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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3.6.26~7.1 논란 아닌데 언론이 ‘논란’으로 갈등 조장

by 이성근 2023. 6. 26.

이재용·박근혜 책임론 빠진 언론의 '엘리엇' 보도

가세연 무죄" 혐오팔이에 날개 달아준 판사

바그너 그룹, 모스크바로 진격방해되면 누구든 파괴

, 러 시민들은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에 환호했나

값 내려라라면 이어 제분·우유로 타깃넓히나

논란 아닌데 언론이 논란으로 갈등 조장연구 나와

'박원순 변호' 정철승 변호사, 후배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

다주택자 양도세까지 마저 깎아주나다음달 개편안 발표

민주주의 위협하는 모피아탐욕 최배근

재벌 사천왕삼성·SK·현대차·LG,경제력 집중도 더 커졌다

MB 정권때와는 또 다른 언론 장악 시나리오

37개 시민사회단체 연대"715일 정권퇴진 총궐기

윤 대통령, 문재인 정부 겨냥 반국가세력들이 종전선언 노래 불러

운동권 출신함운경 국민의힘 강연 오염수 문제는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

가성비로 먹는 편의점 도시락, 나트륨을 먹는 거였네

늙기도 고달파가사노동 부담 늘어나는 노년

국제 행사까지 열었지만... 한국은 '팩트체크' 위축 걱정

대통령 "재정지출 늘려라?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

일본인 500만 이주시키자? 하급무사 아들 망언이 일본 패망 불렀다

가짜뉴스로도 모자라 전 정권을 사기꾼 취급하는 윤석율-채배근

조선·중앙·TV조선, 무보도로 '이태원 특별법' 철저히 외면

윤석열 대통령 발언, 정말 위험한 이유는 따로 있다

초종고 학생 수 감소와 늘어나는 지방재정교부금

역대 대통령 재산 공개

 

이재용·박근혜 책임론 빠진 언론의 '엘리엇' 보도

국민 세금으로 투기자본에 거액 배상금 내야 할 판

정경유착이 패소에 영향책임 가려 구상권 청구해야

조중동, 경제지 등 이재용·박근혜 책임 언급 안해

한겨레·경향·민들레·KBS·MBC 등은 '구상권' 제기

국민이 낸 피 같은 세금, 혈세(血稅)로 무려 1300억 원이나 되는 돈을 해외 투기자본에 물어주게 생겼다. 민간 기업이 아닌, 정부가 국제 소송에서 패소해 국민 세금으로 거액의 배상금을 내야 한다면, 이는 언론이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다. 사건의 전말과 문제점, 책임을 분명히 따져 물어야 한다.

 

지난 20일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한국 정부에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해 약 1300억 원을 손해배상과 이자 등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엘리엇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며 이른바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를 제기한 결과다.

 

이 판정에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표를 던지도록 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도왔다는 지난 2019년 우리나라 대법원의 국정농단 재판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와 재벌기업 간 정경유착과 불법행위로 인해 해외 투기자본이 입은 손해를 우리 국민이 (세금으로) 물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변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2020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부당하다며 관련 주주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이에 대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배상금 지급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법행위로 이익을 봤으며 그 당사자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손해를 입은 것도 문제인데, 왜 국민 세금으로 거액의 배상금까지 내야 하나? 합병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강화와 승계라는 이득을 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리고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넣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거액 배상금에 책임져야 할 당사자다.

 

하지만 국내 여러 언론은 이런 주장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엘리엇에 한국정부가 거액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정결과가 나온 당일, 여론을 주도하는 여러 주요 매체들은 이 소식을 크게 다루지 않았다. 스트레이트 기사로 판정 내용을 전달했을 뿐, 그 의미와 책임소재를 따지는 언론은 많지 않았다. 이재용·박근혜 책임론에 대해 언급한 매체도 소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57일 오전 경기도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내 부지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기공식에 참석, 기공 발파식을 마친 뒤 이재용 부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21일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PCA 판정 내용을 1면이 아닌 사회면 중·하단 정도에, 중앙일보는 사회면 톱에 배치해 보도했으며,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그 의미를 해석하고 책임을 묻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거대 족벌신문들은 삼성의 최대 광고 수혜자인데다,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하고야 만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고 지지했던 원죄 탓에 이재용·박근혜에 대한 구상권 청구에 대해 차마 언급할 수 없었던 것일까?

 

특히 동아일보는 22일자의 한 논설위원이 쓴 횡설수설칼럼에서 “(박근혜) 정부가 합병 승인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해 삼성에 도움을 줬는지는 합병이 불법이었는지와는 상관없다면서 정부가 벌이고 정부가 바로잡는다고 한 그 일로 인해 세금으로 엄청난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우릴 자책할 수 없긴 한데 정확히 누굴 탓해야 하나라고 했다. 엘리엇 소송에서 한국 정부 패소의 원인이 된 대법원 판결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받은 대법원 유죄판결 - 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끝내 누굴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의 횡설수설주장을 펴고 있는데, 누굴 탓해야 할지 답은 간단하다. 배상금을 물어주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탓하면 된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중재재판소의 배상금 결정에는 박근혜-이재용 간에 오고간 암묵적 청탁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끼쳤다.

 

조선일보는 엘리엇과 9900억 소송 정부, 690억 배상해야제목의 12(사회면) 맨 하단 기사에서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의 7%만 인정된 것이라고 전하며 관련 기사를 짧게 보도했다. 이후에도 한국정부가 거액 배상금을 물게 된 데 대한 문제를 지적하거나 책임을 따지는 보도 대신 오히려 다음날인 22일자 1면에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기업도 부산 엑스포 유치 총력전제목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태는이재용 회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경제지들은 중재재판소 판정 소식을 1면에 게재하고는 기업사냥꾼 맞서 잘 싸운 정부’(매경), ‘정부, 1조 배상 위기 벗어나 선방’(한경)이라며 오히려 정부를 두둔하는 주장을 펼쳤다. 국민 세금으로 1300억원을 해외 투기자본에 물어주게 생겼는데 정부가 잘 싸웠다고 두둔할 때인가? ‘배상금의 7%만 받아들여졌으니 93% 승소한 것이라는 정부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논리와 같다. 메이슨 캐피탈이 엘리엇과 같은 이유로 낸 소송에서 패소해 한국 정부가 또 거액의 배상금을 얻어맞게 되어도 선방이라고 칭찬할 것인가?

 

매경과 한경은 사설에서 ‘ISD판정 불복절차 나서야 해외투기자본 공격 막는다’, ‘정부 배상 서두를 이유 없다는 주장을 폈다. 정경유착과 불법 행위가 개입된 삼성의 기업 합병, 그로 인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은 없다. 해외투기자본 공격만 문제이고, 국내 재벌기업의 불법과 정경유착은 괜찮다는 것인지, 그로 인한 손해와 책임은 국민이 고스란히 져도 괜찮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무리 경제지라 하더라도 재벌기업 이익이 국민이 입게 될 손해보다는 앞설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고 공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언론이라기보다 재벌기업의 기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여러 매체에서도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상권 청구 언급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이재용·박근혜의 이름을 기사와 칼럼의 제목에서 아예 찾아 볼 수 없다. 이를 두고 삼성이 광고를 이용해 언론 매체들에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을 제목에서 빼달라고 강하게 압박했고, 광고 수익에 목을 맨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들여 결국 보도를 자제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마침 23일에는 일부 종이신문에 수백~수천만 원 짜리 삼성의 전면 광고가 게재된 것이 우연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겨레, 경향, 한국, KBS, MBC, SBS, YTN 그리고 시민언론 민들레 등은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넣은 구상권 청구를 제목에 뽑아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주장을 전달했다.

 

박근혜·이재용이 배상하라엘리엇 판정에 법무부는 고심’(한겨레), ‘엘리엇에 배상, 박근혜·이재용에 변제받아야’(한겨레, 사설), ‘엘리엇 1,300억 배상, 이재용·삼성물산·박근혜에 구상권 청구해야’(경향), ‘1,300억원 배상박근혜, 이재용에 구상권 청구 가능’(SBS), ‘삼성 승계에 세금 1,300억원? 구상권 청구해야’(KBS), ‘과거에서 날아온 청구서박근혜, 이재용 물어내야’(MBC), ‘엘리엇 1,300억 패소 판결문에 이재용, 박근혜 이름 있나?’(YTN), ‘엘리엇 1,300억 배상, 이재용·박근혜가 물어내게 해야’(시민언론 민들레)

 

삼성 등 재벌대기업이 광고를 통해 언론을 조종해온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이재용 부회장 이름이 보도에서 언급되지 않도록 언론사에 광고 압박을 가했을 수도 있다. 국민 세금 1,300억원을 해외 투기자본에 갖다 바쳐야 할 판인데도, 으로부터 광고를 받지 못할까봐 언론이 이재용 부회장에 구상권 청구를 말하지 못하는 것이 여전히 현실이라면,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 뿐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가세연 무죄" 혐오팔이에 날개 달아준 판사

사건 당시 조민이 공인? 가세연이 가치중립 표현?

모욕과 조롱으로 돈 버는 '사이버 렉카' 전성시대

'허위지만 무죄'라는 법원 덕에 가세연 의기양양

비슷한 한동훈 사안엔 '공적 관심사' 판단 정반대

조민까지 기소 예정끝이 없는 조국 '멸문지화

강용석 변호사(왼쪽부터),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가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6.20. 연합뉴스

 

'윤석열 시대'에 가장 분노하며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는 혐오로 돈을 버는 극우 유튜버, 일명 '사이버 렉카'들이 더 기세등등해지면서 전성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있다. 그런 괴롭힘에 시달리던 사람 중에 일부는 심지어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이런 극단적 유튜브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가로세로연구소'였다. 가세연이 얼마나 수많은 사람(특히 여성들)을 가짜뉴스를 이용해서 혐오, 모욕, 조롱, 비방을 해 왔는지는 악명높다.

 

그런데 며칠 전 사법부(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가세연이 조국 교수의 자녀인 조민 씨에게 한 그런 괴롭힘 행위를 '무죄'라고 판결했다. '조민 씨가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는 가세연의 주장은 허위이지만 무죄'라고 판결한 것이다. '조민은 사인이 아닌 공인이고, 따라서 이 문제는 공적 관심사이고, 가세연이 사용한 것은 가치중립적 표현'이라는 논리였다.

 

'공인'이라는 핑계를 내세워서 여성 연예인 등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온갖 모욕과 조롱으로 엄청난 돈을 긁어모으던 가세연 같은 사이버 렉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또 조민 씨가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가 공적 관심사라는 주장에서는, 여성의 사생활을 '공공재'로 여기는 가부장적 편견도 찾아볼 수 있다.

