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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3.8.14~19 53차 촛불대행진 “국민 말 듣지 않는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by 이성근 2023. 8. 14.

국민 50% '南北 자유왕래 가능한 2국가' 선호통일여론조사

50년 만에 드러난 치부미국의 칠레 아옌데 전복공작

하와이 마우이섬 주민 우리들 죽어나간 바다에서 수영하는 관광객들

비리 기업인 줄줄이 사면·복권윤 대통령 광복절 특사’, 그들만의 법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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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이라는 자

가계부채와 빚내서 집사라

 

 

국민 50% '南北 자유왕래 가능한 2국가' 선호통일여론조사

'단일국가' 통일 모델은 28.5%통일 필요성은 73.4%가 동의

한반도기가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국민의 절반 가량은 통일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자유 왕래가 가능한 2국가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가 공개한 올해 2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 응답자의 52.0%가 남북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를 택했다.

 

'단일국가' 통일 모델을 선택한 응답자는 그 절반을 조금 넘는 28.5%였으며 '1국가 2체제''현재와 같은 2국가'는 각각 9.8%7.9%로 조사됐다.

 

민주평통의 정기 통일여론조사에 비슷한 질문이 20213분기에 처음 반영된 이래 지금까지의 응답 비율은 대체로 '유럽연합처럼 경제교류협력이 자유로운 상태'(33.6~40.1%), '동서독처럼 통일된 상태'(33.2~38.8%), '미국과 캐나다처럼 좋은 이웃 상태'(23.8~25.7%) 순이었다.

 

다만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73.4%(매우 필요 38.4%, 어느 정도 필요 35.4%)가 동의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5.4%에 그쳤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는 '경제 발전'(30.9%), '전쟁 위협의 해소'(25.8%), '민족의 동질성 회복'(17.8%), '국제적 위상 강화'(12.4%), '자유와 인권 실현'(11.2%) 순으로 꼽았다.

북한에 대한 인식은 적대·경계 대상으로 보는 국민이 42.1%로 협력·지원 대상으로 인식하는 국민(47.1%)보다 적었지만 20174분기(42.5%) 후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국민의 절대 다수(88.0%)는 북한 인권 상황을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우선 추진 과제로는 '남북 대화를 통한 개선 촉구'(32.8%)를 꼽은 응답이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압박'(27.1%)보다 조금 많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69~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 방식(휴대전화 80%)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50년 만에 드러난 치부미국의 칠레 아옌데 전복공작

1973911, 미국의 사주를 받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린 쿠데타를 일으킨 날, 시민들을 무더기로 검거하는 무장 군인들.

 

1973911일 미국이 사주한 우익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유혈 군사쿠데타로 선거로 뽑힌 사상 첫 사회주의자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이 무너지고 칠레는 이후 17년간 암흑의 군사독재(‘더러운 전쟁’)가 이어진다. 아옌데 대통령을 비롯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쿠데타 50주년을 앞두고,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안보보좌관이 아옌데 정권 전복 쿠데타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보여주는 해제된 기밀문서들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살바도르 아옌데. 19739월 쿠데타에 항전하다 마지막 순간 자결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그 해 모습을 담은 사진.

 

피노체트 쿠데타 기밀해제

피노체트 쿠데타의 진상을 파헤치는 일에 진력해 온 피터 콘블루(Peter Kornbluh)2016년 출간 <피노체트 파일: 잔혹과 책임에 관한 기밀해제 문서>의 스페인어판 개정증보판이라 할 <피노체트 기밀해제>(PINOCHET DESCLASIFICADO)가 그 책이다. <가디언>의 지난 8일 보도에 따르면,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다.

 

하나는 닉슨 대통령이 197094일 칠레 대선에서 아옌데가 최다 득표자가 된 뒤인 915일 백악관에 칠레 우익 언론미디어그룹 엘 메르쿠리오(El Mercurio)의 총수 아구스틴 에드워즈를 불러 아옌데의 대통령 취임을 막기 위한 쿠데타 모의를 한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다.

 

또 하나는 닉슨이 그해 101차 쿠데타 모의가 실패로 끝난 직후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에게 전화를 걸어 칠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하고 묻고, 키신저가 각본대로 의회를 해산하고 아옌데를 쫓아내지 못한 칠레 군부를 무능하다고 비난하며 실패 사실을 보고한 문서다.

스페인어 개정증보판 'PINOCHET DESCLASIFICADO'.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왼쪽)이 쿠데타의 주역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와 악수하고 있다

 

칠레 우익 언론미디어 그룹 총수 백악관에 부른 닉슨

닉슨이 엘 메르쿠리오 총수 아구스틴 에드워즈를 백악관으로 부른 것은 94일 대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으나 2위인 우익 호르헤 알레산드리보다 2%포인트 많은 근소한 표차로 이긴, 과반을 획득하지 못한 아옌데의 대통령 당선 확정을 위한 의회의원 투표를 막기 위해서였다.

 

아구스틴 에드워즈는 닉슨을 만나기 하루 전인 914일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리처드 헬름스를 만났다. 그들간의 대화 노트는 아구스틴이 칠레 군부 내의 다양한 인사들을 관찰한 내용들이 열거돼 있었고, 그것은 닉슨에게 아옌데 취임을 막을 수 있는 쿠데타를 일으킬 작전”(gameplan)을 지시하도록 자극했다.

 

비밀리에 닉슨 정부의 지원 아래 칠레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의회를 해산해서 아옌데의 취임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작전이 수립됐다. 닉슨 정부가 남의 나라인 독립 주권국 칠레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취임을 막은 유일한 이유는 당선자 아옌데가 사회주의자라는 것이었다.

 

우익 언론미디어 총수 아구스틴의 역할은 군부의 쿠데타 가담자들에게 무기와 돈을 건네주고, 그들의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안전)보장”, “그들이 (쿠데타 뒤에) 버림받지 않고 추방당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닉슨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1970918일로 날짜가 박혀 있는 해당 문서의 제목은 엘 메르쿠리오 칠레 신문체인 오너 아구스틴 에드워즈와의 대화로 돼 있다. 이는 많이 편집된 내용이다.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보좌관의 전화통화 내용을 정리한 문서. 닉슨이 "칠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하고 묻고 키신저가 1차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미국 안보기록보관소 소장.

 

키신저, 아옌데 집권 못막은 군부 무능한 집단

콘블루는 이렇게 말했다. “50년이 지난 뒤에도 우리가 그때 미국이 칠레 최초의 사회주의자 대통령의 취임을 막고, 방해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아직도 그 핵심 내용을 알지 못해 더 알아내려 애써야 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칠레는 가장 악명 높은 미국 CIA 비밀공작들이 자행된 곳 중의 하나로, 미국 대통령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라고 명령한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 문서들은 우리에게 미국의 대외정책이 칠레에서 자행한 악행이 어떤 것이었는지 상기시킨다.”

 

그 워싱턴 미팅 뒤에 CIA는 약속대로 공모자들에게 생명보험증서와 입막음 돈”, 그리고 공작 수행을 위한 총과 탄약, 그리고 5만 달러의 현금을 주었다. 그 공작에는 아옌데 축출에 반대하며 헌정수호 입장을 견지했던 르네 슈나이더 칠레 육군총사령관의 납치도 들어 있었다. 이 슈나이더 납치 공작이 실패하면서 1차 쿠데타 시도도 실패하고 오히려 아옌데의 집권을 돕는 결과가 됐다.

슈나이더 장군은 19701022일 그가 탄 자동차를 노린 매복조의 습격을 당해 총상을 입고 사흘 뒤에 사망했다.

 

닉슨은 그의 사망 다음날 안보보좌관 키신저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그때 그들이 전화로 주고 받은 내용들이 문서로 정리돼 이번 책에 수록됐다. 키신저는 사실대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옌데의 취임을 막기에는 아마도 너무 늦은 것 같다며 공작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칠레 군부를 아주 무능한 무리라고 비난했다.

 

슈나이더의 죽음은 쿠데타 모의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대중적 여론을 아옌데에게 더 유리한 쪽으로 돌려 놓았고, 칠레 의회는 19701024일 정식으로 그의 대통령 당선을 확정했다.

집권 당시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집권 뒤에도 멈추지 않은 쿠데타 공작

키신저는 이와 관련한 자신의 칠레 군부 쿠데타 개입설에 대해 부인하면서 오히려 CIA의 쿠데타 모의를 막았다고 주장해 왔다.

 

국가안보기록보관소와 포드 대통령 도서관 등에서 입수한 이들 문서가 사실이라면 키신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제까지의 심증이 객관적 사실로 입증됐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정부와 키신저의 칠레 정치 개입은 물론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과 칠레 우익, 군과 민관 합동의 끈질긴 공작 끝에 약 3년 뒤인 1973911일 피노체트가 동원한 칠레 군부는 아옌데 정부와 그 지지자들에 무자비한 무력공격을 가해 무너뜨렸다.

 

닉슨 정부는 아옌데 정부가 들어선 뒤 리처드 헬름스 CIA 국장을 통해 아옌데 정권 전복공작에 1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구리 등 자원 부국인 칠레는 당시 이른바 중진국 정도의 평균소득을 누린 국가였으나 빈부 차가 심해 다수의 서민들은 극빈상태를 면치 못했다. 아옌데 정부는 정권 초기에 다국적 기업들이 소유한 구리 광산과 대규모 은행들을 국유화하고 대지주들이 장악하고 있던 사유지들도 4분의 1 또는 5분의 1을 국유하는 등 개혁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어린이 우유 무상배급도 추진했다. 그에 대한 지지율도 높아 비교적 안정된 정권 기반 위에 높은 경제성장률도 달성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은 아옌데 정부를 국내외적으로 고립시켰고, 아구스틴의 우익 미디어그룹 엘 메르쿠리오와 CIA는 끊임없이 정권 전복공작을 펼쳤다. 공작은 우익 미디어를 통해 거짓뉴스와 날조된 정보로 민심을 이간하고, 다국적 기업 및 그들과 손잡은 국내 자본가들과 노동조직을 부추겨 경제 성적을 망쳐 놓는 일에 집중했다.

 

결국 경제는 부실해졌고 지지율도 급속히 떨어졌다. 아옌데는 최후의 정치적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는 개헌을 위한 제헌의회 구성과 국민투표를 제의했다. 보수우익세력은 국민투표를 받아들이는 대신 육군참모총장 자리를 친미 극우 파시스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로 교체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아옌데의 개혁시도는 그것으로 끝났다.

쿠데타의 주역들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왼쪽)와 우익 언론미디어그룹 총수 아구스틴 에드워즈.

 

현재를 갈라 놓고 있는 쓰라린 과거

쿠데타 50주년을 앞두고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정부에 당시의 쿠데타 공작에 개입한 미국이 관련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생운동 세대 출신으로 칠레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 보리치(37)는 피노체트 시절의 독재 실상은 충분히 파헤치고 비판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후안 가브리엘 발데스 주미 칠레 대사는 공식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1973년과 1974년 시기에 백악관에서 칠레에 관해 논의한 구체적인 얘기들을 담은 문서들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피노체트 쿠데타 이후 더러운 전쟁시기의 기록들은 기밀로 분류되고 조작돼, 그 비통했던 독재의 쓰라린 유산으로 남아 지금까지 칠레를 갈라 놓고 있다. 이번 책처럼 기밀해제된 문서들과 공개가 조금씩이나마 미국의 역할 등 당시의 실상에 대한 이해에 더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그 사실들을 감추려는 조직적인 노력과 공작 또한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의 실상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긴 어렵다.

 

수많은 정보들이 태워졌거나 유실된 상황에서 우리가 종합적인 진실에 다가서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미국의 관련 문서들을 통해 아옌데 정부의 실상을 파헤친 책(‘Miradas Desclasificades’)을 쓴 역사가 안토니아 퐁크는 말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보리치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피노체트 독재시대에 형성된 친피노체트 우파, 충성파들의 성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대선에서 모두 패배한 우익 대선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는 트윗으로 군사쿠데타로 칠레가 선택된 자유를 누렸다고 썼다. 카스트의 아버지는 2차대전 뒤 칠레로 피신한 나치 독일의 육군 중위였다. 그의 형은 피노체트 정권 때 노동부장관과 칠레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다. 1988년 국민투표 때 호세는 피노체트 정권 8년 연장을 지지했다. 1990년에 로펌을 설립한 그는 보수 가톨릭 세력의 총아로 하원의원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적으로 출세했다.

 

칠레는 피노체트 독재의 수혜를 입은 그런 세력과 그들에게 핍박당하면서 저항했던 세력으로 갈라져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칠레만의 풍경이 아니라 유사적 질곡을 지나온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한국도 그 전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비노체트 군사독재 시절(1973~1990) 실종되거나 처형당한 여성들. 지난 3'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 칠레 네트워크'가 피노체트 쿠데타 50주년을 앞두고 산티아고 시내에 마련한 희생자 추모 사진전. 2023.08.03. AFP 연합뉴스

 

참고로 쿠데타군에 대한 최후 항전을 앞둔 아옌데의 마지막 라디오 연설 내용을 덧붙인다.

 

아옌데의 마지막 라디오 연설

공군이 이미 <라디오 포르탈레스><라디오 코르포라시온>의 송신탑을 폭격했습니다. 슬프다기보다는 차라리 실망스러울 뿐입니다. 조국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배반한 군부에 도덕적 단죄가 뒤따르기를 바랍니다. 칠레의 병사들, 허울뿐인 지휘관들, 해군 참모총장을 참칭하고 나선 메리노 제독, 어제까지만 해도 정부에 대한 신의와 충성을 다짐하고도 쿠데타군에 가담해 경찰총장 자리를 차지한 멘도사 장군의 행태는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습니다. 이런 비열한 행태를 마주하면서 제가 반역자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나는 결코 사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맞은 지금 저는 인민들의 충정을 제 목숨으로 보답하려 합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가 수많은 칠레 인민들의 존엄한 의식 위에 뿌린 씨앗은 결코 파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들이 무력을 장악했으니 우리를 짓밟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변혁의 과정을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범죄 행위로도 무력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 편이며 역사를 만드는 것은 인민입니다.

 

조국의 노동자 여러분, 그동안 보내주신 변치 않는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정의를 갈구하는 여러분의 의지를 옮기는 통역 구실에 불과한 제게 보내주신 무한한 신뢰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러분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저는 헌법과 법률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연설을 하는 이 결정적인 순간에,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주십시오. 반동적인 무리들이 외국 자본과 제국주의와 결탁해, 헌정 질서를 존중해 온 군의 전통을 깰 수 있는 분위기를 조장했습니다. 시나이데르 장군과 아라야 사령관은 칠레군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희생됐습니다. 저들은 지금 집 안에 숨어 자기들의 이익과 특권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군부와 권력을 찬탈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는 911일의 피노체트 쿠데타 50주년을 앞두고, 지난 3일 수도 산티아고 시내에 마련된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칠레 네트워크' 주최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칠레 여성들. 2023.08.03. AFP 연합뉴스

 

조국의 겸허한 여성 동지들께 특별한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인민연합 정부를 믿어주신 여성 농민들과, 누구보다 힘써 일하신 여성 노동자들, 그리고 인민연합의 보육 정책을 적극 이해해 주신 어머니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땅의 모든 애국적 전문 직업인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전문가 집단 내부에서 터져나온 온갖 선동, 자본주의 사회가 제공하는 수많은 특권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된 계급 집단에 맞서 올곧게 투쟁해 왔습니다.

 

노래와 흥겨움, 열정으로 투쟁을 지원했던 청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칠레의 모든 남성에게도 안타까운 인사를 전합니다.

