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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3.8.21~~25 '헬조선'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by 이성근 2023. 8. 20.

미국·일본에 또 퍼준 한국... 더욱위험해진 한반도

일본''과 중국''?... 아이들에 퍼지는 혐오 정서

5년만 '슈퍼 블루문' 31일 뜬다다음은 14년 후

지난해 상속·증여재산 188상위 1% 평균 2333억 물려줘

세수비상·양극화 심화 속 상속세 인하 정당한가

이동관 검증 않고 입장만 전달한 언론사는 어디일까

'헬조선'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노사연·노사봉 부친, 마산 민간인 학살 주도한 인물" 폭로글에 '시끌

꽉 찬 양곡창고 7000억 땡처리밥값 못하는 악순환 [쌀의 날]

생후 6일된 아기 98만원에 사서 300만원에 다시 판 20대 여성

사교육 부채질하는 영재학교

미국·일본에 또 퍼준 한국... 더욱 위험해진 한반도

[한미일 정상회담 분석] 더욱 선명해진 한미일의 '중국 견제'... 대화는 없는 대북 정책

한국, 미국, 일본의 세 정상이 18(현지 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한미일 세 정상이 국제회담이나 국제회의의 계기가 아니라, 순수하게 3국간 회담만을 위해 만난 것은 처음입니다.

 

이런 점에서 '역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채택한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정신', 세 정상이 "3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 모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이름을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라고 붙인 것은, 국제정치에서 캠프 데이비드가 가지고 있는 상징을 다분히 의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캠프 데이비드는 194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질 영국 총리가 만나 2차대전의 종전을 논의한 곳입니다. 또한 1978년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이곳으로 초대해, 아랍과 이스라엘 사이의 극적인 평화협정(캠프데이비드협정)을 끌어냈습니다. 한마디로, 캠프 데이비드는 국제외교사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가 됐습니다.

 

그러면 이번 한미일 3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은, '평화의 상징, 캠프 데이비드'에 걸맞은 내용일까요? 그 판단은 이번 회담의 결과로 한반도가 더욱 안전해지고 번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억지에만 치중하고, 대화는 경시한 대북정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왼쪽), 지나 라이몬도 미국 상무장관(가운데 오른쪽)과 함께 2023818일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AFP=연합뉴스

 

국제정치에서 위협의 정도는 '능력''의도'의 곱셈으로 계산합니다. , 상대가 아무리 군사적 능력이 뛰어나도 침략 의도가 없으면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침략 의도가 강해도 능력이 없으면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대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침략 능력을 견제하는 억지력 강화와 의도를 약화하는 대화와 설득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현명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군사 능력을 크게 억지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세 나라가 연 13국 합동군사훈련 정례화하기로 했고, 연말까지 지난해 11월 프놈펜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실현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외교·군사·안보 보좌관 사이의 개별적인 회담도 연례화하기로 했습니다.

 

더 나아가 세 나라는 각국의 공통 이익과 안전보장에 영향을 주는 사태에 대해 신속하게 협의한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3국 간의 '준 군사동맹'이라고 부를 만한 약속입니다.

 

반면, 북한의 의도를 누그러뜨리는 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세 나라는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례적인 문구를 넣기는 했지만, 양이나 질, 맥락에서 전혀 무게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회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북정책은, '힘에 의한 평화'를 미국과 일본의 적극 지지 속에서 더욱더 강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할지 모르지만, '억지와 대화' 중 억지에만 중점을 둔 대북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지는 의문입니다.

 

'중국 겨냥'에 중점을 둔 한미일 3국 군사협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8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서먼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번 3국 정상회담의 가장 큰 특징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행사 범위를 한반도 너머 인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대한 것입니다.

 

세 정상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새로운 시대"의 뜻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동성명을 보면,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 맺은 미··호동맹(오커스, AUKUS)을 연상하게 합니다. 3국 협력의 지역적 행동 범위가 인도 태평양을 넘어 우크라이나까지 전 세계로 넓어지고, 군사뿐 아니라 공급망·기후위기·사이버·과학기술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오커스보다도 더욱 진화한 포괄동맹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세 정상은 지난해 11월의 프놈펜 3국 공동성명 때에도 중국과 러시아를 비난했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강도가 더욱 세졌고, 우선순위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오태규

 

3국이 처음으로 한목소리로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했던 프놈펜 공동성명 때는, 러시아가 먼저 나오고 중국이 다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이 러시아보다 훨씬 앞에 나오고, 러시아는 지역 문제 중에서 가장 뒤로 밀렸습니다. 이것만 봐도 이번 회담의 성격이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관련해 "남중국해 안에서 중국의 불법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행동과 관련해 각자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고, 인도·태평양 수역 안 어떤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놈펜 성명 당시에는 없었던 '중국'이라는 나라 이름이 들어간 점입니다.

 

세 정상은 러시아에 관해서는 "우리는 단합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라면서 "국제질서의 기초를 흔든 러시아의 명분 없고 잔혹한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을 용인하면 이런 일이 도미노처럼 세계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한국과 일본도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과거사' '후쿠시마 오염수' 양보하면서 얻은 건 제로

윤석열 한국 대통령(사진 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8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서먼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김태효 대통령안보실 제1차장은 정상회담 전에 3국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축적돼 온 한미일 협력의 모멘텀은 이번 단독 정상회의 개최를 가능하게 한 주요한 요인이 됐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12년간 교착되어 온 한일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 빠르게 정상화되고 개선돼 온 점, 그리고 이것이 한미일 협력의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한 것에 대한 평가가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쉽게 해석하면, 윤석열 정권이 한일 사이의 최대 갈등이었던 강제동원 문제를 일본의 입맛대로 양보했기 때문에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일본이 원하는 대로 역사 갈등을 풀고, 이를 높이 평가한 바이든 대통령의 주도로 '한미일 군사동맹의 선언'을 방불케 하는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 나온 것이라고 정리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면, 이 선언으로 우리나라는 더욱 안전해지고, 더욱 번영하게 될까요. 이번 3자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국내의 최대 관심사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이,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일본과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그토록 원하는 한미일 군사협력과 한일 군사협력에 가담하는 '용단'을 내렸으면,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게 보이지 않습니다.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했지 얻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본에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강제동원 문제도,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걸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도 일방적으로 양보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듣기 좋은 말'뿐입니다. 일본 정부는 사과는커녕 관료가 당당하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습니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는 3자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방류를 강행할 태세입니다. 대일 무역적자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엔 어떻습니까.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국-반러시아 진영에 가담하면서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이만저만이 아닌데, 끽소리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속에서 미국은 자기 잇속은 다 챙기고 있습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 호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 봉쇄정책의 결과로 중국의 대미 직접 수출은 줄었지만 간접적인 수출은 더욱 늘었다고 합니다. 풍선효과로 중국의 중간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나라들의 미국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라는 말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변동이 심한 국제환경에서 너무 선명하게 한쪽 편에 서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더욱이 윤 정권은, 건국 이래 가장 큰 안보 정책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일 군사동맹을 추구하면서, 국내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사려 깊지 못한 정책 전환으로 나타날 외부의 반발도 걱정이지만, 국내 합의를 도외시한 폭주는 걷잡을 수 없는 저항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윤석열 한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818일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드릭 카운티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담의 일환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EPA=연합뉴스

오마이뉴스 오태규(ohtak)

 

 

일본''과 중국''?... 아이들에 퍼지는 혐오 정서

요즘 학생들의 중국혐오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135(90%) vs. 15(10%).

