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축소도시'는 어떠신가요?
인구감소 시대의 스마트한 도시 쇠퇴를 꿈꾸며
커지는 수도권 도시와 작아지는 지방 도시
▲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특별시와 광역시를 하나의 시로 간주했을 때 우리나라 전체 시·군의 수는 162개이다. 이 중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간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인구가 5만 명 이상 증가한 곳은 총 17개로 전체 시·군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이 17개의 시·군을 지역별로 다시 분류해 보면 33개 시·군이 있는 수도권의 도시는 12개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 129개 시·군이 있는 비수도권 지역은 5개에 불과하다. 비수도권 지역의 5개 시·군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개발된 세종시와 부산과 인접한 양산시, 그리고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의 아산시와 천안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살기 열풍을 겪었던 제주시이다.
이 중 가장 인구가 많이 증가한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10년간 웬만한 규모의 도시 인구보다 많은 38만 명 가량이 늘어나면서 어느덧 100만 도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비록 같은 기간 서울시의 인구가 76만 명 줄어들었지만, 서울 주변의 수도권 도시들은 이보다 몇 배 많은 인구가 늘어났다. 이 기간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 증가는 49만 명으로 화성시 하나의 인구 증가 수와 10만 명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작년 1월부터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를 '특례시'로 부르게 되었는데,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 창원시가 현재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비수도권 도시 중 유일하게 특례시가 된 창원시는 최근 10년간 인구가 7만 명 가량 줄면서 100만 명 선을 위협받고 있어 어쩌면 비수도권 유일의 특례시는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비수도권에 있는 울산광역시는 광역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지자체인 수원시보다 인구가 작아진 지 오래이다.
수도권에 집적의 불이익이 존재한 적이 있었나
도시가 성장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도시의 경제기반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시의 성장은 도시 기반활동(basic activity)의 경쟁력 우위에 따른 것인데, 이것은 도시에 인구가 모여들게 되면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통해 기반시설 이용에 대한 단위당 평균 비용이 감소하고, 도시 내에 동종 혹은 이종(異種) 산업의 공간적 집적에 따른 집적의 경제(economies of agglomeration)의 이익을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도시가 쇠퇴하는 이유는 인구가 너무 늘어나면서 집적으로 인한 혼잡 비용과 환경 비용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이른바 집적의 불경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며, 환경 오염, 교통 정체, 지가 상승 등이 집적의 불경제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부정적 외부 효과(negative externality)로 언급된다.
이 설명에 따른다면 수도권의 도시들에 여전히 인구가 집중되는 것은, 수도권이 아직은 집적의 불이익보다 집적에 따른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이 흩어지는 것보다는 더 모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수도권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수도권 도시들의 지방도시보다 더 나은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인데, 왜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잘 나가는 도시들의 성장을 억지로 가로막아 도토리 기재기식의 전체적인 하향평준화를 일으키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아직까지 수도권에서는 인구의 분산이 필요할 정도의 집적의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았을까? 1972년 시작된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국토의 균형발전은 지속적인 목표로 남아 있으며, 1982년 시작된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이미 수도권 과밀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도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수도권정비계획>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40년이 넘는 기간을 돌이켜보면 수도권의 억제가 아니라 집중을 지원하는 정반대의 정책은 수없이 있어왔다. 수도권에 사람이 너무 몰려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집적의 불이익이 나타났을 때, 정부는 1~3기 신도시 조성을 통해 주택 가격을 끌어내렸다. 수도권 1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된 것은 <수도권정비계획>이 시작된 지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수도권에서 공장의 신설이나 증설은 어렵지만, 첨단산업은 여러 이유로 예외 적용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도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를 수도권에 조성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 사람들과 공장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대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수도권이 아닌 충남의 해안가에 건설되었다.
교통 혼잡과 신도시에서의 통근 문제는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 지하 50m 깊이의 대심도(大深度)를 이용한 GTX 노선을 건설해 서울까지 30분 내에 통근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교통량이 증가하면 도로를 확장하거나 신설하고, 늘어난 지상의 고속도로가 지역 성장에 방해가 되면 지하로 다시 터널을 뚫어 내려보내면서 지상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하겠다고 한다. 과연 지금까지 수도권에 집적의 불이익이 발생한 적이 없을까, 아니면 발생한 불이익을 없애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애써 왔을까?
아무도 축소도시를 꿈꾸지 않지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는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10~20년 기간의 장기적인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도시의 공간구조와 발전방향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도시기본계획>의 내용 구성에서 가장 앞부분에 자리하는 것 중 하나가 목표인구인데, 계획의 모든 내용은 이 목표인구에 맞춰서 이루어지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목표인구를 설정하는 데 있어 현재보다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인데, 인구가 감소중인 도시마저도 여러 명목으로 현재보다 인구가 증가하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앞서 최근 10년간 인구 7만 명이 감소하였다고 한 창원시 역시 현재 수립 중인 <2040 창원도시기본계획>에서 2040년 목표인구를 현재보다 13만 명 늘려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한 국토계획 관련 정부 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의 <도시기본계획> 상 목표 인구를 합쳐봤더니 1억 명이 넘었다는 말도 전설처럼 떠돈다. 모든 도시들이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나라에서 인구는 곧 도시의 위상이고 자존심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인구가 증가하지 않으면 새로운 개발행위를 제안할 수 있는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전 직장인 수도권 도시의 연구원에서 근무할 때 반(半)농담식으로 도시의 장래 비전을 지금보다 인구를 20% 줄인 'OO만 도시'로 하자는 주장을 하곤 했다. 개발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그간의 경로 의존적 정책을 벗어버리고 선제적으로 도시의 규모를 줄이는 '자발적 축소도시'가 되자는 것이었다.
축소도시(shrinking city)는 1988년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지속적인 인구 손실로 유휴·방치되는 부동산이 늘어나는 도시를 의미한다. 물론 쇠퇴하는 도시를 의미하는 용어지만, 축소도시 논의에 수반되는 것은 단순한 도시의 쇠퇴 자체가 아니라, 인구감소에 맞춰서 혹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압축도시 전략 등을 통해 도시 공간의 효율화와 적정규모화를 추구하는 것을 포함한다. 즉 스마트(smart)한 쇠퇴를 통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활력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현재도 과밀한 우리나라의 도시에서 인구가 더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아파트 경관의 확대 재생산이 일어난다는 의미 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당시에도 도시 내에 용적률 499%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른바 '닭장 아파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고, 수도권 1기 신도시와 한강변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9년 이후로 인구의 절대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건에서 특히 수도권 도시의 개발용량 증가와 인구 증가는 결국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자발적 축소도시는 수도권의 도시들이 여전한 성장 드라이브 속에서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도시로의 미래를 그리기보다 조금의 여백을 가진, 살고 싶은 인간적인 도시이면서 지방 도시와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도시일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20%의 인구를 줄이자는 것이 현재의 시민들을 타 지역으로 내몰자는 것도, 인위적으로 도시면적을 축소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노후화된 지역을 또 다른 개발, 더 고밀도의 개발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금은 바꿔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수없이 많은 현실적 문제들과 함께 그 열린 공간의 조성을 위해 막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의 실현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집적의 불이익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들기 위해 투입해 왔던 사회 전체의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렇게까지 허황된 꿈은 아닐지 모른다.
'자발적 축소도시'가 환영받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시 인구가 50만 명 이상이 되면 행정구(區)를 둘 수 있다. 최소 2명의 구청장 자리가 생기며 그 아래 여러 보직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시청 조직에 둘 수 있는 실·국의 수도 인구에 따라 결정된다. 인구 100만 명이 넘으면 특례시라는 새로운 명칭과 사무의 특례가 적용된다. 꼭 특정한 기준이 아니라도 각 광역지자체의 시장·군수 회의 때 자리 배치도 도시 인구 순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 도시의 권한 배분은 상당 부분 인구라는 하나의 지표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시장도, 그 어떤 공무원도 우리 도시의 인구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먼저 제시할 수는 없으며, 그 도시에 사는 시민들도 자기 도시의 위상이 낮아진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인구의 감소가 도시의 쇠퇴가 아니라 도시의 질적 성장을 의미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라도 인식을 변화시킬 필요하다.
몇 년 전 인구 100만 명 이상에게 특례시라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이 논의될 때 이 기준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도시들이 인구 기준만을 적용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새로운 주장들을 제시하였다.
물론 이 주장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임의적인 것이지만, 도시의 기능과 역할을 평가함에 있어서 인구 이외에도 주간 유동인구, 행정수요, 도청 소재지로서의 중추 도시기능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지금 새로 마주하고 있는 인구감소 시대에는 단순히 인구 규모만으로 도시의 위상을 평가하고 측정하던 방식과 사고 역시 바꿀 필요도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양적 성장보다는 '자발적인 축소도시' 지향을 통해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어쩌면 손쉽게 성장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도권의 도시부터 말이다.
이성호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 프레시안
유럽연합 AI 규제법만으로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
6월14일 유럽의회에서 ‘유럽연합 AI법’이 통과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형태의 AI 규제안이지만, 허술한 구멍들이 있다. 법이 급변하는 상황에 제때 대처할 수 없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6월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부 회의장에서 유럽연합 AI법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AFP PHOTO
지난해 이사를 하면서 가구를 몇 가지 바꾸고 싶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새집의 크기와 구조에 맞으면서도 마음에 드는 가구를 찾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이케아 해킹(IKEA hacks)’이다.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를 대량생산하는 브랜드다. 소비자가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립을 하면 카탈로그에 등장하는 가구가 완성된다. 그런데 이케아 완제품에 만족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일부 부품을 교체하는 일탈, 즉 해킹을 시작했다. 서랍장 다리 길이나 책장의 폭을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게 바꿔 카탈로그에 없던 새로운 가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등 소셜미디어에서 ‘#ikeahack’이라는 해시태그로 검색을 하면 온갖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아이디어를 모아 공유하는 ‘이케아 해커스’라는 웹사이트(IKEAhackers.net)도 있다. 2006년 이 사이트를 만든 말레이시아인 줄스 얍은 이케아 해킹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케아 해커들은 납작한 상자에 담긴 조립식 가구 그 이상을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자신의 해킹 작업을 공유하고, 더 나은 일상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죠.”
자사 제품에 변형을 가해 새로운 가구를 창조하는 해킹 행위를 이케아 측에서는 어떻게 볼까. 꺼림칙해할 거라는 짐작은 틀렸다. 2018년 4월, 이케아의 고향 스웨덴 앨름훌트에 있는 이케아 박물관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이케아 해킹당하다: 우리의 상품. 당신들의 아이디어(IKEA Hacked: Our Products. Your Ideas)’라는 제목의 이 전시에는 해킹으로 탄생한 제품들이 모였다. 다리를 바꾼 소파, 원래 없던 색을 칠한 테이블은 물론이고, 이케아 매장에 메모 용도로 비치된 연필 6971자루로 만든 의자라든가 심지어 이케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파란 쇼핑백으로 제작한 드레스까지 등장했다. 전시 방문객이 직접 가구 해킹을 시도할 수 있는 워크숍도 열렸다. 참여자들은 이케아 가구 해킹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나 가구 해킹에 따르는 잠재적 단점에 대해 배웠다. 일반인들이 해킹한 가구 중 반응이 좋은 것은 실제 이케아 상품 디자인에 반영됐다. 전시 책임자인 카밀라 융어는 “이것은 공동 창조(co-create)다.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민주적 디자인의 시작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글의 주제는 가구 디자인이 아니다. 최근 급격히 진행 중인 인공지능(AI)에 대한 규제가 주제다. 이케아 해킹과 AI 규제가 무슨 상관인가. ‘더 나은 가구 디자인’에 이케아 해킹이 기여하는 방식이 ‘더 나은 AI’에도 적용될 수 있어서다. 우선 현 AI 규제에 대한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6월14일, 유럽의회에서 ‘유럽연합 AI법(EU AI Act)’이 통과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형태의 AI 규제안이기 때문에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AI 기술 자체는 미국이나 중국이 더 앞서 있지만, 그 기술의 이용을 제한하는 규제는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전통이 강하기도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IT 기업에 유럽인의 데이터를 계속 빼앗길 순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현재 전 세계 개인정보 규제의 표본으로 자리 잡은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2018년 시행)도 같은 맥락에서 제정됐다. 유럽의회 로베르타 메트솔라 의장은 AI법안에 대해 “향후 수년간 세계적 기준이 될 거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이 법안의 세부 사항을 놓고 앞으로 몇 달 동안 유럽의회, 유럽위원회, 유럽연합이사회가 논의를 거친 뒤 올해 말쯤 최종 버전이 나올 전망이다.
챗지피티 나오기 전에 초안 만들어진 AI법
어떤 내용이길래 가장 앞선 형태의 규제라고 하는 걸까. 핵심은 이 법안이 AI 시스템을 그 위험(risk) 정도에 근거해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수용 불가능한 위험(unacceptable risk)’군에는 공공장소에서 안면인식 AI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생체 정보를 수집해 신원을 확인하거나,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회 신용점수를 부여해 이를 보험이나 대출 등에 이용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AI 기술은 금지 대상이다. 즉, 이 법안에 따르면 중국에서 쓰이는 안면인식 CCTV나 사회신용제도는 유럽에서 적용이 불가능하다.
둘째, 고위험(high risk)군에는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구직자의 이력서를 분류하고 고용 여부를 결정짓는 일 등이 포함된다. 과거 백인 남성이 주로 고용되었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구직자 중에도 백인 남성을 더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건 실제 미국 아마존 채용 시 벌어졌던 일이다.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기술은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기업이 관련 알고리즘을 공개할 의무 등이 따른다. 셋째, 저위험(low or minimal risk)군에 속하는 기술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최근 생성형 AI 모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위험과 대응책을 상세히 서술한 이 같은 법안이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2년 이상 논의된 끝에 나온 이 108쪽짜리 법안에 허술한 구멍들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생체 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내용이 그렇다. 이것이 국가의 필수적인 치안 활동과 부딪히는 점은 없는지, 만약 특정 상황에서 예외를 허용한다면 굳이 위험도에 따라 분류해서 허용 범위를 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불명확하다. 프랑스 같은 나라는 테러 대응책으로 안면인식 AI 시스템을 확장하려는 중이라, EU AI법이 회원국의 국내법과 잘 조율이 될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고위험군에 속하는 기술에는 엄격한 의무가 부과되는데, 의무 내용을 지켰는지 점검하는 주체가 그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라는 점도 어불성설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근본 문제는 실제 AI 기술이 이 법안에서 규제하는 AI 시스템의 특성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금도 발전 중이라는 점이다. 법안 초안이 만들어지던 2년 전, 현재 AI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챗지피티는 등장하지도 않았다. 지금 시점에 예상조차 하지 못하는 어떤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지 모른다. 과연 법이 융통성 있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작성한 법안 문구가 급변하는 상황에 제때 대처할 수 없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등장하는 게 해커들이다. 사전에 규정한 틀에 맞춰 AI의 위험도를 평가할 게 아니라, 앞에 놓인 AI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해킹해 취약점을 발견, 보고하고 그에 따라 문제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정보기술 분야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이 방식을 VRP(취약점 보상 프로그램), 흔히 ‘버그 바운티(bug bounty)’라고 한다. 기술의 취약점이나 결함을 뜻하는 버그(bug)를 찾아내 보고하면 포상금(bounty)을 준다는 뜻이다. 이케아가 자사 가구에 대한 해킹 시도를 반기고 일부 디자인을 제품에 차용하기까지 하듯이, IT 기업들도 버그 바운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사가 개발한 기술의 취약점을 보완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다 버그 바운티를 시행하고 있다. 해킹된 이케아 가구가 ‘민주적 디자인’이라고 평가받은 것처럼, 버그 바운티도 민주적 기술 개선이라 볼 수 있다.
