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패거리와 모피아, 그리고 부패언론이 한국시회를 지배하는 법
1년새 26% 올랐던 집값, 7% 떨어졌다고 바닥일까
귀촌인 주민관계 안 좋은 이유 그래프
고령자 관련 그래프
그리스서 침몰한 난민 어선 사망자, 어린이 포함 수백명 추정…“탐욕‘ “외면”이 죽음 불러
황보승희 전 남편 인터뷰..."억대 돈봉투 가방, 장롱에 숨겼다“
황보승희 음성파일 "니(남편) 능력이 안 돼 남의 돈 받았다“
부산지역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시별 연평균 국가채무 도표
주요국 펜데믹기간 국가채무 증가 규모
IMD 국가경쟁력 평가 전년보다 1계단 떨어진 28위…경제성과↑, 정부효율성↓
“성관계하면 일자리 알아봐주겠다”···간호사 ‘스폰 사기’
이미 쌓인 빚도 곪아 위험한데…가계·기업 ‘대출’ 더 불어날라
부동산 들썩·가계대출 증가…‘금융취약성’ 다시 커졌다
‘8.5인분 컵라면’ 부족해? 그렇다면 ‘얼굴 크기 삼각김밥’ 어때?
공교육 강화한다며 사교육 유발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존치?
엘리엇, 한국 상대 ISDS서 승소…690억 원 물어줘야
인권위 시계 거꾸로 흐르나
한은도 경고한 부동산 시장 어떻길래? 건설사·집주인·은행 줄줄이 '부실' 우려
조국 딸은 십자포화, 이동관 아들엔 침묵...조중동의 확증편향
성폭력은 '노출옷' 때문에 일어난다?…'강간문화'가 통계로 드러났다
1년새 26% 올랐던 집값, 7% 떨어졌다고 바닥일까
주택 통계의 착시
5월 4주부터 반등했다지만…
월간 가격지표 여전히 하락세
거래량도 큰 폭 감소 이어져
임대료 하락세 ‘전세 선호’ 강해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 경제위기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각국 정부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로 재정 지출을 늘렸다. 경제는 위기를 피했는데, 그 여파로 주택가격이 폭등했다.
영국의 부동산 컨설팅 기업인 나이트프랭크는 2021년 3분기 세계주택가격지수(Global House Price Index) 보고서에서 ‘팬데믹 붐’이란 표현을 썼다. 세계 주요 56개국의 집값 동향을 분석한 이 보고서를 보면, 1년간 집값 상승률이 10%를 넘은 곳이 27개국에 이른다. 한국의 집값은 1년 전에 견줘 26.4% 올라,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35.5%) 다음으로 상승폭이 컸다.
2022년 12월16일 나이트프랭크는 2022년 3분기 보고서를 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금리 인상의 여파가 그렇게 크지 않은 시기였다. 56개국 가운데 1년 새 집값이 떨어진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6개국뿐이었다. 한국의 집값은 1년간 7.5% 떨어져 56개국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대로였다. 그런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지금 벌써 ‘집값 바닥론’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얼마나 근거가 있는 말일까?
대세 하락세 중 일시적 반등
‘코로나 붐’으로 집값이 폭등한 미국의 집값 흐름은 과거의 버블 붕괴 때의 급락과는 다르다. 대표적인 통계인 에스앤피 케이스실러지수 주요 20개 도시 집값 추이를 보면, 코로나 붐에 따른 급등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7월 사이 43.4%에 이르렀다. 그 뒤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6.8%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상단이 2022년 1월 0.25%에서 2023년 5월 5.25%까지 폭등했지만 집값 하락폭은 매우 작았고, 2월부터는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보였다. 2월에 전달보다 0.25% 오르고, 3월에는 1.54% 올랐다.
미국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반면, 주택가격 하락폭은 매우 작다. 이는 2020∼2021년 저리의 장기 고정금리로 대환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자들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은 느끼지 않는 반면, 주택 매수 대신 임대 수요가 커지면서 임대료가 오르자 굳이 집을 팔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2월 이후 기존주택매매지수가 큰 폭 하락한 것에 견주면 집값 하락 정도는 매우 낮고, 지수 하락 추세는 아직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케이스실러지수가 두달 올랐다고 미국 집값이 상승 전환했다고 단정하기엔 성급해 보인다.
우리나라 집값도 벌써 바닥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일부 통계에서 집값이 반등한 것으로 나오고, 미분양 주택이 줄고, 일부 부동산 심리지수가 긍정적 전망을 내비친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죽은 고양이도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튀어오른다’는 미국 월가의 격언처럼, 대세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타나는 일시적인 반등(데드캣 바운스)일 가능성도 있다.
집값이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나는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다. 서울 아파트가격이 5월 넷째 주 전주 대비 0.03% 오른 것을 시작으로 6월 둘째 주(6월12일 기준)까지 4주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아파트가격도 2주 연속 올랐다고 집계했다. 그런데 주간 가격동향 조사는 신뢰도에 흠이 많다. 주택 거래가 주식처럼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과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 2월 낸 ‘2022년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 정책의 과제’ 보고서를 보면, 주간 가격조사 통계는 한국부동산원,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114 등 누가 생산했느냐를 막론하고 나중에 확인한 실거래가 흐름과 현격한 격차를 보인 일이 많았다. 특히 2021년 하반기 이후 상승과 하락이 정반대로 나타난 시기가 길었다.
월간 가격조사들도 흐름이 실거래가와 정반대인 때가 있어서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흐름은 참고할 만하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와 케이비국민은행 조사의 경우 5월에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집계돼 있다. 다만 하락폭은 줄어들고 있다.
매매가 줄어드는 것은 가격 하락의 조짐이요, 늘어나는 것은 상승의 조짐이다. 주로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5월30일 발표한 ‘4월 주택통계’를 보면 4월의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달보다 9.1%,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6% 감소했다. 수도권에서도 8.3%, 10.8% 감소했다. 거래 동향에서는 집값 바닥에 근접했다는 근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신규 주택의 수급도 가격을 전망하는 데 참고가 되는 지표다. 그런 점에서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2월 7만5438채에서 3월 7만2104채로, 4월에 7만1365채로 줄어든 것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수도권은 4월에 미분양이 다시 5.2%(575채) 늘어난 것을 보면, 올해 1~4월 분양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지방 미분양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전세가격도 하락세
집은 임차해서 살 수도 있고, 사서 들어가 살 수도 있다. 주거의 수요자들은 임대료와 집값을 비교해 유리한 쪽을 선택한다. 상승기는 임대료가 먼저 오르고, 그에 따라 집값이 오른다. 주택 매수 열기가 뜨거워지면 집값 상승률이 임대료 상승률을 앞지른다. 집값이 한계에 이르면 떨어지기 시작한다. 집값 하락이 가팔라지고 이어 임대료가 떨어진다. 이런 흐름에 따라 주택가격 변동 주기를 분류하면, 상승 전환기는 ‘주택가격이 먼저 하락세를 멈추고 이어 임대료가 상승으로 돌아설 때’라고 할 수 있다.
