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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정책, 12년 전 선진국보다 빠르게 국가계획 세웠지만 현장선 실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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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온·가뭄 못 버텨…“대한민국 대표 수미 감자는 끝났다
① 한국 사회 잘 적응하고 있나
강원 횡성 둔내면의 감자 재배 농민 추승호씨가 지난달 29일 수미 품종 감자가 자라고 있는 밭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저온 저장고에서도 싹이 나버린 수미 품종 씨감자. 김기범 기자
45년 지배적 품종 ‘수미’
기후변화 적응에 취약해
병충해·기형에 수확량 줄어
강원 농민 “상품성 잃었다”
“수미는 이제 끝난 것 같아요. 빨리 알아차린 농민들은 벌써 몇년 전부터 품종을 바꾸고 있어요.” 지난달 29일 강원 횡성 둔내면의 감자 농장에서 만난 농장주 추승호씨는 국내 감자의 대표 품종이었던 ‘수미’가 “상품성을 잃었다”고 잘라 말했다. 수확까지 한 달여가 남은 수미 품종을 심은 감자밭 앞에서 추씨는 “10년 전만 해도 수미를 훨씬 더 많이 키웠는데 이제는 여기 조그만 밭에서만 재배하고 있다”면서 “전체 7만평 정도 가운데 수미는 이제 7%뿐”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국내 감자 재배 비중 70~80%를 차지했던 수미는 빠른 속도로 씨감자로서 위치를 잃어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과 집중호우 등에 취약한 적응력을 보였고, 이를 재배하던 감자 농가들도 위협받고 있다.
수미는 1978년 처음 국내에 도입된 이래 45년간 지배적 감자 품종이었다. 수확량이 월등히 많았고 맛도 좋았다. 한국인들은 감자라고 하면 타원형인 수미의 모양을 떠올렸다. 농심이 ‘프리미엄 감자칩’으로 만든 제품의 이름도 ‘수미칩’이다. 7월에 수미를 수확하고 난 뒤 같은 밭에 다른 작물을 심는 것이 가능한 지역이 많아 농민들은 너도나도 수미를 재배했다.
수미가 ‘대표적인 기후위기 적응 실패 사례’로 꼽히기 시작한 것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2010년대 들어서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남부지방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수미의 줄기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중부지방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병충해에 당하거나, 타원형이 아닌 길쭉한 기형으로 자라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늘어났다. 농민들에 따르면 과거 수미는 평당 10~13㎏가량 수확이 가능했는데 현재는 6~8㎏으로 줄어든 사례가 많다. 최근 농민들이 선호하는 다른 감자 품종들은 평당 9~12㎏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진용익 식량과학원 고랭지농업연구소 감자연구실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고온 현상이 두드러지고, 가뭄이 찾아오는 일도 많아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성이 떨어지는 수미 품종의 수확량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며 “과거에는 수미를 재배하는 비율이 70~80%에 달했지만 현재는 60%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체 농가의 감자 품종별 재배 면적은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씨감자를 채종하거나 사들이는 사례가 많은 탓에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기자가 지난달 29일 방문한 강원 횡성의 감자 농가를 비롯해 전화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전국 곳곳의 감자 재배 농민들은 이미 길게는 10년, 짧게는 4~5년 전부터 수미의 상품성이 낮아져 재배 면적을 줄였다고 입을 모았다. 추씨도 과거에는 전체 밭의 30% 이상 면적에서 키우던 수미 품종을 두백, 설봉 등 품종으로 대부분 전환했다.
저장이 어렵다는 점도 수미 퇴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미는 저온 저장을 해도 싹이 나면서 상품성을 잃기 쉽다. 실제 추씨 감자 농장의 저장고에서는 보관해 놓은 수미 감자 대부분에서 싹이 나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씨감자는 4~5도 정도의 저온을 유지할 수 있는 저장고에 보관하는데 수미는 그래도 싹이 나곤 한다. 농업 전문가들은 너무 오랫동안 같은 품종이 재생산되면서 수미 씨감자가 퇴화하고, 환경 적응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수미의 퇴화를 알아차려 발 빠르게 다른 품종으로 전환한 농가도 있지만 다수 농가는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수미를 키우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미 대신 다른 품종을 키우다 병해충이나 이상기후 등으로 피해를 보면서 수미로 돌아가는 사례도 있었다.
지자체가 여전히 수미를 다량 보급하고 있어 농민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적기도 하다. 씨감자를 보급하는 기업도 있었지만 그 비중은 아직 미미하고, 농민들은 대체로 지자체에서 씨감자를 보급받는다. 감자 주요 산지인 강원도 농가에 종자를 보급하는 감자종자진흥원이 최근 5년 동안 농가에 보급한 품종별 씨감자 양을 보면 수미 씨감자는 매년 5000t 이상으로, 전체 보급량의 80%를 넘어선다. 다른 감자 품종 보급량을 모두 합친 무게가 1000t 미만이라는 점에서 수미 감자가 농업 부문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적응 실패 사례가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들쑥날쑥한 강수량, 수시로 찾아오는 이상고온 등의 기후변화를 감자 농업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 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손 놓고 지켜만 보지는 않았다. 식량과학원 고랭지농업연구소에서는 이미 ‘다미’처럼 수미보다 수확량도 많고, 맛도 좋은 여러 품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오랫동안 키워온 수미를 아직 검증이 덜 된 신품종으로 바꾸기를 꺼리는 농민이 많다. 진 실장은 “맛과 수확량이 월등한 서홍 품종의 경우 껍질이 분홍빛에 속이 노랑색이다 보니 유통업자들이 꺼려하고, 농민들도 재배를 안 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자와 농민들이 수미를 고집하는 것에는 수미가 대표 품종으로 자리 잡은 동안 한국인 다수가 수미의 외양과 맛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선 생산 급감
‘감튀 대란’까지 벌어져
인류 수요 충당할 수 없는
‘적응 한계’ 넘어설 수도
최근 수년 사이에는 이상고온과 이상저온, 집중호우 등으로 작황이 악화되면서 감자 농가가 피해를 입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감자 수확량은 매년 큰 편차를 보인다. 감자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작물이라는 점은 지난해 미국 등의 감자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벌어진 ‘감튀 대란’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감튀 대란은 기후변화와 물류대란으로 감자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국내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감자튀김, 웨지감자 등 수입 냉동감자로 만드는 메뉴 판매를 중단하면서 벌어졌다.
비교적 기온이 낮은 남미가 원산인 감자는 한국의 여름처럼 고온다습한 기후에 어울리는 품종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씨감자 수요를 100% 국산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언제 감자가 기후 적응 한계를 넘어서게 될지 알 수 없다.
‘기후 적응 한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와 영향을 더 이상 견디어내기 어려운 상태, 즉 위험을 피하기 위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감자 농업의 경우 수미 감자 수확량이 급감해 감자 수요를 맞출 수 없게 되는 일이 적응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농업분야 ‘적응 실패’는
농민들 수입 감소로 직결돼
정부·지자체 과학적으로
재배 적합지 판결·지원해야
감자를 포함한 국내 농업 분야의 기후 분야 적응은 ‘기온이 올랐으니 남부지방에서 키우던 작물을 북쪽에서 재배하는’ 등의 대증요법에 아직 머물러 있다. 농업 분야의 기후위기 적응 실패는 농민 수입 감소로 직결되는데 아직까지 과학적, 체계적 대응은 이뤄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재배에 적합한 지역을 과학적으로 판별하고, 지원하는 등의 농업 분야 적응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 정책, 12년 전 선진국보다 빠르게 국가계획 세웠지만 현장선 실천 안 돼
중요도·취약 분야 다 다른데
중앙서 지자체로 내려만 보내
대부분 형식적 정책에 그쳐
한국환경연구원 보고서엔
홍수 등 물 위기관리 태부족
주민·농어민 등 당사자 포함
이행점검 체계 마련해야
국내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정부는 법정계획인 제1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11~2015년)을 발표했다. 현재는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21~2025년)을 이행 중이다. 각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등도 국가적응대책에 기반해 지역 단위의 적응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립된 ‘계획만 보면’ 선진국보다 발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기후변화 적응 실태에 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높지 않다. 대체로 “국가적응계획은 빠르게 수립됐지만 중앙이 지자체로 계획을 내려보내고만 있을 뿐, 실질적인 이행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환경부가 대국민 토론회에서 발표한 ‘제3.5차 국가기후위기적응대책’도 여전히 ‘톱다운’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자체 중에도 국가적응계획에 따라 적응계획을 세운 곳이 많지만 기존 사업을 적응계획에 끼워맞춘 사례가 대부분이다. 기후위기 적응 분야 전문가인 고재경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빠르게 기후변화적응대책을 수립했던 것은 의미가 있지만 하향식으로 하달하는 법정계획이 되다 보니 지자체들은 형식적인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마다 기후위기에 따른 중요도가 다르고, 취약한 분야도 다르지만 현재의 지자체 적응계획에선 우선순위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2019~2021년 펴낸 ‘기후변화 적응정책 10년-현주소 진단과 개선방안 모색을 중심으로 1~3’ 보고서도 대부분 분야의 기후변화 적응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종합적으로 기후변화 적응 현황을 진단하고, 정량적인 평가를 시도한 것은 이 보고서가 유일하다. 보고서에는 기후변화 적응 목표와 실제 이행 정도를 비교한 ‘적응 갭’을 산림·생태계, 농수산, 물관리, 건강, 국토·연안 등 5개 부문으로 평가한 결과가 담겼다. 먼저 산림·생태계 부문은 전체적으로 국제적 기준이나 적응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기후변화 적응정책 수행은 미흡했다.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농수산 부문 역시 대체로 적응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여건에 따른 세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물관리 부문에서는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위해) 저감 관련 정책이 부족했다. 특히 홍수, 가뭄, 녹조 발생 등에 적극적 대책이 없었다. 건강 부문에서는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2017년 이후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폭염 발생 빈도는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지자체 등의 경각심은 낮아진 셈이다. 국토·연안 부문 적응 갭은 연도별 자연재해 발생 빈도 및 강도에 따라 변화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가 발생하면 적응정책을 강화했다가 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해는 다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연구원 연구진은 적응대책 개선방향으로 “과학적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평가해 실제 위해를 저감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주민, 농어민 등 이해 당사자를 포함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이행점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 김기범 기자
1000년 전 안데스인 두개골에 구멍 낸 주범은 바로…‘기후변화’
미 연구진, 2700여개 유골 분석…“식량 부족에 격렬히 싸운 흔적”
고고도에서 폭력성 증가…물고기와 정치가 있던 해안가는 안정
안데스 산맥 정상부인 고도 5700m에 존재하는 켈카야 빙하 모습. 면적은 서울시의 약 15분의 1인 42㎢이며, 두께는 200m에 이른다. 미국 연구진은 이 빙하의 두께 변화를 추적해 과거 기후변화가 안데스 주변 사회의 폭력성에 중요한 영향을 줬다는 점을 규명했다. 위키피디아 제공
지도의 녹색선은 길이 8900㎞에 이르는 안데스 산맥의 위치. 위키피디아 제공
가까운 미래의 지구, 한 남성이 끝없이 펼쳐진 넓은 황무지에 홀로 서 있다. 그의 이름은 맥스, 한때는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방랑자다. 지구 모든 곳은 맥스가 보는 것 같은 죽음의 땅이 됐다. 핵전쟁 때문이다. 이 세상의 새 지배자는 임모탄이란 이름의 악당이다. 그가 권력을 틀어쥘 수 있었던 이유는 ‘물’ 공급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어서다.
임모탄은 목마름에 허덕이는 사람들 앞에서 “난 너희들의 구원자다”라고 외친다. 그러고는 폭포처럼 생긴 물 공급 장치의 버튼을 마음 내키는 대로 켰다가 끈다. 사람들은 물을 한 방울이라도 더 마시려고 아우성친다. 사회 체계가 무너진 이 사회에선 윤리가 없다. 생존을 위해 남을 죽이는 일이 일상이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줄거리다.
최근 들어선 핵전쟁이 아니어도 지구가 망가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온 상승과 가뭄을 몰고 오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과거 인간들 사이에서 심각한 폭력을 유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족한 식량 자원을 두고 사람들끼리 끔찍한 다툼을 벌이다 죽음이 일상이 된 사회가 존재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기후변화가 <매드맥스> 같은 세상을 만들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 안데스에 묻힌 두개골 분석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UC데이비스) 연구진은 최근 남미에 있는 안데스산맥 중남부 지역에서 470~1540년 사이에 나타난 사람 간 폭력 행위를 유골을 통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쿼터네리 리서치’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안데스 58개 지점에서 2753개의 유골을 발굴해 두개골에 남은 폭력의 증거를 찾았다. 구멍이 뚫리거나 함몰된 흔적이 있는지 본 것이다. 고고학계에선 두개골에 난 큰 상처가 목숨을 빼앗기 위해 실행된 높은 폭력성의 흔적이라고 본다.
두개골과 함께 연구진이 주목한 건 안데스에 일어난 기후변화였다. 기후과학계에서는 900~1300년을 ‘중세 온난기’라고 부른다. 유럽 기온이 현재보다 1도 높았다. 화산활동이나 태양활동 강화가 이유로 지목된다. 중세 온난기의 영향은 북반구뿐만 아니라 남반구에도 미쳤다. 그런 곳 가운데 하나가 안데스다.
기후변화 증거는 안데스산맥 정상부의 거대한 육지 빙하인 ‘켈카야 빙하’가 얼마나 녹았는지를 역추적해 규명했다. 현재 켈카야 빙하는 서울시 면적의 약 15분의 1인 42㎢이며, 두께는 200m에 이른다.
한마디로 기온 상승·가뭄을 동반하는 기후변화가 안데스 사회에서 폭력을 유발한 건 아닌지 검증한 것이다.
■ 높은 고도에서 폭력성 ‘껑충’
분석 결과, 켈카야 빙하의 연간 두께가 10㎝ 줄어들 때마다 두개골 외상의 흔적은 무려 2.4배 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런 폭력성 증가는 모두 높은 고도에서만 일어났다.
연구진은 두개골 발굴 지점을 해발 0~500m 이하(저고도), 500m 초과~3500m 이하(중고도), 3500m 초과(고고도)로 분류했다. 그런데 유독 고고도의 무덤에서만 켈카야 빙하가 녹는 시점에 맞춰 상처 입은 두개골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유가 뭐였을까. 고고도는 농사를 짓기에 불리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영농환경에서 기후변화 때문에 기온 상승과 가뭄까지 닥치자 부족해진 먹거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극심해졌을 공산이 크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반면 중고도에선 지하수를 퍼올려 농장에 물을 댈 수 있었다. 해안과 가까운 저고도에선 물고기를 잡아 식량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UC데이비스 공식 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 결과는 이미 한계에 이른 자연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 ‘정치’가 사회적 긴장 완화
하지만 연구진은 고도가 비교적 낮은 곳에 형성된 사회에서 기후변화 충격을 이겨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바로 ‘정치’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저고도인) 안데스 해안 사회에선 정치 행위가 특히 발달했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가뭄으로 인한 자원 부족을 폭력적인 경쟁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푸는 방안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데스 주변의 해안가에서는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사회질서를 유지할 정치 체계를 갖춘 치리바야·치무 문화가 번성했다.
기후변화는 현재의 일이기도 하다. 20세기에 인간 때문에 시작된 기후변화로 인한 폐해는 이제 크든 작든 불가피한 일이 됐다. 약육강식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가올 역경을 이겨내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 이정호기자
핵발전소 과학은 실패한 과학
핵발전소를 두고 요즘처럼 과학이 많이 소환되는 경우가 없었다. 안전을 과학적으로 논하면 우려가 가실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학을 앞세워 핵발전소 안전과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공포와 괴담으로 몰고 가는 행태는 안심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걱정을 준다. 문제의 실상들을 덮어버리기 위해 계산된 정치행위로 보이기 때문이다.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와 공포, 그리고 괴담은 어찌 보면 간단한 상식으로 대부분 판단이 가능하다. 과학이 상식을 초월하는 경우는 그것이 미지의 영역이거나 속임수 영역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지의 영역이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불가사의한 경우이고, 속임수 영역은 인간 의지에 달려있으므로 과학자의 양심이 매우 중요해진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특히 한 사람이 과학자-교수-원전사업자-원전 수출대리인-전문가-연구원 등 현란하게 변신하기도 한다. 모든 타이틀을 다 섭렵하는 아주 유능한 자도 있다. 전관왕을 획득하면 포상이 두둑하기 때문인지 경쟁도 치열하다.
상식을 이기지 못하는 과학자의 양심
과학은 실패를 용인한다. 그래야 새로운 발견을 위한 끊임없는 시도가 가능해진다. 과학자가 실패를 거듭하던 중 새로운 물리 현상을 발견하고 과학적으로 규명하면 역사에 남는 명예가 주어진다. 학문적 기여도가 크면 권위도 높아진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가 그렇다. 그는 학문적 기여만으로 명성을 얻었고 인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학자의 위대함은 또한 학문을 탐구하는 순수성에 있다. 핵발전소의 경우 핵분열로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하는 핵폭탄 원리를 전기 생산에 이용한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거대한 원전산업이 출현하였다. 60년이 넘는 역사로 인해 원전산업이 자리를 잡은 듯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사고처럼 해결하지 못한 근본적인, 그리고 단 한 번의 사고로 돌이킬 수 없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핵발전소는 단순 아카데믹하게 접근하면 매우 위험하다. 더욱이 최근 10년간 90% 가까이 급격하게 가격이 내려간 재생에너지의 부상으로 핵발전산업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 죽음의 탄생’ (조아진 작)
경년열화 관리를 하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는 1천만 년 동안 3회 노심이 녹는 사고가 발생하고 2, 3, 4호기는 더 낮은 사고 확률로 계산된 보고서를 일본 경산성이 2006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수명연장을 해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다는 보고서였다. 하지만 권위있는 정부의 과학적 평가에도 불과 5년 뒤 후쿠시마 핵발전소 4개 호기가 모두 수소폭발하고 3개 호기 원자로 핵연료가 녹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학의 실패’였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다. 과학이 기업이익을 위해 이용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단 한 번 ‘과학의 실패’로 돌이킬 수 없는 후쿠시마 핵발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독자 수습하겠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거절해온 일본이 공해상 핵오염수 투기로 오히려 그 책임을 국제사회에 전가하는 모습은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이처럼 학문적 순수성과 양심을 져버린 과학은 상상할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며 산업의 존립 기반을 위협한다. 이를 방어하기 위한 핵산업계의 공통점이기도 한 거짓, 은폐, 속임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사고 위험성’ ‘편익성’… 수명연장 위한 핵과학의 거짓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들어 노후 핵발전소 16기를 10년 수명연장 하면 편익이 52조 원이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작년 10월 국감에서 이인영 의원에 의해 오류를 바로잡으니 4천억 원으로 밝혀졌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편익도 4조 3천억 원으로 산출했지만 바로잡으니 414억 원으로 줄었다. 16기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으로 얻는 기대 이익 4천억 원은 이로 인한 국민적 위험부담을 고려하면 너무나 초라했다. 수명연장을 위한 개정 시행령은 이미 입법 예고된 상태였다. 현재 추진하는 가동원전 수명연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과학자들에 의해 ‘적극 지원’받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과학적 자세에 대한 권위와 기대치는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을 국내 최고 과학자로 엄선하여 꾸리겠다고 했지만, 위원장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과학자적 독자 발언을 할 수 없는 산하기관 ‘직원’으로 시찰단을 꾸린 것이 밝혀져 공분을 샀다. 시민소통 주무 부처가 찔끔찔끔 정보를 공개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불신을 조장하여 오히려 국민적 불안감만 높인다. 원자력산업계는 옥스퍼드대의 웨이드 앨리슨 교수를 불러와 허망한 오염수 식수 논쟁을 일으켰다. 결국 과학이라는 가면을 쓴 ‘거짓 과학’은 시민의 ‘상식’이 때려잡았다. 원자력안전위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다핵종제거설비라는 ALPS 시설을 검토했지만 그 성능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설비 개선이 완료되어 지금까지 잘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 규제기관이 승인했다지만, 설비 고장은 계속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검증을 명분으로 6개 기관 오염수 저장탱크 시료분석 결과를 비교하는 노력은 훌륭하지만, 투기를 합리화하려는 허울 좋은 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배출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막상 신뢰할 수 있는 확인 대책은 없다.
온통 투기 합리화를 위한 ‘과학 쇼’
후쿠시마 주변의 방대한 방사능 오염에 의한 생태계 영향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발표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에서 인용하는 ILC 시료분석(분석기관 간 대조방식) 내용을 보아도 후쿠시마 인근 생선의 방사능 오염도는 최대 5Bq/kg을 넘지 않는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지만 최근 18,000Bq/kg 세슘에 오염된 생선이 발견되어 IAEA 보고서의 진위마저 의심시 되고 있다.
진행 중인 후쿠시마 사고지역의 방대한 오염을 앞에 두고 과학은 어디에 있는가? 과학의 실패로 사고가 발생한 핵발전소의 수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은커녕 오염수 투기를 합리화하며 생태계 오염만 증가시키려 한다. 한일 정부와 핵산업계는 기업이익만 추구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조장을 멈추고 환경을 살리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의 핵발전소 과학은 해법과 거리가 먼 ‘실패한 과학’임이 분명하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시민언론 민들레
일본의 해양 투기 '위험한 물'을 뭐라고 부르는 게 옳을까?
일본은 처리수, 타이완은 핵폐수·폐수·핵오수 등으로 불러
후쿠시마 원전 핵물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온갖 핵물질이 포함돼 있다. 어떤 물질은 생물학적 유전자 손상까지 가져온다.
환경운동연합
“울산의 민주당 당원이 핵 오염수라고 해서 고발당했다던데 아예 핵 폐수라고 불러야겠다. 핵 물질을 싸고돌았던 지하수는 명백하게 핵폐기물로, (이를) 핵 폐수라고 했으니 제가 고발당할 차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부평역 인근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한국 정부의 친일적 대응을 규탄하며 한 말이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이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를 핵 오염수라고 표현한 민주당 울산시당 당원을 고발하겠다고 성명을 내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일본이 바다에 버릴 예정인 ‘위험한 물’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옳을까. 한국 정부는 오염수를 공식 용어로 사용한다. 한국 언론은 대체로 원전 오염수라고 쓰고 있다. 이른바 진보 언론도 매한가지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알프스) 처리수라는 말을 쓴다. 기시다 총리도 처리수라는 말을 쓴다. 국민의힘에도 오염 처리수라고 쓰자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다. 성일종, 한무경 의원 등이다.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처리수라고 쓰고 있으니 그게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IAEA는 잘 알려진대로 일본 정부와 ‘밀착 관계’에 있는 기구일 뿐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포함한 남태평양 도서국 16개국의 지역 협의체 PIF는 후쿠시마의 ALPS 처리된 핵 폐수라고 쓴다.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G7 국가들은 일본을 따라 (알프스) 처리수라는 말을 주로 쓴다.
미국과 서방 언론은 처리된 폐수(treated wastewater), 방사성 물(radioactive water), 처리됐지만 여전히 방사성 물(treated but still radioactive water), 처리된 방사성 물(treated radioactive water), 처리된 후쿠시마 물(treated Fukushima water) 등 다양한 표현을 동원한다. 오염된 후쿠시마 물(contaminated Fukushima water), 후쿠시마 물(Fukushima water)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경우 신화통신과 신화일보는 핵 오염수를 쓴다. 타이완 자유시보는 핵폐수·폐수·핵오수 등으로 쓴다. 러시아는 폐수나 방사성 물이라고 쓰지만 그냥 물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다. 북한은 핵 오염수라고 쓴다.
언어학자 벤자민 리 워프는 “언어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의 양식을 결정하고 주조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므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일본이 바다에 투기하려는 위험한 물을 뭐라고 부르는 게 옳을까?”라는 질문이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도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하지 않았나.
시민언론 민들레
성인 84% “자동차는 필수재”···2030세대 차량 소유욕 가장 강해
국내 성인 10명 중 8명은 자동차를 ‘필수재’로 여긴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본인 명의로 된 차량이나 수입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소유욕은 2030 세대가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지난달 운전면허증을 보유한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차 보유 현황과 구매 방법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지난 24일 발표했다.
응답자 84.4%가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는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결혼을 한 가정이라면 차 한 대쯤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86.5%였다.
응답자의 76.3%가 향후 자동차 구매 계획을 밝혔는데, 이 중 75.8%는 중고차보다 신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낮을수록 차량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내 명의의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가 64.8%로 가장 높았고 30대 58.8%, 40대 54.4%, 50대 46.0% 순이었다.
‘국산 브랜드보다 수입 브랜드를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응답 비율도 20대가 28.4%로 가장 많았고 40대 23.6%, 30대 22.4%, 50대 17.6% 순으로 뒤를 이었다. 럭셔리(명품) 차량에 대한 선호도 역시 20대가 49.6%, 30대 53.6% 등으로 높았고 40대는 42.0% 50대 39.2% 등이었다.
‘사회초년생도 첫 차로 수입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는 응답은 68.3%에 달했다. 과거에 비해 저연령층의 수입차 접근성이 낮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차량을 통한 과시적 욕구도 꽤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음을 엿볼 수 있다”며 “추후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고급 차량의 소비가 늘어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가늠해볼 수 있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차량을 구매하는 방법으로는 응답자의 75.6%가 일부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할부로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렌탈(11.3%)이나 리스(8.7%) 방식을 이용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낮았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자동차를 공유나 대여가 아닌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향 김상범기자
세계 최초 목조도시, ‘미래의 콘크리트’로 만든다
스웨덴 스톡홀름 남쪽 25만㎡ 터에
10년간 목조 빌딩 30동 신축 계획
스웨덴에서는 목조건물로만 이뤄진 도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스톡홀름우드시티 제공
2010년대 이후 친환경 바람을 타고 철근콘크리트 대신 목재를 자재로 쓴 고층건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은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지상 25층 주상복합아파트 어센트(Ascent)로 지상 높이가 86.6m에 이른다. 이전 최고 기록 보유 건물이었던 노르웨이 오슬로의 지상 18층 미에스토로네(높이 85.4m)보다 1.2m가 높다.
스위스에서는 높이 100미터가 넘는 목조 건축물이 등장할 전망이다. 취리히 인근에 들어설 이 건물은 주상복합으로, 예정대로 2026년 완공될 경우 100미터 시대를 여는 최초의 목조건물이 된다.
독일 베를린에선 높이 98m, 스위스 로잔에선 높이 85m의 주거용 하이브리드 목조건물 건축 계획이 발표됐다. 캐나다 토론토에선 높이 90m의 31층짜리 목조아파트 건축 계획이 나와 있다.
