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찾기 힘든 윤석열-국민의힘 지지율 패턴
보수지·국힘 합작품 '코리아 잼버리', 국민이 환영할까
가디언 기자 찾아간 잼버리 참가자의 폭로... "국가적 수치"
슬금슬금 오르는 아파트값… 바닥 쳤다 vs 일시적 현상일 뿐
“울창한 푸른 숲은 없었다”···외신들 ‘한국 잼버리 실패’ 지적
'잼버리 나라망신'보다 더 망신스런 잼버리 언론보도
심각한 경제상황
전례 찾기 힘든 윤석열-국민의힘 지지율 패턴
국정 초반, 낮은 윤 대통령 지지율... 이 패턴이 나을 총선 결과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약 8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양한 정치적 변화와 디지털 역량의 축적이 이뤄진 현재, 대통령과 정당의 지지율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선거의 판세를 예측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 전현직 대통령 지지율 긍부정 추세 한국갤럽 전현직 대통령 지지율 긍부정 추세 ⓒ 이광춘
윤석열 대통령의 긍부정 지지율을 과거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반과 비교해봤더니 이명박 대통령의 패턴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경우, 취임 초반에는 긍정 지지율이 약간 우세했지만, 이후 부정 지지율이 빠르게 증가해 긍부정 지지율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윤석열, 이명박 대통령 긍부정 지지율과 국회의원 선거 시점 윤석열, 이명박 대통령 긍부정 지지율과 국회의원 선거 시점 ⓒ 이광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추이와 윤석열 대통령의 현재 상황을 좀 더 상세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8개월 앞둔 시점에서 부정 지지율(55%)이 긍정 지지율(37%)을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현재의 국민의힘)은 152석을 차지했습니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127석을 기록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과반을 확보하며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은 이명박 대통령 후반기로 차기 대선을 앞두고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과 '미래권력'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를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부정 평가가 높은 대통령 지지율이 나옴에도 오히려 당명을 바꿔 쇄신한 새누리당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반면, 2023년 국민의힘은 현재 당대표가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당선했다는 점과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국정 평가가 없었던 상황에서 선거를 치릅니다. 앞선 19대 총선과의 상황과는 뚜렷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 역대 대통령 정당 지지율 추세 나무위키 리얼미터 자료 역대 대통령 정당 지지율 추세 ⓒ 이광춘
역대 정당지지율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중도층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 눈에 보입니다. 이는 제3지대를 이끌었던 인물들의 부재와 양극화된 정치구조 등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전임 문재인 대통령 시기의 정당지지율을 비교해보면 차이점이 발견됩니다.
임기 초반엔 여당 지지율이 높아 대통령 국정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윤석열 대통령 임기 초반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입니다.
국회의원 선거를 8개월 남겨 둔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지지율 패턴에서는 과거 나타나지 않은 새로운 패턴이 존재합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광춘(tidyverse)
보수지·국힘 합작품 '코리아 잼버리', 국민이 환영할까
[언론비평] 민관협력 지원 강조하며 전면에 내세워... 김기현부터 박대출까지 언급
▲ (부안=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5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영국 참가자들이 퇴소 준비를 하고 있다. 2023.8.5ⓒ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새만금 잼버리)'를 향한 내외신의 따가운 비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국내 종합일간지들 사설을 보면, 지난 4일부터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잼버리 조직위원회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생존게임', '아수라장', '국제망신'은 물론 "중단 검토" 요구까지 나왔다.
'폭염 대비 못한 새만금 잼버리, 생존게임장 만들 텐가' - 4일자 <경향신문>
'폭염에 '생존게임' 된 망신살 잼버리 대회' - 4일자 <중앙일보>
'폭염 속 아수라장 세계 잼버리… 그동안 어떻게 준비했길래' - 4일자 <동아일보>
'폭염 속 잼버리, 이대로면 국제 망신 당할 판'- 4일자 <조선일보>
'온열환자 속출에 준비 부족까지···잼버리 중단도 검토해야' - 4일자 <한국일보>
정부가 "중앙 정부 주도"를 발표한 이후에도 이런 논조는 계속됐다. 5일자 <동아일보>는 <"원래 극기 훈련" "잠깐 정신 잃은 것"… 한심한 잼버리 조직위>라며 조직위를 꼬집었고, <경향신문>은 <사전 경고 무시한 '잼버리 사태' 국가시스템 마비 증거다>라며 수위를 올렸다.
