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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3.6.19~~23 MB와 놀랍도록 닮은 윤석열 정부의 ‘환경 역주행’

by 이성근 2023. 6. 19.

이제 암컷만 태어나는 거북수상한 6월 더위, 재앙 예고편인가

원전 밀집 부울경,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우려 커

원전에 올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시대착오

동해는 10년간 1.72도 더워졌고, 명태는 머물지 못했다

하루 2만 건 넘는 '부자연스러운 죽음'... 막을 방법은 있다

사설] 가덕신공항추진단도 기형’, 부산만 홀대하나 부산일보

유럽, 가장 빨리 뜨거워져···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의 2

정부 "일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 문제는 전혀 별개

히말라야 빙하 빠르게 녹는다세계인구 4분의 1 위험

"완전히 미친 기후"타고, 녹고, 죽고 '불덩이 지구

성장 계속해도 풍요로워지지 않는 사회, 이상하지 않은가

한 달 일찍 다가온 낙동강 녹조

대구 정원박람회 앞두고 도심 화단 조성 '이색 풍경

빗물 모아 정원 만든다성동구, 빗물저금통 활용 공원 정비

하늘공원에 '바람, , 정원'서울시, 학생·모아정원 공모

먹이 부족하면 동족도 잡아먹는 섬모충’, 강릉 남대천서 발견

파리도 꽃가루 옮긴다꿀벌만 걱정할 때가 아니었어

아직도 쓰레기를 수입하는 나라, 대한민국

오염수 먹겠다는 교수, 과거에도 "후쿠시마 사람 살아도 문제 없어

부산 엑스포 유치 PT 전략은 '은혜 갚는 코리아

EU, 이번엔 배터리 친환경 규제...삼성·애플 '긴장

일본 어민들도 오염수 방류 반대경험없는 일, 불안

복지장관도 질병청장도 "후쿠시마 오염수, 기준 맞으면 마실 수 있어

프랑스, 11만 환경단체 초유의 해산툰베리도 반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막자서울시, 건축설계 지침서 만든다

특별한 나라 한국, 강원도와 핵 쓰레기의 공통점

MB와 놀랍도록 닮은 윤석열 정부의 환경 역주행

한국 뉴스 좀..." 일본에서 오염수 보도가 사라졌다

이제 암컷만 태어나는 거북수상한 6월 더위, 재앙 예고편인가

동물은 노아의 방주처럼 옮겨지고 섬사람은 기후 난민으로

202211월 케냐의 마가디호수 부근 마을의 참상. 오른쪽 주민은 가뭄으로 소 100마리를, 왼쪽 여성도 소 40마리를 잃었다고 한다. AP 연합뉴스

 

아프리카 대륙 동부에서 아라비아반도 남쪽으로 코뿔소 뿔처럼 튀어나온 지역은 아프리카의 뿔로 불린다. 분쟁과 빈곤에 시달리는 소말리아가 뾰족한 자 모양을 차지하고, 에티오피아·케냐·수단·지부티 등이 내륙으로 인접한다. 아프리카의 뿔이 최근 3년 새 극심한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다섯 차례의 우기에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다.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다.

 

2022년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를 보면, 소말리아에서만 무력충돌과 가뭄 등으로 380만 명이 넘는 국내 실향민과 80만 명의 국외 난민이 생겼다. 670만 명이 식량을 구하려 고군분투한다.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50만 명이 넘는다. 가축은 수백만 마리가 죽었다. 2023525일 유엔은 이 지역의 긴급구호 자금으로 24억달러(31200억원)를 모금했지만, 목표치(70억달러)에는 못 미친다며 기부자들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20234, 다국적 기후연구 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할 확률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최소 100배나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현재 진행 중인 파괴적인 가뭄은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이 없었다면 전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야생동물에 최악의 해 2022

2022년은 아프리카 야생동물에게도 최악의 해였다.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눈앞에 둔 202211, 케냐의 야생동물보호국이 기후변화에 경종을 울리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해 2월부터 11월까지 아홉 달 동안 자국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동물 수백 마리가 죽었다고 했다. 멸종 위기에 놓인 그레비얼룩말 49마리를 포함한 얼룩말 381마리, 코끼리 205마리, 버펄로 51마리, 기린 12마리, 그 밖의 야생동물 512마리가 쓰러졌다. 확인되지 않은 수치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장기간 가뭄에 따른 굶주림과 탈수 탓이다. 어른 코끼리는 하루에 240의 물을 마신다고 한다. 그러나 말라붙은 강과 물웅덩이에서 생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목마른 야생동물은 물을 찾아 인간 주거 지역을 찾아들다가 변을 당한다.

 

20229,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짐바브웨는 야생동물의 대규모 긴급이주 작전을 시행했다. 작전명은 프로젝트 리와일드 잠베지’(Project Rewild Zambezi). 물과 먹이를 찾지 못한 야생동물을 잠베지강 계곡 지역으로 옮겨 개체수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헬리콥터가 수천 마리의 임팔라 떼를 공중에서 몰아가고, 대형 크레인이 코끼리를 거꾸로 매달아 트레일러에 실었다. 다른 동물들은 튼튼한 철제 케이지(우리)에 몰아넣어 트럭에 싣고 호송했다. 700에 이르는 대여정이었다. 코끼리 400마리, 임팔라 2000마리, 기린 70마리, 버펄로·영양·얼룩말 각 50마리, 사자 10마리, 들개 10마리를 비롯해 수천 마리의 동물이 현대판 노아의 방주작전으로 새 삶터를 찾았다.

 

2023522일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전세계에서 발생한 홍수와 태풍, 가뭄 등 각종 기상이변으로 200만 명이 넘게 숨지고 43천억달러(5600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1970년부터 2021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으로 극한적 날씨가 발생하는 빈도와 강도도 커졌다. 기후변화의 재난은 특히 가난한 나라와 지리적 취약 지역에 집중됐다. 기후 관련 사망자 10명 중 9, 경제적 손실의 60%가 최저 개발국과 작고 가난한 섬나라들에서 발생했다.

 

6~8월 엘니뇨 경고, 찜통더위 그리고 바다거북

부유한 강대국이라고 기후변화 충격이 피해가는 건 아니다. 2023년에도 이미 5월 들어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때 이른 폭염으로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캐나다에서는 산불 수백 건이 발생해, 5월 한 달에만 축구장 500만 개 넓이인 270만헥타르(ha)의 산림을 태웠다. 지난 10년 동안 같은 기간의 평균 피해면적(15ha)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압도적이다.

 

지구에서 온실가스로 발생한 열의 대부분은 바다가 흡수한다. 바다에 축적된 막대한 열에너지가 방출되는 해수면 온도의 상승은 대기 온도와 기류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적도 부근의 열대 태평양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2023년 여름에 엘니뇨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 기상청도 5월 셋째 주 현재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28.4로 평년보다 0.5높아 6~8월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올여름도 찜통더위와 대형 태풍 같은 기상이변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2022년 여름 미국의 해양생물 전문가들은 플로리다주 해안에서 최근 4년간 바다거북의 알이 모두 암컷으로 부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2018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연안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사는 푸른바다거북 개체군의 99%가 암컷으로 태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기후변화, 더 정확히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파충류 중 거북과 악어 등 일부 종은 알이 부화할 당시 온도로 성별이 결정된다. 그런데 바다거북이 알을 묻어둔 모래의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극지방의 해빙(바다얼음)이 녹아내리는 현상은 북극곰·펭귄·바다코끼리 등 얼음 위에서 살아가는 동물에게 재난이다. 이들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올랐다. 빙하 녹음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해발고도가 낮은 섬나라와 해안도시들도 위협한다. 동식물이야 국경이 없지만, 인간은 국가 간 경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기후변화 충격이 국내에서 흡수되지 않는다면 국경을 넘는 기후 난민이 생겨나는 건 불가피하다. 그 규모와 양상이 상상을 뛰어넘는 비극이 될 수도 있다.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마지막 세대) 기후활동가들이 2023521일 이탈리아 로마의 유명 관광지 트레비분수에 식물성 먹물을 뿌린 뒤 화석연료에 공적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과 가축이 척추동물의 97%

20201, 유엔 인권위원회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직면해 피난 온 사람들을 강제로 본국에 되돌려보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앞서 2013년 키리바시의 한 주민이 해수면 상승으로 생명의 위협에 처했다며 뉴질랜드에 난민 신청을 했다. 키리바시는 태평양 적도 부근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2015년 뉴질랜드 대법원은 이 주민의 신청이 난민의 법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유엔도 이 주민의 기후위협이 당장 임박한 상태는 아니라는 이유로 뉴질랜드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했다.

 

그러나 유엔은 결정문에 국가 전체가 물에 잠길 위험이 매우 극단적인 위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런 국가의 삶의 조건은 인간이 존엄한 삶을 누릴 권리와 양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판결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기후 난민의 위험이 임박했을 경우 강제추방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유엔 기구가 처음 선언했다는 점에서 중대하고도 획기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지구 생태계에서 기후변화는 거의 모든 생물에 재앙이다. 화석 기록을 보면 44300만 년 전 최초의 대멸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섯 차례 대멸종이 있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6600만 년 전 공룡을 포함해 모든 생물종의 75%가 절멸한 백악기 말기 대멸종이다. 대멸종은 생물군 개체수의 극적인 감소나 절멸뿐 아니라, 생물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다. 대멸종의 원인으로 기후변화,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 등 여러 가설이 있다. 원인에 따라 지구는 꽁꽁 얼어붙은 눈덩이가 되기도,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자욱한 불가마가 되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대기 온도와 구성 성분의 급속한 변화는 뭇 생명체의 생존에 치명적이었다.

 

과학자들은 21세기 현재 인간에 의한 6차 대멸종이 시작된다는 경고까지 내놓는다. 1500년 이후 약 200만 종의 지구 생물 중 15~26만 종이 사라져 이미 7.5~13%의 멸종이 진행됐고, 그 속도가 가팔라진다는 것이다. 생물종 다양성의 파괴와 지구 자원 활용의 현저한 불균형을 보면 아찔할 정도다. 불과 1만 년 전만 해도 지구상 육상 척추동물의 99.9%가 야생동물이었다. 인간과 가축은 0.1%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인간과 가축이 97%를 차지한다. 인간이 육지의 70% 이상을 농경, 목축, 도시와 공장 건설로 용도를 바꿨고, 지구 담수의 75%를 쓴다. 그사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화석연료가 내뿜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했다. 산업혁명 이후 불과 200년 만에 벌어진 사태다.

 

최근 영국과 스페인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실은 논문에서, 과도한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이 2050년까지 170조달러(195500조원)의 기후보상금을 개발도상국들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지구 대기를 세계인이 공평하게 나눠쓰는 공유물로 가정하고, 세계 168개국 인구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기후보상시스템을 설계했다. 그리고 1960년 이후 각국의 탄소 예산사용량을 계산했다. 탄소 예산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이다. 168개국 중 미국(80조달러)을 선두로 러시아·일본·독일·영국 등 67개국이 기후보상금을 내야 하는 나라로 분류됐다. 한국은 27천억달러(3500조원)13번째로 많았다.

 

인류 3명 중 1기후 틈새밖으로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주거 가능 지역까지 좁힌다. 20205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인류의 기후 틈새의 미래라는 논문을 실었다. ‘기후 틈새’(Climate Niche)는 지구상에서 인간이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기온인 연평균 섭씨 13~27도가 유지되는 공간을 뜻한다. 연구팀은 지구 기온의 상승폭이 지난 6천 년을 합친 것보다 앞으로 50년 동안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사하라사막처럼 인간이 살 수 없을 만큼 뜨거운 지역이 지금은 육지 표면적의 1% 수준이지만 2070년까지 19%까지 넓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인류 3명 중 1명이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번성해온 기후 틈새의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뜻이다. 동물이라고 다를까?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이 한정된 자원을 놓고 벌이는 생존 경쟁의 결과는 끔찍하다. 지구온난화가 멈추지 않는다면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게 뻔하다. 인간에겐 가파른 기후변화를 늦출 선택지와 능력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별로 없다.

조일준 <한겨레> 토요판부 선임기자 iljun@hani.co.kr

 

*호모 미그란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안들의 역사적 맥락과 관련 지식, 그에 얽힌 사람들 이야기를 4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호모 미그란스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이주하는 인간을 뜻합니다.

 

 

원전 밀집 부울경,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우려 커

부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성근 공동회장

- 부울경 16곳 활성단층 발견

- 규모 7.0이상 강진 발생 가능성

- 새로운 에너지원 확대만이 살 길

 

최근 동해안 해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5일에는 강원 동해 북동쪽 52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일어났다. 이는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했다. 대규모 지진의 전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지진 발생에 따른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원자력발전소(원전)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성근 공동회장이 최근 한반도 지진 발생에 따른 원전 사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부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성근 공동회장은 지난 9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울경처럼 핵발전소가 많이 들어선 대도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자연재해에 의한 원전 사고 가능성은 늘 잠재돼 있다.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이나 태풍 등에 안전하다는 정부 설명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2015년 유엔(UN)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따라 지역 내 의제를 논의하고 이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기구다.

 

이 회장은 “2018년 경주 지진(규모 5.8) 이후 정부가 단층 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울경 16곳에서 활성 단층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고리원전 반경 30에 걸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대부분 살아있는 활성 단층으로 최대 7.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노후 원전의 내진 설계 성능을 뛰어넘는 강도라고 지적했다.

 

활성 단층은 지진 활동이 활발히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약한 단층을 말한다. 원전 당국이 국내 원전은 규모 7.0 지진에도 내진 대비가 돼 있다고 설명하지만, 원전 안전의 취약성은 자연재해에 언제나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부산 기장군 일광 앞바다에도 단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단층은 고리원전으로부터 불과 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만약 지진이 발생한다면 우려했던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매년 여름·가을에 한반도를 강타하는 태풍의 경로도 고리원전과 맞닿아 있다“20209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영향으로 고리원전 가동이 멈춘 것은 자연재해로 인해 원전 사고나 고장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원전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은 (원전 대신)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이 최근 탈원전을 선언한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될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 4월 마지막 남은 3개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다. 유럽은 물론 세계 최초로 탈원전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원전에 올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시대착오

"재생에너지 확대에 모든 힘 쏟아야"

지난 427일 한미 정상 워싱턴 선언의 내용을 두고 한국 원전 수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바로 "양 정상은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적재산권을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 추가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민간 원자력 협력에 참여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우라늄 농축 권한을 주장하며 IAEA 추가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와는 원자력협정 체결을 불허해, 사실상 한국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을 금지했다는 해석이다.

 

또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한미 원자력발전회사 간에 소송을 염두에 둔 내용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자사의 설계기술에 기반한 APR-1400의 제3국 수출을 제한해 달라는 소를 제기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 사장은 회담 당일 "폴란드에 한국원전이 절대로 건설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이 미국법과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에너지전환포럼'은 논평을 내고 공허한 한미 원전협력 홍보를 중단하고 사양길에 접어든 세계 원전시장에서 무리한 원전 수출 업적 추구로 행정과 공기업의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지적재산권 존중, IAEA 추가의정서 준수"는 한국의 원전 수출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는 것이다. 결국 한국정부는 이번 방미 외교에서 북한의 핵 확장 억제를 위한 협력 외에 한국의 원전 수출에 미국의 협력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독자적인 원전 수출을 미국으로부터 강력히 견제만 당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원전밀집 지역에 또 원전?

