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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3.7.17~22. 지구온난화가 부른 ‘극한호우’…장마가 두렵다

by 이성근 2023. 7. 17.

지구온난화가 부른 극한호우장마가 두렵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주 공산성'도 물에 잠겼다

'짧은시간 좁은 지역 물폭탄' 여름철 날씨로 고착화앞으로가 더 문제

숨겨야 하는 그날? 안전도 숨길 건가요?

엑스포 유치 실패하더라도 가덕 신공항 건설을 그대로 추진

건축규제 완화해 녹지 확보'오세훈표' 녹지도심 사업 본격 추진

광주신세계 신축때 1층에 보행로특혜 논란 해소되나

여의도공원은 인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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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지역 아닌데 인명 피해기후변화 맞는 산사태 기준 절실

인간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금강 제방 붕괴, MB 4대강때 지방하천 정비 묵살한 탓

팩트체크 그나마 피해 덜한 것”···홍수 때마다 ‘4대강 논란’, 사실은

시민들이 발로 뛰어 만든 가로수 지도효자로 가로수 탄소 흡수량은 ‘1t’

부유층 '에너지 수요' 줄여야 기후변화 목표 달성 가능"

‘4대강’ ‘태양광남 탓 여론전정책 물길 되돌리는 여당

우포늪에서 배운 자연의 힘

사용후핵연료 이미 꽉 찼는데정부 '신규 원전 건설' 쐐기

청파·공덕동 연결해 4100가구 대단지 통합 재개발보행로·공원 잇는 신통기획 확정

도봉구, 서울시 최초 반려식물 문화 조성·지원 조례제정

기후변화로 북극 식물플랑크톤 서식지 변화"어장도 바뀐다

“BRT 구간을 녹지축으로 만들자지역 환경단체 추진

부산그린트러스트-BIKY, 나루공원 기후정의 어린이 비키숲조성

50년 넘게 단절된 금북정맥 다시 연결된다

가격표 붙은 멀쩡한 것도산더미처럼 쌓인 '버려진 옷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하나... "이럴 줄 알았다

일본 "한국 측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공식 요청했다

정권에 물대기’ 4대강 감사정책 타당성, 할 때마다 극과 극

미호강 범람이 환경단체 탓?보수언론, 홍수에 4대강 끼얹기

2023년 여름 지리산 난개발 리포트

폭염에 유럽 일주일 새 1만명 사망WHO “각국 대책 세워라

뜨거워진 지구싼 항공권

동해 바다 연속지진 원인 분석했더니대규모 단층대 존재 가능성

영구동토층 녹으니 지옥의 입벌리는 바타가이카 분화구

4대강 재자연화, 감사원 흔들고 환경부 보 존치로 접나

죽음의 폭우반복에도 대책 미비기후위기는 유행이 아니다

최근 2년 동안 꿀벌 200+α가 사라졌다

오염수 반대는 탈핵을 주장하지 않고 이길 수 없는 싸움

지구온난화가 부른 극한호우장마가 두렵다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 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윤흥길의 <장마>, 첫 문단이다. 한국전쟁의 참상을 그린 소설은 지루하고 불편한 장맛비를 배경으로 참담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늘은 잠시 선심을 쓰는 척했고(), 그러다가도 갑자기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는 듯이 악의에 찬 빗줄기를 주룩주룩 흘리곤 했다.” 1970년대 장마는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악의에 찬 빗줄기. 그런데 어쩐지 최근 집중호우를 닮았다.

 

올여름 장마의 시작은 요란했다. 교과서적으로 장마는 정체전선이 한반도에 드리울 때 시작한다. 그런데 정체전선이 등장하기도 전부터 비가 쏟아졌다. 그것도 강력한 집중호우였다. 특정 지역에 국한한 것이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했고, 일부 지역은 사상자도 나왔다. 집중호우가 재난이라는 것을 새삼 상기했다.

 

작년 강남 홍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집중호우는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사실 대기가 워낙 불안정했기 때문에 비는 언제든 내릴 수 있었다. 다만 전선이 남쪽에 치우쳐 있었는데도 천둥과 번개 그리고 돌풍을 동반한 강력한 집중호우가 발생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벼락만 하더라도 3천회 이상 관측되었다. 6월 말 기준으로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대기는 불안정했고 구름은 크게 발달했다.

 

지난주까지 집중호우는 더욱 잦아졌다. 정체전선은 뚜렷해졌고, 저기압은 전선을 따라 혹은 전선 북쪽으로 지속해서 발달하고 있다. 서해상으로 수송된 다량의 수증기는 전선을 타고 상승하면서 빗방울로 변했다. 그리고 물폭탄이 되어 떨어졌다. 시간당 50가 넘는 집중호우.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 내릴 듯한폭우였다. 보꾹은 지붕의 안쪽을 뜻한다. 그러니까 지붕을 뚫을 만큼 강력한 비가 내린 것이다. 저기압이 한반도 북쪽으로 빠져나간 후, 정체전선은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미처 뿌리지 못한 비를 마저 내렸다. 기상청은 이번 주 초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 처음으로 극한 호우 안내문자가 발송되었다. 기상청은 1시간에 50의 비가 내리고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에 이르면, 극한 호우 안내문자를 보낸다. 지난해 강남 홍수를 겪고 도입된 제도이다. 첫 문자 발송이 지연되고 내용이 잘못 전달되기도 했다. 처음은 항상 어렵지 않은가. 시행착오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분명 필요한 조치였다.

 

집중호우가 낮에만 발생한다면 안내문자가 절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작년 강남 홍수처럼 밤시간에 집중호우가 발생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서해상에서 발달하는 집중호우 구름은, 보통 낮보다 밤에 크게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야간에 구름 상층이 급격히 차가워지는 반면, 바다는 여전히 따뜻해서 불안정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구름은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한밤중 혹은 이른 아침에 집중호우를 내린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집중호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오전 6시 전후다.

 

기상 재해를 그저 지구온난화 탓으로 돌리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그러나 최근 빈번해진 집중호우는 분명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는 과거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비가 내린다면 더 많아진 수증기로 인해 강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집중호우가 빈번해진 이유다.

올여름, 장마가 두렵다. 비는 이미 평년만큼 내렸다. 그리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손석우ㅣ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주 공산성'도 물에 잠겼다

'만하루' 지붕만 남기고 물에 잠겨... 공산성 일부 성벽도 무너져

지난 15일 오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공주 공산성 내 영은사 앞 '만하루'가 지붕만 남긴 채 물에 잠겨 있다. 16일 현재는 물이 빠진 상태다.송두범 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공주 공산성 누각이 물에 잠기고 성벽 일부가 심하게 무너져 내렸다.

 

16일 충남도에 따르면 나흘간 내린 비로 공주 석장리 유적지, 부여 부소산성과 왕릉원, 문수사, 서천읍성 등 8곳에서 시설물이 유실됐다. 공산성도 이번 호우를 견디지 못했다.

 

공주시에 따르면 공산성은 지난 15일 오전 일부 주요 건축물이 침수되고 산성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현재는 물이 빠졌지만, 침수 당시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영은사 앞 연지가 금강 황토물이 밀려들면서 물에 잠겼고 공산성 내 만하루는 지붕만 남긴 채 누각이 모두 물에 잠겼다. 산성 성벽은 물론 공산성 내 시설물도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공주 공산성은 백제의 두 번째 도읍지인 웅진성으로 알져 있다. 공주시내 금강변에 자리잡고 있는데 지난 2015년에는 백제역사유적지 내 다른 백제시대 유적들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짧은시간 좁은 지역 물폭탄' 여름철 날씨로 고착화앞으로가 더 문제

장마시작 21일 만에 평년 장마 강수량 넘어

정체전선에 더 많은 수증기 공급이 원인

기상청 "수증기 늘어난 이유 분석할 예정"

16일 오후 전날 밤부터 배수장 인근 지천 제방 붕괴로 물이 범람하며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일대가 물에 잠겼다. 사진은 물에 잠긴 다리와 주택. 연합뉴스

 

지난 13일부터 내린 집중호우가 충청권과 경북 북부 등에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진 것은 일단 강수량 자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장마가 시작되고 불과 21일 만에 이미 평년 장마철 전체 강수량을 압도하는 양의 물폭탄이 투하됐다. 짧은 시간에 과도한 강수량이 좁은 지역에 집중되는 폭우 양상이 한반도 여름철에 고착화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장마철 시작 이후 이달 15일까지 20일간 중부지방 평균 누적 강수량은 489.1. 평년(1991~2020) 장마 기간 31.5일 동안의 강수량 378.3를 이미 추월했다. 제주도만 올해 현재까지 강수량이 평년의 88% 수준일 뿐 남부지방도 21(625~715) 동안 473.4가 내려 평년(341.1) 장마철 전체 강수량을 앞질렀다. 올해는 평년의 3분의 2 정도 장마 기간에 쏟아진 비가 1.3~1.4배 더 많은 것이다.

 

특히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474.0, 경북 문경시 동로면 485.5에 이른다. 이 기간 충남 공주시 금흥동(511), 세종시 새롬동(486), 전북 군산시 내흥동(480.3) 누적 강수량도 '역대급'이다. 3일 만에 평년 중부지방 장마철 전체 강수량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장마철 강수량 비교. 그래픽=송정근 기자

 

현재까지 장마철 중부지방 누적 강수량은 벌써 최근 10년 사이 4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하천과 임야가 수용할 수 있는 강수에는 한계가 있어 하천 범람과 산사태 발생 우려가 그만큼 높은 상태다. 18일까지 충청권과 전북, 경북 북부에는 또 최대 300의 폭우가 예보됐다.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은 건 우선 한반도 북쪽 저기압 뒤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해 형성된 정체전선에 예년보다 더 많은 수증기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런 정체전선이 한반도 동서 방향으로 압축된 상태에서 진동하며 좁은 지역에 거센 비를 뿌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가강수량(대기 중 수증기량)이 평년엔 50mm 수준이었다면 올해엔 60~70mm 정도"라면서 "다만 수중기 유입이 많은 이유에는 차후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625~715일 누적 강수량.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반도에 집중호우가 부쩍 늘어난 것은 체감 가능한 사실이다. 1시간 강수량이 30를 넘으면 '집중호우', 1시간에 503시간에 90를 동시에 충족하거나 1시간 강수량이 72mm를 넘으면 '극한호우'라고 불린다. 집중호우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에 극단적인 양의 비가 쏟아지자, 기상청은 재난문자(CBS) 서비스를 시작하며 극한호우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극한호우 기준에 부합하는 비는 201348건에서 201788, 2020117, 지난해 108건으로 연평균 8.5%씩 늘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기후변화와 엘니뇨 발달로 전 세계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공기 중 수증기량이 늘고 국지적 호우 강도도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숨겨야 하는 그날? 안전도 숨길 건가요?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가 있다"

여성들이 매년 65일 동안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월경이다. 약 두 달에 걸쳐 이루어지는 지극히 일상적인 생리현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월경을 부정적으로 여기며 금기시하는 월경 터부가 전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월경은 정확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생리현상을 뜻하는 '생리', '그날', '마법'과 같은 은어로 불리고 있다. 이렇듯 월경을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일로 여기는 월경 터부를 걷어내기 위해 5일 동안 28일마다 하는 평균적인 월경 주기를 뜻하는 528일이 세계 월경의 날로 제정되었다.

 

2017, 여성환경연대는 광화문 광장에서 5.28 세계 월경의 날을 맞이해 생리대 유해화학물질 규제, 생리대 전성분표시제 시행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같은 해, 3000여 명의 여성들이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를 제보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와 시민들은 내 몸이 증거다라고 외치며 생리대 부작용에 대한 명확한 조사를 요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21021,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생리대와 부작용 간의 상관성을 인정했다. 건강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는 면생리대·생리컵 사용자에 비해 생리통, 외음부 가려움증 등 모든 생리 관련 증상의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인 생리대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5.28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여성환경연대와 소속단체 회원들은 지난 5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리대 안전관리 기준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여성환경연대

 

유기농 생리대 사용 시 28.56% 더 비싸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회피로 인해 여성들은 매월 찾아오는 월경 기간을 안심하고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여성들이 어떻게 월경 기간을 보내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90%가 넘는 이들이 사용하는 월경용품인 일회용 생리대를 조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 52일부터 10일 동안 국내에서 판매 중인 생리대 462팩 및 해외 11개국의 생리대 66팩의 가격 및 생리대 31팩의 광고 문구, 인증마크 사용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정부의 관리 현황을 조사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중형 생리대 가격은 낱개당 359원으로 밝혀졌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평균 가격보다 24.4% 높은 가격이다. 특히, 오버나이트형 생리대의 낱개당 평균 가격은 667, 팬티형 생리대는 1,542원으로 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또한, 해외 11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생리대 값이 39% 비쌌다. 오버나이트, 팬티형, 탐폰과 같은 삽입형 생리대의 경우에는 한국이 국외보다 200원 이상 비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정부가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자, 기업은 여성들의 불안을 파고들어 각종 시험성적서와 인증마크, 유기농 순면 커버를 강조하는 광고를 내걸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인증마크가 붙은 유기농 생리대는 비유기농 생리대보다 28.5%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값비싼 생리대라고 해서 전체가 유기농으로 제작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피부와 맞닿는 커버, 탑시트만 유기농으로 제작되는 제품이지만 유기농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여성들은 매달 찾아오는 월경 기간마다 안전과 비용 절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기업들이 각종 시험성적서와 인증마크 등을 내걸며 불안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에는 '일회용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 공개 이후에도 구체적인 생리대 안전 관리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탓이 크다.

 

"숨겨야 하는 그날"? 월경혐오 조장하는 광고

생리대 광고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광고에서 월경은 '생리로 인한 불편함', '민감한 그날', '예민한 그날', '번거롭고 힘든 월경'과 같은 문구로 묘사되고 있었다. 또한 생리대를 사용시 맞닿게 되는 신체 부위는 사타구니, 외음부 등으로 정확하게 지칭되지 않고 피부, 그곳, Y존 등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민감'하고 '예민', '지켜줘야 할' 신체 부위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묘사는 여성의 몸을 보호가 필요한 연약한, 수동적인 존재로 인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또한, 월경을 일상을 방해하는 상태로 인식하게 하는 등 월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인 변화도 일부 포착되었다. 12개의 광고에서는 월경혈을 붉은색 혹은 검붉은색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파란색 액체로 월경혈을 대체해 보여주는 생리대 광고들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월경을 불필요한 과정으로, 월경혈을 '처리'해야 하는 불결한 대상으로, 월경하는 몸을 보호가 필요한 수동적인 신체로 묘사하는 광고는 시대착오적이다. 2017년 부작용 피해 제보와 월경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통해 일회용 생리대 전성분표시제가 도입되고 건강영향조사가 진행되었듯이, 여성들의 적극적인 월경 말하기가 월경에 대한 인식, 문화, 제도를 바꾸고 있다. 이제는 생리대 광고에서도 '그날'이 아니라, 월경이라고 말하며 월경 터부를 깨나가는 모습을 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

여성환경연대 소속 단체 회원들은 비싼 값을 주고 인증마크가 부착된 생리대를 판매하는 기업과 '안전'을 방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여성환경연대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6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왜 여성들은 매달 불안 속에서 지갑을 열지 말지, 선택을 강요당해야 할까.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자신의 경험을 제보하고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등 생리대 안전관리 정책 변화를 요구한 것은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현혹하는 광고 문구를 달고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특정 제품을 구매해야만 안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생리대를 사용해도 안심하고 월경할 수 있어야 한다.

 

2017,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당시 식약처는 '일회용 생리대에 화학물질이 미량 포함되었더라도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으므로 평생 써도 안전하다'고 발표해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고통을 부정했다. 이는 개별물질의 독성 기준만을 산술적으로 평가했기에 벌어진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생리대 노출·독성평가를 시행하고 복합적인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안전을 시장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 여성 건강을 위한 중장기 대책 발표와 생리대 안전관리 기준 강화를 통해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일회용 생리대와 같은 월경용품은 사용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다. 월경용품의 가격대가 높게 형성될수록 사회적 소수자는 월경을 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여성, 야외·이동 노동자 및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이 생리대 교체가 어렵거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인 사람 등 개인이 처한 사회·문화·정치·경제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다른 월경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여성환경연대는 누구나 어떤 상황에 처해 있어도,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도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 월경권 보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해 나가고자 한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장 | [함께 사는 길]

 

엑스포 유치 실패하더라도 가덕 신공항 건설을 그대로 추진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의견 수렴 결과공개

엑스포 관계 없이 특별법 폐지되지 않으면 계속 진행키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끝나면 예산 확보해 어업 피해 보상 착수

정부가 2030 세계 박람회의 부산 유치가 실패하더라도 가덕 신공항 건설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나면 예산을 확보해 공항이 들어설 지역의 어업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16일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등의 의견 수렴 결과및 반영 사항을 공개했다. 이 자료는 오는 26일까지 국토부 홈페이지(http://www.molit.go.kr)와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http://www.eiass.go.kr)에 게재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43일부터 28일까지 부산과 창원, 거제, 김해 등 4곳에서 평가서 초안에 대해 공람을 실시한 뒤 주민 의견을 받았다. 같은 달 18일에는 부산항신항 복지플러스센터와 가덕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가덕 신공항 기본계획 검토안.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는 사업 기간이 2029년 말까지로 되어 있는데, 2030 세계 박람회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사업 기간이 변경되는지 아니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를 묻는 말에 대해 가덕 신공항 건설은 특별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추진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엑스포 유치 여부에 따라 전체적인 사업 일정이 변경될 소지는 있으나 공항 건설은 그대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건설 기간이 짧아 부실 공사가 우려된다는 의견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각종 안전 기준을 준수해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활주로 1본은 국제공항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해 국토부는 2065년까지 활주로 1본으로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며 장래 확장성에 대해서는 기본 계획 수립 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람 및 설명회 때는 주민 이주 계획, 현장 인근 해상 어업 피해 보상, 환경 훼손 우려 등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앞으로 실시설계 단계에서 관계 법령에 따라 주민 및 관계기관들과 이주 계획, 보상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공사가 진행되면 일부 자연환경 훼손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으로 지역 여건을 고려한 저감 방안을 수립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답했다. 또 전략환경영향평가 후 범위가 확정되면 예산을 확보해 어업피해영향조사를 하겠으며 보상을 진행할 주체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토부는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을 예측·평가한 뒤 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이착륙에 따른 항공기 소음 저감방안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주민들에게 제시했다. 가덕 신공항까지의 도로 및 철도 개설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된 바가 없으나 앞으로 부산시와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면 별도의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831일 시작된 가덕 신공항 기본계획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은 오는 825일 끝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후 올해 연말까지 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한 뒤 2024년 말 공사에 착수, 202912월 공항을 개항하기로 했다. 가덕 신공항의 총사업비는 137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사업 면적은 400이며 3500길이의 활주로 1본이 들어선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건축규제 완화해 녹지 확보'오세훈표' 녹지도심 사업 본격 추진

서울시는 도심에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고밀·복합 개발을 유도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실현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른 도심광장().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건축규제를 완화해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밀·복합 개발을 유도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실현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서울시는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안에 도시계획시설사업(다동공원) 1곳과 주민 제안된 9개 지구 등 전체 10곳에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적용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은 대규모 민간 개발 때 대지 내 건축물의 면적(건폐율 50% 이하)을 줄이고 저층부에 녹지와 개방형 공공공간을 조성(30% 이상)해 시민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 확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향유 할 수 있는 활력 있는 공간이자 생태계 다양성을 증진하고 도시열섬현상, 우수 저류 등 집중호우 등에 대응하는 미래지향적 공공공간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남산, 청계천 등 주요 도심 생태·환경축을 고려해 민간과 공공부지, 인접 지역과의 유기적인 연계성을 확보해 연속해서 녹지를 공급할 방침이다. 녹지공간의 확장성을 감안해 외부 공간 휴식 기능, 보행자 중심의 가로 이용 기능, 지역문화 활동 기능 등 다양한 공간 기능도 추구한다.