케이비국민은행의 월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로 보면, 전세가격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실질 임대료는 전세보증금의 기회비용이라, 전세가격지수로는 임대료 추이를 정확히 볼 수가 없다. 다만 전세가격지수에 이자율(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신규 취급액 기준)을 곱하면 실질 임대료의 흐름을 추정해볼 수 있다. 계산 결과 전국·수도권 모두 4월까지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집값 바닥론이 성급해 보이는 또 다른 이유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강조하고 있다. 집값이 급락하면 가계대출 부실화, 내수경기 침체 등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을 억제하고, 낮은 고정금리로 특례보금자리론 39조6천억원을 공급하고 있다. 역전세난에 따라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을 지원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도 예외를 둘 방침이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완만해진 데는 이런 정책 변수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설위원 jeje@hani.co.kr
그리스서 침몰한 난민 어선 사망자, 어린이 포함 수백명 추정…“탐욕‘ “외면”이 죽음 불러
14일 오후까지 사망자 78명…생존자 모두 남성
실제로는 어린이 포함 수백명 사망 예상
그리스 정부 애도기간 선포 …밀항 브로커 탐욕 비판
지중해 이주민 비극 방치하는 유럽에도 비판 목소리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공개한 침몰 선박 항공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 침몰한 이주민 선박이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배에 최대 750명이 타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구조된 사람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특히 생존자가 모두 성인 남성으로 확인되면서 다수의 여성·아동이 희생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이날 필로스만 인근 공해상에서 전날 발생한 선박 침몰사고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재개했다. 해안경비대는 전날 오후까지 104명의 승객을 구조했으며 78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배에 탄 사람들은 이집트, 시리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 다양한 출신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리스서 침몰한 난민 어선 사망자, 어린이 포함 수백명 추정…“탐욕‘ “외면”이 죽음 불러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안경비대가 공개한 침몰 선박의 항공사진을 보면 길이 25~30m로 추정되는 이 배의 갑판은 사람들로 발디딜틈 없이 가득 차 있다. 니코스 알렉시우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선박의 내부도 사람으로 꽉 찼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승선 인원을 400명으로 추정하며 “더 많은 사망자 수를 보게 될까 두렵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750명 가량이 배에 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빈센트 코체텔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중부 지중해 지역 특사는 “(이주민을 태우고 지중해를 건너는) 어선에는 보통 500~600명이 타고 있으며 대부분 화물칸에도 숨어 있다”고 르몽드에 말했다.
특히 해안경비대 대변인이 “생존자는 모두 남성”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볼 때 여성·어린이 상당수가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생존자 중 한명은 배에 아이들이 100명 가량 타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를 치료한 그리스 칼라마타 종합병원 의사는 “그들(생존자)은 우리에게 배 밑바닥에 아이들과 여성들이 있었다고 말했다”면서 “한 사람은 100명의 아이들을, 다른 한 사람은 약 50명의 아이들을 말해줬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많다”고 BBC에 말했다.
탈장 수술 후 병원에 입원 중이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소식을 듣고 깊은 실의에 빠졌으며 희생자와 비극으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진심어린 기도를 바쳤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사고를 두고 책임공방이 일고 있다. 유럽 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과 그리스 당국은 사고 하루 전인 13일 오후 선박을 발견했다. 프론텍스는 성명을 내고 “선박에 여러 차례 구조해주겠다는 의사를 보냈고, 당일 오후 선박에 접근해 물과 식량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더 이상의 도움을 거절하고 이탈리아로 가고 싶다고만 말했다”고 밝혔다. 당국자들은 이주 브로커들이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이주민에게 당국의 도움을 거절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를 중개하는 밀항 브로커를 비난했다. 이오아니스 사르마스 그리스 총리는 15일부터 3일간 공식 애도기간을 공표하며 “인간의 불행을 착취하는 무자비한 브로커들의 희생자들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코체텔 UNHCR 특사는 위험에 처한 이주민들이 도움을 거부하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 “비극의 발생을 멈추게 하려면 중부 지중해 지역에서 국가주도의 강력하고 예측가능한 수색 및 구조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도 EU가 2019년 지중해에 해군 배치를 중단한 이후 이주민 익사 사고가 급격히 늘었다며 “프론텍스가 좀 더 일찍 개입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참사는 오는 25일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가 애도 기간 선포로 공식 선거운동 일정은 중단된 가운데 야당은 우파 정부가 강도 높은 반이민 정책으로 “지중해를 공동묘지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4월 아프리카 내전을 피해 목숨을 걸고 온 난민 가족을 고무보트에 태워 바다 한복판으로 밀어낸 사실이 지난달 뉴욕타임스 보도로 알려지면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6개월 된 아기도 있었던 이 가족은 지중해를 표류하다 튀르키예 경비대에게 구조됐다.
IOM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거의 2만7000명의 이주민이 지중해에서 익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난 등으로 최근 몇해 동안 유럽으로의 이주 규모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사하라 이남에서 온 이주민들을 자국에서 대거 추방하고 있는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경향 박은하 기자
황보승희 전 남편 인터뷰..."억대 돈봉투 가방, 장롱에 숨겼다"
● 황보승희 전 남편 조성화 씨 실명 공개 인터뷰..."수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은 사실"
● 21대 총선 직후 자택 장롱 속에 1억 2천만 원 상당 돈봉투 담긴 '에코백' 존재
● 조성화 "돈봉투 일부는 내가 직접 받아"...수차례 쪼개기 입금으로 '돈세탁' 정황
● 오랜 '가정 폭력' 주장했지만, 혼인 파탄 위자료는 황보승희가 5천만 원 지급
뉴스타파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의 전 남편 조성화 씨를 만났다. 조 씨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황보승희 의원 관련 의혹은 크게 3가지다. 먼저 21대 총선이 있었던 2020년에 억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는지 여부. 경찰은 황보 의원이 자필로 작성한 '상납자 리스트'를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둘째, 황보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구의 기초의원 일부가 공천 헌금 성격의 돈봉투를 건넸는지 여부. 마지막으로 황보 의원이 당선을 전후로 내연남으로부터 아파트와 신용카드를 받아서 썼는지다.
황보승희 의원의 전 남편 조성화 씨. 2021년 황보 의원과 이혼한 조 씨는 뉴스타파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인터뷰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부산의 한 시민단체가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시민단체는 증거로 조성화 씨의 페이스북 내용을 제출했다. 조 씨는 "고발 단체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경찰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서 8차례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녹음파일, 상납 리스트, 계좌 내역 등 일체를 경찰에 냈다"고 했다.
조성화 "안방 장롱 속에 돈봉투 수북한 가방(에코백) 있었다"
현재까지 언론에 알려진 사실은 '황보승희 의원의 전 남편 조성화 씨가 2020년 총선 당시 황보승희 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넨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경찰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 리스트에는 모두 66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원희룡 국토부장관, 김세연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있다. 금액은 100만 원에서 7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총액은 2억 1455만 원에 달한다. 만약 여기에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계좌로 받지 않은 정치자금이 있다면 '불법'이다.
조성화 씨가 사진으로 찍어서 경찰에 제출한 불법 정치자금 상납자 리스트. 총 66명의 이름이 등장하고, 총액은 2억 1455만 원이다. 선거 자금으로 쓰고 남은 1억 2천만 원은 황보승희가 에코백에 담아 장롱 속에 보관했다는 게 조 씨의 주장이다.