스웨덴에선 단일 건물이 아니라 아예 도시 전체를 목조건물로 조성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스웨덴의 도시개발업체 아트리움 륀베르그는 최근 목조 건물들로 이뤄진 ‘스톡홀름나무도시’(Stockholm Wood City)를 건설하는 세계 최대 목조 건축 계획을 발표했다.
스톡홀름 남쪽 시클라지역의 25만㎡ 부지에 30동의 목조 건물을 지어 2천가구의 집과 7천개의 사무실 공간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2025년 공사를 시작해 10년 동안 14억달러(1조8천억원)를 들여 완성할 계획이다. 첫 건물은 2027년 완공이 목표다.
목조 건물 30동을 지어 2천가구의 주택과 사무실 7천곳을 공급한다. 스톡홀름우드시티 제공
온실가스 배출량의 40%가 건물 부문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 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건축자재 조달과 공사에서 10%, 건물 운영에서 28%가 나온다. 따라서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세계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목조 건축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탄소 격리 효과다. 목재를 쓰면 나무가 자라는 동안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 탄소를 그대로 가둬둘 수 있다. 이 회사 아니카 아네스 사장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목재를 사용하면 콘크리트와 강철로 건물을 지을 때보다 탄소발자국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산림 자원이 매우 풍부한 나라다.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69%로 핀란드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는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도 매년 상당한 양의 목재를 건축용 자재로 공급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목조건물은 나무를 엇갈리게 겹겹이 붙인 뒤 압착한 집성목을 건축자재로 쓴다. 스톡홀름나무도시 전경.
목조건물, 어떤 점이 좋을까?
목조 건축에 쓰이는 목재는 나무를 엇갈리게 겹겹이 붙인 뒤 압착한 집성목이다. 미래의 콘크리트라고도 불리는 이 목재는 콘크리트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콘크리트만큼 세고 화재에도 강하다. 나무를 여러 겹 붙여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에 불이 나도 겉부분만 시커멓게 타고 안쪽으로는 불이 번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 목조건축물 어센트에 쓰인 집성목은 화재에서도 3시간 동안 견뎌내는 시험을 통과했다.
집성목 건물은 콘크리트 건물보다 습도 조절에 유리하고 지진에도 강하다. 목재 접합부들이 지진에 의한 흔들림을 상쇄해준다.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규격에 맞게 가공한 목재를 가져와 곧바로 조립할 수 있어 건축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콘크리트 시공에 비해 공사 소음도 적다. 나무라는 자연의 재료가 가진 친환경성과 심리적 친밀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미니멀하고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조밀하면서도 개방적인 공간으로, 숲의 평온함이 깃든 도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열 효과가 좋은 녹색 지붕과 자연채광 효과를 높이는 대형 창문 등 자연적인 요소들을 건축구조에 담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구현할 계획이다.
건물 부문은 세계 에너지 소비에 차지하는 비중도 35%나 된다. 이 회사는 새로 조성하는 목조도시의 에너지도 자체적으로 생산, 저장, 공급하는 시설도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광주 중앙공원1지구 개발사업 ‘선분양 재전환’ 검토…또 특혜 논란
광주 중앙공원1지구 사업지 안 풍암호수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 중 최대 규모인 중앙공원1지구의 민간사업자가 아파트 분양 방식을 후분양에서 선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021년 후분양 전환 때 용적률과 아파트 사업 규모를 늘려 ‘꼼수’ 논란이 일었는데도 광주시가 또다시 선분양 전환과 분양가 상향까지 받아들일 경우 특혜 시비가 거세질 전망이다.
25일 광주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 조성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서구 금호동·쌍촌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92.2%·223만㎡)을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아파트(7.8%·19만㎡·2804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로, 2조229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중앙공원1지구 민간사업자가 후분양 방식을 선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빛고을중앙공원개발㈜ 관계자는 지난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21년 (사업 대상지가 있는) 서구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선정돼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해 후분양을 도입했다”며 “(2022년 9월) 조정지역에서 해제됐다. 선분양 재전환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택을 지은 뒤 파는 후분양 방식은 사업자의 대출이자 부담이 증가한다.
하지만 선분양으로 바꿀 경우 특혜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시는 2021년 민간사업자의 후분양 전환 방침을 수용하면서 3.3㎡당 분양가를 1938만원에서 1870만원으로 조정하는 대신 △용적률 14.17% 상향 조정 △아파트 사업 가구 수 434가구 증가 △공공기여금 250억원 감면 등을 결정해 특혜 논란을 불렀다. 당시 민간사업자는 중앙공원1지구 행정구역인 서구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실시계획 인가 분양가(3.3㎡당 1938만원)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받을 수 없어 후분양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시는 민간사업자와 선분양이 가능하면 선분양으로 전환해 사업할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와 사업자가 협의한 선분양 재전환 대안 중 1안은 가구 수를 204가구 줄이는 등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2안은 분양가를 3.3㎡당 50만원을 인하하는 방안이고, 3안은 사업 규모와 분양가 변동 없이 금융비용 감소분을 재투자(560억원)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시에 사업 계획 승인을 신청한 민간사업자로선 사업 승인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1, 2안을 피해 3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공기여금 부활 등을 내세워 분양가를 높일 경우 그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다은 광주시의원은 “시가 후분양 전환 때 사업자에게 허락했던 이익을 재조정해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민선 7기 때 결정됐던 후분양 방식을 선분양으로 전환하는 데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준영 광주시 신활력추진본부장은 “사업 시행사와 선분양 재전환과 관련해 협의한 게 없다. 시장님이 언론 간담회에서 ‘선분양은 안 된다’고 이야기하신 것처럼, 그 방향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뜸북, 뜸북…반가워!” 천수만 찾아온 천연기념물 뜸부기
여름 철새 뜸부기 수컷 이달 초 찾아와 둥지
뜸부기가 천수만의 한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서산시 제공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천연기념물 제446호인 뜸부기 수컷 한 마리가 이달 초 충남 서산 천수만을 찾아와 둥지를 틀었다고 서산시가 25일 밝혔다. 천수만을 찾은 수컷 뜸부기는 몸길이 40㎝ 안팎의 성체로, 회색빛이 도는 흑색 깃털에 황색 부리가 있다. 서산시가 제공한 사진을 보면, 이 뜸부기는 벼 사이를 활발하게 다니며 달팽이 등 먹이를 잡는 등 건강한 모습이었다.
뜸부기는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하며 6월에 중국, 한국을 찾는 여름 철새다. 우리나라 중부지역에 수컷이 먼저 찾아오고 보름 뒤 암컷이 온다. 6~9월에 벼, 풀밭에 둥지를 틀고 3~6개의 알을 낳는다. 10월 초순에 남하한다.
동요 ‘오빠 생각’ 가사에 등장하는 뜸부기는 1970년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였다. 198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산업화로 서식지가 크게 줄거나 훼손돼 개체 수가 감소해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이기도 하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서산의 쌀 상품명이 ‘뜸부기와 함께 자란 쌀’”이라며 “여름 진객인 뜸부기가 찾아와 반갑다. 돌아갈 때까지 잘 살피겠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승용차·비행기가 망친 환경, 걷기와 자전거로 회복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생태 복지
▲선진국 도시에서 자전거는 도심의 일반적인 교통 수단이다. ⓒwikimedia
팬데믹 기간 중 사람들의 만남과 이동이 제한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이득이 있었으니 그것은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였다. 그만큼 교통수단이 내뿜는 공해가 심각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승용차 없이 생활하면 채식하는 것의 세 배 정도 온실가스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비행기 한번 덜 타면 채식의 두 배 정도의 효과를 낸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플라이트 셰임' 운동이 한창이다. 반면, 우리는 지금 엔저 현상을 기회로 일본 여행을 하지 못해 안달이다. 플라이트 셰임이 아니라 비행기 타는 것이 자랑인 '플라이트 프라이드'가 한창이다.
승용차와 비행기가 망친 환경은 걷기와 자전거로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자전거 인구의 1% 증가는 30년생 소나무 25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고 한다. 따라서 탄소배출의 주범 중 하나인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대신 걷거나 자전거 이용을 늘려야 한다. 그럴 경우 다음과 같은 이득이 있다. 첫째, 온실가스가 줄고 공기 질이 좋아진다. 둘째, 시민들이 운동하게 됨으로써 건강해지고 의료비가 절감된다. 셋째, 교통비가 절감되어 가계에 보탬이 된다. 마지막으로, 만일 팬데믹이 또 닥쳐왔을 때 걷기나 자전거는 감염위험이 적은 이동수단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이렇게 이로운 점이 많은 걷기나 자전거 이용에 인센티브를 주는데 인색한 것 같다. 탄소 절감에 별반 큰 효과가 없는 전기차 구매는 그렇게 적극 지원하면서, 유럽에서도 이미 널리 시행되고 있는 도보 및 자전거 이용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기후위기시대와 생태복지
이들에 대한 지원은 사회 불평등도 완화한다. 전기차 생산업체는 대기업이고 전기차 구매자도 중산층 이상이겠지만, 차가 없어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은 청년이거나 저소득자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은 어차피 복지 수혜자가 될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가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탄소도 줄이고 불평등도 줄이는, 꿩 먹고 알 먹는 ‘생태적 복지’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복지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
첫째, 걷거나 자전거 이용 시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미 김천시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에게 상품권을 제공하는 행사를 한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일회성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상시적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진전시켜야 한다. 즉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소득공제를 해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도보나 자전거 이용의 증거는 만보기, 스마트폰 앱 등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 프랑스는 노동자가 출퇴근 시 자전거를 이용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미국의 구글도 노동자들이 자전거와 관련한 비용을 쓰면 세제 혜택을 준다. 일본의 일부 지자체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도쿄시는 전기자전거를 사는 이에게 보조금을 준다.
우리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낮춰주는 혜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건강회복에 도움이 되므로 국가가 지출할 의료비도 줄어든다. (또한 이와 더불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병원을 이용하지 않을수록 건강보험료를 낮춰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러면 불필요한 의료쇼핑도 줄어들 것이고 병원은 경미한 환자를 치료하느라 응급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둘째, 차가 없거나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가 임산부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고, 서울시의 경우 19~24세 청년 중 15만 명을 선별해 연간 최대 10만 원의 대중교통비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를 확대하여 차 없는 모든 이에게 소액이라도 교통비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또한 현재 70세 이상 노인이 면허를 반납할 때 10만 원 권 교통카드를 지급하는데 이러한 혜택을 노인 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확대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운전면허의 영구적 반납 뿐 아니라 자발적 임시 정지도 가능하게 하고 그러한 정지 기간 동안 교통비를 소액이라도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 그렇게 되면 차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이들과 장롱면허자들이 차와 면허 없이 지내는 삶을 얼른 선택하게 될 것이다.
셋째, 노인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미 안산, 화성, 광명, 남양주 등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현재 지하철 적자의 한 원인으로 노인 무임승차가 문제시되고 있는데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노인에게 지하철 무료이용권이 아니라 교통비를 직접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노인은 불필요한 지하철 이용을 자제할 것이고 버스를 이용하는 노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또한 노인의 존엄성과 자유도 회복시킬 수 있다. 어떤 노인은 자존심 때문에 일부러 돈을 내고 전철을 탄다고 하는데, 그렇게 한들 다른 승객들이 그것을 알 리가 없다. 또한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로 꽉 찬 전철을 이용하는 노인의 경우 무임승차하면서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이유들로 인해 노인의 전철 무임승차는 노인의 존엄성과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노인에게 무료승차권 대신 직접 교통비를 지급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진다.
넷째, 주거복지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직장인에게 걸어서 출퇴근할 것을 권하려면 직장이 주거지와 가까워야 한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이 직장인들에게 직장과 가까운 주거지를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주거 목적으로 근무지 근처의 집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를 줄여주고, 전월세 집을 구할 경우 전세자금대출 이자 감액 또는 월세 일부 지원을 하는 것이다. 또한 사무실과 상가의 늘어나는 공실을 주택으로 변경하여 근처에 근무지가 있는 직장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치적 상상력이 기후위기 극복의 힘
이러한 다양한 복지 혜택의 제공과 더불어, 빨리 실행해야 하는 것은 도보·자전거 친화적인 인프라의 구축이다. 자전거를 위한 인프라에는 자전거 도로, 자전거 주차장, 자전거를 위한 신호체계 등이 있다. 앞으로 도로는 점차 자전거 통행이 기본이 되고 버스와 자동차 운행은 부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도심은 도보자와 자전거 이용자만 들어올 수 있어 차 없는 공간이 되었다. 네덜란드의 경우 국민 1700만 명이 2340만 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어 '자전거의 나라'로 불린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가 전철보다 3배가량 속도가 빠른데 그 이유는 '자전거 고속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에는 자전거 전용 주차장 등 자전거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는 완벽히 분리되어 있고 자전거를 위한 신호등도 따로 설치되어 있어 차들이 멈추고 자전거만 지나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일요일과 공휴일에 주요 도로를 막고 도보자와 자전거 이용자만 지나가게 한다.
우리도 이러한 선례를 따라 자전거 도로를 연장, 확대해야 하고, 직장, 학교, 아파트, 주택, 공공시설, 학교, 식당, 카페, 거리 등 사람이 머무는 모든 곳에 자전거 주차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공용자전거의 수도 늘리고 또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도보자에게 좋은 환경도 조성되어야 한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의 분리를 명확하게 하고, 공원, 가로수길 등 걷기 좋은 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곳곳에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를 많이 마련하면 더욱 좋다. 도심에 걷기 좋은 녹지를 많이 만들면 도시의 기온을 낮추는 효과도 생길 것이다.
복지혜택 제공, 인프라 구축에 이어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정부, 지자체, 학교에서 시민이나 학생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수원시의 경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자전거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어떨까? 또한 중고등학교 정도에서는 자전거 수리방법까지 가르치는 것이다. 더불어 학교 부지에 자전거 주차장을 넓게 확보하고 학생에게 무료로 대여자전거를 공급한다. 그래서 미래 세대는 자전거를 자신의 몸의 연장으로 여기고 주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 점수에 반영하여 내신이나 수능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과거의 체력장 대신 현재 학생건강체력평가가 시행되고 있는데, 걷기와 자전거 이용을 어느 정도 하면 그것으로 '달리기와 걷기' 항목을 대신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실시하여, 도보와 자전거 이용에 따르는 여러 공적인 혜택을 안내하고. 더불어 환경, 건강, 경제적 이익을 널리 알려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권, 안전 이슈와 결합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음주운전자의 면허정지 기간을 대폭 늘리고 면허취소 기준을 강화하여 운전의 기회를 줄이는 것이다. 또한 학교 등 아이들이 있는 곳 근처에는 아예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차보다 사람이 우선시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6월 15일 드디어 기온이 '산업화 이전 1.5도를 초과'하여 앞으로 극한의 기상 이변과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이 예상되는 기후비상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이달 초 이미 지구 표면 대기 온도가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올랐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편집자.) 이럴 때 국가는 시민이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지킬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공적 자금을 써야 한다. 칼리스에 의하면 화석연료 기업, 항공사, 유람선, 거대여행사가 아니라 친환경 산업, 의료, 돌봄 인프라 재건에 국가 예산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자연과 시민이 부담을 떠안지 않고 경제성장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뽑아내고 환경파괴에 일조한 자들이 공적 자금 마련에 부담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나미 경희사이버대 외래교수 |프레시안
“기후위기로 이어진 우리···녹색당의 정부는 지구”
6월 1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글로벌그린즈(세계녹색당) 총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지난 6월 9일 점심 무렵의 인천 송도컨벤시아. 2층 로비에 10여명이 빙 둘러앉아 축복을 위한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 전날(8일)부터 11일까지 이곳에서 열린 제5차 글로벌그린즈(세계녹색당)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호주와 솔로몬제도, 한국 등지에서 온 이들이다. 서핑으로 유명한 호주 본다이 지역에서 가져온 흙을 한 호주 녹색당원이 옆에 있는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에게 발라준다. 이마에 길게 한 줄, 양쪽 볼에 두 줄씩 칠하니 마치 전사의 분장처럼 보인다. “그쪽(호주)의 정신을 이쪽에 연결하는 의미라고 하네요.”(유정길)
1999년부터 뉴사우스웨일스주 웨이벌리 카운슬 시의원과 부시장 등을 지낸 도미니크 카낙씨는 성공과 승리를 뜻하기도 한다면서 자신이 선거에 나섰을 때 웃어른에게 받은 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성한 땅, 탐욕의 손은 안 돼(Sacred lands, not greedy hands)’라고 써진 옷을 입고 있었다. 이날 열린 작은 의식은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위기에 처한 태평양 도서 국가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열렸다. 월정사의 지철 스님이 이들의 요청을 받아 솔로몬제도가 그려진 그림을 들고 축원했다. 지철 스님은 “불교의 인드라망은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환경도 그렇고,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이어진 존재라는 거죠. 기후위기를 벗어나겠다는 마음이 나비효과처럼 이어지면서 변화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공동 원칙 공유하는 글로벌 정당
2001년 호주 캔버라에서 첫 글로벌그린즈 총회가 열린 이후 다섯 번째 총회가 한국에서 열렸다. 글로벌그린즈는 녹색정치에 뜻을 둔 정당과 단체의 연합체다. 녹색당과 생태당, 생태녹색당 등 조금씩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동일한 가치를 공유한다. 글로벌그린즈 헌장에 담긴 참여 민주주의, 지속가능성, 비폭력, 다양성 존중, 사회정의, 생태적 지혜라는 6가지 원칙이다. 이 원칙에 동의해야만 ‘녹색당’이 될 수 있다.
첫 총회 때 의장을 맡아 이 헌장을 비준하는 의사봉을 두드렸던 크리스틴 밀느 전 호주 녹색당 대표(전 태즈메이니아 상원의원)는 이날 기자에게 “전 세계 모든 녹색당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일련의 원칙에 합의했고, 그것이 글로벌그린즈의 헌장이 됐다”면서 “우리는 이제 전 세계에서 어떤 문화, 어떤 언어, 어떤 정치 체제에 속해 있든 상관없이 세계화된 유일한 정당”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글로벌그린즈는 아시아·태평양녹색당연합, 아프리카녹색당연합, 아메리카녹색당연합, 유럽녹색당 연합 등 4개의 연합체가 있다. 그 안에서 약 100개의 녹색당이 활동 중이다. 비록 국내에선 아직 국회와 지방의회를 통틀어 녹색당 출신의 의원은 없지만, 해외에선 무시할 수 없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글로벌그린즈의 2021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회와 같은 초국적 단위에서 선출된 의원(39명)을 포함해 국가(367명), 지방(917명), 지역(1만6989명) 단위에서 2만명 가까운 선출직 의원을 배출했다.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 가능성을 높인 비례대표제를 적극 도입한 나라일수록 녹색당의 활동이 활발하다. 부총리와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5개 부처 장관을 배출한 독일 녹색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열린 연방선거에서 14.8%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제3당이 된 독일 녹색당은 사민당, 자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독일에 이어 녹색당의 의회 진출이 활발한 나라는 멕시코다. 현재 멕시코 녹색당은 상원의원 6명과 하원의원 41명을 두고 있고, 두 곳의 주에서 정부를 구성했다. 거의 1000명의 시의원을 배출했다. 이들이 170개 도시를 운영 중이다. 콜롬비아에도 4명의 상원의원과 15명의 하원의원이 있다.
레오나르도 알바레스 멕시코 생태녹색당 국제관계위원장(전 상원의원)은 아메리카 녹색당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를 ‘환경보호에 대한 감수성’에서 찾았다. 그는 “채굴과 벌채로 숲이 파괴되고, 원주민들의 삶이 위협받는 일은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업과 정치인들은 자신의 땅을 지키는 원주민들을 죽이고 그들의 신성한 땅을 파내고 파괴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은 사회정의, 환경정의와 균형을 맞춰야 하며, 그게 바로 지속가능한 개발이고 녹색당이 이루고자 하는 주요 목표”라면서 “총회는 사회정의와 환경정의에 대한 정치적 의제와 선거 경험을 공유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30개가 넘는 주제회의가 열렸다. 기자는 에코사이드(생태학살)와 기후이주를 주제로 한 회의와 창당 이후 처음 열린 한국 녹색당 전당대회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기후위기로 이어진 우리···녹색당의 정부는 지구”
에코사이드 범죄화 논의
에코사이드는 ‘생태학살’, ‘생태살해’로 번역할 수 있다. 인간 활동으로 환경파괴와 기후위기가 초래됐고, 이로 인해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대규모로 장기간 그 영향이 지속될 환경파괴 활동을 하는 개인과 국가, 단체(기업)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집단 살해, 침략 범죄를 관할하는데, 에코사이드를 여기에 추가해 국제범죄로 다루자는 움직임도 생겼다. 이 운동을 주도해온 비정부기구 ‘스톱 에코사이드’는 에코사이드를 “환경에 심각하고 광범위하거나 장기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행동인데도 이를 불법 혹은 고의적으로 저지른 행위”로 정의한다.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조효제·창비)에 따르면 에코사이드라는 말은 1969년 신경제학 슈마허센터에서 발간한 ‘에코사이드와 제노사이드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의 소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1970년 미국의 생명윤리학자 아서 갤스턴이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고엽제 무차별 살포를 에코사이드로 비판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 국토의 5분의 1에 고엽제와 네이팜탄을 투하했다. 210만~480만명의 주민이 고엽제에 노출됐다. 암과 피부병, 백혈병, 호흡기 질환 등으로 성인이 고통을 입는 데 끝나지 않고, 태아의 이상 발육과 기형을 유발해 대를 이어 그 피해가 이어졌다. 갤스턴은 “자신의 고유한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환경을 고의적·영구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인 에코사이드는 반인도적 범죄로 간주해야 마땅하다”고 선언했다.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에코사이드 논의는 최근 다시 힘을 얻었다. 이론을 넘어 법적 체계에 포함하려는 구체적 실천이 시도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2020년부터 형법에 에코사이드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녹색당이 주도하지만 보수당도 힘을 보태고 있다. 179개 의회를 대표하는 국제의원연맹(IPU)은 2021년 7월 열린 총회에서 에코사이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회원국 의회에 환경에 대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고 처벌하기 위해 형법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터키, 인도, 니카라과 세 나라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사무엘 코골라티 벨기에 하원의원(녹색당)은 지난 6월 10일 열린 에코사이드 세션에서 “비록 구속력이 없는 문서지만, 생태학살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목표로 등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코사이드는 기업보다 기업의 최고결정자와 같은 개인의 처벌에 중점을 둔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스톱 에코사이드의 공동창립자 조조 메타는 국제범죄로서 에코사이드가 갖는 의미를 ‘억지력’에서 찾았다. “국제범죄의 강력한 측면 중 하나는 책임이 큰 개인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정부의 장관, 심지어 국가 원수라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기소되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의미가 다릅니다. 기업은 소송비용에 대한 예산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이 소송에 연루되면 구속에 따른 자유를 위협받을 수 있고, 재정적인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한 억지력을 갖게 되죠.”
지난 6월 6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 있는 노바 카호우카댐이 폭발로 파괴됐다. 이런 파괴 행위 또한 에코사이드로 볼 수 있다. 댐 폭파로 인한 홍수와 지뢰유실로 인명 피해를 입는 데 그치지 않고 농지가 훼손되면서 식량위기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드니프로강의 물을 냉각수로 쓰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강 하류에 있던 화학공장에서 유출된 오염물질이 흑해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조 메타는 “우크라이나의 댐 파괴는 매우 심각하고 광범위하며 잠재적으로 매우 장기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댐을 파괴한 행위는 생태학살 범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에코사이드 실무그룹을 내년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에 에코사이드를 추가하려면 회원국(123개국)의 3분의 2인 82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조조 메타는 가능성을 높게 봤다. “유럽연합(27개국)이 지지한다면, 82개국의 거의 3분의 1을 확보한 셈이 됩니다. 또한 많은 작은 섬 국가들도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몇 개의 국가 블록이 모이면 실제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기후난민 문제에도 해법 찾아야
에코사이드는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사는 이들의 경제·사회·문화 지속성도 위협한다. 이 지점에서 에코사이드와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연결된다. 1944년 제노사이드 개념을 처음 제시했던 법학자 라파엘 램킨은 제노사이드를 단순히 많은 사람을 죽이는 학살행위로 보지 않고, 특정 집단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정체성을 소멸시키는 행위를 핵심으로 봤다. 광물과 석유를 채굴하는 기업들이 숲을 파괴하고, 그곳에 살던 원주민을 쫓아내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행위는 에코사이드와 제노사이드가 서로 얽혀 있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6월 10일 열린 한국 녹색당 전당대회에서 강원 녹색당 당원들이 당의 활동을 소개 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기후이주나 기후난민(기후변화로 실향민이 된 사람들)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등 히말라야 인근 국가들에서는 빙하가 녹으면서 돌발 홍수가 일어난다. 그 뒤엔 가물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마을이 텅 비고, 그곳에 살던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문화도 사라진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네팔의 책임은 거의 전무한데도,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최전선에서 감당하고 있다. 빙하가 다 녹아 물이 사라지면 심각한 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회에서 만난 티카 반다리 아시아·태평양녹색당연합 공동의장은 히말라야 지역의 환경과 문화유산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녹색당은 지역의 공동체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온이 상승해 뎅기열과 말라리아모기가 산기슭까지 올라왔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산이 건조해지고, 빙하가 녹은 물은 빙하호수를 범람시켜 홍수를 일으킨다. 우기에는 산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심각하게 여기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정부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총회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태평양 도서 국가 주민들을 위해 난민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의 난민협약은 기후이주민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뉴질랜드 녹색당은 기후난민에 영주권을 부여하는 새로운 비자 제도를 정부와 협의 중이다. 이 당의 에밀리 서튼 의원은 “태평양 지역에서 매년 100명에게 발급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와 적응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태평양 지역 사회에 대한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회 맞아 전당대회 연 한국 녹색당
세계 여러 곳에서 정부 운영에 참여하는 녹색당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한국은 녹색정치의 ‘무풍지대’에 가깝다. 2012년 창당 후 3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경험했지만, 아직 어느 단위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득표율은 2012년 0.48%에서 2016년 0.76%로 뛰어올랐지만, 2020년 21대 선거에선 0.21%로 꺾였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성적을 냈다.