가디언, BBC 등 영미권 외신들은 지난 3일 이후 새만금 잼버리 소식을 집중 보도했고, 최다 인원이 참가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 등 일부 참가국의 퇴영 소식을 실시간으로 타전했다. 반면 지난 4일 이후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중앙정부의 적극 주도"를 선언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 중이다. 이후 비판 일색이던 종합일간지 사설들의 논조 변화가 확연하다.
양비론부터 감사원 감사 주장까지
우선 지난 주말을 고비로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서면서 잼버리 사태가 안정을 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종의 미를 거두란 당부도 함께였다. '잼버리 파행, 국가 역량 결집해 극복해야'라는 7일자 사설을 낸 <서울신문>과 '망신 자초한 잼버리 대회, 자존심 걸고 유종의 미 거두라'라는 <국민일보>, '국제 망신 산 잼버리, 추가 피해 막고 잘 마무리해야'란 <세계일보>, 더 나아가 "국가 위신"을 거론한 <동아일보>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위기 관리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안전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준비 미흡과 졸속 운영의 책임 및 경위를 따져물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정부의 약속대로 "단 한 명의 대원도 실망하지 않도록" 행사의 불씨를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위신이 걸린 문제다." - 7일자 <동아일보> 사설, '英美 철수로 '반쪽' 잼버리… 위기 대응력에 나라 위신 달렸다'
<경향신문>은 정부 책임론이란 기조에 변화가 없었다. 이 신문은 '"준비하라"는 잼버리 정신 잊은 정부 남 탓할 땐가'란 사설에서 "정부는 국내외 대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파행으로 얼룩진 이번 사태의 총체적 책임을 자임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당정의 문재인 정부 탓에 "남 탓 할 때인가"라고 꼬집었다.
그간 지난 5일자 사설에서 '국격 깎아내린 잼버리, 지금이라도 세계에 韓 위기 대응 능력 보여라'고 촉구했던 <한국경제>는 7일 ''비정상투성이' 잼버리 준비·운영, 한국형 부실행정의 총체적 민낯'이란 사설에서 도리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반응이다. 이날 <중앙일보>는 '잼버리, 마무리에 최선 다하되 부실 책임 꼭 규명돼야' 사설에서 이번 잼버리를 "국제적 망신"으로 규정한 뒤, "행사 준비보다 '관련 예산 따내기' 골몰(한) 것이 의심"된다며 "장소 선정부터 대회 전 과정 진상 따져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감사원은 예산 집행 과정에서 과도하고 무용한 인건비 지출이나 낭비, 납품 비리 등은 없었는지 엄정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사설을 끝맺었다.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인데, 사설 내 따져봐야 할 진상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새만금 동서 도로 및 새만금 신공항 경제성 논란 등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조선일보>는 전형적인 양비론을 앞세웠다. '잼버리 망신은 여야 모두 탓, 정쟁이 더 꼴불견'이란 제목이 꽤나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선 "정부 출범 1년 3개월이 지났는데 이런 것까지 전(前) 정부 탓을 하면 국민이 공감하겠나"라고, 민주당을 향해선 "민주당도 정부를 공격할 자격이 없다"라며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정쟁을 멈추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역시 새만금 잼버리를 "총체적 파행"이라 규정하면서 '정부도 지자체도, 여도 야도 "네 탓"이라는 잼버리 파행'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런 미묘한 논조와 주장의 차이 속에 이목을 끄는 주장이 등장했다. <조선일보>의 '코리아 잼버리'론이었다. 이를 여당 대변인이 '받아쓰기'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 '코리아 잼버리' 구호, 출처 봤더니
