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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쇠고기 사 먹이고 분신…한 달마다 실직하는 현실 끊도록
검찰 수사에 분신 저항 양회동 건설노조 지대장
1년 10번 실직하는 현실이 낳은, 월 100만원 떼는 ‘똥떼기’
2023년 5월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해 치료 끝에 숨진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씨의 빈소가 5월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200여 명의 ‘머리띠 부대’가 병원 앞 광장을 순식간에 메웠다. 상복 대신 이마에 검정 머리띠를 질끈 묶고서 손에는 저마다 노란 촛불을 들고 있다. 머리띠의 글자는 ‘열사 정신 계승’. 2023년 5월1일 노동절에 목숨을 끊은 건설노동자 양회동(50)씨의 동료들이다.
양씨의 빈소는 5월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동료들은 그곳에서 매일 밤 촛불추모제를 연다. 첫날 추모제 단상에 오른 양씨의 동료가 외쳤다. “정부는 어찌 건설노동자들을 삥이나 뜯고 다니는 시정잡배 취급합니까.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합니다!”
그날 양씨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공갈이라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기 몸에 스스로 불을 질렀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의 지역 간부로서 조합원 채용 요구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죽음으로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한겨레21>이 노동조합 장례가 치러지는 서울대병원을 찾아 양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소개료 ‘똥떼기’ 끊으려 시작한 노조
화려한 꽃에 둘러싸인 남자의 표정은 결연하다. 입을 굳게 다문 채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마에 두른 빨간 머리띠에는 ‘단결·투쟁’이라 쓰였다.
“(사진처럼) 그렇게 진지하고 엄숙한 사람은 아니에요. 사람 웃겨주는 거 좋아하는 개구쟁이 형이고요. 추모제도 이렇게 진행하는 거 안 좋아할 텐데….”
양씨와 함께 강원건설지부 노조 활동을 한 김현웅 사무국장이 말했다.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의 사회를 맡은 그는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자제하고 차분하게 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도 “이러면 형이 좋아하려나 모르겠지만” 하고 덧붙였다.
양씨는 철근공으로 평생을 살았다. 아내와 강원도 속초에 살며 두 자녀를 키웠다. 건설노동자로 일한 지는 오래됐지만 건설노조에 가입한 것은 마흔이 넘은 2019년 10월이다.
노동절인 2023년 5월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해 치료 끝에 숨진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씨의 빈소가 5월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노조를 꼭 신념으로만 하는 건 아니에요. 특히 건설 쪽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중간착취가 워낙 심한데 노조 하면 처우가 훨씬 나으니까, 생계 때문에 오는 경우도 많죠.”(김현웅 사무국장)
양씨도 그랬다. 속칭 ‘오야지’라는 일감 소개업자가 불법 재하도급을 알선해 한 달에 100만원가량의 임금을 떼어갔다. 이른바 ‘똥떼기’다. 똥떼기가 유독 심하던 소개업자 밑에서 일하다 그는 불합리를 참지 못하고 건설노조에 가입했다.
‘불법’ 없애자고 시작한 채용 창구
그리고 2년여가 지난 2022년 1월, 자신이 활동하던 영동 지역의 노조 대표를 맡았다. 그 이름도 긴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속초·고성·양양·강릉 담당)이 양씨의 직함이었다. 양씨와 간부들의 노력으로 영동 지역 조합원은 1년여 사이 50여 명에서 170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 일로 양씨는 ‘모범조직상’을 받았다.
노조 지대장의 주요 임무는 조합원의 일감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일용직이 대부분인 건설노동자는 1년에 열 차례 내외로 구직한다. 짧으면 2주, 길면 2~3개월 일하고 실직한다.
일감이 이어지지 않으면 생계를 위협받는다. “일 있을 땐 쓰고 없을 땐 쓰레기처럼 내버리는”(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구조다. 자연히 불법 재하도급과 중간착취가 판친다. 둘 다 건설산업기본법과 근로기준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지만 사실상 감독이 안 돼 불법이 성행한다.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 창구를 도맡은 건 ‘불법’을 없애보자는 고육지책이었다. 노조 간부들이 조합원을 대신해 일감을 구하고 ‘오야지’가 받던 소개료를 조합원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유급휴일수당 등 그간 무시됐던 법적 권리의 보장도 이끌어냈다.
“나 억울한 건 내가 탄원서 쓰면 돼”
양씨 성격상 일이 잘 맞지는 않았다. 동료들은 양씨가 “싫은 소리 하길 어려워하”고 “식당에 가면 먼저 모자란 반찬을 나르는 유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양씨는 꾸준히 공사현장을 돌았다. 다음 일터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 건설노동자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지 양씨 역시 노조에 오기 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양씨의 집 앞으로 경찰의 출석요구서가 날아왔다. 양씨의 노조 지대장 활동이 폭력행위 등 처벌법에 의한 ‘공동공갈’이라는 내용이었다. ‘공갈’은 재산상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죄다. 경찰은 2021~2022년 양씨 등 노조 간부들이 하청업체에서 받은 임금 7900여만원을 모두 불법 갈취한 돈으로 판단했다.
양씨를 포함한 강원건설지부 간부 세 명은 2021~2022년 조합원 채용 요구가 난항을 겪자 공사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하청업체의 부실한 안전관리를 신고하겠다고 압박한 적이 있다. 이후 사 쪽과 다시 협상해 조합원을 채용하고, 노조 간부 임금 지급에 관한 단체협약도 하청업체 쪽과 체결했다.
지부장 1명은 노조전임비(노동조합법에 따라 노조 전임자가 받는 임금)를 받고 다른 간부들은 철근·해체팀장 등 현장관리 업무를 하면서 일상적인 노조활동을 보장받기로 하청업체들과 합의한 것이다. 양씨도 이 합의에 따라 철근팀장과 노조 지대장을 겸임했다.
경찰은 이 모든 과정이 노사 협상이 아니라 건설노조의 일방적인 협박이라고 봤다. “(건설노조가) 집회의 자유를 악용해 공사업체를 굴복시키고 그들 뜻대로 요구해 수천만원의 노조전임비와 무노동 임금을 지급받았다.”(양씨 구속영장) 임금을 받으면서 업무와 무관한 노조활동을 함께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경찰은 또 “이들의 주된 목적은 단체협약으로 받는 노조전임비와 무노동 임금일 뿐 근로자 권익 보호는 아니다”라는 판단도 덧붙였다.
그러나 건설노조는 조합원 채용과 안전한 작업환경을 요구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으며 이는 정상적인 노조활동이라고 설명한다. 또 노조전임비 등은 이미 법에서 보장한 대로 노사와 합의한 것이어서 집회를 열어 따로 받아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건설노조는 2021년 11월 하청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철근콘크리트 서·경·인 사용자연합회’와 단체협약을 맺고 노조전임비 지급에 합의했다. 또한 전임자가 아닌 간부들은 노조활동을 하더라도 주된 업무는 현장관리직이었기 때문에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건설노조는 반박한다.
2023년 5월4일 양회동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촛불을 들고 양씨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
“자녀에게 공갈범으로 비치는 건 못 견뎠을 것”
경찰이 구속영장에서 “노조가 힘으로 굴복시켜 겁을 먹었”다고 표현한 하청업체들은, 4월26일 구속영장 청구 이후 오히려 양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5월1일 법원에 낸 15개 업체의 처벌불원서와 탄원서를 보면, 하청업체 ㅈ사의 대표는 “민주노총 소속 팀장이 조합원 근무를 관리해주고 회사와 근로자의 다리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노동조합 전임비나 팀장 수당을 큰 문제 없이 지급했다. 인력 수급도 별다른 마찰 없이 교섭을 통해 논의했다”고 썼다.
또 다른 하청업체 ㅅ사 대표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고용한 것은 건설현장 관행상 팀·반으로 고용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조합원들의 집회로 겁먹거나 업무에 방해된 사실은 없다”고 썼다.
양씨는 평소 동료들에게 ‘(영장에서) 공갈이란 단어만 좀 빠지면 좋겠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것도 자녀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눈에 밟혔을까.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에게 공갈범으로 비치는 건 죽기보다 더 싫었을 것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말이다.
노동절인 5월1일, 공교롭게도 양씨는 그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있었다. 전날까지 아내와 동료들이 그를 위한 탄원서를 쓰려고 분주한데 양씨는 왜인지 평온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전화해서 ‘형, 탄원서를 더 모아보려 한다’고 했더니 형이 별안간 ‘이젠 괜찮다, 나 억울한 것 내가 탄원서 쓰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이지 싶었어요.”(김현웅 사무국장)
양씨가 쓴다던 탄원서는 유서였다. 그는 자녀들에게 소고기를 사 먹인 다음날 아침,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자기 몸에 스스로 시너를 뿌려 분신했다. 그 뒤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하루 만인 5월2일 끝내 숨졌다. 가족과 노동조합, 4개 정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앞으로 쓴 유서 세 통이 그의 차에서 발견됐다.
2023년 5월4일 양회동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 광장에 양씨를 추모하는 촛불이 놓여있다. 신다은 기자
업계 불법 눈감고 노조에만 ‘준법’ 요구할 수 있나
“제가 (분신) 현장에 갔습니다. 화단에 심은 나무가 족히 3~4m는 되는데 잎사귀가 노랗게 다 탔더군요. 담뱃불만 몸에 닿아도 뜨거운데 양회동 동지는 얼마나 뜨거웠을까요. 그 뜨거운 불 먹어가면서 몸부림쳤을 동지를 생각하면 책임자들 다 잡아 죽여도 시원치가 않습니다.” 추모제 연단에 오른 이양섭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본부장이 분을 삭이며 말했다.
어떤 이는 노조의 역할이 조합원 일감 찾아주기에 그쳐선 안 된다고, 비조합원의 고용안정도 함께 고민하도록 노동운동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조 간부가 관리직 업무와 노조활동을 병행하는 것도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변칙을 만든 토양은 그대로 둔 채 자라난 풀만 탓하긴 어렵다. 건설노동자는 집회를 열거나 하청업체와 싸우지 않아도 일감을 구할 수 있게 제도적 틀을 마련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폭’(건설업 폭력배)을 뿌리 뽑겠다면서도 이런 현실에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건설노동자가 왜 임금체불에 착취까지 당하면서 일할까 잘 이해가 안 되죠? 그게 다음 일자리가 없는 사람의 숙명인 거예요. 노동자의 고용안정이나 노조활동 보장은 10여 년째 방치해놓고 채용 강요니 뭐니 하는 것은 정부로서는 너무 무책임한 말 아닌가요?” 송주현 건설노조 정책실장이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초고령사회 앞둔 대한민국, 공적 간병체계 수립 시급하다
간병인 교육체계 제도화-간병인 노동자성 인정 시급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작으로 국민건강보험은 현재까지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로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21년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건강보험 전체 보장률은 그리 높지 않은 64.5%에 불과하지만 4대 중증질환인 암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보장률은 84%에 이른다. 고액진료비가 발생하는 상위 30개 질환의 보장률은 80% 이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보장률 수준(80%)을 유지해 보장성이 괜찮은 편이다.
초고령사회와 파편적인 간병 체계
그런데 초고령 저출산사회라는 심각한 인구불균형으로 인해 최근 한국에서는 돌봄 관련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돌봄 중에서도 특히 간병으로 인해 가족들이 겪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둘 정도로 노년층이 늘어났고, 그에 따른 노화로 인한 다양한 만성질환자 증가로 간병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간병은 그동안 주로 가족들이 담당해 온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의 감소와 부양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및 맞벌이 사회생활 등으로 인해 가족보다는 사적 간병인을 채용하는 추세이다. 이로 인해 개인이 지출하는 의료비 전체를 파악해 보면 간병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크다. 급증하는 간병비는 가계 경제가 파산할 정도의 엄청난 부담을 우리 사회에 주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간병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커뮤니티케어 등의 정책을 나름대로 진행하고 있으나 수혜자 입장에서 어느 하나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 없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2013년 포괄간호서비스로 시범사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전체 환자 수 대비 중증환자 비율이 15~20% 수준이면 간호인력을 배치해야 하나, 대부분의 병원들이 경증환자 위주로 병동을 운영하여 정작 이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중증환자들은 간호를 받지 못한다. 그 결과 중증환자들은 개별 간병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 노인성질환을 가진 자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에 따라 시설급여와 재가급여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2021년 전체노인 대비 14.4%가 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하였고, 신청자 중 74.4%가 등급판정을 받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 95만 명을 인정 등급별로 보면 1등급 4만7800명, 2등급 9만2461명, 3등급 26만1047명, 4등급 42만3595명, 5등급 10만6107명, 인지지원등급 2만2501명이었다. 이 중 요양시설 입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는 전체의 28%, 방문요양서비스는 57%, 가족요양보호사제도를 이용하는 수급자는 15%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문요양서비스로 하루 최대 받을 수 있는 이용시간이 1~2등급은 4시간, 3~5등급은 3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은 개별 간병을 해야 한다.
커뮤니티케어는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돌봄 대상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아직까지는 시범모델로서 한정적인 지역의 저소득 주민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시행된다. 전국적으로 보편화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커뮤니티케어를 받더라도 서비스 제공 시간 외에는 개인이나 가족이 간병을 책임져야 한다. 이처럼 간병을 위한 다양한 돌봄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봄 대상의 보편성과 돌봄 시간의 충분성이 너무나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 간병 수요를 한국의료패널에서 확인한 결과, 2008년에서 2018년까지 입원 환자의 사적 간병률은 입원환자의 절반 이상인 61.2%~70.1%다. 이에 종사하는 간병인은 7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추정된다. 사적 간병 이용으로 인해 지출된 간병비 규모를 보면 2014년 5조 원~6조8000억 원 수준에서 2018년 6조9000억 원~8조 원이다. 개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들은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장 존엄한 보호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가족들은 간병 스트레스와 가족 간의 갈등, 경제적 부담 등으로 간병 파산, 간병 살인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이는 현재 공적간병 지원 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일 것이다.
ⓒ한국간병인협회 홈페이지
공적간병 시스템의 부재가 낳은 문제와 대안
공적간병 지원 시스템 부재로 인해 간병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환자가 급성기 중증 질환 또는 중증 노인성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다면 의료 처치 모든 과정은 병원의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간병만큼은 개인의 책임이다. 환자 입원 시 간병을 보호자가 하거나 사적 간병인을 고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가족이 직장이나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2. 병원은 보통 병원과 연계된 간병업체를 통해 사적 간병인을 고용한다. 연계된 간병업체가 사실상 독과점이기에 일방적으로 간병인 알선이 이루어진다. 그 결과 간병인의 자질과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는다. 간병인 교체 등 불만사항 개선을 요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3. 간병비는 보통 24시간 기준 13~15만 원으로 월 400만 원 정도에 달한다.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하지만 간병인 입장에서는 24시간 근무 기준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도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일부 간병인은 간병을 볼모로 추가 금액 등의 인센티브를 요구하여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4. 간병인은 업체를 통해 알선되지만 고용형태가 가사사용인, 특수형태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양한 위험 상황이 발생해도 간병인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5. 병원은 전문인이 아닌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는 것을 방치해 감염 및 안전문제 발생 우려가 크다. 간호의 질 관리에 문제점이 있다.
공적 간병에 대한 법적인 관련 제도가 미비해 위와 같이 간병 관련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공적 간병 체계를 제안한다.
1. 급성기 중증 질환자 등의 간병서비스는 의료 서비스의 필수사항이므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 수가를 확정하여 지원해야 한다. 모든 중증환자에게 간병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
2. 간병인의 실제 역할은 환자의 단순한 신체청결, 식사준비, 배설 등 환자의 일상적인 활동으로부터 맥박측정, 체온측정, 관장, 침상목욕, 전인간호, 위장관영양 주입 등 전문적인 간호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활동까지 폭넓다. 관련 교육 과정을 체계화해 전문간병인 과정을 제도화하여야 한다.
3.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도 노동자로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정비해야 한다.
이제 더는 간병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을 갖고 조속히 공적 간병 체계 마련을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동훈 부산동구시니어클럽 관장 / 프레시안
역사의 후퇴 앞에서 리샹란을 생각하다
리샹란은 만주국의 대표 스타였다. 중국·조선·일본 등 동아시아에 명성을 떨쳤다. 훗날 야마구치 요시코로 또 한 번의 삶을 살았다. 약소국, 약소민족의 입장을 조명하며 평화주의자를 자임했다.
만주국 시절 배우(가수) 리샹란의 모습. 일본인이었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활동했다.ⓒ자주시보 갈무리
지난 3월28일, 일본의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세상을 떠났다. 남긴 작품이 많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그에게 오스카 음악상을 안긴 영화 〈마지막 황제〉(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1987)의 OST일 것이다. 영화는 청나라 마지막 황제이자 일제의 괴뢰 만주국 황제를 지낸 푸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중국 현대사의 격동과 푸이의 복잡한 내면이 만나고 뒤틀린다. 드라마틱하던 영화의 호흡은 푸이의 내면으로 초점을 옮기면서 차츰 유장해진다. 황제에서 민국의 국민으로, 다시 황제로, 죄수로, 이윽고 인민공화국의 평범한 공민으로 늙어가는 한 인물을 좇는 카메라가 담담하다. 그리고 묻는다. 개인이 역사 속에서 감당해야 할 책임은 어떤 것인가?
영화에 삽입된 음악 중 〈비, 나는 이혼을 원해요(Rain, I want a divorce)〉이 특히 인상적이다. 만주국 제2황후이던 숙비(원슈)가 황제 푸이에게 “나는 이혼을 원해요” 하고 외치며 음악이 시작된다. 황후는 밖으로 뛰쳐나와 비를 맞으며 여인이, 인간이 된다. 실제로 다른 남성을 만나 사랑하며 살았다. 당당한 여성상에 어울리는 강렬한 곡이다.
만주국 황실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푸이의 동생 푸제는 일본 귀족 사가 사네토 후작의 딸 히로를 부인으로 맞았다. 물론 강요였다. 푸이에게 아이가 없었으니 장차 만주국 황제에게는 일본의 피가 흐를 터. 황실의 경계는 당연했다. 푸이는 그녀가 일본의 간첩이라며 의심했다. 일본의 논픽션 소설 〈황제 푸이〉(1960)에서는 푸이가 의심을 푼 다음 미안한 마음에 우연을 가장해서 히로 부인이 봤던 영화 〈백란의 노래〉의 여주인공 리샹란(李香蘭)과 만나게 한다. 황제와 리샹란은 같은 피아니스트의 제자다. 젊은 ‘여배우’를 황궁으로 부르면 스캔들이니, ‘피아니스트’ 리샹란을 스승과 함께 초대한다. 황제의 배려로 리샹란과 푸제 부부가 만난다는 이야기다.
1987년에 펴낸 자서전 〈리코란, 나의 반생〉(국역 〈두 개의 이름으로〉, 소명, 2020)에서 리샹란은 이 에피소드가 픽션이라고 단언한다. 푸이를 만난 적이 없다며. 그렇다고 해서 인연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인연이 곡진하다. 황실 감시를 책임진 관동군 중장 요시오카 야스나오가 사이에 있다. 푸이와 히로 부인이 자서전에서 “악의 앞잡이”로 묘사한 인물이다. 촬영과 공연으로 동아시아를 떠돌던 리샹란은 수도 신징에 오면 요시오카의 집에 머물렀다. 그녀에게는 그저 “인자한 할아버지”였다. 게다가 팬클럽 ‘리샹란을 지키는 모임’의 회장이기도 했다. 그의 부인, 딸과도 가족처럼 지냈다. 공적 세계에서의 악인이 사생활에서 따뜻한 사람인 경우는 흔하다. 종전 후 소련에 억류된 요시오카는 1947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한다. 그나마 대가를 치른 경우랄까.
청나라 마지막 황제이자 일제의 괴뢰 만주국 황제를 지낸 푸이. ⓒWikipedia
대동아공영권의 기획된 스타 리샹란
무엇보다 리샹란은 만주국의 대표 스타였다. 중국과 조선,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에서 명성을 떨쳤다. 1930년대 후반에서 1945년 사이에 동아시아 최고의 여성 스타는 조선의 최승희와 만주국의 리샹란이었다. 그녀를 키운 건 일본제국주의였다. 푸이가 그랬던 것처럼.
리샹란은 1920년 중국 랴오닝성 선양 인근에서 태어났다. 푸순과 펑톈에서 자랐고 베이징에서 여학교를 다녔다. 일본의 국책기업 남만주철도주식회사(만철)가 세운 만주영화협회(만영)와 전속계약을 맺고 〈백란의 노래〉(1939), 〈지나의 밤〉(1940), 〈열사의 맹서〉(1940) 같은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 ‘대륙 3부작’의 줄거리는 대동소이하다. 아름다운 중국 여성과 신사답고 용감한 일본 남성이 사랑에 빠진다. 여성의 가족, 친지들이 온갖 계략으로 괴롭힌다. 여성은 아파하고 때로 흔들리지만, 일본 남성은 굳은 신의로 사랑을 지킨다. 마침내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사랑이 이뤄진다.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던 시절이었다. 대동아공영권도 곡절 끝에 결국 성사되리라는 함축을 담았다. 영화는 크게 흥행했다. 중국의 명소들을 담으면서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덕이다.
직접 부른 주제가들도 히트했다. 리샹란은 미성의 소프라노였다. ‘하일군재래(何日君再來·그대는 언제 돌아오나요)’ ‘야래향(夜來香)’ 같은 노래들이다. 타이완 가수 덩리쥔의 리메이크로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박영훈 감독의 영화 〈댄서의 순정〉(2005)에서 조선족 출신의 장채린(문근영 분)이 춤출 때 ‘야래향’이 나온다. ‘그댄 몰라요’라는 제목으로 문근영이 직접 불렀다.
리샹란은 조선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조선군 보도부가 만든 내선일체 선전영화 〈그대와 나〉(1941), 징병제 실시를 맞아 조선 젊은이들이 기꺼이 황군이 된다는 〈병정님〉(1944) 등에 출연했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로 유명해지는 가수 이해연과 함께 엔카의 아버지 고가 마사오의 곡 ‘영춘화(迎春化)’(1943)를 취입하기도 했다. 〈조광〉 1940년 4월호에는 한복을 입은 ‘이향란(리샹란)’의 화보와 인터뷰가 실려 있다. 반도의 무희 최승희와 금강산에서 로케를 하고 싶다거나, 조선인 남성에게 구애를 받은 적이 있다는 등 조선과의 인연을 강조한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1941년 2월23일, 리샹란이 조선 순회공연을 위해 부산항에 들어왔을 때 일이다. 양산 사는 이인재라는 이가 친아버지라며 나타났다. 〈백란의 노래〉라는 영화를 봤는데 여주인공 이향란이 여덟 살 때 잃어버린 자기 딸 희득이를 빼닮았다는 것이다. “친아버지가 맞습니까?” 묻는 기자들에게 리샹란이 답한다. “정말 그런 분이 계신다면 만나보겠어요. 저는 어느 곳 태생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사실은 모릅니다. 산구(山口) 씨가 제 친부모같이 발표되었으나 사실은 제 친부모는 아닙니다. (중략) 꼭 만나보겠어요.” 막상 이인재가 찾아오자 리샹란은 만남을 거부한다. 결국 만나지만 단호했다. 부인된 ‘아비’는 분노했다. “틀림없는 희득입니다. 그러나 당자가 자기 인기만 생각하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우리도 천천히 선후책을 생각해보겠어요.”
셜리 야마구치라는 이름으로 할리우드 영화 〈대나무집〉(1955)에 출연한 리샹란(오른쪽). ⓒMUBI
고향도, 친부모도 모른다는 것이 만영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어느 쪽이든 핏줄이 닿을 수 있었다. 조선에서, 타이완에서, 일본에서 친부모가 나타났다. 이 나라 저 민족의 복식을 하고 사진과 영화를 찍었다. 대동아공영권의 스타로 안성맞춤이었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비로소 정체가 드러났다. 야마구치 요시코(山口淑子), 과연 산구 씨의 딸, 일본인이었다. 만철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중국어를 익히고 아버지의 중국인 의형제 밑에서 양녀처럼 자랐다. 중국인 양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 리샹란이었다. 두 나라 말에 능통한 데다 노래도 잘하는 소녀가 있다는 말을 들은 만영에서 스카우트했다. 부모의 양해 아래 부모 없는 중국인 노릇을 하면서 스타가 됐다. 일본이 패하자 ‘한간’, 즉 매국노로 체포됐다. 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했으니 당연했다.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데 일본인임을 증명하는 호적 서류가 도착했다. 한간의 죄는 정의상 중국인에게만 적용됐다. 일본인이 한간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중국에서 추방됐다.
귀환한 일본에서 야마구치 요시코로 또 한 번의 삶을 살았다. 영화에도 여러 편 출연했고, 셜리 야마구치라는 이름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방송인으로 활동하다가 자민당 소속으로 18년간 참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미얀마, 남아공 흑인 등 약소국, 약소민족의 입장을 조명하며 평화주의자를 자임했다. 자서전에서 누차 밝히듯 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사죄했다. “그녀의 삶은 반성의 말을 배반하지는 않았다.” 일본인 저술가 야마자키 도모코가 〈아시아 여성교류사 쇼와편〉(국역·〈경계에 선 여인들〉, 조선뉴스프레스, 2013)에서 내리는 평가다.
