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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 아닌 지역'소생'으로 가기 위한 황금열쇠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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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powJSvQrIHo
과학인가 괴담인가, 오염수의 정치
MBC 스트러레이트 2023년 07월 30일
지방'소멸'이 아닌 지역'소생'으로 가기 위한 황금열쇠는 어디에?
지역소멸로 공포 분위기 조성, 적절한가
최근 지방소멸이라는 용어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지방소멸을 객관적 수치로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소멸위험지수 혹은 K-소멸위험지수로 명명된 지수이다. 이 지수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대립적 포지션을 기반으로 지방을 수도권 대비 부정적인 이미지로 재생산하는데 더 커다란 각인 효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소멸'이란 단어까지 사용되면서 지방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굳어지게 되고 소생과 잠재력을 가진 몇몇 지역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우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이 단어가 갖는 개념부터 명시할 필요가 있다. 소멸(消滅)이라는 단어는 '사라져 없어진다' 는 명사로 사전에 따르면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이므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관념 가운데 두려운 것'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지방소멸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단순히 소실, 시멸, 소멸 등과 같이 어두움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용어로써 사용되는 환경보다는 향후 반전적 상환전환을 통한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용어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에게 '지방소멸은 될까' 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지방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인구감소와 사회경제적인 쇠퇴가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지방소멸이라 표현한다고 답하였다.
필자 역시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 나타날 뿐이지 지방이 소멸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라 하더라고 지역이 가진 잠재력과 자생력을 통해 지역을 강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정부 및 지자체들은 대응방안 및 활성화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진행 중이며,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명칭 하에 각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소멸 대응전략,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로 지방을 살리겠다는 전략을 내놓는 것보다 지역을 정말로 살릴 수 있는 긍정적인 용어 선택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지방의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지방소멸을 위한 첫 번째 대응책은 지방소멸이라는 위화감을 느끼는 용어를 대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멸이라는 자극적인 표현들로 별다른 진단없이 처방만 주기를 기대하는 부정적인 용어의 사용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에서는 글로벌 차원에서 알려진 '인구감소현상'이라는 단어의 연결선상에서 '지방소멸' 용어 대신 외곽화, 사막화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공포감을 느끼는 용어를 대신할 지방소생, 지방상생 등 지역의 활력을 줄 수 있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한 원인진단 통한 해법찾기
일본의 마스다지수를 적용하여 만든 한국판 소멸위험지수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2016년 처음으로 분석한 지수로 만 20~39세 여성 인구수를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로 나눈 값이며 2000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지역의 인구가 집중되거나 저출산 및 고령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라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89곳의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그에 따른 행정‧재정적 지원을 위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개발한 지역소멸위험지수와 대응하는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두 자녀 이상 출생률을 출산가능인구로 나눈 값으로 출산 잠재력을 통해 지역의 재생력을 가능케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는 지역성장 및 산업구조와 관련된 지표를 통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지역을 도출하였다.
지방소멸의 원인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소멸과 관련된 대표적인 지수들은 단순하게 인구감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임승빈‧채지민이 연구 발표한 '인구감소의 원인진단과 해법'에 따르면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 진단 지표를 개발하되, 지역소생지수, 로컬파워지수로 구성하여 도시경제력 역량, 생활활력 역량, 교육혁신 역량의 3가지 역량 분야에 대한 집중도 분석을 통해 지역을 진단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잠재된 역량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3가지 역량 중 교육혁신 역량이 높은 지역이 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3가지 역량이 모두 평균 이하 임에도 인구가 증가한 지역이 나타난 것을 보면 지역의 생활인구 등 다른 요소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더욱 복합적이며 다층적인 관점에서 역량 요소 파악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와 같이 지자체의 인구 증가 및 감소에 대한 원인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국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연간 1조원을 100여개의 지자체에 정형화된 방식으로 배분 및 집행하고 있다.
이렇게 고착화된 행정실행 방식은 지역별 잠재력 및 성장가능성의 원인진단을 통한 기금의 선택과 집중적 활용을 무시하고, 지자체 장들의 정치적 생색내기를 위해 물리적인 인프라 확장에만 치중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긍정적인 사례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 도쿄도의 도시마구는 2014년 지방소멸 지역으로 발표되었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마구청장과 공무원들은 지방소멸의 기본적인 대응방안인 인프라 구축이라는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감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연령별 및 전출입 특성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청년층의 유출이 아닌 0-14세 인구의 유입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이유는 결혼한 가족들이 아이를 데리고 빠져나갔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도시마구의 주택유형이 아파트보다는 원룸 유형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급이 부족하다는 요인이 있었다. 이에 아이들을 양육하기 좋은 조건의 도시로 이주가 이뤄진 것이었다.
이와 같이 정확한 원인 파악을 통해 도시마구는 가족이 함께 살기 좋은 도시를 지역살리기 테마로 정하고,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인프라 구축을 집중시켜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다시 인구증가가 나타나며 활력있는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 그림. 다양성이 조화되도록 설계된 도시마구 이케부쿠로공원. ⓒ이케부쿠로 공원 홈페이지.
도시마구의 사례에서와 같이 지방소멸 대응전략 및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진단을 통한 지자체만의 맞춤형 정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며, 부처 간 협업과 지역 단위의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사업 구성을 통한 연계 추진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인구감소 및 인구유출의 주요 타깃을 청년인구 유출에만 초점을 두는 시각부터 근본적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특성에 따라 청년인구의 유출이 아닌 다른 세대 유출로 인한 지역의 쇠퇴 경향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는 이러한 광범위하고 다층적 구조에서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원인 파악을 위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정부 및 다수의 지자체들이 청년인구 유입에만 초점을 두고 그에 따른 지원사업 및 고용창출만을 고집하는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지방소생을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방소생이라는 배에 올라타기 위해 지자체만의 전략지도를 구축하자
지방소생을 위한 정책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의 개념 외에도 다음과 같은 추가적 개념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책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방소생의 정도에 따라 지역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자할 것, 둘째, 지방소생 지역을 선정시에도 인구감소 뿐 아니라 다양한 지표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방소생에 대한 추가적 개념의 도입을 통해 개별적인 상황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지자체를 유형화시켜 대응하는 전략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지역별 쇠퇴 원인의 상이성을 인지하고 지역의 성장배경과 발전속도를 감안한 맞춤형 지역활성화 정책으로 구체적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즉, 지역들마다 지니고 있는 문제가 다양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대책 방안에서 벗어나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역할은 찾아내는 것은 지자체의 몫이다. 지차제는 이제부터 지방소생을 위한 전략지도 만들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한 황금열쇠는 해답은 지자체의 노력에 달려있다
채지민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 겸임교수 / 프레시안
양평고속도 논쟁, 기후위기 시대엔 새로운 발상 필요
미국 텍사스주의 케이티 고속도로 / Wikipedia
2017년 계획된 서울-양평고속도로의 경기 양평군 양서면 종점 계획안이 2023년 5월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된 이후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속도로 사업 자체를 돌연 백지화함에 따라 여야는 극심하게 대립했고,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수혜 여부를 놓고 갈라진 양 진영은 교통 분담 효과, 건설비용, 자연환경 피해, 공학적 우위, 주민 편의성 등의 근거를 들며 연일 자신의 입장을 강변했다. 국민은 나들목(IC)과 분기점(JCT)의 구조적 차이와 지가 상승의 효과에 대해 난데없이 학습을 강요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공방 가운데 정작 근본적인 질문은 도외시되고 있다. 자가용 중심의 고속도로 건설이 과연 양평군민을 포함한 시민의 교통권을 진정으로 보장하는 방식인지, ‘개발’이란 이름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으로 포장되지만, 실은 대기업과 토호들 그리고 부동산 투기자들이 개발의 이익을 독식할 뿐인 토건사업을 지속해도 되는지, 원안이건 변경안이건 결국 ‘더 많은 자동차의 더 많은 탄소 배출’을 의미하는데, 기후위기의 시대에 이것이 과연 용납될 수 있는 것인지 등이다. 결국 대립하는 양 진영은 같은 진영에 서 있는 셈이다.
‘브라에스의 역설’과 지가 상승 위한 싸움
‘브라에스의 역설’이 있다. 독일의 수학자 디트리히 브라에스(Dietrich Braess)가 1968년에 발표한 이론에 따르면 새 도로를 추가할수록 교통량이 늘어나 오히려 전체적인 차량 흐름이 느려지고, 거꾸로 도로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면 교통체증이 완화된다. 이것은 1990년에 ‘루이스-모그리지 명제(Lewis-Mogridge position)’로 확증됐는데, ‘수요 유도(induced demand)’ 효과로도 불린다. 자동차도로의 공급이 자동차 교통의 수요를 유도한다는 이론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도로인 미국 텍사스의 케이티 고속도로(Katy Freeway)는 무려 26차선인데도, 교통 혼잡으로 악명이 높다. 이것을 서울-양평고속도로에 적용해보면, 이 고속도로가 생겨도 당장은 6번 국도의 혼잡이 분산되겠지만 결국은 수도권의 대량 차량 유입을 가져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양평 주민들의 통행권 신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하다.
2018년 교통수단별 인Km당 온실가스 배출량 / 영국 사업에너지산업전략부의 2019년 온실가스 보고서 데이터
수도권의 대량 차량 유입은 고속도로 나들목과 양평 주변의 땅을 많이 가진 소수의 사람에게 큰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줄 뿐이다. 따라서 양 진영이 원안과 변경안 사이에서 ‘누가 지가 상승의 덕을 보는가’를 놓고 싸우는 게 차라리 솔직한 모습이라 하겠다. 뭘 선택하든 일반 시민들의 삶에는 악영향을 주는 토건사업이다. 고속도로는 건설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소음과 분진 등 난개발의 피해를 시민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급증한 교통량 증가 피해는 시민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무엇보다 교통 부문 탄소 배출량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자가용 부문의 극적인 배출 저감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가용 사용을 부추기는 전용 고속도로의 건설은 모든 사람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가 도로 위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주장이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2021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 비율은 석탄이 41.9%, LNG가 18.2%다. 전기자동차는 주로 전기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로 굴러가는 셈이다. 재생에너지로만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전기자동차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전기자동차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다 생산하려면 엄청난 면적의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이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부동산 투기와 기후위기 악화라는 악영향만을 낳는다면, 자가용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이동 경로는 줄이고, 주민의 이동성을 높이며, 도시의 편익에 대한 접근성을 확장할 수 있도록 공공교통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철도 교통을 주목하는 까닭이다.
영국 정부의 2019년 온실가스 보고서 데이터에 따른 2018년 교통수단별 인㎞(인원에 거리를 곱한 값)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여주는 도표를 보면, 승용차를 이용하는 대신 기차를 타고 이동할 경우 승용차의 크기와 승객 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75%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기차를 타면 84%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유럽에서는 철도를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컨대 네덜란드는 2040년까지 모든 전기 열차를 풍력 에너지로 운행할 계획이다. 또한 철도는 항공기나 승용차와 달리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다양한 계층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열차 증편과 철도역 중심 통합 교통망을
‘철도 관련 구상’을 양평에 적용해보자. 양평은 중앙선 철도가 지나간다. 그 위로 경의중앙선 수도권 전철, 강릉·동해행 및 안동행 KTX 이음, ITX 새마을호, 중앙선 및 태백선 무궁화호 등이 운행 중이다. 다양한 열차편이 다니지만 열차 수는 너무 적다. 하루에 ITX 새마을호가 두 번, 무궁화호가 세 번 운행할 뿐이다. 열차를 증편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청량리에서 덕소까지가 ‘병목’ 구간이므로, 이를 위해선 추가로 선로를 확충해야 한다. 또 행선지를 다양화해야 한다. 서울 강남 방면은 한때 계획됐던 수서-용문선 전철을 건설하고, 수도권 서남부 방향은 인천에서 출발해 시흥, 광명, 안양 등을 거쳐 판교로 이어지는 월곶판교선(2021년 착공)을 완공하면, 판교에서 여주까지 운행 중인 경강선 전철의 경기광주역에서 양평과 연결할 수 있다.
철도역과의 연결은 이처럼 중요하다. 철도역을 중심으로 교통 거점을 형성하고, 버스나 자전거, 보행 등 탄소 배출량이 낮은 여러 이동 수단을 결합한 통합 교통망을 구축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도 교통권도 확장하는 교통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또 광역 단위에서, 그리고 도시 내부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다. 철도가 동맥이라면 연계 교통체계는 모세혈관이다. 시내 연결이 원활해야 철도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 도시에 따라서는 시외에서는 본선 기차로 운영하고, 시내에서는 노면전차로 바로 이어지는 ‘트램-트레인(tram-train)’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시가 시작한 이 방식은 세계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한국의 철도는 지극히 서울 중심이다. 언뜻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만, 전국을 놓고 보면 부산과 광주를 잇는 고속철도조차 없는 실정이다. 철도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보니 코레일은 수익성을 이유로 무궁화호·새마을호를 줄이거나 없애고, KTX 등을 증편하고 있다. 철도에 대한 공공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교통시설 예산을 탄소 배출 저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철도 예산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의 철도시설 예산 분담비율을 지금보다 더 상향해야 한다. 또 기존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주행거리에 따라 부과하는 주행세로 전환하고, 자가용의 혼잡 통행료도 확대해야 한다. 탄소세를 도입해 교통 부문에서 걷은 탄소세 재원을 철도에 투자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독일의 ‘9유로티켓’ / Wikipedia
49유로 ‘독일티켓’ / Wikimedia Commons
철도 등 대중교통에 더 많은 혜택 필요
마지막으로,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철도를 포함한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일이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대응책으로 2022년 6월부터 3개월 동안 도시 간 고속열차 등을 제외한 모든 독일 내 대중교통을 월 9유로로 이용할 수 있는 ‘9-Euro-Ticket’ 정책을 시행했다. 무려 5200만장의 표가 팔렸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이 0.7% 감소하고, 탄소 발생 규모가 180만t 줄어드는 등 생계비가 절약되는 다양한 효과를 낳았다. 이 정책이 성공하자 독일 정부는 올해 5월부터 월 49유로의 ‘독일티켓(Deutschlandticket)’을 상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에 우리나라는 유류세를 인하하고 연휴 기간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자가용 이용자에게만 혜택을 주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1만원 교통패스’를 도입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와 싸우기 위해서도, 정의로운 생태전환과 교통권 보장을 위해서도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높이는 이러한 상상력은 자유로이 분출돼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가장 가치 있는 SOC 투자는 철도 등 공공교통에 대한 투자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쟁에 대한 녹색정치의 대안이기도 하다.
<김찬휘 한국녹색당 대표> 주간경향
기후대응도 회계에…‘기후공시 시대’ 코앞
국제 표준 확정에 국내서도 분주
기업들 “적용 늦춰달라” 읍소도
산불로 훼손된 숲에 심을 전나무 묘목이 2022년 8월 24일 미국 뉴멕시코 주립 대학의 존 T. 해링턴 임업 연구 센터에서 자라고 있다. / AP연합뉴스
기후변화가 대폭염·대홍수의 시대를 낳고 있다. 폭풍과 가뭄, 산불의 강도도 더해졌다. 극한기후는 경제활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 산불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부동산 재보험률은 지난 7월 1일 갱신일에 최대 50% 인상됐다. 지난 5월 미국의 대형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은 산불이 잦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재산 및 상해보험 신규 가입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허리케인의 피해를 자주 입는 플로리다에서도 민간 보험사들이 철수하고 있다.
보험사만이 아니라 발전사, 철강·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도 기후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산업으로 꼽힌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좌초자산이 될 경우 이들에게 투자한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위협받는다. 기업이 탄소중립을 위한 전환 과정에서 큰 손실이 예상됨에도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않다면, 투자자들이 이 기업에 투자할 마음은 전과 다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정보가 아직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고, 기업 스스로도 제대로 제공할 유인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제 기후공시 표준 나왔다
상황은 내년부터 달라질 전망이다. 기업의 기후대응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기후공시 혹은 비재무(ESG)공시의 국제 표준이라 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기준이 지난 6월 26일 확정됐다. 국제사회가 기후공시 제도화에 착수한 지 약 10년 만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의 ISSB는 이날 ‘S1’, ‘S2’로 불리는 두 기준을 발표했다.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으로 불리는 S1은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관한 공시 방법과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온실가스 다배출 상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관련 설비를 폐쇄하기로 결정할 때 기후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이 조치와 이 결정에 따른 재무제표와의 연관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은 기후와 관련한 중대 위험과 기회에 관한 정보의 공시를 요구한다.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물리적인 위험’과 저탄소 전환 관련 정부 규제나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전환 리스크’ 정보를 밝혀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과 대응 노력으로 신상품과 신사업 같은 ‘기회’가 발생할 때도 공시로 알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후 관련 시나리오 분석이 들어간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스코프3(제품 생산 과정만이 아니라 원재료 수급, 사용 및 폐기 단계도 포함)까지 공개해야 하는 기준과 함께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ISSB의 기후공시 기준은 지배구조, 전략, 위험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을 따른 것이다. TCFD는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기후변화 리스크를 금융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설립한 협의체다. 여기서 2017년 첫 기후공시 권고안을 만들었는데,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정보 공시와 더불어 금융기관의 대출,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의 기후변화 정보 공시를 권고하고 있다.
ISSB는 물론 유럽연합이 2014년부터 추진하는 ‘지속가능성 정보공개 의무화 방안(CSRD)’,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지침은 공시대상, 시기, 인증 의무화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이 TCFD 권고안의 영향을 받았다. 다만 향후 기후공시의 표준은 ISSB가 주도할 전망이다. 이미 FSB는 TCFD가 담당했던 기후공시 진행 상황에 관한 모니터링 업무를 ISSB를 설립한 IFRS에 이관하기로 했다.