세운지구 녹지생태도심 조성 예상도/사진=서울시 출처

 

서울시는 도시 정비를 통해 경쟁력 있는 도심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인 만큼 건축물 저층부 핵심 점포와 보도가 연결되게 배치하고, 열린 공간 제공, 지하공간 연계, 지하철 출입구 연결 등을 통해 건축물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높여 지역 활성화 등을 유도한바는 계획이다.

 

그간의 도시 계획 과정은 일상 생활권에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데 미흡했다는 판단에서다. 녹지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한 도시계획시설사업(공원)과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사업 등도 한계가 있었다.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계획을 통해 법적으로 확보되는 공원의 면적은 약 5% 정도에 불과하다. 기존에 조성된 공개공지는 건물에 부속적인 형태로 조성돼 보행환경을 저해하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등 공공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부족했다.

 

서울시는 전체 10곳에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적용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추진사업으로 진행 중인 다동공원은 현재 무교·다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일부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온전한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하고 주차장, 파출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는 토지의 약 80% 소유권이 확보됐음에도 일부만 공원으로 이용되는 다동공원의 문제점을 조속히 해결하고, 이 일대를 서울의 새로운 비전을 상징하는 도심 표준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선제적으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분 조성된 공원을 대상으로 도시계획시설사업을 통해 비교적 적은 공공재원을 투입하여 업무 및 상업시설 밀집 지역에 문화적·환경적 요소가 어우러진 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또 서소문 일대(서소문빌딩, 중앙빌딩, 동화빌딩)도 우선 추진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존 3개 사업지구의 개방 공간은 개별 건축물만을 고려해 인접 대지 간 연계성이 부족하고, 녹지공간 사유화, 녹지·보행축 단절 등의 한계가 있었다. 시는 민·관 합동 통합기획을 통해 서소문 일대에 하나의 대규모 녹지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민간과 공공부지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가로숲길 조성하고 차로 폭을 축소해 보행자 중심의 도로를 조성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남산 소나무 숲을 확장하고 소규모 공간은 정원으로 조성한다. 지하수와 우수를 활용해 도심 한가운데 물길과 숲도 만든다. 건축물 필로티 하부는 외부와 내부의 중간 영역으로 날씨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로 꾸릴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서소문 일대에는 서울광장 크기(13205)의 개방형녹지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올 상반기에는 ‘2030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부문)’을 수립한 바 있다. 개방형녹지 등 시 재정투입 없이 시민들이 자유롭게 머무르는 공간을 조성할 경우 용적률 및 높이 완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반기 중에는 생태 연속 개방 활력 지속가능성 등 5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설계, 시공, 유지관리 단계까지 아우르는 개방형녹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활력을 안겨줄 수 있는 도심 속 녹지공간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서울 전역으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확장해 서울의 매력을 한층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광주신세계 신축때 1층에 보행로특혜 논란 해소되나

광주신세계 신축·이전 조감도. 광주신세계 제공

 

백화점 신축·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신세계가 광주시 소유 도로를 부지에 편입하는 대신 백화점 1층 매장에 보행로를 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도로 편입에 따른 지가 상승을 감안, 광주시에 300억원대의 기부채납을 하기로 했다. ‘특정 기업을 위해 현재 사용되는 도로를 폐쇄한다는 특혜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다.

광주시는 광주신세계가 이달 중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치계획안을 제출해오면 내달 중 도시계획·건축 공동위원회를 열어 심의한다는 방침이어서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17일 광주신세계는 기존 백화점 인근에 마련된 신축·이전부지에 광주시 소유 도로를 편입하는 대신 매장 1층에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보행로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주신세계는 당초 1층이 아닌 2~3층에 보행로를 낸다는 방침이었지만, 광주시가 시민 편의를 위해 1층에 24시간 사용 가능한 대체보행로를 조성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결국 이를 수용한 것이다.

 

광주신세계는 “1층 보행로는 평소엔 매장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야간이나 휴일 폐점 시간대엔 매장 일부를 막아 폭 2~3m의 보행로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현재 적당한 설계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신세계는 이와 함께 시 소유 도로 편입으로 상승한 토지가격을 감안, 최대 400억원대의 기부채납을 광주시와 협의중이다. 최근 시 소유 도로 편입을 전제로 마무리된 감정평가 결과 신축·이전부지의 가격이 종전부다 600억원 가량 상승한 2638억원으로 결정된데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 지구단위 계획 수립지침에 따르면, 상업지구인 광주신세계의 경우 전체 토지감정가격의 10~15%를 기부채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광주신세계는 최소 263억원, 최대 395억원에 이르는 기부채납액 규모를 놓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광주시는 기부채납금으로 광주신세계 앞 도로에 길이 480m 규모의 자하차도를 만들어 심각한 교통혼잡현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현재 남~북 방향으로 지하차도 건설을 추진중이지만 광주신세계는 동~서방향으로 조성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달 16일 마무리된 광주신세계 신축·이전에 따른 주민공람결과를 반영한 조치계계획을 광주신세계가 제출하면 지구단위계획안을 작성, 다음달로 예정된 도시계획·건축 공동위원회에서 신축 여부를 최종 심의할 예정이다/ 서울신문

 

여의도공원은 인기가 없다

5·16광장 자리에 들어선 여의도공원. 여의도를 동서로 단절하는 구조적 문제, 접근성과 일상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역사아카이브

 

여의도공원은 인기가 없다. 여의도에서 한강공원이나 샛강생태공원은 항상 북적이지만 여의도공원은 늘 한산하다. 주변 직장인들의 점심 산책 코스 정도로 쓰일 뿐, 다른 시간대와 주말에는 텅텅 빈다. 23면적에 뉴욕 센트럴 파크를 연상시키는 형태와 도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노잼공원 취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원 설계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주도 계획도시인 여의도의 개발사와 도시 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다.

 

여의도 일대는 한강 물이 불어나면 수면 아래 잠기는 광활한 모래톱이었다. 주변의 밤섬까지 연결된 모래톱이 200만 평에 달했는데, 밤섬은 뽕나무밭으로, 여의도는 목축장으로 주로 쓰였다. 1916년 일제가 비행장과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여의도에 처음 근대적 도시 기능이 탑재된다. 여의도 비행장은 일본과 만주, 중국, 유럽을 연결하는 항공기의 기착지 역할을 했다. 해방 이후 미군이 이어받았고, 1971년까지 대한민국 공군의 최전방 기지로 쓰였다.

 

60년대 말, 인구 포화 상태에 이른 서울이 한강과 강남 일대로 확장되기 시작하면서 여의도 개발이 본격화된다. 여의도 제방을 쌓는 골재를 마련하기 위해 19682월 밤섬을 폭파했다. 불도저 시장 김현옥은 서울은 싸우면서 건설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돌격전을 펼쳐 같은 해 5월 여의도를 둘러싸는 7.5의 윤중제를 완공해냈다. 건축가 김수근이 주도해 입체 도시 개념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작성했지만, 서울시의 재정이 빈약해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계획에 없던 대형 광장이 여의도 중앙에 들어선다. 당시 서울시 담당자였던 손정목의 기록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2>에 따르면, 대통령이 빨간 색연필로 도면 위에 광장의 위치와 크기, 형태를 직접 잡았다. 1971년 국군의 날 직전에 완공된 광장은 여의도를 동서로 갈라놓았다. 길이 1350m, 너비 280~315m, 5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순수 아스팔트 광장은 ‘5·16광장으로 불리며 군사 퍼레이드, 관제 집회, 반공 궐기대회의 장으로 사용됐다. 대규모 종교 행사에도 종종 쓰였는데, 1973년 빌리 그래함 목사의 부흥회,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참석한 한국 천주교 200주년 대회 때는 100만 군중이 운집했다.

5·16광장은 1970~80년대 군사 퍼레이드, 관제 집회, 종교 행사에 주로 쓰였다. 100만명이 운집한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대회 장면. 서울역사아카이브

 

80년대 후반부터 국가 광장에서 시민 광장으로 성격이 변모하기 시작한다. 5·16광장에서 여의도광장으로 명칭이 바뀐 이곳은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의 유세장으로 쓰였다. 90년대 초에는 시민사회의 집회와 시위가 연일 개최되며 오늘날의 광화문광장 같은 역할을 했다. 이 무렵의 여의도광장은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는 인파로 가득한 서울의 대표 여가 공간으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기도 하다.

 

1995년 지방자치제의 부활과 함께 광장의 시대가 저문다. 민선 1기 조순 서울시장은 ‘21세기 환경도시 건설을 목표로 공원녹지 확충 5개년 계획을 세웠고, 최소 재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전략 사업으로 여의도광장 공원화를 추진했다. 군사 정권과 전체주의의 상징인 광장을 시민의 공원으로 전환하는 계획은 지지를 받았지만, 광장의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면서 시민 문화를 수용하는 다용도 공간으로 고치는 게 낫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1990년대 초의 여의도광장.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는 서울의 대표 여가 공간이었다. 국가기록원

 

그럼에도 광장의 공원화는 급물살을 탔고, 1996년 말 여의도공원 설계공모가 급하게 진행됐다. 녹색 정치의 서막을 연 이 공모전의 당선작은 제출작 중 가장 보수적이고 일면 진부한 설계안이었다. 그마저도 자연과 전통을 표피적으로 조합한 안으로 수정된 뒤 속전속결 공사를 거쳐 19991월 여의도공원의 문이 열렸다. 광장의 자리에 들어선 공원은 20년 세월을 겪으며 광장의 사건과 기억을 완전히 지워냈다. 아쉽게도 시민들은 이 무심한 녹색 공원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공원이 여의도를 동서로 단절하는 구조적 문제, 접근성과 일상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최근 서울시는 도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창의·혁신적 디자인의 수변 랜드마크를 건립한다는 목표로 여의도공원에 2세종문화회관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레이트 한강사업의 선도 아이템이고, 모델은 함부르크 수변의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이다. 비싼 랜드마크로 도시 발전을 이끄는 구상, 20세기적이지 않은가. 모래섬, 비행장, 도시개발, 광장 정치, 녹색 공원이 포개진 혼종의 공간 여의도(공원)에 지금 필요한 건 다음 50년을 위한 장기적 재편 계획이다.

배정한 |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환경과조경> 편집주간/한겨레

 

핵 오염수만이 아닌 핵발전소 반대가 필요하다

위험하고 기후위기 심화하는 핵발전소

지난 74,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도쿄전력과 함께한 환경 영향 모니터링, 방사능 평가 등의 결과 여러 측면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 보고서 결과로 정당성을 얻었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빠르면 8월에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일본 정부의 오염수 투기를 지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712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만났다. 윤 대통령은 IAEA 결과를 존중한다며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방류 점검과정에 한국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는 말이 무색하다.

 

계속되는 시민사회의 공동 행동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방류 일정이 조금씩 미뤄지고 있을 뿐 계획 철회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로 인해 오랜 시간에 걸쳐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 분명하다"며 깨끗한 바다와 안전한 식탁을 위해 매주 집회를 하고 있다.

 

우리는 줄곧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은 핵발전소다. 그래서 방사능보다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방류보다 '투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방사능이라는 말로 가려져 있지만 사실 핵발전소가 사태의 원인이다. 핵발전소는 살상무기로 사용되지 않을 뿐 그 본질은 핵폭탄 그대로다. 아울러 핵발전소 폭발로 인해 엄청나게 나온 오염수를 저렴한 방법으로 처리하기 위해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는 일본 정부의 행태를 방류보다 투기라는 말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과학자전문가들과 환경운동단체들이 밝혀왔듯이, 핵 오염수는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인근 주민들에게서 폐암, 식도암, 소장암 등 질병이 증가했다. 핵 오염수는 해양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토양오염까지 일으킨다. 핵 오염수가 해양 투기된다면 인류 모두가 방사능 피폭을 피할 수 없다.

 

한국 시민이 불안감에 소금 사재기 하는 난리도 일어났다. 마트 운영시간이 되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시민들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거대양당 정쟁 프레임에 갇히면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 우려에 단순하게 야당의 공격,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괴담 퍼뜨리기' 행위라는 프레임을 씌워 말하고 있다.

 

지난 77일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쟁을 위해 선전·선동한다 한들 귀 기울일 사람은 없을 뿐"이라고 비판하며 "괴담 양산과 선동으로 더는 피해를 입는 국민이 없도록, 철저한 대처를 해나가야 할 때"라고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의 괴담으로 미뤄놓기엔 많은 전문가와 환경운동단체들의 자료가 핵 오염수의 위험성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는

지난 710, 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신규 원전을 포함한 전력공급 능력 확충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수요 증가에 대비한 안정적인 전력공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원전·수소 등 새로운 공급여력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2024~2038년 적용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7월 말 착수해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를 발생시킨 핵발전소를 지속적으로 지을 계획이다. 한국은 다수 호기의 핵발전소가 한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현재 한국에는 고리, 월성 등 25(202212월 기준)의 핵발전소가 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문제는 오랜 기간 지적되어 왔다. 핵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며 인근 주민들에게 후쿠시마현과 같이 갑상선암 등 질병을 일으킨다. 월성 핵발전소 인근에 사는 어린이들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기도 하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핵발전소는 건설 과정, 우라늄 채굴 과정, 핵폐기물의 보관, 처리 등 대부분의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어 기후 위기 시대에서 생태적인 에너지 생산 방법이 아니다. 핵발전소가 밀집한 상황에서 자연재해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거쳐 인류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환경운동단체들은 계속해서 "탈원전", "탈핵"을 외치며 싸워왔다. 이를 무시하고 윤석열 정부가 대기업 건설사의 이익으로만 돌아갈 뿐인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할까 우려된다.

 

이제는 탈핵하자

한편 여당이 야당의 오염수 투기 반대 목소리를 '반일(反日)몰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핵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부터 'NO JAPAN' 구호가 나오고, 더불어민주당 회의 배경에서 이순신 장군이 오염수 투기 반대 문구와 함께 등장하는 등 민족주의와 반일정서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 민족 간의 문제 혹은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니다. 핵 오염수 투기의 위험을 앞두고 우리에겐 지구촌의 관점이 필요하다. 일본 바다나 한국 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가 연결되어 있고, 지구가 유기체라는 점에서,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서 일어날 위험한 문제라는 점에서 지구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핵 오염수 투기 반대운동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를 막아내고 핵 발전소를 멈추게 하는 운동으로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다. 당장의 문제는 후쿠시마의 핵 오염수이겠지만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핵발전소 폐기물들을 막아야 할 수도 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로 겪고 있는 조마조마함과 두려움들을 또 겪을지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나가야 한다. 여기에 한국의 핵발전소도 예외는 아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아내는 목소리는 핵 발전소 설립을 막아내는 목소리로 더 거세져야 할 것이다.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 프레시안

 

 

아시아문화전당, 한국에서 꼭 봐야하는 건축 TOP3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한국에서 꼭 봐야하는 건축 톱3'로 꼽혔다. 유현준 건축가 겸 홍익대 교수(54)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 공개한 '세금 써서 만든 건물 중 최고'라는 영상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을 집중 조명했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37만을 돌파하며 이목을 모으고 있다.