하지만 나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그녀의 이력 하나에 주목하고 싶다. 1953~1954년에 추진된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합작영화 〈영광의 그늘에서〉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일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개입으로 영화는 무산됐다. 일본의 전후 배상이 없다는 게 문제가 됐다. 실은 줄거리 자체가 문제였다. 패전 후 귀환하지 않고 인도네시아 독립을 위해 네덜란드와 싸운 일본군을 조명한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조선 출신도 있었다. 후일 인도네시아 독립영웅으로 추서되는 양칠성 같은 인물이다. 어쩌다 일본군이 인도네시아 독립전쟁에서 싸웠을까? 일본은 인도네시아를 점령 중이던 1943년 10월, ‘조국의 수호자’를 뜻하는 페타(PEmbla Tanah Air)라는 현지인 의용군을 조직하고 훈련시켰다. 일본의 패전으로 해산됐지만 페타 출신의 수하르토와 수디르만 등이 군대 조직을 주도하며 인도네시아 군의 전신이 됐다. 옛 상관이던 일본군 일부가 종전을 거부하며 함께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실상은 어땠을까? 인도네시아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에카 쿠르니아완의 소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에 그 상처들이 생생하다. 주인공 데위 아유는 네덜란드인과 현지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성이다. 다른 네덜란드 여성들과 함께 수용소에 갇혀 일본군 하급장교를 위한 위안부가 된다. 강간으로 태어나는 그녀의 딸들은 모두 창녀가 된다. 그래도 파괴되지 않고 삶을 긍정하며 살아나간다. 인도네시아는 1945년 8월17일자로 독립을 선언했다. 페타가 일본군을 무장해제시켰다. “일장기를 끌어내리고 일본군에게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깃발이나 처먹어라. 그리고 붉고 흰 인도네시아 국가를 엄숙하게 게양하고 국가를 불렀다.”
야마구치 요시코(리샹란)는 일본 귀환 후 18년간 자민당 소속 참의원을 지냈다.ⓒ연합뉴스
1995년의 야마구치와 2023년의 윤석열
네덜란드를 쫓아냈다고 일제가 해방자일 리 없었다. 어차피 침략자였고, 그래서 쫓겨났다. 일부가 같이했다 한들 역사를 뒤집을 수는 없다. 야마구치 요시코의 선택은 미심쩍었다. 영화 제작을 포기한 이들이 대신 촬영한 영화가 일본 영화계 전설의 시작, 〈고지라〉였다.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 직후였다. 수폭 괴수가 열도를 파괴한다는 줄거리는 일본이야말로 피해자라는 서사의 시작이 됐다.
야마구치 요시코는 1992년 정계 은퇴 후 위안부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1995년, 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피해 보상의 방안으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기금)’을 발기하고 부이사장이 됐다. 16명 발기인 중에는 와다 하루키 도쿄 대학 교수처럼 대표적인 진보·리버럴 인사도 포함됐다. 일본 정부가 사죄하되 배상은 시민사회가 국민 모금으로 맡는다는 방안이 큰 논란이 됐다. 왜 이런 방식일까? 일본인은 군국주의 시절은 물론 패전 이후에도 책임지는 주체가 되어본 적이 없다. 시민사회 주도 배상이야말로 일본인이 주체적으로 자기 책임을 인정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확고히 묻던 진보 진영이 분열하는 계기가 됐다. 1995년, 기금의 발기인들이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이다.
“이 전쟁은 일본 국민뿐 아니라 여러 외국인,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께도 크나큰 참화를 초래했습니다. 그중에서도 10대 소녀까지도 포함된 많은 여성을 강제로 ‘위안부’로 만들고 그들에게 종군을 강요한 것은 여성의 근원적인 존엄성을 짓밟는 잔혹한 행위였습니다. 이러한 여성 여러분들의 심신에 가해진 깊은 상처는 우리들이 아무리 사과해도 아물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중략) 저희들은 ‘위안부’ 제도의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와 존엄성 회복을 위하여 역사의 사실 해명에 전력을 쏟으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죄를 하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겠습니다.”
국가의 책임을 직시하지 않는 편법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거부되고 일본 진보 진영에서 비판받았다. 야마구치 요시코는 조선인 위안부와의 짧은 인연을 계기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한다. 국문학자 고 김윤식 교수는 “특등석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시선”이라고 꼬집었다. 사죄하는 주체의 위치가, 시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역사 속에서 개인이 책임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시 고민하게 된다.
2014년, 아베 정부는 위안부는 강제가 아니었다며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호소문을 삭제했다. 2023년 4월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역사적 책임에 대한 오랜 고민들이 깃털처럼 가벼운 말 속에서 증발했다. “아무리 사과해도 아물어질 수 없는 상처”라는 최소한의 인식마저 사라졌다. 아베를 향해 사죄를 촉구하던 사카모토 류이치도 떠났다. 역사의 전진이나 후퇴 같은 거친 표현은 가급적 삼가려고 한다. 이번에는 쓴다.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시사인/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김남국 코인 의혹이 또다시 드러낸 극단적 이중잣대
같은 사안이라도 여야에 따라 극과 극 접근 방식
코인 업계 이해관계자들을 '전문가'라며 받아쓰기
'윤석열 NFT' 코인 운영사 사기 혐의 고소 사건은?
코인 투자 바람잡이 노릇하던 조선일보의 이중성
"투기성 심해 거래 자체가 시장 해악" 극적인 표변
거의 모든 언론의 융단폭격, 검찰의 수사 압박, 민주당의 '손절' 시도 끝에 결국 김남국 의원이 탈당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우리가 첫 보도를 한 지 9일 만'이라고 하면서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 봐라. 우리가 민주노총은 간첩 소굴이라고 하면 국정원이 움직이고, 우리가 건폭이라고 하면 정부가 건설노조를 공격하면서 노동자가 죽는 일까지 벌어진다'면서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조선일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따라서 이것을 '김남국 사태'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한 명칭 부여가 아니다. 이것은 시리즈로 이어져 온 '조선일보-검찰 캐비닛 사태'다. 검찰이 이미 1년 전부터 내사에 착수하고 영장을 두 번이나 청구했을 뿐 아니라, <조선일보> 또한 자신들이 이미 작년부터 오랫동안 취재를 해 왔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왜 지금 시점인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는 같은 코인 투자여도 김남국 의원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투자가, 같은 '돈봉투'라도 민주당 정치인들과 국민의힘 김현아·하영제·박순자 등 전현직 의원들 사건이, 똑같이 녹취록이 나왔어도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에 대한 언론과 검찰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며, 이것을 모두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 됐다.
TV조선은 지난 2018년 1월 1일 '2030 부글부글…국정농단보다 코인규제 더 나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가상화폐 주된 투자자인 이삼십대 청년층"이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규제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비교"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다 보니 이미 거의 모든 언론과 이름 있는 정치인과 논자들이 나서서 김남국 의원에게 던지는 돌에 굳이 하나 더 보태고 싶은 마음은 생기다가도 없어지고, 별로 동참하는 사람이 없어 보이지만 그 반대편을 향해서 돌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된다. 이번에 드러난 김남국 의원의 몇 가지 문제점과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보여 주는 더 큰 문제와 본질들에 주목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온갖 '가상화폐 전문가'들이 나서서 김남국 의원을 비난하고 의혹을 제기하면 수많은 언론이 그대로 받아 써주는 구조인데,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지난 몇 년간 유튜브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서 청년들에게 코인 투자하라고 부추기고 코인 시장 중계하며 코인 시장에서 경력을 쌓아 온 사람들이다.
이처럼 코인업계나 게임업계의 이해관계자들이 과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전문가인가? 코인 투자의 폐해를 경고하면서 규제를 주장하던 양심적 학자도 아닌, 관련업계의 이해관계자가 나와서 코인 시장에 대해서 말하면 그대로 받아쓰는 게 언론의 역할인가? 이 전문가들은 왜 모두 똑같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랐다 내리는 코인이 10분의 1토막이 됐을 때가 아니라 10배가 올랐을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만 말하는 것일까?
지난 대선 때 '윤석열 NFT'(소위 '윤석열 코인')를 발행하고 국민의힘 인사들이 창립기념식에 참가해 홍보를 해주던 운영사는 지금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상황인데 왜 여기에 대한 취재와 보도는 이렇게 찾기 어려운 것인가? 적어도 족벌언론과 달리 개혁언론들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와야 하지 않는가?
특히 <한겨레>는 지난 '김만배 돈거래 사건' 이후 '앞으로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 대서특필, 검증 없는 예단과 과잉 보도, 반론권 보장 없는 일방적 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하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더니 이번에 다시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간 이유가 무엇인가? 모든 언론이 달려가는 사안은 빠지기 어려우니 예외인 것인가? 그러면 그런 다짐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선일보 홈페이지 기사 갈무리
물론, 무엇보다 가장 기막힌 것은 역시 <조선일보>다. 기억을 더듬으며 잠깐만 검색하고 찾아봐도 아래와 같이 <조선일보>는 2017~2019년에 코인 장사꾼이나 코인 시장의 바람잡이와 다름없이 코인 투자를 부추기는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정부의 코인 규제 시도를 절대악인 것처럼 공격했다. 특히 'MZ세대'를 강조하면서 마치 청년세대이면서 코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뭔가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분위기까지 앞장서 만들었다.
그 속에서 이준석 전 대표나 김남국 의원 같은 젊은 정치인들은 자신들도 청년세대의 유행에 동참해 코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지지 않았다. 코인 규제를 시도하는 것은 '꼰대 같은 기성세대의 사다리 걷어차기'이며, 코인 규제를 반대하는 것이 MZ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인의 의무인 것처럼 묘사됐다. 언론과 정치세력들이 부추기는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수많은 청년이 코인판에 뛰어들었다.
결국, 몇 년 후에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이들이 돈도 잃고 희망도 잃었다. 심지어 목숨을 끊은 이도 여럿이었다. 돈이 돈을 낳는 '자유시장'에서 코인 시장도 결국 돈이 많은 이들에게는 유리했고, 돈이 없는 이들은 얻기보다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과해도 모자란 <조선일보>가 이번에 "(코인은) 변동성과 투기성이 심해 거래 자체가 시장에 해악을 끼친다"고 쓰고 있는 것을 보자니 어안이 벙벙한 것을 넘어서 우주로 탈출하겠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기사 갈무리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박원순 옹호 다큐 ‘첫 변론’ 제작발표회 강행···여성단체 “막무가내 성폭력 부정”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제작발표회가 16일 열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막무가내 성폭력 부정주의에 기인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을믿는사람들은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은 사후 언론의 일방적 보도로 인해 일반 시민들에게 성추행범, 성범죄자로 낙인찍혔다”며 “부시장, 비서실장 등 소위 ‘6층 사람들’도 권력형 성범죄의 방조범으로 인식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팩트가 아닌 진영논리, 그리고 페미니즘의 논리가 모든 사람의 명예와 실체적 진실을 삼켜버렸다”며 “언론이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 다큐멘터리는 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던진다. 드레퓌스 사건은 12년이 지나서 제자리를 찾게 됐다”고 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군국주의와 반유대주의 광풍 속에 프랑스 대위 드레퓌스가 1894년 간첩혐의를 받고 옥살이를 한 이후 재심을 통해 무고를 인정받은 일을 말한다.
박원순을믿는사람들은 이날 2차 예고편을 공개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부정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의혹을 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서실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인권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김주명 박 전 시장 비서실장), “저희가 옆에서 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성희롱이나 그런 건 아니었다”(김봉수 아시아경제 기자) 등의 발언이 나온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대현 감독, 영화의 바탕이 된 책 <비극의 탄생>을 쓴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 박원순 팬클럽 ‘동행’의 이선희 사무국장과 이연주 변호사가 참석했다.
김 감독은 박 전 시장의 언행을 성희롱으로 인정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저는 여성주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동의하고 거기에 위배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2차 가해나 피해자 중심주의 개념에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절대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차 가해가 원론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는 굉장히 허술하고 어떤 의도를 가진 조사였다고 생각한다”며 “2차 가해는 1차 가해의 내용이 뭔지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내려진 다음에 가능한 부분이고 지금의 2차 가해 논란은 굉장히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논의 자체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위 조사와 제도개선 권고를 적절한 결정이라 판단한 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할 건 아니”라고 했다.
“수위·빈도 아닌 공적 영역에서 성적 언동 있었는지가 관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사진 등 전송” 피해자 주장 인정비서실의 묵인·방조와 피소 사실 ...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1252109015
인권위 이어 법원도 “박원순 성희롱 맞다”…‘피해자다움’ 주장도 지적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실 직원을 성희롱했다고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해 1심 ...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211151417001
손 기자는 이날 피해자의 일부 증언은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에 대해서도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성희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회피했다. 그는 “인권위 결정문에는 피해자 상담 내용이 기록돼 있다”며 “박 시장의 성적 언동이라는 것이 피해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인가 백주 아래 존재하는 것인가. 우리는 피해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손 기자는 이어 “박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를 본 사람을 제가 만났다. 그런데 제가 의아한 것은 그걸 본 사람도 그 문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권위 조사 내용을 (피해자 측에서) 전부 공개하면 (제가 가진) 오해들도 불식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는 이날 제작발표회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부정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다큐가 계속 홍보되고 있다. 이는 성폭력 부정주의에 기인한 2차 가해”라며 “막무가내 성폭력 부정주의는 정치도, 민주도, 진보도 아니다. 피해자 진술과 경험을 무시하는 가해자 중심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시장은 인권위와 법원에 의해 성희롱 가해자라는 사실이 확인된 사람”이라며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줄 수 있는, 악의적인 ‘박원순 다큐멘터리’ 상영 계획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오경민 경향신문 기자
WP 기사, "김건희=빨래건조대" 묘사 논란…"한국 영부인 모욕 말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기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에 대해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속어인 '빨래 건조대'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WP는 지난 12일 독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는 섹션에서 "부디 한국 대통령 부인을 모욕하지 말라"는 제목의 독자 의견을 맨 위에 배치했다.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에 사는 이 독자는 WP가 4월 27일자 기사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김 전 대표에 대해 "clotheshorse"라고 묘사한 부분을 비판했다. 이 말은 '빨래 건조대'로 직역되는데,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속어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사는 김 전 대표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 교수의 패션을 언급하면서 해당 속어를 사용했다.
이 독자는 이같은 표현에 대해 "(묘사가) 친절하지 않으며 기사의 어떤 내용도 그런 묘사를 입증하지 않았다"며 "이런 언급은 우리 미국 정부의 업무를 더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독자는 "방문객의 의상을 평가해서 달성하는 것은 많지 않으며 방문객의 의상에 대한 불필요한 부정적인 논평은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석줄 자리 일반시민 답글을 미국 국민의 의견인양 ... 포털에 상단에 하루종일 걸어 놓는 호들갑 이라니 이게 뭐슨 국제뉴스라고 ...
벌목노동자 전기톱에 다리 절단 사망…'산림청' 중대재해법 적용되나
'숲가꾸기' 사업 현장에서 다리 절단 사고…지난해에도 사망
벌목하던 50대 노동자가 전기톱에 다리를 베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조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남부지방산림청 영주국유림관리소가 소관하는 경북 봉화 숲가꾸기 사업 현장에서 산림조합 소속 58세 노동자 A씨가 사망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경북 봉화군 남부지방산림청 '숲가꾸기' 사업 현장에서 벌목된 원목을 절단하던 중 전기톱이 나무에 끼여 빼던 중 전기톱에 다리를 베여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국유림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원청 격인 산림청이 중대재해처벌법 조사 대상에 오를지도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에도 경북 봉화군 국유림에서 숲가꾸기 사업에 투입된 노동자가 벌목 중인 나무에 맞고 숨지면서 노동부가 사업주인 영림단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산림청에 대해서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한편, 최근 벌목작업 중 중대재해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전남 장성에서 벌목작업 중 노동자가 쓰러지는 나무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3월 4일에도 강원도 홍천 벌목작업 현장에서 굴착기를 운전하던 50대 하청근로자가 비탈길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사망한 바 있다.
한편,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중대재해법은 기관장을 경영책임자로 보고,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부과한다. 특히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경영책임자에게 6개월에 한번 이상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하청노동자 재해예방을 위한 도급·용역·위탁계약 내용 등을 점검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尹대통령, 또 '文 때리기' "탈원전이 한전 부실화 초래, 이념 정책 피해 보여줘"
2년차 첫 국무회의에서 성토…"이념적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 정상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년차 첫 국무회의에서도 부동산, 에너지, 세제 정책 등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5년 만에 400조 원이 증가해 총 1000조 원을 넘어섰다"며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빚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약탈"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 정부 5년간 서울 집값이 두 배로 폭등했고, 집 한 채 가진 사람은 10배 이상의 세금을 감당해야 했다"며 "반시장 정책은 대규모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과거 포퓰리즘과 이념에 사로잡힌 반시장적 경제정책을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시장 중심의 민간 주도 경제로 그 기조를 전환했다"며 "이념적,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을 정상화"를 취임 1년 성과로 자평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 인하,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통해 국민의 과도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역시 유예했다"며 "대출 규제 정상화, 규제지역 전면 해제, 재건축 규제 개선 등 반시장의 정상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결과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첫 예산부터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로 편성했고, 비효율적이고 비대해진 공공기관에 대해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며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선거용 포퓰리즘을 단호히 배격하고, 위법 부당한 보조금 사용을 엄정하게 조사해서 국민의 혈세가 한 푼도 낭비되지 않도록 해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념적, 정치적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핵발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다"며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이집트 핵발전소 수주 등을 에너지 정책 전환의 성과로 꼽았다.
특히 전날 5.3% 인상된 전기료와 관련해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초래한 한전 부실화는 한전채의 금융시장 교란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 이념에 매몰된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이전 정부를 겨눴다. 이어 노동, 교육, 연금 개혁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개혁은 언제나 이권 카르텔의 저항에 직면하지만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노동 개혁과 관련해 "조합비 사용 내역을 은폐하는 노조에 역대 처음으로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사태를 정상화했다"며 성과로 자평했다.
그러면서 "세제 지원 배제 등의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고 법률 개정안도 제출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또한 "미래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세습 등 불법적인 단체협약은 시정조치하고, 세습 기득권 철폐를 위한 공정채용법 개정안을 낼 것"이라며 "고용세습 등 불법적인 단체협약은 시정조치하고, 세습 기득권 철폐를 위한 공정채용법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했다.
교육 분야에 대해선 "획일화된 교육, 정치 이념적 교육 이런 데서 벗어나 창의와 다양성에 주목하는 교육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고 했고, 연금개혁은 "과거 정부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연금 개혁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연금 개혁은 최소 50년 이상 운용돼야 하는 체계인 만큼 하루, 이틀 안에 성급하게 다루기보다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그 골격과 합의를 도출해 낼 것"이라며 신중한 추진 방침을 밝혔다.
임경구 기자
5·18 진상규명위 “계엄군, 최소 50여회 발포…총상 사망자 135명”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최소 20곳 이상에서 50여 차례에 걸쳐 발포한 사실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계엄군에 의해 죽은 희생자 166명 중 135명은 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규명위는 16일 서울 중구 진상규명위 대강당에서 마지막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군의 5·18 진압작전을 재구성하고, 총상에 의한 사망자와 부상자들을 지도상에 표기해 분석한 결과 1980년 5월 계엄군이 광주와 전남 등 지역 최소 20곳에서 50여회 총 등 무기를 발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시민을 향한 계엄군의 구체적인 총격 횟수가 국가기관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계엄군의 첫 발포는 1980년 5월19일 오후 4시50분쯤 광주고등학교 앞에서 시작됐다. 이튿날 오후 11시쯤 광주역 인근에서, 21일에는 11공수여단과 7공수여단이 배치된 전남도청 일원과 3공수여단이 배치된 전남대 일원에서도 총격이 있었다. 조선대 앞·학동·지원동·송암동 등 지역에서도계엄군 발포와 그에 따른 피해가 있었다.
진상규명위가 병원진료 기록과 보상심의서류를 분석한 결과 총상에 의한 사망자는 총 135명, 부상자는 최소 300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기록상 숨진 민간인 희생자는 166명인데, 80% 이상이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전체 사망자 중 14세 이하 미성년자는 8명이었다. 여성 12명, 장애인 및 60세 이상의 고령자는 5명이었다. 진료기록과 보상심의 서류에 기반한 상해 피해자는 2617명이다.
진상규명위는 5월21일 광주 진압 작전에 투입된 육군항공대 코브라(AH-1J)헬기가 조선대에서 20㎜탄을 사격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탄두를 발견했다. 탄두의 실체가 확인된 건 소준열 전 전남북계엄분소장이 1988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조선대에 코브라 헬기 사격을 했다”고 밝힌 지 34년 만이다. 다만 코브라 헬기에 달린 기관총의 특성을 고려하면 복수의 탄두가 나와야 하지만 추가 탄두는 발견되지 않았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병력에게 실탄 등 무기가 지급된 사실도 재확인됐다. 진상규명위는 “5월21일 오후 1시쯤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 및 장갑차 돌진 후 이뤄진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전에 이미 일부 병력에 실탄이 분배됐다는 사실을 현장에 있던 계엄군의 진술과 현장 사진 등으로 확인했다”며 “당시 장갑차 기관총 사수로부터 5월20일부터 장갑차 기관총에 실탄이 장착돼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대장의 체험수기와 1995년 검찰 진술, 현장 취재기자들의 증언을 통해 도청 앞 집단 발포 상황에서 공수부대가 흩어져 횡대로 ‘앉아 쏴’와 ‘서서 쏴’ 자세로 동시에 여러 곳에서 사격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발적인 총격이 아니라 의도적인 발포였다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진상규명위는 “군 지휘계통 70여명의 증언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에게 발포 책임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첨단 조사기법을 동원해 책임 소재를 명료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모 당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차장은 “발포 명령은 문서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사실상 전두환의 지시라는 것에 대해서 동감한다. 발포는 보안사 계통에서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고 진술했다. 육군본부 보안부대장 김모 대령은 “10·26사태 이후 이희성은 실권이 없는 사람이었고, 참모차장 황영시가 광주 진압작전의 실질적 사령관이었는데 황영시를 움직인 사람은 전두환 사령관”이라고 조사위에 말했다.
진상규명위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직접 지시로 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유가족과 피해자의 인권을 탄압하는 공작 활동을 벌였다고 했다. 피해자 단체를 온건파와 강경파로 분열시키는 이른바 ‘비둘기 공작’을 실행하고, 희생자의 유해가 안치된 5·18망월묘역을 해체하라는 지시 등을 내렸다는 것이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이틀 앞둔 16일 서울 중구 위원회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회에서 유해 발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암매장된 희생자 시신 발굴도 진행 중이다. 진상규명위는 영암 공동묘지, 해남 우슬재 인근, 광주교도소 앞 야산 등에서 9구의 유해를 발견한 데 이어 지난 14일 전남 해남군 해남읍 백야리 예비군훈련장 인근 야산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3구를 추가로 발굴해 정밀 감식하고 있다.
부상자와 유가족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1980년 5월18일 부상자 442명 중 44명(10%), 19일 부상자 431명 중 58명(13%), 20일 부상자 308명 중 59명(19%), 21일 부상자 346명 중 108명(31%)이 장애 9등급 이상의 중증 장애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규명위는 43년이 지난 지금도 몸 안에 박힌 총탄을 제거하지 못하거나 신체 부상으로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는 피해자가 다수 있다고 했다.
진상규명위는 과거 육군본부, 전투병과교육사령부, 특수전사령부, 20사단, 31사단 등 진압 작전 관련 부대가 작성한 핵심문서는 영구 또는 준영구로 보존돼야 함에도 대부분 행방이 묘연하다며 진상 규명을 위해 압수수색 등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20년 1월 출범한 진상규명위는 출범 약 4년 만인 오는 12월16일 조사를 마친다. 내년 6월 종합보고서를 채택해 대정부 권고안을 제시하게 된다.
“1980년 5월 광주역 집단 발포 현장 지휘관 명령 따른 것”…5·18진상규명위 복수 증언 확보
1980년 5월 광주에서 신군부 세력의 공식 발포 명령이 내려지기 전 있었던 ‘광주역 집단 발포...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205121706001
경향
“계엄군, 5·18 진압작전 끝난 뒤에도 시민 사살했다”
5·18진상조사위 대국민 보고회
1980년 5월27일 시민군 거점이었던 옛 전남도청 인근 와이엠시에이(YMCA) 건물 앞에 총을 맞고 앉아 있는 김종연씨. 오른쪽에 총이 놓여 있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 제공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5월27일 진압작전이 끝난 뒤에도 시민을 사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계엄군이 공격용 헬기를 동원해 벌컨포 사격 연습까지 한 사실도 밝혀져 전두환 신군부의 ‘자위권’ 주장이 허구임이 드러났다.