이런 상황에 지난 54일 울진군은 GS에너지와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 산단 육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알렸다.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내 미국 기업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타당성 검토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전기 및 열 공급 협력기업의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참여 등이 협약 내용이다. 안 그래도 현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원전 신한울 3, 4호기까지 더해지면 총 10기로 세계 최대 원전밀집단지가 될 울진에 SMR까지 짓는 것에 대한 필요성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SMR이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는 규제체계도 없을뿐더러 안전성과 상업성 모두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뉴스케일이 그동안 '잦은 설계 변경과 전력 구매 약정자가 부족해 상용화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이다. 에너지전환포럼 석광훈 전문위원은 논평에서 "뉴스케일이 경제성이 부족해 단 1기의 실험용 원자로조차 제작하지 못한 채 35MW(메가와트)에서 77MW까지 용량을 늘리는 설계 변경만 반복해왔다"고 꼬집었다. 석 위원은 그럼에도 "여전히 전력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못 갖춰 이후에도 추가적인 용량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그동안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원전의 용량을 늘려왔는데, SMR 역시 규모의 경제학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업체들조차 SMR을 인구가 작은 농촌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틈새시장을 노려왔는데, 전력구매 약정자들을 확보하기 어려워 외면받고 있다. 석 위원은 "미국 SMR들이 사실은 러시아에 핵연료를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며, 국내에도 핵연료를 농축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이미 원전이 국내에서도 최대로 밀집한 지역인 울진에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를 표방한 SMR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대규모 송전선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지금도 동해안 지역은 석탄발전소, 원전이 많이 몰려있어 수도권 등으로 전력을 보내야 하지만 송전망에 여유가 없는 상태다. 강릉과 삼척에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는 물론 울진 신한울 2, 3, 4호기 등의 전력이 더해지면 송전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현재 추진 중인 울진-신가평 500kV HVDC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강원과 경기 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울진에 SMR을 더 지을 이유가 전혀 없다. 산업단지가 필요하면 현재 울진원전 전기를 공급해도 충분하다.

울진군에 건설 중인 신한울 1,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RE100마저 원전으로 대체?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원전 확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은 이미 RE100(기업의 전력 사용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을 선언하고 동참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내에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따르고 있다. 이런 추세와 반대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최근 원자력과 수소연료전지 등을 포함하는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을 표준화하기 위한 포럼을 출범하고 기업들을 참여시켰다.

 

이창양 산자부 장관은 "RE100은 의미 있는 캠페인이지만 한국 여건상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탄소 에너지 개념을 활용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부터 세계적인 흐름을 읽지 못하고, 원자력 살리기에만 앞장서는 모양새다. 국내 대기업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이러한 논리가 통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CF100RE100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마저 대폭 줄인 상태다. 누가 봐도 국내에서 RE100을 이행하기 어려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원전까지 포함한 국내용 인증제도를 만들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써도 RE100 달성이 쉽지 않은데, 이마저도 정부가 원전 확대로 대체하는 것은 잘못된 길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게을리하면 결국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제주 풍력 단지 함께사는길

 

원자력 아니라 재생에너지 최강국으로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 최강국을 기조로 무리한 원전 확대를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와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기존의 대형원전이든 소형원전이든 아직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 핵폐기물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정부는 기존 원전 부지 내에 고준위핵폐기물 건식 저장시설을 지어 일단 보관하겠다는 정책을 마련했으나 지역의 반발이 크다. 고준위핵폐기장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이 시설들이 사실상 영구처분장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한국 정부는 다시 위험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오염수 해양 투기마저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지 못하다. 태평양은 물론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너무나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우리가 오염수 해양투기로 이익을 보는 것은 없고, 피해만 우려됨에도 말이다. 원전 확대에 자칫 걸림돌로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이다.

 

SMR 역시 미래의 먹거리가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기술의 실험장이 될 우려가 크다. 울진 지역에 전력 공급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발전소를 더 지을 이유도 없다. 정말 필요하다면 안전하다면 왜 서울 같은 대도시에 짓지 않고 울진을 장소로 택하는가. 결국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실효성도 타당성도 없는 SMR 연구개발 등에 예산과 인력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형 사고의 위험도, 해결할 수 없는 핵폐기물의 위험도 없는 대안이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다. 재생에너지는 연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 빈국에서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정부는 무리하게 원전 확대에 올인할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그 길만이 바르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월간 함께사는 길

 

동해는 10년간 1.72도 더워졌고, 명태는 머물지 못했다

기후변화로 수온 올라 열대성 어종 증가 추세

미성어 남획 탓도 있지만 서식지 북상 영향 커

1950년대 명태를 손질하는 사람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은 기후변화와 과도한 남획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기후변화 측면에서 보면 수온이 오르면서 명태의 산란지와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고, 과거엔 경북 포항 즈음이었던 명태 조업지도 강원 속초와 고성을 넘어 점점 올라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19년 발행한 <수산 분야 기후백서>에 따르면 최근 50(1968~2018) 동안 우리나라 바다 표층 수온은 1.23도 상승했다. 매년 0.024도 상승한 것인데, 전 세계 상승률(0.009)보다 약 2.5배 높다. 해역별로는 동해가 1.43도 올라 수온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최근 10년으로 봐도 수온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9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해역의 평균수온은 201217.0도에서 202117.96도로 0.96도 상승했다. 해역별로는 동해가 1.72, 서해가 0.65, 남해가 0.52도 각각 상승했다. 백서는 향후 온실가스 저감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 바다 온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도 설명했다. 온실가스가 지금 추세로 계속 배출될 경우 2100년 우리나라 주변 수온은 약 4~5도 상승할 것으로 봤다.

어획량이 줄면서 지난 20188월 한 어시장의 생선 상자들이 텅텅 비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후변화로 산란지·서식지 북상

수온 상승으로 산소부족층이 해수면에 형성되면 플랑크톤과 같은 생물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수온이 오르면 표층과 저층 간의 혼합이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영양염이 풍부한 저층으로부터의 영양염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플랑크톤을 주로 먹고사는 명태도 악영향을 받는다. 미성어들이 먹이를 찾아 심해 저층으로 내려가 어미 명태들이나 다른 어종들과 먹이 경쟁을 하면서 도태될 수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1165800t(노가리 포함)이 잡혀 정점을 찍었다. 1995년에 1t 이하로 내려간 후 2008년엔 공식 통계상 ‘0’으로 집계됐다. 이후 적게는 1t(2009~2013·2017)에서 많게는 9t(2018)까지 어획량이 늘긴 했지만 2019년부터는 명태 포획 전면 금지 조치에 따라 통계 자체가 없다.

 

명태가 사라진 동해에는 다른 어종들이 들어앉았다. 제주 바다에서 잡히던 방어가 동해에서 잡히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와 멸치, 고등어 어획량이 대폭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아열대 어종도 동해안에서 자주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국립수산과학원이 아열대 어종 출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통발과 자망을 이용한 어획 시험을 진행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엔 보이지 않던 아열대 어종이 많이 잡혔다. 20085, 20146, 20152종이었는데, 2021년엔 11종이나 잡혔다.

 

무분별한 남획이 동해 명태 소멸의 원인이라는 진단도 꾸준히 제기됐다. 2014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할 당시 정부는 명태 자원 감소의 원인에 대해 기후변화를 얘기하면서도 과도한 남획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였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어획량이 많았던 1980년대 초반까지는 동해구트롤(저인망어선) 등에 의한 노가리 등 소형어 어획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기후변화 영향이 본격화한 1980년대에는 미성어 어획 비율이 90% 수준까지 치솟았다.

 

해수부가 2015년 치어 방류와 함께 시작한 명태 포획금지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명태 남획을 막고 소멸해가는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2019년 명태 몸길이 27이하로 규정된 포획금지 기준을 없애고 크기에 상관없이 명태 개체수가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전면 금지한 것이다.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려던 포획금지 조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미성어 남획이 오래전부터 성행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명태 소멸의 주원인 중 하나를 남획으로 꼽는 건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과거엔 소형, 목선, 연안 등이라는 어업 여건에 따라 미성어 어획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충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산란기(몸길이 30이상 명태)에 도달하지 않은 연령 3세 이하 미성어에 대한 어획 비중은 오래전부터 높았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는 미성어 어획 비중이 전체 어획량의 80% 수준에 달했는데, 1965년엔 86%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성어에 대한 과도한 어획이 자원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명태들이 산란지와 서식지를 동해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1980년대 중후반부터 명태 자원이 급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강원 고성군 황태덕장. 연합뉴스

 

원전 오염수 우려에 러시아산 생태 수입도

명태는 회유성 어종이다. 동해 북쪽으로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해역이, 동해 동쪽으로는 일본의 북해도 해역과 맞닿아 있다. 같은 동해를 공유하는 러시아와 일본의 어획량은 어떨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가별 명태 어획량 통계에 따르면 2000년 러시아는 1215000t에서 20211749900t으로 늘었다. 일본은 같은 기간 30t에서 174300t으로 줄었다. 한국은 같은 기간 763t에서 0으로, 통계 집계가 무의미해졌다.

 

명태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는 주로 러시아로부터 전체의 80%가량(중량 기준)을 수입해온다. 전부 냉동 명태다. 반면 생태(냉장 명태) 물량은 일본에서 들여온다. 러시아산 냉동 명태에 비해 훨씬 적은 물량이다. 지난해 기준 중량으로는 1628t, 금액으로는 543만달러 규모다. 유통기한이 짧은 생태는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획 이후 일주일 내 소비돼야 한다.

 

올해 들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생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크다. 이에 수입업체들은 일본산 생태 대신 러시아산 생태를 수입하는 쪽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북방물류산업진흥원과 두원상선은 올 초부터 국내 수입사 및 선사와 함께 러시아산 생태 수입을 추진해왔다. 지난 4월 러시아산 생태 10.9t이 동해항을 통해 국내에 처음 입하된 후 유통됐다.

명태.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앵치·꺽태·영태·바닥태·바람태당신이 몰랐던 명태

명태는 개도 차 버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흔하디흔한 생선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명태가 많이 난다고 해서 조선을 명태의 나라라고 부르기도 했다. 명태는 수온이 1~10도의 차가운 바다에 사는 한류성 어종이다. 한 번에 25~100만개의 알을 낳는다. 동물플랑크톤과 새우류, 두족류, 어류를 주로 먹으면서 어류의 알과 갯지렁이류, 불가사리류까지 섭식하는 탐식성 어류다. 가을철 오호츠크해에서 한류를 따라 남하해 10월에서 이듬해 2월 함경도 연안에 이르러 산란하고, 수온이 올라가는 3월 재북상한다. 또 다른 무리는 여름철 동해 북쪽 깊은 수심에서 머물다가 수온이 내려가는 11~12월 연안으로 접근해 산란하고, 수온이 올라가는 2월 동해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좋은 반면, 지방 함유량이 낮아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별명도 다양하다. 유통과 건조 등 방식에 따라 약 40개 안팎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명태는 선어 상태의 경우 생태(명태를 어획한 상태에서 냉장시켜 시장에 유통시킨 명태), 동태(북태평양에서 잡힌 명태를 얼려 국내에 반입), 대태(가장 큰 명태, 보통 1상자당 20마리 내외의 체장이 큰 상품), 중태(중간 크기의 명태, 1상자당 25~30마리 내외의 중품), 소태(체장이 작은 소형으로 1상자당 40마리 이상 들어 있는 것), 앵치(크기가 작은 새끼 명태로 최하품), 꺽태(산란한 명태가 살이 별로 없어 뼈만 남은 것) 등으로 구분된다.

 

건조상태에서는 황태(내장을 빼낸 명태를 10도 이하의 추운 산간지역에서 낮에는 녹이고 밤에는 꽁꽁 얼리면서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약 5개월간 서서히 말리면 살이 노랗고 솜방망이처럼 부풀어 고소한 맛이 남), 영태(명태를 약 4~5개월 정도 말린 것), 바닥태(45~75일 정도 말린 것), 반황태(35~45일 정도 말린 것), 흑태·먹태(5~30일 정도 말린 것), 코달이(코다리·15일 정도 반쯤 말려 코를 꿰어 4마리 한 세트), 바람태(주로 바람에 의존해서 건조한 것), 노가리(명태 새끼) 등으로 불린다

경향 안광호 기자

 

 

하루 2만 건 넘는 '부자연스러운 죽음'... 막을 방법은 있다

[2의 지구는 없다:저널리즘으로 풀어내는 기후위기]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

집이나 여행지에서 아침에 새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적 있는가? 달콤한 아침잠을 깨운 새소리를 얄궂게 느낀 적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소음일 수 있는 새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유가 버드킬(조류가 비행하던 중 유리나 투명판을 인지하지 못해 충돌한 후 사망하는 것) 때문이란 건 더욱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버드킬은 관심 두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죽음이다.

 

우리는 오늘도 새에게 빚을 지고 있다

새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대체될 수 없는 일을 한다. 씨앗 분산과 같은 생태적 역할을 통해 간접적으로 탄소를 흡수한다. 씨앗을 확산하면서 숲을 건강하게 만들고, 건강해진 숲은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새로 인한 씨앗의 확산이 없다면 다종다양한 식물 종이 살기 어렵고, 자연생태계 보존도 어렵다. 새는 작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의 천적이 되어 해로운 농약 사용도 줄인다. 생태계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종의 역할로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지표가 된다.

 

야생조류는 이렇듯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침에 새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기후위기 시대를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어떻게 될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새들의 '부자연스러운' 죽음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프로젝트는 유리벽을 포함한 야생조류 희생에 관련된 정보를 모으는 미션이다.민주언론시민연합

 

기후위기, ·토양·대기 오염, , 농약, 로드킬, 전신주 등 새를 비롯한 야생생물을 위협하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어 더 안타까운 위협이 있다. 바로 '야생조류 유리창(+투명방음벽) 충돌'이다. 국립생태원이 2018년 환경부 의뢰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한 해 788만 마리가 유리창 충돌로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부상을 당한다. 건물 유리창에 충돌한 개체가 765만 마리, 방음벽에 충돌한 개체가 23만 마리로 추정된다.

 

2014년 발표된 북미 조류현황 연구를 살펴보면 서식지 파괴를 제외한 북미권 조류 개체 수 감소 원인 두 번째가 유리창 충돌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연생태계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죽는 것이 아니라 먹이 활동, 짝짓기, 새끼 양육 등 다양한 이유로 비행을 시작한 새가 단 한 번 충돌로 '부자연스러운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필자는 ()자연의벗연구소가 서울 마포구에서 운영하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청년 모니터링단 에코버드> 523일 모니터링에 참여했다. 국립생태원이 발간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시민참여 조사 지침서에 따라 한 학교에 설치된 투명방음벽(길이 약 370m, 높이 빌딩 기준 약 2)을 따라 방음벽의 안쪽과 바깥쪽을 조사했다. 모니터링 내용은 국립생태원이 개설한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미션'에 기록되고 있다.