 

조악한 자체 통계일지언정 자못 놀라운 결과였다. 이렇게 극단적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수업 시간 손들어 조사한, 중국과 일본, 두 나라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혐오도 차이다. '둘 중 어느 나라가 더 싫으냐'는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솔직한 답변이다. 물론, 두 나라가 좋다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만약 중학생들과 초등학생들에게 묻는다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100:0'이 됐을지도 모른다면서 키득거리기도 했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죄는 '현재' 중국이 벌이고 있는 짓에 견주면 '새 발의 피'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일제강점기 역사... 심드렁해지는 아이들

서울 서대문형무소 수형기록카드에 남아 있는 19203월께로 추정되는 의열단 창립 초기 단원들의 모습. 사진 속 마지막 줄 오른쪽부터 김원봉, 곽재기, 강세우, 김기득. 중간에 앉은 이가 정이소. 오른쪽 하단에 따로 붙은 사람이 김익상이다.국사편찬위원회

 

일제강점기 의열투쟁 관련 수업 도중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일제의 강압적인 무단통치에 맞선 의열투쟁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는, 우리 현대사에서 나름 비중이 큰 부분이다. 약산 김원봉이 주도한 의열단과 백범 김구가 창설한 한인애국단의 활동이 주요한 내용이다.

 

총독부와 동양척식회사, 경찰서 등 일제 통치기관을 폭파하고, 일본인 고관대작과 매국노, 밀정 등을 처단하려는 의열단원의 결기는 교과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홀로 일본 경찰과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다 끝내 남은 총알 한 발로 자결한 김상옥 의사와 나석주 의사의 삶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스러져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한인애국단의 활약상도 의열단 못지 않다. 그들은 '한 사람을 죽여서 만 사람을 살린다'는 기치를 내걸고 의열투쟁에 나섰다. 일본 천황을 저격하러 떠나며 애써 웃어 보이는 이봉창 의사의 모습과 '장부는 집을 나서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윤봉길 의사의 기개 앞에 누구든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핏빛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해가 갈수록 심드렁해져만 간다. 일제의 무자비한 통치와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해 더는 비분강개하지 않는다. 숱한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역사적 의미를 수험용 지식으로 암기할 뿐,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는 데까지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납작해지는 역사인식

'역사교육의 형해화'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것이 심해질수록 역사 인식이 납작해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윤봉길 의사가 1932년 훙커우 공원에서 폭탄을 던졌다는 건 잘 알지만, 의거의 배경과 영향, 나아가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교훈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는 거다. 시험에 나올 것만 외우고 끝내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 와중에 친일 잔재 청산이나 6.25 전쟁 전후에 벌어진 민간인 학살 등 진상규명이 필요한 과거사가 시나브로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우려먹을 거냐'는 독설이 무람없이 나온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건 전가의 보도다.

 

요즘 아이들은 친일파 문제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배반했다는 건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의 죄과는 역사의 법정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이라는 것이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그들은 이미 '역사 속 인물'이 됐다는 뜻이다.

 

아이들의 반응은 '언제까지 우려먹을 거냐'는 기성세대의 강퍅한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만시지탄이지만, 해방 직후 친일 청산이 실패한 역사의 후과다. 교과서의 내용이 소략한 까닭인지, 그들은 친일 청산의 실패가 극심한 좌우 대립 속에 6.25 전쟁으로 귀결됐다는 사실을 쉬이 납득하지 못한다.

 

그들은 친일 청산 문제와 전쟁을 도발한 북한 공산군의 책임을 묻는 문제를 서로 무관한 '독립변수'로 여긴다. 결국 둘 중 어디가 더 나쁘냐는 식의 '저울질'이 세상을 바라보는 역사관의 근거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북한이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지 않는 일본보다 더 밉다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이유다.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지난 75일 백선엽씨의 동상이 세워졌다.조정훈

윤석열 정부의 출범 후 친일 청산 문제를 입에 올리기조차 힘들게 됐다. 간도특설대의 장교로 독립군을 때려잡던 '공인 친일파' 백선엽을 버젓이 애국자로 둔갑시키는 마당이니 더 말해서 무엇 할까. 동료 교사들 사이에선 수업 시간에 친일 청산 운운했다가 자칫 '빨갱이'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어느새 일제강점기는 아이들의 뇌리에 고려시대 원 간섭기, 심지어 한 무제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한 한사군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역사로 인식된다. 한 아이는 '고려 때 몽골이 우리를 못살게 굴었다고 지금 몽골을 미워하진 않는다'면서 '일본은 왜 예외냐'는 되바라진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숱한 모순이 일제강점기에서 비롯됐다는 걸 간과한 셈이다.

 

확산하는 중국 혐오

세월의 더께로 일본의 허물이 조금씩 잊혀가는 와중에 중국의 '민낯'이 언론과 방송 등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날로 확산 추세인데, 기성세대보다 아이들에게서 더욱 도드라진다. 그들의 입에서 중국인은 중국''이고, 중국이라는 나라 이름도 비하 표현인 '짱깨'.

 

아이들이 떠올리는 중국과 관련된 긍정적인 단어란, (이게 긍정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고작 '인구 대국' '문명의 발상지' '풍부한 지하자원' '스포츠 강국' 정도다. 반대로 부정적인 단어는 적자면 한두 페이지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최근엔 더럽고 무례하고 짝퉁이 판치는 곳이라는 기존의 이미지에다 '×랄하는 깡패 국가'라는 혹평까지 더해졌다.

 

"돈 많으면 다인가요? 자기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이웃 나라를 깔보는 건지 모르겠어요."

"일본 얘들은 대개 깍듯한데, 중국''들은 하나같이 말도 함부로 하고 꼴불견이에요."

"중국이 뿜어내는 굴뚝 연기에 애먼 우리가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잖아요."

"여전히 억측이 난무하지만, 어쨌든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됐잖아요."

"누구라도 정부에 맞서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가 없애버리는 일당 독재국가잖아요."

중국의 한 거리 모습.unsplash

 

아이들이 말하는 중국을 그토록 혐오하는 이유다. 일견 타당하지만, 확증편향의 느낌이 없지 않다. 기존의 혐오가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라고나 할까. 사실 그들이 말하는 혐오의 이유가 꼭 중국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으며, 우리가 자성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도 은연중에 가난한 이웃을 얕본다. 우리부터 성찰해야 한다. 일본인은 예의 바르고 중국인은 무례하다고 못 박는 건 섣부른 일반화다. 중국보다 우리로부터 비롯된 미세먼지의 폐해가 훨씬 크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해서 코로나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중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억지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지금까지 자유민주당이 정권을 독식해온, 또 다른 의미의 일당 독재국가다.'

