는 조··(조선·중앙·동아) 등의 언론도 토지공개념을 지지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국민이 깨어 있고, 언론이 공정하며,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개혁가들이 있으면 상당히 의미 있는 경제개혁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토지공개념 3법은 위헌 소송의 대상이 되어 모두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으며, 그 가운데 '택지 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1999년 위헌 판정이 내려지기 전 위헌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폐지되었으며, '토지초과이득세법'1994년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후 문제 조항의 개정을 거쳐 몇 년 동안 유지되다가 1998년에 폐지되었다. , 토지공개념 3법 가운데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1998년 위헌 판정을 받았지만, 문제 조항의 개정을 거쳐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 적지 않은 국민이 토지공개념을 위헌이라고 믿는 것은 토지공개념 3법이 이런 우여곡절을 겪었던 기억을 가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강조했을까

2003111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이정우 정책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셋째, 노무현 정부는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이 근본 문제라는 인식을 깔고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했다. 노무현 대통령부터 200311"강남이 불패라면 대통령도 불패로 간다"고 하고, 20064"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완화되거나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할 정도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역대 어느 정부도 펼치지 못한 기념비적인 것들이었다. 부동산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하여 시장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 부동산보유세 강화의 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법제화한 것,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정비한 것,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행복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한 것,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해서 주거복지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 것 등 이루 열거하기도 어렵다. 이런 뛰어난 정책들이 추진될 수 있었던 데는 노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 이정우·정태인 등 개혁파 청와대 인사들의 맹활약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니,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과 토건족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이들은 조··동 등 보수 언론과 시장 만능주의 학자들을 대거 동원했다.

 

보수 언론과 시장만능주의 학자의 주장은 소위 '세금폭탄론'으로 집약되어 당시 언론 지면을 연일 장식했다.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도입해서 집 한 채 가진 서민들에게까지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세수가 3조 원도 안 되는 작은 세목에 이렇게 맹렬한 공격이 가해진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러자 종부세 부담과 아무 관련이 없던 중산층과 서민층, 지방 주민들이 마치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에게 세금폭탄을 퍼붓기라도 하는 것처럼 착각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장담했던 집값 안정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대적인 민심 이반이 일어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그렇게도 강조했던 이유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싸움'에서 대중이 언론과 학자들의 여론조작에 너무도 쉽게 넘어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 아닐까.

 

보수 세력의 퇴락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지난 515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열린 '청계천 걷기 행사'에 참석해 청계천을 둘러보고 있다. 이희훈

 

넷째,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도입한 개혁적 부동산 제도를 모조리 뒤집었다. 두 정부의 임기 동안에 시장 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은 절정기를 맞았다. 과거 보수 정부들은 그래도 부동산 투기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어느 정도 했지만,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는 거꾸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일관했다(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을 기억하라). 이는 보수 세력의 퇴락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시장 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에 불이 붙기 시작한 즈음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토지공개념 명시하는 개헌안을 제안하는 등 일부 개혁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으나 집권 후 3년 동안 내내 시장을 적당히 마사지하는 일에 몰두했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중요한 정책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그제야 다주택자에게 정말로 세금폭탄을 퍼붓는 무리한 정책을 쏟아냈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참모들도 대통령의 심기를 살필 뿐 부동산 개혁을 추진할 생각이 없었다. 결과는 재집권 실패였다. 언론 환경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더 나빠졌다. ··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이 시장 만능주의적 정책을 지지했다. 일반 시민의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단순히 세금폭탄론의 영향을 받아서 정치적 판단을 그르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기에 나서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옳다고 믿게 되었다. '영끌족' 이야기, 건물주를 꿈꾸는 중학생 이야기 등은 이런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보다 더한 윤 정부의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 정책

지난해 52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 초원7단지 부영아파트에서 열린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 현안 점검에 참석하고 있다. 인수위사진취재단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오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명박 정부보다도 더 빠르고 철저하게 시장 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종부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장치들이 모조리 후퇴했고, 문재인 정부가 일부 성과를 낸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도 축소되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는 완화되었고 금융규제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이런 정책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때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데 대해서 시민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한 정책이 시행되는데도 큰 반발이 없다. 이를 두고 국민의 도덕성이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인간의 마음에는 이기심과 이타심이 뒤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하고 은근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암시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일찍이 이 사실을 간파하고 시민에게 진리의 힘, 이타심, 애국심을 고취하려고 노력했던 헨리 조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보다는 힘없는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하고 싶다. 이익을 따지는 마음보다는 의무감이 사회의 개선에 더 효과가 있으며, 이기심보다는 동정심이 더 강력한 사회적 힘이다.

 

모든 위대한 사회개혁은 자신의 기쁨만을 추구하는 정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낫고 고상하고 행복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정신으로부터 시작되고 활성화된다. 왜냐하면 사악한 맘몬[부와 탐욕의 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라도 이기적인 사람들을 매수하지만,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매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사회문제의 경제학>, 돌베개, 123~124)."

 

지난달 칼럼에서 말했듯이, 현재 한국 국민의 전반적 상태는 별로 좋지 않다. 이 상태로 가면 다음번에는 더 악한 선동가에게 권력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이 자신의 현재 모습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예전에 가졌던 이타심과 애국심을 회복한다면, 대한민국은 농지개혁 이후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정의의 길, 도약의 길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경제학자의 끔찍한 예언... 국민의 전반적 상태 걱정된다

민주주의의 후퇴, 불평등이 근본 원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아래의 인용문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부패한 민주정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성이나 애국심은 압박받고 비양심이 성공을 거둔다. 최선의 인물은 바닥에 가라앉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른다. 악한 자는 더 악한 자에 의해서만 쫓겨날 수 있다. 국민성은 권력을 장악하는 자, 그리하여 결국 존경도 받게 되는 자의 특성을 점차 닮게 마련이어서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한다. 부패한 민주 정부는 결국 국민을 부패시키며,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1879년에 발간된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진보와 빈곤>(김윤상 역, 비봉출판사)에 나오는 구절인데, 오래전에 쓰인 내용임에도 이명박 정권의 성격과 당시 한국 사회의 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한다고 여겨져 여러 사람이 인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8, 2009년에는 부동산 때문에 한국 국민의 도덕성도 타락한 듯 보였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주민들이 앞장서서 뉴타운 사업 지정을 요청했고, 2008년 총선에서는 서울의 48개 선거구에서 40개 의석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차지했을 정도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은 한결같이 뉴타운 사업으로 부동산 자본이득을 안겨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서 혹자는 당시의 한국 정치를 '탐욕의 정치'라고 묘사했다. 유권자의 탐욕에 기대 표를 얻으려 했다는 뜻이다.