 

영상에서 유 교수는 문화전당을 '한국에서 꼭 봐야하는 건축 톱3'으로 선정한 첫번째 이유로, 해당 건축물이 주변 환경 및 사람과 갖는 관계성을 짚었다. 그는 "훌륭한 건축은 배경으로 사라지는 건물이자 사람의 관계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건물로, 그것을 잘 보여주는 곳이 문화전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문화전당은 계단을 통해 도시와 연결되는 구조다. 지상으로 튀어나온 70여개의 채광정을 통해 지하에는 자연 빛이 들어가고, 밤에는 조명을 켜서 그 자체가 도시의 빛의 정원을 만든다"면서 "도시 중심부에 있지만 선큰광장으로 내려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 교수는 문화전당의 최대 강점으로 사람과 이벤트가 중심이 되는 성숙함과 문화적 다양성을 꼽았다. 그는 "공공 건축물은 다양한 공간들을 만들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문화전당은 문화로 채워진 개미굴이다. 안으로 파고들면 개미굴처럼 계속해서 방이 연결되는 무궁무진한 관계를 갖는 설계이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새롭고 즐거운 공간이며, 지역 공동체와 융합될 수 있는 훌륭한 건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문화전당은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부지 일대에 건립됐다.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우규승 건축사의 빛의 숲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8년여 동안 총사업비 7065억원을 들여 지난 201410월 완공했다. 전체 연면적 156438에 지상 2, 지하 4층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자 아시아를 주제로 하는 국내 유일의 복합문화예술기관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https://www.youtube.com/watch?v=Ai4IdrbUEw8

인간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취약지역 아닌데 인명 피해기후변화 맞는 산사태 기준 절실

전문가들 강우 정보 포함하지 않은 점수화로는 한계

비탈면에 건축 허가 안 해주는 등으로 법 고쳐야

17일 소방당국이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지난 15일 폭우로 실종된 주민을 찾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집중호우 피해 지역 중 경북은 산사태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예천, 문경, 영주 등 10곳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도에는 산사태 취약 지역은 4900여곳이 있는데 피해 지역은 산사태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 아니었다.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산사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새벽 폭우로 경북 북부 지역 4개 시·(예천·문경·영주·봉화)에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특히 예천군에서만 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대부분 산에서 내려온 토사에 휩쓸려 매몰되거나 물에 휩쓸려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호우로 산이 많은 경북 북부 내륙에 피해가 집중됐다. 경북도에는 산사태 취약 지역이 4900여곳이다. 산사태 취약 지역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집중호우나 태풍 등의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산간 계곡의 토석류가 유출돼 인근에 사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지정해 관리하는 곳이다. 산림청의 기초조사, 실태조사, 전문가 검증 등을 거쳐 최종 지정된다.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방사업을 해야 하고, 한해에 두차례 이상 현장 점검을 해야 한다. 이곳 주민들은 산림청의 산사태 경보 등을 재난문자로 받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많이 내린 비에 산사태 취약 지구가 아닌 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지적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산사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석우 강원대 교수(산림자원학)<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산사태 취약 지역 평가는 과거의 산사태 발생 사례를 분석해서 산사태 요인들을 점수화하는데, 강우 정보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산사태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토양의 상태 등에 따라서 위험 요인이 바뀔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다양한 요인 등을 고려해 산사태 대응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예측할 수 없는 기상 상황이라고 지자체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갑작스러운 산사태에 대비해서 비탈면에는 더 이상 건축 허가를 해주지 않는 등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금강 제방 붕괴, MB 4대강때 지방하천 정비 묵살한 탓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포스트 4대강'사업으로 지류·지천 정비"

"4대강 사업 안 했으면 금강이 넘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의원 등 여당 지도부가 17일 충남 공주 옥룡동 등 수해현장을 찾아가 쏟아낸 발언이다. 이들에게 수해현장은 정략의 장이었다. 심지어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 이후 추진하려다 좌파들 반대로 무산된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4대강재자연화' 사업에 대한 성토도 잇따랐다.

 

하지만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대한하천학회장)"이명박 정권 때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지천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환경단체들이었고, 홍수 예방 등의 명분을 내세워 4대강 바닥을 굴착했지만, 제방에 대한 관리 부실로 금강 제방이 뚫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17<오마이뉴스>는 금강 제방이 붕괴된 논산 지역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기차로 이동하던 박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16일 오전 543분께 성동면 원봉리 인근 논산천 제방 50(높이 11.5m)가 무너져 논산천 물이 농지로 흘러들고 있다.논산 소방서 제공

 

"금방 제방 붕괴, 파이핑 현상 때문"

우선 박 교수는 "<오마이뉴스> 등 언론에 보도된 논산 지역의 금강 제방 붕괴 사진을 보니 파이핑 현상(구조물과 흙 이음새 사이에 틈이 생겨 그 사이로 물이 빠지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현장에 가서 정밀 조사를 해야겠지만, 결국 제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작은 구멍에 물길이 생겼고, 그 구멍이 수압에 의해 점점 커지면서 제방이 붕괴된 모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20208월에 낙동강 합천보 직상류 지점에서도 제방이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 때도 파이핑 현상으로 무너졌다"면서 "결국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진짜 관리해야 될 것을 놓치고, 쓸데없이 땅을 파는 굴착사업에만 집중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여당 의원들이 지금에 와서야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이명박 정권 때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추진을 했는데, 사실 당시에도 4대강사업 구간은 97% 이상 하천정비가 끝난 상태였다. 4대강보다 몇십 배나 많은 지방하천의 정비율은 50% 정도였고. 그래서 우리들(환경단체)4대강 본류보다는 지방하천과 소하천을 정비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그걸 묵살했다."

 

당시 박 교수와 환경단체 인사들은 아래와 같은 표를 제시하면서 4대강사업보다 지류·지천사업이 더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박창근 교수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정비사업을 반대하면서 정부의 홍수-가뭄 통계수치를 활용해 이와 같은 표를 제시하고 다녔다.

김병기

4대강 본류와 지류의 피해액을 통해 홍수 피해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소방방재청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희생을 당한 사람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13명에 달한다. 대다수 언론들은 경고시스템, 방재시스템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위험지역 통제는 기본 원칙"이라면서 재난대응 원칙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호강의 범람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 역시 오늘 현장을 조사해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겠는데, 크게는 두 가지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선 미호천교의 4차선 교량을 6차선으로 확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제방에 손을 댔다. 임시로 쌓아놓은 모래제방이 취약해졌고, 파이핑 현상이 나타났을 거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법정 홍수기는 621일부터 920일까지 3개월간이다. 홍수기에는 하천 제방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하천 제방 공사를 하더라도 621일 전까지 완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자료를 보니까 8월 말까지 교량공사를 한다고 되어 있더라. 8월에는 태풍이 올 수도 있는데... 완전히 위험에 노출시켜 버린거다."

 

박 교수는 "하천관리를 맡고 있는 환경부가 제대로 돌아갔다면 행정지도 등을 통해서 621일 이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완료시키도록 사전에 조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우리나라의 재난대응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오전에 몇 군데 돌아봤는데 다들 난리가 났더라. 물이 5cm정도 차 있었는데, 도로 전부를 통제하고 있더라. 비가 올 때는 맞는 대처다. 그런데 비가 그친 상태에서 통제를 했다. 소위 과잉통제다. 홍수 전에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서는 도로 통제 지침을 배포한다. 우크라이나 갔다가 뒤늦게 귀국한 대통령이 과잉대응해야 한다고 하니까 공무원들이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는거다. 매뉴얼이 없어서다.

 

또 산사태로 인해 사망 사고가 많이 나고 있다. 그런데 산림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산사태 대응 시스템을 보니까 산사태 위험지구 고시를 '통으로' 해놨더라. 가령 충청남도 일원. 그럼 공무원들은 어디가서 무엇부터 해야할까? 아무 일도 할 수 없는거다. 재난대응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방증이다."

 

박 교수는 "흙속에는 보통 15%~20%의 공간이 있는데, 장마비로 인해 그 공간이 모두 물로 들어차 있고 수압으로 인해 전국의 산이 모두 위태한 지경"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돌산보다는 위험한 흙산, 산사태가 난다면 주민 피해가 많은 지역을 구체적으로 지정해서 관리해야 한다. 권고사항인 '재난문자'만 보내지 말고 공무원들이 직접 대피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사태로 초토화된 마을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마을에서 주택 5가구가 매몰돼 4명이 사망하고 1명을 수색 중이다. 2023.7.15연합뉴스

 

"불볕더위 시작되면 녹조 창궐... 보 철거해야"

박 교수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 상임공동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불법 사찰 등의 피해를 받았었다. 그럼에도 4대강사업이 완공된 뒤에도 계속해서 매년 낙동강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며 모니터링을 해온 보기 드문 학자이다.

 

그는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시작될 것이고, 그러면 1주일도 안돼서 영남인 1300만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시퍼렇게 녹조가 창궐할 것"이라면서 "4대강사업 때 만든 보 때문에 국민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여당 의원들은 수해현장 난리통까지 가서 4대강사업을 찬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낙동강의 보 상류 지역에 가서 확인하면 오염물질들이 강바닥에 2m 두께로 쌓였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가 금강과 영산강에서 확인하지 않았나. 보 수문만 열어뒀는데도 녹조의 95%가 사라졌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수문개방'은 금칙어가 된 것 같다. 보 철거 얘기가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4대강사업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겠다는 발언을 계속해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녹조가 생기든 말든, 이 정부 기조는 '보 철거 불가'라고 화끈하게 밝히는 편이 좋을듯하다"면서 "이미 정무적, 정치적 판단을 해놓고 과학이라는 이름을 포장지를 싸려고 하는 건, 아주 무책임한 모습이다, 가령 일본 핵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검증 운운했는데, IAEA 보고서에 과학이 있었던가"라고 성토했다.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이번 참사는 후진적인 재난사고였다. 정부 재난대응 시스템은 부재했다. 책임자부터 이걸 인정하고 사과해야한다. 윤 대통령처럼 무조건 공무원들에게 호통부터 치고 수사하겠다고 겁주면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한다. 지금이라도 산사태 등으로 인명피해가 날 것 같은 지역을 집중 마크하면서 공무원들을 배치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후진국에서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재를 천재로 바꿔버린다고 한다. 사람 잘못을 하늘이 만든 재난으로 바꾼다는 의미이다. 그럼 책임질 사람도 없을 것이고, 시스템도 그대로일 것이다. 다음 재난을 예약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에서는 비록 그것이 천재라도 어쩔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재난이라도 그 속에서 인재, 즉 사람의 잘못이 뭐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핀다고 한다. 그래야만 기후위기의 시대, 더 심각한 위험이 닥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김병기(minifat) 오마이뉴스

 

팩트체크 그나마 피해 덜한 것”···홍수 때마다 ‘4대강 논란’, 사실은

홍수 피해 줄이려 보 복원주장에

전문가들 “4대강 보와 홍수는 무관

오히려 제방·다리 관리 실태가 변수

집중호우로 금강 제방이 붕괴된 가운데 17일 충남 논산 성동면 우곤리 일대에서 제방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번에 내린 역대급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4대강이 또 다시 소환됐다. 지난 주말 포털 기사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4대강 보를 해체한 지역에 피해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과 보가 홍수위를 높였다등 상반된 주장이 충돌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충남 공주시 수해 피해지역을 찾은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 준설해 물그릇을 만들었고, 4대강(사업) 안 했으면 금강이 범람했을 수 있다고 다들 얘기한다포스트 4대강 사업으로 지류, 지천 정비사업을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윤 정부가 당장 해야한다고 했다.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4대강 보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17일 정부 하천 사업 자문에 응하거나 조언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3명에게 ‘4대강 보와 올해 홍수 피해의 상관 관계를 물어보니 “4대강 보와 홍수는 관계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김원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문 작동 원리상 보가 수량을 조절했다는 주장과 가중시켰다는 주장 모두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김 위원은 “4대강에 설치된 보의 수문은 일정 수위가 되면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고, 홍수는 (수문 개방 기준점보다) 높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보를 미리 열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수량이 조절됐다는 상반되는 주장 모두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보 시설물 자체가 홍수위(몇 년에 한 번씩 발생할 정도의 홍수 때의 수위)를 높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보가 설치된만큼 홍수위가 올라가긴 하겠지만,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환경부는 2021‘4대강 보의 홍수조절능력 실증평가보고서에서 “20208월 홍수 시 실측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4대강 보 홍수조절능력은 없으며, 오히려 통수단면을 축소시켜 홍수위 일부 상승을 초래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 구조물이 설치되며 4대강 보(강천·달성·공주·승촌) 상류 홍수위는 0.15~1.16m 상승했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최대 인명피해가 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은 금강의 지류여서 본류를 주로 손 본 4대강 사업과 큰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다만 백 교수는 보 설치로 홍수위가 1m 전후로 상승한다는 환경부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홍수 피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는 “3년 전 홍수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전문가들의 과학적 접근보다 ‘4대강 사업을 거론하며 네 탓이오하는 식으로 원인을 찾는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고 했다. 강수량, 지자체의 제방·다리 시설 관리 실태가 홍수 피해 원인의 주요 변수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환경부가 발표한 선제적·체계적인 홍수피해 방지대책을 두고는 도시하천 중심의 대책이다. 비도심 하천관리 계획도 촘촘히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 윤기은 기자

 

시민들이 발로 뛰어 만든 가로수 지도효자로 가로수 탄소 흡수량은 ‘1t’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정문 앞에는 어떤 나무가 서있을까. 가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서울 가로수 트리맵에 접속하면 그곳에 둘레 62의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나무가 심하게 가지치기 돼 있고, 뿌리 부분은 썩어있다는 것까지도 알 수 있다. 가로수 시민조사단이 서울 내 가로수의 건강 상태 데이터를 수집해 지도로 구현한 덕분이다.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는 지난 15일 가로수 시민조사단의 활동 결과 공유회가 열렸다. 서울환경연합이 모집한 시민조사단 80여명은 지난 4월부터 약 두 달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서대문구 연세로·성산로, 종로구 효자로, 노원구 동일로 일대의 가로수 1011 그루의 상태를 전수조사했다.

가로수 시민조사단 박윤주씨가 서울 종로구 효자로에서 가로수 상태를 조사하고 있는 모습. 박윤주씨 제공

 

조사단은 줄자를 들고 현장에 나가 가로수 한 그루 당 높이와 줄기 상태, 수관(가지와 잎이 달린 부분) 폭 등을 기록해왔다. 이들이 수집한 데이터가 기록된 지도를 보면 동네별 가로수의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성산로에는 양버즘나무가 많고,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은행나무가 압도적으로 많다. 효자로의 나무들은 가지상태가 대부분 양호한 반면, 성산로에는 가지가 심하게 잘린 나무가 많다. 동일로 은행나무들은 높이가 10m 이상이지만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그보다 키 작은 은행나무가 대부분이다.

서울 가로수 트리맵에서 확인한 서울 종로구 효자로(왼쪽)와 서대문구 성산로의 가지상태. 파란색은 가지상태가 양호’, 빨간색은 강전정을 의미한다. 트리맵 갈무리

 

지역별 가로수의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측정됐다. 이날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연구관은 ‘i-Tree’라는 분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시민들이 조사한 데이터를 토대로 4개 지역 가로수의 탄소 흡수량과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박 연구관에 따르면 연간 헥타르 당 가로수의 탄소 흡수량은 효자로 0.964t, 연세로·성산로 0.607t, 신사동 0.504t, 노원구 0.438t달한다.

 

가로수로 인한 대기오염물질 저감과 탄소 흡수, 홍수 저감 효과 등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도 환산할 수 있다. 박 연구관에 따르면, 가로수의 헥타르당 연간 경제적 가치는 노원구는 약 219만원, 효자로 약 265만원, 연세로·성산로 약 104만원, 신사동 약 96만원 수준이다. 박 연구관은 나무가 성장하면서 잎이 풍성해질수록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무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훨씬 상승한다고 했다. 그는 도시 숲에 있어서 조성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가로수의 유지·관리에 힘써야 한다가로수 시민조사단은 유지·관리를 시민들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15가로수 시민조사단 결과공유회에서 조사단원 김향희씨가 노원구 동일로 가로수의 상태를 조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제공

 

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나무가 도시의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효자로 일대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박윤주씨(28)그간 가로수는 시설물로 인식하고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는데, 둘레를 재려 온몸으로 나무를 안으면서 감정적으로 친해졌다시민조사단 활동으로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잘 자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인간이 됐다고 했다.

 

노원구 조사에 참여한 김향희씨는 도로 쪽 은행나무와 안쪽 느티나무가 가지 뻗는 경쟁이 심한 경우도 있고, 세로로 된 교통안내표지판을 철사로 매달고 있는 모습도 봤다정책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조사단 활동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도시 수목이 어떤 상태이고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행정에서 먼저 나서기 어렵다면 시민들이 기초데이터를 계속 쌓아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조사단 활동은 그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경향 김송이 기자

 

부유층 '에너지 수요' 줄여야 기후변화 목표 달성 가능"

리에르나(이탈리아)=AP/뉴시스] 유럽 27개국 분석 결과 상위 20%의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면 빈곤층 20%가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일부 늘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7(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사진은 17일 이탈리아 북부 리에르나에서 더위를 달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소년들. 2023.07.18.

 

부유층의 사치스러운 에너지 수요를 줄이면 빈곤층이 필수불가결한 에너지 소비를 늘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 부유층 20%'사치스러운'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면 빈곤층 하위 20%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7배를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27개 유럽 국가의 가구 간 에너지 사용량 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모델링한 결과다.

영국 리즈대학 지속가능복지학과 교수이자 연구 수석 저자 밀레나 부크스는 "우리는 전 세계의 공평한 '탄소 예산'을 유지하기 위해 사치스러운 에너지 사용에 대처하기 시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에너지 빈곤층이 에너지를 약간 늘려 그들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라고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에너지 소비 문제가 아니라 '사치스러운 수요' 문제

해당 연구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이내로 억제하기로 한 목표 이상으로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부유한 국가들이 신속하게 에너지 공급과 수요 측면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2050년까지 에너지 수요 측면의 전략을 통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대비 40%~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휴가철 장시간의 해외 비행, 연료 소비가 많은 대형 차량 운행, 단열이 불량한 큰 집에 사는 것들이 에너지 수요를 쓸모 없이 높이는 주 요인으로 지적됐다.

 

유럽 전역에서 이와 같은 사치스러운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면 에너지에서 11.4%p, 운송에서 16.8%p로 총 9.7%p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빈곤층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도록 에너지 사용량을 증가시킨다고 해도 에너지에서 1.2%p, 운송에서 0.9%p으로 총 배출량은 1.4%p 증가했다.

 

"기술 변화로 절대적 배출량 감축 가능'수요 줄이기'가 도움 될 것

독일 베를린공과대학교 지속가능경제학 교수 펠릭스 크루치히는 이 연구에 대해 "에너지 빈곤층이 에너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더라도 에너지 수요 감축을 통해 기후 변화 속도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라고 평했다. 그는 "고소득, 고학력 가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범위가 더 넓고, 줄일 수 있는 능력도 많으며, 이에 대한 책임도 더 많이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친환경 청정 기술이 더 보편화되고 저렴해짐에 따라 감축량 자체를 더 늘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기술 발전 속도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느리다고 경고했다.