 

이렇게 반론할라치면 아이들은 다짜고짜 왜 중국을 두둔하느냐며 눈을 흘기기 일쑤다. 결국 "그냥 중국이 싫다"는 얼버무림으로 대화가 마무리된다. 보기 싫은 사람이 왜 싫은지 꼭 이유가 필요하냐는 반문이 뒤따른다. 물론, 아이들도 자기 손에 쥔 스마트폰과 옷과 가방, 신발 등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맹목적인 중국 혐오의 근원지는 대체 어디일까. 한 아이는 대번 유튜브를 지목했다. 그들이 즐겨보는 게임 유튜브 등에 중국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이 태반이라는 거다. 거기서 떠도는 혐오 발언이 이내 교실에서도 유행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또래들 사이에서 워낙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라 되돌리긴 어려울 거라고 귀띔했다.

 

과거 '종북 좌파'가 친일파보다 더 나쁘다는 여론이 비등한 적이 있다. 친일파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종북 좌파'로 낙인찍혀 치도곤당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쓰임새를 다하고 사라진 '종북 좌파'의 낙인을 '친중파'라는 용어가 이어받았다. 바야흐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삼국동맹'이 운위되고 있는 지금, 아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홍위병'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마이뉴스 서부원(ernesto)

5년만 '슈퍼 블루문' 31일 뜬다다음은 14년 후

한 달 중 두 번째 뜬 달이면서 가장 커 보이는 달인 '슈퍼 블루문'을 관측할 기회가 5년 만에 열립니다. 다음 슈퍼 블루문은 14년 후입니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지점에 위치할 때 뜨는 보름달을 뜻합니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원지점 보름달(미니문)보다 14% 크고 밝기는 30% 밝게 관측됩니다. 또 블루문은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뜻합니다.

 

달은 28개월마다 보름달이 한 달에 한 번 더 뜨게 됩니다. 이 경우 한 계절에 보름달이 4번 뜨게 되는데, 이때 3번째 뜨는 보름달이 블루문이 됩니다. 슈퍼문과 블루문이 동시에 뜨는 경우는 드문 현상입니다. 가장 최근은 2018131일이었고, 다음은 14년 후인 2037131일입니다.

출처 : SBS 뉴스

 

지난해 상속·증여재산 188상위 1% 평균 2333억 물려줘

5년 전보다 2↑…자산가격 상승 등 영향

상위 1% 1명당 퍙균 1006억원 상속세

지난해 상속·증여 재산이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5년 전에 견줘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 재산 상위 1%가 물려준 재산은 1명당 평균 2333억원꼴로 조사됐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체 상속·증여 재산 규모는 18842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8.5%(147101억원) 증가했다. 각종 공제들을 적용했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이 없는 소액 상속 재산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지난해 상속·증여 재산 총액은 5년 전인 2017(904496억원)과 비교하면 약 2.1배 불어난 규모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많이 오른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형별로는 지난해 상속 재산가액이 96506억원으로 2017(357412억원)보다 168.7% 늘어났다. 이중 소액 상속 재산을 제외한 과세 대상 상속 재산 규모는 627269억원, 결정세액은 192603억원이었다. 과세 대상으로 분류된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 15760명의 1명당 평균 상속 재산은 40억원, 결정세액은 12억원이었다.

 

상속 재산이 상위 1%에 속하는 피상속인 158명의 상속 재산 규모는 368545억원, 결정세액은 158928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1% 자산가가 1명당 평균 2333억원을 물려주고 이 중 1006억원을 상속세로 납부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소액 증여를 포함한 전체 증여 재산가액도 923708억원으로 2017(547084억원) 대비 68.8% 증가했다. 증여 재산 상위 1%2524건의 증여 재산 규모는 9667억원, 결정세액은 34228억원이었다. 1건당 평균 36억원을 증여하고 증여세 14억원을 냈다는 뜻이다.

정부는 현재 결혼 자금에 한해 증여세 1억원을 추가로 공제해 주는 공제 제도 신설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양경숙 의원은 소득 재분배 역할을 고려해 합리적인 세제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세수비상·양극화 심화 속 상속세 인하 정당한가

세수 부족과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가운데 경제단체들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세수 비상을 의식해서 연내 상속세 개편을 보류했지만, 경제단체들의 요구는 내년 총선 이후까지 겨냥한 사전포석 성격이 짙다. 지난해 법인세·부동산 보유세 인하에 이어 부자감세 논란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손경식 회장은 지난 6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세정책 방향토론회에서 경쟁국보다 불리한 조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상의도 정부에 2023년 조세제도 개선과제를 건의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벗어난 높은 상속세율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전경련은 지난 5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상속세 부담 완화를 주문했다. 이들의 요구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25~30%로 인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20% 폐지, 유산세 과세방식을 유산취득세로 전환, 5단계 과표구간의 상향조정 내지 3단계로 축소 등 전면적이다.

 

경제계가 기업 경영 활력과 경쟁력 저하 우려를 앞세워 상속세 부담 완화를 주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목소리를 부쩍 높이는 배경에는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있다. 지난해 숙원이었던 법인세율 인하가 이뤄진 것처럼 현 정부 때 상속세 인하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관행으로 여겼던 사전 상속·증여를 통한 세금 회피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20년 별세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들은 12조원의 상속세를 신고했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1987년 작고했을 때 상속세 고지액 176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680배에 달한다. 최근 세대교체가 이뤄진 다른 재벌그룹 총수일가 역시 잇달아 고액의 상속세를 신고했다. 고 구본무 엘지 회장의 유족들은 20189215억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족들은 20192700억원을 신고했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유족들도 20204500억원 가량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세정이 촘촘해지고, 사회적 감시도 강화되어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경영권 승계를 앞둔 재벌에게는 상속세 인하가 다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 없는 국가가 더 많다?

전경련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 절반이 넘는 20개국이 (직계비속에 대해)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보고서를 보면 실상은 다르다. 2021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독일 등 24개국에 이른다. 반면 비과세 국가는 오스트리아·멕시코·노르웨이 등 7개국에 그친다. 나머지는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국가가 호주·캐나다·뉴질랜드·스웨덴 등 4개국, 추가소득세로 부과하는 국가가 라트비아·콜롬비아·코스타리카 등 3개국이다. 자본이득세는 상속 시점에 과세하지 않고, 상속인(자손)이 해당 자산을 매각할 때 피상속인(부모)의 최초 자산매입을 기준으로 차익을 계산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전경련은 상속세 부과국 중에서 룩셈부르크·스위스·슬로베니아·헝가리·리투아니아 등 5개국의 경우 직계비속이 상속할 때는 상속세를 면제한다면서 비과세국에 포함했다. 자본이득세와 추가소득세를 부과하는 7개국도 마찬가지다. 자본이득세와 추가소득세를 상속세에서 이름만 바뀐 것으로 볼지, 아니면 상속세 폐지로 볼지는 애매하다. 하지만 OECD 공식 통계에서 상속세 과세국으로 분류한 5개국을 비과세국이라고 우기는 것은 억지스럽다. 상속세 완화 주장을 무리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의 눈을 속였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OECD 내 비과세 국가 더 많다주장

38개국 중 24개 부과공식통계 왜곡

대주주 할증 포함 최고 60%” 강조

상속+소득세, GDP·총조세 비중 낮아

불완전한 소득세, 상속세가 보완 성격

가업승계 불가능강조하지만

세금없는 대물림에 불신감 여전

상속-소득세 연계 사회적 합의 과제

 

상속세 부담이 OECD 최고다?