 

헨리 조지는 '토지 중심의 경제학'을 복원하고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설파한 경제학자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신자유주의의 실패가 분명해진 요즘, 그의 경제사상은 전 세계에서 유력한 대안 사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가 남긴 불후의 명저 <진보와 빈곤><사회문제의 경제학>(전강수 역, 돌베개)에는 뛰어난 경제사상이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군데군데 탁월한 정치적 견해도 담겨 있다.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지적한 헨리 조지

1880-1890년경 헨리 조지 위키미디어 공용

 

헨리 조지의 정치사상에는 두드러지는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지적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가 부패할 때에는 국민의 도덕성도 타락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정치적 자유와 평등이 사회를 진보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정치적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면, 부와 권력의 평등한 분배도 실현된다.

 

문제는 평등한 부의 분배 상태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가 진보하면서 토지가치가 상승하면, 토지가 소수의 수중에 집중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한 불평등이 심해지는데, 그것이 정치적 민주주의를 형해화시킨다. 헨리 조지는 형식적 민주주의는 일정한 조건만 있으면 간단히 전제체제로 변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제체제가 국민의 이름과 힘으로 진전되기 때문이다. 민주 공화정을 가장 야만적이고 잔인한 전제체제로 바꾸는 데는 헌법을 고치거나 보통선거 제도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토지독점으로 불평등이 심해지고 민주주의가 형해화하면, 국민성도 부패한다. 기득권층은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느라 눈이 멀어 국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법이 없다. 형식적 민주주의 하에서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가 폭정을 일삼아도, 그를 매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한 맞서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꾸준히 불어나는 재산을 바라보며 '이대로!'를 외칠 뿐이다. 그렇다고 가난한 대중이 국가를 정의롭게 만들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일에 나서지도 않는다. 그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힘들어 허덕이고 답답한 상황에 불만을 품고 부글거리기는 하지만,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권력이 세습되지도 않고 가장 미천한 지위의 인간이 부패를 통해 부와 권력에 올라서는 모습을 늘 보게 되는 곳에서는 부패를 묵인하다가 급기야 부패를 부러워하게 된다." 헨리 조지의 말이다. 기득권층도, 대중도 참 자유와 평등에 무관심해질 때, "정치꾼들이 권력을 손에 넣고 로마 황제 근위대처럼 매관매직을 일삼거나, 선동가가 권력을 잡고 한동안 휘두르다가 더 악랄한 선동가로 대체될 뿐이다." 이것도 역시 헨리 조지의 말이다. 모두(冒頭)의 인용문에서 헨리 조지가 "부패한 민주 정부는 결국 국민을 부패시키며,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고 비관적으로 단언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헨리 조지의 패러다임에 비춰본 한국 사회

 

정부의 규제완화 덕에 급매물 거래가 늘면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지난 410개월 만에 반등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두 달 연속 오르고 상승 폭도 커졌다. 연합뉴스

 

헨리 조지가 제시한 패러다임에 비추어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진단하면 어떻게 될까? '촛불혁명'으로 부패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민주 정부를 수립하자, 전 세계는 대한민국을 주목했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남북한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노력은 각광을 받았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떠올랐다. 때마침 K-컬처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코로나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면서 한때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글로벌 대통령'으로 칭송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찬란했던 민주국가가 순식간에 박정희·전두환 치하의 독재국가처럼 변했다. 군인들이 총칼을 사용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현 정권의 집권 과정에 불법과 무력이 동원되지도 않았다. 민주주의의 형식적 절차가 훼손되지 않았는데도, 정권의 성격이 급변했으니 국민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헨리 조지에 따르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일은 너무도 쉽게 일어난다. 원인은 바로 불평등에 있다.

 

그러고 보니 문재인 정부는 외형상 화려해 보이는 일에 몰두하느라 사회 안에서 불평등이라고 하는 암종이 자라나는 것을 방치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부동산값은 역대 정부 최고로 폭등했고, 한 곳의 투기를 잡으면 다른 곳으로 번지는 풍선효과는 역대 정부 최다로 발발했다. 부동산문제로 인한 불평등은 노력소득의 격차로 인한 불평등에 비해 국민의 도덕성에 훨씬 나쁜 영향을 끼친다.

 

생산적 투자에는 관심 없이 비업무용 땅 사재기에 올인하는 기업, 대출받아서 갭투자 하는 데 관심과 정력을 다 쏟은 회사원, 부동산 특강 강사를 따라 아파트 사냥 투어에 나섰던 부녀자,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매입한 2030 세대, 건물주가 꿈인 중학생 등이 한때 우리 사회의 상징처럼 떠오른 것을 떠올려 보라.

 

부동산 과다보유자들과 토건족들은 희희낙락했고, 부동산 투기의 바람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원인을 따지지 않은 채 불만을 품고 부글거렸다. 우리 사회 다수의 사람들이 정의와 자유를 실현하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촛불 정부의 실력자들도 매일매일의 지지율 동향에 전전긍긍하면서도 개혁적 부동산 정책을 과감하게 펼치는 데는 소홀했다.

