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부’ 속 결석 학생이 ‘간첩교사’ 증언했다고?
1989년 7월 25일에 열린 강성호 교사의 재판을 보도한 신문기사. 당시 강 교사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손바닥을 펼쳐 ‘진실·승리’라는 글자를 내보였다. / ⓒ진실탐사그룹 셜록
‘출석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출석부를 본 경찰과 검찰도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체했다. 그들이 원한 건 진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임무는 오직 ‘간첩교사’를 만들어내는 일이었을 뿐. 그렇게, 강성호에게 32년간의 악몽이 시작됐다.
1989년 5월 24일, 스물일곱 살 햇병아리 일본어 교사 강성호는 그날도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를 찾는 사람이 있으니 “교무실로 와보라”는 전갈이 왔다. 교무실에는 덩치 좋은 남자 2명이 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대공과 형사들이었다.
그들은 강성호에게 경찰서로 같이 가자고 말했다. 놀란 강성호를 “학생 일 때문에 그렇다. 잠깐이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강성호가 수업 중이라 못 간다고 하자, 교장 허락도 다 받아뒀다고 못을 박았다. 강성호는 꿈에도 몰랐다. 그를 고발한 장본인이 바로 교장이라는 사실을.
교문 앞에는 검은 지프 한 대가 서 있었다. 선생님이 수상한(?) 차에 타는 모습을 학생들은 웅성대며 지켜봤다. 차에 오르자마자 강성호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선생님, 선생님” 하던 경찰들의 입에서는 “이 새끼” 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강성호는 더 이상 교사가 아니었다. 국가보안법 피의자, ‘빨갱이’가 됐다.
그에게 씌워진 혐의는 수업시간에 북한 찬양 발언을 했다는 것. 특히 ‘6·25 때 남한이 먼저 북한을 침략했다’, 즉 북침설을 주장했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신문에는 ‘좌경 의식화 교사’라는 수식과 함께 강성호의 얼굴이 실렸고, 교육청은 즉각 그에 대한 징계에 나섰다.
경찰은 북한 찬양 발언을 들었다는 일부 학생의 증언을 증거로 내세웠다. 1심 법원은 그해 10월, 강성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1990년 1월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받고 석방됐지만, 같은 해 6월 대법원은 최종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런 일은 그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강성호 사건은 ‘거대한 탄압’의 신호탄이었다.
1980년 중반부터 본격화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 움직임은 1989년 현실화를 눈앞에 두게 됐다. 노태우 정권은 이들을 ‘의식화 교사’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9년 1월 12일 “일부 급진 성향의 교사들은 초·중·고교 학생들의 의식화까지 기도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치와 함께 특별지도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해 4월 25일에도 중·고교생에 대한 ‘의식화 활동’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긴박한 실상”이라며, 사례가 발견되는 경우 교단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는 곧 구체화됐다. 5월 14일 문교부는 노조 결성 주도 교사에 대해 형사처벌 방침과 함께 중징계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권에게는 ‘전교조 교사=좌경 의식화 교사’라는 등식을 증명하기 위한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했다. 사학재단의 비리를 폭로하고, 교사협의회에 가입하는 등 전교조 결성 운동에 참여해온 강성호가 그 표적이 된 것이다.
정권의 바람과 달리, 1989년 5월 28일 전교조 결성대회는 강행됐다. 간부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발부, 직위해제 등 징계 조치, 결성대회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회 개최를 막을 수는 없었다. 5월 27일부터 28일 사이 연행된 교사의 숫자는 1082명에 달했다. 이후 6월 내내 개최된 전교조 지부 및 지회 결성식에서도 대규모 연행 사태가 속출했다.
교육 당국은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는 모두 중징계에 처하되, 탈퇴 교사는 일체 불문에 부치라”고 지시하며 징계와 회유에 나섰다. 1989년 7월 당시에만 전교조 활동과 관련해 처벌·징계 등을 받은 교사가 구속 41명, 중징계(파면·해임) 267명 등 모두 941명에 달했다.
최종적으로 전교조 결성과 관련해 해직된 교사의 규모는 무려 1500여명에 이른다.
이 시기 전교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작업’에는 국가기관이 총동원됐다. 청와대가 그 정점에 서고, 안기부가 주도하며 감사원, 경제기획원, 내무부, 치안본부, 법무부(대검찰청), 문공부, 총무부, 서울시 등 전 국가기관이 동원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도 이뤄졌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보안사의 ‘진드기 공작’. 지난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보안사 내부문건인 ‘진드기 공작철’을 입수해 전교조 창립 직후인 1989년 6월부터 이듬해까지 전개된 민간인 사찰의 실상을 확인했다.
보안사는 전교조 관련자는 물론, 그 가족과 거주지 이웃 주민 등에 대한 미행, 내사, 가택수색, 접촉 등을 시간별로 상세히 기록했다.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이 금지된 보안사가 1990년대까지 민간인 사찰을 지속해왔음을 보여주는 진드기 공작은 그 자체로 중대한 불법행위다.
지난해 12월 진실화해위원회는 1989년 전교조 출범 전후로 교사들에게 가해진 사찰, 탈퇴공작, 사법 처리, 해직 등의 탄압은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임을 확인했다. 33년이 지나 국가 조사기구로부터 나온 ‘결론’이었다.
강성호에게도 뒤늦은 진실이 찾아왔다. 2021년 9월 재심 재판부는 그에게 국가보안법 ‘무죄’를 선고했다. 수업시간에 ‘6·25 북침설’을 들었다고 증언한 학생은 그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출석부에 분명 ‘결석’이라 적혀 있었지만, 경찰도 검찰도 눈을 감았다. 그렇게 강성호는 ‘빨갱이 교사’로 만들어졌고, 누명을 벗기까지 인생의 절반이 필요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노동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직업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중대한 인권을 침해하였으므로 (…)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돌아온 것은 사과가 아니었다. 지난 5월 23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전교조 강원지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전교조에도 간첩이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묘한 기시감. 1989년 강성호의 ‘그날’과 닮았다.
강성호가 진실을 밝히고 재심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32년이 걸렸다. 1989년 그와 비슷하게 연행되고 해직된 교사들이 ‘국가폭력 피해자’로 확인받는 데까지는 33년이 걸렸다. 앞으로 또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늘날의 이 장면 역시 한 편의 촌극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지연된 정의’로 훼손된 피해자들의 인생을 그때는 또 무엇으로 돌이킬 수 있을까.
<최규화 전 진실화해위원회 언론홍보팀 주무관>/경향
‘러 집단학살’ 법정에 32개국 우크라 편 동참…국제사법재판소 승인
7월5일까지 서면 의견서 낼 예정…역대 최대규모 동참
8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출석한 우크라이나 외무부 옥사나 졸로타료바(왼쪽) 국제법국장과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사 안톤 코리네비치(오른쪽).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2월 러시아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사건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32개국이 우크라이나 편에 동참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9일 자료를 내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사흘 뒤인 지난해 2월26일 러시아를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 위반으로 제소한 사건에 대해 32개국이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2개국은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다수 국가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으로, 이 국가들은 다음달 5일까지 서면 의견을 제출해 이 사안에 의견을 낼 예정이다. 미국은 제노사이드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 일부 조항에 서명하지 않아 참여하지 않았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데 이렇게 많은 나라가 동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제노사이드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은 제노사이드를 국제법상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협약으로 총 137개국이 가입해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계 주민을 집단학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장은 “제노사이드 개념을 조작”한 것이라며 러시아를 제소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제소한 뒤 많은 나라들이 이 사건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8일 네덜란드 헤이크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알렉산더 슐긴 주네덜란드 러시아 대사. AFP 연합뉴스
지난해 이 사건 청문회에 불참했던 러시아 대표단은 지난 8일 청문회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제소는 법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주네덜란드 대사 알렉산더 슐긴은 법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제소는 수용하지 못할 사안”이라며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있고 모순적이며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중국 외교부도 ‘말폭탄 외교전’ 가세…한-중 갈등 급격히 악화
싱하이밍 대사 발언에 한국 외교부 경고…중국 외교부 재반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외교부가 9일 윤석열 정부의 미국 밀착 외교를 비판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내정 간섭”이라고 강하게 경고하면서 한-중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싱 대사 초치를 계기로 양국 갈등이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장호진 1차관이 싱하이밍 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지난 8일 우리나라 야당 대표와의 만찬 계기에 싱 대사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을 한 것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초청해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 듯 “일각에서는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는데,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솔직히 (한-중 관계 악화)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대사관은 회동 뒤 싱 대사의 발언을 담은 보도자료를 이례적으로 배포했다.
장 차관은 “주한 대사가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빈)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며 “싱 대사의 언행은 한-중 우호정신에 역행하고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것임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지적하고, 외교사절의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하고, 모든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싱 대사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역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 공동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국가 간 관계는 상호 존중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로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겠다”며 싱 대사 발언에 유감을 나타냈다.
이에,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이날 홈페이지에 싱 대사 발언과 한국의 항의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올린 글에서 “현재 중·한 관계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의 유관 부문은 (상황을) 정확히 바라보고, 어떻게 문제를 직시하고 중·한 관계의 안정과 발전을 실현할지에 주안점을 두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대변인은 또 “싱 대사가 한국 정부와 정당, 사회 각계각층과 폭넓게 접촉해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소개하는 것은 그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외교당국의 상호 항의는 윤석열 정부 이후 한-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두 나라는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 이후 서로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이후에도 지난달 22일 방한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한국 쪽에 이른바 ‘4불가’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4불가는 한국 정부가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거나, 미·일의 중국 봉쇄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북한 문제 등 여러 방면에서 한-중 협력을 하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존재하지도 않고, 있었던 대화도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공개적인 충돌은 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중 간 불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며, 정부가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 소장)는 “한국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중국이 의도적으로 싱 대사의 발언을 공개했다”며 “싱 대사의 발언은 즉흥적 개인 소견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대한국 정책임을 명백하게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지난 1년 동안 관망하던 중국이 이참에 ‘중국 국익을 분명히 이야기하겠다’는 의지를 실은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국이 경제와 안보를 일정하게 나눠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여지를 만들 수 있다면 해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중국 대사 고압 발언과 관저 생중계, 모두 적절치 않다 [한겨레 사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8일 저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다”며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 요소의 방해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밝혀, 자신의 발언이 한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싱 대사 발언은 일차적으로 미국에 치우친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관이 국익 관점에서 상대국 정부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 협상장도 아니고 공개 발언을 할 땐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이번 발언은 공개 발언이라고 하기엔 이례적으로 고압적이다. 한국이 중국 편에 서지 않으면 보복하겠다는 위협으로 들린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한 양국 협조를 논의하기 위해 관저를 찾은 야당 대표를 앉혀 놓고 일방적으로 10분 넘게 주재국 정부를 공개 성토한 것도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 정부에 할 말이 있으면 외교 통로를 통해 직접 긴밀하게 논의하는 게 먼저다. 큰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태도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비판적인 국민들에게도 반감을 살 수 있다. 해당국 국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대사가 오히려 선린우호 관계를 훼손한 격이다. 그래서 이날 싱 대사의 발언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 대표도 외교 행보에는 좀 더 치밀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회 다수당 대표로서 활발한 외교 협의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여권이 일본 입장에 치우친 터라, 야당이 국익 차원에서 한-중 협력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야당 대표가 일국 대사관저를 직접 찾아간 건 격에 맞지 않고, 지금 같은 민감한 국면에선 더욱 그러하다. 특히 이를 당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한 것은 외교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강대국을 상대하는 외교일수록 프로토콜에 입각해 형식도 내용도 제대로 정비되어야 한다.
국민의힘도 “백댄서”(김기현 대표), “중화사대주의”(신원식 의원) 운운하며 대야당 공세에 외교를 끌어들이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여도 야도 외교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 한다. 국익과 국격을 최우선에 두고 냉철하게 접근하기 바란다.
GSGG 찢재명 저건 진짜.. 저런 게 대통령을 했다가는 진짜로 멸망한다
답글1공감43반대20
신사 이재명아 야당대표가 대사따위한테 공손하게 훈계나 듣고 있냐?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힌다
안효일 빨갱이놈 이재명과 가짜민주당 증국대사 따위에게 훈계를듣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했다 사리사욕을 위하여 국가의 위신을 추릭시키고 국민의 자긍심을 짖밟았다
매국노 새끼 이재명 모가지를밟아라
하정애 한겨레는 도탄에 빠진 국민들에게 눈이열리고 귀가 열리는 선구적 언론으로 다시태어나라... 정론직필 쪽팔리지도 않냐?
sando**** 조선일보 사설인줄~~ 비평을 하려면 현상황 -경제, 외교 등- 을 분석이라도 하면서 해야지 일단은 잘못했다 이건 언론인이 아닙니다
지방소멸은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다, 대안이 있다
'살기 위한' 수도권행, 인구절벽 가속화를 막아라
380조 원. 지난 10여 년 동안 저출산·고령화 대책 및 인구변화 대응에 쏟아부은 예산이다. 하지만 그 효과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속되고 있고,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은 2015년 3개에서 2022년 45개로 늘어났다(한국고용정보원 2022년 초 발표자료).
중앙의 소위 '칸막이 행정'은 지방소멸, 인구절벽, 지역 일자리 부재로 인한 지역 이탈 등 부처간 논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각자의 해법만 토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고용노동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다양한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제시해도 모자랄 텐데 말이다.
이와 같은 위기 속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고, 이로 인해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는 저출산과 맞물려 인구절벽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혹자는 다양한 제도들의 효과성이 나타나는 데 시일이 걸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효과성만을 기다리기엔 타이머가 빠르게 돌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정책에 대한 효과성 확인은 지속적으로 하되, 기존의 정책들을 모니터링하고 계속해서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나가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 지난 두 달간 시리즈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통해 구직을 준비하는 비수도권 청년들,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 그리고 수도권으로 상경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생각하는 그 대안은 무엇일까.
대안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세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일자리 다양성 확보, 두 번째 지역 고용서비스 및 직업훈련 모니터링 및 개선, 세 번째 서울 상경 청년의 삶의 질 확보이다.