 

노동자와 농민과 지식인 모두, 앞으로 파시즘 치하에서 탄압을 당하게 될 겁니다. 파시즘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테러가 횡행하고, 교량이 파괴되고, 철로가 끊기고, 원유와 가스 파이프라인이 파괴돼도 이를 막아야 할 자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들 역시 똑같은 짓을 저지른 겁니다. 역사가 저들을 심판할 것입니다.

 

인민 여러분,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절대 희생돼서는 안 됩니다. 저들에게 압도당해서도, 살육을 당해서도 안 됩니다. 저들의 모욕을 참지도 말아주십시오.

 

조국의 노동자 여러분! 저는 칠레와 칠레의 운명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반역이 우리에게 강요한 이 잿빛의 쓰디쓴 순간도, 누군가는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그 점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그리 머지않은 장래에, 자유로운 인간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당당하게 걸어갈 드넓은 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칠레 만세! 인민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것이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말입니다. 제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적어도 제 희생을 통해 범죄자와 비겁한 자, 반역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도덕적 교훈을 얻게 될 것입니다.(나무위키에서 인용)

시민언론 민들레

 

하와이 마우이섬 주민 우리들 죽어나간 바다에서 수영하는 관광객들

BBC 동영상 캡처

 

배우 제이슨 모모아의 경고, 정부 늦장 대응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 등을 위주로 14일 오전 65분쯤 업데이트합니다.

우리 사람들이 사흘 전에 죽어나간 그 바닷물에서 방문객들, 관광객들이 같은 바닷물에서 수영하고 있더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 사는 한 젊은 여성의 개탄이다. 지난 8(현지시간)부터 번진 산불로 12일까지 적어도 93명이 애꿎은 목숨을 잃고 엄청난 재산 피해를 입은 라하이나 마을 앞바다에서 어떻게 태연히 수영을 즐길 수 있을까? 이곳 라하이나 마을 앞바다는 화마를 피해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구조대를 기다리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어 시신들이 둥둥 떠다닌 곳인데 어떻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휴가를 보내겠다며 바다로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이 여성은 영국 BBC의 소피 롱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또 어떤 하와이 사람도 이런 비극적인 환경에서 수영, 스노클링, 서핑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비극을 즐기거나 그들의 삶을 계속하지 않는다. 지금 두 하와이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하와이와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하와이라고 말했다.

제이슨 모모아 자료사진 AFP

 

하와이 태생의 배우 제이슨 모모아(44)도 황망한 산불 피해로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마우이섬에 여행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아쿠아맨시리즈로 유명한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마우이는 지금 당장 여러분이 휴가를 갈 장소가 아니다. 여행하지 말라. 이 비극에 깊은 고통을 받고 있는 섬에 여러분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확신하게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모모아는 하와이 지역사회는 치유와 추모, 그리고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는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공유하면서 그 섬에 관광객들이 줄게 되면 심각하게 제한적인 필수 자원들을 더 나은 곳에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와 AP 통신에 따르면 라하이나 카운티는 마우이섬 등을 덮친 산불 닷새째인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사망자가 최소 9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다들 이에 대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하와이 산불은 미국에서 100여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남게 됐다고 AP는 보도했다.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 패러다이스 마을에 산불이 번져 85명이 숨진 것이 미국에서는 근래 최악의 피해 사례였다. 앞서 1918년에는 미네소타주 북부 칼턴 카운티 등을 덮친 산불로 주택 수천 채가 불타고 453명이 숨졌다. 하와이로 국한해도 이번 산불은 196061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를 뛰어넘었다.

 

이제야 수색이 본격화됐다. 전소된 집터마다 수색대가 다녀간 곳에는 주황색 ‘X’ 표시가, 사람이 숨진 흔적이 있으면 유해를 뜻하는 ‘HR’(human remains) 글자가 남겨지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하지만 수색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카운티 경찰국장은 희생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투입된 탐지견들이 대상 지역의 3% 정도만 수색을 진행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오늘로 2이라며 수색과 신원 확인이 쉽지 않음을 드러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에 탄 면적이 여의도(2.9) 면적의 3배인 2170에이커(8.78)에 이르며 주택 등 건물 2200여채가 부서졌다. 그린 주지사는 재산 피해 규모가 60억 달러(7990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웨스트 마우이에서만 2200개 구조물이 파괴·파손됐으며 그 중 86%가 주거용 건물이다.

 

그린 주지사는 우리는 수십년 동안 산불을 경험해 왔지만 지구온난화와 허리케인 상황에 산불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온난화와 변화한 폭풍이 상황을 바꾸고 있지만 이런 것을 겪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웨스트 마우이 지역을 재건하고 관광업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우리는 하와이를 함께 재건할 것이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BBC홈페이지 캡처

 

13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라하이나 등 마우이섬 서부 일대엔 여전히 수백 명의 주민이 남아 서로에게 의지하며 불편함을 견뎌내고 있다. 현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정부 기관이 아닌 다른 마우이 지역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라고 NYT는 전했다. 자원봉사하는 이들 중에는 정부는 대체 어딨는지 모르겠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히로노 상원의원(민주·하와이)CNN 인터뷰에서 연방정부의 느린 대응에 비판이 쏟아지는 데 대해 내가 아는 바로는 연방정부 기관들은 그곳(재난지역)에 있다고 달랜 뒤 우리는 충격과 상실의 시기에 있다. 주민들이 왜 좌절감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긴급 지원활동을 개시했지만, 큰 상실감에 빠진 이재민들이 느끼기에는 지원의 손길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CNN은 주 당국 및 지역 당국의 재난계획 문건을 분석한 결과, 당국자들이 산불 대응에 대한 자원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산불 위험은 과소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장관실은 전날 성명을 내고 마우이섬 산불 전후의 주요 의사결정과 대응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마우이섬 내 80개를 포함해 주 전역에 약 400개의 옥외 사이렌 경보기를 갖추고 있지만, 한 곳도 경보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비리 기업인 줄줄이 사면·복권윤 대통령 광복절 특사’, 그들만의 법치 유토피아

2176명 단행, 박찬구·이중근 등 경제 살리기명분으로 포함

김태우, 확정판결 석 달 만에 초고속 사면강만수는 복권

여당 국민통합 기대민주 법 파괴정의 정쟁용 꼼수

 

비리 기업인 줄줄이 사면·복권윤 대통령 광복절 특사’, 그들만의 법치 유토피아

윤석열 대통령이 제78주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과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등을 포함한 2176명을 특별사면·감형·복권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은 대법원 유죄 확정 석 달 만에 사면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줄줄이 사법적 단죄를 조기에 벗어나면서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 법치의 가치가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인 15일자로 단행되는 2176명에 대한 특별사면·감형·복권안을 이날 재가했다. 이와 함께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811978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시행하고, 모범수 821명을 가석방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일반 형사범과 경제인, 정치인 등 2176명에 대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조태형 기자

 

이번에도 비리 기업인들이 최우선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00억원대 배임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된 박 명예회장은 형선고 실효 및 복권됐다. 201910월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형선고 실효 및 복권됐다.

 

수백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6개월형이 확정됐던 이 전 회장은 복권됐다. 그는 앞서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된 바 있다.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황제 보석재벌특혜 논란을 일으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 갑질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도 각각 복권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을 복권해 경영 복귀의 길을 뚫어줬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재벌들이 잇따라 법원 처분을 중간에 벗어나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정치참여 선언 때부터 상식을 무기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또 김 전 구청장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치인 7명을 사면 복권했다. 김 전 구청장은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지만 이번에 형선고 실효 및 복권 조치됐다.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초고속 사면되면서 법치 훼손 지적이 나온다. 각종 외압을 넣은 혐의 등으로 2018년 징역 52개월을 확정받은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이번에 복권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통합과 경제회복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전 구청장 초고속 사면을 들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통령의 법 파괴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재벌 민원 처리 사면이자 정쟁용 꼼수 사면’”이라고 밝혔다.

경향 유정인 기자

 

보조금 138억 자유총연맹, 하는 일은 태극기 달기’···회계관리·감독도 부실

자총은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삭제

3대 관변단체 대표는 모두 여권 인사

자유총연맹 청주시지회가 지난 622일 청주 중앙공원에서 6·25전쟁 당시 음식재현 시식회와 안보사진 전시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장에는 6·25전쟁 당시 먹었던 보리주먹밥, 밀개떡, 쑥개떡, 찐감자를 재현해 400여명의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자유총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양평지회, 3회 나라사랑 태극기 그리기 대회 등 9, 15585만원.’

올해 한국자유총연맹 경기 양평지회가 지급 받은 보조금과 사업내용이다. 양평지회 외에도 서울 강남지회, 성동지회가 국경일 태극기 달기 캠페인 등 사업으로 각각 9727만원, 534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자유총연맹이 이렇게 받은 보조금 총액은 올해 1389461만원에 이른다.

 

경향신문이 14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세 단체의 ‘2022~2023년 보조금 총액 및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세 단체의 올해 보조금 총액은 2318210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지만 보조금에 대한 자체 관리·행정안전부의 감독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 단체의 회장이 모두 여권 인사로 교체되는 등 정치 중립성 위반도 우려된다.

 

이들 세 단체가 받는 올해 보조금 규모는 역대급이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새마을운동중앙회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99700만원 늘려 세 단체 총 국고보조금이 552800만원이 됐다. 세 단체 국고보조금은 김대중 정부에서 연평균 12억원, 노무현 정부에서 연평균 3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연평균 44억원, 박근혜 정부에서 연평균 49억원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해 자유총연맹 28500만원, 새마을운동중앙회 397600만원, 바르게살기협의회 3억원 등 4561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했다.

 

세 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이승만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맏형격인 자유총연맹은 이승만 정부 당시 아시아민족 반공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신군부 산하 사회정화위원회를 모체로 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운동을 체제 유지와 지역 관변조직 활성화에 이용하고자 한 전두환 정부에서 창립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반공연맹이 해체 후 자유총연맹으로 재탄생했고, 법에 규정된 목적도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발전’ ‘새마을운동의 지속적인 추진과 향상을 도모’ ‘밝고 건강한 국가·사회 건설등 공익적 취지로 순화됐다.

 

그러나 세부사업 내용은 여전히 과거 단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총연맹이 지부·지회별로 1가지씩 제출한 보조금 사업 내역에는 안보관련 활동 47, ‘민주시민교육’ 23, ‘태극기 달기 운동’ 18, ‘6·25전쟁음식 재현 시식회’ 13건 등으로 나타났다. 서초지회 마약예방캠페인정선지회 ‘4대악 근절 캠페인등 윤석열 정부 들어 강조하는 정책 관련 사업에도 보조금이 지원됐다.

지난 47일 원주시청에서 바르게살기운동 원주시협의회 여성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교육청의 강원특수교육원 설립 지역 발표를 철회하고 재선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조금의 운영비 비중도 높았다. 지난해 바르게살기협의회 17개 지부가 받은 보조금 중 운영비 비중을 확인한 결과 평균 52.71%에 달했다. 올해는 46.62%(대전 제외)였다. 운영비 외 사업비 용처도 공익적 활동보다는 회원 간 교류와 간담회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 예로 경남지부는 운영비 7100만원 외에도 핵심회원 연수 3600만원, 도덕성회복 강연회 및 회원 간담회에 2250만원, 경남회원대회 1900만원, 전국회원대회 참가비 1800만원, 회원 영호남 교류활동 1000만원, 바르게살기 여성지도자 대회 참가비 900만원 등에 총 11450만원을 썼다.

 

세 단체는 별도 조직법에 따라 운영비 지급 등이 보장되지만 다른 민간단체들이 보조금법의 적용을 받아 보조금을 운영비로 교부 받지 못하는 것과 비교된다. 보조금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이번 정부에서는 이들 관변단체들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자유총연맹에 따르면 2019~2023년 동안 세입·세출 관련 행정안전부의 지적 또는 점검 관련 사항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8년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의 횡령·배임 의혹, 새마을운동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증가 관련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씨) 연루 의혹 등을 계기로 세 단체에 대한 특별회계검사감독을 실시했다.

 

바르게살기협의회는 보조금 회계도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실제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예산안과 비교한 결과 14100만원이어야 할 보조금을 1410만원으로 오기하는 것부터, 지부에서는 지급된 보조금을 9850만원으로 기재해놓고 중앙에서는 45552만원으로 보고하는 사례 등이 발견됐다. 협의회 측은 지부에서 취합된 금액은 예산액 기준, 중앙에서는 결산액 기준으로 산정해 차이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예산액보다 결산액이 더 크게 나타나는 등 해명으로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는 문제들이 존재했다.

 

대전시가 지원하는 바르게살기 회관 건립 보조금 14억원은 여당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128일 대전광역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대전시 행정자치국장은 회관 부지에 대해 바르게살기협의회에서 대충 눈여겨본 부분은 있는 것 같더라라며 아직 정확하게 확정은 안 됐고 20억원 정도면 매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시의원조차 대충 눈여겨봐서 예산을 세우면 안 되지 않나라며 “20억원이면 엄청 큰돈인데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대략적으로 잡나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 단체가 내년 총선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3대 관변단체 회장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않고 바뀌었는데 자유총연맹과 새마을운동중앙회는 국민의힘 소속 강석호 전 의원과 곽대훈 전 의원이 각각 총재와 회장을 각각 맡았고, 바르게살기협의회장에는 임준택 전 수협중앙회장이 취임했다. 임 회장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 서·동구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지역 정가에서 나온다. 세 회장 모두 여권 인사가 임명된 것이다.

 

특히 자유총연맹은 지난달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조항을 삭제한 사실이 알려졌다. 강석호 총재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막말 시위를 벌인 극우 유튜버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내년에 큰 뭐 그게 안 있겠나. 거기서 어느 정도 우파가 많은 부분을 확보를 해야만 전체가 바로 돌아간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세 단체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금지된다.

 

정부·여당이 이들 단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여지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목표로 하는 정부·여당과 문재인 정부 동안 삭감된 보조금과 잃어버린 보수성을 회복하려는 관변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유총연맹 등 단체들은 지역 조직이 탄탄해 선거를 할 때 챙겨야 하는 순위 다섯 손가락에 든다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자유총연맹이 국고보조금을 1389461만원을 받는 등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소위 ‘3대 관변단체가 받는 국고보조금이 역대 정부 중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14일 서울 중구 한국자유총연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향 문광호 기자

 

 

본색 드러낸 윤석열 정부... 케이팝과 스포츠를 ''로 봤다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가 '유종의 미' 될 수 없는 이유

지난 11,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폐영식, 그리고 '잼버리 케이팝 슈퍼 라이브'가 열렸다. 뉴진스, 아이브, ITZY(있지), 마마무, NCT 드림 등 수많은 케이팝 스타의 공연이 펼쳐졌다. 43천 명의 참가자들도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지난 열흘간 운영 미숙으로 얼룩진 '잼버리 사태'가 무사히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유종의 미'를 말하기에는 섣불러 보인다. 이 공연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것을 돌아보자.

 

10억 들여 손 본 잔디, 누가 책임지나

우선 첫 번째 희생자는 축구계다. '케이팝 슈퍼 라이브'는 원래 86일 전북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연 일정과 날짜가 두 차례 바뀌었다. 잇단 온열질환과 안전사고 문제, 태풍 '카눈'의 북상이 겹치면서 공연은 811일 전북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서울 월드컵 경기장으로 변경되었다. 이 과정에서 89,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FA4강전 '전북 현대 vs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무기한 연기되었다.

 

원정팀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우 구단과 팬들이 미리 전주에 도착해 훈련장과 숙소 등을 예약했으나, 결과적으로 헛걸음을 한 셈이 되었다. 최종 공연 장소가 서울 월드컵 경기장으로 정해지면서 12일 열릴 예정인 K 리그 경기는 예정대로 열리게 되었지만, 장기 레이스인 구단의 일정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전북 현대를 이끌고 있는 루마니아 출신의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했다.