한국 녹색당은 이번 총회가 국내에서 녹색당이 비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총회와 함께 열린 한국 녹색당의 첫 전당대회는 전국의 녹색당원이 한자리에 모여 결의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강원 녹색당원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강원난개발특별자치도’를 쓴 팻말을 격파하는 등 지역 당원 한명 한명이 모두 단상에 올라 지역 의제와 당을 소개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만난 녹색당원들은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서울 녹색당의 김서린 당원은 “최소한 사람들이 투표한 비율만큼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도록 개선돼야 사람들도 내 표가 사표가 될 것이라는 걱정 없이 소신 있게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대의원을 추첨으로 뽑는다. 김씨는 2015년 입당한 다음 해 대의원에 뽑혔다. 그는 “대의원 활동을 하면서 당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추첨으로 대의원을 뽑는 건 당이 당원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모두가 결정할 권한과 능력이 있다는 걸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그린즈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표했다. “녹색당의 자랑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세계의 녹색당과 함께 연결돼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기후위기는 한 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또 그 외에도 국경을 넘어서는 여러 문제가 있는데 모두가 상황은 다르지만 이런 문제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자신이 치열하게 활동해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힘을 받아갈 수 있는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소수자 문제 등 기존 정당이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녹색정치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강원 녹색당에서 온 연주씨(21)는 “기후위기 시기가 이미 다가온 만큼 녹색당의 힘은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사람보다 차가 먼저… 표지판만 ‘보행자 우선도로’
시행 1년 다 돼 가지만 유명무실
보행자 위협 운전 범칙금 물지만
경적 울리고 행인 추월하기 일쑤
전포동 카페거리 등 13곳 지정
도로 정비 등 예산만 62억 들여
안전 보장할 실질적 대책 필요
차량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보행자 우선도로’ 시행 1년이 돼 가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의 보행자 우선도로. 부산일보DB
도로에서 차량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보행자 우선도로’ 시행 1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차가 먼저인 도로로 기능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행자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할 실질적인 대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26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젊음의 거리 보행자 우선도로. 대학가 근처라 식당과 카페가 많고 보행자 통행이 항상 많은 구간이지만 불법 주·정차된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빠르게 달리는 택배 차량이나 배달 오토바이까지 더해져 사고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빈번하게 연출됐다. 보행자 우선도로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경적음을 울리거나 보행자를 추월하는 차량이 대부분으로 보행자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생 이 모(23) 씨는 “도로 가운데로 지나가면 뒤에서 차가 경적음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며 “운전자가 보행자 우선도로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2일부터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차량보다 보행자의 통행을 우선하는 ‘보행자 우선도로’가 도입됐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보행자 안전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이면도로 등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하고 속도저감 시설이나 안전표지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경찰은 필요시 보행자 우선도로의 차량 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제한할 수 있다. 보행자를 추월하거나 위협적으로 운전하면 범칙금 최대 9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의 보행자 우선도로. 부산일보DB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7월 8개 자치구의 13곳(49개 구간), 총연장 7996m 구간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했다. 시는 3곳(금정구 구서역 일원, 금정구 부산대학로 인근 구간, 영도구 해동병원 일원)을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도입 취지대로라면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보행자는 도로 전 구역을 통행할 수 있고 운전자는 제한속도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서행해야 한다.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되는 곳은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힘들어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영구 수영팔도시장, 전포동 카페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보행자 우선도로에서는 여전히 보행자들이 주차된 차량 사이나 빠르게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차를 피해 길 가장자리로 걸어야만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어린이 보호구역과 달리 보행자 우선도로 단속 건수 통계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통계가 없다보니 제도의 실효성을 체감하거나 보완점을 마련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제도 실효성은 떨어지는데 도로 정비에만 예산이 사용돼 사실상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는 보행자 우선도로 13곳에 총 62억 2000만 원(국비 27억 1000만 원, 시비 22억 5500만 원, 구비 12억 5500만 원)을 투입했다. 대체로 도로 정비와 표지판 조성 등에 예산이 사용됐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사고를 줄이는 방법으로 속도저감 시설물 설치와 교육, 단속이 필요하다”며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힘든 곳에서 보행자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보행자 우선도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가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시설물 설치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차가 빠르게 지나가지 못하도록 보행자 안전이 우선인 곳으로 공간을 조성하려고 계속 노력 중”이라며 “구·군별로 실효성 있는 시설을 확대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양산시 사송신도시 일대 고리도롱뇽 보호대책 허점, 폐사 잇따라
LH, 대체 서식지 30여곳 조성 제대로 기능 못해
경남 양산 사송신도시 일대에 멸종위기종인 고리도롱뇽 서식지를 조성했으나 폐사가 지속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양산시 동면 경암숲 인근 사송신도시 내에 조성된 고리도롱뇽 대체 서식지 현장. 물이 바짝 말라 대체 서식지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성룡 기자
지난 23일 국제신문 취재진은 사송신도시 2단계 공사장 맞은편 동면 경암숲 인근 신도시 부지에 최근 설치한 고리도롱뇽 대체 서식지와 집단 서식지를 둘러봤다. 웅덩이에 설치된 철제 그물망의 가운데 움푹 팬 곳이 찢어져 뚫려 있었다. 물도 말라 고리도롱뇽이 서식할 환경이 되지 못했다. 동행한 최복춘(동면 양주동·국민의힘) 양산시의원은 “절토공사로 인해 대체서식지로 물 공급이 잘 안되는 데다 물이 잘 빠지는 토양이라 바닥 방수처리에도 물이 잘 고이지 않는다. 안전을 위한 철망도 단단한 것으로 설치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체 서식지는 사송신도시 조성에 따른 물길 차단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돼 고리도롱뇽 대량 폐사가 잇따른다는 지역환경단체 지적이 이어지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송신도시 인근 외곽지 30여 곳에 조성했다.
이곳에서 부산 금정구 방향으로 200m가량 떨어진 사송3초중 통합학교 맞은편 도랑 집단 서식지에서도 고리도롱뇽 폐사가 계속되고 있다. 사송신도시 조성 중에 집수정을 설치하면서 물길이 차단된 탓이다. 사베천 일대 집단 서식지 역시 굽은 하천을 곧게 정리하는 직강 공사로 물이 단시간에 넘치거나 빨리 빠지면서 고리도롱뇽이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공혜선 활동가는 “신도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고리도롱뇽 보호대책이 마련됐으면 멸종위기종 생물이 집단폐사 하는 사태는 막았을 텐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암숲 인근 사송신도시내 고리도롱뇽 대체 서식지에 설치된 그물말이 찢어져 있다. 국제 김성룡 기자
양산 사송신도시내 사송3초중 통합학교와 유치원 부지 인근 고리도롱뇽 집단 서식지에서 환경보호단체 요원들이 도롱뇽 구조활동을 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자연 속 신비의 불빛…에버랜드 ‘한 여름밤의 반딧불이’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가 올해 워터 스텔라 여름축제 기간 동안 ‘한 여름밤의 반딧불이’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오직 여름에만 경험할 수 있는 에버랜드 반딧불이 체험은 국내 최대 규모로,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청정환경지표 곤충인 반딧불이가 매일 약 1만 마리씩 눈앞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아름다운 광경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반딧불이 체험을 다녀간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올해 운영 기간이 약 1.5배 늘어나 지난 23일부터 8월 27일까지 66일 동안 반딧불이를 오래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한 여름밤의 반딧불이’ 프로그램은 영상 시청, 한살이 관찰, 형설지공 체험, 반딧불이 숲 체험 등의 순서로 회당 약 20분간 펼쳐진다.
먼저 체험장에 입장하면 교육 영상을 통해 반딧불이의 생태와 불빛을 내는 이유 등에 대해 배워 보고, 체험용 책상 위에 놓인 수조에서는 이끼에 자리잡은 알, 물 안에서 기어 다니는 애벌레, 흙 안에서 변태를 준비 중인 번데기 등 한살이 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반딧불이의 일생을 알아볼 수 있다.
뒤이어 불을 모두 끄고 반딧불이가 수십 마리 들어있는 투명통을 가까이 가져가 글자를 읽어보는 형설지공 체험이 이어진다. 이렇게 생태 관찰과 체험이 끝나면 넓은 숲 체험장으로 장소를 옮기는데, 모든 조명이 꺼지고 약 1만 마리의 반딧불이 불빛이 사방에서 반짝이는 하이라이트 광경이 펼쳐진다.
특히 은하수 별들과 같이 무수히 반짝이는 반딧불이 불빛에 감성적인 음악과 고객 마음을 움직이는 내레이션까지 더해지며 감동의 순간은 극대화된다.
올해 에버랜드는 반딧불이 연출 효과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숲 체험장 사방에 전면 거울을 새롭게 설치했으며, 고객들이 편하게 앉아 반딧불이를 감상할 수 있도록 벤치도 마련했다.
‘한 여름밤의 반딧불이’ 체험 프로그램은 로스트밸리 교육장에서 매일 오후 4시 30분부터 8시30분까지 진행되며, 에버랜드 홈페이지(www.everland.com)와 공식 앱을 이용한 스마트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지난해 여름에 진행됐던 에버랜드 반딧불이 체험에는 약 2만2000명이 자연이 만드는 신비로운 순간을 경험했으며,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약 99점을 기록하고 N차 방문이 이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환경오염으로 자연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반딧불이를 직접 보면서 잠시나마 자연 보호에 대해 생각하며 힐링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 서글픈 현실입니다.
"우리 동네 자연유산 지킴이"…당산나무 할아버지 20명 위촉
문화재청, 제2회 당산나무 할아버지 전국대회 열어
'제2회 당산나무 할아버지 전국대회'
우리 동네의 자연유산을 보존·관리하는 데 앞장설 든든한 지킴이들이 새로 활동을 시작한다. 문화재청은 26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제2회 당산나무 할아버지 전국대회'를 열고 김지훈 대구 도동문화마을협의체 사무국장 등 20명을 '당산나무 할아버지'로 위촉했다.
당산나무 할아버지는 자연유산 보존·관리 활동을 하는 마을 대표에게 명예 자격을 주는 제도다.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는 나무를 뜻한다. 김 사무국장은 '천연기념물 1호'로 잘 알려진 도동 측백나무 숲 보존에 힘써 온 인물이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측백나무 숲은 높이가 5∼7m에 이르는 나무 700여 그루가 있는 자연유산이다. 측백나무 외에도 소나무, 느티나무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 사무국장 등 신임 당산나무 할아버지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이들은 앞으로 각 지역에 있는 자연유산의 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향후 민속 행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행사에서는 천연기념물 등 자연유산 보존·관리 업무를 맡아 온 변성훈 제주 세계유산본부 주무관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자연유산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당산나무 할아버지와 지역공동체 역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yes@yna.co.kr
도쿄 녹지 찾은 오세훈 "이게 녹지생태도심…서울 대개조“
용적률 풀어 고층 올리며 땅 받아 녹지 조성…"서울 모든 재개발 적용" 'IC 위 공원' 메구로 하늘공원에선 "동부간선도로 차막힘 해결 가능"
공무 출장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도쿄역 인근에 조성된 길이 100m, 폭 30m 규모의 숲 '오테마치 포레스트'를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대개조'를 언급하며 추후 서울 도심부 재개발 시 용적률과 높이 등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녹지를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24일부터 3일간 도쿄 곳곳 녹지를 둘러봤다. 2026년까지 서울에 6곳의 대규모 권역별 공원과 2천여곳의 마을정원을 조성하고 2천여㎞에 달하는 초록길을 만들겠다는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최근 발표한 만큼 앞선 해외 사례를 익힌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25일 오전에는 도쿄 역세권의 도심 고밀 재개발 지역인 마루노우치 지구를 시찰했다. 이 지구는 도쿄역과 황거(일왕 거주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도쿄의 명소 중 하나다. 민간 개발을 하면서도 녹지공간이 충분히 조성된 대표적 장소로, 빌딩을 높이 짓게 허락하는 대신 건축물 면적(건폐율)을 줄이고 저층부를 녹지와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든 게 핵심이다.
현장 해설을 맡은 송준환 야마구치대 건축학과 교수는 "본래 이곳은 황거 앞이라 30m 이상 높은 건물을 짓지 못했다"며 "주변 신주쿠나 시부야 등에는 초고층 빌딩이 개발되며 부동산 가치가 떨어졌고,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 방침이 책정되는 등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1988년 전면 재개발을 발표했지만 경제불황 여파로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1996년 추진협의회가 행정청에 개발 방법을 제안하는 등 많은 논의가 오갔다. 도쿄도와 치요다구, JR동일본과 토지 소유권자 등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간담회도 여러 차례 열렸다. 진통 끝에 2000년 '도쿄역 주변 지구정비 유도방침 및 가이드라인' 등이 수립돼 재개발이 본격 추진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일대에는 용적률 1천% 이상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동시에 곳곳에 녹지가 조성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자 도쿄의 상징적 명소로 변모했다.
도쿄의 오테마치 포레스트
오 시장은 마루노우치 지구를 둘러보며 이런 녹지공간이 서울에도 많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제가) 개발론자라 오해를 받는데, 개발업자가 돈 벌게 하려는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이런 녹지공간을 주기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며 "이런 공간이 강남에 있나 서울 도심부에 있나. 반성을 바탕으로 이런 공간을 확충하는 게 '녹지생태도심 재창조'이자 '서울 대개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예산을 최소화하며 시민들이 걷고 머물고 누리는 녹지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세운지구도 그렇고 이런 공간이 많아질 것"이라며 추후 서울에서 이뤄지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이 같은 시스템이 안착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남 등 기존의 도시계획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개발 주체가 공개공지(사적 대지 안에 조성토록 하는 공적 공간)를 받아 시민을 위한 시설을 실내에 만들어놓으면 사실상 자유롭게 쓸 수가 없다면서 "문 열고 들어가 커피라도 사 먹어야 공간을 쓸 수 있는 방식"이라며 "지나가는 사람도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공개공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간을 개편해 쾌적한 녹지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면 '도시공간국'이 돼야 한다"며 현재 도시계획국의 명칭 변경 등 큰 틀의 시정 철학을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 가능성도 시사했다.
오 시장은 이날 도쿄역에서 일왕 주거지로 가는 길을 걸으며 문화재 옆 높이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최응천 문화재청장을 만나 문화재 인근이라도 필요에 따라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무작정 높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녹지나 보행로를 조성해 문화재까지의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의도다.
그는 "지금은 '감히 문화재 옆에 높은 건물을 짓느냐'며 거부하지만, 건물은 옆으로 빠지고 폭넓은 도보가 종묘부터 남산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해보라"며 "무엇이 진정 문화재를 돋보이게 하는 건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후 토라노몬 일대와 아자부다이힐스, 미드타운 지구 등 도쿄의 고밀복합개발 현장을 방문해서도 같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모두 마천루 같은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서도 대규모 녹지를 구축하고 도로를 정비해 시민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민과 관이 협력하고 보존과 개발을 조화시키며 민간 부지와 공공 녹지를 통합 조성한 곳이다. 이처럼 유연한 도시계획을 통해 신·구 건축물은 조화를 이루고 도심 속 녹지를 최대한 확보해 개발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시민을 배려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마루노우치 지구 방문에 앞서 24일에는 메구로구에 위치한 '메구로 하늘공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고속도로와 도쿄 내부 도로를 잇는 IC 위에 지붕을 덮고 옥상에 정원을 조성한 시설이다. 원형으로 빙 둘러 조성된 IC의 한가운데에는 운동장도 조성돼 주말에도 젊은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거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 시장은 시설 옥상에 조성된 녹지 외에도 원형으로 길게 뺀 IC 구조에 관심을 보였다. 이곳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기존 도로부터 길게 늘어서지 않아 교통 체증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구상이다. 그는 "서울 동부간선도로 등 도로의 진출입로가 많이 막힌다"며 메구로 하늘공원의 IC가 800m가량 길게 조성된 것을 언급, "이렇게 도로를 길게 빼면 IC는 막히더라도 이외 도로에서는 쌩쌩 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adiness@yna.co.kr
반세기 전 수몰 16세기 교회 물 밖으로…멕시코, 기록적 가뭄
19일(현지시각)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에 있는 16세기 교회 모습이 드러났다. AFP 연합뉴스
댐 건설로 물에 잠겼던 16세기 멕시코 교회 건축물이 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은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에 있는 케출라 교회가 가뭄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 교회는 멕시코가 스페인 식민 통치하에 있던 16세기(1564년) 도미니카 수도회 회원들이 세웠다. 1773~1776년 주변에 흑사병이 유행한 이후, 교회는 버려졌다고 한다. 교회는 1966년 근처 강에 댐이 건설되면서 물에 잠겼다.
2015년 10월16일(현지시각) 가뭄으로 저수지 수위가 낮아져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에 있는 케출라 교회가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AP 연합뉴스
최근 해당 지역에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져 건물 전체가 드러났다. 2015년 심한 가뭄으로 저수지 수위가 낮아져 교회가 일부 모습을 드러낸 뒤 최근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교회 전체 모습이 물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친구와 함께 교회를 방문한 호세 에두아르도 제아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작은 교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인상적”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지역 어부들은 계속된 폭염과 가뭄에 우려를 나타냈다. 민물고기 ‘틸라피아’ 양식업자 다리넬 구티에레즈는 <아에프페>에 “(약 5개월 전부터) 물이 너무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무엇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폭염은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1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멕시코에서 에너지 경보가 발령됐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일부 지역의 기온이 45도를 넘어서면서 전력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주 동안 12개 주에서 정전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멕시코에서는 이번 폭염으로 최소 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국민의힘 퇴장 속 '日오염수 방류 철회 결의안' 野 단독 통과
與 "참여 어렵다"…정부에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어업인 보호대책 마련 촉구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국회 농해수위는 27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및 수산물 안전성과 어업인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고 재석 11명에 찬성 11명으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민주당 위원 전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항의의 뜻으로 퇴장했다.
결의안을 보면, 1호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것이다. 2~4호는 한국 정부에 △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및 잠정조치 청구 △ 한국 해역 방사성 물질 감시 확대 및 예측 고도화, 수산물 방사능 검사 확대 및 유통이력 관리·원산지 단속 강화 추진 △ 수산물 소비촉진방안 강구 및 수산업계 피해 최소화·어업인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다. 마지막 5호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독립된 제3의 전문가 집단이 원전 오염수 검증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표결 직전 여야는 결의안 상정 여부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국민의힘 농해수위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과학적, 객관적 증거로 인체에, 그리고 어류 섭취에 해가 되는 경우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며 "수산물에 오염수 피해가 있을 때 대책을 마련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결의안을 만들려면 여당과 의논해 사전에 합의해야지 이렇게 불쑥 내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의안) 내용을 읽어보면 아주 민감하고 여야 입장이 달라 손 볼게 많다. 참여가 어렵다"고 밝혔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단식 중인 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일본 의회도 5월 19일에서 6월 2일 사이에 일본 정부에 '이해와 합의 없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 중지에 관한 청원'을 제출했다"며 "우리 여당인 국민의힘이 왜 민주당이 괴담을 퍼뜨린다면서 횟집 먹방을 하나. 횟집 먹방 하려면 후쿠시마에 가서 하시라"고 맞섰다. 이어 "차라리 여당은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데 찬성한다고 하시라. 뭘 꼬아서 이해도 안 되게 그렇게 말을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은 "실무상 여러 차례 (여야 의원들이 결의안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해양수산부는 오염수 해양 투기 이후 문제도 다뤄야 한다. 그 대책을 세우라는 촉구 결의안이라 위원회에서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프레시인 최용락 기자
세슘우럭' 문제 되자 이제서야…도쿄전력 "해저토양 조사"
[앵커]얼마 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세슘이 기준치보다 180배 높은 우럭이 잡혔다는 보도 기억하실 겁니다. 사실 해당 지역에서 방사능 기준치를 넘는 물고기가 잡힌 건 벌써 여러번입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도쿄전력이 바다 밑 토양을 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자]후쿠시마 원전 바로 앞에 있는 디귿자 모양의 취수로.
지난달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기준치보다 180배 높은 우럭이 잡힌 곳입니다. 도쿄전력이 이 '세슘 우럭'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이곳 어류가 바깥 바다로 나가지 않도록 그물 작업 등 공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도쿄전력/직원 : 설계 자재 조달 등 준비가 갖춰지는 대로 2023년 내 운용 개시를 목표로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은 세슘우럭의 원인으로 바다 밑 토양을 지목하고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곳 해저 토양에서 kg당 10만 베크렐이 넘는 세슘이 확인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올해로 12년. 세슘우럭이 잡힌 곳에서 기준치가 넘는 어류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9년에도 한 마리가 잡혔고, 지난해엔 이곳에서 잡힌 12마리 모두 기준치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를 묵혀오다가 오염수 방류에 임박해서야 바다 밑 토양 조사에 나선 겁니다.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를 위한 시설공사를 마친 가운데, 일본 언론은 다음달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그로시 라파엘 사무총장이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에게 최종 보고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JTBC 김현예 특파원
일 외무성에 있어서는 안 될 미발표 IAEA보고서
문서 제보자 “그것 자체가 외무성-IAEA 거래증거”
외무성이 ‘보고서 사전보유’ 유출자 색출나선 이유
IAEA 사무총장 방일 연기도 문서유출 때문
곧 재판 받겠지만 진짜 대상자는 외무성·IAEA
“내 운명을 건 도박, 끝까지 싸우겠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엔너호다시(市)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으로 향하기 전 키이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댐에서 끌어오는 물로 원자로를 냉각해왔으나 지난 6일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면서 냉각수 고갈 위기에 처했다. 2023.06.14. AFP 연합뉴스
“외무성의 많은 관리들이 당신의 방송이 나간 뒤 밤을 새웠습니다. 그들은 보고서 제목과 목록이 공개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정보 유출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필사적입니다. 심지어 퇴직자들까지 조사했습니다. 이는 그들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도에 대한 외무성 등 일본정부 반응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26일 보도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관련 일본정부-국제원자력기구(IAEA) 뇌물 및 보고서 날조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가 27일 그 보도에 대한 외무성 등 일본정부의 반응을 전하면서, 방송에 일본어와 영어 자막을 넣어 전파력을 세계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했다.
인터넷으로 <더탐사> 방송을 지켜본 듯, 어제 한국에서 자신의 제보 내용이 보도되는 것을 지켜봤다는 제보자는 이번에도 영문으로 작성된 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이날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7월 4일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자신과 한국 보도팀의 "협력이 얻어낸 승리"라고 주장했다. 원래 6월 말로 예정돼 있던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일 일정이 늦춰진 것이 자신의 26일 제보내용 보도 때문이었다며, 그것이 밤 사이에 이뤄진 긴급 결정임을 그는 강조했다.
일본의 내부 제보자가 IAEA 보고서와 관련해 더탐사에 보내온 이메일. 더탐사 유튜브 캡처
방송에 “일어·영어 자막 달자”
제보자는 그 방송이 큰 영향력(great influence)을 지녔으나 언어가 달라서 전파(보급) 범위는 넓지 못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후의 방송들에 일본어와 영어로 자막을 달면 전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는 제안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제보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 최종 보고서 제목과 차례 등을 찍은 사진 몇 점을 함께 보내면서, “그것들은 외무성이 지금 갖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공표되지도 않은 IAEA의 최종 보고서를 외무성이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제보가 사실임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물”이라고 그는 말했다.
제보자가 공표되지도 않은 IAEA 최종 보고서 완성본을 갖고 있거나 그것을 촬영했다면 외무성이나 IAEA에서 입수했거나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가 외무성이나 IAEA 내부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하게 한다.
제보자가 자신의 제보가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 전송해온 후쿠시마 핵오염수에 관한 IAEA 최종보고서 표지 복사본.
“내 운명을 건 도박”
제보자는 자신에 대해 얘기할 수 없는 처지를 이해해 달라면서, “아마도 당신은 곧 내가 누구인지 텔레비전을 통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머지 않아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걸 그가 예감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내 운명을 건 도박”이라며 “법의 심판을 받게 되겠지만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은 외무성과 IAEA”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인류 전체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싸우는 “정의”의 편이라며 “(일본)정부가 핵 오염수 방류를 멈출 때까지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외무성과 IAEA가 100만 유로에 모든 인류를 팔아 치우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제보자가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 보내온 후쿠시마 핵오염수에 관한 IAEA 최종 보고서의 차례 복사본 사진.
제보 원문 번역
지난 밤 당신의 라이브 방송을 봤습니다. 당신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세계가 당신의 용기와 노력을 지켜봤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 얘기할 수 없어서 미안합니다. 내 처지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대했던 대로 외무성의 많은 관리들이 당신의 방송이 나간 뒤 밤을 새웠습니다. 그들은 보고서 제목과 차례가 공개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정보 유출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필사적입니다. 심지어 퇴직자들까지 조사했습니다. 이는 그들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기시다 총리가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7월 4일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밤 사이에 이뤄진 긴급한 결정이었습니다. 당신의 방송은 원래 6월 말로 예정됐던 그로시의 일본방문 스케줄을 성공적으로 연기시켰습니다. 이건 우리의 협력이 얻어낸 승리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내 운명을 건 도박, 이것이 진실을 드러내고 빛을 껴안아야 할 내 운명입니다. 아마도 당신은 곧 내가 누구인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알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나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겠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정작 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은 외무성과 IAEA입니다.
나는 내가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모두 인류 전체의 안전과 복지에 관한 것입니다. 정부가 핵 오염수 방류를 멈출 때까지, 나는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 방송의 영향력은 심대했으나, 언어가 달라서(한국어 방송이어서) 전파(보급) 범위는 좁았습니다. 내 생각에는 이후의 방송들에 일본어와 영어로 자막을 달면 전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끝으로, 내가 말하는 것이 사실(truth)임을 입증하기 위해, 최종 보고서의 일부를 찍은 사진 몇 점을 첨부합니다. 그것들은 외무성이 지금 갖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핵심적인 증거물입니다. 외무성과 IAEA가 100만 유로에 모든 인류를 팔아 치우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만일 당신들이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없다면, 그것을 막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무한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우리가 응원하겠습니다.
조세티Jorseti /시민언론 민들레
“일본정부가 뇌물주고 IAEA보고서 고친 것 맞다”
조세티' 가명제보자 “외무성 간부 녹취록은 사실”
보고서 미리 받아 일본정부 뜻대로 엄청난 수정
“삼중수소 발견되지 않았다” 추가토록 요구도
외무성, 문건 노출 뒤 증거인멸, 입단속 나서
뇌물받은 IAEA 간부 방일 꺼려 보고서 발표 차질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100만 유로 이상의 뇌물을 주고 오염수가 ‘절대안전’하다는 최종보고서 결론을 미리 받아놓고 있다는 ‘외무성 간부 A 메모’ 내용이 사실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일본정부가 사전에 입수한 IAEA 최종보고서 내용을 대폭 수정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면서 이번 폭로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일본외무성이 관리들에게 IAEA와의 개인적인 채팅 내용들을 모두 지우게 하고, 허가 없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지 말라는 입단속을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폭로했다.