황보승희 의원은 불법 자금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전 남편이 자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꾸며낸 일'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성화 씨는 "황보승희가 상납받은 돈을 에코백에 담아서 집안 장롱 속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 황보승희가 자꾸 (장롱을) 열어보고 하기에 뭔가 봤더니 에코백에 돈이 있었고요. 그때 당시에 흰 봉투에 주로 5만 원 권으로 해서 한 1억 2천만 원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베이지색 에코백 안에는 수십 개의 흰색 봉투가 있었는데, 이름이 적힌 것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이름이 없었습니다. 조성화 / 황보승희 의원 전 남편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에 쓴 비용을 보전해준 합법적인 돈일 수도 있지 않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 씨는 "선거 비용 반환은 어차피 공식 계좌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지 현금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다. 그리고 선거 끝나고 보전 신청해서 보전받는 데 두 달 이상 걸린다. 내가 에코백에 든 돈을 봤을 때는 선거가 끝난 직후였다. 공식 후원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정치 자금이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조성화 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 조성화 : 선거가 끝나고 나니까 집에 이제 노트, 빨간색 껍데기에 안의 낱장은 노란색인 그 노트에 세 장의 이제 1번부터 66번까지의 명단이 있었던 것이고요. 거기에 이름하고 금액, 맨 밑에는 계좌까지 쓰여 있었습니다. 1번은 아시다시피 OOO이고.
● 기자 : 내연남?
○ 조성화 : 네. 내연남이고 66번은 제가 확실히 기억하는 게 이제 어떤 절인데 선거 끝나고 방문했었거든요. 그 66번은 아마도 선거 끝나고 이제 쓰인 것 같고. 그래서 이제 그 장부를 봤던 것이고요. 그래서. 그리고 실제 돈이 에코백에 담겨서.
● 기자 : 에코백?
○ 조성화 : 네.
● 기자 : 천으로 된 가방 말씀이시죠?
○ 조성화 : 네. 베이지 색이라고 해야 되나? 에코백에 담겨서 집안 장롱 안에 보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 이제 황보승희가 자꾸 열어보고 하기에 뭔가 봤더니 이제 에코백에 돈이 있었고요. 그때 당시에 흰 봉투에 주로 5만 원권으로 해서 한 1억 2천만 원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 기자 : 혹시 그러면 선거에 쓴 비용을 반환받거나 보전받아서. 그 돈 아닙니까, 그러면?
○ 조성화 : 아니죠. 선거 비용 반환은 어차피 공식 계좌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지 현금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고요. 그리고 선거 끝나고 보전 신청해서 보전받는 데 두 달 이상 걸리거든요. 그때 제가 봤을 때는 선거 끝난 직후였고요. 네. 이 돈은 공식 후원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정치 자금입니다, 현금으로 받은.- 조성화 씨 인터뷰
조성화 "돈봉투 일부는 내가 직접 받았고, 아내(황보승희) 요구로 계좌 입금도"
황보승희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은 다각도로 상납 리스트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우선 전 남편 조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문제의 리스트를 찍은 2년 전 사진파일을 복구했다. 경찰은 특히 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일부 돈봉투가 조성화 명의 계좌에서 황보승희 명의 계좌로 움직인 사실을 포착했다. 황보 의원이 남편을 통해 불법 자금을 세탁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성화 씨는 "에코백에 있는 현금 중에 약 4천만 원을 100~500만 원씩 쪼개 ATM을 통해 자신의 계좌에 넣은 다음, 아내(황보승희)에게 다시 송금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조 씨가 뉴스타파에 제시한 본인 계좌 내역에는 수차례에 걸쳐 황보승희 의원 명의 계좌로 돈이 움직인 흔적이 기록돼 있었다.
황보승희 의원의 전 남편 조성화 씨가 뉴스타파에 제공한 본인 계좌 내역. 불법 정치자금 일부를 자신의 계좌로 쪼개 넣은 뒤, 이를 다시 황보승희 의원에게 1천만 원 단위로 송금했다는 증언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조 씨는 오랫동안 부인인 황보승희 의원의 정치 활동을 도왔다. 선거 전략, 정책 개발 등을 담당했다고 한다. 당선 직후에는 보좌진을 상대로 한 워크숍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지난 총선 때는 선거사무소에 상주하면서 황보승희 후보를 대신해 본인이 직접 돈봉투를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 장부(리스트)가 신뢰를 가질 만한 이유가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 씨는 "첫째, 내가 받아 황보승희한테 전달했던 사람이 4명 정도 있다. 2명은 내가 직접 받았고, 2명은 비서관을 통해 받았다. 그 사람들 이름이 (리스트에) 그대로 쓰여 있었다"라고 답했다. 조성화 씨 본인이 황보 의원 대신 돈봉투를 받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 이름들이 리스트에 그대로 적혔다는 것이다.
혼인 파탄 위자료 5천만 원 지급한 황보승희...조성화 "물타기 하지 말라"
황보승희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전 남편으로부터 오랜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면서 전 남편 조성화 씨가 사적 복수를 위해 자신을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씨는 "모든 걸 용서하고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나, 황보승희는 불륜을 계속 묵인하고 살아 달라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해 왔다. 너무 화가 나서 부적절하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딱 두 번 폭력을 썼는데, 모두 불륜 때문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자필로 서명한 '이혼합의서'를 보면, 황보승희 의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을 지고 전 남편 조성화 씨에게 위자료 5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직접적인 이혼 사유는 황보 의원의 주장과 달리 '폭력'이 아닌 '불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보승희-조성화 씨가 자필로 서명한 '협의 이혼 합의서'. 혼인 파탄의 책임을 지고 황보승희 의원이 전 남편 조성화 씨에게 위자료 5천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터뷰를 마치며 조성화 씨는 황보승희 의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이렇게 정리했다.
"부패한 정치인들의 스캔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돈이 오가는 와중에 플러스 알파로 이제 불륜까지 저지른 케이스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고. 반드시 나쁜 정치인들은 정치판에서 퇴출되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남편의 사적 복수라는 황보승희 의원의 반박에 대해서는 "복수심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이제 나쁜 정치인들이 퇴출됐을 때 생기는 공공의 이익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2년 전부터 이 사건을 황보승희 의원이 소속된 국민의힘에 제보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조 씨의 제보를 덮으면서 사안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돈봉투가 담긴 장롱 속의 에코백', '전 남편을 통한 자금 세탁' 등 전 남편 조성화 씨가 제기한 일련의 의혹에 대한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황보승희 의원에게 수차례 전화했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황보 의원은 대신 "전 남편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일 뿐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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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승희 음성파일 "니(남편) 능력이 안 돼 남의 돈 받았다“
녹음파일 속 황보승희 "니 능력 안 돼서 남한테 돈 받은 게 자랑스럽나?"
황보승희 의원은 2020년 6월 24일, 남편 조 씨와 불륜 문제를 두고 통화를 하며 다퉜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 약 두 달 후다. 그런데 이날 통화에서 황보 의원은 불법 자금 수수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녹음파일에서 황보 의원은 별거와 이혼을 요구한다. 조 씨가 "(이혼하면) 다 폭로하겠다"고 말하자 "안 쪽 팔리나? 마누라가 바람핀 게 자랑이가? 내 한번 쪽팔리면 그만이고, 국회의원 안 하면 그만인데"라고 응수한다. 이후 조 씨가 "정치자금까지 (폭로에) 포함이다"라고 말하자 황보 의원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새끼야 조용히 해라 좀. ○새끼야. 정치자금? ○○새끼 이게 진짜! 야, 이 ○새끼 니 능력 안 돼가지고 남한테 그래 돈 받은 게 자랑스럽나? 어? 감방 보내라 ○○놈아! 그게 니 소원이가? 어? 그래 할 말도 없나? 니가 내한테 할 게 협박밖에 없어? 다 해! 이 ○○야! 감방 들어가 줄 테니까. 끊어 남편 조성화 씨와 대화 중 황보승희 의원 발언 (2020.6.24.)