 

찬란했던 민주 정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위해 돌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 다수의 불만과 분노는 보통선거 제도하에서 소위 '검찰 정권'을 탄생시키는 쪽으로 표출되었고, 찬란했던 민주 정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기본 인권을 마음껏 누리던 국민은 짧은 기간에 아주 사소한 일에서조차 정권의 탄압에 신경 써야만 하는 군색한 처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권력을 손에 넣은 정치꾼들은 신난 듯 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펼쳤던 몇 안 되는 불평등 완화 정책조차 모조리 후퇴시키고 있다. 우리 국민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외면한 후과(後果)가 너무 크다.

 

헨리 조지는 국민이 깨어나서 권력자를 제대로 제어하지 않으면, 더 악한 선동가에게 권력이 넘어갈 것이라 예언한다. 다음번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정권이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품은 사람들에게는 실로 끔찍한 예언이다.

 

관건은 국민 다수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며 살 것인지 아닌지에 달려 있는데,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자기를 희생해 나라를 살리려는 의로운 부자도, 애국심과 정의감에 불타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정치인도,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땀 흘려 먹고 살겠다고 결단하는 건강한 시민도, 열심히 공부해서 기업을 일구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학생도 찾아보기 어려우니 말이다. 많은 사람이 정권의 횡포에 분노하지만, 나는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상태가 걱정스럽다.

전강수(gsjun) 오마이뉴스 23.07.21

 

유농2023.08.28 맞아요. 국민이 부패했어요.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있을뿐 사회공동체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를 지적하고 선도할 정치집단도 없습니다. 국운이 다했다고 봅니다.

 

h****2023.08.03 저도 우리나라가 걱정입니다ᆢ스스로 검찰정권을 탄생시켰고ᆢ여전히 눈 앞의 이익에만 골몰해서 악다구니를 쓰면서 살아가고들 있습니다 ..

아이들은 경쟁에 내몰려 재미없는 입시 공부를 강요받고 있고ᆢ학교예서 교사들은 불신과 반항감이 강한 아이들 상대하느라 넘 힘듭니다ᆢ

청년들은 자연스런 바램인 연애도ᆢ결혼도ᆢ출산도 망설이고ᆢ기성세대는 소진 진행중ᆢ노년들은 무기력감과 분노ᆢ 영혼 없는 우월감쩔은 검찰 권력집단 ᆢ우리 스스로 만든 자화상이지요ᆢ

가치로운 삶이니ᆢ정의니ᆢ평등이니ᆢ입에 올리기가 참낯선 사회-_-,,

좀 더 힘들어지면 가진 집단ᆢ기득권자들이 스스로 부자 증세해야 한다고 바끨까요??불평등은 결국 가진 자들의 양보가 필요한데ᆢ글쎄요??

 

윤석열은 언급하기도 싫고,,문재인정권도 참ᆢ부동산 문제는 슬척슬쩍 면피용이었지요ᆢ

부동산공화국ᆢ불평등의 양산ᆢ대부분 기분 나쁜 사람들ᆢ

그런데도 여전히ᆢ집 한두채 있는 사람들은 내 집값이 오르길 바라고 부동산관련 세금이나 규제정책을 싫어합니다ᆢ

 

이 쁘따부르주아들이 눈 앞의 이익을 쫓은 결과로서의 이 나라꼴을 보면서 바뀔 수 있을까요??

대통령의 외모가 좀 신사적이건 ᆢ조폭같건 본질은

한국인의 탐욕과 욕망이고ᆢ이런 좋은 가치를 찾아보기 힘든 사회를 바꾸겠다는 철학과 비젼ᆢ능력을 가진 정치인을 우리가 지지할까요??

 

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 힘든 사회를 만들어냈을까요,,,한없는 어리석음-_-,,,,

 

joo****2023.07.22 전과 4범 기소 혐의만 10가지 넘는 후보를 누가 뽑나.. 누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뭐 검찰 독재.. 5년동안 나라를 아작 내어놓고 400조 빚만 ㅊ 만든것들이.. 꺼져 이 더런것들아.. ㄱ 역겨운것들

 

바보이반2023.07.21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들이 타락해서 이런 정권을 탄생시켰다고 치자. 그 다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봐라.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의 나이브함을 그대로 닮았다. 이만큼 해 놨으니 이제 됐겠지. 시스템을 고쳐놨으니 과거로 회귀는 안 하겠지. 이런 나이브한 인식을 하고 정권 방어에 소홀했다. 대선에서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면서 책임을 회피했다고 봐야 한다.

굥가 같은 교활한 무식쟁이를 검찰총장으로 앉혔다는 건 사람 보는 안목이 정말 없었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고, 조국 같은 사람이 처참하게 다구리를 당하는 걸 보면서도 비겁하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라를, 사회를 진정으로 걱정했었다면, 기계적인 중립만 지키지 않았어야 한다.

지금까지도 국민들에게 사과 한 마디 안 하고, 자신도 피해자인 양 동정표나 바라고 있다. 양심이 있으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 굥가에게 속았다면 어리석은 것이고, 알고도 굥가를 검찰총장에 앉혔다면 미친 것이다.

총선에서 국짐에게 표를 주면 미친 것이고, 민주당에 표를 줘도 미친 것이다. 이제 제 3, 4의 당을 키워야 한다. 기득권을 가진 국짐이나 민주나 국민을 위해서는 절대 희생하지 않는다. 자기의 기득권을 수호하고 강화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들인데, 언제까지 저것들에게 속아줘야 한다 말인가?

 

 

윤 집권 2년차 전방위 매카시즘그 뿌리엔 극우 역사관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반공·멸공주의 색깔론 제기와 역사 뒤집기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잘못된 전임 정부 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국가 정체성 바로 세우기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홍범도 장군 예우처럼 이미 좌우를 떠나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존재하는 사안까지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끌어들여 국론 분열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 국방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과 국가보훈부의 정율성 역사공원건립 반발을 역사 논쟁이나 색깔론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대한민국 정체성에 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론 이번 일이 국방부와 보훈부가 추진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국방부와 보훈부 수장의 입을 통해 내놓은 정부 방침이 대통령 의견과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 대다수다. 현재 정부에서 윤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거나, 최소한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장관은 없다는 말도 나온다.