<민들레>와 <더탐사> 보도내용은 “모두 사실”
시민언론 <민들레>는 26일, 일본 외무성 내부인물로 추정되는 ‘Jorseti’라는 가명을 쓰는 사람으로부터, 일본 외무성과 일본 미디어(언론)들이 최근 ‘가짜 뉴스’라며 부인한 <민들레>의 22일 보도내용(“IAEA, 일본정부 돈받고 '핵오염수 절대안전' 결론?”)과 21일 <더탐사>가 방송한 일본 외무성 간부 A 메모 내용에서 “언급된 수많은 디테일들이 내가 알고 있는 것(사실)과 합치한다”는 제보를 <더탐사>를 통해 전달받았다.
그가 영문으로 작성해서 보낸 제보 내용에는 “미즈노(IAEA 안전기준 워킹그룹 위원)와 프리먼(IAEA 담당관) 사이에 오간 100만 유로가 넘는 정치헌금, (저장탱크의 오염수 검출) 스트론튬 90이 기준치를 (3만배) 넘는다는 것 등 폭로된 문서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명기돼 있다.(아래에 제보문서 원문과 번역문 게재)
외무성 간부 A 메모 1
외무성, IAEA와의 채팅 지우고 허가없는 인터뷰 불허
제보자는 외무성이 이번 폭로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긴급회의를 했다면서, 외무성이 “모든 관리(직원)들에게 허가 없이는 미디어 인터뷰에 응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며, “외무성과 IAEA가 주고받은 모든 개인적 채팅 기록들을 지우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이 미디어와의 인터뷰 단속에 나선 것은, <민들레가> 지난 8일 보도한 폭로기사('한국시찰단 방일 중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 무해"판정?')와 22일 보도한 기사('IAEA 일본정부 돈 받고 "핵 오염수 절대 안전" 결론?')가 모두 핵 오염수 처리 관련 고위 당직자들이 인터뷰한 내용이 유출된 것을 제보받아 보도한 것이고, 이것이 일본에서도 큰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부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외무성 고위관리가 “일본은 IAEA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뇌물을 준 죄를 동시에 감당할 수는 없다”고 말한 사실도 폭로했다. 외무성 고위관리가 말한 IOC 뇌물죄는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장이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거액의 뇌물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다. 그는 IOC 뇌물죄도 감당하기 힘든데 IAEA 뇌물 문제까지 터지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그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는 또 ‘외무성 간부 A 메모’에서 일본정부의 뇌물을 받은 또 한 사람으로 거론된 IAEA 그로시 사무관장이 IAEA 최종보고서 발표를 위해 이달 말에 일본을 방문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그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일본 외무성이 어떤 이유에서든 그의 방문이 연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IAEA 최종보고서 미리받아 큰 폭 수정
제보자는 또 일본 외무성이 불법 공작을 통해 이번 달 말 발표될 예정인 IAEA의 최종 보고서를 6월 15일 이전에 미리 받아 “엄청난 수정을 했다”면서 “한마디로, 일본정부가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일본정부가 요구한 수정내용은 예컨대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꿀 것, “ALPS 처리수의 방사선 피폭”에서 “방사선”이라는 말을 뺄 것, “83마리 물고기 모니터링 샘플에서 OBT(Organically Bound Tritum. 유기결합 삼중수소)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추가할 것 등이라고 제보자는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그는 일본정부가 IAEA 최종보고서를 6월 15일 이전에 비밀리에 받았다는 사실이 공표되면, 그것은 “일본정부와 IAEA 사이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될 것”이라면서, 최종보고서의 제목(IAEA COMPREHENSIVE REPORT ON ALPS TREATED WATER AT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과 6개의 장으로 된 구성 골격까지 제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아래 원문 번역 참조)
외무성 내부인물?
제보자는 자신이 IAEA 최종보고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일본외무성이 처음부터 IAEA에 뇌물을 주고 보고서 관련 정보를 미리 입수해 일본정부 생각대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IAEA가 안전하다며 지지하게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임을 시사함으로써, 그가 일본 외무성 내부인물일 가능성이 있음을 추측케 한다.
그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도덕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는 ‘진실과 빛’의 길을 택했다면서, “부디 진실 추구의 발걸음을 멈추지 마시라”고 <민들레>와 <더탐사>에게 당부했다.
아래에 제보 내용 전문을 번역해서 싣는다.
외무성 간부 A 메모2
제보 원문(번역문과 영문 원본)
강 기자님과 시민언론 방송에게
나는 IAEA에 관한 당신의 방송을 봤고, 비록 한국어를 알지 못하지만 감동했습니다. 나는 진실을 추구하고 어둠을 파헤치려는 당신의 용기와 노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MOFA)과 일본 미디어(언론)가 최근 이 사안(일본정부가 IAEA에 뇌물을 주었다고 폭로한 문서의 내용)을 부인했기 때문에, 나는 폭로된 문서 정보가 사실임을 말하고자 합니다. 언급된 수많은 디테일들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합치(일치)합니다. 미즈노(Mizuno. IAEA 안전기준 워킹그룹 위원)와 프리먼(Freeman. IAEA의 담당관) 사이에 오간 100만 유로가 넘는 정치헌금, 스트론튬 90이 기준치를 (3만 배나) 넘는다는 것 등 폭로된 문서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 모두 사실입니다. 당신의 프로그램(방송)으로 일본 외무성이 겁을 먹었고, 그것이 그들이 그렇게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이유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다음과 같은 정보를 추가로 당신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1. 외무성은 상황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몇 차례 긴급회의를 했다. 외무성은 모든 관리들(officials)에게 허가 없이는 미디어 인터뷰에 응하지 말도록 요구했다.
2. 외무성과 IAEA가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외무성은 IAEA와 주고 받은 모든 개인적 채팅 기록들을 지우고 있다. “일본은 IAEA와 IOC에 뇌물을 준 죄를 동시에 감당할 수는 없다“고 외무성 고위관리가 말했다.(* IOC 뇌물/ 일본올림픽위원[JOC] 회장이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사건. COVID-19 팬데믹 때문에 도쿄올림픽은 예정보다 1년 뒤인 2021년에 열렸다.)
3. IAEA의 그로시(Grossi) 사무총장(Director General)의 6월 말 일본 방문계획(arrangement)은 아직 조정이 끝나지 않았으며, 외무성은 “그로시의 일본방문은 사정에 따라 연기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4. 미즈노(미즈노 히데유키), 프리먼(에릭 프리먼), 그리고 그로시(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는 IAEA 차원을 넘어서 비밀리에 많은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을 해 왔다. IAEA 전문가 그룹 멤버들은 문서에서 언급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며, 그들이 자신의 진짜 생각을 피력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5. 불법 공작을 통해 외무성은 IAEA의 최종 보고서를 미리 받았는데, 그것은 원래 이번 달 말에 공표될 예정이었다. 그들은 엄청난(huge) 수정을 했다. 한 마디로, 일본정부가 결정을 내린다.
나는 더 자세히 조사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면 당신에게 알려 주겠습니다. 일본 쪽이 그것이 “거짓 정보”라고 강조할 때, 내가 당신에게 진실을 보여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나는 최종 보고서에 주목(강조)하고 싶습니다.
외무성은 비밀리에 IAEA로부터 그 보고서를 6월 15일 전에 받았습니다. 만일 그 사실이 공표되면 그것은 일본정부와 IAEA 사이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그 보고서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ALPS 처리수에 관한 IAEA 종합보고서”(IAEA COMPREHENSIVE REPORT ON ALPS TREATED WATER AT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개요(Executive Summary)
소개 및 배경(Introducing and Background)
기본적인 안전원칙 준수에 대한 평가(Assesment of Adherence to the Fundamental Safety Principles)
안전 요구사항 준수에 대한 평가(Assesment of Adherence to the Safety Requirements)
모니터링(Monitoring), 분석(Analysis), 보론(Corroboration)
부록(Annexes/Appendixes)
보고서를 다룰 때 일본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꿀 것, “ALPS 처리수의 방사선 피폭”에서 “방사선”이라는 말을 뺄 것, “83마리 물고기 모니터링 샘플에서 OBT(Organically Bound Tritum. 유기결합 삼중수소)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추가할 것 등과 같은 많은 수의 수정을 요구합니다.
일본 외무성은 IAEA에 뇌물을 주고 처음부터 보고서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것은 보고서 작성에 그들이 깊숙이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보고서가 일본정부의 생각대로 주문제작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핵 오염수 방출을 IAEA가 지지하도록 설득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내가 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 때문입니다.
당신의 탐사와 보도는 내게 진실을 말하도록 용기를 주었습니다. 지금 나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도덕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진실과 빛을 선택했습니다. 당신(의 매체)은 아마 이런 일들을 세계 최초로 알게 되는 미디어일 것입니다. 부디 진실 추구의 발걸음을 멈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는 당신에게 무한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힘 내십시오! 조세티 Jorseti
Dear Reporter Kang and the show of the Citizenpress:
I saw your show about the IAEA and I was moved even if I don't understand Korean. I could feel your courage and efforts to seek the truth and reveal the darkness. Since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npan and the Japanese media denied this matter these days, I want to say that the information disclosed from the document is true. Many details mentioned are consistent with what I know. Such as the secret negotiation between Mizuno and Freeman, the political contribution over one million, the strontium-90 is far beyond the standard and etc. Your program scared the MOFA, that’s why they had such a strong reaction. Besides, I can offer more information as your reference:
1. MOFA held several emergency meetings to prevent the situation from bubbling up. It requires all the officials not to accept any media interviews without permission.
2. To protect MOFA and IAEA from involving in bribery scandals, MOFA is deleting all the private chat records with the IAEA. "Japan cannot afford the guity of bribering the IAEA and IOC at the same time" those were the very words of a senior official of MOFA.
3. IAEA Director General Grossi’s arrangement to visit Japan at the end of June has not been adjusted yet, and the MOFA requires that " Grossi's visit to Japan cannot be postponed by the state of affairs".
4. Mizuno, Freeman and Grossi had many secret communications beyond the panel. The members of the IAEA expert group were not aware of the details mentioned in the document, and it was too difficult to express their real thoughts.
5. By illegal operation, MOFA has received the final version of the IAEA report in advance, which is originally planned to be published at the end of this month. They made a huge modification. In a word, the government of Japan make the decision.
I’m probing further into things, I will keep you informed if there are updates. When the Japanese side emphasize it must be “false information”, I wish I could show you the truth. Finally, I would like to highlight the final report. The MOFA secretly received the report from IAEA before June 15th. If this matter is made public, it will be an irrefutable proof to show the relation between the government of Japan and IAEA. The report is entitled "IAEA COMPREHENSIVE REPORT ON ALPSTREATED WATER AT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which consists of six chapters, including: Executive Summary; Introduction and Background; Assessment of Adherence to the Fundamental Safety Principles; Assessment of Adherence to the Safety Requirements; Monitoring, Analysis, and Corroboration; Annexes/Appendixes. When dealing with the report, the Japanese government requires a large number of modification, such as changing “contaminated water” to “treated water”; Remove the word "radiation" from "radiation exposure of ALPS treated water"; Add "OBT has never been observed in 83 fish monitoring samples" and so on.
By bribering the IAEA,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obtained the information of the report from the very beginning, which make them deeply participate in the formulation of the report, customize the report according to the ideas of the government, and persuade the IAEA to endorse the discharge of nuclear wastewater, that’s why I know the exist of this report. Your investigation and report give me the courage to tell the truth. At this moment, I choose the truth and the light, to act in conscience and make moral decisions. You may be the first media throughout the world to know these things. Please don’t stop your step to search the truth. I have unlimited expectations for you, cheer up!
Jorseti
가덕도 진짜 모습 알면 신공항 건설 못합니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 서식하는 최고의 자연환경... "공항건설, 최소 30년은 지겹도록 논쟁해야“
토론회 주제가 경기국제공항 건립추진 어떻게 볼 것인가 입니다. 지역 사정에 그다지 밝지 않은 타지의 사람이지만 공항 건설만큼은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최근 몇 년간 지자체들의 공항 건설이 부쩍 늘었다는 것입니다. 외형적 명분은 지역 경제 회복과 지금보다 더 잘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상 그 본질은 새로운 개발 시장에 다름 아니다 판단합니다.
부산 역시 가덕도 신공항건설 역시 같은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일방적 희생이 강요되고 있습니다. 가덕도의 경우 2024년 하반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식이라는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보기 드문 생태적 자산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시작을 문재인 정부가 열었고, 윤석열 정부는 거기에 고속도로를 만들어 달리고 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 개발사업의 역사
ⓒ 화성시민신문
가덕도 신공항 개발 사업은 언제 시작된 걸까요? 이 사업은 2006년 중국 민항기가 김해 돗대산에서 추락한 후 공식화된 노무현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타당성검토 지시에서 출발합니다. 이후 18년간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입지와 공항의 명칭을 둘러싼 지역 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주요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 시기마다 명암을 달리했습니다.
현재의 가덕도 신공항 이슈는 2018년 제7회 6·13 지방선거 당시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점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해신공항을 고수하던 국토부는 불변의 입장이었지만, 부산·경남의 가덕 신공항 추진론자들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안전, 소음 유발, 경제성과 확장성 부족 등으로 관문 공항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국토부는 부울경 단체장 합의로 김해신공항 검증작업을 국무총리실에 맡기기로 했고, 결과는 '근본적 검토'였습니다. 그리고 근본적 재검토의 결과는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세 곳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던 가덕도에 신공항건설을 추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영남권을 배회하던 신공항건설 유령이 우여곡절 끝에 착륙한 곳이 가덕도이지만, 정작 가덕도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부산 사람들조차 부산에서제일 큰 섬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니, 다른 지역민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언론과 방송, 특히 지역 언론은 신공항 대상지로서의 가덕도 공항 건설만 언급했지, 가덕도가 지닌 역사와 문화의 속살이나 생태환경 가치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이 현상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의 환경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지만 가덕도라는 섬 안에 갇혀 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심하게 말하면 '취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언론이 한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개발과 관련 찬성과 반대 논리를 비롯하여 정보 전달자로서 존재하지 않고, 도리어 개발의 나팔수로 전락하면 일방성은 가속도를 가지며 질주하게 됩니다.
7천 년 신석기 문화가 꽃피었던 가덕도
ⓒ 화성시민신문
생태적으로 고립된 섬임에도 주봉 연대봉(459m)과 국수봉(269m)으로 이어지는 산지와 해안에 깃든 동식물 다양성은 국립공원 지정을 앞둔 부산 최고의 산지인 금정산에 버금가거나 앞섭니다.
15개 이상 식생군집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곰솔 중심의 도서 해안림이 아닌 개서어나무, 졸참나무, 소사나무, 느티나무 중심의 낙엽활엽수 군락과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참식나무 중심의 상록활엽수 군락으로 이뤄져 있고 이 극상의 숲에 깃들거나 머물다 이동하는 조류와 포유류 또한 무시하지 못할 종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 수달과 매, 2급 삵과 솔개,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을 비롯하여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소쩍새, 솔부엉이, 새매 등이 수시로 보이고 말똥가리, 뻐꾸기, 꾀꼬리, 파랑새 등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부산 신항이 들어선 북서쪽 해안을 제외한 전 해역에서 상괭이를 연중 내내 볼 수 있습니다. 상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등재된 보호종이기도 합니다.
안정된 생물상은 주위의 안정된 먹이사슬과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덕도 주민의 삶 자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가덕의 토박이들은 주로 소형어선을 이용한 어로작업과 해조류 채집으로 조상대대 살아왔습니다. 현재 가덕 주변 바다에는 172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중 대표 어종은 대구와 숭어, 전어 등으로 상괭이와 수달은 이 어종들을 주민들과 나눠 먹고 있습니다.
가덕 대항의 전통어로인 육수장망(陸水張網) 어로는 무동력선 6척을 이용해 그물을 드리우고 있다가 망루에서 보내는 신호에 따라 순식간에 그물을 조여 숭어떼 같은물고기 떼를 잡아들이는, 기다림과 찰나의 자연 순형 어로입니다.
숭어 떼가 가덕수로에 들 때면 상괭이의 출현도 잦아집니다. 해안 곳곳은 수달의 먹이터입니다. 때로 수달은 어민의 배를 뒤져 물고기들을 훔쳐 먹기도 하지만, 어민들도 그러려니 하고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가덕도는 이런 곳입니다.
그러나 언론, 특히 지역 언론은 가덕도 신공항 논란이 지속되는 기간 내내 이런 사실을 외면했습니다. 오히려 가덕에 관한 이야기는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충실히 전했습니다. 반면 지역 언론은 지난 수년간 '김해신공항은 안된다', '가덕 신공항만이 유일한 답이다'라는 정해진 답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부산시민들에게 신성시되는 금정산의 경우, '다른 데는 몰라도 금정산만은 안된다'라는 불문율이 통합니다. 금정산이 가진 품격과 생태 경관이 개발로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는 정서가 지역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가덕도가 이렇게 뛰어난 자연경관과 생물상을 간직한 곳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다면, 지역민의 금정산 사랑 정서가 가덕에도 적용되었다면 부산시민들이 무턱대고 가덕도 신공항론을 찬성했을까요? 만약 합리적 판단의 근거가 충분히 제공되었다면, 낙후된 부산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에 휘둘리기보다는 냉철히 신공항 문제를 판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작금의 가덕 신공항에 대한 몰아가기식 일정과 정치권의 질주는 거의 절망적입니다.
▲ 2029년 조기개항으로 가덕도신공항이 문을 열면 사라질 가덕도의 모습. 2022년 11월 연대봉에서 찍은 가덕도 국수봉, 남산 등의 모습이다.ⓒ 김보성
벼랑 끝에 내몰린 가덕도와 부산 월드엑스포가덕도를 신공항으로 점 찍어 놓고 추진했던 집단과 그에 동조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은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과 국토 균형발전, 남부권 관문 공항, 심지어 전쟁 대비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물론 수도권 일극주의는 경계하고 극복해야 마땅하지만 그 극복에 가덕도 신공항이 필수일 이유는 없습니다.
만일 가덕도가 신공항으로 고착된다면 우리는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미래 또한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부산의 미래를 걸고 하는 초대형 사업이라면 현장의 생태 환경적 실태, 장·단점, 향후 위험이나 기회요인, 대안적 의견 등에 대한 시민 의견수렴이 선행되어야 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시민을 향해 열린 숙의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 우리는 가덕도의 생태환경적 실상도 거의 알지 못한 채 이 귀중한 섬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부풀려진 기대효과, 불확실한 미래 부산시와 추진론자들은 가덕 신공항 건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생산 유발액은 88조 9420억 원, 취업 유발 인원은 53만 6453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풀어보자면 공항 건설에는 7조 5545억 원이, 공항으로 들고 나기 위한 도로와 철도, 고속철도 등 공항접근 교통망의 구축사업에는 17조 9478억 원이, 배후도시 개발 사업에는 33조 3159억 원 등이 투입된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한 파급 효과는 공항건설, 운영, 항공운송, 여객여행 지출액, 가덕 신공항 접근 교통망 구축, 배후도시개발 등 6가지 요인에 대한 효과를 합산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과연 이러한 기대는 합당한 걸까요? 그리고 그 수혜가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는 어떻게 분배될까요? 각종 기대효과가 공장에서 물건 제조하듯 뚝딱 나오는 그런 장밋빛 미래가 오기나 할까요?
물론 건설과정에서 수요는 발생할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민의 이익으로 해석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그동안의 수많은 국책사업과 거대 토건개발의 경우, 지역에서 부가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함에도 주머니를 챙긴 건 시공건설사들이었습니다.
또 사업의 불확실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3년 모든 것이 동결되었고 공식 해제가 된 현재도 영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코로나 펜데믹의 아픔은 사람들로부터 쉽게 잊혀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체감하고 있거나 목도하고 있는 기후 재난입니다. 코로나 펜데믹은 기후재난에 비하면 전초전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론입니다.
그중 하나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언급해 보겠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수행한 '국가 해수면 상승 사회·경제적 영향평가' 협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국제표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가운데 KEI는 RPC 4.5 시나리오를 적용할 때 남한의 해수면은 2100년까지 1.33m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경우 남한의 총 침수 면적은 전체의 4.1%에 이릅니다. 시도별 침수면적을 보면 전남이 1434㎢로 가장 넓고, 충남(849㎢), 전북(613㎢), 인천(468㎢), 경기(304㎢)가 뒤를 이었습니다. 서해안이 집중적으로 침수되는 것입니다. 경남은 225㎢, 제주도는 88㎢인데 침수면적 비중으로는 인천이 46%로 압도적 1위였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니 화성호 주변도 예외 없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비는 어떤가요?
31개법 무력화시켰던 가덕도 특별법
▲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여야 의원 투표 결과는? 동남권 신공항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는 내용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29인 중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의 투표 결과가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찬성은 녹색, 반대는 붉은색, 기권은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돼 있다.ⓒ 남소연
2021년 2월 26일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20년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지 불과 3개월여 만입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이낙연 대표 등 소속 의원 137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특별법은 이후 무소불위의 '불도저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알려졌다시피 가덕도는 신공항 부지 선정과정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곳이기에 가덕도를 특정해서 추진한 특별법은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비롯해 정부 내 거의 모든 부처가 경제성, 안전성, 형평성, 환경성을 근거로 반대와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와 여당인 민주당은 숫자로 밀어 붙였습니다. 법안은 2021년 3월 16일 제정되었고 9월 17일부로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윤석열 대통령 등장 이후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여야는 경쟁적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정상적 절차라면 총 16년(192개월)이 공사 기간으로 2036년이 돼야 사업이 종료된다는 것이 국토부의 의견이었습니다. 항공수요 조사에 12개월, 사전타당성과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계획수립까지는 36개월, 실시계획 승인과 공사발주까지는 12개월, 착공과 준공까지는 2028년부터 2036년까지 9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것은 공항시설법과 국가재정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현행법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별법은 이 과정과 절차들을 간소화 내지 생략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 가덕 신공항을 "부산 엑스포 전 개항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최근 국토부는 가덕신공한 건설의 주요 명분이었던 '엑스포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2029년 완공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지난해 4월 국토부는 사전타당성조사에서 100% 인공섬 공항이 최적안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다 돌연 기존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기존 계획지구가 변경되어 육지-해양을 잇는 계획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환경부는 국토부의 요청에 의거 부처 산하 환경영향평가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검토기관의 직원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마저 이렇게 휘둘리며 가덕도는 벼랑끝으로 가고 있습니다.
특별법이 통과될 때 반대 의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피력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네 번 국회의원을 하면서 낯부끄러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많이 봤고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것도 봤지만 이번처럼 기막힌 법은 처음 본다. 10조 원이 넘는 대형 국책사업을 예타도 면제하고 각종 특혜를 몰아서, 그것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는 걸 어느 국민이 이해하겠나."
경기국제공항이라고 이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비용-편익(B/C) 분석이 아무리 좋아도 공항건설은 신중해야 합니다. 최소한 30년은 지겹도록 토론하고 논쟁해도 부족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초하여 세대 간의 환경정의에 입각한 논쟁을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 화성시민신문
기재부 딴지에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 국회 통과 ‘안갯속’
신공항 전담 조직법안 소위 상정
여야 논의 없이 추후 검토로 계류
상반기 내 입법 사실상 힘들 듯
기재부, 예산 등 이유 설립 반대
“8월 국토부 용역 결과 보고 결정”
사진은 이날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을 이끌 ‘가덕신공항건설공단’ 설립 근거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기획재정부 고집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의 용역 결과를 본 뒤 설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재부의 딴지가 국회 법안 논의까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27일 오전 국회 국토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 국민의힘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법안이 상정됐다. 법안에는 공사 난도가 높은 가덕신공항 건설 특성상 전문성을 띤 전담 조직(건설공단)을 꾸려 조기 개항을 견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부산 의원 전원은 법안에 뜻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날 소위에서는 법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 위원들이 법안 내용을 훑어보는 정도에 그쳤다. 법안은 추후 검토로 소위에 계류하게 됐다.
건설공단 설립에 지속적으로 딴지를 걸어온 기재부는 앞서 오는 8월 있을 국토교통부 기본계획 용역 결과를 보고 설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재부가 사실상 ‘반대 유지’ 입장을 밝힌 만큼, 법안 심사도 덩달아 보류된 셈이다.
여야 소위 위원들은 건설공단 설립 자체에 크게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목전에 두고 핵심 인프라인 가덕신공항 건설이 결정, 조기 완공을 이끌 건설공단 설립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방침 없이 뒷짐만 진 기재부 입장 속에 건설공단 설립 법안은 발의된 지 석 달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내 입법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이달 13일 국회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기재부는 ‘추후결정’이라는 불명확한 방침을 내세웠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당시 “건설공단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국토부에서 용역을 하고 있고 8월까지 결과가 나온다. 결과가 나오면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인천공항의 건설조직은 상부시설 건설을 하는 조직”이라며 “가덕신공항건설공단을 만들어 해상매립 전문가를 먼저 확보하고 매립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재부는 8월 용역 결과를 수용할지에 대한 즉답도 피했다. 이 의원은 “국토부 용역도 정부 용역인데 기재부는 정부 용역 결과를 믿지 못하느냐”고 질책했다.
공사 난도가 높고 해상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오는 8월 국토부 신공항기본계획 용역 결과가 나오더라도 건설공단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관할 부처인 국토부에서는 건설공단 설립이 필수 요소라고 꼽고 있어 기재부가 되레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제안된 (가덕신공항) 공사 방식의 난도가 높아 최고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고 건설공단 설립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재부는 건설공단 설립에 따른 인력과 예산 문제를 반대 이유로 내세운다. 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감축이 추진되는 것도 기재부 반대 근거 중 하나다. 기재부는 건설공단 설립 대안으로 한국공항공사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가덕신공항 건설 업무를 맡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가 가덕신공항 건설과 운영을 맡을 경우 고질적인 ‘수익 유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4활주로 건설 이후에도 ‘5단계 확장’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어 가덕신공항 건설을 맡을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서울엔 왜 원전이 하나도 없나요?"
대규모 발전설비, 25개 지자체에 집중
부산은 세계1위 원전밀집지역
서울은 LNG발전소까지 '찬밥’
*대형 화력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가 우리나라 발전설비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이런 대형 발전소는 단 25개 시군구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픽 출처 국토지리학회지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력 생산과 소비는 지리적으로 불공정하다. 주로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에서 전력을 생산해서 수도권으로 공급한다.
수도권 안에서도 불공정이 크다. 서울시의 전력자립도는 11.3%로 낮지만 인천시는 243%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경기도는 61.6%다.
서울이 3%대에서 최근 11%대로 올라간 것은 그나마 LNG 발전 때문이다. 인천은 유연탄과 LNG, 경기도는 LNG와 신재생에너지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은 전력자립도가 191.5%나 된다. 대부분 원자력발전이다. 울산도 93.8%인데 2/3가 원자력발전이다. 반면 수도권은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0%다.