16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발표한 조사 내용을 보면, 계엄군은 1980년 5월27일 광주 진압작전이 끝난 뒤 광주 와이엠시에이(YMCA) 건물에 은신해 있다가 밖으로 나온 김종연(당시 19·재수생)씨를 총으로 쐈다. 지난 6일 광주에 온 프랑스 사진작가 파트리크 쇼벨은 조사위에 “김씨가 (길 건너 전일빌딩 8층에서 취재하던) 나를 향해 손을 들어 ‘헬프 미’라고 소리쳤다”고 증언했다. 와이엠시에이 앞을 지나가던 계엄군 장갑차 위에서 군인이 쇼벨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 쇼벨은 “몸을 숨겼다가 다시 창밖을 보니 청년(김씨)이 쓰러져 있었고, 한참 후 현장에 갔더니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검시 조서를 보면, 김씨는 전신 다발성 총상을 입었다. 김씨의 주검은 5월27일 와이엠시에이에서 사살된 뒤 합판에 실려 전남도청 뒤편 정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총격으로 상처를 입은 시민을 사살한 사례는 또 있다. 조사위 보고서를 보면, 11공수특전여단 소속의 군인이 5월23일 광주시 동구 주남마을 미니버스에 탑승해 있다가 공수부대 총격을 받고 다친 채수길·양민석씨 등 2명을 주남마을 안 11공수여단 주둔지로 끌고 가 사살한 뒤 암매장했다. 조사위는 “민간인 2명을 사살한 뒤 암매장한 군인은 채씨의 사촌으로 확인됐고 그 군인이 그들을 사살하고 암매장한 사실을 인정한 진술을 영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조사위는 5·18 당시 어린이 행방불명자 이창현(당시 7)군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사진을 확보해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어린이는 앞서 노먼 소프 전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찍은 사진과 국외 방송사가 찍은 영상에 이동춘 목포과학대 교수에게 안겨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한겨레> 2021년 5월10일치 12면)
조사위는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이군 등 어린이 3명 중 조아무개(당시 11)군이 아동복지시설로 옮겨져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허연식 조사2과장은 “그동안 실종자는 암매장과 연관해 조사했는데 조군의 입양 사실을 확인하며 이군도 입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국의 아동복지시설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진기자 프랑수아 로숑과 파트리크 쇼벨이 1980년 5월27일 아침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직후 찍은 군버스.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이창현군(붉은 원)의 마지막 모습이다. 5·18기념재단 제공
최근 5·18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돼 암매장 의혹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조사위는 전남 영암 공동묘지 6구, 해남 군부대 인근 5구, 광주교도소 앞 야산 1구 등 모두 12구의 유해를 발굴해 유전자 조사 등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4일 해남군 해남읍 백야리 예비군훈련장 인근 야산에서 발굴한 유골 3구는 정밀감식 중이다. 하지만 5·18연구자인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군 기록에는 해남에서 발생한 희생자 3명을 해당 지역에 가매장했고 주검 2구를 가족이 찾아갔다고 나온다. 희생자가 더 있을 순 있지만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전남 해남에서 5·18 관련자로 보이는 유골을 수습하고 있다. 조사위 제공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관련한 물증도 확보했다. 조사위는 지난해 3월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뒷산에서 20㎜ 벌컨포 연습탄두 1개를 확보했다. 탄두가 발견된 곳은 계엄군 주요 지휘관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공격헬기’ 코브라의 사격 지점과 일치한다. 조사위 쪽은 “계엄군이 벌컨 연습탄 사격까지 한 정황을 발견하고 사실 관계를 정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건희 여사 3대 연관어 표절·의혹·범죄…최다 보도는 ‘주가조작’
미디어오늘·스피치로그, 지난 1년 김건희 여사 보도 등 연관어 분석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떼어놓을 수 없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본인의 허위경력 의혹 등에 눈물의 사과를 했던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조용한 내조’라며 활동을 재개했고, 단독 행보나 정책 관련 입장 발표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시사저널 조사에서 분야별 전문가 500명은 김 여사를 ‘대통령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았다. 9일 MBC ‘100분토론’ 조사에서도 김 여사는 ‘윤석열 정부 1년을 정리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2위에 올랐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높은 관심은 그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에 대한 평가로도 이어져왔다. 미디어오늘도 김 여사의 활동 재개를 가치 판단 없이 ‘내조’로 표현하는 언론, 김 여사의 옷차림과 패션 아이템을 광고처럼 쏟아낸 보도, 나아가 김 여사 행보를 비판한 야권 정치인들 주장과 이에 대한 논란까지 여러 기사를 생산했다. 김 여사 보도에 대한 평가는 ‘지나친 비호·축소’, ‘과도한 의혹 제기’라는 양 극단을 오가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발언 빅데이터 분석업체 ‘스피치로그’와 지난 1년간 김 여사 언급 현황을 살펴봤다.
먼저 지난해 5월15일~올해 5월14일 김 여사 이름 ‘김건희’와 함께 언급된 연관어 500개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전체 66%(330개)가 부정어, 30%(150개)가 긍정어로 나타났다. 중립은 4%에 그쳤다.
▲스피치로그가 최근 1년 김건희 여사 연관어를 감성 분석해 추출한 결과. 그래픽=안혜나 기자
조사 대상 플랫폼별로 긍정·부정어 키워드와 빈도를 분석한 결과도 김 여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해당 기간 트위터에서 김 여사와 함께 언급된 상위 5개 키워드는 표절(11만2879회), 의혹(7만8506회), 범죄(5만8447회), 논란(4만1624회), 혐의(2만7954회) 등 모두 부정어로 나타났다. 트위터·커뮤니티·블로그에선 ‘범죄’가 3, 4순위에 올랐다. 김 여사 언급량 자체가 타 플랫폼보다 적은 인스타그램의 경우 중립어인 ‘추모’가 1순위, 부정어인 ‘허위’가 5순위로 나타난 특징이 있다.
뉴스의 경우도 상위 연관어가 모두 부정어이지만, 유일하게 ‘표절’이 5위권에 들지 않았다. 김 여사 관련 뉴스 연관어들 가운데 ‘표절’은 ‘고발하다’(3183회) ‘비판하다’(3036회) 등에 이어 8순위로 나타났다. 의혹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 누군가 김 여사의 의혹 관련해 고발이나 비판을 했다고 전하는 기사 작성 관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언론이 생산한 기사는 주로 어떤 이슈를 다뤘을까. 윤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해 5월10일부터 1주년인 올해 5월10일까지 1년간 종합일간지·방송사·통신사·경제지·인터넷신문·지역지 등 96개 매체에서 김 여사를 언급한 기사는 총 2만9218건으로 나타났다. 이슈 집중도가 가장 많은 사안은 전체 17.9%를 차지한 ‘주가조작’(5241건)이다. 주가조작 의혹과 연관되는 ‘도이치모터스’ 관련으로 분류되는 기사가 15.5%(4545건), 김 여사의 ‘검찰수사’를 다룬 기사가 9.7%(2845건)로 뒤를 이었다. 김 여사의 ‘봉사활동’ 관련 기사는 0.5%(142건), ‘패션’ 관련 기사는 0.4%(105건)로 나타났다.
다만 주가조작 관련 기사의 상당수는 정치 분야, 여야간 정쟁·공방을 중심으로 다룬 내용이었다. ‘주가조작’ 주제의 5241건 기사 중 정치 분야 기사는 4325건으로 전체 기사의 82.5% 수준에 달했다. 반면 검찰 수사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회 분야 기사는 872건으로 16.6%에 해당했다. 기사 제목에 ‘김건희’가 언급된 비중은 전체 기사의 42.0%(2203건)인 가운데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언급된 기사도 5건 중 1건 꼴인 22.4%(1175건)였다. ‘윤석열’(105건), ‘尹’(551건), ‘대통령’(806건) 등 윤 대통령 관련 키워드가 제목에 언급된 기사는 전체의 27.8%(1462건)였다.
▲스피치로그 분석 결과. 김건희 여사 관련 월별 기사량(건수).
김 여사 관련 기사량을 월별로 나누면 지난해 9월(4084건)이 가장 많고, 올해 2월(2953건) 기사량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9월은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 정상회의를 비롯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김 여사와 동행한 시기다. 당시 이른바 ‘바이든 대 날리면’ 공방을 부른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더불어 김 여사의 민간인 동행 논란이 제기됐다. 올해 2월엔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가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재판 판결문을 분석해 김 여사과 작전세력간 연관 의혹을 보도하고, 야권이 이를 인용해 주장하자 대통령실이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 인용된 조사 정보
시사저널 ‘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 50명씩 총 500명 대상으로 2022년 6월30일~7월18일 전화 여론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4.4%P.
MBC ‘100분 토론’, 윤석열 정부 1주년 조사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몰아붙이는 언론, '윤석열 1년' 덮은 ‘김남국’ 이슈
[5월 둘째주 키워드 분석]
언론, 김남국·기시다·오염수 등 집중 보도
‘윤석열’ 1위 밀려나고 ‘이재명’은 SNS 최다
SNS·커뮤니티는 ‘김남국’, 유튜브는 ‘오염수’ 급등
‘김남국’ 부정감성어 69%..‘아니다, 의혹, 범죄’ 등
5월 두 번째 주(5월5일~5월11일) 언론에 보도된 뉴스와 SNS, 인터넷 커뮤니티를 합쳐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1위는 ‘김남국’이었다. 그러나 채널별로 보면 언론의 뉴스에서는 ‘기시다’가, SNS에서는 ‘이재명’이, 커뮤니티에서는 ‘김남국’이 1위를 차지해, 채널별로 최다 언급 키워드는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김남국’ 키워드 종합 1위는 5일 언론에 최초 보도된 이후 모든 언론에서 가상화폐 투자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방한한 ‘기시다’ 총리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문제,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평가 기사도 언론에서는 ‘김남국’ 이슈 뒤로 밀려났다. 언론에서는 이밖에, ‘윤석열’ ‘국민의힘’ ‘코로나’ 등이 주요 키워드로 올랐다. 지난주 종합과 커뮤니티에서 1위였던 ‘윤석열’ 키워드는 한 계단씩 하락했고, 언론 1위 키워드였던 ‘혐의’는 5위로 하락했다.
언론의 기시다 일본 총리 집중 조명은 한일정상회담 이후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 일정으로 인한 것이고, SNS에서는 ‘이재명’ 키워드가 지난주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김남국’ ‘윤석열’ ‘평산책방’ ‘이낙연’ 등이 많이 언급되었으며 ‘코인’ ‘위믹스’ 키워드가 새롭게 등장했다. 유튜브에서는 ‘오염수’ ‘홍준표’ 키워드가 급상승했다. 커뮤니티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이슈로 ‘김남국’ 키워드가 1위로 급등했고, ‘평산책방’ 키워드는 자원봉사 모집 이슈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업자 등록 대표 건으로 인해 순위가 급상승했다.
‘김남국’ 키워드가 종합 순위와 커뮤니티에서 1위로 급상승한 것은,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이슈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키워드가 뉴스와 유튜브에서 급상승한 것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시찰단으로 이슈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평산책방’ 키워드가 급상승해 상위권을 나타낸 것은 평산책방 논란으로 인한 것이다. 유튜브에서 ‘홍준표’ 키워드가 급상승한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 연일 쏟아내는 비판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관련 비판 발언 때문으로 나타났다.
‘김남국’ 연관 키워드로 뉴스기사에서는 ‘의원’ ‘민주당’ ‘가상자산’ ‘가상화폐’ 순이었고, SNS에서도 ‘의원’ ‘민주당’ ‘가상화폐’ ‘가상자산’ 순이었다. 유튜브의 경우 김남국 수사 관련으로 인해 ‘검찰’ ‘한동훈’ ‘위믹스’ 키워드가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커뮤니티에서는 ‘이준석’ ‘ 위믹스’가 연관 키워드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기시다’ 키워드는 한일정상회담 성과 보도가 집중되었던 5월 8일 최고치의 버즈량(언급량)을 기록했다가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이슈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소셜미디어에도 확대되면서 ‘기시다’의 버즈량은 급감한 반면, ‘김남국’ 키워드는 5월 8일 버즈량이 급증하면서 9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각 채널에서의 버즈량이 감소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김남국’ 이슈가 지속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커뮤니티에서의 폭발적인 버즈량을 통해서 확인된다.
‘김남국’ 키워드에 대한 긍정, 부정어 분석 결과, 긍정 감성어는 31%(871개)에 그친 반면, 부정 감성어는 69%(1906개)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긍정어로는 ‘검소한’ ‘밝히다’ ‘그렇다’ ‘부자’ ‘위하다’ 등의 순이었고, 부정어는 ‘아니다’ ‘의혹’ ‘범죄’ ‘못하다’ ‘비판하다’ ‘거짓말’ 등의 순으로 뉴스를 비롯한 모든 채널에서 부정어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김종호 <스피치로그> 이사 시민언론 민들레
박원순 다큐 제작진 “성희롱 증거는 어디에 있나?”
‘첫 변론’ 제작발표회…시민 5000명 후원 참여
“박 전 시장의 1차 가해 규명되지 않았다”
"결론 도출 아니라, 피조사자에게 변론기회 주려"
검찰, ‘피해자 실명 공개’ 김민웅에 징역 1년 구형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다큐멘터리 '첫 변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제작 관련자들. 왼쪽부터 이연주 변호사,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 김대현 감독, 이선희 박원순 팬클럽 동행 사무처장. 2023.5.16. 유튜브 채널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캡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다룬 영화 ‘첫 변론’ 제작발표회에서 성폭력이나 성희롱이라고 주장할만한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성토가 나왔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박원순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영화는 오는 7월 개봉할 예정이며 이날 발표회는 최근 이 영화를 둘러싸고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영화의 원작인 ‘비극의 탄생’ 저자인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을 보면 “‘섹스를 알려주겠다’ ‘남자를 몰라서 결혼을 못한 것이다’ ‘네일아트를 한 손을 만졌다’는 등의 피해자 호소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피해자의 호소 내용뿐인가 아니면 이에 대한 증거가 존재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머릿속에 있는 내용으로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다”면서 “사건 발생 시기 찌라시라며 돈 것이 사실 피해자가 경찰에 진술한 1차 진술서였는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피해자의 머릿속에 있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매도에 활용된 언론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박 전 시장 관련 보도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2020년 7월 박 전 시장 사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 이후 1년 후까지 언론 보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1만 4028건의 기사 중 유족 측 입장을 보도한 기사는 2112건으로 고소인 측 입장만 다룬 기사 1만 1526건보다 훨씬 적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유족 측 입장을 반영한 기사라는 것도 사실 유족 관련 키워드가 들어가 있는 수준”이라면서 “일방적 보도로 인해 박 전 시장은 성추행범, 성범죄자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 발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국가인권위는 극히 예외적인 직권조사를 발동하여 피조사자의 방어권이 전혀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에 따라 성희롱을 인정했다”면서 “성희롱 사실을 입증 가능하다고 발표한 근거 중 네일아트 한 손을 잡았다는 주장은, 인권위 발표 이후 나온 증언으로 반박됐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을 보좌했던 ‘6층 사람들’에게 증언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다는 주장도 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고소인 측은 박 전 시장을 보좌했던 사람들에게 성비위 방조, 방임 혐의를 씌우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이 직접 고소하지는 않았다”면서 “제삼자에 의해 고발된 사건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권력형 성범죄 방조범으로 인식돼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죄인이 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고통을 받은 사람이 많으며 본 사건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사실상 쫓겨난 사람들도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로 인해 많은 사람이 증언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첫 변론'을 설명하고 있는 김대현 감독. 2023.5.16. 유튜브 채널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캡처
발표회에는 김대현 다큐멘터리 감독, 원작자인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지원한 박원순 팬클럽 ‘동행’의 이선희 사무처장, 법률고문을 맡은 이연주 변호사가 참석했다.
박원순에 변론 기회 주는 영화
김대현 감독은 여성주의에서 말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동의하면서도 ‘피해자 절대주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전 시장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피해자 중심주의 등 여성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한다”면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절대주의는 아니며 2차 가해 문제는 1차 가해가 규명되지 않은 현 상황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박 전 시장 사망 후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의 두 차례 기자회견, 지난해 1월 인권위 발표에서 박 전 시장 사건의 사실 관계 파악이 멈춰 있다”면서 “영화를 통해 박 전 시장 사건의 진상이 거기서 멈춰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재판관이 아니기 때문에 결론을 도출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면서 “한 번도 변론 기회를 얻지 못한 박 전 시장에게 변론 기회를 주고 사실이 잘못 알려지고 오해받는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첫 변론'은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며 제작을 위해 약 5000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에 참여했다.
한편 16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의 피해자로 지목된 A 씨의 실명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 대표는 2020년 12월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 비서의 손 편지’라며 A 씨의 실명이 담긴 편지 사진을 올렸다. 게시글은 곧 삭제됐지만, A 씨 측은 김 전 교수를 고소했다. 1심에서 김 대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31차 촛불집회를 마친 뒤 행진을 이끌고 있는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 공동대표. 2023.3.18. 이호 사진작가
김민웅 "실수로 인한 실명공개였다"
김 대표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 실명 노출은 순전한 과실로 일어난 사건”이라면서 “시력 자체도 한 눈은 거의 실명 상태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가 아니었다면 실명 노출을 발견한 즉시 이를 수정하려고 다급하게 애를 썼을 리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실명 부분을 빼놓고 동일한 자료를 공개한 민경국 비서관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국가인권위는 당사자가 주장한 12개 가운데 두 개를 인정했고 그 가운데 하나마저도 증거로 확증되지 못했으며 손을 만졌다는 사안도 그 동기에 대한 다른 주장이 제기된 상태”라면서 “고 박 전 시장 사건 당사자가 (성희롱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피해자 규정에 따른 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 항소심 공판에 대해 A 씨 변호인이었던 김재련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얼마나 관용적이어도 되는지를 보여주는 표상이 될 것”이라면서 “위력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지지자들이 마음껏 피해자를 공격해도 좋은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언론 민들레
<조선> ‘분신 방조’에 경찰 “취재 없이 보도…노조간부가 계속 말려”
노동자 분신 방조 조선일보 보도 일축
‘그러지 말라 계속 말려’…현장 기자 증언
<조선일보>가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가 분신 사망할 당시 옆에 있던 노조 간부가 ‘막지도 불 끄지 않았다’고 보도하자,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이 간부를 ‘자살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해당 간부는 양씨의 극단 선택을 만류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조선일보 보도를 일축했다.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17일 오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사가 나왔지만 자살방조죄 등으로 입건하거나 한 것은 없다. 아직 사건이 결론 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보기엔 그냥 변사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씨가) 바로 불을 지른 게 아니고 주위에 시너를 뿌려둔 뒤 동료가 왔을 때도 라이터를 든 채 ‘가까이 오지 마라. 여기 시너 뿌려놨다’고 경고해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괜히 다가갔다가 자극받은 양씨가 라이터를 먼저 당길 수도 있고, 만약 들어가서 말렸다면, 둘 다 같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사건 현장에서 옆에 있던 <와이티엔>(YTN) 기자들의 진술을 봐도, 노조 간부는 (분신을 시도하는) 양씨에게 ‘하지 말라고, 그러지 말라’고 계속 말렸다고 한다. (조선일보) 기사는 해당 기자가 알아서 쓴 거지, 경찰에 취재를 하거나 연락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기획분신설’로까지 증폭시켰다. <조선일보> 보도 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신전대협’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해당 노조 간부를 ‘자살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양씨는 지난 1일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공갈이라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역 건설사들과 교섭 과정에서 조합원 고용과 노조 전임자 활동비 등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공동공갈’ 혐의 수사를 받아왔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고아라는 것도, 양어머니 존재도 모두 거짓이었다”
조작된 입양③
<한겨레>는 창간 35돌 기획으로 국제입양인 20명의 이야기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었고 올해는 국제입양 70주년이다. 칠레·아일랜드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국가 차원의 인권침해 조사를 곧 시작하기도 한다.
산 역사의 주인공들을 섭외해준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은 덴마크를 비롯한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 10개국에서 650여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의 한인 입양인 커뮤니티다. 지난해 8월부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334건의 입양 사례를 제출하며 조사를 신청해 12월 ‘해외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 조사 개시를 이끌어낸 바 있다. 진실화해위는 오는 6월부터 코펜하겐·오슬로 등 현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20만명으로 추산되는 국제입양인들의 이목이 여기에 쏠려 있다.
<한겨레>는 영아 매매, 기록 위조 등 출생과 함께 부당하게 취급된 자신들의 역사를 뒤져 진실과 정의를 회복하려는 국제입양인들의 열망을 존중한다. 20명이 짧게 쏟아낸 과거사 속엔 조사 대상자로서 진실화해위에 거는 기대가 함께 담겨 있다.
서류에 6개월 머문 고아원 실제 나는 그곳에 없었다
베티나(입양 당시 6개월, 현재 49살, 덴마크)
입양 서류상 저는 1974년 2월7일에 태어났고, 한국 이름은 조정희입니다. 젊은 미혼 여성이 저를 낳고 생년월일이 적힌 종이 한장을 ‘바다의 별’ 가톨릭 어린이집 앞에 두고 떠났습니다. 그해 8월15일 누군가 저를 비행기에 태웠습니다. 이틀 뒤 생후 6개월 아기로 덴마크에 와 입양됐다고 합니다.
2019년 양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한국에서 친가족 찾기를 시작했습니다. 마포경찰서에 갔습니다. 디엔에이(DNA) 검사를 받았습니다. 생모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커뮤니티센터를 찾아갔어요. (제 사건 파일에 기록된) 생후 6개월 동안 머문 고아원에서는 제가 그곳에 머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첫 3개월간 생모와 지냈으며, 생모가 1974년 5월9일 저를 한국사회봉사회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완전한 입양 파일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받은 문서엔 수정 사항이 있었고, 친부모와 저에 대한 새 정보가 없었습니다.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2022년 11월 다시 한국에 와 수정을 거치지 않은 파일 사본을 받았고, 번역자의 도움을 받아 손글씨로 된 한글과 한자를 해독했습니다. 그 결과 친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법적 후견인이 됐던 한국사회봉사회 대표가 제 성과 이름을 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일에는 당시 24살이었던 생모 이름과 생년월일, 제가 태어난 곳 주소가 적혀 있었습니다.
입양인이 입양 서류에 접근할 권리를 제대로 주었으면 합니다. 지금 친가족을 찾는 일은 정말 복잡합니다.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DKRG)은 이제 막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시작했죠. 밝혀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입양때 모습 사진 두장 정말로 내가 맞는걸까
미 슐리크테르가 갖고 있는 자신의 입양 당시 사진(위 두 사진). 그는 이 사진 속 아이가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 슐리크테르(입양 당시 3살, 현재 46살, 덴마크)
입양 이야기―버전 1
3살 때 덴마크에 도착해 두 자녀를 둔 가정에 입양되었습니다. 그들은 고아를 돕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 고 있었습니다. 안전하고 행복한 어 린 시절을 보냈지만, 때때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느낌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입양 이야기―버전 2
이 이야기를 알게 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 다. 우연한 기회에 많은 분의 도움으로 제 입양 이야기의 조각을 맞춰나갔습니다. 저는 1976년 12월16일, 3살 조금 넘어 덴마크에 도착했습니다. 양부모는 3주 전 공항에 왔는데, 제가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 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갔죠. 현재로서는 그때 그 아이가 비행기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사진 속 아이가 저라는데, 두 사진이 같은 아이가 아닐 수도 있음을 최근에 알아냈습니다. 제 사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생년월일은 여러번 바뀌었고, 덴마크 도착 직전 심각하게 아팠던 것으로 나옵니다. 정말 제가 아팠을까요, 아니면 도착하지 못한 다른 아이가 아팠을까요? 그게 사실이라면 저는 누구일까요?
진실화해위원회에 바랍니다. 사진 속 인물을 찾아주세요. 제가 갑자기 입양됐다면 제 입양 이야기 중 맞지 않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제가 길 거리에서 발견된 고아가 아닐 수도 있나요? 한국에 저를 그 리워했거나 아직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입양·출입국 기록 달라 그것조차 사실인지 의문
메리 바워스(입양 당시 5개월 추정, 현재 40살 또는 41살, 미국)
첫 기억 중 하나는 양할머니가 케이크를 장식하는 모습입니다. 케이크는 3층이었고 버터크림으로 만들어진 꽃들이 있었어요. 빛나는 별처럼 별사탕이 반짝였어요. 그 케이크 안에 들어가서 눈 덮인 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싶었습니다.
케이크에 대한 집착이 행복한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상상하고 싶지만, 그다지 축하할 만한 인연은 아닙니다. 입양 기록과 출입국 서류, 한국의 양음력까지 고려하면 저는 다섯개 생년월일을 가졌습니다. 다 합치면 기대수명은 약 433년 정도. 하지만 언제 태어났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사회는 그런 운명에 처하게 된 저에게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참수되기 전의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생일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미국의 입양 가정에서 자랐으니까요. 정체성, 가족, 국가로부터 폭력적으로 단절된 공주라고 해도 동정은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바닐라 프로스팅을 먹으며 층 사이에 감정을 숨깁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깊은 슬픔이 밀려옵니다. 감정은 솔직한 법입니다. 세상은 제가 상상할 수 없었던 무대에서 평범하지 않은 진실을 환영해주었습니다. 낯선 이들이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 교감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끔찍한 아동학대, 무고한 피해자의 수치심, 반인륜적 범죄에 장미 장식을 입히고 이를 ‘케이크’라고 선언하는 일을 계속해서는 안 됩니다.