 

국방부 등의 최근 움직임은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윤 대통령의 공산전체주의 세력 척결의지, ··일 삼각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북··러 배제 흐름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사실, 역사와 이념을 고리로 한 윤 대통령의 우편향 행보는 대선 과정과 집권 초반에도 적지 않았다. 대선을 보름 앞둔 20222, 충남 홍성 유세 현장에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우리 사회를 서서히 자유민주국가가 아닌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시키려는, 몽상가인 좌파 혁명 이론에 빠져 있는 이 소수에게 대한민국 정치와 미래를 맡겨서 되겠냐며 강한 색깔론을 폈다. 같은 달 28일 강원 강릉 유세에서는 저는 누구보다 공산주의를 싫어하고 안보관이 투철하다고 외쳤다.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 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다.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지난해 10,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간담회)는 거친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념 관련 메시지는 지지층과 당원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메시지, 이들을 결집시키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집권 1년을 지나면서는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전체주의의 대결적 인식을 드러내는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도 높아지면서, 대국민 메시지에서조차 극단적 경향성이 드러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19 기념식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조국의 자유, 독립, 보편적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 국가 계속성의 요체,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 인식 관련 주요 발언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행사의 기념사에서 대통령이 앞장서 통합이 아니라 편가르기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을 뭉뚱그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왜곡된 역사의식을 가진 자들로 낙인찍는 등 비난의 강도도 이전보다 거세졌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과 최근 정부가 시작한 역사·이념 논쟁은 정부 비판 세력을 겨냥하는 한편, 전임 정부 뒤집기과정에서 불거졌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두고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겨레에 “1920년대 항일투쟁은 좌파가 압도적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무조건 소련 공산당’, ‘빨갱이만 생각하는 것 같다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역사 인식의 부재라고 본다. 이명박의 건국절, 박근혜의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극단적 우편향 행보가 결과적으로는 보수 세력 내부 분열까지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장수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의도는 보수 표를 결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극우적 신념을 밀고나가겠다는 정권 스타일만 두드러진 것이라며 홍범도 장군 흉상과 관련한 이견들을 볼 때 현재의 정부와 여당이 일관된 보수주의를 주장할 만한 이념적 집단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내 남편 홍범도비구니 출신 아내 불 고문견디며 남긴 말

발가락 사이에 불붙인 심지 끼워 고문한 일제

이씨 부인, 승려 홍범도가 독립투사 되기까지

1909년 즈음 러시아 연해주 망명 직후 42살의 홍범도(왼쪽 사진). 1912년 즈음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광산·철도 노동자로 생활하던 44살의 홍범도. 임경석 제공

 

한국 주둔 일본군 북청수비구 사령관 야마모토 대좌는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폭도들의 귀순 공작을 강화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 군사작전만으로는 그들을 진압하기 어려웠다. ‘폭도들이 사냥꾼이었기 때문이다. 개마고원의 넓고 험준한 산악지대를 제집 안마당처럼 휘젓고 다니던 이들이었다. 사냥꾼 출신 한국인 의병들의 전투력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남편에게 투항하라는 편지 쓰란 협박아니 쓴다

사령관은 1908430일 자로 예하 3순사대대장 임재덕(林在德)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함경남도 삼수·갑산에서 출몰하는 홍범도 폭도 무리를 유인하라는 내용이었다.

귀관은 순사대를 인솔하고 51일 북청을 출발, 갑산 부근에 이르러 적당한 지점에 위치하여 폭도 귀순 권유에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방법도 제시했다. “홍범도의 가족을 귀순 권유의 수단으로 필요에 따라서 수시로 사용할 것을 명시했다.

 

임재덕과 김원흥(金元興)은 일본군 103명과 한국인 순사보조원 80명으로 구성된 토벌대를 이끌고, 갑산군 창평리 산간 마을에 주둔했다. 총기와 탄약을 넉넉히 지녔고, ‘속사포라는 기관총 공용화기까지 갖춘 막강한 토벌대였다. 홍범도 의병부대의 주둔지인 용문동 더뎅이 산골짜기가 지척이었다.

 

3순사대장 임재덕은 일진회 간부이기도 했다. 19077월 일진회 간부 송병준이 고종 폐위를 주도한 것과 관련해, 전국에서 봉기한 의병들이 일진회를 타도 대상으로 간주했다.

1907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1개월간 의병에게 처단된 일진회원은 무려 9260명을 헤아렸다. 마치 내전 양상과 같았다. 의병과 일진회는 총을 맞대고 겨누는 적대세력이었다.

 

또 한 사람 지휘관 김원흥은 대한제국의 고급 장교 출신이었다. 옛 한국군 참령 계급장을 달았던 고위 군사간부로서 북청진위대 대장까지 지냈다. 그는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된 뒤, 기꺼이 일본군 휘하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통감부 예하 경찰 조직에서 경시 계급을 부여받고 반일 의병운동을 탄압하는 최일선에 서게 됐다.

 

가족을 귀순 권유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끔찍한 짓이었다.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의병 지도자를 전향시키려는 술책이었다. 해방운동의 투사를 정신적·정치적으로 파멸시키려는 행위였다.

 

홍범도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함경남도 북청군 인필골, 깊은 산중 마을이었다. 처가 동네였다. 늙은 장인 장모와 함께, 아내와 두 아들이 살고 있었다. 일본군은 그 마을을 급습했다. 그리하여 홍범도의 아내와 17살 맏아들 홍양순을 토벌대 주둔지로 압송해 왔다.

홍범도의 귀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질이었다. 홍범도여, 가족의 안위가 걱정된다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이와 같이 위협하는 데 쓸모 있는, 인질들이었다.

 

계집이나 사나이나, 영웅호걸이라도 실 끝 같은 목숨

홍범도의 아내 이씨 부인은 거센 강압을 받았다. 산중에 웅거한 남편 앞으로 투항을 권하는 편지를 쓰라는 거였다. 임재덕 순사대장은 아예 문안까지 일러줬다.