 

이 판결을 보면서 성폭력 사건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경험과 사생활을 '공적 관심사'라고 주장하고, 반면 피해자와 지지자들에 대한 모욕과 비방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던 가해자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판결이 내려진 날 저녁에 MBC 뉴스에서는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기자, 김용호 전 기자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의기양양하게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여 줬다. 김세의 전 기자는 "역시 나라가 정상화되니까 이제 사법부도 정상화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고, 김용호 전 기자는 "(조민 씨) 본인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사실 제 사과가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큰 분노와 참담함을 느꼈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방송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포르쉐 자동차를 탄다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가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6.20 [공동취재] 연합뉴스

 

<민들레>의 고일석 에디터가 지적했듯이 더 기막힌 것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고발한 비슷한 사안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는 데 있다. "허위지만 무죄"조민과 한동훈, 같은 사안 다른 판결 사건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동훈 장관은 자신이 '수사권을 남용해서 유시민 평론가를 압박했다'는 것이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이라고 청구했고, 재판부는 그것을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

 

특수부 검사장을 거쳐 이제 법무부 장관이 된 사람이야말로 '공인'이고 특수부 검사들의 사냥식 수사에 대한 의혹이야말로 중요한 '공적 관심사'인데도 말이다. 사법부는 지난 몇 년간 전국민적 혐오의 표적이 된 조국 교수의 가족보다, 집권한 정부의 권력 서열 2인자라는 한동훈 장관의 '명예와 인권'에 더욱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이것도 성폭력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보다는 가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더 중시하던 사법부의 과거 판결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한 가족을 5년 동안이나 괴롭히고 만신창이로 만들면서 최고 권력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그 경력을 앞세워 주변 권력자들에게 "입시 전문가"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조차 "제가 진짜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찬양했다. 조국 교수의 가족에게 이런 상황은 마치, 스토킹 가해자가 '연애 전문가'라고 칭찬받는 것을 지켜보는 스토킹 피해자의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표적 '귀족학교' 하나고에서 학폭을 은폐하고 명문대로 간 의혹을 받는 이동관 특보를 감싸면서 "공정입시"를 말하고 있다. 반면 아버지가 검찰개혁을 추진한 ''로 입시 불공정을 상징하는 '마녀'가 된 조민 씨는 대학 학력과 의사 면허 자체를 박탈하고 말겠다는 주류 언론과 검찰의 집요한 보복과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올해 8월 내로 조민 씨를 '입시부정'의 공범으로 기소한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고 있다.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가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11. 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구속된 엄마, 재판 중인 아빠에 이어서 그 딸까지 기소하는 전무후무한 '멸문지화'의 완성이 될 것이다. 이 가족에 대한 마녀사냥과 괴롭힘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셈이다. 조국 교수는 얼마 전에 "(내 딸은) 겉으로는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속상하겠느냐. 마음속에 울분과 화가 있을 것이지만 아빠와 가족에게는 일부러 표시를 안 내는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이 말을 접하니, 조민 씨가 요즘 일부 언론과 사람들에게 '관종'이라고 욕먹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인스타그램과 유튜버를 열심히 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알리려는 한가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론과 검찰에 의해서 도저히 한국 사회에서 고개 들고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짓밟혀 피멍이 든 마음을 감추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자신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아무렇지 않게 씩씩하게 잘살고 있다'고 보여 주며 안심시키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시민언론 민들레 전지윤 편집위원

 

 

바그너 그룹, 모스크바로 진격방해되면 누구든 파괴

프리고진 병력 약 25000

러시아, 대테러작전 체제 발령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24(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시 남부군관구 사령부 인근 거리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24(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등지에 대테러작전 체제를 발령한 가운데 무장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를 향해 북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보안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날 바그너 그룹이 보로네시주의 주도 보로네시(Voronezh)에 있는 모든 군사시설을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로네시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500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있다.

 

앞서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성명을 내고 예상되는 테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모스크바와 모스크바주에 대테러작전 체제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NAC는 보로네시주에도 같은 체제를 발령했다고 덧붙였다. 보로네시는 바그너 그룹이 장악한 로스토프주 북부와 맞닿은 지역으로 바그너 그룹이 목표로 삼고 있는 모스크바로 향할 경우 예상되는 진출로다.

 

앞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자신의 부하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고 비난하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로스토프주로 진입했다.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 최고 격전지로 알려진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등 주요 전장에서 작전을 수행해온 바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지휘하고 있는 병력은 2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이것은 군사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며 우리는 끝까지 갈 준비가 됐으며 방해가 되는 누구든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 권정혁

 

, 러 시민들은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에 환호했나

시민들 환영에 정규군은 묵인 정황까지

SNS로 이미지 관리하고 유일 정권 비판

푸틴이 키운 호랑이 새끼된 프리고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현지 여성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하루 만인 24(현지시간) 철수하는 바그너 그룹 병사와 사진을 찍으면서 엄지 손가락을 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무장 반란은 하루 만에 그쳤지만 바그너 그룹은 어떻게 별다른 저항 없이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할 수 있었을까. 바그너 그룹에 환호를 보내는 시민들은 진심이었을까.

 

러시아 시민들이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 병사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24(현지시간) AP 통신, 로이터 통신 등의 사진과 영상에 포착됐다. 바그너 그룹 차량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를 지나자 시민들은 도로로 나와 박수를 보냈다. 시민들이 바그너 그룹 소속 병사들과 웃는 표정으로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왼손 엄지를 세워 보이거나 악수를 청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5일 반란을 중단하기로 합의하고 로스토프주의 주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할 때도 차창을 열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었다. 프리고진은 앞서 로스토프주 군 사령부를 접수할 때 총알 한 발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며 왜 우리나라가 우리를 지지하는가. 우리가 정의의 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바그너 그룹을 지지 내지 동조하는 여론이 적지 않으며 정규군이 이들을 묵인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 정규군 일부가 바그너 그룹을 묵인하며 소극적 입장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그너의 반란은 푸틴의 통치에 대한 심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프리고진이 쌓아온 대중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분석을 전했다.

 

과거 푸틴 역시 웃통을 벗고 사냥을 즐기거나 암호랑이와 키스하는 등 남성성을 과시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프리고진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WP는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였던 바흐무트 점령을 선언한 것도 러시아에서 이들이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이란 대중의 인식을 굳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독립 정치분석기관인 R.폴리틱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프리고진은 푸틴이 생각한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푸틴)는 사람들이 이제 소셜 미디어, 인터넷을 통해 살아간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화적 반전 시위가 차단된 상황에서 프리고진만이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 지휘부의 무능과 부패,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병사 수만명이 숨진 사실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군 수뇌부를 비판해 왔다. 지난달 24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개시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하고, 자식들을 전쟁에 내보내지 않은 러시아 부유층과 엘리트를 비난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런 행태는 러시아군 수뇌부에 대한 일선 병사들과 국민의 불신과 반감을 증폭하고, 바그너 그룹 용병들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민인 루스탐(37)지난해 반전시위에 참여했다. 적의 적은 친구라며 정부를 전복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일부 개혁은 확실히 필요하다타임스 오브 모스크바에 말했다.

 

반면 타임스 오브 모스크바 기사에서는 프리고진의 반란에 동조하지 않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다수 포착됐다. 건설 노동자인 세르게이(23)예전에는 프리고진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확신이 없다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이 단결해야 하는데 지금 그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친러시아 분쟁 등에 투입돼 전투 작전을 벌이며 러시아 정부를 돕는 그림자 역할을 수행했다. 2015년 시리아에서 알 아사드 정권을 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몸집을 키우고 전면에 나섰다. 바그너 그룹 병사들의 전투는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고 잔혹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바그너 그룹은 이 외에도 리비아·말리·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등지에서도 세력을 유지하며 다이아몬드·금 광산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경향 박은하 기자

 

값 내려라라면 이어 제분·우유로 타깃넓히나

 

추경호 등 인상 자제 발언 이후

농식품부 26일 제분업체와 간담회

밀가루값 인하 땐 라면업체 난감

원유 인상 앞둔 유업계도 폭 고심

치즈 등 일부 업체는 인상 강행

라면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선 정부가 제분업계, 유업계 등으로 타깃을 넓혀 제품가 상승 억누르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에 식품업계가 눈치싸움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유가공품 업체 등은 더 이상은 못 버틴다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제분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밀가루 가격 안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에서 밀 가격이 하락했으니 라면 가격도 내렸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지 일주일 만에 열리는 물가 관련 간담회여서 관심이 쏠린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 필요성까지 언급하며 추 부총리 발언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국제 밀(SRW·적색연질밀) t당 가격은 지난달 평균 227.7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5.7% 떨어졌다. 이달 1~22일 평균 가격은 239.42달러로 1년 전보다 35.5% 내려온 수준이다.

 

제분업계가 정부의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이들 업체로부터 밀가루를 사서 쓰는 라면업체로서는 가격 인하를 거부할 명분이 줄어들게 된다. 라면업체들은 추 부총리 발언에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면서도 시차가 있어 아직 국제 밀 가격 하락의 영향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해 왔다. 밀가루값 외에 물류비, 인건비 등 다른 비용이 오른 만큼 곧장 가격을 내리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원유 가격 협상이 한창인 유업계도 긴장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부터 진흥회 이사 1, 생산자 3, 우유업계 3명 등 7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열어 원유 기본 가격 조정을 협상하고 있다. 사료값 인상 등으로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 터라 원유 가격 인상은 확실시된다.

 

올해는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 중이다. 현재 당 원유 가격은 996원으로 새 원유 기본 가격은 1065~1100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생산비뿐만 아니라 소비시장 상황까지 고려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해 기존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했을 때보다 상승폭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저선(69)으로 결정돼도 지난해 49원보다 인상폭이 크다.

 

지난해 원유 기본 가격이 49원 오르자 유업체들은 흰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인상한 바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이 먹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우려가 또다시 커진 셈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자료를 내고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주요 식품류의 국산 우유 사용률이 낮은 점, 상당수 외식업체가 이미 저렴한 멸균유 등 수입산 유제품을 사용하는 점을 들어 원유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흰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유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관련 업체들에 섣불리 가격을 올리려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이 같은 정부의 압박에도 매일유업은 다음달부터 치즈 19종 출고가를 10~18%, 아몬드브리즈 오리지널·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 등 식물성 음료 950대용량 제품 가격을 15% 올리기로 했다. 롯데웰푸드는 편의점 판매 아이스크림 가격을 20~25% 올린다. 스크류바와 죠스바, 옥동자바, 수박바, 와일드바디, 돼지바, 아맛나 등이 각각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오른다. 빠삐코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료, 안주류, 통조림 일부 제품도 제조사의 공급가 인상에 따라 가격이 오른다. 조지아 오리지널·카페라테, 맥스 캔커피 240(이상 12001300), 미닛메이드 알로에·포도 180(11001200) 등도 인상 품목에 포함됐다.

 

안주류는 안주야 직화곱창·매운곱창·매콤돼지와 고기부추집·김치두부집만두 등이, 통조림류는 동원 황도·스위트콘·꽁치 등의 가격표가 바뀐다. 인상률은 안주류 512%, 통조림류는 1025%.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다 원가 부담이 가중돼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

 

논란 아닌데 언론이 논란으로 갈등 조장연구 나와

언론과학연구 논문, 갈등 해결 촉구보다 갈등 유발·중계 방식으로 기우는 언론보도 지적

언론마다 정치적 성향별로 논란으로 볼 이슈 선택하는 문제도 지적돼

 

<“한남동 XX?”우영우’, 드라마 속 주소에 페미 논란재점화> (톱스타뉴스, 2022.8.8.)

<10끼 중 2끼만 중국 지도부와 식사문 대통령 혼밥논란> (중앙일보, 2017.12.16.)

<페미 논란도 꾹 참았던 안산, 전장연 논란에 꺼낸 한마디> (조선일보, 2022.4.22)

 

이슈+네티즌들 논란형식의 기사제목은 논란이 아닌 문제를 논란이라고 보도하는 언론의 대표적인 관행이다. 논란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언론보도는 오히려 갈등을 만들어내거나 중계한다. 사안을 정확하게 지칭하지 않고 문제 상황이라는 분위기를 풍겨 사안을 축소하고 문제의 크기를 키우는 데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영미권에서는 논란이 아닌 것을 논란화한 상황을 non(부정 접두사)controversy(논란)을 합한 ‘non-troversy’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고 있다.

톱스타뉴스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지난 20일 발행된 <언론과학연구> 232호에 실린 논문 <‘논란키워드로 본 뉴스 의제의 연성화와 정치화’: 김영삼~문재인 정권 기사 텍스트마이닝 분석>은 최근 30여 년간 제목에 논란을 포함한 기사를 분석해 논란의 의미 변화와 논란 보도의 문제를 분석했다. 논문은 사소한 이슈가 논란으로 보도되는 경향은 논란의 의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오염시키는 것을 넘어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인물 발언, 태도 낙인찍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 논란

최근 30여 년간 8개 주요 일간지(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기사 제목을 분석한 결과, ‘논란을 다룬 기사는 증가했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 문화 섹션의 논란 보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이 시기가 온라인 저널리즘이 보편화되면서 장점뿐 아니라 각종 부작용도 극대화된 시기임을 고려하면, 문화 섹션을 중심으로 한 논란 보도의 증가는 디지털 환경의 뉴스 연성화 및 선정성 심화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202125일 실시간 인기검색어나 연예인 댓글란이 폐지된 이후 문재인 정권 시기 문화 섹션의 논란 기사가 이전에 비해 줄어든 사실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논문은 아울러 박근혜 정부의 언론 통제 정책이 건강한 공론 형성보다는 가십성 보도로 기울어 문화 논란 보도의 비중과 건수가 증가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논란키워드로 본 뉴스 의제의 연성화와 정치화’: 김영삼~문재인 정권 기사 텍스트마이닝 분석 논문 갈무리.