2023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홈팀인 FC 서울 측의 한숨도 깊어졌다. 최근 FC서울은 10억 원 이상을 들여 구장의 잔디를 하이브리드 잔디(천연 잔디와 인조 잔디를 혼합한 형태)로 개조했다. 잔디의 상태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최근 이 경기장에서 친선 경기를 치른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의 해외 빅클럽 역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배수 시스템을 극찬했다. 경기 직전 폭우가 내렸음에도 문제없이 경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디 개조에 대한 극찬이 무색하게, 케이팝 콘서트와 함께 잔디가 훼손될 가능성이 커졌다. 잔디 위에 무대가 설치되었고, 그라운드 곳곳에 좌석이 깔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경기장 훼손을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공언했지만, 이미 손상된 잔디의 모습이 팬들 사이에 퍼지면서 우려가 커졌다.

 

이에 FC 서울의 공식 서포터즈 '수호신'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방적 소통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공단, 공조직을 넘어 기업과 대학과 같은 사조직에게도 이미 많은 자발적 협조가 강요된 지금,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은 없다고 생각한다""지금 여러 장소들이 여러분들의 야영장으로 변화됐듯, 우리의 경기장은 공연장이 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애써 뿌리내린 잔디가 이미 큰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성공적인 공연? 석연찮은 '케이팝 콘서트'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그룹 아이브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요계 역시 잼버리 대회의 피해자 중 하나다. 인지도가 높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위주로 특집 콘서트가 꾸려지는 동안, 이 시간에 방송될 예정이었던 KBS2 '뮤직뱅크'는 결방 처리되었다. 그리고 뮤직뱅크의 제작진이 대신 잼버리 콘서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몇몇 중소기획사의 신인 그룹들은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데뷔 무대를 미루게 되었다.

 

며칠 만에 여러 케이팝 아티스트의 섭외가 일제히 이뤄졌다. 최근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한 뉴진스도 갑작스럽게 라인업에 합류했고, 그룹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던 마마무 역시 갑작스럽게 공연에 합류했다. 걸그룹 아이브가 스케줄 문제로 잼버리 콘서트 출연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11일 공연을 하루 앞두고 출연을 확정 지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아이브가 자발적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공연 바로 전날 아이브의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김범수 창업주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상황이라, 문체부의 '자발성 강조'에 대해 의심 섞인 시선이 모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인 2023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JUMF)의 출연진 중 한 팀인 오마이걸을 잼버리 콘서트 측에서 빼 가려고 했다는 폭로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부산 공연 이후 완전체 활동을 멈춘 방탄소년단의 이름도 난데없이 소환되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방부는 BTS가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잼버리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는 발언을 했다가 설화에 휩싸였다.

 

성 의원은 지난 10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가가 힘들고, 또 외국 손님들이 43000명 정도 와 있으니까 과정이 어찌 됐든 간에 잘 마무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민주당 정부에서도 방탄소년단을 UN과 백악관에 데리고 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두 경우에는 UN과 백악관이 방탄소년단을 사전에 정식으로 초청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행사를 며칠 앞두고 불거진 '콘서트 차출론'과는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 성 의원의 발언은 대중문화에 대한 정계 일각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실체가 불분명한 국익을 위해서 예술인을 관제 행사에 마음껏 동원할 수 있다는, 위험한 믿음에 근거한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K-컬처를 세계 문화의 미래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거치는 동안, K-컬처를 만드는 이들에 대한 존중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K컬처의 세계적인 영향력은 '자유' 가운데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정부가 호출하면 출동해야 한다는 식의 전체주의적 가치관에는 빚을 지지 않았다.

 

오는 16일과 25,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잼버리 대회의 진상 규명을 위한 현안 질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당국의 무능을 문화예술계와 스포츠계, 그리고 팬이 대신 짊어진 일 역시 톺아 보아야 할 것이다.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즐거운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잼버리 콘서트는 '유종의 미'로 기록되어선 안 된다. 누군가의 희생과 동원을 당연시한, '관제 행사'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이현파(hyunpa2)

 

2023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장 입구에는 피해자의 인격을 모독하고 역사를 부정하는 피켓이 도로 구조물에 붙어 있었다.이태준

2023일본군'위안부'피해자 기림의날 기념식은 여성가족부 주최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됐다.오마이뉴스 이태준

 

 

위기를 기회로, 미래를 위한 플랜 B의 중요성

노동·연금 그리고 교육개혁

김서영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작성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3대 개혁 공통 문제는 인구 감소

인구 확보+최고급 인재 양성 절실

평생·고등 교육에 총력 기울여야

 

지난 7개월간 26회에 걸친 한국일보 릴레이 칼럼을 통해 연금·노동·교육 개혁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이로써 3대 개혁이 왜 절박한지와 문제의 핵심이 드러났고,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개혁 과제도 도출됐다.

 

그렇다면 이제 제안된 내용을 추진하면 개혁의 성공이 보장될까. 물론 아니다. 그렇게 쉽다면, 개혁이 아니다. 상충되는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념에 따라 해결책에 대한 이견의 골이 깊다. ‘원칙에는 동의한다 해도 내가 손해 보면 안 된다는 집단 이익 등의 장벽도 험난하다. 정부의 개혁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도 현재로는 알 수 없다. 게다가 정부가 합리적으로 도출된 개혁안을 강도 있게 밀어붙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프랑스 연금 개혁에서 보듯이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강력한 집단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각종 문제들이 정치화되고 이념화돼 대립각을 세우는 지금의 정치 형국에서 정부의 개혁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갑각류가 껍질을 벗어야 성장하듯이, 오래전에 디자인돼 지속 가능하지 않은 법과 제도를 벗어던지는 개혁은 너무나 당연하다. 3대 개혁에 가중되는 어려움은 세 주제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개혁이 성공하더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개혁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3대 개혁이 맞물린 연결고리는 인구 감소다. 연금 개혁의 핵심적인 문제는 빠르게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더 빠르게 줄어드는 젊은 인구가 부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력 인구의 재생산 없이 노동 개혁은 무의미하다. 자녀 교육의 어려움이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기에 교육 개혁을 해야 한다. 이렇듯 3대 개혁의 밑바닥에는 인구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인구가 재생산되지 않으면 그 사회는 소멸해 간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이민정책 실천이나 육아 환경개선 등 인구 증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정부의 엄청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2022년 기준 0.78까지 내려앉았고 올해는 0.71 선을 위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3대 개혁에 성공해도 우리 경제와 사회 시스템은 무너진다. 그렇기에 인구를 증가시키려는 최대한의 노력을 계속하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플랜 B'를 세워야 한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플랜 B는 인구 감소가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다는, 고실업을 예견하는 미래학자들의 정반대 가설에 근거한다. 육체 노동은 로봇이 대체하고 있고,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화이트칼라 노동도 위협하고, 결국 고실업은 모든 선진국에서 피할 수 없다는 예측이다. 플랜 B는 인구 감소 시 한국 사회를 스위스처럼 최고급 노동력을 갖춘 강소국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고급 노동력은 양질의 고등교육에서 생겨난다. 평생교육과 고등교육에 총력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다. AI에 의해 실직한 사람들이 고급 노동력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평생 교육체계로 지원하고, 고등교육에 투자해 한국 대학 졸업생이라면 누구라도 굴지의 세계적 기업에서 탐내는 인재로 키워내야 한다. 실제로 더 잘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일수록 초·중등교육보다 고등교육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한다. 교육으로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을 높이고, 미래 세대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로 연금·노동의 문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우리나라의 대학 이수율이 선진국 중 단연 1위이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투자는 매우 낮다. 2015년 이후 유아 및 초중등 교육에 투자된 비중이 80% 이상인 반면, 고등교육 비중은 15% 내외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초·중등교육에 투자되는 학생 한 명당 교육비가 OECD 36개국 중 1위인 반면, 고등교육은 33위에 불과하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지 15년이나 되어 많은 대학들이 고사 직전이니, 대학 스스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이다.

 

플랜 B는 줄어들 인구를 최정예화하는 교육혁신을 만드는 계획이다. 3대 개혁 중 플랜B를 향한 교육개혁은 보장성 높인 장기보험과도 같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플랜 B를 위한 합리적인 교육개혁에 저항하는 일은 사회적 공멸을 향해 치닫게 할 뿐이다.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ㆍ전임 18대 총장/ 한국

 

 

아르헨 대선 전초전기후변화 부정’ ‘장기매매 허용극우인사 1

기후변화는 거짓말주장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 30% 득표

아르헨티나의 극우 정치인 하비에르 밀레이가 13(현지시각) 치러진 대선·총선 예비선거에서 승리가 굳어지자 두 손을 높이 쳐든 채 기뻐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유권자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대선과 총선 후보를 선출하는 공개형 예비 선거에서 비주류 극우 정치인 하비에르 밀레이(52)가 대선 후보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로이터 통신 등은 13(현지시각) 실시된 아르헨티나 예비 선거 개표가 90% 가량 진행된 가운데 자유 전진당의 밀레이 후보가 30.5%를 득표해, 주요 야당인 변화를 위해 함께의 대선 후보(28%)와 여당 조국을 위한 연합후보(27%)를 모두 따돌렸다고 14일 보도했다.

 

자유 전진당에서는 밀레이만 대선 후보로 나왔고, 다른 두당에서는 각각 2명의 후보가 나섰다. ‘변화를 위해 함께의 대선 후보 경쟁에서는 강경 우파 성향의 여성 후보인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안전부 장관이 1위를 차지했다. 여당 조국을 위한 연합의 후보 경선에서는 세르지오 마사 경제부 장관이 예상대로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예비 선거는 각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지만, 전체 유권자가 참여해 한 표씩 투표하기 때문에 오는 1022일 실시되는 대선과 총선의 전초전처럼 치러졌다. 특히, 대선의 경우는 두달 뒤 선거 결과를 미리 점칠 수 있게 해주는 중요 선거로 평가된다.

 

밀레이 후보는 펀드 회사와 금융 자문 회사 등의 수석 경제학자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추종하는 극우 비주류 정치인이다. 밀레이는 중앙은행 폐지를 주장하고 기후 변화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며, 인간 장기 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런 극단적인 인사가 예비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중도좌파 연합 세력인 여당과 보수 성향의 주류 야당 모두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이 대거 밀레이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아르헨티나는 물가 상승률이 116%에 달하고 인구 10명 중 4명이 빈곤에 허덕이는 등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밀레이 후보는 승리가 굳어진 뒤 행한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아르헨티나 재건을 향한 첫 걸음을 떼었다. 지금과 다른 아르헨티나는, 실패를 거듭해온 과거의 낡은 것들과 함께 이뤄낼 수 없다고 기염을 토했다. 야당인 변화를 위해 함께소속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은 밀레이의 성장세가 놀랍다. 이는 국민들이 정치에 분노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예비 선거에 앞서 정치 분석가들은 밀레이가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얻으면,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 시장이 흔들리고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의 가치가 폭락할 것을 우려했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현직 대통령의 장모는 어쩌다 법정 구속됐나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법정 구속됐다. 시사IN은 최은순씨의 1심과 항소심 판결문, 이 사건 이해관계자의 소송 판결문 및 재판 기록 등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721일 의정부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된 최은순씨(왼쪽 두 번째)의 항소를 기각하고 법정 구속했다.연합뉴스

 

장모 사건, 300억원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아십니까. 피해자 9명이 저를 찾아오셔서 윤석열 지검장 장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장모 대리인은 구속돼 있는데 주범인 장모는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사건 은폐 배후에 윤 지검장이 있다라고 온 데를 돌아다니면서 피해자들이 말씀을 하세요. 그렇기 때문에 이건 본인 문제예요. 장모 문제가 아니라. 상당한 증거, 팩트가 있거든요. 제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20181019,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장제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제기한 장모 최은순씨 관련 의혹이다. 장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위조됐다는 잔고증명서를 화면에 띄우고 관련 의혹을 상세히 설명했다. 의혹 속 이해관계자들의 소송전이 잇따르면서 알려진,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었지만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이 문제가 제기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윤석열 당시 지검장은 그런 사건이 있는지도 몰랐다라며 부인했다.

 

저를 법정 구속시킨다고요? 판사님, 그건 정말 억울합니다. 제가 약이라도 먹고 죽고 싶습니다. 이건 절대 안 됩니다. 세상에 하나님.”

 

721일 의정부지방법원 제3형사부(부장판사 이성균)는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된 최은순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법정 구속했다. 장 의원이 5년 전 제기한 의혹 일부가 그대로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감형 없이 징역 1년도 그대로 유지했다. 현직 대통령의 장모가 법정 구속된 건 처음이다. 최은순씨는 724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상고심은 법률심이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과 달리 원심 판결의 법령 위배 등을 심사한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을 거치며 확정된 사실관계들은 움직이지 않는 사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판결문 속 사실관계들을 통해 그동안 제기된 잔고증명서 관련 의혹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원 판단으로 비춰보면 외면할 수 없는, 되짚어봐야 할 쟁점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다.

 

20181019일 장제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장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은순씨의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방식으로 거액이 쪼개져 오갔고 얽혀 있는 소송과 이해관계자가 많다. 의혹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 동업자 안 아무개씨와 부동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신안저축은행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해 사용했고, 이 증명서가 허위임을 최씨가 인정했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이 의혹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된 2018~2021년에는 최씨가 수사를 받지 않은 배경에 검사 사위(윤석열 대통령)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의혹의 불씨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은 2015년 최은순씨가 안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한 사건에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최씨는 안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근무 경험이 있고 그곳에 지인도 많아, 캠코가 관리하는 땅을 수의계약 형태로 낙찰받을 수 있다고 자신을 속이며 투자를 제안해 계약금 등 수십억 원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6년 안씨의 캠코 근무 이력 등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판단해 구속한 뒤 재판에 넘겼다. 안씨는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6개월이 확정됐다.

 

그런데 안씨 사건의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고소인최은순씨에 대한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최씨가 자신의 신안저축은행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안씨의 사기 사건 판결문에는 총 4장의 신안저축은행 통장 잔고증명서가 등장한다. 3장의 예금주는 최은순씨고, 나머지 1장의 예금주는 최씨 관계회사였다. 4장의 잔고증명서에는 각각 201341100억원 62471억원 10238억원 1011138억원의 예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적혀 있다.

 

20156월 최씨로부터 고소를 당한 안씨가 뒤늦게 금융감독원에 잔고증명서 진위 확인을 요청한 결과, 신안저축은행이 발행한 서류도 아니었고 은행이 사용하는 문서 형식도 아니었다. 안씨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를 문제 삼자, 최씨는 이들 잔고증명서가 위조됐다고 인정했다. ‘문제가 된다면 처벌받겠다라고도 진술했다. 안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67월에는 잔고증명서로 인한 피해자도 나왔다. 안씨가 가져온 최씨 통장 잔고증명서를 보고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한 개인사업자가 최은순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이유는 검찰의 판단과 최씨, 안씨 주장이 엇갈린다. 안씨 사건 판결문과 앞서의 최씨 항소심 판결문, 재판 기록 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검찰: 안씨가 캠코 인사에게 부동산 정보를 얻으려면 재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동업자와 공모해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 최씨: 안씨가 캠코 인사나 전주에게 비공식적으로 보여주기만 한다며 허위로라도 만들어오라고 요청했다. 안씨: 최씨에게 위조 잔고증명서를 만들어오라고 요청한 적 없고 오히려 최씨에게 속았다.

 

최씨와 안씨에 대한 법원 판단을 종합하면, 안씨는 사업 과정에서 최씨와 공모해 허위로 잔고증명서를 만들었다. 최씨를 대리해 부동산 매매계약과 이와 관련한 민사소송, 개인사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리는 등에 사용했다. 쉽게 말해 잔금을 치르거나 대출금을 갚을 동업자(최씨)가 재력이 있어, 돈 떼일 일 없으니 안심하라는 취지로 활용한 것이다.