일본 천황에게 귀순하면, 당신에게 공작 작위를 하사한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에게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나는 물론이고 우리 자식들도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쓰라고 했다. 공작은 일본제국의 귀족 시스템 속에서 1등급에 해당하는 작위였다. 최상층 귀족이었다. 망국 이후 일본 귀족으로 편입된 조선인 고관대작 중에서 어느 누구도 공작 작위까지 오르지 못했다.

회유에다 협박도 덧붙였다. 임재덕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너희 모자를 어육 내겠다고 위협했다.

이럴 때는 차라리 글을 쓸 줄 모른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씨 부인이 글을 깨쳤다는 사실을 저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응할까, 거절할까. 두 길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쩌랴. 고초를 각오해야만 했다. 이씨 부인은 결심했다. 거절의 뜻을 단호히 표명했다.

 

그날 아내가 입에 담았던 말을 홍범도는 누군가에게서 전해들었던 것 같다. 평생토록 그 말을 잊지 않았다.

계집이나 사나이나, 영웅호걸이라도 실 끝 같은 목숨이 없어지면 그뿐이다. 내가 설혹 글을 쓰더라도 영웅호걸인 그는 듣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나더러 시킬 것이 아니라 너희 맘대로 해라. 나는 아니 쓴다.”

이렇게 말했노라고, 노년의 홍범도는 또박또박 기억해냈다.

 

이씨 부인은 혹독한 보복을 당했다. 고문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만적인 폭행이 쏟아졌다. 발가락 사이에 불붙인 심지를 끼워놓는 등,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계속됐다. 거듭되는 악행은 이씨 부인을 반죽음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래도 그녀는 끝내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한 회상기에 따르면, 그때 이씨 부인은 스스로 혀를 끊어 고문에 맞섰다고 한다. 처참했다. 그녀는 벙어리가 된 채 갑산 읍내로 이송돼 옥에 갇혔다. 하지만 머잖아 고문의 여독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출생연도가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향년을 정확히 댈 수는 없지만, 아마 30대 후반이었으리라고 추정된다.

 

일부 학자는 이씨 부인의 이름이 옥녀였다고 전한다. 북간도 조선인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말이라 하니 전혀 불신할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증빙이 발견되기까지는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출가했던 두 사람의 만남

이씨 부인이 홍범도와 부부가 된 것은 기이한 인연 덕분이었다. 처녀 때 그녀는 비구니였다. 동기는 뚜렷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찍부터 북청 산골의 친정집을 떠나 금강산 깊은 산속에 위치한 비구니 사찰에서 승려의 길을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금강산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24살 홍범도도 승려였다. 금강산 유명한 사찰 신계사 지담 스님의 상좌승으로 있었다. 평양 주둔 조선군 친군서영 제1대대 군인 출신으로, 제지 수공업자로 일하던 그는 산중 사찰에서 은신 중이었다. 부당한 대우와 체불임금에 항의해 공장주를 죽인 혐의로 쫓기고 있었다.

 

젊은 남녀가 금강산 깊은 산속에서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어떤 가슴 설레는 과정을 거쳐 연인이 됐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머잖아 젊은 여승은 임신했음을 알게 됐다. 바로 큰아들 홍양순을 잉태한 것이다.

 

두 사람은 승복을 벗고 하산하기로 했다. 가정을 이루기로 합의한 것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두 사람이 정착한 곳은 여인의 친정이 있는 함경남도 북청군 안산사 노은리 인필골 마을이었다. 북청에서 갑산 쪽으로 넘어가는 주요 길목인 후치령 고개 바로 아래였다. 그곳에서 부부는 짧으나마 단란한 가정생활을 맛보았다. 아들 둘을 얻었다. 큰아들 양순과 작은아들 용환이다.

 

40살에 아내를 잃은 홍범도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혼자 살았다. 새 아내를 얻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의 권유와 성화에 힘입어 새 아내 이인복을 맞아들인 것은 20년이 지나 노년기의 일이었다.

1929년 재혼한 아내 이인복과 함께, 62살의 홍범도. 임경석 제공

 

이씨 부인의 협력을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그대로 물러설 인간들이 아니었다. 토벌대는 가짜 편지를 만들어냈다. 이씨 부인이 남편에게 직접 쓴 글인 듯 꾸민 편지였다.

그 편지를 몸에 지닌 채 심부름꾼이 의병부대 주둔지 용문동 더뎅이로 파견됐다. 하지만 산속으로 올라간 사자들은 돌아올 줄 몰랐다. 이틀 동안 여덟 차례나 사람을 들여보냈는데, 아무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17살 의병장남 홍양순의 전사

토벌대 집행부는 홍범도의 맏아들 홍양순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홉 번째 사자였다. 귀순을 권유하는 가짜 편지를 지니게 한 채 산속으로 올려 보냈다.

홍양순은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의병 지휘부로 쓰는 집의 문 앞에 섰다. 홍범도는 격분했다. 아버지를 망치는 일에 아들이 가담하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놈아! 네가 전 달에는 내 자식이었지마는, 네가 일본 감옥에 서너 달 갇혀 있더니, 그놈들 말을 듣고 나에게 해를 끼치려는 놈이 됐구나. 너부터 쏘아 죽여야겠다!”

홍범도는 방아쇠를 당겼다. 비명 소리가 났다. 부관이 급히 뛰어나갔다. 천만다행이었다. 총알은 귓바퀴를 맞히고 지나갔다. 한쪽 귀가 떨어져나갔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백발백중의 명사수 아니었던가. 500걸음 떨어진 곳에서 조그만 동전을 맞히는 귀신같은 사격술을 익힌 홍범도였다. 격발 순간에 손가락이 떨렸음이 틀림없다. 결정적 순간에 아버지의 고뇌가 작동했던 것 같다. 총알은 미세한 각도로 빗나갔다.