 

크루치히는 "배출량 감축 목표는 대부분 기술 변화에 의해 달성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필요한 기술 변화의 속도 자체가 빨라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은 기후 목표 달성에 중요한 지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유럽, 목표 달성 위해 연간 '10%' 줄여야부유층 행동 중요

텍사스=AP/뉴시스] 소득 상위 1%가 하위 50%보다 두 배 많은 탄소 배출량을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상위 계층의 사치스러운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고 하위 계층의 에너지 소비를 적절하게 지원한다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무더위에 골프를 치고 있는 사람들. 2023.07.18.

 

유럽은 지난 30년 동안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 정도를 감축했다.

이번 연구는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은 지구의 탄소 예산을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가정하에 유럽 대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10%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이른 산업화 등으로 대기 오염을 유발한 역사적 책임을 반영한다면 필요한 배출량 감축량은 연간 24%로 급증한다.

 

연구진은 상위 부유 계층의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는 동시에 하위 빈곤 계층을 지원하면 이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스톡홀름환경연구소와 옥스팜의 연구에 따르면 추정 결과 2015년 소득 상위 1%는 하위 50%보다 두 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실제로 2021년 네이처 에너지에는 부자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이 쇼핑하는 것 외에도 투자자·노동자·롤모델로서 행동하는 방식이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평이 게재된 바 있다.

© 뉴시스

 

‘4대강’ ‘태양광남 탓 여론전정책 물길 되돌리는 여당

수해 대응 나서며 환경부 일원화문 정부에 책임 전가

 

국민의힘이 4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호우 피해와 관련해 ‘4대강’ ‘환경부’ ‘태양광 사업을 키워드로 활용하고 있다. 수해 재발 방지책 마련 차원이라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를 향한 책임 전가 성격도 보인다. 과거 보수 정부의 핵심 정책을 되살리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시도로도 읽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자원 관리를 국토교통부가 아닌 환경부가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포스트(Post)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정비사업도 체계적으로 계속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방침을 이번 수해 원인으로 거론한 데서 수해 책임을 전임 정부로 분산하려는 시도가 읽힌다. 4대강 보 해체도 문재인 정부 때 이뤄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이후 행정안전부에서 차량 자동차단 시스템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지자체에서 미뤘다고 했다. 역시 문재인 정부 시기 발생한 사고이다. 여권에서는 환경단체 반대로 지하차도 옆 하천을 깊게 파는 정비사업이 6년째 미뤄졌다는 주장 등 사고 책임을 이전 정부와 환경단체로 돌리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당은 이번 수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때 자신들이 반대했던 정책을 되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기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4대강 보 해체, 수자원 관리 환경부 일원화 모두에 반대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강의 물그릇을 확대하는 지류 정비사업을 재개하고, 무리하게 해체하거나 개방한 4대강 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막무가내 태양광 개발을 위해 산림을 벌목한 것도 이례적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가람 최고위원은 이번 수해가 컸던 경북, 충북에도 많은 태양광 설비가 있다. 지난 정권을 탓하지는 않겠다. 집권 여당은 국민의힘이기 때문이라며 폭우로 배수로에 토사가 쌓였을 가능성이 큰데 더 큰비가 내리기 전에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차원의 재난 대응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 후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함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찾아 3~4월에는 건조한 날씨 탓에 전국이 산불로 시름했는데, 지금은 또 기록적인 극한성 국지 호우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앞으로 어느 한 곳도 안전한 지역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재난 안전에 대한 여러 가지 우리의 생각도, 판단의 기준도 대비책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박 의장은 당정 차원에서도 새로운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필요한 입법, 예산 지원이 적절히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우포늪에서 배운 자연의 힘

장마철을 맞아 물이 불어나면서 고기잡이가 중단된 우포늪에서 명물인 늪배들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에 도착하니 적막감 속에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한겨울이면 철새 울음소리로 가득 찬다는 우포늪은 여름이면 마름과 개구리밥이 물 위를 메워 우리가 상상하는 제대로 된 늪의 형태를 갖춘다. 가끔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메아리를 만들어 내며 평온한 분위기를 더했다.

 

개구리밥을 가득 품은 우포늪의 명물 늪배는 자연과 하나가 된 듯 평화로워 보인다. 이 배들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배를 오래 사용하기 위해 물속에 보관하는 이곳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늪 주변으로 난 산책길을 걷다가 우거진 넝쿨 속에서 우포늪의 명물인 늪배를 발견했다. 새벽녘 일출 때 이 배를 탄 어부의 그물 걷는 모습이 우포늪을 상징하는 풍경이었기에 어부 없는 늪배가 조금은 낯설었다. 장마철을 맞아 안전 때문에 조업을 중단한 어부가 물가에 조용히 매어 놓았으리라. 강가였으면 혹시나 떠내려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겠지만 허술하게 매어 놓은 늪배를 보고 있으니, 이마저 우포늪의 운치를 더해주는 평화로운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포늪은 여름이면 마름과 개구리밥이 물 위를 메워 우리가 상상하는 제대로 된 늪의 형태를 갖춘다.

 

전국적인 비 피해로 마음이 어수선한 지금 우포늪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우포늪이 홍수를 예방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포늪은 오래전 낙동강이 범람하면서 자주 물난리가 난 곳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물과 함께 몰려온 토사가 제방을 만들고 배후습지인 우포늪을 만들어 냈다. 지금은 홍수에는 물을 저장해 주변 농지를 보호하고, 가뭄에는 주변으로 물을 공급하는 조절 기능까지 하고 있다. 우포늪에서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배운다.

 

장마철을 맞아 물이 불어나면서 조업을 중단한 우포늪에서 명물인 늪배들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사용후핵연료 이미 꽉 찼는데정부 '신규 원전 건설' 쐐기

산업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방향 논의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직접 언급논의 착수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등 없어 논란 예고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추진을 직접 언급하며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 절차에 착수했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 전력 수요 확대 요인이 새로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고리원전 등의 사용후핵연료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영구저장시설 부지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원전 확대 정책만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제4차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내년부터 2038년까지 적용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전기본은 정부가 전력 수요 관리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2년마다 수립하는 중장기 로드맵이다. 10차 계획은 ‘2036년까지 원전 비중 34.6%로 확대를 골자로 지난 1월 확정됐다.

 

이날 산업부는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못 박았다.

산업부는 신규 원전 도입 등으로 비용 효율적인 전원 믹스(비중)를 구성하는 합리적인 전력 공급 능력 확충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10일 개최된 에너지위원회에서 참석 위원들이 신규 원전 건설을 제안하자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전력정책심의회에서는 산업부 스스로가 해당 방안을 언급하며 본격적인 논의를 예고한 것이다.

정부가 신규 원전을 짓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용인에 구축하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첨단산업 신규 투자 데이터센터(DC) 확대 전기차 확산 등에 따라 향후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7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예상 전력 수요가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산업부는 신규 원전 도입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본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만큼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찬반 양론과 별개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등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 수요 대응에만 초점을 맞춰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이다.지난해 말 기준 고리원전(1~4호기 및 신고리1·2호기 모두 포함)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87.5%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32년이면 100%에 달한다.

 

이마저도 조밀저장대(사용후핵연료를 촘촘히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한다는 가정하에 나온 전망이다. 설치하지 않으면 이보다 빠른 2028년에 100%가 된다.

 

하지만 영구처분시설은커녕 중간저장시설 설치 부지를 확보하는 것조차 국가적 난제로 인식된다. 고리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놓고도 주민 반발이 지속된다. 이처럼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가 새 원전을 짓겠다고 나서면서 시민단체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산업부는 이날 전력정책심의위 보고를 시작으로 이달 말부터 총괄분과위 등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가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제11차 전기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청파·공덕동 연결해 4100가구 대단지 통합 재개발보행로·공원 잇는 신통기획 확정

청파·공덕동 일대 신속통합기획 3개 단지 통합 조감도. 서울시 제공

 

용산구와 마포구가 맞닿은 청파·공덕동 일대 노후주택 단지가 최고 30, 4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대단지로 재개발된다. 서울역 인근 도심 진입부라는 입지와 남산 경관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비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청파동189-18 일대(용산)와 공덕동 11-24, 115-97 일대(마포) 등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3개 단지, 2개 자치구가 걸친 부지를 하나의 도시로 묶는 통합적인 계획을 목표로 보행로와 녹지, 교통체계, 경관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데 초점을 뒀다. 노후주택이 비율이 70%에 달하는 청파동을 비롯한 대상 구역은 뉴타운과 도시재생, 공공재개발 등 여러 정비사업이 추진됐으나 구릉 지형 등으로 실질적 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이에 이번 신통기획을 통해 대상지 서쪽 만리재로와 동쪽 청파로 사이 좁고 급경사인 도로를 정비하고 공원과 통로 등으로 보행로, 녹지 축을 연결하는 기반시설을 확보한다.

청파·공덕동 일대 신속통합기획 보행로와 녹지 연결 체계. 서울시 제공

 

구역별로 보면 82360규모의 청파동 일대는 지역 내 최대 60m까지 나는 높이차로 인해 보행로 연결이나 차량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1·27층인 용도를 2종주거지역으로 상향한다.

 

최고 25, 1900가구가 들어서는 단지는 학교 인근이나 청파로변에 중저층을 배치하고 경사지 단차로 인해 과도한 옹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데크형 대지를 만드는 등 지형에 맞춘 계획을 수립했다. 동서 간 도로와 동서·남북 간 보행로도 연결한다. 구릉 지형의 좁은 도로는 완만한 유선형으로 재정비하고 대상지 남쪽에는 동서로 이어지는 푸른언덕(청파)길 공원을 조성해 남산이 보이도록 할 계획이다.

 

82586규모의 공덕동 11-24 일대 역시 만리재로와 접한 구릉지로 표고차 45m 이상의 경사지형이어서 보행 환경이 열악하다. 특히 만리재로변 옹벽 등으로 주변과 단절돼 있다. 이번 신통기획에 따르면 만리재로변 높이 약 4m, 연장 약 100m에 달하는 옹벽을 철거해 폐쇄적인 가로환경 개선한 열린 단지로 조성될 수 있도록 했다.

 

최고 30, 1530가구 안팎이 들어설 단지는 주출입구와 가로변에 근생시설 등을 배치해 만리재로를 활성화하고, 공공보행통로를 연결할 계획이다.

청파·공덕동 일대 신속통합기획 위치도. 서울시 제공

 

경관심의 대상지가 아닌 지역에 기획설계 없는 첫 신통기획 자문사업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는 공덕동 115-97 일대는 29972규모로 만리재길과 만리재옛길로 둘러싸인 삼각형 부지다.

 

경사지인 지형을 고려해 인근 공덕동 11-24 일대 신통기획 대상지, 기존 재건축 사업지인 공덕1구역과 공공보행통로를 연계해 보행 동선을 마련한다. 최고 25, 680가구 단지는 만리재옛길쪽으로 연도형 상가가 배치돼 생활 가로를 만들 예정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연접한 청파·공덕 일대에서 신통기획 동시 추진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 보행녹지, 생활기반시설 등도 폭넓게 연계해 계획했다연내 정비계획 결정이 완료되고 신통기획 절차 간소화에 따라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 사업시행계획 통합 심의로 사업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도봉구, 서울시 최초 반려식물 문화 조성·지원 조례제정

반려식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에 따라 조례 제정 필요성 대두

 

반려식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봉구가 관련 조례안을 제정해, 반려식물 육성에 나섰다. 서울 도봉구가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반려식물문화의 조성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조례안을 제정공포했다.

 

이번 조례는 반려식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구민의 반려식물 육성을 장려하고 지원함으로써 구민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제정됐다.

조례에는 제정 목적, 반려식물의 정의, 구청장의 책무, 추진 및 지원사업, 홍보 및 협력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는 조례를 기반으로 반려식물 보급 원예 관련 교육·체험프로그램 운영 반려식물 관련 전시회, 경진대회 등 행사의 개최 개인, 기관·단체에 예산의 범위 내에서 필요한 비용지원 반려식물 관련 기관 및 단체 등과 협력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앞서 구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어르신 452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을 보급하고 원예치유 활동까지 지원하는 반려식물 보급사업추진을 시작했다. 지원 대상 수로 보면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사업은 홀몸어르신 등 생활환경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고독감과 우울감을 낮추고 정서적 안정감과 삶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이번 조례 제정으로 반려식물문화 조성에 대한 행정·재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앞으로 이번 조례 제정을 발판 삼아 더욱더 많은 구민이 반려식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지원정책을 수립,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_주선영 기자 · 라펜트

 

 

기후변화로 북극 식물플랑크톤 서식지 변화"어장도 바뀐다"

극지연구소·부경대학교·포항공과대학교 공동연구

북극해 주변 담수 유입량 변화를 고려한 식물 플랑크톤의 계절별 농도 변화량

 

북극 바다로 유입되는 강물이 늘면서 북극 해양생물 자원의 분포가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이 연구소 양은진 박사 연구팀은 부경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2016년 이후 북극 축치해와 동시베리아해로 유입되는 강물의 양을 측정하고 해양 순환과 생태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그린란드 북동부 바렌츠-카라해에 주로 분포하던 북극 식물플랑크톤의 서식지가 강물이 다량 유입되며 미래에는 동시베리아-축치해로 이동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로 북극 주변 얼어있던 땅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전에 없던 많은 양의 담수가 강을 따라 북극해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의 일차 생산자인 식물플랑크톤은 그 수가 많을수록 좋은 어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식물플랑크톤 서식지의 변화는 곧 어장의 변화로 이어져, 그린란드 북동부 바다의 어족 자원들이 러시아와 캐나다 북부의 어장으로 이동할 가능성 역시 높을 것으로 풀이된다.

 

극지연구소는 "북극해 해양생태계에서 주변 지역 강물의 유입 효과를 확인한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3월에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 6차 보고서에는 북극 강물 유입 효과가 다뤄지지 않았다""이번 연구 결과가 반영된다면 미래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6월 게재됐다.

chacha@yna.co.kr

 

 

“BRT 구간을 녹지축으로 만들자지역 환경단체 추진

부산 그린트러스트 전구간 조사

- 가로수 확충 등 기후위기 대응

- 향후 시에 정책제안서 제출키로

 

부산의 BRT 구간을 녹지축으로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프로젝트를 구상 중인 시민 환경단체는 구체적인 현장 조사를 거쳐 부산시에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시내버스가 해운대 원동IC에서 올림픽교차로 3.7km 구간을 달리고 있다. 전민철 기자

 

19일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이달 말부터 부산 BRT 노선 전구간 (30.3)에 대해 시민모니터단과 함께 현장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모니터단은 부산 BRT 구간인 내성교차로~해운대구청어귀삼거리(10.4) 내성교차로~서면 광무교(5.9) 서면 광무교~서구청(7.9) 서면교차로~주례교차로(5.4) 정류장의 구간별 수종과 식재량 등을 파악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부산그린트러스트가 부산의 주요 중심부를 관통하는 BRT의 기능과 역할에다 녹지축을 더해 기후위기에 부응하고자 시작됐다.

 

부산그린트러스트 관계자는 도시는 탄소 배출의 주요 진원지로, 이를 저감하기 위해 전기차 수소차 출시 등의 노력은 있지만 급격한 전환은 쉽지 않다극복 방향은 탄소 배출 최소화와 더불어 탄소 흡수원인 자연재의 도입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내부의 녹화 확대가 필요한데, 이는 시내 주요 중앙대로와 간선도로의 탄소 흡수원인 가로수 확충과 수직벽 가로정원 등의 확충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단체는 다음 달까지 시민 모니터단과 현장 조사를 마친 후 해외 사례 등을 수집하고 관련기관 인터뷰 등을 거쳐 적절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부산 BRT 구간 도시 선형녹지축 전환 타당성에 대한 세미나등을 통해 내용을 공론화 하고 시에 정책제안서를 제출한 뒤 시의회 조례 제정을 제안할 계획이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부산그린트러스트-BIKY, 나루공원 기후정의 어린이 비키숲조성

상록 활엽 관목류 100그루 식재

비키숲에서 관목류를 식재하고 난 후 기념사진 촬영한 BIKY에 참석한 해외 참석자 /사진제공=()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지난 713일 오전 APEC 나루공원 북단 그린큐브 공원 경계부에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이하 BIKY)에 참여한 국내외 참석자들과 함께 상록 활엽 관목류를 식재했다고 밝혔다.

 

어린이 기후정의 비키숲은 지난 2022년 어린이날 해방선언이 선포된 지 100주년 되는 해에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어린이의 미래를 책임지는 각오로 매년 BIKY 개막에 맞춰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비키숲 조성 목적은 어린이들을 경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각오와 다짐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비키숲 조성 대상지는 2022년 신한카드의 후원으로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조성한 에코존 약속정원(400, 생물다양성 증진과 기후위기 대응 차원)의 경계부로 곰솔이 식재 약 350이 조성됐으며, 공원의 바깥 가장자리 동쪽은 수영강변대로가 서쪽은 수영강이 흐르고 있다.

 

이번에 조성될 비키숲은 교목층인 곰솔 군락 하부에 부산해안 식생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동백과 사스레피 등의 음수형 상록활엽 관목류를 식재해, 공원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경관적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특히 비키숲 조성은 다층의 식물경관 연출과 종다양성 증진 기여하는 공간의 재창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탄소흡수원 숲으로 자리매김 차량의 이동량이 많은 곳으로 신호대기 중인 차량으로부터 배출되는 배출가스와 소음으로부터 차단효과 등을 주고, 비키숲이라는 이름을 부여함을 통해서 비키숲이 추구하는 기후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확대·재생산해 기후정의 미래세대 권리를 상징하는 장소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우천으로 인해 비키숲 조성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관계자 단체사진 /사진제공=()부산그린트러스트

 

한편 올해 어린이 기후정의 비키숲 조성행사는 BIKY 영화제 기간과 맞물린 우천으로 인해 2번의 연기를 거듭해야 했다. 또 행사에 참석하는 해외입국자들의 귀국 시점을 고려해야 했고, 무엇보다 농장으로부터 식재목을 굴취하고 이송하는 과정이 비와 전체 일정간의 배치와 맞지 않아 곤혹스럽기도 했다.