 

에코버드를 담당하는 정연주 활동가는 "투명방음벽에 묻는 흔적 중 조류가 비행하면서 배설한 흔적과 방음벽에 부딪히며 생긴 충돌 흔적(배설물, 모이주머니 내용물)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단지나 학교처럼 청소와 관리가 잘 이뤄지는 구역은 충돌이 발생해도 사체, 깃털 등이 잘 치워지기 때문에 조사가 더 어려워진다고 한다. "더 많은 시민이 일상적으로 모니터링에 참여한다면 이런 한계가 보완될 수 있고, 모니터링의 유의미한 관찰기록 자료 증가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정 활동가는 강조했다.

투명방음벽 충돌로 사망한 되지빠귀(왼쪽)와 트랜치 홀에서 발견한 새의 사체(오른쪽)박지연

 

학교 측 동의를 구해서 교내 방음벽 조성 구역을 조사하던 중 에코버드 단원들이 방음벽 아래 녹지에서 당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되지빠귀 사체 1구를 발견했다. 되지빠귀는 갑작스러운 사고 탓인지 눈도 감지 못한 채 옆으로 누워 있었다. 온전한 모습에 눈까지 뜬 채라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해 더 안타까웠다. 어제처럼 일상을 보내다 생이 허망하게 끝난 되지빠귀의 명복을 빌었다.

 

조사지침에 따라 개체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새를 구하자'라는 조사용 자로 사체를 측정한 뒤 촬영했다. 그리고 방음벽을 따라 수색하던 중 트랜치 홀 밑에서 일부 깃털이 붙어 있는 뼈가 드러난 또 다른 조류 사체를 발견했다. 이 또한 모니터링 항목이기에 기록하고 중복 방지를 위해 수거했다.

 

처음 참여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모니터링 현장에서 조류 사체를 발견하게 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인간이 일상을 보내는 동안 새는 건물 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는, 즉 하루에 약 21천 마리 꼴로 새가 죽는다는 사실을 대부분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하루 21천 마리 새가 죽는다

국립생태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새들이 활동하는 높이인 저층건물 유리에서 가장 많은 충돌이 발생한다. 조류는 눈이 머리 옆에 달려 있어서 전방 구조물을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리창과 투명방음벽을 인식하지 못하고 너머에 있는 녹지로 비행하거나 반사된 하늘과 나무 등 자연물이 있다고 여기고 날아가다 충돌하는 결말을 맞는다.

 

시민과학자들과 환경단체, 국립생태원은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연구,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야생조류가 유리창에 충돌하는 것을 예방·관리하기 위한 환경부 법률 개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및 제82항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방지 조항 신설. 2022610일 공포, 2023623일 시행)2023524일 기준으로 38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는 성과를 이뤘다. 제도권에서도 유리창을 비롯한 투명한 구조물에서 야생조류 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아직 한계는 많다. 환경부 개정 법률의 경우 실태조사와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 요청은 공공기관 건축물 및 방음벽 등에만 적용되며, 의무나 강제사항은 아니다. 조례의 경우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는데 전반적으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실태조사 시민 대상 인식 향상 홍보 저감 및 예방 계획과 시행 예산 지원 등을 지자체 관리 공공건축물과 방음벽을 비롯한 민간건축물까지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무나 강제사항이 아니기에 지자체장과 민간건축물의 건축주 또는 관리자의 의지가 없으면 시행될 가능성이 낮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발표한 전국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전국 건축물 평균 층수는 1.92층으로 저층건물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 전체 건축물 동수는 약 731만 동이다. 민간건축물에 해당하는 동수는 약 709만 동으로 전체의 약 97%이며, 공공건축물에 해당하는 동수는 약 22만 동, 3%이다. 압도적으로 민간건축물의 비율이 높다. 개정된 환경부 법률이 적극적으로 시행된다고 가정해도 공공기관의 건축물과 인공구조물에 한정되기 때문에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 저감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다다익선 시민운동의 역할

중랑천사람들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은 44일 경춘선 숲길 투명 유리벽에 5x10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위 사진은 부착 전 투명 유리벽 모습.중랑천사람들

 

시민운동 차원에서 더 많은 시민참여와 적극적 실천으로 제도의 빈틈을 채워야 한다. 우선 시민들이 모니터링에 더 참여해야 한다. 필자는 단 한 번의 모니터링 참여만으로도 유리창 충돌로 인해 아무도 모르게 생명을 잃는 새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네이처링에 개설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에는 2018712일부터 2023530일까지 시민·시민과학자·전문가 4084명이 참여했고 야생조류 충돌과 관련한 기록은 43944개다. 한 해 유리창 충돌 사망 추정치가 788만 마리인 것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시민의 참여와 더 많은 기록이 필요한 이유다.

 

더 많은 시민이 새의 안타까운 죽음에 공감하고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시민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연대하듯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도 연대가 필요하다.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시민과 건축가 대상으로 조류충돌 방지에 대한 인식 향상을 비롯해 건축물 설계 단계부터 조류충돌 예방 적용을 촉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 캠페인, 홍보 활동이 중요하다.

 

탐조전문가 고대현 에코샵홀씨 대표는 "공공건축물, 특히 학교에 야생조류 충돌방지 스티커 부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태(생물 다양성) 주제 환경교육과 연계되면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 부착 활동이 전국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서울 노원구 경춘선 숲길 시점부 투명유리 벽 너머 공터로 날아가다 죽는 새들이 많다는 주민 제보가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중랑천사람들)에 전해졌다. 202344,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중랑천사람들이 자원봉사자 30여 명과 함께 해당 방음벽에 세로 5cm 가로 10cm 간격으로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정숙 중랑천사람들 대표는 사람 손이 닿는 높이 2m까지는 봉사자들이 직접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전을 위해 사다리차 같은 장비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관할 기관에서 사다리차, 주민 이동통제 등 후속 조치를 통해 2m 이상 높이 방음벽 구간에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을 완료했다는 후기를 전했다.

 

하지만 조류충돌 방지 활동에 드는 비용 자체가 스티커 부착 활동 의지가 있는 시민단체나 민간건축물 건축주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자체 조례에 따른 예산 지원, 2m 이상 높이 스티커 부착을 위한 사다리차 동원과 안전조치 지원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법률과 조례가 닿지 않는 곳에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 활동을 위한 모금 등 시민운동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생물 다양성을 연결하자

네이버지도 로드뷰로 본 영등포자원순환센터 방음벽 상단에 양면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게 설치됐다.

 

기후위기와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연결할 수 있는 역할도 있다. 투명방음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이다.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는 새들에게 통과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태양광 패널 부착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시민운동의 조직적인 조례 제정과 민원으로 지자체, 관할 기관에 도로처럼 시야 확보가 필요하지 않은 투명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 영등포구청 주도로 영등포구자원순환센터 방음벽 상단(길이 143m, 높이 4m)에 양면 태양광 패널 54장을 설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양면 태양광 방음벽 설치 이후 연간 500만 원 정도 전기료를 절감했다고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 발전 현장과 조류충돌을 방지하여 생물 다양성도 지킬 수 있는 현장으로서 환경교육 의미도 크다.

 

새는 인간이 자연 생태계와 연결을 잃어버린 것의 상징이자 희생양이지만, 일상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비인간 동물이기에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가교역할도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새는 충돌해서 죽고 있다. 시민운동의 힘을 여기에서도 보여줄 때다.

박지연(ccdm1984) 오마이뉴스

 

사설] 가덕신공항추진단도 기형’, 부산만 홀대하나

국토부 내 별도 조직, 업무 분장도 없어

기재부 건설공단 반대와 함께 여론 부글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15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가덕신공항 건설공단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가덕신공항 건설을 전담할 공단 설립이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불투명한 데 이어 신공항 운영 등 사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가덕신공항건립추진단마저 아직 기형적 조직을 면치 못 한 신세라고 한다. 전담 건설공단 설립도, 공항 사업을 총괄하는 추진단 조직도 모두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정부가 도대체 신공항 건설 의지를 갖고 있기는 한지 부산시민의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계속 이렇게 남일 보듯 하면 202912월까지 개항키로 한 신공항 약속도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정부의 행태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신공항 건설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여전히 사명감과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내 다른 부처를 추동해야 할 입장임에도 아직 뒷짐만 진 채 서성인다는 느낌이다. 단적인 예가 건립추진단의 기형적 조직이다. 국토부 본부 조직도 아닌 별도 조직인 데다 그마저 업무 분장도 없이 전 직원이 같은 일을 한다. 현재 인원도 정원 17명보다 7명이 적다. 8월 말로 닥친 신공항 기본계획 발표, 총사업비 협의 등 개항 일정을 좌우할 핵심 업무가 줄줄이 코앞에 닥치고 있는 마당이다. 이래서야 대형 국책 사업을 이끄는 정부 주관 조직이 맞나 싶다. 걱정을 넘어 황당한 생각마저 든다.

 

국토부의 행태 못지않게 재정 측면에서 신공항을 책임지겠다고 한 기재부의 태도 역시 이율배반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43일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의 부산 방문 때 성공적인 부산엑스포 개최를 위해 재정 100% 투입을 보장했다. 그런데 이후 기재부의 태도는 이와 완전히 반대다. 신공항 조기 개항의 핵심 전제인 건설공단 법안에 대해 지금까지 어깃장을 놓고 있다. 반대는 아니라고 하면서 8월 국토부 용역 결과를 앞두고도 딱 부러진 답을 내놓지 않는다. 지역 여론은 당연히 공단 반대방침으로 여긴다. 지난 13, 15일 연이어 열린 기재부 규탄 집회가 이런 격앙된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국토부든, 기재부든 부산으로선 신공항 일정에 조금이라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지역의 이 같은 결연함은 그동안 무수히 밝힌 바 있다. 국토부와 기재부가 계속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지역 여론은 더 들끓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토부는 추진단 조직의 확대 정상화로 신공항 총괄 부처다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부처에도 정책 협조를 적극 요청할 수 있다. 신공항 재정을 약속한 기재부도 국가적 명운이 걸린 엑스포 유치의 최대 관건인 신공항 건설을 방해하는 세력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부산을 홀대한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부산일보

 

 

유럽, 가장 빨리 뜨거워져···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의 2

지난해 7월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을 소방관이 진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폭염으로 몸살을 앓은 유럽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40년간 유럽의 평균 기온 상승폭은 지구 평균의 2배에 달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19(현지시간) 발간한 기후 현황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평균 기온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의 기준선으로 사용되는 산업화 이전(1850~1900)보다 2.3도 높았다. 같은 시기 세계 평균 기온은 1.2도 올랐다.

 

유럽의 기온 상승은 최근 더 빨라져, 최근 40년간 유럽의 기온 상승 속도는 지구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유럽 대륙은 기록상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다면서 폭염으로 16000명 이상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고, 20억달러(25600억원) 가량의 경제적 피해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은 국가로 조사됐다.

 

폭염과 함께 건조한 날씨는 물 공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강수량은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9월 역사상 가장 건조한 날씨를 기록했고, 스페인의 물 보유량은 전년 대비 40%로 줄어 들었다.

 

가뭄과 고온은 유럽 각지에서 대규모 산불을 일으켰다. 알프스 빙하는 1년 만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북대서양 지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기록상 가장 따뜻했고, 많은 지역이 극심한 해양 열파의 영향을 받았다. ‘바다의 폭염이라고도 불리는 해양 열파는 비정상적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으로 해양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파괴를 초래한다.

 

이밖에 동지중해와 발트해, 흑해, 남극해의 해수면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3배 이상 빨랐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안타깝게도 이는 일회성 사건이나 이상 기후 현상으로 간주될 수 없다이런 현상은 유럽 전체에서 더 빈번하고 강렬해지는 온난화 경향의 일부라고 경고했다. 기후 과학자들은 올해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엘니뇨가 도래함에 따라 올 여름 더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유럽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된 것은 희망적인 신호라고 짚었다. 지난해 EU의 전기 생산 중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22.3%로 처음으로 화석가스(20.0%)를 넘어섰다.

경향 선명수 기자

 

정부 "일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 문제는 전혀 별개"

일일 브리핑 나선 박구연 국무1차장 "수입금지는 원전 사고 때문, 오염수 방류와는 무관

정부는 20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수입 재개 우려에 대해 "오염수 방류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해역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되고 국민들께서도 이를 인정하실 때까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절대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1차장은 또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는 원전 사고 이후 상당기간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노출돼 발생한 환경오염 때문이지, 오염수 방류 여부와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8(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이바라키·아오모리·지바·군마·도치기)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해당 해역이 오염됐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이고, 따라서 앞으로 예상되는 오염수 방류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또 박 1차장은 "우리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미리 판단을 한 적도, 방류에 동의한 적도 없다"라고도 했다.

 

그는 "검증을 거쳐 과학적으로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우리 정부는 방류에 반대할 것"이라며 "이처럼 뚜렷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를 대변한다는 등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과 실질적 조치를 왜곡하는 발언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정부는 향후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한반도 해역과 수산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1차장에 이어 브리핑에 나선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수산물 안전과 관련 "지난 16일과 어제(19) 오전까지 추가된 생산단계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는 총 100(올해 누적 4408)으로 전부 적합으로 나왔다"면서 "지난 한주 일본산 수입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90(올해 누적 2676) 진행됐는데 방사능이 검출된 일본산 수입 수산물은 없었다"고 밝혔다.

 

송 차관은 이어 "2011년 대규모 방사능 유출이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확대해 왔다""당시의 대규모 방사능 유출에도 불구하고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송 차관은 "향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극히 낮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생하지 않을 문제를 전제로 우려를 제기하지만 결코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해 우리 해역과 국내 수산물 안전에 위협이 생기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도균(capa1954) 오마이뉴스

 

히말라야 빙하 빠르게 녹는다세계인구 4분의 1 위험

지난 10년간 65% 더 빨리 녹아

20억명 재해·농업위기 등 영향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로부체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다. 20081월 촬영. /경향신문 자료사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가 있는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2011~2020년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이전의 10년 동안보다 65% 더 빨리 녹았으며,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현재 빙하의 80%가 녹아 없어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현지시간) 보도했다.

 

ICIMOD는 보고서에서 빙하 유실의 영향으로 히말라야산맥에서 발원한 12개 강의 담수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며, 이로 인해 16개국 20억명의 생명과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히말라야산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쪽으로 미얀마까지 3500이상 뻗어 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비롯 해발고도 6000~8000m 이상의 고산이 즐비해 세계의 지붕으로 불린다. ·북극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만년설과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이사벨라 코지엘 ICIMOD 부국장은 빙하는 약간의 온도 상승에도 민감하다며 눈과 빙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재해가 더 치명적 규모로 자주 발생하고 재해로 인한 비용도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돌발적 홍수와 산사태가 가장 먼저 닥쳐올 위험으로 꼽힌다. 힌두쿠시 지역의 빙하호 200곳이 가장 큰 홍수 위험지역으로 꼽힌다. 현재도 인도·파키스탄 일대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한 돌발 홍수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 며칠 동안 인도 북동부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관광객 2000여명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현재는 눈과 빙하로 덮여 있는 영구동토층까지 녹을 경우 산사태의 규모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와 산사태는 지역의 농업, 식량안보, 에너지 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키며 궁극적으로 일부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빠지는 등 생물 다양성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히말라야산맥 곳곳의 수력발전소 역시 빙하 유실로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보고서에 담겼다. 제이컵 스타이너 ICIMOD 연구원은 빙하 녹는 속도가 정점에 도달하고 녹은 물이 줄어들면 미래의 수력발전소는 원래 설계상 필요한 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ICIMOD는 중국, 인도,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부탄 8개국으로 이뤄진 정부 간 협력기구이며 본부 사무실은 네팔에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완전히 미친 기후"타고, 녹고, 죽고 '불덩이 지구

지난 6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부리강가강에서 어린이들이 더위를 피해 수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기후변화를 방관한 '너무 뜨거운' 대가일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역대급 고온에 지구 전체가 신음하고 있다. 펄펄 끓는 6월 기온, 급속도로 자취를 감추는 빙하,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해진 바다까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지구 온도는 매일 기록을 경신하며 인간을 비롯한 생명 전체에 실체적 위협이 되고 있다.