첫 번째, 일자리 다양성 확보는 가장 중요하면서 첨예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시·도 지역별 청년고용률을 살펴보면 수도권(서울 51%, 인천 48%, 경기 47.3%)과 비교해 영남권(부산 40.5%, 대구 42.7%, 경북 41.1%, 경남 37.8%, 울산 38.9%)과 호남권(전북 39.1%, 전남 39.3%, 광주 37.3%)의 청년고용률이 큰 차이로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용노동부, 고용지표 참고).
지역별로 봤을 때 비수도권 지역의 낮은 청년 고용률 원인은 지역 내 '다양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의 부족으로 인해 청년세대가 지역 내 일자리에 취업하길 거부하거나, 수도권 지역으로 이주함으로써 나타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특정 산업에 편향적인 경향이 강하며, 제조업 외 직종에 취업하고자 할 경우 비수도권 지역에서 일하기 어렵다. 특정 주요 산업이 아닌 경우 '좋은 일자리'는 고사하고 일자리의 공급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다. 일자리를 찾아 인구 유출이 되는 경향이 강해 일자리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일자리와 관련된 실질적 논의와 권한의 강화가 있어야 한다. 기존에 지역 일자리 정책이 단발성 공공 일자리,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 또는 중앙이 주도해 지자체에 하달하는 방식 등으로만 이뤄졌으나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지역에서 노·사·민·정이 참여하며 산업정책과 더불어 노동정책 전반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방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
두 번째, 지역 고용서비스 및 직업훈련 모니터링 및 개선이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라 불리우는 고용서비스나 직업훈련과 같은 정책은 고용효과에 있어 효과적이지만, 한국은 OECD내에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지출이 적은 국가에 속한다.
적은 예산일지라도 올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이 청년고용문제와 지방소멸 문제를 동시에 염두하고 있는지, 청년들의 수요에 맞게 실효성 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연계 일자리의 질은 괜찮은지 등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개선해나갈 필요성이 있다.
▲ 권역별 인구 순이동. 화살표 속 숫자는 단위기준 1000명을 의미한다. 경남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이동이 51이라면, 이는 5만1000명을 의미한다.ⓒ 2021년 국내인구이동통계, 통계청, 22.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서울 상경 청년의 삶의 질 확보 부분은 지난 기사("서울살이 험난... 그래도 여기는 실패할 기회라도 있다" https://omn.kr/242fc )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기존 청년정책에 지역이동 특수성을 반영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쉽게 해소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미 수도권으로 상경한 청년들에게 '둥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먹을 것이 없어서 떠나온 청년들이 무한 경쟁 상황에 놓이고, 둥지가 없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다. 인간이 살아갈 때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 중 주거에 대한 정책이 절실하다.
혹자는 지방소멸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이르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대안들을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지역의 청년들이 태어난 지역에서 나고 자라고 생활할 수 있도록, '살기' 위해 서울행을 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마이뉴스 김지현
대통령실, '尹, CIA·FBI 접촉' 이래경 주장에 "상식 안맞는 얘기"
"李, CIA 면담· FBI 접촉 후 대선 출마 주장"
"배석자 10명 있는데 대선 얘기 가능한가"
"李 주장 허무맹랑…또하나의 기괴한 사례"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6.08. yesphoto@newsis.com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FBI(연방수사국)과 접촉했으며 이후 미국이 한국 대선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제 어떤 분(이래경)이 윤 대통령께서 검찰총장 시장에 CIA 국장을 만났다 하다가 거짓으로 드러나니 이번에는 FBI 국장을 비밀리에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FBI는 수사 기관이기 때문에 한국의 수사기관과 협조를 한다. FBI 국장이 검창총장을 만난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 (만남이)보도가 됐다고 했다. FBI국장이 와서 경찰청장 만나고, 국정원장 만나고 다음날 대검 방문해 검찰총장을 만났다. 사진까지 보도됐다"며 "배석자가 양측에서 5명씩 있었다"며 "그런 자리에서 FBI 국장이 한국의 검찰총장과 다음 대선이 어쩌고 이런 이야기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또하나의 기괴한 사례라 볼수 있겠다"고 했다.
앞서 이래경 이사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때 CIA 수장을 만나 안하무인 행보를 보였고 면담 후에 윤 총장이 정치 안보 이슈 등을 포함해 과감해지고 문재인 대통령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허무맹랑하다. 당내 자중지란을 모면하기 위한 대단히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하자 이 이사장은 SNS에 2019년 FBI 국장이 비밀리에 방한해 윤 총장을 만났고 대선출마를 권유했다'는 내용의 한창석칼럼니스트의 글을 공유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예방한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9.24. (사진=대검찰청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영 김승민 기자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이날 헤인스 국장은 비무장지대(DMZ)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찰했다. 헤인스 국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 15개를 총괄하는 미국 정보 수장이다. /뉴시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지나 해스펠 국장
중국 제치고 미국으로…20년 만에 ‘수출 1위 시장 ’ 바뀌나
한국, 일본·독일 이어 미국의 교역 6위국
수출입 물품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항만 야적장.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과 미국의 경제적 협력과 연관을 한눈에 보여주는 통계는 수출입 지표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우리 총수출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달해, 우리나라 총수출액 1위 시장이 2003년 이후 20년 만에 중국에서 다시 미국으로 교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전세계 총교역액(수출+수입, 5조3093억달러)에서 한국과의 수출입 교역액은 1868억달러(비중 3.5%)로, 미국 입장에서 우리는 교역규모 6위 나라다. 1~2위인 인접국 캐나다·멕시코, 3위 중국(13.0%)을 제외하면 일본(4.3%), 독일(4.1%) 다음이다. 미 상무부 자료에서 2022년 미국산 상품의 전세계 총수출액(2조629억달러) 중 한국시장 수출액은 714억달러(3.5%, 수출입금액 집계·작성에서 운임·보험료 포함 여부가 달라 한국 관세청 수치와는 큰 차이가 있음)로 금액 기준 8위이고, 미국의 외국산상품 총수입액(3조2464억달러) 중 한국산 제품 수입액은 1153억달러(3.6%)로 7위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무역통계를 보면, 2022년 국내 전체 수출기업(9만5천개) 중에서 미국시장 수출기업은 2만3805개, 전체 수입기업(20만6천개) 중에서 미국제품 수입기업은 3만8330개에 이른다.
중국 경제산업당국의 ‘중국제조 2025’ 전략과 자급률 제고 및 수입 대체, 자국 산업 고도화로 2018년을 전후로 한-중 무역구조가 급변하면서 우리 기업 제품의 미국시장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 총수출에서 중국시장 비중은 2022년 22.8%, 미국시장 수출 비중은 2018년 12.0%에서 해마다 증가해 2022년 16.1%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는 이 격차가 더욱 좁혀져, 우리나라의 1~5월 누적 수출액(2534억달러) 중에 중국시장 수출액(497억달러) 비중은 19.6%, 미국시장 수출액(455억달러)은 18%에 달했다.
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자본의 미국시장 해외직접투자액(공장 신·증설 그린필드 투자 및 기업 주식지분 인수·합병(M&A) 투자)은 1968년~2022년 누계 1929억달러(신규투자법인 누계 1만7220개)에 이른다. 투자회수액을 제외한 순투자금액은 1620억달러다. 1968~1980년 우리 자본의 미국투자금액은 총 7500만달러였다. 그후 2500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반면 미국 자본의 한국시장 직접투자액은 도착금액 기준으로 1962년~2022년 426억달러(투자업체 6414개)다. 미국 자본의 한국시장 직접투자액은 1962년 1044만달러(11개 업체)에서 2022년 27억달러로 260배가량 증가했다.
무상원조에서 유상차관 시대로…한국 경제정책 전환
전쟁 참화로 이렇다 할만한 자본이 축적되지 않은 한국은, 미국의 원조 자금을 비상의 종잣돈으로 삼았다. 미국의 지원으로 전후 경제 복구와 부흥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를 ‘무상 증여 원조 경제’ 시기, 1960년대를 ‘장기 저리 유상 차관 경제’ 시기라고 학계에서 부르는 까닭이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전후 20년(1953~1972년) 미국으로부터 받은 무상 원조액은 모두 32억2600만달러다. 집계 기간을 1946년부터 1978년까지 확대하고 유상 차관까지 포함하면 원조액은 60억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체 아프리카 국가들이 받은 미 원조액(69억달러)이나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전체 남미 국가들이 받는 원조액(149억달러)을 고려하면 미국의 한국 원조 규모는 작지 않은 수준이다.
1950년대 후반 즈음에는 미 원조액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웃돌았다. 연간 총 세수입보다도 미 원조액이 더 많았던 때도 여러 해다. 열악한 저축률 등에 따른 취약한 토종 자본과 작디 작은 재정 수입을 미 경제 원조가 상당 부분 메꾸는 구조였던 셈이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00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1960년대 경제도약 기반 마련에는 미국으로부터 받은 막대한 원조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당시 미국 원조당국은 원조 프로그램을 한국의 거시·산업정책 방향과 연결시키면서 국내 경제정책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곤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원조 방식 수정은 한국 경제에 변화를 불러왔다. 미국은 1950년대 후반부터 경제 원조와 군사 원조를 구분하고 민간 자본의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특히 무상 원조 대신 저금리의 유상 차관 형태로 금전적 지원 방식을 바꿨다.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 누적 등 자국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한 조처였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무상원조는 1957년(3억6800만달러)에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해 1965년 1억3100만달러, 1973년에는 200만달러로 줄었다. 조 위원은 “미국의 원조정책 전환은 우리가 이전의 수입대체 위주에서 1958년부터 수출지향적 공업화정책으로 선회하는 동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공업화·산업화에 성공한 한국은 경제규모를 빠르게 확대시켰고 1970년대 들어 양국 경제는 연간 교역량이 70억달러(1978년 기준)에 이르는 등 일방적인 수혜국-공여국 관계를 넘어 수평적인 파트너 관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됐다.
1986년 무역흑자와 무역마찰, 개방 압력
1980년대 중반 한국 경제는 3저 현상(저유가·저달러·저금리) 등 우호적인 국제경제 환경 속에 성장을 지속했다. 1986년에는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31억3천만달러)를 달성한다. 당시 우리 제품의 미국시장 수출액은 138억8천만달러, 대미 무역 흑자액은 73억3천만달러였다. 무역 흑자 달성은 미국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셈이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법’ 제정이 1986년 12월에 이뤄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대미 수출이 늘고 무역 흑자가 불어나면서 한-미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미 행정부는 1992년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미국 상품·서비스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없애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에 시장 개방을 공격적으로 요구하겠다는 뜻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2월 미 <뉴욕타임스>의 글로벌 경제위기 진단 기획 시리즈(글로벌 전염·Global Contagion)에는 1990년대 초반 상황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미국은 세계 금융시장 자유화 추진 과정에서 한국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오이시디 가입을 전제로(혹은 빌미로) 한국에 시장개방을 요구했다.”
실제 한국은 1996년 오이시디에 가입하면서 한-미 경제관계는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자본시장 개방과 자유화 △외국인투자 제한 완화 △각종 정부 규제의 철폐·완화라는 ‘시장화’로 급속 이동한다. 이러한 변화는 1997년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가속화시켰음은 두말할 이유도 없다. 아이엠에프의 대주주인 미국의 주도 아래 21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한편 시장개방과 시장화는 한층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한미FTA…동맹 성격의 전환, 그리고 뒤바뀌는 판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는 한-미 경제 관계 양상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체결된 이 무역협정을 계기로 느슨해져 가던 양국의 무역 구조는 한층 두터워졌다. 구체적으로 산업화 도약 시기에 한국 총수출에서 대미 수출 비중은 1990년(29.8%)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어 2010년대 초에는 10%조차 위협받고 있던 터였다. 한국의 수출 다변화에다 중국의 세계 시장 편입 등이 낳은 결과였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에는 다시 한-미 양국의 교역 규모는 불어나기 시작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양국 관계를 정치·군사 중심에서 실질적인 경제 동반자 중심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고, 양국 협업모델로 성장하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17년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 관계는 또다른 파고를 만난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놓고 서로 갈등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공급망 균열과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주의 파고 속에서 한국 경제는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경제안보 시대에 휩쓸려 들어가며 도전과 시련을 맞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 중심으로 ‘한-중 경제관계’라는 민감한 문제가 얽혀들면서, 한-미 양국 경제관계도 ‘자유시장 가치동맹’을 넘어 협력과 갈등이 동시에 내재하는 복잡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는 제3국을 통한 미국시장 우회 수출 규모도 적지 않고, 우리 첨단산업 핵심기술과 설비의 상당 부분이 미국을 원천으로 한다”며 “다만 세계경제 블록화를 초래할 수 있는 교역의 지나친 정치화를 막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교역 환경을 위협하는 조치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협력하고 미국도 설득하는 일관된 대외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중국·러시아 핵무기 대폭 늘려…“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
지난해 각각 60·12기 확충…파키스탄·인도·북한도 늘려
러시아군이 지난해 10월 26일 북서부 플레세츠크에서 핵 훈련의 일환으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다. 플레세츠크/러시아국방부 UPI 연합뉴스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해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고 다른 핵 보유국들도 핵무기 현대화를 서두르면서 인류가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스웨덴의 유명 외교정책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2일 발표한 ‘2023년 연감’에서 지난해 전세계의 핵무기 보유량이 1만2512기이며 이 가운데 사용 가능한 실질 핵무기 보유량은 9576기라고 밝혔다. 사용 가능한 핵무기는 2022년보다 86기 늘었다. 다만, 폐기를 기다리는 핵무기를 포함한 전체 보유량은 2022년보다 198기 줄었다.
연구소는 지난해 핵무기 보유량을 늘린 나라로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북한, 인도를 꼽았다. 중국은 60기를 추가 확보했고, 러시아도 12기를 늘렸다. 파키스탄과 북한은 각각 5기, 인도는 4기를 추가한 것으로 연구소는 파악했다. 미국·영국·프랑스·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량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연구소는 집계했다.
이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한스 크리스텐센은 “중국이 핵무기를 대거 확대하기 시작했다”며 “국가 안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핵무기만 보유한다는 중국의 선언적 목표와 이런 (핵무기 확대) 추세를 일치시키는 게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미국이나 러시아와 유사한 수준으로 확보할 잠재력이 있다고 연구소는 평가했다.