 

이에 관계자들은 비키숲 조성에 대한 메시지 전달과 실천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한편, 식재는 상징적으로 최소 그루만 심고 추후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위원회와 ()부산그린트러스트 협의 하에 별도의 날을 잡아 식재하기로 협의했다.

[부산=환경일보] 권영길 기자

 

 

50년 넘게 단절된 금북정맥 다시 연결된다

금북정맥 천안 목천 생태통로 예상도. 충남도 제공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50년 넘게 단절된 천안 목천 '금북정맥'이 생태통로 조성을 통해 다시 연결된다.

 

도는 18일 천안시청에서 안재수 도 기후환경국장과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 박상돈 천안시장, 박건태 한국도로공사 건설본부장,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이 '천안 목천 생태축 복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에 따라 이들 기관은 2026년까지 393억 원을 들여 단절 구간에 길이 98m, 30m의 생태통로를 조성한다.

 

금북정맥은 경기도 안성 칠장산에서 남쪽으로 태안권 지령산까지 이어지는 240구간의 산림생태축으로, 백두대간에서 분기된 한반도(남한) 9개 주요 정맥 중 하나다. 천안 목천 금북정맥은 충남의 생태계 기능 유지에 중요한 핵심 생태축이지만,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시도 22호 도로 설치로 복합 단절돼 야생동물 유전자 격리 등 문제가 발생해 왔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천안시가 2021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단절 구간 연결·복원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예정구간이 천안~당진간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합류되는 분기점인 탓에 공사를 위해 교통을 차단하면 국민불편이 커지고, 사업비도 과다 소요된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이 중단됐다.

이에 도와 천안시는 올해 초부터 환경부, 한국도로공사, 국립생태원과 수 차례 협의한 끝에 차량 통행 불편 해소와 안전 확보, 사업비 절감 등의 방안을 도출했다.

 

안재수 도 기후환경국장은 "목천 금북정맥은 도의 단절된 생태축 가운데 복원 시급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생태통로가 조성되면 야생 동·식물의 서식과 이동을 도와 궁극적으로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가격표 붙은 멀쩡한 것도산더미처럼 쌓인 '버려진 옷

유행이 지나거나, 싫증이 나서 무심코 버리는 옷들이 기후에 악영향을 줍니다. 불필요하게 더 만들어진 옷들이 많이 버려지면서 그만큼 탄소 배출도 많아지기 때문이죠. 오늘(18) 밀착카메라는 버려진 옷이 산더미처럼 쌓인 현장에 가봤습니다.

[기자]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입니다. 마을은 말 그대로 '옷 무덤'입니다. 소들이 풀 대신 옷으로 배를 채우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리켓/환경운동가 : 이것은 브랜드의 문제입니다. 많은 브랜드가 최대 40%까지 과잉 생산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수출한 헌옷의 일부일 뿐입니다. 우리나라도 해외로 보냅니다. 경기 파주의 한 의류수출업체입니다. 이른바 옷산이라고 부르는 이곳 창고엔 매일 50여톤의 옷들이 들어옵니다. 전국 150여곳의 의류재활용수출업체 중 옷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입니다.

 

[송연희/의류재활용수출업체 대표 : 크기가 안 맞는다든지 유행이 지났다든지 입지도 않은 옷을 버리기도 하거든요. 많이 들어올 때는 (하루) 100톤도 들어오기도 하는데] 가격표가 그대로 붙은 옷도 있습니다. 버려진 옷을 직접 확인해보니 한번도 입지 않은 새옷입니다. 누군가 샀다가 그대로 버린 걸로 보입니다.

 

[최경희/의류재활용수출업체 직원 : 그냥 무의식적으로 버리는 것. 이게 문제에요. {가장 비싼 옷은} 20만원, 30만원. 티셔츠 한 장에.] 이렇게 전국에서 모이는 헌옷은 1년에 30만톤이 넘습니다.

 

[송연희/의류재활용수출업체 대표 : 기름이 묻었다든가 피가 묻었다든가 이런 옷들은 재활용이 어렵고. 신발 같은 경우는 짝이 안 맞는 경우엔 재활용이 안 돼요.]

이렇게 분류한 뒤 90%는 해외로 보냅니다. 2%는 국내 중고매장으로 나머지 8%는 대부분 태워집니다. 한 옷에 여러 재질이 있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가장 간편하면서 가장 많은 양을 처리하고 있는 방법이 태우는 거예요. 비행기가 날아다니면서 배출되는 총 탄소의 양보다 의류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훨씬 많다.] 불필요하게 많이 만들면서도 탄소가 나오는데, 처리할 때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해외로 수출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배재근/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 : 저개발 국가엔 소각장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매립이 되고 있고. 분해가 안 되면서 미세플라스틱화되는 나쁜 영향을 줄 수가 있죠.]

이제는 의류 생산도, 소비도 습관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빨리 입고 빨리 배출하게 되면 의류 쓰레기 발생량이 증가하게 되는 거니까 민폐 덩어리죠.]

의류 산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불리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합니다.

많이 만들고 빠르게 버려지는 옷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JTBC]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하나... "이럴 줄 알았다

일본, 18일 한국 기자 간담회에서 압박민주당 "윤석열 정부 적극 도움에 거리낄 게 없나

제주시 조천읍 함덕 어민들로 구성된 '내가 이순신이다 제주본부' 회원들이 6일 오전 함덕리 정주항 앞바다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2023.7.6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철폐를 압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럴 줄 알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며 윤석열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19일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에 동의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일본이 우리나라에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철폐를 요구하겠다는 속내를 밝혔다"고 언급했다. 그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어제 일본 정부는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연 설명회에서 EU의 일본산 식품 수입금지 철폐를 언급하며 '한국에 대해서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이럴 줄 알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오염수를 방류해도 괜찮다는 IAEA 결론에 우리 정부가 동의할 경우 국제통상법에 따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주장하는 우리 정부의 논리가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고 누누이 지적해왔다""하지만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은 별개의 건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국민의 우려와 불안을 '괴담' 취급하며 국민 세금으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했다"고도 지적했다.

 

"일본 측, 한국 기자에게 '오염수' 표현 부적절하다 지적까지"

이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에 힘입어서인지 일본 정부도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어 보인다""어제 설명회는 '비공식'이라며 보도 목적의 촬영이나 녹음을 금지했고 심지어 우리나라 기자에게 '오염수' 표현 사용은 부적절하다고 지적까지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일본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철폐를 공식적으로 요구한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국민이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한 달 간 이어온 '후쿠시마 오염수 11질문 브리핑' 마지막 시간에서도 거듭 정부가 진짜 중요한 문제엔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은 후쿠시마 수산물 금지를 유지할 근거가 무엇인지,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생물 방사능 농축 우려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이 사전검토됐는지, 핵심설비 ALPS의 성능이 제대로 검증됐는지, 오염수 방류가 IAEA 안전지침에 위배되는지 등을 물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특히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왜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는지 물었다""윤석열 정부는 이 역시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답변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애초부터 오염수 방류를 막을 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미 답을 정해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도 방사성 물질을 장기간 해양 방류하는 일의 결과를 예측하고 예단할 수 없다""그것이 바로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박소희(sost)

 

일본 "한국 측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공식 요청했다"

일본이 오늘(18) 한국 기자들만 따로 불러 간담회를 열고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우리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은 별개라고 선을 그어왔지만, 일본은 노골적으로 압박해 올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화상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정식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측에 (수산물 수입 재개를)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요청 사실을 밝힌 건, 이달 초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과정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발표한 뒤 처음입니다. 일본은 지난 5월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이 다녀간 뒤, 수산물 수입 재개 필요성을 주장해왔습니다.

 

[노무라 데쓰로/일본 농림수산상 (지난 5) : 이번 시찰은 처리수(후쿠시마 오염수) 조사가 중심이라 들었지만 수입 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부탁하고 싶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와 수산물 수입 문제는 별개"라며 별도의 공식 요청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일본 측이 다른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수산물 수입 재개를 언급한 적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이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먼저 밝히면서, 앞으로 정식 협의 요구가 커질걸로 보입니다./ JTBC

 

정권에 물대기’ 4대강 감사정책 타당성, 할 때마다 극과 극

4대강 표적 감사 논란

20233월 말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4대강 보의 물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영산강 유역 4대강 보의 물은 수질이 나빠 생활·공업용수로 쓸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에 따라 영산강에 지어진 승촌보.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로 23조원을 들인 4대강 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를 받았다. 13년에 걸쳐 5차례나 시행된 감사는 매번 바뀐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놓는다는 비판에 부딪쳤고, 정책 타당성을 둘러싼 갈등은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20일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가 금강·영산강 보 해체가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타당성·신뢰성에 한계가 있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물관리기본계획상으로는 보를 해체해야 하는데, (그 근거인) 경제성 분석이 부정확한 자료로 이뤄졌으니 다시 분석해 보 처리 방안에 반영되게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엔 분석 기준에 따라 공주보·죽산보는 해체하면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세종보는 해체의 경제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 결과도 담겼다. 지난 3월 광주·전남 지역 가뭄이 극심할 당시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와, 그에 이어진 환경부의 “4대강 16개 보 물그릇으로 활용방침에 부합하는 결론인 셈이다.

정부별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반이었던 20187, 감사원은 4대강 사업 수립 과정과 환경영향평가 등 추진 절차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감사원은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해 이를 종결짓겠다4대강 사업 추진 전 과정은 물론 수자원 확보 효과와 수질 개선 등 사업성과 분석도 실시했다. 그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환경부가 부정적인 분석 결과는 숨기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사업을 밀고 나간 정황을 밝혀냈다. 불리한 의견은 삭제하고 조류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환경영향평가가 협의되거나, 준설·보 건설 사업 등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일괄 면제된 점도 확인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4대강 사업 경제성 분석 결과에선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21, 비용보다 효용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전남 나주시 구영산대교 아래 영산포 앞에서 영산강 프로젝트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명박 정부 때만 두번 이뤄진 감사는 시점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달랐다.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다음해인 20101월 이뤄진 감사는 초기 단계의 사업 계획·집행 과정을 살폈다. 당시 감사원은 과거보다 홍수에 더 안전하게 하천이 관리되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가 제대로 이행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125월 시작한 감사에선, 보 등 주요 시설물과 수질 관리 및 유지 부문에 모두 낙제점을 줬다. 감사원은 설계 부실로 16개 보 중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비효율적 준설계획으로 과다한 유지관리비용 소요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인 20131월부터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의 입찰담합 실태를 감사했다. 이때도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에 입찰한 건설사들의 담합 사건 처리를 임의로 늦추고, 국토교통부는 건설업체에 담합 빌미를 주는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미호강 범람이 환경단체 탓?보수언론, 홍수에 4대강 끼얹기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의 직접 원인으로 꼽힌 미호강 미호천교.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미호강 범람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환경단체 책임론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려던 하천 준설이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바람에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을 옹호해온 보수언론들이 이번 참사에 책임이 큰 지자체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여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조선일보><중앙일보> 등은 20홍수대비 미호강 준설 사업, 2년 전 환경단체 반발에 막혔다’ ‘범람한 미호천교 부근, 강폭 넓히기 공사 중단만 안했어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15일 집중호우 당시 오송 일대를 물바다로 만든 미호강 범람에는 미호천교 아래 임시제방 축조와 관리를 부실하게 한 행정복합도시건설청의 잘못뿐 아니라, 2021년 하천 바닥 준설을 반대한 환경단체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을 본격화했다. 충청북도가 20219월 미호강 지류 15곳에서 퇴적토 등 준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환경단체 반발에 막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하천 준설은 4대강 사업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환경단체가 따라다니며 파헤치지 마라고 반발하니 사업은 늘 제자리걸음이라는 충북도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한겨레> 확인 결과 환경단체 때문에 준설을 못 해 강이 범람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조선일보 등이 언급한 2021년 미호강 준설 계획은 그해 914일 충청북도가 내놓은 미호강 프로젝트’ 11쪽에 나온다. 보강천·성암천 등 지방하천 5, 수석천·여천천 등 소하천 10곳의 오염된 퇴적토를 제거하고, 인공습지 5곳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다음날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배 띄우고 놀이공원 짓겠다는 미호강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성명을 낸 건 맞지만, 여기엔 준설 반대같은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오히려 미호강 수질 개선 다음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수량·친수공간 확보가 아니라 홍수 완화를 위한 저류 공간 확보라고 적시했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성명·기자회견 등에서 단 한번도 미호강 준설을 반대한 적은 없다. 괜한 트집이라고 했다. 이근홍 충청북도 하천정비팀장도 “2020년 이후 미호강 준설 관련 환경단체 등의 민원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준설을 하지 못해 홍수 위험이 커졌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백경오 한경대 교수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준설 직후엔 담수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얼마 못 가서 흙으로 메워지기 때문에 홍수 예방에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최근엔 하천을 파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천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더 물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미호강에서도 홍수 예방을 위해 병목 지점인 미호천교 일대의 강폭을 350m에서 610m로 확장하려던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오송-청주 도로 확장 공사, 충북선 개량 공사에 밀려 중단됐다. 이 공사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주관했는데, 행복청은 이번 미호강 범람의 가장 직접적 원인인 임시 제방 축조도 함께 했다.

 

충북지역 환경단체 풀꿈환경재단 등이 참여한 미호강유역협의회는 이날 병목 지점인 미호천교 일대 강폭을 확장하는 사업을 제때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미호강 범람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미호강 제방 붕괴 원인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단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최예린 기자 sting@hani.co.kr

 

 

2023년 여름 지리산 난개발 리포트

골프장, 케이블카, 산악열차 등 지리산을 향한 각 지자체의 개발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발 여론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리산은 누구의 것인가.

6211만 그루 소나무가 잘려 나간 전남 구례군 산동면 골프장 예정지에서 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생명평화기도회가 열렸다.시사IN 조남진

 

수명을 다한 굴삭기 고무벨트가 산 중턱에 버려져 있었다. 아직도 땅은 굴삭기에 파인 자국으로 선명했다. 얼마나 많은 나무가 잘려 나갔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지리산국립공원과 겨우 170m가량 떨어진, 고개를 들면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목인 성삼재가 올려다보이는 곳이었다.

 

3월 말 어느 아침이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사포마을 주민 박홍진씨는 산책을 나왔다가 마을 뒷산 소나무 숲이 통째로 사라진 걸 목격했다. 한 군데가 아니었다. 뒷산 곳곳 소나무 숲이 잘려 나갔다. 벌목 작업을 하던 인부들에게 물어보니 소나무 재선충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상은 딴판이었다. 구례군청에 확인해보니 이 일대 약 21(63500)에 대한 벌채가 허가된 상태였다. 축구장 30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28일부터 시작된 벌목은 5월 초까지 계속됐다. 당초 허가 기간은 430일까지였으나 시한을 넘겨 무단 벌목했다. 잘려 나간 나무는 1만 그루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사진 숲을 훼손한 만큼 당장 장마철을 맞아 산사태도 염려된다.

 

이곳은 골프장 예정지다. 323일 구례군은 시행사 피아웰니스, 시공사 삼미건설과 구례온천CC 조성사업(가칭)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산동면 관산리 일대 150(45만 평) 부지에 27홀 규모로 대중제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지리산국립공원 접경에 최초로 골프장이 들어서는 셈이다. 전북 남원시나 경남 하동군에 골프장이 있기는 하지만 지리산과는 꽤 떨어져 있다. 골프장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최초의 지리산 골프장이라는 점이 중요한 홍보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포마을과 다랑이논의 전경. 마을 뒤에 골프장 예정지가 있다.시사IN 조남진

 

골프장 건설 위해 나무 1만 그루 베었나

문제는 이곳이 생태·환경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생태·자연도 1등급 숲을 벌목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환경부가 고시한 골프장의 중점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평가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생태·자연도 1등급 해당 여부와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 여부가 골프장 허가에서 중점 평가항목이다.

 

물론 실제로 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갔을 때에는 골프장 건설을 위해 의도적으로 나무를 잘라냈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례군이 벌목 허가를 내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생태·자연도 1등급 숲의 많은 부분이 사라진 만큼 결국 골프장 허가가 용이해질 수 있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우려다. 벌목 허가가 이뤄진 시점도 문제다. 산림자원법 등이 바뀜에 따라 올해 6월부터 20이상의 대규모 벌채는 민관 합동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벌목은 그 직전에 이루어졌다. 관련 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 구례군이 급히 벌목 허가를 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골프장 예정지인 구례군 산동면은 본래 지리산온천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1997년 전라남도 첫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후 온천 휴양지로 인기가 높았다. 지금은 다 옛말이다. 대표적 온천시설이었던 지리산온천랜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고, 인근 숙박시설과 식당도 적잖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곳 지리산온천랜드의 소유주가 지리산 골프장 예정지의 소유주와 같은 인물이다. 외지 출신으로 수십 년 전부터 산동면 일대 땅을 사들인 김 아무개씨와 그 자제들이다. 그리고 골프장 시행사인 피아웰니스의 임직원 명단에도 이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환경단체인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지리산사람들)’은 구례군이 산림 보전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벌목 허가 등을 통해 골프장 개발업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 것 아니냐며 지난 5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사포마을 곳곳에는 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 걸려있다. 시사IN 조남진

 

골프장 건설을 두고 산동면의 풍경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쇠락한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상가에는 지리산 골프장 건설을 환영한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골프장 건설로 죽어가는 상권이 되살아나리라 기대하고 있다. 반면 골프장 예정지와 가까운 사포마을 풍경은 정반대다. 골프장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깃발이 마을 전체를 휘감고 있다.