▲ 조선일보 7일자 <새만금 잼버리서 코리아 잼버리로>ⓒ 조선PDF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는 12일 폐막일까지 대회를 잘 운영해 150여 국 참가 청소년들이 좋은 경험을 갖고 돌아가게 해주는 일이다. 삼성그룹이 의료진과 간이 화장실 등을 지원하고, HD현대가 120여 명 규모 봉사단을 보내는 등 기업들이 지원에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사찰 170여 개를 개방했다. 반면 정치권은 싸우기만 할 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정쟁을 멈추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소개한 <조선일보> 7일자 사설의 결론이다. 정치권 대신 삼성, 현대 및 대기업과 조계종의 지원을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러한 논조는 7일 <조선일보>의 <새만금 잼버리서 코리아 잼버리로...종교·기업까지 전방위 지원> 기사에 더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었다. 해당 기사는 7일 새벽 온라인판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퇴영한 영국과 미국 참가자들을 위한 "관광 여행프로그램 강화"를 지시하고,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도 "늦었지만 잼버리 대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민관(民官)이 발 벗고 나선 것"이라며 잼버리 정상화를 위한 민관 협력과 지원을 강조하며 '코리아 잼버리'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온라인 뉴스 기준으로 '코리아 잼버리' 구호를 먼저 선명하게 기사화한 것은 사실 <매일경제>였다. 전날(6일) 밤 <매일경제>는 <새만금 잼버리서 '코리아 잼버리'로>란 기사에서 "행사 현장이 정상화되고 퇴영한 대표단도 귀국길에 오르지 않고 서울과 부산, 강원 등 전국 각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새만금 잼버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잼버리'로 발상을 전환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7일 오전까지 코리아 잼버리 구호를 내세운 언론은 <조선일보>를 포함해 단 두 곳이었다. 그러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물론 강민국 수석대변인까지 이 구호를 공론화시키는데 앞장섰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코리아 잼버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관련 기사 : 해외 시선 따가운데도 국힘은 "이제 코리아 잼버리로" https://omn.kr/253h9). 보수지와 국민의힘이 합작한 '코리아 잼버리' 구호에 국민들이 환영할지, 행여 '정신 승리'라 여기는 건 아닐지 궁금해진다.
"(...) 전북 새만금 잼버리에서 이제 코리아 잼버리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발등이 찍히는 것도 모르면서 현 정부 비판에만 몰두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무엇이 국익과 우리 아이들을 위한 길인지 각성하고 코리아 잼버리로 나아가는데 협조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김기현 당 대표)
"언론도 새만금 잼버리에서 코리안 잼버리로 바뀌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잼버리 대회장이 돼야 할 때(다)." (박대출 정책위의장)
"가장 중요한 것은 대원들의 안전, 남은 기간의 성공적 마무리(다). 이제는 새만금 잼버리가 아니라 코리아 잼버리가 돼야한다." (강민국 수석 대변인)
l하성태(woodyh)
가디언 기자 찾아간 잼버리 참가자의 폭로... "국가적 수치"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무엇이 한국의 진짜 '국가적 수치'인가
▲ 지난 4일 자 영국 <가디언> 기사 "'조금 끔찍하다': 한국 잼버리에서 스카우트들의 캠프장 상황" ⓒ 가디언
올해 한국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들의 한마당 축제 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미숙한 운영으로 세계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예견된 폭염에도 적절한 대비가 안 된 운영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적지 않은 참가비에도 불구, 기대에 부푼 지구촌 청소년들을 기다린 것은 열악한 환경과 지원이었다.
무엇보다 30도를 훌쩍 넘는 기온 속에 허허벌판에 마련된 텐트촌이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발상이다. 극기를 스카우트 정신 가운데 꼽지만 어디까지나 상비 대응책이 있을 때의 말이다. 준비 부족으로 참가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킨 주최 측이 '극기'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면피성 변명에 불과하다.
우선 대회 일정을 꼭 8월 초로 맞춰야 했는가 하는 지적부터 필요하다. 물론 잼버리 행사를 여름에 개최하는 것은 전통이기도 하거니와 여러모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인간이 견디기 힘든 기후조건은 피하는 것이 상식이다. 지구 온난화로 현재의 8월 기온이 인간의 정상적인 장시간 외부 활동에 장애가 된다는 것은 충분히 알려진 정보다.