경제단체가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며 가장 앞세우는 논거는 해외 주요국보다 최고세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고 60%OECD 국가 중 최상위권 수준이어서,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25%로 과감히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OECD 회원국 중에서 일본(55%)에 이어 2위이고,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을 때 20% 할증평가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60%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속세 명목세율만 갖고 다른 나라와 단순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상속세 실효세율(상속재산에서 비과세 재산·장례비·각종 공제를 제외한 과세표준 대비 결정세액)28.6%, 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율과 별 차이가 없다.

 

전문가들은 상속세는 소득세와 연관지어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 개인은 부의 축적과정에서 소득세를 낸 뒤 마지막으로 상속세를 낸다. 만약 소득세에 대해 완벽하게 공정과세가 이뤄진다면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소득세가 완전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 금융자산 관련 세금 등 자산에 대한 소득세가 매우 불완전하다. 상속세가 일찍부터 불완전한 소득세를 보완하는 세금으로 불린 이유다. 상속세는 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부를 축적한 사람을 상대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부과하는 최후의 관문 역할을 한다.

 

2000년대 초반 스웨덴 등 일부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거나 폐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소득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내어 소득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한 인사는 우리나라는 자산소득의 공정과세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매우 약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상속세를 완화해 대기업의 세금없는 대물림을 허용하는 방안에 국민이 얼마나 찬성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우리나라가 상속세뿐만 아니라 소득세 최고세율도 높다는 주장도 편다. 우리나라의 상속세(50%)와 소득세(45%)의 최고세율 합계는 95%로 일본(상속세 55%+소득세 45%)에 이어 OECD 2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세부담을 파악하려면 상속세와 소득세가 국내총생산(GDP)와 총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야 한다. ‘2023 대한민국 조세를 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소득세와 상속증여세의 GDP 대비 비율은 6.8%, OECD 평균 9%에 못미친다. 또 총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8%, OECD 평균인 24.2%에 비해 낮다. 상속증여세 비중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소득세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실상이 이런데도 전경련은 소득세는 뺀 채 상속증여세의 비중이 OECD 최고 수준이라는 반쪽짜리 주장만 반복하고, 보수언론도 아무런 검증없이 이를 앵무새처럼 따라부른다.

소득불평등 심화 상관없다?

상속세의 주요 기능은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소득재분배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개선되다가 2021년 다시 악화됐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210.333으로 전년(0.331)보다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01 사이에서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의미다. 문 정부의 포용정책과 코로나 위기 초기 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소득분배가 개선된 약효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부터는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과 부자감세를 강조하는 모순된 정책으로 복지가 위축되고 있어, 소득불평등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들이 상속세를 완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부의 대물림을 방치해서 기회균등이 약화하고 사회 불평등이 심해지면 자본주의 체제의 안전성마저 해칠 수 있다. 빌 게이츠, 데이비드 록펠러, 조지 소로스 등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인들은 2000년대 초 미 정치권에서 상속세 폐지 움직임을 보이자 곧바로 반대 뜻을 밝혔다. 자본주의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경영승계가 무조건 선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해야 일자리와 소득창출이 가능한데, 우리는 징벌적 상속세제로 인해 사실상 가업승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이 있어야 고용과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맞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이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경영승계가 필요하다고 단정짓기 힘들다. 선진국 기업 중에는 경영승계 없이도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으로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인들은 회사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이 드물다. 재산의 대부분을 공익재단에 기부해 사회를 위해 사용한다.

 

상속세의 핵심에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과세, 경영권이 딸린 주식에 대한 과세 문제가 놓여 있다. 경영승계와 관련해 일감 몰아주기 같은 편법·불법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 등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현실은 상속세 인하에 큰 장애요인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뒤 유족들이 12조원이라는 거액의 상속세를 신고하자 보수언론들은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율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이 회장과 자녀들이 지난 30년간 세금없는 승계를 위해 숱한 편법·불법 논란을 일으켰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 사건으로 유죄판결까지 받은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경제단체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제도의 폐지도 주장한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주요 국가들도 대주주 보유주식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주식가치를 평가한다. 미국과 영국은 주주가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고 인정되거나 주식보유로 영향력 등이 커진 경우 주식을 할증 평가한다.

세수부족·부자감세 논란 개의치 않는다?

지난 5월까지 국세가 1년 전보다 36조원이 덜 걷히면서 세수부족 비상이 걸렸다. 법인세와 종부세 등 부자감세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부는 감세정책을 고수한다. 약자복지 축소와 경기침체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경영계의 상속세 인하 주장은 국가경제의 어려움은 돌아보지 않고 집단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계의 상속세 인하 요구를 대부분 반영하지 않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은 좀 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세수부족 사태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많다.

 

유산취득세로 전환

상속세는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두가지 유형이 있다. 우리나라가 채택 중인 유산세 방식은 부모가 남긴 상속재산 총액에 세금을 물린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자손이 각자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나눠서 과세하기 때문에 세부담이 줄어든다. 경영계는 유산취득세가 개인의 납세능력에 따라 세금을 납부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24개 회원국 중에서 유산세 방식은 한국·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에 그치고, 나머지 17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019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변경을 권고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욱·송기헌·유동수 의원은 지난 4월 토론회를 열고 유산취득세 전환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상속세 개편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결과제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자산소득의 공정과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하고, 대기업의 세금없는 대물림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도 현실이다. 결국 상속세 부담 완화와 소득세 공정과세 문제를 함께 놓고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세진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장은 상속세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한 객관적 비교 검증을 통해 합리적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 때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이면서 상속세 문제를 함께 검토할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23.7.10

 

 

이동관 검증 않고 입장만 전달한 언론사는 어디일까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SBS·종편3·조중동·한국·경제지, 입장 전달 치중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주도 이력, 아들 학교폭력 무마 의혹, 재산형성 의혹, 배우자를 통한 부정 인사청탁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18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데 소명된 것이 없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72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이후부터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뒀던 817일까지 지상파3사와 종편4,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대상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동관'으로 검색했을 때 나온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종편4·조중동·한국·경제지, '이동관 보도' 외면?

이동관 후보자 관련 보도가 가장 많은 곳은 KBS(161)입니다. 다음으로 MBC(150), 경향신문(95), 한겨레(78), SBS(70)순입니다. 이동관 후보자 관련 보도의 15개 언론사 평균은 약 53건이지만, 지상파3사와 경향신문,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의 보도량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JTBC9건으로 보도량이 가장 적었습니다.

15개 언론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관련 보도 건수(7/28~8/17)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경향·MBC·KBS만 검증보도, 나머지는 '무검증'

보도량의 많고 적음으로 언론이 공직 후보자 검증 의무를 다했는지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언론사별로 이동관 후보자 관련 전체보도 중 검증보도가 얼마나 되는지 비율을 살펴봤습니다. 한겨레가 28.2%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경향신문(21.1%), MBC(20.0%), KBS(16.8%)순입니다.