기후공시에서 공개하는 정보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관한 모든 정보가 아니라 ‘중대한 정보’에 한한다. ISSB는 “어떤 정보에 대해 기업이 공시를 생략하거나, 잘못 진술할 경우, 또는 불분명하게 진술할 경우 재무제표를 이용해 투자 판단을 하는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정보”를 공시 대상이 되는 중대한 정보로 본다. SEC가 2022년 3월 기업이 처한 기후변화 위험과 영향을 의무적으로 연차보고서와 증권신고서에 담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만 그 영향이 해당 회계연도의 매출액과 비용, 자산, 부채 등 총항목의 1% 미만에 미치는 정도라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기후변화 관련 정보도 재무정보
기후공시는 지금까지 비재무정보였던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가 재무정보와 같은 가치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경영의 언어인 회계와 회계기준에 기후변화의 영향이 정량적·정성적으로 반영된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공시 토론회에서 “기후공시 제도는 금융안정성과 실물경제 보호의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G20은) 2008년 금융위기가 금융기관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리스크 평가 실패에 기인했다고 보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산가치 변화도 금융시스템의 안전성과 실물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7월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화석연료 사용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EPA연합뉴스
현재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재무적으로도 반영되지 않아 투자자나 기업이 기존의 의사결정을 바꿀 유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은기환 한화그린히어로펀드 책임운용역은 기후공시가 주주의 이해관계와 인류·생태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봤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향후 기후위기와 관련한 위험, 대응전략 등 기후위기와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면, 탄소가격으로 그 위험의 정도를 재무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기존의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는 원래 하던 대로 위험을 측정하고 기대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기업의 미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수록 기업의 잠재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그 위험을 고려하면 투자를 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할 유인은 커진다.”
예를 들면, 탄소를 배출할 ‘쓰레기봉투’(탄소배출권)를 국내에선 지금 무려 90%를 공짜로 나눠주고 있지만, 앞으론 유상할당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배출비용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전환과 공정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큰 손실을 맞을 수 있다. 가령 현재 2차전지 바람을 타고 포스코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지만, 기후공시와 탄소배출권 가격 현실화가 이뤄진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포스코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으로 연평균 직접 배출량(스코프 1)은 7700만t 정도다. 이 배출량에 유상할당 100%를 적용하고, 탄소 가격이 유럽 수준인 1t당 약 100달러라고 하면, 포스코가 부담해야 할 탄소배출 비용은 77억달러(약 9조800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 철강 부문의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영업이익(약 3조원)의 3배가 넘는다. 기후공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에스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같은 대규모 석유화학시설 투자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샤힌 프로젝트의 경우 매년 300만~500만t의 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기환 책임운용역은 “신규 투자와 관련한 엄격한 비재무정보 공시가 의무화돼 있고, 탄소가격제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과연 에스오일이 이러한 투자결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후공시 적용 시점 당겨야
대기업 중심으로 지속가능보고서가 발표되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전력 소비량을 비교 분석할 플랫폼이 부족하고, 구체성도 떨어진다. 자사에 유리한 정보만 담아 기업의 홍보수단이 됐다는 비판도 받는다. 반면 ISSB나 미국 SEC 공시기준은 외부 환경이 기업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에 주안점을 두고, 공시 이행의 강제성이 짙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SEC의 공시기준은 국내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EC의 기후공시 대상은 미국 내 거의 모든 주식회사와 미국에서 증권을 발행하려는 외국 회사에 적용되는데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포스코홀딩스 등 10개의 한국 기업은 미국에 동시 상장형태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신지윤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기존 상장기업들은 까다로운 미국 SEC 공시 규정에 익숙한 편이나 전반적으로 법적 위험 수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ISSB 공시기준을 따라 한국회계기준원이 산하에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두고 기후공시 기준을 마련 중이다. KSSB의 ESG 공시기준은 연내에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2025년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27년 자산 1조원 이상, 2029년 5000억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의무화 대상을 확대한다.
그간 경영계를 중심으로 공시 적용 시점을 늦춰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실제 ISSB 등의 적용 시점에 비해 1~2년 늦는 쪽으로 정해지는 분위기다. 신 전문위원은 “정보 공개 기준의 글로벌 정합성 유지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완화적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현재의 낮은 산업부문 감축 목표와 탄소배출권 가격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의 위험이 과소평가될 여지가 높고, 글로벌 투자자에게 한국 기업의 재무정보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업체에 의존하기보다 기업 스스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관련 공시 정보도 지금처럼 데이터 처리가 어려운 PDF 파일로 공개할 게 아니라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시제도 법제화도 논의 중이다. 이용우 의원이 지난 6월 24일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ESG 의무 공시를 2024년 사업보고서부터 순차 적용해 2026년 전 상장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미국 SEC 기후공시지침 도입이 원래 예정보다 늦어지는 건 의회 동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이기 때문인데,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도 의원입법을 통해 공시제도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비중을 보면 국내 제도를 늦춰달라는 건 사실 무의미하다. 차라리 공시제도를 빨리 도입하고, 적절한 지원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제주 제2공항 반대 여론 우세…“주민투표로 결정해야” 76%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지난 25일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도민대회를 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내 2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3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2공항 계획과 관련해 제주도의 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한 최선의 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52.2%는 현 제주공항의 확충을 지지했고,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에 대한 지지 의견은 30.2%로 나타났다. 대안으로 거론됐던 대한항공의 정석비행장 활용은 10.3%, 제주공항 폐쇄 및 신공항 건설 의견은 2.4%에 지나지 않았다.
성산읍에 추진하는 제2공항 계획에 대한 반대 의견은 53.2%인 반면 찬성 의견은 41.1%로, 반대의견이 찬성의견보다 오차범위를 넘어 우세하게 나타났다. 특히 제2공항을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은 적극 동의한다(49.4%), 어느 정도 동의한다(27.2%) 등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이 76.6%에 이르렀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0.7%에 불과했다.
또 ‘국토부가 제2공항 주민투표를 수용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자체 주민투표로 제주도 의견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0.3%, 공론조사로 제주도 의견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29.9%로 나타났다. 제주도 의견 없이 국토교통부에 일임한다는 의견은 13.8%였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해녀와 어민들이 지난 6일 함덕리 포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해상 시위를 벌였다. 허호준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시 ‘제주도 해안이나 수산물이 오염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오염될 것이다’(77.2%)라는 의견이 ‘그렇지 않을 것이다’(19.2%)라는 의견을 압도했다.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72.7%)가 ‘잘하고 있다’(16.7%)는 의견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정부의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의 연대 등 범국가적 대처(38.0%), 원산지 표시 강화 및 방사능 안전성 인증제 실시(24.8%),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19.7%), 수산업·관광업·해녀·소상공인 등 피해실태 조사 및 지원(10.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제주의소리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제주에 거주하는 만 18살 이상 도민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제주도, 사실상 ‘2공항 건설 찬성’ 의견 국토부 제출
제주도가 31일 공항 수요 예측 적정성 검증 등 조건부 요구와 함께 제2공항 건설을 사실상 찬성하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사진은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허호준 기자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과 관련해 제주도가 쟁점 사안을 검증하고 공항 운영에 도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제주도 차원의 입장 정리를 위해 제출 기한을 연기하면서 고심해온 제주도는 사실상 제2공항 건설 찬성 입장을 전제로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도는 31일 국토부에 제2공항 기본계획안과 관련한 제주도의 의견 제출에 따른 브리핑을 열고 “현 제주공항 수용 능력의 한계로 도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제주권 공항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도민사회가 공동 검증을 요구해온 △항공수요 예측 적정성 △조류 충돌 위험성과 법정 보호종 문제 △조류 등 서식 지역 보전 △숨골의 보전가치 △제2공항 부지 내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 등 5대 사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국토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도는 또 기본계획안과 관련해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지역 주민들의 이주대책과 공항 소음 문제, 도시화에 따른 도로·하수도 등 기반시설 확충 등 주민들을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며 “개발 이익이 도민에게 환원될 수 있는 공항운영권 참여 등 상생 지원 대책과 인프라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는 이날 지난 3월29일부터 5월13일까지 네 차례에 걸친 도민경청회 의견과 3월9일부터 5월31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접수된 의견 등 모두 2만5746명의 주민 의견도 함께 제출했다. 주요 주민 의견을 보면 반대쪽 의견인 주민투표 실시 촉구(1만3060명)와 제2공항 백지화 및 기본계획안 반대(2822명), 찬성 쪽 제2공항 추진 촉구(8292명) 의견 등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2차례 주민 의견 제출 기한을 연장하고, 오영훈 제주지사가 지역사회 원로 면담과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면담 등을 하는 등 입장 정리에 고심해왔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지난 28일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관련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그러나 이날 제주도가 국토부에 △공항 인프라 확충 필요 △2공항 건설 예정지역 주민 이주대책 및 소음 문제 대책 마련 △공항운영권 참여 등의 의견을 냄으로써 제2공항 건설 찬성을 전제로 입장을 정리했다.
앞서 오 지사는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토부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민투표를) 할 수 있지만, 국토부가 (주민투표를) 이미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시했고, (국토부는) 실무적으로 접근했을 때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주민투표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이 있다”며 반대단체들이 줄곧 주장해온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이번 의견 제출로 조건부이긴 하지만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 찬성 의견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갈등은 노골화할 전망이다.
한편, 국토부는 6조7700억원을 들여 성산읍 일대 550만6천㎡의 터에 활주로 1개와 항공기 44대가 주기할 수 있는 계류장, 여객터미널(16만7381㎡), 화물터미널(6920㎡) 등을 지을 계획이다. 사업 완료 시점은 착공 후 5년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멸종위기종 죽이고 또 공항을 짓겠다고요?"
▲ <수라> 포스터. ⓒ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난 보수주의자다. 경제학을 했고 개발 쪽에서 일했다. 새만금도 잘 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많이 반성하고 성찰했다. 앞으로 이런 영화 계속, 계속 만들어 달라."
다큐멘터리 <수라> 황윤 감독이 "너무 감동적"이라며 소개한 어느 6070 통영 관객의 당부다. 새만금 간척과 전북 군산의 수라 갯벌을 소재로 한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수라>가 6주차를 맞았다. 누적 관객은 3만6천 명이다(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7월 26일 집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얼어붙은 극장가 상황을 감안하고 독립예술영화들의 상영 조건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26일 <수라>는 8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개봉 6주차 상영관은 독립예술전영관을 중심으로 22개를 유지 중이다. 돌풍을 이어가는 진원은 공동체 상영이다. 개봉 엿새 만에 2만 명을 동원한 <수라>는 개봉 전후 전국을 돌며 공동체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영화의 위기 속다. 더 큰 타격을 받는 쪽은 독립예술영화일 수밖에 없다. <수라>의 더디지만 은근하고 묵직한 장기 상영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원동력은 100개 극장을 필두로 한 자발적인 관객들의 응원이라 할 수 있다. <수라>는 개봉 당일 전국 70개 극장에서 동시 상영했다. 100개 극장 추진단의 사전 후원 덕택이다. <수라> 황윤 감독은 <작별>(2001)을 시작으로 <어느 날 그 길에서>(2006)와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를 통해 생태와 동물 이슈에 천착해 왔다. 독립 다큐계에서도 흔치 않은 행보다.
그런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응원하고 공감하는 관객들이 '100개 극장 추진단'으로 모였다. 강릉, 광주, 울산, 제주, 수원, 부산, 인천,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인 시사회를 수십 차례 열었다. 요즘 말로 '내 돈 내 산' 관객 배급 켐페인이다. 이렇게 모인 자발적인 관객만 4천 명이 넘었다. 생태와 환경, 교육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단체들이 동참했다. 그런 관객들의 힘으로 인해 전국 각지의 스크린이 열렸다. 전국 갯벌의 3%를 차지한다는 통영 역시 그런 지역의 하나였다.
"'100개의 극장' 통영 추진단이 6/21 <수라>를 통영에서 개봉시켰을 뿐 아니라 다시 뭉쳐 이번 상영회를 열었다. 생태문화시민학교 최광수 이사장님을 필두로 많은 분들이 애써주셨고, 지속가능발전 교육재단 청년 활동가들의 푸릇푸릇한 열정 너무 좋았다. 귀한 어린이 관객들이 대화 끝까지 경청해 주어 고마웠다."
- 지난 23일 황윤 감독 페이스북 글 중에서
<수라>의 놀라운 행보
▲ 27일 열린 <수라> 공동체 상영 현장. ⓒ 하성태
"도요새가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어떻게 가는지 그런 끈기가 굉장히 궁금해요. 마법인 것 같아요."
그 귀한 어린이 관객이 물었다. 28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열린 서울학부모지원센터 공동체 관람에서였다. 황윤 감독은 "그 끈기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학자들이 아직도 연구를 하고 있는데 (철새들이) 어떻게 찾아가는지, 별자리를 보고 가는지, 자기장의 어떤 그런 뭔가의 힘에 이끌려 가는지 아무도 그거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친절히 답했다.
이날 상영은 그 귀한 어린이 관객이 학부모들과 함께 다수 관람했다. <수라>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동물 다큐에서나 볼 법한 희귀 철새들이 다수 출연한다. 엔딩 크레딧 속 출연자 목록에도 새들의 이름이 빼곡이 들어찬 영화는 흔치 않을 것이다.
맞다. <수라>는 어린이 관객들이 반길만한 동물 다큐이기도 하다. 황윤 감독이 <명탐정 코난>을 경쟁작으로 여길 법 하다. 이날 학부모와 어린이 관객들을 마주한 황윤 감독은 수라 갯벌을 지켜야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만히 있으면 (환경과 기후를 지키려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겠죠. 그러면 희망은 없는 거겠죠. 이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 우리가 지금 기후이기 때문에 엄청난 재난을 계속해서 맞이하고 있잖아요. 산불이 일어나고 지금은 또 폭우 때문에 엄청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난민이 되고, 앞으로 내년에는 극심한 가뭄이 올지도 몰라요. 어떻게 기후가 흉포해질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지금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여야 되는데, 그래야 우리 어린이들이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이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는 공항을 또 짓겠다니 이것은 어린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생존을 위해서 생존권을 위해서 (수라 갯벌이 위치한 군산에) 공항은 더 이상 지어지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 이미 15개 공항이 있고, 그중에 5개 빼고 이미 10개는 만성 적자예요. 엄청난 혈세 낭비이자 어린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수라 갯벌은 영화에서 보셨다시피 법으로 보호해야한다고 지정해 놓은 40종이 넘는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어요. 그중에 여러분이 보신 흰발농게도 있고 검은머리 갈매기도 살고요. 이런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고, 그것이 다 증거로 제출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왜 하필이면 거기다가 공항을 지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수라>의 관객 참여 캠페인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작인 <수라>는 이번 주만 해도 전주와 서울, 대구에서 공동체 상영을 진행했거나 진행한다. 올해로 결성 20년을 맞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함께 '수라갯벌의 친구들'(텔레그램)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어린이 관객들의 정확한 눈
▲ <수라>의 한 장면. ⓒ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갯벌은 여기저기 많고, 정부가 잘 관리하는 줄 알았는데 <수라> 영화를 보고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갯벌은 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생명들이 죽어나가고 많은 분들이 노력하시고 있었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있었다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원래 갯벌은 다 살아있고 매립 같은 건 생각도 못해봤는데 매립을 진행했다니 너무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해수 유통이 하루에 2번씩이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황윤 감독이 본인 페이스북에 공개한 지난 아이들의 관람평이다. 노원구 소재 상천초등학교 5학년 관객들은 지난 13일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수라>를 관람했다. 때때로, 아니 종종 아이들의 시각이 정확할 때가 있다. 새만금과 수라 갯벌을, 희귀 철새들을 죽이는 국가 단위 개발을 확인한 아이들의 평이 딱 그랬다.
잔잔한 돌풍의 진원이야말로 <수라>의 완성도와 작품성일 테다. 서울에서 군산으로 이주했다는 황윤 감독이 7년 간 작업한 <수라>는 지난 2020년 작고한 고 이강길 감독의 <살기 위하여>(2006)를 잇는 새만큼 관련 다큐요, 동물 다큐에 천착해온 황 감독이 희귀 철새들과 이들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수라>는 그야말로 새만금을 둘러싼 토픽과 사람들을 '종횡'한다. 20년 넘게 새만금 지키기 활동에 전념하고 대를 이어 희귀종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 단장 부자의 시간들이 종이라면, 세계적이고 우주적인 횡단을 이어가는 철새들의 마법 같은 날개 짓은 횡이라 할 수 있다.
황윤 감독의 카메라는 새만금과 수라 갯벌에 천착한 7년의 시간을 되짚으며, 아니 20년 간의 새만금 지키기 운동을 아우른다. 말 그대로 종횡무진이다. 희귀 철새를, 동물들을, 잊고 살았던 자연과 생태를 스크린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귀하고 소소중하다. 묘한 감동이 인다.
그래서 <수라>를 보는 일은 지구와 세계와 우주 속 하나의 미물일 수밖에 없는 나를 돌아보는 일이며, 그 개인들이 흰발 농게를 위해, 검은머리 갈매기를 위해, 도요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이기도 하다. 황홀하기 그지없는 도요새의 군무를 스크린으로 확인하는 일은 덤이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자녀들과 예술영화전용관을 찾아 관람하기 안성맞춤인 다큐멘터리가 맞다.