‘생계탓 포기’ 서류와 달리 친부모 ‘아기 죽었다’ 들어
미아 리 쇠렌센 (입양 당시 9개월, 현재 35살, 덴마크)
제 삶은 덴마크에 오기 9개월 전 1987년 광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엄마는 임신 25주였을 때 급하게 가까운 병원으로 실려 가 저를 낳았습니다. 아기가 심각한 손상 없이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오랫동안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제가 어디에 얼마나 있었는지, 누가 제 인생에 대해 이런 끔찍한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부모가 돈이 없어 저를 키울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믿어왔습니다. 제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외국으로 보내줬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양 서류에 적힌 내용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그들과 재회했을 때 입양 서류가 전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가족은 제가 태어날 때 죽었다고 생각했고, 저는 가족들이 가난해서 저를 버렸다고 여겼습니다. 또 덴마크 양부모는 입양을 통해 저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줬다고 믿었습니다.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지만, 진실을 더 알아야 합니다. 누가 나와 친가족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나는 어디 있었는지, 누가 내 인생을 그렇게 끝내고 시작할 권리를 행사했는지, 내 생년월일은 언제인지, 어떻게 무고한 아이의 생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이런 비인간적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지. 진실을 알면 남은 인생을 좀 더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잃은 과거 찾을수 없지만 책임자 찾아내는 일 필요
시몬 호크베르다(입양 당시 4살, 현재 57살, 네덜란드)
1966년 10월6일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이름은 김귀자,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군이었습니다. 둘은 어머니가 일하던 바에서 만났는데, 파주 인근 유엔클럽이라는 바였을 거예요. 1969년 후반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학교에 갈 기회도 없었고,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기 힘든 형편이었습니다. 1970년 혼혈이라는 이유로 네덜란드로 입양됐습 니다.
1986년 한국사회봉사회에 편지를 보내 어머니와 동생을 찾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저를 기억 하는 한 사람이 파주 옛 주소로 찾아갔지만 도시 전체가 바뀐 뒤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분은 얼마 뒤 세상을 떠났고 조사는 중단됐습니다.
미군 캠프타운에서 저 같은 혼혈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알게 되면서 분노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가 이뤄진 뒤 우리 입양인과 친가족이 아직도 겪어야 하 는 모든 끔찍한 일들에 대해 누군가는 사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원하는 것은 엄마를 안고 우리가 잃어버린 세월에 대해 함께 우는 것입니다. 어머니(올해 79살이라고 합니다)와 남은 시간을 보내길 원합니다. 어머니를 찾는데 성공한다면요.
“양아버지 동의서를 가져와도, 입양 서류를 보여주지 않았어요”
잃은 과거 찾을수 없지만 책임자 찾아내는 일 필요
김미애(입양 당시 2살, 현재 52살, 네덜란드)
엄마가 아빠와 동생들을 남겨두고 남쪽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순간, 제 인생은 뒤집혔습니다. 엄마는 어린 저를 데려갔습니다. 조부모 집에 맡겨졌고 막내이모의 돌봄을 받았습니다. 7개월 뒤 조부모는 엄마에게 저를 데리고 떠나라 했고, 대도시 광주에 있는 엄마의 상사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다면 저를 부잣집에 넘기라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김영희라는 이름으로 광주의 한 아기보호시설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국제입양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광주와 서울의 고아원에서 1년을 보낸 뒤 네덜란드로 갔습니다. 소녀 알리스로서 새 삶을 시작했죠. 어린 시절 기억은 흐릿하지만 눈물과 슬픔의 느낌은 생생합니다. 종종 별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강하고 독립적인 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눈물과 슬픔을 숨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힘든 여정 끝에 2008년 가족을 찾았습니다.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을 수 없었지만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입양의 진실을 찾고, 입양 시스템을 이해하고, 잘못된 입양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찾으려는 탐구욕은 네덜란드한국인진상규명그룹(NLKRG)을 세운 원동력이 됐습니다. 해외한국인진상규명그룹(OKRG)에 모인 다른 단체들과 함께 진실을 규명하고 과거와 또 조국과 화해했으면 합니다. 불안과 상실의 긴 여정을 끝내고 치유를 시작하기 위하여.
고아인 줄 알고 살았는데 입양기관엔 친부모 이름
마리아 스벤센(입양 당시 4개월, 현재 45살, 덴마크)
저는 고아였습니다. 한 보육원 문 앞에서 바구니에 담긴 채로 발견됐는데, 옷에 종이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덴마크로 보내졌을 때 생후 4개월에 불과했습니다. 전형적 중산층 가정의 자상한 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도시락, 강아지, 조랑 말, 장난감으로 가득 찬 방이 있는 큰 집에서요.
지난해 진실화해위원회에 대해 듣고 제 입양 정보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아가 아니었더군요. 한국 입양 기관은 제 친부모 이름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형제자매가 있다고 했고요. 놀랍고 새로운 정보입니다. 정말 고아가 아닌가요? 부모님을 닮았나요? 아직 살아 있나요?
제 새로운 입양 이야기는 답보다 더 많은 질문으로 끝나기 때문에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에 기대를 겁니다. 한국 사회가 입양을 위해 아이를 내주거나 잃은 여성과 가족들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입양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알 권리를 얻기를 바랍니다.
서류 속 사진의 아기는 내가 아닐 가능성 높아
입양 파일에 있는 마리의 사진(위). 마리는 이 사진이 자신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마리(입양 당시 3개월, 현재 46살, 네덜란드)
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직접 보지 못했거나 목격자가 오래전에 사라진 경우에도 진실을 알 수 있을까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밝혀진 뒤에야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울산이나 부산에서 1976년 5월19일 태어났다고 하는데, 사망한 아기의 서류를 들고 네덜란드로 여행을 간 것 같습니다. 아무도 제게 말해주지 않았지요. 한국사회봉사회의 파일에는 그 어떤 특이점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입양 서류에 있는 사진 속 아기는 제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 부모는 제 파일에 언급돼 있지 않았으며, 지금도 찾을 수 없습니다.
한국 이름 유원희는 제가 잠시 머문 남광보육원에서 지어준 것 같습니다. 서류는 기껏해야 개략적 수준이고, 서울의 한국사회봉사회에서 지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입니다. 한국에서 4~5개월 정도 살았다는 정도입니다. 부모 미상, 생년월일과 발견 장소 미상. 확실한 건, 진실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게 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20년간 서류 보려 분투 아직도 전체 열람 못해
안 아데르센(입양 당시 2살, 현재 54살, 덴마크)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지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04년부터 입양 서류를 볼 기회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해왔으니까요.
2004년 홀트아동복지회 사무실에서, 접근할 수 없는 문서가 여럿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기밀 서류라고 했습니다. 양부모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이듬해 양아버지가 작성한 입양 동의서를 손에 들고 홀트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제 법이 바뀌었으니 양아버지 동의서로는 그 서류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입양 서류 전체를 보지 못했습니다!
입양인 트라이앵글(양부모-친부모-입양인)에서 입양인들은 최약자 위치입니다. 입양인은 유일하게 의견을 묻지 않는 당사자입니다. 어른들이 아이를 대신해 결정을 내립니다. 많은 입양 사례에서 어른(입양 기관)이 그렇게 책임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밝혀지고 있습니다. 입양 기관이 입양인과 친부모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수십년 동안 이것이 단지 추정일 뿐이고 소수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메타적 관점에서 전체 프레임을 봅니다. 조직적인 거짓말과 의도된 위조와 사기가 보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가 잘 이뤄진다면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겁니다. 입양으로 인한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는 입양인(또는 친부모) 처지를 겪어봐야 알지요. 많은 입양인이 무엇을 잃었는지 정확히 모르기에 정의하기조차 어려운 상실감을 겪습니다. 입양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입양인도 있습니다. 2022년 8월 진실화해위원회에 제 사건을 제출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홀트, 아기 빼돌렸나…“엄마 왔을 때 ‘애 없어요’ 거짓말”
조작된 입양④
보육원 고아라고 들었는데 46년 만에 친가족 찾아내
마리아 담 한센(입양 때 1살, 현재 46살, 덴마크)
46년 동안 저는 남광보육원에서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입양된 고아라고 알았습니다. 거짓이었습니다. 한국사회봉사회는 저에게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저는 1976년 10월4일에 태어났고, 출생 직후 서울 사당동에 위치한 산호산부인과를 통해 한국사회봉사회에 의뢰되었습니다. 태어난 지 24시간 만에 저는 입양될 준비를 갖췄습니다.
또한 한국사회봉사회는 저에게 친어머니(이씨 성)와 친아버지(염씨 성), 3남매와 더불어 이란성 쌍둥이 형제가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극심한 가난 때문에 친아버지는 쌍둥이 형제를 키우기로 결정하고 저를 입양 보내기로 했답니다. 새로운 정보는 충격으로 다가왔고 정체성이 뒤집혔습니다. 친부모에게 화를 낼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에 대한 정보에 더 깊이 접근하고 싶을 뿐입니다.
부모이름 겨우 알아냈지만 기관선 7주만에 찾기 포기
마리올레인 판헤이스베이크(입양 때 2~3개월, 현재 36살, 네덜란드)
1986년 입양되었습니다. “역대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때마다 들어온 말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두 명의 언니를 둔 따뜻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들은 항상 제 친가족을 생각해주셨어요. 하지만 그들이 누군지 모릅니다. 1993년 양아버지가 이들을 찾으려고 할 때 한국사회봉사회에서는 여러 번 이름(아버지: 김창선 03-03-1952 / 어머니: 김영선 08-08-1952)을 알려주었습니다. 비현실적이었죠.
이제 제가 나섰습니다. 입양인이기에 입양기관에서 더 많은 정보를 주길 바랐습니다.
이 글이 저에게 희망을 줍니다. 모든 것이 물음표인데, 한국사회봉사회는 7주 만에 저에 대한 정보 탐색을 중단했습니다. 올해 1월25일에 제 요청을 수락한 뒤 3월17일에 탐색을 중단했다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제 생년월일이 1986년 10월7일인가요? 제가 태어난 날은 오후 1시24분? 이것이 사실이라면 탐색의 유일한 시작점입니다.
70여년간 부끄러운 입양 한국 현대사에서 끝내야
토비아스 휘비네테(입양 때 7개월, 현재 52살, 스웨덴)
한국 이름은 이삼돌입니다. 1971년 9월 생후 약 1개월쯤에 여수 인근의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후 광주 대한사회복지회 지부로 옮겨졌는데, 생후 7개월 무렵인 1972년 3월 스웨덴으로 입양되었습니다.
공업도시 모탈라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용접공이었고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였습니다.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한국 입양 문제에 관한 최초의 탈식민주의 페미니스트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90년대부터는 한국 입양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한국 입양학 및 비판입양학이라는 학문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 20만명에 이르는 한국인의 서구 입양 중 상당수가 비윤리적이고 심지어 불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은 한국 입양 활동가들과 연구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70년 동안 한국에서 서방으로 끊임없이 이어져온 국제 입양은 이제 마감해야 할 한국 현대사의 부끄럽고 어두운 장입니다.
출생지·생일 달라 충격 첫 방한뒤 10년간 방황
마이브리트 코에드(입양 당시 7개월, 현재 46살, 덴마크)
홀트아동복지회가 지어준 이름은 김수정입니다. 덴마크 이름은 마이브리트 코에드입니다. 1977년 5월17일 처음으로 덴마크 땅을 밟았습니다. 생후 7개월간의 한국 생활은 기억에 없지만, 입국 후 1년 넘게 울고 악몽을 꿨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사랑과 정이 넘치는 시골 작은 마을의 가정에 정착한 저는 제가 다르다는 사실과 관련된 끔찍한 일을 경험한 적 없습니다. 자라면서 과거 배경을 들여다보는 데 관심이 없었지만, 20대에 양부모를 잃고 아이를 낳으면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2009년, 처음 한국에 왔습니다. 제가 지낸 고아원을 방문한 뒤 제가 서울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늘진 배경을 처음 접한 순간이었습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황당하고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이 챕터를 닫기로 결정했습니다. 2019년 한국에 올 용기를 내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그사이에 제가 마산(현 창원시)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가족과 함께 그곳 고아원에 가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문서를 보관하던 건물은 불에 탔다고 합니다. 제 사례의 핵심은 두 개의 생년월일로 등록되어 있고, 체중, 키 등이 주어진 날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덴마크 입양 회사 디아이에이(DIA)로부터 파일을 받기 위해 애도 써봤고 덴마크 국립기록보관소의 문도 두드렸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입양인이 직면하는 시스템입니다. 법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영유아 인신매매일 수밖에 없기에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을 밝혀주길 바랍니다. 그 결론에 따라 덴마크에서도 조사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홀트에 찾아온 엄마에게 이미 국제입양됐다 거짓
김 톰슨(입양 당시 7개월, 현재 47살, 미국)
1975년 12월 젊은 미혼모에게서 태어났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갓난아기 때 병원 문 앞에 버려진 채 발견되었고, 정확한 생년월일과 이름, 엄마의 신원도 모두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2008년 12월, 엄마를 만났습니다. 엄마는 홀트가 30년 넘게 알려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당시 저는 홀트가 운영하던 미혼모 전용 시설에서 엄마와 함께 살았다는데, 홀트는 그 시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습니다. 홀트는 항상 제가 엄마를 찾을 수 있도록 사전 동의하에 엄마가 제공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홀트는 엄마가 저를 찾으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제가 태어난 지 몇 달 뒤에 저를 보러 홀트로 왔다고 합니다. 엄마가 저를 찾으러 홀트에 왔을 때 제가 이미 입양되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제가 생후 7개월 되어서야 미국으로 보내졌기 때문에 당시 한국의 위탁 가정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2008년 제 사건을 담당한 홀트 사회복지사는 이메일에서 “입양이 얼마나 행운인지 감사할 줄 모른다”며 “씁쓸하다” “배은망덕하다”는 말로 실망감을 드러낸 적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그런 식으로 취급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Que justice soit faite. Let justice be done. 정의를 실현합시다.
작은 쪽지 하나라도…“입양인 뿌리 찾기 위해 기록 공개해야”
조작된 입양⑥
한국의 해외입양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월 방한한 노르웨이 국회의원 실리에 옘달(가운데)과 만난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관계자들. 왼쪽이 페테르 묄레르 공동설립자 겸 공동대표, 오른쪽이 한분영 공동설립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국의 해외입양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월 방한한 노르웨이 국회의원 실리에 옘달(가운데)과 만난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관계자들. 왼쪽이 페테르 묄레르 공동설립자 겸 공동대표, 오른쪽이 한분영 공동설립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국제입양인 중 최연장자 마거릿 콘론은 1965년, 최연소자 미아 리 쇠렌센은 1988년에 입양됐다. 입양 시기와 관계없이 대다수 입양인은 입양기관이 가진 본인들의 개인정보와 기록을 신뢰할 수 없고, 그조차도 제대로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납득하지 못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입양 사후 관리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옛 중앙입양원)이 설립돼 입양인의 개인정보 이관 및 공유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입양기관들은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인과 친생부모 등과 관련된 이름과 주소 등 객관적 정보 중심의 51개 항목 정보만 입력하게 돼 있다. 그 외 친생부모 찾기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친부모 상담기록과 개인 쪽지, 메모지 등은 공유되지 않고 있다.
입양 전문가들은 “과거에 관례처럼 불법 서류 조작들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 입양기관들이 사과하고 상담기록을 포함한 원본들을 여과 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홀트아동복지회 해외사업부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입양기관에서 근무한 바 있는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입양인들에겐 자기의 뿌리와 관련된 아주 작은 쪽지 하나도 소중하다. 심지어 자기를 포기한 엄마의 숨결이 스며 있다며 그 문서들을 직접 만져보고 싶어 할 정도”라고 말했다.
20명의 입양인은 동료 입양인들이 증언하는 납치, 사망 아동 바꿔치기 등 입양 과정의 갖가지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진상이 밝혀지길 원했다.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DKRG) 공동설립자 한분영(49)씨는 진실화해위원회가 다음 요구를 이행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1. 한국 입양기관에 아동 유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
2. 한국 아동 추방과 관련해 입양기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힐 것.
3. 입양기관의 보호를 받던 중 사망한 아기의 수를 공개할 것.
4. 입양 절차 중 위조된 서류를 조직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밝힐 것.
5. 입양기관이 조장한 아동 성폭력 사건과 소아성애자에게 입양아동을 배치한 사실을 조사할 것.
6. 한국 아동의 매매와 인권침해를 중지할 것.
한국에서는 홀트아동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등 4대 입양기관이 국제입양 상담부터 결연, 사후 관리까지 전담해왔고, 정부가 이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해오지 않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입양기관은 사회복지시설 중 유일하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소속 입양인들의 경우엔 모두 홀트아동복지회와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입양됐다.
홀트아동복지회는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의 주장과 관련해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며, 저희 기관은 진실화해위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사회봉사회는 “저희가 답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만 답했다. 최근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한국 입양기관에 대한 실태 조사를 완료했고, 덴마크와 스웨덴은 조사를 진행 중이며, 노르웨이는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통계와 재외동포재단 국외입양인 백서 등에 따르면 1953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입양된 아동은 16만9630명. 혼혈아동이 주로 보내진 한국전쟁 직후의 비공식 통계를 합하면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입양아동 수는 1985년 9287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1990년대부터 국제입양아 수는 연 2천명대로 떨어졌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입양의 패턴은 바뀌지 않았다. 2012년부터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 시 출생신고와 함께 가정법원 허가를 받도록 해 서류 조작이 힘들어졌다. 또 반드시 국내입양 5개월 추진을 먼저 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상태다. 마지막 통계에 잡힌 2022년 국제입양아는 142명이다. 노혜련 교수는 “한국의 높은 경제 수준과 낮은 출생률, 국내입양 수요를 고려할 때 국제입양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획공동진행 한분영(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공동설립자), 번역감수 김지은(April)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부산 광안대교서 투신시도 女…온몸으로 막은 시민들© MoneyToday
민방위 훈련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패망은 우리에게 큰 충격이었다. 자유 베트남을 지킨다며 32만명 넘게 파병했는데 끝내 실패한데다, 도미노처럼 한반도 공산화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컸다. 경기도 연천, 강원도 철원에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잇따라 발견된 때이기도 했다. 고조된 불안감 속에 박정희 대통령은 ‘내 마을과 내 직장은 내가 지킨다’는 구호를 내걸고 민방위대를 만들었다.
1·2차 세계대전은 직업 군인의 영역에 머물던 전쟁을 국민 전체로 확장시켰다. 비행기의 폭탄 투하는 전후방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는 민방위(civil defense)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켰다. 독일의 급강하폭격기가 수시로 날아왔던 영국 런던에서는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민방위 대원들이 대피소를 안내하고 질서를 유지했다. 이후 전쟁과 자연재해에 따른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주민들의 자발적 조직이 세계 각국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출발이 달랐다. 유신을 선포한 박 대통령에게 민간 주도의 자발적 조직은 의미가 없었다. 여당인 공화당은 그해 7월 9일 야당 반대를 뚫고 새벽에 국회를 열어 민방위기본법을 통과시켰다. 9월 22일에는 전국적으로 390여만명이 참여한 민방위대 창설식이 열렸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놀라운 성과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20∼40세 남자를 의무적으로 편입시킨 법 때문이었다. 민방위 대원은 매년 일정 시간의 교육 훈련을 받아야 한다. 전 국민이 사이렌에 맞춰 대피하는 공습 훈련도 매월 15일 실시됐다.
이후 민방위는 군부독재의 잔재로 취급됐다. 교육 훈련은 정권 홍보에 치우쳐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자연재해 대비 훈련으로 바뀌었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북한의 미사일·무인기 도발로 공습 훈련의 필요성이 높아져 6년 만에 민방위 훈련이 어제 재개됐는데도 반응이 시큰둥한 건 이 때문이다. 민방위복 디자인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민간인 통제를 위해 설계된 관 주도의 시스템을 다시 만드는 게 우선이다.
국민일보 고승욱 논설위원
G7 못지않네… “한국, 국력 평가서 日·佛 제치고 세계 6위
한국이 글로벌 국력 순위에서 주요 7개국(G7)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 한국이 공식초청을 받은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G7 국가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전경련에 따르면 글로벌 마케팅 기업 BAV그룹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이 공동조사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국력 순위’ 인식 조사에서 한국은 64.7점으로 6위에 올랐다. G7 국가와 비교하면 미국(1위), 독일(4위), 영국(5위)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프랑스(7위), 일본(8위), 캐나다(12위), 이탈리아(15위)보다 앞선 순위다. 특히 2021년 6위였던 일본은 2단계 하락하며 한국에 자리를 내줬다
다만 군사·경제력과 같은 ‘하드 파워’와 대비되는 문화력 등 ‘소프트 파워’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세계 15위로, 모두 10위권 안에 든 G7 국가보다 다소 낮은 편으로 집계됐다.
국민일보
관계자…관계자…관계자…관행적 익명 보도 끊어야 산다
외신과 차이나는 국내 익명보도 쟁점 분석
‘관계자’ 최다 인용 대상은 ‘대통령실’, “여론 왜곡 가능”
“언론이 살아남는 법, 결국 믿을만하다는 신뢰 주는 것”
국내언론의 익명보도 관행은 어제오늘 지적된 게 아니다. 무절제한 ‘관계자’ 인용이 언론 정파성을 강화하고 검찰 의존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수년째 반복되지만 아직 현장은 그만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 기자들은 실명보도에 대한 구조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언론뿐 아니라 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취약한 사회적 지위 등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 사진=pixabay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익명을 인용한 대형 오보로 언론의 관행적 익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참사 발생 후 한 달간 보도된 취재원 중 46.2%가 익명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관행적 익명 보도는 그대로다. 이태원 참사 때는 무분별한 익명 인용으로 ‘마약’, ‘유명인’, ‘토끼머리띠’ 등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했다. 그 과정에서 참사 희생자를 탓하는 여론이 생기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7주기, “전원 구조” 오보 원인 아직도 ‘불분명’]
[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유명인 등장’ 반복 보도에 “마녀 사냥” 비판]
이태원 참사 당시 뉴욕타임스(NYT) 취재원 중 익명은 없었다. NYT는 현장 소식을 전하며 김서정, 정솔, 베네딕트 만라파즈, 자넬 스토리, 아하메드, 세틴카야 등 27명의 실명 취재원을 사용했다. 유족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국내 언론은 지난해 12월이 지나서야 희생자를 실명으로 보도했지만 외신은 10월30일 참사 직후 희생자들의 이름을 유족 인터뷰와 함께 전면에 배치했다.
[관련 기사 : 한국과 외신의 이태원 참사 보도 ‘결정적’ 차이]
▲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관계자’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15일 기준 2023년 이후 9개 일간지와 2개 경제지에서 윤석열, 정당, 공무원 등이 연관어로 등장했다. 빅카인즈 갈무리
▲ 기사건수 기준으론 관계자 연관어로 ‘대통령실’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빅카인즈 갈무리
정치는 유독 익명 보도가 많은 분야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관계자’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2023년(1월1일~5월15일) 9개 일간지와 2개 경제지에서 윤석열, 정당, 공무원 등이 연관어로 등장하고 기사 건수로 볼 때 압도적으로 ‘대통령실’이 많이 등장했다.
2019년 9월1일부터 2020년 8월31일까지 한국 주요 신문 기사 975건과 NYT 113건을 분석한 결과 정치기사에서 전체 취재원 중 익명 비율이 23.16%로 NYT보다 8%p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8년 2주 분량의 기자 리포트를 무작위로 선택, BBC와 KBS를 비교하면 전체 기사(BBC 76건, KBS 253건) 중 익명 취재원 사용 비율이 각각 13.2%와 30%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전문가들은 익명보도 문제가 단순 신뢰 위기를 넘어선다고 말한다. 각 언론이 정파적 목적으로 여론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외신은 익명 사용 시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려 노력한다. 하지만 국내 기사에선 익명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언론이 취향껏 발언을 발췌해 왜곡해도 문제가 없다. 그 멘트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취재원이 구해지지 않아 한 인물을 두 인물인 것처럼 묘사하고, 기사를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업계 관계자를 검찰 관계자로 바꿨다는 기자들의 고백이 이어진다.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연합뉴스
언론계를 발칵 뒤집은 ‘김만배 돈거래’ 사건 이후 언론의 검찰 의존성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또한 익명성에 기반한다. 기자들은 검찰의 한마디를 얻으려 애를 쓰지만 검찰은 익명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한다. 검찰이 특정 목적을 위해 언론을 이용한다는 사람들의 의구심은 언론 불신 배경의 정점에 있다. ‘빅카인즈’에서 ‘관계자’를 키워드로 봤을 때 연관어로 검찰, 부장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등장하며 심지어 검찰의 가중치는 더불어민주당보다 크게 나타났다.
법조 취재 경험이 있는 15년차 A기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 관계자’라고 기사에 나와도 선수끼리는 누가 누군지 다 안다. 검찰 생리상 수사관이나 막내급이 아닌 부장, 차장검사 등 몇 명의 간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검찰이 정치를 한다는 건 그런 고위급 몇 명이 수사 진행 상황을 기자들에 흘리는 걸 뜻한다. 검찰에 제보가 오면 수사 시작 전 인지 사실을 흘리기만 해도 특종이 된다. 검사들은 언론이 이것을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안다.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익명 뒤에 숨는다”고 말했다.