“모든 기술에는 투명성과 협업이 필수적”
챗지피티를 개발한 오픈AI도 지난 4월11일 버그 바운티 계획을 공개했다. 챗지피티의 기술적 취약점을 발견해 오픈AI에 보고하면 버그의 중대성에 따라 적게는 200달러, 최대 2만 달러까지 보상금을 지급한다. 웹사이트에 올린 버그 바운티 안내문에서 오픈AI는 이렇게 밝혔다. “모든 복잡한 기술에는 취약점과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투명성과 협업이 이를 다루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해커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기업만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올여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데프 콘(DEF CON)’ 보안 콘퍼런스에서 해커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킹 대회에서 AI 시스템의 결함을 찾는 과제를 내고 이를 해결하면 포인트(상금)를 주겠다는 것이다. 급속도로 발전 중인 AI 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려면 ‘톱다운’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함을 기업이나 정부 모두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1983년 개봉한 영화 〈위험한 게임〉의 한 장면.ⓒMGM
첨단 기술의 맹점을 드러내는 해커의 역할을 잘 묘사한 영화가 있다. 1983년작 〈위험한 게임(WarGames)〉으로, 오래전 작품이지만 지금도 해커들에게 고전으로 꼽힌다. 내용은 이렇다.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의 매키트릭 박사는 장교들이 시뮬레이션 훈련에서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받고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일이 많음을 알게 된다. 그는 인간의 감정이 전쟁 상황에서 판단에 방해가 된다고 보고, 미사일 발사 과정을 자동화된 AI 시스템으로 교체한다. 한편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컴퓨터에만 소질이 있는 고등학생 데이비드는 공짜 게임을 하기 위해 게임 회사를 해킹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게임 프로그램처럼 보이는 시스템에 접속한다. 실은 이 시스템이 NORAD로 통하는 백도어(인증되지 않은 사용자에 의해 기능이 무단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컴퓨터에 몰래 설치된 통신 연결 기능)였지만, 데이비드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전쟁 게임이라 생각하며 소련의 입장에서 미국을 공격한다.
실제로는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NORAD의 AI 시스템은 이를 현실로 인식하고 소련 공격 계획을 세운다. 제3차 세계대전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데이비드는 뒤늦게 자신이 한 일을 깨닫고 매키트릭 박사에게 사정을 설명하지만, 박사조차도 그의 말보다는 실전 상황이라는 AI의 판단을 신뢰한다. AI가 소련으로 진짜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 데이비드는 AI에 승자도 패자도 나올 수 없는 게임을 제안한다. 이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쪽이 승자가 될 확률이 0%임을 AI가 깨우치게 함으로써, 데이비드는 AI 스스로 미사일 발사를 포기하게 만든다. 고등학생 해커가 미국 국방 시스템을 뚫고 핵전쟁 위험을 초래한 뒤 AI의 판단 알고리즘을 역이용해 전쟁을 저지한다는 내용이다.
인건비나 효율성을 근거로 AI 시스템을 채택하는 정부 기관이나 기업이 늘고 있다. 1980년대 영화 속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 유럽연합의 AI법처럼 촘촘한 규제를 만들어 선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약한 고리를 의도적으로 찔러봄으로써 보완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소셜미디어에서는 챗지피티 프롬프트에 일부러 혼란스러운 문구를 넣어 개발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일이 유행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코드가 아닌 단어를 이용해 모든 사람들이 해커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이케아 가구에만 해킹이 필요한 건 아니다.
시사인 김진경 (자유기고가)
자연'도 '자산'인 시대
안녕하세요? SBS D포럼의 올해 주제가 < AI 시대, 다시 쓰는 경제 패러다임>이라는 소식 지난주 전해드렸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되고, AI, 반도체 등 기술 주권을 놓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탄소국경세 등 기후 위기 대응이란 해일도 턱 밑까지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 교차하는 복합위기(polycrisis)의 시대'입니다. 그동안 경제를 들여다보는 틀이나 측정 방식이 더 이상 제 기능을 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어떻게 다르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보려고 하는 것인데요.
오늘은 그 연장선상에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석좌교수, 파르타 다스굽타 경을 만났습니다. 파르타 다스굽타 교수는 2002년 이미 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는데요. 특히 영국 재무부의 의뢰로 지난 2021년 발간한 ' 생물다양성의 경제학: 다스굽타 리뷰'란 보고서는 영국 정부의 향후 25년 환경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제학의 범주에 환경이 포함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Q. 교수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2021년 '생물다양성의 경제학: 다스굽타 리뷰'라는 보고서를 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영국 재무부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에 대해 독립적인 글로벌 보고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아마도 저한테 의뢰한 이유는 대부분의 글로벌 환경 이슈가 모두 기후 위기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영국 재무부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가 기후 위기 이슈를 넘어선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생물다양성'이란 생물권 내의 다양한 삶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자마자 저는 이것이 결국 습지나 열대 우림, 해양 등 생태계의 생산성(productivity of ecosystems) 관련 연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도로나 빌딩, 기계를 '자산'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저는 '자연도 자산(assets)'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연도 자산이고, 생태계도 자산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관련 시장이 없고 가격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생물다양성 경제학의 잣대
: 국내순생산(NDP)=국내총생산(GDP)-총 고정자본 감소분(자연 등)
Q. '자연을 자산의 하나로 고려하자'는 주장이 흥미롭습니다. 교수님 주장처럼 자연을 자산의 하나로 고려하려면, 기존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무엇부터 바뀌어야 하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연을 자산이라고 인지하고, 경제 시스템에서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가 단위에서 경제의 성공과 실패를 측정하는 기준은 보통 국내총생산 [1](GDP) 혹은 국민총생산 [2](GNP)입니다. GDP가 오르면 경제가 좋고, GDP가 떨어지면 경제가 안 좋다고 흔히 말합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을 고려할 때 정확히 '무엇이 성장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콩 농장이나 소 방목장을 짓기 위해 아마존을 개발한다고 가정할 경우 GDP는 최종 산물의 시장 가치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파괴된 아마존 숲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아마존이 엄청나게 파괴되어도 생산이 늘어나면 GDP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 숲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고, 전 세계의 탄소를 빨아들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총생산(growth domestic product)에서 가치 하락된 자연을 포함한 자산을 빼는 방식인 국내순생산(net domestic product)[3]으로 우리의 경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국내총생산은 한 나라의 영역 내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합산한 것이다.
[2] 국민총생산은 국민경제가 일정기간(보통 1년)에 생산한 최종 생산물(재화·서비스)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총액이다.
[3] 국내순생산(Net Domestic Product, NDP)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정확히 산출하기 위해 국내총생산에서 총 고정자본 감소분(감가삼각비)를 제외한 값이다.
Q. 실제 자연을 자산으로 보려는 국가들의 움직임이 있나요?
네, 영국은 통계청에서 벌써 '천연 자본'을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천연 자본'이 바로 '자연'입니다. 가능하면 이러한 천연 자본에 가격을 부여해 그들이 생산하는 자산의 가치를 따져보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산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보려는 것입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칠레나 캐나다, 중국, 인도가 그쪽 방향으로 논의를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GDP라는 경제 잣대를 쓰지 말자는 주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연을 자산으로 볼 경우, GDP의 한계를 보완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예를 들어 연안 어장의 물고기가 최근 5년을 기준으로 볼 때 늘었는지 줄었는지 살펴보고, 줄었다면 당분간 어업을 중단해서 다시 원래의 상태로 회생시키자는 것입니다. 사회가 자산의 하나로 자연을 측정해, 질적 정보를 추적하자는 것인데요. 도로가 부서지면 지자체에서 복구를 위한 수선을 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자연의 상태를 들여다보면서 복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제 보고서에서는 자연을 경제적인 사고의 틀 안에 포함시키자 주장했습니다.
<생물다양성의 경제학: 다스굽타 리뷰>
Q. 자연을 경제적 틀 안에 포함시키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자연을 측정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자연이 가만있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바람도 움직이고, 먼지도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갑니다. 이동하기 때문에 소유권을 주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들이쉬는 공기가 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재산권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을 형성하기가 어렵습니다. 가격을 붙이기도 어렵고요. 또 시장은 대개 개인의 단위에서 운영되는데, 자연은 집단 행위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의 경우 주인은 없지만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에 따라 국가 단위로 비용을 청구하거나 유엔 등에서 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것 등의 방법을 준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바다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태평양이든 대서양이든 아직 바다에 대해서는 대기와 같은 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해를 파헤치거나 제한 없이 교역을 하거나 혹은 쓰레기를 대거 배출해 오염이 돼도 대기와는 다르게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없습니다. 아직 기후 위기만큼 관심 있게 부상하지는 않은 이슈지만 저는 조만간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부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 안보를 위해 'UN'이 생기고, 재건을 위해 '세계은행'이 생기고, 국제 금융 안정을 위해 'IMF'가 세워졌던 것처럼 이제는 글로벌 공공재인 자연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 기구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자연의 '생산물 제공' vs. '유지 혹은 규제하려는 서비스' 간 균형이 중요!
Q. 과거의 경제 시스템 가운데 가장 실패한 것은 무엇일까요?
'만물의 어머니'라고 일컬어지는 대자연은 보통 우리에게 생산물을 제공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생산물(물고기, 열매, 목재 등등)은 보통 가공돼 GDP로 측정되는 상품으로 둔갑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 대자연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보통 생태학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유지' 혹은 '규제'라고 부릅니다. 기후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규제하거나 토양이 재생되게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는 것 등이 그것의 예입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박테리아나 균에 의해 분해돼 흙으로 돌아가는 것 등은 자연이 제공하는 중요한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자연에서 얻는 생산물은 이러한 자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도움으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더 많은 생산물을 원할수록 수풀이나 습지 등이 농경지로 탈바꿈되면서 유지나 규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연의 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연이 제공하는 생산물에 대한 수요와 그러한 수요를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 간의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둘 간의 균형이 너무 중요한 상황입니다.
Q. 환경의 이슈를 이렇게 경제학자가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간의 삶이 경제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GDP를 경제 성공의 기준으로 보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만약 경제학자가 환경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지속적으로 생산만 강조한다면, 자연은 어떻게 되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자가 자연을 제대로 알고 경제적인 잣대에 자연을 포함시키는 것은 너무 중요합니다. 현재 정부에 있거나 자문을 하거나 대학에 있는 많은 경제학자들은 20년 전에 교육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때는 자연이 경제학에서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저에게 보고서를 의뢰한 곳도 재무부였고, 이미 경제 항목에 생물다양성을 체크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잘 사는 나라들의 경제학자들이 상대적으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대개 생물다양성 관련 이슈들이 그 나라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목재가 필요하든, 커피나 카카오가 필요하든 대개 부유한 나라에서는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해 공급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기가 어렵고, 관련 이슈들을 들을 기회도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제학자들이 생태학자들과 더 많이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도 하나의 공장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아직 경제학자들은 그런 관점으로 보는 훈련이 많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Q. 들리지 않고 잘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개념에 굉장히 공감되는데요. 저는 '돌봄 노동'이 저평가되어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고 그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라 평소에 생각해왔었습니다.
자연과 돌봄 노동자를 연계하신 것이 흥미롭습니다. 자연도 세상을 돌보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어떻게 보면 돌봄 노동도 그렇고 자연도 그렇게 가치 저하된 것 자체가 결핍의 신호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자연은 심지어 공짜라고까지 생각하는데 가치가 재평가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원인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자연을 활용하면서 제대로 비용을 지불했다면 훨씬 더 정중하게 자연을 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럴 경우 자연도 더 건강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우려해야 하는 것은 생물다양성이 줄어들수록 팬데믹 같은 감염병의 위험성은 더 높아질 것이고 더 빈번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복합위기 시대, GDP보다 '자산'이 중요!
'자산'에는 생산 자본, 인적 자본, 자연 자본도 포함!
Q. 기후 위기 때문이라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을 계속해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데요. 이 시대에 맞는 '성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성장'을 얘기할 때 이제는 '부의 성장'을 고려해야합니다. '나는 부자인가?' 혹은 '5년 전보다는 내가 더 부자가 되었는가' 같은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 임금이 얼마나 올랐나를 보는 것입니다. 월급이 더 많아졌는지를 본다면 GDP를 보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지난 5년을 비교하는데 가지고 있던 주식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같은 양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대적으로는 덜 부자인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방식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부동산 같은 물질적인 것도 포함되지만 인적 자본, 즉 얼마나 교육을 받았는지 같은 미래의 내가 얼마나 더 큰 임금을 받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 등도 모두 포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기준으로 내가 5년 전의 나와 비교해 지금 어떤지 보기를 희망합니다.
'국가의 부'를 고려할 때도 '생산 자본' 못지않게 '자연 자본'이나 '인적 자본'도 고려해야 합니다. 부가 늘어나고 있지만 자연 자본은 줄어들고 있다면 성장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경제는 생산 자본, 인적 자본, 자연 자본 등 모든 자산을 관리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GDP보다는 '자산'쪽으로 관심을 옮겨가야 합니다.