[오마이뉴스 하성태의 사이드뷰]
위기의 시대, 생명정치를 열자
'생명정치'와 정치의 전환
한 여름 땡볕 아래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동료 교사들의 눈물이 아프다. 아들과 가족을 잃고 통곡하는 기후재난의 현장이 고통스럽다. 정치문제 이전, 기후문제 이전 우리의 신체가 반응한다. '나'의 몸이 신음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정치적 비상시국 이전에, 생명의 비상시국이다.
'생명' 비상시국
이때 생명이란 무엇보다 '살아있는 몸-마음'이다. 지금 여기 우리의 몸-마음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는 오늘의 현실을 우울감으로, 좌절감으로, 열패감으로, 허기로 체험한다.
생명의 문제감각은 '저쪽'이 아니라 '이쪽'에 있다. '나'로부터 출발한다. 이때 나는 초월적 주체로서의 '자아'가 아니다. '나'로 지칭된 생물학적이고 심리적이면서 또한 사회적인 것의 복합체로서의 인간이다. 이때의 '나'는 무엇보다 살아나고 살아가고 사라지는 '생명의 나'이다. '살아있는 몸-마음'이다. 배고프고,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고, 소멸의 공포를 느끼는 '생명의 나'이다. 기쁨을 나누고 마음을 열고 환대하며, 또한 환희하고 열반하는 '생명의 나'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욕망하고, 포기하고, 또한 저항하는 '생명의 나'이기도 하다.
'생명의 나'를 자각하고 나면 외부가 다르게 느껴진다. '생명의 나'의 외부는 물질세계이기도 하고, 사회세계이기도 하고, 생태계이기도 하지만, 이제 세계는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세계’로 경험된다. 외부는 타자(他者)가 아니라 타아(他我)가 된다. 그/그들은 대상으로서의 타자가 아니라, 마음을 지닌 또 다른 '생명의 나'가 된다. 고양이의 눈빛이 정겹고, 먼지로 뒤덮인 길가의 화초들이 애처롭다. (감정이입만이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웃들과 회사의 동료들이 사회적 역할이나 직책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으로 경험된다. 그의 희로애락의 감정적 변화가 예사롭지 않고, 상처받기 쉽고 늙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요컨대, 사회적인 것 아래,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는 생명세계의 실존이 체험된다.
그렇다.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오늘날 가장 절박한 문제는 생명 문제다. 팬데믹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생태적 재난은 객관적인 사실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생명’의 문제가 되었다. 이제 생태문제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공동체(공생체)의 절멸과 죽임과 고통의 문제이다. 그리고 죽임과 고통의 현실은 두려움과 우울의 정동(情動)을 격발한다. 어떤 이는 그것을 '파국시대의 정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세계를 대전환기라고 말하는 것은 기존의 질서와 체계(시스템)가 생명의 지속과 번영을 지지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자원수탈 및 생산력의 무한성장에 기반한 기존의 경제시스템은 제로성장과 저성장으로 이미 한계를 드러냈고, 대의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시스템도 ‘진영화’된 이해집단과 생명-생태문제 등에 효과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무한 경쟁과 무한 능력주의의 직업시스템과 교육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한 근대적 의미세계 전체가 시스템 종식의 위기에 처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근대문명의 종말이 그것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나타내는 한국사회는 근대문명의 반생명성과 시스템적 한계의 치명적인 증거가 되고 있다.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의 몸-마음'이다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우리는 정치공동체 이전에 생명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에게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이다. 아파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몸-마음이다. 비상품적 인간관계에 허기지고, 공생체(共生體)를 열망하는 살아있는 몸-마음이다. 정치의 최종심급은 우리가 가끔 영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아름답고도 거룩한 생명의 마음이다.
그런데 생명정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먼저 생명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이 요구된다. 요점은 이렇다. (일반적인 생명권력이론과 다르게) 생명사상의 관점에서는 권력이 (인간)생명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생명 스스로 자신을 길들인다는 것이다.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들이 그렇듯이 생명의 훈육은 항상 자기훈육이고, 그것은 생존의 기술인 것이다. 타자복종이 아니라, 자기복종인 것이다. (자율이라고 말해도 좋다.) 복종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더 잘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 복종은 인격적 복종이 아니라, 결정에의 복종이다. 코로나 백신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주민등록도 그렇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명이 사회적 층위에서 국가를 생성해낸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 생명을 과도하게 길들이려 한다면 저항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권력이 생명을 대상화할 때, 생명은 레지스탕스가 된다."(들뢰즈) 기존의 시스템을 전북하고, 또 다른 자기복종 형식을 발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모든 정치는 생명정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다양한 정치적 코드로 표현된다. '경제성장/경제침체'라는 코드, '민주/반민주'라는 코드, '정의/부정의'라는 코드가 그것들이다.
생명정치는 경제성장 정치, 부국강병 정치와 다른 길을 지향한다. 한국경제를 비롯한 자본주의 선진국은 이미 포스트 성장시대에 진입했다. 저성장, 제로성장을 피할 수 없다. 억지 경제성장 드라이브는 지금까지의 성과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극단화되는 부국강병의 정치를 목격하고 있다. 한계상황의 돌파구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그 결과는 전쟁과 파멸일 수밖에 없다.
생명정치는 무엇보다 이념정치와 구별된다. 부연하면, (좌파든 우파든) 정치적 올바름을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도덕(선악)정치, 진리정치와 대별(大別)된다. 이념정치, 도덕정치, 진리정치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틀렸기 때문에, 상대방의 청산과 척결을 정치의 목표로 삼게 된다. 생명정치는 (적폐)청산정치와 (좌파)척결정치와 같은 배타적 진리정치에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은 국민의 적대감을 양산하면서 자신을 확대 재생산한다. 특히, 한국 진보의 경우, 진리정치 과잉이 역설적으로 진리정치의 이른 종말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그런 맥락에서 오늘날 목격되는 가짜/진짜 정쟁은 진리정치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힌다.)
또한, 생명정치는 환경정치 및 생태정치와 비교될 수 있다. 환경정치와 생태정치가 인간과 사회의 조건으로써 객관적 생태계에 주목한다면, 생명정치는 인간생명을 비롯한 생명의 내면과 마음의 흐름에 주목한다. 예컨대, 기후변화는 인류의 종말을 위협하는 생태학적 사실이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대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후우울이 시사하듯은 기후문제는 이미 생명의 마음의 문제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명정치는 기존의 구별 도식을 뛰어넘는 도약적 차원변화를 기대한다. 초월적 돌파를 고대한다. 생명운동의 핵심 논리 중 하나인 이변비중(離邊非中)의 차원변화가 그것이다. 이변비중은 원효의 말로, 직역하면 "양 끝을 떠나되 중간도 아니다"라는 뜻이다. 핵심은 중간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중간(中間)과 중도(中道)는 구별되어야 한다. 진보/보수의 중간, 좌/우의 중간이 아니라, 좌/우, 진보/보수의 구도 자체를 점프해 새로운 구도를 발명해야 하는 것이다.
구공존이(求空存異), 생명정치의 원리
생명정치의 원리는 구공존이(求空存異)다. 그것은 구동존이(求同存異)와 구별된다. 구공존이의 관점에서는 세계의 원초적 공허함이 강조된다. 진영들의 척도는 일시적이고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 공(空)을 구하고 차이(異)를 인정한다는 것은 현재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차이의 생성 가능성을 의미한다. 공허의 지대는 비구별의 상태로 생기(生氣)적 사건의 장이며 정동적 사건의 장이다. 생성과 창조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공을 구하되 차이를 생산하지 않으면 생명체는 살 수가 없고, 사회는 자기생산을 할 수 없다. 구별하고 비교하지 않으면 문명사회는 불가능하다.
구공존이를 생명정치에 적용하면, 두 가지 측면이 강조된다. 하나는 무지(無知)의 정치다. 이를테면, 확실성의 정치에서 무지의 정치로서의 전환이다. 이때 무지란, 물론 무지의 지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맹점의 자각이다. 볼 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없는 삶-사회의 조건에 대한 깨달음이다. 진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영의 맹점을 인정하면서, 연찬(硏鑽)과 향연(饗宴)을 통해 풍요로운 협력/경합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접근할 수 있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가 없음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전 지구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지질학적 훼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 어민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당신들은 바다를 모른다." (이는 기후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지의 기후-생태학'이 요구된다.)
그러나 구공존이의 공은 인지적인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이를테면 그것은 존재론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궁한 잠재력으로서의 공(空)의 역능에 유의한다. 공의 생성능력에 대한 믿음은 우리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킨다. '공'이라는 미지의 지대이자 비구별의 지대는 허무의 끝이 아니라, 풍요의 원천이다. 영점장(零點場)과 같은 무한에너지의 현장인 것이다.
구공존이의 존이(存異)는 다(多)맥락적 사회, 다(多)세계적 세계를 의미한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다진영적 정치, 다당제적 정치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예컨대, 생명정치는 생명문제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지만, 디지털기술 문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해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존이는 타자로 인식된 진영들과의 협력을 강제한다.
구공존이의 생명명치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정치의 전환을 실험할 수 있다. 정치체계를 포함해 사회적 체계의 핵심이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전제하에서, 첫째, 정치적 소통의 주제를 투기 경제에서 삶-생명으로 전환하는 것, 둘째, 정치적 소통의 방법을 이성적 판단에서 생명의 마음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것이다.
커먼즈 라이선스.
정치적 소통 주제의 전환: 투기경제에서 삶-생명으로
지금까지의 정치적 소통의 핵심 주제는 경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살림살이경제와 구별되는) 투기경제, 혹은 부자되기경제였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자본으로써 '능력'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것은 삶-생명을 갈아 넣어야만 가능한 악마적 거래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명의 관점에서, 이제 우리의 정치적 소통의 주제는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이 아니다. 투기 능력이 아니다. 삶-생명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고, '생명으로서의 나'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때 삶이란,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이다. 지난 생애의 삶이 투기적 삶이었다면, 이번 생애는 아름다운 삶, 건강한 삶, 멋진 삶이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 정치적 소통 주제가 된다. 자신의 환상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 노년의 자신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영국 정부에 있다는 '외로움 장관'만이 아니다. 저녁이 있는 삶 장관, 존엄한 죽음 장관, 꿈을 또 하나의 현실로 만들어주는 장관을 둘 수도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영역으로 자유경쟁에 방치되는 편의점을 호혜적 시장경제의 생활-거점으로 지원하고, 생물지역주의(bio-regionalism)에 기반한 공생체(共生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또 다른 지방세계의 탄생을 돕는 지방소멸/지방재생 프로젝트를 만들 수도 있다. 생기있는 도시공간 만들기, 15분 도시, 스마트폰 프리의 날, 사회적 깨달음 학교, (직업학교가 아닌) 생업학교를 설치할 수도 있다.
김대중 전(前) 대통령이 이야기했다는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때 생물은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변화무쌍함을 가리키고 있지만, 생명 정치의 주제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생태정치: 기후변화, 생물종 절멸 등 생태적 문제들에 대처하는 정치
-생활정치: 식의주학(食醫住學) 등 생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 예컨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핵심인 주택문제의 경우 주택 사회주의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정책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생업정치: 직업이 아닌 생업(生業). 일자리에 대한 다른 접근.
-돌봄정치: 요양원 수용의 공포에서 자유로운 돌봄체계
-모성청치: 탄생과 양육의 어머니 마음의 정치
-존엄정치: 존엄하고도 평온한,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을 만드는 정치
-재난정치: 기후재난시대의 생명선(life line)을 예비하는 정치
-풍류정치: 생명친화적이면서 미학적인, 우리 전통문화의 흥과 멋을 살린 정치.
-사물정치: 사물들의 의회와 코스모폴리틱스(라투르), 경물사상(최시형)과 인물균론(人物均論)(홍대용)의 제도화.
-마음정치: 심금을 울리는 정치, 생명의 마음과 감응하는 정치
-해방정치: 억눌린 생명들의 자기해방을 돕는 정치
-공성(空性)정치/영성(靈性)정치: 숭고지향을 드높이는 정치. 구공존이(求空存異)의 정치
-등등
그 외에도 생명정치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생명정치는 개인의 욕구를 탐욕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생명정치는 (기업과 국가의 약탈적 자원사용을 외면한 채) 생태문제를 개인과 가정에 전가하는 개인컵 사용 캠페인에 유의한다. 생명정치는 산업문명과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이분법적 사고 등 개인의 성찰로 환원하지 않는다. 생명정치는 화폐 만능으로 귀결될 개연성이 큰 기본소득에 찬성하지 않는다. 생활주택, 생활임금 등 생활보장을 적극 검토한다. 생명정치는 이념적 성격이 강한 탈성장 체제전환론, 혹은 기후정의론보다, 포스트 성장시대에 걸맞은 다양하고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지금여기서 실험하도록 지원한다. 생명정치는 성적(性的) 미결정성과 자기선택을 존중한다. 등등.
그리고 또 한 가지, 생명정치는 공간정치와 비교되는 시간정치를 강조한다. 살아있는 것은 무엇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있다. 생명정치는 공간보다 시간에 주목한다. 근대 산업문명에서 공간은 무엇보다 채굴과 개발의 대상이었다. 생명정치는 생장소멸하고 생로병사하는 우리의 실존적 생애주기와 생태계의 생명시간에 유의한다. 진보/보수의 선형적 시간과 구별되는 확산적 회귀의 시간을 탐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작에서 종말을 향해 가는 시종(始終)의 시간과 구별되는, 종말에서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종시(終始)의 시간에 주목한다. 다시개벽의 시간에 주목한다.
생명정치는 제국 일본이 아니라,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에 주목한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일본은 실패한 국가일지는 모르지만, 실패한 사회만은 아니다. 재난시대의 라이프 라인(life line)을 제도화하는 일본. 재난 경험을 통해 이념 과잉과 의미 과잉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일본(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참조). 탈이념과 탈의미화 속에서 동시에 허무주의를 경계하는 일본. 신체와 정동을 새로운 삶의 준거점으로 제시하는 일본. 재난 이후 폐허 위에서 새로운 삶의 형식을 실험하는 일본사회에 주목한다.
그리고 생명경제가 있다. 생태경제만이 아니다. 30여전 년 접했던 일본의 지역자립의 경제학과 생명의 경제론이 떠오른다(<공생의 사회 생명의 경제>). 19세기 유럽에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의 생명경제론이 있었고, 21세기에는 자크 아탈리의 <생명경제로의 전환>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른바 생명경제를 비전으로 제시한다(구체적인 프로그램에는 의문이 있다. 예리한 관찰이 요구된다.).
정치적 소통 방법의 전환: 시비를 기리는 정치에서 심금을 울리는 정치로
'심금(心琴)을 울린다'라는 말이 있다. 이때 심금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 미묘하게 움직이는 마음"이다. 생명정치가 생명의 마음의 정치라면, 다시 말하면 심금을 울리는 정치 아닐까.
그러나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의 마음이지만, 정치엔 정치 나름의 문법과 작동원리가 있다. 정치와 마음은 정치/마음의 형식으로 연동되고 있지만, 마음을 정치체계로 직접 배달할 수는 없다. 정치와 마음 사이에는 경계가 있다. 유권자의 마음은 (여론조사와) 투표를 통해서만 정치화될 수 있다. 정치적 메커니즘을 통해 번역되고, 정치적 문법으로만 작동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민주/반민주나 국가/반국가라는 정치적 코드는 사람들 마음에 직통(直通)할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 경험과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미 반응하도록 준비되어 있다.
거꾸로 열망과 염원의 마음 역시 정치적 코드화되어야 한다. (이때 코드화는 잠정적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르면서 해체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성공은 정치적 코드화를 필수적인 조건으로 한다. 대표적인 것이 민주/반민주 코드이다. 생명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은 무엇보다 생명을 능욕하고 파괴하는 권력에 대한 생명의 저항이었다. 그러나 저항의 정치적 형식은 민주/반민주의 민주화투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민주적인 것과 반민주적인 것의 다양한 기준, 조건, 사례가 만들어지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장착된다. 정강정책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역설적으로 생명정치는 정강정책으로부터 시작될 수 없다.) 이제 코드는 서사와 연결된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신화가 만들어지고, 1987년 6월 극적인 민주항쟁의 승리로 귀결된다.
생명정치의 코드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생명/반생명이다. 그러나 생명정치적 사건은 코드만으로 촉발되지 않는다. 코드를 감싸고 있는, 코드에 들러붙어 있는 정동, 감응, 유령, 귀신으로 이름붙여진, 다시 말하면 신령한 힘에 의해 격발된다. 생명정치의 본령은 여기에 있다. 심금을 울려야 하는 것이다. 심금을 우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개인의 심금을 울리는 방법과 집단의 심금을 울리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때 집단이란 생명세계 전체를 가리킨다. 예컨대, 큐피드의 화살과 만파식적의 피리소리가 그것이다. 이것들로부터 생명정치의 원형적 기예(技藝)를 배운다. (기존 정당들 역시 이미 생명정치, 정동정치의 기술을 구사해왔다. 경조사를 챙기며 슬픔과 기쁨을 같이하고, 식사자리와 술자리를 통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 관계를 확인한다. 그리고 대규모 정치집회에 관광버스를 동원해 스킨십을 넓히고 정동적 감응을 강제한다.)
큐피드의 화살 되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큐피드의 화살의 타깃은 그/그녀의 심장이다. 두뇌가 아니다. 사랑은 생각을 통해 격발되지 않는다. 사랑의 마음 역시 원천적으로 신체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동시에 형태가 없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정동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큐피드의 화살은 정(情)이 들고 정(情)이 쌓이는 마음을 조준한다. 그리고 거기에 정치적 판단이 연결되면서 감정이 격발된다. 그간 정치적 사건으로서 화살쏘기는 늘상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진보파의 화살은 주로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이념, 가치, 의미, 정책과 같은 이성적인 것들이었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의 화살을 쏘았고,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살짝 걷어내면, 그때의 화살 역시,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국민들의 가슴을 격발한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 억압, 억눌린 마음과 자유의 염원이 폭발된 것이다.