외신기자들은 국내언론의 익명 현황을 보면 놀라움을 표한다. 한국이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할 정도다. 최상훈 NYT 서울지국장은 지난해 한겨레 포럼에서 “한국은 정말 익명성 보도가 너무 많다. 더 이상한 것은 익명이 어떤 익명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당국자가 말했다는 것이 당국자가 길을 가다가 복도에서 한 마디 던진 것인지, 브리핑으로 전달한 것인지 아무 정보가 없다”며 “그 차이는 정말 크다. 실명으로 말할 때 편파적인 이야기를 그렇게 대놓고 할 수 있을까 또는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구조적 환경 차이 짚은 현장 기자들… “기자만 탓할 순 없어”
현장에선 조금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기자 개인이 실명으로 보도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도 이미 관행처럼 굳어진 문화 탓에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익명 관행이 만연하고 출입처 문화가 있는 국내언론 환경에서 홀로 실명을 쓰면 향후 취재가 불가능해진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5일과 16일, 기자 5명을 인터뷰한 결과 공통적으로 ‘환경’을 익명보도의 첫째 이유로 꼽았다.
[관련 기사 : 외신 기자가 보는 한국 출입처 기자는 “주둔자, 세입자”]
B기자는 “특히 정부 부처와 연관되면 취재원이 직접적 언급을 피한다. 긍정적인 기사의 경우에도 취재원 자신이 업계를 대변하기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계속 상대방을 봐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 취재원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했고 C기자는 “기자 입장에선 실명이 좋다. 하지만 익명이 주는 힘이 있다. 나중에 혹시 피해를 입을까 취재원이 익명을 강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익명을 보장해야 멘트 퀄리티가 달라진다”고 했다.
D기자는 “취재원이 내 기사 때문에 짤리면 안되니까, 익명보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고 E기자는 오히려 “무조건적 실명보도는 취재를 제한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기자는 “기자들 다 자기 이름 걸고 기사를 쓰는데 누군들 기사 완결성을 높이고 싶지 않겠나. 물론 게을러서 그런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은 취재원이 무조건 실명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E기자는 실명 공개를 전제로 취재에 응하고 보도가 나오게 될 경우 내외부로부터 경위 설명을 요구받는 등 피해를 받을 수 있다며 익명을 요청했다.)
▲ 지난 1월 사망한 용의자 사진을 1면에 실은 LA타임스.
실제 길거리를 나가도 나라별로 실명에 대한 온도차가 크다. 사회문화적 배경 차이가 출입처 등 언론 환경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강진규 프랑스 AFP통신 특파원은 지난 2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념이 국가마다 다른 것 같다. 서구권은 집 구조도 가든을 오픈하는 등 자신이 보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반면 한국에선 지나가는 스케치 기사에서도 얼굴이 보이는 것에 대해 민감해 한다”고 말했다.
최상훈 NYT 서울지국장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국은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원칙이 전제로 깔려 있다. 얼굴, 실명이 나왔을 때도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인식이 덜하다”며 “초상권 보호 요청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뉴스룸 차원에서 깊이 고심한 뒤에 결정한다. 한국은 사진을 내리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이 비교적 잦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사망한 용의자 사진 실은 LA타임스, 우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포털의 등장으로 모든 언론사의 기사수 자체가 많아진 요인도 있다. 류석우 한겨레21 기자는 통화에서 “사실 시간을 일주일, 한 달씩 주고 실명보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하면 대부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처리해야 하는 기사와 마감이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말했고 A기자는 “현장 기자들은 항상 기사를 빨리 쓰라는 압박을 받는다. 한명이라도 더 취재하고 싶지만 10분, 20분을 못 얻어서 안달하는 상황에 어렵게 통화된 사람이 익명 처리해달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을 버릴 수 있는 기자가 얼마나 될까”라고 되물었다.
즉, 규모나 환경 면에서 외신과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다.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당시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지난해 한겨레 포럼에서 “포털을 통해 기사를 읽으면 이것이 한겨레인지 조선일보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저널리즘 책무를 위해) 우리가 하는 노력들이 얼마만큼의 효능감이 있을지 의문은 늘 있다. 한국언론은 이러한 겹겹이 쌓인 환경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환경도 외국과 차이가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언론이 실명을 꺼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공익에 관해선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지만 기준이 모호해 언론 입장에선 최대한 불편한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실명을 기피하게 된다. 국경없는기자회도 지난 3일 세계언론자유 순위를 매기며 한국의 명예훼손을 언급했고, 탐사보도 전문매체 ‘셜록’은 지난 2020년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위헌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엔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5:4로 치열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인격권 관련해서도 법적으로 취약하다. 미국은 크게 인격권 개념을 명예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 인간적 권리로 나누지만 한국은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 등 세분화 시킨다”며 “언론이 회사의 비리를 고발해도 회사가 사실은 인정하지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한다. 이미 대중이 누구인지 알아도 A회사, B회사, 정치인도 A의원, B의원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한국언론 위기 핵심은 익명보도… 사회 전체가 고민할 문제
익명 보도로 인한 각종 문제가 드러난 지금, 신뢰 위기의 1차 책임은 물론 언론에 있다.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님에도 과도하게 익명을 쓰는 관행과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당 관계자, 검찰 관계자 등을 모두 허용해주는 실태를 지적한다. 단순 통계로만 봐도 너무 많아 뉴스룸에서 익명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다.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유명무실한 가운데 언론을 향한 대중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15일 통화에서 “대부분 기자들은 언론사 공부할 때부터 익명 취재원에 익숙해 있고 언론사 들어와서도 실명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못한다”며 “기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젠 심각하게 느낄 때가 됐다. 댓글에도 나타나지만 이 기사를 ‘가공한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있다면 기자 입장에서 얼마나 소름 돋는 일인가. 그걸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도 문제 있는 언론은 있다. 중요한 건 유력 매체들과의 비교”라며 “스스로 언론임을 자부하고 있는 유력 매체의 언론인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기사에 드러나지 않아도 데스크가 이것이 왜 익명으로 나가야 하는지 한 번 더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사진=pixabay
하지만 언론 홀로 변화할 수는 없다. 저널리즘에 대한 중요성을 사회가 인정해주고 함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석태 교수는 “법적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여론에서도 한국언론은 취약하다. 외신과 똑같은 행위를 해도 CNN은 기자, 내신은 ‘기레기’ 딱지가 붙는다”며 “사회적으로 언론에 대한 존중이 외국과 다른 느낌이 있다. 헌재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언론에 대한 여론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런 식으로 언론이 위축되면 정보 불균형과 정보에 대한 자의적 처리가 가능해진다. 일정하게 관리된 팩트를 보는 것”이라며 “저널리즘의 본령은 불편하더라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으론 정보를 가진 사람들, 정보 통제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이 쏠리게 된다. 기준은 시간에 따라 새로 덧칠되며 변하는 법인데 지금은 보도 이전부터 이미 걸러지는 상황이다. 그 기준을 누가 정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등 고위 공무원도 실명으로 책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서중 교수는 “권위주의 시절 언론에 실명이 나오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다면 해결해야 한다”며 “계속 익명 보도가 유지되면 ‘남들은 다 익명으로 하는데 왜 내 이름이 나가야 하지’ 이런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A기자는 “정부 부처의 실장, 국장 정도가 되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반론에 대해선 해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익명 관행을 없애는 건 이제 언론에게 생존의 문제다. 김서중 교수는 “탈진실 사회에서 전통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기성 언론이 믿을만하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라며 “저널리즘 원칙은 이제 단순 윤리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플랫폼과 경쟁한다는 측면에서 전통 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신뢰도이고, 그중 핵심이 익명 문제라고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언론이 처음은 취재가 안되더라도 꼭 필요한 게 아닌 한 실명보도를 유지해 간다면 점진적으로 사회가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참고문헌
이윤희, TV뉴스의 익명 취재원 보도에 대한 방송 기자의 인식 연구
이나연, 정치기사 익명 취재원 표기 관행
송상근, 취재원 사용의 원칙과 현실 : 세월호 보도를 중심으로
오해정, 공영방송 TV뉴스의 익명취재원 이용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G8 김칫국 마시는 한국? 美 "그런 계획 알지 못한다"
최근 일부 한국 측 인사들이 언급하고 있는 주요 7개국(G7)에 한국을 포함해 G8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 측이 "논의할 계획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들어 대일 외교와 대미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한국의 G8 확대 가입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이 이번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이같은 논의가 의제로 오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15일(현지 시간) 브리핑을 통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G7을 한국을 포함한 G8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 회의가 열리는 것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변화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G7 참여 및 G8 확대 기대감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는 등 대일 외교에 적극 나서면서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지난달 4일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한미동맹 덕분에 세계 경제의 G7에 상응할만큼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됐다"며 "한국이 G8으로 참여해 가치동맹 국제질서 속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도 지난 4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G7 정상회의 관련해 일각에서 한국을 포함해 G8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요청한 것은 아니니 그들 결정에 달린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행복한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의정'과 '사익' 사이... 김남국, 조명희, 최영희
조선일보의 출처 없는 단독 보도에서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 화폐 투자 논란이 벌써 2주째 가장 뜨거운 이슈로 정국을 달구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과 각종 언론들은 대부분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이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99% 시민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보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짚을 수 있습니다.
김남국 사건의 진짜 쟁점
첫째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입니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한 히든머니 프로젝트를 통해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와 관련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요, 공직자 재산 신고서의 오류와 고지거부 제도의 문제점, 공직자 재산 DB 일원화 공약 후퇴 등을 다뤘고 특히 김남국 의원의 사례처럼 가상 화폐를 신고할 의무가 없는 현행 제도의 허점에 대해 가장 먼저 지적한 바 있습니다.
둘째는 공직자의 이해 충돌 문제입니다. 공적인 권한을 앞세우거나 공적인 활동을 가장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죠. 재산공개 제도의 취지 자체가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인만큼 이해 충돌 방지는 재산공개 제도보다 더 상위의 가치를 지닙니다. 김남국 의원 사례를 문제삼는 것도 결국 가상 화폐 보유 사실을 숨긴 채 의정활동이나 다른 공적 활동을 지렛대 삼아 사익 추구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죠.
검찰과 일부 언론들은 이미 범죄 혐의가 확정적인 것처럼 수사와 보도를 하고 있지만, 김남국 의원의 가상 화폐 투자가 공직자로서의 이해 충돌을 넘어 '범죄'의 영역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없습니다.
뉴스타파, 국회의원 이해충돌 전수조사
이같은 상황에서 뉴스타파는 시민단체 다섯 곳(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참여연대, 경실련)과 함께 국회의원 300명의 공개된 재산 정보를 토대로 이해 충돌 사례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 국회의원들에게서 나라를 위한 의정활동인지, 아니면 일가족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이해 충돌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국민의힘 조명희, 동료 의원 통해 예산 늘린 사업을 가족회사가 수주
국민의힘 비례대표 17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조명희 의원은 경북대 항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출신인 지리정보공학 학자입니다. 조 의원은 20년 전부터 지리정보시스템, 즉 GIS 운영업체인 지오씨엔아이를 설립해 경영해왔습니다. 본인이 지분 98%를 보유한데다 딸과 남편이 번갈아가며 대표를 지냈고, 아들은 사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회사입니다.
2020년 8월 조명희 의원은 국회 예산 350만 원을 들인 온라인 토론회에서 GIS와 공간영상을 활용해 홍수와 산사태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비대면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수자원 정보화 사업 기술을 보유한 게 본인의 가족회사라는 점이었죠. 국민을 위한 의정 활동인지 가족 회사를 위한 영업 활동인지 헛갈리는 행사였습니다.
'영업'에 가까워 보이는 이같은 조의원의 활동은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는 동료 의원의 특별한 도움이 있었습니다. 토론회 얼마 뒤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의원이 '수자원 정보화 구축 및 운영 사업'에 배정된 2억 원의 에산을 7억 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인 지오씨엔아이와 다른 회사 한 곳이 용역을 따냈습니다.
비슷한 패턴의 사례는 또 있습니다. 조명희 의원은 2021년 6월 국회 예산 880만 원을 들여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위성정보기술을 많이 활용해달라"고 말했는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 의원 가족회사의 이름이 직접 거명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역시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수산 관측 분야'에 5억 원의 예산을 요청합니다. 얼마 뒤 해수부 산하 해양수산개발원은 이 예산을 활용해 양식어장 판독 사업에 5억 원짜리 용역을 발주합니다. 그리고 이 5억 원짜리 용역 사업은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인 지오씨엔아이를 포함, 3개 업체가 수주했습니다. 도움에 대한 '보답'인지는 몰라도, 2주 뒤 조명희 의원은 예산 증액을 이끌어낸 이종배 의원에게 정치후원금 500만 원을 보냈습니다.
조명희 의원실은 뉴스타파 질의에 대해 "지오씨엔아이는 사업을 오래 해온 경험과 축적된 기술력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적법하게 입찰했다"며 “국회의원이 된 이후 회사 매출과 직원 수가 1/3로 줄었으며, 의정활동과 회사 간의 이해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종배 의원에 대한 고액 후원은 개인적 친분에 따른 것이라고도 해명했습니다. 이종배 의원실은 뉴스타파 질의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최영희, 아들 및 며느리에 혜택 주는 법안 대표 발의
미용사 출신으로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을 지낸 국민의힘 비례대표 최영희 의원은 올해 1월 31일 '반영구 화장 두피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탈모 부위에 바늘로 색소를 주입함으로써 두피를 모발처럼 보이게 하는 '반영구 화장 두피 산업'을 합법화 하자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최 의원의 며느리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이같은 반영구 화장 두피 시술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어머니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며느리가 직접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죠.
최의원은 지난해 12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습니다. 미용업, 숙박업, 목욕업 등 공중위생업자에 대한 법정 위생교육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단체만 할 수 있는데, 일정 기준을 갖춘 법인과 단체에도 위생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자는 취지의 법안입니다. 그런데 최 의원의 둘째 아들이 바로 이런 위생 교육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어머니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아들이 혜택을 입게되는 구조죠. 더구나 최 의원은 미용사회 중앙회장을 지낼 당시 3억 원 상당의 온라인 위생 교육을 적법한 이사회 의결 절차 없이 아들 회사에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는 처지인데도 이런 법안을 발의한 것이죠.
뉴스타파는 최영희 의원실에게 취재 내용을 전하고 입장을 물었지만 최영희 의원실은 "취재를 거부한다고 기사에 쓰라"는 답변만을 내놨습니다. 최 의원의 며느리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어머니가 법안 발의를 한다고 해서 제가 돈을 많이 벌고 이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고, 최 의원의 아들은 사무실에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해충돌 방지 제도는 유명무실
국회에 최영희 의원같은 이해 충돌 의심 사례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법 제32조 4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소속 위원회의 법안 심사와 관련해 자신의 가족이 직접적인 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안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영희 의원은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최영희 의원 뿐 아니라 21대 국회의원 중 이해 충돌 가능성을 신고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습니다. 이해충돌이 벌어졌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국회법 155조에 따라 국회의장이 징계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역시 국회의장이 징계권을 행사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도적 장치가 유명무실한 것입니다.
조명희 의원같이 직접 법안 심사와 관련한 활동이 아니거나 동료 의원을 통해 '돌려 치기'로 예산을 타낸 경우는 이같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조 의원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백지 신탁, 즉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회사의 주식을 매각하도록 지정된 금융 회사에 맡기는 제도가 있기는 합니다. 조 의원 역시 이해충돌 시비가 일자 자기 주식을 백지 신탁했죠. 그러나 주식이 팔리지 않으면, 즉 백지 신탁한 주식을 아무도 사지 않으면 임기를 마친 뒤 다시 조의원은 다시 주식을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조 의원이 자신의 가족 회사를 위해 '영업'을 해야할 이유는 여전히 남아있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백지 신탁을 위임받고 있는 농협은행의 신탁부 관계자는 백지 신탁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털어놨습니다.
공직자 재산공개와 이해충돌 방지에 진심이라면...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을 고치는 데 '진심'이었습니다. 재산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숨겨진 이해 충돌과 사익 추구를 막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죠.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이런 주장과 보도를 이어갈 때 여기에 주목하거나 동참하는 기성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례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대장동 일당이 '50억 클럽' 곽상도 전 의원에게 아들을 통해 퇴직금 명목의 뇌물을 건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 즉 독립 생계를 영위하는 직계 존비속에 대한 고지 거부제도 때문이라고 뉴스타파가 보도했을 때도 기성 언론들은 무관심했습니다.
그랬던 기성 언론들이 유력 정치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의 가상 화폐 투자 문제가 불거지자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듯 이를 잡아내지 못한 재산공개제도의 허점과 이해 충돌 가능성, 더 나아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도 않은 잠재적 범죄 혐의와 검찰의 수사 상황을 연일 중계하듯 보도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대정부 영업 활동”... 조명희 의원의 내 회사 챙기기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이후 끊임없는 이해충돌 시비를 불러온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자신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자기 가족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달라고 주문하고, 그 해 국회 예결위에서 같은 당 동료 의원이 관련 예산을 요청한 뒤, 조 의원의 가족회사가 해당 용역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명희 의원의 회사가 용역 사업을 따낸 2주 뒤, 조 의원은 관련 사업 예산을 요청한 이종배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1983년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 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조명희 의원의 경우 유명무실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최근 김남국 의원의 미신고한 가상자산 보유 사실이 드러나며 공직자 이해충돌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뉴스타파는 21대 전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의정활동과 부동산, 주식 등 재산의 축적 과정에서 벌어지는 ‘공직자 이해충돌’을 전수 검증했다. 이번 조사는 국회의원들의 공개된 재산 내역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국회 토론회 중 토론자는 조 의원의 가족회사 언급, 조명희 의원은 회사 기술 활용 주문
국민의힘 비례대표 17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조명희 의원. 경북대학교 항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를 지낸 지리정보공학 분야 학자다. 조 의원은 20년 전부터 지리정보시스템 즉, GIS 운영업체인 지오씨엔아이를 설립 경영해왔다. 주로 수자원공사, 해양수산부 등 정부나 공공기관과 용역을 맺으며, 한해 3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오씨엔아이는 주식 98%를 조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조 의원 일가의 가족회사다. 조 의원의 딸이 대표를 맡았다가 이후 남편 정 모 씨가 대표를 이어 받았고, 현재는 조 의원의 먼 친인척이 대표이사로 있다. 조 의원의 아들은 지오씨엔아이 사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조 의원은 이 회사를 비롯해 유앤지아이티, 경일텍 등 59억 원어치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8월, 이해충돌 논란이 벌어지자 조 의원은 직무관련성을 이유로 농협은행에 백지신탁했다.
그동안 조명희 의원은 이해충돌의 위험 없이 의정활동을 해왔다며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조명희 의원의 의정활동을 다시 확인한 결과, 조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 2021년 6월 16일, 조명희 의원이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자기 가족회사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16일, 조명희 의원은 <대한민국 해양, 위성이 지킨다>를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남모 해양연구본부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그런데 남 본부장은 발표 도중, 조명희 의원의 회사, 지오씨엔아이를 언급했다. 그는 “이 자료는 지오씨엔아이라고, 항공 관측 사진 오랫동안 활용해서 양식양을 추정하는 그런 기업에서 하는 것을 저희가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해안의 김, 미역 등 양식양을 측정하는 장비로 위성을 활용하면, 쉽게 양식어장을 관리할 수 있으며,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그 기술을 조 의원 회사 지오씨엔아이가 함께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조명희 의원은 자기 회사를 다시 호명하며 웃었다. 이 자리에서 조명희 의원은 공공기관인 해양수산개발원이 양식어장 관측 수집에 위성 정보 기술을 많이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남 본부장이 말씀하셨듯이 그런 현장을 항공 사진이 양식장의 정보를 제공하니까 수기로 하면 1년 걸리는 것을 바로 그 자리에서 한 며칠만에 추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KMI(한국해양수산 개발원)에서 해양분야, 연안 분야에서 여러 연구하시는데, 계획을 하시는 데에 위성이나 물론 드론도 있고, 공간정보 분야의 기술도 많이 활용해주시고...조명희 국회의원 토론회 발언, 2021.6.16.
조명희 의원이 주최산 세미나에서 의원 스스로 자기 회사의 기술을 홍보하고, 국회 피감기관인 공공기관에 자기회사기술 활용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 조명희 의원은 국회예산 880만 원을 썼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 회사를 위한 영업활동을 한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토론회 5개월 뒤인 2021년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 해 예산을 심사 중인데, 갑자기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수산 관측 분야’에 5억 원 예산을 요청했다. 그러자 해양수산부는 “양식 어장 영상 판독 정보의 활용도 제고와 효율적 관리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답하며 예산 요청을 받아들였다.
5개월 전, 조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서 발표자가 속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종배 의원이 요청한 예산액 그대로, 양식어장 영상판독사업 5억 원을 배정해 2021년, 2022년 2년 연속 용역을 발주했다. 그리고 이 5억 원의 정부 사업은 2년 연속으로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인 지오씨엔아이를 포함해 3개 업체가 가져갔다.
지오씨엔아이가 문제의 용역을 계약을 체결한지 2주가 지난 뒤, 조명희 의원은 국회 예결위에서 예산을 요청한 같은 당 이종배 의원에게 5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종배 의원에게 질의서를 보내, 조명희 의원이 고액 후원한 500만 원은 예결위 예산 요청의 대가가 아닌지 물었으나, 이 의원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조 의원의 회사 지오씨엔아이가 양식어장 판독사업을 따낸 2주 뒤, 조명희 의원은 관련 예산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던 이종배 의원에게 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뉴스타파는 최근 10년으로 기간을 넓혀 어느 업체가 양식어장 영상판독 정부사업을 따냈는지 확인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지오씨엔아이가 연속 맡아오다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은 다른 업체가 맡았다, 21년부터는 다시 지오씨엔아이가 사업을 따갔다.
결국, 조명희 의원이 국회 토론회에서 자신의 가족회사를 언급하고, 그해 같은 당 의원이 관련 예산을 요청한 이후, 다시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가 사업권을 가져간 것이다.
▲조명희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자기 회사 기술 활용을 주문한 뒤, 그 다음해 2년간 관련 사업을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가 사업을 따냈다.
홍수 산사태 대비 위성 활용 국회 토론회 후 조 의원의 가족회사 7억대 정부사업 따내
조명희 의원의 이해충돌은 또 있다. 지난 2020년 8월. 조명희 의원은 GIS와 공간영상을 활용해 홍수와 산사태를 극복하자는 비대면 토론회를 열었다. 사실상 자기 가족회사가 진행해온 수자원 정보화 사업 기술을 활용하자는 내용의 토론회였다. 2015년과 2016년, 지오씨엔아이는 국가수자원관리종합시스템 기능 고도화 사업으로 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이날 토론회 개최 비용으로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350여만 원을 썼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입법 활동을 돕기 위해 배정된 국회 예산이다.
앞으로 여기서 논의되는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국회 상임위 의원님들과 나은 정책, 나은 법 활용에 관련돼 제도들을 정비하고 발의하는 데 앞장을 서도록 하겠습니다. 조명희 의원 토론회 발언, 2020.8.31.
그 이듬해인 2021년 11월, 조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받은 이종배 의원은 또다시 수자원 정보화 구축 및 운영 사업으로 7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당초 2억 원대였던 이 사업은 이종배 의원의 요청에 따라 7억 원 사업으로 증액돼 배정됐다. 그리고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인 지오씨엔아이와 다른 회사 한 곳이 이 용역을 따냈다.
이해충돌 시비가 일자, 지난해 8월 조명희 의원은 지오씨엔아이 주식 58억 원어치를 모두 백지신탁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조 의원의 주식은 지금까지 매각되지 않았고, 국회 의원회관 농협출장소에 보관돼 있다. 이렇게 팔리지 않고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조 의원은 회사의 주식을 그대로 되찾아 간다.
농협은행 측은 백지신탁을 맡긴 주식의 매각은 거의 되지않고 있다면서, 백지신탁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털어놨다.