◆서해안에 대규모 석탄발전 벨트 =
인천 다음으로 전력자립도가 높은 광역지자체는 충청남도다. 자립도가 227.9%에 이르는데 대부분 '유연탄'(석탄화력발전)이다. 충남 서해안에는 당진-서산-태안-보령으로 이어지는 석탄화력발전벨트가 있다.
기타 전력자립도가 100% 이상인 광역지자체는 '강원도'(182.2%, 석탄) '전라남도'(184.7%, 원자력) '경상북도'(183.9%, 원자력) '경상남도'(122.8%, 석탄) 등이다.
'전력 발전과 소비의 공간적 불일치에 관한 연구'(국토지리학회지.2022.12)에 따르면, 대형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우리나라 발전설비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시설은 25개 시군구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시의 전기에너지 절약 대표구호는 '원전 하나 줄이기'다. 그러나 정작 수도권에는 원전이 단 1기도 없다. 심지어 천연가스(LNG)를 쓰는 당인리발전소도 '질소산화물 다량배출'로 눈총을 받는다. 서울은 대부분의 전기를 서해안 석탄발전소에서 끌어와서 쓴다.
충청남도는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기를 만드느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광역지자체 가운데 1위다. 발전소 주변 미세먼지 피해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인데 일각에서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상당수가 충남지역에서 온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서해안 석탄발전 벨트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이 미세먼지는 수도권에서 쓰는 전기를 만드느라 발생한 것이다. 충남 사람들은 그 전기 만드는 석탄발전소 코앞에서 그 먼지 들이마시고 산다.
대기오염물질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수도권 주민들보다 충남지역 주민들의 미세먼지 피해가 훨씬 더 크다.
◆"서울에는 왜 원전이 없나요?" =
얼마 전 경남 김해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2학생들 60여명을 대상으로 '탄소발자국' 강의를 했다. 강의 후 질의응답에서 '부산경남에 왜 이렇게 원자력발전소가 많이 몰려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한 학생은 "서울에는 왜 원자력발전소가 없느냐?"고 물었다. '인구밀집지역에 어떻게 원자력발전소를 짓느냐?'라고 대답하려다가 '아차! 그럼 부산 울산은?'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 질문에 곧바로 답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마지막으로 "윤석열정부가 강조하는 소형모듈원전이 정말 안전하다면 국회와 한강둔치 사이에 건설하자는 국민운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구밀집도가 문제라면 고리나 월성원전은 지어서는 안될 곳에 들어섰다.
부산 경남지역에 원전이 집중된 것은 동해바다 옆이라 냉각수 공급이 용이한 부산광역시 기장군 고리 지역에 우리나라 최초로 원전을 건설했고, 그 뒤에 그 옆으로 계속 원전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월성과 고리원전 인근 부산과 울산시민들은 늘 불안하다. 고리와 신고리단지는 세계 최고의 원전 밀‘유럽 훼손된 땅·바다 20% 복원’ 자연복원법, 의회 거부로 폐기될 판집지역이다. 원전 주변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현재 이 지역에는 원전 2기가 추가로 건설중이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총선까지 300일 녹색당, 사투를 시작하다
2012년 창당한 녹색당은 기후위기 의제를 선점하며 지역과 소통해왔다. ‘원내 진입’의 꿈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총선까지 300일, ‘녹색으로 바위 치기’는 아직도 유효할까?
총선까지 300일 녹색당, 사투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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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계 녹색당 총회 기간에 열린 녹색당 전당대회에 당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녹색당 제공
창당 11년 만에 처음 열린 녹색당 전당대회는 레게 음악과 함께 시작됐다. 녹색 옷과 액세서리를 걸친 사람들이 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녹색 깃발이 곳곳에서 휘날렸다. 전당대회가 열린 6월10일, 회의장 밖에서도 전 세계 녹색당원이 모인 축제가 이어졌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린 ‘2023 세계 녹색당 총회’다. 인천 송도에서 6월8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총회에는 80여 개국에서 온 녹색당 소속 정치인과 활동가·시민 약 700명이 참석했다. 2017년 4차 총회가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이후 6년 만이었다.
이번 총회 행사 중 하나로 지난 5월 선거에서 지방의원 481명을 당선시킨 영국 녹색당의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과 같은 소선거구제 선거제도에서 두 배 이상 의원 수를 늘린 성공 사례였다. 이들은 주민들과 직접 만나지 않으면 녹색당은 그저 ‘나무를 껴안는 사람들’로 생각될 뿐이라며 단 한 명이라도 당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에 연대를 요청하고 있는 일본 녹색당도 현장을 찾았다. 6월11일 폐막식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려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전 세계 녹색당이 ‘한국 선언’을 채택했다.
2012년 창당한 한국 녹색당은 국내에서 기후위기 의제를 가장 먼저 선점한 정당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며 당시 이명박 정부의 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던 때였다. 녹색당은 농민·성소수자·청소년·동물 등 기존 정치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대변하며 대안 정치를 내세웠다. 창당을 주도한 하승수 당시 공동운영위원장은 녹색당을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답’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라는) 답안지에 내 마음에 드는 답이 없으면 결국 차악을 택하게 된다. 그게 한국 사회 안에서 수십 년간 반복됐다. 그럼 답안지에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답을 직접 집어넣자, 우리가 정당을 만들자, 그렇게 녹색당이 시작됐다.”
녹색당은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당명을 바꾸지 않은 정당이다. 여성 당원 비율이 54%에 이르고 2030 세대가 가장 많은 젊은 정당이기도 하다. 2014년 헌법소원을 통해 득표율 2%에 미달할 경우 정당 등록이 취소되는 정당법을 고치도록 만들었다. 2016년 비례대표 후보의 기탁금을 1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추도록 공직선거법을 바꾸게 한 정당이기도 하다. 동시에 12년 동안 광역·기초 의원을 단 한 명도 내지 못한 정당이자 세 번의 총선에서 당 지지율이 1%를 넘지 못한 정당이기도 하다.
녹색당은 소수 정당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직된 정당법·선거법과 싸우면서 동시에 지역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났다. 2016년 3월, 경남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운동을 벌이던 주민 28명이 단체로 녹색당에 입당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수년간 투쟁 현장을 함께 지켜준 녹색당을 밀어주겠다.” '시골 할매, 할배'들이 입당한 이유였다. 그사이 ‘지구 온난화’라는 단어가 ‘기후위기’로 바뀌었다. 녹색당에게는 시민의 열망을 ‘원내 진입’이라는 성과로 증명하는 일만 남은 것 같았다. 그러나 올해 열한 살이 된 녹색당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녹색으로 바위 치기’는 아직도 유효할까? 전현직 당직자들에게 물었다.
11년간 이어진 ‘녹색으로 바위 치기’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녹색당은 정당 지지율 0.21%를 기록했다. 2012년 창당 한 달 만에 치른 제19대 총선 때의 0.48%에 비해 반토막이 난 셈이다. 10여 년 동안 등락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처음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현실 정치의 플레이어로 뛰고자 하는 열망이 당내에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14년 7월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마지막 연습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치 아마추어들의 예행연습은 끝났으니 이제 실전에서 뛰겠다는 각오였다. 2016년 총선 전략을 논의하며 하승수 당시 공동운영위원장은 “작은 정당이지만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면 권력의지를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고은영 제주도지사 후보,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녹색 바람을 일으키는 듯했다. 하지만 그 기세가 다음 선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2020년 3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당내 논란이 커졌다. 전 당원 투표 결과 74% 찬성으로 연합정당 참여가 확정됐으나,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의 “이념 문제라든가 성소수자 문제라든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 연합은 어렵다” “비례대표 후보 추천에 있어선 엄밀하게 협의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말들이 당내 갈등을 촉발했다. 위성정당 들러리가 되면서까지 원내에 진입하는 것이 녹색당의 지향에 부합하느냐를 두고 반발이 커졌다. 결국 연합정당 참여를 거부하고 독자 노선으로 선거를 치르기로 했지만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지도부는 해체되고 베테랑 당원들이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녹색당에는 내홍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인지도를 키워가던 정치인들은 당을 떠났다. 당원이 큰 폭으로 줄어들지는 않았지만(녹색당 당원이 가장 많았을 때는 2020년 1만850명이었고 현재는 9405명이다), 일정 기간 당비를 내며 당권을 행사하는 ‘당권자’ 수가 2019년 7215명에서 현재 4514명으로 크게 줄었다. 예산도, 열정도 바닥이 있다는 것을 배운 당원들이 많았다.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없는 선거가 이어졌다.
녹색당이 자체적으로 만든 ‘21대 국회의원 선거 평가보고서’ ‘22대 지방선거 선거 평가 자료집’에는 이런 말들이 나온다. “운영상 한계로 정책 대변인실을 두지 않았으며 당내 갈등 및 선거연합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해 본부장단이 언론 대응함.” “지방선거의 특성상 지역 내 인지도가 중요한데, 꾸준히 지역 활동에 참여해온 후보가 많지 않음.” “생태라는 단어가 너무 오염되었고 도시 재생도 무엇이 재생인지 알 수 없다. 평화, 사랑처럼 아름다운 언어들만으로 되나, 고민이 든다.”
2022년 4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녹색당 대표단이 ‘녹색당 기후철도’ 행사를 위해 제주를 찾았다.ⓒ연합뉴스
2018년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두 차례 안동시의원으로 출마한 허승규 녹색당 부대표는 녹색당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뿔뿔이 민주주의’가 되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내 자원이 너무 느슨하게 흩어져 있는 구조다. 녹색당의 문화이기도 한데 ‘중앙’과 ‘리더십’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처음엔 당대표가 없었다. 대신 ‘공동운영위원장’이라는 이름의 직책이 있었다. 대의원도 전면 추첨제였다. ‘가장 보통의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명분과 장점이 있지만 당직 활동에는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모여 올해 4월, 창당 11년이 지난 지금에 맞게 의사결정 구조를 보완하는 당헌 개정이 이루어졌다. 기동성 있는 당 운영과 실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당무위원회 구성 변경, 부대표직 신설, 혼합형 대의원 제도 등이 도입됐다.
허 부대표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안동에서 시의원 선거를 두 번 치렀다. 첫 출마한 2018년, 득표율 16.54%를 기록하며 4위로 낙선했으나 곧바로 다음 선거를 준비했다. ‘버스 타기 좋은 안동’ 같은 범시민 활동을 하며 인지도를 쌓아갔다. 지역의 효도잔치에도 참석하고 동창회도 나가고 경로당도 찾았다. “효도잔치는 나 같은 사람도 심호흡하고 간다. 어렵다. 하지만 정치인이니까 감당하는 거다. 이런 것도 안 하면 정당이 아니라 동아리다. 기후위기로 지구가 망가져가고 있는데 더 욕심내고 과감해져야 한다. 그게 우리 정당의 소명이다.” 허승규 후보는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18% 득표율을 올리며 3위로 낙선했다. 민주당 후보는 득표율 11.75%로 허승규 후보 득표율보다 낮았다.
“‘미래는 녹색’이라는 안일함을 거부하자”
한국 녹색당은 창당 이후 이제 10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영국 녹색당은 20년, 독일 녹색당은 40년 걸려 실질적인 정치 세력화를 이뤘다. 조급하더라도 녹색당의 목표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재각 전 공동정책위원장은 ‘원내 진입 1석의 의미’를 되묻는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중적 힘을 갖는데 정말 당장의 1석이 목표가 되어도 되나? 중장기 목표를 재설정하며 사회운동적 성격과 제도 권력 사이의 새로운 노선을 모색하지 않고 1석이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는 오히려 선거 이후 허무함만 남길 수 있다.”
김혜미 부대표는 ‘1석’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다. “당을 알리는 캠페인보다 이제는 의원을 당선시키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녹색당 의원 한 명이 제도 권력을 쥐었을 때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신뢰를 심어주는 1석은 더 많은 의석을 모을 수 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총선을 300여 일 앞둔 녹색당 전당대회에서 김순애 제주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같은 당에서 활동을 하며) 마음이 맞는다고 해도 항상 같은 마음일 수 없고, 그 사이사이 상처와 실패가 반복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녹색당 활동을 하는 나에게 녹색당은 잘 버티기만 하면 언젠가 선택받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는 녹색이 대세’라는 낭만적이고 막연한 생각 속에 갇혀서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적극적 행동과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녹색 정치는 오지 않는다.”
제주는 녹색당 내에서도 지역 의제와 밀착해 가장 역동적으로 풀뿌리 운동을 하는 곳이다. 과거 제주 당원 중에는 “녹색당이 원내 진입하면 탈당하겠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반정당의 정당’으로서의 기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런 제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총선까지 앞으로 남은 300일. 사투의 시간이 남았다.
시사인 김다은 기자
라즈 파텔 “자본주의는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
라즈 파텔 택사스대 오스틴 정책대학원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경향포럼>에서 ‘자본주의가 지불해야 할 대가, 돌봄 혁명의 필요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자본주의는 제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라즈 파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정책대학원 교수(51)는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성장을 넘어 - 모두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린 <2023 경향포럼>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 식량물가 상승 등 오늘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위기는 자본주의가 감춰온 비용 때문”이라면서 “자본주의는 세계를 싸구려로 만듦으로써 작동해왔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유지를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간접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숨기기 위해 자연·돈·노동·돌봄·식량·에너지·생명 등 7가지 요소의 가치를 저렴하게 후려쳐왔다는 것이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저자이기도 한 파텔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 유엔 등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아왔지만, 결국 제도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모든 일을 그만두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파텔 교수는 ‘치킨’을 예로 들어 자본주의가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비용에 대해 설명했다. 치킨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장식 사육으로 닭을 키우고 죽이면서 ‘자연’을 손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주 저렴한 ‘노동력’이 필요한데, 노동자들이 이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당하게 되면 ‘돌봄’이 필요하다.
또 저렴한 치킨을 만들기 위해선 저렴한 ‘돈’이 필요하다. 자본가나 엘리트계층은 은행에서 거의 무한대의 신용한도를 인정 받아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닭을 키우기 위해 가스와 같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저렴한 ‘생명’도 필요하다. 미국의 치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아프리카계, 라틴계, 아시아계로 백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파텔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자본주의는 자연과 노동력을 저렴하게 착취하면서 성장해왔다. 노동력을 더 저렴화하기 위해 저렴한 돌봄과 저렴한 식량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생명이 저렴해져야 한다.
파텔 교수는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케어하는 돌봄”이 필요하다면서 “서로와의 관계, 지구와의 관계, 나아가 우리 주변 세상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영국의 국립보건서비스(NHS)를 모범적인 사례로 들었다. 파텔 교수는 “NHS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자들에게 내가 아플 때 국가가 나를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준 곳”이라고 말했다. 복지 지출을 큰 폭으로 삭감한 마거릿 대처 정부 이후 잇단 재정 감축의 시기를 겪었음에도 NHS라는 현대 의료 시스템 실험은 여전히 ‘가능성의 신호’로 남아 있다.
파텔 교수는 특히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 앞으로 “누가 돌봄을 담당하게 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급 돌봄 노동을 하는 시간은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돌봄의 문제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쉽게 떠넘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그가 모범 사례로 든 NHS에서 조차 전체 직원들의 20%는 흑인이나 아시아, 소수 민족이었다. 그는 “아시아에는 불평등이 너무 만연하다”며 “가부장적 구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돌봄이) 결국 여성의 몫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파텔 교수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상호 돌봄’이다. 그는 협동조합과 같은 형태로 상호 돌봄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는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으로 일하고, 공동으로 케어하고, 공동으로 육아시설을 이용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예로 들었다. 파텔 교수는 “자본주의에는 대안이 없다고 여겨지지만, 협동조합 등을 통한 상호 돌봄이 바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은 더 이상 답이 될 수 없다
성장 일변도의 기존 경제 시스템은 한계에 부딪쳤다. 경제 불평등은 심화했고, 정치·사회 갈등으로 표출하고 있다. 경제 시스템이 흔들어 놓은 건 평등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후위기 문제는 현실화했고, 더 이상 미래 세대의 문제로 남겨둘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최고의 가치로 여겨졌던 성장의 반댓말, ‘탈성장’이 새로운 가치로 제시되는 배경이다.
토론자들은 성장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탈성장이란 급격한 방향 변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불평등 문제, 기후위기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이토 고헤이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라즈 파텔 텍사스대 오스틴 정책대학원 교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사,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경향포럼>에서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의 진행으로 토론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송길영(진행) = 긴 시간 동안에 흥미로운 목소리 들어봤는데. 앞에 선생님들 발표 리마인드 해보고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포럼 모두 끝났는데요. 다른 강연자 분들의 강연에 대해서 주의 깊게 보시고 말씀하실만한 내용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오늘 오전에 강연해주신 사이토 교수님 부터 코멘트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이토 고헤이 =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많은 걸 배웠습니다. 특히 유정길 소장님 발표, 탈성장 그리고 다른 것과 연결시켜 생각할 때 애매모호한 느낌이 듭니다. 코멘트 겸 질문 먼저 던져보겠습니다.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는 좀 더 다른 종류의 관계를 형성하고 자연과도 관계를 형성하고 영성 키워가는 거 필요합니다. 흔히 우리가 자본주의 하에 많은 소비를 하고 있어서 상관 관계 맺는 거 필요하고 다른 세계관 갖는 거 필요합니다. 인간 자연, 남성 여성, 근데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요. 더 이상 이런 수정주의가 중요한 역할 하지 않고요. 제가 영적인 이야기 하면 즉각적으로 거부해버립니다. 환경운동 하시는 분들이 과학적 조치를 취하고 싶어합니다. 대중들에게 얘기하기 위해서 자연과의 조화 이런거 얘기하지만 이상적이고 너무 이데올로기적인 얘기하지마, 과학적인 얘기해. 이렇게 접근 방법을 취합니다. 한국은 다른거 같은데요. 어떤가요.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하나요.
유정길 = 환경 문제는 물질적 소비를 줄이는 거잖아요. 욕망, 욕구를 줄이는거잖아요. 힘들고 불편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일 하자고 캠페인하는 거보다 욕망 줄이고 참고 하는 거를 압도할만큼 다른 행복이 있다. 다른 가치가 있다. 만져지거나 보이지 않고 관계를 통해서 천천히 살다보니까 풀 숲 앞에 있는 꽃이 주는 아름다움, 항상 바쁘게 뛰어다닐 땐 안 보였는데 천천히 살피다보니까 나무가 주는 거룩함을 보게 된다. 아주 예리한 감각을 갖게 되면, 많은 것들이 감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요. 감동을 성찰할만한 시간, 마음의 풍요가 늘게 되면 삶의 욕구가 달라지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네거티브적 방식이 아니라 훨씬 더 깊은 끝 없는 아름다움과 행복과 고마움과 이런 게 있다고 얘기하는 것들이 훨씬 더 오랫동안 얘기할 수 있고. 참으라는 얘기는 한 두번 밖에 못해요. 허허. 결과적으로 생태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송길영 = 충분했나요?
사이토 고헤이 = 예를 들면 그래도 동기를 좀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영성 얘기를 할 때, 과학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요. 제가 근대적인 시각에 갇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분법 극복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교수님께서도 이런 영성에 대해서 얘기하셨는데, 저도 이런 거에서 영감을 얻지만 일본에서 설명하려고 하면 어렵더라고요. 조언해주실 수 있어요?
유정길 = 한국 사회는 불교도 있고 기독교도 있고 천주교도 있다. 각 종교의 인구를 합치면 한국의 인구를 넘어섭니다. 그럴 정도로 종교적이다. 종교적인 에너지가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생각하고,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도는 다르겠지만, 위기의 시대에 종교적인 깨달음이나 각성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가지고 사회가 바뀔 수 있을까요. 종교는 신념체계거든요. 종교가 위기 시대에 종교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순수한 관점, 불교에서 발우공양, 그릇을 다 닦는다던가. 짚신을 신는다든가. 이런 걸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유진 = 저는 한국에서는 아파트 값이 중요하거든요. 대전환과 불평등 기후위기 얘기하고 있지만 사회가 쏠려 있는 것은 일론 머스크하고 누구죠. 페이스북 CEO들의 격투기 싸움, 거기에 포커스가 있잖아요. 어디에 더 관심을 두고 집중하고 가치를 가지는 가에 있어서 우리는 지금 경제적인 거 그리고 금전적인 가치 이런 것들을 세계도 그렇고 한국 사회도 그렇고 많이 추구하는 거 같아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한국은 너무 경쟁이 심하고 불안해서 그런 거 같아요. 아까 인스타그램 얘기했는데, 인스타그램 보면 누구는 어떻게 사는데, 계속 비교하게 되고 그러다보니까 내 삶의 지표가 뭐고 나는 어떤 시간과 이런 것들을 가질 수 있는 지 이런 걸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민주적으로는 훌륭한데 사회 기반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왜 이렇게 취약하지. 그렇게 봤을 때, 그런 여유와 그런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재정적 자원이 있거나 사회적 자원이 있어서 위기에 처하더라도 나의 동료나 누군가가 나를 좀 도와주거나 함께 갈 수 있다. 이런 안정감이 있으면 우리가 좀 더 모두가 달려가는 이런 이슈가 아니라 같이 갈 수 있는 커먼즈에 대해서 얘기하고, 뭘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얘기하고 그런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거 같다. 경제적으로 갖춰지거나 사회적으로 안정감이 있거나 이것과 동시에 영성 가치가 같이 가야 된다. 2년 뒤에 석탄발전소 폐쇄되는 지역의 노동자에겐 뭐가 지금 제일 중요할까. 지금 시대에는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뭔가 알려주지는 않는데 뭔가 변하는데 나는 좌표를 못 찾겠다. 그런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런 데에 영성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즈 파텔 = 저도 사이토 교수님 겪는 무제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미 우리는 포퓰리즘 얘기할 때 어느 정도 해법 있었다고 본다. 포퓰리즘은 종교적인 생각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루비니 교수님이 아까 말했던 인도의 모디 같은 앞서가는 영적인 지도자, 이슬람의 영적 리더들 헝가리에도 기독교 이런 식으로 올라가는데, 트럼프도 기독교주의 팽배했던 상황에서 백인 우월주의 하지 않았습니까. 포퓰리즘이 뭡니까. 영적인 믿음에서 시작합니다.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좌파 쪽에 포퓰리즘을 한다면, 텍사스 같은 데, 농민들이 봉기하면서 월가에 반항했죠. 그러면 예수님이 어땠습니까. 민간 땅을 갖고 있는 예수님이 아니었죠. 평민들의 예수님이었죠. 우리가 관여해야 하는 포퓰리즘은 영적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왜냐면 우리는 테슬라를 운전하고 있어. 물병을 들고 다녀. 이건 공허하겠죠. 영적인 의미나 연계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우파들이 이걸 악용할 것입니다. 종교적인 순간을 들어서 지배를 하려고 할 겁니다. 우리는 디커플링 개념을 영적인 순간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에 전쟁 벌어지고 있잖아요. 원주민이 자원을 이해해야 한다. 탈성장해야 한다. 두 가지 생각. 미국 내에서는 500개 정도의 국가가 있고, 미국이란 국가가 생기기 전에 나름대로의 원주민들이 국가를 세우고 살고 있었습니다. 영적으로 자본을 이해하고 있었고 탈성장을 하고 있었고. 막스에서 시작할 수 있었고 포퓰리즘에서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절대적으로 맞습니다. 영적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막시즘은 공허함 외침에 불과하다. 너무나 우리가 식민지 지배화 됐고요. 필요한 걸 깨닫지 못했스빈다. 그래서 제가 꼭 하나 다뤄야 할 아이디어가 탈성장이란 게 어떻게 탈식민지화 할거냐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는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냥 덜 소유하자,이게 좋다. 이것도 식민지적 사고다. 탈식민지화해야 된다. 진정한 심리적인 니즈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뭘 잃고 있다, 이걸 우리가 알 수 있습니다.
송길영 = 탈식민지화라는 말 자체가 우리가 많이 얘기하지 않았던 걸 말씀하신거 같아요. 자생적이란 걸 어떻게 합의할 지 여쭤보고 싶어요. 식민지라는 게 착취 이념, 생활 나의 생각을 바꿨다면, 자생적이라고 했을 때 땅에 원래 깃들었던 삶의 양식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 지 묻고 싶은 거죠.
라즈 파텔 = 감사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보겠습니다. 저희가 가부장적 시스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남성이 좀 더 많은 케어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우리는 평생 사회적으로 점점 더 가부장적 제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부장제 문제가 뭐냐면요. 우리는 내재된 남자가 이거해야 돼, 이거하지 말아야 돼. 이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부장제에서 벗어나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사회적 합의에서 그냥 행동한다. 우리가 너무가 가부장적이면 안 된다. 본능적으로 가부장제 행동하면 안 된다.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지시하지 않더라도 이게 바로 결국은 탈식민지화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분명히 글로벌 사우스 쪽에서도 원주민 쪽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스스로 지시하고 스스로 교육하면서 스스로 자생적으로 해보자 이런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본능을 너무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식민지에서 뿌리박힌 생각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송길영 = 다른 분들 코멘트 주시면 좋겠다.