만파식적(萬波息笛) 되기: 만파식적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신라의 영험한 피리로써, 직역하면 '일 만개의 파도를 쉬게 하는 피리'이다. 큐피드의 화살쏘기가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직접적인 개인의 감정의 격발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 만파식적의 소리는 비-개체적이고 비-가시적으로 세상 전체를 조율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만파식적은 소리의 힘으로 질병을 물리칠 수도 있고, 전쟁을 막을 수도 있다. 산천초목을 편안케 할 수도 있다. 특히 만파식적은 듣지 못한 이들에게도 감응되는 우주적 울림이다. 그리고, 만파식적의 영험한 소리는 아름답고 담대한 이야기와 연결된다. 만파식적은 기후재난과 팬데믹 시대, 전 지구적 생명공동체를 평안케 하는 지구적 생명정치의 기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큐피드의 화살이 개인의 마음을 향한다면, 만파식적의 피리소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 생명과 생명 사이에서 공명한다. 큐피드의 화살이 감성정치라면, 만파식적은 이를테면, 신명정치다. 영성정치다. 신명정치는 이를테면 특정한 감정을 격발하기보다 공(空)의 에너지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기존의 도식과 구별과 프레임을 해체하는 초월적 돌파의 에너지를 소망한다.
생명정치란 이를테면, 큐피드의 화살의 정치이며, 만파식적의 정치이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화살들과 피리들이 있다. 모토, 구호, 슬로건, 몸짓, 심벌, 아이콘, 이미지, 그림, 노래, 의례 등등이 그것들이다. 이것들은 모두 유권자의 마음을 향한다. 한 번이 아니다. 수없는 화살이 반복적으로 날아가고, 그것은 친근한 이야기로, 담대한 서사로, 대서사시(詩)로 종합된다. 큐피드의 화살이나 만파식적도 하나의 이야기거니와, 산업화와 민주화 역시 하나의 서사였던 것이다.
생명정치, 2024년 총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사건의 과정에서 생명정치의 무리(黨)가 형성된다. 150여년 전 수십년 간의 개접/파접(開接/罷接)의 감응체험과 수많은 조직사건 등을 통해 형성된 동학의 무리(東學黨)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무리와 주체는 구별된다. '주체'가 영속적이고 초월적이라면, '무리'는 일시적이고 경험적이다. 반복적이고 재귀적인 무리 경험이 또 다른 무리를 형성한다.
그리고 무리는 세력이 된다. 생명정치 세력 역시 깊은 산속에 숨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날 수 없다. 한 번의 사건 만들기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무리가 형성되고, 생명정치 사건이 거듭되면서 세력은 확대 강화된다. 다시 말하면, 사건을 통해 출현하고 반복을 통해 구성된다. 노동자계급이 노동투쟁을 통해 형성되고, 태극기부대가 태극기시위를 통해서 형성되듯이. 생명평화 탁발순례 5년을 통해 생명평화결사가 만들어지고, 생명평화 진영이 생겨났듯이. 그렇다면, 또 다른 사회적 무리와 세력으로 거듭난 '새로운 우리'를 우리는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2024년 총선은 하나의 기회이다. 한국정치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정치가 노동정치, 젠더정치, 생태정치처럼 정치적 시민권을 얻게 될 수도 있고, 혹 '초월적 돌파'의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삶-생명이냐, 아니냐?'의 새로운 정치적 구도, 새로운 정치적 진영이 형성될 수도 있다. 정치적 전환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한계상황의 강도(强度)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다시 물어야 한다. "한국정치는 바닥을 찍었는가?" "바닥을 뚫고 올라올 힘이 있는가?"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추락을 떠받치고 있는 낡은, 그러나 단단한 기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단단하지만 낡은 기둥일 수도 있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아직은 가시화되지 않은, 새로운 무리와 세력의 부재이다. '숲의 천이(遷移)'에서 볼 수 있듯이, 전환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떡갈나무의 발아와 성장과 확산만이 숲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다(多)세계적 세계관으로 볼 때, 전환이란 단일한 세계의 변혁이 아니다. 또 다른 세계의 태동을 통해 세계들을 재배치하는 일이다. 세계가 세계들이고 사회가 사회들이라면, 새로운 사회의 태동을 통하지 않고서는 전체사회의 배치를 재배치할 수 없다. 더 많은 민주주의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협력/경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제도의 발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적 이념, 새로운 정치의 주제와 방법이 요구된다. 우리에게 그 이름은 생명정치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정치적 변이의 태동과 전염과 확산을 격발할 정동정치적 사건의 현장이다. 정동정치적 축제들이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발발은 그 1년 전 보은취회에서의 수만명 동학당들의 공생체(共生體) 식사와 시천주(侍天主) 주문과 풍물굿으로 고양된 정동적 힘, 공명의 힘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올가을, 수많은 큐피드의 화살들과 만파식적들이 공명하는, 전라도 고부 들녘에서의 '생명정치 페스티벌'을 고대한다.
주요섭 (사)밝은마을_생명사상연구소 대표 /프레시안
거제남부관광단지 멸종위기종 서식, 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확인
거제시민사회단체, 골프장 개발 전면 취소 촉구
서식지 원형보존하고 천혜의 자연환경 보호해야
경남 거제시에 추진 중인 거제남부관광단지(노자산골프장) 사업 대상지 내에 멸종위기종 대흥란과 거제외줄달팽이가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시민사회단체는 환경영향평가가 ‘거짓 부실’로 드러났다며 개발사업 전면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거제지역 3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31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거제남부관광단지(노자산골프장) 개발사업 전면 취소를 촉구했다. 시민행동 제공
거제지역 3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31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 예정지에 대한 멸종위기종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선 협의, 후 조사’ 의견 처리<국제신문 지난 5월 23일 자 10면 보도>하면서 공동생태조사를 실시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에 따르면 공동조사단은 경남도 추천 전문가 2명, 낙동강유역청 추천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됐다. 대흥란은 지난 11일과 20일, 거제외줄달팽이는 지난 13일과 14일 각각 조사했다. 대흥란과 거제외줄달팽이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대흥란은 골프장 계획지역 대부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총 727촉이 발견됐다. 2020년에 발표된 논문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대흥란 자생지의 생태적 특성- 거제시 노자산을 중심으로’에서 밝힌 대로 노자산이 ‘대흥란 최대 자생지’임이 재확인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거제도 노자산 일원에만 서식하는 거제외줄달팽이는 8개 계곡부에서 22개체가 확인됐다. 이는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 부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시민행동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민행동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환경평가서 협의에 대한 책임을 지고 평가업체를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또 멸종위기종 서식지 원형 보존 대책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경남도와 거제시에는 노자산 골프장 개발을 불승인하고 천혜의 자연환경 보호를 요구했다.
시민행동은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 부실 작성한 사람들과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낙동강유역청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더 이상 사회적 갈등과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사업의 전면 취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사업 시행사인 경동건설은 관광단지 지정을 위한 절차인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제출했었다.
거제남부관광단지개발사업은 거제시 남부면 노자산 일대 369만 3875㎡ 부지에 경동건설이 골프장과 체험·레저시설, 호텔, 콘도미니엄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이 노자산 일대는 보존돼야 할 자연의 보고라며 자연훼손과 난개발을 이유로 반대한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
거제 남부면 주민들 “남부관광단지 하루 속히 추진하라”
자치위 등 주민대표 30여 명 시청 앞 집회
거제시 남부면주민자치위원회와 발전협의회, 이장협의회 그리고 부녀회·노인회 대표단 30여 명은 26일 거제시청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고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독자 제공
“경남도와 거제시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남부관광단지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
경남 거제 남부관광단지 사업 조기 착수를 위해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남부면주민자치위원회와 발전협의회, 이장협의회 그리고 부녀회·노인회 대표단 30여 명은 26일 거제시청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고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남부면은 인구 1500명 남짓한 소멸해 가는 거제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며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관광단지 사업을 받아들이고 환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민간사업자와 거제시의 진정성 잇는 추진 의지를 거듭 확인한 끝에 이리저리 흩어졌던 민심을 한데 뭉치게 됐다. 지금은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주민들이 사업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대책을 세워 사업을 하루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줄곧 사업 백지화를 주장해 온 환경단체에 향해선 “주민생존권이 달린 사안”이라며 “환경보존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상생의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자산과 가라산은 남부면민들이 조상 대대로 지키고 가꾸어 왔다. 앞으로도 우리가 주축이 돼 가꾸고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간절한 부탁과 호소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생존권을 걸고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부관광단지는 (주)경동건설이 4300억 원을 투자해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휴양·힐링·레저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면적 369만 3875㎡(해면부 39만 8253㎡ 포함), 국제경기용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로 경남에선 가장 크다.
2017년 거제시가 사업계획을 수립해 2019년 경남도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하면서 본격화했지만, 환경단체 반발에 환경부가 ‘생태 보호 구역’ 범위를 늘렸다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지난달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개발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보완 조치 시행을 전제로 사업 추진에 동의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낙동강청 요구에 따라 최종 승인기관인 경남도와 낙동강청이 추천하는 생태전문가 5인이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사업 예정지 일원을 대상으로 생태조사를 진행했다.
거제시는 해당 조사 결과를 취합해 이번 주 중 경남도에 보고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이를 토대로 낙동강청과 협의를 거쳐 최종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남부관광당지가 들어설 남부면 일원. 부산일보DB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거제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개막의 마중물로 낙후된 남부권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실제 사업자 측 분석을 보면 남부관광단지 조성 시 7년여로 추정되는 건설단계에서만 총 9584억 원 상당의 생산·소득·부가가치 경제 유발 효과와 5321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운영단계에선 상가와 숙박, 운동·오락시설을 통해 연간 214만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20년간 6조 660억 원 상당의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콘도미니엄, 호텔, 연수원, 골프장, 테마가든, 생태체험장 등 관광단지 내 10개 시설 운영·관리를 위해 65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인데, 지역주민에게 우선권을 준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23.7.26
기후변화에 텃새 된 민물가마우지, 결국 포획 허가 추진
2020년 강원 인제군 소양호 일대에 민물가마우지가 급증하면서 배설물이 쌓이는 백화현상이 발생했다. 인제군 제공
환경부가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중 관련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고 31일 밝혔다. 개체수 조절을 위해 포획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연해주·사할린에서 번식한 뒤 한국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였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올빼미·너구리 등 천적도 사라지면서 한반도에 눌러앉게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민물가마우지의 텃새화는 2003년 경기 김포시에서 100쌍이 번식하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이후 경기 양평, 강원 춘천 의암호, 수원 서호 등에서 집단 번식지가 잇따라 발견됐다. 2015년만 해도 국내에서 포착된 개체는 9,000여 마리였으나 지난해 1월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에서는 3만2,000마리가 확인됐다.
민물가마우지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서식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원성이 자자하다. 물고기를 모두 먹어치운다는 이유다. 배설물이 쌓여 나무가 죽는 '백화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올해 청주시, 평창군 등 28개 지자체는 양식장·낚시터·내수면 어업 등 58건의 피해를 보고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환경부에 유해동물 지정을 요구해 왔다.
다만 민물가마우지가 실제로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2년 전 연구에서 "전반적으로 가마우지류의 개체수 증가와 어류 개체군과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일부 특이 개체군에 제한적인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질·보전생태 등 복합적 영향이 작용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부터 비살생적 방법으로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조절에 착수한 정부가 1년 만에 살생이 수반되는 유해야생동물 지정에 나선 것도 논란이다. 정부는 그간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경제적 피해 정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빈 둥지 제거 등 번식을 방해하는 방식을 우선 적용해 왔다. 실제 지난해 6,056개였던 둥지 수는 올해 5,857개로 소폭 줄었다.
환경부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더라도 살생보다는 생태계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장 허가가 있어야 포획이 가능하고 피해가 경미하다면 다른 대책부터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번 조치는 양식장 등 재산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향후 서식현황 조사연구를 통해 생태 건강성 보전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다른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도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도심 주거지 인근 녹지공원에 이 새가 번식하면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농작물 피해가 증가했다는 이유다. 현재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동물은 참새, 까치, 직박구리,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등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믿기지 않는다” 누리꾼들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부산 출근길 모습 (실제 영상)
에펨코리아, SLR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동서고가도로 출근길 영상이 게재됐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수십 대 차량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 담겼다. 같은 차선으로 진입하기 위한 차들이 계속 유입돼 도로가 마비된 상태다.
이하 동서고가도로 모습( / 에펨코리아
이를 본 누리꾼들은 "부산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 도시 계획 문제 같다. 신호체계나 도로가 뜬금없다", "동서고가로 문제는 양방향 2차선씩 있는데 창원, 마산 등 서쪽에서 들어오는 대형트럭과 부산을 가로질러서 서쪽으로 나가려는 대형트럭들이 양방향을 막고 있는 게 문제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부산 동서고가도로는 차량 유입이 많은 만큼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지난 3월에는 차량 추돌 사고로 화재가 발생해 시내도로에 극심한 출근길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부산 부산진구 동서고가도로 진양램프에서 감전램프 방향 도로에서 한 승용차가 앞서가던 화물차를 들이받은 것. 사고 후 승용차에서 불이 나 차량을 모두 태웠고, 불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최근 동서고가도로는 혼잡한 교통뿐만 아니라 지역발전 저해, 동서고가 존치 시 소음·빛공해, 사생활 침해 등 피해 발생, 부동산 하락 등의 이유로 주민 10명 중 8명이 철거를 찬성했다.
부산진구청
진구는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5일까지 동서고가도로 철거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고가도로에 인접한 8개동(부전2동, 전포1동, 부암1동, 당감1·2동, 개금3동, 범천1·2동) 주민 1만 78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1만 7047명 중 81.9%(1만 3968명)가 동서고가도로 철거에 찬성했고 18.1%(3079명)가 반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구는 이번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시에 동서고가도로 철거를 적극 건의하고, 지난 5월 구성된 ‘부산진구 동서고가도로 철거 추진협의체(가칭)’를 주축으로 철거 확정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너무 더워서 뱀도 그늘 찾아 도시로… "공존 모색해야 할 시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양재천 산책로에서 발견된 뱀. 독자 이성민씨 제공
“으앗, 왕지렁이가 아니라 뱀이었네!”
#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성민씨는 지난달 28일 여느 때처럼 점심식사를 마치고 인근 양재천을 산책하다가 깜짝 놀라 주저앉을 뻔했다. 산책로와 경계석 틈새로 뱀이 머리를 내밀고 있었던 것. 이씨는 “무심코 지나갔으면 나뭇가지로 착각했을 것”이라며 “뱀도 인기척에 놀랐는지 미처 신고할 새도 없이 번개처럼 사라졌다”고 말했다.
# 충북 청주시에서 대학 교직원으로 일하는 양진석씨는 이제 뱀을 봐도 무덤덤하다. 올 4월 캠퍼스 내 도로에서 처음 뱀을 목격했을 때는 기겁하며 도망쳤으나, 출퇴근 길에 워낙 자주 마주치다 보니 친근감마저 느낀다. 양씨는 “먹을 게 없어서 사람이 많은 곳까지 나왔나 싶어 안쓰럽다”고 했다.
깊은 산속이나 수풀, 시골 논두렁에서나 사는 줄 알았던 야생 뱀이 요즘 서울을 비롯한 도시 한복판에 수시로 출몰하고 있다. 1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뱀 포획ㆍ구조를 위해 소방대원이 출동한 건수는 뱀의 동면이 끝나는 3월만 해도 106건에 그쳤으나, 4월 399건, 5월 1,616건, 6월 2,323건으로 매달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3월엔 각각 6건, 28건, 4월엔 16건, 88건, 5월엔 72건, 429건, 6월엔 97건, 591건으로 나란히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뱀이 활동하는 4~10월 포획 신고가 집중되는 패턴도 반복되고 있다.
2023년 뱀 포획 구조 출동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뱀은 하천 주변뿐 아니라 고층 아파트 단지로도 진출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 파주시처럼 공원이 많은 신도시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는 뱀 목격담이 종종 올라온다. ‘뱀 조심’ 푯말을 붙여 놓은 곳도 적지 않다. 5월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선 평소 뱀에 관심이 많던 어린이가 우연히 발견한 뱀이 독사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119에 신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시 뱀 물림 사고도 극히 드물긴 하지만 아예 없진 않다. 얼마 전 인천 중구 한 아파트에선 강아지가 뱀에 물렸고, 배우 임강성씨는 산책 도중 살모사에 물려 입원까지 했다.