연구소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핵 전력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 투명성도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은 2021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자국의 핵 전력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 2021년 핵무기 보유량의 상한을 225기에서 260기로 높인다고 선언한 바 있다. 프랑스 또한 3세대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핵무기 현대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이들 5개 나라의 움직임은 지난 2021년 “핵 전쟁은 (누구도) 이길 수 없고 결코 벌어져서도 안된다”고 5개국이 공동으로 선언한 것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적했다.
연구소는 인도와 파키스탄도 새로운 핵 전달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북한은 군사 핵 프로그램을 국가 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 데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핵 보유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도 핵 무기를 현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연구소는 봤다.
9개국 가운데 사용 가능한 핵무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는 러시아(4489기)였다. 이어 미국(3708), 중국(410), 프랑스(290), 영국(225), 파키스탄(170), 인도(164), 이스라엘(90), 북한(30) 차례다. 핵무기를 미사일에 장착했거나 작전 부대에 배치한 실전 배치 국가는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 4개 나라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1770기와 1674기를 실전에 배치중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실전 배치 규모는 각각 280기와 120기다.
댄 스미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 중 한 때로 빠져들고 있다”며 “전세계 정부들이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하고 무기 경쟁을 늦추며, 환경과 기아 위기의 악영향에 대처할 합의를 위해 협력할 길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윤석열 대통령에게 찍힌 이들의 수난
압색 공화국의 살풍경...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게 하라
바야흐로 압수수색 시대다.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은 워낙 자주 쓰여 신물 나고, 요즘은 압색공화국이란 말이 더 실감난다. 툭하면 압수하고 여차하면 수색한다. 탈탈 털어 그러모으면 뭔가 나올 테니까. 덤으로 '별건'도 챙기고.
경찰은 5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데 이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다. 같은 혐의로 지난달 30일에는 MBC 임현주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임 기자의 속옷 서랍까지 들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 의원과 임 기자는 한 장관의 개인정보가 담긴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의 정당성 논란과 별개로 윤석열 정부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압수수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증거를 확보하려는 수사절차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빈도가 높고 형평성에 어긋날 때가 많다는 지적이다. 수사권 남용을 넘어 정치보복과 공포정치의 도구라는 비난까지 쏟아진다.
압색공화국
검찰과 경찰이 경쟁하듯 벌이는 압수수색은 흡사 굶주린 포식자 같다.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잔뜩 담긴 휴대전화 압수는 기본이고, 컴퓨터의 각종 파일,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등 통신자료도 확보한다. SNS 계정과 이메일도 뒤진다. 필요에 따라 금융 계좌와 신용카드 사용 명세까지 조사한다. 한 사람의 일상과 삶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파헤치는 것이다.
압수수색은 경찰과 검찰만 하는 게 아니다. 지난 2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남본부와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강원지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보듯이 국가보안법 사건의 경우 국가정보원이 전면에 나선다. 군사기밀유출 혐의와 관련해서는 군 수사기관도 민간인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 넉 달째 진행 중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에 대한 수사가 대표적 사례다.
수사기관 관점에서 압수수색은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수사를 하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다.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압수수색 영장의 남용과 악용이다. 수사 범위를 벗어난 먼지떨이 압수수색은 별건 수사나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킨다. 종종 근거도 없이 추측이나 예단만으로 영장을 집행한다. 마치 진단을 제대로 못하는 의사가 일단 환자의 배를 가른 다음에 환부를 찾으려는 꼴이다.
압수수색 대상자는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낙인찍히거나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여기에는 압수수색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언론 보도도 한몫 한다. 특히 정치적 사건일수록 그런 경향이 있다. 압수수색이 다 성공적이거나 효과적인 것도 아니다. 언론에 요란하게 보도된 압수수색 중에는 맹탕도 적지 않다. 이른바 전시용 또는 압박용 압수수색일 때 더욱 그렇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 1월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후 대표를 비롯한 몇몇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세 차례 더 진행됐다. <민들레> 측은 "명단을 입수한 것 외 다른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얻어갈 게 없는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 장관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정치인과 언론인 압수수색은 수사 필요성과 별개로 보복성으로 비치는 면이 있다. 최강욱 의원과 한 장관의 지독한 악연은 널리 알려져 있고, MBC 기자는 이른바 '바이든 보도'의 주역이다. 게다가 고위직 인사청문회 때 일종의 관행이던 국회(의원)와 언론매체(기자)의 정보 교류에 갑자기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영 어색하다. 여러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걸릴 의원과 기자가 한둘이 아닐 테다.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던 박은정 검사(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도 지난해 8월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검찰은 박 검사의 친정부모 집까지 압수수색했다.
박 검사에 대한 수사는 2020년 12월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의 고발에서 비롯됐다. 윤 총장 감찰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이 이듬해 6월 무혐의 처분하자 이 단체는 항고했다. 서울고등검찰청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박 검사는 친정집이 수난을 당한 직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저는 '수사로 보복하는 것은 검사가 아니라 깡패일 것'이라고 주장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의견에 적극 공감합니다. 그 기준이 사람이나 사건에 따라 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내가 잘못된 수사 관행을 비판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모든 죄는 걸린 죄"라는 말과 "공정하지 않은 수사는 하지 않음만 못하다"라는 말이다.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는 권력과 정의에 대한 환멸을 자아낼 뿐이다.
윤석열의 부인과 이재명의 부인, 그리고 천공
▲ 지난 1월 17일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범계 위원장과 원내대표단 등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들에 대한 수사를 비교해 보자.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는 남편이 경기도지사를 지낼 때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주로 측근 배모씨의 범행으로 인정되고 김씨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지만, 관련 업소 129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말해주듯 경찰의 수사 의지는 강력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반면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혐의에 대한 수사는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2021년 12월 '주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범들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 사건에 깊숙이 발을 담근 김 여사는 단 한 번도 조사받지 않았다. 검찰은 비판적 여론이 고조되자 서면조사를 했다고 슬그머니 밝혔다.
김 여사는 또 대선 때 허위이력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교육단체 등에 의해 사문서 위조, 업무방해, 사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역시 대면조사는 없었고 서면조사로 대체했다. 관련 대학이 5개나 되지만, 어느 대학이든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조국 사건 초기, 검찰이 관련 대학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김 여사의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여부를 떠나 대체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반론도 만만찮지만, 수사가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대신 대선 기간에 김 여사의 허위이력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한 시민이 가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당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후보자의 이름이나 사진 등을 명시하는 현수막을 게시해서는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90조 1항을 위반한 혐의였다.
지난 2월 <권력과 안보>라는 책을 통해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도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권력과 안보>의 소재는 그가 대변인 재직 시 써둔 일기다. 천공 관련 의혹은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의 '전언'에서 비롯됐다. 책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남 총장은 부 대변인에게 천공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에 나타났다는 '현장보고' 내용을 알렸고, 부 대변인은 이를 일기에 남겼다.
대통령실의 고발로 촉발된 그에 대한 수사는 경찰과 군 양쪽에서 진행 중인데, 압수수색을 벌인 쪽은 국군방첩사령부였다. 책에 담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관련 내용이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는 게 수사 명분이다. 이에 대해 부 전 대변인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월 23일 오전 방첩사 수사관들은 부 전 대변인의 아파트 주차장에 잠복했다가 외출하려는 그를 막아서고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압수수색은 24시간을 넘겨 이튿날 오전에야 끝났다. 수사관들은 물론 부 전 대변인과 변호인도 꼬박 밤을 새웠다.
부 전 대변인 주변 인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와 가까운 군 관계자 몇 명이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중에는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한 사람도 있다.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부 전 대변인의 다른 혐의(별건)를 찾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 의혹의 핵심인물인 천공은 경찰의 출석 요구를 계속 거부하다가 끝내 서면진술서 제출로 갈음했다.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경찰이 천공의 입에만 의존하지 말고 그를 수행하는 측근들의 휴대전화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시기의 동선과 행선지를 확인했다면, 참이든 거짓이든 의혹의 실체가 드러났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참고인에 대해서는 필요시 압수수색도 벌이면서 천공에 대해서는 유난히 참고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극적 수사로 일관한 이유가 뭔지 의아해하는 국민이 많다.
"권력이 권력을 저지해야"
무분별하고 과도한 압수수색은 법조계에서도 논란거리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압수수색 영장 청구 시 사전대면심문을 도입하는 형사소송법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판사가 직접 검사나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압수수색이 꼭 필요한지 따져보겠다는 방안이다. 애초 6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했는데,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성을 해친다"는 검찰의 강력한 반발에 한발 물러선 상태다.
6월 2일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는 '압수수색 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영장 발부 경험이 있는 현직 법관과 검사, 변호사, 법학자 등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법원 측은 "범죄 입증과 무관한 전자 정보에 대한 과도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 있다"며 "사전대면심사로 인권 침해나 사생활 노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사전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검찰 측은 "수사가 지연되고 수사 사실 자체가 새나갈 수 있다"고 반대했다.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진실이 아닌 권력을 섬긴다면 국민적/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함부로 쓰기 마련이다.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 효율성을 중시하는 검찰의 논리도 가볍지 않으나 '압색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법원의 견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은 곧 국민의 견제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 [조성식의 통찰]
TBS 대표 "김어준 뉴스공장 전체 채널 경쟁력 약화…사과드린다“
정태익 TBS 대표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체 채널 경쟁력 약화…시의회 등 우려, 저의 지나친 온건함 원인”
언론 질의응답에서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서울시가 원하는 방향으로 방송을 한다는 것이냐’ 등 지적도
서울시의회의 추경안 심의에 사활이 달린 TBS의 정태익 대표가 과거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시사 프로그램이 공정하지 못했다면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TBS는 출연진 균형성 등을 심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드는 한편, 당분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TBS는 12일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공개홀에서 ‘2023 TBS 혁신안 발표: 공정성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발표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TBS는 이날 혁신안에서 △대표이사 및 부서장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 △간부 직원 연봉 4% 반납 △전 직원 연장근로 제한(해당 예산 전년 대비 59% 감액) △신규채용 전면 중단 및 5년 내 정원 20% 감축 등 경영자구책을 내놨다.
TBS “정치적 편파 논란으로 공정성 훼손...출연제한심의위 신설”
방송 관련 혁신안의 주된 키워드는 ‘공정성’이다. 이날 정태익 대표가 가장 먼저 한 말도 “최근 저희는 정치적 편파 논란으로 인해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을 훼손하며 시민 여러분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시사 프로그램에 치우친 나머지 시민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지 못했다. 편성의 쏠림 현상 뿐 아니라 한 특정프로그램에 예산을 과하게 집중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는 내용이었다. 정 대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같은 경우 전체 FM 라디오 예산 4분의1을 차지하며 전체 채널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시민 여러분의 따끔한 비판을 귀담아 듣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정 대표는 이어 “방송 공정성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지난 집행부(경영진)의 본부장, 실장을 모두 교체했다”며 “공정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2023년 6월12일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 공개홀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기 위해 모인 정태익 대표 등 임원들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TBS 시민의 방송' 생중계
TBS는 향후 방송통신위원회 등 감독기관으로부터 법정제재를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방송인·정치인 출연을 규제하고자 ‘방송출연제한 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사회자 선정의 균형성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 직원 대상으로는 “제작 가이드라인 및 보도 준칙 교육을 의무화해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방송출연제한심의위가 구성되고 콘텐츠심의팀이 대표 직속으로 만들어지면서 방송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 같다, 서울시가 원하는 방향으로 방송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출연제한 위원회는 타 방송사에도 있다. 제가 33년간 근무한 SBS에도 있다”며 “방송에 대한 통제나 제한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 시선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전혀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시장(오세훈 서울시장)이 제게 한 말씀이 있다. 내가 만약에 한 쪽으로 치우친 방송을 원했으면 당신 같은 사람을 이 자리에 추천 했겠나, (최종) 3인 후보로 올라갔을 때 용인을 했겠는가라는 말이다. 편향된 방송을 앞장서서 하라는 건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라 말했다.
‘방송출연제한심의위는 서울시장이 바뀌면 폐지되거나 바뀔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공정성을 지키는 부분은 보수든 진보든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공정성에 대한 고민과 염려, 개선 의지들이 구성원들 사이에 뿌리 깊이 내리고 체화되면 어떤 압력에도 견뎌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고 했다.
▲2023년 6월12일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공개홀에서 정태익 TBS 대표가 2023년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TBS 시민의 방송' 생중계
시사라디오 사라지는 TBS...서울시의회 추경안 심의 결과는
TBS의 라디오·유튜브 분야 혁신안에선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수차례 언급됐다. 고민석 라디오제작본부장의 경우 라디오 95.1FM 채널 개편 방향으로 “기존에 공정성 논란을 빚었던 시사 프로그램이 편성됐던 자리에 시민의 삶에 위로와 기쁨을 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출근길에는 정보 오락성 ‘인포테인먼트’, 퇴근길엔 올드팝과 가요 기반 음악 프로그램 등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고 본부장은 ‘시사프로그램 원하는 청취자를 위한 프로그램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많은 분들이 궁금하실 거다. 김어준이나 신장식 같은 DJ들이 TBS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어떻게 편성하느냐. 저희 PD들의 회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재교육, 팀장과 저를 포함한 본부장의 데스킹 능력 등 다양한 조건이 성숙될 때까지는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TBS는 채널별 혁신 자료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 후 채널 점유율이 2위에서 8위로 하락한 FM의 경우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채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시민 소통을 기반으로 재미와 정보가 공존하는 인포테인먼트 채널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TBS가 이전 경영진 체제의 TBS를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반성문을 밝힌 것은, 서울시의회가 심의 중인 73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TBS는 지난해 여당(국민의힘)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의 TBS 지원 근거를 폐지한 뒤로 사실상 존립 위기를 겪어왔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TBS 추경 예산에 비판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추경안에 대해 “진인사대천명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며 “무책임하게 느껴지겠지만 하늘의 도움으로 이런 것이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혁신안이 마련되기까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가 실수한 건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저의 지나치게 온건한 부분, 의회가 됐든 시민들이 됐든 우려의 눈으로 TBS를 바라보고 있다면 제가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디어노늘 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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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충격적인 그래프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지방의원 전격분석①] 인구피라미드 통해 살펴본 지방의원 현황
2022년 6월 1일 동시지방선거로 3900여 명의 광역시도 및 기초 시군구 의원이 당선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에 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의 민의를 대표해 지자체의 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고, 행정이 제대로 일을 하고있는지 행정사무를 감사하고, 지자체의 법안인 조례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지방재정통합공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만 광역시도의 경우 2조 5천억 원~52조 원, 기초 시군구의 경우 3천억 원~4조 8천억 원의 예산이 시민들을 위해 집행됩니다. 세금이 필요한 곳에 잘 쓰이게 하고, 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현안과 의견을 지역 정책에 반영하게 하려면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지방의원들을 잘 선출하고, 그들이 제대로 일하도록 지원하고, 감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21년 민선 7기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지방의회 데이터를 시민들과 함께 수집하고 정제해 '전국 지방의회 의정감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2022년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전체 243개 광역 및 기초의회 현역 의원의 프로필을 모은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더불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함께 모은 상세이력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의원들이 우리를 잘 대표하고 있는지, 예산 집행이나 법안 발의를 하면서 특혜를 받을 우려나 이해충돌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 앞으로 소개되는 사례들을 토대로 지역 곳곳에서 누구보다도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감시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인구피라미드로 살펴보는 지방의원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지방의원들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기초적인 성별, 연령 통계를 내보았습니다.