황보승희 의원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뉴스타파에 "(불법 정치자금 의혹은) 전 남편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3년 전 자신이 남편과의 나눴던 대화 내용과는 결이 다른 주장이다.
법원 판결문에 등장한 '스폰서'...판사 "내연남이 황보승희에게 아파트와 차량 제공"
황보승희 의원과 조성화 씨는 2021년 8월 법적으로 이혼했다. 이즈음 조성화 씨는 아내의 내연남인 사업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달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내연남은 부산 지역의 부동산 관련 재력가로 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갑 당협위원장, 부산축구협회장을 역임했다. 2021년에는 당적을 바꿔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같은 해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형준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뛰었다. 그는 내년 22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 출마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화 씨가 황보승희 의원의 불륜 상대방을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 대한 부산가정법원의 판결문. 판결일은 2022년 6월 27일이다.
뉴스타파는 조성화 씨가 황보승희 의원의 내연남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소송 판결문을 입수했다. 여기서 판사는 일단 황보승희 의원의 불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연남이 2020년 4월 총선을 전후로 황보승희 의원에게 아파트와 차량을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국회의원 후보자 혹은 당선인에게 싼값에 아파트를 빌려주고, 차량을 제공했다면 불법 정치자금이 될 수 있다. 그간 황보승희 의원과 내연남은 이구동성으로 "금전적 스폰서 관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황보 의원 측은 내연남 회사 소유의 차량이었던 제네시스를 3천 2백만 원을 주고 구매한 것이고, 아파트 임차료 또한 내연남과 분담해 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내연남은 자신이 황보 의원과 사실혼 관계라 경제공동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와 차량 등이 제공된 시점에는 두 사람 모두 각자 가정이 있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법원은 내연남이 황보승희 의원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연남이 준 신용카드로 명품백, 골프장, 속옷까지 결제...기자 접대도 같은 카드로
조성화 씨는 기자에게 두 장의 신용카드 사진파일을 제공했다. 황보승희 의원의 내연남이 자신이 소유한 회사 직원 명의의 신용카드를 황보 의원에게 줬는데, 이걸로 황보 의원이 명품 쇼핑을 하고 심지어 속옷까지 사입었다고 주장했다. 기자들과의 식사나 술자리도 이 카드로 결제했다고 했다.
황보승희 의원의 내연남이 황보 의원에게 제공했다는 신용카드. 내연남이 자신의 회사 직원 명의의 카드를 황보 의원에게 줬다는 게 전 남편 조성화 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이 카드의 사용 내역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뉴스타파 봉지욱
IMD 국가경쟁력 평가 전년보다 1계단 떨어진 28위…경제성과↑, 정부효율성↓
IMD 국가경쟁력 평가. 기획재정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평가대상 64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1년 전 평가보다 전체 순위가 1계단 하락한 것으로 성장률 전망 등 경제성과 순위는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재정 여건 악화 등으로 정부 효율성 순위는 뒷걸음질 친 것으로 평가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D는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20일 발표하고, 주요 통계 지표 및 설문 등을 토대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28위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27위)보다 한 단계 하락한 순위다.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2020년 23위를 기록한 뒤 3년 연속 순위가 하락·보합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14개 국가 중 순위는 7위로 작년(6위)보다 1단계 하락했다. 32위였던 말레이시아의 순위가 5단계 상승하면서 우리를 앞질렀다. ‘30-50 클럽’(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인구 5000만명 이상) 7개국 가운데는 미국(9위)과 독일(22위)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경제 성과 순위는 지난해 22위에서 올해 14위로 8계단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고용(6위→4위)과 물가(49위→41위), 국내 경제(12위→11위) 등 세부 평가항목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오른 영향이다.
정부 효율성은 작년 36위에서 올해 38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재정(32위→40위)과 기업 여건(48위→53위), 제도 여건(31위→33위) 등 대부분의 세부 항목이 전년보다 순위가 떨어졌다. 특히 재정의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와 일반정부 부채 실질 증가율 등 주요 지표의 순위가 모두 뒷걸음질 쳤다.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는 각각 33위, 16위로 전년과 순위가 같았다.
기업 효율성 세부 항목 중에서는 노동시장(42위→39위)과 경영 관행(38위→35위) 등의 순위가 상승했지만, 생산성(36위→41위), 금융(23위→36위) 등의 순위는 하락했다.
인프라에서는 과학 인프라(3위→2위), 교육(29위→26위) 등의 세부 항목의 순위가 올랐으나 인구 요인 등이 반영되는 기본인프라(16위→23위)의 순위는 하락했다.
정부 관계자는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경제 성과 순위가 역대 최고로 상승했고, 기업 관련 부문 지표의 순위도 전반적으로 올랐다”며 “새 정부 경제정책과 민간 중심 기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정부 효율성 하락세가 지속되며 국가경쟁력 순위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며 “재정준칙 입법화 등 건전재정 노력과 공공혁신으로 정부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구조개혁과 규제개혁 등 경제전반의 체질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배가하겠다”고 밝혔다.
1989년부터 발표되고 있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는 경제 성과·정부 효율성·기업 효율성·인프라 등 4개 분야의 20개 부문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조사 대상 국가 수는 매년 바뀐다.
경향 이호준 기자
“성관계하면 일자리 알아봐주겠다”···간호사 ‘스폰 사기’
5월31일 간호사 준비생에게 보낸 인스타그램 메시지(왼쪽)와 카톡 메시지. 독자제공
이미 쌓인 빚도 곪아 위험한데…가계·기업 ‘대출’ 더 불어날라
금융불균형 비상등 켠 ‘한은 보고서’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풍경.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견줘 과도한 수준의 가계 부채 등과 같은 금융 불균형과 그에 따른 잠재적인 시스템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뚜렷하게 녹아 있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와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급격히 불거진 단기 금융 불안은 잦아든 대신,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잠재 위험에 경고등을 켠 것이다.
한은은 최근 민간부채가 재증가하는 것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과도하게 쌓였던 부채와 부동산 가격 거품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은채 되레 다시 꿈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가격이 여전히 소득수준과 괴리되어 고평가돼 있으며 가계부채 비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금융안정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지 않는 상황은 다행이나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게 되면 금융불균형 누증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5월 말부터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올해 5월 말 1년 만에 내림세를 멈추고 상승 전환한 상태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 4월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기존에 쌓였던 빚들은 점차 부실화 되면서 곪고 있다. 이미 쌓인 빚도 위험해지고 있는데 ‘대출’이 더 얹어질까봐 한은이 걱정하는 이유다.
한은은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과 자영업 대출의 부실을 우려하고 있다. 보고서는 “자영업 취약 차주와 비은행권 위주로 대출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자영업 부채의 질도 나빠졌다”며 “올해 말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 위험률이 3.1%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 부문 빚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 대출이 우선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될 경우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대출 부실 위험이 크다는 진단도 한은은 내놨다. 금리 상승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실시한 금융지원 조처가 잇따라 종료되고, 거시경제 여건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대출의 잠재적 부실 위험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수준의 연체율(0.34%·은행권 기업대출 기준)에 안심하기 이르다는 진단이다.