 

잔고증명서가 위조된 2013년 당시, 최씨와 안씨는 여러 건의 사업으로 얽혀 있었다. 최씨는 일부 사업에선 단순 투자자격으로 참여했지만, 위조된 잔고증명서가 사용된 사업은 안씨와 동업자 관계로 보인다는 설명이 안씨 사건 판결문에 적혀 있다. 최씨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은 안씨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에도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았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검찰 수사로 번져 이번 최씨 항소심 선고까지 이르렀다.

 

사건의 전말

잔고증명서가 사용된 사업은 20131월부터 시작된, 최은순씨와 안씨가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 6필지(농지 2필지+임야 4필지)를 매입하기로 한 부동산 매매계약이다. 6필지 면적의 합은 약 553000, 여의도 면적의 약 5분의 1이었다. 최씨와 안씨는 이 땅을 40억원에 사기로 했다.

 

최씨와 안씨는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두 차례 실패를 겪었다. 20131월 시도한 첫 번째 토지 매매계약 당시, 최은순씨는 토지거래 허가를 받기 위해 성남시에 사는 아들의 지인을 차명 매수인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등기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름을 빌려준 차명 매수인이 부담을 느껴 허가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다. 최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토지 소유주(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201342, 잔금(36억원) 납부 약정일이 지났음에도 최씨와 안씨가 거래 허가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국고에 귀속)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최씨와 안씨가 낸 계약금은 4억원. 최씨(3억원)와 또 다른 동업자(1억원) A씨가 마련해온 돈이었다.

 

최씨와 안씨는 토지 소유주를 만나 계약해제 통보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소유주는 요청을 거절하면서도 형식적으로라도 소송을 제기하면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2013513, 최씨와 안씨는 소유주를 상대로 계약금 4억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최씨와 안씨는 법원에 최씨 명의의 통장 잔고증명서와 이 증명서가 사실이라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201341일 만든 첫 번째 위조 잔고증명서였다.

두 번째 도촌동 땅 매매계약 시도는 20136월이었다. 민사소송 진행 중 토지 소유주에게 계약금 45000만원을 주고 계약을 재추진했다. 그러나 2차 시도는 안씨의 과실로 무산됐다. 안씨가 사채업자로부터 잔금을 빌려오기로 했지만 실패했다. 계약은 무산되고 계약금도 몰취됐다. 몰취된 계약금은 전부 앞서 1차 계약 당시 계약금을 낸 다른 동업자 A씨가 마련해온 돈이었다. 최씨와 안씨는 잔금을 마련하던 시기, 두 번째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

 

201310213차 시도에서 계약이 체결됐다. 이번에는 최씨와 안씨가 도촌동 땅을 담보로 신안저축은행에서 48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 형식 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출을 받았다. 여기서 36억원을 꺼내 잔금(3차 시도 당시 계약금 4억원은, 앞서의 다른 동업자 A씨가 전부 납부했다)을 냈다. 최씨와 안씨는 차명 소유주를 내세워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안씨의 사위와 최씨와 관계된 한 회사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것으로 등기했다. 세 번째 계약 시도 과정에서도 잔고증명서가 추가로 위조됐다.

 

마이너스 통장의 빚은 최은순씨 측과 동업자 안씨 측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이자를 내다가 땅을 되팔아 시세차익이 생기면 대출금을 갚을 계획이었다. 실제 최씨와 안씨에게 땅을 사겠다는 제안은 금방 여러 곳에서 들어왔다.

 

그런데 당시 토지 매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지분 절반을 가진 최씨가 일방적으로토지 매도계약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는 앞서의 안씨 사기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서 확인된다. 재판부는 도촌동 땅 사업을 언급하며 이렇게 밝혔다. “피고인(안씨)3차 매매계약 체결 이후 건설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부동산을 전매하기 위해 노력했다. 피고인이 부동산을 팔아 차익을 얻지 못한 것은 최은순씨가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불이행했기 때문이다. (도촌동 사업에서) 피고인에게 특별히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안씨 사기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도촌동 사업에 대해서는 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도촌동 땅 매도 계획이 미뤄지면서 안씨는 최씨와 함께 만든 앞서의 마이너스 통장 이자조차 내지 못했다. 당시 마이너스 통장에는 잔액이 12억원가량 남아 있어, 안씨는 이 돈으로라도 이자를 내려고 했으나 최씨가 반대했다. 20157, 한 회사가 나타났다. 안씨의 이자 연체로 부실화된 최씨와 안씨 채권(마이너스 통장)485000만원에 사들였다. 이 회사는 ESI&D. 최은순씨가 대표이사를 맡았고(2004~2014) 이후 최씨의 아들이 대표직을 넘겨받은 최씨의 가족회사다.

 

동업자 배제

최은순씨가 빚을 지고 보유한 토지를, 가족회사가 사들이는 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안씨와 도촌동 땅을 매입하면서 소유주(안씨 사위와 최씨 관계회사)를 차명으로 내세워뒀기 때문이다. ESI&D가 채권을 사들이고 한 달이 지난 20158, 도촌동 땅의 안씨 지분이 경매시장에 나왔다. 당시 토지에 대한 감정가는 90억원. 그러나 계속 유찰되면서 33억원까지 떨어졌고, 20167월 이 가격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ESI&D였다.

 

안씨는 경매 과정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2015년 최씨가 안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2016년 구속돼서다. 동업자 지분까지 모두 가지게 된 최씨는 도촌동 땅을 전부 매각했다. 경매가 끝나기 전인 201641일 먼저 자신의 지분 절반을 팔았다. 앞서 도촌동 땅 1~3차 계약 당시 계약금을 낸 다른 동업자가 26억원에 샀다. 201611월에는 최씨와 다른 동업자 지분, ESI&D가 경매로 낙찰받은 안씨 지분 등 도촌동 땅 6필지 전부가 다른 법인에 매각됐다. 매각 대금은 130억원이었다. 최씨가 도촌동 땅 투자로 낸 실제 수익은 법원 판결문과 재판 기록 등만으로는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대출이자와 거래비용 등이 있어서다. 다만 앞서의 과정을 정리해보면, 최씨가 도촌동 사업을 위해 직접 투자한 자신의 돈은 3억원. 몰취된 1차 계약금이다.

 

2020327, 최은순씨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을 수사한 의정부지검 형사1(부장검사 정효상)는 최씨를 재판에 넘기며 다음과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동업자 안 아무개씨와 공모해 20134차례에 걸쳐 통장에 거액(4개 증명서 총합 347억원, 사문서 위조)이 있는 것처럼 잔고증명서 위조 위조 잔고증명서 중 하나를 민사소송 중 법원에 제출해 사용(위조 사문서 행사) 다른 사람 명의로 부동산 소유(부동산실명법 위반).

 

최씨는 재판 과정에서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만 인정했고 사문서 행사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는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세 가지 혐의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211223일 의정부지법 형사8단독 박세황 판사(1)는 최은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이렇게 판시했다. “최씨는 부동산 차명 소유주를 직접 섭외했고,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직접 부탁했다.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상당한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민사 법원에 제출했고, 함께 낸 최씨 명의 사실확인서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볼 때, 최씨가 안씨와 공모해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해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위조한 잔고증명서의 액수가 거액이고 수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범행했으며, 이 잔고증명서를 증거로 제출해 재판 공정성을 저해하려 했다.”

 

최근 선고된 항소심 판단도 1심과 다르지 않다.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최은순씨)이 주도해 막대한 이익이 실현되는 동안 관련 개인과 회사가 피고인의 뜻에 따라 이용당했다. 자신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경도된 나머지 법과 제도, 사람이 수단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의 관여를 부정하기 어려움에도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정하고 있다. 동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 태도 또한 좋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동업자 안씨는 최은순씨와 분리돼 따로 재판을 받았다. 안씨 또한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됐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남은 쟁점들

최은순씨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 지연과 혐의 축소 기소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잔고증명서 위조 경위와 사용에 대해서는 최은순씨와 동업자 안씨의 주장이 엇갈렸다. 최씨는 안씨가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위조했고,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최씨에게 위조를 요구한 적 없다고 맞받아왔다. 다만 이와 별개로 문제의 잔고증명서가 허위라는 점은 양측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최씨가 안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할 당시 검찰이 확인한 일이었던 만큼,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최은순씨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시사IN 신선영

 

다만 검찰과 법조계 안팎에선 안씨 사기 사건 수사 당시에는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행위를 인지수사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고소 사건(사기 혐의)에서 고소인(최은순씨) 범죄를 인지수사하면, 사실상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러한 경우에는 피고소인(안씨) 등에게 별도로 고소나 고발을 하라고 안내하는데, 당시 별도 안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된 2018년 장제원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 이후에도 20203월 검찰 기소하기까지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이 시점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직을 맡던 때라 수사 무마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의혹에 대한 검찰의 답은 2018년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장제원 의원 질의에 잔고증명서 관련 피해를 본 사람이 있으면 고소를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고소·고발된 게 없으니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을 뿐, 자신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거나 무마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2018년과 2020년 사이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표창장 위조 혐의 등에 대해 수사했다. 안씨 사기 사건 때와 달리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되고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된 만큼 충분히 인지수사 여건은 마련돼 있었다. 고소·고발이 없어 수사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으로 비춰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 검찰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 사건도 고소·고발이 이뤄진 이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라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법원은 검찰의 혐의 축소 기소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씨가 민사소송에 위조 증명서를 제출한 1건에만 위조 증명서 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공판 과정에서 “(최씨와 달리) 안씨에 대해서는 2013624일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사채업자들에게 두 차례 제시하는 등 사용한 혐의를 적용했다. 사채업자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 역시 위조 잔고증명서 행사 범행에 개입돼 있다고 주장한다. 최씨를 기소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것은 다소 의문이 있다. 검찰이 안씨가 최씨 동의 없이 단독으로 위조된 사문서를 행사했다고 범죄 사실을 정리한 이유, 법정에서 관련자 증언이 있은 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별다른 의견이나 추가 입증 계획 등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 범위를 잔고증명서 위조에만 맞추면서, 도촌동 사업 과정에서의 일부 석연치 않은 정황들은 법원에서 다뤄질 수 없었다. 최은순씨 가족회사 ESI&D가 도촌동 땅 사업에 참여한 과정이 대표적이다. ESI&D가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고, 대표이사직은 내려놨지만 여전히 이 회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던 최씨가 당시 거래에 얼마나 개입돼 있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727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최은순씨 법정 구속에 침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2112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내 장모가 50억원 정도 사기를 당했다라고 말했다. 20216월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온 법원 판단들을 종합하면 최씨가 안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은 일부 사실이지만, 법정 구속된 도촌동 사업에서는 동업자였다. 땅을 사고파는 방식도 사실상 투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조 잔고증명서로 인한 피해자가 나온 데다, 재판 과정에도 활용하면서 법원을 속이려 하기도 했던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침묵보다 적극적 해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밖에 최씨 항소심 선고 이후 김건희 여사의 이름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최씨에게 잔고증명서를 위조해준 인물 김 아무개씨는 김건희 여사 지인이다. 김씨는 김 여사가 대표로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에서 20123~20153월 감사직을 맡았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시기(2013)와 겹친다. 그는 김건희 여사를 2010년께부터 알고 지냈고, 이후 2012년 코바나컨텐츠 전시에서 최은순씨를 만났다. 김씨는 20225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여사 추천으로 참석했다. 김씨는 최은순씨가 도촌동 땅 지분 절반을 가졌을 당시 내세운 차명 소유주인 법인의 대표를 최씨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

 

금융권 출신 김씨는 검찰 수사에서 잔고증명서는 인터넷에서 양식을 보고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검찰과 법원에서 잔고증명서 위조와 차명 소유주 소개에는 금전적 보상 등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씨는 20136월 자신이 임원을 지낸 회사에서 대규모 수입차 렌트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추진 두 달 전 설립된 신생 회사였는데도 차량 50대를 공급받았다. 자동차를 공급해준 회사는 도이치모터스였다. 도이치모터스는 김건희 여사의 10년에 걸친 주식거래와 코바나컨텐츠 협찬 등 특수관계로 알려진 회사다. 허위 잔고증명서를 만든 김씨는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최은순씨와 함께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2020327).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시사인 문상현 기자

 

경찰과 충돌 끝에 서울시청역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월요시국기도회 (2023.08.14 오후)

 

조국 "에미·애비가 인정해야 새끼 기소유예할 수 있다 한 검찰조리돌림 후 몰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딸 조민 씨를 기소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냥감'에게 기소편의주의 칼을 찌르고 비트는 검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4년 전 에미와 새끼가 공범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에미를 기소할 때 새끼 기소는 유보시켰다. ? 에미에 대한 중형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에미를 창살 안에 가둔 후, 새끼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두 번의 기자 브리핑을 통해 에미 애비가 혐의를 다투지 말고 다 인정해야 새끼를 기소유예를 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검찰은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자백 강요를 조사실 바깥에서 언론플레이를 통해 실행했다. 한겨레 외 대다수 언론은 아무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애비가 13번째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구체적 혐의는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하자, 언론은 자백하지 않는다고 애비를 비난했고, 검찰은 자백 외는 의미 없다며 새끼를 기소했다""굴복 아니면 조리돌림 후 몰살. 민주헌정 아래에서 이런 공소권 행사가 허용되는 것이었구나. 국민이 준 검찰권이라는 ''을 이렇게 쓴다. '마이 뭇다'는 없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이 없는 사람으로 '' 든 자가 찌르고 비틀면 속수무책으로 몸으로 받아야 한다. 또 찌르면 또 피 흘릴 것이다. 찌른 후 또 비틀면 또 신음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는 몇 번이고 더 사과 말씀 올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10일 조민 씨를 부산대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로 불구속기소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차라리 옛날처럼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길 바란다"며 반발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이명선 기자 | 프레시안

 

한국사회 뒤흔든 무차별 흉기난동’, 일탈 아닌 사회적 징후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서 지난 723일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

 

검찰은 지난 11일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 사건 피의자인 조선(33)을 재판에 넘기며 범행 동기를 이같이 밝혔다. 분당 서현역 사건 피의자인 최원종(22)을 지난 10일 검찰에 송치한 경찰은 최씨가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에 의한 피해망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수사기관은 두 사건의 연관성은 낮다고 봤지만, 이들 사건을 현상이자 징후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조선의 범행 배경으로 게임 중독을 지목한 검찰 수사 결과에 뒷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23년 한여름, 한낮 번화가 길거리와 대형 쇼핑몰 한가운데서 2주 간격으로 벌어진 무차별 흉기난동범죄는 서로 무관한 것일까. 어떤 사회·문화적 토양에서 범죄의 싹이 틔워졌는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봤다.