시도 광역의원(제주도 교육의원 포함)의 경우 2023년 5월 현재 재직 중인 877명 중 703명이 남성, 174명이 여성으로 남성 의원이 80%에 달했습니다. 구시군 기초의원은 2988명 중 1991명이 남성으로 67%에 해당했습니다.
연령의 경우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모두 50대가 각 42%, 40%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32%, 30%로 70%가 넘는 의원들이 50~60대에 쏠려있었습니다.
▲ 광역의원 연령 및 성비(2023.05기준) 2023 지방의원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로 모은 현직 광역의원들의 연령 및 성비 ⓒ 정보공개센터
광역의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만 24세(1999년생) 경기도 이자형 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국회의원 임종성 의원실의 입법보조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고, 민주당 경기도당의 대학생 위원장을 맡는 등 계속해서 당 활동을 해왔습니다.
최고령 의원은 만 77세(1946년생) 충청남도 김복만 의원(국민의힘)으로 지역구 투표로 당선되었습니다. 충청남도의회 5선 의원입니다.
▲ 기초의원 연령 및 성비(2023.05기준) 2023 지방의원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로 모은 현직 기초의원들의 연령 및 성비 ⓒ 정보공개센터
기초의원의 경우 최연소 의원은 만 20세(2002년생) 경기도 고양시 천승아 의원으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되었고, 고양시에서 국민의힘 청년위원회 활동과 대학 내 방송국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의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고령은 만 80세(1942년생) 서울시 광진구 추윤구 의원(무소속)으로 광진구의회 6선 의원입니다. 20년이 넘게 같은 의회에서 구의원을 하고 있습니다.
수치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지방의원의 대부분이 50~60대 남성인데요. 다양한 시민들을 대표해서 의정활동을 하고있는 의원의 대표성을 생각했을 때 이러한 쏠림 현상은 문제입니다. 이렇게 특정 집단이 과대표 되면 연소자나 여성 등 소수 집단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덜 표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전체의 인구 피라미드와 의원들의 인구 피라미드를 비교해서 살펴보면 의회의 구성이 인구 집단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 광역의원 인구 피라미드(2023.05 기준) 광역의원들의 인구 분포도를 나타낸 피라미드 그래프 ⓒ 정보공개센터
▲ 기초의원 인구피라미드(2023.05기준) 기초의원들의 인구 분포를 나타낸 인구피라미드 그래프 ⓒ 정보공개센터
▲ 2023년 한국의 인구 구성 2023년 현재 인구 피라미드 그래프(통계청) ⓒ 통계청
우리나라의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소수 성별의 정책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위원회 구성시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민의를 대표해 정치 활동을 하는 의회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균형이 전혀 지켜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역의회의 경우 17개 의회 중 세종시와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15개 의회의 여성 의원 비율이 35% 미만이고, 경상남도의 경우 95%가 남성으로 심각한 '남초' 정치집단이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기초의회 역시 226개 의회 중 70%에 해당하는 158개 의회는 여성의원의 비율이 40%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 정치인이 발굴되지 못하거나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함께 고민해야할 여러 사회문화적 요인이 있겠지만, 많은 여성의원들이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펼치는 의회들도 있습니다. 25개 기초의회는 여성의원이 50% 이상이며 경기도 과천시는 7명 중 6명의 의원이 여성입니다.
▶여성의원 비율 50% 이상 의회보기
이렇게 지방의원들의 성별 및 연령에 대한 통계를 살펴볼 때 현재 지방의원들의 인구 대표성이 현실과 굉장히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지방의회가 지역의 다양한 의제와 현안들에 대해 좀 더 실제적인 대표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논의와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의 '지방의원 전격분석' 시리즈에서는 4회에 걸쳐 시민들이 직접 분석한 지방의원의 현황과 광역시 의원들의 입법활동 및 이해충돌 문제를 짚어볼 예정입니다.
정보공개센터 /오마이뉴스
툭 툭 던져지는 대통령 거부권, 정치적 책임을 망각했다
거부권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올해 법 제정‧개정 관련 뉴스에서 '대통령 거부권'이란 단어를 자주 보게 되었다. 헌법 53조에 따라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를 대통령 거부권이라고 말한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이승만 대통령 이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66건인데 그 가운데 45건이 이승만이 행사한 것이다. 박정희 5건, 노태우 7건, 노무현 6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이다. 거부권 행사 빈도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제 취임 1년이 겨우 지난 윤석열 대통령은 2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툭 하면 거부권 언급
지난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 3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3~5%를 넘거나 쌀값이 평년보다 5~8%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포퓰리즘 법안",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한 달이 지나고 대통령 거부권이 또 발휘되었다. 지난 5월 16일, 윤 대통령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에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분리해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된 법안이었다.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재투표에서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지 못해 폐기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이 지난 후 한 달에 한 번씩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6월 중에도 어느 법안에 거부권이 또 발휘될지 모른다.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모른다. 이미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부터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라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말이 기사들을 통해 나왔다.
대통령 거부권으로 밀려나는 인권과 민주주의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쟁점 법안에 대해 이뤄졌다. 그렇다보니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단순히 정쟁으로만 비춰질 수 있다. 거부권이 행사된 두 법안은 현재 국회 의석비율이 큰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치닫는 듯 보이는 여야당 대치구도에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정쟁의 도구로써 생각하는 것 같다.
거부권이 남용되면 삼권분립 체계에서 국회의 입법권이 침해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 대통령 거부권은 입법부의 법률 제정권에 대통령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기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매우 남발하고 있다. 쉬이 쓰이는 거부권에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책임을 망각한 것은 아닌가 싶다.
대통령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서 사회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을 논의하고 함께 대책을 세우는 문제 해결의 틈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 파트너로서의 야당과 다양한 삶의 문제로 정치적 요구를 하는 시민과의 대화 가능이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이 독선적으로 흔들어대는 거부권 행사에 민주주의는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법안의 위헌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과연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시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대해 고민을 해보긴 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농민들과 간호사들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쌀생산자협회 등 농민단체들로 구성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은 기자회견을 통해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전면개정이라는 농민들의 요구가 담기지 않은 이번 개정안조차도 거부하는 농업포기 선언이라는 규탄했다. 행동하는간호사회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며 더욱 절실해진 공공의료와 간호인력 문제에 대한 논의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문제에 직면한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어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그 부족한 법안조차 대통령이 거부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그 문제들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두 법안이 기득권의 이해와 어긋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쌀값 안정화 정책이나 간호사 안전 대책 등 농민과 간호사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가져오지 않고 거부만 하고 있다. 지속되어온 농민과 간호사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법‧제도‧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것인데 여기에 대통령이 의지가 없다. 오로지 거부 의지, 적극적으로 막아내겠다는 의지뿐이다.
대통령 마음대로 거부할 수 있는 것 아니다
다시 짚자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이제 겨우 1년 넘었다. 그런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2건이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정치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그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부권이 행사되는 데는 진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의 존엄한 삶과 권리를 침해하는 법안을 막아야 할 경우여야 할 것이다. 툭 하면 "거부권" 탁 하면 "위헌"을 말하는 윤 대통령은 무책임한 거부권 폭주를 멈춰야 한다.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 프레시안
‘제2의 증기기관’ 인공지능…교육·법률·의료 파고든 ‘초인간 서비스’
[챗지피티 6개월-AI의 두얼굴] 챗GPT가 바꾼 풍경
유사 판례 찾아 법률 상담하고
오답 분석 개인 맞춤 교육까지
AI전문가들 ‘통제없는 개발’ 우려
최근 인공지능 기업 딥브레인이 수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빠르게 읽고 질문을 생성해내 면접까지 실행해주는 ‘에이아이(AI) 면접관’ 서비스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사진 속 남자가 인공지능 면접관이다. 딥브레인 누리집 갈무리
“인간적으로 그 많은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다 봅니까?”
면접관으로 자주 차출된다는 한 대기업 전무가 얼마 전 내뱉은 푸념이다. 이런 ‘인간적인’ 한탄은 이제 곧 듣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초고속으로 대량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읽고 질문을 만든 뒤, 직접 면접까지 하는 ‘에이아이(AI) 면접관 서비스’ 출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정신적·체력적 한계가 분명한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간의 등장은 ‘인간적인 것’의 종말을 예고한다. 피곤을 모르는 초인적 노동력으로 방대한 자료를 집어삼키고 자신만의 결과물을 생성해내는 그는 ‘초거대 인공지능’이자 ‘생성 인공지능’이다.
지난해 11월30일 출시된 ‘챗지피티’(ChatGPT)는 불과 반년 만에 신드롬을 넘어 인류 문명의 풍경을 바꿀 기술 발전으로 주목받는다.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출시한 챗지피티는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고, 지난 3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가 공개되자 다양한 서비스와 폭발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조급해진 구글이 ‘바드’(Bard)의 실험 버전을 공개했고, 네이버와 카카오도 ‘한국형 지피티’의 연내 출시를 선언했다.
최근 인공지능 면접관 서비스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기업은 딥브레인이다. 이미 방송인 김주하, 골프선수 최경주 등을 ‘인공지능 인간’(AI 휴먼)으로 만들었다. ‘에이아이 면접관’이 피면접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읽은 뒤 질문을 생성해 면접 준비를 마치는 데는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얼굴, 표정, 목소리, 말투까지 복제할 수 있는 에이아이 휴먼과 에이아이 면접관이 만난다면 피면접자는 그가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눈치조차 채기 어려울 것이다.
에이아이 휴먼을 만드는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0년 엠비엔(MBN)이 ‘에이아이 김주하’ 앵커를 만들 때만 해도 얼굴, 표정, 몸짓, 목소리, 말투 등을 생성하려고 추가로 스튜디오에서 270시간가량을 촬영했다. 하지만 2023년 공개된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에이아이 최경주’는, 기존 골프 경기 영상과 인터뷰만으로도 충분했다. 심지어 사진 한장으로 소년 최경주의 동영상을 만들어냈다. 30분 정도의 음성파일만 있으면 목소리는 물론 말투까지 완벽하게 생성해낸다. 엔씨소프트(NCSOFT)는 게임 이용자들을 위해 ‘인공지능 인간’ 대량 생산을 연구 중이다.
초인간적 존재는 교육 분야에도 등장했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에 맞춰 가르치고 싶었지만 여력이 없다는 교사들의 인간적 고민쯤은 인공지능 교사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교육 기업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인공지능 교사는 한 아이에게 집중해서 매시간 매초의 데이터까지 수집해 학생이 원할 때마다 상담하고 가르친다. 1:1 맞춤 교육에 새 지평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에이아이 연구소를 별도로 운영하는 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에듀’는 최근 초등학생 홈러닝 서비스 ‘아이스크림 홈런’을 통해 에이아이 생활기록부를 선보였다. 전용 학습기로 수집되는 하루 1600만건의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학생의 정답률, 학습 패턴, 문제풀이 시간, 오답 문항 특성 등을 분석해 맞춤으로 제공한다. ‘인공지능 개인교사’는 학생이 졸려하는지 파악하고,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부터 안 좋은 문제풀이 습관까지 짚어준다. 학부모 상담도 생성 인공지능 몫이다.
메가스터디도 학생들에게 개인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생성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했다. 교재를 풀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스마트펜을 대면 바로 해설이나 정답 풀이를 볼 수 있고, 학생이 오답을 내면 생성 인공지능이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만들어 제공한다. 학생이 원할 때 인공지능 교사가 즉시 상담에 나서고 취약한 부분을 분석해 안내한다. 한 학생은 “내가 원하는 해설만 확인할 수 있으니 시간 낭비가 줄었다”며 “아이콘을 눌러 인공지능 선생님에게 바로 질문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의료 분야의 변화도 극적이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Lunit)은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 촬영술을 하고도 암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암 진단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루닛 인사이트’를 개발했다. 지난 3월 현재 이 솔루션을 도입한 의료기관은 전세계에 2천곳이 넘는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루닛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대용 엑스레이로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노인 환자에게 암 검진을 실시하게 된 건 놀라운 발전이다. 이 기술을 더 많은 의료 시스템에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방대한 판결문을 축적한 법률 분야는 생성 인공지능에 좋은 먹잇감이다. 법조계에는 초인간 서비스의 등장으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속 변호사들의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이용을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원씩을 부과했다. 변협은 로톡이 법률서비스를 상업화한다고 비판한다. ‘로톡’은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변호사를 분야별로 추천하거나 의뢰인과의 상담글을 300자 내외로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법무법인 소속 30대 변호사 ㄱ씨는 “상담글을 읽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인공지능이 요점을 정리해주니까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서면 작성을 위한 자료 검색, 특히 영어 논문 검색에 챗지피티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했다.