 

사회, 문화 등 섹션별로 논란 기사 제목의 단어 빈도를 분석한 결과, ‘논란이라는 단어는 의견 교환으로서 기능하기보다는 특정 인물의 발언, 태도, 입장을 낙인찍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주제별로 논란 키워드 분포를 살핀 결과, 사회 섹션에서 차별과 혐오발언을 논란으로 규정하는 기사가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여성’, ‘경찰’, ‘사진’, ‘주장’, ‘발언’, ‘사건’, ‘사과등을 포함하는 기사다. 유명인이나 개인의 품행 그중에서도 차별, 혐오와 관련한 발언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여성 비하, 인종 차별, 성희롱, 폭행사건 논란 등이 포함된다.

 

반면, 입시제도, 고교 평준화, 자율고 전환, 대학 학부제 도입 등 교육 제도 논란이나, 장시간 근로 관행, 노조 동의, 퇴직연금제 등을 다룬 노동 정책 논란을 다룬 기사는 감소했다. 논문은 사회적 숙의 대상인 제도나 정책이 아니라 차별과 혐오가 논란으로 대두했다는 사실은 논란이 사회적 갈등 보도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가운데, 해결 가능한 갈등보다 특정 발언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그치는 갈등유발형 의제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논란이라는 단어가 갈등 이슈를 공론장으로 불러오는 효과를 가지는 한편, 이의 구체적인 내용이 갈등 해결을 위한 논의를 촉구하기보다 갈등을 유발하거나 중계하는 방식으로 기울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사소한 이슈가 논란으로 보도되는 연성화의 경향은 논란의 의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오염시키는 것을 넘어 무력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성향별로 논란으로 볼 이슈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언론

매체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치 섹션 논란 기사의 분포를 살펴본 결과, 정권별로 진보, 보수 매체가 더 중요하게 다룬 논란 의제가 달랐다. 언론이 어떤 이슈를 논란으로 볼지 자의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논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진보 매체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를 보수매체로 간주했다.

 

각 매체가 발행한 정치 기사 중 논란 기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본 결과, 경향신문은 노무현, 이명박 정권 시기, 한겨레는 노무현문재인 정권 시기, 동아일보는 노무현, 문재인 정권 시기,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권 시기에 전체 정치 기사 중 논란 기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보수지가 진보 성향 정권 시기에 정치 이슈를 논란으로 다루는 정도가 높았다.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 시기에 보수 매체가 진보 매체에 비해 대통령 관련 논란을 더 주요하게 보도했다. 노무현 정권 시기 대통령 관련 논란은 집값 책임론, 로스쿨 제도, 행정수도 이전, 탄핵 등이 주 내용이고, 문재인 정권 시기 대통령 관련 논란은 김정숙 여사 옷값, 외교, 백신안전성, 중국 혼밥 등이 주 내용이다. 진보 정권 시기 보수 매체는 대통령 관련 논란뿐 아니라 북한 관련 안보 이슈도 더 논란으로 보도했다.

 

이명박 정권 시기 보수 매체가 논란으로 보도한 정치 기사는 진보 매체 정치 논란 기사의 1/4 가량이다. 특정 내용을 보수지나 진보지가 더 많이 논란으로 보도하는 경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논문은 “‘무보도 프레임보도 프레임이상의 강력성을 가지듯 정치 분야 논란 보도에서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무논란보도 경향이 나타난 셈이라고 했다.

 

논문은 매체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논란으로 보도되는 이슈가 달라지는 정치화의 경향은 논란이라는 단어가 공론의 색인이 아니라 개별 언론사의 도구로 만들 위험과 연결된다논란이라는 단어가 공론을 촉발하기보다는 언론이 의제를 선점하고 이용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뜻한다고 했다.

 

아울러 특정 언론이 특정 이슈를 논란화하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우리는 모든 논란 이슈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논란 보도의 연성화와 정치화는 공론장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언론이 공론장 형성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논란이라는 단어를 적합한 이슈에 대해서만 적절하게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박원순 변호' 정철승 변호사, 후배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

정 변호사는 후배 맞고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을 대리한 정철승 변호사가 후배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지난 327일 서울 서초구의 한 와인바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후배 변호사 A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정 변호사에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및 강제추행치상 혐의 고소장이 접수된 때는 지난 410일로 알려졌다. 이에 고소장을 접수한 서초경찰서는 그간 관련 사실 확인에 나섰다.

 

고소장에는 정 변호사가 A 변호사의 신체 특정 부위를 수초 간 눌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A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정 변호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 씨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 조사 결과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강 씨를 대리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21년에도 강제추행과 유사강간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다주택자 양도세까지 마저 깎아주나다음달 개편안 발표

26일 양도세 상담 문구가 적힌 서울 잠실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다주택자의 주택 양도소득세 부담을 영구적으로 낮출 방안이 다음달 중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완화하고 취득세 중과 완화안을 내놓은 데 이어 부동산 감세 정책의 마지막 조각인 양도세 완화 상세 방안을 두고 정부가 막판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6<한겨레> 취재 결과, 기획재정부는 부동산 규제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21‘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0225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던 규제지역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20245월까지로 연장하고, 20237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근본적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 검토 결과에 따라서 통상 7월 말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이 아니라, 다음주 발표가 예고된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해당 방안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현재 주택 양도세는 양도차익 규모와 양도 주택의 보유 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기본세율(645%)과 공제율(640%)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적용되는 중과세율은 보유 기간과 보유지역, 보유주택 수에 따라 다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년 미만 보유한 주택·입주권·분양권에 대해서는 6070%의 중과세율을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는 기본세율보다 높은 20%포인트(2주택자)30%포인트(3주택 이상 보유자)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지난해 5월부터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 유예 중이다.

앞서 정부가 종부세와 취득세에 대해 내놨던 중과 완화 방식이 일관되게 양도세에도 적용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종부세의 경우 2주택자에는 중과세율이 아닌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3주택 이상에 대한 중과세율을 낮춘 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시행 중이다. 취득세 역시 2주택자는 중과대상에서 빼고 3주택 이상은 중과세율을 낮추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주택·입주권·분양권 단기 거래에 대한 중과세율 적용 기준을 보유기간 2년에서 1년으로 압축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다. 또 양도세와 별개로 올해 주택분 종부세에 적용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7월 중 결정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한시적으로 낮췄던(100%60%)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일부 상향될지에 시장 관심이 쏠려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부적인 개편내용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임대인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안의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디에스아르 완화가 자칫 전세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갭투기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규제 완화 적용 기간을 최대 1년으로 제한하고 임대인이 보증금반환 보증보험에 의무가입하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재벌 사천왕삼성·SK·현대차·LG,경제력 집중도 더 커졌다

30대 그룹내 비중자산 53%, 매출 55%, 순이익 60%, 고용 53%

지난 3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30대 그룹(대기업집단)에서 4대 그룹이 차지하는 경제력 비중이 꾸준히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008202230대 그룹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삼성·에스케이(SK)·현대자동차·엘지(LG) 등 상위 4대 그룹의 자산 비중은 200844.6%에서 지난해 52.9%8.3%포인트 증가했고, 매출액 비중은 50.5%에서 55.2%4.7%포인트 늘었다. 당기순이익 비중은 70.0%에서 60.4%9.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자산 총액은 23737230억원으로 2008(9317330억원)보다 154.8%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4대 그룹 자산 총액은 41690억원에서 1255750억원으로 20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나머지 26개 그룹의 자산 증가율은 116.8%4대 그룹의 절반 수준이었다. 자산 기준은 대기업집단 일반 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것이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87.2% 증가했다. 4대 그룹이 3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2013(50.9%) 50%를 돌파한 뒤 202054.7%까지 올랐다가 202154.2%, 202252.9%로 소폭 하락했다.

30대 그룹 매출액은 20089396190억원에서 지난해 18717110억원으로 99.2% 증가했고, 같은 기간 4대 그룹 매출액은 4743460억원에서 10323860억원으로 117.6% 증가했다. 4대 그룹을 제외한 26개 그룹의 매출 증가율은 80.4%였다.

 

당기순이익에서는 4대 그룹 집중도가 다소 완화됐다. 30대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은 2008333500억원에서 지난해엔 1049890억원으로 214.8% 증가했고, 4대 그룹은 233570억원에서 634350억원으로 171.6% 늘었다. 4대 그룹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200870.0%에서 201499.1%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60.4%9.6%포인트 줄었다.

삼성그룹이 3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다. 2008년과 비교하면, 자산(18.8%20.5%), 매출(20.1%22.4%). 당기순이익 (35.3%35.5%) 비중이 모두 늘었다. 삼성그룹의 자산총액은 20081748860억원에서 20224864010억원으로 증가했다.

 

자산·매출 증가세와 비교하면 고용이 크게 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2008932485명에서 지난해 140724명으로 50.2%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154.8%)과 매출(99.2%), 순이익(214.8%) 증가율에 크게 못 미쳤다.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3.2%2008(47.7%)보다 5.5% 포인트 상승했다.

자산 기준으로 가장 덩치를 키운 그룹은 신세계그룹이었다. 신세계그룹의 자산 총액은 2008119560억원에서 지난해 604870억원으로 405.9% 증가했다. 이어 에스케이(281.0%), 한화(239.3%), 씨제이(230.2%), 현대자동차(211.5%) 순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동안 30대 그룹을 지킨 곳은 4대 그룹을 포함해 포스코·롯데·한화·지에스(GS)·에이치디(HD)현대(옛 현대중공업신세계·케이티(KT),씨제이(CJ)·한진·엘에스(LS)·두산·디엘(DL·옛 대림금호아시아나 등 17개 그룹이다. 나머지 13개 그룹은 탈락했거나 신규 진입한 그룹들이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MB 정권때와는 또 다른 언론 장악 시나리오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 교체로 MB 정권 언론 장악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때보다 언론 위기는 심화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39일 대통령실 국민제안홈페이지에 대통령비서실님의 생각으로 게시물이 올라왔다. 국민제안은 청와대 국민청원 폐지 후 만들어진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소통 창구다. TV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에 대한 의견을 들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어지는 설명이다. ‘최근 대부분 가정에서 별도 요금을 내고 IPTV에 가입해서 시청하거나 넷플릭스 같은 OTT를 시청하는데, 전기요금 항목에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국민제안을 통해 제기됐습니다.’ 49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58251표 가운데 97%가 수신료 분리 징수 제안에 추천을 눌렀다. ‘좌파 편향 왜곡 방송은 안 본다’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공영방송이라면 당연히 수신료는 폐지되어야 한다등 댓글 64000여 건이 달렸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두 달 후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주된 근거로 쓰인다. 65일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국민참여 토론 과정에서 방송의 공정성,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라면서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법 개정과 후속조치를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 국민참여 토론 과정이란 국민제안 게시판의 추천·비추천 투표와 댓글을 의미한다. 61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국회 입법 절차를 건너뛴다. 대통령실이 권고한 지 9일 만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제가 도입되면 매달 전기요금에 합산해 걷던 TV 수신료 2500원을 낼지 말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KBS는 당장 재원구조에 타격을 입는다. 2022년 기준 KBSTV 수신료는 전체 수입의 45.3%(6934억원)을 차지한다. 분리 징수가 시행되면 절반 이하인 3000억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199410월 통합 징수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KBS 징수원이 직접 수신료를 받으러 다녔는데 당시 징수율이 53%에 그쳤다. 그때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 프로그램 제작 위축은 물론이고 구조조정도 뒤따를 수 있다. 20216월까지만 해도 수신료를 월 3800원으로 인상하려 했던 KBS 이사회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한다라며 반발했다.