 

조선과 최원종, 그들은 왜 지금 등장했나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과 분당 흉기난동 피의자 최원종(22). 한수빈 기자, 연합뉴스

 

2008년 논현동 고시원 살인사건, 2016년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 등 사회에서 고립된 이들이 저지른 무차별 흉기 살인사건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사건들과 연이어 터져 나온 릴레이성 살인예고는 코로나19로 분기점을 맞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막대하게 풀린 돈으로 인한 유동성 잔치국면이 끝난 후 찾아온 사회 전반의 박탈감이 반사회적 정서를 증폭하는 기제가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코로나 버블로 사회·경제적 상승 기대감을 지녔던 이들이 현재 자신의 위치와 사회의 방향 사이에서 큰 괴리를 느끼면서 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졌을 것이라며 일본에서도 버블 이코노미(거품 경제)가 끝난 이후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무차별적 살인사건이 급증했다고 해석했다. <보통 일베들의 시대> 저자 김학준 독립연구가는 코인·주식·부동산의 급등과 폭락으로 2022년을 전후해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생각하는 공통의 감성이 만연한 점이 하나의 분기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 조선은 길게는 13개월, 짧게는 며칠간 지속되는 단기 일자리에 종사하는 등 경제활동이 안정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은 직장을 잃고 올해 1월부터 대출받은 300만원으로 집 앞 편의점에서 담배나 먹을거리 등을 사고 배달음식을 시켰는데 잠자는 시간을 빼고 게임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원종 역시 비정기적으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직업이 없는 생활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화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이들의 반사회적 분노를 키웠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는 서울대를 졸업해도 취업을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플랫폼·비정규직 노동 등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수록 사회적 신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성장과 일자리 정책 실패로 청년들이 부모 도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성인으로 넘어가는 이행기에 좌절을 겪고 있다청년 사회 전반에 불평등·불안정 심리가 누적됐고, 그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라고 했다.

 

정말 묻지마범죄인가···“정상성 좌절이 핵심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안정성에 더해 정상성 좌절도 불특정 다수를 향한 반사회적 범죄의 주요 동기로 지목된다. 신림역 사건 피의자 조선은 지난 721일 경찰 검거 당시 열심히 살았는데도 안 되더라. 그냥 ×같아서 죽였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오랫동안 나보다 신체적·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준 독립연구가는 조선의 열심히 살았다는 말은 헤테로(이성애자) 남성이면서 취업을 해 가정을 꾸리고 가부장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욕망, 더 나아가 서울에 사는 중산층의 삶에 도달하려는 정상성의 욕망을 드러낸다좌절된 욕망을 또래 남성을 향한 공격으로 회복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범행의 가해자 대다수가 남성인 데는 정상성의 압박과 좌절, 이를 왜곡된 남성성으로 극복하려는 성향이 영향을 미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형사사법저널의 <미국의 헤게모니적 남성성과 대량 살인범>(2013) 논문에서 연구진은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남성 28명을 연구한 결과, 71%는 실업·부채 등으로 재정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재정적 성공에 대한 장벽을 느낀 범인은 권력과 지배권을 되찾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적 행동을 취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위는 지위를 과시하는 것이자, 그들이 여전히 중요하고 권위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이라고 적었다.

 

이는 국내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다. 김현미 교수는 열린 공간에서 무차별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 역시 힘의 과시를 통해 자기우월주의를 회복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얼핏 동기가 없어 보이지만 이러한 사건은 오히려 동기가 명백하다. 오랜 시간 범행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크고, ‘노바디에서 섬바디가 되는 데서 쾌감을 얻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범행에 무동기’ ‘묻지마등의 수식을 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20년 앞서 무차별 살상겪은 일본의 진단은?

20086월 발생한 일본 아키하바라 살인사건당시 TV 중계화면

 

전문가들은 특히 20년여 전부터 무차별 살상범죄를 겪어온 일본 사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거품 경제의 붕괴와 양극화, 정상성에 대한 높은 사회적 압박 등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과 닮았기 때문이다. 일본 법무성은 2013년 일명 도리마(·길거리 악마)’, 무차별 살상범죄자 52명의 신상·범행 동기 등을 기록한 무차별 살상사범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52명의 범죄자 중 남성이 51명으로 98.1%에 이르렀다. 30(16·31.4%)20(14·26.9%)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월수입이 아예 없던 이가 31(59.6%)으로 절반 이상이었고, 학교와 직장에서 친구나 동료가 아예 없거나, 사이가 나빴다고 말한 이도 27(51.9%)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성 교제 경험이 전혀 없던 이도 18(34.6%)이었다.

 

무차별 살상범죄의 원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진단은 경제적 빈곤원만하지 않은 대인관계였다.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친 2008아키하바라 살인사건의 범인 가토 도모히로(당시 26)는 검거 이후 삶에 지쳐서 그랬다거나 세상이 싫어졌다며 사회에 대한 반감을 표했다. 그는 범행 직전까지 일본판 디시인사이드인 온라인 커뮤니티 ‘2ch’1000건이 넘는 게시물을 올렸고, 비정규직 관련 고충을 여러 차례 토로하기도 했다.

 

일본 법무성은 연구에서 범인의 공통적 특징은 생활에 대한 희망이나 의욕을 잃어버리고, 그로부터 생각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편중되면서 좁은 시야에 의한 생각에 사로잡혀 버리는 것이라며 일부 무차별 살상범은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가 언론에 보도되면 자신이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병리 현상, 놀이가 된 살인예고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사건 이후 살인예고 글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폭증하면서 지난 4일 경찰특공대가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 성남시 오리역을 둘러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흉기난동 사건과 함께 등장한 또 다른 징후적 현상도 있다. 범행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직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간 살인예고가 그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신림역 살인사건 이후 지난 14일 오전 9시까지 전국에서 살인예고 글 354건을 확인해 작성자 149명을 검거(구속 15)했다고 밝혔다. 살인예고 범행 피의자 가운데 10대 비율이 47.7%에 이르렀고, 게시글 다수가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등 익명 게시판에 게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살인예고가 일종의 놀이 문화 양상을 띄는 것 역시 사회병리적 징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학준 독립연구가는 조선에서 출발한 사건이 하나의 모티브가 되면서 잃을 게 없으니 참여하겠다라는 식의 일종의 밈(meme·인터넷에서 모방 형태로 전파되는 문화 요소 및 유행)이 됐다면서 사회로부터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이들과 이를 지켜보며 유희하는 이들이 얽히고설킨 상태라고 해석했다. <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정서적으로 고립된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정적인 방식으로라도 관심을 끌고 인정을 받으려 하는, 병리적 형태의 인정 투쟁이나 주목 경쟁이 격화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살인예고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는 익명 커뮤니티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불거졌다. 특히 디시인사이드는 지난 4우울증 갤러리가 청소년 범죄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자율규제 강화권고를 받은 바 있다. 경찰이 망상을 범행 원인으로 지목한 최원종 역시 4년 전부터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며 반사회적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폭력 선동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강하게 제재하고 있다거대 플랫폼이 된 디시인사이드도 책임감을 느끼고 자정작용을 해나가야 한다. 자율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땐 책임자들에게 혐오 표현과 폭력 선동을 방치한 데 대해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생산된범죄자들···범정부적 중장기 대책 필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서 지난 723일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법무부는 최근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살인예고·공공장소 흉기 소지 처벌 규정 신설 등 엄벌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상범죄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의 병리화만을 흉악범죄의 원인으로 봐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사회안전망 확보와 고용시장 안정화 등 장기적인 범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사회가 내놓았던 해결책도 장기적 대책에 방점이 찍혔다. 일본 정부는 사회적 유대가 희박할수록 범죄 행동에 대한 억지력이 약화한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아키하바라 사건 한 달이 지난 20087월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범정부적 종합 대책인 범죄에 강한 사회 실현을 위한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행동 계획에는 자원봉사자가 고립된 시민들과 함께 소규모 집회, 육아 지원, 범죄·비행 방지 활동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같은 해 12월엔 12조엔 규모의 신고용 대책을 발표하며 저소득층 젊은이들의 취업을 장려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보험 가입요건 완화, 실직자에 대한 주택수당과 생계보조금 지원 정책도 잇따라 내놨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김학준 독립연구가는 작금의 사태는 우리 사회가, 정치가 생산해냈다고 봐야 한다특히 20대 공동체의 와해는 체계적으로 진행된 사회적 생산의 결과라고 말했다. 김현미 교수 역시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는 확장됐으나 사람들은 왜 존재감과 소속감을 잃었는지, 사회불안이 어떻게 가중됐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조장하는 사회적 병폐를 조금씩 바꿔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노동환경과 사회적 관계에 부정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 특히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 중요하다지난 3년간 사회적 위치를 잃어버린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과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덕진 교수는 사회적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다양화하거나 혹은 성과를 내지 않아도 청년 세대가 사회적 끈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립된 이들을 어떻게 해서든 사회 속에 남겨둘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두드러지는 과시 문화에 대한 경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사회민주주의에 기반해 시민사회를 구성해 온 유럽의 많은 국가는 지나친 과시를 사회적 평등의 감각을 해치는 행동으로 본다반면 한국에서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과시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경제적 부의 과시도 있겠지만, 최악으로 발현될 때는 지금처럼 공격성·폭력성을 가시화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 이유진 기자 윤기은 기자

 

 

대결 불사하겠다'는 대통령의 명확한 메시지

 

[광복절 경축사 분석] 자유를 편협하게 규정하고 강조... 오히려 '자유'의 의미 왜곡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광복절 경축사와 삼일절 기념사는 대통령이 주요 대외정책을 발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통로입니다. 과거의 예를 봐도 정권의 대일정책과 대북정책이 두 연설을 통해 발표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역대 정권들은 삼일절과 광복절을 앞두고 각 부처와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하며 연설을 준비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연설문의 내용과 구성을 보면 메시지의 선명성에 비해 문장의 질이 매우 떨어지는 게 눈에 띕니다. 선명성에만 신경 쓴 나머지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기에는 문장이 너무 허접합니다. 영국에 '퀸스 잉글리쉬'라는 말이 있듯이,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는 그 나라 말로 된 가장 품위 있고 격조 높은 문장을 구사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연설은 들을 때마다 큰 실망을 안겨줍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한 한 차례의 삼일절 기념사와 두 차례의 광복절 경축사 가운데 제104주년 삼일절 기념사가 최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길이도 역대 정권 기념사 중 가장 짧을뿐더러 일본의 폭압 통치에 전 국민이 들고일어난 삼일운동의 의미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78돌 광복절 경축사를 보니, 그때와 수준이 막상막하입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자유'라는 단어의 과다 사용입니다. 자유는 평등과 함께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평등은 없고 자유만 있습니다. 평등은 '공산주의' 용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라고 정의했는데, 과연 그것이 사실인가요? 당시 독립운동의 최대 목적은 일본제국주의에서 벗어나 자주독립 국가를 세우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념적으로 다양한 세력의 운동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펼쳤습니다. 윤 대통령의 편협한 논리대로라면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반독립운동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윤 대통령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표현도 썼는데, 자유와 쌍을 이루는 평등을 빼고 자유만 보편적 가치의 항목으로 집어넣는 것은 세계 보편적인 사상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연설문을 보면, 자유를 단순히 공산주의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위에 나온 광복절 연설문 대목이 윤 대통령의 자유관과 그 위험성을 잘 보여줍니다.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를 자유를 훼손하는 공산전체주의자로 몰아 탄압하겠다는 협박으로 들립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큰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태연히 짓밟은 것도 자유를 이렇게 편의적으로 생각한 데서 나왔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한국방송, 문화방송, 언론진흥재단 가릴 것 없이 자유언론의 진지에 맹폭을 가하고 있습니다. 가히, '언론자유 대학살'이라고 불러도 될듯합니다. 바로 이것이 '기승전-자유'를 말하면서 '자유'를 사유화하고 훼손하는 윤 대통령의 방식입니다.

 

과거사 반성 촉구 사라지고 '가치·이익 공유 파트너' 부각

윤석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 광복절 경축사 비교.오태규

 

일본 정부와 언론은 광복절과 삼일절만 되면 한국 대통령의 연설을 긴장하며 지켜봐 왔습니다. 하지만 윤 정부 들어서 이런 긴장감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규탄하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마당이었던 대통령 연설이 친일적인 내용으로 싹 바뀌어 버린 탓입니다.

 

윤 대통령의 연설을 순차적으로 보면, 가장 첫 연설인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라고 비교적 점잖게 일본의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이때는 그저 '보편적 가치'라는 단어만 썼지, 자유라는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서울 방문을 두 달여 앞두고 한 제104주년 삼일절 기념사에서는 갑작스레 일본을 "과거 침략주의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격상합니다.

 

인권이 보편가치의 가장 중요한 항목이며 강제 동원 피해 문제가 한일 간 가장 큰 인권 문제이고 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보면, 어불성설의 논리였습니다. 뒤돌아보면, 이 발언은 일본이 양보하지 않아도 우리가 일본의 요구에 맞춰 강제 동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예고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라는 수식어도 빼고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가 됐습니다. 아직도 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 피해와 고통을 당하고 있고 그에 공감하는 많은 국민이, 윤 대통령을 '더할 나위 없는 친일 정권'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러에 맞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돌진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비핵 개방 3000'을 본뜬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이 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상만 던져놓고 구상을 실현할 구체적인 노력은 방기한 채 오로지 대북 강경론으로 치달았습니다.

 

올해 3월 삼일절 기념사에서는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하더니, 이번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강경 쪽으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해"라는 말을 넣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보다 이른바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그동안 대통령 연설에서는 담지 않았던 유엔사가 일본 안에 운영하는 7개 후방 기지 역할을 처음으로 강조하고 나온 것이 눈에 띕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단순한 대북 압박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한미일 3자 군사협력을 부각한 것이 큰 특징입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인도 태평양 지역이 중국과 대만해협 위기를 염두에 둔 표현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안보는 대서양, 유럽 지역의 안보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나토와의 협력 강화 역시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대서양과 유럽의 안보, 글로벌 안보와 같은 축 선상에 놓여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미국·일본과 스크럼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미국, 일본과 손잡고 북한, 중국, 러시아와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그와 함께 나라 안의 정권 반대 세력에게도 주권자의 일원이 아니라 '적과 동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경고를 날렸습니다.

 

윤 대통령의 의도가 실현될지와 관계없이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앞으로 국내외 정세가 지금보다 훨씬 가팔라질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내년 4월의 총선은 그 정점이 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오태규(ohtak)

 

 

'판사 집단린치' 국힘과 조선일보의 누워서 침 뱉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2023.8.10. 연합뉴스

 

'친윤 중진' 정진석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를 두고 집권당과 수구보수 언론의 테러에 가까운 인신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증거와 법리 등 판결 내용에 관한 정당한 문제 제기를 넘어 극우 커뮤니티 및 유튜버들의 신상 털기를 유도하는 인신공격과 좌표 찍기로 판사 개인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사법부까지 공포 정치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일부 활동만으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을 단정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이를 근거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면 모든 법관에게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까지 냈지만 여권의 색깔론 공세는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가 지난 10일 정 의원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이유는 정 의원이 2017920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 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던 주장의 '부부싸움' '가출' '혼자 남아 있다가 자살' 등의 사실관계에 관한 서술이 모조리 거짓이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법원, 정진석·검찰에 철퇴'지연된 정의' 6년 만에 실현

 

판결문에 따르면 정 의원은 당시 주장의 핵심 근거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이 전 대통령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해 정 의원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여론에 파급력이 큰 유력 정치인인 정 의원은 고인과 유족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허위사실을 공개적으로, 단정적으로 유포했고, 이에 따라 박 판사는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에 해당하고 그 맥락이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면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점''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해 실형을 선고했던 것이다.

 

박 판사는 또 검찰이 '사실관계 자체가 매우 단순하고 이미 관련 자료가 충분히 확보됐던' 이 사건 수사를 무려 5년이나 끌었던 점에 대해서도 "수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매우 느리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그 때문에 정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봤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검찰의 주장과 달리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이는 지난 622일 결심공판에서 '범행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점'이 정 의원에게 유리한 사정이라며 '약식기소' 때와 동일하게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던 검찰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었다.