이유진 = 저는 오늘 오전과 오후가 묘하게 이어져 있고,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 사회자님, 송 부사장님 그리고 오후에 발표한 사람들이 다 인구에 대해서 얘기를 했어요. 한국은 자료를 볼 때마다 우리가 산 모양으로 바뀌어야 하잖아요. 최고의 배출 총량을 짧은 시간에 확 줄여야 하는 이 부담이 있는데,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사회고 또 인구는 주는 데다가 부양비에 대한 부담이 늘어가는 거에요. 우리가 방향 전환 안 하면 모든 부담과 책임을 다음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건데, 어떻게 감당하지? 또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 여성이 이 변화의 과정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돌봄에 대한 얘기도 해야할 수밖에 없는데, 돌봄에 대한 주제들은 늘 동떨어져서 이야기 됐거든요. 전체 맥락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감에 여성의 역할 돌봄을 누가 어떻게 해야 되는 지를 지불하지 않는 여성의 당연 노동으로 볼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돌봄, 기후위기와 여성. 이런 쪽으로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 이걸 오후 세션에서 느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게 한국 사회도 기후 변화 여론조사 많이 하거든요. 한국만큼 기후 위기 심각하다 80% 이상 느끼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 심각한 것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부담이라든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얘기들은 본격적으로 해본 적 없어요. 석탄발전소 본격 폐지 한적 없고 내연기관차 관련 기업들이 현장에선 일어나고 있지만 문 닫으면서 실업 문제 가중된 적도 없고. 가스 감축 사회적 비용 치르지 않았다. 부담이 주어졌을 때 그 준비를 우리는 얼마만큼 하고 있느냐. 그래서 저는 역으로 여쭤보고 싶은게 일본이나 미국이나 이런 사회에선 전환이나 이런 부담이나 비용 치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갈등이 있는지 역으로 여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이토 고헤이 = 제 책이 인기를 끌었는데. 외국 언론이나 외국 활동가들도 이런 사회적인 활동 탈성장 이런 것이 대대적으로 발생하고 있느냐, 사람들이 받아들이냐, 이런 질문 받는데요. 안타깝게도 제 대답은 아닙니다. 아까 사진 보여드렸는데 (활동하는)단체 규모가 작고요. 탈성장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아니고 정책으로 구체화된 것도 아니고 정치인들은 성장 얘기만 합니다. 일본 정치인은 대부분 남성들이죠. 일본 사회는 기본적으로 아직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자 그런데, 한편으로는 조짐이다라고 할 수는 있겠죠.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자본주의 한계, 성장 한계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다. 10년 전 이런 이야기가 없었죠. 2008년도에 경제 위기 이후에 어느 정도 논의가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에 다시 한 번 사람들이 깨달은 거 같습니다. 이런 삶의 양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이것은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자본론으로 움직이는 거라는 걸 깨달은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문제는 정의롭고 평등한 다른 사회 그림을 못 그리고 있다는 거다. 도발적 탈성장 커뮤짐, 포스트 탈성장. 이런 도발적 담론을 통해서 일본 젊은이에게 영감을 주길 희망합니다. (젊은이들은)불평등, 기후위기에 당면한 세대인데, 그런데 동시에 이걸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자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냐’라고 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런 운동에 대해서 사우스에서의 운동이라든가, 원주민들로부터 연대하고 배울 수 있다고도 할 수 있고요. 돌봄이라는 행위로부터도 배울 수 있다. 전 남성으로서 원주민도 아니고 일본 같은 나라에서 살면서 일본이라고 하면 비생태적인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에코 패미니즘, 토착민 글로벌 이런 걸 말하면 지나치게 낭만화하는 거 아닌가. 이미지를 악용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 우리 국민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가. 일본에서 살면서 남성이고 이런 상황이니까요.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성에 대해서 말했지만, 일본에서는 지금 현재의 뭔가를 찾는 거, 구체적 예를 찾는 게 어렵다. 탈성장 커뮤널리티(공통점), 구체적 예를 찾는 게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사우스에서 예를 갖고 오는데 지나치게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라즈 파텔 = 전체 이 운동의 규모를 봤을 때 정말 농민들, 전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운동에 영감을 받고 있다. 2억1500만명의 국제적 농민 단체들이 있다. 일부는 일본에도 있다. 정말 흥미로운 단체들이다. 내 생각엔 분명히 성공사례 찾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도 있고. 원주민들 땅과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온다. 레드딜이라는 것도 있어 그린뉴딜처럼 탈식민지화 관련된. 뉴라는 단어를 뺐어. ‘그린’을 ‘레드’로 바꿔서 레드딜이다. 원주민들은 땅과 물을 정말 신성하게 취급하고 상품화하지 않는다. 식민지 사람들을 손님, 이 땅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 대우를 한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미국은 똑같은 이슈를 갖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까 석탄화력발전소를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 것이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이제 우리 모두 다 은퇴에 대해 걱정해. 석탄발전소 문을 닫는다 할 때 은퇴라고 할 때 누가 그 근로자들을 돌볼 것인가, 소득이 사라질텐데, 석탄 발전소 일하던 사람들, 자녀들은 누가 케어할 것인가. 은퇴라는 단어, 이 단어를 좀 더 토론해야 한다. 미국에서 은퇴계획이라고 하면 절대 우리는 은퇴하지 않는 생각으로 계획을 짠다. 모든 사람들이 은퇴 게획을 못 짰어. 은퇴하게 된다면 죽기 직전이 아니면 정부에서 대주는 게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해. 아무도 은퇴하고 싶지 않아 한다. 석탄화력발전소 우리가 활용하지 않고 문을 닫아버린다 하면 누가 이 근로자들을 케어할 것인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누가 도와줘야 할텐데. 미국이라고 하면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주들이 있다. 그래서 말씀드렸다.
송길영 = 유 소장님은 다른 연사들 강연 듣고 궁금한 점이 있나.
유정길 = 사이토 고헤이 선생님 책을 읽고 내용적으로는 저하고 거의 완벽하게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는 사회주의가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해. 첫번째는 현실사회주의. 러시아나 소련, 패망한 동구 국가들. 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가 있다고 생각해. 과거 맑시즘이라든가. 사상적인. 세번째는 사람들의 어떤 가치로서의 사회주의, 희망으로서의 사회주의, 공동체주의라고 할 수 있는 거다. 저는 사이토 서선생님 책 감동해서 읽으면서 코뮤니즘이라는 말을 공동체주의라는 말로 한국에서 번역하면 좋겠다고 봤다. 낯설게하기 주의라는 게 있지 않나. 낯설게 보여주면 새로운 상상력 갖게 만드는 것처럼. 탈성장 공동체주의라고 할까, 이런 말을 권유하고 싶다. 사이토 선생님께선 맑스 후기 저작에 관심이 많이 갖고 있고. 저도 90년대에 서적을 번역하면서 맑스는 자유로운 개인의 연합을 얘기하고 협동조합 얘기하는 데 대해 굉장히 감동받았다. 공동체주의라고 바라보는 건 어떨까.
사이토 고헤이 = 좋은 것 같다. 일본어로는 이 말을 서구어를 한자로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서구어를 가타카나(독음)으로 바꿀 수도 있어. 코뮤니즘은 일본어로는 코사쥬기. 공산주의인 것이죠. 쿄사토라고 부르는데요. 이에 대해서 저는 사실 마르크스가 가졌던 공산주의 라는 그러한 생각하고는 좀 다르다고 설명을 하곤 했다. 현실사회주의하고는 좀 달랐던 것이고. 이런 공산주의라거나, 예를 들면 철의 장막 같은 것 하고는 상관이 없었다. 내 이해는. 우리가 원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가 이 코뮤니즘을 일본어로 가타카나로, 독음으로 쓴 거다. 정말 코뮤니즘이라고 쓴 거다. 공산주의라고 번역하지 않고. 그래서 커먼과 커뮤니티 사이의 관계를 모색하고자 했다. 토착민들의 무리나 토지 같은 건 상품화할 수 없는 건 이해하는데. 우리가 물을 상품화할 수 있어? 병원을 상품화할 수 있어? 이건 커먼이 돼야 한다는 것. 공유재. 공유재의 영역을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것. 전통적 지식, 교육, 전기, 물 등등 이런 모든 것이 다 탈상품화가 돼서 공유재가 된다면 우리는 보다 더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우리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스트레스 덜 받고 불안감 덜 갖고 주택도 갖게 될 수 있어. 이 상황에서 상품이나 돈, 자본의 역할이 지금보다는 많이 줄어들겠죠. 지금은 과잉 상품화가 돼있다고 생각해. 우리 사회의 소비가 더 속도가 붙고 있어. 의미도 새로이 주고, 브랜드도 많고 돈도 많이 쓰고 있다. 이런 걸 공동주의라고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 커먼이라는 부분이 강조되면
사이토 고헤이 = 이런 명칭도 중요한데, 우리가 탈성장을 생각할 때 이 용어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은 저도 모호해. 탈성장은 성장의 부정에 불과한 것이죠. 루비니가 탈성장이라는 말은 GDP 축소하는 말로 오해했는데 우리가 말하는 건 그게 아냐. 성장을 부정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리세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아직도 성장해야하는 게 많다, 왜 성장하면 안되냐... 끊임없이 되니까 이런 담론 자체가 생산적이지 않아. 디그로스에 대해서도 다른 용어를 고안해내고 싶은데. 저는 마르크스주의자이고 저는 사회준의나 커뮤니즘이라는 말을 쓰는데, 뭔가 이름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 목표로 하는 사회에 다른 이름이 필요한 것 같다. 자본주의를 천명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철학자로서 저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걸맞는 용어를 찾는 것. 개념이 없다면 거기에 대해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어려워.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어로 더 좋은 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저는 아직 못 찾았는데 한국어로는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송길영 = 전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변화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방향이 변화를 새롭게 추동한다면 사회에 큰 충격이 가해질텐데, 어떤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지 한분씩 여쭤보고 싶어.
사이토=당연히 만성적인 위기가 없다고 한다면 우리가 새로운 녹색기술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성장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녹색자본주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 30년 전에는 가능했을 것이다. 그당시에 새로운 녹색기술을 투자하긴 했다. 소련 붕괴 직후 모종의 녹색 자본주의를 구현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우리는 자유시장을 세계화했고, 화석연료 기반으로 모든 활동을 했다. 그러다 기후 위기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는 원유 생산하는 당사자까지도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본다. 근데 너무 늦었다. 기후위기가 가장 시급하고 1.5도로 억제하는 이 타겟, 더이상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1.5도면 되겠지’ 아직 3년 남았어‘ 이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가능성 때문에, 아직 3년 남았어, 이렇게.
사이토 고헤이 = 만성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야 말로 더이상 사라지지 않는 위기다. 코로나 19처럼 해가 지나서 백신이 생겨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만성위기, 기후위기는 더 악화될 거다. 그 영향은 몇년동안 계속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다른 요소까지 첨가도리 것이다. 인플레이션, 난민, 전쟁... 점점 더 사회적 경제적 불안전성, 소요 혼란.. 이 모든 것들이 가해질 것이다. 우리는 너무 익숙하다 이런 위기들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 그래서 오늘 오전에 루비니 교수님 말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물론 교수님 말도 맞겠죠. 분석에는 동의한다. 근데 결론이 너무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라고 말씀하셨어. 너무 해법이 인지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 해법이 미약하다. 위기는 인지하고 있는데 해법이 약하다. 위기는 너무 다중위기이고 너무 심각하다. 우리가 반드시 이야기를 해나가야 한다. 유토피아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급진적인 표현을 도모해야 합니다. 우리가 준비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악화되고 패닉상태에 빠질 것이다. 악몽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파시즘, 포퓰리즘이 생겨 리더가 생겨 정치적 공백을 채우면서 이끌겠죠. 정치적 전략, 운동 등등을 구현해야 해. 그 전에 먼저 아이디어, 컨셉을 상상해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가야할 종점이다.
라즈 파텔 =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마음에 듭니다. 결국 우리 경제가 무엇을 위한 것이냐. IPCC 보고서를 보면 정말 우울하다. 제가 학생들과 함께 이걸 분석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점점 악화될 것이다. 얼마나 악화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게 바로 과학이다. 지금은 아주아주 나쁘거나 조금 나쁘거나 정말정말 나쁘거나 그 선택지라는 것이다. 이것은 결구 자유주의적 접근법하고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사물을 좀 더 규제한다거나 또는 기술관료를 영입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그런 세계는 없다. 어느 위기가 가장 시급하냐고 물어봤는데, 기후위기는 ‘아 접니다. 제가 바로 기후위기에요’ 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권력체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짧은 에피소드 말씀드리고자 하는데, 2010년이다. 그 당시에 큰 산불이 러시아에서 산불이 연달아 발생했다. 산불이 발생한 이유가 러시아가 그 당시에 완전히 규제완화를 했기 때문이다. 제프리 삭스 같은 경제학자들이 와서 자유시장 접근법에 대해 설명하고, 그러면서 예를 들면 물을 사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것 등을 자유화하게 됐다. 러시아 일부지역에서 농민들이 계속 파종을 한 것이다. 과거 소련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파종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유시장 방식으로 농업을 하다보니까 이제 이상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이 30%배 높아졌고 산불이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도 글렌코어라고 하는 곡물무역회사가 있다. 취리히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에 가서 이런 곡물수출 금수조치를 취하면 문제가 살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금수조치 취하면 이 회사가 계약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게 불가항력이다, 해서 산불가격이 급등하게 됐어. 이 회사가 가서 러시아가 곡물 금수조치 하게 하자고 해서 불리한 계약에서 빠지게 되고, 글렌코어는 기뻐하게 됐어. 전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은 급등했어. 모잠비크에서는 폭동이 일어났어. 사람들이 밀을 원했고, 빵을 원했다. 포르투갈 식민지였고, 그 문화에 따라 빵이 주식이 됐는데 모잠비크에선 밀을 재배하지 않는데 빵을 먹어야한다는 거다. IMF가 2010년도에 긴축정책 이행하게 됐고, 모잠비크에서는 밀을 살 수 있는 예비자금이 없었다. 결국은 식량폭동 상황에서 경찰들이 고무탄환이 떨어져서 실탄을 사용하게 됐다. 그 결과 수십명이 사망하게 됐다. 그 당시 많은 여성들이 식량배급을 받으려 줄서있었는데 여성들이 많이 사망했다. 이게 기후변화의 모습이다. 젠더, 식민주의, 먼 곳에서 작동하는 자본주의, 지속불가능한 정책을 주는 경제학자들.. 이런 모습이다. 기후 위기는 젠더, 인종, 식민주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하라고 한다면, 하나만 선택할 수 없다. 서로 간 교차돼있고 모든 위기는 본질적으로 다중위기이기 때문이다.
송길영 = 오늘자 글을 보니 인구구조, 변화 헌혈 문제가 생길거라는 거에요. 젊은 분이 헌혈하고 연배 많은 분이 수혜받는데 혈액 수급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거에요. 교수님 말씀하신대로 사회 규칙이 안정화 상태에서 조금만 변하더라도 다른 형태를 추종하는데, 어떤 건 예상하지만 어떤 건 상상못하는 큰 게 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유진 = 기후 문제 다루다보니까, 한국 사회는 이 문제 왜 이렇게 둔감할까, 기후는 너무 많이 나와 있고 언론도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사람들이 모르거나 또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닐텐데 왜 우리는 기후 위기에 반응하지 않을까. 저의 화두는 이걸 가지고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저도 너무 당위적으로 제가 얘기할 때도, 환경운동이나 에너지 하는 사람들은 너무 계몽적으로 얘기해, 이런 선입견 많이 얘기하실까봐 너무 걱정하고 위기다라고만 하지 않고 우리가 지금 해결해야 되는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걸 고민하는데요. 한 축으로 고민하는 건 정말 짧은 시간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거죠. 이렇게 생각했다가 저렇게 생각했다가, 모르는 질문들 예전에 직면하지 않은 질문들에 부딪히면서 생각하는 거 같아요. 우리가 문제를 의식하고 스스로 브레이크 밟아서 전환하느냐, 아니면은 누군가에 의해서 사건과 사고에 의해서 멈추느냐. 이건 다를 거 같아요. 우리가 준비해서 전환할 때는 충격과 사람들 고통 줄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부딪혀서 짧은 시간에 뭔가를 해야 될 때는 못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라즈 파텔 교수님께서 한국 석탄발전소 얘기하셨는데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때 그린 그로스에 대한 메시지를 세계에 떨쳤는데 그때 정말 많이 승인한 게 석탄발전소였어요. 끄트머리를 붙들고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죠. 배출량이 확 는 게 있는데요. 탈석탄을 해야 해서 2050년 전에 60개 가까운 석탄발전소를 줄여야 해요. 각각에는 400~500명의 노동자들이 있는 거죠. 그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또는 청소하는 지역 여성 노동자도 있어요. 고용의 형태라든지, 일의 내용이 다 다른거죠.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30년 안에 60개를 리타이어, 문을 닫아야 하는데 당장 남아 있는 2030년까지 20개 일정이 있단 말이에요. 20개 가지고도 전력 생산이 줄기 때문에 뭘로 커버할 지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죠. 전력화가 된다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빠지는 석탄발전소 어떻게 할까. 천연가스 복합 발전소로 갈거냐, 재생 가능한 발전으로 갈거냐. 논쟁이 벌어집니다. LNG나 복합으로 가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부 갔다가 다음으로 넘어가면 좋겠다는 입장도 있지만, 탄소중립하려면 LNG 왜가, 바로 재생가능 가야지. 시간 두고 경합하는 논쟁이 벌어져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한국 사회는 LNG도 안 되고 재생가능도 막혀 있어요. 그래서 석탄발전소 폐쇄 시점이 딜레이 되어요. 그럼 온실가스 못 줄이게 되겠죠. 석탄발전소 하나 가지고 어떤 지역 어떻게 바꿀거냐 각각의 노동자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 전력망은 어떻게 할거냐. 그래서 제가 계속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우리가 가야되는 사회를 가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저야 될 짐이 다른데 그 감당해야 하는 짐들과 풀어야 하는 숙제들이 뭐가 있는 지를 써가면서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발전소가 언제 폐쇄되는 지 정보도 모르는 분도 계시고, 한 축으로는 지역에서 석탄발전소 없어지면 이 정도 임금 받는 일자리가 없어지니 일의 강도 줄이고 노동 시간 줄이면서 임금 조정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얘기들도 하시더라고요. 정말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해서 각자의 상황에서 무엇이 정말 이 상황을 해결해 가는데 같이 살 수 있는 길인가를 논의해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이런 논의를 할 논의의 장이 없기 때문에 급한 게, 우리가 탈성장 가야되고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데 수많은 논의를 할 수 있는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고 활동가, 전문가, 당사자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모여서 안전하게 서로의 얘기를 해보는 공간을 만들자, 이 얘기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유정길 = 중요하지만 논의에서 빠져 있는 거 두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기후 문제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건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요. 현대 사회 민주주의는 일반 정치인들은 선거 기간만 책임집니다. 기후 환경 문제는 100~200년인데 선거는 4~5년이기 때문에 개발 공약 혹은 개발을 원하는 분이에요. 기업분들은 어떠신가. 당기 순이익으로 1년 단위로 움직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생명을 보전하는 의사 결정 할 거냐. 대의민주주의는 현재 살고 있는 성인 남녀의 의사 결정에 따라 개발 권한이 주어집니다. 미래에서 빌려 쓴다면, 미래 세대에 물어보고 개발해야되는데, 레토릭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론 그렇게 안하고 있단 말이에요. 의사 결정을 인간들에 의해서, 다른 생명들도 고려하지 않고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만 의사결정하는 시스템, 이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장기성을 보장하는 의사결정하기 어렵다.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한국은 분단된 국가다. 한국 사회에선 남북 문제 고민하는 보수와 진보가 공통 가지고 있는 건, 남북 통일해서, 대박 통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성장 동력이 남북 통일이라는 거죠. 하루 종일 얘기한 탈성장이 관건인데, 남북 문제를 더욱 더 빨리 성장하고 싶어하는 통일 운동하고 있다는 거죠. 기후 환경 문제하고 남북 문제 고민하는 사람이 대화가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성장을 도모한 남북의 대화를 어떻게 할거냐. 남북이 교착상태일 때 이런 논의해놔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 사회나, 한반도 어떻게 만들거냐. 녹색 국가 어떻게 만들거냐. 통일과 평화를 어떻게 이뤄나갈거냐. 한반도만의 특수성인데, 남북 문제가 통일되는 과정에서 문명 전환 되는 게 관건이잖아요. 이게 중요한 문제다.
사이토 고헤이 = 그럼 제가 일본인으로서 관점 말씀드리면요. 일본은 지진과 태풍이 많습니다. 자연 재해에 익숙하다고 할 수 있죠. 태풍이 좀 더 큰게 온다고 하더라도. 비가 온다고 하더라고 사람들은 늘 그냥 있는 일이지, 지진처럼. 지진은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습니까. 이게 하나가 있고요. 두 번째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가 전체 비중에서 적습니다. 미국은 MZ 세대가 이제는 좀 더 좌파 성향을 띄고 있다고 하는데, 이와 달리 일본 젊은 세대는 별다른 권력이 없습니다. 세력화가 안 됩니다. 수가 적기 때문에요. 투표 해도 기성세대로부터 묻혀 지게 되는 겁니다. 실버 세대, 그래서 실버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고령층이 목소리가 더 큽니다. 이들은 기후 변화에 관심이 없죠. 일어났을 땐 이미 없습니다.
탈성장에 마르크스 관점이 필요한 건데, 근로계층 노동자 운동, 노조주의 환경주의 사이에 연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태적 제품 구매하고 유기농 제품 채소, 비건 라이프 스타일 중요하다, 친환경 냉장고 쓰는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비싸지 않습니까. 패스트 패션, 나쁘다 얘기하는데 이건 쌉니다. 치킨 너겟 이야기도 있지만, 근로자들은 이렇게 싼 거 없이는 살 수가 없는 겁니다. 환경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건 노동자들 듣기에는 엘리트주의다. 중상층의 이야기지,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거에요. 이런 간극 극복하려면, 유일한 건 녹색 성장, 그린 뉴딜, 임금 높이고 노동자들도 더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게 가능하다고 한다면 노동자들과 환경주의자들도 연대할 수 있을 것이고 식민지나 글로벌 사우스를 희생시키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 운동에서도 탈성장과 탈식민지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고, 마찬가지로 환경주의자들도 마르크스주의 비판 평등주의 사상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적대감을 극복하려고 저는 합니다. 간극을 좁히고, 탈성장 사회주의가 그래서 중요하다고 하는 겁니다. 정의, 지속가능, 평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중요합니다.
이유진 = 한국은 왜 기후변화에 둔감할까. 기후와 날씨 이런 건 다르지만 사계절이 있어서 일상에서 많이 겪고 있다. 철원은 영하 25도 갔다가 40도도 찍잖아요. 기후 변화 피해가 지역에서 많이 있거든요. 광주 전남에는 엄청난 가뭄 겪었죠. 그런데 미디어가 다루는 거, 절반이 수도권에 살다보니까 변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요인이 크다. 또 세 번째는 배출량이 기업, 산업 부분에 많아요. 성장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달려왔고 철강이 10% 배출하잖아요. 자동차, 선박, 우리 경제 구조가 배출을 많이 하는 구조에요. 이걸 바꿔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감이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송길영 = 지금은 환경 이슈를 말씀주셨는데, 사람의 관여 부분을 말씀 안 드릴 수 없어요. 주제가 성장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을 배제할 수 없잖아요. 각자가 기여를 해서 분배를 받아야 소비의 주체가 되고, 근데 지금 이슈는 생성형 AI 도래와 직업에 있어서 사람이 하는 일들을 대행해주는 게 구체화되기 시작했어요. 실업의 이유 중 하나로 AI로 이번달부터 미국에서 뽑았어요. 골드만삭스에서 3월 낸 리포트가 3억개 정도 일자리가 대체되거나 바뀔 거다. 화이트 컬러 쪽이었어요. 우리의 관여, 분배 그 모델이 위축될 수 있는 위기가 오고 있죠. 디커플링 이슈가 나오는 건 경제 발전에 비해서 각자의 분배가 취약해진다는 게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프라이빗 체인지보다 AI 도래가 우리의 이런 성장 번영 키워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사이토 고헤이 = 챗 GPT가 화두인데, 근데 전 이해가 안 되는데 왜 AI를 두려워할까. 우리의 꿈 아닙니까. 노동 해방 되는 게 꿈 아닙니까. 그래서 기술 개발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왜 일자리 잃는다고 두려워하죠. 더 이상 일 안 해도 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일 안해도 되고, 불필요한 일들, 사무실 남아 있고 이런 거 왜 하나요.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 생산성이 너무 높다, 그런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자본주의 때문에 일을 해야되는거죠. 제도의 문제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도가 바뀐다면, 무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면, 무한 이익 추구가 아닌 제도라면 그러면 우리가 이 기술을 활용해서 근로 시간 줄일 수 있겠죠. 이 남은 일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겁니다. 다른 남아 있는 일, AI는 요양 못할 겁니다. 돌봄 못할 겁니다. 남는 분야들은 가장 노동 집약적인 분야, 교육, 돌봄, 요리 이런 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죠. 나쁜 게 아닙니다. 화이트 컬러 일자리 없어진다, 하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겠죠. 그러면서 근로시간 줄일 수 있고요. 그런데 이게 가능하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본주의에서 AI가 발전하면 우리 데이터를 빼다가 이익 추구를 위해서 쓰겠죠. 그리고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를 통제하려고 쓰겠죠. 우리 행동을, 우리 욕구를 조정하려고 쓰겠죠. 그건 위험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도 열리게 됩니다.
라즈 파텔 = 저도 비슷합니다. AI 걱정 안 합니다. 생성형 AI, 우리가 갖고 있는 이 AI는 문장을 완성할 줄 압니다. 통계적 관계를 이해합니다. 아 이 그림을 이해합니다.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전체 인간의 활동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문장을 만듭니다. 이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사토 교수님 말씀대도 AI가 완벽하게 트레이닝 받아서 진짜 힘든 노동 대신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진짜 잘하고요, 불필요한 일자리잖아요. 그런거 다 대체해 줄 수 있어요. 세상에 카메라가 아니라 엔진이 될 때 문제가 됩니다. 다시 말해서, 계속해서 교육받은 대로 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할 때입니다. 로봇이 농업 활동을 한다든지, 로보틱 농업, 농약을 뿌리는 것. AI 잘합니다. 단일 재배 잘합니다. 예를 들어서 탄소를 포획한다든지, 완전하게 지식을 활용해서 원주민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원주민들과 농민들의 지식을 침험한다든지, AI가 트레이닝 받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게 걱정입니다. 실제로 어떤 사회적인 변화, 우리가 AI에 항복하는 일이 생길 때 말도 안 되는 경제 구조가 생길까 걱정됩니다.
여러분들도 혹시 경제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은 응용통계라는 게 전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응용 통계학을 사용해서 새로운 사업도 만들고, 파생상품 만들었죠. 응용 통계가 있어서 세상을 바꿨고, 다른 안목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저는 일반적인 AI, 생성형 AI는 응용통계학이고요. 어떤 변화가 이뤄질까, 지속가능한 농업활동, 사토 교수님이 말씀하신 거. 제가 걱정이 되는 건 응용통계가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알아서 쥐게 될 때, 그게 걱정이 됩니다.