 

선선한 여름 없다... 40~50도 살인더위 몸살

'극한 폭염'은 지구 곳곳을 달구고 있다. 선선한 여름은 사라졌다.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는 이달 초 체감온도가 섭씨 50도를 웃돌았다.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살인 더위'. 동남아시아엔 6월 한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웃도는 등 200년 만의 폭염이 덮쳤다.

 

유럽도 펄펄 끓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40년간 유럽 평균 기온 상승폭은 지구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며 유럽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이라고 19(현지시간) 전했다. '혹한의 상징' 시베리아마저 이달 초 지역별 기온이 섭씨 37~40도를 찍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고온은 참사로 번졌다. 캐나다의 초대형 산불은 30도 중반을 오가는 때 이른 고온과 건조한 날씨 등 이상기후로 피해가 커졌다.

 

지구 온난화를 재촉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지난달 역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무섭게 녹는 빙하... 2100년까지 80% 상실

해수면 온도도 사상 최고다. 미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지구 해수면 평균 온도는 올 3월 이후 21도 내외를 유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례 없이 따뜻한 바다와 맞물려 빙하 역시 빠른 속도로 녹아 없어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는 지난 221일 남극의 해빙(바닷물이 얼어 생긴 얼음) 범위가 179, 1979년 위성 관측 이래 가장 작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225일 기록한 최저치보다 13나 줄어든 것인데, 이는 미 뉴욕주 면적(14)과 맞먹는 규모다.

 

빙하가 녹는 속도까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일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 연구진에 따르면 2011~2020년 사이 힌두쿠시·히말라야 산맥 일대 빙하는 이전 10년보다 소실 속도가 65%나 빨랐다. 연구진은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3, 4도가량 높아질 경우 2100년 동부 히말라야 빙하의 최대 8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완전히 미친 기후"타고, 녹고, 죽고 '불덩이 지구'

지난 3월 인도 히말라야 히마찰프라데시주 킨나우르 지역의 눈 덮인 봉우리 아래 수틀레지강이 흐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역대급 기온... 전문가도 "완전히 미쳤다"

이러한 변화는 생태계 전반을 위협한다. 녹아내린 빙하는 홍수, 산사태 등 각종 재해를 일으킨다. 너무 많은 빙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 물 부족 사태로 이어진다. 이사벨라 코지엘 ICIMOD 부국장은 "빙하는 약간의 온도 상승에도 매우 취약하다""잦은 재해로 인한 치명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힌두쿠시·히말라야 빙하가 녹은 결과 사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고갈되는 시점인 이른바 '피크 워터(Peak Water)'2050년에 도래할 거란 경고까지 나온다. 이 지역 일대에서 용수를 공급받는 등 영향을 받는 인구는 12개 이상 국가에서 20억 명,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이른다.

 

브라이언 맥놀디 마이애미대 로젠스틸 해양·대기·지구과학대 선임연구원은 최근 트위터에 역대 지구 기온 및 해수면 온도 상승 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에 함께 이렇게 썼다. "이런 자료를 일상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믿을 수 없는 매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완전히 미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성장 계속해도 풍요로워지지 않는 사회, 이상하지 않은가

탈성장, 포스트 자본주의를 고민하자일본 도쿄대 교수 사이토 고헤이

인류와 지구 생태계, 자본주의 속 존폐 기로·토지··전력 등 성장 없이도 누릴 수 있는 필수 공유재많은 사회로 나아가야

 

녹색성장, 지속 가능 성장만이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하기 십상이죠.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은 환상일 뿐입니다.”

 

지난달 23, 일본 도쿄대 고마바 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사이토 고헤이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 교수(36)의 어조는 단호했다. 한참 뜸을 들이다 말을 이어간 사이토 교수는 탈성장 사회로 넘어가는 것만이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이토 교수는 그간 주류 경제학에서 거의 다루지 않은 탈성장론을 연구하는 정치경제학자다. 그는 수백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자본주의와, 자본주의가 추구해온 성장지상주의 탓에 인류와 지구 생태계가 존폐 기로에 몰렸다고 주장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들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이토 교수처럼 당장 성장 자체를 멈춰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는 학자는 많지 않다.

 

해법의 단서는 마르크스에서 찾았다. 사이토 교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마르크스 연구자 중 한 명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지만, 그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마르크스의 생태주의 관점에 집중했다. 사이토 교수는 2008년 출간한 저서 카를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로 최연소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수상, 학계의 찬사를 받았다.

 

사이토 교수가 2020년 펴낸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는 일본에서만 50만부 이상 팔렸고,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학계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를 설파하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탈성장이 유일한 해법이며, 자본주의하에서 탈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인류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거 몰락한 사회주의 국가 사례를 보면 마르크스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다소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이토 교수는 소련이나 중국, 북한처럼 톱다운식(하향식) 계획경제는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사회주의와 다르다“(내 주장이) 다른 제도에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논의를 하는 첫걸음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사이토 교수와의 일문일답.

- 저서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가 여러 나라에서 출간돼 인세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자본주의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학자는 인세를 어떻게 쓰고 있나.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책이 잘 팔렸지만 원래 마르크스나 탈성장은 안 팔리는 주제다. 돈을 벌려고 했다면 이 주제로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빈부)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 동기가 됐다. 돈을 벌 생각으로 책을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부는 아니지만 수익을 기부했다. 가령 한국에서 베스트 아시아 북어워드를 수상했는데 그 상금은 전부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민간단체에 기부했다.”

 

- 마르크스식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안다. 사회주의라면 무너진 구소련 체제나 북한을 떠올리기 쉽다. 이미 실패한 시스템인데, 구상하는 사회주의는 어떻게 다른가.

소련도 중국도 북한도 독재국가다. 전부 정치인이나 관료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결정하는 톱다운식 계획경제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사회주의와도 다르다. 20세기에는 소련이 잘 안 됐으니 전부 시장이 좋다고 해버리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이 등장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그 역시 굉장히 큰 (빈부)격차를 만들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소련도 아니고 신자유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인데, 커먼(Common·공유재)에 기반한 사회로서 사회주의다. 모두가 참여해 열린 형식으로 숲, 토지, , 전력처럼 공동으로 필요한 것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물론 국가가 어느 정도 관여해도 좋지만, 뭐든지 국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많은 커먼을 만드는 식이다. ‘커먼 포레스트’ ‘커먼 워터’ ‘커먼 에너지처럼 커먼 ○○을 많이 만들어가는 사회가 돈이나 상품에 휘둘리지 않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닐까 한다.”

 

-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크고 작은 금융사들이 무너지는 등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버블을 만들면서 단기적으로 돈을 벌어 가는 자본주의의 기본 구조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감염병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정부는 굉장히 많은 돈을 다양한 곳에 뿌렸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필요한 곳에 닿지 않고 결국 금융시장에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갔다. 그게 지난 2년간 이어지면서 버블을 만들어냈다. 거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 탓에 경기까지 나빠지면서 은행 도산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일은 자본주의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이후에도 몇번이고 반복된다.”

 

-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 침체와 탈성장은 어떤 차이가 있나.

경기 침체나 리세션(경기 후퇴)은 탈성장과는 전혀 다르다. 지금 사회는 성장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모든 투자는 수익을 요구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성장을 추구하지만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리세션이다. 탈성장은 성장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교육은 경제적 성장이 크게 뒷받침할 필요가 없다. 수도시설이나 의료 서비스도 고도의 성장이 필요하진 않다. 이렇게 딱히 성장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사회가 탈성장 사회다.”

 

- 탈성장을 통해 이익이 줄면 결국 세금도 줄고, 복지 예산도 줄어드는 등 딜레마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적어도 일본은 아직 부자나 대기업에 세금을 더 매길 여지가 있다. 최근 법인세나 소득세를 큰 폭 인하해왔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곳에 돈이 많이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국방비다. 일본에서는 국방예산을 두 배로 늘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 곳보다는 교육처럼 필수 부문에 돈을 더 써야 한다. 또 보조금 형태로 석유업계 등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고 있다. 그런 데 드는 돈을 없애고 필요한 분야에 돈을 쓰면 된다.”

 

-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출생률도 일본보다 낮은데,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곧 고갈될 것이라는 불안이 크다. 경제 성장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국민연금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의 연기금이 고갈될 텐데.

연금은 물론이고 다양한 것들이 성장을 전제로 한 무언가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인질로 잡혀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많은 노인들이 빈곤 상태에 있고,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그런데도 모두 성장만 하면 어떻게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반쯤 속아 있다. ‘성장을 계속 말해도 전혀 풍요로워지지 않는 사회 자체가 이상한 게 아닐까’ ‘좀 더 다른 제도를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고 목소리를 내고, 그에 대해 더 다양한 의논을 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 탈성장 사회 전환의 관건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시민들이 소비를 줄이는 삶, 더 불편한 삶을 감수하려고 할까. 대다수 시민에게는 환경보다 오늘 자신의 일상이 우선순위가 되지 않을까.

당장 눈앞의 생활이 힘든 사람들은 50년 후의 일을 생각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사회에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일이 너무 많다. 많은 상품 광고나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편의점이 그 예다. 아마존의 익일 배송도, 새로운 스마트폰이 계속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을 좀 더 자제하면 사람들의 욕구가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 국가별 성장 불균형이 심하다. 대다수 저개발국가는 탈성장 담론을 현실과 괴리된 배부른 소리처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는 시민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성장해도 좋다고 본다. 확실히 그런 점에서 탈성장은 선진국에 한정된 이야기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책임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풍족하게 잘 살 수 있는 건 가난한 나라에서 많은 것들을 빼앗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선진국이) 성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아직 가난한 국가가 더 성장하고, 더 제대로 된 생활을 획득하기 위한 공간을 창출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 마지막으로 더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탈성장에 대한 오해가 여전히 많다. 녹색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만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은 환상일 뿐이다. 탈성장 사회로 이행하는 것만이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탈성장 자본주의라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포스트 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한다.

도쿄 | 이창준·김경학 기자 jchang@kyunghyang.com

 

한 달 일찍 다가온 낙동강 녹조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있는 낙동강 지천 응암천에서 지난 19일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플라스틱 통에 담은 녹조를 떨어트리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7일 낙동강 중류 구간 대부분에서 7~8월은 되어야 보이는 걸쭉한 녹조, 이른바 녹조라테가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본류와 지류를 따라 벌써부터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여름 유례없는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녹조대란이 다시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9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있는 낙동강 지천 응암천. 물가를 향해 몇 걸음 옮기자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녹조 찌꺼기가 부패할 때 심한 악취가 난다며 녹조생물 사채로 추정되는 뿌연 덩어리를 손에 쥐어 보이며 말했다.

 

같은 날 대구 낙동강레포츠밸리 낙동강 본류도 짙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강 한가운데 녹색띠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낙동강네트워크 등이 지난해 8월 이곳의 물과 토양을 분석한 결과 녹조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1388이 나왔다. 미국환경보호청의 물놀이 기준보다 48.5배 높은 수치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의 6600배의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스시틴의 농도가 18이면 물과의 접촉을 전면 금지한다. 국내에는 녹조 농도에 따라 수상 활동을 금지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정 국장은 지난 17일에는 낙동강 중류 구간 대부분에서 7~8월쯤에나 보이는 걸쭉한 녹조, 이른바 녹조라테도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달 24일 경남 합천창녕보 상류와 창녕함안보 상류 등에서 올해 첫 녹조띠를 관측했다. 이는 지난해 첫 녹조 관측시기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대 낙동강 중류에서 지난 17일 걸쭉한 형태의 녹조인 이른바 녹조라테가 관측된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단체는 낙동강 일대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녹조 발생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현재 낙동강 칠서지점과 물금·매리지점 2곳에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됐다. 유해 남조류가 2주 연속 11000개를 넘으면 관심’, 1만개 이상이면 경계’, 100만개를 넘어서면 대발생경보가 발령된다.

 

물금매리 지점은 지난 12일 유해 남조류가 1164455개로 측정됐다. 지난해 613(45415)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칠서지점도 1당 남조류가 33499개로 지난해 보다(7795)보다 4배 넘게 늘었다.

 

환경단체는 퇴비 관리 등 비점오염원에 치중한 정부의 녹조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국장은 환경부가 녹조를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4대강 수문 개방이 최고의 녹조 치료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대 낙동강 물 위를 녹조가 덮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부는 지난 1일 녹조 관련 종합관리대책을 수립·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녹조 예방 차원에서 오염원의 하천 유입을 막기 위해 야적 퇴비를 수거하는 등의 조치와 녹조를 제거하는 에코로봇을 기존 4대에서 24대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이에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녹조의 근본 원인인 보에 대해서는 운영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원론적인 계획만 내놨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녹조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녹조 문제가 심각해지면 낙동강의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영남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문 개방을 통한 자연성 회복이 최고의 녹조 치료제라며 낙동강 보 개방을 거듭 촉구했다.

 

정 국장은 “4대강 사업 이후 녹조는 국가가 만든 위험이라며 수문 개방 말고는 창궐하는 녹조를 막을 수가 없다. 이는 금강과 영산강에서 이미 입증된 진실이라고 말했다. /경향 김현수 기자

 

대구 정원박람회 앞두고 도심 화단 조성 '이색 풍경

2023 대구정원박람회를 앞두고 대구 도심 곳곳에 보기드문 야생화와 나무 등이 들어서면서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21일 대구 중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대구도시철도 2호선 경대병원역~김광석다시그리리길 560m 구간 화단에 야생화인 에키네시아 등 1538본과 블루엔젤, 왜성남천 등 나무 113,829그루를 심어 화단형태를 갖췄다. 중구는 오는 8월까지 국채보상로 등 주요 도로 옆 화단에 총 길이 1.2이상 구간과 수성교 동단 교통섬 2430면적에 나무 4,468그루, 초화류 17,481본 등을 심는 정원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국채보상로 구간에는 현무암 등 화산석도 배치해 색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공원도시' 서구도 정원조성에 한창이다. 서구는 국채보상로 100m 구간에 흰말채나무 등 나무 7452그루와 개량휴케라 등 초화류 233,167본을 심어 이달 말 가로정원 조성을 마무리하게 된다. 지난해 서구는 국채보상로 비산네거리~신평리네거리 1.5구간 안전지대 등에 무늬병꽃나무 등 나무 211,730그루와 꽃범의꼬리 등 초화류 384,775본을 심고 화산석으로 포장하는 등 정원형 녹지를 조성했다.

 

수성구 등 다른 기초단체도 이미 정원을 조성했다. 수성구는 지난해 6월 수성교교차로~수성네거리 750m 구간 620면적인 중앙분리대 일대에 황금만리화 등 관목 112,044그루와 큰꿩의비름 등 초화류 2015,260본을 심었다.