▲ 농협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백지신탁의 주식 매각 등) 사업이 안 되다 보니까 지금 농협밖에 안 하고 있다. 타은행들도 괜찮은 사업이면 다 하려고 했겠죠. 사실 수익이나 이런 거는 별로 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만약에 변동 없었고 임기가 끝나거나 아니면 직무랑 관련이 없는 걸로 이제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처리를 해준다고 하면은 그럴 때는 (주식을)찾아가시게 되는 거고요...(중략)(백지신탁)사업이 안 되다 보니까 지금 농협밖에 안 하고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타은행들도 괜찮은 사업이면 다 하려고 했겠죠. 업무적으로는 부담이 있는데 사실 (은행 입장에서는)수익이나 이런 거는 별로 나는 건 없어요. 농협은행 신탁부 담당자
공직자윤리법, 제2조 2항.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는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 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적용되고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독립적으로 조사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형사처벌하는 법 조항은 없지만 어쨌든 포괄적으로 이해충돌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국회의원 같은 경우는 이해충돌 문제를 일반 행정부 공직자하고는 다르게 봐야 되고 그래서 국회의원들의 윤리를 담당하는 윤리 문제를 담당하는 그래서 독립기구 같은 게 필요한 게 지금 현실입니다.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뉴스타파 전문위원)
이번 국회의원 이해충돌 취재와 관련해 조명희 의원은 답변서를 보내 “지오씨엔아이는 사업을 오래 해온 경험과 축적된 기술력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적법하게 입찰했다”며 국회 토론회로 중앙 부처의 공모사업 수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또 “개인적 친분으로 이종배 의원에게 고액 후원했으며, 해당 사업 예산 증액 요청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국회의원이 된 이후 회사 매출과 직원 수가 1/3로 줄었으며, 의정활동과 회사 간의 이해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교수 시절, 조명희 의원은 대학과 지자체 등에서 억대의 벤처지원금 등을 받아 제자들과 공동 설립한 기업인 지오씨엔아이를 가족기업으로 운영해 왔으며, 국립대 교수가 된 뒤에는 영리업무를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64조(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를 위반한 의혹이 드러난바 있다.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시행 30년을 맞은 올해, 뉴스타파는 시민단체 다섯 곳(경실련, 세금도둑잡아라, 참여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과 함께, 재산공개제도의 허점을 고발하고 대대적인 정비를 촉구하는 “히든머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영희, 국회법 어기고 일가족 위한 법안 발의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최영희 의원이 자신의 일가족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줄 수 있는 두 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신고를 하지 않아 관련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최영희 의원의 법안은 두 건. 불법인 반영구화장 두피 시술을 양성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최 의원의 둘째 며느리가 ‘반영구 화장 두피’ 시술을 하고 있어 수혜를 보는 것. 최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단체만 가능한 위생교육을 앞으로 ‘법인, 단체’에도 맡기자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는데, 이 또한 그의 둘째 아들이 운영하는 법인이 공중위생 단체의 위생교육을 맡아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최영희 의원은 이 두 개 법안과 관련해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 자진 신고해야 하는데도, 관련 국회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법 제32조 4에는, ‘소속 위원회의 법안 심사와 관련해 자신의 가족이 직접적인 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안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최영희 의원을 포함해 21대 국회의원 중 이 조항에 따라 신고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최근 김남국 의원의 미신고한 가상자산 보유 사실이 드러나며 공직자 이해충돌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뉴스타파는 21대 전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의정활동과 부동산, 주식 등 재산의 축적 과정에서 벌어지는 ‘공직자 이해충돌’을 전수 검증했다. 이번 조사는 국회의원들의 공개된 재산 내역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최영희 의원 가족, 반영구 두피화장 미용실 운영... 합법화 법안 대표발의
▲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이 지난 1월 31일, 대표 발의한 ‘반영구 화장 두피법’이다. 불법으로 규정된 반영구 화장 두피 시술을 합법화하자는 내용으로, 최 의원의 가족이 자신의 미용실에서 반영구 화장 두피 시술을 하고 있다.
미용사 출신인 최영희 의원이 올해 1월 31일, 대표 발의한 법안, ‘반영구 화장 두피법’이다. 이 법안은 탈모 부위에 바늘을 이용해 색소를 주입한 뒤, 모발처럼 보이게 하는 이른바 ‘반영구 화장 두피 산업’을 합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이 이 법안을 내자, 대한의사협회는 탈모는 전문 의료진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반대 성명을 냈기도 했다.
문제는 이 법안을 둘러싼 의사협회 등 이익집단간 찬반이나 안전성 논란이 아니다. 최 의원의 법률안이 그의 직계 가족에게 직접 이익을 줄 수 있는, 공직자 이해충돌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최영희 의원이 소유한 경기도 의정부시 한 상가 빌딩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최 의원의 며느리가 최 의원의 이름을 딴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 미용실에서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의 핵심 내용인 ‘반영구 화장 두피’ 시술을 하고 있다. 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의 가족이 직접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최 의원의 며느리를 만났지만, 그는 미용실 운영과 ‘시어머니’ 최 의원의 법안 발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 뉴스타파가 만난 최영희 의원의 며느리는 최 의원이 자신이 반영구화장 두피 시술을 하는 것을 "알고 계신다, 모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 제32조 4에 따르면, 법안 심사와 관련해 자신의 가족이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것을 안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최영희 의원은 이 법안을 심사하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가족이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이해충돌을 신고하지 않았다.
□ 기자: (최영희) 의원님께서 며느리가 (반영구 화장 두피 시술)하는 건 당연히 알고 계시죠?
■ 최영희 의원 가족: 네, 알고는 계시죠. 모를 수는 없죠. 저의 주는 미용인데 미용에서 그중에 반영구를 좀 배웠어요. 왜냐하면 미용 협회에서도 지금 반영구를 배우거든요. 어머니가 그 (법안)발의를 한다고 제가 그걸 엄청 많이 일으키고 (돈을 많이) 벌고 이런 거는 아니에요.
이OO/ 최영희 의원 가족
공중위생교육 맡아온 최 의원 아들 법인, 발의 법안으로 이득 볼 수 있어
최영희 의원의 이해충돌 법안은 또 있다. 최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이다.
지난 2월 21일, 전국공중위생단체연합회가 최영희 의원의 공중위생교육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위생교육 지정취소하여 아들 줄 거냐"는 피켓도 등장했다. 바로 최 의원의 둘째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가 공중위생 교육을 맡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용업, 숙박업, 목욕업 등 공중위생업자의 법정 위생교육을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단체만 할 수 있는데, 일정한 기준을 갖춘 법인과 단체에도 위생교육을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뒤 최 의원은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최영희 의원 : 위생 교육은 국민의 공중 위생과 직결되는만큼 위생 교육기관의 지정 기준과 지정 취소의 근거를 규정하고 체계적으로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개정안에 대해서 취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의하십니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위생 교육을 제대로시킬 수 있는데 기관의 교육을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2023.2.9.
언뜻 보면, 위생교육의 독과점을 개선하는 법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영희 의원의 둘째 아들이 공중위생과 관련된 업체를 운영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 최 의원이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으로 있던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미용사회중앙회 위생교육을 맡긴 곳이 최 의원의 둘째 아들 원모 씨의 회사였다. 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최 의원의 아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미용사중앙회는 최 의원이 중앙회장을 지낼 당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3억 원 상당의 온라인 위생 교육비를 최 의원의 아들 회사에 몰아줬다고 판단하고, 배임 혐의로 최 의원에 대한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최영희 의원, 이해충돌 신고 안 해... 국회법상, 징계 해당
국회법 제32조 4에 따르면, ‘소속 위원회의 법안 심사와 관련해 자신의 가족이 직접적인 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안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정활동 중 사익 추구 등 이해충돌의 방지를 위한 신고 의무 조항이다.
최 의원은 이 법에 따라 신고해야 하지만, 법을 지키지 않았다. 더구나 최영희 의원이 속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두 법안을 심사하는 소관 상임위였다. 이처럼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이 공적인 의정활동인지, 사익추구를 위함인지 제대로 심사하고 따져야 하는데, 이해충돌을 막을 제도 장치는 부실하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21대 국회의원 중 이해충돌 의무신고를 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한 최영희 의원처럼, 신고하지 않아 법을 위반해 징계받은 의원도 단 한 명 없었다. 때문에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적극 감시하고 조사할 독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제는 이 신고를 자진 신고하도록 되어 있어서 국회의원이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 이해충돌 신고를 제대로 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미신고를 했을 경우에는 국회법 155조에 국회의장이 징계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국회의장이 징계권을 행사한 경우는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 내의 기구 중의 하나인 윤리심사자문위에 조사권이나 고발권 등의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서휘원 경실련 사회정책국 팀장
뉴스타파는 최영희 의원에게 문제의 법안과 이해충돌에 대한 입장을 묻기위해 질의서를 전달했으나, 최영희 의원실은 “취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30년을 맞은 올해, 뉴스타파는 시민단체 다섯 곳(경실련, 세금도둑잡아라, 참여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과 함께, 재산공개제도의 허점을 고발하고 대대적인 정비를 촉구하는 “히든머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타파 강민수
양이원영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 있느냐” 발언 질타 쏟아져
동아일보 “진보 도덕성 내세울 필요 있나” 보도 파장
양이 의원 “도덕도 중요하지만 유능함이 더 중요하다고 발언” 반박
진중권 “탈윤리, 도덕성 포기 선언” 매일신문 “도덕적 파탄”
매일경제 “무능하고 도덕성도 없는 정당 필요한가”
박성준 발언 보도도 논란
“반성·혁신보다 잘싸우는게 중요하다고 발언” 해명
김남국 의원의 탈당 직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이 도덕성을 경시하는 듯한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계 등의 비판을 받았다. 본인들은 이후 보도내용을 두고 도덕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거나 도덕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6일자 5면 기사 <친명 “도덕성 따질때냐”… 온정주의-자정능력 상실에 ‘김남국 사태’>에서 지난 14일 열린 민주당 쇄신 의총에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구글 검색결과에 나오는 온라인에 처음 보도했던 동아일보 기사엔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왜 이렇게 수세적인가. 도덕성 따지다가 우리가 만날 당한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포함돼 있으나 현재 기사엔 빠져 있다.
이 같은 친명 강경파 의원들의 도덕성 경시 발언이 보도되자 거센 비판이 나왔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18일자 중앙일보 칼럼 <탈진실 이후는 탈윤리?>에서 양이 의원과 박성준 의원 발언을 두고 “한마디로 도덕성 포기 선언”이라며 “과거에는 ‘보수는 썩어도 유능한 맛, 진보는 미숙해도 깨끗한 맛’이라고 했었다. 근데 이 관계가 서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총 15년을 집권하면서 민주당도 기득권층으로 굳어졌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진보라고 특별히 도덕적이었겠는가”이라며 “그저 권력이 없어 부패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진보라고 특별히 무능했겠는가. 그냥 집권을 못 해 능력을 기를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며 “문제는 자신들의 ‘존재’가 변했음에도 그들의 ‘의식’은 여전히 과거에 가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게 우리 눈에 ‘위선’으로 비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18일자 사설에서 양이원영 의원 발언을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고, 매일신문도 사설 17일 사설에서 “자폭 발언”이라 평가한 뒤 “모두 갈 데까지 간, 도덕적 파탄의 공개 선언이다. 자신들이 ‘부도덕’ 낙인을 찍은 보수·우파도 이러지는 않는다”고 썼다. 박봉권 매일경제 기자는 17일자 기사에서 “공직자가 지녀야할 최우선 덕목인 도덕성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정의와 공정 상식을 염원하는 국민을 대변할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무능한데다 도덕성까지 내팽개친 제1야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페이스북
문화일보는 16일자 사설에서 헌법 제46조에 국회의원의 ‘청렴의 의무’를 적시한 점과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은 청렴, 공정, 이해충돌 방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대목을 들어 “그런데도 도덕성을 정치적 이해에 따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덕목으로 여긴다면, 위선자임을 자인하는 행태일 뿐 아니라, 공인(公人)과 공당(公黨)의 책무도 저버리는 일”이라고 맹비판했다.
이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새벽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SNS메신저 답변서에서 입장을 밝혔다. 양이 의원은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라고 말했다는 동아일보 보도를 두고 “개혁정당으로서 우리당은 국민의힘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치세력으로서의 유능함’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김남국 의원이 상임위 도중에도 코인거래를 한 것은 직무의 본말이 전도된 부당한 행위인지를 판단할 문제인데, 양이 의원의 말은 도덕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 아니냐’는 질의에 양이 의원은 “쇄신의총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 관련 의혹이 계기가 되었지만 당 전반적인 쇄신이 논의의 대상”이라면서도 “김남국 의원이 상임위원회 도중에 코인 거래를 한 것은 부적절하며, 보도된 대로 일년에 수천 건의 거래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코인 거래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니 문제가 크다고 본다”고 말해 김 의원의 행태가 잘못이라는 점은 동의했다. 양이 의원은 “잘못한 것은 철저한 조사로 사실을 밝히고 징계할 것은 징계하고 공동의 책임으로 같이 석고대죄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동아일보 2023년 5월18일자 5면
그렇다해도 국회의원으로서 도덕성을 내세우지 말자는 말은 모든 국민들에게 도덕은 내팽개쳐도 좋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 아니냐는 질의에 양이 의원은 “정치인의 도덕성은 기본이지 도덕적 우월성만으로 유권자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고, 전쟁 걱정하지 않고,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정치세력, 그런 정치세력을 유권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양이 의원은 “정치인들의 활동은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쟁이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고 조사받고 그에 합당한 징계 등의 절차가 따르는 것이지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 마녀사냥 같은 여론재판에 맡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동아일보에 인용됐다가 빠진 것과 관련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동아일보가 첫 보도를 해서 다른 언론이 받았는데, 내가 동아일보에 얘기해서 그 내용이 빠졌을 것”이라며 “내 발언 맥락의 가장 큰 핵심 취지는 ‘총선에서 승리는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필요조건이 뭐냐면 자기반성 혁신 성찰이다, 충분조건은 잘싸워야 한다. 여당일 때는 혁신 성찰이 중요하고 야당일 때는 보다 잘 싸워야 한다. 내년 선거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과 경제선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 계신 다선 의원 선배님들이 잘 싸워야 한다. 지금 국면에서 잘 싸워야 한다’가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런데 전달하면서 거기에 도덕성 얘기가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로 검색한 결과 지난 15일 저녁 동아일보 온라인판에 썼던 기사에 박성준 의원 발언이 검색된다. 사진=구글 검색 결과 갈무리
‘도덕성 따지다가 맨날 당한다’는 말은 안했나라는 질의에 박 의원은 “그건 생각이 안나는데, 도덕성이라는 말은 평소에 안 쓴다”며 “(도덕성이 아니라) 자기 반성 혁신이라는 말을 한 것이고, 자기 반성 혁신보다 잘 싸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말했다”고 강조했다. 반성과 혁신이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박 의원은 “그것도 중요하지만 야당이 잘싸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서난○ BEST 양이원영 의원님의 말씀에 천만번 공감합니다 언론과 검찰에 묻고 싶습니다
진보와 보수에게 동일한 잣대로 도덕성을 검증하고 질타하는지! 왜 보수는 더한 짓을 해도 괜찮고 진보는 작은 티끌조차 큰 범죄인양 떠들어대는지!!!!!!!!!!!!!!대한민국 언론과 검찰은 참으로 비열합니다
어이○ 원래 기득권 보수를 끌어내리려면 도덕성을 무기로 삼는수밖에 없다. 고인물은 썩게마련이니까. 저런말이 나오는거 자체가 지들도 배가 부른 기득권의식에 찌들었다는거지. 몇번 정권 잡아보니 배가 쳐 부르제? 양당 다 갈아엎어야하는데
q빅○ 아줌마~ 좌파들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니들이 그렇게 척~~ 한거지. 그나저나 윤석열 대통령이 넷플릭스에 3조 3천억 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거 언제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그 머리로 국회의원 하는 거 보니, 우리동네 동대표 아줌마가 더 잘할 것 같음.
김경○ 뭐 맞는 말이구만 비판이 왜 쏟아져... 항상 진보는 조그마한 티끌로 무너지고 다쳤는데... 저쪽 놈들은 대놓고 해쳐먹어도 그냥 넘어감... 곽상도 봐라 50억 받고 그리고 박영수봐라 그리 돈 받아 쳐먹어도 그냥 넘어가잖어... 만일 진보쪽에서 50억이 아니라 50만원만 받아봐라... 난리 났을 것이여..
난세지○ 진보는 된장국만 먹고 극우는 소고기국 먹고 진보는 코인하면 죄고 극우는 코인해도 되고 독릭투사는 헐벗고 극우친일은 고래등기와에서 살아야 하나? 한심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전하다는 언론보도, 믿지 못하는 이유
일본 오염수 방류 ②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관되게 찬성하며,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태평로-과학은 사라지고 이념만 남았다>(4월7일 김광일 논설위원)는 음모론 사례에 대해 언급하며 “음모론은 포퓰리즘과 섞일 때가 많다”고 주장했는데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가 우리 해안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세슘이나 삼중수소 농도, 이것을 측정하는 것은 과학”이지만 “포퓰리즘 음모론자는 과학을 이념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은 ‘과학’이며 반대 논리는 ‘괴담’·‘가짜뉴스’라며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주장을 팩트체크했습니다.
1. 태평양을 거쳐 삼중수소 희석되면 괜찮을까?
방사능 오염수 희석돼 건강에 영향 없다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사설-후쿠시마 처리수, 과학 우선이지만 국민 정서도 살피길>(5월8일)에서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가 한국 바다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과학적으론 쟁점이 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오염수가 4~5년 후 “태평양에서 희석돼 한반도 인근에 도착할 때는 우려 대상인 삼중수소가 의미 없는 농도”가 될 것이고 “우리 원전 단지 4곳에서 매년 바다로 방류하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방류 예정 삼중 수소량의 10배쯤 된다”며 “후쿠시마 방류수에 시비 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고-후쿠시마, 공포 대신 과학을>(5월2일 이재기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 통해서도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전했습니다. 이재기 연구소장은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두고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한다’고 평가했는데요. 이재기 소장은 “실제 방류에는 30년 이상 시간이 걸리므로 그동안 방사능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후쿠시마에 보관된 삼중수소 방사능 총량 자체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빗물 속 삼중수소와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의 양을 비교하며 “목적을 위해 방사능을 두려워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벌이는 사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는데요. 고독성 방사성 핵종은 삼중수소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삼중수소가 문제없으니 이들 핵종은 더욱 문제 될 일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축적된 삼중수소, 유전자 변형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의 정상 원전 정화수와 일본 후쿠시마 사고 원전 오염수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KBS <팩트체크K-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일 발표 믿을 수 있나?>(2021년 4월23일 김영은 기자)에서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원전은 정상 운전 원전”으로 “방출하는 폐기물에는 삼중수소 외에 별것 없는 깨끗한 물”로 우리나라는 “냉각수에 삼중수소가 있는 것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오염수에 삼중수소가 있어서 비교할 수 없다”고 짚었습니다. 또한 일본이 “30년 동안 나눠서 오염수를 배출하면, 매년 삼중수소 33.3T㏃을 배출하게 돼 한국 원전보다 배출량은 적다고 주장”하지만, “사고 당시에 석 달 동안 방출된 삼중수소는 집계에 포함되지도 않았”으며 “유리한 데이터를 뽑아내면 다른 나라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훨씬 많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4월29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속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보도한 한겨레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염수의 위험성을 설명했습니다. 한겨레 <“후쿠시마 ‘삼중수소’, 인체 영향 적다는 일본 주장은 ‘가짜 뉴스’”>(4월27일 김정수 기자)에서 미국 국립과학원의 방사선 영향 자문위원을 역임한 티머시 무소 교수는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 전수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효과비(REB·생물 유전자 등에 손상을 주는 정도)가 대표적 방사성 물질인 세슘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됐”으며 “삼중수소의 베타 방사선은 투과력이 약해 체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집중적인 내부 피폭을 일으”키며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커지고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종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소 교수는 “특히 도쿄전력에서도 ‘삼중수소는 상당히 약한 방사성 물질’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 ‘가짜뉴스’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삼중수소에 대한 진실은 낮은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반드시 영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 2023년 2월2일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희석하더라도 방출 총량 변함없고, 태풍 오면 몇 개월 이내
서울신문 <“일본이 공업용으로도 안 쓰는 게 원전 오염수다” 중국의 뼈 때리는 지적> (5월11일 송현서 기자)에서 반 히데유키 일본 반핵정보자료실 공동대표는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일본의 주장은 잘못됐고, “희석하더라도 방출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는 “방사성물질 방출 총량에 의한 환경 축적과 피폭 축적을 평가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은 환경과 인간을 지킬 수 없는 방안이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 역시 “약한 방사선원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일본의 주장과 달리 “삼중수소를 섭취할 경우 다른 방사성핵종보다 더 강한 방사능을 방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YTN <뉴스라이더>(4월7일)에 출연한 서균렬 교수는 표층수(해수면에서 지하 200m까지)의 경우 4~5년이 걸리지만, 아표수(200~500m)의 경우, 동중국해에서 대만해협을 통해 대한해협으로 흘러오기 때문에 7개월~1년 사이에 우리 앞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태풍과 대형 화물선의 평형수까지 가세한다면, 오염수는 더 빨리 우리 바다에 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 방사능 오염된 어류, 지금도 잡힌다
조선일보 ‘방사능 14배 우럭은 2011년 당시 영향 받은 어류’
▲ 4월5일, 조선일보의 사실과 다른 팩트체크 기사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주장이 맞는지 정부 연구소와 원자력 전문가들”에게 자문한 기사도 내보냈는데요. <방사능 14배 우럭 온다? 민주당 일 오염수 주장 팩트체크해보니>(4월5일 유지한·원선우 기자)에서 “오염수 방류 전인 현재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일본 정부 기준치를 14배를 초과하는 우럭이 잡히고 있다”며 먹거리 안전을 우려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틀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방사능 수치가 높은 우럭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 “처리가 되지 않은 오염수” 방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어류”라며 이번 오염수 방류는 “정화 시설로 29종의 방사능 물질을 처리하고 삼중수소 또한 희석시켜 먹는 물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 안전하다고 보도했습니다.
2022년에도 세슘 14배 높은 우럭 잡혔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세슘 농도가 높은 우럭은 최근에도 발견됐는데요. 서울경제 <어류 ‘14배 세슘’ 검출됐는데 안전?…일, 원전 오염수 이르면 올봄 방류>(2월6일 정미경 인턴기자)는 “후쿠시마현 수산물에서는 여전히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으며 “ 2021년 4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우럭)”의 세슘 농도는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치(100㏃/㎏)를 3배가량 초과한 270㏃/㎏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1월 검사에서 기준치의 14배(1,400㏃/㎏)나 되는 조피볼락이 잡히면서” 출하가 제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2021년 검사 당시 이미 출하 제한 상태였던 민물고기인 곤들매기와 민물송어 각 1건에서도 역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으며 “일본 어민 단체는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따른 이미지 악화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방류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3. 방사선 피폭 사망자·질환자 있다
문화일보, 방사능 사망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원전 시찰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것을 비판한 문화일보 <사설-‘후쿠시마 반일팔이’ 야, 괴담 선동 더 못해서 안달하나>(4월3일)는 “수권 정당이라면 국익과 국격을 중시해야” 하지만, “지금 행태를 보면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에 이은 ‘괴담 시즌3’도 우려된다”고 비난했는데요. 문화일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방사능 사망자는 없었다”고 강변했습니다. 방사선 노출로 인한 사망 사례도 없고, IAEA가 감시단을 구성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과한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2018년, 일본 방사선 피폭 공식 인정
한겨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1368명 사망” 문 대통령 발언 사실은?>(2017년 9월27일 이근영 선임기자)에서 “후쿠시마의 경우 격납건물이 손상됐지만 다행히 직접 방사선 피폭에 의한 즉사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원전 사고는 해당 지역 주민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쳐 백내장·협심증·뇌출혈과 암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1380명’은 <도쿄신문>이 2015년 3월에 발표한 ‘핵발전소 관련 사망자 숫자’로,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핵발전소 재해 대피 중 사망’으로 분류해 재해 조의금을 지급하고 있는 숫자를 집계해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2017년 당시에는 집계된 방사능 사망자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다음 해인 2018년 방사선 피폭 사망자가 알려졌습니다. BBC 코리아 <후쿠시마 원전: 일본, 근로자 사망 원인 방사선 피폭 인정>(2018년 9월6일)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했던 근로자가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했다고 공식 인정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이 4명의 근로자에게 질병을 일으켰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피폭을 사망 원인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주 업무는 후쿠시마 제1 발전소에서 방사능을 측정하는 것”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화일보의 사설은 2023년에 작성됐습니다. “방사능 사망자는 없었다”라고 단정하기 이전에 확인을 해봤다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단정적으로 쓰진 않았을 것입니다. “반일 선동에 국민이 휘둘리지 않자 안달하는 것은 아”니냐고 민주당을 비난하기에 앞서 언론은 사실에 기초한 주장을 해야 합니다.
4. 미국이 괜찮다면, 우리는 항의 못 하나?
조선일보, 미국·IAEA는 문제 삼지 않는데 한국이 왜?
조선일보는 <사설-과학과 사실을 거부 ‘괴담 정치’ 유혹 못 버리는 민주당>(4월6일)에서 “후쿠시마는 동해가 아니라 태평양에 접해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에 문제가 많다면 해류 이동에 따라 가장 먼저 피해를 당할 나라는 미국”이지만, “미국이 이를 문제 삼는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사태 당시 아무런 처리도 하지 못한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바다로 퍼져 나갔지만, 방대한 태평양에 완전히 희석돼 방사능 문제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조선일보 <기자수첩-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하길 기도하는 사람들>(4월27일)에서 최창섭 기자도 “미국 역시 더 열을 내야 할 상황인데, 미국 정부가 IAEA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며 “IAEA에도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자간 국제조직인 IAEA 틀 바깥에서 오염수 문제를 떠든다면 과연 어떤 국가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IAEA 설립목적은 안전한 핵사용 장려, 태평양에서 핵실험 과오 있는 미국
시사IN <일본 오염수 방출, IAEA를 믿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4월26일 변진경 기자)은 IAEA의 “설립 목적 자체가 핵의 평화로운 ‘사용’을 장려하고 원자력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일”이며 핵무기는 강하게 규제·감시하지만, “원자력발전과 사고 처리에 대해서는 위험과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각 국가에 일종의 ‘컨설팅’과 ‘지원’을 제공해 주는 역할”이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IAEA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와 관련된 모든 위험과 안전성을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한계는 명확하다고 짚으며, 검증 범위 역시 한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IAEA의 보고서가 절대적인 사실인 듯 믿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싣지 못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린피스는 <미국의 핵물리학자가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에서 방사선 피폭 피해가 여전한 태평양 섬나라들이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1940~50년대 당시 미국령이던 마셜 제도에서 총 67차례 핵실험을 진행했으며, 그 피해는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는데요. “수백만 톤의 오염된 모래와 산호 부스러기가 주변 섬에 5cm 두께로 쌓였”고, 미군은 “주민들을 핵실험 사흘 후에 대피시켜 많은 사람이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되었”습니다. 미국의 핵실험은 “마셜 제도뿐 아니라 대부분의 태평양 섬나라에 사회, 경제, 문화, 생태 측면의 큰 상처를 남기게 됐”고, “핵실험 후 60년이 지난 시점에도 주변 11개 섬에서 모두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고 있는데요. “이 중 일부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보다 최대 10배에서 1천 배 높은 수준의 방사능이었”다고 합니다.