 

상처를 회복한 홍양순은 아버지의 의병 대열에 합세했다. 17살짜리 소년 의병이 됐다. 소년은 아버지를 따라 여러 전투에 참가했다. 함흥 신성리 전투, 통패장골 쇠점거리 전투, 하남 안장터 전투, 갑산 간평 전투, 구름을령 전투, 괴통병 어구 전투, 동사 다랏치 금광 전투 등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홍양순은 1908616일 정평 바맥이 전투에서 전사했다.

노년이 되어서도 홍범도는 그 전투를 잊지 못했다.

 

정평 바맥이에서 500명 일본군과 싸움하여 107명 살상하고, 내 아들 양순이 죽고 의병은 6명이 죽고 중상자가 8명이 되었다. 그때 양순이는 중대장이었다. 51812시에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이씨 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은 그 뒤 어떻게 살았는가? 그들의 운명은 길지 않았다. 임재덕과 김원흥이 이끄는 토벌대 200여 명은 용문동 더덩 장거리 전투에서 홍범도 부대가 짜놓은 매복에 노출되고 말았다. 그 결과 토벌대 지휘부를 포함해 군경 209명이 포로로 잡혔다.

 

친일파 처단하며 죽어도 몹시 죽어야 할 것이다

용문동 의병 주둔지 지휘소 앞에 임재덕과 김원흥이 결박된 채 무릎이 꿇렸다. 홍범도가 나섰다.

너희 두 놈은 내 말을 들어라. 김원홍 이놈! 네가 수년을 진위대 참령으로 국록을 수만원을 받아먹다가, 나라가 망할 것 같으면 시골에서 감자 농사하며 먹고사는 것이 그 나라 국민의 도리이거든. 도리어 나라의 역적이 되니, 너 같은 놈은 죽어도 몹시 죽어야 할 것이다. 임재덕도 너와 같이 사형에 다 청한다.”

두 사람은 깎아 세운 두 나무 기둥에 각각 묶였다. 홍범도는 지시했다. “석유통의 위 딱지를 떼어 저놈들 목욕시키고, 불 달아놓아라라고. 지시는 즉각 실행됐다. 일본군 토벌대를 지휘하던 전직 한국군 고급 장교와 일진회 간부는 그렇게 생애를 마쳤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주간경향 

 

 

오염수 영향 0'이라는 조선일보, 일본 정부 기관지인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하는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과 서울환경연합 주최로 열린 전국 동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 8. 24. 연합뉴스

일본 기시다 정부가 지난 22일 각료회의를 열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24일 오후 1시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우려를 괴담으로 몰아온 윤석열 정부도 같은날 브리핑을 열었다. ‘21일 일본으로부터 방류 개시 결정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는 막대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우려를 낳고 있다. 해양 생태계 오염, 전 국민의 건강 위협, 어민·수산물 판매업자의 생계 파괴 등이 하루이틀 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환경단체, 생계가 걸린 어민·수산업자뿐 아니라 국민 절대 다수가 핵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 중국, 홍콩, 태평양 도서의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기록하는 언론은 기시다-윤석열 정권의 발표문 전달과 괴담몰이만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이런 불안과 반대 여론을 충실히 보도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 결정, 이를 용인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평가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다. 그리고 그 평가는 국민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오염수 방류 개시 발표에 대해 우리 언론들의 보도는 어땠을까?

 

주요 신문들이 1면이나 5면에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 결정과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한국 정부의 브리핑 내용을 게재했다. 동아일보, 세계일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조간 신문들이 관련 사설도 실었다.

 

그러나 문명시대에 처음이리라 생각되는, 그래서 어떤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할 수 없는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다루는 우리 언론의 보도는 아무리 봐도 느긋하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의 인접국으로 같은 바다를 사용하는 나라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은 23일 사설에서 일본 핵 오염수 방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그저 일본에 방류 투명성’ ‘우려 최소화같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라는 안이한 주문을 내놓았다.

 

국제사회 우려에 성실하게 응해야’(국민일보), ‘, 오염수 방류 투명성 확보에 최선 다하라’(서울신문), ‘오염수 방류 결정 일본, 국제사회에 한 약속 지켜야’(중앙일보), ‘양해와 신뢰 여전히 미흡하다’(한국일보)

 

그동안 일본 정부의 무책임하고 신뢰할 수 없는 행태에도 비판보다는 다시 한번 일본을 믿어보자는 식이다. 방류를 용인한 한국 정부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도 없다. 국민의 생계와 생명이 걸린 외교·국제적 문제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수많은 어민·수산업자들의 목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는다.

 

한국일보는 이번 이슈조차 여야 주장을 받아쓰기 하면서(국민안전 비상” vs 괴담정치 그만) 국내 여야 정치권의 한낱 정쟁으로 취급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일본 정부와 협의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 대처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 우려를 잘 해결해야한다, 불필요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야당은 시끄럽게 하지 말라, .’ 이런 식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주장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은, 과연 이 신문이 한국 국민을 위한 것인가 일본 정부를 위한 것인가 혼란에 빠지게 한다.

 

방류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으로 외국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사실상 ‘0’이나 마찬가지라는 많은 과학 연구 결과가 있다. 방류수가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한국 해역으로 올 때 남아있는 것은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일본의 사정도 딱하기는 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를 달리 도리가 없어 정화해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다. 수증기 방출, 심지층 주입 등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막대한 비용이 들거나 해양 방류보다 생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조선일보 사설)

 

방류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이어서 외국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30여년전 러시아가 동해에 핵폐기물을 투기할 때 극렬히 비판하고 반대했던 조선일보가 일본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지금은 다른 나라가 결정할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윤석열 정부와 조선일보는 방류를 말리거나 막기는커녕 그동안 기시다 정부가 방류 결정을 내릴 때까지 자기 일처럼열심히 도와주지 않았는가? 방류를 막으려는 자국의 국민들을 괴담 유포자로 몰아 비난하고 처벌하려들지 않았는가?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사실상 제로(0)’라는 과학 연구결과를 들고 왔다. 핵 오염수 방류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실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단정할 수 없다. 다른 수많은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해양생태계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이 일본 10여개 지역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하고 중국이 인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한 것은 쓸데 없는 짓인가?