 

왜 하필 지금일까. 집권 1, 갑작스러운 분리 징수 추진을 두고 공영방송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KBS224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보도했고 그 여파로 정 후보자는 임명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이 올라온 건 그로부터 약 2주 뒤였다.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지부장은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를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제도라면 고쳐야 한다. 다만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에 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대통령실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이 온당한가.”

 

TV 수신료, 임시방편으로 박아둔 쐐기

TV 수신료는 수십 년간 풀지 못한 난제다.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을 위해 마련된 재원이었지만, 실제 쓰임은 그 반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한 언론학자는 수신료 제도는 정치권력과 공영방송이 결탁하는 하나의 매개체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시절에 수신료 분리 징수 법안을 추진했다가 한나라당이 집권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되려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다. 당시 민주당은 “KBS를 사유화하려는 정치적 음모라며 수신료 분리 징수안으로 맞섰다. 박근혜 정부에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중심으로 수신료 분리 징수 주장이 제기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공수만 바꿔온 셈이다. KBS 편향성과 방만 경영 문제는 야당 측의 주된 논거였다.

613KBS 본관 앞에서 언론단체의 ‘TV 수신료 분리 징수 반대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이번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꺼낸 건 대통령실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르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100% 언론 장악의 관점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2010년 여당 추천으로 KBS 이사를 지낸 그도 당시에는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 “지금은 KBS 집행부가 현 정부와 대척점에 있지만, 집행부가 새로 바뀌게 되면 그다음엔 어떻게 되나. 장기적으로 KBS의 역할이 축소되면 결국 집권 여당이 누리던 프리미엄은 누리기 힘들게 된다. 어찌 보면 결탁의 끈을 끊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다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수신료 분리 징수원이 각 가구를 돌아다닐 것인가? KBS에 시청 가구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부여되나? 202412월까지 유효한 한전과의 위탁계약은 어떻게 되나? 무엇보다 상업광고를 하지 않는 KBS 1TV에 광고를 받을 것인가, 혹은 채널과 인력을 감축시킬 것인가? 재난방송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그램 등 공적 책무가 약화되는 것은 아닐까?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시행되면 당장 닥칠 질문들이다. 숱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통합 징수가 30년째 지속되었던 건, 이처럼 뒤따르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TV 수신료를 부실한 댐(공영방송의 공적 재원)에 임시방편으로 박아둔 쐐기에 비유했다. “공영방송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지부터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어야 한다. 제도적 해결 방안 없이 분리 징수만 추진하면 쐐기만 뽑는 게 된다. 댐이 무너지듯 공영방송 전체가 다 붕괴할 수도 있는 결정이다.” 해외에서 수신료를 폐지하는 움직임은 공공미디어세나 공공기금처럼 공영방송의 재원을 마련해놓는다는 전환의 의미이지, 그걸 곡해하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수신료 분리 징수안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행정행위에 불과하다.”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YTN 지분 매각도 유사하다. 최대주주인 한전 KDN 이사회 일정에 따르면, 9월 안으로 매각 체결을 계획 중이다. 공적 소유 구조를 가진 보도전문채널에 사주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저널리즘)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이 과거 보수 정부와 다른 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TBSYTN, KBS 상황을 보면 방송의 직접적인 내용에 대해서 통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송의 돈줄을 통제함으로써 실제 방송 내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MBC를 두고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MBC 간부가 전부 민주노총 언론노조 출신이라며 “MBC는 궁극적으로 민영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71212KBS 새노조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 100일째를 맞았다.시사IN 신선영

 

그런 가운데 시도되는 방송통신위원장 교체는 언론 장악 의혹에 불을 지핀다. 530일 윤석열 대통령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임기 두 달을 남긴 시점이었다. 일각에서는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 선임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KBSMBC 사장을 여권 인사로 교체하려는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정권이 원하는 방통위원장을 앉히면 방통위가 여권에 유리한 구조로 바뀐다. 그 방통위가 다시 KBS 이사회 이사를 교체한 후 공영방송 사장을 들어내는 식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전략이 쓰였다. 사장 교체는 시간문제다.” KBS 소속 기자의 말이다.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홍보수석이었던 그는 정연주 KBS 사장 해임, YTN 기자 해고 등 공영방송 장악을 설계한 주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MB 정권 언론 장악이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돈다. 201966일 이동관 특보는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 출연해 보수 우파의 제대로 된 분들은 아예 지상파 방송을 안 본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공영방송 사장이 바뀐다고 보도 내용까지 바뀌게 될까?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인사권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면 결국 보도국의 공기가 바뀔 수 있다라고 말한다. 보도국장 임면동의제, 보도국 공정방송추진위원회처럼 KBS, MBC, YTN이 각각 파업을 거치면서 만들어온 제도적 장치가 있다. 다만 단체협약이기 때문에 한쪽이 파기하면 자칫 형해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당장 국민의힘이 편향성을 문제 삼았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부터 교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방송계 안팎에서 나온다.

 

기업별노조인 KBS 노동조합과 MBC 노동조합, YTN 방송노조 등은 이를 내로남불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권교체 이후 기존 이사와 사장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사장을 앉히며 언론 장악을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가 문재인 정권 시절 어떻게 방송을 장악했고, 선후배 동료 방송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는지 국민에게 폭로할 것이다.” 실제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임명된 강규형 KBS 전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해임되었다. 고대영 사장 해임의 도화선이 되었는데, 이후 강 전 이사가 해임무효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감사원에서 적발한 업무추진비 유용의 문제는 있었지만,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할 정도의 잘못은 없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시사인 김영화 기자

 

37개 시민사회단체 연대"715일 정권퇴진 총궐기"

윤석열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 결성

촛불단체, 민주노총, 전농, 빈민 단체 등 망라

한국노총 금속노련도 참여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를 윤석열 퇴진 운동으로 발전

민주노총, 전농을 비롯한 37개 시민사회단체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를 결성하고 27일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3.6.27. 노동과세계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7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퇴진 운동본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7151차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준비위원회에는 주말마다 열려온 촛불집회 관련 단체와 노동자, 농민, 빈민 단체가 망라돼 있어 하반기 정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이 참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윤석열 퇴진 운동본부 준비위원회(이하 운동본부())27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7151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양회동 열사 유언 실현"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박미정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의 반민중 정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양회동 열사의 유언을 실현해야 한다는 공감대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면서 지난 14일 집담회를 열고 현 정세의 엄혹함을 확인하고 범국민대회에 대한 기본 계획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양회동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윤석열 정권, 이태원에서 159명의 죽음에 대해 정부 책임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 윤석열 정권이다라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민생, 노동자 권리를 하나하나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어 1년 남짓 지난 정권에 대한 퇴진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 총파업 마지막 날인 715일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반대를 중심으로 온 국민과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이라면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뿐 아니라 더 많은 분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전국의 농민을 만나면서 많은 압박을 받았다면서 왜 전농이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농에서도 전체 회원들의 뜻과 각 지역 국민들의 뜻을 받아 안아서 퇴진 투쟁에 앞장설 것이라면서 더 이상 돌아볼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윤석열 정부는 퇴진이 답이다고 말했다.

 

이경민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지금 빈민 민중 단체 대표 6명이 서울구치소에 있다면서 “9년 전 박근혜 정권 때의 일로 실형을 받아 법정구속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너희들이 먹고살려고 하는 것은 좋지만 저항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가난한 너희들은 떡고물이나 먹고 살 것이지 왜 저항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또 도시 빈민들이 참을 수가 없어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려 한다면서 두려움 없이 윤 정부에 맞서서 투쟁해 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반민중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윤석열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은 정권의 폭력과 탄압에 무참히 짓밟혀 왔다면서 정권의 노조 혐오와 탄압은 결국 양회동 열사를 끝내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이어 일제 강제동원 역사를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핵 오염수 해양 투기까지 묵인하고 있다면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부활과 민간인 사찰, 조작된 간첩단 사건 등을 남발하며 공안통치를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윤석열 정권 퇴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국민 절대다수이자 가장 고통받는 노동자, 농민, 빈민, 자영업자, 서민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에 모든 것을 걸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73~14일 윤석열 퇴진 릴레이 기자회견 예고

운동본부()는 오는 73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각계각층의 윤석열 퇴진 릴레이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단체들과 연대한 공동 대응을 퇴진 투쟁으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27일 현재 운동본부()에는 총 3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함께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이 공식 참여하기로 했다. 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농민단체,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빈민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촛불지킴이, 촛불혁명완성연대, 촛불연대, 촛불전진, 민생경제연구소 등 매주 열리던 주말 촛불집회 관련 단체도 참여를 결정했다. 한국청년연대, 진보대학생넷 등 청년 학생 단체도 참여하며 예수살기, 민주시민기독연대 등 종교단체도 포함됐다.

 

조항아 빈민해방실천연대 사무처장은 “7151차 범국민대회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본격화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노동 탄압 저지, 노조법 2, 3조 거부권 저지, 민주주의 파괴 책동 저지, 민중생존권 쟁취 투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윤 대통령, 문재인 정부 겨냥 반국가세력들이 종전선언 노래 불러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 축사

야당 반국가세력 규정파장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소개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8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을 추진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국 정치를 양분하고 있는 거대 양당 중 한 쪽 진영을 현직 대통령이 직접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자유총연맹) 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 책임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은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었다면서 자유 대한민국의 국가안보가 치명적으로 흔들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 책임 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과 국제사회에서의 자유 대한민국의 역할과 비전을 우리 자신이 제대로 알아야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가르치고 전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6·25전쟁 직후인 19546아시아민족 반공연맹에서 출발한 이후 대표적인 보수 관변단체로 꼽혀왔다. 현직 대통령이 이 단체의 창립기념행사에 참여한 것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축사 곳곳에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하거나 자유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나라 도처에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수냐, 진보냐 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라는 바탕위에 있는 것이라며 이것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한국이 마주한 도전과 위기 요인으로도 국가정체성 부정 세력등을 언급하며 강경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조직적, 지속적으로 허위선동과 조작,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유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뜨거운 사랑을 가진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경향 유정인 기자

 

운동권 출신함운경 국민의힘 강연 오염수 문제는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

친윤 공부모임 참석해 야권 비판

후쿠시마 사고 때도 문제 없던 것

30년 쪼개 내보낸다는데 왜 문제?

반일이용하는 사람들 있어 문제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행사에서 운동권 출신 횟집사장 함운경씨가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만났던 운동권 출신횟집사장 함운경씨가 28일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공부모임에 참석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방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겨냥했다.

 

함씨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세미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관련 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싸움은 과학과 괴담의 싸움이기도 하고 더 크게는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 자유를 위한 동맹을 지키는 싸움, 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주장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야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함씨는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지금보다 1만배 더 많은 방사능이 사고로 누출됐는데, 대한민국 해안가 주변에서 계속 방사능을 측정했을 때 의미 있는 변화가 전혀 없었다1만분의 130년간 쪼개서 내보낸다는데 그것 때문에 이 난리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함씨는 상식적으로 12년 전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왜 지금 문제가 되느냐. 국민적 반일 감정을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저와 대학 동기이고 제가 군산 (선거에) 출마한다고 할 때 출판기념회도 왔다며 민주당 계열과의 인연을 강조한 뒤 조 전 장관이 죽창가를 부른다고 할 때 쟤가 미쳤나?’ 했다. 저건 반일 감정을 부르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함씨는 반일 감정, 반일민족주의를 퍼뜨린 것이 저희들(운동권)”이라며 전두환이랑 싸우기 위해 온갖 무기를 찾다가 마르크스·레닌주의, 주체사상도 있는데 가장 강력한 게 반일주의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운동권 활동 경험 및 민주당 인사들과의 과거 인연에 빗대 야권의 반일 움직임을 비판한 것이다.