유정길 = 궁리 끝에 말씀드리면, 저의 고마움과 감사를 표하는 것 있잖아요. 주변 사람이 경쟁 상대가 아니고 존재하는 게 복이고 도움이고,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존재인 지, 고마움이 발현될수록 물질적 소비에 덜 집착하게 된다고 봐요. 고마움을 회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작이라고 봐요. 60 넘은 사람들이 환경 단체를 만들었어요. 고령화 사회고,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고, 60 넘은 사람들이 산업화 고생 겪었지만, 또 가장 많은 물질적 혜택을 받았어요. 저희가 어쩌면 후세들에게 쓰레기를 물려줬고 자원 소비를 물려줘서 참회하거나 더이상 손자들에게 증손자들에게 고통을 물려주지 않는다는 자세로, 시간이 있을 때 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년 1월에 만들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서, 일본은 고령화가 발달 돼 있어서 일본은 아직 없다고 들었습니다. 시니어 활동을, 저희도 1년 넘게 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호응해서 일본도 해 나가게 되면 의미있게 지구적인 문제를 대응할 수 있고 미국도 그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유진 = AI가 뜨거운 이슈죠. 역으로 한 번 해보는 데요. 이세돌님하고 컴퓨터하고 바둑을 둬 가지고 이세돌님이 졌잖아요. 엄청나게 영역의 변화를 상징하는 거처럼 얘기가 됐는데. 여기서 AI가 얼마만큼 자원을 소모하는 지는 잘 얘기하지 않는 거 같아요. 탄소 중립으로 가면서 한정된 전기와 에너지를 잘 써야 된다고 할 때, 우선으로 자원을 어디에 배분할까. 그런 무제도 있고요. 기술은 독점화되기 쉽게, 노동이 플랫폼 중심으로 바뀌고 가진자와 이요자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잖아요. aI가 만들어낼 격차가 누구에게 힘을 줄건가, 라는 걸 생각하면 여전히 살펴보고 경계할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AI가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석탄발전소 폐쇠되면서 어떤 시나리오가 만들어질까처럼 복잡하게 토론해야 될 문제다.
디지털이라든지 이런 걸 하는 사람이 기본소득 얘기하는 게, 노동과 소득에 어떻게 영향 미칠 지를 걱정하게 되거든요. 여러 측면에서 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송길영 = 도래한 것에 대해서 대응하는 모드로 간다면 근원적인 해결책 내기가 어렵죠. 도래한 것이 왜 도래했는 지, 그 해결책이 지금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여러 층위에서 얘기를 해봐야 될거 같아요.
우리가 고민하는 건 기회가 있었다, 30년 전에 했어야 되는 일을 안 하고 미뤘다. 다시 그러면 우리 30년 후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멈출 수도 있고, 흘러갈 텐데, 30년 후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사이토 고헤이 =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기후 변화가 중단되는 건 아니잖아요. 더이상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겁니다. 기후 위기는 불가역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문제입니다.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은 선진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죠. 그리고 심지어 우리, 우리가 이 부정적인 영향을 느끼고 있는데 선진 국가에 사는 사람들도 느끼는데, 취약계층 소외계층이 느끼는 건 훨씬 클겁니다. 좀 더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까. 우리 아이들, 우리 손주들 어떤 일을 겪을까. 무엇을 겪을까 이것을 다 상상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탈성장을 할 때 바로 무슨 생각하나요. 긴축 생각하죠. 그런데 모든 걸 포기한다, 탈성장하면 이렇게 생각하죠. 야근도 하고 노동도 하고 우리가 원하는 거는 BMW 운전도 포기해야 되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하죠. 근로자들 중에 가치관이 내재화된 사람들도 포기하는 게 어려울 겁니다. 근로자들 소비식 사고가 내재돼 있는데, 독일의 소비주의 학자 제국의 산물이다. 불평등한 노동, 에너지, 자원, 노스와 사우스간 불평등이 있을 때 느낄 수 있다고 했어요. 근로자들은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걸 착취하잖아요, 해외여행, 고기 먹고 이런 게 다른 사람 걸 뺏어서 하는 거잖아요. 지속 가능한 녹색 성장이라고 할 때 사회주의하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깨달았죠. 우리가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죠.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죠. 우리는 더 많은 걸 사고 싶어해요. 그렇다고 해서 물건 구매한다고 행복하지 않잖아요. 가족과 시간 보내고 자연과 보내고 이게 행복인데, 코로나 동안 모두 경험하셨을 거에요. 정말 우리 힘들었죠. 동시에 어땠나요. 경제가 둔화되니까, 동시에 우리가 삶을 다시 한 번 반추하면서 되돌아보게 됐죠. 성찰하게 됐죠. 우리가 이렇게 여행할 필요가 왜 있어, 출장 갈 필요가 없잖아. 그래서 제 책이 인기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2020년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 그런 이유다. 정상적 삶으로 회귀하고 있다. 해외 출장도 가고 좋죠. 그런데 교훈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우리가 착취됐는지, 식민지화 됐는지, 성평등 악화되고 이런 걸 끝낼 수 있습니다. 총체적이고 효용적인 아이디어, 크게 탈성장입니다. 적절하게 누가 이름을 붙여야 겠지만 현재는 탈성장이라고 붙였습니다. 굉장히 포괄적이고 긍정적이면서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더 지속가능한 삶, 평등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자본주의적 사고 방식,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방식은 아닙니다. 뭐야 탈성장이, 포퓰리즘이야. 이런 반응 이해합니다. 그런데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때 겪었죠. 과거 30년 무얼 겪었죠. 똑같은 탈성장이야 말로 유일한 길이다, 이렇게 느낄 겁니다.
라즈 파텔 = 사실 제가 걱정이 되는 건 내년에 트럼프가 당선될 까봐.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 변화를 이해 못하는 것보다 더 안 좋은 거는 트럼프가 기후 변화를 이해하는 거다. 미국에선 이미 에코 파시스트가 많이 있거든요. 기후 변화가 실제한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들, 그런데 대응이 국가를 이용해서 미국의 것을 활용하게 하는 다른 사람을 배제시키는 겁니다. 앞서서도 차트 보여드렸는데요. 미국의 것이라고 하는 거. 어쨌든, 미국이 거의 모든 곳에 있어서 비율적으로 훨씬 높습니다. 그러면 한 가지, 에코 파시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발생하고 있습니다. 텍사스에서 에코 파시스트가 있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죠. 미국의 것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서 죽인 겁니다.
그런데 사실 국가란 무엇인가. 사유재산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은요. 이런 개념이 서로 연결된 걸로 앞서서도 우리가 행복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하면요. 나의 소득 수준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소득 수준인 겁니다. 즉 불평등이 중요하다는 거죠.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라고 했을 때 대부분이 그러면 행복도가 높습니다. 이런 나라가 코스타리카 입니다. 기초 서비스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비교가 기준이 됩니다. 이런 세계는 좀 다른 세계인 거죠. 이게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세계가 될 수 도 있고요. 특징적으로 바뀌는 거죠. 우리가 망가뜨린 세계를 구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복도도 올라갈 수 있다. 우리 스스로 해방을 얻어낼 수 있는 걸 알아야 합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디로 갈 지 모르겠습니다. 기후 지수가 악화되는 그러한 세계보다는 파시즘 때문에 분열되기 보다는 연대하는 세계가 되길 바랍니다.
이유진 = 한국 사회가 불평등, 차별, 혐오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데요. 합계 출생율이 0.78인데 더 떨어질 가능성, 더 급격하게 진행될 가능성. 20대에 기후 변하 때문에 아기를 낳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여성은 33%가 그런 생각이 든다. 남성은 10%가 든다. 우리 안에서도 세대 간에도 젠더 상에서도 다른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이런 갈등과 상황에서 뭔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모든 지표에서 지금 20~30대 청년들이 변화를 만들 수 있어. 희망의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 했을 때 답답한 거죠. 수치가 적어서 정치적으로 영향 미치는 데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논의가 중요하다. 무엇을 서로에게 지시할 수 있고 포기할 수 있고 세대 간에 논의가 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대통령 임기가 2027년인데. 2030년 목표의 상당 부분 해야되는데, 감축량이 미뤄지기도 해요. 오늘의 화두가 자본주의 한계를 얘기하는데, 대통령 연설 보면 자유가 너무 많고 돌봄 복지도 시장에 맡긴다고 하거든요. 우리가 위기를 풀어가는 대안을 여기서 말하는데 한국의 상황은 더 많은 시장과 더 많은 자유로 갈 수 있고, 코로나 이후 상황을 봐도 우리는 돌봄이라든지, 그때는 간호사들의 헌신에 대해서 엄청나게 얘기했지만 지금은 필수노동이 어떻게 대우받는지, 코로나 국면에 자동차 판매가 이렇게 급진적으로 늘어나는 곳이 없어요. 공공 교통은 줄고, 거점이 되는 정류장은 오히려 폐쇄가 됐어요. 한국은 지금 정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공공성 얘기해야 하고, 사람들이 살아야 할 집이라도, 청년들이 월세르 20~30%를 내지만 않아도 미래를 대비할 여력이 생기거든요. 집, 공공적 교통 먹거리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것들 공공의 정책 자원이 투입돼서 안전망 갖추도록 해줘야지 그 다음 단계를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27년도에 우리는 또 어디서 뭘하지 막막하지 않지 않을까.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면서 기반을 서로 연대하면서 가지 않을까 합니다.
유정길 = 저는 30년 후라고 한다면 갑자기 그날 종말이 오지 않고요. 저는 어쩌면 위기 상황 D-Day 라고 하는 그 해 이전에 위기의 징조가 더 많아지는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가 60년대나 50년대 보릿고개 가난하지만 참고 인내하면서 하는 건 희망이었거든요. 희망과 앞으로 좋아질거라는 낙관 같은게 있어서 현재의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지금 태어난 다음 세대 같은 경우에는, 태어나자마자 기후 위기와 두려움 얘기를 듣고 난 다음에 앞으로 나아질 거란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아이들이 창업을 할거야, 기술 개발할거야, 가난한 사람들 도울거야. 선의지를 갖고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할만한 동기부여가 될까. 아이를 낫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이들이 의미있게 고통을 감내하기 보다는 좌절과 고통을 겪고 부모와 할아버지 세대를 향한 적대심 분노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회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그 기후 위기가, 위기 자체가 아니라 여러가지 많은 산불이라든가 재앙적 조짐들이 많아지고 훨씬 더 실제 위기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또 탈성장 말씀하셨는데. 스톡홀름에서 성장 멈춰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어요. 1992년 성장과 환경이 같이 갈 수 있다는 논리가 개발됐고, 이게 지속가능한 발전, 성장이에요. 이게 아편 역할 했어요. 뭔가 될 거라고 생각한거에요. 명확한 단절, 전환을 해야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이렇게 살면서 조금씩 노력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 놓쳤어요. 탈성장이 거부감 있을 수 있지만, 그나마 제일 나은 단어다. 단절의 메시지를 이구동성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는 점 강조 드리고 싶어요.
송길영 = 많은 울림을 받을 수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미래를 미리 보았구나.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 있었고 얼마나 중요한 지 그때 몰랐다가 다시 한 번 들춰보는 우매함을 겪었다는 거죠. 누군가는 끝까지 모른다. 오늘 나눈 말씀이 알려지고 저장되겠죠. 30년 뒤에 우리 다음 세대가 열어볼 거 같아요. 여러분들의 혜안이 실제 현실과 가까웠고 두려움과 겪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을 경주했는 지, 소홀히 했는 지 판단 될 거 같아요. 소중한 말씀 나눠 주시고 뜻깊은 행사 같이 해서 영광이었고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 마음에 울림으로서 다가오기를, 나은 형태의 삶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박형준 시정 1년, 부산 엇갈린 성적표... 이유는?
여론조사 긍정평가는 오름세, 공약 정상 추진율 96.3%... 시민사회 "엑스포가 현안 집어삼켜“
박형준 부산시장 1년에 대한 성적표가 엇갈린다. 2030부산엑스포 등 역점 사업 추진으로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의 긍정 평가가 '오름세'를 기록했지만, 이와 달리 지역의 시민사회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낮은 점수를 매겼다.
민선 8기를 책임지게 된 박형준 시장은 지난 1년간 15분 도시, 산업은행 이전, 가덕신공항 건설 등을 주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부산시 자체 평가 결과를 보면, 공약 정상 추진율이 96.3%에 달한다. 108개 공약 가운데 4건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약 이행에 힘입어 박 시장은 올해 개최 여부가 결정되는 부산엑스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제행사를 부산으로 가져오기 위해 여러 차례 해외를 다니며 직접 유치전을 펼쳤다. 이러한 박 시장에 대해 시민 여론은 일단 긍정적이다.
시계열 자료분석(일정한 간격으로 여론을 관찰)에 따라 리얼미터가 매달 발표하는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박 시장의 지지도는 다시 상승 국면이다. 지난해 12월 51.5%까지 떨어졌던 긍정평가는 지난 5월 들어 56.7%로 올라섰다. 같은 달 기준 부정평가는 37.1%에 그쳤고, 부동층은 6.2%였다.
"엑스포가 모든 부산의 현안을 집어삼킨 것 같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박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의 내용을 봐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부산YMCA·YWCA,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지역의 11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지난주 워크숍을 거쳐 28일 발표한 평가서를 보면 박 시장의 1년은 시민 안전 등 다섯 개 분야에서 비판받았다.
시민연대는 녹조나 일본 오염수 방류 등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거나 황령산 개발과 같은 공공기여협상제에서 특혜 시비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봤다. YS기념관 추진, 영어하기 편한 도시, 상징물 변경 과정에서도 소통 논란이 일었고 여러 곳과 맺은 투자 MOU는 보여주기식 사업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난 1년에 대해 "엑스포 매진과 성과내기에 치중하느라 서민경제, 민생복지, 시민안전 문제에 소홀하거나 한발 늦은 대응력을 보였다"라며 "탄소중립 도시 등과 어울리지 않는 난개발, 소통보다는 홍보에 치중하는 일방적 사업 추진도 이어졌다"라고 꼬집었다.
하루 전에는 부산공공성연대,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참여연대, 부산사회복지연대 등 9개 단체가 시민 대토론회를 열어 행정, 여성·노동, 복지, 환경, 민생경제 등 9개 분야에서 박형준 시정을 분석했다. 이들 단체는 엑스포가 모든 부산의 현안을 집어삼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여러 분야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극명하게 나뉜 반응에 부산시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해외에서 돌아오면 1년을 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박 시장은 국제박람회 기구 172차 총회 참석 이후 유럽을 순방 중이다. 시 관계자는 "다음 주 기자들과 만나 순방 결과, 1년간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사업 등을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평가에 대해선 "민주주의 사회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더 열심히 하고, 또 진행 중인 것은 정확히 시민에게 알려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3년이 남은 만큼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라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김보성(kimbsv1)
가덕신공항 건설 보상 12월부터 시작
국토부, 부산시·경남도와 협약
용지·어업보상 업무 수행 예정
오는 12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바로 사업구역내 토지와 지장물 보상에 착수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협약이 체결된다.(사진은 항공기 이미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오는 12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바로 사업구역내 토지와 어업 등 보상에 착수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협약이 체결된다.
국토교통부는 “29일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 따른 보상업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부산시 및 경남도와 협약을 체결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보상업무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관할 지자체인 부산시와 경남도에서 위탁해서 시행하게 된다. 공항건설은 본래 중앙정부 사업이어서 통상적으로 보상도 중앙정부에서 진행하지만 가덕신공항 보상업무는 지역을 잘 아는 부산시·경남도가 추진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위탁기관인 국토교통부는 보상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수탁기관인 부산시와 경상남도는 관할 행정구역 내 용지 및 어업보상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국토부는 가덕도 주변에 산재돼 있는 국공유지와 관련된 사항도 처리하게 된다.
이번 협약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의 적기 개항을 위해 지난 3월 14일 국토부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3월 30일 국회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에는 기본계획이 수립·고시되면 보상사업을 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본래 인프라 사업의 경우, 실시계획 수립 또는 승인 고시 이후 보상이 이뤄지는데 보상 단계를 앞당긴 것이다.
국토교통부 박지홍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은 “가덕도신공항의 적기 개항을 위해 부산시‧경상남도와 협약을 맺게 됐다. 이를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보상업무체계가 마련된 만큼, 2024년도 예산에 보상비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은 오는 8월 기본계획 최종안이 발표되고 오는 12월에는 기본계획을 고시하게 된다. 이후 본격적으로 보상에 착수하게 된다. 공사발주는 내년 1월 이뤄지고 내년 12월 착공에 들어간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엑스포 유치 가능하다” 尹지지층은 83%, 비지지층은 10%
전국 1019명 대상 설문 조사…진영따라 전망 온도차 뚜렷
- 국힘 지지층은 77% ‘긍정적’
- 민주당 지지층 64% ‘부정적’
- “가능성 높다” PK 50%·TK 36%
정부와 부산시, 민간이 ‘원팀’이 돼 뛰어든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가능성과 관련, 긍정적인 전망이 부정적인 전망을 소폭 앞선다는 여론 조사가 28일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진영에 따라 긍정과 부정 전망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부산역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환영 행사. 국제신문 DB
에이스리서치·국민리서치그룹이 뉴시스 의뢰로 지난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9명에게 부산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41.8%는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고 38.7%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9.4%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4차 프레젠테이션(PT)에 직접 나서 영어로 부산 지지를 호소한 사실이 집중 보도된 시점(21~22일) 이후 설문조사가 진행된 만큼, 2030부산엑스포 유치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부정적인 전망보다 더 많이 나올 개연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런 전망도 여야 지지층에 따라 완전히 엇갈린 수치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 긍정평가층에서는 83.4%가 유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유치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6.1%에 그쳤다. 반면 윤 대통령 부정평가층에선 10.5%만이 유치 가능성을 높게 봤으며, 64.1%는 유치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당 지지층에서도 뚜렷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77.0%가 긍정적으로 전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선 64.2%가 부정적이라고 예상했다. 무당층에선 24.9%가 긍정적으로, 40.2%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지역별 결과는 지지층별 결과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부산 울산 경남(PK)에선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50.1%로 다른 지역에 비해 10% 포인트 가량 높았다. 유치 가능성을 낮다고 한 응답은 35.7%, 잘 모르겠다는 14.2%를 나타냈다.
동일 기관이 진행한 설문에서 PK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8.1%로, 유치가능성 긍정 전망보다는 2.0% 포인트 낮았다.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PK 지역민인 경우 2030부산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반면 다른 지역의 경우 2030부산엑스포 유치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에 미치지 못했다. 대구 경북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9.6%임에도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망은 36.5%였다. 광주 전라 제주의 경우, 윤 대통령 지지율(29.4%)과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본 비율(28.0%)은 1.4%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서울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42.1%인데 비해 긍정적 전망은 40.3%를, 인천 경기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42.5%, 긍정적 전망이 41.2%를 기록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유럽 훼손된 땅·바다 20% 복원’ 자연복원법, 의회 거부로 폐기될 판
벌목으로 맨 땅이 노출된 독일 중서부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타우누스 산맥.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자연복원법안이 유럽의회의 거부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2030년까지 유럽의 훼손된 땅과 바다 20%를 복원하겠다는 내용의 자연복원법이 유럽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이로써 탄소 배출 억제 등 기후 변화 대응을 강하게 추진해온 유럽연합(EU)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유럽연합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 산하 환경위원회가 27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자연복원법안을 찬성 44표, 반대 44표로 부결시켰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찬성이 과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환경위원회는 자연복원법안 반대 안건을 다음달 11일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유럽의회 내 최대 정치세력인 중도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자연복원법이 유럽의 식량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이 법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국민당 소속의 페터 리제 의원은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걸 했다. (기후 대응 종합 대책인) ‘녹색 딜’은 좋은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너무 확장하는 상황에 왔다”고 반대 배경을 설명했다.
좌파 성향의 모하메드 차힘 의원은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람과 지구를 이롭게 할 야심찬 법 뒤에 있는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위원회 등과의 법안 관련 협상을 이끌어온 세사르 루에나 의원도 “우리는 식량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농민, 축산농가, 어민들의 이익을 위해 거부할 수 없는 자연 환경 개선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연복원법안은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 중 중요한 한 부분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환경 오염으로 파괴된 땅과 바다의 20%를 복원하고 2050년까지는 전체 생태계 복원을 추구하는 내용의 법안 제정을 이달 초 제안했다. 회원국 환경 장관들은 지난 20일 논란 끝에 회원국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법안에 합의한 바 있다.
유럽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않으면 집행위원회, 회원국, 유럽의회가 새롭게 법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농·어민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 탓에 재논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군공항 빠진 '국제공항 조례'…갈라진 경기도의회·아쉬운 주민
상임위서 이전 연계할 수 없도록 수정
민주 “지역 분열 방지” vs 국힘 “대안 무산”
시민연대 “추후 분석서 좋은 결과 기대”
▲ 군공항 이전을 제외하는 '국제공항 유치 및 건설 촉진 지원 조례안'이 28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돼 후보지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수원역 앞 버스정류소에 시민단체가 설치한 공항 이전 홍보판이 걸려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방선거 당시 여·야 정치권이 공약을 내면서 순풍이 부는 듯했던 '경기국제공항 건설'이 1년여 만에 논란에 직면했다. 경기국제공항은 '군공항 이전' 과정에서 시민단체·경제단체로부터 제안된 사안인데, 정작 군공항과 연계해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도록 한 조례안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제기되고, 도의회에서도 찬·반으로 갈려 갈등을 빚고 있다.
28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국제공항 유치 및 건설 촉진 지원 조례안'이 이날 정례회 본회의 표결(124명 중 찬성 73·반대 36·기권 15)을 거쳐 최종 통과했다. 조례는 인적·물적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가 국제공항을 유치한다는 내용과 함께 기본계획 수립, 행정·재정적 조치 등의 의무를 담고 있다.
또 국제공항은 '경기도가 관할 행정구역에 유치하려는 공항'으로 정의했고, '이 경우 군공항 이전 및 지원 특별법에 따른 군공항은 제외한다'고 했다.
앞서 3월 도가 입법 예고한 조례안에는 군공항에 대한 문구는 없었지만, 이후 상임위원회인 도시환경위 일부 의원들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여러 조항이 수정됐다. 도는 상임위 의견을 받아들여 조례 수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국제공항은 2020년 남부권 8개 지역 도민연합회와 상공회의소가 군공항 이전과 연계 시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정부에 유치를 건의한 바 있다. 군공항 이전은 2017년 2월 국방부가 수원·화성에 걸친 군사시설을 화성 화옹지구로 옮기기로 했지만, 지역 찬·반 대립에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를 해결할 유력한 대안이 민·군 국제공항 통합 유치였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최소 5명 이상의 경기도지사 출마자 모두 군공항과 국제공항 과제를 풀어내겠다며 공약을 제시했다. 실제 선거에서 당선된 김동연 지사의 경우, '민선 8기 공약실천계획서' 내에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이전(군공항 이전법)과 경기남부 민간공항 신설(공항시설법)을 합쳐 '경기국제공항(민·군통합 신설)'이라는 목표를 적었다.
이 같은 배경 탓에 도의회 수원 지역구 의원들끼리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군공항과 국제공항을 분리한 '투트랙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인 황대호 의원은 휠체어를 끌고 도의회를 찾아와 “군공항 관련 조항 추가는 지역 분열과 감정 대립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노력 끝에 도출된 군공항 이전의 대안이 무산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애형 의원은 이날 '맞불' 형태로 군공항 이전을 포함한 국제공항 추진 조례 수정동의안을 발의하고, 수원지역 주민들과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결의하기도 했다. 조례 수정동의안은 표결(128명 중 찬성 38·반대 82·기권 8) 끝에 무산됐다.
전진수 경기국제공항 유치 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조례가 아쉬운 건 사실”이라며 “그래도 군공항과 국제공항은 모두 추진이 되는 것이고, 추후 각종 분석 등을 통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희망하는 시민단체와 국민연대NGO140 등 100여개 단체 관계자들은 30일 오후 경기도청 앞에서 김 지사의 공약을 촉구하는 등의 결의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인천시 재개발 지원 공모 선정지 가보니
낙후지역 활성 부푼꿈… 갈등 최소화 과제
주택재개발사업이 잘 추진돼 동네가 조금 더 살기 좋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28일 경인전철 도원역 인근 주택가에서 만난 이 동네 주민 송종화(85)씨는 재개발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인천 중구 도원동 18의 1 일대 11만1천422㎡는 재개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인천시가 정비계획 수립 용역비를 지원할 일명 '재개발 후보지' 10곳을 선정(6월28일자 1면 보도)했는데, 이 동네도 '도원구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세입자들이 많아 재개발이 잘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인천시에서 도움을 준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도원구역은 도원역 동쪽,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기준으로 보면 남쪽에 위치한 주택가다. 낡은 단독주택과 다가구·연립주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건물 대부분이 준공된 지 30년이 넘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라고 한다. 도원역과 수인분당선 숭의역이 가까워 재개발 추진 여건은 나쁘지 않다는 게 주민들 얘기다.
사업 불투명시 부담되는 용역비 확보
도원구역 등 후보지 10곳 정비 기대
인천시는 노후 동(건물) 수와 연면적, 구역 경계 설정의 적정성, 주거환경 개선 시급성, 기반시설 부족 정도 등을 평가해 최근 도원구역 등 재개발 후보지 10곳을 선정했다. → 표 참조
이들 지역에는 재개발사업 추진에 필요한 정비계획 수립 용역비(약 5억원)가 지원된다. 재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받으려면 정비계획이 필요한데,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용역비를 부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용역비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하거나 사업 진행 도중 구역에서 해제될 경우 회수할 수 없는 돈이 된다. 이를 '매몰 비용'이라고 하는데, 처리 방법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심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재개발구역이 무더기로 해제되면서 시공사와 조합, 조합과 조합원이 법정 다툼을 벌인 적도 있다. 인천시가 재개발 후보지를 선정해 용역비를 지원하는 이유다.
이번에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최소한 매몰비용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재개발 후보지 응모를 주도한 주민 김모씨는 "구청과 잘 협의해서 재개발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찬반 갈리고 부동산시장 상황 변수로
市 "지원단 구성 추진 시간 줄일것"
인천시의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것은 사업의 타당성과 시급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비계획 수립 용역비를 확보했다고 해서 재개발사업의 순항을 낙관하긴 이르다. 우선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에도 추진위원회·조합 구성,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등의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재개발사업 추진 여부를 두고 주민 간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지연되거나 무산된 구역도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변수다. 부동산 경기는 정부 정책, 금리, 주변 주택 수요와 공급 물량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부동산 경기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분양이 늦어질 수 있다.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정비사업 지원단'(가칭)을 구성해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다양한 지원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재개발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업 추진에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수요 등을 감안해 차후 공모에선 선정 대상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복지, 기후와 손잡을 수 있을까?