 

동구도 지난해 10월 대구공항 앞 도로변 총길이 390m 구간 화단에 나무 7813그루, 구절초 등 초화류 248,818본을 심어 정원을 조성했다. 이밖에 달서구는 지난 4월까지 공원 등 7곳에 편백나무 3,000그루를 심는 등 환경 조성에 한창이다.

오는 1013~17일 대구 북구 금호꽃섬에서는 조경업체와 학생 등이 참여해 하는 2023 대구정원박람회가 열린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 도심 곳곳에 대형 공원에 힘입어 골목과 공터 등에 꽃을 심고 화단을 정비하는 등 정원을 조성해 경관을 개선하고 생태적 요소를 점차 늘린다는 취지다. 최병원 대구시 공원조성과장은 "회색도시 대프리카의 무더위를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로 감성과 테마가 있는 정원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관계기관과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류수현 기자 yvr@hankookilbo.com

 

빗물 모아 정원 만든다성동구, 빗물저금통 활용 공원 정비

청송어린이공원.

 

서울시 성동구는 도심 내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생태기능 강화를 위해 노후한 청송소공원 등 공원 3곳을 빗물 정원으로 재조성한다고 21일 밝혔다.

구는 공원을 정비하면서 빗물을 저장하는 '빗물 저금통'을 활용했다. 빗물 저금통은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금통 잔디매트 띠 녹지 보호판으로 구성돼 있다. 비가 내릴 때 지면의 빗물을 저장해 물 순환시설을 만들어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물 순환 통합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공원에서 비가 올 때는 빗물을 모으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수목 뿌리에 공급해 생육환경을 개선하고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성수근린공원과 청송소공원 2곳을 빗물 정원으로 조성했고 이달 말 향림공원도 재개장할 예정이다.

 

서울 등 도심의 경우 콘크리트 포장이 많아 비가 오면 땅속으로 물이 스며들기 어려운 구조다. 장마철 폭우 등 대비해 흙으로 덮인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중장기적인 대책 중 하나로 꼽힌다.

 

성동구는 하반기 옥수동 어린이꿈공원을 조성하고, 빗물관리시설을 활용해 정비해나가는 등 도심 공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한편 구는 본격적인 장마철을 대비해 산사태 취약지역과 급경사지, 산림재해 발생 우려지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도 마쳤다.

 

대현산 등 산림 내 급경사지 4곳의 낙석, 누수, 균열 여부를 확인하고 설치된 낙석방지책 등 구조물에 대한 이상 여부를 점검했다. 또 매봉산 등 산사태 취약지역 4곳과 산지 내 위험사면을 대상으로 배수로 정비 상태 및 경사면 균열 및 침하, 수목전도 등을 점검하고 사전 정비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다음 세대를 위해 추구해야 할 큰 과제"라며 "기후 환경에 대비한 빗물정원 조성으로 성동구가 앞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녹색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뉴시스 이재은

 

하늘공원에 '바람, , 정원'서울시, 학생·모아정원 공모

지난해 서울정원박람회 모아정원 공모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오는 10월 열리는 '2023 서울정원박람회'에 조성할 학생정원·모아정원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8회째를 맞는 서울정원박람회는 106일부터 11월까지 두 달간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서 '바람, 풀 그리고 정원'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학생정원·모아정원의 공모 주제는 행사 주제와 동일하다. 시는 이번 공모를 통해 하늘공원의 장소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바람과 풀, 억새와 경관적 조화를 이루는 정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학생정원 공모는 조경·정원·건축·도시계획·산업디자인 등 관련 학과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1차 서류심사를 거쳐 선정된 10(팀당 최대 5)은 각 3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10면적의 정원을 조성한다. 참가팀은 전문가의 멘토링 지원도 받게 된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아정원 공모에서도 서류심사를 통해 10팀이 선발된다. 참가팀은 10회의 정원교육 워크숍을 받고 각 150만원의 지원금으로 6면적의 정원을 조성하게 된다.

 

시는 정원 조성이 완료되면 10월 현장심사를 통해 우승팀을 선발한다. 학생정원·모아정원 각 금상 1(상금 70만원), 은상 1(상금 50만원), 동상 3(20만원)을 선정하고 서울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 발표·시상할 예정이다.

 

아이디어 공모 접수는 다음 달 19일부터 21일 오후 4시까지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서울정원박람회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현아 뉴시스

 

먹이 부족하면 동족도 잡아먹는 섬모충’, 강릉 남대천서 발견

먹이 부족할 때 몸과 입 커져

국가생물종목록에 등재 예정

신종 섬모충 텟메메나 폴리모르파와 그 배 속에 있는 같은 섬모충의 모습. 낙동강생물자원관 제공.

 

먹이가 부족해지면 동족도 잡아먹는 섬모충이 강원 강릉 남대천에서 발견됐다.

환경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지난해 4월 강원 강릉시 남대천에서 채집한 신종 섬모충에 텟메메나 폴리모르파(Tetmemena polymorpha)’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21일 밝혔다. ‘폴리(poly)’는 여러 가지라는 뜻이고, ‘모르파(morpha)’는 모양이 변한다는 의미다. 섬모충은 전신에 섬모라 불리는 짧은 털을 지닌 단세포 생물로 짚신벌레나 종벌레 등이 대표적이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이 신종 섬모충이 먹이가 부족한 경우 몸과 입이 큰 거대형 세포로 변해 동족의 소형 세포를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동족 포식은 신종이 속한 하모충아강에서는 확인된 바 없고 독포아강의 다른 섬모충류에서만 확인됐다.

 

이 같은 특성을 연구진은 수렴진화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수렴진화는 서로 다른 종이 같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외형이나 습성이 비슷해지는 현상이다. 예컨대 포유류인 고래와 어류인 물고기, 포유류인 박쥐와 조류인 새는 전혀 다른 생물이지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강릉원주대 연구진과 함께 국가생물종목록에 텟메메나 폴리모르파를 등재할 예정이다./ 경향 김기범 기자

 

파리도 꽃가루 옮긴다꿀벌만 걱정할 때가 아니었어

꿀벌 실종사건의 진실

꿀벌은 사라졌나, 그대로인가?

아인슈타인의 거짓말? 꿀벌에 대한 오해들

기후변화가 만든 허약한 꿀벌들

꿀벌이 꽃에서 꿀을 따고 있습니다. 인간은 꿀벌의 노동을 이용하는 거고, 그런 점에서 꿀벌은 가축이에요.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회 기사를 잘 읽었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꿀벌이 가축이라는 사실에 놀라셨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맞습니다. 축산법 시행령에서 꿀벌은 가축으로 규정돼 있어요.

 

가축이란 무엇입니까? ‘인간이 이용하기 위해 기르는 동물입니다. 요즘엔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축의 최대 용도는 노동력이었습니다. 밭을 가는 소, 마차를 끄는 말처럼요.

 

벌이 가축이 된 것은 기원전 2400~5500년 전 이집트에서였어요. 야생벌의 벌집에서 꿀을 채취하다가 진흙으로 벌집을 만들어 벌을 기르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꿀벌의 노동은 다른 가축의 노동과는 좀 달라요. 인간은 꿀벌에게 벌통을 제공할 뿐 소나 돼지처럼 목줄과 코뚜레를 채우거나 공간을 제약하지 않죠. 벌통 밖으로 나가 꿀을 채취해오는 꿀벌의 노동력을 이용해 인간은 벌꿀을 슬쩍하는 거예요.

 

파리, 나방, , 박쥐도 화분매개자

1억 년 전, 세상에는 벌이 없었어요.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육식성 말벌이 세상을 주름잡았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말벌은 벌이 아니에요. (말벌은 영어로도 ‘wasps’,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bee’가 아닙니다.)

 

그런데 말벌 중에 평화주의자들이 있었어요. 이들은 곤충을 안 먹겠다!’며 채식을 선언하고, 이제 막 출현한 꽃식물의 꽃꿀과 꽃가루에 영양을 의존했어요. 꽃과 꽃 사이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부지불식간에 몸에 묻은 수술을 암술에 옮김(화분매개)으로써 식물이 널리 퍼지도록 했어요. 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려서 좋고, 야생벌은 배불리 먹어서 좋고이런 걸 공진화라고 합니다.

벌은 모두 9개 과, 2만여 종이 있어요. 우리가 보통 꿀벌이라고 부르는 벌은 서양꿀벌’(학명 Apis mellifera), 2만종 중 하나예요. 하지만 최근 100~200년 동안 양봉산업의 표준종으로 아프리카와 북극까지 퍼졌죠.

 

꿀벌은 식물의 생활사에서 필수적이에요. 꽃가루를 옮겨야 그들이 열매 맺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유럽을 휩쓴 꿀벌 집단 실종 사건이 환경단체는 물론 과학자, 정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어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말도 유명해졌죠.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이런 말을 했는지 확인되진 않지만, 언론에는 무분별하게 인용되고 있어요.)

꿀벌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말벌이에요. 말벌이 꿀벌을 잡아먹거든요. 그런데, 꿀벌의 조상은 말벌입니다. 아이러니하죠? AP/연합뉴스

 

그런데 말입니다. 꽃가루를 매개하는 동물은 꿀벌뿐만이 아니에요. 꿀벌 말고도 수많은 야생벌, 파리, 나방과 새를 비롯해 심지어 박쥐까지 꽃가루를 매개해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해 발간한 화분 매개자와 농약보고서를 보면, 세계 115대 작물 가운데 87개 작물이 화분매개 동물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요. 만약 이런 동물이 사라지면 5~8% 정도의 생산량이 줄고, 그 피해는 연간 2350~5770억달러(301~73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직 꿀벌화분매개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꿀벌이 사라지면 당장에라도 식량난이 벌어질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것이죠.

 

농촌진흥청 분석에 따르면, 국내 농작물 총생산량 중 화분매개 곤충에 의존하는 작물의 생산량은 35%(530t)이고, 화분매개 곤충이 필요하지 않은 작물의 생산량은 65%(1006t)이에요. 이를테면, 수박이나 딸기 등은 화분매개 곤충이 필요하지만, 벼나 보리, 감자, 배추, , 파 등은 필요하지 않아요.

물론 농업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화분 매개자가 꿀벌이에요. 비닐하우스에서 채소와 과수를 재배할 때는 꼭 벌통을 들여다 놓아야 해요. 다른 화분매개 동물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까요.

유엔 생물다양성국제기구(IPBES)2016화분매개자와 화분매개 그리고 식량생산평가보고서에서 세계 주요 작물의 90% 이상을 꿀벌과 야생벌을 포함한 벌이 방문하고, 30% 정도를 파리가 방문한다고 봤어요. 다른 수분매개자들의 방문 비중은 6%였고요.

 

인간이 재배하는 농작물이 아닌 야생 생태계에서는 야생벌 등 다른 화분매개 곤충의 영향이 커요. 그래서 생물다양성기구나 식량농업기구도 꿀벌만 강조하지 않아요. 각종 통계를 봐도, 꿀벌을 비롯한 야생벌 그리고 다양한 곤충을 포함한 화분매개 동물을 함께 이야기하죠.

어떤 꽃은 꿀벌을 비롯한 다양한 화분매개자가 방문하고, 어떤 꽃은 특정 곤충이 화분매개를 전담하기도 하는 등 복잡해요. (꿀벌은 꽃을 가리지 않고 방문하는 잡식성이에요.)

 

꿀벌-야생벌-곤충-식물 전체 조감도 봐야

최근 들어선 꿀벌 실종사태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꿀벌=유일한 화분매개자라는 오해를 낳고,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이이질까봐 우려하는 과학자들이 많아졌어요. 꿀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야생벌과 곤충의 상황은 더 심각하고, 생태계 전체를 함께 봐야 한다는 관점이지요. (‘6의 대멸종이 진행되는 지금 가장 멸종 속도가 빠른 게 곤충이에요!)

 

요나스 겔드만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원 등은 2018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꿀벌 보호는 야생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실었어요. 그는 화분매개가 다수의 동물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데도, 인간은 꿀벌만 걱정한다고 꼬집었어요. 오히려 높은 밀도의 꿀벌 사육은 다른 화분매개 곤충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봤죠. 꿀을 두고 경쟁이 심해지니까요.

 

과도한 이동양봉(꽃 피는 시기에 맞춰 대규모로 벌통을 이동하며 꿀을 채집하는 것) 또한 야생 생태계에 전염병을 옮기고 곤충 생태계를 교란한다고도 지적했어요. 그는 꿀벌이 자연 생태계에 대량 유입된 관리종’(massively introduced managed species)이라는 정의를 상기시켰죠. 지금 전세계 곤충들의 꿀 따기 전쟁은 유럽 산골짜기에 살던 유럽꿀벌한 종이 평정하고 있답니다.

꿀벌은 벌 2만여종 중에 단 한 종이에요. 하지만 가축이 되어 세계로 퍼져, 지역 생태계의 곤충과 경쟁하고 있지요. 게티이미지뱅크

 

연구 결과를 하나 볼까요? 프랑스 남부에서 이뤄진 연구에서는 고밀도 양봉이 꿀벌과 야생벌 사이 꿀 따기경쟁을 일으켜 야생벌의 출현율을 55% 감소시키고, 꽃꿀 수확률을 50% 줄인 것으로 조사됐어요. 꿀벌 또한 평소보다 많은 수확량을 기록하지 못했어요. ! 꿀 따기 힘들어!

 

물론 다른 관점의 시각 또한 존재해요. 지난해 뉴질랜드 연구팀은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서 1961~2017년 꿀벌 벌통이 85% 늘었고 꿀 생산량도 45% 늘었지만, 이는 세계 인구 증가율(144%)에는 못 미친다고 걱정했어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감염병, 해충의 유행으로 꿀 생산량이 급감할 수도 있고요. 연구팀은 늘어날 꿀 수요 증가를 충족하고 식량 작물의 화분매개를 위해서도 양봉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곤충·야생벌 상황이 더 심각

지난해 정부는 양봉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해 매년 3씩 밀원 숲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어요. 이게 어느 정도냐면요. 가로, 세로 100m 되는 운동장이 3천개 생긴다고 보면 돼요.

 

정부는 1970~1980년대 47이상이던 밀원 숲 면적이 2020146ha까지 줄었기 때문에 이를 회복하기 위해 목표를 정했다고 말하고 있어요. (밀원 숲은 아까시나무처럼 꿀이 많이 나오는 수종을 중심으로 조림된 숲이에요.)

지난달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안동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낸 보고서에 꿀벌과 야생벌의 화분매개 기능을 북돋기 위해서 30의 밀원 숲이 필요하다고 추정했어요. 꿀벌이 먹을 게 별로 없으니, 먹을 것을 많이 만들어주자는 취지예요.

 

산림청과 강릉시 등이 2013년 강릉시 사천면 노동리 일원에 대표적인 밀원수인 아까시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신중한 시각도 있어요. 서울환경연합이 지난달 25일 연 생태전환 도시포럼의 참석자들은 거대한 규모의 밀원 숲 조성 사업은 기존의 숲을 밀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죠. 기존의 토종 생태계는 물론 야생벌 같은 화분매개 곤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는 이런 비유를 들었어요.