<제6차 미래한국리포트(2008) >
영국은 이미 앞서 2006년에 '스턴보고서'를 통해 기후 변화 대비 비용을 경제적으로 산출해 각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이끌었던 전례가 있는데요. 이번에는 '자연'도 자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생물다양성을 경제적인 관점으로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꼭 자연까지도 경제적인 잣대로 제시해야만 관심을 갖는 지금의 경제만능주의가 조금 씁쓸하기도 하면서도 그렇게라도 생물다양성이 보전될 수 있다면 지금은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시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2차 대전 이후 재건과 연대를 위해 무수한 국제 기구들이 세워졌었는데요. 복합위기 시대, 이제는 대기나 바다 등 글로벌 공공재를 지켜내기 위한 새로운 국제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면, 이전보다는 더 강력한 기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같은 이슈도 정치적인 이념이 아닌 명확한 기준과 과학적인 데이터로 안전한지 아닌지, 방류해도 되는지 아닌지 제대로 제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12만 년 만에 가장 더운 지구... 과학계 "미지 영역 진입“
지구 평균 기온, 나흘 연속 최고 기록 이어가
3~6일 섭씨 17.01→17.18→17.18→17.23도
"2023년 가장 뜨거운 해... 기후위기 통제불능"
해양폭염·엘니뇨... "최고기온 기록, 또 깨질 것"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가 미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의 지구 평균 기온 데이터를 분석한 그래프. 전날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7.23도로 1979년 관측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최근 7일간은 역대 '가장 더운 한 주'였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지난 사흘은 지구의 현대사에서 가장 더웠던 3일이었을 것이다."(미국 뉴욕타임스)
지구의 일일 평균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 기온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과 전례 없는 폭염은 '2023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과학계도 화들짝 놀랐다. "기후변화가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과학자들 "7월 초에 역대 최고 무더위" 경악
7일(현지시간)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가 분석한 미 국립환경예측센터(NCEP) 자료에 따르면, 전날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17.23도로 나타났다. 지난 3일 17.01도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 기록(2016년 8월 14일 16.92도)을 갈아치운 이후, 나흘째 최고 기온을 이어간 것이다. 4일과 5일은 똑같이 17.18도였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7월 초에 나타났다는 데 특히 경악한다. 북반구가 가장 더울 때인 7월 말~8월 초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8월 기록의 경우, 다른 연도의 일일 평균기온과 비교해 0.68도, 일주일 전에 비해서 0.16도만 높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때 전날 지구 기온은 각각 1.02도, 0.5도나 치솟았다. 영국 가디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기후위기가 통제불능 상태"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7월 폭염을 두고 "12만5,000년 전 간빙기 이후 지구가 가장 뜨겁다"는 평가도 나온다.
4월부터 징후... "바다도 부글부글 끓어"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정리한 대서양 북동부 해수 온도 그래프. 지난달 21일 해수 온도는 평년(1991~2020년)보다 1.6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C3S 홈페이지 캡처
폭염 징후는 지난 4월부터 있었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전날 유럽연합(EU)의 기후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4월 초 전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가 21.1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인간이 초과 배출한 열의 90%를 흡수하는 바다는 기후변화 여파가 처음 미치는 지점이다. C3S는 "우리는 이미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며 "해양 폭염은 극단적 기상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소 '중간급 엘니뇨' 발달... 더 큰 재앙 온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도식화한 태평양 해수 온도 다이어그램. 동태평양(가운데 오른쪽) 해수 기온이 평년보다 높다는 의미로 빨갛게 표현돼 있는데, 엘니뇨의 시작을 의미한다. 다만 일반적인 엘니뇨와 다르게 서태평양이나 북태평양, 남태평양 등도 그에 못지않게 빨갛다. C3S 홈페이지 캡처
최대 복병은 지난 2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식화한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다. 반대 현상인 '라니냐'(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하락)와 함께, 지구의 열 균형을 맞추는 자연 현상이지만, 올해 엘니뇨의 경우 여러모로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일단 규모 면에서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1도 이상 올라가는 '중간급' 이상으로 커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올해 초까지 이례적으로 긴 라니냐가 3년간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간 억눌려 있던 기온이 이번에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와 엘니뇨가 합쳐져 극심한 기후재난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지금의 폭염이 엘니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울루 세피 영국 그랜섬 기후변화연구소 기후과학자는 워싱턴포스트에 "주로 겨울에 발달하는 엘니뇨는 아직 정점에 이르지도 않았다"며 "며칠 또는 몇 주 내 최고 기온 기록이 또 깨져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놀라운 속도로 늘고 있다, 500ppm 돌파도 시간 문제
지구는 지금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열기'로 가득합니다.
원인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온실가스입니다.
◀ 리포트 ▶지난달 22일 이후 최근까지 중국 베이징의 낮 최고 기온입니다.
40도를 넘는 날이 6일이나 되고 사람 체온보다 낮은 날은 이틀에 불과합니다. 지구의 열기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월요일 이후 지구의 평균기온은 관측 이후 신기록을 연일 경신했습니다.
캐나다 산림이 불타고, 연기는 국경을 건너 미국 북동부를 뒤덮었습니다. 원인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온실가스입니다.
올해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처음으로 424ppm을 넘었습니다. 전 세계가 뿜어낸 이산화탄소가 지난해 368억 톤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관측 이래 끝없이 이렇게 우상향하는 이 그래프는 기후변화의 상징인데요 발견자인 찰스 킬링 박사의 이름을 따 '킬링곡선'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그래프를 만드는 곳은 가장 먼저 관측을 시작한 온실가스 관측의 최전선, 미국 하와이 관측소입니다.
"킬링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랄프 킬링/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 "저는 랄프 킬링입니다. 킬링 곡선은 제 아버지 찰스 킬링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는 인간이 지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한 증거를 통해 처음으로 입증했습니다."
킬링 교수는 지금의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가 심각하다는 말부터 꺼냈습니다.
[랄프 킬링/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 "10년 전에 400ppm을 넘었는데 벌써 425ppm입니다. 놀랍도록 빠른 속도입니다." 이런 속도라면 머지않아 충격적인 수치를 마주할 거라고 경고합니다.
[랄프 킬링/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 "10년 뒤에는 450ppm, 20년 뒤에는 475ppm이 되고 500ppm에 육박할 겁니다." 올해는 강력한 엘니뇨까지 발생하고 있어 더욱 심각합니다.
[랄프 킬링/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 "(엘니뇨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는 건조해지고 종종 큰불이 납니다.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도 건조해지죠. 건조한 환경에서는 식물이 잘 자라지 않습니다."
식물이 말라 죽으면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고 산불이 나면 많은 이산화탄소가 방출됩니다. 대를 이어 평생 온실가스를 지켜봐 온 그의 소망을 물었습니다.
[랄프 킬링/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 "이산화탄소 증가 곡선이 아래로 꺾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 평생 소원 중 하나입니다."
인류가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그의 믿음이 더 많은 이들의 행동을 바꾸기를 기대합니다.
강남구, 빌딩숲 사이 ‘걷고 싶은 거리’ 조성… “도심 녹지 가까이”
강남 워커블 그린웨이 사업… 도산대로~영동대로~테헤란로~강남대로 보행로 연결
영동대로 복합개발 지상광장 조감도 (사진=강남구 제공)
서울 강남구가 도심 한가운데서도 녹지를 가까이 두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보행환경을 조성한다.구는 지난 6일 도산대로~영동대로~테헤란로~강남대로를 우물정자(井) 모양의 순환형 보행 친화적 도로로 조성하는 강남 워커블 그린웨이사업의 기본설계 용역을 내달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도심 속 걷고 싶은 거리’는 빌딩숲 사이 하나로 이어지는 걷기 편한 길을 조성하면서 각 거리마다 다른 테마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 또한 도로의 녹지공간을 효율적으로 살려 자연을 느끼면서 걸을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차량 소음, 그늘 부족, 대기 오염, 홍수 침수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 가로 조성을 목표로 한다.
사업 구간은 도산대로~영동대로~테헤란로~강남대로를 잇는 총 10.6㎞다. 신사역사거리~영동대교 남단 구간의 도산대로는 가로수길, 도산공원, 압구정 로데오거리, 청담동 명품거리 등 대표 명소를 관통한다. 넓은 보행로에 부족한 녹지공간을 더해 명소를 즐기며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다.
삼성역과 봉은사역 사이의 영동대로 구간은 2028년 복합개발사업으로 조성 예정인 지상 광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 공간을 도심 정원으로 만들어 쉼이 있는 걷기 공간을 구현할 계획이다.
강남역~삼성역 구간의 테헤란로는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행자 중심 보도 개선 사업에 발맞춰 보도 확장, 자전거 도로 조성, 가로숲 조성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강남대로는 가로변에 세워진 미디어폴 18기와 대형 전광판 5기 등을 활용해 디지털아트를 즐길 수 있는 거리로 바꾼다. 이에 앞서 구는 지난달부터 강남역 11번 출구~신논현역 5번 출구 사이 760m 구간에 강남대로 랜드마크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관 거버넌스 운영과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반영해 2024년까지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명소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구민들이 도심 한가운데서도 녹지를 가까이 두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보행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며 “그린웨이에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신유정 (yoojung318@naver.com)
재생에너지 시대 ‘원전 역주행’
윤석열 정부 “신규 원전 건설 검토” 공식화
‘2050 탄소중립’ 고민 부재
에너지원별 비중 논의 없이
전력 수요만 대응…비판 일어
영덕·삼척 등 후보지 거론
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공식화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있는 시대적인 변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탄소중립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전력 수요만 대응해 원전만 늘리는 것이란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창양 장관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원전, 수소 등 새로운 공급 여력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한국전력, 삼성전자 등과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에서 “안정적 전력공급은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에 핵심 요소”라고 언급한 데 이어 연일 이 장관은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기업투자가 마무리되는 2050년에는 10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 수요가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6~7년 앞으로 다가온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추가 전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신규 원전 규모가 6기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구체적으로 경북 영덕 천지 원전과 강원 삼척 대진 원전 등이 신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부지가 확정되지 않았던 천지 3·4호기를 비롯해 이들 원전은 문재인 정부에서 건설이 백지화된 바 있다. 특히 천지 원전은 부지 매수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력소비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신규 원전 건립은 불가피하다.
원전 비중을 35%로 한다고 하더라도 2050년에는 20기가 넘는 원전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에너지 시민단체 한 전문가는 “정부가 상위계획인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기존의 2050년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수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 없이 하위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추가 원전이 필요하다는 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앞당겨 검토한 데는 탈원전 정책 폐기가 지지부진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원전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까지 평균 30개월이 소요됐던 기간을 11개월로 단축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해 이르면 내년 3월 원자로 시설 굴착공사 등 본공사가 시작될 수 있다. 박일준 전 산업부 차관이 지난 5월 교체된 것도 신규 원전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 홀로 역주행’을 하는 실정이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원전의 발전량 비중은 9.2%로 2000년(16.8%)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여당은 유럽연합(EU)이 지난해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한 점을 원전 확대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EU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확충 등 조건을 내걸어 신규 투자는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할 예정이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마련은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온실가스 ‘킹’ 공항, 가덕도 신공항만 55만t
가덕도·제주2·새만금 신공항 합쳐서 온실가스 100만t 넘어… 실제 2019년 인천국제공항만 147만t, 이러한 수치 과소 예측 가능성 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공항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시설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로 계획된 공항들은 경제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공항들은 활성화가 절정에 이르는 때를 2055~2065년으로 잡는데, 이 시기는 인류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만 기후위기를 겨우 해소할 것으로 과학적으로 계산된 시점이다. 탄소중립은 배출량과 흡수량이 상쇄돼 더 이상 지구 대기상의 온실가스가 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계획된 신공항 가운데 가덕도, 제주2, 새만금 세 곳의 전략환경평가서를 <한겨레21>이 검토해보니, 이들 공항만으로도 해마다 100만tCO₂eq(이산화탄소환산톤)이 훌쩍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웬만한 건축물의 배출량이 수만t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기후위기 시대에, 경제성마저 불확실한 온실가스 다배출 시설을 늘리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 공항 전략환경평가서 바탕으로 2055년 기준
2023년 3월 공개된 가덕도 신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총사업비 13조7589억원을 들여 2029년까지 지어질 계획이다. 2065년 시점에 연간 국제여객 2336만 명, 화물 28만6천t, 운항횟수 20만2천 회를 목표로 한다. 코로나19 이전 국내 1위이자 세계 5위(국제여객운송 기준)인 인천국제공항의 여객 수가 7058만 명이었다. 여객 수 2336만 명이면 현존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인천-제주-김포에 이은 4위 규모다.
가덕도 신공항의 항공기 운항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55만982t으로 계산됐다. 이는 항공기가 이륙, 상승, 하강, 착륙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이때 평균기종은 850㎏, 노후기종은 1천㎏의 항공유를 쓴다고 보고 계산한 결과다.
공항을 오가는 차량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교통량이 최대가 되는 시점인 2055년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이때 가덕도 신공항의 발생교통량은 승용차 3만6787대, 승합차(버스) 2041대, 화물차 5008대(소형) 등으로 매일 4만7318대가 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차량이 소비한 연료량을, 하루 교통량에다 공항 진입을 위한 도로의 길이를 곱하고 평균연비로 나눠 따졌다. 이렇게 계산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만2758t이다. 가덕도 신공항에서만 항공기와 차량이 모두 57만3740t을 해마다 배출하게 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서울시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서울대가 10만4645t,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각각 7만1468t, 6만9천t이었다. 롯데월드가 6만1979t, 한양대가 3만937t, 호텔신라가 2만1800t 등이다. 공항 하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이 이들 시설을 다 합한 것보다 많다.
제주2공항은 차량 이동 등 배출량 언급조차 없어
문제는 이마저도 과소 예측됐다는 것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의 공항탄소인증제 레벨 3+ 인증을 받은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해마다 직간접 배출량을 공개하는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47만5162t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68만3506t이고, 승객이 공항을 오가는 과정(차량과 공항철도)에서 배출하는 양이 37만379t이었다. 계산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도 가덕도 신공항의 차량 배출량과 차이가 크다. 게다가 인천공항의 배출량엔 이것 말고도 공항 전기(17만6905t)와 입주사 전기(13만8979t), 활주로상의 이동 등 조업사 차량(3만1503t), 공항 중온수와 폐기물 소각(각각 2만9068t, 1만9775t) 등에서 전체 배출량의 29%가량이 나온다. 모두 항공기, 승객 차량과 무관하다. 한데 가덕도 신공항의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엔 이런 부분이 아예 빠져 있다.
제주2공항이나 새만금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제주2공항은 2055년 여객 1992만 명, 운항횟수 12만5천 회가 목표다. 역시 2019년 여객 수를 기준으로 하면 인천-제주-김포에 이은 4위다. 한데 제주2공항의 전략환경평가서상 온실가스 배출량은 항공기 운항 34만65t, 용수사용 379t으로 계산됐다. 차량 이동이나 다른 배출량은 언급조차 없다.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 2058년 여객 수 100만138명이 목표인데, 이 정도면 2019년 여객 수로 인천-제주-김포-김해-대구-청주-광주 다음인, 중위권 규모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항공기 운항 2만2788t, 용수 사용 62.3t, 차량 75.5t으로 예상했다. 역시 필요한 계산 항목들이 빠졌다.
이 세 공항의 계산된 온실가스양을 모두 합하면 연간 93만t에 이른다. 일부 과소 계산되고 빠진 항목을 고려하면 100만t은 손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1.93t이니 대략 국민 8만4천 명분의 배출량이다. 전략환경평가는 사업 주체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계획하게 하는데 온실가스의 경우 모든 공항이 비슷한 대안을 내놨다. 차세대항공기를 도입하고, 엘이디(LED)로 된 등화시설을 설치하고, 친환경 지상 조업 장비를 쓰겠다는 것. 아울러 친환경 가로등을 설치하고 탄소흡수원으로 부지 내에 나무를 심어 배출량을 저감하도록 애쓰겠다는, 대부분 막연하고 구체성이 결여된 계획들이다.