뱀의 잦은 출몰은 도시 생태계가 회복된 덕이다. 도시에도 녹지와 습지가 많아져 뱀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데다, 여름엔 뱀이 산란을 위해 이동하느라 사람과 마주치기 훨씬 쉽다는 것이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전임연구원은 “뱀이 있다는 건 쥐, 개구리 같은 먹이가 많다는 뜻”이라며 “생태계 먹이사슬이 잘 이뤄져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시 영주소방서 관계자들이 최근 적서동 노벨리스코리아 공장 내에서 발견된 비단뱀의 크기를 재고 있다. 영주소방서 제공
폭우와 폭염을 오가는 극단적 날씨도 영향을 미쳤다. 박 연구원은 “뱀은 변온동물이라 한여름 무더위에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하천변과 풀숲, 바위 아래 같은 서늘한 그늘을 찾아다닌다”며 “사람도 뜨거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이나 강변으로 향하다 보니 서로 동선이 겹친다”고 설명했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여름엔 사람들이 수변에 자주 나오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도 많아져 설치류가 늘어나고 이를 먹이로 삼는 뱀도 모여들 수 있다”면서 “집중호우로 상류에서 떠내려온 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뱀이 무섭다고 함부로 잡아선 안 된다. 유혈목이와 능구렁이, 누룩뱀, 살모사 등 자주 눈에 띄는 뱀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획이 금지돼 있다. 뱀을 발견하면 조용히 피해 가거나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게 가장 좋다. 대다수 뱀은 독이 없지만 간혹 살모사처럼 독사도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뱀이 사람을 더 무서워해 먼저 도망간다”며 “호기심에 막대기로 찌르는 등 사람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뱀이 서식할 수 있는 녹지가 점차 증가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생태보존지역을 조성하는 등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오늘 같은 무더위가 94일간 이어진다면 견딜 수 있을까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현장에 폭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 배출하면 한국의 ‘극한 열 스트레스’가 연간 90일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 기후에서 극한 열 스트레스는 ‘아직’ 8일 정도다. 지금보다 12배가량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기상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미래 열 스트레스 전망’ 분석 결과를 2일 발표했다. 포항공과대학교 기후변화연구실 연구진이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25㎞ 크기 정사각형 격자로 나누어 ‘열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했다.
열 스트레스 지수는 기온, 상대습도, 풍속, 복사에너지 등을 종합해 인간이 실제로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단계별로 나타낸 지표다. 26~28도는 보통, 28~30도는 높음, 32도 이상은 매우 높음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의 전국 온열 질환 감시체계 자료를 보면 온열질환자는 열 스트레스 지수가 30도 이상일 때 급격하게 증가하고, 32도를 넘기면 가장 많이 발생했다.
1979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여름철(6~8월) 열 스트레스 지수는 평균 28.1도였다. 현재 기후에서 열 스트레스 지수가 상위 5%인 ‘극한 열 스트레스 일’은 7월31일쯤 시작돼, 8월12일쯤 끝난다. 온열질환자가 연일 발생하는 요즘이 해당한다.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일 소방대원이 서울 종로구 한 쪽방촌에서 소방 용수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연구진은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의 6~8월 평균 열 스트레스 지수를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했다. 온실가스 고배출, 초고배출 각 시나리오에서는 지금보다 7도 이상 올라 전국 평균 34.6도와 35.8도로 전망했다. 초저배출,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도 지금보다 3도 정도 올라 각각 31.2도, 32.8도 수준을 예상했다.
현재 기후에서 연간 7.6일 정도 발생하는 ‘극한 열 스트레스 일’은 온실가스 초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94.2일로 늘어난다. 온실가스 초저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7.5일로 3.6배 늘어나는 데 그친다.
극한 열 스트레스가 연속으로 발생하는 기간도 현재 3.5일에서 대폭 늘어난다. 고배출 시나리오는 66.3일, 초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77.6일이 ‘요즘같은 무더위’다. 요즘같은 무더위가 6월15일쯤 시작해 9월21일까지 연일 이어진다는 의미다.
21세기 후반기 한국 여름철 열스트레스 지수 분포. 기상청 제공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종합보고서에 핵심 저자로 참여한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부교수는 “이미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열 스트레스가 심각한데, 온실가스를 줄일수록 열 스트레스 일수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2050년 탄소중립,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모든 부문에서 가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향 강한들
‘습식 사우나’ 갇힌 한반도…습한 폭염이 더 무서운 이유
전국 대부분 체감온도 35도에, 습도 60% 안팎
‘습한 폭염’ 땐 땀 기화 안 돼 온열질환 위험 커져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근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습한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높은 습도는 체감온도를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땀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는 작용도 어렵게 해 열사병(체온 조절 기능 상실)을 비롯한 온열질환 위험도 더 커진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더운 시간대엔 활동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갈증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물을 규칙적으로 마시라고 권고한다.
기상청은 1일 당분간 높은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유지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오르겠다고 예보했다. 이날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34.4도까지 치솟았던 오후 1시30분 당시 기온은 33.9도, 습도는 60%였다. 같은 시각 인천 64%, 경기 파주 68%, 강원 철원 66%, 대전 56%, 부산 57% 등 한낮 습도가 60% 안팎인 곳이 많았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보통 우리나라 한낮 습도는 40∼50%이고 여름철에는 이보다 높지만, 최근 수증기가 많이 공급돼 습도가 더 높은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습한 성질을 갖고 있고, 이에 더해 북서진하고 있는 제6호 태풍 카눈이 수증기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폭염을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습한 폭염’, 건조한 가운데 태양열이 내리쬐는 ‘건조한 폭염’으로 나눈다. 지난해 하경자 부산대 교수(대기환경과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기후와 대기과학’에 게재한 논문에서 습도 33% 이하일 때 폭염을 건조한 폭염, 습도 66% 이상일 때 폭염을 습한 폭염으로 정의했다. 이 논문을 보면, 한반도는 습한 폭염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특히 사람이 느끼는 열 스트레스 지수는 건조한 폭염에서보다 습한 폭염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습한 폭염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경자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갈수록 바다에서 뿜는 수증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한국처럼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에선 습한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습한 폭염이 건조한 폭염보다 건강에 더 큰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사람 몸에서 나오는 열은 땀이 증발되면서 함께 제거되는데, 습도가 높으면 이런 기능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땀을 내 기화(액체가 기체 상태가 되는 현상)하는 과정에서 열이 떨어지는데, 습하면 이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건조할 때보다 체온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며 “습하면 호흡 자체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온열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결과를 보면, 의료기관 504곳이 참여하는 표본조사가 시작된 5월20일부터 지난 31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191명이며 사망자는 13명에 이른다. 특히 사망 사례 76.9%(10명)는 7월28~30일 사흘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
폭염 사망자 23명…열화상 카메라도 본 '도심 열섬’
숨쉬기조차 힘든,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23명으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많습니다.
발생 지역을 보면, 경북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과 경남이 4명, 전북 2명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만금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도 어제 11명이었던 온열질환자가 오늘 400명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폭염은 꺾일 기미가 안 보입니다.
오늘도 한낮 기온이 36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건물과 도로가 집중된 도시지역은 더 무덥게 느껴지는데요. 열섬으로 변한 서울 도심을 둘러봤습니다.
【 기자 】폭염이 절정에 치닫는 시각. 서울 도심을 열화상 카메라로 찍어봤습니다. 온통 붉은색입니다. 햇볕을 고스란히 받는 도로 표면 온도는 40도가 넘어갑니다.
고층 빌딩 밀집 지역. 햇볕에 달궈진 부분과 그늘진 부분이 확연히 대비됩니다.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도심 열섬 현상에, 복사열까지 더해지며 건물 벽면 온도는 50도를 오르내렸고, 일부 옥탑 건물 지붕은 60도에 달합니다.
건물 사이사이 나무 그늘만 그나마 푸른 빛을 띄는데, 그늘 밖보다 7도 가량 낮습니다.
건널목 앞 그늘막은 붉게 달아오른 도심 거리 속에 유일하게 푸른 빛이 감도는 곳입니다.
도심 숲을 돌아봤습니다. 주변 건물은 40도를 넘지만, 숲의 온도는 30도를 밑돕니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푸른 빛은 점점 더 짙어집니다.
▶ 스탠딩 : 최돈희 / 기자- "이렇게 땡볕에 잠깐만 서있어도 햇볕을 받는 쪽은 붉은색을 보이지만 바로 옆 나무 그늘에 들어가자 온도가 내려가며 금새 푸른빛으로 바뀝니다."
숲의 냉각 효과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이채연 한국외대 대기환경연구센터 연구교수- "햇빛 차단, 그리고 (잎의) 증발산에 의한 주변의 열을 감소시키는 역할…."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햇볕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게 최선이고, 도심지보다 숲이 있는 곳에 머무르는 것이 좋습니다.
MBN뉴스 최돈희입니다
대구와 경북 전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일 대구 남구 앞산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모습.
"기후변화 멈추지 않으면, 각종 재앙 같은 일 계속 이어질 것"
"제주 역시 개발이 아닌 공생할 수 있는 방향 전환 필요"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 중 하나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다. 생물다양성이 절반 이상 감소하게 되면 인류의 생존은 어림도 없다”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일 오후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위하여’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지속적인 환경훼손에 의해 지구의 기온이 2도 올라가게 될 경우,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되고, 그렇게 됐을 때 인류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나아가 이미 인류는 위기 속으로 깊게 들어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같은 위기가 표출된 것이 바로 지난 3년간 인류가 경험해야 했던 코로나19 팬데믹과 극단적인 기후다.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한, 코로나19와 같은 일은 계속 벌어질 것”
이날 강연의 시작은 코로나19에 대한 설명이었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일을 겪었다. 바이러스라는 인류를 속수무책으로 넘어뜨렸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을 거둔 사람만 70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고, 의료체계가 코로나 환자에 집중하느라 도움을 받지 못해 돌아가신 다른 환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집계되지 못한 코로나19 피해자도 상당하다. 어쩜 2000만명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
코로나19의 참상을 이렇게 표현한 최 교수는 이어 “이게 지난 3년 동안 우리의 현실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상당한 수준의 인명피해와 그 외 부수적인 피해를 만들어냈던 코로나19가 기후위기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가 언급한 점은 ‘박쥐’의 서식지 변화 양상이었다. 최 교수는 “열대 정글에 있다보면 박쥐를 자주 만나게 된다”며 “지금까지 박쥐가 세계적을 1400여 종이 발견됐는데, 90% 이상이 정글에 산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온대 지방의 기온이 오르다보니 박쥐들이 온대지방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말을 이었다. “21세기 들어와서 인류가 겪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가 있었는데, 세 번 모두 박쥐로부터 바이러스가 출발했다. 이는 박쥐와 인류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는 기후가 가장 온화한 지역에 밀집해 있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박쥐가 가까이 오면서 발병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하지만 박쥐가 이동을 하는 것의 궁극적인 책임은 박쥐에게 있지 않았다. 온대지방의 기온이 올라가고 박쥐가 살기 적합한 열대성 기후를 띄게 된 것은 역시 인간 활동의 산물이었다. 더군다나 이동을 하는 건 박쥐만이 아니다.
“인류는 자꾸 인류의 생활공간이 부족하다고 끊임없이 숲을 베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평소같으면 만날 일도 없었던 동물들을 자꾸 만나게 된다. 숲을 그대로 두고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사람들끼리 살면 별일이 없는데, 사람들이 자꾸 숲을 건들다 보니 인수공통 전염병을 가진 동물들과 접촉하게 된다. 우리가 그 야생동물을 건들이고, 그 야생동물을 괴롭히다가 감염이 되는 것이다.”
인류가 지속적으로 숲을 밀어내고 풀과 흙을 콘크리트로 덮어갈수록 인류는 야생동물에 더욱 가까워지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전염병을 만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촉진시키지 않고, 이 변화를 늦추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코로나19가 찾아올 수 밖에 없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박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 종류에서 세 종류는 달고 산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의해 열대지방에서 중국 남부쪽으로 이동한 박쥐의 종만 40종이 넘는다. 이 박쥐들이 1종마다 2~3개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갖고 있다고 감안한다면, 100종류 이상의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가까워졌다는 말이 된다. 교훈은 이거다.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한,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일은 점점 자주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불행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는 시작일 뿐 “재앙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하나의 상징적인 예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다른 측면에서도 위기를 발생시키고 있다.
“2021년 서유럽에서 어마어마한 홍수가 일어났다.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와 같은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에서 홍수가 났다. 네덜란드는 치수로는 세계 제일이겠지만, 그 치수시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 것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예는 가까운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20년과 2022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의 침수 피해가 그것이다. 특히 2020년은 국내에서 역대 최장기간 동안 장마가 이어지기도 했다. 무려 54일 동안 장마가 계속됐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극단적인 기후 상황이 크나큰 피해를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재앙’이 바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2일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이와 같은 기후변화는 폭우와 폭염과 같은 가시적인 위험에 더해 전염병과 같은 '비가시적인 위험'을 인류와 더욱 가깝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서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역시 사람들의 활동이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지구 전체 생물 중에서 인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1%가 안됐다. 그 당시 우리는 지구에서 존재감이 없던 종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만년만에 인류는 지구를 완벽하게 뒤덮었다. 사람들에 더해 사람들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과 가축을 모두 더한다면 지구 전체 동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6~99%가 된다. 엄청난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보기에 이와 같은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위기는 분명하다. 최 교수는 1세기 안에 지구의 기온 상승을 2도 안으로 막지 못한다면, 생물다양성이 지금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이와 같은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결국 인류의 생존 역시 위협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외에도 단일품종만을 재배하는 대규모 농장과 닭과 돼지 등을 좁은 공간 속에서 대규모로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시설을 언급하면서 “인류가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죽이는데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우리 정부가 자꾸 해류 이야기만 하는데, 너무 명확한 걸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생물 농축’ 개념을 언급했다. 일본의 앞바다에서 뿌려진 오염수의 영향은 처음에 미미할지라도, 먹이사슬을 따라 오염물질이 점차 농축되고,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오게 될 경우 오염도의 농축이 극에 달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위기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인류, 답은 자연과의 '공생'
이와 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최 교수는 “우리에게 남은 가장 시급한 일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정립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매 순간 생태적 전환이라는 기준을 붙들고 모든 결정을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현명하다는 자화자찬은 집어던지고, 다른 생명과 이 지구를 어떻게 공유해야할지 고민하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아울러 개발지향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최 교수는 특히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와 성산읍에 추진되고 있는 제2공항 문제를 지적하면서 개발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제주도내 곶자왈. /사진=미디어제주.
최 교수가 그러면서 예로 들었던 것이 최 교수가 초대 원장으로 있었던 '국립 생태원'이다. 국립 생태원은 충청남도 서천군에 자리잡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인근의 장항갯벌이 제외되자 일부 서천군민들이 이에 반발하며 개발을 촉구했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간척사업으로 장항갯벌을 없애는 대신 서천군에 '국립 생태원' 건립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을 약속했다.
이 약속대로 서천군에 국립 생태원이 만들어졌고 초대 원장으로 최 교수가 임명됐다. 최 교수는 이 생태원에서 다양한 생태전시를 선보이며 개관 첫 해에 100만명의 관람을 이끌어냈다. 개관 이듬해에도 관람객이 100만명을 넘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서천군에는 250여개의 새로운 음식점이 생기고, 지역경제 역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개발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린 시선에서 '생태'와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케이스다. 최 교수는 제주 역시 '제2공항'과 각종 태마파크 같은 개발이 아닌 제주의 자연특성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경제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와 같은 방향 전환의 대전제는 역시 '사람과 자연의 공생'이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최 교수의 강연은 결국 자연과의 공생을 위한 행동의 변화와 노력이 없다면, 인류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최 교수는 희망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에 “우리가 생태적 전환이라는 기준을 붙들고 결정을 한다면, 어려운 결정들을 가지런하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힘을 낸다면, 방향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유엔공원 일대, 세계평화문화공원 거듭난다
조각공원·대연수목원·박물관 등
인근 공간 정비 도시공원 탈바꿈
평화의 숲·화합의 뜰 등 조성방안
6월 각각 실시설계 용역 들어가
36만㎡ 규모로 2028년 최종 완성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과 유엔기념공원을 둘러싼 부산박물관, 유엔조각공원, 유엔평화공원, 대연수목전시원, 유엔평화기념관,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문화회관이 재정비를 거쳐 세계평화문화공원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2일 유엔기념공원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일대가 조성 70여 년(1951년 묘지 조성 시기 기준) 만에 대변신을 시작한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이곳을 세계평화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유엔기념공원은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대한민국이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부산 이니셔티브’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로,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라는 상징성과 역사성을 더하고 주변의 문화·역사 인프라까지 한데 아울러 대규모 시민친화형 도시공원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유엔기념공원(14만 6810㎡)을 중심으로 이곳을 둘러싸고 있는 유엔조각공원(2만 960㎡), 대연수목원(5만 3490㎡), 평화공원(3만 2015㎡), 부산박물관(2만 7516㎡), 부산문화회관(4만 8424㎡), 일제강제동원역사관과 유엔평화기념관이 들어선 당곡공원(1만 3010㎡) 등 총 36만 5000여㎡ 규모의 세계평화문화공원이 최종적으로 2028년께 완성된다.
각각의 인프라와 공원을 순차적으로 재정비해 완성되는 이곳은 집합 녹지에 문화·역사 인프라가 더해진 또 하나의 대형 도시공원으로, 부산시민공원(47만 3000㎡)보다 10만 8000㎡ 작지만, 부산에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시는 그동안 엄숙한 추모공간으로만 여겨졌던 유엔기념공원 주변으로 주거지역이 들어서고 도로 체계가 개선되면서, 앞으로는 시민들을 위한 여가형 공원과 관광객을 위한 관광자원으로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박형준 부산시장의 공약과제로 선정돼 국비 확보 등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준비가 적극적으로 진행돼 왔다.
시는 우선 지난 6월 중순 유엔기념공원과 대연수목전시원, 유엔조각공원 부지 17만 6486㎡에 대한 ‘평화의 숲’ 조성 실시설계 용역에 들어갔다. 용역비 2억 원 외 총 사업비 40억 원을 들여 대형목 등 수목을 추가 식재하고 상징성을 강화할 수 있는 테마숲 등을 조성한다. 노후화된 휴게공간을 재정비하고 보행 시설 확충, 야간경관조명 설치를 통해 접근성을 높인다. 예산은 지난해 8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시비 매칭으로 확보했다. 2025년 1월 착공하고 같은 해 12월 준공이 목표다.