 

국민공감 운영진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섭외에 나섰을 때만 해도 함씨는 (강연을) 주저했다어민이나 수산업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하고), 반일 감정을 자극한 또 하나의 괴담이며 앞으로 반드시 진실을 밝힐 때까지 자신이 노력해보겠다면서 어려운 발걸음을 해줬다고 강연 배경을 설명했다.

 

함씨는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인사이다. 서울대 재학 시절이던 1985년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서울 미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다. 이후 서울 관악, 전북 군산에서 여러 차례 민주당 계열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연신 고배를 마셨다. 군산의 수산물 업체와 횟집은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2021년 대선을 앞두고는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해 화제를 모았다.

경향 조문희 기자 이두리 기자

 

가성비로 먹는 편의점 도시락, 나트륨을 먹는 거였네

남자가 일평생 잊지 못하는 여자 한끼 먹어도 1일 섭취 기준량 절반 넘어

컵라면 함께 먹으면 1일 권고량 훌쩍

직장인 장모씨(36)는 점심식사 가격이 1만원 가까이 오르자 요즘은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찾고 있다. 고기와 계란말이, 소시지 등에 컵라면을 더해도 5000원대면 충분히 한끼 식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나트륨 함량이 1일 섭취 기준을 초과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소비자원은 고물가시대 편의점 가성비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관련, 10개 제품의 품질과 영양성분 등을 조사한 결과 나트륨 함량이 높다고 밝혔다.

10개 제품의 단백질 함량은 20.0~38.8g으로 모두 한 끼 식사에서 필요한 양을 충족했다.

그러나 나트륨 함량은 상당히 높았다. 도시락 반찬을 모두 먹는다고 가정할 경우 10개 제품별 나트륨 섭취량은 1101~1721에 달했다. 이는 성인의 하루 섭취 기준량인 2000대비 5586% 수준이다. 나트륨 함량이 가장 적은 제품도 1일 섭취 권고 기준의 절반을 웃돌았다.

 

주의할 점은 컵라면이다. 설문조사 결과 편의점 도시락을 섭취할 때 컵라면을 동시에 먹는다고 답한 비율은 44%였다. 나트륨 함량이 대부분 1000을 초과하는 컵라면을 도시락과 같이 즐길 경우 1일 섭취 권고량을 넘길 수밖에 없다./ 경향

 

늙기도 고달파가사노동 부담 늘어나는 노년

손자녀 돌봄·집안일 참여 가사노동 생산비중 16%로 증가

돌봄 받기보다 제공가사노동 흑자, 여성은 83세까지 지속

 

A(72·서울 마포구)2년째 초등학교 2학년 손주를 돌보고 있다. 지난해 딸의 육아 휴직이 끝나면서 아이 돌봄은 A씨의 몫이 됐다.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간식을 주고 딸 부부가 퇴근할 때까지 돌본다. A씨는 하루 절반은 손주를 돌보며 보낸다자녀들 다 키우고 이제 집안일에서 해방되나 했는데, 다시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의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27일 통계청이 낸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노년층(65세 이상)의 가사노동 생산액은 809000억원으로 2014492040억원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은 육아와 집안일 등의 무급 가사노동을 시장가치로 평가한 결과다.

 

노년층의 가사노동 생산 비중은 201413.6%에서 201916.5%2.9%포인트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년층의 가사 노동 참여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년층의 손자녀 돌봄도 가사노동 생산을 늘렸다. 손자녀 돌봄과 퇴직 후 가정관리(음식·청소·세탁 등)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면서 1인당 가사노동 생산액은 66세에 1205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의 평가액과 생산, 소비, 이전에 대한 연령별 분포를 보여주는 통계인 국민시간이전계정 통계에서도 노년층의 돌봄 노동이 두드러진다. 국민시간이전계정으로 가사노동의 생산과 소비로 발생하는 생애주기별 적자, 흑자 분포 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생애주기에서 적자는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커 다른 가구 내 구성원이 제공하는 노동의 수혜를 받는다는 의미다. 거꾸로 흑자는 자신의 가사 노동으로 다른 가구 구성원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뜻이다. 2019년 기준 노년층이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로 발생한 흑자 규모는 43210억원으로 집계됐다. 노년층이 가족과 가구원에게 돌봄을 제공받기보다 오히려 돌봄을 더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노년층이 따로 사는 손자녀를 돌보는 데 들어간 노동 가치도 3조원을 넘었다. 2019년 기준 가구 간 순유출된 노년층의 가사 노동 규모는 총 37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31000억원이 오롯이 가족 돌봄에 쓰였다.

 

1인당 가사노동 생애주기적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은 25세부터 흑자에 진입해 83세까지 흑자를 유지하다 84세가 되어서야 적자로 전환된다. 59년간 가사노동을 가족구성원들에게 공급한다는 의미다. 남성은 31세에 흑자로 전환한 뒤 47세에 적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 노동을 통해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도움을 준 기간이 16년에 불과한 것으로 47세부터는 가사노동을 다시 공급받았다.

경향 반기웅 기자

 

국제 행사까지 열었지만... 한국은 '팩트체크' 위축 걱정

전 세계 팩트체커 축제 '글로벌팩트10' 서울에서 개막... "윤 정부, 진실 판정의 사법화 경향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이 28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글로벌 팩트 10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IFCN 제공

 

세계 최대 팩트체크 컨퍼런스인 '글로벌 팩트 10(Global Fact 10)'28일 서울에서 개막했다.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행사장은 전 세계 75개 나라에서 온 팩트체커와 언론인, 학자 등 550여 명으로 가득 찼고, 비대면으로도 774명이 참여했다. 10년 전 영국 런던의 한 대학 강의실에서 40여 명이 모였던 1회 행사의 10배가 넘는 대규모 행사였다.

 

75개 국 550여 명 모인 글로벌팩트,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와 함께 공동 주최한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글로벌 팩트의 서울 개최는 한국 언론 역사에도 중요한 기점이 되는 일이지만, 특별한 역사적 정치적 경험을 가진 아시아 각국의 팩트체커들에게 뜻깊은 일"이라면서,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번 행사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식민 지배를 당했거나 독재자의 지배를 겪었다"면서 "미국의 언론인들이 객관주의 원칙으로 '오직 사실만'을 외칠 때 한국의 기자들은 식민 정부의 불의를 폭로하고 동포를 구하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아야 했", "해방 이후 노골적인 검열과 언론 탄압이 존재하던 40년간의 독재 시절에도 권력에 길들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들은 해직당하고 때로 목숨까지 위협당해야 했다"고 한국 언론의 과거사를 소개했다.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신장됐지만, 언론의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이제는 시민들이 언론이 편향되었다며 불신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팩트체커들은 날로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상업적인 이익이 커지며, 정치적인 극단주의와 결합하는 허위정보에 맞서는 일을 해야 한다"'팩트체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사실에 기반한 이성적인 토론이 민주주의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우리 사회의 허위정보에 대항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협력하자"고 당부했다.

 

2012년 오마이뉴스에서 32개 언론사로 늘어... 윤 정부 '진실 판정의 사법화' 우려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10' 첫날 한국 팩트체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SNU팩트체크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75개 국에서 550여 명의 팩트체커와 언론인, 학자 등이 참여했다.IFCN 제공

 

첫날에는 한국 팩트체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오마이뉴스>에서 '오마이팩트' 코너를 만들어 대통령 후보 발언을 검증했고, 지난 2017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서 SNU팩트체크센터를 만든 뒤 지금까지 32개 언론사로 늘어났다.

 

정은령 센터장은 "이전에도 오마이뉴스, JTBC 등이 팩트체크를 해왔지만, 201719대 대선을 앞두고 여러 언론사들이 대선 후보에 대한 팩트체크를 시작함으로써 팩트체크의 대중화가 시작됐다"면서 "그간 해마다 팩트체크 검증 건수가 늘어나 4600건이 넘는 팩트체크 검증 결과가 쌓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허위정보 확산을 막으려고 시민 팩트체커를 교육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문해)' 프로그램인 '팩트체크넷' 활동 등을 지원했던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드는 등 '사법적 대응'에 더 주력하고 있다.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오픈 네트워크(MILON) 최원석 대표는 이날 '한국 팩트체크 세션'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정부가 사용하면,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되기 쉽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이라면서 "팩트체크 결과가 '가짜뉴스'로 불리는 사례를 우리는 미국 트럼프 정부 때 목격했다"고 꼬집었다.

 

박태인 <중앙일보> 기자도 "현재 한국 정부도 야당의 공세 중 일부를 가짜뉴스라 규정하고 소송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진실의 판정 여부를 언론이 아닌 검찰과 법원 엘리트의 권위에 기대는) '진실 판정의 사법화' 현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도 지난 2017년 대선 직후 팩트체크 기관일 뿐인 SNU팩트체크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각각 무혐의 처분과 원고 패소로 끝나기는 했지만, 재판이 끝나기까지 1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면서 "팩트체크를 하는 기관으로서는 이러한 소송들이 활동을 위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진실판정의 사법화' 경향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개회사에서도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팩트체커를 환영하지 않는다"면서 "오직 증거가 이끄는대로 사실을 추구하는 것이 팩트체커들의 사명이지만, 막대한 사명감을 가진 우리도 지치고 때로 무력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며 팩트체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권위적인 정부나 극단적인 이해관계자가 팩트체커를 위협하는 현상이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에 모인 전 세계 팩트체커들은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한편, 허위정보와 싸우는 데 효과적인 방법을 공유하고 학계와 플랫폼, 시민과 서로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김시연(staright) 오마이뉴스

 

대통령 "재정지출 늘려라?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

"노조·비영리단체 보조금,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

윤석열 대통령은 28"일각에서는 여전히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 지출을 늘려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것은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따라서 단호히 배격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내년 예산 편성에도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한 재정 운영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기 없는 긴축재정, 건전재정을 좋아할 정치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 건전 재정이 지금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부모가 누군지 가리는 솔로몬 재판에서 보듯이 국민을 진정으로 아끼는 정부는 눈앞의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는지 여부로 판가름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만 나라빚이 400조가 증가했다. 70년간 600조이던 국가 채무가 400조 증가해서 1000조 원을 넘어섰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지난 1년은 전 정부의 이런 무분별한 방만 재정을 건전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국가채무관리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정치 포퓰리즘을 배격해서 절감한 재원으로 진정한 약자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효과 분석 없이 추진된 예산, 돈을 썼는데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 왜 썼는지 모르는 예산, 노조, 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 이런 것들은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재점검 해야 된다""표를 의식하는 매표 복지 예산은 철저히 배격해야 된다"고 했다.

 

긴축재정 기조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자는 것"이라며 "군장병 등에 대한 처우 개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확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과학기술 R&D 등에는 더 과감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작년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에서 확고한 건전재정 기조로 물가를 안정시키고 나아가 통화 가치 안정과 대외신인도 제고에 기여를 했다"고 덧붙였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고, 경제 보조금은 살리고, 사회 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 해야 한다"고 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은 전했다.

 

한편 이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외국인 근로자 입국 상황과 관련해"숙련기능인력에 대한 쿼터를 지난해 2000명에서 금년에 3만 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기업 현장에서 인력 부족 문제의 해소가 단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라며 "올해부터 대통령 지시로 외국인 근로자 확대를 본격 추진중이며, 종전 1000명 수준이었던 것을 한 번에 30배로 늘렸기 때문에 적어도 쿼터가 부족해서 외국인이 못 들어온다는 얘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절근로 체류기간을 기존 5개월에서 추가 3개월 범위 내 연장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6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산가능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산업 현장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외국 인력을 시장 변화에 맞춰 종합적,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외국 인력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프레시안 임경구 기자

 

 

일본인 500만 이주시키자? 하급무사 아들 망언이 일본 패망 불렀다

[김재명의 전쟁범죄 이야기 25] 망언과 사과, 용서와 화해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를 비판한 글을 보고 독자 두 분이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주셨다. 요지는 '일본인뿐 아니라 아시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후쿠자와 유키치를 '오해하고 잘못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런 물음들이 나오는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한국에 나온 여러 후쿠자와 관련 책들이 후쿠자와의 '맨얼굴'보다는 '분칠을 한 얼굴'의 후쿠자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누가 '분칠'을 했는지는 이 글 밑에 살펴볼 참이다.