항공업, 2035년엔 운송 부문 최다 배출 산업으로
전기화가 한창 진행 중인 차량과 달리 항공기는 배터리 무게 등으로 소형기에 대해서만 일부 전기화가 이뤄질 뿐 장거리를 이동하는 대형 항공기는 현재로선 사실상 배출량 저감 대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항공산업은 현재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가량을 차지하는데, 2035년이 되면 운송 부문에서 배출량이 제일 많은 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유럽 등에선 항공기 수요 자체를 줄이는 식의 조처가 나온다. 2021년 2월 영국 항소법원은 런던 히스로공항의 제3활주로 건설 계획이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위반하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히스로공항과 유럽 내 이용객 선두를 다투는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국제공항도 같은 이유로 4터미널 신축 계획을 백지화했다. 프랑스는 2023년 5월부터 2시간30분 안에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새만금 신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 변호인단에 참여하는 박지혜 플랜1.5 변호사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항공 부문 배출량 저감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항공 수요 자체를 관리하려는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기차 등의 대안이 존재하는 단거리 노선은 아예 운항을 금지하고 기존 공항 축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새만금 신공항과 같이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주목받는 갯벌을 공항으로 바꾸는 사업은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산림청,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 21% 책임진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청장 남성현)이 10일 오는 2027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의 21%(3천만톤)를 흡수하는 내용의 '제3차 탄수흡수원 증진 종합계획(2023~27)'을 발표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이 날 정부대전청사 브리핑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6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산림의 탄소흡수 능력 강화를 강조했다.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산림순환 경영을 통한 젊고 건강한 산림 조성이 핵심으로 산림청은 이를 통해 2826만 톤의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산림청 제공
또 도시숲 조성과 유휴토지 활용 등 신규 산림 확충(7만톤)과 목재 및 산림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를 통한 탄소저장량 증진과 전환 부문 감축 방안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산불 등 산림재해로 인한 탄소배출 최소화 및 훼손된 산림 복원과 함께 국외 산림을 통한 탄소배출 저감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남성현 청장은 "산림은 우리나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감축 수단으로 이번 계획을 통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이행 점검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귀여워서”…제주서 길고양이 만진 40대 SFTS 감염
SFTS를 매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 제주 동부보건소 제공.
제주 서귀포시에서 길고양이를 만진 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SFTS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는 관내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A씨가 지난 6일 SFTS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A씨는 SFTS 확진 나흘 전 길고양이와 접촉한 뒤 별다른 외부활동은 없었다고 진술해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올 들어 서귀포시에서 발생한 첫 번째(도내 5번째) SFTS 환자다. A씨 외 나머지 4명의 환자는 모두 텃밭이나 오름 등에서 야외활동을 하다가 진드기에 물려 SFTS에 감염됐다.
SFTS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으로 참진드기가 활동하는 4~11월에 많이 발생한다. 감염되면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증상이 나타난다. 보건소와 농업기술센터 등 관계 기관들은 진드기 기피제 분사·배부, SFTS 교육 지원 등 다양한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시는 야외활동 때 긴옷 착용과 외출 후 목욕하고 옷 갈아입기, 진드기기피제 활용하기 등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SFTS는 동물의 털과 피부에 붙어있는 진드기에 물리는 것 외에도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체액, 분비물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며 “야외활동 후 2주 이내 고열, 소화기증상 등이 있으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부산시 ‘완월동 초고층’ 승인… 최대 수혜자는 ‘성매매 카르텔’
44~46층 주상복합 조건부 승인
시 “층수 낮추고 시야 확보 반영”
성매매 업자·건물주 이익 독차지
원도심 난개발 조장 선례 가능성
부산시가 부산 서구 충무동3가 33번지 일원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축을 조건부 승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구 충무동3가 거리에 내걸린 시 건축심의통과 축하 현수막. 김준현 기자 joon@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가 부산 서구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일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에 조건부 승인했다. 재개발에 따른 이익이 특정 소수에 쏠린다는 비판과 난개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부산일보 2022년 11월 21일 자 1면 등 보도) 속에 나온 결과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부산시와 서구청 등에 따르면 ‘제3회 주택사업공동위원회’는 재개발 사업자인 A건설사가 서구 충무동3가 33번지 일원에 짓기로 한 주상복합건물을 조건부 승인했다. A건설사 측은 서구 충무동 일대 성매매집결지인 이른바 ‘완월동’에 44~46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6개 동을 세우겠다는 사업계획을 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해 A건설사는 162.8m 높이의 49층짜리 주상복합건물 사업 계획에 대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자문을 의뢰했다. 당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도시조직 여건을 고려할 때, 준거 높이 변경의 객관적 설득력이 떨어짐’ 등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완월동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산과 바다로 이어지는 통경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이번 결정에 대해 시는 A건설사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지적 사항을 반영했기에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건축물 최고 층수를 낮추고, 통경축을 확보하기 위해 동 개수를 늘려 건물 사이사이 시야를 확보하는 등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지적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건물 외벽 재료나 원주민 통행로 확보 등에 대한 조건이 달렸지만, 전반적 계획 자체는 통과가 된 상태”이라며 “지난해 자문을 맡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들이 이번에 변경된 사업 계획을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지자체가 성매매 영업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일부 건물주와 업주에게 재개발 이익을 안겨줬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개발이 이뤄지면 막대한 이익이 성매매를 묵인하고 있는 일부 건축주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민간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을 통한 공익적 개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불법 영업으로 이익을 벌어들인 건물주나 사업주가 이제는 재개발 이익까지 독차지하게 생겼다”며 “이를 단속할 지자체가 방관하는 것을 넘어 도와주고 있으니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이번 재개발이 하나의 선례로 남아 앞으로도 고층 건물이 완월동 일대에 들어설 수 있다. 지난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에서도 이번 주상복합건물 재개발을 두고 ‘주변 개발에 시금석이 되는 개발’이라 표현한 바 있다.
당장 실제 건축까지는 관할구청인 서구청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시 승인을 얻은 만큼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직 서구청에 주상복합건물 관련 별다른 철거 신청이나 건축 허가 신청은 들어오지 않았다. 결정권을 넘겨받은 서구청은 이번 재개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건축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관계 부서와 협의해 사업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번 사업이 주변 일대 재개발의 이정표인 만큼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TK신공항 도시 군위에 200만㎡ 복합휴양단지 들어선다
부지 매입·조성 2천억원 투입…호텔·골프장·상업시설 등 조성
공공 주도 SPC 방식으로 추진
다음달 중으로 타당성 조사 용역 착수…"신공항 개항 시기 맞춰 오픈"
복합휴양단지 개발 기본구상 예시도. 대구시 제공.
2030년 대구경북신공항 개항에 맞춰 대구시 군위군에 공항도시와 연계한 대규모 복합휴양단지가 들어선다. 대구시는 군위군 내 200만㎡ 부지에 호텔·리조트와 상업시설, 고급 타운하우스 및 골프장 등을 갖춘 관광·휴양시설을 조성한다고 10일 밝혔다.
사업비 규모는 부지매입비와 대지조성비용 등을 포함해 2천억원으로 추산됐다.
복합유양단지에는 호텔·리조트 등 숙박시설을 비롯해 상업시설과 주거시설, 워터파크·골프장 등 스포츠 레저시설, 페스티발 공간, 자연휴양림, 글램핑 시설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사업 방식은 도시개발법에 따른 도시개발사업으로 공모를 통해 민간 사업자를 선정한 후 대구시와 군위군, 대구도시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이 함께 특수목적법인(SPC)를 구성하는 공공주도 개발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군위군에는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과 33만㎡ 규모의 산림 정원인 '사유원', 삼국유사테마파크, 화본역, 한밤마을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이 있어 개발 여지가 충분하다고 시는 설명했다.
국립공원 팔공산에서 바라본 대구시와 군위군 일대 모습. 매일신문 DB.
휴양단지 개발 수익으로는 대구시 공무원 연수시설을 건립한다. 공무원 연수시설은 대구시와 경북도, 군위군, 의성군 등이 체결한 공동 합의문에 포함돼 있으며 대구시 및 구·군 공무원 등 1만4천명의 교육과 복지를 담당한다.
권오환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은 "대구는 다양한 관광자원에도 불구하고 도심 유휴공간 부족과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거점 시설이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복합휴양단지 조성으로 관광도시 대구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오는 8월부터 사업 타당성 전반에 대한 기본 구상 용역에 착수한다. 이 용역에는 최적의 입지 선정 방식과 SPC 구성 방법, 용지별 수요분석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어 내년에 행정안전부의 출자 타당성조사를 거쳐 오는 2026년 민간 참여자 선정이 이뤄지면 신공항이 개항하는 2030년까지 개발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복합휴양단지 조성은 신공항 개항과 더불어 군위군이 대구의 새로운 관광·휴양 거점으로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구가 산업·경제 부문 뿐만 아니라 관광·휴양 부문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shjang@imaeil.com
부산 APEC나루공원에 ‘기후정의 어린이 비키숲’ 조성
부산그린트러스트 회원들이 ‘어린이 기후정의 비키숲’을 꾸미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비키)가 ‘어린이 기후정의 비키숲’을 조성키로 했다.두 기관은 1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APEC나루공원 북단 약속정원 경계부에 ‘어린이 기후정의 비키숲’을 조성키로 하고 상록 활엽 관목류 100그루를 심는다고 11일 밝혔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어린이들을 경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각오와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키숲은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조성한 에코존 약속정원(400㎡)의 경계부로 곰솔이 식재(약 350㎡)돼 있다. 교목층인 곰솔 군락 하부에 부산해안 식생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동백 등 상록활엽관목류를 심어 공원의 생물 다양성 증진과 경관적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공원의 가장자리 동쪽은 수영강변대로가 있어 차량이 많고, 서쪽은 수영강이 흐르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비키숲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소음과 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비키숲’이라는 이름을 부여해 기후정의 미래세대 권리를 상징하고 기후정의 의미를 확대 재생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경향 권기정 기자
재생에너지보다 원전 더 짓자는 급변침, 한국만 거꾸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이창양 장관이 주재한 제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한 전력공급 능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다수 민간위원 주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민간의 제언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산업부는 2025년 수립 예정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작성 일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원전은 찬반 여론이 크게 갈리는 사안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새로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해도, 어떤 크기로 몇 기나 지을지, 장소는 어디로 할지, 주민들 설득은 어떻게 할지 논의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간 쪽에선 6기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판이니 종잡을 수 없다.
산업부의 이날 발표는 신한울 3·4호기 외에 신규 원전 건설은 없다는 대통령실 설명과 배치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중에 “우리나라에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국가들과 원전 기술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원전 신규 건설로 해석돼 파장이 일자 대통령실은 “신한울 3·4호기를 지칭하는 것 같다”며 “현재로선 그 이상 지을 계획은 없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는 상업용 원자로 25기가 가동 중이다. 울진 신한울 2호기와 울주 신고리 5·6호기가 건설 중이고,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신한울 3·4호기를 착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산업부는 반도체와 2차전지 공장에 전력공급 능력을 대폭 확충하기 위해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백번 양보해 경제성장을 위해 원전 수요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새 원전에서 나오는 핵쓰레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폐연료봉 등은 고열·방사선을 내뿜는 치명적인 물질이라 사람이 닿지 않는 곳에 완전 격리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엔 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원전이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 안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을 짓겠다고 의결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은 더욱 요원하다. 이런 방폐시설과 새 원전 부지도 확보되지 않은 채 원전을 늘리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한국의 원전 비중은 30.2%로 이미 충분히 높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추면서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원전 만능주의에 빠진 윤석열 정부의 독단을 철회해야 한다. /경향 사설
새 원전 공식화에 첨단기업 ‘RE100’ 발목
글로벌 시장서 ‘투자 기준’
달성 선언했던 삼성·네이버…
정부 발표대로 원전 건설 땐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어려워
해외로 공장 옮겨 비율 채워야
윤석열 정부가 첨단산업의 안정적 전력공급을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하면서 2050년 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키로 한 반도체·배터리·데이터센터 기업들의 ‘RE100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국제사회·투자자·고객사 등이 투자·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인 RE100을 국내에서 달성하기 어려울 경우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 등을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은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의 ‘2023년 지속 가능 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글로벌 전력소비량 약 2만8100GWh(기가와트시) 중 8704GWh(약 31%)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이는 주로 미국·중국 등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해 이뤄졌다.
삼성전자 전력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반도체 공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주요 반도체 생산시설이 국내에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2.71%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처럼 재생에너지 설비가 열악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만은 낡은 원전을 폐쇄하는 한편 TSMC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망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사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하는 등 RE100은 이제 시대적 요구”라면서도 “다만 국내에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보니 반도체 부문의 RE100 달성에 큰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향후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대로 신규 원전이 건설되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특히 2042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5개가 건설되는 용인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에는 최소 하루 7GW 수준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신규 원전 등을 건설해 국가 산단에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로서는 재생에너지 계약을 늘리거나 REC 등을 구해 이를 상쇄시켜야 하는데 원전 확대로 재생에너지가 국내 전력 시장에서 경제성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주요 고객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KDI공공정책대학원 등이 2021년 발표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2040년 기준 반도체 수출액이 3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RE100을 달성한 다른 반도체 기업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배터리와 데이터센터 기업들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2021년 RE100에 가입한 LG에너지솔루션은 REC 구매를 통해 오창 공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지난해 5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신규 태양광·풍력 시장이 위축되면 RE100 달성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등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네이버와 카카오도 RE100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향 이재덕·박상영 기자
원전주, 정부 신규 원전 건설 방침에 강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1일 원전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보다 6.32% 오른 1만8천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전KPS도 전날보다 6.02% 오른 3만4천350원에 거래를 마쳤고, 한전기술의 종가도 7만8천원으로 전날보다 7.88% 상승했다. 한전산업은 상한가인 9천120원까지 오른 채 거래를 마감했고, 한신기계[011700](14.48%)와 코스닥시장의 일진파워[094820](7.96%)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탈원전 폐기를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내걸어온 현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열린 제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첨단산업 신규 투자 등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해 전력 공급 능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수요 증가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원전, 수소 등으로 새 공급 여력을 확충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하고, 전력시장 제도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개편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중국, 세계 최대 100만kw급 염전 태양광 가동시작
중국내 세계 최대규모의 염전 태양광이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 톈진시에서 가동을 시작한 염전 태양광
중국의 국영 발전업체인 화뎬(華電)그룹이 톈진(天津)에 조성한 100만kw급 염전 태양광이 최근 발전을 시작했다고 신화사가 11일 전했다. 매체는 단일 프로젝트로 세계 최대규모의 염전 태양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태양광 발전소는 톈진시 빈하이(濱海)신구의 창루(長蘆) 염전에 설치됐으며, 면적은 13km²로 축구장 1868개에 해당한다. 연간 발전량은 15억kwh로 150만가구의 1년 전력사용량에 해당한다.
염전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패널간의 거리가 14m로 설치됐으며, 일반적인 태양광 발전소의 6m에 비해 멀다. 또한 같은 이유로 패널 설치 각도도 17°로 설정됐다. 태양을 향해 있는 면이 햇빛을 흡수해 발전을 하는 동시에 후면은 수면에 반사된 빛을 흡수해 발전한다. 이로써 태양광 발전효율을 5~7% 높이게 된다.