여러 논란에도 법률 산업에 생성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리걸테크’ 서비스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엘박스’는 변호사들이 직접 올린 230만건 이상의 판결문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관계 법령뿐 아니라 유사 판례까지 찾아준다. 인텔리콘연구소, 로앤굿 등은 챗지피티를 활용한 법률 상담 서비스를 출시했다.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장기적으로 리걸테크 분야가 소송 결과를 예측하고 온라인 분쟁을 해결하는 데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아예 법원에 생성 인공지능을 도입해 판결문을 작성하도록 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난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원이 내부용 지피티(GPT)를 자체 개발해 판사들에게 ‘에이아이 도우미’를 붙여줘야 한다”며 “지금은 판사들이 사건 결론을 내리는 데 30%, 판결문을 쓰는 데 70%의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에이아이가 도입되면 판결문 작성에 드는 노력을 30%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커에 맞서 방패를 두껍게 해야 하는 보안업계의 발걸음도 바쁘다. 챗지피티를 세상에 내놓은 오픈에이아이는 지난 1일 회사 누리집을 통해 챗지피티 기술을 접목하려는 보안회사에 1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격은 한번만 정확하면 되지만 수비는 늘 100% 정확해야 한다”며, 해커와의 싸움에서 늘 불리한 입장이었던 보안 업계가 생성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판을 바꾸자는 제안이다.
김휘강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가 창업한 ‘에이아이 스페라’(AI Spera)는 지난 4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전세계에 있는 아이피(IP) 주소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사이버 위협을 감지하는 검색엔진을 공개했다. 방문할 웹사이트가 악성인지 아닌지, 우리 서비스에 접속하는 유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평판 정보를 생성해 제공함으로써 선제적으로 대처한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해커들도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 최근 사기(피싱) 이메일이나 악성 사이트의 조악했던 번역형 문장이 유려하고 매끈해졌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보안 기술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탄생에 비견할 만한 지각변동’, ‘제2의 증기기관 발명’ 등 생성 인공지능이 몰고 올 변화를 수식하는 문구는 화려하다. 초인간 시대의 아찔한 변화 속도는 지난 3월 말 인공지능 전문가 2만여명이 “6개월만이라도 인공지능 개발 실험을 멈추자”고 한 다급한 호소마저 집어삼켰다. 구글이 시험 운영 중인 생성 인공지능 ‘바드’에 이 변화의 속도와 파장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23년 6월11일 현재, 생성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는 수천개에 달하고 서비스가 나오는 속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성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생성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지선 정혜민 기자 sun21@hani.co.kr
월 10달러로 만드는 가짜사진…작업은 AI 몫, 공포는 인간의 몫
챗지피티 6개월-AI의 두얼굴]
인공지능 이미지 제작 소프트웨어 미드저니가 ‘경찰에 둘러싸인 군중들’이란 내용을 요청받아 생산한 인공지능 이미지.
“엄마 난데, 핸드폰이 고장 나서. 이렇게 남김. 갑자기 월세 보증금을 올려달라네. 빨리 좀 보내줘.”
12일 인공지능(AI·에이아이)으로 목소리를 복제했다. 가족들에게 메신저로 보냈다. 모친은 속지 않았다. “목소리가 비슷하긴 한데 좀 어색해. 특유의 말투가 잘 안 느껴져.” 주변 친인척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가족이 아니라면 어느쪽이 기계이고, 어느쪽이 진짜 사람인지는 구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목소리 복제엔 케이티(KT)에서 지난해 출시한 ‘마이 에이아이 보이스’ 서비스를 활용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11만원을 지불하고, 목소리를 녹음했다. 이틀을 기다렸다. ‘제작이 완료됐다’는 메시지를 받은 뒤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면 복제된 ‘나의 목소리’가 문장을 읽어줬다. 대중서비스이다 보니 가족·지인을 속일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로들이 사용하는 수준에서는 모두를 속일 법한 정교한 인공지능 음성이 이미 제작되고 있다.
미 유명 팝가수 브루노 마스가 부른 한국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곡 ‘하입보이’(Hype boy)는 유튜브에서 이날 기준으로 조회수 148만회를 넘었다.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를 따서 만든 인공지능의 ‘커버곡’이다. 브루노 마스 특유의 음색이 그대로 구현되자 댓글엔 “자연스럽다”, “놀랍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수사기관은 긴장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한층 정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업계 가이드라인 등에 주목하면서 관련 연구용역을 이달 중 발주할 예정이다. 이종서 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과장은 “에이아이 활용 과정에서 다양한 범죄 형태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미리 대비할 부분이 있다면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도 2027년까지 가짜음성 탐지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인공지능 이미지 제작 소프트웨어 미드저니가 ‘르네 마그리트에 영감을 받아 담배란 주제로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구로 만든 인공지능 이미지.
가짜 사진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인공지능 이미지 제작 툴 ‘미드저니’가 대표적인 툴이다. 원하는 이미지를 자세히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 설명이 상세할수록 원하는 이미지에 가까워진다. 그림처럼 묘사할 수도, 사진처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경찰에 둘러싸인 군중을 사진으로 만들어줘”, “르네 마그리트에 영감을 받아서 ‘담배’란 주제로 그림을 그려줘”라고 주문하자 그럴싸한 이미지들이 만들어졌다. 첫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차례 요구사항을 조정하자 진짜 같은 가짜 사진이 만들어졌다. 비용은 한 달에 10달러였다.
인공지능 이미지 제작 소프트웨어 미드저니가 ‘경찰에 둘러싸인 군중들’이란 내용을 요청받아 생산한 인공지능 이미지.
인공지능 이미지는 잠재적인 위험성이 크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됐다는 ‘가짜사진’이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면서 화제를 모았는데, 해당 사진도 미드저니를 이용해 제작된 것이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한 그림은 지난해 9월 미국 콜로라도 한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입상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탓에 위법하게 사용될 우려도 크다. 미드저니는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이미지는 생산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어뒀다. 하지만 규제를 피해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관련 커뮤니티에는 ‘위험한 이미지’를 제작하는 각종 팁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한가지 확실한 건, 더 쉬워지고, 더 정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기울어진 저울 위 춤추는 사교육
정시는 수시보다 투명하다. 그런데 공정할까? 한 재수종합학원에서 전국 의대 정시 합격자 절반이 배출됐다. 수능이 변질되어 사교육에게 공략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하원하고 있다.ⓒ시사IN 박미소
‘정시가 공정하다’라는 명제는 폭넓게 지지받는다. 대학 정시모집 전형은 ‘수능으로 줄 세우기’다. 전국 단위 일제고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점수에 따라 대학에 간다. 수시모집 전형은 고교 내신성적과 면접, 논술, 자기소개서 따위의 비중이 높다. 여론은 ‘사람의 주관이 개입하지 않는 전형’인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여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도 뜻이 같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2023학년도부터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16개 대학에 정시 전형을 40% 이상으로 늘리라고 권고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정시모집 인원 비율 확대를 공약했다. 두 대통령은 각각 교육 관련 정부 회의와 공약집에서 수시 전형의 일종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깜깜이 전형”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정시의 공정성이 허상에 가깝다는 주장이 있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줄 세우기’가 아니다. 수능이라는 측정 방식 자체다. 과연 수능 점수는 학업성취도를 정확히 계측하는가? 수능 점수 5점 차이는 그만큼의 학력 차이를 뜻하는가?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사회 성원 다수가 쉽게 답해온 질문이 최근 다시 제기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시가 어떤 전형인지는 지표로 확인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울과 그 외 지역의 격차다. 〈그림 1〉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매해 내놓는 수능 채점 결과 분석을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재가공한 자료다. 2010학년도 이후 10여 년간 수능 과목별 1등급을 받는 서울 수험생의 비율은 그 외 지역 대비 꾸준히 늘었다. 수학의 격차가 특히 크다. 2010학년도 수학(자연계열) 과목을 보면, 지방의 1.5배였던 서울 1등급 수험생이 2021학년도에는 3배가 됐다. 인문계열 수학·국어 1등급 수험생 역시 서울이 나머지 지역의 2배 이상이다.
정시는 재수생 이상에게 유리한 제도다. ‘반복연습’이 수능 점수를 높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N수생’에게 수시모집은 좁은 문이다. 수시는 내신 성적이 중요한데, ‘전교 1등 후배’들은 매해 전국에서 쏟아져 나온다. 정시에서는 어느 정도로 유리할까? 지난 3월15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0~2023학년도 정시모집 의대 신입생 선발 결과’를 공개했다. 의과대학은 대학 서열 최상위에 있다. 4개 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중 고3 학생은 22.1%에 불과하다(〈그림 2〉 참조). 76.8% 이상은 N수생이다. 구조적으로나 지표상으로나 정시 비율이 늘면 재수는 합리적 선택이 된다. 이때 사교육이 개입한다. 절대다수의 N수생들은 혼자 공부하지 않는다. 재수종합학원에 등록한다.
정시는 서울 출신, ‘N수생’에게 유리
사회적 자원이 집중된 서울이 대입 수험에 유리할 이유는 많다. 많은 이들이 강남 대치동 학원가로 대표되는 사교육 접근성을 핵심으로 꼽지만, 그렇지 않다는 반박도 나온다. EBS 교재와 수능의 연계가 강해지고 인터넷 강의가 전국적으로 보급되며 ‘강남 입장권’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더 나아가 “사교육은 수능 성적 향상에 별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능 인터넷 강의 시장을 석권한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의 이야기다. 〈시사IN〉과 한 통화에서 손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강남과 비강남,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능 성적의 격차가 사교육 탓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학생 성적과 가장 밀접한 건 부모 유전자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 가운데에는 명문대 출신 고소득자가 많다. 이들의 자녀가 성적이 잘 나오는 건 당연하다.”
손 회장의 말을 ‘사교육 업계 대표자의 때늦은 진언’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강남 사교육 시장의 흐름에 밝은 이들은 고개를 젓는다. 의대 입시를 비롯한 수능 대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업체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대치동에서 근래 급성장한 A 재수종합학원이다. 사교육과 수능의 연관성은 이 학원의 실적과 교습 방법을 통해 더 잘 보인다고 이들은 말한다. A 학원이 수능 고난도 문제를 판판이 공략해내고 있으며, 그 원인이 수능 출제 스타일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주장이다.
A 학원 수강생들의 진학 실적은 압도적이다. 올해 전국 의과대학 정시 합격자 절반이 이 재수종합학원에서 나왔다. 2023학년도 39개 의과대학 정시 총정원이 941명인데, 49.9%인 470명이 A 학원 출신이다. 서울대·연세대 등 대학병원을 갖춘 주요 6개 의대로 범위를 좁혀도 A 학원 합격자 비율은 51.2%다. A 학원은 자사 홈페이지에 이렇게 홍보한다. ‘작년(2022학년도) 수능 수학(미적·기하+과탐) 3·4등급 입학생 32%가 올해 수능 1등급으로 향상됐다.’ ‘작년 과학탐구 4·5등급 입학생 44%가 올해 수능 1등급을 받았다.’ 사교육 덕에 점수를 올렸다는 것이다.
A 학원의 약진은 업계에서도 기현상이다. 한 학원이 최상위권 대학 정원 절반을 거머쥔 실적만 놀라운 게 아니다. 수능 사교육 시장은 오래전부터 ‘레드오션’이었다. 대성학원, 종로학원 등 현장 강의 바탕인 재수학원들이 전통 강자로 군림하고, 메가스터디 등 인터넷 강의 기반 업체도 패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A 학원은 어떻게 이 틈바구니에서 제 몫을 챙기고, 나아가 ‘수능 시장을 평정했다’고 평가받기에 이르렀을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8 대입포럼의 문호진 연구원은 “A 학원은 처음부터 다른 학원과 달랐다”라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수능 대비 사교육 업체의 경쟁력은 소속 강사들의 역량에서 나온다. 강사의 역량은 크게 강의와 교재 개발이다. 남들보다 쉽게 가르치고, 수능과 유사한 문제를 만들어내는 강사가 많을수록 인기를 끈다. 인터넷 강의 시장이 열리고 수험생들의 정보 공유가 활성화되자 ‘스타 강사’들이 출현했다. 타 학원 강사를 고액에 섭외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2014년 설립된 후발 주자 A 학원은 이 구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대신 A 학원은 외부 인력을 포섭해 교재 개발, 특히 ‘모의고사 제작’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일군의 대학생들이 여기서 등장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8 대입포럼의 문호진 연구원.ⓒ시사IN 조남진
문호진 연구원은 자신이 ‘대치동 모의고사의 첫 타자’라고 말했다. 2011년께부터 의대에 재학 중이던 자신과 몇몇 학생들은 취미 삼아 수학 수능 문제를 만들곤 했다. 이들은 입시에 너무도 숙달된 나머지, 학원 강사들이 만드는 문제보다 더 ‘수능시험에 가까운 문항’을 뽑아내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이 만든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업체가 A 학원이었다. A 학원은 이들을 비롯한 ‘외부 출제자’들에게 문제를 구매한 뒤, 수능 모의고사를 제작했다. 이 교재를 불법 복제에 취약한 출판시장에 내놓는 대신 현장 강의 수강생들에게만 독점적으로 판매했다. 모의고사는 여전히 A 학원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한 수강생은 A 학원 학생들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특출난 강사가 아니라면 수업을 잘 듣지 않는다. 본인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 간에 뒷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강의보다 자료가 A 학원의 ‘킬러 콘텐츠’에 가깝다.
초창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성장한 지금도 A 학원은 일반인들에게 문항을 구매하고 있다. 이 학원 홈페이지에는 ‘문항 공모’라는 페이지가 있는데, 수능 전 영역에서 자유롭게 문제를 출제하라고 쓴다. 지원 대상은 “학생·교사·저자·콘텐츠 개발팀 등 제한 없음”이다. 영역별로 채택 상금이 다르다. 수학은 1문항에 최대 250만원을 준다고 적었다. ‘우수 문항’을 제작한 이는 내부 출제위원으로 합류하도록 제안한다. 이들에게는 300만~500만원을 따로 지급한다.