(가축) 모이가 부족하다고, 숲에 있는 나무를 다 닭 모이 만드는 나무로 바꿔도 되나요? 숲의 주인은 닭이 아니라 다른 (야생) 생명체들입니다.”

 

꿀벌이 가축이라는 점을 강조한 거예요.

17일 주무부처인 산림청에 전화를 걸어봤어요. 담당자는 기존 목재 생산용 경제림을 조성할 때 밀원 수종을 부수적으로 섞어 심는 것이라고 말했죠. 오로지 밀원 숲을 위해 나무를 교체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대표적 밀원 수종인) 아까시나무는 과거 연료림(땔감)으로 조성했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 쇠퇴했어요. 아까시나무는 장난감이나 가구를 만드는 데 아주 좋은 목재입니다. 헝가리에서는 직립성으로 만들어서 수출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보고서를 낸 정철의 안동대 교수는 단순히 양봉가들의 밀원 제공만을 목적으로 밀원 숲 확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며 숲을 베어내고 밀원수를 심자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홍석환 교수는 꿀벌과 화분매개 동물을 보호하려면 자연 숲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죠.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도 도시에 밀원식물 화단을 확대하거나 농경유휴지를 활용하는 등 기존의 숲을 파괴하지 않고 밀원 면적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역 시스템 없는 양봉산업

밀원 숲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오히려 꿀벌이 늘어날 거라는 예측도 있어요. 왜냐고요? 국내 양봉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많은 양봉가가 벌통을 더 들일 거라는 거죠.

국내 양봉산업은 팽창 중이에요. 양봉 농가 수는 201119387곳에서 202127583곳으로 70% 늘었어요. 50군 이상 벌통을 소유한 기업형 농가도 비율도 55%에 이르죠. 사육 봉군은 2021269만군으로, 일본(24만군), 캐나다(81만군)보다 많아요.

그래픽_나성숙 영상소셜팀

그래픽_나성숙 영상소셜팀

꿀벌이 늘어나면 좋은 거 아니냐고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동시에 숲이 넓고 식물과 생태계가 건강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꿀벌과 야생벌, 곤충들이 한정된 먹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거든요. 허약한 꿀벌들, 도태되는 곤충들이 많아지는 거예요. 게다가 한국은 국토 면적당 사육 밀도가 세계 1등이랍니다.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의 말이에요.

 

꿀벌들이 꿀을 많이 따려면 아까시나무처럼 군락을 이루면 좋겠죠. 그런데 그건 사람의 입장이에요. 야생벌 입장에서 보면 한 번에 꽃이 확 피었다가 지는 것보다는 연중 자신들이 먹을 만큼 다양한 꽃이 조금씩 피는 게 좋아요.”

그는 양봉산업이 선진화되어야 한다고 말해요. 벌통을 들일 때 질병 검사를 하는 방역시스템이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고 해요. 양봉을 벌꿀 채취용과 화분매개용으로 전문화함으로써, 관리 기법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어린이들이 꿀벌 생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어요. 꿀벌은 생태위기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예요. 하지만 꿀벌에 국한하지 않고 좀더 넓은 생태계의 관계망을 설명해주면 좋겠어요. 연합뉴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예산 484억원을 투입해 꿀벌 보호 및 생태계 보전 연구개발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기상청 등이 기후변화에 적합한 밀원수를 찾고, 꿀벌의 병해충을 차단하고, 꿀벌의 생태계 서비스를 평가하는 연구를 할 예정이죠. 그동안 꿀벌과 화분매개 곤충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었어요.

사라지는 꿀벌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줘요. 그런 점에서 꿀벌은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돋보기만 가지고 세상을 바라봐선 뭔가 부족해요. 꿀벌과 야생벌 그리고 여러 곤충과 동식물 관계의 조감도를 그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때 바로 우리는 생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거예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아직도 쓰레기를 수입하는 나라, 대한민국

2020년 유해폐기물 74만톤 들여와 재가공, 대기오염물질 배출... 피해는 지방 몫

도시에 사는 분들은 '재활용'이라고 하면 생활폐기물 분리수거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재활용은 그런 것만 있는게 아니다. 사진은 2023420일 인천의 한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생활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농촌지역에서 폐기물 재활용 업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필자가 활동하는 '공익법률센터 농본'으로 연락을 많이 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분들은 '재활용'이라고 하면 생활폐기물 분리수거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재활용은 그런 것만 있는게 아니다. 폐기물재활용, 특히 산업폐기물재활용은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재활용으로 분류가 되고, 폐기물로 고형연료(SRF)를 만들어서 소각하는 경우에도 재활용으로 분류가 된다. 그리고 자동차 등에 사용된 폐배터리에서 납같은 중금속을 추출해 내는 사업도 재활용으로 분류가 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들이 대량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분류는 '재활용'인 것이다. 그러니 재활용이 모두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유해폐기물 수입 국가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처리되는 폐기물이 전부 대한민국에서 나온 것일까? 그렇지 않다. 환경과 사람에 해로울 수 있는 '유해폐기물'은 어느 나라든지 골칫거리이다.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다른 나라에 떠넘겨서도 안 될 일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는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의 통제에 관한 바젤협약'이 만들어져 있다. 바젤협약은 유해폐기물의 불법 이동을 줄이고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제협약이다.

 

한국도 바젤협약에 가입돼 있고,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유해폐기물의 수출·입을 규제하고 있다. 규제대상 폐기물을 수입하거나 수출하려면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아무래도 신고 대상 폐기물보다는 허가 대상 폐기물이 더 유해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부 장관의 허가 대상인 유해폐기물의 수출량과 수입량은 어떨까?

 

우선 한국이 수출하는 허가대상 유해폐기물의 양은 미미한 수준이다. 환경부가 발행하는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2019330, 20201294톤이었다.

 

그렇다면 수입하는 허가대상 유해폐기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2019804281, 2020743235톤에 달했다.

 

한국은 대표적인 유해폐기물 수입국가인 것이다. 신고대상 폐기물도 수출량은 29869(2020)인데 반해, 수입량은 1782319톤에 달한다.

2021 환경통계연감 환경통계연감

 

유해폐기물 처리, 결국 지방의 몫

그렇다면 어떤 유해폐기물이 많이 수입되는 것일까? 허가대상 수입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폐납산배터리(자동차나 산업용 폐배터리)이다. 201954만 톤, 202040만 톤 이상을 수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로부터 수입하는 것일까?

20181월 한국 폐기물 자원순환 학회지에 게재된 <폐 납산배터리의 수출입 현황 및 제도 비교분석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런 폐납산배터리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나라는 멕시코와 한국 정도라고 한다. 멕시코는 주로 미국에서 폐납산배터리를 수입한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연간 8.9만 톤), UAE(3.9만 톤), 수단(3.9만 톤), 미국(3.3만 톤)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수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입한 폐납산배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폐납산배터리에서 납을 뽑아내려면 녹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하는 공장이 서울에 있을까? 아니다. 결국 지방과 농촌 곳곳에 이런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도 이런 업종의 공장이 있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공장에서 나오는 악취와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농민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고역일 수밖에 없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 더 심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다.

 

경북 영주시에서도 한 업체가 이런 업종의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우려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공장설립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 건물을 짓는 등 법 절차까지도 위반한 것이 드러나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환경부인가

20193월 한국산업보건학회지에 실린 <재생 납 생산공장과 인근 지역의 납 농도 수준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경상권에 있는 이런 유형의 공장에서 1km 이내인 인근 지역과 7.5km 떨어진 지역(대조군 지역)의 평균 납 농도 수준을 비교했을 때, 인근 지역이 2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한다. 또한 공기중 납 농도의 최대값이 기준치의 7배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인근 지역에서 납과 같은 중금속 농도가 높게 나오는 상황이라, 이런 공장들이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갖는 의문은, 왜 외국의 유해 폐기물까지 수입해서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환경을 오염시키느냐는 것이다. 멕시코 정도를 제외한 다른 국가는 폐납산배터리를 수입하지 않는다는데 왜 우리는 어마어마한 양을 수입하느냐는 것이다.

 

몇몇 업체들이야 이렇게 해서 이윤을 누리겠지만, 과연 이것이 정당한 일일까?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도대체 이 나라의 정부는, 특히 환경부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 곳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승수(haha9601)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오마이뉴스

 

오염수 먹겠다는 교수, 과거에도 "후쿠시마 사람 살아도 문제 없어"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국민의힘 의원총회 강연 내용 화제... 과거부터 일관된 '친원전' 공학자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방류 안전한가?' 주제로 특강하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

 

"후쿠시마에는 사람이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 2017712

"월성 주민의 삼중수소 1년간 피폭량=바나나 3~6, 멸치 1그램 내외" - 202118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어도) 80년을 산들 100년을 산들 영향 받을 이유 전혀 없다." - 2023620

 

모두 한 사람의 발언이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의 일관된 주장이다. 정 교수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강연 내용이 정치권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 교수는 일관되게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을 주장해 온 '친원전' 성향의 원자력 공학자인데 이번 공방을 계기로 정 교수의 과거 발언들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정용훈 교수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정 교수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이걸(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먹으면 증명되냐, 저는 먹을 수 있다, 먹겠다"라며 "그런데 먹어도 '이 독한 놈 봐라' 이렇게밖에 될 수 없다. 그래서 이건 참 무의미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당장 한강 물을 떠서 측정하면 11Bq(베크렐)이 나온다. 그래서 서울시민들 소변 검사하면 11Bq의 삼중수소가 나온다", "티끌이 태산이 되려면 티끌을 태산만큼 모으셔야 한다.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그 양이 미미하며 장기간 피폭되더라도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2021"피폭, 암과 관련 없다"

해당 강의 내용이 화제가 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직접 비판에 나섰다(관련기사: 이재명 "국민 불안한데... 정부는 일본 대신 '11변명'").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지난번에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1씩 또는 10씩 매일 마셔도 된다는 그런 학자라는 분을 불러 국민을 기만하고 그야말로 괴담을 퍼뜨리더니 어제는 의총을 열어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는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특강까지 들었다고 한다"라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될 정부·여당이 일본 오염수 방류를 막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일본을 두둔해서 계속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재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태스크포스)'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에너지 분야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며 현 여권과 연을 맺었다.

 

정 교수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 경상북도 월성원전 1호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어 부지 10여 곳의 지하수가 삼중수소(트리튬)으로 오염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가 뒤늦게 <한겨레> 등의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며 논란이 벌어졌다.

 

그해 18일 정용훈 교수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바나나 3~6, 멸치 1그램 내외"라고 써 논란이 일었다. "피폭이 있는 것과 암은 관련이 없다. 지금 논의되는 수준에서는"이라며 "월성 방사능 이야기는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관련) 수사 물타기 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여러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 시민사회 긴급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2021127일 당시 토론회에서 과학기술정책학 박사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원자력 공학자가 의과학자나 예방학자인 것처럼 월성 원전 주변 주민들의 체내 삼중수소가 멸치 1그램 먹은 것처럼 모든 언론에 도배하듯 나왔다""모든 것을 희화화시켰다"라고 꼬집었다.

 

2017"후쿠시마에 사람 살 수 없으면 북유럽도 사람 살 수 없다"

'탈원전' 정책에 명백한 반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온 정 교수는 과거 "후쿠시마에는 사람이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발언한 적도 있다. 2017714,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 중단 결정이 내려졌는데 이를 코앞에 둔 712일 김무성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 주최한 '원전 거짓과 진실-성급한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 국회 토론회에 정 교수도 참석했다.

 

당시 그는 "후쿠시마가 만약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면, 대부분의 북유럽 또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며 "후쿠시마에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방사능 때문이 아니다. 사회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서 더 이상 후쿠시마에서 생계를 이어갈 기반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후쿠시마에 10년간 있으면 약 10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된다"라며 "하지만 스페인이나 핀란드의 일부 지역에는 1년에 1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된다"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므로 후쿠시마가 만약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면, 대부분의 북유럽 또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는 비교였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당시에도 상당한 반발을 불러왔다. 그가 '후쿠시마'라고 지칭한 지역의 범위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언급한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의 피해가 발생한 마을이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60~80km가량 떨어진 '후쿠시마 시'를 의미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현 내 마을인 오쿠마마치는 그의 당시 발언과 달리 현재도 대한민국이 '출국 권고'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출국 권고란 외교부가 지정하는 여행 경보 중 3단계에 해당하는 적색 경보다. 가장 높은 '여행 금지' 바로 아래 단계로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km"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의 위험"으로 규정한 셈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여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 현재는 수백 명 수준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나 마을 내 일부 지역은 여전히 출입금지이다.

 

집권당이 이처럼 특정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전문가들만 부르는 것이, 사실상 결론을 정해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오전 김가영 부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일본 시민단체의 집회가 열렸음을 지적하며 "일본 정부는 자국 국민조차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되돌아보고 방류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나서서 일본 내 유통업계와 어민계를 설득하려 애쓰고 있다"라며 "'세슘 우럭'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결과는 내보인 적 없는 채, 방사능 괴담을 유포하지 말라며 야당을 협박하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보다도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곽우신(gorapakr)사진: 유성호(hoyah35) 오마이뉴스

 

부산 엑스포 유치 PT 전략은 '은혜 갚는 코리아'

BIE 총회에서 윤 대통령 등 프레젠테이션...현실과는 괴리감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 2023.6.20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려는 한국이 세계에 내세운 것은 '보은'이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 강국으로 발전한 나라가 엑스포를 통해 세계에 은혜를 갚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72차 세계박람회기구 총회 4차 경쟁 프리젠테이션에서 한국의 네 번째 연사로 등장해 영어로 연설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인구의 37%29억명은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디지털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은 국제사회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기후 위기로 인한 기온과 해수면 상승 상황을 보여주면서 "글로벌 사우스(저위도 개발도상국)가 겪는 기후, 보건, 식량 위기는 치명적이며, 남북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당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개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이 내세운 부산 엑스포의 당위성이었다.

 

그는 "70년 전 폐허였던 한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첨단 산업과 혁신 기술로 가득한 경제 강국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여태껏 받은 것을 보답하려 한다""한국은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에서 1258개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같은 기조는 다른 연사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전에 연사로 나선 가수 싸이, 진양교 홍익대 교수(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총괄), 이수민 에누마 대표도 프리젠테이션 중간중간 한국전쟁 전후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상황이 나타난 흑백 사진을 보여주면서 한국이 70년 동안 이뤄낸 발전을 강조했다.

 

"문화적 다양성 존중" "100% 녹색 에너지"...한국의 현실은?

하지만, 성장 이면에 여러 부작용을 동반해 '압축 성장'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급속한 경제개발이 미래 세대를 위한 대안 모델로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모든 문화적 다양성이 존중 받고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대접 받을 것이다. 모든 나라가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기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박람회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혐오시위가 이어졌고, 정부가 문화·종교행사 현장을 급습해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윤 대통령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지구,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물려줘야 한다"고 했고, 진양교 교수는 박람회장은 100% 녹색 에너지로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은 기존 발전량 계획을 변경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오히려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높였다.

 

한편, 이번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유치 경쟁 과정 총 5차례 중 4번째로, 한국(부산),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가 참여했다.