그럼에도 폭염에 따른 외부 활동 자제 권고를 내린 정부가 동시에 뙤약볕 아래서 대규모 야영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1920년 첫 대회 이래 잼버리 행사는 북반구 국가의 경우 7~8월 중 개최해 왔다. 2007년 영국 대회 이래 최근 네 차례의 대회는 모두 7월 말에 개최했다. 현재의 지구 온난화 환경에서 한국도 되도록 8월은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32년 전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17회 대회와 비교해도 그렇다. 당시 개막일은 8월 8일이었으나 당시의 기후는 지금과 달랐다. 1991년 고성 잼버리 개막 당일의 평균기온은 23.9°C, 최고기온은 29.8°C를 기록했다. 올해 개막일 평균기온은 28.8°C, 최고기온은 34.5°C였다. 20년 사이 지구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데도 8월 개막을 고집한 것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대응에도 심각한 문제
▲ 지난 5일 자 프랑스 <르 피가로> 기사 "'국가적 수치' : 한국에서 스카우트 잼버리가 악몽으로 변하다" ⓒ 르 피가로
시설 미흡은 말할 나위 없다. 5명의 조직위원장 가운데 세 명이 중앙정부 부처의 장관이다. 정부 조직의 지원과 예산확보를 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행사 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행사 두 달 전 장마와 폭염에 대비한 추가 예산 93억 원을 조직위가 요청했으나 정작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정부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고 그 결과는 부실 준비로 이어졌다.
실질적 준비 기간이 1년 남짓인 점을 감안할 때 준비 소홀을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혹여 현 정부 출범 당시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해도 그때 해결했어야 옳다. 지난해 국정감사와 올 3월 주무 부처인 여가부의 준비 현황 브리핑 당시에도 준비 부족 등이 지적됐지만 대응 계획을 말할 뿐 실제 지켜지지는 않았다.
샤워 시설, 화장실, 의료시설의 부족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졸속 행정의 결과다. 심지어 전북의사협회가 의료지원 의사를 사전에 밝혔음에도 조직위는 의료인력이 확보돼 필요치 않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료진 부족으로 실신한 환자들이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며 이러한 사실은 외신을 통해 세계에 전파됐다.
사태가 불거진 이후의 대응에도 심각한 문제가 지적된다. 수많은 온열 환자가 발생하고 보건, 위생 문제가 커지면서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자 중앙정부가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3일 행정안전부가 재난안전특별교부세 명목으로 30억 원, 여성가족부가 9억 원,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69억 원이 일사천리로 지원 결정됐다.
전 국민과 전 세계 언론의 우려
▲ 지난 4일 자 독일 <포커스> 기사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대회, '국가적 수치'" ⓒ 포커스
사전에 적절한 점검과 준비를 했다면 같은 돈을 쓰고도 망신을 사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혹여 국가적 망신이 두렵다고 언론을 통제한다면 그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더 큰 차원의 문제로 비약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의혹은 실제로 불거졌다. 4일 자 영국의 <가디언>은 취재차 방문한 현장에서 취재의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취재는 델타 구역으로 불리는 곳으로 제한됐고 텐트 지역을 포함한 다른 장소는 가볼 수 없었다고 한다. 참가자들과의 면담은 잼버리 언론팀 동석 하에 이뤄졌고 그 이유는 참가자들을 학대, 괴롭힘, 오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취재가 허용된 델타 구역에서는 북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속에서의 인터뷰 내용은 참으로 건전하고 밝다. 한 참가자는 샤워장, 화장실 사용 등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재미있는 활동들이 있으니 상관없다고 말한다. 또 한 참가자는 더위 속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과 호의를 느끼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스카우트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기자에게 말한다.
그런데 <가디언>의 취재 후 반전이 일어난다. 인터뷰에 응했던 한 참가자가 기자에게 따로 찾아와 인터뷰 때와 다른 말을 했다고 기자는 전하고 있다. 조금 전 인터뷰 내용을 철회한다면서 관계자가 동석한 채로 인터뷰를 진행해 긍정적인 말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기자에게 고백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국가적 수치' : 한국에서 스카우트 잼버리가 악몽으로 변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태를 조명하고 있다. 더위로 인한 문제 외에 열악한 시설에 따른 혼란이 발생한 대회였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독일의 유력 주간지 <포커스> 역시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대회, '국가적 수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주간지는 폭염 속에서 쉼터와 물 공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14세에서 17세 사이의 아이들이 모기에 포위돼 있다며 한탄하는 한 영국 부모의 말을 전하고 있다.
무엇이 진짜 '국가적 수치'인가. 더위, 열악한 화장실, 부족한 식수… 물론 아닐 게다. 이번 사태에서도 전 국민과 전 세계 언론의 우려 속에서 여타 대형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누구도 책임지는 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이 진짜 한국의 수치가 아닐까.