한편, 염전 태양광은 염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완성한다. 염전의 대규모 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부지확보가 불필요하다. 낮은 수심에 설치되기 때문에 가설비용도 크지 않다. 태양광의 열을 소금물이 식혀줘서 발전효율이 개선된다. 태양광의 열을 받아 염수 증발시간이 단축되어 소금 생산량도 증가하는 강점이 있다.
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2021년 ‘지구 탄소 배출-흡수량' 계산서
5.2기가탄소톤 추가로 배출
화석연료 사용량 1위는 중국
지구시스템과학데이터 '글로벌 탄소수지 2022'(Global Carbon Budget 2022)
1850년에서 2020년까지 지구상 누적 탄소배출량은 455(±25)GtC(기가탄소톤)이었다.
이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배출량 △46%는 석탄에서 △35%는 석유 △14%는 천연가스 △3%는 시멘트 제조 △1%는 플레어링(폐가스와 증기 소각처리)에서 발생했다.
1850년까지만 해도 영국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2%를 차지했지만 1917년 이후에는 미국의 누적 배출량이 가장 많았다.
1850년에서 2020년까지 미국의 배출량은 110GtC으로 전세계 누적배출량의 25%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은 80GtC으로 18%, 중국은 60GtC으로 14%를 차지했다.
2021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31%) △미국(14%) △EU27(8%) △인도(7%) 순이었다. 상위 5개 국가가 전세계 배출량의 59%를 차지했다.
토지 이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은 열대지역에서 많이 발생했다. 2012~2021년까지 브라질(열대우림 벌채)과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 이 세 국가가 전세계 토지 배출량의 58%를 차지했다.
지구시스템과학데이터의 '글로벌 탄소수지 2022'(Global Carbon Budget 2022)에 따르면, 2021년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9.6(±0.5)GtC이었다. 여기에 토지이용 변화(산림벌채와 도시화 등)로 1.2(±0.7)GtC이 추가로 배출됐다.
육상은 식물의 광합성(탄소동화작용) 등으로 3.1(±0.6)GtC의 탄소를 흡수했다. 바다는 식물성플랑크톤의 광합성 등으로 2.9(±0.4)GtC의 탄소를 흡수했다. 배출량과 흡수량을 계산하면 2021년 5.2GtC의 탄소가 대기중에 추가로 배출됐다.
지구 생태계는 4억년 전 석탄기 때부터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석탄기 전까지 지구 대기의 80%는 이산화탄소였다. 가장 먼저 바닷물 속에 엽록소를 가진 조류가 탄생했다. 이어 수생식물과 육상식물이 발생했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바꾸었다. 식물체의 엽록소는 햇빛과 이산화탄소, 물을 이용해 포도당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소를 대기중에 배출한다.
육상식물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에는 육지부 높이 3km까지 식물들이 뒤덮었다. 식물들도 지금보다 훨씬 컸다. 쥐라기까지 고사리류의 지름이 30cm 정도였다.
화석연료는 모두 석탄기 때 번성했던 식물체들의 화석이다. 화석연료 안에 포집된 탄소량은 △천연가스(Gas reserves) 115GtC △석유(Oil reserves) 230GtC △석탄(Coal reserves) 560GtC이다.
지금도 육상식물(Vegetation)은 450GtC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이는 대기중 이산화탄소량(Atmospheric CO2) 875GtC의 절반이 넘는다.
암석(석회암)을 제외하면 바닷물 속 '용존무기탄소'(Dissolved inorganic carbon)의 탄소 저장량이 3만7000GtC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해양 '표층퇴적물'(Surface sediments)이 1750GtC, '토양층'(Soils)이 1700GtC의 탄소를 저장한다. 이어 영구동토층(Permafrost) 1400GtC, '해양유기물'(Organic carbon) 700GtC 등이다.
'강과 호수'(Rivers and lakes) '해안'(Coasts)은 10~45GtC의 탄소를 저장한다. '바다생물'(Marine biota)도 3GtC의 탄소를 저장한다.
오직 인간들만 대기중으로 탄소를 배출한다. 인간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불'을 쓰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 배출량과 흡수량을 모두 계산하면 2021년 5.2GtC의 탄소가 대기중에 추가로 배출됐다.
방치된 ‘폐철길’ 도시숲으로 다시 태어난다
군산, 신도심과 구도심 숲길로 연결
익산, 장항선 폐철도 부지에 ‘도시숲’
전북 군산시가 폐철길을 활용해 신도심과 구도심을 연결하는 2.6km에 바람길 숲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군산시 제공
전북지역 곳곳에 방치된 철도 유휴 부지가 예술적 가치를 더해 관광지로 새롭게 태어난다. 군산시는 폐철길을 활용해 신도심과 구도심을 연결하는 숲을 조성하고, 익산시는 송학동과 오산면을 잇는 장항선 폐철도 유휴부지를 축구장 10개 넓이의 도시 숲으로 탈바꿈한다고 11일 밝혔다.
먼저 군산시는 도심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2025년까지 160억원을 투입해 사정삼거리∼옛 군산 화물역 구간 철도 유휴부지 5.7ha, 2.6km에 자연·역사·문화가 함께하는 바람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바람 숲길은 도시 내·외곽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찬 공기를 도심 내로 유입될 수 있는 길(통로)을 만드는 것이다.
군산시는 철길 숲을 따라 원도심과 신도심이 이어지고 특색있는 녹지공간으로 산책로와 숲, 휴게시설 등 여가생활 공간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군산공설시장 옆 폐철도 부지에는 15억5000만원을 들여 인근 아파트 단지 지역주민과 공설시장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 및 휴식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장기간 방치돼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폐철도 부지가 도시 생활권의 도시 바람길 숲·광장 및 놀이터로 조성돼 자연을 느끼고 삶의 질을 높이는 휴식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익산시 오산면 기후대응 도시 숲 조성사업 조감도. 익산시 제공
익산에선 ‘익산, 숲에서 만나다’라는 개념으로 송학동과 오산면 장항선 폐철도 3.5km, 면적 7ha에 숲을 조성한다. 구체적으로 오산면은 송학교∼오산초등학교, 송학동은 한국농업 기술진흥원 인근이다. 도심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 차단을 위해 나무 식재와 산책로 등이 갖춰진다.
올해는 송학동 구간 1.5km, 3ha를 조성하고, 오산면 구간 2.0km, 4ha는 2024년 마무리할 계획이다.
허전 부시장은 “도심 숲은 방치된 쓰레기와 무단경작 등 도심 속 흉물을 산책로, 쉼터 등으로 바꿔 ‘도심 속 허파’ 같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 김창효 선임기자
윤 대통령, 기시다와 마주앉아 ‘오염수 방류 OK’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를 존중한다면서 방류 과정 모니터링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한국 전문가 참여, 문제 발생 시 즉각적 방류 중단과 통보를 요청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후속 절차를 보완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국민 다수의 우려를 외면하고 일본 정부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회담을 열고 한·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5월 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50여일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식 회담으로 만나는 건 6번째다.
양국 최대 현안인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인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 최종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면서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방류에 대한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 측에 그 사실을 바로 알려달라”고 했다. IAEA 보고서를 존중한다는 정부 입장을 정상 차원에서 못 박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염수 방류 계획의 수정이나 연기 등 제안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해양 방출 안전성에 만전을 기해 자국민 및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면서 “해양 방출 개시 후 IAEA의 검토를 받으면서 일본이 시행하는 모니터링 정보를 높은 투명성을 갖고 신속하게 공표할 것”이라고 했다. 모니터링상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요청한 방류 점검 과정의 한국 전문가 참여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회담장에 먼저 도착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들어서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회담은 30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12년만에 정상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등 한·일관계 개선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인다고 평가하고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일 고위경제협의회를 연내 재개하는 등 외교, 안보,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고위경제협의회는 한국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일본 외무성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포괄적 경제분야 협의체다.
경향 | 유정인 기자
해수부장관 오자…“日오염수 NO” 제주 해녀 거리시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제주도를 방문한 12일, 제주도에서는 방류 저지를 위한 범도민대회가 열렸다.
제주도 내 52개 시민단체 및 정당으로 구성된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및 CPTPP 저지 제주범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7시쯤 제주시청 앞에서 2차 범도민대회를 열었다. 대회에는 도내 정당 및 시민 10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김윤찬 범도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정부도 하지 않는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제주도민들이 전면에 나서서 있다”며 “많은 압박이 와도 도민들과 해양투기 저지를 위해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의해 원전 오염수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나”라며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 자국 내에 보관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해녀들도 대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 한경면 고산리에서 왔다는 한 해녀는 “바다는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우리를 마지막 해녀로 만들지 말라. 우리는 깨끗한 바다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또 “아무것도 없이 물질로 모든 재산을 쌓았다”며 “오늘도 물질을 다녀왔다. 짠물을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라 파도가 우연히 와서 그 물을 먹고 산다. 오염수 방류로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는 건 해녀”라고 강조했다. 범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8시30분쯤 대회를 마치고 제주시청부터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까지 거리 행진에 나섰다.
한편 이날 제주를 찾은 조 장관은 남해어업관리단에서 도내 7개 수협과 6개 어입인단체, 각 1개 유통업체 및 어촌계 등과 함께 ‘수산물 안전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수산물 유통 점검단, 방사능 검사 안전필증 등을 통해 전 품종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원전 1km 떨어진 후쿠시마 바닷물 직접 담아 일본대사관 가져간 가수 리아
“마실 수 있다며요”
리아는 지난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후쿠시마 원전 앞 바닷물을 일본대사관에 전달하려다 경찰에게 제지당했습니다. 왜? 그냥 바닷물 한 컵인데, 마실 수 있다면서요?"라는 글을 올리며 한 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는 과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방류 시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으로 식수의 7분의 1까지 희석한다. 마실 수 있는 거 아니냐"라고 발언한 바 있다.
리아는 지난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아튜브'를 통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1.2km 떨어진 지점의 바다에 직접 입수해 바닷물을 담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또 돌아가는 길에서 간이 방사능 측정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측정한 방사선량을 밝히기도 했다.
리아는 영상 자막을 통해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연간 방사능 피폭 권고 기준 1.0mSv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이 2.71mSv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리아는 "이 물은 성수가 아니고 폐수이기 때문에 일단 총리 관저로 하나 보내고, 나머지는 200ml씩 나눠서 후쿠시마에서 떠온 거다. 이것은 제가 분석을 할 수 없으니 분석기관에서 원하시면 나눠 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다녀오시느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영상으로만 봐도 무섭네요. 잠수복까지 입고 바다로 들어가시고 ㅠㅠ" "행동하는 모습 응원합니다" 등의 댓글을 달며 리아를 격려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 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으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의 지하수·빗물 유입 때문에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해당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4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의 계획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종합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키트리
캐나다 크로포드 호수, ‘인류세’ 상징 지표 선정
인류가 한 일, 이 호수는 다 안다…23m 수심 ‘블랙박스’
인류세'가 온다..."지구와 충돌한 소행성처럼 인류가 환경을 확 바꿨단 뜻“
인류세의 대표 지층이라 할 수 있는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으로 선정된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 수심은 깊은 데 견줘 면적이 작아 퇴적층이 잘 보존돼 있다. 콘서베이션 홀턴 제공© 제공: 한겨레
북아메리카 인디언 부족 중 하나인 이로쿼이족은 크로퍼드 호수의 심연이 끝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호수 옆에서 옥수수밭을 일구며 목조주택에서 함께 잤던 그들은 13세기와 15세기 두 차례 이곳을 머물다가 사라졌다. 호수 속 괴물이 가로채 데려가기라도 한 건가?
크로퍼드 호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최대 도시 토론토에서 30분이면 갈 만큼 가깝다. 운동장 두어 개 크기(2.4㏊)로 작지만, 수심이 23m에 이를 정도로 깊다.
이 호수가 유명해진 건 이런 예외적인 지형 특성 때문이었다. 면적이 작고, 수심이 깊은 이 호수는 윗물과 아랫물이 섞이지 않는다. 호수 밑바닥에는 산소가 거의 없어서 물고기, 곤충, 유기물질이 내려가지 못한다. 그저 무기물질이 아주 천천히 낙하할 뿐이다.
그렇게 해서 1년에 한층씩 짓는 아파트처럼, 크로퍼드 호수의 밑바닥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역사를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다. 호수에 생기는 나이테처럼 말이다.
이로쿼이족이 살면서 농사를 지은 것도 과학자들이 1970년대 이 퇴적층에서 발견한 꽃가루를 통해 알아냈다. 이를 실마리 삼아 고고학자들은 발굴 작업을 벌였고, 공동주택 등 수백년 전의 원주민 유물을 발견했다.
우리는 홀로세를 벗어났다”
인류세실무그룹(AWG)과 막스플랑크 과학사연구소는 1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하르나크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류세의 시작을 가장 잘 나타내는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으로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인간이 지구 기후와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됐음을 이 호수의 퇴적층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류세’(Anthropocene)는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처음 제안했다.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물리화학적 시스템이 홀로세의 안정적인 상태를 벗어남으로써, 지구가 새로운 지질시대(인류세)에 들어섰다는 주장이다. 곧장 지질학계는 물론 자연과학과 역사와 철학, 사회과학자의 토론 대상에 올랐고,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보고서에 등재될 만큼 보편적인 개념이 됐다.
지층의 형태∙배열∙시대를 연구하는 층서학자들도 국제표준층서구역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국제표준층서구역은 지구적 변화를 선명히 보여주는 일종의 대표 지층인데,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하는 지점에 박는 동판의 모양 때문에 ‘황금 못’(골든 스파이크)이라고도 불린다.
그래픽_영상소셜팀 조정은
지질학계는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공식 인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연구단을 만들었다. 국제층서위원회(ICS) 산하에 인류세실무그룹을 꾸려 지난해부터 후보지 12곳을 조사해왔다. 일본 벳푸만의 해저 퇴적층과 오스트레일리아 플린더스 산호초, 남극반도의 빙하코어 등이 후보지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엔 삼엽충 화석 같은 것이 들어있는 암석이나 물리적 지층이 지정됐다면, 최근 들어선 다양한 물리화학적 변화를 보여주는 곳도 국제표준층서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는 인류의 거울
크로퍼드 호수는 환경 변화와 인류 활동을 가장 깔끔하게 볼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호수를 연구한 논문과 인류세실무그룹의 자료를 보면, 호수 밑바닥에는 인간 활동이 남긴 역사적 지문이 매년 새겨져 있었다. 원주민의 농업 활동으로 호숫물에 부영양화가 발생했다는 사실, 유럽인들이 들어와 대규모로 벌목하고 제재소를 운영한 사실, 1930년대 북미대륙 중부에서 몰아쳤던 모래폭풍(더스트 볼)까지 호수 속 퇴적층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인류가 가장 예리하게 지문을 찍은 건 1950년대였다.
캐나다 브록대의 프랜신 매카시 교수 등 12명의 과학자들은 지난 2월 학술지에서 “이 호수를 통해 1950년을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자연에 없던 인공 물질들이 1950년대를 기점으로 급상승한 흔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핵실험과 원전에서 발생하는 ‘플루토늄’은 1950년대에 예리하게 지문을 남겼다.