원자력 산업을 발전 촉진 시키려는 목적의 IAEA와 핵실험으로 인한 과오가 있는 미국을 신뢰하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문제 삼지 말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우리 정부와 언론은 적극 나서 검증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한국일보 <왜 위험을 받아들여야 하나>(5월 11일 임소형 논설위원 겸 과학전문기자)는 “국민들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수산물 안전을 걱정하는 건 ‘편익이 없어서, 잘 몰라서’가 아니”며 “최인접국의 일방적인 정책 때문에 일말의 ‘잠재적 위험’이라도 굳이 초래되는 걸 바라지 않으니 최대한 정부가 막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는데요.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까지 차단하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안전”이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더욱 필요합니다.
무책임한 방류 아닌 일본에 책임 있는 자세 요구해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도 70%가량엔 여전히 세슘·스트론튬·요오드 등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들어가 있고, 삼중수소는 걸러지지도 않습니다. 경남도민일보 <후쿠시마 원전 설계자 “오염수 인체에 치명적”>(4월19일 안다현 기자)에서 후쿠시마 원전을 설계한 마사시 고토 씨도 외부 접촉뿐만 아니라 “내부 피폭도 인간에게 치명적”이며 “삼중수소는 물하고 똑같이 생겨서 구분하기도 어렵고 몸에서 배출되지 않고 흡수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요. 중국의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도 “무해하다면 왜 일본 국내에 방류하거나 농업·공업용수로 쓰지 않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바다에 손쉽게 방류하는 방법이 아닌 “10만t급 초대형 탱크에 저장하거나, 오염수에 시멘트·모래 등을 섞어 고체로 보관하는 ‘모르타르 고체화’ 방법”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를 비롯해 전 세계는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해야 합니다. 언론 역시 일본의 입장에서 안전한 물이라고 눈 감으며 음모론·괴담이라 주장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보도에 앞장서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2월15일~5월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빅카인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5·18 광주 앞에 부끄러운 1980년의 지면, 2013년의 화면
반성 없으면 언론의 잘못은 반복되고 치러야 할 대가는 늘어난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16일 ‘북한 특수군 투입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80년 5월24일 간첩 이창용을 ‘광주 시위선동 임무를 띠고 남파된 간첩’으로 검거했다고 발표했던 사건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1980년 5월25일자 조선일보.
43년 전, 조선일보는 1980년 5월25일자 <시위 선동 남파 간첩 1명 검거> 기사에서 “서울시경은 24일 광주사태를 무장 폭동으로 유도하고 반정부 선전 및 선동을 위해 남파된 북괴 간첩 이창용(46)을 23일 오전 서울역 근처에서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광주 잠입기도 시위선동 간첩 검거> 기사에서 “이창용은 광주 잠입을 시도했으나 군경의 검문 검색이 심해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조선‧동아를 비롯해 대부분의 신문‧방송은 “이창용이 시위 군중 속에 들어가 살인-방화 등 대담한 행동을 하기 위해 은단형 환각제를 갖고 있었다”는 대목을 강조했다.
조사위는 “경찰 발표에 언론은 일제히 5·18민주화운동이 북한 간첩의 선동으로 조종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경찰, 검찰, 국군방첩사령부, 국가정보원 기록조사와 체포 당시 관련 참고인, 경찰관 등 조사 결과 간첩 이창용의 임무는 기존 고정간첩망의 복구와 노동당 경기도당 결성이었고 검거 당시 이창용은 독약을 먹고 혀를 깨물어 상당 기간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조사위는 이창용 자술서가 1982년 2월17일 작성된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이창용 검거 기자회견은 제대로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5·18민주화운동과 광주 상황을 북한의 사주와 선동으로 왜곡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급조된 것”으로 결론 냈다.
조사위는 “북한 특수군 침투 및 개입설 등 왜곡과 조작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발언에서 시작해 군과 정보기관에 의해 계획적, 조직적,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음을 확인해 가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왜곡 조작 과정에서 언론은 한 축을 담당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1980년 5월22일 전두환은 언론사주들과 간담회에서 “지금 공수단 복장 괴한들이 광주를 빠져나가려 하고 있어 해안선 등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언론사주들은 당시 전두환의 ‘보도지침’을 충실히 따랐다. 혹자는 군사정권의 서슬 퍼런 폭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10년 전, 군사정권 시절이 아닌데도 잘못은 반복됐다.
▲2013년 5월15일자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한 장면. 모자이크 처리된 이가 김명국(가명), 가운데 얼굴 드러난 이가 김광현 진행자. ⓒ채널A 화면 갈무리.
2013년 5월15일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5·18 북한군 개입의 진실’ 편을 내보내며 남파 특수군 최초 인터뷰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광주폭동 참가했던 사람들은 조장, 부조장들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어요.” 자신을 1980년 광주에 있던 북한군이라고 주장한 김명국(가명)의 주장은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김명국은 1980년 5월27일 오전 9시 철수 명령을 받았으며 철수 도중 국군과 만나 교전했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김광현 동아일보 기자는 “(김명국) 증언이 제대로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명국은 2021년 JTBC와 인터뷰에서 “1980년 광주에 간 적이 없다”며 거짓말을 실토했다.
채널A 방송 이틀 전인 5월13일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자신을 북한 특수부대 대위 출신이라고 밝힌 탈북자 임천용씨가 출연해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의 특수군 개입에 의해 움직여진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누군가 뒤에서 섭외와 편성을 조율한 것처럼, 당시 5·18을 앞두고 두 종편에서 잇따라 ‘5·18 북한군 개입설’이 등장했다. 이 사건은 5·18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TV조선과 채널A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받은 게 전부였다. 1980년 광주 앞에서 언론은 쉬지 않고 반성해야 한다. 반성이 없으면 잘못은 이렇듯 반복되고 언론의 잘못으로 치러야 할 대가는 점점 늘어난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재산과 목숨까지 내건 독립운동가의 서러운 빈집
'노블리스 오블리주' 봉강 정해룡 선생 생가 답사기
▲ 봉강 정해룡 생가의 담벼락에 '거북뎡'이라는 옛 한글이 박혀 있어 정겹다.ⓒ 서부원
흡사 문패인 듯 황톳빛 담벼락에 '거북뎡(거북정)'이라는 옛 글자가 박혀 있다. 그 아래 활짝 핀 뽀얀 달맞이꽃이 우리를 반겼다. 이름으로 보아 조그만 정자인 줄 알았더니, 정원이 딸린 사랑채와 안채는 물론, 행랑채와 사당까지 번듯하게 갖춘 내로라하는 살림집이다.
지난 13일, 남녘 바다 득량만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뵈는 '보성 봉강리 정씨 고택'을 찾았다. 문화재로 지정될 당시의 공식 명칭이지만, 건축보다 역사에 더 관심이 많은 이들에겐 '봉강 정해룡 생가'로 알려져 있다. 트집을 잡는다면, 역사를 애써 지우려는 무미건조한 명칭이다.
시대 잘못 타고난 비운의 인물?
▲ 대문에 나란히 세워진 관광안내판과 봉강 정해룡 선생의 생가임을 밝힌 표지석. 그의 이름 앞에 우국지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만 무려 26년이 걸렸다.ⓒ 서부원
봉강 정해룡. 현대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누구는 '때를 잘못 만나 험난한 인생을 살았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구는 '비정한 세태가 그의 이름을 지웠다'고도 한다. '분단의 현실 속에 풍비박산 난 가족사'라며 가문의 몰락을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다.
빨갱이, 빨치산, 국가보안법, 간첩, 연좌제…. 듣기만 해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낙인의 용어들이다. 한 번 낙인찍히면 단 한시도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없는 그 멍에들을 그와 가족들은 온몸으로 뒤집어써야 했다. 날 때부터 평생 얼굴과 이름을 숨기고 살아야 할 운명이었던 거다.
해방 직후 여운형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며 좌우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분단을 막고자 했던 정해룡. 동경제국대학에서 유학한 수재로, 6.25 전쟁 중 어머니와 함께 월북한 그의 동생 정해진. 남파된 숙부를 따라 북에 갔다가 돌아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형당한 첫째 아들 정춘상. 그리고 연좌제에 묶여 취직은커녕 학교조차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숱한 친인척들.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인물'. 후세인들의 참으로 편리한 인물평이다. 어디 정해룡에게만 그럴까마는,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자신의 신념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으련만 해방 후 극심한 좌우 대립의 현실 속에 스러진 불운한 정치인 중 한 명이라며 눙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에 대한 부박한 세평은, 거칠게 말해서, 기억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뜻이다. 그는 친일파가 득세하고 남과 북이 분단으로 치닫는 현실에 맞서 모든 재산과 하나뿐인 목숨까지 내걸었다. 그런데도 그를 그저 '역사의 패자'로 낡은 앨범에 사진 끼우듯 두루뭉술 외면하려는 태도다.
그도 여느 지주들처럼 살았다면
▲ 중문에서 본 안채와 마당 풍경. 외부의 시선을 차단해 안주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헛담이 이채롭다.ⓒ 서부원
행랑채에 들어선 순간, 오래된 편견이 일순간에 깨지는 경험을 했다. 당시 지주 집안이면 으레 친일의 길을 걸었거나, 해방 후 일신의 영달과 가문의 안위를 위해 미국의 편에 섰을 거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배워왔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금언을 금과옥조처럼 여겼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부와 권력을 누리는 자들이 마땅히 지녀야 할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용어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이젠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일제강점기 전 재산을 처분해 독립운동 자금을 댄 우당 이회영의 가문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정해룡 역시 그에 못지않다. 일제강점기 대농 집안의 장손으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댔고, 고향에 양정원이라는 학교를 세워 계몽운동에 앞장섰다. 또, 같은 호남의 대지주였던 인촌 김성수를 도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 인수에 협력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가 해방 직후 좌우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았던 것처럼, 분단된 후에도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4.19 혁명 당시 혁신 정당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5.16 군사 정변 직후 5년 징역형을 받았다. 그의 삶은 감시와 사찰로 점철된 1960년대를 끝내 넘기지 못했다.
그의 죽음으로 끝났다면, 적어도 그의 이름 석 자를 문화재 명칭에서 굳이 지우려 하진 않았을 것이다. 1980년 광주 학살을 자행한 전두환 정권은 그의 가문을 '빨갱이 집안'으로 내몰아 의심받는 권력의 정당성을 메우려 했다. 이른바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그의 동생 정해진이 남파되어 첫째 아들 정춘상을 데리고 월북한 건 1967년에 벌어진 일이다.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이 발표되기 무려 14년 전이다. 전두환 정권은 호주머니 속 호두 만지작거리듯 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여론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릴 목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일제강점기 여느 지주들처럼 살았다면, 그도 그의 가문도 대대손손 승승장구했을 것이다. 그가 후원했던 인촌 김성수의 가문에서 보듯, 대농이 정권의 뒷배로 재벌이 되고 부와 권력을 누려온 걸 익히 봐왔다. 그랬다면 그의 생가가 이토록 을씨년스럽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적막함이 감도는 생가
▲ 사랑채 마루에 앉아서 내려다 본 정원 풍경. 봉강 정해룡이 손수 만들었다는 한반도 모양의 연못 주변으로 숲이 울창하다.ⓒ 서부원
얼마 전 집을 지키던 종손마저 세상을 등진 뒤, 집 주위를 휘감고 있는 건 푸른 대숲의 바람과 마당을 가로질러 흐르는 세찬 물소리뿐이다. 건물도, 마당도, 세간살이도 그대로건만 인기척이 없으니 적막함만 감돈다. 그저 '도 문화재 자료 제261호'라는 차가운 이름만 남았다.
중문을 지나 오른편에 자리한 사랑채의 마루에 걸터앉았다. 정해룡이 한반도 모양으로 조성했다는 작은 연못 너머로 푸른 봉강 들판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는 이 장쾌한 풍광을 내려다보며 모순된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소신과 행할 바를 숙고했을 것이다.
부러 녹슨 손잡이 당겨 방문을 열어봤다. 종손이 떠난 지 얼마 안 된 까닭인지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방금 누군가 청소를 해놓은 듯 벽지도, 바닥의 장판도 새것처럼 말끔하다. 방문 틈 사이로 햇살이 비추니 어느새 방안이 환해진다. 벽에 걸린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勿爲歷史罪人(물위역사죄인)'. 직역하면,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는 뜻이다. 역사를 두려워하라는 의미이며, '노블리스 오블리주'와도 일맥상통한 경구다. 집안의 가훈이라는데, 정해룡이 왜 그토록 불의한 권력을 멀리하고 자초해 가시밭길을 걸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되돌아 나서는 길, 대문과 나란히 세워진 검은 빗돌에 시선이 머문다. 그의 이름을 지운 관광 안내판 옆에 서서 '우국지사 정해룡 선생 생가'임을 밝히고 있다. 아무런 장식도 없고 특별하달 게 없는 이 빗돌조차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연인즉슨 이러하다.
그가 57세를 일기로 사망한 1969년에 그를 존경했던 지역의 인사들이 집에 추모비를 제작했는데, 당시 3선 개헌을 획책한 박정희 정권에 의해 세워지지 못했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1995년이 돼서야 세울 수 있었다고 한다. 놀라운 건, 추모비 설립에 앞장선 인물이 그를 죽을 때까지 감시했던 사찰계 형사였다는 점이다. 정해룡의 인품과 덕성을 보여주는 일화다.
연좌제는 사라졌어도 여전히 국가보안법은 서슬 퍼렇고 아이들의 입에서조차 어원도 모른 채 빨갱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현실이다. '빨갱이 집안'으로 낙인찍혀 망각을 강요당한 정해룡의 삶이 존경받게 될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부디 그의 생가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길 소망한다.
▲ 안채 뒤편에 세운 사당 모습. 사당의 존재는 봉강 정해룡 가문이 지역의 내로라하는 부호였음을 보여준다.ⓒ 서부원
오마이뉴스
위안부 성노예는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고통'일뿐이다"
누구를 위한 '역사전쟁'인가 (下⑤)
지난 글에서 미국의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가 스페인에 강연을 갔다가 그곳 젊은이들이 스페인내전(1936-1939)에서의 전쟁범죄를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던 일화를 살펴봤었다. 아울러, 필자가 미국 뉴욕에서 공부하면서 만났던 일본 유학생들도 (스페인 젊은이들처럼) 일본의 '흑역사'를 알지 못한다는 점도 짚었다. 일제의 침략전쟁 과정에서 벌어졌던 온갖 전쟁범죄 행위들, 이를테면 난징학살, '위안부' 성노예, 강제동원 등의 실상을 일본 교과서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탓이었다.
21세기 들어와 스페인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달라졌지만 일본은 아니다. 2005년 마드리드 중심가에서 독재자 프랑코 장군의 대형 기마상이 철거될 무렵, 스페인내전의 전쟁범죄와 인권탄압 내용이 교과서에 들어갔다. 스페인에선 역사인식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 교과서의 집필 방향이 과거사 정리를 통한 갈등 해소 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극우 쪽 역사인식으로 뒷걸음질하는 모습을 보인다.
호사카 유지, '과거사 무관심은 지도자들의 잘못된 교육 탓'
2003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특이한 이력을 지닌 호사카 유지(세종대교수, 정치학)는 이런 일본의 모습에 매우 비판적이다. <신친일파: 반일 종족주의의 거짓을 파헤친다>, <일본의 위안부문제 증거자료집>, <대한민국 독도> 등의 책을 펴낸 이력이 말해주듯, 호사카 교수는 한일 관계의 민감한 사안들을 연구 주제로 삼아 왔다. 그는 많은 일본인들이 과거사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는 데엔 일본의 보수 정치권과 교육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한다.
'과거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않고서 어떻게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겠는가. 많은 일본인들은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식으로 밀어놓아 버린다. '소문이 나도 75일 지나면 모두들 잊어버린다'와 같은 속담이 일본에는 많은데, 사람들의 뇌리에서 과거는 잊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의 올바른 판단을 마비시킨 가장 중요한 책임은 전후 일본의 지도자들과 그들이 해온 교육에 있다'(호사카 유지, <일본 뒤집기> 북스코리아, 2019, 179쪽)
호사카 교수가 일본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듯이, 일본 교과서에서 '위안부 성노예'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과거사를 왜곡·축소하고 심지어 미화하기까지 하는 흐름이다. 21세기 들어와 일본 우파 정치권과 교육계, 사회단체와 손을 잡고 교과서 내용을 그들의 입맛에 맞게 개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이른바 '역사개찬운동'의 전위 행동대는 지난주에 살펴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약칭 새역모), 한국에 대한 증오발언(헤이트 스피치)을 일삼는 극우 유튜버(이른바 '넷우익')들이다.
이들 역사전쟁의 전사(戰士)들을 뒤에서 굳게 받쳐주는 주요세력은 집권 자민당의 극우세력을 포함한 일본 최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1997년 발족), 8만여 개의 신사(神社) 연합체인 신도(神道)정치연맹(1969년 발족, 약칭 신정련), 산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극우 보수 성향의 언론들이다. 이 세력들은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 아래 '전쟁 포기, 전력 미보유 및 교전권 부인'을 못 박은 일본 헌법 제9조를 바꿈으로써 지난날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 한다. 전쟁범죄로 얼룩진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이들의 고집스런 역사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동아시아의 과거사 문제는 제대로 풀리기 어렵다.
▲ 2021년 일본 정부의 검정 지침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또는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가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사진은 '위안부' 성노예 피해와 관련,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촉구하는 수요집회. Ⓒ김재명
'종군 위안부'는 '위안부'로, '징병'은 '지원'으로 물타기
일본 우파들의 '역사개찬운동'에 발을 맞추듯, 이즈음 일본 교과서는 지난날 전쟁범죄의 실상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 2021년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또는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교과서에서 쓰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강제연행'이란 용어도 못 쓰도록 했다. 이러한 각의 결정 사항이 알려지자, 일본 정부가 앞장 서 역사 왜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의 지침에 따라 '자기 검열'을 거쳐 집필된 교과서들의 내용은 (동아시아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과거사 왜곡·축소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2022년과 2023년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역사교과서는 예전보다 더 심한 물타기 흔적이 보인다. '종군 위안부'는 그냥 '위안부'로, '일본군에 징병됐다'는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했다'로 줄였고,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에서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지원'을 강조했다. 한 마디로 문제가 되는 '강제성'을 되도록 희석시켰다.
이러한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는 지난날 일제의 침략전쟁에 억지로 끌려가 큰 희생을 치렀던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준다. 정확한 통계는 어렵지만, 우리 학계의 추산으로는 3만~5만 명으로 추산되는 '위안부' 성노예를 비롯, 200만 명쯤의 식민지 조선 사람들이 일제의 침략전쟁에 강제 동원됐다. 그들 가운데 21만~22만 명이 죽었다. 군인(군무원 포함)은 27만여 명이 동원돼 15만 명쯤이 죽었고, 야스쿠니 신사에 갇힌 전몰자만도 2만 1000명에 이른다(연재 12회 글 참조바람).
그럼에도 교과서에 '참가' 또는 '지원'으로 표기함으로써, 어린 학생들에게 '강제동원은 없었구나'라는 잘못된 판단을 심어주기 마련이다. '지원'을 강조할 경우 피해자의 모습은 희석되고 지원자만 남는다. 더구나 관련 내용을 서술하는 분량도 길어야 서너 문장 정도로 매우 짧아졌다.
그런 교과서를 읽은 일본 학생들은 피해자들의 고통스런 신음을 전혀 떠올리지 못한 채로 금세 다른 단락으로 페이지를 넘기기 십상이다. 몇몇 감수성이 풍부한 학생들이 희생자의 고통을 떠올렸다 하더라도 (미국 작가 수전 손택의 표현을 빌자면) 그저 잠시 스쳐가듯이 흘낏 마주친 '타인의 고통'일 뿐이다.
'위안부' 성노예는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고통'
한국에도 소개된 책인 <타인의 고통>(이후, 2004)의 저자인 손택은 2001년 9.11테러 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반대했던 평화주의자다. 그녀는 동유럽 발칸반도에서 보스니아 내전이 한창이던 1993년 사라예보로 가서사무엘 베케트의 작품 <고도(Godot)를 기다리며>를 연극 무대에 올렸다. 장기간 포위된 도시에서 죽음의 공포와 절망에 빠진 그곳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사라예보에 머물면서 손택은 바로 몇 발자국 바로 앞에서 폭격이나 총알에 맞아 죽는 사람들을 자주 봤다. 그녀는 말한다. '사람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전쟁의 끔찍한 이미지를 볼뿐, 현지에서 전쟁을 직접 겪는 이들의 고통을 잘 모른다.' 전쟁의 참상 소식을 전하는 TV 화면이나 신문기사를 보면서 사람들은 잠시 '연민'을 느끼면서도, 그 전쟁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기 십상이다. 손택의 표현에 따르면, 스스로를 '구경꾼'이라 여긴다. 내가 그들을 죽이지도 않았기에 자신은 죄가 없다고 여긴다. 그리고 '전쟁은 참으로 소름 끼치는 것이니까...'하며 TV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릴 뿐이다.
손택의 이야기를 '위안부' 성노예의 진실이 사라진 일본 교과서에 적용하면 어떨까. 교과서에 휙 지나가듯이 짧게 서술된 '위안부' 대목을 읽는 일본 학생들은 관심을 갖기나 할까. TV로 전쟁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보인 반응과 마찬가지로, 그저 스쳐가는 '타인의 고통'일 뿐이다. '위안부' 여성들을 내가 고통스럽게 만들진 않았으니, 전쟁범죄의 공범이라는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기도 어렵다. 교과서 관련 분량이 워낙 짧고 제대로 실상을 밝히지 않았기에, 학생들은 '연민'을 느낄 기회조차 없을 듯하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좀 더 길게, 분명히 서술하라'
독도에 대한 일본 교과서의 서술은 말할 나위 없이 일방적이다. 2023년 현재 모든 일본 교과서에는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주장이 버젓이 실려 있다. 독도에 관한 서술 내용도 갈수록 자극적이다. 예전엔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과 한국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비교적 중립적인 서술이 담겨 있던 교과서들도 그런 내용이 빠진 채로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로 못 박고 있다. 일부 교과서엔 독도가 포함된 일본 지도에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영해를 추가로 표시해 마치 독도가 당연히 일본 영토인 것처럼 시각적인 효과가 돋보인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모든 학교에서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학습지도요령'을 시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배운 어린이는 중고를 거치며 계속 주입식으로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란 생각을 품게 될 것이고,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반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일본이 국가주의를 내세우면서 독도 문제를 계속해서 들고 나오는 한 한일관계는 매끄러워지기는커녕 악화될 것이다.
독도뿐 아니다. 일본이 영유권 다툼을 벌여온 다른 지역들도 모두 '일본의 고유 영토'로 표기된다. 그 지역들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남쿠릴열도 4개섬(홋카이도 북쪽의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이른바 '북방영토'), △중국과 다투는 가운데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심의회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표현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영유권 주장을 좀 더 길게, 그리고 분명히 서술하라'고 주문했다.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일본 일선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반발로 후소샤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는 낮은 채택률로 퇴출됐지만, 제조사 상표만 바꾼 비슷한 색깔의 또 다른 교과서들이 잇달아 나와 일본 우경화의 흐름이 대세임을 보여준다. 일본 최대의 우익단체로 '그림자 정부'라는 소릴 듣는 '일본회의', 일본 정부의 문부과학성 관료들은 서로 손을 잡고 각 지역의 교육위원회와 교과서 채택위원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의 등등한 기세로 말미암아 검정을 통과해야 하는 일본 교과서 필진들의 글에서 반성적인 논조가 사라졌다.
이런 흐름 속에 예전과는 달리 일본 극우파들은 눈치 보지 않고 설쳐댄다. 지난날 일본이 저질렀던 가해의 역사를 반성적으로 제대로 담은 교과서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는데도) 극우파들의 극성스런 공격의 표적이 된다. 타사 교과서에 견주어 '종군 위안부' 동원을 비롯한 일본의 지난날 전쟁범죄를 상대적으로 길게 다루었던 니혼쇼세키(日本書籍)가 일본 극우파들의 아우성과 압력으로 끝내 문을 닫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른 교과서 회사들은 '니혼쇼세키처럼 되지 말자'며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본 연재 18회 참조). 따라서 '위안부' 성노예에 대한 서술이 아예 없어지거나, 있다 해도 스쳐 지나치는 정도다.