15개 언론사 이동관 후보자 관련 전체보도 중 검증보도비율(7/28~8/17)민주언론시민연합

 

공직 후보자 검증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조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법안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법안 목적과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언론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는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다른 공직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겨레, 경향신문, MBC, KBS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에서는 이동관 후보자 검증보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일보는 검증보도 1건으로 이동관 후보자 관련 전체보도 중 검증보도 비율이 4.0%로 나타나긴 했지만, 15개 언론사 평균 12.6%에는 한참 못 미쳐 검증보도를 충분히 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직 후보자 검증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SBS·종편3·조중동·한국·경제지, 이동관 입장 전달 치중

이동관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이후 사안마다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직후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모두 그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과 자유롭고 소통이 잘 이뤄지는 정보 유통 환경 조성에 먼저 총력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YTN <단독/"이력서 받아" vs "기억 없어"이동관 해명 오락가락>(730일 황윤태 기자)을 통해 부인이 인사청탁 받은 정황이 보도되자 '사실 무근'이라며 YTN에 유감을 표명하고, "필요할 경우 법적 대응 등 가용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15개 언론사 이동관 후보자 관련 전체보도 중 이동관 후보자 입장 전달 보도비율(7/28~8/17)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은 논란의 중심에 선 공직 후보자의 각종 입장 표명을 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비판이나 반대 입장을 함께 전해야 합니다. 의혹에 대한 후보자의 반박 입장을 전하는 보도라면 의혹이 어떤 의혹인지도 상세히 전해야 합니다.

 

비판이나 반대 입장을 전하지 않고, 후보자가 반박하는 의혹이 어떤 의혹인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채 후보자 입장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라 후보자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언론사별로 이동관 후보자 관련 전체보도 중 후보자 입장만 전달한 보도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한국경제가 38.9%로 가장 높습니다. 다음으로 매일경제(28.2%), 조선일보(27.8%), 중앙일보(26.3%), SBS(25.7%), 한국일보(24.0%), 동아일보(22.7%), 채널A(20.0%), TV조선(17.9%), MBN(15.8%) 등의 순서입니다. 한국경제를 비롯한 10개 언론사는 15개 언론사 전체 평균 12.6%를 훨씬 웃돌았는데요. 이들은 이동관 후보자 검증보도를 거의 하지 않거나 전혀 하지 않은 언론이기도 합니다.

 

이동관 "공산당 기관지" 발언... SBS '논란' TV조선 '소신'

이동관 후보자는 81일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짜뉴스 등을 언급하며 "과거에 선전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의 신문과 방송을 우리가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동관 후보자 공산당 기관지발언을 논란이라며 평가 회피한 SBS, ‘소신이라 평가한 TV조선(8/1)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SBS <"언론 자유엔 책임"'공산당' 표현 논란>(81일 전병남 기자)"(이동관 후보자가) 언론은 장악할 수 없는 영역이며 대신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쓴 표현(공산당 기관지)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동관 후보자의 해당 발언은 사실상 정부 비판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비판이 잇따랐지만, SBS는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투는 '논란'이라며 판단을 회피한 것입니다.

 

TV조선 <"공산당 신문은 언론 아냐" "뒤틀린 언론관">(81일 한송원 기자)"(이동관 후보자가) 사실이 아니라 특정진영의 주장을 전달하는 공산당 기관지 같은 매체는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소신은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 비판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에 비유한 것을 '소신'으로 평가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반면 경향신문 <이동관 "과거 공산당 신문방송을 언론이라 하지 않는다">(81일 강한들 기자)는 이동관 후보자의 "과거 공산당의 신문, 방송을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언론을 선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YTN 형사고소와 3억 손배소, 경향·한겨레만 비판

810, YTN이 분당 서현역에서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을 일으킨 최원종 관련 보도를 전하는 배경화면에 이동관 후보자 사진을 10초가량 게재하자 다음날 이동관 후보자는 "명백히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고에 대해 실수라며 별일 아닌 양 넘어가는 것은 책임 있는 방송의 자세가 아니다", "YTN에 자세한 경위 파악과 사과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816일에는 YTN 임직원을 형사고소하고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경향신문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YTN3억원 손배소 제기>(816일 강한들 기자)는 이동관 후보자의 법적 대응을 전하며 "언론중재위원회 등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YTN은 두 차례 사과 방송을 했고, 침해된 권리를 구제받을 제도가 있는데 바로 소송을 냈다""언론에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는 소송으로 넘어가면 압박으로 볼 수 있다"는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발언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한겨레 <이동관, 'YTN 방송사고' 임직원 형사고소3억원 손배소도>(816일 최성진 기자)도 이동관 후보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YTN 보도 징계를 요구하는 방송심의를 신청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심위는 방송 심의에 따른 제재조치를 결정할 수 있을 뿐, 심의 결과에 따른 처분을 집행하는 기관은 방통위"인데, "만약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 자신이 낸 방송심의 건에 대한 처분을 직접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이동관 "MBC 나팔수" 비난하자 SBS·중앙일보 이동관 입장 상세 전달

MBC <단독/하나고 상담 교사 "학폭에 너무 힘들어 했다">(816일 지윤수 기자)는 이동관 후보자가 아들 학교폭력과 관련해 "그 시절에 이미 학생들끼리 다 사과하고 끝난 일이라고 일축"해왔지만, 당시 상담교사가 '피해 학생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했으며 학생들 간 화해도 없었다'고 증언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동관 후보자는 보도 당일 "(MBC) 공영방송이란 탈을 쓰고 실제로는 특정 진영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기 바란다"며 비난에 가까운 입장문을 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다음날인 17일 입장문을 내고 "(이동관 후보자) 자신이 방통위원장이 되면 MBC를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겁박"이라며 반발했는데요.

 

15개 언론사 중 SBS와 중앙일보만 이동관 후보자 입장문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SBS <이동관측 "MBC, 특정 진영 나팔수 역할 한다는 비판 성찰하길">(817일 유영규 기자)은 이동관 후보자 입장을 제목으로 싣고 "MBC는 이날 이 후보자 아들 학폭 이슈와 관련, 당시 하나고에 재직했던 A 교사가 편지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며 "MBC에 따르면 A 교사는 편지에서 당시 학생들이 자신을 찾아와 이 후보자의 자녀로부터 학폭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으며, 학생들 간 화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보도내용 대부분이 이동관 후보자 입장으로 채워졌습니다.

 

중앙일보 <이동관, 아들 학폭 보도 MBC"진영 나팔수 비판 성찰하길">(816일 임성빈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SBS보다 MBC 보도에 관한 설명은 길었지만, 절반 이상을 이동관 후보자 입장을 전달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72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이후~817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동관'으로 검색했을 때 나온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 전체

23.08.18 민주언론시민연합(ccdm1984)

 

 

'헬조선'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복지국가SOCIETY] 위기의 대한민국, 시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

헤겔은 "역사는 단계별 발전과정을 거치며 마치 한 사람의 생이 나고 성장하며 늙어가는 과정과 같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관념론적 사관에서 역사는 이성의 지배를 따르며, 자유라는 목적지를 향해 점진적으로 진보한다고 보았다. 믿을 뻔했다. 아니, 지금도 필자는 사고의 밑바탕에선 이 말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귀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이미 챗 지피티(GPT)라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했다. 3.0, 3.5버전에 이어서 4.0버전을 지나고 있는 챗 지피티는 이제 어디까지 나아갈지도 예측이 불가하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산성이 비례적으로 향상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유토피아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전환될까. 그럴 리는 없다.

 

'기술발전에 따른 유토피아 구현'은 왜 불가능할까. 2차 산업혁명에 따른 석유문명의 가속화시대와 제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정보혁명 시대를 거쳐 오면서 불거진 '사회적 격차' 문제의 경향을 보자. 기술의 폭발적 발전에 따른 사회적 과실 분배로 빈부의 격차와, 새로운 계급의 고착화·세습 문제는 얼마나 극복 되었는가.