보고서에는 2020~2021년 중 기업에 적용한 가산금리와 팬데믹 이전(2000~2019년)의 가산금리를 비교해 기업 이자 부담이 얼마나 경감되었는지를 추정하는 방식을 토대로 한 기업대출 잠재 위험을 추산한 결과가 담겨 있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잠재 부실이 드러날 경우 은행의 기업대출 부도율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실제 지표보다 0.29∼0.65%포인트 높아지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0.6∼1.2%포인트 떨어진다”고 밝혔다. 기업 대출 부실에 따라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예상 손실 규모는 1조5천억원으로 추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부동산 들썩·가계대출 증가…‘금융취약성’ 다시 커졌다
한은,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 상승
올해 들어 주식 가격이 오르고 집값 거품은 예상보다 덜 빠지면서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장기적인 금융 위험이 다시 커졌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가계 및 기업에 이미 누적된 빚이 많은 상황에서 들썩이는 자산 시장 영향으로 대출 규모가 더 불어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한은이 2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는 전 분기(46.0)보다 2.1 오른 48.1이다. 이 지수는 2021년 2분기 59.4까지 상승한 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꾸준히 하락해왔다. 금융취약성지수는 중장기 금융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산가격(부동산, 주식, 채권), 신용축적(가계, 기업, 대외), 금융시스템 복원력 등을 반영한다.
한은은 “올해 들어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와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다”고 지수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취약성지수는 2분기에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8월 이후 줄어왔는데, 올해 2월부터는 감소폭이 축소되더니 4월에는 급기야 증가세로 전환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2분기에는 (금융취약성지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취약성지수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약화를 우려하는 한은의 경계감도 강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최근 집값 거품이 덜 빠진 상태에서 가계 빚이 재증가하는 것에 대해 연일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가계 부채가 다시 증가하면 금융 불균형 누증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정 수준으로 가계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3.1%다. 민간 부채 규모가 민간과 정부가 한해 만들어내는 총부가가치의 두배를 훌쩍 넘는 셈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8.5인분 컵라면’ 부족해? 그렇다면 ‘얼굴 크기 삼각김밥’ 어때?
‘더블’ ‘대용량’ 제품 학교·학원가서 인기↑
‘더빅’ 2개 결합한 더블제품·롱롱김밥 확대
이마트24는 더빅 삼각김밥 2개 용량의 ‘더블더블삼각김밥’을 2900원에 선보인다. 이마트24 제공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앞에서는 ‘소식좌 열풍’도 힘을 잃었다. 사람 머리만큼 큰 빵, 패티 4장짜리 햄버거, 8.5인분짜리 컵라면 등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편의점 삼각김밥도 대용량이 인기다.
편의점 이마트24가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삼각김밥과 김밥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름에 ‘더블’ ‘대용량’ 등을 넣고 용량을 키운 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71% 증가했다고 21일 밝혔다.
일반 삼각김밥과 김밥 매출 증가율이 33%인 점을 고려하면, 대용량 상품이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 셈이다. 대용량 삼각김밥과 김밥 매출 증가율을 상권별로 살펴보면, 학원·학교 상권이 210%로 가장 높았고, 오피스텔 91% 등으로 나타났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런치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이라는 말이 유행을 하고 있다. 특히 학원·학교·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간편하고 가성비 좋은 한 끼를 원하는 고객이 대용량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마트24는 이런 추세를 고려해 일반 삼각김밥보다 중량을 50% 늘린 ‘더빅’ 제품을 2개 결합한 ‘더블더블 삼각김밥’ 제품을 3천원이 안 되는 가격(2900원)에 선보인다. 또 8알에서 14알로 용량을 늘린 ‘롱롱김밥’ 상품도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공교육 강화한다며 사교육 유발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존치?
서열화 우려 더 커져… "정부가 앞뒤 안 맞는 말 해" 지적
교육부가 일반고로 전환 예정이던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학생 선택권 보장 미명으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1일 교육부가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자료를 보면, 교육부는 당초 2025년 일반고로 전환이 예정됐던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존치해 "공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자사고를 설계한 인물인 이주호 장관이 교육부로 돌아오면서 일찌감치 예고됐던 결정이 내려졌다. 자사고 설립 당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고교 줄세우기를 뚜렷이 해 일반고를 황폐화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학 서열이 뚜렷한 상황에서 사실상 입시만을 위해 기능하는 자사고와 외고가 우수한 학생을 독점해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더 왕성해지리라는 우려도 당시부터 나왔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교육부는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 등에 해당 지역(시군구)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가 실제 얼마나 효과를 볼지, 자사고와 일반고 간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에 고교 서열화 우려가 곧바로 나왔다.
서부원 광주 살레시오고 교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자사고하고 외고 등을 존치하겠다고 하는데 자사고, 외고는 수능으로 비교하면 '킬러문항'"이라며 "그런 것들(자사고, 외고 등 특목고)을 두고 애꿎은 문제 유형(이른바 킬러문항) 하나 가지고 끌어와서 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사교육을 유발하는 최대 요인인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존치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정부·여당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킬러 문항을 없애도록 주문한 반면 (사교육을 부추기는) 자사고, 특목고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목고와 자사고가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부총리는 '자사고로 인해 일반고가 황폐해진다는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디지털 교과서, 대대적인 교원 연수, 스포츠와 예술교육 강화는 일반고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개별 맞춤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정책 핵심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일반고에 지원을 강화해 자사고로 인한 황폐화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바꿔 말하면 결국 이 부총리 스스로 일반고가 황폐해졌음을 인정한 셈이다.
교육부도 직접 보도자료에서 일반고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간 고교 서열화로 인해 황폐해진 일반고 지원이 필요함을 교육부도 인정한 것이다.
교육부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으로 "일반고에서도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일반고 교육과정 필수 이수단위를 자율학교 수준으로 축소"하고 "일반고 학생을 위한 진로직업교육을 확대"하며 "모든 일반고에 학교당 5000만 원의 교육과정 운영 개선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증가하는 원인 역시 서열화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번 자료에서 "최근 6년간('17~'22)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는 등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이 심화"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사고 존치 등의 대책을 냈다고 전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3.0%이던 고2 기초학력 미달 비율(국영수)은 차츰 상승해 지난해에는 10.8%가 됐다.
ⓒ교육부
그러나 실제로는 고교 서열화로 인해 자사고 등이 우수한 학생을 다 빨아들여 일반고에서 학력 저하가 더 두드러지는 양극화가 나타났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나온 바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일반고 학생 9218명, 교사 2389명, 학부모 78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교사의 76.5%가 일반고 위기 원인을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증가기 때문이라는 데 동의했고 71.3%는 성적이 높은 학생이 (자사고 등에 집중돼)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데 동의했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학업성취도가 양극화하고 있다는 건 정부 공시서비스인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연합뉴스>가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서울 시내 고교 2년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를 비교한 결과 192개 일반고의 과목별 향상도 평균치는 국어 0.02%, 수학 수학 -0.65%, 영어 -1.27%로 집계됐다. 학생이 일반고에 진학한 후 수학과 영어 성취도가 더 떨어졌다.
반면 27개 자사고의 과목별 향상도 평균치는 국어 1.95%, 수학 2.40%, 영어 0.84%로 일반고보다 높았다.