 

이처럼 박 판사는 명확한 사실과 논거를 바탕으로 법리에 따라 판결했다는 점이 충분히 확인된다. 그럼에도 양형에 불만이 있다면 판결 내용 자체를 놓고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조목조목 비판의 근거를 제시하고 당사자는 항소를 통해 시비를 다시 가리면 될 일이다. 박 판사는 정 의원을 법정구속하지 않고 방어권을 완전하게 보장해줬다. 정 의원도 선고 당일 "너무 의외의 판단이 나와 당황스럽다"며 몇 마디 불만을 토로한 뒤론 1심 판결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조용히 항소를 진행하고 있는데, 당사자도 아닌 여당 지도부와 어용언론들이 벌떼처럼 나서 판사의 고교 시절 글까지 뒤져가며 십자포화를 쏘아대고 있다. 전형적인 '좌표 찍기'.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4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강원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기현 대표. 2023.8.14.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강원 원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판결은 판사의 개인적 자질이나 정치적 성향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판결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담당 판사는 과거 본인이 쓴 글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을 표하며 정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었고, 어떤 글에서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번의 비정상적인 판결은 이러한 판사의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김근태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면서도 "하지만 판사라면 개인적 성향과 감정이 아닌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박 판사의 이번 실형 판결은 법 상식과 형평성을 무시한 자의적이고 비이성적 판결"이라고 단정했다.

 

여당 스스로 인정한 대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다. 이는 헌법적 기본권이다. 해당 판사가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 시절 시사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SNS에 의견을 표시했든 그건 어디까지나 사생활이고 개인의 자유다. 윤석열 정권이 입만 열면 부르짖는 그 '자유' 말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에 사적으로 썼던 글까지 샅샅이 다 뒤져서 문제 삼는다면 그 어떤 판사도 사상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힘 논리라면 법조인이 될 사람은 학창 시절, 자연인 시절에 사회 현안에 대해 절대 자신의 의견을 가져서도, 표현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누구나 갖고 있는 개인의 '정치 성향'을 특정 재판의 선고 결과와 직결시키는 건 아무 객관적인 증거와 인과관계가 없는 '뇌피셜'에 불과하다. 개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판결은 판결대로 사실과 법리에 따라 도출될 수 있는 것이고 판사는 당연히 그렇게 하도록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다. 판결에 불만이 있다면 판결 그 자체의 사실관계와 법리상의 허점을 치밀하게 따져 문제 제기를 하면 된다. 그럼에도 여권은 연일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 공격에 열을 올리며 '정치적 낙인' 찍기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가 지금까지 본인들 입맛에 안 맞는 판사 개인을 공격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 2008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를 얼굴 사진까지 첨부해 공격했던 기사. 조선일보 홈페이지

 

그 시작은 역시 '사상 검증' '이념 사냥'의 유구한 전통을 가진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12일자 10면 머리기사 <[단독] 정진석 선고로 다시 제기된 판사 '정치 성향 판결'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병곤 판사의 고3 때 글, 대학 신문사에서 활동할 때 '미군 장갑차 사망 여중생 촛불 추모행사'에 참석한 뒤 썼던 후기, 군 법무관 시절 트위터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기사와 글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는 점 등을 지목하고 이후에도 박 판사의 과거 페이스북 글을 뒤져가며 지속적으로 '정치 성향'을 문제 삼고 있다.

 

한 개인이 성장하고 생활하면서 SNS에 쓴 수많은 의견 가운데 극소수 글만 일부를 발췌한 데다, 그 글들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진 개인이 얼마든지 표명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정도 '정치 성향'은 이런 기사를 쓰는 조선일보 기자를 포함해 대한민국 시민 누구나 갖고 있다. 국민들 각자가 지지하는 정치세력이나 지향하는 정치관이 있기 마련인데 단지 예전에 썼던 몇 가지 토막글을 가지고 사상 검증을 하며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단정 지어 몰아붙이는 행태야말로 반자유·반민주·반헌법적인 폭력인 것이다.

 

조선일보가 지금까지 본인들 입맛에 안 맞는 판사 개인을 공격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8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를 얼굴 사진이 담긴 기사와 함께 <불법시위 두둔한 판사, 법복 벗고 시위 나가는 게 낫다>는 제목의 사설까지 써가며 "이런 판사가 아직껏 판사 노릇을 하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고 폭언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재영 판사는 당시 야간 옥외집회와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시법 10조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을 보석 석방했고, 이어 해당 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헌법재판소가 역사적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처럼 수구언론의 집중 표적이 돼 시달리다 200921일 결국 법복을 벗고 말았다.

 

이후에도 조선일보가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권법연구회 출신' '() 김명수' 등을 이유로 판사들 성향을 함부로 재단하며 매도한 경우는 '조국 사건''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에 대한 융단폭격을 포함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상투적으로 고착화한 보도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판사 개인을 공격하는 한 방식. '김미리 판사 후임에 조국 의혹 제기한 유튜버 구속 판사'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마성영 부장판사는 서울북부지법에서 일하던 작년 7월 유튜브 방송에서 조국 전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사건 선고를 앞두고 이 사건 재판장을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에게 '청와대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심각한 내용'이라며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조계에선 '의혹 제기 형태의 명예훼손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하는 건 과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홈페이

 

반면 '보수 성향' 판사의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을 향해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비판이 가해지면 180도 논조를 틀어 "판사 개인 공격은 사법부 린치"라는 식의 논조를 펴곤 한다. 상대가 어느 편이냐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자기 논리를 바꾸는 조선일보 특유의 '한 입으로 두 말하기' 보도는 여기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20221122<이재명 측근 잇단 구속에"또 이 판사 XX" 親野 커뮤니티 인신공격> 기사에서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들에게 잇따라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해당 판사들이 인신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일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침소봉대한 뒤 "법조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판사에 대한 '좌표찍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판사 공격을 비판했다.

 

2022127<정경심 교수 징역 4년 확정에지지자 "대법관 '좌표찍기' 시도"> 기사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대법원이 징역 4년을 확정하자, 친여성향 정치인과 커뮤니티 등에서 '개혁해야 한다'며 사법부를 비판하는 취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면서 대법관에게 이른바 '좌표찍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2021723<조해진 "김어준 '대법관 좌표찍기' 전체주의적 발상">에서는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을 한 대법관의 실명을 언급한 방송인 김어준씨를 향해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렇게 매도하는 것은 법치주의, 사법부독립, 삼권분립을 완전 무시하고 모든 세상에 '내편 네편' 잣대를 대고 판단하는 것"이라는 조 의원 발언을 길게 인용했다.

 

20201225<친문, 정경심 재판 판사 신상 털며 "사법 사기꾼 손봐야">에서는 "(정경심 교수에 대한) 유죄 판단은 잘못됐고, 형량은 과하다며 판사를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쏟아냈다"면서 "강성 친문·친조국 지지자들은 이날 온라인 게시판에서 재판장에 대한 인신공격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20191028<조국 수사 관련 판사 신상털이에 대법 "재판 독립 해친다" 첫 공식 입장> 에서는 "대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판사 개개인에 대한 도 넘은 비난과 인신 공격에 대해 '재판의 독립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개별 재판 결과에 대하여 관여 법관을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그 신상을 언급하고, 국정감사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하도록 요구하는 것 등은 재판의 독립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대법원 입장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20191024<"訃告 만들자" "소시오패스"親與 네티즌, 정경심 구속 판사에 도 넘은 '인신공격'>에서는 "법조계에서는 '법관에 대한 공격성 비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와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에 대한 적극적인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사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이 쏟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01938<'적폐 판사' 낙인MB 보석허가 판사에 "판레기" "지옥에 가라">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석(保釋) 결정으로 석방한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향해 여권(與圈) 성향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하지만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2019220<민주당 '김경수 판결 불복' 회견, 이성을 잃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판결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가급적 재판 당사자가 공개된 법정에서 하는 것이 옳지만 다른 사람들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다만 어떤 경우든 증거와 법률을 토대로 법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221<대법원장의 침묵>이라는 '기자의 시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서울고법 정형식 부장판사는 이미 여권과 인터넷에서 도()를 넘은 인신공격을 당했다""'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다. 사법부에 노골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동"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 지경이라면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할 대법원장으로선 다른 무엇보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먼저 나서 경고를 던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828<갈 데까지 갔다법원 향한 '저주'> 기사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한 서울고법 정형식 부장판사를 연일 공격하고 있다"면서 "한 변호사는 '코드 판결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법원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이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판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격하는 건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일"이라는 김현 대한변협회장의 말과, "정치권이든 시민사회든 일단 2심 결과를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3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전삼현 숭실대 교수 말을 인용했다.

 

201826<사법부 린치 막말, 신상털기, 음모론국회의원까지 가세한 '판사 때리기'>에서는 "판사들에 대한 '정신적 린치'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100% 단언할 수는 없지만 판사 대다수는 법률에 따라 판단할 뿐이라는 믿음이 있다. 다른 잣대를 들이밀며 사법체계를 흔드는 생각이나 말은 결국 국민들이 올바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서울의 한 부장판사 말에 무게를 실었다.

 

같은 날 <사법부 린치 '정형식 파면' 청와대 청원, 300건 넘어>에서는 "판사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과 맞지 않는 결정을 내리면 일제히 달려들어 인신공격하고 매도하는 행태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한 청원글은 '사법부 판결이 존중돼야 한다''또 시작된 인민재판을 막아야 한다'고 적었다"고 소개했다.

 

20171228일 월간조선은 <친문 네티즌으로부터 적폐로 몰린 오민석 부장판사가 9년 전 쓴 칼럼을 읽어보니>라는 기사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전·현직 간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조윤선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옹호하며 "한 법조인은 '자신의 판단과 다르다고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고 나오는 친문 성향 네티즌의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고 훈계했다.

 

20171125일 조선일보는 <"김관진 석방, 떼창으로 욕하자" 판사에게 또 적폐 공격> 기사에 <반복되는 사법판단 '집단린치'네티즌 이어 정치인·법조인도 합세>라는 부제를 달았다.

조선일보의 '사법부 린치 막말, 신상털기, 음모론국회의원까지 가세한 판사 때리기' 기사에 첨부된 삽화. 조선일보 홈페이지

 

이런 기사와 사설은 현재 조선일보의 박병곤 판사 공격을 비판하는 데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조적조'(조선일보의 적은 조선일보)를 새삼 입증하는 사례 중 일부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논지의 일관성 같은 건 알 바 없다는 듯 누워서 침 뱉기 보도를 변함없이 반복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조선일보와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 이름을 공개했을 땐 "저급한 좌표 찍기"라며 "우리 정치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비열한 행동"이라고 맹공하더니 이제는 박병곤 판사 이름을 계속 들먹이고 '노사모' 운운하면서 '좌표 찍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이를 보다 못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재판장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하며 판결과 재판장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는 게시글의 작성 시기 등을 고려하면 일부 내용만을 토대로 법관의 사회적 인식이나 가치관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일부 활동만으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을 단정 짓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모든 법관에게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법원의 우려는 조선일보가 '판사 공격'을 비판하는 수많은 기사에서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던 논리였다.

시민언론 민들레

항명'했더라면 '4.3 학살'도 없었다

역사를 통해 본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아름다운 제주 곳곳이 학살의 현장이라니...

 

2년 가까이 제주학에 빠져 올 봄부터 여름까지는 제주4.3 관련 책 11권을 읽었다. 43<한겨레> 허호준 기자가 <4.3, 기나긴 침묵 밖으로>를 출간한 데 이어 7월에는 현기영 작가가 3권짜리 소설 <제주도우다>를 내놓은 게 계기였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4.3평화재단에 가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구하고 제주4.3연구소 후원회에 가입해 관련 자료를 많이 받아와 읽었다.

 

요즘은 틈틈이 4.3 현장을 돌아다니며 유적지 확인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제주 곳곳이 학살과 암매장의 현장이라니! 키아오라리조트에서 매일 쳐다보는 성산 일출봉 아래 광치기해변부터, 제주에서 가장 넓은 백사장이 있는 표선 해수욕장, 서귀포 정방폭포, 대정읍 섯알오름, 함덕 해수욕장과 서우봉의 빼어난 절경까지 모두 먹먹함과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일출봉 아래 학살터 일출을 보는 명소인 일출봉 아래 광치기해변에서 제주4.3 때 수많은 학살이 자행됐다.이봉수

 

연간 1500만 명이 설렘 속에 뜨고 내리는 제주공항 활주로는 총살형을 집행해 암매장한 곳이어서 지금까지 발굴한 유해만도 387구에 이른다. 페리선이 오가는 제주항 앞바다는 예비검속자 500명을 배에 태우고 나가 수장한 곳이지만 유해조차 찾지 못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실은 서북청년회를 앞세운 토벌대 군경이 불법·부당한 학살 명령에 순응하거나 과잉집행을 했다는 점이다. 194843일 봉기 당시 무장대의 숫자는 300여 명에 총기라고는 일제 99식 소총 등 30자루에 불과했다.

 

8.15 해방 이후 남한이 미국의 트루먼 독트린에 의해 '반공의 보루'가 된 결과로 빚어진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과 무차별 학살은 이념과는 무관한 제주민까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산으로 숨게 만들었고, 무장대에 희생된 군경을 포함해 3만 명이 희생되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문형순 경찰서장의 '의로운 항명'

예외도 있었다. 1949년 문형순 모슬포경찰서장은 입산한 가족에게 식량과 의복을 전달한 혐의로 주민 100여 명이 처형될 위기에 놓이자 자수와 전향이라는 형식으로 생명을 구했다. 이듬해 성산포경찰서장 때는 한국전쟁이 발발해 계엄군이 예비검속자 총살 명령서를 하달하자 그 위에 '부당함으로 불이행'이라는 사유를 쓰고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서북청년회와 군대가 경찰을 우습게 알던 시절이었으니 자신마저 빨갱이로 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일을 감행한 것이다. 쉰들러가 1100명 유대인 목숨을 구한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행동이었다. 일본군과 일제경찰 출신이 군대와 경찰의 요직을 차지한 이승만 정부에서 그가 '의로운 항명'을 한 것은 광복군 출신의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그는 퇴직 후 제주 첫 영화관인 대한극장에서 매표원으로 일하거나 남의 집 단칸방에 얹혀 사는 등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1966년 삶을 마감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경찰영웅'으로 추서됐고 그의 흉상이 제주경찰청 청사 본관 뒤에 세워졌다.

문형순 경찰서장 흉상 4.3 때 많은 생명을 구한 문형순 서장의 흉상이 제주경찰청 안 열린시민공원에 세워졌다. 뒤에 보이는 추모비에는 당시 순직한 경찰관 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이봉수

 

부당한 지시에는 '항명'을 해야

지금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씌워진 '항명'은 혐의 자체가 틀린 것이다. '항명'은 정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 해당되는데,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혐의 내용을 축소하라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국방부의 지시 의혹 그리고 이를 '항명' 사건으로 규정한 군검찰단의 소환 지시를 정당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불법·부당한 명령은 당연히 거부해야 하고 오히려 이행하면 처벌해야 마땅하다. 하나회가 주동한 12.12 쿠데타도 불법 명령을 이행했기에 주동자들은 처벌받았다. 사단장이 '해병대가 눈에 확 띄도록 적색 티를 입고 작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책임질 일이지만, 수심과 물살의 위험성을 목격한 일선 지휘관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작업을 중단하거나 구명조끼를 입혔더라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은 군인이든 공무원이든 언론인이든 불법·부당한 지시나 간섭에 저항한다 해도 해방 직후처럼 생명을 위협받을 부담은 없다. 그런데도 사고가 날 때마다 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사례가 거의 없고, 오히려 비리를 묻어버리려 한 정황이 드러나는 걸까?

 

다른 분야도 비슷하지만 군대의 경우 그 이유를 나는 우리나라 장교 충원 제도와 승진 관행에서 찾는다. 군의 고위장교단은 육··공군, 해병대 할 것 없이 대부분 사관학교 출신들로 구성돼 견제와 소통이 어렵다. 그들은 질 높은 군사교육을 장기간 받기에 자부심이 강하지만 학사장교 출신 등에게 배타심을 갖기도 한다. 그들끼리도 '기수문화'가 워낙 강해 감히 선배에게 쓴소리를 하기 힘들다.