민족·국제임상훈(anarsh)
슬금슬금 오르는 아파트값… 바닥 쳤다 vs 일시적 현상일 뿐
최근 집값 본격 반등 vs 데드캣 바운스 논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집값이 저점을 찍고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상승론’과 반짝 상승 후 하락할 것이라는 ‘데드캣 바운스’ 등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데드캣 바운스는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튀어 오른다는 것에 빗댄 증시 용어로, 추세적 하락장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을 뜻한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 움직임은 추세적 오름세가 아닌 일시적 반등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집값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현상은 하반기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수출 부진과 성장률 전망 하락 등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탓이기도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주택시장이 가격과 거래 측면에서 본격 회복될 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하며, 일부 유튜버 등이 주장하는 자극적인 ‘상승’, ‘하락’ 전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 슬금슬금 반등한 서울 아파트값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맷값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현상은 여러 통계 지표로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5월 넷째주부터 상승 전환해 11주 연속 오름세다. 수도권도 9주 연속 오름세인데, 최근 7월 마지막 주 조사에선 주간 변동률 0.08%로 올들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또 다른 시장 지표인 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최근 집값의 상승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인다. 서울이 지난해 연간 22.3% 하락한 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연속 올라 누적으로 7.75% 상승했다. 실거래가 지수는 시장에서 실제 거래신고가 이뤄진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지수화한 것으로, 거래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최근처럼 거래량이 적을 때는 일부 아파트의 매매가격 등락이 시장을 과잉대표하는 경향도 있어 유의해서 봐야 한다. 케이비(KB)국민은행이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 변동률을 지수화한 ‘KB선도아파트 50지수’도 부동산원 실거래가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지수 역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고 상승 폭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회복세를 불러온 요인으로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확대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파트값이 고점 대비 30~40%가량 떨어진 상황에서 연초부터 연 4% 금리의 특례보금자리론이 판매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요건이 없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7일까지 심사를 통과한 금액만 30조6688억원으로 금융당국이 예상한 1년 공급액(39조6천억원)의 77.4%가 풀린 상황이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현상도 주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부동산아르(R)114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의 신규 분양 13개 단지, 1334가구(일반공급) 모집에 9만198명이 몰려 평균 67.6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6707가구 공급에 7만3081명이 신청해 평균 10.9대 1의 경쟁률 보인 지난해 연간 기록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서울 분양 시장이 올해 들어 활기를 되찾은 데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해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원, 유주택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게 됐고, 가점제만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던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은 가점제 40%와 추첨제 60%로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공급된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지난 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42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만1344명이 몰려 1순위 평균 9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택 거래량도 차츰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6월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5만259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수도권 주택 매매량이 2만83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8%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달 4136건으로, 지난해 같은달(2014호)보다 갑절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이같은 거래량은 5년 장기 평균인 5천~6천건에는 못미쳐 거래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있다.
■ 금리, 세제 개편 등 변수
최근 집값 ‘대세 상승’을 주장하는 이들은 금리 안정, 규제 완화, 주택 구매 수요 회복을 요인으로 보고 있다. 먼저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3.50%)를 4회 연속 동결했던 것에서 보듯 금리 인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는 점을 주목한다. 또 정부가 대출·세제·청약 등 전방위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인식한다. 여기에다 최근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신규주택 분양가 인상이 이어지는 탓에 이른바 ‘원가’ 요인에 따른 집값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해 초 7만5천가구까지 불어나 10여년 만에 가장 많았던 전국 미분양 주택이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해, 6월말 6만6388호로 줄어든 것도 주택시장 회복의 신호탄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최근 집값 반등세는 급매물 거래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일정 기간 뒤에는 다시 하락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여기에다 이달부터 정부가 전세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역전세 대출’ 규제를 완화했지만 2021년 하반기 전셋값이 고점이었던 탓에 올해 하반기에 더 극심해질 역전세난을 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까닭에 시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시점에 이른바 ‘더블딥’ 현상이 부동산시장을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아파트값이 급락했다가 2009년에 잠시 오른 뒤에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장기 하락세가 지속된 상황이 대표적인 ‘더블딥’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경기 회복의 징후로 거론되는 통계 지표 가운데는 숨어있는 함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6월까지 공동주택 분양은 전국 6만6447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며 “결국 최근 미분양 감소는 수요가 늘어난 게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정비조합과 건설업체 등이 신규 공급에 나서지 않고 시기를 미룬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실제로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6월말 현재 9399호로 2021년 4월(9440호)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물가와 가계대출 등 추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어, 금리 결정이 하반기 주택시장 흐름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어 내년 5월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완화’의 후속 조처가 어떻게 진행될 지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명분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소득세법 개정으로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야권의 반대가 강해 내년 총선 결과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울창한 푸른 숲은 없었다”···외신들 ‘한국 잼버리 실패’ 지적
로이터 “그늘막 부족 등 수년 전부터 지적 무시”
WP “모기 들끓는 야영지…너무나 준비 부족”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을 떠나고 있다. 부안|한수빈 기자
“한국에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어떻게 혼돈에 빠졌나.”