 

마을이 생긴 지 450년에 달하는 사포마을은 뒤로는 지리산을, 앞으로는 섬진강 지류를 끼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다랑이논으로 유명해졌다. 봄에 논에 물이 찼을 때, 가을에 누렇게 벼가 익었을 때 각각 달리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다랑이논에서 수확하는 쌀은, 마을 사람들에게 주요한 먹거리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잔디 관리를 위해 살포하는 농약과 제초제에 오염된 물이 다랑이논으로 흘러들 것을 우려한다. 자칫 오염된 논으로 낙인이 찍힐 경우 다랑이논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마을 주민으로 이루어진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올해 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공모전에 다랑이논을 응모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매년 시민공모전을 통해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문화 유산을 발굴해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새만금 수라 갯벌과 가덕도 숲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리산온천광관단지 상가에는 찬성 현수막이 걸렸다.시사IN 조남진

 

621일 오후 다랑이논을 마주하고 있는 마을 공터에서 하지 축제가 열렸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를 맞아 열린 마을 축제지만 주제는 따로 있었다. 지리산 골프장 반대다. 마을 주민들이 파전과 막걸리 등을 준비했고 각지에서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만큼이나 청년들이 많았다.

 

이들은 남원 실상사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등에서 자연친화적 삶을 공부하고 지리산에 터를 잡은 청년들이었다. 평소에는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하고 지역에 환경 이슈가 생기면 달려가 힘을 모은다.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는 골프장 반대운동 등 지리산을 지키는 운동에 이들 청년의 참여가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원래 이날 하지 축제에서는 마을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축제 전날 구례군 산동면장이 학생들의 축제 참가를 막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골프장에 반대하는 마을 행사를 못마땅하게 여긴 행정 당국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결국 이 공연은 열리지 않았다.

 

지역 여론은 뒤숭숭하다. 323일 구례온천 CC 업무협약 직후 구례읍내에 골프장 건설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400여 개나 나붙었다. 421일 군민의날에는 각 지역 체육회가 골프장 지지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입장하기도 했다. 관에서 총력을 기울여 밀어붙이는 만큼 불만이 있어도 목소리를 내는 주민은 많지 않다. 마을 축제 직전 골프장 예정지에서 열린 생명평화기도회에 참석한 구례성당 이요한 신부는 골프장 문제로 예민해져 지역에서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나는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개인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라고 말했다.

 

산동면의 개발 이슈는 골프장만이 아니다. 지리산온천단지를 출발해 노고단 인근 종석대(1360m)까지 오르는 3.1케이블카도 추진 중이다. 과거에도 구례군은 이 지역에서 케이블카를 추진한 바 있는데, 환경부가 노고단을 둘러싼 생태경관 보전지역과 600m 이상 떨어지도록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리자 이를 반영해 재추진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환경부가 공익성 등에서 부적합하다며 이 사업을 다시금 반려했지만 지리산 케이블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구례군은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노선과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국립공원 밖인 구례읍에서는 또 다른 케이블카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구례읍 봉서리에서 섬진강을 건너 오산(541m) 사성암 인근까지 2.34구간을 운행하는 케이블카 사업이 그것이다. 사성암은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암자인데, 절경으로 소문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구례군은 2025년 운행을 목표로 이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결국 구례에서만 두 개의 케이블카와 한 개 골프장이 추진 중인 셈이다.

 

친환경산악열차의 환경훼손?

구례읍에서 차로 30분을 달리면 도 경계를 넘어 전북 남원시 주천면 육모정에 닿는다. 육모정은 지리산국립공원 구룡탐방지원센터 인근에 있는 정자다. 산세가 아름다운 곳에 있어서 예로부터 지리산 서북권의 명소였다. 육모정에서 해발 1172m 정령치에 이르는 산악도로는 한계령을 방불케 할 만큼 험준하다.

 

이곳에는 산악열차가 들어설 예정이다. 산악열차는 말 그대로 산에서 운행하는 열차다. 육모정에서 출발해 고기삼거리를 지나 정령치까지 이어지는 13.22구간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친환경 전기열차를 운행할 계획이다. 기존 도로를 폐쇄하고 그 위에 트램 형태의 궤도를 깔아 한겨울에도 열차를 타고 설경을 즐길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탄소 감축과 지역관광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 남원시 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본 산악열차 예정지는 위험 요소가 적지 않았다. 우선 이 지역은 상습 산사태 발생 구역으로, 곳곳에 산사태 방지막이 설치돼 있었다. 이런 길에 무게 50t이 넘는 산악열차가 운행할 경우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낙석 방지 시설을 강화하고, 산악열차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다리를 새로 지으려면 당초 사업비 1100억원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 전망이다.

 

경제성 논란도 심각하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애초에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42회 운행하도록 계획돼 있었다. 문제는 산악열차 노선이 상하행선이 구분되지 않은 단선이라는 점이다. 한 대가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올라오는 다른 열차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시간 안배를 적절히 해야 한다. 육모정에서 정령치까지 13.22를 운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8. 현실적으로 하루 13시간 동안 42회 운행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주옥 지리산사람들 대표가 전북 남원시 정령치 전망대에서 산악열차 계획구간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근원적인 문제도 있다. 13.22구간 중 9.5가 국립공원 구역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산악열차를 운행하려면 남원시가 국립공원계획변경을 신청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지적이 잇따르자 남원시는 국립공원 밖지역인 고기삼거리-고기댐 구간 1만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발 1172m 정령치까지 오르는 한국판 융프라우 산악열차라는 홍보는 쏙 들어갔다. 남원시 관계자는 경제성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13.22전체 구간 사업 추진은 일단 멈춘 상태다. 지금은 시범사업 설계에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리산 일대가 사실상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산악열차 기술의 실험장이 되고 마는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시범사업인 만큼 자동차가 다니고 있는 기존 도로를 폐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궤도를 깔기 위해서는 멀쩡한 도로 옆에 궤도용 도로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 케이블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환경훼손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친환경 산악열차라는 말이 무색하다. 남원시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간 중 가로수 등 일부 환경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만약 시범사업 이후 산악열차 사업에 전망이 없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윤주옥 지리산사람들 대표는 궤도를 깐 도로와 산악열차 차량은 거대한 흉물과 고철덩어리로 남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원시에는 케이블카 계획도 있다. 운봉읍 허브밸리에서 바래봉까지 2.1구간이다. 10여 년 전부터 케이블카를 추진해온 남원시는 바래봉까지 케이블카를 올린 후 그 위에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까지 세운 바 있다. 산악열차 추진 이후 케이블카 사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남원시 측이 명시적으로 사업을 포기한다고 밝힌 적은 없다.

 

지리산은 1967년 국내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육상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으로, 둘레가 320나 된다. 경남 하동·함양·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그림을 보자. 지리산에 속한 각 지자체가 이 산을 두고 어떤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정리했다. 이번에 찾은 구례와 남원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 역시 저마다 케이블카 따위 사업계획을 들고나왔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속한 경남 산청군은 시천면 중산리에서 장터목 인근 구간에 케이블카를 놓는다는 계획이다. 산청군은 아예 케이블카 추진 전담 부서까지 만들었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서는 주민들이 먼저 나서 지리산 케이블카 유치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리산 남쪽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향하는 노선이 산청군의 계획이라면, 함양군의 계획은 북쪽인 백무동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계획이다.

 

경남의 두 지자체가 각기 케이블카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지난 3월 박완수 경상남도 도지사는 도 차원에서 지리산 케이블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경상남도가 산청군과 함양군을 잇는 세계 최장 규모 케이블카를 추진한 이후 재도전이다. 경상남도 관광개발과 관계자는 지리산을 둘러싼 여러 지자체가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터라 영남권 하나, 호남권 하나 정도가 현실적일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2016년 계획에 비해 길이는 크게 줄어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의 경우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라는 슬로건 아래 가장 야심차게 지리산 개발계획을 추진해왔다. 하동군 화개·악양·청암 3개 면 일원에 산악열차 12, 케이블카 3.6, 모노레일 2.2등을 설치하고, 지리산 형제봉 정상에 미술관과 천문대, 5성급 호텔 등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완화가 필수였다.

 

지리산 향한 각 지자체의 개발 욕망

그러나 격렬한 찬반 논란 끝에 하동군이 요청했던 규제완화가 무산되자 민간 사업파트너였던 대림건설(DL건설)20213월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5성급 호텔 건설 등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 좌초되자 스스로 손을 뗀 것이다. 20228월 하동군은 전체 사업비 165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을 감당할 민간 투자자가 나타날 때까지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지리산 개발은 이처럼 각 지역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진 이유가 있다. 지난 2월 환경부가 강원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이후 지리산을 낀 지자체들이 설악산은 되는데 우린 왜 안 돼?”라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들고나왔다. 더욱이 문제는 내년 총선이다. 지역 여론이 이미 들썩이는 만큼 지리산을 끼고 있는 각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파격적인 개발 공약을 제시할 공산이 커졌다.

 

기후위기 대응의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는 개념 중에 자연기반해법이 있다. 거창하거나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탄소포집 등 인위적인 기술개발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이야기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때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31개 국가가 자연기반해법을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삼기로 했다.

 

국내에서 자연기반해법을 첫 번째로 적용할 수 있는 곳은 두말할 것 없이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이다. 그러나 2023년 여름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본연의 자연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그 당사자 중 하나인 구례군은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흙 살리기운동에 나섰다. 유기농법으로 건강하게 형성된 흙의 탄소저장 능력이 뛰어나다는 캠페인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61일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29개 시민·환경단체는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환경부 관계자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 할 말이 있으면 문서로 접수해달라는 말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처음 겪는 일이라고 했다.

시사인 구례·남원 이오성 기자

 

폭염에 유럽 일주일 새 1만명 사망WHO “각국 대책 세워라

목이라도 축이자  역대급 폭염으로 중국 베이징 기온이 28일 연속 35도를 넘긴 지난 19일 한 시민이 더위에 지친 듯 벤치에 누워 물을 마시고 있다. AP 연합뉴스

 

불볕더위 피해 커지자 경고

·유럽·연일 40~50도 육박

·그리스선 일 못해폭염파업

이달 최고기온 경신 1500

건강 취약층 모니터링 강화필요

 

세계보건기구(WHO)가 북반구 3대륙을 강타한 폭염에 각국 정부는 취약 계층 피해를 관리할 강력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라19(현지시간)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대륙 기온이 연일 40~50도에 육박하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처럼 이상기후로 인한 사상자 역시 관리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탈리아나 그리스에서는 불볕더위에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이른바 폭염 파업이 속출하며 기상이변으로 인한 경제 올스톱위기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네이라 WHO 환경·기후변화·보건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네이라 국장은 특히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자들과 당뇨병 환자, 임산부, 어린이, 노숙자들이 폭염에 취약하다폭염은 분명히 모든 기존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각국 정부가 취약 계층의 건강 이상 증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라 국장은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탈()탄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3개 대륙을 뒤덮은 불볕더위로 목숨까지 잃는 사례가 잇따르자 WHO 차원에서 각국 정부를 향해 직접 경고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일주일 새 유럽 전역에서만 11000여 명이 더위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이 감염병 수준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올여름 슈퍼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평균 대비 2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까지 예상돼 더위는 쉽사리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이번 달에만 미국 전역에서 최고기온을 경신한 사례가 1500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폭염으로 악명이 높은 데스밸리가 53도까지 치솟았고, 라스베이거스도 46도를 넘나들고 있다. 이에 지난 17일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서는 델타항공의 애틀랜타행 여객기가 3~4시간 정도 이륙이 지연되자 기내에 있던 승객 일부가 온열 질환으로 의식을 잃어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무더운 날씨에 유럽 곳곳의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날 그리스 현지 매체 그릭시티타임스에 따르면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직원 노조는 20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아크로폴리스는 최근 기온이 45도를 기록하자 임시 폐쇄한 바 있다. 역시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이탈리아에서는 자동차 배터리 등 부품 생산 기업 마그네티마렐리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숨 막히는 더위가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뜨거워진 지구싼 항공권

과거에 비해 혁신적으로 저렴해진 항공권 가격이 더 많은 비행 수요를 유발해 지구 온난화를 촉진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비슷한 행선지를 오가는 기차표 가격이 항공권 가격의 2배에 달한다고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린피스는 총 9일 동안 총 211개 노선에 대한 티켓 가격을 비교한 결과 79개 노선에서 철도 여행이 항공 여행보다 평균적으로 더 큰 비용이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심한 경우 영국 런던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갈 때 기차를 타면 비행기를 탈 때보다 최대 30배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운동가들은 유럽의 저렴한 항공권과 비싼 기차표가 환경을 오염하는 교통 행태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면서 이는 항공업계에 대한 터무니없는 세금 우대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은 등유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비행기 값에도 세금을 거의 물리지 않는다.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럽 정부들이 지난해 항공에 세금을 적게 부과하는 바람에 342억유로(49조원)의 손실을 봤으며, 이러한 '택스 갭(tax gap·제대로 납부되지 않은 세금)2025471억유로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피스의 기후 운동가 로렐라이 리무쟁은 "10유로(15천원)짜리 항공권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과 납세자들이 실제 값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인들은 지구와 사람들을 위해 기차 비용을 더욱 저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린나에우스 대학에서 항공의 탄소배출을 연구하는 스테판 예슬린 교수는 "간단히 말해 비행기를 타면 보조금을 받고, 기차를 타면 높은 가격과 종종 더 긴 여행 시간으로 벌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비행이 기차 여행에 비해 환경 오염을 더 많이 일으킨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항공 산업이 세계 탄소 관련 오염의 약 2.5%를 일으키며, 지구 온난화를 악화하는 다른 가스들도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각국 정부에 기후 대응에 도움이 되는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기후 티켓'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해 바다 연속지진 원인 분석했더니대규모 단층대 존재 가능성

- 지질자원연, 동해 연속지진보고서

- 단층면의 역단층 운동으로 발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지진을 분석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지난해 10월 괴산지진과 올 2월 튀르키예 대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4~6월 동해 해역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해저지진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지난 515일 동해시 동북동 약 60km 해역에서 발생한 국지(리히터)규모 4.5 지진과 423일 이후 620일까지 총 232회의 지진에 대한 주요 분석 정보를 담은 동해(강원) 연속지진보고서를 발간했다.

 

동해 연속지진 분석 연구팀은 동해 해역에서 발생한 연속지진의 특성과 동해 주요 단층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고자 지진 자료와 동해 해저 단층 자료 분석을 수행했다. 특히 지난 2019419일 같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3 지진과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분석했다.

 

이번 동해 해역 지진은 423, 처음 일어나, 21일 후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에 일어난 지진들은 파형 간 유사성이 높았는데 이것은 지하 발생 위치와 단층 운동이 유사함을 나타낸다. 515일 규모 4.5 본진은 약 17~19km 깊이에서 발생했으며, 단층면해는 북북서-남남동 주향을 가지고 서남서 방향으로 경사하는 단층에서 역단층(주향 186, 경사 40W) 운동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4.5의 본진은 2019년에 발생한 지진과 동일 단층면에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되며, 2019417일부터 2023620일 사이 발생한 지진 중 재결정된 104개 지진의 진원은 약 18km 깊이에서 반경 0.3km 이내에 분포한다. 진원 분포의 주향과 경사도 본진의 단층면해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지진발생 현황과 2023423일부터 동해 연속지진 발생 현황.[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동해 연속지진은 연안의 퇴적층 두께를 고려했을 때 퇴적층보다 깊은 지각 깊이에서 발생한 것을 확인했으며, 서남서 방향으로 진원 깊이가 깊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깊은 지각 속의 지구조 운동으로 인한 응력의 축적과 해소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동해 해저는 동-서 방향의 지구조 운동에 의한 압축력을 보이고 있으며, 동해 지진의 단층면이 역단층을 보이는 것이 동북동-서남서 또는 동-서 방향의 압축력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기존에 잘 알려진 후포단층, 울릉단층 등과는 거리가 있지만 울릉 단층의 북쪽 연장으로 추정되는 일부 소규모 단층대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큰 규모의 단층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정밀한 해저물리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동해 연속지진의 발생으로 육상뿐만 아니라 해저에도 대형지진 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연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지진의 예측은 어렵지만, 육상과 해저의 지진 위험지역 연구를 통해 국가와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nbgkoo@heraldcorp.com

 

영구동토층 녹으니 지옥의 입벌리는 바타가이카 분화구

드론으로 촬영한 바타가이카 분화구. 로이터 연합뉴스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 위치한 바타가이카 분화구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을 통해 현재 바타가이카 분화구의 상황을 보도했다.

 

러시아 극동부 베르호얀스크에 있는 바타가이카 분화구는 현지주민들이 지옥의 입이라 부를 정도로 무시무시한 크기와 모습을 자랑한다. 전체길이는 약 1km, 깊이는 100m에 육박하는데 하늘에서 보면 주위를 삼키려 혓바닥을 내민 모습처럼 보일 정도. 이 때문에 바타가이카 분화구는 새계에서 가장 큰 영구동토층 분화구이기도 하다. 이 분화구는 1960년대 주변 숲 개간 중 토지가 가라앉으면서 형성됐으며 온난화로 눈이 녹고 홍수가 발생하면서 그 크기는 매년 커지고 있다.

하늘에서 본 바타가이카 분화구의 전경

문제는 이 지역이 영구동토층이라는 점이다. 영구동토층은 월 평균 기온이 0이하인 달이 반년 이상 지속돼 영구적으로 얼어붙어 있는 상태의 땅을 말한다.러시아의 경우 영토의 약 65%가 영구동토층으로 분류된다.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생기는 특이한 현상은 한 두가지가 아닌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수만 년 간 얼어붙어 있던 동물이 발견되는 것이다. 과거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약 14000년 된 멸종된 털코뿔소와 4만 년 된 늑대 머리 등이 발굴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깊은 땅 속에 묻힌 어마어마한 탄소와 치명적인 병원균이 지표로 방출된다는 점이다.

위성에 포착된 바타가이카 분화구

 

특히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탄소가 대기 중으로 유입돼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온실가스로 변하는데 이는 다시 기후의 온도를 높여 지구온난화를 야기한다. 이같은 우려에도 바타가이카 분화구는 인류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줄려는듯 해마다 크기가 커지고 있다. 위성데이터 상으로는 매년 평균 10m 씩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쿠츠크에 위치한 영구동토층 연구소 니키타 타나나예프 수석 연구원은 "분화구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은 위험의 신호"라면서 "미래에는 기온이 더욱 상승하면서 앞으로 영구동토층이 사라질 때 까지 이같은 분화구를 더 많이 보게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현지 주민들도 피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으면서 이미 러시아 북부와 북동부 지역은 도로가 휘고, 집이 부서지고, 파이프라인이 붕괴하는 피해를 입고있는 것.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대형 산불이 더욱 기승을 부려 지역 내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4대강 재자연화, 감사원 흔들고 환경부 보 존치로 접나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환경부의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다고 감사원이 결론냈다.

