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위험 큰 '도시-야생' 경계지…그곳에 세계인구 절반 산다
부산 도시계획 대수술…강동권에 문화·보건 등 ‘밀착 인프라’
북항 친수공원 위탁관리 부산시설관리공단으로
영구동토층 녹으니 ‘지옥의 입’ 벌리는 바타가이카 분화구
그리스 로도스섬 삼킨 산불 ‘3만명 엑소더스’
‘지옥문 지키는 개’ ‘저승의 뱃사공’…폭염도 이름을 부른다면
‘기후파국’에 맞게 재설계하라
낙동강 녹조 기간 10년만에 2.5배로 늘어…지난해 평균 154일 지속
과학 단체, "7월 극한고온은 분명히 기후변화가 초래
대서양에도 어두운 온난화 그림자…"심층 해류 붕괴 임박“
기후 위기는 건강의 위기고, 약자의 위기다
‘원전 정치화’에 발목 잡힌 ‘방폐장 특별법
온실가스 배출량 3.5% 감소…환경부 ‘탈원전 폐지 덕’ 아전인수
미 매사추세츠 주, 폐기 원전 핵오염수 해양 투기 불허
대한항공, 나무가 숲이 되기까지…몽골 사막에 20년째 나무 심는다
수도꼭지는 누가 잠그나…이상기후의 경고
‘생태’는 진보, ‘환경보호’는 보수? 이념에 갇힌 기후 대응 교육
그리스도상에 비친 ‘기후위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구세주 그리스도상에 22일(현지시간)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1.5도 높아지는 데 남은 시간이 5년 364일이란 ‘기후위기 시계’가 표시되고 있다.리우데자네이루 AFP 연합뉴스
산불 위험 큰 '도시-야생' 경계지…그곳에 세계인구 절반 산다
지난 18일 그리스 코린트 루트라키에 산불이 발생해 인근 주택가를 위협하고 있다. 야생 지역과 도시 사이의 경계지역은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피해 위험이 큰 곳으로 꼽힌다. EPA=연합뉴스
전 세계 육지 면적의 4.7%를 야생과 도시 사이의 경계 지대(wildland–urban interface, WUI)로 분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WUI 내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35억 명이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과 이스라엘 하이파-오라님 대학,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 등의 국제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0년 기준의 전 세계 야생-도시 경계지역 지도를 작성해 공개했다.
개발로 서식지 훼손 일어나는 곳
미국 캘리포니아 치노 힐스 주립공원의 주택지. 야생지역과 도시 사이의 경계에 해당한다. AFP=연합뉴스
WUI는 산불 발생과 위험이 높은 곳이고, 개발로 인해 야생동식물 서식지의 훼손과 파편화, 생물다양성과 탄소 저장의 손실, 개와 고양이로 인한 야생동물 포식 피해, 생태계에 대한 빛과 소음 공해, 동물원성 질병의 사람 감염 등이 나타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토지 관리자, 정책 당국자가 WUI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지에서는 WUI 개념으로 연구가 진행됐으나,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에는 이번에 처음 적용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소스의 자료를 모아서 전 세계 WUI 지도를 10m 해상도로 작성했다.
연구팀은 토지 1㎢당 건물이 6.17개 이상(40에이커당 1개 이상) 들어서 있는 지역이면서, 야생 식생 면적 비율이 50% 이상인 지역을 WUI로 규정했다. 다만, 도시와 직접 접촉하는 '인터페이스 WUI'도 별도로 구분했다.
인터페이스 WUI는 ㎢당 건물이 6.17개 이상이면서, 야생 식생 면적 비율은 50% 미만이고, 2.4㎞ 거리 이내에 숲이나 초지(식생 비율이 75% 이상이면서 면적이 5㎢ 이상)가 있는 지역이다. 2.4㎞(1.5마일) 거리는 산불 불씨가 날아갈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미국 뉴욕주 이스트 노스포트 교외에서 다가구 주택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
인도 크기의 두 배에 해당
전 세계 야생-도시 경계지역(WUI)의 분포. [자료: Nature, 2023]
연구팀은 이런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WUI는 전체 육지 면적의 4.7%(630만㎢)로 산출됐다. 이는 전 세계 도시 면적보다 훨씬 크고, 인도 크기의 두 배에 해당한다. 남한 면적의 63배다. 이 면적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운 35억 명이 거주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식생이 혼재된 '혼합 WUI'에 17억 명이, 인터페이스 WUI에 18억 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WUI 내에는 전체 지상 식물 바이오매스 가운데 4.1%만이 자라는 것으로 집계됐다.
WUI 비율은 지역 별로 차이가 나는데, 남미에서는 WUI가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하지만, 유럽에서는 15%를 차지한다.
또, 유럽과 아시아는 인터페이스 WUI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북미에서는 혼합WUI가 우세한 편이다.
한국은 국토의 47%가 경계 지역
한반도의 야생-도시 경계 지역(WUI) 지도. [자료: Nature, 2023]
연구팀이 별도로 제시한 표를 보면, 한국의 경우 국토의 4만6297㎢(47%)가 WUI로 분류됐다.이에 비해 일본은 28.5%, 중국은 6.5%, 미국 11.4%, 영국 36.2%, 독일 37.3%가 WUI였다.
연구팀은 "WUI에서는 산불 발생이 일어나고, 인수공통전염병이 발생하는 곳이고, 인간과 환경의 갈등이 벌어지는 곳"이라며 "기후 변화에 따라 더 많은 산불이 발생하고, 더 많은 사람과 동물이 접촉함으로써 질병 확산이나 생태계 파괴의 기회가 더 많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3~2020년 산불로 피해를 본 사람들(집에서 1㎞ 이내에서 화재를 경험한 사람들)의 3분의 2 이상이 WUI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에서는 산불의 영향을 받은 인구의 85%가 WUI에 살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이 비율이 55%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WUI에서 미래의 산불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사람의 개발 행위로 인해 WUI 내에서 물 흐름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번 연구에서 산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중앙일보 강찬수 기자
부산 도시계획 대수술…강동권에 문화·보건 등 ‘밀착 인프라’
市 첫 생활권계획수립 용역 추진, 2년간 20억 투입… 9월 착수키로
- 2040도시기본계획의 후속조치
- 시민편의 위한 시설 구축에 방점
- 향후 원도심 등 4개 권역도 진행
부산시가 도시균형발전을 위한 생활권 계획 수립에 나선다. 첫 대상지는 북구 사상구 사하구가 포함된 강동권이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생태공원 전경. 국제신문DB
시는 미래 도시변화를 보여 줄 ‘2040 부산도시기본계획’에 따라 ‘강동권 생활권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용역은 2년간 20억 원을 투입해, 이달 입찰 공고를 내고 계약 절차를 진행해 9월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용역은 현재 도시계획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도시 여건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시행한다. 시가 지난 3월 최종 완성한 2040 부산도시기본계획에서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도시계획 수립을 위해 ‘중생활권’ 개념을 도입하기로 하고 그에 맞춰 도시계획을 수립하기로 한 것(국제신문 지난 3월 16일 자 8면 보도)에 따른 후속 조치다.
용역은 그동안 진행한 도시기본계획과 달리 시민 생활 인프라에 집중한다. 도시기본계획은 해당 지역의 ▷경제 발전 방향 ▷교통 인프라 ▷도시 확장성 등에 중점을 뒀다면, 생활권계획은 시민의 생활에 초점을 맞춰 ▷도로 ▷문화 ▷안전 ▷보건 ▷편의 등에 관한 인프라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비중을 둔다.
생활권계획 첫 대상지인 강동권은 지역이 넓고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그에 반해 시민 편의를 위한 생활 인프라와 지역 간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서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는 강동권을 사상스마트-혁신산단-이전적지 재활성화를 통해 창업과 벤처 공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됐다.
시는 향후 ▷강서권(강서구) ▷원도심권(부산진구 서구 동구 남구 중구 영도구) ▷해운대권(해운대구 수영구) ▷기장권(기장군) 등에 대해서도 생활권계획을 각각 수립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처음 시도하는 생활권계획 용역인 만큼 방향성을 잘 잡아 추진하면서 나머지 중생활권에 대한 계획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북항 친수공원 위탁관리 부산시설관리공단으로
관리권 위탁안 시의회 통과, 시설공단 공식적 관리주체
관리권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잡음이 일었던 북항 친수공원을 공식적으로 부산시설공단이 관리하게 됐다.