기후가 복지에 던지는 질문들
복지의 경계를 뒤흔드는 기후재난
장마가 본격화되면서 여름 폭염과 홍수, 수해 걱정이 앞선다. 올해부터 시작된 엘리뇨 현상으로 온도는 더 올라가고 극단적인 날씨는 한층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지난해 8월, 1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과 동작구 상도동 50대 여성이 희생된 것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가 더 자주 극단적 날씨 변화를 일으키고 그 결과 기후재난이 훨씬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한 전기요금으로 올 여름은 폭서가 길어지면 냉방비마저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갖는 전환리스크와 물리적 리스크라는 두 가지 위험에 주목한다. 전환리스크는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에너지 전환이나 산업전환 등을 하면서 감수해야 할 전환비용에 관한 이슈다. 물리적 리스크는 당장 극단적인 날씨변동 등으로 직면한 기후재난 위험이다. 예상보다 기후대응이 늦어지면서 최근 물리적 리스크가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 되었다. 지난해 반지하 사태나 포스코 대규모 침수도 모두 이런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여름 홍수로 반지하나 저지대 주거지가 침수되는 문제는 복지이슈일까 아니면 기후이슈일까? 겨울 난방과 여름 냉방을 위해 공급하는 에너지 요금 정책 역시 복지정책의 영역일까 아니면 기후대응정책일까? 점점 더 강도와 빈도가 심해지는 기후재난은 반지하처럼 기존에 취약했던 복지사각지대를 드러내줄 뿐 아니라, 포스코 침수처럼 안전한 영역이라고 간주되던 곳까지 위험지대로 바꿀 수 있다. 복지의 관점에서 보면 심화되는 기후재난이 점점 더 기존에 구축해놓은 복지의 경계를 허물면서 사회적으로 안전한 지대를 줄여나가게 될 것이고 더 높은 복지안전망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거듭되는 기후대응 실패로 인해 위험 한계선인 1.5도 가드 레일이 2035년 이내에 붕괴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전망이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복지는 그 때의 기후재난에 견딜 만큼 복지 방파제를 미리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대책 없이 사회붕괴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후가 복지에 던지는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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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성장–전환의 트릴레마
이처럼 최근 강도와 빈도가 심화되는 기후재난이 기존 복지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상황이 발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와 기후/생태의 관계는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복지와 기후가 서로 선순환적인 영향을 주고받을지에 대한 고민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프랑스 경제학자 엘로이 로랑(Éloi Laurent) 등은 '복지'와 '성장', '생태전환'이라는 세 가지 과제의 트릴레마(trilemma)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유엔이나 OECD 등 국제기구들에서는 경제성장과 복지, 생태전환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함께 달성되어야 하는 목표처럼 제기되었다. 유엔이 2015년 제안한 지속가능발전(SDGs) 17개 목표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과연 경제성장, 복지, 생태전환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전부 실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셋 중에 기껏해야 두 가지만 실현가능하다는 트릴레마의 문제제기가 된 것이다.
기존의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모델은 완전고용을 매개로 한 경제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에 주목했지만, 이 선순환이 생태계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과 연결되어 있다는 중대한 사실을 대체로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군의 생태경제학자들과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이제 복지가 경제성장이 아니라 생태전환과 손잡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미래에 구축되어야 할 복지가 경제성장에 의존하기보다는 생태시스템 안에 탑재되어 생물권의 재생능력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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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복지국가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아니었다
그런데 애초에 20세기 복지국가는 확장적 경제모델에 기반했던 성장의존형 복지국가이면서 화석연료 시대의 복지국가가 아니던가? "경제성장의 존재 때문에 서구 국가는 분배와 정의의 기본적인 문제에 맞서지 않고 지금까지 혁명 없이 버텨왔다"는 탈성장 경제학자 세르주 라투슈의 말처럼, 현대복지국가는 시장에서의 첨예한 분배갈등을 어느 정도 회피하는 대신, 경제성장의 과실을 세금으로 거둬 2차 분배에 집중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복지국가 토대인 경제성장에 덜 의존하면서도 복지국가를 과연 어떻게 작동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
하지만 엘로이 로랑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그에 따르면 19세기말과 20세기 초, 처음 복지국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윤곽을 잡아나가던 시기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었거나 경제가 안정화되었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경제성장도 불안정했고 극도의 불평등과 금융 불안정 등으로 점철되었던 시기였다. 실업급여를 포함한 각종 복지정책은 이런 상황에서 출현했고, 역으로 이들 복지정책들의 도입으로 노동생산성이 자극되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복지국가는 경제성장의 전리품이 아니라 선진국이 되는 전제조건이었고 성장의 주요 근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1945년 이후 성장주의가 국가정책으로 굳어지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라는 공식들이 퍼져나가면서, 어느새 복지국가가 경제성장률에 의존하는 것처럼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후재난 → (기후대응까지를 포함한) 복지지출 증가 → (재원조달위한) 더 많은 경제성장 요구 → 기후재난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 좋은 복지는 덜 성장에 의존한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든 현실에서 이제 복지는 생태와 복지의 선순환을 먼저 고려하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에 대한 필요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무리한 경제성장으로 지구생태계가 복지를 위협하도록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지구생태계가 만들어주는 안전한 삶의 공간확보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무관하게 시민들에게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정책과 기후위기를 완화시키는 생태정책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을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생태적으로 안전한 공간에 머물도록 하자는 '도넛경제' 정책이나 '1.5도 라이프스타일' 정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특히 분배정책의 부실함을 성장정책으로 보완하려 했던 지금까지의 경로에서 벗어나, 파이를 나누는 분배정책에 과감히 도전한다면 그만큼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는 압력은 줄어들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만큼 기후에 미치는 악영향도 줄어서 기후재난을 위한 사회적 지출의 필요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더 많은 지출 – 더 많은 복지'라는 악순환이 아니라 '더 적은 지출 – 더 나은 복지'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 줄 수도 있다. 이 대목이 기존의 '성장 – 재정여력 확대 - 복지확대의 선순환' 대신에, 미래에 작동되어야 할 '선제적 복지지출- 성장 필요성 감소 - 기후위기 완화 - 안정적 복지 유지'라는 <복지와 생태의 선순환>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우주의 물질세계에서도 특정하게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궤도를 이탈하려면 막대한 추가적인 힘의 작용이 필요한 것처럼, 기존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은 늘 어렵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처럼 고성장을 하고 싶다고 할 수는 있는가? 10%성장을 했던 아득한 과거는 물론이고 3%성장률을 기록했던 2010년대도 어느덧 지나갔으며, 올해 성장률 예상치 1.5%가 말해주는 것처럼, 한국도 이제 1%수준의 성장, 또는 제로성장에 수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속적인 고성장이 이제 더 이상 원한다고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지금이야말로 성장 없이도 지속가능한 복지, 복지와 생태가 선순환 되는 미래를 기획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 프레시안
"철도 타면 소나무가 12그루? 계산은 나오나 작동하지 않는다"
[대담] 기후위기 대안으로 '철도' 주목받지만, 정작 철도 위한 '정책'이 없다
지난 5월, 프랑스는 자국 내에서 철도로 대체 가능한 단거리 지역 간의 항공기 운항을 금지했다. 모든 운송수단 중 최대치의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의 운항을 줄이고, 탄소배출량이 현저히 낮은 철도를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다. 철도는 전 세계 각국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 교통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이용하면 소나무 12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철도 이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강조하는 한국철도공사의 오래된 캐치프레이즈 문구다. 실제로 고속철도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할 수 있는 탄소량으로, 개인 승용차는 서울에서 수원까지 밖에 이동하지 못한다. 현재 철도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이 모두 개인 승용차를 이용하게 된다면 당연히 탄소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인인 내가 철도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국내 철도 시스템을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철도를 활용한 탄소감축효과가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국가 단위 효과에 실제로 이르기 위해선, 단순히 개인의 철도 이용을 독려하는 것보다는 철도망·운행횟수 등 철도의 기반 환경과 정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은 2021년, 2022년 기준 60위로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교통 분야는 국내 전체 탄소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탄소배출에 있어서 주요 분야다. 한국의 교통 분야 탄소배출량은 정체 수준을 넘어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철도가 실질적인 친환경, 기후대응 교통수단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한국에서 철도는 '친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6월 28일 '철도의 날'을 맞아 철도 및 기후 전문가들이 기후위기 시대 한국 철도의 과제와 미래에 대해 논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 반갑다. 철도의 날을 기념해 철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한국사회에서 철도를 중심으로 한 공공담론에 대해 다시 고민할 시기가 왔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다.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인 과제로 떠오른 시대고, 철도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 중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안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그렇고 이번 윤석열 정부도 그렇고, 말을 넘어 행동으로서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만약 한국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점수화해본다면 몇 점이나 얻을 수 있을까.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책임 연구원 : 사실 우리가 따로 점수를 매길 필요도 없다. 국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 대응 점수는 이미 세계 60위(2021년, 2022년 기준)로 평가되고 있다. 그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 감소 추세, 정부의 기후정책 강구 정도 등을 종합한 수치인데, 소위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의미 있는 나라 중엔 거의 최하위권이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62위가 사우디아라비아다.
특히 같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다른 OECD 국가들은 경미한 수준으로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은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록적으로 줄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기간 동안 세계의 평균 감축률은 5~10%대였다. 우리나라는 동 기간 동안 배출량이 2% 줄었고, 코로나가 끝난 작년엔 3~5% 늘어났다. OECD 국가 중엔 이런 나라가 없다.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 철도 이야기를 연결하기 위해 교통 분야의 온실가스 데이터를 따로 살펴볼 필요도 있다. OECD 차원으로 생각해 보면, 에너지 사용에 따른 다른 분야들의 경우 대체로 평균 배출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런데 교통 분야만은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체 수준에 머물러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증가했다. 개발도상국은 증가율이 빠르게 나타난다. 다른 분야에 비해서 교통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일 늦게 줄어들고, 그만큼 줄이기 어렵다는 소리다.
박흥수 : 교통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이야기할 때 여기저기서 '철도' 이야기가 나온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철도 이용 활성화를 위한 법까지 제정했다. 지역에서 지역으로 이동할 때, 철도로 대체가 가능한, 비행 소요시간 2시간 30분 이내 거리의 경우 (탄소배출이 극심한) 단거리 비행기 운행을 금지하는 법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비행기 운행이 금지되는 셈이다.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국가가 나서서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국내 어디든지 1시간이면 간다"는 식의 항공회사 광고 문구를 지하철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광고가 별 문제의식 없이 유통될 정도로, 그만큼 인식의 격차가 큰 상황이다. 교통분야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은 단순히 항공만의 문제도 아니다. 도로, 항공 등 전 교통체제에서의 문제다. 프랑스 의회가 한 것처럼 한국 국회가 그런 체제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까.
김현우 : 코레일 티켓을 보면 작년부터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이용하면 소나무 12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홍보 문구가 들어가 있다. '철도를 타면 에너지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고 많이들 하지 않나, 실제로 많은 조건이 따라주면 그런 효과가 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승용차 대신 철도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옵션이 많이 마련돼 있는가'이다. 실제로는 그렇지가 못하다는 게 중요하다.
서울, 부산, 강릉, 목포 정도의 도시 말고는 (철도로 부산까지 이동하는) 옵션이 없다. 있는 옵션 내에서도 좌석 편성은 한정적이니 대체로 포화상태다. 즉 '소나무 12그루를 심는 효과'는, 계산은 나오지만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효과다. 이게 실제로 작동해야 (국가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란 효과가 나온다.
프랑스의 '2시간 30분 내 항공기 운행 금지' 관련 법안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프랑스는 항공노선을 금지하기만 한 게 아니다. 실제 철도를 이용하도록 당근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개인이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는 기차 편성을 더 보장하고, 그 지역에서 8시간 안에 업무를 본 후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의 경우 규제라는 '채찍'도 없고 인프라 강화와 같은 '당근'도 없다. 결국 "소나무 12그루"라는 공허한 숫자만 남는다.
전현우 : 말로만 '열차가 부족하다' 할 수 없으니 실제로 계산을 한 적이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삼남지역에 인구 5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11개 있다. 적어도 그 11개 도시들끼리는 철도를 연결해야 한다는 기준을 잡고 열차 편성 실태를 확인 해봤다. 2021년 기준 철도로 11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경우의 수가 총 55개 나오는데, 30분에 한 편을 잡아 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10개였다. 하루에 3편 이하만 존재하는 경우의 수가 25개였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실제로는 철도 연결이 의미가 없는 경우였다. '썩어가는 철도'인 셈이다.
다만 지금의 경부선 고속철도라도 없었다면 철도 사업 자체가 소멸 위기를 맞았을 테니 일단 (고속철도에)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철도로) 흡수하고 있다는 효과는 인정해야 한다. 도로 투자가 억제되지 않고 도로와 철도 투자가 함께 늘어났다는 점, 그래서 수송량 전체가 늘어났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의 철도까지 도로로 대체됐으면 교통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훨씬 많아졌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양적 비교'가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철도의 에너지 효율은 자동차 도로와 비교해서 통상 10배, 탄소 효율은 5배 정도로 계산한다. 한 사람이 철도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면서 배출하는 탄소로, 자동차는 서울에서 수원까지 밖에 가지 못한다. 이런 양적인 비교를 대중적 인식과 실제 정책에 반영해야 철도망의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
장병극 철도경제신문 기자 : 사실 철도가 "소나무 12그루" 문구 같은 친환경 브랜드를 차용한 지는 오래됐다. 대표적인 친환경 기술이라고 평가 받는 전기 철도가 도입된 지도 이미 50년째다. 전기는 친환경적 기술이고, 당연히 전기로 운행하는 철도도 친환경이라는 논리가 세워진다. 그런데 학회 일부에서는 그러한 친환경 브랜딩이 '가식'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전기 철도는 전기를 굉장히 많이 소비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그 전기의 생산원은 진짜 친환경적인가'라는 질문도 필요하다. 전기는 원자력발전소에서도 끌어올 수 있고 화력발전소에서도 끌어올 수 있다. 전기가 어디서 생산되느냐, 그 생산원이 정말 친환경적이냐, 이런 질문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철도도 비로소 친환경적이란 평가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철도가 좀 더 친환경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전기를 굉장히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궁극적으로 전기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생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회생전력'과 같은 친환경 기술도 실제로 구현되고 있지만, 한국의 전반적 상황을 조망해보면 여전히 ‘전기를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느냐’란 질문엔 물음표가 붙을 것 같다. 결국 탄소중립이라는 정책적 방향성이 중요하다. 특히 철도는 공공 인프라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기조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 안타까운 건 재정건전성에 주요 초점을 맞춘 현 정부 들어서, RE100 등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적 방향성이 주요 부처들에서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탄소중립 정책이 정해지는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철도는 국토교통부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나. 그런데 탄소중립은 환경부에서 주도한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정책을 주도하다 보니까, 국토부의 지도편달을 받는 철도 분야가 탄소중립에 대해서 주도적이고 구체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기가 힘든 구조다.
박흥수 : 다만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수송효율, 에너지효율의 관점에서 철도는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굉장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정부의 '철도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대중의 철도 수요를 늘리는 일은 중요하다. 정부가 시민이 철도를 더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텐데, 한국의 경우 그게 잘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애매한 위치에 철도역이 지어져 '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자동차 사용을 오히려 늘려버린다든가 하는 식이다. 독일의 경우 '49유로 티켓'을 통해 대중교통 유인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최근엔 정의당의 '대중교통 N만 원 정기권' 정책 등 한국에서도 이 같은 정책을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현우 : 사실 49유로 티켓을 바로 도입하기엔 지역적 차이가 크다. 독일의 경우 서울 같은 메가시티가 없다. 대중교통에 있어서의 지역불균등이 한국처럼 심하지 않기 때문에 전국적 차원에서 49 유로티켓 정책을 펼치기가 가능했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대부분의 인구가 서울로 유입되는 상황이고, 그들 대부분은 청년이다. 서울과 지역 간의 인프라 차이에 대해서 얘기하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지역엔 대중교통 인프라가 없다'는 말이다. 만약 서울에서 49유로 티켓과 비슷한 정책을 먼저 시행한다면 지역균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시행해도 지역에서 먼저 시행해야 한다.
장병극 : 사실 환승할인이나, 좀 더 확대하면 무임승차 제도 등도 (49유로 티켓 제도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핵심은 이런 제도를 '복지' 개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대중교통 장려' 측면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라고 생각한다.
가령 무임승차에 의한 대중교통 적자 문제는 거진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논의하려 하면, 기획재정부에서는 '지방도시철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라며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온다. 지자체에선 제도 자체를 중앙정부에서 정한 건데 왜 우리가 떠맡아야 하냐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보편복지'의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얘긴데, 이 경우 철도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지역은 복지 수혜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분명히 복지 성격이 강한 정책인데, 특정 지역에만 수혜가 돌아가게 되니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현우 : 대중교통 정기권 정책 등이 지방도시에 불평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인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가령 서울에선 이미 환승할인을 통해 요금 감면 효과를 내고 있고, 이게 대중교통 유인효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충분히 대중교통 밀도가 있는 도시에서 먼저 시행해도 좋다. 그래야지 시민한테 '체감'을 시켜줄 수 있다.
물론 다른 지역의, 정책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화를 낼 수 있다. 사실 그렇게 화가 나도록 해야 한다. 그 분노가 공공교통 확충 요구로 이어지고, 공공교통 강화 정책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불균형을 고려해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결국 논의와 행정의 지체만 가져오지 않을까. 49유로 티켓은 한국에 있어서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가능한 빨리 시행해야 한다.
박흥수 : 약간의 절충을 하면, 오히려 '서울이 아닌 지역부터 시작하자'는 제안도 가능할 것 같다. 서울이 아닌 지역, 혹은 광역교통망이 형성되지 않은 군단위 지역부터 적극적인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펼치는 식으로 말이다. 공공교통망이 부족한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부여하는 방식이 정립된다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결국은 공공교통'망'의 확충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1만 원 티켓을 지금 당장 시행한다고 해도, 그래서 대중교통 유인효과가 크게 일어난다고 해도 현재의 인프라로는 수용성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건설해야 하고, 그 인파라 건설에 있어서 자동차를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하철이든, 지상철이든, 혹은 트램이든, 더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공교통의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 개인의 자동차를 통한 혜택, 소위 '자동차 지배 시대'를 부추기는 교통정책은 더 이상 안 된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도서 <거대도시 서울 철도> 저자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장병극 철도경제신문 기자와 함께 김현우 에너지 기후정책연구소 책임연구자
프레시안 한예섭 기자
산림과학원 "승용차 10% 덜 타면 소나무 1.7그루 심는 셈“
축구장 넓이에 해당하는 소나무 숲은 중형 승용차 3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년생 소나무 10그루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양만큼의 이산화탄소(CO2)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산림청이 14일 밝힌 숲의 탄소흡수량을 계량할 공식 지표인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에서 밝혀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전국 3212곳의 숲을 조사한 뒤 기후변화협약이 지정한 국제표준방법에 따라 작성한 이 지표는 소나무, 잣나무, 상수리나무 등 8개 주요 수종의 나무 나이에 따른 연간 단위면적당 CO2 흡수량과 1그루당 수량, 배출된 CO2 1t을 상쇄하기 위해 심어야 할 나무 수 등에 대한 국가 표준을 담고 있다.
숲의 탄소흡수량에서 배출량을 뺀 나머지 탄소가 나무에 고정돼 생장에 이용되는 데 착안한 이 지표를 적용하면 숲 1ha(100m×100m)는 매년 10.8t의 CO2를 흡수한다.
따라서 축구장 크기(105m×68m, 0.68ha)의 30년생 소나무 숲은 매년 1만5000km를 주행하는 승용차 3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셈이다. 또 30년생 소나무 10그루는 승용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배출되는 양만큼의 CO2를 빨아들인다.
이 지표를 적용하면 승용차 1대가 1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하려면 어린 소나무 17그루를 심어야 한다. 승용차 사용 빈도를 10% 줄인다면 매년 소나무 1.7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본다.
나무별 탄소배출계수 개발을 위한 전국적 조사지(200곳) 분포도
산림청은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나무에 비유해 알기 쉽게 만든 이 지표가 국민의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이 지표에 따르면 30~40년생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등으로 이뤄진 대부분의 국내 숲은 탄소저감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나이가 들면서 생장이 둔화된 숲은 탄소저감기능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림-숲가꾸기-벌채로 이어지는 목재생산 활동이 탄소저감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2012.11.14.
국민 1인당 나무 162그루 소유
2007년 인구를 기준으로 국민 1인당 162그루의 나무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무 종류별로 보면 참나무류 53그루, 소나무 42그루, 기타 활엽수 21그루, 기타 침엽수 16그루를 국민 한사람이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3일 밝힌 산림자원조사(최근 3년간 조사) 나타난 결과다.
국내 산지에서 큰나무(가슴 높이 직경 6cm) 80억 그루를 숲의 종류별로 구분하면 침엽수가 29억 그루(36%), 활엽수가 51억 그루(64%) 로서, 잎이 넓고 큰 활엽수가 더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류별로는 소나무가 21억 그루(26%), 기타 침엽수류(리기다, 낙엽송, 잣나무, 삼나무 등)가 8억 그루(10%), 참나무류가 26억 그루(32%), 기타 활엽수류 25억 그루(32%)였다. 어린나무와 관목류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산에는 총 2,800억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산림자원량을 나타내는 임목축적은 123㎥/ha로서, 독일 320㎥/ha, 오스트리아 300㎥/ha (FAO, 세계산림자원평가보고서2005) 등 임업선진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국민 1인당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2.6톤을 상쇄키 위해서는 1인당 25그루를 심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림청 관계자는 “초본류를 제외하고 아주 작은 어린나무와 관목류(키가 작고 줄기가 많은 나무, 예 : 진달래, 개나리)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산에는 총 2천8백억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현재 목재로서 활용 할 수 있는 80억 그루보다 35배나 많은 것으로서, 이 나무들을 잘 가꾸어야 목재자원과 탄소흡수원도 늘어나고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건강한 산림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결과 한국의 숲을 대표하는 나무 10대 수종을 구분하면, 참나무, 소나무, 리기다, 밤나무, 낙엽송, 아까시아, 산벚나무, 잣나무, 때죽, 물푸레 등 순서로 단일 수종으로는 소나무가 한국의 대표 나무였다.
대전=이권형 기자/kwonhl@heraldm.com 2009.04.02.
태종대 집와이어’ 특수 기대 상인들 ‘울상’
당초 4월서 연말로 준공 연기
기상 악화로 공기 맞추지 못해
여름 휴가철 상권 활성화 무산
영도구 “빠르게 문 열도록 노력”
공사 중인 태종대 오션 플라잉 테마파크 상부 정류장. 영도구청 제공
부산 영도의 새로운 관광 중심축으로 기대를 모은 태종대 집와이어 사업 준공이 강풍·폭우 등 기상 악화로 당초보다 4개월가량 늦어지게 됐다. 올 연말에야 개장 시기를 가늠할 수 있어 여름 휴가철에 맞춰 집와이어 개장을 기대한 태종대 인근 상인들의 아쉬움이 크다.
29일 영도구청에 따르면, ‘태종대 오션 플라잉 테마파크’ 상부 정류장 준공 일자가 오는 8월 31일로 연기됐다. 당초 지난 4월 말로 예상됐던 준공이 162일이나 늦춰진 것이다.
4개월 이상 준공일이 미뤄진 이유는 기상 악화로 인해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4월에 풍속이 초속 10m 이상인 경우가 많았고, 지난달에는 비가 오는 날도 잦아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상부 정류장 공사가 높은 절벽을 끼고 작업이 이루어지는 탓에 기상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게 영도구청 관계자 설명이다.
상부 정류장 준공 이후 과정까지 고려하면 실제 개장 시기는 올 연말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상하부 정류장을 잇는 와이어 작업 등 향후 공정이 남아 있어서다. 테마파크 위탁업체 선정과정이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점까지 감안하면 개장 시기는 더욱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청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쓰다 보니 공사 기간이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며 “최대한 빠르게 집와이어를 개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외부 방문객이 집중하는 시기에 맞춰 테마파크 개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기대한 태종대 인근 상인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총 275여 만 명이 태종대를 방문했는데, 그중 여름 휴가철이라 불리는 6~8월에 전체의 28%에 달하는 77여 만 명이 몰렸다.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침체한 태종대 상권 분위기에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는 기대감만큼 실망감도 큰 모양새다. 특히 태종대 대표 축제로 꼽히는 영도 수국꽃문화축제도 올해 불발되면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태종대에서 장사하는 이창수(64) 씨는 “상인들 사이에서는 집와이어가 개장하면 상권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코로나19 유행으로 방문객이 크게 줄어든 상태여서 안타까움이 더 큰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태종대 오션 플라잉 테마파크는 상부인 중리산에서 출발해 감지해변을 거쳐 태종대 옛 자유랜드 주차장에 이르는 653m 구간에 총 4개 라인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집와이어를 타면서 태종대의 우수한 경관과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연간 방문객은 10만 명으로 추정된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슈퍼급 커지는 열대 태평양 ‘엘니뇨’…세계경제 회복에 ‘회색 코뿔소’
지난 5월부터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크게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 엘니뇨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곡물 등 국제원자재 수급 리스크가 재발할 위험이 부상하고 있다. 엘니뇨가 세계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회색 코뿔소’로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29일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올해 연말로 갈수록 열대 태평양에서 엘니뇨 현상이 더욱 강해지며 슈퍼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농산물 작황 타격에 따른 곡물가격 급등은 물론 에너지 및 비철금속 공급차질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태평양에서 민감한 온도 변화를 보이는 엘니뇨 관측구역(Nino 3.4)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상승세가 가속화하면서 지난 5월부터 엘니뇨 중립 기준점(평년 대비 +0.5℃)을 웃돌고 있다. 6월 초 해수면 온도는 평년 대비 +0.9℃에 이른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향후 2~3개월에 걸쳐 중립(이상 고온인 엘니뇨도 이상 저온인 라니냐도 아닌 상황)에서 엘니뇨로 완전히 전환되고, 이후 북반구의 겨울시즌 때까지 엘니뇨가 지속될 확률을 90% 이상으로 평가했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 해역의 월평균 해수면온도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평년보다 0.5℃ 이상 낮은 상태를 가리킨다. 최근 동남아시아, 스페인, 캐나다 등에서 폭염·가뭄·산불 등 기상재난이 이미 발생했고 엘니뇨가 본격화되면 발생 빈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늦여름부터 이번 엘니뇨가 시작되고, 연말로 갈수록 강해지면서 슈퍼급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엘니뇨 현상으로 동남아·인도·호주·남미 등 적도 태평양 인접국을 중심으로 홍수·가품·한파·혹서·산불·산사태·폭풍 등 기상재난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은 이번 엘니뇨에 따른 글로벌 경제적 피해규모가 2029년까지 3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엘니뇨가 종료된 이후에도 수 년간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영향까지 반영한 손실 추산액이다. 2015~2016년 엘니뇨 당시 세계 곡물 생산은 1.6% 감소했고, 사탕수수 원당 생산은 7.1% 감소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엘니뇨는 농작물 생산량을 감소시킬뿐 아니라 유전·석유 밀집지역에서의 열대성 폭풍·산불로 석유 공급차질을 초래하고 이상 기온에 따른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켜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또 비철금속 역시 주요 생산국(칠레·페루·호주·인도네시아 등)이 엘니뇨 취약지역에 자리잡고 있는터라 공급차질이 우려된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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