<동아일보>도 2014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영수 과목에서 1, 2등급(상위 11%)을 받은 상위권 학생은 특목고와 자사고에 집중됐고 "평균 2등급 이상 비율을 기준으로 상위 50개 고교를 뽑아보니 일반고는 8곳에 불과했다"며 "일반고의 침체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다른 누구보다 이 부총리 스스로가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자극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작년 10월 28일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소위 말하는 고교 다양화 정책이 서열화로 이어진 부작용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엘리엇, 한국 상대 ISDS서 승소…690억 원 물어줘야
론스타에 이어 또 패소… "한국 정부 부당 개입" 주장 일부 인정
한국 정부가 엘리엇과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S,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국제 소송에서 패소했다. 690억 원 이상을 물어야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0일 법무부가 이날 오후 8시경 엘리엇 사건의 중재판정부 선고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번 소송에서 한국 정부는 엘리엇에 5358만6941달러(약 690억 원)와 지연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엘리엇이 손해를 봤다며 청구한 금액 7억7000만 달러(약 9900억 원)의 7% 수준이다.
2015년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 개입한 결과 주가 하락 등으로 7억7000만 달러 규모의 피해를 봤다고 엘리엇이 주장하면서 이번 사건이 시작됐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소유하고 있었다.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1주에 제일모직 0.35주였다. 엘리엇은 이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합병에 반대했으나 삼성물산 지분 11%를 보유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찬성하면서 합병이 성사됐다.
엘리엇은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하게끔 했다며 2018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 조항을 근거로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ISDS를 제기했다. 그 결과 5년 만에 엘리엇의 승소 판정이 내려졌다.
당초 이번 소송에서 엘리엇의 한국 정부 상대 중재안은 기각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직접 외환은행 주식인수 승인권을 행사한 론스타 사건과 달리, 이 사건에서 한국 정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직접) 권리 행사를 하지 않았다"며 "엘리엇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두고 비난할 수는 있으나 이것이 법적 책임을 발생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PCA는 '한국 정부의 부당 개입'이라는 엘리엇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 정부가 감당해야 할 남은 ISDS에서도 악영향이 발생할 우려가 점쳐진다. 현재까지 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는 총 10건이며 론스타 사건에서부터 이번 엘리엇까지 5건은 종료됐다.
한미 FTA 체결 당시 진보 진영은 ISDS의 위험을 일찌감치 경고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야권과 보수진영까지 ISDS 위험론은 과장됐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자유무역 시대를 맞아 FTA를 적극적으로 체결해야 한국 경제가 성장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때였다.
그러나 작년 8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첫 ISDS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결과적으로 ISDS 위험론은 현실이 됐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인권위 시계 거꾸로 흐르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권위 구성원들은 이충상 위원의 인식에 의문을 품는다. 당장 인권위가 현병철 인권위원장 시절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최근 시끄럽다. 논란의 중심에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이 있다. 인권위 내부에서 먼저 목소리가 나왔다. 2월17일 인권위 공무원 노조는 이충상 상임위원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 조사관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라는 내용이다. 이충상 위원이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A 조사관의 조사 경과와 방법에 잘못이 있고 조사 결과가 미흡하다’라고 쓴 것을 문제 삼았다. 이어 4월4일에는 인권위 공무원 노조가 인권위원(인권위 상임위원 4명과 비상임위원 7명) 전원에게 “인권위원과 사무처 직원의 관계는 높고 낮음, 갑을 관계가 아니다”라며 이메일을 보냈다.
인권위 노조 관계자는 이러한 움직임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공개적으로 조사관들을 향해 쟁점과 관련 없는 불필요한 호통·무시·비아냥 등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조사관들의 자기 검열이 시작된다. ‘이렇게 하면 욕먹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움츠러든다. 무엇보다 인권위 안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엉망이면 인권위 권고의 권위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충상 위원은 〈시사IN〉에 “인격권 침해에 해당할 리 없고, 조사 업무 자체를 위축시킬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인권위 바깥에서 크게 문제가 된 건 이충상 위원의 ‘혐오 발언’이다. “기저귀를 차고 살면서도 스스로 좋아서 그렇게 사는 경우에 과연 그 게이는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인권위원회가 그것을 인식시켜줘야 하는가? 아니다.” 이충상 위원이 결정문 초안에 썼다가 삭제한 내용이다. ‘군의 두발 규제가 인권침해라는 것을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인권위 권고안에 반대하며 적은 부분이 5월21일 뒤늦게 알려졌다.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5월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해당 발언을 지적했다. 인권위의 기능 자체를 마비시킨다며 사퇴를 요구하자, 이충상 위원은 “초안에 썼다가 바로 삭제했기 때문에 사퇴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관련해 이 위원은 〈시사IN〉에 “게이 중에 항문이 파열되어 기저귀를 차고 사는 경우가 있는 것은 객관적 진실인데도 이를 허위 주장이라고 한 보도는 허위 보도이다. 나의 표현은 혐오 표현도 아니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것이다. 위 말이 진실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를 배려해서 그런 말을 초안에서라도 쓰지 않았어야 한다”라고 추가로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 구성원들은 이충상 위원의 ‘인권위에 대한 인식’에도 의문을 품는다. 인권위원 전체 11명은 독립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국회 선출 4인, 대통령 지명 4인, 대법원장 지명 3인으로 구성된다. 이충상 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판사 출신 인사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추천으로 인권위 상임위원 임기를 시작해 2025년 10월까지 역할을 한다. 현 송두환 인권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송 위원장이 퇴임하기 전, 서미화(4월·후임 공모 중)·석원정(7월)·윤석희(내년 2월)·김수정(내년 8월) 비상임위원과 남규선(내년 8월) 상임위원의 임기가 끝난다.
현병철 위원장 시절 침묵 거듭한 인권위
이런 상황 속에서 이충상 위원은 지난해 11월10일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인권위원 11명 중 4명을 지명하는 대통령이 올해 바뀌었기 때문에 멀지 않아 나와 의견을 같이하는 위원들이 인권위 다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시사IN〉에 “대통령이 바뀌면 대법관 중 진보와 보수의 비율이 바뀌어온 것이 사실인데, 그게 대법원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인권위 다수파가 불공정한 절차에 의해 특정 정파를 편드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의 인권위 직원들은 〈시사IN〉에 인권위의 기본 존재 이유가 부정되는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국내 인권침해 상황을 감시해야 할 인권위를, 이충상 위원이 정권이나 인권위원 구성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허수아비 취급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인권위가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한 현병철 인권위원장(2009년 7월~2015년 8월) 시절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병철 위원장이 부임한 후 인권위는 침묵을 거듭했다. 용산 참사(2009년),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폭로(2010년)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2014년) 등 주요 인권 현안에 인권위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서미화 비상임위원은 최근 연달아 발생한 건설노동자 분신과 시위 노동자 곤봉 진압 사건에 인권위가 침묵한 것에 대해 “인권위 퇴행의 한 현상”이라고 말했다(24~25쪽 기사 참조).
특히 노동 사안을 두고 인권위원 간 의견 차이가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이충상 위원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관한 의견 표명의 건’은 “좌파에서는 과감한 법안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중도나 우파가 보기에 무모하거나 조악한 입법안(지난해 12월28일 제38차 상임위)”이라며 반발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의견 표명은 이날 상임위에서 ‘찬성 3(송두환·박찬운·남규선) 대 반대 1(이충상)’로 원안대로 의결됐다.