북항 친수공원 조감도. 부산항만공사 제공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북항 친수공원의 관리권 위탁 동의안이 지난 21일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를 통과, 친수공원의 공식적인 관리 주체가 부산시설공단으로 정해졌다. 앞서 시는 지난 2월 관리권을 중구와 동구에 이관할 계획이었지만, 관리 역량 부족과 시설 분할 문제 등으로 두 지자체가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에 시는 지난 4월 관리권을 일원화하기로 한 뒤 부산시설공단에 관리권을 위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는 내달 중 관리권 위탁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계약은 체결일로부터 5년이며 시설물 유지와 공원 관리에 관한 업무 위탁이 주 내용이다. 관리 인력 규모는 시가 결정하며 경비 업무 등에 28명을 두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위탁 사업비는 8억 원으로 인건비 등에 사용된다.
북항 친수공원은 북항1단계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총사업비 900억 원 규모로 2015년 사업이 시작됐다. 중·동구 일대에 조성 중인 공원은 문화공원 5곳과 역사공원 1곳을 포함한 6곳으로 총면적 19만6422㎡ 규모다. 공원관리사무소와 지하 주차장은 사업비 약 493억 원으로 오는 9월 준공된다. 지하 주차장은 463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설 공사는 끝났으며 사용 승인 등 인허가 절차가 남은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시설 준공 완료 여부에 따라 관리권 이관이 진행될 것”이라며 “BPA에서 관리권을 이관받는 즉시 시설공단으로 위탁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영구동토층 녹으니 ‘지옥의 입’ 벌리는 바타가이카 분화구
▲ 드론으로 촬영한 바타가이카 분화구. 로이터 연합뉴스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 위치한 바타가이카 분화구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을 통해 현재 바타가이카 분화구의 상황을 보도했다.
러시아 극동부 베르호얀스크에 있는 바타가이카 분화구는 현지주민들이 ‘지옥의 입’이라 부를 정도로 무시무시한 크기와 모습을 자랑한다. 전체길이는 약 1km, 깊이는 100m에 육박하는데 하늘에서 보면 주위를 삼키려 혓바닥을 내민 모습처럼 보일 정도. 이 때문에 바타가이카 분화구는 새계에서 가장 큰 영구동토층 분화구이기도 하다. 이 분화구는 1960년대 주변 숲 개간 중 토지가 가라앉으면서 형성됐으며 온난화로 눈이 녹고 홍수가 발생하면서 그 크기는 매년 커지고 있다.
▲ 하늘에서 본 바타가이카 분화구의 전경
문제는 이 지역이 영구동토층이라는 점이다. 영구동토층은 월 평균 기온이 0℃ 이하인 달이 반년 이상 지속돼 영구적으로 얼어붙어 있는 상태의 땅을 말한다.러시아의 경우 영토의 약 65%가 영구동토층으로 분류된다.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생기는 특이한 현상은 한 두가지가 아닌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수만 년 간 얼어붙어 있던 동물이 발견되는 것이다. 과거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약 1만 4000년 된 멸종된 털코뿔소와 4만 년 된 늑대 머리 등이 발굴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깊은 땅 속에 묻힌 어마어마한 탄소와 치명적인 병원균이 지표로 방출된다는 점이다.
▲ 위성에 포착된 바타가이카 분화구
특히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탄소가 대기 중으로 유입돼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온실가스로 변하는데 이는 다시 기후의 온도를 높여 지구온난화를 야기한다. 이같은 우려에도 바타가이카 분화구는 인류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줄려는듯 해마다 크기가 커지고 있다. 위성데이터 상으로는 매년 평균 10m 씩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쿠츠크에 위치한 영구동토층 연구소 니키타 타나나예프 수석 연구원은 "분화구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은 위험의 신호"라면서 "미래에는 기온이 더욱 상승하면서 앞으로 영구동토층이 사라질 때 까지 이같은 분화구를 더 많이 보게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현지 주민들도 피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으면서 이미 러시아 북부와 북동부 지역은 도로가 휘고, 집이 부서지고, 파이프라인이 붕괴하는 피해를 입고있는 것.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대형 산불이 더욱 기승을 부려 지역 내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그리스 로도스섬 삼킨 산불 ‘3만명 엑소더스’
대피 행렬 긴급 대피명령이 내려진 그리스 로도스섬 일부 마을에서 22일(현지시간) 주민과 관광객들이 구조선을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대 유적 많은 유명 관광지
발화 닷새 후 해안가로 번져
관광객·주민들 긴급 피난길
슬로바키아 진화 지원에도
폭염으로 ‘통제불능’ 상태로
그리스 로도스섬에서 닷새 전 발생한 산불이 해안가로 번져 주민과 관광객 3만명이 대피했다. 짐은 호텔에 두고 몸만 빠져나온 관광객들도 있었다.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이며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AF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로도스섬 키오타리와 라도스 인근 해변에는 당국의 대피 명령을 듣고 긴급히 피난길에 나선 주민과 관광객들이 긴 대열을 이뤘다.
로도스는 기원전 4세기부터 전해져온 거대 조각상 등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유적지와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그리스 관광지 중 하나다.
영국인 관광객 안드레아 레이필드는 “해변에서 구조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불길이 해변까지 내려왔다. 해변은 막다른 골목이었고 수백명이 도망치고 있었다”며 “정말 무서웠다”고 BBC에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 마크 쿡은 “바람이 갑자기 강해져서 (산불 현장에서 떨어진) 5성급 호텔에도 재가 떨어지더니 연기가 밀려왔다”고 전했다.
야니스 아르토피오스 소방서 대변인은 이날 해안경비대 선박 4척과 민간 선박 30척 이상이 투입돼 약 2000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로도스섬에서는 현재까지 3만명이 대피했다. 지역 의회 관계자는 “섬에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피난민들은 섬 북부나 안전한 다른 섬의 호텔, 임대주택, 학교 등에 머물고 있다.
로도스섬 산불은 지난 18일 시작됐다. 중·남부 내륙 산간지대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날 오전 바람이 바뀌면서 불길이 커지며 동쪽으로 수㎞ 떨어진 관광지구로 빠르게 번졌다. 최근 그리스를 덮친 산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헬기 5대와 소방대원 200명이 투입돼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지원군도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하지만 고온건조한 날씨 때문에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로도스섬 중부 라에르마와 동부 라르도스 등에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으며 주택과 성당, 호텔 등이 불탔다. 남쪽 린도스의 고대 유적지도 산불의 위협을 받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최소 다음주 금요일까지 산불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의 다른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전체가 지난주부터 열돔에 갇힌 상태에서 매일 40도 이상의 고온이 지속하고 있다. 아테네 국립 천문대 라구바르도스 콘스탄디노스 연구책임자는 “15~16일간의 폭염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스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BBC는 기상학자들이 이번 주말 그리스 기온이 45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현재 산불 79건이 발생했으며 추가로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아크로폴리스를 비롯한 관광지 운영 시간도 조정했다. 경향 박은하 기자
‘지옥문 지키는 개’ ‘저승의 뱃사공’…폭염도 이름을 부른다면
지난 1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바르차카 분수에서 한 소년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카론이 도착한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매체 <이탈리아 인포르마>의 날씨 기사 제목이다. <이탈리아 인포르마>는 “카론이 도착한다”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유럽에서 무더위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등장한 카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뱃사공이다. 죽은 자의 영혼을 스틱스강을 건너 지하 세계로 인도하는 카론을 폭염에 빗댄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따서 폭염에 이름을 지은 주인공은 공식 기후 관련 기관도 아닌 이탈리아 날씨 누리집 ‘아이엘메테오’ 설립자인 안토니오 사노다. 고전 문학의 열렬한 독자라는 그는 지난 19일 이탈리아 매체 <라 레푸블리카>에 “내가 카론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오늘날의 일기예보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토리노의 카스텔로 광장 분수대에서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앞서 아이엘메테오는 최근 48.8도까지 치솟으며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남부 지역을 덮친 폭염을 케르베로스와 카론이라고 명명했다. 케르베로스 역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머리 셋 달린 개로, 지옥의 문을 지키는 괴물이다.
아이엘메테오의 명명 이후 유럽을 휩쓴 폭염을 비공식적으로 케르베로스와 카론이라고 부르면서 지난 19일 <비비시>(BBC)는 태풍처럼 폭염에 이름을 짓는 것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찬성 쪽 기후 전문가들은 더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제적인 표준이 없어 오히려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는 탓이다.