오마이뉴스 안홍기(anongi)

 

EU, 이번엔 배터리 친환경 규제...삼성·애플 '긴장'

일체형 일변도교체형 스마트폰 부활 가능성도스마트폰 제조업체 '당혹'

유럽연합(EU)발 친환경 규제가 확산되자 스마트폰 제조 업계가 긴장한다. 이번엔 스마트폰 배터리 관련 규제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업계는 최근 EU의 새로운 배터리 관련 법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주 EU 내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찬성 587, 반대 9, 기권 20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20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처음 제안한 배터리 재활용 관련 법안은 유럽이사회 승인 절차만 남겨 놓게 됐다.

 

유럽이사회가 법안을 최종 승인하게 되면 EU 관보에 게재하게 된다.

 

(사진=픽사베이 )

 

EU의 배터리 재활용 관련 법안이 본격 발효될 경우 국내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국내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일체형 배터리가 아닌 교체형 배터리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만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4% 점유율로 1위를 이어갔으며 애플과 샤오미가 각각 25%, 19%의 점유율로 2,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갤럭시S6와 노트5부터 배터리 일체형을 채택했다. 애플의 아이폰 역시 배터리 일체형이다. 일체형 배터리는 교체형 배터리를 사용했을 때보다 방수와 방진에 용이하고 스마트폰의 두께를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일체형 배터리 형태다.

 

앞서 2020년에도 EU는 탈착식 배터리 디자인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EU는 최근 강력하게 친환경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 카메라 등 전자기기 충전단자 표준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애플은 결국 이에 대응해 아이폰15부터는 충전단자를 USB-C 타입으로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자가 수리 프로그램 (사진=삼성전자)

 

이번에 EU가 드라이브를 거는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으로 불리는 법안에는 수월한 배터리 탈부착 외에도 EU 시장에 출시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에너지 효율, 배터리 수명, 방수·방진 기능, 우발적인 낙하 방지에 대한 정보 등을 표시하거나 수리 가능성에 대한 점수를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규칙은 유럽 의회와 이사회에 제출돼 약 2개월간의 검토를 거친 후 공동입법자들의 반대가 없을 시 공식 채택될 예정이다. 법안이 발효된 후 적용되기까지 유예기간은 21개월로 예상된다. EU는 해당 규칙에 따라 생산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2030년까지 매년 14TW 1차 에너지를 절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니기에 업계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향후 법안 관련 공청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교체형 배터리의 방수·방진 기능 한계 등에 대한 업계들의 의견 제시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riswell@zdnet.co.kr

 

 

일본 어민들도 오염수 방류 반대경험없는 일, 불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 탱크. 연합뉴스

 

일본 전국 어업인들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22일 일본 아사히신문과 민영 방송사인 닛테레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전국 어업조합들이 가입한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이날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특별 결의를 채택했다.

 

4년 연속 반대 결의를 한 연합회는 일본 정부가 어민 지원을 위해 500억엔(4560억원) 규모의 기금을 창설하고 안전성 설명회를 여는 등 대응해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50정도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나카노사쿠항에 떠 있는 배들. 연합뉴스

 

그러나 세계적으로도 경험이 없는 원전 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카모토 마사노부 연합회장은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고 정부가 수십 년에 걸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결의로 요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카모토 연합회장은 이날 오후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을 만나 다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한편 도쿄전력은 방류 결정시 최초로 방류할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분석한 결과 자국 규제 기준치 미만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분석 대상이 되는 세슘137 등 방사성 물질 29개 종류가 기준치 미만이었으며,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제거할 수 없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L(리터)14만 베크렐()로 측정됐다.

 

이번에 분석한 오염수는 해양 방류가 결정되면 가장 먼저 방류될 측정·확인용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t 가운데 일부다. 지난 3월 채취됐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표할 보고서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지적되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올여름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복지장관도 질병청장도 "후쿠시마 오염수, 기준 맞으면 마실 수 있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등 보건·방역당국 수장들이 나란히 후쿠시마 오염수가 음용 기준을 충족한다면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덕수) 총리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기준에 맞으면 마시겠다고 했는데 장관도 마실 수 있느냐'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처리되고 세계보건기구(WHO) 음용기준을 충족한다면 후쿠시마 바닷물이라 해도 차별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우리나라 바닷물이 안전하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신 의원의 질의에 "우리 국민이 해수를 마실 일이 없다"면서도 "총리, 복지부 장관 발언은 과학적으로 처리돼서 기준에 적합하다면 마실 수 있다는 취지로 알고 있고 나도 총리, 장관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처리가 되고 국내 기준에 맞다면 마실 수 있는 조건은 충족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이 "기준치보다 낮은 노출이라 해도 만성적,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체내에 축적될 우려가 있는데, 이것도 고려돼야 하냐"고 묻자 조 장관은 "누적돼도 몸에 괜찮은 수준으로 음용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안전이 검증되면 (오염수를) 마시겠느냐'는 질의에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가 되고 우리 기준, WHO 음용 기준에 맞는다면 마실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프랑스, 11만 환경단체 초유의 해산툰베리도 반발

[말뫼(스웨덴)=AP/뉴시스] 프랑스 정부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환경단체 '지구 봉기'를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21(현지시간) 미국 CNN은 전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스웨덴 말뫼에서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프랑스 정부가 격렬한 시위를 통해 경찰과 갈등을 빚었던 기후 운동가 단체를 해산시키기로 결정했다. 21(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프랑스 내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요청으로 '지구 봉기(Soulèvements de la Terre)'라는 환경 단체를 해산시키기로 결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집권 이후 33개의 시민 단체를 비합법화해 해산시켰다. 환경 단체가 그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 봉기는 지난 3월 프랑스 중서부 생트 솔린에서 댐 건설 반대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폭력적인 충돌로 이어진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약 5000명의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차량에 불이 붙어 경찰과 시위대 수백 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 2명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 올리비에 베랑은 "문제가 되는 것은 시위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제재를 받는 것은 단체가 지향하는 목적이 아니라 단체 소속 회원들이 만들어 낸 사람과 재산에 대한 반복적인 폭력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폭력의 사용은 법치주의에 합당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지구 봉기는 이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다.

지구 봉기는 "우리는 (이번 항소 결정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다음 행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라는 요청으로 보고 있다"라며 "정부는 우리를 사라지게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구 봉기는 약 11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 전역에서 콘크리트 산업, 철도 건설 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이들은 올여름 추가 시위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역시 이번 해산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환경 단체의 행동은) 시위할 권리에 따른 것이며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환경 파괴 행동에 맞서고 (환경) 단체의 시위할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인권연맹은 이번 결정이 프랑스 정부의 환경 시위에 대한 탄압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환경 운동에 대해 특히 적대적인 분위기에서 나왔으며, 환경 운동과 그 지지자들을 노골적으로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파리 시장 앤 이달고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후에 대한 무()대책으로 비난 받아온 이번 정부는 지구를 위해 일하는 관련 활동가들의 헌신을 범죄화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히며 단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뉴시스 한휘연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막자서울시, 건축설계 지침서 만든다

[남해=뉴시스]차용현 기자 = 지난 24일 천연기념물 제204호 팔색조가 경남 남해군 상주면 한 커피숍 대형 유리창과 충돌해 죽은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가 야생조류가 건축물 유리창에 충돌해 부상을 입거나 폐사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기술적 지침서를 마련한다.

 

시는 조류 충돌 사례를 통해 건축물에 적용 가능한 표준설계 자료집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에 착수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용역은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건축물 설계 자료집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건축물의 유리창이 반사될 경우 야생조류들이 장애물로 인식하기 어려운데다, 하늘·숲 등의 비침으로 착시 충돌할 있어 피해·위협 요소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6월 공공건축물 경관전문위원회 심의 대상 중 산이나 강, 대규모 공원 등에 건축물을 조성할 경우 야생조류 충돌을 줄이기 위한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권고안을 배포한 바 있다.

 

시는 이번 설계 자료집에 국내외 야생조류 충돌방지 사업 현황과 표준설계서, 시방서, 내역서 등의 자료를 폭넓게 담을 예정이다. 자료집이 완성되면 서울시내 신축, ·개축하는 공공건축물 중 야생조류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지정해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용역 보고서는 오는 11월 서울시 홈페이지에 전자책(PDF) 형태로 게재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투명한 방음벽 등으로 피해를 입는 연간 800만 마리의 야생조류를 보호하기 위해 건축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설계 자료집을 마련할 것"이라며 "공공뿐 아니라 민간 건축물의 참여도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뉴시스

 

특별한 나라 한국, 강원도와 핵 쓰레기의 공통점

특별법에 숨어있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을 놓고 대통령의 축하와 환경단체의 규탄이 교차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도시 비전의 강원 자치 시대가 개막하게 되었다고 반기는 반면에, 다른 진영에서는 생태 파괴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우려하는 실정이다. 환경단체들은 어째서 20225월 강원도 특별법이 통과될 당시에는 아무런 반대 성명도 내지 않다가, 특별자치가 시작하는 지금에서야 뒤늦게 한탄하는 것일까? 해답은 강원도와 핵 쓰레기의 공통점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사실 강원도는 원자력과 관련이 거의 없다. 한국의 원전은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자리 잡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전남 영광, 부산 고리, 경주 월성과 경북 울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심리적 거리가 가장 먼 강원도는 단 한 기의 원전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가 청정 강원도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역대 지사와 도민들의 인식 덕분에 원전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나마 깊숙이 관련되었던 삼척도 문재인 정부에서 예정 구역 지정이 철회되면서 상황이 종료되었다. 이런 원전 해방지역 강원도와 핵 쓰레기의 교집합이 바로 "특별법"이다.

 

사실 특별법은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수립돼야 한다. 특정 지역의 특별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시적 법률 기반이 필요한 때에만 제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재난 지역 지원을 명시하는 법률이나, 10년 한시적인 효력으로 인해 현재 폐지된 전력산업 민영화를 위한 특별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강원도와 사용 후 핵연료는 모두 특별법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 둘 다 한시적인 상황이거나 특별히 예외적인 사안일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특별법으로 법률 기반을 마련했을 때 발생하는 일반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특별법은 기존 일반법 체계와의 충돌로 인해 법체계의 불안정을 가져온다. 예컨대 환경영향평가법에 대한 예외 조항이 특별법에 포함되면, 환경피해 관련 규제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 한편으로 특별법의 경우에는 주무 부처의 입장이 과도하게 강조되기 때문에, 유관 기관의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지니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특별법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만들어지는 과도한 정치적 입법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이처럼 태생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기 때문에 2011년 국회 법사위는 상임 위원장들에게 특별법 제정을 자제하라는 공문까지 발송했을 정도였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인 윤종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인선, 김영식 의원 등이 참석한 고준위방사선폐기물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특별법에서도 이런 고질병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작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광재 의원은 도지사 출마의 조건으로 특별법 통과를 제시했다. 마침 양당 모두의 정치적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면서, 결국 선거 직전에 법안은 통과되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특별법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아무런 반대 성명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직전인 5월에 국회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도지사에게 환경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다. 새로운 법률의 제정은 어렵지만, 기존의 법률을 조금 바꾸는 개정은 손쉬운 편이다. 이후 환경단체들은 강원도난개발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제정된 특별법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사용 후 핵연료 혹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라고 불리는 핵 쓰레기 특별법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현재 관련 특별법 3개가 상정된 상태다. 이들의 입법 과정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집권기에 국회의 다수를 점유하고 있던 민주당에서 먼저 특별법을 제출했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 여당 의원들마저 합세하며 경합을 벌이는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뿐만 아니라, 원자력계의 촉구 결의에 이어 원전 소재 광역 지자체의 단체장까지 가세하면서 정치적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는 공청회가 진행 중이다. 환경단체는 법안의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방폐물관리위원회의 위상, 고준위 폐기물의 원전 내 저장시설 존치 기한, 중간저장 및 최종처분 시설의 확보 시점, 지역주민의 수용성 확보 방안 등의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사용 후 핵연료를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제정해야 하는 필요성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수명 60년의 원전에서 배출되는 핵 쓰레기는 수만 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기간 동안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전혀 한시적인 관리 대상이 아니다. 물론 20여 기의 원전이 전국에 흩어져 있으니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한국은 원자력 관련 일반법에 기반한 규제 체계를 이미 구축해놓고 있다. 이 와중에 추가되는 특별법은 기존의 안전 규제 시스템을 무너뜨릴 위험을 키우는 데다 주무부처의 입김이 지나치게 규제에 개입할 공산을 키우고, 과도한 정치적 입법이라는 취약점마저 지닌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관련 논의도 예측가능한 걱정스러운 경로로 접어들고 있다. 옛말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고 했듯이, 강원도 특별법에서 환경 규제가 무력화되었던 사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작년 특별법이 통과될 당시에는 문제를 몰랐지만, 이후에 개정안이 쉽사리 처리되면서 지금은 백두대간 보호마저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서양에서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고 하는데, 사용 후 핵연료 특별법은 독소 조항이 숨어있기 좋은 최적의 은신처다.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프레시안

 

MB와 놀랍도록 닮은 윤석열 정부의 환경 역주행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환경부의 태세 전환이다. 환경규제 완화부터 친원전까지,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꼭 닮았다. 두 핵심 정부기관의 책임자도 이명박 정부 출신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앓던 이가 빠진 1년이었고, 다른 이들에게는 유례를 찾기 힘든 역주행 1년이었다. 외교 문제처럼 굵직한 이슈에 가렸지만, 윤석열 정부의 환경기후 정책 또한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환경부의 태세 전환이다.

 

가장 최근 이슈는 제주 제2공항 문제였다. 제주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인근 지역 약 5.5부지에 3.2길이의 활주로 한 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현재 운영 중인 제주공항보다 약 1.5배 더 큰 면적이다. 이미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해양생태계 훼손, 쓰레기 포화, 각종 난개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기에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찬반이 갈려왔다. 제주도 관광객 수는 이미 세계적 휴양지인 발리(제주도 면적의 3)나 하와이(15)보다 훨씬 많다.

환경부는 36일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조건부 협의의견을 냈다. 아래는 제주국제공항의 모습. 시사IN 이명익

 

환경부는 3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사업을 추진해도 좋다는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냈다.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입지 타당성이 인정됨에 따라 조건부 협의를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협의 조건으로 조류 충돌 방지 대책, 항공소음 대책, 법정 보호생물 보호 등을 주문했다.

 

문제는 지난 정부 때와 비교해 입지 타당성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데도 환경부가 공항 사업계획을 통과시켜줬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7월에는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반려한 바 있다. 당시에도 환경부는 조류 충돌 영향 및 서식지 보전,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법정보호종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권이 바뀐 것뿐이다. 제주 제2공항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제주 제2공항이 바다의 문제라면, 케이블카는 산의 문제다. 환경부는 지난 227일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하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조건부 동의를 해줬다. 오색약수마을에서부터 끝청 봉우리 인근까지 약 3.3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8인승 케이블카 53대가 시간당 825명을 실어 나를 계획이다. 강원도는 환경부 결정이 나오자마자 당장 올해 공사에 착수해 2025년 말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강원도가 1982년부터 매달려온 숙원사업이었다. 이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선거공약이었다. 이것 역시 과거 정부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았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 서식지 파괴 문제 때문이었다. 20199월 환경부는 양양군이 접수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부동의결정을 내리면서 전문 검토기관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단편화, 보존가치 높은 지역의 식생 훼손 등 환경영향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라고 밝혔다.