사교육 의존도 높이는 ‘킬러 문항’
‘집단지성’이 어떻게 수능을 공략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수험에 익숙한들 학부도 졸업하지 않은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해당 과목을 전공하고 십수 년간 출제 경향을 연구한 사교육 강사들보다 수능에 더 가까운 문항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할까? A 학원 대표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강사들보다 학생 출제자의 ‘주관’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강사는 모두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다. 일종의 ‘시그니처’인데, 일부 학생들은 강사들이 주관에 따라 만든 문제가 좀 ‘편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원은 어떤 의미에서 대중적·보편적인 문제를 확보했다.” 전문성이라는 강사들의 비교우위가 약화된 계기도 있다. 문호진 연구원은 “2010년대 어느 시점부터 바뀐 수능 출제 경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2000년대까지도 수능시험은 각 교과 개념의 정확한 정의와 사고력을 묻는 문항으로 변별이 이루어졌다.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자 점차 수능은 ‘족보화’되었다. 해당 과목에 관심이 깊고 문제 풀이를 반복해온 학생들이라면 다음에 나올 문제 패턴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이 와중에 시험범위가 줄어든다. 2011학년도까지 수능 탐구영역(사회·과학)은 최대 네 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었는데, 2014학년도부터는 최대 두 과목으로 줄었다. 초창기 60문항, 이전까지 50문항이던 국어와 영어는 45문항으로 줄었다. 수학도 꾸준히 범위가 줄었다. 정책 취지는 학습 부담 경감이었는데 현장에서는 도리어 역효과를 불렀다는 게 수험생 커뮤니티의 중론이다. 학습 범위가 어떻든 ‘수험생들을 줄 세워야 한다’는 정시의 대전제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출제 범위가 줄자 평가원은 대다수 수험생이 주목하지 않는 지엽적인 교과 내용에서 ‘꼬여 있는’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풀이를 위해 교과 이해도나 사고력을 넘어 ‘기술’이 필요한 ‘킬러 문항’이 탄생했다.
킬러 문항은 단순히 어려운 문제를 뜻하지 않는다. 최상위권에서 탈락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틀리라고 만든 문제’다. 문호진 연구원은 킬러 문항을 두고 “패턴을 예상할 수 있지만 풀이 과정과 시간을 극단적으로 늘려놓은 문항”이라고 말한다. 매해 비슷한 방식으로 출제돼 유사 문항을 만들어 ‘대비’할 수 있다.
2021년 11월 입시 경쟁에 반대하는 단체의 회원들이 수능 당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들을 포함해 수험에 숙련된 이들이 문항을 만들고, 학원은 현장 강의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를 판매한다. 이 일을 가장 적극적으로 한 게 A 학원이다. 재수생 기준 A 학원 수강료는 월 기본(독서실 사용료 포함) 208만원이다. 별도로 드는 급식비, 교재비, 모의고사비를 합치면 월 200만원대 후반에서 최대 300만원대까지 지출한다. 현장 강의 수강을 위한 강남 진입 비용(주거비 등)은 헤아리기 어렵다. 고가 사교육을 통해 반복적으로 ‘유사 킬러 문항’을 풀어온 학생들이, 수능에서 가장 어려운 한두 문제를 더 맞히는 방식으로 오늘날 수능의 변별력은 작동한다.
A 학원 대표는 수능에 긍정적이다. 그는 수능이 “굉장히 뛰어난 시험”이라고 말한다. “자기가 아는 지식과 개념을 응용하는 수준을 넘어, 보는 순간 ‘스파크’가 튀어야 풀 수 있는 문제는 오히려 15년 전쯤에 있었다. 요즘은 사라지는 추세라는 게 강사들의 평이다.” 사교육을 통한 반복연습이 킬러 문항을 푸는 데 큰 이점을 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든 일의 숙련은 반복연습이 기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반복의 경로가 꼭 사교육일 필요는 없다고 그는 말한다.
생각이 다른 학생들이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준성 학생위원은 A 학원에서 재수·N수해 의대에 합격한 학생 3명을 인터뷰했다. 공교육 수준에서 현재 수능 문항을 대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학생 김 아무개씨는 “진짜 천재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조차도 사교육을 하면 더 잘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아무개씨는 “1등급 중하위권까지는 가능할 듯하다. 1등급 상위권은 어렵다. 특정 과목의 경우 한 학원 강사가 킬러 문항 풀이 방법을 독점하다시피 한다”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킬러 문항이 당락을 가르는 수능 체제에서 ‘승자’에 가깝다. 그런데 이들에게 ‘사교육과 공교육의 격차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지’ 묻자, 뜻밖에도 자신들이 성공을 거둔 ‘룰(규칙)의 불공정성’을 먼저 언급했다. 김씨는 “수시보다 정시가 공정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대에 오는 애들은 다들 사교육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인강 보편화에 따라 학생 간 격차가 줄었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박 아무개씨는 자료의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가진 돈이나 사는 지역에 따라 자료 접근성이 천차만별이다. (모의고사) 시험지가 비싼 값에 팔린다. 서울에 사는 부유층일수록 수능에 유리하다.”
킬러 문항의 존재를 알지 못하면 ‘수능 줄 세우기’라는 과정이 공정해 보인다. 같은 시험에서 100등 한 학생이 합격하고 101등 한 학생은 불합격하는 시스템(정시)은 ‘평가자의 주관’이 들어가는 과정(수시)보다 낫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그런데 수능이 공교육만으로 대비가 불가능하거나, 고비용 사교육이 매우 큰 유리함을 가져다준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여전히 ‘사람이 평가 과정에 개입하지 않으니 수시보다 투명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다만 ‘투명하면 곧 공정하다’는 전제가 흔들린다. 단거리 달리기 기록을 기계로 재는 것은 투명한 절차다. ‘수능 문제와 흡사한 고가 사교육 교재’는 이 경기에서 자동차 구실을 한다. 지금의 정시는 ‘투명하되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다.
교육부 “정시 확대도 수능 변화도 없다”
입시 전형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수능의 불공정성이 ‘결과의 불평등’과 다른 개념이라고 말한다. ‘부잣집 아이가 좋은 대학에 많이 가니 정시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초대 평가원장으로, 수능이란 시험을 처음 도입한 고려대 박도순 명예교수(교육학)는 “수능은 학력을 측정하기에 부정확한 지표”라고 말한다. 1990년대 초 그가 고안한 수능은 일종의 자격고사였다. 문제풀이를 반복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점수를 얻을 수 있고, 반복연습을 하더라도 고득점을 얻는 데에 한계가 있도록 설계했다. 수능 이전 학력고사 체제가 사교육 부담을 가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시험이라는 제도의 ‘오차’ 탓도 있다. “학문적으로 어떤 시험도 오차를 없앨 수는 없다. 아침에 치는지 저녁에 치는지에 따라 점수가 다르다. 무엇을 ‘학력’으로 보고 어떻게 평가할지를 놓고 보면 교육학 책 한 권이 나온다. 이런 시험에서 95점 맞은 학생은 ‘능력이 높으니 합격’, 93점 맞은 학생은 ‘능력이 달리니 불합격’은 어불성설이다. 수능 점수는 자격고사쯤으로 삼고 대학이 면접으로 뽑는 게 낫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문제풀이 기술만 측정하지 않는, 새로운 수능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시사IN 조남진
서울대 김경범 교수(서어서문학과)는 ‘학종 설계자’라고 불린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입학본부에 몸담았고, 2010학년도 서울대 학종 도입에 관여했다. 문재인·윤석열 대통령이 ‘깜깜이 전형’이라고 칭한, 그 전형이다. 그런데 김경범 교수는 ‘내신이 공정하니 비율을 늘리고 수능은 불공정하니 비율을 줄이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입시는 공정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어느 쪽이 더한지 덜한지의 차이다.” 김 교수의 말은 이렇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성적대로 줄 세우는 건 같다.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그게 어떤 형태든 ‘투자’를 해야 한다. 자원이 많은 학생은 평가를 어떻게 하든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유리하다. 줄 세우기 자체의 불공정성은 사실상 해소할 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입시 폐지나 대학 서열화 해체만이 대안일까? 그렇지는 않다. 김경범 교수는 현재 정시모집의 문제가 ‘수능이 특히 나쁜 시험이라서’ 불거진다고 본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게 하는 선다형 시험은 반복연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교과 이해도나 사고력보다 ‘기술’에 고득점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올해 수능시험을 주어진 시간 안에 풀어 고득점을 얻는 고등학교 교사가 몇이나 될까? 대학 교수도 못 푼다. 테크닉과 감을 측정하는 시험이라 그렇다.” 불공정을 개선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력을 측정하기 위해 김경범 교수는 “문항 수를 줄이고 문제 푸는 시간을 늘려 생각하는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보기에 40% 정시, 60% 수시 체제는 불공정하고 비교육적인 전형을 여론에 떠밀려 억지로 봉합한 데 불과하다. ‘새로운 수능’으로 줄을 세운다면 100% 정시도 바람직하며, 그게 현 상황보다 낫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교육부는 6월 중 새로운 대입 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큰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정시 추가 확대 공약은 사실상 파기됐다. 지난해 5월17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시 확대는 교육 현장에서 사교육 증가, 고교 교육 내실화 저해 등 우려가 있다.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수능의 변화도 예고된 바 없다. 지난해 12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현 교육부 장관으로서 대입은 미세 조정할 수밖에 없지만 수능은 없어져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여드레 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내 수능 폐지를 고려하지 않으며, “대입 제도의 큰 틀은 일관성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학원 출신 의대생은 “학원 덕에 수능을 잘 본 건 맞지만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영혼이 없는 좀비가 된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승자와 패자 모두 공정하게 불행한 입시 제도는 앞으로도 미세 조정된 채 유지될 전망이다.
시사인 이상원 기자
사교육에 뚫린 수능 ‘킬러 문항’ 알고리즘
2023학년도 39개 의과대학 정시 총정원은 941명입니다. 그중 49.9%인 470명이 서울 대치동 A 재수종합학원 출신입니다. 서울대·연세대 등 대학병원을 갖춘 주요 6개 의대로 범위를 좁혀도 이 학원의 합격자 비율은 51.2%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수능이 변질하여 사교육에 공략당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A 학원은 한두 문제 차이로 결과가 갈리는 수능의 허점을 노립니다. 이른바 ‘킬러 문항’이 담긴 교재 개발(모의고사 제작)에 공을 들입니다. 해당 교재는 현장 강의 수강생들에게만 독점적으로 판매됩니다. 재수생 기준 A 학원의 수강료는 독서실 사용료 포함 월 208만원. 고비용 사교육을 통해 반복적으로 유사 킬러 문항을 풀어온 학생들은 수능에서 가장 어려운 한두 문제를 더 맞히는 방식으로 결과의 맨 앞줄에 섭니다.
부잣집 아이가 좋은 대학에 많이 가니 정시가 나쁘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닙니다. 현재의 정시는 투명하되 공정하지 못한 게임입니다. 수능을 만든 사람도 “수능은 학력을 측정하기에 부정확한 지표”라고 말합니다.
시사인 장일호 기자, 최한솔·김진주 PD
밥 한공기 다먹기' 이어 오염수 어민 대책은 "생선 많이 먹기 캠페인"?
'밥 한 공기 다 먹기' 이어 이번엔 '생선 많이 먹기'?…日정부 '먹어서 응원하자' 연상 지적도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100일을 맞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와 관련,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생선회를 먹으며 수산물 소비를 독려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생선 많이 먹자는 캠페인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15일 저녁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총출동을 했다. 사전에 예고되지는 않았던 '깜짝 일정'이었다. 김 대표는 시장의 한 횟집에서 "(취임) 100일이 넘어가면서 의미있는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수산업 하는 분들, 특히 영세 어민들이 굉장히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수산물 판매를 촉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여기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산시장에서) 영업하는 분 말을 들으니까 코로나 때나 초창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에 비해 지금 더 어렵다는 말씀하신다. 기가 막힌 일"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아직 배출도 안 했는데 벌써 먹지 말자고 하면 대한민국 어민들 다 굶어죽으란 거냐"고 야당을 겨냥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가 더 정신 차리고, 우리 당원들 말고도 우리 당을 지지하는 분들, 또 많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제대로 알려 수산업자들이 어렵지 않게 수산물 판매를 촉진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앞서 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면서도 "우리가 생선 많이 먹자고 캠페인 하러 왔다", "앞으로도 생선 많이 먹자고 열심히 홍보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날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에는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김가람·김병민·장예찬·조수진 최고위원, 강민국·유상범 수석대변인, 배현진 조직부총장 등도 함께했다.
국민의힘의 이번 일정이 수산물 소비 촉진에 실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재료 소비 독려 목적으로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을 벌였지만, 7년 뒤인 2018년 1월 일본 소비자청 조사 결과에서도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구매하는 일본인의 비율은 18%에 그쳤다. (☞관련기사 : 수산물 '먹어서 응원하자'? 한국이 왜?)
앞서 국민의힘 '민생경제살리기특위'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캠페인' 논란을 상기시키는 면도 있다. 조 최고위원은 지난 4월 5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이 추진했던 양곡법 입법의 대안으로 "밥 한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했다"고 했었다. (☞관련기사 : 국민의힘 쌀값 대책은…"밥 한공기 다 먹기"? "많이 남겨 버리기"?)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SNS에 피투성이 사진 공개한 황보승희 "저는 가정폭력 피해자"
불륜설·정치자금 의혹에 "전남편의 일방적 주장"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14일 "저는 가정폭력 피해자"라며 "저에게 복수하려는 전남편의 일방적 주장만을 토대로 경찰이 1년 넘게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2021년 합의이혼했다"며 "재산분할 등으로 본인이 챙길 걸 다 챙긴 후 5일 만에 당에 저를 제보했고 탈당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괴롭힐 거라고 협박했다. 지역에서 선출된 제가 전남편의 요구로 탈당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이지 않았더니 지금도 저와 아이들에게 직간접적 거짓말과 공갈, 협박으로 사적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보 의원은 "2016년 이후부터 이혼을 결심했지만 아이들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며 "국회의원이 되고 용기내어 이혼하자고 했을 때부터 저와 제 부모님, 동생들에 대한 폭행과 폭언, 협박이 더 심해졌다. 제가 자기 손바닥위에서 통제돼야 되는데 거기서 벗어난다고 하니 '어디 감히 니가! 너는 죽어야 해'(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피흘리는 사진과 친정 어머니 등 주변인의 몸에 남은 피멍, 부서지고 피묻은 집안 모습 등을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그는 "3년을 참고 또 참았다. 사춘기 두 딸들이 상처받을까봐, 또 사적인 부분을 시시콜콜 해명한다는 것이 공인으로서 맞는가 하는 부분, 국회의원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나 당에 누가 될까 걱정이었기 때문"이라며 "저를 때린 건 제 문제이니 참을 수 있었지만, 70살 되신 친정 어머니에게 선풍기를 던지고 주먹으로 때려 온몸이 피멍들게 하고 친정집을 부쉈다. 그때 후유증으로 제 어머니는 한 쪽 다리를 저신다"고 했다.