허리케인과 태풍과 같이 큰 폭풍에는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10개씩 제출한 이름을 돌려가며 붙이고 있다. 올해 대서양에서 발생한 열대성 폭풍은 에밀리, 신디, 숀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이름을 부르면 각국이 태풍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여성이 고온 속에서 부채를 사용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반면 폭염 명명에 대한 국제적인 협약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앞서 121개 회원국을 보유한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폭염에 이름을 붙이는 문제를 검토했지만 명명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어 “특정한 폭염에 이름을 붙이면 누가 위험에 처했고, 어떻게 폭염에 대응해야 하는지 등 가장 중요한 메시지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멀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세계기상기구는 “폭염에 대한 표준 분류이나 등급 체계가 없기 때문에 부적절하고 통일되지 않은 명명은 대응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이틀 이상 지속되는 비정상적인 더운 날씨가 흔해지면서 폭염에도 이름을 붙이려고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세비야 지방 정부는 지난해 6월 폭염 이름을 짓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조이’라는 이름을 붙인 폭염은 지난해 7월 43도까지 치솟으며 스페인 남부를 초토화시켰다.
케이트 보만 멕러드 에이드리엔 아슈트·록펠러 재단 도시회복 센터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폭염의 심각성에 따라 폭염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면 극심한 더위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며 “폭염은 다른 어떤 기후 위험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어 피아르(PR)와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기후파국’에 맞게 재설계하라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최근 수년간 일어난 지하사고들의 연장이다. 9년 전인 2014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로 2명이 사망한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119소방대원과 동래구청 관계자들이 사고 다음날인 8월26일 배수 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기후는 그저 변화하는 게 아니라, 안정을 잃고 망가지고 있다.”(그레타 툰베리)
우리 국토와 산림은 수천 년간 온대기후에 적응해왔다. 기후변화로 지금처럼 갑작스레 아열대 기후가 확산하는 일은 국토와 산림에도 스트레스다. 와중에 인명 피해가 속출한다. 특히 안정을 잃고 망가져가는 기후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지어진 지하공간이 문제다.
1년 동안 내릴 물의 4분의 1이 사흘 새 쏟아져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 2023년 7월15일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최근 수년간 일어난 지하사고들의 연장이다. 2014년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와 2020년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로 인명사고(각각 2명, 3명 사망)가 발생했다. 2016년 울산과 2022년 경북 포항에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각각 1명, 7명이 숨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이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심해지지만, 안전기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이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직전에 인근 미호강의 임시제방이 무너졌다. 임시제방은 설계빈도 100년인 계획홍수위 28.78m(해발 표고 기준)보다 1m가량 높은 29.74m로 쌓여 있었다. ‘100년에 한 번 올 만한 강수량’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이날 미호강의 수위는 5시간10분 만에 2.4m나 상승(27.47m→29.87m)하며 임시제방 높이를 손쉽게 넘겼다.
극한 기상이 만든 비는 산도 무너뜨린다. 이번 집중호우에선 경북이 그런 경우였다. 경북에서만 사망자 24명과 실종자 3명이 발생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예천에서만 14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고 870여 가구 1350여 명이 대피소로 피했다.(7월20일 기준) 예천군의 평년(2011~2020년) 연간 강수량은 978.2㎜였다. 한데 2023년 7월13~15일 263.5㎜의 비가 내렸다. 눈과 비를 합해 1년 동안 하늘에서 내릴 물의 4분의 1이 사흘 사이에 쏟아진 것이다.
이런 수준의 극한 폭우는 단연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2023년의 장마철이 시작된 6월25일 이후 7월18일까지 중부와 남부에 내린 비의 총량(누적강수량)은 각각 532.1㎜, 635.8㎜였다. 평년 장마철 전체 누적강수량(각각 378.3㎜, 341.1㎜)의 두 배에 가깝다. 장마철이 통상 7월 말까지 이어지는 것(평년 기준 중부 7월26일, 남부 7월24일)을 고려하면 명백한 이상 강수다. 전북 군산의 경우 7월14일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364.8㎜의 비가 내렸는데, 장마철 전체 기간 내릴 비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군산의 종전 일강수량 최고 기록은 2000년 8월26일 기록한 310㎜였다.
서울시 배수체계는 30년 빈도, 강우량은 200년 빈도
인명사고를 부르는 극한 폭우는 특히 단시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비는 시간당 강우량으로 표시되는데, 기상청은 시간당 3㎜ 미만을 약한 비, 시간당 3~15㎜를 보통 비라 부른다. 강한 비는 시간당 15㎜ 이상, 매우 강한 비는 30㎜ 이상이다. 시간당 30㎜ 이상은 체감상 머리 위에서 물통으로 물을 퍼붓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된다. 이 정도면 작은 하천이나 하수도에선 물이 넘쳐나고 운전 중 와이퍼를 써도 시야 확보가 어렵다. 한데 최근 내린 비는 이런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서울 관악구에서 반지하방이 침수돼 사람이 숨지고 강남역 사거리가 물에 잠긴 2022년 8월 서울 동작구와 서초구엔 24시간 동안 각각 435.0㎜, 412.5㎜의 비가 내렸다. 이는 1920년 8월2일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 354.7㎜를 경신한 것이다. 시간당 최대 강우량도 각각 141.5㎜, 116.0㎜였다. 이 정도면 배수체계 설계용량 200년 빈도(시간당 114㎜)를 넘지만 서울시의 배수체계는 고작 30년 빈도에 불과한 시간당 95㎜로 설계돼 있다. 우리 도시 기반 시설이 기후위기 상황과 얼마나 동떨어졌는지 보여준다.
문제는 기후위기 시대에 폭우와 범람, 산사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재난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 대책은 근본적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 이번 장마 기간 직전인 2023년 5월19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범정부 여름철 자연재난(풍수해·폭염) 대책’은 구조적 개선보다는 위험상황 전파와 자구책 보완에 그친 인상이다. 대책을 보면, 시간당 50㎜ 이상의 ‘극단적 호우’가 발생하면 기상청이 직접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재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관계기관 간에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이번에 사고가 난 지하차도나 하천변 같은 인명피해 우려 지역 5397곳에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위험상황 점검과 통제를 하기로 했다. 반지하방 같은 지하공간에 대해선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침수에 대비한 국민행동요령을 배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송 사고에서 보듯 위험상황 전파나 점검,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녹색당은 7월17일 성명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폭우와 범람, 산사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임에도 정부가 취한 조치라고는 물막이판 설치를 지원한 것과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지하공간 침수 대비 행동요령’을 추가한 것이 고작”이라며 “그 요령이란 것도 ‘물이 조금이라도 차오르면 즉시 대피하시오’ 수준이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9월7일 지하주차장 침수로 7명이 숨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 모습. 연합뉴스
개통 석 달 만에 침수된 도로도 있어
물론 정부도 이런저런 중장기 계획으로 구조적 개선책을 시행하긴 한다. 2023년 6월22일 환경부가 발표한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에도 그런 내용이 일부 담겼다. 이 대책은 2020년 12월 수립돼 시행 중인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 대책(2021~2025)’을 보강한 것인데, 주로 여러 기반 시설의 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소하천의 홍수 방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범람 대비 설계빈도를 기존 100년에서 200년으로 상향하거나 대심도 터널, 지하방수로, 강변 저류지 등 범람에 대비한 시설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시·군의 기본계획 수립 때 폭우 등의 기후위험을 고려해 도로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연안 지역 항만·어항 설계기준도 개선한다.
하지만 이런 대책도 단시일 안에 구현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천 계획 등은 통상 10년 주기 종합계획을 토대로 하다보니 이런 식의 설계변경을 반영하려면 수년이 소요된다. 그 와중에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하공간은 늘어간다. 최근 개통한 서울의 경인지하차도, 서부간선지하도로나 지하 대심도에 지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같은 시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후위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했는지도 의문이다. 안양천을 따라 총연장 10.33㎞로 지어진 서부간선지하도로는 2021년 9월 정식 개통됐는데, 개통 석 달도 안 돼 11월30일 침수됐다. 이 도로는 지하수와 빗물을 집수정으로 모아 배수펌프로 빼내는 구조인데 배수펌프가 고장 난 탓이었다. 서부간선지하도로 침수 당일 강우량은 28㎜에 불과했다. 2022년 8월 서울 남부 지역 폭우 때는 다행히 서부간선지하도로에 침수 피해가 없었지만, 언제 또 시설물 고장으로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설계기준만 높일 게 아니라 기후위기 상황에 맞게 모든 재난 예방과 대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2023년은 엘니뇨 영향으로 장마가 장기화하고 태풍 강도가 한층 강해지리란 전망이 나온다. 태풍이 발생하는 시기엔 지하공간은 물론 항만 등 해안 지역 재난 위험도 가중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가 있었던 2016년 울산(태풍 차바), 2022년 포항(힌남노) 모두 태풍 시기에 일어난 사고다. 2022년 태풍 힌남노 땐 포항제철의 열연공장이 침수돼 사상 처음 고로가 멈춰 서기도 했다.