오는 11일 폐영할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를 놓고 주요 외신들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기사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외신들은 새만금 잼버리가 사전 경고를 무시하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면서, 재난 관리에 비효율적인 한국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전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새만금 잼버리는 경고 무시와 준비 부족으로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2018~2020년 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 보고서에서 이미 그늘막과 쉼터 부족, 화장실 청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는데도 시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번 잼버리 관련 논란은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준비하는 시점에 불거졌다면서 한국에서는 오는 11월 엑스포 개최국 선정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2018년 내부 보고서에서 폭염에 대비해 울창한 푸른 숲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주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10대 스카우트 대원들 수만명이 도착했을 때 그런 숲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WP는 또 “스카우트의 모토는 ‘준비하라’”이지만 “(새만금) 잼버리는 너무나 준비가 불충분해 수백명의 대원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WP는 “갯벌을 메워 만든 야영지의 상황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겠다는 (조직위의) 애초 계획과 너무나 거리가 멀었고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도 토양의 염분 농도가 높아 실패했다”면서 “야영지는 7월에 내린 폭우로 모기가 들끓는 습지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WP는 전 세계 학부모들이 온열질환자 속출, 샤워 시설과 화장실 미비, 열악한 위생 상태와 식단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자 윤석열 대통령이 냉방 버스 무제한 공급을 지시하고 군대까지 동원했으나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잼버리를 구해내려는 막판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스카우트 연맹은 태풍이 근접함에 따라 월요일(7일)에 야영지 조기 철수를 발표했다”고 짚었다.
지난 3일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여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 그늘막 아래에서 쉬고 있다. 부안|김창효 선임기자
영국 일간 가디언도 “부안에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번 행사는 여러 문제들로 홍역을 치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취재 초기에 침수된 땅 위에 설치된 텐트, 배설물로 넘쳐나는 화장실, 비누나 화장지 부족 등의 상황을 담은 사진들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잼버리 예산 1171억원 중 대부분이 조직위원회 운영에 사용됐으며 여기에는 스위스나 이탈리아처럼 잼버리 유치 경험이 전혀 없는 나라로 호화 출장을 다녀오는 데 사용된 경비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의 말을 인용해 2014년 세월호 참사,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번 잼버리 파행 등 안전 관련 이슈에는 재난 관리를 책임지는 한국 정부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21세기 한국은 과거에 비해 관리 시스템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권위주의적 리더’의 감정과 이미지가 다른 고려사항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고 행정은 여전히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속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가디언에 “리더의 판단이나 명령, 성향에 따라 시스템이 무시되고 훼손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면서 “규정이 중요하고 시스템이 탄탄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반면 규정이 간과되고 시스템이 취약한 조직에서는 구성원의 충성도가 중시된다”라고 말했다. 경향 정원식 기자
'잼버리 나라망신'보다 더 망신스런 잼버리 언론보도
전세계 150여개국 4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한국을 방문한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중단됐다. 참가자들은 폭염에 의한 탈진, 더러운 화장실, 부실 급식, 코로나 감염, 의료진 부족, 편의점 바가지 요금에 성범죄까지 이어진 악몽을 겪었다. 잼버리는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이라는데, 한국 정부의 부실 준비·부실 관리로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이번 잼버리는 ‘불쾌하고 괴로운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과 BBC, 프랑스 르 피가로, 독일 포커스, 로이터통신, AP통신 등 해외 유명 언론들이 ‘국가적 수치’ ‘끔찍’ ‘악몽’ ‘사과해야’ 등의 표현으로 이번 새만금 잼버리를 보도했다. 비싼 돈을 들여 자녀를 한국에 보낸 해외 참가자 부모들이 항의하는 글도 SNS와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참가비 환불 소송을 벌이겠다는 부모도 등장했다.