황보 의원은 자신이 수사를 받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대해 "저에게 복수하려는 전남편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민주당까지 가세해 전남편의 일방적 주장인 공천헌금으로 이제 저를 윤리위 제소까지 하겠다"고 했다. "보호돼야 할 사생활이 정쟁의 중심에서 무차별 까발려지고 거기에 그만둔 보좌진까지 가세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도 이런데 보통 여성들은 어떻겠느냐. 남편이나 이별한 남자에게서 폭력을 당하면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다음은 무서워서 말도 못 하다가 험한 일을 당하는 걸 너무 많이 봤다"고 호소했다.
앞서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4월 한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황보 의원이 같은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구의원과 시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황보 의원의 전남편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고, 전남편 A씨는 선거 당시 황보 의원에게 돈을 건넨 이들의 이름과 금액을 기록해 둔 명부 사본을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도 지난 13일 황보 의원에 대한 당무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황보 의원은 경찰·당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대한민국 형법에는 ‘진실유포죄’가 있다
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오래되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한 비판이다. 조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했다.' 여기서 ‘사실’이라는 대목이 문제다. 진실을 알려도 명예를 훼손했다면 징역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제2항은 더 무겁게 처벌하는 조항이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진실인지 허위인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 형의 무게가 달라질 뿐이다.
2020년 10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단법인 오픈넷과 사단법인 두루 관계자들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건 문제가 없다. 진실을 드러낸 행위까지 처벌하면서 논쟁이 시작된다. 사실을 말할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을 밝히는 행위를 하더라도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때로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 사실을 밝힌 행위가 공익을 위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가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익의 개념은 다소 모호하다. 쉽사리 증명하기 어렵다.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들을 보면 문제의식이 더 깊어진다.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 직장을 찾아가 청원경찰에게 약 30년 전 가해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에 유산까지 했다고 말한 행위, 임금 체불을 당한 노동자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피켓에 적어 행인들에게 알린 행위, 제약 도매상이 제약회사들의 ‘갑질’에 대한 글을 관련 단체에 팩스로 보낸 행위 등. 모두 유죄였다. 진실을 말했더라도 처벌을 피하지 못한 예는 부지기수다. ‘진실유포죄’가 아니냐는 지적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진실을 알렸을 뿐인데도 형사처벌을 하는 법은 위헌이라는 주장에 동의했다.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을 대리했다. 진실한 사실이 밝혀져 손상되는 명예가 진짜 명예일까. 사람들이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형성된 잘못된 평판이다. 이런 허명(虛名)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비범죄화를 촉구했던 의견을 담았다. 실제 처벌된 사례들을 열거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를 논증했다. 공적 인물, 공적 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보도를 봉쇄하기 위해 제3자의 고발로 형사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의 폐단을 지적했다. 위축 효과의 폐해를 강조했다. 위헌성을 담기엔 100쪽에 이르는 서면으로도 부족했다.
2020년 9월 헌법재판소에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해 공개 변론이 열렸다. ⓒ연합뉴스
헌법재판관 4인의 위헌 의견
헌법재판소는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 4인의 위헌 의견에 만족해야 했다. 다수인 5인은 합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위헌으로 손을 들어준 4인의 반대의견에 더 공감이 갔다. 허명은 진실로 뒤집혀야 할 대상일 뿐이라고 일갈한 소수의견이 반가웠다. 허명을 보호하려고 진실을 표현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설령 나중에 무죄를 받더라도 고소나 고발을 쉽게 당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수사할 수도 있다. 형사재판에 소추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끝내 무죄로 판결되더라도, 수사와 재판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위험만으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 효과는 심대하다.
다만 다수의견이 우려한 것처럼,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 성적 지향, 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내용이 폭로된다면 헌법 제17조가 선언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인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다수의견도 ‘사실’을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로 한정하는 일부 위헌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사생활의 비밀’이라는 기준이 모호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과연 모호한가. ‘사생활의 비밀’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다. 건강검진기본법, 검역법, 공공기관정보법 등 20여개 법률에 등장하는 기준이다. 불명확한 잣대라고 치부한 지점은 무척 아쉽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지난해 12월26일 조은희 의원 대표발의안이 있다.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의 범죄 사실을 폭로했을 때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문제에 착안했다. 가해자가 역으로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서, 범죄 피해자로서 피해 사실을 주장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처벌의 예외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을 그대로 두었다는 한계가 있다.
2021년 7월22일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은 형법 제307조 제1항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삭제했다. 전략적 봉쇄 소송, 위축 효과 방지를 제안 이유에 담았다. 2021년 8월13일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은 한발 더 나아갔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전부 삭제하고,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개정하는 안이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 또는 단체가 정치적 의도로 고발을 남발하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발의했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 3월4일 발의된 최강욱 의원 대표발의안은 헌법재판소 소수의견의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 형법 제307조 제1항 ‘사실’을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로 개정하는 안이다.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사실을 말했다고 처벌한다면 위헌이라는 헌법정신을 반영했다.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과 여러 법안이 제안되었지만,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전제가 된다. 큰 용기를 내지 않아도 모두가 진실을 편히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박성철 (변호사) / 시사인
학교 시험 답안지에 '짱X'... 지금 상황, 정말 심각합니다
[아이들은 나의 스승] 중국을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아이들, 퇴행하고 있는 역사 인식
얼마 전 갓 부임한 동료 교사로부터 엉뚱한 질문 하나를 받았다. 요즘 아이들과 세대 차이가 난다고 느낄 때가 언제냐는 것.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조차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급변하는 세상이라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 자체가 '격세지감'의 연속이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첫 제자가 올해 43살인 나 같은 중년의 교사에게 요즘 아이들은 차라리 '외계인'이다.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도 도중 말이 끊기기 일쑤다. 관심사도 다르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천양지차다. 심지어 말할 때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 의사소통에 애를 먹을 때도 있다.
스마트폰을 자기 몸의 일부로 여기는 세대라는 건 이젠 낡은 기준이다. 활자로 된 텍스트보다 이미지와 영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세대라는 구분도 마찬가지다. 메모장이라고 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 속 애플리케이션을 먼저 떠올리는 시대다. 종이로 된 메모장과 필기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이기적이고 버릇이 없는 세대라는 구분도 낡았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비판 또한 그들에게만 화살을 돌릴 수도 없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전에 기성세대 스스로 성찰해볼 일이다. 무릇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중국이 싫다'를 넘어 '극혐'한다는 아이들
좀 뜬금없지만, 요즘 아이들과의 세대 차이를 가장 두드러지게 느끼는 대목이 하나 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황당하고, 근거랍시고 제시하는 것도 새로울 게 하나 없는 것들이다. 혹여 반론이라도 할라치면, 되레 역정을 내며 죄인이라도 되는 양 몰아세우기도 한다.
난 중국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요즘 아이들과 뚜렷한 세대 차이를 느낀다. 그들이 떠올리는 중국의 이미지는 '더럽고', '폭력적이고', '안하무인'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중국인을 두고 '돈 자랑', '힘 자랑'을 하며 전 세계에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라고 이구동성 말한다.
중국이 싫다는 정도를 넘어 '극혐'한다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대화 중에 '짱X'라는 멸칭을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심지어 표준어를 사용해야 할 서술형 답안지에 중국 대신 '짱X'라고 써넣은 사례도 있다. 최근 아이들 사이의 중국 혐오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 북경 고궁(자금성).ⓒ unsplash
기성세대에게도 중국이 그다지 선호하는 나라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혐오한다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70여 년 전 6.25 전쟁의 참화를 겪은 세대라면 몰라도, 우리 국민 대다수는 상호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활발하게 교류하는 이웃 나라 정도로 여겨왔다. 당장 중국 없이는 우리네 밥상조차 차릴 수 없는 형편이다.
농산물만의 문제도 아닐 뿐더러 우리나라에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여전히 중국은 자타공인 '세계의 공장'으로서, 전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코로나 이후 나라마다 리쇼어링(국외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추진되면서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곧, 기성세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좋든 싫든 굳이 중국과 척질 것까진 없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국 앞에서 주눅들 필요도 없지만, 그들의 치부를 후벼파서 긁어 부스럼 낼 일도 아니라는 게 많은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다. 더욱이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그들의 협조는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데도 요즘 아이들의 정서는 사뭇 딴판이다. 대놓고 중국을 혐오한다는 아이가 세 명 중 두 명꼴이다. 반마다 별반 차이도 없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본과 북한이 맨 앞자리고, 중국은 러시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양상이 180도 달라졌다. 미국이 싫다는 아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북한도 몇 안 된다.
이태 전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수많은 전쟁 난민을 양산하고 전 세계에 식량난과 에너지 위기를 초래한 러시아도 비호감도에 있어선 중국의 적수는 못 된다. 나아가 러시아와 중국은 같은 편이라면서, 중국을 이내 호전적인 국가라고 규정한다. 한 아이는 중국을 '전 지구적 빌런'이라고 표현했다.
정작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일본에 대해선 예상외로 호의적이라는 점이다. 수업 시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와 친일파의 만행을 나름 상세히 배우지만, 일제의 식민 지배에 분노하는 아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지만, 수험용으로 전락한 지식은 성찰의 힘을 잃었다.
일본은 위안부와 강제적 징용 등 가혹했던 식민 지배를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지만, 아이들은 크게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오늘날 자신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과거사로 이해한다. 드물게는 일본 제국주의의 잘못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이미 오래전 일로 지금의 일본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온당치 않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친일 잔재 청산 문제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 역시 비슷하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행적에 대해선 밑줄 그어가며 공부하지만, 해방 후에도 여전히 친일파가 득세하고 그들의 후손이 이 땅의 정치 경제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는 데까지는 좀체 나아가질 못한다. 심지어 대체 언제까지 친일 청산을 외쳐대야 하느냐며 반문하는 경우마저 있다.
외려 친일 잔재 청산보다 최근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아이들은 훨씬 더 심각하게 여긴다. 요즘 중국보다 일본이 더 싫다는 아이에게 이유를 부러 물어보면, 과거 식민 지배를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염수 방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안 됐다면, 아이들의 비호감 국가에서 일본이 아예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냉전시대로 퇴행하고 있는 인식... 부추기는 정부
아이들이 중국이 싫다며 꺼내놓은 근거인즉슨 이렇다.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중국 정부의 행태를 첫손에 꼽았다. 홍콩을 반환받으며 내건 '일국양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시위를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하는 모습에 치를 떨었다고 했다. 정치적 반대 목소리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 일당 독재 사회라는 거다.
언론은 물론, 인터넷 포털까지 통제되는 전체주의 국가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굴지의 IT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예로 들며, 사기업조차 정부의 하수인처럼 운영되는 모습에서 독재 권력의 민낯을 봤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중국 특유의 '문화적 오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우리나라의 고유 음식인 김치도, 우리 문화의 정수인 한글도, 심지어 유구한 반만 년 역사까지도 버젓이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고 입을 모았다. 고구려와 발해가 그들에게 예속된 지방 정권이었다는 '동북공정'은 아이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우리 고유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오성홍기를 흔드는 조선족의 모습을 지적하는 아이도 많았다. '중화민족의 부흥'을 주제로 한 식전 행사에서 중국 내 여러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전통 복식을 입고 등장했다. 사실 조선족도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이니 딱히 몽니 부릴 일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중국 혐오를 더욱 부추긴 꼴이 됐다.
안타까운 건, 아이들의 중국에 대한 편견이 나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실 그들이 언급한 근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뿐더러 새삼스러울 것 하나 없는 내용이다. 원인은 중국 혐오를 부추기는 유튜브와 포털 뉴스에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중국의 혐한 정서와 중국인들의 추태를 소재로 한 영상과 뉴스를 검색해 보여주기도 했다.
몰상식한 중국에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아이도 있다. 숫제 공산주의 국가와는 친하게 지내서는 안 된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급기야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일본은 우리 편이고,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 같은 편이라고 인식한다. 아이들의 머릿속은 시나브로 수십 년 전 냉전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
사족 하나. 이러한 아이들의 퇴행적 인식을 바루어야 할 현 정부는 되레 이를 활용해 국정 지지율 회복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중 정서'를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그들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전쟁의 위협 속에 살아가도록 방치하는 건,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중국을 악마화해서는 게도 구럭도 다 잃게 될 것이다.
서부원(ernesto) 오마이뉴스
2070년엔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 고령자
오는 2070년엔 ‘65세 이상(고령자)’이 한국 인구의 절반에 가깝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은 6월16일 지난 10년 동안 고령화 추이를 살핀 〈고령자의 특성과 의식변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서 통계청은 고령자를 ‘65~74세’와 ‘75세 이상’ 등 두 집단으로 분류해서 그들의 인구 비중, 빈곤율, 노후 준비, 취업 의사 등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인구 가운데 고령자 비중은 2023년 현재 18.4%에서 2037년엔 31.9%, 2070년엔 46.4%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자 집단 가운데서도 ‘75세 이상’이 ‘65~74세’보다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75세 이상’의 수는 2037년부터 전체 고령자 수의 절반을 웃돌다가 2070년엔 인구의 30.7%를 점유하게 된다.
고령자 비중이 인구의 14%에서 20%로 늘어나는 기간이 프랑스는 39년(1979년→2018년), 미국은 15년(2014년→2029년 예상), 일본은 10년(1994년→2004년) 걸렸다. 한국은 7년(2018년→2025년 예상)에 불과할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통계청이 조사한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전체인구 중 빈곤 위험에 처한 사람의 비율)을 보면, 66~75세는 30.5%, 76세 이상은 51.4%다(2021년 기준). 10년 전인 2011년에 비해 각각 13.0%포인트, 3.9%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자신의 소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두 집단 모두 다소 늘어났다.
'공적연금의 중요성' 갈수록 강화
65~74세의 78.7%, 75세 이상의 46%는 본인‧배우자가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었다(2021년 기준). 생활비를 조달하는 방안으로 65~74세는 근로‧사업소득(54.2%), 75세 이상은 연금‧퇴직급여(42.4%)가 가장 많았다.