 

1차 산업혁명기의 빈부격차가 10:90에 가까웠다고 한다. 반면 2차 산업혁명기에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병폐인 경제공황과 두 번의 세계대전 그리고 동·서 이념대립에도 불구하고 서구사회의 복지정책 확대와 평등을 향한 노력으로 20:80 정도로 격차가 완화됐다. 수치적으로 보면 빈부의 격차가 완화되고 있는 같아 '역사는 정으로 발전 하겠구나' 하는 착각을 갖게 한다.

 

한편 1991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뜻밖에 해체되면서 동구권 전체가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를 두고 서방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의 싸움에서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한 것으로 자평하며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였던 크리스 하먼은 "1991년 소련 붕괴는 사회주의의 몰락을 뜻하는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종류의 자본주의가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로 전환된 '게걸음'이었을 뿐"이라고 일갈 했다. 여하간 동구권의 몰락은 서방의 '신자유주의' 사조의 등장을 촉발하였고, 이와 더불어 정보혁명이라는 제3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게 된 글로벌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깃발아래 세계를 다시 재구조화 했다.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자본주의 물결이 휘졌고 지나간 사회에, 중산층의 급격한 몰락과 복지의 축소라는 공통된 상흔이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상흔들을 통해서 '기술의 발전이 역사의 정의로운 발전으로 진전될 것'이라는 희망은 여지없이 좌초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을 논하기 전에, 우선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글로벌자본주의의 폐해를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4차 산업혁명기의 사회에서는 단 1%의 가진 자(부와 권력)99%의 가지지 못한 자를 오롯이 통제·지배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은 더 효과적이고 정교한 지배와 통제를 가능케 하고. 가진 자의 숫자가 작을수록 그들의 파이는 커진다.

 

양극화된 계급사회의 고착화

사실 우리 사회는 제4차 산업혁명의 본류에 진입도 하기 전에 '1%99% 사회'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상속받을 유산이 없는 사람이 개인의 노력과 힘으로 신분상승을 이룩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이미 급격하게 세습계급의 사회로 진입하였다는 것이다.

 

K-POP으로 유명세를 탄 '강남스타일'이란 노래가 있다. 이 노래로 '강남스타일'이란 단어는 하나의 밈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강남'만의 '스타일'은 실제로 존재한다. '강남'에는 아무나 진입할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이 장벽은 한국의 '1%'들이 만들고 있고, 우리 사회 신분 사다리의 최상부에서 철옹성이 되어 있다.

 

이 장벽 카르텔의 신규회원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치·경제·문화의 각 분야에서 기득권을 가진 1%, 그들은 서로 얽히고설켜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기득권에 의한 모든 특권은 교육을 통해 그들의 자녀와 그 자녀의 자녀들에게로 고스란히 대물림된다.

 

지난 5월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도 서울대 정시 등록자 중 강남3(강남/송파/서초) 출신이 22.1%였다. 양극화와 쏠림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을 방증하는 일례다. 특히 전국 의대 정시 등록자 가운데 강남3구 출신 비중은 2022년 기준으로 22.7%에 달했는데, 강남3구의 고교생 수는 전국의 3.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성골과 진골, 양반과 상놈의 신분을 구분하고 계급을 나누는 것은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역사의 유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지금도 우리는 1%의 강남과 99%의 비강남이라는 신분으로 나뉜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이 계급은 사실상 세습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신분사회에서 '가지지 못한 99%'의 이들은 삶이 고단하기 이를 데 없다. 세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상이변, 물부족, 식량부족, 지구온난화, 지하수고갈 등의 환경문제 등으로 발생하는 모든 고통은 오롯이 이 99%의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1%의 사람들인 기득권 집단이 가지는 계급적 성격이 점점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그대로 방치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특징인 탈계급과 탈신분세습의 원리는 변질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계급주의의 극복의 역사가 이른바 자본주의 발전의 과정이었고, 탈계급주의는 탈세습신분과 궤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극우 정부가 가져온 퇴행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이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완화에 관심을 가진,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진영의 정부를 3번 경험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민주진영 정부를 '중도 우파 정부', 보수진영 정부를 '극우 보수 정부' 표현한다.편집자 주.) 그 중 두 번의 정부는 앞선 극우정부의 파탄지경의 국정난맥상을 넘겨받아 뒷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중도우파 정부를 이어 집권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극우인사들은 두 번의 중도 우파 정부 동안을 '잃어버린 통한의 10'으로 규정하였다. 그들은 절치부심하며 재탈환한 정권에서 그 기간 동안 하지 못한 사욕을 채우기라고 하듯 온갖 악행을 대놓고 자행했다. 4대강 살리기라는 기만적 선전을 통한 토건세력의 배불리기, 국정원 선거 개입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사건, 세월호 참사 축소 은폐시도 등 제동장치가 고장난 폭주 열차가 되어 치달았다.

 

이와 같이 집권의 목적이 오직 사적 이익추구의 극대화에 있던 극우 보수의 두 번에 걸친 집권과 그들의 본말이 뒤바뀐 국정운영은 시민들 삶의 직접적 붕괴를 부추겼다. 청년실업의 증가, 비정규직 확대, 중산층의 붕괴, 빈부격차의 심화, 201430대 여성이 어린자녀들과 동반자살한 한 사건처럼 생활고에 따른 비관자살의 다발적 발생 등 무능하고 부패한 집권세력이 초래한 재앙적 사회를 두고 당시 사회엔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신조어까지 나왔다.

 

권력의 일탈적 오남용 문제도 심각한 지경이었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2월부터 20159월까지 2년여 사이 검찰수사를 받던 피의자 중에 46명이 자살을 했다. 이 수치는 2005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일어난 피의자 자살건수 100건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2년 동안 발생한 피의자 자살건수가 10년 전체 자살건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경찰과 검찰, 국정원 그리고 또 하나의 권력기관인 '기레기'라 매도되고 있는 우리 언론은 당시 철저하게 권력에 복종했다. 그들은 조직과 개인의 사적 영달에 충실히 복무하면서 집권세력의 무능과 부패를 옹위하는 전위조직으로서의 역할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결국 이러한 무능과 부패의 극우적 보수 집권세력은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민심에 의하여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수백만이 광장에서 부패척결과 국가적 재난에 대한 책임자처벌을 요구했고, 정권은 민주주의의 복원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저항에 투항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촛불민심의 요구를 등에 업고 다시 집권하게 된 세 번째 중도 우파 민주정부가 결과적으로 촛불민심의 기대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주정부는 좌초되었고 수구적 과거 세력이 재집권을 이뤘다. 그들의 파렴치한 준동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파괴적이다.