젊은 유권자일수록 자민당 지지율 높아
지난 글에서 2006년 아베 신조가 일본 총리가 되자마자 추진했던 것이 '교육기본법'의 개정이라 했다. '공공의 정신', '전통과 문화의 존중', '우리나라(일본)와 향토 사랑' 등의 내용이 들어간 교육기본법은 무조건적 애국심을 강조한다. 2008~2009년에 개정‧공포된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서에도 교육기본법의 기본 취지를 반영하도록 했다. 검정 통과를 의식해야 하는 교과서 필자들도 집필 방향에 신경을 써야한다. 교육기본법을 바꾼 목적은 뻔하다. 미래 세대의 역사인식을 일본의 우파 입맛에 맞는 쪽으로 주입시키려는 것이다. 비판적 연구자들은 실제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여긴다.
[(교육기본법이 시행되고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 공적인 역사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제국주의 역사관, 그리고 반성하지 않는 역사관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일베와 같은 '넷우익'이 굉장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런 흐름과 경제 불황이 어우러지면서 일종의 파시즘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오랫동안 그런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것이 참 무서운 점이다] (이영채·한홍구, <한일 우익근대사 완전정복> 창비, 2020, 93쪽).
옮긴 글 끝에 나오는 '무서운 점'이란 일본 젊은이들의 보수 우경화 흐름이다. 이영채(게이센여학원대교수, 동아시아국제정치), 한홍구(성공회대교수, 한국현대사)는 정치적 보수화 흐름이 지금 일본의 젊은 층에서 '굉장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일본 선거에서 20대 유권자들의 자민당 지지율이 40~50대의 지지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일본 젊은 층의 투표성향이 지금처럼 자민당에 쏠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일본 총선에서의 세대별 특징은 젊은 유권자일수록 자민당 지지가 높은 성향을 보여왔다. 인터넷을 이용한 '넷우익' 유튜버들이 생계를 꾸려가는 것도 일본의 보수 우경화 흐름 덕이다. 이들의 단골 구호는 '일본은 잘못한 게 없다',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니 사과할 필요도 없다'는 따위다.
'일본은 민주화됐다고 말할 수 없다'
이 글 맨 앞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세종대교수, 정치학)가 일본 젊은이들이 과거사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은 '일본의 지도자들과 그들이 해온 교육' 탓이라는 점을 살펴보았었다.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인 가토 게이키(히토쓰바시대학교수, 조선근현대사)도 호사카 교수와 같은 생각이다.
가토 교수는 일본인들이 과거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까닭은 일본 정치권의 보수 우경화 흐름과 더불어 과거사를 공부할 여건이 안 돼 있는 탓이라 지적한다. 아울러 그는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과거사를 잘 모르거나 잘못된 역사인식을 지니고 있기에, 한국과 한국인을 겨냥한 혐오 발언을 일상적으로 마구 내뱉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일본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많은 사람에게 조선침략사나 식민지 지배사, 하물며 한국의 주체적인 역사상을 알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적다. 그 이유는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일본정치 및 사회에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사회에서는 식민지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결여뿐 아니라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거나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언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 이들조차 있다.](도쿄역사과학연구회, <역사를 배우는 사람들> 어문학사, 2021, 122-123쪽).
1945년 패전 뒤 일본은 군국주의라는 권위적 정치체제에서 민주적 체제로 바뀐 지 80년 가까이 흘렀다. 위의 가토 교수에 따르면, 전후 일본이 민주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는 지난날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그에 따른 전쟁범죄 행위들이야말로 '근대 일본에 의한 최대급 인권억압'이었다고 여긴다(앞의 책, 123쪽).
안타깝게도 일본의 현실은 가토 교수가 말한 일본의 '최대급 인권억압' 실태를 솔직하게 교과서에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어두운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청산 없이는 일본이 '진정한 의미의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교과서 왜곡은 보수정당 장기집권 노린 포석
이제 글을 매듭지어야겠다.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 흐름과 더불어 극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가주의와 이른바 '황국사관'(皇國史觀), 그리고 배타적인 영토 확장 야욕이 교과서 안에 갈수록 스며드는 모습이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은 지난날의 침략전쟁을 왜곡 미화하고 일왕(일본인들의 '천황폐하')이 중심이 된 군국주의를 자라나는 세대의 머릿속에 심어준다.
일본의 자민당을 비롯한 우파 정치권이 교과서(특히 역사교과서, 사회교과서)에서 왜곡된 역사를 담은 내용으로 채워 넣으려는 움직임은 무엇을 노리는 그러는 것일까.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참교육?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미래의 유권자들에게 극우적 역사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보수 우파의 집권 체제를 오래오래 다져나가겠다는 장기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보인다. 곰곰 생각해보면 전율이 느껴지는 전략이다. 바로 위에서 살펴보았듯, 이미 선거에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반일 종족주의>로 대표되는 한국의 '신친일파'는 일본 보수 우익 세력의 주요 해외 협력자다. 치열한 역사전쟁의 공성전 와중에, 안에서 성문을 열어주니 얼마나 고마울까. 이즈음 한일 극우 세력의 기세는 대단하다. 예전과는 달리 눈치 보지 않고 거리낌 없다. 이런 추세라면 일본의 교과서 역사왜곡과 한국에서의 역사교과서 왜곡 시도는 갈수록 더욱 집요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글이 길어져 이번 주에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와 함께 다루려 했던 한국 역사교과서 문제를 다음 주에 싣는다. 민족이냐 좌편향이냐, 친일이냐 반일이냐 등을 둘러싸고 한국에서 벌어진 이념 전쟁은 일본과 여러 가지로 닮았다.
프레시안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결혼·출산파업…인구절벽 넘어 국가소멸로 치닫는다
극단적 선택과 저출산(하)
한국은 최저·최악의 출산율도 문제이지만
최악 출산율이 회복은커녕 오래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쁜 새 최악에게 계속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서울은 급속한 소멸 단계에 들어섰음에도
지방 인구의 장기적이고 강제적 유인과 유입을 통하여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돈을 쓰고도 최악의 저출산 행진
출산문제 인식과 대처에 관한 한 무엇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처방과 접근을 반복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끔찍한 세계 최악의 자살문제를 지나더라도 다음 지표 역시 우리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요구한다. 연옥문을 막 지나니 지옥문이 놓여 있는 셈이다. 아니다. 하나의 지옥문을 지나니 더 깊고 더 어두운 지옥문이 놓여 있는 셈이다. 바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 얘기다.
지금 한국은 연속하여 세계 최저·최악의 출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자살이 자기생명 중단이라면 출산 거부는 자기연장과 세대연장의 중단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1960년 6.10명에서 1970년 4.53명으로 지나치게 높은 고출산(高出産)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1980년 2.82명으로 하락하더니 근래에는 1.66명·1.57명·1.63명·1.47명으로 급속히 낮아졌다(각각 1985·1990·1995·2000년). 너무도 빠른 하강 속도다. 최근에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명 이하인 0.98명까지 떨어졌다. 그러고는 2019·2020·2021·2022년에는 0.92명·0.84명·0.81명·0.78명으로 더더욱 낮은 세계 최저·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한국의 출산율 흐름을 비교해 보자. 전자는 1960년 3.3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하여 21세기 들어 1.83명·1.79명·1.80명·1.75명을 기록하고 있다(각각 2000·2005·2010·2015년). 2019·2020년에는 1.62명·1.59명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긴 하나, 한국에 비하면 감소 속도가 매우 느린 데다 출산율 자체가 한국의 2배를 넘는다.
요컨대 한국이 정녕 우려해야 할 점은 최저·최악 출산율 자체와 멈추지 않는 하락 추세다. 우선 출산율의 낙폭 자체가 너무 크다. OECD 전체는 1960년에서 2020년까지 두 세대 동안 1.71명(3.30명에서 1.59명으로) 감소한 데 비해 한국은 무려 5.26명(6.10명에서 0.84명으로)이 감소하였다.
앞 시기 한국의 출산율이 비록 높았다고 하더라도 하강 비율이 단 두 세대 만에 3배를 넘는다. 나아가 한 번 세계 최하 수준의 초저출산율로 전락한 뒤로 다시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2018년 최초로 1명 이하의 출산율을 기록한 이래 더 새로운 최악을 창출하고 있다. 낙폭의 크기와 속도, 계속되는 새 밑바닥의 깊이의 측면에서 모두 아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OECD 최저 출산율은 한국의 2배
OECD 주요 국가들 각각의 최저 출산율과 현재의 동일 기준 연도(2020년)의 그것을 비교하면 한국이 얼마나 나쁜 상황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각각 일본·미국·프랑스·독일·스웨덴·영국의 사례들이다. 최저 출산율 시기와 현재 기준연도를 비교하면 일본은 1.26명(2005년)과 1.34명, 미국은 1.64명(2020년)과 1.64명, 프랑스는 1.66명(1993년)과 1.83명, 독일은 1.24명(1994년)과 1.53명, 스웨덴은 1.50명(1999년)과 1.66명, 영국은 1.56명(2020년)과 1.56명이다.
이들을 보면 한국은 몇 가지 점이 한눈에 들어온다. 첫째로 이 국가들의 최저 출산율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높다. 0명대를 기록한 국가는 하나도 없다. 대다수 국가의 최저 출산율은 한국의 거의 2배에 달한다. 둘째로 비록 일시적으로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더라도 현재는 대부분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들 나라의 특정한 접근방법과 정책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셋째는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기간이, 한국과 비교하여 지극히 짧다는 점이다. 한국은 최저·최악의 출산율도 문제이지만, 그 최악의 출산율이 회복은커녕 오래 계속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쁜 새 최악에게 계속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매년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이것은 이미 국제적 화제가 아닐 정도로 악명이 높다. 출산 불능과 출산 거부의 원인에 대한 국내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와 자녀교육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교육의 공공성이 높고, 청년과 여성고용률을 포함해 여성지위가, 즉 성평등과 복지가 높은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상세히 살펴본다). 따라서 출산율 저하는 평등과 복지의 결여에 있다는 점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이때 평등의 핵심은 물론 성평등이다.
출산파업의 한 원인인 결혼파업을 보자. 즉 21세기 초반의 속도를 보면 미혼·비혼 여성 비율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현재 30대 전체 여성 중 미혼자는 41.4%(149만명)으로 2005년 13.3%(54만명)보다 3배 가까이 높다. 30대 여성 5분의 2가 결혼을 안 하고/못하고 있는 것이다. 30대 여성이 10년 전보다 오히려 47만명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2005년 408만명에서 2015년 361만명으로) 미혼자/비혼자는 오히려 95만명이 급증한 것이다. 이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 모두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수치들이다.
결혼파업은 당연히 출산파업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결혼과 가정구성 및 유지비용의 급증으로 인해 결혼 연령 역시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평등(파탄)-복지(파탄)-결혼(파업)-출산(파업)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쇄고리가 아닐 수 없다(다음 회에 상세히 살펴본다). 나아가 이 문제는 주거지역, 학력, 도시-농촌의 구별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 고정 관념을 뒤집는다. 행정구역별, 학력별, 지역별 미혼여성 비율을 보면 이 문제는 확연하다.
이를테면 학력이 높을수록 출산거부가 더 높다. 또한 도시 지역의 미혼율이 더욱 심각해 미혼여성 비율 상위 1~3위는 서울시 관악구·광진구·종로구였고 하위 1~3위는 전남 완도, 경북 의성, 전남 신안이었다. 소득 불평등이 출산문제에 극히 저해적이라는 최근 연구결과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국 남성의 경우 소득 상위 10%와 소득 하위 10%의 결혼비율은 크게 차이가 난다. 30대 후반은 91% 대 47%이며, 40대 초반은 96% 대 58%이다(한국노동연구원. 2022).
지역소멸·출산율 지도는 정반대
놀랍게도 지방소멸 지도와 출산율 지도는 완전 정반대다. 2021년 8월 기준 소멸위험지역 비율은 강원 88.9%, 충북 72.7%, 충남 73.3%, 전북 78.6%, 전남 77.3%, 경북 82.6%, 경남 72.2%다. 지방의 거의 모든 시·군·구가 소멸위험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도시지역은 서울 3.8%, 부산 25.0%, 대구 12.5%, 인천 30.0%, 광주·대전·울산 0.0%다. 경기도는 14.4%다. 비수도권과 비도시지역에 비해 수도권과 도시지역이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출산율 지도에 따른 소멸위험 지도는 모두가 최악이지만, 순서는 정반대다. 2022년 현재 전국이 출산율 0.78명으로 이미 나라 전체가 인구소멸 고위험 국가가 되었으며(출산안정 2.0 이상, 저출산 보통 1.6~2.0, 저출산 주의 1.3~1.6, 초저출산 인구소멸 위험 0.8~1.3, 초저출산 인구소멸 고위험 0.8명 이하 기준) 특히 서울의 출산율은 0.59명으로 최악 중의 최악이다. 부산 0.72, 대구 0.76, 인천 0.75, 광주 0.84, 대전 0.84, 울산 0.85, 경기 0.84명으로 도시와 수도권 지역은 다른 어떤 도 단위 지역보다도 출산율이 낮다. 반대로 출산율이 높은 선두 지역들은 전부 비수도권, 비도시지역들이다. 1.81명의 전남 영광, 1.55명의 전북 임실, 1.49명과 1.46명의 경북 군위와 의성, 1.44명의 강원 양구를 포함하여 모두 그러하다. 그렇다면 기실 먼저 소멸하고 있는 것은 전부 도시와 수도권이며, 앞서 소멸하고 있는 그들을 살려내는 대가로 비수도권과 비도시지역을 이어서 죽어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수치와 순서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이 사실이며 진실이다.
즉 출산율에 관한 한 중앙소멸은 지방소멸보다 비교할 수도 없이 더 빠르다. 서울은 무려 0.59명의 초초저출산율에 5개 구(관악, 강북, 종로, 광진, 강남)는 경악스럽게도 0.4명대의 역대급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부산과 대구의 중구와 서구도 0.4명대의 출산율이다. 특별히 놀라운 것은 0.4명대의 출산율을 나타내는 5개 구에 대한민국과 세계 최고의 부자 도시인 강남구(0.49명)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사는, 즉 지역총생산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울산(2021년 기준 1인당 지역내총생산 전국 평균은 4012만원, 울산은 6913만원으로 전국 1위. 전국 평균보다 2900만원 초과)의 출산율이 0.85명이라는 점은 이제 단순한 물질적 성장과 번영이 출산의 장려와 유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시, 특히 서울은 이미 급속한 소멸과 멸종의 단계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인구의 장기적인 강제적 유인과 유입을 통하여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금 서울은 모든 지방을 황폐화시키면서 빨아들여 인공적으로 버티고 있다. 그 결과 지방은 인구소멸과 학령아동소멸과 학교소멸, 이른바 지방소멸을 겪고 있다. 서울의 조기 폐허와 조기 멸종을 막기 위한 막대한 인구 출혈과 희생을 지금 한국의 모든 지방이 함께 치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와 물질의 이토록 빠른 고속발전에도 불구하고 모든 동네와 나라 전체에서 신생아는 기록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한국의 생존전망은 매우 어둡다. 어두운 것이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 즉 한국은 지구상에서 누군가의 침략이 없더라도 스스로 국가로서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기록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오늘의 한국은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소멸·국민멸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한국민들 스스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 놓은 결과, 이렇게나 발전한 선진국이 어떤 외침도 없이 영원히 소멸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국내외 여러 기관과 연구들의 장래인구통계와 추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한국의 인구감소와 소멸 추세는 당분간 전혀 막을 길이 없다. 명백한 현실이다. 인구절벽을 넘는 인구소멸·국가소멸의 경고가 결코 허언이 아닌 것이다. 현재의 기록적인 저출산을 지속할 경우, 소멸 예측 시기는 비록 달라도,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라는 몇몇 전망들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출산정책은 결국 인간정책이어야
좀 더 과학적인 정밀한 기법을 사용한 전망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극히 비관적이다. 국회의 한 기관은 한국의 총인구가 초저출산현상(합계출산율 1.19명)이 지속될 경우 최종적으로 275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입법조사처. 2012). 그러나 이 기관의 기준 출산율은 오늘의 실제 수치보다 매우 높다는 점에서 실제 소멸 연도는 훨씬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공공성·복지·평등·여성권한 수준에 비추어 현재의 출산율이 인구 유지가 가능한 대체출산율 수준(2.1명)으로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즉 상당기간 동안 한국은 현재의 초초저출산현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대로 가면 금세기 내에 인구가 절반 이상 줄어들고, 취학과 생산과 노인부양을 할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될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대책은 너무도 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06년 2조원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 총 3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는데도 출산율은 계속 급속히 하락해 이제는 1명대 이하의 출산율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저출산 예산을 26조, 37조, 40조, 47조원이나 쏟아부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출산율은 기록적으로 하락하여 최악의 0명대를 기록하였다. 예산 대비 최악의 비효율성을 드러내고 있는 분야가 출산문제 대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전쟁이나 경제위기나 대감염병을 제외하고 하나의 단일한 장기적 인간현상에 대해 이토록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한 사례가 또 있는가? 이토록 막대한 돈을 쓰고도 과연 이런 최악의 결과를 계속 낳을 수도 있는 것인가?
출산문제의 인식과 대처에 관한 한 이 나라는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처방과 접근을 반복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강조컨대 이러한 출산 중단의 지속은 이 공동체의 존립근거를 파괴하는 동시에, 오늘과 같은 진단과 해법의 계속되는 실패는, 대규모의 외부 유입이 없을 경우에는 한국과 한국민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반복적인 경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 이 나라의 출산문제는 인간에 대한 인식과 정책 전체가 혁명적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그것은 자녀, 여성, 청년, 농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 하나하나 전체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포함한 가장 중요한 인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산정책은 육아정책을 넘어 여성정책이자 청년정책이고, 복지정책이자 교육정책이며, 임금정책이자 주택정책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들을 합친 인간정책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를 포함한 한 사람의 연장(延長)문제는 곧 공동체의 연장문제이며, 따라서 내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명림 교수/ 걍향
팬데믹 3년에 재벌가 여성 주식재산 90% 불어나
주가 빠지자 상속 증여…엔데믹에 주가 회복
국내 재벌가 여성 주식부호 '톱30' 분석 결과
삼성가 세 모녀 보유 18.7조원…전체의 80%
이건희 회장 사후 증여로 평가액 170% 증가
국내 재벌가 여성 가운데 주식 부자의 금‧은‧동 메달권은 모두 변함없이 삼성가 세 모녀였다. 이들 세 모녀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국내 여성 주식부호들이 보유한 총 주식 가치의 80%에 이른다.
1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기업 오너 일가 중 여성 주식부호 상위 30명의 주식평가액을 조사한 결과, 이달 12일 종가 기준 이들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23조 717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발생 전이던 2020년 1월 20일 종가 기준 평가액(12조 5632억 원)과 비교하면 88.8% 증가한 것이다. 온 나라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던 3년여 동안 재벌가 여성 주식부호들의 주식평가액은 9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로 주가가 급락할 무렵 상속이나 증여받은 주식이 많았고, 이후 주가가 반등하면서 주식평가액이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가운데)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오른쪽),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이건희 전 회장의 부인과 두 딸인 홍라희, 이부진, 이서현 등 삼성가(家) 세 모녀의 주식 보유 현황은 가히 기록적이다. 상속으로 보유 주식이 늘면서 여성 주식부호 1∼3위를 굳건히 지켰을 뿐 아니라, 여타 여성 주식부호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삼성가 세 모녀의 주식평가액은 18조 7453억 원으로 30대 여성 주식부호 보유주식 총액의 79%에 이른다. 이는 2020년 1월 당시의 55.3%보다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주식평가액 증가율 면에서도 삼성가 세 모녀는 나머지를 압도한다. 이들의 주식평가액은 코로나 이전 6조 9531억 원에서 169.6%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30대 여성 주식부호들의 전체 주식평가액 상승률이 90% 이하인 점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가깝다.
1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3조 3791억원에서 7조 7204억 원으로 128.5% 증가했다. 2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주식평가액은 5조 9473억원, 3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주식평가액은 5조 775억원이었다. 이들의 보유주식 가치는 코로나 전보다 각각 232.8%, 184.1%나 급등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7938억 원)은 4위를 차지했다. 주식평가액은 코로나 전보다 31.5% 감소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9964억 원에서 1조 895억 원으로 9.3% 증가했다. 김영식 여사의 주식평가액은 5845억 원으로 5위,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4054억 원으로 8위를 차지했다. 구연수(997억 원) 씨는 18위였다.
신세계 그룹 모녀인 이명희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주식평가액은 9191억 원에 달했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2020년 이후 장내 매수와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를 통해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주식평가액은 4767억 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이명희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증여로 인해 코로나 전보다 62.1% 감소한 4423억 원을 기록했다.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2309억 원)과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의 여동생인 이선이(2078억 원) 씨는 각각 9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39만 자영업자, 100원 벌어 70원은 빚갚는다
자영업 가구 12.4% 총부채상환비율 70% 이상
통계청 조사, DSR 70% 가구 금융부채 109조
DSR 70% 넘는 가구 비중 소득 낮을수록 높아
소득 하위 10%는 43.9%, 30%는 21.7% 차지
자영업을 해서 번 소득의 70%를 금융부채를 갚는 데 쓰는 가구가 39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처럼 소득 대비 부채상환비율이 높은 자영업 가구의 금융부채가 109조 원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 말 기준 금융부채가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자영업 가구는 전체의 12.4%인 38만 8387가구로 집계됐다. 전국 2만여 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해 추정한 결과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차주의 상환능력과 원리금상환 부담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차주가 보유한 모든 금융대출, 즉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자동차할부금융 등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누어 산출된다.
전체 가구의 소득 하위 30%에 속하면서 금융부채가 있는 자영업 가구(39만 1000가구) 가운데 DSR이 70% 이상인 '고DSR 가구' 비중은 21.7%(8만 5000가구)로 집계됐다. 금융부채가 있는 자영업 가구 전체의 고DSR 가구 비중인 12.4%의 약 2배 수준이다.
소득 하위 10%에 속하면서 금융부채가 있는 자영업 가구의 고DSR 비중은 43.9%로 전체의 3.5배 수준이었다. 소득이 적은 자영업 가구일수록 벌어들인 소득을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3월말 기준으로 DSR이 70% 이상인 자영업 가구의 금융부채는 모두 10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DSR이 40%를 초과하면서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넘는 '고위험' 자영업 가구는 9만 3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10만 9000가구)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 가운데 저소득 가구는 약 2만 가구에서 3만 가구로 2년 사이 45.6% 늘었다.
김 의원은 "자영업자와 서민의 고통이 계속되는 한 코로나19 위기는 끝난 게 아니다"라며 "금융지원 조치를 연장하고 소상공인에 대한 저금리 정책 자금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상여금도 쏠림현상…상위 10%가 51% 쓸어가
47.9%→48.6%→51.3% 갈수록 심화
상위 0.1%는 한해 7억 수령…중간치 154배
112배→135배→154배 갈수록 벌어져
근로자의 임금뿐만 아니라 상여금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령액 상위 0.1%의 연간 상여금이 7억원에 가까워 중위값의 154배나 된다. 상위 10%인 근로자가 전체 상여금의 절반 이상을 받아갔다.
국세청이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 근로자 941만 7000명이 받은 상여금의 51.3%가 수령액 기준 상위 10%에게 돌아갔다. 상위 10%의 상여금 총액 비중은 2019년 47.9%에서 2020년 48.6% 증가했고, 2021년에는 절반을 넘어섰다.
연간 상여금의 상하위 격차는 해마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령액이 상위 0.1%인 근로자들의 2021년 평균 상여금은 6억 6606만원이었다. 같은 시기 연평균 상여금 중위값은 433만원이었다. 상여금 수령액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상위 0.1%인 사람이 중간에 있는 사람의 154배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았다는 의미다.
상위 0.1%의 평균 상여금은 2019년 4억 4679만원에서 2020년 5억 4885만원으로 22.8% 늘었고, 2021년 다시 21.4% 증가해 7억원에 다가섰다.
중위값 대비 상위 0.1%의 상여금의 비율도 2019년 112배에서 2020년 135배, 2021년 154배로 증가했다. 중간값과 최상위권의 상여금의 격차가 해가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가 확인됐다.
2021년 상위 1%의 평균 상여금 수령액은 1억 6912만원으로 중위값의 39배, 상위 10%의 평균 상여금은 5509만원으로 중위값의 13배였다. 이에 따라 상여금이 상위권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도 점차 심화하고 있다.
전체 상여 가운데 상위 0.1%가 받은 상여금의 비중은 2019년 4.8%에서 2020년 5.8%, 2021년 6.2%로 상승했다. 상위 1%의 비중도 2019년 13.0%에서 2020년 14.6%, 2021년 15.8%로 늘었다. 상위 10%의 비중 또한 2019년 47.9%, 2020년 48.6%, 2021년 51.3%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전체 상여금 중 절반 이상이 상위 10%에게 쏠린 것이다.
양경숙 의원은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점점 심화하는 가운데, 임금뿐만 아니라 상여에서도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대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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