고령자들의 취업 의사는 상당히 강한 편으로 나타났다. 2022년 현재, 65~74세 고령자 가운데서는 59.6%, 75~79세 고령자는 39.4%가 근로를 희망하고 있다. 이 비중은 두 집단 모두에서 10년 전보다 11%포인트 정도 늘어났다. 그들이 취업을 원하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가 각각 53.9%와 50.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노후 준비에서 공적연금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65~74세의 공적연금 수급률은 2013년의 52.5%에서 2021년엔 62.3%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동안 75세 이상은 18.1%에서 45.1%로 치솟았다. 당사자인 고령자들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노후 준비 방법으로 65~74세는 62.6%, 75세 이상은 52.9%가 공적연금을 꼽았다(2021년 기준). 이 비중 역시 2011년보다 각각 19.1%포인트, 11.3% 포인트 높아졌다.
시사인 이종태 기자
게시글 사라지고 '좋아요' 뚝… 요즘 페북이 이상하다
정권 비판 게시물 멋대로 차단·삭제, '좋아요' 급감
이용자들 “표현의 자유 위축되면서, 스스로 검열
페북 “혐오 표현 차단”이라지만 '혐오기준' 불투명
전문가들 “조직적으로 신고하는 일 가능해” 의심
페이스북 게시글이 삭제되고 좋아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이 정보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페이스북의 운영사 메타는 지난달 아일랜드에서 벌금 1조7000억 원을 부과받았다. AP=연합뉴스.
“좋아요 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10년 넘게 페이스북을 썼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세 번째 제재를 당했다. 페이스북이 마치 한국 검찰의 사촌 같다. 어제 갑자기, 그간 아무런 감시나 관리 따위의 처사나 징후가 없었던 2020년 포스팅에 제재를 해왔다.”
요즘 SNS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본인의 계정에 올린 글이다. 특히 현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자주 올리는 페이스북 파워 이용자들의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이런 게시물에 호감을 표시하는 ‘좋아요’ 수가 현저히 줄어든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정권이 바뀌고 이런 현상이 생겼다”며 표현의 자유 억압과 언론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게시가 차단된 아트만두 작가의 그림. 작가 제공.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활동명) 씨는 14일 올린 게시물이 15일 새벽에 차단되는 일을 겪었다. 작가는 지난해 서울 인사동과 국회에서 풍자 캐리커처 전시회를 여는 등 사회비판적인 작품활동을 해왔다.
글과 그림이 담긴 아트만투 작가 게시물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풍자했다. 작가의 페이스북에는 ‘회원님의 게시물이 혐오 발언에 관한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합니다. 아무도 회원님의 게시물을 볼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에 대해 박재동 화백 등 캐리커처 작가들의 모임인 칠대삼창작자집단은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작가들은 “정치인 풍자 캐리커처 작품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임의로 삭제한 일이 벌어졌고 이에 바로 작가가 이의 제기를 하였으나 메타 측은 명확한 설명 없이 작품 게시 글 복구를 거절했다”며 “모든 시민을 비롯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는 모든 곳에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들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감시하고 억압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고 비판했다.
팔로워가 1만8000명 이상인 김상수 씨는 최근 6개월 이상 이상한 일을 겪고 있다. 글을 올리면 ‘좋아요’가 보통 400~500개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사회비판적인 글을 다수 올리는 김 씨는 “비정치적인 이야기는 좋아요가 많이 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울어진 언론 지형에서 페이스북을 플랫폼으로 이용해 온 사람으로서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최근 김 씨가 올린 글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촛불집회를 취재하는 사진 작가 이호 씨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집회 취재 내용을 올리면 ‘좋아요’가 500개 이상이었지만 최근 40개 가량으로 줄었다. 이 작가는 “일본 관련 글을 쓰면 바로 제한된다. 욱일기 사진을 편집해 올렸더니 30일 이용을 제한 당했다”고 말했다. ‘욱일기’ ‘쪽발이’ 등의 용어를 쓰면 게시가 바로 제한된다고 했다.
일간지에 자신이 연재 중인 칼럼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를 제한 당한 경우도 있다. 오세훈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올해 4월 제주 4.3사건 관련 기고를 올랐다가 제한되자 이에 대해 항의해 회복된 일을 겪었다. 이번 달에는 독도 관련 글을 썼는데 이 또한 제한됐다. 오 위원은 ‘좋아요’가 통상 200~400개였는데 60개쯤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게시 글이 삭제되거나 유포가 제한되면서 SNS의 장점인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들도 스스로 움츠러들고 있다. 오 위원은 “(제한 조치를 당하다보니) 글을 쓰고 올릴 때 의식하게 됐다. 자기 검열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비상식적인 현상에 대해 운영 주체인 메타 한국 지사(구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특정 혐오 발언이 포스팅에 있으면 규정에 따라 차단된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메타 측은 특정 용어를 차단하는 알고리즘은 미국 본사에서 관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떤 동기’를 의심하고 있다. 박지훈 IT전문가는 “누군가 조직적으로 (특정 글에 대해) 신고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페이스북 측이 게시자 본인이 알 수 없게 조치하는 게 문제다. 영문을 모르고 피해를 당하고 항변의 기회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 단어를 차단하는 등의 알고리즘은 미국 본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국내 시스템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메타 측은 국내 언론사 관계자들을 초대해 정치 콘텐츠의 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정보 관리 관행은 이미 국제적으로 철퇴를 맞은 바 있다. 미국 메타 본사는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로부터 벌금 12억 유로(약 1조7000억원)를 부과받았다. 아일랜드와 유럽의 사용자 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과 관련된 벌금이다. 이는 유럽연합이 관련 미국 기술기업에 부과한 역사상 가장 큰 벌금이다.
민병선 에디터 시민언론 민들레
이동관과 하나고…가해자들은 어떻게 당당해지는가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권력의 작동 방식
'정순신 사태'보다 심각한데도 검찰‧언론은 덮어
'사냥'은커녕 '보호'…또 드러난 극단적 이중잣대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영화보다 잔인한 현실
이동관씨가 2015년 12월 자신의 책 '도전의 날들' 출판기념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윤석열 정부가 내년 총선 전에 언론과 방송 장악을 완성하기 위해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범죄자로 낙인찍어서 쫓아내고, 그 자리에 대신 앉히려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는 이명박 정권 시절 언론 탄압과 장악의 설계자로 악명높았다.
이동관 특보가 온갖 치졸한 수단과 방법으로 언론 통제와 길들이기를 시도한 이력은 많은 증거로 남아 있다. 국정원까지 등장하는 언론 장악과 통제 시도의 증거만으로도 그는 절대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그런데 현 정부에 그것은 오히려 적임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문제이다.
그 양태가 ‘정순신 사태’와 비교해도 훨씬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는 특징이 있다. 또 다른 특징은 '학교 폭력' '부모 찬스' '입시 불공정' 등 소위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핵심 요소들로 가득하지만 주요 언론의 취재와 보도가 보여주는 양상과 정도가 소극적이라는 데 있다. 특히 족벌언론들만 보면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다가 최근 이동관 특보가 ‘사실무근이고 가짜뉴스’라고 해명 자료를 내고 학폭 피해자의 한 명으로 알려진 사람이 이를 뒷받침하는 인터뷰를 하자 더 대대적으로 받아쓰고 있다. 이것은 족벌언론들이 조국 교수와 자녀들의 이마에 ‘입시 불공정과 부모 찬스’라는 주홍글씨를 박아놓고 아직까지도 심심하면 불러내어 펜으로 난도질하며 돌팔매질을 촉구하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런데, 주류언론들의 침묵과 함께 또 다른 특징은 피해자들의 ‘침묵’이다. 이토록 잔인한 폭력의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출세하고 주목받기 시작하면 참기 어려운 억울함에 폭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의 경우에 수십 년 전의 과거가 다시 불려내지고는 했다.
반성과 사과를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대중적 호기심 속에서 수많은 언론이 그것을 파헤치면서 새로운 증언자들을 찾아 나서는 경쟁도 벌어졌다. 그런데 이동관 특보 아들의 경우는 정반대로 소수 언론의 관심과 당시 교사 등의 증언에도 막상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MBC PD수첩 '7년의 침묵 -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화면 캡처
이를 의아하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동관 아들의 학폭을 덮어주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하나고가 연루된 또 다른 의혹들에 대한 고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사건을 다룬 것이 3년 전 MBC <스트레이트> ‘의문의 하나고 입시 뒤죽박죽 채점표’와 2년 전 MBC <PD수첩> '7년의 침묵 -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이다.
이것을 보면 특권층 자녀들이 많이 가서 ‘귀족학교’라고 불리며 학생 3명 중 1명은 서울대로 보낸다는 대표적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MB정권 핵심 실세 이동관 아들의 학폭 의혹만 덮었던 것이 아니라, <동아일보> 사장 딸의 점수 조작 입시부정 의혹과 대규모 입시부정 의혹도 덮였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의혹들을 덮는 과정에서 책임자로 등장하는 것은 하나금융 대표에서 하나고 이사장으로 간 MB 절친 김승유, 검찰총장 출신에 하나고 이사장이 된 김각영이다. 이동관 특보의 아들 학폭에 대한 수사를 무혐의로 마무리한 서부지검과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도균 검사는 <동아일보> 사장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무혐의로 마무리하는 데도 등장한다.
또한, 이동관 특보의 아들 학폭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데 관심과 열의를 보이지 않는 족벌언론과 주류언론들은 <동아일보> 사장 딸의 입시비리(와 아빠찬스 취업 특혜) 의혹에도 대부분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그래서 당시 <PD수첩>이 인터뷰를 시도했을 때 <동아일보> 사장 딸의 냉소적 답변은 매우 인상적으로 들린다.
‘만약 입시 부정이 사실이면 내가 완전히 언론의 사냥을 당하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특정 언론만 문제 삼고 있고, 그것만 봐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무관심하고 침묵하는 게 바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한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대부분의 언론이 외면하고 검찰이 덮어버리는데도 침묵하지 않고 <동아일보> 사장 딸의 입시 비리와 취업 특혜 의혹을 내부 고발하고 문제 제기한 하나고의 일부 교사들과 <동아일보> 인턴기자가 있었다. 그들은 학교에서 고립되거나 해직됐고 <동아일보>의 민형사상 고소고발과 소송에 시달렸다.
정순신 전 검사가 학폭 피해자를 괴롭힌 방법과 유사한데, 이것은 성폭력 사건들에서도 가해자들이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괴롭히고 입을 막으려고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고 통장을 압류하면서 몇 년간 괴롭히면 피해자와 조력자들은 고립되고 지치고 입이 막혀 마침내 더 이상의 문제 제기를 포기하게 된다.
그나마 이런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MBC <스트레이트>와 <PD수첩>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은 윤석열 정부에 의해서 ‘가짜뉴스’ 진원지로 낙인찍혀 이제 이동관 특보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 제일 먼저 손 볼 대상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피해자들은 ‘증언해도 달라지지 않고 나만 힘들어질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권력을 보여주는 핵심은 누가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냐가 아니다.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도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의 입을 막고 언론과 검찰의 도움을 받아서 사건을 덮을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 힘이 없는 만만한 이들은 아무리 오래전 작은 잘못을 저질렀거나 심지어 잘못이 없어도 언론과 검찰의 끝없는 사냥을 당하게 된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김문수 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이정훈 전 하나고 특위원장 등이 13일 국회에서 차기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있는 이동관 대통령실 특보의 '아들 학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13. 연합뉴스
조국 교수나 윤미향 의원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두 사람과 그 자녀들은 족벌언론과 정치검찰, 재벌 등과 별로 친하지 않고 오히려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탓에 지난 수년간 족벌언론들의 조리돌림과 정치검찰의 압수수색과 수사 기소에 끝없이 시달렸다.
이것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압력은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들도 등을 돌려서 돌을 던지며 ‘고발’에 나서도록 이끌었다.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이 되기 전부터 딸이 받았던 장학금을, 검찰은 뇌물이 안되니 ‘김영란법’으로 걸고, 서울대는 그것을 핑계로 파면을 결정한 최근의 기막힌 상황도 많은 것을 말해준다.
반면, 정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들은 피해자와 목격자들이 감히 나서서 입을 열지 못하거나 지쳐서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고 언론과 검찰의 사냥이 아니라 도움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검찰은 하나고에 대한 몇 차례의 고발과 재수사에도 불구하고 거듭 무혐의와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그 흔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즉, 보수언론과 심지어 개혁언론까지 한목소리로 줄곧 어떤 이들을 ‘부도덕한 범죄집단’이라고 낙인찍고 돌을 던지고 있다면, 그들은 만만한 표적이거나 억울한 희생양일 수가 있다. 반면 진짜 힘 있는 권력자들의 비리와 범죄는 묻힐 가능성이 크다.
이동관 특보는 몇 년 전 극우 유튜브 <신의 한수>에 출연해서 보수 언론, 전경련과 경총 등 재계, 검경과 공무원 조직 등을 “보수를 떠받치는 몇 개의 축”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족벌언론-재벌-검찰·경찰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 기득권 카르텔에 속해 있으면 많은 것이 쉽고 편하게 풀릴 수가 있다.
언론은 내 말을 믿어주고 받아쓸 것이고, 재벌은 재정적으로 뒷받침해 줄 것이며, 경찰과 검찰은 내가 미워하는 이들을 계속 압수수색하고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다. 괜히 힘들게 촛불을 들고 나서며 윤석열 정부를 욕하는 글을 올리다가 언론과 똑똑한 지식인들에게 ‘한국 정치를 망치는 악성 팬덤’이라고 매도당할 일도 없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포스터
나는 지난해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를 보고서 실망해 ‘가해학생과 그 부모들을 너무 전형적인 그저 돈 많고 양심 없는 사람들로 그렸고 과장된 이야기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인간과 사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평가절하하는 글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
그 영화에서 가해 학생들의 부모인 사학재단 이사장, 병원장, 경찰청장 등은 피해자와 목격자를 침묵시키며 진실을 덮는다. 이제 너무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해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일을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사태를 계속 접하면서 돌아보니, 과연 그 영화에 대한 내 평가가 옳았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전지윤 편집위원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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