 

위기의 대한민국, 시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

재집권에 성공한 수구 보수 세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들만이 사회의 중심세력이 되고자 하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구적 극우보수 세력의 안하무인격 파렴치한 준동 앞에서 우리는 87년 체제의 형식적 민주주의의 허약한 체질을 시리도록 경험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공론화를 말하면 빨갱이로 몰아가는 수구 보수 세력은 언제나 존재했다. 다만 민주정부의 구성원들은 그들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고 엄중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그나마 믿고 있던 87년 체제의 민주주의 체제마저도 뿌리 채 뽑혀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지금은 엄중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사태를 직시하자. 그리고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할 뿐'이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권력의 지배양식이 그 사회의 환경을 반영할 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민주적 합리성에 기반한 권력이 국가를 경영하는 정부의 정착을 위하여 필요한 제도와 원칙에 대하여 치밀하게 고민하자. 그리고 우리가 정말 원하는 민주복지국가의 모습과 역할에 대한 상을 명확하게 그리자. 이제 더 이상 성장과 경제 제일주의가 삶 자체의 목적이 아님을 알아채자.

김대석 평화인권센터 선임연구원 프레시안

 

 

노사연·노사봉 부친, 마산 민간인 학살 주도한 인물" 폭로글에 '시끌'

가수 노사연·노사봉 자매의 부친이 한국전쟁 당시 경남 마산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폭로가 전해졌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사연 노사봉 자매의 아버지 노양환 상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김 전 국장은 "가수 노사연이 언니 노사봉과 함께 윤석열 부친상에 조문을 다녀온 모양이다. 언니 노사봉이 대선 당시 윤석열 지지연설을 했다는 이야기도 SNS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과거 내가 쓴 책에 노사연의 아버지 노양환의 행적을 언급한 일이 떠올랐다""노양환은 한국전쟁 당시 마산지역 민간인학살 사건을 주도한 특무대(CIC) 마산 파견대 상사였다. 당시 각 지역 특무대 파견대장은 중령이었고, 상사가 실질적인 현장책임자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인지 4.19 직후 결성된 피학살자 유족회에서 학살 책임자들을 고발하는데, 노양환도 피고발인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아마 노양환의 한국전쟁 당시 기록은 이 책이 유일할 것이다. 노양환이 이후 강원도 화천으로 전근한 사실은 딸 노사연이 스포츠신문에 직접 쓴 글을 인용했다"고 덧붙였다.

"노사연·노사봉 부친, 마산 민간인 학살 주도한 인물" 폭로글에 '시끌' ['s 이슈]

 

김 전 국장이 집필한 저서 '토호세력의 뿌리'에는 "특무대 노양환 상사는 당시 마산 보도연맹원 학살을 최일선에게 지휘한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이후의 행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그의 딸인 가수 노사연이 1990년 한 스포츠신문에 쓴 글을 통해 대략의 행적을 짐작할 수 있다"고 적혀있어 충격을 안긴다.

 

국민보도연맹 학살은 19506.25 전쟁 중에 대한민국 국군·헌병·반공단체 등이 국민보도연맹원이나 양심수 등을 포함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4934명과, 10만 명에서 최대 12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추정되는 대학살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네티즌들은 "근현대사를 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사건이다. 너무 충격적이다", "보도연맹 학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왔던 이야기 아닌가. 너무 끔찍하다", "사건을 주도한 사람의 딸이 유명 연예인이라는 게 너무 놀랍다", "논란과 관련해 노사연 노사봉 자매의 입장 표명이 필요해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노사연·노사봉 부친, 마산 민간인 학살 주도한 인물" 폭로글에 '시끌' ['s 이슈]

 

앞서 노사연 노사봉 자매는 연예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를 찾아 화제를 모았다. 노사봉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지지 유세에 참여했고, 노사연은 이모인 가수 현미가 별세했을 당시 윤 대통령이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낸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사연은 1957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2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78년 노래 '돌고돌아 가는 길'로 데뷔했다. 1994년 가수 이무송과 결혼,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2살 터울의 노사봉은 요리사 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토호세력의 뿌리, MBC에브리원·MBN 캡처,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꽉 찬 양곡창고 7000억 땡처리밥값 못하는 악순환 [쌀의 날]

정부, 과잉상태 양곡 올해 말까지 처분

땡처리로 6년간 4조원쌀값 부양 치중

식량안보·농가소득 문제 다변화 나서야

경기도 화성시 팔탄농협 연합미곡종합처리장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수매된 벼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쌀 소비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2~3년 뒤 헐값에 되파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연평균 7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쓰여 땡처리 악순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양곡창고에 보관 중인 쌀 14t이 올해 말까지 특별처분한다고 밝혔다. 주정용과 사료용 각각 7t이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이뤄지는 처분이다.

 

지난해 수확기에 큰 폭으로 하락한 산지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상 최대 물량인 77t(공공비축민 45t, 시장격리 32t)을 매입한 탓이다.

 

매입량은 2년 치 적정 재고량(80t)과 맞먹는 규모였다. 지난 4월 기준 재고량은 170t을 초과해 전국 정부양곡창고 3500여 개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과다한 재고 물량으로 보관료 등 관리 부담 역시 높아졌고, 시중 쌀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자 정부가 땡처리에 나선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공공비축과 시장격리를 위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입한 양곡의 판매손실 추정액은 창고 보관비 등을 합쳐 43913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7319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매년 20t 안팎의 쌀이 초과 생산되는 한국 쌀 산업은 만성적 공급과잉 상태다. 1990124였던 쌀 재배면적은 이제 7342% 줄고, 연간 쌀 생산량은 605t에서 374t으로 38% 감소했음에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22에서 59으로 52% 급감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정치쟁점 된 민주당, 양곡법 유사 법안 발의 중

여야 의원들이 지난 4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양곡관리법 개정안 투표에 대한 감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제공: 데일리안

그간 정치재로 취급받던 쌀은 수급조절을 통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기보다 쌀 농가 보호 대책 등을 명분으로 쌀값을 부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는 2005년부터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을 시가로 매입·방출하는 공공비축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까지 총 10차례 시장격리 조치를 진행했다. 쌀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수매 압박이 들어오다 보니 정부도 예산을 써서 보관하는 식의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꼽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양곡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법안으로 발의한 양곡법 개정안에 정부와 여당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반대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로 다시 돌아온 법안은 결국 더 높아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법이 시행되면 이렇게 되면 일시적으로 쌀 생산량이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돼 2030년에는 63t 이상이 남아돌 것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쌀 격리, 보관, 매각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1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폐기된 양곡법 개정안을 재추진하자는 차원에서 내용을 수정해 각자 법을 다시 발의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을 의무 매입해 주면 농가 소득이 늘 것이란 기대는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롭게 시행하는 전략작물직불제(논에 벼 이외의 작물 재배 시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식량안보와 농업구조 다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maengho@dailian.co.kr (맹찬호 기자)

 

생후 6일된 아기 98만원에 사서 300만원에 다시 판 20대 여성

집유 중 아동매매 혐의로 구속기소

신생아 구매한 50대 여성도 재판에

 

아기.|연합뉴스 제공

 

태어난 지 6일 된 신생아를 98만원에 사서 2시간 만에 300만원에 다시 판 2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은 아동매매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9824일 오전 1134분쯤 인천의 한 카페에서 생후 6일 된 B양을 300만원을 받고 50대 여성 C씨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시간 전인 같은 날 오전 957분쯤 B양을 낳은 20대 미혼모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병원비 98만원을 지급한 뒤 B양을 건네받아 C씨에게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A씨는 B양 친모인 D씨가 인터넷에 남자친구와 사이에 아이가 생겼는데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 좋은 방법이 없냐는 글을 보고 접근했다. A씨는 D씨에게 남편이 무정자증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아이를 낳으면 데려와서 출생신고 후 키우고 싶다며 거짓말하고 병원비를 대신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입양을 희망하는 C씨에게 병원비와 산후조리 비용 명목으로 B양 매매대금을 받았다. C씨는 B양을 자신의 아이로 등록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앞서 A씨는 다른 아동매매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0월 전주지법에서 징역 1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C씨와 D씨도 아동매매 행위를 했다고 보고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B양은 다른 곳에 입양돼 건강하게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

 

 

사교육 부채질하는 영재학교

강사가 말했다 늦어도 중2까지 고교수학 마스터”···학원에서 무장한 영재들

지난 9일 인천 송도에서 영재학교 입시전문학원의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김나연 기자

 

어머님들, ‘나보다 공부 못했던 애가 영재학교 준비한다는 원망 듣지 않으려면 중1 3학년 과정까지 마무리해주세요. 그게 막차예요.”