국민들은 기가 막힐 뿐이다.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기억되는 한국에서 단지 정권이 바뀌자 일어난 일이라 더 그렇다. 1천억 원이 넘는 세금을 써가며 치른 국제행사가 결국 나라 망신시키고 끝나게 생겼다. 그렇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가 막혀 하는 국민을 대신해, 세금을 잘 못 쓴 정부에게 언론이 책임을 정확히 따져 물을 일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나라 망신시키는 동안 언론은 또 무얼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의 잼버리 준비와 관리 상태를 사전에 제대로 감시하고 경고했는가? 행사 파행의 원인과 책임을 정확히 짚었는가? 수습 방안을 올바르게 제시했는가?
‘잼버리 준비 이상 무’ ‘경제효과 6천억’ 받아쓰기
국내 언론들은 이미 새만금 잼버리 대회 시작 전부터 무책임한 정부의 등 뒤에 올라탔다. 여러 언론들은 대회가 시작되기 직전 윤 정부의 ‘대회 준비 완료’ ‘준비 이상 없음’이라는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했다.
“청소년들의 문화올림픽 새만금 잼버리 준비완료!”(KBS, 7.30), “이상민,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찾아 현장 안전 점검”(YTN, 7.29), “전 세계 청소년 4만3000명 모이는 새만금 잼버리 준비 이상 무”(세계일보, 2023.7.25.), “보름도 남지 않은 새만금 잼버리 장마 직격탄…전북도 만반의 준비중”(전북일보, 7.19) 등의 기사다.
일부 언론, 특히 전북도민일보 등 지역언론에서는 폭염과 폭우 가능성, 기반시설 공사 부족을 지적한 적이 있긴 하다. 시민단체와 도 의회에서는 대회 준비 부실 우려 지적, 심지어 일정 축소나 대회 중단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은 대회 주최 측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김현숙 여가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관계자의 말만 듣고 ‘모든 준비가 차질 없이 완료되었다’는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개영식에 참석한 대통령 부부 화보 찍기에 매달렸고, ‘경제효과가 최대 6천억 원에 달한다’는 홍보성 기사를 그대로 보도했다. 취재를 통한 감시보다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관급 보도자료’ 받아쓰기가 더 우선이었던 것이다.
교묘한 ‘현 정권 책임 덮기’와 ‘전 정권 책임론’
개영 하루 만에 행사 파행의 실상이 드러나자 국내 언론들도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지만, 참가자들의 SNS, 외신 보도, 행사 주최측의 발표에 주로 의존할 뿐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한 현장 취재 보도는 찾기 힘들었다.
자칫하면 수많은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험에 빠질 상황이었지만, 그런 현장을 담은 영상과 참가자들의 인터뷰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자들의 현장 접근 봉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여 정부 발표만으로 현장 소식을 전하는 것은 기자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행사 파행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자 패닉에 빠진 정부와 여당이 ‘전 정권 책임론’, ‘지자체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윤석열 정부의 상습적인 ‘전 정권 탓’ 책임 회피를 언론은 다시 받아쓰기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전북의 부실 준비로 잼버리가 위기에 빠졌으니 이를 바로잡고 책임 묻겠다’는 국민의힘 주장이 여러 언론에 그대로 실렸다.
교묘한 왜곡을 통해 정부의 책임회피·책임전가를 강조한 언론도 있다. 문화일보 8월 7일자 “민주당 이원택 ‘잼버리 기반시설 구축, 문 정부가 했어야’” 기사다. 마치 민주당 의원도 이번 잼버리 파탄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처럼 보도한 기사다. 그러나 이 원택 민주당 의원 발언의 취지는 ‘문재인 정부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부분은 평가할 필요가 있지만 폭염 대책, 생수 공급 등(행사 준비 부실)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이었다. 발언 내용 일부를 잘라내 전체 맥락을 교묘하게 왜곡하는 못된 왜곡보도 관행의 사례다.