 

일본의 사정도 딱하기는 하다는 대목에서는 비로소 이 사설의 황당함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막대한 비용이 들거나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은 일본 정부측의 입장이었다. 한국의 과학자, 원자력 전문가, 환경단체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처리할 다른 방법을 이미 제시해왔다. 그럼에도 일본은 비용이 싼해양 방류를 결정한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앞뒤가 엉킨 주장을 펼치면서 끝내 가만히 있으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방류의 불가피성을 줄곧 주장해왔지만, 바다로 연결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사설 앞부분에서 우리 국민의 우려 목소리를 전하는 듯했다. 그러나 곧 현실적으로 방류는 피하기 힘든 수순으로 보이는 만큼이라며 오염수 방류를 기정사실화한 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함으로써 모처럼 조성된 한일 우호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뜬금없는 한일 우호를 꺼내들었다. 국민의 생명과 생계보다 더 중요한 국제사회의 우호 분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결국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피해보전 대책일본 정부와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야당도 국민의 불안을 필요 이상 자극하는 무책임·비과학적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한일 우호가 중요하니 야당도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다.

중앙일보 사설.

 

한편, 경향신문과 한겨레만은 사설에서 일본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고 한국 정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과학을 내세우지만 30년 넘게 계속될 방류에 대해 누구도 완전히 책임질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중국, 태평양 국가들, 일본 어민과 한국 시민 등 수많은 이들의 반대와 우려, 대안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발언이다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편에서 선 무책임한 방관자였을 뿐, 시민들의 우려를 대변하고 최대한의 대책을 요구하는 모습은 없었다.”(한겨레, ‘역사에 죄짓는 일본의 방류, 길 터준 한국 정부’)

 

일본이 이를 외면한 채 인류의 공공재인 바다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기로 한 것을 강한 어조로 규탄한다지금까지 사고 원전의 오염수를 배출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었다.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일본이 져야한다우리 국민의 60% 이상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수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단 한번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않았다. 오히려 IAEA보고서를 근거로 방류를 사실상 승인했다. 정부여당은 국민의 정당한 우려를 괴담·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일본을 대변하기에 급급했다.”(경향, ‘국제사회 우려 끝내 외면한 일본 오염수 방류 강행 규탄한다’)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 사설

 

초긴축 예산'의 정부 무능에 눈감은 언론들

선거 퍼주기 자제'했다며 거의 찬사보도 일색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감소 등 원인 진단 빠져

'재정 건전' 아닌 '재정 무책임' 예산

 

대한민국 사회에 날로 작아지는 것과 커지는 것이 각각 몇 개씩 있다. 서민들의 호주머니의 무게, 지금의 현실에 대한 만족도, 정부에 대한 신뢰 등이 작아지는 것들이라면 커지고 있는 것들 중 대표적인 게 실제의 현실-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으로서의 현실이든 비교적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현실이든-과 신문 지면에 실리는 현실 간의 거리다.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도(2024) 예산안에 대한 30일 주요 매체들의 보도가 그 큰 거리를 다시 한 번 확연하게 드러냈다. 올해보다 182000억 원 늘어난 6569000억 원으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은 전임 문재인 정부 연평균 증가율인 8.7%뿐 아니라 현 윤석열 정부 1년차 예산 지출 증가율인 5.1%보다 2.3%p 낮은 규모다.

 

이를 주요 언론들은 <내년 예산 657, 퍼주기는 끝났다> (조선일보) <“선거용 예산은 없다내년 예산 긴축살림>(중앙일보) <예산중독 탈피>(매일경제)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8.29 연합뉴스

 

긴축예산을 짜는 것은 건전재정이라는 명분과 필요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예산 편성 방향이다. 그러나 이들 보도는 초긴축예산을 '건전재정' '선심성 퍼주기 없는 결단'으로 일방적으로 칭송하면서 그 긴축의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긴축예산에 이르게 된 원인을 외면하고 있고, 그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세수 감소를 외면하고 있으며, 세수 감소의 큰 원인인 '부자 감세'의 폐해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상당한 수준의 적극적 확장 예산 편성이 요청되고 있는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에서 긴축 예산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없다. 그같은 냉정한 평가 없이 '절제된 예산'으로 포장하면서 선거를 앞두고도 선심 예산을 짜지 않은 정부의 '결단'으로 칭송하는 동시에 전 정부에 대해 '퍼주기 예산' 행진을 벌였던 듯 비난하는 논리를 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문 정부가 망친 국가재정 건전성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윤 정부의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문재인 정권 5년간의 10번의 추경 편성, 왜곡된 예산구조를 넘겨받았다고 윤석열 정부를 위한 변론을 펴고 있다. 조선, 중앙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재정 만능주의 타성을 차단하기 위해 예산 증가를 최소화했다는 충정으로 높이 살 만하다"고 해 충정으로 풀이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를 '나라 살림의 수호자'인 듯 찬사를 보낸다.

 

윤 대통령을 나라살림 수호자인 듯 칭송

그러나 초긴축예산은 경기악화 탓도 있지만 대규모 감세로 올해 세수 부족이 50조 원 안팎에 따른 결과다. '부자 감세'로 인해 빚어진 '세수 결손탓이 큰 것이다. 게다가 한국경제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유난히 지난해와 올해의 성적표가 부진한 상황이다. 수출의 경우 중국과 반도체에서의 급감 등 위기상황이 아세안과 자동차 등 다른 주요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수출 위기는 현 정부가 자초한 중국 러시아 등과의 갈등 고조 등 정치적 변수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 더욱 심각성이 있다. 소비, 투자, 수출, 수입이 모두 마이너스(-) 행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서 성장률을 각각 0.3%p0.5%p를 끌어내린 '정부 주도형 성장률 저하' 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그같은 상황에서 이번의 내년도 예산안은 대규모 지출 삭감으로 민생 경제 및 성장 동력 훼손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큰 편성이다.