 

감사원이 20일 문재인 정부 당시 금강·영산강 보 해체결정에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이 개입했고, 이들이 잘못된 경제성 분석 결과로 보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한 특정단체들이 무리하게 결정한 보 해체·상시 개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되풀이된 다섯번째 감사로, 앞서 4대강 사업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네 차례 감사를 또 뒤엎은 것이라 당혹스럽다.

 

감사원은 18개월간 진행한 감사에서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 개방 결정을 이끈 ‘4대강 조사·평가단의 기획·전문위원회(4대강 위원회) 전문위원 43명 중 25(58.1%)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인사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도해 편향된 심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는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한 과정을 무시했고, 기존 평가를 뒤집을 만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결론은 부실하고, 코드·정치 감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2~4차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부합하지 않고 경제성도 없다고 했고, 국토교통부·환경부에 환경영향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따라 물관리 정책의 환경부 이관,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추진했다. 4대강 자연성을 회복하는 위원회 구성에 녹조·수질 문제를 오랫동안 지적한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이들이 적절한 인사를 추천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위원회 구성 문제를 들어 보 원상복귀결론을 낸 건 전문가들의 공익 활동을 경시·위협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4대강 위원회가 잘못된 경제성 분석으로 보 해체를 결정했다면서도 타당한분석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4대강 보 처리 방안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보 해체가 경제성이 높다는 결론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여권은 4대강 사업 부활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부는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 개방 결정을 재심의해달라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 하고, 당정은 환경부 물관리 업무를 국토교통부로 재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국가 물관리 정책 근간을 허물어뜨리고 국정 안정성만 해칠 뿐이다. 극한호우에 실정으로 국민들의 상심을 키워놓고, 언제까지 전 정권을 희생양 삼는 정치를 하려는 건지 묻게 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강과 하천 보 설치는 통수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자 4차 감사의 핵심 결과이다. 감사원이 바람 잡고, 정부가 밀어붙이려는 ‘4대강 사업 부활시도를 멈춰야 한다./경향

 

죽음의 폭우반복에도 대책 미비기후위기는 유행이 아니다

경북 산사태 피해

 

90년대 이후 대형 산사태 4

기후재난 대책 재구성 필요

인명피해 방지최우선 목표

농산지 대피 매뉴얼 정비해야

지난 15일 드론으로 촬영한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산사태 현장. 이번 호우에 주택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곳으로 마을 뒷산 산태골 계곡 위쪽 9부 사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주택 10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산이 무너졌다. 경북 예천·영주·봉화 등이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다. 16명이 죽고 2명이 실종됐다. 장마가 폭우로 돌변하면서 경북 북부를 할퀴고 간 것이다. 물이 토석과 만나면서 중력에 의해 밀려 내려간 모습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산속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토석류는 크고 작은 바위와 20m가 넘는 나무 등이 엉켜 아랫마을로 내려갔다. 이번 산사태 피해 중에서 토석류가 가장 크게 휩쓸고 간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는 마을이 있던 자리가 크고 넓은 계곡이 펼쳐진 것처럼 모양이 변했다. 주택과 농경지, 도로가 하천까지 그대로 긁혀 나갔다. 농업용 트럭을 비롯해 승용차·트랙터·콤바인·굴착기 등이 장난감처럼 흙더미에 처박혔다. 집과 농업창고 등 건축물의 지붕 외벽 철판과 철골은 부러지거나 찌그러져 있었다. 마을 전체가 피해를 당한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감천면 벌방리, 은풍면 금곡리 등을 방문했을 땐, 주민들과 눈빛을 마주치기가 송구한 분위기였다. 직접 피해를 입은 주민이나 무사했던 주민이나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정부, 기후위기를 유행으로 인식

714일 경북 북부 지역의 호우는 오후부터 시작됐다. 봉화·영주 곳곳에서 오후 4~5시부터 도로의 아스콘이 빗물에 침수되기 시작했다. 밤이 되고부터 비는 더 강해졌고 산사태는 15일 새벽에 터졌다. 산사태 피해는 백두대간을 끼고 있는 지역(문경·예천·영주·봉화)에 집중됐다. 소백산 자락인 예천군과 영주시를 거쳐서 태백산 자락인 봉화군까지 피해가 나타났다. 인명 피해가 컸던 예천군 효자면(옛 상리면) 백석리는 백두대간 주 능선이 마을에서 1.2떨어진 곳이다. 영주 삼가리도 4.7거리다. 백두대간 산줄기에 갇혀 뭉쳐지기 시작한 비구름은 저녁부터 덩치를 더 키웠다. 예천에서 동북 방향으로 흘러가듯이 쏟아진 폭우는 곳곳에서 산사태를 발생시키면서 영주와 봉화로 흘러갔다.

 

720일 현재 조사 중인 산사태 현장은 문경·예천·영주·봉화 등에서 150여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예천 금곡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농경지나 과수원 등 생활 공간 위쪽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금곡리에선 한국수력원자력의 양수발전소 관리시설에 산사태가 나면서 2명이 숨졌다. 발전소 관리도로의 노반 3곳이 무너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을 덮친 전형적인 인재였다. 앞으로 정밀한 원인 조사를 통해 산사태 발생의 인과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다. 산사태는 최초 발생 지점이 중요하다. 어디서 터졌느냐가 물리적 양상은 물론이고 원인까지 규정짓는다. 산사태의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장대하다. 빗물이 토석과 만나 중력에 내몰릴 때 폭발적인 힘으로 아래의 모든 것을 쓸어 버리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던 대형 산사태는 모두 4차례였다. 19967월 철원 산사태로 5사단과 15사단 등 국군 장병 41명이 사망했다. 2011726~28일 서울 우면산 산사태로 17명이 죽었다. 그해 727일엔 춘천 마적산이 무너져 인하대 학생 등 13명이 숨졌다. 20208월에는 전남 곡성에서 5, 경기 가평에서 3명 등 전국에서 12명이 세상을 떠났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강우의 양상은 점점 강해졌고 2020년 여름 폭우는 기후위기가 한반도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겪으면서 정부는 교훈을 찾고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변한 것이 없음을 2023년 예천·영주·봉화가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변하지 않는 것은 인식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고 시대적 유행 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계절이 바뀔 때부터 외국에서 전해 오는 기록적인 기후재난의 참변을 남의 일로 생각한다. 기후위기에서 재해재난은 적응대책에 포함된다. 그런데 환경부의 기후위기 적응대책에는 산사태건 산불이건 구체적인 문제의식과 고민이 거의 없다.

지난 15일 경북 예천군의 한천이 범람해 은풍면의 군도인 은풍로가 유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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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취약지구? “부동산값 떨어져

올해 피해 지역인 예천 백석리와 벌방리는 산사태 취약지구가 아니었고 산사태 방지시설도 없었다. 주변 산지가 사유지라 예천군과 경상북도는 지구 지정과 시설물 설치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산사태 정책과 대책은 국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유지는 산사태 위험과 시설물을 공식화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저항이 있었다. 정부도 국회도 법 개정을 통해서 사유지에 적극적인 산사태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산불은 대형화·일상화해도 인명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사태 인명 피해는 오히려 늘어났다. 이번 장마도 경북·충남·전북에서 기후위기 재난의 양상을 똑똑히 보여줬다. 경북 산사태 피해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경고음을 울려주고 있다. 치수, 산지 관리를 기후위기 적응대책 차원에서 전면 재구성하라는 요구다.

 

산사태 대책의 최우선 목표는 주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고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피해 발생 지역 복구 중심이 아닌 피해가 발생해도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세밀한 매뉴얼이 가동돼야 한다. 호우예보가 있으면 읍·면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에 측정된 강수량을 확인하고 움직여야 한다. 일일 강우량이 30이상이면 읍·면 단위로 재난 문자를 발송하는 것이다. 산사태 경고 대피 문자를 발송하면서 대피 위치도 특정해 전파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의 재난 문자는 시·군 단위 추상적인 내용뿐이었다. 또 읍·면사무소는 이장들과 실시간 소통하면서 곧바로 대피 지시를 하고 취약한 곳은 읍·면 직원이 직접 마을로 출동해야 한다. 산사태 위험이 큰 농산촌에는 인구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책의 결심만 있으면 가능한 방법들이다.

 

지금까지 산사태 재해를 겪으면 정부는 항상 과거 대책의 연장선에서 접근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같은 참사를 맞이했다. 국토의 64%가 산지인 우리 현실에서 산사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재해재난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주민들의 협력에 따라 인명 피해는 현격히 줄일 수 있다. 우리의 경제력과 사회 수준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충분히 가능하다.

·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최근 2년 동안 꿀벌 200+α가 사라졌다

··인간·지구에 대한 일곱 가지 생각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200+α가 넘게 사라진 꿀벌,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위기가 발생하고 꿀벌보다 많은 야생벌, 그리고 더 많은 꽃가루매개자가 멸종되면 생태계가 붕괴한다. 이런 와중에 꿀벌 집단 실종의 이유가 밀원(蜜源), 먹을 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밀원숲 조성 확대 정책을 펴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게 정말 벌을 위한 것일까? 지금까지 진행된 산림청과 지자체의 밀원숲 조성 사업은 멀쩡한 숲을 베어내고 단일종의 나무를 심는 수종갱신사업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숲을 단순화하고 황폐화해 생물다양성 훼손을 야기한다. 꿀벌 살리자는 대책이 야생의 천연림 숲을 파괴하여 생태계를 파괴한다.

 

서울환경연합과 생명다양성재단은 생태전환도시포럼을 열었다. 정부의 밀원숲 확대 정책이 왜 위험한가? 벌을 비롯한 꽃가루매개자들을 위한 진짜 밀원숲이 있다면 무엇인가? 포럼에 참여한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홍석환 부산대학교 교수의 이야기를 최진우 위원이 정리했다.

꽃가루매개자들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국제NGO'폴리네이터 파트너십'의 포스터(2020) 이미지. 폴리네이터

 

꿀벌 집단실종, 드러나지 않는 피해자는 누구인가

작년에 이어 꿀벌이 다시 대규모로 사라졌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농가에서 키우던 꿀벌 중 56.3%, 208억 마리가 자취를 감추거나 폐사하였다.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했던 과수농가에 피해가 확산되어 과수의 생산량과 품질에 차질이 생기고 가격이 인상될 위기에 처했다. 더 중요한 점은 꿀벌의 집단실종 현상이 양봉산업과 농업경제에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꿀벌에 몰입되는 시선을 내려놓고 꽃가루매개자 전체를 봐야 한다.

 

꿀벌뿐 아니라 꽃가루를 옮겨주는 동물은 많다. 야생벌, 파리, 등에, 나비, 나방, 풍뎅이, 모기 등 수많은 종의 곤충이다. 박쥐나 새도 기여한다. 야생벌만 해도 호박벌, 좀뒤영벌, 쌍살벌, 왕가위벌 등 국내에만 4천 종이 넘게 존재한다. 지구상에 다양한 식물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식물들마다 꽃가루를 운반해 주는 특별한 종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양봉꿀벌은 꿀 생산을 위해 도입된 외래종이고 가축으로 관리되고 있다. 야생동물은 가축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1990년 이래로 곤충 개체수가 전 세계적으로 25%가량 감소하였다. 지난 20년간 보라매공원, 한강공원 등에서 야생벌이 90% 이상 줄어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봉꿀벌 개체 감소가 산업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 발표했다. 그 이유는 꿀벌 개체수가 사육장에서 다시 회복되고 꿀 생산량이 예년 수준보다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꿀을 따오는 꿀벌 가축만 볼 뿐, 다양한 야생벌을 비롯한 꽃가루매개자 곤충의 피해를 보지 않는다. 꿀벌이 꿀을 많이 따오면 생태계가 좋아진 거라고 어떻게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꿀벌 200+α의 실종! 꿀벌이 그만큼 사라졌다면 한반도의 4000종 넘는 야생벌들의 피해는? 그보다 많은 꿀벌매개자들의 피해는? 꿀벌은 그들 중 하나일 뿐이다. 꿀벌만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지켜야 한다. 김소희

 

꽃가루매개자가 사라진다면

세계 야생식물 종의 90%, 식량 작물의 75% 이상은 동물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벌은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곤충학자에 의하면 벌 중에서 꿀벌이 30%, 나머지 야생벌이 70%의 꽃가루받이를 담당한다고 한다. 꿀벌은 양봉농민이 벌통에서 집단으로 키우고 관리하지만, 야생벌은 땅을 파서 알을 낳거나 토양 표면 근처나 땅 위의 속이 빈 식물 줄기에 둥지를 만들고 단독 생활하는 종류도 많다.

 

유엔은 2017년 꽃가루매개자의 중요성과 그들이 직면한 위협과 지속가능한 발전 기여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520일을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로 지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벌을 비롯한 꽃가루매개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국내에서 종종 '세계 꿀벌의 날'이라 소개되는데, 야생벌까지 포함하기에 '세계 벌의 날'로 불러야 한다.

 

벌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를 익히 들어왔다. 그러나 벌은 재배작물뿐만 아니라 야생식물과 조경식물의 수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쁜 꽃이 사라지는 차원을 넘어서 수많은 식물 종이 더 이상 씨를 맺지 못하고 사라질 테니, 육상 생태계는 심하게 변형되고 빈약해질 것이다. 식물은 모든 먹이사슬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야생벌이 멸종한다면 '멸종 소용돌이'를 촉발하여 큰 생태계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물과 꽃가루매개자의 수가 함께 감소하면 상호관계를 맺어온 생태계 먹이사슬이 붕괴하여 상호 멸종을 일으킨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인류의 식량 생산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 다양한 꽃가루매개자를 보호해야 한다.

야생식물의 90%, 식량작물의 75% 이상이 다양한 꽃가루매개자 동물에 의지한다. 벌 중에서는 꿀벌이 30%, 야생벌이 70%의 꽃가루받이를 담당, 벌의 멸종은 식량위기와 직결되고 생태계 전체의 공멸로 이어진다. 김소희

 

누가 범인인가

벌이 줄어든 이유는 개발에 따른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와 집약적 농업으로 먹이원 식물의 감소, 농약에 만성적인 노출, 외래 곤충 질병의 전파 등 인위적인 스트레스가 조합된 산물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 기생충 응애를 제때 방제하지 못한 농민의 탓으로 돌리지만 그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살충제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농약 문제를 언급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60년이다. 이 책의 영향으로 미국은 1972, 유럽은 1978, 세계적으로 2004년에 DDT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레이첼 카슨이 농화학 업계와의 전투에서 이겼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전쟁에서는 결코 아니었다. 농약 사용을 옹호하는 이들은 최신 농약은 금지된 기존 농약보다 사람과 환경에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을 펼친다. 현실에서는 그 농약이 안전하지 않다고 밝혀질 때까지 계속 사용된다. 안전성 문제가 확인되면 선진국에서 금지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널리 쓰인다. 그사이 수많은 야생생물과 사람은 이유도 모른 채 죽어 나간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곤충의 뇌를 공격하는 신경독소로 DDT 7천분의 1에 불과한 양으로도 꿀벌을 죽일 수 있다. 벌이 즉시 죽지 않더라도 항법능력이 손상되고, 바이러스에 취약해지고, 여왕벌 수명이 단축되고, 수벌 생식력이 감소하고, 벌집 내 일벌의 돌보는 시간이 감소하는 등 준치사 효과를 발생시킨다. 농약에 의한 영향은 벌을 허약하게 만들어 여러 스트레스 요인의 상호작용 피해를 증가시킨다. 소규모로 모여 살거나 단독생활하는 야생벌의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피해가 더 크다. 우리가 자연에 가하는 화학적 공격은 전쟁이라기보다는 대량 학살에 가깝다. 야생동물이 급감하고 있는 게 놀랄 일이 아니다.

꿀벌군집붕괴를 부르는 잠재적 원인은 전자파, 제초제와 살충제, 인공사육에 의한 유전변이 부족, 환경 변화와 단일 밀원 섭취, 잦은 벌통 임대와 이동 등이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의 생태계 오염은 주범의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김소희

 

꿀벌 먹이 밀원숲을 확대하자?

지난 518, 그린피스 한국사무소와 안동대 산학협력단은 꿀벌을 위해 여의도 면적의 1034배에 달하는 최소 30ha의 밀원숲이 필요하므로 15ha를 추가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0년간 꿀벌의 먹이가 되는 밀원 면적이 약 70% 감소하여 현재 15ha 수준이고, 아까시나무림의 면적은 30년간 89% 감소하여 밀원숲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다. 양봉단체와 양봉학계, 정부에서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나무를 심고 숲을 늘리자는 주장은 대개 의심없이 환영을 받는다. 기후·생물다양성 위기 시대에 숲을 늘리자는데 누가 반대를 할까. 그런데 그 조림정책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가리고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해법으로 위장된다면, 실상 자연숲을 파괴하고 야생벌을 비롯한 생물다양성을 손실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먹이가 부족한 게 정말 사실일까? 아까시나무가 대폭 줄었는데 양봉꿀벌은 왜 대폭 늘어났을까? 농약으로 오염된 먹이는 괜찮은가?