 

하급무사 아들, 칼 대신에 문필로 이름 떨쳐

오늘날 후쿠자와의 이미지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일본의 고액권인 1만 엔 지폐에 얼굴이 들어갈 정도로 일본인들의 존경을 받는 '19세기 일본의 계몽사상가' 쯤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후쿠자와는 일찍이 개항과 개화를 외치며 게이오(慶應)대학의 기틀을 다진 교육사상가였고, 오늘날 <산케이신문>으로 명맥이 이어진 <시사신보>(時事新報)를 창간해 주필로 일하면서 문필가로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후쿠자와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탈아입구론'(脫亞入歐論)이다. 후쿠자와 자신이 '탈아입구'라는 용어를 직접 쓰진 않았지만, 그가 내걸었던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 문명체계를 받아들이자'는 개항·개화의 주장과 부국강병론은 19세기 후반 일왕 중심의 근대화에 나름의 사상적 기여를 한 것으로 꼽힌다. 그는 19세기 말 개화파의 중심이었던 비운의 인물 김옥균(1851-1894)과 가까이 지내며 조선의 권력투쟁과 조선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후쿠자와가 어느 정도 무게감을 지녔는가는 춘원 이광수(1892-1950)의 일화를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춘원은 '조선의 후쿠자와 유키치'가 되기를 바랐다. 존경하는 마음에 일본에 있는 그의 묘지를 다녀와서 '하늘이 일본을 축복하여 내린 위대한 인물'이라는 뜻이 담긴 글을 남겼다. 안타깝게도 춘원은 그의 친일 행적으로 말미암아 (후쿠자와와는 달리) 사람들이 그가 남긴 글을 찾지 않는 존재가 됐다.

 

인터넷 검색창에 후쿠자와의 사진을 찾아보면, 학자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있지만 허리에 칼을 찬 모습들도 보인다. 그의 아버지는 도쿠가와 막부(幕府) 시절 오사카 부근의 나카쓰번(中津藩)에 소속돼 창고 물자를 관리하는 하급 무사였다(야마다 요지 감독이 잘 만들었다고 호평을 받은 2002년도 영화 '황혼의 사무라이'의 주인공 하급 무사와 똑 같다). 후쿠자와는 사무라이의 칼 대신 문필로 여러 권의 책을 남겼다. <서양 사정>(초편 1866, 외편 1868, 21870), <학문의 권유>(1872), <문명론의 개략>(1875) 등이 후쿠자와의 이름을 당대에 널리 알린 저작들이다.

 

한국 업신여기며 망언 일삼은 일본인 원조(元祖)

후쿠자와의 언행을 좀 더 들여다보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매우 적대적이고 위험한 인물'임을 알아채게 된다. 그가 남긴 글들을 보면, 조선인에 대한 편견이 아주 심했다는 게 드러난다. 21세기 이 땅의 '신친일파'들이 <반일 종족주의>에서 펼치는 터무니없는 한국인 비하론을 딱 빼닮았다.

 

후쿠자와는 자신의 '경험에 따르면...'이란 전제 아래 조선인들을 마구 깎아내렸다(그가 겪은 '경험'이란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배신과 위약(違約)은 조선인들의 타고난 성질'이기 때문에 '조선인은 배신과 위약 같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못 박았다. 따라서 '조선인을 상대로 한 약속은 처음부터 무효라고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문명 맹신자이기 때문일까, 그는 조선인이 그렇게 된 원인을 엉뚱하게도 '오래된 유교의 중독성' 탓이라 돌렸다(다카시로 코이치, <후쿠자와 유키치의 조선경략론 연구> 선인, 2013, 154쪽 참조).

 

지난주 글에서 후쿠자와가 조선을 '일개 작은 야만국'으로 못 박고 '(조선의) 학문은 보잘 것 없고 병력은 겁낼 것이 없다'고 업신여기면서, 무력으로 조선을 정벌(후쿠자와의 용어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일본이 조선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썼다. 또한 후쿠자와는 동학농민전쟁(1894) 당시 일본군에 맞섰던 조선의 농민군을 능멸하면서 "조선 인민은 소와 말, 돼지와 개와 같다"고 비난했다. "조선인의 완고 무식함은 남양의 미개인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따라서 한국을 업신여기며 망언을 일삼는 일본인의 원조(元祖)는 후쿠자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일본군을 '동양의 악귀'로 만들다

'조선 인민은 소와 말, 돼지와 개와 같은 미개인'이란 후쿠자와의 망언이 19세기 말 한반도에 파견된 일본 군인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그가 창간하고 주필을 맡았던 언론사인 <시사신보>(時事新報)에 그런 거칠고 매몰찬 논설을 써댔으니, 일본군 지휘관들이 사병들의 정훈교육 때 활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실제 전투현장에서 일본군이 동학농민군 포로들에게 저질렀던 잔혹 행위로 미뤄, 그 무렵 일본인들은 후쿠자와와 마찬가지로 조선인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인을 상대로 일본이 저질렀던 전쟁범죄의 기록들은 차고 넘친다. 교토에 남아있는 거대한 귀무덤(실제로는 조선인 12만 명쯤의 코가 묻혀 있는 코무덤)이 말해주듯, 임진왜란(1592) 때에 엄청난 규모의 전쟁범죄가 저질러졌다. 일본군이 개입했기에 후쿠자와가 더욱 관심을 기울였던 동학농민전쟁 때도 잔혹한 전쟁범죄가 저질러지긴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두 역사학자가 발굴해낸 어느 일본병사의 <진중일지>를 줄여 옮겨본다.

 

189518-10일 전라도 장흥전투 뒤: "우리 부대가 서남 방면으로 추격해서 타살한 농민군이 48, 부상한 생포자는 10명이었다. 숙사에 돌아와 생포자는 고문한 다음 불태워 죽였다

1895131일 전라도 해남전투 뒤: "오늘은 남은 동학당 7명을 잡아와 성 밖의 밭 가운데 일렬로 세우고 총에 검을 장착하여 모리타 일등군조의 호령에 따라 일제히 동작해서 그들을 찔러 죽였다"(1895131일 해남전투 뒤).

나주전투 뒤(일자 불상): "나주성에 도착하니 성 남문에 가까운 작은 산에 시체가 쌓여 산을 이루고 있었다. 붙잡아 고문한 뒤에 죽인 숫자가 매일 12명 이상을 넘었다. 그곳에 시체로 버려진 농민군이 680명에 이르렀으며, 근방은 악취가 진동했다. 땅위에는 죽은 사람의 기름이 얼어붙어 마치 흰 눈이 쌓여있는 것과 같았다"(나카츠카 아키라 외, <동학농민전쟁과 일본>, 모시는사람들, 2014, 118-119).

 

'한국을 업신여기며 망언을 일삼는 일본인의 원조(元祖)'라 부를 만한 후쿠자와는 중국 사람들에 대해서도 멸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시사신보>에는 그런 거칠고 매몰찬 그의 논설들이 곳곳에 기록돼 있다. 중국인을 '창창 되놈' '짱꼴라'로 낮춰 불렀고, 중국인의 변발을 '돼지 꼬랑지 머리'로 조롱했다. 생포한 청나라 노()장군을 일본 아사쿠사 공원으로 끌어내, 나무문을 달아 입장료를 받고 구경시키자는 섬뜩한 유머를 내놓기도 했다. 적의 장군을 노리갯감으로 삼자는 얘기인데,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한 인물이 지금 일본 1만 엔 지폐에 얼굴이 들어가 있는 후쿠자와다.

 

후쿠자와의 교육사상을 연구해온 야스카와 주노스케(나고야대학 명예교수, 사회사상사)는 난징 학살(1937)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이 마구잡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배경을 거슬러 보면, 이웃 아시아 사람들을 업신여겼던 후쿠자와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일본군 병사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태연하게 중국인을 죽일 수 있는 '동양의 악귀(惡鬼)'가 된 것은 '소학교 시절부터 중국인을 짱꼴라, 돼지새끼 이하'로 여기고 '중국인은 자신의 나라를 다스릴 수 없는 열등민족'이라 여기게 만든-후쿠자와 유키치가 숙성시킨-아시아 멸시관 때문이라 증언하는 시각도 놓칠 수 없다"(야스카와 주노스케,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 역사비평사, 2011, 17).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의 계몽주의자로 알려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인과 중국인을 멸시하며 침략전쟁을 선동했다. 청일전쟁(1894)에서 붙잡힌 청군 포로들을 일본군이 참수하는 모습. Utagawa Kunimasa

 

"천황이 직접 도요토미 이래의 외전(外戰) 펼쳐야"

19세기 말 조선이 임오군란(1882)과 갑신정변(1884)으로 몸살을 앓을 무렵부터 후쿠자와는 강력한 군사개입론을 폈다. 갑신정변이 실패한 뒤인 1885년 신년 논설에서 '갑신정변의 피해자는 일본이고 가해자는 중국()과 조선이며, 일본은 원고이고 중국과 조선은 피고'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이를 기회 삼아 대외 전쟁을 통해 일본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쿠자와는 '일국의 인심을 흥기시켜 전체를 감동시킬 수 있는 방편은 외국과의 전쟁만한 게 없다'는 위험한 신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선에 무력 개입하고 내친 김에 중국 청나라 수도 북경까지 진격해야 한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쳤다. 일본이 목표로 하는 당면의 적은 지나(중국)이기 때문에 일본군을 파견해 경성(서울)에 주둔 중인 지나 병사를 몰살시키고, 바다와 육지로 중국을 침략해 곧바로 북경성을 함락시키자는 것이었다.

 

"일본이 중국을 정벌하면, 중국과 조선과 동양 전체에 대해 대일본제국의 권력이 이전보다 몇 배나 성장되었음을 보여주게 될 것이고, 구미 열강으로 하여금 우리 일본의 힘이 강대한 것을 감탄시키어 조약 개정과 치외법권의 철폐 등도 용이하게 될 것이다"(다카시로 코이치, 154쪽에서 재인용).

 

놀랍게도, 후쿠자와는 중국과의 전쟁(청일전쟁)이 벌어질 경우 그 전쟁의 승패가 국가 존망을 가르는 중대한 전쟁이니만큼, 일왕이 직접 나서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이래의 외전(外戰)'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 이유로는 "태고에 일본이 (한반도 남부의) 삼한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왕(神功皇后)이 스스로가 병사를 데리고 친정함으로써 군대의 사기가 높아졌다"는 믿기 어려운 근거(?)를 꼽았다(다카시로 코이치, 155).

 

그러면서 후쿠자와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군비가 필요하고, 그것을 지급하는 것은 일본 국민의 의무이기에, 지금부터 지출을 줄이고 헌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 헌금론은 일제 강점기 말기에도 많이 들리던 얘기다. 한반도의 친일파들은 너도나도 헌금을 하며 '대동아 성전(大東亞聖戰)의 승리'를 기원했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인 500만을 전라·충청·경상 3도로 보내자"

후쿠자와는 알고 보면 매우 공격적인 식민주의자였다. 그가 쓴 논설 가운데는 '일본인 500만 명을 조선으로 이주시키자'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갑신정변의 실패로) 조선의 정치개혁이 어렵다면, 일본인을 조선 땅으로 대량 이주시켜 조선인과 잡거(雜居)하면서 일본인의 행동을 보고 차차 자기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나의 소견에서도 현재의 조선국은 국토의 면적에 비해 인구가 희박한 것은 사실이다. 근년에 와서 우리나라(일본)의 인구 번식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그 처리문제에 당혹하고 있는 바로 이때에 500만 명의 이주민을 보내는 것은 아주 용이한 일이다. 우선 50만 명이라도, 60만 명이라도 보내는 것은 지장이 없다. 우리 정부에서는 신속히 이주의 일을 계획하고 조선 정부와 담판하여 현행 조약을 개정해야 한다"(다카시로 코이치, 330쪽에서 재인용).