유엔기념공원과 붙어 있는 평화공원 일대 또한 지난 6월 ‘화합의 뜰’ 조성 설계용역에 착수했다. 지난해 6월 산림청 기후대응 도시숲 조성사업에 선정돼 국비·시비 10억 원씩 총 20억 원이 투입되며, 2024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세계평화문화공원 상징축 진입부인 점을 고려해 개방형 공원부지로 새롭게 꾸며진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유엔기념공원 일대를 통합적으로 재정비하는 안은 2015년 한 차례 시도됐으나, 국비 확보 등이 여의찮아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공약사업으로 정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월드엑스포 유치 활동 과정에서 장소의 재정비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유엔공원 일대 주 출입구·동선 손질… 추모 공간 의미 강조
세계평화문화공원 밑그림 어떻게
5~6개 진입광장·주차장 등 신설
주변 시설물 리모델링 사업 착수
부산박물관 현 주차공간 지하화
문화회관 식별·시민 접근성 제고
배움터 등 복합문화허브로 탈바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계획도
전범기 논란 유엔군 기념탑 재정비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유엔군 유해를 안장했던 유엔묘역은 1951년부터 조성이 시작됐고, 이후 1959년 유엔기념묘지로 명칭이 바뀌었다. 지금의 틀을 갖춘 유엔기념공원은 1971년 만들어졌고, 1978년 인근에 부산박물관이 개관하고, 유엔기념공원 주변을 둘러싼 부지에 대연수목전시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유엔평화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부산문화회관은 1988년 세워졌다. 이후 2001년 유엔조각공원, 2005년 유엔평화공원 등이 만들어졌고, 가장 최근인 2014년과 2015년에 유엔평화기념관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각각 문을 열면서 이 일대는 이른바 ‘유엔평화지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성된 지 올해로 72년을 맞은 유엔묘역은 어느새 부산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압축하는 공간이 됐다. 전쟁 반대와 평화, 화해와 치유, 화합의 가치를 넘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과 맞물려 ‘부산 이니셔티브’를 실천하는 돌봄과 나눔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유엔묘역을 세계평화문화공원으로 새롭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가 생긴 셈이다.
2일 부산시와 남구청에 따르면, 세계평화문화공원은 추모 공간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신선로 방향에서 시작해 유엔묘역으로 연결되는 상징축을 중심으로 주 출입구와 동선을 확 바꾸는 계획이 핵심이다. 현재는 유엔평화로 방향에 주 출입구가 위치해 있다. 신선로 방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평화공원을 시작으로 기념공원을 거친 뒤 유엔묘역으로 들어서는 동안 이용객들이 단계별로 자연스레 추모의 과정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또 주 출입구 외에 5~6개의 진입광장을 신설하고, 기존에 없었던 평화공원 주차장을 만들어 이용객 편의를 높인다. 주변 인프라를 활용한 문화교육코스, 건강산책코스 등을 만들어 시민들이 참여하는 여가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시는 장기적으로 세계평화문화공원을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들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계획이다.
유엔기념공원 주변 시설들의 리모델링 사업도 시작됐다. 부산박물관은 지난 5월 말 시설개선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완료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 승인, 재정 심사, 공유재산심의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부산박물관은 현재의 주차공간을 지하화하고 그 위로 광장을 조성하는 내용의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용역안에 따르면, 동래관 1층과 유엔로터리 방면에서 내려오는 계단의 단차가 3m가량 돼 이곳을 덮어서 하나의 광장으로 만들고, 그 아래에 지하주차장을 둘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광장이 훨씬 넓어지고 주차 공간도 30~40대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복합문화센터 외벽에 미디어월을 설치하고 중정과 진입광장에 석조 정원을 만드는 내용도 눈에 띈다.
유엔평화로를 두고 유엔기념공원과 마주한 부산문화회관은 ‘부산문화회관 정면화 등 유엔평화로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지난 1일 시작했다. 유엔평화로의 생태터널(문화지하차도)로 인해 부산문화회관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식별하는 데도 어려움이 큰 탓에, 터널을 걷어내고 유엔평화로 인접 부분에 문화 거리 또는 광장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효과적인 연결 동선을 만들기 위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고 배움터·창작연습공간·평화나눔마당 등 시민들을 위한 복합 문화허브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유엔교차로 입구에 위치한 유엔군 참전 기념광장도 시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시는 지난달 5일 유엔군 참전 기념광장 조성사업 용역을 완료하고 3억 3000만 원을 들여 다음 달 공사에 착수해 오는 11월 준공할 계획이다. 기념광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쉴 수 있도록 식재를 바꾸고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해 휴식형 광장으로 만든다. 또 광장 중앙에 세워진 유엔군 참전 기념탑도 손질한다. 2019년 상공에서 기념탑을 내려다볼 때,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욱일승천기)와 닮았다는 논란이 빚어져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유엔 참전국 16개국을 뜻하는 16개의 기둥 조형물이 불필요한 오해를 부른다는 건데, 시는 더 이상 친일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기념탑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국가보훈부 주도로 유엔기념공원 일대에 전쟁기념관 부산 분관을 유치하고 유엔글로벌평화센터를 건립하는 사업계획 등이 논의되고 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부산시-정치권 동상이몽… ‘55보급창 남구 이전’ 헛바퀴
시 계획 접한 박수영·박재호 의원
“주민 의견수렴 우선” 사실상 난색
엑스포 부지 확보 위해 이전 필수
인센티브 등 설득력 갖춰 논의를
부산 동구 ‘미 55보급창의 남구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공회전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부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부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부산 동구 ‘미군 55보급창의 남구 이전’에 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정치권과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는 55보급창 이전으로 북항 인접 부지를 확보,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가 여전히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역 국회의원 또한 ‘신중론’을 펴고 있어 논의가 공회전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시는 최근 부산 남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박수영(남갑)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남을) 의원을 각각 찾아 55보급창 이전에 대한 부산시 안을 제시했다. 시는 보급창 이전 유력 대상지로 남구 용당동 신선대 부지를 꼽고 있다.
현재 부산 동구 범일동 자성대 부두 근처에 있는 55보급창은 면적이 22만 3000㎡(6만 7500여 평)에 달한다. 엑스포 개최를 위해 넓은 면적의 부지와 동선 확보가 필요한데, 55보급창이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55보급창 부지는 부산 북항과 부산 서면 도심을 잇는 사실상의 교두보 역할로, 부산엑스포를 위한 필수 확보 부지로 꼽힌다.
시는 최근 두 사람을 만나 이전 관련 인센티브 안을 제시했지만, 의원들과 이견을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의원 모두 남구 주민 의견수렴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는 후문이다. 실제 보급창 이전의 경우 세수 확보 등 지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기피 시설로 분류되는 군 부대 시설인 탓에 논의만 10년 넘게 끌어온 문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경우 민심을 건드릴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어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수영 의원은 “시에서 여러 안을 제시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들이어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엑스포와 연계돼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겠지만, 실질적인 대안과 지역민 의견수렴이 기반되지 않으면 남구 이전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재호 의원도 시의 55보급창 이전 논의가 섣부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의원은 “시에서 55보급창 이전과 관련해 접촉해 오고 있지만, 엑스포 유치국이 선정되기도 전에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 논의에 속도를 붙이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주민 의견수렴이 전제돼야 논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시 제안이 설득력이 약했다는 점이 논의 진척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부산이 2030엑스포를 유치한다면 이전 문제가 훨신 수훨하게 풀릴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2030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서면 등 도심과 북항을 잇는 55보급창 부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신선대가 55보급창 이전 부지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가 현재 유력 이전 대상 부지 중 한 곳으로 꼽고 있다”며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여러 경로와 절차를 밟아 논의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 때 남구 합구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역 의원들이 55보급창 이전을 받아들이는 데에 더욱 까다로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남구가 합구될 경우 경쟁하게 될 양측 의원 입장에선 55보급창 이전에 대한 남구 주민 민심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시가 확실한 지역민 인센티브나 제도적 뒷받침을 만들고 이전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기후‧환경 일타강사’ 현인아의 리포트, 이래서 특별하다
현인아 MBC 기후환경팀 기자
“…높은 수온은 태풍의 에너지죠. 태풍은 마치 지능이 있는 생명체처럼, 먹이가 가장 풍부한 곳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지난해 8월 태풍 힌남노를 소개한 MBC 뉴스 리포트는 유튜브 조회수 538만 회를 기록했다. “지구과학 수업을 다시 듣는 기분”, “걱정만 주기보다 원인을 분석해 알려주는 게 좋았다”는 호평이 댓글 곳곳에 보였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후·환경 보도를 하고 싶습니다.” 현인아 MBC 기후환경팀 기자의 ‘다짐’은 리포트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의 리포트는 이해하기 쉽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은 1.1도 상승했습니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수증기는 7% 늘어납니다. 수증기 7%는 얼마나 되는 양일까요? 무게로 환산하면 8900억 톤이 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인 싼샤댐이 393억 톤 정도니까요. 싼샤댐 22개가 터진 것과 같은 물이 대기에 풀린 겁니다.”(7월15일)
▲현인아 MBC기자의 기후 환경 리포트 화면 갈무리.
현인아 기자의 기후‧환경 리포트는 친절하면서 세밀하고, 무엇보다 흥미롭다. “유엔기후변화보고서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제곱미터당 2.72와트의 열기가 더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60와트 백열등으로 환산하면 이해가 쉬운데요. 뜨거운 백열등을 한반도 면적에 100억 개를 켠 상태가 되는 거고요. 지구 전체로 생각해보면 지구 전체에 23조 개를 켠 것과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뜨거울 것 같지 않나요?”(7월24일)
현 기자는 2018년 지상파 기후‧환경 보도에서 처음 ‘터치스크린’ 전자칠판을 사용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허공을 바라보며 해야 할까.” 지구과학 ‘인강’을 즐겨 듣는 현 기자는 누구보다 ‘똑같은 그림’을 싫어했다. 인강처럼 리포트에 동그라미도 치면서 효과적인 전달을 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가 20년간 기상캐스터로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다. 그는 지상파 최초 기상캐스터 출신 기자이자 지상파 최초 ‘여성 기상팀장’이었다.
기상캐스터는 기자‧PD‧출연자라는 3인의 정체성을 쏟아부어야 완성되는 직업이다. 그는 1997년 기상캐스터로 MBC에 입사해 20년간 기후를 들여다봤다. 1998년 지리산 폭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곳곳에서 심각한 기후 변화의 현장을 목격해왔다. 과거에는 ‘지구온난화 결과로 추정된다’고 전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2018년 기자가 된 뒤 기상캐스터로서 훈련된 그만의 강점과 경험을 살린 것이 시청자와 통했다.
신문방송학과 출신의 현 기자는 스스로를 ‘후천적 이과’로 소개한다. 기상캐스터 초기에는 지구과학을 잘 몰라서, ‘모르는 것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고 했다. 현재 그에겐 “모르는 건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모르는 걸 아는 척 보도하면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른다는 걸 창피하다고 생각하면 질문이 없어진다”고 생각한 현 기자는 계속 물었다. 자연스럽게 보도자료보다 기상청 예보관과의 통화가 편해졌다. 박사급 취재원들과 익숙해지는 데에 20년 커리어의 대부분을 썼다. 그 결과 자칫 통계적으로만 다가올 수 있는 기후‧환경 이슈를 정확하게, 쉽고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체화할 수 있었다.
현 기자는 지난달 28일 만남에서 자신의 힘이 ‘취재원’이라고 했다. “특히 최신 상황을 연구하는 젊은 박사들을 만나 이야기할 때 쾌감이 있다”고 했다. 현 기자는 “기자는 답안지를 들고 가는 게 위험하다. 현장에서 만난 분들, 또는 전문가들로부터 들은 한마디가 기사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대책을 담는 순간 지루해진다. 대책이 정말 대책일까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좋은 전문가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했다. 그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은 시청자다. “전문적인 댓글이 많다. 댓글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때도 많다”고 했다.
오늘날 기후‧환경 담당 기자는 쉴 틈이 없다. 장마가 끝나니 폭염이다. 현 기자는 폭염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표현한 뒤 “극단적 재난 상황이, 예전에는 겪지 않았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예보관들은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후환경은 살고 죽는 문제다. MBC 기후환경팀엔 현재 기자가 3명”이라며 “기후 위기에 진심인 기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부처를 뛰어넘어 기후 위기를 접목하는 리포트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는 10월 미국의 기후 위기 현장을 담아올 예정이다.
올해 초 ‘RE100’ 대표를 인터뷰했던 현 기자는 “똑같은 메시지를 전해도 우리나라 전문가가 말하면 그 순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기후‧환경 이슈가 정쟁 이슈로 흐르다 끝나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에 관심 많은 언론계 후배들을 향해서는 “예전에는 과학이라는 허들이 높고 막막해 보였다면 지금 기후 보도는 세상의 큰 흐름이다. 전 세계에 좋은 기후 위기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그걸 참고해 내 분야와 접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으며, 무엇보다 “오래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55보급창·8부두 이전…‘단절된 땅’ 시민 품 안기지만 군사시설 기피 주민 반발 ‘난관’
남은 절차와 과제
부산시, 제안 공문 국방부 등 전달
미 국무부 수용 때 공식 협상 개시
시비 등 통해 7000억 재원 확보
남구청 “지역 의견 수렴 없이 결정”
주한미군 후보지 이전 적합성 관건
시 “앞으로 주민과 협의할 계획”
박형준 부산시장이 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55보급창·8부두 이전 계획과 북항 3단계 재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가 동구 소재 미군 55보급창과 남구 소재 8부두를 2029년까지 남구 신선대부두 끝단에 위치한 준설토 투기장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공식 계획 발표에 이어 이달 중순께 국방부에 공식문서를 보내 이들 군사시설에 대한 이전 제안을 본격화한다. 시가 보낸 공문은 국방부와 외교부를 거쳐 주한미군에 전달될 예정이다. 주한미군은 미국 국무부에 협상권한위임 요청을 하고, 승인을 받으면 국방부, 외교부와 소파협정을 바탕으로 군사시설 이전에 대한 공식 협상을 개시하게 된다. 시는 이 절차가 가능한 조속히 진행돼 내년 상반기 내에 3자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는 이들 시설이 최종 이전하기까지 약 7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비를 투입하되 부족할 경우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북항 3단계 재개발 지역 조감도.
한국전쟁 기간인 1950년 8월 조성된 55보급창(22만여 ㎡)은 미군의 군수물자 수송지로 이용되던 부산항 8부두(4만여 ㎡)로 반입되는 미군 군수물자와 장비를 일시 보관·저장했다 전국의 미군 부대로 보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두 부지는 70년 이상 미군 시설로 활용돼 시민 접근이 어려운 단절된 장소로, 개발에서 배제돼 이전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져왔다.
특히 55보급창은 부산시민공원에서 도시하천인 동천을 거쳐 바다까지 연결하는 곳에 위치해 있고, 2030세계박람회 개최 때 박람회장과 인접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이로 인해 북항 재개발사업은 물론 원도심 개발에 있어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는 부지로 평가돼 왔다.
이에 시는 2015년부터 55보급창 이전을 자체 추진했으나 이전 부지 선정, 중앙부처 협의, 재원 조달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55보급창과 8부두 이전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세부 실천과제로 선정되면서 국방부를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와 주한미군과의 협의를 활발히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시는 상반기 수 차례에 걸쳐 정부 관계자들이 현재 부지와 이전 부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며 공감대를 키워왔다고 전했다. 주한미군과의 협의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이들이 원하는 이전 부지 조건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군사시설 이전을 기피하는 주민들의 반발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이날 부산시장의 기자회견과 동시에 남구청이 보도자료를 내고 ‘55보급창 이전 일방적 결정 유감’ 입장을 밝혔다.
오은택 남구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8월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주한미군 시설인 55보급창의 이전 필요성이 대두됐고, 유력한 이전 후보지로 신선대부두 준설토 투기장이 언급돼 왔다'면서 '남구는 이전지가 어디가 되든 해당 지역의 주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을 밝혀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단 한 차례의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이전 결정 발표를 강행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신속한 조치였다고 하더라도 주민 의견 수렴 없는 이전 결정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시가 직접 나서서 주민들에게 필요성을 설명하고 충분한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시장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상징인 55보급창과 8부두는 단절되고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공식 문서 전달로 오늘 이들 군사시설 이전이 첫 발을 내딛는 만큼 앞으로 남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전 후보지 지역 주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협의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금강·영산강 보 해체·개방 없던일로
4일 광주 남구와 전남 나주 경계에 있는 영산강 승촌보가 하류로 강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세종보·죽산보·공주보 해체 및 백제보·승촌보 상시개방 내용이 담긴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의결했으나 이날 해당 결정을 무효화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4일 문재인정부 시절 의결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보 해체·개방 결정이 부당하게 내려졌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2021년 1월 18일 물관리위가 의결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당시 물관리위는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16개 보 중 세종보·죽산보·공주보 해체와 백제보·승촌보 상시 개방을 결정했다.
관련 동영상: 감사원 결과 보름 만에...국가물관리위원회 "4대강 보 해체·상시개방 취소" / YTN (Dailymotion)
배덕효 물관리위원장은 “보 해체 여부의 결정은 사안의 사회적 파급효과나 중요성에 비춰볼 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분석에 근거해 신중하고 공정하게 추진돼야 하나, 과거의 보 처리 방안 결정은 그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보 해체·개방 결정 취소에 따라 환경부에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요구했다. 4대강 보를 더 과학적으로 활용해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 홍수, 수질 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도 주문했다.