정부, 핵발전 산업 부양하려 근본 대책과 더 멀어져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후위기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이라 할 재생에너지를 오히려 홀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18일 4차 전력정책심의회에서 ‘2024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계획안(부처안)’을 심의·의결했는데, 전력기금이 재생에너지에 편중되지 않게 하겠다며 이를 송·배전망 투자 등 전력 인프라 확충과 핵발전 생태계 강화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2022년 전력기금 2조6854억원(결산 기준)의 절반(50.2%)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에 쓰였는데, 이를 줄여 핵발전에 쓰겠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또 7월5일 100㎾ 이하 소형태양광 우대 제도인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5년 만에 중단하겠다고 했다. 생산한 전기를 20년 동안 고정가격으로 매입해주는 이 제도 덕에 국내 소규모 태양광이 급속도로 확대됐는데, 이를 더 연장하지 않고 예고된 일몰 기간까지만 시행한다는 것이다. 핵발전 산업 부양 일변도인 정부 기후대책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욕조에 물이 넘쳐흐르기 직전(기후위기)이라면 누구라도 가장 먼저 수도꼭지(온실가스)부터 잠글 것이다. 하지만 만일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그냥 놔둔다면, 그 사람은 사태의 심각성을 무시하거나 부정하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시 해야 할 일을 미룰 때 벌어질 결과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낙동강 녹조 기간 10년만에 2.5배로 늘어…지난해 평균 154일 지속
지난해 낙동강 4개 지점의 녹조 지속 기간이 평균 154일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2.5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최근 공개한 '2022년 조류(녹조) 발생과 대응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9곳 지점에서 관찰된 녹조 지속 기간은 총 778일로 집계됐다. 녹조 지속기간은 조류경보제에 따른 주의·관심 등의 발령 기간을 합산한 것을 말한다.
국내 상수원에서 발생하는 녹조는 대부분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의 대대적 번식이 원인이다. 일부 남세균은 간·생식 독성을 나타내는 독소를 생산하기도 한다
지난달 23일 오후 경남 함안군 칠서면과 창녕군 남지읍 경계에 있는 낙동강 칠서지점에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환경부는 전날 이 지점 조류(녹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연합뉴스
낙동강 4개 지점의 지난해 녹조 지속 기간은 모두 616일이었다.
지점 수로는 전국 29개 조사지점의 14%이지만, 낙동강 4곳의 녹조 지속 기간은 전체(778일)의 79%를 차지했다.
낙동강의 경우 2013년 전국 녹조 지속 기간의 69%를 차지한 이후 2014~2021년에는 50% 안팎을 차지했는데, 지난해는 비율이 많이 늘어났다.
지난해 낙동강 4개 지점에서 녹조의 평균 기간은 154일로, 3개 지점에서 모니터링했던 2013년의 평균 61일의 2.5배였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녹조 발생 지점으로 알려진 금강 수계 대청호에서는 지난해 녹조가 49일 지속했다.
지난해만 보면 낙동강 녹조 지속 기간이 대청호의 3배였다.
지난해 낙동강 지점별 녹조 지속 기간을 보면 해평(경북 구미)이 105일, 강정고령(대구)이 126일, 칠서(경남 함안)가 189일, 물금매리(부산)가 196일이었다.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녹조 지속 기간이 늘었다.
지난해 물금매리 지점의 경우 다른 지점보다 조금 이른 5월 말부터 남세균이 증가하기 시작, 6월 2일 조류 경보 '관심' 단계가 처음 발령됐다.
남세균 숫자가 증가하면서 6월 23일 '경계' 단계가 발령됐고, 8월 8일에는 남세균 세포 수가 mL당 44만7075개에 이르렀다.
이후 물금매리 지점에서는 남세균 세포 수가 점차 감소하면서 8월 25일 '관심' 단계로 하향됐는데, 10월 27일 다시 '경계’ 단계로 상향됐다. 11월 15일 '관심' 단계로 하향돼 12월 15일까지 지속했다.
자난해 7월 낙동강 합천창녕보에 발생한 녹조. 녹색 페인트를 담아놓은 것 같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보고서는 "2022년은 마른장마와 가뭄으로 인해 강우량 감소와 체류 시간 증가로 2021년에 비해 유해 남조류(남세균) 세포 수가 증가하고, 조류(녹조) 발령 일수가 길어졌다"면서 "낙동강 수계는 높은 수온·영양염류, 본류 구간에 설치된 8개 보 등으로 인해 조류 발생이 매우 심한 지역이 타 수계보다 많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본류에 설치한 보가 녹조 발생에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지난해 여름 낙동강 수계 수돗물에서 미량의 남세균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고 주장했고, 남세균 독소가 에어로졸 형태로 강 인근 지역까지 확산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나 해당 자치단체에서는 수돗물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달 23일 오후 경남 함안군 칠서면과 창녕군 남지읍 경계에 있는 낙동강 칠서지점에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환경부는 전날 이 지점 조류(녹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연합뉴스
한편, 올해도 낙동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했다.
지난달 7일 칠서 지점에서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가 지난달 22일 '경계' 단계로 상향됐다.또, 지난달 15일에는 물금매리 지점에, 지난달 22일에는 강정고령 지점에도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현재는 장마로 인해 녹조가 주춤한 상태이지만, 예년 상황으로 볼 때 장마가 끝난 8월 이후에는 낙동강에서 녹조가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중앙 강찬수 기자
과학 단체, "7월 극한고온은 분명히 기후변화가 초래“
[아테네=AP/뉴시스] 18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테네 서쪽 만드라에서 사람들이 소방 헬기의 산불 진압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스에 두 번째 폭염이 예보됐으며 아테네 외곽에서 발생한 산불 3건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2023.07.19.© 뉴시스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기후 변화가 이번 7월 달에 북미, 유럽 및 중국을 휩쓴 극도의 고온 열파 발생에 "절대적으로 압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과학자들이 25일 공개된 평가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7월 들어서자마자 중국, 미국 및 남부 유럽에서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산불을 내고 물 부족을 일으키면서 극도의 뜨거운 날씨가 지구 곳곳을 어지렵혔다.
인간 활동에서 초래된 기후 변화가 없었더라면 이번 달의 고온과 날씨 고난은 "일어나는 것 자체가 극도로 드물었을 것"이라고 세계 과학자 그룹 '세계기후속성'의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이 그룹은 극한 날씨를 일으키는 데 있어 인간발 기후 변화가 하는 역할을 연구해왔다.
이 그룹 과학자로 이날 기자들에게 보고서를 설명한 네덜란드 기후연구소의 지지딘 핀토 박사는 "유럽과 북미의 7월 기온은 한마디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과거에 비해 이런 극한 날씨가 나올 확률이 50배나 커졌다"는 것이다.
이 그룹 과학자들은 증가일로의 지구 대기 내 온실가스 축적도에서 유럽 7월 고온 중 2.5도가 높아졌고 북미 고온을 2도, 중국의 최고기온은 1도 씩 올렸다고 추산한다. 유럽의 이번달 최고기온 평균치가 40도라면 2.5도가 온실가스 기후변화에서 나온 것으로 이것이 없었다면 37.5도에 그쳤으리라는 계산이다.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를 높이는 엘니뇨 현상이 일부 지역의 열기를 높였을 수 있지만 지구발생 열의 대외 방출을 막는 온실가스 증가가 핵심 요인이라고 이들 과학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산업과 교통 활동에서 화석연료 연소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7월과 같은 기온 급상승 현상은 갈수록 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구 대기의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직전 대비로 2도가 오르게 되면 극한 고온의 여름 날씨는 2년~5년 마다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 평균 온도는 현재 산업혁명 전 1850년 직전 대비로 1.1도 정도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뉴시스
대서양에도 어두운 온난화 그림자…"심층 해류 붕괴 임박“
세계 기후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 중 하나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이 이르면 2025년부터 붕괴하기 시작해 금세기 내에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서양
덴마크 코펜하겐대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와 수잔네 디틀레우센 교수팀은 2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1870~2020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를 토대로 AMOC 변화를 분석, 2025년부터 붕괴하기 시작해 2095년 이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바다에는 극지의 차가운 물이 깊이 가라앉아 저위도 지역으로 흘러가는 심층 해수 순환이 있다. 이런 해수 순환은 열, 탄소, 산소, 영양분 등 공급은 물론 해수면 높이와 세계 기후 시스템 변화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해수 순환에는 남반구에 '남극 역전 순환'(Antarctic overturning circulation)이 있고 북반구에서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이 대표적이다.