행사 파탄났는데 '이제부터 정부가 챙긴다?' 민망한 '윤정부 구하기'
‘전 정권 책임론’으로 행사 파탄의 책임을 정쟁화한 이른바 ‘친윤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 구하기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조선일보 8월 5일자 “이제부터 정부가 챙긴다…잼버리 달려간 총리·장관들” 기사는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전 정부와 지자체가 잘못해서 파행 참사가 났지만,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나서서 수습한다는 뜻이다. 이어진 조선일보 기사는 “윤 ‘잼버리에 한국 관광프로그램 긴급 추가’ 지시”, “새만금 잼버리서 코리아 잼버리로”, “새만금 떠났지만 잼버리는 계속된다” 등이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폄훼하고 추위와 노로바이러스 문제를 끄집어내 집요하게 정부의 행사 관리 허점을 물어뜯던 모습과는 대조된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조직위원장은 여가부 장관, 행안부 장관, 문체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이다. 윤 정부의 장관들은 취임 1년여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을 하다가 이제 와서 ‘이제부터 챙기겠다’고 하는 것인지, 파탄난 세계 야영대회가 도대체 어떻게 계속된다는 것인지 묻지 않는다.
머니투데이는 이미 파탄난 새만금 잼버리를 살리는 것이 윤석열 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보았던 것일까? 미국·영국 등 여러 나라가 야영지 철수를 결정하고 대회 중단 여론이 국내외에서 제기되었는데도 8월 4일부터 “잼버리 아이들, 밤에 시끄러울 정도로 재밌어”, “외국 대원들 ‘더위 적응, 한국 잼버리 재밌어’…어른들 ‘걱정’”, “활기 넘치는 잼버리장, 폭염에도 웃고 노래하는 대원들”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같은 시각 외신에서는 “잼버리 철수사태, 한국정부에 큰 타격”(영국 가디언), “국가적 수치: 한국에서 스카우트 잼버리가 악몽으로 변하다”(프랑스 르 피가로)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난데없는 ‘경찰특공대’ 사진, “삼성 없었으면 어쩔 뻔” 삼성 찬양 기사도
온열 탈진과 더러운 위생, 부족한 의료진 등 ‘망신 뉴스’가 외신에서 잇따라 터져 나올 때, 국내 한 매체는 “경찰특공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이상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를 포털에 투척했다.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장갑차를 세워놓고 새만금 잼버리 대회 현장을 지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폭염에 지쳐 쓰러진 전세계 4만여 청소년 스카우트들이 한국 정부가 보낸 경찰특공대원들 덕에 ‘이상 없이’ 무사했다는 메시지일까?
더 낯부끄러운 기사도 있다. 8월 7일자 한 경제신문 “삼성 없었으면 어쩔 뻔…난장판 잼버리 구원투수로 등판”이라는 기사다. 부제는 “기업 지원 줄이어…때마다 삼성이 뒷수습”이다.
정부가 잼버리 파탄 수습에 나서자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현장에 냉수와 의료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는 기사다. 고마운 일이다. 대기업들의 지원은 정부의 부실 준비로 악몽같은 야영장 생활을 하고 있었을 스카우트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은 ‘땡큐 삼성’보다는 ‘낯부끄럽다’가 더 많다. 이렇게 노골적인 ‘삼성 찬양’은 자주 보기 힘든 기사다.
오늘날 한국 언론이 신뢰를 잃고 조롱받는 이유는 특정 정치세력과 자본권력의 ‘기관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언론의 윤석열 정부 구하기와 삼성 찬양은 이번 새만금 잼버리 국제 망신만큼이나 부끄러운 우리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세상과 어울리기 > 시사만평-주간 쟁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8.21~~25 '헬조선'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0) | 2023.08.20 |
---|---|
23.8.14~19 53차 촛불대행진 “국민 말 듣지 않는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0) | 2023.08.14 |
23.7.30~8.6 이동관 그리고 폭염 속 잼버리와 칼부림 (0) | 2023.08.01 |
23년 7월24일 ~28 '대통령 친인척 비리 엄단' 외치던 언론 다 어디갔나 (0) | 2023.07.24 |
23.7.17 ~22 이기 나라냐 (0) | 2023.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