그래픽_영상소셜팀 조정은
그래픽_영상소셜팀 조정은
영국 사우스햄프턴대의 앤드류 쿤디 교수(환경방사선학)는 이날 이 대학이 낸 보도자료에서 “자연에서 플루토늄은 미량으로만 존재하지만, 수소폭탄 실험이 이뤄진 1950년대 초 전 세계 샘플에서 플루토늄 수치가 전례 없이 급등한다”며 “플루토늄의 존재는 인류가 지구에 독특한 지문을 남길 정도로 지배적인 세력이 된 시기를 보여주는 뚜렷한 지표”라고 밝혔다. 인류세실무그룹은 플루토늄을 인류세를 대표하는 주요 마커(표식)로 선정했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발전소에서 고온에서 태울 때 배출되는 ‘구형탄소입자’(SCP)는 남극과 북극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검출되는데, 크로퍼드 호수에서도 1950년대 들어 급증했다. 이 밖에 오대호 지역의 공장과 산업시설로 인한 ‘산성비’도 퇴적층에 세밀하게 새겨졌다.
1950년대는 인류 활동이 폭발한 ‘대가속기’(The Great Acceleration)가 시작된 시기다. 인류세 논의 초기에는 산업혁명이 그 시작점으로 여겨졌지만, 지구시스템 과학자 윌 스테픈의 제안에 따라 인류세실무그룹은 대가속기를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결정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 면적은 작고 수심이 깊어, 산소가 적은 밑바닥 퇴적층에 인간 활동이 깔끔하게 기록된다. 사우스햄프턴대 제공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엔진이 된 소비자본주의 그리고 공장식 축산과 일상을 점령한 플라스틱이 이 시대의 특징이다. 온실가스와 해양 산성화, 토지 개간 등 지구시스템 지표를 비롯해 인구와 대형댐, 에너지 사용량 등 사회경제 지표가 1950년대를 통과하며 급증한다.
부산에서 새 지질시대 개막될 가능성 커
이번에 인류세실무그룹이 발표한 인류세 지질시대 안은 제4기층서위원회(SQS)와 내년 국제층서위원회에서 차례로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두 기구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이 안이 통과된 뒤, 내년 8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지질학총회(IGS)에서 최종적으로 비준을 받게 된다.
비준이 완료되면, 인류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1만1700년 동안 이어져온 ‘홀로세’(Holocene)를 끝내고 인류세에 살게 된다. 인류세 첫 ‘절’의 이름을 국제표준층서구역에서 따오는 만큼, 내년부터 인류는 ‘신생대 제4기 인류세 크로퍼드절’에 살게 되는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강력한 탄소감축 있어야 탄소포집도 제 몫 할 것“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려는 노력이 없다면 탄소포집 등 탄소제거 기술은 무용지물입니다.”
데이비드 호 미국 하와이대 해양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양탄소 제거 분야의 전문가이자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주최하는 엑스프라이즈 탄소제거 기술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이다. 대회는 연간 1,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100년 이상 격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팀에 5,000만 달러(약 650억 원)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기술 혁신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의 국제 비영리단체 엑스프라이즈.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이 단체는 탄소제거 기술 경진대회를 열고 1억 달러를 내걸었다.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캡처
평생 탄소제거를 연구한 호 교수가 지난 4월 네이처에 ‘탄소제거 기술은 헛된 타임머신이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하자 과학계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칼럼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5억 톤. 미국이 지으려는 공기 중 탄소포집(DAC) 허브는 매년 탄소 100만 톤 포집이 예상되는데, 이 속도로는 대기 상태를 13분 되돌려 놓는 데 불과하다. 지구 인구 80억 명이 나무 한 그루씩 심으면 43분을 되돌린다. 이처럼 탄소포집은 현재로선 헛수고지만,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10%씩 줄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DAC는 2시간을 되돌려 놓는 타임머신이 된다. 감축량이 더 커지면 타임머신은 더 빨라질 것이다.’
호 교수는 “현실을 설명하려 이 같은 비유를 했다”고 밝혔다. 정부나 기업, 미디어가 탄소포집 기술을 장밋빛 해법으로만 다루고 있어 우려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걸로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식의 접근으로 탄소포집에 투자하면 돈 낭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탄소포집 같은 수단이 하나라도 더 있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그러나 철저한 손익계산 없이 가능성만을 얘기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양날의 검을 슬기롭게 사용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그 조건을 물었다.
우선순위를 정하라
덩컨 맥라렌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원은 탄소포집의 사회적 영향을 연구한다. 그의 논문은 지난 3월 발간된 IPCC 보고서에도 인용됐다. 그는 “정부가 포집 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최대한 강한 탄소감축 목표부터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이고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은 보너스 개념으로 추가하라는 것이다. 감축 목표와 포집 목표는 분리해야 한다. “두 목표가 분리되지 않으면 포집 계획에 실패할 경우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기후 싱크탱크들도 같은 분석이다. 사단법인 넥스트와 녹색전환연구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지난해 자체 연구를 통해 발간한 ‘대한민국 K-Map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탄소포집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만 시멘트·석유화학의 배출 탄소 잔여분을 처리하기 위해 2040년 이후 소량 활용할 뿐이다.
대신 지금 활용 가능한 대안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경로를 택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전기차 보급 등이다. 고은 넥스트 부대표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수단을 먼저 활용해야 한다”며 “탄소포집은 8회 말 이후 구원투수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포집 활용 부문을 제한하라
산 아커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는 CCUS가 책임 있게 사용되기 위한 조건을 연구한다. 그에 따르면 3년 전 네덜란드에도 CCUS를 기후위기 해법으로 봐도 되냐는 논란이 있었다. 탄소감축 설비에 투자해 배출량을 줄인 기업에 지급되는 ‘에너지 전환 촉진 보조금(SDE++)’의 대상을 정하면서다. 여기에 CCUS를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그럴 경우 오히려 화력발전 수명을 연장시킬 거라는 우려도 컸다.
고민 끝에 네덜란드 정부는 CCUS에 보조금은 주되 화력발전소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른 공장에도 보조금에 상한선을 두고 2035년까지만 지급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CCUS만 믿고 탄소 감축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제한한 것이다. 아커봄 교수는 “CCUS를 한시적으로 활용하도록 제한을 둬야만 산업 현장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포집을 화석연료로 가동하지 말라
탄소포집은 설비 가동은 물론 포집 탄소 운반 등 여러 과정에 에너지가 투입된다. 이를 화석연료로 충당한다면 탄소포집은 효과적인 기후위기 해법이 될 수 없다. 탄소 배출량이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CCUS 기술에 비판적이든 우호적이든, 전문가 대부분이 지적하는 바다.
한국CCUS추진단 단장인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탄소포집·저장 사업에 드는 많은 에너지에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에 훨씬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권 교수는 국내 사정상 당장은 탄소포집에 화석연료를 쓰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호 교수는 “화석연료로 탄소제거 기술을 구동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포집에 앞서 청정에너지를 충분히 조달할 방법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https://www.youtube.com/watch?v=--8aTxPf67c&t=95s
탄소포집 선진국에게 묻다! 탄소중립 진짜 할 수 있나요?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나무 쓰러지고 담장 무너지고…장마로 국가유산 10건 피해
사적·천연기념물 등 곳곳 피해…긴급 보수비 지원 예정
천연기념물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피해 현황
올여름 장마가 이어지면서 천연기념물, 사적 등 국가유산에서도 피해가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1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장마로 인한 국가지정문화재 피해는 10건이다.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사적과 천연기념물이 각 3건이었고 국가민속문화재 2건, 명승과 국가등록문화재 각 1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강원 3건, 경북·전남 각 2건, 광주·충북·부산 각 1건씩이었다.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는 계속된 비로 가지가 부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 단양에서 제천에 이르는 국도변에 자리 잡은 천연기념물 '단양 영천리 측백나무 숲'은 최근 내린 비로 약 100t(톤) 규모의 낙석이 발생해 보호책 약 50m가량 파손됐다. 또, 측백나무 약 10그루가 피해를 입었다. 현장에서는 추가 붕괴를 우려해 현재 양방향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국가등록문화재 '칠곡 매원마을'의 비 피해
최근 마을 단위로는 최초로 국가등록문화재에 이름을 올린 경북 '칠곡 매원마을'의 경우, 승산댁의 대문채(대문이 있는 집채)가 무너진 것으로 확인돼 안전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는 일부 건물의 기와가 떨어지고 담장이 넘어져 피해를 수습하고 있다. 강원 인제 한계산성과 인제 미산리 개인약수는 석축 일부가 무너졌으며, 부산 연산동 고분군에서는 나무 1그루가 도로로 쓰러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문화재청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 응급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가 크지 않은 사례는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복구하고, 주요 부분에서 피해가 발생한 국가유산은 긴급 보수비 등 국비를 신속하게 지원할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안전상황실을 가동해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피해 상황을 파악한 뒤 위험물 제거, 안전선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단양 영천리 측백나무 숲' 피해 현황
yes@yna.co.kr
탄소 뿜뿜’ 비행기 탑승 찜찜함, 앞으론 ‘배출권’ 사서 기부로
아시아나항공 국내 최초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그램 제공
아시아나항공 제공
#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미국 뉴욕으로 향한 ㄱ씨는 자신이 탑승한 항공기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탄소시장 플랫폼에 접속해 출발·도착한 공항을 입력하니 항공기가 배출한 대략적인 탄소량이 나왔다. 여행을 하려다 ‘기후악당’이 된 건 아닌지 찜찜했는데 ㄱ씨는 배출한 탄소량만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탄소저감활동을 위한 기부를 하기로 했다.
올해 말이면 이같은 가상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탑승객이 참여하는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올해 말부터 운영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기후변화센터와 이같은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12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누리집(ESG 페이지)과 이벤트 배너를 통해 기후변화센터가 운영하는 탄소시장 플랫폼 ‘아오라’ 누리집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항공기 탑승객은 ‘아오라’ 누리집에서 자신이 탄 항공기가 배출한 탄소량을 확인하고, 원하는 만큼 탄소배출권(크레딧)을 살 수 있다. 이 크레딧은 기후변화센터에 기부돼 △재생에너지 생산 △열대림 보존사업 등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탄소 감축 사업에 쓰인다.
기후변화센터는 민간 분야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자발적 탄소 시장(VCM·Voluntary Carbon Market)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센터 관계자는 “탄소 저감의 의지를 가진 분들이 식당 등에서 비건 식사를 요청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자신이 얼마나 탄소를 발생시켰는지 인지하는 단계부터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센터 김소희 사무총장과 아시아나항공 박수상 상무가 협약서를 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바 있다. 비행기는 탄소배출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21년 항공분야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기는 탄소를 지구 성층권에 직접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효과가 증폭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업계는 이미 국외 항공사를 중심으로 탄소 저감을 위한 소비자 선택의 폭을 점차 넓혀가는 추세다. 호주 콴타스항공의 경우, 탑승객이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때 ‘탄소 중립’ 옵션을 추가하면 탄소 상쇄 비용으로 약 2 호주달러를 지불하게끔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항공도 승객이 추가 요금을 내는 ‘이코노미 그린’ 또는 ‘비즈니스 그린’ 좌석을 선택하면. 이를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이나 기후 보호 프로젝트 등에 지원할 수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오염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넘어 탈핵으로
누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날 거라고 예견했을까. 바다로 땅으로 흘러 들어간 방사능 물질에 의한 피폭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므로 그 규모는 아직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앞으로 30년 혹은 그 이상, 핵폐기물 처리를 포함한 폐로 작업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오염수 방류 역시 그 과정 중 하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는 현존하는 핵발전소의 운영과 그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오염수 방류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일본 정부는 다른 대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과 시간을 이유로 방류를 택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과학'에 기반하여 안전성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방류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굴욕적인 친일외교의 결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에 처했다고 비판하며 방류 철회 단식에 돌입했다. 정부여당은 제2의 광우병 사태를 걱정하며 85% 가까운 방류 반대 여론을 민주당이 괴담을 퍼트린 탓으로 돌리고 오염수 방류를 과학 대 비과학의 대결 구도로 몰아간다. 다른 한편, 후쿠시마 원전 항만에서 잡힌 우럭이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치 집앞 횟집의 우럭 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며 과도하게 위험을 강조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정부는 오염수에 관한 근거 없는 '괴담' 유포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양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해 일일브리핑을 발표하고 정책뉴스포털에 특별페이지를 개설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전문가'로 구성된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도 꾸려 선동적 괴담 생산과 전파를 막겠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과학적 판단을 강조하는 것과 다르게 실제 우리에게 오염수를 위험 혹은 안전하다고 판단할 만한 정보나 과학적 근거, 제기된 우려를 해소할만한 충분한 과정은 없었다. 후쿠시마 시찰단의 현장점검 활동은 시료를 채취해 독자적인 검증 없이, 오염수 및 삼중수소를 희석하는 설비의 작동을 살피는 활동에 그쳤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3차례 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을 1차례만 하고, 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 실시한 환경 시료 분석이 끝나기도 전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과학적인 검증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결과를 납득하기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도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사회는 다양하고 불확실한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에서부터 기후위기, 코로나와 같은 펜데믹까지 불확실한 위험과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일상적 조건이다.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일본 정부와 IAEA, 나아가 한국 정부도 공유하는 주장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원전 지역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과 원전 사이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원전 지역이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국가는 사회 구성원에게 미칠 불확실한 위험을 예측하고 이를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는 진실은 진실이 되지 못하듯, 과학적 진실 또한 사회적 논쟁과 의문과 의심이 경합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구성물이다. 그런 최소한의 과정이 전제되지 않는 지금, '과학'을 동원해 오염수 방류를 일본 정부도 아닌 한국 정부가 나서서 적극 찬성할 이유는 없다.
오염수 방류만 문제인가
오염수 방류가 별 문제 없다는 쪽에서는 이미 국내외 원전의 정상적인 가동에 따른 삼중수소를 포함한 냉각수가 방류되고 있고, 그 양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포함하고 있는 삼중수소의 양보다 훨씬 많다며 오염수의 안전성을 역설하고 있다. 실제로 해양 생태계는 핵폐기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해양 핵실험은 수십 차례 이뤄졌고, 핵폐기물 해양 투기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1993년 일본이 러시아 해군이 동해에 중고원자로 등 핵폐기물 해양 투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정부는 일본 정부가 동해로 핵폐기물을 무단 방류한 사실과 그 양이 러시아의 투기양의 10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지난 역사는 핵이 인류와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해양 핵실험이나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막는 국제적인 합의와 기준을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이제 해양 핵실험이나 고준위핵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하는 일은 금지되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일본 정부는 저장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다른 한편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국가가 IAEA 지침에 따라 삼중수소 배출 농도 기준치를 각각 정한 뒤 이에 맞춰 바다에 냉각수를 방류하고 있고, 이러한 국제적 '관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명분이 되어주고 있다. G7 또한 IAEA의 검증을 지지하면서 중대 원전사고에 따른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국제사회가 승인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사실상 핵 에너지를 이용하며 해양 생태계로 위험을 전가해온 국제 핵발전 공조 시스템의 결과 그 자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때로는 어민이 생업의 위기를 겪고, 때로는 발전소 노동자와 주변 지역 주민들이 피폭을 경험하게 된다. 오염수 방류는 핵발전을 운용하면서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보편적인 위험의 단면이자 앞으로 계속해서 마주할 일상적인 위험의 한 양상이다. 오염수 방류는 새롭게 등장하거나 이례적이고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핵발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정의한 문제가 오염수 방류라는 형태로 가시화된 것이다.