 

밀원숲 추가 조성 주장은 국내 양봉꿀벌 250만 봉군(500억 마리)을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도출되었다. 국내 양봉꿀벌 사육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많아도 너무 많다. 국내 양봉꿀벌 밀도가 높다는 걸 문제로 인정하면서도 해결책은 양봉산업 증진이다. 꿀벌뿐 아니라 야생벌을 비롯한 다양한 곤충이 마주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벌꿀 생산량을 확대하는 대책에 가깝다. 공장식 축산에 먹이가 부족하니 옥수수밭을 더 만들어 옥수수를 많이 생산하자는 수준의 대안이다. 옥수수밭을 개간하기 위해 많은 숲이 파괴되고 생물다양성이 손실되듯이 이런 방식의 밀원숲 조성 확대는 지금보다도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야생의 숲 대신 꿀벌 먹일 꽃밭만 확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양봉산업은 흥하지만 생태계는 망한다. 생물다양성 손실을 불러오는 방식의 밀원숲 조성은 어리석은 시도다. 김소희

 

진짜 밀원수

양봉산업 관련 법률에서는 밀원식물로 목본류 25, 초본류 15종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채택한 밀원수는 벌꿀 생산량에 중점을 둔 것들이다. 양봉산업 증진을 위해 이해할만한 접근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현실은 헛개나무, 피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밀원수가 혼재되어 살아가는 활엽수 숲은 밀원수 통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밀원숲은 조림지에만 적용되고 있다.

 

벌이 살기 위해서는 꽃가루도 중요하다. 꿀벌의 수명과 질병 면역력은 다양한 꽃가루(단백질) 공급원에 달려있다. 자연숲에는 여러 종류의 자생식물들이 있고, 다양한 꽃가루매개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결국 우리가 처한 위기를 해소할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우리보다 앞서 벌 보호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해외에서는 벌의 먹이식물을 '꽃가루매개자 친화적 자생식물(pollinator-friendly native plant)'이라 소개한다. 꽃가루가 많은 참나무류, 버드나무와 꿀이 풍부한 기타 낙엽활엽수가 국내의 공식적인 밀원수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건 벌의 생태적 건강성보다 양봉업과 임업 증진에 비중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안정화된 자연숲이 다양한 벌의 건강한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꿀과 꽃가루뿐만 아니라 나무에서 나오는 다양한 진액들, 오래된 나무나 썩은 나무의 동공 등을 통해 다양한 꽃가루매개자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위도와 유사한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에서는 참나무류, 단풍나무류, 층층나무류, 벚나무류 등이 벌에게 도움되는 중요한 식물종으로 소개된다. 밀원숲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지 않더라도 자연숲 안에는 수많은 밀원수들이 자라나고 있다. 아까시나무가 줄어들었어도 자연스레 자생종 나무들이 증가하여 벌이 알맞게 살아갈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꿀벌도 그렇지만 특히 야생벌에게 중요한 먹이는 꽃의 꿀만이 아니라 꽃과 나분의 화분, 썪어가는 나무들(서식처 역할도 겸함), 수목의 진액, 꽃식물과 수목에 맺히는 물방울 등 다양성을 가진 야생의 숲 전체에서 나온다. 김소희

 

자연숲을 밀어내는 인공 밀원숲

국내의 밀원숲 조성 사업은 대부분 숲을 신규로 늘리는 게 아니라, 멀쩡한 자연숲을 해체하고 단일종 위주의 인공적인 숲을 만드는 사업이다. 다양한 야생벌과 곤충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이들의 서식지를 망가뜨린다. 정부는 헛개나무, 피나무 등 자생종 위주로 다양한 밀원수를 심겠다고 주장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최근 밀원숲 조성 통계의 대부분은 벌꿀 생산량이 적은 백합나무로 채워졌다. 꿀 생산량이 많은 밀원숲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되어 온 자생 밀원수를 베어내는 건 생태학살에 가깝다.

 

우리가 마주한 이 위기는 단순히 벌의 위기가 아니다. 꿀벌과 야생벌, 그리고 꽃가루매개자 곤충들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데 초점을 맞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은 먹이자원 확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위기와 변화에 완충능력을 가지는 온전한 서식지가 중요하다. 다양한 꽃가루매개자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식물이 많아야 하는데, 벌채와 간벌, 하층식생을 반복적으로 제거한다면 생태계를 훼손하는 꼴이다. 이건 소를 많이 기르기 위해 산의 나무를 잘라내고 초지로 만들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대응이 과연 꿀벌에게도 도움이 될지 의문이며, 야생벌과 다양한 생물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린피스 한국사무소의 밀원숲 확대 정책 제안에 지지를 표명했던 저명한 곤충학자 데이브 굴슨은 생명다양성재단 김산하 박사와 몇차례 서신교환을 통해 다음과 같이 알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꿀벌과 야생벌 그리고 다른 꽃가루매개자들에게 더 많은 꽃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지라도, 저는 밀원수를 심기 위해 자연숲을 벌채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자연숲은 생물다양성과 탄소저장고로 중요하며,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자연숲을 베거나 훼손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천연의 야생숲을 밀어내고 아까시 같은 꿀벌 밀원용 단일림 숲을 조성하는 정책은 꿀 생산을 늘려 얻는 이용보다 식물 꽃가루매개자들과 천연림에 피해가 압도적으로 크다. 사진은 충청북도가 조성한 아까시 밀원숲. 충청북도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들

꿀이 부족하여 벌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꿀이 많아도 꽃을 찾으러 올 곤충이 줄어들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촘촘한 생명의 먹이 그물망으로 다양성을 갖추고 농약으로부터 안전한 안정적인 서식지가 중요하다. 밀원숲 확충을 빌미로 벌채와 조림 사업이 확대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오히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확대를 통해 참나무류 및 낙엽활엽수 자연숲 보전을 강화해야 한다. 꽃가루 제공 역할을 포함하여 정부의 밀원수 목록과 정책을 보완하고, 자연숲의 입지와 규모, 식물종 구성을 고려하여 꽃가루매개자 보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꿀벌 실종의 사회적 이슈는 기후변화, 식량위기, 농약, 유기농업, 생물다양성과 연결되어 있다. 도시에서도 꽃가루매개자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 무농약도시는 상상 속에 있지 않다. 30년 전 캐나다 퀘벡의 허드슨은 농약을 금지한 최초의 도시가 되었다. 이후 캐나다 170개 도시가 뒤를 따랐고, 10개 주 가운데 8개 주가 도로변 화단에 농약 살포를 전면 금지했다. 프랑스는 900개 소도시가 '무농약 마을'을 선언했고, 이에 정부도 2020년부터 농업 이외 농약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에서는 도시와 대학을 대상으로 벌 도시 & 벌 캠퍼스(Bee City & Bee Campus)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305개소가 인증되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을 중단하고 비화학적 방제를 시행하며, 꽃가루매개자 서식지를 보전하고, 다양한 시민참여 및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꿀벌을 지키려면 자연숲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꿀벌뿐 아니라 야생생물 전체, 생태계다양성을 살리는 길이다. 김소희

 

작년에 78억 마리 꿀벌이 사라졌고, 이번에는 200억 마리 이상이 사라졌다. 내년에는 어떨까? 뭐 하나 나아진 것이 없기에 더 많은 벌이 죽어나가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꿀벌 집단실종 사태를 양봉산업 증진과 임업적 수단으로만 접근한다면 더이상 열매가 맺히지 않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지구 생물다양성 붕괴를 막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생태계 다양성'에 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함께 사는 길]

 

 

오염수 반대는 탈핵을 주장하지 않고 이길 수 없는 싸움

용석록 탈핵신문 편집위원장

일본 정부 프레임 깔린 용어 그대로 사용 문제기준치 함정에서 벗어나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막지 못하면 더 큰 위협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사고 핵발전소 오염수 방출이 임박했다. 일본은 핵사고 뒤 12년 간 발생한 오염수 약 133만 톤을 최소 30년에 걸쳐 태평양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정치권 공방이 연일 지면에 오르고 있다.

 

탈핵신문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듬해 창간했다. “20113, 가까운 일본에서 그렇게 큰 사고가 났다는 데 (한국 탈핵 운동가들이) 받은 충격이 너무나 컸다. 전역에서 줄줄이 연대체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보를 공유할 매체는 없었다. 그래서 만든 매체다.” 용석록 탈핵신문 편집위원장의 말이다.

 

탈핵신문은 여야 공방을 전하지 않는다. 최근 나온 7월호를 펼치면 오염수 관련 ‘1010이 나온다. 월성 핵발전소 주민의 몸 속 삼중수소 농도와 영향을 조사한 결과 기사가 이어진다. 장을 넘기면 2011년 후쿠시마현에 살던 어린이들 사진이다. 어른이 돼 도쿄전력을 상대로 소아 갑상선암 발병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도쿄전력은 기준치 미만피폭이라며 암과 인과관계를 부인한다. 미국 사바나 리버 핵시설 노동자 피폭 산재를 연구한 소식도 있다. 핵발전의 피해를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사람들의 질문으로 지면을 채웠다.

지난 7일자 탈핵신문.

 

최근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10가지 문답으로 정리한 소책자를 발행했다. 오염수에 어떤 방사능 물질이 포함됐을까. 언론에 오르내리는 다핵종제거설비라 부르는 ALPS는 무엇일까. 정상 가동되는 핵발전소의 방사성 물질과 오염수의 차이는 뭘까. 한 부에 2000원인 소책자는 한 달도 안 돼 3만 부 나갔다.

 

용석록 편집위원장은 소책자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너무나 놀랐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염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어했구나. 실감했습니다.” 그는 오염수 문제는 핵발전 그 자체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 정부는 오염수 투기를 옹호하는 한편 국내에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핵진흥정책을 편다. 오염수 반대는 탈핵을 주장하지 않고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지난 15일 경기 남양주의 커피숍에서 용석록 위원장을 만나 정부와 언론이 오염수 방출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물었다. 울산에 사는 그는 노동운동을 하다 언론사 기자를 거쳐 탈핵운동에 몸담았다. 2017년부터 탈핵신문을 만들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순식간에 1만 부, 정확한 정보 향한 욕구 이렇게 컸구나

- 최근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과 반핵의사회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1010> 소책자를 펴냈다. 초판을 찍은 지 20일 만에 3쇄를 찍었다.

너무 놀랐다. 책자를 판매한다고 광고를 내지도 않았고, 너무 바빠 홈페이지 게시마저 못했다. 텔레그램 소통방을 통해서만 알렸는데 일주일 만에 1만 부가 다 나갔다. 2쇄와 3쇄도 비슷한 속도로 나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느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투기가 초읽기에 들어가니 언론엔 상반되는 이야기들 천지다. 사안을 모르는 독자라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언어가 주는 느낌과 프레임도 있다. ‘다핵종제거설비등 단어다. 기사로 쓰기엔 한계가 있어 책자로 펴냈다.”

 

- 탈핵신문은 어떤 매체인가?

이름 그대로 을 주제로 신문을 만든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창간했다. 20113월 핵사고에 한국 활동가들이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사고 전엔 반전, 반핵이란 단어를 썼다. 나만 해도 핵이 뭔지 잘 몰랐다. 울산에 살고 아주 가까운 곳에 핵발전소가 많았다.

 

사고가 나고 며칠 뒤 활동가들이 설계수명을 넘긴 고리 1호기 폐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를 중심으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라는 연대단체가 생겼고 부산과 광주전남, 고창, 대구, 경주, 경남 등 전역에 줄줄이 생겼다. 그 정도로 후쿠시마 핵사고가 한국에 가져온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한국엔 탈핵 관점으로 정보를 공유할 매체가 없었다. 일본은 이와 달리 탈핵, 반핵 운동이 활성화됐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을 겪었기 때문이다. 원자핵 전공 전문가들도 사회단체와 함께한다. 탈핵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만든 반핵신문이 있다. 한국에도 매체를 만들자고 뜻을 모아 2012년 초 창간 준비호를 냈다.”

 

- 신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다달이 16면짜리 신문을 발행한다. 27명의 통신원이 기사를 쓴다. 이들은 탈핵운동을 하는 활동가들로 경주, 부산, 제주, 청주, 대전, 광주, 고창, 춘천 등 전국에 퍼져있다. 예컨대 대표이사는 서울에, 나는 울산에서 활동한다. 구독료가 연 5만 원인데 늘 적자다. 그래서 후원 개념을 더해 월 1만 원 독자 확대를 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매달 자발적 독자 모임도 있다. 비용을 일부 지원하면서 장려하고 있다.”

 

- 어떻게 핵 문제를 취재하게 됐나.

“2013년 한 지역언론에서 일했다. 이전엔 노동운동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언론에 게재도 했지만 글 기사를 쓰는 건 달랐다. 뭘 써야 할지 방황할 때 핵발전소를 갔다. 너무 충격을 받았다. 고리와 신고리를 모두 가봤는데 주민들이 발전소와 너무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었다. (둘 사이) 이차선 도로 하나 있다. 그 전까지 울산에 살면서도 핵발전소는 너무 먼 존재였다. 그 때부터 시간만 나면 찾아갔다. 처음엔 주민들이 인터뷰도 안 해준다. 왜냐면 언론사를 너무 많이 접했는데 기사도 이상하게 쓴다는 거다. 계속 가니 또 왔냐며 커피를 한 잔 줬다. 그러면서 살아온 얘기와 힘들었던 이야기, 핵발전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 분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됐다. 이걸 기사로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론사를 나온 뒤엔 탈핵신문에서 하고 있다.”

201210월 당시 울주군 서생면 신리 골매마을에서 바라본 신고리 핵발전소 3~4호기. 핵발전소와 마을 사이 도로 하나가 놓였다. 골매마을은 고리1호기 건설 당시 강제이주 당하고, 신고리 3~4호기 건설로 또 한번 강제이주했다. 마을 부지는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울타리 안으로 편입됐다. 용석록 탈핵신문 편집위원장

부산시 기장군 고리핵발전소 앞 월내리. 용석록 탈핵신문 편집위원장

기준치라는 함정, 반박해도 커져

 

방류에서 제거설비까지, 오용에 깔린 프레임

- 기존 오염수 관련 보도에서 가장 큰 문제를 꼽는다면?

아무리 반박해도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주장이 있다. ‘기준치라는 함정이다. 일본 정부나 한국 정부나 기준치에 기댄다. 문턱 없는 선량가설(LNT, Linear Non-Threshold, 문턱 없이 선량에 비례해서 위험성이 커진다는 가설)을 적용해야 하지만, 핵산업계는 반대 주장을 한다. 100밀리시버트 미만 피폭은 암을 유발하거나 인체에 유해한 것이 증명된 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월성 핵발전소만 해도 역학조사 결과 인근 주민의 암 발생율이 먼 거리보다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치 미만 피폭이었다. 그런데 한국수력원자력은 그 암이 방사선 때문임을 증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유튜브 광고로 기준치 이하면 인체에 별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여당과 친원전 전문가들에게서도 계속 나오는 얘기다.”

 

- <1010>은 언론과 정부가 오염수에 대해 잘못 쓰는 용어를 바로잡고 있다.

언론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행위를 방류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책에선 해양투기방출이라고 표현했다. 방류(discharge)는 대안을 모두 고려해 특별한 불확실성이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투기(dumping)는 대안을 모두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버리는 것을 말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사고가 난 시설에서 발생한 데다 녹아내린 핵연료와 직접 닿아 방사성 물질 종류가 많고 독성도 크다. 한국의 여러 언론은 일본 정부 규정을 따라 ALPS다핵종 제거설비라고 부른다. 그러나 ALPS는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지 못한다. 농도를 저감할 뿐이다. 삼중수소와 탄소-14와 같은 방사성 핵종은 아예 줄일 수 없다. 특히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이 64개라 주장하지만 그 외에 확인되지 않은 핵종이 존재한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 전후 농도를 7개 핵종에 대해서만 평가했다.”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과 반핵의사회가 펴낸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1010소책자.

 

- 국제원자력안전기구(IAEA)의 최종보고서를 읽고 먼저 든 생각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는데?

제일 중요한 건 저자의 의도가 담긴 대목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총장은 본문에 앞서 처리수 방류는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며 이 보고서는 해당 정책을 권장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여기 표현된 견해가 IAEA 회원국 견해를 반드시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 사용의 결과에 따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고도 했다. 회원국과 협의하지 않았으며 투기 이후 책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보고서 위상을 규정한 대목이다.

 

그러나 IAEA는 보도자료에선 오염수를 통제하고 점지적으로 방류하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 정부를 비롯한 여러 나라도 ‘IAEA 검토 결과를 보고 우리도 입장을 취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부분을 지적하는 언론은 많지 않다. 오염수 해양투기가 마치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문제없다는 입장만 전달하고 있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놔두고 오염수 얘기만?

초가삼간 불타는데 다른 걱정하는 격

 

- 오염수 문제는 핵발전 자체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왜인가?

일본 정부의 오염수 투기는 전국적으로 싸워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 정부의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추진을 막아야 한다. 후쿠시마보다 더 심각한 사고 가능성과 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수원은 원래대로라면 다음달 설계 수명이 다하는 고리 2호기를 비롯해 3, 4호기 연장을 위한 서류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재해 위협은 커지는데 시설은 점점 취약하다. 기후위기가 오면서 태풍이나 폭염, 폭우가 많아지고 있다. 핵발전소가 몰린 부산과 울산, 경주는 특히 활성단층이 있는 국내 대표 지역이다. 특히 올 4월엔 정부가 이곳에 언제든 지진이 날 수 있는 활성단층이 16개이고 이 중 5개는 설계고려단층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시설을 설계할 때 고려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1~4호기 짓던 1970~1980년대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다면 우리는 후쿠시마와는 비교할 수 없는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일본에 비해 땅이 좁다. 후쿠시마엔 16만 명이 살았지만 고리 핵발전소 반경 30km320만 명의 사람이 산다.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 당사자로, 터전을 잃고, 피폭 되고, 건강을 잃는 피해를 한수원이나 국가가 책임질까? 이 문제를 같이 얘기하지 않고 오염수만 얘기한다는 건 초가삼간이 불에 탈 것 같은 상황에 멀리 있는 이웃집을 걱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정부는 왜 이렇게 오염수 해양투기 옹호에 적극적일까?

총선을 앞둔 정권 다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원전 최강국을 만들겠다는 구호를 걸었다. 핵 진흥 정책을 수정하면 자기 정체성에 타격을 받으니 오염수 문제도 정당화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오염수가 문제 있다며 방출을 반대한다면 핵발전의 위험성도 인정하는 것이 되고,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편 오염수 방출을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강원 삼척, 경북 영덕에 신규 발전소 건설 추진까지 공식화하고 나섰다. 오염수 문제를 안전 문제가 아닌 진영 구도로 만들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