AMOC는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한번 변화가 일어나면 되돌릴 수 없는 중요한 하위 시스템 중 하나로 여겨져 왔으며, 이 시스템이 붕괴할 경우 북대서양 지역은 물론 전 세계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돼왔다.
연구팀은 해수 순환의 변화로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일어난 것은 마지막 빙하기 당시 AMOC가 붕괴했다가 복원되면서 발생한 '단스가드-오슈가 이벤트'(Dansgaard-Oeschger events)가 마지막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북반구 평균 기온은 10년 안에 10~15℃나 변했다. 이는 한 세기에 1.5℃ 변동한 현재의 변화보다 훨씬 큰 변화 수치다.
이 때문에 세계 과학계는 2004년부터 AMOC를 모니터링해 그 강도가 계속 약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AMOC 변화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장기적인 관측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존 '국제 기후변화 시나리오 비교·연구'(CMIP) 모델을 토대로 한 평가에서 21세기 내에 AMOC가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한 바 있다.
연구팀은 더 정확한 AMOC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1870~2020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기록을 지표로 사용했다. 이 기록은 AMOC를 직접 측정한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의 온도 변화 정보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AMOC 시스템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기 경고 신호를 발견했다며 현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계속되면 이르면 2025년부터 AMOC 붕괴가 시작되고 2095년 이전에 AMOC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들은 AMOC에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정하지는 않았으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연구 기간에 거의 선형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실가스 증가를 AMOC 붕괴 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연구팀은 "이 결론은 예측 모델이 거의 정확하다는 가정하에 나온 것"이라면서 "다만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고 AMOC가 부분적으로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의 분석과 전망은 가능한 한 보수적인 가정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기후 시스템에서 AMOC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붕괴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명확한 지표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는 건강의 위기고, 약자의 위기다
영화 ‘다크 워터스’와 환경 정의
이번 장마 기간에 내린 집중호우로 쓰러진 비닐하우스들이 빗물에 잠겨 있다. 김혜윤 <한겨레> 기자 unique@hani.co.kr
계속 비가 온다. 어떤 말을 꺼내기도 어렵지만, 엄청난 비로 큰 피해를 겪은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지지를 표한다. 물론, 이번의 사태를 기상 이변이라고 보면, 그저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기원하는 것과 재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 피해자 지원 등의 절차를 밟아 나가면 될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외국의 여러 사례를 들지 않아도, 폭우와 폭염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7월의 날씨는 점차 기후 위기의 시대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증거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이 지구 표면 온도 상승으로 인하여 수증기량이 늘어났으며, 그 결과 이번 폭우가 발생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폭우나 폭염이 홍수를 일으키고 인명 사상으로 이어지는 재난도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큰일이지만, 의료윤리학자로서 나는 이런 기후 위기와 건강의 연관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기후 위기는 여러 방면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 대상 중 하나는 우리와 미래 세대의 건강이다.
기후 조건의 악화는 여러 경로로 사람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이미 꽤 된 자료지만, 2004년에 <미국의사협회지>에 실렸던 기후와 건강의 연관성을 다룬 논문을 보자. 기후 변화는 지역 기후를 변화시켜 열 관련 질환을 증가시키는 한편, 공기 질 변화와 꽃가루 증가로 인한 호흡기 질환, 미생물의 활성 증가로 인한 감염병, 작물 생산 감소로 인한 영향 결핍, 해수면 변화로 인한 홍수와 태풍의 증가 및 그로 인한 외상, 익사, 거주지 불안정으로 인한 건강 악화 등을 야기한다.
말이 길었지만 간단히 말하자. 기후 위기는 우리 건강의 위기다. 당장 우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자녀와 미래 세대의 건강에 기후 위기는 큰 위협이다.
이미 지난번에 가습기 살균제 이야기를 하면서 환경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살짝 꺼낸 적이 있지만, 기후 위기는 불균등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의의 문제가 된다. 기후가 변화해도 그에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을 지닌 이들은 별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한 국가 내에서도 영유아 및 노인, 기저질환자 및 장애인, 저소득층, 그리고 취약한 지역 거주자들이 기후 위기로 더 큰 피해를 본다. 국제적 수준에서도, 저소득 국가가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더 어렵고 더 큰 위협에 처한다.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일부의 이득을 위해 전체에게 피해가 돌아가며, 특히 그중 취약자에게 큰 해악이 끼치는 것을 부정의한 일이라고 할 때, 기후 위기는 환경 부정의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 피해 영역은 무엇보다 건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후 위기에 접근할 때 건강과 연관하여 환경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환경 정의의 문제를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2019년 작품 <다크 워터스>다.
2019년 개봉한 영화 <다크 워터스>는 실화와 실제 인명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어, 작품이 제기하는 문제가 지금 여기 벌어지고 있는 일임을 강조한다. 출처: 다음 영화
‘영원한 화학 물질’의 위협
2005년의 ‘테프론 논란’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프라이팬을 코팅해서 음식이 눌어붙지 않게 하는 성분, 테플론은 미국의 화학 기업 듀폰이 개발하여 오랫동안 보급해 온 것으로 과거 그 합성 과정에 과불화옥탄산(PFOA)이라는 물질을 사용해 왔다. 그리고 이 과불화옥탄산 관련 유해성 소송이 미국에서 제기되면서 테플론 프라이팬, 전기밥솥 등이 인체에 해로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확산되었다. 그리고 영화 <다크 워터스>는 대기업 듀폰에 과불화옥탄산 소송을 걸었던 변호사 롭 빌럿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테프트 로펌에서 막 파트너로 승진한 빌럿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빌럿의 고향 웨스트버지니아의 농부다. 그는 자기 농장 근처에 듀폰이 만든 매립지에서 나온 화학물질 때문에 자기 소들이 병들고 괴이하게 죽어간다며, 빌럿에게 도움을 청한다. 빌럿이 환경 변호사인 것은 맞고, 이것은 환경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빌럿은 개인 민사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기업을 고객으로 하여 그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는 엉뚱한 곳에 도움을 요청한 셈이었다.
그 농부가 자기 할머니와 지인이라는 것을 알지 않았다면 빌럿은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를 챙길 겸 시골에 들른 빌럿은 농부를 만나러 가고,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서서히 하게 된다. 무엇보다 듀폰의 일 처리가 수상했다. 단순한 피해보상 소송이라고 생각했던 빌럿은 듀폰의 과민반응에 직면하고,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대량으로 쏟아놓은 기록물들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PFOA/C-8’이라는 물질이 옛날 보고서부터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문제는 이 물질의 정체가 알려져 있지도 않고, 식품의약국의 유해 물질 목록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일로 알게 된 화학자로부터 과불화옥탄산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이라는 물질은 최근에 들어본 적이 있다는 답을 빌럿은 듣는다. 그걸 먹는 것은 자동차 타이어를 먹는 것과 같다는 말도. 그리고 이 물질을 다루던 듀폰의 직원들에게 발생한 건강상의 문제들을 그는 확인한다. 알 수 없는 질병과 기형아의 탄생. 이제야 빌럿은 실체적 진실에 다가선다.
듀폰은 내부 보고와 연구를 통해 과불화옥탄산 인체 노출이 해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익을 위해 이를 묵인하고 제품을 만들어 팔았으며, 그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웨스트버지니아에 버렸다. 폐기물에서 흘러나온 물질은 다시 땅과 물, 그리고 그곳에 사는 동물과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과불화옥탄산이라는 물질은 무척 안정적이라서 환경이나 체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한번 폐기, 유출, 노출되면 물질은 계속 축적되어 결국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프라이팬, 페인트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어 온 과불화옥탄산은 이미 세계 전역에 퍼져 있었다.