 

전국 8개 영재학교의 입학 전형이 한참 진행 중이던 지난 9, 인천 송도에서 영재학교 입시전문학원 설명회가 열렸다. 강의실에는 학원에서 만든 입시전략서를 나눠 받은 학부모 300여명이 들어찼다. 설명회가 시작되자 화면에는 ‘2023학년도 영재학교 합격자 789명 중 (해당 학원) 301’ ‘상위 3개 영재학교 중 (해당 학원) 출신 비율 49%’라는 내용이 떴다.

 

연단에 오른 강사는 초등에서 연산 못 잡으면 수포자된다는 말을 시작으로 고등 수학까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늦어도 중2까지 (고등학교 교육과정인) 공통수학1, 2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학부모들에게 약속하자는 손동작까지 보였다. 학원이 만든 학년별 로드맵이 화면에 뜰 때마다 학부모들은 이를 놓칠세라 사진을 찍고 받아 적었다. 이날 학원 원장이 가장 강조한 점은 우리만 잘 따라주면 된다는 것. 설명회가 끝나자 몇몇 학부모들은 이날 참석자에게만 무료로 제공되는 15000원 상당의 입학테스트 신청서를 제출했다.

영재학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의존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 학생이 21일 서울 강남구 소재 영재교육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영재학교는 재능이 뛰어난 영재의 잠재력을 길러내기 위해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됐다. 정부는 올해 영재학교에 학교별로 최대 190억원(한국과학영재학교)까지 지원했다. 영재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투입하는 1인당 교육비는 인천영재학교 1057만원, 세종영재학교 1275만원 등이다. 일반고는 보통 300만원대를 넘지 않는다. 일부 영재학교는 대학 연구소에서 쓸 법한 고급 현미경 등 질 좋은 실험 장비와 학습 환경까지 갖췄다. 그러나 정작 영재학교에는 어릴 때부터 사교육의 훈련을 받은 아이들이 모인다. 입학생 절반가량이 특정 학원 출신일 정도다.

 

영재학교 입시도 카르텔?···학원·수도권 쏠림

2023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전국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의 절반이 서울 대치동의 한 대형입시학원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최상위권 대입처럼 영재학교 입시에서도 일부 대형학원이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한다.

 

매년 전국 영재학교 신입생 절반가량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학원은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서울 주요 학군지에 센터를 두고 수학·과학 선행학습부터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준비 등을 도맡는다. 수험생들이 1단계 서류전형과 2단계 지필고사, 3단계 캠프 등으로 진행되는 영재학교 입시에 맞춤형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재학교 입시는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 영재성을 측정한다고 하지만, 실제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학원이 뽑아준 예상문제를 통해 영재성 평가를 준비한다.

 

영재학교 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과 학부모는 이를 필수 코스로 여긴다. 이날 설명회가 끝나고 만난 초등학교 4학년생 학부모 윤소희씨(37)“(영재학교를) 목표로 하는 애들은 다 여기 다닌다고 유명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 자녀를 이 학원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도 큰애를 학원 없이 영재학교에 보냈더니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서 둘째는 학원에 다니게 하고 있다학원 도움 없이 영재학교 가는 아이들은 소수라고 말했다. 영재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중3 학생 4명 중 1명은 사교육비로 매월 300만원 이상 지출한다는 통계도 있다.

영재학교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한다. 지방에 있는 영재학교에도 수도권 학생들이 몰린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영재학교 합격자(838) 66.5%(557)가 수도권 출신이었다.

 

입시 체계 없고, 정보 없고···기댈 곳은 학원뿐

사교육 의존을 줄이기 위해 2022년 입학전형 영향평가가 시행되기 전까지 영재학교의 기출문제, 면접문항 공개는 학교 재량에 달려 있었다. 입학전형 영향평가에서도 영재학교가 단순히 문제지만 공개하면서 실효성 지적이 나왔다. 문제 풀이법을 알려면 결국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영재학교처럼 경쟁률 자체를 비공개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기댈 곳은 입시 정보가 축적된 사교육 시장뿐이다. 지난 9일 설명회에서 학원 원장은 정형화된 시험 준비는 우리가 제일 잘하지 않을까라며 전형이 채 끝나지도 않은 영재학교들의 올해 기출문제 정보를 공유했다. 학부모들은 화면에 기출문제가 나올 때마다 바삐 사진을 찍었다. 윤소희씨는 설명회를 들으니 (학원에) 막 보내고 싶어지던데요라며 준비해주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일부 학원이 기출문제들을 다 분석해서 적중률을 상당히 높였는데, 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접근조차 어렵다라고 말했다.

 

영재학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의존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 학생이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각자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대학 수준 교육과정에 재학생도 학원으로···사교육 악순환 고리

영재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학생들이 많다. 초중등교육법이 적용되지 않는 영재학교는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다. 학생들이 대학 수준의 과정을 따라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대학 학점을 미리 인정받을 수 있는 과목도 있다.

 

영재학교 1학년 재학생 이도현군(16)수업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학원이 (영재학교 내신) 시험 대비를 해주다 보니 친구들 대부분이 학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고 졸업생 A(25)학교가 자체적으로 만든 교과서를 썼는데, 대부분이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으로 듣던 일반화학 같은 내용이었다라며 내용이 어렵다 보니 다시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고 말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중학교 1~2학년도 영재학교에 바로 진학할 수 있다. 선행학습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다 뗀 뒤 영재학교에서는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듣기도 한다. 지난 18일 서울과학고 내 학교폭력을 폭로한 백강현군(11)도 중학교 1힉년 재학 중 합격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소장은 “(영재학교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건너뛰고 가르치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고등학교 선행까지 해야 하고, 입학 지필고사 대비 선행도 필요하고, 영재학교 내신 대비 사교육도 하게 돼 악순환 고리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잘못된 점은 마치 중학생들한테 대학 과정 가르치는 게 영재교육인 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적응 등의 이유로 영재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학교알리미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이하 공시 연도 기준) 7개 영재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 제외)에서 중도 이탈한 학생은 18명이었다. 2015~2017년에는 한 자릿수였다가 최근 5년 사이 87명이 중도 이탈했다. 올해 중도 이탈 학생의 절반(9)1학년이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사교육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교체제라면서 사교육의 정점이자 명문대 패스트트랙이라고 볼 가능성이 높은 고교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영재학교는 별도 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서 많은 규제를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런 학교들의 공공성을 어떻게 강화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