환경단체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지 15일 만에 물관리위가 이전 정부 결정을 무효화한 데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금강·영산강시민행동 등은 “감사원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를 주문했을 뿐, 4대강 보를 활용하라고 권고한 바 없다”며 “향후 수사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배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타당한지를 심도 있게 토의했다”며 “(보 존치·해체 여부 결정은) 환경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감사 결과
환경부는 4대강 조사-평가단에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제성 분석(B/C 분석)을 실시하여 보의 해체 여부를 결정하였다.
B/C 분석 시 ‘수질-수생태계 개선 편익’*을 산정하면서, ‘보 해체 후’ 상태를 추정하기 위해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 금강·영산강의 보별 편익산정 결과, 편익 합계 중 ‘수질·수생태계 개선 편익’의 비중이 보별로 33%에서 많게는 89%까지 차지하는 등 8개 편익 구성항목 중 비중이 가장 큼
그런데 ‘보 설치 전’ 자료는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 형상의 변화, 난분해성 오염물질 유입으로 인한 수질 지표(COD) 값의 증가 추세, 보 대표 측정지점*의 측정자료 부재 등으로 ‘보 해체 후’ 상태를 나타내기에 한계**가 있고
* ´11. 7. 1. 환경부가 보 구간의 수질측정을 위해 선정한 보 상류 500m 지점
** 환경부도 ´18. 11. 23.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준설 등 하상 변화 및 주변 환경의 변화로 과거 자료를 활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보 해체 후’를 모사하기 위해 보를 개방한다고 설명
‘보 개방 후’ 자료의 경우도 보 개방 기간이 보 개방 효과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고, 오염물질 유입과 같은 외부 영향의 보정 등이 필요하여 한계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 기획-전문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보 해체 후’ 상태를 모사하기 위해 위 두 시점의 측정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 보 설치 전의 경우 하상 등 유역 조건이 많이 바뀌었고, 보 개방 후는 개방기간이 짧음
그러나 환경부는 국정과제에서 설정된 보 처리방안 마련 시한*을 이유로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자료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과학적-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최종 ‘보 설치 전’ 측정자료를 사용해 경제성 분석을 수행하였다.
* ´18년 12월까지였으나 환경부는 대통령비서실에 ´19년 2월까지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기로 보고
그리고 경제성 분석 과정에서 B/C 값의 산정 방법-기준을 미리 정해두지 않은 채 회의 때마다 제시된 B/C 값을 보고 다음 회의에는 어떤 시점의 측정 자료를 사용할지, 산정 방법을 어떻게 할지를 선택하였고 비교 시점과 산정 방법에 따라 동일한 보에서 B/C 값이 10배까지 차이가 나거나 음(-)의 값을 갖는 등 경제성 분석 결과가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보 해체 후’ 수질-수생태계 상태가 ‘보 설치 전’과 같다고 보고, ‘보 설치 전’ 측정자료를 사용하여 산정한 B/C 값을 근거로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였다.
환경부는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4대강 조사-평가단에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각각 설치하고, 주요 논의사항을 동 위원회에서 결정하였다.
* 민간위원 8인(전문위원회 위원 중 선정)과 환경부 공무원 7인으로 구성, 주요 업무 조정-평가 기능
** 관련부처, 유관기관 등의 추천을 받은 43인의 민간위원으로 구성, 전문 분야 기술적 검토 기능
보 처리방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4대강 사업 찬반 어느 한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위원을 선정하여야 하고 위원 선정과정에서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 등이 외부에 유출되어 공정한 위원 선정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前 환경부장관은 ’18. 7. 4. 특정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환경부 훈령** 제정 시 위 시민단체와 협의하도록 지시하였고
* ´18. 3. 28.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181개 시민단체가 모여 발족한 단체로 4대강 사업은 실패한 국책사업이고, 4대강 재자연화를 조속히 추진할 것을 주장
** 4대강 조사-평가단의 세부조직과 구성,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등을 규정
4대강 조사-평가단 담당 팀장(이하 “팀장”)에게 위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등 위원회 구성과 관련하여 위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지휘하였다.
이에 팀장은 위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위원 후보자를 선정하여 4대강 조사-평가단장(이하 “단장”)의 승인을 받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위 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라 유관기관-단체 등으로부터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169명 이상)을 e-mail로 위 시민단체에 유출하였고 위 시민단체는 전문가 명단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표기하여 회신하면서 해당 전문가들을 위원회 위원 선정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단장은 팀장이 위원회 구성에 대하여 위 시민단체와 협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위원회 위원 후보자로 선정된 전문가 중에서 위 시민단체가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이 있다는 것도 팀장으로부터 보고 받아 알고 있었으나 위 시민단체가 위원회 위원 선정에 부당하게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43명의 전문위원회 위원 중 25명(58.1%)이 위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로 선정되었고 위원회 위원으로 유관기관·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 169명 중 위 시민단체가 4대강 사업을 찬성-방조했다는 사유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41명은 아무도 선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문위원회 위원 중에서 선정되는 기획위원회 민간위원 8명도 모두 위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되었다.
[참고자료]‘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 주요 감사결과, 감사원, 2023.7.20
폭우로 농경지 잠긴 중국 …“식량안보 우려 깊어져”
홍수가 발생한 중국 허베이성 스좌장 저수지에서 1일 물을 방류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태풍이 연달아 강타해 기록적 홍수가 발생한 중국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중국 농업농촌부는 이번에 홍수 피해를 본 농민 지원금으로 4억3200만위안(785억9000만원)을 편성했다. 농업농촌부 관계자는 이번 홍수가 식량 생산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지만 향후 재해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밀 수확철인 지난 5월 말 허난성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중국의 여름 밀 수확량이 전년대비 0.9% 감소했다. 허난성은 중국에서 가장 큰 밀 생산지이다. 중국에서 여름밀 수확량 감소는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기준 이미 전국에서 400만헥타르(㏊)의 농경지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었다. 이는 1년 전 피해 농경지 면적보다 52만6000㏊ 증가한 수치다.
제5호 태풍 독수리로 인해 농업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허베이성에 내린 비로 주민 123만명이 대피했다. 허베이성 누적 강우량은 성내 중대형 저수지 저수용량의 2배가 넘는 275억㎡에 달했다. 베이징에서는 최대 744.8㎜의 비가 내려 140년 만에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독수리는 현재 중국 동북지방의 주요 쌀 생산지를 향하고 있다.
관련 동영상: 중국, 태풍 '독수리' 비상...12년 만에 폭우 적색경보 / YTN (Dailymotion)
국제 곡물가격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인도는 지난달 국내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일부 백미 수출 금지를 발표했다.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유사한 제한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도 중국에 달갑지 않은 요인이다. 세계식량계획(WEF)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흑해를 통해 수출하는 곡물의 44%는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 농업 정보제공업체인 차이나그레인닷컴의 류옌 선임 애널리스트는 “여러 국가가 쌀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세계 쌀 가격은 더 상승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곡물생산량 자체는 지난해보다 완만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곡물시장의 혼란과 각국의 비축경쟁 등이 결합하면 식량안보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특히 대두의 80%를 수입하고 있다.
재해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중국 농업 컨설팅업체인 오리엔트의 수석 분석가 마원펑은 “이번 비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것은 점점 더 많이 목격되는 비정상적인 날씨에 대한 경고”라면서 “분명히 작물 수확량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기후위기가 키운 산사태 피해, 앞으론 더 심각해진다"
지난달 18일 하늘에서 본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천=왕태석 선임기자 2023.07.18
지난달 '극한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와 비탈면 붕괴 등이 발생한 가운데, 학계 전문가들이 향후 기후위기와 함께 산사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호우가 산사태의 위험을 키운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4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산사태, 진짜 막을 수 없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경북 예천군 등에서 인명피해를 초래한 산사태가 발생하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구해보자는 차원에서 토론회를 연 것이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산사태, 2011년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 등 수십명의 인명피해를 내는 산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배경이 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민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산사태연구센터장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산사태와 토석류 특성이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기후가 변하면서 국지성 강우가 발달하고 있는데, 산악지역에선 평지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강우량이 계측된다"면서 "적게는 70mm 에서 많게는 100mm가 더 내리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기후위기로 인한 강우량의 양태 변화가 산사태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백 위원은 "연 강수량은 증가하는데 강수 일수는 감소해 한꺼번에 더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 강우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 변화로 폭염일수와 폭염의 강도가 증가하고 가뭄, 폭우,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모든 부분이 산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산사태, 진짜 막을 수 없는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토론자로 나선 박혁진 세종대 공간정보학과 교수는 산사태 분석에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교수는 "기후변화가 산사태 발생 위치와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아직까지 기후변화를 어떻게 산사태 분석에 적용할지 정확한 해석 기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십년 전 산사태 통계를 근거로 한 정부의 위험 판정 평가 기준도 갱신돼야 한다는게 박 교수의 제언이다. 그는 "최근의 강우량이나 산사태 양상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않은산사태 위험 판정 평가 기준을 시급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남미 곳곳 '한겨울에 37도'…"세계, 올해 1.5도 상승 뒤 삶 첫 실감"
남반구 아르헨티나·파라과이·칠레 일부 기온 30도 훌쩍 넘겨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상 한겨울인 남아메리카 곳곳에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덮쳤다.
▲2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분수대에 손을 담그고 있다. 남반구 국가 아르헨티나는 현재 한겨울이지만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기온은 역대 8월 초 최고 기온인 30.1도를 기록했다.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남미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기온이 30도까지 올라 같은 기간 기준 81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직전 기록은 1942년 8월1일의 24.6도였다. 이 지역 기온이 겨울에 30도를 넘어선 것은 2014년 8월21일 이후 처음이다. 통상 이 시기 이 지역 기온은 15도 정도다. 아르헨티나 기상청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기후변화는 멀리 있지 않다. 여기 와 있고 시급히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르헨티나 기상청 자료를 보면 부에노스아이레스 기온은 4일 최고 19도로 예보돼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지만 볼리비아 및 파라과이와 맞닿은 북부는 여전히 펄펄 끓고 있다. 코리엔테스, 포르모사 지역 4일 최고 기온은 3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고 주말엔 최고 35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북부 기온은 이미 이번 주 37~39도까지 올랐다.
남미 인접국들도 때 아닌 겨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파라과이 기상청에 따르면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기온은 4일 최고 35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6일엔 36도까지 오를 수 있다. 파라과이와 칠레에선 이번 주 37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우루과이 곳곳의 기온도 이번 주 30도까지 올랐다.
칠레 콘셉시온대 교수이자 기후학자인 마틴 자크스는 <로이터> 통신에 칠레 일부 지역 기온은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강력한 온난화의 신호다. 기온과 장기적 기후 변화 간 관계가 훨씬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기 순환으로 인해 통상 이 시기 기온이 어느 정도 오르지만 이러한 극단적 기온 상승은 엘니뇨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매우 극단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향후 몇 년 안에 점차 정상으로 여겨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육지 뿐만 아니라 바다도 유독 따뜻하다고 짚었다.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지난 4월 사상 최고치(21.1도)로 치솟았고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매체는 지난달 플로리다 인근 바닷물 온도가 38도를 넘어서 온탕 수준이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남부 애리조주 피닉스의 기온이 31일 연속 43도를 웃도는 등 한여름인 북반구 곳곳에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가 올해 비로소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 평균 기온보다 1.5도 이상 기온이 상승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실감하게 됐다고 짚었다. 유럽연합(EU) 지원을 받는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올해 7월은 역사상 가장 따뜻한 7월로 기록될 예정이며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5~1.6도 가량 높았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 협정을 통해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매체는 올해 7월 이전에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상 높은 기온이 수 차례 기록됐지만 지구 인구의 거의 90%가 거주하는 북반구 기준 겨울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 영향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번 여름이 대부분의 인구가 1.5도 상승 이후의 세상을 실감하는 첫 여름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새와 고양이 그리고 사람, 마라도의 갈등은 누구 책임인가
마라도에서 포획된 뒤 외부로 옮겨진 고양이. 생태계 위협요인의 신분에서 벗어난 덕분에 컨테이너를 벗어나 야외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유기동물없는제주네트워크 제공
교통 발달로 오랫동안 외부와 고립됐던 섬에 사람이 자주 드나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태계의 파괴 혹은 변화다. 사람을 통해 유입된 외래종이 '조그맣지만 독립된' 세계를 유지했던 섬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외부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중국해 일본 오키나와의 한 섬인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 섬은 아마미 토끼나 야마네코 같은 보호종이 서식하는데, 섬 주민이 키우던 고양이가 야생화하면서 멸종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600~1,200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는데, '야생화된 고양이'(feral cat)의 식이를 조사했더니 아마미 토끼 등을 포식하고 있었다. 또 다른 세계자연문화유산인 브라질의 페르난두 지 노로냐(Fernando de Noronha) 군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이 키우던 고양이가 야생으로 도망가면서 이 섬의 고유종인 175종의 척추동물에 영향을 미친 것이 확인됐다.
브라질 ‘페르난두 지 노로냐’ 섬 생태계 현황
일본과 브라질 당국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귀중한 보호종을 구제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신속한 고양이 제거에 돌입했을까.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틀렸다. 일본은 초기에는 적극 제거를 선택했지만 곧 수정했다. 2011년 야생 고양이 번식을 막기 위해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밥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졌으나, 정책 효과가 의심됐다. 고양이 수가 줄긴 했지만 부족해진 식량 때문에 오히려 포식성이 높아져서 야생동물에게 해를 입힐 위험이 더 높아진 것. 결국 살처분보다 입양을 선호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주민 의사까지 반영, 이전보다 더 정교한 조치가 시행됐다. 관리 가능한 고양이는 등록해서 주인이 돌보도록 하고, 야생화한 고양이는 포획하여 살처분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포획된 고양이도 보호단체로 넘겨져 입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사람 위주의 직관적 해법 대신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고양이를 일방적으로 제거하는 것보다 중성화를 병행하는 것이 고양이 수 조절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야생화한 고양이를 포획한 뒤 다시 길들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살처분과 중성화 후 입양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사실 아마미오시마와 페르난두 지 노로냐 사례는 생태계 교란 상황에서 인간이 성공적으로 대응한 몇 안되는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두 섬에서 벌어진 일을 올 봄 우리나라 제주 마라도의 그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는 마라도 길고양이에 대한 포획 작업이 지난 3월 현지에서 진행됐다. 마라도 곳곳에서 포획된 고양이들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외부로 반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제주세계유산본부와 문화재청은 제주 마라도에서 45마리의 섬 고양이를 포획하고 반출했다. 이 섬에 사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마구 사냥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여론은 양분됐다. "뿔쇠오리를 멸종시키는 고양이를 모두 죽여야 한다"는 측과 "근거 없이 고양이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주장이 맞섰다. 새와 고양이 진영 모두 동물들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소동 끝에 포획·반출조치가 이뤄졌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진행 중이다. 마라도 주민들도 당국 조치를 반기지는 않는다.
새와 고양이, 사람 모두 만족하지 않는 건 뿔쇠오리를 지켜야 한다는 다급함이 앞서 과학적 분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라도에서 뿔쇠오리와 고양이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고양이만 없애면 문제가 해결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야생 고양이로 위협받는 세계의 주요 생태계
우선 마라도 뿔쇠오리의 이동 경로, 개체군 번식 특성 등에 대해 이뤄진 연구는 전무하다. 고양이가 뿔쇠오리 개체군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단 한 편의 논문이 전부다. 이 논문은 (미발표 자료에 의거해) 200쌍 이상으로 추정되는 마라도 뿔쇠오리에 대해 고양이 성체 한 마리가 매년 1.2마리를 죽인다고 추정했다. 고양이를 중성화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20년 뒤에는 뿔쇠오리가 절멸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뿔쇠오리 생태에 영향을 주는 다른 환경요인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새끼 뿔쇠오리. 국립공원공단 제공
뿔쇠오리보다 먼저 마라도에 정착했다는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도 억울하다. 마라도 해녀들은 어망을 쏠아먹는 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전부터 고양이를 길렀다. 1975년 당시 11마리의 고양이가 살았다는 신문기사도 있다. 2021년 한 동물보호단체가 중성화 캠페인에 나설 때에는 120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지속적인 중성화로 지난 2월에는 약 60여 마리로 감소했고, 90% 이상이 중성화된 개체로 확인됐다.
인간 - 동물 관계에 따른 고양이 구분
일본과 브라질 사례처럼 한 지역에서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의심받더라도 고양이 개체군의 규모를 관리하려면, 인간과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부터 파악해야 한다. 주인이 있는지, 실내에서만 사는지, 야외로 나가는지, 인간과의 관계(사회화된 정도) 여부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길고양이라면 입양이나 관리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야생화된 고양이는 사람의 접촉이나 접근이 어렵다. 이 구분에 따라 고양이를 관리하는 전략이 달라져야 하는데, 마라도 고양이에 대해서는 그런 사전 조치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고양이가 마라도 뿔쇠오리 개체군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 수 없다. 고양이의 먹이인 쥐와 같은 설치류도 야생조류의 알을 노린다면, 고양이만 제거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길고양이와 야생화된 고양이의 수를 줄이는 구체적 방식도 사전에 정교하게 분석돼야 했다. 살처분을 선택한다면 덫을 놓거나 화살로 쏘아 잡거나 극약을 놓아 죽이는데 주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고 다른 동물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우리 서해와 남해의 많은 섬들을 감안하면 마라도와 유사한 일은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획 없이 고양이를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양이는 물론이고 위협받는 종의 생태를 먼저 조사하고 목적이 명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양이는 물론 다른 동물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조사와 대책 마련 과정에서 여러 의견의 충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상황에 맞는 원칙을 세우고 의견을 수렴하고 인간과 동물 모두를 존중하는 방식을 도입하고자 애써야 한다.