핵발전을 확장하는 힘에 맞서는 계기로
국내에 26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3기의 신규 핵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핵발전 확대'가 기조인 윤석열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핵발전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핵발전은 확장일로인데,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저장시설은 국내에 단 한 군데도 없다. 2030년까지 고준위핵폐기시설을 확보하지 못하면 원전 운영이 어려워질 거라는 전망 속에서 이를 건설하는 사회적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 자연상태로 돌려보내는데 10만년이 걸린다고 한다. 현재 기술로는 땅 속 깊은 곳에 묻어 영구보관하는 것 외에 방법 밖에 없다. 그로 인한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건 핵발전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유일한 주장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넘어야 할 것이 그저 방류를 하지 않게 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함께 직시하자.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에 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싸움이 될 때, 오염수 방류의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가능하다. 오염수 방류 저지를 넘어 핵발전을 확장하는 힘에 맞서는 투쟁으로 나아가자.
인권운동사랑방 / 프레시안
“40도 넘는다, 방공호로 대피하라”…중, 폭염에 개방
바깥보다 10도 정도 낮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방공호에서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펑파이신문 웨이보 갈무리
중국이 섭씨 40도를 넘는 역사적 폭염 탓에 방공호를 주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게 개방했다. 1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보도를 보면, 후베이성 우한은 방공호 2곳을 하루 12시간씩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고, 9월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저장성 항저우는 최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방공호 6곳을 개방했다. 항저우 시는 이곳에서 무료로 물과 전기,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응급약도 마련해 놓고 있다.
우한, 항저우 외에 산시성 시안과 장쑤성 난징도 주민들에게 방공호를 개방했다. 공습에 대비해 만든 방공호는 바깥보다 온도가 10도 정도 낮아, 학생들이 더위를 피해 공부하거나 노인들이 장기를 두는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산둥성 등 북방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이 일대 고온일수(최고기온 35도 이상)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상 고온은 전국으로 확산돼 13일 기준 43개 지역에 고온경보가 발령됐다.
중국 기상국은 앞으로 열흘 동안 양쯔강 남부 지역과 신장 지역, 간쑤성, 네이멍구 서부 등에서 35도 이상의 고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신장과 네이멍구 서부 지역은 최고 41~42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그룹 발표를 보면, 지난 10일 중국의 일일 총발전량은 40억9천만㎾h(킬로와트시)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는데, 이전 최고치보다 4천만㎾h 증가한 것이다.
전력난으로 인한 정전으로 동물들의 대규모 폐사도 나타나고 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는 최근 심야 정전으로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 462마리가 폐사했고, 후베이성 쑤이저우의 한 양계장에서는 4000여 마리의 닭이 죽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지구 온도 4도 오르면 폭염 최대 39배 증가…"국가 존재 자체 위협
질병청, 기후변화 주제로 제1회 건강한 사회 포럼 개최
"대기오염 줄이면 700만 명 살려…전지구적 대응 필요"
제주지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청 인근 버스정류장에 더위를 식혀주는 쿨링포그(Cooling Fog)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지구 온도가 4도 상승하면 50년 만에 한 번 오던 폭염의 횟수가 최대 39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존재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지역과 국가, 전 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질병관리청은 14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의과학지식센터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위협과 대응방향'을 주제로 제1차 건강한 사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영향 및 적응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권 교수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를 통해 소개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수준에서 50년에 한 번 오는 폭염의 빈도는 온도가 1도 올라가면 4.8회, 1.5도가 올라가면 8.6회, 2도가 올라가면 13.9회, 4도가 올라가면 39.2회로 증가한다.
10년에 한 번 오는 호우의 경우 현재보다 온도가 1도 올라가면 1.3회, 1.5도 올라가면 1.5회, 2도 올라가면 1.7회, 4도가 올라가면 2.7회로 늘어난다.
권 교수에 따르면 폭염과 폭우가 증가하면 건강에 영향을 미쳐 사망자 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이 같은 우려로 국제사회는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1995년 제1차 당사국 총회(COP), 1997년 교토협약, 2015년 파리협정, 2021년 글라스고 기후합의(COP26)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특히 파리협정에서는 세기 말 지구의 상승 온도 목표량을 기존 2도에서 1.5도로 낮추는 것으로 합의하고 각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되 의무적으로 감축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727만6000톤(t)에서 2030년까지 436만6000t으로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체계에 대해 "취약계층 안전망 구축 및 보호 사업 마련이 미흡하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연관부처와 지자체의 거버넌스 구축으로 협업을 위한 소통과 정책의 정례적 수립, 시행,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남=뉴시스] 권창회 기자 = 14일 오전 경기 하남시 팔당댐에서 집중호우로 방류를 하여 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2023.07.13. kch0523@newsis.com
김록호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과학부 기준국장은 "전염병, 열사병, 산불 피해, 정신 건강 등 위협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충격은 인간활동으로 인한 물리적 기후 조건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기 말에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 아래로 막기 위해선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이 2070~2075년 사이에 배출량과 제거량의 총합이 0이 되는 '넷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
김 국장은 "화석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해 전 세계의 대기오염을 WHO 기준 이하로 저감하면 매년 700만 명의 대기오염 관련 사망을 줄일 수 있다"며 "2030년까지 건강피해의 손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40억 달러에 달한다. 에너지 정책 변화로 인한 건강 혜택 수익은 전지구적 완화의 재정 비용보다 1.4배~2.45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는 취약한 국가와 인구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국제보건 문제로서 전지구적, 국가적, 지역적 대응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청은 폭염·한파로 인해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및 사망자 신고 의료기관을 약 500개소 운영 중이다. 또 감염병 감시 체계를 운영하고 연구·치료 기술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질병청은 올해 11월까지 기후변화 대응방안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문제는 정부와 민간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이 있어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기후보건영향평가 등 기후보건에 대한 논의를 계속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구무서 기자
'장마' 사라지고 '우기' 온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며 전통적인 장마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폭우와 폭염이 연달아 나타나며 날씨 예측이 어려워진 가운데, 일각에선 '장마' 대신 한국형 '우기'로 단어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마는 한반도에서 주로 여름철에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엔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기보다, 갑작스러운 폭우와 폭염이 계속되며 동남아 지역의 '스콜(열대성 소나기)'을 연상케 한다.
기상청은 초복(11일)에 최고 체감온도가 31℃ 이상으로 올라가며 폭염을 예상한 가운데,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한 비 소식도 함께 전했다. 하루에도 폭우와 폭염 소식이 번갈아 전달되고 있다.
작년 10월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를 주제로 기상청 회의가 이뤄졌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장마라는 단어를 수정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장마철 강수 지속 시간이 크게 변했고, 단속적인 소나기와 국지적 폭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오래 사용해 온 용어인 장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후, 올해 4월 열린 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 여름철 강수를 예보할 때 '장마'라는 단어를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장마를 대체할 적절한 단어를 찾기 전까지 장마라는 단어 사용을 줄이고, 객관적 정보인 강수량과 강수기간만 예보하자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아열대성 기후 지역에서 강수가 집중되는 구간을 의미하는 '우기(雨期)'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장마는 수백 년 이상 사용된 친숙한 용어인 만큼 오랜 시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위기로 인한 날씨 변덕으로 사소한 용어까지 고민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디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 쓰고 있다. (사진 가디언 홈페이지)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2019년, 앞으로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 '기후붕괴(Climate Breakdown)' 등 강한 표현을 사용한다.
기후변화는 수동적이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데, 이런 표현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온난화는 온난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더워지는 지구로 많은 생물들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가디언을 비롯한 많은 언론은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춰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로 바꿔 부르고 있다.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조류 176종, '쓰레기'로 둥지 만들어
쓰레기를 활용해 둥지를 만드는 새들이 늘어남에 따라, 안전에 대한 위협도 커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폴란드 포츠난생명과학대학교 등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 자연과학 회보 B(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새들은 동물 털, 나뭇가지, 나뭇잎 등 다양한 재료로 둥지를 만든다. (사진 flickr Becky Matsubara, flickr Andy Morffew)/뉴스펭귄
일반적으로 새들은 나뭇가지, 이끼, 거미줄, 동물 털, 낙엽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둥지를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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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에는 비닐, 폐어구, 포장용 노끈 등 폐기물을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새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새끼나 성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연구진은 얼마나 많은 조류가 폐기물을 활용해 둥지를 제작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이득과 피해를 보는지 조사했다.
비닐봉지와 폐어구로 둥지를 지은 물수리. (사진 Boulder County Open Space 영상 캡처)/뉴스펭귄
총 75개의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1830년대 초부터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오리, 맹금류, 갈매기, 가마우지 등 총 176종이 폐기물로 둥지를 제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종에 따라 선호하는 폐기물의 종류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시로 대륙검은지빠귀와 물수리는 둥지에 비닐봉지를 사용했고, 푸른박새는 폴리에스터 충전재를 활용해 둥지를 장식했다. 또 호주의 바닷새들은 폐어구를, 도시 인근에 둥지를 튼 새들은 담배꽁초를 건축자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수컷과 암컷의 체급 차가 크고, 돔 형태의 둥지를 제작할 경우 폐기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 저자인 주자나 야기엘로(Zuzanna Jagiello) 연구원은 "폐기물이 둥지 인근에서 흔히 발견되기 때문에 활용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화려한 자동차와 큰 집을 선호하는 것처럼 새들도 둥지를 과시하기 위해 폐기물을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폐기물로 뒤덮인 모래 둥지에 앉아있는 라이산알바트로스 새끼. (사진 flickr National Marine Sanctuaries)/뉴스펭귄
그렇다면 둥지에 사용된 폐기물은 새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먼저 긍정적인 측면을 본다면, 담배꽁초에 포함된 니코틴 등은 해충을 퇴치한다. 또 비닐과 플라스틱 필름은 단열재 역할을 하고, 일부 재료는 둥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다만 노끈이나 폐어구는 새들의 몸에 얽힐 수도 있으며, 폐기물로부터 침출된 독소가 새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밝은 색상의 폐기물은 새끼와 알을 해치는 포식자들을 둥지로 유인할 수 있고, 새끼들이 먹이로 착각해 섭취할 수도 있다.
야기엘로 연구원은 "폐기물이 새끼와 성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플라스틱 등의 폐기물을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폐기물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내기 위해선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종의 둥지에 폐기물이 사용되고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펭권 남예진 기자
고조되는 리튬 확보 경쟁, 환경문제 없을까
전기차 제조사, 리튬 공급 부족에 확보 경쟁 심화
리튬 채굴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파괴 발생
리튬 채굴 광산.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리튬이 부족해진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기차 제조사들이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전기차는 친환경차로 알려져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을 생산하는 과정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리튬 생산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되면서 심각한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 핸드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다. 가장 가벼운 금속 중 하나이기 때문에 리튬을 사용한 배터리도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덕분에 리튬은 ‘하얀 석유’라고 불릴 만큼 희소하고 값비싼 자원이 됐다.
전기차 제조사, 리튬 확보 경쟁
최근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들이 치열한 리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튬 생산 속도가 전기차 생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28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리튬 생산량은 최대 150만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매년 10% 이상 오르는 전기차 수요를 충족하려면 최대 300만 톤의 리튬이 필요하다. 리튬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만큼 공급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전기차 제조사와 해당 산업을 지원하는 각국 정부는 광물자원이 풍부한 남미 지역과 교류를 늘리며 리튬 공급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세계 리튬 매장량 56%가 ‘리튬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국경이 맞닿은 곳에 집중돼 있다.
리튬 삼각지대. (사진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CATL)는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등에 14억 달러를 투자해 리튬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유럽연합도 지난 13일 아르헨티나 정부와 '리튬 활용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리튬 확보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이차전지 선두주자로 꼽히는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소금호수)에 리튬 추출 공장을 세워 매년 2만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환경 파괴하고 수자원 고갈시키는 리튬 채굴
문제는 리튬 채굴이 심각한 환경 파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리튬 약 3분의 2는 광산에서 채굴되는데, 광석을 가공해 리튬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황산과 염산 등 화학물질을 쓰면서 대량의 유독물질이 나온다. 또 리튬을 추출하는 희토류 광석에서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배출된다. 이 물질들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주변 생태계를 파괴한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미국 네바다주 리튬 광산 근처에 무리 지어 핀 꽃이 하룻밤 사이에 시들어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 야생동물관리국(UFWS)은 리튬 채굴 과정에서 나온 유해물질이 주원인이라고 보고 해당 광산을 운영하는 채굴업체를 기소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리튬 채굴장.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전세계 리튬 약 3분의 1은 염호에서 나오는데,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된다. 염호 리튬은 소금물을 18~24개월 동안 태양빛에 건조한 후 남은 추출물에서 리튬을 빼내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리튬 1kg을 생산하려면 소금물 2200리터가 필요하다.
리튬 생산에 이처럼 막대한 양의 소금물이 사용되면서 염호 주변 생태계와 농지가 건조해지고, 지하수가 고갈될 수 있다. 특히 이미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남미 지역에 리튬 생산이 집중돼 있어, 해당 지역의 물 부족과 수질 오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2022년 4월 아타카마 염호에서 리튬 채굴 사업을 벌인 업체 3곳을 환경파괴로 기소했다. 이들 업체가 소금물을 과도하게 많이 쓰면서 주변 환경이 건조해져 이곳에 서식하던 야생동물과 초목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지하수 고갈과 가뭄을 초래했다는 이유다.
칠레 아타카마 염호에 있는 리튬 추출장. (사진 Sierra Club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의 반발이 늘자, 전기차 제조사는 폐배터리 재활용 비율을 높일 방법을 찾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해서 재사용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폭스바겐, 혼다 등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안전성 우려 등으로 인해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률은 5%에 불과하다.
뉴스펭권 김지현 기자
태평양 심해 바닥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태평양은 오대양(태평양·대서양·인도양·남극해·북극해) 중 가장 넓고 깊은 바다다. 지구 표면적 30% 이상, 지구 바다의 50%를 차지한다. 지구상 모든 육지 면적을 합쳐도 태평양보다는 작다.
평균 수심은 약 4000m다. 지구상 가장 깊은 해구 대부분은 태평양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로 알려진 마리아나해구(약 1만1000m)를 비롯해 통가해구(약 1만800m), 케르마데크해구(약 1만50m) 등이 있다.
넓고 깊은 만큼 무수한 생명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지만 다수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태평양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독특한 해양생물 5종을 소개한다.