"집단항명" 혐의 박정훈 해병 수사단장 국방부 조사 거부 고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경례를 하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OCS 출신이기에 가능한 '항명'인 듯

박정훈 대령이 소신껏 처신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점도 작용했던 것 같다. 언론에는 '해군사관후보생(OCS) 출신'이라고 소개돼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오해하는 독자가 있을 텐데, 'OCS'는 해군·해병 장교후보생을 함께 교육하는 사관후보생과정(Officer Candidate School)을 뜻한다.

 

그들은 대학 이상 졸업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쳐서 선발하기에 자유분방한 편이고 대부분 중위로 전역해 사회에 진출한다. 사관생도 출신은 4년간 군사교육에 집중하고 진급이 초미의 관심사여서 분위기가 다르다. 개인 경험을 말한다면, 나도 OCS 출신으로 백령도 레이더기지 등 최전방에 배치됐다가 해군본부에서 감찰감 부관으로 근무했는데, 감찰감이 "이 중위도 말뚝 박아, 잘하면 대령까지는 올라갈 텐데"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해병대사령관과 <한겨레>'악연'

OCS 출신 해병장교 중에는 장기근무자로 잔류하는 이도 있지만 진급에서는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해병대는 1980년대부터 24명의 사령관이 취임했는데 전도봉 장군을 빼고는 전원 해사 출신이다. 그도 김영삼 대통령과 같은 거제도 출신에 경남고 후배여서 가능한 발탁이었다. 미국은 사관학교 말고도 다양한 경로를 거쳐 참모총장이나 해병대사령관이 되는 이가 많아서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전도봉 장군은 소위 임관 직후 동기생들과 함께 공군비행학교 습격사건을 주동하는 사고도 쳤지만, 해병대의 자존심을 높여주는 각종 일화를 남겨 해병대 마니아에게는 '레전드'로 통한다. 그런데 나와는 직무상 어쩔 수 없었던 '악연'이 있다. 1998<한겨레> 경제부장 시절 '야간국장' 당직을 서고 있는데 그가 해병대사령부 참모들 대여섯과 함께 전투복 차림으로 편집국에 들이닥친 것이었다.

 

진급 청탁과 뇌물을 받은 혐의를 <한겨레>1면에 단독 보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사가 잘못됐으니 들어내라"라고 을러댔다. 참모 중에는 OCS 우리 기수 훈육관으로 낯익은 대령도 있었지만 모른 체하면서 애꿎게 사진부를 질책했다.

 

"사진 야근은 지금 뭐하고 있냐? 군인들이 편집국을 점거했는데이거 사진 찍어서 1면 사진 교체해!"

 

그들은 곧 물러갔는데 사진은 원래 교체할 생각이 없었다. 사진부를 질책한 것은 부당한 압력에 대항하는 수단이었으니까. 그는 결국 대법원에서 500만 원의 벌금형과 자격정지 1년형을 받았고, 나중에 한전KDN 사장으로 재직했다.

 

해병대는 제주와 인연이 깊다

사실 해병대는 제주와 인연이 깊다. 해병대는 19494월 진해에서 창설됐지만 12월에 제주도로 사령부를 옮겼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신병 3000여 명을 제주에서 모집해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하는 등 많은 전공을 세웠다. 이때 제주여중과 교사양성소 여학생 그리고 미혼 여교사 등 126명은 해병대 제4기로 '자원입대'해 여군의 효시가 됐다.

해병대사령부 주둔지 49년부터 해병대사령부가 주둔했던 제주시 관덕로 65에 표지석이 서있다. 2015년에는 해병대9여단이 제주도에 창설됐다.이봉수

 

사관후보생 시절 해병대 훈육관은 '자원입대'라는 해병대 전통이 제주도에서 만들어졌다고 가르쳤는데, 제주4.3을 공부하면서 '자원입대의 진실'을 알게 됐다. 전시임에도 목숨 건 '자원입대'가 성행했던 것은 워낙 많은 제주민을 '빨갱이'로 몰아 죽였기에 자신과 가족의 신분을 보장받으려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정수사' 촉구한 역대 해병대사령관과 해병전우회

나는 일상에서 군대 얘기를 삼가려고 하는 편이다. 군대 얘기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민폐'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전쟁과 평화, 남북미 이슈, 군대 폭력 문제 등을 주제로 강연하거나 칼럼을 쓸 때는 군대 경험을 말하곤 한다.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파동이 옛 얘기를 꺼내게 했다. 마침 다부동 전적지에는 제주4.3 관련 최고위 정책결정권자였던 트루먼과 이승만의 동상이 세워졌다.

 

역대 해병대사령관과 해병대전우회는 14"사고의 책임을 수사함에 있어 공명정대하고 외부개입이 없어야 한다"는 요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오마이뉴스 이봉수(hibongsoo)

 

'순자산 9.4, 소득 686, 소비 427만원'... 중산층이 보는 중산층

한국형 중산층의 조건

4인 가구 기준, 우리나라 중산층 평균은

'순자산 6.3, 소득 624, 소비 314만원'

그러나 중산층 45.6%"중산층 아니다"

현실은 중산층인데, '중상층' 바라며 살아

주관적 빈곤감, 상대적 박탈감 작용한 결과

눈높이 낮추기보다 눈높이 맞추는 자산관리

- 조사시기 : 20222- 조사대상 : 30~50대 중산층 761- 조사방식 : 온라인 패널설문 - 조사기관 :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마크로밀엠브레인

 

귀하는 중산층이십니까?

먼저 중산층의 정의를 살펴보면, 경제적·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 되며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집단을 일컫는 말로 정의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으며 분류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서구사회에서는 중산층에 대해 경제적 기준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기준을 중시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실력’, 영국에서는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이 대처할 것’, 미국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할 것등을 중산층으로 인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삼습니다. 물론 이 같은 기준을 모든 나라에 일방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요. 그래서 국내 통계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중위소득의 75~200% 해당 가구를 기준으로 중산층의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중위소득이란 가구소득을 일렬로 세웠을 때 정 가운데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을 의미하는데요. 전체를 100가구라고 가정했을 때 소득 순으로 50번째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이 바로 중위소득이 됩니다. 여기서 가구원 수는 가구마다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가구원 수를 반영한 균등화 중위소득(가구소득을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눈 값)을 구해서 적용합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4인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은 월 512만 원(2023540만 원, 설문조사 시점을 고려해 2022년 통계 사용)입니다. 결과적으로 4인 가구가 중산층에 들기 위해서는 월 384만 원(중위소득의 75%)1,024만 원(중위소득의 200%) 사이의 가구소득이 필요조건이 되는 셈입니다.

 

100세시대연구소는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중산층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첫 발간(201512) 당시부터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소수 자산가들을 다룬 기존의 부자보고서와는 달리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다 보니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재무적인 현황은 통계청에서 제공되는 통계를 분석해도 충분하지만, 사실 궁금한 것은 중산층의 인식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최근(2022)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중산층의 절반에 가까운 45.6%가 스스로를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실제 중산층의 기준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중산층 기준과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좀 더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점은 은퇴 이후 중산층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10명 중 7명꼴(69.1%)로 나타났다는 결과입니다. 수치적인 중산층의 노후준비 수준은 85점으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고,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비율도 60%(59.8%)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는 굉장히 위축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한편으로는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중산층은 21.8%로 낮은 수준이며, 연금자산의 부족금액도 100세 기준으로는 3억 원이 훌쩍 넘고 있어 실질적인 노후준비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중산층의 재무적 조건.

 

중산층의 이상과 현실

지금부터 중산층의 실제 현황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재무적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주요 항목들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중산층 대상 설문조사에서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686만 원은 돼야 중산층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실제 중산층 4인 가구의 평균소득 월 624만 원보다 조금 많지만 중위소득 75~200%(384~1,024만 원) 구간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소득이 계층을 구분하는 주요 요인인데, 소득 측면에서는 중산층의 이상과 현실에 큰 괴리가 없어 보입니다. 반면 삶의 질과 연결되는 소비수준이 중산층의 인식에 더 많이 작용할 것 같습니다. 소비수준을 놓고 보면 월 427만 원의 소비를 할 수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가구 소득상위 9.4%의 소비수준으로, 실제 4인 가구 중산층의 평균 생활비(314만 원)보다 100만 원 넘게 많은 금액입니다. 소비측면으로 분석해보면 소득상위 10% 정도의 소비수준을 누릴 수 있어야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원하는 소비수준이 소득수준을 넘지는 않지만 더 많은 금액을 소비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중산층의 자산과 부채 측면을 분석해 보면, 4인 가구 기준으로 순자산(총자산-부채)94,000만 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산층의 평균 순자산(5억 원)보다 44,000만 원 많고, 동일 그룹(4인 가구) 중산층의 순자산(63,000만 원)보다 3억 원 이상 높은 결과로 순자산 상위 10.6%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현실은 중산층인데 실제로는 중상층의 모습을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소득뿐만이 아니라 순자산을 계층을 나누는 주요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가구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중산층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동산의 규모는 84,000만 원으로 중산층의 실제 현실(39,000만 원)보다 45,000만 원, 2배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서울과 같은 주요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이해되는 결과입니다. 중산층을 나누는 기준으로 소득(70.6%)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다음 기준은 부동산(16.0%)을 꼽는데 심리적으로는 부동산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구경제에서 부동산이 가지는 상징성과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으며, 대다수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과 연결됩니다. 입주 형태별로는 월세인 경우 중산층으로 인식 비율이 24.5%에 불과하나, 전세의 경우 52.6%, 자가의 경우 62.6%로 높아집니다. 안정된 거주환경 또한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데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주 주택별로는 아파트(60%)에 사는 사람들이 단독주택(41.5%) 또는 연립·다세대(41%)에 사는 사람들보다 중산층 인식 비율이 높고, 거주면적이 증가할수록 중산층 계층인식이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25평 이상일 때 중산층 인식비율이 절반을 조금 넘지만(56.4%), 32평 이상일 때 72.3%로 크게 높아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갈수록 높아지는 중산층의 눈높이

지금까지 기준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모습과는 괴리가 크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중산층의 범위가 상당히 넓게 형성되어 있다는 측면에도 원인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균등화 중위소득 범위에서 실제 하단인 75%에 해당하는 가구는 소득 수준이 낮다 보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모습과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국가에서 생계지원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삼는 4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324만 원(2023년 기준)인데 4인 가구 중산층 하단에 해당하는 소득 384만 원과 금액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하단부근에 위치한 가구들이 자신들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경제적인 상황에 여유가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중산층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이 아니라는 답변이 많은 것은 주관적 빈곤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중산층의 눈높이가 높게 형성되고 갈수록 높아짐에 따른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것, 보통사람에 중간으로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중산층의 삶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다음 단계인 부자의 삶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중산층의 삶을 되돌아보고, 50대 이후 또는 은퇴한 이후에 안정되고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위한 자산관리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연구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한국

윤 대통령 향한 <동아> 대기자의 직설... "선택적 공정"

[언론비평] 연이은 매운맛, '김순덕의 도발'... 언론인 79%'국정수행 잘못'이라는 시대

대통령이 주요국가 7개국(G7) 회의에 초대됐다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듯 잘난 척 할 일이 아니었다. 화장실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고, 세계적 행사엔 위원장이 많을수록 좋다고 믿었는지 그 조직위원장을 다섯 명이나 앉히는 인사였으며, 그러고도 할 일을 못한 무책임한 태도였다. 그래서 화장실보다 부끄러운 국제 망신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꾸준히 비판적인 칼럼을 게재했던 <동아일보> 대기자는 '잼버리 사태'의 책임이 현 정부와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11<눈 떠보니 후진국... '잼버리 트라우마' 어쩔 것인가>란 제목의 '김순덕의 도발' 칼럼을 통해서였다.

 

물론, 문재인 정권과 전라북도가 "사기극 벌였다"는 비판이 전제됐다. 그럼에도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동아일보>의 현 정권 비판은 매세웠다. 김현숙 여가부장관의 무능과 무책임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강하게 질타했고, 현 정권의 '전 정권 탓'"지긋지긋하다"고 평했다. 국민들이 '안전'에 대한 판단을 불안해하는 의식은 사회지도층들이 '신뢰 자본'을 갉아 먹은 탓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왜 다섯 명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책임 총량의 법칙'이 있다. 무릇 책임이란 한 사람에게 맡겨야 죽으나 사나 혼자 짊어지고 가는 법이다. 여럿이 나눠지면 누구의 책임도 아닌, 무책임이 돼 버린다. 책임자가 많을수록 좋다면 대통령도 다섯 명씩 뽑지 왜 한 명만 뽑겠나(국민은 대통령을 분명 한 사람만 뽑았는데 VIP1VIP2가 있다는 소리가 용산에 떠돈다고는 한다).

 

(...). 문책을 하려면 다섯 명의 공동위원장을 똑같이 하든가, 적어도 세 장관에게는 같은 처분을 내려야지 여가부 장관만 경질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공동위원장을 다섯 명이나 앉힌 용감한 인사 그 자체가 더 큰 문제는 아닌가?" - [김순덕의 도발]눈 떠보니 후진국... '잼버리 트라우마' 어쩔 것인가 중(2023.08.11.)

 

연이은 윤 대통령 '매운맛' 겨냥

17<동아일보> A30면에 실린 김순덕 대기자의 칼럼 <"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동아일보 PDF

 

그 김순덕 대기자의 새 칼럼이 17<동아일보> 홈페이지의 '많이 읽은 기사' '지금 뜨는 기사'에 올랐다. 제목부터 도발적이고 직선적이다.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란 칼럼 속 주장은 이랬다.

 

너무나 비상식적인 이태원 참사 발생 나흘 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안전 주무 부처'라는 각별한 각오로 안전에 근본적 대책을 세워 달라"고 하나 마나 한 주문을 날렸다. 그러니 윤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강조하는 '자유'는 공공귀족들의 무능할 자유, 무책임할 자유, 이해충돌 무시하고 지대(地代)나 좇는 자유가 된 것이다. - [김순덕 칼럼] "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 중(2023.08.16.)

 

김 대기자는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에 이은 잼버리 사태를 현 정부의 세 번째 대형 사고로 규정한 뒤 그 책임을 현 정부를 책임진 사회지도층, 엘리트들에게 따져 물었다. '공공귀족들'이란 표현도 있다.

 

그러면서 김 대기자는 "거대야당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건 사실이지만 정부도 국민 신뢰를 많이 잃었다"면서 "'대통령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공정과 상식과 법치는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무법천지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대통령 사람'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순살 아파트' 논란의 중심에 선 LH 이한근 사장을 꼽았고, LH의 전관업체 몰아주기를 '철면피 카르텔'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대기자는 "이런 공기관을 감독해야 할 국토교통부 장관, 3월 지자체 정부혁신 종합계획을 발표했던 행정안전부장관은 이 정부의 특기인 전임 정권 탓이나 하면서 태연하다"며 원희룡 장관과 이상민 장관까지 도마 위에 올렸다.

 

잊을 만 하면 되풀이되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인사들의 '선거 개입'을 방불케 하는 언행에서 볼 수 있듯, 현 정권의 관심이 내년 총선에 쏠려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보수매체를 대표할 수 있을 김 대기자의 관심도 같은 방향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칼럼의 말미가 딱 그랬다.

 

이렇게 내년 총선까지 지지부진 갈 순 없다. 이미 차관 개각으로 '대통령 직할 체제'를 구축했다지만 결과는 힘 빠진 장관, 해이한 공직사회, 그리고 떠나는 민심뿐이다. 또 대통령 직할 공천으로 국민의힘이 설령 대승을 거둔다 한들, 가장 중요한 법사위는 야당 몫이다. 대통령 뜻대로 의회를 움직여 법을 뚝딱 통과시킬 순 없다는 얘기다.