박찬운 상임위원이 임기를 마치고 2월6일 김용원 상임위원(대통령 지명)이 새로 합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파업 이후 공론화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 관련 제도개선 권고 및 의견 표명의 건’에 대해서 이충상 위원은 “이 법률안에 인권위가 찬성하면 민주당보다도 더 앞장서서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인권위가 될 것(3월30일 제10차 상임위)”이라고 말했다. 이후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상임위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견이 가부 동수로 합치되지 않자, 송두환 위원장이 인권위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위에 올릴 것을 제안했다. 김용원·이충상 두 상임위원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노동문제를 다룰 때 노동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마치 정부의 비판 세력인 것처럼 편 가르기 하는 프레임이 작동했다고 본다. 화물차 업무개시명령, 노란봉투법 등이 정치적으로 뜨거운 쟁점이니 인권위가 아무 얘기도 안 해야 하나? 인권위가 그저 관료 집단으로서, 들어온 진정 사건에만 조용히 의견을 내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취지로 읽힌다.”
시사인 이은기 기자
한은도 경고한 부동산 시장 어떻길래? 건설사·집주인·은행 줄줄이 '부실' 우려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천호)에서 지난 4월 8.3%(16만3천호)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3.06.05. 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 부진이 금융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우리나라 금융시장 제1의 리스크로 지목됐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의 자산이 줄어들어 대출 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우려가 커지며, 미분양 속출로 자금융통이 어려워진 건설사 재무사정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내준 금융회사와 보증을 선 정책금융기관들까지 줄줄이 대출 부실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제1의 금융불안 잠재 리스크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금융으로의 파급 효과를 꼽았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전세가격이 지난 3월 수준을 지속할 경우 임대가구가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는 올해 내 24조2000억원에 달한다. 임대인이 대출을 더 받더라도 보증금 차액을 돌려주지 못하는 비율은 최대 7.6%로 추정됐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가계의 평균 순자산 감소와 상환능력 저하도 문제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주택가격 조정으로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2021년말 4억4000만원에서 올해 3월말 3억9000만원으로 약 5000만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2.7%에서 5.0%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부동산 가격 하락과 맞물려 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1·4분기말 기준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 7000억원으로 1년새 7.6% 증가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말(684조9000억원)에 비해서는 50.9% 늘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부동산 하락으로 인한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올해 1·4분기말 기준 비주택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은 58.6%로 비자영업자(15.1%)의 약 4배에 달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은 시차를 두고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지난 4월 말 기준 미분양주택은 전국 7만 1000호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건설사별 평균 미분양주택 재고액은 66억원으로 늘었다. 분양·공사 미수금은 1년새 34.1% 증가해 234억7000만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미분양주택이 증가한 이후 약 3년의 시차를 두고 건설사의 부실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급증한 미분양주택이 향후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대출 부실로 인한 리스크는 차주들에게서 금융회사와 보증기관으로 전이될 수 있다.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은 1.19%,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5%로 2021년 이후 상승세다.
전세 관련 대출 보증을 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HF)의 재무건전성 악화도 예고됐다. HUG의 보증 부실금액은 2021년 8000억원에서 2022년 1조6000억원으로 2배 늘었다.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같은 기간 6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보증기관의 대위변제액이 늘어나고,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결국 정부 재정으로 보증기관에 돈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민간에서 생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의 몫을 정부의 재정으로 부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단시일 내 주택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부담 증대, 미분양주택 물량 증가, 부동산 PF 대출 부문의 부실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주택시장 부진 장기화로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실수요자 위주의 규제 완화, 분양가 조정,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직면한 전세 세입자 보호 방안 마련 등의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 위험 사업장에는 필요시 정리 작업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민간과 공공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 적립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조국 딸은 십자포화, 이동관 아들엔 침묵...조중동의 확증편향
[까칠한 언론비평] 조선 2, 중앙 0, 동아 1건만 보도... 조국 땐 90건 기사 쏟아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조국 당시 법무장관 자녀 논란에는 십자포화를 퍼붓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태다.
<오마이뉴스>는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논란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13일간 <조선>과 <중앙>, <동아> 등 국내 대표 보수언론 3곳이 낸 일간 신문지면을 살펴봤다.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논란을 다룬 지면 기사는 <중앙> 0건, <조선> 2건, <동아> 1건이 전부였다.
<중앙>은 이동관 아들 학폭을 다룬 기사를 1건도 신문에 싣지 않았다. <조선>은 지난 6월 9일과 12일 두 차례 이 특보 아들 논란을 다룬 기사를 실었지만 이마저도 이 특보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다룬 내용이었다. 6월 9일 <이동관, 아들 학폭 관련 "가짜뉴스 멈춰달라">는 이동관 특보의 학폭 관련 해명문을, 6월 12일 <"이동관 아들과 지금도 잘 지내 난 피해자 아냐">는 이 특보 아들과 화해했다는 일부 피해학생의 입장을 썼다.
<동아>도 이동관 아들 학폭을 1건만 지면에서 보도했다. 6월 8일 <이재명 "이동관 자녀 심각한 학폭 가해자" 이동관측 "원만히 합의... 과장-부풀려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과 이동관 특보 측 해명을 비슷한 비중으로 배치했다. 이동관 아들의 학폭 의혹에 대한 배경 설명 없이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공격과 이에 대한 이동관 특보의 방어 구도로만 보도했다.
이 신문들이 고위공직자 자녀 문제에 항상 침묵해왔던 건 아니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조민씨의 장학금 등 논란이 불거질 당시, 이들 신문들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논란 등이 터져나온 지난 2019년 8월 19일부터 31일까지 이들 3개 신문은 총 90건에 달하는 지면기사를 쏟아냈다.
이 중 <조선일보>가 40건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조선>은 2019년 8월 20일 <성적 우수 학생에게 주던 장학금 낙제 조국 딸에만 3년 연속 줬다>와 8월 21일 <조국 딸, 서울대 환경대학원 2연속 장학금 부산대 의전원 합격 다음 날 바로 그만둬>로, 이틀 연속 1면 기사로 조민씨 대학원 입학과 장학금 논란을 다뤘다.
이어 <조선>은 2019년 8월 28일에도 1면 기사 <조국 딸에 장학금 준 의전원 교수 대통령 주치의 선정때 깊은 일역>을 통해, 조민씨 장학금 지급과 문재인 정부와의 연관 의혹을 제기했다. 8월 22일 사설 <이 판에 "사회 개혁하겠다"는 조국, 어떤 정신세계인가> 에는 조국 자녀 논란을 대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조선>은 해당 사설에서 "(조국 장관 내정자가)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한다며 정의를 말하기도 했다, (조국 장관의)그 딸은 부모 후광이 아니었다면 특목고와 명문대 등을 거쳐 의전원에 진학할 수 있었겠나"라며 "그 시점에 어떻게 그런 말이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나"라고 질타했다.