마라도는 지금까지 인간과 여러 동물과 함께 살아온 역사를 담고 있고, 앞으로 또 새로운 동물이 머무르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생태라는 가변적인 공간도, 인간이 생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한다. 우리는 마라도를, 그리고 마라도 안의 인간과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관계를 이해하고, 어떻게 적절한 시점에 개입해야 하는가? 한 번의 격정을 겪었으니 이제 침착하게 이야기를 해 볼 시간이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수의 인문사회학)/ 한국
한국 정부 뒤로 갈 때, 바람 좋은 바다는 다 외국이 ‘찜’
해상풍력, 29개 관련법 등 까다로운 인허가
국민연금 등 공적 기관 재생에너지 투자 선도를
지난 5월 25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 투자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에너지 투자액 2조8000억달러 중 청정에너지 분야에 1조7000억달러가 투자될 전망이다. 전력망과 에너지 저장장치, 히트펌프, 핵발전 투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가장 주된 투자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다. 연간 3800억달러(약 495조원)가 투자되는 태양광, 2250억달러의 풍력을 포함해 올해 전체 재생에너지 투자는 전년에 비해 10% 증가한 6500억달러로 예상된다. 태양광 신규 투자는 올해 처음 석유 투자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IEA의 파티 비롤 전무이사는 “청정에너지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화석연료에서 멀어지고 있는 투자 동향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면서 “화석연료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약 1.7달러가 청정에너지에 투자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이 비율은 1 대 1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에너지 투자는 이런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발표한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투자의 누적 규모가 약 2.6배 벌어지는 사이 국내에선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30조2000억원)보다 석탄의 누적 투자액(31조1000억원)이 더 컸다.
제주 탐라 해상풍력단지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내 해상풍력 외국 자본이 주도
당분간 이런 추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태양광은 범죄시되고 있다. 풍력은 인허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는 400% 증가를 보였던 2021년(22건)에 비해 2022년(16건) 오히려 13% 감소했다. 해상풍력은 최대 10개 부처에서 집행하는 29가지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발사가 풍황을 조사해 입지를 선정한 후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공유수면점용·사용허가, 실시계획 승인, 공사계획 인가 등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인허가 취득에 필요한 시간은 정부가 추산한 통계로만 최소 68개월이다.
인허가를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어민들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인허가를 모두 받고, 정책적인 지원이 결정된 상태에서도 실제 착공에 들어가면 어민들이 훼방을 놓거나 민원을 넣어서 공사를 못 하게 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리스크에 민감한 국내 투자자들은 해상풍력 투자에 소극적이다. 그나마 진행되는 해상풍력 개발은 외국 자본이 좌지우지한다. 특히 입지 선정과 허가권 획득 전까지의 초기단계에 맥쿼리그룹 등 해외 금융기관들이 대다수를 점하고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해상풍력 사업은 허가를 하나씩 받을 때마다 가치가 많이 높아지는데 이렇게 허가를 받을 때마다 가치를 높여 팔아 수익을 얻은 후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재생에너지 사업 경험이 많아 리스크 평가와 사업성 분석을 잘하는 해외 개발사, 투자자들이 초기 단계에 들어와 기본적으로 좋은 지역은 이미 다 선점한 정도”라고 말했다.
일례로 울산 먼바다에서 1~1.6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여럿 진행 중이다. 프랑스 전력회사(ENGIE)와 스페인 전력회사(EDPR), 노르웨이 해양에너지 시추 전문업체 아커솔루션스의 자회사 아커오프쇼어윈드 등 3개사가 합작한 오션윈즈를 비롯해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와 덴마크 에너지 인프라 펀드 운용사 CIP 등 해외 개발사와 투자자들이 들어왔다. 국내기업과 합작 형태로 추진하는 사례가 많은데 CIP는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사업자인 SK E&S 함께 합작법인 ‘전남해상풍력’을 세우고 전남 신안군에서 1단계 99㎿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1단계 사업이 올해 초 착공했고, 각각 400㎿인 2~3단계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해외업체는 유럽과 북미, 대만 등의 지역에서 투자 경험이 많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업체는 후발주자로 경험이 제한적이라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변동과 같은 정책 변화도 불안요소가 된다. 지난 4월 7일 정부가 해상풍력발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할 때 REC 가중치를 주는 규정을 삭제하면서 경제성이 불투명해진 사업이 재검토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군 작전성 검토를 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99㎿ 규모의 신안 자은도 해상풍력은 해상교통안전진단, 전파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 다른 개별법 협의는 모두 마쳤지만 군 작전성 검토 과정에서 국방부의 부동의 의견을 받으면서 지연되고 있다. 조은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입지 선정을 위한 조사와 허가를 받는 과정에 모두 돈이 들어가는데 나중에 군 작전성 검토에서 안 된다고 하면 그 비용이 다 매몰 비용이 된다”면서 “환경부가 조류의 이동경로 정보를 구축하기로 한 것처럼 군 레이더 설치 지역 정보도 안보상 전체 공개는 어렵더라도 대안을 마련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REC 가중치 변동이나 군 작전성 검토와 같은 다양한 불안요소가 해소돼야 대규모 해상풍력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완공 예정인 대만의 윈린 해상풍력의 경우, 해상에서 100m 길이 하부구조물 시공 중에 문제가 발생해 공사기간이 3년 지연돼 손실금액이 수조원에 이르러 국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렇게 리스크가 큰 환경이라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국내기업에 대한 지원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탈석탄 선언에 맞는 행동해야
국내 공적 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재생에너지 투자에 소홀하다 보니 개발사 입장에서도 해외 개발사와 투자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연구원은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경험과 지식을 얻기 위해 해외 기업과 투자자의 도움을 빌리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이 해외로 유출되는 게 우려된다면 우리 개발사가 들어갈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의 큰 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적 금융기관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태한 연구원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기관이 재생에너지 투자의 위험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자금이 들어오려면 리스크 수준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한다. 해상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프로세스가 길어 다른 에너지보다 리스크가 높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녹색은행이나 녹색금융공사에서 리스크를 안고 가는 형태로 마중물이 돼준다. 똑같이 자금을 대도 문제가 생기면 민간이 먼저 투자금을 회수하고, 자신은 후순위로 가져가는 형태로 위험도를 낮추거나 보증을 해줄 수 있다. 국내 공적 기관은 그런 역할이 소홀하기 때문에 민간투자도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다.”
석탄 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할 때지만 탈석탄 선언 2년 3개월을 맞은 국민연금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을 하면서 석탄 투자 제한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용역보고서가 나온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기금운용위원회 회의 석상에 단 한 번도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어떤 기업을 석탄 기업으로 볼 것이냐는 기준에서 용역보고서는 크게 총매출의 30%가 석탄 관련 산업에서 나올 경우와 50%에서 나올 경우 석탄 기업으로 보자는 두 가지 안을 제안했다. 30% 안에 산자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전이 대규모 적자를 채권 발행으로 메우는 상황도 무관치 않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한전 자회사인) 에너지 공기업들에 국민연금이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만 해도 한전이 조달하는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면서 “산자부, 한전과 논의하고 있는데 이견이 좁혀져야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16년 1월부터 전체 매출액이나 전력 생산량의 30% 이상을 석탄에서 얻는 기업을 석탄 기업으로 분류해 투자를 회수했고, 2017년에는 한국전력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기금도 같은 기준으로 2021년 2월 한전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국민연금은 이런 움직임에 가장 뒤늦게 동참했는데 여전히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태한 연구원은 이를 ‘직무유기’라고 봤다. “연금이 독립성이 있다면 봐야 할 것은 특정 정권의 이슈가 아니다. 연금이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잘 창출하느냐, 지속가능하게 운영돼 연금을 잘 돌려받을 수 있게 하느냐이다. 해외 연기금이 석탄 투자를 하지 않는 건 기후변화의 문제보다 석탄 산업이 수익률 측면에서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고려하지 않아야 할 이슈를 고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공개하면 투자 전략을 공개하는 것과 같아 해당 기업 주가가 국민연금의 전략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채권이나 주식과 달리 대체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자 전략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궁색한 해명이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모범적인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비교해 국민연금을 비판했다. “캘퍼스는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1달러당 3.75달러를 재생에너지 혹은 에너지 전환에 투자한다. 전환(발전)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제외하면 캘퍼스의 청정에너지 대 화석연료 투자 비율은 2.5 대 1 정도이며, 재생에너지 투자 비율을 향후 더 적극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해외 연기금이 석탄을 넘어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 2년이 지나도록 석탄 투자 제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재생에너지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조차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주간경향 주영재 기자
뜨거워진 바다, 불타는 산···여름휴가 끝일 수도 있다?
NYT “기후 변화가 여행자들의 계획 방해”
바다와 산으로 향하는 관광객 발길 끊겨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입장 제한 등 조처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 관광객이 파라솔 아래에서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8대째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재키 바버는 매년 여름휴가를 동네 해변에서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계획을 취소했다. 바닷물이 지나치게 뜨거워졌기 때문.
바버는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수온이 32도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플로리다주 사람들은 허리케인과 열대성 폭풍, 심한 뇌우엔 익숙하다”면서도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너무 더워서 해변에 가지 못하겠다’고 말한 기억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덮친 이상 기후가 전통적인 여름휴가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바버의 사례처럼 바다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산은 화염에 휩싸였다. 한편에선 폭우와 홍수로 각종 공연이 잇따라 취소됐다. NYT는 “화재와 홍수, 토네이도와 우박 폭풍에 이르기까지 기후 변화가 전 세계 여행자들의 계획을 방해했다”며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여름휴가의 끝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여름휴가의 대명사인 바다는 목욕물처럼 변해버린 수온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유럽 중기예보센터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는 20.96도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3월 20.95도보다 0.01도 높은 신기록이다. 지난달 24일 플로리다주 남부 해수 온도는 38.4도를 찍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이런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지중해 대신 북유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NYT는 “유럽 남부는 예년과 비교해 약 10%의 관광객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환경단체인 ‘새로운날씨연구소’ 공동 책임자인 앤드류 심스는 영국 BBC에 “내년 여름부턴 비교적 선선한 북해와 발트해 해변으로 관광객들이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그리스 남동부 로도스섬 켄나디 마을에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불 붙은 올리브 나무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18일 거대한 산불이 덮친 그리스 동남부 로도스섬에선 주민과 관광객 1만9000여명이 육로와 해상으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로도스섬은 특히 영국과 독일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매년 약 250만명이 트래킹과 야영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다.
피난 행렬에 있었던 영국인 사이먼 휘틀리는 BBC에 “우리는 그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을 뿐”이라면서도 “내년 휴가는 연초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로도스섬을 찾았다가 낭패를 본 관광객들에게 내년 봄 또는 가을에 로도스섬에서 일주일간 무료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수와 뇌우, 우박도 여름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음악 축제인 어웨이크닝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6년 동안 어웨이크닝을 진행하면서 가장 슬픈 소식을 전해야겠다”며 “우박과 번개, 뇌우에 대한 우려로 올해 행사는 취소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폭염에 관광지를 찾는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출입을 제한했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엔 더위를 식히기 위한 대형 분무기와 급수대가 설치됐다. 입장권 판매 방식 또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으로 전환해 대기 시간을 줄였다.
관광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NYT는 “호텔과 여행사, 서비스 제공업체는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아솔로에서 숙박업을 하는 피어스 맥컬리는 “매년 여름이면 등산객과 자전거 하이킹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며 “하지만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전체 예약의 4분의 1이 취소됐다”고 토로했다./ 경향
‘370건 수의계약’ 누구의 회사입니까?…답변 거부한 군의원
경남 의령군의 한 민간 공원묘역에 산처럼 쌓여 있는 폐기물.
경남 의령군 한 민간 공원묘역에는 거대한 건설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토양 성분 검사 결과, 5가지 중금속이 오염 우려 기준치를 초과했고,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검출됐습니다. 인근에 식수원인 낙동강이 있어 2차 오염이 우려됐고, 신속한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환경단체의 기자회견이 잇따랐습니다. 경남경찰청은 이곳에 폐기물을 반입한 '00환경'을 '폐기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입니다.
■ 군의회 행정사무조사가 권리 남용?
원상 복구가 지지부진하자, 지난 2월 의령군의회가 행정사무조사를 추진했습니다. 이때 한 군의원이 행정사무조사에 강하게 반대하며 회의장을 퇴장합니다.
"의회가 얼마나 불신을 안고 있습니까. 행정사무감사에 관한 조례가 왜 있겠습니까. 의회의 과도한 권리남용이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제척 사유도 없지만, 퇴장하겠습니다."
국민의힘 3선 김봉남 군의원은 정말로 '제척 사유'가 없을까?
‘폐기물 성토’ 관련 행정사무조사에 반대 발언을 하는 김봉남 의령 군의원.
알고 봤더니, 이 공원묘원에 폐기물을 반입한 '00환경'의 실 소유주는 김 의원 남편 A씨였습니다. 김 의원 남편은 이 회사 지분 49%를 가진 최대주주였고, 김 의원의 친동생도 이 회사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의 친오빠는 2015년 회사 설립 때부터 올해 2월까지, 약 8년 동안 이 회사 등기 이사로 재직했습니다.
군의원이 자신의 '가족 회사'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반대한 겁니다.
■ 남편 회사에서 '법인차' 제공 받은 군의원
김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은 자신의 남편이 실소유한 ‘00환경’ 업무용 법인차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의정활동에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의령군의회 3선 김봉남 의원이 '00환경' 법인차를 의정 활동에 사용하는 현장.
아내가 남편 회사 법인차를 이용한 것이 무슨 큰 잘못이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김 의원이 '일반인'이 아닌 '정치인'이라는 겁니다. 정치인이 법인차를 제공받는 건 일종의 기부 행위로, 정치자금법은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음성적으로 법인 이권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한다는 취지입니다.
■ 8년 동안 수의계약 370건…'이해충돌' 논란
해당 업체가 의령군과 맺은 수의계약 현황을 확인해 봤습니다.
김 의원 당선 이듬해인 2015년 설립된 '00환경'이 8년 동안 의령군으로부터 따낸 공사와 용역 수의계약은 370건, 액수로는 35억 원을 넘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관내 업체 위주로 수의계약을 줬다는 게 일부 발주 부서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
지방계약법에는 지방의회 의원의 배우자가 대표인 경우, 수의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00환경'의 등기부등본상 대표는 김 의원의 남편 A씨가 아닙니다. 회사 직원 B씨가 대표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굳이 배우자가 대표가 아니더라도,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지분율이 합쳐서 50% 이상이더라도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2021년 기준, 김 의원 남편 A씨의 지분은 49%입니다. 단 1% 차이로 수의계약 제재를 피해간 겁니다.
남편 A씨 외에 김 의원 친동생이 가진 지분 40%까지 합치면 전체 지분율은 89%로 50%를 넘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제재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친동생은 수의계약 제재 대상이 되는 '직계 존비속'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령군이 지난 8년 동안 ‘00환경’과 맺은 공사와 용역 수의계약 현황.
지난해 시행된 이해충돌방지법은 수의계약 제재 지분율 기준을 대폭 상향했습니다. 배우자 지분이 30%만 넘어도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법이 시행된 지난해 5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의령군과 20여 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액수로는 3억 원 대입니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뒤 이 회사 지분 관계가 변동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편 A씨 지분율을 기존 49%에서 30% 이하로 낮췄을 가능성입니다. 이 경우, '꼼수'라는 비판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위법'은 아닙니다.
이 부분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분율에 대한 정보가 나와야 하는데, 비상장 회사는 상장 회사와 달리 '주식이동 변동'을 일반인이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가진 비상장회사 지분율은 매년 공개하는 '재산공개' 내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의 경우, '재산공개' 내역에 '00환경' 지분에 관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수의계약 체결 전 배우자 지분 30% 이상이 되는 지 묻는 '수의계약 체결 제한 확인서'에도 해당 업체는 "아니오"라고 표시했습니다.
제기된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해명을 반드시 들어야만 했습니다.
■ 궁도장까지 따라간 취재진…김 의원은 답변 거부
취재진은 정치자금법과 이해충돌방지법·재산공개 누락 등 김봉남 의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김 의원과 남편 A씨·회사 대표 등에게 수십여 차례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취재 내용을 알리고, 반론을 듣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처음에는 취재진임을 밝히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그 이후로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김 의원이 의령의 한 궁도장에서 열린 지역 행사에 참석했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궁도장을 찾았습니다. 취재진의 신분을 밝히자마자 김 의원은 취재진을 피해 밖으로 나갔고, 승합차에 올랐습니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다분히 실망스러운 처신이었습니다.
KBS 취재진을 피해 승합차에 오르는 의령군의회 김봉남 의원.
KBS 보도 직후 행정안전부는 지난 2일부터 경남 의령군에 대한 복무감찰 현장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370여 건의 수의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의령군 공무원들의 묵인이 있었는 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령군과 읍면 단위 전·현직 계약 담당 공무원들을 차례로 불러, '00환경'과 김 의원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는 지를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KBS 보도 뒤 의령군 역시 해당 업체를 상대로 김 의원 배우자가 가진 지분율에 대한 공식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의 '취재 거부'로 해소되지 못한 여러 의문들, 행안부 감찰과 의령군의 후속 조치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김소영 기자 kantap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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