 

매일경제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의 나라 거덜 나기 직전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긴축예산안이 그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나라가 거덜 나기 이전에 국민들 삶이 '거덜 나려는' 상황이다. '재정 만능주의'를 보강한 예산이라고 언론들은 응원하지만 한국경제의 현황에 비춰보면 재정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말하고 있는 '복지 예산 강화' 기조의 경우에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혜성 항목이 대부분인 가운데 실업급여 실업부조 등 고용안전망 예산은 감소했지만 이에 대한 지적은 거의 없다. 반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대응 예산 증액, 서울-양평고속도로와 24대강 사업등 문제를 안고 있는 예산항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정부의 긴축 예산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지적의 긴축'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포장지의 으뜸' 신문지 판매 광고

 

홍범도 흉상 이전에 박노자 정부, 무능 덮으려 독립 영웅 부관참시

육사 홍 장군 흉상 외부 이전 추진에 쓴소리

총체적 난국에 대중 관심 돌릴 연막 공작

카자흐 고려인들도 큰 충격계획 철회를

카자흐스탄 고려인 동포들이 1(현지시간) 알마티 고려극장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대형 사진 앞에서 흉상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모셔갔으면 제대로 모셔라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교내에서 외부로 이전하기로 한 데 대해 러시아 출신의 귀화 한국인인 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가 정부가 무능과 실정을 덮으려고 독립 영웅에 이념 시비를 거는 꼴이라고 밝혔다. 홍 장군은 50만 고려인들의 집단적 정체성의 상징이기도 하다이를 모독하는 게 사회 통합에 도움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역이민자인 고려인 동포들의 삶을 연구하는 박 교수는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육사에서 벌어지는 홍 장군 흉상 철거의 촌극은 그야말로 연막 공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홍 장군은 단순히 독립운동 영웅이 아니다“50만명 고려인의 5분의 1은 지금 국내에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은 그들을 사회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그 상징인 홍 장군을 이처럼 모독하는 게 사회 통합, 나아가 구소련 고려인 디아스포라와의 좋은 관계 구축에 도움이 됩니까라고 지적했다.

박노자 교수 페이스북

 

특히 현재의 흉상 이전 논란이 정부의 무능을 덮으려 벌어지는 일이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수출 부진으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세계 전체 평균보다 2배나 낮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 등 한국 정부가 종범이 된 대형 환경 범죄도 감행되고 있다흉상 철거와 그 철거가 초래한 이념 시비는 결국 대중의 눈을 돌릴 만한 소재라고 말했다. 이어 흉상 이전은 홍 장군에 대한 부관참시라고까지 하며 염치 없는 패당이고, 정부라고 부르기도 뭐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흉상 이전 소식에 국내외에서 큰 반발이 일어나는 가운데 홍 장군이 말년을 보낸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동포들 역시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리 류보피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 예술감독과 박 드미트리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카자흐스탄 지회장 등 고려인 동포들은 지난 1(현지시간) 알마티 고려극장에서 흉상 이전 계획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고려극장 안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대형 사진 앞에서 항일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모셔갔으면 제대로 모셔라’, ‘홍범도 장군 공산당 이력이 문제면 내 가족과 고려인 동포 50만명도 모국의 적인가?’라고 써진 플래카드를 들고 이전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 현장에 있었다는 박 지회장은 당시 홍범도 장군이 아름다운 해방된 조국의 품에 안겨 영면하시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 뿌듯해했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자랑스럽게 느꼈다카자흐스탄 국민들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섯 분의 독립전쟁 영웅 중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철거한다는 소식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그렇다면 공산당원이었던 돌아가신 나의 부친도, 옛 소련에서 태어나고 인생의 절반 정도를 소련 체제 속에서 살았던 나도 제거 대상인가. 21세기에 공산당도 소련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지 30년이 넘었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리 예술감독은 체제와 정권이 바뀔지라도 홍범도 장군은 우리 민족의 독립전쟁 영웅이라며 그가 8천만 겨레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고려극장은 있는 힘을 다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 김정화 기자

 

죽음 앞에서 평등’(1848, 캔버스에 유채,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박 대령의 말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부를 상대로 싸운다는 건 힘겨운 일이다. 조직은 거대하고 그 힘은 막강하다. 사건을 만들 수도, 지울 수도 있을 만큼. “집단 린치에 가까운”(군인권센터) 조치로 상대를 옥죄며, ‘진실이라는 창과 방패도 무력화할 수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최근 해병대원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국방부를 상대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 대령은 조사 결과를 축소하라는 취지의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방부는 전면 부인한다. 국방부 검찰단은 외려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 중이다. 지난 830일에는 박 대령의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외압과 항명 사이에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이 존재한다. 진실을 가릴 수 있는 핵심 인물이다. 박 대령은 김 사령관과 함께 국방부의 외압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했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은 당시 상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 대통령실이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도 김 사령관이 언급했다고 박 대령은 주장한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이를 부인하며 국방부 쪽에 서 있는 모습이다.

 

박 대령과 국방부, 한쪽은 완벽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두고 양쪽이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접점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박 대령이 주장하는 사흘간의 긴박했던 서사를 단순 거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개연성 등 짜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심증의 영역에서도 한 가지 짚을 점이 있다. 박 대령이 이처럼 대통령실까지 연루된 거대한 거짓을 지어냄으로써 어떤 이득을 보려는 것일까. 그럴 이유가 있을까. 박 대령은 지난 811일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항명 혐의를 부인하며 육군사관학교에 재직 중인 자기 아들 얘기도 꺼냈다. 본인의 결백에 아들의 명예까지 건 셈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박 대령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국방부는 잃을 게 많다. 국방부를 넘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을 만큼 엄청난 파장이 일 것이다. 이 점만은 분명하다.

경향 정희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