진실에 경악한 빌럿은 듀폰과 지루하고 지치게 하는 소송전에 돌입한다. 공동 패널을 통한 대규모 역학조사 시행에 동의하지만, 워낙 대규모였던 탓에 과학 조사 결과가 도출되는 데만 7년의 세월이 흐른다. 그 과정에서 빌럿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겪지만, 결국 연구 결과 과불화옥탄산과 신장암, 고환암을 포함한 여섯 가지 질병의 연관성이 밝혀진다. 물론 듀폰은 마지막까지 승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작품에서 직접 확인해 보셔도 좋겠다).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 영화적 각색은 있을지언정 이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다. 빌럿은 지금도 살아 있으며, 과불화옥탄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확대하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과불화옥탄산을 포함한 과불화화합물(PFAS) 일반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이라고 부르며 그 사용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여러 지역이 과불화화합물로 오염되었으며, 유럽연합은 이미 해당 물질을 퇴출할 것을 결의하였다. 우리 식약처 또한 과불화옥탄산, 과불화옥탄술폰산 등 과불화화합물의 조사를 시작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별도의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영화 <다크 워터스>에서 빌럿은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물론, 그가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로펌 대표와 아내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맨손으로 상대했다. 그를 영웅으로 부르기는 쉽고,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환경, 기후와 관련된 문제가 우리의 건강을 압박하고 있는 지금, 한두 사람의 손에만 이 문제를 맡겨둘 수 있을까. 출처: 다음 영화
“우린 우리가 보호해야 해”
<다크 워터스>의 이야기는 특정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고의적 악행이라는 점에서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문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현재 기후 위기의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서 환경 정의를 논의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대기업인 듀폰은 자국민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뒤에선 유독 화학물질을 마구 버리는 행위를 저지른 다음, 이를 파고들지 못하도록 화학자와 정부까지 매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무마하려 한다.
그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보는 이들은 잘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시골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미 우리 모두 또한 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환경 피해는 불평등하게 주어진다. 말 그대로 환경 부정의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전 지구적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전체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이루어 냈지만, 여전히 노력은 충분치 못하다. 탄소 배출량 감소는 여전히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오롯이 기후 변화로 돌아와 우리의 건강을 겨냥한다. 그동안 탄소를 배출한 것은 선진국인데 피해는 모두가 보며, 약자들에게 더 큰 해악이 벌어진다. 남의 일도 아니다. 우리도 이미 수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선진국이니까.
영화를 보면서 왜 그렇게 헐크 역으로 유명한 배우 마크 러플로(그가 주인공인 빌럿 역을 맡았다)가 감독을 직접 섭외해 가면서 이 이야기를 찍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만큼 이 문제는 시급한 우리의 문제다. 무엇보다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영화 마지막에 본인의 대사로 등장한다. “우린 우리가 보호해야 해. 아무도 못 해 줘. 회사도 과학자들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우리 스스로.”
그렇다. 기후 위기는 누가 어떻게 해주기만을 기다릴 문제가 아니다. 결국 기업과 국가를 규제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라 해도, 출발점은 회사도, 과학자도, 정부도 아닌 우리 자신이어야 한다. 그 피해가 불평등하게 주어지기에, 그들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움직여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김준혁/연세대 교수·의료윤리학자 junhewk.kim@gmail.com
통제불능' 그리스 산불, 우주서 봤더니
‘원전 정치화’에 발목 잡힌 ‘방폐장 특별법
한빛 원전 고준위핵폐기물 영광군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26일 고준위 핵폐기물 건식 저장시설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요즘 마음에 맞는 집을 지어보겠다는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집 짓는 법을 배워 손수 자기집을 짓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만약 화장실이 없는 집을 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갑자기 화장실 얘기를 꺼낸 것은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국 원전의 현실 때문이다. 한국은 24기의 원전에서 전체 전력의 30%에 육박하는 막대한 전기를 생산한다. 이들 원전에서는 지속해서 방폐물이 발생한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위험성이 큰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방폐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이러다 보니 약 1만8천톤의 방폐물이 원전 내 습식 저장시설에 임시보관 중인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방폐장 없는 원전’은 ‘화장실 없는 집’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점이다. 포화시점은 2030년 한빛(영광)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울진), 2032년 고리(부산) 등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그때까지 새 저장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방폐장 마련은 모든 원전 국가들에 쉽지 않은 과제지만, 주요국들은 관련 법률을 제정해 안전하고 민주적인 관리를 위해 노력한다. 스웨덴·핀란드는 방폐장 부지 선정이라는 성과까지 거두었다. 반면 우리는 방폐장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조차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국회에는 김성환·김영식·이인선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3건의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상정돼 있지만 1~2년째 낮잠을 자고 있다. 최근에는 홍익표 의원도 방폐물 폐기법 전면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하 법안소위가 여덟번째로 관련 법안을 심의했다. 하지만 21일 공개된 국회 회의록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여야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 법안명, 정책결정체계, 관리시설 확보 시점, 기본계획 수립, 주변지역 지원 등 상당부분에서 의견접근을 보았다. 그러나 일부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여야는 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 용량기준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정부여당은 여유있게 운영허가 기간 중 발생 예측량을 기준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은 보다 엄격하게 설계수명 기간 중 발생 예측량으로 하자고 맞선다.
정부가 법안 심사 3일 전에 느닷없이 신규 원전 검토 방침을 발표한 것은 국회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법안 소위 내내 이들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 간에 지루한 말씨름이 이어졌다. “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은 첨단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이 늘어나는 등 전력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신규 원전을 포함해 새로운 전력수급 확충을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강경성 산업부 제2차관) “원전을 더 짓겠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중략) 반도체와 이차전지도 ‘알이(RE)100’ 요건을 충족하려면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더 빨리 늘려야 한다. (중략) 원전을 늘리겠다고 하면 법안 심의가 되겠나?”(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 정부가 민감한 시점에 신규 원전 검토를 공식화한 까닭은 무엇일까? 윤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탈원전 폐기를 내걸었지만, 신규 원전은 국민에게 검증받은 적이 없다. 정부도 인정하듯 신규 원전 검토는 아직 시작도 안됐다. 원전 부지 확보, 송전망 구축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급박성이나 실효성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특별법을 가로막는 근본 장애물은 ‘원전강국’과 ‘탈원전’이라는 상반된 원전정책을 앞세운 여야의 정치적 대립이다. 민주당은 특별법 처리가 자칫 윤 정부의 원전 확대에 멍석을 깔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 정부는 ‘원전강국’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스텝이 꼬여 특별법 논의장까지 엎어버린 꼴이 됐다.
에너지 이슈도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이라는 에너지 문제의 본질까지 훼손한다. 이른바 ‘에너지 정치화’의 폐해이다. 과학과 합리성에 기반해서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 정책을 선택하는 대신 진영·정파·이념·정치적 득실 계산이 앞선다. ‘탈원전’과 ‘원전강국’ 역시 ‘에너지 정치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탈원전은 원전 비중, 재생에너지 확충 여건 등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이상만 추구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원전강국은 탈원전을 정상화하는 수준을 넘어 원전에 과도한 드라이브를 걸며, 기후위기 대응의 방향성마저 흔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에 대해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이념에 매몰된 국가정책”이라고 비난했는데, 지금 남의 흉을 볼 상황이 아니다.
여야는 특별법 논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왜곡된 ‘원전 정치화’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크게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 벌써 내년 총선 이전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탄식마저 나온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방폐장 문제는 결코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탈원전이나 원전강국 논란과도 별개로 다뤄야 한다. 역대 정권이 대중적 인기에 영합한 정치 포퓰리즘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의 흐름을 무시하고 전기요금을 무리하게 동결했다가 어떤 재앙을 초래했는지 국민 모두 똑똑히 보았지 않은가?
영구 방폐장 마련에는 수십년이 걸리고, 원전 내 건식 임시저장시설을 짓는 것도 7년이 소요된다. 방폐물 포화 예상시점에서 역산하면 올해가 마지노선인 셈이다.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연내 특별법 처리를 위해 신규원전 검토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야당도 대승적으로 응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끝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책임자들이라도 자리를 걸고 나서야 한다.
곽정수 ㅣ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온실가스 배출량 3.5% 감소…환경부 ‘탈원전 폐지 덕’ 아전인수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간 경북 울진 신한울원전 1호기(왼쪽). 환경부는 원자력 발전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5450만톤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환경부가 “원전을 활용하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 덕분인 듯 이유를 설명하자, 환경단체 쪽에선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환경부는 25일 “2022년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이 전년보다 3.5% 감소한 6억5450만톤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잠정 배출량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로 확정되기 전 배출량이다. 2022년 확정 배출량은 내년 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2022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은 정점을 찍었던 2018년 배출량(7억2700만톤)보다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0년 6억5662만톤까지 줄어들었다가 2021년 6억7960만톤(잠정치)으로 3.5% 증가한 바 있다. 2021년 배출량이 크게 반등한 건,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가 2021년 빠르게 회복된 결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환경부 제공
부문 별로 살펴보면 △산업 부문에서 전년 대비 가장 많은 1630만톤이 줄었고 △전환 부문 970만톤 △수송 부문 80만톤 △폐기물 부문 10만톤 감소했다. 반면 건물 부문과 농축수산부문에서는 각각 140만톤과 30만톤 늘었다.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 까닭은 세계시장의 수요 감소에 따라 철강과 석유화학 부문의 생산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철강·석유화학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4580만톤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철강 부문에서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유연탄 소비량이 3410만톤에서 3110만톤으로 크게 감소하며, 전년 대비 배출량이 8.9%(1억200만톤→9300만톤)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환 부문의 경우, 발전량이 전년 대비 3% 증가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4.3% 감소(2억1390만톤)한 것으로 추정됐다.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각각 11.4%와 23.4% 증가했지만, 석탄과 액화천연가스 발전량은 2.4%와 2.9%씩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수송 부문에서는 휘발유 소비량이 4.2% 증가했으나 경유 소비량이 3.6% 줄어든 것과 무공해차 보급이 67.2% 늘어난 데 힘입어 배출량이 전년보다 0.8% 감소한 9780만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건물 부문에서는 서비스업 생산활동 증가와 겨울철 평균기온 하락에 따른 도시가스 소비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3.0%, 농축수산 부문에서도 한·육우 사육두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0%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됐다.