지난 3월 광주시 무등산국립공원 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한 환경부를 규탄하며 도로에 누워 있다.연합뉴스

 

환경부의 이런 판단은 36개월 만에 뒤집어졌다. 환경부는 무인 센서 카메라 설치 등을 통해 산양의 생태환경 파괴 여부를 살핀다는 조건 아래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서 말한 전문 검토기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예컨대 한국환경연구원이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음에도, 환경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조건부 협의를 해줬다. 이번에도 달라진 것은 정권뿐이었다.

 

산과 바다에 이어 강도 심상치 않다. 남부 지역 가뭄이 심각하던 3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한 직후 환경부는 ‘4대강 보 물그릇 활용론을 들고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보 상시 개방과 해체정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보와 댐에 물을 가둠으로써 가뭄 때 용수로 쓰겠다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는 문재인 정부 때 감사원과 환경부의 발표와는 크게 다르다. 2018년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을 통해 보에 가둔 수자원은 추가적인 용수 공급시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8.6정도만 활용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은 본류 주변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전국 단위 물 부족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역시 20198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녹조가 감소하고 모래톱이 확대되는 등 우리 강의 자연성이 회복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과는 딴판이다.

 

환경영향평가마저 무력화하겠다?

최근에는 여론조사 조작 논란까지 일었다. 516일 환경부는 보 인근 주민 4000, 일반 국민 1000명 등 총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대강 보를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 국민인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보 인근 주민은 약 87%, 일반 국민은 77%보를 적극 활용하는 데에 찬성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수행한 이 조사는 조사방법에 문제가 제기된다. 설문조사 전 조사원이 가뭄의 심각성과 4대강 보 활용의 필요성을 장황하게 설명한 뒤 보를 활용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것이다. 사실상 '유도신문'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201812월 환경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대비된다. 당시 4대강 보가 필요하다고 답한 보 인근 주민의 비율은 42.9%, 일반 국민은 44.3%였다.

 

설악산과 제주 바다, 4대강의 사례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환경부와 여당이 아예 환경보호의 을 뒤집는 계획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임이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발의한 환경영향평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중점평가와 간이평가로 나누고, ‘간이평가대상으로 선정되면 의견수렴 절차, 평가서 작성, 환경부 장관과의 협의 등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하는 패스트트랙이나 다름없다.

 

이 법은 지난해 8월 환경부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환경규제 혁신방안을 모태로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시 환경부는 금지된 것 말고 다 허용하는 열린 규제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스크리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스크리닝을 통해 환경평가가 필수인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으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점평가와 간이평가다.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환경단체에서는 정부 입법을 하기에는 부담이 큰 환경부가 국회에 법을 만들어달라며 청부 입법을 한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기왕에도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평가보고서 작성 주체를 사업자가 선정하다 보니 부실한 평가가 만연하다는 점,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부족하다는 점 등 때문에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무력화하는 법안이 윤석열 정부 들어 등장한 것이다.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하고 있는 탄소중립 문제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은 뚜렷하다. 412일 확정된 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계획)’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크게 줄여줬다. 2021년 문재인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는 2030년 산업부문 감축 목표가 2018년 대비 14.5%였으나, 이번 계획에서는 11.4%3.1%포인트 줄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분야에 대해 오히려 편의를 봐줬다.

지난 1,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3호기 가동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앞줄 가운데).연합뉴스

 

산업계의 감축량을 낮췄음에도 전체 NDC는 문재인 정부 때와 같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매우 기형적이다. 현 정부 임기 안에선 매년 1000t 안팎으로 완만하게 감소하던 배출량이 임기 이후부터 가팔라진다. 특히 2029년에서 2030년 사이에 1년 동안 1t 가깝게 줄어든다. 현 정부에서는 느슨하게 하다가, 다음 정부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문제는 한 나라의 탄소 감축 행보가 점점 강력한 의무사항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말로만 탄소 감축을 선언했던 과거와 달리 2024년부터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격년투명성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한 나라가 탄소 감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유엔이 검증한다.

 

더욱이 오는 10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 대()유럽 수출기업은 관세 폭탄을 맞게 될 운명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탄소중립이라는 것이 우리 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역주행에 대해서는 산업계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시사IN813산업계 눈치 본 탄소중립계획, 산업계가 진짜 반길까기사 참조)

 

윤석열 정부의 환경·기후 정책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그림자가 두드러진다. 환경과 기후, 두 핵심 정부기관의 책임자가 이명박 정부 출신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에서 환경비서관을 지냈다. 국가 기후위기 대응의 틀을 잡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김상협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에서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MB노믹스의 핵심 구호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천명하고 각종 환경규제 정책을 완화했다. 상수원보호구역의 공장 신·증설 요건 완화, 소규모 공장 건설 시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등이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환경규제 완화정책이었다. 4대강 사업 복원-환경규제 완화-탄소 감축 목표 (실질적) 하향으로 이어지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기후 정책은 MB노믹스와 판박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원전(핵발전) 사랑은 이명박 정부를 뛰어넘는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부터 원전 생태계 복원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는 충격적인 어록도 남겼다.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은 한 원전업체를 방문해 지금 원전업계는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진 전쟁터다. 전시에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논란이 컸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불거진 지금 이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원전 복원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다 보니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앞서 정부의 탄소중립계획에 따르면 7년 뒤인 2030년 한국의 전원별 발전량 비중은 원전 32.4%, 신재생에너지 21.6%+α가 된다.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 원전은 8.5%포인트 높아졌고, 재생에너지는 8.6%포인트 줄어들었다. 원전이 명실상부한 최대 발전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2036년에는 원전 34.6%, 신재생에너지 30.6%로 둘 다 증가한다. 2018년 기준 6.2%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를 어떻게 30% 넘게 끌어올리겠다는 것인지, 수치만 나열할 뿐 구체적 계획은 부족하다.

 

120대 국정과제에 환경은 없어

원전만 중시할 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잇따르자 정부는 면피용기구까지 만들었다. 517일 산업부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발족시킨 무탄소에너지(CFE) 포럼이 그것이다. 흔히 ‘CF100(Carbon Free 100)’으로 불리는 CFE는 에너지 사용에 대한 기업의 자발적 약속인데,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전제로 한 RE100과 달리 원전도 무탄소 전원에 포함한다. 한국의 부족한 재생에너지 기반에 부담을 느낀 산업계 일부에서 RE100 대신 CF100에 가입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CF100은 한국 측이 꾸는 동상이몽이다. 재생에너지에서 훨씬 앞서 있는 북미와 유럽이 이미 RE100글로벌 표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구글이 CF100에 참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구글은 이미 2017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다.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한 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는 태양광·풍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예비 발전원으로 원전 등을 인정하겠다는 것이 구글의 정확한 입장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전부를 갖다 써도 삼성전자 한 기업의 사용량을 충당하지 못하는 한국이 택할 전략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5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복원의 1이라는 제목으로 ‘120대 국정과제 성과자료집을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120가지나 되는 국정과제 어디에도 환경이 주제인 항목이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59번째에 지속 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제시한 것과 대비된다.

 

대신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 생태계 강화(국정과제 3)’ ‘과학적인 탄소중립 이행방안 마련(86)’ 등을 자화자찬한다. 특히 3번에서는 원전을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삼겠다면서도 86번에서는 RE100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모순적 서술이 이어진다. 앞서 말했듯 RE100은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료집에서 원전의 수출산업화성과를 설명하며 폴란드와 체결한 원전협력을 사례로 든 것도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0월 폴란드전력공사(PGE)40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는데, 미국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이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의 원전 수출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반면 한수원은 자체 개발한 고유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국 사이에 소송전으로 비화된 문제를 성과자료집에 넣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세계 환경의날을 나흘 앞둔 61, 환경운동연합이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열었다.환경운동연합 제공

 

65일은 세계 환경의날이었다. 환경의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는 환경부 해체’ ‘환경부 장관 퇴진구호가 터져나왔다. 47개 환경·시민단체가 모인 한국환경회의는 윤석열 정부 1년이 지난 지금 제주 제2공항 난개발, 오색케이블카 추진, 4대강 녹조 방치, 친원전과 환경규제 완화 등으로 환경정책이 역행과 폭주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기념식에서 우리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기후 환경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인 이오성 기자

 

 

한국 뉴스 좀..." 일본에서 오염수 보도가 사라졌다

일본인들이 오염수 문제에 무관심한 결정적 이유 두 가지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저장탱크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핵연료봉 냉각 처리에 사용되고 있는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둘러싼 뉴스를, 정작 일본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도쿄전력 및 일본정부가 오염수 발생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현재 보관하고 있는 오염수 탱크량이 한계에 달하는 시기를 2023년 가을에서 20242-6월로 변경했지만 보도하는 언론이 드물다. 물론 일본정부는 기존 스탠스에 따라 올해 여름부터 해양방류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선 마지막 해저터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메이저급 언론 중에서는 <도쿄신문>이 유일하게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발생량은 2015490만 톤에서 2016400만 톤, 2017220만 톤, 2018170만 톤, 2019180만 톤, 2020140만 톤, 2021130만 톤으로 점점 줄어들어 2022년에는 90만 톤으로 100만 톤을 밑돌았다. 도쿄전력은 시설 내에 흘러들어오는 지하수, 강수의 양을 억제하는 대책을 통해 오염수 발생량을 줄였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원래 일본정부가 내세웠던 논리, 즉 지상에선 더 이상 저장할 공간 및 탱크가 부족하다는 것이 근본부터 무너진다. 게다가 당사자들이 올해 가을이 아니라 내년 2-6월에 탱크가 한계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폐로 추진 컴퍼니의 오노 대표는 "(저장탱크 여유는 있지만) 오염수 처분은 미룰 수 없다"며 원안대로 여름부터 방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진보 리버럴로 분류되는 <도쿄신문>만이 보도했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사회 및 언론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실제 일본 최대의 포털이나 구글 등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뉴스를 검색하면 대부분 한국 언론의 일본어 번역 뉴스, 그리고 후쿠시마민보 등 지역언론 뉴스가 나온다.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로 대표되는 3대 레거시 미디어는 오염수 관련 뉴스를 다루지 않는다. 오죽하면 방류문제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 뉴스를 통해 오염수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할까. 일 때문에 만나는 일본인들마다 "정말로 한국 지금 소금 사재기 하고 있냐"고 물어온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조선일보> <연합뉴스>의 이름이 반드시 나올 정도다.

 

[일본사회가 무관심한 이유] '냄새가 나면 일단 뚜껑부터 덮고 본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일본사회가 이렇게 오염수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먼저 오염수를 희석시켜(ALPS, 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로 만든 후 해양에 방류한다는 게 이미 결정된 '확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20166월 제3자 전문가회의를 통해 ALPS 처리를 마친 오염수(처리수)의 처분방식을 논하는 자리에서 해양방류에 대해 "최단기간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가능하다"는 의견을 처음으로 내놨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1413일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 해양방류를 결정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ALPS 작업을 통해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동위원소는 다 걸러내고,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성 핵종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하는 안전기준 이하로 희석시킨 후 약 30년 동안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적혀 있다. 이 때 나온 '안전기준 이하'가 바로 일본 규제 기준의 1/40, 세계보건기구의 식수 기준의 1/7이하, 즉 식수로 음용해도 안전하다는 바로 그 논리였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자신만만하게 발표했던 해양방류는 그 이후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방류 초읽기 들어간 올해 6월 초순에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근해, 즉 해양방류를 실시하기로 한 항구에서 잡은 모니터링용 생선에서 일본식품위생법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18000베크렐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돼(일본 기준은 100베크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자연농축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지만, 이 말은 결국 지금까지 오염수가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채 바다로 흘러 나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해양 방류 여부를 떠나 이미 지난 12년 동안 오염수가 새어 나갔으니 "후쿠시마 원전은 안전하게 컨트롤 되고 있다"고 항상 주장해 온 아베 신조 총리의 말은 거짓으로 판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미 결정한 사안이고, 지난 7-8년 동안 이런저런 준비를 했겠지라며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인다. 방류가 시작될 경우 가장 많은 직접적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후쿠시마 현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한때 70%에 육박했던 방류 재고 의견은 절반 이하로 줄어 들었다. 아예 방류에 대한 찬성/반대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후쿠시마TV와 후쿠시마민보가 617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현 거주민 714, 전화조사)를 보면, '해양방류에 대한 이해도가 꽤 늘어났다'50%로 나왔고, '여전하다'44.6%로 집계됐을 뿐이다. 즉 직접적인 피해를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조차 해양방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후쿠시마 현민들은 '해양방류가 실행될 경우 풍평피해(데마고그, 거짓소문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한다'9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본정부에 홍보에 더 힘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치보리 마사오 후쿠시마 현지사 역시 17일 기자회견에서 "IAEA 등의 국제기관과 연계해, 3자에 대한 감시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홍보, 발신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방류여부 보다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의 생업에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이는 일본사회의 여러 모습들 중 하나인 '민주주의의 탈을 쓴 권위주의'에 기인한다. (上様)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결정한 사안인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포기와도 결부된다. 한번 결정내린 사안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는 체념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냄새가 나면 일단 뚜껑부터 덮고 본다'는 습속과도 연관되어 있다. 매뉴얼이 없는 사고일 경우 우왕좌왕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사회의 부정적 모습이 총체적으로 나타난 사안이라 그 후속 해결책 역시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다.

 

12년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오면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보니 다들 일단 뚜껑부터 덮고 보자, 나중에 누군가가 해결하겠지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오염수 해양 방류에 관한 일본인들의 인식은 이 모든 안 좋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결부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사회가 무관심한 이유] 국내 이슈 폭발+한국 시찰단 긍정 사인

두 번째로 일본사회는 지금 다른 국내 이슈들로 정신이 없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 격이다. 1991년 버블 붕괴 이래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닛케이지수가 대표적이며, 수정에 수정이 가해졌지만 드디어 통과된 LGBT 법안, 아동수당 대폭 증액, 그리고 자위대원의 총기 난사 사고 등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수많은 이슈들이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모든 사안들이 '역대급'이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신경을 쓰는 일본인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닛케이지수 상승은 33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 및 1달러당 140엔 언저리로 정착된 엔저 현상와 맞물리면서 일본경제의 거대한 방향 전환(터닝포인트)을 시사하는 등 긍정적인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1야당인 입헌민주당 역시 내각불신임안 제출 등 일본 국내의 정치적 사안에만 집중 중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일본 정당은 지지율 1%대에 불과한 사회민주당밖에 없다. 무엇보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가 이미 시찰단을 보내 오염수 방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 및 이해를 보였기 때문에 굳이 한국사회의 여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시찰단이 지난 5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도쿄전력 제공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일본 사회에선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다. 도쿄전력은 마지막 해저터널을 완성했고, 지난주부터 시운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염수 방류는, 예정대로 올해 여름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다. 오염수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하고, 설령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해도 해양에 방류시키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에 관한 근본적인 논의는 지속되어야 한다. 방사성 물질이 가득 포함된 오염수도 희석만 시키면 바다에 방류해도 된다는 논리가 통용된다면 음식쓰레기도 땅에 묻을 필요가 사라진다. 어차피 바다에 가면 자연스레 희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동안 지구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던 행위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허무감도 들 수밖에 없다.

오마이뉴스 박철현(tet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