 

(...)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가 자랑이 될 순 없다. 대통령 부친도 국민만 바라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총선 승리보다 국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귀국 후 "대통령인 저부터 달라지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김순덕 칼럼] "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 중(2023.08.16.)

 

절반 가까운 보수 성향 기자들도 윤 대통령 '부정 평가'

816일 치 <기자협회보>.김지현

 

김 대기자의 16일 치 칼럼은 네이버에서만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중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더 이상 칼럼 쓰지 말고 이준석, 유승민이 하고 민주당 입당해라"는 글이었다. 최근 <중앙일보><동아일보>에서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는, 현 정권에 대한 질타를 용인하지 않는 듯한 의견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선 <기자협회보>가 최근 기자 99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59주년을 맞아 <기자협회보>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기자 994명을 대상으로 지난 727일부터 87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79.1%에 달했다. 기자 10명 중 8명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매우 잘못하고 있다'45.1%, '잘못하는 편이다'34%였다.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보수' 성향 기자들에서 48.5%였지만, '진보' 성향 기자들에선 1.6%에 불과했다. 자신을 '중도'라고 밝힌 기자들도 15%만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호평했다.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수 성향에서만 긍정 평가(48.5%)가 부정 평가(46.2%)를 앞질렀다." - <기자협회보> 기자 79% "윤 대통령, 국정수행 잘못하고 있다" 기사 중

 

진보 성향 기자 1.6%, 중도 성향 기자 15%라는 극도로 낮은 '긍정 평가' 비율만큼이나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보수 성향 기자가 절반에 가깝다는 결과가 이목을 끈다. 김순덕 대기자의 <동아일보><중앙일보>의 최근 칼럼 중 정권 비판 적인 주장이 갈수록 늘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하성태(woodyh

 

 

엔데믹인데 코로나19 확진자 왜 또 늘어나나?

코로나19에 걸리는 사람이 다시 늘고 있지만 예전만큼 유행이 심각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치명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유행 초기 3%대에서 0.02%까지 낮아졌다.

87일 서울 용산역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안 쓴 사람들이 섞여 있다.시사IN 신선영

 

2023년 여름, 코로나19 상황을 접하면서 당신은 고개를 갸웃했을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포털 메인에서 하나둘 눈에 띈다. 클릭해보면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들이다. 주변에서도 코로나19에 다시 걸리는 사람이 속속 나타난다. 6월 넷째 주 하루 평균 17000명이던 확진자 수는 6주 연속 증가해 8월 첫째 주 4900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며 엔데믹을 선언한 것이 지난 5월인데 왜 또다시 유행이 확산되는 걸까?

 

기나긴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대중들의 감염병 지식도 쌓여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은 종식이 아니라 풍토병을 뜻하는 엔데믹이라는 사실쯤은 이제 상식이다. 그러나 엔데믹이 되면 코로나19 감염은 조금씩 계속되지만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면, 이는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5~6개월 간격으로 1년에 두 번 유행하는 것은 예견되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추정된다. 하나는 인체가 가진 면역 측면이다. 항체조사를 통해 면역이 유지되는 기간을 추적해보면 코로나19 복합면역(백신접종+감염)을 획득한 사람들의 항체농도는 5~6개월이 지나면서 크게 감소한다. 6개월을 기점으로 재감염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바이러스 우세종이 출현하는 주기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오미크론(코로나19 변이의 한 종류) 대유행 이후 오미크론의 하위 계열 변이들이 유행하고 있는데 대략 6개월 간격으로 우세종이 바뀌는 것으로 관찰된다.

 

최소 3년 동안은 6개월마다 등락 가능성

면역이 감소하는 시점과 우세종이 바뀌는 시점이 독립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서로가 서로를 설명하는 현상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어쨌든 5~6개월 간격으로 유행이 증감하리라는 것은 지난해부터 예견돼왔다. 올여름 유행도 예상했고 방역 당국도 지난 3월 일상 회복 로드맵을 세울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정재훈 교수).”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은 계절성을 띠지만 이와 달리 코로나19는 계절보다는 앞서 설명한 요인들 때문에 주기가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림 1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 그래프이다. 지난해 3~4월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일평균 확진자 수가 40만명까지 치솟고 난 뒤로 대략 6개월마다 그래프가 올라갔다 내려가는 패턴이 나타난다. 정재훈 교수는 최소 3년 동안은 6개월 간격으로 감염 곡선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코로나191년에 두 번 유행하는 감염병이라고 아직 확정할 수 없다. 정 교수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호흡기 바이러스가 인류 사회에 들어와 엔데믹화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대로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예전처럼 유행이 심각해질 위험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와 절대 다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예방접종을 마친 지금, 인구집단에 축적된 면역 수준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면역력이 감소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재감염이 되더라도 상태가 위중해지지 않도록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듯 감염에 대항하는 인류의 힘과 인류를 감염시키려는 바이러스의 힘은 힘겨루기를 반복한다. 지금처럼 감염자가 늘어나 인구집단의 면역 수준이 올라가면 일시적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해 유행 곡선은 피크를 찍고 내려온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인류의 면역력이 줄어들면 바이러스는 다시 확산된다. 이러한 흐름 위에서 현재와 앞으로의 코로나19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시사IN775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 파도 얼마나 거세질까기사 참조).

 

코로나19 치명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20203%를 넘어섰던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코로나19 오리지널주나 델타 변이보다 병독성이 크게 낮아진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해 출현하며 독감 수준(0.1%)으로 내려갔다(그림 2참조).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그 이후로도 치명률은 더 떨어져 지난 7월 넷째 주 기준 0.02%이다. 인구 대다수가 복합면역을 획득해 기본적인 면역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진료가 일상 의료체계에 편입돼 상태가 중해지더라도 예전보다 원활하게 치료가 이뤄지는 덕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우세종인 XBB 계열의 독성이 더 강하다거나 재감염되면 더 아프다는 얘기가 돌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다시 걸릴 경우 이전보다 가볍게 앓고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요즘 코로나의 증상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건,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정재훈 교수는 재감염자 중에서 검사로 확진되는 비율이 20% 미만일 거라고 평가했다.

89일 서울 성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시사IN 박미소

 

방역 당국은 89일로 예정되었던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전환 발표를 연기했다. 현재 코로나19는 법정 감염병 등급상 2급으로 결핵, 수두, 홍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인플루엔자(독감)와 동일한 4급으로 내린다는 계획인데 여름철 확산세를 고려해 일단 보류되었다.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감소하고 있고, 유행 규모도 예측 범위 내에 있지만 신중을 기하려는 취지다. 질병관리청에서 평가하는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는 올해 1월 이후 줄곧 낮음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낮추는 건 당연히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2급 감염병 규정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를 전수 집계하는데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전수 감시를 중단한 상태다. 코로나194급 감염병이 되면 인플루엔자처럼 지정 의료기관 등에서 주 1회 신고를 받는 표본 감시로 유행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24급 전환 앞두고 점검해야 할 것들

세부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에서 4급 전환 시 변경되는 사항을 대략적으로 밝혔다. 지금까지 남아 있던 방역 지침들이 대부분 해제되는 가운데 가장 주요한 변화는 코로나19 진단검사비 유료화와 치료비 지원 축소로 보인다.

 

4급이 되면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는 문을 닫고, 모든 코로나19 검사는 병의원에서 시행한다. 진단검사가 일상적인 의료체계 안에 완전히 자리 잡는 것이다. 이때 의료기관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비용은 약 4~5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만 60세 이상 고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 검사비를 일부 보조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진료·입원 등 코로나19 치료비는 전액 국고로 지원됐는데 4급 전환 시 대부분 종료될 예정이다. ‘지원 종료라고 하면 치료비를 모두 환자가 낸다는 의미로 오인될 수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건강보험체계로 편입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치료비에는 건강보험공단이 운용하는 건보료가 아니라 정부 예산이 쓰이고 있었다. 국고로 지원될 때는 전부 무료였지만 코로나19 치료가 건보 적용을 받을 경우, 일정 부분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정부는 중증환자의 경우 한동안은 치료비 지원을 일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2급에서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되면 선별진료소는 운영이 종료된다.시사IN 박미소

 

김새롬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전체적인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을 짚었다. “언제까지 코로나19만 예외로 둘 수는 없으니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코로나19 진료와 치료도 운영돼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동시에, 검사가 유료로 바뀌고 치료비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면 일종의 비용 장벽이 세워지는 셈이다.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과제로 남는다.”

 

김새롬 교수는 올해 5월 한국건강형평성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이 과중한 의료비 부담에 놓이게 되는 사례들을 조사해 발표했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받은 이들에게 적으면 300만원에서 많으면 5000만원까지 의료비가 청구되었다. 코로나19 중환자 격리기간인 20일 동안은 국고로 치료비가 전액 지원되다가 격리기간이 끝나면 건강보험으로 전환되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더라도 중환자 치료가 워낙 고액이라 본인부담금이 적지 않게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4급 감염병으로 내리고 건강보험체계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여전히 남는 문제로 노인요양시설을 꼽았다. 노인요양시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제일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감염관리 측면에서 지금까지도 별다른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임승관 원장은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 대책으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요양시설은 건물, 운영, 인력 등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구조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법을 내놓기는 어렵다. 다만 코로나194급으로 전환되며 표본 감시로 바뀐다 하더라도 요양시설의 감염 현황만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요양시설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감염의 특성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이런 기반이 있어야 한국 사회가 이 시설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시사인 김연희 기자

 

 

국민 말 듣지 않는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53차 촛불

19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53차 촛불대행진에 시민들이 집결해 있다. 2023.8.19. 사진작가 최마리

자녀 학교폭력과 방송장악 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촛불 시민들의 사퇴 요구가 분출됐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에 종속된 모습을 보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19일 서울 삼각지역~서울시청 일대에서 열린 제53차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모인 1만여 명의 시민들은 반국가세력 윤석열 정부 끝장내자”, “쪽팔려서 못살겠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오후 3시경 용산 대통령실 인근인 서울 삼각지역에서 열린 <매국역적 전쟁도화선 윤석열 추방대회>로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권오민 강북촛불행동 대표는 반성과 사과가 없는 일본에 대한 경고가 나왔어야 할 광복절 축사가 민주 시민을 공격하는 저질 선동문이 됐다면서 지금은 미국으로 떠나서 나라를 통째로 미국과 일본에 갖다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어이 이 땅에서 전쟁을 벌이겠다고 획책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부장 카르텔, 법조 카르텔은 왜 그냥 두나"

경북 구미에서 온 구민회 씨는 일본 후쿠시마 핵 폐수 방류를 반대하기는커녕 홍보하고, 양평 고속도로를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정부, 스카우트 잼버리와 해병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조사 과정을 보면서 또다시 이게 나라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모든 것이 우왕좌왕, 갈팡질팡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자고 하는데 본부장 카르텔, 법조 카르텔은 언제 뿌리 뽑을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국민을 위한 머슴으로 뽑아 놨더니 지가 왕인 줄 알고 제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격 없는 장관들을 마음대로 임명하고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서 정부로 이송하면 거부권을 했다면서 지난 16개월 동안 아무런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정부라고 말했다.

 

전북 익산에서 온 농민 김보경 씨는 자기가 주인인 양 전쟁놀이를 하면서 세계 여행을 다니고 있다면서 로또 맞은 기분으로 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가만 둬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세계 잼버리의 실패에 전북 탓을 하는 국무총리와 정부 관료들은 양심을 좀 챙겨야 한다면서 국민은 경제적 도탄에 빠졌는데 (대통령) 본인은 술이나 처먹고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는 용산 어린이 정원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씨 색칠 놀이를 SNS에 올렸다가 지금은 출입 금지를 당했다면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잘한 일이라고 증명하기 위해 오염물 범벅이 된 땅에 어린이를 동원하는 정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 정원 환경 문제를 제기하자 오히려 환경 괴담 유포자라고 매도한다면서 산모와 아기 등이 특히 오염 물질에 취약한데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불법 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출입을 금지하는 공원이라면 윤석열, 김건희의 사유물이냐면서 출입구에서 검색대를 통과했는데도 가방을 뒤지고 일인시위 후 되돌아가는 길을 따라오고 내가 탔다고 지인 차량 번호판 사진을 찍는 정부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삼각지역 집회를 마치고 서울시청 앞 ~ 숭례문 대로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미국 LA에서도 탄핵 촛불 점화됐다"

미국 LA에서 촛불집회를 주최하고 있는 김미라 씨는 요즘 한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아이한테 설명할 길이 없다면서 아이가 그때 분명히 탄핵했었는데 몇 년 지났는데 또 탄핵할 거면 그렇게 힘들게 대통령 탄핵하면 뭐하냐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탄핵 집회를 하면서 LA에서도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 동포들도 외면해 왔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LA에서도 탄핵 집회를 시작하고 있는데 절대 지치지 말고 끝까지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비판했다. 문 전 교수는 지금 미래의 자주와 평화를 어렵게 만드는 틀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한미일 삼자 협의 공약 발표를 보면 사실상 삼국이 군사 동맹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727·4 남북 공동성명에서 박정희와 김일성이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원칙을 천명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윤석열이 박정희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교수는 또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힘에 의한 평화는 이룰 수 없다면서 한미일 삼국 동맹화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교수는 삼국 협의체가 가동되면 미국이 지휘하고 일본이 거들고 한국은 따라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 군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막대한 이익을 한미일 삼각동맹의 제물로 바쳐버린 것이라면서 폭력을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헌법 정신, 민주적 절차, 주권재민의 원칙에 따라 우리 시민이 나서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온 정금순 한민족유럽연대 대표는 한국에서 매주 진행되는 촛불집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생중계로 보면서 감동과 힘을 얻었다면서 독일 동포들은 박정희 유신 독재와 싸웠고 전두환, 노태우 군사 독재 시대에서 가열찬 투쟁으로 맞섰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에서 일본의 핵 오염수 투기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핵 오염수 투기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상윤 전국 언론비상시국회의 SNS 방송단 단장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현 단장은 허문도는 조선일보 도쿄 특파원을 하다가 1980년 신군부에 붙어서 지역 신문, 방송, 언론사 100여 개를 통폐합하고 2000여 명 언론인을 대량 해고한 주역이라면서 지금 허문도의 대역으로 등장한 것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이동관이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을 할 때 이동관의 신일고 동문이 KBS 본부장, MBC 보도국장으로 임명됐다면서 잘 봐달라거나 은혜로 알겠다 같은 구차한 이야기 전화로 할 것도 없이 알아서 해준다는 의미로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현 단장은 또 이러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보고만 있어야 하나면서 공영방송 수신료는 시민들이 내는 것으로 공영방송의 주인은 시민 여러분인 만큼 공영방송을 약탈해서 불가역 체제로 만들려고 하는 데 대해 힘을 모아서 끝까지 싸우자라고 말했다.

 

"양평군 농성에 지지방문 이어져"

여현정 양평군의원은 양평 고속도로 게이트의 진상 규명이 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여 의원은 지난 43일간 농성하면서 서울, 수원, 김포, 대구 등 수많은 지역에서 촛불 동지들이 찾아와 격려하고 응원했다면서 어떠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큰 거짓으로 덮으려 해도 끝까지 싸워나갈 테니 양평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하려 했지만, 국가 최고 권력자의 작용 없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 않느냐면서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토부 뒤에 숨어서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의원은 또 이 절박한 싸움에 저희가 모든 걸 걸겠다면서 기득권 친일 적폐 세력에게 고개 숙이지 않았듯 이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꿋꿋하게 당차게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광화문 세종대로까지 행진한 뒤 정리 집회 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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