세발치. (사진 oceancontent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세발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몸통 아랫부분으로 뻗은 기다란 지느러미 다리 3개가 특징이다. 세발치는 이 지느러미 다리를 사용해 삼각대처럼 안정적으로 해저에 서 있다. 다리를 해저에 지지한 상태로 서서 지나다니는 먹이를 사냥한다.
태평양을 비롯해 대서양, 인도양 등 서식지는 광범위하지만 대부분 수심 878m에서 4700m 사이 깊은 해저에서 발견되는 심해어다. 암수 생식기를 모든 가진 자웅동체로, 수컷과 암컷이 만나면 짝짓기를 통해 번식하지만 짝을 찾지 못할 경우 스스로 정자와 난자를 모두 만들어 자가번식한다.
쥐꼬리물고기. (사진 MBARI)/뉴스펭귄
쥐꼬리물고기는 수심 7000m에서도 생존하는 가장 깊은 곳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중 하나다. 날카로운 이빨로 작은 어류와 오징어, 갑각류 등을 먹고 산다. 몸 색깔이 심해 서식지 환경과 비슷해 먹이 사냥이 수월한 편이다.
길쭉한 몸체와 길고 가는 꼬리, 몸에 비해 커다란 머리가 특징이다. 성장이 느려 생후 30년이 될 때까지 번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좀비벌레. (사진 Yoshihiro Fujiwara – JAMSTEC)/뉴스펭귄
최대 수심 4000m 아래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좀비벌레는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에서 처음 발견됐다. 크기가 2㎜에 불과한 좀비벌레는 고래, 바다코끼리, 상어 등 해저에 가라앉은 해양 척추동물의 뼈를 먹고 산다.
입과 항문, 소화기관도 없지만 공생 박테리아에 의존해 뼈에 침투한 뒤 영양소를 흡수한다.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산으로 뼈를 녹이고 뼈 속의 유기물을 추출해 낸다.
수컷은 몸길이 1㎜ 유충 이상으로 자라지 못하고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수컷 좀비벌레의 유일한 생존 목적은 알을 수정시키는 것이다.
용물고기 / 드래곤피시 (Dragonfish)
용물고기는 최대 수심 4500m 아래 서식하는 심해 포식자다. 날카로운 이빨과 최대 50㎝까지 자라는 긴 몸통을 가졌다. 유연한 관절로 입을 120도가량 쫙 벌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날카로운 이빨은 먹이를 씹어 먹기보다는 입안으로 들어온 사냥감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창살 같은 역할을 한다. 조용히 매복하다 입을 쫙 벌려 먹잇감을 한 입에 삼킨다. 뱀처럼 저보다 덩치가 큰 먹잇감도 쉽게 삼킬 수 있다.
송곳니물고기. (사진 2008 MBARI)/뉴스펭귄
흔히 귀신고기라고 불리는 송곳니물고기는 일반적으로 온대해역 수심 2000m, 최대 5000m 아래 심해에 서식한다. 유난히 눈에 띄는 큰 송곳니 때문에 '송곳니물고기'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달리 18㎝ 남짓의 매우 작은 몸집과 온순한 성격을 가졌다.
벌어진 입, 뭉툭한 지느러미, 얼룩덜룩한 무늬가 특징이다. 시력은 좋지 않지만 촉각은 뛰어난데, 주변의 작은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심해와 얕은 바다를 넘나들고 허용 수온 폭도 넓어 전세계 거의 모든 바다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조류 176종, '쓰레기'로 둥지 만들어
쓰레기를 활용해 둥지를 만드는 새들이 늘어남에 따라, 안전에 대한 위협도 커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폴란드 포츠난생명과학대학교 등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 자연과학 회보 B(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새들은 동물 털, 나뭇가지, 나뭇잎 등 다양한 재료로 둥지를 만든다. (사진 flickr Becky Matsubara, flickr Andy Morffew)/뉴스펭귄
일반적으로 새들은 나뭇가지, 이끼, 거미줄, 동물 털, 낙엽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둥지를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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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에는 비닐, 폐어구, 포장용 노끈 등 폐기물을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새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새끼나 성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연구진은 얼마나 많은 조류가 폐기물을 활용해 둥지를 제작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이득과 피해를 보는지 조사했다.
비닐봉지와 폐어구로 둥지를 지은 물수리. (사진 Boulder County Open Space 영상 캡처)/뉴스펭귄
총 75개의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1830년대 초부터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오리, 맹금류, 갈매기, 가마우지 등 총 176종이 폐기물로 둥지를 제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종에 따라 선호하는 폐기물의 종류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시로 대륙검은지빠귀와 물수리는 둥지에 비닐봉지를 사용했고, 푸른박새는 폴리에스터 충전재를 활용해 둥지를 장식했다.
또 호주의 바닷새들은 폐어구를, 도시 인근에 둥지를 튼 새들은 담배꽁초를 건축자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수컷과 암컷의 체급 차가 크고, 돔 형태의 둥지를 제작할 경우 폐기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 저자인 주자나 야기엘로(Zuzanna Jagiello) 연구원은 "폐기물이 둥지 인근에서 흔히 발견되기 때문에 활용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화려한 자동차와 큰 집을 선호하는 것처럼 새들도 둥지를 과시하기 위해 폐기물을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폐기물로 뒤덮인 모래 둥지에 앉아있는 라이산알바트로스 새끼. (사진 flickr National Marine Sanctuaries)/뉴스펭귄
그렇다면 둥지에 사용된 폐기물은 새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먼저 긍정적인 측면을 본다면, 담배꽁초에 포함된 니코틴 등은 해충을 퇴치한다. 또 비닐과 플라스틱 필름은 단열재 역할을 하고, 일부 재료는 둥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다만 노끈이나 폐어구는 새들의 몸에 얽힐 수도 있으며, 폐기물로부터 침출된 독소가 새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밝은 색상의 폐기물은 새끼와 알을 해치는 포식자들을 둥지로 유인할 수 있고, 새끼들이 먹이로 착각해 섭취할 수도 있다.
야기엘로 연구원은 "폐기물이 새끼와 성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플라스틱 등의 폐기물을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폐기물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내기 위해선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종의 둥지에 폐기물이 사용되고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펭권 남예진 기자
극한의 이상기후’ㅣ끓는 바다 KBS 다큐인사이트 23.07.13
https://www.youtube.com/watch?v=y-Grx4Syvrk
https://www.youtube.com/watch?v=ayCCBtNNIZo
반복되는 신종 감염병과 자연재난, 인류의 선택은 무엇일까? 풍요의 역습 (2019.11.16.
"4대강 찬성자 빼야"…감사서 드러난 시민단체 위력
2017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오른쪽)의 모습. 감사원은 지난 1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해체와 결정과 관련해 김 전 장관을 수사의뢰했다. 4대강 보 해체는 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안이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기간 금강·영산강의 보(洑) 해체·개방 결정을 이끈 환경부 위원회 명단을, 4대강 반대 시민단체가 미리 건네받고 “4대강을 찬성했거나 방조한 사람은 위원에서 빼야 한다”고 요구한 정황이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시민단체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해당 위원회(4대강 조사·평가 전문·기획위원회)를 편파적으로 구성했고,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감사원은 공무상 비밀인 4대강 위원회 명단을 시민단체에 전달토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김 전 장관을 수사 의뢰했었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4대강 감사 결과를 오는 20일 발표한다.
'4대강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환경부와 협의한 시민단체는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위)’다. 4대강 반대단체 181개가 연합했다. 감사원은 김 전 장관이 재자연위와 협의를 거쳐 4대강 위원회에 재자연위 소속 활동가와 학자 등을 대거 임명했다고 보고 있다. 2018년 11월 출범한 4대강 위원회는 출범 3개월만인 2019년 2월 금강과 영산강 내 5개 보(세종보·공주보·백제보·승촌보·죽산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정부에 제안했고, 2년 뒤 대통령 직속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보 해체 및 개방을 공식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거의 방치되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4대강 금강 세종보의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4대강 위원회 명단을 살펴보면 재자연위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4대강 위원회는 환경부 당연직 공무원 7명과 민간위원 8명 등 15명으로 구성된 ‘기획위원회’와 민간위원 43명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로 구성된다.
이중 기획위원회 민간위원 8명은 모두 재자연위 출신이었다. 총 4개 분과(물환경·수리수문·유역협력·사회경제)의 전문위원회 위원 43명 중 재자연위 출신은 25명에 달했다. 임이자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념에 매몰돼 보 해체를 위한 편파적 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문재인 정부의 4대강 관련 의혹에 대해 국정농단이라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임 의원의 모습.
감사원은 4대강 위원회의 보 해체 결정 과정에도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입장이다. 4대강 보 해체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보니 무리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 3개월이란 시간에 쫓겨 충분한 4대강 수질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감사원 조사에 대해 4대강 위원회에 참여했던 재자연위 관계자는 14일 중앙일보에 “4대강 보 해체 및 개방 결정은 과학적이고 경제적 근거에 기반해 이뤄졌다”며 “그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다른 재자연위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는 “감사 결과를 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 결코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은경 전 장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못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4대강 관련 감사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명박 정부에서 두 차례, 박근혜 정부에서 한 차례, 문재인 정부에서 한 차례 4대강 감사가 이뤄졌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후 4대강 보와 관련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原電 15배 태양광 비위…징계 받고도 다시 손 댄 ‘재범’들도 무더기 적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이던 2021년 11월 24일 경남 합천댐 수상태양광 현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최근 6년간 공기업 내부의 태양광 비위가 원전(原電) 분야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특히 한국전력에선 태양광 문제로 한 차례 징계받고도 또 다시 비위를 저지른 ‘재범’직원들도 무더기 적발됐다. 여권은 “문재인 정권에선 ‘징계 받아도 태양광으로 한건 해먹는 게 낫다’는 인식이 존재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2017년부터 현재까지 한전(태양광), 한수원(원자력)의 징계현황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권에서 적발된 한전의 태양광 비위는 109건으로 집계됐다. 한전의 태양광 비위는 징계처분일 기준으로 2017년 2건, 2018년 34건, 2019년 44건, 2020년 3건, 2021년 21건, 2023년 5건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7월 현재까지 태양광 비위로 징계받은 한전 지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비위는 7건이었다. 한수원의 원자력 비위는 안전관리 등 업무처리로 인한 것이었지만, 태양광 비위는 공기업 직원들이 사적으로 이권(利權)을 취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한전에 적발된 태양광 비위 가운데 해임·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는 32건이다. 비위를 세분화하면 재범형(10건), 부당업무형 (9건), 가족연계형(8건), 금품수수형(5건) 등이었다. 국민의힘은 태양광 비위로 한 차례 징계를 받았음에도 다시 손을 댄 ‘재범형’이 중징계 사유 중에서 가장 많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기업 내부에서 ‘태양광 한탕주의’와 같은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는 의미인 까닭이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 반월마을 일대의 산지를 파헤치고 설치된 태양광 시설물. 최근 5년간 산지(山地)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307만여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김영근 기자
실제 태양광 비위로 두 차례 이상 징계 받은 직원들은 2급부터 6급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이들은 처음에 견책과 같은 솜방망이 징계(경징계)를 받았다가 재차 적발되서 정직 1~3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가족 연계형’은 한전 직원이 배우자·자녀나 친·인척 명의로 민간 태양광발전소를 부업(副業) 삼아 운영하는 형태다.
대조적으로 한수원의 원자력 비위는 한빛 1호기 수동정지 당시 보고누락, 기술정보분석 미흡, 원자로반응도 관리 수홀 등의 업무상 비위 7건으로 ‘이권’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비위에 비해 태양광 비위의 규모가 훨씬 더 크고, 내용 또한 심각했던 셈이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탈(脫)원전 정책을 전개하는 대신 태양광에 막대한 자금을 퍼부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업계에선 “원전 마피아는 이제 옛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2023.7.3/뉴스1
이종배 의원은 “지금은 공기업 직원들이 태양광으로 징계 받고도 다시 사업에 덤벼들고 있다”며 “공기업 내부에 만연했던 태양광 이권 카르텔을 뿌리부터 철저히 도려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 김형원 기자
11m 초대형 은빛 ‘산갈치’ 만난 다이버
대만 신베이시 루이팡구 인근 바다 약 36피트(약 11m) 길이의 ‘산갈치’(oarfish)
지진의 징조라고 여겨 ‘지진 물고기’라 불리기도 하는데 약 650피트∼3300피트(약 198m∼1006m) 깊이의 물에서 주로 지내기 때문에 실제로 보는 일은 매우 드물다는 설명이다
산갈치의 몸에 보이는 구멍에 대해서는 “검목상어의 공격을 받은 것 같다”며 “지진 활동으로 산갈치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 같지는 않고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더 얕은 물로 헤엄치고 있었다
유럽 최북단 북극권 마을이 '28.8도' 신기록…폭염에 지구촌 고통
북극권 59년 만에 신기록…1964년 27.6도보다 높아작년 폭염 사망자 유럽에서 6만1000여명 달해
지난 5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폭염으로 인해 유럽 곳곳에서 가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 AFP=뉴스1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유럽 최북단 노르웨이 감비크 지역의 기온이 13일(현지시간) 섭씨 28.8도까지 치솟으며 1964년 이후 북극권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ABC뉴스 등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슐레트네스 등대 등으로 유명한 유럽 최북단 노르웨이 감비크 지역의 최고 기온이 1964년 7월 27.6도의 기록을 넘어선 28.8도를 기록했다. 이는 북극권 지역에서 무려 59년만에 나온 신기록이다.
북극권은 북위 66.5°를 지나는 위선을 가리키나, 일반적으로는 이 지점의 위도로부터 북극(90°N)까지 이르는 권역을 말한다.
감비크 지역의 7~8월 평균 기온이 10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에 비하면 두 배 이상으로 기온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 기후변화 '심각'…유럽 전역 무더위·산불도 기승 이처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 변화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여름이 역사상 가장 더웠던 유럽은 올해 역시 각종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며 폭염이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면 지난 4~5일 이틀 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17.18도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는 44년 간 관측됐던 최고 기온보다도 0.04도 이상 높은 것이다.
노르웨이뿐 아니라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유럽 전역은 이미 지난달부터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사르데냐 섬에선 향후 최고 기온이 무려 48도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그리스 아테네 등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의 최고기온이 37~40도에 달했으며, 고온으로 인해 크로아티아와 튀르키예에선 이미 잦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유럽 대륙에 섭씨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에펠탑 샤요궁 앞 분수대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2.7.20/뉴스1. ⓒ News1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유럽뿐 아니라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재 1억1100만여명 이상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전날 최고기온은 44도, 오는 15일까지 47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상황은 심각하다.
지구온난화로 극단적 이상 기후 현상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여름 유럽 전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숨진 사람이 6만1000여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ISGLOBAL) 호안 발레스테르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과학저널 11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지난해 5월30~9월4일까지 유럽 내 사망자들의 사인 분석 결과 6만1672명이 폭염으로 인한 열 때문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폭염이 심각했던 7월11~8월14일에는 사망자가 3만8881명에 달했고, 7월 18~24일 일주일 사망자는 1만1637명으로 나타났다.
real@news1.kr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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