이 기간 <중앙>도 28건, <동아>도 22건의 지면 기사를 내며 화력을 집중했다. 관련 사설과 칼럼에선 조국 당시 장관에 대한 적개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중앙>은 2019년 8월 21일 1면 기사 <모든 입시 필기 없이 합격, 조국 딸 '금수저 전형'>을 냈고, 8월 28일자 칼럼 <조국 프로의 솜씨 보여줬다>에서 "청년들의 좌절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오염된 우물을 정화해야 한다"고 조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동아> 역시 2019년 8월 28일 사설 <조국 더 버티는건 임명권자에 대한 무례고 국민 모독이다>에서 조 전 장관의 자녀 의혹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인사청문회만 적당히 때우면 국민적 분노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오판"이라고 경고했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동관 아들 학폭 논란은 여러 언론사에서 다루는 사안이고, 검증해야 할 고위공직자의 문제"라면서 "한국에서 메이저라고 불리는 언론들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저널리즘을 떠나 그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들에게 미안해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언론사들이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은 분명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지만, 이들이 보도를 외면한다고 해서 사건이 가려지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의 학교 폭력 문제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항이고, 공직자 검증 과정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사안"이라면서 "그럼에도 보도를 이렇게 하지 않는 것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신상호(lkveritas) 오마이뉴스
성폭력은 '노출옷' 때문에 일어난다?…'강간문화'가 통계로 드러났다
[해설] 왜곡된 '강간통념' 드러낸 성폭력안전실태조사, 어떻게 봐야하나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
성폭력이 만연하고, 또 만연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경향성을 가리켜 '강간문화'라고 한다.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 여성의 옷차림에서 찾는 등의 피해자 비난 문화가 그 대표적인 요소다. 이러한 강간문화가 한국사회에 여전히 공고함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21일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만 19~64세 남녀 1만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를 발표했다. 통계에선 성폭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등의 왜곡된 성폭력 통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령 성폭력 관련 인식과 통념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46.1%는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대답도 32.1%에 달했다.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음주사실 등 행실을 성폭력의 원인으로 설정하여 행해지는 '피해자 비난하기(Victim blaming)'는 피해자로 하여금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규정하는 전형적인 '2차 피해' 행위로 꼽힌다.
다수의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법원은 "성폭력을 피해자의 평소 행실 탓으로 돌리는 주장"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유로 삼을 수 없는"(청주지법 2021노94) "상당한 2차 피해"(서울중앙지법 2019고정215)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도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행실 등을 비난하며) 피해자의 주변인을 포섭, 회유하는 등의 2차 피해 양상은 성폭력 재판 현장에서 흔한 일"이라며 "오히려 현행 제도 상으론 법원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어하거나 이를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른) 가중 양형요소로 고려하는 데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사에서 드러난 '강간통념'은 제도와 법률 현장 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실제 피해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지난 2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통념을 형법체계 내에서 제거하기 위해" 비동의강간죄의 도입 등 강간죄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옷차림이 가해자의 '성욕'을 자극해 성폭력이 벌어진다는 식의 인식은 성폭력의 우발성 내지 기습성을 전제로 하는 인식이기도 한데, 이는 성폭력 사건의 대다수가 아는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 '관계 내 폭력'이라는 실제 통계와도 배치되는 인식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2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접수 건의 82.0%는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했다.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발언하고 있는 최말자 씨. 최 씨의 사건은 대표적인 '성폭력 통념에 의한 피해' 사건으로 불린다. ⓒ프레시안(한예섭)
국민 10명 중 5명은 '피해자다움' 통념 가져 … 근거 없는 '무고죄 공포'도
이번 여가부 조사에선 성폭력 피해자의 사건 대응방식을 '정형적인 형태'로 규정하고, 이를 벗어나는 피해자는 '진정한 피해자가 아니'라고 보는 통념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52.6%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피해 후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라고 답했고, 39.7%는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고 답했다.
이 같은 통계 결과는 "실태조사 상의 신고율이 여전히 10%대로 집계"(김혜정 소장)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몰이해와 '성폭력 무고' 사례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은 범죄 직후 '바로 신고하거나' '바로 장소를 벗어나거나' '바로 가해자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등' 정형화된 대응양상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9년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대법원은 "특정하게 정형화한 성범죄 피해자의 반응만을 정상적인 태도라 보는" 것은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한 관점"이라는 2심 법원의 판단을 인용한 바 있다.
또한 강간 등 성폭력 사건은 전체 흉악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기소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들이 법적대응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신고 대응을 '피해자의 정형적 모습'으로 바라보아선 안 되는 이유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0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술·약물·수면상태 등을 활용한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피해 사례에서 법적대응을 선택한 피해자들은 38%(전체 65건 중 25건)에 불과했다. 법적 대응을 선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처벌에 대한 불확실(30.8%) 때문이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검찰에 송치된 전체 성폭력 피의자 3만1991명 중 기소된 이들은 1만3740명으로 42.9%에 불과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3월 발간한 2022년 성폭력 상담 통계에서 검찰의 불기소뿐 아니라 경찰의 불송치 또한 성범죄 피해자가 "넘어야 할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동 기관의 2022년 한해 불송치 대상자 조사에 따르면 불송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소가 바로 수사기관 등의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 작용"(32.4%)이다.
개별 사건을 들여다보면 △명확하게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 △바로 피해 장소를 벗어나거나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점 △피해 전후로 가해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의 모습이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통계로 드러난 '통념'은 실제 수사과정에까지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통계에서 나타난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고 지적한다. 근거 없이 부풀려진 '통념'이 실제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사회·문화·법률 지형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폭력무고죄 검찰 통계 분석'(2017~2018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성범죄로 처분된 인원은 8만 677명인 반면 성폭력 무고로 유죄를 받은 인원수는 341명에 불과했다.
당시 연구원은 "성폭력 피해를 주장했다가 무고 혐의를 받거나 나아가 무고죄 유죄까지 선고받는 사례는 그 수가 적더라도 성폭력 피해자 전반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며 "무고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위협은 성폭력 피해자를 더욱 침묵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률현장에서 성폭력 무고죄는 가해자들이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해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어 전략'으로 꼽힌다. 김정혜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무고죄·강간죄 관련 이슈토크쇼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존재하고, 그러한 의심과 비난 때문에 피해자는 침묵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다시 성폭력 근절이 방해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있다"며 "가해자는 무고 역고소를 통해 이러한 순환구조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강간통념', 남성의 경우가 압도적 … "정부 반페미 정치엔 책임 없나"
이 같은 강간통념은 어떻게 생성되고 강화되고 있을까. 성폭력을 여성의 '정조에 관한 죄'로 규정하고 있던 형법 제32장이 지난 1995년까지 유지되어온 만큼 한국사회의 강간통념·강간문화는 길고 견고한 역사를 지닌다. 통념의 극복을 위해서도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성계에선 지난 대선 국면부터 지속되어온 현 정부여당의 반 여성주의 기조가 이 같은 통념의 강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고죄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강간죄 개정 반대 등 안티 페미니즘 정책을 통해 소위 '이대남(20대 남성) 공략' 전략을 국면전환 카드로 삼아온 현 정부의 기조가 강간통념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통계에선 연령대보다 성별에 따른 성폭력 인식 격차가 두드러졌다. 대부분의 문항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성폭력 통념이나 고정관념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고죄 이슈와 관련한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는 항목은 30대 남성(43.5%)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이 나왔고, '피해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제로 성관계(강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항목의 경우 20대 남성(27.7%)에서 응답률이 높았다.
▲지난 5월 17일 저녁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광장에서 개최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7주기 추모집회 '누구도 우리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 현장 모습. ⓒ프레시안(한예섭)
프레시안 한예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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