정은해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온실가스 감축에 원전을 활용하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와 산업부문 배출 감소, 무공해차 보급 확대 등에 따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2021년 대비 2.6%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배출량 감소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원전 발전량이 증가한 것은 안전 문제로 멈춰 섰던 한빛 3·5호기의 발전량이 늘고 신한울 1호기가 새로 가동된 데 따른 것으로 현 정부 정책과 무관하고, 산업 부문 배출량 감소도 (정부) 정책의 결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며 “환경부가 (탈원전 정책 폐지 덕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것처럼)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환경부가 이날 발표한 2022년 잠정 배출량(6억5450만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줄이기로 한 ‘제 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감축 경로에 부합한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년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 총량은 6억6740만톤(산림 등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량 3350만톤을 고려한 순배출량은 6억3390만톤)이다.
하지만 정부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8년 동안 줄여야 할 순배출량(1억9730만톤)의 75.2%인 1억4840만톤을 마지막 3년(2028~2030년)에 몰아 감축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 기후환경단체들로부터 “후임 정부에 감축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장 전문위원은 “감축경로 후반부에 크게 줄이겠다는 것도 해외 감축이나 (아직 기술적 검증이 끝나지 않은)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을 통해서 하겠다는 것이어서 희망이 없는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미 매사추세츠 주, 폐기 원전 핵오염수 해양 투기 불허
미국 매사추세츠 환경보호부는 24일 케이프 코드 만 해변에 위치한 필그림 원자력발전소(4년 전에 폐쇄) 해체작업을 하는 회사가 100만 갤런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를 케이프 코드 만에 버리게 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사진은 2011년 3월 30일 촬영한 필그림 원자력발전소. 2023. 7. 24. AP 자료사진
미국 매사추세츠 주 환경보호부가 4년 전에 전력생산을 중단하고 폐쇄된 이 주 플리머스의 필그림 원전 폐기회사 홀텍이 이 원전 핵오염수 100만 갤런(380만 리터)을 인근 케이프코드 만(Cape Cod Bay)에 방류(투기)하려는 계획이 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이 26일 보도했다.
매사추세츠 주 “해양보호구역 핵오염수 방류는 불법”
이 통신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주 환경보호부는 지난 24일 발표한 이 문제에 관한 판정문 초안에서 필그림(Pilgrim) 원전의 핵오염수 방류가 케이프코드 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주 법률을 위반하기 때문에 홀텍(Holtec)의 방류 허가 수정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초안은 8월 25일에 끝나는 공개 논평 기간이 끝난 뒤에 확정될 예정이다.
환경운동가들과 정치인들은 주 환경보호부의 이런 결정을 환영했다.
케이프코드 보존협회 “사람과 환경, 지역경제 위협”
케이프코드 보존협회의 앤드류 고틀리브 전무이사는 처리된 핵오염수를 방류하면 만의 환경과 사람의 건강, 어패류 산업, 그리고 지역경제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홀텍은 케이프코드의 사람, 환경 및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이익을 얻으려고 애썼지만, 대부분의 기업 불량배들과 마찬가지로 거절당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홀텍이 2019년 5월 이 원전이 전력 생산을 중단한 뒤 이를 인수하면서 투명한 해체 절차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 뒤 몇 년 간 홀텍은 특히 이 지역 이해관계자들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히 1백만 갤런의 방사성 오염수를 케이프코드 만에 배출하려는 계획과 관련하여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마키 의원은 말했다.
폐기회사, 오염수 방류 환경에 무해 주장
홀텍은 허가 수정을 요청하면서 필그림 원전이 지역을 위해 전기를 생산하면서 50년 동안 만에 오염수를 방류했다며, 발전소 운영자와 홀텍이 실시한 환경연구는 오염수를 방류해도 환경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고 주장했다.
홀텍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발전소에서 안전한 한도 내에서 처리된 오염수의 배출에 대한 허가 수정을 주 정부가 거부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홀텍의 이런 주장은 도쿄전력의 수소폭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핵오염수 해양 투기와 관련해 일본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주장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매사추세츠 주는 홀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방류 외에 다른 대안들이 있다”
홀텍은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보류 중인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홀텍은 성명에서 “이 과정은 이미 프로젝트 완료를 4년이나 더 지연시켰고, 현장 인력과 현장이 플리머스 커뮤니티의 경제적 원동력이 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더 큰 뱐화들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필그림 원전은 비등수형 원자로였다. 이 원전에서 물은 원자로 용기와 핵연료를 지속적으로 순환하면서 터빈을 돌리는 증기로 변환됐고, 그 물은 다시 냉각돼 재순환하면서 방사능 오염을 흡수했다.
처리와 최종 폐기를 위해 수증기화 및 부지 바깥으로의 운반 등 케이프코드 만에 핵오염수를 방류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들이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대한항공, 나무가 숲이 되기까지…몽골 사막에 20년째 나무 심는다
몽골 바가노르구에 조성한 '대한항공 숲' 전경. 대한항공 제공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150㎞를 달리면 바가노르구가 나온다. 몽골의 대표적인 탄광 도시다. 이곳 노천 광산의 석탄 분진은 들판을 그대로 통과해 인근 마을까지 날린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흙빛이었던 바가노르구에 2004년부터 나무를 심어왔다.
몽골 식림 활동은 대한항공 임직원 100~200명이 매년 5월 참여하는 큰 행사다. 지금까지 심은 나무만 12만5300여그루, 숲 면적은 총 44만평방미터다. 서울 여의도 공원의 2배 크기인 이곳의 공식 명칭은 ‘대한항공 숲’이다.
숲에 심어진 나무들은 메마른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포플러, 비술나무, 차차르간(비타민 나무) 등의 수종이다. 잘 자란 포플러 나무 한 그루는 먼지 약 30㎏을 막는 효과가 있다. 산소를 내뿜고 나무 뿌리로 토양의 수분을 잡아 사막화 방지에도 기여한다. 대한항공 숲에 심은 비타민 나무는 해마다 열매를 맺는데, 그 양이 연간 1.4톤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이 나무 열매를 수확해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2004년 5월 첫 식림 활동 당시 모습으로 대한항공 임직원들과 몽골 현지 주민이 함께 나무를 심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지난 2006년에는 몽골 정부가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 녹지 조성 사업 평가에서 바가노르구가 우수 도시로, 대한항공 숲이 친환경 봉사 활동 우수 사례로 각각 선정돼 벤치마킹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2009년 5월에는 몽골 자연환경관광부로부터 ‘자연환경 최우수 훈장’을 받았다. 20년간 이어온 녹색을 향한 여정은 어느새 우리나라와 몽골 양국 간 우호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사막화를 막고 지구를 푸르게 가꾸는 ‘글로벌 플랜팅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대한항공 숲 인근에 또 다른 조림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식림 활동과 함께 사회 공헌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바가노르구 국립학교 등 7곳에 ‘대한항공 컴퓨터 교실’을 기증했고 인하대병원과 협력해 현지 의료 봉사도 했다. 최근 산업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ESG 경영을 20년 전부터 실천해온 셈이다. 김아리 기획콘텐츠팀 객원기자/한겨레
수도꼭지는 누가 잠그나…이상기후의 경고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이 욕조를 채운다. 물이 곧 넘칠 듯한데, 당신이라면 어쩌겠는가. 이 상황에 처한 누구도 먼저 바닥에 수건을 깔거나 양동이를 찾진 않는다. 수도꼭지부터 잠글 것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기후 책’에 언급된 스웨덴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말이다. 욕조는 지구, 물은 온실가스다. 툰베리는 “만일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놔둔다면, 그 사람은 사태의 심각성을 무시하거나 부정하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시 해야 할 일을 미룰 때 벌어질 결과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파리협정 이후 8년이 지났다. 협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2030년까진 7년도 남지 않았지만,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외려 10% 이상 늘었다. 인류는 아직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았고, 물은 넘치기 직전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최고 기록을 연일 바꿔 쓴다. 지난 3일과 4일엔 섭씨 17.01도, 17.18도를 기록해 관측 이래 처음 17도를 넘어섰다. 올해는 바다 수온을 끌어올리는 엘니뇨가 7년 만에 시작되는 해다. 9월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90%, 하반기 내내 지속할 가능성도 크다. 기록적 폭염과 이상강수, 강력한 태풍이 닥쳐올 것이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나 예천 산사태는 전조에 불과하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 산업 부양에만 골몰해 있다.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잠정치)은 6억5450만톤으로 한해 전보다 3.5% 감소했는데, 이를 친원전 정책 덕분으로 홍보한다. 핵심은 산업 부문 감소 때문이고 이는 수출이 준, 외부요인 탓이다. 경제 운용을 제대로 못해 배출량이 줄어든 것을 친원전 때문으로 포장한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는 홀대한다. 지난해 절반가량이 재생에너지에 쓰인 전력기금은 내년에 핵발전 생태계 강화에 쓰겠다(2024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계획안)고 하고, 100㎾ 이하 소형태양광 확산에 기여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는 중단시켰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영 컨설팅 회사 나우스그룹은 멜버른대학 등과 협업한 보고서에서 “나중에 대규모로 핵발전이 배치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재생에너지 목표를 줄이면,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비용으로 달성해야 하는 중대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는 수도꼭지를 잠글 생각이 없는 걸까.