 

후쿠자와가 얼마나 조선인을 업신여겼는지, 그리고 조선 정부를 만만하게 봤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1892년 그가 '일본인 500만 조선 이주론'을 펼치며 처음에 꼽았던 지역은 상대적으로 불모지가 많다고 알려진 함경도였다. 그러나 뒤에 다시 꼽은 이주지역은 전라·충청·경상 3도였다.

 

척박한 땅이 많다는 함경도를 이주지로 꼽았던 후쿠자와의 초기 논설엔 그나마 '배려'의 흔적이나마 보였다. 하지만 얼마 뒤에 쓰인 논설에는 인구밀집도가 높고 비옥한 한반도 남쪽 지역으로 이주 목표지가 바뀌었다. 그곳이 조선의 곡창지대인 것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일본 농민들이 한반도 농업의 노른자위를 차지하도록 만들겠다는 심보였다. 이민(移民)이 아니라 식민(植民)을 뜻하는 침략 주장을 폈던 셈이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 오른편에 칼을 찬 20대 모습의 사진은 1862년 유럽에 사절단으로 갔을 때 베를린에서 찍었다.

 

'허풍이라면 후쿠자와, 거짓말이라면 유키치'

이렇듯 후쿠자와는 일본을 대외 팽창과 침략전쟁 쪽으로 몰아가려는 주장을 <시사신보>에 논설 형식으로 자주 써댔다. 그런 주장 속에 한결같이 담긴 것은 조선과 중국에 대한 멸시와 편견이었다. 후쿠자와뿐 아니다. 당시 많은 일본인들이 조선과 중국을 바라보는 눈길이 그러했다.

 

이를 두고 생각이 깊었던 일부 지식인들은 '일본의 보잘 것 없는 개화에 대한 자만심'을 경계했다. "우리 일본인이 구미인에게 배운 것이 하루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조선과 중국을) 깔보는 교만심이 생겨났다"는 지적이었다(<東京横浜每日新聞> 18771110일자, 야스카와 주노스케, 218). 야스카와 교수에 따르면, 당대의 일부 지식인들은 물론 정부 관리들조차 후쿠자와의 선동적이고 공격적인 언행에 대해선 비판적이었다.

 

"당시의 후쿠자와는 동시대인들로부터 '허풍이라면 후쿠자와, 거짓말이라면 유키치'란 조소를 받았다. (특히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로부터는) 후쿠자와의 아시아 침략의 길은 '장래에 구제받을 수 없는 재앙'을 남기게 될 것이 틀림없다는 엄중하고도 적절한-마치 1945년 패전을 예견한 듯한-비판을 받았다"(야스카와 주노스케, 7).

 

'장래에 구제받을 수 없는 재앙'을 겪을 것이란 염려는 20세기 중반에 현실로 나타났다. 일본의 잇단 침략전쟁으로 일본 국민 310만을 포함한 2천만 명쯤이 죽었다. 그 과정에서 난징 학살(1937)'위안부' 성노예를 비롯한 전쟁범죄가 저질러졌고, 그 범죄의 희생자와 유족들은 지금도 진정성 담긴 사과와 그에 걸맞는 배상을 요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학계의 천황' 마루야마가 만든 신화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후쿠자와가 '시민적 자유주의 정치관을 지닌 지혜로운 계몽사상가' 쯤으로 잘못 알려진 것은 무슨 까닭인가. 글 앞에서 거듭 살펴본 책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의 저자 야스카와 교수는 후쿠자와의 맨얼굴에 분칠을 한 주요인물로 '일본정치사상사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전 도쿄대 교수, 1914-1996)를 꼽는다.

 

마루야마는 도쿄대를 중심으로 '마루야마 학파'를 이룰 정도로 영향력을 지녔다. 그에게 따라다닌 별명이 '학계의 덴노(天皇)' 또는 '가미사마'(神様)였으니, 일본학계에서 지닌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도 <일본정치사상사연구> <일본의 사상> 등 그의 책이 여러 권 번역돼 있다.

 

마루야먀는 후쿠자와 유키치가 1875년에 써낸 <문명론의 개략>을 해설한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다>(이와나미, 1986)라는 두툼한 책을 통해 후쿠자와를 긍정적으로 재해석했다(한국 번역본은 2007년 문학동네에서 펴냄). 서양과 일본의 문명을 비교하면서 '나라의 독립이 곧 문명이다. 문명이 아니면 독립을 보전할 수 없다'는 후쿠자와의 주장을 담은 <문명론의 개략>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마루야마는 후쿠자와를 '일본의 볼테르'로 칭송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후쿠자와의 이미지가 긍정적인 것은 '학계의 덴노(天皇)'란 권위를 지녔던 마루야마의 분칠 덕이 크다. 이른바 '후쿠자와 신화'. 하지만 분칠을 걷어내고 후쿠자와의 맨얼굴을 보면, 평가가 달라진다. 재일동포 출신의 인권평화운동가 서승(우석대 동아시아평화연구소장)이 야스카와 교수의 책에 쓴 추천사를 참고로 읽어보자.

 

"후쿠자와는 이미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관련 책도 여러 권 나와 있다. 그러나 그 책들은 대부분 후쿠자와를 메이지 유신을 이끈 위대한 사상가이자, 일본과 동아시아 근대문명의 선각자, 민주주의자로 미화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학의 신'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세계적 석학으로 이름을 날린 마루야마 마사오의 후쿠자와론()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자와는 서슴없이 권모술수와 폭력을 조장하고 무자비한 권력정치를 주창하면서 천황제 군국주의의 길을 텄던 인물이다. 그는 동아시아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고, 일본에게도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의 패망이라는 비극의 원인을 제공했다"(야스카와 주노스케, 339).

 

'후쿠자와의 맨얼굴''후쿠자와 신화'

1998년 나고야대학을 퇴임할 때까지 사회사상사 관점에서 후쿠자와 유키치 연구에 집중해온 야스카와 주노스케는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2000년에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한국어 번역본은 2011)를 써낸 데 이어, 2003<마루야마 마사오가 만들어낸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신화>(한국어 번역본은 2015)를 냈다. 후쿠자와의 아시아인 멸시와 침략전쟁 선동을 비판한다는 점에선 같은 맥락에 있다. 두 번째 책에서 '후쿠자와 유키치의 맨얼굴'이란 소제목이 달린 대목을 일부 옮겨본다.

 

"일본의 전후 사회에서 후쿠자와 유키치는 학문·교육·정치 등을 통해 과도하게 미화되어 왔다. 자민당의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 당시 일본총리)는 정치연설에서 후쿠자와의 많은 말들을 인용하여 메이지(明治) 당시의 일본인들이 '얼마나 강한 국가의식'을 지녔는지 몇 번이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더구나 마루야마 마사오를 필두로 전후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수많은 '후쿠자와 신화'를 만들어내 그를 미화했기에, 권력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만큼 바람직한 '대표적 일본인'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연유로 1984년 쇼토쿠(聖德) 태자의 뒤를 이어 최고액권 지폐의 초상인물이 됐다"(야스카와 주노스케, <마루야마 마사오가 만들어낸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신화>, 역사비평사, 2015, 346-347).

 

후쿠자와의 어록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 하나를 꼽자면, <학문의 권유>(1872)에 나오는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교과서에도 실렸기에 일본 대학 신입생의 9할 이상이 후쿠자와가 그 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에 시비를 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쿠자와의 맨얼굴은 이런 말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일본 천황제를 목숨처럼 받든 황국주의자였고, 아시아인을 멸시하며 침략전쟁을 부추겼던 선동가였다. 따라서 '하늘은 사람 위에...'는 그저 듣기에 좋은 언어의 희롱이나 다름없다. 마루야마가 비판을 받는 대목도 바로 이런 후쿠자와의 글에서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골라 짜깁기로 미화했다는 점이다.

 

전쟁책임 지고 화해하려면 후쿠자와 재평가해야

마루야마의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다>(1986)와는 달리, 비판적인 시각에서 후쿠자와를 다룬 책이 고야스 노부쿠니(오사카대 명예교수, 일본사상사)<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의 개략'을 정밀하게 읽는다>(2005)이다. 마루야마의 책은 20074월에 번역본(문학동네)이 나왔고, 고야스의 책은 같은 해 10월에 번역본(역사비평사)이 나왔다. 고야스 교수는 자신의 책 결론부분에서 "마루야마의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다>는 후쿠자와를 위한 변명의 책이란 성격을 강하게 지녔다"고 비판했다.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이 19세기의 일본인인 후쿠자와의 문제점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마루야마 마사오가 만들어낸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신화>의 저자인 야스카와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일본이 전쟁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아시아와 화해를 꾀하기 위해선 후쿠자와를 냉정하게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동안 일본 주류학계에서 '계몽사상가'로 미화된 후쿠자와를 놓고 학문적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후쿠자와 비판은 일본과 아시아의 역사 화해를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으로 보인다.

 

한반도 침탈자의 얼굴 들어간 엔화

같은 맥락에서, 일본 1만 엔 지폐에 후쿠자와의 얼굴 초상이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위의 야스카와 교수도 이를 불편하게 여긴다. 후쿠자와 얼굴이 들어간 것은 1984년부터였다. 2024년부터는 후쿠자와는 빠지고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栄一, 1840-1931)의 얼굴이 새로 들어간다. 시부사와도 일본의 한반도 침탈과 관련이 깊다. 이번엔 후쿠자와처럼 독설과 칼로 무장한 침략이 아니라 경제침략이다.

 

금융전문가인 시부사와의 삶은 일본의 한반도 침탈과 궤를 같이 한다. 1878년 부산에 제일국립은행(현재 일본의 3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미즈호은행) 지점을 설립한 뒤, 금융·화폐 분야에서 일제의 침략 대리인 몫을 해냈다. 1905년 조선국고금 취급과 화폐 정리사업을 맡으면서, 제일국립은행은 한반도의 중앙은행과 같은 존재가 됐다. 일본 엔화와 등가로 유통된 조선 제일은행권에 시부사와의 얼굴이 들어간 것은 '일본 근대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그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도 일본 화폐에 얼굴을 보인 적이 있다. 1963년부터 1986년까지 사용된 1천 엔 지폐에서였다. 후쿠자와 유키치, 시부사와 에이이치, 이토 히로부미 3인 모두 일본인들이 존경해 마지않기에 화폐에 얼굴이 들어갔을 걸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들은 아시아의 공존과 평화와는 거리가 멀고, 더구나 한반도 침략과 관련이 깊다. 그런 사실이 이웃 나라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데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처럼 신사임당이나 율곡 같은 문화예술가나 학자 가운데 화폐에 얼굴을 넣을 만한 인물이 일본엔 드물기 때문일까.

1984년부터 일본 1만 엔 지폐에 들어가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초상. 2024년엔 다른 얼굴로 바뀐다.

 

"왜 강연장이 하필이면 게이오 대학인가"

이 글 앞에서 후쿠자와 유키치가 게이오대학의 전신인 게이오의숙의 설립자라 했다. 지난 317일 윤석렬 대통령이 게이오에서 강연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왜 하필이면 (조선과 중국 침략을 선동했던 후쿠자와가 세운) 게이오대학이냐"는 논란이 나왔다. 미국에서 같이 공부했던 일본인 후배가 그 무렵 이메일로 이런 걱정을 전해왔다. "게이오대학이 어떤 곳인지 윤대통령이 잘 모르고 간 것 아닌가요? 게이오는 일본 극우의 소굴 같은 곳인데, 분명히 뒷말이 나올 것 같아요."

 

실제로 뒷말이 터져 나왔다. 아무도 내다보지 못한 엉뚱한 대목에서였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용기'라는 제목을 단 윤대통령 강연에서 인용문의 출처가 논란이 됐다. '한일 두 나라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용기'라는 말을 하려고 '용기가 생명의 열쇠'라는 문학적인 표현을 옮겼다. 문제는 옮겨온 구절이 하필이면 후쿠자와에 못지않은 조선 멸시론자이자 침략론자였던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 1862~1913)이 했던 말이다.