박기용 한겨레21 기자 xeno@hani.co.kr
‘생태’는 진보, ‘환경보호’는 보수? 이념에 갇힌 기후 대응 교육
‘생태전환교육 조례’가 폐지됐다.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은 TF를 꾸려 ‘조례 손보기’에 나서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교육 계획이 정쟁의 대상이 됐다.
“그레타 툰베리 한 명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 7월5일 서울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단상에 오른 임종국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말했다.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생태전환교육 조례 폐지안)’ 표결을 앞두고, 마지막 반대토론에서 한 발언이었다.
‘생태전환교육 조례’는 2019년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청소년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3년간 논의를 거친 끝에 2021년 전국 최초로 서울시에서 생태전환교육 조례가 제정됐다. 환경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 ‘학교환경교육 진흥 조례’를 완전히 손봤다. 5년 단위로 생태전환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시행에 필요한 근거 규정을 담았다.
생태전환교육은 조희연 교육감의 핵심 공약으로 2021년 이를 지원하는 조례가 제정됐다. ⓒ연합뉴스
생태전환교육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정책이다. 학교에 태양광 등을 설치한 탄소중립 공간을 조성하거나 환경·에너지 문제와 연계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관련 활동을 지원해왔다. 서울 학생들이 지역 학교에서 6개월 이상 머무르는 ‘농촌유학’은 대표적인 생태전환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생태전환교육 조례 폐지안이 가결될 경우, 이 같은 프로그램들의 지원 근거는 사라지게 된다. 지난 5월30일 최유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생태전환교육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7월5일 폐지안 표결이 이루어지기 전 토론자로 나선 최 의원은 조희연 교육감을 향해 “(국민의힘이)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의 절박한 과제를 외면한다는 식으로 여론전에만 골몰하는 것은 혹시 생태전환교육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여기는 조희연 교육감의 아집 때문은 아닌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유희 의원은 세 가지 이유로 생태전환교육 조례 폐지를 주장했다. 첫째, 생태전환교육 조례가 상위법인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는 ‘환경교육’과 내용이 중복된다. 둘째, 교육청이 조례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행정력을 낭비했다. 셋째, 생태전환교육기금을 농촌유학 단일사업에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서울시교육청은 2023학년도 농촌유학은 기금이 아닌 교육비 특별회계로 운영 중이며,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중복되는 위원회 폐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는 의견을 시의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시의회에서는 조례를 폐지하고 새로운 대체 조례를 의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생태전환교육 대신 최유희 의원이 들고나온 것은 ‘학교환경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학교환경교육 조례)’다. 두 조례의 차이는 명확하다. 생태전환교육 조례와 달리 학교환경교육 조례의 목적에는 ‘기후위기와 환경재난 대응’라는 말 대신 ‘환경 보전과 개선’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조례에는 학교환경교육 지원의 예로 에너지 절약, 재활용 분리배출, 일회용품 사용 억제 등이 제시됐다.
6월28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74개 학부모·기후환경 시민단체는 학교환경교육 조례가 퇴행이라고 반발했다.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환경교육’이라는 단어 대신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전환’이라는 용어가 기후위기 시대의 교육 철학으로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9월 새로 추가된 ‘교육기본법’ 제22조 2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도 ‘생태전환교육’이란 단어가 약 70회 나온다. ‘환경교육’은 여섯 번에 그쳤다.
2022년 10월, 전북 임실군 지사초등학교 배추밭에서 서울에서 ‘농촌유학’을 온 어린이들이 잡초를 뽑고 있다. ⓒ전북교육청 제공
농촌유학의 이념화?
12년 만에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112석 중 76석)은 지난해 7월 임기가 시작된 이후 석 달 만에 ‘서울정상화 TF’를 만들고 조례 손보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다수당일 때 제정된 ‘비정상적 조례’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출범한 서울정상화 TF는 출범 한 달 만에 △사회적경제 기본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마을공동체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 △서울시민 인권 기본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등 조례안 10여 개를 발의한 바 있다.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지난달 서울시의회로 시간을 돌려보자. 6월16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질의를 받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이날 최유희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학교환경교육 조례에 윤석열 정부의 생태교육도, 조희연 교육감의 생태전환교육도 다 포함된다며 새로운 조례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조 교육감은 “(두 조례에 큰 차이가 없다면) 왜 폐지를 하려고 그러시나요?”라고 되묻는다. 그러자 최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이 ‘농촌유학의 이념화’다. 최 의원은 “숨겨진 이념이나 이런 것들을 모두 배제하라”고 두 차례에 걸쳐 지적한다.
최 의원은 또 “농촌유학 사업은 일시적으로 반짝하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최 의원의 이러한 평가는 수치와 다르다. ‘농촌유학’은 2021년 서울시교육청이 전남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전북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전남교육청이 발표한 ‘전남 농산어촌유학 사업 설명 자료’에 따르면, 전남의 경우 2021년 1학기 신청자(82명) 대비 2022년 2학기 신청자(304명)가 세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22년 1학기의 경우 학생 70.7%가 유학 기간을 연장할 만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생이 13명이던 전북 임실 지사초등학교의 정병희 교사는 지난해 시범사업 기간에 학교를 찾은 유학생 10명(유치원 제외)이 올해에도 모두 유학 기간을 연장해 수업을 듣고 있다고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말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섬진강변을 걷는 ‘천리길 걷기’다. 주말 프로그램인데도 서울 가족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100% 참여한다.”
지난해 10월8일, 한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빠진 ‘생태전환교육’ 복원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 교사는 지금의 농촌유학이 최선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잠깐 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원금이 없어도 이웃이 되며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농촌유학 프로그램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진보·보수 모두의 과제”
물론 생태전환교육 역시 교육정책의 일환인 만큼 평가의 대상이다. 문제는 그 잣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조희연 교육감 선거캠프 생태전환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한 정건화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생태전환교육의 성과를 확인하고 평가하면서 추진할지 폐지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교육감이 누구냐에 따라, 시의회 다수당이 어디냐에 따라 폐지되거나 존속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생태전환교육을 평가하려면 기후위기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가를 두고 평가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진보·보수 모두의 과제다. 보수가 생태전환교육의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나는 그 행보에 찬성할 거다.”
7월5일, 논란 끝에 생태전환교육 조례 폐지안이 가결됐다. 재석의원 86명 중 찬성 60명, 반대 26명이었다. 예정된 결과였다.
하지만 조례 폐지 이틀 뒤인 7월7일 조희연 교육감은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강원교육청에서도 올해 2학기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강원교육청은 “교육 때문에 오히려 강원도로 찾아오게 하는 교육 정책사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농촌유학 활성화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 조례가 폐지된 만큼 관련 예산은 강원도가 책정한다.
신경호 교육감은 보수 진영 인사로 당선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서울시교육청과의 업무협약이 더욱 눈길을 끈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서울시의회 논란을 통해 농촌유학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바람도 중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의 예산 없이 강원도의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시사인 김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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