 

오카쿠라 "조선을 식민지화해도 침략이 아니다"

오카쿠라는 "조선을 식민지화해도 침략이 아니다"란 궤변을 펼쳤던 극우 사상가다. 일제 강점기의 어용학자들이 날조한 '유사 역사학'과 맥락을 같이하는 그의 궤변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러일전쟁(1904) 직전에 그가 미국에서 낸 <일본의 각성>(The Awakening of Japan)이란 책에 담긴 주요 내용은 이러하다.

 

조선의 시조 단군이 일본의 시조 아마테라스의 아우 스사노오의 아들이며, 3세기에서 8세기까지 500년 동안 삼한 땅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따라서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해 조선을 식민지로 다시 지배한다 해도 그것은 '침략'이 아니라 '역사적인 원상회복'이라는 궤변이 담겼다(오카쿠라의 책은 1905년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와 미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가 맺었던 '카스라-테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묵인했던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 나름의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진다).

 

게이오대학 강연장에서 오카쿠라의 말을 윤대통령이 옮긴 것을 두고 국내에선 비판이 따랐다. 하종문(한신대, 일본근현대사)교수는 "대통령과 보좌진의 역사인식과 일본 시각의 문제점을 뚜렷이 보여준 사례"라 지적했다(하교수는 일본군 진중일지로 '위안부' 성노예의 강제동원 실체를 드러냈다. 본 연재 13 참조). 보좌진의 실수로 여기며 넘어가기엔 찜찜하다. 몰라서 실수를 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알고도 그랬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다. 오카쿠라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아는 일본 극우들은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을까.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프레시안

 

조선·중앙·TV조선, 무보도로 '이태원 특별법' 철저히 외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운영위원이 620일 국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진상규명과 희생자 추모, 유가족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통과될 경우 국회 추천을 받은 위원 17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나서게 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4개 야당은 6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 즉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나치게 야당 편향적 인사들로 조사위가 꾸려질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흔한 여야 공방 소식으로도 전하지 않아

신문지면(6/21~6/29)·방송뉴스(6/20~6/28) ‘이태원 특별법보도건수 (방송단신 0.5건 처리)민주언론시민연합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단식 농성이 시작된 날을 기점으로 방송은 당일부터, 신문은 다음 날부터 9일간의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하고 2~3건을 보도하는 데 그쳤으며, 방송은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를 제외하고 5건 내외 보도를 냈습니다. YTN과 연합뉴스TV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보도건수가 많았지만, 법안 취지와 유가족 입장보다는 여야 공방과 대립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대부분입니다.

 

유가족이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야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하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TV조선과 채널A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소식을 흔한 여야 공방 소식으로도 전하지 않고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더불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이충상 상임위원은 "(이태원 참사는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발생한 참사", "(이태원 참사가) 518보다 더 귀한 참사냐"는 등 막말을 쏟아내 유가족과 공분을 샀는데요. 해당 사안을 보도하고 비판한 언론은 경향신문, 한겨레, MBC, SBS뿐입니다.

 

한국경제, 이태원 특별법 두고 "재난의 정쟁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로 대표되는 보수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경제일간지 중 이태원 참사 특별법 소식을 전한 언론은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뿐이며, 그마저도 여야 대립으로만 전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줄도 싣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는 유가족 단식 농성 소식을 전하긴 했지만,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국민의힘에 대응하는 야당 논리 중 하나로 소개한 것이 전부입니다. "야당은 유가족들이 20일부터 특별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요구하면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을 강조하며 맞섰다"고 말이죠.

 

한국경제도 제대로 전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유가족이 곡기를 끊으면서까지 원통해 하는 그 한을 풀어드리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옮기며, 유가족 단식 농성을 간접 언급하는 데 그쳤습니다. <'파업조장법' 독주6월 국회도 살얼음판>(626일 양길성 기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노란봉투법 본회의 처리와 이태원 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여야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재난의 정쟁화", "국면전환용 폭주"와 같이 국민의힘의 반대 입장만 전하는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매일경제 "2의 세월호 만들어 이득 보려는 민주당"

이태원 특별법 추진을 민주당의 여론 물타기” “정쟁 수단” “꼼수 입법이라 주장한 매일경제(6/23)민주언론시민연합

 

매일경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은 재난의 정쟁화"라는 국민의힘 입장을 본뜬 듯한 사설을 냈습니다. <사설/이태원특별법 강행 선언한 야, 2의 세월호로 만들겠다는 건가>(623)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사회적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재난의 정치화'에 시동을 거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태원 참사는 "예기치 못한 불행한 압사사고""더 이상 규명할 '진상'이랄 게 없다""특별법을 만들어 특조위를 가동하는 건 혈세 낭비일 뿐"이라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같은 사설 중 "사고 예방대응에 실패한 용산서장과 용산구청장 등 23명이 사법처리됐다"는 서술과 반대됩니다. 이태원 참사가 "예기치 못한 불행한 압사사고"였다면 "사고 예방대응에 실패한 용산서장과 용산구청장 등 23"이 사법처리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법처리된 23명 중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지 않았고, 참사가 벌어진 뒤에도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아 120일 업무상과살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이처럼 사법처리된 참사 관련 인물들의 기소사실만 보더라도 이태원 참사는 "예기치 못한 불행한 압사사고"가 아니라 당국이 예측과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인재입니다.

 

또한 매일경제는 참사 관련 인물들이 "사법처리됐다"며 사안이 일단락된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겨레 <이태원 참사 유족은 단식농성 '부실 대응' 공무원은 공로연수>(621일 심우삼고병찬 기자)에 따르면, 불구속 기소된 문인환 전 국장은 '성실 근무'를 인정받아 "정년퇴직 1년 전부터 기본급 등 일정 급여를 받으며 출근하지 않는 대신 자기계발"을 하는 공로연수 중입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다른 간부들도 보석으로 풀려나 현업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법처리돼 사안이 일단락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러나 매일경제는 무리한 주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 추진은 당대표 사법 리스크와 돈봉투 살포, 코인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의 "여론 물타기"이자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 수단"으로 "이태원 참사를 제2의 세월호로 만들어 내년 총선 때 정치적 이득을 얻어보겠다는 꼼수"라고 비난했습니다. 매일경제의 이런 태도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유가족의 진의마저 왜곡하는 행태입니다. 사회적 참사를 정치쟁점화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과연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620~28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태원 특별법', '이태원 이충상'으로 검색된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연합뉴스TV 방송뉴스 / 2023621~2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 정말 위험한 이유는 따로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편향된 관점을 표출했다.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거부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라고 발언했다. 종전선언을 반국가세력과 연결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 평화 주장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남침을 용이하게 하려고 종전선언을 주장한다는 식의 발언이다.

 

"종전선언 합창"... 헌법 경시한 윤 대통령의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20196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종전선언은 불안정한 휴전체제를 해소해 전쟁을 막고 평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한다. 북한군을 초대하는 게 아니라 평화협정을 초대하는 것이 한국에서 말하는 종전선언이다.

 

20071011일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평화협정으로 바로 들어가기는 좀 빠른 것 같고, 종전선언을 하고 그 다음에 들어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취지로 발언했다. 13일 뒤 백종천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을 이제 시작하자는 정치적·상징적 선언"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에서는 '종전선언을 먼저 하고 그 뒤에 평화협정을 맺자'는 분위기가 강한 데 비해, 미국에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패키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은 이탈리아·루마니아·불가리아·헝가리와의 평화협정이 발효된 1947916일 이 국가들과의 종전을 선언했다. 또 일본과의 평화협정인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이 발효된 1952428일 종전을 선언했다.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발효의 시점을 가급적 맞추려고 애썼다.

 

소련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처럼 운용한 사례가 있다. 19561019일 조인되고 1212일 비준서가 교환된 소·일 공동선언은 평화협정의 요소들을 담았다. 북방 4개 도서의 귀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평화협정이란 형식을 띨 수 없어 이런 변칙을 사용했다.

 

이와 달리, 노무현 정부 이래로 한국에서 종전선언을 평화협정 이전 단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한 데는 한국적인 특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종전선언이라도 먼저 해둬야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공포심을 일으킨 제2차 북·미 핵위기(북핵위기)20038월부터 6자회담 국면으로 전환됐다가 200812월 이후로 6자회담이 흐지부지되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종전선언 주장은 핵위기로 인한 불안감이 퍼져 있을 때 전쟁을 막자는 취지에서 부각된 것이었다. 종전선언이 북한군의 남침을 부른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이런 배경과 동떨어진다.

 

그처럼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반영하는 종전선언 추진 움직임을 윤 대통령은 "종전선언 합창"이란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폄하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케 만드는 발언이다.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일본 헌법에는 '평화'라는 글자가 5번 나온다. "일본 국민은 항구적 평화를 염원하며"처럼 평화를 언급한 곳이 전문(서문)에 네 군데 있고,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며"라는 구절이 전쟁 금지를 선언한 제9조에 나온다.

 

평화 헌법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은 우리 헌법에도 '평화'9번 나온다. 전문에 4, 본문에 1회 나오는 일본 헌법과 달리, 우리 헌법에서는 전문에 2, 본문에 7회 나온다. 우리 헌법의 평화주의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고 했고, 본문에서는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4),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5),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66조 제3) 등의 선언을 했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서는 여섯 군데에서 평화를 강조했다. 4조와 제66조 제3항에 이어 제69조에서는 대통령이 취임선서 때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서약하도록 했다. 92조에는 "평화통일정책의 수립"과 더불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언급됐다.

 

이는 북한과 전쟁하지 말고 평화롭게 지내라는 것이 우리 헌법의 명령임을 보여준다. 이런 헌법적 가치를 경시하고 여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세력이 극우집단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이 다름 아닌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반대다.

 

전광훈 발언과 비슷... 윤 대통령의 '위험한' 의중

전광훈 목사가 지난 4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전국민 국민의힘 당원가입운동을 벌일 것과 함께 총선 관련 공천권 폐지, 후보 경선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태극기 집회 미주 투어'의 일환으로 지난 131일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교회를 방문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던 종전선언과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 통일을 하자는 사기극"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제2의 광주사태인 광화문 내전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에 자신이 미연방 하원의원인 영김과 협력해 미 의회 내의 한반도평화법안 추진을 저지했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전광훈 목사 못지않은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폄하했다. '종전선언은 허황된 가짜 평화 주장'이라는 그의 언급은 '종전선언은 사기극'이라는 전광훈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습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폄하적 발언은 그가 한반도 평화의 가치를 얼마나 낮게 평가하는지를 드러낸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생각이 전광훈 목사의 생각과 무엇이 다른지 되묻게 만든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축사를 해준 한국자유총연맹은 1954615일 이승만 정권이 만든 한국아시아반공연맹에서 출발했다. 이 단체는 박정희 때인 1964115일 한국반공연맹으로 개조됐다가 19876월항쟁 뒤인 198941일 한국자유총연맹으로 변신했다.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반공을 표방하기 힘들어진 정세 변동이 단체 명칭의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자유총연맹은 이승만·박정희 시기의 반공정책을 최일선에서 수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단체의 창립 기념식에서 한반도 평화의 가치를 정면으로 깎아내렸다. 전광훈 목사에게나 어울리는 모습이 윤 대통령에게서 자연스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위험한 징후다. 한국아시아반공연맹과 한국반공연맹을 앞세워 우리 사회를 냉전과 대결로 몰아갔던 이승만·박정희 시절의 기억을 소환케 할 만한 일이다.

 

또한 28일 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이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것이 단순히 이념 성향을 드러내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공안정국을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이들을 '반국가세력'이라고 지칭하며,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하거나 자유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세력들이 나라 도처에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런 뒤 "이것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지키기를 명분으로 통일운동과 노동운동 진영 등에 대한 공안정국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을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경제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해 지금 한국에서 그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사회 분열을 막는 통합의 노력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보편성과 동떨어진 편향적 이념을 드러내며 국민들을 이편 저편으로 가르고 있다. 종전선언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를 근거로 국민과 비국민을 가르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이 균형과 중용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위험한 신호다.

오마이뉴스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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